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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금융위기 5년 (하)] “고용 늘릴 창조경제 모델 만들고 성장 이끌 정부주도 정책 긴요”

    [글로벌 금융위기 5년 (하)] “고용 늘릴 창조경제 모델 만들고 성장 이끌 정부주도 정책 긴요”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됐던 글로벌 금융 위기. 유례가 없을 만큼 무겁고 광범위한 공포의 장막을 전 세계에 드리웠던 5년 전의 위기는 사회주의가 사라지고 자본주의로 합일화된 21세기 지구촌에 엄중한 질문을 던졌다. 과연 자본주의는 이 상태로 지속 가능할 것인가, 자본주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인가 또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여기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과 정승일 복지소사이어티 연구위원이 만났다. 대담은 지난 6일 오전 9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의 강 의원 방에서 진행됐다. [위기의 원인] 강석훈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 위기가 시작됐을 때, 1930년대 대공황의 충격을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죠. 결과적으로 그런 충격은 없었습니다. 밖에서 보기에는 비교적 빠르게 안정을 찾은 것이지요. 그러나 내재된 문제들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리먼 사태 이전부터 자본주의 경제의 두 개 축인 ‘성장’과 ‘분배’는 모두 도전을 받고 있었습니다. 금융 중심의 성장 구도는 금융 버블(거품)을 만들었고, 거품이 꺼지면서 어떻게 성장을 모색해야 하나 방황하는 중이었죠. 미국의 일부 소득지표는 1920년대 수준으로 돌아갔습니다. 현재 세계경제는 새로운 성장의 해법도, 악화되는 소득분배를 완화할 방법도 찾지 못한 상황입니다. 정승일 현재 세계경제는 말 그대로 어정쩡한 상태입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성장에 큰 문제가 없었는데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성장이 정체됐습니다. 누구도 미래에 대한 명확한 답을 못 찾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인간의 얼굴을 한 따뜻한 자본주의를 만들자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이른바 ‘자본주의 4.0’을 만들자는 건데 시장 만능주의가 중시되던 신자유주의(자본주의 3.0)를 벗어나 과거 케인스주의(자본주의 2.0)의 장점을 덧붙이자는 겁니다. 결국 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리자는 것이 핵심 내용입니다. 강 저는 자본주의 4.0을 시장과 정부가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합니다. 현재 전 세계는 새로운 자본주의의 룰을 찾아 헤매는 과정에 있습니다. 다만 글로벌 금융 위기를 통해 우리가 배운 것은 정부의 재정 지출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없으며 경제 거품을 만들게 된다는 겁니다. 정부가 아무리 지출을 늘려도 시장의 뒷받침 없이는 성장의 한계를 만나게 됩니다. 정 지금 세계는 신자유주의가 보여 주었던 시장 만능주의의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금융 부문은 규제를 늘리고 보완하자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장과 분배 모두가 안 되는 불안한 상황이고 경제는 활력을 잃었습니다. 성장의 축은 기업 투자입니다. 케인스주의가 탄생한 1930년대에도 기업은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안 했습니다. 그래서 기업 투자를 잡는 불확실성을 정부가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 케인스의 주장입니다. 또 저성장 국면에서는 소비가 줄기 때문에 정부의 지출이 늘어야 합니다. [자본주의와 분배정의] 강 글로벌 금융 위기는 사실 따지고 보면 정부의 재정적자와 저금리 기조에서 촉발됐습니다. 새로운 자본주의 패러다임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출 증대보다는 민간의 투자가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있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등장해 과잉 생산에 나서면서 선진국 기업들의 투자 분야가 줄고 있습니다. 또 세계화의 진행으로 임금을 주고 물건을 생산하는 제조업보다는 자본을 투입하는 게 상대적으로 비용이 더 적어졌습니다. 그렇다 보니 기업들의 투자와 일반 국민경제의 관련이 크게 낮아졌습니다. 투자 프레임보다는 창조경제와 같이 무형자산 투자나 혁신 프레임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정 글로벌 금융 위기의 영향은 복지에서도 크게 나타났습니다. 선별적 복지보다는 보편적 복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훨씬 힘을 받게 된 거죠. 강 소득분배의 악화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에 커다란 이슈가 됐습니다. 소득분배 구조가 열악해진 데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우선 인구구조의 고령화입니다. 기술의 진보로 고학력·고숙련자의 필요성은 높아지고 저학력·저숙련자의 필요성은 낮아졌습니다. 세계화에 대한 적응 정도에 따라 계층이 나뉘었고 금융이나 의료 등 서비스업이 발전하면서 임금 격차가 더욱 커졌습니다. 한마디로 고용을 통해 경제 성장의 혜택이 모두에게 전달돼야 하는데 이 효과가 약해진 겁니다. 정 리먼 사태 때 저는 국제통화기금(IMF) 신탁통치로 이어졌던 1997년 외환위기가 떠올랐습니다. 5년 전 미국을 보면서 “너희도 터지는구나” 하는 쾌감도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외환위기 때 IMF나 미국은 정경유착, 국가주도 경제 등 우리나라의 내재된 문제들을 원인으로 지적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한국이라는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와 금융시장이 가진 문제도 컸던 셈입니다. 외환위기 당시 IMF는 우리나라 정부가 개입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시장에 자율회복 기능이 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은 5년 전 위기가 터지자 곧바로 개입을 했습니다. 골드만삭스, 씨티그룹까지 파산할 위기였으니까요. 이제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고 금융시장을 규제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게 됐습니다. 강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미국은 저금리를 통해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는 방식으로는 경제 성장이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알려 주었습니다. 또 2010년 유럽발 금융 위기는 재정이 약한 나라부터 위기가 현실화된다는 것을 알려 주었죠. 재정이 튼튼해야 하며, 저금리 성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학습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세계가 움츠릴 때 밖으로 도약하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또 경제와 사회가 떨어질 수 없다는 것도 배웠죠. 대기업들도 사회와 공존하지 않고 기업의 이익만 챙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더욱 명심했으면 합니다. 정 저금리 정책이 금융 버블을 만들었지만 저금리 정책의 이유도 잘 따져 봐야 합니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2000년대 초반부터 저금리 정책을 편 것은 연준의 임무가 물가 상승 방지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 정보기술(IT) 버블이 꺼지자 ‘고용 없는 성장’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금리를 올리면 기업 투자가 줄고 고용도 감소합니다. 당시 미국 기업들은 종업원을 줄이는 구조조정으로 주주들의 환심을 사 주가를 높였습니다. 물건 값은 싸지만 직원들은 최저임금을 받는 이른바 ‘월마트 자본주의’도 등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업의 장기 투자가 사라졌습니다. ‘정부의 손’이 필요해진 겁니다. [고용없는 성장의 해법] 강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문제는 구조조정이나 가격조정 등 고통을 감내하는 방식이 아니라 돈을 푸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그 돈을 언제 거두느냐가 문제가 됐습니다. ‘고용 없는 성장’의 핵심 이슈는 고용이 성장과 분배의 고리로서 역할을 해 주느냐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성장이 곧 고용 증가였습니다. 이제는 사람이 아니라 기계를 가져다 주는 투자를 합니다. 투자 지표는 올라가는데 고용은 늘지 않습니다. 단순 투자가 아니라 고용을 유발하는 투자를 장려해야 합니다. 정 고용 없는 성장으로 성장의 열매를 모두가 나누지 못하는 상황은 상당히 심각한 것입니다. 자본주의가 지난 200년간 유지된 것은 부자의 탐욕이 투자로 연결되고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가질 수 있어서였죠. 사람들이 ‘고용 창출’ 때문에 자본주의를 용인했는데 이제는 그럴 만한 이유가 사라진 겁니다. 고용 없는 성장의 이유 중 하나는 ‘주주자본주의’입니다. 제조업을 경시하고 서비스업을 중시하면 고소득 서비스업이 조성될 것 같았지만 경제 버블만 일어나고 질 좋은 일자리는 늘지 않았습니다. 경제가 주저앉은 아일랜드나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가 대표적입니다. 결국 글로벌 금융 위기는 금융을 중심으로 성장을 하자는 환상을 버리게 했습니다. 금융은 중개 기능만 하면 된다는 거죠. 강 고용 없는 성장은 사실 주로 선진국의 고민입니다. 베트남만 가도 아직 봉제공장투성이니까 말입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경제 상황은 신흥국에 가까운데 고용 없는 성장은 선진국과 같다는 점입니다. 정 가장 좋은 창조경제는 제조업이라고 봅니다. 제조업은 연구개발(R&D) 집약형 사업입니다. 제조업에서 10조원을 투자하면 통상 5조원은 설비투자고, 5조원은 R&D 투자입니다. R&D 인력이 늘어나니 ‘고용 있는 성장’입니다. 창조경제를 얘기할 때 우리나라가 선진국을 추격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주항공, 제약산업, 생명공학 등 선진국의 기술 수준을 따라잡는 포스트 캐치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도 정부의 도움을 받아 R&D 인력을 늘렸고, 우주항공과 제약 산업을 키웠습니다. 이런 사업은 투자 10년 후에야 이익을 얻을 수 있어 기업 스스로 하기는 힘듭니다. 강 하지만 우주항공 등의 분야는 선진국의 자국 산업 보호주의가 강하고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도 생길 수 있습니다. 시도는 해야 하지만 고민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박정희 시대 ‘한강의 기적’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영·미식 경제구조를 실험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유럽식 복지 제도를 실험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의 방식에 가까울 겁니다. 반면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선진국의 시스템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구나’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미 많이 따라했습니다. 한국형 자본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선별적 복지도, 보편적 복지도 한쪽만 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어떻게 조정해 한국형으로 만드느냐가 중요합니다. 정 글로벌 금융 위기로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말이 사라졌죠. 선진국이 전부라는 생각이 사라진 겁니다. 이 글로벌 금융 위기는 2011년 금융기업의 탐욕을 꾸짖는 반월가 시위로 이어졌습니다. 세계적으로 경제에 공정한 룰을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경제민주화] 강 반월가 시위가 우리나라에 미친 영향이 아주 크지는 않았죠. 하지만 경제민주화 논의로 이어졌다는 점에서는 다리 역할을 했습니다. 그간 재벌들은 새 시장을 개척하고 고용 창출을 많이 했습니다. 반면 2000년대 후반부터 안전한 투자에 집중해 왔습니다. 결국 동네 상권까지 진출하니까 경제민주화 얘기가 나온 겁니다. 대기업은 자본뿐 아니라 인재도 집중됩니다. 해마다 유능한 인재들이 대기업으로 몰려갑니다. 돈과 사람이 있으니 그 힘은 막강합니다. 문제는 어떻게 사회와 어우러지는 대기업을 만드느냐는 것입니다. 정 재벌 가족과 재벌 기업은 따로 떼어서 생각해야 합니다. 대기업들이 이익을 내서 신규 사업에 진출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내부거래 규제를 다소 풀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기업들이 우주항공 등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사업에 진출할 상황을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1년 내에 이익이 안 나는 부서는 바로 정리합니다. 강 경제민주화 원칙은 대기업의 투자는 보장하되 대기업 사주의 사익편취 행위는 막겠다는 겁니다. 향후 몇 년간은 고령화, 중국경제 대응, 남북 통일 등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감안한 새로운 자본주의를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인구구조는 고령화되고,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국이 한국을 앞서 나갈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계속 떨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겁니다. [성장동력의 해법] 정 저는 과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같은 새로운 플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박근혜 정부는 시장 위주의 철학을 과감히 되돌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시장 얘기를 많이 하죠. 현재 많은 사회적 논쟁은 향후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일정표가 없어서 생기는 것들입니다. 복지 논쟁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세수가 부족해 못 한다면 언제 복지정책을 어떻게 진행할지 알려 주면 됩니다. 기업들도 투자 리스크가 상당히 줄어듭니다. 강 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가 정말 시장에 의존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정부가 개입했던 부분도 많았습니다. 또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정부 역할의 강화가 있었지만 모든 분야에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금융 분야는 분명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졌지만 정부가 산업계획까지 이끌 능력과 정책 수단이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1년 단위의 계획도 경제의 변화로 잘 맞지 않습니다. 또 5년 이후의 장기 플랜은 다음 정권이 할 일이라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사람들을 설득하기 힘듭니다. 정 분명히 성장을 다시 살려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은 2만 달러 정도이고, 미국은 4만 달러입니다. 산술적으로 미국을 따라잡으려면 6~7% 성장을 해도 30년이 걸립니다. 더 노력해야 합니다. 우선 정부의 지출을 늘려야 합니다. 둘째, 분배 위주의 복지국가로 가야 합니다. 셋째, 투자 주도의 성장을 해야 합니다. 기업이 사내에 잔뜩 쌓아 놓고 있는 유보금을 쓰도록 하는 방향의 규제가 필요합니다. 규제를 완화하느냐, 강화하느냐가 아니라 규제의 방향이 중요한 것이죠. 수출 쪽은 기업 규제를 풀고 내부 서비스 진출은 규제를 강화해야 합니다. 진행 김태균 경제부장 정리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강석훈 의원은 ▲1964년 경북 봉화군 출생 ▲서라벌고-서울대 경제학과-미 위스콘신매디슨대 경제학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금융·패널팀장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1997년~) ▲한국재정학회 이사(2003~2006년)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2009년) ▲제19대 국회의원(서울 서초구을)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 ■정승일 연구위원은 ▲1961년 서울 출생 ▲장충고-서울대 물리학과(중퇴)-베를린 자유대학 정치경제학 박사 ▲국민대학교 경제학부 겸임교수(2004년 9월~2006년 8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2004년 9월~2011년 1월)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위원, 사회민주주의센터 공동대표(2011년 2월~) ▲‘쾌도난마 한국경제’ 공저(2005년)
  • 다시 행원 된 엄마들 “일 그 자체로 설레죠”

    다시 행원 된 엄마들 “일 그 자체로 설레죠”

    분명 모두 처음 만났는데 5분이 지나지 않아 여고 동창들처럼 수다를 떨었다. “어머, 어머”, “아이구~ 고생했겠다”는 추임새가 곁들여졌다. 기업은행의 반일제(半日制) ‘엄마행원’ 이광희(가운데·45), 김희정(왼쪽·44), 김명진(오른쪽·38)씨는 은행에서 일하다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둔 공통된 경험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며 “합격한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을 지난 6일 서울 중구 을지로 은행 본점에서 만났다.기업은행은 지난 2일 은행권 최초로 반일제 정규직 행원 110명을 뽑았다. 과거 은행에서 근무했지만 출산이나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하루 4시간만 일하는 준정규직으로 채용한 것이다. 정년이 보장되고, 복지도 정규직과 같은 수준이다. 이씨는 “주변에서 ‘신 위의 직장’이라고 부러워한다”면서 “일도 하고 육아·가사도 할 수 있는 엄마에게 최고의 일자리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은행 남대문지점에서 아들에게 ‘눈물 젖은 짜장면’을 먹이다가 둘째를 낳으며 결국 일을 그만뒀다. 당시 세 살이던 아들을 어린이집에서 데려다 창구 옆자리에 앉혀놓고 짜장면을 시켜주곤 했다. 이번에 15년 만에 은행 현업으로 ‘컴백’을 했다. 이씨는 “아이를 키워줄 사람이 없어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할 수 없었다”면서 “지금의 환경도 당시와 크게 달라진 점이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신한은행에서 외환업무를 담당했던 김희정씨의 사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외환은행 출신인 김명진씨는 “둘째까진 어떻게든 버텼는데, 셋째를 낳으니까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나이 들어서 손자들을 키우느라 고생하는 친정 엄마한테 미안한 느낌은 오직 딸만이 알 수 있다”면서 “결국 주변의 희생이 없으면 육아가 불가능한 우리나라의 현실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들은 일을 그만둔 뒤 몸은 편했지만 마음은 아팠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김명진씨는 “입행 동기들은 과장이 됐는데 나는 아줌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났다”고 했다. 김희정씨도 “그만둔 지 몇달 지나지 않아 우울증이 왔다. 육아에 전념하고 싶은 마음에 그만뒀는데,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를 더 잘 키우는 것도 아니더라”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26일부터 일선 지점에 배치되는 이들은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크다. 돈 버는 것도, 주변에서 인정해 주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게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이씨는 “다른 은행들도 우리 같은 엄마 행원을 많이 뽑을 수 있도록 우리가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희정씨는 “제 주변의 엄마들을 보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다들 일할 의지가 많다”면서 “고학력에 경력도 화려하지만 좀체 일할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강남, 강북보다 장수度 높다

    강남, 강북보다 장수度 높다

    서울 강남에 강북보다 ‘장수 커뮤니티’가 37%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수 커뮤니티는 65세 노인 5명 중 1명(20%) 이상이 85세를 넘은 곳이다. 장수 커뮤니티는 주택을 보유하고, 학력이 높고, 대가족인 특징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희연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의 ‘서울 장수 커뮤니티의 시·공간적 변화 및 특성’ 보고서를 4일 열리는 ‘제1회 국가통계 개방·이용 확산대회’에서 발표한다. 200가구가 1개 커뮤니티로 서울을 1만 6471개 커뮤니티로 나눴다. 강남과 강북은 한강을 기준으로 나눴다. 장수도(65세 인구에 대한 85세 인구 비율)가 20% 이상인 ‘장수 커뮤니티’는 강남이 92개로 강북(58개)보다 34개(37%) 많았다. 장수 커뮤니티의 평균 교육 연수는 12.35년으로 서울시 평균(11.01년)보다 길었다. 대졸 비율은 49.63%였고, 자기 주택 보유 비율은 50.57%로 절반을 넘었다. 서울시 평균은 각각 45.36%, 41.07%였다. 2세대 이상이 함께 사는 비율이 67.03%(서울시 평균 59.33%)였다. 학력이 높고 자기 집을 소유하며, 대가족인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서울의 25개 자치구 중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종로구(12.7%), 중구(12.5%), 강북구(12.3%), 용산구(12.1%), 서대문구(11.9%) 등 강북에서 높게 나타났다. 반면 장수도가 높은 곳은 강남구(7.6%), 강동구(7.3%), 종로구(7.1%), 송파구(7.0%), 강서구(6.9%) 등 강남이 우위를 차지했다. 재정자립도, 자동차 등록 대수, 아파트 비율이 높을수록 장수도가 높았다. 이 교수는 “지난 10년간 서울의 고령 인구는 73.6% 늘었는데 85세 이상 초고령 인구는 102.3% 늘었다”면서 “도시 초고령자는 자연환경보다 공공 서비스 제공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노인 복지 정책을 세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고용 없는 성장’ 심화… 일자리 나누기 시급

    ‘고용 없는 성장’ 심화… 일자리 나누기 시급

    ‘고용 없는 성장’이 심해지고 있다. 경제 성장이 건실할 때에도 좀체 탄력을 받지 못했던 일자리 확대가 최근 저성장과 경기 부진을 타고 더욱 어려워지는 양상이다. 특히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의 고용유발 효과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등 제도 개선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1년 수출의 취업유발계수는 7.3명으로 나타났다. 2005년 10.8명보다 3.5명 줄어들었다. 취업유발계수란 해당 부문에 10억원의 추가 수요가 생길 때 직간접으로 창출되는 일자리를 사람 수로 환산한 것을 말한다. 2005년에는 휴대전화나 자동차 등 수출이 10억원 늘어나면 약 11명이 새로 고용됐는데 2011년에는 7명을 겨우 넘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소비의 취업유발계수는 19.1명에서 15.3명으로 3.8명 줄었다. 마찬가지로 소비가 10억원 늘 때 2005년에는 19명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됐지만 2011년에는 15명 정도밖에 안 된다는 뜻이다. 투자는 15.3명에서 12.0명으로 3.3명 줄었다. 소비·투자·수출을 모두 고려한 전체 평균 취업유발계수는 15.8명에서 11.6명으로 4.2명 감소했다. 허남수 한은 투입산출팀 차장은 “다른 부문보다 수출의 취업유발계수가 낮은 것은 수출을 구성하는 산업들의 계수가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2011년 기준 전기 및 전자기기 업종의 취업유발계수는 6.1명으로 평균(11.6명)의 절반에 불과하다. 2005년에는 8.3명이었다. 자동차가 포함된 수송장비업은 9.9명에서 6.8명으로 줄어들었다. 공장 자동화 등으로 예전만큼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허 차장은 “수출품 값 자체가 올랐기 때문에 금액당 필요한 인력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별로는 농림어업의 취업유발계수가 2005년 51.1명에서 2011년 36.0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서비스업은 19.5명에서 15.8명으로, 제조업은 12.2명에서 8.7명으로 각각 줄었다. 전력·가스·수도 및 건설업은 10.1명에서 6.1명으로 줄었다. 윤윤규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제가 발전하면 노동보다는 기술과 자본의 집약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취업유발계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내거나 근로시간 단축, 일자리 수요·공급 불일치 해결 등을 통해서 일자리를 늘려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학력에도 양육 등의 문제로 일을 그만둔 여성들이 다시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보육시설을 확충하고 기업들이 고용친화적으로 인적 자원을 관리하도록 유도하는 등 정부 정책이 한층 중요해졌다”고 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내수의 비중을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서비스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각종 규제의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커버스토리] 귀농귀촌 2.0시대

    [커버스토리] 귀농귀촌 2.0시대

    700만명에 이르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귀농귀촌 2.0 시대’의 문이 활짝 열리고 있다. 2001년 한 해 동안 귀농귀촌 인구는 정부의 공식 집계로 880가구에 불과했다. 2010년에도 연간 4067가구로 9년 전보다 3000여 가구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2011년에는 귀농 인구가 1만 503가구로 6400여 가구 늘더니 지난해에는 2만 7008가구로 전년보다 1만 6500여 가구 증가했다. 불과 2년 사이 귀농귀촌 인구가 6.6배 이상으로 뛴 것이다. 이들의 특징은 ‘힐링’(치유)과 ‘무욕’(無慾)으로 요약된다. 농촌진흥청이 귀농귀촌 인구 524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말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명 중 1명꼴(48.3%)로 ‘농촌 생활이 좋아서’ 농촌행을 택했다고 대답했다. ‘도시생활 실패’가 이유가 된 사람은 8.4%로 10명 중 1명이 안 됐다. 10명 중 4명(40.1%)의 학력은 대졸 이상이었다. 1억원 이상 재산을 가진 사람이 절반(55.5%)을 넘었다. 2년 전부터 충남 서천군 마성면 옥산리에서 본격적으로 유기농 농사를 짓기 시작한 최광진(59)씨는 교육공무원 출신이다. 3억원가량의 재산을 갖고 가서 이 중 1억원으로 집과 밭 1000평을 구입했다. 80년 된 주택은 새롭게 단장했다. 최씨의 고향은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논밭을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어릴 때 기억을 밑천 삼아 귀농을 선택했다. 봄과 여름에는 콩을 심고, 가을이면 배추, 겨울에는 마늘과 양파 농사를 짓는다. 월 소득은 100만원 선. 최씨는 “돈을 벌려는 마음은 처음부터 전혀 없었다”면서 “자연을 즐기며 남은 생을 건강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그의 별명은 배가 불뚝하다고 해서 ‘금복주’였다. 이제는 여름이면 에어컨 대신 산들바람을 맞고, 기름진 저녁 회식 대신 야채와 과일을 먹는다. 배는 쑥 들어갔고, 얼굴에 화색이 돈다. 처음에는 영화관·미술관 등 문화시설이 없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그는 “지내다 보니 시골 생활은 대자연이 곧 영화관”이라면서 “텃밭에 화초를 키우면서 겨울 눈꽃까지 포함해 사철 내내 좋은 문화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귀농에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우선 갑작스러운 농사는 몸에 큰 무리를 준다. 시골 생활의 고요함을 외로움으로 받아들여 도시로 돌아가는 ‘역(逆)귀농’을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원주택에서 여유롭게 산다는 상상만으로는 농촌 생활에 적응할 수 없다”면서 “생계 곤란이나 지역민과의 갈등으로 역귀성을 하는 경우가 전체 귀농귀촌 인구의 20~30%에 이른다”고 말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中남성과 결혼 한국女 10년간 10배 증가,왜?

    지금까지는 중국인 여성이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남성과 결혼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많은 중국인 남성이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이나 한국과 같은 중국 주변 국가에는 중국과 관계있는 기업이 많기 때문아 외국인 여성이 중국 남성과 만날 기회가 늘고 있다고 환추스바오(環球時報)가 18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10년 전과 비교해 중국인과 결혼하는 한국 여성의 수가 약 10배 증가했다. 한 한국인 여성은 “중국 남성은 한국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정하고 가정적인 것 같다. 특히 결혼 후에도 가정에서 여성의 위치가 높다”며 중국인 남성과 결혼하고 싶어하는 이유를 밝혔다. 한국 외에도 일본이나 싱가포르, 러시아 등에서도 중국인 남편과의 결혼을 희망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이들 여성은 대부분 고학력자로 업무 등을 통해 중국인과 접촉할 기회가 많으며, 대상이 되는 중국인 남성은 화이트칼라 직종을 가진 사람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선미 인턴기자 j2629@seoul.co.kr
  • [김희옥 생각과 실천] 교육강국의 빛과 그림자

    [김희옥 생각과 실천] 교육강국의 빛과 그림자

    팔월 폭염의 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닳아 오른 오후의 햇볕은 쇠뿔도 녹일 태세다. 염천 무더위에 전력까지 부족하다. 각급 학교는 개학도 늦추고 있다. 30여명의 학생들이 모여 앉은 교실 안은 40도를 오르내린다. 연신 흘러내리는 땀을 닦느라 교사도 학생도 수업 집중이 되지 않는다. 노자가 이르기를 “천지불인”(天地不仁)이라… 자연은 인자하지 않다는 뜻이겠는데, 이는 사람이 견디기 힘든 혹독한 환경에 한정해서 이르는 말은 아니다. 자연의 이법은 개개의 사물에 차별적으로 작용하지 않으니, 비록 환경이 어렵다 해도 그것을 탓하기보다는 적응하고 이겨내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풀어본다. 그렇지 않은가. 불볕더위 아래서도 들판의 오곡백과는 옹골차게 영글어 간다. 또 그만큼은 인간사회에도 결실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즈음 대학가는 후기 졸업식이 한창이다. 뜨거운 여름 태양이 가을의 풍성한 수확을 예비하듯 삶의 온갖 어려움은 청년들을 오히려 성숙시킨다. 우리 학생들은 청춘을 바쳐 열심히 살아온 증표로 학위증을 받는다. 온 가족이, 일가친지와 친구들이 찾아와 불볕더위 아래 함께 축하해준다. 그 순간, 주인공은 물론 주변에 모인 사람들이 다 눈부시다. 모두가 승리자이고 함께 축하받아 마땅한 인생 무대 위의 명배우들이다. 한낮의 강한 태양 아래서 보면 대학의 졸업식은 개인의 영광과 결실이기도 하지만 사회 최고학력의 탄생 현장이기도 하다. 학교의 독특한 전통인 학통이 이어지고 나아가 국가의 지식문화 콘텐츠가 두터워진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대학진학률이 최고 수준에 이른다. 불과 한 세기 전 제국주의의 침탈로 국권을 빼앗긴 나라, 60년 전엔 동족전쟁으로 세계 최빈국이었던 나라가 이제 어엿한 교육강국이 된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서늘한 그늘에 들어와 찬찬히 살펴보면 교육강국의 이미지는 약화되고 만다. 경기불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탓인지 올 상반기 청년실업 지표는 최근 10년 내 가장 나쁘다. 청년 취업자는 지난해보다 10만명 정도가 줄어든 376만 7000명이다. 게다가 전체 취업자 중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율 역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15.2%. 지난 10년 중 최저치다. 대졸자가 고졸자보다 취업이 안 되는 역설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사태가 이렇다 보니 교육부는 대학의 취업률을 평가와 지원의 중요한 지표로 활용한다. 이는 이명박(MB) 정부 때부터 시행되어 온 것으로, 대학이 자체적으로 학생들의 취업 지도에 힘쓰라는 뜻이겠다. 그러지 않아도 취업이 잘되지 않는 예술 및 인문학 분야가 자체적으로 구조조정될 움직임을 보이자 현 정부는 서둘러 이 분야를 취업률 통계에서 제외하기도 한다. 국정 어젠다의 핵심 개념인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위해서는 인문학의 기초와 창의적 상상력이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에 ‘창조경제를 견인할 창의인재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창의인재 육성 방안의 근간에 창업교육이 있다. 창업은 취업의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한 대안임에 분명하다. 청년실업이 나날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 마련하는 새로운 일자리’는 현실적인 방책이다. 그러나 창업은 수많은 실패를 자연스럽게 수용할 줄 아는 제도와 문화가 정착되지 않고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20대 창업의 경우 10명 중 9명이 실패했다는 통계도 있다. 정부는 창업진화형 교육·연구 생태계 조성사업에 힘쓰고 있지만 생태계의 안정적 순환은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1997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하여 부가가치가 300조원을 넘어선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롤링은 가난에 시달리며 끼니를 걱정해야 했던 이혼녀였다. 그녀는 이제 영국 ‘창조경제’의 핵심 아이콘이다. 패자 부활의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풍토가 이를 가능하게 했다. 교육강국의 빛, 여기를 세밀하게 비춰볼 필요가 있다.
  • 600명이 한우물만 판다 슈퍼그린카 ‘K’를 위하여

    600명이 한우물만 판다 슈퍼그린카 ‘K’를 위하여

    시작은 1995년이었다. 현대·기아자동차가 친환경차 개발의 시동을 걸었던 게 말이다. 지난 9일 찾아간 현대·기아자동차 남양연구소(경기도 화성)의 친환경차 연구동. 제1개발시험동 로비에 마련된 전시관 유리벽의 첫 줄에는 ‘하이브리드:1995년 FGV-1(콘셉트카)’가 새겨져 있다. 토요타가 1977년 도쿄 모터쇼를 통해 콘셉트카를 처음 소개한 이후 1997년 내놓은 세계 최초 양산 하이브리드 승용차 ‘프리우스’가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을 때 막 걸음마를 시작한 셈이다. 현대·기아차가 번듯한 하이브리드를 세상에 내놓은 건 이보다 한참 늦은 2009년. 아반떼·포르테 모델로 첫 하이브리드차량 양산 체제를 갖췄고 2년 만인 2011년 쏘나타·K5 하이브리드를 북미시장에도 내놓으며 자신감을 쌓았다. 이제 토요타의 프리우스를 추월할 꿈을 꾸며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특히 올 초부터 하이브리드차량 개발에 대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주마가편의 흔적은 일단 시설에서 나타난다. 전시관이 있는 제1연구동은 올 3월 새 단장을 거쳐 1만 3884㎡(4200평) 규모로 몸집을 키웠다. 마주보고 있는 제2연구동은 앞서 작년 8월 새로 올렸다. 5950㎡(1800평) 규모의 3층짜리 건물은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시험을 위한 실험실로만 채워져 있다. 심현성 환경차성능개발실장은 “오롯이 하이브리드·전기차 개발에만 매달린 연구원이 600명”이라며 “최근 3년간 인력이 두 배 늘었다”고 말했다. 자동차 산업의 물줄기는 친환경으로 흘러가는 추세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는 전년 대비 79% 성장해 사상 처음 100만대를 돌파, 대중화 단계에 들어섰다. 올해는 160만대 판매가 예상된다. 특히 하이브리드차는 친환경차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대세로 자리 잡았다. 현재 현대·기아차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4종으로, 쏘나타, K5, 아반떼, 포르테가 있다. 쏘나타와 K5 하이브리드의 성공을 발판으로 K7과 그랜저 하이브리드 모델을 차례로 내놓을 예정이다. 하이브리드 시장의 대형화, 고급화 추세에 맞춰 차급을 키웠다. 고학력, 중산층 이상의 소비자들 사이에서 하이브리드차를 모는 것은 지구와 자연을 지키는 의식있는 행위로 인식되고 있다. 이 같은 트렌드로 글로벌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중대형 비중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대형차의 비중은 2011년 2.2%에서 2012년 7.1%로 증가했으며, 중형은 11.3%에서 14.8%로 늘어났다. 반면 소형은 2011년 29.1%에서 2012년 26.8%로 줄어들었다. 일단 내수용으로만 판매될 K7 하이브리드에는 ‘6속 자동변속기’ 등 쏘나타 하이브리드에 적용된 모든 기술이 담긴다. 박재홍 하이브리드성능개발팀 파트장은 “일본 업체는 주로 무단변속기를 사용해 주행감이 밋밋한 면이 있다”며 “6속 자동변속기가 적용된 K7은 하이브리드의 특징인 고연비와 더불어 운전의 즐거움도 한층 높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창간 여론조사] ‘견제층’ 민주 지지자·진보 절반도 “朴대통령 국정 운영 긍정적”

    [창간 여론조사] ‘견제층’ 민주 지지자·진보 절반도 “朴대통령 국정 운영 긍정적”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잘한다”는 평가가 62%를 넘은 것은 지난해 대선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 등 이른바 ‘견제층’에서도 과반 정도가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등 고루 좋은 평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는 새누리당 지지자에서 74.5%로 가장 높았다. 또 정치적으로 보수성향이라고 답한 응답자의 72.1%, 지난해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다고 밝힌 응답자의 72.2%가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국정 운영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에서 높았다. 각각 35.3%, 34.6%였다. 진보성향(32.3%)과 중도성향(33.7%) 응답자들 사이에서도 부정적 평가가 두드러졌다. 대선에서 문 후보를 지지했다고 밝힌 응답자의 42.8%도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부정적 평가가 있었지만 민주당 지지자와 진보성향 응답자의 절반 정도는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민주당 지지자와 무당층에서도 각각 52.0%와 55.0%로 절반을 넘었다. 60%가 넘는 국정 운영 지지도가 나올 수 있었던 이유다. 또 문 후보 지지층의 47.3%가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부정적인 평가보다 4.5% 포인트가 높았다. 이는 지지자들의 변동에서도 확인된다. 박 대통령의 취임 이후 새누리당 지지자 가운데 19.2%가 예전에는 지지했지만 지금은 지지하지 않는다며 이탈했지만 민주당 지지자 25.3%가 진입했다. 또 지난 대선 때 박 후보 지지자 가운데 이탈 20.8%, 진입 10.2%로 이탈층이 더 높았지만, 문 후보 지지자 중에서는 6.7%가 이탈하고 진입은 무려 34.7%에 달했다. 특히 호남권에서 이탈층은 9.5%이지만 진입층이 27.5%에 달했다. 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배경에는 새누리당 지지자의 결집과 더불어 호남권과 민주당 및 문 후보 지지자의 이탈이 주 요인인 셈이다. 지역별로도 전국적으로 고르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지만 새누리당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영남보다 강원·제주(69.4%)와 충청권(68.7%)에서 국정 운영에 관한 긍정적인 평가 비율이 더 높았다. 대구·경북에서의 긍정평가는 63.6%로 전체 평균(62.5%)보다 1.1% 포인트, 부산·울산·경남은 64.2%로 1.7% 포인트가 더 높았다. 광주·전라의 경우 긍정적 평가는 52.1%로 가장 낮았다. 연령대별로는 연령이 높을수록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60대 이상의 긍정적 응답은 75.2%로 가장 높았고 이어 50대(71.3%), 40대(63.0%), 30대(52.3%), 20대(49.7%) 등의 순이었다.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는 저소득층과 저학력층에서 높았던 반면 소득이 높거나 고학력층에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소득별로는 하위층의 66.6%가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했지만 중위층은 60.7%, 상위층은 57.2%로 낮아졌다. 학력별로도 중졸 이하가 71.8%로 가장 높았고 이어 고졸(68.5%), 대졸 이상(58.3%), 대학 재학(52.9%) 등 학력이 높아질수록 부정적인 평가가 높았다. 에이스리서치 유인찬 연구원은 “박근혜 정부 출범 5개월이 된 시점에서 박 대통령 개인에 대한 지지층과 국정 운영에 대한 지지층이 동일시되는 정권 초기 상황의 현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CJ 리턴십 열기 ‘후끈’

    CJ 리턴십 열기 ‘후끈’

    “아이들에게 매달려 사느라 내 이름을 잊은 건 아닌지 반성합니다. 다시 한번 일에 매진해서 사회에서 인정도 받고 성취감도 느끼고 싶어요.” “경력이 단절된 주부가 재취업하기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어렵게 일자리를 얻는다 해도 가정과 일,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거의 불가능한 게 한국사회예요.” 결혼과 육아 등으로 일을 그만둔 여성들에게 재취업 기회를 주는 CJ그룹의 리턴십 프로그램에 2500명 이상이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 150명을 뽑으니 평균 경쟁률이 17대1이다. 일자리에 대한 경력 단절 여성들의 뜨거운 열망이 확인된 것이다. CJ는 “지난 8일 지원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32개 직무에 2530명이 지원했다”면서 “특히 마지막 3일간 10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고 11일 밝혔다. 지원자의 평균 나이는 39세였다. 30대가 51%, 40대가 36.6%로 30~40대 여성이 90%에 가까웠다. 50대 지원자도 다수였고 최고령 지원자는 60세였다고 CJ 측은 설명했다. 학력으로 보면 4년제 대학 이상 졸업자가 전체의 77%였다. 이 가운데 석사 이상의 고학력자가 240명(9.5%)에 달했다. CJ 관계자는 “영어, 중국어는 물론 베트남어, 스페인어, 인도네시아어 등 어학실력이 우수한 지원자가 많았다”면서 “약사, 수의사처럼 전문 자격증 보유자도 있었다”고 전했다. 리턴십은 경력 단절 여성들에게 과거 경력과 관련 있는 직무를 경험할 기회를 줌으로써 직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가장 많은 지원자가 몰린 직무는 드러그스토어 올리브영의 사무지원(총무)과 CJ오쇼핑의 패션제품 체험 컨설턴트로 200대1 이상의 치열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제일제당의 디자인과 홍보 분야도 경쟁률이 높았다. 지원자 대부분이 가정주부인 만큼 육아 및 가사와 병행할 수 있는 시간제 근로(파트타임)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시간 근무 희망자가 67.7%로, 8시간 풀타임제 지원자(32.3%)의 2배 이상이었다. CJ는 이달 중순 인성검사와 면접을 거쳐 다음 달 초 합격자 150명을 추린다. 이들은 9월부터 6주간 CJ계열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된다. 리턴십이 끝날 무렵 임원 면접을 통해 11월 초 최종 입사 여부가 결정된다. CJ는 합격하지 못한 인턴들도 경력상담을 통해 외부 취업이 가능하도록 후원할 계획이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여자가 꿈꾸는 완벽한 남자는?

    여자가 꿈꾸는 완벽한 남자는?

    세상의 여성들이 추구하는 완벽한 남성상은 무엇일까. 국내 사례는 아니지만 최근 미국에서 시행한 한 설문 조사를 통해 가늠해 볼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CBS방송 유명 시사프로그램 ‘60분’과 연예월간지 ‘베니티페어’가 최근 성인 여성 1168명을 대상으로 여성이 자신의 남자친구나 배우자로 중요하게 여기는 자질들에 관해 조사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5%가 남성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로 학식을 꼽았다. 즉 고학력자가 완벽한 남성이라는 것이다. 이어 28%의 지지율로 2위에 오른 이상형은 자신의 일에 열심인 남성이며 그다음인 27%는 ‘젠틀맨’ 즉 신사적인 남성을 선호했다. 이에 반해 인기있는 남성의 대표적인 자질로 거론될 것 같던 ‘운동 신경’은 겨우 1%의 여성 만이 최우선으로 여겼다. 이와 함께 여성이 바꾸고 싶은 남성의 결점으로는 성격이 나쁜 것과 지나친 음주 행위가 꼽혔다. 사진=자료사진(미국드라마 ‘그레이 아니토미’에 출연 중인 배우 패트릭 뎀시)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사설] ‘조로형’ 한국경제 연착륙 방안 찾아야

    우리 경제의 조로화(早老化)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 걱정이다. 경제가 일찍 늙어 간다는 것은 경제 체질이 그만큼 허약하다는 얘기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돼 선진국 진입은 요원해진다. 국가 경쟁력이 떨어져 선진국에 비해서는 기술과 품질 경쟁에서, 신흥국에 비해서는 가격 경쟁에서 각각 뒤지는 넛크래커(nut-cracker)의 덫에 갇혀서는 안 된다. 경제 활력을 되찾기 위해 근원적인 고민을 할 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중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382만 6000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15.1%에 그쳤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3년 5월 31.5%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사상 최저치다. 저출산 고령화와 청년실업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제조업의 생산 주축 연령도 30대에서 40대로 높아졌다. 올해 제조업 근로자 평균 연령은 40.4세로 10년 전 일본(2002년 40.7세)에 육박했다. 취업 구조의 급속한 고령화는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는다. 노동생산성 저하는 경제성장률 하락의 주된 원인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경제 연령은 잠재성장률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런 만큼 일자리, 특히 청년 일자리 창출 위주의 성장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60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응답한 기업의 39.5%는 신규 채용 인원을 지난해에 비해 줄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경기 침체가 주 원인이긴 하지만, 기업들의 채용 방식 변화에 따른 영향도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기업들은 불규칙적으로 진행하는 ‘비정규 채용’이나 연중 상시채용시스템을 가동하기도 한다. 경력직 채용을 선호하는 곳들도 있다. 채용 패턴 변화에 적극 대비할 필요가 있다. 청년실업의 가장 큰 원인으로 높은 대학진학률과 눈높이가 꼽힌다. 특성화고의 적극적인 육성과 함께 강소기업 확대 정책을 적극 추진해 고학력 인력을 흡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중심의 기업 생태계를 재편하는 것도 관건이라 할 수 있다. 경제민주화 관련법은 국정과제에 담겨 있는 내용 그대로 추진돼야 한다. 그럴 때 증시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새로운 블루칩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와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된 상황에서 최선으로 꼽히는 정책 대안은 여성 인력 활용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 지원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
  • 가방 끈 긴 청년 62만명… “눈높아 구직 포기”

    가방 끈 긴 청년 62만명… “눈높아 구직 포기”

    일을 하지 않는 전문대 졸업 이상의 ‘고학력 백수’가 올 들어 역대 최대로 늘었다. 특히 ‘가방끈 긴’ 청년층이 마음에 드는 일자리가 없어 아예 구직활동을 포기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이들을 노동시장으로 편입시키는 대책이 시급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6일 발표한 ‘고학력자의 사회적 낭비가 심각하다’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고학력 비(非)경제활동인구는 309만 2000명에 달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구직단념자, 취업 무관심자, 취업준비자 등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전체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대졸 이상이 18.4%를 차지해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연령별로 보면 전체 고학력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30~40대가 56.7%를 차지했다. 30대 고학력 비경제활동인구 중 86.9%, 40대 가운데는 85.2%가 여성으로, 여성의 경력단절이 매우 심각한 수준임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보고서는 “이들 여성의 36%와 48%가 일을 그만두는 이유로 육아와 가사를 꼽았다”며 “여성의 경력단절과 고용평등 문제 해결이 중대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고학력 20대 청년 무직자는 62만 9000명으로 집계됐다. 고학력 비경제활동인구 중 30대(35.7%)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비중(20.4%)을 차지했다. 이들 중 남자가 30.3%, 여자가 69.7%로 나타나 여성의 사회진출 문턱이 여전히 높음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구직을 아예 포기하는 청년층이 늘고 있어 사회적 낭비가 심각해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학력자의 생산가능인구는 2007년부터 2013년 1분기까지 연 평균 3.9% 늘었으나 구직단념자는 이보다 3배 많은 연 평균 11.5%가 늘어났다. 특히 졸업 후 일자리를 갖지 않는 전체 고학력 구직단념자 중 20대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34%나 됐다. 20대 남성의 90.6%와 여성의 87%가 “원하는 임금 수준이나 근로조건에 맞는 일거리가 없다”는 이유를 댔다. ‘눈높이’를 낮추지 못한 고학력 청년층이 사회진출을 미뤄 취업준비생의 고령화 현상도 진행되고 있다. 30대를 훌쩍 넘기고도 여전히 취업을 준비하는 고학력자는 전체 고학력 취업준비자의 22.9%를 차지했다. 또한 고학력 20대 취업준비자는 27만 9000명으로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며, 특히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청년층 취업준비자 수도 역대 가장 많은 18만 8000명이나 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광석 선임연구원은 “각 세대·계층별 고학력 비경제활동인구를 고용시장에 편입시키는 ‘경제활동인구화 정책’이 필요하다”며 “20~40대 구직자들에게 전공 및 경력에 적합한 일자리를 공급해 미스매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한 ▲20대의 사회진입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한 ‘학업·고용 연결성’ 증대 ▲30∼40대 여성을 위한 육아시설 확충과 출산휴가제 정립,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 등을 제안했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사설] 청년실업 해소, 임금 격차 축소가 관건이다

    지난 4월 말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8.4%로 전체 실업률 3.2%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그만큼 청년층의 취업난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주 ‘고용률 70%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중소기업에 장기근속한 청년들에게는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등 인센티브를 강화하기로 했다. 앞서 4월 말에는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들이 매년 청년을 정원의 3% 이상 고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젊은층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그러나 이런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청년(15~29세) 실업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가. 대학 졸업자 등 고학력 인력의 과잉 공급과 취업 준비생들의 높은 눈높이를 꼽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따른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실천으로 옮겨져야 한다. 전체 실업자 중 전문대학 졸업 이상의 대졸자 비중이 지난 2000년 30%에서 2011년에는 절반에 가까운 49.4%로 크게 높아졌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이 적잖다. 대졸자들이 노동시장의 수요 여건과는 상관없이 배출되고, 이들의 취업 눈높이마저 덩달아 상승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대학 구조조정 등을 통해 대졸 인력 공급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진학률은 2008년 83.8%에서 지난해 71.3%로 낮아졌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 56%를 훨씬 웃돈다. 관건은 학력 간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고졸 청년층과 4년제 대졸 이상 청년층의 임금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2011년 기준으로 고졸 청년의 임금 수준은 대졸 이상의 77.3%, 전문대 졸업자의 92.0% 수준이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임금 수준이 취업 눈높이의 가장 큰 기준이다. 학력 간 임금 차이가 지금처럼 벌어진 상황에서는 대학 진학에 대한 유인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고졸자들의 임금 상승을 통해 학력 간 임금 격차를 줄여야 대학 진학률도 낮출 수 있고, 중소기업의 구인난도 덜 수 있을 것이다. 기업들도 철저하게 생산성에 의해 임금을 책정하는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 정부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업무 역량을 충분히 습득할 수 있도록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 등에서 직업교육을 강화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 “방폐장, 주민동의 얻으려 1만번 넘게 만났다”

    “방폐장, 주민동의 얻으려 1만번 넘게 만났다”

    방사능 강도가 낮은 중·저준위 폐기물을 저장하는 경주방폐장을 짓는 데만도 무려 19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사용 후 핵연료에 대한 재처리 권한을 얻지 못하면 우리나라도 결국 고준위 방폐장을 건설해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내년 6월 준공을 앞둔 경주방폐장의 안전성에 대해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발이 끊이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23기의 원전을 운영 중인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사용 후 핵연료는 연간 약 700t. 울진, 월성, 고리, 영광 등 4곳의 원전단지 내에 1만 2629t(2012년 기준)의 사용 후 핵연료가 임시 저장돼 있다. 이마저도 2016년부터는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정부는 사용 후 핵연료의 관리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다음 달 중 민간 자문기구인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원전 선진국’으로 통하는 스웨덴은 사용 후 핵연료의 최종 처분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스웨덴의 방사성 폐기물 관리회사인 SKB의 스톡홀름 본사에서 만난 사이더 라우치 엔즈스트롬 부사장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사용 후 핵연료 최종 처분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더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현재 SKB는 스톡홀름에서 차로 4시간 30분 떨어진 남부 오스카르스함에서 사용 후 핵연료의 중간저장시설인 CLAB(Central Interim Storage for Spent Fuel)를 운영 중이다. 원전 10기에서 지금까지 발생한 사용 후 핵연료는 1만 2000t으로, 원전 내 저장소에서 약 1년간 저장됐다가 CLAB로 옮겨져 30여년간 냉각 과정을 거친 뒤 영구 처분장이 건설되면 그곳에 영구 매장될 예정이다. SKB는 영구 처분장 부지로 포르스마르크를 선정하고 현재 스웨덴 정부의 인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SKB가 처분장 건설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한 때는 2011년 3월 16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 불과 나흘 뒤였다. 스웨덴에서도 반대 여론이 만만찮았다. 엔즈스트롬 부사장은 “원전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주민 동의를 얻는 것이 훨씬 더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우리는 기술적인 문제를 말하는데 주민들은 ‘물을 마음대로 마실 수 있느냐’ ‘나무 열매를 따서 먹을 수 있느냐’고 묻는 등 생각이 달랐습니다. 빈 양동이에 물을 채워 넣듯 (일방적인) 설득이 아니라 대화가 필요합니다.” 그는 2만명의 인구가 사는 지역에서 주민들의 회사로, 학교로 찾아다니며 “1만번도 넘게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소도시에 살며 학력 수준이 낮은 가임기의 젊은 여성들은 원전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반면 대도시 거주, 고학력의 50대 이상 남성들은 원전에 긍정적이다. 그는 반대 목소리에 주목하는 것이 안전한 원전 기술 개발에 더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원전 문제에 있어 (찬성하는) 남성은 ‘액셀러레이터’, (반대하는) 여성은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양쪽이 조화를 이뤄야 차가 잘 굴러갈 수 있죠.” 스톡홀름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커버스토리] 활발한 사교·사회 참여 ‘골드 솔로’ 중추로 떴다

    [커버스토리] 활발한 사교·사회 참여 ‘골드 솔로’ 중추로 떴다

    “대한민국 1인 가구 453만명. 이제 혼자 사는 삶은 대세가 됐다.” 매주 금요일 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는 방송인 노홍철의 이런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이 프로그램은 혼자 사는 남성 연예인 5명의 일상을 보여 준다. 지난 17일 8.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시청자 게시판은 출연자들의 행동에 공감이 간다는 호평으로 가득하다. 음식물 쓰레기를 냄새 없이 모아 버리기 위해 냉동실에 넣어 두는 배우 김광규의 살림살이 노하우에 시청자들은 감탄을 표했다. 살림 잘하는 가수 데프콘이 결혼하라는 어머니의 구박에 시달리는 모습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는 시청자들도 많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혼자 사는 남자들에 대한 소재는 잘 안 나온 데다 이들의 실제 생활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많이 공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급증하는 1인 가구는 사회와 정치, 경제를 움직이는 거대한 집단으로 떠올랐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이미 국내 전체 가구의 4분의1을 넘어섰다. 1990년 9.0%에서 지난해 25.3%로 늘었고 2035년에는 34.3%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은 저출산과 만혼(晩婚), 이혼 등을 1인 가구 증가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1인 가구 증가 속도가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다. 미국의 경우 1인 가구 비율이 17.1%(1970년)에서 26.7%(2010년)로 9.6% 포인트 느는 데 40년이 걸렸지만 우리나라는 불과 12년 만에 16.3% 포인트가 뛰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새로운 사회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에릭 클라이넨버그 뉴욕대 교수는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라는 책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은 고독과 고립이 아닌 활발한 사교생활과 적극적인 시민사회 참여를 특징으로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고소득 독신자들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앞으로 더 막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KB금융경영연구소는 ‘솔로 이코노미 성장과 금융산업’이라는 보고서에서 “1인 가구 증가가 오래전부터 진행돼 온 유럽 및 미국의 경우 정부 정책 및 주택·식품 시장 등이 이미 1인 가구 증가에 맞춰 변화·발전 중이며, 국내는 싱글 및 1인 가구를 새로운 소비 주체로 인식하는 성장 초기 단계”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골드 미스, 골드 미스터로 불리는 고소득 미혼 남녀의 모습은 고학력·고소득자 등 일부의 모습일 뿐 독거 노인, 높은 이혼율 등이 1인 가구의 수를 증가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1인 가구 비율이 늘어나는 것은 막을 수 없는 사회적 현상이지만, 독거 노인 같은 빈곤층 1인 가구의 증가는 이와는 별개의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사설] 숫자보다는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가 관건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정부가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기로 했다. 구체적인 계획과 지원내용을 담은 일자리 로드맵을 다음 달 초 발표할 예정이다. 시간제 일자리는 주 40시간 미만 일하는 고용 형태를 말한다. 육아나 체력 등 근로자 개개인의 사정에 맞춰 근로형태도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 특히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여성 및 중고령층 인력 활용을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시간제 일자리가 나와야 한다. 우리나라의 여성 고용률(15~64세 기준)은 지난해 기준 53.5%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하위권이다. 4년제 대학을 나온 고학력 여성의 고용률도 2010년 기준 60.1%로 독일(82.8%), 미국(76.2%) 등 선진국에 한참 못 미친다. 애초 고용률 자체도 낮지만 그나마 취업에 성공한 여성들의 상당수가 출산·육아 등으로 직장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탓이 크다. 역(逆)U자 형태인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30~40대 때 가장 낮은 M자 형태다. “우리 경제가 엄마라고 외친다”라는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말처럼 고용률 70%를 위해서는 여성 인력 활용이 필수다. 경력 단절 여성 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마련하는 게 긴요하다. 명심해야 할 것은 일자리의 ‘질(質)’이 담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 시간제 일자리 하면 단순 파트타임을 떠올린다. 언제 해고될지 몰라 불안하고 임금도 박하다. 이런 시간제 일자리로는 양질의 여성 인력을 끌어들일 수 없다.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은퇴 세대도 흡수하기 어렵다. 근로시간이 적은 만큼 풀타임보다 보수는 적겠지만 최소한 고용 안정성 면에서 정규직과 차별은 받지 않아야 한다. 4대 보험 등 복지혜택도 주어져야 한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는 전체의 0.2%에 불과하다. 정부도 이를 의식해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에는 법인세와 4대 보험료를 깎아주는 등 나름의 방안을 고민하는 눈치다. 재정부담이 따르겠지만 다른 세출과의 우선순위를 조정해서라도 이를 관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만 경계해야 할 것은 70%라는 숫자에 너무 얽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전시성 성과에 매달릴 경우 국민세금만 축낸 채 질 낮은 일자리만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정부가 시간제 일자리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네덜란드와 독일도 64%였던 고용률을 70%로 끌어올리는 데 10년이 걸렸다. 그런데 이를 5년 만에 달성하겠다는 게 박근혜 정부의 목표다. ‘제2의 한강의 기적’도 좋지만 질 낮은 일자리로 메우는 70% 고용률은 의미가 없다.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 [단독] 공기업,고졸 승진 할당제 추진… 1급 관리직 나온다

    정부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공공기관에 “이 일은 대졸자 시키지 말고 고졸자에게만 시키라”고 직무 자체를 지정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고졸 채용을 늘리라고 아무리 독려해도 사정이 별반 나아지지 않은 탓이다. 그만큼 고용시장에서의 학력 차별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고졸 적합직무를 정하고 고졸자 제한경쟁시험을 도입해 공공 부문에서라도 우선 고졸자의 취업 문턱을 낮추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채용뿐 아니라 입사 후에도 ‘승진 할당’, ‘입사 전 군입대’ 등의 제도를 시행해 고졸자들의 경력을 관리해 주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이런 제도를 시행하라고 표면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1년에 한 번씩 하는 공공기관 평가 때 이를 반영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23일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중 고졸자의 비중은 2008년 37.3%에서 2011년 30.4%로 6.9% 포인트나 줄었다. 고졸 취업자는 대졸 취업자보다 주당 7.2시간 더 일하면서도 급여는 대졸자의 88.9%에 불과하다. 공기업이라고 해서 민간 부문보다 나을 게 없다. 기획재정부는 2011년부터 공공기관 채용자의 20%를 고졸자로 뽑는 ‘공공기관 고졸채용 목표제’를 시행했다. 그런데도 올해 전체 채용자 중 고졸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16.3%에 불과하다. 신용보증기금 등 일부 금융공기업의 대졸자 대비 고졸자 초임은 65%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올 하반기부터 공공기관들이 회계와 총무, 인사지원 등의 업종을 고졸자로만 채우는 고졸자 제한경쟁시험을 시행함으로써 2016년 공공기관 채용자 중 고졸자 비율이 40%대로 상승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고졸 채용자가 올해 2512명에서 7000명 정도로 늘어나는 셈이다. 하지만 공기업의 성격에 따라 고졸 채용 비율이 차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듯하다. 한국연구재단 등 연구개발(R&D) 분야나 신용보증기금 등 금융 분야 공기업들은 고급 인력이 많이 필요한 만큼 고졸 채용 비율이 20%선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고졸 사원들의 성공적인 안착을 돕는 제도도 시행된다. 고졸자들의 승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졸자들을 별도 직군으로 분리 운영하는 제도가 시행된다. 고졸 직무군에서도 1급 관리직이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고, 채용 비중을 고려해 승진 인원을 고졸자에게 우선 할당하는 고졸자 승진할당제도 실시된다. 군 복무로 인한 경력단절 방지를 위해 고졸 사원의 입사 전 군 입대를 권장할 계획이다. 군 복무 중에 온라인 교육 등 직무 교육을 실시하고 전역 뒤에는 조기적응교육을 제공한다. 또 고졸 채용자 초임을 대졸 대비 70%가 넘도록 규정하고 4년 이상 근무한 뒤에는 대졸 초임과 동등한 수준의 보수를 제공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공기업 고졸 채용 확대를 통해 사회 전반의 고학력 선호 분위기가 개선되고 방만한 대학의 구조조정이 함께 이뤄지면 고졸 채용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입사후 승진 할당… 1급 관리직 나온다

    정부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공공기관에 “이 일은 대졸자 시키지 말고 고졸자에게만 시키라”고 직무 자체를 지정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고졸 채용을 늘리라고 아무리 독려해도 사정이 별반 나아지지 않은 탓이다. 그만큼 고용시장에서의 학력 차별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고졸 적합직무를 정하고 고졸자 제한경쟁시험을 도입해 공공 부문에서라도 우선 고졸자의 취업 문턱을 낮추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채용뿐 아니라 입사 후에도 ‘승진 할당’, ‘입사 전 군입대’ 등의 제도를 시행해 고졸자들의 경력을 관리해 주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이런 제도를 시행하라고 표면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1년에 한 번씩 하는 공공기관 평가 때 이를 반영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23일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중 고졸자의 비중은 2008년 37.3%에서 2011년 30.4%로 6.9% 포인트나 줄었다. 고졸 취업자는 대졸 취업자보다 주당 7.2시간 더 일하면서도 급여는 대졸자의 88.9%에 불과하다. 공기업이라고 해서 민간 부문보다 나을 게 없다. 기획재정부는 2011년부터 공공기관 채용자의 20%를 고졸자로 뽑는 ‘공공기관 고졸채용 목표제’를 시행했다. 그런데도 올해 전체 채용자 중 고졸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16.3%에 불과하다. 신용보증기금 등 일부 금융공기업의 대졸자 대비 고졸자 초임은 65%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올 하반기부터 공공기관들이 회계와 총무, 인사지원 등의 업종을 고졸자로만 채우는 고졸자 제한경쟁시험을 시행함으로써 2016년 공공기관 채용자 중 고졸자 비율이 40%대로 상승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고졸 채용자가 올해 2512명에서 7000명 정도로 늘어나는 셈이다. 하지만 공기업의 성격에 따라 고졸 채용 비율이 차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듯하다. 한국연구재단 등 연구개발(R&D) 분야나 신용보증기금 등 금융 분야 공기업들은 고급 인력이 많이 필요한 만큼 고졸 채용 비율이 20%선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고졸 사원들의 성공적인 안착을 돕는 제도도 시행된다. 승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졸자들을 별도 직군으로 분리 운영한다는 것이다. 고졸 직무군에서도 1급 관리직이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고, 채용 비중을 고려해 승진 인원을 우선 할당하는 고졸자 승진할당제도 실시된다. 군 복무로 인한 경력단절 방지를 위해 고졸 사원의 입사 전 군 입대를 권장할 계획이다. 군 복무 중에 온라인 교육 등 직무 교육을 실시하고 전역 뒤에는 조기적응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또 고졸 채용자 초임을 대졸 대비 70%가 넘도록 규정하고 4년 이상 근무한 뒤에는 대졸 초임과 동등한 수준의 보수를 제공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공기업 고졸 채용 확대를 통해 사회 전반의 고학력 선호 분위기가 바뀌어 방만한 대학의 구조조정이 함께 이뤄지면 고졸 채용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김문이 만난 사람] 파독근로자기념관장 권이종

    [김문이 만난 사람] 파독근로자기념관장 권이종

    인간의 삶은 참으로 드라마틱하다. 태어난 그 자체도 경이롭고, 소리 내어 울고 웃는 것도 그렇다. 때로는 슬프고, 처절하게 고생하고, 행복하고, 보람을 느끼는 희로애락이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온몸으로 역경을 이기며 살아 왔다. 이 강산에서 태어나 저 강산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고 이제 와서 인생의 숙제를 비로소 풀어 내며 살아간다. 막장 광부에서 교수가 되기까지 참으로 굴곡진 삶이다. 눈을 감으면 그 시절이 절로 떠올라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파독근로자기념관’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롤프 마파엘 주한 독일대사, 권광수 한국파독광부·간호사·간호조무사 연합회장 등 30여명이 참석해 기념관 개관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방 장관은 “(파독 근로자의) 피와 땀과 외화가 우리나라 산업·경제 발전에 씨앗이 돼 이렇게 잘살고 행복한 오늘날의 우리가 있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파독 근로자 기념관 건립은 파독 근로자들의 눈물겨운 역사와 의미를 다음 세대에까지 생생히 전할 수 있게 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가 광부,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이 독일에 파견된 지 꼭 50년이 돼 이래저래 의미가 깊은 자리였다. 1층 전시실에 들어서자 맨 처음 눈길을 끄는 글귀가 보인다. ‘당시 파독 광부의 선발 조건은 20~35세 남성이며 1년 이상 탄광 경력이 있는 자였으나 실제 경력은 거의 없다. 대학 재학생, 국회의원 비서관 등 고학력자와 그 외 여러 분야의 젊은이들이 다양한 꿈을 이루기 위해 독일행을 지원했다.’ 파독근로자기념관 권이종(73) 관장도 그런 젊은이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특히 그는 막장 광부로 독일에 갔다가 현지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고 귀국 후 한국교원대 교수와 한국청소년개발원장 등을 지낸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막장 광부에서 교수가 돼 화제가 된 인물이기도 하다. 기념관 개관식을 하루 앞둔 지난 20일 오전 권 관장과 파독근로자기념관에서 만났다. 전시실에 진열된 자료들을 설명해 주면서 당시를 회상하는 눈빛이 자못 진지하다. 아울러 기념관 개관이 얼마나 뜻깊은지를 여러 번 강조했다. 그는 사단법인 한국파독광부·간호사·간호조무사 연합회 상근 부회장을 맡아 2008년 연합회 창립 당시부터 준비했던 숙원 사업 중 가장 큰 일인 기념관을 이번에야 건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여 기념관 개관까지의 과정부터 먼저 물었다. “따지고 보면 독일 광부 시절 때부터 숙제였습니다. 언젠가 한국에 돌아가면 꼭 기념관을 만들어 역사의 한 페이지를 후배들에게 보여 줘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독일 정부에서 사진을 찍지 못하독록 규정했으나 몰래 사진을 찍고 고생했던 하루하루를 깨알같이 기록했습니다. 그런 것들을 모았고, 또 유물을 가진 많은 분들의 협조로 이번에 개관을 하게 됐지요. 특히 주한 독일대사관의 적극적인 도움도 있었습니다. 독일 정부에서 관련 자료를 보내 주기도 했습니다. 파독 50주년, 한·독 수교 130년에 맞춰 기념관이 들어서게 된 셈이지요.” 전시실에는 20대 초반의 권 관장이 50년 전 독일에서 남긴 기록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막장에서 써 내려간 일기, 가족이 보낸 편지, 동료와 찍은 사진과 함께 향수에 젖을 때면 반복해서 들었다는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 음반도 있다. 그는 매일 아침 7시에 출근해 이러한 자료들을 훑어보며 회상에 잠긴다. 특히 얼마 전 세상을 뜬 김태우 전 연합회장의 사진과 이야기는 살뜰히 더 챙긴다. 파독 광부는 모두 2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미국과 캐나다에 살고 있는 사람이 약 2000명, 독일에 거주하는 사람이 4000여명, 나머지는 한국에 살고 있다고 권 관장은 설명한다. 앞으로 각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파독 광부 출신이거나 2세, 그리고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기념관을 찾아 우의를 다지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치원 아이들이나 초·중등 학생들의 견학 장소로 활용하고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이들을 위한 숙소와 쉼터까지 만들 계획이다. 권 관장과 연합회에서는 기념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600페이지가 넘는 파독 광부 45년사를 만들어 기증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잠시 눈을 감더니 파독 광부 시절 박정희 전 대통령과 만났던 일을 떠올렸다. “1964년 12월이었습니다. 박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독일을 방문했을 때 저희 광부들을 초청했지요.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독일 정부 관계자에게 한국에서 온 광부들을 외교관 신분으로 해줄 것을 요청했고 육 여사는 이역만리에서 고생한다며 한없이 울었습니다. 광부들도 애국가를 부르며 모두 울었지요. 저는 그날 이후 애국가 대신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를 부르며 향수를 달랬습니다.” 권 관장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때 민간인 대표 자격으로 초청을 받았다. 이때 박 전 대통령과의 만남이 떠올라 감개무량해져 역시 애국가를 부르지 못했다. 광부에서 교수가 된 자신의 인생역정도 그 순간 봇물처럼 한꺼번에 머릿속에 밀어닥쳤다. 파독 광부의 역사를 잠시 되짚어 보면 이렇다. 한국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았던 1960년대 초. 마땅한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인력을 수출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정부는 독일 측과 광부 파견을 타진한 결과 1963년 첫 파독을 성사시켰다. 제1차 광부협정으로 1963년 12월 21일부터 1966년 7월 30일까지 2419명이 건너갔고 1967년부터 1969년 사이에는 이른바 ‘동백림 사건’으로 잠시 중단됐다가 제2차 협정으로 1970년 2월부터 재개됐다. 이들이 흘린 땀은 조국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루는 초석이 됐다. 권 관장은 1940년 전라북도 장수 오지인 초장 마을에서 태어났다. 현재 이 마을 입구에는 ‘권이종 박사가 태어난 곳’이라는 기념석이 세워져 있다. 어릴 적 꿈은 학교 선생님이었다. 하지만 지독한 가난 때문에 하고 싶은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해 산에서 나무를 베어다가 장작을 만들어 파는 일, 그리고 신문 배달하는 것이 더 우선이었다. 때로는 닭 서리, 수박 서리, 버스 무임승차 등도 하며 가난을 이겨 내려 발버둥을 쳤다. 1961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곧 군에 입대했다. 3년 복무를 마치고 고향에 돌아왔지만 기다리는 것은 가난한 농사일밖에 없었다. 그래서 친척의 권유로 서울로 와 을지로 입구 건축 공사현장에서 막노동을 시작했다. 어느 날 함께 일하던 한양대 공대생이 “권형, 나하고 독일에 갈 생각 없소”라면서 당시 5급 공무원 월급(3600원)의 10배나 되는 고액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이렇게 해서 1964년 10월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현지에 도착한 권 관장 일행은 4주간의 독일어 교육과 3개월간의 현장 실습을 받은 뒤 메르크슈타인 지역 아돌프 탄광에 배속받았다. 이때부터 ‘파독 광부’라는 낯선 호칭으로 지하 1000여m까지 파고들어가 석탄을 캐는 막장 인생을 살기 시작했다. 그는 이곳에서 동료의 죽음을 목격했고 또한 자신도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 “일단 갱도에 한 번 들어가면 작업이 끝날 때까지 나올 수 없었고 식사는 과일 한두 개와 딱딱한 독일 빵이 전부였지요. 이런 곳에서 ‘코드넘버 1622’의 이름으로 석탄 가루 묻은 빵을 씹으며 3년을 지냈어요. 지하 갱도에서 일해 본 사람이 아니고서는 맑은 공기와 밝은 햇빛의 진정한 고마움을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독일의 아침 인사는 ‘구텐 모르겐’(Guten Morgen)이다. 하지만 광산촌 지하 갱도에서의 아침 인사는 따로 있다. 각종 사고로 언제 어떻게 부상을 당하거나 사망할지 모르기 때문에 행운을 가지고 올라오라는 뜻으로 낮이건 밤이건 항상 ‘글뤼크 아우프’(Gluck Auf)라는 인사를 한다고 권 관장은 말했다. 그만큼 하루하루가 불안한 날의 연속이라는 뜻이다. 권 관장은 파독 한국 광부들은 ‘동백 아가씨’, ‘비 내리는 고모령’, ‘꿈에 본 내 고향’ 등을 부르며 시름을 달래다가 스스로 ‘광부의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고 회상했다. ‘이역 땅 머나먼 길 떠나오던 그날에, 희망도 부풀었고 눈물짓던 그날에, 지친 몸 부여안고 베갯머리 적시며, 눈물도 말랐더냐 한숨 서러워~.’ 그렇게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귀국을 며칠 앞두고 양어머니나 다름없이 친하게 지내던 로즈 마리 부인의 적극적인 권유로 독일에 남아 공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헨공대 교원대학에 진학한 그가 어릴 적 꿈인 교사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도 이때였다. 이 대학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은 뒤 16년 만에 귀국길에 올라 오늘에 이르렀다. 유학 시절 만난 한국인 여학생과 결혼해 슬하에 4명의 자녀를 두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는 “광부에서 교수까지 됐으니 내가 가장 출세한 놈이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권이종 관장은 1940년 전북 장수에서 태어나 전주 신흥고를 졸업했다. 군 복무를 마친 후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을 하다 1964년 독일로 건너가 메르크슈타인 아돌프 광산에서 3년간 일했다. 그 후 독일 아헨공대 교원대학에서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을 마쳤다. 최초로 한국 학교를 설립하는 등 청소년 운동에 힘을 쏟기도 했다. 독일 생활을 마감하고 귀국한 후에도 청소년 운동과 교육 발전에 많은 활동을 했다. 문화관광부 청소년정책자문위원, 한국청소년연구소 연구위원, 한국간행물윤리위원, 대통령자문기구 청소년보호위원, 서울시 청소년상담지원센터 소장 등을 지냈다. 현재 한국교원대 명예교수와 한국파독근로자기념관 관장을 맡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국가발전과 사회교육’, ‘청소년지도의 실제’, ‘유럽 주요국 교육제도’, ‘맴도는 아이, 방황하는 부모’, ‘청소년의 두 얼굴’, ‘청소년학개론’, ‘파독광부 백서’, ‘독일에서 흘린 눈물’, ‘막장 광부 교수가 되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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