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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먹방에 그릇 담론이 빠진 건 민망한 일이죠”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먹방에 그릇 담론이 빠진 건 민망한 일이죠”

    박영봉 법기도자 사무총장이 말하는 그릇이 빠진 ‘먹방’이란텔레비전을 틀면 언제든지 ‘먹는 방송(먹방)’이 나온다. 한밤중이고, 새벽이라도 먹는 프로그램이 흐른다. 종편이든 지상파 방송이든 마찬가지다. 유명 요리사를 스튜디오로 불러 음식을 급하게 만들어 먹거나, 연예인 몇 명이 식당을 찾아가 둘러앉아 음식을 먹어 ‘치운다’. 그저 많은 양을 먹는 것으로, 시시껄렁한 이야기로 웃음을 주는 그런 먹방이 ‘시청률 승부’에 안간힘을 쏟는 것 같아 측은하게 보이기도 한다. 이런 먹방에 쓴소리를 하며 “음식은 종합 예술이니 그릇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푸드 칼럼니스트’ 박영봉 씨를 만났다.그는 비영리 민간단체(NPO) 법기도자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경남 양산시 동면 법기리에서 생산된 도자기 가치를 재조명하고 있다. 옛 가마터의 사금파리 하나에서 가치를 찾고 있다. 법기리는 1611년부터 수십 년간 일본에 차 사발을 만들어 수출했던 곳이다. 1963년 전남 강진의 고려청자 가마터와 함께 국가사적(100호)으로 지정돼 있다.  ●“살아있는 요리와 죽은 음식을 결정하는 건 그릇” - 먹방이 대세이지만 그릇의 비중이 너무 낮다. ☞ 네. 먹방 쿡방은 프로그램 제작비도 저렴하고 혼자 살거나 다이어트 하는 시청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구미를 당겨 시청률도 담보가 되지요. 먹는다는 것이 인간의 욕망 내지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행위이면서 국가 경제에서 내수를 떠받치는 기둥이니 정부에서 ‘건강한 방향으로’ 장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먹방이 단순히 먹어치우는 차원을 넘어 스토리텔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지 못한 현실을 보면 허기진 우리 사회의 단면을 반영하는 것 같아 좀 씁쓸하기도 합니다. 일본 요리책에는 요리 이름과 함께 그릇의 이름이 같이 적혀 있습니다. 그릇의 역할을 얼마나 중요하게 받아들이는지 보여주지요. 일본의 유명한 도예가이자 미식가였던 ‘기타오지 로산진’(北大路 魯山人·1883~1959)이란 사람은 ‘그릇은 요리의 기모노’라고 했습니다. 살아있는 요리와 죽은 음식의 경계를 짓는 것이 그릇이라고 할 정도로 그릇을 중요시했죠. ●“유명 요리사들, 그릇에 대한 자신 만의 철학 갖춰야” - 먹방 제작자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예전에 일본 교토에서 갔을 때 충격적인 일을 겪었습니다. 1000엔도 안 되는 라멘을 주문했는데 ‘맘에 드는 사발을 선택해 달라’고 하더라구요. 요리는 음식 그 자체 뿐만 아니라 이를 둘러싼 모든 것이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죠. 음식에 비해 그릇 담론은 너무 초라해 언급하기가 민망합니다. ‘요리와 그릇은 한 축의 두 바퀴’라는 말도 있습니다. 일상 식생활까지는 아니더라도 TV에 나오는 유명 요리사나 먹방 프로그램에서는 그릇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이 들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음식의 차림멋을 완성하는 것도 실상은 그릇이지요. 방송 제작자들이 이런 인식이 없으니 슬프게도 우리에겐 ‘그릇론’이 생소한 분야이지요. 맛있게 먹자면서도 미학이 빠졌으니 철학의 부재라고 생각합니다.●“도자기는 어렵다고 피하는 건 고객 아닌 주인 중심” - 우리 도자기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런데 멜라민 수지 그릇을 많이 쓴다.☞ 속리산에 간 적이 있었데, 제법 알려진 한식당에 갔죠. 관광지치고는 만만찮은 가격이었지만 홍어에 인삼튀김, 산나물 등 어마어마한 반찬 가짓수에 가격 불만이 없어졌습니다. 그 집 음식을 안주 삼아 칼럼을 썼던 적이 있습니다. 내용이 멜라민수지 그릇이나 음식 특성에 따른 제공방법, 상차림에 대한 무개념 등이었다. 주인이 보면 항의가 거셀 것 같아서 지명이나 상호를 밝히지 않았지요. 칼럼이 나오자 제 시각에 대한 관심보다는 그 식당이 어디냐고 묻는 전화들만 왔다고 합니다. 식당 주인들에게 물어보면 당연히 자기들도 도자기 그릇에 음식을 내놓고 싶다고 하는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도자기 그릇은 무겁고 다루기 조심스러워 멜라민 수지를 선택한다고 해요. 식당은 본질적으로 서비스를 파는 직종인데, 식당들이 그릇을 손님이 아니라 주인 중심으로 선택한 것이지요. 그건 서비스 첫 단추부터 잘못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요즘엔 다행히 좋은 그릇을 쓰는 집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지만 요리를 보는 시각을 돌아보거나 반성해야 할 일입니다. 수많은 음식 블로거도 이런 부분에서도 관심을 주문합니다.   ●“양은냄비 라면에 낭만타령은 그만···그릇 담론 절실” - 멜라민 수지 그릇은 편리한데 비판이 너무 거셉니다.☞ 멜라민 수지가 아니라 그릇에 대한 시각을 말합니다. 멜라민 수지가 보통은 안전하지만 일정한 온도 이상에서는 나쁜 성분이 침출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주의사항이기도 합니다. 고온에서 튀기는 조리 기구를 멜라민 소재로 만든 것은 본 적이 있나요? 결이 좀 다른 이야기지만 이참에 양은냄비 이야기를 꼭 전하고 싶습니다. 양은냄비란 알루미늄에 산화알루미늄 피막을 입힌 냄비이죠. 일반 냄비보다 가볍고 열전도율이 높아 음식이 빨리 익으며 쉽게 녹이 슬지 않는다는 게 장점이지요. 근데 방송을 보다 보면 새 냄비를 사다가 일부러 찌그러트려 오래된 느낌을 내는 가게를 본 적이 있습니다. 놀라운 일이죠. 피막이 벗겨지면 교체를 권고합니다. 알루미늄은 인체에 축적되면 배출이 어려운 금속이니깐요. 그런데 ‘낭만적이네’, ‘서민적이네’, ‘라면은 이래야 되네’하는 이 찌그러진 인식은 왜 바뀌지 않는 걸까요? ‘몇십 년간 먹어보았는데 괜찮더라’ 등의 경험치로 합리화되는 현실 속에서 ‘그릇 담론’이 더 절실합니다. - 도자기 그릇만 좋은 건 아니잖아요.☞ 음식에 어울리는 그릇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은 거죠. 시골에 가다 보면 이제 할머니들도 커피를 마시는데 밥그릇에 내줍니다. 이분들은 그릇 크기나 색상에는 관심 없죠. 이분들에게 그릇 이야기를 할 것은 못 되지만 상황의 느낌은 알겠지요. 요리에 따라, 계절에 따라 그릇 선택법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요리인이 갈고 닦아야 할 감각입니다. 군대나 급식소에서는 식판이 어울리고, 들에서 일할 때는 바가지에 나물과 고추장으로 비빔밥을 해 먹어도 좋습니다. 야외에서 많은 사람이 먹는 도시락을 도자기 그릇으로 사용하라고? 그건 아닙니다. 유리그릇이나 은제, 칠기 또한 품격있는 그릇입니다.-그릇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가지게 됐나요.☞ 우연한 기회에 ‘아사카와 다쿠미(淺川巧·1891~1931)’라는 일본인을 접하게 됐지요. 조선총독부 산림과에 근무한 평범한 사람인데 조선옷을 입고 조선말을 쓰다 마흔 살에 죽었지요. ‘이 땅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은 이 사람이 특이해 그를 연구하면서 일본을 드나들었습니다.(그의 무덤은 서울 망우리에 있다) 일본을 드나들면서 느낀 점이 음식점에서 멜라민 수지 그릇을 거의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게 신기해 다쿠미를 미뤄두고 계속 파보니 그 뿌리에 ‘기타오지 로산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한국에 전하고 싶어서 책도 냈습니다. ‘로산진 평전’ ‘요리 그릇으로 살아나다’ ‘요리의 길을 묻다’ 등을 내면서 도자기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미뤘던 다쿠미는 지난해 소설 ‘조선을 사랑한 일본인’으로 출판했습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씨줄날줄] 곰, 쥐, 닭/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곰, 쥐, 닭/박현갑 논설위원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 세상은 대체로 남성 중심 사회다. 여성에겐 차별과 억압이 따른다. 미모의 여성과 재벌가 결혼에 빠짐없이 나오는 ‘신데렐라 스토리’는 ‘백마 탄 왕자’의 부산물일 뿐이다. 운전이 서투른 여성을 힐난하는 ‘솥뚜껑 운전’이란 표현 또한 몰지각한 남성의 차별적 횡포다. 하지만 근래 들어 이런 기류가 바뀌고 있다. 여성의 승진난을 꼬집는 ‘유리천장’은 직종에 따라 깨진 지 오래다. 최근의 ‘미투’ 운동은 ‘억눌린 다수’인 여성 목소리 확산의 기폭제가 됐다. ‘촛불’이 권력을 바꿨다면 미투는 세상을 바꾸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일 서울 혜화역 시위 현장에서 나온 일반 여성들의 외침을 둘러싼 공방은 새로운 시위문화와 풍자의 변곡점이 될 조짐이다. 당시 시위는 경찰이 누드 모델 남성 피해자의 몰카 유출범을 사건 발생 12일 만에 체포한 것을 두고 “피해자가 남성이라 수사가 신속히 이뤄졌다”며 그동안 여성을 상대로 이뤄진 불법촬영 및 유포 확산 풍토에 대한 수사 당국의 차별을 고발하려는 시위였다. 그런데 “노무현처럼 거꾸로 떨어져 죽어라”는 의미로, 문 대통령의 ‘문’을 거꾸로 한 곰 피켓이 나오고, 2013년 한강에 투신해 숨진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처럼 “문 대통령도 자살하라”는 의미로 쓰인 ‘문재인 재기해’라는 구호가 나와 논란이 됐다. 이를 두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국당 노원병 후보로 출마했던 강연재 변호사는 “우리나라 대통령은 ‘쥐’ 아니면 ‘닭’ 이런 것들로 표현이 됐고 ‘재기해’라는 것도 굉장히 은유적 표현을 쓴 것 같은데 이것을 특정 정치인인 문재인 대통령을 비하했다, 혐오했다 이렇게 가져갈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쥐와 닭은 각각 징그럽고 멍청한 의미를 지닌다. 곰이라는 표현도 사람에 빗댈 때는 미련하다는 의미로 주로 쓰인다. 하지만 이번엔 “죽어라”라는 저주로 들려 논란이 됐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받는 차별과 억압은 당연히 고발하고 고쳐야 한다. 하지만 자살을 권유하는 듯한 극단적 시위 표현은 인명경시 풍조를 확산시킬 수 있어 옳지 않다. 성 비하 시비를 가져올 특정 성을 소재로 한 비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시국비판 풍자 전시회에 내걸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나체로 표현한 패러디는 본질을 흐리는 풍자였다. 무능하고 부패한 권력에 대한 풍자는 어느 시대에나 있다. 풍자는 억압받는 국민의 기본적 저항권이다. 사회 모순을 고발하되 누구나 공감할 만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고급스러운 풍자는 언제 나올까.
  • 佛의 우승 법칙… ‘응답하라 1998’

    佛의 우승 법칙… ‘응답하라 1998’

    사뮈엘 움티티 헤더 골, 12년 만의 결승 지루·그리에즈만 등 제치고 ‘원샷 원킬’ 앞선 6경기 10골 중 수비수 3명이 득점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첫 우승 때도 수비수 리자리쥐·블랑·튀랑 득점 데자뷔 프랑스 대표팀의 수비수가 셋이나 월드컵 득점에 성공한 것은 1998년 자국 대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당시 빅상테 리자리쥐, 로랑 블랑, 릴리앙 튀랑 등이 득점포를 가동, 공격에 힘을 보태면서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그 뒤 4개 대회를 치르는 동안 수비수 세 명이 골을 넣는 경험을 하지 못했다.그랬던 프랑스가 11일 새벽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벨기에와의 러시아월드컵 준결승 후반 6분 중앙 수비수 사뮈엘 움티티(바르셀로나)의 헤더 결승골을 앞세워 1-0으로 승리, 2006년 독일 대회 준우승 이후 12년 만의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팀을 결승에 올려놓는 결승골로 월드컵 데뷔골을 신고한 움티티는 맨오브더매치(MOM)로도 뽑혔다. 프랑스는 12일 새벽 크로아티아-잉글랜드전 승자와 오는 16일 0시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대망의 결승전을 펼쳐 두 번째 우승을 겨냥한다. 반면 우승 후보로 꼽힌 벨기에는 로멜루 루카쿠-에덴 아자르-케빈 더 브라위너 공격 삼총사가 문전에서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역대 첫 결승 진출의 꿈이 무산됐다. 점유율은 벨기에가 60-40%로 앞섰지만 슈팅 9개(유효슈팅 3개)에 그쳐 상대의 19개(유효슈팅 5개)에 크게 못 미쳤다. 벨기에는 공만 많이 갖고 있었지 실속이 없었던 셈이다. ‘아트 사커’와 ‘황금 세대’의 대결이라 화끈한 골 공방이 예상됐지만 정작 뚜껑을 열자 한 방이 승부를 끝냈다. 프랑스 결승골의 주인공은 원톱 스트라이커 올리비에 지루(첼시)도, 섀도 스트라이커 앙투안 그리에즈만(아틀레티코 마드리드)도, 측면 날개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도, 중앙 미드필더 폴 포그바(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아닌 중앙 수비수 움티티였다. 지루(7차례), 그리에즈만(5차례), 포그바(1차례)의 슛 시도만 13차례였지만 모두 골문을 벗어났다. 음바페는 아예 슈팅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고 지루는 465분 동안 한 차례도 유효슈팅을 기록하지 못했다. 움티티는 그리에즈만의 코너킥 크로스를 머리에 맞혀 단 하나의 슈팅으로 상대를 거꾸러뜨리는 ‘원샷 원킬’을 뽐냈다. 카메룬의 야운데에서 태어난 그는 두 살 때 프랑스로 건너가 리옹 유소년 팀에서 축구를 익혀 프로 데뷔도 그 팀에서 했다. 2016년 6월 FC바르셀로나의 선택을 받은 뒤 연령별 대표팀을 차근차근 거쳐 프랑스 수비의 한 축을 담당할 재목으로 성장했다. 2016년 유럽선수권 때 제레미 마티외(스포르팅)의 부상으로 생긴 자리에 수비형 미드필더 출신인 디디에 데샹 감독의 부름을 받고 선 뒤로 지금까지 사랑을 받고 있다. A매치 세 골이 유럽 강호들을 상대로만 나온 것도 이채롭다. 지난해 6월 잉글랜드와의 평가전, 지난달 이탈리아와의 평가전에서 골맛을 봤다. 조별 리그부터 4강전까지 여섯 경기를 치르는 동안 프랑스는 10골을 터트렸는데 이 가운데 수비수가 넣은 세 골이 포함됐다. 오른쪽 풀백 뱅자맹 파바르(슈투트가르트)는 아르헨티나와의 16강전(4-3승), 중앙 수비수 라파엘 바란(레알 마드리드)은 우루과이와의 8강전(2-0승), 그리고 움티티가 이날 일을 냈다. 정확히 20년 만에 수비수 셋이 그물을 출렁이면서 ‘푸른수탉’은 ‘어게인 1998’에의 기대감을 한층 키우고 결승 준비에 들어간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일본 소도시 사가에서 찾는 보물 같은 도자기 여행

    일본 소도시 사가에서 찾는 보물 같은 도자기 여행

    일본 규슈 북서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 사가현(佐賀県)은 일본 도자기 역사의 산실이라고 여겨진다. 조선의 도공들이 대거 유입되며 도자기 전성시대를 맞게 된 사가현은 아리타야키와 이마리야키, 가라쓰야키로 유명하다. 덕분에 전 세계의 도자기 마니아라면 꼭 들러봐야 하는 여행지로 알려지게 되었고, 사가현도 도자기 축제와 각종 체험 시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니 이번 여름, 한적한 곳에서 힐링을 하고 싶다면 맛과 힐링의 도시 사가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일본 자기는 아리타야키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사가현은 매년 4월에 아리타야키 축제를 개최한다. JR 가미아리타역에서 JR 아리타역까지 이어지는 약 4km 거리에는 500여 개의 도자기 가게가 줄지어 있는데, 공방의 장인을 포함해 모든 상점이 축제에 참여한다. 매년 100만 명의 인파가 모이는 일본 골든위크 기간의 대표 축제로, 저렴한 가격에 아리타 도자기를 구입하고 싶다면 반드시 들러 보는 것이 좋다. 축제 기간이 아니라도 아리타에서는 언제나 도자기를 만날 수 있다. 1896년부터 명맥을 이어온 ‘아리타 도자기 시장’부터 1954년에 개관하여 사가현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관으로 꼽히는 ‘아리타 도자기 미술관’, 직접 도자기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 공방까지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에는 호텔과 레스토랑을 포함한 도자기 전문 쇼핑몰 ‘아리타 세라’가 오픈했으며, 곳곳의 카페와 식당에서 아리타야키의 정갈함을 느낄 수 있다. 아리타의 고라쿠가마나 우레시노의 요시다사라야에서는 창고에 즐비한 도자기 중 마음에 드는 것을 담으면 바구니의 개수에 따라 가격이 책정되는 ‘Treasure Hunting’으로 꿈에 그리던 아리타야키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유럽에서 유명한 이마리야키도 빼놓을 수 없다. 본디 아리타야키지만 유럽 수출을 위해 이마리항에서 출항하며 이마리야키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마리시에 방문하면 ‘나베시마 갤러리’와 ‘도자기 상가 자료관’에서 이마리 자기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좋다. 안내판부터 표지판, 담벼락까지 온 마을이 도자기로 이루어진 오카와치야마도 추천할 만하다. 지금까지도 30여 개 가문에서 300년 동안 대를 이어 도자기를 굽고 있다. 라쿠야키, 하기야키와 함께 일본 3대 차 도자기로 꼽히는 가라쓰야키는 무게감 있는 중후한 매력으로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반도에서 데려온 도공이 기술을 전해주어 도자기 산업이 발전한 곳으로, 현재는 50여 명의 도공이 도자기를 만든다. 가라쓰야키의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노보리가마’가 있던 가마터나 규슈 올레 가라쓰 코스에 포함되어 있는 공방 ‘히나타 가마’ 등에 방문하면 된다. 사가현은 이 외에도 자연과 역사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즐길 거리와 볼거리, 여행의 재미를 더해주는 먹거리 등을 갖춘 보물과 같은 도시다. 인천공항에서 티웨이 직항으로 1시간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으며, 현 내에서는 사가공항-다케오-우레시노를 잇는 투어 셔틀버스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사가현 여행 정보는 애플리케이션 ‘도간시타토(DOGANSHITATO)’ 및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콜센터, 공식 홈페이지 등을 통해 알아보면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복원은 언제쯤…가리왕산 발가벗는 공방전

    복원은 언제쯤…가리왕산 발가벗는 공방전

    강원도가 가리왕산 생태복원을 놓고 환경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벌이는 동계올림픽 시설 사후활용 운영비 부담 다툼에 이은 2라운드다. 10일 강원도에 따르면 환경부는 알파인 스키 경기장인 정선 가리왕산 생태복원 양묘사업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 5일 도에 과태료 1000만원 행정 처분을 통지했다. 동계올림픽 경기장 조성을 위해 2014년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면서 마련한 가리왕산 식생 복원 조항을 여겼다는 게 골자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해 7월에도 가리왕산 식생과 유사하게 복원하기 위해 양묘사업을 조속히 이행하라는 공문을 강원도에 보내 왔다. 원주환경청 관계자는 “강원도의 양묘사업이 내용과 시기 면에서 부족해 과태료 처분을 고지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처분에 대해 강원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이의신청을 준비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도는 동계올림픽 개최 전부터 복원 계획을 수립, 이행하고 종자채취와 양묘장 예산을 도비로 편성· 실천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지난해 후반기 추경예산에서 자생종자 채종 예산 1억 7200만원을 확보했고, 올해 본예산에서도 양묘예산 7억 8900만원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이어 올해 전반기 추경 예산안에도 복원 실시설계비 13억원을 의회에 제출했다고 반박한다. 특히 지난해부터 철원·고성군 산림조합과 종자채취 대행계약을 맺어 자생종자 200㎏을 확보했고 지난달 채종을 시작했다. 특히 2015년부터 충북 청주양묘장에서 신갈나무, 드메나무 등 포트묘 8408본을 보관하며 나름대로 복원 기초준비를 마쳤다. 여기에 2016년과 지난해 활강경기장 연습 코스 상부에 채종된 종자를 발아시킨 1~2년생 묘를 시범 식재하는 등 양묘사업을 시행했다고 덧붙였다. 문체부도 2014년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에 공문을 보내 “강원도에서 대회 이후 (가리왕산) 중봉 경기장 조성사업 생태복원 계획을 2017년까지 환경부, 산림청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마련할 예정이다. 필요한 예산액 및 부담 주체는 강원도, 환경부, 산림청 등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며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다. 녹색연합이 문체부에 발송한 경기장 복원 및 예산 부담 등의 안건에 대한 회신이었다. 하지만 문체부는 공문 발송 이후 관계기관과 단 한 차례도 생태복원 예산 협의를 갖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체부가 중앙부처간 생태복원 예산 협의에 나서지 않는 사이 산림청과 환경부는 올림픽 개최지라는 이유만으로 예산 부담을 도에 전가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앞서 강원도는 올림픽 시설 사후활용 운영비 지원을 놓고 문체부와 갈등을 겪었다. 도 올림픽운영국 관계자는 “어렵사리 예산을 확보해 복원에 나서는 우리 입장에 중앙부처 처사가 너무 가혹하고, 객관적인 자료 제출과 사전설명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행정처분이 내려져 유감”이라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비공개촬영회 사진 유출 억울”… 스튜디오 실장, 한강 투신

    스튜디오 비공개 촬영회에서 유튜버 양예원씨를 성추행한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던 스튜디오 실장 A(42)씨가 9일 한강에 투신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색에 나섰다. A씨는 이날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조사가 예정돼 있었으나 출석하지 않았다. 9일 경기 남양주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20분쯤 남양주 미사대교 위를 지나던 운전자에게서 “사람이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는 것을 목격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추락 지점에서 차량 한 대를 발견했다. 차량 조회 결과 소유주는 A씨로 확인됐다. 차량 안에는 A씨가 남긴 1장짜리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억울하다. 경찰도 언론도 그쪽(성추행 피해자) 이야기만 듣는다. 나는 절대 추행을 하지 않았는데 한 것으로 몰아간다. 이 모든 것 때문에 죽고 싶다”며 억울한 심경을 토로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미사대교 일대에서 수색 작업을 벌였지만 기상이 좋지 않아 A씨를 발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양씨는 지난 5월 “3년 전 A씨가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주관한 비공개 촬영회에서 성추행과 협박을 당했고, 당시 촬영된 사진이 음란 사이트에 유출됐다”며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이와 함께 페이스북에 동영상을 올려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 양씨의 폭로 이후 “똑같은 일을 당했다”고 주장한 피해자는 8명으로 늘어났다. 이에 A씨는 양씨와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과 계약서 등을 공개하며 “합의된 촬영이었고 성추행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양씨를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하며 진실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 A씨는 최근까지 피의자 신분으로 다섯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날 A씨의 투신으로 경찰의 수사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A씨가 숨진 것으로 최종 확인되면 A씨에 대한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 처리된다. 하지만 다른 6명의 피의자에 대한 수사는 그대로 진행된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프로축구] ‘대헤아’ 살아있네~

    [프로축구] ‘대헤아’ 살아있네~

    후반 슈퍼세이브로 ‘이름값’ 국대 동료 고요한의 서울과 동점러시아월드컵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전 2-0 완승을 합작했던 골키퍼 조현우(대구)와 미드필더 고요한(서울)이 K리그 그라운드에서 맞대결을 펼쳤지만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둘의 소속팀 서울과 대구FC는 8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1부리그) 정규리그 15라운드 경기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조영욱과 안델손의 추가골로 앞서간 서울을 에드가와 세징야가 잇달아 만회골을 터뜨려 2-2로 비겼다. 한때는 대표팀 동료였지만 이날 ‘적’으로 맞선 두 선수 중 서울의 고요한이 먼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전반 11분 오른쪽 측면에서 골문을 향해 크로스를 올렸고, 조영욱이 골지역 중앙으로 달려들며 오른발 인사이드 슈팅으로 마무리해 골망을 흔들었다. ‘대헤아’(대구의 데헤아) 조현우마저 손을 써보지 못할 정도로 고요한의 정교한 크로스와 조영욱의 깔끔한 마무리가 돋보였다. 기세가 오른 서울은 6분 후 조현우가 지킨 대구의 골망을 다시 흔들었다. 전반 17분 왼쪽에서 서울이 일본 가시와 레이솔에서 임대 영입한 윤석영이 6년 만의 K리그 복귀전에서 올린 크로스가 상대 수비를 맞고 흘러나오자 안델손이 오른발로 밀어 넣었다. 0-2로 끌려가던 대구는 그러나 전반 36분 고재현의 패스를 받은 에드가가 왼발로 마무리해 1-2를 만들더니 전반 추가시간에는 윤석영의 거친 태클에 걸려 넘어지면서 비디오판독을 통해 페널티킥을 얻어낸 세징야가 오른발 슈팅으로 왼쪽 골문을 갈랐다. 두 골을 내주긴 했지만 월드컵에서 눈부신 선방으로 대표팀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조현우는 후반 31분에는 교체 투입된 서울의 골잡이 박주영의 대포알 슈팅을 몸을 던져 막아내며 무승부를 지켜내 이름값을 했다. 서울은 최근 3경기 연속 무승(2무1패)으로 9위(3승7무5패·승점 16)를 유지했지만 대구전 4경기 연속 무패(2승2무) 기록도 이었다. 반면 대구는 최근 8경기 연속 무승(2무6패)에 빠졌고, 시즌 1승5무9패(승점 8)로 전체 12개 구단 중 최하위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앞서 열린 경기에서는 강원FC와 전남이 공방 끝에 역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한국당 제외 정치권은 4대 강 사업 비판하는데 한국당만 “정치보복” 주장

    한국당 제외 정치권은 4대 강 사업 비판하는데 한국당만 “정치보복” 주장

    지난 4일 이명박 정부 시절 4대 강 사업을 실패한 사업으로 결론 낸 감사원의 4번째 감사 결과를 놓고 정치권이 6일 공방을 벌였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등은 ‘4대 강 사업은 총체적으로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했지만 한국당에서만 ‘부패는 없었다’고 맞받아쳤다. 포문은 친이(친이명박)계의 좌장이라고 불렸던 이재오 한국당 상임고문이 열었다. 이 고문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대운하를 만들기 위해 수심을 6m까지 판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강의 형편에 따라 수심을 조절한 것일 뿐 의도적으로 수심을 깊이 판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4대 강 전도사란 네임(이름), 명예스럽다”면서 이명박 정부 시절 벌인 4대 강 사업이 정상적이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고문은 감사원 감사 발표 후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권이 모든 정부기관을 총동원해 정치보복에 골몰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당을 제외한 정치권에서는 4대 강 사업을 일제히 비난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4대 강 사업은 국정농단보다 바로잡기 어려운 국토농단”이라면서 “수질을 개선한다는 거짓말로 31조원의 혈세를 퍼부었다”고 비판했다.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도 라디오에 출연해 “앞선 3번의 감사는 감사라도 할 수도 없는 거짓말”이라면서 “4대 강 사업은 해악이 큰 사업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감사원이 4차례나 감사하는 등 제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감사원이 맞춤형 감사를 전문으로 하는 권력의 시녀로 타락했다”면서 “감사원의 감사를 국회가 하자”고 주장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北비핵화 ‘악마의 디테일’은 고농축우라늄(HEU)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北비핵화 ‘악마의 디테일’은 고농축우라늄(HEU)

    지난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고된 미 국방정보국(DIA : Defense Intelligence Agency) 북핵 실태 보고서가 미 정치권과 외교가를 강타하며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이 보고서를 최초 보도한 NBC 방송에 따르면 미국 정보당국은 북한이 진정한 비핵화 의지가 없다는 결론의 보고서를 최근 백악관에 제출했다. 보고서는 미국이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체제보장 약속이라는 큰 선물을 주었음에도 북한이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으며,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는 단지 큰 쇼(Big show)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새롭게 수집된 최신 정보들을 바탕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북한이 영변 이외의 비밀 장소 여러 곳에서 고농축 우라늄 생산 활동을 늘리고 있다고 판단했다. 북한의 이러한 의도는 지난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에 동의하는 척 하면서 차후 회담을 통해 더 많은 양보와 보상을 얻어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NBC 방송에 관련 내용을 인터뷰한 익명의 정보관계자는 “북한이 미국을 속이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There is absolutely unequivocal evidence that they are trying to deceive the US)고 증언했고, 이러한 인식은 미국 정부 여러 관계자들이 공유하고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믿을 수 있으며 비핵화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미국 정치권과 외교가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사실 북한이 비밀리에 핵물질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을 가능성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제기되어 왔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인출한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추출하는 플루토늄(Plutonium) 239의 경우 추출 과정에서 자연 상태에 존재하지 않는 인공방사성 동위원소가 발생한다. 크립톤(Krypton)-85 등의 원소들은 대기 중 극미량만 존재해도 포집이 가능하기 때문에 북한이 아무리 비밀리에 플루토늄 생산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그 기도가 노출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HEU다. HEU는 원료가 되는 천연우라늄과 원심분리기 등 기본 재료와 작업을 진행할 비밀 공간, 그리고 전력만 있다면 누구도 모르게 원하는 만큼 대량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에서 비핵화 합의문에 도장을 찍은 직후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는 척 하면서 곧바로 HEU 핵무기 개발을 위해 파키스탄의 압둘 카디르 칸 박사와 손을 잡았던 전력이 있다. 우라늄 핵무기 개발만큼 미국의 눈을 속이기 쉬운 방법도 없었기 때문이다. 우라늄을 농축하는 방식은 크게 확산공법, 원심분리공법, 레이저공법 등으로 나뉠 수 있는데, 북한은 효율이 좋은 원심분리공법을 선호한다. 지난 2010년 방북한 지그프리드 헤커(Siegfried S. Hecker) 박사는 약 2,000기의 신형 원심분리기를 목격한 바 있었다. 북한에 HEU 기술을 전달한 파키스탄 압둘 카디르 칸(Abdul Qadeer Khan) 박사의 증언이나 마레이징강(Maraging steel) 등 북한의 부품 밀수 시도 등을 종합해 판단해보면 북한이 대량으로 운용 중인 원심분리기는 연간 8,000 SWU(Separative Work Unit)를 처리할 수 있는 파키스탄제 P-2 원심분리기의 개량형으로 추정된다. 8,000 SWU의 처리 능력을 가진 원심분리기 2,000개를 1년간 가동하면 9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 40kg 가량을 생산할 수 있다. 핵탄두 2.5개를 만들어낼 수 있는 양이다. 문제는 이러한 헤커 박사가 목격한 농축시설이 가동되기 시작한 시기가 2010년경이고 이 시설의 연간 HEU 생산 능력이 40kg인데, 2017년 말 기준 한·미 정보당국이 추정하고 있는 북한의 HEU 보유량이 758kg에 달한다는 점이다. 헤커 박사의 방북 시기와 한·미 정보당국 조사 시점 사이에는 8년의 시간이 있다. 북한이 2,000기의 원심분리기를 풀가동해도 최대 생산 가능한 HEU는 320kg 수준이지만, 현재 추정 보유량은 최대 생산량의 2배가 넘는다. 즉, 모종의 비밀 시설에서 HEU 대량생산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DIA는 그 모종의 비밀 시설을 '강성'(Kangsong)이라는 이름의 시설로 보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가동된 이 시설은 P-2 원심분리기 6,000~12,000개가 설치되어 있으며, 이 가운데 연평균 7,000개 정도가 가동되어 왔다는 것이 DIA의 추정이다. 8,000 SWU 처리용량의 원심분리기 7,000개를 풀가동할 경우 연간 140kg 가량의 HEU를 생산할 수 있다. 연간 8.75개의 핵탄두를 만들어낼 수 있는 양이다. P-2 원심분리기에서 1g의 90%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전력은 약 1,000kW으로 알려져 있는데, 약 16kg의 HEU가 소요되는 핵탄두 1발 생산을 위해서는 1,600만kw라는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다. 전력난에 시달리는 북한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지만, 국제사회의 감시망을 피해 핵무기를 만들어야 했던 북한은 사활을 걸고 전력 생산량 확대에 나섰다. 북한은 지난 2011년부터 원유 지원을 대가로 중국과 50:50으로 나누어 사용했던 수풍댐 전력생산량을 전량 회수했다. 평안북도와 자강도, 양강도 일대의 소형 하천과 지류마다 발전용량 10,000kw 미만의 소형 수력발전소를 대량으로 건설하고 있고, 김정일은 죽기 직전까지 자강도 희천발전소 건설현장을 8번이나 찾으며 조기 완공을 독려했다. 이처럼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 대량의 발전소를 건설했음에도 불구하고 평안도 및 자강도 일대의 전력 사정은 거의 나아지지 않았다. 평양을 비롯한 대도시들의 정전은 일상이며, 김정은이 직접 챙길 만큼 중시했던 메기 생산 공장에서도 정전으로 인한 대량 폐사 사건이 발생할 정도로 북한의 전력사정은 심각한 수준이다. 즉, 2010년을 전후해 평안도-자강도 지역에 대량의 수력발전설비가 건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력 사정은 더욱 나빠졌으며, 이것은 이 지역 어디에선가 대량의 전력이 은밀하게 소비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2010년 이후 북한은 평안도-자강도 일대의 모처에 비밀 시설을 만들어놓고 대량의 전력을 투입해 HEU 생산을 진행해오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며, 이 때문에 이 일대 어딘가에 강성 우라늄 농축시설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북한에는 상당한 수준의 우라늄이 매장되어 있다. 북한 매체의 주장에 따르면 북한 국내에 약 400만톤 수준의 우라늄이 매장되어 있고, 품위 역시 상당한 고품질로 알려져 있다. 이 우라늄의 평균 품위를 0.4% 정도로 가정하더라도 가채매장량은 1.35만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원료의 대량 자체 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력만 확보된다면 연간 10개 안팎의 핵탄두 생산도 가능하다. 북한이 HEU에 매달리는 이유다. 과거 남아공과 이란 등 핵사찰 수용 국가들의 전례에서도 볼 수 있듯 HEU에 대한 핵 사찰, 특히 HEU의 정확한 생산량과 시설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사찰 대상국이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는 한 기술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남아공의 경우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인 비핵화 의지를 갖고 매우 성실하게 사찰에 임했음에도 신고된 HEU의 양과 사찰단이 발견한 HEU의 양이 달라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사찰 대상국이 처음부터 기만 의도를 가지고 사찰에 임한다면 IAEA 등 국제사회가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모든 핵무기와 핵시설을 완벽하게 찾아내는 것은 어렵다는 의미다. 미 국방부와 정보기관, 주요 싱크탱크와 민간연구기관에서는 위성사진과 탈북자 정보 등을 종합한 결과 북한이 싱가포르 합의 이후에도 핵물질 생산을 늘리고 장거리 미사일 생산 시설을 증축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며 사실상 비핵화 합의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와 불신이 쏟아지는 가운데 오는 6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평양을 찾아 북한과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을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김어준, 김부선 스캔들 언급 “적절한 시점에 알아서 밝히겠다”

    김어준, 김부선 스캔들 언급 “적절한 시점에 알아서 밝히겠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김어준이 배우 김부선과 이재명 경기지사 스캔들을 언급했다. 3일 방송된 tbs 교통방송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는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서 하태경 의원은 “거의 한 달 만에 출연한다. 김어준 씨가 일부러 피한 것 같다. 제가 까칠한 질문을 할까 봐 피한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이에 김어준은 “하태경 의원님은 일부러 피할 만큼 중요한 인물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하태경은 김어준에 “질문 전에, 제가 한 달 동안 친 문재인 지지자들에게 시달리고 있다”며 “2010년에 김부선 씨의 인터뷰 ‘성남 가짜 총각’ 문제를 최초로 이슈화시킨 게 김어준이라는 걸 국민이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어준은 “최초로 이슈화시킨 게 아니라 인터뷰를 했었다. 그리고 그때는 상대가 특정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하태경은 “그때 그 내용을 읽어보니 김부선 씨가 실명을 이야기했었다. 그래서 그 실명을 우리 공장장이 당시에 들었고, 그 실명이 이재명인 거 아니냐. 여기에 대해서 오늘 한 말씀 해주셔야 한다. 안 그러면 제가 못 간다”고 밀어붙였다. 그러자 김어준은 “나오시면 그 얘기 할 줄 알았다. 당시 들었던 이야기는 인터뷰에 다 들어가 있다. 그 전후 사정은 인터뷰에 쓰여있는 그대로다”라며 “당시 쓸 수 있는 만큼 쓴 거다. 그게 김부선 씨 요구이기도 했다. 그리고 한참 지나서 이재명 지사 쪽 주장도 알게 됐다. 제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시점과 자리에서 제가 알아서 하겠다”고 밝혔다. 김어준은 이어 “제가 이렇게까지 밖에 말을 안 하는 이유는 법정 공방 때문이다. 제가 그런 자리에 가서 발언해야 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며 “그러니까 적절할 때 적절한 시점과 자리에서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제 결정을 대신 해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지난 2010년 11월 ‘김어준이 만난 여자’에서 김부선은 한 정치인과의 스캔들을 언급, 당시 김부선은 “총각이라는데 그 인생 스토리가 참 짠했다. 인천 앞바다에서 연인들처럼 사진도 찍고 데이트했다. 그러고는 같이 잤다. 그렇게 나한테 적극적인 남자가 없었다. 진짜 행복했다”고 말한 바 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美 바이오젠, 삼바 콜옵션 행사… 공동경영체제 전환

    7486억 지급… 지분 5.4→49.9%증선위 ‘분식회계 심의’ 영향 주목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기준 위반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제약사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행사했다. 콜옵션 행사는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를 심의하는 도중에 단행된 것이어서 증선위 심의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동안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우려로 2015년의 회계처리를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파트너사인 미국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했다고 29일 공시했다. 이에 따라 바이오젠의 바이오에피스 지분은 5.4%에서 49.9%로 올라가게 된다. 콜옵션 계약은 약 3개월 후인 오는 9월 28일 이전에 최종 완료될 예정이다.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공동 설립한 다국적 제약사다. 바이오에피스 지분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94.6%, 바이오젠이 5.4%였다. 콜옵션 계약이 완료되면 삼성바이로직스는 현재 보유 중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1956만 7921주 중 922만 6068주를 바이오젠에 양도하며,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오는 9월 28일 기준으로 7486억원을 지급하게 된다. 그렇게 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은 이사회를 동수로 구성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공동 경영하게 된다. 두 회사는 이미 바이오에피스의 주식 52%를 갖지 않으면 어느 쪽도 이사회 결정권을 가질 수 없는 것으로 합의했다. 이번 콜옵션 행사로 지난 5월부터 논란을 빚어 온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바이오로직스 측의 주장에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바이오에피스를 지분법 관계사로 전환하면서 바이오에피스의 기업 가치를 장부가액에서 시장가액으로 변경한 것에 고의성이 있었다고 보고 증선위에 조치를 건의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계 원칙상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게 당연한 상황에서 지배력을 상실할 수 있어 주주 보호 차원에서 회계처리 변경이 필요했다”고 맞서왔다. 그러나 금감원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가 증선위 논의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가 이뤄지긴 했지만 과거 상황에서 이를 고려할 요인이 있었느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달 세 차례 회의를 열었던 증선위는 다음달 4일 다시 정례회의를 열고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 조치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증선위는 다음달 중순까지는 심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동상이몽2’ 신다은♥임성빈, ‘셀프 인테리어’ 도전기...‘치열한 신경전’

    ‘동상이몽2’ 신다은♥임성빈, ‘셀프 인테리어’ 도전기...‘치열한 신경전’

    ‘동상이몽2’ 신다은-임성빈 부부가 신혼집 인테리어를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오는 7월 2일 방송되는 SBS 예능 ‘동상이몽 시즌2-너는 내 운명’(이하 ‘동상이몽2’)에서는 신혼집 인테리어를 두고 공방을 벌이는 신다은, 임성빈 부부 모습이 그려진다. 두 사람은 이날 신혼집 인테리어를 위해 함께 나섰다. ‘셀프 인테리어’를 하기로 한 두 사람은 조명부터 페인트까지 직접 구매하기 위해 가게를 찾았다. 하지만 시작부터 난간에 부딪혔다. 인테리어 전문가인 남편 임성빈과 평소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아내 신다은 사이 의견 충돌이 일어난 것. 페인트 색을 고르는 것부터 조명까지 모두 의견이 달랐다. 임성빈은 신다은에 “술맛이 나는 조명을 달자”며 새로운 인테리어를 제안했다. 신다은은 그의 의견에 고개를 내저었다. ‘셀프 인테리어’를 두고 갈등을 빚은 신다은과 임성빈 이야기는 오는 7월 2일 오후 11시 10분 방송되는 ‘동상이몽2’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SBS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검은돈 오가는 밀실 관사…임기 끝나도 버티고 풍수 따져 입신

    검은돈 오가는 밀실 관사…임기 끝나도 버티고 풍수 따져 입신

    관사는 실상 단체장에게 핵심 업무 공간이 아니다. 공·사적 개념을 아우르는 관사에 대해 단체장이 공적 공간으로서의 순기능만 강조할 경우, 민심과 내내 평행선을 달리게 될 수밖에 없다. 몇몇 관사에서는 떳떳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예로부터 벼슬아치의 상징이었던 관사를 통해 허세를 뽐내려는 마음이 아주 없지도 않다. 이런저런 이유로 주민과 유리된 ‘밀실’ 같은 관사에 대한 유혹을 떨치지 못하면 그칠 줄 모르는 비난에 직면하는 시대를 맞은 지 오래다.지난 26일 관사 거부를 선언한 양승조 충남도지사 당선자는 측근들에게 “취임 전 주업무도 아닌 관사 문제로 논란을 만들고 싶지 않다. 내가 쓰지 않으면 논란도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관사의 정무 기능을 높이 사 입주 여부를 고민했다. 맹창호 충남지사직 인수위 대변인은 27일 ‘취임 준비로 바쁜데 무슨 관사 얘기냐. 대단한 것도 아니고…’라는 양 당선자의 말을 전했다. 양 당선자는 관사 논란으로 (실제 사용한) 전임 안희정 지사와 이른바 ‘엮이는’ 것도 싫어했다는 후문이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당 대표이던 지난 1월 12일 경남도당 신년인사회에서 경남지사 시절 자신이 건립한 도지사 관사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자신이 지어 놓은 관사 터가 좋다는 것이다. 홍 전 대표는 “내 고향에 와서 4년 4개월 도지사를 지내며 도지사 관사도 새로 잘 지어 놨는데 거기에서 몇 달 못 살았다. 조그맣게 지어 놨지만 참 아기자기하게 잘 지었다. 터도 아주 좋다”고 자랑했다. 도지사 관사는 경남지방경찰청장 관사를 헐고 새로 지었다. 홍 전 대표는 “2등밖에 못해 떨어졌지만 대통령 후보도 한번 해 봤고, 당 대표도 재수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그 터가 좋다. 절대로 안 뺏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 관사에 살았던 내가 당 대표를 맡아 지방선거를 지휘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에 참패했고 대표직에서도 물러났다.관사를 놓고 추태도 있었다. 2010년 6월 지방선거 당시 배상도 경북 칠곡군수는 졌는데도 새 당선자의 취임을 코앞에 두고서야 관사를 떠났다. 그는 “집을 구하기 어려우니 관사를 쓰게 해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다. 군이 규정을 들어 그 요구를 뿌리쳤을 땐 신임 군수가 취임하기 전까지 집을 수리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늦었다. 결국 칠곡에 살지 않던 장세호 새 군수는 친척에 얹혀 살며 취임 후 보름을 넘겨 입주했다. 성백영 경북 상주시장은 선거에 진 전임 이정백 시장이 상주에 당장 집을 구해 옮기기 어렵다며 기존 관사에 계속 살겠다고 요구해 아파트를 새로 얻어야 했다. 시는 관사 임대계약을 해지하고 이 전 시장의 돈으로 빌려 계속 살도록 조치했다. 이 전 시장은 관사에서 사용하던 시 소유 가구, 집기, 가전제품 등도 시에 임대료를 내고 썼다. 신규 아파트 관사에 집기 등을 신품으로 구입하는 돈을 놓고 시민들은 예산 낭비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1999년에는 관사 절도사건으로 떠들썩했다. 고관 저택 전문털이로 이름을 날리던 김강룡이 서울 양천구 목동 전북지사 관사의 김치냉장고에 있던 미화 12만 달러와 현금 5800만원을 훔쳤다고 진술했는데 당시 유종근 지사가 “도난당한 게 없다”고 부인해 진실 공방을 일으켰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로 온 국민이 달러를 사려고 금 모으기를 하던 시절 도지사라는 인물이 거액의 달러를 보관한 혐의로 정국을 흔들 뻔했다. 결국 유 지사가 달러를 잃은 게 아니라 현금 3500만원과 약간의 귀금속이라고 시인하며 가라앉았다. 그러나 유 지사는 업체에서 뇌물을 받은 게 밝혀져 감옥 신세를 졌다.전북 임실의 옛 군수 관사는 민선 3기(2002~2006년) 때 6급 공무원 서너명이 찾아와 군수와 군수 부인에게 사무관 승진을 부탁하며 뇌물을 건네 입길에 올랐다. 이런 이유로 심민 현 군수는 초선 때부터 “봉사를 사명으로 할 지위에 자치단체 재물을 거저 이용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며 관사를 내쳤다. 그는 올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대다수 단체와 전문가들은 비난 일색이다. 최진아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시민자치국장은 “자기 사는 곳에서 당선되는데 관사가 필요한가”라고 되묻고 “일부는 단독주택 관사를 개방해 생색을 내고 세금으로 아파트 관사를 얻는데 이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박재율 부산 분권시민연대 상임대표는 “지방청와대로 불린 부산시장 관사는 군사정권의 유물로 시민들에게 돌려 줘야 옳다”고 밝혔다. 이상선 충남참여자치연대 공동대표는 “관사는 더이상 국민 정서에 맞지 않으니 소모적 논쟁을 끝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생각이 다른 민선 기관장도 눈에 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도내 25개 교육지원청이 있는데 교육장들과 밥 먹으며 회의할 장소를 구하기 어렵다”며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는 공간으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태석 서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외부 고급식당에서 만찬을 하는 것보다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단체장이 자기 아파트에 살면 퇴근 후 긴급 상황 발생 때 간부들을 불러 회의라도 할 수 있겠나. 시민들에게 주목돼 비리를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 무조건 적폐로 모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맞섰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수원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말도 탈도 많은 연트럴파크? 예술·장터에 가면 달라진다

    말도 탈도 많은 연트럴파크? 예술·장터에 가면 달라진다

    외출하러 가는 길이면서 집에 가는 길이기도 하고, 산책하는 길이면서 쇼핑하는 길이기도 하고, 홍대와 연남동을 잇는 입구이자 출구 같은 곳.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공원 연남동 구간인 일명 ‘연트럴파크’(연희동+뉴욕 센트럴파크)가 주민들에게 자부심을 주는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2014년 6월 최종 준공된 뒤 잔디와 나무, 산책로, 쇼핑로가 주는 편안함과 볼거리로 지역 분위기에 일대 변화를 가져왔다. 26일 홍대입구역 3번 출구를 나와 경의선숲길공원 초입에서 만난 주민 김지희(31)씨는 “근처 맛집에서 식사한 뒤 산책로를 따라 종종 걷는다. 공원 옆 이층 카페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고 소개했다. 느린 걸음으로 공원길을 따라 걷는 염순이(86) 어르신은 “숲길이 생긴 뒤로 운동하게 됐고 이후로는 병원 갈 일도 줄었다. 공원 옆 연남동주민센터에 노인들이 많아 이렇게 걸어갔다가 쉬면서 이야기도 하고 시간을 보내다가 돌아온다”고 했다. 보통의 공원이 ‘쉼’에 방점을 찍고 있다면 경의선숲길공원에는 ‘일상’이 공존한다. 편한 차림으로 애완견과 함께 산책하거나 운동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껏 멋을 낸 차림으로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인근 번화가로 빠져나가는 사람도 볼 수 있다. 공원뿐만 아니라 공원을 둘러싸고 생겨난 각종 아티스트 숍들이 공원을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각종 예술 공방과 갤러리, 카페, 디자인숍들이 1.2㎞의 긴 숲길공원을 모두 품고 있다. 일반인들이 직접 제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가죽공방, 책을 만드는 그림책학교, 재즈카페, 재봉틀카페, 생활소품가게, 보석가게 등 각종 상점들이 들어서면서 일종의 ‘문화 울타리’가 형성됐다. 숲길공원 근처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박상원(55)씨는 “공원뿐 아니라 공원을 둘러싸고 생겨난 아티스트 숍들 때문에 볼거리가 풍부해지면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공원 근처에는 문화 명소로 떠오른 곳이 한 곳 더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1시가 되면 열리는 ‘동진시장’이다. 인근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아티스트들이 연남동의 옛 시장 터에서 수공예 작품 시장을 매주 펼치고 있다. 각종 생활 소품부터 보석, 의류, 문구용품, 가구 등 개성 있고 희귀한 아이템이 눈길을 끈다. 마포구 관계자는 “경의선숲길공원 중에서도 연남동 구간은 우리에게 일어난 놀라운 일 중 하나다”라면서 “도심 한복판에서 다양한 콘텐츠와 자연, 그리고 사람들이 함께 쉼과 문화의 융합을 계속 이뤄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영등포에 그녀들의 꿈의 공간 열렸다

    서울 영등포구가 여성들의 자기계발과 사회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여성늘품센터(도영로22길 36) 3호를 신규 개관하고 다음달부터 운영한다. 영등포구는 “현재 여성늘품센터 1, 2호를 운영 중이다. 연간 2000여명의 수강생을 배출하며 여성의 잠재력 계발과 꿈 실현을 위한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갈수록 늘어나는 여성들의 교육 수요와 취업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3호를 새로 개관했다”고 26일 밝혔다. 여성늘품센터 3호는 구립영등포어르신복지센터 1층을 리모델링했다. 수강과목은 치매관리사자격증반, 프랑스자수소품반, 메이크업아티스트반, 소이캔들공방반, 타로심리상담반, 스마트폰기초반 등 6개다. 신청은 오는 29일까지 영등포구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접수하면 된다. 수강료는 무료이며 1기 수강생 총 145명을 모집한다. 교육은 다음달 2일부터 9월 14일까지 진행된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수십억짜리’ 여객기 접촉사고… 대한항공·아시아나 “네 탓이야”

    ‘수십억짜리’ 여객기 접촉사고… 대한항공·아시아나 “네 탓이야”

    인명 피해 없지만 꼬리 부분 파손 “서 있는데 긁어” “정상 경로 이동” 피해보상 뺀 수리비만 45억원26일 서울 김포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와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접촉 사고를 일으킨 가운데 양측이 사고 원인을 놓고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내 공항에서 항공기끼리 부딪친 사고는 올해에만 세 번째다.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50분쯤 김포공항 국제선 주기장(항공기 정비공간)에서 토잉카(견인차량)에 끌려 탑승 게이트로 이동하던 아시아나항공 A330 여객기의 날개와 대한항공 B777 여객기의 꼬리 부분이 서로 부딪쳐 파손됐다. 기내에는 정비사가 1명씩 타고 있었지만 다치진 않았다. 꼬리날개에는 보조엔진이 있어 시동이 걸린 상황이었다면 대형 참사로 번질 수 있었다. 이날 사고로 오전 8시 50분 김포에서 중국 베이징으로 출발하려던 아시아나기(OZ3355)는 출발 시간이 3시간 50분 미뤄져 낮 12시 40분에 이륙했고, 오전 9시 5분 일본 오사카로 가려던 대한항공기(KE2725)도 4시간 지연된 오후 1시 5분에 김포를 떠났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측은 ‘네 탓 공방’을 벌였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가만히 서 있는 우리 항공기를 이동 중인 아시아나기가 와서 긁었다”면서 “사고 당시 우리 항공기는 관제탑의 지시에 따라 4분간 대기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양사 항공기 모두 토잉카에 실려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대기 중이었다는 게 중요하지 않고 정확한 위치에 있었는지가 더 중요하다”면서 “우리 항공기는 관제 지시에 따라 표시된 센터라인으로 정상 이동 중이었다”고 반박했다. 현장에 있던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기가 규정보다 10여m 뒤에 서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대한항공기가 조금 더 앞쪽으로 서 있지 않아서 지나가던 아사아나기에 닿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양측이 책임 공방을 벌이는 것은 피해 보상 때문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꼬리날개가 파손됐던 이전 사례를 보면 수리비만 400만 달러(약 45억원)가 들었다”면서 “피해보상액까지 합치면 금액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디스패치 vs 국방부 2라운드…지드래곤 ‘병실 특혜’ 반박에 재반박

    디스패치 vs 국방부 2라운드…지드래곤 ‘병실 특혜’ 반박에 재반박

    군인권센터 “사실관계 과장됐으나 특혜 소지 있어”군 복무 중인 가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30)의 군 병원 특혜 입원 의혹을 놓고 인터넷 매체 디스패치와 국방부가 2차 공방전을 벌였다. 국방부는 26일, 전날에 이어 다시 입장자료를 내고 “국군양주병원은 대령병실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면서 “대령병실로 보도된 3층 11호실(1인실)은 어제 알려드린 바와 같이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병사, 간부 등 모두 이용이 가능한 병실”이라고 밝혔다. 디스패치는 전날 육군 3사단 백골부대에서 복무 중인 지드래곤이 발목 치료를 위해 고위급 장교인 대령만 입원할 수 있는 ‘대령병실’에 입원해 특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날에도 지드래곤의 대령실 입원기록을 확인했다며 관련 서류의 일부를 사진으로 공개했다.그러나 국방부는 다시 한번 반박에 나섰다. 국방부는 디스패치가 대령병실의 존재 근거로 든 ‘양주병원 301동 병실 구분 자료’ 이미지에 대해 “2012년 국방의료 정보체계를 최신화하는 과정에서 기존 소프트웨어 소스를 수정하지 않아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드래곤이 3층 11호병실에 있다가 논란이 일자 12호 병실로 옮겼다는 디스패치의 주장에 대해서도 국방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다인실인 개방 병동에 대형 선풍기밖에 없어 더위를 겨우 식히는 수준이라는 디스패치의 주장에 대해서도 “양주병원은 중앙 냉난방식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각 병실에 대형 냉난방기를 추가 설치하고 운용 중”이라고 반박했다. 디스패치는 지드래곤이 33일간 병가를 쓰는 것도 특혜라고 주장했다. 장병은 규정상 최대 연 30일 범위에서 병가를 쓸 수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지드래곤이 4월에 3일, 5월에 17일, 6월에 6일 등 모두 26일 간의 병가를 사용했다”면서 “(디스패치 주장과 달리) 6월 19일부터는 국군양주병원에 입원 중이므로 병가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양측의 공방이 가열되자 군인권센터도 입장을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지드래곤 특혜입원’ 관련 논평을 통해 디스패치와 국방부 어느 편도 들지 않은 대신 이 문제의 핵심은 군 병원의 열악한 환경이라고 꼬집했다. 센터는 “지드래곤이 병가를 사용해 민간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재활을 위해 국군양주병원에 입원한 것은 통상적인 과정으로 보인다”면서 “대령실 입원은 사실보다 과장된 내용이 있었다”며 디스패치의 잘못을 지적했다. 센터에 따르면 양주병원에 대령실은 없다. 3층에 있는 1인실은 2개로 VIP실과 일반 1인실로 나뉘는데 지드래곤이 사용한 병실은 일반실로 TV가 없는 작은방이라는 게 센터의 설명이다. 센터는 “VIP실이 공식적으로 존재하진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대령과 장성들이 사용한다”면서 그러나 실제 장성 및 영관급이 군 병원을 잘 이용하지 않아 대부분 비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다만 센터는 ”지드래곤의 1인실 입원은 특혜로 보일 소지가 충분하다고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센터에 따르면 양주병원의 외과 병실은 모두 30~50인이 함께 쓰는 개방병동뿐이다. 통상 외과환자인 장병이 모두 개방병동을 쓰고 있는 점에 비춰 볼 때 지드래곤의 사례가 일반적이진 않다는 지적이다. 센터는 논란의 근본적인 문제가 군 병원의 열악한 환경에 있다고 짚었다. 센터는 ”개방병동에서 수십명의 환자들이 한데 모여 지내는 것은 통상의 병원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면서 ”국가를 위해 복무하는 병사들에게 교도소 수감자와 비슷한 최저의 의료 수준을 제공하는 상황을 조속히 개선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김부선 의미심장 글 “김부선은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을 거다”

    김부선 의미심장 글 “김부선은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을 거다”

    배우 김부선이 SNS를 통해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스캔들을 또다시 언급했다. 25일 배우 김부선(58·김근희)이 페이스북을 통해 억울함을 토로했다.김부선은 이날 “작정하고 선거 전에 폭로했다고? 불순세력이 배후라고? 헐!”이라는 내용의 글과 함께 한 언론사 기자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공개된 문자 메시지에는 지난 3월 한 언론사 기자가 ‘미투’ 관련 김부선에 인터뷰를 요청했고, 김부선이 이를 거절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부선은 댓글에서 “백일 간 언론 인터뷰를 거부했고, 바른미래당 김영환 전 의원은 지금껏 얼굴 한 번 본 적 없다”라며 “(주진우 기자와 김부선으로 추정되는 인물 대화)녹취록 유출자는 내가 아니다. 유출자를 찾고 있으며, 변호사와 상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와 미소(딸)가 왜 기자들에게 백일동안 시달려야 하나. 딸은 지난 8일 어디론가 떠났고, 나는 차마 안부도 묻지 못하며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내 딸과 내가 왜 이런 수모를 겪고 일터마저 잃어야 하나”라며 억울함을 토로했다.김부선은 이어 이날 오후 1시쯤 다시 페이스북에 “문득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노랫말이 스친다”라며 “김부선은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을 거다. 라면 먹다가 죽지도 않을 거다”라는 의미심장한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한편 김부선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과거 연인 사이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지사는 “사실무근”이라며 김부선 주장을 전면 반박했고, 두 사람은 현재까지 진실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김부선 페이스북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공무원 한 명이 떠맡은 ‘난민 300명의 운명’

    공무원 한 명이 떠맡은 ‘난민 300명의 운명’

    전국 38명이 9942건 난민 신청 심사 정치·종교 등 복합적 상황 심사 어려워 “박해 우려를 어떻게 스스로 증명하나” 통역비 등 부담 소송해도 승소율 0.19%최근 내전을 피해 제주도로 온 500여명의 예멘인들이 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이 모두 난민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난해 우리 정부의 난민 인정률은 1.51%에 불과했다. 설상가상으로 난민 브로커를 통해 입국한 ‘가짜 난민’이 상당수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일각에선 극도로 낮은 인정률이 가짜 난민이 많다는 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전문인력이 부족해 법무부 차원의 1차 난민 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것부터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우리나라에서 난민으로 인정받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난민심사 담당 공무원들이 진행하는 난민인정 심사를 거쳐야 한다. 기각되면 법무부에 이의신청해 난민위원회 심사를 받는다. 이마저도 기각되면 마지막으로 행정소송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그러나 1차 심사부터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에 이후 절차도 연쇄적으로 미흡하게 진행되는 것이 현실이다. ◆난민인정 심사…공무원 1명당 연간 261건 심사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38명에 불과한 인력이 9942건의 난민 신청을 처리했다. 지역별로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1명이 300건이 넘게 처리하는 경우도 있었다.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500여명의 예멘인들을 심사할 수 있는 인력도 단 2명뿐이다.난민 심사는 객관적 자료뿐만 아니라 신청자 진술과 출신국 정황 등을 비교해 ‘박해받을 우려가 있는지’ 복합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이다. 업무가 과중하면 피상적인 심사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일 법무법인 어필 변호사는 “예를 들어 내전 자체로는 인정 사유가 되지 않기 때문에 정치적·종교적·성적 박해 등이 있었는지 살펴봐야 하는데, 당국에선 ‘전쟁터에서 왔다’고 하면 대부분 인도적 체류 등 애매한 지위만 부여하는 게 관행”이라며 “시리아 난민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난민위원회…한 번에 750건 심의 1차 심사에 불복한 이의신청을 다루는 난민위원회에서도 인력난은 비슷하다. 2개월마다 열리는 난민위원회는 15명의 위원들이 사전 서류 검토를 통해 기각 여부를 결정하고, 위원들 간 이견이 있을 때 별도로 논의하게 된다. 지난해 위원회가 6번 열리는 동안 모두 4542건의 이의신청이 심의 대상에 올랐다. 한 번에 757건꼴이다. 인정률은 1%에 불과했다. 박아영 법무법인 공감 변호사는 “이의신청자가 직접 참석해 진술하지 않기 때문에 1차 난민 심사 결과를 따라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행정소송…1%조차 넘지 못하는 승소율 난민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하지만, 법원에서 난민 신청자는 더욱 가혹한 처지에 몰린다. 지난해 접수된 3143건의 소송 중 0.19%에 해당하는 6건만이 난민으로 인정됐다. 박 변호사는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난민들에게 유리한 정황과 불리한 정황을 모두 찾아 줘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행정소송은 당사자 간 법적 공방이기 때문에 당연히 난민 신청자에게 불리한 정황만 제시된다”면서 “박해를 피해 도망친 이들이 ‘박해받을 우려’를 스스로 증명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수십만원에 달하는 송달료와 통역 비용도 직접 부담해야 하므로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인력 확충과 절차적 개선 시급” 전문가들은 “인력 확충을 통해 1차 심사를 충실하게 진행하는 것이 유일한 열쇠”라고 입을 모은다. 첫 심사에서 충분한 자료 수집과 심층 면담이 이뤄져야 이후 이의신청 단계와 기나긴 소송에 소요되는 자산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절차 개선도 필요하다. 박 변호사는 “우리나라 역시 난민 협약 가입국으로서 난민 보호 의무가 있기 때문에 절차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인권 한국, 난민 인정률 왜 이리 낮나 했더니

    인권 한국, 난민 인정률 왜 이리 낮나 했더니

    지난해 법무부 공무원 38명이 9942건 처리최근 내전을 피해 제주도로 온 500여명의 예멘인들이 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이 모두 난민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난해 우리 정부의 난민 인정률은 1.51%에 불과했다. 설상가상으로 난민 브로커를 통해 입국한 ‘가짜 난민’이 상당수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일각에선 극도로 낮은 인정률이 가짜 난민이 많다는 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전문가들은 인력난에 허덕이는 난민 인정 절차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우리나라에서 난민으로 인정받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법무부 출입국관리 사무소의 난민심사 담당 공무원들이 진행하는 난민인정 심사를 거쳐야 한다. 기각되면 법무부에 이의신청해 난민위원회 심사를 받는다. 이마저도 기각되면 마지막으로 행정소송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그러나 1차 심사부터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에 이후 절차도 연쇄적으로 미흡하게 진행되는 것이 현실이다. ◆난민인정 심사···공무원 1명당 연간 261건 심사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38명에 불과한 인력이 9942건의 난민 신청을 처리했다.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500여명의 예멘인들을 심사할 수 있는 인력도 단 2명뿐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올해 난민 담당 공무원은 39명이지만, 예상되는 난민 신청자는 2만명”이라면서 “지금도 1차 적체 건수가 1만 2000건이 넘는 상황”이라며 인력난을 호소했다. 난민 심사는 객관적 자료뿐만 아니라 신청자 진술과 출신국 정황 등을 비교해 ‘박해받을 우려가 있는지’ 복합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이다. 업무가 과중하면 피상적인 심사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일 법무법인 어필 변호사는 “예를 들어 내전 자체로는 인정 사유가 되지 않기 때문에 정치적·종교적·성적 박해 등이 있었지 살펴봐야 하는데, 당국에선 ‘전쟁터에서 왔다’고 하면 대부분 인도적 체류 등 애매한 지위만 부여하는 게 관행”이라며 “시리아 난민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난민위원회···한 번에 750건 심의? 1차 심사에 불복한 이의신청을 다루는 난민위원회에서도 인력난은 비슷하다. 2개월마다 열리는 난민위원회는 15명의 위원들이 사전 서류 검토를 통해 기각 여부를 결정하고, 위원들 간 이견이 있을 때 별도로 논의하게 된다. 지난해 위원회가 6번 열리는 동안 모두 4542건의 이의신청이 심의 대상에 올랐다. 한 번에 757건꼴이다. 인정률은 1%에 불과했다. 박아영 법무법인 공감 변호사는 “이의신청자가 직접 참석해 진술하지 않기 때문에 1차 난민 심사 결과를 따라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행정소송···1%조차 넘지 못하는 승소율 난민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하지만, 법원에서 난민 신청자는 더욱 가혹한 처지에 몰린다. 지난해 접수된 3143건의 소송 중 0.19%에 해당하는 6건만이 난민으로 인정됐다. 박 변호사는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난민들에게 유리한 정황과 불리한 정황을 모두 찾아 줘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행정소송은 당사자 간 법적 공방이기 때문에 당연히 난민 신청자에게 불리한 정황만 제시된다”면서 “박해를 피해 도망친 이들이 ‘박해받을 우려’를 스스로 증명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수십만원에 달하는 송달료와 통역 비용도 직접 부담해야 하므로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인력 확충과 절차적 개선이 시급” 전문가들은 “인력 확충을 통해 1차 심사를 충실하게 진행하는 것이 유일한 열쇠”라고 입을 모은다. 첫 심사에서 충분한 자료 수집과 심층 면담이 이뤄져야 이후 이의신청 단계와 기나긴 소송에 소요되는 자산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절차 개선도 필요하다. 유럽 국가 중 난민 인정률이 높은 독일은 인정 절차를 이원화하고, 난민 신청자들을 출신국가나 사안에 따라 A~D그룹으로 나누어 심사를 진행하는 등 효율성을 꾀하고 있다. 또한 심사관 면담 과정에 유엔난민기구가 관여해 감독할 수 있다. 박 변호사는 “우리나라 역시 난민 협약 가입국으로서 난민 보호 의무가 있기 때문에 절차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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