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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뮤지컬 ‘불의 검’ 주인공 임태경·이소정

    창작뮤지컬 ‘불의 검’ 주인공 임태경·이소정

    ‘오페라의 유령’‘아이다’ 등 외국 유명 뮤지컬이 잇따라 국내 무대를 장악한 가운데 모처럼 대형 창작뮤지컬 한 편이 야심찬 출정을 준비중이다. 19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하는 ‘불의 검’(김대성 작곡, 이종오 연출)은 창작뮤지컬로는 드물게 순정만화를 원작으로 삼아 일찌감치 화제를 모은 작품. 만화가 김혜린의 ‘불의 검’은 1992년부터 숱한 마니아층을 불러모으며 장장 12년간 장기 연재된 인기 만화로, 올해 ‘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코믹어워드’에서 작품상을 수상했다. 청동기에서 철기로 이어지는 선사 시대, 기억을 잃어버린 전사 ‘아사’와 그를 위해 ‘불의 검’을 만드는 여인 ‘아라’의 절절한 사랑이 기둥 줄거리.2차원 평면 이미지로만 존재하는 두 주인공에게 피와 살을 부여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짊어진 이들은 크로스오버 테너 임태경(사진 오른쪽·32)과 해외파 뮤지컬 배우 이소정(사진 왼쪽·32)이다.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이후 한동안 쉬고 싶어서 처음엔 좀 망설였어요. 지금은 하길 참 잘했다 싶어요. 소재도 새롭고, 노래도 맘에 들고, 무엇보다 또 한번 내안의 틀을 깨는 작업이란 점에서 매력적이에요.”(이소정) “저야말로 장고에 장고를 거듭했습니다. 뮤지컬은 처음인데다 만화에 그려진 ‘아사’는 남자인 제가 봐도 반할 만큼 멋진 캐릭터라 선뜻 엄두가 안 났거든요. 그런데 극중에 고구려 무예가 등장한다기에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을 굳혔어요. 평소 무예에 관심이 많았거든요.”(임태경) 이소정은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주인공 ‘킴’역을 비롯해 여러 작품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배우. 국내에는 ‘마리아 마리아’로 처음 무대에 섰다.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운 음색을 지닌 임태경은 지난해 1집 앨범 ‘센티멘탈 저니’를 발표하면서 크로스오버 음악계의 신성으로 주목받았다.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여려 보이는 외모와 달리 자아가 뚜렷하고, 하고 싶은 일은 꼭 해야 직성이 풀린다. 오랫동안 혼자서 외국 생활을 한 경험 덕에 독립심도 강하다. 임태경은 스위스에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미국에서 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소정은 고등학교 시절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유학 가 음악을 전공했다. “어릴 때부터 음악과 운동을 좋아했지만 꿈은 과학자였어요. 그래서 망설임 없이 공대로 진학했는데 막상 박사과정을 밟으려니 음악이 너무 하고 싶은 거예요. 결국 공부를 포기하고 3년 반 동안 음반 준비에 매달렸지요.”(임태경) 성악가인 이모의 영향으로 4살때부터 노래를 했고, 부전공으로 성악을 배웠지만 정통 성악에는 관심이 없다. 그는 “뮤지컬이나 영상콘서트처럼 노래와 공연이 합쳐진 장르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모국어로 노래하고 싶은 절실함’때문에 국내로 돌아온 이소정은 이 작품이 끝나면 다시 브로드웨이로 컴백할 계획이다. 뮤지컬 배우보다는 ‘보컬 아티스트’로 불리고 싶다는 그녀는 작사와 동화 창작 등 다재다능한 면모를 갖추고 있다. ‘불의 검’의 주인공 ‘아사’와 ‘아라’는 수많은 여성 팬들에게 신화적인 인물이다. 때문에 두 사람이 아무리 잘해도 그들의 환상을 충족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게 마련. 두 사람의 심정이 궁금했다.“만화의 이미지만을 기대한다면 물론 실망하시겠죠. 만화와 뮤지컬의 차이점을 감안하고 뮤지컬이 줄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을 두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그래도 굳이 만화와 비교하신다면…욕 먹을 각오 해야죠.(웃음)”10월23일까지.3만∼12만원.1588-789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교수들 고교서 논술지도 검토

    2008학년도 이후 대입 제도 등 교육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대학과 고등학교의 연계 체제가 강화된다. 대통령 직속 교육혁신위원회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세종클럽에서 ‘학교교육 발전을 위한 대학 총·학장, 시·도교육감협의회’를 열고 이렇게 합의했다고 밝혔다. 설동근 위원장은 “논술 지도를 비롯한 여러 교육 현안과 관련해 대학과 고등학교가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면서 “지역별로 논술 지도 연구·시범학교를 중심으로 대학 교수들이 고등학교 강사로 참여해 논술지도를 돕는 등 구체적인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혁신위는 이를 위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와 함께 실무자팀을 만들어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매년 한두 차례 대학과 시·도교육청, 교육부 등이 만나 대입은 물론 각종 교육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한편 대교협 회장단과 이사 등 대학 총장들은 이날 모임에서 앞으로 논술고사를 교과지식을 묻는 변형된 형태가 아니라 학생들의 논리력과 사고력, 표현력을 평가하는 본래 의미대로 출제할 것이라고 밝혔다.모임에는 대교협 박영식(광운대 총장) 회장을 비롯해 경희대 김병묵 총장, 고려대 홍승길 부총장, 서울대 정운찬 총장, 연세대 정창영 총장, 이화여대 신인령 총장, 충북대 신방웅 총장, 포항공대 강인석 학생처장 등 20여명의 대학 관계자가 참석했다.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면접·구술 영어평가 대비를”

    올해 대입 수시 2학기 및 정시모집에서 면접·구술고사를 치르는 중·상위권 대학에서는 영어와 수학이 합격을 판가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입 전문기관인 종로학원은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006 수능대비책 및 수시 2학기 모집지원전략 설명회’를 열고 이런 전망을 내놓았다. 수시 2학기 모집 전형에서 면접·구술고사를 실시하는 대학은 일반전형을 기준으로 80곳에 이른다.종로학원은 이 가운데 건국대, 서울대, 숙명여대, 연세대, 중앙대, 포항공대 등 주요 대학들을 중심으로 심층면접 수준의 면접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했다. 분석을 보면 최근 몇 년 동안 주요 대학들의 면접·구술고사에서 영어 문제의 비중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문제의 내용도 단순한 시사 관련 지식을 묻는 데 그치지 않고 수준 높은 교과지식이나 실생활과 연계한 응용 문제가 크게 늘었다. 종로학원은 이와 함께 최근 교육인적자원부가 논술 출제기준을 발표하면서 논술에서 출제할 수 없는 영어 제시문이나 수학과 과학의 풀이 과정을 요구하는 문제가 면접·구술고사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심층면접이 아닌 일반 면접을 실시하는 대학에서도 자기소개서나 학업계획서 등을 통해 영어 실력을 평가할 수도 있다. 김용근 평가실장은 “대학들이 결과보다는 풀이과정을 중요시해 부분 점수를 주기 때문에 미리 겁 먹을 필요는 없다.”면서 “기본 개념을 정리하면서 지원하는 대학의 기출 문제를 꼼꼼히 분석하고 면접 현장에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세계유일 철강대학원 포항공대 9일 개원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은 9일 세계 유일의 철강 전문 교육 연구기관인 철강대학원 개원식을 갖는다. 포스텍은 이에 따라 올해부터 매년 석사과정 37명, 박사과정 15명(총정원 120명)을 선발한다. 이번 학기에는 석사과정 8명, 박사과정 1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학생 선발은 별도로 정해진 전형기간이 없이 연중 수시 지원과 선발이 가능한 ‘상시 입학 허가제’로 운영된다. 이 대학원의 학비는 전액 무료이며, 석사과정은 연 1200만원, 박사과정은 1800만원의 장학금을 받는다. 또 6∼12개월의 해외연수 기회도 주어진다. 개원식에서는 철강대학원이 영입한 세계적인 철강 석학 재료설계분야 브루노 디쿠먼(Bruno C De Cooman·벨기에) 박사와 청정철강생산분야 앙리 게이(Henri R Gaye·프랑스) 박사 등 2명의 전임교수 및 9명의 겸직교수에 대한 임용식도 열릴 예정이다. 포스텍 관계자는 “내년까지 10여명의 철강분야 세계적 석학들을 초빙, 전임교수로 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의 (054)279-2411∼2.포항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부고]

    ●김홍규(전 연세대 법대 교수)씨 별세 종훈(연세대 의대 부교수)종우(경희대 한의대 교수)씨 부친상 황택현(독일 거주)씨 빙부상 7일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 10일 오전 7시 (02)392-0299●노재민(전 국방부 과장)재옥(나노학원 원장)재정(홈타운부동산 대표)씨 모친상 김종천(전 대전일보 이사)씨 빙모상 8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0일 오전 8시 (02)3410-6908●박근영(환경운동연합 지도위원)이철준(수성엔지니어링 부사장)명준(길륭 부사장)장수(사업)씨 모친상 8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0일 오전 6시 (02)3410-6912●강석원(S-Oil 부장)석무(BIDDLE SAWYER Asia지사장)혜경(열린사이버대학 영어과 교수)씨 모친상 박종성(충남대 영문과 교수)씨 빙모상 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0일 오전 8시 (02)3010-2268●김경은(보성냉장 대표)씨 모친상 이재식(동호상사 대표)노대식(전 노대식산부인과 원장)씨 빙모상 8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0일 오전 8시30분 (02)3410-6916●박상조(고원물산 대표)씨 모친상 8일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 발인 10일 오전 7시 (031)810-5472●노태석(KT 마케팅부문장)씨 모친상 7일 분당 서울대병원, 발인 9일 오전 8시 (031)787-1510●김병옥(장원교역 대표)씨 모친상 이문석(SK케미칼 상무이사)씨 빙모상 김은숙(예원 대표)씨 시모상 7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9일 오전 8시 (02)3410-6924●장용국(법무법인 충정 대표변호사)씨 부친상 7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9일 오전 7시 (02)3410-6915●진왕철(포항공대 신소재공학과 교수)승환(현대자동차 부장)명희(충주대 영문과 교수)경희(군장대 사회복지학과 〃)씨 부친상 손주환(안전공업주식회사 대표)박우수(한국외대 영어과 교수)씨 빙부상 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0일 오전 8시 (02)3010-2239●조운석(전 교육부 교육연구관)충석(전 한국공인회계사회 부장)정삼(전 회사원)씨 모친상 최순신(전 관악고 교장)씨 시모상 한상태(전 조흥은행 테헤란로지점장)씨 빙모상 8일 강남성모병원, 발인 10일 오전 10시30분 (02)592-2660●김종근(영화공간 대표)씨 부친상 8일 강남성모병원, 발인 10일 오전 8시 (02)590-2697
  • “학생 수업태도 호주보다 좋아보여”

    “서울대 학생들은 호주 대학생들보다 출석률이나 수업태도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10년을 채워 65세 정년까지 여기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올 2학기 서울대 공대 컴퓨터공학부에 부교수로 온 호주 출신 로버트 이안 매케이 교수. 그동안 서울대 공대에 외국인이 초빙교수로 온 사례는 많았지만 전임 교원으로 발령받은 것은 매케이 교수가 처음이다. 호주국립대과 영국 브리스톨대에서 공부한 매케이 교수는 9년간 호주 연방 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에 근무한 뒤 1985년부터 뉴사우스 웨일스 호주국방대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중국, 일본, 베트남, 한국 등 아시아권 학자들과 교류가 잦았던 그는 지난해 서울과 부산에서 열렸던 워크숍에 참석했을 때 서울대로부터 교수직 제의를 받았다. 그는 “현재 호주무역청에 근무하는 약혼녀와 당분간 떨어져 지내야 하는 등 개인적으로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연구여건은 여기가 더 낫다고 생각해서 왔다.”고 말했다. 매케이 교수는 이번 학기에 학부 ‘자료구조론’과 대학원 ‘지식표현 및 추론’ 등 2과목을 맡아 가르친다.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6개월새 ‘순경→경장→경사’

    “민생치안의 기본을 지킨 게 저를 진급시킨 일등 공신이죠. 고생하고도 오랫동안 승진하지 못한 선배님들이 많은데 어깨가 한층 무거워집니다.” 6개월 만에 계급장을 두 단계나 올려 단 경찰관이 나왔다. 서울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공대식(33) 경사는 올 3월 순경에서 경장이 된 지 6개월 만인 지난 6일 경사로 승진했다. 경장 진급은 순경 생활 8년 만에 이뤄진 근속 승진이지만 경사 승진은 중요 범인을 검거한 공로로 받은 특진이다. 경찰은 특진 사유가 발생해도 2년 정도의 최소 승진소요 연수를 채우도록 해 왔다. 그러다 지난 7월 최소 승진소요 연수가 없어도 진급할 수 있도록 ‘경찰공무원 승진임용 규정’을 바꿨다. 공 경사는 바뀐 규정의 첫 수혜자다. 더구나 특진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일선 지구대에서 이뤄낸 것이어서 그 가치가 더욱 높다. 특진의 계기는 지난 7월24일 일어났던 서울 송파구 여대생 납치사건이었다. 이튿날인 25일 ‘달리는 차 안에서 남자가 여자를 차 밖으로 떠밀었다.’는 제보를 접한 그는 여대생 납치범일 가능성을 떠올렸다. 문제의 차가 마포대교를 건넜다는 정보를 듣고 이화여대 로터리에서 기다렸다가 1㎞가량 추적한 끝에 범인을 붙잡았다.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세상에 이런일이] 다이어트 로봇개

    |파리 AFP 연합|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의 한 과학자가 사람의 운동량, 음식 섭취량을 체크하면서 과식을 단속하는 로봇 개를 내놓았다고 과학전문 주간지 뉴사이언티스트 10일자가 보도했다. 로봇 개는 와이 파이 기술을 통해 전달되는 감시 대상자의 운동량, 체중, 음식 섭취량 등 각종 정보를 종합해 4종류의 반응을 보인다. 물론 대상자가 만보기를 차고 다니고, 체중계에 오르며 음식 섭취량을 정직하게 보고해야만 한다. 로봇 개는 모든 정보를 종합하여 꼬리를 흔들며 뛰고 즐거운 음악으로 명랑한 분위기를 조성하는가 하면 힘이 없는 동작을 하고 우울한 음악으로 분위기를 가라앉게도 한다. 로봇 개는 언뜻 보면 경망스럽게 보일 수도 있으나 자신의 운동량과 음식 섭취량에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주위에서 항상 격려를 받는 사람이 다이어트에 성공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는 만큼 로봇 개가 다이어트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교사 학부모 성추행’ 끝내 법정으로

    상담 과정에서 학교폭력 피해학생의 학부모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일진회 폭로교사’ J씨에 대해 피해자들이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학부모단체들은 J씨의 출근을 막는 시위를 하는 등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는 6일 “그동안 J교사에게 ‘공개 사과하고 스스로 교단을 떠나라.’고 요구해 왔지만 합당한 조치가 없어 민·형사상 소송 등 법적 절차에 착수했다.”면서 “이와는 별도로 교육당국에 J교사를 고발하고 징계·파면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가협은 지난 5일 흥사단 교육운동본부의 중재로 J교사를 만나 마지막으로 공개사과를 요구했으나, 양측이 합의하지 못해 결국 성추행 의혹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은 이날 오전 학가협과 함께 J교사가 소속한 서울 J중학교 앞에서 시위를 했다. 학사모는 “자체 진상조사 결과 성추행 의혹을 확인했다.”면서 “J교사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부적격 교사’의 한 전형으로 당장 교단을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등도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해 J교사의 퇴진 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공대위에는 청소년폭력예방재단과 강의석(종교자유운동가), 이계덕(전 민노당 대의원), 김혜민(학교폭력예방 청소년활동가), 이영석(한국 청소년단체협의회 청소년의원)씨 등도 참여 의사를 밝혔다. 법률자문을 맡은 강지원 변호사는 “피해자들의 진술이 매우 구체적이고 정황증거도 뚜렷해 법률적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 “성추행 혐의에 대한 형사 고발과 명예훼손 등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관할 동부교육청 관계자는 “1차 진상조사를 벌였지만 양쪽의 주장이 워낙 달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민원·진정·고발 등이 들어오면 다시 조사하겠지만, 고소·고발 등에 따른 사법처리 전까지는 섣부른 징계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저가 지방항공시대] “더 싸고 편안히” 하늘길도 ‘自治’

    [저가 지방항공시대] “더 싸고 편안히” 하늘길도 ‘自治’

    지방 항공시대가 활짝 날개를 폈다. 충북 청주에 본사를 둔 제3민항 한성항공이 지난달 31일 취항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저가 항공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청주∼제주 왕복항공료 9만원’이라는 항공 대중화 시대를 열 것이라는 기대와 서비스 저하를 가져올 것이란 목소리가 엇갈리는 가운데 지방에 둥지를 튼 저가 항공사 설립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다. 일부 자치단체도 지방항공시대 활성화를 위해 적극 뛰어들고 있다. 취항 1주일이 된 6일 현재 한성항공 탑승률은 80% 안팎에 이르고 있다. 장승현 여객운송지점장은 “좌석 66개 가운데 50석 이상씩 차고 있다.”고 말했다. 첫 취항에서 청주에서 47석, 제주에서 29명의 승객이 탔었으나 점차 알려지면서 지금은 승객이 늘고 있으며 청주와 제주의 탑승객이 엇비슷하다. 충청권은 물론 서울과 경기의 남부지역 주민들이 이 비행기를 이용한다. 최근 비행기를 타 본 청주시 박동규(45)씨는 “소형 비행기여서 불안하게 생각했는데 타보니 안전한 것 같다.”면서 “소음이 좀 심한 게 흠이지만 값이 싸 충분히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 항공기는 프랑스로부터 임대로 들여온 ATR72-200기. 내부는 고속버스와 비슷하다. 통로 좌우로 2개씩 좌석이 한줄에 4개만 설치, 비교적 넓은 편이다. 스튜어디스 전보현(23)씨는 “손님들이 무척 만족스러워 한다.”고 자랑했다. 한성항공은 오전과 오후 두차례 청주와 제주를 오간다. 비행시간은 1시간10분. 요금은 편도기준 월∼목 4만 5000원, 금∼일 5만 2000원, 성수기 6만원으로 기존 항공사의 70%선이다. 대신 기내서비스는 없다. 음료수는 판매를 검토하고 있다. 한성항공은 승객이 몰리자 다음달 1∼3일 연휴에는 한 편을 더 늘려 운항할 계획이다. 한우봉 대표는 “11월에는 매일 두 차례 운항하는 김포∼제주 노선을 추가하고 내년쯤에는 비행기 한 대를 더 들여와 중국과 일본 등 가까운 국제선도 운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가항공사 잇따라 설립 제주에어는 내년 6월 운항을 시작한다. 제주도와 애경그룹이 공동으로 설립한 이 항공사는 캐나다 봄바디어사로부터 74인승 터보프롭형 소형 항공기(Q-400) 한 대를 들여와 김포∼제주를 하루 10회 운항한다. 이어 내년 7월 김포∼김해와 김포∼양양, 같은해 10월 김해∼제주 구간을 운항한다. 오는 2008년엔 김포∼울진 노선도 운항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봄바디어사에서 2007년까지 소형 항공기 5대를 할부로 들여온 뒤 이듬해 3대를 추가 구입한다. 올해 말부터 조종사 49명 등 230명의 직원을 채용한다. 항공료는 한성항공과 마찬가지로 기존의 70%를 받을 예정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애경그룹에서 200억원을 더 출자한다.”면서 “제주∼김포는 흑자노선으로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에서는 사업자들이 모두 55억원을 출자, 가칭 ‘전북항공’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전북도 등 자치단체들도 투자자를 찾는 등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이 항공사는 지난 7월26일 발기식과 함께 사무실을 마련한 뒤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짜는 중이다. 경북에서도 민간사업자들이 저가항공사를 설립하기 위해 도에 50억원의 출자를 요구하기도 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행정적인 편의는 봐줄 수 있지만 자본이 불확실한 회사에 투자하는 건 어려워 거절했다.”고 밝혔다. ●엇갈리는 전망 지방 항공사는 요금이 싸다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서비스 측면에서 기존 항공사에 비해 뒤져 고급 기내서비스에 익숙한 고객들이 적응할지는 좀더 지켜 봐야 한다. ‘싼 게 비지떡’이란 인식에다 안전성에 의심을 갖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그러나 국내선의 경우 비행시간이 1시간 안팎에 불과, 비행기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이런 점이 중요한 요인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허희영 교수는 “저가항공은 중국과 일본의 저가항공 시장 침입을 방어하고 통일에 대비해 필요하다.”면서 “국내시장이 저가항공사에 충분한 규모는 아닌 만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지 못하면 정착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과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안전성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며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도 중국과 일본시장에서 저가항공편을 취항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주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안전성 큰 문제 없을 것” 전문가들, 몸체작아 난기류·소음엔 취약 “항공기가 대형이든 소형이든 안전성에는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항공대 항공운항학과 김칠영 교수는 “이는 비행기가 모두 국제기준에 맞게 제작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성항공이 도입한 터보프롭형 비행기에 대해 ‘제트 엔진이 고장나면 프로펠러를 이용해 착륙, 더 안전하다.’는 소문과 관련, 김 교수는 “엔진 자체가 꺼지면 프로펠로도 멈춰 기존 항공기와 똑같다.”고 일축했다. 그는 “항공기는 엔진이 고장나도 일정하게 활공이 가능한데 작은 비행기가 더 많이 날 수 있다.”며 장점을 들었다. 대형 항공기는 가스를 압축한 뒤 분사시켜 나가는 제트엔진을 모두 사용하고 있지만 소형 항공기들은 제트엔진에 프로펠러를 장착하는 경우가 많다. 이 대학 기계공학과 이수용 교수도 “항공기는 무게와 날개 크기가 활공거리를 좌우하는데 소형 비행기는 자체 무게가 비교적 가볍고 탑승객이 적어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거들었다. 이 교수는 “프로펠러를 달면 추진하는데 연료가 덜 들고 이착륙 거리가 짧아져 단거리 비행시 더 경제적이어서 국내선의 경우 프로펠러를 장착한 비행기가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항공법은 운송항공기의 경우 모두 쌍발엔진이 달린 비행기를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부 대형기는 4쌍의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엔진 한 쌍이 고장나도 나머지 엔진이 가동돼 안전성이 한층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소형 항공기는 몸체가 작아 난기류에 더 쉽게 흔들리고 제작비를 덜 들여 소음에는 취약한 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미국 보잉사에 여객기를 의뢰할 때 엔진을 선택해 달도록 하고 있다. 회사 정비시스템 등에 맞는 엔진을 요구하는 것이다. 엔진은 보잉사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 영국 롤스로이스사 등에서 만든다. 청주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월드이슈] 30년새 허리케인 위력3배…무분별한 개발의 ‘역습’

    [월드이슈] 30년새 허리케인 위력3배…무분별한 개발의 ‘역습’

    세계 유일 초강대국 미국이 후진국에나 있을 법한 최대 1만명의 인명피해,100조원의 재산 피해를 남긴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씨름하느라 비틀거리고 있다. 카트리나 같은 허리케인, 태풍, 홍수, 가뭄 등의 기상 재해는 흔히 ‘천재지변’으로 치부되지만 인적·물적 피해를 키운 것은 인간의 탐욕이라는 것이 기상학자들의 중론이다. 대피나 구호체계 미비와 같은 ‘사후적 인재’는 차치하더라도 원천적으로 참화를 키운 것은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이라는 논리다. ●지구 온난화가 재앙의 대형화 초래 유엔이 지난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94∼2003년 전세계에서 홍수와 지진, 허리케인 등 자연 재해로 피해를 입은 이들은 25억명 이상이다. 지난해 말 동남아를 휩쓴 쓰나미(지진해일) 사망자 18만명은 포함되지 않은 숫자다. 이는 그 전 10년간에 견줘 60% 늘어난 수치다. 카트리나는 특이하게도 플로리다주를 거쳐 멕시코만에 들어서면서 오히려 위력이 5등급으로 커져 루이지애나와 미시시피, 앨라배마 등 3개 주를 할퀴고 지나갔다. 미국의 석유 정제시설 중 30% 이상이 자리잡고 있는 멕시코만 일대에서 수증기를 얻어 카트리나의 위력이 커진 것이다.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환경의 응징을 당했다는 주장은 위르겐 트리틴 독일 환경장관이 처음 주장했다. 그는 “카트리나 같은 자연 재해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오직 인간들이 야기한 지구 온난화로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트리틴 장관은 독일이 지난 90년 이후 온실가스 배출을 18.5% 줄였는데, “미국인들은 유럽인에 비해 2.5배나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연중 8∼10차례 발생하는 허리케인 건수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화석연료가 소비되고 이를 채굴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가 소요되는 악순환으로 인해 (허리케인의) 위력이 커졌다는 것이 기상학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기상물리학자 케리 이마누엘은 지난 1970년 이래 허리케인은 3배, 태풍의 위력은 2배 커졌다고 분석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지난 30년간 북대서양 해수면 온도는 섭씨 0.5도 올랐지만 열대성 폭풍우의 위력은 갑절로 커졌다고 분석했다. ●무분별한 습지 개발이 재앙 키워 지난해 자연 재해로 인한 전세계 보험사 지급액은 400억달러 이상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으며, 이는 플로리다주를 연타한 허리케인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지니를 비롯, 모두 4개의 허리케인이 44억달러부터 70억달러까지의 재산 피해를 남겼다. 많은 미국인들이 자연재해에 취약한 플로리다, 대서양과 멕시코만 연안, 캘리포니아 등에 몰리는 것도 재해 피해 증가와 관련,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진 전문가인 로버트 해밀턴은 지적했다. 1969∼89년 상대적으로 허리케인이 잠잠할 때 플로리다 등 남부 해안지대의 무분별한 개발이 강행됐다. 습지에는 호텔과 콘도가 들어섰고 방조제 역할을 하던 모래섬과 삼나무, 층층나무 등 휴양림은 베어졌다.1930년 이래 제방과 운하가 건설되면서 무려 5000㎢의 습지가 사라졌다. 제프리 마운트 캘리포니아대 지질학과 교수는 “5㎢ 습지가 파괴될 때마다 태풍 파고는 60㎝씩 올라간다.”고 짚었다. 습지를 고갈시키고 구릉지대를 불도저로 밀어버림으로써 생태계와 물의 흐름 등 지표 환경이 교란돼 재해를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표면적으로 뉴올리언스를 침수케 한 것은 폰차트레인 호수에 가까운 제방 붕괴였지만, 무너지지 않았더라도 제방은 그 자체로 재앙을 불러들인 원인이다. 미시시피강에서 밀려 내려오는 토사의 흐름을 차단, 결과적으로 멕시코만 연안에 퇴적돼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길을 막아버린 것이다. 환경사학자인 시어도어 스타인버그 교수는 “65년 허리케인 벳시가 덮쳤을 때보다 뉴올리언스는 훨씬 더 멕시코만에 가까이 다가서 있다.”고 말했다. 이젠 만 자체가 도시가 됐다는 얘기다. 루이지애나 주정부는 더 튼튼한 제방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더 훌륭한 제방을 쌓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마이클 처토프 국토안보부 장관이 5일 뉴올리언스시의 복구보다는 이전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발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사상 최악의 재앙이 수습되는 대로 부시 행정부는 교토의정서 비준과 같은 또 하나의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환경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열대성 폭풍 어떤것들이 있나 바다가 만들어내는 ‘핵폭탄’인 열대성 폭풍은 지역에 따라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북미 대륙을 강타하는 허리케인, 동북아시아의 태풍, 인도양의 사이클론, 호주의 윌리윌리 등으로 이름은 다르지만 생성과정은 모두 같다. 이들은 연간 80회쯤 발생하는데, 태풍이 20∼30회로 가장 많다. 허리케인은 8∼10월에 많이 생기며, 한해 평균 10회쯤 나타난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낸 허리케인은 1900년 텍사스주 갤브스톤에서 발생한 것으로 최소 8000명이 숨졌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태풍 가운데 인명피해가 가장 컸던 것은 1936년 8월 발생한 태풍. 사망자 1232명, 실종자 1646명에 이른다. 재산피해가 가장 컸던 것은 2002년 8월 강원도를 강타했던 루사로 무려 5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사이클론은 1년 평균 5∼7회 발생하며, 규모는 태풍이나 허리케인보다 작다. 하지만 피해는 만만치 않아 1991년 발생한 사이클론은 14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지구온난화론 부정하는 세력들 전세계 과학자들이 대형화된 기상재해의 원인을 ‘지구온난화’로 지목하고 있음에도 상당수 미국인들은 이같은 현실을 잘 모르고 있다고 보스턴 글로브가 지난달 30일자에서 신랄하게 지적했다. 이 신문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석탄과 석유 회사들이 온난화 이슈를 희석시키기 위해 수백만달러의 홍보비를 지출해 왔다면서, 미국민 다수가 온난화의 심각성을 외면하게 된 데는 언론도 공동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미 언론은 이 문제를 다룰 때도 정치·외교적 측면에서만 조명할 뿐 농업과 환경·기후 등에 미치는 영향에는 무심하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1995년 미네소타주 공공설비 청문회는 석탄업계가 네 명의 과학자에게 100만달러 이상의 뒷돈을 대 지구온난화 논리를 깨려고 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세계 최대의 정유업체 엑손모빌은 1998년부터 1300만달러 이상을 지구온난화 주장을 무력화하기 위한 언론 홍보와 로비에 지출해 왔다. 마침내 이들 업계는 지난 2000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당선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기후 및 에너지 정책에 반영할 수 있게 됐다. 이듬해 미국이 국제적 기후변화협약인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한 것이 정점이었다. 백악관 고위관리가 지구온난화와 온실가스 배출의 상관관계를 다룬 보고서를 직접 조작한 일도 있다. 백악관 환경회의 수석보좌관 필립 A 쿠니는 2002년과 2003년 기후보고서의 초안을 수정해 사태의 심각성을 희석시키려 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지난 6월7일 보도한 바 있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금호아시아나그룹(1)-창업주 박인천회장家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금호아시아나그룹(1)-창업주 박인천회장家

    “잠깐이면 될 것이다. 아주 잠깐. 이 쇳줄을 넘어 몸을 던지면 될 것이여. 눈 깜짝할 사이면 저 파도에 휩쓸려 들어가 아주 사라져 버리고 말 것잉게.” 문화부장관을 지낸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이창동씨가 지은 금호그룹 창업주 박인천(朴仁天) 일대기인 ‘집념-길위의 길’에는 1923년 당시 23세이던 박씨의 실패담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지금의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보통학교 2학년 중퇴가 학력의 전부인 박씨는 어려서부터 이런저런 장사에 손을 댔지만 실패의 연속이었다. 일본 오사카에 돈을 벌러 갔지만 일주일만에 빈손으로 돌아오며 자살을 염두에 뒀을 정도로 그의 젊은 시절은 상처투성이였다. 이창동씨는 박씨의 일대기를 소설 형식으로 묘사하면서 “박인천의 일생은 우리 역사의 엄정한 상징”이라고 평가했다. ●택시 2대로 운수사업 시작 박씨는 나이 30세를 넘어 정규 교육을 이수하지 못했으면서도 독학으로 지금의 행정고시에 해당하는 보통문관시험에 합격하는 등 놀랄 만한 집념으로 인생의 반전을 이뤘다. 이런 그의 의지는 해방 이후 당시로선 노인 취급을 받고 은퇴할 만한 나이인 46세에 광주에서 미국산 중고택시 두 대로 회사를 차려 광주고속이라는 고속버스 회사를 출범시킨다. 박 회장은 이를 기반으로 삼양타이어(현재의 금호타이어), 석유화학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며 현재 재계서열 10위 그룹으로 키워 냈다. 특히 금호그룹은 5공시절 예상을 깨고 제2민항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성장가도를 달리며 대표적인 호남재벌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박씨가 택시 두 대에서 아시아나항공까지 키워온 대재벌의 창업주로 성장하기까지에는 뼈아픈 실패들이 밑거름이 되었다. 남달리 고집이 세고 남한테 지기 싫어하는 ‘승부욕’이 오늘날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야말로 박씨의 삶은 좌절과 성공을 향한 몸부림, 해방 후 맨주먹으로 출발해 한국 굴지의 재벌을 이루는 과정으로 이어지며 한편의 드라마를 연상시킬 만큼 극적이다. 그래서 한국 현대사의 축소판과 닮은꼴이라는 평가가 많다. 아호가 ‘금호’(錦湖)인 박인천 회장은 1901년 7월5일 전남 나주군 죽포면 동산부락 일명 신기(新基)마을에서 태어났다. 빈농에서 태어난 박 회장은 열 살이 될 때까지 별다른 교육을 받지 못하다가 어머니 손에 이끌려 서당에 다녀야 했다. 또래들보다 늦게 시작한 한학이지만 열다섯살 때 팔현강당에서 개최된 강경(講經)시합에 출전해 최우수상을 받는 등 재능을 발휘했다. 그러나 박 회장은 곧 한문공부에 흥미를 잃고 말았다. 자동차가 신작로 위에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시대에 한문 공부를 해서 뭘 하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결국 열일곱살 되던 해 지금의 초등학교격인 나주 공립보통학교 1학년에 입학했다. 하지만 신식공부에 대한 열의도 2년을 넘지 못했다. 고등학교에 다녀야 하는 나이에 초등학교를 다니며 ‘애늙은이’ 취급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싫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공부에 대한 미련을 접어 버리고 열아홉살 때부터 면화수집상, 대금업, 싸전업 등의 장사를 했지만 손을 대는 족족 손해만 입었다. 이처럼 실패만 거듭해온 박씨가 인생의 전환기를 맞은 것은 일본으로 건너간 직후였다. 일본 오사카에서 보았던 어마어마한 공장 굴뚝 앞에서 조선 사람으로서의 무력감과 좌절감이 그를 바꿔 놓았다.“일본놈들이 어떻게 돈을 벌고 공장을 짓는지 알고 싶다.”는 일념으로 일본 순사 시험을 준비해 합격한 뒤 5년 만인 1929년 보통문관시험에 합격한 이후였다. 그리고 같은 해 이순정 여사를 배필로 맞았다. 박 회장은 8·15 해방을 맞자 택시 두 대를 구입해 운수사업에 뛰어들었다.17만원(圓)의 자본금으로 포드 디럭스 세단 5인승 택시 두 대를 사들였다. 그때 이 돈은 80㎏들이 쌀 44가마를 살 수 있는 액수였다.3남인 삼구 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창업주의 집념, 도전, 개척정신을 본받는다는 취지로 그룹 창업의 모태가 됐던 택시와 똑같은 모델을 구입해 용인 금호아시아나 인재개발원 1층 로비에 전시하고 있다. 사업수완이 있었던 박 회장은 2년여의 짧은 기간에 어느 정도 자본을 축적,48년에 광주여객을 세워 버스운수업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러나 6·25전쟁은 탄탄대로를 걷던 그의 모든 것을 앗아가 버렸다. 하지만 박 회장은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50년대에 광주여객을 전라남도 최대의 여객운송업체로 키워냈다. 이 과정에서 이순정 여사의 내조가 결정적인 힘이 됐다. 올해 95세인 이 여사는 아직도 광주여객을 운영하던 광주시 금남로 212번지에 거주하고 있다. 광주여객을 경영하던 당시 ‘안집’이라고 불렸던 이 집에서 친척, 조카, 버스 차장과 정비공 등 50명의 식솔을 손수 챙길 정도로 남편의 사업을 헌신적으로 도왔다. 1984년 남편과 사별한 이후에도 이 여사는 900명에 이르는 학생들에게 매년 1억원 이상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사회복지시설에 수용된 불우이웃을 돕고 봉사단체를 육성하는 데 앞장서 왔다. 이 여사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민간부문 최고 권위의 ‘적십자 박애장 금장’을 받기도 했다. ●제2민항 선정 ‘제2 도약´ 광주여객을 업계 최고의 반열위에 올려 놓은 박 회장은 이후 방적회사인 전남제사, 고려도자를 비롯해 금호타이어(전 삼양타이어)를 설립,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의 기틀을 다져나갔다. 그러던 박 회장은 1972년 어느 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던 큰 아들 성용에게서 중대한 제안을 받는다.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 있던 사무실로 찾아 온 아들은 “경영성과를 높이고 효율적 운영을 위해 지주회사 설립이 필요하다.”는 건의를 했다. 박 회장은 이를 받아들였고, 같은 해 10월 10일 박성용 교수 등 7명이 발기인으로 참석해 지주회사인 ‘금호실업’ 설립을 결의했다. 박 회장은 또 박 교수를 금호실업 부사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1973년 1월1일 금호아시아나는 박 회장이 초대 그룹 회장에 취임하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출범시켰다. 금호는 그룹체제 출범과 함께 계열사별로 경영관리체제를 정비했다. 금호실업은 장남인 성용, 광주고속은 2남인 정구, 금호타이어는 3남인 삼구, 삼화교통은 첫째 사위인 배영환에게 경영을 책임지도록 했다. 1984년 6월6일 타계한 박인천 창업회장의 뒤를 이어 장남인 박성용 부회장이 그룹 2대 회장에 올랐다. 서강대 교수 재직시절부터 자문역으로 그룹경영을 도와온 박 회장은 금호실업 사장과 그룹 부회장을 거쳐 10년 만에 2세 경영시대를 연 것이다. 박성용 회장은 88년 정부로부터 제2민항 설립업체로 선정되는 경영능력을 발휘했다. 계열사간 합병과 비수익 사업정리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진행해 취임 당시 6900억원이었던 그룹 매출을 1995년 4조원으로 끌어올렸다. 이후 박성용 회장은 1996년 4월 바로 아래 동생인 정구 회장에게 회장직을 물려 주었다. 형제간 친족간 경영권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는 작금의 경영계에 교훈이 될 ‘형제간 화합경영’의 모델을 제시한 셈이다. 박정구 회장이 2002년 지병인 폐암으로 세상을 뜨자 3남인 박삼구 회장이 그룹 4대 회장으로 취임하며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형제경영의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다. 박인천 회장은 슬하에 5남3녀를 두었다. 성용, 정구, 삼구에 이어 4남 찬구 금호석유화학부회장,5남 종구 국무총리 국무조정실 경제조정관 등이다. 딸은 경애, 강자, 현주씨 등 3명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혼맥은 박인천 회장이 생전에 아들딸의 혼사에 매우 신경을 썼기 때문에 정·관·재계 유력 집안과 화려한 혼맥을 맺고 있다. 박 회장은 직접 유력 집안에 줄을 넣어 “사돈을 맺자.”고 청한 적도 있을 만큼 자식들의 혼사를 중요시했다. 특히 호남재벌이면서도 정구, 삼구, 찬구 3형제를 모두 영남 유력 집안에 장가 보냈다. 3세들 결혼도 삼성,LG, 대우그룹과 사돈을 맺는 등 화려한 혼맥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박 회장이 자식들의 결혼을 직접 챙기는 등 혼사를 중요시 여겼지만 유독 큰아들 성용은 부친의 뜻을 어기며 연애결혼을 강행했다. 큰 아들 성용은 미국 예일대에서 유학하던 시절에 미국인 마거릿 클라크를 만나 열애 끝에 1964년에 결혼했다. 박성용 회장은 클라크 여사와 1남 1녀를 뒀다. 장손녀 미영(39)씨는 아직 미혼으로 캐나다에서 머물며 불교 관련 일을 보고 있다. 미국에서 영화 공부를 하고 있는 재영(35)씨는 구자훈 LG화재 회장 3녀인 구문정(30)씨와 결혼해 1남을 두고 있다. 창업주의 큰딸인 경애(71)씨는 제헌의원 출신 배태성씨의 장남 배영환(72) 삼화고속 회장에게 시집을 갔다. 슬하에 배정철·승현·동철·홍철 등 4형제를 낳았다. 2남인 정구 회장은 경북 안동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김익기 전 국회의원의 딸 김형일(59)씨를 배필로 맞았다. 김익기씨는 해태그룹의 창업주였던 박병규씨와 사돈관계이고, 박병규씨는 민병권 전 교통부 장관과 사돈이기도 하다. 정구 회장은 슬하에 은형·은경·은혜씨 등 세 딸과 외아들인 철완씨를 두고 있다. 세 딸은 모두 시집을 갔는데, 재계 유력 집안과 혼사를 맺었다. 장녀 은형(35)씨는 김우중 전 회장의 차남 김선협(포천아도니스CC 사장)씨와 결혼했고, 은경(33)씨는 장상돈 한국철강 회장 차남인 장세홍(한국특수형강 이사)씨와,3녀 은혜(29)씨는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차남 재명(일진경금속 영업담당겸 누브인터내셔널 대표)씨와 혼인했다. 아들 철완(27)씨는 국내에 있는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서 경영수업을 쌓고 있다. 금호미술관장으로 있는 2녀 강자(64)씨는 대한전자재료 회장인 강대균(64)씨와 결혼했다. 강씨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LSE대 출신인 아들 재원(25)씨와 지은과 지영 등 두 딸이 슬하에 있다. 3남인 삼구 회장의 부인 이경결씨는 한국은행·산업은행 총재, 재무장관을 지낸 이정환씨의 둘째 딸이다. 이정환씨는 금호석유화학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삼구 회장의 장남 세창(30)씨는 2003년 3월 교육자 집안 출신인 김현정(29)씨와 결혼했다. 세창씨는 지난 6월 MIT공대 MBA 과정을 졸업한 뒤 미국 회사에 취직했고, 딸 세진씨는 유학 중에 있다. 4남 찬구 금호석유화학 부회장은 위창남 전 광주투금 사장 딸인 위진영씨와 결혼했다. 장남 준경(27)씨는 고려대를 졸업한 뒤 중동 관련 무역회사에서 근무하고 있고, 딸 주형씨는 미국에서 공부 중이다. ●3녀 현주씨 삼성과 사돈 금호가(家)의 화려한 혼맥은 3녀인 현주(52)씨에서 절정을 이뤘다. 현주씨는 대상그룹 임창욱(56) 명예회장과 결혼했다. 현주씨는 1998년 큰딸 세령(28)씨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외동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37)와 결혼시켜 삼성가와 사돈 관계로 맺어졌다. 세령씨와 이 상무가 만나게 된 것은 두 사람의 어머니인 현주씨와 홍라희 여사가 불교신도 모임인 ‘불이회’에서 친하게 지낸 게 계기가 됐다. 연세대 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세령씨는 결혼과 함께 휴학하고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남편을 따라 유학길에 올랐다. 세령씨는 유학 중 2000년 장남 지호를 얻었고, 이듬해 귀국해 이건희 회장 부부와 함께 살면서 지난해에는 딸 원주를 낳았다. 둘째 딸 상민씨는 이화여대를 나와 미국 유학 중이다. 특히 현주씨는 대상그룹의 계열사인 상암커뮤니케이션즈의 지분 75%를 갖고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둘째 딸 상민씨를 2대 주주(17%)로 편입시켜 눈길을 끈다. 5남 종구(47) 국무조정실 경제조정관은 ㈜삼흥복장 사장 이명선씨의 장녀 이계옥(47)씨와 결혼했다. 슬하에 건호, 도윤 등 1남1녀를 두고 있다. 박씨는 미국 시러큐스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내다 1998년 기획예산위원회(현 기획예산처) 공공관리단장(별정직 2급)으로 공직을 시작했다.2002년 수질개선기획단 부단장으로 자리를 잠시 옮겼다가 2003년부터 국무조정실 1급인 경제조정관으로 재직 중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형제경영을 펼치면서도 유독 종구씨만 경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 점도 재계에 비상한 관심거리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박씨는 막내 아들이지만 경제를 전공한 전문가로서 그룹 일에 뜻을 두기보다는 공직에서 자신의 능력을 펼치는 것으로 집안 내에서도 정리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벽안의 맏며느리’ 클라크 여사 ‘벽안(碧眼)의 재벌 며느리’ 박성용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의 부인 마거릿 클라크 박 여사는 미국인이면서도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에 가까웠다. 보수적인 재벌가에서 조용히 남편을 도우며 맏며느리로서 시동생과 동서들을 챙기는 평범한 주부로 살아왔다. ●예일대 수학중 만나 교제 마거릿 클라크 여사는 남편인 박 전 명예회장을 1963년 미국 예일대에서 만났다. 그녀는 대학원 경제학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박 전 회장을 눈여겨봤다. 동양인이면서도 이지적인 이미지에 항상 ‘제니스’ 라디오의 이어폰을 귀에 꽂고 클래식 음악을 듣던 박 전 회장에 대한 호감이 컸다는 게 박 전 회장의 이종 사촌인 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고문 등 친인척들의 전언이다. 박성용 전 회장도 미국인이지만 키도 그리 크지 않고 조신하게 생긴 클라크 여사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사랑이 커갈수록 고통이 더했다. 당시로선 유교적 전통이 강한 밀양 박씨의 장손으로 외국인을 맏며느리로 들인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번민의 세월을 보내던 박 전 회장은 아버지에게 클라크와의 결혼을 허락해 달라는 편지를 보내면서 그녀와 나란히 찍은 사진을 동봉했다. 그러나 아버지 박인천 회장은 그 사진을 둘로 찢어서 봉투에 넣어 아들에게 다시 돌려보냈다. 그것이 박 회장이 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하고 단호한 의사표시였다. 그러나 부모에게 효자로 소문난 박 전 회장은 난생 처음 부모의 뜻을 거역했다.1964년 둘이서 법적 절차만을 갖춘 최소한의 결혼식을 올리고 아버지와 사실상 ‘의절’ 상태에 들어갔다. 물론 박 회장은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하지도 않았고, 결혼식에 참석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자식 이기는 부모 없는 법. 박 회장은 큰 아들 성용이 결혼한 지 2년이 지난 때에 둘째딸 강자가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결혼식을 올리게 되자 아들 집을 방문하게 됐다. 당시 박 전 회장은 예일대경제학박사를 받은 뒤 클리블랜드시에 있는 케이스 공대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었다. 박인천 회장은 클리블랜드 공항에 마중나온 파란 눈의 며느리와 그녀가 품에 안고 있던 장손녀 미영씨를 맞닥뜨린 뒤 얼었던 마음이 녹아 내렸다. 미국인이었지만 수수하면서도 정이 가는 인상을 가진 맏며느리를 보고는 굳게 닫혔던 마음을 2년반 만에 연 것이다. ●자녀들에 한국식 교육 서구 고문은 “성용 형님이 결혼한 뒤 페기(마거릿 클라크의 애칭) 형수에게 집안의 법도 등 예절교육을 많이 시켰다.”면서 “아버님에게 며느리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한국의 며느리가 지켜야할 예절에 대해 귀가 닳도록 얘기를 했다는 말을 형님으로부터 들었다.”라고 회고했다. 실제로 클라크 여사는 미국인이지만 미영씨와 재영씨를 이화여고와 구정고까지 졸업시킨 뒤에야 미국으로 유학을 보냈을 정도로 한국식 자녀교육을 고수했다. 그녀의 한국말은 서툴렀지만 상대방이 하는 얘기를 어느 정도 알아듣는 수준이었다. 클라크 여사는 박 전 회장 사후에 미국 친정에 기거하고 있다. 캐나다와 미국에 있는 미영씨와 재영씨를 가끔씩 만나는 것으로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국내에서 집안의 대소사가 있으면 미국에서 달려와 직접 챙기는 등 아직도 맏며느리로서의 소임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박인천 회장도 한국 집안에 시집온 뒤로 별 탈 없이 큰 며느리의 역할을 해내는 미국 며느리에 대해 뒤늦게 만족감을 표시했다. 박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제작한 탄생 100주년 기념 영상물에서 한 지인에게 “우리 큰 자부(며느리)가 미국 여자입니다. 나도 잘 이해를 하고 또 역시나 데리고 있어 보니까 똑같아요. 한국 며느리나 외국 며느리나. 그리고 이해심도 있어요. 자기들끼리 좋으면 좋은 것이기 때문에 이해하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jrlee@seoul.co.kr ■ 창업주 父子 ‘금연 전도사’ ▲ 창업주의 도전정신을 기리기 위해 용인 인재개발원에 전시된 ‘1933년형 포드 딜럭스세단 5인승’ 옆에서 박삼구(왼쪽) 회장과 박찬구 부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연운동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1986년 금연 캠페인을 시작해 1991년부터는 자체 사업장뿐만 아니라 일선 영업장에까지 금연을 실시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의 이런 금연 노력은 창업주와 2세 경영인들의 건강과 무관하지 않다. 박인천 회장은 1938년 심한 폐병을 앓아 2년 가까이 투병생활을 했다. 지금이야 폐병이 심한 병이 아니지만 당시 폐병을 앓는 환자는 세 명 중 두 명이 죽어나갔다. 경찰이었던 박 회장은 요양을 위해 순천경찰서에서 보성경찰서로 직장을 옮기고, 몸에 좋다는 각종 약과 치료를 받았지만 별반 차도가 없었다. 결국 경찰서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목포에서 개업 중이던 김보형이라는 한의사로부터 1년 동안 녹용을 복용한 이후에야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박 회장은 이후 장수를 누려 84세에 별세했다. 박성용 명예회장도 폐가 좋지 않았다.1985년까지 하루에 담배 두갑을 피울 정도로 애연가였다. 그러나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고 생각하여 흡연운동을 전사적으로 전개했다. 1986년 8월 박 회장을 비롯한 142명의 임직원들이 금연운동에 동참해 매일 담뱃값 대신 푼돈을 모아 만든 ‘금호건강복지기금’을 조성해 금연 캠페인을 시작했다. 1991년 서울 중구 회현동에 있던 그룹 본사 사옥인 아시아나 빌딩을 포함한 전 사업장에 완전금연을 실시했다. 박 명예회장은 이런 공로로 1991년 8월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금연메달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박 명예회장은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폐암으로 운명을 달리했다. 박 명예회장은 평소에도 허리디스크가 있어서 딱딱한 단화를 신지 못하고 스폰지 단화나 등산화 등을 신고 다녔다. 박정구 회장도 폐병으로 2년여 투병생활을 했다.2001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MD앤더슨암센터에서 폐기종 치료를 받아 한때 건강을 되찾아 경영 일선에 복귀했으나 2002년 7월 일산 국립암센터에서 폐암으로 별세했다. 그룹 관계자는 “창업주를 비롯한 2세 경영인들이 공교롭게도 폐가 좋지 않아 고생을 했지만 가족병이라기보다는 경영인으로서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병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회장, 최종건 SK그룹 선대회장과 최종현 회장, 양회문 대신증권 회장 등이 폐암으로 운명을 달리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 차장 이종락·이기철·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오메가 칩’ 세계 첫 개발

    나노 암페어(A)급의 극소전류로 구동되는 광(光)양자테 레이저들을 수백만∼수억개 집적할 수 있는 ‘오메가 칩’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오메가 칩은 기존의 광 반도체 칩보다 집적도를 1000배 이상 향상할 수 있어 차세대 광접속 기술에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포항공대 전자전기공학과 권오대(49) 교수 연구팀은 소리처럼 빛도 닫힌 공간에서 ‘광양자 울타리 효과’에 의해 레이저의 테두리에서 ‘광양자테 레이저’가 발생하며 이 레이저는 극소전류로 구동된다는 점을 발견, 이를 고집적해 ‘오메가(광 메가) 칩’을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광양자 울타리 효과는 닫힌 공간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잘 들리는 ‘소리의 회랑효과’처럼 빛도 닫힌 공간에서 초저전류만으로 구동되는 광양자테 레이저를 얻을 수 있다고 권 교수는 설명했다. 기존 반도체 레이저와 달리 광양자테 레이저는 마이크로 또는 나노 암페어급 극소전류로 구동된다. 뛰어난 온도 안정성을 갖고 있어 소자의 크기나 간격 등을 조정한 고집적 칩을 만들 수 있다. 권 교수팀은 이를 이용해 광양자테 레이저를 1만 6000개(16K),6만 4000개(64K)를 집적한 데 이어 메가급(100만개)으로 집적도를 높인 오메가 칩을 개발했다. 오메가 칩은 방위각 인식능력을 갖고 있어 주행 차량인식, 차선인식, 충돌방지 능력 등의 기술을 접목해 지능형 교통정보 시스템(ITS)에 활용될 수 있다. 물류 자동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존 반도체 레이저와 발광다이오드(LED)를 대신해 조명, 도로교통 표지판, 휴대전화 등 활용 범위가 매우 넓다고 권 교수는 밝혔다. 연구팀은 광양자테 레이저에 대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국내에서 특허등록을 마쳤다. 미국·일본 등에서도 관련 기술에 대해 특허출원중이다.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학교소식]

    ●민사고 7일까지 입학원서 접수 민족사관고등학교(교장 이돈희)는 오는 7일까지 입학 원서를 접수한다. 지원자는 5일까지 민사고 홈페이지(www.minjok.hs.kr)에서 원서를 받아 작성한 뒤 기타 서류를 갖춰 7일 오후 5시까지 본교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접수하거나 혹은 입학관리실에 우편으로 보내면 된다. 모집정원은 일반계열과 국제계열 각각 60∼90명으로 두 계열을 모두 합해 150명을 넘지 않는다. 전형은 서류전형과 영재판별검사, 심층면접으로 이뤄진다. 주소는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소사리 1334번지 225-823 입학관리실. ●고양외고 10일·새달8일 입학설명회 고양외고(교장 강성화)는 10일과 다음달 8일 오후 3시 학교 강당에서 입학설명회를 갖는다. 이날 학교장이 나와 오전 7시에 등교한 뒤 수업을 마치고 담임선생님과 함께 자율학습을 한 뒤 11시에 하교하는 ‘세븐일레븐’ 교육 등 학교 교육의 특성을 소개한다. 김대진 교무부장이 글로벌리더 전형과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전공어 우수자 전형, 복수외국어 구사자 전형 등 다양한 입학전형을 설명한다.2002년에 개교한 이 학교는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90여명이 명문대에 진학했다. ●군포 흥진초교 전학년 대상 바둑 수업 정규수업시간에 바둑을 가르치는 학교가 처음 생겼다. 경기도 군포시 흥진초등학교(교장 우근섭)는 6일부터 전 학년 1350명을 대상으로 한 달에 2시간씩 바둑을 가르친다. 이 학교는 지난해 9월 바둑 교과 특성화학교로 지정, 영재반을 운영해 왔는데 올해부터 바둑에 재능있는 학생을 조기 발굴하고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전교생으로 확대한다. 학생 가운데 재능있는 사람은 영재반에서 배우게 된다. 대한 초등학교 바둑연맹에서 나온 전성대 강사 등 4명이 가르친다. ●첫 졸업생 전원 KAIST 등 진학 한국과학영재학교(교장 문정오)는 지난달 29일 첫 졸업생 14명을 배출했다. 입학 2년 6개월 만에 졸업한 14명은 영재교육과정을 5학기 만에 조기수료한 학생들이다. 이들은 졸업학점 170학점을 취득했고 영어능력시험을 통과했으며 국내외 각종 올림피아드, 수학 경시대회 등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이다. 졸업자 가운데 11명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으로, 나머지는 각각 미국 컬럼비아대와 매사추세츠대(MIT), 포항공대로 진학한다. 해외 유학생의 경우 삼성에서 4년간 한 해 5만 달러의 장학금(MIT)을 받거나 대학측이 주는 장학금과 연구비 기숙사비(컬럼비아대)를 받는다. ●학부모 보람교사제 인기 김포 풍무초등학교(교장 백학춘)에서 지난 4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학부모 보람교사’ 제도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학부모 보람교사’는 다양한 경험과 자격증을 가진 학부모가 매주 매주 2∼3일 학교에 나와 힙합ㆍ풍선 아트ㆍ천연 염색ㆍ수목화 등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이다. 학부모 보람교사는 모두 37명이다. 이들은 270만원을 들여 컴퓨터 등을 설치해 만든 학부모상주지도실에서 평소 수업준비와 공부를 한다. 학부모 보람교사 수업시간엔 담임선생님은 보조교사가 돼 도움을 준다. 학생들은 학부모가 선생님이 돼서 가르쳐 주는 게 자랑스럽고 다양한 교육을 받아서 즐겁다는 반응이다. ●어린이보호구역 정비 경기도 용인시는 다음달 용인, 용마, 토월, 정평, 대치 등 5개 초등학교 주변 지역에서 어린이보호구역을 정비한다. 용인시는 이들 초등학교 주변에 교통량이 많고 학생들이 길을 멋대로 건너고 있어 6억여원을 들여 정비키로 했다. 이 구역 안에 도로 컬러 미끄럼 방지시설을 갖추고 안전 가드레일을 설치한다. 또 어린이보호구역 표지판을 만들고 안전지대에 페인트칠을 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30억∼40여억원을 들여 20개교에서 어린이보호구역을 정비할 계획이다.
  • 새명소 燈火可親 북카페

    새명소 燈火可親 북카페

    “독서의 계절 가을, 책을 읽자.” 얼마전 영국의 BBC 인터넷판은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NOP월드’ 조사를 인용, 한국인이 책·신문·잡지 등 활자매체를 읽는 데 할애하는 시간이 1주일에 평균 3.1시간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조사대상 30개국 중 최하위였다. 그러나 인도(10.7시간)·태국(9.4시간)·중국(8.0시간)의 순으로 독서시간이 길었다. 같은 하위권이지만 미국(5.7시간·23위), 일본(4.1시간·29위) 등도 우리보다 1시간 이상 글을 많이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평균은 6.5시간이었다. 그래서일까. 일상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 지하철 3호선이나 4호선을 타보면 승객들 대부분이 객차 내에 설치된 TV화면만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오히려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다. 어느덧 가을의 문턱이다. 한결 선선해진 출퇴근길에 책 한권 옆에 끼고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친구를 만날 때면 관성에 이끌려 찾아가던 시끄럽고 번잡한 카페 대신 호젓한 분위기의 북카페를 찾는 것은 또 어떨까. 가족 나들이 장소로도 더 없이 좋다. 차를 마시며 책도 읽을 수 있는 북카페가 우리 주변에도 여럿 생겼다. 구립도서관인 성북정보도서관이 운영하는 북카페 ‘문밸리’는 성북구민들 뿐만 아니라 동덕여대·고려대 등 인근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높은 문화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사실 북카페에서 읽을 만한 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렇다면 또 어떤가. 읽고 싶었던 책 한권 들고 찾아가면 되는 것을…. 북카페는 이미 수다만 떨다 시간 때우던 이전의 카페보다 진일보한 새로운 문화 코드로 우리 주변에 다가오고 있다. 글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독서문화 첨병 북카페 책 읽으며 가을 즐긴다 한낮 무더위는 여전하지만 어느덧 입추와 처서도 지나 가을로 가는 길목이다. 휴가니 방학이니 들떴던 마음이 아침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에 가라앉는 것이 못내 아쉽고도 허전하기만 하다. 이럴 때 책으로 마음 한 구석을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 다른 사람들보다 한박자 빨리 가을, 그 여유로운 독서의 계절을 준비할 수 있는 도서관이나 아늑한 분위기의 북카페들을 찾아 나서 보자. 서울 성북구 상월곡동 성북정보도서관 1층 로비에는 북카페 문밸리(Moon Valley)가 독서인들을 기다린다. 40여평 규모로 작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문밸리는 지방자치단체가 만든 공공도서관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세련된 북카페다.‘문밸리’란 이름은 ‘월곡’이라는 이 동네 지명을 영어로 풀이해 만든 것이다. 지난 2002년 3월 문을 연 문밸리는 여러 명이 함께 앉을 수 있는 좌석과 함께 연인끼리 앉을 수 있는 좌석이 창가를 따라 놓여있다. 도서관이 주택가 한가운데 있어 조용한데다 클래식·세미 클래식·재즈 등 부드럽고 귀에 친숙한 선율의 음악이 흘러 여유로운 기분이 절로 난다. 카페라테·녹차 등의 음료는 대개 2000원선으로 저렴하지만 맛은 커피전문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책을 읽다 배가 고프면 볶음밥·가락국수 등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도 있다. 벽면을 따라서는 다양한 주제의 잡지들이 일목요연하게 진열돼 있다. 예전에는 신간과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책도 함께 북카페에 진열해 두었지만 책을 훼손하거나 무단으로 가져가는 사람들이 많아 지금은 진열해두지 않는다. 조정화 도서관장은 “대신 도서관 장서에 진열된 책들을 가지고 내려와 이곳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큰 불편함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곳 북카페의 특징은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들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점자도서·디지털토킹북·스크린리더·실물화상기 등을 카페 한쪽에 두어 일반인들과 시각장애인들이 한자리에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해뒀다. 조 관장은 “내년에는 책을 너무 빨리 읽거나 책을 잘 읽지 않는 등의 독서장애가 있는 어린이들을 위한 코너를 북카페에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시끄럽고 번잡한 분위기의 카페 대신 북카페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늘고있다. 덕분에 사람들 사이에 널리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북카페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종로구 삼청동길에 있는 진선북카페가 대표적이다. 경복궁에서 삼청동으로 진입하는 초입에 눈에 띄는 통나무집이 바로 진선북카페다. 실내뿐만 아니라 테라스, 정원까지 테이블이 놓여진 모습이 마치 유럽의 어느 카페를 연상케 해 이미 유명세를 탄 서울의 대표적인 북카페다. 소설·에세이 등 약 3000여권이 책장에 진열돼있다. 어린이를 위한 책도 책꽂이 한쪽에 따로 마련돼있어 아이들을 데리고 와도 무난하다. 여자친구와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직장인 박정우씨는 “근처 미술관이나 삼청동에서 데이트를 즐긴 뒤 이곳에 들르면 여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면서 “창가에 앉아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책을 읽는 맛이 일품”이라고 말했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1번 출구로 나와 성산로 방면으로 10여분쯤 걷다보면 북카페 잔디와 소나무를 만날 수 있다. 출판사 ‘좋은생각’에서 운영하는 이 북카페의 장점은 족욕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편안한 의자에 앉아 따뜻한 물을 받아두고 족욕을 하며 책을 읽으면 어느새 이마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다. 친구들과 함께 온 대학생 정수현(24·여)씨는 “굽높은 신발을 신고 학교에 온 날이면 절로 이곳을 들르고 싶다.”면서 “족욕을 하면서 책을 보면 영어로 된 원서교재도 쉽게 읽히는 느낌이다.”며 웃었다. 또 무선인터넷이 가능해 진지한 표정을 짓고 노트북으로 과제를 하는 대학생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원목으로 매장을 꾸며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출판사에서 발간한 신간들도 서재에 진열돼있어 쉽게 읽을 수 있다. 문구류나 엽서, 책 등 출판사에서 만든 제품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분당 서현역 근처 서현문고 5층에 있는 북카페 라임은 흰색으로 칠해둔 실내공간에 작은 나무와 꽃 등을 배치해 마치 정원에 파라솔을 친 유럽식 주택에서 책을 읽는 느낌을 준다. 베스트셀러 위주로 2000여권이 비치돼있어 최근 발간된 책의 동향을 파악하기에 좋다. 박완서·조정래씨 등 유명작가와의 만남 등 크고작은 문화행사가 열려 지역주민들에게 사랑받는 곳 가운데 하나다. 출판단지가 있는 파주 헤이리마을에는 시인이자 전직 언론인 출신인 이종욱씨가 반디라는 북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이씨가 읽고 모은 4000여권의 책들을 자유롭게 볼 수 있다. 건물모양도 다소 특이한데다 해질 무렵의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 유명세를 탔다. 서울에서 다소 멀어 발걸음하기가 좀 어려운 편이지만 북카페를 들른 뒤 근처 헤이리 아트밸리를 찾으면 이색적인 갤러리나 박물관에서 주말을 보낼 수 있다. 이화여대 후문 근처에 있는 프린스턴 스퀘어는 외국영화에나 나올 법한 서재의 모습을 하고있다. 책이 빼곡히 꽂혀있는 중후한 느낌의 책장과 넓은 테이블이 마치 외국대학의 도서관을 연상케 한다. 시집·신간·외국서적 등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고루 갖춰져 있는 데다 국내외에서 발행되는 신문·잡지류도 입구에 배치돼있다. 지하층에는 프레젠테이션 장비를 갖춘 세미나실이 있어 미리 예약하면 크고작은 모임을 열 수도 있다. 대전지법 판사로 재직했던 임동진 변호사가 미국 아이비리그식 카페에 착안해 문을 열었다. 규모는 다소 작지만 나름의 전문성을 갖춘 북카페도 많다. 프린스턴 스퀘어 근처에 있는 북카페 그림책정원 초방은 일반인들이 그림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림책 전문 카페다. 그림책 전문출판사인 초방책방에서 운영하고 있는 이 곳에는 특히 어린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이 책장 가득 채워져있다. 특히 매달 마지막주 일요일에는 어린이와 회원들이 함께 벼룩시장을 열고 있다. 스타벅스 인사동점 맞은편 건물에 있는 북스는 서울예대 김호근 교수가 모은 희귀한 그림·디자인책들을 볼 수 있는 북카페다. 김교수가 외국여행과 연구활동을 통해 수집한 1만여점의 도서 및 자료가 비치돼 있다. 특히 일반 대형서점이나 도서관 등에서도 찾기 어려운 자료들도 많아 미술전공자들이 즐겨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대학로 타셴은 예술서 출판사로 유명한 독일 타셴사와의 협력으로 만들어진 아트북 카페다. 아직 국내에 발간되지 않았거나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예술관련 서적과 자료 등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진열된 책은 정가보다 20∼30%정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도 있다. 커피와 와인 등을 즐길 수 있는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대학로의 분위기와 어울린다. 대학로와 인접한 명륜동 시가 있는 풍경은 시집 2만여권이 진열된 시집 전문 북카페로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한국관광공사 지하에도 여행전문 잡지들이 주로 비치돼 있는 북카페 베세토가 자리하고 있다. 이같은 북카페 열기는 백화점에까지 확산되고 있다.현대백화점 중동점은 아내의 손에 이끌려 쇼핑에 따라나선 남편들이 쉴 수 있는 북카페를 9층 갤러리에 만들어 뒀다. 30여평의 공간에 만화·잡지 등 3000여권의 책을 마련해뒀고 커피·생수 등 음료도 공짜로 제공한다. 덕분에 아내를 따라나선 남편들은 여유롭게 쉴 수 있어 좋고 쇼핑에 나선 아내들도 오히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는 평이다. 한편 북카페가 지역사회의 문화를 이끄는 첨병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대 공대 담벼락을 따라 올라가면 북카페 체화당이 있다. 연세대 이신행 교수가 학생과 지역주민과 함께 꾸려가는 체화당은 북카페라기 보다는 일종의 지역커뮤니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교수의 집 일부를 개방해 만든 이곳에는 사회과학서적 1600여권을 볼 수 있는데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토요일과 방학에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강좌나 크고작은 문화행사가 열려 동네의 사랑방 구실을 하고 있다. 현암사가 운영하는 북카페 세상으로 열린집도 아현동 지역에서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있다. 신간 300여권이 비치된 이곳은 근처에 마땅히 쉴 공간이 없어 주부와 어린이들이 책을 읽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옥상정원에서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별자리여행을 하는 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하 공간은 주민모임이나 세미나 등을 위해 공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성결대 지역사회개발학부 임형백 교수는 “보다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책을 읽고 지성적인 대화를 나누고 싶은 현대인들의 심리에 의해 북카페가 많이 생겨나는 듯하다.”면서 “북카페는 일회적이고 소모적인 대화만을 나누던 카페에서 문화적 소양을 넓혀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의사소통의 장으로 확산되는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이런점이 ‘2%’ 부족합니다 북카페의 부족한 점도 더러 있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유명한 북카페라 하더라도 읽을 만한 책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북카페들이 신간을 사서 비치할 만큼의 성의와 여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만 더큰 책임은 이용자에게 있다. 책 내용 가운데 일부를 찢거나 함부로 다뤄 훼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무단으로 가져가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때문에 성북정보도서관 ‘문밸리’는 북카페에 비치해뒀던 신간을 모두 도서관으로 옮겨버렸다.‘프린스턴 스퀘어’ 역시 개업 초기 손님들에게 책을 대여해주기도 했지만 되돌려주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대여는 그만뒀다. 또 북카페임에도 일반 카페에서처럼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수다를 떠는 사람들 때문에 전체 분위기를 해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일부 북카페는 흡연·금연석이 제대로 나눠지지 않아 쾌적한 분위기가 연출되지 않는 곳도 있다. 북카페끼리 연대를 하거나 서울시 등이 추진하는 독서 프로그램에 북카페에 대한 고려가 없는 점도 아쉬운 점으로 지적된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자치단체 책관련 행사 풍성 가을의 초입에 들어서면서 서울시와 25개 자치단체에서 책과 관련된 각종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서울 광진구(구청장 정영섭)는 9∼12월 매주 수요일 광진정보도서관 3층 전산강의실에서 진행하는 ‘책만들기 교실’을 개최한다. 참가 대상은 초등학생 1학년 12명이며, 선착순 모집한다. 서울 중랑구(구청장 문병권)는 이달 30일까지 중랑구민을 대상으로 ‘독후감 경진대회’ 참가작을 모집한다. 초등부, 중·고등부, 대학·일반부로 나눠 모집하는데 수상작 상금이 5만∼30만원이다. 서울문화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책읽는서울’ 프로그램도 계속된다. 각 공공도서관별로 다양한 낭독·연극·독후감쓰기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홍대 주변에는 제1회 서울 와우북 페스티벌이 열린다. 홍대 주변에 위치한 출판사를 중심으로 열리는 이 축제에는 거리부스 전시·저자와의 만남·각종 문화행사·강연·책 프리마켓 등이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부고]

    ● 노벨평화상 수상 英 로트블래트 |런던 연합|반핵 운동에 앞장선 공로로 1995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던 영국의 물리학자 조지프 로트블래트 박사가 1일 “잠자던 중 평화롭게” 숨졌다고 그가 설립한 민간단체 ‘과학·세계문제에 관한 로트블래트 퍼그워시 연맹’이 밝혔다.96세.1908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태어난 로트블래트 박사는 1950년 영국 리버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런던대학 물리학 교수로 일하면서 핵무기의 위험성을 널리 알리고 확산을 저지하는 운동에 앞장섰다. ●우영정(자영업)상정(〃)득정(서울신문 논설위원)씨 모친상 1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3일 오전 8시 (02)3410-6911 ●도갑수(청룡환경·한국환경시스템연구원장)씨 별세 준상(MIT 공대 박사과정)나리(마이애미 박사과정)씨 부친상 윤환식(오하이오 박사후과정)씨 빙부상 1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3일 오전 7시 (02)3010-2265 ●백승룡(전 고려대 의무부총장·단국대 의료원장)씨 별세 송애완(송소아과 원장)씨 상부 백종륜(고려대 의과대학 안암병원 정형외과 임상조교수)혜정(가천의대 길병원 안과 부교수)혜선(대한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 책임연구원)씨 부친상 윤문정(추계예대 강사)씨 시부상 서한규(다사랑이비인후과 원장)나경욱(인제대 일산백병원 정형외과 조교수)씨 빙부상 1일 고대안암병원, 발인 3일 오전 8시 (02)929-4099 ●한준수(삼성테크윈 관리팀 차장)지수(이건창호 직원)혁수(성남고 야구부 코치)씨 부친상 1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3일 오전 7시30분 (02)3410-6918 ●문광진(국제라이온스협회 354-C지구 지도위원)광현(자영업)광삼(부산대 법대 교수)광균(국민은행 기업금융부 차장)씨 모친상 홍성호(자영업)이태성(〃)홍성범(농업진흥공사 충남대전지역본부 설계팀장)씨 빙모상 31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3일 오전 7시 (02)3410-6919 ●최영복(전 경희대 아태대학원 부처장)씨 별세 박영의(전 경희대 재무처 부처장)씨 상부 31일 경희의료원, 발인 2일 오후 1시30분 (02)958-9546 ●김용현(로이코전자 과장)용민(사업)씨 부친상 김광희(새한신용정보 성남지점장)씨 빙부상 31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일 오전 9시 (02)3010-2268 ●김경수(삼성증권 부장)흥수(스웨덴대사관 서기관)씨 부친상 1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3일 오전 10시 (02)3410-6905
  • 서울대 총장후보 선출때 학생·직원도 참여한다

    서울대가 총장 후보 선출과정에 외부인사 참여를 확대하고 학생 및 직원 등 교수 이외 구성원들의 의견도 반영키로 결정했다. 서울대 최고의결기구인 평의원회 의장 권욱현 공대 교수는 26일 “25일 평의원회에서 총장후보선출위원회 50인의 인적구성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결과 이렇게 결정했다.”고 밝혔다.권 교수는 “일단 총장후보선출위원회에는 단과대 교수 35명, 외부인사 5명을 임명키로 했고 평의원회에서 10명이 임명될 예정”이라면서 “평의원회에 이미 외부인사들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총장후보선출위에 참여하는 외부인사 비율은 최소 10%, 최대 30%가 된다.”고 말했다. 또 “총장후보선출위원 중 20% 이상을 여성으로 한다는 데도 합의가 이뤄졌고 외부인사 중 일부에 대해 학생 및 일반직원 등 교수 이외 대학 구성원들에게도 추천권을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권 의장은 “구체적 위원 선정은 태스크 포스를 구성해 진행키로 했으며 위원 임명에 관한 최종 결정은 평의원회 운영위원회를 거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서 추진 중인 총장 관선제와 국립대 법인화가 실현되면 서울대 총장 선출 과정이 바뀌는 등 영향을 받을지도 모르겠으나 지금 현재로는 정해진 것이 없어 일단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는 방안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토문강과 두만강 다른 강” 中, 60년대 외교문서서 인정

    “토문강과 두만강 다른 강” 中, 60년대 외교문서서 인정

    토문강(土門江)이 두만강이 아니라는 사실을 중국도 인정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포항공대 인문사회과학부 박선영 교수는 1960년대 북한과 중국 사이에 비밀리에 체결된 국경조약 ‘조중변계조약(朝中邊界條約)’에서 이런 대목을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조약 의정서에서 국경을 따라 촘촘히 설치한 각 경계팻말의 위치를 설명하는 대목에 따르면,9호 팻말을 기준으로 10호 팻말을 찾을 때 ‘흑석구(토문강)’라는 지명이 나온다는 것. 조약 의정서는 9호 팻말의 위도와 경도까지 표기해 두고 있다. 이를 보면 중국도 토문강이 두만강과 다른 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인정했던 것 아니냐는 추정이다. 중국은 조선과 청나라가 압록강과 토문강을 국경으로 삼아 백두산정계비를 세운 1712년 이후 줄곧 ‘당시 토문강은 두만강’이라는 주장을 해왔다. 이는 북간도 지역의 영유권 문제와 연결돼 있는 민감한 문제다. 의정서에는 또 중국이 한국과 일본의 조작이라며 그동안 존재를 부정해 왔던 섬 ‘간도’를 지칭한 대목도 명기돼 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영화속 수능잡기] 마다가스카

    [영화속 수능잡기] 마다가스카

    영국의 동물행동학자 데즈먼드 모리스는 ‘인간 동물원’이라는 책에서 비좁은 공간에 갇혀 지내는 동물도 인간처럼 폭력적인 행동을 한다고 지적한다. 야생에서는 멀쩡하던 동물들이 동물원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 갇히면 비정상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애써 사냥을 할 필요 없으니 그만큼 운동량은 줄고, 하품의 횟수만큼 복부에 기름기가 쌓인다. 낮잠도 하루 이틀이지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따분하고 지루할 게 분명하다. 바로 이 스트레스가 동물들의 비정상적인 행동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사람도 동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데즈먼드 모리스의 주장이다. 인간도 자연 상태를 떠나 사람들이 북적대는 ‘도시’라고 하는 ‘인간동물원’에 갇히면 낙태와 살인이나 자살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데즈먼드 모리슨의 주장이 먹히지 않는 공간이 있다. 바로 영화 ‘마다가스카’의 배경인 뉴욕의 동물원이다. 사자 알렉, 얼룩말 마티, 기린 멜먼, 하마 글로리아는 동물원의 생활이 만족스럽기 그지없다. 그러던 어느 날, 호기심 많은 마티가 탈출기회만을 노리는 정체불명 펭귄 특공대의 꾐에 빠져 야생에 대한 동경을 안고 외출을 시도한다. 알렉스와 친구들은 사라진 마티를 찾기 위해 동물원 밖으로 나가게 되고, 사람들에게 발견된 동물 ‘4총사’는 갑갑한 동물원 탈출을 모의했다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은 채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로 향하는 배에 오르게 된다. 그들에게 마다가스카는 자유의 낙원이 아니었다. 냉혹한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세계였다.‘4총사’는 자유를 얻었지만, 그 자유의 공간은 불안하기 짝이 없는 곳이었다. 시키는 명령에 고분고분 따랐던 동물원의 시절이 더 행복했는지도 모른다. 자기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된 존재, 설령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그 결정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된 존재들은 오히려 노예 시절을 그리워하게 된다. 그들을 감금했던 뉴욕의 동물원을 오히려 그리워하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은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통해 나치즘이라고 하는 전체주의가 대두하게 된 원인을 사회 심리학적 측면에서 분석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자유를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로 구분했다. 전자는 어떤 속박으로부터의 탈출을 의미하는 것으로 일찍이 중세 이후 서구 사회에서 개인이 획득한 종교적, 정치적, 경제적 자유가 여기에 속한다. 반면 외적 억압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고 실천해갈 수 있는 자유가 적극적 자유다. 소극적 자유를 적극적 자유로 전환해갈 수 없는 인간들은 영화 ‘마다가스카’의 ‘4총사’처럼 불안감과 무력감에 휩싸이게 된다. 바로 이런 상황이 나치즘을 낳는 배경이라고 에리히 프롬은 설명한다. 독일의 민중들이 자유에 따르는 불안을 이기지 못하고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권력자에게 자신의 자유를 반납하는 데서 나치즘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영화 ‘마다가스카’는 우리에게 말한다. 노예가 되느냐 자유인이 되느냐는 당신에게 달렸다. 진정한 자유를 원한다면 스스로 판단하고 실천할 수 있는 힘을 길러라. 에릭 다넬·톰 맥그래츠 감독,2005년작.
  • ‘대선자금 조사 반대’ 공방

    노무현 대통령이 24일 “1997년 대선후보 대선자금 조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 적절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정가 안팎으로 번지고 있다. ●X파일 공대위 “수사중단 지시” 반발 한나라당은 ‘월권’‘선별적 과거사 정리’라고 비난했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구성한 ‘X파일 공대위’는 ‘사실상의 수사 중단 지시’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여권은 ‘적절한 입장 표명’이라고 맞서며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이날 상임운영위에서 “어떤 사안에 따라서 ‘수사해라.’‘수사하지 마라.’고 하는 것은 대통령 권한 밖의 일”이라며 “한나라당은 97년 대선과 관련,‘세풍’이다 ‘안풍’이다 해서 수사를 받았고 천안연수원도 헌납했는데 대통령은 마치 한나라당이 아직도 잘못이 많이 있는데 덮어주고 마치 온정을 베푸는 것과 같이 오도하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강재섭 원내대표도 “대통령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은 철저히 파헤치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것은 덮는 식으로 과거사를 선별적으로 정리하려고 한다.”고 꼬집었다.‘X파일 공대위’도 논평에서 “대통령 발언은 97년 불법 대선자금 제공 등 삼성의 불법 뇌물공여 사건을 엄정수사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라며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사실상 수사 중단을 지시한 것은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文의장 “野 과거사규명 반대하더니…” 이에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은 “대통령이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자고 할 때는 ‘민생을 먼저 생각하라.’고 비난하던 한나라당이 이제 미래를 생각하자고 하니까 과거사 문제를 내세워 발목을 잡는 ‘청개구리 발상’을 한다.”고 반박했다.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도 “대통령 발언은 검찰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게 아니다.”며 “핵심 취지는 과거사 진상 규명이 누구를 혼내거나 보복하려는 게 아니라 미래에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라는 점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선은 국회에서도 형성됐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검찰에 대한 명백한 수사 지휘”라며 “지난 97년 김대중·이회창 대선 후보에 대해 수사해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얘기한 것”이라고 추궁했다. ●千법무 “혐의땐 수사할 것” 이에 천정배 법무장관은 “대선자금과 관련된 모든 범죄행위를 다 수사하지 말라고 얘기한 것은 아니기에 수사 단서가 된다면 수사하겠다.”며 “대통령 발언은 검찰 수사라는 특별한 사안을 넘어서는, 대통령 권한 행사의 범위에 속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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