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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실이깜빵’ 웃픈 인기

    ‘순실이깜빵’ 웃픈 인기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풍자하는 빵이 등장해 절찬 판매되고 있다. 대구 북구 태전동 ‘파파빵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박지원(46)씨는 이달 초부터 ‘순실이깜빵’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평소에도 10여종의 캐릭터 빵을 판매하고 있는 박씨는 최순실이 검찰에 출두하는 장면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최순실깜빵’은 우유크림반죽에 크림치즈를 채워 넣은 크림치즈 빵의 일종이다. 초콜릿 비스킷으로 머리카락을 만들고 타르트 비스킷으로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처럼 표현했다. 박씨는 “최순실이 모자를 쓰고 안경을 낀 모양으로 만들었다가 조금 답답하게 보여 변경했다”고 밝혔다. 깜빵은 감옥(교도소)의 경상도 말과 빵을 합성해서 지었다. 빵가격은 하나에 2000원이다. 처음에는 하루 10여개 만들었는데 예상 외로 반응이 좋아 지금은 100~150개로 늘었다. ‘호빵맨’과 ‘도라이몽’ 등 다른 캐릭터 빵은 5개 안팎으로 팔리는 것에 비하면 폭발적이다. 수작업으로 만들기 때문에 요즘 직원들과 밤샘 작업을 하고 있다. SNS 등으로 소문이 퍼지면서 택배 주문도 이어지고 있지만 만드는 물량의 한계로 받지 않고 있다. 박씨는 “‘순실이깜빵’을 본 손님들은 대부분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사진을 많이 찍어간다”면서 “아직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제빵 경력 20년인 박씨는 “어수선한 시국에 한번 웃어보자고 만든 빵이지만 마음은 편하지는 않다”며 “시국이 안정되고 최순실에 대한 관심이 멀어져 더이상 ‘순실이깜빵’을 찾지 않는 날이 빨리 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대구에 ‘최순실깜빵’은 대인기, 하루 100개 제작 택배주문은 안돼

    대구에 ‘최순실깜빵’은 대인기, 하루 100개 제작 택배주문은 안돼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풍자하는 빵이 등장해 절찬 판매되고 있다. 대구시 북구 태전동 ‘파파빵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박지원(46)씨는 이달 초부터 ‘순실이깜빵’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평소에도 10여종의 캐릭터 빵을 판매하고 있는 박씨는 최순실이 검찰에 출두하는 장면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최순실깜빵’은 우유크림반죽에 크림치즈를 채워 넣은 크림치즈 빵의 일종이다. 초콜릿비스킷으로 머리카락을 만들고 타르트비스킷으로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처럼 표현했다. 박씨는 “최순실이 모자를 쓰고 안경을 낀 모양으로 만들었다가 조금 답답하게 보여 변경했다”고 밝혔다. 깜방은 감옥(교도소)의 경상도 말과 빵을 합성해서 지었다. 빵가격은 하나에 2000원이다. 처음에는 하루 10여개 만들었는데 예상 외로 반응이 좋아 지금은 100~150개로 늘었다. ‘호빵맨’과 ‘도라이몽’ 등 다른 캐릭터 빵은 5개 안팍 팔리는 것에 비하면 폭발적이다. 수작업으로 만들기 때문에 요즘 직원들과 밤샘 작업을 하고 있다. SNS 등으로 소문이 퍼지면서 택배 주문도 이어지고 있지만 만드는 물량의 한계로 받지 않고 있다. 박씨는 “‘순실이깜빵’을 본 손님들은 대부분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사진을 많이 찍어간다”면서 “아직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 제빵 경력 20년인 박씨는 “어수선한 시국에 한번 웃어보자고 만든 빵이지만 마음은 편하지는 않다”며 “시국이 안정되고 최순실에 대한 관심이 멀어져 더 이상 ‘순실이깜빵’을 찾지 않는 날이 빨리 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2016 결산] 목성 오로라와 보석 별…올해의 우주사진 톱8

    [2016 결산] 목성 오로라와 보석 별…올해의 우주사진 톱8

    올 한해에도 인간의 눈을 번쩍 뜨게 만든 신비로운 우주 사진들이 공개됐다. 아름다운 목성의 오로라와 보석처럼 빛나는 별, 푸른 거품 속에 찬란한 별, 광활한 은하 지도, 태양 앞을 지나가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의 환상적인 모습까지... 최근 미 시사주간지 타임(TIME) 등 해외언론들은 2016년을 결산하는 '올해의 우주사진'(The Best Space Photos of 2016)을 선정해 발표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유럽우주국(ESA),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촬영한 작품들이 망라된 사진들 중 일부와 국내에서 인기있었던 사진을 가감해 소개한다. - 보석처럼 빛나는 별들의 고향 마치 우주에 보석을 뿌려놓은듯 빛나는 이곳은 겨울철 남쪽 하늘에서 보이는 별자리인 용골자리(Carina)에 위치한 '트럼플러 14'(Trumpler 14)로 지구에서 약 8000광년 떨어져 있다. 사진에서처럼 트럼플러 14가 유독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것은 약 50만 년 나이를 가진 젊은 별들이 빽빽히 밀집해 빛을 내기 때문이다. 청백색으로 빛나는 이 별들은 주요 성분인 수소를 불태우며 화려하게 빛나다가 결국 수백 만 년 안에 항성 진화의 마지막 단계인 초신성 폭발과 함께 사라진다. 1월 21일 허블우주망원경 촬영. 출처=J. Maíz Apellániz-Institute of Astrophysics of Andalusia, Spain/ESA/NASA   - 푸른 거품 속에 찬란하게 빛나는 별 거품처럼 파랗게 부풀어 오른 우주 구름 중심에서 십(十)자 모양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별 ‘WR 31a'. 지구에서 용골자리 방향으로 3만 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WR 31a는 울프-레이에(Wolf-Rayet) 별이다. 프랑스 천문학자 샤를 울프의 이름을 딴 이 별은 태양 질량의 20배 이상 되는 극대거성으로 자체 ‘연료’를 빠르게 소모하는 탓에 결국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면서 찬란한 최후를 맞는다. 수명이 수십 만년 밖에 되지 않아 우주의 시간에서는 그야말로 굵고 짧게 생을 마감하는 셈. 2월 22일 허블우주망원경 촬영. 출처=ESA/Hubble Space Telescope/NASA  - 우리의 이웃 화성 지구와 묘하게 닮은듯 닮지 않은 화성. 11년 만에 지구와 화성이 가장 가까웠던 지난 5월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촬영했다. 화성의 얼음층과 구름의 변화가 엿보이는 역동적인 화성의 계절이 담겨 있다. 출처=NASA/ESA/Hubble Heritage Team (STScI/AURA)/J. Bell (ASU)/M. Wolff (Space Science Institute)   - 목성의 오로라 올해 우주사진 중 대표적인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허블우주망원경이 촬영한 것이다. 강력한 자기장과 고에너지 입자가 충돌해 발생하는 목성의 오로라는 지구보다도 큰 규모. 6월 NASA 공개. 출처=NASA/ESA - 태양면 통과하는 수성 그리고 ISS 지난 6월 미국과 서유럽 등 일부 국가의 천문학자와 동호회원들은 망원경을 앞에 두고 10년 만에 일어난 태양과 수성의 ‘우주쇼’를 즐겼다. 바로 2006년 이후 처음 벌어진 수성의 태양면 통과(Transit of Mercury) 현상이다. 이 천문현상은 수성이 태양을 가리는 식(蝕)의 일종으로 100년에 단 13번 일어날 정도의 보기 드문 우주쇼다. 이는 태양과 수성, 지구가 일직선에 놓이면서 관측되는 것으로 수성의 경우 공전궤도면이 지구 궤도면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자주 일어나지는 않는다. 환상적인 이 사진은 수성이 태양 품에 안기던 이날, ISS가 태양 앞을 지나치는 순간이 담겨있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태양을 대각으로 가로지르는 것은 ISS이며 중앙 하단에 작은 검은색 둥근 점이 바로 수성이다. 환상적인 이 사진은 프랑스 출신의 천체 사진작가 티에리 르고가 촬영한 것이다. 출처=Thierry Legault   - 달의 숨막히는 뒤태 지난 7월 NASA의 심우주 기상관측위성(DSCOVR)이 촬영한 달의 숨막히는 뒤태. 달은 자전과 공전주기가 같아 지구에서는 달의 앞면 밖에 볼 수 없다. 그러나 지구와 달 너머에 위치한 DSCOVR 덕에 지구 앞으로 스윽 지나가는 '우주적 포토밤’(photobomb)을 포착할 수 있었다. 출처=NASA  - 은하 3차원 지도 지난 9월 공개된 11억 개가 넘는 별이 담긴 인류역사상 가장 방대하고 정확한 은하 3차원(3D) 지도. ESA는 은하 관찰 위성 ‘가이아’를 이용해 은하에 있는 11억 5000만 개 별의 3D 지도를 만들었다. 무려 11억 개를 관찰했지만 우리 은하에 있는 전체 별의 1% 수준. 최종적으로 완성된 은하 지도는 내년 말 공개된다. 출처=ESA/Gaia/DPAC  - 달에서 본 지구돋이와 지구넘이 일본의 탐사위성 카구야(Kaguya)가 달을 돌며 촬영한 이 자료들은 지난 2007년 10월부터 2009년 6월까지의 사진과 영상본이다. 과거에도 이 자료들은 일부 공개된 바 있으나 지난 10월 그간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촬영본도 '창고 대방출' 됐다. 공개된 자료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달에서 본 지구돋이(Earth-rise)와 지구넘이(Earth-set)다. 화질이 월등히 뛰어난 HDTV 카메라로 촬영한 덕에 푸른색 지구와 황량한 달표면이 아름다우면서도 신비로운 대조를 이룬다. 출처=JAXA/NHK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73살이지만 건강 받쳐주는 한…” 반기문, 사실상 대선출마 선언

    “73살이지만 건강 받쳐주는 한…” 반기문, 사실상 대선출마 선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0일(현지시간) “제가 10년 동안 유엔 총장을 역임하면서 배우고, 보고, 느낀 것이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제 한 몸 불살라서라도 노력할 용의가 있다”며 전례 없이 강한 수위의 발언으로 사실상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반 총장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가진 한국 특파원단과의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달 말로 제8대 유엔 사무총장에서 퇴임한다. 반 총장은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무엇에 기여할지에 대해 깊이 고뇌하면서 생각하고 있다”고 대선 출마 여부에 확답하지 않았으나, 전례 없이 강한 수위의 이날 발언은 사실상의 대선출마 선언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또 “정치라는 것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기성 정치인들과의 연대할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도 “정치 지도자들은 자신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당이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국민이 없고 나라가 없는데 무슨 파(派)가 중요한가. 노론-소론, 동교동-상도동, 비박-친박 이런 것이 무엇 소용인지 저는 알 수가 없다”는 말로 기성 정치권을 질타했다. 반 총장은 귀국후 대선출마 여부에 대해 “어떻게 할 수 있느냐는 귀국 후 각계 국민을 만나 말씀을 들어보고 결정하겠다”면서 “국민 여러분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력한 힘이지만 국가발전을 위하고 국민 복리·민생 증진을 위해 제 경험이 필요하면 몸 사라지 않고 할 용의가 있다”며 “73살이지만 건강이 받쳐주는 한 국가를 위해 노력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입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치라는 것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수단과 비전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제가 깊이 생각을 안 해봤다”는 말로 답변을 비켜갔다. 반 총장은 이날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박 대통령 탄핵 상황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그는 “국민이 선정(善政·good governance)의 결핍에 대해 분노와 좌절을 느끼고 있다. 시스템의 잘못, 지도력의 잘못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최근에도 한 강연에서 했던 이런 자신의 언급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한 특정 정치 지도자에 대해 언급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뜻밖에 국민들이 촛불을 드는 이런 일이 한국에서 일어나니 제가 상당히 민망하다”며 “귀국을 하지만 상당히 참담한 심정이며 가슴이 무겁다”고 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부 장관을 지난 반 총장은 새누리당 친박 진영의 물밑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후 친노 인사들로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데 대해 ‘정치적 공격’이라고 되받았다. 그는 “저는 평생 살면서 배신이라는 얘기 들어본 적이 없다”며 “인격을 모독해도 너무 모독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가 있는 봉하마을을 2011년 참배했다는 사실과 더불어 “언론보도가 많이 안됐지만 저는 서울에 가는 계기나 매년 1월초에 늘 권양숙 여사에게 전화를 한다”며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은 강조하기도 했다. 국제무대 기여 가능성에 대해서는 “국내 일을 하면서 국제적 일을 못하는 것은 아니며 얼마든 겸할 수 있다”면서 “현 단계에서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게 더 시급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대해 반 총장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활동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라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1월 중순 귀국하겠다고 밝힌 그는 “우선 황교안 권한대행을 예방해 귀국신고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장 등 다른 3부 요인에게 귀국신고를 하고 국립묘지 참배, 선친 묘소 참배, 고향인 충북 충주에 사는 모친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新전원일기] 칡 봤다 心 봤다 돈 봤다

    [新전원일기] 칡 봤다 心 봤다 돈 봤다

    강원 홍천의 산과 산 사이를 굽이굽이 돌아 한참 동안 숲길을 달렸다. 창밖으로 펼쳐진 풍광은 당장이라도 자리잡고 앉아 신선놀음이라도 하라고 말하는 듯 자태를 뽐냈다. 함박눈이라도 흠뻑 내려 모든 나무에 옷이라도 입혔다면 경치에 홀려 아마도 그 자리에 멈춰 섰으리라. 유독 흐린 날씨 덕에 산등성이를 따라 둘러진 안개가 운치를 더하는 데 한몫 톡톡히 했다. 홍천군 북방면 산자락에 위치한 ‘파머대디’ 농장은 밖에서 바라본 풍경보다 그 속살이 훨씬 더 고즈넉하며 낭만적이었다. 이정호(36) 대표가 이곳에 둥지를 튼 이유도 그런 자연이 좋아서였을 것이다. 30만평 규모의 농장은 해발 350m부터 800m를 아우른다. 그 둘레길만 해도 8㎞가 넘어 걸어서 둘러보려면 족히 다섯 시간이 걸린다. 무엇보다 5㎞나 되는 ‘메타세쿼이아 길’은 로맨스 영화라도 한편 찍고 싶을 만큼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나를 가장 매료시킨 것은 20년 묵은 야생 칡이었다. 못해도 10㎏은 족히 나가 보이는 굵직한 칡을 캐낸 이 대표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외쳤다. “칡 봤다!” 한창 채취철인 요즘, 굵고 큼직하고 싱싱한 칡을 캐내는 일만큼 그를 신명 나게 하는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칡즙부터 한잔 시원하게 드셔보세요. 정신이 맑아질 겁니다. 100% 칡즙이거든요.” 나는 꽁꽁 언 손을 녹일 새도 없이 이 대표가 건네준 칡즙을 단숨에 들이켰다. 오롯이 칡만 짜낸 즙이라 향과 맛이 코와 입으로 고스란히 전해져 꽤 오래도록 머물렀다. 정말 자연 그대로의 맛이었다. 농장의 맑은 공기 덕에 폐부까지 정화된 듯했는데 칡즙까지 마시니 한층 더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는 말의 마침표를 찍을 때마다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서른넷의 나이에 도시를 떠나 귀농한 지 3년차에 접어든 젊은 농부.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꽤 잘나가는 한정식 음식점을 하던 그가 모든 것을 접고 이 첩첩산중으로 들어온 이유가 무엇일까. “귀농에 대한 생각을 꾸준히 하고 있었어요. 복잡한 도시를 떠나서 자연 속에서 살고 싶었거든요. 자연에서 땀을 흘리면 그 노력한 만큼 결과를 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때마침 오래전부터 귀농을 준비했던 가족이 땅을 매입하자, 그는 순식간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산골짜기에 자리를 잡았다. 흙이라고는 만져본 적도 없던 그가 처음 시작한 농사는 ‘맷돌호박’(늙은호박·한식에서 사용하는 늙어서 겉이 굳고 씨가 잘 여문 호박)이었다. 부푼 꿈을 안고 1만평 넘게 심었지만 첫해 매출이 총 700만원에 불과했다. 그중에서 수익이라고 할 수 있는 건 고작 150만원이었다. 게다가 농약을 치지 않아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호박이 대다수여서 결국 맷돌호박 1t을 50만원에 넘길 수밖에 없었다. 1㎏에 겨우 500원을 받았던 셈이다. 어디 그뿐인가. 가지, 고추, 옥수수, 표고 농사 등 해보지 않은 게 없을 만큼 여러 작물에 도전해 봤지만 지형적 난관 때문에 모두 포기해야 했다. 농장 자체가 비탈진 산이다 보니 포클레인과 트랙터가 뒤집어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기계를 못 쓰면 일일이 사람 손을 거쳐야 하는데 그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그는 모든 농사를 접고 산 곳곳에 묻혀 있는 칡을 직접 캐기 시작했다. 30만평이 모두 산이니 무엇이 걱정이겠는가. “칡을 캐서 즙으로 내려봤더니 주변 반응이 너무 좋은 거예요. 사서 먹고 싶다는 거죠. 그때 건강즙을 해야겠다고 본격적으로 마음먹은 계기가 됐어요.” # “하루 1t 채취… 첫 2년간은 산에 텐트 치고 살아” 그는 홍천기술센터와 강원도의 청년 지원 자금을 받아서 가공공장을 지었다. 그가 ‘파파건강즙’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 건 올 1월이었다.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매출이 2억원을 웃돈다. 잣 생산까지 포함하면 올해 전체 4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칡을 채취하는 철에는 주문량이 많아 소비자가 일주일씩 기다려야 될 정도다. “젊은 농부가 산속에서 직접 캐서 즙으로 만드는 걸 내가 직접 봤다, 이건 진짜다, 이런 식으로 소문이 나면서 인기가 좋아졌어요. 심지어 약도 안 치고 야생 상태로 키운 칡이라고 해서 하나의 스토리텔링이 만들어진 거예요. 그게 큰 힘이 됐죠.” 그는 하루에 1t 정도의 칡을 캔다. 만만치 않은 양이다. 지금이야 주문량이 많아서 여러 명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처음에는 인건비 때문에 직접 캐러 산을 누비고 다녔다. 게다가 2년 동안은 산 중턱에 텐트를 치고 살았다. 일이 많아 남양주에 있는 집까지 오고 가기가 벅찼기 때문이다. “저는 지문이 없어요. 일을 너무 많이 해서 다 지워졌죠. 그래서 인감을 떼야 할 때도 지문이 없어서 못 해요. 일을 계속 하니까 다시 지문이 생길 겨를이 없는 거예요. 한번 보세요.” 농사꾼의 손이 그러하듯 그의 손에는 고생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그의 그러한 성실함과 진심을 아는 사람들은 파파건강즙의 단골이 된 지 오래다. 좋은 재료로 만든 먹을거리를 소비자들은 분명 알아보기 마련이니까. 그의 건강즙이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는 것도 보존료를 전혀 쓰지 않고 수확하자마자 바로 100% 착즙하거나 다려내는 신선도 때문이다. “사실 보존 재료가 들어가야 유통 과정에서 좀더 안전하긴 하지만 저는 절대로 넣지 않습니다. 바로 캐서 첨가제 없이 바로 가공하는 것, 이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제 원칙이에요.” 그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정직하게 보여주는 것이 소비자와 오래도록 연결될 수 있는 최고의 힘이라고 했다. 고객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건강한 먹을거리를 만들겠다는 신념이 그가 가공뿐만 아니라 유통 전문기관을 쫓아다니며 끊임없이 연구하고 배우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이유다. # “판로 99%인 온라인 판매는 키워드가 가장 중요” 파머대디 농장의 대표 건강즙은 단연 칡즙이다. 양배추사과즙도 인기가 많다. 양배추브로콜리사과즙과 도라지배즙도 매출에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칡 이외에 이 대표가 직접 재배하는 작물은 돼지감자와 호박이다. 나머지 양배추, 브로콜리, 사과, 배는 가까운 농가와 계약을 맺어 재배하고 있다. 사실 이 대표가 처음 귀농할 때만 해도 건강즙을 만들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시험 삼아 해본 일이 직업이 되고 매출을 올리는 효자 사업이 된 셈이다. 처음에는 부푼 꿈을 안고 가공공장을 지었지만 정작 판로가 문제였다. 홍보와 마케팅 부재가 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그는 곧바로 쇼핑몰 아카데미에 등록하고 본격적으로 인터넷 마케팅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농업하는 사람은 인터넷을 몰라도 된다는 건 구시대적 사고 방식입니다. 가장 잘 알아야 하고 그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해요.” 그는 온라인에서는 ‘키워드’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키워드’를 파악하는 능력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교 앞에서 칡즙을 팔면 소용없어요. 떡볶이를 팔아야죠. 또 목욕탕 앞에서 양말과 수건을 팔면 장사가 된단 말이에요. 그 길목을 지키고 있으면 되는 거예요. 온라인도 마찬가지거든요. 내 상품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어요. 그것만 잘 매칭시키면 돼요.” 가령 칡즙이 갱년기에 좋다고 하니 ‘갱년기에 좋은 음식’을 치면 연관어로 뜰 수 있게 끊임없는 스토리텔링 작업을 해 줘야 한다는 얘기다. 그 결과 이 대표는 제품 판로의 99%를 인터넷 쇼핑몰로 해결하고 있다. 이제는 바야흐로 농민들도 마케팅을 알아야 하는 시대다. 그저 농사만 잘 지어서는 무한경쟁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앞서야 하는 것은 자신의 제품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는 일이리라. “만약 귀농을 준비하는 분이 계시다면 무조건 온라인 마케팅을 배워야 해요. 무언가 만들어 팔 생각이라면 더욱 농사만 공부할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대표의 진심어린 조언이다. # “돈보단 사람들이 쉬어 갈 수목원 만들고 싶어요” 한참 이야기를 쏟아내던 이 대표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며 우리를 잡아끌었다. 차를 타고도 한참 올라가서야 그는 차를 세웠다. 더이상 차로 갈 수 없는 길이기 때문이었다. 그곳에는 수백년 된 밤나무, 벌나무, 헛개나무, 엄나무, 자두나무, 벚나무, 잣나무 등 셀 수 없이 많은 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15만평에 자리잡은 잣나무는 연 매출 2억원을 만들어 주는 효자 중의 효자다. 뿐만 아니라 능선을 따라서 5만평 정도의 산양삼도 심어 놓았다. 하지만 시간이 좀더 지나 이 대표가 정성껏 어루만진 후에는 5㎞나 되는 메타세쿼이아 길과 3㎞ 정도의 벚꽃나무길이 일등공신이 되어 주지 않을까. 그렇다. 그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농장의 모습은 경관이 아름다우면서 체험이 가능한 공간이다. 그가 농장의 나무를 정성스레 가꾸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꽃이 피면 경관이 되는 체험의 공간으로 적극 활용하기 위함이다. “누구든 편안하게 와서 즐기다 갈 수 있는 정원을 만들고 싶어요. 돈을 벌기 위한 것보다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수목원, 휴식이 되어줄 수 있는 그런 곳을 만드는 게 제가 제 자신에게 주는 비전입니다.” 이 대표는 ‘홍천 네이처파크’라고 이름도 지어 놓았다. 한국말로 풀면 그야말로 ‘자연농원’이다. 풍성한 나무와 꽃이 만발하고 곳곳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사람들이 줄지어 찾아와 돼지감자도 캐고 칡도 캐보며 “심봤다”를 외치는 그날이 어서 오기를 바란다. 글쓴이 방송작가 한정원 ‘6시 내고향’, ‘생방송 투데이’, ‘주주클럽’, ‘TV내무반 신고합니다’, ‘기분 좋은 날’, ‘여유만만’ 등 다수의 TV 프로그램 참여. ‘지식인의 서재’, ‘CEO의 서재’, ‘명사들의 문장강화’, ‘명인명촌’ 등 출간.
  • 고은 시인의 ‘만인보’에 소개된 고영태 가족사…“그놈은 펜싱선수로”

    고은 시인의 ‘만인보’에 소개된 고영태 가족사…“그놈은 펜싱선수로”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의 또 다른 주인공인 고영태씨의 비극적 가족사가 고은 시인의 대표작 ‘만인보’에 소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주목을 받고 있다. 고씨가 다섯 살 때 아버지 고규석씨는 37세의 나이로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희생된 바 있다. 고은 시인은 고규석씨의 사망과 시신 수습 과정을 만인보에 기록했다. ‘만인보’는 고은 시인이 1986년부터 2010년까지 4001편의 시를 30권으로 엮은 연작시다. 고향사람들을 추억하는 내용으로 시작해 신라시대부터 불승들의 행적,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인물까지 5600여 명을 다룬 대작이다. 고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시던 중 군인들의 총에 맞아 숨졌다. 어머니가 며칠 동안 찾아다닌 끝에 광주교도소 안에 버려져 있던 아버지의 시신을 찾았다”고 말한 바 있다. 고씨의 가족사는 ‘만인보 단상 3353-고규석’, ‘만인보 단상 3355-이숙자’ 편에 등장한다. 고은 시인은 고규석씨의 사망과 시신 수습 과정을 이렇게 기록했다. “하필이면/ 5월 21일/ 광주에 볼일 보러 가/ 영 돌아올 줄 몰랐지/ 마누라 이숙자가/ 아들딸 다섯 놔두고/ 찾으러 나섰지/ 전남대 병원/ 조선대 병원/ (…)/ 그렇게 열흘을/ 넋 나간 채/ 넋 잃은 채/ 헤집고 다녔지/ 이윽고/ 광주교도소 암매장터/ 그 흙구덩이 속에서/ 짓이겨진 남편의 썩은 얼굴 나왔지/ (…)/ 다섯 아이 어쩌라고/ 이렇게 누워만 있소 속 없는 양반” 시인은 이어 이숙자씨가 자녀들을 어렵게 키우고 막내아들인 고씨를 국가대표 펜싱 선수로 키워낸 과정을 묘사했다. “고규석의 마누라 살려고 나섰다/ (…)/ 광주 변두리에/ 방 한 칸 얻었다/ 여섯 가구가/ 수도꼭지 하나로/ 물 받는 집/ 방 한 칸 얻었다/ 망월동 묘역 관리소 잡부로 채용되었다// 그동안 딸 셋 시집갔다/ 막내놈 그놈은/ 펜싱 선수로/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 걸고 돌아왔다// 늙어버린 가슴에 남편 얼굴/ 희끄무레 새겨져 해가 저물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자선·자유·킹메이커, 혹은 정치무대 복귀… 오바마 어느 길 갈까

    [글로벌 인사이트] 자선·자유·킹메이커, 혹은 정치무대 복귀… 오바마 어느 길 갈까

    미국 대통령은 오르기도 쉽지 않지만 내려오는 것도 만만치 않은 자리다. 그들은 퇴임을 앞두고 자신의 성격과 신념에 부합하는 제2의 직업을 찾아야 하지만 전직 대통령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구직에 제약이 많다. 퇴임 이후 어렵게 할 일을 찾는다 하더라도 인구 3억명의 대국을 운영하고 전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나날이 떠오를 때마다 엄청난 공허감과 무력감을 이겨내야 한다. 특히 한 달 뒤에 55세로 퇴임하는 버락 오바마처럼 중년에 백악관을 떠나야 하는 대통령일수록 은퇴 계획을 세우고 퇴임 이후 삶을 살아내는 데 있어 더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오바마는 백악관 이후의 삶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그는 최근 자신의 대통령기념관이 들어설 시카고 남부 잭슨공원 내 시립 골프장 2개를 최고급으로 재설계하는 프로젝트를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에게 부탁했다고 시카고트리뷴 등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골프장은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십 대회 개최가 가능하도록 재설계되며, 내년 봄 착공해 2020년 개장할 예정이다. 재설계 비용은 최소 3000만 달러(약 360억원)로 추정된다. 오바마 측은 이 골프장에 PGA 대회를 유치해 대통령기념관 홍보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오바마는 앞서 워싱턴DC의 사립학교 시드웰 프렌즈 스쿨에 재학 중인 막내딸 사샤를 위해 퇴임 이후에도 당분간 워싱턴DC에 머무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바마는 퇴임 이후 전직대통령법에 따라 연방정부로부터 연 20만 5700만 달러(약 2억 4000만원)의 연금을 받고, 사무실 운영비, 비서진 급여, 의료비, 여행 경비, 통신비 등을 지원받는다. 또 오바마와 부인 미셸은 대통령 경호를 담당하는 비밀경호국으로부터 평생 경호를 받는다. 오바마는 퇴임 이후 자신이 머무를 집과 사무실, 자신의 업적을 기릴 기념관을 순조롭게 준비하고 있지만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역할과 직업에 대해서는 거듭 고민하는 모습이다. 미국 언론들은 미디어 분야 진출, 미국프로농구(NBA) 구단주, 벤처 기업 투자자 등 다양한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오바마 측은 이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오바마와 마찬가지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 퇴임한 빌 클린턴(70·퇴임 당시 54세)과 조지 W 부시(70·퇴임 당시 62세) 전 대통령은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며 은퇴 이후 삶을 살아가고 있다. 클린턴은 2001년 1월 임기 마지막 날 억만장자 마크 리치를 사면해 논란을 빚어 퇴임 직후 한동안 공개 활동에 나서지 못했다. 클린턴은 사기, 조세포탈, 적성국과의 불법 석유 거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뒤 외국으로 도피한 리치 등 176명을 사면했는데, 리치의 전 부인 데니스 리치가 민주당과 클린턴기념관, 힐러리 클린턴의 2000년 상원의원 선거 캠프에 후원금을 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스캔들로 비화됐다. 클린턴은 몇 달 후 사면 스캔들이 잠잠해지자 클린턴재단을 설립해 공개 활동을 재개했다. 클린턴은 재단을 통해 2004년 인도양 쓰나미와 2005년 미국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대형 피해가 발생했을 때 약 1억 6000만 달러(약 1896억원)의 구호금을 모금했으며, 미국 공립학교에서 설탕 음료를 퇴출하는 등 공익 사업도 진행했다. 또 1994년 재임 당시 르완다에서 인종청소를 막지 못한 죄책감으로 퇴임 이후 르완다 등 아프리카에 병원을 건립하는 데 많은 돈을 지원했다. ●클린턴·부시, 나란히 ‘실패한 킹메이커’로 클린턴은 재단 활동을 위해 총 20억 달러의 기부금을 모았는데, 기부자 중에는 자국민의 인권을 탄압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이나 이라크에서 민간인에게 총기 난사를 한 미국 사설경호업체 블랙워터 등 논란 많은 단체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나 비판을 받기도 했다. 클린턴 자신도 퇴임 이후 강연과 집필로 1억 5000만 달러(약 1780억원)를 벌어들여 전직 대통령이라는 지위를 전 세계적 돈벌이로 이용했다는 비아냥도 샀다. 클린턴이 퇴임 이후에도 대외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것과 달리 부시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텍사스에서 조용하고 평범한 삶을 누리고 있다. 부시는 텍사스 집에서 머물며 이웃과 바비큐 파티를 하고 골프를 치며 산악자전거를 타는 등 정계 입문 전에 즐겼던 개인적 활동을 주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재단이 자궁암 퇴치를 위한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병원을 보수하는 사업을 하고 있는 아프리카에 이따금 방문하는 것이 주요 대외 활동의 전부다. 부시는 지난 2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부상을 입은 군인 66명의 초상을 직접 그려 책으로 출간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부시는 퇴임 이후 그림에 취미를 붙여 자신과 세계 지도자의 얼굴이나 개를 그려 오다가 부상 장병의 초상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부시가 자신이 결정한 이라크 침공과 관련해 정치적 의도를 갖고 부상 장병의 초상을 그리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부시의 연설작성가인 폴 웨너는 “초상화는 참전 용사에 대한 경의의 표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클린턴과 부시는 올해 가족의 대선 운동을 지원하며 함께 정치 무대에 복귀했다. 클린턴은 부인 힐러리의 민주당 경선 및 대선 유세에 직접 나서면서 선거 캠페인에 깊이 개입했으며, 공개 활동을 꺼렸던 부시도 동생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공화당 경선에 나서자 유세에 참가해 동생을 지원했다. 하지만 젭은 경선의 문턱도 넘지 못했고, 힐러리는 본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에게 패하면서 클린턴과 부시는 ‘실패한 킹메이커’가 됐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 중 가장 인기가 많고 모범으로 꼽히는 인물은 지미 카터(92·퇴임 당시 57세) 전 대통령이다. 카터는 1980년 재선에 실패하면서 불명예 은퇴했지만, 1982년 설립한 카터 센터를 통해 각종 공익 활동에 나서면서 명예를 회복했다. 카터 센터는 100여개국의 선거를 감시하며 전 세계에 민주주의를 증진시켰으며, 아프리카에서 유행하던 메디나충의 근절에도 노력을 기울여 1986년 350만명에 달하던 감염자 수를 지난해 22명으로 획기적으로 줄이기도 했다. 카터는 이러한 성취를 인정받아 2002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카터, 전직 대통령 지위 자선활동 자리로 재정의” 카터는 평화에 대한 자신의 어젠다를 추구하기 위해 퇴임 이후에도 외교적 문제에 관여했다. 카터는 1993년 북핵 위기가 발생하자 이듬해 개인 자격으로 북한을 전격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면담하면서 미국과 북한을 중재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또 조지 H W 부시 정부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한 동맹을 형성하고자 하자 유엔의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이사국에 로비해 미국의 시도를 저지시키기도 했다. 주간 애틀랜틱은 “카터는 전직 대통령이라는 지위를 인도주의적이고 자선적인 활동을 하는 자리로 재정의했다”고 평가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 위기에 몰려 미국 역사상 처음 대통령직에서 사임한 리처드 닉슨(퇴임 당시 61세) 전 대통령은 사임 이후 명예 회복을 지속적으로 시도했다. 닉슨의 부통령이었던 제럴드 포드는 1974년 닉슨의 사임으로 대통령직을 승계한 뒤 닉슨이 대통령 재임 기간 저지른 모든 범죄를 사면했지만, 닉슨의 추락한 명예는 회복시키지 못했다. 닉슨은 백악관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와 고향 캘리포니아로 돌아간 뒤 억울함과 분노로 인해 병까지 얻기도 했다. 닉슨은 이후 자서전을 출간하고 언론과 인터뷰를 하면서 대외 활동에 나섰고, 자신의 정치적 유산인 중국과의 데탕트를 과시하기 위해 중국을 다시 방문하기도 했다. 닉슨은 카터 정부가 1978년 중국과 관계 정상화를 할 때 조언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닉슨은 생전에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는 받지 못했다. 닉슨의 동료들은 기금을 모아 1990년 닉슨도서관을 건립했지만, 정부로부터 공식 대통령기념관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닉슨이 1994년 숨을 거둔 뒤 클린턴 당시 대통령은 장례식에서 닉슨의 외교적 성취를 평가하는 추도 연설을 했으며, 그로부터 13년이 흐른 2007년에 닉슨도서관은 연방 대통령기념관 시스템에 공식적으로 포함되게 됐다. 애틀랜틱은 오바마가 퇴임 이후 부시와 비슷하게 정적인 삶을 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사람 모두 애초에 대통령직에 대한 열망이 적었고 대중의 관심을 바라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오바마의 선임고문인 발레리 자렛은 “오바마가 서핑만 하며 소일하진 않을 것”이라면서 “오바마는 자신의 사회적 의무를 강하게 인식하고 있기에 어떤 식으로든 사회 참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김일수 樂山樂水] 촛불을 켜 놓고 기도하는 이유

    [김일수 樂山樂水] 촛불을 켜 놓고 기도하는 이유

    광장의 촛불에서 서정 깊은 시적 영감을 얻기란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처럼 지난한 일에 속해 보인다. 군중 속에 집합한 촛불은 저녁이 찾아온 뒤 초옥 어두운 방을 밝히던 목가적 이미지의 촛불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라고 노래했던 신석정 시인의 촛불을, 광장을 붉게 물들인 채 용암처럼 들끓는 저 거대한 몸체의 촛불과 비교하는 것은 마치 가녀린 한국 어머니의 촛불과 파리 68혁명에서 놀아먹던 음녀의 촛불을 비교하는 것과 같을지 모른다. 내가 12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며 일어났던 광장 촛불에 대해서나 이명박 정부 초기 광우병 괴담으로 촉발됐던 수개월에 걸친 광장 촛불에 거부감을 표했듯이, 최근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야기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반의 촛불 군중집회에 대해서도 불안한 눈으로 항거하고자 하는 이유는 매한가지다. 평온이 깨어진 세상 속에서 평범한 시민의 일상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이리’ 세상처럼 불안하다. 네 살에 6·25전쟁 소식을 접했고, 휴전이 체결되던 해 4월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중학생 때 매일 아침마다 쏟아지는 혁명정부포고령을 들으며 학교를 다녔던 우리 또래의 기성세대라면 불안한 현실에 대한 염려의 깊이가 남다르리라 생각한다. 그 속에서 우리는 자유를 갈망했고 쟁취했지만 그 자유는 언제나 공동체와 함께하는 자유, 가치질서로부터 벗어난 무분별한 자유가 아니라 항시 가치와 질서로 회귀하는 자유를 의미했다. 안전을 불사를 위험이 있어 보이는 자유보다는 차라리 안전 속에서 제한된 자유의 가치에 더 큰 의미를 두고 그것을 기꺼이 선택할 줄 알았다. 얼굴 없는 군중의 촛불 속에서는 그런 절제가 언제든지 깨어질 위험이 높다. 이 시기 대선주자 중 선호도가 가장 높은 문재인이 언론인들 앞에서 헌법재판소가 탄핵기각 결정을 내리면 혁명으로 이어질 거라 공언한 것은 섬뜩한 말이지만, 매우 개연성 높은 현실적 위험을 실토한 것이기도 하다. 물론 그런 화법을 통해 헌재를 압박하거나 촛불민심을 끌고 갈 심산이었다면 고의이건 부주의이건 책임 있는 정치인의 할 도리가 아니다. 그런 말 한마디가 혹시 촛불을 광기로 몰고 가 공동체의 질서를 송두리째 불살라 버리기라도 한다면, 호전적인 북녘 지도자들밖에 어디 달리 좋아할 얼굴이 또 있겠는가. 또한 반면으로 그런 가벼운 입놀림에 놀아날 광장의 촛불 군중이라면 그건 어두운 방 한구석을 밝히는 작은 촛불 하나의 가치만도 실은 못한 것 아닐까. 어쨌거나 주사위는 이제 던져졌고 막중한 과제는 헌재의 손으로 넘어갔다.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는 비교적 방대하다. 아홉 가지 사유 중 헌법위배가 5가지, 법률위반이 4가지지만, 행위유형별로 보면 헌법위배 13가지, 법률위반 8가지 등 21가지 유형이다. 법률적인 의미 외에 정치적인 의미도 담고 있는 사안들이다. 박 대통령 측 변호인들은 해당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탄핵 기각을 구하는 답변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변론 절차에서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이제 본격적인 채비를 갖춘 특검과 아직 진행 중인 국회국정조사특위의 활동에 비춰 볼 때 헌재의 심리대상이 된 사안들에 대한 진실규명이 마음먹은 대로 그리 빨리 매듭지어질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조기 대선을 향해 힘차게 달리는 야당과 이른바 잠룡들로서는 경우에 따라 예상이 뒤틀리고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무리수를 둘 가능성도 엿보인다. 이때가 큰 그릇과 소인배가 확연히 드러날 결정적인 기회가 될 것이다. 자기이익을 위해 촛불민심을 빙자해 헌재에 외적 압력을 넣는다든지 정치적인 편법으로 퇴진운동에 불을 붙이고자 하는 무리는 소인배다. 거기에 장래를 맡길 수 없다. 이때 촛불은 민주시민의 품격 있는 정서는커녕 공동체가 쌓아온 민주적 성숙도를 무너뜨리는 위험한 물건으로 변질될 것이 뻔하다. 내 개인의 서정적 고향인 촛불이 광풍에 밀려나 꺼져가는 것도 가슴 아픈데, 순수하게 타오르던 광장의 촛불이 타락한 정치적 술수에 휘말려 화마로 변한다면 참으로 슬픈 일이다. 내가 촛불 하나 켜 놓고 기도하는 이유이다.
  • ‘차이나 퀸’ 김효주

    ‘차이나 퀸’ 김효주

    세계 4위 펑산산 단독 4위 그쳐 김효주(21)가 통산 다섯 번째 중국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김효주는 15일 중국 광저우 사자후 컨트리클럽(파72·6312야드)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17시즌 개막전인 현대차 중국여자오픈 3라운드에서 5타를 줄인 최종합계 6언더파 210타로 장하나(24)와 임은빈(19)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이로써 김효주는 이 대회에서만 2012년과 2014년에 이어 올해에도 짝수해 우승을 이어 갔다. 또 2014년과 지난해 중국(산둥성 웨이하이)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여자오픈에서도 우승, 중국에서 열린 대회에서만 5개의 우승컵을 수집했다. 이틀 동안 보기 한 개 없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친 김효주는 1타 차 리드를 지키던 17번홀(파4·268야드) 드라이버샷으로 ‘원온’을 시킨 뒤 이글을 놓쳤지만 대신 알토란 같은 버디를 뽑아내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전반홀은 1타 뒤진 공동 2위로 출발한 장하나가 9번홀까지 5개의 버디를 뽑아내며 훨훨 날았다. 김효주는 전반홀 버디 2개에 그치며 장하나에게 리드를 빼앗겼다. 그러나 장하나는 후반홀 뼈아픈 더블보기에 땅을 쳤다. 14번홀(파3) 티샷을 그린 왼쪽 앞 벙커에 빠뜨린 뒤 거푸 벙커샷에 실패해 네 번 만에 겨우 공을 그린에 올린 뒤 결국 더블보기를 적어냈다. 뒤를 따라오던 챔피언 조의 김효주는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 다시 1타 차 리드를 되찾았다. 김효주는 15번홀(파5)에서도 세 번째 샷을 핀 50㎝에 붙인 뒤 버디를 보태 장하나와의 격차를 2타로 벌린 뒤 마지막까지 타수를 지켜내 다섯 번째 중국 타이틀을 품었다. 2013년 우승자 장하나는 17번홀에서 버디를 골라내며 재역전을 노렸지만 김효주를 따라잡기에는 남은 홀이 모자랐다. 자신의 고향에서 이 대회 첫 타이틀을 노리던 세계랭킹 4위의 펑산산은 합계 3언더파 213타로 단독 4위에 그쳤다. 국가대표인 아마추어 최강 최혜진(학산여고)은 1오버파 217타를 쳐 이소영과 함께 공동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위풍당당’ 종이를 뚫고 나올 듯… 닭의 활기찬 기운 나눌 ‘2017’

    ‘위풍당당’ 종이를 뚫고 나올 듯… 닭의 활기찬 기운 나눌 ‘2017’

    날카로운 눈빛의 수탉이 배경이 없는 100호 크기의 대형 장지 한가운데에 버티고 서 있다. 날카로운 발톱으로 땅을 지지하고 선 닭의 표정이 비장하다. 크기도 위압적이지만 사실적으로 그려진 검은 깃털과 붉은 볏이 대비를 이루며 위풍당당하고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사실주의 기법으로 삶의 무게를 지닌 인물들을 그려 온 이상원(81) 화백이 강원 춘천시의 화악산 계곡에 위치한 이상원미술관에서 ‘대자연-닭’ 연작 39점을 발표한다. 전시 제목은 ‘촉야’(燭夜). ‘밤을 밝히다’, ‘어둠을 밝히다’라는 의미로 닭을 일컫는 또 다른 이름이다. 작품 중 100호가 15점이나 된다. 이 화백은 2000년 고향인 춘천으로 작업실을 옮기고부터 인물 외에 자연과 가까운 소재를 작품으로 다루기 시작해 호박, 순무, 소, 닭 등을 ‘대자연’ 연작으로 간간이 발표해 왔다. 이번 닭 그림은 미술관 개관 전후에 그리기 시작해 최근 2년 동안 작업한 것들이다. 미술관 측은 2017년 정유(丁酉)년 닭의 해를 맞아 닭 그림을 통해 건강하고 활기찬 기운을 나누고자 전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영동 지방에 폭설주의보가 내린 날 미술관에서 만난 작가는 “우리 어렸을 적에 닭은 아주 가까이에서 많은 도움을 주는 가족과 같은 존재였다“며 “옛날 생각이 나서 닭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나의 기존 작업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이 그린 닭과 다르게 그리려고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대표적 가금류인 닭은 많은 화가가 소재로 다뤄 왔다. 조선 후기의 변상벽이 그린 어미닭을 비롯해 장승업의 닭 그림이 유명하고 근대 이후엔 황창배 화백의 독창적이고 유머러스한 닭도 있다. 이 화백의 닭은 작고 유약한 존재가 아니다. 굳세고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닭이다. 시골에서 흔히 보는 닭을 소재로 하지만 날개를 펄럭이고 털 매무새를 벼리고 꼿꼿이 서 있기도 하는 등 매우 역동적이다. 몸체와 무채색 깃털은 수묵으로, 색깔이 들어가는 부분은 유화물감을 사용함으로써 미묘한 대비 효과와 동적인 느낌을 부각시킨다. “사람이 다 다르듯이 닭도 다 달라요. 얼굴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지요. 이런 차이를 보여 주려면 눈을 잘 그려야 해요. 사악한 것을 물리칠 만큼 굳세고 강인한 닭을 그리기 위해 눈만 두세 달씩 그리기도 했어요.” 이 화백은 여러 닭 그림 중에서도 날개 일부를 생략한 작품이 특히 마음에 든다고 했다. 갈색 닭의 한쪽 날개는 여백으로 처리했지만 다른 날개의 움직임은 마치 슬로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그린 작품이다. 2012년 처음 닭 그림을 그렸을 때는 깃털을 포함한 몸통 전체를 충실하게 채색하고 표현했지만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은 날개 일부, 나아가 몸통의 일부도 여백으로 처리하는 등 좀 더 자유롭고 대범하게 표현한 것이 눈에 띈다. 이 화백은 “동적인 면을 보여 주려고 여러 가지로 시도하는 과정에서 일부러 한쪽 날개를 그리지 않거나 일부를 무시해 버리고 나니 추상적인 느낌도 나고 더 그림이 되더라”고 말했다. 1935년 춘천에서 태어난 이 화백은 한국전쟁 후 상경해 영화 간판과 상업 초상화를 그리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 1970년 안중근 의사 기념관 설립 시 안 의사 공인 영정을 그리면서 상업 초상화가로 성공을 거뒀다. 1970년대 후반부터는 모든 상업미술 활동을 멈추고 독학으로 순수미술을 시작했다. 그 시기에 사사받기 위해 유일하게 찾아간 곳이 소정 변관식의 화실이었다. 그러나 전통 수묵화로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수묵의 기법을 기반으로 실크에 먹과 유화물감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수많은 스케치 여행을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소재를 얻고 먹과 유화물감으로 두꺼운 장지에 염색하듯 세세하게 묘사하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었다. 극사실주의 기법의 인물화로 그의 나이 51세에 첫 개인전을 열었고 ‘시간과 공간’, ‘동해인’ 연작으로 화단 및 대중에 이름을 알렸다. 연해주 주립미술관, 베이징의 중국미술관, 프랑스 살페트리에르 성당, 상하이미술관, 모스크바 트레차코프미술관 등에서 초대받아 개인전을 가졌다. 전시는 내년 4월 16일까지. (033)255-9001. 춘천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2016 공직열전] 오염저감 기술·정책 집행… 4대강 유역 효율 관리도

    [2016 공직열전] 오염저감 기술·정책 집행… 4대강 유역 효율 관리도

    환경정책을 집행, 관리하는 ‘손과 발’로서 환경부 소속기관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다. 초기 지도·단속 중심에서 탈피해 환경오염 저감 기술 전파와 정보 제공 등을 통한 자율 관리 등 협업·공생이 강조된다. 내년 통합환경관리제도가 시행되면 현장조사와 사업장 안내, 사후관리 등 현장 지원업무를 총괄한다. 최근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유해화학물질 관리와 화학사고 대비 등도 유역·지방청의 중요한 역할로 대두됐다. 환경부 소속기관은 행정구역이 아닌 ‘4대강’을 중심으로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금강을 제외한 3대강은 관리 면적이 넓어 유역청과 지방청으로 분리, 관리하고 있다. 수도권대기환경청과 새만금지방환경청과 같은 특수 목적의 조직도 설치됐다. 유역청장은 중견급을, 지방청장은 초임 국장을 배치해 경륜과 패기의 조화를 이뤘다. 남광희(56·행시 34회)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장은 ‘환경부 신사’로 통한다. 훈남인 데다 백팩을 메는 젊은 감각으로 직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대변인 시절 재활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공익광고 ‘아이 엠 유어 파더’ 시리즈를 제작해 국내 광고상을 휩쓸며 녹슬지 않은 감각을 발휘했다. 친화력이 뛰어나고 업무적으로 예리해 보고서를 꼼꼼히 검토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분쟁을 다루는 위원회를 지휘하면서 정확하고 냉철한 판단력으로 깔끔하게 사건을 처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방직인 박진원(56) 국립환경과학원장은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 출신으로 폐기물자원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외부 전문가 출신답게 관행보다 새로운 관점에서 업무를 추진해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합리적이고 부드러운 리더십을 갖춰 직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김승희(47·행시 36회) 국립환경인력개발원장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자랑한다. 정책총괄과장·장관비서관·자연자원과장 등 주요 보직을 거치며 거시적 안목을 갖췄다. 솔선수범하고 유연한 일 처리로 공직자 롤모델 1순위로 꼽힌다. 환경오염 피해구제를 한 단계 높인 환경책임법 제정을 이끌며 환경보전과 환경정의 구현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따뜻한 미소와 친근감, 남다른 배려심 등으로 주변에 사람이 많다. 백운석(55·기시 27회) 국립생물자원관장은 환경직 1기로 토양환경기술사·자연환경관리기술사·환경영향평가사 등 환경관련 3개 자격증을 취득한 전문가다. 기술직이면서도 행정학 석사와 보건학 박사 학위를 취득할 만큼 학구파로 정평이 나 있다. 일에 대한 열정과 말이 곧 행동으로 이어지는 강한 추진력,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유관기관과의 폭넓은 네트워킹이 장점이다. 홍정기(50·행시 35회) 한강유역환경청장은 수도권대기환경청장, 대변인, 자원순환국장 등을 거쳤다. 뛰어난 업무 식견과 친밀감을 가진 환경부 ‘멀티플레이어’로 평가받는다. 자원순환국장 재직 때 친밀감과 탁월한 협상 능력으로 수도권매립지 사용연장 최종 합의를 이끌어냈다. 직원들과의 소통에 적극적이고 작은 일까지 세심하게 챙기는 섬세함까지 갖춰 선후배, 동료들로부터 신망이 두텁다. 인연을 중시한다. 송형근(51·기시 27회)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은 고향이 경남 창원으로 어릴 적부터 낙동강을 보고 자랐다. 울산시 환경협력관과 대구지방청장을 거쳐 지역 현안에도 밝아 적임자로 평가된다. 본부 운영지원과장을 역임하며 간부와 노조의 신임이 두텁고 직원들과 소통을 즐긴다. 꼼꼼하지만 뒤끝이 없는 호인이다. 수도권대기청장 이임 때 눈물을 흘린 직원들의 사연이 회자된다. 이경용(50·행시 36회) 금강유역환경청장은 인사계장·운영지원과장·감사관 등을 역임한 친화력의 화신이다. 조직 운영의 첫 계명으로 화합과 단결을 내세우며, 알아서 챙기는 성실함이 장점이다. 인적 네트워크가 풍부하고 생활하수과장과 환경정책관 등 사업 부서장을 역임하면서 정책의 맥을 잘 짚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상훈(53·행시 33회) 수도권대기환경청장은 해외경험이 풍부한 국제통이다. 2014년 강원 평창에서 열린 생물다양성협약 총회를 매끄럽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듣는다. 초임 시절인 사무관 때 광대한 사유지가 포함된 우포늪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주민동의를 이끌어내는 추진력을 보였듯 수도권 미세먼지 저감 대책에서도 뚝심을 발휘하고 있다. 박미자(48·행시 35회) 원주지방환경청장은 환경부 첫 여성 지방청장 등 여성 공무원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쾌활한 성격과 부드러운 리더십을 통해 지역 현안을 원만히 해결한다. 다과·식사 자리를 통해 직원들과 고민을 나누고 업무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응원하는 등 아끼고 배려하는 직장 분위기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 정병철(55·행시 38회) 대구지방환경청장은 온화한 외모와 푸근한 외모로 평소 옆집 아저씨로 불린다. 그러나 업무적으로는 ‘좋은 게 좋다’는 식의 덕담보다는 본인이 알고 있는 것을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고 노력하는 집중형 스타일이다. 조병옥(54·행시 34회) 새만금지방환경청장은 자연정책과장·수도정책과장·국토환경정책과장 등을 역임했다.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으로 조직을 이끌며 직원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일과 사람 모두 잘 챙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전국 곳곳 촛불… 광주 집회 박원순·손학규 등 대거 동참

    광주와 부산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지난 17일 제8차 촛불집회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탄핵안 심리 등을 촉구했다. 특히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주최 측에서 3만명이 참석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과 천정배 전 국민의당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 대통령 후보군들이 대거 참석해 유세장을 방불케 했다. 울산 촛불집회에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대전에는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각각 참여했다. 박 서울시장은 이날 전통적인 야권의 텃밭 광주에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대세론을 겨냥해 가시 돋친 발언을 했다. 박 시장은 “역동적 경선을 하지 않고, 대세론을 작동하면 후보의 확장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혁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노무현 대통령은 개인의 인기에도 5년의 성취, 국민의 삶, 국가적 전환에서 뭐가 있었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며 비판했다. 박 시장은 “보수가 분명히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할 것이니 경계심과 경각심을 갖고 개혁해야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이어 “촛불 민심이 압도적인 탄핵 가결의 힘이 됐다”며 “지난 5월 광주에서 약속한 것처럼 역사 뒤에 숨지 않겠다”고 말해 대권 도전 의지를 거듭 밝혔다. 박 시장은 오는 22일이면 전임 오세훈 시장의 기록을 깨고 서울시의 민선 최장수 시장이 된다. 5년 2개월을 재임한 박 시장은 관선과 민선 2기 시장을 역임한 고건 전 시장 다음으로 오랫동안 일한 서울시장이 될 예정이다. 천 전 대표는 “36년 전 5·18 때에는 광주민주화운동이 광주 밖으로 넘어가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전국이 ‘광주화’ 됐다”고 말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무대 위에 오르지 않았지만, 집회 현장에서 시민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눴다. 부산 서면 중앙로에서는 시민 2만여명 참석했고,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의 동성로에서 5000여명의 참가했다. 전주, 세종, 춘천, 제주 등 전국 곳곳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헌재의 조속한 탄액안 심리 등을 촉구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대선 주자 대거 참여한 8차 촛불집회

    대선 주자 대거 참여한 8차 촛불집회

     17일 광주와 부산 등 지방 곳곳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탄핵안 심리 등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번 집회에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동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8차 광주시국촛불대회에서 참가자들(주최측 3만명, 경찰 3000여명 추산)은 박 대통령 즉각 퇴진과 구속수사를 촉구했다. 만민공동회와 헌법재판관에 연하장 보내기, 국정교과서 폐기 서명운동 등이 사전 행사로 진행됐다.지난 집회에 이어 6m 길이의 대형 풍선 ‘평화의 소녀상’과 박 대통령과 최순실, 부역자를 가두기 위한 대형 쇠창살 감옥도 등장했다.  특히 이날 광주 집회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천정배 전 국민의당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 대선 후보군들이 대거 참석해 유세장을 방불케했다. 박 시장은 “촛불 민심이 압도적인 탄핵 가결의 힘이 됐다”며 “지난 5월 광주에서 약속한 것처럼 역사 뒤에 숨지 않겠다”고 말해 대권 도전 의지를 거듭 밝혔다.  천 전 대표는 “36년전 5·18 때에는 광주민주화운동이 광주 밖으로 넘어가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전국이 ‘광주화’됐다”고 말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무대 위에 오르지 않았지만 집회 현장에서 시민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눴다. 울산 촛불집회에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대전에는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각각 참여했다.  부산 서면 중앙로에서는 시민 2만여명(경찰 추산 5000명)이 박 대통령 즉각 퇴진과 황 권한대행 사퇴, 국정농단 청산 등을 촉구하면서 3.5㎞ 구간의 거리 행진을 벌였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의 동성로에서 열린 제7차 비상시국대회에서 5000여명의 참가자들은 헌재의 탄핵 결정 등을 촉구했다. 이 밖에 전주, 세종, 춘천, 제주 등 전국 곳곳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헌재의 조속한 탄액안 심리 등을 촉구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신동욱 “또 자객 보냈나…고향 집에 정체불명의 남자 나타나”

    신동욱 “또 자객 보냈나…고향 집에 정체불명의 남자 나타나”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의 남편 신동욱 공화당 총재가 SNS에 자신에 대한 위협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 총재는 18일 자신의 SNS 트위터 계정을 통해 “또 죽이려 자객을 보냈는지 아님 사찰을 한 것인지 어제 고향 집에 생뚱맞게 정체불명의 남자 2명이 나타나 우리 가족을 불안에 떨게 한 이유는 뭘까”라며 “납치해 세 번째 죽이려는 걸까 아님 정치적 성장을 필사적으로 막아야하는 걸까. 짐작은 갑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17일 ‘그것이 알고싶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5촌 동생인 고 박용철-박용수 살인사건에 대해 특집방송을 진행했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신동욱 총재는 육영재단의 갈등 상황 및 박용철 씨에 의해 목숨을 위협받았던 과거를 진술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그 책속 이미지] 때론 사랑방, 때론 놀이터… 그때 그 시절 ‘골목길 추억’

    [그 책속 이미지] 때론 사랑방, 때론 놀이터… 그때 그 시절 ‘골목길 추억’

    작품의 고향/임종업 지음/소동/400쪽/2만 2000원 ‘골목 안 풍경’의 사진작가 김기찬(1938~2005)의 ‘서울, 아현동 1989. 8’. 30년의 세월 동안 서울 중림동, 아현동의 골목길 사람들의 삶을 포착한 그의 사진들은 우리가 잃어버린 도시 공동체를 목격한 ‘최후의 기록물’로 존재한다. 그 시절 골목길은 동네 어른들에게는 이웃 간 정을 느낄 수 있는 사랑방이었고, 아이들에게는 놀이터였으며, 그 골목길을 떠난 사람들에게는 다시 찾고 싶은 고향으로 추억된다. 김기찬은 생애 마지막 사진집인 6집(2003)에서 “내 평생보다 골목이 먼저 끝났으니 이제 골목 안 풍경도 끝을 내지 않을 수 없다”고 아쉬워했다. 소동 제공
  • 쓰레기통도 도자기인 이곳서…‘차이나’가 열렸다

    쓰레기통도 도자기인 이곳서…‘차이나’가 열렸다

    차이나(China)는 ‘중국’과 ‘도자기’를 동시에 일컫는 말이다. 당나라 때 창난전(昌南鎭·창남진)에서 생산된 아름다운 자기가 유럽 곳곳으로 수출됐는데, 유럽인들은 이 도자기를 ‘창난’으로 불렀다. 당시 유럽에서는 자기를 굽지 못했다. 유럽 귀족들은 ‘창난’을 구하는 데 혈안이 됐다. ‘창난’이 인구에 회자되는 와중에 ‘차이나’로 변음됐고 ‘차이나=도자기=중국’이란 개념이 형성됐다고 이곳 사람들은 주장한다. 창난전은 현재 중국 장시(江西)성 징더전(景德鎭·경덕진)의 옛 이름이다. 창난전 도자기를 아꼈던 송나라 진종(眞宗)은 서기 1004년 즉위와 동시에 연호를 ‘징더’(경덕)로 정하고, 이 연호를 창난의 지역 명칭으로 하사했다. 이후 징더전 자기는 황실에서만 사용됐다. 황산(黃山)의 품에 안겨 창장(長江·양쯔강)의 젖을 빨고 있는 징더전의 도자기석(石)과 고령토(高嶺土)는 한나라 도공들이 이곳에서 자기를 빚기 시작한 이후 2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세계 최고의 도자기 원료로 꼽혀 왔다. 지난 1일 장시성 정부는 서울신문을 포함해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 언론사 특파원 40여명을 징더전으로 초대해 중국 도자기의 세계를 보여 줬다. ●전통식 가마·현대식 공장만 1000여개 징더전시는 인구가 150만명으로 중국 내에서는 그리 크지 않은 도시다. 그러나 징더전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이곳이 왜 세계 ‘도자기의 수도’로 불리는지 알 수 있다. 150만명 중 50만명이 도자기 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1만여명의 도예가들이 이들과 교류하고 있다. 도자기 전문 학교와 대학 및 연구소가 1400개에 이르며, 국공립 및 사립 도자기 박물관도 100개가 넘는다. 전통 방식의 도자기 가마와 현대식 도자기 공장은 어림잡아 100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시내 상점의 대부분이 도자기 가게다. 거리의 쓰레기통까지 모두 도자기로 이뤄진 그야말로 ‘도자기 천하’이며 세계 제1의 요업 도시이다. 특히 과거 도자기 공장 단지를 그대로 활용해 13만㎡ 규모로 2011년에 조성한 ‘타오시촨’(陶溪川·도계천)은 징더전 도자기가 생산되고 전시되고 판매되는 핵심 공간이다. 작은 개울이 모여 큰 하천을 이루듯 울창한 ‘도자기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뜻이다. 붉은 벽돌의 옛 공장 외관과 도공들의 손때가 묻은 온갖 시설물은 그대로 둔 채 공장 내부를 모두 현대식 도예 스튜디오로 개조했다. 석탄을 버리던 폐기물 처리장은 분수 쇼가 펼쳐지는 연못으로 바뀌었다. 밤이면 화려한 불빛이 켜지는 높은 공장 굴뚝과 스튜디오 창문으로 보이는 온갖 자기의 자태가 황홀한 야경을 연출한다. 매주 토요일이면 타오시촨의 거리는 도자기 야시장으로 바뀐다. 징더전시는 타오시촨의 스튜디오를 세계 각국의 도예가와 학생들에게 무료로 대여해 주고 있다. 스튜디오는 도자기 생산은 물론 판매, 전시 및 박물관 기능까지 한다. ●징더전의 한국인들 “정치도 언어도 필요 없는 곳” 타오시촨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도자기 3대 강국인 한·중·일에서 온 디자이너가 타오시촨의 설계를 맡았는데, 한국의 대표적인 건축가 승효상씨가 최고 책임자였다. 타오시촨 단지를 관리하는 도자기문화관광발전공사 류즈리(劉子力) 사장은 “이곳 건축물 중 승효상 선생님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면서 “그가 디자인한 공간에서 한·중 도예가들이 꿈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류 사장은 또 “도자기에는 정치도, 외교도, 언어도 필요 없다”면서 “한·중 관계의 부침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곳이 바로 징더전”이라고 덧붙였다. 타오시촨에서 만난 한국 도예가 김순식씨는 이천과 징더전을 오가며 도자기를 굽고 있었다. 김씨는 “한 해는 이천에서, 한 해는 이곳에서 작품 활동을 한다”면서 “세계 각국의 도예가들과 교류할 수 있고, 임대료 없이 작업장을 운영할 수 있어 징더전으로 더욱 많은 도예가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 온 한 도예가는 “징더전은 도예 선진국인 중국과 한국, 일본의 장점을 한꺼번에 배울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타오시촨은 ‘이쿵젠’(邑空間)이라는 대학생들만의 공간도 있다. 이 건물에는 3000여명의 도예 전공 대학생들이 운영하는 가게 83개가 들어서 있다. 물론 임대료는 무료다. 하지만 3개월마다 판매 실적을 평가해 입점하는 대학생을 교체한다. 이쿵젠에 입점한 한국 유학생 유시형씨는 “징더전의 가장 큰 장점은 분업”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선 한 사람이 모든 과정을 다 해야 하지만, 징더전은 빚기, 그림 그리기, 조각, 유약 바르기, 굽기 등이 모두 분업화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학에도 각 과정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과가 세분화됐다. 유씨는 “한국에서 한 달 걸리는 작업이 이곳에선 일주일이면 끝난다”면서 “원가는 한국의 10분의 1인데, 판매가는 비슷해 수익도 많이 난다”고 설명했다. ●‘유물 파괴’ 문화대혁명 때도 도자기 산업은 건재 징더전에서 가장 큰 박물관인 7층 건물의 ‘도자기 박물관’은 징더전 도자기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당대 이후 황실에 진상됐거나 세계 각지에 수출된 자기 3만여점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한국으로 치면 모두 다 국보급인데, 그중 원나라 때의 ‘청화매병’(靑花梅甁)이 최고의 가치를 지닌다고 한다. 박물관 관계자는 “자기가 만들어진 시대 및 그림의 예술성, 자기의 빛깔로 보면 청화매병을 넘어서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자기는 수천 점씩 보존된 반면 청화매병은 200여점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다른 전통 유물들이 박물관에 박제화된 것과 달리 도자기는 중국 역사와 지금도 함께 호흡하고 있다. 심지어 전통 유물을 무자비하게 파괴한 문화대혁명 시기에도 도자기 산업은 더욱 발달했다. 물론 이 시기 도자기들은 마오쩌둥의 얼굴과 혁명 구호를 그려 넣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타오시촨 도자기 거리에는 전통 자기 예술을 구현하려는 도예가는 물론 일상생활에서 쓰는 현대 도기 제품을 생산하는 장인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들 틈바구니에서 3D(3차원) 프린터로 도자기를 척척 찍어 내는 젊은 창업가들도 있었다. 3D 프린터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리리췬(李立群)은 징더전 최고의 명문인 징더전 도자대학 4학년 학생이었다. 그는 “도자기처럼 3D 기술과 어울리는 제품도 없다”면서 “3D 기술이 중국의 미래 도요 산업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징더전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No.1 참이슬 막아낸 지역 강자, 잎새주·한라산·좋은데이

    No.1 참이슬 막아낸 지역 강자, 잎새주·한라산·좋은데이

    “‘참이슬’ 드릴까요? ‘처음처럼’ 드릴까요?” 음식점에서 소주를 시킬 때 종업원에게 듣는 이 말은 수도권 전용이다. 다른 도에 가면 그곳에서 생산하는 소주가 식탁에 오르곤 한다. 없어진 지 20여년이 넘는 ‘1도(道) 1사(社)’ 원칙의 위력이다. 하지만 이 소주 지역주의도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참이슬’이 1위로 올라섰고 저도주의 등장으로 부산에서 주요 소주업체들이 각축 중이다. 부산의 소주 지형구도가 어떻게 끝날지, 부산 지역 기업의 수도권 진출은 성공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1973년 지방 소주업체를 육성한다며 1도 1사 규정을 만들었다. 이 규정 때문에 1970년까지만 해도 200여개였던 소주업체는 통폐합을 통해 10년 뒤 10여개로 대폭 줄었다. 1976년에는 주류 도매상들이 사들이는 소주의 50% 이상을 자기 지역 소주회사에서 사도록 하는 ‘자도주 의무구입제도’도 마련했다. 이 자도주 보호규정은 1996년 헌법재판소의 “자유경쟁원칙에 위배된다”는 위헌 결정에 따라 폐지됐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해당 지역 소주 제조업체의 지역 정서 호소 활동 등으로 각 지역에서 생산된 소주가 선호됐다. 소주의 제조와 판매 과정도 지역주의 고착화에 기여했다. 소주는 같은 원료(주정)를 같은 경로로 사서 각 회사마다 고유한 제조 기술로 제품을 생산한다. 곡물을 발효시켜 주정을 만드는 업체는 10개지만 모두 대한주정판매회사의 주정탱크를 통해 소주업체에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품을 만들 때 쓰는 첨가물의 종류와 제조 방법에 따라 소주의 맛이 결정된다. 소주의 1차 유통은 주세 등의 문제로 주류 판매 허가를 가진 도매업자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즉 제조업체의 판매사원이 대형마트나 음식점에 가서 영업하는 것뿐만 아니라 주류판매 도매업자를 상대로 영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물론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마케팅을 펼치느냐도 판매에 주요 영향을 미친다. 이런 구도는 저도주가 나올 때마다 출렁거렸다. 1998년 하이트진로가 알코올 도수 23도의 ‘참이슬’을 출시하기 전 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25도였다. 기존 도수보다 2도 낮춘 ‘참이슬’을 기반으로 하이트진로는 전국 시장점유율 50%대라는 안정적인 기반을 갖게 된다. 2조원으로 추정되는 국내 소주시장에서 업계 1위 지위를 단단하게 다졌다. 이에 두산은 2006년 알코올 도수 20도의 ‘처음처럼’으로 반격을 시도했다. 두산은 1993년 강원도 소주업체인 경월소주를 인수했다. 두산은 2009년 롯데주류에 인수됐다. ●1998년 23도→2006년 20도→2009년 16.8도 저도주 열풍 아슬아슬하게 지켜져 왔던 알코올 도수 20도는 하이트진로와 무학에 의해 무너졌다. 2006년 하이트진로는 알코올 도수 19.8도의 ‘참이슬fresh’를, 무학은 16.9도의 ‘좋은데이’를 각각 출시했다. 무학 측 관계자는 “출시 초기에는 미온적 평가를 받았지만 젊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고 회고했다. 무학의 ‘좋은데이’는 무학이 부산 지역에 진출하는 데 일등공신이 된다. 원래 부산의 소주업체는 대선주조였다. 대선주조는 외환위기를 맞아 파산한 뒤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해 부산을 무학에 내줬다. 외환위기 또한 소주의 지역주의를 무너뜨리는 데 기여했다. 알코올 도수 16.9도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에 따라 알코올 도수 17도 이상인 주류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TV광고를 할 수 없다. 이 법망을 피해서 무학의 ‘좋은데이’는 자유롭게 TV광고가 가능하다. 이에 부산 지역에만 한해 하이트진로도 2015년 16.9도의 ‘참이슬16.9’를 내놨다. 롯데주류는 다른 반격을 가했다. 주정을 탄 희석식 소주가 아니라 프리미엄 소주로 평가되는 증류식 소주 ‘대장부’(알코올 도수 21도)를 부산에 내놨다. 롯데주류는 최근 ‘대장부’의 서울 판매를 시작했다. 부산이 소주 제조업체의 격전장이 된 것이다. 관전 포인트는 하이트진로다. 자도주 규제가 풀리면서 하이트진로는 강력한 유통망을 바탕으로 지방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강원, 충북, 대전·충남에서는 향토 소주 업체를 제치고 지역 1위 업체가 됐다. 대구·경북, 광주·전남, 제주에서는 2위 업체다. 전북 지역의 소주 업체인 보배소주를 2013년 계열사에서 합병했다. 롯데주류도 롯데그룹의 유통망을 바탕으로 지역에서 세를 늘리고 있다. 부산과 울산·경남의 2위 소주는 ‘처음처럼’이다. 롯데주류는 2011년에는 충북의 향토 소주업체인 충북소주를 인수했다. ●하이트진로 vs 롯데주류 vs 무학… ‘소주전쟁 축소판’ 부산 그동안 지방 소주업체의 수도권 도전은 종종 있어 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1996년 광주·전남 지역의 보해양조가 ‘김삿갓’이란 프리미엄 제품으로 수도권에 들어왔지만 외환위기로 고가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경쟁사의 카피 제품으로 결국 실패했다. 2014년에는 알코올 도수 17.5도의 ‘아홉시반’을 내놨지만 결과가 신통지 않다. 울산·경남지역 소주업체인 무학은 저도주 열풍에 올라타 수도권 공략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과일맛 소주인 ‘좋은데이 컬러시리즈’를 내놔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이마트의 일렉트로맨 캐릭터를 빌려와 ‘엔조이’(18.9도)라는 신제품을 출시했다. 조직도 정비했다. 2014년 6월 수도권영업본부를 신설하고 2015년에는 경기도 용인과 일산에 물류센터까지 열었다. 이제는 지방 1위 소주업체이자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에 이어 국내 3위 소주업체로 평가받는다. 물론 이 과정에서 비용도 많이 들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무학은 지난해 판매관리비에 684억원을 썼다. 지난해(551억원)보다 24%나 늘어난 금액이다. 신영증권의 김윤오 연구원은 “무학이 서울에서도 주류 도매상과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소매유통망을 가진 국내 대형 유통그룹(이마트)이 주류 사업을 확대하면서 무학의 서울 영업이 이전보다 수월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주소주 인수한 이마트, 치열한 소주 전쟁 새 변수 소주업계에서 이마트의 행보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6월 제주소주를 인수했다. 2009년 롯데주류가 두산주류를 인수한 데 이어 두 번째 유통업계의 주류업 진출이다. 주류는 회전이 잘 되고 이익이 높기 때문에 유통업계에 매력적이다. 제주소주는 제주 지역의 터줏대감인 한라산 소주에 맞서 2014년 소주 시장에 진출한 업체다. ‘산도롱’(20.1도), ‘곱들락’(18도) 제품이 있으나 낮은 인지도와 저조한 매출로 생산을 멈췄다. 이마트는 ‘청정 제주’의 이미지를 앞세워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베트남, 몽골 등 이마트가 진출한 국가에 수출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마트가 속한 신세계그룹은 이미 신세계L&B를 통해 와인과 맥주 등을 유통 중이다. 이번 소주 인수로 종합 주류회사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변화를 가져온 저도주 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저도주가 나오면서 여성이 소주 음용층으로 대거 합류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 취향에 따라 소주 시장의 다양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소주를 마시기 시작한 여성들이 소주 시장에 계속 남아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3조원 경협 챙긴 푸틴… 북방영토 ‘빈손’ 아베

    3조원 경협 챙긴 푸틴… 북방영토 ‘빈손’ 아베

    아베 “안보리 결의 이행, 러 대응 필요” 푸틴 “6자 등 대화로 풀어야” 선 그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6일 일본 도쿄에서 속개된 이틀째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러시아에 대한 3000억엔(약 3조원)대 경제협력에 합의했다. 이들은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에 대해 ‘특별한 제도에 근거해 양국 주권을 해치지 않는 공동경제활동에 나선다’는 내용의 합의 문서를 발표했다. 북방영토 귀속 여부는 언급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북방영토에서 공동경제활동 실현을 위한 실무협의 개시와 일본인의 북방영토 자유 왕래에 관한 절차 간소화 검토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 북방영토 문제의 진전을 위한 실마리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북한과 미사일 방어망 설치 문제 등에 대해 이견을 노출했다. 아베 총리는 전날 열린 정상회담에서 북한 정세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엄격하고 전면적인 이행이 필요하다”며 “러시아와 연계해 대응하고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북한을 6개국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북한을 제재로 함께 옥죄자는 아베 총리의 주문에 푸틴 대통령은 6자회담 복귀 등 대화로 실마리를 풀자고 답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북한 정세를 비롯한 아·태 지역 안보 환경의 어려움이 커진 가운데 양국의 솔직한 의견 교환이 중요하다”면서 일본의 미사일방어 시스템에 대해 “방어적이며 주변국과 지역에 위협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미사일방어 시스템 편입 우려를 표시했다. 두 정상은 이날 공동경제활동에 대해 ‘영토 문제를 포함한 평화조약 체결로 이어지는 중요한 한 걸음’으로 평가하는 내용을 담은 합의문을 발표했다. 또 러·일 평화조약 체결을 이번 세대에서 매듭짓는다는 의지도 밝혔다. 두 정상은 또 과거 북방영토 거주 주민이 고향을 쉽게 방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별도 문서에도 합의했다. 예정보다 3시간 늦게 일본에 도착했던 푸틴 대통령은 이날도 숙박지인 야마구치현 나가토시에서 예정보다 1시간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정상회담이 30분 늦게 시작됐다. 일·러 비즈니스 대화에 참가한 푸틴 대통령은 일본 유도의 본산인 고도칸을 방문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러·일 정상 1시간반 단독회담… 아베, 8개 경협으로 푸틴 녹였다

    쿠릴 4개섬 평화협정 체결 논의 오늘 도쿄로 이동해 두번째 회담 공동경제활동 합의문 발표 예정 일본과 러시아의 두 정상은 15일 야마구치현 나가토시(市)에서 통역만을 대동한 단독 회담을 1시간 35분간 가졌다. 이날 3시간 동안의 정상회담 가운데 절반 넘게 단독 회담을 한 셈이다. 나가토시의 한 온천 료칸(일본 전통식 숙소)에서 가진 이날 회담에서 양측은 쿠릴열도 남부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의 귀속 및 평화협정 체결, 극동 러시아 지역에 대한 일본의 투자 등 8개 경제협력 방안을 협의했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중단된 양국 간 외교·국방장관(2+2) 회의 재개 필요성의 대해 인식을 함께했다. 아베 총리는 회담 직후 “북방영토(쿠릴 남부 4개섬)에서 일·러 양국의 특별한 제도 아래에서의 공동 경제 활동, (북방영토의) 원주민들의 자유 방문, 평화 조약 문제 등을 중심으로 솔직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벌였다”고 밝혔다. 러시아 크렘린 측은 공동경제활동의 발표문에 대한 합의에 도달해 내일 도쿄에서 열리는 후속 정상회담에서 공동발표가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측은 공동경제활동은 러시아의 법률 아래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는 또 “매우 좋은 분위기에서 회담을 진행했다”면서 “단독 정상회담에서 양국 문제 및 국제적인 과제에 대해 러시아의 건설적 역할의 중요성을 논의했으며, 일·러 양국의 협력을 통해 현안을 해결할 수 있음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북방영토) 원주민들이 전해준 편지를 푸틴 대통령에게 건넸으며 러시아어로 적힌 편지에 대해서는 푸틴 대통령이 그 자리에서 읽어 줬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평균 연령이 81세로 이제 시간이 없다는 사실을 가슴에 새기고 회담을 가졌으며 회담 결과에 대해서는 내일 기자회견에서 보고하겠다”고 말해 북방영토를 고향으로 둔 일본인 원주민들의 자유 왕래가 상당히 해결됐음을 시사했다. 아베 총리는 러시아 극동지역에 대한 일본의 대대적인 투자 등을 약속한 상황에서 푸틴의 감정에 호소하면서, 북방영토 문제의 실마리를 찾으려고 한 셈이다. 이날 두 정상은 저녁 9시 무렵 3시간 동안의 회담을 마친 뒤 9시 30분이 넘어서야 만찬을 하면서 논의를 이어나갔다고 NHK 등이 전했다. 단독 정상회담이 이례적으로 길어진 것은 개인적 친분을 앞세운 아베 총리가 푸틴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한 탓이었다. 러시아가 실효지배 중인 북방영토를 일본에 귀속시킬 생각이 없는 상황에서 열린 이번 회담은 푸틴을 설득하기 위해 아베가 공을 들이는 자리라는 성격이 강했다. 나가토는 아베 총리의 본적과 국회 지역구인 정신적, 정치적 고향으로 우호적 분위기를 강조하려는 정성과 노력이 돋보였다. 하지만 푸틴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푸틴이 예정보다 3시간 가까이 늦은 오후 4시 50분쯤 전용기 편으로 야마구치 우베공항에 도착해 정상회담 시간이 늦어지기도 했다. 일본 언론은 “회담 기선을 잡으려고 일부러 늦은 것”이란 해석을 내놓았지만 러시아 측은 시리아 문제가 복잡해져 이에 대한 협의를 하느라 늦었다고 해명했다. 아베 총리는 푸틴보다 4시간가량 이른 이날 오후 1시쯤 도착해 아버지 아베 신타로 전 외무상의 묘소에 성묘하는 등 회담을 준비했다. 두 정상은 이번이 16번째 정상회담일 정도로 오랫동안 현안을 둘러싸고 협의를 진행해 왔다. 그만큼 두 정상은 개인적인 친분이 두텁기로 유명하다. 경협 성과를 먼저 보여 달라는 러시아에 일본은 에너지 개발, 극동지역의 산업 진흥 및 인프라 투자 등 8개항의 경협 방안을 상당히 제시,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릴 4개 섬 중 남단의 시코탄과 하보마이를 조기에 돌려받기 위한 선투자인 셈이다. 푸틴은 전통 료칸에서 일본에서의 첫날 밤을 보냈다. 두 정상은 16일 도쿄로 이동해 오찬을 겸한 정상회담과 문서 교환식을 갖는다. 15일 논의된 경협 및 북방영토에서의 공동 경제활동 등에 관련한 협의를 마무리하고 관련 문서를 교환할 예정이다. 또 게이단렌 주최 일·러 비즈니스 대화에도 참석한다. 유도 유단자인 푸틴 대통령은 2000년에 이어 이번에도 유도의 발상지라는 도쿄 고도칸을 찾은 뒤 귀국한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서해 최북단, 기항지의 노래…백령도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서해 최북단, 기항지의 노래…백령도

    '철새의 전부를 남북(南北)으로 당기는/ 마음의 마찰음(音) 끊기고/ 바람 받는 마스트의 검은 깃발/ 축대에 바닷물이 튀어오른다' 황동규 시인의 작품, ‘기항지 2’에 나오는 구절이다. 인천 연안 여객터미널에서 4시간도 넘는 뱃길을 따라 도착한 백령도(白翎島) 용기포 부두 선착장 축대에 오르면 머릿속에 맴도는 절묘한 노래다. 실제 백령도는 서해 최북단 북위 37도 52분에 위치한 섬으로, 한국전쟁 당시 도화지에 연필로 금 긋듯 그려진 38도선에 아직도 머물러 있는 남북분단의 상징이기도 하다. 인천 연안 부두에서 항로거리로 220Km나 떨어진 먼 섬이지만, 오히려 북한의 장산곶과는 불과 15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섬이어서 육안으로도 늘 북한 땅을 바라볼 수 있어 처음 이 섬을 방문한 민간인들에게는 꽤나 낯선 섬일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한국군에 있어서는 군사거점으로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를 지니고 있는 섬이어서 현재도 해병대가 주둔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중국 화북지역과 연결되는 항로상의 섬이기도 해서 중국입장에서도 한반도를 대상으로 한 주요 지정학적 교역 요충지 역할도 담당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실 백령도는 뭍에서 4시간 넘는 힘든 바닷길만 아니라면 아마도 제주도 버금가는 인기 섬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우선은 볼거리가 풍부하고, 해안선 총둘레 길이가57㎞, 섬 전체 면적은 51.086㎢에 달하는 남한의 섬 중에서는 면적으로는 8위에 해당하는 큰 섬이니 생활이 그리 불편하지 않다. 또한 주민 숫자만으로 5400여명이 살고 있을 뿐 아니라 해병여단이 주둔하고 있어 백령도는 의외로 젊음의 활력이 넘치는 섬이기도 하다. 이 곳의 대표적인 관광지로는 한국전쟁 시절 천연비행장으로도 사용되던 사곶해변과 형형색색 자갈밭으로 이루어진 콩돌해안,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두무진 선대암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사곶해변의 경우, 석영으로 구성된 단단한 모래사장이 길이 약 3Km, 폭 0.2Km로 펼쳐져 있는데 이 곳은 한국전쟁 당시 임시비행기활주로 용도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전세계에 해변을 활주로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이탈리아의 나폴리 해변과 이곳 사곶해변 밖에는 없을 정도로 귀한 장소이자 지금도 RKSE라는 ICAO 공항코드까지 부여받는 진짜 공항이기도 하다. 현재 천연기념물 제391호로 지정되어 있다. 그러나 간척사업으로 인한 방파제 사업으로 해변 가장자리의 경우 과거와는 달리 바닷물 침식현상이 최근에 일어나고 있다. 필자의 소형 렌트카 역시 모래에 바퀴가 빠져 꽤나 진땀을 흘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겨울바람 한 가운데 파도를 밟으며 해변을 질주하는 쾌감은 꽤나 이국적 경험이어서 백령도의 으뜸 명소로는 제격이다. 특히 타이어에 부딪히는 바닷물의 마찰감은 엑셀을 밟고 있는 발끝을 통해 몸으로 온전히 전해진다. 짜릿함 그 자체로 역대급 여행 경험으로 남을 수도 있다. 사곶해변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천연기념물 제 392호로 지정된 콩돌해안도 볼만하다. 규암으로 구성된 콩돌 크기 형형색색 자갈로 구성된 800미터 길이의 해안가는 모래로 구성된 해변가와는 달리 해안가를 거닐 때 나는 서걱거리는 소리가 파도소리와 더불어 관광지 운치를 더하기도 한다. 또한 백령도를 대표하는 명물로는 두무진 선대암이 있다. 현재 문화재 명승 제8호로 지정된 곳으로 백령도 북서쪽 400m 지점에 4㎞가량 펼쳐진 50~100m 높이의 규암으로 이루어진 기암 절벽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조선 광해군 시절인 1612년 이대기(李大期)의 <백령도지>에서 '늙은 신(神)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극찬했을 정도의 절경이다. 이 곳에는 선대암 외에도 형제바위, 코끼리바위, 물개바위, 부처바위, 잠수함바위, 가마우지 서식처 등등의 볼거리가 풍부하다. 이외에도 백령도에는 중화동 교회, 심청각 관광지, 등대해안 등 섬 구석구석에는 백령도만의 숨겨진 보석같은 명소들이 많다. 특히 여름 한철이나 휴가철에도 이 곳 백령도는 비교적 조용한 휴식을 보낼 수 있는 곳이 많아 힐링을 원하는 도시인들의 방문 장소로는 제격이다. <백령도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꼭’이라는 표현보다는 ‘시간이 된다면’이라는 조건이 앞선다. 왕복 9시간의 뱃길은 어른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힘에 부칠 수 있다. 색다른 여행지를 찾는 분들에게는 최적화된 장소. 2. 누구와 함께? -혹시 북녘 땅을 바로보고 눈물지을 사연이 있는 분이라면, 특히 황해도가 고향인 어른을 모시는 가족이라면, 50대 부부 모임으로 어울려 가도 좋은 장소. 해병대 출신 아저씨들의 추억의 장소. 3. 가는 방법은? -인천항 연안 터미널. 오전 7시 50분, 오전 8시 30분에 출항./ 해상기상조건에 따라 배가 출항하지 않는 날이 많으니 반드시 출항여부를 체크할 것. www.hferry.co.kr 4. 감탄하는 점은? -사곶해변에서의 드라이빙. 이 경험 하나만으로 4시간 넘는 배시간은 감당할 수 있을 듯.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그리 알려져 있는 관광지는 아니지만, 조용히 쉴 수 있는 섬이다. 6. 꼭 봐야할 장소는? -사곶해변, 콩돌해안가, 두무진 선대암, 심청각, 중화동교회 7. 먹거리 추천? -백령도 특유의 황해도식 메밀 냉면. 8. 홈페이지 주소는? -www.baengnyeongdo.com/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대청도와 소청도. 10. 총평 및 당부사항 -필자의 경우 기상상황으로 인하여 배가 뜨지 않아 섬에서 이틀을 더 머물렀다. 시간에 딱맞는 일정이 맞지 않을 수도 있으니 늘 염두에 둘 것. 이때 읍내의 목욕탕 방문도 좋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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