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공론
    2026-08-18
    검색기록 지우기
  • 재건
    2026-08-18
    검색기록 지우기
  • 31일
    2026-08-18
    검색기록 지우기
  • 2026-08-18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7,945
  • “노동자 절반 비정규직… 사회안전망 확충해야 ‘워라밸’ 실현”

    “노동자 절반 비정규직… 사회안전망 확충해야 ‘워라밸’ 실현”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지 2주일 정도 지나면서 우리 사회에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일터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진 직장인을 겨냥한 문화 프로그램과 자기계발 강좌가 늘어나는 등 ‘저녁이 있는 삶’을 체감하는 노동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반면 퇴근 뒤 집으로 일을 짊어지고 오거나 임금이 줄어드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은 ‘과로사회’를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이자 일과 생활의 균형(Work and Life Ballance·워라밸)이라는 가치가 한국사회에 뿌리내리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다. 하지만 변화의 물결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하루빨리 대안을 찾지 않으면 중소기업(50~299인 이하 사업장)에 제도가 적용되는 2020년에는 더 큰 어려움이 닥칠 수 있어서다. 서울신문은 국내 전문가들에게 ‘노동시간 단축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과 윤동열 울산대 경영학부 교수,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참석한 가운데 2시간 동안 진행된 좌담회를 질의응답으로 정리했다. 좌담회는 지난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서울신문 주최로 열렸으며, 사회는 김성곤 서울신문 논설위원이 맡았다.→이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제도인가. -이병훈 장시간 노동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동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회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됐다. 긴 노동시간은 산업재해와 직업병을 유발하고 한 사람이 오랜 시간 일을 독점하는 문제도 발생했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장 수준 노동시간이라는 것은 이제 온 국민이 아는 사실이다. -권혁 국가의 선진화에는 늘 노동시간 단축이 동반됐다. 산업구조가 복잡해지고 사회는 발전하는데 노동시간만 그대로 두는 것은 온당치 않다. -윤동열 매년 과로로 300명 이상이 죽는다. 고질적인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 시행은 당연하다. 다만 기업들의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시행된 것이 아쉽다. -김근주 장시간 노동은 그동안 사회에 많은 악영향을 가져왔다. 기본급이 낮은 대신 연장근로 수당을 높여 임금체계를 왜곡했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대한 판단도 불가능하게 했다. →제도 시행 전후로 산업현장에 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제도가 정착될 것으로 전망하나. -이병훈 우리나라는 2004년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했고 노동시간을 48시간에서 44시간, 그리고 40시간으로 줄여 왔다. 그때마다 비용 상승, 임금 감소 등 우려가 제기됐다. 과거 사례를 되짚어 보면 차츰 현장 안착이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권혁 지금까지는 노동시간에 대한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았고 문제의식조차 없었다. 당분간 혼란이 있겠지만 후진적 노동시간 관리를 선진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난 2월 법이 개정된 뒤 정부의 대응이 미숙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병훈 노동시간 단축 논의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부터 진행됐다. 법 개정 이후 4개월간 가이드라인이나 계도 방식을 면밀하게 세웠다면 지금 겪는 혼란은 줄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권혁 국회 법 개정 과정과 정부 준비 과정에서 직무 특성이나 산업구조 변화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노동시간을 줄일 경우 산업구조 변화 혹은 숙련 인력 부족 등으로 인력 채용이 도저히 불가능한 업종도 있다. 법 시행 직전까지 경기도 노선버스는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문제점이 있는 업종을 찾아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윤동열 노동시간을 법으로만 제한하려다 보니 노사 자율성이 배제됐다. 주 52시간 근무제 이후 노사 신뢰가 형성된다면 노사가 노동시간을 스스로 합의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법 시행 전부터) 노동시간 단축을 먼저 시행해 안착한 회사들의 사례를 모델로 제시하는 등 현장의 불안감을 줄여 주는 세심함이 부족했다. -김근주 정부 가이드라인은 법률과 판례를 해석한 일반론적 설명만 제시돼 있다. 특히 법이 바뀌면서 금지되는 행위나 제도에 대한 언급이 부족했다. 예컨대 포괄임금제 지침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유연 근로시간제 가이드라인도 궁금증이 해소되기에는 부족했다. →근로감독을 통해 법 위반이 적발돼도 처벌이 유예되는 6개월, 중소기업에 제도가 적용되는 2020년 1월 전까지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까. -윤동열 중소기업은 왜곡된 임금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정부가 이를 독려하고 지원해야 한다. 기본급이 낮은 대신 연장근로 수당을 더해야만 생계유지가 가능한 지금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 직무에 대한 노동가치를 측정하는 직무급 체계, 숙련급 체계 등 임금체계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김근주 노동시간을 단축하면서 임금이 정체되는 문제는 피할 수 없다. 노동시간이 곧 임금과 직결되는 고리를 이번에 반드시 끊어야 한다. 그러려면 최저임금 인상이나 사회안전망 확충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임금체계와 근로빈곤층 문제에 대한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 -권혁 사회안전망 구축, 직업훈련 확대 등을 고민하지 않으면 실효성 있는 노동시간 단축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 계도기간에는 인력을 구하기 힘든 업종에 대해 원활한 수급 계획이 필요하다. 계도기간은 ‘6개월 용서기간을 줄 테니 기업들이 알아서 잘하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주는 기간이 아니다. →가장 자주 언급되는 보완책으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 확대가 있다. -김근주 법 부칙에는 2022년까지 단위기간 확대 등 제도개선 논의를 하겠다고 명시돼 있다. 제도가 정착되지 않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보완책으로 동시에 논의할 것인지 아니면 제도 정착 뒤 별도로 논의할 것인지는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권혁 현행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노사 합의가 없으면 사용할 수 없고 평균 노동시간 기준으로 소정 임금을 주는 등 이름과 달리 비탄력적이다. 다만 지금 당장 논의를 시작하면 논란만 빚어질 수 있다. 단순히 제도 시행 기간을 확대하는 문제만 다뤄서도 안 된다. -이병훈 6개월의 계도기간에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공론화하면 또 다른 노사 간 논란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자리잡은 뒤 제도를 정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윤동열 노동시간 단축의 취지는 100% 공감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사안에 대응하는 기업의 입장도 이해해야 한다. 또 실제로 현장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노사 대화가 중요하다. -이병훈 2020년 이후 중소기업의 노동시간 단축이 시행되기 전 원하청 공정거래질서 등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원청은 주 52시간 근무하고 하청은 그것이 절대 불가능한 구조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법과 현실의 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대로 된 근로감독행정이 필요하다. -김근주 임금 노동자의 절반은 비정규직이다. 현장 안착을 위해서는 결국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정규직에게 노동시간 단축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되고 대기업 노동자들만 제도를 사용하게 된다. -권혁 노동시간 단축으로 그동안의 장시간 노동이 얼마나 비효율적이었는지 또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가 오래 일할수록 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프레임도 깨질 것이다. 정리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대입 개편안 우리 손에”… 진지한 시민참여단

    “대입 개편안 우리 손에”… 진지한 시민참여단

    현 중학교 3학년이 치를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결정할 대입 공론화 충청권 시민참여단이 15일 대전 KT연수원에 모여 관계자로부터 공론화 과정에 대해 설명듣고 있다. 무작위 전화 설문조사 때 참여 의사를 밝힌 시민 512명은 14~15일 서울·부산·광주·대전에 모여 대입 개편 방향을 심층 토론했다. 시민참여단은 오는 27~29일 다시 모여 2차 숙의 토론회를 가질 예정이다. 대전 연합뉴스
  • “2022 수능, EBS 연계율 50%로 축소…자기소개서 폐지는 재검토해야”

    “2022 대입, EBS 수능 연계율 70%서 50%로 축소” 교육부가 2022대입개편안을 앞두고 현재 진행중인 공론화 과제 외에 남은 ‘EBS-수능 연계울 조정’ 등에 대한 의견수렴을 위한 ‘대입정책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서는 국가교육회의에서 지난 4월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통해 발표한 자기소개서 폐지는 재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EBS-수능 연계율은 기존 안 대로 70%에서 50%로 줄이고 과목 특성에 맞춰서 간접연계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교육부는 13일 종로구 혜화동 한국방송통신대 서울지역대학 대강당에서 ‘2022학년도 대입 개편 중 국가교육회의 공론화 미포함 과제 논의를 위한 대입정책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 제고를 위한 ‘자기소개서 및 교사 추천서 폐지’와 ‘대입 평가기준 및 선발결과 공개’, EBS 교재 및 강의와 수능 연계율 개선 방안 등이 논의됐다. 이들 논의안은 지난 5월 국가교육회의에서 ‘대학입시제도 개편 공론화 범위’를 발표하면서 전문적 성격이 높아 교육부에서 결정해 줄것을 요청한 분야다. 이날 포럼은 강기수 동아대 교수의 ‘국가교육회의 공론화 미포함 과제’ 연구 발표와 대입전문가 및 학생·학부포 토론으로 진행됐다. 강 교수는 발제에서 EBS 연계율을 현행 70%에서 50%로 낮추고 직접연계에서 간접연계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강 교수는 “EBS 연계정책을 폐지하면 다른 문제집으로 ㅍ문제 풀이 수업이 우려돼 전면폐지의 실익은 적다”면서 “교실 수업의 변화와 연계을 축소를 동시에 적용해 점진적 고교교육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찬반이 엇갈렸다. 고교 1학년생 자녀를 둔 학부모 유미선씨는 “EBS 교재로 수능을 준비할 수 있어 사교육비 경감 등 효과가 있다”면서 EBS 연계율 유지를 주장했다. 박찬호 계명대 교수는 “연계율 하향과 간접연계로 전환뿐 아니라 수능에서 EBS 교재라는 족쇄를 풀어야 한다”면서 EBS 연계율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대입 자기소개서는 학생부 기재사항이 정책숙려제를 통해 간소화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폐지보다는 대폭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기존에 1000~1500자 분량의 서술형 에세이를 문항당 500~800자의 사실기록 중심 개조식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입 투명성 강화를 위한 대학별 평가기준 공개는 대학별로 재정지원사업 과 연계해 대학의 평가기준 등을 공개하고, 대학별 공정성위원회에 위부위원 참여 등을 추진하는 안을 내놨다. 교육부는 이번 포럼을 마지막으로 전문가와 각 대학 관계자, 학계 등의 의견을 종합해 8월 발표될 2022대입개편안 최종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사설]어설픈 정책숙려로 면죄부 받은 ‘문제투성이 학생부’

    교육부가 정책숙려제 1호로 추진했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개선안에 교육 현장은 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교육부 의뢰로 시민정책참여단이 학생부 개선 방안을 숙의한 결과 자율동아리 활동과 교내 수상 기록은 현행대로 유지하고 소논문 기록만 빼는 권고안을 내놨다. 학생부는 확대일로의 대입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결정적인 평가 자료다. 불공정하다고 지탄받는 자율동아리와 교내 수상 기록을 그대로 두는 쪽으로 결론 냈다니 “차라리 안하느니만 못한 숙려제”라는 성토가 쏟아진다. 교육정책 혼선을 빚어 학부모들로부터 빈축을 사던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그나마 평가받은 현장형 정책이 학생부 개혁이었다. 그런데 이 약속마저 후퇴하게 된 것이다. 교육부의 학생부 개선 작업은 한마디로 고육지책이었다. 비교과 활동을 기록하는 학생부가 ‘깜깜이 금수저 전형’으로 지목되자 개선안을 여론에 떠맡긴 측면이 컸다. 방과후 영어 수업 폐지 등 현장을 무시한 정책의 실패로 교육부는 번번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런 교육부가 지난 3월 학생부를 개혁 수준으로 손보겠다는 방침을 내놓았을 때 학교 현장은 그나마 기대를 걸었다. 부모나 교사의 도움 없이 학생 자율로 운영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탓에 대표적 불공정 항목이 자율 동아리로 지목됐다. 교내 상도 마찬가지다. 학교장의 의지에 따라 개수가 천차만별이며 성적 우수 학생이 진학에 유리하도록 몰아주는 편법이 심각했다. 정책숙려제에 학생부 개선 논의를 맡길 당시 김 부총리는 소논문, 자율동아리, 교내 수상 등의 폐지를 공언하다시피 했다. 내년부터 학생부 개선안이 적용되는 현재의 중 3학년생들은 그래서 더 혼돈스럽다. 정책숙려 권고안이 교육부의 당초 시안과는 반대쪽으로 크게 후퇴했기 때문이다. 개선안의 방향도 제시해 주지 않고 시민참여단에 마음대로 한번 해보라고 중요 정책을 던졌다는 의구심이 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육부가 책임지는 정책이 과연 하나라도 있는지 또다시 근원적 회의가 든다. 교육부는 시민참여단의 의견을 존중해 이달 말 최종안을 확정하겠다고 한다. 시민 100명이 참여한 정책이라는 명분에 문제투성이 학생부가 면죄부를 받았다는 사실에 학부모들의 불만이 들끓는다. “토론을 하다 보니 계속 생각이 바뀌었다”는 시민참여자들의 후일담에 학부모들은 등골이 서늘하다. 아이들 미래가 걸린 교육 현안이 탁상공론에 맡겨진 것 아니냐는 불신이 저절로 든다. 숙려과정은 지난 달과 이번 달 두 차례의 논의가 전부였다. 과연 타당하고 공정했는지 기본적인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 [금요 포커스] 청와대 ‘검·경 수사권 조정안’ 유감/이경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금요 포커스] 청와대 ‘검·경 수사권 조정안’ 유감/이경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부는 지난달 경찰이 1차 수사에서 보다 많은 자율권을 갖고, 검찰은 사법통제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한다는 원칙하에 수사권 조정안을 만들었다고 발표했다.발표안에 따른 ‘검찰과 경찰의 상호협력관계’를 살펴보면, 범죄로부터 사회방위의 책무를 담당하는 검찰(청)과 경찰(청)은 굳이 법률 규정이 아니더라도 당연히 상호협력 관계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건현장에서 초동수사를 하는 경찰의 불법·부당한 인권침해에 대해선 검사가 통제를 해야 한다. 형사사법 집행기관인 검찰과 경찰의 일반적 상호협력과 구체적 사건에서의 검사와 사법경찰의 수사지휘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기관 간의 상호협력은 지휘를 전제로 한다. 수사권 조정은 검·경 간 수사권한 배분이나 검찰 권한에 대한 억제의 문제가 아니라 형사사법 절차에서 국민의 인권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형사사법 질서 유지 및 정의 수호 문제이다. 따라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수단인 수사는 효율성보다는 적법성이 중요하므로 법률전문가인 검사의 통제가 더욱 필요한 것이다. 검사의 수사지휘가 폐지되는 마당에 어떻게 경찰에 대한 사법통제 역할을 더욱 충실하게 보장한다는 것인가. 발표안에서 검사에게 인정된 ‘보충적 수사 요구권’은 1945년 미 군정 시절 도입했다가 당시 경찰이 ‘받는 것도 내 맘, 따르는 것도 내 맘’이라고 하여 폐지된 이미 실패한 제도이다. 중국 형사소송법의 ‘보충수사 요구’ 제도를 제외하면, 주요 선진국의 입법례에서는 찾을 수 없고 학계와 실무에서 논의된 적도 없는 제도이다.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바로 경찰이 1차적 수사 종결권을 가진다는 부분이다. 수사의 종결은 범죄의 ‘혐의 유무’를 가리는 ‘경찰’ 활동의 범위를 초월하는 ‘사법’의 영역이다. 근대 법치국가가 왕의 ‘집행’ 영역에서 시민의 ‘사법’을 분리하여 3권분립 원칙을 확립했는데, 우리는 이제 다시 사법을 행정으로 복귀시킨다고 하니 근대 법치국가 이전의 비문명 국가로 후퇴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법경찰의 불송치 결정 건에 대해서는 원래 사건기록을 두고 ‘등본’하여 검사에게 통지한다는데 왜 인력과 예산 낭비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경찰의 수사종결이 불안하고 미덥지 않아 안전장치를 두려고 한 것이라면 도대체 왜 경찰에게 사건을 종결하라고 하였는가. 2007년 서류재판·조서재판의 불합리를 해소하고 공판중심의 진술·구두재판을 표방하였던 사법개혁의 방향에 역행하는 반개혁이 아닌가 싶다. 국가경찰의 수사 활동에 대해서는 사법관에 의한 통제를 하고, 자치경찰의 치안 활동에는 주민에 의한 민주통제를 하는 체계가 주요 선진국의 일반적 경향이다. 그런데 이번 발표안에는 경찰권의 분산·통제에 대해선 특별한 말이 없다. 일반적 수사권이 없는 제주특별자치도의 무늬만 자치경찰의 확장판이 되지 않아야 할 것인데, 정작 경찰에게는 사무권한과 인력의 이관과 관련하여 정부 유관부처와 협의하여 결정하라고만 한다. 결과는 경찰이 원하는 대로, 무늬만 경찰인 제주자치경찰 유사품이 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 결국 경찰이 모든 사건에 대해 1차적 수사권과 수사 종결권을 갖게 하고, 검사의 수사 지휘권을 원칙적으로 폐지하게 하는 이번 발표안은 18세기 규문주의하 경찰국가로의 퇴행적 격세유전의 위험성이 다분하다. 국민의 자유와 재산에 대한 제약인 수사의 본질과 그에 대한 사법적·민주적 통제를 위한 절차보장에 관한 성찰이 없는 검찰개혁 방안은 그 어떤 경우에도 개선이 아니다. 바람직한 형사사법 개혁의 방향은 정치권력의 ‘힘’에 휘둘리지 않는, ‘정의의 파수꾼’ 검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검사의 독립’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 확보에 있어야 한다. 수사권 조정 법률안 마련의 절차적 정당성은 차치하고서 이제부터라도 형사소송법 전문가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진정 우리 사회에 필요한 바람직한 수사권 조정, 검찰개혁안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우버 한다고 20만 택시기사 일자리 없어지진 않는다”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우버 한다고 20만 택시기사 일자리 없어지진 않는다”

    제조업을 비롯한 모든 산업영역에서 디지털 전환이 일어나는 4차 산업혁명시대다.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있다. 국내는 위기다. 올 상반기 월평균 취업자 증가 수는 14만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 폭(36만명)에 비해 절반 이하다. 소상공들은 최저임금 부담으로 최저임금 불복종 투쟁을 선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기업과의 소통 행보에 나서며 이 같은 위기상황 돌파를 모색하고 있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위기를 기회로 삼고자 지난해 10월 4차 산업혁명위원회(4차위)도 출범시켰다. 4차 산업혁명 정책 전반을 심의 조정하는 대통령 직속의 민관 합동 기구다. 장병규(45) 위원장을 만나 그간의 성과와 4차 산업혁명시대 우리의 경쟁력 제고방안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5일 서울 광화문 4차위 사무실에서 했다.→‘IT업계 살아있는 전설’이라던데 ‘복지부동’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하는 공무원들과 일해보니 어떤가? -벤처 20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이 자리는 비상근이다. 9개월 전엔 술자리에서 가끔 공무원을 욕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두둔한다. 다만 공무원을 이렇게 만든 시스템을 내가 욕한다. 관료와 공무원이 그렇게 움직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건 공무원 시스템 때문이다. →그러한 시스템, 체제는 공무원들이 만든 건 아닌가? -공무원 인사혁신 문제, 감사원의 감사 정책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엮여 있다. 국회와 청와대의 개선의지가 분명히 있어야 하고 국민 공감대도 형성돼야 한다. →성과 중 하나만 꼽으라면? -서슴없이 ‘규제·제도 혁신해커톤’이라고 말하고 싶다. 해커톤은 해킹과 마라톤 합성어다. 숙의민주주의와 공청회의 중간쯤 된다. 원전폐기 문제를 논의했던 공론화위원회 같은 숙의민주주의는 3~4개월 하는 반면 공청회는 길어봤자 2시간 정도 토론해 답답함을 안고 헤어져야 한다. 그런데 해커톤은 4~5주 숙의 기간을 포함해서 1박 2일 이해관계자가 모여 10시간 이상 논의한다. 해커톤에 참여했던 분이 ‘사람은 자기 이야기 다하기 전까지는 남의 얘기 안 듣는다’고 하더라. 여기 오면 다 얘기하니 듣기도 한다. 참여했던 분들이 다들 만족해한다. 그 결과로 예를 들자면 지난해 11월에 논의했던 위치정보보호문제는 방통위에서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위치정보보호법은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 만든 법이다. 그러니 이후 나온 드론, 자율주행차, 스마트폰에서 위치정보를 활용하려면 고쳐야 하지 않느냐. 해커톤에 참여했던 산업계, 시민단체, 변호사, 교수 등 20명은 자기들끼리 주기적으로 만나서 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 및 활용에도 합의해 관련 주체들이 스스로 움직인다. 특히 부처 과장급 얘기를 들어보면 지난 정부에서도 개인정보 보호 활용에 대해 얘기를 많이 했는데 ‘개망신법’ 때문에 아무것도 안됐다고 하더라. 개망신법은 개인정보보호법, 망통신법, 신용정보보호법을 말한다. 그런데 4차위는 이런 얘기할 토대를 만들어준다. 이렇게 해서 개인정보보호법 등 장기존속 규제들을 개선하고 있다. →해커톤 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 -지원단 설득이 힘들었다. 지원단은 위원장 지원조직인데 그분들이 일단 안 믿더라. 그다음 설득하기 힘든 분들이 관료더라. 이해관계자로 불안하니 서로 싸우더라. 하지만 3차례 해커톤 이후 바뀌었다. 장차관 입에서 가끔 해커톤 애기가 나온다. 일을 해보면 규제를 풀어야 하는데 잘 안된다. 잘될 것 같으면 지난 정부에서도 했을 것이다. 지금처럼 하면 안 되겠다 싶어 고민하다 보니 해커톤이 보이는 거다. 해커톤이 잘 자리잡으면 저는 하루아침에 규제를 다 바꾸긴 어렵지만, 꾸준히 바꿀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본다. →많은 이해당사자가 합의하려면 시간이 걸리지 않나? -주무부처 장관이 총대 메야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긴데 사회주체가 다 다르다. 해커톤은 사회합의 포맷이다. 조금씩 설득하면서 가는 것인데 풀리면 확실히 풀린다. 결과적으로 이게 더 빠른 것이다.→햄버거 가게에서 주문받던 사람이 사라지고 터치스크린을 활용한 전자주문이 대세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노동의 소외가 우려되지 않나?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우선 4차 산업혁명 내지 기술발전으로 인한 기존 일자리 감소는 대세다. 대안 중 하나는 기존 일자리를 점진적으로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다. 제조업도 스마트 팩토리가 되면 기존 형태가 아니라 협동로봇과 함께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기존 일자리를 강화 내지 발전시킬 수 있다. 독일의 ‘노동 4.0’은 사람과 로봇이 함께해 생산성을 높여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또 하나는 새 일자리 창출이다. 지난해 11월에 대응방안으로 1.0 발표했고 이게 미흡해서 연말엔 2.0 대응방안을 보완 발표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어떤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더 높아지나? -적당히 공부한 사람들이 대체될 확률이 더 높다. 로봇 대체로 가성비가 많은 사무직, 중산층 등이다. 예를 들면 대학을 건성건성 다니는 분들이 진짜 위험할 수 있다. 이분들은 눈높이가 높아 임금이 높은 곳을 본다. 그런데 기업은 기술과 로봇으로 바꾸길 원한다. 그러면 악순환이 된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으로 위험한 나라가 됐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정부가 투자한 대졸자들이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우리가 더 취약한 나라니 더 능동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래서 제 마음이 매우 무겁다. 속도가 느려서 고민이다. 단순노동자는 이미 제조현장에서 자동화로 많이 대체됐다. →속도문제는 말하자면 기득권과의 갈등 조정이 필요한 것 아닌가? -‘밥통 문제’가 제일 크다. 누군가 얘기하더라. “밥통 갖고 싸우는 것은 성전”이라고. 그만큼 중요한 문제라는 거다. 이를 단순 기득권, 가진 자의 횡포로 보면 안 된다. 기득권으로 표현하지 말고 밥통문제, 일자리를 잘 풀자고 접근해야 한다. 이것이 갈등조정의 첫 번째 자세다. 그리고 이런 문제일수록 더 빨리 논의해야 한다. 무 자르듯 한꺼번에 해선 안 된다. 밥통 가진 분들이 점진적으로 변화할 시간을 줘야 한다. 속도감도 중요하지만, 장기적 방향성도 가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독일은 부럽다. ‘인더스터리 4.0’, ‘노동 4.0’은 제조업 현장은 스마트팩토리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것을 수년 전부터 준비해 독일은 변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못하고 있다. 그러면 갈수록 힘들 것이다. 지금 실업률이 높다. 언제까지 추경이나 세금으로 대처할 수 있겠나. 한국 체력이 좋고 국가부채가 양호할 때 변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본다. →그 단초는 대통령이 제시한 것 같다. 네거티브 규제로 규제 정책의 변화를 주문했더라.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가자는 것인데 쉽지 않다. 시간이 걸린다. 관료의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안 바뀐다. 대통령이 말한 효과는 2~3년 뒤에 나올 것이다. 방향은 옳지만, 2~3년까지 기다리지 말고 주무 부처가 움직여야 한다. →우버와 같은 승차공유 사업 활성화를 위해 해커톤을 시도했는데 국내 운송업자와의 갈등 끝에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 다시 한번 논의할 필요는 없나? -카풀은 많이 아쉽다. 절차적인 것에 대해선 고민이 많다. 아까도 말했듯 밥통 문제는 성스러운 거다. 그런데 우버한다고 해서 운전기사가 없어지느냐? 일자리 없어지지 않는다. 친노동과 친노조는 다르다. 이런 얘기하면 (택시노조에서) 삐쳐서 논의를 거부할 것 같아 말하기 조심스러우나 20여만명의 택시기사 일자리 없어지지 않는다. 우버든, 택시든 모는 것 아니냐. 난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 나라가 잘됐으면 좋을 뿐이다. eagleduo@seoul.co.kr
  • 언론중재제도 운용 가치 연간 481억 원으로 평가

    언론중재제도 운용 가치 연간 481억 원으로 평가

    언론중재위원회(이하 ‘위원회’)는 6월 30일 발간한 ‘언론중재’ 여름호(통권 147호)에서 대체적 분쟁해결제도(ADR)로서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제도 운영의 경제적 가치’를 분석한 보고서를 게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언론중재위원회 분쟁조정제도 운용으로 연간 획득 가능한 편익의 경제적 가치는 약 537억 원, 사건처리를 위해 연간 투입된 비용은 약 56억 원으로 추계됐다. 최종적으로 산출된 편익-비용의 연간 순익은 약 481억 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위원회 총 예산을 기준으로 할 경우에도 언론중재제도 운용에 따른 순익은 위원회 예산 대비 4.5배 수준으로 나타나, 위원회가 언론보도로 인한 갈등의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고 사회적 통합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수치로 보여줬다.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미투보도와 관련해 한국과 미국 언론의 보도를 비교하는 시도가 최근 있었다. ‘미투 이후 남겨진 언론 보도와 인격권 문제’를 특집으로 다루며, 2018년 공공부문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 미투보도 22건과 1월 이후 국내 미투보도를 종합적으로 비교·분석했다. 미국의 미투보도는 피해자가 폭로한 사실을 고발하는 한편 이를 다수 증언에 근거해 확인했다. 또한 포드자동차 생산 공장의 ‘성추행 문화’ 보도 등을 통해 조직내 성범죄가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구조적 원인을 분석하고, 직장내 성희롱 경험 등에 관한 설문을 ‘남성’을 대상으로 실시해 성범죄 해결을 위한 새로운 통계를 확보하는 등 고발과 분석이 조화를 이뤘다. 우리나라의 미투보도 역시 서지현 검사의 인터뷰를 기점으로 미투운동을 공론장으로 이끌어낸 점은 평가받을 만했으나 피해자 증언에만 의존해 사실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점, 미투운동의 사회적 맥락에 대한 분석이 고발 내용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미투보도에 따른 인격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미 보도가이드라인을 함께 짚어보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민선7기 단체장에 듣는다] 지하철 2호선 지하화·아이디어 뱅크 설치… 광진 가치 ‘레벨업’

    [민선7기 단체장에 듣는다] 지하철 2호선 지하화·아이디어 뱅크 설치… 광진 가치 ‘레벨업’

    김선갑 서울 광진구청장은 11일 “지방선거에서 약속했듯 광진구의 지역가치를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구청장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광진구는 25개 자치구 중 상업지역 비율이 가장 낮고, 타 자치구와 비교해 도시 계획이 침체돼 있다”면서 “지구단위계획, 재건축, 도시재생사업 등 도시계획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업이 조속히 시행될 수 있도록 서울시와 구체적으로 협의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구청장은 또 지역 발전 구상 중의 하나로 ‘지하철 2호선 지하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민의 의견을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아이디어 뱅크’ 설치도 약속했다. 다음은 일문일답.→당선 소감은. -이번 선거 결과가 과분하게 느껴진다. 광진구민께 굉장히 감사하다. 선거 승리 요인 첫 번째는 문재인 정부 국정 운영에 힘을 실어 주겠다는 국민 정서가 기본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두 번째는 광진구 변화에 대한 구민들의 열망이 담긴 결과다. 그래서 기쁘기도 하지만 책임감도 크다. 이 열망을 임기 내에 잘 담아내도록 하겠다. →광진구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 계획인가. -보다 많은 분들과 광진구 발전에 대해 같이 논의하고, 지혜를 모으다 보면 더 좋은 안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행정도 투명해지고 효율성도 높아질 수가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공약 중 하나로 ‘아이디어 뱅크’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청 본관 1층에 아이디어 뱅크를 설치하고 구민들로부터 구민 불편 사항이나 신선한 아이디어를 받아 정책에 반영하도록 하겠다. 또 각계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겠다. 집단 민원 같은 경우 차선책이 나올 수도 있고,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결과를 설명할 때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주요 중점 추진 정책을 소개한다면. -저출산 문제에 대한 대책이 중요하다. 저출산, 고령화로 국가 경쟁력에 적신호가 켜졌는데 심혈을 기울여도 출산율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광진구도 인구 36만명 중 유권자 비율이 85%가 넘을 정도다. 미성년자가 없다는 이야기다. 저출산 요인은 두 가지다. 우선 젊은이들의 가치관이 바뀌어야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가치관 변화를 위해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결혼의 필요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경제적 여건 때문이다. 특히 주거문제가 시급하다. 결혼하면 임대주택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정책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무상복지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는데 부자나 중산층 신혼부부가 열몇 평짜리 임대주택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제도적으로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다.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사회적경제’와 ‘50플러스 정책’을 활성화하겠다. 사회적경제는 지역공동체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고 50플러스 정책은 만 50~64세 장년층의 노후생활을 위한 정책이다. 장년층과 노인들의 재능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노력하겠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지난해 동부지법·지검이 이전한 후 유동인구가 줄면서 지역경제에 그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 최대한 빨리 개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개발 사업을 당기는 게 지역경제 공동화 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지역 발전 구상 중 하나로 ‘지하철 2호선 지하화 사업’을 이야기했는데. -지하철 2호선 지중화 문제는 오래전부터 나온 이야기다. 선거 때마다 메아리처럼 반복됐다. 지중화 사업을 하는 데 약 2조원이 들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돈, 재원 확보가 가장 문제다. 예를 들어 현재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로 서울시 지하철 1년 손실금만 3300억원에 달한다. 정부에서는 한 푼도 보전해 주지 않고 있다. 정부에서 50%만 지원해 준다고 하면 6~7년이면 1조원이 넘는다. 두 번째로는 건대입구역 주변은 유동 인구가 많아 지하상가를 규모 있게 조성하면 민자유치 등으로 비용을 조달할 수 있다. 서울시 사업으로 서울시장의 의지만 있다면 추진할 수 있다고 본다. 임기 내에 2호선 지하화 사업을 실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보겠다.→지방자치분권에 대한 생각은. -지방분권의 핵심은 재정 분권이다. 재정 분권을 이루지 않고서는 지방분권을 이루지 못한다. 핵심은 역시 국세와 지방세 비율 조정이다. 문재인 대통령 재임 기간에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현재 8대2에서 7대3으로만 개편한다고 해도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고 본다. →어떤 구청장이 되고 싶은지. -약속과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지키지 못하는 데서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싹튼다. 선거 때 내세운 공약을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 시의원을 하면서 8년 연속 매니페스토 약속 대상을 받았다. 감사하지만 그 상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거 때 내세운 공약을 실행했는지를 검증하는 게 매니페스토다. 내가 구민에게 약속해 놓고서는 공약을 지켰다고 상을 받는 게 부자연스럽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구민에게 신뢰를 주고자 말을 앞세우기보다는 행동으로 실천하는 구청장이 되겠다. →구민께 남기고 싶은 말은. -지방선거는 끝났지만 선거 때 꼭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유권자가 인사권자다. 인사권자가 인사권을 포기하면 안 된다. 일단 뽑아 놓고 잘하지 못하면 혼을 낼 권한을 가진 자도 유권자다. 또 하나는 구정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 주셨으면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구민이 구정에 관심 갖고 참여할 때 구청장과 공무원들이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 많은 분이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좀더 긴장감이 있을 수 있다. 잘하는 것은 격려해 주고, 불합리한 것은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해 줬으면 한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김선갑 구청장은 ‘3정’ 경험한 정책·예산통 8년 연속 ‘약속대상’ 영예 김선갑 서울 광진구청장은 국정·서울시정·광진구정 등 ‘3정’(三政)을 경험한 이력을 강점으로 꼽는다. 김 구청장은 2~3대 광진구의원을 거쳐 제16대 국회에서 추미애 의원 보좌관을 지냈다. 8~9대 서울시의원으로 정책연구위원장,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운영위원장 등을 두루 지냈다. 19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문재인 후보 조직특보를 맡으며 정치 폭을 넓혀 왔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그는 더불어민주당 광진구청장 후보로 단수 추천을 받으며 민선 7기 구청장 자리에 오르는 영광을 거머쥐었다. 특히 그는 서울시의원 재직 때 정책·예산통이자 전문가라는 평을 받았다. 시의원 때는 서울시가 자치구 예산 부족을 지원하기 위해 주는 조정교부금 비율을 개선해 재원을 확대하는 데 일조했다. 또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50플러스 동부캠퍼스’를 광진구에 유치하는 성과를 올렸다. 김 구청장은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신뢰를 꼽는다. 서울시의원을 지내면서 8년 연속 ‘매니페스토 약속대상’을 받기도 했다. 그만큼 자신이 공약한 사항에 대해서는 끝까지 지키려고 한다. 지난 6·13 지방선거 때도 ‘지하철 2호선 지하화 사업’을 공약으로 내세울지에 대해서 마지막까지도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서울시 사업으로 막대한 예산이 드는 만큼 실현하기 쉽지 않은데 빈 공약(空約)이 될까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김 구청장은 “지하철 2호선 지하화는 최소한 임기 내에 사업을 실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키지 못할 약속이더라도 일단 선거 때 표를 얻고자 공약부터 하는 정치인들과 다르다”고 평가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성북, 지역문제 주민이 제기하고 해결하는 주민총회 개최

    서울 성북구는 주민들이 직접 지역의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는 주민총회를 연다고 11일 밝혔다. 12일에는 종암동, 오는 17일에는 동선동 주민총회가 열린다. 각 동 주민자치회가 수립한 자치 계획을 주민이 직접 타운홀미팅 방식으로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 최종적으로 주민투표를 통해 실행 방법까지 결정한다. 구는 지난해 12월 시범동인 종암동과 동선동에서 주민자치위원 59명, 48명을 대상으로 주민자치회를 구성하고, 동별 특성에 맞는 운영 세칙을 정했다. 구 관계자는 “주민총회는 여러 차례 논의 과정을 통해 정제된 주민 의견은 물론 날것 그대로의 생생한 주민 목소리도 들을 수 있는 현장”이라고 설명했다. 종암동은 ‘이육사 문학거리 조성’, ‘야외공연장 조성’ 등 15건, 동선동은 ‘주민이 꾸미는 우리동네 예술무대’, ‘청소년 꿈드림 경제활동 지원’ 등 10건을 안건으로 정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전주 마지막 노른자위 땅 개발 공론화 한다

    전북 전주시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인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 개발에 대한 각계의 여론을 수렴할 공론화 위원회가 구성된다. 전주시는 공론화 위원회에서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 21만 6000㎡의 개발 방향을 정할 방침이라고 11일 밝혔다. 김종엽 전주시 생태도시국장은 “40∼50여명으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종합적인 의견을 수렴한 후 시가 이를 바탕으로 최종적으로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는 8월쯤 구성될 공론화위원회에는 도시계획 전문가, 학계, 전북 외 지역 전문가, 언론인, 주민대표, 시의원, 시민·환경단체 관계자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공론화위원회 구성 과정부터 전북도와 협의 시스템을 가동하는 등 사업 전반에 걸쳐 전북도와 공조할 계획이다. 대한방직 부지내에는 전북도 소유 2개 하천부지가 있고 도시 기본계획 변경이 도지사 승인사항으로 되어있어 전북도의 사전 협조 없이는 사업 추진 자체가 불가능한 만큼 전주시는 전북도와의 사전 협의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전북도 역시 송하진 지사가 공론화위원회 구성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위원회 구성에는 큰 갈등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론화위원회에서 다뤄질 핵심 쟁점사항으로는 현재 공업지역을 주거 및 상업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하는 작업과 교통난 해소방안, 자광의 개발이익금 상환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전주시 관계자는 “사업 특혜의혹을 최대한 불식하기 위해 공론화위원회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할 것이며 추후 전북도와 협의를 거쳐 올바른 방향으로 결론을 내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800억원에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를 매입한 (주)자광은 2조 5000억원을 투자해 143층 높이의 익스트림타워, 350실 규모의 호텔과 컨벤션센터, 4000세대 규모의 아파트와 상업시설 등을 건설할 계획이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공양왕 3부자 교살한 태조, 삼화사서 수륙재 열어 왕생 기원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공양왕 3부자 교살한 태조, 삼화사서 수륙재 열어 왕생 기원

    삼척은 삼국시대 초기 실직국의 중심이었다. 이 나라는 102년(파사왕 23) 신라에 병합됐고 장수왕의 고구려에 함락되기도 했다. 신라는 505년(지증왕 6) 이 지역을 되찾아 실직주라 했고 757년(경덕왕 16) 삼척군으로 개칭한다. 고려시대엔 척주로 불리기도 했다. 오늘날 삼척은 수도권에서도 영동고속도로와 동해고속도로를 타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과거의 삼척은 오지의 이미지가 강했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고려의 마지막 임금 공양왕을 폐위시켜 삼척으로 보낸 것도 이 때문이었다.이성계 세력은 우왕과 창왕은 왕씨가 아니라 신돈의 자식이라는 우창비왕설(禑昌非王說)을 내세우면서 ‘가짜 왕을 폐위시키고 진짜 왕을 세워야 한다’는 폐가입진(廢假立眞)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1389년 신종의 7대손 정창군 왕요를 즉위시켰으니 곧 공양왕이다. 하지만 공양왕도 결국 이성계 세력에 의해 왕위에서 쫓겨나게 된다. 공양왕은 1392년 7월 12일 이성계의 사저에서 술자리를 갖고 있었다. 이때 배극렴이 왕대비에게 폐위를 청했고 공양왕은 왕위를 넘길 수밖에 없었다. 공양왕은 원주로 보내졌고, 이성계는 17일 즉위한다. 사흘 뒤인 20일자 태조실록에는 ‘왕요를 공양군으로 삼아 간성군에 두고 요의 아우 우는 귀의군으로 봉해 마전군에 두어 왕씨 제사를 주관하게 하며, 전조 왕대비 안씨는 의화궁주로 삼았다’는 대목이 보인다. 공양왕을 공양군으로 격하하고 원주에서 다시 간성으로 보내기는 하지만 ‘세상이 바뀌는 마당에 관대한 은혜를 베풀고자 한다’는 즉위교서의 정신이 아주 사라지지는 않은 듯하다. ●조정 공론 후 전국의 왕씨 후손들 대거 살육 하지만 이성계의 측근들은 공양왕을 비롯한 왕씨들을 잠재적 화근으로 보고 있었다. 그해 9월 대사헌 남재 등은 ‘만일 무뢰배들이 왕씨를 구실로 삼아 난을 일으키려 한다면…’이라는 이유를 들어 ‘원컨대 모두 강화도와 거제도에 거처토록 하여 미리 방비하소서’라고 건의한다. 그런데 1394년(태조 3) 1월 참찬문하부사 박위가 연루된 사건이 하나 일어난다. 박위가 동래현령 김가행과 염장관 박중질을 맹인 점술가에게 보내 “전조 공양의 명운이 우리 주상 전하와 비교해 누가 낫겠는가. 또 왕씨 가운데 누가 명운이 귀한 사람인가” 하고 물었다는 것이다. 처벌은 전조의 왕실 인사 전체로 확대됐다. 이 사건 이후 형조는 ‘공양군을 비롯한 왕씨들을 섬에 안치하는 것은 물론 대역죄에 속하는 만큼 제거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청하게 된다. 그러자 태조는 경계의 대상으로 삼았던 왕씨들을 귀양 보내는 결정을 내린다. 간성의 공양군 삼부자도 삼척으로 옮겼다. 이후 태조는 왕씨의 운명을 조정의 공론에 맡겼고, 의견은 곧바로 왕씨에 대한 ‘처분’으로 모였다. 조정은 중추원부사 정남진과 형조의랑 함전림을 삼척에 보냈다. 형조전서 윤방경과 대장군 오몽을은 강화, 형조전서 손흥종과 첨절제사 심효생은 거제로 갔다. 삼척의 공양왕과 두 아들은 4월 17일 교살됐다. 15일과 20일에는 각각 강화와 거제의 왕씨들이 바다에 던져졌다. 이어 전국의 왕씨 후손을 모두 처형토록 했다. 이후 이성계의 태도는 흥미롭다. 왕씨를 대거 살육하고 3개월이 지난 1394년 7월에는 금으로 ‘법화경’을 사경해 내전에 펼쳐 놓고 읽었다. 이어 ‘수륙의문’(水陸儀文)을 판각해 ‘법화경’과 함께 강화에서 가까운 개성 관음굴과 삼척 삼화사, 그리고 견암사에 내렸다. 견암사는 거창 우두산의 고견사로 학계는 추정하고 있다. ●태종 때 조성된 공양왕릉 석호, 문·무신상 등 갖춰 태조는 이듬해 2월부터 세 사찰에서 수륙재를 열도록 했다. 수륙재란 원통하게 죽어 물과 육지를 헤매는 외로운 영혼을 위로하는 불교의식이다. 수륙의문은 수륙재의 의식 절차를 적어 놓은 문서를 말한다. 자신이 강화와 삼척, 거제에서 살해한 왕씨들의 명복을 빌고자 했다. 그러니 삼화사 수륙대재는 공양왕 삼부자의 왕생을 기원하는 것이 목적이었다.태조의 집안과 삼화사는 이성계의 4대조인 목조 이안사가 전주에서 삼척으로 이주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세종실록에는 ‘전 현감 김계가 효령대군을 통하여 아뢴 이야기’라면서 ‘삼척의 노인들이 서로 전하되, 삼화사에 간직된 금은자경(金銀字經)은 목조께서 손수 쓴 불경’이라는 대목이 보인다. 이안사가 삼척에 머무는 동안 아버지, 곧 이성계의 5대조 이양무와 부인 삼척 이씨가 세상을 떠났다. 두 사람의 무덤인 준경묘와 영경묘는 지금 삼척의 태백산 동쪽허리에 남아 있다. 공양왕릉은 삼척시 근덕면 궁촌리에 있다. 북쪽으로는 맹방해수욕장과 대진항, 남쪽으로는 초곡항과 장호해수욕장이 있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언덕에 남서향을 하고 있는데, 그 동쪽 너머는 휴양객들이 많이 찾는 궁촌해수욕장이다. 돌계단을 오르면 네 기의 무덤이 나타난다. 오른쪽의 호석을 두른 무덤이 공양왕릉이다. 나머지 두 기는 왕자의 무덤, 다른 한 기는 왕의 시녀 혹은 왕이 타던 말의 무덤이라고 한다. 무덤에 오르면 남쪽으로 뻗어 내려가는 태백준령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나름대로 좌청룡, 우백호를 제대로 갖춘 명당인 듯하다. 하지만 무덤에 석물(石物)은 보이지 않는다. 공양왕릉은 경기 고양시 원당동에도 있다. 공양왕과 부인 순비의 무덤으로 알려진다. 이성계의 아들인 태종 이방원이 재위 16년인 1416년 공양군을 공양왕으로 봉하면서 새로 조성한 것이다. 고양의 공양왕릉은 삼척과 달리 무덤 앞에 비석과 상석, 석등, 석호, 문·무신상이 늘어서 있다. 석호, 곧 돌호랑이는 전통적인 고려 양식이면서도 조선 태조 건원릉의 그것과 닮아 있다고 미술사학자들은 설명한다.삼화사는 642년(신라 선덕여왕 11) 창건설이 전한다. 자장이 당나라에서 돌아온 뒤 두타산에 이르러 흑련대(黑蓮臺)를 창건했는데 이것이 삼화사의 전신이라는 것이다. 이후 화재와 중건을 이어 오다가 1907년에 일본군이 의병이 머물렀다는 이유로 불을 질러 대웅전을 비롯한 200칸 남짓한 당우가 잿더미가 되기도 했다.●공양왕 제향 대상에 포함돼 ‘수륙재’ 막 내려 동해 시내에서 삼화사로 들어가는 길 주변에서는 거대한 규모의 시멘트 광산과 공장이 우선 눈에 띈다. 하지만 삼화사가 있는 무릉계곡에 접어들면 그야말로 선계와 같은 경치가 펼쳐진다. 옛날부터 그 자리에 있던 사찰처럼 자연스럽다. 하지만 지금의 삼화사는 시멘트 공장 부지에 있던 절을 1979년 옮긴 것이다.삼화사는 공양왕의 고혼을 위로하고자 베푼 국행수륙도량(國行水陸道場)의 전통을 이어받고 있다. ‘삼화사 수륙재’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25호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조선 초기 삼화사에서는 공양왕의 초상을 제단에 올려놓고 수륙재를 올렸다. 고려시대부터 남아 있던 초본을 바탕으로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화사의 공양왕 수륙재는 조선왕조가 공양왕을 복권시키고 전 왕조 제향 대상에 공양왕을 포함시키면서 자연스럽게 막을 내린 듯하다. 하지만 삼화사 수륙재는 소멸되지 않고 대상을 한정 짓지 않은 불교의식으로 오히려 확대될 수 있었다. 글 사진 사진 dcsuh@seoul.co.kr
  • 김선갑 광진구청장, ‘일류도시 광진’ 시동 걸다

    김선갑 광진구청장, ‘일류도시 광진’ 시동 걸다

    서울 광진구는 김선갑 광진구청장이 지난 5일 오후 5시 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민선 7기 첫 직원 정례조례에서 파워포인트(PPT)를 활용, ‘광진 비전’을 발표했다고 8일 밝혔다. 김 구청장은 ‘지역가치를 높이겠다’는 슬로건 아래 지역가치, 일자리, 복지, 안전, 교육, 문화, 체육, 행정 등 8대 분야 정책과 방향, 68개 사업을 제시했다. 김 구청장은 “광진의 지역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상업 비율을 높이고 도시 불균형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며, 도시계획(지구단위계획·재건축·도시재생사업) 종합 재진단, 구의자양재정비촉진지구 첨단업무복합단지 개발, 중곡동 종합의료복합단지 조성,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등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했다. 주택가와 상업지를 관통해 도시품격을 떨어뜨리고, 지역 발전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는 지하철 2호선을 지하화 하는 사업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양질의 민간일자리 발굴, 공공일자리 확산, 50플러스 세대를 위한 캠퍼스나 프로그램 추진 등 복지 계획도 내놨다. 구민 의견을 구정에 반영하기 위한 ‘아이디어 뱅크’와 지역 이슈를 해결할 ‘공론화위원회’ 설치 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 구청장은 “구민과 직원이 함께할 때 신나는 구정, 역동적인 광진을 이끌 수 있다”며 “구 발전을 위한 합리적인 건의 부탁드리며, 효율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구 행정은 실용에 방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이어 “65.92%라는 과분한 득표율로 당선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변화에 대한 구민들의 기대와 열망에 부응, 일류 도시 광진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베델 일대기, 영화·드라마로 더 많이 알려졌으면”

    “베델 일대기, 영화·드라마로 더 많이 알려졌으면”

    한국 독립운동 도운 삶에 매료 1970년대부터 英·日 돌며 연구 “목숨 바친 숭고한 희생 기억되길”“대한매일신보가 발행된 1904~1909년은 양기탁과 박은식, 장지연, 신채호, 안창호, 고종, 이토 히로부미, 호머 허버트, 더럼 화이트 스티븐슨 등 역사책에 나오는 근현대사 인물이 대거 등장하는 스펙타클한 시기예요. 일제의 끊임없는 위협에도 이들의 이야기를 용기 있게 담아낸 대한매일신보 창업자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1872~1909·한국명 배설)은 당시 우리나라 역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독립운동가처럼 베델의 일대기도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돼 보다 많은 분들이 기억할 수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어요.”오는 18일부터 서울신문 창간 114주년을 기념해 게재되는 특별기획 ‘베델’ 취재를 위해 만난 ‘베델 전문가’ 정진석(79)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는 5일 자신이 일생을 바쳐 연구한 베델의 삶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베델은 1904년 러·일전쟁 취재를 위해 영국 일간지 ‘데일리 크로니클’의 현지 특파원으로 한국에 첫발을 디뎠다. 일본에 우호적 기사를 강요하는 회사 방침에 반발해 해고된 뒤 그해 7월 양기탁과 대한매일신보, 코리아데일리뉴스(KDN)를 창간했다. 일본의 황무지 개간권 요구 등 침략 행위를 비판하고 고종의 헤이그 특사 파견을 주도적으로 보도했다. 국채보상운동을 공론화하고 독립운동단체 ‘신민회’의 본거지도 제공했다. 일본인이 무단 반출한 개성 경천사지 10층 석탑(국보 86호) 문제를 국제이슈화해 석탑 반환에 크게 기여했다. 1909년 일제의 압박에 따른 스트레스와 심장질환 등으로 세상을 떠난 베델은 1968년 대한민국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받았다. 정 교수는 “베델이 만든 신보는 원래 외국인들을 위한 영자지 KDN(4페이지)에 부록(2페이지)처럼 만들었던 것”이라면서 “하지만 되레 신보가 한국인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며 인기를 얻자 영국인인 그는 한국법이나 일본법을 적용받지 않는 치외법권을 십분 활용해 한국의 독립을 도왔다”고 설명했다. 베델의 삶에 매료된 그는 1970년대부터 영국과 일본을 찾아다니며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베델 관련 자료를 모으고 연구 중이다. 베델이 태어난 영국 브리스톨과 1888~1904년 무역업을 했던 일본 고베, 요코하마 등을 돌며 사진과 기록을 찾아내 오류 투성이였던 베델 연구를 대부분 바로잡았다. 베델 한 사람을 취재하고자 런던정경대(LSE)에서 수학하기도 했다. 그는 “베델 선생은 한·영 수호조약이 체결된 1883년 이후 한국인에게 가장 많은 존경을 받는 영국인”이라면서 “수십년간 국내 방송사 등에 베델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반응이 없어 안타깝다. 자신과 아무 이해관계도 없던 우리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그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좀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하반기 시가 반영률 현실화…종부세 관련 근본 문제 해결”

    “하반기 시가 반영률 현실화…종부세 관련 근본 문제 해결”

    강병구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5일 “하반기에는 공시가격 현실화, 지역별·유형별 시가 반영률 조정 등 종합부동산세와 관련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강 위원장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하반기엔 중장기 개혁 과제를 집중 논의할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특위는 지난 3일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을 담은 권고안을 내놓았지만 부동산 종류나 지역에 따라 들쑥날쑥한 공시가격의 시가 반영률은 아직 손대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세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의 시가 반영률이 오르면 세금 부담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강 위원장은 또 종부세와 함께 특위가 하반기에 집중하려는 조세 개혁 과제로 “주식 양도차익 과세, 양도소득세에서 장기보유특별공제 조정, 환경에너지 관련 세제”를 꼽았다. 그는 사견을 전제로 “저출산·고령화와 양극화를 고려하면 복지 지출 확대가 불가피하지만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보편적이고 누진적인 증세가 필요하다”면서 “다만 과세 불공평 문제를 먼저 개선하면서 그에 맞춰 보편적으로 조세 부담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위원장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 부동산 보유세를 비롯한 조세 개혁 과제를 다룬 종합 권고안을 올해 말까지 정부에 제출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청와대와 기재부가 특위가 제시한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을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확대하라는 권고를 거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와 관련, 그는 “특위는 자문기구로서 권고안을 제출하고, 정부는 관계기관 협의와 국민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라면서 한발 물러섰다. 이어 “정부 역시 금융소득 종합과세 개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향후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특위가 정부와 보조를 맞추겠다는 뜻으로 풀이되지만 특위 권고안을 정부가 취사선택을 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특위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강 위원장은 “지금까진 세법 개정안에 담을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며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다루는 데 공론화가 부족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교육개혁 리포트-대한민국 중3] 4년 3개월마다 춤췄던 대입… 20년짜리 교육 비전 세워라

    [교육개혁 리포트-대한민국 중3] 4년 3개월마다 춤췄던 대입… 20년짜리 교육 비전 세워라

    ‘4년 3개월’. 한국의 대학입시 제도가 모습을 바꿔 온 주기다. 학부모나 학생들은 “체감적으로만 보면 마치 매년 대입제도가 바뀌는 것 같다”고 말한다. 초·중·고교 교과서에서 다룰 내용이나 수업 방식 등을 담은 국가교육과정도 최근 10년간 15번이나 크고 작게 뜯어고쳐졌다. 김경범 서울대 교수(서어서문학)는 “교육 정책은 자주 바뀌지만 정작 시간이 지나고 보면 현실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10~20년 뒤 사회·산업 등의 변화를 예측하고 이 토대 위에서 멈춤 없는 교육 개혁을 하지 못한 채 겉모습만 조금씩 고쳐 생색을 냈다는 얘기다. 정부는 현재 중학교 3학년(2003년생)을 대상으로 고입·대입 방식 등 새로운 교육 정책을 적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 “중3을 실험용 쥐로 보는가”라는 반발이 터져 나온다. 잦은 개편이 정작 아이들의 재능을 계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했음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교육 개혁을 위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전문가들이 진단한 국내 현실과 일본,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선진국의 사례를 토대로 답을 찾아봤다.“대통령이 아니라 장관이 바뀔 때마다 교육 정책이 흔들렸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기관인 교육과정평가원 초대 원장을 지낸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교육학)는 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회고했다. “역대 정부들은 나름대로 중요한 교육 계획을 만들었지만 새 정권이 들어서면 앞선 정부 계획을 부정하는 게 첫 업무였으며, 교육부 장관만 바뀌어도 늘 개편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이후 교육부 장관(교육과학기술부 포함)은 평균 1년 6개월마다 바뀌었다. 그는 “교육과정을 포함해 어떤 정책이든 최소 10년은 지속돼야 예측 가능하고 힘이 실린다”고 말했다. 우리 교육사를 관찰해 온 전문가의 증언을 들어보면 박 교수의 회고와 다르지 않다. 김 교수는 “돈이나 힘이 가장 덜 들면서 국민에게 생색내기 좋은 교육 정책이 대학입시”라면서 “매 정부가 자신만의 수능 체계를 만들었던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수능은 1994학년도에 처음 실행된 뒤 모두 19번 개편됐다. 조상식 동국대 교수(교육학)는 “우리 사회는 혁신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어 개별 교과의 수업 방법론 등에 대한 최신 이론이 등장하면 정부와 친한 전문가들이 매번 이를 교과서에 담으려 한다”고 말했다. ●‘퍼즐’ 조각만 잡고 있는 국가교육회의 정권의 입맛에 따라 5년 단위로 교육 정책이 바뀌는 현실을 탈피하고자 지난해 12월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가 출범했다. 하지만 7개월 새 교육계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교육 등 다방면의 전문가가 모여 중·장기 교육 개편 방안 등 ‘큰 그림’을 그리겠다는 원래 계획은 사라지고 대입 정시·수시 비율 같은 작은 ‘퍼즐’만 붙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시·수시 비율 등을 공론조사에 부친 데 대해 “국민들에게 직접 묻기에는 너무 사소한 질문”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인적 구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우선 신인령 국가교육회의 의장, 김진경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위원 다수가 진보 성향으로 구분됐다. 국민 전체를 대표한다기엔 균형에 문제가 있다. 또 교육 정책은 전체 산업지형 등의 변화상을 분석, 전망해 짜야 하는데 이 분야 전문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이런 점에서는 싱가포르 사례를 살펴볼 만하다. 신디 크후 싱가포르 교육부 계획과장은 “경제부처나 국방부 등과 협력해 디지털 경제, 의료, 도시문제 해결, 물류 등 유망 영역의 인력 수요를 예측해 교육 정책에 반영한다”고 말했다. 정호진 싱가포르난양공과대학 국립교대 교수는 “예컨대 싱가포르 금융감독원에서는 개별 은행 인사부서에 연락해 기업에서 어떤 분야가 취약하고 어떤 인력이 필요한지 파악한 뒤 이를 반영해 대학 학과 등을 개설하는 식”이라고 했다.●“바꿀 수 없는 계획만 세워도 성공” 국가교육회의가 10~20년 뒤를 내다본 정책·비전을 제시할 수 있으려면 지금이라도 업무 방식이나 조직 구조를 크게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국민들이 아이 교육에 있어 어떤 가치관을 가졌는지 파악하는 게 시급하다. 교육계 한 원로는 “국가교육회의가 공론화할 주제는 정시·수시 비율 등이 아니라 우리 교육에서 다양성과 평등성 중 어느 쪽에 힘을 실어 줄 것인지, 학문 교육과 직업 교육을 두고 어떻게 판을 짤 것인지 같은 것”이라면서 “이런 가치를 우선 합의한 뒤 이를 토대로 입시 규칙 등을 짜면 오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중·장기 교육 방향을 세울 때 여론 수렴을 2~3개월 만에 속도전 하듯 끝내지 말고 긴 호흡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일본이 힌트를 준다. 김 교수는 “일본은 학력 위주 교육과 유토리 교육(수업 시간을 줄이는 등 아이에게 여유를 줘 창의성을 길러 주려는 방식)을 두고 1990년대 중반부터 사회적 논쟁을 계속해 왔다”면서 “이 과정에서 토론, 실습 등 학생 참여형 수업을 통해 ‘살아가는 힘을 키워 주는 교육’을 하자고 합의해 최근 교육 개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의 국가교육회의와 비슷한 역할인 일본 중앙교육심의회는 교육 개혁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전 국민에게 향후 10년간 어떤 개편 작업을 할지 상세한 일정을 공개한다. 궁극적으로 어떤 교육 목표 속에서 해마다 무슨 제도가 시작되는지 알려주니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줄고 개혁에도 탄력이 붙었다. 유호선 도쿄 한국교육원장은 “일본은 네마와시(물밑작업) 문화가 있어 정책 결정 이전 각계 의견을 치밀하게 듣고 여론 조성 작업을 마친 뒤 정책을 세워 발표한다”고 말했다. 크후 과장은 “싱가포르에서도 정책 수립 전 학생과 학부모, 교육 전문가, 산업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수년간 의견을 듣지만 일단 정책이 수립되면 요식행위식 공청회는 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적 구성도 손볼 필요가 있다. 조 교수는 “미래를 대비한 교육 개혁의 핵심은 대학교육과 노동시장을 어떻게 연동시킬 것인가가 핵심인데 노동경제학자 등이 참여하지 않는 현재 국가교육회의 구성으로는 논의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 문제를 풀 실마리는 경제·복지·여성 등 교육이 아닌 다른 분야 전문가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만큼 참여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현 정부에서 어떤 식으로든 교육 정책의 성과를 보려고 무리하기보다는 (국가교육회의 등에서) 장기 발전 방향을 세워 정권 말기에 ‘우리 이제 이런 걸 시작합니다’라고 밝히기만 해도 괜찮다”면서 “최고 전문가들이 의견 수렴 과정 등을 거쳐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버릴 수 없는 교육 비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쿄·싱가포르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한국의 유발 하라리 만든다”… 포스텍 가는 송호근

    “한국의 유발 하라리 만든다”… 포스텍 가는 송호근

    “우리나라 이공계 학생들의 가장 큰 문제는 연구 능력과는 별개로 과학연구 환경을 악화시키는 정책이나 사회적 담론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이 부족하다는 거예요. 과학도들에게 비판적 시각과 새로운 영감, 상상력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 제 역할이 될 것입니다.”국내 대표적인 사회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송호근(62) 서울대 사회학과 석좌교수가 올해 2학기부터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인 포스텍 인문사회학부로 자리를 옮긴다. 송 교수는 지난 3월 서울대 인문사회학 계열에서 첫 석좌교수로 임명돼 화제가 된 바 있다. 송 교수는 “서울대 석좌교수로 임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옮기는 게 사실 미안하기도 하고 예의에 어긋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몇 년 전부터 젊은 친구들에게 강의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다”며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사실 송 교수의 ”포스텍행’에는 서울대 공대 학장 출신인 김도연(67) 포스텍 총장의 ‘삼고초려’도 큰 역할을 했다. 김 총장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창의적 인재 양성에 송 교수가 적격이라 생각해 도와 달라고 읍소를 하는데도 꿈쩍 않길래 폭탄주를 마시면서 강제로 사인하게 만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송 교수는 오는 9월부터 포스텍 석좌교수 겸 인문사회학부장으로 인문사회학 분야 교육 전권을 갖게 됐다. 포스텍은 송 교수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인재양성에 힘써 달라는 의미에서 정년을 70세로 보장했다. “포스텍은 명문대학이기는 하지만 한국 사회의 주요 공론장에서 동떨어져 과학기술과 관련한 국가정책은 물론 사회의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지 못했어요. 진정한 명문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국가 주요 정책들에 대해 이런저런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목소리를 내는 통로로 저를 생각한 부분도 있을 겁니다.” 송 교수는 인문사회학부 내에 ‘소통과 공론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그는 “소통과 공론센터에서는 글쓰기부터 시작해 사회적 공론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과학도로서 사회적 발언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지 등에 대해 교육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공계 연구중심대학 내에 문·이과 융합 연구를 하는 ‘융합문명연구’ 대학원 과정도 개설하겠다고 밝혔다. “융합문명연구소는 ‘호모 사피엔스’를 쓴 유발 하라리, ‘총, 균, 쇠’를 쓴 제레드 다이아몬드나 제레미 리프킨처럼 사회를 읽는 안목을 가진 과학도를 키우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국내외 다른 대학들에서는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연구를 진행해 과학과 인문사회의 융합연구 중심지로 만들 생각이지요.”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공론화 없이 ‘밀실 논의’ 비판… 정부 ‘불로소득’ 稅강화엔 공감

    공론화 없이 ‘밀실 논의’ 비판… 정부 ‘불로소득’ 稅강화엔 공감

    기재부 “부동산·금융시장에 영향 임대주택 분리과세 형평성 고려” “종부세 개편안 너무 약해 혼선” 정부 소극적 개혁 태도 비판도 금융과세자 소득 45% ‘불로소득’ 부자일수록 ‘공포의 대상’ 될 듯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금융소득 종합과세 확대 권고안을 내놓은 지 불과 하루 만에 정부가 제동을 건 배경에는 조세 개혁 속도에 대한 이견이 자리잡고 있다. 또 ‘밀실 논의’ 논란 등 과정을 둘러싼 정부 내 불협화음이 ‘공정 과세’라는 목표를 지우는 모양새다. 정책 혼선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4일 “특위가 발표한 권고안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방향은 동의한다”면서도 “정부로선 임대주택 분리과세 문제와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기재부는 특위 논의 과정에서 종합부동산세와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동시에 강화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제시했다. 하지만 특위 조세소위원회 위원 14명 중 정부 인사는 단 1명에 불과해 ‘말발’이 먹히지 않은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위원회는 원래 다수결 원칙 아니냐”면서 “결국 특위 발표에서 (정부 의견은) 소수 의견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기재부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 방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조율도 마쳤다. 기재부 관계자는 “청와대와 사전 협의가 안 된 상태에서 기재부가 단독으로 제동을 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특위로선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비판에 반박하기가 쉽지 않다. 그동안 회의 개최 사실조차 알리지 않을 정도로 깜깜이 운영으로 논란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특위는 조세재정 분야 정책 과제를 발굴해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개혁을 이끌어 내자는 게 목표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부동산세제 개혁 방안을 다룬 토론회를 제외하면 공론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에 대한 공론화 과정은 아예 없었다. 정부의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가 이번 논란의 발단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특위 위원은 “시간이 필요하다거나 하는 행정상 이유보다는 과세 대상자가 9만여명에서 40만여명으로 늘어나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게 이유라고 본다”면서 “이래서야 개혁을 할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원칙 자체에는 정부와 특위 모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6년 귀속 금융소득 종합과세자는 9만 4129명으로 이들이 신고한 평균 종합소득은 2억 9000만원이다. 이 중 금융소득은 1억 3100만원이다. 금융소득 종합과세자들은 전체 소득의 절반 가까운 45.1%를 땀을 흘리지 않고 이른바 ‘불로소득’으로 벌어들인 셈이다. 현재 이자소득과 배당소득 등을 합친 금융소득이 연간 2000만원 이하면 분리과세하지만 2000만원을 넘으면 초과분을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과세한다. 여기서 초과분은 본인의 소득 과표 중 최고세율 구간에 해당돼 부자일수록 ‘공포의 대상’이다. 역으로 보면 소득 재분배 효과가 그만큼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한국의 유발 하라리, 제레드 다이아몬드, 제레미 리프킨 키우겠다” 포스텍 가는 사회학자 송호근

    “한국의 유발 하라리, 제레드 다이아몬드, 제레미 리프킨 키우겠다” 포스텍 가는 사회학자 송호근

    송 교수, 오는 9월부터 포스텍 석좌교수 겸 인문사회학부장“융합문명연구소 설립···사회 읽는 안목 지닌 과학도 양성” “우리나라 이공계 학생들의 가장 큰 문제는 연구 능력과는 별개로 과학연구 환경을 악화시키는 정책이나 사회적 담론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이 부족하다는 거에요. 과학도들에게 비판적 시각과 새로운 영감, 상상력을 불어 넣어주는 것이 제 역할이 될 것입니다.”국내 대표적인 사회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송호근(62) 서울대 사회학과 석좌교수가 올해 2학기부터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인 포스텍 인문사회학부로 자리를 옮긴다. 송 교수는 지난 3월 서울대 인문사회학 계열에서 첫 석좌교수로 임명돼 화제가 된 바 있다. 송 교수는 “서울대 석좌교수로 임명된지 얼마 되지 않아 옮기는게 사실 미안하기도 하고 예의에 어긋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몇 년 전부터 젊은 친구들에게 강의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라며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사실 송 교수의 ”포스텍 행’에는 서울대 공대 학장 출신인 김도연(67) 포스텍 총장의 ‘삼고초려’도 큰 역할을 했다. 김 총장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창의적 인재 양성에 송 교수가 적격이라 생각해 도와달라고 읍소를 하는데도 꿈쩍 않길래 폭탄주를 마시면서 강제로 사인하게 만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송 교수는 오는 9월부터 포스텍 석좌교수 겸 인문사회학부장으로 인문사회학 분야 교육 전권을 갖게 됐다. 포스텍은 송 교수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인재양성에 힘써달라는 의미에서 정년을 70세로 보장했다. “포스텍은 명문대학이기는 하지만 한국 사회의 주요 공론장에서 동떨어져 과학기술과 관련한 국가정책은 물론 사회의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지 못했어요. 진정한 명문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국가 주요 정책들에 대해 이런 저런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목소리를 내는 통로로 저를 생각한 부분도 있을 겁니다.” 송 교수는 인문사회학부 내에 ‘소통과 공론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그는 “소통과 공론센터에서는 글쓰기부터 시작해 사회적 공론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과학도로서 사회적 발언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지 등에 대해 교육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공계 연구중심대학 내에 문·이과 융합 연구를 하는 ‘융합문명연구’ 대학원 과정도 개설하겠다고 밝혔다. “융합문명연구소는 ‘호모 사피엔스’를 쓴 유발 하라리, ‘총, 균, 쇠’를 쓴 제레드 다이아몬드나 제레미 리프킨처럼 사회를 읽는 안목을 가진 과학도를 키우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국내외 다른 대학들에서는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연구를 진행해 과학과 인문사회의 융합연구 중심지로 만들 생각이지요.”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김상곤 “중3, 혁신교육 1세대”…학부모는 ‘부글부글’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현재 중학교 3학년(2003년생)들을 가리켜 “(교육 실험의) 피해자가 아닌 혁신 교육 1세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3을 대상으로 한 고교·대학 입시 개편 작업에서 혼란이 계속 되자 내놓은 메시지인데 분노하는 학생·학부모와는 동떨어진 정서를 드러낸 셈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김 부총리는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1주년 언론 오찬 간담회를 열고 자사고 탈락 학생의 일반고 배정 문제 등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자율형사립고 지원자의 일반고 중복 지원을 허용하라”는 취지의 가처분 결정을 내리면서 고교 입시를 6개월 앞둔 중3 교실은 혼란이 빠졌다. 중3들은 현재 공론화 과정 중인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적용받는 세대이기도 하다. 김 부총리는 “외국어고·국제고가 입시학원처럼 됐다는 국민들의 문제 제기에 따라 자사고·외고와 일반고의 동시 입시를 정부 과제로 삼았던 것”이라면서 “(중3이 치를) 새로운 입시와 교육개혁은 미래혁신교육의 과정이기 때문에 중3 학생들은 피해자가 아니라 미래 혁신교육의 1세대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그런 취지에서 2022학년도 대입이나 고교 교육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의 이날 발언이 알려지자 학부모들은 “교육감이 학부모나 학생이 처한 상황을 이해 못한 것 아니냐”며 허탈감을 드러냈다. 중3 아이를 둔 주부 박모(47·서울 양천구)씨는 “특정 학년에 이렇게 많은 변화를 강요했던 적이 있었느냐”며 “학부모들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인데 부총리 발언은 너무 한가하게 들린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 등의 낙방 학생 배정 문제를 시·도 교육청과 논의하기 위해 4일 부교육감 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김 부총리는 “(외고·자사고·국제고에 지원한) 학생들이 일반고 등 2개 이상 학교에 지원할 수 있도록 방침을 정했다”면서 “부교육감회의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국 단위 자사고인 하나고를 비롯해 서울 23개 자사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22곳, 청심국제고와 경기외고 등 경기 8개 자사고·외고·국제고 학교법인은 서울교육청을 상대로 2019학년도 고등학교 입학전형 기본 계획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동안 자사고·외고·국제고는 8~11월에 실시되는 전기에 학생을 뽑았지만, 서울교육청은 올해부터 이들 선발 시기를 12월 이후인 후기로 뽑도록 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교육개혁리포트-대한민국 중3] 문항당 1000만원짜리 수능… EBS 유형만 외워 푸는 ‘도로 학력고사’

    [교육개혁리포트-대한민국 중3] 문항당 1000만원짜리 수능… EBS 유형만 외워 푸는 ‘도로 학력고사’

    1993년(1994학년도) 태어나 올해 25살이 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수술대에 올랐다. 당장 현안은 현재 중학교 3학년이 치를 2022학년도 대입 때 수능 전 과목을 절대평가(기준 점수를 넘으면 무조건 높은 등급을 주는 제도)로 치를지 또는 지금처럼 과목 대부분을 상대평가(1등급 4% 이하·2등급 4~11% 등 비율을 정해 놓은 제도)로 볼지 여부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가 다음달까지 공론화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수능의 문제 유형에 칼을 댈지 여부다. 현행 수능은 학부모·학생 다수로부터 “대한민국에서 가장 공정한 시험”이라는 찬사를 받지만, 동시에 “암기식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 학생들이 교실에서 EBS 문제집만 달달 외우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최초 수능 설계자인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는 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과 같은 수능이라면 차라리 폐지하는 편이 낫다”고까지 말했다. 수능을 과연 어떻게 손봐야 ‘공정성’과 ‘미래 지향 교육’이라는 두 가치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전문가 의견 등을 듣고 해법을 찾아봤다. <자료 : 이혜정 소장·책 ‘대한민국 교육 40년사’> “오지선다형 객관식 문제로만 보면 수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수능 출제에 참여했던 교육 전문가들이 내놓는 평가는 대체로 비슷하다. 엄청난 비용·인력을 투입해 만드는 가장 질 높은 객관식 문제라는 얘기다. 수능 출제 기관인 교육과정평가원이 관련 정보 공개를 꺼리지만 출제위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수능 한 문항을 만드는 비용은 최소 1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출제위원들은 하루 35만여원씩 한 달간 보수로 약 1000만원을 받는다. 여기에 숙소·행정 비용 등을 더하면 비용이 훨씬 불어난다. 또 출제위원 3분의2 규모인원이 별도 검토위원으로 참여해 문제의 오류 가능성을 차단한다. 수능 출제에 참여했던 한 교육계 인사는 “검토위원이 수학 문제와는 관련 없어 보이는 철학 이론까지 들이밀며 오류를 지적하더라”고 말했다. ●완벽해 보이지만… 객관식 덫에 갇혀 ‘완벽한 시험’처럼 보이는 수능의 문제는 따로 있다. 과연 이 시험만으로 학생들의 사고력을 온전히 평가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많은 교사·교수 등 교육 전문가들은 “장점만큼 단점이 분명한 시험”이라고 지적한다. 객관식이 가진 한계다. 수능은 애초 지식 암기력을 평가하는 학력고사를 버리고 창의력·문제해결력 등을 평가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수능 초기인 1990년대에는 “암기만으로는 수능에 대비할 수 없다”며 학생들 사이에서 독서 열풍이 불기도 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거듭 개편되면서 ‘도로 학력고사’가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대원 경기 위례한빛고 교사는 “처음 수능은 종합 사고력을 측정하려는 취지에 맞게 통합교과 문제가 많이 나왔는데 점점 변질되고 사교육이 수능에 적응하면서 문제 유형을 아예 통째로 외워버리면 되는 시험이 됐다”고 말했다. 재수생 등 문제 유형에 익숙한 학생들이 많아지니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2%’만 맞출 수 있도록 꼬아 내는 문항까지 출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수능 문제 10개 중 7개를 EBS 교재에서 연계 출제하는 ‘70%’ 룰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 사교육 절감과 지역 교육 격차 해소 등을 목적으로 EBS 연계율을 70%까지 끌어올렸는데 이후 학생들이 학교 수업에 집중하기보다 EBS 교재의 복습에만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수험생 사이에서는 ‘듄아일체’라는 은어까지 쓰인다. 수능 위주인 정시 전형을 노리려면 EBS(‘듄’은 EBS를 한글 자판으로 친 글자)와 한몸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비판에 대해 “객관식 수능이 태생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라고 지적한다. 이혜정 교육과 혁신연구소장이 해외 선진국의 대입 문제와 우리 수능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보면 차이가 선명하다. 역사 문제를 보면 2018학년도 수능 한국사(짝수형) 시험 8번①은 “임진년부터 7년에 걸친 일본과의 전쟁”(임진왜란)에 대한 사실관계를 찾는 문항이었다. 반면 영국의 대입 시험인 A레벨의 역사 시험②은 서술형이다. ‘1912년 루스벨트의 대선 패배 원인을 분석’하라거나 ‘히틀러의 대외 정책은 독일의 1차 대전 패배를 복수하고 싶은 원한에 기반했다’는 주장에 대해 얼마나 동의하는지 묻는 문제였다. 이 소장은 “수능이 역사적 사실 관계를 외웠는지 확인하는 방식이라면 A레벨 문제는 역사적 행위에 대한 원인 분석과 해석을 묻는다”면서 “A레벨 유형이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건 명확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우리 수능과 비슷한 객관식 시험인 ‘대입센터시험’을 2020년부터 폐지하고 대신 ‘대학입학공통시험’을 도입하기로 했다. 지식 활용 능력을 묻는 문항을 낼 예정인데 국어·수학 과목에서는 서술형 문제도 일부 출제된다. ●현행 내신은 문제 질 더 떨어져 수능의 단점이 드러났다고 해서 현행 학교 내신을 대체재로 활용하기도 어렵다. 내신 문제는 똑같은 객관식이면서 문제의 질은 더 떨어진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수능은 출제위원이 출제에만 집중할 수 있지만 내신은 교사가 행정 업무를 병행하는 탓에 암기력 테스트 이상의 문제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모르지 않는다. 교육부는 지난 4월 국가교육회의에 넘긴 2022 대입개편 이송안의 ‘중장기 대학입시제도 방향’에서 수능에 논술·서술형 문항을 도입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그러나 수시·정시 비율 논쟁 등에 가려 논의의 장에서 사라졌다. 수능과 내신 시험에 논술·서술 문항을 도입하려면 선결 과제가 수두룩하다. 사고력을 묻는 시험을 내려면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수업을 해야 한다. 초·중·고교 교육 현장에서 주입식 대신 토론식 수업 요소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서울·대구교육청 등이 이를 위해 토론·논술식 교육과정인 인터내셔널바칼로레아(IB)를 일부 학교에 시범 도입하려고 검토 중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교육부가 우리 현실에 맞는 토론·논술형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또 고교 학점제(고교생이 희망 진로에 맞춰 필요 과목을 배우고 학점을 채우면 졸업하는 제도)와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 등 새 평가 방식에 어울리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정부는 초교 6학년이 고1이 되는 2022년부터 고교 학점제를 전국 모든 고교에서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교사의 업무량 증가와 인프라 부족 등에 대한 대비책이 부족해 보여 현장에서는 4년 뒤 전면 도입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논술·서술형 문제를 도입할 때 불가피한 채점 공정성 문제를 해소할 제도도 논의해야 한다. 영국의 A레벨의 경우 대부분의 문제가 논·서술형이지만 각 문제에 대한 채점 기준을 명확히 하고 그 기준을 시험 후 모두 공개함으로써 공정성 논란을 최소화한다. 이 소장은 “IB의 경우 공인된 채점관들이 교차 채점을 통해 평가의 신뢰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수능 역시 향후 논·서술형 문제를 도입할 경우 채점 기준과 평가 방안 등을 체계적이고 투명하게 구축해 신뢰도를 쌓을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용어 클릭] ■인터내셔널바칼로레아(IB)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있는 비영리 교육재단 ‘국제바칼로레아 기구’(IBO)가 주관하는 교육과정·시험으로 객관식이 아닌 논·서술형 문제가 주를 이룬다. 현재 146개국 3700여개 학교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독일·스위스·캐나다 및 미국 일부 주(州)에서 대입 시험으로 활용하고 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