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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준어 안 쓰면 큰일? 권장어일 뿐! 방언, 편하게 씁시다”

    “표준어 안 쓰면 큰일? 권장어일 뿐! 방언, 편하게 씁시다”

    “표준어는 국가가 정책을 효율적으로 펼치기 위해 정한 말입니다. 엄밀히 말해 ‘권장어’일 뿐인데, 표준어를 쓰지 않으면 큰일 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방언이 분열·비능률 상징으로 전락” 표준어는 언제, 그리고 왜 나타났을까. 15일 연구실에서 만난 정승철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표준어라는 개념이 근대화 과정에서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방언은 이에 따라 ‘없어져야 할 말’로 전락했다. 그가 최근 출간한 ‘방언의 발견’은 방언이 언제부터, 어떻게 표준어에 밀려 ‘2등 언어’로 전락했는지 보여 준다. 정 교수는 방언이 탄압받은 사례를 2016년부터 조사했다. 사례들을 모아 보니 표준어가 정해진 때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조선시대에는 서울말과 지방어(방언) 간 대립 구도가 심각하지 않았다. 해방 이후부터 정부주도 국가정책을 펼치면서 방해가 된 방언의 지위가 급격히 낮아졌다. 방언은 분열과 비능률의 상징이 됐으며, ‘잡스러운 언어’ 취급을 받아 순화 대상으로 전락했다. 전국적으로 ‘서울말 쓰기 운동’이 펼쳐진 것도 이때부터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이 너무 컸다. 정 교수는 “인권탄압에 가까운 일들이 벌어졌다”고 했다. “서울에 유학하던 학생이 사투리를 쓴다고 교사로부터 야단을 맞거나 구타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입학이나 면접을 앞두고 사투리 교정을 위해 학원에 다니는 사람도 생겨났습니다. 심지어 한 전자회사는 ‘사투리 잡는 TV를 개발했다’고 광고도 했죠. 사투리가 나오면 자동으로 이를 포착해 표준어로 고쳐 자막으로 보여 준다는 상품이었습니다. 사투리를 ‘고쳐 주는’ 게 아니라 ‘잡는다’는 표현은 방언의 낮은 위상을 그대로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정부주도 국가정책의 폐해” 제주 출신인 그는 이런 식의 방언 탄압이 황당할 따름이다. 그는 중학교 시절 서울에서 공부하다 방학이면 고향에 가곤 했다. 서울에서 공부하던 터라 자신이 서울말을 쓴다고 생각했는데, 일상적으로 사용했던 ‘부채를 부끈다’(부채를 부친다), ‘조골조골(간질간질) 간지럼 태운다’는 말들이 제주 방언이었음을 알고 놀랐다고 했다. 그는 1988년부터 방언을 연구했다. 30년째 연구해 보니, 사람이 그 지역 말을 쓸 때 표준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성과 정서가 살아나고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를 편안하게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일본이나 서양 제국주의 국가들은 이런 이유로 현재 표준어 사용을 강요하지 않는다. 방언을 존중하고, 표준어는 그저 ‘권장어’로 자리잡았다. 우리는 이에 반해 여전히 표준어 사용을 강요하는 느낌이 강하다. 그가 책 제목을 ‘방언의 발견’으로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기서 말하는 ‘발견’은 방언의 가치를 발견하고, 방언을 자유롭게 사용하면서 몰랐던 것들, 잃어버린 것들을 발견하자는 뜻이다. ●“방언의 잃어버린 가치 찾아야” “근대화를 위해 국민을 통합하려는 표준어의 목표는 이미 달성됐습니다. 표준어는 이제 권장어로 남고, 방언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씨줄날줄] 워라밸 정치인 라이언/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워라밸 정치인 라이언/최광숙 논설위원

    한광옥 전 의원은 2010년 부인이 암 투병을 하게 되자 만사를 제치고 병간호를 했다. 그해 7·28 은평을 재보선 국회의원 선거 출마도 포기했다. 10월 민주당 대표 경선을 앞둔 당권 주자들의 도와 달라는 요청에도 “내 짝도 못 챙기면서 무슨 동지와 국민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며 거절했다. 당연한 것 같지만 집권 여당 대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권력의 심장부에서 활동하던 정치인으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일 수 있다.내가 누리던 권력이 사라질까 봐 전전긍긍하는 것도 모자라 아들에게 지역구를 물려주고, 아들이 여의치 않으면 며느리를 대신 정치에 뛰어들게 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심지어 감옥에 간 자신을 대신해 부인을 출마시켜 당선시키기도 한다. 가족의 후광을 입었다 해도 그들은 당당히 유권자의 선택을 받았기에 비난만 할 수 없다. 하지만 권력을 계속 움켜쥐고자 하는 정치인의 속성은 부정할 수 없다. 미국에서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캐런 휴스 백악관 고문이 2002년 7월 “아들을 돌보겠다”며 고향 텍사스로 돌아가 화제가 됐다. 그는 부시의 당선 1등 공신인 칼 로브와 함께 부시 정권의 최대 실세였기에 더욱 그랬다. 부시는 2000년 대선 직전 “당신이 함께 일하지 않으면 대통령 출마를 포기하겠다”고 할 정도로 그를 신뢰했다. 휴스는 부시 행정부 2기에 국무부 공보차관으로 다시 기용됐다. 미국 공화당의 의회 1인자인 폴 라이언(48세) 하원의장이 11일(현지시간) 전격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은퇴 이유로 “우리 아이 세 명이 10대다. 내가 다시 출마해 연임하게 되면 아이들은 나를 ‘주말 아빠’로만 기억할 것이다”라며 ‘가족’을 꼽았다. 주중에는 워싱턴에서 있다가 주말에야 위스콘신주 제인즈빌의 자택으로 돌아가서 가족과 함께 지내는 ‘기러기 가족’을 청산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2012년 대선 공화당 대통령 후보 때도 일요일은 가족과 함께 지내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정치인이었다. 16세에 아버지를 여의고 어렵게 자란 ‘흙수저’였기에 가족애가 누구보다 깊다고 한다. 하지만 40대 기수론을 이끌던 공화당의 유망주인 그의 정계 은퇴를 같은 당 소속인 트럼프 대통령과 연관지어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자유무역 신봉자이자 이민정책에 찬성하는 그의 소신과 트럼프의 노선이 갈등을 일으키면서 예측 불가의 트럼프에게 좌절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공화당 간판 스타의 퇴진으로 당장 공화당의 정치자금 모금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치르는 트럼프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할머니 100명 ‘헌팅’… 셰프가 찾은 ‘삶의 레시피’

    할머니 100명 ‘헌팅’… 셰프가 찾은 ‘삶의 레시피’

    할머니의 행복 레시피/나카무라 유 지음/정영희 옮김/남해의봄날/240쪽/1만 6000원음식을 매개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펴는 일본의 젊은 셰프 나카무라 유는 ‘할머니 헌팅’의 전문가다. 3년간 15개국 90개 도시를 돌며 100여명의 할머니들의 부엌을 ‘습격’했다. 할머니들의 소박하지만 소중한 일상의 레시피를 전수받기 위해.할머니의 부엌에서 저자는 오른쪽으로만 저어야 제맛을 내는 포르투갈의 호박잼, 대구로 시작해 대구로 끝나는 일본의 기슈사이 소반, 초록잎의 신선함이 흐뭇한 스리랑카의 초록색 죽 콜라켄다 등 소박한 음식의 비법을 배워나간다. 영혼까지 살찌우고 보듬는 이 음식들을 통해 할머니들이 전하는 것은 결국 ‘삶의 레시피’다. 생후 8개월 때 어머니를 잃고 밤낮없이 술을 푸는 아버지와 어부들 틈바구니에서 눈치로 세상살이를 배운 일본 노토지마의 쓰구코 할머니는 돌아오고 싶지 않았던 고향에 힘겹게 다시 뿌리내린 데 대해 이렇게 말한다. “어려움을 떨쳐내고 앞으로 나가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야. 그리 훌륭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인생은 그런 것이지.” 할머니의 말에서 저자는 3년간의 ‘할머니 헌팅’에서 만난 할머니들에게서 자신과 다른 결정적인 차이를 깨닫는다. 그것은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기백’이었다. ‘어디에 있든, 무슨 일이 있건, 즐긴다는 생각을 놓지 않는다. 착실히 길을 찾아낸다. 그리고 끝끝내 살아간다.’ 이런 각오와 기백. 게다가 할머니들은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되고, 그리 흘러갈 수밖에 없는 일도 있다’며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까지 겸비하고 있다. 이 사실을 깨닫고 ‘어차피 한 번뿐인 인생, 이왕이면 기백 가득한 인생을 살자’는 감정이 끌어 올랐다. 서른이 되고서야 비로소, 이제 조금은 진짜 인생을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책장을 덮고 나면 아름다운 주름의 굴곡처럼 신산했던 시간을 통과해 온 할머니들은 등을 두드리며 이렇게 응원하는 듯하다. “인생은 말이지, 흘러가야 할 곳으로 흘러가게 돼 있어. 그러니까 네가 좋아하는 걸 해도 괜찮아.”(저자 할머니의 말)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세월호 서면 미수습자 5명 돌아올 수도

    세월호 서면 미수습자 5명 돌아올 수도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 승선인원은 476명이다. 그중 304명이 실종됐다. 이 가운데 299명의 시신이 수습됐지만 아직 5명은 돌아오지 못했다.가족들은 한 줌 흔적이라도 찾을 수만 있다면 하는 소망으로 버텼다. 장장 4년이라는 긴 시간이다. 오늘은, 오늘은 하며 버틴 날들이 그렇게 훌쩍 지나갔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목포신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통하고 힘들지만 이제 가족을 가슴에 묻기로 했다”며 기다림을 마감했다. 지난해 4월 목포신항에 거치된 후 선체 수색에서 미수습자 4명의 유해 일부가 발견됐고, 그들의 가족은 ‘유족’이 돼 목포를 떠났다. 이에 따라 아직 찾지 못한 5명은 단원고 남현철·박영인군과 양승진 교사, 일반 승객 권재근씨·혁규군 부자 등이다.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는 선체 직립이 마무리되면 그동안 진입이 불가능했던 공간에 대한 펄 제거 작업을 할 수 있어 추가 수습을 기대하고 있다. 위아래층이 눌러붙어 아예 수색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선수 좌현 두 군데다. 가족들이 애타게 희망을 키우는 장소다. 또 선조위는 13일 선체 침몰 원인과 관련해 외부물체와의 충돌설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추가 정밀 조사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일부 조사관은 세월호 좌현의 균형장치가 비틀려 있고 표면 등에 긁힌 자국을 근거로 외력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미수습자 가족 권오복씨는 “진입이 힘들면 작은 규모로 철판을 잘라서라도 들어가 보자 했지만 위험하다고 해서 더이상 아무것도 하지 못한 곳”이라며 “선체조사위원회 활동기간인 6월 7일까지 좋은 결실이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승객들의 도움을 받아 배 밖으로 나온 지현이는 벌써 초등학교 3학년이 됐는데 그날 사고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면서 “가족들이 그때 그 고통스러운 상황을 생각하지 않게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4대 독자인 남현철 학생은 배려심과 리더십, 유머 감각이 풍부했다. 기타까지 잘 쳐 여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가족들은 팽목항에 기타 하나를 세워 두고 현철군의 귀환을 기다렸다. 같은 반이었던 박영인 학생은 성격이 발랄하고 쾌활한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영인군의 어머니는 사고 전 아들이 축구화를 사 달라고 했는데 사 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려 새 축구화를 팽목항에 가져다 놓고 아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학생들의 인솔 교사였던 양승진(실종 당시 57세) 교사는 구명조끼를 학생들에게 벗어 준 채 “갑판으로 나오라”고 외치면서 제자들을 구하러 다시 배 안으로 걸어 들어간 게 마지막이었다. 부인 유백형(57)씨는 남편이 세월호 선체 좁은 공간에 끼어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어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서울에서 힘들게 생계를 꾸리던 재근씨와 베트남이 고향인 판응옥타인(29) 부부는 제주 귀농을 위해 혁규(6)군, 지연(5)양과 함께 배를 탔다가 변을 당했다. 목포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외딴집 지하실에 숨겨진 끔찍한 과거…‘실종: 비밀의 소녀’ 예고편

    외딴집 지하실에 숨겨진 끔찍한 과거…‘실종: 비밀의 소녀’ 예고편

    ‘오퍼나지: 비밀의 계단’, ‘디 아더스’, ‘식스 센스’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스릴러 ‘실종: 비밀의 소녀’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영화는 고향집에 간 캐서린이 자신의 끔찍한 과거와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스릴러다. 남편 마커스와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하던 캐서린은 아버지의 부음을 접한 뒤, 아버지의 유산인 작은 시골집을 처분하기 위해 고향을 찾는다. 하지만 그녀는 어린 시절을 보낸 그곳에서의 기억이 거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 사람들이 그녀의 집에서 발생한 의문의 실종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후 집안 곳곳에서 실종사건의 단서를 캐던 캐서린 앞에 신비로운 소녀 ‘데이지’가 나타난다. 공개된 예고편에는 “쉿! 조용히 해봐”라는 대사를 시작으로, 아버지의 부음 소식을 듣고 고향집으로 향하는 캐서린의 모습과 그곳에서 의문의 소녀와 마주하는 상황이 담겨 있다. 이어 술래잡기를 하자는 아이와 함께 집 안에서 놀던 중, 그녀는 자신이 잊고 지냈던 과거의 비밀을 조금씩 알아간다. 아름다운 설경과 그 안에 고립된 외딴집에서 펼쳐지는 공포감을 동시에 안겨주는 스릴러 영화 ‘실종: 비밀의 소녀’는 오는 4월 26일 개봉 예정이다. 15세 관람가. 81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열린세상] 고독을 만들자 새로운 관계가 시작됐다/유민영 에이케이스 대표

    [열린세상] 고독을 만들자 새로운 관계가 시작됐다/유민영 에이케이스 대표

    겨울의 끝에서 후배 우영이 어머니 가시는 길을 함께했다. 양지바른 곳에 모시고 서울로 오는데 오래 담아 두었던 말인지 상주가 그새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몇 년 전 어머니께 여쭤 보았습니다. ‘엄마는 언제 가장 행복했어요?’ ‘응. 너희 넷 도시락 쌀 때가 제일 좋았던 듯싶구나.’ 어머니는 아마 그때로 돌아가신 게 아닐까. 꼭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행복한 시간은 자신보다 자식들에게 맞춰져 있었을 것이다.어제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전화를 하셨다. “잘 지내지? 5월에 피는 라일락이 올봄에는 벌써 피었다”고 하시며 겨울이 유난히 길어서 그랬는지 여름이 특별히 더워지려는지 산수유, 개나리, 목련, 진달래, 벚꽃이 후두둑 피었다가 후다닥 진다고 덧붙이셨다. “저도 나이를 먹어서” 했다가 혼쭐이 났지만 어머니 마음을 조금씩 알아 간다. 순서 없이 피고 속절없이 지는 시절에 아들을 걱정하고 계셨다. 전화를 끊으며 당부를 잊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 어머니는 “사람들에게 잘해라” 그 말씀을 지고 산 것은 맞은데 잘 해내지는 못했다. 민폐도 적지 않고 나만 생각하며 사는 날이 많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좋은 관계를 맺어 가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 일일까. 테드(TED) 동영상 ‘어떻게 하면 좋은 삶을 살 수 있을까? 행복에 관한 가장 오래된 연구의 교훈’을 찾았다. 강연은 하버드대 성인발달연구팀이 1938년부터 724명의 삶을 75년간 매년 추적하면서 각계각층으로 성장한 그들의 일, 가정생활, 건강에 대해 질문한 결과다. 첫 번째 집단은 하버드대 2학년 생일 때, 두 번째 집단은 보스턴 빈민촌 소년들로 가난하고 문제 많은 가정에서 선별됐다. 연구의 네 번째 책임자인 정신과 의사 로버트 월딩어 교수는 “지금 당신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면 어디에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할까”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연구의 분명한 메시지는 좋은 인간관계가 우리를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 그게 전부다.” 그가 소개한 세 가지 중요한 교훈은 첫째, 사회적 관계가 정말 좋은 역할을 하고 외로움은 독약이다. 가족, 친구, 공동체와 관계를 잘 맺고 있는 사람은 더 행복하고 육체적으로 건강하고 더 오래 산다. 둘째, 친구 숫자가 아니라 질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50세에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 80세에 가장 건강했다. 친밀한 관계가 노화를 막는 완충제 역할을 한다. 셋째, 좋은 관계가 두뇌도 보호한다. 어려울 때 타인에게 의지할 수 있다고 느끼는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의 기억력은 오랫동안 잘 유지된다. 사람들은 명성과 부, 성취를 통해 성장한다고 믿었지만 이 연구는 관계를 중시하는 사람이 잘산다는 것, 좋은 삶은 좋은 관계로 성립된다는 것을 증명한다. 사람들과 잘 지내라는 어머니의 주장은 요즘 낮에는 거세게 무너지고 있지만 밤에는 유지되는 기득권 세계가 움직이는 규칙, “형님”과 “의리”로 이루어진 공범의 세계를 가리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난겨울 노란 등산화를 샀다. 술자리 호언이 여행으로 이어졌다. 뉴질랜드행 비행기를 타고 남섬 퀸즈타운에 도착했다. 공항 직원들은 유난히 등산화를 꼼꼼하게 검색했다. 오염된 흙이 그들의 영역 안으로 침범하지 못하도록 샅샅이 뒤졌다. 국경을 넘자 다른 규칙이 적용되고 있었다. 빠르게 대신 안전하게. 새 등산화는 이전 경험이 없으니 무사통과였고 다른 신발은 강제 세탁됐다. 여행은 자연의 위대함으로 시작해 생각의 전환으로 마무리됐다. 밀퍼드국립공원 트레킹은 통신이 두절된 상태에서 4박5일간 자고 먹고 걷는 여행이다. 오지의 관건은 비연결이었다. 3일이 지나자 스마트폰 금단 현상이 가시고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단절해야 새로운 것으로 나아간다. 고독을 만들자 새로운 관계가 시작됐다. 여러 나라에서 온 47명은 혈연ㆍ지연 없이도 서로 도우며 편안하고 투명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좋은 연결을 위한 시작은 역설적이다. 끊어야 좋아진다. 우선 잠들기 30분 전 스마트폰을 끄고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확보해 보자. 그리고 좋은 게 좋다는 내밀한 관행, “형님, 형님”을 멈추자. 어머니는 따뜻한 도시락과 함께 좋은 지혜를 주셨다.
  • [월드피플+] 반신불수 친구를 20년 간 돌본 ‘2학년 3반’ 우정

    사고로 반신불수가 된 남성에게 고등학교 친구들의 따뜻한 보살핌이 20년간 이어져 큰 감동을 주고 있다. 중국 안후이성 스타이(石台)현 출신의 장진라이(48) 씨는 지난 1998년 광산 사고로 반신불수가 되었다. 절망에 빠진 그를 빛의 세계로 끌어낸 건 고등학교 동창들의 깊은 우정의 힘이었다. 이들의 인연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등학교 2학년 3반 친구들, 학창시절을 함께 하며 순수한 우정을 나누던 시절이었다. 장 씨는 1990년 대입 시험에서 낙방해 외지로 돈을 벌러 고향을 떠났다. 하지만 1998년 산시성 다통(大同)시의 광산에서 일하던 중 광산 폭발 사고로 요추신경이 심각한 손상을 입어 흉부 이하 마비가 되었다. 장 씨는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에 의지해 고향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해 부친 역시 중병이 들어 노동력을 상실했다. 오로지 그의 모친만이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했지만 생활은 극도로 궁핍했고, 집안에는 절망의 기운이 가득했다. 당시 고향에서 일하던 고등 동창 수렌왕((舒仁旺)과 두징(杜敬)은 시간이 날 때마다 그를 찾아와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그들 역시 어려운 살림이었지만 물심양면으로 장 씨를 도왔다. 이들의 깊은 우정에 감동한 2학년 3반 동창들 역시 금전적 도움을 보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매년 그를 위한 동창회를 열고, 그를 찾아왔다. 2010년과 2012년 장 씨의 모친과 부친은 잇따라 세상을 떠났다. 장 씨의 부친은 세상을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감지했는지, 수렌왕과 두징에게 “아들을 부탁한다”고 전했다. 두 친구의 집안 사정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그들은 “아버님, 저희가 살아 있는 한 아드님은 우리의 영원한 형제예요!”라고 답했다. 며칠 뒤 장 씨의 부친은 편안히 눈을 감았다. 세월이 흘러도 이들은 약속을 목숨처럼 지켰고, 동창들 역시 어느 곳에 있건 형편이 어떠하건 매년 장 씨를 위해 돈을 모으고, 그를 찾았다. 세월도 이들의 진심 어린 우정의 뿌리를 흔들 수 없었다. 그렇게 20년간 지속된 친구들의 온정에 장 씨는 서서히 어둠의 그늘에서 벗어나 용기 있게 현실과 마주했다. 장 씨는 “아주 행복해요. 가장 큰 행복은 친구들이 선물한 우정이죠”라고 말한다. 술과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는 옛말처럼, 장 씨의 친구들이 보여준 우정은 짙은 향기가 되어 장 씨의 눈물을 웃음으로 변화시켰다. 이종실 상하이(중국)통신원 jongsil74@naver.com
  • ‘라디오스타’ 이사배, 150만 구독자 보유...유튜브 수익 들어보니

    ‘라디오스타’ 이사배, 150만 구독자 보유...유튜브 수익 들어보니

    ‘라디오스타’ 150만 구독자를 보유한 뷰티 크리에이터 이사배가 유튜브 수익을 공개했다.11일 오후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는 ‘유튜브 스타’ 뷰티 크리에이터 이사배(31)가 출연했다. 이날 이사배는 본인이 하고 있는 유튜브 방송에 대해 “연예인 스타일을 따라하는 커버 메이크업을 (구독자들이) 제일 좋아해주신다”고 말했다. 이어 고준희, 김민희, 선미, 아이유 등 스타들의 메이크업을 커버한 사진들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 “문근영 씨 메이크업을 생방송으로 한 적이 있다”며 “아무리 그려도 안 되더라”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150만 구독자를 거느리는 이사배는 이날 유튜브 수익 구조에 대한 질문에 “플랫폼에서 나오는 조회 수에 대비해 수익이 발생한다”고 답했다. MC 김구라가 “유튜브는 조회 수 1건당 1원이라고 하더라”라고 말하자, 이사배는 “수익 창출 구조가 복잡하다”며 “구독자 수와 시청시간, 이탈률 등을 종합해 수입을 책정한다. 광고비는 직접 받는다”고 설명했다. MC 차태현이 “구독자 100만이 넘으면서 부모님 집을 사드렸다고 들었다”고 하자, 이사배는 “고향 집이라 크진 않지만 그런 것도 해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사배는 이날 방송에서 “메이크업한 지 10년이 됐는데 유튜브를 시작한 지는 2년 정도 됐다”고 설명했다. 사진=MBC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관엽식물, 잎의 비밀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관엽식물, 잎의 비밀

    우리 동네엔 꽃 트럭이 있다. 꽃 트럭 아저씨는 매년 봄, 여름, 가을 토요일이면 트럭에 식물을 가득 싣고 오신다. 토요일에 동네 사람들은 트럭을 둘러싸 꽃구경을 하거나 집에 들일 식물을 사거나 아저씨와 식물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도 그런 동네 주민이자 손님 중 한 명으로 종종 꽃 트럭의 식물을 구경하기도, 사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은 아저씨가 어떤 식물을 데리고 올지 기대와 설렘으로 기다린다.며칠 전에 만난 아저씨는 트럭에서 고무나무와 산세베리아, 알로카시아와 극락조 같은 관엽식물들을 가득 내리고 계셨다. “오늘은 관엽식물이 많네요?” “요즘 미세먼지랑 황사가 심해서 사람들이 공기 정화되는 관엽식물들만 찾아요.” 아플 때 약을 찾듯, 공기가 나빠지니 사람들은 식물을, 특히 공기 정화 효과가 있는 관엽식물을 찾기 시작했고, 올봄과 함께 찾아온 미세먼지는 그간의 식물 소비 풍경을 바꿀 만큼 강력했다.공기 정화식물이 이슈가 된 게 최근의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에 신도시가 생기고, 아파트가 많이 지어지던 2000년대 새집증후군의 위험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이의 주원인인 포름알데히드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야자나무, 산세베리아와 드라세나, 필로덴드론 등의 식물들이 인기를 얻게 됐는데, 이들은 모두 넓은 잎을 가진 ‘관엽식물’이었다. 잎을 관상하는 식물이라는 뜻의 관엽식물이 급격히 인기를 얻게 된 건 이때부터다.엄마와 함께 꽃 트럭 앞에 선 어느 꼬마 아이가 관엽식물의 너른 잎을 보면서 이들의 잎이 왜 모두 큰지 물었다. 아저씨와 아이의 엄마는 잠시 고민하더니 잎이 클수록 공기를 맑게 해주는 거라고 대답했다. 식물의 잎이 우리에게 공기 정화를 해주기 위해 큰 것일까? 물론 큰 만큼 공기 정화 효과가 강력한 건 맞지만, 이것이 식물의 잎 크기를 결정짓는 조건이 될 순 없다. 우리는 늘 이 거대한 잎을 보면서도 이들이 왜 이렇게 생겼는지 혹은 이들의 잎이 단순히 우리 인간을 기쁘게 하기 위해 혹은 공기를 깨끗이 하기 위해 이렇게 생긴 것인지, 이들의 형태에 의문을 가진 적이 없다. 아이의 질문처럼, 이들은 왜 이런 잎을 가지게 된 걸까?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관엽식물 원산지는 마다가스카르와 남미, 남아프리카와 같은 열대우림이다. ‘정글북’이나 영화 ‘아바타’에서 볼 수 있는 덥고 습한 숲. 수고 20m가 훌쩍 넘는 큰 키의 나무들과 그 아래 자라는 작은 나무와 양치식물, 그에 기생하는 작은 동물들이 살아가는 숲이 이들의 고향이다. 그 거대한 나무 아래에서 작은 관엽식물들은 나름의 자리를 잡고 살아가야 했는데, 이들이 생장하기 위해서는 수분과 양분, 광합성을 위한 빛이 필요했다. 거대한 나무들이 위에서 빛을 가리는 바람에 아래의 관엽식물들은 광합성을 할 수 없어 빛을 받을 잎 표면적을 점점 크게 만들다 결국 거대한 잎을 가진 식물들로 진화하게 됐다. 그리고 그렇게 진화한 크고 화려한 잎 덕에 이들은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식물군이 될 수 있었다. 구멍 뚫린 특이한 잎 모양 때문에 ‘스위스 치즈 식물’이라고도 불리는 몬스테라는 우리나라에서 ‘힙스터 식물’이라 불릴 만큼 젊은이들에게까지 널리 사랑받는다. 그런데 이들이 특유의 구멍 뚫린 잎을 가지게 된 이유가 작년에야 연구자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증명됐다. 그동안은 바람에 날리지 않기 위해 잎에 구멍을 뚫었다거나 동물들의 먹이가 되지 않기 위해 구멍 위장을 한 것이라는 추측뿐이었지만, 작년 미국에서 연구, 발표된 그들의 ‘구멍 뚫린 잎’의 이유는 모든 잎이 광합성을 고루 잘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밝혀졌다. 몬스테라도 여느 관엽식물들처럼 열대우림 자생지의 거대한 나무들 아래에서 자란다. 그 거대한 나무들의 나뭇잎에 가려 광합성을 할 수 있는 빛의 양이 적은 데다 잎이 사방으로 뻗는 몬스테라 특유의 성질 때문에 위 잎들이 빛을 받으면 그 그림자에 의해 아래 잎들은 빛을 전혀 못 받기 일쑤였다. 그래서 이들이 받는 빛을 모든 잎에 나누려면 위 잎에 구멍을 뚫어 새어 나온 빛이 아래 잎에 닿을 수 있도록 진화가 된 것이다. 신기하고 희귀하게 생겨 사랑받는 몬스테라의 잎 형태는 결국 거대한 나무 아래에서 모든 잎이 광합성을 잘하기 위한 전략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늘 식물의 잎을 볼 수 있다. 꽃과 열매는 어느 한 시기에만 열리지만, 잎은 대개 늘 존재하고, 우리가 집에서 키우는 식물 역시 잎이 늘 보이는 식물들이다. 우리는 이들을 보면서 예쁘고 신기해는 하지만, 이들이 왜 이렇게 생겼는지 궁금증을 갖는 경우는 거의 없다. 몬스테라의 형태에 대한 연구가 최근에야 된 것만 보더라도 그렇다. 식물의 잎은 둥글거나 뾰족한 거나 혹은 지름 0.1㎜인 아주 작은 것부터 1m까지 다양하고, 이 다양한 잎의 형태만큼 각자가 살아가는 방식도 모두 다르다. 식물의 잎을 관찰하고, 형태에 궁금증을 갖는 것. 이것이 우리가 키우는 식물을 이해하는 시작일지도 모른다.
  • 화장기 없는, 花園

    화장기 없는, 花園

    전남 고흥 하면 우주발사기지가 있는 나로도, ‘박치기왕’ 김일의 고향인 거금도가 퍼뜩 떠오를 겁니다. 한센인들이 거주하는 소록도 역시 엇비슷한 무게감을 갖지요. 한데 쑥섬은 당최 생소합니다. 걸출한 섬들 틈바구니에 숨겨진 작고 예쁜 섬입니다. 쑥섬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쑥섬지기’를 자처한 한 부부와 마을 공동체의 10년 노고가 있었다고 하지요. 공들여 꽃씨를 뿌리고 산책로를 다듬었습니다. 그런데도 섬은 여느 유명 섬들과 달리 ‘화장기’가 옅습니다. 소박하고 수수합니다. 가꿔졌으되 섬으로서의 제 모습을 잃지는 않은 것이지요. 그게 쑥섬의 가장 큰 매력인 듯합니다.#스무명 남짓 사는 곳… 난대림 울창한 당숲·등대 등 볼거리 쏠쏠 쑥섬은 ‘애도’라 불린다. 쑥 애(艾) 자를 쓴다. 쑥이 많이 자란다 해서 이 같은 이름을 얻었다. 전남도 제1호 민간 정원이기도 하다. 덜 알려진 민간의 정원을 발굴해 지역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전남도 프로그램의 첫 대상 지역이다. 쑥섬은 나로도항 바로 맞은편에 있다. 딱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다. 크기도 작다. 해안선 길이가 3.2㎞ 정도에 불과하다. 이 작은 섬 안에 스무명 남짓한 주민이 깃들여 산다. 이웃한 나로도항이 삼치 파시로 이름을 날리던 1980년대 초엔 무려 400여명의 주민이 살았다고 한다. ‘손바닥 만 한’ 섬의 규모로 미뤄 볼 때 거의 ‘전설’이나 다름없는 이야기지 싶다. 섬의 크기는 작아도 볼거리는 제법 풍성하다. 동백, 후박나무 등 난대림이 울창한 당숲, 사연 많은 바위들, 등대 등이 섬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널리 알려진 볼거리는 ‘쑥섬정원’이다. 중학교 교사인 김상현(50), 약사인 고채훈(47)씨 부부와 마을 공동체가 10년 가까이 애면글면 가꾼 비밀의 정원이다. 거제 외도나 장사도처럼 화려하지는 않아도 계절에 따라 피고 지는 수수한 들꽃들과 만날 수 있다.선착장에 내리면 ‘양심 돈통’이 먼저 객을 맞는다. 외지인이라면 누구나 자발적으로 섬 탐방비를 넣어야 한다. 선착장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곧 갈매기 카페와 만난다. 마을회관 겸 여행자 쉼터다. 섬 내 유일하게 공용화장실이 갖춰진 곳이기도 하다. 카페 역시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카페를 지나면 탐방로가 시작된다. 언덕길은 조붓하다. 다소 가팔라도 숨이 목에 찰 정도는 아니다. 이어 만나는 당숲은 울창하다. 푸조나무, 후박나무 등이 난대림을 이루고 있다. 섬사람들에게 당숲은 신성한 곳이다. 쑥섬을 세상에 알린 김씨 부부도 2001년 섬을 매입하기 시작한 뒤 8년 만에야 당숲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고 한다.#전남도 제1호 민간 정원… 수수한 들꽃들과 마주하는 ‘비밀의 화원’ 섬 정상 부근은 야생화 정원이다.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비밀의 정원이다. 계절을 달리하며 다양한 들꽃들이 피고 진다. 초봄 무렵이라 꽃의 종류는 아직 많지 않다. 파랗거나 보랏빛인 현호색, 보라유채꽃이라 불리는 소래풀, 앙증맞은 은방울 수선화와 샛노란 유채꽃 등이 눈에 띌 정도다. 그래도 새봄을 맞은 들꽃의 화사한 빛깔은 여행자의 마음을 공연히 달뜨게 만든다. 산상 정원 너머로는 파란 다도해다. 사방으로 거칠 것 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한 주민의 표현처럼 너른 바다 위로 크고 작은 섬들이 ‘쪼빗쪼빗’ 솟았다. 작은 섬에서 맞는 참으로 큰 풍경이다. 섬 정상은 해발 83m다. 표지석 대신 손으로 쓴 표지판을 세워 놨다. 표지판엔 에베레스트와 백두산 등의 높이도 함께 적었다. 그러면서 “(쑥섬 정상과) 별 차이 없다”고 우겨 댄다. 에베레스트의 높이와 무려 100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도 말이다. 섬사람들의 애교에 배시시 웃음이 나온다. 정상에서 발걸음을 줄이면 곧 성화등대다. 해넘이 명소다. 일몰에 펼쳐지는 장관을 보기 위해 하룻밤을 묵는 이도 있다고 한다. 이어 수백년을 살아 낸 동백나무길, 주민들의 추억이 쌓인 쌍우물 등을 지나면 다시 마을 안쪽에 닿는다. 섬 끝에서 만나는 돌담길도 인상적이다. 돌담은 집과 집을 잇는다. S 자로 휘휘 돌아가며 골목을 만들었다. 골목 초입에 강제윤 시인의 글이 적혀 있다. 강 시인은 골목길을 “바람의 통로”라고 했다. 바람을 막는 게 아니라 잘 지나가도록 하기 위해 돌담을 세웠다는 것이다. 돌담 안 집들은 대부분 비었다. 사람이 깃들이지 않은 집은 황량하다. 그래도 이 낡은 공간에 외지 자본이 들어올 가능성은 많지 않다. 이 섬을 일군 김씨 부부가 섣부른 변화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몇몇 이름 난 섬과 달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화장기 짙은 섬이 되지는 않을 거라는 뜻이다. 두 부부가 애초 세웠던 뜻이 오래 지속됐으면 싶다.#고흥 우주발사전망대~영남 용바위 4㎞ ‘미르마루길’ 걷노라면… 고흥에 걷기 길이 새로 생겼다. 미르마루길이다. 고흥 우주발사전망대에서 영남 용바위까지 4㎞ 거리를 걷는다. 미르는 ‘용’, 마루는 ‘하늘’(우주)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미르마루길의 가장 큰 장점은 여태 볼 수 없었던 웅장한 해안 절벽을 줄곧 눈에 담으며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들머리는 우주발사전망대다. 고흥의 랜드마크 중 하나다. 나로우주센터와 직선거리로 17㎞ 떨어졌다. 전망대에 서면 올망졸망한 다도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에서 시작된 미르마루길은 사자바위와 다랑논, 몽돌해변 등 여러 볼거리를 품었다. 용굴 등 기암절벽도 지난다. 곳곳에 스카이워크 전망대와 용 조형물 등도 세워 뒀다. 특히 용암마을 언덕에서 보는 해안 풍경이 빼어나다. 날머리인 용암마을은 고흥 8경 중 6경인 영남 용바위가 있는 곳이다. 둥근 갓처럼 생긴 용바위의 자태가 압도적이다. 새달 12일엔 미르마루길 일대에서 걷기 축제가 열린다. 요즘 고흥 어디나 봄 풍경이 완연하다. 특히 산벚꽃이 절정이다. 고흥 대부분의 산에서 볼 수 있지만 팔영산국립공원과 마복산 등의 산벚꽃 핀 풍경이 장관이다. 봄의 산은 멀리서 봐도 빼어나다. 산행을 하지 않아도 좋은 만큼 꼭 찾아보길 권한다. 이맘때 고흥 여정에서 꼭 찾아야 할 여행지 두 곳만 덧붙이자. 금탑사는 비자나무숲(천연기념물 239호)으로 이름 난 절집이다. 가지를 늘어뜨린 늙은 비자나무들이 절집을 에워싸고 있다. 비자나무숲과 이웃한 동백숲도 깊다. 해마다 이맘때면 떨어진 동백꽃으로 일대가 붉은 양탄자를 깐 듯하다. 이 모습이 초록빛 비자나무숲과 절묘한 앙상블을 이룬다. 형제섬은 진달래가 곱다. 십수 그루의 진달래가 작은 섬을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나로도 초입에 있다. 글 사진 고흥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 가방 (지역번호 061) →가는길:쑥섬 가는 배(4월 기준)는 나로도항에서 매일 오전 7시 40분, 10시 50분, 낮 12시 50분, 오후 1시, 4시, 6시에 출항한다. 쑥섬에서는 오전 7시 35분, 8시 55분, 11시 15분, 낮 12시 55분, 오후 3시 5분, 5시 35분 출항한다. 요금은 1인 3000원(왕복)이다. 쑥섬 탐방비는 1인 5000원이다. 관련 정보는 ‘힐링파크 쑥섬쑥섬’ 홈페이지에서 얻을 수 있다. 형제섬은 같은 이름의 농원펜션(832-2004)을 통해 들어가야 한다. 남의 집 안마당을 지나는 느낌이어서 머쓱하긴 해도 진달래 곱게 핀 섬을 보려면 어쩔 수 없다. 형제섬도 이 펜션 주인의 소유라고 한다. 옆마을에서도 형제섬까지 들어갈 수 있지만 다소 좁고 복잡하다.→맛집:분청마루(834-7242)는 한정식을 맛깔스럽게 내는 집이다. 과역면의 맛집 해주식당이 옮겨 와 새로 문을 열었다. 전화번호가 옛 해주식당과 같은 건 그 때문이다. 찬 국물의 피굴, 팥과 낙지를 넣은 낙지팥죽, 소 육회 등을 제철 해산물과 함께 내놓는다. 두원면 운대리의 분청박물관 안에 있다. 정다운식당(843-0217)은 생선구이백반이 맛있는 집이다. 녹동항에 있다. 이웃한 수정식당(842-2791)도 현지인의 발걸음이 잦다. 생선회 등을 판다. 과역면 일대에 커피 농장들이 많다. 산티아고 등 농장마다 로스팅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의 고흥 커피에 대한 자부심은 높다. 일반 아메리카노는 3000원이지만 고흥 커피는 세 배 가까운 8000원을 받는다. →잘 곳:최근 문을 연 명품무인호텔(832-6300)이 깨끗하다. 고흥읍 외곽에 있다. 마복산 아래 목재문화체험장(830-5123)의 전통한옥체험도 권할 만하다.
  • 야구공으로 친구 맺은 창원·타이중

    야구공으로 친구 맺은 창원·타이중

    관광 홍보대사 위촉, 관광객 유치… 안상수·린쟈룽 시장 깜짝 시구11일 저녁 6시 20분쯤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 홈팀 NC 다이노스와 원정팀 KT 위즈의 경기가 시작되기 전 두 명의 시구자가 다이노스의 유니폼을 입고 나란히 마운드에 올랐다. 시구자가 두 명인 경우는 이례적이다. 주인공은 안상수 창원시장과 린쟈룽 대만 타이중시장이었다. 두 시장의 시구는 경기에 앞서 낮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창원시와 타이중시의 국제우호도시 교류협정서 체결’ 축하 행사의 한 부분이었다. 두 도시가 특이하게도 야구장에서 우호도시 협정을 체결한 것은 왕웨이중(26)이라는 대만 야구선수 덕분이다.올해부터 다이노스에서 뛰게 된 왕웨이중은 1982년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후 첫 대만인 선수로 대만 국민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류현진 선수 등에게 관심을 갖는 것과 비슷하다. 왕웨이중은 잘생긴 외모에 빼어난 피칭으로 한국인 팬들도 사로잡고 있다. 그는 타이중시에 있는 대만체육운동대학 출신이어서 타이중시가 제2의 고향인 셈이다. 타이중시는 대만 중서부에 위치한 도시로 인구는 274만명, 면적은 2215㎢이다. 미국의 글로벌 기업인 IBM으로부터 글로벌 스마트도시로 선정된 대만 제2의 도시다. 두 도시는 창원 출신 국회의원들이 지난해 타이중시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교류·협력에 나섰고, 마침 다이노스가 왕웨이중을 영입한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면서 우호도시 협정 체결은 급물살을 탔다. 결국 두 도시는 왕웨이중이 홈 구장에서 선발로 등판한 이날에 맞춰 마산야구장에서 교류협정서 체결 행사를 가진 것이다. 안 시장은 “타이중시와의 협약 체결에 따라 대만 관광객 유치에도 탄력을 받게 됐다”며 “특히 왕웨이중 선수를 활용한 관광 상품 개발을 통해 스포츠와 관광도시 기반을 다지는 동시에 대만 현지에서 창원시의 인지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린 시장 등 타이중시 방문단 14명은 지난 10일 2박 3일 일정으로 창원을 방문해 진해군항제 등을 관광하고 세계사격선수권대회가 열릴 창원국제사격장을 이날 오전 견학했다. 그보다 앞서 창원시는 지난 5일 시청에서 다이노스 황순현 구단 대표이사와 에어부산 한태근 대표이사 등과 함께 대만 관광객 창원 유치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업무협약에 따라 창원시는 왕웨이중 선수를 창원 관광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창원시는 곧 대만 현지 여행사를 초청해 야구경기 관람과 창원지역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팸투어를 준비하고 있다. 대만 현지에서 열리는 관광 관련 박람회에도 참석해 창원 관광을 알릴 계획이다. 다이노스 구단은 야구장을 찾는 대만 단체 관광객에게 그라운드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하고, 전광판에 야구장 방문을 환영한다는 문구를 내보내는 등 특별한 배려를 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회사 홈페이지에 응원댓글을 남기는 대만인을 대상으로 추첨을 해 창원 방문 항공권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로 관광객 유치를 지원한다. 창원시 관광과 관계자는 “대만인 야구선수 한 명이 대한민국과 대만 사이 훈풍을 불러왔다”면서 “왕웨이중 선수가 다이노스에 입단한 뒤 마산야구장에 대만 관광객 관중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문혜진·최단비의 키워드 ‘40대 워킹맘’…바른미래당 입당

    문혜진·최단비의 키워드 ‘40대 워킹맘’…바른미래당 입당

    문혜진 아나운서와 최단비 변호사가 바른미래당에 입당했다. 두 사람은 아이를 키우는 40대 전문직 워킹맘이라는 공통 키워드로 묶인다. 과로사회와 독박육아 방지가 뼈대인 바른미래당의 지방선거 1호 공약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 맞춤한 인재라는 게 당의 평가다.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은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꾸준히 활동하면서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분들”이라고 소개했다. 문혜진 아나운서는 JTV전주방송에서 공채아나운서로 20대에 방송활동을 시작한 뒤 고향인 부산에 돌아왔다. KNN부산경남방송에서 TV프로그램 진행자와 라디오 DJ로 활동했고 KBS부산 ‘아침마당’ 진행자로 10여년 활동했다.문 아나운서는 “15년 이상 방송활동을 하면서 12, 8, 5살인 아이 셋을 키우는 40대 워킹맘”이라면서 “현장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 몸소 체험했다. 아이들이 자라날 미래에 교육과 문화 부분에 역할이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도 “여러분이 흔히 볼 수 있는 한 아이를 키우는 40대 워킹맘”이라면서 “저와 제 가족, 저희 아이들의 미래를 찾고 싶었다”며 입당 배경을 밝혔다. 최 변호사는 “여당과 제1야당은 과거에 대한 날선 비판에만 주력하고 미래에 대한 준비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면서 “과거 정치로부터 자유롭게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곳은 바른미래당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최 변호사는 지방선거에는 출마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안철수 예비후보의 출마선언을 보며 아이의 교육과 생활의 안전에 대한 희망도 봤다.”면서 “이번 지방선거에 비록 출마하지는 못하겠지만 전문성을 바탕으로 당과 안 후보의 가치 실현을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고려대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법무법인 충정의 기업자문팀 변호사를 맡고 있다. 지난 2010년 방송된 MBC ‘무한도전’의 ‘법정공방 죄와 길’에 출연해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박경리 선생 10주기 맞아 새달 원주에 동상 세운다

    박경리 선생 10주기 맞아 새달 원주에 동상 세운다

    박경리(1926~2008) 선생의 동상이 강원 원주 토지문화관에 건립된다.10일 토지문화재단(이사장 김영주)에 따르면 박경리 선생 10주기를 맞아 토지문화관 앞 매지문화마당에 소박하고 아담한 135㎝ 크기의 동상이 세워진다. 기념식 및 동상 제막식은 디음달 12일 오후 2시 토지문화관 매지문화마당에서 ‘박경리 선생, 매지 봄뜰에 서다’를 주제로 열린다. 동상은 브론즈 재질로 높이 45㎝의 책 모양 좌대 위에 세워지며 권대훈 서울대 조소과 교수가 제작했다. 동상 좌대에는 ‘꿈꾸는 자가 창조한다’는 문구가 한글과 영문으로 새겨진다. 이 문구는 고인이 생전 원주에 머물면서 쓴 ‘박경리의 원주통신’에 수록된 글이다. 동상은 2015년 선생의 고향인 경남 통영시가 산양읍 박경리기념관에 건립한 동상과 소설 ‘토지’의 무대인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박경리문학관에 설치한 동상과 같은 디자인으로 구성됐다. 원주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어촌이 늙어간다] 일부 어촌계 장벽 낮추니 3040 귀어… 젊어지는 바다

    [어촌이 늙어간다] 일부 어촌계 장벽 낮추니 3040 귀어… 젊어지는 바다

    대부분의 어촌이 급속한 고령화로 위기에 처한 반면 과감한 개혁으로 젊어지는 어촌도 일부 생겨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귀어(歸漁) 정책으로 어촌계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나타나는 고무적 현상이다.가장 눈에 띄는 곳은 전남 고흥군이다. 젊은층에 5년간 어장을 무료로 빌려줘 정착시킨 뒤 그 어장을 다른 귀어인에게 물려주는 파격 정책이다. 10일 고흥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창업 어장 경영인’을 모집한 결과 서울, 광주 등 도시인 65명이 신청했고, 이 중 44명이 선정됐다. 이후 3명이 포기했지만 나머지 41명은 ‘인생 2막’의 꿈에 부풀어 있다. 이들 41명의 나이는 평균 43세이며, 45세 이하가 75%를 차지할 정도로 젊다.군은 불법면허 시설이나 사용하지 않은 양식장 등을 활용해 김 500㏊, 미역 40㏊, 가리비 25㏊ 등 모두 565㏊의 어장을 이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김 양식 25명, 미역 6명, 가리비 10명이 신청했다. 군은 개인별로 김 200책(20㏊), 미역 300줄(6㏊), 가리비 50줄(2.5㏊)씩 배정했다. 군은 이들이 해마다 순수익 5000만원을 올려 5년간 2억 5000만원을 벌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군은 이달 말 양식장을 분배해 이들이 7~8월부터 시설 투자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경력 10~30년차 ‘베테랑 어민’ 16명을 어업 교사로 배정해 2개월 동안 귀어인에게 양식 기술을 가르치기로 했다. 벌써 많은 신청자들이 가족을 데리고 귀어했다. 대구가 고향인 박모(32)씨는 지난해 말 고흥으로 이사했다. 그는 “해남·장흥·부산에서 5년 동안 김 관련 일을 했다”면서 “5년이 지나면 어촌계나 청년회에 가입되고 고흥에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다만 “혹시 있을지 모를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김 양식에 필요한 어구를 중고로 구입할 생각”이라고 했다. D중공업에 다니던 홍모(35)씨 가족 4명은 지난해 11월 경기 부천에서 내려왔다. 홍씨는 “대기업에 다니다 회사를 그만둔다고 할 때 아내가 반대하지 않았다”며 “어업이 힘들긴 하겠지만 차근차근 열심히 배워가겠다”고 했다. 강원도 양구에서 온 최모(50)씨는 “5년이면 이곳에서 살 수 있는 기반을 충분히 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귀어를 포기하고 떠나려다 마음을 바꾼 사람도 있다. 송모(52)씨는 경기 평택시에서 살다 2년 4개월 전 김 사업을 하려고 부인과 자녀 3명을 데리고 고향인 고흥군 도화면으로 왔다. 하지만 어촌계 진입장벽에 마땅한 돈벌이를 못 찾았고, 결국 도시로 되돌아가려 결심하던 순간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송씨는 “김 양식장 20㏊를 구입하려면 2000만원 정도 든다. 이걸 공짜로 지원해 준다는데 뭘 망설이겠느냐”며 “올해 김 양식이 대박 나서 40~50㏊ 양식장을 가진 어민이 4억~5억원을 벌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도 1년에 5000만원 넘게 벌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들뜬다”고 했다. 반면 김모(28)씨는 확신이 없어 포기한 경우다. 그는 “식구들도 내려와 도와준다고 했는데 5년 후에는 양식장에서 나와야 한다고 하기에 포기했다”면서 “5년 뒤 다른 귀어인에게 어장을 넘겨주면 진로가 불확실해진다”고 했다. 이어 “무료 임대 기간 후 평가를 통해 성과가 좋으면 20~30년 장기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죽기 살기로 열심히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고흥군 관계자는 “한 어촌에서 5년을 살면 어촌계에도 가입되고 진짜 어민으로 충분히 터를 잡을 수 있는 기간”이라고 했다. 물론 일부 어민은 아직 반발하고 있다. 이 정책이 알려진 뒤 일부 어민이 수차례 군청에 몰려와 “어장 면적이 줄어든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군 관계자는 “고흥군에 어촌계가 141개인데 어떻게 일일이 양해를 다 구하겠느냐”면서 “해마다 고흥군 인구가 1000명씩 줄어 30년 후면 어업은 물론 군의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판인데 젊은층을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충남 홍성군 남당어촌계는 ‘가입비 500만원, 거주기간 6년’의 가입조건을 2년 전 철폐했고, 그 후 20명이 귀어했다. 이흥준(65) 남당어촌계장은 “가입조건을 없애자 서울 등에서 30~40대 젊은 가족이 많이 귀어했고, 20대 젊은이도 있다”고 했다. 충남 보령시 주교어촌계도 2년 전 가입비 500만원을 200만원으로 낮추고 5년 거주조건을 없앴다. 그 후 60여명이 귀어해 어촌계에 가입했다. 진입장벽이 특히 높은 섬 지역도 일부 변화의 조짐이 꿈틀거린다. 김주범(45) 보령시 녹도 어촌계장은 “어릴 적 전교생이 120명이던 이 섬의 초등학교가 지금은 학생이 한 명뿐이니 마을에 무슨 활력이 있겠느냐”며 “아직은 어촌계 어르신들이 진입장벽을 고집하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고흥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슬로 예능’ 뜬다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슬로 예능’ 뜬다

    바쁘고 복잡한 생활에 지친 도시인들의 쉬고 싶은 마음이 통한 것일까.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의 느린 생활을 보여 주는 ‘슬로라이프 예능’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특별한 캐릭터도, 애써 웃기려는 노력이나 장치도 없는 자연 그대로의 삶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다.●나영석 PD와 소지섭·박신혜의 자급자족 생활 ‘자발적 고립 다큐멘터리’를 표방한 새 예능 ‘숲속의 작은 집’(tvN)이 전파를 탔다. 남녀노소의 연예인 넷이 외국에 나가 한식당을 하며 맛있는 음식과 여유로운 일상을 보여 준 ‘윤식당’(tvN)으로 식당 예능 붐을 불러일으켰던 나영석 PD가 이번에는 자연을 배경으로 행복 실험에 나섰다. 배우 소지섭과 박신혜가 행복 실험의 피실험자가 돼 제주도 숲속의 작은 집에서 각각 1박 2일, 2박 3일간 수도, 전기 없이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는 ‘오프 그리드’ 생활을 하는 것이다. 첫 번째 과제는 ‘미니멀리즘’. 챙겨 온 물건 중 꼭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반납하고 식사도 흰 쌀밥과 반찬 한 가지로 제한했다. 이 밖에 ‘(알람 대신) 햇빛으로 일어나기’, ‘계곡 소리 담기’, ‘꽃 이름 붙이기’ 등의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한 시간 30분 동안 내레이션과 인터뷰, 그리고 이들이 각자 동영상을 촬영하며 혼자 하는 말 외에는 어떤 대화도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장작이 타들어가는 소리, 새와 물소리가 프로그램을 꽉 채웠다. 음식을 만들 때에는 무 자르는 장면, 밥 끓는 장면을 클로즈업한 것 역시 특징이다. 여러 가지 소리가 섞여 소음을 만들어 내는 도심과 달리 한 가지 소리와 한 가지 영상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안정감과 행복감을 느끼게 해 주는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자율감각 쾌락반응)을 의도한 것이다. “대화 대신 자연의 소리, 얼굴 대신 삶의 방식을 보여 주려고 했다. 금요일 밤 TV를 켠 채 푹 잠들기 좋을 것”이라고 소개한 나 PD는 이번에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은 것일까. “시청률을 내려놓았다”는 그의 말과는 달리 첫 시청률 4.7%(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하며 ‘소확행’을 이뤘다.●별전문가와 뮤지션들이 함께 떠난 여행 앞서 채널A에서는 여섯 명의 뮤지션이 도심을 벗어나 별을 관찰하는 예능 프로그램 ‘우주를 줄게’를 지난달 21일부터 방영하고 있다. 유세윤, 휘성, 슈퍼주니어 예성, 싱어송라이터 카더가든, 하이라이트 손동운, 멜로망스 김민석이 별 전문가와 함께 경북 안동과 충북 영동을 여행하며 자연을 관찰하고 서로의 인생담을 나눈다. 이 프로그램 역시 자막과 효과음을 최소화하고 자연의 모습을 화면 가득 채웠다. 이들이 감흥에 겨워 흥얼거리는 노래는 그대로 배경음악이 된다.●청년들의 소소한 삶 영화 ‘리틀 포레스트’ 흥행 자연에서의 삶을 보여 줌으로써 힐링을 주는 추세는 예능뿐만이 아니다. 지난 2월 말 개봉해 아직도 상영관을 지키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장기 흥행도 같은 맥락이다. 서울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자취를 하고,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혜원(김태리)의 모습은 많은 청년들의 현주소다. 그런 그가 임용고시에서 떨어진 뒤 고향인 시골로 내려와 직접 밭을 가꾸고 거기서 수확한 작물로 음식을 만들어 친구와 나눠 먹는 모습은 팍팍한 도시 생활과 경쟁에 지친 젊은이들이 한 번쯤 상상하는 모습이다. 자연 풍광뿐 아니라 음식을 만드는 과정과 식감을 섬세하게 표현함으로써 ASMR의 효과를 준다. 영화는 2시간 가까이 큰 서사 없이 흘러가지만 관객들은 적어도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함께 휴식을 취하게 되는 것이다.●시나리오 없이 ‘스웨터 만들기’ 등 해외서 인기 해외에서는 일찌감치 ‘슬로 TV’ 장르가 화제가 됐다. 노르웨이 공영방송 NRK에서 2009년부터 방영하고 있는 ‘Minutt For Minutt’는 별다른 시나리오 없이 7시간 동안 기차가 달리는 모습, 8시간 30분 동안 양털로 스웨터 만들기, 12시간 동안 벽난로 타는 모습, 6박 7일간의 노르웨이 전역을 도는 크루즈 여행 등을 내보냈다. 이 프로그램은 30~40%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맵싸한 순무김치·하일리 노을…17명 기억 담은 ‘강화도 에세이’

    맵싸한 순무김치·하일리 노을…17명 기억 담은 ‘강화도 에세이’

    한반도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이자 한라산과 백두산까지의 거리가 같아 한반도의 정중앙에 있는 섬. 고려의 수도 개경과 조선의 수도 한양의 관문 역할을 하며 각종 물자가 드나들던 나라의 목구멍 같은 땅. 각종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 식물이 서식하는 자연 생태의 보고. 문화체육관광부가 2018년 ‘올해의 도시’로 선정한 강화도에 대한 여러 빛깔의 기억을 담은 책이 나왔다.출판사 작가정신이 펴낸 ‘강화도 지오그래피’(책 사진)에는 소설가 성석제·구효서, 시인 함민복, 고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를 비롯한 천문학 저술가, 역사학자, 국문학자, 여행 작가 등 강화도에서 태어났거나 이곳에서 학문 연구와 작품 집필, 사회 활동을 한 17명이 써내려간 ‘강화도 에세이’가 담겼다. 강화에서 나고 자란 소설가 구효서가 들려주는 고향에 대한 이야기는 아련하고 구수하다. 작가가 태어나 15살까지 살았던 강화군 하점면 창후리는 그에게 “모든 것을 복원 가능하게 하는 흔적” 그 자체다. 지금도 고향집에 가면 문이 바람에 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잠금목에 쓴 ‘구효서’라는 이름 세 글자와 걸터앉아 찬물에 밥을 말아 먹던 까맣게 그을린 부뚜막을 볼 수 있는 곳이다.작가는 “15년을 살았던 고향이지만, 내게는 150년을 쓰고도 남을 세계”라면서 유년 시절의 버스에 대한 일화, 섬에서 길을 잃고 황망했던 기억들을 차례대로 들려준다. ‘이야기꾼’ 성석제 작가는 맛깔나는 글솜씨로 강화도 맛집에 대한 기억을 한상 차려냈다. 강화도가 아니면 제 맛을 낼 수 없는 맵싸한 순무김치가 인상적인 맛집 ‘우리옥’, 밥도둑이 아니라 ‘술 도적’이라는 졸복탕, 비빔국수와 물국수 단 두 가지 메뉴뿐이지만 작가가 자신의 생애 두 번째 단골집으로 꼽는 강화도 국숫집까지 작가의 설명을 듣고 있자면 군침이 절로 돈다. 고 신영복 교수가 1996년 출간한 ‘나무야 나무야’에 실린 글 ‘하일리의 저녁 노을’, ‘철산리의 강과 바다’와 함민복 시인이 전등사를 향하는 길에서 느낀 소회를 담은 ‘전등사에서 길을 생각하다’도 재수록됐다. 그 외에도 강화도의 상징인 천연기념물 제205호 저어새와 한국 최초의 한옥 성당인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유불조화 사상의 산실이자 불교 대중화에 앞장선 마니산의 정수사 등 강화도의 자연, 역사, 사람, 문화를 주제로 쓴 글들도 눈에 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대학 입학시험 치르며 딸에게 젖 물린 아프간 여성 삶이 달라졌다

    대학 입학시험 치르며 딸에게 젖 물린 아프간 여성 삶이 달라졌다

    아프가니스탄 여성 자한탑 아흐마디(25)는 지난달 16일 중부 다이쿤디의 한 대학 입학시험을 치르면서도 태어난 지 두달 밖에 안된 아기를 품에 안고 갈 수 밖에 없었다. 무척 더운 날이어서 아기가 조금이라도 햇볕을 피할 수 있도록 다른 수험생 의자 뒤의 흙바닥에 앉아 딸에게 젖을 먹이며 시험을 치렀다. 오랜 전쟁으로 갈갈이 찢긴 이 나라 대학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다. 함께 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이 그녀의 모성애 넘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소셜미디어에 공유했다. 아흐마디는 “가족들이 제 사진을 보고 난리가 날까봐 무서웠다. 그래서 시험지에 답을 적으면서도 젖을 물릴 수밖에 없었다. 아기가 많이, 무척 울어 다른 수험생들에게 민폐를 끼칠까봐 그것도 걱정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갑자기 소셜미디어에서 큰 관심을 끌자 그녀의 인생이 달라졌다. 카불대학은 경제학과에 입학해 공부를 해보라고 권했고, 여성 정치인은 대학 등록금을 내주겠다고 제안했다. 아프가니스탄 제2 부총리는 1년 동안 그녀 가족이 살 수 있는 주택을 무상 제공하기로 했다. 아흐마디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졸업한 뒤 우리 마을 여성들에게 봉사하고 싶다. 고향 마을 여성들은 많이 뒤처져 있다. 카불 여성들은 밖에 나가 열심히 일하기도 하지만 우리 마을 여성들은 그러지 못한다. 교육과 지식에 접근할 기회조차 봉쇄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머니테크] 축의금도·물건 살 때도 ‘고향사랑상품권’…어머! 이건 꼭 써야 해

    [머니테크] 축의금도·물건 살 때도 ‘고향사랑상품권’…어머! 이건 꼭 써야 해

    복지포인트 30%까지 지급 현금처럼 쓰고 할인받아 정기구매 땐1~3% 추가 적립 모바일 사용 법 개정도 검토지방공무원 A씨는 최근 발행량이 늘고 있는 ‘고향사랑상품권’에 대한 관심이 높다. 복지포인트 일부를 고향사랑상품권으로 준다는 자치단체 방침 때문이다. 최근 지역주민 사이에선 시장에 갈 때도, 축의금을 낼 때도 지역상품권을 쓴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지역상품권 이용이 활발해지면 지역경제도 덩달아 활성화된다는 연구결과도 눈여겨보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9월 지자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고향사랑상품권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에서 지방공무원에게 지급되는 복지포인트의 30%까지 고향사랑상품권으로 줄 수 있다는 방안이 발표됐다. ‘지방공무원 맞춤형 복지제도 운영기준’을 개정해 지역상품권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로,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관련 공약을 내건 바 있다. 각 지자체에선 실제 복지포인트를 지역상품권으로 지급하고 있다. 행안부에 따르면 인천 강화군, 강원 화천군, 충남 당진시·부여군 등은 지난해 초 기준 공무원 복지포인트의 10%를 지역상품권으로 주고 있다. 전남 구례군은 20%, 경남 함안군은 12%다. 복지포인트를 지역상품권으로 받는 공무원 입장에선 실제로 어떤 혜택이 있는지 관심이 높다. 각 지역에서 현금처럼 쓰이는 지역상품권으로 물건을 사면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지자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0.5~10% 내외의 할인이 적용된다. 명절을 앞두고 10% 정도 할인 혜택을 주는 지자체도 꽤 있다. 이 경우 지역상품권으로 1만원어치 상품을 사면 최대 1000원을 할인받아 9000원만 내면 된다. 상품권을 정기 구매하면 지자체에 따라 1~3%를 포인트로 추가 적립해 준다. 1만원권 기준 100~300원 정도 이득이다. 쌓인 포인트는 일정 금액이 되면 상품권으로 바꿀 수 있다. 상품권 3만원당 경품권을 주는 지자체도 있다. 지역상품권 이용이 활성화돼 있는 강원 양구군은 정기적으로 ‘양구사랑상품권 군민경품대축제’를 열어 상품권 구매자 대상으로 경품을 준다. 지역공무원에게도 참여할 수 있는 경품권이 지급된다. 지난 2월 열린 행사에서 소형차, 골드바, 가전제품이 경품으로 주어졌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행안부 용역을 받아 진행한 ‘고향사랑상품권의 경제적 효과 분석 및 제도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상품권이 지역 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행안부는 지역상품권을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모바일 환경에서도 쓸 수 있도록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법 개정도 검토하고 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유아인, 전종서, 스티븐 연의 비밀스럽고 강렬한 이야기…‘버닝’ 티저 예고편

    유아인, 전종서, 스티븐 연의 비밀스럽고 강렬한 이야기…‘버닝’ 티저 예고편

    이창동 감독 연출작 ‘버닝’ 티저 예고편이 공개됐다. 영화 ‘버닝’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공개된 예고편은 유아인을 비롯해 할리우드 스타 스티븐 연, 신예 전종서 등 젊은 배우들의 조합이 눈길을 끈다. 특히 “이제 진실을 얘기해봐”라는 대사는 영화의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스토리를 궁금케 한다. 극중 유아인은 사랑하는 여자를 둘러싼 수수께끼를 풀고자 노력하는 순수하고도 예민한 주인공 ‘종수’ 역을 맡았다. 또 오디션을 통해 발탁된 진종서는 종수의 고향친구이자 그가 사랑하는 여자 ‘해미’ 역을 맡아 미스터리한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 미드 ‘워킹 데드’ 시리즈와 영화 ‘옥자’ 등 할리우드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배우 스티브 연이 미스터리한 남자 ‘벤’ 역을 맡아 기대를 모은다. 이창동 감독은 “스티븐 연이 갖고 있는 밝고 신비한 매력이 ‘벤’ 캐릭터와 묘하게 어울린다고 생각한다”라고 캐스팅 의도를 밝힌 바 있다. 영화 ‘버닝’은 5월 개봉 예정이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시진핑과 밤샘 우정’ 왕치산 49년 흘렀어도 시자쥔 핵심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시진핑과 밤샘 우정’ 왕치산 49년 흘렀어도 시자쥔 핵심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집권 2기가 지난해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 이어 지난달 20일 폐막된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끝으로 지도부 인선이 마무리되면서 공식 출범했다. 중국 정가의 태자당(최고위 관료의 자제 출신)과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상하이방(장쩌민 전 주석이 이끄는 상하이지역 파벌) 등 3개 파벌이 분점하던 집권 1기와 달리 집권 2기는 시주석의 최측근 인사그룹인 시자쥔(習家軍)이 요직을 장악해 독주 체제를 갖춘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이번 전인대는 국가주석의 연임 제한을 없애고 시진핑을 유임시켜 장기 집권의 길을 터 주는 한편 왕치산(王岐山) 전 당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국가부주석으로 선출했다. 시 주석은 반대와 기권 없이 만장일치로 국가주석에 연임됐고 왕 부주석도 반대 1표만 나오는 등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시 주석 ‘애장’(愛將)으로 알려진 리잔수(栗戰書) 전 당중앙판공청 주임이 서열 3위의 전인대 상무위원장으로 뽑혔고, 시 주석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류허(劉鶴)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이 부총리에 선임됐다. 왕양(汪洋) 전 부총리는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전국위원회 주석, 한정(韓正) 전 상하이시 당서기는 상무부총리에 선출됐다. 반면 공청단파의 수장격인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가까스로 유임됐지만 공청단 출신이 대거 몰락하는 바람에 정치적으로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는 신세로 전락했다.특히 ‘7상8하’(67세 유임, 68세 은퇴) 연령제한 규정 때문에 물러났던 왕치산은 화려하게 국가부주석으로 복귀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시 주석 집권 1기 때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을 비롯해 링지화(令計劃) 전 통일전선공작부장 등 거물 정적들을 쳐내는 등 반부패 운동을 주도하면서 시 주석의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한 일등공신이다.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서 태어난 왕 부주석은 1969년 산시(陝西)성 옌안(延安)에 하방됐다. 이곳에서 시 주석을 만나 같이 하룻밤을 보내는 등 깊은 우정을 나눴다. 산시성 시베이(西北)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그는 산시성 박물관에서 일하다 사회과학원 근대역사연구소를 거쳐 당중앙서기처 농촌정책연구실 경제 간부로 공직에 첫발을 내디뎠다. 농촌 문제 전문성을 인정받은 왕 부주석은 이번엔 금융 분야로 넓혀 중국농촌신탁투자공사 총경리, 중국건설은행 부행장, 중국인민은행 부행장 등을 역임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발하자 당시 주룽지(朱鎔基) 총리의 부름을 받아 광둥(廣東)성으로 달려가 광둥국제신탁투자공사 등의 파산 사태를 깔끔하게 처리해 위기를 넘겼고 2003년에는 사스(중증호흡기증후군) 창궐로 혼란에 빠진 베이징의 사태를 원만하게 수습해 ‘해결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준비를 진두지휘한 그는 경제금융 담당 부총리로 재임하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해 4조 위안(약 684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재정 지출을 주도해 이를 극복하는 등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보수파 원로 야오이린(姚依林) 전 부총리의 사위로 시 주석과는 같은 태자당(太子黨) 출신이다. 위기관리 능력과 정책 실행력이 뛰어나 대미 외교와 금융, 반부패 등 폭넓은 분야에서 강한 카리스마를 드러낼 전망이다. 집권 1기가 ‘시진핑·리커창’ 체제라고 불렸다면 집권 2기가 ‘시진핑·왕치산’ 체제라고 불리는 이유다.외교의 최고 사령탑은 중앙외사공작위원회가 맡는다. 이번에 개편된 외사공작위는 당대외연락부와 중앙외사공작영도소조의 기능을 통합한 당 기구다. 중국 외교정책의 전체 기조와 부문 간 협의 등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여기에 실무를 담당하는 외교부를 지도하는 역할도 맡아 명실상부한 최고 외교기구로 등장했다. 외사공작위의 인선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시 주석과 왕 부주석이 각각 위원장과 부위원장에 오르고 양제츠(楊潔) 전 국무위원이 비서장에 오를 전망이다. 경제 라인은 미 하버드대 출신 류허 부총리와 일리노이대 경제학 박사 출신의 이강(易綱) 인민은행장으로 확정돼 유학파 출신 학자형 관리로 구성됐다. 군부 인사의 장악도 두드러진다. 국방부장 겸 국무위원에 웨이펑허(魏鳳和) 로켓군사령관이 선출됐다. 중앙군사위는 시 주석을 정점으로 부주석에 유임된 쉬치량(許其亮)과 장유샤(張又俠) 전 장비발전부장, 위원에 웨이 부장, 리쭤청(李作成) 연합참모부 참모장, 먀오화(苗華) 정치공작부 주임, 장성민(張升民) 군사위 기율위 서기로 꾸려졌다. 웨이의 국방부장 임명은 시 주석의 군권 장악이 완성됐다는 것을 뜻한다. 그는 2012년 시 주석이 당총서기 취임 직후 단행한 첫 장성 인사에서 상장(上將·대장)으로 승진했다. 시 주석이 당시 웨이 부장만을 위한 상장 승진식에 직접 참석했을 만큼 그가 총애하는 인물로 꼽힌다. 리 참모장은 2012년 ‘싸워서 이긴다’는 시 주석의 군사철학에 따라 승승장구한 인물이다. 먀오 주임은 푸젠(福建)성 샤먼(厦門)의 31집단군에서 근무할 당시 시 주석과 인연을 맺었다. 새로 선출된 장 부주석은 그와 같은 태자당 출신이고 시 주석의 군부 측근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장 부주석의 부친 장쭝쉰(張宗遜) 상장은 시 주석의 부친 시중쉰(習仲勳)의 산시성 고향 친구이자 혁명시기 야전군 전우였다. ‘중국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로 불리는 국가안전위원회 수뇌부도 시 주석을 정점으로 새로 짜였다. 신장(新疆)위구르와 시짱(西藏·티베트)의 주권과 영토 문제, 사이버 공격, 반체제 활동 등 중국 안전에 관한 정보 수집과 대응을 위해 옛소련 ‘국가보안위’(KGB)와 유사한 체제로 꾸려졌다. 리잔수 상무위원장이 국가안전위 부주석을 겸임하고 시 주석의 정치비서 출신인 딩쉐샹(丁薛祥) 당중앙판공청 부주임이 안전위 판공실 주임을 맡을 예정이다. 실무 책임자인 판공실 부주임에는 류수칭(劉述卿) 전 외교부 부부장의 아들인 태자당 출신 류하이싱(劉海星) 전 외교부 부장조리가 임명됐다. 시 주석의 측근 인물들로 안전위 진영이 꾸려지면서 시진핑 ‘1인 체제’를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새 권력기관으로 자리매김한 국가감찰위원회도 자오러지(趙樂際) 당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겸임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왕 부주석의 측근으로 알려진 양샤오두(楊曉渡) 감찰부장이 초대 주임으로 선출됐다. 지방정부는 수장도 ‘시자쥔’ 일색이다. 허난(河南)성 당서기에는 왕궈성(王國生) 칭하이(靑海)성 당서기가 이동했고, 칭하이성 당서기에는 왕젠쥔(王建軍) 칭하이성장이 승진했다. 왕 당서기는 양회(전국인대와 정협)에서 티베트인들이 시 주석을 ‘활보살’(活菩薩·살아 있는 보살)로 여기고 있다는 말로 화제가 된 인물이다. 쓰촨(四川)성 당서기는 펑칭화(彭淸華) 광시(廣西)좡족자치구 당서기가, 광시자치구 당서기에 루신서(鹿心社) 장시(江西)성 당서기가 각각 이동하고 장시성 서기에는 류치(劉奇) 장시성장이 승진했다. 펑 당서기는 ‘시진핑 핵심’을 처음 건의해 시 주석의 눈에 들었고 루와 류 당서기는 그의 저장(浙江)성 인맥인 ‘즈장신쥔’(之江新軍)에 속한다. 왕원타오(王文濤) 산둥성 지난(濟南)시 당서기가 자연자원부장으로 옮긴 루하오(陸昊) 헤이룽장(黑龍江)성장의 후임인 대리성장에 임명됐다. 왕 성장은 시 주석이 상하이 당서기 재직 당시 상하이시 황푸(黃浦)구 구장을 지내며 그를 보좌했다. 즈장신쥔의 대표주자인 천이신(陳一新)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 당서기도 중앙정법위원회 비서장으로 옮겼다. 시 주석의 저장성 당서기 시절 성 부비서장과 판공청 부주임, 정책연구실 주임을 맡아 비서 겸 책사 역할을 했다.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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