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고집
    2026-08-04
    검색기록 지우기
  • 이익률
    2026-08-04
    검색기록 지우기
  • 재조명
    2026-08-04
    검색기록 지우기
  • 저지대
    2026-08-04
    검색기록 지우기
  • 꽃집
    2026-08-0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2,023
  • 1인 밴드 ‘달빛요정’의 못다한 이야기

    지난해 11월 뇌경색으로 세상을 뜬 1인 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본명 이진원)의 죽음은 많은 이에게 슬픔과 충격을 안겨주었다. 사회적으로 그의 죽음은 인디 음악인들의 현실에 주목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야말로 모두 다에게 행복을 퍼다 주는 사람…나를 연애하게 하라.”고 외치던 그. 이렇듯 힘 있는 목소리로만 그를 기억하던 팬에게는 더욱 뜻깊을 이진원의 유작 에세이 ‘행운아’(북하우스 펴냄)가 출간됐다. ‘행운아’는 이진원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출간을 위해 2년 동안 직접 준비한 원고를 모은 것이다. “저는 이 알량한 음악질 이외에 잘하는 게 없군요. 허접한 외모에 빠르고 더듬는 말투…”로 끝이 난 머리말은 ‘행운아’가 미완의 유고집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하지만 책은 서울 홍대 앞 인디 음악인의 꿈과 현실, 발표한 노래들 뒤에 숨겨진 사연들, 사회에 대한 통쾌한 시선 등 재미와 웃음을 주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노래 못지않게 책도 자신의 독립적인 창작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 글들이다. 음악으로 못다 한 이야기를 푼 것이기도 하다. ‘1부 사전’은 이진원이 자신을 세상에 소개하는 내용이다. 자신과 관련된 키워드(야구, 박찬호, 라면, 술, 인디 뮤지션 등)를 고르고 사전 형식의 해설을 붙였다. 그는 자신을 ‘가내수공업 뮤지션’이라고 정의하고, ‘음악만으로 살기’를 공개적으로 선언한다. 제작 후기라 할 수 있는 ‘2부 노래’는 음반 수록곡 대부분에 얽힌 사연을 담고 있다. 그의 죽음 직후 인디 음악인들의 가난한 삶을 대변한 곡으로 화제가 된 ‘도토리’ 노랫말에 숨은 의미도 속시원히 밝혔다. ‘3부 일기’는 인디 음악인의 일상을 세밀하게 그렸다. 음악·예능 프로그램이 아닌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만 인터뷰하는 ‘루저’ 음악인의 비애부터 공연 포스터를 붙여 줄 사람을 수소문한 일화까지 고인의 살아 생전 속마음을 엿볼 수 있다. ‘4부 생각’은 끝내 완성되지 못한 부분이지만 사회 불의에 분노하면서도 유쾌하게 세상을 안으려는 그를 만날 수 있다. 책 제목 ‘행운아’는 뇌출혈로 쓰러진 지 30시간 만에 발견되어 결국 37살의 나이로 저 세상으로 간 이진원의 삶과 너무도 대비되어 더 가슴 먹먹함을 안겨준다. 고인은 생전에 ‘달빛요정’이란 허황하고도 긴 이름에 대해 “요정이 예쁘다는 편견도 버려야 돼요. 요정이 왜 남자는 없을 거 같아요?”라며 유쾌한 일갈을 남겼다. 1만 38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음악방송 명성 잇는 ‘수요예술무대’

    음악방송 명성 잇는 ‘수요예술무대’

    가요계가 온통 ‘보는 음악’ 중심으로 돌아가는 요즘에도 꿋꿋이 음악 프로그램으로서의 가치와 전통성을 이어 가는 프로가 있다. MBC에브리원의 ‘수요예술무대’다. 1992년부터 13년간 MBC에서 방송된 ‘수요예술무대’는 지난해 가을부터 케이블 채널 MBC라이프(수요일 밤 11시)와 MBC에브리원(밤 1시)으로 무대를 옮겨 명성을 이어 오고 있다. ‘수요예술무대’만의 특징은 장르에 구분 없이 개성과 실력 있는 뮤지션들을 대거 출연시키고,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해외 아티스트들을 무대에 세운다는 점이다. 지난 24일 제주 녹화 현장에서 만난 한봉근 PD는 “요즘엔 직접 나와 노래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가창력을 지닌 가수들이 적어 섭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케이블로 무대를 옮긴 뒤에는 홍대의 클럽 음악 등 공중파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한 PD는 MBC 시절부터 소속을 바꿔 가며 이 프로그램 연출을 맡고 있다. 안식년 휴가를 지내던 그는 프로그램 부활 소식을 듣고 휴가 중 연출에 복귀했다고 한다. 프로그램 색깔을 결정하는 또 다른 축은 MC 바비킴과 이루마다. 호소력 있는 목소리를 지닌 가수 바비킴과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뮤지션 이루마는 과거 MBC의 ‘수요예술무대’를 통해 발굴된 뮤지션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바비킴은 “우리 프로그램에 나오는 가수들은 확실하게 자기 음악과 연주를 고집한다는 특징이 있다.”면서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재미 위주보다는 순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긴 미국 생활로 인해 한국어가 아직 서툰 바비킴은 “한국어 발음이 잘 안될 때는 이루마가 옆에서 많이 도와준다.”며 웃었다. 이루마도 “‘수요예술무대’를 통해 이름을 알렸기 때문에 MC 제의를 망설임 없이 승낙했다.”면서 “프랑스 샹송 가수 파트리샤 카스가 초대 손님으로 나온 적이 있는데 ‘뮤지션에게는 아픔이 음악을 하게 되는 힘이 된다’는 그녀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았다.”고 말했다. 2월 중에는 가수 이현우와 한때 공동 MC를 맡았던 피아니스트 김광민이 진행하는 ‘김광민과 함께’ 코너도 신설한다. 한 PD는 “색다른 편곡을 통해 ‘수요예술무대’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음악을 선사할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일본을 비롯해 해외의 실력 있는 아티스트들을 적극적으로 한국에 소개해 음악적 교류에 앞장서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기고] 외국인들에 개별 맞춤형투어 필요하다/정명진 코스모진 여행사 대표

    [기고] 외국인들에 개별 맞춤형투어 필요하다/정명진 코스모진 여행사 대표

    거리를 걷다 보면 외국인들과 쉽게 마주친다. 지난해는 특히 2010 한국 방문의 해,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개최 등 해외에 한국의 국가 브랜드를 알릴 기회가 유독 많았다. 한류 열풍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2010년 방한 외국인이 880만명을 이미 넘어선 바 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2012년이 목표였던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돌파 시기를 1년 앞당겼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맞이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외국인 의전 관광 전문업체를 10여년 동안 운영하다 보니, 방한 외국인 중에는 단순 관광객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기업체 초청 바이어나 정부 관계자, 기업 고위 임원급 등 VIP의 비중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며, 그 수치 또한 나날이 늘고 있다. 그뿐인가. 고급 에스테틱과 명품관을 둘러보는 개인 투어는 물론이고, 한국의 교육열에 관심을 두고 방한하는 교육자나 강사, 건축 디자인 스케치를 원하는 디자이너 등 방한 목적도 각양각색이다. 요즘 같은 겨울에는 눈이 내리지 않는 지역의 사람들은 눈 구경과 기념 촬영을 위해 스키장을 찾기도 한다. VIP 외국인은 다양한 개별 맞춤형 투어를 요구한다. 레스토랑에서 특정 재료를 사용한 요리를 고집하거나 배경 음악까지도 취향에 맞게 엄선하기도 한다. 흡연이나 장애 여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에서 보고, 느끼고, 경험한 모든 순간이 비즈니스 협상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요소가 되기 때문에 의전 관광은 중요성을 더한다. 외국인들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키려면 단순한 패키지 관광이나 천편일률적인 문화유산 투어만 답습해서는 안 된다. 입국부터 출국에 이르기까지 개개인의 관심사나 기분, 컨디션까지 세심하게 배려하는 따뜻한 정이 필요하다. 비즈니스를 원활하게 하는 촉매제가 될 뿐만 아니라 한국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효과적이다. 전문 통역가가 고급 인력들이긴 하나 한국에 대한 배경 지식을 기반으로 24시간 밀착해 생활 전반을 챙긴다거나 개별 취향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를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관광 가이드의 경우는 늘 같은 코스를 돌며 반복적 내용을 주입하기에만 급급하다. 그 때문에 외국인 의전 관광을 전문으로 진행하는 ‘의전 전문 가이드’의 양성이 필요하다. 훈련된 외국인 의전 관광 전문가들은 국가별, 종교별 외국인의 특성에 대한 오랜 경험과 데이터베이스에 근거해 문화적 차이와 개성까지 고려해 세심하게 배려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 경쟁력을 갖추려면 연 1회밖에 진행되지 않는 ‘국내여행안내사’ 자격증 시험에 대한 지원과 빈도 등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다양한 요구를 가진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호감을 살 수 있는 ‘스토리’를 발굴하는 스토리텔러도 갖춰야 한다. 명품 거리의 세련됨, 한강의 아름다움, 홍대의 클럽 문화, 대학로와 명동의 젊은 열기 등 한국의 진짜 현재를 보여줄 수 있는 전문가의 시각에 한국적인 이야기를 덧입혀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매력을 보여준다면 외래 방문객 1000만명 시대는 좀 더 빨리 다가올 것이다.
  • [구제역 환경재앙 오나] 매몰외 대안은 없나

    [구제역 환경재앙 오나] 매몰외 대안은 없나

    이번 구제역 사태로 전국의 가축 매몰지가 3000곳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기존의 625곳까지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2차 환경 오염을 막기 위해 체계적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에 분산되어 있는 소규모 매몰 외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그간 가축 사체의 이동 및 운반을 최소화해 인근지역으로 구제역이 옮겨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소규모 매몰을 고집했다. 하지만 수천곳의 매몰지가 생겨난 마당에 이를 전문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인력과 비용 투입도 만만치 않다. 환경 오염 문제 역시 크다. 영국은 대규모 매립지를 이용했다.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고 신속하게 대량처리를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단, 운반사고로 인한 2차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매립지 조성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규모 구제역 발생 시 가장 효율적이고 안전한 방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럽에서 주로 사용해온 소각 방식은 그간 부작용이 너무 많았다. 노천소각은 장작 더미 위에 가축을 태우면서 대기 오염 가능성이 크게 제기됐다. 이에 비해 공기커튼 소각시설은 이동식이고 환경친화적으로 최근 각광받고 있다. 구덩이를 파고 빠른 바람을 주입해 노천소각보다 6배나 빠르게 소각한 후 재만 남은 구덩이를 흙으로 덮는 방식이다. 미국과 유럽의 환경 규제 등을 모두 통과해 소규모 매몰에는 도입해 볼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최중경 지경부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

    최중경 지경부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

    “까도 까도 의혹이 남는 ‘까도남’이다.”(민주당 강창일 의원) vs “부동산 투기는 없었다.”(최중경 후보자) 18일 국회 지식경제위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최중경 지식경제부장관 후보자를 ‘까도남’에 빗대며 투기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반면 최 후보자는 “투기는 없었다.”고 맞섰다. 하지만 부동산 매입 경위와 자금 출처 등에 대해선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최 후보자는 여당 의원들마저 투기 의혹을 캐묻자 “(부동산 차액의)사회환원 문제를 숙고해 보겠다.”, “(역삼동 오피스텔 탈세 의혹과 관련) 깊이 반성한다.”며 한 걸음 물러섰다.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로서 신뢰성의 바닥을 보였다.”며 부적격 의견을 모았고, 한나라당은 “충분한 역량을 가진 인물로 공직수행에 큰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국회 지경위는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한다. 여야 의원들은 최 후보자의 부인과 처가가 1988년 공동 매입한 충북 청원군 임야 1만 6562㎡와 대전시 유성구 복용동 168-1 밭 850㎡, 장모에게서 상속받은 복용동 168-8 일대 농가와 대지 1276m² 등의 매입목적을 검증하는 데 집중했다. 청원군 임야는 취득 3개월 만에 토지수용으로 6배의 수익을 냈고, 유성구 토지는 가격이 15배나 올랐다. 최 후보자는 “청원군 임야는 처가의 선산용으로, 유성구 토지는 주말농장용으로 매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노영민 의원은 “시집간 딸 명의로 선산을 사는 게 상식에 맞느냐.”고 따졌다. 한나라당 이상권 의원도 “1988년 32살 사무관이던 후보자의 월급이 40만원 미만이었을 텐데 그 땅들을 절대 살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솔직히 장모가 (투기)했다고 시인하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최 후보자는 “당시 처남 셋이 군복무 중이거나 학생이었다. 아내의 급여와 축의금을 관리하던 장모가 알아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유성구 농지 매입과 관련, “서울 청담동에 사는 부인과 장인이 158㎞나 떨어진 곳에 주말농장을 두고는 실제 경작도 안 했다.”면서 “비자경농가의 농지소유를 엄격히 제한한 농지개혁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최 후보자는 “투기가 아니다.”면서 “청와대에서 이미 충분히 스크린(검증)했다.”고 항변했다. 다만 최 후보자는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이 “두 땅은 투기 성격이 분명하다. 투기로 불린 돈에 대해선 사회 환원을 하는 게 어떠냐.”고 묻자 “심사숙고해 보겠다.”고 말했다. 또 부인이 오피스텔 임대업을 하며 부가세 600여만원을 탈루한 사실에 대해 “복잡한 세무제도로 세무당국조차 몰랐던 것이고, 청와대 검증에서도 체크가 안 됐다.”면서도 “결론적으로는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문회 전 강남세무서에 징세소멸시효가 지난 것까지 포함, 총 793만원(의 세금)을 다 냈다.”고 설명했다. 여야 의원들은 정책검증에도 공을 들였다. 미래희망연대 정영희 의원은 “최 후보자가 기획재정부 2차관 때 고환율 정책을 고집해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한 중소기업의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최 후보자는 “키코 피해는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선진국 진입을 위해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최 후보자는 최근 유가 경직성 논란에 대해선 “유류세(탄력적용)나 유통마진 문제를 취임하면 자세히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의 ‘국민주’ 전환 방안에 대해선 “소유구조와 산업적 효과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규·허백윤기자 cool@seoul.co.kr
  • “명상을 예배에 접목… 超종교 활동 펼칠 것”

    “명상을 예배에 접목… 超종교 활동 펼칠 것”

    “새해 천복 많이 받으십시오.” 아내 이연아 목사와 함께 18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기자간담회장에 들어선 문형진(32) 통일교 세계회장은 반듯한 얼굴로 두 손 모아 합장하며 인사를 건넸다. 180㎝가 훌쩍 넘는 훤칠한 키에 흰색 생활한복을 입고 나온 그는 금색 통일교 원리 마크가 있는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평범하지 않은 모습만큼이나 인사도 낯설다. ‘천복’(天福)은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입으라는 통일교식 인사다. 문 회장은 문선명 통일교 총재의 막내아들이다. ●“한동안 삭발하고 한복 차림 고집해” 문 회장은 “한동안 머리를 삭발하고 한복 입고 다니면서 불교와 불교철학에 심취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 통일교 내부에서 약간의 압박이 있었다.”면서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는 분위기여서 머리를 기르는 대신 생활한복은 계속 고집하고 있다.”며 멋쩍게 웃었다. 통일교는 더 이상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라는 명칭을 내세우지 않는다. 지난해 2월부터 통일교라는 이름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문 회장은 “우리야 떳떳하게 신앙활동을 하고 있지만 다른 이름 아래에서 숨는 것 아니냐는 외부의 시선도 있었고, 우리 스스로도 명확하게 가는 것이 맞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가톨릭, 불교 등을 섭렵한 뒤 하버드대학에서 비교종교학을 전공했다. 유교, 도교 경전도 그의 주된 관심 대상이었다. 이러한 이력은 통일교에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예배 시간마다 종교적 명상을 중요한 순서로 집어 넣고, 120경배를 올리며 자기 성찰의 몫을 키워 갔다. 예배당에 4대 성인의 초상을 내걸고 존경의 뜻을 표하는 한편 등록신자 중심의 외형 확장이 아닌, 매주 예배에 참석하고 헌금하는 ‘진성 신자’들로 재편했다. ●이웃 종교 존중… 외형 단순 확장 자제 문 회장은 “1970년대 1만 6000여명이었던 신도 수가 2005년 1만 1000여명으로 줄었으나 지난해 말 기준 1만 9000여명으로 다시 늘어났다.”면서 “올해는 세계 4대 종교 지도자의 성지를 직접 방문해 흙을 가져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초(超)종교 활동을 펴나가겠다는 의지다. 다음달 3~9일에는 참평화통일 천복축제를 갖는다. 문 총재의 생일을 축하하고 유·무신론 논쟁 등을 전개한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한번의 오판’ 1조2000억 날렸다

    ‘한번의 오판’ 1조2000억 날렸다

    정부가 연간 20억원가량의 육류 수출을 위해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고집하다 600배인 1조 2000억원이 넘는 재정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대응 시 정책적인 판단만 잘했더라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선 지자체 공무원과 중앙 부처 공무원의 판단 하나가 국가적인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17일 농림수산식품부, 행정안전부, 환경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8일 구제역이 발생한 뒤 지난 15일까지 50일 동안 모두 1조 2436억원의 예산이 소요됐다. 농식품부는 이미 접수된 축산농가의 매몰·살처분 보상 비용을 중심으로 1조 1147억원이 소요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 가운데 행안부가 방역에 관련된 약품·인력·초소 운영 비용 등으로 지자체에 지원한 특별교부세는 432억원이다. 환경부가 매몰·살처분 지역으로부터 반경 3㎞ 내에 생활용수로 쓰이는 지하수가 있을 경우 이를 상하수도로 교체하는 데 들인 비용도 857억원에 달한다. 지금까지 구제역 피해 규모는 여성가족부 예산(4232억원)의 2배를 넘었고, 해양경찰청의 올 한해 예산(1조 534억원)보다도 많다. 이처럼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된 데는 정부의 안일한 초기 대응 탓이 크다. 경북 안동에서 구제역이 최초로 신고된 것은 지난해 11월 23일이었지만, 방역 당국은 이를 29일에야 확인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조사 결과 전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구제역 바이러스와 안동 지역에서 확인한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같은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구제역 발생 지역을 6일간 방치하면서 구제역 피해를 키운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파에 거센 바람까지 더해져 구제역 바이러스가 오래 살고 빠르게 확산되는 조건이 다 갖춰졌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려 구제역이 발생하고도 1개월 가량이나 백신 접종을 미뤄 구제역은 더욱 빠르게 확산됐다. 결국 지난해 12월 25일 정부가 백신 접종에 나섰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면 한해 20억원 규모의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수출할 수 있다. 결국 20억원의 육류를 수출하려다 1조원이 넘는 돈을 날린 셈이다. 직접 비용 1조 2000억원에다 앞으로 투입될 예산과 간접적인 피해를 감안하면 전체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청정국 지위는 백신 접종을 마치고 구제역 확산이 완전히 멈춰진 뒤에도 빨라야 내년 말쯤 돼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 3월 발생한 구제역으로 152만 3000마리를 백신 접종한 뒤 청정국 지위 회복까지 1년 6개월이 걸렸다. 정부 관계자는 “구제역 발생에 따른 비용은 전국 백신 접종으로 점점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환경문제나 연구·개발(R&D)에 투입될 2차 직접 비용이 남아 있다.”면서 “피해 규모를 볼 때 정부 내부에서도 인책론이 거론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행정의 달인 29인을 말하다] (2)시설환경 분야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행정의 달인 29인을 말하다] (2)시설환경 분야

    지난주 첫회 일반행정분야 달인소개에 이어 이번 주는 시설환경분야 달인 3명을 소개한다. 실무직 공무원들로서 바쁜 업무 와중에도 국내·외 특허를 취득하거나 SCI급 국제학술 논문집에 논문을 등재했다. 세계 3대 인명사전 모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오는 24일 자 달인코너에서는 보건위생 분야 2명의 달인을 소개한다. 행정안전부·서울신문 공동주관 >>‘하수처리기술 수출 견인’ 경북 경주시 수질환경사업소 이광희 씨 악취 하수를 물고기 사는 2급수로… 벤치마킹 쇄도 “민원을 반드시 해결해야겠다는 적극적인 의지가 없었다면 아마 신기술도 개발되지 않았을 겁니다.” 하수(下水) 처리의 달인으로 뽑힌 경북 경주시 수질환경사업소의 이광희(38·기능8급)씨가 2005년 자체 개발한 ‘하수 고도 처리 기술 공법(EESA 공법)’은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개발된 하수처리 공법 중 최고 수준의 효율을 자랑한다. 하수에 포함된 수질 오염원인 유기물(BOD 등)과 질소(N)·인(P)의 90% 이상을 제거할 수 있는 최첨단 공법이다. 국내에서 개발된 다른 어떤 하수처리 기술보다 하수의 질소·인 제거율이 20%포인트 이상 높다. 또한 생물학적 산소 요구량(BOD)을 98% 이상 낮출 수 있다. 이 공법에는 특별한 고가의 장비없이 미생물이 질소·인 등을 보다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도록 한 새로운 기술이 적용됐다. 때문에 EESA 공법은 국내외에서 획기적인 신기술로 인정받았다. 지금까지 특허 5건(국내 4건, 국제 1건)과 2007년 환경부로부터 신기술 검증(제107호)과 신기술 인증(제222호)을 각각 취득했다. 그는 “EESA 공법을 통한 하수 처리수는 물고기가 서식할 수 있는 2급수의 깨끗한 물로 냄새가 나지 않는다.”며 “앞으로 4대강 정화 및 하수 재이용 사업 등에 활용될 경우 큰 성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의 신기술은 이미 국내외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현재 경주와 포항 등 전국 30여곳에서 이 기술을 적용한 소규모 하수종말처리장이 운전 또는 설계·시공되고 있으며, 전국에서 벤치마킹과 확대 도입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엔 정부가 지원하는 국내 물 처리업체로는 처음으로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국제환경박람회에 참가했으며, 현재는 중동 아부다비와 이라크 등지로 수출 상담을 벌이고 있다. 이번에 수출이 성사될 경우 우리나라가 하수처리기술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변모하는 전기가 마련된다. 이씨의 이 같은 신기술 개발은 5년여에 걸친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과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995년 11월 시 수질환경사업소에서 공직생활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2000년부터 하수 고도 처리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이씨는 “전국 2500여곳의 소규모 하수처리시설 절반 정도는 낮은 처리 효율로 인해 오염된 물을 그대로 인근 하천 등으로 흘려 보내고 있으며, 이로 인한 수질 및 토양 오염은 물론 악취로 인한 민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난의 연속이었다. 하위직·한직 공무원으로서 언제나 동료들의 눈치를 살펴야 했고, 열악한 연구시설, 전문지식 부족, 거듭된 시행착오 등 어느 하나 녹록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가 연구에 더욱 매달린 결과 마침내 연구 시작 5년만에 EESA 공법을 개발하는 큰 성과를 거뒀다. 이씨는 자신의 이론과 실무, 연구능력을 바탕으로 예산 절감 등에도 앞장서 왔다. 2008년 지식경제부가 주관한 에너지 절감 사업 공모에서 하수처리장에 산소를 공급할 수 있는 고효율포기기 개선 사업을 제안해 전국 1위를 차지했다. 그는 하수처리 과정에서 발생되는 폐슬러지 처리 비용 등을 줄일 수 있는 인발(引發)시스템과 슬러지 농축시스템도 개발해 냈다. 그 결과, 1일 평균 하수 10만t 처리 능력의 하수처리장에서 연간 전기료 4억원 및 슬러지 발생량 20% 절감, 탈수시간 13시간 단축, 악취 발생 근원적 차단 등 각종 효과를 얻어 낼 수 있게 됐다. 이씨는 이 같은 노력과 성과로 환경부장관상을 비롯해 시민단체와 언론으로부터 녹색공무원상, 기술혁신상 등을 수상했다. 또 전국 단위의 물 관련 연찬회와 포럼 등에서 수차례 우수 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씨는 “제 자신이 비록 지방 공무원이지만 항상 국가와 국민 발전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더욱 능동적이고 진취적으로 일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경주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추자도·우도에 상수도’ 제주도 상하수도본부 김우찬 씨 바닷물 담수화 최고 전문가… 이젠 기술나눔 앞장 “우도와 추자도에 수돗물이 콸콸 쏟아지는것을 보면 담당 공무원으로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제주도상하수도본부 김우찬(43·기계 7급)씨는 공직에 첫발을 디딘 후 14년간 곁눈질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해수담수화’라는 한 우물만 파왔다. 김씨는 이번에 시설환경분야 달인으로 선정됐다. 주변에서 이런 그를 두고 해수담수화 시설 운영 관리에 탁월한 노하우를 가진 국내 최고의 전문가 공무원으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1997년 김씨가 공직과 인연을 맺은 것도 운명적이다. 대학 졸업후 육지의 잘나가던 대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고향 제주의 우도 해수담수화 시설 공사에 관여하면서 그의 운명이 바뀌었다. 김씨의 꼼꼼한 일 솜씨를 눈여겨본 제주도가 제안해 김씨는 대기업 엔지니어에서 변방의 섬 제주의 말단 기술직 공무원이 됐다. “처우가 좋은 대기업을 마다하고 박봉의 말단 기술직 공무원이 웬말이냐며 주변에서 말렸지만 태어나고 자란 고향에서 일하고 봉사하는 것도 보람있을 것 같았습니다.” 대기업에 남은 김씨의 입사 동기들은 지금 잘가나는 부장급 간부직원이다. 제주 우도의 해수담수화 시설공사의 완공과 운영 관리가 김씨가 맡은 첫 공직 업무였다. 바닷물을 끓여 담수를 얻는 증발법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특수막을 이용해 짠맛을 걸러내는 역삼투압법은 아직 세계 기술수준에는 크게 뒤처져 있는 실정. 1999년 3월 우도 담수화 시설이 준공돼 통수됐지만 특수막에 해수를 가압하는 핵심시설인 고압펌프가 수시로 부품이 파손되는 등 200여차례나 고장을 일으켰다. 설계와 시공을 맡았던 기업도 속수무책이었다. 한국수자원공사, 한국기계연구원 등 수처리 관련 기업 엔지니어들에게 구걸하다시피 해서 전문가를 우도로 초청, 자문을 구했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김씨는 혼자 밤을 새워가며 해수담수화 관련 외국논문 등을 찾아 비교 분석 작업에 매달리다 프랑스 물산업 전문기업에서 시공한 현장 사진에서 해법을 찾아내 우도 담수화 시설의 고압펌프 배관을 개량,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공무원이 먼저 해당 분야 전문가가 돼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아 해수담수화 공부에 매달렸습니다.” 이를 토대로 김씨는 추자도 해수담수화 시설 설계를 시작으로 추자 2차 및 우도 2, 3차 증설공사 실시설계를 외부 전문기관에 주지 않고 직접 맡아 2억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또 그동안 외국산 비싼 자재를 사용하면서 발생한 문제점을 꼼꼼히 기록했다가 이를 국내기업에 제공하는 등 해수담수화 기자재 국산화를 유도해 10억원의 운영관리비를 절감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탈염용 특수막을 생산하는 국내업체에 추자, 우도 담수시설에서 2년간 실증테스트를 제안, 해수담수화 시설 핵심 자재의 국산화를 이루어 내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2000년 김씨는 국가기술자격의 최고의 기술사 시험에도 당당히 합격했다. 2002년 김씨는 ‘막여과 해수담수화연구센터’라는 비영리 민간단체를 직접 설립하고 알오플랜트(www.roplant.or.kr)라는 웹사이트를 구축, 기술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물처리 관련 대기업이나 공공연구소, 물관련 학회 등에서 진작 나서야 될 것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제주 섬의 말단 기술 공무원이 혼자 해낸 것이다. 알오플랜트는 선진 수처리기술에 대한 정보와 기술을 공유하기 위해 200명이 넘는 전문가와 1만여명의 회원들이 활동 중이며 인터넷 사이트 운영비는 김씨가 자부담하고 있다. 김씨는 “앞으로 기후변화 등으로 물부족 사태가 심각해질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해수 담수화 시설 운영 관리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키워 나가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가축분뇨를 자원으로’ 경북 상주시 축산환경사업소 황인수 씨 양돈 분뇨서 액비 생산… 처리비용 연간 70억 절감 ‘가축분뇨 처리의 1인자는 공무원으로서는 보기 드문 화려한 이력을 지닌 세계적인 권위자였다. 가축분뇨 처리 및 자원화 분야의 연구 실적을 인정받아 미국 인명정보기관(ABI)의 ‘2010년 21세기 위대한 지성’을 비롯해 ‘마르퀴즈 후즈 후’의 2010년 및 2011년 세계판, 영국의 케임브리지 국제인명센터(IBC)의 ‘2010년 공학자 100’ 등 세계 3대 인명사전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또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SCI급(과학논문 인용 색인) 학술지에 가축분뇨 처리 관련 논문 3편과 세계학술대회에서 7편의 연구 논문을 잇따라 발표하는 등 큰 연구 성과를 올렸다. 주인공은 경북 상주시 축산환경사업소에서 근무 중인 황인수(43·환경6급)씨. 황씨는 1997년 환경직 9급 공채로 시 가축분뇨처리시설에서 근무하면서 가축분뇨 처리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으며, 2000년부터는 이 분야에 대한 연구 활동을 본격화했다. 그로부터 1년 뒤 그는 기적 같은 일을 이뤄냈다. 정부 시범사업으로 38억원을 들여 건립됐으나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무분별한 외국 공법 도입 등의 문제로 5년여째 가동이 중단됐던 시 가축분뇨공공처리시설을 전국 최고 수준의 시설로 탈바꿈시켰다. 황씨는 “당시만 해도 국내에선 난분해성 고농도 질소 폐수인 우리나라 가축분뇨 처리의 경우 하수(下水)에 비해 오염도가 수백~수천배 심해 자체 기술로는 처리가 불가능한 정도였다.”고 소개했다. 그는 같은 해 근무 현장과 접목해 연구한 ‘부분 질산화 제거공정과 혐기성 암모니아 산화 공정’을 양돈분뇨에 적용해 성공한 세계 최초의 연구 성과물로 인정받는 겹경사를 맞기도 했다. 이 같은 황씨의 노력 결과물은 우리나라 가축분뇨 처리 분야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는 가축분뇨 및 질소 폐수뿐만 아니라 가축분뇨 자원화 연구에서도 큰 성과를 올렸다. 저탄소·녹색 성장시대를 맞아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 생물학적 처리수의 액비화 방안’을 연구하고 전국 최초로 가축분뇨공공처리시설에 적용시켜 단일 시설에서 정화 처리와 자원화가 동시에 가능토록 했다. 황씨는 “가축분뇨 처리에 이 방안을 적용할 경우 1㎥당 5000~7000원의 처리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간 전국의 가축분뇨처리시설 68곳에서 발생되는 액비를 4개월 정도 농가에 공급함으로써 70억원 정도의 처리비용 또한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정부 예산 절감 사례 및 가축분뇨공공처리시설 감사원 감사 결과 모범 사례로 선정됐다. 또 환경부에서 실시하는 ‘가축분뇨공공처리시설 액비화 시범사업’의 토대가 됐다. 물론 전국적인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게다가 그동안 재활용이 제한됐던 가축분뇨 공정 슬러지를 자원화할 수 있는 ‘비료 원료 지정서’를 국내 최초로 국립농업과학원으로부터 획득했다. 환경공학박사로 수질관리기술사 등 4개 환경분야 자격증과 한국건설기술인협회 대기관리 등 환경 5개 부문 특급 기술자로 등록된 황씨는 국가 정책 발전에도 기여해 왔다. 그동안 환경정책에 관한 각종 연구 결과를 학술 논문으로 발표함은 물론 환경부 및 관련 부처에 지속적으로 건의해 국가 정책에 반영시켜 왔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노력으로 2001년에 정부 신지식인으로 선정된 것을 비롯해 2002년엔 대통령 주재 청와대 오찬 간담회에서 사례 발표도 했다. 또 한국물환경학회 평의원(11~13대 현재)과 전국 다수 지자체의 가축분뇨 자문위원, 환경부 환경인력개발원 사이버교육 대표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황씨는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현장에 적용 가능한 분야를 항상 연구하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상주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월드이슈] 위키피디아의 명암은

    사용자 참여형 사이트인 위키의 대표 격은 역시 위키피디아다. 전문가들이 참여해 만드는 온라인 무료 백과사전 누피디아(Nupedia)의 ‘곁가지’ 프로젝트로 시작했지만, 결국 주객이 전도됐다. 2001년 1월 시작, 같은 해 8월 영국의 타블로이드 신문 ‘웨일스’를 통해 처음 언론에 보도됐다. 9월 미국 뉴욕에서 9·11 테러가 발생하자 참여자가 급증했다. 위키피디아는 설립 이듬해부터 돈에 쪼들리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웨일스는 비영리 운영을 고집했고, 탄생 10주년을 맞은 지금까지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 지난해엔 50만명이 1600만 달러를 기부했다. 2003년 항목 10만건을 돌파했고, 2004년에는 100개 이상 언어로 100만건 이상의 항목이 등록됐다. 이때부터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미국 선관위가 주목하기 시작했고 중국 정부가 처음으로 사이트 접속을 막았다. 위키피디아가 본격적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된 계기는 2006년 ‘의원 보좌관 편집’ 스캔들이다. 조 바이든 부통령을 비롯, 일부 의원의 보좌관들이 의원 관련 정보 작성에 참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위키피디아의 신뢰성 문제가 여론의 도마에 오르기 시작했다. 생존 인물을 사망자로 둔갑시키는 등 악의적으로 내용을 수정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히틀러를 숭배한다.’ ‘시에나 밀러가 누드 사진을 찍었다.’ 등이 있다. 이에 위키피디아는 2009년부터 생존 인물에 대한 편집 정책을 개방형에서 승인형으로 바꿨다. 언론 매체의 인용이 늘면서 오보도 많아졌다. 국내의 경우 미국의 폭격을 맞은 이라크 바그다드 사진이 연평도 포격 위성사진으로 둔갑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또 한 일간지는 외국인 최초로 미국 버지니아대 문리대 학장이 된 우정은 교수를 우장춘 박사의 딸로 보도하기도 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음악의 창으로 바라본 과거와 미래

    음악의 창으로 바라본 과거와 미래

    꼬박 원고지 6004장이다. 책의 일반 활자보다 더 작은 글씨들로 빼곡하게 1170쪽을 채운 두툼함이다. 애당초 1만장이 넘는 원고였고 출판사 측은 8~10권 시리즈로 내려 했다. 그러나 저자가 한권의 책으로 내기를 고집해 두 차례에 걸쳐 문장을 대폭 다듬어 줄였다. “새로운 세기는 예술의 시대일 것이라고 말들 하지만 이 명제를 입증할 구체적인 논거들은 갖지 못했습니다. 예술이 흐르고 전달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역사를 돌아보며 미래를 기획하고 싶었습니다.” 최근 ‘음악의 세계사’(문학동네 펴냄)를 내놓은 김정환(57)은 지난 12일 만남에서 ‘미래의 기획’이라는 표현을 줄곧 언급하며 10년에 걸쳐 이뤄낸 작업 성과를 자평했다. 등단 31년을 맞은 시인이자 소설가, 문학 평론가, 클래식 평론가 등을 오가며 사회문화적 담론을 생산해 온 김정환이기에 가능한 소명의식의 발로다. 정치, 경제, 사회 등 전방위적인 차원에서 미래에 대한 전망이 이뤄지고 있지만 음악으로 상징되는 예술을 통해 미래의 전망을 보여주겠다는 것이 그의 의지다. 그는 “역사를 바라보는 창으로 음악을 삼았기에 다양성과 심화를 동시에 볼 수 있으며 인간의 내면과 외면을 동시에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치 음악의 역사가 유구히 펼쳐질 것 같은 제목이다. 하지만 단순한 역사서와는 궤를 달리한다. 음악, 무용, 미술, 문학, 연극 등 예술의 다양한 분야가 모두 동원되며 역사를 추동하고, 상호 교직하는 과정을 펼쳐낸다. 아널드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를 연상시킨다. 김정환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음악적이고 예술적인 역사의 장면을 포착하며, 신화(神話)의 영역까지 포괄하고 인류의 문화적 시원(始源)을 통해 지금 현재, 나아가 미래의 전망까지 읽어낸다. 명징한 논리의 언어만이 아닌, 시인의 감성과 예지자의 지성을 곁들여 한편의 대 서사시로 바꿔낸 것이다. 그는 “아프리카, 남미, 에스키모, 오세아니아, 유럽 등 여러 대륙의 신화를 찾아 꼼꼼히 읽었다.”면서 “신화는 그 민족과 역사의 절반 이상을 설명해 준다.”고 말했다. “신화 속에 인과관계가 뚜렷하지 않은 문장들이 많아 논리적 설명을 위해 접속어를 일부러 많이 넣는 실험적 문장을 구사해 봤고, 시적 서술은 온전한 창작물”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래서인지 조금은 호흡을 끊기도 하는 불편한 문장들이 눈에 띈다. 창작물만 100권을 훌쩍 넘겼고, 번역서까지 포함하면 200권에 육박하는 ‘전방위 예술가’가 이뤄낸 새로운 지적 성취는 인류사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 기반을 갖추는 데도 유용하다. 3만 8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아시안컵] “느린 키다리, 스피드로 넘어라”

    [아시안컵] “느린 키다리, 스피드로 넘어라”

    14일 아시안컵 조별리그 최대의 빅매치가 열린다. 주인공은 ‘왕의 귀환’을 선언한 한국과 ‘아시아 속 유럽’ 호주다. 아시아축구연맹(AFC)도 B조 일본-사우디전, D조 이란-북한전과 함께 C조의 한국-호주전을 조별리그 3대 빅매치로 꼽았다. 현재 호주는 약체 인도를 4-0으로 대파하고 C조 1위, 한국은 바레인을 2-1로 꺾고 골득실차에 밀려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종전이 남아 있지만 사실상 C조 1위 결정전으로 자존심이 걸린 대결이다. 질 수 없다. 승리를 위한 한국의 주요 전술 포인트를 짚어 봤다. 1. 초반 주도권 장악하라 경기를 지배하기 위해 초반 기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몸싸움과 개인기, 결정력이 좋은 호주의 공격진을 자기 진영으로 밀어 넣어야 한다. 그래서 전반 15분까지의 경기 흐름이 중요하다. 모든 패스가 톱니바퀴처럼 이어지면 좋겠지만, 기계가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 다만 상대 진영에서 7, 8번의 패스가 끊기지 않고 매끄럽게 연결된다면 호주의 공격과 미드필더들은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다. 패싱 게임의 전형을 보여 주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바르셀로나도 전·후반 90분 내내 패스워크가 매끄러운 것은 아니다. 단 몇번의 끊어지지 않는 패스로 상대의 공격 의지를 꺾는다. 호주는 마음먹고 공격으로 나올 때 무섭다. 수비 상황에서는 크고 느린 팀일 뿐이다. 호주를 자기 진영에 밀어 넣는 데 성공한 뒤에는 그저 경기를 즐기면 된다. 2. 측면 돌파 봉쇄하라 호주는 인도전 4골 가운데 3골을 오른쪽 측면 침투를 통해 만들어 냈다.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브렛 에머턴(블랙번)의 돌파는 빨랐고, 크로스도 날카로웠다. 세트피스와 공중전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한국이 실점을 한다면 에머턴을 막지 못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에 맞설 한국의 왼쪽 측면에는 한국축구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두 명의 베테랑이 버티고 있다. 바로 이영표(알 힐랄)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다. 설명이 필요없는 명콤비다. 다만 박지성이 측면만을 고집하지 않고 중앙까지 ‘프리롤’로 움직일 때 한국의 공격도 술술 풀린다는 전술적 흐름을 고려하면, 역습 대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수비형 미드필더 기성용(셀틱)과 이용래(수원)의 민첩한 수비 가담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3. 수비 뒷공간을 노려라 2010 AFC 올해의 선수인 사샤 오그네브스키(성남)와 루카스 닐(갈라타사라이)이 지키고 있는 호주의 중앙 수비는 높고 노련하다. 그런데 느리다. 조광래 감독도 이 부분을 노린다고 했다. 박지성과 ‘신형 원톱’ 지동원(전남), 섀도 스트라이커 구자철(제주), 오른쪽 측면의 이청용(볼턴)이 빠르고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공을 주고받으면서 호주의 중앙 수비를 혼돈에 빠뜨려야 기회가 열린다. 또 호주의 왼쪽 측면 수비수 데이비드 카니(블랙풀)와 왼쪽 미드필더 브렛 홀먼(알크마르)의 호흡도 완벽하지는 않다. 호주 언론들도 이 부분을 약점으로 지적하면서 오른쪽 윙백 차두리(셀틱)의 오버래핑 경계령을 내렸다. 하지만 막는다고 쉽게 막힐 차두리가 아니다. 조 감독은 13일 “선수들의 컨디션 유지가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이길 준비가 끝났다는 뜻이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가축사육 밀집지역 ‘특별관리’

    이번 구제역이 최장 기간, 최대 피해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 상황을 가늠하는 것조차 힘들게 됐다. 130만 마리 이상의 가축이 살처분됐고, 212만 마리의 가축에 구제역 백신을 접종하게 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방역 시스템 및 축산업 전반을 재정비하기 위한 방안 검토에 착수했다. 지난해 11월 28일 발생한 구제역이 12일로 45일째를 맞았다. 백신 접종률이 59%에 불과하고 구제역 확진 건수의 증가세가 꺾이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그간 최장 기간이었던 2002년의 52일은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날까지 경북, 인천, 강원, 경기, 충남·북 등 6개 시·도, 52개 시·군, 123곳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3573농가의 141만 6772마리가 살처분·매몰 처분을 받았다. 소와 돼지 10마리 중 1마리꼴로 죽어 간 것이다. 관련 업계 종사자 및 전문가들은 이번 피해 확산이 구제역의 국내 진입단계, 방역단계, 축산 환경 모든 부분에서 예정된 일이었다고 개탄하고 있다. 우선 정부는 베트남 근로자 및 일행을 중심으로 이번 구제역 원인에 대한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미 구제역 유입 가능성을 차단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방역 단계에서도 몇 번의 기회를 놓쳤다. 지난해 11월 23일 경북 안동시의 한 돼지농가에서 구제역 의심 증세가 발견됐지만 그 지역에서 구제역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15만 마리가 다른 시·도로 빠져나갔다. 접종한 소는 가격이 하락한다는 이유로 접종을 기피한 축산농가의 이기심과 그간의 사례로 볼 때 방역으로 구제역의 확산세가 금세 둔화될 수 있다는 정부의 판단 등으로 구제역 백신 접종도 제 시기를 놓쳤다. 소비지와 가까운 곳에서 밀집형 공장사육을 통한 대량생산 체제를 고집하는 축산업의 현주소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농림수산식품부는 농식품부 장관이 가축사육 밀집지역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축산업법 검토에 착수했다. 또 가축거래 상인에 대한 허가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현재 축산업 등록제를 허가제로 바꾸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한편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는 이날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경주·황비웅기자 kdlrudwn@seoul.co.kr
  • 정동기 “재판없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정동기 “재판없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12일 후보자직에서 사퇴했다. 정 후보자는 통의동 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단 한분의 청문위원이라도 계신다면 끝까지 청문회에 임해 제 진정성을 보여드리고 싶었으나 저 한 사람으로 인해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고 향후 초래될 국정의 혼란을 감안하니 차마 이를 고집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달 31일 내정된 이후 12일 만으로, 2000년 감사원장에 대한 청문회가 도입된 이후 후보자가 청문회를 하기도 전에 사퇴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이번 감사원장 후보자 지명을 계기로 저의 경력과 재산 문제뿐 아니라 개인의 모든 사생활이 정치적 이해에 따라 악의적으로 왜곡되고 철저하게 유린됐으며 청문회 없이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재판 없이 사형 선고를 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어 “저는 평생 소신에 따라 정직하게 살아오며 남에게 의심받거나 지탄받을 일을 삼가며 철저히 자기관리를 하고 살아왔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자의 사퇴로 4개월 이상 끌어온 감사원장 공백은 더욱 장기화될 전망이다. 청와대는 정 후보자가 사퇴함에 따라 후임 물색 작업에 착수했으나, 정 후보자가 임명 12일 만에 낙마함에 따라 곧바로 후임 인선을 발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나라당은 이날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 비공개회의에서 “당·청 충돌을 촉발했던 원인이 사라진 만큼 당분간 마찰을 유발할 언급을 자제해 사태를 안정시키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갈등의 근본 원인이 ‘인사’였던 만큼 책임 추궁 및 재발 방지책 마련 등 마무리 과정에서 추가 충돌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여당 내부는 벌써 이 문제를 둘러싼 엇갈린 의견으로 내연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나아가 한나라당은 이번에 청와대의 결정에 ‘반기’를 든 것처럼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론을 의식, 당의 주도권 선점 행보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지운·강주리기자 jj@seoul.co.kr
  • 이건희회장 “전경련 맡는것 불가능”

    이건희회장 “전경련 맡는것 불가능”

    유력한 차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후보였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1일 “전경련 회장을 맡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이 회장의 고사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대안이 없어 전경련 회장 부재 상태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김포공항에서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전경련 회장직 수락 의향에 대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도 있고 삼성그룹 자체를 키우는 데도 힘이 벅찬데 전경련까지 맡으면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7월 전경련 회장단이 삼성의 영빈관인 승지원을 방문해 이 회장에게 회장직 수락 요청을 했을 때 삼성 측은 ‘정중한 거절을 했다.’고 설명했다. 9월에도 이 회장은 “일이 하도 많고 몸도 별로 안 좋고….”라면서 회장직에 대한 부정적인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전경련은 이후에도 ‘이건희 카드’를 포기하지 않았다.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승지원을 방문했을 때 3~5개월 정도 시간을 가지며 지켜보자고 이 회장이 답했다.”면서 불씨를 살렸다. 하지만 이 회장이 직접 회장직 수락을 거부하면서 전경련은 더 이상 이 회장을 고집하기 힘들게 됐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두달 전에도 전경련 측에 이 회장의 거부 의사를 직접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은 일단 1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신년 회장단 회의에서 차기 회장 문제를 논의할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마땅한 대안이 없어 회장단 회의에서도 별다른 결론이 나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자칫 전경련 회장 공석 상태가 조석래 현 회장의 임기인 2월 말을 넘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은 이미 거부 의사를 밝힌 데다 이 회장이 거부한 제안을 수용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준용(73) 대림산업 회장과 박영주(70) 이건산업 회장, 박용현(68) 두산그룹 회장 등 회장단 내 연장자들이 대안으로 점쳐지고 있지만 ‘재계 맏형’으로서의 전경련의 위상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한 재계 관계자는 “차기 회장이 국내 재계에서 상징성을 지닌 이 회장의 ‘대타’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회장은 “겉모양은 삼성전자가 일본 기업을 앞서지만 속(부품)은 아직까지 (일본을) 따라가려면 많은 시간과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일본에서 더 배울 게 많다. 한참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삼성전자가 소니 등 일본 기업들을 능가하는 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자만하지 말고 실력을 키우며 항상 도전하는 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평소 생각을 다시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이어 일본에서 할 일을 묻자 “새해도 됐고 해서 기업 관계자들과 여러분을 만나고, 친구들도 볼 것”이라면서 “일본에는 열흘 정도 머무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李·安 vs 李·任 대립? 靑 신·구 참모갈등?… 靑 선택은

    李·安 vs 李·任 대립? 靑 신·구 참모갈등?… 靑 선택은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거취 문제가 여권 내부의 해묵은 권력투쟁설을 다시 들춰내고 있다. 지난 10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동기 후보자의 사퇴 요구가 불거진 뒤 여권에는 특정세력 간의 갈등설과 특정정치인 간의 알력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당·청 간의 갈등은 이미 숨길 수 없을 만큼 노출됐고, 당은 당대로 사분오열의 기미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재오·안상수 대 이상득·임태희’ 11일 여의도를 뒤덮은 권력투쟁설은 ‘이재오·안상수 대 이상득·임태희’의 갈등 구조였다. 친이계를 양분한 이상득 의원 측과 이재오 특임장관 측의 오래된 경쟁 관계라는 구도 속에서 안상수 대표와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전면에 나서 맞서게 됐다는 관측이다. 이 같은 관측은 감사원장 후보 추천을 고리로 하고 있다. 임태희 실장은 정동기 후보자를 추천하고 지원한 반면, 이재오 장관 측은 호남 출신의 제3의 인물을 천거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은 정동기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면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평소 이재오 장관과 관계가 좋은 안상수 대표가 정동기 불가론에 동조하면서 당 지도부를 움직여 청와대를 겨냥한 사퇴요구를 하게 됐다는 얘기다. 친 이상득 측과 친 이재오 측 갈등의 핵심은 박근혜 전 대표가 대선 주자로서 당내에 확실한 입지를 구축해 가는 상황에서 누가 친이계를 주도해 박 전 대표에 맞서거나, 또는 협력하느냐의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이는 2012년 국회의원 총선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누가 한나라당의 당권을 잡느냐의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 이재오 장관 측은 “이번 사태를 개인 간의 갈등 구도로 만드는 것은 잘못”이라며 이 같은 해석을 일축한다. 이 장관의 한 측근은 “청와대 참모들의 일방 통행에 대한 지적이 당에서 많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면서 “누적된 불만이 이번 인사를 통해 터져나온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측근은 “이 장관도 정동기 후보자에 대한 언론의 문제 제기에 불안해하고 걱정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이 장관이 안 대표를 통해 ‘거사’를 했다느니 하는 것은 전혀 맞지 않는다.’ 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내부의 갈등도 일정한 책임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 임 실장 체제와 지난달 말 청와대로 돌아온 옛 참모진인 이동관 언론특보·박형준 사회특보가 갈등구도를 빚으면서,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정 후보자의 문제점이 필요 이상으로 언론 등을 통해 확대재생산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안상수 책임론 후폭풍’ 당·청 충돌은, 청와대에 상당한 내상을 입혔지만, 당내에도 상당한 충격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거사’를 주도한 안상수 대표에게 만만찮은 후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일을 극단적으로 끌고 갔다는 책임론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안 대표와 함께 청와대와의 조율에 참여한 원희룡 사무총장은 소속 의원들로부터 항의전화를 받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일부 의원들은 “정동기 불가론에 광범위한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도 강력한 의사를 전달할 수 있었는데, 꼭 그런 방식을 동원했어야 했느냐.”고 따졌다. 일각에서는 안상수 의원 개인의 사심(私心)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친이명박 직계의 한 초선의원은 “이번 인사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정동기 후보자를 임명하겠다고 안상수 대표에게 자문을 구하고, 이를 안상수 대표가 수긍한 뒤 이제 와서 이런 방식으로 일을 처리했다면 안 대표가 (청와대의) 뒤통수를 치는 꼴”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참모 인책론’ 이번 사태의 화살은 결국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인책론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자를 임명한 것은 인사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이지만, 임태희 실장 등 참모들이 적절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레임덕(권력누수현상)이 시작되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8·8개각 때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신재민 문화부장관 후보자, 이재훈 지경부 장관 후보자가 줄줄이 낙마한 것도 결국은 청와대 참모들이 책임졌어야 할 부분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다시 커지고 있다. 친이 소장파의 한 의원도 “이번 일을 놓고 당·청 간 권력투쟁이라고 말하는데, 권력투쟁은 청와대가 자신들의 잘못을 회피하려는 전략”이라고 꼬집었다. 인사검증의 실패와 관련해서는 특히 인사비서관실과 민정수석실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해 8·8 개각 후유증이 불거진 후 청와대는 인사검증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정 후보자가 7개월간 7억원 급여를 받은 부분과 관련,“불법사실은 없지 않으냐.”면서 국민 정서와는 동떨어진 판단을 해왔고,결국 이 같은 판단이 정 후보자의 낙마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최종 인사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주변 인물 중에서 ‘썼던 인사를 다시 쓰는’ 인사방식을 고집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잘못됐다고 조언을 할 만한 참모가 없다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책론과는 별도로 청와대가 국민 여론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는 비난이 가장 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 ●‘靑 대응에 따라 결과 달라져’ 사태 추이와 관련,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청와대 대응에 따라 향후 결과가 달라진다.”고 내다봤다. “청와대가 당의 지적을 수용하고, 당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으면 윈윈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청와대 권력과 민심을 등에 업은 당이 충돌한 것인데, 일단 당이 이길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보다 훨씬 제왕적이었던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도 결국은 당에 졌다.”면서 “청와대 수석들이야 임기가 끝나면 끝이지만 당은 생존이 걸린 문제인 만큼 청와대가 당의 주도를 존중해야 레임덕을 조절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성수·이지운·이창구 홍성규기자 sskim@seoul.co.kr
  • 321번… 조광래 ‘패싱게임’ 결실

    321번… 조광래 ‘패싱게임’ 결실

    철학이 있는 지도자에게 시행착오는 있어도 실패는 없다. 한국축구는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65) 감독을 통해 이 같은 교훈을 얻었다. 히딩크는 무수한 비판에도 강한 체력을 앞세운 고강도 압박 축구를 고집했고, 끝내 ‘4강 신화’를 창조했다. 51년 만에 우승을 목표로 아시안컵에 나선 ‘조광래호’를 두고도 “실험만 하고 있다.”, “말만 번지르르하다.”는 등 비판이 많았다. 그러나 조광래(57)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1일 카타르 도하의 알가라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바레인과의 1차전에서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여 주며 승리를 거뒀다. 스코어는 2-1. 한국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0위, 바레인이 93위인 점을 고려하면 기대 이하의 결과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경기 내용 면에서 한국은 전·후반 90분 동안 완벽히 바레인을 압도했다. 살만 샤리다 바레인 감독은 경기 뒤 “한국은 수준이 다른 팀이었다.”고 평가했다. 사실 한국은 중동 팀만 만나면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마음먹고 밀집수비를 펼치는 상대를 90분 내내 소득 없이 두드리다 한순간 방심으로 골을 내주고 패한 적이 많았다. 바레인에도 1988년과 2007년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그렇게 졌다. 그런데 이날 한국은 돌파와 롱패스에 의존한 기존의 중동 대처 전술인 ‘뻥축구’ 대신 조 감독이 추구해 온 ‘패싱게임’을 펼쳤고, 완벽히 성공했다. 한국은 수비 진영부터 최전방까지 짧고 빠른 패스로 바레인의 수비를 흔들었다.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패스에 바레인 수비는 번번이 위험 공간을 열어 줬다. 모든 한국 선수들은 공이 자신에게 오면 주저 없이 동료에게 패스한 뒤 빈공간을 파고들며 공을 기다리는 ‘패스-침투-패스-침투’의 빠른 움직임을 반복했다. 바레인이 145번의 패스를 하는 동안 한국은 2배가 넘는 321번의 패스를 했다. 볼 점유율도 62대38로 압도적이었다. 개인기도 조직력도 한 수 아래인 바레인이 한국을 막을 방법은 반칙밖에 없었다. 많은 우려와 비판에도 자기 축구철학의 핵심인 패스를 선수들에게 강조하며 각인시켜온 조 감독의 노력이 아시안컵 첫 경기 징크스, 중동 징크스, 바레인 징크스를 모두 깨고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조 감독은 “이제 첫 경기, 시작일 뿐이다.”라면서 “다음 상대인 호주에 대해서도 잘 분석하며 준비해 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만 상대의 집중 견제와 심판의 불공정한 판정에 대한 대처법은 과제로 남았다. ‘캡틴’ 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공식적으로 다섯 번의 파울을 당했는데, 어드밴티지룰에 따라 기록되지 않은 반칙까지 합하면 10번도 넘게 그라운드에 나뒹굴었다. 상대가 그만큼 한국의 전력과 핵심 선수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손학규 “사람중심의 함께 가는 복지국가로”

    손학규 “사람중심의 함께 가는 복지국가로”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10일 “2011년은 특권과 차별의 구시대를 청산하고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는 첫 해”라면서 “핵심은 ‘사람 중심의 함께 가는 복지국가’”라고 말했다. 이날로 취임 100일을 맞은 손 대표는 서울 영등포당사에서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람 중심의 사회’와 ‘보편적 복지’ 등 오랫동안 구상해 온 국가 운영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대권주자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하겠다는 의중을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명박 정권에 대해 비판보다 ‘포지티브’한 메시지를 고집한 측면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손 대표는 ‘사람 중심의 함께 가는 복지’에 대해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복지이며 이를 위해서는 사람 중심의 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규정했다. 무엇보다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 재정 전반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실현 방안으로 “2015년까지 증세없이 지출구조를 조정하고 비과세 감면을 축소, 과세 투명성을 제고하면서 증세 수요를 최소한으로 줄여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복지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과 관련, 손 대표는 “이런 관점에서 보면 (조정이 필요한 대표적인 것은) 4대강 사업”이라면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을 조정하면 수요자 위주의 재정으로 재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동시장의 재분배 문제를 거론하면서 “더 이상 비정규직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정의를 실천하겠다.”고도 했다. 손 대표는 ‘복지’와 함께 ‘한반도 평화’도 우선 순위에 올렸다. ‘복지’가 중도층까지 겨냥한 화두라면 ‘평화’는 진보층을 의식한 화두로 풀이된다. 기자회견에서 “6·15와 10·4 선언의 정신에 입각해서 교류와 협력의 길을 열어갈 것”이라고 다짐한 것이 대표적이다.차기 유력 대선주자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서는 “훌륭한 정치인이고 정치발전을 위해 많은 기여를 해 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사회구조적 변혁이 필요한 때 낡은 시대의 권위적 잔재들은 쓸어내야 한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비판도 빠뜨리지 않았다. 손 대표는 “오 시장은 민주당의 무상급식 정책을 ‘무상 포퓰리즘’이라고 각을 세우는데 시대적 흐름으로 보면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권발 개헌 논의를 두고 “여당의 진의는 개헌을 통해 정국 돌파를 꾀하고 종국적으로 정권연장을 하려는 것”이라며 제의 중단을 거듭 요구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시론] 뇌물 ‘주는’ 공무원들/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론] 뇌물 ‘주는’ 공무원들/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뇌물을 ‘받는’ 공무원들은 하류다. 고급공무원들은 뇌물을 ‘준다’. 자신의 선배들인 ‘전관’들이 속한 기업이나 이들을 대변하는 로펌들의 특혜 요구를 들어준다. 그래야만 선배들이 받고 있는 억대의 몸값이 자신이 퇴직 후 그 자리로 갈 때까지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 재직 중에 향응을 제공받는 ‘스폰서’ 검사들은 하류에 속한다. 상류 검사들은 검찰을 퇴직한 후 검찰의 ‘봐주기’를 필요로 하는 기업이나 그 기업에 봉사하는 로펌에 취업하여 검찰 재직 중의 보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소득을 단기간 내에 올린다. 이번에 감사원장에 임명된 정동기씨의 경우는 아예 로펌에서 관직으로 돌아가기 전에 미리 억대의 몸값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전관예우가 아니라 나중에 관직에 들어갈 사람에게 예우를 해준 ‘후관예우’가 된다. 사실 이것은 검찰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의 고위직들이 퇴직 후 각 기관으로부터 특혜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나 그 기업의 로펌에 취업하여 억대 연봉을 받는다. 오랜 기간 국가에 봉사하여 왔던 사람들이 퇴직 후 상대적인 박봉에 대해 보상을 받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그리고 조금 과장하여 모든 공무원들이 이렇게 ‘상류’가 되길 지향한다면 적어도 재직 중에 뇌물을 받는 ‘하류’일은 없어질 것이니 이 또한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이렇게 ‘전관’을 채용한 로펌들과 기업들이 실제로 특혜를 받으면서 선진사회의 초석이 되어야 할 공정성을 훼손한다는 데에 있다. ‘뇌물 주는 공무원’ 문제의 유독성은, 그러한 특혜 제공은 포착하기도 어렵거니와 포착하더라도 법적으로 규제하기도 어렵다는 데에 있다. 공무원들은 폭넓은 재량을 가지고 있는데 그 재량을 이용하여 특정 기업들이나 로펌들에 특혜를 제공하고 그에 대해 당장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으니 뇌물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뇌물 주는 공무원’의 문제는 우리보다 공정성이라는 사회간접자본이 더욱 확충되어 있는 선진국들에서도 심각한 문제이다. 하지만 심각하면서 포착되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규제도 매우 강력하다. 대표적인 예로 유럽연합(EU)의 최고집행기구인 EU커미셔너들은 EU 집행위원회(EC) 행동강령에 따라 퇴임 후 1년 동안은 EU의 허가를 받아야만 취업이 허용된다. 몇몇 커미셔너들이 1년이 지난 후에 영리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유럽 시민단체들은 3년의 통지 기간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고위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퇴임 이후의 취업 제한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심지어는 군터 베르휴겐의 경우 자신의 컨설팅회사를 개업하는 것마저도 심한 비판을 받고 있다. 사회의 공정성은 국가 전체를 살찌우는 사회간접자본이다. 공정하지 못한 사회에서 사람들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연줄, 폭력, 뇌물 등 매우 비생산적인 활동에 몰입한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책 ‘정의란 무엇인가’는 능력주의 자체도 그 능력의 상당부분이 부모의 유산이나 유전자처럼 운명에 맡겨져 있는 이상 제비뽑기보다 공정하지 못하다는 주장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와 같은 실질적 공정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최소한 명목적 공정성이라도 갖추어져야 한다. 실질적 공정성이 없는 사회에서는 사람들은 ‘의자앉기’ 게임과 ‘일단 앉은 의자는 절대로 내주지 앉기’ 게임에 몰입하겠지만 명목적 공정성이 없는 사회에서는 아예 ‘의자뺏기’나 ‘의자빼돌리기’까지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고급 공무원들의 ‘회전문’인사는 공지된 룰이라도 제대로 집행되어야 한다는 명목적 공정성마저도 파괴한다.
  • 고민 없는 소비 감염되는 걸까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직렬 6기통(V6) 배기량 3000㏄짜리 엔진을 탑재한 차가 고급차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요즘 길을 가다 보면 3000㏄는 지천이고, 12기통에 6000㏄ 엔진을 단 승용차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버스에 버금가는 배기량이다. 버스보다 한참 작은 승용차를 움직이기 위해 12개나 되는 실린더에서 휘발유를 태워야 할 필요가 있을까. 언젠가부터 소비는 경쟁력이고, 존재감이며,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척도가 됐다. 사회는 소비를 부추겼고, 개인은 정신 없이 소비를 진행했다. 40인치 TV를 작다고 느끼고, 새로 산 휴대전화는 길어야 6개월 정도면 낡은 제품이 된다. 기업들은 짧은 기간 내에 끊임없이 ‘신상’을 내놓으며, 옛것을 버리고 새것을 사라고 충동질한다. 대중들은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는 ‘얼리 어답터’는 스마트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그렇지 못하면 왠지 시대에 뒤처지고 경쟁에서 낙오한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인다. 한 여가수가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아무 거리낌 없이, 되레 자랑스레 ‘신상녀’를 고집했던 것도 그런 까닭이 아니었을까. ‘소비중독 바이러스 어플루엔자’(박웅희 옮김, 나무처럼 펴냄)는 자본주의 과잉생산 체제에 대해 아무 고민 없이 소비하는 현대인이 미래에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어플루엔자’는 풍요(affluent)와 유행성독감(influenza)의 합성어로, 소비 중독과 그로 인한 부작용들을 통칭하는 표현이다. 1997년 미국 공영방송 PBS가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중심으로, 연출자 존 그라프와 환경학자 데이비드 왠, 경제학자 토머스 네일러 등이 공동집필했다. 책은 우리의 일상과 생활을 깊숙이 들여다본다. 잠시도 상업광고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대인. 어쩌면 끊임없이 상업광고를 좇는다. 내가 바로 이 상품을 소비한 사람이라고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 어플루엔자 감염이다. 경쟁이 강요되는 사회에서 남에게 뒤처지지 않으려는 충동으로 인해 가만히 있어도 어플루엔자에 감염된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소비욕망은 수많은 사회적, 환경적 문제와 직접적인 연관을 맺게 된다. 소비중독으로 인해 환경은 오염되고, 공동체는 해체되며, 세계적 불균형은 가속화된다. 이런 시스템 아래서는 인간도 소비재일 수밖에 없고, 소비재로 전락한 인간은 기술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도구화되고 대상화된다. 대안은 있을까. 책은 이 증상을 사회현상이라고 인식하지 않고 몸의 병이라 인식해야 고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책은 사례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간다. 영어 투의 표현들이 거슬리긴 하나 꽤 공감 가는 사례들이 많다. 2만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英 윌리엄 왕자 세기의 결혼식 코드는 ‘긴축’

    英 윌리엄 왕자 세기의 결혼식 코드는 ‘긴축’

    사월의 지구촌을 핑크빛 설렘으로 물들일 영국 왕위계승 서열 2위 윌리엄(왼쪽·28) 왕자의 세기의 결혼식 코드는 ‘긴축’이다. 영국 왕실은 오는 4월 29일 윌리엄 왕자와 동갑내기 ‘중산층’ 신부 케이트 미들턴(오른쪽)의 결혼식 세부 일정을 지난 5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런던 웨스트민스터 성당에서 열릴 결혼식은 최대한 간소하게 치르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졌다고 텔레그래프 등 현지언론들이 전했다. 정부 재정난과 긴축 정책 등으로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맨 터라 영국 왕실은 한껏 몸을 낮췄다. ●국가 휴일 지정… 신부마차는 없애 영국 성공회 수장인 로완 윌리엄스 대주교의 주례로 진행될 결혼식은 국가 휴일로 지정됐다. 이번 긴축 결혼식의 핵심은 무엇보다 전통 왕실 혼례의 화려하면서도 번거로운 절차로 꼽혔던 신부 마차를 없애기로 한 것. 미들턴은 마차를 타고 연호하는 국민하객들에게 가두 인사를 하는 관례를 깨고 차량으로 신속히 결혼식장에 도착한다. 윌리엄의 검소한 결혼식은 일찍부터 예견돼 왔다. 2차 세계대전 종전의 무거운 분위기를 털어내기 위해 웅장하게 펼쳤던 1947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결혼식, 작정하고 세계의 주목을 끌어냈던 1981년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의 결혼식 때와는 시대여건 자체가 판이해졌기 때문이다. 당시 성바오로 대성당에서 화려하게 열렸던 찰스 왕세자의 결혼식에서는 부케를 든 다이애나가 신부입장 행진을 하는 시간만 4분 넘게 걸렸다. ●신랑신부 마차 퍼레이드는 관례대로 전반적인 절차와 비용은 줄이되 결혼식 하이라이트인 신랑신부의 마차 퍼레이드만큼은 관례를 따른다. 오전 11시부터 한 시간 동안의 혼례가 끝나면 정오부터 시민들은 웨스트민스터 성당을 출발해 의회 광장, 화이트홀 등을 거쳐 버킹엄궁으로 들어가는 왕자 부부의 마차 행렬을 지켜볼 수 있다. 마차 행진은 약 30분간 진행될 예정이다. 버킹엄궁에 도착한 윌리엄·미들턴 커플은 왕실 전통에 따라 잠시 발코니에 서서 인사한 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주최하는 환영행사에 이어 찰스 왕세자가 마련하는 만찬과 무도회에 참석하게 된다. 그 너른 성당들을 다 제쳐 놓고 하필이면 좁은 웨스트민스터 성당을 식장으로 고집한 배경을 놓고도 현지언론들은 설왕설래하고 있다. 성당은 엘리자베스 2세와 여왕의 어머니가 결혼식을 올렸던 곳이자 1997년 사고사한 다이애나비의 장례식이 열렸던 곳. BBC는 “윌리엄 왕자가 10대 때 어머니를 떠나보낸 아픈 공간인 만큼 자신의 결혼식으로 그 상처를 치유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비용은 왕실과 신부측이 나눠 내기로 결혼식 비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호사가들은 “아무리 아껴 봤자 3000만~4000만 파운드(약 695억원)는 들어갈 것”이라고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경호비용에만 수천만 파운드가 들어갈 것이라는 입방아도 나온다. 파티를 포함한 전체 결혼비용은 왕실과 신부 측이 나눠 내기로 했다. 어린이 파티용품 사업을 해온 미들턴 부모도 재력이 꽤 탄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호나 신랑신부 퍼레이드에 드는 돈은 꼼짝없이 영국 정부의 지갑에서 나와야 한다. ●신혼여행계획 등은 두 사람이 직접 짜 왕실 측은 트위터를 통해 “신부의 드레스나 신혼여행지 등 이후의 세부계획은 윌리엄과 미들턴이 직접 짜기로 했다.”고 밝혔다.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 대학에서 만나 8년간 사랑을 이어 온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 아프리카 케냐 여행길에서 윌리엄의 프러포즈로 백년해로를 약속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