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현 土公사장 “올공급 택지 69%가 수도권”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수도권내 부족한 택지를 공급하는 데 토지공사의 역량을 집중하겠습니다.” 김재현 한국토지공사 사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중동순방을 수행하기 위해 출국하기 전날인 23일 경기도 분당 토지공사 본사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차질없이 택지를 공급하는 게 올해 최대의 경영 목표”라고 설명했다.2기 신도시를 비롯해 수도권내 택지 공급이 줄줄이 예정된 만큼 공공택지 공급 주체인 토공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토공이 올해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어디입니까.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신도시 건설 등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설립 이래 최대 규모인 773만평의 택지를 올해 공급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공급한 택지(297만평)의 두 배가 넘습니다. 이중 (그동안 집값이 많이 오른 편인)수도권에 공급하는 비율이 69%나 됩니다. 내년 이후에도 공급이 잘 이뤄지도록 신규 택지 후보지도 전국 683만평 규모 수준으로 지정할 계획입니다.
▶보상비가 부동산 시장으로 다시 들어가 주택 가격을 올린다는 우려가 적지 않은데요.
-이 문제를 최소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보상비가 수도권의 땅을 사는데 들어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토지상환채권을 발행하려는 것도 보상금이 토지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한 측면이 있습니다.
▶행정도시와 혁신도시는 잘 되고 있습니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는 오는 7월 착공됩니다. 당초 계획대로 강제 수용을 최대한 줄여 협의보상률이 83.1%나 됩니다. 혁신도시는 오는 5월중 토지 보상에 착수해 오는 9월 대구, 울산 등 일부 지역에서 착공에 들어갑니다.
▶개성공단은 어떻습니까.
-북핵 문제로 아직 분양이 남아 있는 개성공단 53만평(300개 업체)은 늦어도 오는 4∼5월중 분양할 계획입니다.
▶토공이 건설업체들에 비싼 값에 땅을 넘겨서 고분양가를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말이 있습니다. 소위 ‘땅 장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요.
-택지 개발 과정을 이해하면 그런 얘기를 할 수 없습니다. 오해에 따른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지요.
-예컨대 토공이 전체 사들인 토지가 100이라면 이를 다 파는 게 아닙니다. 이중 52%는 도로 등 기반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무상으로 주고 있습니다. 택지개발한 토지중 48%를 팔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 중에서도 임대나 중소형 아파트, 학교 등 공공시설의 경우는 원가나 원가 이하로 팔고 있습니다.
▶그러면 어디에서 남나요.
-중대형아파트 택지나 단독택지는 감정가로, 상업용지는 입찰가로 팝니다. 이런 부분에서 이익을 보고 있습니다. 토지공사는 정부로부터 금전적인 지원을 받고 있지 않습니다. 이익이 나면 정부에 배당으로 줍니다. 지난해의 경우 순이익 약 6000억원중 정부에 배당으로 나간 게 2000억원입니다.
▶나머지는 어디에 쓰이나요.
-나머지는 국민임대, 행정중심복합도시, 경제자유구역, 산업단지 등 공공사업 재투자에 썼습니다. 공익성과 수익성을 잘 조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엔 개발이익이 해당 지역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에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개발 이익을 지역에 어떻게 환원시키나요.
-예컨대 현재 장성군 등 전국 47개 지방자치단체와 협약을 맺고 개발 이익을 지자체에 재투자하는 지역종합개발사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곧 착공을 앞둔 남양주의 경우 개발 이익의 50%를 지역에 재투자합니다. 그런데 앞으로 원가공개 등에 따라 이익을 내지 못하는 형태로 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신도시의 질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임대 주택 문제를 놓고 주공과 갈등을 빚기도 했는데요. 밥그릇 싸움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고요.
-오해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합니다. 정부 정책이 중형임대를 많이 공급하는 것이고 그 물량을 다 채우려면 현재의 상태로는 어렵지 않겠느냐 하는 차원에서 토공도 임대주택을 짓는 쪽으로 나온 것 같습니다. 토공이 임대주택을 한다면 펀드를 조성해서 할 것입니다. 직접 나서지는 않을 것입니다.
▶요즘 ‘무능력 공무원 퇴출제’가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토공에서는 몇년 전부터 해오던 일입니다. 지난 2005년부터 1∼2급중 능력과 성과부진자 하위 5%를 보직퇴출자로 뽑아 현장부서에 파견하는 등으로 긴장을 주고 있습니다.
▶인사정책이 앞선다는 평이 많습니다.
-신입사원을 뽑을 때 나이제한과 학력제한을 없앴습니다. 또 지난해부터는 지방대 출신을 입사자의 40% 수준까지 늘렸습니다. 토공이 전국에서 개발사업을 벌이는 만큼 지방대 출신이 중요합니다. 최근 청와대에 인사정책을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외국에서도 토공을 최근 자주 찾는 것 같은데요. 토공이 인정받는 강점이 무엇인가요.
-‘U시티’(유비쿼터스 시티) 조성 기술입니다. 지난 2003년 착공한 화성 동탄을 시작으로 성남판교, 인천청라, 행정중심복합도시, 송파거여 등 앞으로 토공이 시행하는 모든 신도시가 U시티로 조성됩니다. 세계 각지에서 이 기술을 전수받으려 몰려들고 있습니다. 몽골 카자흐스탄 알제리 등과는 신도시 개발 기술 전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습니다.
▶직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점은 무엇입니까.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일하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일은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습니다.1급 간부들에게는 대외 협상력을 갖추고 후배들에게 의지가 되는 ‘적극적인 리더십’을 보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신바람나는 직장도 중요하겠지요.
-가족 같은 회사 분위기를 조성해 직원들이 기분 좋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고 싶습니다. 조직(2800명)의 40%가 3∼4년차의 새내기입니다. 현재 129명의 신입사원이 연수중인데 올해부터 신입사원 하나에 부장급을 한명씩 붙여 지도하도록 하는 ‘멘토제’를 도입했습니다.
정리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기업문화 투명하게 대혁신
토지공사가 수년간 투명한 경영 문화를 만들겠다며 추진하고 있는 경영혁신이 지난해 기획예산처의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 1위라는 영예로 돌아왔다.
김재현 사장은 토마토를 좋아한다. 경영혁신의 모토도 토마토다. 겉이 빨간 색이면 속도 빨갛게 익은 토마토처럼 투명한 토지공사가 되자는 취지에서다. 지난 2005년 신청, 추첨, 계약체결, 잔금 납부, 소유권 이전 등 토지 청약의 모든 과정을 인터넷으로 공개하는 ‘토지매수 고객에 대한 토마토 거래시스템’으로 구체화됐다.
●‘훌륭한 일터´ 추진
최근에는 ‘훌륭한 일터’라는 뜻의 GWP(great work place)를 기업문화로 추진중이다. 임·직원의 청렴의식을 높이고 부조리를 없애기 위해 ‘클린토공 청렴학교’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사회공헌 활동 강화도 혁신활동의 일환이다. 최근 ▲국토사랑 ▲이웃사랑 ▲문화사랑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토공만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체계화했다. 본·지사 26개 지부 1200여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토공 온누리 봉사단’은 지부별로 사회복지기관과 자매결연을 맺어 활동을 펴고 있다.
●5년 연속 매출 4조원 이상
조직의 변화는 높은 경영성과로 이어졌다.2000년 261%였던 금융부채 비율은 지난해 135%로 낮아졌다.5년 연속 4조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는 등 창사 이래 최대 경영성과도 거두고 있다. 토공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20%가량 증가한 5조 3740억원. 순이익은 5831억원.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김재현 사장은 누구
김재현 토지공사 사장은 사내에서 ‘불도저’로 통한다.
1990년 6공 시절 정부의 통일정책사업으로 추진된 통일동산과 자유로 조성사업 때의 일화 때문이다. 당시 김 사장은 이 사업의 총책임을 맡았다.8·15 광복절 기념으로 통일전망대 주차장∼오두산 전망대를 연결하는 오두산1교 개통 준비에 여념이 없었는데 개통을 불과 4개월 앞두고 시공상 문제점이 발견됐다.
마땅히 재시공을 해야 했지만 그럴 경우 광복절에 맞추기가 불가능하다는 게 주변의 지적이었다. 결국 기념행사에 맞춰 임시개통한 뒤 재시공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하지만 그는 철거를 강행했다. 그뒤 4개월간 현장에 상주하며 매일 공정과 현장 상황을 일일이 체크해 오두산1교를 완벽한 상태로 개통시켰다. 이후 자유로도 개통됐다.
그의 이같은 밀어붙이기식은 토공의 조직 혁신에도 적용시켰다. 무능력자 퇴출제 도입, 입사연령 폐지, 지역파괴, 특별승진제 도입 등 혁신 정책을 주도해나갔다. 그래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은 ‘혁신 전도사’로 통한다. 이같은 그의 자신감의 배경에는 토공 설립 원년(1979년) 멤버로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경력이 뒷받침하고 있다.
지역 및 도시계획기사 1급, 토목기술사 자격을 가지고 있으며, 철탑산업훈장, 산업포장 등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주말마다 산을 찾았으나 최근에는 가끔 골프도 즐긴다. 부인 정현옥(58)씨와 사이에 3남.
●프로필 ▲62세 ▲전남 고흥 출생(1945년) ▲순천 농림고 졸(1964년) ▲조선대 토목공학과 졸(1969년) ▲토지공사 입사(1979년) ▲지원사업처장(1993년) ▲택지본부장(1999년) ▲부사장(2001년) ▲사장(200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