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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솜방망이 처벌 공직비리 주범이다

    공무원 비리가 늘어 공직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엊그제 행정안전부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비위로 징계를 받은 국가공무원은 2005년 1469명,2006년 1584명,2007년 1643명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부처별로는 경찰이 1919명으로 가장 많고 교육인적자원부 1205명, 옛 정보통신부 463명, 법무부 309명 등의 순이다. 비위유형은 품위손상이 36.3%인 1704명이었으며, 복무규정 위반 18.7%, 직무유기 및 태만 10.5%, 뇌물 증·수뢰 5.7%, 공금 유용이나 횡령 2% 등이었다. 3년간 비리 공무원이 4696명에 이른다는 것은 공무원 128명당 1명꼴로 징계를 받았다는 것으로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공직사회는 해마다 공무원 시험에 대학생이 몰려 ‘공시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 직종이다. 일반 기업과 달리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는데다 과거와 달리 처우도 대기업 못지않다. 그런데도 공직사회가 뇌물수수 등 비리로 얼룩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행안부 자료를 보면 금품·향응수수 건수는 2005년 156건에서 2006년 98건으로 줄었다 2007년에 127건으로 다시 늘었다. 이는 공무원에 대한 징계나 처벌이 형식적인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소청심사위원회에 따르면 공무원의 징계를 취소하거나 가볍게 해주는 구제율이 4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국제기구 조사에서 정책의 투명성 등 국가 청렴도가 중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국가가 투명하기 위해서는 공직사회가 앞장서야 한다. 공무원들은 높은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갖고 국가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투철한 공복의식을 가져야 한다. 또 기강 확립을 위해선 비리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소청심사위원회에 공무원보다 민간인의 수를 늘려 공직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 촛불 재판 올스톱 될듯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0조가 법원의 위헌법률제청 결정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판대에 올랐다.1962년 제정된 집시법 관련 조항이 헌재 결정을 계기로 변화될지 주목된다. 위헌 심판을 제청한 박재영(40·사시37회) 판사는 9일 서울신문 기자를 만나 “(정치적 계산 없이)단순하게 야간 옥외집회 금지가 헌법 위반인지 검토했고, 위헌적 조항이라고 볼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 판사는 “위헌 신청이 들어온 뒤 다른 판사들로부터 많은 조언을 구했다.”면서 “대부분 비슷한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벌금형 기소 집회 참가자들 재판 요청 잇따라 이번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촛불집회 관련 재판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안진걸 광우병 국민대책위 조직팀장의 선고가 연기된 데 이어 같은 조항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다른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재판도 무기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중앙지법 단독재판부의 한 판사는 “위헌 결정이 내려졌을 때 피고인이 재심 등 불필요한 절차를 밟지 않도록 선고를 늦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벌금형으로 약식기소된 촛불집회 참가자들도 잇따라 정식재판을 요청하며 헌재 결정 때까지 사법처리를 늦출 태세다. 검찰에 따르면 촛불집회와 관련해 1600여명이 입건됐고 이 가운데 40여명이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불구속 입건자 1400여명은 사안에 따라 50만∼400만원의 벌금형으로 사법처리될 예정이다. ●14년 전에는 ‘합헌’결정 야간 옥외집회 금지 규정을 둘러싼 위헌 논란은 14년 전에도 있었다. 당시 헌재 전원재판부는 “일률적인 금지가 아니라 부득이한 경우 일정 조건을 붙여 허용하는 단서 규정이 있다.”며 3년 만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 전원재판부는 “학문·예술·체육·종교 등의 집회엔 금지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야간이라도 옥내집회는 일반적으로 허용하는 것을 고려하면 집회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당시 변정수 재판관은 “집회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되 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해 제한요건을 엄격하게 해야 한다.”며 홀로 위헌 의견을 냈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헌재의 판단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안씨 변론을 맡은 김남근 변호사는 “야간 통행금지가 있었던 60년대 법률 규정을 고집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법 운영”이라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대 교수는 “야간 집회에서 옥외집회를 금지한 것은 어둠 탓에 집회가 폭력적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조명이 충분한 곳에서의 옥외집회까지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경근 숭실대 법과대 교수도 “원칙적으로 야간 옥외집회를 허용하되, 한계 조건을 상세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법원이 제청한 위헌 심판 사건의 경우 개인이 제기한 헌법소원보다 헌재에서 위헌으로 결정될 확률이 높다. 법률전문가인 판사가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헌재 창립 이후 지난달까지 판사가 제기한 440건의 위헌 심판 사건 가운데 185건(42.0%)이 위헌으로 결정됐다. 개인이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은 1507건이 결정돼 15.2%인 229건이 위헌으로 인용됐다. 정은주 오이석기자 ejung@seoul.co.kr
  • 취업·교육·금연 ‘원스톱 상담’

    세금을 낸 국민이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공공서비스를 한자리에 모아 전시하는 공공서비스 박람회가 등장했다. 자신의 권리지만 몰라서 그간 챙기지 못한 공공서비스를 한자리에서 알리고 설명하는 자리다. 영등포구는 25∼26일 구청광장에서 제1회 주민서비스 박람회를 연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박람회는 국민연금공단, 남부교육청, 남부수도사업소, 복지관, 청소년센터, 정신보건센터 등 지역 내 100여개 공공기관 및 단체가 참여해 자신들이 제공하는 공공복지, 문화, 체육, 교육 프로그램 등을 알린다. 총 52개의 부스에서 취업소개부터 노후설계, 방과후 수업 프로그램, 사랑의 빨래방, 푸드 마켓 등 기관마다 진행 중인 공공서비스를 소개한다. 보건소에선 정신건강 및 금연클리닉, 운동 상담관, 모자보건 프로그램 등을 안내한다. 문화센터 등에선 천연비누 만들기, 요가, 한방관절염 체조 등을, 복지관 부스에선 장애인과 노인체험 등을 해 볼 수도 있다. 이 밖에 ‘아름다운 가게’와 함께하는 나눔장터와 다양한 국가의 음식을 체험할 수 있는 ‘세계 먹거리 장터’도 펼쳐진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박람회를 통해 주민들이 스스로 받을 수 있는 공공서비스가 뭐고 어디를 가면 혜택을 누릴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37) 신도 사람도 즐거운 굿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37) 신도 사람도 즐거운 굿

    굿하는 그림 둘이다. 그림(1)은 신윤복의 ‘굿’이다. 그림(1)은 꽤나 복잡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림 중앙에 쌀을 소복하게 얹은 소반 앞에서 손을 비비고 있는 여인을 보자. 이 사람이 굿을 벌인 사람일 터이다. 그 외에 등장하는 여자 셋은 아마도 이 여자의 가족이거나 친척일 것이다. 그림의 오른쪽 끝에 있는 초가지붕 건물이 바로 굿청이다. 음식을 차린 소반을 보자기로 덮고, 옆에 차린 제물 역시 붉은 보자기로 덮어 두었다. 굿판에서 무당은 춤을 추고 있고, 그림 아래쪽의 남자 둘은 피리를 불고 장구를 치고 있다. 무당과 박수 두 명으로 구성된 패다. 보통 굿은 여러 명의 무당과 잽이(樂工)로 구성되는데, 이 패가 3명인 것으로 보아 아주 작은 굿이다. 그림(2)는 김준근의 ‘무녀 굿 하고’인데, 무당은 전복(戰服)을 입고 주립(朱笠)을 쓰고 오른손에는 방울을, 왼손에는 부채를 쥐고 있다. 이 무당의 패거리도 역시 3명이다. 박수 하나는 장구를 치고, 총각은 징을 치고 있다. 아래쪽에 간단한 제상이 차려져 있고, 고리짝 둘에는 옷이 담겨져 있다. 그림(1)에 보이는 고리짝과 같은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신에게 바치는 옷일 것이다. 굿도 종류가 많다. 그림(1)에 등장하는 굿은 어떤 굿인가. 무녀가 입은 옷을 보자. 이 옷은 가슴께에 주름을 잡고 있다. 이처럼 주름을 잡은 옷을 철릭이라 한다. 붉은 색 철릭이니, 곧 홍철릭이다. 철릭은 원래 무관이 입는 공복이다. 품계에 따라 천의 색이 다른데, 여기에 등장하는 홍철릭은 왕이 교외로 거둥할 때 3품에서 9품까지가 입는다. 철릭을 입을 때 쓰는 모자도 다르다.1품에서 3품까지 당상관은 자립(紫笠)을,4품에서 9품까지 당하관은 흑립(黑笠)을 썼다. 그림의 무녀는 흑립을 쓰고 있으니, 당하관 무관 복색인 셈이다. ●군웅은 사신들의 무사를 비는 굿 신윤복의 ‘굿’은 어떤 굿 장면을 그린 것인가. 서울의 굿에는 열두거리가 있고, 거리마다 무당의 옷차림과 무구(巫具)가 다르다. 난곡(蘭谷)이란 사람이 그림을 그리고 설명을 붙인 ‘무당내력’이란 책이 있는데, 이 책에 의하면 열두거리는 (1)감응청배 (2)제석거리 (3)별성거리 (4)대거리 (5)호구거리 (6)조상거리 (7)만신말명 (8)신장거리 (9)창부거리 (10)성주거리 (11)구릉 (12)뒷전이다.‘굿’에 나오는 복색을 한 거리는 ‘구릉’의 것이다. 오른손에는 부채를 들고 왼손에는 돈을 흰 종이에 싸서 드는 것이 ‘구릉’의 특징인데(이 돈은 여행 도중 만나는 뜬귀들에게 주는 것이다), 위 그림에는 소매에 가려 흰 종이로 싼 돈은 보이지 않지만, 홍철릭을 입은 것을 보면,‘구릉’과 꼭 같다.‘구릉’은 원래 ‘군웅거리’다.‘무당내력’의 구릉에 대한 설명에 의하면, 명나라 때 우리나라 사신들이 바닷길로 중국에 갔다 왔다 하였으므로, 사신이 출발할 때 모화관 재 밖에 있는 성황당에서 무녀가 무사히 돌아올 것을 빌었다. 이것이 풍속이 되어 치성을 드릴 때 으레 구릉을 거행한다. 이 설명에 따르면 군웅(구릉)은 원래 조선의 사신들이 바닷길로 중국에 오갈 때 무사하기를 비는 굿이었다. 무당이 입고 있는 철릭은 국내에서 외국으로 파견될 때나 왕의 궁궐 밖으로 거둥할 때 수행하는 벼슬아치들이 입는 옷이었다 하니, 이것이 군웅거리를 할 때 철릭을 입게 된 유래가 아닌가 한다. 다만 그림에 보이는 치성을 드리는 주인 여자가 어떤 이유에서 이 굿판을 벌였는지는 알 길이 없다. 남편이나 아버지가 역관이 되어 중국에 간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면 나라 안의 어디로 장사를 떠난 것인지, 과거 시험을 치러 간 것인지, 또 다른 일로 먼 지방으로 떠난 것인지도 모른다. 군웅굿의 신은 서울 지방에서는 뱃길의 신일 뿐 만 아니라, 씨조신(氏祖神) 가업수호신(家業守護神) 등이 된다고 하니, 집안의 평안을 비는 굿일지도 모른다. ●조선시대 무당은 도성서 추방되기도 김준근의 ‘무녀 굿 하고’는 어떤 굿인가. 무당이 오른손에 방울을, 왼손에 부채를 들고 있는 경우로 열두거리 중 성주거리(성주풀이)가 있다. 물론 무구를 이렇게 드는 경우로 호구거리와 조상거리가 있지만, 이 두 거리는 모두 치마저고리를 입는다. 전복을 입는 것은 성주거리가 유일한 것이다. 이런 까닭에 그림(2)의 굿은 성주거리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성주거리는 ‘무당내력’에 “단군 때 해마다 시월이 되면 무녀로 하여금 집을 지은 것을 축하하도록 했는데, 그 뜻은 인민들이 그 근본을 잊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치성을 드릴 때면 으레 성주거리를 거행한다.” 하였다.‘근본을 잊지 않는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애매하지만 어쨌거나 대개 옛날 사람들은 새 집을 짓고 이사를 하면, 가옥을 관장하는 신인 성조신을 모시는 굿을 했던 것이다. 그림(2)의 굿 역시 이런 연고로 벌인 것이 아니었을까. 무당이 섬기는 신이 실제로 존재하는가 하는 물음을 던질 수 있다. 이성적인 사유에는 무당이 섬기는 신들이 들어설 공간이 없다. 이성에 비추어 본다면, 무속 신만이 아니라 모든 종교의 신들이 들어설 공간이 없다. 하지만 현존하는 이 우주, 또는 세계의 기원과 삶과 죽음에 대해 사유하면, 어느 덧 이성으로 접근할 수 없는 곳에 가서 부닥친다. 죽음을 아무리 이성적으로 설명한다 해도, 그 설명이 죽음이 불러오는 슬픔을 위로하지는 못하는 법이다. 신과 종교는 그렇게 해서 탄생한다. 조선을 건국한 사대부들은 냉철한 이성의 유학인 성리학을 국가의 이데올로기로 삼아 조선을 세우고, 무속을 불합리한 의식으로, 무속의 신을 근거 없는 잡귀로 여겨 무당과 굿을 맹렬히 비난하고 제거하려고 했지만, 무당과 굿은 사라지지 않았다. 무속의 존재, 나아가 신을 섬기는 종교의 존재는 인간의 깊은 불안감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굿판은 신과 인간을 즐겁게 하기 위한 도구 각설하고, 어쨌거나 조선을 세운 사대부들은 무당을 추방하는 법을 만들었다.‘경국대전’의 ‘형전’ 금제(禁制)에 ‘무당으로서 서울 시내에 사는 자는 처벌한다.’고 하였으니, 무당은 원칙적으로 서울 도성 안에서 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디 원칙이 언제나 지켜지던가? 원칙은 원칙일 뿐이고, 무당들은 단속이 느슨해지면 서울 도성 안에서 살았다. 조선후기의 실록을 들추어보자. 정조 즉위년 5월22일의 ‘실록’을 보면, 왕명으로 서울 시내에 살고 있는 무당을 성 밖으로 쫓아낸다. 한데, 정조 원년 홍상범이란 자가 정조를 시해하고 은전군 이찬을 왕으로 추대하려고 한 사건에 효임이란 무녀가 관계되어 있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서울 도성 안의 무당을 다시 색출해 축출하였다. 하지만 3년 2월8일조 ‘정조실록’에도 무녀들을 도성 밖으로 내쫓는다는 기사가 있는 것을 보면, 무당들은 도성 밖으로 쫓겨났다가 단속이 느슨해지면 다시 들어오곤 했던 것이다. 이렇게 서울 도성을 드나든 무당은 노량진 부근에 집단적으로 살았다. 정조 시대를 살았던 문인 강이천은 노량진 무당에 대해 이렇게 읊었다.“푸른 금삼에다 흰 수건 머리에 싸매고/ 새벽이면 노량진 남쪽에서 온다네/ 신통한 무어(誣語)에 눈물을 흘리나니/ 삼생의 원업(寃業)을 옛일처럼 안다네”(素布裏頭綠錦衫,平明多自鷺梁南.神通誣語添珠淚,寃業三生若舊) 굿판을 벌이는 것은 신에게 무언가 바라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신은 인간이 바라는 바를 공짜로 들어주지는 않는다. 해서, 신을 먼저 즐겁게 해야 하는 법이다. 신이 무엇을 즐거워하는지 미욱한 인간으로서는 알 길이 없다. 다만 인간이 즐거워하는 것이면 신도 즐거워하지 않을까. 인간이 즐거워하는 것으로 춤과 음악보다 더 한 것이 있을까. 그래서 굿판은 춤과 음악이 어우러진다. 우리나라 무속의 한 특징으로 강한 오락성을 든다. 사실 굿은 좋은 구경거리인 것이다. 어렸을 때 내가 살던 동네에는 심심찮게 굿하는 소리가 들렸다. 울긋불긋한 무구(巫具)와 요란한 음악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꼬맹이로서는 알 길이 없었지만, 굿은 신기한 구경거리였다. 이제 도시의 굿은 거의 사라지고 없다. 무속은 미신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 주된 이유일 터이다. 하지만 모든 신앙은 비이성적인 데서 출발한다. 굿 역시 하나의 신앙일 뿐이다. 미신이라 배척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 어디 굿판이라도 벌어지면, 어릴 적에 그랬던 것처럼 넋을 놓고 한 번 보고 싶구나.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음식도 궁합이 있다

    음식에는 여러가지 맛이 공존한다. 관건은 이 맛을 어떻게 잘 느낄 것이냐다. 때문에 맛 감별사들은 과도한 흡연이나 음주는 멀리하는 편이다. 알코올과 니코틴의 영향으로 혀 끝의 감각이 둔해지면서 맛의 민감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음식을 맛있게 먹는 시간대도, 그리고 음식 종류도 다르다. 오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복 상태이다. 따라서 속을 풀어주면서도 담백한 죽이나 북어국 등이 좋다. 맵거나 짠 자극적인 음식은 피해야 한다. 반대로 정오 이후에는 자극적인 음식 역시 잘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감별사들이 오전 시간에 맛을 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침에 맛을 보면 음식이나 술의 상태를 더 잘 알수 있다고 한다. 위 속에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속은 불편하지만 오히려 혀 끝은 예민해져 있다. 상극 관계에 있는 음식을 피하는 것도 음식을 맛볼 때 잊지 말아야 할 포인트다. 전문가들은 시금치와 두부, 오이와 무, 미역과 파 등은 대표적으로 궁합이 맞지 않는 음식으로 꼽는다. 먼저 시금치와 두부의 경우 시금치에 함유돼 있는 초산과 두부 안의 칼슘이 상호작용을 하면 초산칼슘이 생성된다. 이는 시금치의 철분과 두부의 단백질 흡수를 방해한다. 오이와 무는 오이에 들어있는 아스코르비나제가 무에 함유되어 있는 비타민 C를 파괴한다. 미역과 파의 경우 파의 인과 유황 성분이 미역의 칼슘이 흡수되는 것을 방해한다. 이밖에 ▲도토리묵과 감 ▲장어와 복숭아 ▲치즈와 콩 ▲홍차와 꿀 ▲수박과 튀김 ▲돼지고기와 도라지 ▲쇠고기와 고구마 ▲멸치와 시금치 등도 피해야 하는 대표적인 음식 조합이다. 한편 식당에서 먹은 음식 맛이 집에서는 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다른 조건과 더불어 불의 강도, 곧 ‘불맛’의 차이 때문이다. 가정 주방에서 쓰는 화력을 높일 수 없다면 스모크맛 소스 등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가을에 왜 살이 더 찌나?

    가을에 왜 살이 더 찌나?

    가을은 살찌는 계절이라고 한다. 가을만 되면 입맛이 돌아오고 뱃살 걱정부터 하는 사람이 많다. 왜 그럴까? 식욕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뇌에는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포만감 중추와 공복감을 느끼게 하는 섭식중추가 있어 식욕을 조절한다. 보통 음식을 먹으면 체온이 올라가고, 높아진 체온이 곧바로 포만중추를 자극해 식욕이 사라진다. 몸속의 영양분이 감소하면 섭취중추가 자극을 받아 식욕이 당긴다. 따라서 체온이 낮아지는 가을철에는 포만중추에 대한 자극이 적어 식욕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또 가을철에는 활동량이 늘어나면서 섭취중추를 많이 자극한다. 주변의 기온이 낮아지면 우리 신체 내부에서 열 소비가 많아지기 때문에 섭취욕구가 증가할 수도 있다. 가을에 갑자기 늘어난 체중을 줄이려고 무리한 계획을 세우거나 조급한 마음을 가지면 100% 다이어트에 실패한다. 한 달에 2㎏ 정도 체중을 줄여야 건강을 해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보통 하루에 적당하게 줄일 수 있는 열량을 500㎉로 본다. 일주일이면 3500㎉를 줄일 수 있고, 이것은 지방 0.5㎏이 쌓이는 것을 막는다. 한 달이면 2㎏인 셈이다. 한꺼번에 욕심을 많이 내기보다 6개월 동안 체중의 10% 정도를 감량한다고 마음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칼로리 섭취를 줄이기 위해서는 먹는 양만 줄이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것은 오산이다. 각종 영양소의 균형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같은 종류의 영양소가 중복되는 식단은 체중 감량에 도움이 안 된다. 특히 아이들이 마시는 어린이용 음료수에는 당분이 많이 함유돼 있기 때문에 가급적 줄이는 것이 좋다. 또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기보다 계단을 이용하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녀야 한다. 체중을 조절하면 당뇨와 비만, 고혈압을 모두 잡을 수 있다.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조정진 교수는 “단기간에 체중을 조절할 수 있다고 광고하는 각종 다이어트 식품, 치료기기가 범람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런 방법들은 빠르고 손쉽게 효과를 보고자 하는 현대인의 심리를 이용할 뿐 대개 비과학적인 방법이라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부작용도 높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인슐린 없이 제1형 당뇨병 치료길 열려

    한·미 공동연구진이 혈당 조절에 필요한 호르몬인 인슐린을 만들지 못하는 제1형 당뇨병을 인슐린 투여 없이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전북대의대 박병현 교수와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의료센터 로저 엉거 교수팀은 유전적·화학적으로 제1형 당뇨병을 가진 쥐에 체내 호르몬인 ‘렙틴’의 유전자를 주입한 결과 혈당 수치가 정상 수준으로 떨어져 10∼80일간 유지됐다고 26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게재됐다. 소아당뇨병으로도 불리는 제1형 당뇨병은 대부분 선천성 질환으로, 인체 내 면역체계가 췌장의 인슐린 생산 베타세포를 외부침입자로 오인, 공격해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인슐린을 정기적으로 투여하는 것 말고는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상황이다. 연구진은 유전적으로 제1형 당뇨병에 걸린 생쥐와 약물로 인해 제1형 당뇨병에 걸린 생쥐에 렙틴 유전자를 주입한 뒤 혈당변화를 관찰했다. 실험 결과 렙틴 유전자가 주입된 생쥐들의 비(非) 공복시 혈당 수치가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 이런 정상적 혈당 수치는 10일에서 최대 80일간 유지됐다. 박 교수는 “렙틴 유전자가 주입된 당뇨병 생쥐에서는 렙틴 분비가 늘어나면서 췌장에서 만들어져 혈당을 높이는 글루카곤 호르몬의 생성과 분비가 억제되는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이는 인슐린 대신 렙틴을 통해 글루카곤을 억제하거나 차단함으로써 제1형 당뇨병을 치료 또는 관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정연주 해임정지 신청’ 주중 결정

    정연주 전 KBS 사장이 낸 해임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심리하고 있는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 허이훈 판사는 18일 오후 정 전 사장 쪽과 이명박 대통령 쪽을 불러 해임처분의 집행을 정지시킬 필요가 있는지 신문한 뒤 이번 주 안으로 인용 또는 기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해임처분의 효력이 정지돼 정 전 사장은 본안소송 결론이 날 때까지 사장직을 유지하게 된다. 이날 신문에는 소송 대리인만 참석했으며, 대통령의 임명권에 대한 해석, 공영방송의 공정성 침해 여부 등을 두고 날선 공방이 벌어졌다. 정 전 사장을 대리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백승헌 변호사는 “KBS 사장 해임을 위해 여러 기관의 일사불란한 행위가 있었고 공영방송의 공정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현실화되고 있다.”면서 “통합방송법에서 방송 공정성 담보와 임명권자로부터의 독립 필요성을 감안해 KBS 사장의 ‘임면권’을 ‘임명권’으로 바꾼 것인 만큼 대통령에게는 해임권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대통령 쪽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바른 소속 강훈 변호사는 “임명권에 대해 ‘뽑아서 쓰고 잘못했을 때 해임할 수 있다.’는 것이 법적 해석의 원칙”이라면서 “부실경영 등 공공복리 측면에서 문제가 되는 사람에게 굳이 KBS 사장직을 맡기는 것이 오히려 공공성을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정연주 해임정지 신청’ 이르면 내주 결정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정형식)는 18일 오후 2시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제기한 해임무효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에 따른 심문을 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통상 당사자들에 대한 심문을 거쳐 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하는데, 신청 접수 1주일만에 심문 기일이 잡힌 것으로 미뤄 이르면 다음주 안에 결정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정 전 사장의 해임이 일단 무효가 되기 때문에 새 사장 인선 작업이 마무리되기 전에 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법원의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재판부는 해임 처분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정 전 사장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지, 그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조치를 내릴 필요가 있는지를 살필 예정이다. 또 집행정지를 받아들여 해임의 효력을 정지시키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지도 검토한다. 이와 별도로 진행되는 본안 소송에서는 정 전 사장의 해임을 둘러싼 법적 쟁점들이 본격적으로 다뤄진다. 대통령에게 KBS 사장의 해임권이 있는지, 감사원이 지적한 방만 경영 및 적자 누적 등의 사유로 해임할 수 있는지가 주된 쟁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KBS 이사회가 정 전 사장의 해임을 제청하자 지난 11일 이를 수용했으며, 정 전 사장은 서울행정법원에 해임무효 소송을 내는 동시에 집행정지를 신청했다.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법원 “방통위, KBS 제재 효력정지”

    KBS의 감사원 감사 비판 보도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내린 주의 처분의 효력이 정지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정형식)는 5일 KBS가 감사원의 감사를 비판 보도했다가 방통위로부터 받은 주의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KBS가 제출한 자료를 살펴 보면 주의 처분으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면서 “그 효력을 정지한다고 해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볼 자료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KBS는 “방송법은 제재 요건을 방통위 규칙에 포괄위임하고 있고 규칙에서도 ‘시청자를 오도해서는 안된다.’는 등 모호한 개념을 쓰고 있어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이 명확해야 한다는 원칙에 위배된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집행정지 결정은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유지된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30) 여름날의 짚신 삼기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30) 여름날의 짚신 삼기

    김득신의 작품 ‘여름날의 짚신 삼기’(그림1)다. 사내가 웃통을 벗고 앉아 발가락에 신날 둘을 걸고 짚신을 삼고 있다. 왼쪽 발 앞에는 벌써 삼은 한 짝이 놓여 있다. 짚신은 신틀(그림3 ‘신틀’)에 걸어서 삼지만, 신틀이 없으면 그냥 발가락을 이용해도 된다. 윤두서가 그린 ‘짚신 삼기’(그림2)라는 그림도 있다. 김득신의 그림과 다를 것이 없다. 짚신은 조선시대에 가장 보편적인 신발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짚신인가. 신발이 닳아 없어지는 물건이라는 것을 상기한다면, 그 재료는 정반대의 성질을 가진 것 둘뿐이다. 먼저 잘 닳지 않는 것이 재료가 될 가능성이 있다. 가죽 같은 것이다. 하지만 가죽은 구하기 어렵고 가공하기도 어렵다. 또 하나는 가장 구하기 쉬운 재료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풀이나 짚 같은 것이다. 벼농사를 짓고 사는 사회에서 짚신은 두 번째의 이유로 해서 선택된다. ●신을 수 있는 신발 계급별로 정해져 짚신의 역사는 오래다. 중국 송나라 마단림은 ‘문헌통고’에서 마한(馬韓)의 풍속을 소개하면서,‘신발은 초리(草履)를 신는다.’고 했는데, 이 초리가 곧 짚신이다. 서긍은 ‘고려도경’에도 초구(草)란 항목에서 “초구(짚신)의 형태는 앞쪽이 낮고 뒤쪽이 높아 모양이 이상하지만, 온 나라의 남자 여자 어른 아이가 다 신는다.”고 하고 있으니, 짚신은 역시 고려 시대의 남녀노소가 신는 보편적인 신발이었던 것이다. 조선시대 사람들이 짚신을 신는 전통 역시 저 삼국시대 이전 시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흔히 옷은 그 사람이라 한다. 무슨 옷을 어떻게 입고 있는가에 따라 그 사람됨을 파악하고 평가하게 된다. 신발도 마찬가지다. 미국 드라마 ‘섹스앤드더시티’의 사라 제시카 파커가 좋아하는 마놀로 블라닉 구두란 것은 단순한 구두가 아니다. 어떤 브랜드를 소비하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취향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가 드러난다. 현대는 그 취향 뒤에 있는 사회적 지위를 돈이 구체화하지만, 조선시대는 신분, 곧 양반인가 아닌가, 관료인가 아닌가 하는 구분이 사회적 지위를 구체화한다. 곧 조선시대 신발은 계급별로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경국대전’ 예전의 ‘화혜(靴鞋)’를 보면, 정1품부터 정9품까지 품계가 있는 벼슬아치는 조복(朝服)과 제복(祭服)에는 흑피혜(黑皮鞋), 공복(公服)에는 흑피화(黑皮靴)를 신게 되어 있었다. 다만 1품에서 3품까지는 평상복에 협금화(挾金靴)를 신는다고 규정되어 있다.4품에서 9품까지는 평상복에 어떤 신발을 신으라는 규정이 없다. ‘화(靴)’와 ‘혜(鞋)’는 같은 신발이지만, 서로 다르다.‘화’는 목이 긴 신발이고,‘혜’는 목이 없는 신발이다. 여성들이 신는 가죽신인 운혜나 당혜가 모두 목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흑피란 검은 가죽이니, 이런 신발들은 검은 가죽으로 만든 신발이다. 협금화는 금속, 즉 징을 박은 신발이다. 앞의 흑피화 바닥에 징을 박은 것이 아닌가 한다. 특별히 정1품에서 3품까지는 평상시에도 징을 박은 가죽신을 신도록 허락했던 것이다. 가죽신을 신는 사람이 이렇게 정해져 있다 보니, 짚신은 자연스레 돈이 없고 신분 처지가 낮은 사람들의 차지다. 그림(1)과 (2)에서 보듯 조선시대 백성들은 대부분 짚신을 삼을 줄 알았다. 다만 솜씨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조선시대라 해도 도시 사람, 곧 서울 사람들은 신발을 사서 신었다. 당연히 서울 시내에 신발을 파는 가게가 있다. 유본예의 ‘한경지략’에 의하면, 미투리전에서 생삼, 숙마의 미투리와 짚신을 판다고 하였고, 미투리전은 여러 곳에 있다고 하였다. 여기서 파는 짚신 중에 가장 인기가 있는 짚신은, 서린동 전옥서 감옥에서 죄수들이 삼은 것이라 하였다. 왜냐고? 죄수들은 할 일이 없어 시간을 죽이는 사람들이다. 신을 삼아 팔면 먹을 것이 나온다. 한데 그것이 직업은 아니니까 정성을 들인다. 신발이 꼼꼼하고 질길 수밖에 없다. ●재주 없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편 되기도 죄수에게 짚신 삼기가 돈이 되듯, 보통 사람에게도 짚신 삼기는 돈이 되었다. 이유원의 ‘임하필기’를 보면 이지함이 굶주린 백성을 살린 일이 실려 있는데, 여기에 흥미롭게도 짚신 이야기가 나온다. 요지는 이렇다. 선조 3년(1570)에 영남 지방에 기근이 들었다. 이지함이 떠돌아다니며 밥을 빌어먹는 백성들을 보니 몰골이 말이 아니다. 그는 큰 집을 지어 유민들을 수용하고 사람의 소질을 보아가며 이런 저런 수공업을 가르치고 그것으로 먹고 살 방도를 마련해 준다. 그런데 언제나 아무 재주도 없는 사람이 있는 법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볏짚을 가져다주고 짚신을 삼으라 한다. 곁에서 챙겨보니, 하루에 열 켤레는 삼는다. 이렇게 해서 만든 물건을 내다 파니, 먹을 것이 생긴다. 돈을 모아 옷도 다시 지어 입도록 한다. 이처럼 짚신 삼기는 아무 것도 없는 사람이 살아가는 방편이 되기도 했던 것이다. 가죽신은 원래 벼슬을 하거나 돈 많은 양반의 것이었다. 하지만 이 관습도 조선후기가 되면 바뀐다. 이수광은 ‘지봉유설’에서 “예전에는 선비들이 말을 타고 다니는 것을 금했기 때문에 짚신을 신고 걸어 다녔고, 말을 타는 일은 드물었다. 지금은 조관(朝官)처럼 가죽신을 신고 말을 타고 다닌다. 걸어 다니는 사람은 없다.”고 하고 있다. 즉 임진왜란 이전에는 벼슬아치들만이 가죽신을 신고 말을 타고 다니고 선비들은 짚신을 신고 걸어 다녔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쟁 이후 선비들도 가죽신을 신고 말을 타고 다닌다는 것이다. 이익은 이런 풍조에 대해 비판적이다. 그는 ‘성호사설’의 ‘초갹(草 )’ 이란 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왕골신과 짚신은 가난한 사람이 늘 신는 것인데, 옛사람은 그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선비들은 삼으로 삼은 미투리조차 부끄럽게 여기고 있으니, 하물며 짚신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영남 지방의 풍속은 보통 때는 짚신을 신고, 미투리는 외출할 때만 신는다 하니, 그 검소함을 본받을 만하다.” 영남 지방에만 검소한 풍속이 남아 있어 선비들이 집에서는 짚신을 신고 외출할 때만 미투리를 신는다는 것이다. 미투리는 볏짚이 아니라, 삼이나 노(종이를 비벼 꼰 줄)로 만든 신이다. 짚신에 비해 훨씬 정교하다. 서울 선비들은 고운 삼으로 삼은 미투리조차 신지 않으려 하는데, 영남 사람들은 그 미투리를 외출용 신발로 신는다는 것이다. 이익은 영남의 검박(儉朴)한 풍습에 감동했는지 곳곳에서 칭찬을 거듭하고 있다.‘영남속(嶺南俗)’이란 글에서는 다시 영남 선비들이 짚신을 신고 미투리조차 잘 신지 않는 풍습을 소개한 뒤 “경기 지방 선비가 만약 영남의 검소한 풍속을 본받는다면, 사람들이 반드시 그와 혼인하는 것을 부끄러워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버리는 짚신은 거름으로 재활용 외출을 하려고 문간에서 신발장을 열어 보니 안 신는 신발이 가득하다. 예전에 신발 뒤축이 한쪽만 자꾸 닳아 샀던 가게에 가서 밑창을 갈아달라고 하니, 엉뚱한 것으로 갈아준다. 그 신발을 신고 다니다가 빗길에 미끄러져 무릎을 다친 뒤로는 다시는 밑창을 갈아 신지 않는다. 그러니 신발장에 위쪽은 멀쩡하건만 한 쪽 밑창이 닳은 신발이 여럿이다.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성현의 ‘용재총화’에는 짚신조차 아꼈던 사람의 이야기가 전한다. 고려시대 때 지씨 성의 구두쇠 재상이 있었는데,“설과 한식이 되면 공동묘지에 사람을 보내 지전을 주워 오게 해서 도로 종이를 만들고, 남이 신다 버린 짚신을 주워 땅에 묻고 동과 씨를 심었는데, 동과가 잘 열려 많은 이문을 남겼다.”고 한다. 짚신을 거름으로 썼던 것이다. 실제 허균은 ‘한정록’에서 버리는 짚신을 외양간에 넣어 소의 똥오줌에 썩혔다가 마늘을 심는 데 거름으로 넣으면 마늘이 굵게 자란다는 농법을 소개하고 있다. 홍만선 역시 ‘산림경제’에서 버리는 짚신은 말 오줌에 담가두었다가 파초를 심을 때 거름으로 쓰면 파초가 잘 자란다고 하고 있다. 짚신도 버리지 않고 이렇게 활용하는데, 신발장 속에 쟁여 있는 멀쩡한 내 신발들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아무리 풍요로운 자본주의 시대라 하지만 솔직히 말해 아까운 생각,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어디 이번 여름에는 나도 짚신이나 신고 다닐까 보다.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내가 바로 으뜸 공무원] 노원구 김석진·황인옥씨

    [내가 바로 으뜸 공무원] 노원구 김석진·황인옥씨

    지난주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노원구청장실로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노원구와 관련한 소유권 보존등기 말소소송 사건을 맡고 있다.’는 강민구 부장판사가 보낸 편지였다. 내용은 투철한 사명감에 불타는 어느 공무원의 소개였다. 강 부장판사는 “국가 소송을 마치 자기의 재산 소송처럼 준비하는 구청 공무원들의 지극정성에 감동했다.”면서 “소송의 승패를 떠나 널리 알려야겠다.”고 펜을 잡은 이유를 설명했다. 또 이런 직원을 아랫사람으로 둔 이노근 구청장의 인복이 부럽다고도 했다. 편지에 언급된 주인공은 건설관리과에 근무하는 김석진(34)씨와 재무과에서 일하는 황인옥(39) 주임. 이들이 지난해 3월부터 맡고 있는 ‘소유권 보존등기 말소소송’은 ‘무주 부동산(주인 없는 토지)’ 3곳(397㎡)을 공고를 통해 국가 소유권으로 이전해 일반에 매각했지만 원주인의 후손이 나타나 토지를 다시 돌려달라는 내용이다. 원주인의 후손은 해당 토지가 1910년대 조선총독부가 작성한 토지조사부에 증조부가 소유자로 되어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2심 담당판사 구청장에게 칭찬편지 소송이 진행되면서 원고의 주장을 깨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 전쟁으로 해방 이전의 지적 관련 공부와 등기부가 소실되거나 사라져 당초 국가 소유라는 것을 입증하기가 어려웠던 탓이다. 소송에서 지면 토지뿐 아니라 사용료 등의 관련 비용까지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40억원가량을 배상해야 한다. 황 주임과 김씨는 먼저 정부 부처의 기록보관소를 뒤지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국가 소유였거나 매입했다는 흔적을 찾기 위해서였다. 다른 업무도 맡고 있어 업무 틈틈이 시간을 냈다. 그동안 기록을 찾아 방문한 곳만도 국가기록원과 철도청, 국세청, 한국자산관리공사, 서울상업등기소와 각급 종합도서관 등이었다. 짧게는 한 나절, 길게는 열흘 이상이 걸렸다. 그러다보니 어떤 곳에서는 본의 아니게 이상한 사람이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김씨는 “해방 이전 서류를 찾는다며 바쁜 담당자에게 수시로 전화하고, 어떤 때는 서고에서 하루종일 서류를 찾고 있으니 신경이 쓰여 업무에 집중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오히려 상대방을 두둔하기도 했다. 끈질기게 매달린 결과, 마침내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냈다. 서울상업등기소에 보관 중이던 1942년 당시 ‘동양운모광업회사’라는 법인 등기부 등본이었다. 해당 토지가 여러 필지로 분할되기 전 이미 처분된 정황이 나타나 지난 1월 1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현재 2심 진행… 새 증거 찾기 발품 현재 원고가 항고해 2심이 진행 중이다. 지난 4일 1차 변론이 있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주어진 10분 안에 담당 판사를 설득시키기 위해 추가로 찾아낸 증거를 6장의 도면에 알기 쉽게 표시해 변론했다. 김씨 등은 “공무원으로서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인데 담당 부장판사님의 칭찬이 과분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건과 같은 토지 소송은 해방 전후의 혼란기와 한국 전쟁까지 겹쳐 있어 소유권 변동을 추적하기가 어렵다.”면서 “소유권 이전을 증명할 명확한 증거는 없었지만 그 땅과 연관지을 수 있는 작은 사실들을 수집해 전체적인 사실을 유추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라 조심스럽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임용결격 공무원 특채 사실상 없애

    앞으로 징계를 받아 공복을 벗은 임용결격공무원에 대한 특별채용이 사실상 원천봉쇄된다. 행정안전부는 14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임용결격공무원에 대한 퇴직보상금 지급 등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오는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예비·현직 공무원이 금치산자·한정치산자·파산자로 복권되지 않았거나,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임용무효 또는 당연퇴직된다. 하지만 현행 규정은 이들이 사유 소멸기간이나 법적 처벌기간이 지난 뒤에는 특채를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특히 특채 지원자에 대해서는 필기·실시시험은 생략한 채 서류·면접시험만 거친 뒤 4개월 이내에 결과를 알려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특채가 곤란할 경우 그 사유도 통보해야 하는 만큼 ‘특혜’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에서는 특채 관련 조항을 아예 삭제했다.”면서 “임용결격공무원이 공채시험에 응시하는 것은 몰라도, 혜택처럼 비춰질 수 있는 특채를 통해 재임용될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또 임용결격공무원에 대한 퇴직보상금 지급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10년 이상 근무자에 한해 퇴직보상금을 지급했으나, 앞으로는 근무연수에 상관없이 퇴직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재직기간 동안 낸 공무원연금 기여금에 대한 원리금 등을 돌려주겠다는 취지”라면서 “퇴직보상금 지급신청서를 제출하면 6개월 안에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열린세상] 청빈 그리고 이재(理財) / 윤재근 문학평론가

    [열린세상] 청빈 그리고 이재(理財) / 윤재근 문학평론가

    비둘기 마음이 콩밭에 팔리면 하늘에 떠 있는 솔개도 콩밭처럼 보인다. 사람도 사재(私財)에 쏠리면 제 마음을 걸림 없게 못한다. 걸림 없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세상이 제대로 보이는 법이다. 왜 유연견남산(悠然見南山)이라 하겠는가? 남산을 하염없이(悠然) 바라보아야(見) 남산이 제대로 보이지, 남산을 재물로 여기고 남산을 바라보면 남산은 간데없고 금덩이로 보이기 시작한다. 남들보다 남산을 금덩이로 더 잘 볼 줄 아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축재하는 사업(私業)에 종사하는 편이 낫다. 이재(理財)에 밝은 사람이 정치나 공직에 몸담게 되면 탈 나기 쉽다. 이재가 밝으니까 공무에도 밝으리라 여기고 일을 맡겼다간 맡긴 쪽이 낭패 보기 십상이다. 이재에 밝은 사람은 결코 청빈(淸貧)할 리 없다. 그런 사람은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서 이재의 총명함을 발휘하지 남을 위해서 결코 그런 재능을 발휘하지 않는 까닭이다. 이런 연유로 이재에 밝은 사람일수록 스스로 알아서 공직을 멀리해야 수모(受侮)를 피해 갈 수 있다. 본래 세상은 두 손에 떡을 쥐게 하지 않는다. 한 손에 떡을 쥐었으면 그것으로 만족해야지 빈 손에 또 다른 떡을 쥐려고 해선 안 된다. 하물며 한 손에 부를 쥐고서 다른 손으로 권력을 쥐려고 하면 부나비 꼴이 되기 쉬운 법이다. 요새는 누구나 부를 차지하고자 소용돌이치는 수라장을 마다하지 않으니, 차라리 부를 많이 차지한 사람일수록 박힌 돌멩이처럼 자신의 이재를 발휘해 부를 축적해 가는 재미로 살아가는 편이 훨씬 낫지 싶다. 부란 무엇인가? 이에 대한 해답은 장자(莊子)가 간명하게 답해두었다.“남들이 갖지 못한 것을 많이 가짐을 부라고 한다.” 그래서 세상은 이재에 밝은 부자한테 눈길이 곱지 못하다. 왜예부터 출사(出仕)하려면 먼저 청빈해라 했겠는가. 청빈은 너도나도 우리 모두 부자 되지 말고 가난뱅이 되자는 말이 아니다. 남들이 모두 부자가 되고 나서 맨 뒤로 나도 부자가 되면 된다는 대부(大富)의 마음이 청빈이다. 이재에 밝아 남들이 갖지 못한 부를 많이 갖자면 대부일 수는 없고 수부(守富)일 수밖에 없다. 수부가 지나치면 졸부(猝富)가 되는 법이다. 부의 불림을 노리고 사고팔기에 능한 이재로써는 기업(企業) 하나도 운영 못 한다. 하물며 그런 이재가 어찌 공직을 잘 수행할 것인가. 정말로 이재에 밝은 사람은 ‘맑은(淸) 가난(貧)’의 참뜻을 헤아리지 못해 제 것이 아니면 돌볼 줄 모른다. 권부의 핵심에 있을 사람일수록 청빈의 삶을 즐겼는지 모질게 점검받아야 마땅하다. 이런 점을 아차 해버린 탓으로 현정부가 첫발을 얄밉게 디뎌 백성의 눈총을 받게 된 셈이다. 청빈의 청(淸)이란 맑음이다. 맑음(淸)은 곧 밝음(明)이니 청명(淸明)한 마음이라야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참뜻을 살펴 헤아린다. 백성의 삶(公)을 먼저하고(先) 자신의 삶(私)을 뒤로하는(後) 청빈의 덕풍(德風)이 권부에서 인다면 세파(世波)의 ‘쓰나미’도 잠재울 수 있는 일이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고 한들 청빈한 공복 앞에선 누구이든 고개를 숙이고 따르게 마련이다.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 하지 않는가. 권부의 모두가 청빈할 수는 없다. 거기서 몇몇만 청빈해도 눈부시지 않게 비춰주는 달빛같이 세상을 살맛나게 할 수 있는 일이다. 너도나도 부자가 되겠노라 발버둥치는 세상이라 한들 한발 물러나 청빈의 낚싯대를 세상에 걸어두는 인재가 없으란 법은 없다. 풀밭에도 드러난 꽃들 뒤에는 숨은 꽃들이 있게 마련이다. 청빈한 사람은 숨은 들꽃처럼 드러나지 않는 것뿐이므로 권부의 수장일수록 낮에도 등불을 켜들고 청빈한 사람을 찾아 나서야 한다. 윤재근 문학평론가
  • 민선4기 기념식 대신 자원봉사

    민선4기 기념식 대신 자원봉사

    지방자치단체마다 민선4기 2주년 기념행사가 한창인 가운데 관악구가 자화자찬식 기념행사 대신 모든 공무원이 참여하는 일일 자원봉사에 나서 눈길을 끈다. 2일 관악구에 따르면 출범 2주년 기념일인 지난 1일 민원부서의 필수 근무인력을 제외한 직원 1000여명이 4시간 남짓 지역 복지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쳤다. 직원들이 찾아간 곳은 지역 내 경로당과 어린이집, 사회종합복지관 등 20여곳. 시설정비는 물론 이불세탁과 물청소 등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구슬땀을 흘려 주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김효겸 구청장은 일일 문화관광해설사로 나서 낙성대공원을 찾았다. 김 구청장은 “고려 명장 강감찬 장군이 태어날 당시 별이 떨어진 곳이라고 해 낙성대란 이름이 붙었다.”며 낙성대의 유래와 관악구가 펼치는 강감찬 장군 추모행사에 대해 설명했다. 김 구청장의 일일 해설에는 서울대 규장각의 ‘청소년 내고장 문화재 바로알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중학생 80여명이 동행했다. 정광진 홍보전산과장은 “행정 수요자인 주민들에겐 민선4기가 2주년을 맞았다는 게 큰 의미가 없다.”면서 “주민 속에서 땀을 흘리며 공복(公僕)의 마음가짐을 다잡자는 차원에서 기념행사를 봉사활동으로 갈음했다.”고 설명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휴가때 인슐린 아이스박스에 보관을

    여름철에는 쉽게 지치고, 열대야로 인해 생활의 리듬이 깨지기 쉽다. 특히 당뇨환자는 혈당 관리가 쉽지 않아 더욱 심한 고통을 받는다. 주의해야 할 당뇨관리법을 체크해 건강한 여름나기에 도전해 보자.●음료수 피하고 식사 규칙적으로 여름이 오면 누구나 입맛을 잃기 쉽다. 그러나 당뇨환자는 혈당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끼니를 거르지 말고 규칙적으로 식사를 해야 한다. 여름철에 입맛을 유지하려면 냉콩국수, 냉채, 오이냉국, 겨자채 등의 음식이 좋다. 환자가 외식을 즐긴다면 자주 먹는 음식의 성분을 미리 알아두고, 포장된 음식은 귀찮더라도 수시로 열량을 체크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더위에 지치거나 땀을 많이 흘리면 시원한 음료수가 생각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시중에 유통되는 상당수 음료수에는 설탕, 꿀 등의 ‘단순당’이 많아 혈당조절을 방해한다. 스포츠이온음료도 갈증을 신속하게 없애는 장점이 있지만 혈당을 높일 수 있어 지나친 섭취는 삼가야 한다. 당뇨환자가 땀을 많이 흘렸다면 시원한 냉수나 보리차를 권하는 것이 가장 좋다. 냉녹차, 레몬을 띄운 냉홍차 등의 음료도 공복감과 갈증을 해소시켜 이롭다.●미지근한 물 샤워 숙면에 도움 열대야로 잠을 설치면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는다. 따라서 당뇨환자는 반드시 술, 담배, 야식, 취침 직전 운동을 피해야 한다.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고,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사용해 시원한 환경을 만드는 것도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덥고 습한 날씨에는 발에 무좀이나 습진이 생기기 쉽기 때문에 수시로 발을 씻고 말린 뒤 보습크림을 발라야 한다. 매일 발을 살펴 상처나 감염 여부를 관찰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건강한 사람은 쉽게 낫는 상처도 당뇨환자는 잘 낫지 않는다. 따라서 맨발로 다니지 말고 통풍이 잘되는 편안한 신발을 신어야 한다. 여름휴가를 떠날 때는 인슐린이나 경구용 혈당강하제와 같은 치료제를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인슐린 주사제는 주변 온도가 높아지면 약효가 반감된다. 아이스박스를 이용해 섭씨 4∼20도로 보관하는 것이 좋다. 또 여행 중에는 활동량이 불규칙하기 때문에 저혈당에 빠지기 쉽다. 따라서 식사시간이 늦어질 때를 대비해 미리 간식을 보관해 두고 먹는 것이 좋다. 서울대병원 당뇨내분비갑상선센터 박경수 교수는 “기온과 습도가 높으면 음식물이 상하기 쉽고 식중독균의 증식 속도가 빨라진다.”면서 “식중독은 혈당조절을 방해하기 때문에 식재료와 음식물을 위생적으로 조리하고, 식사 전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건국 60주년] 면서기로 입문 ‘개국 공무원’ 오억근씨

    [건국 60주년] 면서기로 입문 ‘개국 공무원’ 오억근씨

    인생의 ‘3대 경사’로 회갑(출생 후 60년), 회혼(결혼 후 60년), 회방(과거급제 후 60년)을 꼽는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직전인 1948년 6월 면서기로 공직에 발을 디딘 오억근(82·서울 관악구 봉천동)씨는 1987년 회갑,2004년 회혼에 이어 올해 회방의 기쁨까지 누리게 됐다. 그는 현재 몇 남지 않은 ‘대한민국 개국 공무원’이다.1988년 6월 서울대 약대 서무과장을 끝으로 정년 퇴직할 때까지 꼬박 40년 동안 공복을 입었다. 오씨가 전하는 ‘기억의 타임머신’을 타고 정부수립 당시로 가봤다. ●세금 안 걷혀 월급 두세달 밀리기 일쑤 1944년 일제의 ‘위안부 모집 바람’을 피해 18살의 나이에 17살 신부를 맞이한 오억근씨의 공무원 도전기는 1948년 시작됐다. 그는 같은해 2월 미군정청에서 시행하는 부(도)·군·읍·면 서기 공채시험에 응시, 당시 10대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합격했다. 오씨는 “쌀 두되를 짊어지고 고향인 경기 안성에서 시험을 보는 수원까지 80리(32㎞)를 걸었다.”면서 “2시간 동안 시험을 치렀는데, 일반상식 문제가 대부분”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같은해 6월30일 고향인 안성군(현 안성시) 양성면에서 면장이 직접 쓴 사령장을 받고 서기로 임명됐다. 당시는 농가 1000호가 1개 면을 이루고, 면을 단위로 사실상의 자치제가 실시되고 있었다. 오억근씨는 “월급이 얼마였는지 정확한 액수는 기억나지 않지만 쌀 3∼4말을 살 수 있는 정도였고, 이마저도 세금이 잘 걷히지 않으면 월급이 두세달씩 밀리기 일쑤”라면서 “생활은 농사를 지어서 했고, 면서기는 명예나 부업 개념”이라며 미소지었다. 그는 이어 “일제로부터 시달림을 받다 독립한 지 얼마 안 된 혼란기라 정부가 제 구실을 하기 힘들었다.”면서 “8월15일 정부가 수립됐다고 얘기는 들었지만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없었고, 하던 일을 계속 했다.”고 전했다. ●먹물과 주판이 사무용품의 전부 최일선 행정기관인 면사무소에서는 주민들에 대한 행정지도와 납세·부역 등을 담당했다. 상급기관에 보고할 때는 미농지(닥나무 껍질로 만든 질기고 얇은 종이) 안에 먹지(한쪽 또는 양쪽 면에 검은 칠을 한 종이)를 끼워 넣어 같은 내용의 공문서를 여러 통 제작했다. 또 각 마을에 보내는 공문서는 원지(두껍고 질긴 바탕 종이)에 골필(촉을 쇠·유리 등으로 만들어 먹지를 대고 복사할 때 쓰는 필기도구)로 쓴 다음 일일이 등사했다는 것. 오씨는 “문서나 장부를 정리할 때는 먹물로 펜글씨로 쓰고, 각종 통계 숫자는 주판에 의존했던 시기”라면서 “심지어 당시에는 우체국과 주재소(현 파출소)에만 전화가 있었을 뿐, 면사무소에는 전화조차 없어 모든 공문서를 사람이 직접 전달할 정도로 열악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공문서는 주로 한문으로 썼는데, 어려운 글자나 문구로 표현하는 공문이 인기를 얻었다.”고 덧붙였다. 당시 공무원들에 대한 주민들의 신망은 두터운 편이었다고 한다. 오씨는 “공무원은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로 간주돼 면장은 학식과 덕망을 갖춘 가장 큰 어른이었으며, 면서기도 각 부락에서 추천받은 40∼50대 지역유지가 대부분”이라면서 “주민들은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 면서기가 됐다는 점을 오히려 의아해 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구구절절한 사연 듣고 빈손으로… 당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먹고 사는 문제였다. 쌀농사가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었지만, 비가 오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천수답이 대부분인 탓에 가구당 10명 가까운 식구들이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마차가 고작인 도로를 닦으려고 해도 주민들이 부역을 통해 자체 해결할 정도로, 정부 지원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오씨는 “농가의 벼농사 작황을 조사하고 상·중·하 등급을 매겨 세금을 부과해야 했기 때문에 논두렁을 돌아다니던 게 일”이라면서 “또 집집마다 세금을 걷으러 다니면 구구절절한 사연을 듣다가 빈 손으로 돌아오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수립 이후 60년간의 발전상을 얘기하다 보면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라면서 “국민들이 긍지를 갖고 지속·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터전을 정부가 만들어 줘야 하고, 공무원들은 나라를 위한다는 마음가짐 못지않게 실천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겔포스, 콜라와 먹으면 ‘헛방’

    약을 복용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약과 식품의 궁합을 잘 살펴야 한다는 점이다. 보통 약과 식품을 함께 먹을 경우가 많은데 궁합이 맞지 않으면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해열진통제인 ‘타이레놀’은 음식물과 함께 섭취하면 흡수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공복에 복용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제산제인 ‘겔포스’는 과일주스나 콜라 등 산도가 높은 식품과 함께 복용할 때 약효가 떨어질 수 있다. 신경안정제인 ‘디아제팜’과 ‘알프라졸람’도 자몽주스나 카페인 함유 식품과 함께 복용하면 약효가 떨어지고 오히려 독성이 증가할 수 있다. 혈압강하제도 아무렇게나 복용해서는 안 된다. 혈압약 가운에 ‘이뇨제’(소변량을 증가시켜 혈압을 떨어뜨리는 약)를 복용하고 있다면 알로에를 멀리해야 한다.몸속의 칼륨이 너무 많이 감소해 고혈압 증세가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혈관을 확장시키는 기능을 하는 혈압강하제도 칼륨 성분이 들어 있는 건강기능식품을 함께 복용하면 혈중 칼륨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부작용이 생긴다. 혈액응고 저해제인 ‘와파린’을 복용할 때는 비타민이 함유된 식품을 주의해서 봐야 한다. 비타민K나 비타민K가 많이 함유된 클로렐라는 혈액응고를 촉진하기 때문에 약효를 떨어뜨릴 수 있다.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도움말 식품의약품안전청
  • 산단내 물류시설 짓기 쉬워진다

    빠르면 연말부터 산업단지 내의 물류시설용지도 공장용지처럼 조성원가로 공급된다. 그런 만큼 산업단지에 물류창고나 화물터미널 등을 짓기가 쉬워질 전망이다. 9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산업단지 내 물류시설용지를 조성원가로 공급하는 내용으로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을 개정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어서 빠르면 올해 안에 시행될 전망이다. 산업단지 내의 물류시설용지는 지금까지는 배후시설용지로 분류돼 부지를 공급받을 때 감정가가 적용됐다. 반면 공장용지는 조성원가로 공급된다. 이에 따라 물류시설용지는 공장용지에 비해 1.5∼2배가량 높은 가격에 공급이 이뤄졌다. 이와 관련, 물류협회 등은 그동안 물류시설도 공장 못지않게 산업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중요한 시설인 만큼 조성원가로 공급해줄 것을 국토부 등에 건의해 왔다. 산업단지나 택지지구에서는 공장용지나 학교시설용지, 보육시설용지, 공공의료시설용지, 공공복지시설용지, 임대주택용지 등은 조성원가나 그 이하로 공급할 수 있게 돼 있다.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간통죄 존속 3연승 이번엔…

    1990년 6대3 합헌,1993년 앞선 결정 인용,2001년 8대1 합헌……,2008년은?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이공현 재판관)는 8일 서울 재동 대심판정에서 간통죄 위헌 여부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었다.헌재가 간통죄를 다루는 것은 네 번째다.1953년 만들어진 뒤 55년 동안 꿈쩍없는 ‘배우자있는 자가 간통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와 상간한 자도 같다.’는 형법 제241조는 앞서 3차례 헌재 심판 대상에 올랐으나 모두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개별 간통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서울북부지법, 대구지법 경주지원,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의 재판부 3곳이 연기자 옥소리씨 등 피고인의 청구를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다. 간통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받고 항소한 한 피고인이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이를 모두 종합해 살펴보고 있다. 이번 심판이 주목되는 이유는 헌재 4기 재판관 9명 가운데 6명이 인사청문회에서 간통죄 존속에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3분의2가 위헌 의견을 내면 간통죄는 폐지되게 된다.110여장가량 마련된 일반인 방청권이 이날 오전 9시 즈음부터 배포되기 시작, 점심 이전 동이 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이 반영되기도 했다. 헌재 재판관들은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 보호가 법률 제한이 가능한 영역인지, 성매매도 성적 자기결정권에 포함되는 것은 아닌지, 간통죄 폐지가 성적 방종이나 불륜 조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간통죄 고소를 위해 이혼소송을 먼저 제기해야 하는 게 적절한지 등을 물어보며 3시간 남짓 꼼꼼하게 따졌다. 제청신청인과 청구인을 대리하는 임성빈·강문대 변호사는 “간통죄가 있다고 가정이 원만하게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처벌 과정에서 가정이 완전히 파탄난다. 파탄의 책임이 있는 사람이 배우자를 고소하며 간통죄를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면서 “간통죄 조항은 성적 자기결정권 및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하고 있으며 실효성도 의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상대 법무부 법무실장은 “공공복리와 질서를 위해, 사회적 해악을 막기 위한 것으로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면서 “2001년 헌재 결정 뒤 국민 의식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3년 동안의 국정홍보처 여론조사에서 간통죄 유지 찬성이 70% 안팎을 오르내렸다.”고 강조했다.그는 “지난해 꾸려진 형사법개정특별분과위원회에서 간통죄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민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 공감대가 형성됐음이 확인될 때 국회에서 결정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일수 고려대 교수는 “자기 의사로 부부 이외에 타인에 의해 침해받지 않는 배타성을 띤 혼인 관계를 이룬 사람이 다른 사람을 선택하는 것은 성적 의사결정의 자유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간통 행위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실현하는 게 아니라 남용 내지 오용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최병문 상지대 교수는 “간통은 바람직하지 않고 불행한 일이며 비윤리적”이라면서도 “법적인 관점에서는 다른 문제로 이혼 사유가 되고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일에 국가 형벌권이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 소장은 “간통죄 조항이 지극히 사적인 성과 사랑에 대해 지나치게 간섭하고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적지 않은 국민들은 이 조항을 통해 가정파탄을 막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위헌 결정이 나더라도 실질적인 부부 평등을 이루기 위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고 합헌 결정이 있더라도 이 조항을 다듬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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