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화 수업’ 신용산초등학교 2학년2반/ 놀이하듯 문제풀면 학습능률 쑥쑥
교사는 칠판 앞에서 설명하고 학생은 이를 듣기만 하는 낡은 교육은 가라.7차교육과정에서 지향하는 학생 개인차를 인정하고 개인의 성장과 잠재력을 개발하는 수준별 학습법인 ‘개별화 수업’이 일부학교에서 시도,효과를 얻고 있다.학생 스스로 자신의 흥미에 맞는 학습계획을 짜고 교사는 학습목표에 이르도록 지원하고,사고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개별화 교육은 인간성이 존중되는 교육으로 눈길을 끈다.현재 서울시내 초등학교 중 신용산을 비롯해 11개의 선도학교에서 개별화 교육이 진행되고 있고 해마다 그 숫자가 늘고 있다.개별화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신용산초등학교 2학년2반,수학수업시간을 들여다봤다.
우선 교사는 과자가 든 통을 두개 보여줬다.3개씩 4봉지가 든 통과 6개씩 2봉지가 든 통을 보여주면서 “과자의 숫자를 어떻게 계산했어요?”교사는 질문했고,“3 곱하기 4”“6 곱하기 2”아이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12를 만드는 곱셈방법을 이렇게 보여주면서 기본활동은 끝났다.
◆아이들이 스스로 학습방법을 선택하는 교실- 교사 앞에 동그랗게 모였던 아이들은 교실 뒤편의 다양한 교구 중 오늘 자신이 공부할 것을 선택하느라 소란스러워졌다.색비즈,구슬틀,체커판,골든벨판,마커펜 중에서 하나씩 선택한 아이들은 자신의 자리에 돌아왔고,곧 짝과 마주보며 곱셈식을 만들기 시작했다.“짝이 2번,나도 2번 맞혔다.”고 말하는 아이의 얼굴에 성취감이 가득했다.
교사는 아이들 사이를 걸어다니며 지도했고,아직 곱셈을 이해하지 못한 아이는 교사책상에 놓인 컴퓨터 앞에 불러내어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다시 설명했다.교사에게 설명을 들으면서 자신감이 생긴 아이에게 교사는 다른 친구를 가르쳐줄 것을 주문했다.교사의 역할이 맡겨진 아이는 ‘내가 선생님이다.’는 자족감이 가득찬 얼굴로 열심히 컴퓨터 키를 두드리며 친구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교사의 역할을 맡기는 것은 어떤 칭찬보다 강력한 격려와 지지가 됩니다.자신이 방금 익힌 것을 친구에게 가르쳐주는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는 완전하게 익히기도 합니다.” 담임교사 한희경씨는 개별화 학습의 효과를 설명했다.
놀이하듯 수학공부를 하고있는 아이들 중 아직 8단이나 9단 등 어려운 구구단의 개념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아이가 발견되면 못이 박힌 구슬틀에 고무줄을 이용해 네모를 만들고,이를 작은 네모로 다시 만들도록 했다.“8곱하기 6을 이렇게 고무줄로 만들자.이번에는 3곱하기 2,이런 작은 네모를 몇 개만들 수 있는가 이 속에서 만들어 볼까?”아이들이 서로 평가한 것을 훑어본 교사는 오늘의 수업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조금 쉬운 숙제를,학습목표에 이미 도달한 학생에게는 학습지를 내주는 등 심화,보충수업을 유도하며 수업을 마무리했다.
전반적으로 주입식 수업시간보다는 산만했고,마치 미술시간 같았다.그러나 아이들은 놀이하듯 문제를 풀면서도 진지했다.“구구단을 외는 것은 싫은데 학교에서는 재미있어요.”“쉬워요.” 아이들은 참여하는 수업의 재미에 흠뻑 빠진 것 같았다.
한 교사에게 “각기 다른 교재를 가지고 공부하는 아이들의 수업정도를 어떻게 측정해서 가르치느냐.”고 물었더니 “주입식 수업보다 더 많은 준비는 물론 수업중에도집중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진단평가를 비롯해 평가를 계속해서 35명 아이들의 학습수준과 오늘 수업의 결과를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은 개별화 수업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선뜻 개별화 수업의 장점부터 들었다.그리고 “뛰어난 아이와 학습부진아를 동시에 가르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교사의 철저한 준비·연구가 우선해야- 2년째 서울시교육청 지정 수업방법개선 선도학교로 지정된 이 학교는 교사들이 지난 겨울방학 내내 새학년에서 가르칠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학습방법을 연구했다.또 개별화 교육에서는 절대조건인 다양한 교재·교구를 만들었다.
올 3월 신입교사들을 위해서는 교사들이 직접 여섯차례의 공개수업을 했을만큼 철저한 준비를 했다.
연구부장 류경혜 교사는 “교사들이 자신감을 갖고 수업에 임할 수 있어야 개별화 교육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하며 “국어와 미술,국어와 슬기로운 생활을 통합하는가 하면 수학의 경우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진도를 각기 다르게 시간차 수업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개별화교육의 효과는 학습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이 학교 정병택 교감은 “효과적인 학과수업은 물론 동시에 학생들의 상호활동과 협동을 기대할 수 있고 교구를 쓰고 나면 정리정돈하는 기초생활질서까지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또 ‘학습도우미’라 불리는 학부모들이 다양한 교재·교구를 제공하는 것이 개별화 교육을 가능하게 해준다고 말했다.학부모 이명자씨는 “처음에는 비효율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지만 아이가 학습에 흥미를 느끼고,집중하는 것 같다.”고 개별화교육에 대해 만족해했다.
허남주기자 yukyung@
■집에서 실천하는 교육 포인트/ 학습결과보다 칭찬·격려를 더 많이
학생이 적극적으로 학습을 준비하고 참여하는 자기주도적인 개별화 학습을 가정에서도 실천해 보자.
손웅(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과) 장학사는 “학교에서 개별화 교육이 자리잡게 하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절대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몇가지 포인트를 짚어줬다.
손 장학사는 ▲공부할 계획을 아이들 스스로 정하게 할 것 ▲너무 많은 것을해낼 것을 부모가 요구하지 말고 한 문제라도 스스로 생각하도록 유도할것 ▲교과 중심보다는 지적이고 탐구적인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할 것 ▲숙제에 부모가 깊이 관여하지 말고 스스로 하도록 할 것 등을 권했다.
예를 들면 수학공부할 때 부모는 “하루에 3장씩 풀어라.”고 말하기보다 얼마나 공부할지 스스로 정하게 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아이가 모르는 것을 설명해서 단번에 알려주지 말고,다시 생각할 기회를 갖게 하는 것이 좋다.이때 모르는 문제는 표시를 해두고 나중에 다시 생각하도록 지도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 자신이 잊지 말고 아이의 학습을 체크하고 칭찬·격려한다는 점이다.
김혜숙(신용산초) 교사는 “학습의 결과보다는 과정을 칭찬·격려하고 실수나 오류를 부끄러워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알게 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틀린 것이 잘못이나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때 아이들은 자신감을 가지고 생각과 계획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점수보다는 발전 정도에 부모가 관심을 갖고 틀린 부분은 다시 한번 생각하고,반드시 알고 지나갈 수 있도록 지도할 것”을 강조하며 몇 가지를 체크하라고 당부했다.
정확하고 짧게 말하는 습관들이기,느낌을 살려 책을 소리내어 읽기,생각을 글로 표현하기,일상생활에서 발견되는 호기심을 학습으로 연결하기,개념과 원리를 생각하며 문제풀기 등을 훈련하라고 말했다.
창의성 교육은 가정에서 먼저 시작할 수 있다.주입식 교육이 가시적이고 즉각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면 개별화된 자기주도적인 학습이 창의성을 계발하고 오래 기억에 남는 학습법임을 교사와 교육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주장하고 있다.
허남주기자
■개별화 교육 왜 필요한가
◆개별화 교육이란- 일명 자기주도적 학습법으로 한 반의 학생에게 동시에 가르치는 설명식·전통적인 학습법이 아니라 개인의 수준차와 흥미에 따라 다양한 활동을 거쳐 교육목표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학생 하나하나의 소질·적성·능력에 초점을 둔 학습방법으로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낚시방법을 가르치는 교육’으로도 설명된다.
◆왜 개별화 교육이 필요한가- 획일화 교육은 개인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누구에게나 같은 학습과제와 학습량,학습방법으로 하는 학습은 다양하고,수준차이가 나는 학생들의 개인차를 무시하고 창의성과 잠재적 가능성을 키우기 어렵다.반면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능력,흥미에 따라 자신에게 적절한 학습내용과 자기진도에 따라 진행되는 학습은 많은 정보들 가운데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이를 스스로 평가하는 능력을 키워준다. 이는 정보화 사회에서 지식을 활용할 밑거름이 된다.
또한 일반학교 학생 숫자가 35명이나 되는 학급에서도 학습부진아와 영재등 개별적인 특성을 가진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다고 교사들은 말했다.
◆개별화 학습의 효과- 개별화 교육은 교사에게 학생의 수준에 맞춰 다양하게 지도할 수 있도록 완벽한 학습준비를 최우선으로 하고 다양한 학습자료와 교구들을 필요로 한다.주입식 교육보다는 다소 번거로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개별화 교육이 이뤄지기만 한다면 교사나 학생·학부모가 모두 만족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개별화교육 선도학교인 두산초등학교가 최근 발표한 결과에 의하면 대부분의 교사들은 개별화 학습이 ‘학생의 학습에 대한 흥미나 참여도를 높이고 있다.’(83.5%)고 평가했고,‘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신장에 크게 도움이 됐다.’(87.9%)고 반겼다.특히 저학년의 경우 효과가 매우 크다고 97.3%의 교사들이 인식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학부모들 역시 학교교육에 대해 신뢰감을 형성하고 있음도 확인됐다.“학생의 개인차를 존중하며 교육의 기회균등에 기여하고 창의력 신장에 효율적이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또 개별화 교육을 위해서는 우선해야할 다양한 교재·교구제작과 보조교사 등 수업도우미 역할에 대해서도 90.3%의 학부모들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개별화 교육에 대해 만족하고 있었다.
◆풀어야 할 문제들- 개별화 수업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기초기본교육의 강화가 최우선이라고 교사들은 지적했다.버릇없이 자란 요즘 아이들을 지도하려면 학습활동에 앞서 기초생활지도에 매달려야 하기 때문이다.35명의 학생들이 스스로,함께하는 개별적 교육을 하려면 “정리정돈 교육을 가정에서 시켜야 한다.”고 교사들은 말했다.
허남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