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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다른 의원과 다른 의원?

    일수불퇴,노무현 대통령은 강수를 두었다.고영구 변호사의 국정원장 임명에 이어,핵심적 사안으로 남았던 서동만 교수의 국정원 기조실장 임명을 ‘강행’함으로써 노 대통령은 국회와 일부 여론의 이념 잣대를 앞세운 반대와 비판에 정면 돌파 자세를 잡았다.이념 문제로 밀리지 않겠다,국정원은 이념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개혁의 대상이며,두 사람은 국정원의 대대적 개혁을 수행할 적임이라는 대통령의 고집스러운 의지가 확인된다. 청문회에서 이념공세를 주도했던 원내 다수당은 배수의 진을 친 서동만 교수 인사마저 강행되자 당혹감을 넘어 분노의 표정이 역력하다.‘국회에 대한 선전포고’ ‘야당에 대한 폭거’ ‘오기와 독선의 정치’ 등 격렬한 반응이 쏟아졌다.국정원장 사퇴권고 결의안을 제출하겠다,국정원 해체 법안을 내기로 하자는 등 손에 잡히는 가능한 투쟁을 모두 동원한다는 태세다. 문제는 이념공세로 표현된 색깔론,혹은 색깔 덧칠하기다.국회 정보위원회는 국정원장에 대한 인사 청문회를 후보자의 자질-능력-개혁에 대한 비전을 묻기보다 냉전시대와 다름없는 이념 평가로 일관했으며,노 대통령은 바로 그 점을 분열주의적 이념공세로 판단,집권 소수당으로서 정국 경색이라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負·마이너스)의 상황 전개에도 불구하고 청문회 의견의 수용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좌파 성향’ ‘친북 세력’ 등으로 두 사람을 규정했다.비슷한 무렵 KBS 사장으로 추천된 인사를 상대로 ‘친북’ ‘이념적 편향성’이라는 야당의 색깔 입히기는 되풀이됐다. 야당 간부의 입에서는 “노무현 정부는 최근 급진인사 중용,급진인사 사면,급진단체 허용,급진정책 추진을 밀어붙인다.”,“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위험에 빠뜨리게 하는 인사들만 일부러 골라 쓰고 있다.”는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사용되는 어휘에서 시대 역행적인,지금이 혹시 20년 전의 상황은 아닌가를 의심하게 하는 낡은 패션,앞뒤 안 맞는 ‘극우적 발언’도 만난다. 국가위원회 빈 자리에 추천된 한 교수는 결국 힘을 과시한 야당의 반대표로 위원 선임이 부결됐다.역시 ‘색깔’이 이유다.국정원장-서 교수-KBS사장 인사가 강행된 데 대한 야당의 보복으로 짐작된다.다수당인 야당은 지금 표의 위력으로 못할 일이 없다. 매카시즘,혹은 색깔 덧칠의 위력은 “청와대에 빨갱이가 있다.”는 말 한 마디가 상징적이다.10년 전 김영삼 정부 첫 통일부총리 한완상 교수의 실각,잇달아 김정남 청와대 수석비서관의 낙마,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이던 최장집 교수 사건,지금은 특검 수사대상이 된 ‘임동원 햇볕정책’의 불신임 낙마 등 이념공세의 ‘업적’과 사례는 자못 찬연하다.색깔이 붉다는 손가락질에 견뎌낼 장사는 없다. 독일 통일의 길을 닦은 동방정책과 김대중 대통령을 노벨상 수상자로 만든 햇볕정책은 본질과 모양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중대한 차이 한 가지는 있었다고 한다.동방정책도 자주 정치적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은 같았지만 사상을 의심받거나 색깔 시비로 탄핵된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대여 투쟁을 논의하는 한나라당 의총에서 ‘다른 의원들과 다른 의원’ 하나가 “그들이 좌파,친북세력이라면 나도 좌파,친북세력이다.”라고 당의 색깔론 구태를 맹렬히 비난하자,“싫으면 당을 나가라!”고 동료의원 하나가 공격했다고 한다. 같은 날 국회 본회의에선 전 날 캐주얼 옷차림으로 의원 선서에 나섰다가 다른 의원들과 다른 모습을 참지 못한 다른 의원들의 항의 퇴장으로 뜻을 못 이뤘던 개혁당 의원 등 보궐선거 당선자 세 의원의 지각 의원선서가 이뤄졌다.어쩔 수 없이(?) 넥타이를 단정히 매고 나온 그 의원은 ‘서로 다름에 대한 존중과 관용’의 문화를 호소했다.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그것이 우리사회 민주주의 수준을 높이는 첫걸음이다.색깔론 극복의 첫걸음도 같다. 정 달 영 칼럼니스트
  • [사설] 美, 북 제의에 유연성 보여야

    베이징 3자회담에서 나온 북한의 ‘제의’에 대한 미국측의 입장이 혼란스럽다.미 강경·온건파 사이에 북측 제의를 보는 기본적 시각에 엄청난 차이가 있어서다.파월 국무장관측은 계속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럼즈펠드 국방장관측은 지금껏 해온 요구의 종합판이라며 부정적이다.그럼에도 미측이 견지하는 반응은 주변국들처럼 협상의 판은 깨지 않겠다는 것이다.부시 미 대통령도 그제 밤 노무현 대통령·고이즈미 일본 총리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북핵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거듭 확인했다. 이런 상황속에서 북한 외무성은 어제 ‘물리적 억제력’을 갖출 것임을 강조한 뒤 미국이 북핵 문제를 유엔에 회부하면 비상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북핵 해결을 더욱 꼬이게 하는 발언으로 보이지만,속뜻은 미측이 대북 적대 관계를 청산하라는 것이다.북핵의 실마리는 당연히 핵·미사일과 체제보장·불가침 확약·경제지원 등을 맞바꾸자는 북측의 제의에서 찾아야 한다.미측이 먼저 유연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선(先)핵포기’를 고집하거나 “나쁜 행동에 대해 어떤보상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해서는 실효성이 없다. 우리는 미측이 북측 포괄적 카드의 긍정적 측면을 최대한 살릴 것을 촉구한다.북측이 모든 카드를 다 내놓은 것은 그만큼 협상에 적극 임하겠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발언도 협박용이 아닌 협상의 가치를 높이려는 협상용 전략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북핵 협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 미국의 통일된 입장이다.지금처럼 오락가락하는 모습은 북측을 자극할 수 있어 충실한 협상을 기대할 수 없다.강경파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미 언론의 보도 역시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다.북측의 제안으로 공이 미측으로 넘어온 이상 미측이 역으로 ‘새롭고 대담한 제안’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포괄적 협의를 시사하는 역제의도 한 방법이다.북핵 문제 해결에서 미측의 유연성은 절대적 요건이다.
  • 北 ‘대담한 제안’/韓 “긍정적” 美 “더 검토”

    북한이 베이징 3자회담에서 새롭고 대담한 것이라며 내놓은 ‘북·미 관계 정상화와 북한 핵폐기’ 일괄타결 방안에 대한 한·미간 평가작업이 한창이다.우리 정부내에선 평가를 두고 이견이 있긴 하지만,청와대는 대체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제안’이라는 긍정적 해석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문제는 미국내 평가가 어떻게 모아질지다.북한의 ‘동시행동’원칙을,선(先) 핵폐기를 주장해온 미국 내 강경파가 어느 정도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핵보유 선언 이후 미국내에서 흘러 나오고 있는 대북 경제제재론 등은 향후 미 행정부내 강·온파 마찰의 정도가 상당할 것임을 예고하는 부분이다.그러나 오는 5월11일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 이전까지는 해결 방향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미국 입장이 고비 정부 당국자는 28일 “미국이 북한 제안을 ‘검토하겠다.’고 한 의미를 긍정적으로만 봐선 안된다.”고 말했다.베이징 회담에서 북측 이야기를 직접 들은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가 부시 대통령과 행정부 내 강경파들을 상대로 대북 정책 조율을 마칠 것으로 보이는 이번 주까지 ‘잠시 소강’상태란 것이다.북한은 베이징 회담에서 근본적인 체제보장을 의미하는 북·미관계 정상화를 제안했다.또 대북 불가침 약속과 경제발전 장애가 되는 요소를 제거할 경우 이미 보유한 핵의 이전과 개발 프로그램의 폐기 등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안을 내놓았다.이 당국자는 미국의 고민은 “북한핵의 평화·외교적 해결이라는 대원칙과,핵은 무조건 폐기돼야 한다는 당위적 입장 사이의 전략을 찾아내는 것”이라면서 실마리를 찾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의 역할과 한·일의 참여 중국의 태도가 향후 대북 정책 그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부시 대통령은 26일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통화에서 중국이 보여준 적극적인 자세에 고마움을 표하면서 중·미 양국이 북핵문제 해결에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북한의 핵 보유 천명으로 중국은 이 문제에 개입될 수밖에 없고, 이는 미국이 바라는 상황이다. 북한의 붕괴를 원치 않는 중국으로선,일단 미국의 강경 입장을 완화하기위한 노력을 할 것으로 보인다.이에 따라 3자회담 후속회담 개최 등 대화기조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중국도 회담이 끝난 뒤 “회담은 성공적이었다.”며 중국을 가운데 둔 회담의 지속을 희망했다.한·일 양국은 일단 미국측의 강경 분위기와 회담 자체가 불안정한 상태란 점을 감안,회담 조기 참여를 굳이 고집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김수정기자 crystal@
  • 차세대 성장산업 선정하기도 전에… ‘골병’

    과학기술부,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가 반도체·휴대전화 등의 뒤를 이어 우리 경제를 견인할 차세대 성장산업에 대한 주도권 쟁탈을 위해 불꽃튀는 3파전을 벌이고 있다. 21세기 새로운 성장동력(엔진)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시점과 새 정부의 출범이 묘하게 맞물리면서 부처의 위상은 물론,10년간 수십조원대로 추산되는 연구개발(R&D)비를 선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3개 부처는 사업의 대상과 목표는 서로 비슷한데도 이해관계에 따라 제각각의 추진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이 때문에 새 정부의 국책사업은 출발선에 서기도 전에 과거 벤처육성 과정에서 빚어졌던 정책 혼선과 예산 낭비가 되풀이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같은 내용을 제각각 보고 과기부는 지난달 20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반도체와 테라(Tera·단위로 10의 12승)급 나노소자를 결합한 테라비트 반도체 ▲자동차와 연료전지를 결합한 차세대 자동차 ▲생체이식용 인공장기 ▲항암제 등 신약디자인 ▲질병진단용 바이오칩 ▲지능형 분산 컴퓨터 등의 6개 분야가 ‘포스트 반도체-초일류 기술국가 프로젝트’라고 보고했다. 반면 산자부는 지난 16일 초저공해 자동차,3차원 복합가공머신,통신용 플라스틱 광섬유,이동형 디지털TV 등을 예로들어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 및 육성 프로젝트’라고 보고했다.앞서 정통부도 지난달 28일 지능형 로봇,포스트PC,디지털 TV 등 9대 전략품목을 예로들어 ‘IT(정보기술) 신(新)성장산업 발굴전략’이라고 보고했다. 성장산업을 추진하는 주체도 제각각이다.과기부는 기존의 대통령직속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산하에 12개 관련부처가 참여한 ‘미래전략 기술기획단’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산자부는 국무총리와 민간 전문가가 공동 의장을 맡고,산·학·연·관 전문가들이 모두 참여하는 ‘차세대 성장산업 발전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보고했다.정통부는 별도의 기구를 만들 필요도 없이 대통령이 주재하는 기존의 ‘정보화전략회의’에서 총괄 조정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3개 부처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나머지 두 곳의 기구는 언뜻 그럴듯해 보여도 사실상 자신들이 각각 주도하는 기구”라고입을 모았다. ●기술이냐 산업이냐. 차세대 성장산업에 대한 논란은 ‘개발기술’을 중시하는 과기부와 ‘산업적 연계성’을 강조하는 산자부간 논리싸움에서 본격적으로 비롯됐다.과기부는 “향후 국가경쟁력을 책임지는 초대형 프로젝트인 만큼,국가 R&D를 맡고 있는 과기부가 주도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다.“몇년간 연구개발을 하다보면 지금까지 알고 있는 생산물과 전혀 다른 것이 나올 수도 있다.”며 생산품에만 집착하는 산자부를 꼬집었다.또 “국가 R&D 비용(올해 5조 3000억원)의 상당 부분을 전용할 수도 있어 예산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반면 산자부는 “한개의 프로젝트에 수조원대가 걸린 국가산업인데,개발을 추진하다 상품개발에 실패하면 그때가서 누가 산업계를 책임질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즉 “기술은 제품으로 체화(體化)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다.아울러 “성장동력 산업은 새로운 전략산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동차·조선 등과 같이 경쟁력이 입증된 주력산업의 기술력을 한층 높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또 다른 축”이라고 설명한다.지식서비스 산업도 미래산업이라는 주장도 덧붙인다. 정통부는 논리싸움에선 한발짝 물러선 느낌이다.하지만 “기존 휴대전화와 인터넷 산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정통부의 노하우를 되살리는 것이 국가적 차원에서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여기에다 국가 성장산업을 추진하는 것은 장관의 평소 소신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문제점과 협의 가능성 대통령 보고를 마치자마자 서둘러 기구 구성 등을 추진한 곳은 과기부다.10개 관계부처와 민간 대표가 참여한 미래전략기술기획단을 발족하기로 하고 지난 11일까지 각 부처에 기획위원을 추천해 줄 것을 의뢰했다.그러나 28일 현재 산자부와 정통부 등 두 부처만 추천하지 않았다.정통부는 “내부 문제로 늦어지고 있다.”며 명쾌한 이유는 밝히지 않고 있다.이에 비해 산자부는 “3개부처 장관 회동 등을 통해 재정리가 필요한 만큼 기획단에 직원을 파견할 필요성을 못느낀다.”며 노골적으로 버티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3개 부처가 힘겨루기를 하는 꼴이 자칫 국민들에게 벤처 악몽을 되살릴까 걱정된다.”고 말했다.즉 몇해전 벤처업체 한 곳에 벤처육성자금,중소기업육성자금,과학기술진흥기금 등이 한꺼번에 지원돼 국민의 세금만 낭비했다는 지적을 염두에 둔 우려다.산자부 관계자는 “목표가 같은 만큼 수조원대의 중복 투자를 막기 위해선 범국가 차원의 조정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과학기술 분야에 참여했던 한 교수도 “음성인식 디지털TV의 경우 수신기는 산자부,음성기술표준화는 정통부,인공지능은 과기부 등으로 분야를 나누는 등 공정하고 합리적인 역할 분담이 청와대 차원에서 마련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경운기자 kkwoon@
  • [열린세상] ‘힘의 논리’… 바그다드 효과

    이라크 전쟁이 사실상 종결되면서 국제질서의 장래를 논의하는 과정에 바그다드 효과란 말을 자주 접하게 된다.바그다드 효과란 힘의 논리에 의한 현실주의가 국제관계를 이해하는 주요 패러다임으로 재확인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실주의는 무정부 상태인 국제사회에서 전쟁을 예방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오직 힘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현실주의는 실리를 강조하면서 국력으로 뒷받침된 힘의 정치(Power politics)만이 평화를 유지하고 국가이익을 안정적으로 추구할 수 있다고 본다. 현실주의와 대비되는 이상주의는 명분을 강조하면서 국제기구,국제법,국제여론,국제도덕 등을 통하여 무정부상태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바그다드가 맥없이 함락되자 이상주의의 한계와 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에 대하여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와 이라크 해방이란 명분을 내세웠지만 대표적 국제기구인 유엔의 결의를 거치지 않고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일방적으로 전쟁을 시작하였다.세계 제1차대전의 참상에 대한 반성적 차원에서 등장한 국제기구나 국제법을 통해서 세계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이상주의가 도전을 받게 된 것이다.반전이라는 국제여론이 지구촌 전체를 뜨겁게 달궜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무력으로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렸다. 바그다드 효과라고 볼 수 있는 현실주의의 위력은 세계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미국의 패권주의를 비난하면서 전쟁의 부당성을 전 세계에 호소하던 러시아,독일,프랑스 등 많은 국가들의 태도를 변화시켰다.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신랄하게 비판하던 자세를 하루아침에 뒤집고 미국에 러브콜을 하고 있다.독일의 슈뢰더 총리는 이라크전 비난에 대하여 미국에 유감을 표명하기도 하였다. 현실주의의 여파는 한반도에도 불어왔다.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전에는 “반미면 좀 어떠냐,미국과 견해가 다른 것은 달라야 한다.”고 하면서 미국에 고분고분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미국과의 수평적 관계를 강조하여 노 대통령의 민족주의적 노선과 배짱 그리고 대미 자주적 태도에 진보세력은 특히 열렬하게 반겼다. 하지만 반전을 외치고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는 국내여론이 만만치 않은 데도 불구하고 파병을 결정하였다.북한의 핵 문제 해결에 주도적인 역할을 늘 강조해 왔지만 한국이 배제된 3자회담에 대하여 실용적 결과론으로 정당화하였다. 노 대통령은 방미를 앞두고 한·미 동맹관계를 부쩍 강조하는 등 대미 자세가 눈에 띄게 바뀌고 있다.이를 참여정부의 대미 외교가 명분보다는 실리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북한도 핵문제 해결에 대하여 조·미 쌍방회담만을 고집하다가 바그다드 붕괴 이후 중국을 포함한 3자회담을 수용하기에 이르렀다.북한은 3자회담을 앞두고 폐연료봉 8000여개의 재처리 준비가 끝났다고 발표하여 회담 성사를 불투명하게 만들었으나 결국 베이징 3자회담은 시작되었다. 3자회담의 성공 전망은 불투명하지만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는 한 바그다드 함락 이전과 같이 레드라인을 넘나드는 벼랑 끝 전술을 활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무정부 상태인 국제사회에서 승자만이 살아 남는다는 영원한 진리를 부정하고 싶지 않다.힘만이 정의를 낳는다는 마키아벨리안적 접근법은 싫지만 국제정치의 현실인 것 같다. 하지만 많은 나라들이 그토록 내세우던 명분론을 슬그머니 접고 힘의 논리에 따라 현실주의적 태도로 바뀌는 모습이 민망스럽다.외교는 실리 못지않게 명분도 중요하기 때문이다.외교문제에 관한 한 신중한 언행이 요구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 것도 바그다드 효과가 아닐까? 홍 득 표 인하대 교수 정치학
  • 정부, 회담 참여 고집않기로/ 베이징 北核3자회담 시작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서울 곽태헌 김수정기자|정부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중·미 베이징 3자 회담에서 문제 해결의 전기가 마련될 때까지 한국의 회담 참여를 고집하지 않기로 방침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4면 노무현 대통령은 23일 3자회담과 관련,“다자든 양자든 회담형식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면서 “때와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인 문제 해결 모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안보관련 장관·보좌관 간담회를 주재,“정부가 회담에 참여하는 문제는 명분보다는 실질적 결과를 중심으로 사고하고 판단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윤영관 외교부 장관도 YTN에 출연,“93·94년 핵위기 해결 때까지 2∼3년 걸렸다.”면서 “어렵게 회담을 시작한 북·미·중 3국간 신뢰가 굳건해지고 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까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북·중·미 3자 회담 첫날 회의에서 북한은 한·일이 이번회담에 참여해야 한다는 미측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이근 북한 외무성 부국장,푸잉 중국 외교부 아주국장이 각각 대표로 참석한 회의에서 북측은 “핵 문제 등 본질적인 문제는 조(북)·미 쌍방간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를,북측은 미국의 선 체제보장을 요구하며 팽팽히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핵문제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과 생존권 위협에서 비롯된 만큼 불가침조약을 체결하면 핵개발에 대한 미국측 우려를 해소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3자 회담에 참석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는 25일 방한,윤영관 외교부장관과 나종일 보좌관에게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베이징 현지를 통한 막후조율은 물론 서울과 워싱턴의 외교채널을 통해 회담전략에 관해 미국측과 긴밀하게 협의해 나갈 방침이다. 토머스 허버드 주한미국대사는 이날 오후 외교부를 방문,이수혁 차관보를 만나 오전 회담의 개략적인 진행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tiger@
  • [편집자문위원 칼럼] ‘한자 우리말’의 합리적인 사용

    수많은 선배들이 수 천년 사용해온 한자를 우리말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그러므로 우리말에는 한자우리말과 한글우리말이 있다.한자우리말을 사용함에 있어서 일상에서 쉽게 저지르는 비일관성의 오류를 경계하며 바른 언어사용을 제안하고자 한다. 요즘 한자우리말을 다시 사용하자는 소리가 들리지만 한때는 한글우리말만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중국 한자는 가고 우리 한글만 남으라는 것이었다.그래서 신문들도 언제부턴가 다투어 한글을 전용해오고 있다. 한글전용론에 나름의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대다수의 국민이,특히 젊은 세대 절대다수가 한맹(漢盲)이어서 한자를 읽지 못한다는 것이 첫째 이유며,우리글을 지킴으로써 자주권의 의지를 드높이자는 것이 둘째 이유다.나는 한자가 우리말이 아니라는 결벽에 가까운 한글지상주의에 동의하지 않으며 그래서 한맹을 걱정해 줄 것이 아니라 한자를 배워야 한다고 믿는다. 한자사용에 관한 나의 제안은 이렇다.제1단계는 한글 위주로 사용하되 필요에 따라서 괄호 속에 한자를 병기하는 방식이다.제2단계는 한자교육을 통해서 한글한자혼용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때로, 괄호없이 한글과 한자를 그대로 섞어쓰면 될 것이다.영어의 경우도 당분간은 필요하면 괄호 속에 병기하여 쓸 일이지만 영어를 영어우리말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게 되었을 때는 한글과 영어를 섞어쓰면 된다.미래의 제3단계에는 한자우리말 한글우리말 그리고 영어우리말을 우리의 공용어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모든 신문들이 작금에는 한글만을 고집한다.대한매일도 한글전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서 기사내용에는 한자사용이 거의 전무하다.그런데 놀랍게도 기사 제목에는 되레 한자를 빈번하게 사용한다.한자를 해득하지 못하는 독자를 배려하는 것이 한글전용정신이라면 제목에서도,아니 제목에서는 더더욱 한글을 사용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低價 레몬카 미국거리 달린다’ ‘反戰세력은 좌파’‘北核 개발능력 영구 봉쇄’ ‘韓銀法 개정안 갈등 표면화’‘北 편들다 美에 미운털’‘현상금 20만弗 후세인 어디 있나’‘亞경제 사스손실 106억弗’‘화성行宮 복원 대립’‘化纖앙숙 코오롱 효성’‘소양강댐등 輕水爐 추가 설치’‘南빠진 北核협상 추궁’‘美에 백기 막내린 佛 반전외교’‘먹거리의 숨은 역사 음식 雜學’‘美 對北공격 가능성’‘酒道 강의하는 교수’‘孤山 유적지 훼손’‘외제名車 한국서 잘 나가요’ 여기에는 몇가지 문제가 있다.첫째,이 한자제목들을 많은 비한자세대가 과연 읽을 수 있겠는가.읽지도 못할 글자를 더군다나 제목으로 사용한다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나.둘째,예를 들어 그저 ‘저가’‘반전’‘북핵’ 이라고 쓰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인가.또,위에 예시한 한자사용 제1단계에서 한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제목에서 바로,또는 나중의 기사본문에서 ‘저가(低價)’‘반전(反戰)’‘북핵(北核)’이라고 쓰면 되지 않겠는가.셋째,이런 한자의 사용이 구체적 내용을 강조하거나 잘못된 해석을 피해보려는 취지를 살리는 데도 성공한 것으로 보기 힘들다. 이처럼 기사제목에 한자가 괄호 없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는 것은 기사작성을 하는데 있어서기자가 한자사용을 절감하고 있다는 증거다.반복하건대 우리에게는 한자우리말과 한글우리말이 있다.이 두 우리말을 신문기사에서도 일관성 있게 그리고 생산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황 필 홍 단국대교수 도덕철학
  • 자회사 지분율 100%때 적용 지주회사 연결납세제 혜택 그림의 떡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재벌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세제혜택의 ‘당근’을 주겠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내년 도입 예정인 연결납세제를 지주회사에도 적용해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연결납세제 적용기준을 놓고 재정경제부가 자회사의 지분율 100%라는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기준은 ‘비현실적’이며 결국 세제혜택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고 재계는 물론 시민단체조차 반발하고 있다.이에 따라 향후 추진과정에서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연결납세제란 여러 회사가 실질적인 결합 관계에 있을 경우,각각의 회사에 세금을 매기지 않고 전부 합쳐 최종 순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예컨대 A,B사가 각각 10억원의 흑자를 내고 C사가 30억원의 적자를 냈을 경우,합산금이 마이너스 10억원인 만큼 3개 회사는 모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흑자를 낸 A,B사는 세금을 물어야 하는 현행 개별납세제보다 세금부담이 훨씬 적다. ●재경부,지주회사 자회사 지분율 100% 고집 재경부는 지주회사에도 이같은연결납세 혜택을 주자는 공정위의 방침에 적극 찬성한다.문제는 적용기준이다.재경부 세제실 관계자는 “연결납세제의 근간은 여러 회사가 경제적으로 하나라는 개념에서 출발한다.”면서 “따라서 동일체 기준을 충족하려면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100%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어 그는 “일단 100% 기준으로 출발해 점진적으로 낮춰가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면서 “그러나 재계나 공정위의 요구처럼 처음부터 기준을 완화해주면 세금부담을 피하기 위해 지주회사를 악용하는 사례 등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조차 “비현실적” 비판 한양대 나성린(羅城麟) 경제학과 교수는 “재경부 주장대로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이 100%일 때만 연결납세 혜택을 줄 경우,이를 충족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은 단 한군데도 없을 것”이라면서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유인이라는 당초 취지를 살리자면 탄력적으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김상조(金尙祚)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비개혁적인재경부가 왜 유독 이 문제에 대해서만 이렇듯 원칙론을 주장하는 지 이유를 알 수 없다.”면서 “선진국처럼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이 70∼80%만 돼도 사실상 법적·실체적 동질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선진국 기준은 ▲영국 75% ▲미국 80% ▲일본 100%이다.재경부가 세원(稅源) 축소를 우려해 비현실적인 기준을 고집한다는 분석이다.이로 인해 오히려 재계로 하여금 ‘대폭 완화’를 요구할 수 있는 빌미만 제공하고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하지만 재경부는 선진국도 ‘100%’로 출발했다가 단계적으로 낮췄다고 반박했다. ●재계는 “대폭 완화” 요구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현행 지주회사 설립요건이 자회사 지분율 30∼50%인데 연결납세제 적용기준을 100%로 정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연결납세 적용기준을 50%로 대폭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재계 관계자는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자회사 지분 30∼50%를 사들이는 데도 엄청난 비용부담이 든다.”면서 “100% 지분보유 요구는 사실상 세제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냉소적으로 말했다. 안미현기자 hyun@
  • [열린세상] 이라크전과 종교적 근본주의

    숨겨진 구실이 자원 쟁탈이든 아니면 주도권 쟁탈이든 이라크를 둘러싼 재앙은 이제 깊은 시름의 찌꺼기를 남긴 채 서서히 마감되는 듯하다.처음부터 수그러들지 않고 꾸준히 제기되는 전쟁구실로 이 같은 가시적 이유 외에도 종교적 근본주의를 꼽고 있는 주장들에도 이제는 주목할 때인 것 같다. 근본주의라는 말은 원리주의라고도 불리며,다양한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개념으로 현대사회에 대한 우려를 직접,간접으로 나타내고 있기에 현대인의 관심을 끌고 있는 요즈음 유행하는 주제이기도 하다.근본주의가 단순히 현대사회 현상을 투영하고 있는 수동적 피사체인지,아니면 비인간화되는 사회구조로부터의 능동적 탈피 몸부림인지 아직까지는 그 성격이 분명하게 규명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근본주의라는 매개는 우리로 하여금 오늘의 복잡한 제현상에 손쉽게 다가가게 하고,다루게 하고,해결책을 강구하게 하므로 매우 실용적인 개념이기도 하다. 이 같은 이유 때문인지 현대사회의 정치,경제,문화,종교 현상의 특징을 다루는 개념으로 근본주의라는 용어를사용하는 데 우리는 익숙하다. 이러한 장점과 함께 우리가 경계해야 할 매우 위험한 가능성도 근본주의는 내포하고 있다. 근본주의자들은 의도적으로 근본주의라는 매개를 계획적으로 유포하는데,이 경우 총체적 재앙으로 근본주의는 등장하고 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왜냐하면 이 때의 근본주의는 으레 상대방을 근본주의로 몰아세워 감정차원에서 손쉽게 적대감을 조성하지만 상대방이 이쪽의 주장이나 실천방안의 내용을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없도록 일방적으로 대결구조 양상만을 증폭시키는,즉 이성보다는 전폭적으로 감성에 호소하게 만드는 최면적 전개논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본주의가 무엇인지,구체적으로 어떤 현상이 근본주의 현상인지에 대해서는 다루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여하튼 근본주의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다음의 세 가지 특성을 보편개념의 근본주의든 특수개념의 근본주의든 모든 근본주의는 반드시 지니고 있다는 점에 일치하고 있다. 첫째,이념적 차원으로,환경론자나 여성해방론자 등 진보적 주장에 대한 거부입장으로 보수성을 강조하는 형태인데 보수주의라는 보편적 용어보다는 근본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내용상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함께 가지고 있다. 둘째,사회심리적 차원으로,개인보다는 집단을 우선하는 사회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형태로 개체의 자유나 다양성보다는 전통권위에 무조건적 복종을 요구하는 현상으로 지배통솔의 논리에서 병영과 같이 규율과 통제를 강조하는 단세포적 획일주의를 의미한다. 셋째,경험적 차원으로,근본주의자들의 ‘준거의 틀’은 기계적 고정관념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므로 다양한 발상이나 유연한 사고보다는 진지함을 나타내는 기준으로 판에 박힌 반응만을 고집하고,최상의 덕목은 경직된 감정이야말로 바로 지조라고 믿는 형태이다. 이처럼 근본주의는 보수성,획일성,경직성을 핵심적 사고체계로 하고 있으므로 자유와 책임,다양성과 신축성,참여와 유연성을 부인하는 이념체계이다.따라서 상황이 이 같은 의식구조로 기울어질 때 구체적으로 그 분야가 학문세계이든,정치무대이든,경제현장이든,종교문화차원이든 결과는재앙이라는 어두운 모습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지금의 이라크가 바로 그 실례이다. 앞에서 보듯이 전쟁구실이 ‘자원 쟁탈’이나 ‘주도권 쟁탈’이라면,이른바 북한핵과 관련된 한반도 긴장상태는 그다지 염려하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그러나 만약 일부의 주장처럼 감추어진 이유가 종교적 근본주의라면 참으로 우려해야 할 사안인 것이다. 그리고 ‘악의 축’과 같은 정치 외교적 차원의 어휘로서는 심히 부적절한 용어가 난무하는 오늘의 상황은 이 논거가 단순히 가정만이 아닌 것 같아 두렵다. 김 어 상 서강대 교수 경제학
  • [젊은이 광장] 윤리의식 마비시키는 커닝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커닝에서 구하옵소서….아멘.” 중간고사를 끝낸 후배가 자칭 ‘양심적 커닝 거부자’가 되겠노라며 각색한 기도문이다. 시험 때만 되면 초등학교 때부터 10년 남짓 쌓아온 커닝 노하우를 백서로 발간해야겠다며 너스레를 떨던 후배인지라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 후배가 ‘양심적 커닝 거부자’가 되기로 한 것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어느 시험시간에 이른바 ‘모티즌’(무선 이동통신을 전문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으로 통하는 한 학생이 휴대용 개인정보단말기(PDA)를 이용,미리 저장해 둔 예상 답안과 무선 인터넷을 넘나들며 최첨단 커닝을 하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것이다. 평소 그 후배는 ‘판치기’(책상이나 벽 등의 메모)나 ‘페이퍼’(깨알 같이 적은 종이),‘문신’(손목,손톱 등 가릴 수 있는 모든 부위의 메모) 등 고전적인 아날로그식 커닝에서부터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이용한 디지털 수법까지 어림잡아 20여가지의 커닝을 구사한다고 자부해 왔다.그런데 ‘뛰는 자 위에 나는 자가 있다.’는 말처럼 한 단계 높은 ‘강적’을 만난 것이다. 후배는 커닝 맹신론자로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적지 않은 허탈감을 맛보게 됐으며,커닝에 환멸까지 느꼈다고 했다.‘커닝을 할 바에는 차라리 F학점을 받겠다.’고 단언했다. 이번 해프닝을 지켜보면서 그 후배의 ‘양심적 커닝 거부’란 말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단순히 대학가에 커닝이 만연하고 있고,수법이나 양상도 갈수록 지능화·첨단화하는 것이 안타깝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각종 범죄가 비도덕적이라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사회 구조상 범죄예방이 쉽지 않은 것처럼,커닝이 비양심적인 행위라고 자각하면서도 다른 사람보다 좋은 학점을 받아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에 커닝의 유혹을 쉽사리 뿌리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그 이면에는 기능적 지식교육을 받은 노동력을 필요로 인력시장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서열경쟁에 가담해야 하는 현실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근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조금만 신경을 쓰면 학생들의 양심을 좀먹는 커닝을 없앨 수 있는 해결책이 있다는 점을교수들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공직 사회나 일반 기업이 다면평가제도를 시행하듯이 평가방식을 과감하게 전환할 필요가 있다. 실제 많은 교수들은 단기간에 출제한 교재 중심의 비창의적인 문제들을 고집하고 있다.암기능력만을 테스트하는 필기시험이 대부분이다. 이에 비해 유럽이나 미국 등의 선진 대학 교수들은 시험시간에 학생들이 미리 수집한 자료와 교재를 볼 수 있게 하는 ‘오픈 북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암기능력을 측정하기보다는 창의적인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를 출제한다.또 구두시험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종합적으로 학생의 실력을 평가한다. 커닝이 언제부터 우리나라 학생들 사이에 만연했는지는 알 수 없다.하지만 어린 시절 이후 우리는 갖가지 질문을 받을 때마다 속으로 곰곰 생각한 뒤 대답을 하곤 했다.정답일 것이란 확신도 없이 솔직한 내 생각을 나만의 공식이나 기호,용어로 털어놓기도 했다. 그들이 정해 놓은 답일지언정 진정한 해답은 커닝으로 찾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기 때문이다. 설 원 민 전북대신문사 대학부장
  • 3자회담 의제·美 입장/ 核·미사일 없는 北 만들기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이번 3자회담을 ‘길고 열띤 논의 과정에서의 시작단계’라고 말했다.테이블 위에 놓여진 이슈들이 결코 단기간에 매듭지어질 내용이 아니라는 뜻이다.농축우라늄 개발 등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이 최대의 이슈이겠지만 다른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 개발 및 확산 등의 문제도 함께 거론될 게 틀림없다.국무부도 이를 분명히 했다. ●목표는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동결 필립 리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회동의 일차적 목표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검증가능하고 되풀이되지 않는 방식으로 끝내는 데 있지만 다른 이슈들도 포함됐다고 강조했다.북핵의 경우 지난 1월7일 한·미·일 3국이 대북정책조정그룹(TCOG) 회의에서 밝힌 ‘국제사회의 의무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방법’을 논의하자는 주장과 일치한다. 미국이 단순히 북한의 핵 포기 선언만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핵 프로그램 폐기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후속 조치까지 다자간 틀에서 만들어 놓겠다는 의도다.부시 행정부가 ‘선 핵포기 선언,후 대화 재개’의 입장을 철회했으나 북핵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 물론 미국은 북한에 다시 포괄적이고 대담한 접근방식도 제시할 계획이다.대담한 접근의 주체가 될 한국 및 일본과도 사전에 상의했으며,국제사회의 지원을 비롯한 경제회생책과 종합적인 에너지 대책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핵 포기선언이 전제되면 평양이 줄곧 요구해온 미국과의 불가침조약 체결에도 문서상으로나마 미국이 북한의 안전을 보장해줄 것으로 보인다.리커 대변인이 “북한도 테이블에서 말하고 싶은 내용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게 이를 반영한다. ●한국,일본 회담 조기합류 노력 미국은 협상과정에서 북한과 중국 모두를 견제할 카드로 한국과 일본의 조기 협상 참여를 추진할 것이 분명하다.이런 방침은 리커 대변인의 입을 통해 분명히 밝혀졌다.미·북·중 3자형식은 북한을 끌어들이기 위해 임시로 만든 형식임을 미국 스스로 밝히고 있다. 일단 회담이 시작되고 회담이 실질적으로 진전을 보이면 북한도 굳이 회담 형식을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미국의 계산인 듯하다.회담 과정에서 북한이 핵 포기 선언을 하더라도 미국이 핵과 미사일 개발 등에 대한 완벽한 검증을 요구할 경우 북한이 100% 수용한다는 보장은 없다.파월 장관은 “핵 프로그램과 다른 대량살상무기,미사일 개발 등도 이번 회담에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특히 포괄적인 협상을 요구하겠지만 북한은 핵과 미사일 등을 분리해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건별 협상이 북한으로서는 받아낼 게 많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게다가 미국이 주장하는 완벽한 검증에 앞서 1994년 북·미 핵 합의에 근거,대북 중유 공급과 경수로 지원 등의 우선적 재개를 북한이 요구할 경우 협상은 제자리 걸음에 그칠 수도 있다. 한반도에서의 비핵화를 강조한 미국이 핵 개발 가능성의 여지를 품은 경수로 지원에 합의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제로’ 상태다.러시아 가스 공급 등이 대안으로 논의될 수 있으나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된 것은 아니다. mip@
  • 살인의 추억 형사역 송강호·봉준호 감독/ “범인은 지금 행복한지 묻고 싶네요”

    “함께 있을 때 우린 두려운 것이 없었다.”라는 영화 카피가 있었다.이 두 남자를 보면,무슨 영문일까.그 문구가 뜬금없이 떠오르는 것은. 수식어가 따로 필요없는 배우 송강호(36)와,아직은 약간의 설명이 필요한 감독 봉준호(34).화성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형사스릴러 ‘살인의 추억’(제작 싸이더스·25일 개봉)에서 두 사람이 만났다.완성도 높은 흥행실패작(?) ‘플란다스의 개’가 봉 감독의 데뷔작.웬만한 코미디를 보고는 웃지 않는다는 송강호가 “떼굴떼굴 굴렀다.”며 극찬하는 작품이다.둘이 어떻게 의기투합할 수 있었는지는 이쯤되면 설명이 끝난 거다. ●머리나쁜 시골형사,배우 송강호 첫 시사회를 끝낸 그는 편안해 보인다.넥타이를 매지 않은 간편한 정장차림의 인터뷰 자리에서 우적우적 샌드위치로 허기를 달랠 만큼 여유가 있다.그에게 이번은 딱 10번째 영화다.96년 데뷔했으니 햇수로는 7년째.그러고 보면 다작(多作)이다. “이번 영화 때문에 몸을 많이 불렸어요.‘YMCA 야구단’ 때보다 8㎏은 더 쪘어요.어떻게 불렸냐고요? 그거야간단하죠.밤마다 진탕 술마시고 운동은 절대로 안해 보세요.마구 찝니다.” 극중 역할은 연쇄살인의 실마리를 육감 하나로만 찾는 막가파 시골형사 박두만.논리를 세우는 수사는 절대 하지 못하는 캐릭터라 육중하고 굼떠 보이는 외모가 필수였다. 배우에게 의미없는 작품이 어디 있을까.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실화,그것도 연쇄살인의 중심에 서는 역할에 부담이 없었을 리 없다.“실제 사건이 일어나던 무렵 군복무 중이었다.”는 그는 “시나리오를 받아든 순간 뭔가에 분노가 치밀고 안타까워 견딜 수가 없었다.”고 말을 잇는다.그러고 보면 내심 별러온 작품이었는지도 모른다.“원작이 연극(‘날보러 와요’)이잖아요.연극판 선배들이 주도한 작품이라 지금까지 너댓번은 봤을 겁니다.” 소문을 듣고 봉 감독에게 시나리오를 보여달라고 먼저 조른 그였다. 차기작 ‘남극일기’의 촬영이 내년으로 밀리면서 그는 요즘 “빈둥거리는 게 일”이다.건들건들 농담을 잘도 늘어놓다 막판에 정색하고 덧붙이는 말.“이번 영화,잘 돼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좋은감독,제작자들의 소신이 꺾이는 게 요즘 충무로의 분위기 아닙니까.우리 봉 감독이 9회말 2아웃에서 마지막 타자로 나섰다니까요.” ●논두렁으로 스릴러 무대 옮긴 감독 봉준호 봉 감독은 자신의 새 영화에 “농촌 스릴러”라는 언밸런스한 수식어를 곧잘 붙인다.“한국의 농촌과 스릴러라는 상충된 이미지를 꼭 한번 묶어보고 싶었다.”는 그다. 사실과 허구를 얼마만큼의 비율로 섞어야 할지,실화를 극화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했을 터.“사건일지를 꼼꼼히 뒤지는 건 물론이고 담당형사들을 인터뷰하기도 했다.”는 그는 “단서를 못 찾는 형사의 무능함보다는 80년대라는 시대 자체의 전근대성과 조악함을 그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한다.몽땅 시위진압에 동원돼 수사에 도움이 못 되는 전경부대,구타를 밥먹듯하는 취조실 등을 끼워넣은 건 그런 의도였다.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전력이 묻어나는 고집이다. 그는 한국영화아카데미 11기 출신.‘프레임 속의 기억’‘지리멸렬’ 등의 단편으로 두각을 나타내다 장편데뷔작 ‘플란다스의 개’(2000년)로국제영화제의 상이란 상은 휩쓸다시피 했지만 국내 관객들에겐 보기좋게 외면당했다. 이번은 어떨까.맺음말이 길어진다.“너무 빨리 모든 걸 잊어버리는 나라 아닙니까.대한민국이,우리가 어떻게 살았었나 돌아본 작업이니 어찌보면 슬픈 영화죠.흥행은,글쎄요….이런 생각은 해봤어요.범인을 만나면 그래서 지금 행복하냐고 꼭 물어보겠다고요.의미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기억하는 것 자체가 응징이니까요.” 황수정기자 sjh@ ■‘살인의 추억'은 어떤 영화 세월이 흘러 극도의 광기가 한줄기 회한이나 앙상한 추억으로만 남았을 때.형사스릴러 ‘살인의 추억’은 제목부터가 도발적이고 역설적이다.살인이 추억이 될 수 있다니….영화는 세상이 다 아는 실제 살인사건에서 극적인 요소만 골라내는 위험한 작업을 시도했다. 형사물이되 사건보다는 인물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독특하다.해결되지 않은 사건을 어떻게 요리할까 궁금한 관객에게 영화는 상반된 두 형사의 캐릭터를 대비,시선을 분산시킨다.연쇄살인을 수사하지만 실마리 하나 못 찾고허우적대는 토박이 형사 박두만(송강호) 앞에 서울에서 자원해 내려온 두뇌파 형사 서태윤(김상경)이 나타난다. 전반부는 그대로 코미디다.폭력수사에 넘겨짚기가 주특기인 두만과,증거와 논리를 따지는 태윤이 주고받는 코믹한 대사들에 스릴러물의 냄새는 온데간데없을 정도.두 형사의 주도권 다툼으로 한참동안 버디영화의 익숙한 얼개를 엮던 영화는,강력한 살인용의자인 현규(박해일)를 거의 후반부에 흐릿하게 노출시킴으로써 긴장의 진폭을 극대화한다. 스릴러 장르 특유의 도회적 이미지가 농촌 무대와 절묘하게 결합한 것도 묘미다.잡풀이 우북한 논두렁,갈대밭,야산 등 시골풍경 그대로가 시종 영화의 공간이 된다는 점도 관객들에겐 색다른 감상포인트가 될 듯하다. 그러나 인물묘사 위주로 진행되는 영화의 장기는 뭐니뭐니 해도 배우들의 매끈한 연기.날카로운 형사의 캐릭터를 위해 10㎏이나 감량한 김상경,형사들의 압박 속에서도 눈꼽만큼의 동요도 보이지 않는 박해일,두만의 동료형사이자 고문수사관으로 시대적 부조리를 대변한 김뢰하 등이 모두 연극판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다. 끔찍한 살인사건에 ‘추억’이란 단어를 끌어붙인 영화의 의도는 뭘까.영화 속 살인사건도 현실에서처럼 끝내 의문으로 남겨진다.마지막 대목에서 살인을 추억하는 주체가 형사인지 살인범인지,관객들은 포스터의 카피처럼 ‘미치도록’ 정답이 궁금해진다. 살인의 광기마저 나른한 낭만과 웃음으로 풀어낸 화술이 기막히다.듣지 말아야 될 비밀을 들었을 때처럼 뭔가 언짢고,불쾌하고,찜찜한 감상.그러나 그것이 이 영화의 특장이자 의도된 메시지이기도 하다. 황수정기자
  • 중국 / 3자회담 ‘완충역’

    |베이징 오일만특파원| 북한핵 해결을 위한 3자회담에서 중국의 역할은 ‘적극적 조정자’로 요약된다.중국 정부는 회담 성사를 위해 첸치천(錢其琛) 전 부총리가 이라크전 발발 직후 평양을 방문하는 등 당·정·군 채널을 총 가동,지난 달부터 북한 설득에 나섰다고 소식통들이 16일 전했다. 중국은 앞으로 회담과정에서도 실질적인 중재자의 역할을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여기에는 적극적인 조정자 역할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라는 중국의 전략목표에 접근해 나간다는 장기비전이 작용하고 있다. 회담 대표로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가 미측 대표로 결정될 경우 북한핵 문제를 다뤄 온 왕이(王毅) 외교부 부부장이 카운터 파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북핵 문제가 단시일내에 해결될 성격이 아니라고 본다.과거 뉴욕 북·미회담이나 제네바 4자회담에서 보듯 의제 설정부터 최종 합의문 도출까지 엄청난 신경전과 에너지가 소비되는 장기전의 가능성이 높다는 전제를 하고 있다. 중국의 한 외교 소식통은 “앞으로 북핵 회담은 형식과 상관없이 북·미 양국간 정면충돌이 수시로 일어나게 돼 있고 북·미 모두 중국이라는 완충지대가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북한이 3자회담을 고집하고 미국이 이를 수락한 것도 중국의 조정 역할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를 관철시키려는 중국은 단순한 조정자에 그치지 않고 의제 선정이나 북한핵 투명성 확보 등을 위해 회담 당사자로서 적극성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소식통은 “중국도 이번 기회에 북한핵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해 한반도 문제가 더 이상 자신들의 경제개발 전략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차단시킨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이나 북·미 불가침 조약 체결 등에서는 한반도 평화정착이란 원칙을 내세워 북한측 입장에 설 가능성도 많다.적어도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가급적 줄이겠다는 기본 전략을 회담에 투영시키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oilman@
  • [김광림의 플레이볼] 경기인 출신 프런트

    경기에서 이기고 지는 것이 선수와 감독의 책임이라면 훌륭한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재능있는 선수를 확보하고 코칭스태프를 구성하는 것은 구단 프런트의 능력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프런트에는 어떤 요직이 있고,현실은 어떠한지를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와 비교해 보자. 메이저리그에서 단장들은 대다수가 경기인 출신이기에 현장과의 대화가 원활하고 현장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단장들이 경기인 출신이다 보니 감독 또는 코치들이 선수 평가나 훈련 내용,경기 내용을 단장과 상의할 때 주관적인 판단만을 고집하지 못한다.이러한 점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서 단장은 기술적인 정보를 보다 정확하고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책임 역시 확실한 것을 볼 수 있다. 단장의 역할을 살펴보면 거의 운영쪽에 많은 시간을 보낸다.주요 업무는 선수 발굴과 육성,트레이드,현장 지원 등으로 나눠지며 홍보 및 언론관계,관중 및 TV중계 수입,구장 관리 등은 마케팅 담당 임원들에게 거의 맡기고 관리만 하는 것이 보통이다. 반면 메이저리그 사장은 단장과 달리 전문 경영인 출신들로서 재정적인 문제를 주로 다룬다.구단 전체의 예산 집행과 지방자치단체들과의 관계 유지가 주업무다. 구단의 기본적인 경영체제 외에도 몇 가지 사항들을 놓고 보더라도 한국과 미국의 구단을 단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하지만 청년기에 접어든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단장의 자격과 역할에 대해서는 메이저리그의 효율적인 운영을 묵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한국 프로야구가 22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경기인 출신이 이런 역할을 하고 있는 팀이 없다. 경기인 출신들이 프런트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다 보니 팀 전력이나 개인능력 평가와 전체적인 팀원 구성에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실정이다.그러므로 눈에 띄게 나타나는 것이 선수의 능력 평가와 팀 구성을 우선하기보다는 구단의 감정이나 코칭스태프와의 불화로 인해 팀의 핵심 선수들이 종종 트레이드되곤 했다.이런 경우 실질적인 득실을 계산하게 되는데 이것을 정확히 판단해 팀을 탄탄하게 구성하는 것이 현장 경험이 많은 경기인 출신의 몫이 아닌가 싶다. 광주방송 해설위원 kkl33@hanmail.net
  • 미국 / “부시외교 성과”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미 행정부는 중국을 포함시킨 3자회담 성사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줄곧 북·미 1대1회담을 고집해온 북한의 요구를 물리친 결과이기 때문이다.그동안 한편으로 직접대화 요구를 거부하면서,북한을 대화의 틀속으로 끌어들이기까지 미국은 대단히 적극적인 외교력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실마리는 노무현 대통령 취임 하루 전인 지난 2월24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베이징 방문 때 마련됐다.중국은 북한의 입장을 따라 북·미 양자대화를 미국측에 권했다.파월 장관은 즉답을 피한 채 한국 새정부의 의견을 들었다.당시 한국은 ‘다자 틀속 북·미 직접대화’라는 표현을 쓰며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부시 대통령은 3월초 파월장관의 순방결과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북·미 직접대화를 거듭 거부했다.존 네그로폰테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3월7일 왕잉판(王英凡) 유엔주재 중국대사에게 이같은 백악관의 의지를 전달했다. 미국의 입장을 확인한 중국은 북한 설득에 나섰다.그러나 북한은 10일 동해상에서 미사일 2차 발사실험을 했다.후진타오 체제를 출범시킨 중국 지도부는 북한에 대한 경고로 3일간 중유공급을 중단시켰다.북한은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백남순 외상을 베이징으로 보내 처음으로 3자 회담 가능성을 타진했다. 중국은 미국에 북한의 변화된 자세를 전달했고 미국이 관심을 보이며 점차 접점을 찾기 시작했다.문제는 한국의 참석 여부.3월27일 워싱턴을 방문한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미국은 3자 회담계획을 밝혔고 한국은 OK 사인을 보냈다. 미국은 31일 잭 프리처드 대사를 뉴욕에 보내 북한 한성렬 유엔 주재 차석대사로부터 최종 입장을 확인받았다. 미국은 이 과정에서 미사일 발사실험을 재개하지 않고 핵 재처리 시설을 가동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레드 라인(red line)’을 제시했다.윤 장관이 ‘로드 맵’에서 밝힌 북핵사태의 현상동결과 일맥상통한다. 이후 회담 장소와 시기,대표단 규모와 지위 등은 베이징을 무대로 본격 논의됐다.지난 8일을 전후해 23일 3자회담을 갖는다는 막후 타결이 이뤄졌다.12일 북한의 입장변화를 알리는 외무성 대변인 성명이 있었고 13일 백악관은 “진전이 있다.”고 화답했다. mip
  • 95세 김천흥옹등 30여명 춤사위/ ‘한국의 명인명무전’ 호암아트홀서 17일까지

    시류를 좇는 반짝 기획공연이 난무하는 요즘,10년 넘게 한우물을 고집해온 공연이 있어 화제다. 춤·소리·장단 등 각 분야 원로급 전통 예술인들의 무대인 ‘한국의 명인명무전(名人名舞展)’.지난 90년 첫 공연 이래 올해로 서른번째를 맞았다.국내 유일의 국악공연 전문기획사인 동국예술기획 대표 박동국(43)씨의 뚝심이 일군 성과이다. 박씨는 화려하고 세련된 서양식 공연에 밀려 갈수록 설자리를 잃어가는 전통예술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이 무대를 시작해 이젠 국내의 대표적인 전통 무대로 키워냈다. 15∼17일 오후7시30분 서울 호암아트홀 공연에는 김천흥(춘앵무)김진홍(승무)김문숙(가사호접) 등 원로 예능보유자들과 엄옥자(원향살풀이 춤)임이조(승무) 등 중진 예술인 30여명이 참여한다.올해 95세의 김천흥옹은 이번 무대가 마지막일 수도 있어 의미를 더한다. 5월13일 부산 문예회관 대극장 무대에는 이생강(대금산조)임이조(한량무)안숙선(판소리)정명자(소고춤) 등이 출연한다.7월 중순 일본 도쿄 인근 문예회관 순회공연도 계획중이다.(02)585-7318 이순녀기자 coral@
  • [사설] 북·미 대화부터 시작하라

    북한이 핵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회담’ 수용의 뜻을 밝혔다.조건을 붙이긴 했지만 북한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다자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북한은 그동안 한반도의 긴장을 단계적으로 높여오며 미국과의 직접 대화만을 고집해 왔다.그러던 북한이 바그다드의 함락으로 북한 핵 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때에 유연한 자세를 보인 것은 현명한 접근으로 평가된다.북한이 핵 재처리 시설 가동 등 모험주의를 자제하고 대화자세를 보인 것은 북핵 문제의 군사적 해결의 위험을 없앤 고무적인 일이다. 북한의 태도 변화가 실질적인 대화로 이루어지려면 미국이 대화 참여의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그런데 미국이 북한문제는 이라크와 다르며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강경파들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체니 미국 부통령은 최근 “북한의 핵 포기 선언 없이는 북한과 어떠한 대화나 회담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미국은 북한의 선(先) 핵 포기 선언만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북한이 갖고 있는 체제불안을 해소해주어야 한다.북한이 주장하는 불가침조약은 아니더라도 북한이 공감할 수 있는 체제보장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후세인 정권의 붕괴를 본 북한은 체제 보장에 대한 불안이 더욱 커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윤영관 외교장관이 제시한 단계적 해결방안(로드맵)이 대화의 바탕이 될 수 있다고 본다.로드맵은 현상황에서의 북한 핵 문제 동결을 대화의 출발점으로 잡고 있다.파월 국무장관도 “흥미로운 접근법”이라고 말한 바 있다.북한 핵 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이를 위해 북한과 미국은 우선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다자회담의 틀 안에서 북한과 미국이 대화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우리는 판단한다.우리나라와 중국 등 주변국들의 노력으로 다자회담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다자회담에는 많은 과제가 있지만 일단 시작될 수 있도록 북·미가 슬기로운 선택을 하기 바란다.
  • 北核 ‘다자간 대화’ 급진전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싸고 한반도 전쟁 위기론으로까지 비화되던 북·미 대치국면이 대화 해결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관련기사 3면 정부 고위당국자는 13일 “이라크전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북한이 북핵 해결의 ‘다자간 대화’ 수용 입장을 시사한 것은 고무적”이라면서 “미국도 곧 뉴욕채널이나 중국 등을 통해 대화를 재개하자는 답변을 보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미 유연한 자세 보여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2일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형식을 통해 “만일 미국이 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대 조선(북)정책을 대담하게 전환할 용의가 있다면 우리는 대화의 형식에 크게 구애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이를 받아 필립 리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일 교도통신과 회견에서 “우리는 북한 성명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적절한 외교 채널을 통해 북한측에 답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불가침조약 체결을 전제로 북·미 양자 대화만 고집해오던 북한과,먼저 핵을 포기해야만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는 미국측 모두 한발 뒤로 물러선 것이다. ●다자틀 속 양자회담 추진 앞서 한·미 정부는 “다자대화틀 속에서 북·미간 실질적인 양자대화가 열릴 수 있다.”는 내용을 중국을 통해 북한측에 전달한 것으로 관측돼 주목된다.지난달 말 미국 방문에서 ‘다자틀 속 북·미 양자회담 병행’을 골자로 한 북핵 해결 로드맵을 미국측에 제시했던 윤영관 외교부 장관도 주변국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우리측 요청이 북한 지도부에 전달됐다고 밝혔다. ●정부도 긍정적 진전 평가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위해 상당히 긍정적 진전”이라고 평가했다.오는 5월15일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간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의 한·미간 공동 해결방안을 도출해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기대했다. 북한은 지난 2월 말 5Mwe 원자로를 재가동시킨 데 이어 추가 핵시위를 하지 않았으며,지난 6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과 10일 한성렬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 차석대사의 세미나 발언 등을 통해 자세 변화를 내비쳤다. 김수정기자 crystal@
  • ‘나만의 車’ 소품으로 멋내자

    ‘똑같은 차는 싫다!’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운전자들이 차량 한 대를 이용하는 기간은 평균 7∼8년.대부분 양산차량이어서 디자인도 비슷비슷하다.그래서 운전자들이 차에 싫증을 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작은 소품으로 새 차 기분을 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카 인테리어는 핵심 포인트를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잡다한 액세서리를 여러 개 이용하면 오히려 지저분하고 조잡스러운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차의 품격을 높이는 아이템으로는 HID(고집적 백색광) 헤드램프가 적당하다.대형차나 각종 수입차의 헤드램프처럼 밝고 선명한 느낌을 주는 게 특징.일반 전구보다 세 배나 밝지만 전력 소모율이 낮아 고열로 인한 램프 변형이 적다.한 세트에 50만∼70만원.또 미등,후진등,방향지시등에는 LED(발광다이오드) 램프가 적당하다.개당 2만∼3만원. 내장형 무드램프와 외장형 램프는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내장형 램프는 LED전구가 장착된 백미러를 끼우는 것.미러 아랫부분에 달린 LED전구가 하얗고 파란 형광빛을 내며,전원은 자유자재로 켜고 끌 수 있다.외장램프는 자동차 외부 바닥에 설치한다.야간 운행시 자동차 밑부분을 밝게 비춰 마치 자동차가 지상에 살짝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가격은 5만∼10만원. 고속주행을 위한 아이템으로는 보닛이나 트렁크에 부착하는 스포일러가 있다.공기 저항을 줄여 고속주행시 차 떨림 현상을 방지하고 가속을 부드럽게 해준다.가격은 5만∼8만원. 자동차 지붕에 설치하는 루프 캐리어는 차의 수납공간을 늘리는 아이템.차량 크기별로 종류가 다양하다.일반적으로 지프차량이나 SUV차량에 많이 쓰이지만 소형 경차에도 어울린다.10만∼30만원. 이밖에 핸들,기아봉,페달,머플러,계기판 등 차의 일부분을 갈아끼우는 부분 튜닝도 유행이다. 카 시트,핸들 커버,발판 등 아이템을 교체하는 것과 아로마 등 천연성분으로 만든 방향제를 차 내에 두는 것도 기분 전환에 효과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멋쟁이의 기본은 청결유지다.조만간 에어컨을 켜야 하는 계절이 다가오는 만큼 에어컨 필터 살균은 필수.차 실내를 1회용 살균캔으로 살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도움말 즐거운 세상(www.makeupcar.com)
  • 가요 순위프로그램 ‘지루한 논란’

    방송 3사 가운데 유일한 가요 순위 프로그램인 MBC ‘생방송 음악캠프’가 12일부터 새로운 방식으로 순위를 매긴다.하지만 폐지를 요구해 왔던 시민단체와 음악계는 “문제를 일부분만 수정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새로운 순위 선정 방식은 음반 판매와 라디오 매체의 영향력을 인정해 이를 반영했다.구체적으로 선호도,음반판매,방송횟수의 비율을 종전의 5대3대2에서 4대4대2로,방송횟수의 매체별 비율은 TV와 라디오의 5대1을 3대1로 수정했다.제작진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이같은 방식을 도입한 배경을 밝혔다. 그동안 가요 순위 프로그램은 순위 선정의 불공정성,특정 장르 편중,볼거리에만 치중한 쇼 등을 이유로 비판이 쏟아져 왔다.이에 KBS는 지난 2001년 8월,SBS는 올 1월 순위제를 폐지했다. ‘음악캠프’의 제작진도 지난 2월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토론회를 가져,방송가에서는 조만간 폐지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하지만 MBC는 이번 조치로 선정 방식만 바꾼 상태로 계속 프로그램을 끌고 가기로 결정한 것. 폐지를주장해 왔던 시민단체 등의 반발은 거세다.대중음악개혁을 위한 연대모임 이동연 운영위원장은 “음악 순위 프로그램은 다른 오락물을 출연하기 위한 정거장 역할을 할 뿐”이라면서 “굳이 순위제를 유지해야만 한다면 전문성을 갖춘 진행자로 바꾸고 연주도 라이브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제작진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신정수 PD는 “가요 순위 프로그램은 예능 프로그램이라 전문성을 갖출 필요가 없다.”면서 “순위제는 시청자의 눈을 잡으려는 하나의 포맷”이라고 말했다.아울러 “정확성이 문제가 된다면 한국음반산업의 문제 때문이지 우리 프로그램 때문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논란은 TV속 가요를 음악으로 보느냐 오락으로 보느냐에 대한 시각 차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좋은 음악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굳이 순위제를 폐지한 자리에 만들 필요는 없다.”는 제작진과 “좋은 음악 프로그램으로 바뀐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데 굳이 순위제를 고집하는 이유가 뭐냐.”는 시민단체의 주장 사이에 절충점을 찾지 못한다면 논란은 계속될 듯싶다.하지만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는 라이브 프로그램을 좋은 시간대에 편성하지 않는 방송사가 먼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김소연기자 pur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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