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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어준, 감사원 비난 “특정 세력, 날 찍어내려 동원” vs “법 위에 군림” [이슈픽]

    김어준, 감사원 비난 “특정 세력, 날 찍어내려 동원” vs “법 위에 군림” [이슈픽]

    21일 감사원 TBS 방문에 강한 불만 표출김어준 “마음에 안 들어 퇴출하려는 것”“일개 진행자에 감사원 감사한 역사 있냐”‘김어준 퇴출’ 靑 국민청원 30만명 넘어김어준, ‘서울시민 세금 지원’ 방송사서 구두계약·23억 출연료·정치적 편파성 논란김어준 “이게 나라 망할 일이냐” 맹비난TBS교통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진행하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감사원이 자신의 출연료 논란과 관련해 사전 조사 성격으로 TBS를 방문한 데 대해 “출연료는 핑계다. 특정 정치 세력이 마음에 안 드는 진행자를 퇴출하려 하는 것 아니냐”면서 “이명박 정부 때 정연주 KBS 사장을 찍어내기 위해 감사원을 동원했던 것과 같은 것”이라며 감사원을 맹비난했다. 김씨는 서울시민의 세금 약 400억원이 지원되는 TBS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기간 약 5년간 서면이 아닌 구두 계약으로 1회당 200만원씩 총 23억원의 출연료를 지급 받아 야당으로부터 TBS의 예산 집행 적정성 문제가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공정해야 할 공영방송 시사프로그램 진행자인 김씨가 시민 세금으로 출연료를 지급받으면서도 4·7 재보궐 선거를 포함해 정치 편향적 발언을 반복해왔다며 TBS로의 서울시 예산 지원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 “협찬수익 100억대 끌어올렸는데”“그 시점서 출연료 얘기 끝나야 해” TBS “수익 70억 중 출연료 10%도 안돼” 김씨는 22일 자신이 진행하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일개 라디오 진행자 때문에 감사원이 특정 기관을 감사한 사례가 역사상 있었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어떤 단체는 문화체육관광부에 TBS에 과태료를 부과하라고 진정서를 내고, 모 변호사 모임은 내 탈세 여부를 조사하라고 국세청에 진정하는데 이게 그저 출연료 때문이냐. 출연료는 핑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또 자신의 프로그램이 한 해 거두는 협찬 수익이 TBS TV와 라디오 프로그램 전체 제작비와 맞먹고, 한 해 30억원대였던 해당 수익을 100억원대로 끌어올렸다며 “그 시점에서 출연료 얘기는 끝나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씨는 “청취율은 15배나 끌어올렸다”며 출연료에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강조했다. TBS에 많은 협찬 수익을 올려준 만큼 그에 부응하는 출연료를 지급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TBS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20일 TBS에 연락해 김씨의 출연료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으니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전날 TBS에 방문해 김 씨의 출연료 근거 규정과 결재 서류, 최종 결정자 확인 등 면담을 했다.국힘 “억울해? 당당하면 감사 응하면 돼”“靑, 회피 말고 정확히 청원 입장 밝혀라” “김어준, TBS서 퇴출해주세요”靑 국민청원 30만명 돌파 국민의힘은 김씨의 이러한 감사원에 대한 항의성 발언에 대해 “법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통해 “김씨와 TBS가 스스로 당당하다면 감사원의 법에 따른 절차에 응하면 될 일”이라면서 “뭐가 그리 억울한가. ‘김어준 퇴출 요청’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가 31만명에 이르렀다. 청와대도 회피하지 말고 정확한 입장을 밝히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지난 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김어준 편파 정치방송인 교통방송에서 퇴출해주세요’란 청원은 일찌감치 청원 답변 요건 20만명을 넘기고 이날 오후 5시 기준 동의자가 30만명을 훌쩍 넘겼다. 청원자는 청원글에서 “서울시 교통방송은 말 그대로 서울시의 교통흐름을 실시간 파악해서 혼란을 막고자 교통방송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원자는 “그러나 김어준은 대놓고 특정 정당만 지지하며 그 반대 정당이나 정당인은 대놓고 깎아 내리며 선거나 정치에 깊숙히 관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청원자는 “교통방송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정치방송이 된지 오래”라며 “서울시 정치방송인 김 ㅇㅇ은 교통방송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촉구했다.TBS는 앞서 서울시민의 세금이 나가는 상황에서 별도 계약서 없이 관행상 구두 계약으로 김씨에게 출연료를 지급했으며 출연료 액수는 개인 정보라서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혀 예산 지급의 적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TBS는 또 서울시 예산으로 김씨의 출연료를 과다하게 책정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2018년부터 3년 넘게 라디오 청취율 1위를 기록하는 대표 프로그램으로 연간 70억원의 수익을 내는데 ‘김어준의 뉴스공장’ 제작비는 총 수익의 10%에도 못 미친다”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최근 야권에서는 김씨의 출연 계약이 서면이 아닌 구두로 이뤄졌으며, 출연료도 과다하다고 지적해왔다. 출연료가 김씨 개인이 아닌 그의 명의로 된 법인으로 지급되는 과정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어준 “오바들 하지 마라” 불쾌“내곡동이나 엘시티 취재해라” 이에 김씨는 최근 연일 자신의 프로그램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통해 불쾌함을 표해왔다. 그는 전날에는 “내 출연료와 관련해 계속 기사가 나오는데 이게 나라가 망할 일인가”라면서 “출연료의 세금 처리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었다. 김씨는 지난 15일에도 자신의 방송에서 출연료 논란에 대해 해명하며 “공직자도 아닌데 개인 계좌를 들추나”면서 “오바들 하지 말라”고 불쾌해했다. 그는 “저는 출연료를 한 푼도 빠짐없이 종합소득세로 신고했으며 탈루 혹은 절세 시도가 1원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에너지로 내곡동 취재나 엘시티 취재를 하시기 부탁드린다”며 그동안 자신이 방송에서 제기했던 야당에 대한 의혹들을 취재하라고 화살을 언론에 돌렸다.감사원 “TBS, 회계·직무감찰 대상” 박대출 “감사요구안 의결 추진해서울시민 세금 정당히 썼는지 따질 것” 감사원은 이러한 출연료 과다 및 절차적 부적절 지급 논란에 대해 지난 19일 TBS가 감사 대상에 해당한다고 국회에 답변했다. 감사원은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의 서면 질의서에 “TBS는 감사원법 규정에 따라 회계검사(예산 집행 등 포함) 및 직무감찰 대상”이라고 답변했다. 박 의원은 감사원에 ‘서울시 미디어재단인 TBS는 감사원의 감사 대상인지’, ‘서울시는 TBS에 연간 예산 약 400억원을 지원하는데 출연료와 비용 지출 등이 적절하게 집행되었는지에 대해 감사가 가능한지’를 각각 물었다. 박 의원은 “TBS 예산이 적정하게 집행됐는지 감사원이 감사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회에서 감사 요구안 의결을 추진해 서울시민의 세금을 정당하게 썼는지 따지겠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김씨 출연료가 200만원으로, 이는 TBS 제작비 지급 규정에 어긋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TBS의 제작비 지급 규정에 따르면 사회자는 100만원, 출연자는 30만원의 회당 출연료 상한액을 둔다. 김씨의 출연료가 200만원이 맞는다면 규정의 2배에 달하는 액수다. TBS는 대표이사의 방침에 따라 사회자의 영향력을 고려해 상한액을 초과해 출연료 지급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택 TBS 대표이사는 KBS PD 출신으로 친여 성향 인물로 알려져 있다. 국민의힘은 김씨의 출연료 추정액 200만원을 진행횟수 1137회에 곱하면, 김씨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임기 동안 약 23억원을 수령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TBS는 김씨의 출연료가 200만원이고 이는 TBS 제작비 지급 규정에 어긋난다는 의혹에 대해 “출연료는 민감한 개인소득 정보라 당사자 동의 없이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었다.TBS “출연료 구두 계약은 업계 관행”“진행자가 요청 안하면 계약서 안 써”野 “근거도 없이 시민세금 375억 투입”윤한홍 “멋대로 고액 출연료 감사 필요”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이 TBS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TBS는 ‘김어준의 뉴스공장’ 이 시작한 2016년 9월부터 올해 3월 말까지 김씨를 당사자로 한 별도의 계약서 없이 진행을 맡겼다. TBS는 이와 관련 김씨의 체결계약서 사본에 대해 “관례에 따른 구두 계약으로 별도의 계약서는 없다”고 밝히며 문서로 된 계약서 없이 김씨에게 출연료를 지급한 것을 사실상 인정했다. TBS는 공식 입장문에서 “TBS뿐만 아니라 방송업계의 오랜 관행”이라면서 “진행자가 요청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별도의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다”고 거듭 해명했다. 이어 “구두 계약을 통한 출연료 지급은 TBS 설립 후 30년간 ‘기타 보상금’에 편성해 이뤄졌고, 기타 보상금 항목은 반드시 서면 계약을 해야 집행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이에 대해 “TBS는 서울시민의 세금이 한 해 375억원이나 투입되는 공적 방송사”라면서 “수년 동안 단 한 차례의 서면계약도 없이 고액의 출연료를 지급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또 “근거도 없이 구두계약을 체결하고 출연료도 TBS 사장 마음대로 책정하도록 하는 등 세금 집행을 주먹구구식으로 한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한 감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 “공영방송 독립성 침해”“서울시 공공 감사가 선행돼야” 언론노조는 감사원의 TBS 방문에 대해 이날 성명을 내고 “김씨의 출연료 책정 문제가 감사원 감사 범위에서 제외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20일과 21일 벌어진 사태는 납득하기 어려운, 지역 공영방송 TBS에 대한 독립성 침해”라고 비판하며 감사원의 공식 입장을 요구했다. 노조는 또 “이틀 동안 벌어진 감사 근거가 지난 9일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감사원에 TBS가 감찰대상이라며 감사를 촉구한 것 때문이냐”면서 “백번 양보하더라도 서울시 출연기관인 TBS에 대한 감사는 서울시 공공 감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국회 과방위 ‘김어준 출연료’ 공방“김어준 찍어내기” vs “공정성 문제” 박대출 “계약서 안 쓰고 도 넘은 정파 방송”우상호 “계속하면 우리도 종편 진행자 공격”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는 김씨의 출연료 논란을 놓고 여야간 공방이 오갔다. 박대출 의원은 “서울시 예산 400억원이 들어가는 공영방송에서 김씨가 계약서를 쓰지 않고 출연료를 받은 것이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면서 “(김씨가 진행하는) ‘뉴스공장’은 도를 넘은 정파 방송이라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TBS 예산이 적정하게 쓰였는지 과방위 차원에서 감사원에 감사요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여당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야당이 김씨의 편향성을 공격해 온 것은 선거전략상 그럴 수 있지만, 특정 진행자를 찍어내기 위한 방법으로 국회를 활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방어했다. 그러면서 “계속 그런 식으로 한다면 우리도 각종 종편 방송에서 불리한 발언을 하는 진행자나 출연자에 대해 공격할 것이고 그러면 상임위는 방송의 대리전으로 진행될 수 있다”면서 “야박하게 특정인을 겨냥해 계속 공격하는 것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찍어내기가 아니다. 김씨의 경우 SBS와는 계약서를 썼다고 하지 않느냐”면서 “편향성이 아니라 계약의 관행이나 공정성 문제에 국민들도 관심이 있으니 상임위에서 의견을 모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세금이 들어가는 것은 분명히 들여다봐야겠지만 국회가 해야 할 일인지 서울시의회가 해야 할 일인지 판단이 다를 수 있다”면서 “박 의원의 제안에 대해 간사 간 협의를 하겠다”고 말했다.진중권 “김어준, 음모론자방송을 민주당이 밀어줬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8일 대구에서 열린 강연에서 야당의 압승으로 끝난 4·7 재·보궐 선거에서 이른바 ‘생태탕 논란’을 촉발시켰던 김어준씨를 겨냥해 “음모론자가 하는 방송을 두고 집권당이 당 차원에서 밀어주고, 후보까지도 덤벼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선거대책본부장은 바로 김어준”이라고 꼬집었다. 이는 고민정·윤건영 등 더불어민주당 주요 의원들과 당시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김씨의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잇따라 출연해 지지를 호소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씨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통해 일명 ‘생태탕 논란’으로 일방적으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였던 오세훈 서울시장을 공격하는 보도를 이어가 편향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씨는 16년 전 내곡동 땅 측량 현장에서 오 후보를 목격했다는 생태탕집 사장 아들을 비롯해 오 후보 처가 땅 경작인의 인터뷰를 잇따라 방송했었다. 진 전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번 선거의 진정한 승자는 생태탕”이라면서 “집권 여당 전체가 달려들 정도로 중요한 존재라는 걸 누가 알게 됐으니까”라고 조소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정부 “백신수급 논쟁, 소모적 양상...방역에 도움 안 돼”

    정부 “백신수급 논쟁, 소모적 양상...방역에 도움 안 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물량 도입을 두고 국내에서 논쟁이 격화되는 것에 정부가 우려를 드러냈다. 정부는 차질없이 백신 물량을 공급하고, 상반기 1200만명에 대한 1차 접종을 예정대로 완료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22일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백브리핑에서 “현재 백신수급 논쟁이 합리적이지 않고 소모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논쟁은 생산적이지 않고 예방접종과 방역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계획대로 백신을 수급할 수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정부는 수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부분이 맞서는 양상”이라며 “현 상황이 아니고 미래에 벌어질 가능성을 두고 서로 다른 예측을 제기하며 발생할지, 말지 모르는 미래 문제에 대한 책임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 반장은 “이런 논쟁이 격화되며 정작 중요한 논쟁은 사회적으로 소홀해졌다”며 “접종을 얼마나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확대할지 등 접종 진행과 대상에 대한 부분이나 예방접종이 확대되는 시기에 따라 거리두기 방역 전략 체계를 어떻게 변경할지 등 지금 논의해야 할 핵심적 주제는 사회적으로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까지 제약사가 계약을 위반해 공급을 지연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고, 정부는 최선을 다해 목표한 물량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앞서 6월까지 1200만명에 대해 1차 접종을 완료하겠다는 1단계 목표를 제시한 바 있고, 이를 위해 상반기 중 공급 확정된 물량이 1809만회분이라고 여러 차례 설명했다”고 밝혔다. 또한 “수급에 대해 가능성, 예측을 가지고 논쟁하기보다는 2개월 뒤 단기 목표가 달성되는지 보는 것이 더 생산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 반장은 “6월 말까지 고령층이나 취약시설 등에 대한 접종이 달성되면 코로나19로 인한 치명률, 위험성이 대폭 줄어들고 의료 체계 여력도 한층 보존된다. 이렇게 되면 사회적 거리두기나 방역대응 전략을 더 안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녹슬지 않는 백년 디자인의 탄생

    녹슬지 않는 백년 디자인의 탄생

    베를린에 살면서 가장 좋은 순간은 기대를 뛰어넘는 멋진 작품과 예술을 접할 때이다. 특히 그 예술과 작품이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고 일상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을 때 진정한 힘을 느낀다. 베를린에서 그렇게 느끼는 예술을 꼽으라면 바우하우스를 빼놓을 수 없다. 1919년 바이마르에서 시작해 1933년까지 운영된 예술 학교인 바우하우스는 건축과 디자인, 사진, 공예 등 많은 예술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하나의 양식이 됐다. 지난 1년간 연재해 온 글은 이번 바우하우스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를 짓게 됐다. 베를린을 이야기하면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주제였기에 더 늦지 않고 쓰게 된 것을 다행이라 생각한다. 17회에 이르기까지 읽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독자들께도 마지막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내 일상으로 들어온 바우하우스 2019년은 바우하우스 100주년이었다. 바우하우스의 100년 역사가 재조명되면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고 나 역시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던 바우하우스의 역사와 이념 등에 대해 좀더 자세히 배울 수 있었다. 그해 바우하우스 역사의 중요한 현장이었던 바이마르와 데사우, 베를린에서는 많은 기념 전시와 행사도 열렸다. 좋은 점은 바우하우스와 관련된 공간과 전시를 지금도 꾸준히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까지 한 갤러리에서 열렸던 ‘뉴 바우하우스 우먼’ 사진 전시도 바우하우스 시대의 작품과 당대 익명의 여성들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새로운 작업이었다. 내가 바우하우스를 직접 접하게 된 건 5년 전 베를린에 있는 ‘바우하우스 아카이브 박물관’에서였다. 바우하우스 학교를 설립한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가 설계한 이 박물관은 건축 외관부터 매우 독특하다. 순백색의 건물 지붕 꼭대기는 톱날 모양으로 늘어서 있고 어느 면에서 봐도 시선을 압도한다. 마치 거대한 하나의 조형 작품을 보는 기분이 드는데, 1997년에는 베를린 건축 문화재로도 지정됐다. 내부로 들어가면 아카이브의 공간답게 바우하우스 사조와 관련된 방대한 문서와 자료들이 보관돼 있다. 바우하우스 시대의 마이스터(교수이자 명인)들과 학생들이 만든 대표 작품들도 있다. 모든 자료와 작품은 바우하우스의 교육 방법과 건축, 디자인으로 분야를 나눠 전시되고 있지만 해마다 보관해야 할 자료들이 늘어나면서 현재는 신축 건물을 공사 중이다. 2018년에 공모를 통한 공사가 시작됐고 2022년에 완공 예정이다.(때문에 100주년 때에도 이곳에서는 아무런 행사가 열리지 못했다.) 새로 지어지는 건물은 본래의 건물 앞쪽에 5층짜리 타워형 유리 건물이다. 기존 건물과 강가 쪽을 향한 산책로, 안뜰이 있는 지하 공간 등도 새로 보수하고 확장된다. 내년이면 벌써 공사가 끝나는 해인데, 베를린에서는 신공항도 그렇고 제때 완공된 건물이 거의 없어서 오픈이 가능할지는 좀더 두고 봐야겠다. 아카이브 박물관 내에 있던 아트숍은 현재 베를린 서쪽 크네제베크 거리로 옮겨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바우하우스 시대를 대표하는 제품과 엽서, 디자인 포스터, 그리고 기능적이면서도 단순한 디자인의 아이디어 제품과 공예 작품 등이 다양하게 판매된다. 3년 전 이곳에서 바우하우스 시대를 대표하는 조명을 샀다. 바겐펠트의 테이블 램프(Wagenfeld Table Lamp WG24)다. 서울의 유명 편집숍에서 100만원이 훌쩍 넘게 팔리지만, 베를린에서는 60만원대에 살 수 있다.바겐펠트 조명은 두 가지 버전이 있다. 오팔 유리와 니켈 금속으로 디자인된 제품은 막상 진열장에서 꺼내 보니 검은 전선이 투박하게 램프 기둥에 붙어 있었다. 다른 종류는 전선이 기둥 선반 아래로 숨어 있어 좀더 깔끔해 보이기도 했다. 30분 넘게 망설이다 나이 든 직원을 불렀다. “램프를 사려고 하는데 결정을 못 하겠어요. 오팔 유리의 은은한 초록색이 더 마음에 드는데, 이 검고 두꺼운 전선이 왠지 눈에 거슬려서요. 옆의 은색 원반은 선이 안 보여서 더 깔끔한 것도 같고.” “이 오팔 유리 조명이 먼저 만들어진 제품인 건 아시죠? 바우하우스 시대에는 이 검은 선이 나와 있는 부분까지 예술적인 것으로 봤어요. 기술적인 부분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드러냄으로써 아름다움을 찾으려고 한 것이 바우하우스 시대의 정신입니다. 오리지널리티를 찾는다면 이 오팔 유리 조명을 추천하고 싶네요.” 직원의 설명 덕분에 더이상 고민하지 않고 원래 사려던 오팔 유리 조명을 샀다. 그리고 한국까지 애지중지 들고 왔다. 내 일상에 바우하우스 제품을 들인 첫 순간이었다. 매일 밤 켜는 은은한 조명 빛은 시간이 갈수록 더 근사하고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램프를 산 지 2년도 안 돼서 다시 베를린으로 이사를 했다. 베를린에서 언제든 살 수 있는 조명을 또 갖고 오는 건 무모한 일이었다. 서울 집을 정리하면서 자식 떠나 보내는 심정으로 조명을 팔았다. 가지고 있던 물건에 이런 애착을 느낀 적도 처음이었다. 오리지널이 갖는 힘이 이런 것일까 하고 그때 잠시 생각했다. ●현대 건축과 디자인의 기초 아트숍 직원의 설명처럼, 바우하우스는 ‘예술과 기술의 새로운 통합’을 위해 달려온 시대였다. 하지만 학교가 설립된 초창기부터 바로 시행된 것은 아니었다. 초기의 바우하우스는 “건축가, 조각가, 화가들은 모두 공예로 돌아가야 한다”고 외쳤다. 제각각 흩어져 있던 미술 분야를 통합하고 공예가와 화가, 조각가들이 기술을 결합해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이 모든 창조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건축을 위한 것이었다. 바우하우스 선언문에서도 분명히 밝히고 있지만, 초창기부터 건축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진 못했다. 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고 카이저 황제가 퇴임하는 혼돈의 상황에서 교육을 위한 재정 여건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바우하우스는 학생들을 교육할 공간과 재료가 여유롭지 못한 탓에 특별한 시설이 필요 없는 이론 과목과 이념 교육에 집중했다. 그로피우스가 가장 중요시하던 건축 교육은 1927년이 돼서야 시작할 수 있었다. 바이마르 도시에서 문을 연 바우하우스는 1925년 데사우로 이전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귀족적이고 고전적인 미술과 공예는 보다 확실하게 산업디자인으로 옮겨왔고, 일상생활 제품과 가구에서 공간까지 디자인이 확대됐다. 데사우에서는 그로피우스가 유리 정면과 철골 구조로 이루어진 새 바우하우스 건물도 완성할 수 있었고, 바우하우스 학생들과 협동해 지은 건축물도 여럿 있었다. 1928년에는 스위스 건축가인 하네스 마이어가 그로피우스의 후임 교장으로 선출됐으나 다른 교수들과 예술 이념의 차이로 2년 만에 해임됐다. 이후 독일 건축가인 미스 반 데어 로에가 마지막 교장이 돼 학교를 다시 베를린으로 옮겼으나 나치의 탄압과 감시 속에 결국 1년도 못 버티고 문을 닫고 말았다. 독일에서 바우하우스가 존재한 건 총 14년뿐이었다. 하지만 미술 교육에 미친 영향은 가히 혁명적인 것이었다. 오늘날 세계 각지의 미술대학들은 바우하우스 교육과정에서 그 기초를 따르고 있으며, 현대 건축과 디자인에도 바우하우스는 획기적인 영향을 주었다. 바우하우스 디자인의 특징은 기능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만 남기는 형태미를 추구한 것이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처럼 최소한의 장식과 단순화된 디자인, 기능적 형태미를 중요시했으며 이는 전 세계 산업디자인의 시대를 열어 주었다. 때문에 바우하우스는 우리 생활 전반의 모든 공간과 디자인에도 변화를 몰고 왔다. 우리가 지금 앉아 있는 의자부터 책상 위에서 쓰는 독서용 조명, 공동주택에 이르기까지 살고 있는 모든 것의 모양을 바꾸어 놓았으며, 그것은 일상 깊숙이 스며들었다.바우하우스 시대에 발명된 작품은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마르셀 브로이어의 바실리 체어와 마리안네 브란트의 MT49찻주전자, 빌헬름 바겐펠트의 조명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베를린에서 네 달 넘게 열렸던 ‘오리지널 바우하우스’ 전시에서는 바우하우스가 존재했던 14년 동안 발명된 14개의 핵심 작품을 소개하면서 그 작품의 원형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전시를 통해 개인적으로 흥미를 가졌던 것은 ‘바우하우스와 여성’에 관한 관점이었다.바우하우스는 1900년대 초 독일에서 여성에게도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 몇 안 되는 교육기관 중 하나였다. 때문에 교육을 받고 싶어 하는 많은 여학생들이 바우하우스에 지원했고, 1919년 여름학기에는 여학생 수가 87명으로, 79명인 남학생 수보다 많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여학생들의 바우하우스 생활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교육의 기회만 주어졌을 뿐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여전히 큰 시대였다. 바우하우스의 많은 여학생들은 여자들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지는 직물 공방에 당연스레 배정됐다.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여학생들도 있었지만 반기지 않는 여학생들도 있었다. 마리안네 브란트가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남학생들이 주로 작업하는 금속 공방으로 가길 원했다. 어렵게 배정받은 그곳에서 브란트에게 주어진 작업은 매우 단순한 것이었다. 투박한 금속 덩어리를 몇 날 며칠 동안 두들겨서 만질만질한 공의 형태로 만드는 것. 하지만 그는 이 단순하고 하찮게 여겨지는 일을 끝까지 그만두지 않았다. 이 단순한 작업으로 어떤 특별한 작업을 할 수 있을까, 브란트 스스로도 회의적인 순간이 많았겠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그는 결국 바우하우스 시대의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인정받는 MT49찻주전자를 탄생시켰다. 삼각형의 구멍이 나 있는 원형 모양의 재떨이나 전 세계에 8개밖에 없는 이 찻주전자는 모두 그가 매일같이 두들겨 댄 원형의 형태에서 탄생한 것이었다. ●기능주의 고전 을 만든 ‘불멸의 디자인 ’ 바우하우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교수진 중에서도 여성은 많지 않았다. 바우하우스 시대에 가장 독창적인 직물가로 평가받은 군타 슈츨만이 그나마 이름을 알렸는데, 그마저도 대중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다. 이처럼 바우하우스에는 당시 차별적인 시대 상황 때문에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도 익명으로 남은 여성들이 많았다. 마르셀 브로이어의 바실리 체어에 앉아 가면을 쓰고 있는 여성은 후에 그런 익명의 여성들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됐다.전통적인 목재로 가구를 만들던 당시 마르셀 브로이어가 발명한 바실리 체어는 매우 획기적인 디자인이었다. 무겁고 옮기기도 어려운 나무 대신 금속이나 천, 가죽을 이용해 만든 그의 의자는 큰 주목을 받았는데, 강철과 가죽을 이용해 만든 바실레 체어는 기존 의자의 상식을 깨는 혁신으로 훗날 모던 가구의 아이콘으로 꼽혔다.바실리 체어의 명성에 가려진 것 중엔 사진 속 여성이 입고 있는 민소매 원피스도 있었다. 팔다리를 드러내는 모습은 바우하우스 내에서도 이미 급진적이었고, 1920년 당시 상황에서는 혁명적인 것이었다. 패브릭 디자인을 맡았던 리스 바이어가 민소매 원피스를 제작했고,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도 그였지만 당시 이 여성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누구나 이 여성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었다. 바우하우스의 한 축을 이루었으나 드러나지 못하고 익명으로 남은 여성들을 들여다보는 것도 바우하우스 100년 역사에서 매우 흥미로운 주제였다.바우하우스는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수한 표준을 만드는 교육 현장이었다. 바우하우스를 통해 기능주의의 고전이라 불리는 불멸의 디자인들이 탄생했다.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생활 속의 디자인’으로 사용되는 것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바우하우스 전시에서 들었던 도슨트의 마지막 말은 왜 바우하우스가 지금까지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답이었다. “바우하우스의 오리지널이 발명된 이래 100년 동안 작품들이 재생산되고 복제품도 생겨났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오리지널을 보러 찾아옵니다. 오리지널은 절대 구식이 되지 않죠.” 여행작가 dongmi01@gmail.com
  • 멈추지 않는 독일 예술의 심장

    멈추지 않는 독일 예술의 심장

    베를린에 살면서 가장 좋은 순간은 기대를 뛰어넘는 멋진 작품과 예술을 접할 때이다. 특히 그 예술과 작품이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고 일상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을 때 진정한 힘을 느낀다. 베를린에서 그렇게 느끼는 예술을 꼽으라면 바우하우스를 빼놓을 수 없다. 1919년 바이마르에서 시작해 1933년까지 운영된 예술 학교인 바우하우스는 건축과 디자인, 사진, 공예 등 많은 예술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하나의 양식이 됐다. 지난 1년간 연재해 온 글은 이번 바우하우스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를 짓게 됐다. 베를린을 이야기하면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주제였기에 더 늦지 않고 쓰게 된 것을 다행이라 생각한다. 17회에 이르기까지 읽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독자들께도 마지막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내 일상으로 들어온 바우하우스 2019년은 바우하우스 100주년이었다. 바우하우스의 100년 역사가 재조명되면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고 나 역시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던 바우하우스의 역사와 이념 등에 대해 좀더 자세히 배울 수 있었다. 그해 바우하우스 역사의 중요한 현장이었던 바이마르와 데사우, 베를린에서는 많은 기념 전시와 행사도 열렸다. 좋은 점은 바우하우스와 관련된 공간과 전시를 지금도 꾸준히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까지 한 갤러리에서 열렸던 ‘뉴 바우하우스 우먼’ 사진 전시도 바우하우스 시대의 작품과 당대 익명의 여성들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새로운 작업이었다. 내가 바우하우스를 직접 접하게 된 건 5년 전 베를린에 있는 ‘바우하우스 아카이브 박물관’에서였다. 바우하우스 학교를 설립한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가 설계한 이 박물관은 건축 외관부터 매우 독특하다. 순백색의 건물 지붕 꼭대기는 톱날 모양으로 늘어서 있고 어느 면에서 봐도 시선을 압도한다. 마치 거대한 하나의 조형 작품을 보는 기분이 드는데, 1997년에는 베를린 건축 문화재로도 지정됐다. 내부로 들어가면 아카이브의 공간답게 바우하우스 사조와 관련된 방대한 문서와 자료들이 보관돼 있다. 바우하우스 시대의 마이스터(교수이자 명인)들과 학생들이 만든 대표 작품들도 있다. 모든 자료와 작품은 바우하우스의 교육 방법과 건축, 디자인으로 분야를 나눠 전시되고 있지만 해마다 보관해야 할 자료들이 늘어나면서 현재는 신축 건물을 공사 중이다. 2018년에 공모를 통한 공사가 시작됐고 2022년에 완공 예정이다.(때문에 100주년 때에도 이곳에서는 아무런 행사가 열리지 못했다.) 새로 지어지는 건물은 본래의 건물 앞쪽에 5층짜리 타워형 유리 건물이다. 기존 건물과 강가 쪽을 향한 산책로, 안뜰이 있는 지하 공간 등도 새로 보수하고 확장된다. 내년이면 벌써 공사가 끝나는 해인데, 베를린에서는 신공항도 그렇고 제때 완공된 건물이 거의 없어서 오픈이 가능할지는 좀더 두고 봐야겠다. 아카이브 박물관 내에 있던 아트숍은 현재 베를린 서쪽 크네제베크 거리로 옮겨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바우하우스 시대를 대표하는 제품과 엽서, 디자인 포스터, 그리고 기능적이면서도 단순한 디자인의 아이디어 제품과 공예 작품 등이 다양하게 판매된다. 3년 전 이곳에서 바우하우스 시대를 대표하는 조명을 샀다. 바겐펠트의 테이블 램프(Wagenfeld Table Lamp WG24)다. 서울의 유명 편집숍에서 100만원이 훌쩍 넘게 팔리지만, 베를린에서는 60만원대에 살 수 있다.바겐펠트 조명은 두 가지 버전이 있다. 오팔 유리와 니켈 금속으로 디자인된 제품은 막상 진열장에서 꺼내 보니 검은 전선이 투박하게 램프 기둥에 붙어 있었다. 다른 종류는 전선이 기둥 선반 아래로 숨어 있어 좀더 깔끔해 보이기도 했다. 30분 넘게 망설이다 나이 든 직원을 불렀다. “램프를 사려고 하는데 결정을 못 하겠어요. 오팔 유리의 은은한 초록색이 더 마음에 드는데, 이 검고 두꺼운 전선이 왠지 눈에 거슬려서요. 옆의 은색 원반은 선이 안 보여서 더 깔끔한 것도 같고.” “이 오팔 유리 조명이 먼저 만들어진 제품인 건 아시죠? 바우하우스 시대에는 이 검은 선이 나와 있는 부분까지 예술적인 것으로 봤어요. 기술적인 부분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드러냄으로써 아름다움을 찾으려고 한 것이 바우하우스 시대의 정신입니다. 오리지널리티를 찾는다면 이 오팔 유리 조명을 추천하고 싶네요.” 직원의 설명 덕분에 더이상 고민하지 않고 원래 사려던 오팔 유리 조명을 샀다. 그리고 한국까지 애지중지 들고 왔다. 내 일상에 바우하우스 제품을 들인 첫 순간이었다. 매일 밤 켜는 은은한 조명 빛은 시간이 갈수록 더 근사하고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램프를 산 지 2년도 안 돼서 다시 베를린으로 이사를 했다. 베를린에서 언제든 살 수 있는 조명을 또 갖고 오는 건 무모한 일이었다. 서울 집을 정리하면서 자식 떠나 보내는 심정으로 조명을 팔았다. 가지고 있던 물건에 이런 애착을 느낀 적도 처음이었다. 오리지널이 갖는 힘이 이런 것일까 하고 그때 잠시 생각했다. ●현대 건축과 디자인의 기초 아트숍 직원의 설명처럼, 바우하우스는 ‘예술과 기술의 새로운 통합’을 위해 달려온 시대였다. 하지만 학교가 설립된 초창기부터 바로 시행된 것은 아니었다. 초기의 바우하우스는 “건축가, 조각가, 화가들은 모두 공예로 돌아가야 한다”고 외쳤다. 제각각 흩어져 있던 미술 분야를 통합하고 공예가와 화가, 조각가들이 기술을 결합해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이 모든 창조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건축을 위한 것이었다. 바우하우스 선언문에서도 분명히 밝히고 있지만, 초창기부터 건축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진 못했다. 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고 카이저 황제가 퇴임하는 혼돈의 상황에서 교육을 위한 재정 여건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바우하우스는 학생들을 교육할 공간과 재료가 여유롭지 못한 탓에 특별한 시설이 필요 없는 이론 과목과 이념 교육에 집중했다. 그로피우스가 가장 중요시하던 건축 교육은 1927년이 돼서야 시작할 수 있었다. 바이마르 도시에서 문을 연 바우하우스는 1925년 데사우로 이전하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귀족적이고 고전적인 미술과 공예는 보다 확실하게 산업디자인으로 옮겨왔고, 일상생활 제품과 가구에서 공간까지 디자인이 확대됐다. 데사우에서는 그로피우스가 유리 정면과 철골 구조로 이루어진 새 바우하우스 건물도 완성할 수 있었고, 바우하우스 학생들과 협동해 지은 건축물도 여럿 있었다. 1928년에는 스위스 건축가인 하네스 마이어가 그로피우스의 후임 교장으로 선출됐으나 다른 교수들과 예술 이념의 차이로 2년 만에 해임됐다. 이후 독일 건축가인 미스 반 데어 로에가 마지막 교장이 돼 학교를 다시 베를린으로 옮겼으나 나치의 탄압과 감시 속에 결국 1년도 못 버티고 문을 닫고 말았다. 독일에서 바우하우스가 존재한 건 총 14년뿐이었다. 하지만 미술 교육에 미친 영향은 가히 혁명적인 것이었다. 오늘날 세계 각지의 미술대학들은 바우하우스 교육과정에서 그 기초를 따르고 있으며, 현대 건축과 디자인에도 바우하우스는 획기적인 영향을 주었다. 바우하우스 디자인의 특징은 기능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만 남기는 형태미를 추구한 것이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처럼 최소한의 장식과 단순화된 디자인, 기능적 형태미를 중요시했으며 이는 전 세계 산업디자인의 시대를 열어 주었다. 때문에 바우하우스는 우리 생활 전반의 모든 공간과 디자인에도 변화를 몰고 왔다. 우리가 지금 앉아 있는 의자부터 책상 위에서 쓰는 독서용 조명, 공동주택에 이르기까지 살고 있는 모든 것의 모양을 바꾸어 놓았으며, 그것은 일상 깊숙이 스며들었다.바우하우스 시대에 발명된 작품은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마르셀 브로이어의 바실리 체어와 마리안네 브란트의 MT49찻주전자, 빌헬름 바겐펠트의 조명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베를린에서 네 달 넘게 열렸던 ‘오리지널 바우하우스’ 전시에서는 바우하우스가 존재했던 14년 동안 발명된 14개의 핵심 작품을 소개하면서 그 작품의 원형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전시를 통해 개인적으로 흥미를 가졌던 것은 ‘바우하우스와 여성’에 관한 관점이었다.바우하우스는 1900년대 초 독일에서 여성에게도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 몇 안 되는 교육기관 중 하나였다. 때문에 교육을 받고 싶어 하는 많은 여학생들이 바우하우스에 지원했고, 1919년 여름학기에는 여학생 수가 87명으로, 79명인 남학생 수보다 많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여학생들의 바우하우스 생활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교육의 기회만 주어졌을 뿐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여전히 큰 시대였다. 바우하우스의 많은 여학생들은 여자들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지는 직물 공방에 당연스레 배정됐다.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여학생들도 있었지만 반기지 않는 여학생들도 있었다. 마리안네 브란트가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남학생들이 주로 작업하는 금속 공방으로 가길 원했다. 어렵게 배정받은 그곳에서 브란트에게 주어진 작업은 매우 단순한 것이었다. 투박한 금속 덩어리를 몇 날 며칠 동안 두들겨서 만질만질한 공의 형태로 만드는 것. 하지만 그는 이 단순하고 하찮게 여겨지는 일을 끝까지 그만두지 않았다. 이 단순한 작업으로 어떤 특별한 작업을 할 수 있을까, 브란트 스스로도 회의적인 순간이 많았겠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그는 결국 바우하우스 시대의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인정받는 MT49찻주전자를 탄생시켰다. 삼각형의 구멍이 나 있는 원형 모양의 재떨이나 전 세계에 8개밖에 없는 이 찻주전자는 모두 그가 매일같이 두들겨 댄 원형의 형태에서 탄생한 것이었다. ●기능주의 고전 을 만든 ‘불멸의 디자인 ’ 바우하우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교수진 중에서도 여성은 많지 않았다. 바우하우스 시대에 가장 독창적인 직물가로 평가받은 군타 슈츨만이 그나마 이름을 알렸는데, 그마저도 대중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다. 이처럼 바우하우스에는 당시 차별적인 시대 상황 때문에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도 익명으로 남은 여성들이 많았다. 마르셀 브로이어의 바실리 체어에 앉아 가면을 쓰고 있는 여성은 후에 그런 익명의 여성들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됐다.전통적인 목재로 가구를 만들던 당시 마르셀 브로이어가 발명한 바실리 체어는 매우 획기적인 디자인이었다. 무겁고 옮기기도 어려운 나무 대신 금속이나 천, 가죽을 이용해 만든 그의 의자는 큰 주목을 받았는데, 강철과 가죽을 이용해 만든 바실레 체어는 기존 의자의 상식을 깨는 혁신으로 훗날 모던 가구의 아이콘으로 꼽혔다.바실리 체어의 명성에 가려진 것 중엔 사진 속 여성이 입고 있는 민소매 원피스도 있었다. 팔다리를 드러내는 모습은 바우하우스 내에서도 이미 급진적이었고, 1920년 당시 상황에서는 혁명적인 것이었다. 패브릭 디자인을 맡았던 리스 바이어가 민소매 원피스를 제작했고,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도 그였지만 당시 이 여성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누구나 이 여성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었다. 바우하우스의 한 축을 이루었으나 드러나지 못하고 익명으로 남은 여성들을 들여다보는 것도 바우하우스 100년 역사에서 매우 흥미로운 주제였다.바우하우스는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수한 표준을 만드는 교육 현장이었다. 바우하우스를 통해 기능주의의 고전이라 불리는 불멸의 디자인들이 탄생했다.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생활 속의 디자인’으로 사용되는 것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바우하우스 전시에서 들었던 도슨트의 마지막 말은 왜 바우하우스가 지금까지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답이었다. “바우하우스의 오리지널이 발명된 이래 100년 동안 작품들이 재생산되고 복제품도 생겨났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오리지널을 보러 찾아옵니다. 오리지널은 절대 구식이 되지 않죠.” 여행작가 dongmi01@gmail.com
  • 마포 소상공인 위한 라이브커머스 ‘마쑈라’ 내일 첫 방송

    마포 소상공인 위한 라이브커머스 ‘마쑈라’ 내일 첫 방송

    서울 마포구가 코로나19의 타격으로 재정난을 겪는 지역 소상공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라이브 방송’(라방)인 ‘마포쑈핑라이브(마쑈라)’를 선보인다. 구 관계자는 21일 “기존에 오프라인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되던 지역 생산품들을 라이브 쇼핑이라는 방식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소개함으로써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고자 한다”며 이번 방송을 기획하게 된 의도를 설명했다. 첫 방송은 23일 오후 3시부터 구정 홍보 유튜브 채널인 ‘마포TV’에서 만나볼 수 있다. 첫 쇼핑 콘텐츠는 마포공예센터에 입점한 공예품들이다. 마포공예센터는 구가 지역 공예 문화사업 및 관광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해 연남동에 조성했다. 1층에는 지역 공예 창작자들이 만든 작품을 누구나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전시하고 있다. 마쑈라에서는 공방 ‘토라’가 만든 머그컵, 에스프레소잔, 술잔 등을 비롯해 공방 ‘가울’의 여행엽서집, 미니 카드 등 다양한 상품들이 나온다. 이번 방송 진행은 마포TV에서 지역의 ‘핫플레이스’를 소개하는 프로그램 ‘마실남(마포를 실감 나게 소개시켜주는 남자)’을 진행했던 김준형과 새내기 진행자인 최서영이 맡는다. 소상공인 경제를 살리는 데 힘을 싣기 위해 유동균 마포구청장도 깜짝 출연할 예정이다. 유 구청장은 “‘마쑈라’는 새로운 쇼핑 문화 트렌드로 자리잡은 라이브커머스를 활용해 지역 상품을 시청자에게 홍보하는 방송으로, 서울시 자치구에서는 첫 시도”라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백신 공방 오간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홍남기 “11월 집단면역 된다” 거듭 강조

    백신 공방 오간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홍남기 “11월 집단면역 된다” 거듭 강조

    홍남기 “코로나 19 치료제는 이미 활용”“치료제 혜택으로 코로나 사망률 전 세계 가장 낮다” 강조도“신났네” 논란 김상희 부의장은 유감 표명국회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에도 국민의힘은 정부의 코로나 19 백신 수급 문제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이에 홍남기 국무총리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11월 집단면역이 가능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한편, “신났네”라는 혼잣말로 논란을 낳았던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이틀 만에 국민의힘에 유감을 표명했다. 21일 홍 직무대행은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하반기 물량까지 합치면, 11월까지 3600만 명 정도의 인구가 접종을 받아 65~70% 정도의 접종률을 형성하면 집단면역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신 확보 현황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정부가 1억 5200만 도즈, 7900만 명분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상황을 묻는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의 질문에 홍 직무대행은 “치료제는 이미 활용하고 있다”면서 “(치료제) 혜택 때문인지 코로나19 사망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다. 뉴질랜드와 우리가 가장 낮은 나라”라고 말했다. 백신 개발과 관련해서는 “화이자나 모더나처럼 빨리 진행 못돼 안타깝다”면서도 “현재 국내 몇몇 업체에서 2상을 진행 중이고 하반기에 3상이 진행돼 성과가 있으면 우리나라 개발 백신도 조만간 나올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퇴임에 대해 송 의원은 “코로나와의 전쟁 중이다. 총사령관이 전쟁 중 전장을 떠나는 건 군대 용어로 탈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홍 직무대행은 “적절한 비유가 아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의 관련 질문에 홍 직무대행은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만큼 보험료율을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보험료율 변동 없이 소득대체율만 높이면 (국민연금) 적자폭이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신났네” 발언에 김상희 부의장은 유감 표명 한편, 야당을 향해 “신났네, 신났어”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겪은 김상희 부의장은 유감을 표명했다. 대정부질문 사회를 보던 중 “유감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 19일 김 부의장은 본회의 사회를 보다가 마이크가 켜진 것을 모르고 야당 의원들을 향해 “신났네. 신났어”라고 발언해 야당 의원들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사과에도 야당의 비판은 이어졌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 호소인’ 수준의 면피일 뿐”이라며 지적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정부-공무원노조 단체교섭 개시...97곳-29만명 역대 최대

    정부-공무원노조 단체교섭 개시...97곳-29만명 역대 최대

    정부와 공무원 노조 간 역대 최대 규모의 단체교섭이 시작됐다. 인사혁신처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요부처 차관과 공무원노조 대표 등 양측 교섭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2020 정부교섭’ 교섭위원 상견례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번 교섭은 ‘2008년 정부교섭’의 단체협약이 지난해 1월 만료된 데 따른 것으로, 노조 측 교섭창구 단일화와 교섭절차 합의 등 사전절차는 완료된 상태다. 교섭에는 국가·지방공무원을 포함한 97개 공무원노동조합이 참여한다. 정부와 공무원노조 간 최대 규모의 단체 교섭으로, 2006년에는 39개, 2008년에는 74개 공무원 노조가 참여한 바 있다. 2019년 기준 전체 공무원 정원은 110만 4508명이지만, 97개 노조에 가입된 조합원은 29만여명이다. 단체교섭이 타결되면 공무원 내부 규정과 법령 등이 바뀌기 때문에 조합원 뿐만 아니라 110만 전체 공무원에 단체협약이 적용된다. 정부와 공무원 노조는 상견례를 시작으로 조합활동, 인사, 보수, 복무, 연금과 후생복지, 모성보호와 성 평등, 교육 행정 등 근무조건에 관련된 노조 측 교섭 요구 사항 전반을 논의하게 된다. 인사처 관계자는 “상견례 후 교섭의제를 서로 협의해 선정하고, 7개 내외의 분과위원회를 구성해 분과 협의를 한 뒤 각 부처 국장들이 참여하는 실무협의를 거쳐 협약안을 완성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단체협약을 해도 공무원 임금 인상 부분은 예산당국과 또 한번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본교섭 상견례에는 행정부를 대표해 정부교섭대표인 김우호 인사처장과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국민권익위원회 등 6개 관계부처의 차관들이 정부 측 교섭위원으로 참석했다. 노조교섭 대표로는 전호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과 석현정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안성은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이관우 교육청노동조합연맹 위원장 등 주요 공무원노조 대표 10명이 참석했다. 교섭 타결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다. 지금까지 정부와 공무원 노조는 2006년 공무원노조법이 시행된 이후 두번의 단체교섭을 했는데, 최초는 2007년에 타결된 ‘2006 정부교섭’이었다. ‘2008 정부교섭’은 2008년 9월에 시작됐지만 법원노조 등의 교섭자격을 두고 법정 공방이 진행되면서 2009년 10월 교섭이 중단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서 2017년 12월 예비교섭을 시작해 2018년 7월 본교섭에 돌입했으며, 6개월간의 교섭을 진행한 끝에 2019년 1월 ‘2008 정부교섭’이 타결됐다. 교섭 시작부터 타결까지 무려 11년이 걸렸다. 이날 상견례에서 김우호 처장은 “정부는 적극적이고 열린 자세로 교섭에 임할 것”이라며 “국민의 신뢰와 지지 속에서 존중받는 공직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라고 제안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서울광장] 김종인·안철수의 중도 쟁탈전/이종락 논설위원

    [서울광장] 김종인·안철수의 중도 쟁탈전/이종락 논설위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당선이 확실해진 지난 7일 밤 12시쯤 김종인 국민의힘 당시 비상대책위원장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 영등포 당사 개표상황실에서 축하 인사를 나눴다. 선거운동 기간 데면데면했던 두 사람은 웃으며 악수하고 대화했다. “아름다운 단일화의 모습”이라는 사회자의 멘트가 이어졌다. 몇 분 뒤 두 사람의 관계는 예전으로 돌아갔다. 안 대표가 이 자리에서 오 시장의 당선을 축하하며 “야권의 승리”라고 하자 김 전 위원장이 “어떻게 건방지게 그런 말을 하느냐. 국민의힘이 승리한 것이다”라고 독설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급기야 양 측근이 나서 공방을 주고받는 대리전이 벌어졌다. 국민의당 구혁모 최고위원이 지난 12일 김 전 위원장에 대해 “애초에 국회의원 시절 뇌물 수수로 징역형을 받아 의원직이 박탈된 범죄자 신분”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19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을 거론한 것이다. 그러자 김 전 위원장의 측근이었던 국민의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통합하겠다는 당의 비대위원장이 물러나자마자 범죄자까지 나온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내년 정권 창출을 위해 야권이 통합 구심점을 찾아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분열 조짐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의 악연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안 대표의 멘토(조언자) 역할을 했던 김 전 위원장은 안 대표에게 다음해인 4월 총선에 출마할 것을 권유했지만 안 대표는 그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섰다. 결국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게 양보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멀어졌다는 게 측근들의 얘기다. 정치 전문가들은 두 사람이 충돌할 수밖에 없는 게 내년 3월 대선에서 중도 지지층 확장에서 역할이 겹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2012년 대선 이후 유권자 지형 측면에서 중도 진보연합 세력이 중도 보수연합보다 훨씬 컸었는데 이번에 역전됐다. ‘반문연대’가 보수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되면서 중도와 보수 유권자 연합의 파워가 훨씬 확대됐다. 이런 분위기를 틈탄 야권이 중도 유권자를 끌어와 이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압승한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이나 안 대표는 중도 확장성의 상징적 인물이다. 중도층을 흡인하는 주도권은 김 전 위원장이 쥐고 있지만 안 대표도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중도보수 연합과 반문연대의 틀을 누구에게도 뺏기고 싶지 않아 한다. 지난 12일 한 인터뷰에서는 “오 시장을 지원 유세하던 (안 대표가) 부산과 경기도에 간 것은 내년 대선을 위한 자기 홍보였다”고 작심 비판했다. 국민의힘 마지막 비공개 회의에서는 “안 대표를 경계하라”고 신신당부했다는 말도 들린다. 이처럼 안 대표에 대한 김 전 위원장의 견제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은 야권 재편을 염두에 둔 중도층 견인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국민의힘에 더이상 애정이 없다. 국민의힘에는 절대로 안 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국민의힘이 보궐선거 승리 이후 자신을 재추대해 주지 않은 것에 대해 화가 난 듯하다. 기성 정치권에 맞서는 창당 의지를 밝힌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과 16일에 만나 제3당 창당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영입해 제3지대 정계개편을 이루겠다는 의도다. 김 전 위원장은 중도 유권자에 대한 소구를 정확히 읽는다. 선거에 최적화된 인물이다. 내년 대선에도 중도층이 승패를 결정짓는다고 보고 아예 새로운 집을 지어 또 한번 ‘선거 귀재’의 면모를 꿈꾸고 있다. 반면 안 대표는 지난 재보선 때 김 전 위원장의 지적처럼 기초의원 선거구까지 찾아가 국민의힘 후보를 도왔다. 국민의힘에 들어가겠다는 신호를 노골적으로 보낸 것이다. 선거 기간 중에는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합당을 추진하겠다”고도 말했다. 선거 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 문제로 이견을 표출하고 있지만 안 대표로선 국민의힘으로 바로 휩쓸려 가기보다는 양당이 전당대회를 거쳐 당대당 통합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들어가면 중도층에 대한 소구력이 있어 김 전 위원장의 가치가 사라지게 된다. 국민의힘 중진들도 재보선에는 김 전 위원장을 활용해 압승했지만 대선에서는 안 대표를 데려와 중도 확장에 나설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안 대표는 당대당 합당이 여의치 않을 경우 제3지대에 남을 가능성도 있다. 김 전 위원장과 안 대표의 중도 쟁탈전은 내년 대선 정국의 승패를 판단할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jrlee@seoul.co.kr
  • 교통방송 김어준 출연료 공방에 왜 유재석이 등장했나[이슈픽]

    교통방송 김어준 출연료 공방에 왜 유재석이 등장했나[이슈픽]

    더불어민주당을 대변하는 방송으로 보궐선거 기간 동안 국민의힘 측으로부터 질타를 받았던 교통방송(tbs)의 김어준씨 출연료가 15일 논란의 대상이 됐다. 교통방송 측은 김씨의 출연료가 회당 200만원으로 연간 23억원에 이른다는 국민의힘 주장에 대해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민감한 개인 소득 정보를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공개할 수 없다”고 답변하며 지급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김어준씨는 ‘뉴스공장’ 방송을 총 1137회 진행했다”며 “1회 출연료가 200만원 상당이라면, 박원순 전 시장 임기 동안만 출연료로 23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수령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김어준씨를 TBS에서 하차시키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7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면서 “그를 사실상 고용한 서울시민에게 본인의 출연료를 밝히는 것이 당연한 도리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지지세력 중에서는 김씨의 고액 출연료에 대해 교통방송이 라디오 청취율 1위를 이끈 김씨로 인해 주요 언론사가 됐다면서 세금을 속인 것도 아닌데 출연료 문제가 시끄러운 이유를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또 예능인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유재석씨의 출연료와 김씨를 비교하기도 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출마하며 교통방송에 대한 서울시 예산 투입을 중단하겠다고 공약했던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김어준씨를 갑자기 유명 연예인으로 비교하는 건 문제의 본말을 흐리는 것”이라 지적하며 두 사람의 차이점을 들었다. 우선 유씨는 국민 예능인이지만 김씨는 ‘친문 뉴스진행자’로 정치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미풍양속을 해치지 않고 웃음과 재미를 주면 되는 예능인과 달리 김씨는 방송의 공정성을 지키고 뉴스전달에 정치적 편향성을 보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소속사를 통해 서면계약을 하는 연예인과 달리 김씨는 구두계약을 하고 1인회사에 출연료가 입금된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유씨는 시청률에 따른 광고협찬 수익에서 출연료가 책정되지만 김씨는 서울시민 세금으로 출연료가 지불된다고 부연했다. 김 교수는 “공정해야 할 정치뉴스 진행자가 편파적 방송을 진행하면서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규정도 어기고 상한선도 어기고 고액 출연료를 받는 것”이라며 “연예인의 고액 출연료와 같다는 식으로 옹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방송인 김제동씨가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거액 강연료를 받아 비난받고 강연료 액수가 공개되어야 했던 것은 바로 국민세금으로 지출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국민세금 말고 유튜브에서 슈퍼챗 후원금을 받아서 하고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하라고 충고했다. 김씨는 딴지방송국이란 채널로 ‘김어준의 다스뵈이다’란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구독자는 82만명이 넘는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與원내대표 경선 D-1, 박완주 “협치 해야”, 윤호중 “상임위 재협상 없다”

    與원내대표 경선 D-1, 박완주 “협치 해야”, 윤호중 “상임위 재협상 없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윤호중·박완주 의원이 ‘협치’와 ‘개혁’이라는 프레임을 내걸고 두번째 공개 토론회에서 맞붙었다. 두 후보는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등에 대한 입장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상임위원회 재분배 문제에서도 날선 공방을 벌였다. 15일 민주당 유튜브 채널 델리민주로 생중계된 토론회에서 윤 의원은 상임위 재분배 문제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지금 법사위원장 자리를 포함한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달라고 하고 있는데, 그것에 반대하신다면, 절대 (국민의힘과) 재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저에게 몰표를 보내주시면 된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박 의원은 “당연히 선택하라고 하면 개혁해서 정의로운 사회다. 과정은 협치를 해야 한다”며 “국회는 상임위를 나눠먹는다고 하는데 표현이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혼자 먹은 경우는 예외적으로 한두 번이다”라면서 “국회는 여야가 있고 국민 목소리에는 100%가 있을 수 없다”며 협치를 강조했다. 다만 박 의원은 “법사위원장은 절대 주면 안 되는 자리다”라면서 “법사위원장은 우리 것이고 나머지에 대해선 함께 일하자, 이게 제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검찰개혁에 대해서도 두 후보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윤 의원은 “검찰개혁특위 위원장으로 2단계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1단계 검찰개혁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범죄수사 역량의 훼손 없이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대통령께서 주신 지침과 원칙 위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분리해 무리한 기소·수사가 이뤄지지 않도록 할 것이냐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윤 의원은“당내 토론뿐 아니라 이해관계자, 전문가, 국민들 견해를 모두 다 수렴해야 한다”며 “입법정책청문회를 통해 관계자를 모두 국회에 출석시켜 견해를 듣겠다. 왜 이게 필요하고 2단계 검찰개혁이 필요한지 국민 여러분께 낱낱이 알려드리겠다”고 설명했다. 반면 박 의원은 “국민들은 공수처 첫 번째 사건이 어떤 건지, 수사권 분리를 했을 때 (어떤 게) 나타나는지 경험하지 못했다”며 “안정적인 1차 검찰개혁의 진행을 지켜보면서 한편으로 완전한 수사권·기소권 분리에 대해 논의를 심도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논의가) 1월부터 시작했으니 ‘언제까지 끝내겠다, 올해 안에 끝내야겠다’ 하면 또 다른 프레임에 걸릴 수 있다”며 “당내에서도 그게 도대체 어떤 내용인지 아직 한 번도 전체 의원에게 공유되고 보고된 적이 없다. 이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언론개혁과 관련해서도 입장차를 보였다. 윤 의원은 “가짜뉴스, 잘못된 허위사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돼야 하며, 포털 역시 언론의 역할을 하는 만큼 포털도 언론과 똑같은 규제를 받아야 한다”며 “법안이 현재 논의 중에 있지만 아직 본격적 처리 수준까지 올라오지 못했다. 당의 과방위원 여러분께 부탁드려서 반드시 이 법이 금년 중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박 의원은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힘으로 밀어붙이면 안 된다. 이 또한 언론의 자유를 막는다는 프레임에 걸려서 대선을 앞두고 전선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교하게 논의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내면서 다음 정부에 하면 어떻겠느냐”고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16일 오전 원내대표 선거를 실시할 예정이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요스바니 대폭발… 반격의 대한항공

    요스바니 대폭발… 반격의 대한항공

    대한항공이 우리카드를 누르고 남자 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대한항공은 12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 2차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3-2(25-20 27-29 25-20 23-25 15-13)승을 거뒀다. 홈에서 열린 지난 1차전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했던 대한항공은 이로써 1패 뒤 1승을 거두면서 자칫 기울뻔 했던 승부의 균형을 되찾았다. 대한항공과 우리카드는 14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3차전을 치른다. 두 팀은 5세트 내내 난타전을 벌이며 치열한 격전을 치렀다. 1세트는 대한항공이 먼저 웃었다. 대한항공은 1차전에 설욕을 갚으려는 듯 맹공을 퍼부었다. 요스바니는 폭발력 있는 서브로 우리카드 리시브를 흔들었다. 강력한 스파이크도 뽐내며 두 팀 최다 39점을 올렸다. 정지석은 블로킹 득점 6개를 포함해 23득점(공격 성공률 54.83%) 했다. 곽승석은 탄탄한 수비를 뽐내면서 공격에서도 두 자릿수 득점(12점)을 신고냈다. 반면 우리카드는 1차전 보다 범실이 무려 19개나 많은 28개에 발목을 잡혀 대한항공에 무릎을 꿇었다. 대한항공은 첫 경기와는 달리 1세트를 쉽게 따냈다. 2세트를 듀스 접전 끝에 내준 대한항공은 3세트에서 화려한 플레이로 다시 주도권을 쥐었다. 3세트에선 요스바니가 총 47.83%의 공격 점유율을 기록하면서도 서브 2득점 포함 9득점을 기록하며 승리를 가져왔다. 대한항공은 4세트 도중 리베로 오은렬의 다리에 쥐가 나 백광현이 급히 투입됐지만 급격히 흔들렸다. 산틸리 감독은 한선수와 요스바니를 빼고 유광우와 임동혁을 투입해 변화를 꾀했다. 임동혁은 18-20로 뒤진 상황에서 강서브로 우리카드 리시브를 흔들며 분위기를 바꿔놨다. 하지만 우리카드가 장지원의 몸을 던지는 허슬플레이로 결국 승부는 5세트로 넘어갔다. 마지막 5세트에서 두 팀은 일전일퇴의 공방을 이어갔다. 하지만 11-11 듀스에서 요스바니의 서브 에이스가 터지며 분위기를 가져온 대한항공이 결국 치열했던 경기의 승자가 됐다. 요스바니는 “정말 어려웠고 힘든 경기였다. 정말 없던 힘까지 짜내가며 이겼다”고 말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與 최고위원도 전대서 선출… ‘2선 후퇴론’에도 도로 친문?

    與 최고위원도 전대서 선출… ‘2선 후퇴론’에도 도로 친문?

    ‘중앙위 선출’ 반대 목소리 나오자 급변경당 대표에 송영길·우원식·홍영표 출사표원내대표엔 윤호중·안규백·박완주 출마조응천 “친박처럼 장악 땐 당 몰락할 것”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새 지도부 선출로 쇄신을 꾀하려는 더불어민주당이 시작부터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의 출마 자격 논란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 불과 1년 전 총선에서 당심과 민심의 일치로 대승을 거둔 민주당은 이번에는 민심과의 극심한 괴리를 확인하고서도 책임 공방에만 발목이 붙잡혀 있는 형국이다. 지도부 총사퇴로 공석이 된 최고위원을 중앙위원회에서 선출한다는 결정에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자 비상대책위원회는 11일 전당대회 선출로 방향을 틀었다. 도종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비대위 비공개회의를 열어 다음달 2일 임시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함께 선출하기로 했다. 재보선 참패로 ‘친문 2선 후퇴론’이 나오는 상황이지만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을 뽑기로 하면서 지도부의 친문 색채가 더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 중진 의원은 “과거 문재인 대표 시기에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으로 위기에 처한 문 대표를 지키자는 뜻에서 당원이 대폭 늘었다”면서 “당원 구성 자체가 친문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고, 당원들의 선택을 거스를 수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보선 참패 후 민주당은 질서 있는 수습과 속도전에 방점을 찍고 지도부 선출 일정을 앞당겼다. 지도부 공백 최소화에만 집중하느라 새 인물 도전이나 건전한 노선투쟁을 위한 시간이 확보되지 않았고, 결국 재보선 참패 전과 다를 게 없는 출사표가 이어지고 있다. 새 대표에는 지난해 8월 ‘이낙연 대세론’에 출마를 접었던 송영길(5선·인천 계양을) 의원, 우원식(4선·서울 노원을) 의원, 홍영표(4선·인천 부평을) 의원 등 중진 3인방이 출마한다. 대선을 11개월 앞두고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참패했지만 지난해 총선 대승 후 당권을 노렸던 인물들이 그대로 출마한다. 이에 맞서는 새 인물 도전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는 16일 원내대표 경선에는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윤호중(4선·경기 구리) 의원, 정세균(SK)계의 안규백(4선·서울 동대문갑), 충청권의 박완주(3선·충남 천안을) 의원이 12일 후보 등록과 함께 출마선언에 나선다. 특히 홍 의원과 윤 의원은 친문 핵심 인물이다. 홍 의원은 문재인 정부 두 번째 원내대표로 패스트트랙을 강행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을 처리했고,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국회 탄핵소추에도 앞장섰다. 윤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자 민주당 검찰개혁특위원장을 맡아 ‘검수완박’을 추진한 인물이다. 이에 조응천 의원은 지난 8일 “우리 당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데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분”이라며 두 사람의 불출마를 요구했다. 이날은 2016년 총선 참패 후에도 당권을 쥐고 몰락한 친박(친박근혜)계에 친문을 빗대는 고강도 비판을 내놨다. 조 의원은 “참패를 당했으면 핵심세력인 친박은 책임을 지고 물러났어야 했는데 책임을 지기는커녕 ‘박근혜의 복심’이라고 하는 이정현을 내세워 전당대회에서 당을 장악했다”고 지적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與 새 지도부 선출 속도전…친문 당심·민심 괴리 극복은

    與 새 지도부 선출 속도전…친문 당심·민심 괴리 극복은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새 지도부 선출로 쇄신을 꾀하려는 더불어민주당이 시작부터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의 출마 자격 논란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 불과 1년 전 총선에서 당심과 민심의 일치로 대승을 거둔 민주당은 이번에는 민심과의 극심한 괴리를 확인하고서도 책임 공방에만 발목이 붙잡혀 있는 형국이다. 지도부 총사퇴로 공석이 된 최고위원을 중앙위원회에서 선출한다는 결정에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자 비상대책위원회는 11일 전당대회 선출로 방향을 틀었다. 도종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비대위 비공개회의를 열어 다음달 2일 임시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함께 선출하기로 했다. 허영 대변인은 회의 후 브리핑에서 “당원들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에 전원 찬성했다”며 “이견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 주장한 대의원과 일반당원의 투표 반영 비율 조정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재보선 참패 후 민주당은 질서 있는 수습과 속도전에 방점을 찍었다. 지도부 총사퇴 후 비대위 체제를 최소화하고자 원내대표와 당대표 투톱 선거 일정을 앞당겼다. 원내대표 경선을 오는 16일 실시해 신임 원내대표가 대표 직무대행을 겸하고, 다음달 2일 새 대표를 선출해 지도부 공백을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하지만 속도전과 공백 최소화에 방점을 찍다 보니 새 인물 발굴이나 건전한 노선투쟁을 위한 시간이 확보되지 않아 재보선 참패 전과 다를 게 없는 출사표가 이어지고 있다. 다음달 선출하는 새 대표에는 지난해 8월 ‘이낙연 대세론’에 출마를 접었던 송영길(5선·인천 계양을) 의원, 우원식(4선·서울 노원을) 의원, 홍영표(4선·인천 부평을) 의원 등 중진 3인방이 출마한다. 내년 대선 1년을 앞두고 서울·부산시장 보선에서 참패를 했지만 지난해 총선 대승 이후 당권을 노렸던 후보들이 그대로 출마하는 것이다. 상황이 180도 바뀌었으나 새 인물이 도전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이에 당내에선 친문을 친박(친박근혜)계에 빗대는 고강도 비판도 나왔다. 조응천 의원은 앞서 “우리 당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데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분은 가급적 당내 선거에 나서지 말라”고 직격한 데 이어 이날은 2016년 총선 참패 후에도 친박이 전면에 나선 뒤 몰락했던 새누리당을 언급했다. 조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참패를 당했으면 핵심세력인 친박은 책임을 지고 물러났어야 했는데 책임을 지기는커녕 ‘박근혜의 복심’이라고 하는 이정현을 내세워 전당대회에서 당을 장악했다”고 지적했다. 16일 원내대표 경선에는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윤호중(4선·경기 구리) 의원, 정세균(SK)계의 안규백(4선·서울 동대문갑), 충청권의 박완주(3선·충남 천안을) 의원이 12일 후보 등록과 함께 출마선언에 나선다. 애초 출마를 저울질했던 김경협(3선·경기 부천갑) 의원은 불출마로 가닥을 잡았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박수홍 방탕 생활의 8할은 손헌수…클럽서 ‘방자’ 역할”

    “박수홍 방탕 생활의 8할은 손헌수…클럽서 ‘방자’ 역할”

    방송인 박수홍과 그의 친형 부부가 금전적 갈등을 둘러싼 진실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가로세로연구소’가 박수홍과 절친한 후배로 알려진 손헌수를 비판하고 나섰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는 최근 ‘박수홍 손헌수 간장게장(클럽, 도박, 사채)’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에서 김용호는 “손헌수가 과거 한 방송에서 ‘사업하다 사채 빚이 생겨 한 달 이자만 800만원을 냈다’라고 했는데 이것만 놓고보면 나쁜 사채업자에게 당해서 손헌수가 고생을 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여론몰이이자 감성팔이, 거짓말이다”며 관련 판결문이라고 주장하는 문서를 공개했다. 문서에는 ‘피고는 원고에게 1억1000만원과 이에 대해 2020년 12월26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적혀 있다. 이를 읽은 강용석은 “이건 그냥 돈을 빌려서 안 갚은 것 아니냐”라고 말했고, 김용호는 “이게 사채냐. 법정이자 자체가 원래 높다. 저게 사채 이자가 아니다”며 “투자를 받았다가 안 갚아서 소송을 걸어서 저렇게 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건의 본질에 대해 “손헌수가 자기 지인에게 투자를 2억5000만원 정도를 받아놓고 사업은 안 하고 그후 몇 년 후엔 연락을 끊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투자자가 손헌수에 돈을 갚으라고 하니 손헌수가 ‘빌린 게 아니라 투자를 받은 것이고 열심히 해봤지만 사업이 잘 안됐다. 그래서 돈을 날렸다’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용호는 “손헌수가 투자를 잘못한 것이니 반만 갚겠다고 투자자에게 말해서 투자자가 받아들였는데 결국 원래 투자금의 반 정도인 1억2000만원을 한달에 300만원씩 갚기로 했다는 각서를 썼고 결국 그마저도 갚지 않아 소송으로 이어졌고 법원의 판결까지 받은 것이다”라며 투자자에게 쓴 각서까지 공개했다. 김용호는 “손헌수가 그런데 자꾸 본질을 호도한다. 그래도 그를 여기까지만 다루겠다. 하지만 어디가서 또 쓸데 없는 소리를 하면 모든 것을 다 공개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박수홍의 방탕한 생활의 8할은 손헌수다”라고 밝혔다. 이어 “박수홍이 클럽 등 에서 헌팅을 하고 다닐 때 방자 역할을 했다. 얼굴마담 박수홍, 물주 역할을 했던 A씨, 또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이 필요 했다. 이 셋이 팀을 이뤄 클럽에서 엄청나게 놀고 다녔다”고 다시 한번 주장했다. 또한 “물주였던 A씨는 현재 도박빚을 피해 도망갔다는 말이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한편 지난 3월 유튜브의 한 댓글을 통해 박수홍이 친형 부부로부터 30년 동안 출연료 및 계약금을 받지 못했다는 내용이 세상에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박수홍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형 부부로부터 횡령 피해를 입은 사실을 밝히며 부모님에 대한 비난과 억측을 삼가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수홍의 친형 측은 입시 준비를 하고 있는 고2 딸이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을 정도로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여기에 형제 간 갈등은 박수홍의 1993년생 여자친구 문제 때문에 시작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후 박수홍은 법률대리인 노종언 변호사를 통해 지난 5일 오후 친형과 형수를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또한 법률대리인 측은 사태의 본질은 ‘횡령’이라며 친형 측이 제기한 여자친구와 관련한 주장에 대해서는 “박수홍은 일방적인 사생활 폭로 및 흠집내기 행위 등에 대해 일체 대응 없이 법의 잣대로 이번 사태에 대한 객관적 판단을 받고 이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가세연은 박수홍과 친형의 갈등에 대해 “박수홍이 여론전을 하고 있다”며 박수홍의 사생활 문제를 짚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조은희 재반박 “국토부 팩트체크 현장에 기반해야”

    조은희 재반박 “국토부 팩트체크 현장에 기반해야”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을 둘러싼 서초구와 국토교통부간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일부 아파트 단지 공시지가가 실거래가보다 높게 산정됐다는 서초구의 주장에, 국토부가 문제 없다는 입장을 내자,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연일 반박 수위를 높였다. 9일 조 구청장은 6일에 이어 페이스북에 재차 반박글을 올렸다. 그는 국토부가 해명에서 “비교 대상이 잘못됐다”고 썼다. 앞서 5일 조 구청장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공시가격 산정과 관련 전면 재조사를 촉구했다. 특히 서초구는 구내 공동주택 전수조사 결과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이 90% 이상이거나, 거래 가격보다 공시가가 높게 책정되는 등의 오류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6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조 구청장은 곧바로 “올해 공시지가는 지난해 말까지 거래된 내용이 반영되고, 내년 공시가는 금년 연말까지 거래된 내역이 반영돼야 하는데도 금년 거래가격을 엉뚱하게 반영해놨다. 해명이라고 억지를 쓰는 사실이 더욱 당황스럽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서초구에 따르면 실거래가 12억 6000만원보다 공시가가 15억 3800만원으로 1.2배 더 높다고 설명됐던 서초동 A아파트는 실거래가 공개 사이트에서 지난해 10월 12억 60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가 올해 시세인 ‘18~20억 수준’을 근거로 현실화율이 70%라고 해명했지만, 서초구는 실제 현실화율을 122.1%로 보고 국토부의 오류를 의심하고 있다. 9일에도 조 구청장은 “국토부가 서초동 A아파트 공시가 선정에 참고했다는 ‘가, 나, 다, 라‘ 아파트를 보면, 동일 선상에서 비교해선 안 될 곳을 비교하고 있다”면서 “국토부는 좀 더 현장에 기반한 팩트체크를 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교해야 할 바로 옆 아파트가 아니라 1㎞ 떨어진 아파트와 비교했다”면서 “비교 대상 간 주변 여건도 다르고, A 아파트는 주상복합이고 ‘가, 나, 다, 라’ 아파트는 일반 아파트다”라고 말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사모펀드 사태 징계 또 줄었다… ‘라임’ 손태승 우리지주 회장 ‘문책 경고’

    사모펀드 사태 징계 또 줄었다… ‘라임’ 손태승 우리지주 회장 ‘문책 경고’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 사모펀드와 관련해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태승(사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문책 경고 처분을 받았다. 중징계에 해당하지만, 앞서 금융감독원이 사전 통보했던 직무 정지 상당보다는 한 단계 떨어진 수위다.금감원은 8일 오후 2시부터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라임펀드 판매사인 우리은행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진행한 결과 이같이 의결했다고 9일 밝혔다. 손 회장에 더해 우리은행도 3개월 업무 일부 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다. 이 역시 애초 통보된 업무 일부 정지 6개월에서 3개월 줄어들었다. 우리은행에는 과태료도 부과됐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직무 정지-문책 경고-주의적 경고-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이 중 문책 경고 이상은 3∼5년 금융사 취업을 제한하는 중징계다. 또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는 ‘등록·인가 취소-업무정지-시정명령-기관경고-기관주의’ 등 5단계로 나뉘며, 통상 기관경고부터 중징계로 분류한다. 다만 이날 금감원이 결정한 제재는 사안에 따라 증권선물위원회 심의와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최종 확정된다. 이번 제재심은 지난 2월 25일과 지난달 18일에 이어 세번째로 열렸다. 앞선 두 차례 제재심을 통해 금감원 검사국과 금융사의 입장을 듣는 진술 과정이 마무리되고 이날은 본격적으로 양측이 쟁점을 놓고 공방 벌이는 대심제가 이뤄졌다. 쟁점은 우리은행이 라임 펀드 부실을 사전 인지했는지와 소비자에게 부당하게 권유를 했는지였다. 우리은행의 소비자 보호 노력이 상당 부분 인정을 받았다는 평이다.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는 이전 제재심에서 처음으로 참고인으로 출석해 우리은행의 소비자 보호 조치와 피해 구제 노력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우리은행은 무역금융펀드 피해자들에게 원금을 전액 반환하라는 분쟁조정안과 손실 미확정 펀드의 분쟁조정안을 수용하기로 했다.이와 관련 CEO에게 지나친 책임을 묻는 게 아니냐는 금감원 안팎의 비판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일련의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와 관련해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에게 강도 높은 징계를 사전 통보했던 금감원이 제재심을 거치면서 잇따라 수위 조절에 나서는 모양새다. 금감원은 지난 2월 라임펀드와 디스커버리 펀드 판매사인 IBK기업은행과 관련해 김도진 전 행장에게 사전 통보보다 한단계 낮은 경징계에 해당하는 ‘주의적 경고’를 처분하는데 그쳤다. 또 옵티머스펀드 사태와 관련해서도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에게 사전 통보했던 ‘3개월 직무 정지’보다 한단계 낮춘 ‘문책 경고’를 처분했다. 한편 신한은행과 신한금융지주에 대한 징계 수위는 오는 22일 결론을 낼 예정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내부통제 부실로 CEO 중징계까지 할 수 있는지가, 신한금융지주에는 라임 펀드를 판매한 복합 점포(신한은행-신한금융투자) 운영의 관리 책임 여부가 각각 쟁점이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라임 사태라는 동일한 사안으로 제재 대상에 올랐으나 양쪽의 쟁점이 다른 만큼 ‘분리 결론’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과 금융지주는 기관 경고의 중징계와 함께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중징계인 문책 경고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를 각각 사전 통보받았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분노한 민심, 與를 버렸다

    분노한 민심, 與를 버렸다

    전국 투표율 55.5%… 서울 58.2% 기록‘대선 전초전’서 정부·與 불신임 메시지‘참패’ 민주당 지도부 오늘 총사퇴할 듯국민의힘, 제3지대 포함 野 재편 주도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의 승리가 확실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5년차·총선 1년 만에 치러진 ‘대선 전초전’에서 유권자들은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강력한 ‘불신임’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로써 정부·여당은 국정 방향에 대한 대대적인 노선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전후로 지난 총선까지 전국 선거 4연패로 빈사 상태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기사회생해 중도 제3지대를 포함한 야권 재편의 주도권을 쥐고 대선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8일 오전 12시 30분 현재 개표율 58.9%인 상황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56.8%를 득표해 40.0%를 얻은 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앞섰다. 오 후보는 당선이 확실시되자 “지금 산적한 과제를 능수능란하게, 빠른 시일에 하나씩 해결해서 고통 속에 계시는 많은 서울 시민 여러분을 보듬으라는 그런 취지의 지상명령으로 받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 후보는 개표 시작 한 시간여 만에 “겸허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서 가야겠다고 생각한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개표율 89.3%인 가운데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63.1% 득표율로 민주당 김영춘(34.1%) 후보를 제쳤다. 박 후보는 부산 전 지역에서 우세였다. 서울·부산 모두 군소 후보들은 의미 있는 득표율을 보이지 못했다. 이 같은 결과는 선거 직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 등으로 민심이 악화된 상황에서 오히려 여권 인물들의 ‘내로남불’ 행태가 부각되면서 정권 심판 표심이 강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생태탕’ 공방 등 네거티브 전략도 지지층 결집보다 역효과를 더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 일방독주에 대한 불신임장을 받은 민주당은 지도 체제 개편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선거로 나타난 민심을 새기며 반성하고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밤늦게 당사에서 긴급최고위원회를 열어 지도부 총사퇴 여부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방침은 8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확정된다. 연패의 늪에서 벗어난 국민의힘은 정권심판론의 동력을 이어 가며 중도를 포함한 세력 확장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합류 여부도 주목된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의 상식이 이기는 선거였다.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분노의 표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투표율은 오후 8시 마감까지 전국 55.5%(서울 58.2%, 부산 52.7%)를 기록했다. 당선인들은 8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분노한 민심, 與를 버렸다

    분노한 민심, 與를 버렸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압승 전국 투표율 55.5%… 서울 58.2% 기록‘대선 전초전’서 정부·與 불신임 메시지‘참패’ 민주당 지도부 오늘 총사퇴할 듯국민의힘, 제3지대 포함 野 재편 주도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의 승리가 확실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5년차·총선 1년 만에 치러진 ‘대선 전초전’에서 유권자들은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강력한 ‘불신임’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로써 정부·여당은 국정 방향에 대한 대대적인 노선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전후로 지난 총선까지 전국 선거 4연패로 빈사 상태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기사회생해 중도 제3지대를 포함한 야권 재편의 주도권을 쥐고 대선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8일 오전 12시 30분 현재 개표율 58.9%인 상황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56.8%를 득표해 40.0%를 얻은 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앞섰다. 오 후보는 당선이 확실시되자 “지금 산적한 과제를 능수능란하게, 빠른 시일에 하나씩 해결해서 고통 속에 계시는 많은 서울 시민 여러분을 보듬으라는 그런 취지의 지상명령으로 받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 후보는 개표 시작 한 시간여 만에 “겸허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서 가야겠다고 생각한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개표율 89.3%인 가운데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63.1% 득표율로 민주당 김영춘(34.1%) 후보를 제쳤다. 박 후보는 부산 전 지역에서 우세였다. 서울·부산 모두 군소 후보들은 의미 있는 득표율을 보이지 못했다. 이 같은 결과는 선거 직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 등으로 민심이 악화된 상황에서 오히려 여권 인물들의 ‘내로남불’ 행태가 부각되면서 정권 심판 표심이 강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총선에선 코로나19 대응이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에는 그마저도 어려웠다. ‘생태탕’ 공방 등 네거티브 전략도 지지층 결집보다 역효과를 더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 일방독주에 대한 불신임장을 받은 민주당은 당장 지도 체제 개편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선거로 나타난 민심을 새기며 반성하고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밤늦게 당사에서 긴급최고위원회를 열어 지도부 총사퇴 여부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방침은 8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확정된다. 연패의 늪에서 벗어난 국민의힘은 정권심판론의 동력을 이어 가며 중도를 포함한 세력 확장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합류 여부도 주목된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의 상식이 이기는 선거였다.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분노의 표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투표율은 오후 8시 마감까지 전국 55.5%(서울 58.2%, 부산 52.7%)를 기록했다. 당선인들은 8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코카콜라 보이콧 선언 트럼프, 책상위엔 떡~하니 콜라병

    코카콜라 보이콧 선언 트럼프, 책상위엔 떡~하니 콜라병

    조지아주 투표권 제안입법에 기업들 반대하자트럼프, 코카콜라 등에 보이콧 주장하며 반발네티즌들 트럼프 책상 위 콜라병 찾아내 비꼬아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카콜라 등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했지만, 정작 자신의 사무실을 찍은 사진에서 전화기 뒤에 콜라 병을 둔 것이 발견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됐다. 논란은 스테판 밀러 전 백악관 선임고문이 6일(현지시간) 트럼프를 만났다며 트위터에 올린 사진에서 비롯됐다. “방금 트럼프와 멋진 만남을 가졌다”는 글과 함께 트럼프의 사무실에서 둘이 활짝 웃는 사진을 게재했는데, 집무실 전화기 뒤에 콜라 병이 놓인 것을 네티즌들이 찾아낸 것이다. 트럼프는 앞서 코카콜라 등 200여개의 기업들이 조지아주의 투표권 제한 입법에 반대하자 성명을 내고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에 간섭하는 모든 기업과 야구를 보이콧하자. 코카콜라와 델타항공은 듣고 있냐”고 반발했다. 다만 트럼프는 보이콧을 주장했음에도 정작 자신은 콜라를 끊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다이어트 콜라의 오랜 팬으로 알려져 있다. 네티즌들은 콜라 병이 있는 사진에 대해 “보이콧은 어떻게 되는 거냐”, “트럼프는 자신의 추종자들을 이런 방법으로 속여왔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한편, 조지아주의 투표권 제한 입법은 신분 증명 강화, 부재자투표 신청 기한 축소, 드롭박스(이동식 투표함) 설치 제한 등을 담았고, 이런 제한이 유색인종의 투표를 줄이려는 의도로 평가되면서 시민단체, 기업 등의 반대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프로야구(MLB)도 오는 7월 13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려던 올스타전의 개최지를 바꾸고, 신인 드래프트 개최권도 박탈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우편투표 확대로 대선에서 졌다고 보는 공화당은 총 47개 주 의회에 361개의 선거 규제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조지아주는 이런 공방의 풍향계라는 점에서, 민주·공화당 양측 모두 물러서지 않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사설] 오늘 재보선, ‘차선’에라도 투표해야 정치를 바꾼다

    오늘은 재보궐선거 투표일이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장 4명과 지방의원 17명을 뽑는 의미 있는 날이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적지 않은 부침 속에서도 커다란 진전이 있었고, 국민 수준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그럼에도 양대 시장 선거전이 정책 경쟁은 간데없이 네거티브 일변도로 흐른 것은 유감스럽다. 혼탁 막말 공방은 마지막 TV 토론까지 이어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사이의 ‘거짓말’ 공방은 전파를 낭비하는 수준이었다. 말싸움으로 일관한 토론 아닌 토론에 짜증스럽지 않은 유권자는 한 사람도 없지 않았을까 싶다. 두 후보 진영은 우리 민주주의 수준에 부응하는 선거운동을 했는지 진지하게 반성해야 한다. 흔히 ‘혼탁 선거’라면 1960년대 고무신 선거나 막걸리 선거를 떠올린다. 하지만 국민 의식 수준이 다락처럼 높아진 상황에서 이번에 보여 준 ‘후진국형 선거전’을 당시보다 발전한 모습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우리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벌인 핀트가 엇나간 선거전의 원인이 국민 의식을 따라잡지 못한 우리 정치의 후진성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가는 후보보다 추격하는 후보가 네거티브 유혹에 기우는 것이 선거의 속성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네거티브를 주도한 세력이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한 집권당의 책임’을 입만 열면 강조하던 민주당이었다는 사실은 적지 않게 실망스럽다. ‘과정이야 어떻든 이겨야 하는 것이 선거’라는 민주화 운동 과정의 정서가 여전하다면 지도부만큼은 과감하게 벗어나려 애써야 하지 않았느냐고 국민은 되묻는다. 특정인을 지적하지 않더라도 이번 선거전에서는 리더 그룹의 헛발질이 오히려 혼탁 선거를 더욱 부채질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지 않은가. 새로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뽑는 선거일 아침 유권자들은 누구를 찍어야 할지 혼란스럽다. 한쪽이 “거짓말 후보”라고 비난하면 다른 쪽에서는 상대를 향해 “존재 자체가 거짓말”이라고 반격하는 형국이었으니 거짓말에 엮이지 않은 유력 후보는 아무도 없는 꼴이다. 선거는 유권자에게 ‘최선의 후보를 선택하는 기쁨’을 주는 것이지만, 이번 선거에서 여야는 거짓말 공방으로 유권자의 기쁨을 앗아가 버렸다. 즐겁지 않은 선거는 필연적으로 투표소로 향해야 할 유권자의 발걸음을 주저하게 만들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국가 대한민국을 만든 ‘유권자의 수준’에 다시 한번 기대를 걸지 않을 수 없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투표해야 정치가 바뀐다는 사실을 국민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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