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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15 집회 충돌… 새 정부, 서울서 첫 물대포 발사

    8·15 집회 충돌… 새 정부, 서울서 첫 물대포 발사

    제68주년 광복절인 15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과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서울에서 처음으로 물대포를 동원해 시위를 진압했고, 오전 한때 8·15 경축 행사장 주위를 봉쇄하며 시민들을 검문검색했다. 이에 따라 촛불집회를 의식한 경찰의 과잉 대응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날 서울 도심에서는 동시다발적인 집회와 시위가 이어지면서 곳곳에서 참가자들과 경찰 간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다.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는 오전 11시 서울역 광장에서 ‘8·15 평화통일대회’를 열고 “남북당국은 개성회담 합의에 이어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라”고 촉구했다. 집회에는 민주노총을 비롯한 시민단체들과 야당 관계자 등 5000여명(경찰 추산 3500명)이 참여했다. 이 중 1500여명은 종각~종로2가 양방향 8차선 도로를 막고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은 물대포를 동원해 이들을 강제 해산시켰다. 앞서 오전 8시 40분쯤 국정원 해체와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소속 대학생들이 세종문화회관 앞 도로를 점거하며 시위를 벌이다가 120여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한대련 대학생들은 오후 1시 20분쯤에도 세종로사거리 일대 도로를 기습 점거했다가 170여명이 연행됐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 집회를 최대한 보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도로를 점거하는 등 불법 시위를 벌여 극심한 교통 혼잡을 초래했다”면서 “현장에서 검거된 불법행위자 301명은 물론 주최자와 불법행위 가담자도 법에 따라 사법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검찰청 공안부 관계자도 “지난달 울산에서 죽봉과 쇠파이프 등을 사용한 폭력시위에 이어 이런 사태가 다시 벌어져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검찰은 불법 폭력시위에 대해서는 배후 세력까지 철저하게 밝혀내 책임을 묻는 등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경축사를 발표한 세종문화회관 일대는 오전 한때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시민들의 출입이 통제됐다. 경찰은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부터 정부서울청사에 이르는 600여m를 봉쇄하고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일일이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 회사원 이모(41)씨는 “차량 통행을 막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길 가는 행인에게까지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모습은 군사정부를 연상케 한다”면서 “촛불집회를 의식한 과잉 대응 아니냐”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의 박석진(44) 현장팀장은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소통하지 않겠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 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오전부터 불법 시위가 계속됐기 때문에 검문검색을 강화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넵스’ 女 골프 11명 공동선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넵스마스터피스 첫날 11명이 무더기로 공동선두에 나섰다. 김세영(21·미래에셋)은 15일 강원 홍천의 힐드로사이 골프장(파72·6684야드)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보기는 1개로 막고 버디 4개를 솎아내 3언더파 69타를 쳐 공동선두에 올랐다. 올 시즌 국내 개막전인 롯데마트오픈 마지막 날 18번홀(파5)에서 230야드를 남기고 3번 우드 세컨드 샷을 그린 위에 올린 뒤 역전 이글을 잡아냈던 주인공. 그러나 김세영 외에도 이정은(25·교촌F&B), 이정민(22·KT)를 비롯해 무려 10명이 선두그룹에 합류, 난타전을 예고했다. ‘신인왕 1순위’ 김효주(18·롯데)는 1언더파 공동 18위에, ‘장타자’ 장하나(21·KT)는 1오버파 공동 41위에 자리했다. 브리티시여자오픈 준우승자 박희영(26·하나금융그룹)은 이븐파 공동 25위에 그쳤다. 한편, 충북 충주의 동촌골프장(파72·7192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선수권 1라운드에서는 짙은 안개로 2시간가량 경기가 지연, 37명의 선수가 1라운드를 마치지 못한 가운데 김도훈(24)이 9언더파 63타로 선두에 올랐다. ‘베테랑’ 조철상(55)은 5언더파 67타를 쳐 공동 11위에 이름을 올렸다. 50세 이상 선수들만 나서는 시니어투어 선수지만 역대 챔피언(1991년) 자격으로 출전했다. 한달 전 군 제대한 아들이 캐디백을 메 더 뜻깊었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수정안은 미봉책… 유리지갑 털기” 민주 공세

    민주당은 14일에도 정부가 내놓은 세법 개정 수정안을 비판했지만 ‘세금 폭탄’이라는 표현은 슬그머니 거둬들였다. 당 안팎에서 “보편적 복지를 추구하는 당이 ‘세금 폭탄’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는 비난이 일자 ‘복지증세론’으로의 방향 전환을 검토했다. 일각에서는 보편적 복지 실현을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를 통한 단계적 증세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민주당은 당분간 복지와 증세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증세 우선순위 등에 대한 공식 입장을 정하기 위해 이날 오후 김한길 대표, 전병헌 원내대표, 장병완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한 비공개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광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는 “숫자 몇 개만 바꾼 답안지 바꿔치기 수준이다. 졸속 미봉책”이라면서 “이명박 정권에서 한 부자 감세부터 철회해야 한다. 전문직 고소득자의 탈루율을 0%대로 낮춘다는 각오로 조세 정의를 실현하라”고 수정안을 비판했다. 전 원내대표는 복지는 증세라는 주장에 반박하며 “유리지갑 털기를 포기하고 부자 감세 철회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예산에서 우선순위를 배정해 재정 구조를 개선하는 게 우선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편적 복지에서 부족한 세수는 국민적 동의를 얻어 보편 증세로 메우는 게 바람직하다는 단계적 증세론을 폈다. 박혜자 최고위원은 “법인세에서 각종 비과세, 감면 혜택을 빼고 실효세율을 보면 2010년 기준 중견기업이 18.6%로 대기업의 17%보다 높다”면서 “재벌과 고소득자 감세 기조를 바꾸는 것이 먼저”라고 꼬집었다. 한편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증세’에 대한 공론화를 시도했다. ‘복지 증세를 위한 정치권 공동선언’과 ‘국회 복지증세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하면서 “복지국가 실현을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고 설득하는 것이 정치권의 책임 있는 자세”라며 “세제 개편 오류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국민적 동의를 바탕으로 한 전면적 조세 개혁 논의에 착수하자”고 제의했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솔라시도 파인비치 오픈] 홍순상, 통산 5번째 우승

    남도는 여름이 시작된 이후 연일 불볕이다. 특히 해안 지역은 8월로 접어들면서 습도까지 높아져 그야말로 ‘가마솥 더위’다. 아침 7시 섭씨 30도, 대낮 한때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지만 프로골퍼들은 하루 5시간을 코스에서 버텨내야만 했다. 11일 전남 해남 파인비치 골프링크스(파72·7351야드)에서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솔라시도 파인비치오픈도 더위가 최대 난적이었다. 지난 5월 23일 광주은행오픈으로 시작된 ‘남도 시리즈’의 마지막 네 번째인 이번 대회 11일 4라운드에 나선 우승 후보들의 체감 온도는 더욱 높았다. 전날 3라운드 종료 당시 홍순상(32·SK텔레콤)이 15언더파 선두로 나섰지만 11언더파의 우승권 이내에 든 선수만 무려 16명. 어지간한 집중력이 아니면 언제라도 우승권에서 탈락할 상황에서 마지막 조가 한 홀을 남겨둔 17번홀(파5) 그린. 앞서 경기를 끝낸 4명이 18언더파로 공동선두가 된 가운데 홍순상이 세 번째 만에 공을 깃대 2.5m 지점에 붙였고, 침착하게 버디를 툭 떨궜다. 18번홀(파4)을 파로 막아 자신의 우승으로 매조지했다.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 홍순상은 투어 통산 다섯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해남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바람 불어 싫은 날…박인비 악전고투

    바람 불어 싫은 날…박인비 악전고투

    ‘무풍지대’라 불릴 만큼 잔잔했던 세인트 앤드루스 링크스 올드코스가 마침내 본색을 드러냈다.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이 계속되는 영국 스코틀랜드의 세인트 앤드루스 링크스 올드코스(파72·6672야드)에는 이틀째 오전 비가 내렸다. 그러나 바람은 잔잔했다. 바다에 인접해 있는 데다 북해에서 불어오는 강하고 변덕스러운 바람 탓에 올해 대회를 앞두고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날씨가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기상 예보도 1라운드가 열린 지난 1일부터 대회 기간 내내 바람이 강하게 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1라운드에는 오전에만 비가 내렸을 뿐 하루 종일 바람은 대체로 잠잠했고, 2라운드가 시작된 2일 오전(현지시간)에도 소나기가 두어 차례 내린 것을 제외하면 ‘이곳이 세인트 앤드루스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바람은 말 그대로 ‘순한 양’처럼 고분고분했다. 이틀 연속 오전에 비가 뿌리면서 페어웨이와 그린이 부드러워진 덕에 선수들은 비교적 마음먹은 대로 공을 원하는 곳에 보냈다. 지난 1일 첫 라운드에서는 출전 선수 144명 중 절반이 넘는 73명이 언더파 점수를 냈다. 2일 2라운드 오전에도 추이는 비슷했다. 그러나 오후에 접어들면서 바람이 거세졌다. 3일 0시(이하 한국시간) 현재 경기 중인 132명 가운데 타수를 줄인 선수는 36명에 불과했다. 전날보다 핀 위치가 까다로운 때문이기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심해진 바람 탓이었다. 오후 7시 48분 티오프한 박인비(25·KB금융그룹)도 버디와 보기를 번갈아 치는 등 당황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1번홀(파4)부터 삐걱댔다. 티샷이 왼쪽으로 조금 밀린 데다 두 번째 샷마저 그린을 살짝 넘긴 뒤 그린 에지에서 올린 어프로치샷이 생각보다 짧아 홀 6∼7m 거리에 멈춰 섰다. 여기에 파 퍼트까지 빗나가 첫 홀 보기로 2라운드를 시작했다. 14번홀까지 마친 0시 현재 성적은 1오버파. 버디 2개와 보기 3개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좀체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순위는 공동 25위. 박인비와는 달리 비는 내렸지만 바람이 거세지기 전인 오전에 티오프한 선수들은 타수를 대폭 줄이면서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최나연(26·SK텔레콤)이 12번홀까지 마친 같은 시간 현재 4타를 더 줄인 9언더파로 사이키 미키(일본)와 공동 선두 그룹을 형성했다. 사이키가 이글 2개를 뽑아내는 등 이날 하루 6타를 줄이며 경기를 마쳐 중간합계 9언더파 135타로 경기를 마쳤다. 1라운드 공동선두였던 모건 프레슬(미국)도 2타를 줄인 중간합계 8언더파 136타로 단독 2위에 자리 잡았다. 이지영(28·볼빅)도 2라운드에서 5언더파의 맹타를 몰아쳐 공동 4위로 우승권 진입을 노크했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신지애(25·미래에셋)는 중간합계 1언더파 143타로 41위권 초반대로 2라운드를 마쳤다. 한편, 대회 탈락 기준은 이븐파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 세계 랭킹 1위 청야니(타이완)은 2오버파 146타로 경기를 마쳐 컷 탈락이 유력하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사설] 日 집권세력 쇼비니즘으로 뭘 얻겠다는 건가

    엊그제 나온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의 ‘나치식 개헌’ 발언은 현 일본 집권세력의 쇼비니즘, 즉 맹목적·배타적 애국주의가 어디까지 튈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불길한 징조로 다가온다. 아소 부총리는 지난 29일 도쿄에서 가진 한 강연에서 “독일 나치 정권이 헌법을 무력화한 수법을 배우자”고 말했다. 아돌프 히틀러가 1933년 총리에 오른 뒤 정부가 입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수권법’(授權法)을 만들어 기존 바이마르 헌법을 무력화했듯 일본도 소리 소문 없이 현행 평화헌법을 개정해 군사대국의 길로 나아가자는 얘기다. 불과 한 세기 전 동아시아를 유린한 일제 침략의 역사를 까맣게 잊은 게 아니라면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실언이다. 주지하다시피 교전권과 전쟁 참여, 군대 보유를 금하고 있는 일본의 현행 평화헌법은 선대의 침탈 행위를 응징하고 억지하기 위한 국제적 공동선의 소산이다. 일본이 2차세계대전 패배 후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물적 지원을 받아 오늘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평화헌법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런 점에서 나치식 개헌도 불사하겠다는 아소 부총리의 발언은 자신들의 침략사와 성장사를 모두 부정하고, 보통국가화를 미명으로 군사대국의 길을 걷겠다는 일본 내 극우세력의 쇼비니즘에 기대는 발언이라 할 것이다. 안으로 국민 다수가 반대하고, 밖으로도 주변국 모두가 우려하는 길이건만 한사코 내 길을 가고 말겠다는 독선과 아집을 거듭 내보인 것이다. 지난 주말 동아시안컵 축구 한·일전 때 관중석에 펼쳐진 현수막에 대한 반응에서도 일본 지도층의 국수주의가 드러난다. 시모무라 하쿠분 문부과학상은 우리 응원단이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반성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펼쳐 보인 데 대해 “그 나라의 민도(국민수준)가 문제가 된다”고 운운했다. ‘울트라닛폰’이든, ‘붉은 악마’든 스포츠 경기에 어울리지 않는 깃발과 플래카드로 경기장을 민족감정의 대결 무대로 변질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런 원인을 제공한 나라의 일개 장관이 공개적으로 이웃나라 국민의 수준을 폄하하는 것이야말로 스스로 낮은 격(格)을 드러내는 일이 아니겠는가. 보름 뒤면 일본 제국주의 패전일이다. 어느 때보다 야스쿠니 신사를 찾는 일본 지도층의 행렬이 길 것이라고 한다. 국수주의로 치닫는 것은 일본의 장래에도 이롭지 않음을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
  • 최장집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유지해야”

    최장집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유지해야”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인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31일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지난 대선에서 안 의원이 공약 사항으로 내놓았던 것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낸 것이다. 최 교수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의 의원모임인 ‘혁신과 정의의 나라’ 정례 포럼에 강연자로 참석해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면 선거에서 정당의 책임성을 묻기 모호하다”면서 “개인적으로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는 지난 대선에서 안 의원이 공약으로 내놓으면서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공동발표한 ‘새정치공동선언’에도 포함됐다. 최 교수는 이어 “그러나 정치는 현실이기 때문에 타협된 결과가 공천을 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됐다”고 말해 정당공천제 폐지가 옳은 방향이 아니었음에도 안 의원과 민주당이 당시 ‘새 정치’ 바람에 의해 폐지에 합의한 것으로 보았다. 안 의원 측은 현재 내부적으로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나 기초단체장 공천 폐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포럼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최 교수를 향해 안 의원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최재성 의원은 “안 의원의 정치는 초엘리트주의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했고, 김성주 의원은 “구경꾼으로 지켜보다가 ‘너희끼리 싸워서 나라가 엉망’이라고 말하며 반사이익을 얻는 정치가 과연 옳은 것인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여야 대표회담 보류 ‘책임 떠넘기기’

    의제 조율 중 결국 8월로 보류된 양당 대표회담을 놓고 여야가 30일 서로에게 책임론을 덮어씌웠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자청해 “지난 2∼3일간 복수 채널로 비공식 협의가 있었다”면서 “실무자 간 최종 합의 문안까지 마친 상태에서 여권 내부 조율이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공개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과 청와대 사이에 의견 조율이 잘 되지 않아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연락이 왔다. 황우여 대표의 폴란드 출장 이후 재논의하자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새누리당 대표비서실장인 여상규 의원은 “조율했던 것은 사실이나 여권 내부에 이견이 있었다는 것은 핑계”라면서 “회담 연기 책임을 새누리당에 돌리는 얘기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대표실 핵심 관계자는 “합의문을 작성한 게 아니라 여러 형태로 의제 제안이 왔고 실무선 검토는 했지만 결국 수용하지 못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이 요구했던 회의록 실종 검찰수사 철회에 대해선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략적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정보원 개혁 특위 구성에 대해서는 “새누리당도 원칙적 고려는 가능하나 시기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했다. 황 대표는 30일 오후 휴가를 떠난 최경환 원내대표 대신 윤상현 수석부대표를 당사로 따로 불러 회의록 문제 등과 관련, “북방한계선(NLL) 수호 여야 공동선언은 시기상 적절치 않다” “검찰고발 취하는 정치적 타협 대상이 아니다” 등의 입장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여야 협상과정을 전격 공개하면서 청와대와 여권 내부의 이견을 강조한 것에 대해 불쾌해하는 분위기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착한 독설을 기대하며/이갑수 ㈜ INR 대표

    [옴부즈맨 칼럼] 착한 독설을 기대하며/이갑수 ㈜ INR 대표

    날씨도 무더운데 짜증을 더하는 막말정국은 2013년 여름에도 진행형이다. 막말 판사, 막말 방송인, 막말 시장에 이어 가장 심각한 것은 역시 막말 정치인이 아닌가 싶다. 상대편을 인정하지 않는 걸 넘어 끊임없이 저주의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인터넷에서 올해 정치인들의 막말들을 검색해 보니 10건이 넘고, 막말을 비판하는 칼럼과 사설들이 수십개가 넘쳐난다. 급기야 야당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막말 주의보를 내렸고, 여당 대표는 막말 방지를 위한 여야 공동선언을 제안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될지, 지금부터라도 소의 가출을 막을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지만 솔직히 비관적인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정치권이나 국회에서 말을 빼면 시체다. 의회를 뜻하는 단어인 Parliament도 프랑스어 ‘Parler’(말하다)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정치인은 말로 먹고 사는 직업이라지만 정치인의 설화는 끊임없이 터져 나온다. 설화는 의도적 험담인 막말과 비의도적 말실수에 의해 야기된다. ‘귀태’ 발언이 막말이라면, 성희롱적 발언은 말실수이다. 막말이든 말실수이든 그 끝은 국가 품격의 추락이다. 일각에서는 정치인들이 자극적 ‘언행’을 해야 국민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기 쉽다는 이유로 그런 행동을 보여 준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노렸다면 정치인들의 착각이다. 기업의 노이즈 마케팅은 자사 브랜드의 마케팅 효과를 위해 경쟁사를 헐뜯는 네거티브 마케팅은 하지 않는다. 막말로 인해 정치권이 소모전에 쓰는 엄청난 시간 낭비에 대한 기회비용은 누가 부담할 것인가? 그건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온다. 막말을 일삼아도 국회에 설치된 윤리특위가 열리지도 못하는 현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결국 해결책은 국민들 심판에 기댈 수밖에 없을 듯하다. 선거를 통해서이다. 정치인들의 막말이 난무할수록 한국 정치사에 명대변인으로 날렸던 박희태 전 국회의장과 현 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생각난다. 4년 3개월 동안 최장수 대변인을 지낸 박 전 의장은 중국 고사와 시조를 적절히 섞어가며 상대방을 비판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96년, 여야가 국회에서 의원을 빼가는 것을 두고 설전을 주고 받을 때 “내가 하는 여자관계는 로맨스요 남이 하면 스캔들인가”라고 한 발언은 다음 날 대부분 일간지의 제목으로 뽑히면서 유명해진 말이다. 당에서 5차례 대변인을 지낸 이낙연 의원도 감정을 자극하는 선동적인 표현 대신 사실 위주의 정제된 언어를 썼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는 과거에 민주당과 자민련 의원들의 한나라당 이적을 비꼬며 “한나라당이 철새도래지 밤섬으로 당사를 옮긴다는 말이 있다”라는 유머 섞인 어록을 남긴 바 있다. 두 분은 핵심을 찌르는 촌철살인에 유머를 더해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우리 속담에 ‘관 속에 들어가도 막말은 마라’라는 말이 있다. 막말하는 정치인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다. 장마와 함께 막말 퍼레이드는 날려버리고 이제부터라도 정치인들이 역사와 국민만을 바라보면서 사실에 입각해 해학이 담긴, 그래서 상대방도 꼼짝 못하게 만드는 ‘착한 독설’만을 들려 주기 바란다. 서울신문에서도 막말에 대한 감시와 질타의 기사들을 지속적으로 다뤄 정치인들의 약속이 빈말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안도현 시인 무리하게 기소” 문인 217명 절필동참 시사

    문인 217명이 안도현 시인에 대한 검찰의 기소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29일 ‘절필이 강요되는 시대, 우리는 함께 싸운다’는 성명서에서 “검찰은 안도현 시인의 트위터 글을 문제 삼아 무리한 기소를 하고 말았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기소 사유를 은폐하기 위해 검찰은 시인의 숨통을 조일 것이며,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시인이기에 그가 이런 고통스러운 선택을 하기에 이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 시인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지난해 12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안중근 의사의 유묵을 소장하거나 유묵 도난에 관여됐다는 내용의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안 시인은 지난 4일 트위터를 통해 절필을 선언했다. 문인들은 성명서에서 “안 시인의 말처럼 국가 권력의 횡포로 문화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이 침체되거나 위기를 맞게 된다면 우리는 또 다른 안도현이 되는 걸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절필에 동참할 뜻을 시사했다. 성명에는 소설가 박범신·공선옥·한창훈, 시인 도종환·정호승 등이 참여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WCC 부산총회 100일 앞으로… “한국교회 뭉치자”

    WCC 부산총회 100일 앞으로… “한국교회 뭉치자”

    난항을 겪던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 총회(10월)가 가까스로 파고를 넘어 순항 길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외곽에서 맴돌던 에큐메니컬 진영이 총회 준비위와 극적인 타협을 한 데다 전국 기독교·신학대가 일제히 총회 지지선언을 하고 나섰다. 여기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부산 총회의 주요 이벤트로 추진해온 ‘평화열차’에 각국 교회가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함에 따라 개신교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부산총회 한국준비위원회(준비위·상임위원장 김삼환 목사)가 총회 100일을 앞두고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종교교회에서 연 ‘WCC 총회 100일 맞이 기도회’는 이 같은 전환의 분위기를 처음 보여준 자리. 이날 총회 참석자들은 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일치와 협력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이제 총회까지 불과 100일을 앞두고 있다. 더 이상 후회할 시간도 지체할 여유도 없다’(신경하 전 감리교 감독회장), ‘한국교회를 향한 세계교회의 기대가 이번 총회를 통해 반드시 열매 맺을 것’(김삼환 목사)…. 종전 공식적인 자리에서 준비위 관계자들이 반대 측을 향해 쏟아내던 강경한 어조의 비난과 동참 호소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특히 전용재 감리교 신임 감독회장이 “한국교회의 흐름을 바꾸는 역사적인 행사인 WCC 총회 준비에 감리교가 앞장설 것”이라고 밝혀 관심을 끌었다. 그동안 ‘WCC의 기본 이념과는 달리 독단적으로 행사준비를 하고 있다’며 총회 준비위와 거리를 두었던 에큐메니컬 진영이 전격 동참한 것도 큰 변화의 하나다. 다름 아닌 김영주 NCCK 총무의 총회 준비위 복귀다. 김영주 총무는 에큐메니컬 진영의 핵심 축을 이루는 인물. 지난 1월 한기총과 함께 작성한 이른바 ‘WCC 공동선언’이 WCC의 정신에 위배된다는 에큐메니컬 진영의 반발을 사 집행위원장직 사임 의사를 밝혔었다. 그러던 중 이날 ‘100일 기도회’가 끝난 뒤 준비위 임원들에게 복귀 의사를 밝힘에 따라 에큐메니컬 진영의 적극 동참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총회와 관련해 전국 기독교 대학 및 신학대 총장들이 입장을 밝히고 나선 것도 주목된다. 숭실대·연세대·이화여대 등 기독교 대학과 감신대·성공회대·장신대·한신대 등 신학대학 등 총 28개 학교가 참여한 입장문에서 이들은 “WCC 총회를 계기로 한국교회가 보수·진보를 아울러 연합하여 세계선교와 봉사에 헌신하는 글로벌 교회로 성숙하고, 도덕성과 공공성을 회복하여 한국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간의 침묵을 깨고 공식적인 입장을 선언한 것으로 봐야 한다. 여기에 지난 11∼13일 미국 NCC와 감리교 본부, 국무부 등을 방문한 NCCK 방미단이 평화열차와 관련한 적극 협조를 귀띔 받은 것도 최근 총회 준비가 활기를 띠고 있는 요인. 특히 방미단은 “방미 중 북한 유엔대표부 참사 2명을 만나 평화열차의 평양 도착과 최근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의 변화와 만남에 대해 대화를 나눈 결과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었다”며 들뜬 표정이다. 평화열차는 WCC 총회 참석자들이 평화를 염원하며 기차를 타고 유럽과 아시아를 횡단하는 거대 프로젝트. 북한 통과 여부가 프로젝트 성공의 핵심인 만큼 NCCK와 준비위가 집중적으로 추진해온 사안이다. 이 같은 흐름과 관련, NCCK 관계자는 “한기총이 최근 부산총회 철회 촉구기도회를 열고 결의문을 발표하는 등 여전히 반대 움직임이 있지만 개신교계가 전반적으로 총회 지지와 성공 개최 쪽으로 뜻을 모아가는 추세인 만큼 10월 총회 준비는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與 “文, 뻔뻔함·무책임의 극치”… 사초 폐기 책임론 내세워 강공

    與 “文, 뻔뻔함·무책임의 극치”… 사초 폐기 책임론 내세워 강공

    새누리당은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23일 정치적 압박감 끝에 ‘서해북방한계선(NLL) 논란은 이제 끝내야 한다’는 제목의 긴급성명을 내자, 새누리당은 “성명서는 자기 모순이고 구차한 변명으로 들린다”고 몰아세웠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의원에게 ‘사초(史草) 폐기’의 책임을 묻는 한편 사과가 없는 것을 성토했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문 의원이 당시 정상회담 대화록 폐기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모르고 있었는지 국민의 물음에 답하는 것이 순리”라면서 “이에 대해 일언반구 말이 없다. 안타깝다.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윤 수석은 또 “만약 문 의원이 사초가 폐기된 것을 몰랐다고 치면 문건을 보낸 장본인으로서 국가기록원에 책임을 추궁하고 검찰수사를 촉구해야 하고, 미리 알았다면 국민들께 사죄하고 석고대죄하는 성명서를 내야 한다”면서 “국민적 최대 관심사인데 고해성사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NLL 논란을 끝내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 NLL 포기가 아니라, 사수한다. 남북공동어로수역은 NLL 포기가 아니다. NLL 사수 안에서 공동어로수역 노력할 것이다. 이 3가지 선언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최경환 원내대표 역시 민생탐방의 일환으로 서울 강남구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문 의원은 회의록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없어졌는지 그걸 밝히는 것이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 아닌가”라면서 “왜, 어떻게 없앴는지 본인이 제일 잘 알면서 답을 안 한다”고 꼬집었다.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도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NLL의 종지부는 문재인 의원의 사과와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국가기록원의 대통령기록을 열어보자고 하면서 문제를 키운 분이 지금에 와서 ‘NLL 논란을 끝내자’고 제안하는 것이야말로 전형적인 물타기”라면서 “그것도 ‘국민들이 피곤하고 짜증스럽다’면서 국민을 팔아 핑계를 대는 것은 비겁한 행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최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회의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진 마당에 묵묵부답, 아무런 말이 없다”며 문 의원에게 입장 표명을 촉구했었다. 최 원내대표는 “사초가 없어진 것이 확인된 만큼 검찰이 수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수사권이 없는 정치권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국론 분열만 조장하는 소모적인 논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여야 합의로 국회 운영위원회 차원에서 검찰 수사를 공동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당내에서는 논쟁에서 승기를 잡은 만큼 ‘국민적 피로도’를 감안해 논의를 마무리짓자는 얘기도 나왔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서상기 의원은 “국민이 NLL 문제로 피로감을 느끼는 게 사실이기 때문에 여야가 NLL을 사수하겠다는 공동선언으로 마무리를 짓자고 제안한다”면서 “이를 거부하면 국가정보원이 보관 중인 음성 파일을 공개하겠다는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김태흠 원내대변인으로부터 “출구 전략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올바르지 않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회의록 증발 논란] 끝내 못 찾으면…메가톤급 책임 공방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사라진 것으로 확인되면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으로 촉발된 회의록 정국은 이른바 ‘사초(史草) 게이트’로 비화될 수밖에 없다. 회의록 실종의 시기·주체 등 책임소재를 둘러싼 여야의 ‘회의록 훼손’ 공방이 장기화 되는 것은 물론 ‘회의록 찾기’ 과정에 대한 정치적 논란도 가열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주장하는 ‘이명박 정부 폐기설’을 일축하며 참여정부 인사들에게로 칼끝을 겨눴다. 이 대통령 당선 직후 회의록 내용 유출을 우려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와대·국가정보원에 회의록 폐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당시 김만복 국정원장이 ‘회담 기록을 재생산해 갖고 있었다’는 정황도 이를 뒷받침한다”면서 “이 전 대통령은 회의록 공개를 주장했던 당사자여서 폐기를 지시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사초를 불태운 행위’, ‘분서갱유’ 등 공세 수위를 높여온 새누리당은 회의록 실종의 사법적 책임을 가리기 위해 검찰 고발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역사의 기록물을 ‘우주에서 바늘찾기’로 보관하는 것이 어디 있느냐”면서 “문서가 있다고 해도 못 찾는다면 그 부분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기록물 전달·보관에 대한 책임 규명까지 주장했다. 정상회담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자 대통령기록물의 국가기록원 이관을 총지휘했던 문재인 민주당 의원과 친노(친노무현) 진영은 뜻밖의 불똥을 맞게 됐다. 이들은 정치 공세를 피하기 위한 특검 주장 등 선제대응에 주력할 방침이다. 문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진위가 논란을 빚자 지난달 21일 “정상회담 회의록은 물론 국가기록원 관련 자료 일체를 공개하자”고 제안한 당사자다.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사실이면 정치를 그만둘 것”이라고 배수진도 쳤다. 친노 진영은 이명박 정부의 회의록 훼손 의혹에 무게를 싣고 있다. 친노 핵심인사인 홍영표 의원이 이날 이(e)지원 사본 무단 접속 의혹을 제기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회의록 관련 실체를 밝히기 위해 이지원 사본이 보관됐던 봉하마을까지 손대야 하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그러나 여야 공방 속에 사실 확인은 뒤로 밀린 채 정치적 논란만 길어질 공산이 높다. 이 과정에서 친노 계열 분화는 야권 차기구도와 맞물려 불가피하게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이미 문 의원의 회의록 공개 주장에 대해 “국민은 전임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들여 공격하는 일은 옳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 국정조사에 화력을 집중해야 하는데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한편 이날 이지원 구동을 하지 못함에 따라 민주당이 열람기한 연장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22일 최종 결론을 낼 경우 ‘끝까지 시도해 보지도 않고 판도라의 상자를 덮어버렸다’는 의혹도 피할 수 없다. 국정원에 보관 중인 회의록 음원 파일 공개는 후속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음원 파일 공개를 추진하겠다”고 했던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정보위원장은 이날 “회의록 실종은 중대범죄이기 때문에 그 책임소재를 먼저 가리고 여야가 ‘NLL 수호 공동선언’으로 출구전략을 찾아야 한다. 그 문제(음원 파일 공개)는 추후 얘기”라며 한발 물러섰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여자 동아시안컵] 피는 진했고, 北은 강했다

    [여자 동아시안컵] 피는 진했고, 北은 강했다

    태극낭자들이 강호 북한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아쉽게 졌다. 그러나 피는 하나로 흘렀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여자축구대표팀은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3동아시안컵 여자부 1차전에서 북한에 1-2로 역전패했다. 김수연(스포츠토토)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허은별(4·25축구단)에게 거푸 연속골을 내줘 무너졌다. 2005년 8월 16일 고양에서 열린 남북통일축구대회 이후 8연패.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상대전적에서도 1승1무10패로 열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남북대결인 만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관중들은 따뜻한 박수로 격려했고, 흰색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선 북한 선수들은 관중석을 향해 두 팔을 벌려 화답했다. 오길남 북측 선수단장과 문장홍 북측 축구협회 부회장은 류길재 통일부 장관, 박종길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등과 함께 VIP석에 앉았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약 35명도 관중석을 지켰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회원들은 ‘백두에서 한라까지 조국은 하나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경기 내내 “조~국통일”을 외쳤다. 관중은 총 6530명. 훈훈한(?) 공기와 달리 그라운드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북한 선수들은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전사’로 돌변했다. 왼쪽 가슴에 백호와 인공기를 나눠 단 선수들은 90분 내내 몸을 날리며 서로를 쫓았다. FIFA 랭킹 16위 한국이 한 수 위인 북한(9위)을 상대로 기선을 제압했다. 김수연이 전반 26분 먼저 골망을 갈랐다. 지소연(아이낙)이 때린 슈팅이 수비수에 맞고 나오자 달려들며 강력한 슈팅을 다시 날렸다. 1-0. 그러나 리드는 잠시였다. 전반 36분 코너킥 때 한국 수비가 흐트러진 사이 허은별이 동점골을 터뜨렸다. 허은별은 2분 뒤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머리로 정확히 받아넣어 역전까지 시켰다. 두 팀은 후반에도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지만 추가골은 끝내 터지지 않았다. 어린 선수들로 짜여진 북한 선수단은 승리가 확정되자 껴안고 환호한 뒤 골대 뒤 관중석으로 뛰어가 손을 흔들며 박수를 보내는 관중들에게 답례했다. 두 골을 몰아친 허은별은 단단한 체격(165㎝ 60㎏)과 저돌적인 돌파로 승리를 견인했다. 포지션은 수비수로 등록됐지만 A매치 7골(20경기)을 터뜨린 라은심(압록강축구단)과 ‘투톱’으로 자주 나섰다. 2011년 독일 FIFA여자월드컵에서 약물 양성 반응이 나와 18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고, 최근에 복귀했다. 북한은 당시 도핑에서 5명이 걸려 2015년 캐나다 월드컵 출전길이 막혔고, 국제 무대에서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1990년 남북통일축구 때 선수로 만난 뒤 23년 만에 조우했다는 두 감독은 덕담을 건넸다. 윤덕여 한국 감독은 “2015년 캐나다월드컵을 앞두고 일본, 북한 등 세계적인 팀들과 겨루는 건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라면서 “북한이 잘했던 부분을 배우고 부족한 것은 보완하겠다”고 했다. 김광민 북한 감독은 “남측이 전보다 많이 발전했다”면서 “남측의 완강한 공격에 우리는 소심한 경기를 했고 선제골까지 내줘 당황했지만 두 골을 넣어 회복할 수 있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국은 오는 24일 화성에서 중국과 2차전을 치르고, 북한은 25일 같은 장소에서 일본을 상대한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美부양축소 신중·시장과 명확히 소통 합의

    美부양축소 신중·시장과 명확히 소통 합의

    주요 20개국(G20) 회원국들이 미국의 경기부양책 축소에 따른 세계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중한 정책 조정과 소통이 필요하다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각국이 우려하는 미국의 양적완화(시중에 자금을 푸는 것) 축소 조치는 좀 더 조심스럽게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G20 회원국들은 20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 마네슈 전시홀에서 이틀간의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를 폐막하면서 합의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문(코뮈니케)을 발표했다. 이번에 합의된 사항들은 오는 9월 5~6일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최종 조율을 거쳐 G20 회원국 간 협력 정책으로 채택된다. 이들은 공동선언문에서 “미국의 출구전략 시행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선진국의 통화정책 변화는 신중하게 조정되고 시장과 명확히 소통돼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우리나라를 비롯해 브라질, 인도, 터키 등 신흥국은 주로 미국을 겨냥해 “선진국 출구전략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적당한 시기와 속도, 방법 등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런 의견이 합의문에 반영된 것이다. G20은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증대에 대비한 위기관리 체제로, 지역금융안전망(RFA)의 역할 강화에도 의견을 모았다. RFA의 역할 강화도 한국이 G20에서 지속적으로 제안한 의제다. 그러나 G20 재무장관회의 합의 내용에 대한 물리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에서 자국의 이해관계가 이와 상충될 경우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우려에 대한 언급이 없던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甲 횡포’ 남양유업 사태 일단락

    ‘甲 횡포’ 남양유업 사태 일단락

    뜨거운 ‘갑(甲)의 횡포’ 논란을 촉발한 남양유업 사태가 일단락됐다. 18일 남양유업과 남양유업 피해대리점협의회에 따르면 양측은 협상의 가장 큰 쟁점인 밀어내기로 인한 피해 보상문제를 놓고 큰 틀에서 합의했다. 양측은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서울 중구 남양유업 본사 인근에서 협상 타결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어 자세한 입장을 발표할 방침이다. 여기에는 김웅 남양유업 대표, 이창섭 피해대리점협의회 회장, 민주당 우원식 의원 등이 참석할 계획이다. 협상안에는 ▲ 피해보상기구에서의 실질 피해액 산정·보상 ▲ 불공정 거래 행위 원천 차단 ▲ 상생위원회 설치 ▲ 대리점 영업권 회복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피해보상기구로 사측, 피해대리점주, 양측 변호사가 공동 추천한 외부 전문가 1명씩으로 중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적어도 두 달 안에 보상액을 산정하기로 했다. 피해 보상액 규모를 앞선 판례에 준해 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대리점주의 영업권을 조속히 회복시키고 상생위원회를 설치해 상생방안을 적극 모색하기로 했다. 아울러 협의회 측은 협상 타결에 따라 남양유업의 모든 임직원의 고소·고발을 취하하기로 했다. 양측은 이날 남양유업 정상화를 위한 공동선언문도 채택했다. 이들은 공동선언문에서 물의를 빚었던 점을 사죄하고 상생 모델로 거듭날 것을 약속하는 한편 제품을 다시 구매해 대리점과 회사를 살려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했다. 피해대리점측은 “협상이 장기화하면서 매출 감소로 대리점 생계가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서로 조금씩 양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웅 남양유업 대표는 “국민 여러분이 경종을 울려준 점을 잊지 않고 낡은 관행을 뿌리 뽑아 업계에서 가장 좋은 대리점 환경을 만들 것”이라며 “상생협력에 있어 모범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5월 4일 폭언과 밀어내기 관련 음성파일이 공개되면서 촉발된 남양유업 사태는 일단락 수순을 밟게 됐다. 양측은 5월 21일 교섭을 시작해 수차례 타결 목전까지 갔지만 진정성 공방과 피해 보상금 규모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지난달에는 일부 피해 대리점주들이 남양유업에 조속한 타결을 촉구하며 삭발투쟁과 단식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불매운동과 기업 이미지 실추로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의 남양유업 매출은 대폭 감소했다. 이번 타결로 양측 간 협상이 일단락된 양상이지만 피해보상액 산정이라는 숙제를 잘 풀어갈 수 있을 지가 관건으로 남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교한 아이언 샷…최경주, 감 잡았네

    정교한 아이언 샷…최경주, 감 잡았네

    ‘탱크’ 최경주(43·SK텔레콤)가 티샷, 아이언샷에서 뛰어난 조준 솜씨를 뽐내며 26개월 만의 투어 9승에 도전장을 냈다. 최경주는 12일 미국 일리노이주 실비스의 디어런TPC(파71·7257야드)에서 개막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존디어클래식 1라운드에서 보기는 1개로 막고 버디 5개를 뽑아내 4언더파 67타를 쳤다. 공동선두(7언더파 64타) 잭 존슨(미국)과 카밀로 비예가스(콜롬비아)에게 3타 뒤진 공동 13위. 2011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이후 통산 9번째 우승도 노려볼 수 있는 타수다. 최경주는 올 시즌 18개 대회에 출전해 ‘톱 10’에 든 것은 단 두 차례에 그치고 컷 탈락도 네 차례 당하는 등 부진했지만 이날은 달랐다. 티샷의 페어웨이 안착률과 아이언샷의 그린 적중률이 걸출했다. 티샷 비거리는 평균 296.3야드로 156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121위에 그쳤지만 안착률은 92.86%로 6위에 올랐다. 그린 적중률은 더 높아 94.44%로 전체 2위. 다만, 아이언샷으로 버디 기회를 잡은 뒤 시도한 퍼트가 홀당 1.82개로 다소 많았던 게 아쉬웠다.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를 브리티시오픈 출전권을 노리는 한국의 ‘영건’들은 성적이 좋지 않았다. 투어 2년차 노승열(22·나이키골프)은 2언더파 69타를 쳐 공동 41위로 밀렸고 PGA 멤버 두 번째 신고식을 치른 김시우(18·CJ오쇼핑)는 3오버파 74타를 쳐 공동 134위로 부진했다. 최근 2개 대회 연속 ‘톱 10’ 성적을 낸 이동환(26·CJ오쇼핑)도 2오버파 73타로 공동 125위까지 밀려나 컷을 걱정하게 됐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교황 첫 회칙 “신앙, 고통받는 자의 희망”

    교황 프란치스코는 5일(현지시간) 즉위 이후 처음으로 전 세계 신자들에게 보내는 회칙을 발표하고, “신앙이 고통받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신앙의 빛’이라는 제목의 첫 회칙에서 신앙의 진정한 의미를 설명하고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교회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회칙은 교황이 전 세계 가톨릭 신자와 주교들에게 전하는 최고 권위 문서로 평가된다. 82쪽 분량의 이번 회칙은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함께 작성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에서 “신앙의 역할은 공동선(善)에 헌신하고 고통받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라며 “빛은 교회 내부를 밝히거나 내세에 영원의 도시를 짓는 일 외에도 우리 사회를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결혼을 “남성과 여성의 안정적 결합”이라고 정의한 뒤 “이를 통해 새로운 생명을 출산하는 일이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강조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동성애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한편 교황청은 이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요한 23세가 성인 반열에 오르는 시성(諡聖)을 공식 승인했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당론 위배”… 민주, ‘회의록 제출’ 투표 반대표 의원들 서면경고

    “당론 위배”… 민주, ‘회의록 제출’ 투표 반대표 의원들 서면경고

    민주당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제출 요구안’에 반대표를 던진 소속 의원들에게 당론을 위배했다며 서면경고했다. ‘구속적 당론’(강제당론)이 당내 민주적 의사결정을 저해한다는 논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는 등 후유증이 예상된다. 정치권에선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자율성을 위해 강제적 당론을 지양하는 흐름이 형성 중이다. 지난해 대선 때 문재인·안철수 의원이 야권후보 단일화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합의했던 ‘새정치 공동선언’ 정치개혁 과제 중에도 강제적 당론 지양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런 흐름을 들어 해당행위가 아닌데 당론을 위배했다고 경고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왔다. 5일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3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반대표를 행사한 의원들에 대해 서면경고 결정을 내리고, 해당 의원실에 전병헌 원내대표 명의의 서면경고장을 발송했다. 당헌·당규상 강령 및 당론 위반은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국익 등을 들어 대화록 공개를 반대한 이들 의원의 소신 자체는 존중한다는 취지에서 당 윤리위에 회부하지는 않았다. 당시 김성곤·김승남·박지원·추미애 의원 등 4명이 반대표를 행사했다. 민주당은 종합편성채널 출연금지 당론의 경우 일부 의원들의 출연에도 불구, 제재가 이뤄지지 않아 당론 자체가 유명무실해지자 지난 4월 해제했다. 이번에도 민주당 지도부가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라는 여야 대치국면에서 단일대오 형성을 위해 경고했지만 실효성이 의심받고 있다. 가결이 강제적 당론이었던 새누리당은 표결 참석 의원 중에는 반대가 없었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구본영 칼럼] 화려한 합의, 멀어만 보이는 통일

    [구본영 칼럼] 화려한 합의, 멀어만 보이는 통일

    휴전선 가까이 강원도 양구의 산야는 짙푸름을 더해 가고 있었다. 휴가 나온 병사들이 드문드문 오갈 뿐 최전방의 거리는 한산했다. 지난 주말 군부대로 아들을 면회 갔을 때의 풍경이다. 문득 1980년대 초 군 복무 시절의 추억이 떠올랐다. 30여년 전 그해 서해안의 여름도 참 더웠다. 땀에 젖은 군복 안 끈적거리는 살갗에 모기떼가 달라붙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세대가 두번 바뀌고도 남북으로 대치 중인 분단국에 살고 있다는 서글픈 현실에 가슴이 아려왔다. 그간 남북 간에는 7·4공동성명-남북기본합의서-6·15공동선언-10·4선언 등 ‘기념비적 합의’도 많았건만, 통일의 길은 여전히 아득하기만 하지 않은가. ‘10·4선언’을 도출한 노무현-김정일 간 정상회담 대화록을 둘러싸고 남북 및 남남 갈등이 중첩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유무를 놓고 벌이는 여야의 입씨름에 며칠 전 북한도 끼어들었다. 북측 조평통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NLL은 유령선”이라며 “그에 대해 ‘사수’요 ‘고수’요 하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이라고 강변했다. 우리 내부의 갑론을박과는 별개로 북한은 숫제 NLL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세다. 북측이 10·4선언문은 물론 노태우 정부 때의 남북기본합의서 등 모든 합의문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얘기다. 남북 합의문에 대한 북측의 독단적 ‘해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박정희 정부 때인 지난 1972년 오늘, 남북은 7·4공동성명을 공표했다. 자주·평화·민족 대단결 등 통일 3원칙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해석은 천양지차였다. 북한이 말하는 ‘자주’는 ‘남한은 미국의 식민지’라는 전제를 깔고 있었다.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논리로 활용됐음은 물론이다. ‘민족 대단결’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대남전략인 ‘통일전선’을 가리킨다는 점에서 책임 있는 당국 간 협상을 우선하는 우리의 문법과는 너무 달랐다. 민관 구분이 안 돼 일사불란한 북한 세습체제와 달리 여야나 민간단체별로 다른 목소리를 내기 마련인 우리 체제에서 남북 간 합의 이후 남남 갈등이 되레 증폭되는 배경이다. 남측이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을 반쯤 수용한 6·15공동선언 제2항을 보라. 이 조항의 인정 여부를 놓고 여태껏 우리 내부의 보수와 진보, 여와 야가 딴소리를 하고 있지 않은가. ‘서해 공동어로수역 설정’ 협의 약속을 포함한 10·4선언 이행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로 인한 남남 갈등은 극심해지면서 통일로 가는 여정은 한층 험난해 보이는 요즘이다. 북은 체제 유지를 위해 핵 개발에 매달리면서 문을 닫아걸고 있는데도 말이다. 거창한 수사로 버무린 합의가 통일 열차의 엔진 구실은커녕 남쪽 승객들 간 드잡이의 빌미만 되고 만 꼴이다. 독일은 달랐다. 민족성 자체가 건조하고 실용적이어서인지 양독 간 합의문은 언제나 실질적이었다. 서독은 일정 수준 이상의 경협이 동독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보다 기울어져 가는 동독 정권을 강화해 분단 고착화를 초래할 것을 경계했다. 서독은 경제 지원을 지렛대로 동독주민의 여행 자유화와 인권 개선 등을 구체적으로 요구해 관철해 나갔다. 심지어 동독 내 정치범 석방을 대가로 서독 마르크화를 지급하겠다는 비밀 합의가 있을 정도로 디테일에 강했다. 반면 수십조원의 대북 경협 ‘약속어음’을 발행한 10·4선언문은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협의하기로 했다”는 등 막연한 예고편으로 채워졌다. 정작 북한으로 하여금 약속을 이행토록 해 개혁·개방을 이끌 구체적 수단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처럼 남북 간 엄청난 합의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분단 극복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비밀은 이런 데서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도 여기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향후 남북회담에서 화려한 수사보다 하나씩 구체성 있는 합의를 해 쌍방의 실천을 담보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뜻이다. 논설실장 kby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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