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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머니와 쌀자루 / 이영희

    어머니와 쌀자루 / 이영희

    안 먹어도 배부르고 좁은 셋방살이를 해도 행복한 날. 넉넉함에 저절로 흐뭇해지는 그날은 바로 20kg 쌀 한 포대를 들여놓는 날이다. “쌀독에 쌀이 가득하면, 부자가 된 것 같아요”라는 2층 새댁의 말처럼 나 역시 월급날보다 쌀을 사는 날이 더 뿌듯하고 든든하다.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는 전파상이 하는 일을 하셨다. 전파상을 했다고 하지 않는 이유는 그렇게 말하기엔 우린 너무 넉넉지 못했기 때문이다. 좁은 방 여기저기에는 납땜 기구, 고장 난 가전제품, 온갖 부속품들이 가득했고, 색색의 전선이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서울로 원주로 다니며 무거운 물건들을 손수 사오시던 아버지는 3대 독자에 유복자셨는데 딸만 넷 둔 것을 늘 괴로워하셨다. 자식들 키우랴, 소작 밭 일구랴 어머니의 고생은 끝이 없었다. 공납금도 제대로 못 내며 간신히 학교를 다니던 나는 내성적인 성격 탓에 공부보다는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했다. 어느 봄날의 화창한 토요일 오후, 선생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혹시 내가 뭘 잘못했나 싶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교무실에 가니, 선생님께선 양호실로 따라오라고 하셨다. 그곳에서 선생님은 매우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 쌀자루를 가져가라고. 순간 면으로 된 흰 자루에 한 말쯤 되는 쌀이 담긴 것이 보였다. 이번 불우 학우 돕기에서 걷은 것이라며 비록 힘들더라도 열심히 공부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고 다독거려주셨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는 많이 망설였다. 도저히 가져갈 수가 없었다. 도망치고 싶었다. 그때처럼 비참한 기분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이 쌀을 보면 기뻐하실 어머니 얼굴이 갑자기 떠올랐다. 어머니는 늘 쌀 걱정을 하셨다. 남들은 농사지어서 쌀 걱정은 않는데 시골에 살면서도 쌀이 없어 늘 이웃집으로 쌀을 꾸러 다녀야 했던 어머니의 궁색함이 장녀인 나를 더욱 짓눌렀다. 쌀밥 한번 실컷 먹는 것이 소원이었던 우리 가족. 한참 예민한 사춘기 소녀의 자존심이 문제가 아니었다. 의외로 순순히 대답하는 나를 보시고 안심하신 선생님께서는 무거우니 옆집 사는 친구를 불러 같이 들고 가게 하셨다. 선생님의 따스한 배려로 내 가방의 책은 모두 친구 가방으로 옮겨졌고, 나는 부끄러운 생각에 쌀자루를 가방에 강제로 쑤셔 넣었다. 교복을 입던 시절, 내가 들고 다니던 검은 가방은 다행히 크기가 커서 쌀자루가 간신히 들어갔다. 무거운 쌀자루가 비죽이 튀어나온 가방을 두 손으로 껴안다시피 하고, 남학생이라도 볼까 두려워 정신없이 교문 앞 스쿨버스에 올랐다. 내 눈치만 살피는 친구는 아랑곳없었고 어서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집에는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쌀자루를 독에 던져버렸다. 아득히 추락하는 내 자존심, 툭 소리를 내며 떨어지던 쌀자루…‘…. 그날 저녁 어머니의 물음에 모른다고만 했다. 어머니는 영문도 모르고 먹을 수는 없다고 하셨고, 덕분에 오랫동안 쌀자루는 쌀독에서 쉴 수 있었다. 유난히 고집이 세었던 나는 어느 날 나는 동생과 몸싸움까지 하며 심하게 다투었다. 똑똑하고 명랑해서 반장이며 전교부회장을 도맡아 하던 동생과 나는 성격 차가 심해 자주 싸웠는데, 그날 유난히 심하게 다투자 어머니는 언니가 참아야 된다며 나만 빗자루로 마구 때리시는 것이었다. 설움에 복받친 나는 갑자기 쌀자루를 가져온 게 나라며, 한술 더 떠서 그거 가져오는데 얼마나 창피하고 자존심이 상했는지 아느냐고 어머니에게 마구 퍼부어댔다. 어머니는 통곡을 하셨다. 그렇게 서럽게 우시는 건 외할머니 돌아가셨을 때 외엔 본 일이 없었다. “싫다고 하지, 어떻게 가져왔니‘?” “불쌍한 내 새끼, 우리 영희!” 어머닌 내 손을 쓰다듬으시며 오래오래 하염없이 우셨다. 다음 날 아침, 우린 그 쌀로 지은 밥을 먹었다. 어렵긴 어려웠던 때인가 보다. 예순 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한 봉투씩 혹은 두 봉투씩 가져온 쌀은 일반미뿐만 아니라 보리쌀, 정부미에 강원도에서 흔히 먹던 옥수수 가루까지 섞여 있었으니 난생 처음 먹어보는 밥맛이었다. 그 후로도 난 가끔 불우 학우 돕기로 학용품이나 양말을 받았지만, 쌀자루를 받았던 그 가슴 쓰리면서도 한편으론 기뻤던 경험은 다신 없었다. 내가 학용품이 든 봉투를 가져오면 친한 친구는 또 글 써서 상 받았냐며 부러워했는데, 그 친구가 이 사실을 안다면 뭐라고 할까‘? 선생님과 나 그리고 몇몇 가난한 친구들만이 알았던 이야기. 은밀히 볼펜과 공책을 주시던 선생님의 자상한 마음은 지금 생각해도 감사하고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답다. 일주일 전, 친정 고모댁에 다녀왔다. 사촌 언니가 보리밥이 먹고 싶다고 하여 오랜만에 별미로 보리밥을 먹었는데, 어머니 생각이 났다. 연세 드신 어른들은 일부러 잡곡을 섞어 드신다는데, 어머니는 보리밥과 보리쌀 섞인 밥을 유난히 싫어하신다. 하얀 쌀밥이 제일이시란다. 보리밥을 너무 많이 드셔서 먹히질 않으신다니 별미로 보리밥을 비벼 맛있게 먹는 내 입맛이 부끄러웠다. 쌀을 한 포대 늘어놓았다. 두 아이를 둔, 서른한 살의 둥그런 내 그림자조차 영락없는 어머니 모습이다. 어려운 요즘, 자존심보다는 어머니의 웃는 얼굴이 보고 싶어 가져갔던 쌀 한 자루가 부쩍 생각난다. 웃는 얼굴 대신 그토록 서러이 통곡하시던 어머니…‘…. 두고두고 어머니 마음에 상처로 남았던 쌀 한 자루. 아무도 몰래 움 틔우는 목련의 아픔처럼, 시리게 다가오는 그날의 기억이 쌀 부대의 뜯겨지는 실밥처럼 줄줄 풀려난다. 그땐 오히려 담담하더니 왜 새삼 지금 이리도 눈물이 날까‘? 의지는 운명을 이기리라 자신만만하던 이십 대를 힘겨이 보내면서 포기를 배웠고, 궁상스럽게 느껴지던 가난한 부모님을 이해하게 되었다. 요즘은 더욱 만만치 않게 느껴지지만, 그러나 마지막까지 붙들고 살고 싶은 꿈이 있다. 사랑이 있다. 어서 봄이 왔으면 좋겠다.(1998) ‘이영희‘_ 함민복 시인은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라고 했지요. 어머니의 웃는 낯이 보고 싶어 창피함을 무릅쓰고 받아든 쌀 한 자루가 어머니를 울리고, 읽는 이의 마음을 울립니다. 이 글 한 편에 우리 마음도 따뜻한 밥이 됩니다. 희망예보 <오늘은 맑음>
  • [딸자랑] 홍병식씨 막내딸 미숙양

    『이 애는 걱정을 안 끼쳐주는 아입니다』-유실물(遺失物)찾기봉사「센터」대표 홍병식(洪秉寔)씨(65)가 막내따님 미숙(美淑)양에게 엄지손가락을 내보이며 하는 첫마디. 건강한데다가 공부도 잘 하고 무엇이든 시키면 척척 해내는 솜씨이니 단연 최고가 아니냐는 것. 피아노 잘치는 미술학도 만능 스포츠 선수이기도 집안일 잘 돌보아 걱정 끼친일 없어 서울大 미대(美大) 서양화과 4학년에 재학중인 미술학도 홍양은 1남6녀중 막내. 오빠 언니들이 모두 결혼해서 따로 살고 있기 때문에 집에서 귀여움을 독차지 하는 재롱동이(?)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해방전에 낳았는데 얘만 해방 후에 얻었읍니다. 막 낳아서 이름을 지으려고 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뭐라 말 할 수 없이 예쁘잖아요? 그래서 언니들이 이름자 돌림인「숙」위에「아름다울 미」자를 얹어 주었죠』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예쁜 따님은 이름 그대로 아름답고 정숙하게 자라 귀엽고 마음이 착한 미대생(美大生)이 되었다고. 아무래도「미」와 인연이 많은 모양이라고 아버지는 싱글벙글이다. 『자식에 대한 걱정이란 건강과 공부가 아니겠어요? 그런 뜻에서 이 애는 부모의 속을 안 썩이는 아이죠. 별탈 없이 건강하게 자랐고, 또 공부도 잘 해서 소위 1류학교라는 데만 척척 합격했으니 말이에요』 67년 이화여고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할 때 집안 식구들은 모두 좀 쉬운 데를 골라서 가라고 했지만 한사코 본인이 고집, 서울대 미대를 지망했다는 이야기. 『발표 하루 전 날이었어요. 아는 분을 통해서 알아보았더니 아, 글쎄 떨어졌다는 거예요. 하늘이 캄캄해지는 것 같더군요. 어떻게 얘한테「쇼크」를 주지 않을까 궁리하면서 넌지시 물어 보았죠. 너 떨어지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이에요. 그랬더니 절대로 자기는 떨어질리가 없다고 자신만만이에요』 본인의 자신대로 발표를 보니 당당히 홍양의 이름이 들어있더라고. 미리 알아본 것이 잘못된 정보였다는 것이다. 이렇게 합격한 홍양이 서울대학교 여학생회 주최 신입생 환영「페스티벌」에서 육영수(陸英修)여사가 준 시계를 타오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고. 행운권 추첨에서 기대하지도 않았던 1등 상을 차지한 것. 『그림을 그린다고 하면 보통 집안 일은 통 모르고 그저 예술입네 하고 체하기가 십상인데 얘는 집안 일도 잘 할줄 알아요. 시키면 무엇이든 할 줄 알죠. 그리고 다방면에 취미가 많은데다가 모두 극성일만큼 열심이에요』 운동이라면 무엇이든 할 줄 안다는 만능 운동선수이기도 한 홍양이 요즈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테니스」. 고등학교 다닐 때에는 우표도 상당히 모은적이 있고 또「피아노」솜씨도「아마추어」의 경지를 넘어선 실력이라고. 사위감에 대해서는 아직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생각을 않고 있지만 본인만 좋다면 아버지로서 무조건 OK하겠다고. 지금까지 자식들 결혼을 시킬 때 모두 그런 식으로 본인의 의사에 맡겨 왔다는데 똑똑한 따님이 골라 잡는 신랑감일 테니 부모로서 무슨 반대할 말이 있겠느냐는 것. 이번 여름에는 학교의 교수님들과 함께 홍도와 경주 문무왕릉을 답사하고 왔다는 홍양은 졸업하면 둘째 언니가 있는 미국에 건너가서 그림 공부를 계속하는 것이 꿈이란다. 서울 서대문구 부암동에서 엄마 朴南順(63)여사와 함께 세식구가 단란하게 살고 있다. [선데이서울 70년 8월 23일호 제3권 34호 통권 제 99호]
  • [이젠 포스트 BRICs] (2) 터키 (하) 우리 기업들 투자 밀물

    [이젠 포스트 BRICs] (2) 터키 (하) 우리 기업들 투자 밀물

    |글 안미현특파원|국내 기업들의 대(對) 터키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대규모 공장을 설립하는가 하면 지사 형태의 사무실을 법인으로 바꾸고 있다. 삼성전자는 12일 터키 이스탄불 지사를 오는 7월1일 법인으로 승격시킨다고 밝혔다. 현재 25명인 직원도 50명으로 갑절 늘린다. 지난해 10월 이스탄불 지사를 신설한 금호타이어는 내후년께 법인 전환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車·IT·사료 시장성 밝다” CJ는 터키에서 세번째로 큰 항구도시 이즈미르에 제2 사료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부르사 지역에 1공장을 두고 있다. 현대차는 올초 소형 미니밴 ‘라비타’ 생산라인을 울산공장에서 터키 공장으로 옮겼다. 지난달 19일부터 ‘매트릭스’라는 새 이름으로 양산에 들어갔다. 그룹 계열사인 로템도 터키의 전동차 시장에 진출했다. 터키는 현재 전철 라인이 하나밖에 없다. 그것도 역(驛)이 8개에 불과하다. 이에 앞서 효성은 이달초 이스탄불 인근 체르케스코이 지역에 스판덱스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2009년까지 1200여억원(1억 3000만달러)을 투자한다. 지금까지 이뤄진 국내 기업의 터키 투자 가운데 가장 대규모다. 조만간 자본금 470억원(5000만달러)의 현지법인(효성 이스탄불 텍스틸)을 설립한다. 담배회사 KT&G도 이즈미르 인근에 초현대식 담배공장을 세운다.KT&G가 해외에 생산공장을 설립하기는 처음이다. 터키가 세계 7위의 담배 소비국이라는 점을 겨냥했다. 투자금액은 500억원. 연간 20억개비를 생산하게 된다.KT&G는 몇년 전에도 터키 투자를 검토했다가 경제 불안 등으로 포기했었다. 그 사이 터키 땅값이 급등해 추가 부담을 물게 됐다. ●작년 36건 2억4600만弗 투자 현지 기업과의 합작 형태로 일찌감치 터키에 진출한 LG전자는 에어컨 시장에서 이미 부동의 1위 자리를 굳힌 상태다. 코트라 이스탄불 무역관 박은우 관장은 “지난해말 현재 우리나라 기업의 터키 투자 규모(신고 기준)는 36건에 2억 4600만달러”라고 밝혔다. 효성·KT&G·삼성 등 올해 나온 투자금액은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올해 세계 경제를 좌우할 9대 트렌드의 하나로 TVT(터키·베트남·태국의 영문 머리글자)를 제시했던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본부장은 “거대 소비시장, 외교력, 인프라를 두루 갖춘 나라가 터키”라며 “유라시아의 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hyun@seoul.co.kr ■ “유럽입성 전초기지” 전방위 진출 |이즈미트·게브제·부르사 안미현특파원|“터키 정부가 몇년 전부터 아파트를 많이 짓기 시작했는데 대부분 시내 외곽에 지었습니다. 차가 없으면 이동이 어렵다는 얘기지요.” 이스탄불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반쯤 내달린 이즈미트시. 터키 자동차산업 1번지답게 ‘도요타’ ‘르노’ 등 대형 옥외 광고판이 차창 밖으로 빠르게 지나간다. 이윽고 등장한 현대차 터키공장.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터키만큼만 하라.”고 극찬했던 그 공장이다. 이영택 공장장은 “터키인들이 아파트를 사느라 구매력이 줄어든 데다 올해는 선거(대선·총선)까지 겹쳐 내수가 줄겠지만 아파트가 차례로 완공되는 내년부터는 자동차 판매가 급증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현대차가 소형 미니밴 라비타 생산라인을 울산공장에서 터키공장으로 옮긴 것도 이 때문이다. 터키공장은 97년 9월 완공됐다. 현대차가 ‘부르사 악몽’(캐나다 부르사에 생산공장을 지었다가 철수한 사건) 이후 절치부심 끝에 재도전에 나선 첫 해외생산기지다. ‘원년 멤버’인 곽영윤 구매팀장은 “두번 실패할 수 없다는 각오로 모두 이 악물고 뛰었다.”며 “유럽으로의 무관세 수출이 가능하고 젊고 싼 노동력을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것도 (현대터키공장의)조기 성공 비결”이라고 전했다. 터키 국민의 평균 연령은 28세다. 유럽연합(EU)보다 15세나 젊다. 의장 라인에서 만난 우구르 코잘은 “1개 라인에서 매트릭스(라비타의 터키 판매명)와 스타렉스를 동시에 만든다.”며 강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노조는 없다고 했다. ●엑센트 택시…LG 에어컨…삼성 휴대전화 현대차가 터키 택시 시장(판매 1위 엑센트)을 석권하고 있다면 LG는 에어컨 시장 부동의 1위(시장점유율 50%)다. 이즈미트에서 30분 거리인 게브제로 차를 돌렸다. 우리로 치면 전자회사와 자동차부품회사가 몰려 있는 공단 지대다. 손병옥 LG전자 터키법인장은 “터키 가구수가 1800만이나 되는데 에어컨 보급률은 고작 9%에 불과하다.”며 “아직도 시장이 광활하다.”고 말했다.LG의 제품력과 알체릭(현지 합작기업)의 유통망이라면 최소한 300만대는 팔 수 있다는 장담이다. 실제, 두 회사가 손잡은 뒤 시장 점유율은 35%에서 50%로 급등했다. 그 사이,LG는 2000년 공장 건립 때 은행에서 빌린 장기부채 170여억원(1440만유로)을 지난해말 모두 털었다. 공장 땅값만도 10배나 올랐다. 삼성전자는 ‘외국계 가전회사는 터키에서 절대 성공 못한다.’는 통념을 깬 대표적 예다. 베코베스텔이라는 토종기업의 아성이 워낙 견고해 LG전자마저 내수시장에서는 ‘LG베코’라는 합작 브랜드를 쓰고 있다. 터키 진출 한국 기업 1호(1984년)인 삼성전자는 지사 설립 이래 줄곧 ‘삼성’이라는 독자 브랜드를 고집하고 있다. 이창성 이스탄불 지사장은 “베코사와 가격으로 붙어서는 백전백패”라며 “품질과 브랜드 이미지로 승부한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고가 TV시장은 이미 상당부분 잠식했다. 휴대전화도 시장점유율이 22%로 올라섰다. 여세를 몰아 7월1일 법인으로 전환한다. ●합작진출 대부분 속 단독투자도 합작 진출이 대부분인 터키에서 드물게 단독 투자를 감행한 CJ를 찾아가보기로 했다. 이스탄불에서 자동차를 고속페리에 싣고 마르마라해(海)를 건넜다. 배에서 내려 다시 고속도로를 내달리기를 총 4시간.CJ 사료공장은 ‘섬유·온천·케밥’으로 유명한 터키의 5대 도시 부르사에서도 시골로 더 들어간 이네겔에 있었다. 지석우 CJ터키 법인장은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와 세금 부담을 줄이려면 합작이 유리했지만 마침 적당한 매물이 시장에 나와 단독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대신 터키의 악명 높은 레드 테이프(복잡한 행정절차)와 싸우느라 고생깨나 했다.”며 웃는다. CJ는 2004년 경영난에 처한 현지 사료공장을 사들여 자본금 20억원의 법인을 설립했다.CJ그룹의 유럽·중동권 생산기지 1호다. 시장조사 단계부터 참여했던지 법인장이 당초 검토대상에 올랐던 우크라이나·태국·인도를 젖히고 터키를 선택한 것은 우유 섭취량 때문이었다. 터키인의 1인당 우유 섭취량은 우리나라의 2배가 넘는다. 이는 거대한 사료 내수시장을 의미했다. 그런가 하면 금호타이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제타 지사를 접고 지난해 10월 이스탄불에 지사를 새로 냈다. 이영곤 지사장은 “터키는 사우디(2300만명)보다 인구가 3배나 많고 타이어 수요도 1200만개나 된다.”며 “소매가 기준으로 8억달러 시장”이라고 소개했다. 고부가가치의 고성능 타이어(UHP) 시장이 주된 타깃이다. ●연성 노조…복장터지는 ‘인샬라’ 터키 기업들은 노조가 없거나, 있더라도 연성이다. 에르빌 데미르카야 LG전자 터키공장 노조위원장은 “1980년대까지는 터키노조도 강성이었지만 지금은 고용 안정이 최대 관심사”라고 말했다. 회사의 지속 성장으로 고용이 계속 늘고 있어 노사문제가 별로 없다는 설명이다. 인건비는 업종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생산직은 300∼750달러, 사무직은 1000달러, 매니저급은 1500달러 이상이다. 고용과 해고도 비교적 자유롭다. 한때 45세만 되면 무조건 정년퇴직해야 하는 ‘웃지 못할’ 법이 있었지만 지금은 남자 60세, 여자 68세로 퇴직 연한이 바뀌었다. 현지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애로점 중의 하나는 ‘인샬라(신의 뜻)’다. 갑자기 가스를 끊겠다는 통보가 와 해당 부처에 항의해도, 인허가가 언제 나오느냐고 채근해도 “인샬라”라는 대답이 돌아온다고 한다. CJ터키 조순구 부법인장은 “예측이 불가능해 복장터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털어놓았다. 토종기업들의 공공연한 탈루와 분식회계도 외국 기업들을 힘빠지게 하는 대목이다. 이렇듯 장단점이 교차하는 까닭에, 시장이 좀 더 정비되는 몇년 뒤가 투자 적기라는 견해도 있다. 무스타파 알페르 터키외국인투자자협회 사무총장은 “그때는 기차를 놓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지금부터 2∼3년이 최대 투자 적기라는 주장이다. hyun@seoul.co.kr ■ “칸 카르 데시” 한국인에 호감 |이스탄불 안미현특파원|터키의 교민 수는 정확하지 않다. 터키한인회는 2000명, 코트라는 1000여명으로 추산한다. 선교사나 주재원을 뺀 순수 교민은 그리 많지 않다. 18년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96년말 퇴직금 5500만원을 들고 터키로 이민왔다는 김성렬(54) 라도르무역(섬유회사) 사장은 “아무래도 지리적 거리감과 종교적 이질감(이슬람교)이 터키행을 막지 않았겠느냐.”고 분석한다.5년간 효성 이스탄불 지사에 근무한 것이 이민을 결심한 계기가 됐다고 한다. 해외한인무역협회(옥타:OKTA) 터키 지부장이기도 한 그는 “터키 경제가 살아나고 있어 열심히만 하면 먹고 살 것은 있다.”며 투자 이민을 적극 권했다.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터키인들의 호감도 터키 이민의 매력적 요소다. 시장에서 “칸 카르 데시”하면 물건값을 깎아줄 정도다. 칸 카르 데시란 피를 나눈 형제란 뜻으로 터키가 한국전에 참전하면서 생겨난 말이다. 교민들의 대다수는 섬유업과 여행업에 종사한다. 터키가 전통적으로 카펫 등 섬유산업에 강해서다. 대한항공 직항노선이 생기면서 여행객도 급증했다. 교민들이 말하는 초기 정착금은 대략 10만달러 선이다. 학비는 현지 사립학교가 연간 7000∼8000달러, 외국인학교는 2만달러 선이다. 집세와 물가도 비싼 편이다. 성묘 등 우리나라와 비슷한 풍습도 적지 않다. 조규백(52) 터키한인회장은 “조상(돌궐 흉노족)이 같아서인지 정서나 언어가 비슷한 게 많다.”고 소개했다. 조 회장은 그러나 “이 때문에 오히려 터키를 만만히 봤다가 실패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철저한 사전조사를 거쳐 이민을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인회 홈페이지(www.turkeykorean.com)에 이민 정보가 자세히 나와 있다. hyun@seoul.co.kr ■ 터키 SUV 2대중 1대는 ‘쏘렌토’ |이스탄불 안미현특파원|터키가 세계에서 기름값이 가장 비싼 나라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 터키는 기름값과 차값이 유난히 비싸다. 기름값은 ℓ당 2000원 안팎이다. 주변 산유국에서 육로로 기름을 실어나르는데도 기름값이 비싼 것은 60∼80%에 이르는 세금 때문이다. 자동차에도 38∼84%의 엄청난 특별소비세가 붙는다. 쏘나타만 해도 우리나라보다 20∼30% 비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터키인들에게 자동차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특히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의 인기가 최고다. 언덕이 많고 길이 구불구불한 지형적 특성 때문이다. 이스탄불 마르마라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송자씨는 “기아차 쏘렌토는 터키 젊은이들의 꿈”이라고 전했다. 쏘렌토는 동급 SUV시장의 절반 가까이(47.4%)를 석권하고 있을 만큼 인기가 압도적이다. 지난해에만 4252대가 팔렸다.2위인 랜드로버 레인저 로버(884대,9.8%)와의 비교가 무색할 정도다. 현대차 싼타페(720대,8.0%)는 그 뒤를 바짝 쫓아 3위다. 차가 없는 서민들은 ‘돌무시’라는 버스를 탄다. 버스요금이 무려 700원이다.1인당 국민소득은 우리나라의 절반인데 버스요금은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hyun@seoul.co.kr
  • [환경·생명] ‘쓰레기장 된 바다’가 썩어간다

    [환경·생명] ‘쓰레기장 된 바다’가 썩어간다

    바다는 더이상 육지의 쓰레기장이 아니다.1988년부터 시작된 폐기물 해양투기(投棄)로 바다에서 신음소리가 들린다.3곳의 투기지역은 최근 연간 900만∼1000만t의 폐기물 때문에 자정 능력을 잃고 쓰레기장으로 변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투기지역 오염실태를 조사한 결과 동해병 일부 지역 퇴적층의 중금속 오염 정도는 기준치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처리비용이 싸다는 경제논리를 내세워 해양투기를 고집할 때가 아니다. ●군산·포항·울산 등 3곳… 중금속 오염 심각 해양투기는 육지에서 처리가 곤란한 폐기물을 바다에 버리는 제도. 오수·분뇨·축산폐수 및 정화시설에서 발생한 오니, 음식물 처리시설에서 나오는 액체 상태의 쓰레기, 준설 및 건설공사 오니 등이 바다에 버릴 수 있는 폐기물이다. 다만 중금속 등 14종의 허용 함량을 지켜야 하고 반드시 등록된 선박으로 운송, 지정 해역에 버려야 한다. 운영 중인 바다 쓰레기장은 3곳. 군산 서쪽과 포항 동쪽, 울산 남동쪽으로 멀리 떨어진 일정한 해역을 투기장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최근 15년간 해양 배출량은 10배 증가했다. 폐기물은 늘어나지만 육지 매립이 금지되면서 바다에 버리는 폐기물량이 급증한 것이다. 하수오니의 경우 육상 직매립이 막히면서 한해 투기량은 1997년 27만t에서 2005년에는 163만t으로 늘어났다. 축산폐수는 2001년 113만t에서 2005년에는 275만t으로 증가했다. 해양배출업자에게 위탁 처리하면 축산 농가의 폐수처리설치의무를 면제해준 것이 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음식물폐기물도 2005년부터 육상 직매립 금지 이후 한해 150만t 정도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 해양투기비용이 육상 처리비의 7~25%로 싼 것도 해양투기량 증가를 부채질하고 있다. 하수오니 소각처리 비용은 t당 20만원이지만 바다에 버리는 비용은 2만원 안팎이다. 육상 처리시설을 늘리거나 재활용하는 노력은 뒤로한 채 처리 비용을 덜 들이고 쉽게 처리하기 위해 바다에 버리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바다를 육지의 쓰레기장으로 생각하는 잘못된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면서 “폐기물 정책 우선 순위를 ‘감축-재활용-소각-매립-해양투기’순으로 돌리고 육상 처리시설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다 자정능력 상실… 죽음의 바다로 전락 폐기물 해양투기를 집행·감시하는 해양경찰청은 육상에서 부두까지 별도의 저장 탱크로 운반해 약품처리한 뒤 바다 자정능력을 감안해 넓은 면적에 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홍기 포항해경 해양오염관리과장은 “폐기물 운반선에 선박위치자동식별장치(AIS)를 달아 투기 해역, 투기량 등을 실시간 감시하고 있어 불법 투기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연간 투기량을 줄이고 휴식년제를 도입, 자정 능력을 키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환경단체나 어민들은 이미 오랫동안 해양투기가 이뤄져 바다가 죽었다며 당장 해양투기를 중단하라고 주장한다. 폐기물을 액체 상태로 버린다고 해도 이들이 바닷속에 가라앉아 퇴적물이 심각한 수준의 중금속으로 오염됐다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정지숙 국장은 “해양투기 지역은 이미 죽음의 바다로 변했다.”면서 “서해병 해역은 폐기물이 포화상태를 넘어 바다 바닥에 서식하는 생물의 중금속 오염도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일부 지역은 오염 정도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공개는 꺼렸다. 해수부 관계자는 “몇몇 언론이 오염 심각성을 지적한 이후 투기지역 오염실태를 조사한 결과 동해병 일부 지역 퇴적층에서 중금속 오염 정도가 기준을 넘어섰다.”면서 “그러나 마치 모든 바다가 오염된 것처럼 오해할 수 있어 자료를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폐기물재활용·육상처리시설 늘려야 국제적으로도 해양투기는 금지하는 추세다. 미국이나 유럽에선 해양투기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일본도 이달부터 바다에 버리지 않기로 했다. 우리나라도 ‘런던협약 96의정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해양투기 품목이 하수오니·준설물·생선폐기물·천연기원유기물·불활성지질물질·선박플랫폼 및 해상인공구조물·강철 콘크리이트 재질의 벌크형태 물질로 제한된다. 폐기물 배출 허가제도 도입과 해양투기 정보를 보고할 의무도 져야 한다. 정부는 2012년부터 하수처리 슬러지와 가축분뇨의 해양배출을 전면 금지할 계획이다. 또 전체 투기량을 연간 100만t씩 줄여 2012년에는 400만t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선 폐기물을 육지에서 처리해야 하는데 처리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문제다. 전국 32곳의 하수처리장 가운데 하수슬러지 처리설비를 갖췄거나 공사를 하고 있는 곳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가축 사육 농가들도 분뇨 처리비용 증가를 이유로 해양투기 금지에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폐기물을 줄이는 동시에 재활용하고 육상처리 시설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경기 이천에 축산 분뇨를 이용해 발전소를 세운 것이나 하수슬러지를 굳혀 수도권 매립지 복토제로 사용하는 것처럼 폐기물의 재활용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김두환 환경부 생활하수과장은 “2011년까지 하수처리장 오니 7000t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사설] 국민연금개혁 동력 살려야

    국민연금법 개정을 강력하게 추진해 온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책임을 통감해서 사의를 밝혔다고 한다. 개정 연금법의 국회 통과 무산에 이어 실무장관의 사의표명으로 연금개혁이 동력을 잃는 게 아닐까 심히 우려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장관의 진퇴와는 별개로 4월 국회에서는 반드시 재개정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하루에 800억원씩 불어나는 국민연금 잠재부채를 떠올리면 촌각을 다투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이번 주에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다시 내기로 했다니 기대해 보겠다. 그러나 지난번처럼 또 당리당략에 따라 자당(自黨)의 법안을 고집하면 곤란하다. 열린우리당·정부 법안과 한나라당·민노당 법안은 상당히 근접해 있는 만큼 우선 법안 통일에 각 당이 성의를 보여야 한다. 대동소이한 사안에 대해서는 대승적인 양보가 있어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법에는 국가와 국민의 장래가 걸려 있다. 지금 고치지 않으면 1970∼80년대 개혁을 미루다가 기회를 놓친 이탈리아처럼 될 수도 있다. 기금이 파탄나서 쩔쩔매는 상황이 남의 나라 일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사소한 견해차 때문에 개정안이 번번이 무산된다면 국회는 역사적·정치적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유 장관에 대한 일부 국회의원들의 개인적 감정이 기권표로 이어지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도 다시 없어야 한다. 유 장관의 사의 표명을 두고 정치권에서 구구한 해석이 나도는 것은 유감이다. 연금개혁 무산 책임을 물타기하려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어서다. 연금개혁은 장관 개인의 진퇴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다만 유 장관이 연금개혁에 혼신을 다했다는 점에서 당장의 퇴진을 재고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정부는 흔들리지 말고 정치권을 설득해서 연금개혁을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
  • ‘옳다고 생각하면 행동하라’

    “가난한 나라가 낸 분담금도 있는 데 그 돈으로 호강할 순 없다.” 지난해 5월 타계한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비행기를 탈 때마다 1등석 대신 2등석을 고집했다. 관행상 국가원수급 예우를 받는 직책이지만 평소 검소한 생활인의 자세를 보여준 것이다. WHO 제네바 본부에서 보건복지부 국제협력관으로 근무한 권준욱씨가 이런 이 전 총장의 모습을 추억하며 에세이집 ‘옳다고 생각하면 행동하라’(도서출판 가야북스)를 펴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전염병관리팀장으로 일하고 있는 권씨는 젊음, 성공, 인내, 고난, 명성, 행동, 초심, 자부심 등 각 주제별로 이 전 총장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 전 총장은 무엇보다 부정적인 말과 태도, 패배주의적 시각을 싫어했으며 행동의 중요성을 역설했다고 한다. “옳다고 생각하면 바로 행동해야 돼.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으며, 재정 지원도 늘어나지 않으니 결국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하고 좌절하는 셈이지.” 권씨는 WHO가 이 전 총장의 업적을 기려 ‘이종욱 박사상(Dr.LEE jong-wook Award)’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서울광장] 다양성이 진정한 평등이다/ 함혜리 논설위원

    [서울광장] 다양성이 진정한 평등이다/ 함혜리 논설위원

    프랑스 인권선언은 제 1조에서 “인간은 나면서부터 자유로우며 평등한 권리를 가진다.”고 했다. 최근 현대중공업 민계식 부회장으로부터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다. 민 부회장은 어릴 때 인권선언 1조를 영문으로 적어 항상 목에 걸고 다녔다고 한다. 그러도록 시킨 사람은 민 부회장의 부친이었다. 경성제대 의학부 1회 졸업생으로 알아주는 인텔리였던 그의 부친은 어린 아들에게 수시로 인간은 어떻게 대접받아야 하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인권선언 1조는 민 부회장의 생활철칙이 됐다. 그는 능력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다. 누구든 각자 장점을 갖고 있고,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소개한 것은 다양성과 평등이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평등의 실천은 다양성을 존중할 줄 알 때에 비로서 가능한 일이다. 프랑스 독일 영국 같은 유럽의 선진국들은 이런 도덕률을 일찌감치 받아들여 사회적 안정을 누리고 있는 국가들이다. 평등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공동체의 발전에 이득이 된다는 것을 터득한 결과다. 우리나라의 경우 평등 의식은 21세기에 걸맞게 발달했으나 다양성에 대한 의식은 아직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우리가 목도하는 모든 여러가지 사회갈등과 불안은 여기에서 비롯된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평등과 다양성의 불균형이 빚어낸 대표적인 갈등 사례가 교육 문제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평등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한다.‘평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고교 평준화가 실시됐고, 대학 본고사도 폐지됐다. 문제는 평등을 원하면서도 능력이나 노력의 차이는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맞춰 대입 제도를 짜깁기하다 보니 하향 평준화와 공교육 부실을 초래했다. 공교육 부실은 사교육 과열, 조기 유학붐, 특목고 신드롬 등을 낳고 있다. 평등을 위해 도입된 평준화가 사회의 양극화를 부추기고 권력과 부의 대물림을 낳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학들은 대입 3불정책(대학본고사·기여입학제·고교등급제 불가)이 대학경쟁력과 교육발전을 가로막는 암초라며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그런데도 교육당국은 ‘평등의 이름으로’ 3불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의 평준화 정책이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것은 특목고 열풍으로 입증되고 있다. 교육시장에서는 수월성 교육이 이미 받아들여지고 있는 셈이다. 정책도 현실을 직시하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아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은 모양이다. 정책당국은 ‘다양성’을 인정하는데에서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류대 출신만 대접받는 사회 분위기와 부모들도 다양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평준화와 수월성을 대립적 관계로 보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다양성을 인정한다면 두 가지 개념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교육정책을 펼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 일반 대학에서 공교육의 철학을 유지하면서, 소수의 엘리트들은 그랑제콜에서 강도높은 교육을 받게 한다. 한·미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최근 타결됐다.FTA의 정신은 개방과 경쟁이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경쟁력있는 인재들을 양성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시급한 과제다. 교육시장의 요구와 변화를 외면한 채 교육평등주의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평등과 다양성의 조화를 찾아야 한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사설] 美 유학생 10만명 만든 한국교육

    2006년 말 현재 미국에 유학 중인 외국 학생 가운데 한국 학생이 가장 많으며, 그 수는 9만 3728명에 이른다고 미 이민관세국(ICE)이 최근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이 미국 유학생 숫자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같은 통계에서도 한국은 인도·중국·일본·타이완 등을 누르고 최다 유학생 수를 기록한 바 있다. 문제는 그 수가 급증한다는 데 있다.2005년 말에는 8만 1616명이던 것이 1년새 1만 2000여명(14.8%)이나 늘어나 곧 10만명 시대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유학생이 많은 것은 탓할 일이 아니다. 외국에 나가 앞선 분야의 지식과 문물을 받아들여 개인과 국가의 발전을 꾀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사회에 불고 있는 ‘유학 열풍’에는 이같은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훨씬 더 심각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공교육 현장은 끝없는 입시경쟁, 집단따돌림, 폭력으로 얼룩져 이미 황폐했고 이를 사교육으로 충당하자니 경제적·정신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것이 이 사회의 교육 현실이다. 따라서 등 떠밀리다시피 해 온가족이 교육이민을 떠나거나 ‘기러기 가족’이 되는 일이 흔하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같은 ‘도피성 유학’을 차단하는 해법은 하나뿐이다. 국내 교육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교육당국의 정확한 현실 파악이 중요하다. 지금처럼 어정쩡한 상태로 평준화 정책을 고집하면서, 특목고 등을 둘러싼 고입 경쟁은 경쟁대로 방치하는 것이 옳은가를 따져봐야 한다. 학생·학부모의 다양한 교육 수요를 소화할 수 있게끔 유연성 있는 교육 정책을 수립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대학을 비롯한 각급학교 운영진·교원들도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경쟁력을 키우고자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자녀를 키우기에 적합지 않은 사회에 미래가 없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다.
  • ‘의사’ 가운 벗고 새달 단독공연 가수 김창완

    ‘의사’ 가운 벗고 새달 단독공연 가수 김창완

    “변신은 깨어있는 삶의 모습입니다. 가수뿐 아니라 모든 분야의 엔터테이너들에게 필수적인 덕목이죠.” 드라마 ‘하얀 거탑´ 에서 우용길 부원장 역을 맡아 권력지향형 인간의 전형을 소름이 끼칠 만큼 연기한 ‘가수’ 김창완(53). 각종 언론매체에서 ‘김창완의 재발견’이니 ‘김창완 어록을 만든다.’며 호들갑이지만, 정작 본인은 담담하다. “팬들이 우용길로의 ‘변신’이라 느꼈던 것은 그동안 (내가)맡았던 나이브한 역할들이 밑그림이었다고 생각해요. 물론 변신 자체도 중요하지요. 하지만 팬들이 꾸준히 변모해 가는 나의 모습을 실감할 수 있는 항상성이 보다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팬들에겐 반란처럼 느껴졌던 우용길 캐릭터도 벌써 시들해 졌나 보다. 의사 가운을 벗어던지기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 공연을 연다. 오는 5월3∼4일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나는 김창완이다’라는 이름의 단독공연을 한다. 지난해 산울림 결성 30주년 콘서트 이후 1년, 단독공연으로는 2001년 이래 6년 만이다. ‘하얀 거탑’ 이후 드라마와 영화 등 출연 제의가 쇄도했지만, 음악무대에 먼저 서겠다며 고집을 부렸다. “산울림보다는 인간 김창완의 음악을 선보이고 싶어요. 기존에 발표된 음악을 무대에서 재현한다기보다 가수로서의 삶, 음악이 만들어지는 현장을 팬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거죠. 마치 내 방에서 함께 음악을 듣는 듯한 포근한 분위기를 연출할 생각이에요.” 디지털로 쉽게 만들어지고, 또 어느새 쉽게 버려지는 요즘 음악들이 차갑게 느껴졌기 때문일까. 관객들에게 가공되지 않고 따뜻하게 증폭되는 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이번 공연에서는 ‘빈티지(진공관 앰프를 통해 울려퍼지는 아날로그 느낌의 소리)’시스템을 이용하기로 했다. 넓은 공간에서의 음향전달은 ‘PA(Public Adress) 스피커’라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깬 것이다. 섬세한 음을 재현하기 위해 공연에 투입되는 악기에도 적잖은 변화를 줬다. 전자악기는 최대한 자제하고 피아노와 콘트라베이스 등을 주로 사용할 예정이다. 클래식 악기들이 가진 인간적인 ‘소리’를 활용해 자신의 곡들을 재해석하겠다는 뜻이다. “산울림 음악보다는 자전적 요소가 강하고, 형식면에서도 좀 더 다양하고 자유로운 공연이 될 겁니다. 혼자 작업했던 앨범 ‘기타가 있는 수필’ ‘추신’ 등과 산울림 6,10,11,12집에 수록된 곡들을 주로 선보일 계획입니다.” 흔히 김창완의 캐릭터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이웃집 아저씨’라 표현한다. 절반은 맞다. 분명 친근하면서도 소탈하니까. 하지만 이웃집 아저씨에서 우용길로, 우용길에서 다시 천연덕스럽게 ‘어머니와 고등어’를 노래하는 김창완으로 변신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다. 인터뷰 말미에 가수와 연기자 중 택일을 하라는 다소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어느 길로 가든, 다른 한길은 가지 않은 길로 남을 겁니다. 다만 선택은 대중들의 몫이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임권택 영화 ‘천년학’ 개봉

    임권택 영화 ‘천년학’ 개봉

    “나는 영화속에 리얼리티가 담겨야 한다고 고집하는 감독입니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리얼리티란 내 개인적인 삶의 체험에서 나오는 것이라기보다 좀더 넓은 의미의 것으로, 다양한 우리들 삶의 경험에서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것으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물론 영화는 단순한 오락물일 수 있어요. 그러나 나는 영화란 우리의 삶에 대한 창조와 지혜의 예술양식이라고 봅니다. 우리의 삶 자체를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서 영화가 우리의 삶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거장 임권택. 오는 12일 개봉하는 100번째 영화 ‘천년학’(오정해·조재현 주연)으로 한국 영화사에 가장 큰 발자취를 남긴 임권택(71)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천년학은 어려서 소리를 위해 남매 아닌 남매가 된 동호(조재현)와 송화(오정해)가 평생 서로를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임 감독은 젊은이들에게 우리 조상들의 ‘슬픔’의 정서를 보여주고 싶어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천년학’은 남도소리를 입힌 사랑 이야기 ▶감독님! 만나서 영광입니다. 초등학교 때 ‘씨받이’(강수연 주연·1987년 개봉)를 보고 감독님의 작품세계를 처음 접했습니다. -초등학생 때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때인데 씨받이를 왜 보고 그러나. 허허. ▶100번째 작품으로 천년학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요? -천년학은 이청준의 연작소설 ‘남도사람’ 중 ‘선학동 나그네’를 원작으로 한 거야. 애초 ‘서편제’(1993년 개봉)때 시나리오로 쓰려던 것인데, 당시 기술로는 소설 속 배경인 바닷물이 드나드는 선학동(전라남도 장흥군 소재)을 만들 수가 없어서 무척 안타까웠어.(원래 이 지역은 바닷물이 드나들었지만 개간사업으로 농토로 바뀐 상태다.) 그러다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이 발전해 이 문제가 자연스레 해결된 거야. 그래서 100번째 작품으로 다시 한번 도전한 거야. ▶천년학을 ‘서편제’의 후일담으로 봐도 될까요? -영화의 기본구조는 비슷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남도소리의 역할이 서로 달라. 서편제가 ‘소리에 사랑 이야기를 입힌 영화’라면 ‘천년학’은 거꾸로 ‘사랑 이야기에 소리를 넣은 작품’이야. 서편제가 소리 자체를 중시했다면 천년학은 이야기 구조에 좀더 비중을 뒀어. ●100편의 영광,100번의 고뇌 ▶100편이나 영화를 만들었는데 기분이 어떠신지요? -한편 한편 찍을 때마다 정말 피가 마르는 심정이야. 지금도 마찬가지야.100편을 찍은 보람보다는 이제 간신히 영화를 끝냈다는 생각 뿐이야. ▶100편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과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 있다면요? -부모가 어찌 예뻐하는 자식을 남들에게 대놓고 말하겠는가. 다른 자식들이 들으면 서운해할 것 아냐. 하지만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작품은 있어.‘태백산맥’(1994년 개봉)이 그래. 원래 노태우 정권 때 만들려던 것인데 주변에서 워낙 만류가 심해 문민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기다렸지. 영화를 만들 때도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전화를 수도 없이 받았어. 하지만 더 힘들었던 것은 바로 내 자신이 ‘내 사상의 검열관’을 자처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서야. 워낙 표현의 자유를 억압받고 살다 보니 자연스레 내가 알아서 자신을 통제하던 거지. 만약 좀더 ‘열린시대’에 살았다면 태백산맥이 더 좋은 작품이 됐을 텐데…. ▶101번째 작품으로는 뭘 해보고 싶으세요? -솔직히 그동안은 작품을 고를 때 남들의 기대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 하지만 이제는 내가 진짜 해보고 싶은 작품을 한번 해볼 테야. 그게 현대물일 수도 있고 애정물이 될 수도 있겠지. 이제부터는 남들에 대한 부담에서 좀 홀가분해지고 싶어. ●스크린쿼터 없었으면 나도 없었다 ▶한·미 FTA가 타결돼 스크린쿼터가 73일로 완전히 확정됐는데요. -(담배를 꺼내 긴 연기를 내뿜으며)한국 영화산업이 이제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 사실 스크린쿼터가 없었다면 나처럼 흥행과 관계가 없는 감독은 생겨나지도 않았을 텐데 말야. ▶한국 영화들을 보면 조폭영화나 코미디 영화들이 주류를 이루는데, 그래도 스크린쿼터가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그런 상황을 부인하지는 않아. 하지만 스크린쿼터가 줄어들면 미래 한국영화는 그런 종류의 영화들만 남아 있게 될지도 몰라. 한국 영화가 더더욱 경제논리에 내몰릴 테니까 말야. ▶그렇다면 최근 본 한국영화 중 ‘제대로 된 한국영화답다.’고 느낀 작품이 있었는지요? -지난해 개봉한 김대승 감독의 ‘가을로’(유지태·김지수 주연)가 꽤 인상 깊었어. 감정의 절제를 통해 흥행보다 영화적 완성도를 택한 감독의 고집을 읽을 수 있었지. ▶위기의 한국 영화계에 한마디 하신다면요? -앞으로 우리 영화산업에 커다란 회오리가 몰아치겠지만 우리 영화계에도 재능과 잠재력을 가진 감독들이 여럿 있다는 것이 위안 거리지. 앞으로 상황이 어려워져도 지금까지 그랬듯 늘 최선을 다해 헤쳐 나가는 수밖에 없지. ▶앞으로도 한국 영화 발전을 위해 많은 노고 부탁드립니다. -류 기자는 자식 관리 잘해야겠어. 자네 아들도 아빠 닮아서 어려서부터 ‘씨받이’ 같은 거 보러 다니면 어쩌려고 그러나. 허허허.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칭찬보다 아름다운 추억은 없다

    칭찬보다 아름다운 추억은 없다

    우리말에 추임새라는 참 좋은 말이 있다. 판소리 공연이나 신명나는 사물놀이 사이사이에 얼싸 좋고, 그렇고 말고, 아먼(암~)하며 고수가 흥을 돋우기 위해 넣는 소리를 말한다. 그런 추임새를 요즘은 남을 배려하고 칭찬하여 기를 살려주고 장점을 인정하여 무한가능성에 도전하도록 동기 부여시키는 직장 내 추임새 운동으로 새로운 사풍을 만들어 간다고 한다. 요즘처럼 사는 것이 어렵기도 하지만 불평과 비난이 난무하여 존경받는 정치인도 지도자도 부재한 상실의 사회 실상을 보노라면 칭찬과 배려의 덕목이 절실해지고 국가의 권위와 존경이 실추된 사회 현상이 안타깝기 이를 데 없다. 너나없이 한평생 살면서 칭찬을 받았을 때 감동과 기쁨을 잊지 못하는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있겠지만, 나처럼 칭찬에 인색한 언행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안타까움이 평생의 과제로써 연구 대상임을 솔직히 고백한다. 여기 내가 받은 칭찬으로 잊지 못할 추억을 회상하노라면 내 고향 산골 중2 때 새로 부임해 오신 국어 선생님(예쁜 여선생님)께서 “넌 어찌 그리 글짓기를 잘하니?” 하시며 어깨를 다독이며 안아주시던 칭찬(지금 나는 그때의 모습을 스킨십으로 고착시켜 버린, 착각은 자유가 된 아름다운 동심의 추억)으로 독서와 영화광으로 시작하여 독후감과 감상문을 쓰는 즐거운 습관을 길들이며 성장한 청소년 시절, 지금도 바인더북에 정리되어 있는 여러 권의 그것들은, 아이들 중·고시절 독후감 숙제 컨닝용으로 오용된 빛 바랜 추억의 잡기장. 성인이 되어 재직 중일 때는 영업 실적 호전으로 매출 신장의 새로운 획을 긋는 성과 때마다 나만의 조용한 만족과 더불어 회사와 동료들의 칭찬과 부러움으로 보람을 만끽했던 멀지 않은 지난 세월 속 잊지 못할 칭찬의 추억을 회상해 본다. 이렇듯 칭찬의 위력과 그 영향인지 초노(初老)의 지금에도 나의 알량한 자존심을 위한 객기의 일환으로 글을 쓰게 되고 잘 나가는 출판사의 유능한 직원들을 만나 책까지 출간하며 특별 테마 기획에 따라 졸필의 기사를 기고하게 되는 즐거움과, 가톨릭 서울교구 노인 사목부 기자 역을 맡아 월간 8만 부를 발행하는 《길잡이》 책자의 노년의 향기와 노인대학 탐방 취재 역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그 지향하는 일의 결과가 완성에 이르도록 최선을 다하는 소중한 일상이 되고 있다. 지금도 나는 칭찬에 인색함과 부족한 설득의 화법이 개선되지 않는데도, 신심활동의 신앙인과 졸필의 기자 역으로 뵙게 되는 사제와 수도자께 존경과 신뢰를 쌓는답시고… 그분들의 리얼한 인간미를 유도 확인하여 나의 안위를 챙기려 드는 고집스런 습관을 반성해 본다. 내가 좋아 만나는 주변의 모든 사람들 중에는 젊고 유능한 봉사자 선생님들과 기자들 또, 가족 친지와 동아리 친구들 모두가 칭찬의 대상이자 나의 훌륭한 파트너이며 소중한 이웃인 이들을 향한 나의 언행을 주의 깊게 살펴보노라면… 간결한 서론과 명료한 의사 표현으로 즐거운 대화의 파트너 십(partner ship)을 형성하고 상대방을 설득하여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먼저 상대방을 인정하고 칭찬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와 배려하는 습관을 생활화하도록 노력하는 데도 잘 되지 않는다.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한 적절한 화법과 협상 능력은 모든 비즈니스의 기본이며 다양한 의견이 상충하는 조직과 모임에서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여기 음미할수록 흥겨워지고 구연(口演)되는 감동의 현장을 떠올리면 더욱 그러한 ‘추임새’의 말마따나 내가 받은 칭찬의 감동만큼 남을 배려하고 칭찬의 타이밍을 잃지 않는 여유와 준비된 마음을 위해 나의 부족한 친화력을 이참에 재충전 해본다.     월간 <삶과꿈> 2007.02 구독문의:02-319-3791
  • [사설] 정부만 현금 고집하는 이상한 신용사회

    신용사회라고 하지만 정부는 예외다. 경제활동인구 1인당 서너장씩 신용카드를 갖고 있고, 대부분의 금전거래가 카드로 통하는 사회에서 정부만 현금을 고집하고 있어서다. 사실 세금과 벌금, 과태료에 대한 카드결제는 해묵은 난제다. 카드 수수료를 누가 부담할 것이며, 거래일 다음 달에야 이루어지는 카드결제와 세금 등의 납기를 일치시키기 어려운 점, 공공기관 카드결제기 설치비용 등이 만만찮아서 미루어져 온 사안이다. 연간 세수 170조원 가운데 30%만 신용카드를 써도 국세청이 부담해야 할 수수료가 1조원이 넘는다니 이해할 만하다. 그렇다고 정부가 언제까지 신용사회의 편입을 거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구나 경제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국민에게 카드결제를 종용한 게 정부 아닌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전문성 있는 국회의원들도 법 개정을 통한 카드결제를 모색했지만 여의치 않은 모양이다. 그만큼 걸림돌이 많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 등 상당수 지자체가 카드사와 가맹점 수수료 면제 계약을 맺어 카드납부를 시행중이다. 정부도 국민편의와 행정서비스 차원에서 이제는 세금 등의 카드결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수수료 문제는 요율을 최대한 낮추되 미국처럼 납세자가 전액 부담하게 하거나, 공공기관과 납세자가 절반씩 부담하는 등의 방법이 있을 것이다. 민간 카드회사의 협조가 어렵다면 카드공사(公社)라도 설립해서 공공기관에 내야 할 세금 및 공과금의 카드결제를 수수료 없이 전담하게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신용불량 보완대책까지 정교하게 세워두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행정편의에만 안주할 게 아니라 어떻게든 국민 처지에서 행정을 펴려는 자세가 보이지 않아 아쉽다.
  • [사설] 연금개혁 무산시킨 무책임 정치

    국회가 정부·여권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낸 수정동의안도 무산시켰다. 서로 자기 당의 안을 고집하다가 결국 두 법안 모두 물거품이 된 것이다. 참으로 무책임하고 개탄스러운 작태다. 나라살림이야 거덜나건 말건 당리당략에 눈먼 소아적 발상이나 다름없다. 개혁이 다급한 연금법은 제쳐두고 새로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기초노령연금법과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일사불란하게 제정한 것은 노인 표를 겨냥한 얄팍한 속셈이 아니고 뭔가. 국민연금은 이대로 가면 오는 2047년에 바닥난다. 하루에도 800억원씩 잠재부채가 늘어나 고스란히 미래세대에게 떠넘겨지고 있다. 그래서 촌각을 다투는 법안인데 어쩌자고 이렇게 미적거리는지 답답하다. 정부 개정안은 보험료율을 9%에서 12.9%로 올리고 받는 돈은 소득의 60%에서 50%로 내리자는 것이다. 반면 한나라당과 민노당의 안은 보험료율을 그대로 두고 소득의 40%를 주자는 것이다. 둘 다 ‘반쪽 개혁’이긴 하나, 정부안이 현실성이 있어 우리는 이 안을 지지했다. 그런데 이마저 못하겠다면 나라의 장래는 누가 책임질 것이며, 후세에게 어떻게 낯을 들 것인가. 연금개혁은 역대 정부가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인기 없는 정책이라 외면해 왔다. 참여정부는 이를 무릅쓰고 3년여 공을 들여 이나마 진전시켰는데 막판에 무산되고 말았다. 연금법안은 여권과 야당이 따로 법안을 상정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 정치권의 의견조율이 덜된 상태에서 표결했으니 상대 당의 법안이 먹혀들 리가 없었던 것이다. 연금개혁은 올해를 넘기면 다시 기회를 잡기 어렵다. 정치권은 우선 법안부터 통일해야 한다. 국가의 장래를 위해 역사적 책무를 더 이상 방기하지 말기 바란다.
  • 울주 7봉 VS 영남 알프스

    울주 7봉 VS 영남 알프스

    울산 울주군과 인접한 경남 밀양·양산시, 경북 청도군이 산 명칭을 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 4개 자치단체에 걸쳐 있는 7개 산 무리 이름을 울주군이 지역이름을 따 ‘울주 7봉’이라고 붙인 것이 발단이다.3일 울주군에 따르면 상북면∼삼남면에 걸쳐 이어져 있는 해발 1000m가 넘는 간월산·신불산·고헌산·가지산·천황산·재약산·영축산 등 7개 산 무리를 올해 초 ‘천하명산 울주 7봉’이라고 이름을 붙여 산악관광자원화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 7개 산마다 역사문화적 배경에 바탕을 둔 특색있는 콘텐츠를 개발해 관광자원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울주 7봉 담당’이라는 직제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자문을 받고 있다. 이 산들은 높은 봉우리와 능선이 이어져 아름다운 산악군을 이루고 있어 산악인 등에게 ‘영남 알프스’로 불린다. 울주군은 영남 알프스라는 이름은 정체가 분명하지 않고 일본에서 따온것 같다는 엄창섭 군수의 의견에 따라 대신 울주 7봉이라는 새 이름을 지어 올들어 공식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울주 7봉이라는 새 명칭을 널리 알리기 위해 최근 특허청에 상표출원을 한 데 이어 도메인 등록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울주군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밀양·양산시와 청도군 3개 시·군이 발끈하고 나섰다. 3개 시·군은 2∼3개 자치단체에 걸쳐 있는 산 무리를 울주군이 아무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지역 이름을 딴 명칭을 붙여 독점하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7개 산 가운데 가지산은 울주군·청도군·밀양시 3개 자치단체에 걸쳐 있고 천황산과 재약산은 울주군과 청도군, 영축산은 울주군·양산시, 고헌산은 울주군과 경주시 지역에 걸쳐 있다. 밀양시는 울주군에 산의 명칭 사용 중지를 요구하는 공문을 세 차례 보냈다. 상표출원이 처리되는 것을 막기위해 곧 이의신청도 할 계획이다. 양산시도 비슷한 내용의 공문을 울주군에 보냈다. 엄용수 밀양시장은 지난달 26일 밀양시 의회가 시정질문을 통해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자 “여러 자치단체에 걸쳐 있는 산을 한 자치단체가 독점 소유한 듯한 주장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적극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양산시 관계자는 “의회·시민단체·사찰 등에서 문제를 제기해 조만간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3개 시·군은 울주군이 울주 7봉 명칭을 계속 고집하면 공동대응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울주군은 울주 7봉은 7개 산을 통틀어 일컫는 이름으로 개별 산 이름을 바꾸거나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이다. 밀양·양산시 공문에 대해서도 이같이 답변했다. 인접 자치단체 의견에 관계없이 울주 7봉 이름을 계속 사용할 방침이라고 밝혀 다툼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산악인들도 “울주군이 영남 알프스 명칭 변경 및 작명과 관련해 여론수렴 등의 과정을 거쳤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FTA 시대-주요분야 득실] 쇠고기- 뼈있는 쇠고기 5월 OIE 판정후 수입 구두약속

    [FTA 시대-주요분야 득실] 쇠고기- 뼈있는 쇠고기 5월 OIE 판정후 수입 구두약속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양국의 시장이 개방되면서 해당 분야와 업종들은 주판알을 튕기기에 바쁘다. 얻은 것도 잃은 것도 많다.FTA 타결로 쇠고기·농산물·자동차 등 국내 11개 대표 업종들이 어떤 영향을 입게 되고 앞으로 어떤 기회를 새롭게 얻게 될지 분야별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득실을 짚어본다. 협상 전체의 성패를 가를 ‘딜 브레이커(협상결렬요인)’로 꼽혔던 쇠고기는 결국 우리측의 ‘우세승’으로 결론났다. 두 나라 협상단은 현행 40%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세를 ‘15년 이내’에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최종적으로 합의했다. 이는 당초 주위의 예상보다 5년이 더 늘어난 규모다. 이로써 국내로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는 해마다 2.7%씩 관세가 줄어들게 됐다. 앞서 미국은 쇠고기 수입 관세를 적어도 ‘5년 이내’에 철폐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이것도 줄곧 고수해 온 ‘즉시 철폐’에서 우리측의 집요한 요구에 따라 한 발 물러선 것이었다. 반면 우리측은 일찌감치 ‘최소 10년 이상’이라는 마지노선을 긋고 미국측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계속했다. 그러나 미국이 마감 시한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우리측의 요구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였다. 게다가 FTA 정식 의제는 아니지만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뼈있는 쇠고기(LA갈비)’ 검역 문제도 우리측의 요구대로 해결을 봤다.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미국이 ‘광우병 통제국’ 예비판정을 받게 되면 한국이 독자적인 절차를 통해 신속히 수입 재개에 들어간다.’는 ‘구두약속’에 합의했다. 앞서 미국측은 “갈비를 포함한 쇠고기의 전면 수입을 올 하반기부터 재개한다.”는 내용의 합의 문서를 교환하자고 압박했다. 이로써 FTA농업 협상의 ‘메인 매치’였던 쇠고기 관세, 위생·검역 문제에서 우리측은 상당한 ‘선전’을 펼쳤다. 한편 농촌경제연구원 등의 분석에 따르면 쇠고기 관세가 15년 동안 단계적으로 낮아지면 해마다 국내 쇠고기 생산 감소액은 25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올 하반기 이후 ‘LA갈비’까지 수입되면 연내 12만t이 반입돼 호주산을 밀어내고 수입 쇠고기 시장의 3분의 1을 장악한다. 한우 수소 가격은 5.1%, 송아지 가격은 20.9% 하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보다 싼 값에 쇠고기를 맛보게 된다. 유통업계는 FTA 발효후 미국산 쇠고기 소비자 가격은 호주산보다 10%가량 싸고 국산 한우 고기보다는 최대 3분의 1가격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한우 등심 500g의 소비자 가격은 3만 5000원 선이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한·미 FTA 연장협상] 쇠고기 관세철폐 ‘10년후 vs 5년내’

    [한·미 FTA 연장협상] 쇠고기 관세철폐 ‘10년후 vs 5년내’

    마감시한 연장이란 고육책까지 동원하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단을 막판까지 곤경에 빠뜨린 것은 역시 ‘딜브레이커(협상결렬요인)’로 꼽힌 농업과 자동차였다. 두 분야는 진작부터 협상 타결을 위한 ‘빅딜’ 대상 1순위로 간주됐다. 두 나라 협상단은 쇠고기·오렌지 등 초민감농산물과 승용차 관세 철폐 기간을 놓고 최후의 순간까지 대치를 계속했다. ●오렌지는 ‘15년후 vs 5년내´ 대치 쇠고기의 경우 미국은 현행 40%인 우리의 수입 관세를 적어도 ‘5년 이내 철폐’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반면 우리측은 ‘최소 10년 이상’이라는 마지노선을 긋고 미국측의 수용 여부를 요구했다. 현행 관세율 50%인 오렌지의 경우 우리측은 최소 1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관세를 인하하되, 계절관세(수확기에 높은 관세를 매겨 생산자를 보호하는 제도)를 제주도 감귤 출하기인 11월∼2월 정도까지 유지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측은 관세철폐 기한을 ‘5년 이내’로, 계절관세 기간은 우리측 요구보다 1∼2개월 축소할 것을 압박해 협상이 쉽게 진전되지 않았다. 한편 낙농가공품, 천연꿀, 대두(콩) 등은 저율관세할당(TRQ·일정 규모 수입 물량에 낮은 관세 부과) 적용을 통해 돌파구를 찾았다.FTA 정식 의제가 아닌 ‘뼈 있는 쇠고기’ 검역 문제를 놓고도 두 나라 협상단은 장고를 거듭했다. 미국은 “갈비를 포함한 쇠고기 전면 수입을 올 하반기부터 재개한다.”는 내용의 합의 문서를 교환할 것을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우리측은 협상 막판에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 광우병 등급 판정 이후 적어도 올해 안에 수입을 재개하겠다.”는 양보안을 내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약속은 문서가 아닌 구두로 할 것을 요구했다. 자동차도 FTA 협상이 난항을 겪게 만든 주요인이다. 우리측은 현행 2.5%인 한국 승용차 수출관세를 ‘즉시 철폐’할 것을 줄곧 굽히지 않았다. 반면 미국측은 ‘승용차 관세철폐 3년 이내, 픽업트럭 관세철폐 10년 이내’라는 수정안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자동차 “즉시” vs “3년” 반면 우리측은 미국 승용차 수출 관세를 승용차의 경우는 즉시 철폐하고, 현행 25%인 픽업 트럭 관세는 5년내 철폐하겠다는 방안을 고수했다. 다만 우리측은 ‘배기량 기준 세제 개편’ 등 미국측의 부대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선에서 ‘관세 즉시 철폐’와 맞바꾸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 자체 인증과 환경 기준’의 철폐 요구를 접지 않아 절충점을 찾기 힘들었다. 한편 협상 종료전 우리측 협상단 고위 관계자가 “‘즉시 철폐’가 아니어도 FTA 발효 첫 해부터 단계적 관세 인하로 수출 증가 효과는 즉시 나타난다.”고 언급해 미국측 요구를 일부 수용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편 섬유의 경우 우리측은 미국의 섬유 관세를 즉시 풀고 우리 제품에 대해서만 엄격한 ‘얀 포워드(원사기준 원산지 판정방식)’ 방식의 완화를 요구했다. 반면 미국측은 FTA체결 이후 중국산 등이 한국산으로 위장 수출되는 것을 막을 보완책을 요구해 난항을 겪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후배들 연기 무섭게 잘하네요”

    지난 29일 오후 3시 서울 대학로 연우소극장은 마치 20년 전으로 돌아간 듯했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잔인한 형사를 연기했던 배우 김내하가 “세월이 가면 가슴이 터질 듯한…” 하며 나지막하게 노래를 불렀다. 그 사이 문성근·강신일 등 1986년 연극 ‘칠수와 만수’를 연기했던 배우들이 속속 자리에 앉았다. 초연 이후 20년 만에, 연우소극장에서는 8년 만에 연우무대 30주년 기념으로 ‘칠수와 만수’가 다시 무대에 오른다. 시연회에서는 ‘칠수와 만수’를 연기한 박정환·진선규 두 젊은 배우가 혀를 내두를 만한 연기력으로 웃음과 긴장감을 선사했다. 20년이 지난 연극은 개작을 통해 현실에 걸맞게 탈바꿈했다. 기지촌 출신 칠수와 가난한 집안의 만수라는 설정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칠수는 청담동에 사는 회사 과장의 딸을 쫓아다니는 변죽 좋은 청년에다 일본의 격투기 대회 K-1에 진출하는 것이 꿈이다. 문성근은 공연 직후 “후배들이 무서울 정도로 연기를 잘해 경쟁을 못하겠다.”면서 “계속 등산을 열심히 다녀 체력으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겠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초연 당시는 권위주의 정권 시절로 비판과 풍자의 대상이 명확해 관객도 즉각적으로 알아듣고 즐거워했다.”며 “지금은 훨씬 복잡한 표현이 필요할 것으로 걱정했는데 연극이 충실하게 변해서 반갑다.”고 말했다. 연극 도중에는 TV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도 명성을 떨쳤던 문성근 특유의 화법을 “문씨”로 지칭하며 패러디하는 장면도 나온다. 관객들의 폭소를 끌어낸 부분인데 문성근은 “나도 직접 해보고 싶다.”며 반가워했다. 연우무대는 시연회에 참석한 김내하를 비롯해 송강호·유오성·안석환 등 한국의 대표배우와 김민기·박광정 등 연극계를 이끄는 극단대표를 배출했다. 가식적인 발성의 번역극이 판치던 77년부터 창작극만을 고집해 온 연우무대는 소극장에서 한 배우가 여러 캐릭터를 소화하는 역할 바꾸기의 공연형태를 정착시켰다. 시대가 바뀌고 관객의 취향도 변하면서 지난해 한국뮤지컬대상을 받은 창작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를 제작하는 등 연우무대의 스펙트럼도 넓어지고 있다. 문성근은 “사회를 향해 발언이 필요하던 시기여서 직접 (연우무대를) 찾아왔다.”며 멀쩡한 직장을 그만두고 연극을 시작했던 때를 돌이켰다. 그는 “그동안 개인적으로 바빠 연극을 열심히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30일부터 시작된 연극 ‘칠수와 만수’는 7월29일까지 연우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열린세상] 지금 배가 어디로 기울었는가/강지원 변호사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 상임공동대표

    배가 오른쪽으로 기울면 왼쪽에 힘을 실어야 하고 왼쪽으로 기울면 오른쪽에 힘을 실어야 한다. 이처럼 바라보는 대상이 눈에 보이는 배라면 오른쪽으로 기울었는지 왼쪽으로 기울었는지 금방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배가 아니고 우리네 사회·경제적 현실이라면 그렇게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것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요즘 우리 사회엔 종전에 좌파나 우파로 지목되던 인사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위치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심하게는 철저했던 진보인사가 보수정당에 들어가는가 하면, 철저했던 보수인사가 진보정당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더 흔한 경우는 좌파나 우파 인사들이 중도를 표방하며 중앙점 근처를 기웃기웃하는 경우다. 그리고 이론적 근거를 대기 위해 온갖 언어들을 동원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과거식 발상에서 보면 ‘전향’이나 ‘변절’에 속할 것이다. 아니면 좀더 관용적으로 보아 ‘진화’나 ‘타협’으로 봐줄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시각은 개인에게 이념은 불변적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비롯한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한번 좌파인 사람은 평생 좌파이고 한번 우파인 사람은 평생 우파여야 한다는 공식이다. 과연 그러한가. 다시 파도위의 배 한척으로 가보자. 바다위의 파도는 끝이 없다. 파도가 세차서 배가 좌우로 크게 흔들리면 배는 불안하다. 반면 파도가 조금 잔잔하면 좌우로 흔들리기는 하나 그 폭이 좁아 비교적 안정적이 된다. 이처럼 넓은 바다에 크고 작은 파도는 항상 계속되는 것이고, 그리하여 배는 반드시 좌우로 흔들리게 되어 있다면, 그때 배 위의 사람들은 어찌해야 할까. 그때그때 한쪽으로 기우는 방향을 잡기 위해 반대편에 힘을 싣는 일을 끊임없이 계속해야 하는 것이다. 사회·경제적 현실도 마찬가지다. 파도는 쉬지 않고 칠 것이므로 사람은 누구나 항상 한쪽에만 서 있을 수만은 없게 된다. 현실을 보는 눈에 따라 좌로, 우로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세상엔 늘 별난 사람들이 있다. 시도 때도 없이 한쪽만을 고집하는 이들이다. 이들이 이른바 ‘꼴통’들이다. 세상 변하는 것 모르고 하루종일 이상속에서 스스로를 즐기는 것이다. 이들은 세상을 망해 먹는다. 배를 바다속으로 폭삭 가라앉게 하는 것이다. 평생좌파나 평생우파는 없다. 아니 현실이 변하는 한 없어야 한다. 현실이 변한다면 대책이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신이 오늘의 사회·경제적 현실을 어떻게 보느냐이다. 우리는 간혹 자신이 좌파인지 우파인지 뚜렷하게 자신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무엇을 기준으로 자신의 위치를 정해야 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어려운 것이 아니다. 지금 배가 어느쪽으로 기울었는지를 직시하고 그 반대편에 서면 되는 것이다. 오늘의 우리 현실을 두고도 시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 사회가 너무 왼쪽으로 기울었으니 빨리 오른쪽에 힘을 실어 가라앉지 않게 해야 한다는 쪽이 있을 수 있다. 아마도 요즘 여론조사를 해보면 상당수 국민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시각도 있다. 지금은 그동안 너무 오른쪽으로 기울었던 것을 겨우 일으켜 세우기 시작한 것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좀더 일으키기 위해서는 왼쪽에 더 힘을 실어야 할 때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정치인이나 사회운동가, 언론인은 물론 국민들도 ‘직시하는 습관’에 더 익숙해져야 할 것 같다. 사회·경제적 현실을 직시하고 그에 따라 자신의 위치를 정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그것은 곧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정신과도 상통한다. 세상의 변화를 직시하고 생각을 바꾼 것이 틀림없다면 그런 이들을 무조건 비난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격려해야 한다. 다만 위치변동에 대해 교묘한 언설로 변명하지 말고 솔직하게 현실의 변화를 직시하고 생각이 바뀌었음을 커밍아웃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강지원 변호사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 상임공동대표
  • [남북정상회담 논란 3題] “北, 공식라인보다 안희정면담 원해”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안희정씨의 부탁으로 북측 이호남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참사를 만난 전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행정관 K씨는 2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회동 경위와 대화 내용을 상세하게 밝혔다.K씨는 지난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남북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북측 인사들의 대화 제의가 있다는 정보를 듣고 ‘확인’차 만났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K씨는 친분이 있던 모 시사주간지 기자 N씨로부터 ‘북측인사들이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프로젝트가 있다며 안씨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얘기를 들었다.K씨는 친구인 안씨에게 이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안씨가 “나보다 너(K씨)가 만나는 게 좋겠다.”고 해, 지난해 9월25일 베이징 한 호텔에서 K씨와 이 참사,N기자, 권오홍씨 등 네 사람이 동석했다고 한다. K씨는 “나는 남북관계가 단절되면 안 된다는 취지로 민화협의 활동을 강조하며 양측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시종일관 언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참사는 남북 경협사업만 거론하면서 남한 경제발전의 경험을 모델로, 남북경제를 발전시키는 길이 실질적 관계개선이 아니겠냐는 말만 계속했다는 것이 K씨의 설명이다.K씨가 남북관계는 공식라인이 중요하다고 했더니, 이 참사가 “공식라인은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쇼)”라며 비선라인을 고집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안씨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K씨에게 밝혔다고 한다.K씨는 “이 참사에게 안씨를 왜 만나려고 하는지 거듭 물었지만 이 참사는 ‘안씨와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K씨는 권오홍씨가 이 참사에게 ‘남북경협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려면 안희정씨가 적임자’라고 추천한 것을 후에 알았다고 했다.)K씨는 이 참사가 안씨를 만나려는 목적과 남북관계에 대한 입장이 불분명해 만남을 접고 다음날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귀국한 뒤 안씨에게 ‘이 참사가 여러가지로 별로더라.’고 했더니 안씨도 ‘그렇다면 만날 필요가 없다.’고 했다고 한다. K씨는 통화 내내 이 참사와의 회동은 ‘단순한’ 상황인데, 본인이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정부의 ‘비선라인’으로 분류되는 데 대해 불쾌해했다. 당시 이 참사와의 회동을 청와대측이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 K씨는 “청와대가 알았는지 몰랐는지 전혀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얘기는 거론되지도 않았다고 한다.K씨는 “이 참사와의 회동을, 지금 논란이 되는 부분(정상회담, 비선조직설 등)에 끼워맞추는 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필드의 봄 화사하게 ‘굿샷’

    필드의 봄 화사하게 ‘굿샷’

    골프의류가 확 젊어졌다. 경제력 있는 20∼30대 젊은 골퍼의 증가로 각 브랜드마다 이들을 타깃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화이트가 대세였던 작년과 달리 색상은 한층 화려해졌다. 평상복으로 즐겨 입는 추세가 늘면서 디자인은 정형성을 탈피해 더욱 멋스러워졌다. 닥스 골프의 김수미 디자인 실장은 “이번 시즌 골프웨어는 마린이나 레트로풍을 모티브로 젊은 감각의 캐주얼 스포츠룩으로 디자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골프웨어지만 평상시 입을 수 있도록 심플하고 감각적으로 보여지는 의상이 많다는 것이다. # 핑크·옐로등 원색 두각 여전히 인기있는 화이트와 더불어 핑크, 옐로, 블루 등 원색이 이번 시즌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브라운과 옐로, 핑크와 그린 등 과감한 배색도 눈에 많이 띈다. 휠라골프는 여성복의 경우 물방울, 하트, 과일 등 다양한 문양을 사용해 발랄한 느낌을 한껏 강조했다. 노란색 물방울 무늬가 들어간 검정색 코트는 그린 위뿐만 아니라 거리에서도 폼나게 입기에 손색이 없다. 스포티즘의 영향으로 스트라이프 패턴도 여전히 강세. 여성의 경우, 마린풍의 스트라이프 셔츠에 단색 스커트나 바지를 매치하면 경쾌하고 스포티한 느낌을 줄 수 있다. 화사하고 선명한 원색의 사용은 남성복에서도 마찬가지다. 남성복의 경우, 다양한 프린트를 사용해 다채로운 느낌을 강조하거나 어깨나 옆선 등에 니트나 메시(그물) 등 다른 소재를 덧댄 ‘믹스앤매치’로 세련미와 활동성을 더한 제품들이 많이 선보이고 있다. 의상과 같은 계열의 컬러를 사용한 니트 소재 모자 등 다양한 액세서리도 눈에 띈다. 흰 물방울 무늬가 들어간 빨간색 토드백도 의상에 포인트 주기에 알맞다. # 잘 겹쳐 입어야 멋쟁이 패션계 전반에 흐르는 미니멀리즘의 영향은 골프의류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주류 배색인 블랙&화이트는 얼굴색에 관계없이 누구나 잘 어울리며, 세련돼 보이는 장점이 있다. 빈폴골프는 블랙&화이트를 기본으로 작년보다 한층 간결해진 스트라이프와 아가일 패턴을 집어넣었다. 이런 옷차림은 단정·깔끔한 멋을 풍길 수 있으나 자칫 밋밋해 보일 수도 있다. 블랙&화이트로 상의를 입었으면 레드나 옐로 하의로 지루함을 던다. 모자나 장갑, 가방 등의 소품을 적극 활용해 포인트를 주는 것도 좋다. 또한 겹쳐 입기만 잘하면 멋쟁이가 될 수 있다. 통기성이 있는 깔끔한 화이트 긴팔 셔츠에 연한 핑크색 반팔 티셔츠를 위에 입으면 세련돼 보이고 새벽과 한낮의 기온차를 극복할 수 있어 실용적이다. # 기능성 소재는 이제 기본 기능성 입체 패턴을 강조한 제품이나 햇빛을 차단하는 UV가공, 비타민 섬유, 단백질 코팅, 대나무 섬유 등 웰빙·천연 소재 사용은 이제 기본이다. 이번 시즌에서는 강조되는 요소 중 하나가 청량감과 경량감이다. 빠른 땀 흡수·방출, 통기성과 방풍성을 갖춘 소재나 착용시 텁텁하지 않고 시원한 느낌을 주는 쿨링 소재의 사용이 많아졌다. 항균처리, 자외선 차단, 땀냄새 제거 효과가 있는 소재의 사용이 늘어난 것도 골퍼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또한 경량감을 위해서는 고급스러운 실크와 리넨, 메시 소재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주름이나 서커를 이용해 내추럴한 외관을 보여주는 아이템이 많으며 신축성이 있는 진 소재의 사용도 증가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골프웨어 체형별 코디 운동은 ‘폼’이다. 자세가 좋아야 운동 효과가 배가된다. 좋은 자세의 조건은 ‘폼나게’ 입는 데서 비롯된다. 그린 위에서 어떻게 하면 날씬하게 보일까. 단점을 보완한답시고 무조건 품이 큰 옷을 고집하면 오히려 더 부하게 보일 수 있다. 체형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것이 날씬해 보이는 방법이다. 금강제화 골프웨어 PGA TOUR의 윤은경 디자인 실장이 소개하는 코디법. ▲뚱뚱한 체형 체형이 드러나지 않는 박스 스타일보다는 허리 라인이 어느 정도 들어간 상의와 세로의 절개선이 들어가 있는 고밀도 폴리 스판바지가 좋다. 품이 크고 화려한 패턴과 원색적인 색상은 피하고 어두운 계열의 제품을 고를 것. 자칫 칙칙해 보일 수 있으므로 가방이나 모자, 장갑을 밝은 계열로 선택해 포인트를 주면 좋다. 얇은 옷을 겹쳐 입는 레이어드 룩도 추천할 만하다. ▲키가 작고 뚱뚱한 체형 상의와 하의의 색상을 대비시켜 입으면 좋다. 짧은 라운드 니트 볼레로에 짧은 미니 스커트를 연출하면 세련돼 보인다. 반양말은 피하고 타이즈나 레깅스를 입어야 날씬해 보인다. ▲상체가 뚱뚱한 체형 상의와 하의의 색상과 소재를 다르게 연출하는 것이 좋다. 남성에겐 재킷 느낌의 사파리 점퍼를 추천한다. 허리에 라인이 들어가 어느 정도 배를 커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웨터보다는 티셔츠를 권한다. 바지는 상의보다 두께감이 있는 것으로 선택하고, 밝은 색상의 면바지나 화이트 팬츠를 매치하면 좋다. ▲마른 체형 색상의 선택이 중요한데 밝은 파스텔 계열의 색상(연한 핑크나 엘로우)과 대담하고 큰 무늬(굵은 스트라이프나 체크)가 좋다. 광택성 소재의 아이템을 선택하면 풍성한 느낌을 줄 수 있다. ▲목이 짧은 체형 네크라인이 깊이 파인 상의를 선택한다. 터틀넥보다 라운드나 V넥,U자형 상의가 좋은데 칼라에 지퍼나 단추로 오픈시켜 연출이 가능한 상의가 좋고 셔츠를 입을 때는 단추를 1개 정도 풀어서 입는 것이 좋다. 머리 스타일은 짧은 머리가 좋고 여성의 경우는 업스타일이나 뒤로 묶어서 연출하면 목선이 길어 보인다. ▲어깨가 좁은 체형 어깨가 좁으면 얼굴이 커보이는 단점이 있다. 어깨의 볼륨감을 살리는 것이 중요한데 티셔츠만 입는 것은 피하고 어깨선이 살아 있는 재킷이나 조끼를 덧입는 것이 좋다. 하의는 슬림한 스키니 팬츠로 연출하고 통이 넓은 바지는 피하자. ▲팔이 굵은 체형 반팔이나 캡소매는 피하고 7부 소매나 통이 넓은 5부 소매가 좋다. 소매가 딱 달라 붙는 티셔츠보다 민소매 상의가 더 팔이 가늘어 보인다. 긴 소매 메시 티셔츠에 5부 반팔 티셔츠로 레이어드룩을 연출하면 더욱 멋스러우면서 날씬해 보인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선크림 잘발라야 필드미인 야외 활동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자외선이다.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면 주근깨·기미를 생성시킬 뿐 아니라 피부 노화를 촉진시킨다. 본격적인 나들이 계절을 맞아 자외선 차단 지수가 높은 제품들의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랑콤에서는 햇빛은 물론 황사로부터 피부를 3중 보호해주는 ‘UV 엑스퍼트 DNA 쉴드’를 출시했다.12시간 지속되는 강력한 자외선 차단 효과와 더불어 각종 유해 환경 물질로부터 피부에 방어막을 쳐준다. 멜라닌 생성을 억제하는 스킨 글로 성분이 피부 표면에 즉각적이고 심층적인 보습 효과를 선사해 피부를 더욱 생기 있게 해준다. 끈적임 없는 가벼운 질감에 보습 효과가 높아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시켜준다. 차단지수 50·30, 두 가지로 나와 있다. 각 30㎖,5만 5000원. LG생활건강은 자외선에 따라 피부 반응을 고려한 기능성 자외선 차단제 ‘오휘 퍼펙트 선블록 레드&블랙’을 선보였다. 햇빛을 받으면 쉽게 빨개지는 홍반형 피부엔 선블록 레드를, 까맣게 타는 피부는 블랙을 선택하면 된다. 두 제품 모두 SPF50. 화학첨가물이 없어 피부 자극이 적고 물이나 땀에 잘 지워지지 않는다. 각 60㎖,3만 5000원. 코리아나 화장품은 저자극 선크림 ‘엔시아 마이 선플래져’를 내놓았다. 강력한 자외선 차단 지수와 내수성이 뛰어나 하루종일 지속력이 강하다. 또한 식물 추출물(녹두, 포도씨, 홍화씨)을 함유하여 피부 자극이 적고, 흡수가 뛰어나고 발림성이 좋아 사계절 내내 사용해도 부담 없다. 메이크업 베이스 겸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조약돌 모양의 슬림한 유선형 용기로 휴대가 간편하다.SPF50.30㎖,3만원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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