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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강북 빌라촌 45.5℃ vs 강남 아파트단지 32.9℃… 더위, 더 낮은 곳에 가혹했다[불평등한 폭염]

    [단독] 강북 빌라촌 45.5℃ vs 강남 아파트단지 32.9℃… 더위, 더 낮은 곳에 가혹했다[불평등한 폭염]

    체감온도 가르는 주거 환경다세대 밀집지역 바람길 없어 ‘후끈’수변·녹지 풍부한 아파트 단지 ‘선선’가난부터 삼킨 살인적 폭염노후 주택, 냉방 에너지 효율 낮아저렴한 임대료에 취약층 비율 높아목숨을 위협하는 극단적 무더위가 일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폭염은 모두에게 똑같이 내리쬐진 않는다. 누군가는 시원한 곳에서 더위를 피하지만, 누군가는 열기를 품은 집과 그늘 없는 일터에서 하루를 버틴다. 기후위기가 심화할수록 폭염은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곳부터 파고든다. 4회에 걸쳐 기후재난이 드러낸 ‘불평등한 더위’의 현장을 짚고 모두를 위한 폭염 대응 해법을 모색해 본다. 합정동 59일, 개포3동 4일. 지난해 여름철(6~8월) 서울에서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을 기록한 폭염일수의 차이다. 2일 서울신문이 서울 주거지역에 설치된 서울시 도시데이터 센서(S·DoT) 데이터로 365개 행정동의 체감온도를 분석한 결과 같은 서울 안에서도 주거 환경에 따라 폭염일수가 10배 이상 차이가 났다. 폭염일수가 높은 지역들은 대체로 노후·다세대주택이 밀집해 있고 고령자와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이 높았다. 지난해 여름철 평균 체감온도 상위 10개 동에서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인 날은 평균 53.3일로 집계됐다. 반면 체감온도 하위 10개 동은 평균 12.0일로, 상위 지역과 4.4배 차이 났다. 체감온도는 같은 기온이라도 습도가 10% 증가할 때 약 1도 오른다. 체감온도 35도 이상이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 기상청은 폭염 경보를 발효한다. 폭염일수 격차는 올해 들어 더 벌어지는 양상이다. 지난 6~7월 평균 체감온도 35도 이상인 날은 상위 10개 동이 평균 8.4일, 하위 10개 동은 0.8일로 집계됐다. 8월을 포함하더라도 폭염 격차가 지난해보다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역에 따라 같은 날 체감온도가 최고 13도 가까이 차이 나기도 했다. 서울 낮 최고기온이 38도까지 오른 지난해 7월 27일 송천동의 체감온도는 45.5도까지 치솟은 반면, 사당5동은 32.9도를 기록했다. 체감온도 상위 10개 동에는 도심 지역 6개동(혜화동·삼청동·무악동·창신2동·숭인2동·가회동)이 포함됐다. 천호2동 등 노후·다세대주택이 밀집한 지역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체감온도 하위 지역(한강로동·수유3동·신대방2동·사당5동·개포3동)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거나 녹지 비율이 높은 동네가 주로 포함됐다. 실제로 이날 오후 1시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꼽히는 홍제동 개미마을의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온도계를 들고 직접 재보니 45.7도까지 치솟았다. 가파른 언덕 사이로 오래된 저층 주택이 빽빽하게 들어서 그늘을 찾기 어려웠다. 에어컨 없이 선풍기 한 대로 생활하는 이영록(78)씨의 집 안은 온도계를 놓은 지 20분 만에 37.8도까지 올랐다. 반면 850여 가구가 모여 사는 강남의 고급 아파트 단지는 나무와 분수가 설치된 휴게공간이 곳곳에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단지 밖에서 35.5도를 가리키던 온도계는 안으로 들어선 지 20여분 만에 33.3도까지 내려갔다. 여름철 평균기온은 비슷해도 주변 환경에 따라 체감온도는 확연한 차이를 드러냈다. 송정동과 북가좌2동은 지난해 여름 평균기온은 29.4도로 같지만, 평균 체감온도는 각각 34.5도와 33.5도로 송정동이 1.0도 더 높았다. 가장 더운 시간대의 기온인 일최고기온(평균) 역시 각각 35.2도와 33.5도로 1.7도 차이 났다. 송정동은 중랑천 제방과 맞닿은 지역으로, 노후 저층주택이 바둑판 형태의 골목을 따라 따닥따닥 몰려 있다. 2021~2025년 도시재생사업으로 주민 쉼터 등 생활 환경이 개선됐고 2023년 서울시의 모아타운 대상지로 선정됐지만, 아직 사업이 진행 중이다. 반면 북가좌2동은 불광천을 끼고 어린이공원 등 수변·녹지 공간이 비교적 풍부하다. 지역의 체감온도를 결정하는 가장 주된 요인은 노후·다세대주택 밀집 여부다. 서울에서 체감온도가 네 번째로 높았던 창신2동의 경우 평균기온은 29.0도였지만 평균 체감온도는 35.2도로 6.2도나 차이 났다. 창신2동의 노후주택 비율은 42.8%에 달한다. 장위2동은 지난해 여름 체감온도 35도 이상인 날이 51일이었고, 평균 체감온도는 34.3도로 서울 평균인 33.5도보다 0.8도 높았다. 이곳은 전체 주택의 약 90%가 단독주택(42%)과 연립·다세대주택(47%)으로 구성됐다. 노후주택 비율도 43.9%였다. 서울 동북권 지역의 다세대주택에 사는 이영순(80세)씨는 하루 중 가장 더운 오후면 큰길 건너 아파트 단지 옆 공원을 찾는다. 이씨는 “집 앞뒤와 옆이 모두 다른 빌라에 둘러싸여 바람 한 점 들어오지 않는다. 한낮에 집 안에 있으면 숨쉬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같은 지역에서도 주택 유형에 따라 체감온도가 크게 달라지기도 했다. 면목3·8동과 맞닿은 면목7동의 평균 체감온도는 32.9도로, 면목3·8동보다 1.9도 낮았다. 빌라촌과 비교해 건물 사이 간격이 넓고 나무 그늘이 이어져 있어 바람도 상대적으로 원활하게 통했다. 이 외에도 홍제3동(35.0도)과 연희동(32.1도), 사당4동(34.5도)과 신대방2동(31.7도)도 각각 2.9도, 2.8도 차이가 났다. 서울연구원은 “건축된 지 오래되고 에너지 효율이 낮은 다세대·단독·연립주택과 영업용 건물 내 주택 등이 폭염 때 열에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오래된 집이 많은 지역은 임대료 등 주거 비용이 저렴한 편이다. 이에 고령층과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이 모이기 마련이다. 서울 서남권 한 행정동의 지난해 여름철 평균 체감온도는 34.7도. 서울 평균(33.5도)보다 1.2도 높은 이 지역은 주택 2채 중 1채가 노후주택(48.3%)이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1.1%,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은 6.2%다. 강남구에 비해 고령인구 비율(16.4%)도, 수급자 비율(3.0%)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서울시는 이곳을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로 선정했다. 장위2동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5.9%,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은 9.2%였다. 건물 밀도와 녹지 규모도 동네별 폭염 위험을 가르는 요인으로 꼽힌다. 건축공간연구원의 지난해 폭염 취약성 분석 연구를 보면 단독주택의 평균 열취약도는 공동주택의 약 1.4배 수준이었다. 단독주택은 골목길과 소형 필지가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덮여 있어 땅이 숨을 쉬지 못하는 ‘불투수 면적’이 넓다. 반면 공용녹지가 어느 정도 확보된 공동주택은 열취약도가 비교적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열섬현상이 심한 도심권은 열대야가 자주 발생해 밤에도 폭염 피해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기후변화에 따라 폭염의 수위와 횟수가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그에 따른 대응 역시 복합적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바람길 등 공공부지 녹지 확충과 무더위쉼터 접근성 개선, 취약계층 주거환경 개선 및 냉방시설 지원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배웅규 중앙대 도시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소규모 녹지를 조성해 열기가 빠져나갈 길을 트고 중장기적으로는 노후주택을 수리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며 “리모델링으로 한계가 있으면 재건축 사업으로 속도감 있게 주거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네 전체 환경을 바꾸는 재개발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쪽방촌처럼 단순 개량만으로는 부족한 곳들은 재개발을 통해 근본적인 주거 환경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오래된 양철문도 불덩이…노후주택 안은 ‘가마솥’[불평등한 폭염]

    오래된 양철문도 불덩이…노후주택 안은 ‘가마솥’[불평등한 폭염]

    “집에서는 에어컨 없이는 못 살 정도이지만 전기료 걱정에 잘 못 틀죠. 그러니 다들 경로당에 모여 더위를 피하고 있습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2일 오후 4시 서울 창신2동 노인정. 노인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집에 에어컨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월 30만원 조금 넘는 기초연금에 기대 생활하는 처지라 함부로 에어컨을 켜지 못한다. 창신2동에서 60년간 살고 있는 주우찬(78)씨는 “여름에 노인들이 함께 더위를 피할 곳은 노인정밖에 없다”고 말했다. 창신2동은 가파르고 좁은 오르막길 사이로 낡은 빌라가 빽빽하게 붙어 있다. 집 안의 열기를 피해 골목으로 나온 노인들은 낡은 의자에 앉아 연신 부채질을 했다. 이곳은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대상지로 선정돼 재개발이 추진중이다. 창신동 쪽방촌에 들어서자 낡은 처마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각 안개 아래로 플라스틱 의자가 줄지어 놓여 있었다. 서울시와 자치구가 설치한 에어컨은 찬 바람을 연신 내뿜는 중이었다. 하지만 한 층에 한 대씩 놓인 수준이라 구석 방의 열기까지 식히는 건 역부족이었다. 25년간 이곳에서 산 성주환(65) 씨의 방문을 열자 뜨거운 공기가 얼굴에 와닿았다. 성씨는 “문을 열어 놓지 않으면 방 안이 바깥보다 더 답답하고 덥다”고 말했다. 같은 날 김복금(80)씨는 12평 남짓한 화곡동 빌라촌 집엑서 민소매 차림에 젖은 수건을 목에 두른 채 더위를 견디고 있었다. 선풍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갔지만 실내 온도는 34도에 육박했다. 얇은 벽과 천장에선 열기가 느껴졌고, 양철 현관문은 맨 손으로 잡기 어려울 만큼 달아오른 상태였다. 김씨는 “에어컨을 틀어도 시원해지는 데 한참 걸리니 아예 안 틀고 만다”고 말했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노후 주택 주민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지만, 이에 대응할 제도적 기반은 부족한 상태다. 서울신문이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 조례를 살펴보니 노후 주택 기준 기간을 명시하고 에너지 효율 개선 등 집수리를 지원하는 조례는 20곳(8.2%)만 갖추고 있었다. 광역지자체 중에서는 서울, 경기, 인천 등 6곳이고, 기초지자체 중에선 수원시, 포천시 등 14곳 뿐이었다. 지자체 사업과 예산은 조례를 토대로 마련되는 만큼 관련 근거가 없으면 사업 추진과 예산 확보가 어렵다. 까다로운 기준 때문에 지원이 절실한 주민이 혜택에서 배제되기도 한다. 김은희 전 도시연대 정책연구센터장은 “노후 주택가의 상당수 시설들은 무허가 건축물이라 정부 지원 대신 시민단체 등 민간 후원으로 집수리가 진행된다”면서 “지원이 가장 절실한 가설건물 등 거주 주민들도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기준이 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민 주거복지연대 센터장은 “집수리 이후 세입자가 밀려나는 부작용 방지를 위해 수리 지원 전에 집주인에게 임대료를 올리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받는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안심집수리 보조사업을 지원받는 임대주택에 4년간 임차료 동결과 세입자의 거주기간 보장을 조건으로 두고 있다.
  • [단독]같은 서울인데 폭염일수 14배…노후 빌라촌이 더 뜨거웠다[불평등한 폭염]

    [단독]같은 서울인데 폭염일수 14배…노후 빌라촌이 더 뜨거웠다[불평등한 폭염]

    상위 10개 동 35도 이상일 53.3일하위 10개 동은 12일…4.4배 격차노후주택 밀집지에 고령·저소득층 겹쳐녹지·바람길 확충하고 집수리 병행해야 목숨을 위협하는 극단적 무더위가 일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폭염은 모두에게 똑같이 내리쬐진 않는다. 누군가는 시원한 곳에서 더위를 피하지만, 누군가는 열기를 품은 집과 그늘 없는 일터에서 하루를 버틴다. 기후위기가 심화할수록 폭염과 폭우는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곳부터 파고든다. 4회에 걸쳐 기후재난이 드러낸 ‘불평등한 더위’의 현장을 짚고 모두를 위한 폭염 대응 해법을 모색해 본다. 합정동 59일, 개포3동 4일. 지난해 여름철(6~8월) 서울에서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을 기록한 폭염일수의 차이다. 2일 서울신문이 서울 주거지역에 설치된 서울시 도시데이터 센서(S·DoT) 데이터로 365개 행정동의 체감온도를 분석한 결과 같은 서울 안에서도 주거 환경에 따라 폭염일수가 10배 이상 차이가 났다. 폭염일수가 높은 지역들은 대체로 노후·다세대주택이 밀집해 있고 고령자와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이 높았다. 지난해 여름철 평균 체감온도 상위 10개 동에서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인 날은 평균 53.3일로 집계됐다. 반면 체감온도 하위 10개 동은 평균 12.0일로, 상위 지역과 4.4배 차이 났다. 체감온도는 같은 기온이라도 습도가 10% 증가할 때 약 1도 오른다. 체감온도 35도 이상이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 기상청은 폭염 경보를 발효한다. 폭염일수 격차는 올해 들어 더 벌어지는 양상이다. 지난 7월 한 달간 평균 체감온도 35도 이상인 날은 상위 10개 동이 평균 8.4일, 하위 10개 동은 0.8일로 집계됐다. 8월을 포함하더라도 폭염 격차가 지난해보다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역에 따라 같은 날 체감온도가 최고 13도 가까이 차이 나기도 했다. 서울 낮 최고기온이 38도까지 오른 지난해 7월 27일 송천동의 체감온도는 45.5도까지 치솟은 반면 사당5동은 32.9도를 기록했다. 체감온도 상위 10개 동에는 도심 지역 6개동(혜화동·삼청동·무악동·창신2동·숭인2동·가회동)이 포함됐다. 천호2동 등 노후·다세대주택이 밀집한 지역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체감온도 하위 지역(한강로동·수유3동·신대방2동·사당5동·개포3동)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거나 녹지 비율이 높은 동네가 주로 포함됐다. 같은 기온도 다른 체감…열기 가두는 노후 골목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꼽히는 홍제동 개미마을. 가파른 언덕 사이로 오래된 저층 주택이 빽빽하게 들어서 그늘을 찾기 어려웠다. 에어컨 없이 선풍기 한 대로 생활하는 이영록(78)씨의 집 안은 온도계를 놓은 지 20분 만에 37.8도까지 올랐다. 반면 같은 날 850여 가구가 모여 사는 강남의 고급 아파트 단지는 나무와 분수가 설치된 휴게공간이 곳곳에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단지 밖에서 35.5도를 가리키던 온도계는 안으로 들어선 지 20여분 만에 33.3도까지 내려갔다. 단지 내 북카페에 있던 주민 김모(72)씨는 “밖보다 단지 안에서 책도 보고 음료수도 마시는 게 훨씬 쾌적하다”고 말했다. 여름철 평균기온은 비슷해도 주변 환경에 따라 체감온도는 확연한 차이를 드러냈다. 송정동과 북가좌2동은 지난해 여름 평균기온은 29.4도로 같지만, 평균 체감온도는 각각 34.5도와 33.5도로 송정동이 1.0도 더 높았다. 가장 더운 시간대의 기온인 일최고기온(평균) 역시 각각 35.2도와 33.5도로 1.7도 차이 났다. 송정동은 중랑천 제방과 맞닿은 지역으로, 노후 저층주택이 바둑판 형태의 골목을 따라 따닥따닥 몰려 있다. 2021~2025년 도시재생사업으로 주민 쉼터 등 생활 환경이 개선됐고 2023년 서울시의 모아타운 대상지로 선정됐지만, 아직 사업이 진행 중이다. 반면 북가좌2동은 불광천을 끼고 어린이공원 등 수변·녹지 공간이 비교적 풍부하다. 폭염 취약 주거지에 고령층·저소득층 몰려 지역의 체감온도를 결정하는 가장 주된 요인은 노후·다세대주택 밀집 여부다. 서울에서 체감온도가 네 번째로 높았던 창신2동의 경우 평균기온은 29.0도였지만 평균 체감온도는 35.2도로 6.2도나 차이 났다. 창신2동의 노후주택 비율은 42.8%에 달한다. 장위2동은 지난해 여름 체감온도 35도 이상인 날이 51일이었고, 평균 체감온도는 34.3도로 서울 평균인 33.5도보다 0.8도 높았다. 이곳은 전체 주택의 약 90%가 단독주택(42%)과 연립·다세대주택(47%)으로 구성됐다. 노후주택 비율도 43.9%였다. 서울 동북권 지역의 다세대주택에 사는 이영순(80세)씨는 하루 중 가장 더운 오후면 큰길 건너 아파트 단지 옆 공원을 찾는다. 이씨는 “집 앞뒤와 옆이 모두 다른 빌라에 둘러싸여 바람 한 점 들어오지 않는다. 한낮에 집 안에 있으면 숨쉬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연구원은 “건축된 지 오래되고 에너지 효율이 낮은 다세대·단독·연립주택과 영업용 건물 내 주택 등이 폭염 때 열에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오래된 집이 많은 지역은 임대료 등 주거 비용이 저렴한 편이다. 이에 고령층과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이 모이기 마련이다. 서울 서남권 한 행정동의 지난해 여름철 평균 체감온도는 34.7도. 서울 평균(33.5도)보다 1.2도 높은 이 지역은 주택 2채 중 1채가 노후주택(48.3%)이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1.1%,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은 6.2%다. 강남구에 비해 고령인구 비율(16.4%)도, 수급자 비율(3.0%)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서울시는 이곳을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로 선정했다. 장위2동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5.9%,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은 9.2%였다. 전문가들은 고령층과 아동의 경우 신체적으로 고온에 취약하고, 저소득 가구는 냉방시설과 주택의 에너지 효율이 떨어져 폭염 대응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경제적 취약성과 열악한 주거 환경이 겹치면 폭염 피해를 키우는 요인이 된다. 같은 지역에서도 주택 유형에 따라 체감온도가 크게 달라지기도 했다. 면목3·8동과 맞닿은 면목7동의 평균 체감온도는 32.9도로, 면목3·8동보다 1.9도 낮았다. 빌라촌과 비교해 건물 사이 간격이 넓고 나무 그늘이 이어져 있어 바람도 상대적으로 원활하게 통했다. 이 외에도 홍제3동(35.0도)과 연희동(32.1도), 사당4동(34.5도)과 신대방2동(31.7도)도 각각 2.9도, 2.8도 차이가 났다. 빽빽한 빌라촌 vs 녹지 품은 아파트 단지 건물 밀도와 녹지 규모도 동네별 폭염 위험을 가르는 요인으로 꼽힌다. 건축공간연구원의 지난해 폭염 취약성 분석 연구를 보면 단독주택의 평균 열취약도는 공동주택의 약 1.4배 수준이었다. 단독주택은 골목길과 소형 필지가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덮여 있어 땅이 숨을 쉬지 못하는 ‘불투수 면적’이 넓다. 반면 공용녹지가 어느 정도 확보된 공동주택은 열취약도가 비교적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열섬현상이 심한 도심권은 열대야가 자주 발생해 낮뿐 아니라 밤에도 폭염 피해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최근 기후변화에 따라 폭염의 수위와 횟수가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그에 따른 대응 역시 복합적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에 바람길 등 공공부지 녹지 확충과 무더위쉼터 접근성 개선, 취약계층 주거환경 개선 및 냉방시설 지원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배웅규 중앙대 도시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소규모 녹지를 조성해 열기가 빠져나갈 길을 트고 중장기적으로는 노후주택을 수리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며 “리모델링으로 한계가 있으면 재건축 사업으로 속도감 있게 주거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네 전체 환경을 바꾸는 재개발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노후 지역일수록 지금보다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해 사업 성공 가능성을 끌어올리는 것도 필요하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쪽방촌처럼 단순 개량만으로는 부족한 곳들은 재개발을 통해 근본적인 주거 환경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내 사건은 혁명”…전자발찌 끊고 사제총 난사한 성병대 ‘오패산 총격 테러’ [듣는 그날의 사건현장]

    “내 사건은 혁명”…전자발찌 끊고 사제총 난사한 성병대 ‘오패산 총격 테러’ [듣는 그날의 사건현장]

    은 대한민국을 뒤흔든 주요 사건들을 통해 숨겨진 진실을 추적하는 시리즈입니다. 과거의 기록을 되짚으며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고 정의와 안전의 가치를 깊이 있게 고찰하는 서울신문의 특화 기사입니다. 서울신문은 기사 내용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AI 음성을 이용해 기사 내용을 재구성했습니다. 2016년 10월 19일 해질녘, 서울 강북구 번동 오패산 터널 인근의 평화롭던 도심 일상은 불과 몇 초 만에 참혹한 비명이 뒤섞인 전쟁터로 변했다. 총기 사용이 엄격히 금지된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사제 총기가 난사되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총탄에 쓰러지는 전대미문의 테러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현장에서 검거된 범인은 당시 46세의 성병대였다. 그는 나무 도마를 가슴과 등에 덧대어 직접 만든 사제 방탄조끼와 헬멧으로 무장한 채 가방 속에 사제 총기와 폭탄까지 소지하고 있었다. 단 25분 동안 벌어진 이 참혹한 총격전으로 27년간 국민의 안전을 지켜온 모범 경찰관이 허망하게 순직했고 시민들은 걷잡을 수 없는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 사건 초기 언론과 대중은 이 비극을 한 미치광이의 우발적 난동으로 바라보았으나 그가 남긴 흔적을 추적할수록 드러난 실체는 심각한 피해망상에 기반을 둔 치밀하고 철저한 계획 범죄였다. 망상과 적개심에 갇힌 전과 9범의 기이한 행적범행을 저지른 성병대는 청소년 강간 등을 포함해 이미 전과 9범의 범죄자였다. 그는 과거 수감 시절부터 조현병 소견을 4차례나 받을 정도로 심각한 정신적 문제를 안고 있었다. 교도소 안에서도 그의 기이한 행동은 계속됐다. 누군가 자신의 음식이나 주사제에 유해 물질을 타서 독살하려 한다는 망상에 빠져 약물 복용을 거부했다. 심지어 머리를 잘라 주는 수용자가 가위로 자신을 찔러 죽일 것이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자신의 머리를 스스로 자르기도 했다. 하지만 수용자가 약물 복용을 거부할 경우 강제로 치료할 수 있는 법적 제도의 공백 탓에 그는 제대로 된 치료 한 번 받지 못한 채 사회로 다시 나오게 되었다. 출소 후 성병대의 망상은 공권력을 향한 극단적인 적개심으로 진화했다. 그는 경찰이 민간인을 포섭하여 자신을 밀착 감시하고 있다는 지독한 편집증에 시달렸다. 특히 위장된 감시원들이 거리에서 서로 가래침을 뱉는 소리 ‘칵’ 하는 소리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자신을 미행하고 암살하려 한다는 황당한 ‘칵퇴 작전’을 굳게 믿었다. 그가 살고 있던 건물 1층의 부동산업자 역시 단순한 이웃이 아니라 경찰이 고용한 잠입 경찰이라고 단정 지었다. 부동산업자가 소개해 준 집으로 이사를 가면 가스 폭발 사고로 자신이 암살당할 것이라는 망상에 빠져 결국 선제공격을 결심하기에 이른 것이다. 나아가 그는 2015년부터 자신의 SNS에 자신의 소설을 연재하며 끔찍한 성범죄 전과조차 경찰이 조작해 누명을 씌운 것이라고 정당화했다. 철저하게 설계된 공권력과의 전면전성병대의 범행 준비 과정은 우발적 범죄가 아닌 공권력과의 전면전을 염두에 둔 테러에 가까웠다. 그는 인터넷에서 총기 제작법을 찾아 집에서 파이프와 화약, 쇠구슬을 조합해 총 10여 자루의 사제 총기를 직접 만들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실험 결과 이 총기는 3m 거리에서 맥주병을 산산조각 내고 인체 피부와 유사한 젤라틴 블록을 관통할 만큼 치명적인 살상력을 지니고 있었다. 체포 당시 그의 가방에는 총기 외에도 사제 폭탄 1개와 창처럼 길게 개조한 칼 4자루를 포함해 7자루의 흉기가 무더기로 들어 있었다. 범행 두 달 전부터는 은행이나 경찰서 앞을 서성이며 동태를 살피는 영상을 몰래 찍어 SNS에 올렸고 범행 8일 전에는 “부패 친일 경찰 한 놈이라도 더 죽이고 가는 게 내 목적이다”라며 대놓고 범행을 공언했다. 특히 그는 오패산 터널 입구의 고지대 수풀을 최적의 매복지로 삼고 동선을 철저히 계산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공포의 25분, 그리고 목숨을 건 시민들의 제압2016년 10월 19일 오후 6시 20분, 성병대는 퇴근하는 부동산업자 이 씨의 등 뒤에서 사제 총을 발사하며 끔찍한 범행을 시작했다. 총알이 빗나가 길을 가던 70대 행인의 복부를 관통하자 그는 가방에서 망치를 꺼내 이 씨를 쫓아가 머리를 수차례 내리쳤다. 직후 인근 골목으로 도주한 성병대는 전자발찌를 억지로 끊어 버리고 무기 가방을 멘 채 미리 봐 둔 오패산 터널 입구 고지대 수풀로 이동해 몸을 숨겼다. 오후 6시 33분, 둔기 폭행 신고를 받고 경찰관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총기 피습 상황임을 전혀 알지 못했던 경찰관들은 방탄조끼 없이 야간 식별용 형광 조끼만을 입고 있었다. 차에서 내린 고 김창호 경감을 향해 성병대는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겼고 쇠구슬 총탄은 김 경감의 어깨를 뚫고 들어가 흉부 장기와 폐를 심각하게 손상시켰다. 성병대가 고지대에서 지속해서 사격을 퍼부어 경찰조차 접근하기 힘들었던 절체절명의 순간, 현장을 목격한 시민들이 목숨을 건 위대한 용기를 냈다. 일부 시민들이 빗발치는 총격을 피해 낮은 포복으로 수풀 뒤쪽으로 몰래 접근했다. 성병대가 잠시 총을 내려놓은 찰나 시민들은 망설임 없이 수풀 속으로 달려들어 그를 완전히 제압했다. 또 다른 시민은 피를 흘리며 쓰러진 김 경감에게 달려가 상처를 압박하며 지혈을 돕기도 했다. 시민들의 목숨을 건 제압이 없었다면 가방 속 폭탄으로 인해 끔찍한 대참사가 벌어질 뻔했지만 안타깝게도 흉부에 치명상을 입은 김창호 경감은 그날 오후 끝내 눈을 감고 말았다. 반성 없는 궤변이 남긴 뼈아픈 과제체포 이후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성병대는 일말의 반성조차 보이지 않았다. 프로파일러와의 면담에서는 “내 머릿속을 읽는 사람과는 말하지 않겠다”고 억지를 부리다가도, 총기 제작법을 묻자 1시간이 넘게 화약 조절 과정과 살상력을 자랑스럽게 털어놓는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 취재진 앞에서는 “내 사건은 범죄가 아니라 혁명이다”라고 외쳤고, 순직한 김 경감에 대해서는 자신이 쏜 총이 아니라 다른 경찰이 쏜 총에 맞았거나 독살당했을 것이라는 황당한 궤변을 쏟아냈다. 그는 스스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으나 배심원단 전원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받아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도 재판장이 경찰의 청탁을 받았다며 법관 기피 신청을 4차례나 냈고 법원이 감형 사유가 될 수 있는 정신감정을 제안했음에도 경찰이 자신을 정신병자로 몰아간다며 완강히 거부했다. 이는 자신의 범행이 혁명이 아닌 정신질환자의 망상으로 치부되는 것을 두려워한 의식적 선택이었다. 결국 법원은 그에게 무기징역을 확정하고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했다.
  • “운 풀리는 관악산”…관악구, ‘삼세판 소원 챌린지’ 확대

    “운 풀리는 관악산”…관악구, ‘삼세판 소원 챌린지’ 확대

    서울 관악구가 다음달부터 ‘관악산 삼세판 소원 챌린지’ 페이백(환급) 이벤트 참여 인원과 혜택을 확대한다고 31일 밝혔다. 구는 ‘관악산을 세번 오르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에서 착안해 관악산 삼세판 이벤트를 운영 중이다. 시행 첫달인 지난 6월에는 일주일 만에, 7월에는 4일 만에 월별 참여 인원인 200명이 마감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이에 구는 더 많은 관악산 방문을 독려하고 골목 상권 활성화에 힘을 보태기 위해 8월부터 예산을 증액하고 혜택 규모를 확대키로 했다. 8월부터 11월까지 월별 참여 인원은 200명에서 400명으로 두배 늘린다. 이벤트에 3번 참여하면 주는 2만원 상당의 ‘완주 보너스’ 대상 인원은 300명에서 450명으로 확대했다. 이벤트 참여 방법은 기존과 동일하다. 관악산 연주대 정상이나 지정된 포토존에서 인증 사진을 남기고, 관악구의 소상공인 점포에서 1만원 이상 쓴 영수증을 제출하면 된다. 1만원 상당의 서울사랑상품권을 지급한다. 다만 대형마트, 프랜차이즈 직영점, 기업형 슈퍼마켓 등에서 쓴 영수증은 인정하지 않는다. 지정된 인증 장소는 관악산 연주대 정상, 별빛내린천(문화플랫폼 S1472 건너편), 남현예술정원, 모래내공원 등이다. 완주 보너스를 받으려면 3번 중 최소 한번 이상은 연주대 정상도 인증받아야 한다. 현장에 설치된 QR코드를 찍거나 ‘관악산 소원챌린지’ 전용 웹페이지에 접속해 사진과 영수증을 제출하면 된다. 구는 인공지능(AI) 기반 검증 시스템으로 중복 참여 등 부정 신청도 관리하고 있다. 인당 월 1회, 전체 기간 중 최대 3번까지 참여 가능하다. 박준희 구청장은 “이번 챌린지가 방문객에게는 즐거움을, 지역 상인에게는 매출 증대 효과를 가져오는 상생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평택시, 주차 공간 늘리고 스마트 기술 더한다…‘주차혁신 종합계획’ 발표

    평택시, 주차 공간 늘리고 스마트 기술 더한다…‘주차혁신 종합계획’ 발표

    경기 평택시가 도시 성장과 생활편의를 연결하는 시민 중심 스마트 주차도시 구현을 목표로 한 ‘평택형 주차혁신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31일 열린 민선 9기 제 3차 회의에서 공유된 평택시 주차계획은 도시 확장과 인구 증가, 산업단지 조성 등으로 증가 추세인 주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기존 공급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공간 발굴, 기존 자원 활용, 스마트 운영체계 구축, 제도 개선 등 4대 전략이 담겼다. 시는 우선 ‘신속한 주차공간 확보’를 추진한다. 저비용·신속 공급을 위해 국·공유지와 민간 빈터 등을 발굴해 임시주차장을 조성하고, 장기적으로는 지역별 수요와 예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권역별 공영주차장을 단계적으로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두 번째 전략은 ‘기존 인프라 활용 극대화’다. 교육기관, 종교시설, 공동주택 등의 부설주차장 개방 지원을 강화하고 기능을 상실하거나 불법 점유된 부설주차장을 집중 관리해 실제 이용이 가능한 주차면을 확보한다. 세 번째 전략은 ‘스마트 주차 운영체계 구축’이다. 무료 공영주차장의 단계적 유료화와 무인 관제 정산시스템을 도입해 주차 회전율을 높이고, 불법 주정차 단속 알림 서비스와 연계된 실시간 주차정보 제공 시스템을 구축해 이용 편의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네 번째 전략은 ‘합리적인 제도개선’이다. 공영주차장 요금체계를 용도지역 특성에 맞게 차별화하고, 현재 전통시장에 적용 중인 90분 무료 주차 혜택을 골목형 상점가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아울러 주차장법 개정에 따라 곳곳에 방치되고 있는 기계식주차장 설치 기준을 현실에 맞게 정비할 계획이다. 최원용 시장은 “주차 문제는 단순히 차를 세울 공간이 부족한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 일상과 안전, 지역 상권의 활력과 직결된 생활 현안”이라며 “새로운 주차장을 확충하는 것과 함께 유휴공간과 기존 시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스마트 기술과 합리적인 제도를 더해 시민이 실제로 편리함을 느낄 수 있는 주차 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 서울시민이 뽑은 자치구 명소 25곳은 어디?

    서울시민이 뽑은 자치구 명소 25곳은 어디?

    서울시가 시민 3만 3000여명이 직접 뽑은 25개 자치구별 대표 로컬명소를 모아 ‘2026 서울에디션25’로 선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시는 선정된 명소를 로컬관광 콘텐츠로 육성해 관광객이 머물고 즐기며 소비하는 체류형 관광을 확산하고, 지역 상권과 지역경제에 활력을 더할 계획이다. 서울에디션25는 시민과 자치구가 추천한 후보군을 대상으로 전문가 심사와 대시민 온라인 투표를 거쳐 자치구별 대표 명소 1곳씩 선정하는 사업이다. 올해는 온라인투표에 총 3만 3911명이 참여해 서울의 숨은 로컬명소에 대한 높은 관심을 모았다. 이번에 선정된 명소는 오래된 도시의 흔적이 새로운 관광 매력으로 재발견된 문래예술창작촌(영등포구), 경동시장(동대문구), 종묘 돌담을 따라 공방과 한옥카페가 이어지는 서순라길(종로구) 등이다. 레트로한 네온사인이 빛나는 을지로 골목(중구), 옛 간이역과 불빛정원이 어우러진 화랑대철도공원(노원구) 등 낮과는 또 다른 서울의 밤을 즐길 수 있는 야간 명소도 포함됐다. 이밖에 관악산(관악구), 은평북한산둘레길(은평구) 등 도심 속 자연‧휴식 공간과 리움미술관(용산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서대문구) 등도 25개 명소에 이름을 올렸다. 시는 이번에 선정된 25곳을 단순한 장소 홍보를 넘어 관광객이 직접 찾아와 즐기고 오래 머무는 로컬관광 핵심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조성호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서울은 산과 강, 골목과 전통시장, 자연과 야경까지 동네마다 고유한 이야기와 매력을 품고 있는 도시”라며, “이번 ‘서울에디션25’를 지역 상권과 숨은 관광자원까지 촘촘히 연결해 누구나 ‘서울 사람처럼’ 머물고 즐기며 소비하는 서울 대표 로컬관광 브랜드로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 폭염 위기가구 찾아요…성북 ‘구석구석발굴단 혹서기 집중 발굴 캠페인’

    폭염 위기가구 찾아요…성북 ‘구석구석발굴단 혹서기 집중 발굴 캠페인’

    서울 성북구가 계속되는 폭염에서 지역 위기가구를 미리 발견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구석구석발굴단 혹서기 집중 발굴 캠페인’을 전개했다고 31일 밝혔다. 캠페인은 혹서기 무더위에 건강과 생계 위협이 커지는 취약계층을 조기에 살피고자 추진됐다. 구석구석발굴단은 2022년 구성된 주민 중심의 복지 인적 자원망이다. 지역 사정에 밝고 봉사 의지가 강한 20개 동 주민 122명이 참여하고 있다. 발굴단은 매월 활동을 진행 중이며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커지는 여름과 겨울철에는 집중 발굴 활동으로 복지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발 벗고 찾아 나서고 있다. 캠페인 기간 각 동 구석구석발굴단원들은 주택가와 골목상권을 누비며 현장 홍보를 했다. 주거 취약지역 가구의 우편함과 문고리에 복지 도움 안내문을 부착하고 부동산·편의점·병의원·약국 등 주민 이용이 잦은 생활 밀착형 업소를 찾아 복지 사각지대 위기가구 발견 시 신고 방법과 제보 절차를 안내했다. 주요 홍보 내용은 ▲‘성북희망톡’, ‘복지위기 알림 애플리케이션(앱)’ 등 온라인 신고 창구 ▲‘보건복지부(129), 서울시 안심돌봄(120) 등 전화 상담 창구 ▲복지 사각지대 발굴 홍보 물품 배부 등이다. 주민들은 주변에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발견하면 휴대전화 앱이나 전화로 누구나 제보할 수 있다. 이승로 구청장은 “앞으로도 구석구석발굴단과 긴밀히 협력해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빠르게 발견하고 촘촘히 지원해 든든한 지역사회 보호 체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반값 여행지’ 강진에서 1만원 쓰면, 5000원 환급

    ‘반값 여행지’ 강진에서 1만원 쓰면, 5000원 환급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강진군이 다음 달 27일 개막하는 대표 여름축제인 ‘제4회 강진 하맥축제’와 연계해 지역 소상공인 매출 증대와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내돈내산 SNS 리뷰 이벤트’를 확대 운영한다. 축제장을 찾는 관광객과 군민들의 소비를 지역 소상공인 점포로 유도하고, 실제 이용객이 작성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후기를 통해 지역 상권을 널리 알리는 소비 촉진 사업이다. 강진군은 축제와 지역경제를 연계하는 상생 정책의 하나로 기획했다. 행사는 8월 27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제4회 강진 하맥축제를 전후한 8월 한 달 동안 운영된다. 군은 기존 월 2건이던 참여 인정 건수를 최대 4건으로 확대해 소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고, 지역 상권 이용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참여 방법은 강진군 관내 소상공인 업소 이용 사진과 하맥축제 홍보물(포스터·현수막·축제장 등)이 함께 담긴 사진을 촬영한 뒤, 1만 원 이상 이용한 영수증을 준비해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필수 해시태그와 함께 50자 이상의 이용 후기를 게시하면 된다. 이후 지정된 네이버 폼을 통해 신청서를 제출하면 참여가 완료된다. 아울러 군은 내용이 충실하고 지역 상권 홍보 효과가 높은 게시물을 베스트 리뷰로 최대 50건 선정해 1만 원의 모바일 강진사랑상품권을 추가 지급한다. 선정된 후기는 강진군청 누리집에 게시해 지역 우수 점포를 알리는 홍보자료로 활용함으로써 소상공인의 판로 확대와 점포 홍보에도 도움을 줄 계획이다. 행사 참여자에게는 1만 원 이상 소비 시 5000원 상당의 모바일 강진사랑상품권이 지급된다. 8월 한 달간 최대 4회까지 참여할 수 있어 총 2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을 수 있다. 베스트 리뷰로 선정될 경우 추가로 1만 원 상당의 상품권이 지급돼 최대 3만 원 상당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경품은 신청한 다음 달 15일까지 모바일 강진사랑상품권으로 지급된다. 군 관계자는 “하맥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이 지역 소상공인 업소를 함께 이용하면서 축제의 열기가 지역 상권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이번 행사를 확대 운영하게 됐다”며 “다양한 소비 촉진 정책을 통해 소상공인의 매출 증대와 골목상권 활성화를 이끌고, 강진을 다시 찾고 싶은 관광도시로 만들어 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낱낱의 공간, 겹겹의 시간… 그 여름 묵호는 잔잔했다[박상준의 문장 여행]

    낱낱의 공간, 겹겹의 시간… 그 여름 묵호는 잔잔했다[박상준의 문장 여행]

    첫날 태풍을 만나지 않았다면, 감사함이 이리 컸을까. 잔잔한 묵호항과 두둥실 그림처럼 떠 있는 구름이 마음에 평화를 안겨줬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잠시 멈췄다가 내쉬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순간이 영원이 되었다. ‘여행이란 결국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말처럼, 잊고 있던 내가 거기에 있었다. 채지형 ‘언제라도 동해’ 중에서 ‘여행이란 결국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란 말은 익숙하다. 그런데 이 말은 잊고 있던 나를 발견하는 순간 마음에 콕하고 별처럼 박힌다. 잊고 있던 나는 꿈꾸는 나일 수도, 어느 한철의 뜨거운 생일 수도 있어서, 우리는 그 사실을 두 번 잊지 않으려 낱장의 마음 모서리를 표시 나게 접어두곤 한다. 겹과 겹의 시간이 쌓인 묵호에는 그런 표식이 많아서 걸음을 멈추고 거리의 풍경을 읽는 시간이 길었다. ●차곡차곡 쌓인 묵호의 시간 기차를 탔다. 묵호 가는 길이다. 막 정동진역을 지났다. 차창 밖으로 바다가 흐른다. ‘바다다!’ 하며 별일 아닌 척하지만 들뜬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이미 ‘와~’하며 기차 밖으로 뛰쳐나갈 기세다. 바다에 살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움튼다. 채지형 작가는 2020년 3월 동해시립발한도서관 강의를 위해 묵호를 찾았다. 처음 방문한 건 아니었는데 동해의 속삭임이 유독 크게 들렸다. 9월에는 묵호 논골담길에서 한 달 살기를 했다. 한 달의 첫날, 작가를 맞이한 건 ‘덜컹거리는 문, 방파제를 넘나드는 파도 소리, 그리고 바람의 울음소리’였다. 푸른 바다가 아닌 태풍의 ‘소리에 점령당한 밤’이었다. 다음 날, 아침은 거짓말처럼 맑고 고요했다. 결국 한 달 살기를 두 번 더 연장해 석 달을 살았다. 다음 해에는 ‘한 달’을 뗀 살기를 시작했다. 사진작가인 남편 브루스와 집을 구하고 ‘잔잔하게’라는 이름의 책방도 열었다. 어느새 5년째다. 그날, 작가가 논골담길 바람의언덕에서 만난 ‘잊고 있던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묵호는 2020년만 해도 인기 있는 여행지는 아니었다. KTX가 개통되며 막 여행자들이 찾기 시작하던 시기다. 불과 6년이 지났을 뿐인데 묵호의 여행 열기는 뜨거워도 너무 뜨겁다. 그럴 만도 하다. 묵호역에서 바다가 보이는 도째비골스카이밸리까지 고작 1.5㎞다. 바다가 이처럼 가까운 KTX역은 많지 않다. 더구나 번화하던 묵호의 옛 도심에 새로 자리 잡은 카페와 소품 가게가 역과 바다를 잇는다. 시간이 혼재한 거리는 이채롭기 그지없다. 두 사람은 여전히 묵호에 산다. ‘언제라도 동해(푸른향기)’는 여행기라기보다 그 여정의 기록에 가깝다. ●한의원 옆 소품 가게 동해시는 1980년 강릉시 묵호읍과 삼척시 북평읍이 합쳐 탄생했다. 그래서 묵호와 북평을 중심으로 큰 시가를 이룬다. 묵호는 동해시가 생기기 이전부터 이미 동해를 대표하는 항구였다. 일제강점기이던 1930~40년대에는 태백과 삼척의 무연탄이 기차로 옮겨진 후 묵호항에서 일본으로 빠져나갔다. 1963년에는 묵호등대가 불을 밝혔고 다음 해 묵호항은 국제항으로 승격했다. 명태와 오징어가 풍요를 더했다. 개들이 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녔고 발한삼거리 땅값이 ‘강원도에서 으뜸’이었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90년대 이후로는 과거의 영화만이 낡은 네온사인처럼 길 위에 머물렀는데, 벽화마을을 지나 바다까지 걸어가다 보면 동해의 20세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 같은 풍경이 오히려 젊은 세대에게는 과거로 떠나는 시간 여행이었나 보다. 묵호역에서 발한삼거리를 잇는 거리부터 독특하다. 실상 4차선 도로가 지나니 걷기 좋은 길이라기에는 폭이 넓다. 경북 경주시 황리단길이나 전북 군산시 근대역사문화거리는 좀 더 촘촘하고 호젓한 편이다. 대신 묵호역에서 묵호항까지 신호등이 없다. 사람들은 좌우를 살핀 후 횡단보도로 넘나들고 차들은 그에 맞춰 속도를 줄인다. 또한 여행과 삶, 옛것과 새것이 어울린 전경을 빼놓을 수 없다. 굳이 횡단보도를 건너게 하는 건 할머니와 손주처럼 나란한 상점들 때문이다. 묵호의 생활이 뒤섞인 낡은 상가에 카페와 소품 가게가 숨은그림처럼 존재한다. 묘한동해는 한의원 옆에 있고 작은 클래식 공연장 페르마타 2층에는 ‘노래빠’가 있다. 111호 프로젝트와 끼룩 등은 뉴월드상가 1층에 오밀조밀하다. 등대 모형이 있는 발한삼거리는 그 정점이다. 회전교차로 북쪽 건물은 ‘발리 관광룸클럽’이라는 큰 글자가 두드러진다. 지난 시절의 유흥을 상징하는 간판은 당당히 삼거리의 랜드마크다. 반면 건너편 서쪽 2층 타로 카페 이름은 ‘김수영을 위하여’다. 투명한 천장 위로 물결이 일렁이는 티룸 도야하우스의 옆인데, 1층 계단 입구에는 ‘정오가 조금 못되어 우리는 폐허를 지나 바닷가의 작은 카페로 돌아온다’라는 알베르 카뮈의 글이 적혔다. 동쪽 모퉁이에는 라운드어바웃 동해가 여행자의 핫플로 부상했다. 창밖으로 ‘발리 관광룸클럽’이 보이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곳에서는 옛날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읽힌다. 김수영이라는 이름조차 그러할 것이다. 1960~70년대를 살아온 이들에게는 위대한 시인이고 저항의 아이콘일 테지만, 21세기를 사는 누군가에게는 그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카페의 이름일 따름이다. 서로 다른 세대가 같은 거리에서, 서로의 시간을 읽어가며 이렇듯 어울리고 있다. 조금 떨어져 있기는 해도(그래봐야 발한삼거리에서 2.8㎞다) 어달삼거리 역시 마찬가지다. 채 작가가 책을 쓸 때는 무심히 지나는 바다 곁의 길이었다. ‘이렇게 좋은데 왜 모를까’ 했던 동네의 명소는 이제 동해 여행의 성지다. 길 끝에 펼쳐지는 푸른 바다가 마치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장면 같다. ●괘종시계로 이어진 공간 채지형 작가와 브루스의 여행책방 ‘잔잔하게’도 묵호의 일상에 밀착한다. 발한삼거리 못미처 은행365코너와 헤어숍의 사이의 책방은 안쪽으로 길쭉해 밖에서 보는 입면이 앙증맞다. 책 속의 지혜는 마음 깊은 곳에 숨겨두는 법이라는 은유일까. 잔잔하게 앞서 들른 만능열쇠기공이라는 가게 역시 그러했다. 묵호사거리 지하도의 출구 모퉁이에 자리해 지나치기 쉽다. 그럼에도 기어이 문을 연 건 쇼윈도에 적힌 ‘72년 기능올림픽 은메달(강원지방대회)’이라는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한 까닭이다. 묵호에 아파트가 줄줄이 지어지던 1977년 문을 연 열쇠 가게에서는 열쇠만이 아니라 다양한 기기의 작은 부속품이 박상희 씨의 손에서 고쳐지고 만들어졌다. 피서철에는 자동차 열쇠를 잃어버린 여행객의 주문이 폭주해 덩달아 성수기였다고. 가게 벽면에는 이빨을 새기지 않은 원물의 열쇠가 종과 열을 맞춰 늘어서 있다. 그 가운데 옛날 자동차 열쇠가 여럿 보인다. 괘종시계와 악기도 시선을 끈다. 시계와 악기의 부품을 수리하는 것 역시 그의 일이었다. 정시가 되자 괘종시계는 시간을 맞춰 울렸다. 이제는 들을 수 없는 시간의 소리를, 시침처럼 멈춰 서서 여운이 사라지기까지 귀 기울인다. 만능열쇠기공을 나올 때는 복둥이(개)와 별이(고양이)가 무뚝뚝하게 배웅했다. 같은 해에 태어난 개와 고양이는 11년째 부부처럼 산다. 건너편 묘한 동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 건 열쇠 가게의 별이 때문이 아니라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묘한 동해는 여행을 기억할 수 있는 다채로운 기념품과 소품을 판매한다. 대부분 고양이를 주제로 한 것들이다. 사람이 빚은 세상 모든 고양이의 형상을 한곳에 모은 듯하다. 묘한의 ‘묘(猫)’는 고양이를 이르는 말일 텐데 이 거리에서 동해는 한층 묘한 도시가 된다. 묘한 동해를 나와서는 이웃한 농산물 유통업체의 ‘먹을 복 福‘이라는 글자 앞에 멈춰서 웃고 말았다. 두 가게가 영락없이 복둥이와 별이인 셈이다. ●오늘도 여행의 날들 여행책방 잔잔하게는 묘한 동해에서 멀지 않은 길 건너편이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좌우를 살핀다. 묵호 사람에게는 익숙한 일상일 테지만 여행자에게는 무단횡단만큼이나 낯설다. 책방에서 역시 책보다 괘종시계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제 막 익숙해진 시간의 소리, 괘종의 여운 탓이다. 여행책방 ‘잔잔하게’를 이루는 건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여행책이다. 책방의 슬로건은 ‘책과 함께 당신의 동해 여행이 시작되는 곳’. 채 작가와 브루스는 책방을 방문한 여행자들이 해변에 앉아 책장을 넘기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때 어울리는 책들을 책장에 큐레이션한다. 하지만 여행은 각자가 다르므로 여행자의 시선이 다시 큐레이션 주제로 돌아오기도 한다. 또 하나는 시간과 사연이 깃든 물건이다. 괘종시계는 채 작가 엄마의 약국에서 이미 한 생을 살았다. 괘종시계 옆에 놓인 카세트 플레이어는 그녀의 아버지가 쓰시던 것이다. 앞선 세대에게 카세트 플레이어는 여행의 필수품이었다지. 맨 안쪽 작은 방에는 채 작가가 여행에서 수집한 인형이 가득하다. 인형은 그 나라 사람의 얼굴을 닮았다. 그러니 이곳은 여행책방이지만 ‘여행+책방’이기도 하다. 거기에 묵호의 바다가 일상으로 스민 셈이다. 이를 표현한 말이 ‘잔잔하게’다. 채 작가는 “꽃이 참 잔잔해서 예쁘다”던 엄마의 말을 떠올려 책방 이름을 지었다. 잔잔한 파도, 잔잔한 음악 돌이켜보니 잔잔한 일들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잔잔하게를 나와서는 동쪽바다중앙시장 북문을 지나 바다정원길을 오른다. 묵호의 벽화마을은 논골담길이 유명하지만 동쪽바다중앙시장부터 이미 벽화의 골목은 시작한다. 별빛마을전망대를 지나 묵꼬양치유카페까지, 묵호항과 바다를 오른편에 끼고 기슭을 오르내린다. 누군가의 생활 터를 지날 때는 발소리를 죽인다. 묵꼬양치유카페에서는 동쪽으로 논골담길 전경이 선물처럼 펼쳐진다. 묵호등대와 채 작가가 ‘태풍의 다음 날’을 맞은 바람의언덕이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을 이룬다. 그 너머에 도째비골스카이밸리와 도째비골해랑전망대 또 어달삼거리가 있을 것이다. 그리 이어진 풍경 안에서 마을과 바다는 다정한 이웃이자 삶의 동지다. 채 작가는 해가 지고 논골담길에 하나둘 불이 켜지는 순간을 무척 좋아한다 했다. 기슭에 촘촘한 집들 위로 별들이 고요히 내려앉은 듯한 시간, 저마다 다른 생김과 다른 사연을 간직한 반짝임,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풍경은 삶의 터전이 된 묵호에서 변함없는 여행의 날들을 선물했고 앞으로도 그러할 테지. 그러고 보면 여행은 풍경의 발견이 아닌 생활의 발견, 태도의 변화일 수 있겠다. 날 선 감각은 지우고 낯선 감각을 불러내며, 드러나지 않게 시간과 공간의 사연을 잇대는 여정, 순간이 영원이 될 수는 없지만 현재를 누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 테다. 그래서 여행은 다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된다. 잊고 있던 어제의 내가 오늘은 거기에 있을지 모를 일이다.
  • “민생경제 회복 최우선 과제”… 삶의 현장서 답 찾는 포항

    “민생경제 회복 최우선 과제”… 삶의 현장서 답 찾는 포항

    도의회 의정활동 행정 역량 쌓아소통·책임 행정 위해 쉼 없이 뛸 것철강·미래 신산업 투트랙 육성꿈의 신소재 ‘그래핀’ 선점 총력세입 감소·재정 악화… 체질 바꿀 것원도심 공동화 대비 청년밸리 추진“시민 삶의 현장 속에서 시정 운영의 해답을 찾겠습니다.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신속한 실천으로 옮겨 시민 모두의 일상이 나아지는 소통과 책임 행정을 펼치겠습니다.” 6·3 지방선거 이후 경북 포항시민들은 어려운 지역 사정 속에서도 기대감을 품고 있다. 12년 만에 포항을 이끌어갈 새로운 리더가 선출됐기 때문이다. 박용선(57) 시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3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 시장은 시민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서 들을 수 있는 ‘현장’을 먼저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민선 9기 포항시장 당선 소감은. “저를 믿고 포항의 미래를 맡겨주신 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오직 시민 행복과 포항 발전을 위해 쉼 없이 뛰겠다. 시정 운영의 해답은 반드시 시민 삶의 현장 속에서 찾겠다.” -3선 도의원 출신인 본인의 강점은. “가장 큰 강점은 오랜 현장에서 체득한 위기 극복의 경험에 있다. 철강 산업 현장에서 18년간 노동의 무게를 배웠고 12년간의 도의회 의정 활동을 거치며 행정과 정책을 다루는 역량을 쌓았다. 경북도와 깊은 신뢰를 쌓아온 만큼, 포항시의 시급한 현안들이 도정에 보다 신속하게 반영돼 필요한 예산을 적기에 확보하도록 하겠다. 또한 철강 산업 고도화나 신산업 육성과 같은 굵직한 현안들은 포항시 힘만으로는 풀기 어려운 과제들이다.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쌓아온 인적 네트워크를 온전히 활용해 경북도와 중앙정부를 잇는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겠다.” -시정 최우선 과제는 무엇인지. “시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민생경제 회복’이 최우선 과제다. 포항의 뿌리인 철강 산업이 복합적인 위기를 겪고 있고 고물가와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수많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금융 지원·소비 활성화·상권 경쟁력 강화·전통시장 개선 등을 하나로 묶어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높이고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이 함께 성장하는 지역 경제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겠다.” -지역 산업 위기 해결 전략은. “핵심 전략은 ‘철강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미래 신산업의 흔들림 없는 육성’이라는 투트랙 전략이다. 먼저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와 수소환원제철 전환 등을 통해 철강 산업의 구조를 고도화하고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 포항의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될 미래 신산업의 생태계를 더욱 단단하게 다지겠다. 최근 가시화된 ‘전기추진선박 글로벌 혁신 규제자유특구’ 지정과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착공은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포항을 이끌어갈 새로운 미래 먹거리 사업은. “차세대 미래 먹거리로 주목하고 있는 것이 바로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이다. 그래핀은 철강·배터리·반도체 등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융합형 전략 소재다. 포항은 그래핀 연구부터 상용화까지 ‘전주기 인프라’를 갖춘 유일한 도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그래핀 실증센터 건립’, ‘국가첨단전력기술 지정’, ‘포항 그래핀밸리 조성’을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포항 그래핀밸리를 전·후방 기업 집적뿐만 아니라 기술 개발, 기업 지원, 인력 양성 등이 연계되는 첨단소재 클러스터로 만들어 생태계를 선점할 계획이다.” -취임 후 직접 진단한 포항시의 현재는.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마주한 포항의 현실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무거웠다. 무엇보다 철강 산업이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위기를 겪고 있음을 절감했다. ‘지역별 차등 요금제’의 조속한 시행 및 국회에 계류 중인 ‘K스틸법’과 ‘전기사업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정치권, 철강 도시들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 고부가가치 특수강 중심 철강 산업 체질 개선과 글로벌 탄소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조기에 실현될 수 있도록 정부에 투자를 건의하겠다.” -포항시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데. “현재 시 재정은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와 세입 감소로 엄격한 기준에 따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전체 사업을 면밀히 살펴 계속 이어갈 사업은 든든히 뒷받침하고 재검토가 필요한 부분은 다시 한번 원점에서 점검하겠다. 관행적으로 반복되는 행사성 예산이나 과도한 민간위탁 사업, 시비 부담이 큰 공모 사업 등을 꼼꼼히 따져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겠다. 이를 통해 확보한 소중한 재원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미래 성장 동력 육성 등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민생·경제 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다.” -원도심 쇠락 문제 해결 방안은. “포항은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한 신도시 개발로 주거지와 공공기관 등이 이전해 가면서 도심 공동화 현상이 심화됐다. 평생학습원의 원도심 이전, 옛 포항역 부지 대형 주차장 건립, 버스 노선 개편 등을 추진 중이다. 또 청년창업밸리를 구축해 세대를 연결하고 문화·경제가 살아나는 원도심을 만들겠다.”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시민 여러분들이 위기 때마다 보여준 저력과 성원이 함께한다면 포항의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다고 확신한다. 시민 모두의 삶이 더욱 든든해지고 청년들이 다시 돌아오는 활기찬 포항,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포항의 내일을 함께 만들어 가겠다.”
  • “좋은 책도 외면받는 시대… 지금이 가장 어려운 시기” [이순녀의 이사람]

    “좋은 책도 외면받는 시대… 지금이 가장 어려운 시기” [이순녀의 이사람]

    창립 50년 맞은 한길사언론사 해직 뒤 준비 없이 시작송건호 첫 책 이후 3500권 펴내리영희 ‘우상과 이성’ 필화 겪어문공부 불려 가고 판금 조치도돌이켜 본 출판 반세기90년대 ‘로마인 이야기’ 등 출간대형 인문·역사 시리즈 잇따라사상가 함석헌 선생 책 좋아해‘뜻으로 본 한국역사’에 행복감인간답게 만드는 책책 읽기는 성찰·관용 정신 길러팔릴까 고민하는 상황이 고통교육, 에세이·토론으로 바꿔야공공재 책·책방 체계적 지원을‘한 권의 책은 한 시대의 정신과 사상입니다. 한 권의 책이 인간의 삶을 반듯하게 세웁니다.’ 파주출판도시 한길사 사옥을 찾는 이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문장이다. 건물 출입구 바닥에 새겨진 이 글은 김언호(81) 대표가 쓴 것이다. 더하거나 뺄 것 없는 정갈하고, 옹골찬 문장 안에 한국 출판계의 거목과 국내 대표 출판사가 지나온 궤적과 지향점이 오롯이 담겨 있다. 올해로 한길사는 사람 나이로 치면 지천명(知天命)인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자유언론수호투쟁을 펼치다 동아일보에서 해직된 김 대표는 1976년 출판사 문을 열었다. 이듬해 ‘오늘의 사상신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세상에 나온 한길사의 책은 3500권이 넘는다. 책 만드는 일뿐 아니라 출판 생태계 조성과 문화예술 운동에 남긴 발자취 또한 뚜렷하다. 출판인으로 살아온 반세기는 어땠을까.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책이 지니는 가치와 출판의 본질은 무엇일까. 지난 21일 김 대표를 파주 출판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50주년을 맞아 특별히 기획한 책이 있나. “지난 3월 출간한 ‘백범 강산에 눕다’를 포함해 몇 가지 중요한 책을 준비하고 있다. ‘백범 강산에 눕다’는 언론인 출신 임순만 작가가 김구 선생의 일생을 소설로 재구성한 책이다. 유네스코가 백범 탄생 150주년을 맞아 ‘김구의 해’로 공식 지정한 해에 출판돼 더욱 뜻깊다. 하반기에 나올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 관한 책도 의미가 크다. 1974년 결성돼 50년 넘게 이어 온 한국 천주교의 위대한 집단지성을 한 권으로 정리한 기념비적인 기록물이 될 것이다. 인문 시리즈 ‘한길그레이트북스’의 200번째 책도 곧 나온다. 생태 마르크스주의 이론가 존 벨라미 포스터가 쓴 ‘인류세 시대의 자본주의’라는 책이다. 1996년에 1권 ‘관념의 모험’으로 시작된 한길그레이트북스도 올해로 출간 30년이 됐다.” -직접 쓴 책도 나온다고 들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쓰기 시작한 일기를 정리해 900쪽 안팎의 5권짜리 책으로 엮는 작업을 하고 있다. 격동의 세월을 온몸으로 겪은 출판인으로서의 개인적이고 내밀한 기록인 동시에 한국 출판계의 시대정신과 고민을 담은 역사적 자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9월 출간을 목표로 마무리 단계에 있다.” -처음 출판인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아무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출판사 등록부터 했다고. “기자가 되고 싶어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할 정도로 언론인을 천직으로 여겼는데 신문사에서 해고되고 나니 막막했다. 일 년쯤 고민하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성탄 전날인 12월 24일에 출판사 등록을 했다. 출판이 신문보다 오히려 더 본격적인 언론일 수 있다는 신념으로 대책 없이 출판사부터 차렸다. 당시 책 한 권 조판비가 30만원 정도였는데 그 돈을 마련하지 못해 어머니에게 손을 벌렸다. 그렇게 출판한 첫 책이 송건호의 ‘한국 민족주의의 탐구’다.” -한길사의 출발은 ‘오늘의 사상신서’ 총서다.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우리의 시대정신을 담는 책을 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총서 제목은 미국 저널리스트 월터 리프먼의 신문 연재 칼럼 ‘오늘과 내일’에서 영감을 받았다. ‘한국 민족주의의 탐구’에 이어 고은의 ‘역사와 더불어 비애와 더불어’, 리영희의 ‘우상과 이성’ 등을 출간했다.” -필화 사건, 판금 조치 등 험한 일도 많이 겪었다. “리영희 선생이 ‘우상과 이성’으로 필화 사건에 휘말려 옥고를 치른 것을 비롯해 당시 우리가 낸 책 상당수가 판금됐다. 1979년 ‘해방 전후사의 인식’이 나왔을 때도 문공부에 불려 갔고, 책도 판금 조치됐다. 험난한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1980년대는 누구나 손에 책을 들고 다니는 ‘위대한 책의 시대’였다.” -90년대 들어 대형 인문·역사 시리즈들을 잇달아 내놓았다. “70~80년대가 우리의 사상, 주체적인 인문사회과학 이론과 민족사에 집중했던 시기라면 90년대 세계화 시대에 접어들면서는 인류 역사의 보편적인 고전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동서고금의 철학과 사상을 집대성한 ‘한길그레이트북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15권)가 그렇게 나온 역작들이다. 우리 역사를 쉽게 풀어낸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22권), 중국 근현대사를 인물 중심으로 엮은 김명호의 ‘중국인 이야기’(10권)도 완간까지 10~15년씩 걸린 대형 프로젝트다.” -지금까지 낸 3500여권 중에서 가장 아끼는 책을 꼽는다면. “우리말, 우리글을 가장 잘 구사한 사상가 함석헌 선생의 책을 가장 좋아한다. ‘뜻으로 본 한국역사’ 등 한길사에서 출간한 책이 80여권이다. 나는 ‘사상계’ 세대다. 고등학생 때 밑줄 그어가며 읽은 그 책들이 내 사상과 철학의 뿌리다. 학창 시절 강연마다 쫓아다닐 정도로 존경했던 그의 책을 우리 출판사에서 낼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 내 일기에 가장 많이 언급된 분도 함 선생이다.” -책 출판의 최우선 원칙은 무엇인가. “첫 독자인 내가 설득되는 내용이라야 한다. 나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의미 있고, 좋은 글이면 출판한다. 진보냐 보수냐의 진영 논리가 아니라 내용 자체가 정의롭고, 도덕적이며, 민주적인지가 기준이다. 지식인·작가는 권력자나 가진 자가 아니라 약한 이들의 편에 서야 한다. 한길사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책들을 만들어 왔다고 자부한다. 인간을 인간답게 살게 만드는 지침서가 책이라고 생각하고, 지금도 그런 책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책 만드는 일을 넘어 인문·사회과학·역사 강좌 등 교육에도 힘을 기울였는데. “애초부터 출판사는 ‘열린 학교’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85년 안암동에 50~60명이 들어가는 교실을 만들어 강좌를 시작했다. 우리끼리는 민립(民立)대학이라고 불렀다. 한길사 10주년인 1986년 안동 병산서원에서 지식인 대회를 열었고, 이듬해에는 해인사에서 젊은 연구자 대회도 기획했다. 전국 각지에서 진행된 한길역사기행도 의미 있는 프로젝트였다.” -파주출판도시, 예술마을 헤이리 조성에도 앞장섰다. “80년대부터 ‘책의 유토피아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출판인들과 합심해 출판도시를 구상했다. 2002년에 파주로 이사했다. ‘책의 도시’라는 개념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실험이다. 출판과 예술, 공동체를 결합한 모델로 역사에 남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헤이리예술마을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시대에 책이 점점 더 외면받고 있다. “‘왜 사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고 답하는 것이 책의 본령이다. 책을 읽지 않으면 깊이 있는 성찰이 불가능하다. 많은 사람이 인공지능(AI)과 스마트폰에 매여 성찰의 시간을 잃어가고 있다. 볼거리가 많아졌다고 하지만 그 무엇도 책을 따라올 수는 없다. 책 읽기는 선택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위한 사회적 필수 조건이다.” -서울국제도서전에 인파가 몰리고, 책을 유행 아이템처럼 활용하는 ‘텍스트 힙’ 현상 등은 어떻게 보나. “책에 아예 관심이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어렵거나 두꺼운 인문학 서적들은 쳐다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크다. 그레이트북스도 초판 1000부 판매하기가 어렵다. 책이 좋으면 무조건 내야 하는데, 팔릴까를 먼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고통스럽다. 50년간 출판업을 해 오면서 지금이 가장 어려운 시기다.” -책을 읽는 사람과 사회는 무엇이 다른가. “책을 많이 읽는 사람만이 관용의 정신을 가지고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다. 남북 관계도 마찬가지다. 책을 안 읽고 주장만 하니 평화가 어려운 것이다. 평화도 결국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 사회는 정신과 사상을 일으켜 세운다. 그런 사회가 아름답고, 정의로운 사회다.” -독서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나. “정부가 최근 교육기본법을 개정해 독서교육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일 년에 40~50권씩은 읽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을 스마트폰으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 시험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에세이와 토론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독자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 “책은 저자가 만드는 것도, 출판사가 만드는 것도 아니다. 저자, 출판사, 독자가 어깨동무하듯 수평적으로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책이다. 그래서 독자의 힘을 더 키워야 한다.” -평소 서점 지원과 도서관 정책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해 왔다. “책은 공공재다. 서점 역시 공공성을 가진 공간인 만큼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동네 책방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서점지원법을 만들어야 한다. 전주시는 지역 서점에서 책을 사면 책값의 20%를 지원해 준다. 전국적으로 이런 지원이 확산돼야 한다. 서울 뒷골목에 작은 책방 1000개가 생기면 일자리도 그만큼 늘어난다. 도서관도 건물만 지을 게 아니라 전문가들이 선정한 양서를 많이 채워 넣는 게 중요하다. 아울러 좋은 책을 만드는 편집자를 정부가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제도가 마련되면 좋겠다.” -반세기 출판 인생의 소회가 궁금하다. “나름으로 할 만큼은 했다고 보지만 좋은 책을 더 많이 만들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적지 않다. 50년이나 해 온 일인데 왜 여전히 힘든지 모르겠다. 양상은 많이 달라졌지만 책의 본질과 기능 자체는 예전과 똑같다. 요즘도 어디를 가나 한길사 독자를 만난다. 그게 큰 격려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겁이 나기도 한다. 더 좋은 책을 내야겠다는 다짐을 항상 하게 된다.” ●김언호 대표는 1945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났다. 동아일보 기자로 일하다 해직된 뒤 1976년 한길사를 설립했다. 한국출판인회의를 창설해 1·2대 회장을 역임했다. 파주출판도시와 예술마을 헤이리를 구상하고 건설하는 데 앞장섰다. ‘책의 탄생’, ‘책의 공화국에서’, ‘세계서점기행’, ‘그해 봄날’, ‘서재 탐험’ 등을 저술했다. 이순녀 수석 논설위원
  • 서민 위로한 96년 향토기업… ‘부산과의 상생’ 깊어진다

    서민 위로한 96년 향토기업… ‘부산과의 상생’ 깊어진다

    부산 최초로 민간공익재단 세우고대학생 장학금·무료급식 사업 앞장거대 자본·시장 한파에 생존 위협“신제품 소주 ‘釜山’으로 지역 활력” 지역 사회와의 동행을 기업의 본질이자 숙명으로 여기는 곳이 있다. 96년간 부산의 굽이진 골목길과 서민의 고단한 일상을 묵묵히 위로하며 지켜온 향토기업 대선주조가 그 주인공이다. 대선주조는 100년 가까이 지역 사회와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얻은 이익에 대한 환원을 향토기업 책무로 여겨왔다. 그 상생 철학의 결실이 2005년 부산 최초 민간 공익재단으로 설립된 ‘대선공익재단’이다. 재단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는 지역 사회복지사를 후원하고 대학생 장학금 지원 및 소외이웃을 위한 무료 급식 사업을 전개해 왔다. 대선주조의 부산을 향한 애정은 최근 지역 사회 환원을 목표로 선보인 신제품 소주 ‘釜山’(부산)에 응집되어 있다. ‘釜山’은 거대 자본과 침체된 시장 환경에 맞서기 위한 대선주조의 각오를 엿볼 수 있는 제품이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제품명에 숨겨진 까다로운 조건과 기업의 자부심이다. 식약처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역명만을 단독으로 상품명에 사용하려면 ‘식품 등의 표시기준 및 원산지 표시법’ 고시에 따라 해당 지역에 온전한 생산 및 제조 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엄격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일반 식품 업계에서는 주로 순창고추장, 보성녹차 등 명사를 결합해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지역명만을 단독 상품명으로 내건 사례는 이례적이다. 부산에 확고한 제조 기반을 둔 대선주조는 조건을 완벽히 충족해 ‘釜山’이라는 명칭으로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 침체된 지역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가 담긴 이 제품은 제품 패키지 역시 지역명에 걸맞은 품격을 시각화했다.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살린 바탕 위에, 역동적이고 힘 있는 붓글씨체로 제품명을 새겨 넣어 부산이 가진 특유의 묵직한 존재감과 정통성을 표현했다. 특히 라벨 좌측에는 ‘메이드 인 부산’(made in busan)이라는 문구를 명시, 부산의 자부심으로 만든 향토 제품임을 어필했다. 대선주조 측은 “신제품은 단순히 술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함께 팔고 함께 나누고 함께 살아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향토기업의 진정한 가치를 증명하겠다는 상생과 환원의 약속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가혹하다. 수도권을 기반으로 한 대형 주류업체의 독과점이 나날이 심화하면서 그로 인해 만들어진 막대한 자본력과 촘촘한 전국구 유통망을 앞세운 대기업의 공격적이고 무차별적인 마케팅 공세가 지역 소주 브랜드 숨통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러한 독과점에 대한 법적 규제마저 부재한 상황에서 전국 모든 지역 제조사가 극심한 경영난과 생존 위기를 겪고 있어 ‘무너져가는 지역 경제’를 지켜내기 위한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 향토기업이 겪고 있는 자본 격차는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공시 기준 수도권 대형 주류사인 하이트진로가 한 해 동안 쏟아부은 연간 광고선전비는 무려 184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롯데칠성음료의 연간 광고선전비 역시 1265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기록했다. 광고선전비만 대선주조 연간 매출액(600억원)의 2~3배에 달하는 셈이다. 향토기업이 대기업 물량 공세와 마케팅에 물리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사실상 계란으로 바위 치기에 가깝다. 융단폭격과도 같은 수도권 주류기업의 자본 압박 속에서 지방 소주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급격히 추락하며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다. 대선주조는 뼈를 깎는 쇄신을 통해 지역 내 시장 점유율 30% 정도를 힘겹게 버텨내고 있으나 다른 지역의 상황은 참담하다. 한라산(제주), 보해양조(전남광주), 금복주(대구경북) 등 각 지역 경제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던 대표적인 향토 소주 브랜드 점유율이 10%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물가 늪과 회식 문화의 쇠퇴, 그리고 젊은 층의 음주 문화 변화가 맞물리면서 주류 소비의 근간이자 서민 경제의 근간인 동네 상권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 100대 생활업종 사업자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2018년 5만 2302곳이던 전국 동네 주점은 올해 2만 8178곳으로 줄었다. 불과 8년 새 무려 46.1%에 달하는 2만 4124곳의 동네 술집이 폐업한 것이다. 단 1년 사이인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도 2998곳이 문을 닫으며 하락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주점 수 붕괴는 주류 소비량 하락으로 직결됐다. 2024년 주류 전체 출고량은 수입분 포함 351만 6230㎘로 전년 대비 2.9% 감소했다. 이는 2년 연속 하락한 수치다. 특히 서민의 술인 희석식 소주의 출고량은 84만 4250㎘에서 81만 5712㎘로 3.4%나 줄어들며 큰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질병관리청의 2024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력 소비층인 20대 남성의 고위험 음주율이 전년도 15.4%에서 9.7%로 5.7%포인트나 곤두박질쳤다. 이는 현재의 위기가 일시적인 불황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구조적인 소비 변화임을 시사한다. 주류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향토 소주 제조사가 붕괴될 경우 곧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 축소와 막대한 자본의 무분별한 수도권 유출로 직결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즉 향토기업 쇠퇴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국가적 최대 난제인 지방 소멸을 가속화하는 핵심적인 뇌관이자 구조적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최홍성 대선주조 대표는 “지방 소멸과 동네 상권 붕괴 속에서 대선주조가 꺼내든 신제품 ‘釜山’은 거대 자본에 맞서 지역을 수호하기 위한 배수진이자 부산 시민을 향한 간절한 호소”라며 “‘釜山’을 통해 지역 환원과 상생을 이어가고 지역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100년 향토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골목상권 살리는데 진심인 서대문

    골목상권 살리는데 진심인 서대문

    서울 서대문구는 9월부터 현수막 지정게시대의 공공·상업용 구분을 없애고 통합 운영을 한다고 29일 밝혔다. 현재 구에는 연립형 현수막 지정게시대 25개소, 144면이 설치돼 있다. 연립형이란 여러 현수막을 한 곳에 나란히 게시할 수 있도록 만든 시설이다. 지금까지는 공공용 96면, 상업용 48면으로 나눠 운영했다. 상업용 게시대 상당수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낮은 위치에 설치돼 이용이 불편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구는 운영 방식을 개편해 공공용과 상업용을 통합하기로 했다. 전체 게시대에 공공용은 최대 2면만 유지하고 나머지를 주민과 소상공인이 이용하는 상업용으로 전환한다. 신청은 다음달 1일부터 위탁업체 ㈜한성디자인기획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구는 또 상업용 현수막 대행료를 5.7~7.4% 인하하기로 했다. 박운기 구청장은 “소상공인은 가게를 알릴 기회 자체가 경쟁력”이라며 “앞으로도 골목상권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규제 혁신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부천 골방에서 나이지리아 진출… 파라가 찾은 ‘아프로비츠의 자유’

    부천 골방에서 나이지리아 진출… 파라가 찾은 ‘아프로비츠의 자유’

    세상과 단절된 듯한 경기 부천시 골방에서 8년 동안 혼자 멜로디를 다듬던 청년이 있었다. 생계를 위해 건너간 미국 길거리에서 시간을 쪼개 찍은 자작곡 영상은 싱어송라이터 파라를 아프리카 대륙 한가운데로 이끌었다. 나이지리아의 뜨거운 햇빛과 넘실거리는 생동감 속에서 그가 마침내 붙잡은 것은 음악이 지닌 가장 단순한 힘, ‘자유’였다. 서울 성동구의 알티스트레이블 스튜디오에서 29일 파라를 만났다. 미국의 팝 가수 마이클 잭슨과 어셔의 춤을 따라 하며 자랐던 그에게 아프리카 팝 장르 ‘아프로비츠’는 유튜브 쇼츠 속 짧은 영상으로 다가왔다. 나이지리아 가수 레마의 공연에서 관객들이 떼창으로 무대를 뒤덮는 장면에 사로잡힌 것이 출발점이었다. 아프로비츠를 제대로 하려면 현지에 가야 한다는 조언을 들은 그는 미국에서 영상감독 친구와 촬영한 곡 ‘고 고 고’의 2절을 비워둔 채, 나이지리아 소셜미디어(SNS)에 광고를 올렸다. 반응이 터졌다. 협업을 제안하는 수많은 나이지리아 음악인들의 메시지가 쇄도한 가운데, 현지 가수 비마의 보컬을 듣자마자 전 재산 1200만원을 긁어모아 지난해 2월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로 향했다. 현지 아티스트들의 뜨거운 에너지가 그를 맞아줬다. 비마가 마련해 준 숙소의 거실은 그의 친구들이 모여드는 자연스러운 ‘송 캠프’가 됐다. 수만원대 저가 마이크 하나를 세워두고 거실 스피커로 비트를 틀어놓은 채 원테이크로 녹음을 끝냈다. 탁구를 치고 전화 통화를 하던 동네 친구 10여명은 “녹음 들어간다”는 말에 일제히 숨을 죽였다가도 떼창 구절이 나오면 마이크 앞으로 몰려나와 목청을 돋웠다. 골목대장들에게 현지 통화로 15만원가량을 건네며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한 거리 통제를 부탁하고, 근처 오토바이 무리를 즉석에서 섭외해 카메라에 담은 영상에는 날것 그대로의 생동감이 가득했다. 여정이 내내 달콤했던 건 아니었다. 두 번째 방문 때는 송수관 파열로 2주 동안 물이 끊기고, 전력난으로 에어컨조차 돌리지 못해 식수 비닐을 받아 몸을 씻어야 했다. 하지만 레마의 녹음 스튜디오에 있는 녹음 장비 역시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은 걸 보며 중요한 깨달음도 얻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장비의 질이 아닌 음악의 본질과 공간을 가득 채우는 에너지라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회상했다. 그의 진정성은 나이지리아 현지 미디어의 마음도 움직였다. 현지 매니저의 네트워크를 통해 대표 모닝쇼와 라디오 프로그램에 연이어 초대됐고, LG 나이지리아 지사와의 협업으로 단독 콘서트까지 성사됐다. 현지 관객 앞에서 무대를 채운 그는 더 이상 ‘외국인 가수’가 아니라 아프로비츠 뮤지션이었다. 파라가 보여주는 독자적인 색깔의 핵심은 한글 가사의 재해석이다. 나이지리아 특유의 영어 ‘피진 잉글리시’가 지닌 리듬과 추임새를 한국어의 운율로 치환해낸다. 그는 “한글은 표현의 고점이 굉장히 높은 언어”라며 “영어 가사에 기대기보다 한글이 가진 리듬을 조율해 아프로비츠의 그루브와 섞는 데 가장 많은 공을 들인다”고 말했다. 파라가 정의하는 아프로비츠의 본질은 자유다. 장르와 언어의 경계를 가르지 않고, 그때그때의 감정과 에너지를 따라가는 유연함이야말로 아프로비츠의 힘이라고 믿는다. 그는 “나이지리아의 공원에서 다 같이 모여 춤추며 노는 기분으로, 아프로비츠의 긍정적이고 자유로운 에너지를 한국에 퍼뜨리고 싶다”며 “언젠가 5만명 스타디움에서 솔로 콘서트를 열 때까지 계속 달려갈 것”이라며 웃었다. 파라는 나이지리아 첫 작업을 함께한 비마를 오는 10월 서울의 스튜디오로 초대해 함께 곡을 작업할 계획이다. 연말에는 아프로비츠를 중심으로 하는 단독 콘서트로 관객들을 맞이한다.
  • 영화도 보고 맛집도 가고…중구, 을지명보 골목형상점가 스탬프 여행

    영화도 보고 맛집도 가고…중구, 을지명보 골목형상점가 스탬프 여행

    서울 중구는 오는 8월 28일까지 서울영화센터와 을지명보 골목형상점가 일대에서 ‘을지명보 스탬프 투어’를 운영한다고 29일 밝혔다. 을지명보 골목형상점가 상인회가 주관하는 행사는 ‘힙무로 골목길’에 자리한 노포, 와인바, 이색 카페 등 34개 점포와 함께 진행된다. 골목상권 방문과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서울영화센터와 협력한다.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서울영화센터 관람 표나 방문 후기를 소셜미디어(SNS)에 인증한다. 이후 첫 번째 스탬프와 안내 지도가 담긴 투어 용지를 받는다. 지도에 표시된 점포 중 2곳을 이용하고 개인 SNS에 식사 사진 등 후기를 남기면 스탬프가 점포당 1개씩 추가 지급된다. 스탬프 3개를 모두 모은 선착순 300명에게는 센터 매표소에서 온누리상품권 1만원권을 증정한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발행하는 전용 상품권이다. 투어 용지 교부와 상품권 수령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가능하다. 상품권 전량 소진 시 행사는 조기 종료된다. 올해 중소벤처기업부 ‘유망골목상권 육성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을지명보 골목형상점가는 충무로 영화거리와 이순신 장군 생가터 등 풍부한 역사·문화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구는 설명한다. 김길성 구청장은 “스탬프 투어가 을지명보 상권의 숨은 매력을 널리 알리고, 골목 곳곳으로 발길과 소비가 확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상권 고유의 특색을 살린 맞춤형 사업을 통해 골목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 도심 속 초록 파도, 기운 좋은 서울 관악산[두시기행문]

    도심 속 초록 파도, 기운 좋은 서울 관악산[두시기행문]

    서울시 관악구와 금천구, 그리고 경기도 고양시와 안양시에 걸쳐 솟아 있는 관악산(632m)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남쪽 경계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진산이자, 도시의 시끌벅적함을 품에 안고 거대한 산세를 뽐내는 명산이다. ‘갓을 쓴 모습의 산’이라는 뜻에서 이름 유래를 찾을 수 있는 관악산은, 이름 그대로 뾰족하게 솟아오른 바위 봉우리들이 마치 선비의 갓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지형적 특징을 지닌다.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과 함께 서울을 둘러싼 대표적인 오산(五山) 중 하나로 꼽히며, 거친 화강암 암릉과 짙푸른 숲이 조화를 이루어 도심 인근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깊은 산사의 정취와 험준한 산행의 묘미를 동시에 선사한다. 관악산 산행의 묘미는 단연 서울대 캠퍼스나 과천, 안양 등 사방에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다채롭고 웅장한 능선 코스에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연주대 코스는 관악산의 진면모를 만날 수 있는 구간이다. 산행 초입의 완만한 계곡길을 지나 능선으로 올라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방으로 시원하게 트인 조망과 함께 거침없이 뻗어 나간 암릉들이 등산객을 맞이한다. 험준한 바위틈을 헤치고 오르는 밧줄 구간과 암벽 등반의 스릴은 육지의 웬만한 고산 지대 못지않은 긴장감과 성취감을 안겨준다. 능선 위를 걷다 보면 발아래로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거대한 도심 풍경과 굽이치는 한강의 물줄기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며, 자연과 인공의 거대한 경계가 빚어내는 이색적인 파노라마가 감탄을 자아낸다. 정상인 연주대(632m) 주변은 관악산 산행의 하이라이트이자 역사적 깊이를 더해주는 공간이다. 깎아지른 절벽 위에 위태로우면서도 고결하게 자리 잡은 암자 ‘연주암’과 그 위쪽의 ‘연주대’는 조선시대의 유서 깊은 역사를 품고 있다. 거대한 암벽 사이에 기단을 세워 지어진 연주암의 단아한 자태는, 험준한 바위산의 거친 기운을 차분하게 다독여주는 듯한 평온함을 풍긴다. 정상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면 북쪽으로는 서울의 고층 빌딩 숲이, 남쪽으로는 과천과 안양의 첩첩한 산군들이 겹겹이 물결치며 땀방울을 식혀주는 서늘한 산바람과 함께 잊지 못할 웅장한 조망을 선물한다. 산행을 마친 뒤 관악산 자락의 도심 골목으로 내려오면, 오랜 시간 등산객들의 허기와 지친 몸을 달래주던 소박한 먹거리들이 반긴다. 산 아래 상가나 인근 대학가 골목에서는 맑은 육수로 끓여 낸 따뜻한 칼국수나 담백한 손두부 요리들이 단연 인기다. 험준한 바위를 오르며 긴장했던 근육을 풀어주기에 안성맞춤인 구수한 국물과 정갈하게 차려진 반찬들은, 도심 속에서 자연의 깊은 여운을 마무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 부산 명물 영도대교 8월 매주 토요일 ‘야간 도개’ 선보여

    부산 명물 영도대교 8월 매주 토요일 ‘야간 도개’ 선보여

    부산시설공단은 피란수도 문화유산인 영도대교의 역사적 의미를 알리고자 8월 매주 토요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2026 영도대교 야간 도개행사’를 개최한다고 29일 밝혔다. 공단은 도개와 함께 무빙 서치라이트를 활용한 빛 연출을 통해 영도대교 상징성과 야간 경관을 한층 돋보이게 할 예정이다. 시민 참여형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한국전쟁 당시 영도다리 아래 형성됐던 ‘점바치골목’을 디지털 콘텐츠로 재현한 체험과 행운 카드 출력 이벤트, 영도대교를 배경으로 한 네컷 포토부스 등을 마련한다. 또 대형 전광판을 통해 영도대교와 피란수도 이야기를 담은 숏 다큐멘터리를 상영한다. 이성림 공단 이사장은 “영도대교는 부산의 역사와 추억이 살아 숨 쉬는 문화유산”이라며 “야간 도개행사를 통해 시민과 관광객이 영도대교의 매력을 새롭게 경험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 외국인 관광객, 올 상반기 서울서 5조6천억 썼다…‘역대 최대’

    외국인 관광객, 올 상반기 서울서 5조6천억 썼다…‘역대 최대’

    올해 상반기 서울을 찾은 외국인이 작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하고 이들이 서울에서 소비한 신용카드 금액이 작년보다 50%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올해 1∼6월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823만명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21.3% 증가했다고 29일 밝혔다.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에서 결제한 신용카드 금액은 총 5조 6172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56.8% 증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관광객 수와 카드 소비액이 모두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며 “관광객 증가보다 소비액 증가 폭이 훨씬 커 서울 관광이 양적 회복을 넘어 체류와 소비 중심의 성장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카드 소비액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쇼핑업이 전체의 46.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의료·웰니스업이 24.4%로 뒤를 이어 두 분야가 서울의 외국인 관광 소비를 이끄는 양대 축으로 나타났다. 이어 식음료업(13.1%), 숙박업(10.7%) 순이었다. 서울 내 소비액은 대형쇼핑몰이 같은 기간 7063억원에서 1조 2234억원으로 73.2% 증가하며 가장 큰 성장세를 기록했다. 의료관광 소비액은 5563억원에서 9084억원으로 63.3%, 외식 소비액은 3782억원에서 5843억원으로 54.5% 각각 늘었고, 뷰티 분야는 3311억원에서 4637억원으로 40.0%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강남구가 전체 외국인 카드 소비의 29.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중구 28.4%, 마포구 7.3% 순으로 집계됐다. 명동·동대문과 강남권이 쇼핑·의료관광의 중심축을 형성하면서 홍대와 성수 등 서울의 일상과 로컬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지역으로 외국인의 방문과 소비가 확산하는 흐름이 나타났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지난 3월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BTS 컴백 라이브’를 비롯해 K-콘텐츠 산업의 성장과 역사·문화가 어우러진 지역 관광 프로그램 등도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을 끈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객이 해설사와 함께 서울의 골목과 역사 현장을 걷는 ‘서울 도보해설관광’에는 올해 상반기 4만 6000여명이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외국인은 1만 6000여명으로 전체의 약 35%를 차지했다.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도 잠시 둘러보는 관광지를 넘어 공연과 축제, 체험이 결합한 체류형 관광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한강 전역에서 진행한 ‘서울스프링페스티벌 2026’에는 외국인 117만명을 포함해 총 706만명이 방문했다. 이 기간 한강버스 선착장 입점업체 매출은 전년 대비 257% 증가했다. 여의도공원에서 운영하는 계류식 가스기구 ‘서울달’의 외국인 탑승객 비율도 지난해 40.2%에서 올해 상반기 43.6%로 올라갔다. 조성호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다양한 관광 콘텐츠를 지속해 확충해 서울관광의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며 “하반기 체험형 관광 콘텐츠를 지역 상권과 더욱 긴밀히 연계해 관광객이 서울 곳곳을 즐기고 그 효과가 골목상권과 지역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용인시, 새천년·행복풍덕·상현 마실로 ‘골목형상점가’ 지정…32곳으로 늘어

    용인시, 새천년·행복풍덕·상현 마실로 ‘골목형상점가’ 지정…32곳으로 늘어

    용인특례시가 ‘새천년 골목형상점가’, ‘행복풍덕 골목형상점가’, ‘상현 마실로 골목형상점가’ 3곳을 골목형상점가로 지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이에 따라 용인시의 골목형상점가는 총 32곳으로 늘었다. 기흥구 새천년로에 위치한 제30호 새천년 골목형상가는 7898㎡ 규모의 구역에 147개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제31호 ‘행복풍덕 골목형상점가’는 수지구 정평로에 조성된 상권으로, 3263㎡ 면적에 78개 점포가 밀집해 있고, 수지구 광교중앙로에 자리 잡은 제32호 ‘상현 마실로 골목형상점가’는 1만 7376㎡ 규모 구역에 229개 점포가 영업 중이다. 용인시는 상업지역 2000㎡ 내 소상공인 점포가 25곳 이상(상업지역이 아닐 경우 20곳) 밀집한 지역을 골목형상점가로 지정하고 있다. 골목형상점가로 지정되면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으로 등록할 수 있고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경기도와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등이 추진하는 상권 활성화 지원·공모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다. 이상일 시장은 “골목형상점가 지정은 지역 소상공인들이 온누리상품권과 다양한 지원사업을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라며 “각 상권이 고유한 특색과 경쟁력을 살려 성장할 수 있도록 상인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골목상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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