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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주 천마지구 개발 시의회서 ‘부결’

    전주 천마지구 개발 시의회서 ‘부결’

    전북 전주시가 추진해온 천마지구 도시개발사업이 시의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전주시의회는 22일 열린 제399회 임시회 4차 본회의에서 전주시가 제출한 ‘전주 천마지구 도시개발사업 공동시행 실시협약서 체결 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앞서 전주시는 개발비용 투입이 어려운 재정여건을 감안해 2020년 10월 전북개발공사와 천마지구 도시개발사업에 대한 업무 분담을 골자로 한 상호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었다.그러나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동의안은 도시건설위원회의 안건 설명에 이어 시의원 3명의 찬반토론을 거쳐 표결에 들어갔으나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재적 의원 34명 중 찬성 15명, 반대 17명, 기권 2명으로 부결됐다. 찬성 의견을 낸 이국 의원(덕진·팔복·송천2동)은 “전주대대 이전지 확정 및 사업 추진 지연으로 송천동 토지소유자들이 재산권 행사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며 “앞으로 실시계획 인가 및 환지계획 등 나머지 행정절차 이행을 위해 상당 기간이 소요됨을 감안해 이번 실시협약 체결을 통해 집행부의 속도감 있는 행정절차의 이행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학송 의원(조촌·여의·혁신동)은 “천마지구 도시개발 사업은 전주시 발전과 시민을 위해서라면 차질없이 진행돼야 한다”면서도 “아직도 항공대대 이전으로 고통받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전주시 행정에 불신하는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주민 설명회를 열고 지원 방안과 지역발전의 비전을 제시해 적극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한승우 의원(삼천1·2·3동·효자1동)은 “전북개발공사가 해당 사업을 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지만 에코시티 주식회사 즉 태영이 전주대대 이전 및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특혜를 주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초 전주대대 이전 사업은 지역 주민들의 민원 해결을 전제조건으로 한 것으로, 조건부 승인이 국방부 입장이었는데 아직도 그 전제조건이 해결되지 않았다”며 “시민들이 동의하지 못했고 시의회에서도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사항에 대해 성급하게 처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주시 관계자는 “지역주민을 만나 원만히 협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반대하는 의원들을 만나 충분히 설득한 뒤 다시 동의안을 시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세계 20억인구 ‘똥물’ 마신다 …2050년엔 50억명 물 부족

    세계 20억인구 ‘똥물’ 마신다 …2050년엔 50억명 물 부족

    세계에서 20억명에 달하는 인구가 대소변으로 오염된 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등 세계 물 부족 현상이 심각한 상태에 달했다는 유엔 진단이 나왔다. 22일(현지시간) 유엔이 이날 발간한 ‘UN 세계 물 개발 보고서 2023’에 따르면 세계 인구 10명 중 1명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을 제때 공급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 세계 약 20억명은 대소변으로 오염된 식수원을 사용해 콜레라, 이질, 장티푸스, 소아마비 등의 질병에 걸릴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는 의약품과 살충제 등 화학물질, 미세 플라스틱에 의한 오염은 고려하지 않은 수치다. 보고서의 주요 저자 리처드 코너는 AFP통신을 통해 “만일 여러분이 충분히 부자라면 어디에 있든 물을 구할 수 있다”면서 물 부족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특히 상수도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가난한 국가에 사는 사람들일수록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렸다. 코너는 “우리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면 세계 인구의 40~50%가 위생시설을 이용할 수 없고, 20~25%는 안전한 물을 공급받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인구가 계속 늘어나면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의 절대적인 숫자도 계속 늘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인구가 안전한 식수를 공급받기 위해서는 물에 투자하는 자원을 현재의 3배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 2050년엔 50억명 물 부족 앞서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2021년 “2050년에는 50억명 이상의 사람들이 물부족으로 고통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WMO는 ‘2021년 기후 서비스 : 물(The State of Climate Services 2021)’ 보고서를 통해 “기후 변화가 세계적이고 지역적인 강수량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며 강수량 변화는 세계의 식량 안보와 보건 상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WMO는 인간은 지구에 존재하는 물 중 0.5%만을 사용할 수 있는데 지난 20년동안 지표면과 지하, 빙하에 저장된 물의 양이 매년 1cm씩 감소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가장 큰 손실은 남극과 그린란드에서 발생했으나 인구가 많은 저위도 지역에서의 손실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WMO는 2018년 기준 1년에 한 달 이상 물 접근에 어려움을 겪은 인구는 36억명이었지만 2050년에는 50억명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현재 20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물 부족 국가에 살고 있으며 안전한 식수와 위생 시설에 대한 접근도 어려운 상황에 있다”고 “우리는 다가오는 물 위기에 깨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사라지는 순간의 아름다움/미술평론가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사라지는 순간의 아름다움/미술평론가

    모네는 1883년 지베르니로 이사해 192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살았다. 여든여섯 해의 생애 가운데 마흔세 해, 딱 반평생을 지베르니에서 보냈다. 파리 북서쪽으로 8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지베르니는 모네 덕택에 명소가 됐지만, 당시에는 한적한 시골이었다. 센강 지류인 엡트강 가에는 포플러와 수양버들이 늘어서 있고, 강 건너편 언덕에는 작은 마을들이 있었다. 모네는 보자마자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무리해서 집을 산 후 모네는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은 그의 편이었다. 그림이 팔리기 시작하고 값도 점차 오르면서 모네는 경제적 곤란에서 벗어났다. 모네는 정원 가꾸기가 취미였다. 가난할 때도 살 곳을 구하면 마당에 화초부터 심었다. 지베르니에는 원래 손바닥만 한 마당이 딸려 있었는데 모네는 주변 땅을 사들여 정원을 넓히고 연못을 만들었다. 정원을 꾸미는 데 열중하던 모네는 어느 날 붓을 들어 연못을 그리기 시작했다. 나이를 먹어 야외로 사생을 나가는 게 힘들어진 화가에게 연못은 좋은 소재가 됐다.모네는 붓 하나로 명성과 부를 쌓아 올렸다. 수련이 활짝 핀 지베르니의 정원은 성공의 증거였다. 그러나 우울한 말년이 앞에 놓여 있었다. 1911년 부인이 먼저 세상을 떠났고 1914년에는 맏아들 장이 지병을 앓다가 사망했다. 게다가 일흔이 넘은 모네는 시력을 잃어 가고 있었다. 평생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느라 직사광선 아래 눈을 혹사했기 때문이었다. 바깥세상도 어두웠다.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젊은이들이 무수히 죽고 있었다. 그럴수록 모네에게 남은 것은 그림뿐이었다. 그는 슬픔과 고통을 참으면서 ‘수련’에 매달렸다. 시간이 갈수록 모네는 연못 주변의 세세한 묘사를 생략하고 수련이 핀 수면, 수면에 비친 하늘이 만들어 내는 뉘앙스에 집중했다. 시력을 잃은 대신 마음의 눈을 뜬 것처럼 화면은 밝고 신선하게 빛난다. 250여점 가운데 가장 대작은 오랑주리 미술관에 있는 여덟 점의 ‘수련’ 연작이다.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에도 수련이 있다. 1966년 모네의 차남 미셸은 수련을 포함해 모네의 작품 150여점을 국가에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오랑주리의 수련보다 크기는 작지만, 초기에서 후기에 이르는 작품이 망라돼 있어 변모 과정을 볼 수 있다.
  • “치매父, 서울대 재산 기부 유언은 무효” 소송냈던 장남 패소

    “치매父, 서울대 재산 기부 유언은 무효” 소송냈던 장남 패소

    대학에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내용의 부친 유언장이 ‘치매 진단’을 받고 이뤄진 것이라며 아들이 무효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부장 허명산)는 아들 A씨가 서울대 법인 등을 상대로 낸 유언무효 확인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 부친은 자신이 사망한 뒤 서울 강남구 아파트와 경기 남양주·용인 일대 토지를 서울대에 기부하고, 재산 처분은 A씨 동생이 맡는다는 내용의 유언공정증서를 2014년 3월 작성했다. 2020년 부친이 사망한 뒤 A씨는 ‘부친이 2009년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뇌경색으로 인한 혈관성 치매 진단을 받아 유언공정증서 작성 당시 부친에게 유언 능력이 없다’는 취지로 2021년 유언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2010년 A씨는 동생의 재산 처분을 막기 위해 처분을 일시 금지하는 사전처분도 신청했으나 법원이 기각한 바 있다. 당시 부친은 심문기일에 참석해 “아들이 두 명 있는데 장남(A씨)은 의대 교수로 있으나 불효자로 내게 대들어 고통스럽다”며 “아들에게 준 재산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사회에 환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망인(부친)이 지속적인 심신상실 상태 또는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 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상태에 있었던 게 아니다”라면서 “(2010년 사전처분 신청 심문기일의) 망인 진술이 대체로 사실에 부합하고 자기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고 판단하며 부친의 유언 능력을 인정했다. 아울러 “유언장은 민법이 정한 방식대로 작성됐고, A씨 동생이 부친 재산을 대학에 기부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없다”고 덧붙였다.
  • “日 강제동원 사과하고 정당한 보상 해야”

    “日 강제동원 사과하고 정당한 보상 해야”

    “가해국인 일본은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으면서 미래를 향해 함께 나가자고 주장한다.” 할아버지가 일제강점기 시절 사할린으로 강제 동원된 이후 행방불명됐다고 소개한 이주용씨는 21일 행정안전부 산하 일본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주최로 열린 의견 발표회에서 “일본의 사과와 동시에 우리 정부는 희생자와 유족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회는 재단이 강제 동원 피해자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재단은 23일까지 사흘간 피해자와 유족 측 의견을 듣고 관련 내용을 특별법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첫 발표자로 나선 신윤순 사할린 강제 동원 억류피해자 한국잔류유족회장도 아버지가 사할린으로 강제 동원된 이후 행방불명됐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2003년 한일 청구권협정 문서가 공개되기 전까지 우리 정부가 돈을 받은 사실도 몰랐다”며 “일본에서 받아 온 돈을 유족에게 정당하게 보상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평양전쟁에 강제 동원된 피해자의 유족이라고 소개한 박제완씨도 “역대 정권은 제대로 된 보상을 하지 않고 고통만 안겨 줬다”며 “1965년에 받은 돈을 이제라도 우리 정부가 강제 동원 피해자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재단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된 인원은 약 780만명이다. 그간 일본의 청구권 자금으로 일부 피해 보상을 한 바 있다. 정부는 1975~1977년 피징용 사망과 재산 손해 등 8만 3519건에 대해 약 92억원을 썼고, 2005년부터 시작된 2차 보상에서도 7만 8000명에게 약 6500억원을 지급했다. 이번에 정부가 해법으로 제시한 ‘제3자 변제안’에 대해선 참석 유족 상당수가 반대 의사를 표했다. 김명신씨는 “정부가 제시한 ‘제3자 변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어떻게 가해자가 지원하지 않고 피해국인 우리가 지원해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박민수씨도 “일본이 대한민국과 피해자 유족에게 사죄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 “치매 父, 서울대 재산 기부 유언은 무효” 소송냈던 장남 패소

    “치매 父, 서울대 재산 기부 유언은 무효” 소송냈던 장남 패소

    대학에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내용의 부친 유언장이 ‘치매 진단’을 받고 이뤄진 것이라며 아들이 무효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부장 허명산)는 아들 A씨가 서울대 법인 등을 상대로 낸 유언무효 확인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 부친은 자신이 사망한 뒤 서울 강남구 아파트와 경기 남양주·용인 일대 토지를 서울대에 기부하고, 재산 처분은 A씨 동생이 맡는다는 내용의 유언공정증서를 2014년 3월 작성했다. 2020년 부친이 사망한 뒤 A씨는 ‘부친이 2009년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뇌경색으로 인한 혈관성 치매 진단을 받아 유언공정증서 작성 당시 부친에게 유언 능력이 없다’는 취지로 2021년 유언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2010년 A씨는 동생의 재산 처분을 막기 위해 처분을 일시 금지하는 사전처분도 신청했으나 법원이 기각한 바 있다. 당시 부친은 심문기일에 참석해 “아들이 두 명 있는데 장남(A씨)은 의대 교수로 있으나 불효자로 내게 대들어 고통스럽다”며 “아들에게 준 재산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사회에 환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망인(부친)이 지속적인 심신상실 상태 또는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 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상태에 있었던 게 아니다”라면서 “(2010년 사전처분 신청 심문기일의) 망인 진술이 대체로 사실에 부합하고 자기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고 판단하며 부친의 유언 능력을 인정했다. 아울러 “유언장은 민법이 정한 방식대로 작성됐고, A씨 동생이 부친 재산을 대학에 기부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없다”고 덧붙였다.
  • “이제라도 정당한 보상해야”…정부 제시한 ‘제3자 변제’엔 부정적 의견 많아

    “이제라도 정당한 보상해야”…정부 제시한 ‘제3자 변제’엔 부정적 의견 많아

    “정부는 이제라도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합니다.” 21일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 주최로 열린 의견 발표회에 모인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은 일본과 우리 정부의 사과와 정당한 보상을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재단은 이날부터 사흘간 진행되는 발표회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피해자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버지가 사할린으로 강제징용된 후 행방불명됐다고 소개한 신윤순 사할린 강제동원 억류피해자 한국잔류유족회장은 “2003년에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문서가 공개되기 전까지 우리 정부가 돈을 받은 사실도 몰랐다”며 “일본에서 받아온 돈을 유족에게 정당하게 보상하고, 일본에 사과받든지 용서하든지 해야 할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태평양전쟁에 강제징용된 피해자의 유족이라고 소개한 박제완씨도 “역대 정권은 제대로 된 보상을 하지 않고 고통만 안겨줬다”며 “1965년에 받은 돈을 이제라도 우리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재단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인원은 780만명이고, 우리 정부는 1965년 일본과의 국교 정상화를 하면서 무상 3억 달러, 유상 2억 달러를 받아 국가발전에 사용했다. 하지만 정부는 1975~1977년까지 피징용 사망과 재산 손해 등 8만 3519건에 대해 약 92억원만 지급했고, 2005년부터 시작된 2차 보상에서도 7만 8000명에 대해 약 6500억원을 지급하는 데 그쳤다. 이번에 정부가 피해자 배상 해법으로 제시한 ‘제3자 변제’에 대해서는 참석 유족 대다수가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할아버지가 사할린 강제징용 이후 행방불명됐다고 소개한 이주용씨는 “가해국인 일본은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으면서 미래를 향해 함께 나가자고 주장한다”며 “일본의 사과와 동시에 우리 정부는 희생자와 유족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신씨도 “정부가 제시한 ‘제3자 변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어떻게 가해자가 지원하지 않고 피해국인 우리가 지원해야 하나”고 비판했다. 박민수씨도 “일본이 대한민국과 피해자 유족에게 사죄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 “이제 법무부와 尹대통령 밖에 없다”…‘로톡’ 대표의 절규

    “이제 법무부와 尹대통령 밖에 없다”…‘로톡’ 대표의 절규

    최근 입길에 많이 오르내린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 사옥은 여느 스타트업 풍경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깔끔한 공간, 간식 코너, ‘내가 가는 길이 곧 리걸테크 역사다’라는 야심찬 문구까지…. 그러나 공기는 한없이 무거웠다. 지난해 6월 7억원의 인테리어 비용을 써가며 300평 넘는 이곳으로 이사할 때까지만 해도 아홉 달 만에 ‘방’을 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오히려 반대였다. “끝이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 해 5월 헌법재판소가 변호사들의 로톡 광고를 금지한 대한변호사협회(변협) 규정이 위헌이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의 김본환(40) 대표는 자책했다. “법을 수호해야 할 사람들(변협)이 사법기관의 판단조차 무시할 수 있다는 위험을 간파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최고경영자(CEO)의 실책”이라는 것이었다. 구조조정으로 어수선한 서울 강남 사옥에서 지난 14일 김 대표를 만났다. -그래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얼마 전 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에 과징금 10억원을 각각 물리며 로톡 손을 들어주지 않았나. “우리에게 한 줄기 빛이 돼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혹시나는 역시나였다. 변협은 공정위 처분에 불복 신청을 냈다. 이번 공정위 판결은 지난해의 헌재 판결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로톡이 변호사에게 광고비를 받고 일반인에게 변호사 명단을 노출하는 것은 단순 소개 기능이고 이것조차 막는 것은 변협의 부당한 월권이라는 것이다. 명백한 경쟁 제한이자 소비자 선택권 침해다. 그런데도 변협은 ‘러다이트(19세기 산업혁명에 저항해 기계를 파괴했던 운동)라고 비난해도 좋다’며 막무가내다.” -앞서 검찰과 경찰도 로톡 서비스가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는데. “지난 2년은 ‘~라면’의 연속이었다. 경찰이 판단을 내려주면, 검찰이 판단을 내려주면, 헌재가 판단을 내려주면…. 그래도 다음에는 변협이 태도를 바꾸겠지 하며 버텨왔지만 결과는 매번 도돌이표였다. 더는 희망고문을 당할 수 없어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에 들어간 거다.”(로톡은 사옥을 정리하고 95명이던 직원도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남은 직원은 전원 재택 근무다.) 변협은 2021년 5월 자체 광고규정을 바꿔 ‘로톡 광고’를 금지대상에 포함시켰다. 법무부에게서 변호사 징계권을 위임받은 변협은 이 규정을 앞세워 ‘로톡 가입 변호사’ 40여명을 징계했다. 4000명에 육박하던 로톡 변호사들이 뚝뚝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고 85개월 연속 상승하던 매출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변협 징계를 받은 변호사들은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냈다. 이달 초에 결론이 나올 예정이었으나 법무부가 ‘사안의 중대성’ 등을 들어 6월로 미뤘다. -법무부가 거대 이익집단인 변협을 적으로 돌리기 부담스러워 판단을 미룬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동훈 법무 장관은 법과 소신을 중시하는 분이라고 들었다.” -만약 법무부가 변협의 징계가 정당하다고 인정한다면. “그럼 서비스를 접어야 하지 않겠나. 대한민국에선 리걸테크(법+기술)를 할 수 없다는 사망선고나 마찬가지다. 스타트업 하나가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이익이 걸린 문제다.” -왜인가. “로톡 서비스를 선보인 게 2014년인데 변협이 바로 이듬 해에 로톡을 고소했다. 그렇게 지금까지 10년이다. 그 사이 외국에서는 리걸테크가 빛의 속도로 발전했다. 미국에는 법률 문서를 써주는 리걸줌(LegalZoom)이 있다. 영국에서는 인공지능(AI)이 일상생활 속의 송사 궁금증을 상담해주는 두낫페이(Do not Pay)가 맹활약 중이다. 심지어 우리 변협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알선형’ 리걸테크(렉수)도 있다. 전세계 리걸테크가 7000개가 넘는데 우리나라는 겨우 30개 수준이다. ” -로톡이 벤치마킹한 일본의 벤고시닷컴은 변협 회원의 50%가 벤고시닷컴 회원이다. 서비스도 로톡과 매우 흡사하다. 일본이나 미국의 리걸테크는 어떻게 기존 변호사 세력과 공존 합의점을 찾았나. “많은 분들이 왜 일본처럼 못하느냐고 묻는데 출발점이 완전히 다르다. 일본 변협은 리걸테크에 대한 변호사 광고를 금지하지 않았다. 광고는 허용하되 오남용될 가능성에 대비해 사안별로 엄청 꼼꼼하게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놓았다. 그 선만 넘지 않으면 된다. 우리 변협은 아예 광고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변협은 로톡이 단순히 집(변호사)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매매까지 알선하는 복덕방이라고 공격한다. “모든 회원 변호사에게 동일한 광고비를 받고 명단 노출도 무작위로 하는데 어떻게 알선인가. 알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헌재, 검찰, 경찰, 공정위 모두가 판단내렸다. 도대체 어떻게 더 입증하라는 것인가.” -법률 서비스가 사설 플랫폼 자본에 종속된다는 것도 변협의 반대 논리 중 하나다. “그게 그렇게 걱정된다면 네이버와의 관계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대형 로펌들은 네이버 지식인 서비스에 한달에 수십억원의 광고비를 쓴다. 돈을 많이 낼수록 검색 상단에 노출된다. 그럼에도 네이버를 상대로는 결코 싸우지 않는다. 왜? 거대 플랫폼은 이길 자신이 없으니까.” -변협과 직접 담판을 지을 시도는 안해 봤나. “왜 안했겠나. 지금까지 18차례나 면담 요청을 했다. 그런데 피고소인과는 나란히 앉을 수 없다며 모두 거절하더라. 그래도 나는 버틸 것이다.” -왜 버티는가. “(로톡 서비스를) 하겠다고 했으니까. 그리고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니까.” -평범한 CEO는 아닌 것 같다. “20대 때 어느 책에서 ‘젊은이가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죄악은 평범함이다’라는 문구를 봤다. 지는 게임은 안 한다는 게 인생 철칙이다. 이건 국가대표 야구팀 감독을 지낸 아버지(故 김충남) 영향이 컸다.” -대학(연세대) 3학년 때 휴학하고 창업을 했던데 사업이 이기는 게임이었나. “원래 꿈은 헌법재판관이었다. 그런데 서울대를 못갔다.(웃음) 대한민국에서 비서울대 출신의 ‘똥수저’가 지지 않는 게임을 하려면 사업가가 답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사업가가 아니라 ‘의사결정을 잘 하는 자본가’가 되고 싶었다. 의사결정을 잘하려면 경영과 법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연대 로스쿨에도 진학했다.” 첫 사업은 대박이 났다. 하지만 멘토로 여기던 이에게 사실상 사기를 당해 손에 남은 돈은 거의 없었다. “인생과 사업을 바라보는 DNA가 확 변한” 것은 이 때다. 그는 어떤 사업이든 팀, 아이템, 자본 순서로 접근한다. 좋은 팀이 있으면 아이템과 자본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생각에서다. -로톡도 팀이 먼저였나. “맞다. 2012년이었는데 서로 잘 통하는 네 명이 매주 일요일 오전 7시 서울 논현동의 칠판이 있는 커피숍에 모였다. 각자 아이템 2개씩을 들고 와 난상토론을 벌였다. 그렇게 해서 최종 낙점받은 아이템이 당시 제가 냈던 로톡이다. 다른 세 명은 공동 창업자가 됐다.” -그 중 두 명은 떠났는데. “변협과의 싸움이 길어지면서 창업자들이 빚을 내 직원 월급을 줘야 했다. (공짜인) 서초동 국립도서관에서 업무를 보며 버텼지만 고냐 스톱이냐를 결정해야 할 중대한 순간이 찾아 왔다. 2016년 무렵이었다. 그 때 두 명은 접자고 했고 나와 또 한 명(정재성 로앤컴퍼니 부대표)은 고를 외쳤다.” -로스쿨을 졸업했는데 변호사 자격증은 왜 안 땄나. “그땐 이미 로톡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라 시험 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선배 변호사 사무실 한켠을 얻어 미친 듯이 서비스 완성에만 매달렸다. 우리가 막상 억울한 일을 당하면 아는 변호사 찾기가 쉽지 않다. 정보 비대칭이 심한 시장 중 하나가 여기다. 의뢰인이나 변호사나 서로의 접근성도 낮다. 변호사 3만명 시대가 열렸는데 여전히 대형 로펌만 잘 나간다. 창업 준비할 때 인터뷰한 변호사가 2000명이 넘는데 그때 하나같이 뭐라고 한 줄 아나.” -글쎄. “(법률상담 서비스가 있는) 대형 포털만 좋은 일 시킨다는 거였다. 그래서 결심했다. 변호사들도 의뢰인을 쉽게 찾아 돈을 잘 벌게 해주고 일반 국민들도 더 쉽고 싸게 법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하자고. 플랫폼 간 경쟁이 붙으면 법률 시장도 커지고 서비스도 더 발전할 것이라고 봤다.” -기존 변호사 집단과 상생이 가능하다는 얘긴가. “물론이다. 미국 변협은 해마다 리걸테크를 초청해 쇼까지 열어준다. 리걸테크의 기술과 서비스가 이렇게 발전했으니 (회원 변호사들더러) 두루 비교해보고 활용하라는 것이다. 챗GPT(대화형 인공지능)가 법률 상담도 해주는 세상이다. 소비자와 변호사를 위해 고민해야 할 서비스, 발전시켜야 할 기술이 너무 많은데 내부 싸움에 발목 잡혀 세계로 뻗어나가지 못하는 게 너무 속상하다. 일본의 1인당 법률 서비스 비용이 얼마인지 아는가. 지난해 기준 9만 1000원이다. 우리나라는 20만원이다. 두 배가 넘는다. 그 손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지고 있다.” 김 대표와의 인터뷰는 고구마처럼 답답했다. 변협과의 갈등이 풀리지 않으면 그 어떤 진척도 가능해 보이지 않았다. 스트레스가 너무 커 신경성 통증까지 찾아온 다리를 절뚝이며 김 대표는 나지막이 되뇌었다. “이제 남은 희망은 법무부와 (윤석열) 대통령님밖에 없습니다.”■로톡(LawTalk)은…2014년 2월 첫 서비스를 선보였다. 누구나 무료로 사이트에 접속해 원하는 분야의 변호사 후보군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별도의 수임료를 내면 15분 전화 상담(2만~5만원), 20~30분 영상 혹은 방문 상담(3만~30만원)도 가능하다. 수임료는 전액 변호사에게 간다. 로톡은 변호사에게 받는 광고비(월 25만원)가 주된 수입원이다. 로톡과 매우 흡사한 일본 벤고시닷컴은 9년 전에 증시 상장까지 했다. 미국, 캐나다 등 북미에만도 이런 리걸테크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이 10개가 넘는다. 우리나라는 2021년 로톡이 ‘예비 유니콘’으로 지정된 뒤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 김혜영 서울시의원, ‘사이버 폭력 예방 및 교육에 관한 조례안’ 본회의 통과

    김혜영 서울시의원, ‘사이버 폭력 예방 및 교육에 관한 조례안’ 본회의 통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혜영 의원(광진4·국민의힘)은 지난 10일 개최된 제316회 임시회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사이버 폭력 예방 및 대응을 위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한 ‘서울시교육청 사이버 폭력 예방 및 교육에 관한 조례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 2월 6일 최근 들어 인터넷·휴대전화 등 정보통신기기를 이용한 사이버 학교폭력 피해가 늘어나고 있어 사이버 폭력 예방 및 교육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사이버 폭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학생들에게 안전한 교육환경을 조성하려는 취지에서 해당 조례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지난 2022년 4월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21년 사이버 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의 15.7%는 사이버 폭력을 경험했으며 사이버 폭력을 경험한 청소년의 비율은 성인의 약 2배인 29.2%로 나타났다. 게다가 사이버 폭력 피해학생의 경우 가해자에 대한 복수심(34.1%)과 우울·불안 및 스트레스(31.7%)를 느낀다고 응답하는 등 사이버 폭력으로 인한 피해학생의 정신적인 고통은 매우 큰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최근 사이버 폭력은 소위 ’카톡 감옥‘, ’방폭‘ 등으로 불리는 교묘한 수법으로 날로 진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의회 본회를 통과한 동 조례안은 ▲사이버 폭력 예방 및 교육을 위한 교육감·교육장·학교장의 책무 명시 ▲사이버 폭력 예방 및 교육 기본계획 수립·시행 의무 명시 ▲사이버 폭력 예방 및 교육 활동 지원 근거 명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김 의원은 “사이버 폭력은 시·공간의 제한이 없고 파급력이 크며, 은밀하게 이뤄짐에 따라 발견 및 신속한 대응이 어렵고, 후유증을 동반해 재발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기존의 학교폭력과는 차별화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라며 “갈수록 청소년들 사이에서 사이버 폭력이 심각해지고 있으나, 현행 법령은 학교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하고 새로운 유형의 사이버 폭력을 모두 포함하지 못해 사이버 폭력에 대해 모호한 개념을 가진 상태에서 사이버 폭력에 대한 응답이나 조사가 이뤄져 왔던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 조례안이 서울시의회 본회의에 통과됨에 따라 사이버 학교폭력의 특수성을 반영한 예방 및 대응체계가 구축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만큼 앞으로 서울 관내 교육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이버폭력이 최소화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씨줄날줄] 창작자의 권리/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창작자의 권리/이순녀 논설위원

    “이우영 작가님의 죽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저작권 소송 중에 세상을 떠난 만화 ‘검정 고무신’의 작가 이우영의 비극에 분노한 만화인들이 고인의 명예 회복과 유사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뭉쳤다. 한국만화가협회, 한국웹툰작가협회 등 만화계 단체들은 20일 ‘이우영 작가 사건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1990년대 인기 만화의 원작자를 수년간 고통에 시달리게 하고, 지난 11일 결국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것은 저작권 불공정 계약이었다. 고인이 2007~2010년 출판·애니메이션 제작사와 맺은 여러 건의 계약서가 족쇄였다. “일체의 작품 활동과 사업 관련 모든 계약에 대한 권리를 양도한다”는 조항이 포함된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이유로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받기는커녕 외려 회사로부터 저작권 소송까지 당했다. 모든 권리를 위임받았기 때문에 회사의 허락 없이는 원작자라도 2차 저작물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 하지만 계약서 조항 자체가 창작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는 점이 다름 아닌 문제의 핵심이다. 대책위가 성명서에서 “작가님이 자식보다 소중하게 대했던 (‘검정 고무신’ 캐릭터인) 기영이, 기철이, 그리고 막내 오덕이와 그 친구들을 유가족의 품으로 되돌려 드리겠다”고 다짐한 까닭이기도 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도 ‘제2의 검정 고무신 사태’를 막겠다며 창작자 권리 보호 강화를 위한 실태 점검과 대책 마련에 나섰다. 문체부는 오는 6월 내놓을 만화 분야 표준계약서에 2차 저작권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포함하고, 공정위는 출판사와 콘텐츠 제작사의 불공정 약관 실태를 집중적으로 점검해 위반 행위를 적발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저작권 관련 불공정 관행을 근절할 법률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 그림책 ‘구름빵’ 저작권 소송을 겪은 백희나 작가는 엊그제 언론 인터뷰에서 “창작자의 저작권이 잘 보장되고 믿고 일할 수 있으면 작가들이 더 좋은 콘텐츠를 창작해 낼 수 있다”고 했다. K콘텐츠의 미래는 창작자의 권리 보호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발가락·손목 등 갑자기 ‘찌릿’… 극심한 고통에 잠 못 이루는 통풍

    발가락·손목 등 갑자기 ‘찌릿’… 극심한 고통에 잠 못 이루는 통풍

    활동량·신진대사 늘어 요산 유발급성 통풍 치료 못하면 만성 진행술·탄산음료 등 통풍 유발 대표적신장기능 감소·동맥경화 등 영향요구르트·우유 등 유제품 섭취를급성, 비스테로이드 소염제 효과한방에선 약침치료·한약 처방 등운동·체중관리·수분 섭취 등 도움 엄지발가락이나 발등, 발목 혹은 무릎이나 손목 관절에 갑자기 극심한 통증이 오고 그 뒤 부기와 열감이 느껴지는 증상. 통풍은 특히 봄에 급증하는 질병이다. 김노현 자생한방병원 원장은 20일 “통풍 환자 33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내 연구 중 겨울철 통풍 발생률이 17.2%에 그친 반면 봄철 발생률은 25.4%로 8.2% 포인트 급증한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왜 그럴까. 김 원장은 “봄철이 되면 활동량이 늘고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는데, 이렇게 늘어난 활동량이 육체적 스트레스를 일으켜 통풍의 원인 물질에 해당하는 요산을 유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통풍은 요산이 과도하게 우리 몸에 축적돼 발생한다. 우리 몸에 핵산을 구성하는 퓨린이라는 물질이 있는데, 퓨린이 몸에서 요산이란 형태로 변환되고 요산은 소변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되는 것이 일반적인 대사 과정이다. 이때 요산의 배설이 잘 이뤄지지 않거나 요산이 지나치게 많이 만들어지면 몸에 많이 축적되는데, 이를 고요산혈증이라고 진단한다. 홍석찬 서울아산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몸에 축적되는 요산이 남자는 7㎎/㎗ 이상, 여자는 6㎎/㎗ 이상일 때 고요산혈증 진단을 내린다”면서 “이처럼 과량으로 증가한 요산이 결정을 형성해 염증을 유발하고 관절염이 생기는 원인이 되며 급성 통풍 관절염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고요산혈증 및 급성 통풍 관절염을 제때 적절하게 치료하지 못하면 만성적인 통풍 관절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 통풍이라는 병명은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라는 뜻에서 비롯됐다. 통풍 증상의 두 가지 특징이 담긴 말이다. 우선 일단 통증이 느껴지면 극심하게 아프다. 그다음 통증이 아주 갑자기 오는 것이 특징인데, 운동이나 등산을 하고 술 한잔을 한 뒤 자다가 급작스럽게 극심한 통증을 경험하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이다. 박민찬 강남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통풍 환자의 90% 이상에서 엄지발가락 관절염이 나타나지만 발목, 무릎 등 하지 관절 외에 손목이나 팔꿈치에도 관절염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통풍이 심하면 발열과 오한이 동반되기도 하며, 통풍 결절에 의해 관절이 손상돼 변형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통풍은 관절 외의 다른 신체 기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데 그중 가장 흔한 것이 요로결석, 신장 기능 감소, 동맥경화”라고 부연했다. 맥주를 지나치게 자주, 많이 마시면 통풍에 걸린다는 풍문은 어느 정도 맞는 얘기다. 그러나 폭탄주를 즐기던 통풍 환자들이 맥주를 꺼리며 소주만 마시는 식으로 행동하는 건 통풍 재발을 막는 데 권할 만한 방법이 아니다. 의사들은 통풍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식음료로 술과 탄산음료를 꼽았다. 박 교수는 “술 섭취는 통풍 발생을 증가시킨다”면서 “술 섭취량이 많을수록 통풍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데, 주종 중 맥주가 가장 위험을 증가시킨다. 위스키나 소주와 같은 독주 또한 상당 부분 증가시킬 수 있다”며 자주 과도하게 술을 마시지 말 것을 권했다. 탄산음료에 대해서는 “설탕을 넣어 단맛을 낸 청량음료를 하루 한 잔 이상 마실 경우 통풍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저가당이나 무당 음료와 같은 다이어트 드링크는 위험을 높이지는 않는다”고 귀띔했다. 이 밖에 퓨린 함량이 높은 음식도 통풍에 영향을 미친다. 육류, 해산물, 아스파라거스, 꽃양배추, 시금치, 완두콩 등이다. 다만 육류 중 특히 소고기나 돼지고기가 닭고기보다 통풍 발생을 조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물성 식재료의 경우 퓨린 함량이 높다고 해도 육류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통풍 발생을 증가시키는 폭이 작은 것으로 알려졌다. 요구르트나 우유와 같은 유제품은 통풍 발생을 감소시킨다는 보고가 있다. 커피 섭취량이 증가할수록 혈중 요산 수치가 떨어지는 것으로도 알려졌지만 커피에 포함된 카페인 섭취량과 통풍 환자의 혈중 요산 수치 간 연관이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래서 카페인 외 커피의 다른 성분이 요산 수치를 낮출 것으로 추정된다. 체내 요산 수치를 낮추는 방법이 통풍 치료에 활용된다. 최찬범 한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통풍 관리는 급성 통풍이 있을 때와 무증상기일 때의 요산저하치료로 나눌 수 있고, 이와 함께 비약물적 관리가 있다”면서 “급성 통풍이 발생하면 빠르게 염증과 통증을 완화하는 치료가 필요하며 비스테로이드소염제(NSAIDs)나 콜히친,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사용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 중 비스테로이드소염제는 급성 통풍 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일반적 권고 사항에 따라 위장관, 심혈관, 신장 등의 부작용을 고려해 환자별로 적절한 약제를 선택해야 한다고 최 교수는 말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일주일 이내 급성 통풍이 조절되므로 그 기간 내 사용한 뒤 중단한다”면서 “급성 통풍이 해소되고 증상이 없는 무증상기에 들어가면 요산저하치료를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방에서는 통증 완화와 염증 제거에 중점을 두고 통풍을 치료한다. 김 원장은 “통풍을 다스리는 대표적인 한방 비수술 치료법으로 침·약침 치료, 한약 처방 등이 있다”면서 “먼저 삼음교혈과 혈해혈 등 관절 주변 혈자리에 침을 놓아 혈액순환을 촉진해 통증을 완화한다. 체온이 낮으면 요산 침착이 더욱 잘 일어나기 때문에 몸이 냉한 환자들에게는 뜸 치료를 병행해 차고 습한 기운을 몰아낸다”고 했다. 규칙적인 운동, 체중 관리는 통풍 증상을 완화하는 데 일반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계절별로 유의점이 다르다. 박 교수는 “겨울철에는 운동량이 적어지면서 회식이나 모임이 많아 통풍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더운 여름철에는 탈수로 인해 상대적으로 혈중 요산 수치가 일시적으로 증가해 젊고 건강한 사람도 갑자기 통풍 발작이 발생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고단백 식이를 많이 하거나 땀을 많이 흘린 경우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부처 발자취 따라… 韓·印 우호 새 지평 열었다

    부처 발자취 따라… 韓·印 우호 새 지평 열었다

    “상월결사 1167㎞ 정진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스님들의 머리는 거뭇거뭇 자랐고 수염은 덥수룩했다. 부처의 길을 따라 하루 평균 27㎞를 걸어 온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이 회향식을 끝으로 40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대한불교조계종 상월결사 회주 자승 스님과 불자를 포함한 108명의 순례단은 20일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슈라바스티에 있는 기원정사 광장에서 회향식을 열고 순례를 마무리했다. 이번 순례는 한국·인도 수교 50주년을 맞아 조계종에서 ‘한국 불교의 중흥’, ‘생명 존중’, ‘세계 평화’를 기원하며 진행됐다. 석가모니의 탄생지인 네팔의 룸비니를 포함한 8대 성지를 모두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인도의 무더운 날씨와 열악한 도로 사정에 더해 갖고 간 물품이 망가지는 등 어려움이 많았지만 순례단은 매일 새벽 2시에 기상해 오후 6시까지 이어지는 강행군을 멈추지 않았다.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중앙종회의장 주경 스님의 대독을 통해 “발길 닿는 곳, 머무는 마을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살아 있음을 전하고 많은 현지인과 교감과 소통을 이루면서 한인도 우호 협력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면서 “순례단 여러분께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순례단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가슴 깊이 새기며 세상 속에서 불교를 실천해 중생 모두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하겠다”고 발원했다. 이날 행사에는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불자 국회의원들도 참가했다. 조 의원은 “40일간의 험하고 고통스러운 고행이 불교 중흥과 세계 평화에 큰 도움이 되고 불자들 가슴에 영원히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세계 평화를 향한 원력을 이루려는 자승 스님과 여기 계신 분들의 뜻이 대단하고 존경스럽다”고 덧댔다. 모든 행사를 마친 순례단은 포옹과 악수로 기쁨을 함께 나눴다. 일부 스님은 “야호”를 외치며 홀가분함을 표현했다. 순례단은 오는 23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1만 5000여명의 사부대중과 함께하는 회향법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 아들과 짜고 남편 살해한 40대…남편 노트엔 “가족 때문에 힘 얻는다”

    아들과 짜고 남편 살해한 40대…남편 노트엔 “가족 때문에 힘 얻는다”

    아들과 공모해 가장을 잔인하게 살해하고도 수사기관에서는 남편의 상습적인 가정폭력 때문이었다고 거짓 진술한 혐의를 받는 아내에게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대전지검은 대전지법 형사12부(부장 나상훈) 심리로 20일 열린 A(43)씨와 아들 B(16)군의 존속살해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무기징역을, B군에게는 징역 20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A씨는 남편에게 제초제와 최면진정제, 정신신경용제를 투여하고 가슴을 부동액으로 찌른 데 이어 둔기를 휘둘러 남편을 살해했다”며 “아들과 함께 잔인한 살인 방법을 계획한 뒤 실행하고도 고인이 상습적인 가정폭력범인 것처럼 주장해 명예를 훼손하기까지 했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A씨는 아들 B군과 함께 지난해 10월 8일 집에서 흉기와 둔기로 남편 C(50)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C씨가 잠이 들자 A씨는 부동액을 넣은 주사기로 심장 부근을 찔렀고, 잠에서 깬 C씨가 저항하자 B군이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르고 A씨는 둔기로 머리를 내리친 것으로 조사됐다. B군은 C씨의 시신을 욕실로 옮겨 씻던 중 흉기로 훼손한 혐의(사체손괴)도 받는다. 앞서 같은 해 9월 18일에는 A씨가 귀가한 C씨와 사업 실패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소주병을 던져 다치게 하고, 같은 달 20일에는 소주를 넣은 주사기로 잠자고 있던 C씨의 눈을 찌른 혐의(특수상해)도 있다. 당초 B군은 경찰 조사 당시 ‘평소 아버지의 가정폭력이 심했고 사건 당일에도 어머니를 때리는 아버지를 말리다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주장했으며, 당시 참고인 자격으로 진술한 A씨 역시 ‘남편이 자주 술을 마시고 욕설하며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오히려 술병으로 맞아 상처를 입은 건 고인이었음이 드러나자 B군은 ‘정강이로 몇 번 맞은 적이 있었다. 아빠가 나쁜 사람인 것처럼 부풀렸다’며 허위 진술이었음을 시인했다. A씨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 더해 남편이 자신의 언어장애를 비하했다며 평소 아버지에게 불만을 품고 있던 아들을 끌어들여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숨진 C씨가 사망 사흘 전 작성한 노트에는 눈을 다친 뒤 아직도 시력이 회복되지 않아 고통스럽다면서도 ‘아내와 자식을 보면 다시 힘을 얻는다’고 적힌 글귀가 발견됐다. 그는 안과 진료 후에도 의사에게는 ‘나뭇가지에 찔린 상처’라고 주장했다. 자기 여동생에게는 단독 사고로 눈을 다쳤다고 둘러대며, ‘시누이가 다친 사실을 알렸어야 하지 않느냐’고 원망하자 아내를 두둔하기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 진술에 따르면 고인은 흉기에 찔린 후에도 ‘아들이 감옥에 가면 안 된다. 날 병원에 데리고 가라’고 했다고 한다”며 “아내가 또다시 자신을 다치게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었으면서도 끝까지 아내와 아들에게 애정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날 증인신문에 나선 C씨의 어머니는 “몇번을 다시 생각해도 아들이 왜 죽어야 했는지 모르겠다”며 오열을 참지 못했다. 그는 “자식을 살인자로 만들어놓고도 형량에 도움을 받으려는지 며느리가 자꾸 반성문을 내는 것을 보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며 “아끼던 처자식에게 잔혹하게 공격당했을 마음이 생각 나 제가 살아야 할 이유를 자꾸 잊게 된다”며 흐느꼈다. A씨는 지난해 11월 15일부터 현재까지 거의 매일 86차례에 걸쳐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최후 진술에서 “시댁 식구들에게 머리 숙여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가정의 불행은 저 혼자 짊어졌어야 했는데 아들에게 고통을 주어 미안하고, 진심으로 잘못했다”고 말했다. 선고 공판은 내달 14일 오후 2시 열린다.
  • 금융당국 때리기에 꿈틀한 은행들…“수익성 하락” 공시

    금융당국 때리기에 꿈틀한 은행들…“수익성 하락” 공시

    주요 시중은행들이 정부의 ‘은행권 공공성 강화’ 기조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며 주주를 향해 주의성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내놨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중은행은 최근 공시한 연간 사업보고서에서 금융당국의 고강도 규제에 따른 성장성 제약이 예상된다고 적시했다. 하나은행은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금리정보 공시제도 개선으로 은행의 예대마진 축소 압력이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공공역할을 강조하면서 대출금리 인하 압력과 채무재조정 프로그램 시행 등은 수익성 및 건전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KB국민은행도 “은행은 금융중개기능 등을 수행한다는 측면에서 일반기업과 달리 수익성뿐만 아니라 공공성도 강조되는 특성이 있다”며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및 사회적 공공성 요구 증대, 인터넷전문 은행 확대 등 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경쟁 국면이 대두되고 있다”고 적시했다. 신한은행은 “금융의 공공성이 강조되면서 서민·중소기업 지원, 금융소비자 보호 및 사회공헌 확대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며 “국내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가계대출 규제 등 금융규제 수준도 높아지면서 자산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당국은 고금리로 서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은행들이 ‘이자 장사’로 배를 불리며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 문제의식 하에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은행 산업 구조 개편을 추진 중이다. 시중은행의 과점체제를 깨고 완전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특화 전문은행을 도입하고, 성과급·희망퇴직금 적정성 등을 점검해 오는 6월까지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에 은행주는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 주가는 올해 연초에 비해 20% 안팎까지 하락했다. 금융 노조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윤석열 정권은 고금리 고통을 완화할 정책대안은 내놓지도 않은 채 모든 문제를 성과급 탓으로 몰아가는 혐오의 정치로 나라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 ‘급발진 의심 사고’ 손자 잃은 할머니, 경찰 출석…子 “끔찍 기억 불러내야”

    ‘급발진 의심 사고’ 손자 잃은 할머니, 경찰 출석…子 “끔찍 기억 불러내야”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살 손자를 잃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된 60대 할머니가 20일 첫 경찰조사에 출석했다. 할머니 A(68)씨와 그의 아들, A씨의 변호와 급발진 사고 민사소송 대리를 맡은 법률사무소 나루 하종선 변호사는 이날 오전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강릉경찰서를 찾았다. 경찰 조사에 들어가기 전 하 변호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반드시 해야 할 소프트웨어 결함은 분석하지 않고 하드웨어만 검사하는 부실 조사를 통해서 할머니에게 누명을 씌우고, 자동차 제조사에는 면죄부를 주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급발진 사고는 자동차의 주 컴퓨터인, 사람의 두뇌에 해당하는 전자제어장치(ECU) 소프트웨어의 결함에 의해서 발생하는데 국과수에서는 이를 전혀 분석하지 않고, 사고기록장치(EDR)만 분석했다”며 “다시 소프트웨어를 분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ECU가 오작동해 가속 명령을 내리게 되면 하부에 연결된 EDR은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음에도 ‘전혀 밟지 않은 것’으로 잘못 기록하게 된다는 주장이다.하 변호사는 사고 5초 전 차량의 속도가 110㎞인 상태에서 분당 회전수(RPM)가 5500까지 올랐으나 속도가 거의 증가하지 않은 사실과 ‘가속 페달을 밟았다’는 국과수의 EDR 검사 결과가 모순되는 점을 들어 급발진이 맞다고 주장했다. 또 정상적인 급가속과 급발진의 엔진 소리가 다르다는 자동차 학계의 논문, 미국에서 실시한 인체 공학적 분석 결과에 의하면 가속 페달을 잘못 밟는 ‘페달 오조작’ 사례는 7000여 회 중에 단 2회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도 변호인 의견서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하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특이점으로 사고 전 ‘전방 추돌 경고’가 울렸음에도 자동 긴급 제동장치(AEB)가 작동하지 않은 점을 꼽으며 이를 검사하지 않은 국과수의 검사 결과를 부정했다. 숨진 아이 父 “모친 처벌불원 탄원서 7296부 제출 예정” A씨의 아들이자 숨진 아동의 아버지는 “어머니가 다시 기억해내야 할 끔찍한 아픔과 기억, 고통의 아픔이 이번 조사 한 번으로 끝났으면 좋겠다”며 “전국에서 보내온 처벌불원 탄원서 7296부를 경찰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가 기존의 사례들처럼 운전자 과실로 끝날지 아닐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어머니는 죄가 없다는 것”이라며 “급발진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끊임없이 제조사와 싸우는 힘 없는 소비자들을 대변해서 관련법이 꼭 개정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6일 강릉시 홍제동에서 A씨가 운전한 SUV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해 함께 탑승한 12살 손자가 숨졌다. 이 사고로 크게 다진 A씨가 형사 입건된 사실과 함께 차량 급발진이 의심되는 블랙박스 영상 등이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A씨 가족이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올린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결함 원인 입증 책임 전환 청원’ 글은 일주일도 되지 않아 5만 명이 동의했다.강릉시의회, ‘자동차 급발진 사고 제도개선 건의안’ 발의 이에 정치권에서도 제도 개선을 위해 나서는 등 A씨 가족을 돕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열린 강릉시의회 임시회에서 신보금 시의원은 ‘자동차 급발진 사고 제도개선 촉구 건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신의원은 “해마다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으나 현행법상 차량 결함의 입증책임이 소비자에게 있고, 이에 제조사는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이로 인한 피해와 고통은 고스란히 사고당사자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릉시의회는 안타까운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며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제조사에 입증책임을 묻고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 마련 등 정부의 적극적인 제도 개선을 강력히 건의한다”고 촉구했다.
  • 용인시, 교통 취약지역 5개 노선에 44대 공공버스 증차

    용인시, 교통 취약지역 5개 노선에 44대 공공버스 증차

    경기 용인시는 교통 취약 지역 5개 노선에 44대의 공공버스를 증차한다. 용인시는 169억원을 들여 지난해 3월 110개 노선에 165대로 버스 준공영제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총 128개 노선에 242대로 확대 운영한다고 20일 밝혔다. 준공영제로 버스를 운영하면 시는 노선을 소유·관리해 취약 지역에 대한 노선을 신설해 시민 편의를 더할 수 있고 운송업체는 적자분을 보조받아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우선 버스노선이 없어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던 기흥구 마북동~구성역 구간을 잇는 502번 마을버스를 신설한다. 2대의 공공버스가 투입돼 하루 50회 운행한다.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과 운수종사자의 편의를 위해서도 9개 노선에 9대를 증차한다 기흥구 언동중학교와 수지구 대지고등학교 학생들의 통학시간 단축을 위해 26-3번 노선에 1대 증차하고 시민들의 대중교통 환승 편의를 위해 77번(상현역~용인세브란스병원)과 18번(청현마을~기흥구청), 20번(구성래미안~죽전역) 노선에 각각 1대를 추가한다. 이용 수요가 많아 불편 민원이 자주 접수되는 4개 노선에도 1대씩 차량을 추가한다. 80-2번(진흥아파트~동백이마트)와 501번(동백역~00), 21번(동백역~기흥구청), 53번(현대홈타운~기흥구청) 등이다. 운수종사자의 충분한 휴식시간 보장을 위해 68번(용인터미널~수지구청) 노선에도 1대를 증차한다. 또 민영제로 운영 중 수익성 저하 등으로 운행 포기한 4개 노선(33대)을 준공영제로 전환, 올해부터 시가 노선을 관리하게 된다. 시는 공공버스 시행 원년인 지난해 ‘버스고고’ 시민 평가에서 만족도 86점을 받았다. 시민이 직접 버스에 올라 차량 청결 상태와 운행 안전성 등을 암행 평가하는 것으로 지난 14일 제2기 평가단을 위촉, 2024년 말까지 만족도를 평가한다. 이상일 시장은 “용인의 교통은 고통이라고 말할 정도로 대중교통 서비스 개선이 시급하다”며 “버스 준공영제는 노선이 없거나 불규칙한 운행으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시가 주도해 노선을 관리하는 제도인 만큼 앞으로도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양질의 서비스로 대중교통을 개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 [길섶에서] 불어라 봄바람/박현갑 논설위원

    [길섶에서] 불어라 봄바람/박현갑 논설위원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며 봄기운을 즐겼다. 예전의 봄바람과 차이가 없을 텐데 얼굴에 부딪치는 바람이 의외로 달콤하다. 새봄을 맞아 자연과 함께하려는 라이더의 공손한 마음가짐에 자연이 화답했지 싶다. 아파트 단지 안 나무들도 봄 치장에 나섰다. 산철쭉과 자산홍은 새잎을 하나둘 드러내 보인다. 오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놀랐는지 산수유와 개나리는 벌써 꽃망울을 드러내고 있다. 아직 겨울잠을 자는 나무도 있다. 수령이 수백 년은 됐음직한 아름드리 팽나무의 잔가지에는 찬 기운이 여전하다. 하지만 땅속 뿌리에서는 뜨거운 성장의 기운을 서서히 내보내고 있을 게다. 산책로 의자에 앉아 핸드폰을 켠다. 새봄을 맞아 자연은 생기를 더하며 희망과 설렘을 노래하건만 인간 세상은 을씨년스러운 얘기들로 아직 겨울이다.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규율을 세우려면 고통과 변화는 불가피하다. 분열은 날리고 희망은 확산시킬 훈훈한 봄바람이 내 핸드폰 속으로도 불어오길 바라 본다.
  • [황서미의 시청각 교실] 될 때까지, 기우제/작가

    [황서미의 시청각 교실] 될 때까지, 기우제/작가

    ‘인디언서머’라는 말이 있다. 북아메리칸 인디언들이 사는 대륙에 가을 초입부터 늦가을 사이 비정상적으로 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비가 좀처럼 내리지 않는 가문 날씨를 일컫는다. 인디언서머가 이어지면 당연히 여러모로 불편해지는데, 정작 인디언들은 이때를 ‘절망 가운데 놓인, 뜻밖에 얻은 희망’의 시간으로 비유한다고 한다. 가뭄이 시작되면 다 같이 모여 기우제를 올릴 것이고, 그러고 나면 비가 올 테니까. 비가 올 때까지 하늘에 비는 기우제를 단순히 허무 개그나 미신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실제로 척박한 땅에서 ‘기우제’는 공동체의 결속력을 단단히 다지는 기제이자 굳건한 신념 체계로 이어져 내려왔다. 복잡한 머리를 식히러 가끔 가까운 가평의 시골 마을로 간다. 1박 2일 일정으로 자는 곳, 먹는 곳 언제나 같은 곳을 들러 온다. 그날도 저녁 식사를 하러 늘 가던 닭갈비집에 갔다. 밭에서 상추랑 고추를 직접 키워 따서 상에 올리고, 요즘 흔치 않은 집된장으로 찌개를 끓여 주는 곳이다. 닭갈비 2인분을 시키고 조용히 바깥 텃밭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인 아주머니가 테이블의 가스레인지 불을 탁 켜면서 말씀하신다. “이번에도 양념 좀 덜 얹었어요.” 고추장으로 만드는 음식은 좀 과하게 허옇다 싶을 정도로 양념을 덜어 내고 먹는 편인데, 아주머니는 나와 내 식성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긴 닭갈비집에 늘 혼자 와서 먹는 손님은 안 잊어버리는 게 더 쉬울지도 모르겠다. 한참 맛있게 먹고 있는 와중에 주인 아저씨가 밖에서 돌아왔다. 곧이어 두 분이 나란히 붙어 앉아 늘 켜 두는 텔레비전을 올려다본다. “장사 하나도 안되고….” 할머니가 시선은 계속 위쪽으로 꽂아 두며 푸념하듯 말씀하신다. “그러다가 다음달엔 더 잘되기도 하는 거고 그런 거지. 설마 굶어 죽겠나.” “내가 굶어 죽는 거 걱정하는 걸로 보이남.” “그럼 뭐가 걱정이여.” 세상 어디든지 이렇게 걱정거리들이 한 움큼씩 기본 토핑으로 뿌려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간 맛있게 집어 먹고 있던 닭갈비도 얼마간의 나의 ‘불안’을 갈아 넣어 번 돈으로 사 먹고 있는 것일 터이다. 이 일이 끝나면 다음 일이 이어질까, 내가 이 작업을 얼마나 잘 해낼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은 내 글을 읽고 어떤 ‘평가’를 할까. 한 배우는 처음부터 꿈을 크게 잡지 않고 작게 잘라 낸 현실적인 소망을 단계별로 올렸다고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작품에 캐스팅됐으면 좋겠다는 바람 한 단계, 작품이 끝나면 불안한 마음이 들 여지 없이 다음 작품이 예정된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 또 한 단계…. “그냥 장사 안되는 게 걱정이지.” “그렇게 반복해서 걱정하는데, 위에서 참 그거 안 이뤄 주겠다, 이 사람아.” 고통아, 걱정아, 불안아 다 나한테 쳐들어와라. 살포시 눌러 주마. 삶의 고통이 크면 클수록 내가 그만한 적수가 되니까 들어오려니 생각하고 어린아이처럼 놀이로 알고 즐기는 자세. 그 정도까지는 아직 무리이지만, 나는 그날 닭갈비집에서 초인을 만난 듯했다. 그렇다. 우리 일상에서 ‘인디언 기우제’는 어떤 방향으로든 꽤 많은 기적을 일으키고 있다.
  • [특파원 칼럼] 통절한 반성과 사죄/김진아 도쿄 특파원

    [특파원 칼럼] 통절한 반성과 사죄/김진아 도쿄 특파원

    “일본이 과거 한때 식민지 지배로 인해 한국 국민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안겨 줬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러한 오부치 총리의 역사 인식 표명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평가함과 동시에 양국이 과거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화해와 선린우호협력에 입각한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서로 노력하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라는 뜻을 표명했다.” 오는 10월 8일이면 김대중ㆍ오부치 선언으로 알려진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이 만들어진 지 25주년이 된다. 이 선언이 지금도 강조되는 데는 일본 정부가 한국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을 명확히 하면서도 미래로 함께 나아가자는 의미가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 후보 공약집에서 “한일 관계 미래상을 포괄적으로 제시한 김대중ㆍ오부치 선언의 기본 정신과 취지를 발전적으로 계승”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한일 정상 셔틀외교 복원, 고위급 협의 채널 가동으로 제반 현안의 포괄적 해결 촉구”, “과거사·주권 문제는 당당한 입장을 견지”, “미래세대 중심으로 양국 시민 간 열린 교류 확대”라고 공약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17일 일본 방문 결과 공약 사항을 지켰다고 밝혔다. 지킨 것이 있다. 한일 정상 셔틀외교 복원과 현안의 해결 촉구 등이다. 하지만 동의할 수 없는 것도 있다. 과거사와 주권 문제에선 당당한 입장을 견지하지 않았다. 지난 6일 한국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결책을 발표할 때는 미쓰비시중공업, 일본제철 등 가해 기업의 배상도 사과도 빠졌다. 대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대해 반성하는 내용이 들어간 일본 정부의 과거 담화를 ‘계승’한다고 했지만, 그 내용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며 사과인 듯 사과 아닌 것을 반복했다. 일본으로부터 직접 사과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여겨졌던 16일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결국 사과는 없었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 발표한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한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속 이어 가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총리 본인의 입으로 ‘사과’라는 것을 끝까지 언급하지 않았다. 일본 내에서는 일본이 원하던 대로 됐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반성을 잃어버린 일본이기에 애초에 직접 사과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런 일본을 상대로 협상은 어려웠겠지만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 기간 한국 정부에 더욱 허탈감과 실망감을 느낀 것은 비단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안보와 경제 문제 등을 위해 과거사를 봉합하며 ‘미래’를 택했더라도 일본을 상대로 직접 사과하지 않는 것에 대해 단 한마디라도 비판하며 미래로 갔어야 했다. 하다못해 ‘아쉽다’ 정도도 말하기 어려웠을까.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마셨다던 ‘화합의 폭탄주’로 모든 걸 덮을 수는 없다. 반성하지 않는 일본 정부에 대한 한 맺힘과 한국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우리에게 ‘통절한’ 상처처럼 남게 됐다.
  • 앙숙 佛·獨, 화해·고난의 역사 대화… 새로운 미래 연 ‘오월동주’ 지혜[차용구의 비아 히스토리아]

    앙숙 佛·獨, 화해·고난의 역사 대화… 새로운 미래 연 ‘오월동주’ 지혜[차용구의 비아 히스토리아]

    올해 1월 22일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프랑스 파리의 엘리제궁에서 만났다. 프랑스와 독일의 화해와 협력 조약인 ‘엘리제조약’ 체결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나치의 침공으로 받은 어마어마한 재산과 인명 피해로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프랑스의 샤를 드골은 1963년 1월 22일에 서독과 양국 관계에서 신기원을 확립한 조약을 체결했다. 민족주의자 드골은 그 직전까지도 독일이 지난 145년 동안 프랑스를 일곱 번 침략하고 파리를 네 번 점령했음을 노골적으로 비난하곤 했다. 그러나 그는 식민지 국가들의 독립과 같은 어려운 국제 여건 속에서 ‘위대한 프랑스’의 재건이라는 국익을 위해 적과의 동침을 선언했다.●‘마지막 수업’과 아르테(ARTE) 프랑스의 작가 알퐁스 도데가 쓴 ‘마지막 수업’을 기억하는가? 이 단편소설은 아멜 선생님이 ‘오늘 수업이 프랑스어로 하는 마지막 수업입니다. 내일부터는 독일어를 공부하게 됩니다’라고 말한 후 교실 칠판에 ‘Vive La France!’(프랑스 만세)라고 적으면서 끝을 맺는다. 소설의 배경은 1870년에 벌어진 프로이센·프랑스전쟁의 승리로 독일이 프랑스로부터 빼앗은 알자스로렌 지방이다. 두 나라 접경지에 있는 이곳은 이후에도 여러 차례 영토 분쟁에 휘말렸다.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하면서 이곳을 프랑스에 반환했다가 1940년에 무력으로 다시 합병했다. 여기서 태어난 청년들은 제1차 세계대전 때는 독일군으로 소집 명령을 받았고, 1940년에는 프랑스 군복을 입고 나치 군대에 대항해야 했다. 주민들이 자신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국적을 여러 번 바꿔야 했던 웃지 못할 희비극이 연출된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가 자국 언어를 사용하라고 강요했던 알자스로렌 지역의 중심 도시는 스트라스부르로, 지금은 여기서 독일과 프랑스 합작 공영방송 아르테(ARTE)가 운영되고 있다. 1992년부터 주로 예술·영화·역사·시사 등 문화 콘텐츠를 제작해 동일한 프로그램을 독일어와 프랑스어로 동시에 송출한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지난 두 세기 동안 서로 원수처럼 여겼던 두 국가가 협력해 공영방송 설립이라는 유례없는 시도를 할 정도로 신뢰하는 동반자가 된 것이다. 양국은 줄곧 서로에게 최대 교역 파트너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다.●미래 세대로 이어진 엘리제조약 효과 엘리제조약 이후 양국의 동반자 관계는 1970년대 발레리 지스카르데스탱·헬무트 슈미트, 1980년대 프랑수아 미테랑·헬무트 콜을 거치면서 더욱 공고해졌다. 이는 양국 관계의 정상화 못지않게 우호 협력 관계를 지속하려는 의지가 더 중요했음을 의미한다. 우파와 좌파의 정권 교체라는 국내 정치에 따라 양국의 대외 관계가 변하지 않고 정권 차원의 문제를 넘어섰음을 말한다. 회복된 쌍방의 상호 신뢰는 통일독일의 핵무장을 우려했던 프랑스가 1990년 독일 통일에 동의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기성세대의 이러한 오랜 노력은 미래를 책임질 청년세대로 이어졌다. 엘리제조약 체결 40주년을 맞은 2003년에 양국 청소년들은 ‘무지에 따른 선입견을 줄이기 위해 같은 내용의 역사 교과서 도입’을 제안했고, 이 요청을 두 나라 정상이 받아들이면서 같은 내용으로 구성된 독일·프랑스 공동 역사 교과서가 2006년에 출간됐다. 이는 사상 초유의 국가 간 공동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독일·프랑스 교과서 협력을 위해 독일 측에서는 게오르그 에커트 국제교과서연구소(GEI)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 연구소는 1970년대부터 독일과 폴란드의 역사 교과서 개선 활동 실무도 맡고 있었다. 폴란드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에게 폴란드계 유대인 200만명을 포함해 전체 인구의 5분의1인 600만명이 살해당했다. 더욱이 역사 대화가 시작될 무렵 폴란드는 공산 정권의 서슬이 시퍼다. 이러한 최악의 상황에도 양국 학자들은 상호 신뢰 아래 민족적 편견을 극복하며 역사 대화를 지속해 나갔다. 그 결과 같은 내용을 각각 독일어와 폴란드어로 기술한 총 네 권으로 된 공동 역사 교과서가 편찬됐다 공동 교과서가 만들어지려면 해당 국가들의 정치적 화해와 상호 이해가 전제돼야 했다. 엘리제조약은 물론 1970년 서독과 폴란드가 맺은 바르샤바조약이 국가 간 관계 정상화의 토대를 마련했다. 종교계·학계·문화계도 교류를 활성화하면서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화해 분위기가 다양한 형태로 조성됐다. 엘리제조약 이후 독일과 프랑스 청소년 900만명 이상이 교류 사업으로 상대방 국가를 방문했고, 2000개 이상의 도시가 자매결연을 했다. 한때 원수지간이었던 프랑스·독일·폴란드는 이제 유럽이라는 같은 배에 몸을 싣고서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가라앉히고 서로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 준다. 공동 역사 교과서는 미래세대에게 지속가능한 공존과 번영의 항로 표지 구실을 한다.이를 위해 독일·프랑스, 독일·폴란드 공동 역사 교과서는 ‘자국 중심의 역사서술에서 벗어나 다자적 관점과 교차적 접근을 통한 역사서술’을 시도했다. 학습자에게 상대방 관점에서 역사를 읽는 역지사지의 방법론이 이 교과서들의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흑백논리가 아닌 ‘두 가지 시각’에서 자신을 바라볼 기회를 얻은 것이다. 사건을 서술할 때 상대 국가의 교과서에 실린 내용을 소개함으로써 다른 나라 학생들은 그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 주고자 했다. 이렇게 해서 학습자가 편협한 민족주의적 관점이나 불관용적 태도에서 벗어날 수 있게 했다. 흑백논리는 문제의 해결점이 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역사 해석의 양자택일적 논리를 지양하고자 했다. 기존의 역사 서술은 유사성보다는 차이점을 드러내면서 상대편을 모든 고통의 근원이자 악마적 존재로 묘사했다. 이웃 나라 역사의 부정적 측면만 따진다면 상대방에 대한 불확실성과 두려움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 역사 교육의 중요한 임무이다. 처음부터 이웃을 적으로 규정하면 상대방 처지를 이해하려는 역사 대화는 불가능해진다. 그리고 쌍방향적 기억의 복원은 국가적 자부심만 강조하지 않고 자신의 폭력적 역사를 반성하고 회개하는 계기를 만든다. 독일·프랑스, 독일·폴란드 역사 교과서 협의는 합의가 어려운 주요 쟁점에 대해서는 상이한 해석을 병렬적으로 서술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비록 두 가지 다른 시선이 존재함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 역시 지속적인 대화를 바탕으로 한 쌍무적 교과서 협력의 결과였다. 동일한 대상도 관찰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듯이 하나의 사건도 서로 다르게 해석됨을 인정한 것이다. 독일·프랑스, 독일·폴란드 역사 대화는 현재의 관심이나 관점에서 과거를 이해하고 재단하려는 현재주의적 태도를 지양했다. 현재의 렌즈로 과거를 보면 역사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 제정된 법률로 소급 적용해서 과거를 단죄하는 ‘소급 적용의 오류’는 역사 전쟁의 종식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적에게 늘 화해의 문 열어 놓아라” 역사 교육은 학생들에게 획일적인 국가적·민족적 정체성을 길러 주는 수단이 아니라 자성적 관점을 길러 준다. 그러려면 역사 교육은 일국사(一國史)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역사 교과서는 국가 정책을 홍보하는 관용(官用) 역사책이 아니다. 국경을 초월한 상호 교섭에 주목해 국가 간의 정치·경제·사상·문화 등 다양한 영역의 상호 관계사와 교섭사를 가르쳐야 한다. 국가 간의 역사가 만나고 충돌하며 공생하는, 즉 서로 얽혀 있었음을 보여 주어야 한다. 양국 간 또는 삼국 간 역사 대화는 자국의 어두운 과거를 인정하는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을 수 있다. 유럽의 교과서 협력이 주목을 많이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상대방의 관점을 빌려 자국 역사를 비판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역사 대화는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화해의 문이자 동시에 고난의 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당신의 적에게 늘 화해의 문을 열어 놓아라”라는 명언처럼 갈등을 해소하고 협력을 촉진하려면 적의를 품고 지금껏 한배에 올라탄 적이 없는 사람들도 필요에 따라 서로 도울 수 있다는 오월동주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아무리 원수 사이라도 어려운 처지에 놓이면 서로 단결하게 된다는 오월동주가 적을 옆에 두고 잠들었다가 언제 상대한테 기습당할지 몰라 불안해하는 ‘적과의 동침’보다는 낫지 않을까? ‘Contraria sunt complementa’(대립하는 것은 상호 보완적이다)라는 라틴어 문구에 더욱 공감이 가는 3월이다. 중앙대 교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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