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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 탐방] 한강낚시터 잠실~행주대교까지

    [주말 탐방] 한강낚시터 잠실~행주대교까지

    한강의 ‘강태공’ 그들은 누구인가. 그 이름에서 유유자적이 느껴지지만 사실 그런 것만은 아니다. 중국 고대의 실제인물인 강태공은 노인이 될 때까지 특별히 하는 일이 없던 ‘백수’였다. 그는 주나라 문왕(文王)의 눈에 들어 재상에 오르기까지 위수(渭水·황하의 지류)에 낚싯대를 드리운 촌로였다. 낚시로 세월을 보냈던 시절, 아내가 집을 나가는 등 시련을 겪었던 강태공의 마음이 어찌 편하기만 했을까. 서울 한강의 ‘강태공’들도 엇비슷하다. 하루 평균 100여명, 연간 3만여명을 헤아리는 그들. 물이 맑아지고 어종이 크게 늘면서 일부 지류에서는 견지낚시를 즐기는 애호가들도 눈에 띈다. 그들은 한강에서 무엇을 낚을까. 그들은 대부분 짜릿한 손맛에 고기 비늘만큼이나 찬란한 삶의 꿈을 긷지 않을까. 한강이 낚시 명소로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한강의 낚시터는 잠실수중보에서 강서구 개화동 행주대교에 이르는 양안 57㎞ 구간(강남 33㎞, 강북 24㎞)에 펼쳐져 있다. 상수원 보호구역인 광나루지구와 선유도공원을 제외한 한강시민공원 10개 지구에서 낚시를 즐길 수 있다. 그러나 2003년 9월부터 19개 지역(19.4㎞)에서는 낚시 행위가 금지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낚시터에 대한 관리는 9월까지 낚시터가 있는 각 자치구에서 관할했으나 이달부터 한강수계 낚시터 전역을 한강시민공원사업소가 관리하도록 조례가 개정됐다. 한강시민공원사업소는 낚시터 관리·운영 권한이 넘어옴에 따라 낚시터를 전면 재정비하고 조정할 계획으로 있다. 우선 한강 서울수계 대부분이 낚시 가능지역이라는 점을 널리 알리고, 낚시터마다 강태공들을 위한 의자 등 편의시설들을 마련할 예정이다. 한강에서 낚시하기 위해서는 강태공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도 있다. 우선 개인당 4대 이상의 낚싯대를 펼칠 수 없고, 훌치기 낚시(미끼를 달지 않고 세 방향으로 뻗어있는 바늘을 지나가는 물고기의 몸에 걸어서 잡는 낚시)를 해서는 안 된다. 잠실수중보에서 성산대교까지는 떡밥·어분낚시가 허용되지 않으며 모든 구간에서 야영·취사행위도 금지돼 있다. 특히 떡밥 낚시는 한강 부영양화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철저히 단속하고 있다. 위반시 30만원의 과태료를 각오해야 한다. 지구별로 낚시터의 특징을 살펴본다. ●잠실지구 잠실수중보 인근에서 탄천 양수장까지 2㎞에 이르는 구간으로 한강낚시터의 대표격이다. 잠실수중보 밑으로 물고기가 밀집해 있지만 2년 전 수중보가 낚시 금지구역으로 지정돼 낚시꾼들의 아쉬움이 큰 지역이다. ●뚝섬지구 영동대교 하류 600m 지점에서 자양빗물펌프장까지 1.7㎞ 구간에 낚시꾼들이 몰린다. 누치·쏘가리·잉어·강준치 등 한강에서 대물 소식이 가장 많이 전해지는 곳이다. 장마철에는 붕어와 잉어가 떼지어 오르는 길목이다. ●반포지구 낚시터 시설이 가장 잘 돼 있어 ‘낚시터공원’으로 불린다. 특히 반포주공아파트 뒤편에 1만 2000평 규모의 인공섬인 서래섬이 길쭉한 모양으로 조성돼 있다. ●양화지구 한강에서 보기 드문 대낚시 포인트이다. 당산철교에서 성산대교 직전의 양화 유람선 선착장까지 2㎞의 호안은 대어가 종종 올라온다. 특히 선유도를 마주보고 형성돼 있는 800m 구간은 물살의 영향이 거의 없고 침수수초가 형성돼 있다. ●여의도지구 여의도 샛강 유입부에서 상류로 한강철교 아래까지 붕어·잉어·누치 등 어종이 다양하다. 계단식 호안과 어소(고기집) 블록이 깔려 있다. 호안이 단조로워 릴낚시가 성행한다. ●망원지구 양화지구 맞은편의 망원지구 낚시터로 성산대교 근처 홍제천 유입구부터 상류의 당산철교까지 2.9㎞ 구간에서 잉어가 잘 낚인다. 릴낚시와 대낚시가 고루 구사된다. ●이촌지구 예부터 두무포라 불리던 이곳은 강변에 늪지가 많아 잉어가 모이는 집산지로 유명하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꿈이 이뤄질 세상을 낚고 있죠” 평일인 지난 17일 오후 한강 낚시꾼들이 많이 있다는 서래섬을 찾았다. 서래섬은 반포대교와 동작대교 사이에 있는 인공섬으로 1982∼86년 올림픽대로 건설과 함께 조성됐다. 구름 한점 없이 화창한 날에 열대여섯명의 낚시꾼들이 5∼10m 간격으로 앉아 낚싯대를 담그고 있었다. “평일에 이렇게 한강에 나온 낚시꾼들치고 사연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서래섬에서 처음 만난 유모(43·관악구 신림2동)씨는 낯선 기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을 주저했다. 그러면서도 세상에 대한 원망과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강이 고마울 따름이죠. 이렇게 낚싯대를 던져놓고 출렁이는 물을 바라보는 것이 화를 식히는 유일한 길이거든요. 이것마저 없었다면 길가에 나앉아 술이나 마시는 신세로 전락했겠죠.” 유씨는 올 1월까지만 해도 경기도 안양 근처에 직원 12명을 거느린 모자공장 사장이었다. 많은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지난해부터 조금씩 자금유통이 어려워지고 수금이 안 되더니 급기야 올초 공장문을 닫게 됐단다.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다툼이 잦았던 아내와는 이혼했다.10살짜리 딸은 동생 집에 맡겨졌다. 유씨는 딸이 보고 싶지만 만나지 않겠단다. 딸 얘기가 나오자 눌러쓴 모자를 한번 더 힘껏 누른다. 유씨는 3개월째 거의 매일 한강에 나와 온갖 구상을 하고 있다. 다행히 아직 재기의 꿈을 버리지는 않았다. 한강은 희망을 낚으려는 유씨와 같은 사람들에게 한없이 고마운 공간이다. 홀로 낚싯대 2대를 던져 놓은 공정기(45·구로구)씨는 특별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공씨는 스스로를 삼청교육대 피해자라고 밝혔다. “삼청교육대에 4주동안 잡혀 있었어요. 악몽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지금은 ‘삼청교육피해자신고접수’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25살에 삼청교육대에 끌려갔다는 공씨는 그후 20년동안 제대로 직장을 다닐 수가 없었다고 한다. 누군가가 뒤에서 감시하면서 자신을 쫓아다니는 느낌 때문이다. 여러 직장을 전전하던 공씨는 정신과 진료를 통해 장애등급까지 받았다. 공씨는 “그나마 한강에 나오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면서 “우선 피해자접수 결과를 지켜본 뒤 다른 일을 해 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대기업에서 정년퇴임한 후 낚시를 즐기는 김모(65)씨는 ‘꿈’을 낚고 있다. 그는 10년 전 회사를 은퇴하고 재테크를 통해 ‘상당한 재산’을 모았다. 그는 진행형인 ‘꿈’의 실현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모은 돈으로 노인전문요양소를 짓고 있어요. 아직 설계중인데 몇년 안에 완공될 것 같습니다.” 김씨의 아내는 5년 전 세상을 떠났고, 두 자녀들도 모두 가정을 갖고 있다. 그는 “더이상 세상일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면서 꿈이 이뤄질 세월을 낚고 있다. 소주 한 병에 순대 2인분을 사들고 한강을 찾은 김기철(60)씨와 노병선(57)씨는 4년 전 낚시하다 만나 친구가 됐다. 모두 아내와 함께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다. 젊어서는 가게일에 열중했지만 이제는 모두 아내들에게 일임했단다. 둘은 거의 매일 함께 낚시를 다닌다. 굳이 한강만을 고집하는 것도 아니다. 최저 비용으로 최고 재미를 누릴 수 있는 낚시터를 찾는 것도 둘만의 쏠쏠한 삶의 재미다. 노씨는 “이곳저곳 다녀봤지만 한강만한 낚시터도 없다.”면서 “낚시꾼들에게서 요금을 받지 않도록 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3년 전까지만 해도 한강 낚시터에서는 낚싯대 1대당 1000원씩 요금을 받았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주말 낚시꾼들은 몰라도 평일 낚시꾼들 숫자는 곧 경기회복과 맞물려 있다.”면서 “40대 중반의 평일 낚시꾼 수가 ‘확’줄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상다리 휘도록 차린 ‘잔칫상’ 받으시오

    상다리 휘도록 차린 ‘잔칫상’ 받으시오

    친절한 서비스와 깔끔한 분위기 속에서 한식을 즐기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한국 음식으로 세계를 제패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들은 재래식 된장과 고추장 간장을 사용하며 한국 전통의 맛을 고집하지만, 인테리어와 서비스는 외국에서 배웠다. 대표적인 한식 패밀리 레스토랑을 방문, 특장점을 짚어본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한쿡(www.hancook.co.kr)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곳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매장 입구에 들어서면 도자기와 술잔이 반갑게 맞는다. ●뷔페식 전통 한정식 골라먹는 재미 쏠쏠 드라마 ‘대장금’ 주제곡과 비슷한 음악이 귓가를 울리고, 머리에 두건을 쓴 개량한복 차림의 아낙네가 발걸음을 재촉한다. 벽면은 ‘신라 천년의 미소’로 불리는 전통기와로 꾸몄다. 매장 중앙에는 정자 모형의 다과정이 보인다. 50여종의 전통 한정식은 뷔페식으로 제공된다. 일명 ‘잔치마당’. 평일 점심은 1만 5900원, 주말 및 저녁은 1만 9500원. 잔치마당은 야채 코너로 시작된다. 양상추·비트잎 등 계절 채소 7가지에 복숭아·들깨 등 소스 5가지가 놓여 있다. 전채요리로 더덕생채, 단호박, 청포도 무침, 꽃게 무침이 뒤를 잇는다. 다음은 구절판. 무를 얇게 썰어 식초에 절인 무쌈에 팽이버섯, 오이, 숙주, 당근 등을 넣어 돌돌 말아 겨자 소스에 찍어 먹는 것. 늘 붐비는 코너다. ●3000~5000원 더 내면 쇠고기 갈비 등 추가 즉석코너에선 아낙네가 부침개와 두부전 장떡 잡채를 만든다. 분주하고 활기찬 모습이 꼭 잔칫집 같다. 시래기·곤드레나물 등을 수수밥과 고추장 된장에 비벼 먹는 비빔밥 코너도 마련돼 있다. 다과정에는 제철 과일 5∼6가지와 커피 아이스크림 차 떡 유과 등 후식이 놓여있다. 과일이 들어 있는 젤리와 오미자차가 인기란다. 젊은 소비자를 위해 생맥주 코너도 있다. 잔치마당에 3000∼5000원을 추가하면 쇠고기갈비 돼지고기구이 찜 전골 등 일품요리를 맛볼 수 있다.CJ푸드빌 심은정 과장은 “신선한 농산물과 야채, 해산물 등 건강식품을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KTF카드를 사용하면 15% 할인받는다. ●620평으로 국내 최대 규모 놀부명가(www.nolboo.co.kr)는 한식 전문기업 놀부의 대표 직영점.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센트럴시티에 자리하고 있다. 상째로 들고 오는 푸짐한 한정식에 국악 공연이 어우러져 외국인들에게 인기다. 세계적인 여행가이드북 ‘론리 플래닛’의 서울판을 쓴 마틴 로빈슨이 최고의 한국음식점으로 꼽았다.620평 규모의 복층 구조인 놀부명가는 350명을 동시에 수용한다. 국내 최대 규모. 창덕궁의 외형을 본떠 고풍스럽다. 입구에는 김순진 대표가 직접 모은 도자기와 숟가락 등 소품을 배치했다. 어우동과 월매, 엿장수 복장을 한 종업원이 매장을 누비며 흥을 돋운다. 외국인들은 신기한 듯 카메라를 눌러댔다. ●고풍스러운 분위기 속 국악 공연 놀부명가는 모두 좌식이다. 그래서 허리가 약한 어르신에겐 등받이 의자를, 외국인에겐 앉은뱅이 의자를 내준다. 자리에 앉으면 개량 한복을 입은 종업원이 찬물과 물수건을 가져와 바닥에 놓고 주문을 받는다.17가지 반찬이 나오는 놀부상차림은 1만 7000원이고, 오리훈제 장어구이 간장게장 연어쌈 등을 더한 명가상차림은 3만원. 잠시후 밥과 국 반찬 계란찜을 가득 담은 밥상을 남성 종업원 2명이 들고 온다. 맹승주 판촉팀장은 “상 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진 잔칫상을 받는 느낌을 살렸다.”고 설명했다. 낮 12시30분∼1시45분, 오후 6시30분∼8시40분에는 1층 무대에서 국악 공연이 펼쳐진다. 민요 합주, 화관무, 가야금병창, 부채춤, 판소리, 살풀이 등이 눈을 즐겁게 한다. ●‘자연´을 담은 소박한 밥상 봄날의 보리밥(www.bombob.com)은 토니로마스 스파게티아 매드포갈릭 등을 운영하는 썬앤푸드가 지난 4월 오픈한 브랜드다. 쇠고기를 부위별로 판매하던 육반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서울 종로구 당주동에 자리한 매장은 통나무 원목으로 자연미를 살리고, 한국 전통의 단청색으로 세련미를 더했다. 레스토랑 입구는 직각이 교차하는 전통 문살을 응용한 인테리어. 구멍 군데군데에 빨강 노랑 초록 파랑 아크릴을 끼워 색동저고리처럼 꾸몄다. 따로 방이나 좌식 공간이 없지만 매장 중간에 미니 대청마루를 들여놓아 편리하다. 잠든 어린아이를 눕혀놓기에 안성맞춤. 돗자리를 깔아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된장찌개·야채·물김치등 푸짐 대표 메뉴는 6000원짜리 ‘봄날의 보리밥’. 콩나물 버섯 취나물 고사리 등 제철 나물 10가지에 보리밥이 나온다. 입맛에 따라 흰쌀밥으로 바꿔 먹을 수 있다. 함께 나오는 된장찌개와 쌈야채 어리굴젓 물김치가 푸짐하다. 마케팅팀 원정훈씨는 “다양한 나물을 넣고 참기름과 고추장에 비벼 먹는 건강식”이라면서 “쌈야채에 비빔밥을 싸서 된장찌개에 곁들어 먹으면 일품”이라고 말했다. 봄보쌈(1만 5000원) 명란비빔밥(8000원) 고등어 보쌈정식(8000원)도 인기 메뉴다. ●외식업체론 처음 벤처기업 인증 받아 우리들의 이야기(www.ourstory.co.kr)는 국내 최초의 한식 패밀리 레스토랑이다.1999년 문을 열어 2000년 외식업체 처음으로 벤처기업 인증을 받았다. 그러나 한식 패밀리 레스토랑이 생소한 때라 호응을 얻지 못했다. 지난해 소망화장품이 인수하면서 재도약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매장은 TGI 프라이데이스나 아웃백스테이크와 닮아 깔끔하다. 한국적인 운치가 부족한 게 아쉽다. 음식은 포도씨 오일로만 조리하고,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샐러드 바에는 김치 등 밑반찬 5∼7개가 놓여있다. 인기 메뉴는 오이말이 냉채, 새우칠리, 김치 쌈밥, 매운 고추갈비찜.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즐기도록 퓨전음식을 많이 개발했다. ●먹다 남은 음식은 포장서비스 오이말이 냉채는 쇠고기 표고 계란 배 등을 새콤한 소스에 양념해 오이를 돌돌 말아 만들었다.1만 1500원. 김치 쌈밥은 단백한 비빔밥을 백김치로 말고, 부드럽고 매콤한 해산물을 야채와 볶아 내놓은 음식이다. 여성들이 많이 찾는다.1만 5000원. 소갈비를 고추장소스에 버무려 익힌 매운 고추갈비찜은 외국인도 좋아한다고. 눈물이 날 만큼 매콤하다.2만 2000원. KTF카드를 제시하면 20% 할인하고, 매달 다양한 이벤트를 펼친다. 이달에는 주먹밥 튀김 등 4가지 메뉴를 매주 월요일, 절반 가격에 판매하는 행사를 갖고 있다. 매니저 서미란씨는 “남은 음식을 챙겨주는 등 패밀리 레스토랑의 서비스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J푸드빌 심 과장은 “한식 패밀리 레스토랑은 요리법의 체계화, 전문화를 이뤄 세계 무대로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儒林(458)-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34)

    儒林(458)-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34)

    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34) 양자와 묵자를 동시에 ‘한가지만을 내걸고 백가지를 모두 배척하는(擧一而廢百也)’ 극단주의로 비난하는 맹자였지만 맹자는 그래도 양자보다는 묵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관대하였다. 이러한 맹자의 태도는 ‘묵자는 머리꼭대기에서부터 발꿈치까지 털이 다 닳아 없어진다 하더라도 천하를 이롭게 하는 일이면 하였다.’고 말함으로써 ‘사람들을 두루 사랑하고 사람들을 두루 이롭게 하려고’ 분골쇄신하였던 묵자의 치열한 구도정신은 인정하고 있었다. 묵자가 비록 이처럼 극단적이고 비현실적인 사상가였지만 만인을 똑같이 사랑하고 서로 이롭게 하며, 근면하게 더불어 살기 위해서 죽음마저 가볍게 여기는 묵자의 순교 정신만은 맹자가 인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맹자는 이기주의자인 양자나 이타주의자인 묵자 두 사람 모두 한편만을 고집하는 극단주의자이고, 한가지만을 내걸고 백가지를 배척하는 독선주의자이지만 그래도 양자보다는 묵자가 훨씬 낫다는 의견을 펼쳐 보인 것이다. 맹자의 이 말에서 ‘이마를 갈아 발꿈치에 이른다.’는 ‘마정방종(摩頂放踵)’이란 고사성어가 나온 것. 이 말의 뜻은 ‘자기를 돌보지 아니하고 남을 깊이 사랑하여 희생하는 모습’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묵자의 외곬정신을 천하제일의 독설가이자 해학가인 장자가 그대로 넘겨 버렸을 리는 없다. 그렇지 않아도 묵자가 장자가 철천지원수로 생각하고 있던 유가에서 나왔으므로 묵자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특유의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것이다. 장자의 ‘천하편’에는 묵자에 대한 장자의 독설이 두 가지나 나오고 있다. 그 내용을 압축하면 대충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후세에 사치하지 않게 하고 만물을 꾸며대지 않게 하고, 법도를 밝히지 아니하며 어짊(仁)과 의로움(義)의 제도로 스스로를 격려하며, 재물을 저축하여 세상의 환란에 대비한다. 옛날의 도술을 닦은 사람들 중에도 이러한 경향을 띤 사람들이 있었다. 묵자와 금골희는 그런 가르침을 듣고서 기뻐하였다. 그러나 그것을 행하는 게 너무나 지나쳤고, 자기 위주로 지나치게 행동하였다. 묵자는 음악을 부정하는 이론을 세우고, 또 절용(節用)이란 명분을 내세웠으며, 살아서는 노래도 부르지 않고, 죽어도 상복을 입지 아니하였다. 묵자는 널리 사람들을 아울러 사랑하고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해주어야 하며, 싸워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도는 노여워하지 않고, 또 널리 배우기를 좋아하며, 남과의 구별을 부정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옛 임금들의 법도와 같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옛날의 예의와 음악을 파괴하는 것이었다. 황제(黃帝)에게는 함지(咸池)란 음악이 있었고, 요임금에게는 대장(大章)이란 음악이 있었고, 순임금에게는 대소(大韶)란 음악이 있었다.…또 무왕과 주공은 무(武)라는 음악을 만들었다.…지금 묵자는 홀로 살아서도 노래하지 않고, 죽어도 상복을 입지 않겠다고 한다. 그들은 세 치 두께의 오동나무 관에 겉 관도 쓰지 않는 것을 법도로 삼는다. 이런 방식대로 사람들을 가르치고 보면 오히려 사람들은 남을 사랑하지 않게 될 것이며, 이런 방식으로 자신이 행동하다 보면 틀림없이 자기도 사랑하지 않게 될 것이다.”
  • 儒林(457)-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33)

    儒林(457)-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33)

    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33) 또한 하늘의 만물생성은 각각 하나의 모체에서 분리 생성되어 그 모체를 근본으로 삼아 삶을 연장해 나감으로써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는 것이 이치이다. 그런데 묵자의 논리는 남의 부모와 자기의 부모를 똑같이 사랑해야 하는 것이므로 이는 구체적인 삶에 있어서 남과 구별되는 자기의 고유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므로 전체적인 조화를 이룰 수 없는 행위라고 주장하였던 것이다. 즉 이지는 ‘사랑에는 차등이 없다.’는 묵가의 원칙을 지키고 있으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사랑의 베풂은 어버이로부터 시작한다.’고 하여 어버이의 장례를 후하게 치렀으므로 맹자의 눈으로 보면 이지는 묵가였으면서도 유자의 도를 따른 두 가지 근본의 모순을 행하고 있음을 지적하였던 것이다. 그러고 나서 맹자는 다음과 같이 말을 잇는다. “아주 옛날에 그의 어버이를 장사지내지 않는 사람이 있었소. 그는 어버이가 죽자 들어다가 도랑에다 버렸소. 훗날 그곳을 지나다 보니 여우와 살쾡이가 시체를 뜯어먹고, 파리와 등애, 땅강아지 등이 시체를 빨아먹고 있었소. 그는 이마에 진땀이 솟아났고, 눈길을 피하며 이를 바로 보지를 못하였소. 진땀이 솟은 것은 다른 사람 때문이 아니라 속마음이 얼굴에까지 전해졌기 때문이오. 곧 그는 돌아가 삼태기와 삽을 가지고 와서 시체를 흙으로 덮었다오. 그것을 덮는 일이 정말로 옳은 일이라면 곧 효자와 어진 사람들이 그들을 장사지내는 데에도 반드시 방법이 있게 될 것이오.” ‘어버이를 장사지내는 유래’에 대해서 이처럼 설명한 맹자는 그러한 설법을 통해 인간은 짐승과 달리 차마 자신의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진땀이 솟아나는 수오지심(羞惡之心)의 속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내 보였던 것이다. 따라서 ‘어버이를 풍족하게 장사지내는 것은 인간의 본마음에서 드러난 도리’임을 강조함으로써 묵자의 ‘박장’을 비난하였던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묵자였으면서도 어버이를 후하게 장사지냈던 이지는 맹자의 그러한 말을 서벽으로부터 전해 듣자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다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고 맹자는 전하고 있다. “나를 잘 깨우쳐 주셨습니다.” 이렇듯 양자와 묵자의 ‘양묵지도(楊墨之道)’와 일대 이의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던 맹자였지만 맹자는 묵자보다 양자를 더 적대시하고 있었다. 맹자의 이러한 태도는 ‘진심상(盡心上)편’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말을 통해 잘 알 수 있다. “양자는 나만을 위한다는 이론을 취하여 ‘한 개의 털을 뽑아서 천하를 이롭게 한다.’하더라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러나 묵자는 모두를 아울러 사랑할 것을 주장하여 ‘머리 꼭대기부터 발꿈치까지 털이 다 닳아 없어진다 하더라도 천하를 이롭게 하는 일’이라면 반드시 하였다. 자막(子莫)은 그 중간 방법을 주장하였는데, 그 중간 방법을 지킨다 하더라도 앞뒤를 잘 헤아리지 않으면 그것은 한편을 고집하는 것과 같다. 한편을 고집하는 것을 미워하는 까닭은 그것이 정도를 해치고 한가지만을 내걸고 백가지를 모두 배척하기 때문이다.”
  • [2집이 맛있대] 경북 경산 ‘부일추어탕’

    [2집이 맛있대] 경북 경산 ‘부일추어탕’

    추어탕이 맛있는 계절이다. 수확의 계절인 요즘 살이 누렇게 오른 미꾸라지의 맛과 영양이 그만이다. 경북 경산역에서 걸어서 5분여 거리에 있는 ‘부일추어탕’에 가면 추어탕의 참맛을 즐길 수 있다. 이 집은 남도 추어탕과는 달리 운문댐에서 잡은 자연산 미꾸라지 외에 쏘가리와 꺽지, 메기, 떡붕어 등 민물 잡어 7∼8가지가 더 들어간다. 예부터 경산지역 민간에서 전해지는 전통방식이다. 여기다 조리방식이 독특해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주인 서분옥(60)씨는 자연산 미꾸라지 등을 사다가 산 채로 소금을 뿌려 아가미의 모래 등을 제거하고 껍질을 깨끗하게 한 뒤 통째로 가마솥에 넣어 1시간 이상 푹 끓인다. 푹 끓인 미꾸라지 등은 손으로 으깨서 고운 얼개미에 뼈를 받쳐낸다. 뼈를 믹서에 갈면 가루가 되어 제 맛이 안 나기 때문에 일일이 수작업을 고집한다. 뼈와 속살을 분리해 가마솥에서 2시간 정도 다시 한번 푹 삶는다. 여기에 대파와 고랭지 배추를 넣고 다시 함께 끓여 낸다. 다진 풋고추, 마늘, 산초를 곁들이면 맛이 진하면서도 담백한 추어탕이 된다. 반찬도 ‘촌맛’ 그대로이다. 전통 간장·된장과 국내산 참기름·고춧가루를 양념으로 한 콩잎, 시금치 무침 등 토속반찬에서 어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다. 배추나 상추 겉절이는 즉석에서 양념을 해 나온다. 아삭아삭한 맛이 추어탕과 찰떡궁합이다. 여기에 이웃집 아주머니 같은 서글서글한 주인의 인상과 넉넉한 인심까지 더해져 한번 찾은 사람이면 거의 단골이 된다. 주인 서씨는 “돈을 벌기보다는 전통 추어탕 맛을 지켜간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경산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유행보다 튀어라

    유행보다 튀어라

    1997년 말에 시작된 외환위기를 겪은 뒤 퇴직자들이 늘면서 창업 붐이 일었다. 가맹점을 모집해 공동 브랜드를 사용하는 프랜차이즈 전문업체들도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다가 수없이 사라졌다. 최근 소자본 프랜차이즈 창업에 대한 관심이 다시 일고 있다. 경기회복의 조짐도 보이고 저금리 덕분에 사업자금 마련에도 여유가 생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997년 말에 시작된 외환위기를 겪은 뒤 퇴직자들이 늘면서 창업 붐이 일었다. 가맹점을 모집해 공동 브랜드를 사용하는 프랜차이즈 전문업체들도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다가 수없이 사라졌다. 최근 소자본 프랜차이즈 창업에 대한 관심이 다시 일고 있다. 경기회복의 조짐도 보이고 저금리 덕분에 사업자금 마련에도 여유가 생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행을 놓치지 마라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이 변신하고 있다. 과거처럼 똑같은 브랜드와 음식 종류, 판매 기법 등을 고집하지 않는다. 손님의 기호 변화에 더욱 발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다. 새로운 창업 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엿보인다. 18일 창업 컨설팅업계에 따르면 치킨점은 맛과 기호에서 변화를 거듭했다. 단순한 튀김 닭에서 바비큐식 통닭, 이어 매콤한 양념을 곁들인 양념통닭이 인기를 끌더니 최근에는 지독히 매운 양념에 범벅한 ‘불닭’이 휩쓸고 있다. 신세대를 중심으로 손님들이 늘 새로운 맛을 원하기 때문이다. 변화에 맞추지 못한 통닭집은 문을 닫았다. 이를 반영해 최근 죽 전문점에서 아메리칸 커피를 팔고, 냉면과 칼국수를 한 접시에 내놓으며, 일식 초밥과 이탈리아식 스파게티를 동시에 파는 복합매장이 등장했다. 이를 겨냥한 프랜차이즈 전문업체들도 생겼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민속주점, 호프집, 일식 구이점 등과 같이 다른 성격의 전문점을 한 프랜차이즈 업체가 관리하며 주변의 여건과 소비자 기호의 변화에 따라 맞춤식으로 점포가 변할 수 있는 ‘변신 프랜차이즈점’도 등장했다. 이들 프랜차이점들은 대부분 ‘3년 이상 머물지 마라.’를 모토로 내걸었다. ●통념을 과감히 깨라 가맹점을 모은 뒤 관리를 못해 슬그머니 사라진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특징은 소비자에게 깊은 맛을 전하지도 못하면서 동일한 맛과 판매 방식만을 고집했고, 이를 가맹점에 강요했다는 점이다. 브랜드를 앞세운 반짝 인기 덕분에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돈을 벌었지만 막상 장사를 하는 가맹점들은 가맹점 가입비와 인테리어 비용 등만 날리고 마는 경우도 생겼다. 국내에서 인기를 잃은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중국 진출을 대안으로 삼았다. 이 때문에 변신 프랜차이즈 업체의 대표 주자인 ‘성암푸드시스템(대표 손종선)’이 내세우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행은 ‘일본→부산→서울 강남→서울 강북→전남→대전’ 등으로 이어지는데, 일본에서 대전까지 이르는 기간이 10년쯤 걸린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부산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이를 전국에 똑같은 모델로 보급하려 한다면 뜻밖의 냉담한 반응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설명이다. 한때 부산에서 색다른 실내장식과 깔끔한 안주 등으로 인기를 모았던 J생맥주 전문업체가 다른 지방에선 철저하게 외면받은 예를 근거로 삼는다. 시대의 변화에도 빨라야 한다.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는 구워먹고, 즉석에서 튀겨먹고, 뚝배기에 푸짐하게 담아 먹지만 2만달러 시대에는 색다른 분위기 속에서 나만의 맛을 즐긴다. 따라서 ‘제주흑돼지삼겹삽(단순한 예에 불과함)’ 등과 같이 상호에 지역명, 음식의 특징 등이 함축된 전문점이 꾸준한 인기를 누리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손님의 변화에 나를 맞춰라 성암푸드시스템은 대학가 주변을 노린 생맥주점 ‘모야’, 직장인을 겨냥한 일식 구이점 ‘니또내’, 주변지역의 여건을 고려한 퓨전 민속주점 ‘부치미’ 등 3종의 주점을 운영한다. 술과 본 안주는 뷔페식으로 했다. 본점에선 기본 안주 40종을 갖추고, 가맹점은 지역 여건을 고려해 15종만 선택한 뒤 테이블에 모두 내놓는다. 손님에게 고르는 재미를 주기 위해서다. 가장 큰 특징은 가맹점 가입비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본점과 가맹점은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관계다. 특정한 인테리어를 강조하지도 않는다. 여건 변화에 따라 실내장식을 순발력있게 바꾸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초기 창업자금이 적게 드는 편이다. 본점이 가맹점에 대한 ‘하드웨어’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 대신에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반드시 따르도록 조건을 붙였다. 즉 가맹점은 점포를 운영하는 방식, 손님을 대하는 법, 반(半)조리 공급 원료의 품질 유지 등에 대해선 본점으로부터 계속 관리받고 상의해야 한다. 가맹점이 동의하면 주방장도 본점에서 파견한다. 이는 본점이 가맹점의 지역 여건 등을 고려해 맞춤식으로 설계했기 때문이다. 설계는 수시 점검을 통해 언제든지 바뀐다. 본점은 인테리어 비용 등을 강요하며 수익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가맹점 주인이 점포를 운영하며 불편한 점을 호소했을 때 이를 해결해주는 대가로 수익을 얻는다. 홍보비, 허가 대행비, 용품 구입비 등이 이에 속한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대박 사장님의 ‘변신 철학’ “10년 장사하면 3년만 돈 번다는 옛말이 틀린 말이 아닙니다.3년만 돈을 번 뒤 변신한다면 또 다른 3년을 낚아챌 수 있습니다.” 성암푸드시스템 손종선(47) 대표는 18년 장사 경험에서 터득한 독특한 ‘변신 철학’을 내놓았다. 그는 “창업하면 처음 3년은 적자를 보고 이어 4년은 그럭저럭 장사하다 나머지 3년에 비로소 돈을 버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면서 “이제 앞의 7년은 전문가 집단인 프랜차이즈 본점에서 책임질테니 가맹점 주주들은 뒤의 3년만 장사하다 다음 3년을 찾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장사가 잘 안 되면 흔히 주인은 자신의 눈에 거슬리는 물건 탓을 하며 돈을 들여 간판이나 실내장식을 바꾼다.”면서 “그러나 손님이 원하는 것은 요란한 간판이 아니라 늘 변하는 입맛에 맞게 음식에도 신선한 느낌을 담아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장식만 바꾸면 프랜차이즈 본점만 돈을 번다.”며 혀를 찼다. 그는 “가맹점 가입비, 인테리어 비용 등에서 수익을 내지 않으면 ‘어디서 돈을 빼먹느냐.’고 사람들이 묻는다.”면서 “가맹점 주주들이 장사를 하다 보면 점포의 사정에 따라 전기가 더 필요할 수도 있고, 불량배들이 귀찮게 할 수도 있으며, 인·허가 문제 등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를 해결해주고 대가를 받아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장사를 처음 시작할 때 흔히 아이템부터 찾고, 본인의 능력이 맞는지 등을 고민한다.”면서 “아이템은 얼마 뒤에 다른 아이템으로 바꿀 것이기 때문에 그리 중요하지 않고, 무리하게 욕심부리지 않으면 저절로 (사업은)키워진다.”고 충고했다. 손 대표는 대학에서는 경영학과를 전공했다. 졸업 후 해보지 않은 음식·유흥업종이 거의 없을 정도로 가게를 차렸다. 맨처음 손 댄 ‘룸살롱’만 망했을 뿐 삼겹살 구이점, 뷔페, 생맥주점, 감자탕 전문점 등은 비교적 장사가 잘돼 업종을 계속 추가한 셈이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20&30] 청·년·주·당

    [20&30] 청·년·주·당

    입사 4년차인 영업직 회사원 김모(29·여)씨는 대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주량이 소주 반병밖에 되지 않았다. 대학 새내기 때는 친목도모를 위한 것이라며 무조건 술을 먹이려 드는 선배들에게 반발하다가 과 내에서 ‘당돌한 신입생’으로 찍히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에 들어온 뒤 참석하는 술자리는 학생 때와는 목적부터 달랐다. 납품계약을 따내기 위해 거래처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접대를 위해, 회사 상사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는 해이한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는 생각에 악착같이 술을 마셨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술자리는 매주 두번 이상이었고, 저녁만 되면 오늘은 또 무슨 술자리가 있을지 스트레스를 받을 지경이 됐다. 그러나 김씨는 최근 강제성이 없는 편한 자리에서도 평소와 비슷한 양의 술을 마시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알코올중독전문 치료기관에서 상담을 받은 결과 김씨는 알코올 의존의 초기단계로 볼 수 있는 ‘문제 음주’ 상태였다. 김씨는 “술을 즐기지도, 잘 마시지도 않았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한두잔씩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을 깨닫고 너무 놀랐다.”면서 “처음에는 강요에 의해서, 또 남들에게 지기 싫어서 어쩔 수 없이 마시다 어느새 습관처럼 음주를 하게 된 것 같아 걱정”이라고 씁쓸해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처음에는 강요하는 분위기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시다 점점 알코올에 의존하게 되는 2030이 늘고 있다. 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문제음주’ 상태에 빠져들게 되지만, 아직 젊은 나이이기 때문에 본인은 물론 주변에서도 별 의심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요나 알코올중독 전문클리닉 김만희 전문의는 “공적인 업무와 사적인 인간관계 모두 술을 매개로 이뤄지는 사회 분위기 탓에 젊은 사람들이 음주를 강요당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그러나 체질적으로 알코올 중독에 빠지기 쉬운 사람들의 경우 점점 술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게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한잔 술이 알코올 과포화로 전문가들은 음주 뒤의 반응으로 알코올 문제를 구분하는데 크게 ▲단순형 ▲폭력형 ▲분열형으로 나눈다.‘단순형’은 술에 취하면 잠이 드는 경우로 마시다 자다를 반복하는 사람들이다.‘폭력형’은 술만 마시면 난폭해지는 경우이며, 논리에 맞지 않는 말을 횡설수설하거나 했던 이야기를 반복해서 하는 사람들은 ‘분열형’에 속한다. 흔히 ‘폭력형’이나 ‘분열형’이 더 심각한 알코올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위험한 것은 ‘단순형’이다. 대부분 ‘단순형’은 주사가 없는 얌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실은 음주습관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알코올 의존 이전의 음주 발전단계는 흔히 ▲사회적인 음주 ▲문제 음주 ▲알코올 남용으로 구분된다.‘사회적인 음주’는 대인관계 등에 있어 꼭 필요한 경우에만 술을 마시는 단계로 일상생활에 별 무리가 없는 상태이다.‘문제음주’는 한마디로 과음을 하는 것으로 그럴 필요가 없는 자리에서도 술을 과도하게 마시는 상태이다. 본인이 스스로의 음주습관에 대해 자각하게 되는 단계이기도 하다.‘알코올 남용’은 만취해 필름이 끊길 때까지 술을 마시는 단계로 지방간 등의 질병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문제음주 단계의 2030은 대부분 별 자각 없이 알코올 남용 단계로 들어서곤 한다. 주변에서 “저 사람 술 참 좋아한다.”거나 “술을 정말 잘 마신다.”는 말을 듣는다면 이미 위험수위에 이르러 있다고 볼 수 있다. 은행원 정모(31)씨는 ‘초보 애주가’다. 학창시절 소주 한두잔을 마시는 게 고작이었지만 입사한 뒤 짓누르는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를 점차 폭음으로 해소하기 시작했다. 술자리에서는 으레 폭탄주를 주도한다. 정씨는 “퇴근할 때 술자리가 없으면 뭔가 빠진 것 같아 허전하다.”면서 “무슨 고집이 생기는지 완전하게 취할 때까지 버틴다.”고 털어 놓았다. ●“술에 빠질까 두렵다.” 이렇듯 가랑비에 옷 젖듯이 알코올에 의존하게 되는 2030이 있는가 하면 자꾸 많아지는 알코올 섭취량으로 인해 벌써부터 건강 걱정을 하는 2030도 있다. “아직도 술자리가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서른도 안됐는데 건강이 안좋아지는 것 같아 겁도 나고요. 하지만 가장 무서운 것은 이렇게 계속 술을 마시다 나도 모르게 익숙해지는 게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입사 2년차의 이모(28)씨는 아직은 필요한 경우에만 술을 마시는 ‘사회적인 음주’ 단계이다. 하지만 주변에 입사동기나 선배들이 점점 문제음주 단계로 빠져드는 것을 보면서 여간 걱정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이씨는 “주위 분위기나 상황에 이끌려 먹는 술자리가 겹치다 보니 건강이 많이 상했다.”면서 “하지만 술을 피하고 싶어도 업무상 자꾸 자리가 생기기 때문에 이러다 점점 알코올에 중독되는 것이 아닌가 두렵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모(30)씨는 “30대 중반의 회사 선배들 가운데는 위와 간에 무리를 느껴 벌써부터 병원신세를 지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비슷한 사례를 답습하는 것은 아닐까 솔직히 걱정된다.”고 했다. ●젊음과 알코올 중독은 무관 전문가들은 젊음을 과신하다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2030세대의 음주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임마누엘 금주학교-알코올 중독자 쉼터’의 이영철 사회복지사는 “상담을 하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의 젊은이들을 보면 10대에 음주를 시작해 술을 마신 기간이 길거나, 어렸을 적부터 술을 좋아하는 어른을 보고 자라 음주에 대해 관용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이들에 대해 주변에서도 아직 젊어서 잘 마신다고 여기거나 벌써 중독일 리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전문의는 “대개 젊은 중독자들은 자신이 알코올에 중독됐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알코올 중독은 중대한 ‘병’이기 때문에 술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난 뒤 다양한 치료 프로그램을 거쳐 되도록 빨리 치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지혜 이유종기자 wisepen@seoul.co.kr 그래픽 이혜선기자 okong@seoul.co.kr
  • 中현대문학 거장 바진 별세

    중국 현대문학의 거장 바진(巴金)이 6년 동안 투병해온 중피세포종양이 악화돼 17일 오후 상하이에서 사망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101세. 그는 최근 2년간 거의 의식불명 상태로 지냈으며, 본인이 안락사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 안에서 안락사 논쟁이 격렬하게 벌어지기도 했다. 본명이 리야오탕(李堯棠)인 바진은 1904년 11월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태어나 26년 베이징 대학 진학을 목표로 공부에 열중하다 병을 얻어 단념하고 루쉰(魯迅)을 접하며 문학의 길에 들어섰다. 27년부터 1년간 파리에 유학하면서 무정부주의자들과 교류한 그는 제정 러시아 시대 무정부주의자 표트르 크로포트킨이 자살한 장소에서 역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동료 유학생 바언보(巴恩波)의 이름을 따 개명했다. 이때 무정부주의에 빠져든 청년의 사랑과 죽음을 그린 첫 작품 ‘멸망’으로 필명을 얻게 됐다. 31년 귀국 후 자신이 태어난 생가를 모델로 ‘집’를 발표했는데 새 시대 물결 속에 붕괴해 가는 봉건 가정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해 당시 청년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고 이 작품은 우리나라에도 번역돼 소개됐다. 그뒤 ‘봄’ ‘가을’에 이어 ‘격류 3부작’이라 불리는 대하 장편을 완성했고 45년에는 고부간 갈등과 그 사이에서 번민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그린 ‘한야(寒夜)’를 썼다. 그러나 그는 순수소설만을 고집해 문화대혁명때 부르주아 사상가로 몰려 고초를 겪기도 했다. 최고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과 동향인 데다 나이도 동갑이어서 각별한 친분을 쌓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84년에는 무당파 출신으로 이례적으로 중국작가협회 주석과 전국정치협상회의 부주석에 올랐으며 지난 2003년 100회 생일을 맞아 인민작가 칭호를 얻었다. 중국 문단은 그를 루쉰, 궈모뤄(郭末若), 마오둔(茅盾), 라오서(老舍), 차오위(曺禹)와 함께 현대문학의 6대 거장으로 꼽고 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女화장실은 위험시설?

    女화장실은 위험시설?

    ‘남자 화장실은 파란색, 여자 화장실은 빨간색.’ 화장실 안내표지에 대한 이같은 등식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면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자 화장실이 사용 금지된 위험시설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허튼 소리는 아니다. 16일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에 따르면 지난 2001년부터 300종의 픽토그램이 표준화됐다. 픽토그램은 공공시설을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상징적으로 표시한 그림 기호다. 이 중 다중이용 화장실에 대한 픽토그램 표준안은 검정 바탕에 흰 사람 모양이나 흰 바탕에 검정 사람 모양이다. 이는 국제기준에 따른 것이다. 국제적으로 사용이 의무화된 픽토그램 색상은 안내용의 경우 초록색, 주의환기용은 노란색, 소방시설 및 금지용은 빨간색이다. 나머지 픽토그램은 이 세가지 색을 제외한 단색으로 표시한다. 그러나 실제 우리나라 화장실 픽토그램은 남자용은 파란색, 여자용은 빨간색이 대부분이다.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여성 화장실이 사용이 금지되거나 위험한 공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면서 “이 때문에 소방방재청과 외국인 등으로부터 지적이 끊이지 않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반면 ‘화장실문화시민연대’는 화장실 픽토그램으로 파란색 및 빨간색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표혜령 상임대표는 “남녀 구분이 쉽도록 그동안 관습적으로 사용해온 두 색상을 사용토록 한 것”이라며 “하지만 구분을 명확히 할 수만 있다면 기존 색깔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여“해임안땐 부결” 한“즉각사퇴를”

    노무현 대통령이 16일 김종빈 검찰총장의 사표를 전격 수리하자 여야는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거취를 둘러싸고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다. 열린우리당은 천 장관 ‘엄호 사격’에 나선 반면 한나라당은 천 장관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며 ‘해임건의안’ 카드로 압박전을 이어갈 기세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는 이날 영등포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나라당이 해임건의안을 제출하면 부결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다. 이어 “한나라당이 색깔론을 부각시키며 재보선에 활용하려는 정략적 의도가 들어있는 것 같다.”면서 “해묵은 사상논쟁은 그만두고 정책 대결을 하자고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도부의 옹호론과는 달리 당내에서는 비판론도 확산되고 있다. 주요 당직자는 “사회적 파장없이 지나갈 수 있었는데,(천 장관의) 융통성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한 의원은 “김 총장 사퇴에 따른 혼란의 책임은 천 장관이 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의원은 “당내 20%는 천 장관을 지지하지만 나머지는 불만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중진 의원은 “천 장관이 선거를 앞두고 너무 오버했다.”면서 “천 장관이 2년 연속 우리당을 위기로 몰아넣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4대 개혁법안’을 밀어붙이다가 한나라당의 저지로 포기한 점을 상기시켰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일단 천 장관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여론의 추이를 좀더 지켜본 뒤에 해임건의안 제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래서 17일로 예정된 의원총회도 19일로 연기했다. 김무성 사무총장은 “해임안을 제출하면 가결 여부에만 관심이 쏠리게 돼 검찰의 독립성 침해나 강정구 교수의 문제는 묻히게 된다.”며 신중한 대처를 강조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강경 대응을 고집하면 소모적인 이념 대결에 말려드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내 강경파들을 중심으로 해임건의안 제출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 법률지원단장인 장윤석 의원은 “천 장관이 자진 사퇴에 불응하면 해임건의안 제출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면서 “18일 국회 법사위가 열리기 전에 천 장관이 자진 사퇴해 출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지운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화성의 인류학자/올리버 색스 지음

    화성의 인류학자/올리버 색스 지음

    교통사고로 뇌손상을 입어 전색맹이 된 I씨. 그는 식탁 앞에 앉으면 마치 시멘트를 부어놓은 것 같은 음식들에 적응해야 한다. 토마토케첩과 머스터드소스를 더 이상 시각적으로 구별할 수 없다. 거리에서 신호등은 색깔이 아니라 불이 켜지는 위치로 읽어내야 한다. 무엇보다도 화가인 I씨는 화실 벽에 걸린 정체불명의 칙칙한 그림들을 바라보며 깊은 자괴감을 느낀다. 어려서 심각한 자폐증 판정을 받았던 템플 그랜딘은 현재 가축 시설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공학자로서 매우 유리한 조건을 타고 났다. 그의 시각 지각 능력과 기억력은 거의 천재적인 수준이다. 설계하고자 하는 기계를 연필 한 번 들지 않고 머릿속에서 디자인하고, 그것이 완성되면 역시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계는 일반인들도 감탄할 만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그러나 템플에게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특히 남녀간의 사랑은 그녀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다. 책을 읽고, 영화와 TV드라마를 보면서 인간의 감정과 사고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번번이 한계를 느낀다. 그럴 때마다 마치 자신이 ‘화성의 인류학자‘가 된 듯한 기분이라고 말한다. ‘화성의 인류학자’(올리버 색스 지음, 이은선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에 소개된 뇌신경병 환자들은 일반인과 너무나 다른 일상 경험과 사고방식, 지능과 정서를 지녔다. 그것은 단지 그들이 앞을 볼 수 없거나 색을 구별할 수 없고, 강박증이 있거나 이상 행동을 하는 등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그들에게는 일반인들이 갖지 못한 비범한 재능이 있고, 그것이 그들을 특별하게 만든다. 이 책은 뇌신경 손상으로 인해 기이한 내면세계와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갖게 된 일곱 명의 초상화를 보여준다. 어느 날 갑자기 색맹이 된 화가 I씨, 뇌종양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그레그, 투렛증후군을 가진 외과의사 베넷,50년 만에 앞을 보게 된 시각장애인 버질,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힌 화가 프랑코, 자폐성 천재 스티븐, 자폐인 동물학자 템플 그랜딘이 그들이다. 이들은 세계적인 신경학자이자 글쟁이로 알려진 저자가 직접 담당했던 환자들이다. 저자는 이들의 임상 사례를 바탕으로, 독특한 내면세계와 함께 감동적인 인생스토리를 생생하게 전한다. 뇌신경질환과 그로 인한 장애는 흔히 환자의 인생을 끝장내는 재앙으로 여겨지지만, 저자는 오히려 질병의 긍정적 측면에 주목한다. 이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딛고, 심지어는 그 상황의 도움을 받아 특별한 삶을 개척해나갔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들을 돕기 위해 진료실로 불러들이는 대신, 그들의 집으로, 직장으로, 여행지로 찾아갔다. 그래서 저자는 스스로를 단순한 의사가 아닌 ‘신경인류학자’라고 부른다. 덕분에 이들은 오히려 장애를 배척하는 게 아니라 껴안게 됐다. 투렛증후군을 가진 외과의사 베넷은 고백한다.“강박증이 사라진다면 그건 내 삶이 아니죠.”. 전색맹 화가 I씨는 1년여의 불안정한 실험기간을 거친 끝에 오랜 창작생활을 통틀어 가장 견실하고 생산적인 시기를 맞았다. 그의 흑백작품은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그가 엄청난 사고를 당한 뒤 오히려 한 단계 발전한 작품을 내놓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극 소수에 불과하다. 일반적인 방식만을 고집한다면 그들과의 대화는 언제나 막다른 골목에 이를지 모른다. 뇌신경질환이란 그런 방식을 사용할 능력이 고장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기가 끝은 아니다. 하나의 길이 막히면 다른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는 것이 생명의 본능이 아닐까? 물론 그 방식이 전혀 다른 방식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강조한다. 뇌신경 장애인들에게 없거나 부족한 듯 보이는 것은 ‘결여’가 아닌 ‘차이’라고. 그들에겐 일반인들이 갖지 못한 비범한 재능이 있고, 그것이 그들을 특별하게 만들고 있다고.1만 38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열린세상] 역사 속의 리더십/오세훈 변호사

    우리는 지금 무한 경쟁이라는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변화의 시대’에는 그 어느 때보다 리더십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국가 경제를 출렁이게 할 수도 있고, 최고경영자의 적절한 판단 하나가 세계적 기업으로의 도약을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우리가 개혁을 이야기한 지도 10여년이 훨씬 지났다. 새로운 대통령이 나올 때마다 새로운 개혁 담론이 등장하지만, 체감 위기감은 낮아지기보다 점점 더 높아만 가는 것이 현실이다. 며칠 전 OECD 보고서 내용을 놓고 벌어진 한바탕 소란도 그런 위기감의 표현일 것이다. 비전은 커다란 정치적 그림이지만, 개혁은 실제적인 사회의 변화다. 개별적인 사안에 맞는 변화된 삶의 방식을 제시하고 동의를 얻어가야만 가능하다. 민주 사회에서 실생활의 익숙하지 않은 변화에 대하여 절대 다수의 공감을 얻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나, 다수의 공감을 얻으려는 노력만큼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왕이 절대권력을 가지고 있던 전제시대에서조차 이것은 진리였다. 아무리 훌륭한 비전과 정책이 있어도 백성의 공감을 얻지 못한 정치는 실패했다. 고려 숙종은 외척의 발호와 여진족의 압력으로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기 위해 부국강병의 비전을 제시했다. 적극적인 대외 확장과 과감한 재정개혁을 통해 개인이 아닌 국가의 부를 확대하는 정책이었다. 하지만 가뜩이나 어려웠던 백성의 삶은 잦은 여진정벌과 국가사업으로 인해 ‘열 집 가운데 아홉 집이 비었다(十室九空)’고 할 정도로 피폐해졌고, 신하들 사이에서도 민생안정이 우선이라며 따르는 자가 줄어들었다. 백성이 힘들어하고, 뜻을 받드는 신하가 줄어들자 숙종은 부국강병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대화와 설득을 통해 상대방의 이해를 얻지 못한 개혁, 민심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개혁은 결국 실패하게 된다는 교훈이 남은 것이다. 개혁에는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당연히 ‘내 임기 중에 해야 한다.’는 조급함은 개혁을 어렵게 만든다. 조선 초 정도전의 전제개혁의 모델은 고려 말 공민왕때 나왔다. 완성되기까지 40여년이 걸린 것이다. 고려 광종과 조선 태종이 각각 개국세력을 정리하고 중앙집권체제를 확립하여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실패했다면, 각 왕조 최고의 통치자라는 성종과 세종이 나올 수 있었겠는가. 개혁은 내가 아니면 안 되며, 내가 집권하는 동안에 무엇인가 완성해야 한다는 ‘개혁 독점욕’과‘개혁 조급증’은 순리가 아님을 지나간 역사가 가르쳐 주고 있다.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진정으로 위대한 업적이, 선임자들이 피땀으로 일군 토대를 벗어나 역사의 연속선 밖에서 이루어진 적이 있었던가. 내 이름표가 붙은 무엇인가를 남기겠다는 부질없는 공명심만큼 지도자가 피해야 할 것이 또 있을까. 그리고 개혁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따라서 좋은 사람을 얻는 것이 개혁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신라의 황금시대를 열었던 진흥왕은 전통 귀족들을 세력기반으로 계속 활용한 것은 물론이고, 김유신의 조부이자 가야계인 김무력을 중용했고, 고구려에서 귀화한 승려 혜량을 당시 신라의 정신적 지주인 승통으로 삼았다. 진흥왕 대의 르네상스는 이처럼 다양한 외부 인사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신라의 인재풀을 한 단계 넓힌 결과이다. 개혁에 성공한 리더들은 한결같이 군주 개인의 생각을 고집하기보다, 다양한 집단의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통합과 조화로 이끄는 리더십을 가진 인물들이었다. 변혁기를 지나 온 과거를 돌이켜 보며 떠오르는 말이 있다.‘우리가 역사에서 배우는 것은, 우리가 역사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세훈 변호사
  • [2집이 맛있대] 춘천 녹차 솥뚜껑 삼겹살

    [2집이 맛있대] 춘천 녹차 솥뚜껑 삼겹살

    추적추적 가을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소주 한잔에 토실토실 맛깔스러운 삼겹살 생각이 절로 난다. 녹차와 한약향기가 솔솔 풍기며 혀끝을 자극하는 녹차 삼결살은 그야말로 일품요리가 부럽지 않다. 강원도 춘천시 석사동 퇴계4지구에 있는 녹차 솥뚜껑 삼겹살집에서 내는 고기 맛이 바로 그맛이다. 계피, 황기, 감초 등 돼지고기와 궁합이 맞는 한방재료에 녹차잎을 넣고 우려낸 물에 48시간 숙성시킨 삼겹살은 잡냄새가 없이 향긋하고 부드러운 육질의 고기로 다시 태어난다. 숙성된 삼겹살은 특수제작된 숱뚜껑 모양의 불판에 숭덩숭덩 썬 포기김치와 새송이버섯, 팽이버섯, 두부, 양파, 고구마 등과 함께 올려 손님상에 낸다. 이때 나오는 고기에는 녹차잎이 그대로 붙어 나와 녹차 삼겹살의 운치를 더한다. 한술 더떠 고기가 육수를 내며 지글지글 익어갈 때쯤 주인이 고기 위에 녹차가루를 듬뿍 뿌려주면 한약과 녹차향이 어우러져 침샘을 더욱 자극한다. 담백하면서 향기로운 삼겹살을 한입 가득 물고 씹으면 그야말로 살살 녹는다. 특히 소주 한잔에 주인이 직접 담은, 새콤달콤하게 적당히 익은 김치에 버섯류와 함께 노릇노릇 익은 삼겹살을 싸서 먹는 맛이란…. 고기는 강원도 횡성지역의 청정 고기만을 고집하는 전문 정육점에서 가져다 쓴다. 김치와 고추, 상추, 깻잎 등 채소류도 춘천 인근에서 재배한 저농약 채소만 쓴다. 때문에 ‘안심 먹을거리’를 찾는 단골손님들로 늘 북적인다. 녹차도 국내 보성산만을 쓴다. 함께 나오는 메뉴 가운데 녹차냉면은 녹차가루를 사용한 면을 삶아 내고 있어 녹차를 좋아하는 손님에게는 그만이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여주인은 손님에게는 좋은 재료로 맛깔스러운 음식을 내는 것이 무엇보다 큰 기쁨이란다. 그래서인지 음식에 주인의 정성이 배어나온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2집이 맛있대] 남양주 탐라갈치조림

    [2집이 맛있대] 남양주 탐라갈치조림

    싱싱한 제주 은갈치와 고소한 시래기의 이색적인 궁합이 갈치의 새로운 맛을 빚어냈다. 경기도 남양주시 탐라갈치조림. 새벽에 제주에서 올라온 생물 은갈치를 시래기와 함께 맛깔스럽게 조리해 내놓는다. 조리법도 특색있다. 남양주 토박이인 사장 황경애(51)씨가 10여년의 음식점 운영 경험을 살려 독창적으로 고안해낸 남양주식 시래기 갈치 조림이다. 새벽같이 구리 농수산물시장의 단골집에서 산 생물 갈치에 감자, 무를 넣어 조린 뒤 직접 담근 양념장을 뿌리고, 그 위에 살짝 데친 시래기를 얹어 먹는 것이다. 시래기는 황씨가 직접 재배한 밭에서 딴 푸른 무청을 새끼에 엮어 겨우내 음식점 옥상에서 손수 말린 것으로, 껍질을 깐 뒤 삶아서 약간 복아낸 것이다. 조림에 시래기는 무료로 무한정 제공된다. 모든 식재료는 직접 키운 것만을 고집한다. 갈치살을 한입 베어 물었다. 매콤하면서도 고소함이 배어난다. 살이 딱딱하고 푸석한 느낌의 냉동 갈치와는 차원이 다르다. 살이 뼈에서 부드럽게 떨어지고 살점이 입에서 녹는다. 여기에 시래기를 싸먹자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더해진다. 가격도 비싸지 않다.2∼3명이 먹을 수 있는 중자가 2만원,4∼5명이 먹을 수 있는 대자가 3만원이다. 즉석에서 지은 돌솥밥이 포함된다. 황씨는 “한번 갈치조림 맛을 본 사람들은 단골손님이 된다.”면서 “인근 골프장이나 광릉수목원, 베어스타운 스키장 등을 오가는 사람들이 기억하고 다시 찾는다.”고 말했다. 남양주 글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이색공연 국립발레단 ‘고집쟁이딸’

    우아함 대신 유쾌함, 이야기가 꼭꼭 씹히는 서사가 튼실한 발레무대를 만나고 싶다면 국립발레단의 ‘고집쟁이 딸’(La fille mal gardee)을 기다려볼 일이다.15일부터 20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이 공연은 지난 2003년 국내 초연돼 발레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로맨틱 코믹 발레. 초현실적 존재들이 등장하는 대부분의 발레들과는 달리, 평범한 인간들이 등장하는 데다 마임을 동원한 연극적 요소가 많아 이야기 재미가 크기로 정평난 작품이다. ‘고집쟁이 딸’의 태생지는 프랑스.1789년 프랑스 보르도 대극장에서 처음 선보인 이 작품은 현존하는 발레 가운데 가장 오래된 전막발레로 지금까지 몇 차례 개정판이 선보여 왔다. 이번 공연은 쿠바 버전이다. 쿠바 발레단의 안무가 필립 알롱소가 다시 안무하고, 올랜도 발레단의 안무가 사만타 던스터가 재구성했다. 제목에서 엿보이듯 이 작품은 줄거리부터 대단히 ‘인간적’이다. 프랑스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부자에게 시집보내려는 어머니와,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려는 딸의 유쾌한 해프닝을 따라가는 이야기 구도다. 요정이나 귀족, 왕자와 공주가 등장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소구력 있는 발레작품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귀띔하는 설정이다. 박인자 단장도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관객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무대는 인물들의 성격을 감상하는 재미 또한 탁월할 것이라는 기대들이다. 필립 알롱소가 캐릭터의 성격 묘사와 유머 감각에 뛰어난 장기를 발휘한다는 평을 받는다. 부담없이 가볍고 경쾌한 템포의 무대는 시각적으로도 특별한 감상을 안길 듯하다. 딸의 고집을 꺾으려는 어머니 역을 덩치 큰 남자 무용수(신무섭, 정현옥)가 맡아 여장을 하고 나온다는 점이 우선 흥미롭다. 작품의 최초 안무자가 농가의 판화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18세기 유럽 농촌마을을 배경으로 재현한 무대도 신선하다. 무대 및 의상 디자인을 맡은 이는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신데렐라’(27일 성남아트센터 개관 기념작)의 무대를 꾸미는 제롬 카플랑. 발랄한 군무 장면, 무용수들의 시원시원한 도약, 조역들의 코믹한 춤 등이 어우러져 무대는 갈수록 풍성하게 덩치를 키워간다. 김주원 이원철 장운규 김현웅 강화혜 전효정 등 국립발레단의 ‘간판’스타들이 번갈아가며 무대를 책임진다.15·18·19·20일 오후 7시30분,16일 오후 4시.(02)587-6181.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은행PB영업 ‘궤도수정’

    은행PB영업 ‘궤도수정’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프라이빗 뱅킹(PB) 대중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수억원대 이상의 예금을 가진 고객에게 특별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해 오던 은행들이 서비스 대상을 수천만원의 예금 고객까지 확대하고 있다. 은행들이 PB 영업전략을 수정하는 것은 그동안 극소수 고객을 상대로 벌여온 ‘귀족 마케팅’이 투자에 비해 수익성이 그다지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아직은 금융자산이 크지 않지만 조만간 ‘갑부’로 등장할 잠재적 부유층을 미리 포섭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소수에게만 온갖 특혜를 주고, 일반 고객들은 자동화기기로 내몬다는 비판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3000만원 이상도 PB 고객으로 모십니다” ‘PB 대중화’에 가장 신경쓰는 곳은 우리은행이다. 황영기 행장은 지난달 ‘모든 고객을 PB 고객화하자.’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은행측은 PB 고객을 예치금 기준으로 30억원 이상,10억원 이상,3000만원 이상 등으로 세분화하기 시작했다.PB 고객 담당 직원들도 ‘마스터 PB’ ‘전문 PB’ ‘예비 PB’로 등급을 매겨 체계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특히 예비 PB에 해당하는 자산관리전문가 500명을 키워 각 지점으로 투입, 자산설계에 관심이 높고 적극적인 투자성향을 보이는 중산층 및 젊은 고객을 유치할 생각이다. PB 전문센터인 ‘골드 앤 와이즈’를 통해 예금액 3억원 이상의 고객을 집중관리했던 국민은행도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공격적으로 늘려왔던 전문센터 확장을 16개에서 중단하고,1억∼3억원의 고객까지 아우르는 소형특화 점포를 내기 시작했다. 이 은행 관계자는 “극소수 투자자를 위한 비밀주의 영업전략이 아닌 좀더 대중적인 자산관리 시스템을 갖춘 새로운 PB 브랜드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들도 한국의 PB 시장을 좀더 광범위하게 공략하고 있다.SC제일은행은 고객 기준을 5000만원까지 낮춰 1대1 평생 자산관리를 해주는 ‘프라이어러티 뱅킹’ 서비스를 지난달부터 시작했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1억원 이상의 자산가를 대상으로 ‘프리미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한국씨티은행도 고객층을 세분화한 ‘씨티골드’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 ●“부유층 세분화일 뿐 서민금융 서비스 확대는 아니다” 은행들이 PB 대중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기존의 마케팅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수백억원을 들여 PB전문센터를 개설하고, 고객 한 명에게 온갖 서비스를 제공해 왔지만 직접적인 수익은 크지 않았다는 게 PB 담당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 PB 담당자는 “PB 영업은 ‘돈 먹는 하마’나 다름없다.”면서 “부동산종합대책 발표 이후 부자 고객을 상대로 엄청난 돈과 시간을 투자해 각종 설명회를 열고, 고객의 취미 생활을 위해 호화스러운 미술전시회 등을 잇달아 개최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외국의 자산가들은 PB 직원 한 명에게 모든 것을 맡기지만 한국의 부자들은 여러 은행을 거래하면서 1%의 수익률에도 이리저리 움직이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유동성이 강한 한국 고객을 상대로 정통 PB 영업을 고집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PB 대중화를 서민금융 서비스 강화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본다. 극소수 고객에게 최고의 혜택을 주는 기존의 영업을 그대로 유지한 채 바로 아래 단계의 우량 고객에게도 PB 서비스의 일부를 나눠주는 세분화 전략이 대중화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서도 나타났듯이 은행에 100억원 이상을 예치한 194명 중 51명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등 PB 영업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하나은행은 오히려 PB 고객 기준을 강화하는 쪽으로 나가고 있다. 결국 초기 PB 시장 쟁탈전에서 밀린 은행들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대중화로 나선 셈이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부유층이 될 가능성이 있는 젊은 중산층에게까지 PB 서비스를 확대하다 보면 이 범주에 들어가지 못한 서민들에 대한 서비스는 더욱 열악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11일 TV 하이라이트]

    ●대발견 아이Q(EBS 오후 8시5분) 감기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과 감기에 걸렸을 때의 대처방법을 ‘알쏭달쏭 육아극장’에서 알아본다.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우리 아이. 화를 내도, 무시를 해도, 회초리를 들어도 소용없을 때가 있다. 떼쓰는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육아법을 ‘대한민국 부모발견! 당신은’에서 확인한다.   ●도전! 하이&로(SBS 오후 7시5분) 미국의 초등학교에서 두부로 급식을 하고, 독일의 패스트푸드점 인기 상품인 두부 햄버거를 보여 준다.47㎏ 감량에 성공한 두부 다이어트, 복부비만 탈출을 위한 두부찜질, 검정과 초록 그리고 주홍까지 다양한 색상의 두부 등 마니아의 여러 가지 두부 활용법을 자세히 살펴본다.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40분) 조류독감의 재앙을 막는 것은 채식 밖에 없다며 필리핀 출신의 모델 ‘로체스’는 옷 대신 빨간 고추로 온 몸을 감쌌다. 로체스는 어릴 때부터 채식만 고집했고, 자연스레 애완동물도 사랑하게 됐다고 한다. 그녀는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동물농장과 그곳에서 벌어지는 도살 행위를 비난한다.   ●비밀남녀(MBC 오후 9시55분) 영지는 아미에게 조만간 아미네 집 일을 그만두겠다고 하고, 아미는 자기에게 뭐 서운한 게 있냐고 묻는다. 영지는 아미와 준우의 결혼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을 듣고 놀란다. 준우는 영지를 위해 책상을 직접 만들어 영지네 집에 갖고 간다. 하지만 영지는 준우에게 화를 낸다.   ●생로병사의 비밀(KBS1 오후 10시) 심장질환의 가장 큰 위험군으로 꼽히고 있는 고혈압 환자들을 대상으로 4주간에 걸친 걷기 프로그램의 생생한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하루 30분, 걷기의 효과가 가져온 놀라운 변화들을 공개한다. 또 심장병과 싸우고 있는 스코틀랜드 사람들의 걷기 열풍을 전한다.   ●마법전사 미르가온(KBS2 오후 6시40분) 돌이는 미르와의 우정을 떠올리며 고민하다 결국 미르와 가온이가 갇혀 있는 마법구슬을 호구와 주비 몰래 학교 탐구실 안에 숨겨놓는다.마법구슬이 없어진 것을 안 주비는 돌이를 의심하지만 물증을 찾지 못하고, 돌이는 마법구슬을 들고 아라 앞에 나타난다.
  • [옴부즈맨 칼럼] 서울신문 변신의 끝은?/김동률 KDI 매체경영학 연구위원

    신문을 만드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만드는 신문이 엘리트신문이 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엘리트신문이 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있다. 권력으로부터 독립은 물론이고 재정적인 안정도 필요하다. 교육수준이 높은 뛰어난 취재진을 다수 확보해야 함은 물론이다. 미국의 USA Today는 대중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고, 많은 부수를 자랑하지만 아무도 엘리트신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1982년 창간된 이 신문은 심각하고 중요한 뉴스도 간단하고 가볍게 다룬다. 여행·스포츠에 비중을 두면서, 날씨를 1페이지나 할애하는 등 독자들을 위한 편집의도를 확실히 살렸다. 특히 짧고 간략한 기사, 화려하고 컬러풀한 사진 등이 특징이다. 신세대를 겨냥해 기사는 600단어 이내로 제한하고, 한 문단은 짧은 문장 3개 이하로 구성했다. 이 신문은 창간되자마자 신세대의 취향과 맞물리면서 큰 성공을 거뒀다. 이른바 텔레페이퍼의 시대를 연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도 이 신문을 권위지로 보지는 않는다. 높이 평가하기는커녕 아예 ‘맥 페이퍼(맥도널드 페이퍼)’라고 무시하기도 한다. 곧 많이 팔린다고 좋은 신문은 아니라는 의미다. USA Today가 인기를 끌자 칼럼리스트 조너선 야들리는 1989년 엘리트신문과 대중신문과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엘리트신문은 독자들에게 날마다 간유(肝油)를 배달해 준다. 맛은 없지만 몸에는 아주 좋다.USA Today는 아침마다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가득 전해 준다.” 풀이하자면 엘리트신문은 독자의 취향이나 대중적인 인기보다는 공공성, 언론의 사회적 책임, 사명감 등을 기사의 선별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서울신문은 여러 가지 진통을 겪어오면서 적어도 지면에서만큼은 어느 신문과 비교하더라도 큰 손색이 없을 만큼 발전했다. 언론학자로서 진단하건대 서울신문의 변신은 놀랄 만한 수준이다. 과거 관영매체 (state-run-paper)의 흔적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며, 레이아웃부터 촌철살인의 돋보이는 만평, 구석구석 숨겨져 있는 재미있는 읽을거리 등은, 이른바 신문 보는 재미를 담뿍 안겨준다. 그렇다고 서울신문이 최고라는 것은 아니다. 기사의 완성도 측면에서는 특히 그렇다. 지나치게 호흡이 긴 기사는 읽는 이에게 큰 부담을 안겨준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10월6일에는 하단광고도 없이 21면 전체를 ‘정감록 산책’으로 빼곡하게 채웠다.10월5일에도 14면 전면을 지나치게 대형화된 와이드 인터뷰로 메웠고,10면 전체를 차지한 울산시 체전 관련기사 역시 기사의 중요성에 비해 지나치게 넓은 지면을 할애했다는 느낌을 준다. 특히 와이드 인터뷰는 이른바 인물기사(human interest)가 먹히는 시대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대형화돼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USA Today처럼 무조건 짤막한 기사로 대처하라는 말은 아니다. 말은 아끼면서 정보는 풍요롭게 하는 노력이 아쉽다는 의미다. 그러나 서울신문이 가야 할 길은 서울신문이 정해야 한다. 비록 USA Today에 비해 발행부수면에서는 한참 뒤지지만,1000여개가 훨씬 넘는 미국 신문들은 뉴욕타임스의 얼굴을 보며 그날의 지면을 꾸려가고 있다. 그래서 미국 언론의 아침은 뉴욕타임스로 시작한다고 말할 정도다. 이에 비해 대중지를 고집하는 USA Today의 신문 철학은 이른바 ‘희망의 신문’이다.“우울하고 어두운 뉴스보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신문이 되고 싶다. 워싱턴 포스트나 뉴욕타임스처럼 매일 아침 세상을 욕하고 비판하는 신문이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주장한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 말도 있지만 서울신문의 변신은 이제 외형적으로는 완성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변신의 최종 역이 엘리트 신문일지 아니면 대중신문이 될지는 궁극적으로 서울신문이 결정해야 한다. 변신의 끝이 기대된다. 김동률 KDI 매체경영학 연구위원 yule21@empal.com
  • 美·日 밀월 틈새 생기나

    |도쿄 이춘규특파원|미국과 일본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개인적 친분을 통해 유지돼온 ‘미·일 밀월관계’에 근본적인 변화 징후가 보인다는 관측도 있다. 일본 정부는 미 국방부가 6일(현지시간) 도널드 럼즈펠드 장관이 일본을 방문할 계획이 없다고 공식 확인하자 ‘미국의 불쾌감 표시’로 받아들이며 몹시 당황하는 분위기다. 양국간 불협화음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협상에서 촉발돼 최근 주일미군 재편협상에서 본격화됐다. 전세계 차원의 미군 재편 작업이 거의 끝나가는데도 일본은 부담 경감 등을 노리며 협상을 지연시켜 미국을 답답하게 했다는 것이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최근엔 오키나와 후덴마비행기지 이전장소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일본은 나고시 슈와브기지로의 이전을 고집하고 있고, 미국은 슈와브기지 앞바다에 건설하자고 버텨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특히 미국측은 고이즈미 총리가 국회를 해산, 압승하자 국민 지지를 무기로 대미협상에서 느긋하게 나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9월 말 워싱턴에서 열린 미군재편 실무자회의에서 일본은 슈와브기지 이전안을 고집했고, 미국측은 럼즈펠드 장관의 방일 취소로 응수했다. 일본은 럼즈펠드 장관이 방일은 취소하면서도 중국과 한국은 예정대로 방문하기로 하자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특히 여권에서는 클린턴 행정부가 중국 중시정책을 내세우며 일본을 ‘왕따’시켰던 악몽이 재현될까 우려하는 소리마저 나오기 시작했다. 럼즈펠드 장관의 방일 취소에 놀란 일본 정부는 서둘러 미국에 이달 말(29일) 외무·국방장관이 참여하는 미·일안보협의위원회(2+2)를 제의했다. 하지만 미국의 주일미군 재편협상 양보 가능성은 크지 않아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일 갈등의 핵심에 고이즈미 총리의 미온적 태도가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고이즈미 총리는 공무원 감축 등 여론의 관심이 높은 사안에만 신경을 쓴다. 주민 설득이나 협상이 필요한 미군 재편문제 등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임기가 1년도 안 남은 것도 변수”라는 것이다.taein@seoul.co.kr
  • [우리땅을 살리자] (3) 도시는 숨막힌다

    [우리땅을 살리자] (3) 도시는 숨막힌다

    지난 4일 서울 동대문구의 대형 쇼핑몰 근처. 빽빽하게 들어선 상가와 건물들이 연신 더운 바람을 뿜어내고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들이 배기열을 뱉어낸다. 높다란 빌딩들이 막아서 바람 한점 없는 잿빛 풍경이 파란 가을하늘조차 가려버린다. 열쇠수리공 정동환(48)씨는 “가을인데도 한낮 아스팔트나 보도블록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만만치 않다.”면서 “차 많고 사람 많다는 명동에서도 일해 봤지만 이렇게 열기가 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기상청 기상연구소의 서울시내 자치구별 평균기온 조사(2003년)에 따르면 동대문구는 서울 25개 구 가운데 가장 더운 곳이다.1년 평균기온이 20.3도로 가장 낮은 강북구(16.7도)에 비해 3.6도나 높다. 서울 전체평균 18.4도와 비교해도 2도 가량 차이 난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건물과 사람이 밀집해 있기는 서울의 다른 지역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왜 하필 동대문구일까. 환경전문가들이 내놓은 해답은 도심속 녹지의 부재다. 도심속 나무들은 광합성 과정 중 수분을 내뿜으며 도시를 식혀준다. 도심의 온도가 교외 산림지보다 평균 2.6도 높은 것은 이 때문이다. 동대문구의 전체 도시공원 면적은 고작 0.89㎢(약 27만평)로 서울시에서 가장 적다. 국립 산림과학원 산림생태과 김선희 박사는 “도시에 자리잡은 공원이나 숲은 하루 평균 0.8도의 온도하강 효과가 있으며 사람이 느끼는 체감효과는 이보다 더하다.”면서 “숲은 도심 공기를 정화하는 역할도 하지만 이런 효과를 누리고 있는 도시는 국내에 별로 없다.”고 말했다. 재개발과 재건축 바람은 그러잖아도 부족한 도심속 녹지를 더욱 위협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단지에는 밤나무, 단풍나무, 소나무, 잣나무, 느티나무, 편백 등 30여종의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서울 아파트단지의 녹지 중에 ‘최고’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하지만 현재 주민들과 부동산업자들은 이 지역의 재건축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30년 가까이 다져진 녹지가 사라질 것을 걱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녹색연합 서재철 국장은 “나무를 많이 심는다고 다 되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이 뒷받침돼야 녹지가 제대로 조성된다.”면서 “다양한 수종이 울창하게 조성된 이런 녹지공간에 살고 있다는 혜택을 주민들은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1인당 공원면적은 9.0㎡(약 2.7평). 하지만 현재 서울의 1인당 공원면적은 4.77㎡(약 1.4평)로 권고치의 절반에 불과하다. 금천구의 경우 1인당 생활권 녹지공원 면적이 0.88㎡로 권고치의 10분의1도 안된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도심녹지는 휴식과 놀이 공간의 부재로 이어진다. 지난 4일 오후 금천구 시흥2동 주택가. 촘촘히 들어찬 단독주택가 골목길에서 아이들이 주차된 차들 사이로 공을 찬다. 아이들을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주부 이성미(43)씨는 “자연과 접하며 아이들이 제대로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전무하다.”면서 “기껏해야 볼 수 있는 것이 도로변 나무 정도인데 이런 현상은 단독주택 밀집지역일수록 심하다.”고 말했다. 인근 구로디지털밸리에서는 대형 크레인을 앞세운 공사가 한창이다. 과거 단층 제조공장이 있던 이 자리는 대규모 아파트형 공장, 대형 의류매장 등으로 채워졌다. 알량하게 남아 있던 소규모 조경녹지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공장 마당에 있던 정원은 사라졌고, 준공검사용으로 만들었던 화단도 주차공간으로 변했다. 대형의류 매장의 주차 관리인은 “차 한대라도 더 댈 수 있게 하는 것이 매장의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에 정원 등 자투리공간을 남기는 일은 거의 없다.”면서 “나무도 좋지만 먹고 사는 게 중요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서울시내 구청 공원녹지과에서 가장 많이 받는 민원 중 하나는 가로수가 간판을 가려 영업에 방해가 되니 없애 달라는 것이다. 구로구청 공원녹지과 김용석(30)씨는 “잎이 무성해지는 여름철에는 한달에 150건 정도의 민원이 들어온다.”면서 “단순히 가지를 쳐달라는 사람부터 나무를 아예 뽑아달라는 민원까지 다양한데 일부는 몰래 나무를 베기도 한다.”고 말했다. 유영규 김준석기자 whoami@seoul.co.kr ■ 송파구 성공사례-자연·인공 절묘한 조화 지역 공원만 130여곳 서울 송파구는 숨막히는 아파트단지와 아스팔트 속에 녹지대가 균형있게 자리잡고 있다. 구 전체 면적 33.9㎢ 가운데 도시 공원을 포함한 녹지공간이 12.1㎢로 35.7%에 이른다.1인당 녹지 공간이 서울 25개 구 가운데 최고는 아니지만 공원이 곳곳에 적절하게 배치돼 있어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송파구가 관리하는 공원은 어린이공원 74곳, 근린공원 39곳, 마을마당 9곳 등 총 130여곳. 송파구가 다른 구와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보다도 자연의 훼손을 최소화하고 녹지공간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오금동 근린공원의 경우 야산을 그대로 보존, 자연 그대로의 수목과 인공적으로 조성한 수목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움말공원, 개롱공원, 두댐이공원, 연화공원 등도 자연친화적으로 조성된 공원들이다. 다른 구에 비해 개발이 늦게 시작돼 구획정리가 계획적으로 추진된 것도 송파구에 많은 공원들이 들어선 이유가 됐다. 공원이 균형있게, 아파트나 주택가에서 가까운 곳에 배치돼 있어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걸어서 5∼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다. 아파트 밀집지역 근처이면서 호수가에 있는 석촌호수공원이 그렇다. 송파구 관계자는 “자연과 문화를 함께 향유할 수 있도록 테마 중심으로 조성된 것도 송파구 공원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전문가 제언] 생명 살려내는 ‘생태시스템’ 복원을 우리 조상들은 도시의 터를 잡을 때 뒤로 큰 산이 있고, 좌우로 산줄기가 뻗으면서 포근하게 감싸줘 아늑한 환경이 유지될 수 있는 곳을 선택했다. 앞에도 휑하니 뚫린 곳보다는 단아한 산이 있어 안정감이 있고, 물과 토양처럼 농사에 필요한 물질도 보전할 수 있는 곳을 선호했다. 이러한 조상들의 지혜를 오늘에 맞게 되살리면 자연의 기운을 받는 아늑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땅의 크기에 잘 조화되는 규모의 물길이 있는 곳을 입지선정의 제1원칙으로 고집했다. 물길은 도시가 숨을 쉴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나무가 건강하게 자라고, 온갖 생물의 생명수가 되며 기온을 조절하고 대기를 소통시키는 바탕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물길의 고마움을 모르고 포장하거나 덮어버렸다. 최근들어 물길을 복원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으나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물과 나무가 어울려 생활환경의 기반을 창출하고 생물 다양성을 북돋워 도시 생태계가 살아나게 하기보다는 사람들의 구경거리를 만드는 데 치중하고 있다. 피상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숲과 물이 어울리는 생태계를 조성해 사람들이 막대한 에너지를 투입해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생태계가 스스로 생명을 지켜 줄 수 있는 시스템이 되게 해야 할 것이다. 나무를 심는 노력도 많이 하고 있으나 전봇대를 꽂듯 가로수를 심기 때문에 나무의 환경 형성 기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산림과학원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한 줄로 심은 가로수는 기온조절 기능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새들을 불러 모을 수도 없다. 나무들도 다양하게 어울려야 건강하게 살면서 생활환경을 유지하고 새를 비롯한 뭇 생명들의 안식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의 도시계획에서는 녹지율을 금과옥조로 삼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늘 접하는 도심에는 녹지가 없다. 도시 외곽으로 나가야만 볼 수 있는 녹지가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생태계는 수치보다 배치가 더 중요하다. 녹지도 도시생태계의 구조와 기능을 감안해 체계적으로 잘 배치해야 한다. 도시에서도 아침에 눈 뜨자마자 자기 집에서부터 맑은 햇살을 받으면서 새들의 노래 소리를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신준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환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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