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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뜻밖의 공부

    [길섶에서] 뜻밖의 공부

    휴일, 기름값이 싼 주유소를 찾아 동네를 한 바퀴 돌아오기로 했다. 내가 사는 파주에는 초대형 디스플레이 공장이 생기며 ‘LG로’라는 새로운 길 이름도 생겨났다. 이 길 북쪽에는 지혜로운 재상의 대표 격인 방촌 황희 선생 무덤이 있다. 남쪽 좁은 옛길로 들어서니 용주서원을 알리는 푯말이 보인다. 조선 중기 대학자 휴암 백인걸 선생을 기리는 서원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자세한 내력은 알지 못했다. 선생의 무덤은 또 다른 나의 드라이브 코스 양주에 있어 둘러본 적이 있다. 복원된 양주관아 터에도 양주목사 시절 그의 선정비가 ‘성주’(城主)라는 직함으로 새겨져 있어 흥미로웠던 기억이 난다. 용주서원은 중건 이후 정조에게 사액을 청했다가 오히려 “제멋대로 뜯어고쳤다”는 이유로 훼철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파당(派黨)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파주 출신의 대학자로는 율곡 이이와 우계 성혼도 있다. 두 분은 ‘절친’이었지만 후세는 ‘노론의 영수’와 ‘소론의 영수’로 갈라 놓았다. 휴암에게도 비슷한 편가르기가 있었나 보다. 휘발유 넣으러 갔다가 뜻밖의 공부를 했다.
  • 새 책상·사물함… 송파 ‘오륜공부방’ 새 단장

    서울 송파구는 지난 5월부터 추진한 오륜동 ‘오륜청소년공부방’ 열람실 및 새마을문고 보수 공사를 마무리하고 재개관했다고 16일 밝혔다. 오륜청소년공부방은 1997년 지어진 오륜동주민센터 3층에 있으며, 그간 시설 노후화와 공간 비효율 등의 문제로 불편이 제기돼 왔다. 지난 1월 서강석 송파구청장이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학습공간의 재정비를 요청하는 주민 목소리를 듣고 재보수 공사를 추진했다. 송파구는 올해 주민참여예산 1억 5000만원을 확보하고 대대적인 새 단장을 준비해 왔다. 특히 낡은 건물 보수와 3층 공간의 효율성 제고에 중점을 두고 설계 단계부터 주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우선 옥상 방수공사로 고질적인 누수를 해결하고, 추가적인 단열공사를 했다. 또 새마을문고 면적을 넓혀 보유 장서를 확대하고 남녀 화장실을 1칸씩 확충했다. 더불어 유휴 좌석이 많던 공부방은 개수와 면적을 줄여 공간효율을 극대화했다. 낡은 책상 교체, 사물함 신설 등으로 주요 이용층인 청소년들에게 한층 편리하고 쾌적한 학습환경을 제공하도록 했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지역 청소년과 주민의 오랜 사랑을 받아 온 오륜청소년공부방의 재개관을 축하한다”며 “이번 새 단장으로 더 많은 오륜동 주민들이 편리하게 애용할 수 있는 학습·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했다. 공부방과 새마을문고의 운영 시간은 평일 오후 1~11시, 주말은 오전 10시~오후 11시다. 설·추석 당일 등 법정 공휴일을 제외하면 휴관 없이 운영된다.
  • [월드 핫피플] ‘촌뜨기 젊은 링컨’ 트럼프의 동반자 되다

    [월드 핫피플] ‘촌뜨기 젊은 링컨’ 트럼프의 동반자 되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부통령 후보로 한때 자신을 “미국의 히틀러”가 될 수 있다고 비판한 JD 밴스(40)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을 15일(현지시간) 선택했다. 밴스 의원은 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 ‘러스트벨트’ 출신으로 불우한 가정환경을 딛고 자수성가해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한 인물이다. 가정폭력 때문에 약물 중독자가 된 어머니를 피해 할머니 손에서 자란 밴스의 개인사는 32살때 출간한 자서전 ‘힐빌리의 노래’에 잘 담겨있다. 뉴욕타임스는 ‘힐빌리의 노래’에 대해 “트럼프의 대선 승리를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고 평가했는데 그만큼 가난한 백인들의 소외감과 열등감을 잘 그리고 있다. 책은 백인이지만 가난을 가풍으로 삼고 자라나 ‘힐빌리(촌뜨기)’, ‘레드넥(백인 농촌민)’, ‘화이트 트래쉬(백인 쓰레기)’로 불린 밴스의 성장과정을 담고 있다. 앞집서 놀고먹던 흑인 여성은 정부가 준 푸드스탬프(식품 구입권)로 산 탄산음료 두 상자를 들고 와서는 할머니에게 싸게 줄 테니 현금을 달라고 하던 경험을 통해 가난한 백인의 현실을 생생하게 그렸다.밴스는 계산기를 사주며 공부하라고 북돋운 할머니와 해병대에서 배운 엄격한 자기관리를 통해서 대마초를 피우며 자기비관이나 하던 힐빌리의 문화를 벗어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해병대와 예일대 로스쿨, 미스릴 캐피털 등을 거쳐 공직경험이 없는 첫 오하오이주 상원의원이 된 밴스는 원래 ‘반트럼프주의자’였다. 2022년 의원 선거 과정에서 “트럼프는 닉슨 전 대통령처럼 냉소적인 멍청이거나 미국의 히틀러”라고 쓴 메시지가 공개됐다. 하지만 공화당으로 상원의원에 출마하며 열렬한 지지자가 됐는데 이이 대해 트럼프는 “그는 나를 알고 사랑에 빠지기 전에 나쁜 말을 좀 하긴 했다”며 괘념치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다. 밴스가 나이들어 보이려 수염을 기르는 것을 두고도 ‘젊은 에이브러햄 링컨처럼 보인다’며 호감을 표시했다.밴스는 해병대에 지원해 이라크에서 복무했는데 당시의 경험으로 미국이 불필요하게 외국과 얽히는 것에 불만을 갖게 됐다. 그는 지난 2월 파이낸셜 타임스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국이 지원할 정당한 이유가 없다는 내용의 기고를 하기도 했다. 스스로 방어할 힘이 없다면 미국의 동맹국이 아니라 ‘고객’이라고 주장했다.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뒤 첫 인터뷰에서는 “트럼프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협상으로 전쟁을 빠르게 종결시켜 미국이 진짜 문제인 중국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부통령 후보를 막판까지 고심했는데 밴스가 낙점된 데는 암살 미수 사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이날 부통령 발표 24시간 전까지 결정을 못 내렸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멜라니아 여사의 조언을 참조했다고 전했다.피격 사건 이후 암살범을 괴물이라고 부르며 선거 유세에 존재감을 보여 준 멜라니아 여사는 남편에게 공격적인 표현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될 러닝메이트를 선택하도록 했다고 한다. 밴스가 최종 낙점된 배경에는 노동자 계층 출신의 젊은 공화당원으로 인도인 이민자 아내를 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밴스가 원작자이자 기획자로 참여한 영화 ‘힐빌리의 노래’에서 그의 아내는 ‘영혼의 가이드’로 묘사된다. 호화로운 만찬에서 포크 수가 너무 많아 당황하는 밴스에게 식사법을 알려주고, 가족과 일 사이에서 중심을 잡도록 일으켜준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그가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오하이오, 미네소타 등 주요 격전지에서의 승부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 경험이 없다시피 한 부통령 후보를 선택한 것은 이번 선거 승리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증거로 읽힌다. 지난해 상원의원으로 처음 공직을 맡은 그가 유사시에 미국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자기 이름을 당당하게 말하는 사회 만들고 싶다” 재일교포 3세 연극인 김민수

    “자기 이름을 당당하게 말하는 사회 만들고 싶다” 재일교포 3세 연극인 김민수

    “자기 이름(한국식 이름)을 당당하게 말하기 힘든 사회가 이상하죠. 재일교포이지만 일본인은 아니면서도 일본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모든 사람이 손잡고 사는 사회를 만들고 싶고 이를 연극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9일 일본 오사카부 히가시오사카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극단 달오름의 김민수(50) 대표는 ‘일본에 사는 재일교포에 대한 연극을 하는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오사카를 근거지로 한일을 오가며 활동하는 달오름에서 연출과 배우를 맡고 있는 김 대표는 최근 NHK 아침드라마 ‘호랑이에게 날개’에 깜짝 출연해 일본 소셜미디어(SNS)상에서 화제가 됐다. 일본 최초의 여성 판사의 일생을 그린 이 드라마는 지난 5월 말 방영분에서 주인공인 사다 도모코 패전 후 남편을 잃고 방황하던 중 암시장에서 한 상인이 닭꼬치를 신문지에 싸서 건네주며 격려하는데 그 신문지에는 일본의 새로운 헌법 내용이 있었다. 주인공은 그 헌법 내용을 읽으며 법조인이 되겠다는 꿈을 다잡는데 이 상인 역할을 김 대표가 맡았다. SNS에서는 “일본에서 차별받는 조선인이 주인공에게 법 아래 모두가 평등하다는 헌법을 상기시켜주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가장 훌륭한 장면으로 꼽았다. 김 대표는 “지난해 말 NHK 프로듀서가 연극을 보러 와서 ‘중요한 역할인데 해줄 수 있겠느냐’고 제안이 왔다”며 “그 프로듀서가 ‘당시 일본 암시장에는 조선인들이 많이 일했고 이런 사실을 드라마에서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출연 당시 일부러 재일교포가 쓰는 듯한 일본어로 대사를 말해 더 현실감 있게 표현했다.재일교포 3세인 김 대표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연극에 관심을 가졌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2005년 극단 달오름을 창단했다. 어두운 밤길을 조금이라도 비춰주었으면 한다는 의미로 ‘달오름’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정규 단원은 김 대표를 포함해 4명이며 일본인도 한 명 있다. 김 대표의 장녀인 강하나(24)씨도 그중 한 명으로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학 중이며 그가 출연한 다큐멘터리 영화 ‘조선인 여공의 노래’가 다음달 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달오름은 매년 한 차례 창작 공연을 하는데 제주 4·3 사건을 피해 일본으로 온 피해자를 그린 ‘바람의 소리’는 올해 4월 제주에서도 공연됐다. 지난 12~14일에는 한센병으로 격리된 조선인 남성의 이야기를 그린 ‘섬 아저씨’로 관객들을 만났다. 김 대표의 연극은 그가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그려진다. 김 대표는 “바람의 소리는 재일교포 2세로 소설가인 어머니 김창생의 작품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으로 이번에 제주에서 공연할 수 있어 뜻깊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에서 도망친 사람들이 말도 모르는 일본 땅에서 지인을 찾고 살아가려는 사람들을 표현한 작품인데 출연한 일본 배우들도 자신이 맡은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많이 공부했고 그런 진심이 전해져서인지 실제 공연 땐 울먹인 관객들도 있었다”며 “다음에는 서울에서 공연해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이번에 공연한 섬 아저씨도 김 대표가 친하게 지낸 재일조선인 한센병 환자를 그린 작품이다. 김 대표는 “오카야마현에 한센병 환자 격리시설이 있는데 그곳을 다니면서 친하게 지낸 재일조선인 아저씨와의 추억을 표현했다”며 “한센병에 대해 젊은 배우들은 모르기 때문에 3달 반 동안 작품을 준비하는 동안 배우들과 함께 격리시설을 찾아 거주민들과 이야기하며 극을 완성해갔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내년 달오름 창단 20주년을 맞아 70년대 간첩단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을 구상 중이라고 했다. 그는 “내가 자라온 환경이 재일교포이기 때문에 실화를 소재로 작품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전만 해도 관객 비중은 재일교포와 일본인 반반 정도였다면 지금은 80%가 일본인 관객, 특히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많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관객들에게 설문지를 돌리는데 내용을 보면 오래 살아왔음에도 여전히 삶은 힘들며 그 울분과 한을 작품을 보면서 공감했고 한 가닥 희망을 느끼고 간다고 하는데 작품을 통해 일본인 관객과 소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평범한 일본 중·고등학교에서 달오름에 요청해 방문 공연을 하는 일도 늘었다고 한다. 일본 학교에서 역사 교육이 부실해지면서 이를 우려한 중견 선생님들이 인권 교육의 목적으로 달오름에 요청한다는 이야기다. 김 대표는 “일본 젊은이들에게 한국인은 K팝 스타를 이미지로 만들어진 인식이 강한데 일본에 사는 재일교포의 존재는 모르는 게 현실”이라면서 “공연은 물론 좌담회도 열어 재일교포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직접 학생들과 만날 수 있는 방법으로 연극을 고집하고 있지만 작품을 영화화해 언제든 필요할 때마다 보여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연극은 이처럼 모두가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며 만들어진다. 김 대표는 “(재일교포인) 자기 피를 원망하면서 산다는 아픔을 재일교포 청년들에게서 들을 때마다 본인이 나쁜 게 아닌데 왜 이렇게 힘들 수밖에 없는지 되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힘들다고만 할 게 아니라 일본 사회에서 살 수밖에 없다면 이러한 젊은이들이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좋은 사회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 “소방관 아저씨, 감사합니다”…초등생들 손편지 ‘훈훈’

    “소방관 아저씨, 감사합니다”…초등생들 손편지 ‘훈훈’

    초등학생 10여명이 소방관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손 편지와 직접 만든 간식을 들고 소방서에 찾아가 훈훈함을 안겼다. 지난 15일 오후 세종시 조치원 소방서에는 소방서 바로 옆에 위치한 신봉초등학교 4~6학년생 10여명이 찾아왔다. 이 특별한 손님들은 평소 등하굣길에서 마주치던 소방관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고사리손으로 작성한 편지와 직접 만든 간식을 들고 찾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빼뚤빼뚤한 글씨지만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가며 정성을 다해 쓴 편지에는 “저희의 목숨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화재 대응과 긴급 구조 등 다양한 활동으로 시민들을 지켜줘 고맙다는 내용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또한 “소방관님 덕분에 저희가 안심하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라거나 “저는 소방관님들을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라는 따뜻한 마음이 담긴 내용도 있었다.학생들은 이날 소방서 방문을 위해 며칠 전부터 소방관의 활동을 공부하고 편지를 썼으며, 오전에는 소방관들에게 전달할 간식을 만들었다. 편지와 간식을 전달받은 소방관들은 편지를 꼼꼼히 읽은 뒤 감사의 인사를 건넸으며 학생들에게 소방차 체험을 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호 조치원소방서장은 “어린이들의 편지로 우리가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며 “어린이들에게 받은 감동에 보답하고 신뢰받는 소방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실패해도 좋다” 뚝심의 정지선… 재계서 소문난 ‘우애 경영’ [2024 재계 인맥 대탐구]

    “실패해도 좋다” 뚝심의 정지선… 재계서 소문난 ‘우애 경영’ [2024 재계 인맥 대탐구]

    공식 행사 이외엔 외부 활동 자제과감한 도전 따른 실패 적극 격려“시작 전엔 신중, 몰입하면 추진력”한 동네 사는 동생 정교선이 우군 정지선(52)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공식 행사 이외 외부에 나서는 건 자제하는 ‘은둔의 경영자’로 분류된다.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은 건 물론 몇 년 전까지는 프로필 사진조차 따로 없었을 정도로 눈에 띄는 행보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수합병(M&A)과 사업 진출 등 경영에서만큼은 적극적이다. 신중하게 검토를 하다가도 확신이 들면 뚝심 있게 밀어붙인다. 타 유통업체들이 오프라인 규모를 줄이고 온라인몰 통합에 나설 때 현대백화점그룹은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고 온라인몰을 전문화하며 반대 행보를 보인 것도 정 회장의 확신이 바탕에 깔린 행보다. ●정주영의 ‘이봐, 해봤어?’가 삶의 모토 정 회장은 1972년 10월 20일 정몽근(82)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과 우경숙(73) 고문의 2남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서울 경복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사회학과를 다니다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하버드대 스페셜스튜던트 과정을 이수했다. 이후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아시아경제학을 공부했다. 1997년 현대백화점 경영관리팀에 입사한 그는 입사 4년 만인 2001년 이사로 승진했다. 그 뒤 2002년 기획관리담당 부사장, 2003년 부회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한 데 이어 2006년 12월 부친이 회장에서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면서 만 34세 나이에 사실상 현대백화점그룹 총수 자리에 올랐다. 범현대가의 다른 후계자와 비교하면 이른 나이에 승계가 이뤄졌으며 절차도 순조로웠다. 정 회장은 할아버지인 정주영 창업주와 부친 정 명예회장으로부터 ‘겸손하고 성실하라’는 조언을 수시로 들어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외부에 나서기보다는 조용히 경영에 몰두하는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평소에도 할아버지의 명언인 ‘이봐, 해봤어?’를 삶의 모토로 꼽는다. 정 회장은 부회장에 오르자마자 경기침체와 카드대란이란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선(先)안정 후(後)성장’ 전략을 구사했다. 비효율 점포 3곳은 물론 호텔현대를 매각하고 희망퇴직을 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005년 11월 전담 조직을 신설하며 뛰어든 할인점 사업도 과감히 접었다. 오히려 신중한 행보로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2010년 6월 ‘비전 2020’을 발표하면서 정 회장은 성장과 내실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며 토끼 인형 두 마리를 들어 보였다. 이때부터 정 회장의 공격 경영이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신규 점포를 연이어 열고 아울렛 사업, 렌털 사업, 면세점 사업권 획득 등이 정 회장 리더십하에 진행됐다. 김민덕 한섬 대표이사는 그룹 50년사에서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신중하게 따지지만 필요하고 또 해야 하는 일이라면 실패하더라도 추진하는 힘에서 회장님의 강점이 발휘된다”고 했다. 그는 과감하게 도전했다가 실패한 직원에게 격려를 보내는 ‘퍼스트 펭귄’ 포상을 시행했다. 도전에 실패할 때보다 실패가 두려워 현실에 안주할 때 위기가 찾아온다는 정 회장의 평소 지론이 반영됐다.●‘현대가 가풍’ 따라 형제 모두 연애결혼 정략결혼이 없는 현대가 가풍에 따라 정 회장도 연애결혼을 했다. 경복고 동창의 소개로 만난 황서림(52)씨와 2001년 결혼해 1남 1녀를 두고 있다. 황씨는 황산덕 전 법무부 장관의 손녀로 서울예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미술대학과 대학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1997년 삼성문화재단이 선정한 문화예술인재로 뽑혀 장학금을 받으며 미국 뉴욕대에서 미술관 경영을 전공했다. 이후 황씨는 1999~2000년 뉴욕근대미술관 뉴미디어부서에서 부지배인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일본 멀티미디어 작가인 마리코 모리의 스튜디오에서 어시스트로도 활동했다. 정 명예회장의 차남이자 정 회장의 동생인 정교선(50)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은 형과 마찬가지로 경복고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 무역학과를 나왔다. 이후 미국 뉴욕 아델파이대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거쳤다. 대학 시절 청바지와 면티를 입고 다니는 등 소탈한 편이어서 주변에서도 그가 현대가의 3세란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정 부회장은 2004년 현대백화점 경영관리팀 부장으로 입사했다. 이듬해 현대백화점 경영관리팀 이사로 승진한 후 그룹 경영의 중심인 기획조정본부 부사장·사장을 거쳤다. 2009년 현대홈쇼핑 대표이사 사장 겸 그룹 전략총괄본부장에 임명됐고 2012년엔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형과 함께 그룹을 이끌고 있다. 자동차부품 업체인 대원강업의 허재철 전 회장의 장녀인 허승원(49)씨와 2004년 결혼했다. 허씨는 이화여대를 나와 미국 컬럼비아대 치과대를 졸업한 인재로, 미국 국적자다. 두 사람 모두 뉴욕에 있는 학교를 다닌 덕에 유학 시절 자연스럽게 교제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둘 사이엔 3남이 있다. 사돈 기업인 대원강업은 현대차와 기아뿐 아니라 완성차 회사들에 스프링을 납품하고 있는 전통 있는 기업이다. 1946년 설립 이래로 허씨 일가의 오너 기업이었으나 2022년 허 회장이 맏사위 정 부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던 옛 현대그린푸드(현 현대지에프홀딩스)에 자신과 형제들 지분을 매각하면서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현재 현대지에프홀딩스(22.7%)뿐 아니라 현대홈쇼핑(7.67%), 현대쇼핑(2.4%)이 대원강업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허씨와 그의 동생 허수원씨도 2023년부터 꾸준히 지분을 매입하면서 각각 2.21%, 2.60%를 갖고 있다.● 인적 분할 무산 이후 단일 지주사 추진 정지선·교선 형제 사이는 매우 돈독해 재계에서도 ‘우애 경영’의 모범 사례로 본다. 각자 다른 승용차를 이용해 현대백화점 주요 점포와 계열사를 방문하다가도 떠날 때면 정 부회장이 형의 차에 같이 타면서 경영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두 사람은 모두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살고 있는데 걸어서 10분이 채 안 될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다. 형제 모두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전역했다. 특히 그룹이 지주사 체제를 전환하면서 형제 경영을 강화할 전망이다. 2022년 9월 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발표할 때만 해도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를 각각 인적 분할해 두 개의 지주사를 두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형제간 계열 분리 수순에 돌입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현대백화점 주주들의 반대로 인적 분할이 무산되면서 단일 지주사 체제로 계획을 수정했다. 현대그린푸드의 인적 분할 신설 법인인 현대지에프홀딩스 아래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를 두는 방식이다.현재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지분은 정 회장 39.7%, 정 부회장 29.1%, 정 명예회장 8.3%으로, 오너 일가가 보유한 합산 비율은 77.15%에 이른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정지선·교선 형제→현대지에프홀딩스→현대백화점·현대그린푸드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정 회장은 현대지에프홀딩스와 현대백화점에서, 정 부회장은 현대홈쇼핑에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한편 정 회장은 지난 5일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그린푸드 지분 12.67% (429만 3097주) 전부를 부인과 자녀, 조카들에게 증여했다. 황서림씨, 아들 정창덕(20)군, 딸 정다나(17)양에게 2.92%씩을 증여했고, 정 부회장의 세 아들인 정창욱(17)·창준(15)·창윤(12)군에게도 지분 1.3%씩을 동일하게 증여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번 증여가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현대지에프홀딩스 단일지주사 체제를 구축한 상황에서 증여가 이뤄진 데다 지주사 지분이 아니라 계열사 지분의 증여란 점에서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없다는 설명이다.● 사촌형 정의선·라이벌 정용진과 친분 정 회장은 현대가 안에서 사촌 형인 정의선(54)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친분이 두텁다. 사업상 조언도 받고 이외 문제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두 사람 사이 친분에는 양궁이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2005년 대한양궁협회장이 된 정의선 회장은 2011년 “현대백화점도 양궁단을 만들어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정지선 회장에게 제안했다. 이때 정지선 회장이 사촌 형의 제안을 받아들여 양궁단을 창단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현대백화점 여자 양궁단 소속 정다소미 선수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다. 정지선 회장은 정교선 부회장 등 가족과 함께 양궁 결승전을 찾아 응원에 나서기도 했다. 경복고 인맥도 막강하다. 경복고 선배로는 부친뿐 아니라 삼촌인 정몽구(86)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 구본준(73) LX홀딩스 회장, 이재현(64) CJ그룹 회장, 이재용(56) 삼성전자 회장 등이 있다. 정용진(56) 신세계그룹 회장은 경복고 4년 선배로 업계 라이벌임에도 친분이 두터운 편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용진 회장의 동생 정유경(52) 신세계 총괄사장의 남편인 문성욱(52) 신세계인터내셔날 부사장과 절친한 사이다. 정 회장과 문 부사장은 고교 동기 사이다. 또 다른 고교 동기로는 남궁훈(52) 전 카카오 대표, 윤인구(52) 아나운서 등이 있다. 고교 1년 선배인 조현상(53) 효성그룹 부회장과도 친분이 깊다. 지난 3월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은 정 회장은 기자들에게 “고인의 막내아들이 선배다. 유족을 위로해 드렸다”고 했다.
  • [최보기의 책보기] 10대, 차라리 처세술이라도 제대로

    [최보기의 책보기] 10대, 차라리 처세술이라도 제대로

    먼 과거에 전인교육(全人敎育)이라는 말이 학교 안팎에서 널리 쓰였다. ‘신체적 성장, 지적 성장, 정서적 발달, 사회성의 발달 등을 조화롭게 하여 넓은 교양과 건전한 인격을 갖춘 인간을 육성하려는 교육’이었다. 비슷한 말이 인간화 교육(人間化 敎育)이듯 학교는 ‘사람 만드는 교육’을 우선 하자는 취지였다. 그래서였을까? 선생님의 매는 사람 만들려는 사랑의 매이므로 때리면 때리는 대로 군말없이 맞아야 했다. 물론 사랑의 매를 빙자한 폭력의 매가 많아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기도 했지만 모든 학교의 목표가 오직 명문대 입학으로 굳어지면서 전인교육이란 말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지금 만약 어떤 선생님이 ‘아이들이 건전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인교육을 하자’고 주장한다면 그 선생님이 가장 먼저 전인교육을 당할 판이다. 공부는 배움(學)으로 지식 쌓기와 실천을 포괄하는데 학교는 공부가 아니라 대학입시문제 정답을 머릿속에 저장시키는 기능만 남았다. 그렇게 공부를 등한시하고, 오답은 버리고 정답만 암기시켰던 교육의 결과물인 엘리트들이 현대 사회의 중추로 자리잡은 후과(後果)를 나열하기에는 지면이 벅차다. 다름은 없고 틀림만 있는, 네가 있어야 나도 있다는 공존공생이 없는, 겸손은 힘들고, 관용과 배려는 사치일 뿐이며, 체면과 염치는 엿이나 바꿔 먹으라는 시대정신이 천지에 빛난다. 좋은 책을 많이 읽게 하는 것도 전인교육의 방편일 텐데 국민 독서량 폭락 시대에 학생이라고 특별히 책을 읽겠는가? 책 읽고 독후감을 내라는 과제를 내봐야 인터넷에 널려있는 독후감을 베껴서 내면 그만이다. 대학입시 정답도 없는 책 읽어봐야 시간낭비일 뿐이니까. 사정이 오죽하면 10대에게 처세술 책을 권하겠는가? 전인교육은 언감생심, 그렇게 독서와는 담을 쌓은 입시와 취업 기계로 사회에 진출할 바에는 ‘도리를 지켜라(과유불급),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방 관점에서 보려고 하자(역지사지), 비난하기에 앞서 이해하려고 노력하자, 양보하면 더 많이 얻는다’ 같은 처세의 기술을 가르치는 자기계발서라도 한 권 제대로 읽는 것이 그나마 국민과 나라에 도움이 될 것이다. 소위 자기계발이란 의지와 철학의 문제지 기술(테크닉)의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으로 가급적 자기계발서 추천을 피하는 입장에도 불구하고 『10대를 위한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를 권하는 이유다.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데스크 시각] 당신도 튤립에 물을 주고 계신가요

    [데스크 시각] 당신도 튤립에 물을 주고 계신가요

    3년 전 일이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대기업 임원인 A는 미국에서 경제학을 공부한다는 아들 자랑을 이어 갔다. “요즘 애들은 확실히 달라. 자기 유학 비용은 본인이 벌더라고. 뉴욕에서 공부하는 아들이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코인)에 투자할 거니 돈 좀 부쳐 달라고 하더라고. 첨엔 저게 돈이 될까 했는데 정말 무지했던 거지….” 그는 곧 휴대전화를 꺼내 아들이 투자했다는 NFT 작품들을 보여 주며 각각의 수익률을 이야기했다. 정확한 액수는 기억나지 않지만 투자 수익금이 최소 수천만원에 달했다. 저런 게 돈이 될까 싶었지만 예의가 아닌 듯해 토를 달진 않았다. 하지만 의심이 부러움으로 바뀌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다. 한 달쯤 지났을까. NFT 관련 뉴스들이 신문과 방송에서 쏟아졌다.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온라인 원숭이 그림(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을 마돈나, 에미넘 등 미국 연예인들이 수억원을 주고 샀다는 소식도 들렸다. 200년 전통의 세계적인 영어 사전 출판사인 영국 콜린스는 2021년의 단어로 ‘NFT’를 선정했다. 이쯤 되자 서점엔 NFT 투자 지침서가 깔렸고, 국내 기업들은 경쟁하듯 NFT 관련 벤처를 차리고 사업에 착수했다. “지금이라도 뭘 사야 하는지 A에게 물어볼까.” 갈등을 겪었다. 잊은 기억이 떠오른 건 한때 천정부지로 오르던 NFT 가치가 휴지 조각이 돼 버렸다는 기사 때문이다. 주요 NFT 500종의 가치를 합산 반영하는 지수는 최근 2년 6개월 사이 90% 넘게 폭락했다. 개별 작품 가치도 바닥까지 떨어졌다. NFT 거래 시장조사 업체인 댑갬블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NFT 컬렉션 7만 3257개 중 6만 9795개(95.3%)는 시가총액이 0원”이라고 밝혔다. 경쟁하듯 사업에 뛰어들었던 국내외 업체들도 앞다퉈 발을 빼는 모양새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디지털 토큰이면서 서로 교환이나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NFT는 한때 핫한 경제 키워드였다. 가상화폐와 같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디지털 자산의 한 축을 차지했다. 하지만 꺼져 버린 거품처럼 NFT를 언급하는 사람도 어느 순간 사라졌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경제학자 로버트 실러 교수는 ‘생각의 전염’이라는 개념으로 일련의 과정을 설명한다.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누군가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돌고 이런 소식은 마치 바이러스처럼 여러 사람에게 전파된다. 해당 자산 가격은 더 오르고 투자하지 못한 이들의 박탈감은 커진다. 이른바 포모(FOMO·소외 공포) 현상이 서서히 고개를 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돌아간다. 사람들이 비이성적으로 뛰어들면서 시장은 점점 과열되고 가격은 한없이 폭등한다. 실러 교수는 저서 ‘비이성적 과열’에서 시장은 근본적으로 비이성적이며 버블 형성과 붕괴로 점철된다고도 주장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다들 합리적인 척하지만 실제는 그리 이성적이지도 계산적이지도 못하다는 뜻이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투자상품이 나오고 사라진다. 이름도 개념도 복잡해 이해하기도 외우기도 힘들 정도다. 이자나 배당을 주지 않고, 중앙은행이 지급을 보장하지 않아도 누군가 큰돈을 벌었다는 소문에 사람들이 몰린다. 눈뜨면 폭등과 추락을 반복해도, 학자들이 내재가치를 측정할 수 없다고 수없이 경고해도 천문학적인 투자금은 쌓여 간다. 자본주의 역사상 최초의 버블 현상으로 꼽히는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버블 당시 튤립 뿌리 한 개로 집 한 채를 살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 와서 보면 비상식적이고 터무니없는 가격이지만 막대한 부를 얻을 수 있다는 소식에 농부와 하인, 빈민까지 시장에 뛰어들었다. 늘 그랬듯 버블을 키우는 것은 인간의 욕망이다. 40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세대도 여전히 또 다른 튤립에 물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유영규 경제부장
  • 맥가이버처럼 생각할 수 있다면… 세상 달라 보일까

    맥가이버처럼 생각할 수 있다면… 세상 달라 보일까

    과학자의 발상법‘수’ 통해 생각하고 상상하는 방법정량·미학 등 6가지로 구분해 설명삶은 공학문제 해결에 필요한 것 고민하기일반인의 ‘공학적 사고’ 사례 소개 1980년대 인기를 끌었던 외화 시리즈 ‘맥가이버’에는 물리학을 전공한 주인공이 다양한 과학기술 지식을 순간적으로 떠올려 위기 상황을 빠져나오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요즘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과학기술 전공자가 말하는 장면에서는 수학 기호나 물리 공식, 화학식 등이 떠다니는 그래픽을 합성해 사용하기도 한다. 수학자나 물리학자, 화학자 같은 과학자와 공학자들은 일반인들과 생각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과학자나 공학자처럼 생각할 수 있다면 세상이 달라 보일까. 그들처럼 생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과학기술인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방법을 알려 주는 책들이 잇따라 출간되면서 눈길을 끈다.‘과학자의 발상법’(김영사)은 과학기술의 언어라는 수를 통해 생각하고 상상하는 방법부터 이론의 한계를 발상의 전환으로 돌파한 사례까지 과학사를 통해 과학자의 사고 전략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저자는 과학자들의 생각법을 정량적, 보수적, 혁명적, 실용적, 미학적, 패러다임 전환의 발상 등 6가지로 구분해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과학은 인류 역사상 지식 창조에서 가장 성공적인 분야로 “과학은 지식 창출에 가장 성공적인 플랫폼”이라며 인공지능이라는 플랫폼의 시대에는 플랫폼이 만드는 최종 결과물에만 집착하지 말고, 그 구조와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익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 사고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흔히 과학과 공학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공학은 과학과는 또 다른 사고방식이 필요하다.‘삶은 공학’(윌북)은 공학을 배워 본 적이 없고, 기계를 다루는 것이 익숙지 않더라도 공학적 사고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유럽 여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뚝 솟은 중세 시대 고딕 양식의 성당이 일반인들도 공학적 사고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라고 저자는 말한다. 당시 성당을 만든 사람들 가운데는 수학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는데 그럼에도 여러 세기가 지나고도 살아남는 건축물을 남겼다는 것이다. 실제로 근대 과학이 발전하기 전, 수 세기 동안 공학자는 완전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혁명적인 건물과 물건을 만들어 냈다. 과학은 질문을 던지고, 관찰하고, 가설을 세우고 시험하고 분석하며, 해석하는 과정을 거쳐 진리를 찾았지만 공학은 과학적 지식의 한계보다 항상 바깥쪽에서 일해 왔다고 책에서는 강조한다. 내 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고민할 때 비로소 공학적 사고를 갖추게 된다고 말한다. 과학과 공학이 오늘날의 형태를 갖게 된 여정을 살펴봄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고민할 수 있으며 그런 고민을 가능하게 하는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들은 강조하고 있다.
  • “강동그랜드 디자인은 강동의 100년 내비게이션”[현장 행정]

    “강동그랜드 디자인은 강동의 100년 내비게이션”[현장 행정]

    강동을 수도권의 중심으로 육성17개 역세권 토대로 일자리 창출자연친화도시로 가는 액션 플랜 “강동구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한 내비게이션, 지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강동 그랜드 디자인’을 세우게 됐습니다.” 이수희 서울 강동구청장은 지난 10일 강동어린이회관에서 열린 ‘강동 그랜드 디자인 미래포럼’에서 강동 그랜드 디자인에 대해 “(도시계획은) 필요할 때마다 땜질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기본적인 밑그림이 필요하고 지향점도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구청장은 “서울시에서 수용해 줘야 하는 계획들인데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동구의 2040 도시발전계획 수립 프로젝트인 강동 그랜드 디자인은 1단계 기본계획을 마무리하고 2단계인 실행계획 수립 용역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날 포럼은 전문가, 구민들과 함께 강동 그랜드 디자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강동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김인희 서울연구원 도시공간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서울은 이제 싱가포르, 홍콩, 상하이, 도쿄 등 많은 경쟁자와 싸우고 있다”며 “서울의 가장 큰 장점은 시민 참여와 자치구들의 역량이다. 이제 25개 자치구의 역량이 점점 더 발휘돼야 하고, 자치구가 앞으로 할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강동 그랜드 디자인의 용역을 맡고 있는 권영필 보통과이상 도시건축사무소 대표는 “강동은 새로운 일자리 공간을 전략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며 “강동구의 가장 큰 장점은 17개 역세권이다. 역세권 중심의 새로운 일자리 공간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과거 강동구는 25개 자치구 가운데 하나, 즉 ‘25분의1’의 개념이었지만 이제는 수도권 중심 도시로 자리매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성장하는 광역수도권 중심도시 ▲아름다운 자연친화도시 ▲활력 있는 산업거점도시 ▲광역수도권 초연결도시 ▲역동적인 일상도시 등 강동 그랜드 디자인 5대 목표를 비롯한 주요 내용도 소개됐다. 이 구청장은 강동 그랜드 디자인이 계획 단계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실행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동 그랜드 디자인은 ‘몇 시에 일어나서 몇 시에 공부하겠다’고 계획만 짜 놓고 지키지 않는 ‘방학 생활계획표’가 아닙니다.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 “남자는 軍복무 4개월 더 해라”…의무복무 3년으로 늘어난 ‘이 나라’

    “남자는 軍복무 4개월 더 해라”…의무복무 3년으로 늘어난 ‘이 나라’

    이스라엘이 남성의 군 의무복무 기간을 32개월에서 36개월로 늘린다. 이스라엘은 남녀 구분없이 만 18세 이상의 모든 국민에게 병역 의무를 지우는 나라로, 현행법상 남성은 32개월, 여성은 24개월 동안 군에서 복무해야 한다. 12일(현지시간) 하레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스라엘 안보내각은 전날 회의에서 남성 군 복무를 4개월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복무 연장안은 14일 전체 각료회의 의결을 거쳐 크네세트(의회)에서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해당 법안이 승인되면 향후 8년간 유효하다. 여성 의무복무 기간은 따로 언급되지 않았다. 이번 조치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의 전쟁, 레바논 국경에서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대립하는 가운데 나왔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병력 부족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몇 달간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징집병 복무 기간을 36개월로 늘려야 한다고 정부와 의회에 요구해왔다.또 요아브 갈란트 장관은 유대교 초정통파 ‘하레디’ 남성에게 적용되는 군 면제 혜택을 비판했다. 현행법상 하레디 남성들은 유대교 경전을 공부한다는 명목으로 종교 교육기관인 예시바에 등록하면 매년 1년 단위로 군복무를 연기할 수 있다. 일부 남성들이 군 복무를 면제 받고 있는 가운데 다른 남성들의 복무 기간을 늘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하레디는 현재 이스라엘 전체 인구의 12%가량으로 추산되며, 이 가운데 현재 징병 대상자는 대략 6만 700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갈란트 장관은 내달부터 하레디 남성들 또한 징집할 것이라며 완강한 입장을 드러냈다. 이스라엘 고등법원은 지난달 하레디를 의무적 군 복무에서 면제할 법적 근거가 더 이상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 ‘야신’ 김성근 감독, ‘선수 혹사’ 논란에 “선수들 돈 벌게 해줘야”

    ‘야신’ 김성근 감독, ‘선수 혹사’ 논란에 “선수들 돈 벌게 해줘야”

    김성근 야구 감독이 ‘혹사 논란’에 입을 열었다. 지난 12일 오후 방송한 MBC TV ‘심장을 울려라 강연자들’에서 야구계의 전설적인 지도자, 김성근 감독이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섰다. 김 감독은 “제가 연습 많이 시킨다고 하는데, 그건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제가 해야 할 일은 선수에게 돈을 벌어다 주는 거다. 내가 훈련 안 해주면 선수들이 갈 곳이 없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82세인 김 감독은 1982년부터 현재 ‘최강야구’까지 최장기간 야구 감독으로 활약하며 7개 구단 감독을 역임한 프로 야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김 감독은 자신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말 안 듣는 사람으로 소개하며 “저는 정당하지 않은 건 싫다, 그래서 아마 대한민국에서 제일 많이 잘린 사람 아닌가”라고 시작했다. 그는 “제가 이 나이까지 야구 감독하기도 어려울 때는 있다”라며 “경기 전날에는 새벽 3시까지 공부할 때도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은 “한계라는 의식을 가진 것 자체가 틀렸다, 한계는 없다, 생각하니까 한계가 나오는 것이다”, “사람은 앞으로 가지 뒤로 가지 않는다, 한계 설정은 뒤로 가는 사람들의 말이다”라고도 했다. 김 감독은 현재 JTBC 스포츠 예능물 ‘최강야구’로 재조명되고 있다.
  • 강서구 “로봇 교실에서 놀면서 공부하자!”

    강서구 “로봇 교실에서 놀면서 공부하자!”

    “로봇 교실에서 놀면서 공부하자!” 서울 강서구는 여름방학을 맞이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로봇 교실’을 개최한다고 12일 밝혔다. 서울시-자치구 교육지원 협력사업인 ‘강서 디지털 새싹 틔우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오는 8월 3일부터 25일까지 매주 토요일, 일요일에 운영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지역 내 초등학교 4~6학년 320명을 대상으로 하며, 마곡에 위치한 로보티즈와의 협력으로 로보티즈 사옥(마곡중앙5로1길 37, 1층 교육장)에서 1일 3시간씩 진행된다. 학생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인공지능 활용법을 배우고, 로봇을 직접 조립하며, 프로그램 코딩을 통해 3종 미니대회도 체험할 수 있다. 참가를 원하는 학생들은 오는 15일 오전 9시부터 22일 오후 6시까지 구 누리집 공지사항에 있는 QR코드를 통해 8회 중 원하는 날짜를 선택하여 신청하면 된다. 진교훈 구청장은 “디지털 대전환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융합형 미래인재 양성을 위해 AI를 접목한 로봇교실을 운영한다”라며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필수역량이 될 인공지능의 영역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 임춘대 서울시의원, 해누리중학교 교실 증축 및 운동장 사용 문제 논의 위한 간담회 개최

    임춘대 서울시의원, 해누리중학교 교실 증축 및 운동장 사용 문제 논의 위한 간담회 개최

    서울시의회 임춘대 의원(국민의힘·송파3)은 지난 9일 송파구 가락1동 해누리중학교에서 교실 증축 및 운동장 사용 문제 논의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9510가구 규모의 헬리오시티아파트 단지에 있는 해누리중학교의 학생 수는 지난 2019년 325명에서 올해 710명으로 2배 이상 증가해 학급수가 부족한 상황으로 교실 증축이 시급하다. 그런데 교실 증축을 할 경우, 현재 사용하고 있는 운동장 면적 감소는 필연적이어서 체육 수업 부족 등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가능성이 매우 높아 대체 운동장 마련 문제 해결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서울시교육청과 학교 관계자, 학부모 등이 참석했으며 교실 증축 일정과 내용, 교실 증축에 따른 운동장 면적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에 대한 설명과 논의가 진행됐다.임 의원은 운동장 면적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학교에 인접한 탄천유수지 운동장을 일부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며, 학교에서 유수지 운동장으로 학생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통로 설치 방안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임 의원은 “학생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교실 증축이 최대한 빨리 진행되도록 노력하고, 관계기관과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안전하게 유수지 운동장을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파주에서도 기아 전기차 공유 서비스 ‘위블 비즈’ 운영

    파주에서도 기아 전기차 공유 서비스 ‘위블 비즈’ 운영

    기아는 전기차 공유 서비스인 ‘위블 비즈’를 15일부터 경기 파주시에서 신규 운영한다고 12일 밝혔다. 위블 비즈는 기업이나 기관이 정해진 업무시간 동안 전기차를 구독해 평일에는 업무용으로 사용하고 그외 시간에는 출퇴근 혹은 주말 레저용으로 차량을 이용하도록 하는 친환경 공유 서비스다. 파주시에 도입되는 위블 비즈 차량은 니로EV 10대다. 평일 업무시간에는 파주시청 공무원들이 업무용으로 사용하고 야간과 주말에는 지역 주민 또는 지자체 소속 공무원이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할 수 있다. 사용을 원하는 경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전기차를 예약할 수 있으며, 전용 주차 구역에서 키 없이도 편리하게 차량을 픽업하고 반납할 수 있다. 위블비즈는 경제적이고 편리하게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경기 광명시와 화성시, 경상남도 등 다양한 지자체에서 활용 중이다. 기아는 전기차 보급이 확대로 탄소 배출저감에 기여는 물론 자가용 운행 감소와 주차 공간 최적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측은 2028년까지 국내 40여개 공공부문에 위블 비즈를 확대하고 500대의 이상의 전기차를 운영하는 등 전국 단위로 사업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 [열린세상] ‘경요세계’ 한일 관계를 위하여

    [열린세상] ‘경요세계’ 한일 관계를 위하여

    필자는 지난주 한일 관계 세미나 참석차 일본 시즈오카에 갔는데 한일 우호의 상징인 세이켄지(淸見寺)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조선통신사의 역사와 의미, 그리고 당시 한일 교류에 담긴 정신을 배우는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시즈오카시에 자리한 세이켄지는 1607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첫 조선통신사를 환대해 숙소로 제공했던 곳이다. 이후 10회 이상 이곳을 거쳐간 조선통신사 가운데 관료, 문인, 화가 등이 있었는데 일본인들과 교류하며 남긴 시, 그림, 글씨 등이 문화유산으로 남아 있었다. 2017년 한일 양국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공동 등재한 ‘조선통신사에 관한 기록’ 총 111건 333점 중 세이켄지가 갖고 있는 소장품은 무려 48점이나 된다. 도쿠가와 막부 거점지인 시즈오카 내 세이켄지의 문화유산을 통해 일본인들이 조선통신사를 얼마나 소중히 접대하고 교류를 중시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세이켄지 안에는 이치조 분쇼 주지 스님과 문화재 해설자가 유독 강조하는 현판이 있었다. 본당 옆 종루의 편액 ‘경요세계’(瓊瑤世界)였다. 그 현판의 글씨는 조선통신사 중 한 명이었던 박안기가 쓴 것인데, 박안기는 조선의 천문학자로 일본 천문학자에게 칠정산을 전수해 일본 최초의 천문 계산법이 될 수 있도록 도운 인물이다. ‘경요세계’는 두 개의 옥구슬이 서로를 비춘다는 의미로 당시 박안기는 조선과 일본이 서로 신뢰하고 교류하면서 좋은 관계가 되자는 취지로 글을 남겼다고 했다. ‘경요세계’는 그야말로 한일 관계의 가장 이상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 아닌가 싶었다. 조선통신사는 1607년부터 1811년에 이르기까지 에도막부에 조선의 국서를 전달하고 답서를 받는 것, 그리고 예물을 교환하는 것이 가장 주된 업무였다. 에도막부는 통신사가 머무는 동안 융숭한 대접을 했다. 통신사가 한양을 출발해 에도까지 왕복하는 데 최소 5개월에서 1년 가까이 소요됐다고 한다. 지금이야 비행기로 두 시간 이내면 갈 수 있는 곳을 긴 시간을 거쳐 험난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200년 이상 통신사 왕래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조선과 일본 모두에게 공동의 목표와 이익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일 교류의 상징인 조선통신사의 업적과 교류 정신을 기리기 위한 행사는 2000년대 초반 이후 한일 의원 간, 청소년 교류 차원, 지자체 간에도 정기적으로 다양하게 이어져 왔다. 부산에서는 조선통신사가 하나의 축제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2018년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과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코로나 등의 악재로 일제히 행사가 중단됐다. 물론 코로나 변수가 컸겠으나 한일 정치외교 갈등이 고스란히 인적 교류, 문화 교류에 투영됐고 한일 관계는 후퇴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일 관계가 다시 안정되면서 급속도로 인적 교류가 확대되는 추세다. 조선통신사 행사가 재개됐고 한일 지자체 간 교류도 회복되고 있다. 한일 간 왕래 인구도 1000만명 시대를 앞두고 있다. 무엇보다 일본 내 K팝과 한류에 대한 열풍은 가히 놀라울 정도다. 이 영향으로 일본의 10대들 가운데 30% 이상이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한일 관계에서도 관심 영역이 변화하고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역사 갈등을 뛰어넘는 한일 간 인적ㆍ문화적 공감대의 확장은 한일 미래세대에게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고 후퇴하지 않는 한일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성세대가 과거나 현재가 아니라 미래 관점에서 정책을 만들고 지원해야 한다. 내년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다. 이를 계기로 새로운 한일 간 선언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새로운 선언을 도출하려면 시대 변화에 맞는 한일 간 공동의 비전과 목표에 대한 인식이 먼저 공유돼야 한다.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해서는 400여년 전 조선통신사의 ‘경요세계’ 의미를 녹여 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숙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파리 하늘에 태극기 휘날리며[파리 올림픽 주인공은 나!]

    파리 하늘에 태극기 휘날리며[파리 올림픽 주인공은 나!]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프랑스 하늘에 태극기를 휘날리러 갑니다.” 한국 여자유도의 간판 허미미(22·경북체육회)가 2024 파리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최근 적어 낸 출사표다. 무엇을 물어봐도 생글생글 미소와 까르르 웃음을 주체하지 못하는 소녀 같은 모습 속에서도 단단한 결기가 느껴진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허미미는 태극기가 이렇게 큰 의미로 다가올지 몰랐다. 허미미는 재일교포 3세로 일본에서 나고 자랐다. 아버지가 한국, 어머니는 일본 국적이다. 조부모는 모두 한국 국적. 선수 출신 아버지를 따라 여섯 살 때 유도를 시작했다. 운동 능력을 타고난 허미미는 중3 때인 2017년 전일본중학선수권을 제패하며 주목받았다. 고교 때는 전국 상위 3위 안에 드는 등 유도의 본고장에서도 손꼽히는 유망주였다. 그랬던 그가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뛰고 있다. 할머니의 유언 때문이다. 2019년 경북 경산에서 열린 전국청소년선수권에서 우승하며 잠시 한국 청소년 대표로 활동하기도 했던 손녀에게 2021년 세상을 뜬 할머니는 “꼭 한국에서 국가대표가 돼 올림픽에 나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래서 한국행을 선택한 허미미는 2022년 2월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57㎏급)을 통과하자마자 국제대회를 휩쓸며 침체기에 빠진 한국 유도의 샛별로 솟았다. 초중고 내내 일본 학교에 다닌 허미미는 한국에 와서 배우는 게 많다. 주변의 도움으로 자신이 경북 군위 출신 독립운동가 허석의 후손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한국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며 삼일절의 의미도 깨달았다. 이중국적자였던 그는 지난해 생일을 앞두고 일본 국적을 포기해 온전히 한국 국적만 갖게 됐다. 친구들을 사귀다 보니 한국말도 제법 능숙해진 허미미는 한창 애국가를 공부하는 중이다. 지난 5월 한국 여자유도 선수로는 29년 만에 세계선수권 정상을 밟았을 때 애국가 연주를 들으며 눈물이 핑 돌았는데 파리 시상대에서는 목청껏 불러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기술을 중시하는 일본 유도에 체력을 강조하는 한국 유도가 겹치며 경기력도 물이 올랐다. 한국 여자유도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미정 대표팀 감독은 “무게중심이 안정적인 데다 잡기가 좋아 몸이 넘어가서 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제자의 강점을 설명한다. 허미미는 “뽑아 메치기가 주특기라는 걸 상대 선수들이 다 알고 있기 때문에 반대쪽 앉아 메치기도 훈련 중”이라고 귀띔했다. 태극마크를 단 지 한 달 만에 트빌리시 그랜드슬램에서 우승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1월 포르투갈 그랑프리를 2연패할 때까지 6차례나 국제대회 정상을 밟았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하파엘라 시우바(브라질),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노라 자코바(코소보) 등 강자도 꺾어 봤지만 허미미에게 올림픽 금메달은 ‘설마’였다. 그러다가 세계선수권을 제패하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할 수 있다’는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다. 한국 유도 전체로는 12년, 한국 여자유도로는 28년 만의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는 허미미는 대회 개막이 가까워질수록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난다고 했다. 그는 “할머니 말씀이 없었다면 이렇게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 나도 없었을 거다. 한국 대표팀인 게 자랑스럽고 행복하다. 파리올림픽에서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 “번역은 죽은 사람과의 대화”… 詩를 번역하는 철학자[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번역은 죽은 사람과의 대화”… 詩를 번역하는 철학자[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철학은 새로운 개념을 만들고시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결국 시와 철학의 목표는 같아 여기, 시를 번역하기 위해 시인이 된 철학자가 있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번역가 박술(38)이다. 열일곱, 독일로 떠나며 챙겼던 ‘기형도 전집’은 유학 생활의 큰 위안이었다. 줄곧 시를 번역하고자 했으나 시심(詩心)에 가닿는 일은 난망했다. 그렇게 습작을 시작했는데 덜컥 지방의 한 문예지에 당선됐다. 지금도 시를 쓰곤 있지만 더욱 신경을 쏟는 일은 시 번역이다. 독일 힐데스하임대 철학과 조교수로 강단에도 오르며 시와 철학의 관계를 들여다보고 있다. 11일 그와 화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범상치 않은 첫인상 뒤로 그가 살고 있는 뮌헨의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 “이 책을 소화했다는 걸 보여 주는 것에 번역자의 욕망이 숨어 있다. 동시에 번역은 죽은 사람과의 대화로 일종의 ‘빙의’인 것 같기도 하다. 엄청 중독적이다.” 독일에서 태어나진 않았지만 할아버지를 비롯해 가족 전체가 독일과 연이 깊었다. 심리적 거리가 가까워서일까. 고1 때 혈혈단신 독일로 훌쩍 떠나 공부를 시작했다. 서울 남산에 있는 주한독일문화원에서 한 달간 배운 독일어가 전부였지만 그래도 언어에 재주가 있어 큰 무리는 없었다. 놀라운 건 지금 그가 구사할 수 있는 언어의 개수다. 한국어·독일어·영어를 기본으로 일본인 아내 덕에 일본어도 읽을 수 있으며 산스크리트어도 사전과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 한문에도 꽤 조예가 깊어 중국어 텍스트도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다. 많이 까먹긴 했지만 학창 시절엔 히브리어도 읽을 줄 알았단다. “한국 문학이 이렇게 주목받은 건 처음이었다. 독일 문학 세기의 명연설로 꼽히는 파울 첼란의 ‘자오선’(1960년 뷔히너상 수상연설)에 비긴다고 현지 언론이 말할 정도였으니. 낭독회에도 100명 넘게 모였다. 시 번역을 더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다.” 박술은 지난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시 페스티벌에서 김혜순 시인이 ‘혀 없는 모국어’라는 제목의 연설문을 낭독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이때 시를 독어로 옮겼던 인연으로 박술은 독일의 시인 울리아나 볼프와 함께 김혜순의 ‘죽음의 자서전’을 독일에 소개할 기회를 얻었다. 얼마 전 원고를 다 넘겼고 내년 초 현지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그는 “현지 유력 출판사와 상당히 좋은 조건에 계약했다”고 귀띔했다. 올해는 시인 김현과 황유원이 초청됐는데, 이들의 시도 박술이 옮겼다. 김혜순 이후 독일에서 한국시의 물꼬가 터진 것. 박술이 없었다면 어려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한국어는 주어가 없어도 말이 된다. 독어에선 아니다. 주어를 슬쩍 없애도 동사 변화에서 들통이 나니까. 난감할 때가 많다. 한번은 김혜순 선생님께 한 문장을 보여 주며 ‘이건 몇 인칭입니까’ 물었더니 ‘6인칭이나 7인칭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하시더라…. 결국 번역자인 나의 선택이었다.” 학부부터 박사까지 철학을 공부했다. 비트겐슈타인과 니체에 탐닉했던 세월이었다. 올해 카프카 100주기를 맞아 이달 초에는 ‘위로 없는 날들’(다)이라는 그의 ‘파편집’을 한국어로 펴내기도 했다. 파편집이라는 말은 다소 낯설지만, 책을 열어 보면 무슨 말인지 금세 알게 된다. 소설도 일기도 아닌 것이 잠언 같기도 하고…. 짧고 알쏭달쏭하면서도 매혹적인 문장 109개가 수록됐다. 이거, 혹시 시 아닌가. “철학과 시는 떼려야 뗄 수 없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걸 ‘언어로’ 끝까지 밀어붙인다. 그러니 형식이 해체되고 글이 파편화되겠지. 철학은 새로운 개념을 만들고 시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든다. 그런데 개념과 이미지는 모두 언어로 포섭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론과 실존에 더해 미학까지 품은 시와 철학의 목표는 결국 같다.”
  • “해리스 ‘트럼프에 대항 가능’ 여론조사 땐 바이든 하차할 수도”[황성기의 오쿨루스]

    “해리스 ‘트럼프에 대항 가능’ 여론조사 땐 바이든 하차할 수도”[황성기의 오쿨루스]

    美대선 관전 포인트는민주당 해리스로 단일화할지 관건뉴섬 지사 부통령 후보 되면 해볼 만트럼프 당선 땐 미사일 국한한 협상대북 제재 일부만 해제할 가능성도 美대선 이후 미중 관계바이든, 마라톤처럼 충돌 않고 협력트럼프는 레슬링처럼 경제 옥죌 것中, 대만 침공 가능성 현재론 낮지만시진핑 생각 몰라, 억지력 유지해야 美대선 4년 뒤가 더 걱정미국 내 정치·경제·사회문제 분출로공화 보수 vs 민주 좌파 후보 가능성 둘 다 국제 문제 개입 않는 고립주의 한국·일본 등 동맹에 미칠 영향 우려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보다 4년 뒤인 2028년 대선이 더 걱정이다.” 미국 정치 전문가인 모리 사토루 일본 게이오대학 법학부 교수는 “4년 뒤 정치·경제·사회 문제로 미 공화당 보수파와 민주당 좌파 진영에서 대선 후보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들 세력 모두 동맹국과 거리를 두는 고립주의 성향이 강하다”면서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는 한국과 일본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모리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미사일에 한정해 북한과 협상을 벌여 대북 제재를 부분 해제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바이든과 트럼프의 첫 TV토론에서 트럼프가 압승한 뒤 바이든 교체론이 거세다. 미 대선 상황을 어떻게 보나. “민주당 내 바이든 교체론이 멈추지 않으면서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 대망론’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전역에서 연설하게 될 해리스 출마 목소리가 높아지고 트럼프에 대항할 수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 바이든이 해리스를 후계자로 지명할 수도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 때 해리스로 후보를 단일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같은 유력 후보와 경합하면 당내 결속이 흐트러진다. 해리스가 대통령 후보, 뉴섬이 부통령 후보가 되면 트럼프에 대항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은 상당한 열기를 갖고 대선에 임할 수 있다. 다만 해리스(전 캘리포니아주 민주당 상원 의원), 뉴섬 모두 캘리포니아와 관계가 깊다. 미국 전역의 유권자가 볼 때는 부정적 조합인 측면도 있다. 바이든이 하차할 경우 후임 대통령·부통령 후보를 정하고 바이든이 그 두 후보들을 보증하는 형태라면 혼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최종심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박탈되는데, 미국은 어떤가. “미 대통령 선거는 그대로 진행될 것이다. 과거 옥중에서 대통령 선거에 나왔던 사람도 있다. 미국의 헌법, 법체계에는 유죄라고 해서 피선거권을 잃는 명문 규정이 없다.” -트럼프의 유죄가 확정돼도 4년 임기를 채울 수 있나.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라 어떤 법적인 수단이 있고 제대로 통치할 수 있는지는 예측 불가다. 감옥에서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비서가 왔다갔다할 수도 있다.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셀프 특사’라는 수단을 쓰는 방법이 모색될 것이다. 교도소에 투옥되는 게 아니라 자택 연금 가능성도 있다. 그 자택이 백악관이라는 설도 있다.”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북한 김정은과의 대화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은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면서 핵 억지력을 증강하고 있다. 지난 5월에 한일중 정상회의가 있었지만 중국도 한일과의 협력을 안보 이외의 면에서 증강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 협력을 하고 있다면 미국은 한일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중국도 한일과 의 협력을 심화시키는 환경이다. 북한 입장에선 불리한 상황이다. 미국에서 정권 교체가 일어나고 미국이 북한과 교섭하려는 자세를 보이면 북한도 이를 현 상황을 타개하는 기회로 보고 협상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탐색할 것이다. 트럼프 본인이 미북 대화를 얼마나 깊이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1차 정권기(2016~2020년) 때 봤듯이 북한이 미국에 도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멈추면 제재 일부 해제 등 보상을 주는 거래를 할 공산이 있다. 중국에 대한 억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측근 입장에선 북한을 최대한 안정시켜 놓고 중국에 집중하려 할 것이다. 대만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북한이 움직이지 않도록 북한과의 관계 안정화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북한 미사일만 다루고 핵은 그 뒤의 교섭에 맡긴다든가 하는 형태로 갈 수도 있다.” -북한의 핵을 현 수준에서 동결한 뒤 대북 제재를 풀어 준다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한국의 핵무장 얘기가 나온다. 일본은 어떻게 보나. “여러 가지 반응이 있을 것이다. 한국 핵무장이 미국의 승인 아래 이뤄진다면 일본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올 것이다. 오히려 중국과 대항해야 하는 일본에 핵무장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나올 것이다. 그렇지만 핵무장으로 인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면 핵연료를 입수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 불이익을 생각한다면 일본으로서는 핵을 갖지 않는 게 현명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일본 국민은 핵 공격을 받은 나가사키·히로시마의 경험이 있다. 핵보유, 독자 핵무장에 대한 정치적·사회적 장벽이 대단히 높기 때문에 한국이 핵을 가진다고 해서 우리도 가지자는 분위기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트럼프가 북한의 핵미사일 동결을 원할까. “북한이 핵 동결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미국에 도달하는 미사일 개발은 멈출 수 있겠지만 핵 개발은 계속할 것으로 본다. 미국에서 북한 핵보유를 인정하는 공식 성명이 나오면 비핵화의 전환점을 맞는다. 다만 그걸 트럼프가 용인할까. 외교안보 측근이나 미국 의회를 생각하면 거의 불가능한 일로 여겨진다. 트럼프가 미국에 도달하는 미사일 동결을 말하고 있지만 트럼프 혼자만의 방침으로 결정될 문제는 아니다. 미국 내에서 반발이 있을 것이다.” -미 대선 이후 미중 관계는. “먼저 바이든부터. 그는 충돌하지 않고 경쟁하되 가능한 분야에선 중국과 협력한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하마스 분쟁에 상당한 에너지를 쏟아야 하기 때문에 중국과의 긴장 관계는 바람직하지 않다. 군비 경쟁도 꺼린다. 바이든은 국내 정책에 돈을 투입하고 싶어 한다. 대중 관계의 안정화, 안정된 경쟁을 하려고 할 것이다. 반면 트럼프는 중국 문제를 안전보장 면에서 보는 게 아니라 경제 면에서 본다. 미국 여론조사를 보면 대중 관계에서 가장 큰 문제는 경제다. 트럼프는 경제라는 렌즈로 중국을 보고 있다. 관세를 60% 인상하는 형태로 경제 교섭에 전념할 것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 대표가 경제 각료가 된다면 중국의 산업보조금 폐지 등에 집중해서 관세를 올려 보조금을 중지시키든가 하는 교섭이 치열해질 것이다. 다만 트럼프 외교안보팀은 대만 사태를 염두에 두고 방위력을 강화하면서 군비 증강을 하고 싶어 할 것이다. 즉 대통령과 외교안보팀은 각각 다른 렌즈로 중국을 보는 것이다. 의회는 의회대로 인권 문제를 거론할 것이다. 군비 경쟁, 가짜뉴스 등 폭넓은 쟁점으로 비판적인 대중 관계를 형성해 나갈 것이다. 공화당 정권이 되면 굉장히 까칠한 대중 관계가 예상된다. 비유를 하자면 바이든 정권은 마라톤이다. 국력 경쟁 면에서 누가 발전해 세계를 리드할 수 있는가 생각한다. 반면 트럼프 정권은 레슬링이다. 상대방을 옥죄서 양보를 받아 내는 타입이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 취임 이후 중국의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이 커졌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행동을 결정짓는 요소는 무엇인가. “두 가지다. 첫째, 대만이 독립을 선언하는 것이다. 중국은 평화적인 통일이 안 된다고 보고 무력을 쓸 것이다. 둘째, 미국의 대중국 억지력이 극적으로 줄어들면 대만 침공이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극단적인 조건이 되지 않는 한 중국이 서둘러 통일을 해야만 하는 이유는 없다는 견해가 많다. 인민해방군이 대만 전부를 제압할 수 있는 군사태세인 것도 아니다. 게다가 중국 경제도 침체돼 있고 상황이 여의치 않다. 중국에 불리한 환경에서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은 낮다. 그렇지만 준비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여러 국가의 역사를 보면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지점에서 군사행동을 일으키는 사례가 꽤 있다. 러시아가 그렇다. 시진핑이나 측근의 생각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서프라이즈가 일어나지 않도록 억지력을 유지해야 한다.” -대만 사태가 나면 일본 자위대를 파견하나. “절대 아니라고 본다. 미군의 대만 방위 작전을 지원하는 게 일본 최대의 목적이다. 지금까지의 일본 방위를 역할 분담 측면으로 보면 미국은 창, 일본은 방패다. 이번에 반격 능력을 얻게 됨으로써 일본은 부분적으로 창을 갖게 됐다. 일본이 방패와 창을 갖추게 됨으로써 달라지는 점은 창 역할의 미국이 대만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대중 억지력을 높이는 셈이다.” -중국이 한일에 대해서 유화적인 태도로 변했는데. “그 첫 번째 이유는 경제다. 지금까지 중국은 위압적이었다. 하지만 경제가 침체하는데도 똑같은 태도라면 투자는 빠져나가고 중국 리스크가 커진다. 태도를 유연하게 바꿔서 불안을 줄이는 것이다. 두 번째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 연대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미일, 미일, 미일·필리핀, 미일·호주가 그렇다. 그런 점이 동기가 돼 전략적으로 대화 공세에 나서는 것이다.” -포스트 바이든·트럼프 시대의 미국 정치 전망은. “공화당엔 온건파(국제주의)와 보수파(고립주의)가, 민주당엔 중도파(국제주의)와 좌파(고립주의)가 있다. 2025~2028년 미국 내에서 분출하는 정치·사회·경제 문제로 민주당 좌파가 세력을 키우고 공화당도 민주당 좌파에 대항하는 보수파에서 대통령 후보가 나올 수 있다. 양쪽 모두 고립주의다. 프랑스 등 유럽이 미국으로부터의 전략적 자립을 얘기한다. 하지만 미국의 고립주의를 수용해 유럽이 자립하게 되면 힘들어지는 쪽은 유럽이다. 유럽이 미국으로부터 자립하게 되면 동맹국에 등을 돌리는 미국의 고립주의는 가속화할 것이다. 유럽의 자립 전략은 비판받아야 한다.” ●모리 사토루 교수는 교토대를 나와 일본 외무성 관료로 들어갔다가 5년 반 만에 퇴직하고 더 공부해 교토대 석사, 도쿄대 박사를 거쳤다. 미중 관계를 포함한 미국의 아시아 전략, 국방 이노베이션 등이 전문 분야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의 향방’ ‘강국 중국과 대치하는 인도태평양 제국’ 등의 저서가 있다. 호세이대 교수를 거쳐 2022년부터 게이오대에 재직 중이다. 51세.
  • 아빠뻘 직원 ‘쿵’ 쓰러지자 한걸음에…“목숨 구해준 학생들 찾아요”

    아빠뻘 직원 ‘쿵’ 쓰러지자 한걸음에…“목숨 구해준 학생들 찾아요”

    대학 학생 식당에서 쓰러진 50대 남성 직원이 학생들의 신속한 응급조치 덕에 의식을 되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오전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의 학내 커뮤니티 자유게시판에 ‘참슬기 식당에서 선행을 베푸신 학생들을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학내 후생 식당 담당자는 이 글에는 “식당에서 쓰러지신 생활관 근무자분이 의식을 되찾고 병원에 가시기 전까지 심폐소생을 진행해 주신 학생, 함께 상태를 살펴주신 학생, 그리고 구급차를 불러주신 학생을 찾는다”고 밝혔다.사연은 이러했다. 중앙대 생활관 근무자인 A씨는 지난 5일 오전 11시 30분쯤 중앙도서관 앞 학생식당에서 식판을 들고 배식 순서를 기다리다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당시 폐쇄회로(CC)TV에는 A씨가 한쪽 무릎을 꿇더니 ‘쿵’ 하고 뒤로 쓰러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배식 후 식판을 들고 이동하다 이를 목격한 송기철(26)씨는 식판을 내려놓고 한걸음에 A씨에게 가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 A씨에 앞서 배식받던 송씨 동기도 곧장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119에 신고 전화를 걸었다. 멀리서 식사 중이었던 의학전문대학원생 B씨도 달려와 A씨의 상태를 살폈다. 송씨와 B씨는 이후 5분여간 번갈아 가며 심폐소생술을 시행했고, 의식을 되찾은 A씨는 119구급차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학생들의 발 빠른 응급조치 덕에 무사히 회복한 A씨는 학내 후생 식당 담당자에게 부탁해 학내 게시판에 도움을 준 학생들을 찾는 글을 올렸다. 이런 사연이 전해지자 중앙대는 10일 언론에 “아직 구체적인 포상 등의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선행을 치하하기 위해 학생들을 수소문했다”고 밝혔다.일단 맨 처음 A씨에게 달려가 심폐소생술을 시도한 송씨는 약학대학 5학년으로 알려졌다. 송씨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살면서 처음으로 응급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려고 하니 이게 오히려 독이 되는 행동은 아닐지 고민이 됐다”면서도 “3주 전쯤 약대 비교과 프로그램으로 3시간가량 응급처치사 교육을 받았는데 ‘긴가민가할 때는 무조건 진행하는 게 맞는다’고 하셨기 때문에 배운 대로 침착하게 행동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쓰러졌던 분께서 호흡과 의식이 회복되셔서 비로소 안도감이 들었다”며 “뉴스에서 선의의 행동을 하던 분들을 보고 많은 감탄을 했었는데 제가 학교 커뮤니티와 주변 친구들로부터 칭찬을 들으니 부끄럽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다”고 웃었다. 송 씨는 초등학교 4학년이던 열한 살, 같이 살던 외할아버지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시면서 심폐소생술에 대해 지속해서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 고등학교와 군대에서 심폐소생 관련 교육을 할 때면 항상 주의 깊게 들었고 만약의 상황이 생긴다면 언제든지 도와야겠다는 생각으로 교육에 임했다고 한다. 송씨는 “마침 이번 사고가 있기 두 달 전, 지하철 9호선에서 한 아주머니가 쓰러지셔서 이번처럼 달려가서 의식을 확인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옆에 계시던 간호사분이 응급처치하는 것을 지켜봤다. 심폐소생술 전에 환자의 상태가 저혈당인지 확인하는 모습을 기억하고 이번에 실행에 옮겼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 약학도로서 공부하고 있는데 미래에 도움이 필요한 분들께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약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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