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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통일부 존속을 거듭 요구한다

    통일부·여성부 등 몇몇 부처를 통폐합하는 차기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안이 발표된 뒤 해당 부서의 존폐 여부를 두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그 가운데 특히 통일부 폐지에 대해서는 대통합민주신당·민주노동당·민주당 등 각 정당은 물론 관련학계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드높다. 통일부를 독립부서로 유지하지 못하면 남북관계에서 주도적 역할을 잃게 될 뿐만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논리이다. 대북 문제를 외교부에서 다루는 것은 민족공동체인 북한을 외국으로 간주하는 게 아니냐는 부정적 시각 또한 만만찮다. 우리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차기정부의 조직 개편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미 ‘통일부를 폐지하려는 시도는 단견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조직 개편안 발표 후에는 ‘작고 효율적인 정부’라는 목적에 맞게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고 평가하고, 정치권이 새 정부 출범에 지장 없게끔 협조할 것을 당부하면서도 통일부 폐지 문제에 한해서는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제 우리는 통일부를 반드시 존속시켜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한다. 우리가 이처럼 통일부 존속을 거듭 요구하는 까닭은, 민족통일이 여전히 이 시대의 지상과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북관계를 전담하는 통일부라는 존재를 효율성의 측면에서만 평가하는 것은 지극히 옳지 않다. 가령 그동안 통일부 행태에 문제점이 있었다면 이는 정책 수립이 잘못되고 집행이 미숙한 데서 비롯됐다고 봐야 한다. 새 정부가 운영만 잘하면 바로 해결될 문제인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는 통일부 폐지를 더이상 고집하지 말기 바란다. 오히려 통일부를 더욱 활성화해, 남북이 평화공존을 다지고 통일의 길로 함께 나아가는 데 어떻게 활용할지를 두고 고민해야 한다.
  • [월척樂漁 웰빙樂漁 ] 경남 거창군 합천호

    [월척樂漁 웰빙樂漁 ] 경남 거창군 합천호

    결빙기를 맞은 중부권 낚시터마다 얼음낚시 마니아들의 날카로운 얼음 뚫는 소리가 여명을 깨우고, 해오름이 시작된다. 그 시간 물낚시만을 고집하는 낚시꾼들은 철부선 첫 배를 타고 결빙이 안 된 전남 신안의 섬으로 출조를 하기도 한다. 얼음낚시와 섬낚시가 낮낚시 위주라면 겨울철 밤낚시를 즐길 수 있는 이색적인 곳이 경남의 합천호다. 차창을 넘나드는 겨울 햇살이 따사롭게 느껴지는 오후, 사계절 밤낚시터 합천호를 향해 달려간다. 합천호는 경남 거창군과 합천군을 가로지르는 낙동강 지류인 황강을 황매산 협곡에서 막아 1988년 겨울부터 담수를 시작했다. 담수 첫 해부터 토종붕어를 비롯해 떡붕어와 메기, 잉어 등 많은 치어를 방류해 자원조성을 한 곳. 경남 제일의 민물낚시터다. 황매산을 비롯한 고봉들이 병풍처럼 둘러싼 깊은 산속에 자리한 지리적 여건으로 맑은 물과 깨끗함이 자랑이다. 하지만 워낙 물색이 맑아 낮낚시보다는 어둠이 주변을 덮어주는 밤이 되어야 제대로 낚시를 즐길 수 있다. 겨울에도 결빙이 안 돼 물낚시가 가능한 천혜의 사계절 밤낚시터로 잘 알려져 있다. 해질녘이 되어도 짙게 낀 겨울안개는 맑고 깨끗한 합천호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중류권에 자리를 잡자마자 광활한 호수 합천호에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들었다. 곧이어 하나 둘씩 파란 케미컬라이트가 불을 밝히며 본격적인 밤낚시가 시작됐다. 어둠속에서도 희미하게 보이는 높다란 산등성이를 타고 살며시 바람 한자락이 불어왔다. 동시에 적막을 깨뜨리며 찌불도 솟아 오른다. 물가에서 밤을 지새우는 조사만이 느낄 수 있는 겨울밤의 정취다. 포인트는 거창군 남상면과 남하면 일대의 상류 지역과 합천군 봉산면 일대에 형성돼 있다. 대병면 중하류 지역에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산재해 있지만, 계절과 수위에 따라 포인트 변화가 심하다. 겨울철 대표적인 포인트는 결빙이 없는 봉산, 대병면의 중하류 일대. 많은 마릿수보다 기복이 없는 조황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바닥 경사가 완만하고 수몰나무나 수초 등 장애물이 있는 곳이 특급 포인트. 또 본류대보다는 골자리가 유리하다. 낚싯대는 3.0칸 이상 긴 대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수심은 비교적 깊은 4∼5m권을 공략해야 한다. 미끼는 지렁이와 곡물류 떡밥을 주로 사용한다. 바닥 여건 등 포인트에 대한 정보를 미리 현지 낚시점이나 낚시인의 도움을 받은 후 출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변에 볼거리도 많고, 가조온천 등 추위를 녹일 관광명소들이 많아 겨울철 낚시여행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거창 합천호낚시 011-488-5164,(055)943-5164. ▲ 가는 길 : 88올림픽고속도로→거창나들목→합천방향 우회전→남하면소재지→가천교→봉산교→봉산면소재지→합천호 붕어낚시전문가
  • [美대선 2008] 공화 매케인 약진… 민주 열풍 재울까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소신과 뚝심’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약진이 줄기차게 계속되고 있다.15일(이하 현지시간)과 19일 공화당 경선이 실시되는 미시간·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두 지역에서 승리를 거머쥘 경우 매케인은 공화당 경선전의 대세를 장악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14일 발표된 라스무센의 미 전국 여론조사 결과 매케인은 민주당의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게도 49%대38%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그동안 민주당의 클린턴 의원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간의 ‘흑인 대 여성’ 대결을 중심으로 진행돼온 올해의 미 대선전도 매케인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구도로 짜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선 매케인의 부상은 안보 이슈의 중요성이 크게 늘고 공화당 주류들의 태도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지난 1월3일 아이오와 주에서의 첫 경선을 앞두고 파키스탄에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테러리스트들에게 처참하게 암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미국인들에게 안보가 다시 중요한 이슈로 부각됐다. 아이오와에서 크게 처져 있던 매케인은 3위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마침 해가 바뀌면서 이라크의 정국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도 매케인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했다. 매케인이 강력히 지지했던 추가 파병이 성공을 거둔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면서 미국의 미디어도 안보와 사회 이슈에 대한 매케인의 소신과 일관성 그리고 ‘뚝심’을 높이 평가하기 시작했다. 공화당 주류의 태도에도 변화가 왔다. 그동안 선두를 달리던 줄리아니 전 시장과 롬니 전 주지사를 썩 마음에 내켜하지 않았다. 줄리아니는 낙태와 동성결혼 등 사회적인 이슈에서 너무 진보적인 태도를 취했고, 롬니 전 지사는 모르몬교도라는 사실이 꺼림칙했다. 아이오와 주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새롭게 떠오른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부시의 정책을 민주당원처럼 강하게 비판하는 등 ‘천방지축’이라는 불안감을 심어 줬다. 이에 따라 공화당 주류 세력들은 그나마 검증된 매케인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분석했다. 앞서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매케인 의원이 미국의 차기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였다. 미 공화당 선거 전문가들은 매케인 캠프가 사실상 ‘죽었다’고까지 평가했다. ‘테러와의 전쟁’에 미국인들이 염증을 느꼈지만 매케인은 공개적이고 전폭적으로 이라크전을 지지하는 거의 유일한 의원이었다. 오히려 추가 파병의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5월 불법이민자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이민법 개정안까지 주도했다. 그것도 공화당의 보수주의자들이 ‘극단적인 좌파’라고 힐난하는 민주당의 에드워드 케네디 의원과 함께 입법안을 마련했다. 이 때문에 공화당 주류 세력들도 매케인의 보수적 가치가 의심스럽다며 경원시까지 했다. 지난해 말 매케인은 “대통령이 안 되는 한이 있더라도 옳은 것은 옳다고 해야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뉴욕타임스의 한 기자가 왜 국민과 당이 싫어하는 소신을 고집하느냐고 물었을 때다. 이같은 그의 소신에 미국 국민들이 응답하기 시작한 셈이다. dawn@seoul.co.kr
  • [서울광장] 잠실 상공에 솔로몬의 지혜를/육철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잠실 상공에 솔로몬의 지혜를/육철수 논설위원

    안보와 경제는 섣불리 가치의 비교우위를 판단하기 어렵다. 튼튼한 안보가 바탕이 돼야 경제가 성장할 수 있고, 경제력이 탄탄해야 굳건한 안보를 갖출 수 있어서다. 두 분야는 상호 보완관계일 때 시너지효과가 크다는 점을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서울 송파구의 112층(555m)짜리 잠실 초고층 빌딩(제2롯데월드) 건축부지는 유감스럽게도 안보와 경제의 첨예한 대결장이 돼 버렸다. 초고층의 위치가 서울공항(성남) 비행안전구역에 바짝 붙어있다는 이유로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정부가 주도하다시피 한 행정협의조정위원회가 ‘건축불가’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롯데는 “위원회 자체가 지방자치단체의 고유권한을 침해한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금싸라기 땅을 이렇게 세월아 네월아 하며 놀리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경제살리기와 실용을 표방한 새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롯데와 서울시는 초고층 빌딩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한다. 건축법상 하자가 없고 비행안전구역 밖에 초고층이 들어서는 만큼,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이란다. 이들이 주장하는 초고층의 경제적 효과는 설득력이 있다. 공사가 시작되면 연인원 250만명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한다. 완공되면 상시 고용인원이 2만 3000명에 이르며, 서울의 랜드마크로서 연간 2억달러의 외화획득이 가능하단다. 서울시와 송파구, 롯데만의 현안이 아니라 국가경제 차원에서 접근할 장점과 명분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공군이다. 서울공항의 비행안전을 위해서는 고도 203m 이상은 절대로 안 된다는 입장이다. 공교롭게도 초고층 빌딩은 부채꼴 비행안전구역에서 불과 10m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안전한 이·착륙을 위해서는 항로를 약간 조정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공군 관계자는 “안전의 확보 없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책임을 다하기 어렵다.”고 한다. 안보를 자꾸 앞세우니까 비전문가로선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사안은 법과 경제를 내세운 롯데나, 안보·안전을 주장하는 공군이나 서로 고집만 부릴 일은 아니다. 우선 공군은 과잉 안보에 함몰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비행안전구역이라는 게 뭔가. 최초 설정시 안전구역을 최대한 확보했을 터이다. 그런데 구역 밖의 건물까지 규제하려 든다면 한도 끝도 없을 것 아닌가. 안전비행 문제도 지나친 기우(杞憂)라는 생각이 든다. 기상악화로 시계(視界) 비행조차 어려우면 다른 비행장을 이용하면 된다. 더구나 이·착륙 5분동안은 조종사들이 가장 긴장한다. 고의가 아니면 정예 조종사들이 초고층을 들이받을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미국 연방항공청과 전문용역기관들의 판단도 일부 비행절차의 개선과 장비보강으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양보나 재고의 여지는 있는 것 아닌가. 롯데도 112층에 너무 매달릴 필요는 없지 않나 싶다. 전문가들은 도시가 건물 높이로 경쟁하는 시대는 한물 갔다고 지적한다. 층수는 좀 낮아도 예술적으로 지으면 얼마든지 랜드마크로서 가치를 발휘할 것이다. 영토와 영해, 그리고 영공은 국가의 소중한 자연자원이다. 국토의 효율적인 관리를 통해 활용도를 높이는 게 국익에 부합한다. 잠실 상공을 공군이 독점하거나, 롯데에 특혜여선 안 되는 이유다. 솔로몬의 지혜를 짜내 국익을 위한 합리적 대안이 나오길 기대한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추상조각계의 대표 주자 박석원 개인전

    추상조각계의 대표 주자 박석원 개인전

    한국 추상조각계의 대표주자 박석원(66)에게 조각은 스스로를 긁어내는 고독한 자아의 절규였다. 가만히 돌이켜보면 지난 45년 조각인생의 하루하루가 그러했다. 절규하듯이 돌을 깎았고, 또 한때는 절규하듯이 철을 녹였다. “세월을 끌어안고 사는 것 같아, 누가 뭐래도 돌이 마음에 든다.”는 작가가 전시회를 열고 있다.27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계속되는 ‘박석원 조각의 45년,積+意’전에는 45점의 대표작들을 내놓았다. 지난해 9월 홍익대 미대를 정년 퇴임한 이후 갖는 기념전시이자 조각으로 일관해온 45년 외곬 행보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다. 홍익대 조소과에 재학 중이던 1962년. 대한민국 미술전에서 특선을 차지하면서 그는 조각계에 발을 디뎠다. 이어 1968년 전쟁의 상처를 철을 녹인 추상조각으로 표현한 작품 ‘초토(焦土)‘로 국전에서 국회의장상을 받았다. 국전 사상 조각분야 최연소 추천작가로 당시 조각계에 돌풍을 일으킨 주역이었다. 화제의 작품 ‘초토’를 다시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그의 작품세계를 크게 다음 셋으로 나눠 펼쳐보이고 있다. 철과 알루미늄을 소재로 한 실험작업과 석고채색과 테라코타 링(ring)작업에 몰입했던 모색기(1965∼1973), 절단한 돌을 다양하게 변주한 분절의 시대(1974∼1989), 돌이나 철·석고·나무 등을 혼성한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선보인 결합의 시대(1990∼현재).1960년대 추상표현 작업과 70년대 미니멀 양식의 작업을 거쳐 분절의 시대에 선보인 것이 다양한 매체들을 쌓고 포갠 ‘적(積)’시리즈였다. 작가는 “나누고 쌓고 조합하는 재구성 과정에 인간의 심의(心意)를 더한 일련의 작품이 1990년대 이후 지금에 이르는 ‘적의(積意)’시리즈”라고 설명했다. 조각 소재로 다루기가 워낙 어려워 요즘 젊은 작가들에게 돌은 인기가 없다. 많고 많은 소재 가운데 그가 유독 돌을 고집해온 이유는 그러나 분명했다.“돈에는 나의 혼과 삶의 흔적을 담을 수 있다.”는 작가는 “화강석처럼 거칠고 표정 없는 돌은 아무리 만져도 질리지 않는다.”고 했다. 강단을 떠난 이후 오롯이 작품에만 매달리는 시간이 더없이 편안하다. 고양시 화전에 100여평 규모의 작업장을 두고 혼자서 돌을 쪼고 문지르는 일과는 앞으로도 변함 없을 것이다.(02)720-1020.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내고장 이야기속 인물] ‘해남의 논개’ 官妓 어란

    [내고장 이야기속 인물] ‘해남의 논개’ 官妓 어란

    1592년 임진왜란 때 경남 진주에 논개가 있었다면 1597년 정유재란 때 전남 해남에는 어란(於蘭·?∼1597)이 있었다. 충절의 여인 논개는 잘 알려져 있지만 어란은 모른다. 두 여인 다 신분이 천한 관기(官妓)였다. 논개가 왜군 장수와 함께 투신해 조선 여인의 기개를 알렸다면 어란은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놓았다. 어란이 세계 해전사에 전무후무한 명량대첩의 일등공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란은 400여년간 철저하게 묻혀버렸다. 뒤늦게 해남 출신 원로 교육자인 박승룡(81)옹에 의해 이 전설 같은 이야기가 최근 문헌으로 확인돼 빛을 보게 됐다. (편집자주) 새해 1일 새벽, 땅끝인 해남군 송지면 어란리. 전형적인 바닷가 마을답게 해마다 풍어와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를 올렸다.400여년 전통이다.‘당주신위(堂主神位)’라고 돌에 쓰인 신주는 정유재란 때 나라를 구한 할머니로 보인다. 이 마을 옆 동산에는 17세기 초쯤 조선시대에 세워졌다는 석등이 있다. 마을사람들이 할머니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고 전해진다. 박승룡옹은 “일제 강점기 때 25년 동안 해남에서 순사를 한 일본인 사와무라 하지만다로(澤村八幡太朗)의 유고집에서 ‘어란’이란 여인의 행적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유고집인 ‘문록경장(임진·정유년)의 역(전쟁)’에서는 명량대첩의 패배를 어란의 간첩행위로 보고 있다. 그는 “마을 주민들이 알고 있는 마을의 수호신인 할머니 이야기와 책의 내용이 한치의 오차 없이 그대로 들어맞았다.”고 흥분했다. 마을주민들은 신주로 모신 주인공의 실체를 이제야 어란 할머니라고 알게 됐다. 박옹은 “정유재란 때 어란과 관계를 맺은 왜장 스가 마사가게(管正陰)는 실존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스가 마사가게는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조선에 파견한 스가 히라에몬(管平右衛門)의 서자라고 일본 히로시마대학의 히구마 교수가 확인해줬다. ●명량대첩 일등공신 어란 명량해전은 충무공이 남은 12척의 배로 왜군 133척을 울돌목(명량)에 수장한 정유재란 최대의 승리다. 난중일기 등으로 당시 해전을 되짚어보자.1597년 8월26일 충무공은 우수영인 어란진에서 울돌목 앞인 진도군 벽란진으로 옮겨간다.9월7일에는 왜장 스가 마사가게가 군선 13척으로 정탐차 어란마을에 들어온다. 이어 14일쯤 왜군 총대장인 구루시마 미치후사(來島通總)가 어란마을로 들어온다. 이렇게 보면 어란이 왜장 마사가게를 만난 기간은 일주일 남짓이다. 마사가게는 첫눈에 어란의 미모에 넋이 나갔을 것이다. 결국 그는 잠자리에서 명량해전 출전일을 누설하고 만다. 때마침 조선인 김중걸이 왜군에게 붙잡혀 마사가게 앞으로 끌려온다. 그러나 누군가의 구명으로 김중걸이 풀려난다. 이 누군가는 김중걸이 떠나기 전 “나는 김해인”이라고 안심시킨 뒤 “‘왜놈들이 배들을 모아 조선 수군을 모두 몰살한 뒤 바로 경강으로 올라가겠다고 말하더라.’는 말을 우수영에 전하라.”고 귀띔했다. 왜군 장수의 총애를 받는 어란이 아니고는 포로가 풀려날리 만무하다. 김해인이란 본관이 김해 김씨일 듯하다.100만부가 넘게 팔린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에서는 ‘왜군이 어란항에서 출항할 때 적장(구루시마 미치후사)의 몸시중을 들던 조선인 여자 1명이 물에 뛰어들어 죽은 것으로 묘사된다. 소설이지만 음미할 만한 대목이다. 충무공은 김중걸로부터 적진 동향을 안 뒤 명량해전 이틀 전인 14일 본진을 벽파진에서 해남군 문내면 우수영으로 옮긴다. 이로써 충무공의 전술이 명량해협을 뒤에 둔 배수지진에서 앞에 둔 전법으로 급선회한다. 이 전술변경이 명량대첩의 승리를 가져온다. 명량해전 일인 9월16일 충무공은 전투 2시간여만에 불리한 전세를 뒤짚고 왜군 133척을 울돌목에 격침한다. 왜군은 좁고 물살이 센 울돌목에 놀라 큰 배들은 뒤에 남기고 작은 배들로만 울돌목을 건너 전투에 나섰다가 격침됐다. 퇴각하던 스가 마사가게는 이날 벽파진에서 익사한다. 일본 전사(戰史) 기록도 똑같다. 충무공은 9월14일자 난중일기에서 “(김중걸의)말이 모두 믿기는 어려우나 그럴 수도 없지 않을 듯해 전령선을 우수영으로 보내어 피란민들을 육지로 피하라고 타이르도록 했다.”고 적었다. 우수영으로 진을 옮긴 대목이다. ●어란은 이순신의 간첩 사와무라는 유고집의 48,49쪽에서 명량해전 대패의 원인을 어란진의 간첩사건으로 규정했다.‘어란진에 주둔한 스가 마사가게는 이순신군의 간첩인 미기(美妓) 어란과 애인관계로 사랑에 빠져 명량해 출전기일을 발설한다. 어란은 이를 이순신군에 연락한다. 결국 명량해전에서 애인 스가 마사가게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라에는 충성했지만 인간적인 양심의 가책으로 다음날 달 밝은 밤에 명량해가 보이는 서쪽바다에 투신한다.’고 적었다. 그러나 어란이 투신한 이유는 불분명하다. 또 87쪽 그가 지은 한시에는 ‘무희 요염에 유혹돼 어란진의 여심(旅心)에서 정을 맺은 것이 간첩의 그물에 걸리다.’ ‘정유재란 때 논개와 같은 업적을 남긴 여인이 있었다.’고 기록했다. 지금 마을주민 가운데 누구도 모르던 ‘어란’이란 이름도 이 유고집에서 처음으로 나온다.‘어란’이라는 마을 이름은 고려 공민왕 때부터 나온다. 사와무라의 유고집에 신뢰성을 더한 문장이 있다.‘대흥사 앞쪽인 해남군 삼산면 평활리에 임진란과 정유재란 때 붙잡힌 일본인 포로수용소(2000여명)가 존재한다.’고 적었다. 실제 현장확인에서 이는 사실로 밝혀졌다. 처음으로 서울신문(1983년 3월 13일자)에 보도돼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마을사람들의 증언 어란마을 주민들이 알고 제사 지내는 할머니 이야기는 이렇다. “명량해전 이튿날인 9월17일, 마을 앞 바닷가로 한 여인의 시체가 떠오른다. 이를 마을 어부가 발견, 시신을 수습해 근처 소나무 밑에 묻는다. 묘 앞에 석등을 세우고 불을 밝혀 이 할머니의 충절을 기리고 있다.” 할머니가 투신했을 것으로 보이는 매봉산 절벽에서 가까운 산에는 사당의 주춧돌이 나뒹군다. 지금 마을 뒤편 사당은 두번째 옮긴 것이다. 주민 김학채(73·향토연구사)씨는 “70살 넘은 마을 사람들은 할머니 석등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어릴 때 마을에서 날마다 저녁에 불을 켜고 새벽에 불을 끄던 일을 한 것을 잘 안다.”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말을 했다.“사당의 할머니 신주를 일본의 장군 가문(스가 마사가게)에서 가져가려는 것을 주민들이 지켜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주민 최사홍(90)옹은 “한학자이신 조부께서 ‘이 등대가 있는 곳은 유서깊은 신성한 곳이고 영을 기리기 위해 석등을 세우고 불을 켰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고 기억했다. 이처럼 석등에 불을 밝히는 어란마을의 관습은 일제 강점기에도 이어졌다. 그러나 일본인들이 불을 켜도록 허용한 점은 의혹이 있다. 이에 대해 히구마 교수는 “사료를 연구해봐야 할 일이지만 불을 켠 것은 일본인들도 등대로만 알았지 정확한 내용은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튼 어란항은 남다른 민족혼이 살아 숨쉬는 곳임에 틀림없다. 뭍에서 툭 튀어나온 천혜의 군사 요충지이다. 마을회관 앞마당에는 조선시대 수군 무관인 만호 5분의 비석과 해방기념비 1개가 세워져 있다. 해남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구국의 여인’ 찾아낸 박승룡옹 구국의 여인 ‘어란’을 처음으로 찾아낸 박승룡옹은 지난해 8월10일 세기 준이치(瀨木俊一) 일본 해남회 회장으로부터 부탁했던 책을 받았다. 그가 펴낸 사와무라 하지만다로의 유고집이다. 유고는 사와무라의 큰딸인 시마구라 이구고(75·島倉郁子)가 보관하다 해남회에 전달해 인쇄됐다. 해남회는 일제 때 해남에서 살았던 일본인들의 친목 단체이다. 해남회 회장은 “임진·정유재란 때 조선과 일본에서 첩자를 서로 활용했다. 어란도 진주의 논개와 같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박옹은 친분이 있는 히구마 다게요시 히로시마대학 교수로부터 “경장 2년(정유재란)에 스파이(간첩)로 활동한 어란 할머니를 아십니까.”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한국인인 김학래(85·서울 광진구 광장동)씨는 “일년에 10번 이상 해남을 왕래하는 해남회 초대 회장인 다니구지 노보루(谷口登)에게서 어란 이야기를 들었다. 어란진에서 경찰관을 한 기무라 세이지(木村精一)의 차남인 기무라 오사무(木村修·81)에게서도 이 이야기를 들었다. 오사무는 나의 순천농업학교 동기”라고 말했다. 박옹은 “영암 왕인박사 유적지도 우리 기록에는 없지만 일본 기록을 참고로 해 오늘날의 유적지가 복원됐다.”며 “어란 할머니의 얼이 깃든 곳을 성역화하면 한·일 우호 교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남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타이완 총선도 ‘경제’ 택했다

    타이완 총선도 ‘경제’ 택했다

    |베이징 이지운특파원|타이완 총선에서 야당인 국민당이 의석의 3분의2 이상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뒀다. 13일 BBC 등 외신에 따르면 국민당은 지난 12일 치러진 총선에서 전체의석 113석 가운데 72%인 81석을 차지, 개헌선까지 확보했다. 동맹정당인 친민당과 무소속 의석을 합하면 4분의3이 넘는다. 국민당은 2004년 총선에서 친민당과 합쳐 과반 의석을 겨우 확보했었다. 현지 언론들은 “경제 회생과 안정을 원하는 민심의 반영”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 태국 총선과 한국 대선에 이은 타이완 총선 결과를 놓고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민생중시·실용주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3월22일 치러질 총통선거에서도 마잉주(馬英九) 국민당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 국민당은 효율과 경제성장을 강조하면서 중국과의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고 관계를 개선하는 노선을 강조해 왔다. 국민당은 지역구 73석 가운데 61석을 휩쓸었으며 비례대표 의석 20석을 배당받았다.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의 민진당은 수도인 타이베이(臺北)시에서 한 석도 얻지 못했고 전통적인 표밭인 남부지역에서도 상당수의 의석을 빼앗겼다. 지역구 13석을 포함,27석만을 건졌다.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이 이끄는 친독립 계열의 타이완단결연맹은 한 석도 얻지 못했다. 이에 따라 천 총통 등이 추진해온 타이완 독립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민진당은 성장률 둔화 및 고용률 저하 등 경제 악화 속에도 비타협적인 정쟁과 독립 노선을 고집, 국내외적인 갈등을 불러왔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또 총통 가족들의 비리 의혹까지 터져나오면서 참패한 것으로 분석된다. 천 총통도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 주석직을 사퇴할 뜻을 밝혔다. 그동안 추진해온 ‘탈(脫) 장제스(蔣介石)’ 운동도 힘을 잃고 도리어 ‘탈 천수이볜’ 현상에 직면하게 됐다.‘민주 세력’을 자임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지 8년 만의 추락이다. 이번 선거부터 1명만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를 실시, 전체 의석이 225석에서 113석으로 줄어들었다. 또 이에 따라 민진당은 전국 지지율 36.9%를 얻고도 젊고 유력한 후보들이 2위로 낙선하는 사례가 많아 패배의 폭이 더 커졌다. jj@seoul.co.kr
  • 제주, 토지비축제 도입

    제주, 토지비축제 도입

    제주에 수석박물관 건립을 계획했던 대구의 A씨는 지난해 제주 동부지역에 어렵사리 터를 매입했다. 그러나 A씨는 박물관 건립 꿈을 접어야 했다. 갖가지 진귀한 수석 수천점을 보유하고 있는 A씨는 매입한 박물관 터가 너무 좁아 인근 지역의 땅을 추가 확보하려 했지만 지주들이 턱 없이 비싼 가격을 고집하며 매각을 거부해 포기하고 말았다.A씨는 “제주에 투자하고 싶어도 합리적인 가격과 적정한 시기에 토지 확보가 어려워 투자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투자자들의 이같은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토지비축제를 도입한다고 11일 밝혔다. ●자치단체 최초… 세부규정 마련 서둘러 도가 예산 등으로 먼저 관광 개발용 토지를 사들인 뒤 이를 투자자에게 적기에 공급하겠다는 것. 이는 제주특별자치도법이 규정한 토지 비축 제도에 따른 것이다. 자치단체가 개발사업용 부지 비축에 나선 것은 제주도가 처음이다. 도는 이를 위해 지난해 공유 재산의 임대 수입 31억 9300만원과 매각 수입 67억 2900만원으로 1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도는 개발 가능 지역내 3만㎡ 이상의 마을목장 등 취득이 쉬운 토지와 집단화가 가능한 사유지를 우선 매입해 비축하기로 하고 토지 물색에 나서기로 했다. ●2010년까지 5.6㎢ 비축 도는 비축한 토지를 제주에 투자하는 관광개발사업자에게 공급할 예정이며 비축토지 공급대상 등 규정을 조만간 마련할 예정이다. 특히 장기적으로 토지비축 사업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살리기 위해 상법상의 ‘토지비축은행’을 설립, 공기업으로 운영한다. 김진석 제주도 일괄처리과장은 “개발이 가능한 토지를 자치단체가 우선 확보해 두면 투자 유치가 한결 활기를 띠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도는 2010년까지 730억원의 예산으로 국·공유지 4.81㎢와 사유지 1.12㎢ 등 5.59㎢를 사들여 비축할 계획이다. 또 2020년까지 8601억원을 들여 사유지 13.2㎢를 포함해 모두 18.01㎢의 토지를 사들인다는 구상이다. 필요한 재원은 2010년까지는 공유재산 임대료와 매각수입 등을 확보하고 2015년까지 토지특별회계의 순수입과 비축토지의 매각대금으로 3766억원을,2020년까지 토지채권 발행과 민간 출자금으로 4105억원을 각각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최주락 제주관광대 교수는 “투자를 유인하기 위한 유력한 제도이지만 재원조달 방안이 마련되지 않고서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면서 “민간 출자금 등 추상적인 것보다 구체적인 재원 마련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을 공동 목장, 투자 유치 매물로 토지비축제 도입에 앞서 서귀포시 지역 9개 마을 주민들은 지난해 마을 공동목장을 투자 유치 매물로 내놓았다. 대상 마을은 남원읍 수망리를 비롯해 성산읍 수산1리·신산리, 안덕면 화순리·서광서리, 표선면 가시리, 대천동 도순마을, 중문동 대포·하원마을 등이다. 관광개발 사업의 토지확보 어려움을 덜어 주기 위해 마을 공동목장을 투자 대상으로 내놓았다. 이 마을들이 보유 중인 공동목장은 가시리마을회 소유 685만 7301㎡, 서광서리마을회 소유 402만 7372㎡ 등 모두 1577만 6484㎡에 이른다. 김형수 서귀포시장은 “투자 기업의 토지 확보난을 덜어 주고 마을 실정에 맞는 개발 등을 위해 주민 스스로 마을 공동목장 등을 내놓고 투자유치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는 ‘도지사는 토지 가격의 안정 및 개발용 토지의 효율적인 개발·공급과 바람직한 개발을 유도하고, 공공용지의 조기 확보로 공공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도모하기 위해 토지특별회계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孫의 승부수 ‘민생 카드’

    孫의 승부수 ‘민생 카드’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신임 대표가 좌표를 잃고 사분오열될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하기 위해 ‘민생 카드’를 꺼내들었다. 손 대표는 11일 당 대표 취임식과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진보는 국민 생활을 돌보는 것이고 중도적 가치, 실용적 정신이 반영되는 진보”라면서 이념 위주의 기존 정당과 차별화를 선언했다. 그는 영국 노동당의 ‘제3의 길’을 벤치마킹 사례로 언급하며 실질적, 실천적 진보노선을 강조했다. 이날 그는 취임 첫날 민생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았다. 부동산 거래세 1%포인트 인하를 조기에 추진하고,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완화를 2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 대표적인 예다. 손 대표의 이같은 선택에는 안으로는 자신의 정체성 논란을 잠재우고 밖으로는 당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국민들의 마음을 우선 잡아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명박 정부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손 대표는 “한나라당이 야당인 시절처럼 정략적 이유로 발목 잡는 야당이 되지 않겠다.”면서 “경제 활성화, 일자리 만들기에 여당 야당이 따로 있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참여정부와 선 긋기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참여정부의 잘된 정책은 계승하겠다.”고도 했다. 모든 무게중심을 민심에 두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당면 과제는 당의 구심력을 회복해 의원들의 추가 이탈을 막는 것이다. 공천 원칙을 ‘경륜과 쇄신의 조화’로 표현한 것도 맥이 닿아 있다. 그는 친노세력 등의 2선 퇴진론에 대해 “어떤 사람들을 특정 카테고리로 묶어 배제한다든지 하는 건 현명한 자세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해찬 전 총리의 탈당에 대해서는 “유감으로 생각한다. 다만 이제 우리는 과거를 고집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판적인 입장을 내보였다. 충청권 의원들의 이탈 움직임에 대해서는 “새 모습으로 태어나 출발할 때 충청 민심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또 다른 큰 숙제인 인적 쇄신은 영입전략으로 풀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재창당하는 각오로 외부의 참신하고 능력 있는 인재를 대거 영입해 당의 면모를 일신할 것”이라고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시사했다. 공천심사위 역시 신망 있는 외부 인사로 독립적으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곧 인선을 마무리할 최고위원도 외부 인사를 위해 1∼2석은 비워둘 것으로 알려졌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학문과 예술에 대하여 외/한길사 펴냄

    평등 개념이 희박하던 시대,‘사회계약론’은 ‘정부 파괴 목적의 파렴치하고 무모한 책’으로 판매금지 당했다. 아이들을 기독교 원죄설로 규정하던 시대,‘에밀’은 ‘신앙 전통을 전면 부정하는 이단적 요설’로 불태워졌다. 사상의 자유가 허락되지 않던 시대, 장 자크 루소는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다 죽을 때까지 시대와 불화했다. 루소는 이단아였다. 보수적 특권층과 교회로부터 배척당했고, 진보적 ‘백과사전파’와도 결별했다. 그는 오직 그의 생각으로 살았다. 자유와 생명을 억압하는 어떤 것도 용납하지 않았다.‘사회계약론’도,‘에밀’도, 그 생각으로 썼다. 루소의 ‘산에서 쓴 편지’가 국내 처음 번역·출간됐다.‘학문과 예술에 대하여 외’(김중현 옮김, 한길사 펴냄) 속에 함께 묶였다. 편지 형태를 띠고 있지만 연애편지도 안부편지도 아니다.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위한 치열한 싸움의 소산이다.‘사회계약론’과 ‘에밀’에 사형선고를 내린 국가 및 사회를 향한 격정의 반박문이다. ●절박한 마음으로 쓴 편지 ‘산에서 쓴 편지’는 1763년 10월말부터 이듬해 5월초 사이에 완성된 글이다.1762년부터 시작된 악몽 같은 경험이 계기가 됐다. 한 해 전 출간한 ‘사회계약론’과 ‘에밀’을 통해 당대 정치·종교·사회질서를 강렬하게 통박하면서 루소의 악몽은 시작됐다. 소르본 대학의 비난성명이 나왔고, 프랑스 의회는 책 압수·소각 명령과 함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루소가 고향 제네바로 몸을 피하자 제네바 국정회의는 책 판매금지와 체포명령을 내렸고, 베른으로 도망가자 베른 정부마저 추방령을 내렸다. 루소는 결국 프로이센으로 건너간다. 프로이센 한 작은 농가에 숨어, 더할 수 없이 절박한 마음으로,‘도망자’ 루소는 반박문을 써내려 갔다. 편지는 총 9편으로 쓰였고, 주제에 따라 1부와 2부로 나뉜다.1부에선 자신과 자신의 책에 대한 제네바 국정회의 조치를 비판했고,2부엔 공화국 정치상황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 편지 9편 중 국정회의를 상대로 쓴 것만 4편이고, 제목을 ‘국정회의의 부당한 조치´ ‘국정회의의 전횡´ ‘국정회의의 음모와 술책´ ‘국정회의의 거부권´이라고 달 만큼 국정회의를 향한 루소의 반발은 엄청났다. ●루소의 처절한 ‘대 도그마 투쟁기´ 논쟁은 사실에 근거한 주장간의 공방이다. 최소한의 사실이 주장을 떠받치지 못할 때, 논쟁은 논쟁의 틀을 벗어나 힘 있는 자 일방의 날카로운 칼로 돌변한다.‘황우석 논쟁’과 ‘디 워 논쟁’은 논쟁이 도그마로 변질되는 사회적 시스템의 일단을 보여 줬다. 루소는 도그마의 피해자였다. 교회와 정치가 명확하게 분리되지 않던 시대,‘사회계약론’과 ‘에밀’의 필화는 종교가 법의 이름을 훔쳐 인간의 영역을 재단한 비극적 사례다.“민간 법정이 금지해야 하는 것은 신에 관한 저술이 아니라 인간에 관한 저술”이란 말로 루소는 끊임없이 이 사실을 상기시키지만, 도그마는 더 이상 논리적 옳고 그름에 구애받지 않는다.‘산에서 쓴 편지’는 도망자 루소의 처절한 ‘대 도그마 투쟁기’다.2만 8000원.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거포 또 헛방 날리나…

    ‘망신살 뻗친 한국 대표팀의 4번타자’ 프로야구 두산에서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따낸 김동주(32)가 자존심까지 내팽개친 채 일본 진출을 노렸지만 사실상 무산됐다. 산케이스포츠는 9일 인터넷판을 통해 일본프로야구 요코하마가 김동주의 입단 제의를 에이전트를 통해 공식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일본 구단들이 이날 현재 외국인 선수 영입을 대부분 마무리한 데다 한국의 FA 계약 만료기한이 15일로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아 다른 구단을 물색할 시간이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동주는 이날 오후 입단 조건을 더욱 낮춰 요코하마와 마지막 협상을 벌였고 구단측은 10일 오전 최종 답변을 주기로 해 극적 반전의 여지는 남아 있다. 요코하마가 그의 제안을 극적으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한국 슬러거의 자존심을 내팽개친 잘못은 두고두고 상처로 남게 됐다.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주변의 우려에도 김동주는 에이전트의 말만 믿고 지난 6일 일본으로 극비 출국하는 등 일본행에 ‘올인’하는 모습이었다. 두산도 김동주가 일본행을 고집하자 고민에 빠졌다. 김동주는 두산의 두말할 필요없는 프랜차이즈 스타. 요코하마와의 협상이 무산될 경우 김동주의 자존심도 어느 정도 살려주고 구단의 체면도 살리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앞서 역대 FA 최고액(4년간 62억원)을 제의했던 두산은 김동주가 일본 진출에 무게를 두며 미적지근한 태도로 일관하자 구단의 권위를 훼손했다며 태도를 180도 바꿨다. 구단은 지난해 말 “이미 제시했던 카드를 철회한다.”며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고 전격 발표한 바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최근 KT에 제시한 프로야구 가입금 60억원보다 김동주의 몸값이 많다는 여론의 질책에 생긴 부담도 한몫 했다. 이에 따라 몸값 ‘거품빼기’에 나서기로 한 것. 두산은 “FA 협상 만료 시한까지 계약이 늦춰질수록 몸값은 깎인다.”며 김동주에 대한 압박을 계속했다. 따라서 그의 몸값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일본행이 안 되면 두산에 남겠다.”던 김동주의 거취에 팬들의 관심이 갈수록 쏠린다.김영중기자 jeunesse@seoul.co.kr
  • [염주영 칼럼] 공약, 버릴 건 버려야 한다/ 논설실장

    [염주영 칼럼] 공약, 버릴 건 버려야 한다/ 논설실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속도전을 펴고 있다. 연일 초대형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인수위는 이명박 당선인의 취임 이전까지 새 정부 5년의 국정운영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런 점을 감안해도 너무 서두는 것 같다. 인수위가 쏟아낸 정책들은 지난 대선에서 공약으로 제시된 내용들이다. 게 중에는 집권 초기에 속도감 있게 밀어붙여야 성공을 기약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정부조직 개편이나 4대 연금개혁, 공기업 민영화 등이 그런 경우다. 이런 과제들은 집단이기주의가 심하고 기득권층의 뿌리가 깊다. 시기를 놓치면 저항이 커져서 개혁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집권 초기에 개혁을 단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밀어붙이기와 속도전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공약 가운데는 밀어붙이기나 속도전으로 안 되는 일들이 있다. 경제성장률 7% 달성과 일자리 300만개 창출은 밀어붙인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친기업 친시장 정책이 가져올 이명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현재의 국내외 경제여건상 무리다.‘7% 성장론’은 공약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비전제시로 봐야 할 것이다. 목표는 일단 높게 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부작용도 생각해봐야 한다. 국민의 기대치를 너무 높여 놓으면 여론의 압력에 밀려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쓰게 될 위험이 커진다.7% 성장론을 고집한다면 5년내내 큰 화를 자초할 수 있다.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 이후에도 목표 성장률을 현실적인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대운하 공약도 문제다. 아무리 좋은 계획을 마련했더라도 여론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려운 과제다. 청계천과는 다르다. 연내 착공을 목표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치밀한 검토와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더 해야 한다. 비록 공약이라 해도 정부가 아예 하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 신용 대사면이 대표적인 예다. 금융소외자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다. 그러나 신용사면과 같은 방식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최대과제는 경제 살리기다. 이를 위해 친기업 친시장을 기본 철학으로 삼고 있다. 신용사면은 그 철학에 어긋난다. 시장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죽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용불량자의 연체기록은 금융기관이 대출 여부와 금리수준을 판별하는 지표다. 그 기록을 말소하면 금융기관더러 눈감고 대출하라는 얘기가 된다. 또한 신용불량자의 채무를 세금으로 갚아주는 것은 채무자를 돕는 일 같지만 실제로는 채권자를 돕는 것이 된다. 떼인 돈을 회수하기 때문이다. 성실하게 빚갚은 사람과의 형평성도 문제이려니와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낳아 신용불량자를 더욱 양산하게 될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력으로 빚을 갚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옳다. 빚을 대신 갚아주기보다는 직업교육이나 취업알선, 생계지원 등의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약을 실천하는 것은 정치인의 책무다. 그렇다 하더라도 당선이 곧 모든 공약에 대한 승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성급한 판단이다. 정파의 대표로서 다른 후보들과 표를 놓고 경쟁할 때와, 국민의 대표로서 국정을 책임있게 이끌어야 할 때의 판단기준이 같을 수는 없다. 그제 인수위가 각 부처의 업무보고를 통해 현황 파악을 마쳤다. 이명박 집권 5년의 청사진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 공약이라도 버릴 것과 가져갈 것을 가리는 지혜를 기대해본다. 논설실장 yeomjs@seoul.co.kr
  • [10일 TV 하이라이트]

    ●러브 인 아시아(KBS1 오후 7시30분) 딸 둘을 둔 남편 영춘씨와의 결혼으로 하루아침에 엄마가 된 리사. 오해로 빚어진 갈등, 그리고 그 갈등을 풀며 마음을 열게 되었던 지난 3년. 가연이와 채연이가 태어나고, 이제 네 딸의 엄마로서 제자리를 찾았다. 하지만 어려운 형편으로 어린 두 딸은 걷기도 전에 필리핀으로 보내게 되었는데….   ●다큐 여자(EBS 오후 7시45분) 절을 내려와 부모님댁에 도착해 아버지께 애교를 부리는 상혜씨. 솜씨가 좋은 상혜씨도 음식에선 어머니보다 한수 아래라고 하는데, 딸보다 아내가 만든 음식이 더 맛있다는 아버지에게 질투를 하면서도 부모님의 부부애를 보며 즐겁고 감사하다. 그녀는 부모님과의 시간을 뒤로 한 채, 요리연구에 여념이 없다.   ●글로벌 코리안(YTN 오전 10시30분) 태권도 인구가 60만명에 달하는 태국에선 한류 덕분에 태권도 저변 인구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태권도 확산의 주역 박희강 사범. 올해 전국 체전을 앞두고 맹훈련을 하고 있는 푸껫 대표선수 8명과 박 사범의 각오는 남다르다. 처음엔 어려움도 많았지만 끈기와 열정으로 지금은 선수들과 하나가 되었다.   ●김치 치즈 스마일(MBC 오후 8시20분) 기준이 아버지를 찾아가 혜영과 결혼하겠다고 고집을 부리자 기준의 아버지는 혜영과 결혼을 해도 좋으니 자신이 사줬던 기준의 차를 압수하고, 결혼자금을 한 푼도 대주지 않겠다고 한다. 한편, 신구는 기준의 아버지가 골프장을 운영하는 골프광이라는 말을 듣고 산호에게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SBS 오후 8시50분) 고기반찬이 푸짐한 밥상 앞에서 며느리가 자리를 비운 사이, 할머니는 수저 위에 주방용 세제를 짜서 국에 넣는다. 이 위험한 밥상의 주인공 김강인 할머니를 만나본다. 겨울 바다를 유유히 헤엄치는 별난 개 카사, 전파를 타지 못했던 미공개 사연들의 뒷이야기, 미국의 나무 타는 개도 소개한다.   ●낭독의 발견(KBS2 밤 12시45분)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는 2008년,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최상의 결과를 위해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선수들의 기합소리와 함께 시작한 2008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국민을 벅찬 감동으로 눈물짓게 했던 마라토너 황영조. 마라톤 영웅 황영조 감독이 낭독의 무대를 찾았다.
  • 분양시장에 훈풍 불까

    아파트 분양 시장이 살아날까. 주택 공급 규제가 풀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아파트 분양 시장에 숨통이 트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분양 적체로 고심하는 건설업체들은 벌써부터 분양 시장에 훈풍이 불어올 것을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의 전망은 다르다. 군불(규제완화)이 아파트 분양 시장을 따뜻하게 하는데 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지방 도시의 투기과열지구·투기지구 해제 방침을 내놨지만 이 정도로는 꽁꽁 얼어붙은 분양 시장을 녹이는 데 한계가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분양 시장이 쉽게 살아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구 해제에 따른 반짝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분양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지방 도시의 투기과열지구를 풀어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투기지역도 아파트가 대량 공급되고 있는 천안, 아산, 울산을 빼고는 풀렸다. 수도권까지 규제완화가 풀리면 청약시장에 훈풍이 불겠지만 투기가 우려돼 정부가 극약처방은 내놓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수요 감소도 분양 시장 침체를 장기전으로 끌고 간다. 실수요자 위주의 청약만으로는 분양 시장을 달구는 데 한계가 따른다. 실수요자 위주의 주택 청약제도 기조가 변하지 않는 한 아파트 분양시장의 훈풍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태호 부동산랜드 사장은 8일 “주택 공급이 늘면서 무주택자가 줄어 실수요자 위주의 청약만으로는 꽁꽁 얼어붙은 분양시장을 녹이지 못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공급 과잉도 원인이다. 투자 수요는 물론 실수요자도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어서 지방 도시마다 쌓여 있는 미분양 물량과 추가 공급분을 소화하기에는 시장이 너무 좁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지역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한 지방 미분양 아파트 소진은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완화 약속도 당장 이뤄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대출 규제·금리 인상도 신규 청약 걸림돌이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양도세와 종부세 완화 방안이 나와야 시장이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청약제도는 손을 대면서도 대출 규제는 여전히 쥐겠다는 정책 또한 투자 수요를 억제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체들의 고분양가 고집도 수요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고 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한반도 대운하 커지는 논란] 초대형 국책사업 절차 지켜라

    [한반도 대운하 커지는 논란] 초대형 국책사업 절차 지켜라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당장 착공하겠다는 주장에서 한발 물러섰지만 특별법을 만들어 올해 착공하겠다는 등 여전히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운하의 용도가 무엇이고, 어떠한 방식으로 운하를 건설하는지,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명확하게 제시한 뒤 정책을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주문들이 많다. 국민적 합의와 경제성, 환경성, 법적 절차를 따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정확한 사업성 검토 이후 정책 결정 정책은 어차피 가설이다. 투입 대비 산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실행에 옮긴다. 하지만 미래에 일어날 효과를 정확히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효과를 최대한 키우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정책은 정확한 사업성 검토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반도 대운하 건설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확한 사업성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 한반도 운하 건설을 정책으로 확정짓기 위해선 우선 각 분야의 효과가 얼마나 나올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편익은 사업 목적에 따라 달리 나온다. 홍종호 한양대 교수는 “정치적인 수치 제시보다 찬반론자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참여해 객관적인 경제성을 따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확한 물동량 추산과 관광·지역개발효과는 운하 건설의 경제성을 따지는 기본이다. 여기에 운송 시간 가치도 고려해야 한다. 아무리 물동량이 많아도 운송 시간이 많이 소요되면 편익은 크게 떨어지게 마련이다. 비용도 정확히 따져야 한다. 운하 노선·설계·운영 방식 등에 따라 건설비는 크게 차이 난다. 대운하 기획팀은 15조원 안팎을 제시했지만,40조원 이상 들어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예를 들면 대운하 기획팀은 교량을 11개만 보수하면 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교량을 다시 놓아야 하는 것만 46개에 이른다.”고 반박했다. 강바닥을 얼마나 파내야 하는지, 제방을 얼마나 더 쌓아야 하는지 등도 크게 엇갈린다. ●환경영향 검토는 필수조건 일반 정책과 달리 개발사업은 환경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개발로 인한 환경 피해는 복원 자체가 힘들고 돈으로 따지기도 어렵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은 한반도 전역에 걸친 개발사업이나 마찬가지다. 큰 물길이 바뀌고 엄청난 토목공사가 수반된다. 어떤 식으로라도 환경에 영향을 줄 것은 분명하다. 착공에 앞서 환경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작은 택지지구 한 곳을 개발하더라도 3∼4년 걸린다. 엄청난 규모의 국책사업을 얼른 뚱땅 해치우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운하 건설 전반에 걸친 환경성 검토를 거쳐야 한다. 특별법을 조기 착공뿐만 아니라 사전환경성검토나 환경영향평가를 피하거나 무력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일정량의 물을 흘려보내면 수질이 개선돼 강 오염을 줄일 수 있다고 우기거나, 운하댐이 오염물질 댐으로 변할 것이라고 고집만 할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조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개발사업을 수립·시행하기에 앞서 해당 지역·주변 지역에 미치는 환경영향을 사전에 검토·분석해 최적의 환경보전대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수백년이 지나도 후회하지 않는 정책이 되도록 검증해야 한다.”며 “그동안 축적한 자료를 놓고 반대 주장을 펴는 전문가부터 납득시키고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사설] 공무원 감축없이 ‘작은 정부’ 되겠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 주말 정부조직 개편안을 이명박 대통령당선인에게 보고한 뒤로 새 정부 조직의 밑그림을 그리는 막바지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몇몇 부처를 폐지 또는 축소하느냐는 최종 결과가 나와야 확인되겠지만, 현행 ‘18부 4처 2원’ 체제를 상당히 축소하는 것만은 분명한 방향임이 확인되고 있다.‘작고 실용적인’ 정부는 이명박 당선인의 공약인 데다 국민에게서 적극적인 지지를 얻고 있기에, 추진 중인 정부조직 개편안의 큰 틀은 당연히 환영받을 만하다. 다만 문제는 정부 조직은 몸피를 줄이되 공무원 숫자는 줄이지 않겠다는 당선인과 인수위의 공언(公言)이다. 이명박 당선인은 물론 대선 과정에서 공무원을 감축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인수위도 이를 받아 다짐을 거듭했다. 하지만 정부 기구를 축소해 일정 기능을 민간 부문으로 돌린다면 할 일이 없어지는 공무원들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런데도 이들을 계속 정부조직 안에 자리잡게 한다면 과연 ‘작은 정부’‘실용정부’가 될 수 있겠는가.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공무원 숫자는 6만 5000여명, 그에 따른 인건비는 5조원 이상 늘어났다. 이같은 지속적인 공무원 증원을 두고 이명박 당선인과 그가 속한 한나라당은 줄기차게 ‘몸집 부풀리기’를 비판해 왔다. 그런데도 막상 정권을 잡고 나서는 “공무원 감축 없이 작고 실용적인 정부를 운영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 앞에 눈 가리고 아웅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실용정부를 추구하는 한 비대해진 공무원 조직의 살집을 빼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당선인과 인수위는 국민과의 더욱 무거운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공무원 감축 금지’라는 지킬 수 없는 공약(空約)을 더이상 고집하지 않기를 바란다.
  • 에이즈 환자를 ‘해결사’로 고용…中서 논란

    지난 7일 중국 광저우(廣州)시의 한 고층빌딩 회의실에 정체불명의 6명이 난입한 사건이 발생했다. 빌딩 경비원이 이를 제지하자 6명은 놀랍게도 병원 소인이 찍힌 에이즈 진단서를 내보여 주위를 경악케했다. 이들은 “세상에 에이즈가 무섭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꿔준 돈만 갚는다면 조용히 가겠다. 지금 당장 돈을 주지 않는다면 병을 전염 시키겠다.”고 협박했다. 얼마 후 경찰이 현장에 도착해 돌아갈 것을 설득했지만 오히려 “우리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라 돈을 안주면 일당을 받을 수 없다.”며 “돈만 내 놓으면 시끄럽게 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빌딩 관계자측은 “5년 전 빌렸던 돈을 아직 갚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에이즈 환자들을 시켜 협박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을 ‘해결사’로 고용한 쉬사장은 “빌딩 수입이 좋음에도 5년 동안 돈을 갚지 않았다.”며 “내 돈을 갚으라고 했을 뿐 어떤 불법 행위도 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이날 오후 6명은 인근 파출소로 연행돼 간단한 경고를 받은 후 귀가했다. 한편 사건을 담당한 경찰은 “최근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에이즈 등 전염병을 가진 환자를 고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한반도 대운하 커지는 논란] (중)대운하 건설 추진 두 시각

    [한반도 대운하 커지는 논란] (중)대운하 건설 추진 두 시각

    국가 정책은 ‘사회·공중 이슈화→여론형성→정부 의제설정→타당성 검토→정책 결정’과정을 거치는 것이 정석이다. 어느 과정이라도 가볍게 여기면 정책의 정당성이 훼손되고 결정 이후 집행 과정에서도 힘을 받기 어렵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도 과연 이런 과정을 거쳐 정책으로 결정됐느냐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린다. ●“선거 승리는 곧 국민여론 수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측은 선거에서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운 이상 사회·공중 이슈화를 거쳤다고 본다. 다만 이번 대선 특성상 대운하 건설 공약을 놓고 여론형성이 미진했던 것은 어느 정도 인정했다. 그렇지만 과반수에 가까운 지지를 얻어 당선됐기 때문에 국민여론은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찬성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국가 정책으로 추진하는 데도 전혀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따라서 대운하 정책은 당연히 추진돼야 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데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방면의 의견을 듣는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론은 기본적으로 다수결을 요구하지만 다수결은 그 속성상 새로운 것을 원하지 않게 돼 있다. 수많은 이해집단을 상대로 일일이 합의를 구하려 들면 정책 추진 속도를 낼 수 없다는 것이 정책결정을 앞당기려는 이유다. 당선인 측근 정치인의 당장 착공 주장은 공격이 거세지자 거둬들이는 모습이다. 인수위에서는 여론을 충분히 수렴한 뒤 착공 시기와 완공 시기 등을 결정하겠다며 한발짝 물러섰다. 지난 5일 한 TV토론에 나온 한반도 대운하팀 싱크탱크들도 경제성·환경성 등을 충분히 검토한 뒤 내년 2월쯤 착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론 수렴이 빈약했고 정책 결정 단계를 거치지 않았다는 공격에 대해서는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구실에 불과하고, 새 정부 출범에 앞서 발목을 잡으려는 구태의연한 행태라고 일축했다. 국민 모두가 힘을 보태야 할 시점에서 대운하 건설 계획 자체를 폄하하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새 정부의 정당성을 깎아내리려는 정치적인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선 여론수렴 후 정책 결정 바람직 반대론자들은 국민적 관심이 높은 대운하 공약을 당장 정책으로 끌어올리기에는 아직 미진하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선거에서 주요 공약을 놓고 충분한 토론을 벌였다면 승리한 후보의 공약을 곧바로 정책으로 발전시키는 데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정책·공약검증에 뿌리를 두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들이 공약을 추인해줬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대운하 공약도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정책 결정으로 기정사실화하거나 착공할 경우 엄청난 부작용이 따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의 충분한 토론과 검증을 거쳐 이를 국민들에게 자세히 알리고 의견을 충분히 듣는 등 이해와 협조를 구한 뒤 최종 정책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고집한다. 국민 설득은 일방적인 홍보가 아닌, 객관적인 설명과 이해가 따라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당선인이 선거기간 동안 당선돼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약속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공약을 정책으로 기정사실화하고 밀어붙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국토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토목공사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일반 정책은 추진 과정에서 재정 문제가 대두하거나 상황이 변하면 정책을 수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규모 토목공사는 사정이 다르다. 일단 첫 삽을 뜨고 나면 문제가 드러나도 돌이키기 어렵다. 그동안 투자된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간다. 국토 훼손과 환경 파괴는 돈으로 해결할 수도 없다. 한번 착공하고 나면 좋든 싫든 끝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착공이나 완공 시기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운하를 만드는 것은 환경보호와 균형잡힌 경제발전 조류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백두대간을 넘거나 뚫어 물길을 만든다는 발상 자체를 숙고한 뒤 수백년이 지나도 후회하지 않을 사업인지를 검증, 정책으로 결정하자는 것이다. 정리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도움말 주신 분 ●찬성측 정동양 교원대 교수·박석순 이화여대 교수·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장석효 한반도대운하TF팀장 ●반대측 조명래 단국대 교수·홍종호 한양대 교수·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오성규 환경정의 사무처장
  • [공직 인맥 열전] (23) 정보통신부

    [공직 인맥 열전] (23) 정보통신부

    청와대와 인접한 세종로변 정보통신부의 요즘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새 정부 출범 뒤 조직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한때 우리나라의 정보기술(IT)을 세계에 과시한 주역으로 꼽혔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정통부에는 다른 부처에 있는 ‘라인’을 찾는 게 상대적으로 쉽지 않은 편이다. 생긴 지 만 14년밖에 안 된 ‘신생’부처라는 점에서다. 신생조직이다 보니 외부에서 장관이 영입될 수밖에 없었다. 정통부 출범 당시에는 옛 경제기획원(EPB) 출신들이 실·국장을 맡는 등 주력부대였다. 이석채·안병엽·노준형 전 장관과 유영환 현 장관은 EPB 출신이다. ●외부수혈 ‘CEO장관´ 많아 배순훈(대우전자 회장), 남궁석(삼성SDS 사장), 양승택(한국통신기술사장), 이상철(KT 사장), 진대제(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사장) 전 장관은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유필계 정책홍보관리본부장은 IT839정책의 설계자로 알려져 있다.2003년 전파방송관리국장 시절 당시 기획관리실장이던 노준형 전 장관, 정보통신정책국장이던 유영환 현 장관 등과 함께 IT신성장동력 정책을 담당했다. 강대영 미래정보전략본부장은 통신관련 정책에 강하다. 그는 지난해 통신전파방송정책본부장으로 통신규제로드맵을 만들었다. 규제로드맵에는 SK텔레콤과 KT 등 지배적사업자의 결합상품허용, 단말기 보조금 규제완화 등이 들어 있다. 정경원 우정사업본부장은 비교적 여러 업무에 밝은 편이다. 특히 2002년 정보화기획실의 정보기반심의관을 지내면서 전자정부 구축 등 국가정보화 사업과 초고속망을 일궈냈다는 평을 듣는다. 이기주 통신전파방송정책본부장은 ‘통방융합의 전문가’로 통한다. 정통부가 2005년 비공식으로 준비했던 통방융합 태스크포스(TF) 팀장도 맡았다. 전문성도 갖췄고 후배들도 잘 챙긴다는 평가를 받는다. u-로봇 등 정통부의 로봇산업을 책임지는 설정선 정보통신정책본부장은 마당발로 통한다. 송유종 전파방송기획단장은 과장급에 이어 본부장급에서도 동기들보다 2∼3년 빠른 초고속 승진을 하고 있다. 그는 출세길로 통하는 IT839 멤버다.2003년 정책총괄과장으로 있으면서 실무를 담당했다. 서병조 정보보호기획단장은 주민등록 대체 수단인 아이핀(i-PIN)을 도입했지만 아직 활성화되지는 않았다. 임차식 소프트웨어진흥단장은 고위공무원단 중 유일한 기술고시 출신이다.2005년 정부통합전산센터 초대 소장을 맡는 등 전산망, 전산센터 업무에 밝다. 인수위에 파견된 형태근 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최경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간사와 고등학교 동기다. 그래서 인수위에 파견되기 전부터 말도 적지않았다. 그는 소신이 너무 강해 고집불통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다. ●IT839멤버 고속 승진 과장급에선 김준상 정책홍보관리본부 혁신기획관, 이상진 미래전략본부 기획총괄팀장, 한국정보사회진흥원에 파견나간 양환정 전 통신방송정책총괄팀장 등이 눈에 띈다. 김 혁신기획관은 2005년부터 방송위성과 과장·팀장을 거치면서 지상파DMB 등 디지털방송과 인연이 깊다. 이 팀장은 2003년엔 행정고시 25회가 주요과장을 맡을 당시에 행시 32회이면서도 주요과장으로 꼽히는 소프트웨어진흥과장을 맡을 정도로 업무추진력에서 평가를 받는다. 양 전 팀장은 2005년부터 통신이용제도과장, 통신방송정책총괄팀장을 맡으면서 휴대전화, 통방융합 등 정통부의 모든 핵심업무를 두루 담당했다. 법무담당관이던 지난 2004년에는 직장협의회에서 꼽은 ‘베스트 과장’에 꼽히기도 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오스카」상(賞)도 싫다는 사나이

    「오스카」상(賞)도 싫다는 사나이

    「할리우드」최고의 영예로 일컫는 올해「오스카」주연상이 노장「조지·C·스코트」와「데뷔」2년만의 신인「글렌다·잭슨」양에게 돌아갔다. 두사람 모두「브로드웨이」무대를 거쳐 할리우드로 진출했으며 또 우연히도 이번 수상작품은 두편 다「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모두 조작 투성이며 타락한 상 안 받겠다” 남우주연상·작품상·감독상 등 8개 부문서 수상, 올해「오스카」시상식의「하일라이트」가 된 영화『패튼』(원제『피와 용기』Blood and Guts: Patton) 은 2차대전의 영웅「패튼」장군의 활약을 그린 것으로「오마·브래들리」원수가 쓴『어느 병사 이야기』와「라디 슬라스·파라고」저『패턴: 그 시련과 승리』가 원작이다. 「데뷔」2년만의 신인여배우「글렌다·잭슨」양에게 생애최대의 영광을 안겨준『사랑하는 여인들』(원제 Women Love)은 문호「D·H·로렌스」의 원작소설. 『「오스카」상은 조작투성이며 타락했다』고 비난, 후보지명조차 받아들이지 않았던「조지·C·스코트」에게 남우주연상이 돌아간 것은「오스카」상이 생긴이래 처음있는 이변(異變). 이지적인 강한 개성…TV의「에미」상받고 1927년 미국「버지니아」주「와이즈」란 조그마한 마을에서 태어난「스코트」는 소년시절「디트로이트」시로 이사, 그곳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해군에 들어갔다. 군복무를 마친뒤 다시「미주리」대학에 진학하는 한편 지방극단의 조연배우로도 활약, 대학공부와 연기수업을 함께 했고「미주리」대학 졸업후「브로드웨이」연극무대에 진출, 본격적인 연기생활에 들어갔다. 「브로드웨이」서의 최초의 성공은「셰익스피어」극인『리처드3세』. 그후 TV 「시리즈」『권력과 영광』에서의 연기력으로 TV계의「오스카」상이라 불리는「에미」상을 받았다. 매부리코에 날카로운 눈매는 이지적이면서도 강한 개성미를 풍겨준다. 「할리우드」서 인정은『허슬러』출연후에 「브로드웨이」를 떠나「할리우드」로 이주해온 것은 22년전인 1959년. 최초의 영화출연작품은「게리·쿠퍼」의「마리아·셀」주연의『교수목』 이었지만 「할리우드」서 정식으로 인정을 받게된 것은 61년「폴·뉴먼」과 함께『허슬러』에 출연하면서 부터다. 그후 63년『비살인계획서』『박사의 이상한 애정』, 『노란 롤즈·로이스』, 65년『천지창조』, 66년 『내 여자에게 손대지 말 것』, 67년『사랑과 도박과 푸른 하늘』과, 68년『화려한 정사』등에 출연하고 TV「시리즈」『내막』에서도 주역을 맡았으나『화려한 정사』를 제외하곤 별로 주목을 끌지 못해 불운한 세월을 보냈다. 「패튼」역을 맡으면서 “최대의 꿈” 이뤘다고 68년, 20세기「폭스」사가「오마·브래들리」장군의 제의를 받아들여『패튼』의 영화화를 기획한 것이「스코트」에게 이번 행운을 안겨주게 되었다. 실제의「패튼」장군은 다소 어린아이 같은 군복에의 애착심, 상아손잡이의 권총에 대한 이상한 애정을 갖고 있었으며, 일단 전선에 나서면 절대로 패전하지 않는 개성이 강한 지휘관이었다. 「스코트」는 이 역을 맡으며『내생애 최대의 꿈』이 이루어졌다며 스스로「패튼」의 용모와 같게 앞머리를 밀어버리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여배우「콜린·주하스트」와 결혼, 두딸을 두었으나 이혼, 현재는「뉴욕」서 홀아비생활을 하고 있다. 「브로드웨이」무대감독「로이·하지스」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어머니인「글렌다·잭슨」 양은「스코트」가 22년만에 얻은 영광을 불과 2년만에 차지한「할리우드」판「신데렐라다. 고집장이 아가씨로 2년만에 영광차지 미모라기보다 온통 고집투성이로만 보이는 얼굴과 실제 고집장이인「잭슨」양은 미국 아가씨 아닌 영국아가씨다.「비틀즈」의 고향「리버풀」에서 태어나 소녀시절엔「발레리너」 를 꿈꾸었으나 키가 너무 커서「발레」공부를 포기, 뜻을 연극무대로 돌리고「런던」왕실연극학교에 들어가 연기수업을 마쳤다. 여기서 6년동안 연기와 무대감독 수업을 마친「잭슨」양은 국립셰익스피어극단의 신인모집에 응모, 연출가「피터·부르크」의 눈에 띄어 연극무대에 서게되었으며, 첫 출연작품『해믈리트』에서 맡은「오필리아」역이 어찌나 훌륭했던지 연극평론가「페넬로프·질리아트」는『제목을「해믈리트」가 아니라「오필리아」로 갈아야 하겠다』고 평하기도 했다. 다음 출연작품이 바로「피터·브루크」연출의『마라/사드』. 이 연극서「샬로트·코데이」역을 맡은「잭슨」양은『마라/사드』가「브로드웨이」서 1년이상「롱·런」을 하는「히트」를 치자 함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2편의 연극 출연에 최고 신인상도 받아 이때 미국연예계의 성서라 불리는『버라이어티』지의 인기투표서 1위를 차지, 『「브로드웨이」최고의 신인』으로 연극부문 신인상을 탔다. 『마라/사드』로 겨우 2편의 연극에 출연, 신인상을 탄「잭슨」양은 어찌보면 너무 빨리「스타돔」에 올라선지도 모른다.『마라/사드』로 연기력을 인정받은「잭슨」양이 영화에 첫 출연한 것이 이번 수상작품인『사랑하는 여인들』. 그러니까 2편의 연극과 단 1편의 영화로 미국 연예계의 두 본산「브로드웨이」와「할리우드」를 정복해 버린 셈이다. 고집장이라고 하지만 이쯤되면 엄청나게 정력적인 아가씨. 『사랑하는 여인들』출연후「센·러셀」감독의『고독한 심장』에서「차이코프스키」의 불우한 아내역을 맡았고, 마침내 신인발굴의 명수「존·슐레징거」감독(『한밤의 카우보이』로 감독상수상)의 눈에 들어 새 영화『피의 일요일』에서 다시 주연여우로 등장했다. 얼굴도 예쁘지 않고 체격도「발레」를 못할 정도인 이 아가씨가 이처럼 빨리「스타돔」 에 오른건 오직 연기력 때문. 그녀는 남편과 함께「런던」에서 신인화가들을 위한 화랑을 경영하고 있기도 하다. 집안을 돌보고 화랑의 경영을 맡은「잭슨」양이지만『이가 다 빠진 할머니가 될때까지』 연기생활은 계속할 각오. 「할리우드」는「잭슨」양을『70년대 최고의 여배우』로 보고 있다. <UPI/MV = 본지(本誌)특약> [선데이서울 71년 5월 2일호 제4권 17호 통권 제 1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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