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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인회생제 1년] “월 35만원으로 버티지만 빚 탈출 희망가”

    [개인회생제 1년] “월 35만원으로 버티지만 빚 탈출 희망가”

    ■ 어느 개인택시운전자의 사연 지난 4월 개인택시 운전사인 김모(63)씨는 법원에서 개인회생 인가 결정을 받았다. 월 160만원을 버는 김씨는 100만원을 빚 갚는 데 쓰고 있다. 한달 살림을 60만원으로 꾸리는 빠듯한 생활을 8년간 해야 빚에서 벗어난다. 김씨는 “빚갚기 위해 정신없이 살다보면 가끔 노예가 된 것 같기도 합니다.”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선택을 후회하느냐는 질문에는 정색을 했다. 그는 “이 제도가 없었다면 나는 도저히 빚을 해결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8년간 열심히 살면 그 다음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며 웃었다. ●가족끼리 카드 빚 얻고 상호보증서 빚더미 3년 전 김씨의 딸은 친구 3명과 함께 서울 종로 근처에서 액세서리 가게를 열었다. 불황 탓에 사업이 안되자 동업자들이 발을 빼기 시작했고, 월세 600만원을 대기 위해 손을 댄 카드빚과 사채는 김씨 가족을 위협했다. 가족끼리 카드빚을 얻고, 상호보증을 서며 함께 빚더미에 올랐다. 김씨는 1억 2000만원, 김씨의 부인은 5000만원, 딸은 4000만원. 김씨에게 채권추심이 오면 부인이 돈을 빌려 막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경제적으로 곤란해지자 다음은 가족들의 정신과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딸은 집에 드나들 때마다 주변에 추심자가 없는지 살피는 게 버릇이 됐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걸려오는 추심전화에 김씨는 영업하던 택시를 길가에 세우고 쭈뼛쭈뼛 대답하기 일쑤였다. 그 때마다 숨이 막혔다. ●개인회생 신청하자 채권추심 더 심해져 지난해 10월 우연히 라디오 광고를 듣고 개인회생 제도를 알게 된 김씨는 이 제도를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개인 워크아웃을 신청할까도 생각했지만, 대상자가 3개월 이상 연체한 사람으로 한정된다는 말을 듣고 포기했다. 김씨는 “개인 워크아웃 대상자가 되자고 일부러 다른 사람 돈을 안 갚을 수는 없었다.”고 회상했다. 한달 뒤 김씨는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최종 인가를 받기까지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법원은 꼼꼼했다. 김씨가 갖고 있는 개인택시 권리금이 5000만원 정도는 된다며 이 돈을 청산가치에 포함시키라고 했다. 월 80만원씩 5년간 갚겠다는 계획은 이 권리금 때문에 월 100만원씩 8년으로 늘어났다. 개인회생 신청 사실이 알려지자 채권자들의 추심은 더 거세졌다. 김씨는 “우리 빚은 개인회생으로 청산할 대상이 아니다.”라는 주장에 시달렸다. ●회생 첫달 부인 수술…다시 빚더미 오를까 정신 번쩍 변제일인 매달 28일이 오기 3∼4일 전에 김씨는 100만원을 채권단 쪽으로 입금한다. 이 돈도 못갚으면 다시 예전 생활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김씨를 더 열심히 일하도록 내몬다. 남는 60만원 가운데 임대료·관리비 등을 비롯한 공과금이 25만원 정도이다.35만원으로 부인과 함께 생활하기에는 벅차다. 회생 인가를 받은 다음달 몸이 약해진 부인이 무릎 수술을 받아 180만원의 카드빚이 더 생기기도 했다. 그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지출이나 사고가 생길까봐 겁이 난다.”고 했다.2년 뒤면 택시를 바꿔야 하고, 목돈이 들어갈 일이 한두개가 아니다. 해결하지 못한 부인과 딸의 빚도 정리해야 한다. 추심은 없지만 미래의 불확실성이 불안한 건 마찬가지인 셈이다. 김씨는 “집사람도 파산신청을 하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면서 “사회생활 해야 하는 딸은 개인회생 신청을 하도록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추석에 모처럼 만난 서른이 넘은 딸이 ‘시집은 포기했어요. 빚부터 갚아야죠.’라고 했다.”며 잠시 눈시울을 붉혔다. “사는 건 여전히 힘들지만 개인회생 제도가 없었다면 조그만 희망도 갖지 못했을 것”이라는 김씨에게 남은 8년이 고통의 세월이지만 인고의 터널을 지나 새 출발의 길을 열어주는 시간들이기도 하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회생’은 남성 ‘파산’은 여성 많아개인회생제가 지난해 9월23일 시행된 지 1년 만에 2만여명의 채무자가 혜택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채무를 완전히 탕감받는 소비자파산 신청자도 최근 급증했다. 하지만 소비자파산 신청자의 절반가량이 가족과 별거하는 등 채무자들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회생 신청건수는 지난해 9월 132건에 불과했으나 올 5월 4004건으로 늘어난 후 6월 4135건,7월 4221건,8월 4299건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올 8월 총 개인회생 신청건수는 3만 8828건으로 이중 2만 433명이 개인회생 개시결정을 받았다. 소비자 파산 신청건수도 2000년 329건에 불과하던 것이 2001년 672건,2002년 1335건,2003년 3856건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1만 2373건으로 급증했고 올 들어서도 8월까지 벌써 2만 71명이 신청했다. 파산자의 급증은 최근의 경제 부진 때문이다. 또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부장 차한성)가 지난달부터 소비자 파산 신청자 1000명을 조사한 결과 파산으로 가족과 별거 중인 비율이 47.8%나 됐다. 이들 중 80.3%가 면책을 받게 되면 가족과 재결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29.4%의 소비자 파산 신청자들이 가족 중에 소비자 파산 또는 개인회생을 이용한 적이 있다고 답해 개인의 파산이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 관계자는 “우리의 경우 가족끼리 대출 보증을 하는 경우가 많아 개인의 파산이 가족 전체의 파산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605명의 개인회생 이용자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남성이 55.7%를 차지, 여성보다 많았다. 소비자 파산의 경우는 반대로 여성이 60.2%로 높았다. 소비자 파산의 경우 파산에 따른 경제적 활동 제약 등 법적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남성들이 꺼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모든 계층서 남용…모럴 해저드 논란도입된 지 1년이 된 개인회생 제도는 장점의 이면에 부작용과 불편함이 있다. 법원은 개인회생 결정을 받은 사람들의 불편을 덜기 위해 제도의 유연성을 키우는 방법을 모색중이다. ●변제계획에서 빠지는 담보채권 살던 집을 담보잡혀 은행빚 7000만원을 쓴 A씨. 이밖에도 2억원에 가까운 빚에 허덕이던 A씨는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은행은 빚을 갚지 않으면 집을 경매에 넘기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경매에 부치는 시기를 3개월 늦춰주는 조건으로 원금과 이자의 30%를 바로 갚을 것을 요구하는 추심서를 보내기도 했다. 현행 개인회생제도에서 담보채권자는 별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별제권은 회생절차의 변제계획에 의하지 않고 별도로 빚을 갚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다. 담보채권과 변제계획에 따른 채권 각각에 대해 이중부담을 지게 되는 채무자들은 개인회생 신청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담보채권도 변제계획에 포함시키는 방법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이다. ●발목잡는 모럴 해저드 논란 다른 사람의 빚보증을 잘못 선 전직 공무원 B씨는 퇴직금 1억여원을 빚을 갚는 데 쓰고도 1억원의 빚이 남자, 개인회생 신청을 했다. 아파트 경비원으로 한달에 98만원 정도를 버는 B씨는 파산을 신청해도 받아들여질 처지이다. 개인회생 담당 재판부에서 파산을 권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B씨는 “남의 돈을 그냥 떼먹을 수는 없다.”면서 “속죄하는 마음으로라도 빚의 일부를 갚겠다.”며 고집을 피우고 있다. 그의 변제계획은 월 28만원씩 갚아나가는 것이다. 개인파산보다는 덜하지만 개인회생에도 도덕적 해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는다. 하지만 법조인들은 도입 초기인 개인회생 제도에서 도덕적 해이 현상이 나타나는 일은 거의 없다고 입을 모았다.B씨처럼 모든 채무를 면책받을 수 있는 파산 대신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는 개인회생을 선택하는 일은 흔한 현상이다. ●“개인회생이 뭐야?” 홍보부족 파산 전문 변호사들은 개인워크아웃이나 배드뱅크 제도에서 실패한 채무자들이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하기 위해 상담을 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워크아웃 등은 한달에 갚아나가야 할 변제액 수준이 높고 채권자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개인회생 개념에 대한 홍보가 부족해 일정한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중산층 파산에 활용되어야 할 이 제도가 모든 계층에서 남용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파산을 기피하는 분위기 탓에 다달이 변제를 할 가능성이 적은 채무자들도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것이다. 가족 전체가 빚의 고리에 묶여 있는 채무자들에게 무리하게 내핍생활을 기대하면, 중도 포기율이 높아지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개정 통합도산법 다음해 4월부터 시행되는 통합도산법은 개인회생의 절차를 간소화시켰다. 신청비용은 내려간다. 최장 변제기간은 현행 8년에서 5년으로 단축된다. 채무자가 신청일 전 10년 이내에 면책을 받았다면 개인회생 신청을 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은 5년이내 면책을 받은 경우로 완화시켰다. ■ 도움말 법무법인 산하 이영기 변호사, 김관기 변호사, 임동현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 국장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포터필드의 부산 亞정복 ‘순항’

    ‘포터필드의 힘, 부산 성공시대 열다.’ 프로축구 K-리그 부산이 21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알 사드와의 경기에서 전반 21분과 후반 34분 터진 임관식과 한재웅의 골로 2-1로 이겼다. 이로써 부산은 8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이어가며 4강에 진출, 지난해 K-리그 컵대회와 올시즌 전기리그 우승에 이어 아시아챔피언 자리까지 노리고 있다. 부산의 성공시대를 연 주인공은 다름아닌 스코틀랜드 출신의 이안 포터필드(59) 감독. 지난 2003년 부산 사령탑에 오른 포터필드 감독은 이후 2년 동안 팀에 잉글랜드식 4-4-2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하지만 포터필드는 고집을 꺾지 않았고 부산은 마침내 지난해부터 미드필드까지 모두 8명이 수비에 가담하다 한 번의 역습으로 골을 넣는 ‘포터필드식’ 축구를 몸에 익혔다. 골키퍼 김용대 외엔 국가대표 하나 없는 부산은 윤희준-배효성-박준홍-이장관의 토종 포백 수비라인이 견고한 벽을 쌓고 브라질 출신의 다 실바·루시아노·뽀뽀와 러시아 출신 이성남이 빠른 움직임과 개인기로 효율적인 득점을 뽑아내는 ‘지지 않는 축구’를 만들어냈다. K-리그 전기리그 12경기에서 부산은 팀득점 5위(17점)에 불과했지만 실점은 10점밖에 허용하지 않으며 부천과 함께 공동 1위를 기록, 우승의 밑거름을 놨고 이번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겨우 1실점(30득점)의 철벽 수비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한편 부산과 오는 28일부터 4강에서 맞붙는 ‘디펜딩 챔프’ 알 이티하드(사우디아라비아)는 ‘K-리그 킬러’로 유명한 팀. 알 이티하드는 지난 1999년 아시아위너스컵 결승에서 전남을 눌렀고 지난해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는 전북을, 결승에서는 성남을 잇달아 제쳐 부산의 투지를 더욱 불태우고 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9·19 공동성명 이후(3)] 한반도 평화체제 가능할까

    “나는 오늘 경기도 북부의 ‘평화동산’에 놀러갔다. 울창한 숲에 사슴과 토끼가 뛰어다니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맛있게 김밥을 먹었다. 그런데 엄마는 몇년 전만 해도 ‘DMZ’로 불렸던 이곳엔 지뢰가 묻혀 있었고 사람들이 드나들지 못했다고 했다. 믿어지지 않았다.” 한반도에서 핵 문제가 해소되고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바뀌어 다자간 안보체제가 확립되면, 어린이들의 일기장에서 이런 글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9·19 공동성명은 ‘6자는 동북아에서의 안보 협력 증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로 합의했으며,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것이다.’고 명시, 기대감을 자극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태식 외교부 1차관은 22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한·미간 예비접촉을 개시하는 등 이번 합의의 실천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이란,1953년 유엔군과 북한·중국군 사이에 체결돼 반세기 넘게 유지되고 있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이 협상을 6자회담의 하위기구에서 북핵 문제와 병행해 논의하겠다는 구상이다. 물론 이런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이미 남·북·미·중은 1997년부터 2년간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4자회담’을 가동했다가 무위로 그친 적이 있다. 그러나 미국과의 양자 협상만 고집하거나 무작정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던 북한의 자세가 변화한다면, 극적인 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북한이 얼마나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느냐에 협상의 진척도가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관측이다. 중앙대 제성호 교수는 “향후 평화체제 협상에서는 비무장지대(DMZ)의 지뢰 제거와 전방병력의 후방 철수 등 현실성 있는 신뢰회복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면서 “북한이 경수로를 얻어내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활용한다면,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체제 논의가 자칫 핵 문제의 심각성을 가리는 부작용을 가져오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핵 문제가 해결된 뒤에도 난관은 있다. 다자간 안보의 원칙과 전통적 한·미·일 3각 동맹의 위상을 어떻게 재정립하는가의 문제다.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관계에서 이탈해 중립지대로 이동할 경우 중국을 잠재적 경쟁자로 경계하고 있는 미국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다자간 안보를 한다면서 과거의 안보구도를 그대로 유지하기는 힘들다는 점에서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결국 북한은 미국이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수준의 정상국가로 탈바꿈하고, 남한은 동맹을 배려하면서도 균형을 모색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경주하는 태도가 동시에 모색돼야 성과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그런 점에서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주목받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참석하는 이 회의에 북한 지도자가 기꺼이 참석해 한반도 냉전구도의 해체를 만천하에 선언하는 장면이 펼쳐진다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중간과정을 성큼 뛰어넘어 바로 결실국면으로 내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교장선생님의 연탄배달

    교장선생님의 연탄배달

      「크리스마스」의 흥분이 절정에 이른 지난해 12월 24일. 한 시골중학교 교장선생님은 학교를 떠나지 말라고 소매를 붙잡고 울먹이는 1백여명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이들의 만류를 진정시키느라고 함께 목이 메어 흐느꼈다. 방세·밥값을 빼고난 하루 수입, 천원씩 날마다 모아놓고 학생들은 교장선생님의 서울행을 한사코 반대했고 교장선생님은 꼭 가야 한다면서 고집을 피웠다. 간다거니 못간다거니 하는 사이에 한 시간이 지체돼 먼동이 틀 무렵에야 교장선생님은 드디어 학생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딸따리(경운기)차를 몰고 서울 5백리 길을 향해 떠났다. 교장선생님은 겨울방학 동안 연탄을 배달, 교실 한 간을 마련하겠다는 굳은 결심을 했다. 충남 서천군 마산면 신장리 마산재건학교 교장 양종래(梁鐘來)(36)씨는 1월 25일로 꼭 한 달째 한성연탄공장(사장 구성회·50·서울 성북구 석관동 21-1)에서 연탄배달을 하고 있다. 이재익(24), 이정대(26) 두 교사는 양교장을 도와 한 사람은 서울시내 곳곳의 연탄직매소로 주문을 맡으려 다니며 또 한 교사는 딸따리차에 부지런히 연탄을 실어 나른다. 연탄 1개 운임은 1원. 딸따리차에 모두 4백개가 실려 하루 평균 4, 5회를 나르면 1천 5, 6백원에서 2천원의 수입을 올린다. 세 식구가 방세와 밥값 5백원을 빼고 나면 매일 평균 1천원 이상이 저축된다는 것. - 교장선생님이 서울에서 연탄배달을 한다니 놀라운 일이군요. 『서울에 오기 전까지는 참말 밤잠을 못자고 걱정을 했었습니다. 올해 새학기에 40명의 학생을 받아들이게 됐는데 교실 한 간이 부족했습니다. 밭에서 인분도 져 날라 뿌리는데 뭐 어떻습니까』 - 하고 많은 일 중에 하필이면 연탄을 배달하게 된 동기라도. 『이나마 고향친구인 이성하(35)씨의 소개로 왔습니다. 겨울방학동안 놀리고 있는 학교 경운기를 이용, 연탄을 배달하면 어떠냐는 것이었죠. 서울에 있는 동안 10만원만 벌면 곧 내려갑니다. 그러나 개학날인 3월 1일까지 10만원이 될지…』 양교장은 10만원에서 말끝을 흐렸다. 하루 배달능력은 7, 8회가 가능하지만 배달꾼이 많아졌고 석유난로가 퍼져 예년보다 연탄 수요량이 훨씬 적어졌다는 것. 아침 7시부터 밤 9시까지 일하다보니 제법 배달기술도 늘어 양교장의 작업은 매일 아침 7시부터 밤 9시까지 계속된다. 하루 14시간의 중노동이다. 서울에 온지 한 달이 됐건만 서천에서 5백리 길을 시속 20km로 딸딸거리며 오느라고 멍든 궁둥이 살이 아직도 펴지지 않아 아프단다. 지난해 12월 24일 새벽 서천을 출발한 딸따리는 밤 10시가 넘어 천안에 도착, 천안에서 하룻밤 쉬고 25일 밤 8시에 서울에 도착. 열차편으로 서울에 먼저 온 두 교사가 자리잡은 한성연탄공장 앞 하숙집에 몸을 풀었다. 한성연탄공장의 산더미처럼 쌓인 연탄 사이를 교묘히 경운기를 운전, 제법 기술에 익숙해진 양교장은 방한모를 깊숙이 눌러쓴 시커먼 얼굴에서 자신마저 감돈다. 피땀흘린 학교농장 가뭄으로 망쳐 새 교실 지을 수 없는 형편 - 마산재건학교의 소개를 해주었으면. 『지난 61년 12월 초에 개교, 현재 128명의 남녀학생들이 있습니다. 졸업생도 350명쯤 되죠. 중학교에 진학할 수 없는 농촌학생들에게 중학과정을 가르치고 농사교육을 시켜 뭔가 조금이라도 배운 농사꾼을 만들어 내겠다는 게 제 욕심입니다』 처음 학교가 세워졌을 때 그나마 풍족하지 못한 집안 살림은 아주 기울어졌단다. 학생들은 집집을 방문, 모집했지만 워낙 재정이 빈약한 학교에 교사들은 석 달을 넘기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졌다. 학교와 농장 사이 2km의 거리를 거름을 져 나르느라고 교사들과 학생들은 모두 손이 부르텄다. - 지금의 학교 재정은. 『이제는 많이 기틀이 잡혔습니다. 서울에서 학사출신의 선생님들 5명이 내려오셔서 뜻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6, 7년 동안 2만 5천 평의 농장을 맨손으로 개간, 이중 5천 평에 복숭아(5백 그루), 포도(3백 그루), 사과(20 그루), 자도(30그루)를 심고 따로 딸기밭 1천 평과 밤나무 4천 5백 그루와 특용작물 1만 평을 가꾸어 지난 해부터 복숭아, 포도, 딸기를 추수했습니다』 그러나 가뭄으로 예정수확량에 미달, 교실을 마련하겠다는 당초의 계획이 틀어졌다. 신입생 모집을 눈앞에 두고 양교장의 초조한 마음은 더욱 커졌다. 신원 알게되자 한성연탄 사장님이 성금내고 자매결연도 서울에 온 양교장은 첫날 파출소에서 3시간 동안 운행을 금지당해 할 수없이 파출소 소장에게 학교의 얘기를 한 후 풀려났다고 했다. 어느 때는 미리 파출소에 들어가 전후 사정 이야기를 하여 통행의 양해를 얻었고 어느 때는 정말로 파출소 앞을 지나기가 미안해 문방구점에서 사무용품을 사서 파출소에 선물했더니 오히려 순경이 나무라면서 열심히 일이나 하라고 격려를 해주더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의 취재로 양교장의 신원이 밝혀지자 이를 본 한성연탄의 구성회 사장은 양교장의 뜻이 장하다면서 교실 신축에 보태 쓰라고 장영춘 업무과장을 시켜 선뜻 2만원을 내놓았다. 그리고 양교장이 서울을 떠나기에 앞서 마산재건학교와 한성연탄공장이 자매결연, 계속 마산재건학교를 돕겠다고 격려했다. 이 자리에서 양교장은『정말 학생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올 때는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저희들 때문에 교장선생님이 고생을 한다는 것이었지요.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이때 양교장은「흑」- 하고 말문이 막혔고 이를 듣던 주위의 사람들도 침묵해졌다. <홍종기(洪宗基) 기자> [ 선데이서울 69년 2/9 제2권 제6호 통권 제20호 ]
  • 스타 브랜드 창업에 활용 ‘연예인 마케팅’ 전성시대

    스타 브랜드 창업에 활용 ‘연예인 마케팅’ 전성시대

    최근 집으로 배달된 홈쇼핑 책자를 들춰 보던 주부 박경(35)씨. 톱탤런트 황신혜가 모델로 나온 속옷 광고면에서 한참동안 고개를 갸웃거렸다. 속옷 차림으로 전신을 과감히 노출한 황신혜. 자타가 인정하는 ‘몸짱’ 실루엣이라지만, 속옷 광고에 그토록이나 몸바쳐(?) 매달리는 톱스타는 드물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아는 사람은 다 안다. 황신혜가 언더웨어 및 주얼리 패션브랜드 ‘엘리프리’의 창업 주역으로 맹렬히 뛰고 있다는 사실! ●‘사업가 연예인’ 봇물 부업전선에 뛰어드는 연예인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웬만큼 대중적 인기를 확보한 스타라면 최근 앞다퉈 CEO 선언을 하고 나서는 분위기이다. 황신혜는 그들 가운데서도 최근 가장 사업행보가 돋보이는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9월 국내 홈쇼핑을 통해 처음 소개된 이 브랜드는 연말쯤엔 일본으로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가수 출신 탤런트 이혜영은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연일 화제의 주인공이다. 타고난 패션감각으로 일찍부터 끼를 발산했던 그는 그동안 굳혀온 감각적 이미지를 패션 브랜드 ‘미싱 도로시’로 연결시켰다.100억원대의 연매출액을 올리고 있는 통에 ‘똑순이’로 소문이 짜하다. 세련된 이미지로 손쉽게 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감안, 패션업계 쪽으로 시선을 돌린 스타들이 특히나 많다. 가수 구준엽은 자신의 전공(디자인)을 살린 사업에 뒤늦게 뛰어들어 재미를 보고 있는 경우. 캐주얼 브랜드 G-LIMIT가 그의 상품이다. 지난 2002년 캐주얼 의류 브랜드 ‘팻독’을 론칭한 가수 이현우도 있다. 모델 겸 탤런트 변정수의 ‘엘라호야’도 지난 8월 선보인 새 패션브랜드. ●‘장르’불문 경영마인드 최근 ‘딴주머니’를 찬 연예인들은 일일이 꼽기가 숨이 찬다.“누가 누가 사장이 됐다더라.”는 소식이 한달에 한두건씩 새로 들려오고 있을 정도이다. 한달전쯤엔 코요태의 신지와 그룹 NRG의 이성진이 동업으로 여의도에 한우전문 식당을 차렸다. 인기가 한창 물올라 있을 때 미리미리 ‘인생보험’을 들어놓는 시도에 성공한 사례로는 그룹 HOT 출신의 가수 토니안도 빼놓을 수 없다. 연예기획사 티엔엔터테인먼트 대표인 그는 교복회사 스쿨룩스의 공동대표를 맡아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실질적 자본투자를 한 것은 아니어도 강력한 의사결정권을 행사하며 사업을 성공시키고 있는 야무진 스타로 꼽힌다. 업종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호텔 경영인으로 나선 배우 정준호,‘더 김치’라는 김치회사 CEO로 변신해 ‘사업 대박’을 터뜨린 홍진경, 지난 8월 강남에 종합스포츠센터를 오픈한 탤런트 이훈 등이 그들. 미용이나 패션 쪽으로만 눈돌리던 과거와는 달리 사업장르를 따지지 않고 왕성한 경영의욕을 자랑하는 것이 요즘 스타 사업가들의 특징이다. ●동대문 시장에도 스타들이? 스타 투잡스 붐에서 새로 잡히는 트렌드는 단순히 ‘업종 다양화’뿐만이 아니다.‘럭셔리’ 패션리더들만 상대하겠다는 고집을 버리고 동대문 등 강북 상권을 부지런히 노크하고 있는 점도 새로운 경향이다. 지난 4월 탤런트 이승연은 동대문 제일평화시장 지하매장에 ‘어바웃 엘’이라는 작은 옷가게를 냈다. 새벽이면 내로라 하는 패션모델들까지 즐겨찾기로 소문난 그곳에서 지난 14일 만난 대학생 구은의(23·동대문구 휘경동)씨는 “이승연씨가 직접 디자인한 옷을 살 수 있다기에 친구들과 함께 왔다.”면서 “오늘 이승연씨를 만나진 못했지만,TV에서만 보던 톱스타가 공들여 만든 옷을 입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고 말했다. 10∼20대가 즐겨찾는 쇼핑몰 두타에는 가수 김완선이 ‘카멜리아 S’라는 의류매장을 열어 성업 중이다. 한 상가에 스타들이 무더기 입점해 ‘연예인 사업가 시대’를 한눈에 입증해 보이기도 한다.9월 초 문을 연 서울 은평구 불광역 ‘팜스퀘어’ 매장에는 여성그룹 SES의 유진, 댄스그룹 DJ DOC의 김창열, 탤런트 이의정, 모델 홍진경 등이 줄줄이 입점했다. ●짧아지는 인기수명…‘투잡스 스타’ 늘 수밖에 7년째 연예인 매니저로 일해온 김모(32)씨는 “불과 몇년 전만 해도 홈쇼핑에 물건을 파는 게스트로 출연한 연예인들은 대부분 주류무대에서의 활동을 반쯤 접은 경우였다.”면서 “연예인 평균연령이 갈수록 어려지는데다 인기수명도 눈에 띄게 짧아지는 추세여서 일찌감치 미래를 준비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연예인 브랜드 붐 현상은 이미지 자체를 즐기려는 현대인들의 소비욕구와 잘 맞아떨어진 결과로도 풀이된다. 바야흐로 스타가 일상 속 소비욕망의 분화구 역할까지 해내고 있는 시대이다. 이래저래 스타의 힘이 갈수록 생활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는 얘기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북핵 6자회담 타결] 반세기 정전협정 → 평화협정 논의

    |베이징 김상연특파원|19일 6자회담 공동성명 항목 가운데 핵 이슈에 가려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의미가 큰 내용이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 추진을 명시한 것이다. 공동성명 4항은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의 포럼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것’이라고만 서술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이란 1953년 유엔군과 북한·중국군 사이에 체결돼 반세기 동안 유지되고 있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말 그대로 ‘언제든 전쟁이 가능한’ 상태를 ‘완전한 평화상태’로 전환한다는 뜻이 된다. 평화체제는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침공 위협을 벗어나야 한다며 줄곧 주장해온 ‘숙원사업’이다. 북한으로서는 안보를 위한 궁극적 목표가 바로 평화체제 구축인 셈이다. 평화체제가 되어야 김정일체제의 안전을 법적·제도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평화체제 논의는 그동안 미국이 거부반응을 보여 진척되지 못했지만 최근엔 기류가 바뀌고 있다.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만 고집하던 태도를 버리고 남한을 포함한 다자간 협상도 가능하다는 자세 변화를 보인 때문이다. 이와 함께 ‘주한미군 철수’를 평화체제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주장을 북한이 철회한 것도 분위기 변화에 일조했다. 공동성명에 따라 구성될 포럼엔 한국을 비롯, 정전협정 서명 주체인 북한, 미국, 중국 등 4자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일본과 러시아가 6자회담 참여 지분을 명분으로 참여를 강력히 요구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당사자 원칙’에 입각해 우리가 평화체제 구축 논의에 주도권을 적극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남북한 사이에 평화체제 구축 방안을 이끌어내고 주변국이 이를 보증하는 방식을 가장 선호하고 있으나 북한은 미국과의 직거래를 바라고 있어 우리와는 입장을 달리 한다. 북측은 내부적으로 ‘북·미 평화협정안’을 채택한 다음 주변국의 보증을 받는 방식을 여전히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남측의 적극성에 얼마나 호응할지는 미지수라는 얘기다. 앞으로 평화체제 논의는 공동성명의 분야별 과제를 단계별로 실천하는 문제와 평행해 별도의 포럼을 통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평화체제 구축 시기는 핵 문제가 사실상 해소되는 시점이 될 전망이다.carlos@seoul.co.kr
  • 부산신항이냐 진해신항이냐 ‘팔짱’ 낀 해양부

    ‘부산신항이냐 진해신항이냐.’ 부산 강서구와 경남 진해시 일원에 건설 중인 신항의 명칭을 놓고 불거진 부산시와 경남도의 갈등이 치유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부산시는 부산항의 브랜드 가치를 위해 신항의 명칭을 ‘부산신항’으로 고집하고 있으며, 경남도는 진해땅에 건설되는 항만이므로 ‘진행신항’이 마땅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부산에서는 ‘부산신항 명칭 사수를 위한 범시민 궐기대회’가 열렸으며, 이보다 앞선 4월에는 진해시 제덕동 신항만 공사현장에서 ‘진해신항 명칭쟁취 경남도민 총궐기대회가 열리는 등 한치도 양보하지 않고 있다. ●북항부지 178만평 소유권 차지 속셈 양측이 신항의 명칭에 집착하는 것은 항만개발공사가 완공된 이후 조성되는 북항부지 178만평의 소유권을 차지하려는 속내를 갖고 있다. 즉 배후부지를 누가 많이 차지하느냐에 따라 지방세 수입 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 14일 오후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국무총리 산하 행정협의조정위원회도 해양수산부가 상정한 신항 명칭 결정사항은 심의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이번 각하결정은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가 신항 명칭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논평한 뒤 “부산항은 오랫동안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만큼 국익차원에서 ‘부산신항’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경남도는 “해양부는 최소한의 법률적 판단도 못하는 무능함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비난한 뒤 “이 문제는 부처 장관의 지휘감독권을 쥐고 있는 국무총리가 합리적으로 판단,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내년 북항3선석 개장도 차질 예상 이에 따라 양 시·도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해양부가 추진중인 내년 1월 북항 3선석 조기 개장도 차질이 예상된다. 부산시와 경남도의 해묵은 갈등은 해양부의 무원칙적인 독단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97년 평택항개발 1단계공사가 준공되면서 불거진 경기도 평택시와 충남 당진군의 분쟁을 해결한 사례를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시 평택시와 당진군은 공유수면 매립으로 조성된 부지를 서로 자기 땅이라고 등록하는 등 갈등을 빚었다. 평택시가 98년 매립지를 편입시키자 당진군도 99년 항계를 분리,‘당진항’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매립지를 편입했다. 이어 다음해에는 매립토지 이중등록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에 대해 해양부는 2003년 전문가에게 용역을 의뢰, 연구결과에 따라 항만법 시행령을 개정, 항만명칭을 ‘평택·당진항’으로 결정했었다. 해양부는 이같은 사례를 놔둔 채 명칭결정을 행조위에 상정, 귀중한 시간만 허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조영증의 킥오프] 아드보카트 능력을 보여주세요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지난 13일 독일월드컵에서 한국축구대표팀을 이끌 감독에 딕 아드보카트 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감독을 선임 발표했다. 축구협회는 아드보카트 감독이 내년 월드컵에서 최고의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했다. 특히 기술위는 7명의 최종 후보 중 나란히 1·2순위였던 아드보카트와 핌 베어벡 두 사람을 함께 조합시켰다는 것에 대해 대단히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네덜란드 토털사커의 대부인 리누스 미셀의 수제자로서 그의 축구 철학을 이어받아 과감한 공격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것을 중시한다. 또한 전원공격과 수비 토털사커의 교과서를 철저히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지도자 경력과 경험 또한 화려하다. 네덜란드 대표팀 사령탑을 두 차례 역임한 것을 비롯해 PSV에인트호벤, 독일의 보루시아 MG, 스코틀랜드의 레인저스 등을 거쳐 UAE 감독을 맡았다. 특히 네널란드 대표팀을 이끌었던 94년 미국월드컵 8강,2004년 포루투갈 유럽선수권 4강의 성적을 올렸고 PSV에인트호벤 시절에는 96년 암스텔컵과 97년 네덜란드 리그 정상을 차지했다.99년과 2000년 스코틀랜드리그와 FA컵을 2연패하는 등 ‘우승청부사’라는 별명에 걸맞는 성적이 늘 따라다녔다. 더구나 아드보카트 감독을 보좌할 베어벡 코치는 2002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과 호흡을 맞춰 한국 축구의 4강 신화를 일궈낸 숨은 일꾼 중의 한 사람이다. 베어벡 코치는 한국의 축구 문화와 정서, 선수 개개인의 능력, 축구협회와의 대화 채널 창구 등 모든 정보를 다 가지고 있는 외국인 지도자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세계적인 명장인 아드보카트 감독과 한국 축구의 현실을 꿰뚫고 있는 베어벡 코치의 선임은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우리는 2002년 월드컵 이후 두 명의 사령탑을 교체했다. 코엘류 감독은 너무 유했고, 본프레레 감독은 고집불통이었다.‘독선으로 대표팀을 이끌어 오면서 모든 결정을 혼자 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고 한국을 떠나면서 밝혔던 얘기가 생각난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혹시 아드보카트 감독도 스스로 본프레레 감독과 비슷한 성향의 지도자는 아닌지 꼼꼼히 짚어볼 대목이다. 이제 월드컵 준비기간이 9개월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동안 겪어온 시행착오를 차근차근 점검하고 새롭게 준비해 2002월드컵의 환희와 감동을 다시 한 번 재현하기를 기대해 본다.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위원youngj-cho@hanmail.net
  • 떠나보자 영암호 밤 갈치낚시

    떠나보자 영암호 밤 갈치낚시

    하얀 달빛 아래 꿈틀거리는 은빛 갈치를 본 적이 있나요. 시커먼 밤바다를 솟구쳐 오르는 그 힘차고 아름다운 모습…. 지금 전남 영암방조제 주변은 갈치낚시가 제철을 만났습니다. 밤마다 불을 밝힌 배들이 놀라운 신세계를 연출하고 있지요. 씨알 굵은 갈치 떼들이 전율을 느끼게 하는 손맛을 선사합니다. 갈치낚시의 또 다른 매력은 배에서 갓 건져올린 갈치새끼인 풀치를 뼈째 썰어먹는 세코시이지요. 부드럽게 씹히는 고소하고 담백한 맛, 다른 회와는 비교도 하지 마세요. 특히 갈치낚시는 특별한 기술이 없는 초보자도 쉽게 할 수 있답니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레저’랍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추석, 이색적인 갈치낚시는 어때요? 글·사진 영암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9~10월이 제철이에요 “아∼따 먹갈치 한번 드셔보시랑께. 입에서 살살 녹는 것이 그만이여.” ‘10월 갈치는 돼지 삼겹살보다 낫고 은빛 비늘은 황소 값보다 높다.’는 속담은 갈치의 맛과 영양을 단적으로 표현해주는 말이다. 갈치 중에서 최고로 치는 먹갈치를 찾아 전남 영암방조제로 떠났다. 달빛 은은한 영암방조제 주변은 불을 잔뜩 밝힌 배들로 마치 수를 놓은 것 같았다. 9월 초부터 시작된 갈치낚시는 이맘때부터 10월 중순까지 절정이다. 씨알이 굵고 살이 통통하게 오른 갈치가 올라오기 때문이다. 영암방조제 일대가 갈치낚시의 메카로 떠오른 것은 영산강하구언이 만들어지고 1996년 영암호방조제와 금호방조제가 잇따라 선을 보이면서부터다. 이곳은 수심이 적당하고 파도가 없는데다 연안에 먹이가 풍부해 풀치(갈치새끼)들이 몸집을 키우고 바다로 나가는 안식처로 제격이다. 때문에 갈치떼가 몰려든다. 이렇게 이곳에서 몸집을 키운 갈치들은 10월 말부터 무리를 지어 먼바다로 여행을 떠난다. 그래서 11월초쯤 되면 갈치낚시철이 끝난다. 본격적인 손맛을 보기 위해 배를 타고 금호방조제 앞으로 나갔다. 방조제보다 배를 타는 것이 훨씬 갈치를 많이 낚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갈치는 이렇게 낚아요 오후 4시. 벌써 많은 사람들이 갈치를 낚고 있었다.“많이 하셨습니까.”하는 물음에 고창에서 온 조성식(48·자영업)씨가 아이스박스를 열어 보여준다. 아이스박스 안에 빼곡히 들어찬 은빛 갈치는 시장에서 얼음을 베고 누운 녀석들과는 색깔부터 다르다. 햇살에 비쳐 정말 은덩어리같다. “아침 10시부터 낚기 시작했는데 벌써 40마리 정도 잡았어요. 손맛이 끝내주는데. 어어∼ 입질이 또 오네.” 황급히 낚싯대를 잡는 조씨는 갈치낚시가 이번이 두번째인 초보란다. “왔어요!”라며 신환주(해남황산초 6년)군이 낚싯대를 잡아챈다. 검은 해수면에서 요동치며 올라오는 은빛 갈치는 아름답기까지 하다. 냉동빙어를 미끼로 끼우고 낚싯대를 드리웠다. 갈치낚시는 찌를 쓰지 않고 손의 감각만으로 고기를 낚는다. 정말 신기하게 낚싯대 끝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며 갈치들이 입질을 한다. 손에도 뭔가 기별이 느껴졌다. 낚싯대를 챘더니 갈치는 없고 미끼만 없어졌다. 갈치도 초보라고 무시하는지 이렇게 몇 번 ‘농락’을 당했다. 옆에 있는 조화진(50·회사원)씨가 안쓰러웠던지 한수 가르쳐준다.“갈치낚시는 민물낚시와 달라 챔질을 천천히 해야 합니다. 갈치들이 입질을 할 때 낚싯대 끝이 아래위로 흔들리며 신호를 줍니다. 보통 이때 채면 100% 허탕입니다. 조금 기다리면 갈치가 완전히 미끼를 물고 아래로 내려갈 때 낚싯대가 쑤∼욱 달려갑니다. 이때가 바로 챔질 포인트이지요.” 갈치는 매우 조심성이 많은 물고기로 한번에 미끼를 덥석 무는 경우가 없다. 새가 먹이를 쪼듯 조금씩 입으로 먹이를 탐색하다 안전하다 싶으면 무는 습성이 있다. 또한 갈치는 서서 먹이를 공격하므로 미끼를 세워서 바늘에 끼면 입질을 유도할 수 있다. 갈치가 서서 먹이를 공격할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하니까 낚시바늘은 보통 바닥에서 1∼2m정도 위에 두는 것이 좋다. 미끼를 다시 끼우고 바다에 드리웠다. 여기저기서 연방 ‘왔어’라는 외침이 터진다. ●손맛, 입맛 끝내줘요 “형부 한잔하세요.”,“정서방 이리와, 한잔 받아.”옆 배에서 들리는 행복한 목소리에 이끌려 건너가니 먹자판이 벌어졌다. 서울에서 왔다는 이태신(66)씨 가족이 벌초를 마치고 이씨의 동생 내외, 사위, 딸까지 모두 9명이 단체로 낚시를 왔다.“정말 입에서 살살 녹아.”라며 인심 좋게 갈치 세코시를 권한다. “낚시는 처음 하는데 정말 재미있어요. 그리고 너무 쉽고요. 벌써 3마리나 잡았어요. 물론 모두 뱃속에 있지만요.” 이혜경(29)씨가 “저 아름다운 은빛 물결 좀 봐.”라며 남편 정귀택(29)씨를 부른다. 갈치낚시는 낚시라기보다는 온가족이 함께 즐기는 레저다. 간단한 채비로 손맛도 보고 갈치회를 먹는 즐거움까지 선사한다. 오순도순 배에 모여 앉아 잡기도 하고 먹기도 하는 이씨 일가는 정말 즐거워보였다. ●물반 갈치반 어둠이 슬슬 내려앉기 시작하자 배에 불이 켜지기 시작한다. 야행성인 갈치낚시는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낚싯줄에 케미라이트를 몇 개 달아 내렸다. 바로 입질이 온다. 낚싯대를 잡았다. 조씨의 말처럼 갈치가 미끼를 물었다 놓았다 하는 것이 느껴진다. 녀석이 덥썩 물 때까지 기다렸다. 정말 낚싯대가 쑤욱 내려간다. 이때 바로 챘다. 그리고 릴을 감았다. 시커먼 물아래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갈치가 요동을 친다. 이번엔 정말 제대로 물었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먹갈치. 마치 무협지에 나오는 명검처럼 날카롭고 아름답다.1시간 동안 무려 5마리를 낚았다. 정말 재미가 쏠쏠하다. 오광석(61·내형항운 대표)씨는 “저는 매주 주말마다 여기에 옵니다. 갈치를 잡아서 손질해 냉동실에 얼려 놓고 1년 내내 먹습니다. 갈치국, 조림, 튀김 정말 사서 먹는 갈치와 비교가 안 됩니다.”라며 갈치낚시 자랑을 늘어놓는다. ●갈치의 명품 목포먹갈치 지느러미부터 몸통 위쪽이 먹물 묻은 것처럼 검정물이 들어있어 먹갈치라는 이름이 붙었다. 제주은갈치가 최고 명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는 사람들은 목포먹갈치를 최고로 친다. 먹갈치는 기름이 많아 구울 때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를 필요가 없을 정도다. 또 살이 부드럽고 담백하다. 갈치는 우리나라 서해 남부부터 동해 남부까지 방파제나 갯바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어종이다. 배낚시는 전남 영암호가 가장 유명하고 마산 원전과 부산 송정, 여수 돌산도 일대에서도 할 수 있다. ●갈치요리 맛보세요 목포에는 먹갈치요리를 잘 하는 집이 많다. 특히 갈치조림은 시래기나 고구마 줄기와 함께 조리면 더욱 맛이 난다. 서울식당(061-282-5227)은 먹갈치만을 고집하는 집으로 주로 토박이들이 찾는다. 하당고기잡이(061-282-2092), 한보식당(061-244-1267)도 손에 꼽히는 맛집이다. 서울에서 갈치요리를 잘하는 집으로는 남대문시장 갈치골목에 있는 왕성식당(02-752-9476), 여의도 제주나라(02-780-3210), 종로구 통의동 해구(02-738-6886), 서초동 교보타워 뒤 영광굴비식당(02-532-4826) 등이 있다. ●이렇게 준비하세요 선상의 갈치낚시를 위해서는 릴낚싯대(2만원선·대여비 5000원)가 필요하다. 미끼는 냉동빙어를 쓴다. 하루 쓸 분량은 1만원정도. 물론 바늘도 찌 없는 쌍바늘을 쓰는 것이 보통이다. 바늘 2000원, 뱃삯 2만원. 야간에 필요한 케미라이트는 1000원. 아이스박스에 얼음을 넣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얼음이 없으면 갈치가 금방 상한다. 밤이 되면 기온이 내려가므로 밤낚시에는 두꺼운 외투가 꼭 있어야 한다. 면장갑과 손전등도 준비해야 한다. 식사와 라면 등 간식은 배로 배달시켜 먹을 수 있다. 배는 영암방조제에 있는 낚시점에서 소개시켜주기도 하지만 인터넷으로 미리 알아보는 편이 좋다. 특히 금호방조제에서 갈치낚시배를 운영하고 있는 신충현(011-9475-6760)선장에게 연락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영암호 찾아가는 길 목포 IC→목포검문소→영암방면으로 좌회전→영산강 하구 둑을 지나 우회전(해남 방면)→대불국가도로(대불산업단지)→목포공항방향으로 15분→삼호조선소입구→영암호 방조제
  • [사설] 北, 새 경수로 요구 명분없다

    베이징에서 재개된 제4차 6자회담이 북한의 경수로 건설 요구에 부닥쳐 주춤거리고 있다. 북한이 신포 경수로가 아닌 새로운 경수로를 6자회담 차원에서 건설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고, 미국은 한반도의 비핵화 이후에 논의할 사안이라며 이를 일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어제 있었던 북·미 접촉에서도 양측은 이 문제를 집중 논의했으나 진전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휴회기간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 보장 문제에 대해 6자가 어느 정도 의견을 접근시킨 마당에 새로운 걸림돌이 등장한 셈이다. 우리는 북한의 새 경수로 건설 요구가 현 단계에서 명분이 없다는 점을 먼저 밝혀둔다. 북측 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경수로 건설은 각측의 신뢰구축과 결부돼 있으며, 신뢰구축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의 핵심”이라고 했다고 한다. 한반도 비핵화의 핵심이 신뢰 구축에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경수로 건설이 신뢰 구축과 결부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신뢰 구축의 길은 경수로 건설이 아니라 북한의 핵 투명성 확보에 있다.2002년 핵 동결 해제 선언과 함께 핵 개발에 나섬으로써 지금의 북핵 문제를 낳은 당사자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핵 투명성부터 다시 확보하는 일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쌓는 선결과제인 것이다. ‘새 경수로’ 요구에 담긴 북한의 의도는 국제사회의 에너지 지원 보장과 미국의 체제위협에 대항할 핵 주권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은 달라진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통해 경수로 건설 지원이라는 실리를 챙겼던 1994년 제네바 합의 때와는 국제상황이 판이하게 달라졌다. 제네바 합의를 깨고 핵 개발에 나선 마당에 다시 경수로를 달라는 것은 미국에 두 번 속아보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이래선 합의가 어렵다. 우리 정부는 이미 북측에 200만㎾의 송전방안을 제시했다. 북한은 경수로 건설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즉각 핵 투명성 확보를 위한 3대 조건을 수용하고 남측의 전력지원 제의에 응해야 한다. 이번이 북핵 해결의 마지막 기회임을 인식해야 한다.
  • 아드보카트에 바란다

    ●조영증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위원 최고의 대안이라고 본다. 특히 핌 베어벡 코치와 함께 온다는 점에 대해 많은 신뢰가 간다. 사실 베어벡 코치는 우리나라 축구 문화, 유소년 축구, 대표선수들의 장·단점 등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히딩크 감독 시절에도 훈련 방식 등 구체적인 부분은 베어벡 코치가 거의 맡아서 할 정도였다. 또한 고집이 센 아드보카트 감독과 축구협회, 선수 등 사이에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내국인 코치를 잘 선임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신문선 SBS해설위원 기대감 속에서도 썩 개운하지는 않다. 감독 하나 바뀐다고 한국 축구가 급격히 바뀌기를 바라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감독은 자동차 또는 컴퓨터와 마찬가지다. 어떻게 운전하고 프로그래밍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로 달라진다.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코엘류 감독과 본프레레 감독이 왜 실패했는지를 분석해 정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두 번이나 실패한 기술위의 플래닝 능력이 의심스럽다. 개운하지 않은 이유다. ●김호곤 전 국가대표 감독 그동안 검토했던 감독 후 보중 최우선순위와 계약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독일월드컵을 준비하는 한국 축구의 상황은 훈련시간 문제, 선수단 구성 등에서 2002년과 많이 달라졌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기를 바란다. 또한 한국축구는 그동안 자신이 봐왔던 유럽·남미 축구와 여러 측면에서 다른 만큼 자신이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되 그전까지는 주변의 얘기를 충분히 듣는 열린 자세를 갖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김호 전 국가대표 감독 감독 선임을 축하한다. 내년 월드컵에서 좋은 성과를 내도록 열심히 해주기 바란다. 베어벡 코치가 한국 축구와 선수들에 대해 많은 지식이 있으니까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축구협회의 감독 선임 과정이 어떻게 됐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일찌감치 차분히 준비했다면 이런 혼선은 방지할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신임 감독을 전폭 지원해야 한다.
  • ‘토털사커’ 신봉’오렌지 명장’

    ‘토털사커’ 신봉’오렌지 명장’

    한국 축구의 역대 6번째 외국인 사령탑으로 결정된 딕 아드보카트(58) 감독은 과연 누구일까. 아드보카트는 지난해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4)와 1994미국월드컵에서 네덜란드대표팀을 각각 4강과 8강까지 끌어올린 명장이다. 또 긴 호흡이 요구되는 클럽팀 감독으로도 PSV에인트호벤(네덜란드)과 글레스고 레인저스FC(스코틀랜드) 등에 여러 차례 우승컵을 안기기도 했다. 아드보카트는 네덜란드 덴 헤이그와 스파르타 로테르담, 미국 시카고 스팅 등에서 선수생활을 하다 84년 FC유트레흐트에서 옷을 벗었다. 그는 선수시절 개성이 강하고 열심히 뛰어다니는 미드필더로 유명했다. 선수생활을 마친 아드보카트는 네덜란드 축구의 상징인 ‘토털사커’를 창시한 리누스 미셸 감독 아래서 2차례에 걸쳐 7년 동안 대표팀 수석코치를 맡으며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92년 미셸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겨받아 94월드컵에서 8강까지 올랐지만 브라질에 2-3으로 졌다. 95년부터 7년 동안 클럽팀 감독을 지낸 아드보카트는 2002한·일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루이스 반 할 감독에 이어 생애 두번째로 고국 대표팀 감독을 맡아 2년 뒤 팀을 유로2004 4강에 올려놓는다. 하지만 그는 4강에서 포르투갈에 2-1로 진 뒤 ‘무너졌던 팀 분위기를 잘 추스리며 적절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는 칭찬과 ‘최고의 공격수들을 데리고도 너무 수비 위주의 전술을 폈고 선수기용에도 문제가 있다.’는 극단적인 비난을 동시에 들었다. 아드보카트는 주로 수비형 미드필더를 2명 두는 4-2-3-1이나 4-3-3 전술을 주로 쓴다. 그는 선수들을 꼼짝 못하게 휘어잡으면서 다툼도 피하지 않을 만큼 고집이 세 ‘독불장군’이라 불린다. 자신의 훈련방식과 선수 선발에 뚜렷한 소신을 가지고 있고 어떤 간섭도 인정치 않는다. 그가 최근 네덜란드대표팀에 반 더 바르트, 웨슬리 스나이더, 욘 헤이팅가, 윌프레드 보우마, 아리엔 로벤 등 새로운 피를 영입해 세대교체를 단행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클래식 전도사 금난새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클래식 전도사 금난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좌절의 쓴 맛을 본 뒤에야 새로운 길이 눈에 들어왔다. 용기를 내어 발걸음을 내디뎠다. 눈덮인 들판에 첫 발자국을 새기듯 그 길을 조심조심 걸었다. 문득 프로스트의 시(詩)가 생각난다.‘훗날에 나는 어디선가/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그랬다. 젊은 나이에 미지의 길을 택했다. 험난했지만 열심히 오르고 또 올랐다.30여년 세월이 흘렀다. 각박한 이 사회에, 가느다란 손끝으로 커다란 감동의 하모니와 가슴 찡한 행복의 향기를 선사하는 거장으로 우뚝 섰다. 클래식 전도사 금난새(59) 교수. 지휘자로 외길을 걸어왔다. 자신의 이름처럼 금빛 날개를 달고 무대와 객석 사이를 훨훨 날아다닌다. 그가 지휘봉을 잡으면 청중이 구름처럼 몰려온다. 항상 대중 속으로 파고들어 아무리 딱딱한 클래식이라도 부드럽게 녹여 청중을 매료시킨다. 그래서 ‘지휘봉의 마술사’라는 얘기를 듣는다. 요즘들어 별칭이 더욱 많아졌다. 지휘자라는 본업 외에 벤처 오케스트라의 CEO로도 확실하게 인정받는다. 즉, 지난 1998년 ‘유라시안 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창단한 이후 가장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것. 덕분에 청와대와 중앙부처 공무원, 기업체와 대학 등을 상대로 ‘성공한 예술CEO’ 자격으로 강연을 다니느라 분주하다. 올들어서만 벌써 40회를 넘고 있다. 교수, 지휘자,CEO, 초빙강연 등 1인4역을 해낸다. 기획과 아이디어맨이라는 별칭도 있다. 서울 중구 신당역 인근의 ‘충무아트홀’ 6층 사무실에서 금씨를 만났다. 충무아트홀은 중구청이 올 3월 개관했으며, 금씨는 중구청의 지원으로 사무실과 연습실 공간을 무료로 사용하고 있다. 금씨는 때마침 모 기업체 강연을 막 다녀온 직후였다. 우선 강연 내용이 어떤 것이냐고 하자 “오케스트라의 조화와 기업경영의 하모니를 주제로 했다.”면서 요즘에는 대기업 강연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요즘 기업의 경영전략이 감동과 하모니 경영을 중요하게 여기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식당을 갔을 때 맛있고 행복감이 없으면 다시 찾지 않는 것처럼 음악의 오케스트라도 마찬가지”라고 특유의 레스토랑 경영론을 펼친다. 서비스정신으로 무장하고 관객들에게 행복감을 선사해야 다음 연주회 때에도 표를 예매하고 찾아주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런 다음 청중들이 원하는 것, 또 그 수준을 파악해 반발짝 앞선 감동을 던져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8·15경축사처럼 해마다 항상 비슷한 내용으로 반복되는 것이나, 부모가 아이들한테 늘 공부하라고만 하면 무슨 감동이 있겠느냐는 것. 그래서 많은 감동을 주기 위해 찾아가는 ‘방문 연주회’를 고집한다.‘도서관 음악회’‘베토벤 페스티벌’‘포스코 로비 콘서트’ ‘굿모닝 클래식’‘3군사관학교 방문연주회’‘해설이 있는 오페라’ 등은 신선한 아이디어와 철저한 고객지향 서비스 정신에서 나온 대표적 프로젝트. 이를 통해 민간 오케스트라 운용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2500명의 대학생을 모아놓고 두 시간 동안 연주회를 가졌다. 차이코프스키 심포니 4번을 해설하며 연주에 들어가자 다들 환호하며 흠뻑 빠졌다. 랩과 팝음악에 익숙한 대학생들이 모처럼 심포니의 선율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것. 금씨는 “장차 나라의 기둥이 될 대학생들에게 클래식의 감동을 선사해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보람과 큰 기쁨이 아니냐.”고 했다. 올 가을에만 5개 대학을 찾아갈 예정이다. 앞서 지난 94년부터 3년간 ‘금난새와 함께 떠나는 세계의 음악여행’이라는 청소년 음악회를 열어 우리나라 클래식 연주사상 최고의 화제공연으로 뽑히기도 했다. 객석에 있는 청중을 불러 노래를 시키는가 하면, 또 객석의 아저씨들이 남성 합창단으로 갑자기 둔갑하는 광경을 연출, 청소년들을 매료시켰다. “연주회 때마다 지휘자가 맨 나중에 나가는 것을 고집합니다. 마지막까지 관객들과 함께 축하하고 서로의 감동을 나누기 위해서지요. 또 단원들에게는 노력한 만큼 되돌아온다는 점을 늘 강조합니다. 또한 우리 오케스트라는 예술계의 샘플이 되자고 다짐합니다.” 지휘자가 안 됐으면 지금쯤 무엇이 됐을까 하고 물었다. 잠시 생각하더니 “글쎄요. 영화감독이었을 것”이라며 웃는다. 아울러 미술도 좋아하고, 또 연주 때 늘 문학적 철학을 염두에 둔다고 했다. 그만큼 자신의 재능, 즉 장르를 고집하지 않고 예술적 감각을 극대화시킨다는 것이다. 이어 ‘금난새’라는 이름에 얽힌 사연을 물었다. 그의 부친은 한글학회 회원이자 ‘그네’로 유명한 작곡가 고(故) 금수현. 금녕 김(金)가인 부친은 자신의 성을 한글식인 ‘금’으로 먼저 바꿨다. 이후 새로 태어난 아들의 이름을 ‘나는 새’라는 뜻의 ‘금난새’로 지었다. 형제자매들의 이름도 ‘내리’‘누리’ 등 ‘ㄴ’자 돌림으로 했다. 금씨는 “우리 아이들은 ‘ㄷ’자 돌림의 ‘금다다’와 ‘금드무니’ 등으로 이름지었다.”고 귀띔했다. 그는 47년 음악적 환경이 풍부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중학교와 고교 진학때 입시에서 모두 실패했다.“실패는 새로운 에너지를 주는 것.”이라고 회고했다. 중학교 때에는 소심한 성격에다 영어 소문자도 제대로 못써 열등아라는 놀림도 받았다. 오기가 생겨 영어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교내 영어 웅변대회에서 1등까지 차지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경기고 입시에서 떨어지자 부모의 권유로 결원이 생겨 추가 모집하는 서울예고에 입학했다. 이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고1때 우연히 AFKN(미8군방송)에서 청소년을 위한 클래식 음악프로그램을 보게 됐다. 레너드 번스타인(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작곡자)이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니의 멋진 연주에 감동했다. 이때부터 번스타인은 인생의 모델이 됐다.‘토요음악회’ 등 앞장서서 그룹활동을 주도했다. 또한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곤 실천에 옮겼다. 서울음대 시절엔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연주여행에 나서기도 했으며, 음대 학생회장을 맡아 음악캠프 등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방위근무를 마친 뒤 모교인 서울예고에서 1년반 정도 교편을 잡았다. 그러나 지휘자의 꿈을 포기할 수 없어 베를린대학으로 유학을 훌쩍 떠났다. 때마침 베를린 오페라좌에서 지휘자로 활동했던 음대의 라벤슈타인 교수를 만나 본격적인 지휘공부를 하게 됐다. 여러차례 콩쿠르에 나갔지만 실패를 거듭한 끝에 서른살이 되던 77년 카라얀 콩쿠르에서 입상하면서 지휘자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베를린 음대 졸업 후 귀국,KBS 교향악단에서 12년간 활약하게 된다. 이후 수원시향이 없어질 위기에 놓이자 서둘러 달려가 다시 살려내는 데 앞장섰다. 이런 인연으로 6년 동안 수원시향 지휘자로 몸담았다. 98년에는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자본금도 거의 없이 벤처 오케스트라 ‘유라시안 필하모닉’을 만들었다.99년 12월31일 밤 서울 강남의 포스코 빌딩 로비에서 연주를 한 것이 인연이 돼 포스코가 ‘대학교 순회 콘서트’를 지원해주게 됐다. 또한 ‘CJ’측의 후원을 얻어 육·해·공군사관학교에서 연주회를 열었다. 이에 힘입어 창단 첫해 40회 연주를 시작으로 70회,80회,100회 등 해를 거듭할수록 전국 27개도시를 상대로 순회연주가 늘어나고 있다. 올해에는 벌써 130회를 넘었다. “아내와 단둘이 결혼식을 올리고 베개 두 개로 신혼생활을 시작했듯이 유라시안 필하모닉의 시작도 초라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전국에서 우리를 많이 찾고 있습니다. 고전음악은 우리 시대의 창이자 분명 위대한 것입니다.”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47년 부산 출생 ▲66년 서울예고 졸업 ▲70년 서울대 음대 작곡과 졸업 ▲74년 베를린 음대 유학 ▲77년 카라얀 국제 지휘콩쿠르 입상 ▲80년 KBS교향악단 전임 지휘자 ▲89년 KBS교향악단과 국내 최초 오케스트라 녹음 출반. ▲92년 수원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94년 ‘해설이 있는 청소년음악회’ 기획·진행 ▲98년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창단 ▲2002년 주식회사 CJ와 오케스트라 후원 계약 체결,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 홍보대사 ▲05년 중구문화재단과 협력계약 체결, 유라시안 필하모닉 충무아트홀 상주 ▲현 유라시안 필하모닉 음악감독, 경희대학교 음악대학 교수 ■ 저서 나는 작은새 금난새 (디자인하우스,96년),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생각의 나무,03년)
  • [13일 TV 하이라이트]

    ●생방송60분-부모(EBS 오전 10시) 무슨 일이든 핑계만 앞서는 아이들이 있다. 왜 그럴까? 아이들이 말하는 핑계에도 유형이 있다. 과연 우리 아이는 어떤 유형인지, 핑계만 대는 아이를 무슨 일이든 스스로 찾아서 척척 해내는 아이로 키우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에 대해 김순혜 경원대 교육대학원장, 박연주 염강초등학교 교사를 통해 듣는다. ●도전! 하이 & 로(SBS 오후 7시5분) 대학가 맛집 상륙작전이 펼쳐친다. 단돈 3500원으로 배가 터지도록 먹는 뚝배기집, 자장면 한 그릇에 무조건 1000원을 받는 중국집, 친절한 서비스로 여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닭고기 계란덮밥집, 돈가스 먹고 칼국수까지 서비스로 먹는 분식집 등 대학가에 숨어 있는 저렴한 맛집을 소개한다. ●세계 세계인-해골의 천국(YTN 오전 10시40분) 체코의 ‘세들렉 납골당’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이유는 사람의 뼈로 만든 조각 작품을 보기 위해서다. 종 모양, 피라미드 모양 등 독특하고 다양한 모습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1870년부터 만들어진 뼈조각 작품들은 우울한 예술작품이 아니라 기독교 사상을 담았다는데…. ●비밀남녀(MBC 오후 9시55분) 영지는 아침을 준비해 아미를 부른다. 아미는 영지에게 괜히 도경은 어떻게 지내느냐고 묻고, 영지는 관심 끊은 지 오래됐다고 답한다. 영지는 어제 준우를 만나 스카프를 돌려받았다고 말한다. 아미는 준우에게 전화해 저녁식사에 초대하고 싶다고 하고, 영지는 준우를 초대했다는 아미의 전화를 받고 놀란다. ●어여쁜 당신(KBS1 오후 8시25분) 힘찬은 인영이 엄마랑 함께 유치원 행사에 참석하지 않자 뾰루퉁해져 있고, 그래서 고집을 부리는 힘찬의 엉덩이를 때리는 재민이의 가슴 한 구석이 짠하다. 희주는 이혼과 기준의 사고로 인한 후유증으로 잠을 이룰 수 없어 신경안정제를 복용한다. 기준이 깨어나지 않자 인영은 교회를 찾아가 간절히 기도를 한다. ●위험한 사랑(KBS2 오전 9시) 임신 상태가 좋다는 말을 듣고 좋은 기분에 병원을 나선 수완은 강제와 마주친다. 강제는 수완을 정현에게 바래다 주겠다고 말하고, 그 말에 수완은 갈등을 느낀다. 정태는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무작정 차를 닦으며 차주에게 잘 보이려고 한다. 한편 수완은 동의서에 대해 정현에게 묻고, 정현은 얼버무린다.
  • ‘거미’표 음악의 ‘덫’

    ‘거미’표 음악의 ‘덫’

    고정관념을 뒤엎는 통쾌함은 연예인과의 인터뷰에서 얻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일반인으로서 연예인을 만날 때 느끼는 설렘 만큼이나 짜릿한 일이다. “푸하핫∼””깔깔∼”“넘 귀엽다. 하하.”스튜디오 촬영 도중 코디의 재롱(?)을 보고는 목젖을 보일 정도로 웃어 제친다. 머리를 떨군 채 자지러지기도 한다. 잠시 촬영 중단. 직접 마주한 그녀는 우리에게 알려진 모습이 아니다. 표정엔 우울함과 외로움을, 눈가엔 덩그렁 눈물 방울을 담은 채 슬픈 노래를 불러야 할 것만 같은데, 시종일관 웃음과 생기가 그녀 곁을 떠나지 않는다. 가수 거미(24·본명 박지연)가 돌아왔다. 지난해 가을 ‘기억상실’이라는 노래로 가요계에 돌풍을 일으킨 그녀가 3집 ‘for the bloom’을 들고 다시 팬 앞에 섰다. 하지만 손에 쥔 새 앨범보다 눈에 더 들어오는 것은 그녀의 환한 얼굴. 앨범 제목 그대로 ‘활짝 폈다. “요즘 사는 게 너무 즐겁고, 재미있어요.1집때는 ‘욕심’이,2집때는 ‘부담’이 제 자신을 짓눌렀는데, 이번에는 그런것 다 버리니 너무 편한 거 있죠?(웃음)” 그녀는 신기하리만치 새 앨범을 내놓았는데도 마음에 여유가 느껴진다고 했다. 예전에는 무대위 작은 실수 하나에도 흥분하고 좌절하고 했었는데, 이젠 그 정도는 편하게 넘길 정도가 됐다며 웃는다.3개월이란 촉박한 제작 기간이었지만,1·2집 때보다 훨씬 수월한 작업이었던 것도 여유감 때문이란다. 이제 가수로서 물이 오른 것일까. 그녀는 “내 자신에 대해 잘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껏 자신을 둘러싼 ‘노래 잘하는 가수’라는 말에 부끄러움과 부담을 느끼며 ‘곧 추락하지 않을까.’라고 조바심을 냈지만,3집 준비를 하면서 ‘계속 이렇게 유지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났단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3집은 대중에게 한발짝 더 다가가려 한 전략적 노력도 엿보이지만, 무엇보다 평소 보여주지 못한 그녀의 감춰진 색깔이 듬뿍 배어 있다. 건반과 현악 연주가 돋보이는 애절한 느낌의 타이틀곡 ‘아니’를 제외하고는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가 돼버린 ‘슬픈 노래’는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장르를 떠나서 제가 가진 느낌, 감정을 그대로 노래에 실어 여러분께 전달하고 싶었어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거미표 음악’이죠.”노래를 듣고 ‘들으니까 좋네.’라는 정도가 아니라,‘거미가 어떤 생각으로 불렀을까?’라는 생각이 들도록 대중의 공감을 사려 했단다. 스토니 스컹크의 거친 매력이 그녀의 섬세함과 잘 어울린 레게풍의 곡 ‘Holic’으로 시작하는 이번 앨범은 여러 면에서 ‘변화’와 ‘새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그녀가 타이틀 곡으로 고집했던 ‘어른 아이’는 거미의 음악적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미드 템포의 곡. 브라스 세션을 기용한 멋스러운 블루스 풍 노래로 그녀의 매력적인 음색이 흠뻑 담겨 있다. 싱어송 라이터를 꿈꾸는 그녀의 첫 시도인 자작곡 ‘Secret’와 역시 처음으로 랩에 도전한 ‘Trap’이란 곡도 눈에 띈다. “오로지 ‘슬픈 노래만 부르는 가수’로 바라보시는게 너무나 안타까웠어요. 그걸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 방송에서 슬픈 노래만 부르다 보니 제 자신도 계속 슬퍼지고 어두워지더라고요.”그녀는 다음번 4집에는 3집보다 더 많은 ‘용기’를 담아내겠다며 미소짓는다. 블루스 등 ‘올드한’음악과 힙합·솔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밝은 느낌으로 선보이겠단다. 휘성과 렉시의 보컬 선생님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가창력의 소유자이지만, 요즘도 새벽이면 혼자서 노래 연습에 열중한다는 그녀. 어릴 적부터 꿈꿔온 가수의 길이 험난한 것을 잘 알기에 한시라도 음악에 대한 열정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것이리라.“최대의 욕심이요?조그만 소극장에서 기타 하나 들고 ‘언플러그드 공연’을 하는 거예요. 모노 드라마 연극처럼이요.(웃음)”하긴, 남자 고르는 기준도 ‘함께 음악을 할 사람’이라는 그녀다. 글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우리 아이 좋은 공부습관 이렇게

    우리 아이 좋은 공부습관 이렇게

    요즘 엄마들은 스스로 자녀의 ‘매니저’라 부른다. 입시제도를 꿰뚫고 발빠르게 학원 정보 등을 수집해 자녀에게 최상의 학습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뜻이다. 하지만 막연히 반복적으로 ‘공부하라.’고 강요하거나, 학원을 억지로 보내는 식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부를 습관처럼 하도록 해야 스스로 알아서 공부를 하고 효과도 배가된다는 것이다. 자녀에게 좋은 공부습관을 들여주는 방법을 알아본다. 자녀의 성적이 오르기를 바라는 부모는 아이가 책상 앞에 앉아만 있으면 일단 마음이 놓인다. 그러나 이렇게 성적에 일희일비하고 조급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자녀의 실력을 키워주는 데 도움이 안된다고 한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깨우쳐 주고 공부와 친숙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근본적인 방법이다. 자녀들에게 좋은 공부습관을 들여주기 위해 부모가 알아야 할 점들을 전문가들에게 들어봤다. ●동기부여·목표설정이 가장 중요 가장 중요한 것은 ‘왜 공부를 해야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동기 부여다.“좋은 대학을 나와야 출세한다.”는 식의 무조건적 동기 부여가 아니라 “네가 좋아하는 컴퓨터게임을 잘 하기 위해서는 어떤 공부가 필요할까.”“그렇게 좋아하는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가 된다면 얼마나 즐거울까.”하는 식으로 구체적인 동기를 넌지시 알려주는 식이다. 고려대 교육학과 박도순 교수는 “스스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을 갖도록 하는 ‘내적 동기’ 부여가 가장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때때로 상벌과 같은 외부 자극도 필요하다.”면서 “칭찬이 가장 좋은 동기유발 요소”라고 설명했다. 성과만을 놓고 다그치거나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말고 세심하게 관찰해 적절한 칭찬을 해 주면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 또 공부를 하면서 스스로 성취감과 보람을 맛보게 하면 “공부란 즐거운 것”이라는 인식을 하게 된다. 목표를 설정하도록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이가 하고 싶어하는 것을 잘 듣고 그 목표를 실현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비행기 조립하는 일을 좋아한다면 “이런 장난감 말고 진짜 비행기를 만든다면 멋진 일이겠지. 날다가 떨어지지 않는 안전한 비행기를 만들려면 여러가지 수치 계산을 잘 해야 할거야. 그리고 사람들에게 네가 만든 비행기를 많이 알리려면 똑부러지게 말하는 연습도 필요하겠지?” 하는 식이다. 단 낮은 단계부터 차근차근 하도록 해야지, 너무 거창한 목표를 던져주는 것은 부담을 줄 수 있으니 주의한다. ●책과 친해지도록…분위기 조성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다고 해서 하루종일 공부를 강요하라는 것이 아니라, 마치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친구와 놀듯 공부도 자연스럽게 하나의 생활로 몸에 배도록 하는 것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책과 친하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박혜란 공동대표는 “방·식탁·화장실 할 것 없이 온 집안에 책을 널려 놓고, 책이 장난감이자 친구이자 선생님이 되도록 해주는 것이 지속적인 지적 자극을 줘 학습 효과를 극대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여성학자이면서 가수 이적씨를 비롯해 세 아들을 모두 서울대에 보내기도 한 박 대표는 “의도적으로 책을 들이민 것이 아니라 부모가 스스로 책읽기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이책 저책을 뒤적이기 시작하게 된 것”이라면서 “책을 공부의 도구로 인식하기 이전에 친구처럼 받아들인 덕에 세 아들 모두 과외나 학습지 한번 안하고 좋은 성적을 냈다.”고 말했다. 바른 생활습관과 시간관리 능력을 키워주는 것도 공부하는 분위기와 연결된다. 목표를 설정했으면 이를 잘게 나누어 월 단위, 주 단위, 일 단위로 계획을 세우고 스스로 시간을 관리하게 하는 것이다. 이화여대 초등교육과 조연순 교수는 “아이가 먼저 계획을 짜도록 하고 ‘실제 해보니까 숙제를 다 하기에 조금 시간이 모자라던데 조금 늘려보면 어떨까.’ 하는 식으로 수정해 나가는 것이 좋다.”면서 “짜여진 시간표를 주고 지키도록 하는 것은 실천도도 떨어지고 스스로 공부에서 주도권을 놓게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선행학습은 흥미 잃게 해 오히려 ‘독’ 학원 등에서 주로 하는 선행학습은 공부 습관이라는 면에서는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어설프게 알게 된 지식이 학교 수업에 흥미를 잃게 해 오히려 ‘독’이 된다는 지적이다. 박도순 교수는 “예습 수준을 넘어선 선행학습은 당장은 앞서나가는 것 같지만 ‘다 아는 것이니 재미 없다.’는 생각을 불러일으켜 오히려 내적 동기를 해친다.”면서 “교육학적으로 보면 선행학습은 어떤 경우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박혜란 대표도 “선행학습은 뭘 먹고싶은지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아이에게 엄마가 숟가락을 들고 무조건 떠먹여주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독서가 가장 근본적인 선행학습이며, 한두학기씩 앞서가며 배우는 것은 잠깐 성적은 오를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아이를 망치게 된다.”고 말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이정숙씨의 ‘자녀 교육법’“좋은 공부 습관만 들여주고 나면 그 다음엔 아이 키우기 정말 쉽죠.” ‘잔소리하지 않고 유쾌하게 공부시키는 법(나무생각)’의 저자 이정숙씨는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두 아들을 미국 명문대에 보낸 엄마이기도 한 이씨는 “어렸을 때 바른 생활·공부습관을 잡아준 뒤에는 한번도 ‘공부하라.’고 잔소리 한 기억이 없다.”며 ‘습관’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이씨가 아이들을 키우는 원칙은 스스로 하고 싶어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 책과 가깝게 해 주고 계획을 세워 지키도록 하는 것도 물론이다. 그러나 이씨 역시 조급한 마음에 딱 두번 아이들이 싫다는 것을 억지로 시켜본 적이 있었다. 초등학교 때 둘 다 산수를 너무 못해 억지로 주산 학원에 보냈더니, 숙제도 전혀 하지 않고 수업 중에도 딴짓만 했다. 주산 학원에 다니지 않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눈 뒤 결국 1주일 만에 그만두게 했다. 이때 ‘설득 없이 억지로 하는 건 역효과만 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둘째아들은 바이올린을 억지로 가르치자 5년 만에 ‘절대 못하겠다.’고 버텨 끝내 그만두더니, 스스로 재능을 찾아낸 피아노는 용돈을 아껴 레슨을 받고 대학에서 전공까지 했다. 본인이 동기를 얻고 하고 싶어야 비로소 효과가 있다는 것. 대화를 통해 합리적으로 의견을 나누면서도 생활 습관은 따끔하게 가르쳤다. 큰아들이 6세 때 시장에서 장난감을 사달라면서 발버둥을 치며 떼를 쓰자 몇번 경고를 한 뒤 ‘혼자 집에 찾아오라.’고 하고는 사라졌다.30분간을 울며 엄마를 찾던 아이는 이후에는 절대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중학교 1·2학년이던 두 아들을 데리고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했던 이씨는 “뉴욕 맨해튼 일부 지역에 우리나라 대치동이나 청담동 같이 엄마들이 아이 공부에 더 열을 올리는 경우도 있긴 하다.”면서 “그러나 어려서부터 함께 책을 읽고 원칙을 지키도록 습관을 만들어준 뒤 학창시절에는 오히려 간섭하지 않는 미국인 부모들의 교육법이 훨씬 인상적었고 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큰아들 창연(25)씨는 미시건대 건축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전액 장학생으로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둘째 승연(24)씨는 뉴욕대 경영학과와 줄리어드 음대를 동시에 다니면서 ‘공부기술(중앙M&B)’이라는 책을 써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이씨는 “분위기에 휩쓸려 선행학습이다 뭐다 하는 것에 조급증을 내기 보다는 적극적이고 자기주도적인 습관을 들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이렇게 하면 ‘효과 두배’뭐가 좋은지는 알면서도 잘 안되는 것이 자녀교육이다.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당장 따라해 볼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질문할 때마다 백과사전 활용 아이들이 말을 배우고 호기심을 갖기 시작하면 부쩍 질문이 많아진다. 이럴 때 아는 대로 대충 대답해주거나 얼버무리지 말고 함께 백과사전을 찾아본다.“눈은 왜 와요?” 하고 묻는다면 함께 ‘눈’을 찾아보고 스스로 물음에 대한 답을 찾도록 유도한다. 흥미를 자극하고 다양한 배경지식을 쌓는 데 더없이 좋은 방법이다. ●국어사전을 항상 옆에 두기 국어실력은 모든 공부에 기본이다. 바른 언어습관은 생활 태도에도 영향을 준다. 책이나 TV를 보다가 잘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그때그때 국어사전을 찾아보도록 한다. 사전을 통해 어휘력과 문장력이 풍부해져 말과 글쓰기에 자신감을 갖게 된다. 또한 이런 습관이 들면 외국어 공부도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다. ●재래시장 자주 데려가기 책상 앞에서 하는 것만이 공부가 아니다. 때때로 재래시장에 데려가는 것은 아이의 오감을 자극하는 쉽고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시장통에서 생선을 자르는 아주머니,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일하는 청년들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보며 사회성, 생활력, 호기심, 기초적 경제관념을 키울 수 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20&30] 2030 키덜트문화 해부

    [20&30] 2030 키덜트문화 해부

    ‘키덜트족’이 아니면서도 키덜트 문화에 탐닉하는 ‘넌 키덜트족’이 늘고 있다.‘키덜트’는 아이(Kid)와 성인(Adult)의 합성어(Kidult)로 유년시절 향수를 느끼게 해 주는 장난감이나 옷, 놀이 등에 집착하는 어른들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전통적인 키덜트 연령대가 아닌 젊은층에서도 키덜트가 주요한 문화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2030들의 키덜트 문화를 살펴봤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사는 회사원 김미하(30·여)씨는 자기 차를 온통 고양이 캐릭터 ‘키티’가 그려져 있는 액세서리로 꾸몄다. 다른 생활용품을 살 때에는 상표나 디자인을 크게 따지지 않지만 자기만의 공간인 차 내부를 꾸밀 때만큼은 키티를 고집한다. “어렸을 때 내성적이라 친구가 없었는데, 어머니가 ‘말은 하지 않고 들어주기만 하는 좋은 친구’라면서 키티 인형을 선물해 주셨어요. 가만히 보니 이 고양이에게는 눈, 코, 귀는 있는데 입이 없더군요. 그때부터 키티를 좋아하게 됐어요.” 김씨는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한 뒤 한동안 잊고 지내다 대형 할인마트에서 키티 핸들커버와 시트를 본 뒤 과거의 향수가 떠올랐다.”면서 “다 큰 어른이 나잇값을 못한다는 얘기도 듣지만, 나에게는 개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동심 자극 키덜트란 말이 생기기 전에는 어린아이 같은 취향의 삶을 즐기는 것을 ‘피터팬 증후군’으로 불렀다. 여기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었다. 자기에 대한 지나친 애착과 책임감 결여 등 정신병리학적 차원에서 다뤄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모두가 갖고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 잊고 살아가는 잠재의식 속 동심을 자극 하는 가치중립적인 의미에서 키덜트가 널리 쓰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영국 아동문학가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는 키덜트 문화의 전형적인 예다. 세계 200개국에서 55개 언어로 번역돼 1억 9000만부가 팔린 해리 포터는 영국에서 ‘비틀스 이후 최고의 문화상품’으로 불릴 정도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발간된 6편이 영문판으로만 1만 부 이상 팔렸다. 해리 포터는 영화로 만들어져 ‘키덜트 무비’라는 장르를 개척하기도 했다. 마법과 요정, 괴물, 난쟁이 등을 소재로 한 ‘반지의 제왕’ 역시 많은 성인층 팬을 확보했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국내에 들여온 출판사 문학수첩은 “지난해 어린이도서 한마당이라는 행사를 열었는데 해리 포터의 망토, 모자 등을 걸쳐보는 ‘마법사 체험’이 어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면서 “팬터지는 어른과 아이 모두가 좋아하는 소재이고, 해리 포터의 경우 팬터지이면서도 어느 정도 현실적인 개연성을 갖추고 있어 어른들에게도 인기를 끈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자취 감춘 어릴 적 장난감에 ‘의리’ 1980∼90년대 이후 컴퓨터 게임에 밀려 사라졌던 장난감과 놀이들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인기 아이템이다. 서울 은평구 대조동에 사는 회사원 김희태(29·가명)씨는 ‘레고’를 인테리어에 활용했다. 장식품은 물론이고 필통이나 작은 물건보관함도 레고를 조립해 만들었다. 김씨는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놀이인데 요즘 아이들에게는 외면당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레고도 이제 성인들에게 적당한 디자인과 가격대를 갖추는 등 우리 세대에 맞게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얼마 전까지 인기를 끌었던 인터넷의 ‘아바타’ 꾸미기에는 종이인형 옷 갈아입히기 놀이를 잊지 못한 젊은 여성들이 열광했다. 이지은(27·여·대학생)씨는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을 즐기지만 우리가 어렸을 때에는 종이옷을 가위로 잘라 인형에 입히는 것이 가장 재미있는 놀이였다.”면서 “인터넷 아바타의 머리모양과 의상을 바꾸다 보니 어릴 적 생각이 나서 즐거웠다.”고 좋아했다. ●“어른 됐지만 아직도 로봇은 내친구” ‘스파이더맨’ 등 슈퍼 히어로와 로봇 프라모델은 소년이 어른이 된 뒤에도 여전히 좋은 친구로 남아 있다. 캐릭터와 게임매장이 모여 있는 서울 용산 전자상가 두꺼비상가에는 ‘철인24호’에서 ‘마징가Z’‘건담’까지 70년대부터 TV를 누볐던 로봇들이 아직도 위세를 떨치고 있다. ‘스타워즈’‘스파이더맨’‘배트맨’ 등 할리우드 스타들도 한껏 폼을 잡고 손님들을 맞는다. 캐릭터 인형의 일종인 ‘피규어’ 매장을 보물상자 들여다 보듯 구경하는 손님들은 대부분 20∼30대다. 한 상점 주인은 “구매자의 4분의3 이상이 20∼30대 남성”이라고 했다. 소품은 몇천원에도 살 수 있지만 정교하게 만들어진 프라모델은 수십만원을 호가한다. 매장에서 만난 회사원 고장현(36)씨는 20여분을 고민한 끝에 33만원짜리 건담 프라모델을 샀다.‘덴드로비움’이라는 모체와 결합되는 건담 시리즈로 조립과정도 이름만큼이나 복잡하다. 고씨는 “학교 앞 문방구에서 프라모델 장난감 하나 사들고 빨리 조립해 보고 싶은 생각에 집으로 뛰어갔던 설렘은 지금도 마찬가지”라면서 “완성되면 사무실 한편에 세워둘 것”이라고 자랑스레 말했다. 그는 “어른이 장난감 로봇을 가지고 논다는 놀림도 받지만 평면적으로 접했던 만화 영화 속 주인공을 실제 손으로 느끼고 만져보는 느낌은 감동 그 자체”라고 덧붙였다. 프라모델 전문 매장을 운영하는 김모(43)씨는 “직장에 다니는 20∼30대가 주 고객이다 보니 월급날인 25일부터 월말까지 손님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고 전했다. 20대는 최근 상영되는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캐릭터를 좋아하지만,30대는 건담이나 마징가, 야마토 등 초합금류의 고전 로봇에 더 열광한다. 건담 전문매장을 운영하는 김기덕(42)씨는 “아이와 매장에 나와 장난감을 만져보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누가 아버지이고 아들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라면서 “굳이 마니아층이 아니더라도 추억이 담긴 로봇을 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에는 차이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키덜트 인기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시장은 오랜 불황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매출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이끄는 것은 ‘플레이스테이션’‘X박스’ 같은 비디오 게임기다. 업계에서는 게임 구매자의 65% 정도를 20∼30대로 보고 있다. 게임매장에서 일하는 하성식(26)씨는 “흔히 어른들과 아이들이 하는 게임이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은 20∼30대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하씨는 “대부분 결혼을 하면 매장을 찾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데 부인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면서 “하지만 이런 손님들은 구하고 싶었던 물건을 한꺼번에 몰아서 사가는 경향이 있다.”고 귀띔했다. 유영규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자료제공 제주 테디베어 뮤지엄, 피규어 코리아, 헬로키티산리오 공식포털사이트 ■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순수’ 되찾고 싶은 갈망 인터넷 상에서 현대사회의 신(新)종족들에 대해 다루는 사이트 ‘종족 동사무소(www.newtribe.co.kr)’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서일윤(48) 교수는 ‘넌 키덜트족’의 키덜트 문화는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순수한 모습을 되찾고 싶어 하는 본성이 2030의 강한 자기표현 방식과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서 교수는 “급격한 사회변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어린 시절 갖고 있던 꿈이나 환상 등을 다시 찾고 싶어 하는 것”이라면서 “사실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인간의 본성은 잠재적으로 누구에게나 존재하지만 환경의 변화가 심해지면서 더욱 불거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각박한 세상에서 순수성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키덜트적 성향을 발현시키는 또 하나의 요소”라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2030이 키덜트 문화의 주축을 이루는 것은 자기 주장이 강한 젊은이들의 특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는 “요즘 젊은 세대는 과거에 비해 자기를 표현하는 목소리가 크고 ‘나’를 세상의 중심에 세우려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개성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2030의 성향이 키덜트 문화에 가속을 붙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사교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 혼자만의 세계에 집착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인간관계에 있어 많은 혼란을 느끼는 20∼30대의 경우 자기 탐색을 하는 과정에서 ‘어린 시절의 또 다른 나’를 뜻하기도 하는 키덜트 문화에 빠져들 수 있는 것이지요.” 서 교수는 구매력이 있는 2030세대를 겨냥한 ‘키덜트 마케팅’이 키덜트 문화의 확산과 결합돼 강한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그는 “키덜트 성향은 전 연령대에 걸쳐 나타나지만 이것을 곧바로 소비와 연결시키는 층은 주로 2030세대”라면서 “이는 주위의 시선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젊은 세대의 당당함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한국, 6·25 참전 사과 고집 안했다”

    “한국대표단은 중국의 1950년 한국전쟁 참전에 대한 유감표시 문제를 제기하기는 했다. 그러나 중국측의 반대에 부딪히자 이를 고집하지 않고 쉽게 포기해 협상이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지난 92년 한·중 수교 당시 실무협상 대표였던 장루이제(張瑞杰·76) 전 중국 본부대사는 중국의 6·25 참전이 수교 협상의 의제로 제기됐지만 한국 대표단이 이를 고집하지 않아 협상의 빠른 진척이 가능했다고 밝혔다.“이미 역사는 흘러갔다.1950년에는 당시의 사정이 있었다. 앞을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자 한국측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한번 꺼내본 것이었지 문제삼으려 했던 것은 아니었다.” 한·중 수교과정에서 한국이 이 문제를 너무 쉽게 포기했다는 비난이 지금도 있는 가운데 협상 당사자가 이처럼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처음이다. 장 전 대사는 지난 5일 중국 외교부 산하 인민외교학회(회장 루추톈)와 21세기 한·중교류협회(회장 김한규) 공동 주최로 중국 후난(湖南)성 웨양(岳陽)시에서 열린 ‘5차 한·중 지도자 포럼’에서 이같은 수교 비화를 소개했다. 그는 46년 동안 외교부에서 일한 원로 외교관. 당시 스리랑카 대사를 마치고 본부대사로 근무 중이었다. 평양에서 출생, 고등학교 때까지 16년 동안 북한에서 보내고 30여년을 평양대사관과 외교부 조선처에서 근무한 경력 덕에 자연스럽게 실무회담 주역을 맡았다.●한국이 강력한 수교요청 `일사천리´ 진행 “수교협상은 92년 5월 중순에 시작해 보름 간격으로 3차례 열렸다. 별다른 장애물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3일씩 열렸으니 결국 9일간의 회의로 수교가 결정된 셈이다. 한국측이 첫번째 협상부터 직설적으로 수교를 요청하는 등 강력한 수교 의사를 밝혔고 중국은 두 나라 관계를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하는 데 동의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전했다.” 당시 협상 수석대표는 형식상 두 나라 외교부 차관이 임명됐지만 실제 협상장에선 장 전 대사와 권병현 당시 외무부 아주국장이 이끌었다. 그는 “베이징의 외교부 실무자나 국가지도자들은 한결같이 수교는 대세라고 판단했다. 최고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도 ‘한국과의 관계를 열어 나가라.’고 지원했다. 그러나 첫 협상때엔 수교가 가능할지 자신이 없었다. 북한 때문에 주저하고 있었던 게 중국측 분위기였다.1차 협상이 끝난 뒤 중국의 결심이 내려진 것이다.92년 5월 말이었다.”고 밝혔다. 2차 회담땐 구체적인 수교 조건이 나왔다. 중국측은 타이완과의 단교, 관련 조약들의 폐기, 타이완 대사관의 중국 인계 등을 제기했다.“별다른 마찰없이 역사상 보기 드물게 빠르게 진행됐다. 마지막 3차 회의에선 문서작업이 이뤄졌다.”●김일성 “하는 수 없지 않은가” 냉랭한 반응 첸치천(錢其琛) 당시 부총리 겸 외교부장이 평양으로 날아가 김일성을 만나 “중국이 이미 그렇게 결정했다면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란 냉랭한 김일성의 승인을 받아온 것은 7월.8월24일 베이징에서 두 나라 외교장관간에 수교협정이 서명됐다. “1·2차 회의는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의 14호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이다.3차 회의는 서울 워커힐호텔의 별장식 객실에서 진행됐다.” 한·중 수교의 주역이지만 외교관 대부분의 기간을 북한관계에 종사했다.“1966년부터 시작된 10년간의 문화대혁명 때엔 북·중 관계가 악화된 상태였다. 북한은 문화대혁명을 이해하지 못했고 옛 소련편에 서 있었다.” 78년 중국 개혁개방 이후 북·중 관계가 정상화되자 실무자로서 그는 덩샤오핑, 리셴녠(李先念), 후야오방(胡耀邦), 자오쯔양(趙紫陽) 등 10여년 동안 5명의 지도자들의 북한행을 모두 수행했다. 북·중 회담에서 중국측은 중국의 개혁개방의 진전 상황을 김일성에게 설명했고 북한측은 무관심한 척하면서도 ‘너희 어디 잘 되나 봐라.’란 식의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그는 북한의 개혁 가능성과 관련,“의식이 너무 굳어있고 자본주의에 대해 지나친 거부감을 갖고 있다.”면서 “김정일은 군대를 장악하고 있고 인민들은 힘들지만 참을 수 없는 단계는 아니고 중국·한국 등 국제사회의 원조로 최저 생활을 상당기간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웨양 이석우기자 swlee@seoul.co.kr
  • 국제결혼 한국男 ‘국제추태’

    국제결혼 한국男 ‘국제추태’

    자영업자인 40대 중반의 P씨는 최근 베트남 여성 10여명과 한꺼번에 맞선을 보았다.P씨는 베트남 여성들에게 “앉아라.”,“서라.”,“돌아 보아라.”며 명령조로 포즈를 취하도록 요구해 옆에 있던 사람들에게 실소를 머금케 했다. ●10여명과 한꺼번에 맞선… 명령조 요구도 역시 비슷한 나이의 자영업자로 5년전 이혼한 Y씨는 최근 27살의 평범한 베트남 여성을 만나 재혼하기로 했다. 결혼식을 앞두고 Y씨는 한국 남자들은 마음이 넓다는 말로 여성을 안심시킨 뒤 그녀의 연애 경력을 캐묻기 시작했다. 결국 베트남 여성이 연애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상대 여성이 처녀인지 확인해 달라고 요구하다 파혼을 하고 말았다. 동남아 여성과 국제 결혼을 하는 한국 남성들이 결혼 추진 과정에서 온갖 추태를 부려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결혼업체 관계자들은 한국 남성들의 추태 형태를 ‘황제병형’‘순결콤플렉스형’‘오락가락형’‘속물형’으로 나눠 설명한다. 동남아 국가에 한류 열풍이 불자 마치 자신이 한류 스타라도 되는 듯 행동하는 이들은 ‘황제병형’이다. 상대 여성이 처녀인지 확인해 달라고 요구하는 ‘순결 콤플렉스형’ 남성들은 30대부터 50대까지 전 연령에 걸쳐 나타난다. 정혼한 여성을 감언이설로 속여서 상대 여성이 순결한 처녀인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는 사례는 아주 흔하다. ●결혼→파혼→결혼 오가다 결국 결혼 못해 국제 결혼에서 중개인은 물론 신부와 그 가족들까지 애를 먹이는 남성은 바로 ‘오락가락형’. 이들은 결혼을 결정했다가 파혼했다가 다시 결혼하자고 하는 등 아주 쉽게 말을 뒤집는다.50대 초반의 부동산 컨설턴트인 A씨. 그는 중국의 20대 여성과 결혼하기로 결정하고 신부 가족들과 노래방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다음날 파혼을 선언했다. 신부가 기분내며 노래 부르는 모습이 불쾌했다는 이유였다. 하루 뒤 파혼을 번복한 A씨는 또 다시 파혼을 선언하는 등 이를 서너 차례 반복하다 결국 홀로 돌아왔다. 한국 여성과 450차례나 맞선을 보고도 마음에 맞는 상대를 구하지 못했다는 H(57·유학상담원)씨는 국제 결혼으로 눈길을 돌렸다.23세 미만의 여성만 고집한 그는 우즈베키스탄의 20대 초반의 백인 여성들과 선을 보았지만 이런 저런 조건이 맞지 않아 결국 결혼에는 실패했다. 무조건 예쁘고 어리고 날씬하며 전문직 여성만을 바라는 ‘속물형’은 현지 여성들을 질리게 만든다. ●결혼상담원 “내가 한국인인게 부끄러워” 국제결혼 전문업체 전문상담원인 이모(43·여)씨는 “한국 남성과 신부감을 만나러 현지에 가보면 이들의 추태 때문에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울 때가 많다.”고 했다. 이씨는 “주로 50대 남성들이 ‘속물형’이 많은데 후진국에 왔으면 미인 대회 우승자를 만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결혼 전문업체 인터웨딩 이은태 대표는 “필리핀에서는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한국으로 시집가는 여성들을 상대로 한국 남성들의 가정 폭력 현실을 교육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자신의 처지는 생각도 하지 않고 제3세계 국가 여성이라고 무조건 무시하고 하대하는 한국 남성들이 국제적인 망신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베트남·필리핀·중국·몽골 등 제3세계 여성과 한국 남성의 결혼 건수는 2003년 1만 8246건에서 2004년에는 2만 4669건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깔깔깔]

    ●사랑 고백하는 날 4월1일. 한 회사 사원들이 회식을 하기로 했는데 유독 한 사원만 참석을 안 하고 집에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다른 사원들이 이유를 물어보았다. “도대체 평소에는 없는 회식도 만들어서 가는 사람이 왜 오늘은 집에 가겠다는 거야?” 그 사원이 대답했다. “오늘은 중요한 날이라고. 빨리 집에 가서 마누라에게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해줘야 하고, 그동안 고생시켜서 미안하다고 해야 하고, 얘들을 키워줘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고,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며, 마누라를 만난 건 내게 커다란 행운이었다는 것을 말해줘야 한단 말이야.” “아니 그렇게 중요한 말을 왜 하필이면 오늘 하겠다는 거야? 오늘은 만우절이라고!” 회사 동료가 말하자 남자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오늘 말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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