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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품 ‘프라다’ 19년 만에 첫 ‘흑인 모델’ 캐스팅

    명품 ‘프라다’ 19년 만에 첫 ‘흑인 모델’ 캐스팅

    흑인이 미국 대통령을 하는 시대지만 여전히 ‘백색’으로 물들어 있는 영역이 있다. 바로 명품 브랜드의 패션 모델이다. 최근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Prada)가 19년 만에 처음으로 F/W 광고 캠페인 모델로 흑인을 내세워 눈길을 끌고 있다. 화제의 모델은 아프리카 케냐 태생의 말라이카 퍼스로 영국에서 자란 그녀는 새로운 광고 캠페인에 등장하는 7명의 모델 중 1명으로 기용됐다. 프라다가 처음으로 흑인 모델을 기용한 것은 지난 1994년. 현재는 패션 모델계의 흑진주라 불리는 나오미 캠벨이 바로 프라다의 첫 흑인 모델이었다. 시대가 급격히 변하고 있지만 세계 패션을 선도하는 명품 브랜드들은 여전히 비쩍 마른 금발의 백인 모델을 선호해 흑인 여성 모델은 아직도 ‘찬밥’ 신세다. 그러나 프라다는 이번에 퍼스와 더불어 중국 모델 페이페이 순도 파격적으로 캐스팅 해 흑인과 동양인이라는 비주류를 모두 얼굴로 내세웠다. 패션 전문가들은 이를 고도의 마케팅 전략으로 분석했다. 한 전문가는 “중국 등 신흥 시장이 급격히 성장해 명품 브랜드들도 이제 백인 모델 만을 고집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면서 “앞으로는 흑인 모델이 19년 만에 다시 등장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이게 홈쇼핑이지 드라마야?… PPL 손본다

    이게 홈쇼핑이지 드라마야?… PPL 손본다

    매주 일요일밤 방영되는 KBS2 TV ‘개그콘서트’의 인기코너인 ‘시청률의 제왕’. 극중 드라마 제작사의 박 대표는 드라마 내용을 고무줄처럼 늘렸다 줄였다 한다. 드라마 전개가 느슨해지면 연인 사이가 남매로 돌변하고, 웬만큼 시청률이 잡히면 곧장 간접광고(PPL)가 튀어나온다. 흐름이 끊길 것을 염려해 제작진이 만류하지만 박 대표의 고집을 꺾을 순 없다. 배우는 “이게 바로 ○○제품이구만”이라는 생뚱맞은 대사를 읊조린다. 현실 속 드라마 제작 현장도 별반 다를 게 없다. 회당 최고 6억원에 육박하는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시청자의 불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간접광고나 협찬을 받아야 한다. 상품이나 브랜드를 드라마나 영화에 소품으로 직접 노출시키는 PPL은 광고주에게도 회사 이미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제작사나 방송사 입장에서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극도의 피로감에 시달리고 있다. “드라마를 보는 건지, CF를 보는 건지 분간이 안 간다”는 불만이 봇물을 이룬다. 사정이 이렇자 PPL 수위조절을 위한 테스크포스(TF)팀까지 꾸려졌다. 한국방송협회 주도로 학계와 방송계, 광고계,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자율적인 간접광고 가이드라인’ TF팀은 향후 논의를 거쳐 간접광고의 허용범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PPL의 노출 정도가 심각해진 것은 작품에 상품이나 브랜드를 직접 노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이 개정된 2010년 1월 이후. 심의규정 위반으로 지상파 3사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건수는 2010년 14건에서 2011년 39건, 2012년 41건으로 크게 늘었다. 지상파 3사의 간접광고 실적도 2010년 30억원에서 2011년 174억원, 2012년 263억원, 올 상반기까지 350억원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실제로 최근 드라마들을 보면 이런 상황은 한눈에 읽힌다. 극중 연기자들의 휴대전화, 옷, 승용차는 모두 같은 브랜드다. 주인공이 다니는 회사나 개업한 음식점은 십중팔구 CF에서 줄기차게 봐온 실제 유명 기업이다. 카페 ‘드롭탑’은 KBS ‘최고다 이순신’, MBC ‘남자가 사랑할 때’, SBS ‘유령’ ‘추적자’ ‘야왕’ 등의 제작을 지원해 대박을 거둔 대표적인 PPL 사례로 꼽힌다. 광고가 드라마를 움직이는, 주객이 전도된 사례도 허다하다. 드라마 ‘야왕’에선 악녀인 여주인공이 음모를 꾸밀 때마다 어김없이 이 카페에서 음료를 마셨고, 음료컵과 벽의 로고가 그대로 노출됐다. 이 회사는 드라마에 5억원가량의 제작비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종영한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선 조선시대 저자거리에 농협의 축산 브랜드인 ‘목우촌’ 한글간판이 대문짝만하게 등장해 화제가 됐다. 제작사는 “극의 배경인 숙종 시대에는 역사상 가장 한글을 즐겨 썼다”는 궁색한 변명을 내놓았다. MBC ‘아랑사또전’에선 보쌈을 먹는 장면이 유난히 많았다. 프랜차이즈 보쌈업체인 ‘놀부’가 제작을 지원한 까닭이다. KBS ‘직장의 신’에선 여주인공과 직장동료들이 툭하면 협찬사의 발포비타민을 물에 녹여 마셨다. 뉴미디어 시대에 광고 창구가 날로 다양해지는데도 광고주들은 왜 여전히 올드미디어인 TV 광고, 그것도 PPL에 집착할까.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가 지난달 전국의 성인남녀 9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할 결과 설문대상자의 91.3%가 자신이 시청한 프로그램의 PPL 광고를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중 절반 이상(58.4%)은 관련 제품을 또렷이 기억했다. 류호진 KBS 예능 PD는 “방송사와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마치 광고가 드라마처럼, 드라마는 광고처럼 둔갑하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한국방송협회 주도로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TF팀이 출범해 지난달 28일 첫 대책 회의를 가졌다.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와 방통심의위 관계자도 함께 했다. TF팀은 방송법과 방통심의위 규칙 간 시각차와 규정의 모호성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문철수 한신대 교수는 “간접광고의 허용범위를 프로그램별로 구체화한 영국의 새 방송법 개정안이 벤치마킹 모델”이라며 “‘상표를 알 수 있는 표시의 노출’과 ‘제작상 불가피한 자연스러운 노출’ 등 모호한 규정에 대해서 구체적 정의를 내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저자와의 차 한잔] ‘눈 먼 종교를 위한 인문학’ 펴낸 인문학자 김경집

    [저자와의 차 한잔] ‘눈 먼 종교를 위한 인문학’ 펴낸 인문학자 김경집

    우리 사회에서 종교의 표류는 새삼스러운 화제가 아니다. ‘종교가 세상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세상이 종교를 우려한다’는 비아냥은 일상의 명제가 된 듯하다.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지만 대형 교회를 비롯해 이른바 어긋난 공동체를 이끄는 목회자·성직자들의 끊임없는 일탈과 무신경에 묻히기 일쑤다. 그래서 요즘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자주 들먹거려진다. ‘눈먼 종교를 위한 인문학’(시공사)을 펴낸 김경집(54)씨도 그 하층부터의 개혁을 강조하는 독특한 인문학자다. “종교는 이제 단순한 신앙에 머물지 않습니다. 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 일상의 영역이지요. 인간의 가치있는 삶을 연구하고 천착하는 인문학자라면 종교에 관심을 갖고 고민하는 게 당연하다고 봅니다.” 서강대에서 영문학,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한 인문학자. 개신교 집안에서 태어나 한때 수도원 입회를 꿈꾸었다는 김씨는 당당하게 ‘기독교 신자’라고 말한다. 학부시절 부전공으로 신학에 관여한 게 제도권 신학 공부의 전부지만 독학으로 기독교 공부를 계속했고, 그런 천착으로 지난 1999년부터 2011년까지 가톨릭대 인간학교육원에서 인간학과 영성 과정을 가르쳤다. 올해 초 서울서 충남 서산시 해미로 옮겨 지역사회의 문화운동과 공동체적 삶에 매달리면서 생활의 많은 부분을 기독교 관련 공부와 저술에 할애하고 있다는 김씨. ‘눈먼 종교를’은 이른바 공관복음이라고 하는 4대 복음서 바로보기에 초점을 맞춰 오랫동안 고민해 온 글쓰기의 결실이다. “4대 복음서는 예수의 출생과 공생애, 죽음, 부활까지 모두 담은 표준의 텍스트라 할 수 있지요. 4대 복음서만 제대로 읽고 그 속에 담긴 교훈을 오롯이 실천하더라도 지금의 상황에 이르진 않았을 것입니다.” 복음서를 비롯한 성경에는 온갖 비유가 넘쳐난다. 그 비유는 사랑과 희생을 실천했던 예수님 교훈의 폭넓은 암시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 교회는 그 비유의 보고인 복음서를 왜곡하고 있고 거기서부터 눈먼 종교의 일탈이 시작된다고 김씨는 거듭 말한다. “우리 기독교계에 뿌리깊은 문자주의와 성경무오설에 바탕한 근본주의 복음이 원인입니다.” 성경 속 비유는 너른 시야와 근거 있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그 가치와 교훈을 제대로 새길 수 있단다 “성경 문구에서 단 한 자도 벗어나선 안 된다는 고집과 강요는 예수님 말씀의 본뜻인 사랑과 희생의 실천과는 달리 그저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무모한 전도로 치닫기 마련이지요. 도처에 흔한 ‘예수천당 불신지옥’식 강요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그 고집과 불통의 큰 원인은 서구 숭상 일변도의 신학과 교회체제란다. “우리 개신교계의 뿌리인 미국 근본주의 복음신학과 천주교의 중심인 로마 가톨릭에 너무 매달려 있어요. 우리 천주교만 하더라도, 오죽하면 ‘로마보다 더 로마 같다’는 말을 들을까요.” 개혁운동이 있다고 해도 교회를 이끌고 주도하는 목회자, 성직자의 힘에 주눅들고 마는 지금의 공동체 생리에선 변화를 기대하기란 요원한 실정. “이제 본격적인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 시작은 바로 성경 속 예수님 말씀을 제대로 읽고 실천하는 신자들의 결집일 것입니다.” 지금 종교가 우선 치중해야 할 것은 신앙 이전에 도덕적 우월성의 회복이라고 흔히 말한다. “예수가 금지한 것을 예수의 이름을 팔아서 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서 김씨는 성경 바로 읽기의 연장 작업으로 창세기와 한국 교회사에 관련한 책을 조만간 세상에 내놓겠다며 벼른다.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반쪽’ 6월국회

    6월 임시국회가 다음 달 2일 폐회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여야의 당초 다짐과 달리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당초 민생·대선공약 입법, 일자리 창출, 경제민주화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약자 보호를 표방하며 ‘일하는 국회’에 대한 약속으로 시작했지만,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 국정조사를 놓고 씨름을 거듭하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원문 공개와 새누리당의 대선 전 원문 입수 의혹, 민주당의 녹음 파일 불법 유출 파문 등 정쟁으로 얼룩진 회기의 막을 내릴 태세다. 의원 겸직 금지 등 특권 내려놓기 법안, 새누리당 대선 공약인 ICT 진흥 특별법의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의결 등 부분적인 성과도 거두기는 했다. 하지만 상임위원회별로 파행이나 진통을 겪으면서 주요 법안 다수는 이번에도 빛을 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법사위에서 논의 중인 상설특검·특별감찰관제 도입 법안은 여야 입장차가 커서 6월 처리 여부가 불투명하다. 당초 6월 처리를 목표로 했지만 여당은 정치적 의혹 사건 발생 시 신속히 특검을 임명하는 ‘제도특검’을, 민주당은 별도 조직·인력을 갖춘 ‘기구특검’을 각각 고집하고 있다. 환노위도 6월 국회의 뇌관이었던 노동 쟁점 법안들을 다음 회기로 넘겼다. 정리해고 요건 강화, 통상임금 산정방식 변경 등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여론의 관심이 쏠렸던 ‘가습기 살균제 흡입독성 화학물질에 의한 피해 구제법안’도 처리되지 못했다. 경제민주화 분야에선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 통과됐지만 기존 불공정 거래 행위 금지 조항을 보강하는 쪽으로 축소되면서 ‘후퇴’ 논란이 일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정전협정 60년] “反식민주의 근거한 내전 규정 잘못…공산주의 vs 反공산주의 이념전쟁”

    [정전협정 60년] “反식민주의 근거한 내전 규정 잘못…공산주의 vs 反공산주의 이념전쟁”

    캐스린 웨더스비(62)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한국전쟁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아 지난 21일(현지시간) 워싱턴의 존스홉킨스대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전쟁을 일제강점기와 해방 정국의 한반도 내부에서 발생한 사회적 모순으로 인해 일어난 내전으로 보는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석좌교수의 시각을 반박했다. →정전 협상 과정은. -1951년 7월 처음 협상이 시작됐으나 미국과 중국, 소련의 소극적 자세로 협상이 지체됐다. 당시 북한 군사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김일성은 미국의 엄청난 공습을 견딜 수 없어 조속한 정전을 원했다. 하지만 미국이 정전에 따른 경계선을 당시의 전선에서 훨씬 북쪽에 그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에 중국이 반대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후 미국의 공습이 더욱 심해지자 1952년 초 북한 지도부는 다시 중국에 정전을 간청했다. 그러나 중국과 소련은 북한에 보낸 메시지에서 “전 세계적인 공산주의 투쟁을 위해서는 전쟁을 계속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소련은 한국전쟁으로 미군을 극동에 묶어둠으로써 동유럽에서 군사적 우위를 구축하려 했다. 1952년 가을 저우언라이(周恩來) 중국 공산당 총리가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북한이 잃을 것이라고는 사람밖에 더 있느냐”면서 정전을 반대했다. 1953년 3월 스탈린이 죽은 뒤에야 비로소 정전 협상이 진전됐다. →북한의 목소리가 그렇게 약했나. -협상 과정에서 김일성의 역할은 미미했다. 모든 결정은 중국과 소련 지도자에 의해 이뤄졌다. 중국 협상대표가 전보로 마오쩌둥(毛澤東)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고하면 중국은 그것을 다시 스탈린에게 보냈다. 역으로 스탈린이 마오쩌둥에게 지시하면 중국은 다시 중국 협상대표에게 하달했다. 북한과는 일부만 상의했을 뿐이다. 앞서 중국은 1950년 가을 참전하자마자 북한군의 지휘권을 접수했다. 김일성은 원치 않은 일이었지만 중국은 중국군의 역할이 압도적이라는 이유로 지휘권을 고집했고 스탈린도 중국 편을 들었다. →미국이 정전에 동의한 이유는. -미군도 많은 인력과 물자를 잃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군은 압도적인 무기를 갖고 있었지만 지상에서 중국군을 이길 수 없다는 자괴감과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여전히 한국전쟁은 남침이 아니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남침이라는 것은 기록으로 입증된 명쾌한 진실이다. 김일성은 간절히 전쟁을 원했다. 그는 중국 권력 장악에 성공한 마오쩌둥처럼 한반도 전체로 공산혁명을 확산시키고 싶어 했다. 하지만 북한은 소련에 아주 의존적이었기 때문에 혼자서는 할 수 없었다. 스탈린은 가톨릭의 교황, 김일성은 신부와 같은 위상이었기에 김일성은 스탈린의 말을 따라야 했다. 1949년 9월 김일성이 남침 승인을 요청했지만 스탈린은 미군 개입 가능성을 우려하며 반대했다. 스탈린은 1950년 1월 말 김일성이 다시 요청했을 때에야 남침을 승인했다. 북한은 원래 옹진반도를 공격해 남한이 반격하면 남한이 먼저 공격했다고 핑계를 대며 전면적으로 남침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6월 21일 남한군이 북한군의 공격 낌새를 알아채고 옹진반도에 병력을 증강시키자 초조해진 김일성은 38선 전역에서 남침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커밍스 교수는 1949년에 38선 부근에서 있었던 남북 간 무력 충돌의 대부분이 남한군의 공격이었다고 주장하는데. -남한이 많은 공격을 한 것은 사실이다. 당시 남한 지도부도 통일을 원했다. 하지만 38선 근처에서 벌어졌던 소규모 무력 충돌과 전면전은 차원이 다른 것이다. →만약 북한이 침공하지 않았다면 남한이 침공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미국이 전쟁을 승인하고 지원했다면 이승만은 아주 좋아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전쟁을 원치 않았고 무기가 없었던 한국군은 독자적으로 전쟁을 일으킬 능력이 없었다. →미국이 남한을 미군 방어선인 애치슨 라인에서 제외한 의도는.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군의 규모를 줄이라는 요구가 미국 내에서 많았기 때문에 제한된 자원으로 우선순위를 정해야 했다. 아시아에서 미국의 최우선 관심 지역은 일본이었고 그다음이 필리핀이었다. →커밍스 교수는 한국전쟁이 국제전이라기보다는 내전이라고 하는데. -남북한만의 싸움이 아니라 미국과 소련의 싸움이기도 했다. 만약 스탈린이 승인하지 않았다면 한국전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북한에 대한 소련의 통제력은 남한에 대한 미국의 통제력보다 훨씬 강했다. 만약 한국전쟁이 내전이라면 동서독 간에는 왜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겠나. →커밍스 교수는 한국전쟁을 혁명세력 대 친일세력의 반(反)식민주의 전쟁으로 규정했는데. -공산주의 대 반(反)공산주의의 이념전쟁으로 봐야 한다. →한국전쟁의 교훈은. -근본주의적 이념의 파괴성을 경험한 것이다. 억지력의 중요성도 깨닫게 했다. 옛 소련 문서에는 “만약 1949년에 미국의 한국 방어 의지가 분명했다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부분이 있다. 애치슨 라인을 의미하는 것이다. 글 사진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10년간 1000일 입원한 ‘나일론 환자’

    충북 청주 흥덕경찰서는 24일 10년간 무려 1116일 동안 과다 입원해 거액의 보험금을 챙긴 박모(60)씨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사진관을 운영하던 박씨는 2001년 6월부터 8월까지 교통사고를 당했다며 입원해 2000만원을 받아 챙기는 등 이때부터 지난해 9월까지 23차례에 걸쳐 허위로 장기 입원하는 수법으로 4억 4000만원의 보험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병원의 퇴원 권유에도 몸이 아프다고 고집을 피우면서 퇴원하지 않았고, 퇴원하게 되면 곧바로 다른 병원에 입원하는 수법을 썼다. 지난해 8월에는 청주지역 모 병원에 협심증으로 입원하면서 의사가 7일 입원 치료를 진단했지만 박씨는 무려 5배가 넘는 37일간 입원했다. 박씨는 보험사기를 위해 15개 보험사의 22개 상품에 가입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험회사의 제보로 수사하게 됐다”면서 “입원 기간 박씨가 다른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아 병원이 장기입원을 묵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미국 “양적완화 끝” 후폭풍… 미리 보는 아시아 ‘경제 삼국지’

    미국 “양적완화 끝” 후폭풍… 미리 보는 아시아 ‘경제 삼국지’

    최근 미국의 양적완화(QE3·시중에 자금을 푸는 경기부양책) 종료 일정이 발표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 경제를 대표하는 세 나라의 ‘경제 삼국지’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받고 있다. 결론적으로 대부분 전문가들은 가장 큰 승자는 중국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거둬들이기로 한 이유가 실물경제의 회복이고, 이 경우 ‘세계의 공장’인 중국은 수출 증가의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반면 일본은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기부양책)가 불시착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코스피는 지난 19~21일 3.47%가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종합도 같은 기간 3.28%가 빠졌다. 그러나 일본 닛케이 평균은 20일 1.7% 하락했다가 이튿날 곧바로 1.7% 상승하는 등 상당한 ‘맷집’을 보여줬다.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종료하더라도 일본은 엔화를 시장에 계속 풀어 수출 증대 효과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작용했다. 국가부도위험(CDS) 프리미엄도 한국은 19일 86bp에서 21일 103bp로 17bp 올랐다. 중국은 103bp에서 127bp로 24bp나 뛰었다. 반면 일본은 4bp 상승에 그쳤다. CDS 프리미엄은 낮을수록 좋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한국>일본’ 순으로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금융시장 개방과 외국인 자금 비율 때문에 단기간에는 불안한 양상이 나타날 수 있겠지만 머잖아 실물경제 회복이란 호재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미국 경제의 회복에 따라 수출이 증가하면 지지부진한 국내 경기회복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최근 4개 분기 연속 100억 달러 이상 흑자를 기록하고,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액이 3281억 달러에 이르는 등 기초 체력이 튼튼하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문박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미국 민간부문의 경기회복세에 따른 양적완화 종료는 긍정적인 요인”이라면서 “투자대상국으로서의 한국의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의 이점은 우리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는 6월 제조업 경기 지표인 구매관리자지수가 48.3으로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5월 수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1%에 그치는 등 ‘경착륙’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미국 경기가 살아나면 각종 지표들은 일제히 파란불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미 달러화 강세로 자연스럽게 위안화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중국은 전체 경제에서 금융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그리 크지 않아 주가 하락에 따른 부담이 작다”면서 “향후 글로벌 경기 회복의 최대 수혜자가 될 여지가 높아 가장 행복한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일본은 최근의 시장 충격 속에 아베노믹스의 실패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면 안전자산 선호 효과로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기가 쉬워진다. 엔화는 달러화와 더불어 대표적인 안전 자산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각국이 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을 본격화하면 저금리를 언제까지나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아베노믹스에 따른 국채 이자비용 역시 버거운 상태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본이 강력한 엔저 정책을 펼쳤지만 궁극적인 목표인 ‘성장 전략’이라는 ‘세번째 화살’을 제대로 쏘지도 못하고 아베노믹스가 종료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들이 일제히 출구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하면 아베노믹스 정책이 더디게 진행되거나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면서 “시간이 갈수록 일본이 엔저 정책을 고집하기 쉽지 않은 만큼 우리는 이러한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둔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경기 회복세와 이에 따른 정책 변화가 한·중·일 3국에 미칠 파장에 글로벌 경제주체들이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버냉키 쇼크’ 금융시장 요동] “버냉키, 美경기회복 자신감” “단기적 금융시장 불안은 불가피”

    [‘버냉키 쇼크’ 금융시장 요동] “버냉키, 美경기회복 자신감” “단기적 금융시장 불안은 불가피”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이 20일 양적완화(채권을 사들여 시장에 돈을 푸는 정책) 축소·중단을 기정사실화했다. 안정적 투자처를 찾아 글로벌 자금이 우리나라 등 신흥시장을 떠나 미국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변동성 확대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의 통화 가치, 주가, 채권 값이 하락하는 등 당분간 금융시장 불안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경제가 되살아나 우리 수출시장이 넓어지는 등 긍정적인 면도 예상된다. 버냉키 의장의 이번 발언은 예상보다 수위가 높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시장 변동성을 완화시키는 발언을 하거나 ‘출구전략’에 대한 언급을 피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예상을 깬 발언의 배경으로 버냉키 의장이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민영 LG 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올 초까지만 해도 시퀘스트(재정지출의 자동 삭감) 같은 재정 문제로 미국 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이제 그런 얘기는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면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 소비, 투자가 견실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버냉키 의장이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지금까지 그랬듯이 미국 경제 정상화가 세계 경제를 견인할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도 “미국 경제 지표가 완만한 회복세라 최악일 때 썼던 양적완화를 고집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3월 기준 미국 주택 평균 판매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12% 상승했다. 7년 4개월 만의 최대 증가 폭이다. 1분기 소비도 전년 동기 대비 5% 이상 늘었다. 5월 실업률은 7.6%로 1년 전보다 0.6% 포인트 감소했다. 양적완화 축소 시기를 제시함에 따라 시장의 억측을 줄여 불안감을 감소시키고 하반기 미국 경제 회복세를 지속시키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왔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부 교수도 “버냉키 의장이 정확한 일정을 제기함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변동성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말까지는 돈을 확실히 더 풀 것을 예고해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고 미국 경기 진작을 확실히 끌어올리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당분간 우리 금융시장에는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당장 외국인 자금이 덜 들어오거나 빠져나갈 것”이라면서 “원·달러 환율은 크게 오르고 주가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런 불안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미국의 실물지표가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면서 “올 연말까지는 변동성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환율이 요동칠 텐데 그 변동 폭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라면서 “주가는 1800선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의 경기 회복이 우리 실물경제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신 부문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보다 우리 경제는 기초 체력, 외환 보유액, 신용등급, 경상수지 등이 월등히 낫다”면서 “중·장기적으로 미국 시장이 커지는 것은 우리에게 기회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신중론도 제기된다. 박 실장은 “미국과 함께 중국 경제도 우리 경제에 중요한 변수”라면서 “중국 당국이 무리한 고성장을 경계하는 등 성장세가 기대보다 부진해 미국의 경기 회복에 중국이 영향을 받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오 교수도 “미국이 내년 중반에 양적완화를 중단하는 데 이어 유럽연합(EU)이나 일본이 시차를 두고 양적완화를 줄이거나 중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금융시장 불안은 내년 내내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첫돌 빅마켓 결제카드 확대… 코스트코와 본격 맞짱

    첫돌을 맞은 롯데마트의 회원제 할인점 ‘빅마켓’이 국내 실정에 맞게 카드 결제 시스템 및 회원제도를 손질한다. 롯데마트는 빅마켓 1주년을 맞아 20일부터 금천·신영통·영등포·도봉 등 빅마켓 4개 지점에서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각종 현금카드로도 결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보완한다고 19일 밝혔다. 그동안 신용카드는 롯데카드만 사용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회원제 유효기간을 기존의 1년에서 3년으로 확대해 매년 갱신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였다. 또한 구매금액이 많은 회원에게 유리한 회원제도인 ‘빅멤버 플러스’를 새로 선보인다. 이 회원제는 가입비 5만 5000원을 내면 구매금액의 1%를 1년 뒤에 추가로 적립해 주는 제도다. 최춘석 롯데마트 상품본부장은 “앞으로는 명절 택배 등 국내 상황을 반영하는 운영 방식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빅마켓 4개 지점의 매출은 일반 대형마트 때보다 50% 증가하는 등 영업효율 면에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롯데마트 측은 빅마켓이 개점한 지난 1년 동안 코스트코와 경쟁하면서 시장에 순기능을 했다고 자평했다. 신라면(30개입)을 놓고 가격 경쟁을 벌여 정상가보다 12.9% 떨어진 1만 5590원에 판매하기도 했고, 빅마켓 판매 피자가 짜지 않아 인기가 많자 전 세계에서 동일한 레시피를 고집하던 코스트코도 피자의 나트륨 함량을 낮추기도 했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 구룡마을 개발방식 두고 서울시 - 강남구 또 충돌

    서울의 대표적 무허가 판자촌인 구룡마을 개발 방식을 두고 서울시와 강남구가 다시 정면으로 충돌했다. 강남구는 19일 “왜 서울시가 투기 세력에게 특혜를 주려 하느냐”며 공개 반박문을 발표했다. 시가 지난 12일 “일부환지방식(개발지의 토지 소유자에게 현금이 아닌 개발된 땅으로 보상해주는 방식)으로 개발하겠다”며 최후통첩을 한 데 따른 것이다. 구는 줄곧 100% 수용방식을 고집했다. 모든 민간 소유토지를 시가 사들여 공영방식으로 개발, 일부 투기세력의 부당이득도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구는 “지난 12일 회신에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과정에서 입안권자인 강남구청장과 협의할 의무가 없다’, ‘주민재공람 절차가 의무사항도 아니다’며 구가 요구한 각종 의혹에 대한 답변을 회피한 채 협조할 것만 통보했다”고 맞섰다. 즉 일부환지방식은 원주민 재정착률을 낮추고 외지인들을 개발의 최대 수혜자로 만드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논리다. 일부 부작용을 알고도 일부환지방식을 고집하는 배경엔 SH공사의 부채 줄이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는 지적도 있다. 100% 수용방식의 개발은 초기에 SH공사가 모든 투자를 해야 해 엄청난 부채를 지적받은 SH공사의 부채비율을 더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구는 2차 질의를 통해 토지주들의 투기 의혹이 분명한데도 서울시가 환지방식을 계속 고집하는 이유와 강남구청장 협조 확인도 없이 환지보상 특혜를 줘 공권력을 남용하는 까닭을 따져 물었다. 공개 질문에는 아울러 개발 예정지 49.6%(국공유지 제외)를 소유한 최대 토지주 정모씨 등이 반사회적 투기세력이라는 등 각종 의혹을 제보하는 내용도 담겼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한산모시·나전칠기 스타들마저… 웬만해선 그들을 살릴 수 없다?

    [주말 인사이드] 한산모시·나전칠기 스타들마저… 웬만해선 그들을 살릴 수 없다?

    독일 ‘쌍둥이칼’은 280년 전 군인용 단검을 만들던 대장장이 마을에서 가내수공업으로 출발했다. 산업혁명 때 민수용으로 전환했다. 오롯한 장인 정신에 생산환경 변화에 맞춰 디자인과 기술 개발이 덧칠됐다. 러시아 목각인형 ‘마트료시카’는 120여년의 역사를 뽐낸다. 일본 목각인형에 착안했다. 예술가들이 수작업으로 만들면서 러시아 상징 민예품이 됐다. 지금 세계를 호령하는 명품이나 한 나라의 상징물로 날개 돋친 듯 팔리는 제품들은 가내수공업에서 출발했다. 보잘것없는 규모로 출발했을 가내수공업이 전통의 두께를 더하고, 현대 감각에 맞게 발전하면서 세상 사람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최고 명품이 된 것이다. 하지만 국내 전통 가내수공업은 딴판이다.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 수공업 제품조차 ‘몰락’했다고 할 만하다. ‘화문석’을 전문적으로 다루던 인천 강화군 강화읍 남산리 강화토산품판매장이 몇해 전 슬며시 자취를 감추었다. 재래 돗자리 중 최고급이라는 명성을 얻었지만 찾는 사람이 드물어서다. 화문석체험장을 운영하는 고미경(강화군 송해면 당산리)씨는 “예전에는 강화 5일장에 화문석시장이 따로 마련됐는데 줄어든 거래량 탓에 아예 사라졌다”고 안타까워했다. 1880년대 강화 일대에는 화문석 재료인 왕골 재배 농가가 1000여 가구나 됐으나 지금은 고작 100가구 남짓이다. 그나마 가구당 재배 면적은 330~660㎡뿐이다. 대개 부업에 그치고 송해·양사면 일부 가구에서 주문을 받아 연간 2000~3000장 짜는 정도다. 1970년대 강화에서만 연간 5만여장이 생산됐는데 말이다. 39년간 수도 역할을 한 고려 중엽 왕실에까지 공급했던 화문석이 명맥만 겨우 유지하는 것이다. 화문석의 몰락은 1980년대 이후 주거 형태가 단독주택에서 아파트로 바뀌면서 카펫이 대세를 이룬 탓이다. 전북 전주 부채도 에어컨과 선풍기에 자리를 내줬다. 부채는 일부 무형문화재들이 소량 생산하고 있다. 양반들은 합죽선, 서민들은 태극선을 무더위를 날리는 필수품으로 삼았지만 이젠 장식품, 소장품, 선물용으로 나가는 정도다. 반면 제작 과정은 복잡해 배우려는 사람도 없다. 최공호 한국전통문화대 교수는 “우리나라 전통 가내수공업은 원형만 고집하고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산업화가 자신의 역사인 외국에선 가내수공업도 자연스럽게 진화했지만 우리는 새것을 급히 받아들이면서 전통 수공업을 버리다시피 한 게 큰 이유다. 외국인들이 선뜻 구입할 수 있는, 우리의 정체성을 담은 전통 제품이 없는 게 아쉽다. 관련 통계조차 없다”고 말했다. 한때 1만 4000가구에 이르던 전남 보성삼베 제작 농가는 10가구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 원료인 대마 생산량은 2004년 40t(30㏊)에서 2011년 7.1t(4.3㏊)으로 줄더니 올해 5농가에서 겨우 2㏊를 재배한다. 보성삼베 영농조합 이찬식(70) 대표는 “36년째 종사하는데 너무 힘들고 일손도 부족해 버티기 힘들다”면서 “삼베를 찾는 사람은 많지만 값싼 중국산이 들어오고, 일당이 5만원도 안돼 일하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하소연했다. 전남 담양 죽세품의 명성도 옛날얘기다. 대나무공예 명인 9명, 준명인 4명, 무형문화재 6명과 일부 농가에서 만들지만 31개 판매 업소에서도 중국산을 팔 정도로 위상은 초라하다. 경기 안성 유기는 현재 3곳만 가족 공방을 운영 중이고, 경북 안동포는 100여명이 삼베를 짜고 있으나 예전에 비하면 형편이 없다. 권구찬 안동시 주무관은 “삼에서 실을 만드는 삼삼기가 삼베 짜기의 95%를 차지하는데 기계화가 안 돼 있다”면서 “그렇다 보니 값이 비싸 일부 부유층의 옷과 침구 등으로만 만들어지고 청바지 등 현대 의류 제작은 엄두도 못 낸다. 정부가 기계 개발에 나서지 않으면 안동포 부활은 꿈도 못 꾼다”고 내다봤다. 명성이 덜한 가내수공업은 더 쪼그라들었다. 충남 서천군 서천읍 삼산리 고살메마을의 ‘갈꽃비’가 그 예다. 한때 농한기 최고 농가소득원이었던 이 빗자루가 청소기와 플라스틱 빗자루에 밀린 것이다. 농촌 고령화도 한몫했다. 갈꽃의 부드러움으로 자잘한 먼지까지 쓸어 내는 장점이 있지만 지금은 10명 남짓한 주민이 해마다 3000자루를 만든다. 본래의 용도를 벗어나 장식용으로 많이 팔린다. 이장 한병우(51)씨는 “겨울이면 마을회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얘기꽃을 피우면서 빗자루를 만들던 옛날 모습이 생생하다”면서 “요즘은 강원 철원 등에서 조금씩 갈대를 사와 빗자루를 만들지만 이마저 머잖아 사라질 판”이라고 전했다. 최 교수는 “스위스는 한 마을 전체가 가위만 만들어 유명해졌고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유리공예, 일본은 도자기 마을을 상품화해 외국 관광객을 끌어모은다”면서 “우리 가내수공업은 외국인 특성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고 생산품에 의미를 부여하는 데 미숙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독특하고 개성 있는 최고 명품은 수공업에서 태어난다. 우리도 잠재력이 충분하다”며 나전칠기가 명함 케이스 등으로 상품을 다각화하는 것에 주목했다. 충남 서천 한산모시도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150년간 양반들 바지저고리를 만들던 데서 벗어나 청바지, 와이셔츠, 팬티, 양말 등 현대 제품까지 제작한다. 해외 패션쇼를 개최하고 브랜드화해 모시떡과 모시막걸리 등 먹거리까지 제품을 확대했다. 모시풀 재배 농가도 지난해 150곳에서 올해 190곳으로 늘었다. 2005년 서천군이 한산모시세계화사업단을 만들어 지원한 뒤 모시 제품이 다양하게 개발돼 팔리기 시작하자 주민들이 ‘돈이 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연간 소득은 20억원으로 늘었고, 고용 33명 등 부수 효과도 생겼다. 김맹선 군 한산모시계장은 “아직 해외 지명도가 낮지만 현대 감각에 맞게 상품을 개발하고 고급화해 부유층이 찾다 보면 외국에서도 알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농업과학원 정명철 박사는 “(전통 가내수공업은) 지금 없어지면 영원히 없어지는 것이다. 이미 많이 사라졌다. 정부와 자치단체에서 관심을 가져야 부활을 꿈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천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강화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보성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베이징 대졸예정 22만명 중 취업 33%뿐… 경기 둔화 中의 ‘또 다른 고민’

    [주말 인사이드] 베이징 대졸예정 22만명 중 취업 33%뿐… 경기 둔화 中의 ‘또 다른 고민’

    “이제 졸업까지 보름 남짓 남았는데 앞길이 막막합니다.” 9월에 학기가 시작되는 중국 대학에선 6월쯤이면 사실상 취업이 마무리된다. 그러나 요즘은 사정이 달라졌다. 황옌페이(黃燕飛·여)는 이달 말 졸업을 코앞에 두고도 아직 취업을 하지 못했다. 그는 당초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었지만 취업난으로 대학원 응시율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면서 시험에 낙방한 뒤 지난 4월부터 뒤늦게 구직 행렬에 합류했다. 70여곳 넘는 회사에 이력서를 냈지만 면접을 보라고 연락 온 곳은 10곳도 채 안 된다. 당장 오는 30일 학교 기숙사에서 나와야 하기 때문에 그때까지 취직을 못 하면 집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주변 친구들도 취업이 안 돼 사정이 딱하긴 마찬가지다. 전공과 상관없이 요즘 졸업 예정자들은 해삼 판촉직에도 지원할 만큼 처지가 절박하다. 5월 현재 베이징 소재 대학 졸업 예정자 22만 9000명 가운데 일자리가 확정된 학생은 33.6%다. 10년 전인 2003년 동기 취업률(89.7%)의 3분의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취업난으로 올해 대학원 석사 과정에 응시한 학생은 전체 대졸자의 25.8% 수준인 180만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60년 만의 최대 취업난’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취업난의 일차적 원인은 수요 공급의 문제다. 대졸자는 증가한 반면 경제성장은 둔화돼 일자리가 줄었다. 중국 교육부가 밝힌 올해 대졸자는 699만명으로 지난해보다 19만명 늘었다. 중국 대졸자 수는 2010년 630만명, 2011년 660만명, 2012년 680만명으로 매년 20만~30만명씩 늘어나는 추세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 영향으로 해외 유학파들이 국내 취업 행렬에 동참하고 있는 것도 중국 국내 대졸자들의 취업 문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지난해 귀국한 해외파 대졸자는 총 27만 2900명으로 전년보다 9만명 늘었다. 반면 경제성장 둔화로 일자리는 줄고 있다. 올 1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7%로 지난해 4분기 7.9%보다 0.2% 포인트 하락했다. 중국 500대 기업과 공공기관의 대졸자 채용 규모가 지난해보다 15% 포인트 줄어들었지만 대졸자들이 느끼는 체감 수준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대졸 취업난은 한국과 비교할 때 사회 불안을 일으킬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베이징이공(北京理工)대 경제학과 후싱더우(胡星斗) 교수는 “중국의 실질적인 대학 진학률이 20%란 점을 감안하면 대졸자는 이 사회의 준엘리트 계층”이라면서 “이들이 7%대 경제성장률 속에서도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중국 경제에 문제가 상당히 많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민간 기업은 문을 닫는 사례가 많고, 정부 투자 중심으로 성장률을 지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중국의 경제체제 개혁이 더딘 데다 향후 경기가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아 대졸자 취업난은 사회 불안의 전조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관영 언론들은 취업난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대졸자들의 높은 눈높이를 꼽는다. 올해부터 취업시장에 나오는 주링허우(1990년대 출생자들)들은 자기 주장이 강하고 자존심을 내세우는 성격이라거나 재능에 비해 좋은 일자리만 원한다는 식의 비판도 자주 한다. 중국의 지도층도 예비 대졸자들에게 눈높이를 낮출 것을 주문한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 9일 허베이(河北) 사범대학에서 취업난을 호소하는 예비 졸업생들과 만나 대학생들이 눈높이를 낮춰 농촌을 포함한 ‘기층’으로 눈을 돌릴 것을 요청했다. 리 총리는 당시 농촌인 고향으로 돌아가 영어를 가르치겠다는 한 여학생을 칭찬한 뒤 “아래로 내려가야 다시 올라올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지난달 톈진(天津)에서 열린 한 취업박람회장에서 예비 대졸자들에게 “고생스럽지만 용기를 내어 지방이나 사회 밑바닥에서 한 걸음씩 성실하게 인생을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 바 있다. 두 지도자 모두 예비 대졸자들에게 안정적인 공무원이나 국영기업 자리만 고집하지 말고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딘 중서부 지역이나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리라고 충고한 셈이다. 그러나 젊은이들 입장에서 이 같은 지적을 수용하기란 쉽지 않다. 우선 대졸자들은 불경기란 점을 감안해 이미 눈높이를 상당히 낮춘 실정이다. 베이징 청년스트레스관리서비스센터가 최근 1만 6000명의 대졸 예정자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에서 대졸자들의 기대 초봉 금액이 2011년 5537위안에서 올해 3683위안으로 33.4%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자리에 상관없이 취업을 하겠다는 대졸자들의 의지를 대변하는 것이다. 더욱이 월 3000위안대 수준의 급여는 베이징에서 살기 위한 최소한의 생계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이징 같은 대도시에서는 아무리 싼 곳을 찾아도 한 달에 2000위안(36만원) 미만인 방을 구하기 어렵다. 베이징 외곽에 싼 월세 집들이 있는 곳으로 유명한 창핑(昌平)구의 톈퉁위안(天通苑)에 둥지를 틀려 해도 방 한칸에 1000위안 안팎의 돈이 필요하다. 대졸자들이 집세를 아끼기 위해 비좁은 방에 여럿이 모여 사는 일명 ‘개미족’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이유다. 최근 베이징청년보(北京靑年報)는 취업을 준비 중인 대졸자 40여명이 베이징 시내와 가까운 충원먼(崇文門)의 방 3칸짜리 50평대 아파트에서 함께 살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로 중국사회과학원이 최근 펴낸 ‘2013 중국청년발전보고’에 따르면 베이징에만 약 16만명의 개미족이 있다. 상하이(上海) 등 다른 대도시까지 합하면 전국적으로 100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개미족 중 67.8% 정도는 10㎡ 이하의 주거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이들의 전체 평균 주거 공간은 6.4㎡, 월 임대료는 518위안(약 9만 5300원)으로 나타났다. 중국 지도자들의 조언에 따라 지방으로 내려간다고 해도 밝은 미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베이징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야 경력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베이징 이외 지역 대졸자들까지 기를 쓰고 상경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최근 헤이룽장(黑龍江)성 치치하얼(齊齊哈爾)대 법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증까지 딴 닝보원(寧博文)은 “베이징 변호사 사무실에서 실습 자리를 얻었는데 보너스까지 합해도 월 급여는 2000위안을 조금 넘는 수준”이라면서 “집세로 월 800위안가량을 내고 이런저런 생활비를 쓰고 나면 오히려 적자 인생이지만 헤이룽장으로 돌아가더라도 베이징에서 일한 경력이 있어야 조금이라도 돈을 더 받을 수 있으니 베이징에서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도시와 농촌 간 격차, 동부와 서부 간 격차가 중국 최대 사회문제인 점을 감안하면 고된 생활도 마다하지 않고 베이징 등 대도시에서 사회 첫발을 내디디려고 몸부림치는 졸업자들의 모습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젊은이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기보다 도농 격차, 지역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게 우선이란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넌 얼마나 잘하나 보자’는 시선 솔직히 의식 안 할 수 없었어요”

    “‘넌 얼마나 잘하나 보자’는 시선 솔직히 의식 안 할 수 없었어요”

    ‘말리꽃’ ‘네버 엔딩 스토리’ 등에 붙여진 ‘이승철표 록발라드’라는 수식어, Mnet ‘슈퍼스타 K’에서 보여준 까칠하고 날카로운 심사위원 이미지. 가수 이승철(47)은 자기 고집이 확고한 음악인으로 대중에게 각인돼 있다. 하지만 오는 18일 그가 4년 만에 발표하는 정규 11집 앨범 ‘마이 러브’는 우리가 알던 ‘그 이승철’의 것이 맞는지 다시 돌아보게 한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녹음실에서 만난 그는 “일단 노래부터 듣고 이야기합시다”라더니 40분 가까이 새 앨범의 노래를 전부 들려줬다. 애절한 발라드는 물론 산뜻한 느낌의 팝 록에 힙합과 레게 스타일의 곡도 있었다. “이번 앨범에는 트렌드를 반영한 노래들을 담았어요. ‘오늘도 난’ 같은 댄스곡도 불렀을 만큼 제 색깔을 고집하지 않았어요. ‘슈퍼스타 K’ 심사위원을 하면서 받았던 ‘너는 얼마나 잘하나 보자’ 하는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타이틀곡 ‘마이 러브’는 산뜻한 비트와 멜로디가 애절한 가사와 묘하게 버무려진 미디엄 팝 록이다. 후렴구에 직접 중독성 있는 코러스를 넣어 세련된 느낌을 더했다. 가슴을 울리는 피아노 선율과 애절한 목소리가 일품인 ‘사랑하고 싶은 날’, 어쿠스틱 기타 반주와 리듬이 몸을 들썩이게 하는 ‘그런 말 말아요’ 등도 돋보인다. 힙합 스타일의 ‘늦장 부리고 싶어’, 레게 스타일의 ‘비치 보이스’(Beach Voice)는 눈이 번쩍 뜨인다. 록 발라드에서 고집하던 힘있는 목소리도 버렸다. “‘긴 하루’ 이후 힘을 뺀 창법을 구사했는데 호불호가 갈리더라고요. 이번에는 힘은 뺐지만 더 굵어진 창법을 연구했어요.” 그의 정규 11집은 두 파트로 나뉜다. 각각 ‘센슈얼리즘’(감각주의)와 ‘에고티즘’(이기주의)을 주제로 한 두 파트 중 ‘마이 러브’에 담긴 9곡이 파트 1이다. “트렌드를 중시한 파트 1의 곡들은 다소 가볍다는 느낌이 들 수 있어요. 기존 제 스타일의 록 발라드 곡들은 파트 2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파트 2는 올가을에 발매될 예정으로 70% 정도 다듬어졌다. 이번 앨범에 들어간 제작비는 5억여원. 2년 전부터 작곡가 40여명의 곡을 받아 녹음까지 완료한 것이 60여곡이었다. 새로운 작곡가의 신선한 곡을 찾던 그는 여행 중 우연히 만난 캐나다 작곡가에게 6곡을 받아 녹음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감성과 맞지 않아 멜로디부터 갈아엎었다. 대신 동아방송대 실용음악과 08학번 학생들이 쓴 곡(늦장 부리고 싶어, 비치 보이스)을 앨범에 담았다. 실력이 쟁쟁한 오디션 참가자들에게 독설을 날리던 그로서는 의외의 모습이다. “학생들의 곡을 들어 보면 가사나 편곡 등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습니다. ‘슈스케’에서 받았던 느낌도 그랬죠. 학생들의 좋은 곡들이 빛을 봤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들과 함께 작업했어요.” 한두 곡을 담은 싱글앨범과 미니앨범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파트 1과 파트 2로 나뉜 앨범을 들고 나온 것은 음반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그의 고집 때문이다. “스스로 녹음해 앨범을 내고 싶어 제 돈으로 녹음실도 만들었어요. 음반 판매량은 줄겠지만 여전히 소장 가치는 있으니까요. 저는 죽을 때까지 앨범을 낼 겁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정부 “北에 회담 수정제의 안한다”

    정부 “北에 회담 수정제의 안한다”

    수석대표의 격(格) 문제로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된 가운데 정부는 12일 북한에 당국회담 성사를 위한 수정 제의를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 당국회담 외 추가적인 회담 제의 가능성도 검토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새로운 남북관계와 새로운 틀의 남북대화를 위해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진정성을 보여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부는 우리 측이 수석대표로 내세운 통일부 차관과 북한이 내세운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국장 간 당국회담을 북한이 수용한다면 언제든 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에 수정 제의를 할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 당국자는 “우리로서는 현재의 우리 측 대표단과 북한의 대표단이 변한 게 없다면 언제든지 회담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면서 “북한이 먼저 성의 있는 입장 변화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9일 남북 실무접촉에서 우리 측은 북한에 장관급 회담 대표로 김양건(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겸임) 통일전선부장의 참석을 고집하지 않았고, 다른 정치국 후보위원급 인사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 부장이 어렵다면 그 정도의 권한이 있는 다른 정치국 후보위원 중에 한 명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라며 “특정인을 고집했다기보다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인사가 나올 것을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도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대화라는 것은 격이 맞아 서로 수용해야지 일방적으로 굴욕을 당하는 대화는 진실성이 없다”며 “지금까지는 무한대로, 일방적으로 (북한에) 양보했지만 이제는 남북이 격에 맞는 대화를 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남북 당국회담 무산과 관련해 “새로운 남북관계로 가기 위한 하나의 진통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북한도 새로운 남북관계로 가려면 성의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우리 측 판문점 연락관이 이날 오전 9시와 오후 4시쯤 북측 연락관과의 시험통화를 시도했지만 북측은 두 차례 모두 전화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측은 전날 남북 당국회담 우리 측 수석대표의 급을 문제 삼아 일방적으로 회담 불참을 통보했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손, 발을 맞춰라

    ‘손세이셔널’ 손흥민(21·함부르크)이 11일 우즈베키스탄전(1-0승)에서 처음으로 A매치 풀타임을 소화했다. 분데스리가를 지배한 과감한 드리블과 부지런한 수비 가담은 좋았지만, 패스를 하지 않는 독단적인 플레이에 대한 비판도 일었다. 손흥민이 뛴 90분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다. 손흥민은 이날 최전방과 왼쪽 날개를 모두 누볐다. 전반에는 2011년 아시안컵 때 B조(비주전) 공격수로 애환을 나누다가 친해진 김신욱(울산)과 투톱으로 호흡을 맞췄다. 파주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 지하실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탁구를 치던 둘의 우정은 그라운드에서 오롯이 드러났다. 김신욱이 장신(196㎝)을 이용해 공을 떨궈 주면 손흥민이 좋은 위치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야무지개 세컨볼을 받아 먹었다. 원터치 패스로 공격 활로를 뚫는 콤비플레이도 합격점. 후반 19분 교체된 이동국(전북)이 전방에 서자 손흥민은 왼쪽 측면 공격수로 변신해 스피드와 개인기를 뽐냈다. 꽉 막힌 스트라이커 자리보다는 날개 쪽에서 훨씬 돋보였다.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미드필더의 정확한 침투패스가 부족해서 손흥민의 빠른 돌파를 100% 효과적으로 쓰지는 못했지만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김대길 한국풋살연맹 회장은 “손흥민이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줘서 미드필드·수비진의 부담이 줄었다”고 했다. 그러나 팀플레이에 녹아들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손흥민이 쏜 슈팅은 세 차례에 그쳤고, 페널티지역에서 무리하게 드리블을 고집하다 빼앗기는 모습도 잦았다. 단조롭고 투박한 공격 루트, 촘촘하게 버티고 선 우즈베크 수비진 등 좁은 활동반경에서 화력은 ‘예상대로’ 덜했다. 최강희 감독은 “수비라인을 내리고 버티는 아시아팀에 손흥민 선발은 적절하지 않다. 후반에 체력이 떨어졌을 때 공간을 휘저을 조커로 적합하다”고 해왔다. 박찬하 KBSN 해설위원은 “패스를 줘야 할 시점과 자신이 해결할 시점을 판단하는 부분이 미흡한 것 같다.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자신감은 장점이지만, 좋은 위치의 선수와 팀플레이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흥민이 브라질행을 확정지을 이란과의 최종전(18일)에서 이름 값을 할지 지켜볼 일이다. 한편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의 올리버 크로이처 신임단장은 12일 독일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손흥민이 곧 레버쿠젠으로 이적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흥민의 이적료는 1000만 유로(약 150억원)로 추산된다. 독일언론이 이달 초부터 손흥민의 레버쿠젠행을 보도한 가운데, 구단 고위 관계자가 확인한 것이라 의미가 크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화천 산채밥상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화천 산채밥상

    별빛이 길을 안내하던 산골짜기에도 전기불이 들어오고 휴대전화가 펑펑 터지니 ‘궁벽한 오지’가 사라진 시대다. 하지만 살면서 심산에 숨어들어 사나흘 세상을 잊고 싶을 때가 있다. 나룻배를 타고 들어가면 좋겠다. 걸어온 내 경계를 지울 수 있으니까. 산이 가로막아 한나절은 걸어야 닿는 곳이면 좋겠다. 중간에 맘 바뀌어 돌아서지 못하게. 구들에 장작을 밀어 넣어 주고, 산 쪽 으슥하게 자리 잡은 화장실이 무서워 밤이면 풀숲에 실례를 하는 곳. 허나 아침이면 내 어머니를 닮은 촌부가 조물조물 열두 가지 나물을 무치고 된장찌개 바글바글 끓여 한 상 내오는 곳. 처음 보는 주인집 아저씨와 오래된 식구처럼 한 뚝배기에 숟가락을 담그는 곳. 밥상 물리기도 전에 동네 아주머니들이 몰려와 서울 사람 참견을 하는 곳. 비 오는 날 계곡 돌 굴러가는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와르르와르르 요란한 곳. 들꽃이 흔들릴 때마다 두고 온 일상에 대해 내 뇌가 삭제 버튼을 작동시키는 곳. 그렇게 산과 강이 가로막은 곳을 찾아, 치유의 밥상을 찾아 떠난 곳은 강원 화천 속의 오지 비수구미였다. 오죽하면 호랑이 소동으로 마을이 알려졌을까. 화전 일구고 나물 뜯고 뱀을 잡아 생계를 이어 가던 자연이 전 재산인 동네인데, 트레킹 코스가 생기면서 숲에서 사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마을은 4년 전 내려온 도회지댁 나 홀로 혜자씨만 빼면 나머지 세 가구는 토박이다. 그 덕에 우린 산 여인들이 억척스럽게 따낸 산채 밥상을 받는 호강을 누린다. 해가 가장 먼저 뜬다는 해산(日山)의 발목, 비수구미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최북단이면서 가장 길다는 해산터널(1986m)을 지나 구절양장 멀미 나는 곡예 길을 내려가는데 비포장도로로 20여분 갔을까. 길이 끊겼다. 강 건너 빈 배로 보아 강을 건너야 마을로 들어서지 싶다. 어쩌자고 비는 내린다. 차에 옷가지를 놔둔 채 렌즈 배낭만 달랑 메고 산 위쪽으로 열린 이른바 ‘올레길’로 접어들었다. 20여분 걸으니 ‘출렁다리’가 나온다. 다리 건너 첫 집이 이장 댁이다. 간밤 비로 계곡물이 제법 불었다. 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예약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 무작정 숨어든 것이고, 비가 와서 길이 패어 난장인데 산을 넘어온 여인을 보고 이장 부부는 할 말을 잃은 듯했다. 마루로 올라서며 밥을 주셔야 하고 잠도 자야겠다고 생짜를 놨다. 일순 어이없는 웃음이 터졌다. 난 안방에서 커피를 마신 것으로 하룻밤 허락받았다고 간주했다. 열목어가 노닌다는 계곡을 돌고 오니 둥근 ‘양은 밥상’이 안방으로 들어왔다. 가운데에 된장찌개가 놓이고 찬은 비린 것 한 토막 없는, 모조리 나물이다. 허나 귀한 병풍쌈이 올랐다. 데쳐 놓은 이파리를 집어 손바닥에 펼치니 차고도 넘친다. 병풍쌈을 반 갈라 손에 얹고 밥 한 수저와 집 고추장, 무장아찌를 얹었다. 커서 볼이 미어지겠다. 오물오물 그 큰 잎을 씹느라 머릿속 잡념이 모두 지워졌다. 꿀꺽 넘기니 기분이 묘하게 좋아진다. 은은한 향과 매끄러운 식감이 역시 나물의 여왕이지 싶다. 마치 유년 시절 ‘밥상의 묵언’을 강조하시던 아버지와 겸상한 것처럼, 난 이장 어르신과 수시로 수저를 부딪치며 말없이 한 뚝배기 속 된장을 퍼냈다.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나물, 고봉밥 한 그릇이 순식간에 비워졌다. 텔레비전이야 세상 얘기를 떠들건 말건, 치열하게 집중한 밥상이 얼마 만인가. 나물 찬과 따뜻한 밥 한 그릇의 위로가 참으로 크다. “병풍쌈은 해발 1000m 이상 깊은 곳에서 자생해요. 약간 습하고 그늘진 곳을 좋아해서 여성들은 접근하기 힘듭니다. 각종 비타민과 섬유질이 많아 피부 미용에 좋다고 하죠. 따놓기 무섭게 팔려 나가요. 밥상에 올라온 나물은 다 집 주변에서 채취한 거예요. 갓 딴 나물의 향은 이루 헤아릴 수 없지만 정말 맛있는 것은 말린 묵나물이에요.” 그러고 보니 환갑이 넘은 이장 김상준씨(62) 얼굴이 장판처럼 팽팽하다. 열 살은 젊어 보인다고 너스레를 떨었더니 부부는 “산나물만 먹어서 그렇다”며 활짝 웃는다. 약속 없이 들이닥친 손님이라 찬 걱정을 하더니만 다음 날 아침 밥상은 산채가 더 늘었다. 데쳐서 들기름에 무치고, 볶고, 조물조물한 나물 찬이 12가지다. 집 두부 숭덩숭덩 썰어 넣고 직접 발효시킨 청국장이 올라왔다. 20년간 고집 부리던 아침 단식이 무너졌다. 이 정갈한 나물 밥상을 보고 어찌 식탐이 안 생길까. 아주머니의 배웅을 받으며 우체국 일을 겸하는 김 이장을 따라 강가로 나왔다. 배 건너편에는 ‘이장님 배’를 타고 파로호 다른 언덕배기로 가야 하는 두 할머니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밥이란, 밥상이란 이래야 한다. 산이 텃밭인데 더 무엇을 바랄까. 봄 볕 좋은 날 장을 담가 항아리에 다독거려 놓고 깊은 산중 그윽한 산채를 따다 쌈을 싸 먹는 소박한 영혼의 음식. 도시의 독기를 빼기 위해 단 며칠이라도 그 산중 밥상과 마주하기를 당신에게만 귀엣말로 속삭이노니. “떠나세요.” 글 사진 화천 음식평론가 손현주 marrian@naver.com 여행수첩 강원도 화천군 동촌2리. 비수구미 마을로 가는 길은 두 가지다. 트레킹을 하거나 배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화천에서 해산령터널을 지나자마자 우측에 트레킹 쪽문이 열려있다. 6㎞ 약 2시간 코스. 두 번째는 배편. 평화의 댐 20m 전, 비수구미 이정표를 따라 비포장 길을 내려가면 선착장에 닿는다. 민박에 연락해 배를 타거나 최근 산 쪽으로 난 출렁다리 길로 걸어 들어가는 방법이다. 20분 소요. 해산민박 이장 댁과 만동이네집이 산채 밥상을 내놓는다. 예약 필수. 계절맛집(지역번호 033) 해산민박 이장 댁(김상준, 442-0962, 산채 밥상, 닭도리탕), 만동이네집 민박(김영순, 442-0145, 산채 밥상, 붕어찜 등 민물 생선 요리), 비수구미 산장 펜션(이혜자, 442-0994)
  • 강지영은 대남라인 실세?

    강지영은 대남라인 실세?

    북한이 남북당국회담 수석대표로 내세운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장의 실제 직급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국장급’에 불과하다는 주장과 ‘장관급’에 가까운 대남라인의 ‘실세’라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전자가 맞다면 북한은 격(格)에 맞지도 않는 수석대표를 내세워 억지를 부린 게 되고, 후자가 맞다면 오히려 우리 정부가 상대 측 수석대표를 격하하고 대화의 기회를 차 버린 셈이 된다.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된 이후에도 강 국장의 직급을 둘러싼 후폭풍이 거센 이유다. 조평통은 형식상 노동당 외곽 기구이기는 하지만 북한의 민족화해협의회나 민족경제협력위원회처럼 남한의 민간단체를 상대하는 ‘반관반민’(半官半民)은 아니다. 우리의 민주평통처럼 대통령 자문기구가 아니고 집행기구로서 그동안 남북 당국 간 회담에도 참여해 왔기 때문에 노동당 통일전선부의 공식 조직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강 국장이 속한 서기국은 이 가운데서도 핵심 기구로 알려져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서기국은 형식적인 직급보다 실질적 위상이 높기 때문에 서기국장이면 조평통의 제1부위원장(장·차관 중간급) 정도로 봐야 한다”며 “조평통 위원장이 공석인 지금은 조평통의 1인자”라고 말했다. 김정은 시대가 도래한 이후 김정일 인맥이 대거 물러난 상황에서 강 국장이 새로운 대남사업 실세로 떠올랐다는 설도 강하다. 북한군 총참모부도 총참모장과 부총참모장, 작전국장이 있지만 부총참모장은 명목상의 지위일 뿐 작전국장이 실질적 2인자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통일부가 서기국장의 직급이 높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며 “청와대의 고집 앞에 그게 아니라고 말을 못한 게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손사래를 쳤다. 통일부 당국자는 “서기국은 위원장과 부위원장의 활동을 행정적으로 도와주는 곳이다. 민주평통 사무처 정도의 역할을 하는 기구의 장”이라고 반박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남북 당국회담 무산’… 정부 “北주장 상식에 안 맞아”

    ‘남북 당국회담 무산’… 정부 “北주장 상식에 안 맞아”

    남북 양측이 11일 당국회담 수석대표의 ‘격(格)’을 놓고 합의에 이르지 못해 12일 예정됐던 당국회담이 무산됐다.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던 남북은 회담이 무산된 것을 두고 서로의 책임이라며 강하게 날을 세웠다. 특히 우리 정부는 북한을 향해 “상식에 맞지 않는다”, “비정상적이다”는 등의 표현을 써가며 거센 비판을 이어갔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저녁 기자회견을 갖고 “당국회담이 12일부터 13일까지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북한 측에서 우리 측 수석대표의 ‘급’을 문제삼으면서 북한 대표단의 파견을 보류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지난 9일 실무접촉 이후 우리 측은 관례대로 대표단 명단을 알려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으나 북측은 명단을 동시에 교환할 것을 고집했다”면서 “우리 측은 당국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명단 동시교환을 수용하고 오늘 오후 1시 판문점 남북 연락관 접촉을 통해 명단을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회담에 참여할 대표단으로 우리 정부는 김남식 통일부 차관을 수석 대표로 한 5명의 명단을, 북측은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윈회(조평통) 서기국 국장을 단장으로 한 5명의 명단을 제시해 교환했다. 김 대변인은 북측의 강 국장을 두고 “북한에서는 ‘상급’이라고 주장했다”고 부연 설명하기도 했다. 김 대변인은 특히 “남북 간 현안을 실질적으로 해결하고 남북관계의 새로운 정립을 위해 우리는 권한과 책임있는 ‘고위 당국자’가 만나서 현안을 논의하는 게 좋겠다는 입장에서 ‘장관급’ 회담을 제의한 바 있다”면서 “실무접촉에서도 통일부 장관을 생각하고 있고 북측도 이에 상응하는 수석 대표가 나와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요구했음에도 북한은 비정상적이고 권한과 책임을 인정하게 어려운 인사를 장관급이라고 통보하면서 우리 측에 부당한 조건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리 측 대표단 명단을 두고 북측에서는 “수석 대표를 차관급으로 교체한 것은 남북 당국회담에 대한 우롱이고 실무접촉합의에 대한 왜곡”이라면서 “엄중한 도발로 간주하고 북한측 대표단 파견을 보류한다”고 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김 대변인은 “정부는 북한의 입장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북한의 이러한 주장은 국민들의 상식과 국제적 기준에 전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북한이 다른 국가들과 대화를 개최할 때 상대국가와 격을 맞춘 관행이 있고, 격이 맞지 않는다고 대화를 거부한 사례가 없다”면서 “통일부 차관의 격을 문제 삼아 예정된 당국회담 제안까지 거부하는 것은 전혀 사리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북한은 지금이라도 당국회담에 나오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버릇 고치려는 南, 진정성 없는 北… ‘격 논쟁’에 남북회담 올스톱

    버릇 고치려는 南, 진정성 없는 北… ‘격 논쟁’에 남북회담 올스톱

    “남북 모두 회담하는 법마저 잊어버린 것 같다.” 한 남북관계 전문가의 탄식이다. 12일로 확정됐던 당국회담이 남북 간 수석대표의 ‘격(格) 공방’에 갇힌 채 11일 파행되면서 남북 당국 모두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화를 하겠다고 나선 남북 당국 사이에는 거친 언사만 오갔다. 북측은 남측에 “우롱”, “도발”이라고 비난했고, 남측은 “굴종”이라고 맞받아쳤다. 결과적으로 남북 모두 승자도 패자도 없는 기싸움만 하다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 화해협력이라는 본질을 외면하는 우(愚)를 범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의 경우 권력 및 세대교체가 이뤄진 상황이라 직급이 낮다고 해도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수석대표로 지목하면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한다”며 “남북이 형식만 따지다 대화가 파국을 맞았다”고 지적했다. 회담 파행의 전조는 남측이 제안한 장관급회담이 실무접촉을 통해 당국회담으로 명칭이 바뀌고, 남북이 기본적인 합의 사항마저 각자 발표하면서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지난 9일 실무접촉에서 우리 측 천해성 수석대표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맞상대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요구했다. 공동 합의문에도 ‘남북 문제를 책임지고 협의·해결할 수 있는 당국자’로 명기할 것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상급 당국자’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응수했다. 그동안 통일부를 중심으로 한 ‘원 보이스’를 강조했던 청와대가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외교안보장관회의 종료 후 남북당국회담에 참석할 북측 수석대표의 격을 압박한 게 우리 정부의 주도력을 오히려 약화시키는 자충수가 됐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가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을 수석대표로 고집한 데는 그가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책임자이자 김정은 제1위원장의 신임을 받는 실세라는 점, 복잡한 현안 타결에도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북측 수석대표의 급에 집착한 건 형식에 갇혀 실질적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가동이 중단된 개성공단이 완전 폐쇄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청와대로서는 과거 정부가 남측의 통일부 장관보다 급이 낮은 내각 책임참사를 수용한 관행을 고쳐 ‘남북관계의 원칙’을 바로 세우겠다는 취지였지만 대화 동력은 약화시키는 악수가 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우리 당국이 북측에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수석대표로 나오지 않으면 장관급 회담에 응하지 않겠다고 처음부터 못을 박고 실무접촉에 나섰어야 했는데 전략적으로 성급하고 미숙했다”며 “무엇보다 남북 간 이견을 사전 조율할 수 있는 대화 채널이 없는 상황에서 회담 기간을 1박 2일로 잡은 것도 상식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북측도 대화의 진정성을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간 21차례 장관급회담에서 논란만 불렀던 굴욕 회담 부담을 남측에 떠넘기는 관행을 되풀이했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미·중 비핵화 압박의 출구전략으로 남북 대화를 활용한 점이 확인됐다”며 “남북 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진통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사설] 北, 신뢰 기반 쌓는다는 자세로 대화 임하라

    고위급 채널로는 만 6년 만인 남북 간 대화가 내일 서울에서 재개된다. 이명박 정부 5년을 건너뛰고 열리는 고위급 회담이라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본격 가동을 위한 첫발을 떼는 회담이라는 점에서 나라 안팎의 기대가 크다. 박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정상회담도 추진해야 한다는 섣부른 목소리까지 나오는 걸 보면 그만큼 남북 화해와 협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바람이 간절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불과 두 달 전까지 남한 사회를 집어삼킬 듯 으르렁대던 북한이고 보면 첫술로 배를 채울 수 없음은 자명한 이치일 것이다. 철야 논의 끝에 어제 새벽에 끝난 남북 간 실무접촉만 봐도 우리 앞에 놓인 험로를 짐작하게 한다. 책임 있는 논의를 위해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북한에서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수석대표로 참여하도록 하자는 우리 측 제의를 북은 거부했다. 한사코 상급 당국자(고위당국자)를 고집했다. 2007년 6월 21차를 끝으로 중단된 장관급 회담에서처럼 우리의 차관이나 차관급에 해당하는 인사를 회담 대표로 내세우려는 뜻이 아닌가 여겨진다. 회담의 격(格)을 낮추려는 의도인 셈이다. 북은 의제에 있어서도 ‘6·15공동선언과 7·4공동성명 기념행사 공동 개최’를 명시할 것을 주장해 포괄적 논의 대상에 담자는 우리 측과 맞섰다. 북측이 이들 행사에 얼마나 무게를 싣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수백의 한반도 깃발이 나부끼는 장면을 연출해 남북 간 화해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내보임으로써 북·미 대화의 물꼬를 터보려는 속내가 엿보인다. 그 과정에서 종북세력, 친북세력의 입지를 넓히고 남남 갈등을 확대시키려는 의도도 의심된다. 그러나 6·15선언의 경우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이라는, 이념적으로 찬반 논란이 뜨거운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신중히 접근할 사안이다. 용어에 대한 해석조차 정반대로 엇갈리는 당국 간 합의인 만큼, 북핵을 머리에 이고 있는 오늘 당장 풀어야 할 현안으로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종래의 남북장관급회담을 남북당국회담으로 바꾸는 데 우리 정부가 흔쾌히 동의한 것은 새로운 대화, 새로운 관계를 열어 가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북한 당국은 이를 잘 헤아리기 바란다. 목전의 유불리에 따라 판을 뒤엎는 행태를 거듭하며 까먹은 자신들의 신뢰를 스스로 높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 관광 재개가 첫걸음이 돼야 할 것이다. 개성공단이 지속가능한 남북 협력의 장이 되도록, 박왕자씨 피살과 같은 불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할 실질적 장치를 마련하는 회담이 돼야 하며, 이를 위해 북은 성의를 다해야 한다. 김양건 통전부장을 참여시켜 대화의 내실을 기해야 함 또한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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