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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마당] 문화차별주의자 보십시오/김다은 소설가·추계예술대 교수

    ‘대한민국 사용후기’라는 책 표지에는 “고집스럽게 대한민국을 사랑하시는 분들은 절대로 이 책을 읽지 말라.”는 경고문이 있다. 당신은 서문에서 “한국을 무지하게 사랑”했지만,“결국 이 나라가 미치도록 미워졌다.”고 밝혔다. 사랑이 왜 증오로 변했나? 당신의 표현대로 대한민국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필요에 맞게 소비해버린 것이다. 예를 들어, 홍대 앞에서 당신이 “놀지 않은 지 한 2년” 되었다. 이유는 “미국의 어느 빈민촌 흑인 양아치인 줄로 착각하는 강남의 중산층 남자애들”과 “걸레 같은 한국 여자애들” 등 “그 동네 거의 모든 것을 증오”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2년 전에는 어땠나.1996부터 10년 동안 홍대 앞을 잘 사용했을 것이다. 잘 ‘놀’았을 것이다. 당신은 자신을 “인종차별주의자(racist)가 아니라 문화차별주의자(culturalist)”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흰둥이’라며 비하하는 척한다. 한국인이 사용하지도 않는 ‘흰둥이’라는 표현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백인의 자신감과 다른 인종에 대한 차별의식을 드러낸다. 이 ‘흰둥이’ 전략은 문화차별에도 적용된다.‘개판’인 미국의 대통령을 흉본 뒤, 한국의 대통령을 부시의 “잘 훈련된 푸들”이라며 더 격하한다.“작은 미국이 되려고 용쓰는 한국”을 비판하면서 부지불식간 큰 미국을 암시한다. 백인과 미국인의 우월주의를 열등한 척 뒤집어 다른 나라의 문화를 더 차별하거나 더 열등하게 몰고 간다. 비주류를 가장한 주류의 관점이다. 당신은 애국주의와 민족주의의 뜻을 구별해주면서, 한국에는 ‘천박한 민족주의’가 난무한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꼭뒤를 비춘 일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라크에 군사를 파병해 달라.”는 요청을 한 조지 부시 대통령보다 그 요청을 받아들인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의 표적으로 삼은 당신은 애국주의자인가 민족주의자인가. 천박한 민족주의 때문에 한국인이 “오로지 상업적 이익을 위해 상품을 파는 데 독도를 사용한다.”고 했는데, 당신이야말로 독도를 포함한 대한민국 전체를 사용해서 상업적 이익을 얻고 있지 않은가. 얼핏 보면 당신의 독설은 새로운 문화적 시각을 제시하는 것 같지만, 그 본질은 “일본과 미국은 남한의 3대 교역국에 포함되며, 남한의 지속적인 번영과 복지에 반드시 필요한 나라”이니 “그냥 어울려 지내”라는 것이다. 당신이 주장하는 ‘세계화’의 단면이다. 당신은 “한국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할 사람들”로 천박한, 잘난 척, 술 취한, 차별하는, 멍청한 놈을 간추려 놓았다. 당신이 정의한 의미와는 다르지만 그 단어들이 당신에게도 전부 적용된다. 당신의 어휘는 똥꼬, 개판, 고자, 쓰레기, 걸레 등 의도적으로 천박하고,‘인정 많은 한국인’에 대한 메이어의 의견을 뭉개며 잘난 척하고, 술 취한 듯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고,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대신 함부로 문화를 차별하고, 미국과 백인을 모독하는 척하면서 그들과 닮았는지 안 닮았는지를 문화비평의 잣대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만큼 ‘멍청’하기 때문이다. 당신에게 한국에서 사라지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충분히 대한한국을 사용하고 나면, 홍대 앞을 떠나듯, 당신 스스로 한국을 떠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작가라는 직업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런데 작가라는 당신이 지나간 자리마다 왜 그다지도 ‘증오’와 ‘똥’과 ‘걸레’가 수북한가. 이는 작가의 눈으로 세상의 부조리와 고통을 흡수하여 새로운 관점에서 문화의 향기를 재생산하는 대신, 소비자의 눈으로 먹고 배설하고 소비해버렸기 때문이다. 작가로서, 당신이 비주류의 관점을 가졌다면, 문화의 차별이 아닌 차이를 통해, 그 나라의 문화와 사람들을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홍대 앞에서 오랫동안 살아 온 나도, 같은 작가로서, 당신이 쓸 다음 책을 기대했을 것이다. 김다은 소설가·추계예술대 교수
  • [사설] 언론자유 훼손하지 말라

    참여정부가 기어이 언론에 재갈을 물릴 모양이다. 정부는 어제 국무회의에서 정부내 37개 브리핑룸과 기사송고실을 3곳으로 통·폐합하는, 이른바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확정했다. 다음달 말 합동브리핑센터 시설공사에 착수해서 8월쯤 가동하고, 전자브리핑서비스도 시행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앞서 정부의 이같은 ‘기자실 정리 방안’이 가져올 국민의 알 권리 침해와 언론자유의 훼손 등을 심각하게 우려한 바 있다. 겉은 선진취재시스템으로 포장했으나 엄밀히 들여다보면 언론통제로 악용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보공개 수준이나 투명성이 신뢰를 주지 못하는 현실에서 취재원 접근조차 더욱 제한한다면 언론은 있으나마나일 것이다. 사실 수사기관의 인권침해와 정부 부처의 부정부패, 비밀주의는 여전하다. 이런 마당에 언론이 관급자료에 대한 의존성을 높이고 효율적인 감시기능과 심도 있는 취재·보도시스템을 갖추지 못한다면 결국 정부도 망가지고 국민도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한덕수 총리의 말대로 한국언론의 취재시스템이 국제적 기준은 아니며, 최선의 시스템도 아니다. 정확한 정보의 생산·유통을 위해 정부와 언론이 함께 개선해야 할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정부가 일방적으로 취재시스템을 바꾸겠다는 것은 정권의 편의만 생각한 독선이요, 오만일 뿐이다. 취재지원 방안을 만들면서 그 흔한 공청회 한 번 제대로 열지 않은 것은 무슨 이유인가. 명색이 ‘취재지원’이라는데, 수혜자이자 당사자가 볼 때 도대체 무얼 도와주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이번 방안에 대해서는 유력 대선주자들도 반대 의견이 대세다. 따라서 차기정부에서 이 시스템은 어차피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괜한 고집으로 세금을 낭비하지 말라. 우리는 참여정부가 언론자유를 훼손한 정부로 기록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 “무술영화 흉내 내다 그만…” 남편이 부인 살해

    ”무술영화에 너무 심취해 그만…” TV를 보며 무술 흉내를 내던 남편이 한 방에 멀쩡한 아내를 때려 죽인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의 주인공은 중국 윈난(云南)성 징훙시(景洪市)에 사는 비더린(畢得林)씨. 무술영화의 광팬인 비더린씨는 지난 15일 아내와 TV를 보던중 프로그램 채널 문제로 리모콘을 가지고 다툼을 벌였다. 아내는 연예프로그램을 보고 싶었으나 자신은 무술영화를 고집한것. 그러나 아내가 리모콘으로 채널을 돌리자 비더린씨는 순간적으로 화가나 이같은 살인을 저질렀다. 비더린씨는 “장난삼아 무술 영화의 한 장면을 흉내내 높이 뛰어 올라 주먹으로 아내의 머리를 내리쳤다.”며 “급히 병원으로 데려갔으나 사망했다.”고 사건의 정황을 밝혔다. 살인을 저지른 후 도망친 비더린씨는 그러나 경찰과 대치끝에 붙잡혔으며 심문중 “실수로 아내를 죽였다. 후회 된다.”고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나우뉴스 신청미 기자 qingmei@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박상천 ‘특정인사 배제론’ 고수

    박상천 ‘특정인사 배제론’ 고수

    ‘사면초가 속 마이웨이 선언?’ 중도개혁통합신당과 통합협상을 재개한 민주당 박상천 대표의 통합 방법론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입장을 바꾸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민주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과의 (소)통합에 먼저 제동을 걸기 시작한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9일 “내가 바라는 것보다 국민이 바라는 것을 해야 한다.”면서 박 대표의 ‘특정인사 배제론’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김 전 대통령의 발언에 힘을 얻은 듯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은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도자들은 대통합을 말씀하시는데 여전히 소통합을 고집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소통합은 대선 승리보다 기득권과 지역주의로 총선에서 이득을 보겠다고 하는 계산 아닌가.”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동교동계인 민주당 한화갑 전 대표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양당(열린우리당·민주당)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제는 힘을 합쳐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대표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중도개혁통합신당 김한길 대표와 협상 재개를 선언한 뒤 “국민 뜻에 따른다는 전 대통령의 말씀을 아전인수로 이용해 여러가지 논란이 되고 있다.”면서 “어느 정당이든 통합하고 싶은 대상을 선택해서 통합협상을 하지만,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우리가 선택하고자 하는 세력이 아니다.”라고 말해 ‘특정인사 배제론’ 고수에 못을 박았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봄볕…꽃길… 1만여 하나되어 달렸다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봄볕…꽃길… 1만여 하나되어 달렸다

    1만여 ‘달림이’들이 환상적인 코스와 화창한 봄 날씨를 만끽하며 자연스레 하나가 됐다. 2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과 한강시민공원 난지·망원지구 일대에서 열린 ‘제6회 서울신문 하프마라톤’에 출전한 1만여명의 마라톤 마니아들은 코스를 완주한 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최고 기온이 24도로 예상보다 높지 않은 데다 시원한 강바람이 땀방울을 식혀 주었다. ●완주의 즐거움, 우승은 기쁨 두 배 개인 자격으로 5명이 참가한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마라톤동호회 회원들은 하프코스와 10㎞ 부문을 석권하는 엄청난 ‘내공’을 과시했다. 남자 하프코스에서 우승한 신호철(41)씨는 “지난해 6위에 그쳐 입상을 못했는데 1등을 해서 너무 기쁘다.”면서 “진행 요원들이 잘해 줘서 편하고 즐겁게 뛰었다.”고 말했다. 풀코스(42.195㎞) 최고기록 2시간37분6초의 아마추어 최고수인 신씨는 “기록이나 완주 횟수에 연연하지 않고 평생 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자 10㎞에서는 신씨의 동료인 여흥구(31)씨가 몸풀듯 가볍게 우승했다. 여자 하프코스에서 우승한 유정미(37)씨는 충남 공주에서 올라온 마라톤 마니아다. 하프코스만 86번째 도전이라는 유씨는 “처음 우승해서 무척 기쁘다. 상품으로 받은 쌀과 서울신문 1년 구독권도 유용할 것 같다.”면서 “5㎞에 출전한 남편이 마라톤에 재미도 느끼고 살도 뺐으면 좋겠다.”며 남편의 손을 다정하게 잡았다. ●결승선 프러포즈 눈길 결승선에서 깜짝 프러포즈를 한 커플도 있었다.10㎞ 부문에 출전한 박연철(29·경희의료원 레지던트)씨는 여자친구 박윤정(26·이화여대 대학원)씨가 결승점에 도착한 순간 후배들과 함께 “마라톤의 처음과 끝을 함께 해준 당신! 인생을 끝까지 함께 하고 싶습니다. 윤정아! 오빠랑 결혼하자.”란 플래카드를 펼쳐 주위의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박씨가 장미꽃 100송이를 건네며 청혼하자 여자친구는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군대·동호회원끼리 ‘으으’ 회사나 동호회 등 단체 참가자들도 두드러졌다. 단체상을 받은 LG카드는 사내에 마라톤 동아리가 따로 없지만, 홍보팀 주도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LG카드 채권기획팀의 이승철(32)씨는 “동료들과 함께 뛰니까 회사에 대한 자부심도 덩달아 높아진다. 앞으로도 서울신문 마라톤대회에 계속 참가하겠다.”고 밝혔다.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 권영호(42) 중령 등 장교 10명과 사병 22명도 하프코스를 여유 있게 완주했다. 권 중령은 “내가 워낙 뛰는 것을 좋아한다. 혼자보다는 부대원들이 함께 뛰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자원자를 받았는데 너무 많아 32명만 추렸다. 부대원들끼리 팀워크도 다지고 좋은 날에 좋은 곳에서 뛰어 너무 즐거웠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의 마라톤 동호회 ‘달리는 사람들’ 회원 29명도 5㎞,10㎞, 하프코스에 출전해 갈고 닦은 기량을 뽐냈다. ●다문화가정·외국인도 함께 어성태(35)씨와 러시아인 부인 올가(29), 아들 슬라바(9)도 마라톤 축제에 참가했다.10년 전 어씨가 러시아로 유학을 떠나 가정을 이룬 이들은 슬라바를 응원하기 위해 월드컵공원을 찾았다. 뜀박질을 좋아하는 슬라바가 하프코스를 고집했지만 어씨가 간신히 말려 5㎞에 출전했다. 슬라바는 “우주 비행사가 꿈이에요. 비행사가 되려면 체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매일 저녁 3㎞씩 뛰었어요.1등 상금으로 엄마랑 쇼핑하고 싶었는데 아쉬워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판교국제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코리 시클리스(32)도 하프코스를 완주했다. 시클리스는 “외국에서 혼자 생활하다 보니 너무 게을러져 좀 더 활기차게 살기 위해 마라톤을 시작했다. 강변을 따라 달려 코스도 좋고 날씨도 환상적이어서 참가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활짝 웃었다. ●마라톤은 영원한 내사랑 지난해 대회의 최고령 완주자였던 최근우(84)씨는 올해도 역경(?)을 딛고 10㎞를 완주했다. 레이스 도중 넘어져 팔과 어깨에 찰과상을 입고 무릎은 피부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깊게 파였다. 최씨는 “그늘이 져서 돌이 나온 걸 보지 못해 넘어졌다. 힘들었지만 완주해서 기쁘다.”며 웃었다. 키즈러닝 고학년(초등학교 4∼6학년) 부문에서 1등을 한 김규민(11·수원 태장초6)군은 매일 두 시간씩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는 ‘마라톤 꿈나무’다. 김군은 “달릴 때는 힘들지만 완주하고 나면 기분이 너무 좋아요. 이봉주 아저씨 같은 마라토너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키즈러닝 저학년(1∼3학년) 부문에서는 장지웅(9·인천 동수초3)군이 우승했다. 장군은 “어제 발목을 삐어서 걱정했는데 우승까지 할 줄 몰랐어요. 커서 도둑 잡는 경찰이 되고 싶어요.”라며 활짝 웃었다. 임일영 이경원 한상우기자 argus@seoul.co.kr
  • “부산아가씨들이 전국 머슴아에게”

    참석자<가나다 차례> <부산(釜山)여자대학> 김관순(金寬順) <경영과 2년> 노영숙(盧瑛淑) <관광과 2년> 박수자(朴壽子) <관광과 2년> 심정옥(沈貞玉) <영문과 2년> 이선경(李仙卿) <가정과 2년> 무뚝뚝해도 감칠맛 넘쳐 인정도 많고 고집도 센편 朴=얘들아… 모처럼「선데이 서울」에 우리 이름이 오르게돼서 영광이다, 그제…. 沈=가만, 이왕 우리 이름이 오를바에야 우리 학교 선전부터 해야 할거아이가? 우리 학교로 말하면 64년에 설립,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부산에서는 유일한 종합여자대학으로서…. 李= 야 이제마 그만해 둬라마, 너 애교심 강하다는거 세상이 다 아는일 아이가. (웃음) 盧= 우리 경상도 하고도 부산 아가씨로 말할 것같으면 우선 솔직 담백한게 으뜸가는 자랑일기다. 金= 와 아이라 옳다 옳아.(웃음) 李= 오늘 우리의 얘기는 어디까지나 대체적인 흐름의 경향을 말하는 거니까 약간의 예외가 있다는 것쯤 독자들이 다 알겠제 그쟈? 우리 부산 아씨 중에서도 처녀 아씨들은 주체성이 강한 반면 고집 하나는 전국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기다. 沈= 그런데 흔히들 서울 아가씨 하면 애교가 많기로 전국에서 첫째 아이가-. 그런데 그건 언어가 부드럽고 여자답기 때문일기다. 말씨 하나는 나도 여자지만 반하겠더라. 『아니예요 호호』(폭소) 朴=경상도 말이 확실히 무뚝뚝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주 감칠맛 있는 언어가 얼마나 많노. 가령 부정의 뜻을 지닌『그쟈』와 같은 말은 불란서 언어가 예쁘고「리드미컬」하다곤 하지만 아마 뺨칠기다. 沈= 그런데 아까 서울말이 참 예쁘다고 했는데 남자들이 서울말 쓰는건 좀 간지럽더라. 난 서울 남자와 결혼 할맘 없다.(웃음) 朴=너 항의오면 어쩔나노? 沈= 항의하려면 하라카지, 어쩔기고마. 李= 그게 바로 경상도 기질인기라. 난 서울남자 개않더라. 사람 나름 아이가. 盧=서울 남자들 너무 싹싹해 여성다와 보이기 때문인지 박력이 좀 없어 보인단 말이다. 朴=그 대신「에티키트」하나는 최고 아이가. 李= 아마「무드」조성엔 천재인기라. 잘한데이.(폭소) 金= 너 당해봤구나? 李= 와 이라노. 안당해 보면 모르나. 난 척하면 3천리 내다 볼줄 아는기라. 朴=우리 부산아가씨, 나도 그렇지만 대체적으로 인정 많은걸로 정평이 나있지. 그대신 생활력은 좀 약한편인것같아. 1일 생활권으로 단축돼 지방 특색 없어질까 서운 金= 우리 부산 아가씨와는 사귀기가 대단히 힘이들지. 그대신 한번 사귀었다하면 이건 찰떡보다 더 착 달라붙는 성질이 있지. 우유부단 간에 달라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할줄을 모르는 우직성이랄까 그런게 있는 것 같아. 李= 그러니까 잔꾀를 부려야 사는 요새 세상에는 좀 맞지 않는다고 볼수도 있쟈. 朴=경상도엔 미인이 많지. 쭉쭉 뻗은게 아주 탐스럽잖아. 대체적으로 경상도 사람들이 남자고 여자고 좀 큰 편이쟤. 부잣집 맏며느리감 상당히 많다고 볼수있다. 李= 왓다, 니 노골적으로 선전하네. 가만 보니까 날 데려가 주소 하는 심보 아이가?(웃음) 金= 쟤 가만히 보면 좀 엉큼한데가 있는기라.(폭소) 朴=너희들 이렇게 인신공격하기가? 이따 보자. 沈=그런데 요새는 지방마다의 특색이 점점 없어져가는 것 같아. 마 부산과 서울이 하루 생활권내에 들어버려 시간적으로 단축 된 건 대단히 환영할 일이지만 지방색이 사라져 간다는건 못내 서운한 일인기라. 金= 앞으로는 언어도 잡탕으로 혼합된 언어가 쓰일 전망도 예측할 수 있을 것 같쟤. 그렇게 되면 참 무미건조할 것 같다, 그쟈? 盧=그렇게되면 당신 고향이 어디요? 라고 물을 필요가 없게 되겠지. 너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와 서울 남자가 반죽이 되어 나오면 정말 이상적인 남성형이 형성될 것 아이가.(웃음) 朴=또 우리 여성도 좀 무뚝뚝한 경상도 아씨와 서울 아씨의 반죽형이 나오게되면 그런데로 쓸만 할기다.(웃음) 李= 그런데 요새 우리 젊은 여성들이 서울이고 부산이고간에 그저 정신의 성숙없이 마구 아무거나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이건 상당히 우리 여성 스스로가 반성해볼 문제라고 나는 보고있어. 좀 더 정신의 성숙을 위해 안간힘을 쓴후에야 여성의 권위니 뭐니 찾을 수 있지 않겠어? 金= 네말이 바로 공자 말씀이다. 이번에 더벅머리 삭발령 어떻게들 보고 있노?(웃음) 盧=참 잘한기라. 그거 뭐야 불결하게. 무슨 철학자인양 더벅머리를 해 가지고 말이다. 沈=그런데 우리「미니·스커트」를 입은 아가씨를 법조문을 적용, 즉결재판 운운한건 상당히 옳지 못하다고 봐. 「미니아가씨」이거 얼마나 경쾌하고 발랄해 보이냐 말이야. 李= 나도 지금「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지만 다들 보기좋다고 하더라. 몰라 나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인진 몰라도.(웃음) 그런데 이번 당국의 처사는 좀 섭섭해, 그쟈…. 朴=너무 짧아 시선을 어지럽게 한다는건 사회 질서를 위해 우리 여성 스스로가 할 일이겠지만 이 문제까지 당국이 신경과민이 된다는건 좀 너무한 것 같더라. 앞으로 우리 아가씨들에겐 좀 너그럽게 보아주었으면 좋겠어. 지방색 따지는건 큰모순 “합심해 근대화 힘씁시더” 盧=가만, 이거 우리가 대화주제와는 좀 빗나간 얘기를 하고 있는게 아닐까? 李= 아이고마. 빗나가긴 뭐이 빗나갔노? 그저 결론은 빤한거 아이가. 우리 부산의 아가씨들은 다 현모양처감으로는 최고니까 전국의 남성 여러분, 잘부탁 드립니다 하는 바로 이거 아이가.(폭소) 金= 사실은 그렇지만 우리들로서도 약간의 반성은 있어야겠지. 인간이라는게 원래 완전한게 있을수 없으니까. 沈=구태여 꺼낸다면 우리 경상도 아가씨들은 너무 보수적이고 은둔적이라고 할까? 그런건 안있겠나. 李= 또 고집이 너무 센 편인데 약간 늦추어 애교부리는 연습이 필요하겠지. 몸을 요렇게 배배꼬면서 미안합니더 흐흐…. 盧=왓다, 그러니까 도리어 안 어울린데이. 그저 천성대로 행동하는게 낫겠다마, 『이거 뭔교 …노소』(웃음) 朴=그래도 우린「논개」나「아랑」낭자의 절개를 물려받은 후예 아이가. 마 애교는 없어도 서울남자들 경상도 아가씨 제일 좋다카더라. 金= 조그만 영토에서 도별담 운운하는 자체가 모순인기라. 그저 합심해서 조국근대화의 역군이 되는기다.(웃음) 李= 끝으로 내 한마디 할란다. 우리 경상도 아가씨 잘봐주이소 예- 야 니도 한마디 해라. 盧=부산 좋심더. 놀러오이소 예. 싱싱한 칼치(칼치는 고기 이름인데 요새는 이상하이 생각 하더라) 많심더-. 갈매기 훨훨날고 뱃고동 뚜- 하모 얼매나 낭만적이라꼬. 沈=나도 한마디 할란다. 전국의 총각 여러분, 앞으로 결혼은 경상도 아가씨와 꼭 하이소 예-.(폭소) [선데이서울 70년 9월 27일호 제3권 39호 통권 제 104호]
  • [사설] 中, ‘진성호 뺑소니’를 쌍방과실로 모나

    중국 컨테이너선 진성호에 부딪혀 침몰한 한국 화물선 골든로즈호의 실종선원 수색 및 사고경위를 조사 중인 중국 당국의 처사는 매우 실망스럽다. 중국 교통부 해상수색·구조중심의 류궁천 상무부주임은 진성호 선원들을 조사한 결과, 사고의 과실이 두 선박 모두에 있다고 밝혔다. 또 산둥 해사국으로부터 사고를 보고받은 즉시 한국 해양경찰청에 알렸기 때문에 한국 대사관에 통보를 늦게 한 것은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골든로즈호 침몰 이후 중국 당국이 뒤늦게나마 대대적인 수색활동을 펼쳐 실종선원 구조에 나서고 있는 노력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골든로즈호 선원들이 모두 실종된 상황에서 진성호 측의 일방적인 주장에 의한 ‘반쪽 조사’만으로 쌍방과실로 몰아가는 듯한 태도는 신중하지 못한 것이다. 한국 해경이 실종선원 공동 수색에 참여 중이고 한국 전문가 2명이 조사에 기술지원을 하고 있는 만큼,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 후에 자세한 사고경위를 발표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중국 당국은, 충돌 사실을 알고도 사고현장을 떠난 진성호의 비인도적 ‘뺑소니’ 행위를 확인했다. 그럼에도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또 침몰지점은 명백한 공해상이다. 따라서 국제 해양법상 국적을 불문하고 어느 선박도 수색·구조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도 중국은 자국 해역임을 주장하며 사고 직후 독자적 수색·구조를 고집한 점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마침 지난 16일부터 ‘한·중 해상수색 및 구조에 관한 협정’이 발효됐다.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가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한 협조를 약속한 만큼, 중국은 사고경위의 예단으로 외교적 마찰을 야기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양국은 우선 실종선원 찾기에 전력을 다하고, 차후 해상사고시 공조체계의 문제점을 정밀하게 개선해야 할 것이다.
  • ‘일해공원’ 명칭 법정으로

    경남 합천군이 고집을 꺾지 않고 있는 ‘일해공원’이 법정에 서게 됐다.‘전두환(일해)공원 반대 경남대책위’는 18일 오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해공원 명칭 사용중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법정소송은 민변소속의 박연철 변호사가 맡을 예정이다. 박 변호사는 법률검토 후 내부 논의를 거쳐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지난 1월29일 일해공원 명칭을 확정한 합천군은 최근 어린이날 행사를 홍보하는 현수막 등에 개최장소를 ‘일해공원 야외공연장’으로 표기,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남대책위 이병하 공동대표는 “5·18광주항쟁 27주년을 맞이했지만 아직도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나아가 학살자의 아호를 딴 일해공원이 조성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을 필두로 보수 정치인들은 이를 지방자치단체의 일이라며 역사왜곡의 책임을 회피하고, 묵인 방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김종면 기자의 책 안 세상 책 밖 풍경] 시인의 길,소설가의 길

    “당신들처럼 시를 쓰면, 나는 발가락에다가 볼펜을 찔러가지고 하룻밤에 백 편도 더 쓸 수 있어요.” 소설가 한승원(68)이 30대 초반, 문인들의 망년회에서 술에 취해 시인들에게 했다는 말이다. 그야말로 몰매라도 맞을 일이지만 그 자리에 있던 시인들은 그냥 웃기만 했다고 한다. 한승원은 훗날 치기어린 당시의 일을 첫 시집 ‘열애일기’(1991년) 서문에 사죄하듯 이렇게 적었다.“아아, 그 얼마나 오만방자한 소리였던가.…그때 맞지 않은 몰매를 세상의 모든 시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맞을 생각이다.” 한승원은 소설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는 사실 어릴 적부터 시를 써온 수준급 시인이다. 시와 소설 혹은 소설과 시. 그의 고백이 아니더라도 이는 우열의 관점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다. 시전문 계간지 ‘시인세계’ 여름호가 ‘시 쓰는 작가, 소설 쓰는 시인’이라는 특집을 꾸몄다. 시와 소설, 그 장르 이동의 양상을 소상하게 다뤘다. 눈길을 끄는 것은 동국대 김선학 교수가 지적하듯, 시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소설가로 변신한 ‘시인 소설가’들은 많지만 소설가에서 시인으로 전향한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그 이유의 일단을 소설의 환전성(換錢性)에서 찾았다. 시와 달리 소설은 ‘돈’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긴 하다. 원래 시로 등단했지만 소설을 써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공지영이 끝내 시의 길을 걸었다면 오늘날 ‘고소득’ 문인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시인들이 콤플렉스 속에서 사는 것은 아니다. 가끔 푸념 아닌 푸념을 할 뿐이다. 신문사 신춘문예 철이 되면 시인들은 문학기자에게 항의섞인 말을 던지곤 한다. 왜 시와 소설의 상금이 차이가 나느냐는 것이다. 단지 글의 분량 때문에, 아니면 소설이 시보다 더 어려운 장르라서? 기자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러니 그림에도 호당가격제라는 게 있지 않으냐는 되지도 않는 말만 해줄밖에. 신춘문예에서만이라도 시는 소설과 같은 값을 받아야 한다. 진정한 시인이라면 돈의 유혹에 이끌려 시를 버리고 소설 쪽으로 자기 문학의 본령을 옮기지는 않는다. 정말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쓰지 않을 수 없을 때 시인은 소설을 쓰기도 한다. 정호승의 소설 ‘서울에는 바다가 없다’ 같은 것이 그 두드러진 예다. 하지만 그는 이내 다시 본업으로 돌아와 시의 영토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나이가 들면 시를 쓰게 되는가.‘통섭(統攝)의 지식인’ 이어령은 언젠가 “반세기에 걸친 내 글쓰기의 대단원은 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말대로 그는 최근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라는 시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시업(詩業)에 들었다. 시는 어쩌면 문학의 알파요 오메가인지 모른다. 시든 소설이든 하나의 장르만을 고집해야 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장르를 가로지르는 글쓰기는 다양성을 요구하는 이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만 경계해야 할 것은 상업성에 휘둘려 이웃 장르를 기웃거리고 시류를 좇는 문학상업주의, 독자영합주의다. 현실이 아무리 고단해도 고고한 문학정신의 끈은 놓지 말아야 한다. jmkim@seoul.co.kr
  • [U-17 월드컵] 한국 조 편성 유리… 4강 청신호

    [U-17 월드컵] 한국 조 편성 유리… 4강 청신호

    국내 8개 도시에서 개최되는 2007 국제축구연맹(FIFA) 17세이하(U-17) 세계청소년월드컵 축구대회(8월18일∼9월9일) 개막전이 한국과 페루의 대결로 장식된다. 개최국인 한국은 17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진행된 대회 본선 조추첨에서 A조 1번 시드를 배정받아 토고, 페루, 코스타리카와 한 조에 속하게 됐다. 한국과 페루의 공식 개막전은 8월18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한국·페루 8월18일 수원서 개막전 한국은 12회를 맞는 이 대회에서 1987년 캐나다대회 8강 진출이 최고의 성적이었고 이번 대회 본선 진출은 사상 세 번째. 한국은 팀당 3경기씩 벌이는 조별리그에서 전통적인 강호들을 피한 데다 유럽 팀과도 만나지 않는 행운을 누렸다.FIFA 랭킹 51위인 한국은 코스타리카(52위), 토고(66위), 페루(77위) 등 모두 랭킹 아래의 팀들과 만나게 됐다. 특히 토고와는 지난해 독일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만난 데 이어 FIFA가 주관하는 대회에서 잇따라 만나는 별난 인연을 맺게 됐다. 그러나 U-17 대표팀은 이 세 나라와 한번도 대결한 경험이 없다. ●B·D·F조는 ‘죽음의 조´ 박경훈 한국대표팀 감독은 “전반적으로 만족한다. 결코 불리하지 않다.”며 이번 대회 4강 진출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 대회에 처음 진출한 토고는 뛰어난 개인기를 바탕으로 강한 수비력과 체력을 자랑하지만 골결정력이 떨어지는 게 약점으로 지적된다. 남미예선 첫 경기에서 브라질을 꺾어 파란을 일으킨 페루 역시 발재간과 조직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스타리카는 2005년 페루대회에서 A조 1위로 8강에 오른 경험이 있어 경계대상 1호로 꼽힌다. 한편 이날 조추첨에서 북한·잉글랜드·브라질(3회 우승)·뉴질랜드가 속한 B조와 나이지리아(2회 우승)·프랑스·일본·아이티가 속한 D조, 콜롬비아·독일·트리니다드토바고와 가나(2회 우승)가 속한 F조가 ‘죽음의 조’로 꼽혔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E조 뽑은 북한 왜 B조로 바뀌었나 북한은 이날 조추첨에서 당초 E조 1번을 뽑았다. 일부 언론은 추첨식 직후 북한이 E조에 속하게 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진행을 맡은 짐 브라운 FIFA 경기국장은 모든 추첨이 완료된 뒤 갑자기 “북한과 대회 조직위원회가 미리 합의한 데 따라 북한이 속한 E조와 벨기에가 속한 B조를 통째로 맞바꾼다.”고 밝혔다. 북한은 왜 이를 요구했고 대회 조직위원회는 어떤 과정을 통해 이를 받아들였을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이 대회를 앞두고 북한 선수단은 지난 3월에 보름 정도 제주에서 전지훈련을 한 바 있다. 실제로 북한은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제주에서 2경기, 울산에서 1경기를 치르는 B조를 강력히 요구했다는 게 조직위원회의 설명이다. 울산은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 겸 FIFA 부회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도시. 북한이 B조로 옮겨옴에 따라 A조 1번 시드를 배정받은 한국과 북한이 나란히 16강에 오르더라도 남북이 만날 가능성은 없다. 이 역시 북한이 B조를 고집한 이유 중의 하나였을지 모른다. 국제대회의 관행을 무시한 채 생떼를 쓴 북한이나 이를 들어준 대회 조직위원회 모두에 곱지 않은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길섶에서] 마음 속 그림/최태환 수석논설위원

    미술시장에 사람들이 몰린다고 언론이 호들갑이다. 아는 이가 그림 한 점 사고 싶다고 했다. 어떤 그림이 좋을지 묻는다. 난감하다. 어쭙잖은 애호가지만, 사고 파는 데 백치이긴 마찬가지다. 느낌이 닿는 그림을 고르라고 권했다.‘더불어 대화할 수 있으면’ 좋은 그림이다. 그래야 두고두고 정이 간다. 이내 싫증나는 그림도 있다. 별 도움 안 되는 조언이다. 프랑스에서 활동중인 S화백 생각이 난다. 독학의 아방가르드였다. 학파 출신들과 갈등이 컸던 모양이다. 그는 뒤늦게 대학에 갔다. 서울대를 졸업했다. 하지만 여전히 화단에 비판적이었다. 그림 시장이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유명 작가 중심의 호당가격제를 비난했다. 비판적이었던 만큼, 화단으로부터 배척을 받았다. 외톨이였다. 그는 그림 값을 고집하지 않았다. 그러다 파리로 떠났다.5년전쯤이다. 탈출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의 화실이 떠오른다. 냉장고 앞 유화가 눈에 들어왔다. 빨강과 검정의 강렬한 비구상이었다. 그가 떠나기 전 구입했다. 빵값에 보탬이 됐을까. 그림은 서재에 뒀다. 지금도 친숙하다.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 [비하인드 뉴스] “공무원 파견하면 피랍 사라지나?”

    ●나이지리아에 건교관 파견 뒷말 무성 건설교통부가 근로자의 피랍이 많은 나이지리아에 건교관을 파견하기로 한 것을 놓고 말들이 많다. 근본적인 대책은 없이 자리에만 관심이 많은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공무원 한 사람을 파견한다고 피랍사건이 없어지겠느냐는 이유에서다. 전직 고위 관료는 “무슨 일이 터질 때마다 공무원 자리만 늘어난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지난 1월 나이지리아에서 대우건설 근로자들의 피랍사건이 발생한 이후 나이지리아에 건교관을 파견하기로 했었다. 초대 건교관으로는 건설선진화본부의 이성해 연구개발총괄팀장(서기관)이 결정됐다. 이 팀장은 다음주 현지에 부임할 예정이다.●스타타워 매각차익 과세 결론날까 1년 이상을 끈 론스타펀드의 스타타워 매각차익에 대한 과세논쟁이 조만간 결론이 날 전망이다. 국세심판원은 론스타측이 지난해 3월 제기한 국세심판청구에 대한 심리작업을 본격화하겠다고 11일 밝혔다. 국세청은 지난해 스타타워 매각차익 2800억원에 추징금 1400억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론스타측은 이중과세방지협정을 맺은 벨기에의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매각했기에 세금을 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관건은 귀속 소득이 벨기에 페이퍼 컴퍼니에 있느냐, 아니면 미국 론스타 본사에 있느냐는 것. 과세 당국은 미국 본사에 있다고 보고 있어 심판원의 결정이 주목된다.●공정위, 담합 부인 손해보험사 질타 공정거래위원회가 보험료 담합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손해보험사들을 겨냥해 “속과 겉이 다르다.”고 질타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 “손보사들은 담합은 없었으며 보험료 결정에 영향을 주는 할인율 문제를 논의했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담합 결정 때 과징금을 감면받기 위해 앞다투어 공정위에 담합을 자진신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첫 자진신고하는 업체는 100% 과징금을 면제받지만 두번째 업체는 30% 경감받는다.”면서 “담합이 없었다면 관련 증거를 제출하면서 자진신고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생보업계 담합 손해보험업계의 담합과 달리 생명보험업계의 담합은 증거가 확실해 이도 저도 못하는 형국이다. 공무원 단체보험 입찰에 순서를 정해놓고 참여하는, 이른바 입찰 담합인데 공정위 조사기간 동안 생보업계는 금융감독원과 생보협회에 그런 사실이 없다며 시치미를 뚝 떼왔던 것. 그러나 공정위 조사과정에서 입찰 참여회사 순번을 정한 문서가 발견돼 압류됨에 따라 금감원의 불신도 함께 받게 된 것.●금감위원장 후임 김용덕씨 거론 오는 8월 임기가 만료되는 금융감독위원장 후임에 김용덕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계와 관가를 중심으로 김 경제보좌관이 금감위원장으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면서 “현재 후보로 유력하게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나 유지창 은행연합회장, 진동수 재경부 2차관 등도 함께 거론되고 있지만 ‘권력’의 최지근거리에 있는 김 보좌관이 가장 유력하지 않겠느냐.”는 평가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은행 리스크와 관련해서 김 보좌관이 챙기도록 역할분담돼 있기 때문에 최근 문제가 된 단기외채와 관련해 ‘작품’을 만들었다는 소문도 있다.”고 전했다.●한은 주택금융공사 부사장 자리놓고 냉가슴 한국은행이 주택금융공사의 부사장 발표를 앞두고 냉가슴을 앓고 있다. 한은은 최근 퇴임한 박재환 전 한은 부총재보를 주택금융공사 부사장에 적극 추천한 상태다. 주택금융공사는 한은에서 3600억원 출자한 기관이기도 하다. 관행대로라면 사장이 직접 임명해 4월 중에 인선이 마무리된다. 그런데 주택금융공사측은 지난 4월부터 시행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모후 심사를 거쳐 최종 결정하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실제로 그렇게 진행하고 있다. 한은은 중앙은행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는 박 전 부총재보가 혹여 낙마할까 애를 태우고 있다.경제·산업부
  • FTA 1차협상 종료

    FTA 1차협상 종료

    한국과 유럽연합(EU)간 자유무역협정(FTA) 1차 협상이 11일 끝났다. 공산품 관세틀 합의라는 성과는 거뒀지만 지적재산권과 서비스 분야 협상에서는 양측이 초반부터 신경전을 벌여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김한수 우리측 수석대표는 이날 이그나시아 가르시아 베르세로 EU측 수석대표와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6월 말 모든 협정문 초안과 각 분야의 개방안을 교환할 것”이라며 “논의가 미진하거나 없었던 분야는 중간회의를 갖거나 화상회의를 갖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수석대표는 “EU측이 1차 협상에서 경쟁 제한을 효과적으로 규율할 필요가 있으며 포괄적 범위에서 카르텔의 시장지배 남용, 경쟁 제한적 기업 인수합병(M&A)을 포함하길 요구했다.”고 말했다. 가르시아 베르세로 EU측 수석대표는 “지리적 표시는 EU만 이익되는 이슈가 아니다. 보성 녹차처럼 한국에도 품목별로 표시되는 제품이 있어 상호 이익이 되는 이슈”라고 설명했다. 지난 7∼11일 닷새간 진행된 1차 협상에서 양측은 공산품 관세를 10년 내에 철폐하고, 전체 상품의 관세 철폐 수준도 95% 정도로 하기로 일찌감치 합의했다. 관세양허 방식은 즉시철폐와 3년내,5년내 철폐로 단순화하고, 농산물 등 민감품목은 관세 철폐 예외·수입쿼터(TRQ) 등 예외적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협상이 초반부터 속도를 내고 있는 상품 분과와 달리 서비스 분야 논의는 진행이 더디다. 개방 형식을 놓고도 양측은 합의를 하지 못했다. 우리측이 한·미 FTA에서처럼 네거티브(비개방분야 열거) 방식을 주장하는 데 비해 EU측은 포지티브(개방분야 열거) 방식을 고집한다. 금융과 우편 택배, 통신 서비스에서도 입장이 팽팽히 맞선다.EU는 우편택배의 경우 민영화를 전제로 한 문안을 제시한 데 반해 우리측은 국가 독점사업이어서 개방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EU측은 통신 서비스의 국경간 거래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EU FTA 협상에서 최대 격전지는 역시 지적재산권과 서비스, 환경규제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사설] 남북 열차운행 일회성 안돼야

    어제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장성급회담에서 양측은 경의선·동해선 열차시험운행을 위한 군사보장에 의견 접근을 봤다.17일 시험운행에 한정해 군사보장을 하겠다는 북측 때문에 양측은 오늘 새벽까지 공동보도문 작성에 진통을 치렀다. 한차례 시험운행에 그치더라도 분단으로 끊어진 남북의 혈맥을 잇는 역사적인 첫 장을 열게 된다면 그 의의는 작지 않다. 철도 시험운행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3대 경협의 하나로 추진돼 왔다. 정부의 끈질긴 설득과 노력으로 철도·도로를 연결한 데 이어 56년 만에 휴전선을 넘어 열차가 북녘땅을 밟는 감격스러운 광경을 7000만명이 지켜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차량과 배, 비행기에 이어 마지막 남은 운송 수단인 열차가 남북을 오가게 된다면 인적·물적 교류의 인프라 구축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열차 시험운행이 예정대로 이뤄지면 이달 말부터 우리측은 대북 쌀차관 40만t을 제공한다. 또한 남북이 지난 4월 남북경제협력추진위에서 합의한 경공업·지하자원 협력사업도 개시된다. 우리측은 8000만달러 상당의 의류, 신발, 비누 등 경공업 제품 생산용 원자재를 6월부터 북측에 유상제공할 것이다. 북측 자원개발 대상지역에 대한 현지 조사도 공동으로 실시한다. 이로써 일방적 퍼주기라는 지적을 받아온 경협은 개성공단사업과 더불어 주고받기식 협력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남북관계와 경협이 탄탄한 행보를 하려면 열차운행이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 된다. 철도·도로를 통해 사람과 물자의 소통이 활발해지면 북측도 실리와 명분을 챙길 수 있다. 북측이 막판까지 고집한 서해 북방한계선(NNL) 문제는 차후 군사적 신뢰를 쌓아가면서 풀어가되, 철도·도로 운행의 항구화를 위해 남북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당부한다.
  • [열린세상] 매운 맛을 보고 하는 쓴맛 생각/성석제 소설가

    [열린세상] 매운 맛을 보고 하는 쓴맛 생각/성석제 소설가

    유명한 쌈밥집에 가서 쌈을 주문하고 앉아 있는데 이웃 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린다.“아니, 씀바귀가 쓰지를 않잖아. 요새 왜 이렇지?” 그러자 앞에 앉은 사람이 받는다.“고추도 하나도 안 매워.”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쪽에 존재하는 식물은 대부분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기제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독이다. 독이 없으면 맛이 없다는 신호라도 보내야 한다. 그게 시큼하거나 떫거나 쓴 맛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지구상에는 독은 물론 떫고 쓴 맛을 즐기는 동물이 있으니 그게 바로 우리 인간이다. 특히 쓴맛은 ‘몸에 좋은 것은 입에 쓰다.’는 경구가 우리의 무의식을 지배하고 있어서 그런지 쓴 것을 약으로 알고 먹는 사람이 꽤 있다. 쓴맛은 다음에 오는 다른 맛을 돋우는 역할도 하므로 맛의 전령사라고 할 수도 있겠다. ‘봄맞이 가자’라는 동요에는 “나물 캐러 바구니 옆에 끼고서 / 달래 냉이 씀바귀 모두 캐보자”라는 가사가 들어 있는데 가사가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야생이던 달래, 냉이, 씀바귀가 요즘은 모두 철에 상관없이 재배, 출하되고 있다. 급격히 늘어난 인구와 팽창된 외식산업에 따르는 수요를 아이들이 옆구리에 바구니 끼고 가서 캐오는 정도로는 채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물품을 시장이 요구하면 공급이 따르는 것은 시장경제의 논리상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그 물품이 공장 물건이 아닌 생물인데 고유의 성격을 잃어버린다면 문제가 좀 있다. 고추의 ‘고’는 쓸 고(苦) 자로 원래 씀바귀를 의미하는 글자이기도 하다. 요즘 고추가 모양만 고추답게 생겼을 뿐, 그다지 맵지 않은 것은 많은 사람이 매운 맛을 꺼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곧 고추의 방어기제를 제거한, 순치된 종의 고추를 재배하고 먹게 되었다는 뜻이다. 또 하나의 동요를 인용하자면 “고추 먹고 맴맴 달래 먹고 맴맴” 할 일이 없게 되었다. “아주머니, 여기 청양고추 갖다 놨죠? 그거 좀 몇 개 갖다 주쇼.” 걸걸한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크게 울린다. 경험이 있고 고집이 있는 사람의 말투다. 이어 여기저기서 “나도, 나도” 하고 청양고추를 달라고 한다. 맨 뒤에 “저두요!” 하고 소리 쳐서 내게도 청양고추가 몇 개 왔다. 맨 처음 청양고추를 요구한 남자가 다시 한 번 선구자로서의 모범을 보인다. 고추장을 듬뿍 찍어서 입에 넣고는 “고추는 이 맛이라니까!” 하는데 금세 코끝에 땀방울이 맺힌다. 하지만 너무 맵다. 청양고추는 매운맛을 내는 물질인 캡사이신 함량이 일반 고추의 예닐곱 배이다. 이런 걸 먹고서 속이 괜찮을지 걱정이 될 정도다. 씀바귀에서 쓴맛이 줄어들고 고추에서 매운맛이 줄어들어 쌈밥집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고추의 매운맛을 극대화시킨 상품이 나와서 사람들이 특별히 찾을 경우에 ‘서비스’로 제공이 된다. 좀 바빠 보이긴 하지만 음식점은 과거의 “차려주는 대로 먹는” 손님 이상의 까다로운 손님도 만족시키고 있는 셈이다. 음식점 맞은편 편의점 계산대 바로 옆에는 단맛이 전혀 없는 초콜릿, 곧 카카오 함량 100퍼센트 초콜릿이 자리잡고 있다. 쓰지 않은 씀바귀가 불만이고, 진짜 쓴맛을 보고 싶다면 이 초콜릿을 먹으면 될 것 같다. 하지만 순치된 음식을 먹는 우리 역시 순치된 존재로 살아가야 하는 건 아닐까. 우리 각자가 교육받지 않은 야생의 인간으로 살면서 무슨 사변이라도 일으키자는 게 아니라 물려받은, 원래 있던 그대로의 개성이나 취향 정도는 죽을 때까지 지켜야 하는 건 아닐까. 아직 청양고추가 준 강력한 펀치의 얼얼함이 가시지 않은 채로 하는 생각이다. 성석제 소설가
  • [병자호란 다시 읽기] (18) 광해군과 누르하치, 그리고 명나라 Ⅴ

    [병자호란 다시 읽기] (18) 광해군과 누르하치, 그리고 명나라 Ⅴ

    이성량(李成梁)이 병탄을 시도하고, 광해군과 왕세자를 책봉하러 왔던 명사(明使)들의 은(銀) 징색이 이어졌던 것은 광해군 시절 명나라와의 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광해군대 누르하치의 건주(建州)와의 관계는 어떠했는가? 광해군과 누르하치의 관계는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출발했다.1608년 2월, 광해군이 즉위한 직후 누르하치는 초피(貂皮)를 선물로 보내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누르하치가 쳐들어 올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그치지 않았다. 누르하치 진영 또한 ‘조선과 명이 합세하여 협공할 것’이란 풍문에 긴장하기도 했다. 광해군은 재위(在位) 기간 내내 누르하치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명과 건주의 관계가 삐걱거리는 한, 조선 또한 양자의 갈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누르하치에 대한 대책을 비롯해, 광해군이 취했던 대외정책에서 우선 돋보이는 점은 상대방과 관련된 정보수집을 위해 노력했던 점이다. 1608년 8월, 조선 조야(朝野)는 ‘누르하치가 배를 만들어 장차 조선을 공격하려 한다.’는 소문에 긴장했다.1610년(광해군 2) 1월에는 허투알라 지역에 ‘조선이 명과 연합하여 건주여진을 토벌할 것’이며,‘이미 조선의 병마(兵馬)가 압록강변에서 대기하고 있다.’는 풍문이 돌았다. ●정보 수집을 위해 노력하다 누르하치가 해서여진을 공략하여 전운(戰雲)이 감돌고, 명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지고 있던 상황에서 만주 일대에는 갖가지 유언비어가 난무했다. 조선과 건주여진 또한 자칫 정확하지 못한 정보에 휘말려 위험한 군사적 대결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광해군은 누르하치의 침략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비변사 신료들에게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가 무엇보다 강조했던 것은 척후(斥候)를 제대로 하고, 간첩을 적절히 활용하여 누르하치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었다. 광해군은 신료들에게 영리한 인물을 누르하치 진영으로 보내 그들의 동향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두 나라 사이에 전쟁이 한창 벌어지고 있을 때라도 사자(使者)의 왕래가 중단돼서는 안된다.’는 지론을 갖고 있었다.1611년, 누르하치 진영에 포로로 억류되어 있다가 돌아온 하세국(河世國)에게 6품직인 사과(司果)를 제수하기도 했다. 그의 여진어 실력과 견문을 활용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당시 조선은 일본이나 여진 등에 비해 상대방의 동향을 정탐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일본은 오랫동안 다이묘(大名)들이 패권을 놓고 다투었던 전국시대(戰國時代)를 경험했기 때문에 정보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 특히 일찍부터 벌였던 왜구(倭寇) 활동과 왜관(倭館)에서 거주했던 경험 등을 통해 조선 사정에 대해 훤하게 알고 있었다. 왜란 당시, 조선어를 능숙히 구사하고 조선의 지리까지 숙지했던 쓰시마(對馬島)의 일본인들이 침략군을 이끄는 향도(嚮導) 노릇을 했던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누르하치의 건주여진 또한 인접 국가의 정보를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특히 간첩을 활용하거나 반간계(反間計)를 이용하여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능력은 탁월했다. 명나라 지식인들조차 “건주여진인은 간첩활동에 가장 뛰어나서 그 내응자들 때문에 견고한 성도 앉은 채 함락 당한다.”고 인정할 정도였다. 문치(文治)에 치중한데다 건국 이후 200년 동안 전쟁을 몰랐던 조선의 정탐 능력이 취약했던 것은 당연했다. 광해군은 임진왜란을 일선에서 겪었던 인물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정보 마인드’를 지니게 되었던 것이다. 광해군이 건주여진을 조선에 비해 ‘열등한 존재’ ‘오랑캐’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은 당시의 다른 지식인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 또한 누르하치와 여진족을 가리켜 ‘노추(老酋)’ ‘견양(犬羊)’ 등 멸칭(蔑稱)으로 불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해군의 누르하치에 대한 정책은 유연했다. ‘무식하고 사나운 오랑캐에게 인륜과 이치를 내세워 사사건건 따져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이 그의 기본적인 생각이었다. 그들을 자극하여 쓸 데 없는 화란을 부르지 말고, 적당히 경제적 욕구를 채워주면서 관계를 유지하자는 것이다. ●기미책(羈策)을 활용하다 광해군의 정책은 기미책에 가까운 것이었다.‘기미’란 굴레를 가지고 소나 말의 얼굴을 붙들어 매는 것을 말한다. 중국이 흉노(匈奴) 등 주변 민족을 대했던 방식으로, 핵심은 견제하되 관계를 완전히 끊지 않는 것이다. 광해군은 누르하치와 관계를 유지하되 모험을 피하려 했다. 또 명과 누르하치 사이의 갈등 속으로 말려드는 것도 있는 힘을 다해 회피하려 시도했다. 임진왜란을 통해 처참한 상처를 입은데다 그 후유증이 채 치유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전란을 만날 경우 망할 수밖에 없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광해군이 재위 중반까지만 해도 그같은 노력과 정책은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 명과 누르하치의 관계가 아직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았던데다, 광해군 자신이 정치판을 그런대로 잘 이끌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당시 비변사(備邊司)에 포진했던 신료들 가운데 임진왜란 당시 활약했던 ‘베테랑’들이 많았던 것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원익(李元翼), 이항복(李恒福), 이덕형(李德馨), 이정구(李廷龜), 윤근수(尹根壽), 황신(黃愼) 등이 그들이었다. 그들은 왜란 당시 체찰사(體察使), 병조판서 등을 역임하면서 전쟁을 일선에서 수행했고, 명군이나 일본군 지휘부와 직접 대면했던 경험이 풍부한 인물들이었다. 광해군은 그들을 자주 접견하여 변방 관련대책과 국제정세에 대해 식견과 감각을 키울 수 있었다. ●자강책(自强策)을 마련하다 정보를 수집하고, 기미책을 통해 누르하치를 다독이는 한편, 광해군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군사적 대비책 마련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다. 광해군이 무엇보다 강조한 것은 조총, 화포 등 신무기를 개발, 확보하는 것이었다. 당시 누르하치의 기마대는 철기(鐵騎)라 불릴 정도로 기동력에서 발군이었다. 그 ‘강철 같은 기마대’를 평원에서 대적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성에 들어가 화포를 써서 제압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은 당시의 상식이었다. 광해군은 1613년(광해군 5), 화기도감(火器都監)을 확대개편해 각종 화포를 주조하는 한편, 화약원료인 염초(焰硝) 확보에도 각별히 노력했다. 무기 확보를 위한 광해군의 노력과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그의 일본에 대한 태도였다. 그는 일본으로 떠나는 통신사 편에 조총과 장검 등을 구입해 올 것을 지시했다. 일본을 ‘영원히 함께 할 수 없는 원수(萬歲不共之讐)’로 여기고 있던 당시 상황에서도 일본산 무기의 우수성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1609년(광해군 1), 주변의 반발을 물리치고 일본과 국교를 재개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누르하치 때문에 서북변(西北邊)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현실에서 언제까지 일본과 냉랭한 관계를 고집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던 것이다. 광해군은 대외관계에 관한 한 분명한 현실주의자였다. 광해군은 병력을 확보하고 뛰어난 지휘관을 기용하는 데도 노력했다. 병력 확보를 위한 근본대책으로 호패법(號牌法)을 실시하려 했고, 수시로 무과(武科)를 열었다. 1622년(광해군 14) 이후로는 모든 무과 합격자들을 변방으로 배치했다. 임진왜란이 끝난 뒤, 향리에 은거하고 있던 곽재우(郭再祐)를 불러 올려 북병사(北兵使)에 제수하기도 했다. 광해군은 누르하치의 침략으로 도성이 함락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강화도를 정비하는 데도 힘을 기울였다. 그곳을 ‘최후의 보루’로 여겨 수시로 보수하고 군량을 비축했다. 하지만 정작 강화도를 피난처로 활용한 것은 인조대의 일이었다. 1623년 광해군은 인조반정으로 폐위된 뒤 강화도에 유배되었다.‘최후의 보루’가 자신의 유배지가 되리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08일 TV 하이라이트]

    ●클래식 오디세이(KBS2 밤 12시45분) 어릴 적부터 서울에 실내악 축제를 여는 것이 꿈이었다고 말하는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과 넉넉한 웃음과 여유로움으로 실내악의 편안함을 전해주는 첼리스트 조영창. 이들이 들려주는 따뜻한 실내악 선율로 마음을 채워보는 건 어떨까. 그들이 선사할 아름다운 오월의 밤으로 초대한다.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40분) 몸무게 1t, 길이 6m에 달하는 거대한 나일 악어가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됐다.73년부터 악어 사냥이 금지된 덕에 이처럼 거대한 악어도 무사히 남아 있다. 멸종위기의 악어를 보호하고 주민들의 수익도 올릴 수 있는 새로운 해결책은 악어농장을 만드는 것. 악어 가죽을 팔면 주민들에게는 적잖은 벌이가 된다.   ●시대의 초상(EBS 오후 10시50분) 1957년 아버지 손에 이끌려 처음 조치원 난장에 선 이후 50년,1978년 공간 사랑에서 세 명의 친구들과 사물놀이 공연을 한 이후로 30년. 김덕수, 그의 이름은 국악계에서 이제 보통명사가 됐다. 하지만 그에게는 영광만 있지 않다. 오욕도 있고 배신도 있다. 광대의 길 50년을 걸어온 김덕수를 만나본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SBS 오후 6시50분) 지상최고의 고집불통 청개구리. 이유불문, 장소불문. 뭐 하나 걸렸다 하면 무조건 반대로 고집을 부리는 4살 서현. 무조건 반대로만 행동하는 서현의 못말리는 행동은 오직 한사람, 엄마한테만이다. 황당무계하게 우기는 것은 기본이요, 떼와 악으로 대응하는 서현. 과연 이 아이는 달라질 수 있을까.   ●히트(MBC 오후 9시55분) 14년 전 일어났던 동남부 연쇄살인사건의 상황과 똑같은 살인사건들이 계속 일어나자 김영두와 정인희, 김재윤은 그 당시 범인 백수정을 떠올린다. 김일주는 조규원에게 충주경찰학교로 내려 가 있는 차수경을 다시 불러달라고 한다. 그리고 그동안 강창선이 팀을 와해시키려고 했던 상황들을 이야기한다.   ●하늘만큼 땅만큼(KBS1 오후 8시25분) 한 호텔, 다른 공간에서 내키지 않는 상대와 마주앉아 있는 무영과 지수. 자신의 할 말을 다하고 돌아선 무영과 지수는 호텔 앞에서 우연히 부딪힌다. 자리를 피하는 무영이 누구를 만났는지 지수는 알 것만 같다. 명태가 전하는 봉례 이야기에 명자와 태식은 여전히 믿기 어려운 눈치다.
  • 靑·친노-비노 결별 수순

    靑·친노-비노 결별 수순

    노무현 대통령이 7일 ‘대통령’이 아니라 ‘정치인’의 이름으로 청와대브리핑에 글을 올렸다.‘정치인 노무현의 좌절’이라는 제목이다. 최근 정치상황을 바라보는 절박감을 표현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인 정동영·김근태 전 의장의 “무원칙한 구태정치”가 국민통합과 정치개혁,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창당정신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 글의 요지다. 노 대통령은 “당을 해체해야 할 정도로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면 깨끗하게 정치를 그만두라. 정치는 잔꾀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친노와 비노, 청와대와 탈당파의 갈등이 돌이킬 수 없는 결별 수순으로 접어들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노 대통령은 두 전직 의장을 겨냥,“일부 사람은 당을 깨고 나갔고, 남아 있는 대선주자 한 사람은 당을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또 한 사람은 당의 경선참여를 포기하겠다는 말을 하고 다닌다.”면서 “그렇게 하면 과연 대선에서 이길 수 있나. 창당 정신에 맞는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가망이 없을 것 같아 노력할 가치도 없다 싶으면 (남은 사람들이 창당정신을 살릴 수 있도록)그냥 당을 나가면 될 일”이라면서 “굳이 당을 해체하자는 것은 희생양 하나 십자가에 못박아 놓고 ‘나는 모른다. 우리와는 관계없다.’고 알리바이를 만들어 보자는 것 아니냐.”고 힐난했다. 열린우리당의 진로와 관련, 노 대통령은 “당명이나 형식을 고집하고, 사수하자는 것이 아니다.”면서 “통합을 하더라도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과 역사를 지키면서 해야 한다는 것이며, 당을 통째로 이끌고 지역주의 정치에 투항하자는 것이 아니라면 대통령이 걸림돌이 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호남과 충청이 연합하면 이길 수 있다는 지역주의 연합론은 환상”이라고도 했다. 이와 관련,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질서정연한 통합은 수용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질서정연한 통합’이란 ▲열린우리당을 탈당하지 않고 ▲지역당으로 회귀하지 않으며 ▲경선에 승복하는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밝혔다. 이에 대해 정 전 의장은 이날 성명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일각에서 2·14전당대회의 ‘대통합 신당’이라는 합의정신을 깨고 대선을 포기하려는 듯한 패배주의적 발언을 하는 것을 보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열린우리당의 틀에 집착하는 것은 시대의 요구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김 전 의장도 “대통령이 특유의 독설로 현 상황을 진단했다. 아무리 미워도 말은 가려서 하라.”고 맞받았다. 박찬구 나길회기자 ckpark@seoul.co.kr
  • 노대통령, 왜 열린우리당 간판 집착하나

    “(집단탈당으로)당이 껍데기만 남으면 내가 복당해서라도 당을 지키겠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에게 했다는 말이다. 탈당이 명분없음을 강조하기 위한 역설적인 언급이란 설명이 붙긴 했지만, 과거 자신이 몸담았던 당에 이만큼 애착을 보인 대통령이 있을까. 노 대통령은 왜 이토록 열린우리당에 ‘집착’하는 것일까. ●‘전국 정당´ 우리당은 자식같은 존재 노 대통령 입장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퇴임을 앞둔 대통령은 자신이 역사에 어떻게 남을지, 자신이 정치사에 무엇을 남길지에 노심초사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이 창업하다시피 한 열린우리당이 사라지는 것 자체를 ‘정치사 속에서 노무현의 소멸’로 받아들일 만하다는 분석이다. 범여권 관계자는 “지역구도 타파를 정치역정의 제1 명분으로 내세워온 대통령에게 ‘전국(全國)정당’인 열린우리당은 자식과도 같은 존재일 것”이라고 했다. ‘호남’과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흡인력은 이런 노 대통령을 한층 예민하게 만들 법하다. 범여권은 어차피 호남이 대주주이기 때문에 열린우리당 간판을 내리는 순간 호남과 DJ를 기반으로 한 ‘옛 민주당’으로 회귀할 것이 뻔하고, 이것은 결국 ‘노무현 시대의 실종’으로 연결될 것이란 우려다. 실제 노 대통령은 통합 움직임에 대해 “결국은 ‘도로 민주당’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수차례 표출해 왔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어떤 측면에서 노 대통령의 정치적 공간을 위협하는 가장 큰 그늘은 DJ일 수도 있다.”고 했다. ●DJ 중심 ‘도로 민주당´ 회귀 우려 이런 관측은 노 대통령이 ‘민주당 세력’에 적개심을 품고 있다는 얘기로 발전하기도 한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영남 출신의 노 대통령은 호남이 주류인 민주당에서 수모에 가까운 소외를 당했고, 이 때문에 동교동계를 비롯한 옛 민주당 주류에 강한 반감을 갖고 있다.”면서 “2002년 대선에서 후보로 선출된 뒤 후보교체론에 시달린 게 단적인 예”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이강철·김두관씨 등 영남권 측근들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당 사수’를 고집한다는 분석도 있다. 호남 중심의 범여권 통합신당이 만들어지면 내년 총선에서 이들 영남권 출마자들은 전멸할 것이란 우려의 발로라는 얘기다. 문제는 열린우리당에 대한 노 대통령의 이같은 집착이 ‘도로 민주당으로의 집권보다는 차라리 한나라당 집권 하에서 야당하는 게 더 낫다.’는 논리로 비화된다는 점이다. 목포 출신 천정배 의원은 얼마전 사석에서 “노무현의 원칙을 지킬 수 있다면 한나라당에 정권을 넘겨 줘도 좋다는 사람을 보면 귀싸대기를 올려 붙이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이런 측면에서, 지금의 ‘열린우리당 사수-해체’ 논쟁은 범여권내 영남 중심론 대 호남 중심론, 노무현 중심론 대 DJ 중심론의 충돌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박근혜 “세번 양보… 더는 못해”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최근 들어 ‘얼음공주’에서 ‘따뜻한 근혜씨’로,‘유약한 여인’에서 ‘철의 여인’으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스킨십 부족이 약점으로 지적돼온 박 전 대표가 유연성과 특유의 ‘썰렁 유머’를 거침없이 선보이며 대중 친화력을 높여가고 있다. 이와 함께 부드럽고 유약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4·25 재·보선 참패에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데 이어 당 대선후보 경선의 최대 라이벌인 이명박 전 시장과의 ‘경선룰’ 논쟁에서도 ‘원칙과 명분’을 앞세워 기선을 제압하는 등 강력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6일 기자들과 청계산 산행에 나섰다. 지난 97년 말 정계 입문 이후 기자들과 함께 산행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 대표 시절은 물론 대선주자 행보를 시작한 이후에도 참모들이 산행을 권할 때마다 ‘보여주기식 쇼’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기자들과의 스킨십과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데 산행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측근들의 지속적인 권유에 못 이겨 ‘고집’을 꺾었다는 후문이다. 이날 산행에서 박 전 대표는 특유의 ‘썰렁 유머’도 빼놓지 않았다. 산행 후 기자들과 오찬을 함께하면서 “산행을 함께한 기자들과 산에는 오지 않고 식사자리에만 동참한 기자들을 구분해 달라.”는 기자들의 농담에 “그건 방법이 없어요.(산행에 동참하지 않은 기자들에게) 귀마개를 씌워야죠.”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정치적 리더십도 바뀌고 있다. 당 대표 시절, 당론 결정과정에서 이렇다 할 결단을 내린 적이 없어 ‘알리바이 리더십’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던 그였지만 4·25 재·보선 참패 후 당 수습과정에서 신속하면서도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경선룰을 둘러싼 이 전 시장측과의 논쟁에서도 ‘원칙고수·합의존중’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이 전 시장과 강재섭 대표를 강하게 압박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산행에서도 경선룰과 관련,‘경선룰의 역사’를 언급하면서 “나는 세 번이나 양보했다.”고 밝혀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대선주자들이 그때그때 룰을 만들고 또 바꾼다는 게 말이 되느냐.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들어와서 이것이 마음에 안 드니까 고치자고 하면 그렇게 해줘야 하느냐.”고 되물었다.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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