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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능성적 나빠 괴롭다” 고3 수험생 투신 자살

    경기 수원시에서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치른 한 수험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4일 수원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전 2시 25분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의 한 아파트 1층 화단에 인근 아파트에 살고 있는 A(18·고3)군이 숨진 채 쓰러져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아파트 16층 계단에는 A군이 동생에게 남긴 것으로 보이는 유서와 휴대전화 등 소지품이 발견됐다. 조사 결과, A군은 동생에게 “너는 나처럼 살지 말고, 잘해라.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으며 성적이 좋지 않아 괴롭다는 이야기도 쓴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특히 수능시험 당일 시험 성적을 두고 부모와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정선아 “에바 페론에 매료… 이번엔 연기로 승부”

    정선아 “에바 페론에 매료… 이번엔 연기로 승부”

    잘나가는 뮤지컬 여배우 가운데 유난히 팔색조 매력을 내는 이가 있다. ‘아이다’, ‘모차르트’, ‘아가씨와 건달들’에 이어 올 하반기 기대작 ‘에비타’의 여주인공으로 낙점된 정선아(27)다. 주연급 여배우들은 정해진 이미지에 따라 캐스팅되는 경우가 많은 게 공연계의 현실이다. 여리고 귀여운 공주 캐릭터, 섹시하고 강렬한 캐릭터 등등…. 2002년 고3 때 뮤지컬 ‘렌트’의 통통 튀는 미미 역으로 데뷔한 정선아는 ‘지킬앤하이드’(2006)의 섹시한 루시, ‘아이다’(2010~2011)의 암네리스 공주, ‘아가씨와 건달들’(2011)의 요조숙녀 사라 등 다양한 색깔의 배역을 소화해냈다. 가창력도 받쳐줘 ‘뮤지컬계의 비욘세’란 별명을 얻었다. 그런 그녀가 실존 인물이었던 아르헨티나의 퍼스트 레이디 에바 페론(1919~1952, 애칭 에비타)의 극적인 삶과 사랑을 연기한다. 5년 만에 다음 달 국내 무대에 다시 오르는 뮤지컬 ‘에비타’에서다. 정선아를 지난 7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에비타 역에 도전한 이유는. -국내 뮤지컬 중에 여배우 원톱 작품이 ‘에비타’ 말고는 없는 것 같다. 데뷔한 지 10년째인데, ‘에비타’ 같은 큰 작품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가수 리사와 교대로 주인공을 맡는다. 정선아의 에비타는. -작년 중순쯤 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있었다. 공연을 줄이고 봉사 활동에 많이 참여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가난한 자들을 위해 노력했던) 에바 페론 역할을 맡으려고 그랬나 보다. 하하. 그동안 노래와 춤은 많이 보여드렸으니 이번에는 연기에 많이 신경쓰려고 한다. →에비타는 사생아로 태어나 삼류 배우를 거쳐 부통령 후보에까지 오르지만 암으로 33살에 요절했다. 연기하기 쉬운 인물은 아닌데. -실존 인물은 처음이다. 요즘 에바 페론에 푹 빠져 산다. 그녀에 관한 책도 많이 읽고 자료 조사도 열심히 하고 있다. 2006년 공연했던 선배들에게 조언도 구하고…. 공부할수록 느끼는 거지만 에바 페론은 가슴으로 대할 수 있는 여자다. →또래 여배우들에 비해 색깔이 다양하다는 평을 듣는다. ‘오래갈 배우’를 꼽을 때 늘 우선순위에 놓이는데. -어찌 보면 뮤지컬 배우는 생명력이 짧다. 일찍 데뷔한 까닭에 솔직히 처음에는 나 자신이 잘났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무대에 서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안다. 뮤지컬 여배우 계보를 든든히 받쳐주는 이태원 선배나 최정원 선배 등을 보면 너무 감사하고 멋지다. 그리고 한 가지 캐릭터는 재미 없다. 여러 캐릭터를 경험해 보는 것은 행복이다. →스스로 생각하는 배우로서의 장점은. -솔직히 저는 노력파는 아니다. 미친 듯이 노력하는 배우들을 보면 무섭다.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보기에는 제가 기가 세고 욕심이 많아 보이는데 사실 욕심이 별로 없다. 대신 다양한 보컬을 지니려고는 노력한다. 타고난 목소리는 은쟁반 옥구슬 같이 예쁘다. 하하. 그런데 그게 지겨워 록 음악도 많이 듣고, 알앤비(R&B)도 따라부르며 여러 목소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성대도 강한 편이라 탈 난 적이 없다. →유독 여자 팬들이 많다. -그게 너무 좋다. 국내 뮤지컬 시장의 여성 관객 파워는 대단하다. 티켓 파워도 세다. 하하. →원톱 공연이라 체력 소모가 많을 텐데. -저는 제 몸이 이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공연 때는 꼭 운동을 한다. 하하. →더 욕심나는 작품이 있나. -요즘엔 소극장 공연이 너무 욕심난다. 대극장 공연만 하다가 얼마 전 ‘아가씨와 건달들’을 중극장에서 공연했는데 처음엔 관객이 너무 가까이 있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이내 관객과의 호흡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알게 됐다. 지방공연 때는 무대가 객석과 너무 멀어 재미가 없더라. 그리고 서른 살 전에 뮤지컬 ‘틱틱붐’과 데뷔작인 ‘렌트’를 꼭 한번 다시 해보고 싶다. 더 나이 들면 뮤지컬 아카데미를 만들고 싶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에비타’ 12월 9일부터 내년 1월 29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3만~13만원. 1577-3363.
  • [열린세상] 이제 정말 잘못된 교육제도 고쳐야 할 때/문흥술 서울여대 교수·국문과 문학평론가

    [열린세상] 이제 정말 잘못된 교육제도 고쳐야 할 때/문흥술 서울여대 교수·국문과 문학평론가

    작년 가을,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의 학부모로서 일년 내내 애간장을 태우다 보니, ‘만산홍엽’이니 ‘천고마비’니 하는 단어가 꼭 외계어처럼 들렸던 기억이 있다. 공부하느라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해 초주검이 된 딸, 매일 기도하는 마음으로 가슴 졸인 아내, 이들을 위해 아무것도 해 줄 것이 없는 무기력한 나, 무거운 집안 공기, 애써 웃는 웃음 등이 새삼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딸이 중학생이 된 이후 6년 동안 가족만의 가을 여행을 떠나본 적이 없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이렇게 중차대한 관심사가 된 이유는 어떤 대학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아이의 앞날이 결정된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모든 학부모들은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학벌 위주의 병폐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어쩔 수 없이 그 상황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가도록 모든 것을 바칠 수밖에 없으며, 대학으로 가는 최대의 관문인 수능에 모든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1994년부터 시작된 수능 제도는 한 해씩 번갈아 가면서 어려운 수능(불수능)과 쉬운 수능(물수능)을 되풀이하여 수험생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런데 올해는 정부가 직접 나서 영역별 만점자 비율이 1%가 나오도록 쉽게 출제하겠다고 공언을 해 놓고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함으로써 고3 교실을 또다시 극도의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정부가 그런 공언을 한 본래의 정치적 의도는 알 수 없지만, 그 동안의 발언을 종합해 볼 때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목적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교육은 학벌 위주의 사회 통념과 그에 따른 대학의 서열화, 그리고 입시 위주의 교육 제도에 대한 종합적인 개선에 의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모순과 관련된 그런 문제를 한 해 입시의 난이도 조절로 해결하려 했다면, 그것이야말로 권위적인 탁상 행정의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백년지계인 교육에 정치가 개입함으로써 초래한 파국을 우리는 수없이 지켜보았다. 1970년대 이후 오늘날까지 40여년 세월 동안 입시 제도와 교육 제도가 몇 번이나 바뀌었는지 기억조차 하기 어렵다. 정략적인 개입으로 인한 교육 정책의 변화가 학생들에게 얼마나 많은 고통을 주었는가. 강산이 네 번 바뀌는 시간을 보내면서 우리 사회는 경제, 문화 등 제반 분야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눈부신 성과를 올리고 있건만, 어떻게 된 것인지 정치 분야의 권위주의적 발상은 결코 변하지 않고 있다. 권위적인 정치 개입이 초래한 현재의 황폐한 고등학교 교실을 보라. 학생들은 고등학교 3년 동안 피 말리는 내신 관리를 해야 한다. 게다가 각종 봉사활동 등과 같은 교외 활동도 병행해야 한다. 그것만으로도 학생들은 파김치가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단 한 번의 시험 성적으로 모든 것을 판가름하는 수능 시험까지 대비해야 한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온갖 눈치 보기를 하면서 여러 대학 수시와 정시에 원서를 접수하고, 논술과 면접을 또 따로 준비해야 한다. 초인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들의 연속이다. 더 이상 학생들을 정치화된 교육의 실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또한 ‘우리도 그러했으니….’, 혹은 ‘경쟁 사회니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대면서 기성세대가 겪은 입시 지옥을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대물림해서도 안 된다. 지옥 같은 학교, 엉터리 입시 제도를 개선하여 선진 한국에 걸맞은 올바른 교육 제도를 정립할 수 있도록 참교육을 갈망하는 모든 이들이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때이다. 오늘 아침,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큰소리로 외치면서 경쾌하게 등교하는 딸을 본다. 고등학교 시절 등교할 때 기운 없던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도 이 가을을 맞아 ‘국문인의 밤’을 주최하면서 싱그러운 가을 하늘로 빛나는 젊음의 기를 마음껏 발산하고 있다. 입시 지옥으로부터 해방된 우리 아이들의 생기발랄한 모습을 보면서, 우중충한 독서실에서 축 처진 어깨로 문제집을 풀고 있을 예비 수험생들을 떠올리노라면 가슴이 먹먹할 뿐이다.
  • 고사장·수능 이모저모

    고사장·수능 이모저모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0일은 전국적으로 포근한 날씨를 보여 수험생들은 대부분 가벼운 옷차림이었다. 일부 수험생들은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시험을 치르는 등 이색 풍경이 연출됐다. 고사장 앞에서는 자녀의 합격을 기원하는 학부모들과 새벽부터 진을 친 후배들의 열띤 응원이 펼쳐졌다. 서울 종로구 계동 중앙고에는 새벽부터 환일고, 용산고, 장충고 재학생 등 100여명이 모여 선배들을 응원했다. 환일고 1학년 이한솔(16)군은 “좋은 자리를 잡으려고 새벽 1시에 나왔다.”면서 “선배들이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여고 시험장 앞에는 ‘수능 대박 뿌잉뿌잉’, ‘나는 12학번이다’ 등 최신 유행어를 패러디한 응원 현수막이 나붙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가슴을 졸이며 자녀들을 기다렸다. 수험생 입실이 끝나 교문이 닫힌 뒤에도 담장 너머 교정에 시선을 고정했다. 중앙고 앞에서 만난 김선(49·여)씨는 “아들이 중이염 때문에 귀가 좋지 않아 걱정”이라면서 “실수 없이 차분하게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교 이름이 같아 고사장을 잘못 찾은 학생도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위치한 인창고에서 시험을 치러야 할 한 남학생이 경기 구리 인창고로 착각해 잘못 찾아가는 소동이 벌어졌다. 학교 측은 이 학생을 위해 별도 시험실을 마련하고 시험지를 긴급 공수해 정상적으로 시험을 치르게 했다. 그런가 하면 곳곳에서 아슬아슬한 수험생 ‘수송 작전’이 펼쳐졌다. 경기 고양시 화정지구대 경찰은 할머니상을 당해 가족들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지체장애인 학생을 시험장으로 긴급 이송했으며, 부천에서는 오전 7시 40분쯤 원종동 사거리에서 수험생을 태운 차량이 추돌사고를 일으켰으나 다행히 수험생은 크게 다치지 않아 경찰차로 시험장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늦잠을 자거나 교통이 막히는 바람에 경찰차를 타고 시험장에 도착한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신체장애를 딛고 수능에 도전한 수험생들도 눈길을 끌었다. 장애인 학생들을 위해 배정한 서울 종로구 경운동 경운학교에서는 수험생들에게 침대를 배정해 시험을 치르도록 했고, 점심도 학부모들과 먹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광주 남구 주월동 선명학교에서도 지팡이를 짚고 온 시각장애 남학생 등이 모여 시험을 치렀다. 외국 언론들은 한국 입시의 이색적인 모습을 앞다퉈 취재했다. 중국의 신화통신과 일본의 아사히TV, 카타르 민영 방송사 알자지라 기자들이 이날 시험장을 찾아 한국의 독특한 수능일 풍경을 기사화했다. 그런가 하면 일부 학생들은 쉬는 시간이면 끼리끼리 모여 담배를 피우는 볼썽사나운 모습도 보였다.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의 얼굴에는 희비가 교차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고에서 시험을 본 양재고 3학년 김서윤(18)양은 “시험이 끝나 후련하다.”면서 “일단 푹 잔 다음 운전면허를 따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험생은 “기대보다 결과가 좋지 않을 것 같아 우울하다.”면서 귀가를 서둘렀다. 한편 전남 해남군의 한 아파트에서는 고3 수험생 A(19)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A군이 수능시험을 마치고 집 근처의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투신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신진호·김진아·김소라기자 sayho@seoul.co.kr
  • ‘로봇 소년’ 남영욱군 “일상에 도움주는 개인 로봇 보편화가 꿈”

    ‘로봇 소년’ 남영욱군 “일상에 도움주는 개인 로봇 보편화가 꿈”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할 겁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처럼 로봇 프로그램을 손쉽게 내려받아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게 보급하고 싶습니다.” 건국대 2012학년도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공과대학 기계공학부에 합격한 남영욱(19·울산 남창고3)군은 6일 2009년에 자신이 개발한 로봇 ‘로키’를 손에 쥐고 밝게 웃었다. 남군은 국제로봇올림피아드 한국 대표 등 국내외의 각종 로봇대회를 석권한 ‘로봇 소년’으로 불린다. 설계와 프로그래밍 등 모든 작업을 손수 해서 만든 작품인 로키는 남군이 로봇에 대한 재능과 잠재력을 인정받아 대학에 입학하게 된 원동력이 됐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인 ‘C언어’로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관절마다 부드러운 모터를 사용해 움직일 수 있게 하고, 왼쪽 손 부분에 마이크를 달아 ‘고’(Go) ‘스톱’(STOP) 같은 말을 인식하게 만들었죠.” 고등학교 1학년 때 로키를 처음 개발한 남군은 이후 끊임없는 업그레이드를 통해 지난해 이 로봇으로 호주국제로봇올림피아드대회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다. “로키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가 처음에 프로그래밍한 동작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게 하는 것인데 이 부분을 더 발전시키면 나중에 실제 생활에 큰 도움이 되는 로봇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남군은 학습·사무·생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다목적 로봇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남군이 로봇공학자의 꿈을 키워 온 것은 중학교 1학년 때 공상과학(SF) 영화 ‘아이 로봇’을 본 뒤였다. 이후 인터넷을 뒤져 가며 로봇에 대한 기초지식을 쌓은 남군은 중학교 2학년인 2007년 창작발명로봇경진대회에 참가해 고교생들을 제치고 당당히 대상을 거머쥐었다. “제가 만들고 싶은 로봇은 인간사회에 가장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는 형태의 로봇이에요.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는 로봇을 만들어 개인용 컴퓨터처럼 일상생활에 큰 도움을 줬으면 합니다.” 남군은 대학에 입학해서도 로봇 연구와 개발에 끊임없이 매진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교육플러스]

    美 주립대 특례장학생 선착순 모집 미국 주립대 특례장학 프로그램을 대행하고 있는 ㈜라미웰빙은 다음 달 5일까지 특례장학생 50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한다고 밝혔다. 국내 고등학교 졸업자가 고교 성적 4.0만점에 2.5점(국내 점수 67~72점), 토플 69점 등 기본 요건만 갖추면 미국의 6개주 20개 주립대에 학비 및 기숙사비 포함 연간 1만달러 정도로 유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영국유학박람회 29~30일 개최 주한영국문화원이 주최하고 주한영국대사관이 후원하는 ‘제21회 영국유학박람회’가 오는 29~30일 서울 태평로 플라자호텔 그랜드 볼룸에서 열린다. 영국의 대학교 및 영어 연수기관등 56개교육기관이 참여한다. 첫날에는 학사와 석·박사과정, 둘째날에는 초·중등 과정 등 ‘과정별 영국유학 설명회’도 열린다. 예비 고3 실시간 수능체험단 모집 타임입시학원은 예비 고3생을 대상으로 수능 시험일에 실제 수능과 동일하게 시험을 치르는 ‘실시간 수능 체험단’ 200명을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응시생들은 11월 10일 수능일 낮 12시 30분부터 실제 수능과 마찬가지로 모의 수능을 치른다. 자세한 사항은 타임입시학원 홈페이지(academy.t-ime.com)에서 확인하면 된다.
  • 잡스 “MS는 비난받아 마땅… 인간애와 인문학이 없다”

    잡스 “MS는 비난받아 마땅… 인간애와 인문학이 없다”

    애플의 공동 창업주 고(故)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가 24일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40여개 나라에서 동시에 발매됐다. 책이 나오기 전부터 잡스가 전기 집필자인 월터 아이작슨에게 직접 전기를 써 달라고 부탁했으며, 아이작슨이 2009년부터 2년간 40여 차례에 걸쳐 잡스를 인터뷰하고 그의 친구, 가족, 동료, 경쟁자 등 100여명의 주변 인물들을 만났다는 사실 등 때문에 화제를 낳았다. 민음사에서 발간된 한국판(2만 5000원)은 925쪽에 이르는 방대한 양이다. 아이작슨은 시사주간지 ‘타임’의 편집장과 CNN의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했던 언론인. 그는 철저히 사실과 취재에 바탕을 둔 서술로 신비주의로 자신을 무장하고 세상을 바꾼 스티브 잡스를 조명했다. 잡스의 전기 집필을 두 번 거절했던 아이작슨은 잡스의 아내 로렌 파월을 통해 암 투병 사실을 알고 책을 쓰기로 마음먹는다. 잡스는 집필 과정에 어떤 영향력도 행사해서는 안 되며 사전에 보여 달라고 해서도 안 된다는 조건에 선뜻 응했다고 한다. ●생모에게 “낙태시키지 않아 감사” 잡스의 인생에서 빠지지 않는 중요한 사실은 그가 입양됐다는 것이다. “너네 진짜 부모님은 널 원하지 않았다는 얘기야?”란 동네 아이의 말에 울부짖는 잡스에게 양부모는 “우리가 너를 특별히 선택한 거란다.”고 일러주었다. 잡스는 양부모를 향해 “1000% 내 부모”, 친부모를 향해서는 “나의 정자와 난자 은행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후에 잡스는 생모 조앤 심슨에게 직접 전화를 해 자신의 존재를 알렸는데 “잘 지내고 계신지 확인하고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책은 “낙태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은 일이 고맙게 여겨졌다.”고 전했다. 전기는 “버림받음, 선택받음, 그리고 특별함은 잡스 정체성의 일부가 되었고 자신을 바라보는 하나의 방식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잡스는 버려졌다는 사실이 집착을 낳았다는 등의 성격 분석에 대해 “버려졌기 때문에 죽어라 열심히 일한다는 식의 얘기는 어처구니없다. 입양됐다는 사실을 안 것은 독립성을 키워 주었을지 모르지만 버림받았다는 느낌에 빠진 적은 없다.”고 일축했다. ●선불교와 채식주의로 영혼 형성 잡스가 미국에서 가장 학비가 비싼 대학이자 히피 생활 방식으로 유명했던 리드 대를 중퇴한 것도 유명한 사실이다. 그는 학비에 ‘노동자 계층에 속하는’ 부모의 돈을 많이 쓰는 것에 죄의식을 느꼈다고 훗날 자퇴 이유를 밝혔다. 홈스테드 고등학교 때 마리화나, LSD(환각제)에 손댄 잡스는 부모의 분노에도 의지를 꺾지 않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훗날 딸 리사를 낳은 크리스앤 브레넌과 부모의 반대에도 야산의 오두막에서 동거하기도 했다. 잡스는 첫 직장인 비디오게임 제조사 아타리에서 시급 5달러를 받고 고용되지만 곧 ‘냄새 나고 건방진 히피 녀석’이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일처리만은 똑 부러지게 해냈다. 그리고 유럽에서의 프로젝트를 해결하고 회사 돈으로 인도 순례를 떠난다. 7개월간 인도에서의 시간에 대해 “인도인의 직관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직관에는 강력한 힘이 있으며 지력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이 깨달음은 일하는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술회했다. 평생 야채와 과일만 먹는 강박적 식생활을 고3 때 시작한 잡스는 샤워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가졌고, 냄새를 풍겼다. ●디자인 열정 어린시절 주택서 유래 “단순함이란 궁극의 정교함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로 알려진 이 문구는 애플Ⅱ 팸플릿에 들어가면서 잡스의 디자인 철학이 된다. 깔끔한 디자인을 대중에게 공급하고자 하는 열정은 잡스가 어린 시절 살았던 아이클러 주택에서 유래했다. 1950~74년 캘리포니아 곳곳에 1만 1000채의 집을 세웠던 부동산 개발업자 조셀 아이클러는 깨끗한 디자인과 심플한 취향을 서민에게 선사했다. 잡스는 심지어 투병 중에도 “마스크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든다.”며 디자인에 집착했다. 병세가 악화돼 말을 제대로 못하는데도 의사에게 마스크를 다섯 가지쯤 가져오면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고르겠다고 지시했다. 책에는 애플이 아이패드에 삼성의 칩을 사용하게 된 사연도 등장한다. 잡스는 인텔 칩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들은 정말 느리다. 그리고 그들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고 싶지 않았다.”고 말해 삼성이 상대적으로 속도 경쟁력을 갖췄음을 시사했다. ●영속하는 기업이 핵심 “마이크로소프트(MS)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MS의 DNA에는 인간애와 인문학이 존재하지 않았다. 맥을 보고도 제대로 모방하지도 못했다.…월트 디즈니, 휼렛과 패커드, 인텔은 단순히 돈을 버는 기업이 아니라 영속하는 기업을 구축했다. 애플 역시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나는 내가 사람을 함부로 다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언가가 형편없으면 그저 면전에 대고 얘기하는 것뿐이다.” 책 말미에 실린 잡스가 직접 쓴 글 일부다. 그리고 잡스가 스탠퍼드대 졸업생들에게 한 유명한 말인 ‘늘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아가라.’(Stay Hungry, Stay Foolish.)는 실은 히피족 몽상가 스튜어트 브랜드가 카탈로그에 쓴 문구였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건반 위에서 완벽한 자유를 꿈꾸죠”

    “건반 위에서 완벽한 자유를 꿈꾸죠”

    다섯 살 때 처음 키보드를 만졌다. 건반을 누르면 알록달록 조명이 들어오는 카시오 장난감 키보드. 꼬마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키보드를 품고 다녔다. 맞벌이 부모 대신 꼬마를 학교에 통학시키던 이웃집 아줌마가 그 모습을 눈여겨보고 그의 어머니에게 전했다. 그때부터 피아노 레슨을 받았다. 여덟 살에 독주회를 했고, 열두 살 때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선 제법 피아노 신동으로 소문났다. 그래도 일반 고교에 진학했다. 의사였던 어머니는 아들이 같은 길을 걷길 원했다. 소년도 과학·수학 등에 관심이 많았다. 고3 때 피아니스트 레온 플라이셔의 마스터클래스에 참가한 게 소년의 운명을 돌려놓았다. 오른손 마비에도 좌절하지 않고 왼손 피아니스트로 거듭난 것으로 유명한 플라이셔는 소년을 명문 피바디음대(존스홉킨스대)로 불러들였다. 2005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쇼팽콩쿠르. 청년은 심사위원을 맡은 베트남 출신 피아니스트 당 타이 손에게 “이번 콩쿠르에서 가장 인상 깊은 연주를 들려줬다.”는 극찬을 받았다. 그런데 결선 문턱에서 쓴잔을 마셨다. 국내 언론들도 공동 3위 임동민·동혁 형제만을 주목했다. 절치부심했다. 이듬해 독일 뮌헨에서 열린 ARD콩쿠르 1위에 오르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 17일 서울 삼성동 올림푸스홀에서 재미교포 피아니스트 벤 킴(28·김진수)을 만났다. 독일 베를린에서 전날 입국한 탓인지 조금 피곤해 보였다. 7박 8일간 한국에 머무는데 올림푸스홀(22일) 공연을 비롯해 다섯 차례나 연주 일정이 잡혔다. 앨범(쇼팽: 24개의 전주곡과 4개의 즉흥곡)도 20일 냈다. 그래도 동안(童顔)의 맑은 미소는 여전했다. 유독 여성팬이 많은 까닭을 알 만했다. “(여성팬이 많다는 말을) 가끔 듣긴 하는데 진짜인지는 모르겠다.”며 수줍게 웃는 그는 “열네 살까지 외할머니와 함께 살며 한국말을 배웠다. 그런데 독일로 간 뒤 (한국말) 실력이 확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베를린음대에서 클라우스 헬빅을 사사하고 있다. 새 앨범과 공연 레퍼토리로 쇼팽을 고른 까닭이 궁금했다. “쇼팽을 진짜 좋아하는데 한동안 의식적으로 멀리했어요. 2005년 쇼팽콩쿠르에 앞서 1년 반 정도는 종일 쇼팽만 연습했거든요. 좀 지겨웠나 봐요. 사람들은 쇼팽의 작품을 예쁘다고만 생각하는데 그건 빙산의 일각이에요. 묵직한 통증 같은 게 그 안에 담겨 있어요.” 늦깎이인 벤 킴을 이만한 위치에 올려놓은 것은 콩쿠르 덕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는 “콩쿠르는 일종의 필요악”이라면서 “콘서트와 콩쿠르의 중압감은 비교할 수 없다. 꾸준히 노력하고 연습하는 자만이 성공할 수 있기 때문에 근육을 단련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취미로 피아노를 시작했다가 뒤늦게 진로를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충고를 부탁했다. 그는 “음악에 대한 관심이 50%, 다른 분야가 50%라면 음악을 택하는 게 낫다. 다른 길을 걷다가 뒤늦게 음악으로 돌아오려면 너무 힘들다. 음악을 하다가 다른 공부를 하는 건 상대적으로 쉽다.”고 말했다. 롤 모델에 대한 질문에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롤모델이란 건 그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까지 닮고 싶은 건데 피아니스트 중에는 없다. 피아니스트들은 연습도 혼자 하고, 연주 여행도 혼자 다니고, 공연도 혼자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경주마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좁아진다. 그렇게 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어 “사람들 앞에서 연주할 때 완전하게 자유롭고 싶다. 심리적인 부분과 연습량 모두 중요할 테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늦깎이 테너, 호세 카레라스 사로잡다

    늦깎이 테너, 호세 카레라스 사로잡다

    출발은 늦었다. 인천 부평고 2학년 때 중창단에 들어간 게 처음이다. 노래가 좋았는데 부모님을 설득하기 힘들었다. 고3 때 비로소 음대 진학을 결심했다. 한눈 팔 시간도 없었다. 이를 악물었다. 한양대 성악과에 입학했다. 유학도 늦었다. 음대생은 군악대에서 군 복무를 하는 게 보통. 그는 논산훈련소 조교를 했다. 대학 졸업 뒤 인천 시립합창단에서 2년. 또래들이 취업할 무렵인 스물일곱에 이탈리아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으로 떠났다. 국내 데뷔도 늦었다. 그런데 단박에 주역이다. 오는 13~1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올려지는 국립오페라단의 ‘가면무도회’가 그 무대다. 주세페 베르디(1813~1901)의 오페라 중 테너 비중이 가장 높은 탓에 대가들도 나이가 들면 꺼린다는 리카르도왕 역할이다. 내년 6월에는 세계 최고의 무대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에 주역으로 데뷔한다. 베르디의 오페라 ‘루이자 밀러’에서 주인공 루돌프 역을 맡았다. 이쯤 되면 역전 홈런. 출발은 늦었지만, 진득하게 한발씩 내딛는 ‘대기만성’의 테너 김중일(36)을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중일은 유럽 콩쿠르라면 질리도록 다녔다. 생활고를 겪는 유학생들이 관광가이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는 생계를 콩쿠르 상금에 의존했다. “가이드 수입이 짭짤한 건 유학생들이 다 안다. 하지만 돈 버는 재미에 빠지면 음악은 끝이다. 고기 안 먹고 파스타 먹으면 견딜 만하다. 재료를 사서 해먹는 데 1유로(약 1600원)면 충분하다.” 그의 운명을 바꾼 것은 올 초 이탈리아 부세토 베르디콩쿠르. 만 35세의 나이 제한에 걸릴 뻔했지만, 불과 석 달 차이로 피했다. 베르디 작품에 가장 적합한 목소리를 발굴하는 콩쿠르의 올해 심사위원장은 세계 3대 테너 호세 카레라스다. 그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정통 리릭 테너(밝고 따뜻하고 윤기 있는 음색)에 가까운 김중일을 눈여겨 봤다. 올해가 이탈리아 통일 150주년이라 자국 출신을 밀어주는 분위기가 물씬 풍겼지만, 김중일이 2위로 입상한 데는 카레라스의 지원도 한몫했다. 카레라스는 시상식 뒤 김중일에게 “더는 콩쿠르에 나가지 말고 제대로 된 일을 시작하라.”며 용기를 북돋워줬다. 에이전트들에게 소개도 해줬다. 덕분에 대형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었다. 이탈리아에 처음 도착하던 날부터 꿈꿨던 일이 현실이 된 셈. ‘루이자 밀러’의 반응에 따라 2012~2013시즌 베르디의 대작 ‘돈 카를로’까지 출연키로 구두약속을 받아놓은 상태다. 당장은 ‘가면무도회’ 생각뿐. 그는 “테너가 가장 힘들어하는 음정이 ‘파’와 ‘솔’ 사이인데 ‘가면무도회’의 아리아 중 아름다운 라인이 파와 솔 사이에 몰려 있어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이탈리아어의 뉘앙스와 악센트는 편해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대학 시절을 빼면 한국 무대에 처음 서는 터라 설렘과 기대가 교차한다. 게다가 유럽에서 활동하는 연인 정시영(소프라노) 역시 리카르도 왕의 시종인 오스카 역으로 캐스팅됐다.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 동문인 둘은 내년 ‘루이자 밀러’ 공연 이후 결혼할 예정이다. 오후 연습을 위해 예술의전당으로 향하는 그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어떤 가수가 되고 싶냐고. “노래를 쉽게 하는 게 목표다. 지금은 굉장히 집중해야 노래가 나온다. 다 털어버리고 누구나가 머릿속에 떠올리는 아름다운 노래가 술술 나오는 단계에 이르고 싶다. 앞으로 2~3년이 중요하다. 메이저급에 올라서느냐 아니냐는 그 시간에 달렸다.”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가면무도회 1792년 스웨덴 구스타프 3세 암살사건을 바탕으로 한 오페라. 국왕 리카르도(정의근·김중일)는 충신 레나토(고성현·석상근)의 아내 아멜리아(임세경·이정아)를 사랑한다. 레나토는, 아내와 국왕의 마음을 알고 국왕 암살을 꾀한다. 1만~15만원. (02)586-5282.
  • [데스크 시각] 고3 아빠의 D-41 “아놔”/임병선 영상콘텐츠부장

    [데스크 시각] 고3 아빠의 D-41 “아놔”/임병선 영상콘텐츠부장

    9월 8~10일 오후 5시, 14일 오후 1시, 17일 오후 5시…. 암호 같다. 세로칸에는 실적 보고서, 자기소개서, 논술, 면접, 발표 등이 적혀 있고 그 옆에는 나란히 날짜와 시간이 적혀 있다. A4 용지 한 장에 다 적지 못해 스티커도 붙여져 있고 따로 다이어리에 메모된 일정도 있다. 집의 거실 벽에 붙여진 ‘사령관’ 일정이다. 고3 딸의 대학 입학 수시 전형에 맞춰 원서 접수 마감 시한을 기록해둔 것이다. 올해 수학능력 시험도 작년처럼 쉽게 출제된다고 한다. 수험생들은 한 문제라도 실수하면 등급이 뚝 떨어지게 된다. 평소 거들떠보지도 않던 대학과 학과들도 다시 보게 됐다. 처음엔 7~8개 대학 이름이 올랐다. 글로벌 전형과 일반 전형을 함께 지원한 대학도 서너 곳이 됐다. “이 정도면 되겠지.” 하며 의연했던 사령관도 여러 대학의 마감이 임박하자 초조해했다. 잠 못 이루던 사령관은 결국 일정표에 없던 몇 개 대학, 학과들을 포함시켰다. 수능 D-100 언저리에 사령관에게 저항하기는 했다. 저항이라기보다 적당한 핑계를 대고 작전에서 빠질 요량이었다. 주워 들은 건 있어 자녀 대학 입학의 3대 조건을 들먹였다.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에 이어 맨 끝자리를 차지하는 아빠의 무관심을 들이댄 것. 그랬더니 사령관과 그보다 높은 딸이 에두른 질문을 흘렸다. “할아버지가 그렇게 부자였나요?” “당신 아버님이….” 어이쿠! 조건들을 따로따로 생각했는데 두 사람은 세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고 짐짓 강조했다. 그렇게 기자는 간단히 진압돼 사령관 명령을 좇기 시작했다. 대학들은 입학 전형을 대신하는 입시 전문 사이트들에 원서 접수를 대행시키고 있었다. 면접을 치르지 않는 대학은 5만 5000원선, 면접을 치르는 대학은 7만~8만원을 전형료로 지불해야 했다. 처음엔 50만~60만원쯤 든다고 하던 사령관은 모든 일정이 마무리된 뒤 70만~80만원이 들었다고 했다. 사령관은 D-100을 앞두고부터 집 근처 큰 절에 다니기 시작했다. 오죽했으면 스님이 “고3 엄마들이 밀물처럼 왔다가 수능 끝나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는 객쩍은 얘기를 늘어놓았을까. 불법(佛法) 대신 온갖 정보를 구해와 식탁에서 풀어놓는다. 어느 부부는 원력이 강하기로 소문난 대구 팔공산 갓바위를 벌써 세 차례나 다녀왔다는데 우리는 뭐하냐고 했다. ‘기도발’ 세기로 이름난 설악산 봉정암에 다녀오는 관광버스 5대에 몸을 실을 신도들을 접수 마감하는 데 10분밖에 안 걸렸다고 했다. 딸아이의 학교에서만 250명 넘게 지원해줘 감사하다며 한 여자대학에서 교장에게 전화를 걸어왔다고 했다. 어느 외국어고에서 전교 석차가 56등인 아이가 4등을 제치고 서울대에 입학한 사례도 빠지지 않았다. 발빠른 정보력을 갖춘 엄마 덕이라며 사령관은 결기를 다진 터였다. 딸이 지원한 곳의 경쟁률 가운데 가장 낮은 곳이 70대1쯤. 높은 곳은 200대1쯤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도대체 어떤 수준의 아이들이 지원했는지 도통 알 수 없다는 것. 3000가지가 넘는다는 대입 전형의 다채로움, 얼마나 아찔한가. 이렇게 수험생과 부모들을 힘들게 하고서 교육당국 책임자들은 어떤 얼굴 표정을 하고 있을까. 선택의 다양성이란 전가의 보도를 들이대면서? 낭비되는 돈과 인력의 수고로움, 시간은 또 어떤가. 오늘은 수능 D-41. 시곗바늘은 어김없이 돌고 딸의 신경은 갈수록 날카로워진다. 너무한다 싶어, 딸이 부모를 머슴처럼 여긴다 싶어, 한마디 할라치면 사령관은 손가락을 세워 입술에 붙인다. 자동차로 학교에 모시고 독서실에서 돌아올 때까지 무르팍을 꼬집으며 기다린다. 남들 다 겪는 일인데 뭘 그러냐고? 겪어보니 알겠다. 일과성으로 흘리니 교육 정책이 이 모양인 것이다. 모처럼 쉬는 내일, 이른 아침 딸아이를 어느 대학 논술시험장에 모시라는 사령관의 하명이다. 아놔! bsnim@seoul.co.kr
  • [문화마당] 아이유와 대학 특례 입학/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문화마당] 아이유와 대학 특례 입학/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고3 수험생에게 대학 합격보다 더 큰 선물이 있을까. 본인에게도, 뒷바라지를 해온 부모들에게도 그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으랴. 그런데 이를 마다한 수험생이 있다. 인기 가수 아이유가 바로 그다. 올해 연예인 수험생 중 연예관련학과가 있는 대학의 스카우트 표적 1순위가 그였다. 몇몇 대학은 아이유 모시기에 공을 들였다. 며칠 전 아이유는 연예 특례 입학을 정중히 거절했다. 그 이유가 눈길을 끈다. ‘대학 진학의 필요성을 아직 느끼지 못했다.’였다. 또한 가수로서 해야 할 일이 남아 있고, 대학에 진학해서는 그것을 함께 병행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대학생이란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1993년 5월생. 만 18세. 아이유의 그 같은 결단은 한낱 가십성 뉴스에서 그칠 일이 아니다. 시사 하는 바가 크다. 때가 되면 으레 해야 할 일들을 거부한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더군다나 우리의 교육 정서는 학업에 있어서만큼 예외가 주어지지 않는다. 이를 감안한다면, 그 같은 결단은 주목 받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아이유였기에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아이유가 방송사의 가요프로그램 녹화 무대에서 한껏 노래 솜씨를 발휘하고 내려와서 첫 번째로 하는 일은 무대복을 벗고 화장을 지운 뒤 교복을 입는 것이다. 스태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그녀는 ‘스스로’ 고등학생의 본분으로 돌아간다. 진학 포기라는 용단을 내리긴 했지만 음악 이론과 뮤지션으로서의 성장을 위해 때가 되면 공부를 다시 하겠다는 그녀의 다짐은 우리 가요계의 미래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연예인이 되면 대학 진학은 ‘옵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많은 청소년들이 인기도 누리고 대학 진학 특례도 누리는 모습을 보면서 연예인을 선망하게 된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매년 입시철마다 나오는 문제지만, 연예인 대학 특례입학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다. 연극·영화학과와 음악 관련 학과 등에 진학하려는 수험생은 한 해 1만명 내외다. 이상 과열이랄 수도 있는 이런 인기는 연예인이 얼마나 선망의 대상인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연예인 특례입학을 한 학생들 가운데는 정말 예술적 기질이 넘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기획사의 홍보력 덕에 TV에 몇번 나왔다는 것만으로 혜택을 보는 사람도 있다. 특례입학생 중에는 출석 여부와 관계없이 학교 책임 아래 졸업까지 보장받는 사람도 있다 하니 더더욱 놀랍다. 연예 관련 학과가 인기를 끌다 보니 지난 1990년대 중반 이후 관련 학과를 만드는 대학들이 줄을 이었다. 이들은 체계적이고 내실 있는 교육시스템을 통해 인재를 길러야 하지만 인기 학과임을 자랑하기 위해 기존 연예인을 받아들여 학교 홍보에 주력하는 방식을 쓴다. 100년을 내다봐야 한다는 대학 행정의 우울한 단면이다. 교육 행정은 상술이 아니다. 진중하고도 진중해야 한다. ‘출석’이 중요한 것은 학문에서 정보 교류를 하는 법, 정기 공연 등을 통한 통합적 메커니즘을 배우기 때문이다. 이런 진지한 협동작업을 통해 예술을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참된 예술인으로 성장하는 일이다. 이런 과정 없이 오랜 생명력을 유지하기는 힘들다. 연예 관련 학과에 대한 입시준비도 그야말로 벼락치기다. 성적이 고만고만하니까 실기 비중이 큰 연예 관련 학과로 급히 눈을 돌린다. 중·고교 시절 연극 한 편 보지 않고, 시나리오나 희곡 하나 진지하게 읽어본 적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기본’이라 할 것도 없을 정도로 민망한 수준이다. 이는 실기 현장에서 곧장 드러난다. 겉멋만 잔뜩 들어간, 유행어만 남발하는, 깊이와 느낌이 전혀 없는, 그런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올해도 연예 관련 학과의 경쟁률은 치솟을 전망이다. 즉흥적이고 근시안적 대학행정과 준비 없이 오직 스타만을 꿈꾸는 수험생들. 우리 교육이 이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입학 자격을 갖추고도 대학 진학을 하지 않는 가수 아이유의 결단을 이제는 되짚어 볼 때다.
  • 기능인재 1기 29명 정식 임용… 공직 첫발 3인 당찬 포부

    기능인재 1기 29명 정식 임용… 공직 첫발 3인 당찬 포부

    “정년퇴직까지 남은 공직생활이 42년이에요. 제 분야에 최고가 될 거에요.” 지난해 처음 도입된 ‘기능인재 견습직원 선발제도’로 공직에 첫발을 내디뎌, 14일 기능직 10급으로 정식 임용된 장현진(18·여) 주무관은 이렇게 포부를 밝혔다. 이날 장 주무관을 비롯해 1기 기능인재 29명이 6개월간의 견습생활을 마치고 정식 임용됐다. 이 가운데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출신 15명, 전문대학 출신 기능인재가 14명이다. 이들은 국가공무원법 개정으로 기능직 10급이 폐지됨에 따라 내년 5월 기능직 9급으로 자동전환될 예정이다. 장 주무관은 지난해 전문계고등학교인 수원농업생명과학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기능인재 선발시험에 도전, 농림직렬로 선발됐다. 올 3월부터는 국방부 소속 국립현충원에서 초화(草花) 및 온실 관리 업무를 맡아 견습생활을 했다. 그는 “나이도 어리고 사회생활도 처음이라 어려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관심을 두고 배웠던 부분인데다 주위에서 가족처럼 대해주셔서 일에 금방 적응했어요.”라고 말했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1993년생인 장 주무관은 올해 열여덟 살이다. 보통 20대 후반~30대 초반 임용되는 점으로 볼 때 남들보다 10년쯤 일찍 공직생활을 시작한 셈이다. 고교 3년 동안 초화가 좋아 초화에 파묻혀 살았다는 그는 학교를 다니면서 종자기능사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바라던 공무원이 됐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고 현재도 ‘식물보호사’, ‘원예기능사’ 자격증에 도전하고 있다. 초화 분야의 1인자가 되겠다는 꿈 때문이다. 그는 “적성에 딱 맞는 일을 찾은 것 같아요.”라면서 “아직은 부족해서 많이 배워야 하지만 언젠가는 초화에 관한 최고 전문가가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고3이었던 1기 기능인재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볼지, 기능인재 선발시험을 볼지 고민하기도 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창원기계공고를 졸업하고 현재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기록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창수(19) 주무관은 지난해 수능이 두 달쯤 남은 상황에서 기능인재 선발에 도전할 것을 결정했다. 자신보다 성적이 좋았던 친구들도 있었지만 모두 수능을 보려고 기능인재로 추천받기를 원하지 않아 그에게까지 기회가 돌아왔던 것이다. 그는 “당시에는 수능을 포기한다는 것이 내심 불안하고 걱정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정말 기회를 잘 잡은 것 같다.”면서 “수능 포기한 거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고 말했다. 김 주무관은 현재 국가 주요 기록물들을 탈산소독하고 기계정비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남들보다 5~10년 일찍 들어왔으니 제가 하는 일에서 아주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남들은 취업이 안 되고 등록금을 못 내서 군대에 간다지만 저는 안정된 직장이 있으며 여유롭게 군대에 갈 수 있고, 아무리 생각해도 (기능인재 선발에 도전한 건)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기능인재 선발제도는 영어 등 취업에 필요한 다른 능력은 조금 부족하지만 전공과목에 대한 능력이 뛰어난 인재들을 선발하는 제도로 전문계고 및 전문대생이 공직에 비교적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기회다. 박소영(23·여)주무관은 대구산업정보대학을 졸업하고 보건직렬로 기능인재에 선발됐다. 지금은 장애인 교육시설인 선진학교에서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졸업반이라 각종 자격증 시험과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의무기록사, 병원행정사, 보험심사평가사, 의료보험사, 병원코디네이터 자격증 등을 땄지만, 취업은 쉽지 않았다. 결국, 기능인재 채용 공고를 보고 곧바로 지원했다. 필기시험은 국어·국사만 볼 뿐, 평가가 전공 능력 중심이라서 평소 전공에 특히 자신이 있었던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박 주무관은 “요즘같이 취업하기 어려운 시기에 직업이 보장되는 공무원이 된다는 걸 큰 장점으로 보고 지원했다.”면서 “지난해 처음 생긴 제도라 지원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던 친구들도 이제는 많이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늘 온 힘을 다해 직장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 제 공직생활의 목표”라면서 “안정적이라고 해서 거기에 멈추지 말고 끝없이 자기계발을 해서 제 분야의 최고가 되고 공직자로서 국민에게 봉사하겠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올해 기능인재의 선발인원을 지난해보다 23명 늘려 모두 53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또 올해 선발되는 기능인재들은 6개월의 견습생활을 거쳐 바로 9급으로 임용된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커버스토리-한가위] “돌아갈 집도 없고 대책도 막막” 수해민 끝나지 않은 악몽

    [커버스토리-한가위] “돌아갈 집도 없고 대책도 막막” 수해민 끝나지 않은 악몽

    추석을 앞둔 지난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우면산 밑 전원마을 세입자 박준철(가명·58)씨는 서초구청 앞마당에 차려진 장터에서 연거푸 막걸리를 들이켰다. 박씨는 아침 빗물이 들어찬 반지하집, 진흙 범벅이 된 가구 사진 등을 가방에 넣고 서초구청을 찾았던 터다. 구의원이나 구청 직원들이 눈에 띌 때마다 달려가 인사를 하고 “당장 먹고살 세간살이라도 마련할 수 있는 보상금을 좀 더 대달라.”며 하소연했다. 구의원들은 얼굴이 붉으스레한 박씨에게 “힘써볼게요.”라고만 답할 뿐이었다. 구청 측도 딱히 수해를 입은 세입자 대책이 없다고 했다. 박씨는 또 막걸리잔을 들었다. 우면산 토사가 쏟아져내리던 날 박씨의 반지하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박씨 부부는 친척집에 머물렀다. 그러나 박씨는 친척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혼자 서초구청 부근 찜질방으로 거처를 옮겼다. 보상금으로 받은 100만원은 당장 먹고살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세간살이 장만은 엄두조차 낼 수 없는 형편이다. 게다가 아내는 좁은 창문으로 빠져나오다 허리를 다쳐 수술 날짜까지 받아 놓았다. “돌아갈 집도 없는데 무슨 추석입니까. 연휴 기간에 친구들과 서초구청 앞에서 술이나 한잔할 겁니다.” 박씨가 말하는 추석이다. 서울역에서 노숙생활을 하는 이훈성(가명·56)씨도 추석은 남의 일일 뿐이다. 1998년 IMF사태는 이씨를 고향 광주에서 서울역으로 떠밀었다. 노숙 동안 막일을 해서 쪽방이나 고시원 생활도 했다. 그러다 돈이 떨어지면 서울역 근처에 머물며 일자리를 찾았다. 가족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고향에 간 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할 정도다. 올여름은 유난히 비가 잦아 거의 일하지 못했다. 돈을 벌지 못하니 쉴 방을 구할 수도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 22일부터 서울역에서 잠을 잘 수도 없게 됐다. 이씨 입장에서는 ‘잠터’마저 잃은 것이다. 이씨는 “노숙인에게 추석이 무슨 의미일까마는 올 추석은 더 쓸쓸하고 외롭다.”며 고개를 꺾었다. 대학 4학년생 정지은(22·여)씨는 추석 연휴 기간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며 보내기로 했다. 고향에 내려가는 친구가 가르치던 고3 학생의 과외를 맡겼기 때문이다. 고향에 가고픈 생각이 굴뚝같지만 4일 동안 모의고사 문제를 풀어주고 20만원을 받는다는 조건을 뿌리치지 못했다. 대학 생활 내내 한 푼이라도 아끼고 최대한 모으는 버릇이 몸에 밴 탓이다. 400만원에 가까운 이번 학기 등록금 가운데 절반은 집에서 대 줬다. 나머지는 장학금과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충당해야 할 처지다. 그러나 장학금을 받는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허리띠를 졸라매고 뛰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월세, 생활비, 교재비 등을 따지면 단돈 만원이 아쉬운 형편이다. 정씨는 “과외 때문에 고향에 못 간다고 말씀드리면 부모님께서 속상해 하실까 봐 연휴 동안 토익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모두 안 된다고 했지만 ‘완벽男의 꿈’ 포기 못해”

    “모두 안 된다고 했지만 ‘완벽男의 꿈’ 포기 못해”

    모두가 안 된다고 했다. 그 힘든 걸 왜 하느냐고도 했다. 함께 뛸 동료도, 전문적인 코치도 없다. 그래도 포기할 수가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육상선수가 되는 꿈을 버릴 수는 없다. 한국 육상 10종경기 대표 김건우 얘기다. 10종 경기는 이틀 동안 100m-멀리뛰기-포환던지기-높이뛰기-400m-110m 허들-원반던지기-장대높이뛰기-창던지기-1500m를 순서대로 소화한다. 각 종목 누적 점수로 순위를 가린다. 극한의 체력과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10종경기 챔피언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육상 선수’로 불린다. 한 종목에 특출 나지 않아도 두루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발휘한다. 현재김건우는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국내 단 한명의 10종경기 선수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0종 경기는 지난 27일 시작해 28일 끝났다. 김건우는 첫날부터 하위권에 처졌다. 5개 종목에서 3989점. 참가 선수 30명 가운데 23위였다. 400m를 빼면 모두 시즌 베스트 기록이다. 나름대로 경기를 잘 풀었다는 얘기다. 세계와의 수준차는 그만큼 크다. 이튿날에도 선전했다. 김건우는 결국 10개 종목에서 합계 7860점을 얻었다. 한국 기록이다. 지난 2006년 5월 26일 자신이 작성했던 7824점을 36점 끌어올렸다. 전체 17위 성적. 목표했던 8000점 돌파는 못 이뤘지만 의미가 있는 대회였다. 김건우가 10종경기를 시작한 건 고3 때였다. 그전까지 여러 육상 종목을 전전했다. 어릴 땐 달리기를 잘했다. 400m로 육상을 시작했다. 이후 800m와 높이뛰기까지 트랙과 필드를 이리저리 오갔다. 재능은 그럭저럭이었고 성적은 적당한 수준에서 맴돌았다. 그러다 대학 입시가 눈앞에 닥쳤다. 어떻게든 진학을 해야 했다. 특별히 잘하는 종목이 없으니 차라리 여러 종목을 한꺼번에 해 보자 싶었다. 그래서 택한 게 10종경기였다. 운명이다. 고3 시절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했고 한국체대에 입학했다. 이후 12년을 줄곧 10종경기에 매달려 살았다. 고독한 싸움이었다. 대학 3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국내 10종경기 우승을 거의 독식했다. 혼자 한국 기록을 작성하고 스스로 경신해 왔다. 국내에 라이벌이 없다. 김건우는 혼자 가상의 적들을 상대로 훈련하고 경쟁한다. “그래서 국제대회에 나가면 즐겁다.”고 했다. 실제 이날 김건우는 내내 웃는 표정이었다. 끊임없이 미소 짓고 관중들 박수를 유도했다. 여유가 있었다. 성적은 하위권이지만 겉모습만으론 우승자에 가까웠다. 경기를 즐겼다. 순위보다는 스스로 기록을 깨 가는 데 목표를 뒀다. 아직 김건우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일차적으론 한국인의 한계로 여겨지는 8000점을 돌파해야 한다. 그러고 나도 궁극적인 목표가 남아 있다. 김건우는 “언젠가 나도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육상선수에 다가가고 싶다. 다들 안 된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건우 머리 위로 햇살이 비쳤다. 대구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올 수능 ‘예비마킹’ 하지 마세요”

    오는 11월 10일 시행을 앞두고 24일부터 응시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2012학년도 대입 수학능력시험에서는 예년과 달리 예비마킹 흔적을 꼼꼼히 지우지 않으면 중복답안으로 오답 처리될 수 있어 수험생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올해부터는 수능 시험 결과를 이미지스캐너를 사용해 채점한다고 23일 밝혔다. 기존 OMR 판독기의 경우 빨간펜 등으로 예비마킹을 한 뒤 지우지 않아도 됐지만 이미지스캐너는 펜의 종류와 상관없이 모든 필기 흔적을 읽어내기 때문에 수험생이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별 생각 없이 연필 등으로 답 표시를 했다가 지우지 않으면 중복답안으로 채점돼 오답 처리될 수 있다. 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수험생들은 컴퓨터용 사인펜 이외의 필기구 흔적을 수정테이프 등을 사용해 깨끗이 지워야 한다.”면서 “수정테이프는 수험생이 개별적으로 휴대할 수도 있고, 시험감독관에게 요청해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교과부는 올 수능시험 예비응시자를 대상으로 24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원서를 접수한다. 고3 수험생은 재학 중인 고교에서 일괄 접수하며, 재수생은 출신고교에, 검정고시 출신자 등은 주소지 관할 교육청에서 접수한다. 접수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토요일과 공휴일은 원서를 접수할 수 없다. 또 제주도 지역 고교 졸업자나 제주도에 주민등록이 있는 수험생은 다음 달 1∼8일 서울 성동교육지원청에 마련된 교부 및 접수창구를 이용하면 된다. 응시원서를 제출한 뒤에도 9월 6∼8일 사흘 동안 응시과목을 바꾸거나 취소할 수 있다. 응시수수료는 3개 영역 이하 3만 7000원, 4개 영역 4만 2000원, 5개 영역 4만 7000원 등으로 지난해와 같다. 한편 올해부터는 천재지변이나 질병, 수시모집 최종합격 등으로 불가피하게 응시하지 못하거나 응시할 필요가 없는 수험생은 11월 14~18일 환불신청을 하면 수수료의 60%를 환불받을 수 있다. 원서 접수기간인 9월 6∼8일에 환불을 신청하면 전액 환불받을 수 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서울플러스]

    고3 수험생 논술 특강 영등포구(구청장 조길형) 고 3생 60여명을 대상으로 20일부터 5주간 매주 토요일 중소기업 창업지원센터에서 논술 특강을 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연구위원인 서울 하나고 이효근·제주 남주고 강영기 교사가 자기소개서 잘 쓰는 법과 창의적 글쓰기 등을 알려준다. 교육지원과 2670-4162. 자기주도학습법 학부모 교실 성북구(구청장 김영배) 제5기 자기주도학습법 학부모교실을 31일부터 9월 21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낮 12시 하월곡동 성북자기주도학습 지원센터에서 개최한다. 자녀교육의 목표와 방향을 제시한다. 교육지원담당관 920-4311. 남대문시장 가스시설 개선 공사 중구(구청장 최창식) 다음달 말까지 남대문시장에서 불량 가스시설을 갖춘 60개 점포를 대상으로 개선 공사를 실시한다. 점포당 41만원 전액을 지원한다. 고무호스를 금속배관으로 바꾸고, 가스 누출 자동경보 차단 장치도 설치한다. 지역경제과 3396-5062.
  • 조폭 뺨치는 10대 ‘일진’

    지난 6월 21일. 경기 광명에 사는 고3 수험생 윤모(17)군은 방과 후 교실 청소를 하던 중 ‘일진’ 소속인 김모(18)군 등 3명과 마주쳤다. 윤군은 “따라오지 않으면 가만 안 둔다.”는 이들의 협박에 어쩔 수 없이 학교 밖으로 따라나섰다. 윤군은 지난해 9월부터 김군 등으로부터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해 왔다. 사귀던 여자친구 김모(15)양과 헤어진 뒤 김양과 알고 지내던 김군 등에게 욕을 하고 다녔다는 게 이유였다. 이들은 지하철 5호선을 타고 송파구 거여역에 도착했다. 저녁 9시 무렵이었다. 그곳에는 또 다른 일진 맴버 10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윤군을 거여동 일대의 재개발 예정지와 인적이 없는 폐가, 빌라 주차장, 공원 등으로 끌고 다니며 폭행하기 시작했다. 조직폭력배도 혀를 내두를 무자비한 폭행이었다. 이들은 순번을 정해 번갈아 가며 윤군을 때렸다. 시간을 재며 한 명이 3분 동안 때린 뒤 다른 한 명이 또 3분 동안 때리는 식이었다. 윤군이 정신을 잃으면 찬물을 끼얹어 깨어나게 해 다시 때렸다. 공원에서는 윤군의 머리에 비닐봉지를 씌운 뒤 40㎝가량 파낸 구덩이에 머리를 묻고 흙으로 덮는 잔인함까지 보였다. 혼수상태에 빠진 윤군은 9시간이 흐른 22일 오전 6시쯤 출근하던 시민에 의해 발견됐다. 이들은 1만 2000원이 든 김군의 지갑도 뺏어 갔다. 윤군은 늑골골절과 전신 타박상 등 전치 6주의 중상을 입었다. 이후 치료를 마치고 퇴원했지만 대인기피증을 보이는 등 후유증이 심각하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10일 김군 등 5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또 이들과 함께 윤군을 폭행한 이모(18)군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누가 갑부 딸 목에 폭탄 매달았나

    누가 갑부 딸 목에 폭탄 매달았나

    졸업 시험을 코앞에 둔 호주 갑부의 고명딸이 ‘목걸이 폭탄’을 두른 채 10시간 동안 공포에 떤 사건이 발생해 호주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소녀의 목에 폭발물을 걸어놓고 달아난 범인은 거액의 몸값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엽기적인 사건은 3일(현지시간) 대낮 시드니의 최고급 주택가에서 벌어졌다. 웨노나고등학교 12학년(한국의 고3)인 매들린 펄버(오른쪽·18·여)는 시내 북부 모스만의 자택에서 홀로 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던 오후 2시 30분쯤 복면 괴한 2명과 부엌에서 맞닥뜨렸다. 펄버를 위협해 제압한 범인들은 그의 목에 ‘옷깃 폭탄’(왼쪽)으로 불리는 폭발물을 설치한 뒤 ‘경찰에 가면 곧바로 터질 것’이라는 내용의 쪽지를 남긴 뒤 사라졌다. 다만, 돈을 요구하는 문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호주 일간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펄버는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며 침착하게 경찰에 신고 전화를 걸었다. 경찰은 즉시 폭발물 탐지반과 제거반, 군 관계자 등을 현장에 출동시켰고 10시간의 진땀 나는 작업 끝에 자정쯤 폭탄을 제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졌지만 실제 폭발하도록 설계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목걸이 폭탄’은 중동지역 등의 테러범들이 자주 사용하는 도구로 폴리염화비닐(PVC) 파이프 등으로 만들어진다. 범인이 누구인지, 어떤 목적에서 범행을 계획했는지 밝혀지지 않았으나 호주 경찰은 일단 몸값을 노린 범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펄버의 아버지인 윌리엄 빌 펄버(53)는 음성·언어 인식 서비스업체인 ‘애픈 버틀러 힐’의 최고 경영자로 시드니 내 최고 거부 중 한 명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국에서도 거주한 경험이 있다. 어머니인 벨린다(51) 역시 조경회사를 운영 중이며 매들린 펄버는 3남 1녀 중 맏딸이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여수엑스포 자원봉사자 4만5000명 몰려

    2012년 전남 여수에서 열리는 세계박람회의 성공적 개최를 돕기 위해 필요인원의 3배가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모여들었다. 여수엑스포조직위원회가 지난 4월부터 박람회 자원봉사자를 모집한 결과 선발인원 1만 3000명의 3배수가 넘는 4만 5000여명이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원자들은 어쩔 수 없이 선발 과정을 거치게 됐다. 연령별로는 20대 미만이 60.1%, 20대 21.4%, 50대 5.4%, 40대 4.7%, 60대 4.3%, 30대 2.8%, 70대 1.2%, 80대 이상 0.1% 등이다. 특히 20대 이하에서는 내년도 고3 수험생들이 대거 신청했다. 직업별로는 학생이 3만 4912명(77.7%)으로 압도적이었으며 인기 지원 분야는 관람안내(1만 3751명), 행사지원(7236명), 교통질서·주차장관리(5427명) 순이다. 일반봉사자 10여명을 관리하는 ‘리더 봉사자’ 분야는 6.4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여성(3만여명)이 남성(1만 5000여명)보다 두 배 많았고, 외국인도 1300여명이 지원했다. 조직위는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12월 초에 봉사자를 확정한다. 여수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길섶에서] 녹즙 아줌마/주병철 논설위원

    주중 아침이면 사무실에 빠지지 않고 들르는 사람이 있다. 녹즙 배달 아줌마다. 2년쯤 됐다. 음료를 건넬 때는 한마디씩 한다. 술 냄새가 진동하면 ‘왜 먹느냐.’고 핀잔을 준다. 받아만 놓고 먹지 않을 때는 ‘돈이 아깝다.’고 말한다. 가끔 간과 심혈관에 좋다며 다른 음료를 권하기도 한다. 병 주고 약 주는 것 같다. 그런데 몇달 전 자신의 고3 아들을 위해 신문 구독을 하면서부터는 대화가 한 토막 늘었다. 신문 기사 얘기다. ‘오늘 아침 기사가 좋았다.’, ‘누구 이름이 많이 보이더라.’ ‘이런 기사는 너무 재미없더라.’는 등등. 신문기사 모니터 같다. 새벽에 출근할 텐데 언제 저런 걸 다 알고 있을까. 아마도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에서 비롯된 듯하다. 배달원은 고객한테 최상의 서비스를 해야 하고, 구독자는 신문에 대해 평가도 하고 지적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정성스러운 배달원이자 적극적인 구독자다. 배달이 끝나면 호두과자를 구워 판단다. 정말 프로의식이 대단한 것 같다. 배울 점이 많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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