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담의 달인 김제동 토크콘서트로 부활하다
“웃음을 통해서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싶어요”
방송인 김제동(35)의 ‘토크콘서트-노브레이크’가 전회 매진을 기록하며 연말 공연계의 최대 히트작으로 떠올랐다. 소속사는 지난 21일 5회 공연을 연장했지만, 이마저도 5분 만에 750여석의 좌석표가 모두 동났다. 화려한 무대 장치도 없고, 유명 가수도 나오지 않는 이 공연이 ‘장안의 화제’가 된 까닭은 뭘까.
김제동 토크 콘서트의 가장 큰 특징은 관객 참여형 공연이라는 점이다. 서울 대학로 소극장의 특성상 200석 규모의 객석은 마이크 없이도 서로의 목소리가 들릴 정도로 거리가 가깝다. 이 때문에 관객들이 공연 도중에 스스럼 없이 자기 의견을 이야기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매회 대본 없이 무대에 오른다는 김제동은 “일종의 마당놀이 형식으로 객석에서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관객들과 서로 투닥투닥하면서 공연을 만들어 가는 것이 가장 큰 재미”라고 말했다.
레크리에이션 강사 출신인 그는 과거에 지방의 쇼핑몰 등을 돌며 행사를 진행했던 경험을 떠올려 6~7년 전 이같은 형식의 토크쇼를 처음 기획했다. 객석에는 KBS 2TV ‘스타 골든벨’에서 하차한 뒤 방송에서 얼굴을 보기 힘들어진 김제동의 입담과 재치를 직접 보려는 관객들로 넘쳐났다. 20대부터 6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관객이 주인공”이라는 생각으로 공연에 임한다는 김제동은 군 입대를 앞두고 홀로 공연장을 찾은 19살 청년부터 부부싸움을 해 좌석을 따로 앉은 노부부의 이야기를 즉석에서 풀어냈다.
공연 제목은 콘서트이지만, 김제동이 직접 부르는 노래는 1~2곡에 지나지 않는다. 기타를 둘러메고 자신이 평소 즐겨부른다는 김광석의 히트곡을 열창하지만, 이마저도 1절에 그칠 때가 많다. 대신 관객들의 기대감을 채워주는 것은 평소 ‘마당발’로 알려진 화려한 초대손님이다. 개그맨 유재석과 박명수, 야구선수 이승엽, 가수 김태우, 영화배우 김선아와 황정민, 송윤아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공연장을 거쳐갔다. 그 날의 초대손님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김제동은 “본래 손님의 뜻 자체가 갑자기 찾아온다는 의미이므로 관객들에게 의외의 재미를 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그는 “제가 직접 초대 손님 섭외를 부탁하는 경우는 10% 정도에 지나지 않고, 대부분 친분이 있는 스타들이 먼저 ‘나는 언제 나가면 되냐.’며 출연 제의를 해온다.”고 말했다. 초대손님들은 김제동에 관한 이미지 토크를 나누고, 흥이 나면 즉석으로 노래방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초대손님과의 열띤 토크가 끝나면 김제동이 관객들과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코너가 이어진다. 그는 자신이 직접 읽은 책의 한 구절을 낭독하며 다양성, 이름 등 매주 주제를 바꿔 화두를 던진다. 그가 이번 공연을 기획한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10년 전부터 신문 기사와 칼럼을 일일이 스크랩하며 이야깃거리를 찾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섭렵해온 김제동다운 선택이다.
“제 생각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관객과 소통하는 계기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시민이라면 누구나 어떠한 권력이나 정책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풍자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여느 연예인보다 활발히 사회 참여를 해온 김제동은 얼마전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해 정치적 외압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는 “연예인의 사회참여도 개인의 자유에 달린 문제일 뿐”이라면서 “프로그램 하차는 전적으로 제가 기존의 예능 프로그램에 제대로 융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에게 책임을 돌렸다.
단점까지 자유롭게 보여줄 수 있어 방송무대보다 공연장에서 배운 것이 더 많다는 김제동은 “다재다능한 개그맨이 되기엔 아직도 멀었지만, 이제 예능 프로에 출연한다면 그동안 공연을 진행한 경험만으로도 15회 방송 출연 분량은 충분히 나올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공연은 매회 그의 큰 절로 막을 내린다. 그가 무대 직업을 가진 초창기부터 해온 버릇이자 추운 날씨에 그를 찾아준 관객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다. “본래 공연 시간은 1시간 반인데, 한 시간 이상 늘어나기 일쑤에요. 제 공연이 소박한 일상에 자그마한 이야깃거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내년에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공연을 통해 언어 이전의 의미를 지니는 웃음의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싶다는 김제동. 토크콘서트를 통해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싶다는 그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 바이러스’를 퍼트릴 것인지 주목해 볼 일이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