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고집
    2026-08-07
    검색기록 지우기
  • 과장
    2026-08-0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2,028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시네마인생 53년 이길웅 영사기사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시네마인생 53년 이길웅 영사기사

    “무슨 일을 하건 네가 사랑하는 일을 하렴!” 영화 ‘시네마 천국’에 나오는 명대사다. 수염 덥수룩한 알프레도가 도시로 떠나는 젊은 토토에게 애틋하게 건네는 말이다. 이 영화를 가슴 뭉클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추억의 필름을 잠시 맛보기로 돌려보자.2차대전 직후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작은 마을. 여기에는 ‘시네마 파라디소’라는 낡은 영화관이 있다. 소년 토토와 영사기사 알프레도. 토토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장 성당으로 달려가 신부님의 일을 돕는다. 영화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이 마을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영화는 모두 신부가 검열을 했으며 웬만한 키스신은 모두 삭제가 된다. ●‘드림시네마´서 마지막 상영작업中 영사기를 천직으로 여기는 알프레도는 토토가 영사기술을 배우는 것을 싫어한다. 부활절도, 크리스마스도, 휴일도 없이 영사실에 갇혀지내는 영사기사 생활의 고독과 허상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압권은 다른 영화관과 동시 상영을 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필름을 운반하는 장면이다. 특히 나중에 ‘시네마 천국’ 극장도 철거되고 유명한 영화감독이 된 중년의 토토가 홀로 초현대식 극장에서 알프레도가 남긴 필름을 감상하는 장면은 관객들의 눈가를 흠뻑 적시게 한다. 이 영화는 1989년 칸영화제 등 대부분의 국제영화제를 휩쓸며 전세계 영화팬들을 감동시켰다. 이쯤해서 한국판 ‘시네마 천국’을 한번 떠올려보면 어떨까. 이길웅(68)씨. 영사기사를 천직으로 여기며 살아와 알프레도와 닮았다. 또 토토와 비슷하게 어린 나이에 영사기술을 익혔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대에도 불구하고 한번쯤 뛰쳐나올 법도 한데 오로지 집과 영사실만 오고간 흔치 않은 인생이다.14세 때 영사실에 처음 들어간 이후, 어느덧 53년 세월이 흐른 오늘날에도 늘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홀로 영사실에 앉아 ‘촤르르∼’ 관객들의 눈과 귀를 감동시킨다. ●14살부터 목포극장에서 영사일 시작 이씨는 현재 서울시내에서 유일하게 남은 마지막 단관극장인 ‘드림시네마’(옛 화양극장·서울 서대문구 미근동)에서 영사주임으로 일하고 있다. 멀티플렉스 시대에 스크린 하나만을 고집해왔던 ‘드림 시네마’는 이 지역 재개발로 인해 내년이면 사라질 운명에 놓여 있다. 그래서 ‘드림 시네마’측에서는 마지막 떠나는 모습을 아름답게 남기기 위해 모든 것을 20년 전으로 돌려놨다. 선정된 영화는 ‘더티 댄싱’이다. 사라졌던 대형 붓간판을 다시 내걸었으며 티켓도 20년 전의 모습으로 바꿨다. 또한 오드리 햅번 등 유명한 배우들의 사진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실까지 마련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 각지의 중장년층과 20대 젊은층들이 찾아와 단관극장에서 추억의 명화를 감상하며 향수를 달래고 있다. 이씨가 바로 이들을 위한 마지막 필름을 돌리고 있는 것.‘드림 시네마’가 문을 닫게 되면 마지막 상영작 ‘더티 댄싱’과 함께 자신의 ‘시네마 인생’도 어쩌면 마감해야 할 처지. 또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3일간 심야시간대에 추억의 명화 ‘벤허’를 돌릴 예정이다. 이래저래 회한과 아쉬움이 가득한 이씨를 ‘드림 시네마’ 영사실에서 만났다. 처음에는 “뭐 한 일도 없는데 쑥스럽게 인터뷰를 하느냐.”며 손사래다. 그러면서 화면과 영사기를 번갈아 응시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1940년 출생이니 다시 해가 바뀌면 칠순이 코 앞이다. 하지만 나이보다 훨씬 젊게 보였다. 영화는 자주 봤지만 영사실에 들어오는 것은 처음이라며 관심을 가졌더니 그는 “필름 갈아끼우느라 진땀을 빼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하고 입을 연다. 요새는 1만 2000커트 정도가 연결된 필름을 한번 끼우면 영화가 다 끝날 때까지 계속 돌아간다며 격세지감을 피력했다. 옛날에는 영화 한 편을 상영하면서 필름을 여러번 갈아 끼워야 했고, 또 영사기에 필름이 걸리거나 불이 붙기도 했다는 것. 또 영화관에 정전도 자주 났지만 그때의 관객들은 조용히 다시 상영되기를 기다렸다고 술회했다. 지금은 성인의 키만한 영사기 두 대가 과열방지를 위해 시간대별로 번갈아 사용되니 불이 붙을 일도 없을 뿐만 아니라 필름의 질도 좋아져 상영 도중 끊기는 적이 별로 없다고 했다. 어찌하여 영사기사가 됐을까.“그냥 영화가 좋아서 그랬고 지금까지 한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었다.”고 웃는다. 목포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무조건 목포극장으로 찾아가 영사기사가 되겠다고 했다. 하지만 엄격한 사수 밑에서 바닥 닦고 걸레질 등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했다. 영사기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못했다. 할 수 없이 어깨 너머로 배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아침 일찍 출근해 밤 12시에 퇴근하는 일을 거른 적이 거의 없었다. 사춘기도 잊고 그렇게 10대를 보냈던 것. 당시 목포극장에서는 진도 등 크고 작은 섬지역에 임시 가설극장을 마련하기도 했는데 이때 출장을 가기도 했다. 초창기 때 어떤 영화를 주로 상영했느냐고 물었더니 “당시 목포극장은 하루에 다섯번 상영하고 가끔씩 막간을 이용해 국악공연도 펼쳤다.”고 회고하면서 ‘판도라’ ‘카르멘’ 같은 영화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아울러 영화 상영 전에 인근 식당이며 예식장 등의 광고가 아주 많았다고 했다. ●“자정무렵 들어가서 가족얼굴 못본 게 미안” 그는 1963년 맹호부대 정훈병으로 입대했다. 그의 영사기술은 여기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맹호부대 이 하사’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16㎜ 빅터영사기를 들고 여기저기 전후방 부대를 돌아다녔다. 극적인 장면에서 필름을 갈아끼울 때면 장병들로부터 어김없이 ‘빨리 돌려라.’는 원성을 자주 들었다. 이때마다 괜히 어깨가 우쭐거려지곤 했다. “당시 영사기는 미 대사관에서 빌려준 것이었지요. 육군본부에서 필름을 수령한 뒤 며칠동안 전방 등지에서 상영을 하고 나서 다시 반납하곤 했지요. 덕분에 서울로 외출외박을 자주 나왔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군대생활이 가장 재미 있었던 것 같아요.” 군 제대 후에도 계속 목포극장에서 필름을 돌렸다.‘벤허’ ‘로마의 휴일’ ‘노틀담의 꼽추’ ‘외인부대’ 등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명화들이 그의 손을 거쳐갔다. 그러기를 30년. 어느새 40대 중반의 나이가 됐다. 이 무렵 서울 서대문 네거리에 ‘화양극장’이 개관됐고 평소 알고 지내던 영화인의 권유로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에서는 ‘영웅본색’ 등 주로 홍콩영화를 단골로 상영했다. 신형 영사기를 처음 접한 것도 바로 이때였다. 또 화양극장으로 옮길 무렵에는 떠나는 영사기사들이 많아 늘 혼자서 하루종일 필름을 돌려야 했다. 그러다보니 쉴 틈이 더욱 없어졌다. 집안 친척의 경조사를 챙기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정무렵에 퇴근하다보니 가족들 얼굴조차 보기 힘들어졌다. 영사기사의 보수는 얼마나 될까. 이에 “1960∼1970년대 극장 앞에서 줄을 쭉 서고 볼 적에는 그래도 나은 편이었지만 멀티플렉스 다관 극장이 생겨나면서 더욱 어려워졌다.”고 한숨 섞인 표정을 짓는다. 다른 사람처럼 직업을 왜 바꾸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속 없어서 그렇지 뭐.”라고 하면서 그게 다 천직이 아니냐고 했다. 시네마 인생 53년을 뒤돌아보면서 “자식들이 다 건강하고 훌륭하게 자라줘 가장 기쁘다.”며 나름대로 보람을 찾는다. 슬하에 4남매를 두었으며 경찰, 스튜어디스, 애니메이션 감독 등으로 일하고 있다. 막내는 서울대를 나와 현재 미국 유학 중이다. 변변한 재산도 없이 오로지 영사기사 월급으로 자식공부를 시켰다. 경기도 원당 자택에서 부인과 단둘이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글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여자를 매만져 먹고사는 사나이들

    여자를 매만져 먹고사는 사나이들

    어떤 관념이 무너지기 시작하고 있다. 남자가 여성미의 일익을 담당, 머리나 얼굴을 매만지고 몸매를 매만지며 또 발을 곱게 감싸주는 등…. 여성들만의 직종을 파고드는 이른바 「여자를 매만져 먹고사는 남성들」의 요지경속 얘기. 이(李) =이거 어떻게 여자들과 관련있는 직업을 가진 남성들끼리 자리를 같이하게 되었군요.(웃음) 박(朴) = 그것도 그렇지만 여자의 얼굴을 담당하는 직업, 또 몸체를 담당하는 이(李)형 그리고 하체를 다루는 손(孫)형. 이렇게 되면 여체(女體)의 삼위일체가 모인 셈이지요. (폭소) 손(孫) = 그럼 슬슬 여체의 머리부분을 담당하시는 박형부터 얘기보따리를 풀어 놓으시지요. 이(李) = 그러고 보니까 박형은 금남의 집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유일한 특권자이군요. 박(朴) = 이거 왜 이러십니까. 이형은 그렇지 않습니까? 요새 「미디·맥시」가 유행되니까 머리도 「백시·스타일」이 한창 기승을 부렸지요. 손(孫) = 그런데 이 기회에 한번 물어 봅시다. 여성들이 미장원에 모이면 주로 어떤 얘기가 많이 나오나요? 박(朴) = 글쎄요. 이건 절대 비밀인데…. 유행에 관한 얘기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두분에게 가만히 알려드릴건 옷이나 구두에 관한 정보가 주로 미장원에서 교환되고 있다는걸 알아 두세요. 손(孫) = 정말 몰랐지 인데….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폭소) 그런데 이거 발바닥만 바라보고있는 우린 좀체 「팁」커녕 순순히 구두나 잘 찾아가 주면 감지덕지예요. 박형은 「팁」까지 받지 않습니까? 박(朴) = 「팁」은 주로 20대의 화려한 직업을 가진 여성들이 잘 주는 편입니다. 최고 5백원에서 50원까지. 「팁」얘기가 나왔으니까 말인데 얼마전 여고를 갓 졸업한 아가씨가 머리를 하고 가면서 무작정 「팁」을 꼭 놓고 가야 하는 줄 알았던지 분수에 맞지않게 많이 놓고 나가려고 해서 불러 되돌려 준 적도 있읍니다. 이거 저만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양장계의 유행 같은건 어떻습니까? 이(李) = 옛날과 달라 현대 여성들은 상당히 색감에 민감하고 대담해졌어요. 역시 발랄한 20대는 「프린팅」된 짙은 옷감을 선택하는데 이게 30대로 올라가면 안정된 중간색 계통을 택하더군요. 40대쯤 되면 화려한 원색을 찾아요. 그런데 까다롭기는 30대가 최고예요. 박(朴) = 그 말엔 동감입니다. 가장 멋을 아는 나이가 30대인가 보지요? 기껏 정성들여 만든 머리를 마구 빗어 버릴때 쥐구멍에라도 찾아들고 싶은 심정이지요. 손(孫) = 저희 양화점도 역시 30대 여성이 제일 구두 고르는 시간이 길어요. 그러나 구두를 맞추는 층을 연령으로 볼때 30대가 단연 압도적입니다. 이(李) = 까다롭지만 무시할 수 없다 이겁니까? 손(孫) = 그렇습니다. 저희 상점의 경우 남자구두와 여자구두 중 4분의3 비율로 여자 손님이 많습니다. 박(朴) = 그런데 유행이라는 게 참 무서워요. 우리나라 여성들의 「헤어·스타일」 의 유행은 주로 외국 영화에서 비롯되는 것 같아요. 무슨 영화에 나온 어느 여배우와 같은 「스타일」로 머리를 매만져 달라는 청탁을 가끔 받습니다. 이(李) =박형은 영화 자주 봐야 겠군요. 박(朴) = 그래요. 그런데 유행은 해가 바뀌는 것과 함께 바뀌는 것 같아요. 이(李) =그 점은 양장계도 마찬가지일겁니다. 금년부터 「핫·팬츠」가 유행될 모양이지요. 손(孫) = 그렇게 되면 남자들 좋아하겠는데요?(웃음) 이(李) = 금년엔 주로 어떤 색 계통의 구두가 많이 나갑니까? 손(孫) = 백색과 「베이지」계통의 것이 많이 나가요. 그런데 여자들의 발만 재다 보니까 발 모양이 예쁘면 대개 얼굴도 예쁘다는 것을 알 수 있겠어요.(웃음) 한데 각자 얼굴이 다르듯이 발 모양도 각양각색이더군요. 박(朴) = 여자들 머리도 각양각색입니다. 이(李) = 여자들 머리 깎아놓으면 그 골상이 정말 가관일겁니다.(폭소) 손(孫) = 아까 30대 여성이 까다롭다는 말이 오고갔지만 남자 까다로운 사람에다 대면 약과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까다로운 남자 굉장합니다. 박(朴) = 그런데 이거 직업이 이상해서 그런지 「데이트」한번 맘 놓고 못 합니다. 누구와 어딜 잠깐 다녀와도 금방 보았다는 사람이 수두룩하게 마련입니다. 이(李) = 우리가 희열을 느낀다면 여성마다 고집하는 자기 「스타일」을 무너뜨리고 바로 잡아주었을때 일겁니다. 그러다보면 더러는 인생문제 상담역까지 감수해야 하는 이 여자를 상대로하는 직업, 아마 어느 딴 직업 보다 피로가 빨리 오는 것 같잖아요?(웃음) 박(朴) = 물론이지요. 하루에도 작업을 바꾸고 싶은 생각이 몇 번씩 들때가 있어요. 그러나 머리가 맘에들어 쌩긋 웃으며 고맙다고 하는 아가씨의 인사를 받을때의 보람, 이것 때문에 이 일을 잡고 있는지 모르지요. 이(李) = 우리가 여성들속에 살면서 느끼는 점이 있다면 뭘까요? 손(孫) = 「여성들은 절대로 남에게 뒤지기 싫어한다」가 아닐까요? 이(李) = 미(美)에 대한 추구는 여성들의 공통된 욕망이라는 것은 아마 인류가 멸망할 때 까지 불변의 진리로 남아있을 겁니다. 박(朴) = 우리 미장원에 오는 손님들, 열이면 아홉 사람이 하필이면 남자가 미용사냐는 질문을 많이 해요. 손(孫) = 그건 아마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남자 미용사에 대한 인식이 덜 되어서 그렇겠지요. 이(李) = 그러나 우리에 대한 세상 인식이 아직 좋지 않다 해도 미를 창조한다는 긍지를 갖고 아름다운 여성미의 조언자가 됩시다. 손(孫) = 그렇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까다로운 여성들을 다듬어 먹고사는 우리들 자주 만납시다요.(웃음) 박(朴) = 대단히 좋은 말씀입니다. [선데이서울 71년 4월 18일호 제4권 15호 통권 제 132호]
  • [길섶에서] 어머니의 김장/구본영 논설위원

    시골의 어머니가 다시 김치를 담가 보내시겠단다. 노모의 건강을 걱정해 전화로 여러 차례 말렸는데도 고집을 꺾지 않으려 했다. 몇 차례나 허리를 다친 데다 골다공증 증세도 있는데 말이다. 경향 각지에 흩어져 사는 3남2녀가 모두 불혹을 넘긴 나이인데도 어머니에겐 아직 어린애인 듯했다. 며느리가 셋인데도 아직 미덥지 않기는 매한가지인 모양이다.“올해만 마지막으로 담그겠다.”는 말이 벌써 몇년째다. 어느 시인의 표현대로 “바람이 문풍지를 더듬던” 어릴 적의 김장철은 언제나 추웠다. 국민 대다수가 가난했던 시절이었기에 그런 느낌으로만 남아있는지도 모르겠다. 집집마다 어머니들이 고무장갑도 없이 맨손으로 김장을 담그지 않았던가. 형제들은 부엌에서 어머니가 입안에 넣어주는 겉절이 김치를 받아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번 더 어머니의 김장을 말릴 요량인데도 배추 고갱이의 고소한 맛을 떠올리면 어쩔 수 없이 입안엔 군침부터 돈다. 그땐 왜 어머니의 시린 손 끝은 보지 못했는지….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유력후보 직격 인터뷰] 일반석 앉아 악수 청하고 도시락 먹으며 일정 챙겨

    9일 오후 1시 서울발 대전행 KTX에 탄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통화중이었다. 다음 날 일정을 조율하는 중이었다. 행사 인사말에 빠지면 안되는 말까지 꼼꼼하게 챙겼다. 인터뷰는 원래 사무실에서 예정됐지만 일분일초를 다투는 유세 일정 탓에 KTX 동승 인터뷰로 갑자기 바뀌었다. 두 가지 생각이 스쳤다. 노련한 후보답게 빈틈이 없다는 생각이 우선 들었다. 두번째로 그가 캠프의 사소한 부분까지 모두 맡아서 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의 입버릇이 된 “돈과 조직과 세력 없이 힘들게 하고 있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좌석에 앉자마자 이 후보는 “배고픈데, 밥 좀 먹고 합시다.”라고 너스레를 떨더니 도시락을 열었다. 신당 창당 문제나 BBK 수사결과 발표, 하락하는 지지율에 대해 질문해도 도시락에 열중하더니 강소국 연방제 국가개조론 얘기가 나오자 진지해졌다. 대전까지 가는 도중 정차역마다 승객들이 타고 내렸다. 선거기간에 열차나 비행기 일반석만을 고집한다. 승객들이 알아보면 먼저 불쑥 일어나 악수를 청했다. 5년 전 ‘제왕적 후보’의 인상과는 너무 다르다고 하자, 이 후보는 “5년 동안 와신상담해서 달라진 게 아니냐고 묻고 싶겠지만, 특별히 달라질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다.”라며 농반진반으로 받아 넘겼다. 그는 “사람이 배경이나 힘을 갖고 나올 때와 신념 하나로 나올 때 차이가 크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BBK 수사 결과 발표로 지지율에 타격을 받고 있는 이 후보는 “곧 원래 추세가 회복되고, 일주일 안에 경천동지할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경천동지할 변화는 그의 신념에서 나온 관측일지, 아니면 그는 창당 선언 이후 또 다른 카드를 준비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대전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사설] 참 스승상 실천한 이기용·송명근 교수

    말기 암환자였던 대학교수가 학기 마지막 수업을 마친 날, 사무실에서 세상을 떴다. 휴강 및 수술 권유를 받았지만 종강 뒤 수술을 받겠다며 강의를 강행했던 그다. 또 다른 의과대학 교수는 200억원이 넘는 재산을 공익사업에 쓰겠다는 서약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모처럼 한 줌의 햇살같은 소식이다. 스승없는 대학사회라는 자조가 넘친 지 오래다. 참 스승, 사랑의 실천의 표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성균관대 법대 이기용 교수. 그는 두 달전 직장암 3기 판정을 받았다. 항암·방사선 치료를 받은 뒤 수술을 해야 한다는 소견이 나왔지만, 학기를 끝내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 50의 나이다. 그는 지식뿐 아니라 법학도의 덕목을 강조해온 진정한 스승이었다고 제자들은 회고하고 있다. 선거철을 맞아 대학가에는 대선후보 캠프를 기웃거리는 정치교수, 이른바 ‘폴리페서’들이 넘쳐난다. 유수 대학의 총장까지 뛰어들어 논란이 되지 않았던가. 이 교수의 제자 사랑이 더욱 돋보이고, 어떤 찬사도 아깝지 않은 이유다. 국내 심장수술의 최고 대가인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가 또 다른 주인공이다. 그는 5년전 이미 죽은 뒤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유언장을 썼다. 독자 개발한 심장판막 보조장치로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다. 그는 “재산이 엄청 늘면서 다짐이 흔들릴까봐 사회공헌 약속을 공개했다.”고 했다. 그의 인간됨과 도량을 알 수 있다. 두 교수의 값진 사랑과 실천이 사회를 훈훈하게 하고, 또 다른 확산의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
  • 장정일 희곡집 ‘고르비 전당포’

    희곡과 소설, 시, 에세이 등 장르를 넘나들며 전방위 글쓰기 작업을 벌여온 작가 장정일이 ‘외도’를 끝내고 마침내 ‘초심’으로 돌아왔다. 1987년 신춘문예 희곡 당선으로 문단에 데뷔한 작가가 1995년 첫 희곡집 ‘긴 여행’을 낸 데 이어 12년여 만에 두번째 희곡집 ‘고르비 전당포’(랜덤하우스 펴냄)를 냈다.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의지를 불태운 만큼 이번 희곡집을 바라보는 작가의 애정도 남다르다. 작가는 “어쩌다 이런저런 장르를 집적거리는 바람둥이 같은 작가가 되고 말았다. 그렇지만 내게도 끝내 순정과 열정을 바치고 싶은 데가 있다.”고 서문에서 밝힌다. ‘고르비 전당포’는 세 명의 주인공이 강요된 삶과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려는 몸짓을 현재의 관점에서 약여하게 그려낸다. 표제작 ‘고르비 전당포’를 비롯, 중국 최초로 통일한 나라를 배경으로 한 ‘일월(日月)’‘해바라기’ 등 3편이 실렸다. 사마천의 ‘사기’를 바탕으로 진시황의 첫번째 아들 부소가 분서갱유 완화를 상소했다가 북쪽 만리장성으로 쫓겨나는 시점부터 환관 조고의 술수로 자살하기까지를 문학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했다. 특히 강요된 삶을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여자로 변하는 자기 부정과 변신 과정이 눈길을 끈다. 소설 ‘보트 하우스’를 각색한 ‘고르비 전당포’는 컴퓨터를 거부하고 타자기를 고집하는 작가를 주인공으로 속도와 대중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작가라는 존재가 얼마나 절망적인지를 그린 작품. 강박관념과 죄의식에 시달리다가 자신의 열 손가락을 자른 작가 제이와 주변 여성들을 통해 외환위기 직후 서울 풍속도를 재현했다.‘해바라기’는 1988년 극단 열린무대에 의해 연극으로 선보인 작품. 한때 촉망 받는 극작가였으나 헨리 밀러의 작품을 각색하면서 상업적인 제작자에게 시달리는 주인공의 무절제한 성적 행각과 창작의 고통을 생생하게 표현했다.1만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갱상도’ 오지서 별미 찾았다~

    ‘갱상도’ 오지서 별미 찾았다~

    경상도의 맛은 대체로 ‘맵고 짜다’고 표현된다. 실제 그리 틀린 말도 아니다. 하지만 ‘갱상도’라고 맛집이 없을까. 개성 강한 맛을 찾아 예천·풍기·봉화·영주 등을 거쳐 대게의 고향 울진까지, 경북 북부의 내로라하는 오지들을 둘러보았다. 전라도 음식이 화려하고 입에 착착 감긴다면, 이 지역의 맛은 의외로 소박하고 담백했다. 도회지에서 떨어져 오지일 뿐, 최소한 맛의 오지는 아니었다. # 예천 용궁순대와 참우 첫번째로 찾은 곳은 육지 속 섬마을 회룡포를 품은 예천군. 용궁순대와 참우(牛)가 대표 먹거리다. 회룡포의 들머리 용궁면에 들어서니 작은 시골마을에 어울리지 않게 순대집 광고간판의 위세가 대단하다. 용궁순대는 다른 지역과 달리 돼지 막창을 순대 껍질로 사용한다. 순대 특유의 비린내가 덜한 데다, 말랑말랑해 씹는 맛도 일품이다. 여기에 부추·파·찹쌀·선지 등 십여가지의 재료로 속을 만든다.‘용궁순대’가 특정한 상호가 아닌 순대 제조방법에 따른 ‘일반명사’였던 셈이다. 현재 용궁순대를 만들어 파는 곳은 5집 정도. 그중 20년 영업을 해 온 단골식당이 가장 오래됐고, 순대 속에 두 가지 ‘비방’을 특별히 첨가했다는 흥부네순대(054-653-6220)가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가격도 참 착하다. 사골로 우려낸 순대국밥(국밥용 순대는 소창을 재료로 만든다)은 3500원, 순대는 1인분 5000원을 받는다. 순대전골 1만 5000∼2만원. 예천 참우는 예로부터 일 잘하고 육질 좋기로 소문났다. 시뻘건 융단에 하얀 눈꽃이 핀 듯한 마블링은 ‘보는 맛’을 더한다. 현지인들은 참우가 먹는 사료에서 맛의 비결을 찾는다. 사질토에서 자란 참깨로 참기름을 만들고, 남은 깻묵을 사료에 섞여 먹인다는 것. 읍내 황소고집(655-9293)은 갈비살 등 생고기 전문식당으로 유명하다. 가격도 저렴한 편. 부위별 모듬은 450g 5만원, 갈비·토시·안창살 등은 150g 1만 6000원을 받는다. 고기를 먹고 나면 예천밥이 나온다. 냉이향 가득한 된장찌개에 고사리, 배추, 조밥 등을 넣고 예천 명산 참기름을 넣어 비벼 먹는다. ▶주변 관광명소:신라시대 세워진 천년고찰 용문사, 세금 내는 나무 석송령·황근목, 금당실마을 등이 있다. 예천군청 관광개발과 650-6907. ▶가는 길:영동고속도로→여주 나들목→중부내륙고속도로→점촌함창 나들목→예천. # 풍기인삼과 갈비의 만남 영주시 풍기읍내에서 부석사 방향으로 접어들면 너른 인삼밭 맞은편에 인삼갈비를 전문으로 하는 맛집들이 나온다. 인삼갈비 맛은 인삼과 여러가지 한약재를 넣어 만든 양념장이 좌우한다. 소갈비, 돼지갈비를 양념장에 재서 구우면 냄새가 없어지고, 육질도 부드러워진다.20년 넘게 영업을 해온 풍기인삼갈비(635-2382)집이 그중 많이 알려져 있다.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돼지인삼갈비. 요즘엔 인삼소왕갈비로 인기몰이 중이다. 왕갈비라는 이름에 걸맞게 크기부터 넉넉하다. 살점 사이사이에 인삼을 썰어 넣고 24시간 양념장에 잰 갈비를 숯불에 구워 먹는데, 은은한 인삼향이 일품이다. 살점 사이에 끼워둔 인삼을 마늘처럼 구워 먹는 것도 별미. 아이들은 인삼튀김을 좋아한다. 인삼에 반죽을 입혀 바삭하게 튀겨낸 다음 꿀에 찍어 먹는다. 인삼왕갈비 500g 4만원. 인삼갈비살 150g 1만 8000원. 인삼불고기 200g 1만 2000원. 인삼돼지갈비 200g 6000원. 인삼튀김 1만원. ▶주변 관광명소:배흘림기둥과 무량수전으로 많이 알려진 부석사, 선비들의 숨결 가득한 소수서원 등이 있다. 영주시청 문화관광과 639-6062. ▶가는 길:영동고속도로→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영주. # 봉화 3味, 전통 한과·송이돌솥밥·숯불돼지구이 봉화 닭실마을은 500여년 동안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며 한과를 만들어 오고 있는 전통마을. 재료도 순수 국내산만을 사용한다. 한과는 찹쌀 반죽에 멥쌀 가루를 입혀 튀겨 조청을 입힌 후 깨, 강정, 튀밥 등을 얹어 만든다. 오래 두면 맛이 없어지기 때문에 소량만 주문생산한다.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3만∼8만원. 세트포장은 16만원.674-0788. 용두식당(673-3144)은 자연산 송이를 영하 40℃로 급속냉동한 다음 1년 내내 송이요리와 자연산송이돌솥밥을 공급하는 봉화군내 손꼽히는 별미집이다. 대표 메뉴는 산송이돌솥밥. 밤·대추·콩 등을 넣고 돌솥밥을 지은 다음, 뜸을 들이는 중에 두텁게 썬 송이를 얹는다. 향긋한 송이 향이 달아나지 않고 구수한 잡곡과 잘 어우러진다. 참나물, 취나물 등 주인장이 직접 채취한 나물과 함께 비벼 먹는다.1만 5000∼2만원. 산송이 전골(1인분) 2만원. 산송이 전 1만원. 해거름에 도착한 봉성면의 식당 굴뚝 여기저기서 뿌연 연기가 치솟는다. 숯불 위에서 두툼한 돼지고기가 익어가며 나온 맛깔스런 연기다. 봉성면은 참숯, 소나무숯 위에 솔잎을 넣어 구운 돼지고기 숯불구이로 유명한 곳. 기름 쪽 빠진 고기에 솔향기가 스며들어 맛이 담백하다.500년 전 고려시대부터 이같은 방식으로 돼지고기를 구워먹었다는 것이 봉화군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봉성면에서 숯불구이를 팔 수 있는 식당은 8곳으로 한정돼 있다.180근짜리 암퇘지만 사용해 모두 똑같은 방식으로 고기를 굽는다. 청봉숯불구이(672-1116)도 그중 한 곳. 돼지숯불구이 500g 1만원, 양념구이 1만 2000원. ▶주변 명소:충재 종택과 청암정, 석천계곡으로 이어지는 닭실마을의 경관은 명승 및 사적으로 지정돼 있다. 보물급 문화재 467점이 전시된 충재기념관도 둘러볼 만하다. ▶가는 길:중앙고속도로→풍기 나들목→영주시→봉화. # 겨울철 별미 울진 대게와 전복죽 일부 지역에서는 11월부터 대게가 출하돼 들썩대고 있지만, 울진에서는 다리와 몸통에 살이 꽉 차기를 기다려 12월10일 이후 본격적인 대게잡이를 시작한다. 서식지에 따라 맛이 다른 것이 대게. 다리가 누런 빛을 띠고, 가슴을 눌렀을 때 물렁거리지 않는 녀석을 골라야 대게의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집게발 위아래가 정확하게 일치해야 연안에서 잡은 대게란 것도 기억해둘 만 하다. 읍내 울산회식당(783-7219)은 울진군수가 추천하는 맛집. 대게찜은 물론 전복죽으로 소문났다. ▶주변 관광명소:소광리 금강송 군락지와 불영사, 민물고기전시관 등을 둘러본 다음, 덕구온천이나 백암온천에 들러 피로를 푸는 것도 좋겠다. 울진군청 문화관광과 789-6900. ▶가는 길:중앙고속도로 영주나들목→36번 국도→봉화→울진, 또는 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7번 국도→울진. 글 사진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길섶에서] 펜과 잉크/최태환 수석논설위원

    회사 주변에 대형 서점이 3곳이나 된다. 광화문, 종로, 을지로 입구를 지키는 명물이다. 이따금 들른다. 신간 서적·음반·DVD에서 문구류, 액세서리까지 웬만한 것은 다 있다. 내 나름으로 세상을 만나는 충실한 통로다. 어느 문구 코너의 깃털 달린 펜과 잉크 세트가 눈길을 잡는다. 수입품이다. 영화 ‘오만과 편견’,‘비커밍 제인’에서 곱게 글을 써 내려가던 주인공이 떠오른다. 나스타샤 킨스키 주연의 동화같은 ‘테스’도 연상된다. 영화속 주인공뿐일까. 누구든 펜을 들면 어쩐지 애상이 넘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하지만 요즘도 펜 글씨를 쓰는 이가 얼마나 될까. 최근 만난 문인 가운데 최인호, 김 훈씨가 펜을 고집한다. 국내 최고 작가의 아날로그 감성이 새삼스럽고, 살갑다. 어느 시인은 “편지를 연필이나 만년필로 쓰는 시간만큼은 지금도 주먹만한 좌심실이 쿵쿵거린다.”고 했다. 가슴 속에 품었던,40도쯤 뜨거워진 봉투를 우체통에 밀어넣던 사춘기 시절이 그립단다. 문득 필통에 잠든 만년필을 다시 만지작거리고 싶은 충동에 빠진다.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yunjae@seoul.co.kr
  • [05일 TV 하이라이트]

    ●TV, 책을 말하다(KBS1 밤 1시) 안정된 울타리를 박차고 나와 자신의 삶을 누리라고 말하는 책 ‘디지털 보헤미안’.21세기를 사는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자존심을 이야기하는 책 ‘자존심’. 자신들만의 색깔로 자유롭게 음악을 만들어 내는 가수 김창완, 김C, 이상은이 예술마을 헤이리에서 만나 이 두권의 책을 놓고 이야기를 나눈다.   ●다큐 여자(EBS 오후 7시45분) 순임씨의 바쁜 하루가 시작됐다. 월요일 아침, 이른 시간부터 그녀가 서두르는 이유는 병원에 친절 강의를 하러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일찍 시작한 하루지만 순임씨에게는 짧기만 하다. 강의를 마치기 무섭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 ‘장애인 노래자랑’ 상품 협찬받으러 달려간다.   ●클로즈업(YTN 낮 12시35분) 본업은 의사지만 주식투자 전문가로 통하는 사람, 그래도 본인은 의사임을 고집한다. 개미투자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박경철씨와 함께 요즘 변동이 심한 주식시장에서 개미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들어본다. 또 올해 말, 내년 초 이후의 증시 상황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전문가의 입장을 들어본다.   ●태왕사신기(MBC 오후 9시55분) 담덕은 지금부터 수지니가 있는 곳이 자신의 궁이라고 말하고, 수지니는 눈물 흘린다. 정신을 차리고 도망치던 감동은 화천에게 제압당해 주저앉고, 대장로에게 수지니가 아이를 데리고 나타났다고 전한다. 아직을 납치한 대장로는 담덕을 기다리고, 담덕은 태왕군을 이끌고 아불란사로 향한다.   ●로비스트(SBS 오후 9시55분) 집행유예로 풀려난 김회장은 해리를 찾아와 핵잠수함 기술을 가지고 있다며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태준은 태혁이 마리아를 로비스트로 계속 기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강회장 앞에서 말다툼을 벌인다. 한편, 장태성 의원만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한 마담채는 대통령아들과 손을 잡겠다는 의사를 해리에게 전한다.   ●인순이는 예쁘다(KBS2 오후 9시55분) 상우에게 상처받고 돌아온 인순은 오기에 차서 성공을 다짐한다. 인순에 대한 사랑이 커져만 가고 있는 상우는 마음과 달리 그녀의 심사를 건드린다. 한편, 병국은 선영의 팬 카페까지 만들며 흠모의 열정을 쏟는다. 명숙은 병국이 모아둔 선영의 사진과 자료들을 발견하고 불안해 하는데….
  • [길섶에서] 순애보2/함혜리 논설위원

    얼마전 ‘순애보’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이때 쓰려다가 너무 개인적인 것 같아 빼놓은 이야기가 있다. 친구 어머니의 이야기다. 올해 94세인 그분은 최근까지 머리를 쪽 찌고 사셨다고 한다. 딸들이, 요즘 할머니들은 다 머리 커트하고 파마한다며 아무리 머리를 자르라고 권해도, 당신께서는 한사코 쪽 찐 머리를 고집했다.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이 행여 꿈에라도 찾아왔을 때 못 알아보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었다. 남편이 자식 여덟을 남기고 홀연히 떠난 지 40년. 자신은 한시도 남편을 잊은 적이 없지만 그 사이 머리는 하얗게 세고, 얼굴에는 조글조글 주름이 한가득이 됐다. 이렇게 변한 당신 모습이 못 미더웠을 것이다. 그러다 결국 머리를 자르셨다. 병고와 싸우느라 병원에 장기간 입원해 있다 보니 더 이상 긴 머리를 간수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었다. 딸들은 “쪽 찐 사진을 항상 옆에 놓아줄 테니 걱정마시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친구 어머니께서는 며칠 전 먼길을 떠나셨다. 그리도 그리워하던 남편 곁으로.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대선후보 동행 25시](4) 연출 모르는 문국현

    어머니가 차려 주신 밥상에는 조미료가 없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의 연설도 그렇다. 혀에 착 감기는 달착지근한 맛도 뇌리에 꽂히는 자극도 없다. 반찬 가짓수도 많지 않다. 중소기업을 살려서 일자리 500만개를 만들고 부패로 인한 국가적 낭비를 막고 그 돈을 국민을 위해 쓰겠다는 공약을 전국을 누비며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시장 방문해도 공손히 인사말 30일 이른바 범여권 진영의 텃밭인 호남을 찾아서도 문 후보는 크게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목에 ‘핏대’ 한번 세울 법도 한데 왜 자신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에 대해서 낮은 목소리로 조근조근 설명하는 평소 스타일을 유지했다. 기호 6번 문국현. 대통령 선거에 나왔으니 분명 정치인인데 아직은 어색하다. 유세장에서 손을 머리 위로 들고 흔드는 게 전부일 뿐 튀는 행동은 없다. 유세장에서 젊은이들의 율동을 따라해 보지만 몸과 마음이 따로 논다. 광주에서는 한 여대생으로부터 목도리를 선물 받고도 “고맙다.”는 말과 어색한 포옹이 전부다. 부산 자갈치 시장을 찾아서도 공손히 인사만 할 뿐 생선 한 마리 번쩍 들어올려 보이는 ‘연출’도 할 줄 모른다. 기존 정치인이었다면 본인 스스로 점퍼를 고집했겠지만 그는 코디가 입혀준 양복을 그대로 입고 거리에 나섰다. 그래서인지 때로는 문 후보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이날 오전 광양제철 사내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한 그는 그곳 직원들과 구분이 되지 않았다. 문 후보 고유의 색깔인 자주색 스웨터가 아니었다면 알아보지 못할 뻔했다. 조용히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쭉 돌면서 직원들과 인사를 나눴지만 행여나 식사에 방해될까 하는 걱정에 머뭇머뭇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당 관계자는 “기업에 있을 당시 개인 일정은 기사에게 미안해서 회사 차가 아닌 버스로 다닐 정도였다.”면서 “얼굴에 철판을 좀 깔아야 하는데…”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핵심 공약인 일자리 창출을 얘기하는 순간에는 표정이 달라진다.“일자리를 만들지 않는 정부는 더이상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말할 때, 목소리는 높지 않아도 힘이 느껴진다. 특히 기업인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는 문 후보의 역량이 빛을 발한다. 유세장의 수줍은 소년은 사라지고 과거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의 당찬 모습이 되살아난다. 기업인과 정치인의 경계에서 ‘새로운 대한민국 창조’를 외치는 문 후보. 곁에 있는 이들은 단순히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사람들이라기보다는 문 후보의 팬에 가깝다. 공동선대위원장인 조연환 전 산림청장, 공동선대본부장을 맡고 있는 정범구 전 의원, 영화 ‘천년학’에 출연했던 소리꾼 임진택씨 등의 연설에는 문 후보에 대한 믿음이 묻어난다. ●다른 후보 인신 공격은 자제 “사람을 위한 일자리 500만개를 만들어야지 나무는 심어 뭐 하나라고 생각했다.”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를 외치던 그가 ‘우리 정치 푸르게 푸르게’를 주장하며 정치에 뛰어든 이유다. 하지만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경계심을 강하게 표현하는 모습에 ‘오만하다.’라는 지적도 받는다. 정치에 입문했음에도 여전히 제3자 입장에서 정치를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다른 후보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고 있다.“운하나 파는 부패 과거 세력에 정권을 맡겨서는 안 된다.” 정도가 전부다. 대신 자신의 장점을 알리는 데 주력한다. 맵지도 짜지도 달지도 느끼하지도 않다고 해서 ‘문국현식 정치’가 영원히 질리지 않는 어머니 밥상과 같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가 초보 요리사일지, 국민에게 ‘따뜻한 정치’ 끼니를 제공할 인물일지는 유권자들이 판단할 몫이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서울광장] 노무현과 요시다/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노무현과 요시다/이목희 논설위원

    노무현 대통령을 알려면 그가 읽은 책을 보라는 말이 있다. 대연정론은 ‘한국의 정치개혁과 민주주의’(강원택), 한·미 FTA는 ‘코리아,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서다’(배기찬)…. 정치스타일 전반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은 ‘드골의 리더십과 지도자론’(이주흠)이다. 쉽게 타협하지 않는 드골에 반한 노 대통령은 리더십비서관 직책을 만들어 외교관인 이주흠씨를 기용했다. 리더십비서관 자리는 없어졌고, 이주흠씨는 지금 외교안보연구원장이다. 이 원장이 책을 다시 펴냈다. 제목은 ‘역사속의 리더십’. 드골을 포함해 개성이 강했던 유럽·미국·일본의 지도자를 두루 소개했다. 책 때문은 아니지만, 이 원장을 만났다. 통념을 거부한 선각자라고 드골을 칭송하더니 요시다 시게루 얘기를 꺼냈다. 요시다는 2차대전 직후 8년간 일본 총리를 지낸 이였다. 이 원장은 “근시안의 대중적 여론과 타협하는 대신 길게 본 국익을 좇아 ‘새 일본’을 설계한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한국전쟁을 반기는 바람에 우리에게는 이미지가 별로지만 일본에서는 메이지 공신과 비슷한 반열에 든다. 요시다는 ‘재무장, 대미 자주’를 외치는 우파에게 ‘경무장, 친미, 경제우선’으로 맞섰다.‘비무장, 영세중립’을 내세운 좌파에게는 ‘미·일 동맹이 최선’이라고 맞받았다. 요시다는 드골과 반대로 친미를 선택했으나 추종, 굴종이란 비판에 분개했다.1953년 국회에서 야당 의원이 비난하자 “빠가야로(바보자식)”라고 욕을 내뱉고 말았다. 욕설 사건 이후 좌우파의 협공으로 총리직에서 쫓겨났다. 국민지지율 한자릿수라는 처참한 신세였다. 하지만 ‘요시다 노선’은 전후 일본이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는 기초가 되었다. 그가 키운 정치인들이 오랫동안 일본을 이끌었다. 이케다 하야토, 사토 에이사쿠, 다나카 가쿠에이 등이 ‘요시다 스쿨’의 대표들이다. 요시다를 향한 국민 평가는 시간이 갈수록 좋아졌고,1967년 그가 사망했을 때 전 일본열도가 슬픔에 잠겼다고 한다. 노 대통령이 역사속에서 행복한,‘제2의 요시다’가 될 수 있을까. 대부분은 고개를 저을 것이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노 대통령이 대못질하고 싶어하는 정책 가운데 나중에 선견지명으로 판명나는 게 많아야 국가적으로도 이익이다. 하지만 그는 의미있는 후계세력을 만들지 못했다. 야권은 그렇다 치고 범여권 후보까지 일제히 정권교체를 외치고 있는 상황이다.‘요시다 스쿨’에 비견할 정치후계자 없이 정책이 이어질 수 있을까. 차기 리더십은 노 대통령의 고집이 옳았는지 검증할 기회조차 주지 않을 것이다. 얼마 안 남은 집권 기간, 노 대통령은 숙고해야 한다. 자신의 뜻을 이어갈 정치지도자들이 왜 전멸하고 있는지. 또 최악의 대선판을 만든 궁극적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계속 “나만이 옳다.”며 배타적 자세를 견지하는 게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지. 정책 소신을 근본부터 접고 타협하라는 것이 아니다. 남북 문제를 중심으로 국정전반에서 무리한 대못질은 이쯤에서 중단하라는 얘기다. 그대신 차기 리더십이 ‘노무현 정책’을 뿌리째 뽑지 않을 분위기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 범여권 후보를 위해서 스스로 엎드려 주는 게 낫다. 엉뚱한 선거개입으로 야권 후보와도 척질 이유가 없다. 훗날 “노무현 대통령, 언행은 거칠었지만 정책 방향은 괜찮았어.”라는 말이 나올 싹조차 자르지 말기를 바란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피플 인 포커스] 허커비 美 공화당 대선후보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1월3일 첫 공화당 당원대회를 개최하는 아이오와 주에서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는 후보는 마이크 허커비(52) 전 아칸소 주지사이다. 최근까지도 무명에 가까웠던 그가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등 선두권 주자들을 물리치고 아이오와 주에서 도약하자 미 언론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허커비 전 주지사는 침례교 목사 출신이다. 우아치타침례대학을 졸업하고 1980년부터 92년까지 목사로 일했다. 이후 지방 방송사를 경영하다가 아칸소 부지사를 거쳐 1996년 주지사에 당선돼 올해 1월까지 근무해 왔다. 허커비의 출생지인 아칸소주 호프 시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고향이기도 하다. 허커비가 아이오와에서 여론조사 1위에 오른 것은 그의 종교 활동과 무관하지 않다.CNN은 공화당의 중요한 지지기반인 복음주의 기독교도들이 허커비 쪽으로 표를 몰아주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까지 아이오와에서 선두를 달리던 롬니 전 주지사는 모르몬교도이다. 복음주의자들은 모르몬교의 교리에 대해 의혹을 갖고 있다. 허커비는 목사 출신답게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면서도 반대편을 받아들이는 유연성도 보인다. 허커비는 29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불법이민에 반대하지만 선거에 떨어지는 한이 있어도 불법이민자들의 자녀는 교육시켜야 한다는 소신은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허커비는 또 28일 CNN과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가 공동주최한 공화당 후보 토론회에서 “나 자신은 동성애를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동성애자들을 이해할 수는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키가 그다지 크지 않은 허커비는 한때 몸에 살이 많이 붙은 편이었지만,2003년 당뇨 진단을 받은 뒤 체중을 무려 45㎏이나 빼는 고집(?)을 보이기도 했다. dawn@seoul.co.kr
  • [길섶에서] 다이어리/함혜리 논설위원

    내년도 서울신문 다이어리를 받았다. 문득 10여년 전 세상을 떠나신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고집불통인지라 식구들에게 그다지 인기는 없었지만 할아버지는 일제시대 일본 주오대에 유학을 하신 인텔리로 6·25 전후로 원주·횡성·영월 군수를 지내셨다. 대쪽 같은 성질 탓에 일찍 공직에서 물러났지만 칩거하기엔 아까운 분이었다. 한문 실력과 한자 붓글씨 솜씨는 탁월했다. 특히 당신 자신에게 매우 철저했다. 수십년을 하루에 두 끼만 드시고, 냉수마찰과 건포 마사지를 거르지 않았다. 그리고 매일 영어로 일기를 쓰셨다. 대학노트를 사용하던 할아버지께서는 언제부터인가 서울신문 다이어리의 애용자가 됐다. 연말에 다이어리가 나오면 즉시 할아버지께 갖다 드렸다. 할아버지께서는 “종이질이 좋은 데다 칸이 넓어 일기쓰기에 안성맞춤”이라며 고마워하셨다. 연말연초면 여기저기서 다이어리를 받는다. 어떤 것은 사용하지도 않은 채 책상 서랍에서 일년을 보낸다. 영어 일기는 아니더라도 내년에는 나도 다이어리에 일기를 적어 보련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선택2007 D-20] “서민표 잡자”… 후보들 가난 마케팅

    [선택2007 D-20] “서민표 잡자”… 후보들 가난 마케팅

    ‘가난을 팝니다.’ 대선 후보들이 더 불쌍해지고, 더 망가지고, 더 초라해지기 위해 애쓰고 있다. 서로 더 ‘없어 보이기’ 위해 경쟁하는 기묘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TV광고는 이렇다. 초라한 식당에 앉은 이 후보가 ‘우아하지 않은’ 모습으로 국밥을 입에 떠넣는다. 그리곤 ‘욕쟁이 할머니’로부터 “밥 처먹었으니께 경제를 꼭 살려라. 잉.”이라는 험한 말을 듣는다. 이 순간 그는 여론조사 지지율 1위의 잘 나가는 후보가 아니다. ‘국밥’에서 ‘밥 처먹었으니께’로 이어지는 시청각은 그를 서민적인 인물, 겸손한 인물로 각인시키려는 홍보 의도가 담겨져 있다.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대세론에 안주하다가 다 잡은 고기를 놓쳤다는 당내 지적을 십분 감안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아예 대놓고 ‘서민 대통령’‘머슴 대통령’이란 캐치프레이즈를 표방하고 있다. 그의 선거전략은 호화빌라 파문, 손녀 원정출산 등으로 구축된 귀족 이미지 탈색에 온전히 집중된 듯하다. 때깔나는 양복대신 침침한 색상의 점퍼를 고집하는 것은 그의 ‘가난 마케팅’을 시각적으로 완성시킨다. “점퍼를 입으면 체구가 왜소해 보이는데….”라는 주변의 우려를 오히려 갈채로 여긴다.“돈이 없어서 언론인 여러분이 공짜로 해주는 인터뷰나 TV출연말고는 할 수도 없어.”라는 하소연을 대법관 출신의 이 후보는 이제 스스럼 없이 내뱉는다. 세련된 헤어스타일에 말쑥한 정장으로 대변되는 ‘메트로 섹슈얼’ 이미지는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장점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이것을 벗어던지려 애쓰고 있다. 양복 저고리 안에 스웨터를 받쳐 입거나 주황색 점퍼를 착용한다. 손을 힘차게 흔들며 선동하던 기존 방식 대신 낮은 목소리의 대화체로 연설하려 노력한다. 27일 대전역 앞 유세에서 정 후보는 “30년전 홀어머니, 동생들과 함께 동대문시장에서 일하며 학비를 벌었지만 동생들은 실업학교에 갈 수밖에 없었다.”는 사연을 밝혔다.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5년 전 16대 대선 경선에 나섰을 때 그는 자신의 가난을 좀처럼 언급하지 않았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경기 불황과 양극화로 신음하는 유권자들의 표심에 호소하기 위해 후보들이 저마다 서민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경쟁하고 있다.”면서 “이번 대선의 쟁점이 민생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현상”이라고 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막연한 정의감에 시작… 보람은 그 이상”

    “막연한 정의감에 시작… 보람은 그 이상”

    “시작은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막연한 정의감이었지만, 가장 일선에서 그들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보람은 생각한 것 이상이었습니다.” 여름 방학기간을 이용해 2주 동안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사회봉사 연수를 한 사법연수원생 이일용(34·연수원 38기)씨는 “진짜 어렵고 법을 몰라 도움을 구하는 의뢰인도 있었지만, 당당함을 넘어 무리하게 억지를 부리며 공단을 이용할 뿐이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잠시 하면서도 이렇게 어려운데 매일 다양한 의뢰인을 대하는 공단 직원들은 얼마나 힘들까 하는 마음에 존경심이 들었다.”고 되돌아봤다. 이씨는 공단에서 상담한 의뢰인 중 나홀로 행정소송을 하던 한 할아버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 할아버지는 조합원으로서 재개발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하다 마지막으로 재개발 사업 인가를 낸 행정청에 인가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행정청은 이를 거부했다. 의뢰인에게는 취소 소송을 낼 신청권이 없다는 이유였다. 이씨는 “본업은 거의 못하고 혼자 소송에 매달려 7년을 보낸 분이라 기계적·법률적으로 답하는 것보다 인간적으로 다가갔다.”고 설명했다. 퇴근 뒤에도 근처 놀이터에서 따로 만나 한 시간 이상 이야기를 나눴다는 그는 “굉장히 고집스러운 분이었는데, 억울한 사람을 줄이기 위해 법원에서 제한적으로만 받아들이고 있는 신청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설명도 곁들여서 설득하니 의외로 쉽게 승복하고 본인의 삶으로 돌아가겠다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이씨는 공단에서의 경험이 향후 진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그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느낀 점이 많았고, 힘들었다는 생각보다 소중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며 연수원에 돌아왔다.”면서 “진로에 대해 막연히 변호사를 생각했는데, 앞으로 공단을 통해 어려운 사람에게 직접 도움 되는 일을 하는 곳으로 가고 싶단 생각을 구체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일대일 상황서 모험 기피·전술 이해 부족”

    지난 8∼9월 국내에서 열린 17세 이하(U-17) 청소년월드컵 축구대회에서 한국이 16강 진출에 실패한 것은 어린 선수들이 모험을 두려워한 데다 전술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쓴소리가 나왔다. 수비가 특히 강한 이탈리아 세리에A를 비롯, 유럽 빅리그에서 축구시스템 분석으로 명성을 날린 장 방스보(덴마크 코펜하겐대학) 박사가 27일 서울 JW매리어트호텔에서 열린 한국축구연구소(이사장 허승표) 세미나에서 지적한 내용이다. 그는 1999년부터 2년간 명문 유벤투스에서 카를로 안첼로티(현 AC밀란) 감독의 수석코치로 활약한 수비 전문가. 지난해 독일월드컵 16강 좌절의 이유를 조목조목 짚어 큰 반향을 일으킨 데 이어 1년 만에 다시 마이크를 잡은 것. 3개월여 한국 청소년대표팀의 문제점을 분석했다는 그는 어린 공격수들이 초반부터 롱패스를 남발하면서 안전한 플레이만 고집한 것을 지적했다.페루, 코스타리카와의 조별리그 두 경기에서 26차례 세트플레이와 31회 슈팅 기회를 날려버린 것은 능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일대일 상황에서 모험을 두려워했고 전술 이해도가 떨어져 나타난 결과라고 덧붙였다. 특히 수비에선 커버의 기본개념 자체가 잡혀있지 않다고 질타했다. 수비수들은 스피드도 갖춘 데다 높은 기량을 갖춘 선수도 더러 있지만 공만 쫓아다니다 뒷공간을 내주는 등 불필요한 압박에 매달렸다고 지적했다. 대표팀 21명의 월별 출생 분포 문제도 지적했다.1∼3월생이 6명,4∼6월생 12명,7∼9월생 2명,10∼12월생 1명이었는데 방스보 박사는 “왜 지도자들이 1∼6월생만 뽑느냐.7∼12월생은 재능이 없다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선수를 선발할 때 성장이 끝난 선수만을 선호한 결과라며 덴마크의 일류 선수들에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난다고 했다. 방스보 박사는 “스스로 한계를 만드는 지도자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로 뽑힌 파비오 칸나바로(이탈리아)를 예로 들었다. 그가 14세 때 나폴리 유소년 코치들은 키는 작고 등은 뒤로 굽어 체형도 나쁜 데다 기술도 특출나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지만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며 지도자들은 눈앞만 보지 말고 꿈나무들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여성&남성]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여성&남성]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수백만∼수천만원짜리 오디오나 자동차, 컴퓨터를 보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남자와 명품가방과 옷을 보면 ‘지름신’이 발동하는 여자는 서로가 ‘이해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이다. 굳이 굵직한 씀씀이가 아니더라도 남과 여의 씀씀이는 확연히 다르다. 지난해 7∼8월 국민카드의 사용내역을 분석한 결과,20대와 30대 남성은 각각 카드사용액의 가장 큰 부분인 17.3%와 16.3%를 일반음식점에서 사용했다. 반면 20대 여성은 사용액 중 11.9%를 전자상거래에 썼고 30대 여성은 대형할인점(16.92%)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때로는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씀씀이가 부부나 연인 사이의 갈등을 일으키거나 갈라 놓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남과 여는 서로의 소비행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들의 속마음을 살짝 들어봤다. ■ 남 ●첨단 전자제품만 보면 지름신 발동하는 남친 직장인 김모(25·여)씨는 남자친구가 새로 나온 IT제품만 보면 ‘미치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자칭 ‘얼리 어답터’라는 남자친구는 용도도 알 수 없는 최신 제품이 나오는 족족 사들였던 것. 휴대전화를 사도 꼭 최신식을 고집하는 남자친구를 보면 김씨는 “저 인간 돈이 남아도나?”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고 한다. “고장만 안 나면 되지, 뭐하러 돈 주고 쓸데없는 기능만 잔뜩 있는 새 휴대전화를 사는지 모르겠어요.” 물론 남친의 ‘얼리 어답터 기질’을 이해 못하는 김씨에게도 열광하는 ‘머스트해브 아이템’은 있다. 바로 귀고리다. 귀고리를 하면 1.5배 예뻐 보인다는 속설을 믿기 때문이란다. 업무 중에도 김씨는 틈만 나면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귀엽고 특이한 귀고리를 찾는다. 얼마 전엔 구름 모양의 귀고리를 샀는데, 남자친구가 “유치하다.”는 반응을 보여 크게 싸웠다.“제가 남자친구의 최신기계 구입을 돈낭비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남자친구도 제 귀고리 수집벽이 한심한가 봐요. 서로 열광하는 분야가 다르니 어쩔 수 없지만, 속상한 건 사실이죠.” 직장인 손모(26·여)씨도 새로운 IT제품이 나오면 사족을 못쓰는 남자친구를 이해할 수 없다. 손씨의 눈에는 ‘사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신제품 광고를 보면 몸이 근질근질하대요. 본인도 돈이 많지 않으니 계속 고민을 하다가도 결국 사더라고요. 전에 쓰던 것도 괜찮은데 굳이 또 사려는 것을 보면 이해를 할 수가 없다니까요.” 손씨의 남자친구는 덕분(?)에 남들 다 한다는 재테크는 꿈도 꾸지 못한다. 손씨는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다고 털어 놓았다. “원래 남자친구가 기계에 관심이 많았어요. 처음에는 남자답고 보기 좋다고 생각했는데 한창 젊은 나이에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돈을 모아야 하지 않나요?그러니 한심한 거죠.” ●애들도 아니고 게임에 왜 미치니? 직장인 김모(24·여)씨의 전 남자친구는 게임 마니아였다. 새로운 게임기가 나오거나 소프트웨어가 나오면 모조리 사야 직성이 풀렸다. 한 번은 플레이스테이션을 하다가 과부하로 텔레비전이 터져 버린 적도 있다. “다 큰 남자가 게임에 빠져 지낸다는 게 이해가 안돼요. 영화관에 놀러가도 영화관 옆에 있는 플레이스테이션존에서 영화 시작 전까지 게임을 하고 있으니 정이 붙겠어요?” 김씨가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은 어렵게 돈을 모은 뒤 그걸 다 게임기 사는데 써버리는 것.“나 같으면 그렇게 살진 않아요. 차라리 게임 줄이고 조금 더 풍족하게 살 텐데 그렇게 못하더라고요. 결국 헤어졌죠.” 직장인 이모(25·여)씨와 남자친구 서모(28)씨는 서로의 ‘서식지’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경우다. 이씨는 “남자친구는 내가 스타벅스에서 수다떠는 게 그렇게 싫대요. 별로 중요한 얘기도 아닌데 3시간도 넘게 노닥거리는 모습이 시간낭비 같다고요.” 반면 이씨는 남자친구가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시간이 더 아깝게 느껴진다.“오빠가 스타크래프트를 할 땐 딸깍거리는 마우스 소리조차 싫어요. 그게 그렇게 재미있어요?” 사귄 지 한 달 남짓된 ‘풋내기 커플’이지만, 데이트할 때 커피숍에 갈지 PC방에 갈지를 두고 다툰 게 한 두번이 아니다. 직장인 정모(30·여)씨는 아직도 전 남자친구의 선물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네가 첫 사랑이야.’라고 속삭였던 남자친구의 첫 생일선물은 바로 컴퓨터 ‘램(RAM)’이었던 것. “제가 노트북이 너무 느리다고 불평을 했었거든요. 남자친구가 말하길 램의 용량이 부족해서 생기는 오류라는 거예요. 생일날 깜짝 놀랄 만한 선물을 가져왔다고 기대하라고 하더군요. 선물 포장지를 뜯어보는 순간 웃음밖에 안 나왔죠.” 정씨는 첫 생일이니 이벤트까지는 아니더라도 꽃과 반지처럼 낭만적인 것을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 이하였던 것. 정씨는 계속 푸념을 늘어 놓았다.“실용적인 것이 좋다고 하더군요. 꽃 같은 선물은 아깝다는 거예요. 정말 낭만을 모르더군요. 남자들은 왜 이런 낭만에 돈을 아까워하는 거죠?” ●술값 물쓰듯… 이해못해 직장인 김모(26·여)씨는 술값으로 물쓰듯 돈을 쓰는 남자들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몸에도 좋지 않은 술에 돈다발을 쏟아 붓는 것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자들 좋은 양주 보면 미치잖아요. 술 많이 먹으면 간도 안 좋아지고, 살도 찌고 득될 게 하나도 없는데 무리를 해서 하룻밤에 수 십만원씩 쓰는 게 이해가 안 돼요.” 김씨가 더 이해할 수 없는 ‘족속’들은 비싼 양주를 맥주에 타먹는 ‘폭탄주’를 즐기는 부류다. 천천히 술 맛을 음미하며 마시는 것도 모자랄 판에, 맥주에 타 훌쩍 들이켜는 것은 ‘국력 낭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회식 때 맥주에다 비싼 양주를 타먹는 걸 볼 때마다 눈살을 찌푸리게 돼요. 외국에서 비싸게 들여오는 양주를 왜 맥주에다 타먹죠? 이러니 한국인이 ‘양주밝힘증’에 걸렸다는 말이 나오는 거 아닌가요.” 임일영 신혜원기자 argus@seoul.co.kr ■ 여 ●밥 굶어가며 명품 화장품 사는 이유가 뭘까? 누나가 둘이나 있는 직장인 이모(25)씨는 누나들의 ‘화장품’을 볼 때마다 입이 벌어진다. 화장품 양은 둘째치고, 가격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누나들은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명품 화장품’을 고집한다. “가족 중에 누구 한 명 외국에 나가면 면세점에 가서 화장품 사기 바빠요. 제가 지난 번 외국에 다녀왔을 때 화장품만 거의 40만원어치를 샀습니다.” 그러나 이씨의 누나들은 다른 것에는 심할 정도로 돈을 아낀다. 교통비 아끼기 위해 웬만한 거리는 걸어다니고, 끼니도 거를 때가 많다. “누나들은 항상 ‘화장품은 얼굴에 직접 닿는 것이니 비싼 걸 사야 한다.’고 하는데, 사실 이해할 수가 없어요. 교통비나 식비는 없어서는 안되지만, 화장품은 기호품이잖아요. 그런데 굳이 비싼 걸 사려는 것을 보면 이해를 못하겠어요.” 직장인 민모(26)씨는 하루에 두번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을 찾는 여자친구가 한심하다. 점심식사와 저녁식사가 끝나면 민씨의 여자친구는 항상 커피 전문점을 찾는다. 커피를 ‘밥먹듯’ 먹는 셈이다. “지난해에 ‘된장녀 논란’이 있었잖아요. 딱 제 여자친구 얘기였습니다. 한 잔에 4000원이 넘는 커피를 항상 먹는 겁니다. 쉽게 말해 하루에 책 한권씩 길에 버리는 거죠.” 솔직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여자 친구의 커피 값이 당황스럽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커피를 먹는 여자 친구의 모습에 쓴웃음밖에 안 나온다. “몸에 좋지도 않은 커피를 허구한 날 먹어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여자친구는 ‘하루에 한 번 커피를 마셔야 직성이 풀린다는데 솔직히 이해가 안 돼요.” ●그 많은 잠옷·모자·구두는 어디에 쓰려고… 직장인 박모(26)씨의 여자친구는 잠옷에 유난히 집착했다. 그것도 키티나 미키마우스와 같이 유치한 캐릭터가 있는 귀여운 잠옷을 보면 꼭 사야 직성이 풀렸다. “비싼 잠옷도 서슴지 않고 사곤 했습니다. 정말 사기 싫은데 커플 잠옷을 사자고 졸라서 입지도 않을 미키마우스 커플 잠옷을 산 적도 있죠.” 박씨의 여자친구는 티셔츠만큼이나 잠옷이 많다. 봄부터 겨울까지 4계절 잠옷이 각양각색이다.“잠옷을 입고 자야 마음이 편하다고 합니다. 본인이 편하다는데 어떻게 하겠어요.” 직장인 김모(26)씨는 패션 소품에 광적인 여자친구가 답답하다. 모자만 20개가 넘으니 옷을 헤아리는 것은 불가능할 지경이다. 아직 학생이라 부모님께 용돈을 타 쓰는 처지이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패션상품을 수집한다. “처음엔 매일 입고 나오는 옷이 달라 ‘패션감각이 뛰어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여자친구 집에 놀러 갔던 날 입을 다물 수가 없었죠. 이건 방이 아니라 옷가게를 차려도 되겠더라고요.” 김씨는 그 뒤 ‘옷값에 너무 많은 투자를 하는 게 아니냐.’고 진심어린 충고를 했지만 ‘쇠귀에 경읽기’였다. 여자 친구의 수집행각은 멈출 줄 몰랐고, 그의 컬렉션은 끊임없이 늘어났다.“자기에게는 옷 사는 일이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이래요. 그런데 주변에 이런 친구들이 많다며 ‘너는 여자를 모른다.’고 도리어 면박을 주더군요. 여자들은 대체 왜 그런가요?” 직장인 이모(28)씨는 선물로 꽃을 요구하는 여자친구에게 불만이 많다. 어차피 하루이틀 책상에 올려 뒀다가 시들면 버릴 것인데 돈주고 사달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 “꽃은 가격에 비해 효율이 낮잖아요. 보통 꽃다발 하나에 몇만원씩 하지만, 정작 값어치는 2000원도 안 될 것 같거든요. 그런데 여자친구한테 이 말을 했더니 어이없어 하더군요.” 그러나 꽃을 요구하던 여자친구의 집념(?)은 끝이 없었다. 여자친구는 직접 꽃을 사서 이씨에게 쥐어준 뒤 되돌려 받기까지 했다. 엎드려 절받는 격이다. “결국 바라던 꽃을 사주게 됐죠. 하지만 아직도 이해가 안 가요. 왜 여자들은 꽃만 보면 미치는지….” ●마른 사람이 왜 ‘경락마사지’에 돈을 쏟아 붓지? 직장인 이모(25)씨는 다이어트를 위해 돈을 쓰는 여자 친구가 때로는 한심하다. 전혀 살 뺄 이유가 없어 보이는 데도 한 번에 수만원을 호가하는 경락 마사지를 받으러 가는 것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전혀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에요. 우리나라에서는 유난히 여성의 외모에 대한 압박이 강하잖아요. 그런데 여자친구는 정말 마른 체형이거든요. 살빼겠다고 비싼 돈 들이면서 경락마사지 받는 것을 보면 너무하다 싶어요.” 이씨는 여자친구가 경락마사지로 팔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 며칠 고생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본인이 워낙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그만 하라고 말하기가 무척 어렵다고 말한다. “본인이 절실히 원하는데 어쩌겠어요. 지금도 저는 ‘돈 낭비’로 보이지만, 여자친구가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게 더 급한 것일 수도 있겠죠.” 이경원 김정은 황비웅기자 leekw@seoul.co.kr
  • “효녀 심청? 제 딸 팔아먹은 게 자랑이냐”

    “효녀 심청? 제 딸 팔아먹은 게 자랑이냐”

    ‘효의 대명사’ 심청, 그녀는 스스로 몸을 판 창녀였다.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떠받치는 심청을 이렇게 망가뜨리다니! 분단의 현실을 다룬 소설 ‘광장’의 작가 최인훈 선생이 쓴 희곡 ‘달아 달아 밝은 달아’는 이 때문에 30년 전 초연 당시 엄청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주체적인 여성으로 심청을 그리고자 했던 그의 뜻은 완전히 왜곡되어 수용됐다. 시대를 한참이나 앞서간 그의 ‘심청’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서울시극단 창단 10주년, 세종 M시어터 개관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심청은 두 번 연극화됐다. 철학적이고 관념적인 작가의 고매한 언어에 짓눌려 적절한 화법을 찾지 못한 연출가들은 혀를 내둘렀고 출연 배우들도 여럿 뻗었다. 만드는 사람들이 이럴진대 선생의 작품이 대중과 소통하기란 만무했다. ●판소리·남도민요 등 풍성 “재미도 잡겠다” 이 어려운 작업에 연출가 이윤택이 도전했다.“지루한 건 못 참는다.”는 그는 판소리, 정가, 남도민요 등 전통의 소리와 신명난 몸짓, 상상력 풍부한 무대 미술을 갖추고 대중과 눈을 제대로 맞추겠다고 자신했다. 지난 21일 혜화동 게릴라 극장. 이번 무대의 ‘간’을 볼 수 있는 짧은 시연회가 열렸다. 총 4막 가운데 심청이 팔려가는 첫 막이다. 과연 그의 말대로 어렵고 지루한 구석은 눈꼽만큼도 없다. 공양미 삼백석을 부처님께 시주하겠다고 덜컥 약속한 심봉사가 꿈에 사채업자처럼 검은 양복을 쫙 빼입은 저승사자에게 시달리는 장면부터 시작됐다. 아비의 걱정을 들은 심청이 ‘賣物 供養米三百石(매물 공양미삼백석)’이라고 쓴 종이를 매달고 그 밑에서 슬픈 표정으로 징을 쳐댄다. 서글픈 장면인데도 배시시 웃음이 새어 나온다. 팔려가는 심청의 모습을 그려달라고 주문하는 심봉사와 요사스러운 뺑덕 어멈이 주거니 받거니 늘어놓은 사설과 판소리에 웃음보가 늘어난다.“좋다.”하는 추임새가 절로 나올 정도로 흥겹다.“원작에서 단 한 줄도 고치지 않았다.”는 대사는 쉬운 판소리로 맛깔나게 풀어져 귀에 쏙쏙 박인다. ●스스로 몸 파는 창녀가 더 현실적 이튿날 저녁 대학로의 한 식당에서 극작가 최 선생과 연출가 이씨와의 만남이 있었다. 선생은 이날 자신의 작품을 먼저 살펴 보기 위해 오랜만에 외출을 했다. 심청을 창녀로 설정한 것에 대해 “딸이 등 떠밀려 제물이 된다는 것이 민족의 아름다운 유물로 생각되지 않았다. 자신의 결정에 따라 집안을 위해 몸을 파는 것이 오늘날에 비춰서도 오히려 현실적이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 초연 당시 부정적인 반응에 대해 “전위·현대 연극에서 그 정도는 농담 수준이다.(그걸 이해 못하는)촌뜨기들이랑 무슨 얘길 하겠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중·일 진출 추진… “아시아적 작품이라 자신” 선생에 의해 꼬아진 심청의 인생은 연출가 이씨에 의해 한번 더 비틀어진다. 이번 연극에서 심청은 종내에 서울역 노숙자로 전락한다. 연출가 이씨의 변이 그럴 듯하다. 원작에는 황해도 도화동이라는 고향집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분단으로 기차가 끊겼으니 서울역 주변을 떠돌 수밖에 더 있겠느냐는 것. 그러면서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 가운데 하나가 ‘아비 부재’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서울역이다. 집 나가 떠도는 그들이 모이는 곳 아닌가.”어느 작품이든 동시대에 닿아야 한다는 그의 고집을 선생도 꺾을 수 없었다. 몸을 팔고 떠돌지만 끝내 삶을 이어가는 심청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건 “현재 한국 남성들이 잃어버린 건강한 삶의식”이라고 이씨는 덧붙였다. 이씨는 ‘달아 달아’가 아시아적이라고 높이 샀다. 각 장마다 한·중·일을 아우를 수 있는 요소들이 포진해 있다고 설명했다. 본격적으로 몸을 파는 2막의 배경은 중국이며,3막은 일본 언저리다.2막에서는 범아시아적 노래인 정가에 맞춰 경극이 펼쳐지고,3막에선 남도의 뱃노래가 흐른다. 연극에서 한류를 꿈꾼다면 선생의 작품이 제격이라고 이씨는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중·일 진출을 타진 중이라고 전한다. ●최인훈 “소설가보다 희곡작가로 남고 싶다”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작품도 그의 후예들에 의해 수없이 재해석, 변주돼 끊임없이 무대에 올려졌다.“지금도 희곡을 구상 중”이며 “소설가보다 희곡 작가로 남고 싶다.”는 선생은 연극에 대한 열정과 꿈을 셰익스피어에 빗대 표현했다. 그의 바람을 위해 관록의 연출가와 젊은 음악인, 소리꾼, 무대미술가가 힘을 뭉쳤다. 앞으로 ‘달아 달아’를 다듬고 다듬어 무대에 자주 올리고, 음악극 등으로 장르를 확대할 계획이라는 이씨의 이야기를 전해 듣자 선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12월1∼16일, 세종 M시어터(구 세종문화회관 소극장)(02)399-1114∼6.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사설] TV 합동토론은 대선후보의 의무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대선 후보 TV합동토론회가 무산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일부 후보들의 소극적 태도도 문제려니와 여론조사 지지도 상위 세 후보만 부르려는 방송사들의 자의적 기준도 논란거리다. 내달 1∼2일 예정된 KBS·MBC의 합동토론회에 이명박·이회창 두 후보는 참석여부조차 불투명하다. 그런 가운데 초청대상서 빠진 후보들이 형평성을 이유로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우스운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우리는 TV합동토론회가 어떤 이유로든 무산돼선 안 된다고 본다. 유권자가 후보들을 한자리서 비교·평가하기에 가장 좋은 무대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후보들이 금권·조직선거에서 벗어나 정책경쟁을 하도록 하는 데도 방송토론이 제격이다. 그러잖아도 올 대선이 폭로전 등 네거티브 공방 일변도로 흐르는 바람에 집권비전 경쟁이 실종됐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토론 참석은 유권자에게 올바른 판단 근거를 준다는 점에서 후보들의 의무다. 두 이 후보 측의 적극적 자세를 당부한다. 물론 TV토론마저 네거티브 공세의 장이 될까봐 몸을 사리는 후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토론 불참의 명분이 돼선 안 될 것이다. 지나친 네거티브 공세는 토론 내용서 제외하는 식으로 운용의 묘를 살리는 것은 방송사의 몫이 돼야 한다. 특히 공영방송이 시청률에만 얽매여 여론조사 지지율 10%라는 초청 기준을 고집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지지율 5% 또는 원내5석 이상이라는 선관위 토론회 참석기준에 맞춰 참여 기회를 넓히는 게 맞다는 뜻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