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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혼자 ‘안’산다…가족 코드 뒤집기

    나 혼자 ‘안’산다…가족 코드 뒤집기

    “수많은 사람 중에 여러분이 만나 ‘동반 생활’의 연을 맺은 것은 기적이고 큰 축복입니다. 만약 벗어 놓은 양말 때문에 싸우게 된다면 ‘나는 머리카락 청소를 잘 까먹지’ 하는 겸허한 이해를 바탕으로 동반 생활자의 장점을 먼저 봐 주시길 바랍니다. 이성 부부에게만 맞춰진 사회 시스템이 위기상황에서 발목을 잡더라도 여러분의 곁에 이웃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20~30대 여성 30여명을 앞에 두고 독특한 축사가 시작됐다. 결혼식장에 선 남녀가 아닌, 혼자 살지만 친구를 찾고 싶은 이들을 축하하기 위한 글이었다. 결혼 이외의 관계를 찾는 사람들을 위한 이 축사는 지난 5일 서울 신촌의 한 카페에서 열린 ‘생활동반자를 찾는 밤’에서 등장했다. 생활동반자법 입법을 위한 활동가 모임 ‘보스턴 피플’이 비혼 여성들의 대화의 장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마련한 행사다. 생활동반자법이란 혈연이나 혼인 관계가 아닌 동거가족 구성원들이 기존 가족과 똑같이 법률적 보호를 받도록 하는 내용으로, 프랑스의 ‘시민 결합’과 유사하다. 행사를 주최한 이여경(28·여) 보스턴피플 활동가는 “우리 사회는 결혼이 아니면 혼자 산다는 이분법이 강한데, 결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과 같이 살거나 가족이 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대화하고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결혼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의지할 친구, 대화가 통하는 이웃을 찾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이름도, 직업도 모른 채 처음 만났지만 행사가 시작되자 일, 건강, 재테크, 가족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자신의 생활 방식을 체크리스트로 작성해 비교하며 비슷한 성향의 사람을 찾고, 주거 공간을 나눌 수 있는 사람과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월세 보증금은 얼마나 모았는지, 어느 지역에 살고 싶은지 등 실용적인 질문도 오갔다. 최하은(25·여)씨는 “비혼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 새로운 삶의 방식을 고민하는 사람이 주변에 많아졌다”면서 “결혼의 정의가 다양해지면 여러 유형의 가족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결혼에 긍정적인 청년층은 성별을 불문하고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 2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미혼인구의 결혼 관련 태도’ 보고서에 따르면 20~44세 미혼인구 중 결혼에 긍정적인 남성은 50.5%, 여성은 28.8%였다. 2015년 조사에서 결혼에 긍정적인 남성이 60.8%, 여성이 39.7%였던 것에 비해 10% 포인트 이상 줄었다. 보고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결혼에 더 긍정적이지만 결혼을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의견이 가장 많아 미혼화 경향은 남녀 모두에게 공통적”이라고 분석했다.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첫 번째 이유는 경제 사정이다. 취업도 안 되는데 무슨 결혼이냐는 것이다. 김모(26)씨는 “옛날 분들은 원래 신혼은 단칸방에서 시작하는 거라고 하시는데 지금 세상은 그렇지 않다”면서 “5년째 연애 중이지만 결혼 비용이나 집값을 생각하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최모(26)씨도 “경제적으로 안정된 다음에 결혼을 하고 싶어 늦어지는 것 같다”면서 “사회적 시선 때문에 억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가부장적 결혼 제도에 대한 반감은 결혼에 대한 회의감을 높인다. 파혼 경험이 있는 채모(29·여)씨는 “결혼하더라도 시댁에 자주 찾아가거나 출산할 계획이 없다고 남자친구에게 말했는데, 그가 처음에는 괜찮다고 하더니 나중에 ‘시댁에 1년에 몇 번은 가야 한다’는 식으로 조건을 걸었다”면서 “가부장제에 얽매일 것 같아 혼자 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임소정(29·여)씨는 “결혼과 출산을 거치면 여성이 경력 등에서 손해 보는 게 너무 많다”면서 “시댁을 챙기기보다 내 삶을 챙기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결혼이 필수 선택지에서 밀려나면서 다양한 삶의 형태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아졌다. 김모(27)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결혼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다른 선택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좋은 사람을 만나면 결혼도 자연스레 하겠지만, 그게 아니어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면 그 자체로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친구와 함께 살고 있는 이여경씨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편이지만, 공동생활에서의 장점도 발견하고 있다”면서 “혼자인 삶을 존중받으면서 정서적 지지도 받을 수 있어 만족한다”고 전했다. 전통적인 성역할과 가부장적 가족 관계를 탈피하려는 20대들은 결혼 관계 안에서도 앞 세대와 다른 관계를 모색한다. ‘참는 며느리’, ‘모든 것을 책임지는 남편’ 대신 ‘할 말은 하는 며느리’, ‘일과 가사를 평등하게 나누는 부부’의 모습을 만들려 한다. 결혼 4년차인 나모(28·여)씨는 “부모 세대의 잘못된 관행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어른들께도 아닌 건 아니라고 한다”면서 “시아버지께서 ‘설거지는 며느리가 하는 것’이라고 하시기에 ‘자기가 먹은 것은 자기가 치우는 게 맞지 않냐’고 말씀드렸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할 말은 하는 며느리에게 어른들도 차츰 적응하고 있다는 나씨는 “젊은 세대들은 친정 부모님께도 명절에 새언니에게만 일을 시키면 안 된다고 불편한 소리를 한다”고 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선진국으로 갈수록 결혼을 덜 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결혼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삶의 선택지가 많아지고, 여성의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이런 경향은 계속될 것”이라며 “다만 출산율 하락에 대해서는 혼외 출산을 금기시하지 않는 문화 확산 등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형화된 기존 방식으로 살아야 성공한 삶, 좋은 삶이라는 인식은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부분이 있다”면서 “비혼 코드는 과거 억압적 가족 문화에 대한 일종의 저항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고혜지 기자 hjko @seoul.co.kr
  • 일본 옷 세탁도 NO… 어디까지가 불매운동입니까

    일본차 테러·한국인 주인 선술집 불매 등 이미 구입했거나 관련 없어도 거부 논란 주위 시선 고려 ‘샤이 재팬’ 현상도 늘어 “어디까지 안 사고, 안 입고, 안 먹어야 하는 걸까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계기로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소비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비롯한 온라인에서는 불매운동의 범위나 기준을 놓고 토론을 넘어선 비방과 매도가 이어지고 있으며, 일본 제품을 쓰는 것에 대한 테러나 혐오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일부 극단적인 행동 때문에 불매운동의 의미나 목적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2일 일본 브랜드인 도요타에서 생산한 차를 모는 오모(33)씨는 앞쪽 범퍼부터 차 전체가 긁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오씨는 주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70대 노인이 차를 긁는 모습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일본차’라는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 노인은 벌금 30만원을 물게 됐고 오씨는 수리비 300만원과 렌트비, 100만원의 보상금을 받았다. 오씨는 “내 차가 반일 감정의 피해를 직접 입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SNS에서는 “일본 제품은 세탁하지 않겠다”고 밝힌 한 세탁소의 안내문이 논쟁의 대상이 됐다. 불매운동이 이미 구입한 일본 제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로까지 이어지자 일부 소비자는 “사 놓은 옷도 못 입느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하지만 불매운동에 적극적인 소비자들은 “옷 몇 벌 못 입는 걸로 불평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국산 식재료를 사용하고, 주인도 한국인인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를 놓고도 불매운동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러자 이자카야 매장에는 ‘일본산 술 팔지 않는다’, ‘일본산 재료는 쓰지 않는다’, ‘수익이 일본으로 가지 않는 자영업점’이라는 안내문구가 나붙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위 시선을 고려해 일본 제품 구매나 일본 여행 사실을 알리지 않는 ‘샤이 재팬’ 현상도 늘고 있다. 주부 김모(28)씨는 “1년 전 임신했을 때 친구가 일본 여행 선물로 사 온 공갈젖꼭지를 아기 낳고 쓰려는데 부담스럽다”며 “일본 유명 캐릭터가 크게 그려져 있고, ‘일본 쇼핑 필수템’으로 알려진 제품이라 집에서만 몰래 쓴다”고 전했다. 일본 여행을 다녀온 직장인 박모(29)씨는 “자발적인 시민운동이 강요되는 상황이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불매운동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매국노로 취급하는 등 혐오나 테러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지방대 나와 지방中企 비정규직… ‘맨 끝 출발선’에 선 청춘들

    지방대 나와 지방中企 비정규직… ‘맨 끝 출발선’에 선 청춘들

    “돈을 벌기 전에 빚부터 지고 시작하는 거죠.” 25살에 서울에서 경북 구미로 취직해 온 이시언(37)씨는 요즘 자신과 같은 경로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후배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12년 전 처음 구미에 왔을 때는 회사에서 기숙사를 제공해 줘 가끔 승용차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외엔 큰 불편이 없었다. 하지만, 요즘 다른 지역에서 구미로 일하러 온 후배들은 당장 몸을 누일 공간부터 찾아야 한다. “야근 수당과 주말근무 수당을 다 합쳐도 월급이 200만원이 되지 않는데, 학자금 대출 상환에다 방값까지 내야 하는 후배들이 무슨 미래를 내다볼 수 있겠어요” ●“눈높이 낮추란 말 말고 지방中企 회생 지원을” 한때 전국 최대 공업생산 및 수출기지로 꼽혔던 구미 국가산업단지. 이곳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1990년대생들은 일자리를 구했다는 안도감을 느낄 틈도 없이 숙소 걱정부터 해야 한다. 구미산단에서 대기업이 빠져나가면서 규모가 큰 협력업체들도 대부분 구미를 떠났다. 근근이 연명하고 있는 2·3차 협력업체(벤더)를 비롯한 중소기업들은 신입 노동자들에게 기숙사를 제공할 여력이 없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구미산단의 가동률은 전국 평균(76.9%)보다 크게 낮은 65.9%였다. 구미산단 가동률은 2010년 87.9%였지만 대기업이 해외로 공장을 옮기고 협력업체들도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2017년 70% 밑으로 떨어졌다. 가장 최근 통계인 지난 5월 가동률은 66.6%다. 구미산단의 위축이 도드라지긴 하지만 수도권 이외의 다른 지역 산단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씨는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춰 지방이나 중소기업으로 가라고 말만 하지 말고 지방 중소기업이 회생할 수 있도록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공공기숙사가 지역 산단에도 건설돼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지방 90년대생들의 부담을 줄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쟁이 다양하고 치열해지면서 90년대생들의 출발선은 제각각이다. 서울의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입사하거나 전문직을 가진 이들이 제1의 출발선을 차지하면 그 뒤로 무수히 많은 출발선이 그어진다. 그중에서도 지방대를 나와 지방의 중소기업에서 비정규직으로 출발하는 90년대생들은 출발 신호를 가장 늦게 듣고 뛰어야 하는 청춘들이다. 기성세대가 정해놓은 성공의 길을 해체하지 않는 한 이들이 제1의 출발선을 떠난 이들과 동등해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4년제 지방대를 졸업한 김모(28)씨는 “대기업을 지원했을 때는 서류전형에서 거의 다 탈락했고 겨우 면접에 가도 대놓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인(in) 서울’이 아니라는 학벌이 발목을 잡는 것을 느꼈다”면서 “지방대 출신의 취업문은 처음부터 아주 좁다”고 말했다. 이씨는 결국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이씨는 “이곳에서도 ‘서울대도 아니고, 서울에 있는 대학도 아니면 말을 하지 말라’는 무시를 당했다”면서 “그나마 나는 4년제를 나왔으니 망정이지 3년제 지방대를 나온 다른 동료에게는 일 처리가 조금만 미숙해도 ‘역시 전문대는 안 돼’라는 비웃음과 차별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방의 한 국립대를 나와 대기업 계열사에서 일하는 정모(28)씨는 “국립대를 나왔기 때문에 다른 지방대 출신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안도했다. 정씨는 “지방대 차별을 받지 않으려면 무조건 빨리 취업준비를 해야 한다는 게 학교 전체의 분위기였다”면서 “대기업 본사가 있는 수도권 진입을 향해 입학과 동시에 뛰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했지만, 서울에서 직장을 잡지 못해 지역으로 떠난 90년대생들에게도 ‘낙오자’ 낙인이 찍힌다. 2년간 서울 노량진에서 공무원시험을 준비했던 황모(24)씨는 “공무원시험 준비를 2년 동안 하다 보니 우울증이 왔다”면서 “나를 포함해 많은 친구들이 취업 경쟁에 지친 나머지 귀향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뒤 고향인 목포의 한 중소기업에 취업한 윤모(26)씨는 “고향이라 푸근한 점도 있지만, ‘공부 잘해서 서울 간다고 으스대더니 별 볼일 없네’라는 비아냥이 견디기 힘들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20~29세 비정규직 32.2%… “90년대생 평가들 공허해” 남들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고졸 출신 90년대생들의 현실은 더 버겁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지만 캄캄하기만 한 앞날을 바라볼수록 후회가 밀려온다. 특성화고를 졸업한 뒤 올해 초부터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는 이모(20)씨는 현장실습을 했던 30인 규모의 자동차부품 관련 업체에 취업한 경험이 있다. 이씨는 “회사에서 기술은 안 가르쳐주고 단순 업무만 시켰다”면서 “필요한 자격증은 사비를 들여 따야 했고 회사에 없는 공구도 사비를 들여 사야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영세업체에서 일하기 시작하면 계속 이런 곳만 전전한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경력을 쌓아 조금 더 좋은 곳으로 옮기겠다는 꿈은 애초 실현되기 어려운 것이었으며, 영세업체의 경력은 아무 곳에도 인정해주지 않아 회사를 수십 번 옮겨도 경력직이 아니라 신입직 대우를 받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특성화고 졸업생 김모(21)씨도 “대학을 포기하고 남들보다 먼저 경험을 쌓겠다는 생각으로 특성화고를 졸업했지만, 보람보다는 인생에서 너무 많은 걸 잃어버렸다는 후회가 더 크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 8월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기준 부가조사’를 보면 20~29세 임금근로자 347만여명 가운데 정규직은 235만여명(67.7%)이고 비정규직은 112만여명(32.3%)이다. 20대 비정규직 상당수는 하청업체에서 원청 정규직이 떠넘긴 위험한 일을 떠맡고 있다. 2016년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김군(당시 19세)과 지난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김용균(24세)씨도 90년대생이다. 이들의 가방에는 작업 중 겨우 끼니를 때울 컵라면이 담겨 있었다. 충남 대산의 석유화학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20대 비정규직 이모(24)씨는 “90년대생을 놓고 이런저런 평가가 나오는데, 우리에겐 그 자체가 공허하게 들린다”고 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지방대 나와 지방中企 비정규직 ‘맨 끝 출발선’에 선 청춘들

    지방대 나와 지방中企 비정규직 ‘맨 끝 출발선’에 선 청춘들

    “돈을 벌기 전에 빚부터 지고 시작하는 거죠” 25살에 서울에서 경북 구미로 취직해 온 이시언(37)씨는 요즘 자신과 같은 경로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후배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12년 전 처음 구미에 왔을 때는 회사에서 기숙사를 제공해 줘 가끔 승용차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외엔 큰 불편이 없었다. 하지만, 요즘 다른 지역에서 구미로 일하러 온 후배들은 당장 몸을 누일 공간부터 찾아야 한다. “야근 수당과 주말근무 수당을 다 합쳐도 월급이 200만원이 되지 않는데, 학자금 대출 상환에다 방값까지 내야 하는 후배들이 무슨 미래를 내다볼 수 있겠어요”●“눈높이 낮추란 말만 말고 지방中企 회생 지원 이뤄져야” 한때 전국 최대 공업생산 및 수출기지로 꼽혔던 구미 국가산업단지. 이곳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1990년대생들은 일자리를 구했다는 안도감을 느낄 틈도 없이 숙소 걱정부터 해야 한다. 구미산단에서 대기업이 빠져나가면서 규모가 큰 협력업체들도 대부분 구미를 떠났다. 근근이 연명하고 있는 2·3차 협력업체(벤더)를 비롯한 중소기업들은 신입 노동자들에게 기숙사를 제공할 여력이 없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구미산단의 가동률은 전국 평균(76.9%)보다 크게 낮은 65.9%였다. 구미산단 가동률은 2010년 87.9%였지만 대기업이 해외로 공장을 옮기고 협력업체들도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2017년 70% 밑으로 떨어졌다. 가장 최근 통계인 지난 5월 가동률은 66.6%다. 구미산단의 위축이 도드라지긴 하지만 수도권 이외의 다른 지역 산단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씨는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춰 지방이나 중소기업으로 가라고 말만 하지 말고 지방 중소기업이 회생할 수 있도록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공공기숙사가 지역 산단에도 건설돼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지방 90년대생들의 부담을 줄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쟁이 다양하고 치열해지면서 90년대생들의 출발선은 제각각이다. 서울의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입사하거나 전문직을 가진 이들이 제1의 출발선을 차지하면 그 뒤로 무수히 많은 출발선이 그어진다. 그중에서도 지방대를 나와 지방의 중소기업에서 비정규직으로 출발하는 90년대생들은 출발 신호를 가장 늦게 듣고 뛰어야 하는 청춘들이다. 기성세대가 정해놓은 성공의 길을 해체하지 않는 한 이들이 제1의 출발선을 떠난 이들과 동등해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4년제 지방대를 졸업한 김모(28)씨는 “대기업을 지원했을 때는 서류전형에서 거의 다 탈락했고 겨우 면접에 가도 대놓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인(in) 서울’이 아니라는 학벌이 발목을 잡는 것을 느꼈다”면서 “지방대 출신의 취업문은 처음부터 아주 좁다”고 말했다. 이씨는 결국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이씨는 “이곳에서도 ‘서울대도 아니고, 서울에 있는 대학도 아니면 말을 하지 말라’는 무시를 당했다”면서 “그나마 나는 4년제를 나왔으니 망정이지 3년제 지방대를 나온 다른 동료에게는 일 처리가 조금만 미숙해도 ‘역시 전문대는 안돼’라는 비웃음과 차별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방의 한 국립대를 나와 대기업 계열사에서 일하는 정모(28)씨는 “국립대를 나왔기 때문에 다른 지방대 출신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안도했다. 정씨는 “지방대 차별을 받지 않으려면 무조건 빨리 취업준비를 해야 한다는 게 학교 전체의 분위기였다”면서 “대기업 본사가 있는 수도권 진입을 향해 입학과 동시에 뛰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했지만, 서울에서 직장을 잡지 못해 지역으로 떠난 90년대생들에게도 ‘낙오자’ 낙인이 찍힌다. 2년간 서울 노량진에서 공무원시험을 준비했던 황모(24)씨는 “공무원시험 준비를 2년 동안 하다 보니 우울증이 왔다”면서 “나를 포함해 많은 친구들이 취업 경쟁에 지친 나머지 귀향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뒤 고향인 목포의 한 중소기업에 취업한 윤모(26)씨는 “고향이라 푸근한 점도 있지만, ‘공부 잘해서 서울 간다고 으스대더니 별 볼일 없네’라는 비아냥이 견디기 힘들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20~29세 비정규직 32.2%… “90년대생 평가들 공허해” 남들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고졸 출신 90년대생들의 현실은 더 버겁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지만 캄캄하기만 한 앞날을 바라볼수록 후회가 밀려온다. 특성화고를 졸업한 뒤 올해 초부터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는 이모(20)씨는 현장실습을 했던 30인 규모의 자동차부품 관련 업체에 취업한 경험이 있다. 이씨는 “회사에서 기술은 안 가르쳐주고 단순 업무만 시켰다”면서 “필요한 자격증은 사비를 들여 따야 했고 회사에 없는 공구도 사비를 들여 사야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영세업체에서 일하기 시작하면 계속 이런 곳만 전전한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경력을 쌓아 조금 더 좋은 곳으로 옮기겠다는 꿈은 애초 실현되기 어려운 것이었으며, 영세업체의 경력은 아무 곳에도 인정해주지 않아 회사를 수십 번 옮겨도 경력직이 아니라 신입직 대우를 받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특성화고 졸업생 김모(21)씨도 “대학을 포기하고 남들보다 먼저 경험을 쌓겠다는 생각으로 특성화고를 졸업했지만, 보람보다는 인생에서 너무 많은 걸 잃어버렸다는 후회가 더 크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 8월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기준 부가조사’를 보면 20~29세 임금근로자 347만여명 가운데 정규직은 235만여명(67.7%)이고 비정규직은 112만여명(32.3%)이다. 20대 비정규직 상당수는 하청업체에서 원청 정규직이 떠넘긴 위험한 일을 떠맡고 있다. 2016년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김군(당시 19세)과 지난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김용균(24세)씨도 90년대생이다. 이들의 가방에는 작업 중 겨우 끼니를 때울 컵라면이 담겨 있었다. 충남 대산의 석유화학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20대 비정규직 이모(24)씨는 “90년대생을 놓고 이런저런 평가가 나오는데, 우리에겐 그 자체가 공허하게 들린다”고 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터치로 다 되는 스마트 세상, 시각장애인에겐 ‘벽’입니다

    터치로 다 되는 스마트 세상, 시각장애인에겐 ‘벽’입니다

    “패스트푸드가 아닌 슬로푸드네요.” 시각장애인 김여주(25)씨는 25일 서울 동작구의 한 햄버거 가게에서 주문하려고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 화면을 한참 더듬거렸다. 하지만 김씨에게 기계는 벽 같았다. 음성 안내가 제한적으로만 제공되는 터치스크린 방식이라 원하는 메뉴를 찾기 어려웠다. 뒤늦게 다가온 직원이 점자 메뉴판을 건넸다. 그사이 다른 손님은 키오스크에서 1분 만에 햄버거를 주문했다.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생활기기들의 화면 등이 깔끔한 외형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 기기들엔 대부분 키리스(keyless·버튼 없는 디스플레이) 기술이 적용된다. 그러나 시각장애인들은 “일부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점점 불편해지는 생활 속 역설이 있다”고 하소연한다. 서울신문이 시각장애인 김여주·최상민(39)씨의 하루를 동행하며 이들의 어려움을 살펴봤다. 장애인 지원 센터가 입주한 신축 오피스텔에서조차 시각장애인들은 불편을 겪었다. 최신식 도어록부터 문제다. 별도의 키패드 없이 터치스크린을 눌러 조작해야 하는데 시각장애인들은 화면 속 각 번호의 경계를 구분할 수 없다. 김씨는 공동현관을 열기 위해 도어록 비밀번호 4자리 위치에만 임의로 점자 스티커를 붙였다. 김씨는 “보안도 걱정되고 양해를 구했는데도 일부 주민들이 ‘깔끔한 외관을 더럽힌다’고 말해 상처받았다”고 전했다. 주방에선 가스레인지 대신 쓰는 인덕션이 골칫거리다. 인덕션은 손잡이를 돌려 불을 켜는 가스레인지와 달리 평면 위에 그림으로 표시된 전원부를 눌러 주전자 등을 달굴 수 있다. 시각장애인은 조작하기 어려운 구조다. 또 전원부를 누르려고 더듬거리다가 자칫 주전자 등에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김씨는 “내 집 문도 못 열고 밥도 못해 먹으면 어떻게 안락한 안식처로 느끼겠냐”고 한숨지었다. 외출해도 걸림돌은 곳곳에 깔려 있다. 김씨가 지하철 역사 내 발권기 앞에서 점자를 읽으며 카드 출입구를 찾았다. 하지만 조금 지체되자 시간 초과로 구매가 수차례 취소됐다. 마트 무인 계산기, 극장 매표기, 은행 대기표 발급기 등도 터치스크린으로 교체된 탓에 김씨에겐 모두가 무용지물이 됐다. 스마트폰 하나면 모든 것이 되는 세상이지만 시각장애인들은 스마트폰 때문에 되레 세상에서 고립된다. 물론 시각장애인들도 스마트폰을 쓴다. 다만 화면 내용을 읽어 주는 ‘스크린리더’ 서비스가 필수다. 그러나 최씨는 “스크린리더가 읽어내지 못하는 애플리케이션이나 웹사이트가 태반”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 기업 서비스는 포기하면 되지만 구청이나 정부기관 앱이 안 되면 힘들다”고 지적했다. 시각장애인들은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전화 상담원을 기다려 필요 업무를 본다. 요즘엔 누구나 손쉽게 하는 온라인 쇼핑도 어렵다. 최씨는 “백팩 하나를 두 달째 못 사고 있다”면서 “(쇼핑몰 홈페이지 등에) 음성 서비스가 있지만 이름만 얘기해 주는 수준이라 무슨 상품인지 알기 어렵다”며 답답해했다. 힘들게 고른 상품을 결제하려다 좌절하는 경우도 많다. 최씨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 더 싸고 편리하지만 우리는 혜택을 누릴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와 최씨는 “직관적이고 예쁜 디자인도 좋지만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폭염 수당 외친 1년… 배달 환경 안 변해”

    “폭염 수당 외친 1년… 배달 환경 안 변해”

    “폭염 수당 100원을 달라.” 맥도날드 오토바이 배달원(라이더) 박정훈(34)씨의 외침이 1년째 계속되고 있다. 박씨와 함께 목소리를 내는 배달원들도 늘었지만, 이들의 노동 환경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 25일 박씨는 “배달원들에게 폭염 수당으로 배달 한 건당 100원을 더 달라”고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여 주목받았다. 이후 박씨는 배달 노동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결성을 주도해 현재 위원장을 맡고 있다. 1년이 지나 다시 폭염이 시작됐지만, 배달원의 건강과 안전을 걱정해 주는 업주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배달원들에게 여름은 지옥이다. 광주 지역 배달원 임모(26)씨는 “고온에 헬멧을 쓰고 아스팔트를 달리면 질식할 것 같다”고 호소했다. 비가 오면 더 심각해진다. 폭우에 우비를 입으면 통풍이 안 돼 온몸이 땀으로 젖어 탈진 직전까지 간다. 이 때문에 배달원들은 “안전을 위해 폭염·폭우를 잠깐만이라도 피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으면 좋겠다”고 호소한다. 대서였던 지난 23일 전국의 라이더들이 배달 도중 체감온도를 측정한 결과, 노동부 기준 ‘심각’ 단계인 38도를 넘은 지역이 모두 3곳이었다. 대구 42.3도, 서울 40.9도, 원주 39.6도였다. 배달원들은 정부와 기업이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한다. 노동부가 ‘폭염 대비 노동자 건강보호 대책’을 내놨지만 권고에 지나지 않아 배달원들에게는 무용지물이다. 기업에 적정 수준의 안전 배달료 도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폭염 수당조차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배달원들은 소비자들에게도 “너무 덥거나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배달이 조금 늦어도 양해해 달라”고 호소한다. 라이더유니온은 25일 기자회견을 갖고 다시 한번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기자회견에서 박씨 등 배달원들은 “기후변화의 주범은 기업인데, 빙하 위의 북극곰과 아스팔트 위 노동자가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면서 “폭염수당, 안전배달료, 쉴 권리를 달라”고 외칠 생각이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90‘s 신주류가 떴다] 니네는 꿈도 없냐고? 우린 평범을 꿈꾼다 현실 파악 잘하니까

    [90‘s 신주류가 떴다] 니네는 꿈도 없냐고? 우린 평범을 꿈꾼다 현실 파악 잘하니까

    “전공은 그냥 버리고 공무원 시험으로 틀었습니다. 전공을 고집하다가는 취업이 안 될 것 같아서요.”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서 2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유모(28)씨는 서울의 한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했다. 인문학 전공보다는 그래도 취업문이 넓은 전공이지만, 건축공학 출신이라는 타이틀만 보고 딱히 뽑아 주는 곳도 없기 때문에 전공과 관계없는 기술직 7급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유씨는 “공무원이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은 아니지만, 소박하게 살며 큰 탈 없이 정년퇴직까지 갈 수 있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공시생) 상당수가 유입되는 노량진에서는 유씨와 같은 1990년대생을 흔히 볼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청년층(15~29세) 취업 시험 준비자 71만 4000명 중 일반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비율이 30.7%에 이른다. 행정고시를 통한 고위직 공무원, 판검사, 공기업 직원, 교원을 꿈꾸는 청년까지 합치면 53%가 공공부문 취업을 원한다. 노량진 학원가에서 만난 20대들은 “평범하게 살고 싶어서” 공시족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평범하게 출퇴근하고 조금씩 저축을 하며 결혼을 늦지 않게 해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는 공무원만한 직업이 없다는 것이다.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박모(28)씨에게 왜 경찰이 되려고 하느냐고 물었더니 즉각 “사명감보다는 돈”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박씨는 “솔직히 파출소에서 술 취한 사람들을 상대하는 데 무슨 명예나 사명감이 있겠느냐”면서 “수당까지 합치면 경찰 월급이 꽤 괜찮다”고 말했다. 소방공무원 시험 공부를 하는 정모(27)씨는 “소방직이 다른 직군보다 호봉을 좀더 인정받고 급여가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성세대는 공무원이 되려는 청년들에게 “도전 정신이 없다”고 쉽게 말하지만, 공무원 시험 자체가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도전이다. “꿈을 펼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지 못한 게 누구인데 꿈 타령이냐”는 반발도 크다. 서울에서 대학을 나온 뒤 고향 대구로 돌아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송모(26)씨는 “꿈을 크게 꾸면 굶어 죽기 딱 좋다”면서 “현실적으로 공무원 시험이 최선이고, 그 현실에 충실하고 싶다”고 밝혔다. 2년간 시험을 준비한 끝에 7급 공무원이 된 조모(28)씨는 “학점이 별로 안 좋고 영어성적이나 공모전 수상 등 딱히 자랑할 만한 스펙도 없어 취업이 막막했다”면서 “필기와 면접만 통과하면 되는 공무원 시험이 나에겐 가장 현실적이고 공정한 취업의 길이었다”고 말했다. 조씨는 이어 “공무원 시험에서 떨어지면 내 성적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바로 수긍하고 다시 정해진 공부만 하면 된다”면서 “채용 비리가 통하는 곳도 아니니 공무원 시험만큼 깔끔하고 깨끗한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에서 4년제 대학을 나와 9급 공무원이 된 오모(27)씨는 “주변 사람들이 ‘왜 행정고시나 7급 시험을 준비하지 않느냐’고 말한다”면서 “취업이 안 돼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보면 다행이다 싶다가도 9급 공무원이 되려고 그렇게 기를 쓰고 명문대 입시를 준비했나 싶어 허무하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구직 청년 절반이 공공부문 취업을 원하다 보니 경쟁률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선발시험의 평균 경쟁률은 39.2대1이다. 지원자 중 20대가 61.3%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30대(31.2%)였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공시생들은 고3보다 더 고3 같은 생활을 해야 한다. 노량진 학원가에서 공부하는 유모씨의 하루 일과를 살펴보니 오전 8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학원 수업이 빼곡하고 자유시간은 식사할 때뿐이었다. 스마트폰도 공부에 방해될까 봐 집에 두고 다녔다. 하루 종일 다른 사람과 대화 없이 공부만 하다 보니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 들고 외로운 게 사실. 그러나 유씨는 “나보다 더 늦게 학원 문을 나서는 경쟁자들을 보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한다”면서 “요즘 세상에 경쟁 없는 곳은 없고 공시도 그런 경쟁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9급 소방직 공무원에 도전하고 있는 김성현(24)씨는 “20대들이 대부분 염원하는 공무원이 되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라면서 “대충 해서는 절대 붙을 수 없는 시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소방직에 필요한 체력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체력 학원에 다녀온 뒤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다시 독서실 책상에 앉는다. 각 대학에서 운영하는 ‘고시반’ 입실도 바늘구멍이다. 몇 년씩 고시에 도전하는 선배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고시반은 분기별로 시험을 치러 점수가 미달인 고시생을 내보내거나 불시에 출석 체크를 해 경고가 누적되면 퇴실시키고 있다. ‘예민충’(예민한 사람을 비하하는 말), ‘산만충’(산만한 사람을 비하하는 말) 등은 공시생들 속에서 나온 신조어이다. 책 넘기는 소리 때문에 싸우는 경우도 많다. “코를 킁킁거리지 말고 나가서 풀어라”, “부스럭거리는 패딩은 밖에서 벗고 들어와라”, “책가방이나 필통 지퍼는 입실 전 열고 들어와라” 등 도서관 앞에 붙은 ‘지적 포스트잇(메모지)’의 내용은 공무원 시험이라는 큰 도전과 마주한 90년대생들의 절박하고 예민한 심정을 그대로 대변한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라돈 뒤범벅 ‘발암 아파트’…‘내집 꿈’ 뭉갠 ‘포스코건설’

    라돈 뒤범벅 ‘발암 아파트’…‘내집 꿈’ 뭉갠 ‘포스코건설’

    문제제기 아파트 10곳중 6곳 ‘포스코’ 입주민 “집이 공포의 공간” 교체 요구 포스코측 “법 시행전 시공…책임 없다”화장실 선반, 현관 신발장 발판석 등에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나오는 마감재를 써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한 아파트 10곳 중 6곳을 포스코건설이 지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회사는 피해 주민들이 “마감재를 바꿔 달라”고 요구하자 “라돈 검출 여부를 입주민에 알려야 할 의무를 부과한 실내공기질관리법 적용(2018년 1월 1일) 이전에 건설된 곳”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2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관에서 ‘포스코 라돈아파트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 신청에 따른 쟁점’이라는 집담회를 열고 피해 현황을 발표했다. 이 의원실 조사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라돈 검출 피해가 접수된 17곳 가운데 11곳(64.7%)은 포스코건설의 아파트였다. 라돈은 최근 침대, 베개 등 생활용품에서 기준치 이상이 검출돼 논란이 일었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무책임한 건설사 탓에 집이 공포의 공간이 됐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인천의 한 입주민은 “안방에서 라돈 가스를 공인된 측정기(FRD400)로 쟀을 때 기준치 148베크렐(㏃/㎥)의 2배가 넘는 306베크렐이 검출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민은 “전체 가구의 10% 이상이 자체적으로 라돈 마감재를 교체했다”며 “아직 교체하지 못한 집은 추운 겨울이나 미세먼지가 있는 날씨에도 창문을 열어 놓고 생활한다”고 호소했다. 라돈이 나오는 마감재를 교체하려면 가구당 약 200만원이 든다. 집담회에 모인 아파트입주자대표, 한국소비자원, 공정거래위원회, 환경부 관계자들은 대응 방안도 논의했다. 한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는 이미 지난달 20일 한국소비자원에 라돈 피해구제 신청을 했지만, 포스코건설은 “실내공기질관리법이 시행되기 전이라 교체나 점검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법은 건설사가 라돈 농도 등 실내공기질을 측정해 입주민에게 알리도록 하고 있다. 이 의원과 입주자대표들은 이날 집담회에서 피해 사실을 확인한 16곳의 아파트 모두 피해구제 신청을 하기로 했다. 라돈에 대한 정부 제재는 명확한 기준 없이 이뤄지고 있다. 침대나 매트리스 제조사들은 정부 명령에 따라 제품 리콜에 나섰지만, 건설사에 대한 제재는 전혀 없다. 김동술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라돈 가스가 숨 쉴 때 체내에 들어간 뒤 3.8일 정도 지나면 폐세포에 영향을 줘 폐암으로 발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성 실내라돈 저감협회장은 “라돈 가스가 방출되는 화강암 석재도 문제지만 요즘 아파트들은 밀폐율이 높아 가스가 빠져나가지 않는 문제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도 “기준치를 초과하는 아파트에 현재 살고 있는 피해자에 대한 대처는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날 집담회를 두고 “(라돈 검출 아파트 중 대다수를 포스코건설이 지었다는 지적은) 정의당이 제보받은 건수를 근거로 계산한 것이라 일부를 전부로 호도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 의원이) 지역 기업을 의도적으로 어렵게 하는 것은 아닌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용어 클릭] ■라돈 가스 형태의 천연 방사성 물질. 세계보건기구(WHO)는 1988년 라돈을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연간 7000시간 이상 148베크렐의 농도의 라돈에 노출되면 1000명 중 7명이 폐암에 걸린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 밀레니얼 세대, 재치 있는 일제 불매 운동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하면서 번지기 시작한 일제 불매 운동이 재치 있는 캠페인을 앞세워 파급력을 높이고 있다.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의 특징과 맞물려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산업계 등에 따르면 온라인상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일제 불매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노 재팬’(No Japan), ‘보이콧 일본’(Boycott Japan) 손글씨 릴레이가 대표적이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일본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할 때까지 일본 제품 소비를 줄일 것을 약속합니다”라는 내용의 글과 손글씨 서명을 올린 뒤 지인을 지목해 릴레이를 이어 간다. 일상 속 숨은 일본 문화를 걷어 내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온라인상에선 “일본어인 줄 모르고 썼던 말들을 순화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나시(민소매), 땡땡이(물방울무늬), 유도리(융통성) 등을 우리말로 고쳐 쓰자는 식이다. 또 일본 만화 ‘짱구는 못 말려’의 장면을 캡처해 올리기로 유명했던 SNS 계정은 국산 만화 ‘검정고무신’의 장면으로 게시물을 대체하며 불매 운동에 마음을 더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너무 무겁지 않게 창의적이고 B급 감성으로 접근하는 게 젊은 세대 불매 운동의 특징”이라면서 “재미와 참신성, 간편함 등을 앞세워 파급 효과를 키우고 있다”고 봤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짱구 대신 검정고무신”“일본어 안쓰기”…밀레니얼 세대의 불매 운동

    “짱구 대신 검정고무신”“일본어 안쓰기”…밀레니얼 세대의 불매 운동

    일제 불매 서약 담은 손글씨 릴레이하기도전문가 “창의성·B급 감성 앞세운 게 특징”단체 주도 추진 아닌 상호작용하며 파급력↑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하면서 번지기 시작한 일제 불매 운동이 재치 있는 캠페인을 앞세워 파급력을 키우고 있다.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의 특징과 맞물려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산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온라인 상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불매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노 재팬(No Japan)’, ‘보이콧 일본(Boycott Japan)’ 손글씨 릴레이가 대표적이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인적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일본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할 때까지 일제 제품 소비를 줄일 것을 약속합니다”라는 내용의 글과 손글씨 서명을 올린 뒤 지인을 지목해 릴레이를 이어간다. 일상 속 숨은 일본 문화를 걷어내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온라인 상에선 “일본어인줄 모르고 썼던 말들을 순화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나시(민소매), 땡땡이(물방울무늬), 유도리(융통성) 등을 우리 말로 고쳐 쓰자는 식이다. 또 인스타그램에선 일본 만화 ‘짱구는 못말려’의 장면을 캡쳐해 올리기로 유명했던 SNS 계정은 국산 만화 ‘검정고무신’의 장면으로 게시물을 대체하며 불매 운동에 마음을 더했다. “일본 유학 중이지만 한국 음식만 먹으면서 불매 운동에 참여하겠다”는 유튜버도 등장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너무 무겁지 않게 창의적이고 B급 감성으로 접근하는 게 젊은 세대 불매운동의 특징”이라면서 “재미와 참신성, 간편함 등을 앞세워 파급 효과를 키우고 있다”고 봤다.과거 불매운동이 시민단체 등의 주도로 일방 추진됐다면 이번엔 상호작용을 통해 힘을 키워나가는 것도 특징이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불매 운동을 ‘나의 운동’으로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제품 정보 공유 사이트인 ‘노노재팬’은 네티즌들의 제보를 받아 상품 정보를 업데이트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자신이 제보한 불매 대상 제품이 다수에게 공유되는 과정에서 제보자는 재미와 뿌듯함을 동시에 느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가치’를 소비하려는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성향이 불매 운동의 판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영애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는 사회적 책임이나 상품의 사용 가치를 공유하며 소비 행위를 통해 본인 정체성까지 확립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세대와 달리 이들은 오프라인 지인이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만난 얼굴조차 모르는 사람에게서도 영향을 받고 문화적 동조현상을 보이는 것이 특징” 덧붙였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밀레니얼세대는 자신의 정의로운 소비를 SNS를 통해 알려 인정받으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안태근 항소심서 징역 2년 유지… 보석신청도 기각

    안태근 항소심서 징역 2년 유지… 보석신청도 기각

    법원 “서지현, 사과 못 받고 명예 실추” 여성계 “조직문화 변화 큰 지표 될 것”지난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재판에 넘겨진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검사장)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부장 이성복)는 18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안 전 검사장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은 형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안 전 검사장 측이 낸 보석 신청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검찰 인사권을 사유화하고 남용해 공정한 인사권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면서 “피해자인 서 검사는 성추행과 인사상 불이익 외에도 제대로 된 사과조차 받지 못하고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본질과 무관한 쟁점으로 검사로서의 명예가 실추돼 크나큰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성추행 문제가 계속 불거져 누구보다 검사로서 승승장구한 본인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서 검사에게 사직을 유도하거나 검사로서의 경력에 치명타를 가하려 한 것”이라면서 “엄중한 양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안 전 검사장은 2010년 한 장례식장에서 서 검사를 성추행한 뒤 이 같은 사실이 검찰 내부에 알려지자 2015년 8월 법무부 검찰국장 재직 당시 검찰 인사를 총괄하는 지위를 이용해 서 검사에게 인사 보복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항소심에서도 “지난해 1월 언론보도 전까지 서 검사에 대한 성추행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추행을 목격한 검사가 다수로, 법무부 감찰관실에서 진상조사를 벌였고 이후 임은정 검사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면서 “검찰과 법무부 주요 보직을 계속 맡은 피고인의 ‘전혀 몰랐다’는 주장은 비현실적이고 경험칙에 명백히 반한다”고 지적했다. 여성계는 법원 판결을 환영했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대법원에서도 형이 유지되길 바란다”면서 “서 검사는 우리 사회에 최초로 미투운동을 촉발한 인물이라 이번 판결이 우리 사회의 조직 문화가 바뀌는 데 큰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서 검사처럼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들은 2차 피해까지 감수하고 있는 게 현실인데 이번 판결이 가해자와 이들을 감싸는 조직에 경고를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90‘s 신주류가 떴다] 회사 안에선 아싸 회사 밖에선 인싸

    [90‘s 신주류가 떴다] 회사 안에선 아싸 회사 밖에선 인싸

    회사원 강지은(26·가명)씨의 주말 일정은 빼곡하게 짜여 있었다. 오전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검색으로 찾은 유명 냉면집에 가 긴 대기 줄에 합류했다. 냉면을 먹은 다음에는 에어팟을 꽂고 스타벅스에 가서 그동안 꾸준히 모은 스티커를 털어 비치타월을 받았다. 수량이 한정된 사은품이어서 중고품 거래 인터넷카페에서 수만원에 팔리는 ‘핫’한 아이템이다. 저녁엔 친구들과 록 페스티벌을 찾아 ‘떼창’을 불렀다. 지은씨는 이날의 모든 일정을 인증샷으로 남겨 태그와 함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쭉쭉 올라가는 ‘좋아요’와 댓글을 읽다가 기분 좋게 잠이 들었다. ●SNS 인증은 인싸의 핵심… 콘셉트 잡아 느낌 있게 피드 관리 회사 안에서는 어떻게든 ‘아싸’(아웃사이더) 모드로 지내려는 90년대생들은 회사 밖에서는 ‘인싸’(인사이더)를 꿈꾼다. ‘인싸템’(인싸들이 사용하는 아이템)으로 소문나면 순식간에 불티나게 팔리고 ‘힙 플레이스’(유행에 앞서가는 장소)로 알려진 식당은 한두 시간 줄을 서도 아깝지 않다. SNS 인증은 인싸들의 존재 이유다. 그렇다고 아무거나 SNS에 올리지는 않는다. 음식, 여행, 독서 등 자신만의 콘셉트를 잡아 피드(사진목록)의 전체 느낌을 통일감 있게 관리한다. 여러 사람과 우르르 모여 찍은 사진을 올리거나 구구절절 일기를 적은 ‘싸이월드’식 인증은 인싸들에게 배척당한다.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최지영(34) 과장은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90년대생 후배들에게 보여 줬다가 면박을 당했다. “과장님 인스타에는 콘셉트가 없어요”, “너무 촌스러워요. 누가 이렇게 일상을 낱낱이 공개해요”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동영상이나 찍고 한가해?” 상사 핀잔 싫어서 회사엔 비밀 90년대생의 인스타에는 자신의 얼굴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관심 분야만 중점 노출하는 탓이다. ‘happy, love, hope’ 등을 아이디로 삼는 것도 낡은 방식으로 취급된다. ‘좋아요’가 많을수록 인싸력(인싸로서의 능력)을 뽐낼 수 있어 ‘팔로어’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스타, 페북 등에서 ‘좋아요’를 서로 눌러 주기로 약속하는 ‘좋탐’ 문화가 생긴 것도 이 때문이다. SNS에서 인싸인 90년대생들은 직장에서는 철저히 아싸로 남길 바란다. 자신의 일상을 재치 있게 촬영한 브이로그(비디오 블로그)를 올리는 유튜버 이모(28)씨는 직장 상사에게는 유튜브 얘기를 일절 하지 않는다. “영상이나 찍으며 놀 정도로 한가하냐”는 핀잔을 들을 게 뻔하고 굳이 사생활을 공개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씨는 “회사가 신입사원을 뽑을 때는 사회성이 좋은 인싸를 선호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뽑고 난 뒤에는 묵묵히 야근하는 아싸를 좋아한다”고 꼬집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여친 등 30명 불법촬영’ 제약사 대표 아들 징역 2년

    ‘여친 등 30명 불법촬영’ 제약사 대표 아들 징역 2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도 명령신상 공개 3년·아동청소년 기관 취업 제한 5년집안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여성 30여명을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은 제약회사 대표 아들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6단독 안은진 판사는 18일 오전 성폭력범죄처벌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모(35)씨에 이같이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신상정보 3년 공개 및 고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취업 제한 5년 등도 함께 명령했다. 재판부는 “증거에 의해 이씨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면서 “피해자와의 성관계, 샤워 장면 등 사적 장면을 촬영해 일부 피해자는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범행이 계획적이고 상당기간에 걸쳐 이뤄져 피해자가 다수이고, 피해자 24명과는 합의하지 못한 점 등을 볼 때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초범이고 반성을 하고 있는 점, 촬영 영상이 유포됐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고 봤다. 앞서 검찰은 24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하면서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신상정보 고지 명령도 함께 요청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2013년부터 올해 3월까지 자택 곳곳에 초소형 몰래카메라 설치해 여성 피해자 30여명의 신체 부위, 샤워 장면, 본인과의 성관계 등을 몰래 촬영했다. 24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가정환경과 성격 등으로 인해 은둔형 외톨이로 성장했다”면서 “왜곡된 성적 탐닉에 빠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처벌보다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후 진술에서 이씨는 “잘못된 의식과 생각으로 절대 해서는 안될 짓 저지른 것 같아 사죄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라떼는 말이야” 꼰대들의 20대

    “라떼는 말이야” 꼰대들의 20대

    격변·아픔의 58년 개띠 역사의 중심 86세대 발랄·고립의 X세대 좌절·혁명의 M세대“라떼는 말이야.” 기성세대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나 때는 말이야”를 비꼰 20~30대의 신조어다. 그러나 ‘라떼’를 입에 달고 사는 기성세대에게도 ‘꼰대’를 경멸하던 20대가 있었다. 환갑을 넘긴 ‘58년 개띠’의 20대는 격변 그 자체였다. 유신체제에서 대학생이 돼 독재정권과 온몸으로 맞서 싸운 이들이 많았다. 1987년 6월 항쟁 당시엔 ‘넥타이 부대’로 민주화 시위에 참여했다. 마흔살쯤 불어닥친 IMF 외환위기로 직장에서 쫓겨나고 가정이 파탄 나는 아픔을 겪은 이들도 많다. 1950년대생들이 떠난 자리는 1960년대생, 이른바 ‘386세대’가 빠르게 이어받았다. 전두환 철권통치에 정면으로 맞서며 대학생 신분으로 역사의 중심에 섰다. 절반의 승리로 끝난 6월 항쟁 이후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를 거치며 정치, 경제, 사회 각 조직의 신진 세력으로 힘을 키웠다. 40대 때는 ‘486’으로, 50대 때는 ‘586’으로 불리다가 이젠 ‘86세대’로 통칭되며 여전히 우리 사회의 권력을 움켜쥐고 있다. 고도성장의 혜택을 20대에 누린 건 X세대(1971~1980년생)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찾아온 경제적 풍요와 문민정부 이후 불어온 자유를 만끽했다. 해외여행과 유학도 흔한 일이 됐다. 배꼽티와 탱크톱으로 기성세대를 기함케 했다. 자가용을 끌고 “야, 타!”를 외치는 이들을 기성세대는 ‘날라리’, ‘오렌지족’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X세대의 발랄함은 반짝이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등 허술하게 쌓아 올린 대한민국의 기초가 뿌리째 뽑히는 걸 목도했다. 사회에 진출할 때쯤 IMF 사태가 터져 대학 졸업과 동시에 실업난에 직면하는 첫 세대가 됐다. 1991년 ‘분신 정국’으로 막을 내린 민주화 운동 역사에서 고립된 세대이기도 하다.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인 1980~1990년생은 ‘밀레니얼 세대’로 불렸다. IMF 사태로 갑자기 궁핍해진 부모들의 영향으로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경제적 좌절을 맛봐야 했다. 고착화된 불황으로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스펙을 쌓아야 했다. 기성세대는 희망도 꿈도 없는 ‘N포세대’로 규정했지만, 이들은 광장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했다. 2002년에는 교복을 입은 채 촛불을 들고 미선·효순양 추모집회에 참여하는가 하면 월드컵 거리 응원을 주도했다. 2008년 광우병 촛불 시위는 2016년 박근혜 탄핵 촛불혁명의 원동력이 됐다. 이들의 다음 세대인 90년대생들은 이제 막 신진 세력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나’를 괴롭히는 그 어떤 권력·권위와도 타협하지 않는 새로운 세대 앞에서 기성세대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강제 추행 혐의’ 신화 이민우, 기소의견 송치

    ‘강제 추행 혐의’ 신화 이민우, 기소의견 송치

    피해자와 합의했지만 ‘비친고죄’라 계속 수사서울 강남의 한 술집에서 여성 2명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그룹 신화의 이민우(40)씨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강제 추행 혐의로 입건된 이씨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지난 15일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중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20대 여성 2명을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로 알려졌다. 경찰은 확보한 주점 내 폐쇄회로(CC)TV 영상과 강제추행죄가 비친고죄인 점 등을 고려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사건 당일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는 “성추행을 심하게 당했다. 이씨가 양 볼을 잡고 강제로 키스했다.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기도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해당 행위가 있었던 사실을 CCTV 영상을 통해 확인했다. 피해자는 이씨 측과 합의 후 고소를 취하했다. 하지만 강제추행은 비(非) 친고죄다. 비친고죄란 피해자 의사나 당사자 간 합의와 상관 없이 수사 및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를 말한다. 이씨는 지난달 14일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으면서 “친근감의 표현이고 장난이 좀 심해진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면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해도 성추행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기소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본지 ‘10대 노동 리포트’ 이달의 기자상

    본지 ‘10대 노동 리포트’ 이달의 기자상

    한국기자협회는 6월(제346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수상작으로 서울신문 사회부(박재홍·홍인기·김지예·기민도·고혜지 기자)의 ‘10대 노동 리포트-나는 티슈노동자입니다’를 선정했다고 16일 발표했다. 서울신문은 지난 4~6월 7회에 걸쳐 연재한 ‘10대 노동 리포트’ 기획에서 공장과 음식점, 거리에서 일하는 청소년들이 일상적으로 당하는 노동권 침해를 관찰기 방식으로 풀어냈다. 아울러 노동시장의 최전선에 있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생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파헤쳐 10대 노동자들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신문은 이 기획기사를 토대로 청소년 노동인권 만화도 격주로 연재하고 있다. 시상식은 오는 23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일 안주고 전산망 차단”… MBC 계약직 아나운서 7명 ‘1호 진정’

    “일 안주고 전산망 차단”… MBC 계약직 아나운서 7명 ‘1호 진정’

    부당해고 판정 뒤 복직했지만 적폐 낙인 12층 사무실 근무에 근태 관리도 안 해 MBC “법적 판단 나올때까지 행위 자제” 석유公·이마트 포항이동점 직원도 진정회사의 ‘갑질’ 등을 막는 내용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 첫날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고용당국을 찾아 진정서를 제출했다. “사측이 폐쇄된 공간에서 지내게 하며 업무를 부당하게 주지 않는다”는 하소연이다. 2016~2017년에 채용된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16일 오전 9시 서울고용노동청를 찾아 업무 시작과 동시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부당해고를 당했다가 법원 판결로 복직했지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최초 해고 10명 중 7명이 참여했다. 검은 정장 차림의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고용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희도 일하고 싶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었다. 이들은 회사가 아나운서국(9층)이 아닌 12층의 별도 사무실에 근무하도록 한 점, ‘업무 부여 계획이 없다’고 밝힌 점, 사내 전산망을 차단한 점, 출퇴근은 하지만 근태 관리는 없는 점 등을 괴롭힘 근거로 제시했다. 이 아나운서들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류하경 변호사는 MBC의 행위가 고용노동부에서 밝힌 직장 내 괴롭힘 사례 중 ▲정당한 이유 없이 훈련·승진·보상·일상적인 대우 차별 ▲일을 거의 주지 않음 ▲인터넷·사내 네트워크 접속 차단 등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아나운서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사측 대리인에게서 ‘월급은 줄 테니 출근은 안 해도 된다’고 통보받은 적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에게 ‘(스스로) 적폐임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받아주지 어떻게 그냥 받느냐’ 하는 사내 의견이 있다고 들었다”면서 “‘적폐’라고 낙인찍는 자체가 괴롭힘”이라고 호소했다. 2016~2017년 계약직으로 채용된 아나운서 11명은 김장겸 사장 체제에서 사측과 갈등을 빚던 언론노조 MBC본부 소속 아나운서들을 대체해 일했다. 이에 대해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파업 때 ‘회사 명령에 불복종하면 계약 해지될 수 있다’는 게 사측 입장이었다”면서 “적폐 방송에 앞장설 실무적 위치에 있지 못했던 신입일 뿐이었다”고 말했다. 2017년 12월 최승호 사장 취임 이후 직무에서 배제됐던 노조원들이 복귀하면서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입지는 크게 좁아졌다. MBC는 이들의 계약 기간이 끝나는 것에 맞춰 계약 해지 및 재계약 거절을 통보했다. 이에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을 근거로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지난 3월 서울서부지법 해고무효확인 청구 소송과 근로자지위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이 지난 5월 근로자지위를 임시로 인정해 복직됐다. 본안 소송은 계속 진행 중이다. MBC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계약 기간 만료에 따른 퇴사가 부당해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법적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소모적인 논란과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를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번 신고가 입법 취지에 부합하는지를 포함해 사실 확인을 위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실시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석유공사 관리직 19명도 이날 오전 울산고용노동지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MBC 진정과 함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관련 전국 1호 진정이다. 이들은 “지난해 3월 신임 사장 부임 후 과거 정권의 자원외교 실패 책임을 물어 20~30년 근무한 직원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마트산업노동조합 이마트 포항이동지회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관리자가 8년간 폭언·막말을 하고 모욕을 줬다”면서 “일정표도 마음대로 조정하며 갑질을 일상적으로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일 안 주고, 전산망 끊었다”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 ‘직장 괴롭힘’ 1호 진정

    “일 안 주고, 전산망 끊었다”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 ‘직장 괴롭힘’ 1호 진정

    2~3년차 아나운서 7명, 고용노동청에 진정해직 뒤 복직…“사측, 차단공간에서 대기시켜”‘직장내 괴롭힘 방지법’(개정 근로기준법 등) 시행 첫날 아침 문화방송(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복직 뒤 괴롭힘당하고 있다”며 노동당국에 진정을 제기했다. 2016~2017년에 채용된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대변인인 류하경 변호사(법률사무소 휴먼)는 16일 오전 9시 “현재 MBC 내에서 받고 있는 처분이 부당하다”면서 서울시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이 진정에는 최초 해고 10명 가운데 7명이 참여했다. 해당 아나운서들은 이날 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도 열어 “부당해고 판정 뒤 복직했으나 직장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은 정장 차림의 아나운서들은 현장에서 ‘저희도 일하고 싶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함께 들었다. 이들은 사측이 기존의 아나운서 업무 공간인 9층이 아닌 12층의 별도 사무실에 모여 있도록 한 점, 주어진 업무 없이 사내 전산망 차단된 채로 지내는 점,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은 하지만 근태관리 없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들은 MBC의 이러한 행위가 고용노동부가 직장내 괴롭힘으로 보고 있는 ▲정당한 이유 없이 훈련·승진·보상·일상적인 대우 차별 ▲일을 거의 주지 않음 ▲인터넷·사내 네트워크 접속을 차단에 해당한다고 봤다. 2016~2017년 계약직으로 뽑힌 아나운서 11명은 김장겸 사장 아래에서 MBC와 갈등을 빚던 언론노조 MBC본부 소속 기자와 PD, 아나운서 등을 대신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2017년 12월 최승호 사장 취임 이후 그동안 직무 배제됐던 노조원들이 복귀하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MBC는 이들의 계약기간이 끝나는 것에 맞춰 계약해지 및 재계약 거절을 통보했다. 이에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지난 3월 서울서부지법 해고무효확인 소송과 함께 근로자지위 가처분 신청을 냈다. 서부지법이 지난 5월 근로자지위를 임시로 인정하면서 이들은 현재 MBC상암 사옥으로 출근하고 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서울 잠원동 붕괴 건물 철거·감리업체 압수수색

    서울 잠원동 붕괴 건물 철거·감리업체 압수수색

    경찰, 붕괴 조짐 알고도 공사 계속했는지 등 조사시민단체 “감리 담당자는 87세…자격증 대여 관행 만연”경찰이 4명의 사상자를 낳은 서울 잠원동 건물 붕괴 사고와 관련해 철거업체와 감리업체를 압수수색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10일 오전 10시쯤부터 잠원동 붕괴 건물 철거업체와 감리업체 사무실 등 3곳을 대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오후 2시 23분쯤 서초구 잠원동 지하 1층, 지상 5층짜리 건물이 철거 도중 무너져 근처 도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차량 3대를 덮쳤다. 이 사고로 차에 타고 있던 예비 신부 이모(29)씨가 숨지고 예비 신랑 황모(31)씨가 크게 다쳤다. 60대 여성 2명도 경상을 입었다. 1996년 준공된 이 건물은 6층짜리 근린생활시설을 짓기 위해 지난달 29일 철거 작업을 시작했다. 경찰 관계자는 “확보된 압수물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붕괴 조짐이 있었는데도 공사를 지속했는지, 안전 조치를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조사 중이다. 한편, 시민단체들은 “잠원동 건물 붕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가 근본적 안전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안전사회시민연대, 노년유니온, 신시민운동연합 등은 이날 오전 잠원동 사고 현장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는 건물 철거는 물론 다른 부문의 안전과도 관련된 문제를 예방할 수 있도록 법률을 제·개정해야 하며 정부는 안전 문제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들은 2017년 1월 서울 종로구 낙원동 숙박업소 철거 현장 붕괴 사고 이후 서울시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또다시 이번 잠원동 철거건물 붕괴가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또 “감리 담당자가 87세라는데 어떻게 땡볕 현장에서 감리 활동을 할 수 있겠느냐”며 “그동안 감리자, 안전 관리자가 현장에 가지 않고 자격증을 대여해주는 관행이 만연해 있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비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자격증을 보유한 민간 감리자에게 책임을 맡기는 제도를 혁파하고 철거 현장 안전 관리는 우선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고 가능하면 국가가 담당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낙원동 붕괴 사고 때 재발을 방지하겠다던 서울시장과 건축과장, 서울시의회 의장과 의원을 포함한 책임자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서초구청장 역시 관리 소홀에 대해 조사받고 건축 관련 부서 책임자를 엄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회를 향해서는 “안전 문제 전반에 관한 근본적 법률을 제정해야 할 것”이라며 “건물 크기 여하를 막론하고 2층 이상 건물은 철거 전 과정에 대해 지자체 소속 안전책임자를 현장에 배치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학교·학부모 “짜맞추기식 평가” 격앙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서울교육청이 지역 자율형사립고 8곳을 자사고 지정 취소 대상으로 결정하자 학교 측과 학부모, 동문 등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끝까지 저항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자사고학교장연합회와 학부모연합, 동문연합, 자사고 수호시민연합으로 구성된 ‘자율형사립고 공동체 연합’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번 평가는 애초부터 평가의 타당성과 신뢰성을 상실한 반교육적이고 초법적이며 부당한 평가로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교육당국이 자사고를 없애기로 마음먹고 짜맞추기식으로 ‘위장평가’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연합 측은 “이번 평가는 지난 5년간 학교 운영을 평가하는 것임에도 교육청이 사전 예고도 없이 자의적인 평가 기준을 설정하고 자사고 운영 취지나 지정 목적과도 무관한 기준을 요구했다”면서 “중립적 교육 전문가를 평가위원으로 포함시키고 평가의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성토했다. 일부 단체는 서울교육청 앞으로 몰려가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자사고 교장단과 학부모들은 행정 및 법적 투쟁을 예고했다. 평가 기준 설정과 평가위원 선정 등 평가 전반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또 집행정지 가처분신청과 행정소송 등도 추진한다. 김철경(대광고 교장) 서울자사고학교장연합회장은 “결과 발표 후 우리의 입장이 더 강경해졌다”고 말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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