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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정책 정치 가능성 보여준 심상정의 약진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의 약진이 연일 돋보인다. 그끄저께 4차 대선 TV 토론 이후 여론조사에서는 심 후보의 지지율이 8%까지 수직으로 상승했다. 그의 지지율은 한 달 넘게 3% 박스권에 꼼짝없이 묶여 있었다. 그런 사정을 고려한다면 아마 자신도 놀랄 수치일 것이다. 정의당과 심 후보에게 지지와 후원 문의가 이어진다고 한다. 심 후보의 지지율 급등은 TV 토론을 통해 역량을 거듭 확인받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4차 토론 직후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도 그는 토론을 가장 잘한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단지 언변이 좋아서 유권자들이 새삼 그를 주목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심 후보의 토론 자세와 내용에서 ‘정책 정치’의 새로운 가능성을 읽었다는 평가가 많다. TV 토론을 볼 때마다 유권자들은 가슴에 체증이 더 쌓인다. 일자리·안보·저출산 등 기초 현안을 놓고도 원론적 답변으로만 쩔쩔매는 유력 후보들 탓이다. “저 정도로 준비가 덜 된 사람들한테 국정을 어찌 맡기겠나” 하는 답답증 속에서 심 후보가 숨구멍을 터 주는 셈이다. 불리한 문제에는 답변 회피 작전을 일삼는 유력 후보들과 달리 그는 논점을 꿰뚫어 알맹이 있는 답변을 제시했다. 후보들의 선심성 정책들에 재원 대책이 뭐냐고 구체적으로 따지는 내공도 보여 줬다.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진보적 가치를 유감없이 드러낸 것도 호감도를 확장하는 데 주효했다. 유권자들이 얼마나 짜증 날지는 아랑곳없이 후보들이 해묵은 대북 송금 공방을 벌일 때도 “앞으로 대통령 되고 뭘 할지를 물어봐야 한다”며 토론의 흐름을 튼 것도 그다. 어찌 보면 크게 대단한 요령도 없다. 그저 상식선의 국민 눈높이에서 대응하니 그의 역량을 다시 살피게 된 것이다. 진영과 정당의 기성 논리에 매몰된 나머지 어느 후보는 무슨 질문에 어떤 답변을 할지 빤한 게 현실이다. 지지 후보가 엉뚱한 대답으로 허방이나 짚지 않으면 다행이다 싶다. 그만큼 주요 후보들의 정책 논리는 빈약하며, 정치 철학과 정책 역량은 초라하게 비친다. 이야말로 정치 신인도 아닌 심 후보가 소속 정당에서도 예상치 못한 상승기류를 타는 배경이기도 하다. 오랜 고민과 정치철학으로 개발한 정책인지 아닌지는 유권자가 먼저 알아본다. 대선일이 고작 열흘 남았다. 이 파장 국면에 왜 지금 ‘심상정 현상’인지 주요 대선 주자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아프게 새겨 보기 바란다.
  • 야유, 챔프전 흔드는 입

    28일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 4차전이 또다시 ‘야유 공방’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이틀 전 서울 잠실에서 열린 삼성과의 3차전 도중 원정에 나선 이정현(KGC인삼공사)에게 쏟아진 홈 팬들의 집단 야유가 원정 팬들의 집단 야유로 덧나는 것이다. 이정현은 3차전을 마친 뒤 “어느 정도 예상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2차전 1쿼터 막바지 이관희(삼성)에게 팔을 써 반칙을 하는 바람에 이관희의 한 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불러온 데 대한 삼성 팬들의 집단 응징이었다. 때맞춰 정규리그 평균 15.3득점에 챔프 1·2차전 평균 19.5점을 기록한 이정현은 이날 9득점에 그쳐 패배의 멍에를 뒤집어쓸 뻔했다. 징계로 3차전에서 빠진 이관희가 4차전 코트에 나서면 인삼공사의 원정 팬들도 가만있지 않을 것으로 보여 공방이 벌어질 수 있다. 팀의 중심을 잡아 줘야 할 고참 선수가 제 몫을 해야 한다. 3차전에서 인삼공사는 주장 양희종이 허슬플레이를 펼치고 신예 박재한이 결정적인 3점슛을 터뜨려 승기를 잡은 반면 삼성은 집중력을 잃고 오히려 4쿼터 턴오버 8개로 자멸하고 말았다. 포스트시즌을 치르며 특정 선수가 집단 야유에 흔들린 사례는 적잖았다. 2013~14시즌 SK와의 6강 플레이오프(PO) 3차전 도중 애런 헤인즈(SK)가 김강선(오리온)과 충돌하자 그가 공을 잡기만 하면 고양 관중의 야유가 쏟아졌다. 2015~16시즌에는 김민구(26·KCC)가 챔프 1차전 도중 16살이나 많은 문태종(42·오리온)과 실랑이를 벌여 3차전 고양 원정부터 공을 잡기만 하면 야유를 받았고, KCC는 결국 우승을 내줬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경제 블로그] 조기 합의에 인센티브 받아 놓고 성과연봉제 뒤집자는 예보 노조

    [경제 블로그] 조기 합의에 인센티브 받아 놓고 성과연봉제 뒤집자는 예보 노조

    노조 “前위원장 독단… 철회를”“대통령 바뀐다고 계약도 엎나”지난해 성과연봉제를 시행하기로 한 금융공공기관 노조들이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뒤늦게 ‘도입 불가’를 외치며 반기를 들고 있습니다. 가장 앞장서고 있는 곳은 금융공기업 중 처음으로 성과연봉제를 일반 직원까지 확대 도입한 예금보험공사 노조입니다. 예보는 1년 전 이맘때인 4월 29일 노사 합의로 도입을 결정했습니다. 올 1월부터 이미 4개월째 성과연봉제를 시행하고 있지요. 다른 곳과 달리 일찍 노사 합의를 이룬 덕에 기본급 20%(직원당 약 60만원)에 해당하는 성과보수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예보 노조는 전임 노조위원장의 독단으로 합의가 이뤄진 만큼 성과연봉제는 철회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이전 합의는 회사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고도 주장합니다. 주택금융공사 노조 역시 “성과연봉제를 지난해 7월 노사 합의 이전으로 원상복구시켜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금융공공기관 중 노사 합의를 거쳐 제대로 성과연봉제가 도입된 곳은 예보와 주금공 두 곳뿐입니다. 다른 곳은 끝내 노사 합의를 이루지 못해 이사회 의결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도입을 결정했습니다. 이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제기됐고, 해당 노조들은 법원에 효력 정지 소송을 낸 상태입니다. 금융공기업들이 성과연봉제 무효를 외치는 것은 대선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유력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성과연봉제 재검토”를 말하고 있으니까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폐지 후 원점 재검토”를,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당선 후 즉각 폐지”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제도 개선”을 각각 얘기합니다. 그러니 이미 성과연봉제를 시행 중인 곳조차 시계를 되돌리려는 겁니다. “노사 합의는 했지만 없던 일로 해 달라”고 차기 대통령에게 미리 민원을 넣는 셈이지요. 금융 당국은 착잡한 표정입니다. 한 고위 관계자는 “끝까지 (성과연봉제를) 반대해 법정 공방까지 간 노조가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그나마 그렇다 치지만 멀쩡히 서로 손잡고 웃으며 서명한 뒤 (조기 도입) 인센티브까지 챙긴 노조가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면서 “대통령 한 사람이 바뀌면 대한민국의 모든 계약은 무효가 되는 거냐”고 반문했습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문체부 공무원 인사 김기춘 개입 없었다” 정진철 靑수석, 의혹 부인

    정진철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이 김기춘 전 비서실장 지시로 문화체육관광부 고위 공무원들의 사직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정 수석은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전 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의 이른바 ‘블랙리스트’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취지로 말했다. 조 수석은 김 전 실장의 변호인이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에게 1급 실장들의 사표를 받아내라고 요구한 것이 사실인가”라고 묻자, 정 수석은 “그런 사실이 없다. 비서실장이 다른 부처의 인사에 관여하지 않았고, 오히려 수석비서관들에게 ‘각 부처 인사에 관여하지 말라’고 여러 차례 주의를 줬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증언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결과나 김종덕(60·구속기소) 전 문체부 장관과 김희범 전 문체부 1차관이 특검 조사를 받으며 했던 진술과 배치된다. 특검은 김 전 실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따라 문체부의 최규학 기획조정실장, 김용삼 종무실장, 신용언 문화콘텐츠산업실장에게 사직을 강요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49·구속 기소) 삼성전자 부회장 공판에서 특검 측과 이 부회장 측은 국정 농단 주역인 최순실(61·구속 기소)씨의 딸 정유라(21)씨의 인지 시점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이 2015년 7월 25일 이전 정씨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고 주장한 반면 특검 측은 피고인 측이 2014년 9월, 늦어도 2015년 7월 이전 정씨 존재를 인지했다고 말했다. 특검 측은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의 문자메시지 내역 등을 근거로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2차 독대 전에 이미 최씨와 정씨의 존재를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이 부회장 측은 “특검 주장처럼 이 부회장 등이 최씨와 정씨를 이미 알고 있었다면 이런 정황들이 박 전 대통령과도 공유가 됐을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박 전 대통령이 2차 독대에서 크게 화를 냈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웃으며 서명하고 인센티브까지 챙겨놓고는..” 성과연봉제 되돌리려는 금융공기업들(5+삽화)

    “웃으며 서명하고 인센티브까지 챙겨놓고는..” 성과연봉제 되돌리려는 금융공기업들(5+삽화)

    지난해 성과연봉제를 시행하기로 한 금융공공기관 노조들이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뒤늦게 ‘도입 불가‘를 외치며 반기를 들고 있습니다. 가장 앞장서고 있는 곳은 금융공기업 중 처음으로 성과연봉제를 일반 직원까지 확대 도입한 예금보험공사 노조입니다. 예보는 1년 전 이맘때인 4월 29일 노사 합의로 도입을 결정했습니다. 올 1월부터 이미 4개월째 성과연봉제를 시행하고 있지요. 다른 곳과 달리 일찍 노사 합의를 이룬 덕에 기본급 20%(직원당 약 60만원)에 해당하는 성과보수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예보 노조는 전임 노조위원장의 독단으로 합의가 이뤄진 만큼 성과연봉제는 철회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이전 합의는 회사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고도 주장합니다. 주택금융공사 노조 역시 “성과연봉제를 지난해 7월 노사 합의 이전으로 원상복구시켜야 한다”는 입장입니다.금융공공기관 중 노사 합의를 거쳐 제대로 성과연봉제가 도입된 곳은 예보와 주금공 두 곳뿐입니다. 다른 곳은 끝내 노사 합의를 이루지 못해 이사회 의결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도입을 결정했습니다. 이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제기됐고, 해당 노조들은 법원에 효력 정지 소송을 낸 상태입니다. 금융공기업들이 성과연봉제 무효를 외치는 것은 대선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유력 대선 후보들이 앞다퉈 “성과연봉제 재검토”를 말하고 있으니까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폐지 후 원점 재검토”를,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당선 후 즉각 폐지”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제도 개선”을 각각 얘기합니다. 그러니 이미 성과연봉제를 시행 중인 곳조차 시계를 되돌리려는 겁니다. “노사 합의는 했지만 없던 일로 해 달라”고 차기 대통령에게 미리 민원을 넣는 셈이지요. 금융 당국은 착잡한 표정입니다. 한 고위 관계자는 “끝까지 (성과연봉제를) 반대해 법정 공방까지 간 노조가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그나마 그렇다 치지만 멀쩡히 서로 손잡고 웃으며 서명한 뒤 (조기 도입) 인센티브까지 챙긴 노조가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꾸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면서 “대통령 한 사람이 바뀌면 대한민국의 모든 계약은 무효가 되는 거냐”고 반문했습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뚜벅뚜벅, 제주를 기억하다

    뚜벅뚜벅, 제주를 기억하다

    봄 여행주간이 오는 29일부터 시작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관광공사, 지방자치단체 등과 함께 국내여행 수요 창출을 위해 벌이는 대형 이벤트다. 새달 14일까지 이어진다. 올해 봄 여행주간에도 여러 프로그램들이 마련됐다. 제주에서는 ‘제주시 원도심의 재발견’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도시 재생 전문가와 함께 제주 재생 현장을 돌아보는 투어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의아하다. 제주에 원도심이 있다고? 보통 원도심이라고 하면 대도시가 외연을 확대해 가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낙후되어 가는 도심 지역을 일컫는다. 그런데 이를 지방 소도시 정도로 인식되는 제주에 적용하니 어딘가 생경하게 느껴진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나라 안에서 가장 극심하게 변화가 일어나는 곳이 제주다. 개발로 인한 상전벽해가 하루아침에 생겨난다. 그러니 원도심을 기억이 축적되는 장소라고 전제한다면 제주야말로 숱한 원도심을 둔 곳이라 할 수 있겠다. 글로컬제주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제주 원도심을 돌아봤다. 오롯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제주인 듯 아닌 듯한 풍경들이 제법 많았다.원도심은 제주 사람들의 기억과 추억이 축적된 장소다. 제주의 지리, 역사적 근원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지리적으로는 제주목관아와 제주성(城)이 있었던 구도심을 일컫는다. 제주공항을 기준으로 보면 제주시 동쪽에 해당된다. 제주성을 중심으로 일도 1동, 이도 1동, 삼도 2동과 건입동, 중앙로, 칠성동 등이 포함된다. 삼도동은 제주 삼성신화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제주를 일군 삼형제가 활을 쏴 정한 각각의 거주지가 그대로 이름이 됐다. 맏이가 일도, 둘째가 이도, 막내가 삼도를 중심으로 거주지를 형성했다고 한다. 원도심이다 보니 제주에서 가장 먼저 생긴 간선도로, 극장 등 기록으로서 최초가 된 것들이 꽤 많다. 제주 최초의 제빙공장 터, 거울공장 터, 발전소 터, 1920년대 목욕탕 터 등도 이 일대에 있다. 1950년대 가장 먼저 양복점과 양장점이 들어선 패션의 거리이기도 했다. 미용실, 다방 등의 간판도 줄줄이 달리기 시작했다. 일부는 지금까지 영업을 하고 있다. 가장 번화한 곳은 칠성로다. 지금껏 ‘제주의 명동’ 역할을 하는 곳이다. 고·양·부 삼성 시조가 세 지역의 땅을 나눠 차지할 때 북두칠성 모양으로 대를 쌓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각각의 대는 일제강점기 무렵까지 보존됐으나 이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지금은 칠성로란 이름으로만 남았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칠성로 일대는 제주의 중심이었다. 그러다 1990년대 들어 연동 등 이른바 ‘신제주’에 자리를 내줬고, 새 천년이 되면서 화려함도 잃었다.원도심 투어의 출발지는 동문로터리다. 이어 산지천 일대-건입동 동자복-금산수원지(김만덕 기념관)-탑동광장-북초등학교-관덕정-삼도동 문화의 거리-오현단 등을 돌아본 뒤 동문시장에서 마무리한다. 동문로터리와 동문시장이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어 사실상 출발과 종착지가 같은 원형의 코스로 이뤄졌다. 동문로터리 건너편의 ‘동문시장’ 간판을 내건 옛 건물이 눈길을 끈다. 1965년 세워진 옛 동양극장 건물이다. 건물엔 제주 바다의 이미지가 배어 있다. 외벽의 원형 창문은 여객선을 떠올리게 하고 지붕은 물결치는 파도 모양이다. 예나 지금이나 원도심의 랜드 마크로 삼을 만한 자태다. 원도심 한복판엔 산지천이 흐른다. 한라산에서 발원해 원도심 중심부를 관통한 뒤 산지포구에서 바다와 몸을 섞는 하천이다. 한때 최고의 상권을 자랑했던 동문로, 칠성로, 중앙로, 탑동, 동문시장 등이 이 하천 양쪽에 매달려 있다. 서울의 청계천처럼 오염이 심해지면서 1960년대 복개됐다가 2002년 옛 모습을 되찾았다.사람이 사는 마을은 물길 주변에 형성되기 마련이다. 산지천도 마찬가지. 기원전 1세기쯤부터 제주와 육지를 잇는 뱃길의 중심지 노릇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산지천 끝자락의 산지포는 제주의 관문이자 최고의 상업지역이었다. 오늘날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범으로 회자되는 의녀 김만덕(1739~1812)의 객주터가 있던 곳도 산지포였다. 객주를 통해 재산을 모은 만덕은 조선 정조 때 나라에서 보낸 구휼미가 풍랑으로 전복되자 평생 모은 재산을 내놓아 관덕정에 가마솥을 걸고 죽을 쑤어 굶주리는 백성을 먹였다. 이를 기리는 기념관이 산지천 아래쪽에 있다. 김만덕 객주터는 최근 옛 모습대로 재현돼 주막집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객주터 바로 위에는 복신미륵이 떡하니 서 있다. 복신미륵은 행운과 복을 가져다 주는 미륵보살을 뜻하는 말이다. 제주성 동쪽에 있는 자복이라 해서 동자복이라 불린다. 용담동의 서자복과 함께 제주성을 향해 마주 보고 서 있다. 동자복은 입상이다. 신장이 286㎝, 얼굴이 161㎝이다. 눈 위에는 눈썹을, 앞가슴에는 맞잡은 팔의 소맷자락을 표현했다. 예전 제주에도 성이 있었다. 제주성은 사람들의 생활공간을 갈랐다. 서울의 이른바 ‘4대문 안’을 떠올리면 알기 쉽겠다. 성 밖에는 초네따이(시골아이)가, 성 안에는 시에따이(도시아이)가 살았다. 지금도 제주목관아 뒤편의 ‘묵은성’(지나간 옛 성을 뜻하는 사투리) 지역에는 평수 너른 옛집들이 남아 있다. 제주성벽은 일제강점기에 산지포구와 오현단 등의 조성 공사에 쓰이느라 산산이 해체됐다. 몽돌해변을 매립해 조성한 탑동광장, 설립 연도가 올해로 꼬박 110년이나 된 북초등학교를 휘휘 돌아가면 관덕정(보물 제322호)에 이른다. 제주목관아 앞에 있는 관덕정은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로 꼽힌다. 조선 세종 때인 1448년 처음 지어진 뒤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쳐 오늘에 이른다. 관덕정 앞 뜨락엔 돌하르방 2기가 서 있다. 문화재로 지정된 도 내 40여기의 돌하르방 중 하나다. 근래에 조각된 돌하르방에 견줘 단연 비범한 자태다.도로를 건너면 삼도동 문화의 거리다. 미술, 공예 등 작가들의 공방이 밀집돼 있다. 제주도 한량들의 회합 장소였던 향사당 등 볼거리가 은근히 많다. 이 골목에 제주 고유의 초가집이 남아 있다. 초가는 안거리와 밖거리 2채로 이뤄져 있다. 단단한 돌담과 새(띠), 집줄로 바둑판처럼 얽어 맨 초가지붕은 태풍도 견딜 만큼 견고하다. 오현단은 제주 발전에 공헌한 송시열 등 다섯 명의 현인을 배향하는 옛 터다. 유적지 둘레를 제주성지가 둘러치고 있다. 오현단에서 남수각을 거쳐 내려오면 동문시장이다.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재래시장이다. (주)동문시장, 동문재래시장, 동문공설시장 등으로 나뉠 만큼 규모가 크다. 오메기떡 하나 사들고 천천히 돌아보기 딱 좋다.이제 화북포구를 말할 차례다. 원도심의 ‘연관검색어’쯤 되는 곳이다. 다소 떨어져 있긴 해도, 원도심의 형성과 관련이 깊고 정서 역시 맞닿아 있어 함께 둘러보는 게 좋다. 화북포구는 고전소설 ‘배비장전’의 고사가 얽힌 곳이다. 풍경만큼이나 담긴 이야기들도 곱다. 예전 화북포구는 제주에서 뭍과 연결되는 두 곳의 관문 중 하나였다. 수많은 비바리(갯마을 처녀의 사투리)들이 뭍에서 군역 등을 마치고 돌아오는 연인을 마중하던 곳이자, 눈물로 배웅하던 곳이다. 그렇게 쌓인 비바리들의 애환의 두께가 ‘배비장전’을 낳은 것일 터다. 포구는 억척스러운 삶의 역사가 담긴 공간이다. 섬인 탓에 포구가 필요했지만 화산섬의 거친 자연은 이를 쉬 허락하지 않았다. 바닥이 얕고, 바위는 뾰족해 배를 부수기 일쑤였다. 제주 사람들은 노고에 지혜를 얹어 이를 해결했다. 수중 암초인 ‘여’나 그보다 높은 ‘코지’를 중심으로 돌을 쌓아 파도의 위력을 줄이고, 내부를 ‘안캐’, ‘중캐’, ‘밧캐’의 세 칸으로 나눴다. 아직 원형을 잃지 않은 제주의 몇몇 포구들이 일직선으로 뻗은 뭍의 나룻터와 사뭇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글 사진 제주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동문로터리 인근 대동호텔(064-722-3070)은 1971년 세워진 유서 깊은 곳이다. 지금도 재일교포나 일본인 등 수십년 인연을 가진 이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동문시장 안에 먹거리들이 즐비하다. 오메기떡이 특히 알려졌다. 횟집도 있다. 1층에서 생선을 고르고 2층에서 먹는 형태다. 기념품으로 인기인 말린 옥돔 등도 싸게 살 수 있다.
  • 논란 된 ‘코리아 패싱’ 콩글리시?···정부 “미국도 안 쓰는 용어”

    논란 된 ‘코리아 패싱’ 콩글리시?···정부 “미국도 안 쓰는 용어”

    지난 25일 밤 생중계된 대통령선거 후보자 초청 TV토론회(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 공동 주최)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이라는 말을 놓고 공방전을 펼쳤다. 유 후보가 먼저 ‘코리아 패싱’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문 후보에게 물었다. 문 후보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에 유 후보는 “오늘(지난 25일)이 북한 인민군 창건일인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전화 한통하지 않았다. 중국 관영신문에는 미국이 핵미사일을 선제타격 한다고 보도됐다”고 말하며 북한 문제에서 한반도가 제외된 상황을 설명했다.문 후보는 유 후보의 질문에 “미국이 그렇게 무시할 수 있는 나라를 누가 만들었냐”면서 “오로지 미국 주장을 추종만하니 미국이 우리하고 협의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맞섰다. 그런데 이 ‘코리아 패싱’이라는 말은 이른바 ‘콩글리시’에 가깝다는 평가가 짙다. ‘코리아 패싱’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에서 주변국들이 한국을 소외시킨 채 논의를 진행하는 현상,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 한국이 제외된 상황을 가리키는 말로 현재 쓰이고 있지만, 각 국가가 사용하는 정식 용어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코리아 패싱’이라는 말은 1998년 있었던 ‘재팬 패싱’(Japan passing)에서 비롯된 말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건너뛰고 곧장 중국만 방문하고 돌아간 상황이 ‘재팬 패싱’이라고 표현된 적이 있다. 하지만 각국 정부 차원에서도 ‘코리아 패싱’이라는 말은 사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8일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최근 국내 일각에서 사용하는 ‘코리아 패싱’이라는 특이한 용어가 정확히 무슨 의미로 쓰이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미국 등 국가에서 이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외교부가 ‘코리아 패싱’이란 용어가 무엇인지 모른다고 하여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에서 당사국인 한국이 주체적이지 못한 상황을 오도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문재인 “동성애 반대” 발언에 김어준 “홍준표가 큰 기술 걸었다”

    문재인 “동성애 반대” 발언에 김어준 “홍준표가 큰 기술 걸었다”

    “문 후보(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홍 후보(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말렸다.”지난 25일 밤 방송된 대통령선거 후보자 초청 TV토론회(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 공동 주최)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동성애 반대” 논란을 지켜 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의 평가다. 김어준씨는 26일 자신이 진행하는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통해 “이 공방은 우리나라 대선 토론상 처음 등장한 이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편을 가르는 큰 기술에 들어간 것”이라면서 “문 후보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중간에 끼어들어 이 이슈에 대한 정답을 말해줬다”고 설명했다. 앞서 문 후보는 전날 토론회에서 “군에서 동성애가 굉장히 심합니다. 군 동성애는 국방전력을 약화시키는데 어떻습니까?”라는 홍 후보의 질문에 “예, 그렇게 생각합니다”라고 답하는가 하면, 홍 후보의 “동성애 반대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예, 반대하죠”라고 단정적으로 답했다. 비록 문 후보가 토론 말미에 “차별은 반대한다”면서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추가로 밝히기도 했지만, 그 전의 동성애와 관련한 단정적인 답변은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심 후보는 “동성애는 찬성이나 반대를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성 정체성은 말 그대로 개인의 정체성입니다. 저는 이성애자이지만 성소수자의 인권과 자유는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면서 “그것이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됐던 차별금지법, 계속 공약으로 냈었는데 이제는 후퇴한 문재인 후보에게 매우 유감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지적했다. 김어준씨는 “아마 이 때쯤(심 후보의 발언 이후) 문 후보는 홍 후보의 기술에 말려든 걸 깨달은 것 같다”면서 “그래서 동성애가 아니라 동성혼이라고 정정하긴 했지만, 이 문제는 한동안 이슈가 될 거라고 보고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홍 후보의) 기술이라고 말씀드린 이유는 (문 후보와) 보수 기독교와의 선을 그은 것이다. 또 한 번의 기술은 군대 내 동성애 합법화 문제하고 동성애 혐오 문제, 소수자 인권 문제를 순간적으로 뒤섞었다”면서 “(홍 후보의) 일종의 기술이다. 이 대목에서 문 후보는 (자신의 생각을) 일부 정정하긴 했지만 말렸다”고 덧붙였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대선후보 지지율…문재인 40.4%, 안철수 26.4% 격차 벌어졌다

    대선후보 지지율…문재인 40.4%, 안철수 26.4% 격차 벌어졌다

    제19대 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식선거운동 초반에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양강 구도로 흘러가던 판세가 재편되고 있다. 대선후보 TV토론이 진행되면서 안 후보를 지지하던 중도·보수층 유권자들의 표심이 흔들린 것으로 풀이된다.한국일보와 코리아타임스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4~25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 문 후보가 40.4%의 지지율로 안 후보(26.4%)를 14.0%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10.8%), 심상정 정의당 후보(8.0%),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5.1%)가 뒤를 이었다. 적극 투표층에서도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은 42.4%대 27.3%로 큰 차이를 보였다. 여론 변동의 분수령으로 꼽히는 23일 3차 TV토론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이 10%포인트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이번 조사에서 두 후보 간 격차가 가장 많이 벌어졌다. 한국일보와 한국리서치의 7~8일 조사에서는 문 후보(37.7%)와 안 후보(37.0%)의 지지율 차이가 오차범위 이내인 0.7%포인트였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여론조사본부장은 한국일보를 통해 “문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안 후보에게 갔던 중도ㆍ보수 유권자 일부가 TV토론을 보고 지지 후보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TV토론에서 불거진 북한 주적 발언과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방은 오히려 문 후보에게 도움이 됐다. 정관철 한국리서치 부장은 “문 후보 지지층은 북풍을 위협 요인으로 보고 더욱 결속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보 프레임은 보수 성향의 홍준표 후보 지지율 상승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TV토론을 가장 잘 했다는 평가를 받는 후보는 심상정 후보(27.2%), 유승민 후보(22.1%), 문 후보(12.6%), 홍 후보(5.9%), 안 후보(5.1%) 순으로 나타났다. 상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마지막까지 정책으로 승부하라

    어제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가 공동 주최한 대선주자 4차 TV 토론회가 열렸다. 5·9 장미 대선이 보름 남짓 앞으로 다가오면서 차기 정부의 집권 구상에 대해 전 국민의 이목이 쏠린 토론회였다. 엊그제 열린 3차 TV 토론회가 네거티브 전략을 토대로 과거 이야기에 매몰됐다는 여론의 질책을 의식해선지 초반에는 그나마 정책 토론에 충실하려고 노력한 흔적은 역력했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양극화 문제와 비정규직 해법, 일자리 창출 등을 놓고 각 당 후보들의 치열한 토론도 전개됐다. 하지만 엄중한 안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 대한민국 재도약을 위한 경제개혁과 국민 기대에 한참 모자란 정치 개혁 등에 대해서 원론적 해법 제시 정도에 그쳤다는 평이 많다.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철학과 비전, 구체적인 정책들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외교 안보 분야 토론에서도 그동안 3차례 토론회와 비슷한 양상이었다. 상대 후보의 약점을 파고들어 반사이익을 보겠다는 네거티브 전략에 편승했고 표심의 유불리를 따지면서 모호한 답변과 토론 주제와 무관한 변명만 늘어놓는 장면도 목격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송민순 문건 논란과 돼지 흥분제, 안 후보 부인과 문 후보 아들의 특혜 채용 문제 등을 놓고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국가의 미래와 한반도 안보 위기가 극으로 치닫는 이 순간, 국가의 운명을 책임질 지도자들의 능력을 보기에는 너무도 아쉬운 대목이었다. 북핵 문제 등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해서도 과거 보수·진보 정권들의 책임론만 부각하는 ‘네 탓 공방’은 여전했다.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자는 큰 틀에서는 이견이 없었지만 중국 역할론과 사드 배치 및 보복 문제 해법을 놓고 판이한 입장 차이만을 드러냈다. 간혹 주제와 동떨어진 네거티브 공세를 주고받으며 수준 이하의 말싸움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나마 내용 면에서 과거 TV 토론회보다 진보된 측면은 있지만 국민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한 토론이었다. 투표일이 보름 남짓 남았음에도 여전히 부동층이 줄지 않고 있다.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 비전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민은 당장 5월 9일 이후 출범할 차기 정부가 펼칠 정책조차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기간에 각 당의 대선 후보들은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호를 이끌 수 있는 정확한 미래의 좌표를 제시하길 기대한다.
  • [서울광장] 안보, 미국에 맡겨 두면 걱정 없는가/이동구 논설위원

    [서울광장] 안보, 미국에 맡겨 두면 걱정 없는가/이동구 논설위원

    대통령 후보들 간의 설전이 뜨겁다. TV 토론을 통해 안보 문제가 대선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후보들의 안보관이 표심의 중요 변수가 되고 있다. 이를 두고 색깔론이니, 역색깔론이니 하는 공방도 예사롭지 않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지도자의 안보관은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최근 들어 북한의 핵 위협이 가중되고 있는 데다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주변 강대국들이 종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움직이고 있으니 국민은 안보 문제에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다. 최근의 한반도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인식에는 별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평온하다 못해 너무 안일해 보인다. 오랫동안의 긴장 상황에 만성이 된 것인지 그다지 걱정들을 하지 않는 분위기다. 나라를 책임지겠다며 나선 대선 후보들조차 최근의 위기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한 대선 후보는 TV 토론에서 “북핵 위협 등 안보 문제는 미국에 맡긴 현 상태로 충분하다”는 말을 당당하게 내뱉으며 병사들의 월급 인상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지금은 태평성대이니 안보를 문제 삼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역사 이래 발생한 전쟁의 대부분은 정치 집단의 생존 보장 또는 박탈이 원인이었다고 한다. 월남전, 걸프전, 이라크전 등이 모두 정치 집단의 생존을 박탈하려는 것이 목적이었고 원인이 됐다는 것이 군사학자들의 분석이다. 현재 북한의 김정은 정권 또한 생존 보장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권 유지를 위해 오랫동안 선군정치를 펼치며 핵무기를 생존의 필수품인 양 개발해 왔지만 최근 상황은 오히려 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만약 6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을 감행한다면 미국 등에 의해 자칫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위기에 놓여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절대 안 된다는 게 우리 정부와 국민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우리 의지와는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선제타격 등 군사행동 가능성을 수차례 언급했다. 미·중 정상회담 전 시리아 공군기지를 미사일로 맹폭하며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 가능성을 보여 주기도 했다. 주한 미군은 하반기에 해오던 국내 거주 자국민의 탈출 훈련을 상반기로 당겼다. 중국의 태도 변화 또한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다. 북해함대 소속 최신 이지스 구축함이 서해에서 훈련한 데 이어 초음속 전투기의 실탄 사격 훈련까지 연이어 공개하는 등 북한을 향한 압박의 강도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타격한다고 해도 군사 개입은 않겠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물론 북?중 우호관계 등을 고려하면 우리의 사드 배치 명분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인지, 실제로 북한을 압박하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북한에 대한 태도가 종전과는 사뭇 다르다. 일본은 한반도 군사 충돌 때 자위대를 활용해 일본인을 대피시킨다는 구체적인 대비책을 마련했다. 서양 군사교리의 기본 바탕을 제공한 클라우제비츠(1780~1831)는 “전쟁은 최후의 외교이자 최선의 외교”라고 정의했다. 전쟁을 시작하고 끝내는 것은 정치·외교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점점 높아져 가고 있는 한반도의 군사 충돌 우려도 결국 정치·외교적인 노력으로 풀어내야 할 사안이다. 대통령 후보들이 최근의 한반도 위기 상황을 타개할 외교력과 정치력을 보여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도자가 잘 대처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또다시 강대국들의 손에 국가의 명운을 맡겨야 하는 처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국가의 존망과 국민의 생사여탈권을 다른 이에게 맡겨서야 독립국가라 말할 수 없는 노릇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군 창건 기념일 전날 중국, 일본, 독일 정상 등과 전화로 북핵 대책을 협의하면서 우리와는 일언반구의 협의도 없었다는 사실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안보 문제는 미국에 맡기면 된다”는 대통령 후보자의 안보관을 미뤄 볼 때 당연한 대접인지도 모를 일이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대비하라”는 격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시기다. yidonggu@seoul.co.kr
  • [공희정의 컬처 살롱] 꿈

    [공희정의 컬처 살롱] 꿈

    나는 목공을 해 보고 싶었다. 숲의 향이 사라지지 않은 거친 나무를 다듬고 잘라 새로운 쓰임새로 만들어 가는 것이 참 좋아 보였다. 멋진 디자인, 합리적 가격의 기성품도 많지만, 어설프면 어떠랴, 내가 만든 하나뿐인 가구가 아닌가. 목공에 대한 생각만 여러 해, 차일피일 미루던 차에 연희동 어느 목공방에서 일일 강좌가 있다 하여 열 일 제쳐 놓고 찾아갔다.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는 사십대 주인장 목수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그는 기자를 하다가 비행기 조종사도 하고 영화사, 박물관 등에서도 일했다. 마음에 딱 드는 가구가 없어 직접 톱과 망치를 든 것이 시작이었다. 처음 만든 건 침대. 하나가 완성되니 그 옆에 놓을 테이블, 의자가 기다렸다는 듯 이어졌다. 목공은 생업을 버리고 빠질 만큼 새로운 기쁨이었다. 그는 좀 더 완벽한 목수가 되기 위해서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다. 도제(徒弟)로 배우고, 사숙(私淑)으로 연마해 갔다. 철저하게 배우자는 마음 하나였다. 남들과 다른 나만의 생각을 담고 싶어 무던히 고민했다. 사람들이 그에게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느냐고 물어보면 그는 “정말 좋아하니까요”라고 무덤덤하게 답했다. 생업도 바꿀 만큼 목공을 향한 그의 꿈은 뜨거웠다. 꿈꾸는 자를 당할 장사는 없다. 지난해 50여개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모인 101명의 소녀 연습생들이 트레이닝과 국민 투표를 통해 아이돌로 데뷔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였다. 올해는 소년 101명이다. 첫 무대는 화려했고, 참가자 모두는 벅찬 감동에 젖어 있었다. 그들 중 눈길을 끈 연습생은 이미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했으나 성공하지 못하고 다시 연습생이 된 이십대 중반의 4명이었다. 함께 참가한 연습생들도, 다시 연습생이 된 그들도 그런 그들을 훈련해야 할 트레이너들도 서로를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것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도전했다는 그들에게 노래와 춤은 아직도 식지 않은, 식을 수 없는 꿈이었다. 나이를 먹는다고 꿈이 희미해지는 건 아니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 경남 하동 어머니들이 나오셨다. 일흔 고개를 훌쩍 넘긴 어머니들은 TV에서 보던 연예인들이 마을을 떠들썩하게 하니 마냥 흥겨워하셨다. 이 마을엔 시를 쓰는 어머니들이 계셨는데 시는 봄날 들판을 노랗게 물들이는 민들레처럼 수수했지만 여운은 오래갔다. 어려운 살림, 남자 형제들에게 치여 글조차 제대로 못 배우셨던 어머니들은 까막눈으로 살아오셨다. 어느 날 마을에 열린 한글학교, 평생의 한을 풀게 됐으니 주저할 것 없었다. 굽은 손으로 잡아 본 연필은 어색했고, 하루 종일 힘든 밭일에 눈꺼풀은 자꾸 내려왔지만 글을 배우겠다는 마음을 이기진 못했다. 콩밭을 어지럽히는 꿩을 쫓다 수업 시간에 늦어 ‘쎄가 빠지게’ 달려갔다는 어머니는 꿩이 콩밭만 파먹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글까지 파먹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시로 쓰셨다. ‘빨간 찌푸차’에 어머니와 오빠를 태우고 세상 구경 하고픈 꿈은 이룰 수 없지만 그 마음을 글로 쓸 수 있는 어머니는 행복해 보였다. 꿈꾸는 사람들의 얼굴은 밝다. 이루고 싶은 것이 있으니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고, 즐겁게 할 일이 있으니 힘든 줄도 모른다. 한발 한발 내디딜 때마다 다가오는 꿈의 실체, 꿈꾸는 자는 멈추지 않았다. 당신은 어떤 꿈을 꾸고 계신가요?
  • ‘송민순 회고록’ 수사… 檢, 대선 후 결론낼 듯

    이른바 ‘송민순 회고록’을 둘러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진실 공방이 검찰 수사로 가려지게 됐다. 서울중앙지검은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앞서 북측에 의견을 물었고, 당시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에 관여했다는 송 전 장관의 주장에 대해 문 후보 측이 제기한 고발 사건을 공안2부(부장 이성규)에 배당했다고 25일 밝혔다. 문 후보 측은 지난 24일 송 전 장관을 명예훼손, 대선 후보자 비방, 공직선거법 위반,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송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펴낸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2007년 유엔 총회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 때 한국 정부가 기권하기로 결정하기 전 북한의 의견을 물었으며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문 후보가 이에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문 후보 측은 “노무현 당시 대통령 주도로 정부가 기권표를 던지기로 이미 결정한 상태였고 이와 의견을 달리한 송 전 장관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며 반발했다. 검찰의 향후 수사는 ▲송 전 장관이 주장한 내용이 사실인지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는지 ▲공표된 내용이 문 후보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등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일정·방식·방향 등에 대해)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사실 송 전 장관 회고록으로 촉발된 공방이 검찰로 넘어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문 후보 측은 지난해 10월에도 이정현(59)·박명재(70) 자유한국당 의원, 김문수(66) 전 경기도지사 등 3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당시 새누리당 대표였던 이 의원은 취재진에 “답이 정해진 내용을 갖고 북에 묻는다고 하는 것은 한마디로 말해 내통, 모의”라며 “국가정보원을 대북 내통에 이용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형사1부(부장 심우정)에 배당됐다. 이와 함께 검찰은 북한인권단체들이 문 후보 등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공안1부(부장 김재옥)에 배당한 바 있다. 다만, 대선이 2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인 만큼 검찰이 대선 전에 수사를 본격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사전 준비작업이 필요한 데다 특정인 소환 등의 수사 행위가 대선에 직간접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선 “수사 진행이 어려운 것을 알고 취한 보여주기식 고발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대선 후보 네 번째 TV토론] 文 “MB·朴, 안보 무능” 洪·劉 “DJ·盧, 북 퍼주기”

    安 “전작권 환수 전 실력 길러야” 沈 “자강안보 아닌 자학안보” 25일 JTBC·중앙일보와 한국정치학회가 공동주최한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북핵 개발의 원인으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안보 무능’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지원’을 꼽으며 상대 진영의 책임을 따져 물었다. 문 후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북한 핵과 미사일방어체계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와 킬체인을 연기해 2020년대가 돼야 가능하도록 만들었다”며 “4대강에 22조원을 쏟아붓느라 그렇게 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러자 홍 후보는 “지금의 북핵 위기는 DJ(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70억 달러 이상 북한에 퍼줬기 때문”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유 후보도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북한에 속아 현금을 퍼주는 사이 핵과 미사일의 기초 개발을 다 했고, 그 증거가 1차 핵실험”이라고 협공을 폈다. 이에 문 후보는 “노무현 정부 때 국방예산이 연평균 8.8% 증가했지만, 이명박 정부 때 5%대로 떨어지고 박근혜 정부에선 4%대로 떨어졌다”며 “노무현 정부 때 핵실험은 초보 수준이었지만, 이를 무기화하고 미사일을 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준 게 이명박·박근혜 정부”라고 반격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시기를 두고 설전을 주고받았다. 안 후보는 “주권국가로서 당연히 전작권을 가져와야 하지만, 그전에 우리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충분히 실력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심 후보는 “실력이 왜 안 되나. (안 후보의 주장은) ‘자학안보’이지, ‘자강안보’가 아니다”라며 “군사주권도 없이 강국을 만들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문 후보는 이날 “군대를 가지 않은 여성들, 남성들 가운데 군대 못 가는 분들도 생각해야 한다”며 군 가산점 반대 입장을 밝혔고, 안 후보는 국방 연구개발(R&D) 예산을 확대하고, 새로운 기술을 창출하는 자신의 안보 구상을 밝혔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宋 “文측서 ‘몇배로 갚겠다’ 문자 협박”… 文측 “누군지 밝혀라”

    ‘북한인권결의안 대북 사전문의’ 의혹을 둘러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측과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공방이 장외로 번지고 있다. 송 전 장관은 25일 라디오에 출연해 “문 후보 측의 책임 있는 인사로부터 ‘용서하지 않겠다’, ‘몇 배로 갚아 주겠다’는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메시지 발신인이 누구냐는 물음에 송 전 장관은 “(문재인 캠프의) 어느 정도 책임 있는 사람”이라며 “그 문자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이게 갑자기 색깔·종북론으로 비화했고 제 책이 잘못됐다고 (문 후보 측에서) 공격해 왔다”며 “착잡하다”고 덧붙였다.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일부 의혹 제기에 대해선 “난 현실정치에 관여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안 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문 후보 측 전병헌 선대위 전략본부장은 “누가 문자를 보냈는지 송 전 장관이 밝히면 된다”며 “그것마저 밝히지 않으면 일종의 마타도어고 흑색선전”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송민순 회고록이 다시 도마에 올랐지만 국민은 ‘여지없이 북풍(北風)공작이 시작됐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북풍에 편승하는 태도를 보였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진 게 상징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대선 후보 네 번째 TV토론] 文·沈 “정부” 安·洪·劉 “민간”… 고용 창출 시각차

    劉 “일자리 공약 계산 틀려” 文 “정책본부장과 토론하라” 沈 “정부가 공급 정책 펴야” 25일 한국정치학회와 JTBC 등이 공동주최한 ‘19대 대선 후보 원탁 토론회’에서 후보들은 경제 불평등이 심화된 원인 진단과 해법에 견해차를 드러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좋은 일자리를 양성해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며 5년 동안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창출하는 자신의 정책을 설명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강성노조 때문에 기업들이 해외로 나간 게 일자리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대기업 위주였던 경제 체질을 벤처·중소기업 중심 경제로 바꾸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역시 “창업·중소기업 진흥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재벌개혁을 논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저성장기엔 정부가 적극적으로 일자리 공급 정책을 펴야 한다”며 문 후보의 주장을 지원사격했다. 유 후보는 문 후보의 공공부문 일자리 정책과 관련, 재원 추계에 거듭 의문을 제기했다. 문 후보가 “자세한 것은 정책본부장하고 토론하라”고 공방을 피하자 유 후보는 “오만한 토론 태도”라고 지적했다. 안 후보와 심 후보는 공공부문 일자리 증가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안 후보가 “일자리는 민간이 만들고, 정부 역할은 공정한 경쟁 구조를 만드는 일”이라고 하자 심 후보는 “우리나라 공공일자리 규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분의1이다. 정부가 일자리 공급 주체가 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안 후보는 “국내 공공기관·민간 위탁 일자리가 반영 안 된 잘못된 통계”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통계청은 올해 초 국내 공공일자리 기준이 다른 나라와 다르다며 보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안 후보는 문 후보에게 “참여정부 때 기업 비리 연루자 230여명이 사면을 받았는데, 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합친 대상자의 두 배 정도”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문 후보는 “그때는 경제 살리기 요구가 높았고, 지금은 재벌에 대해 엄단하자고 국민들이 요구하는 시기”라고 선을 그었다. 안 후보는 “그 당시에도 (사면 결정에) 반발이 많았다”고 다시 반박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대선 후보 네 번째 TV토론] 盧일가 뇌물 의혹 언급에… 文 “이보세요” 洪 “버릇없이”

    [대선 후보 네 번째 TV토론] 盧일가 뇌물 의혹 언급에… 文 “이보세요” 洪 “버릇없이”

    文-安, 洪-劉, 마주보고 ‘설전’ 文 “劉가 ‘줄푸세’ 주도했는데” 劉 “그분이 지금 文캠프 핵심” 文엔 “너무 매너 없다” 불쾌감 安 “일자리 110만개 어떻게” 洪 “그건 실무진이 만드는 것”25일 네 번째로 맞붙은 대선 후보 토론은 처음으로 후보들이 마주 보고 앉는 원탁토론으로 진행됐다. 그동안 일렬로 나란히 토론을 벌였다가 이날 둥근 테이블을 두고 앉았지만 공교롭게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마주 보게 돼 시작부터 팽팽한 긴장감을 연출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진행자인 손석희 JTBC 앵커와 마주했다. 토론의 전선도 비교적 뚜렷한 편이었다. 문 후보와 유 후보, 안 후보와 심 후보 간 치열한 정책 검증이 주를 이뤘고, 문 후보와 홍 후보 사이에는 첨예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문 후보는 노무현 정부와 관련된 홍 후보의 공세에 굳은 표정으로 목소리를 높이며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홍 후보가 “문 후보가 일심회 사건과 관련해 또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하자 “그때 난 청와대에 있지도 않을 때”라며 “왜 이렇게 거짓말을 하느냐”고 반발했다. 뒤이어 홍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640만 달러 뇌물수수 의혹을 언급하자 문 후보는 “이보세요, 제가 그때 입회한 변호인”이라며 발끈했다. 그러자 홍 후보는 “무슨 말을 그렇게 버릇없이 하느냐”고 따졌고 문 후보는 “당시 입회한 뒤 제가 언론 브리핑을 했는데 노 전 대통령이 그 사건에 관여했다는 아무런 증거도 검찰이 갖고 있지 않았다.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하고 계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허위를 늘어놨으면 저도 고발하면 되잖아요(홍 후보)”, “돌아가신 고인 대통령을 그렇게 욕을 보입니까(문 후보)”라고 주고받으며 충돌했다. 문 후보와 유 후보 간에는 문 후보의 ‘공공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의 소요 재원을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유 후보의 재원 규모 지적에 문 후보가 “더 자세한 건 우리 캠프의 정책본부장하고 얘기하라”고 말했고 이에 대해 유 후보는 “토론을 하는 중에 이렇게 오만한 태도가 있을 수 있느냐. 너무 매너가 없다”고 불쾌함을 표시하며 발언 취소를 요구했다. 문 후보가 “유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줄푸세’(세금을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를 세우자는 뜻)를 주도했는데…”라고 비판하자 유 후보는 “줄푸세를 만든 분은 문 후보의 정책을 맡고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며 문 후보가 영입한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전 국가미래연구원장)를 지목했다. 일자리 공방은 안 후보와 홍 후보에게도 비슷하게 옮겨갔다. 안 후보가 홍 후보에게 ‘한국형 뉴딜정책’이 청년 일자리 110만개를 어떻게 만드는지 묻자 홍 후보는 “그건 실무진에서 만드는 거다. 국·실장들이 하는 것이지 일자리 개수를 세는 게 대통령이냐”며 넘어갔다. 심 후보는 자질 검증 시간에 안 후보에게 부인 김미경 교수의 보좌진 사적 지원 논란에 대해 안 후보가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당내에서 단일화 요구를 받는 유 후보를 향해 “굳세어라 유승민”이라고 응원하기도 했다. ‘역사적 인물 중 누구의 리더십이 잘 맞느냐’는 질문에 문 후보와 안 후보는 “소통하는 리더십”을 들어 세종대왕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홍 후보는 강인한 대통령이 필요하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을, 유 후보는 백성의 아픔을 헤아린 다산 정약용을, 심 후보는 민본주의를 통한 개혁을 펼친 삼봉 정도전을 각각 제시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劉 “文 일자리 81만개는 월 40만원짜리” 文 “공무원 17조·공공 4조면 된다”

    劉 “文 일자리 81만개는 월 40만원짜리” 文 “공무원 17조·공공 4조면 된다”

    安 “文 고용정책 제공자 논리” 洪, 文에 “동성애 반대하는가” 文 “반대”… 沈 “굉장히 유감”25일 열린 19대 대선 후보 TV 토론(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 공동주최)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홍준표 자유한국당, 안철수 국민의당, 유승민 바른정당,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일자리 대책과 한반도 위기 해법, 비문(비문재인) 단일화 등을 놓고 각을 세웠다. 고용 창출 주체를 놓고는 문·심 후보가 정부 역할에 무게를 둔 반면, 안·홍·유 후보는 민간의 역동성을 강조했다. 특히 문 후보의 핵심 공약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의 소요 재원을 놓고 문·유 후보가 부딪쳤다. 먼저 유 후보는 “81만개를 만드는 데 5년간 (소요 예산) 21조원이면 월 40만원짜리를 81만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이에 문 후보는 “공무원 17만여명에 17조원이 필요하고, 64만명은 공공부문인데 4조원이면 된다”고 하자 유 후보는 “황당한 주장이다. 계산이 안 맞는다”고 비판했다. 홍 후보도 “공공일자리를 만들자는 것은 (국가 부도 위기에 처했던) 그리스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 또한 문 후보의 ‘중소기업 추가고용제’(2명 채용하면 1명 임금을 3년간 지급) 공약에 대해 “(정책) 제공자 위주 논리”라고 지적했다. 군 가산점 문제를 토론하던 중에는 엉뚱하게 동성애 문제로 비화했다. 홍 후보가 “군에서 동성애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 국방전력이 약화된다. 동성애에 반대하는가”라고 묻자 문 후보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홍 후보가 “동성애에 반대하는 것이냐”고 재차 묻자 문 후보는 “그렇다. 반대한다”고 말했다. 홍 후보가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광장에서 동성애 관련 행사를 하지 않냐”고 묻자 문 후보는 “서울광장을 사용할 권리에서 차별을 주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홍 후보가 민주당이 제출한 차별금지법을 거론하자 문 후보는 “차별을 금지하는 것과 (동성애)합법화하고 구분 못하냐”고 맞받아쳤다. 홍 후보는 또한번 “동성애 반대죠”라고 물었고 문 후보는 “저는 (동성애를) 뭐 좋아하지 않는다. 합법화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심 후보는 “동성애는 찬성이나 반대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성소수자들의 인권과 자유가 존중돼야 하고, 그게 민주주의”라며 “문 후보께 굉장히 유감스럽다는 말씀드린다”고 비판했다. 토론 말미에 홍 후보가 “동성애 때문에 얼마나 에이즈가 창궐했는지 아느냐”며 또 한 번 동성애 문제를 제기하자 문 후보는 “동성혼을 합법화할 생각은 없지만, 차별에는 반대한다. 그런 식의 성적 지향 때문에 차별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과 우리가 동성혼을 합법화한다는 건 다르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안 후보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등을 놓고도 설전을 벌였다. 문 후보는 “아까 5차 핵실험 때문에 찬성으로 바뀌었다고 했는데”라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사퇴한 바로 그 시기에 찬성으로 바뀌었다. 보수표를 의식해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안 후보는 “사실과 다르다”며 “보수표를 의식해 2월에 바꾼 게 아니다. 작년 말에 바꾼 것이다”고 맞받았다. 이어 문 후보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찬성하다가 지금은 또 유보하거나 반대하는 것 같은 입장을 하고 계신데, 정말 김대중 전 대통령이 통탄할 일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자 안 후보는 “지금은 대북제재 국면이다. 대북제재의 끝에 열릴 협상 테이블에서 일괄 논의하자는 입장”이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도 살아계셨으면 같은 생각이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오늘 JTBC 대선토론 ‘원탁토론’으로 손석희 진행···방청객도 참여

    오늘 JTBC 대선토론 ‘원탁토론’으로 손석희 진행···방청객도 참여

    25일 오후 8시 40분부터 제19대 대통령선거 주요 후보들의 네 번째 TV토론이 열린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국민의당 안철수·자유한국당 홍준표·정의당 심상정·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이날 JTBC와 중앙일보, 한국정치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대통령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 출연한다. JTBC 보도부문 사장인 손석희 앵커의 사회로 열리는 이날 토론은 ‘원탁 토론’ 방식으로 진행된다. 5명의 후보들이 원탁에 둘러앉아 얼굴을 맞대고 2시간 50분 동안 공방을 벌이는 형태다.이번 토론에서는 12분 동안 다른 후보를 지목해 토론하는 ‘주도권 토론’과, 두 가지 주제를 놓고 후보들이 정해진 시간 안에서 토론할 수 있는 ‘자유 토론’ 등의 방식이 도입됐다. 자유 토론 주제는 ‘안보’와 ‘경제적 양극화 해소방안’이라고 JTBC는 전했다. 또 이날 토론은 앞선 세 차례의 TV토론과 달리 방청석이 마련돼 있어 방청객이 참여한다. 앞서 손 앵커는 전날 JTBC ‘소셜라이브’ 방송을 통해 “방청객이 있느냐 없느냐는 사실 토론 분위기에 영향을 끼질 수 있겠죠”라면서 “토론이란 건 토론자들의 컨디션, (토론을) 준비한 수준에서 상당 부분 차이가 날 수 있지만 ‘분위기에 따라서 더 좋아져서 열심히 적극적으로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그래서 저희가 나름 고민해서 방청객을 모시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전날 소셜라이브에서 공개된 자리 배치도(아래)를 보면, 손 앵커가 원탁 중심에 앉아 있고 손 앵커 왼쪽에는 안 후보, 오른쪽에는 유 후보가 앉는다. 또 안 후보의 왼쪽에는 홍 후보가, 유 후보 오른쪽에는 문 후보가 자리한다. 홍 후보와 문 후보 사이에는 심 후보가 손 앵커를 마주 보며 앉는다.주요 대선 후보들은 앞선 토론에서 후보들이 정책·공약 결보다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데만 집중했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이날 토론에서는 정책 토론을 예고했다. 문 후보는 경제적 양극화 해소 방안으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및 ‘재벌 개혁’ 공약을 내세우고, 교류를 바탕으로 한 ‘남북 관계 재정립’ 등을 내세워 외교·안보 분야 정책 토론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 후보는 ‘4차 산업혁명 인재 10만명 양성’과 같은 4차 산업혁명 분야 정책과 ‘한미동맹 강화를 기반으로 한 자강안보’ 공약을 내세워 토론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세 번째 TV토론에서 ‘한반도 전술핵 배치’를 주장한 홍 후보는 이날도 ‘전방위적 대북 제재·압박’을 통한 대북 강경 정책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심 후보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 체제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부자 증세·불로소득 과세’ 및 ‘불법 재벌총수 처벌 강화’ 등을 내세워 재벌의 기득권을 해체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유 후보는 ‘공정거래 관련 법령의 집행 강화’, ‘재벌 총수 사면 금지’와 ‘첨단 국방역량 구축’ 등의 공약을 중심으로 정책토론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문재인 39.8%, 안철수 29.4%…‘송민순 쪽지 파문’ 등에 지지율 구도 변화

    문재인 39.8%, 안철수 29.4%…‘송민순 쪽지 파문’ 등에 지지율 구도 변화

    제 19대 대선에 나선 각당 후보들의 지지율 구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최근 ‘송민순 쪽지(2007년 정부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전 북한 입장을 담은 문건) 파문’ 등 이슈가 불거져서다.25일 중앙일보는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지난 23~24일 전국 유권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응답률 32.4%, 신뢰수준 95%에서 표본오차 ±2.2%)에서 다자대결 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9.8%의 지지율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29.4%)를 10.4%포인트 차이로 앞섰다고 보도했다. 지난 15~16일 조사에서는 문 후보가 38.5%, 안 후보가 37.3%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두 후보의 격차가 오차범위 밖으로 벗어났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15~16일 조사(7.4%)보다 4.3%포인트 오른 11.7%를 기록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5.0%,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4.4%로 나타났다. 자신의 이념 성향을 보수라고 응답한 층만 놓고 보면 15~16일 조사 때 안 후보가 45.7%, 홍 후보가 20.7%였으나 이번엔 각각 33.6%, 30.9%로 엇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이에 중앙일보 조사연구팀 염미애 차장은 “문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안 후보에게 몰려 간 보수층 가운데 일부가 최근 이념 공방의 영향을 받아 홍 후보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안 후보의 하락세는 대구·경북(46.5%→31%), 60대 이상(47.5%→37.3%)에서 컸다. 지지율 1~3위 간의 3자 대결에선 문 후보 44.3%, 안 후보 35.3%, 홍 후보 12.7%로 나왔다. 홍 후보 대신 유 후보 대입 시 문 후보 43.0%, 안 후보 37.0%, 유 후보 10.3%의 결과가 나왔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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