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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현수 화려한 부활… 한국 ‘들러리’로 추락

    동계올림픽에서 19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던 한국 쇼트트랙이 추락하고 있다.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8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고 러시아 국가를 부르는 모습이 겹치는 상황이라 입맛은 더욱 쓰다. 금메달이 유력시되던 심석희(17·세화여고)는 지난 15일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1500m 결선에서 은메달에 그쳤다. 김아랑(19·전주제일고)은 결선에서, 맏언니 조해리(28·고양시청)는 준결선에서 반칙으로 실격 판정을 받았다. 남자 1000m에선 더 지독한 부진이 이어졌다. 1992년 알베르빌대회부터 다섯 차례나 정상에 올랐던 한국 선수들은 한 명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이한빈(성남시청)이 준결선 도중 반칙으로 실격하더니 신다운(서울시청)마저 결선 도중 다른 주로에 무리하게 끼어들어 실격 처리됐다. 레이스를 뜯어보면 이들의 기량이나 경기 운영 능력이 안현수와 중국, 네덜란드 등 경쟁자들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졌다. 3~4위권에서 따라가며 틈을 노리다 마지막에 1위 자리를 잡아채는 한국의 전통적인 전술이 다른 나라에 간파됐는데 이를 고집한 것도 몰락을 부채질했다. 한국의 메달 순위도 17일 0시 현재 17위로 처졌다. 남자 500m와 여자 1000m, 3000m계주에서 분발하면 금메달 둘 정도는 추가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메달 수가 적은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메달 농사가 흉작이라 순위를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안현수는 남자 1000m 결선에서 1분25초325로 생애 네 번째 금메달(동메달 2개)을 목에 걸어 2006년 토리노대회 3관왕(1000m, 1500m, 5000m계주)을 8년 만에 재현할 발판을 마련했다. 안현수의 활약은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부메랑이다. 연맹 홈페이지는 누리꾼들의 항의성 댓글 때문에 16일 밤까지 열리지 않았다. 연맹이 접속을 차단하기 위해 ‘내부 폭발’시켰다는 주장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파벌 싸움’에 대해 언급한 것이 오히려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현수는 시상식 직후 국내 취재진과 만나 “지금은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며 이중 삼중의 어려움에 처한 후배들을 감싸 안았다. ‘안현수 후폭풍’은 개인보다 국가를 위해 헌신할 것을 강요했고, 이를 숙명인 양 감내했던 한국 스포츠의 ‘내셔널리즘’이 전환점에 서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도 아주 신랄한 모습으로.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저자와 차 한잔] ‘사유와 매혹’ 펴낸 박홍순 씨

    [저자와 차 한잔] ‘사유와 매혹’ 펴낸 박홍순 씨

    지금 한국에는 인문학 열풍이 뜨겁다. 각급 도서관이며 지방자치단체와 학술단체, 기업체가 앞다퉈 마련하는 문화 강좌엔 인문학을 배우려는 수강생들로 넘쳐난다. 그런데 그 뜨거운 인문학 열풍의 한쪽에선 깊이 있는 공부가 아쉽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박홍순(51)씨는 그런 틈새에 일찍 눈뜬 인문학 전도사다. 웬만한 이라면 한번쯤 읽어 봤을 스테디셀러 ‘미술관 옆 인문학’ ‘히스토리아 대논쟁’ ‘맛있는 고전 읽기’의 저자다. 그가 8년간에 걸친 고생 끝에 역저 ‘사유와 매혹’(서해문집)의 저술을 마무리했다. ‘사유와 매혹’ 2편 출간에 맞춰 14일 그를 만났다.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어디서든 쉽게 느낄 수 있을 만큼 폭넓게 번지고 있어요. 그런데 그 갈증에 걸맞은 내용과 깊이가 모자라요. 대학 울타리 안에 머물고 있는 아카데믹한 인문학과 초보·입문에 머무는 얕은 맛보기의 양극화가 안타깝지요.” 그래서 이제 그 갈증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학계와 지식인들이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박씨는 먼저 말을 꺼냈다. 8년 만에 마침표를 찍은 그의 저술도 어찌 보면 그런 갈증을 해소하는 데 작은 보탬이 되려는 차원에서 시도한 결과물이다. 2002년 1편이 원시시대부터 중세까지의 철학사와 미술사를 접목한 것이라면 2편은 근대부터 현대까지의 천착이다. 864쪽의 방대한 분량이다. 웬만한 전문가라 해도 철학사나 미술사의 한쪽만 들춰내기도 버거울 듯한 분야다. 인류사에 큰 획을 그었던 철학 사조의 핵심을 관련 미술 작품을 붙여 이해를 돕는 친절한 가이드라고 할 수 있다. “인문학은 사람 삶의 근본적인 가치를 들여다보고 문제를 해결해 주는 지름길입니다. 깊이 있는 공부와 천착이라면 훨씬 더 실속 있는 지혜와 가치를 건져낼 수 있겠지요. 그런데 요즘 인문학 공부는 그렇지 못해요.” 그저 처세술과 화술 혹은 개인 차원의 치유 방편쯤으로 다뤄지는 어긋난 인문학 열기에 대한 지적이다. 그러면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어찌 보면 비전문가인 그가 어떻게 그 까다롭고 방대한 철학과 미술을 연결하게 됐을까. “원래 미대 지망생이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결국 생물학을 전공하게 됐어요. 학생운동과 시민사회운동을 하면서 인문사회과학 책들을 찾아 읽었고, 미술은 원래 관심 분야인 만큼 독학을 해 왔어요.” 철학사에 대한 통찰 없이 미술사를 이해할 수 없고 미술사를 알지 못하면 철학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이 어렵다고 한다. 이번 책을 내기 위해서도 지난 8년간 유럽 미술관을 샅샅이 훑어 작품들을 확인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통제와 억압으로 암울했던 시대와는 크게 다릅니다. 자유에 대한 갈증은 해소됐지만 정작 내용 면에선 바람직하지 못한 것 같아요. 자유로운 개개인이 문화적 동질감을 갖고 연대한다면 훨씬 더 성숙하고 발전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텐데….” 오랫동안 몸담아 왔던 문화운동에 대한 속 깊은 소견이다. “인문학이 현실 사회에서 동떨어진다면 화석화될 것이 뻔하지요. 당연히 인문학적 사고는 일상적인 사고와 행위를 지배하는 통념에 대한 도전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사람이 사는 데 있어서 경제적인 동기가 중요하지만 어찌 보면 문화적 동기도 그 못지않게 크게 작용한다. 지금 한창인 인문학 열기는 바로 그 문화적 동질감의 결속에 다름 아니라고 거듭 말한다. 그는 공무원, 교사 등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의와 공공도서관의 스타 강사로도 유명하다. 8년간 이번 책 작업을 진행하면서 너무 힘이 들어 ‘괜히 시작했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지만 책이 나오고 보니 보람이 크단다. 그 “미련한 고집”은 계속될 것 같다. ‘서양철학과 미술의 역사’ ‘동양철학과 미술의 역사’ ‘한국철학과 미술의 역사’ 연작을 70세까지 세상에 내는 게 소원이란다.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종교에 밀린 학교 교육

    종교인들로 구성된 충남 천안의 한 마을 학부모들이 종교 프로그램 참여를 이유로 자녀들을 장기간 등교시키지 않아 교육청 등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천안시 보산원초등학교는 13일 1주일간 무단 결석한 학생 19명을 광덕면에 통보했다. 전날 3명을 통보한 데 이어 두 번째다. 관할 면장이 교육청에 이를 재통보해 학부모에게 등교를 강권하고 경고하는 법적 절차다. 학생들은 지난 4일 개학날 3명을 시작으로 현재 이 학교 전교생 39명 중 28명이 등교를 거부하고 있다. 이현진 교감은 “등교 거부자는 모두 기독교계 G교회가 인근에 조성한 Y마을 학생들”이라며 “개학날 일부 학부모들이 찾아와 ‘마을에서 열리는 종교 프로그램에 아이들을 참여시키려고 하니 1년간 학교 교육을 유예해 달라고 요구한 뒤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 마을 중학생 5명도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Y마을은 1989년부터 형성돼 현재 주택 10개동과 종교시설 9개동에서 220여 가구 65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같은 종교를 믿는 주민들이 집단 거주하는 마을로 기초생활수급자와 자영업자, 회사원, 의사, 변호사 등이 뒤섞여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의 자녀 30명은 보산원초교, 10명은 광풍중학교를 다니고 있다. 등교 거부 후 학교 교직원들과 천안교육청은 물론 주변 마을 주민과 동창회가 설득작업에 나서고 있으나 14일 열리는 졸업식에 6학년생 5명만 보내겠다는 답변이어서 애를 태우고 있다. 학생의 안전을 위해 경찰까지 나서고 있다. 이 교감은 “Y마을 학부모들이 ‘내 자녀의 삶은 선교활동이다. 이를 위해 마을에서 대안교육을 시키겠다’고 고집한다”며 “전교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Y마을 학생의 장기 결석으로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다른 마을 학생 9명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초·중등교육법상 정당한 이유 없이 장기간 취학을 거부하면 1차 위반 30만원, 2차 위반 50만원, 3차 이상 위반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임수열 천안교육지원청 장학사는 “다음 달 새학기까지 이 사태가 계속되면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과태료로는 해결이 안 될 것 같아 검찰에 문의해 보니 무허가 대안학교 운영 시 3년 이하 징역형 등이 가능하다고 해 이 부분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 마을 G교회 관계자는 “우리 교회나 교주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이다. 부모들 차원에서 이뤄진 개인사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마을 학부모 대표는 “새학기에도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천안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공연리뷰] ‘은밀한 기쁨’ 무대 복귀한 추상미의 이사벨 너무 밋밋해

    [공연리뷰] ‘은밀한 기쁨’ 무대 복귀한 추상미의 이사벨 너무 밋밋해

    착한 사람을 과연 좋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타주의와 배려가 모든 이를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은밀한 욕망과 희열을 종교와 대의(大義)로 포장할 수 있을까, 혹은 그렇게 포장하고 있지는 않은가. 영국 극작가 데이비드 헤어(67)의 연극 ‘은밀한 기쁨’은 공연 내내 질문을 던진다. 1988년 영국 로열국립극장에서 초연한 꽤 오래전 작품이다. 하지만 자본을 추앙하고, 권력을 지향하며, 사랑을 갈망하는 군상은 달라진 게 없어 고스란히 오늘의 질문으로 남는다.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은밀한 기쁨’(연출 김광보)은 이런 다양한 군상을 통해 전통적 가치와 인간성의 붕괴, 자본주의의 파괴력을 이야기한다.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면서 소박하게 살고 싶었던 이사벨(추상미), 그의 언니이자 환경부 차관인 마리온(우현주), 마리온의 남편으로 성공한 기업가 톰(유연수)은 각자 자신이 추종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살아왔다. 일종의 도덕성과 원칙주의, 권력, 자본과 종교다. 아버지의 죽음은 여기에 변수를 안겼다. 아버지의 애인이자 알코올 중독자 캐서린(서정연)이다. 이 가족에게 짐이 될 게 뻔한 캐서린을 아버지에 대한 존중과 배려로 떠맡으면서 이사벨의 삶은 금이 가기 시작한다. 대립의 원인은 으레 힘, 돈, 욕심 등 부정을 야기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요상하게도 이 작품에서는 욕심 없고 원칙을 지키고자 한 이사벨이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듯 보인다. 회사를 위기로 내모는 사고뭉치 캐서린을 끝까지 감싸면서도 정작 자신에게 기대는 동업자이자 애인인 어윈(이명행)은 매몰차게 뿌리친다. 매우 도덕적이지만 상황에 따라 그 원칙을 포기하기도 한다.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다. 오히려 환경부 차관이면서도 환경단체를 경멸하는 마리온이나 기도 하나로 모든 잘못을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톰이 더 설득력 있다. 추상미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이사벨이) 이해되지 않았다”면서도 “삶의 존경, 존중을 고집이나 신념처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이 고집은 다소 밋밋하게 드러났다. 착하기만 한 사람이 결코 좋은 사람은 아니라는 결론을 주기에는 충분하다. 명확한 발음과 시원한 발성으로 연기하는 우현주와 이명행 때문에 추상미의 이사벨이 답답해져 버린 것일까. 삶의 문제든, 사람 문제든, 이 작품은 여러 질문을 던진다. 3월 2일까지. 3만 5000원. (02)3443-2327.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공기업 관행’ 깨는 수서발 KTX

    ‘공기업 관행’ 깨는 수서발 KTX

    2016년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수서발 KTX에 코레일과 달리 획기적인 경영 시스템이 도입된다. 국토교통부가 11일 내놓은 수서고속철도회사의 차별화 전략에 따르면 수서발 KTX는 공기업 경영의 낡은 관행을 깨는 대신 민간 경영기법을 적용한다. 이에 따라 현재 공기업이 시행하는 근무 연수에 따른 임금 상승 대신 성과에 따른 보상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직원들의 통상임금은 코레일보다 낮아지는 대신 직무·실적임금 비중은 높아진다. 인건비 비중도 확 낮춘다. 매출 대비 총 인건비 비중이 코레일은 절반에 가까운 49%에 이르지만 수서발 KTX는 매출액의 6% 이내로 관리된다. 근무체계도 크게 바뀐다. 코레일이 일률적으로 3조 2교대 형태의 비효율적인 인력 운용을 고집하는 것과 달리 수서발 KTX는 5조 2교대, 6조 3교대 등 탄력적인 근무체계를 도입한다. 인력은 적지만 업무량이 집중된 시간대에 집중 배치, 코레일(50%) 대비 실승무율을 6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노동생산성이 코레일 대비 최소 15% 이상 올라갈 것으로 국토부는 내다봤다. 비핵심 업무는 과감히 외주(아웃소싱)를 준다. 역무·매표·차량 관리 등의 업무도 직접 수행하지 않는다. 아울러 핵심 인력의 외부 채용을 늘려 공기업의 혁신을 불러오고 불합리한 관행을 끊기로 했다. 민간 경영기법을 과감히 도입한다는 얘기다. 조직도 가볍고 단순하게 꾸린다. 코레일이 7등급, 7직렬, 본부-실-처-부 체제인데 비해 수서발 KTX는 3급 이상 직급·직렬을 통합 운영한다. 조직도 본부-팀으로 꾸려 빠른 의사결정을 꾀하기로 했다. 서비스 역시 차별화된다. 현재 고속열차는 특실-일반실 2단계이지만 수서발 KTX는 서비스가 3~5단계로 이뤄진다. 외국처럼 다양한 요금 상품이 등장하는 것이다. 운임은 서울역 출발 대비 10% 낮게 책정한다는 방침을 오래전부터 세웠고, 예약시기·운행시간대별로 차별화된 요금을 적용하기로 했다. 국가 철도시설 부채를 줄이기 위해 영업수익의 50%를 선로 사용료로 낸다. 김복환 수서고속철도회사 사장은 “23일까지 회사 이름과 신규 투입하는 고속철도차량 이름을 공모하고, 고속철도 전문 운영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매 맞아야 사는 男’ 화제…연봉 무려 4000만원대

    ‘매 맞아야 사는 男’ 화제…연봉 무려 4000만원대

    길거리에서 매 맞아 가며 돈을 버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주먹이 운다’ 속 주인공과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남성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매 맞는 사업’을 꾸려나가는 주인공은 셰수이핑(48)씨. 셰씨는 무려 10년간 중국 전역의 길거리에서 매를 맞아가며 돈을 모았다. 처음에는 가족이 강하게 반대했지만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그는 직접 유명 호텔 레스토랑 등을 찾아다니며 ‘무대’를 구했고, 특별한 무대를 원하는 업체들 사이에서 그의 이름이 점차 알려졌다. 최근에는 출장을 요청하는 곳이 생겼을 정도다. 셰씨가 이 일을 처음 시작한 것은 10년 전인 2004년. 우연히 한 슈퍼마켓에서 연 행사 무대에서 “돈을 내면 날 때려도 좋다”며 사람들을 끌어 모았고, 사람들의 호응을 본 슈퍼마켓 측이 홍보를 위해 그에게 회당 50위안(약 9000원)의 출연료를 제안하면서 정식으로 매 맞는 일을 시작했다. 그가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날리는 ‘펀치’를 맞으면서도 용케 큰 상처를 입지 않는 비결은 ‘기공’에 있다. 셰씨는 “맞는 순간 온 몸의 기운을 배에 집중한다. 이것이 바로 내공이다. 나는 10살 때부터 할아버지에게서 기공을 운용하는 법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셰씨를 ‘때리는’ 값은 비교적 높은 편이다. 한번 무대에 오르는 시간은 20분이며, 행사 규모 및 장소에 따라 수 백 위안에서 많게는 2000위안(약 36만원)까지 받는다. 현재 매월 수입은 2만 위안(약 360만원)에 달할 정도다. 어느새 매 맞는 일로 생계를 꾸리게 된 그는 “가족들이 반대해도 꿋꿋하게 이 일을 해나갈 생각”이라면서 “작은 소망이 있다면 내년에는 미국에서 공연을 펼치는 것”이라고 전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개학 전·후 학교 가기 싫다는 아이 ‘새학기 증후군’ 의심을

    개학 전·후 학교 가기 싫다는 아이 ‘새학기 증후군’ 의심을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되는 딸을 둔 김혜정(45)씨는 요즘 아이의 등교 시간마다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개학하기 일주일 전부터 “학교 가기 싫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아이가 개학한 뒤 아침마다 극심한 복통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과에도 데려가 봤지만 소화기에는 이상이 없었다. 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금세 멀쩡해졌다. 꾀병이 아니냐며 무작정 다그치기에는 아이의 상태가 너무 심각해 보였다. 김씨의 딸은 마지막으로 찾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개학으로 인한 스트레스성 복통과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김씨의 딸처럼 심한 경우는 아니더라도 아이들은 대부분 다시 시작된 학교생활에 대한 걱정으로 크고 작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학업에 대한 부담이 클수록, 학교 친구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을수록, 그래서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일수록 스트레스의 강도가 세다. 특히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면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부담감과 이로 인한 스트레스성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학생들이 많다. 이른바 ‘새 학기 증후군’이다. 직장인들도 휴식 이후 다시 돌아온 일상에 대한 우울함으로 ‘월요병’이나 ‘휴가 후유증’을 겪는데, 한 달 이상 긴 방학을 보낸 아이들이 갑자기 등교를 하게 됐을 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만약 내 아이가 부쩍 불안해 하거나 표정이 어둡고 복통, 두통 등을 호소하면 새 학기 증후군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증세는 연령별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학교생활이 두렵고 낯선 예비 초등학생들은 불안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평소 부모와 떨어져 자던 아이가 부모와 함께 자겠다고 고집을 부리거나 부모와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며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한 달 이상 떼를 쓰면 아동분리불안장애로 볼 수 있다. 이럴 때는 억지로 떼어놓거나 야단을 치기보다 아이의 불안증세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관찰하고 어루만져줘야 한다. 중·고등학생들은 개학에 따른 스트레스가 주로 신체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의정 교수는 “아침만 되면 배나 머리가 아파 등교를 못하겠다는 중·고등학생 환자들이 많다. 배가 좀 아프다는 정도가 아니라 복통으로 데굴데굴 구를 정도”라면서 “인터뷰를 해 보면 주로 또래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같은 반 학생들로부터 따돌림이나 괴롭힘을 당하거나 아예 소외됐다면 개학 후 학교 가는 것 자체가 곤욕이다. 특히 새 학기에는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까지 맞물려 증상이 보다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방학 내내 집에서 평화롭게 지냈던 아이로서는 갑자기 전쟁터로 내몰리는 기분이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새 학기 증후군은 주로 초등학생들이나 처음 어린이집에 가는 미취학 아동들에게 자주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학교에서의 따돌림, 폭력 등이 많이 발생하면서 개학을 전후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중·고등학생들이 늘고 있다. 개학 후 아이가 혼자 있고 싶어하고 부모와 대화하기를 꺼리거나 말수가 줄어들면 학교생활로 인해 정서적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또 평소보다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멍하게 있을 때가 많고 표정이 어두우면 우울증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복통 등이 있다면 병원의 해당 과를 찾아 신체질환이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하지만 검사를 해도 이상 소견이 없으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게 좋다. 심한 경우 입원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김 교수는 “엄마 아빠가 모르는 내면의 스트레스, 고민, 정신병리(우울·불안)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이가 ‘학교 가기 싫어요’라고 말했을 때 그냥 공부하기 싫어서 투정을 부리는 것으로 여기고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김용판 무죄’ 후폭풍… 얼어붙는 2월 국회

    ‘김용판 무죄’ 후폭풍… 얼어붙는 2월 국회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1심 무죄 판결에 대한 야권의 반발로 2월 국회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민주당은 6·4 지방선거를 겨냥해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을 이슈화하면서 특검 카드를 활용한 총력전을 벌일 태세다. 2월 국회에서 특검과 의사일정을 연계해 보이콧을 행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서남수 교육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제출 등 개각 압박까지 더했다. 문병호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9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여야 대표 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새누리당이 특검의 시기와 방법을 논의하는 회담에 응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이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강력한 투쟁과 함께 국회 의사 일정과 관련해 강력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대정부 질문에서 김 전 청장 무죄 판결을 집중 비판할 계획이다. 당 지도부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김 전 청장 무죄 판결에 대한 당의 대응 방안과 2월 임시국회 전략 등을 논의했다. 10일에는 지난해 특검 법안을 공동 발의한 정의당, 안철수 무소속 의원 측, 종교·시민단체 인사 등 ‘연석회의’ 멤버들과 대책 모임을 갖고 공조 방안을 모색한다. 최재성 의원 등이 주도하는 ‘혁신모임’(가칭)과 김기식 의원 등 초·재선 의원 20여명이 참여하는 ‘미래모임’(가칭) 역시 지도부에 강력한 투쟁을 주문할 방침이다. 하지만 특검을 도입할 묘수가 없다는 점이 당의 고민이다. 2월 국회에서 무작정 투쟁 강도를 높이는 데는 부담도 따른다. 최재천 전략홍보본부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말 국회에서 민주당이 가시적 성과를 낸 뒤 지지율이 오른 만큼 2월 국회에서 대여 투쟁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당내 강경파와의 노선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며 반격에 나섰다. 특검 주장을 ‘대선불복’의 연장론으로 몰아붙이는 동시에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연대 움직임에 대해선 ‘민주당 2중대’로 규정하며 비판했다. 민주당이 꺼낸 ‘국회 파행’ 가능성에 대해서는 ‘민생’ 방패를 꺼냈다. 민현주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틈만 나면 야권연대를 도모하려는 민주당이 이 기회에 특검을 핑계로 안철수 신당 비위 맞추기에 나서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대출 대변인 역시 “야권연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언급 등을 거론하면서 “이런 다짐이 국익과 민생을 위한 선거연대라는 변종으로 바뀌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꼬집었다. 새누리당은 기초연금,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관련 재발방지 입법 등 주요 법안 처리에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지만, 민주당의 강경 투쟁 예고로 법안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2014 공직열전] 법제처(하)

    [2014 공직열전] 법제처(하)

    법제처 직원 10명 가운데 6명은 행시 출신이거나 변호사, 박사다. 전체 182명 가운데 52%가 행시 출신이다. 10%가 변호사 또는 박사다. 법제처에만 있는 ‘법제관’이란 과장 직위도 전문성 높은 부처의 특징을 보여 준다. 각 부처에서 입안한 법령을 심사하고, 소관 부처에서 미처 생각해 내지 못한 법리 문제를 콕콕 집어 낸다. ‘법적 안정성과 적정성’을 진단하고 조정하는 ‘수문장’들이다. 법제관실 앞 표지판이 그 방 주인 이름을 딴 ‘아무개 법제관실’로 돼 있는 것도 그만큼 법제관의 자부심과 책임감이 크고, 무겁다는 것을 보여 준다. 법령해석과장 또한 법제처의 전통적인 과장 보직이다. 모호하거나 부처 간 충돌이 생긴 법령에 대해 유권 해석을 내린다. 정부 전체의 입법 계획이 중요해지면서 정부 입법 전체를 기획·조정하는 법제정책총괄담당관, 법령정비담당관 등의 과장 자리도 부상 중이다. 정부 정책과 과제를 법에 담고, 법제화를 진행하는 이들 자리에는 기획통들이 배치됐다. 백문흠 기획재정담당관은 공무원 조직·인사 문제를 5년 가까이 맡아 왔다. 정부조직법과 부수 법령을 고쳐 새 정부의 조직 기틀 마련에 일조했다. 최영찬 법제관은 산업통상, 국토교통, 고용노동 분야를 두루 거쳤다. 빠르고 예리한 심사에 논리적이고 설득력도 뛰어나며 조직 위아래 신임도 두텁다. 경제자유구역법을 심사하며 산업부의 지방권한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이상훈 법령정비담당관은 민법, 형법 등 기본법의 한글화 작업과 국민 및 기업에 불편을 주는 법령 정비 업무를 맡고 있다. 행정심판 및 법령해석 업무를 오래 맡아 ‘법령 집행 현장’에 밝다. 정세희 법제관은 한·콜롬비아 및 한·터키 자유무역협정(FTA) 등 주요 조약을 두루 심사하고, 조약 심사 기준을 마련한 조약 전문가다. 지난해 11월 국정감사 때 “조달 협정에서 국회 동의는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야당 의원들의 질타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설득해 내는 강단을 과시했다. 채향석 법제관은 토지, 주택, 건설 분야를 맡고 있는 ‘토지법제’ 전문가다. 현장을 중시하고, 포용력 있는 성격으로 상하 직원 사이에 평가가 높다. 국민불편법령개폐팀장으로 국민행복법령 사업의 밑그림을 그렸다. 고낙훈 법제관은 안행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의 법령을 두루 심사해 온 베테랑. 인사 업무를 오래 담당하면서 인사 현안을 매끄럽게 풀어냈다는 평도 받았다. 농림부를 담당하는 김은영 법제관은 법령총괄서기관 시절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사업’을 담당하며 정비 기준을 만들었다. 법리 논쟁을 통한 상대방 설득에 달인 수준이란 평이다. 박영태 법령해석총괄과장은 법제심사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법령 해석의 만족도를 높였다. 남창국 법제관은 법제교육센터 설립을 추진해 효율적인 법제 교육의 틀을 마련하는 데 일조했다. 밤을 새워 법안 심사를 마친 뒤 해외 출장길에 오를 정도로 업무 열정이 강하다. 안건을 놓고 물러서지 않는 고집도 유명하다. 박영욱 자치법제지원과장은 자치 법제에 이해가 깊은 자치 법규 전문가. 제주도 법제자문관으로 2년여 동안 통합조례안 심사와 법령 자문을 수행했다. ‘사례로 보는 조례의 이해’, ‘쟁점으로 보는 제주특별자치도법’이란 책도 썼다. 양미향 대변인은 법제처에 입성한 첫 여성 고시 합격자다. 법령정보과장 등을 맡으며 국가법령정보 데이터베이스(DB) 통합 구축의 속도를 높이는 등 법령정보 제공 시스템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부드럽지만 넘치는 에너지에 꼼꼼하며 책임감도 강하다. “여성 과장을 배출시켜라”라는 기관장 지시로 승진 대상에 오르자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다”며 여러 차례 승진을 고사한 일화도 있다. 안상현(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 행정관)·방극봉(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입법관) 등 쟁쟁한 전임자들에 이어 대변인을 맡아 법제처의 입으로 법과 국민 사이에서 든든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이 주일의 어린이 책] 선생님과 함께 떠나는 ‘꿈을 이루는 여행’

    [이 주일의 어린이 책] 선생님과 함께 떠나는 ‘꿈을 이루는 여행’

    꿈 성장판이 열렸어요/최영미 지음/유수정 그림/고래가숨쉬는도서관/40쪽/1만 2000원 여행 계획을 짜는 데 도화지가 필요하다고? ‘특별한 여행 계획’을 짜겠다며 도화지를 준비해 오라는 선생님의 말에 연수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뭔가 비밀이 숨어 있는 것 같다. 여행 갈 생각에 들떠 저마다 책상에 하얀 도화지를 펼쳐 놓고 선생님만 바라보는 아이들. 선생님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1등을 발표하는 사회자처럼 괜히 뜸을 들이신다. “음… 우리가 이번에 할 여행은 말이지…. 꿈을 이루는 여행이야, 꿈 여행.” 실망한 아이들의 볼멘소리가 쏟아지지만 선생님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투덜대던 것도 잠시, 아이들의 머릿속엔 저마다 다채로운 미래가 펼쳐진다. 이윽고 선생님이 도화지를 주문하신 이유도 밝혀진다. 한 장의 도화지는 ‘나만의 생활 계획표’, 나머지 한 장은 ‘스스로 점수 주기’ 표로 꾸미라는 것.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할 일을 정하고 매일매일 그것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연수의 머릿속에 훌쩍 자란 자신의 키를 보고 “키를 자라게 해주는 신비한 문, 성장판이 열렸기 때문”이라던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스친다. “선생님, 그러면 이건 꿈을 자라게 하는 성장판이에요?” “우와! 연수 진짜 똑똑하구나. 성장판은 키를 크게 하고, 이건 꿈이 자라게 하는 거니까 꿈 성장판 맞네.” 키 성장판은 의식하지 않아도 누구에게나 열리는 문이지만, ‘꿈 성장판’은 스스로의 의지로 활짝 열 수도, 평생 고집스럽게 닫을 수도 있는 문이다. 하루하루 살뜰한 실천이, 오늘 못하면 내일 잘하면 된다는 긍정의 마음이 미래를 여는 열쇠임을 동화는 친근한 교실 속 풍경을 끌어와 일러준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열린세상] 한류의 장수비결, 상대존중 실천이 관건/김용환 서울대 초빙교수·전 문화관광부 차관

    [열린세상] 한류의 장수비결, 상대존중 실천이 관건/김용환 서울대 초빙교수·전 문화관광부 차관

    한류는 여전히 안녕하다니 안심이다. ‘한류수지’로 일컫는 문화·오락 관련 서비스 국제수지가 재작년에 이어 작년에도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세계의 한류 팬이 급격히 늘어 작년에 10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아시아를 넘어 중동, 중남미로 한류가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은 이제 뉴스거리도 아니다. K드라마, K팝에 이어 한식, 한복, 한옥, K뮤지컬, 심지어는 경제한류, 건설한류를 이야기한다. 한류 덕분으로 한국 제품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국가 이미지도 좋아졌다니 잠시나마 문화행정에 몸담았던 필자로서는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류의 앞날에 걱정이 앞선다. 한류의 시발점인 우리 대중문화에 대한 성적 코드, 상업주의, 소비문화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일본, 중국, 대만으로 한 현지 조사결과 한류가 5년 이내 끝날 것이라는 응답자가 80%에 이른다고 한다. 일본, 중국을 중심으로 반한(反韓)내지 혐한(嫌韓) 기류도 심상찮다. 최근의 동북아정세는 이런 분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그렇다면 반한 기류를 극복하고, 한때 중국을 지배했던 만류(滿流)나 20세기 후반부를 구가했던 J팝, 홍콩영화의 전철을 밟지 않는 길은 무엇일까. 많은 과제가 있겠으나 필자는 문화의 본질인 상대방 문화에 대한 존중을 실천하는 것이 관건이라 생각한다. 문화는 자존심이다. 자국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외국문화를 받아들이고 즐기는 것은 정서적으로 용인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근세 문화제국주의의 피해와 고통을 그 어떤 나라보다도 뼈저리게 경험했다. 그렇기에 세계인들은 한국만큼은 자국문화에 대한 우월의식으로 이웃문화를 경시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세계인들이 우리 문화를 거리낌없이 받아들이고 즐기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그동안 우리는 우리 것만 고집하는 일방적 한류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상대방 문화를 경시하지 않는 소극적 수준에서 인식되고 있다. 필자는 보다 적극적인 쌍방향 소통을 위해 문화행정에 대해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해외문화원의 업무를 한국문화 홍보에서 현지 문화와의 쌍방향 소통 창구로 전환한다. 현재 해외문화원은 우리 문화의 현지 홍보를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한류 창출 효과는 미지수다. 해외문화원을 찾는 대부분의 현지인들은 우리 문화를 이미 접해 보았던 분들이다. 한국문화에 접하지 못하거나 잘알지 못하는 현지인들을 한류로 유입하기 위해서는 현지문화와 한국문화를 패키지로 묶어 자신들의 현지문화를 즐기면서 한류를 접하고 이해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둘째, 정부중심의 한류외교를 민간중심으로 전환한다. 현재 정부형태로 세계 각지에 설치돼 있는 26개의 해외문화원을 민간법인으로 전환하여 정부의 문화간섭 우려를 줄이고, 민간부문의 창의성과 융합성이 확대되도록 한다. 공공문화외교도 민간중심으로 추진하면서 현지문화와의 연계 등을 통해 한류의 현지화를 간접 지원한다. 셋째, 다문화가정을 포함한 우리 사회의 다문화 추세를 한류의 추동력으로 활용한다. 한류가 세계인의 사랑을 지속적으로 받으려면 독창성과 함께 서로 다른 정서를 메워 줄 수 있는 보편성이 필요하다. 우리의 다문화자산을 한류라는 문화의 용광로에서 녹여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에너지의 보고이자 문화의 보편성을 검증하는 자산으로 만든다. 넷째, 각종 문화단체 및 기구에 외국인들의 참여를 확대한다. 아시아문화전당 등 문화교류 기관의 이사회 구성 등에 현지인 참여를 확대하여 자연스럽게 우리 문화를 알리고, 현지와의 국제교류를 강화해 나간다. 이를 통해 우리 문화의 보편성도 보강해 나간다. 지속 가능한 한류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문화를 아끼고 사랑하듯 이웃 문화를 배려하는 우리들의 크고 작은 실천이 모여진다면 우리 문화는 한류를 넘어 세계인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글로벌 한류가 되리라 기대한다.
  • [구본영 칼럼] 햇볕, 선의만 살리고 도그마는 장송하라

    [구본영 칼럼] 햇볕, 선의만 살리고 도그마는 장송하라

    요즘 ‘통일 대박론’이 세간의 화두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회견에서 언급한 ‘대박’이라는 속된 표현이 귀에 거슬린다는 축도 있지만. 하지만 통일에 냉담했던 이들의 가슴에 그 열망의 불씨를 되살렸다면 그 자체는 반길 일일 게다. 어차피 우리네 삶도 박인환의 시구처럼 “거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그러나 당위 아닌 현실에서 통일은 아직 멀어만 보인다. 통일 열차를 앞에서 견인해야 할 정부나 정치권의 누구도 통일로 가는 구체적 로드맵은 내놓지 못한 채 비생산적 논쟁만 무성한 형편 아닌가. ‘신햇볕정책론’을 놓고 벌이는 민주당 내의 갑론을박은 그래서 공허하다. 김한길 대표가 신년 회견에서 햇볕정책 수정을 거론하면서 민주당은 벌집을 건드린 분위기다. 김 대표로선 장성택 처형 이후 김정은 체제의 잔혹성이 부각되면서 요동치는 민심을 의식해 빼든 대북 정책 리모델링 카드였을 법하다. 하지만 옛 동교동계와 친노그룹 일각에서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햇볕정책 때문에 북이 핵을 개발했는가”(박지원 의원)라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하긴 민주당의 대북 정책 수정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당시 손학규 대표도 “햇볕정책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다”고 운을 뗐다. 참여정부 때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자 노무현 대통령조차 “대북 포용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두 차례 모두 교조적 좌파로부터 십자포화를 받았음은 물론이다. 물론 햇볕정책이 때로는 북한의 호전성을 줄이는 순기능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북한 세습체제에 내재된 폭압성을 항구적으로 없애는 백신은 결코 아니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두 차례나 남북 정상회담을 갖고 70억 달러로 추정되는 대북 지원을 했다. 그러나 그렇게 햇볕을 쪼인 대가가 북한의 거듭된 핵·미사일 실험과 서해 군사도발 등 대남 협박이었다면 허망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사실 햇볕정책(Sunshine policy)은 처음부터 대북 포용정책을 대체하는 용어로선 정합성이 없다는 지적도 많았다.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것은 강풍이 아니라 따뜻한 햇볕”이란 우화를 원용한 비유는 그럴싸했지만, 비유가 언제나 금과옥조일 순 없는 노릇 아닌가. 햇볕을 쪼여도 옷을 벗긴커녕 민족의 공멸을 부를 핵·미사일이라는 ‘자살 조끼’를 껴입고 있는 특이 체질이 세습정권의 본질이라면 더욱 그렇다. 햇볕일변도론자들은 서독의 동방정책을 예로 들며 아낌없는 대북 지원의 당위성만 강조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반만 맞고 나머지는 틀린 전제에서 출발한다. 무엇보다 동독은 북한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동독정권은 적어도 북한처럼 근 70년에 걸친 3대 세습과 우상화 놀음이라는 원죄가 없었다. 그런 만큼 개방에 대한 알레르기도 적었다. 동독정권이 서독의 마르크화를 받고 이산가족의 상호방문을 꾸준히 허용한 배경이다. 역대 서독 정부도 햇볕일변도 정책이 아니라 때로는 상호주의정책을 가미해 동독정권을 압박했다. 경제 지원의 대가로 3만 4000명에 이르는 동독의 정치범을 데려오고, 심지어 원조중단을 지렛대로 동독주민이 서독 TV를 시청하도록 했다. 북한은 어떤가. 개성공단 업그레이드의 대전제인 ‘3통’(통행·통신·통관) 합의조차 결단하지 못하는 처지가 아닌가. 남북 주민의 접촉면을 최소화하는 ‘철조망 개방’을 고집하는 건 ‘지상락원’이라는 세습체제의 허구가 백일하에 드러날까 두려운 탓이다. 북한의 대남 도발로 남측으로부터 경제지원이 끊겼을 때 외려 ‘북한판 시장경제’인 장마당이 번성하고 있는 것도 퍽 역설적이다. 저간의 사정이 이렇다면 대북 포용정책이든 상호주의든 그 자체가 문제일 리는 만무하다. 정작 사망진단서를 끊어야 할 대상은 오로지 햇볕만 쬐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는 도그마나, 정반대로 유연하지 못한 상호주의만 고집하는 경직된 사고일 것이다. kby7@seoul.co.kr
  • “15년 亞 오지 돌며 말로 할 수 없는 진실 담았죠”

    “15년 亞 오지 돌며 말로 할 수 없는 진실 담았죠”

    “산간 오지의 어느 마을에서든 아이들은 축구를 좋아합디다. 동네 어귀에서 한바탕 아이들과 어울려 땀 흘리다 폭격이 쏟아지면 잠시 몸을 피해 다시 공을 찹니다. 그러다 평온을 되찾으면 어머니들이 전통차를 내와 대접하더군요. 하루에 차를 20잔 넘게 마시기도 했어요. 그렇게 마을 사람들과 마음을 텄죠.” 100만부 넘게 팔린 시집 ‘노동의 새벽’(1984년). 그 시집을 통해 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상징으로 떠올랐던 박노해(57·본명 박기평) 시인이 지난 15년간의 아시아 오지 유랑을 정리하는 사진전을 연다. 27세에 첫 시집을 출간한 뒤 딱 30년 만이다. 4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시인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진실을 담는 데 사진만큼 좋은 장치가 없다”며 말문을 열었다. 5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이어지는 사진전 ‘다른 길’(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은 시인에게 세 번째 사진 전시회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수감 생활을 했던 그는 자유의 몸이 된 뒤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스스로 잊혀지는 길을 택했다. 그리고 낡은 카메라와 만년필 한 자루를 들고 15년간 오지를 누볐다. 2010년에는 아프리카·중동·중남미 등 빈곤과 분쟁에 찌든 지역을 돌며 찍은 사진으로 두 차례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지난 15년간 지상에서 가장 멀고 높은 마을과 그곳 사람들 속을 걸었어요. 지도에도 없는 곳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길을 잃어버리곤 했지만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지도였고 길라잡이였습니다. 그들은 눈부시게 진보하는 세계와 멀리 떨어져 눈에 띄지도 않는 험난한 곳에서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의식하지도 않고 인정받으려 하지도 않았죠. 오직 한 뼘의 가파른 땅을 일구는 개척자였습니다.” 항아리를 이고 가파른 산동네를 사뿐사뿐 오르는 인도 여인, 라오스 깊은 산속에서 만난 맑은 눈망울의 어린이들 모습을 렌즈에 담았다. 줌렌즈가 없는 흑백 카메라를 고집하는 것도 그 땅의 사람들과 혼연일체가 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찍어 모은 사진은 7만여장. 이번 전시에는 그중 120점을 내놨다. 시인은 요즘 인간성 회복 운동에 천착하고 있다. “지금은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지만 가장 인간성이 쇠약해진 시대, 나 자신과 가장 멀어진 시대”라며 “그 순환과 순수, 순명을 히말라야 인근의 아시아 땅에서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쪽에선 변절자라 하고, 또 한쪽에선 여전히 빨갱이라 손가락질한다. 실패투성이 인간이고 앞으로도 패배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겠지만 인생에서 진정한 나를 찾아 살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정의하는 단 하나의 실패”라고 강조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다국적제약사들 “시장형 실거래가제 위법 소지”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회장 김진호)는 5일 “보건복지부가 재시행한 시장형 실거래가제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시장형 실거래가제는 병원 등이 의약품을 싸게 사면 정부가 보험 재정으로 상한금액과 구매금액 간 차액의 70%를 해당 기관에 환급해주는 제도로, 2010년 도입됐다가 2012년 약값 일괄 인하조치로 일시 중단됐으나 이달부터 다시 시행됐다.    협회는 법률 자문단의 검토를 거쳐 확정한 발표문을 통해, 의료기관이 미리 할인폭을 정해 그 가격에 약제를 공급하도록 요구하거나 할인폭을 정하기 위해 가견적을 요구하는 행위, 또 원내 처방코드에 의약품을 올려주는 조건으로 낮은 가격에 공급하도록 요구하는 행위 등은 의료기관이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제약회사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거래조건을 사실상 강요한다는 측면에서 ‘거래상지위남용행위’ 중 ‘불이익제공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또 이같은 의료기관의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경우 해당 의약품의 코드를 삭제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이 금지하고 있는 거래상지위남용행위를 위한 수단으로, 불리한 거래조건을 강요하는 것이므로 ‘부당한 거래거절행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 일부 의료기관은 저가 공급받은 의약품을 환자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므로 공정거래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이 경우 원외 의약품 구매자가 원내 환자의 약제비를 부담하게 돼 약제 소비자 간의 형평성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면서 “의약품의 효과와 안전성에 관계 없이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는 의약품은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어 결과적으로 환자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게 된다”고 주장했다.    협회 관계자는 “환자∙시민단체와 국회, 제약∙도매업계 등이 시장형 실거래가제의 재시행을 반대하는데도 복지부만 인센티브 제공을 고집하고 있다”면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한 협의체에서도 복지부는 제도 시행에 따른 기초자료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협회는 이같은 법률 검토 의견에 제시됨에 따라 보건복지부에 제도 개선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캐릭터 확~ 살리니, 드라마 확~ 살았네

    캐릭터 확~ 살리니, 드라마 확~ 살았네

    혁명가이자 사상가인 정도전은 정치적 신념은 올곧지만 고집이 세고 타협을 모른다. 훗날 조선을 건국하는 이성계는 변방의 ‘촌뜨기’라는 시선을 받고, 최영은 강직하지만 정치적 수완은 떨어진다. 오히려 간신인 이인임이 탁월한 정치력과 카리스마로 시선을 끌어당긴다. KBS 대하사극 ‘정도전’은 그간 사극에서 봐 왔던 인물들의 익숙한 모습 외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다소 뜻밖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인물들의 캐릭터는 ‘영웅이 아닌 인간의 고뇌를 그린다’는 제작진의 의도가 담긴 장치다. 정통사극으로서의 묵직함을 바탕으로 선전하고 있는 ‘정도전’은 역사 속 인물에 대한 호기심이 또 다른 재미를 안기고 있다. 극 초반의 정도전(조재현)은 미숙한 열혈청년으로 묘사된다. 그의 민본애민 철학은 왕의 마음도 움직일 정도이지만 그 철학을 펴는 데 필요한 융통성이나 정치력은 부족하다.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는 데 앞뒤 가리지 않아 회의 중인 도당에 쳐들어가기도 하고, 왕이 있는 편전 밖에서 큰소리치는 무례도 범한다. 의욕만 앞선 행동으로 위기에 놓일 때도 많다. 명나라 사신들을 꾸짖다 옥고를 치르고, 유배지를 무단 이탈했다 그를 감시하는 주민들이 고초를 겪기도 했다. 과거 ‘용의 눈물’(1996)에서 고 김흥기가 연기한 정도전의 카리스마를 기억하는 시청자들은 ‘애송이’ 같은 정도전의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상만 좇다가 일을 그르치는 모습은 혁명가이자 사상가로서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 또한 그의 눈빛과 목소리는 끓어오르는 혈기를 주체할 줄 모르는 듯 불안정해 보인다. 심지어 일부 시청자들은 “연극 발성을 보는 듯하다”면서 연기파 배우로 꼽히는 조재현의 연기력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성계(유동근)와 최영(서인석)도 묵직하고 올곧은 장수가 아니다. 첫 등장부터 함경도 사투리를 쓰면서 화제가 된 그는 잔뼈 굵은 장수의 이면에 변방의 ‘촌뜨기’로서의 설움을 드러낸다. 개경의 권문세가로부터 비아냥과 괄시를 받아야 했고 자신이 고려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최영은 어린 우왕과 첫 대면한 자리에서 그를 윽박지를 정도로 불같은 성격으로 그려진다. 무공은 뛰어나지만 정치인으로서의 경륜은 떨어져 이인임(박영규)에게 이용당하기도 한다. 굵직한 대하사극의 주인공으로서는 어딘가 부족한 부분이 많은 이들 캐릭터는 ‘정도전’을 기존의 영웅 사극과 차별화하는 지점이라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실제로도 정도전은 타협할 줄 모르는데다 성급하고 덜렁대는 성격이었다고 전해지고, 이성계는 변방의 무장으로 권문세족의 틈에서 입지를 다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김형일 CP는 “영웅 사극은 인물들을 완벽한 위인으로 그리는 경향이 있는데, ‘정도전’은 이들도 현재를 사는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고민을 했다는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했다”면서 “평범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영웅화된 인물들을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반면 권문세족으로 실권을 장악한 간신 이인임은 초반 ‘정도전’에서 가장 두드러진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그는 자신의 입지를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인이지만, 한 수를 먼저 내다보고 움직이는 혜안과 정적을 쥐락펴락하는 노련함을 갖췄다. 북원과의 화친을 주장하면서도 북원과 명 사이에서의 ‘균형추’ 이론을 제시해 나라를 위한 나름의 고뇌가 있는 인물로도 비쳐진다. 김 CP는 “현실을 바꾸려는 주인공이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악역이 설득력 있게 그려져야 한다”면서 “이인임은 이 드라마에서 공력을 가장 많이 쏟은 캐릭터”라고 말했다. 방영 전부터 사건이 아닌 인물 중심 사극임을 공언한 ‘정도전’은 주인공 정도전의 삶과 고뇌를 중심으로 인물들의 내면과 변화를 그리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김 CP는 “처음에는 영글지 않은 인물인 정도전이 좌절을 겪으며 성장한다”면서 “무(武)를 갖춘 이성계와 문(文)을 갖춘 정도전이 만나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힘을 합치는 데서부터 이야기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버거킹, 웬디스에 맥못추는 맥도날드

    버거킹, 웬디스에 맥못추는 맥도날드

    햄버거의 대명사 맥도날드가 실적 하락으로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CNN머니의 칼럼니스트 폴 라 모니카는 28일(현지시간) ‘맥도날드의 운명인가’라는 칼럼에서 맥도날드가 2, 3위 패스트푸드 체인과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맥도날드는 지난 24일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4분기 순이익은 14억 달러로 1년 전 순익과 비슷했다. 매출은 소폭 증가했지만 전문가 기대치보다 떨어졌다. 지난해 주가 상승률은 버거킹, 웬디스 등 경쟁 업체의 절반에 못 미쳤다. 모니카는 “(돈 톰프슨) 최고경영자는 지난해 실적에 대해 ‘적절한 수준’이라고 20번이나 되풀이했지만 그 말은 결국 걱정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맥도날드의 위기는 메뉴 때문이라고 칼럼은 지적했다. 닭 날개 튀김인 ‘마이티 윙’을 내놨지만 인기를 끌지 못했다. 반면 미국 내 2위 햄버거 업체인 웬디스는 ‘프레츨 베이컨 치즈버거’로 큰 성공을 거뒀고 3위 버거킹은 칼로리와 지방을 줄인 메뉴를 내놨다. 비대해진 규모도 문제다. 맥도날드는 전 세계에 3만 5000개 매장을 소유하고 있다. 버거킹(1만 3000개), 웬디스(6500개)를 합쳐도 절반에 불과하다. 마찬가지로 큰 규모의 패스트푸드 체인인 얌은 KFC, 피자헛, 타코벨 등의 다양한 브랜드를 운용하지만 맥도날드는 단일 브랜드만 고집한다. 금융데이터 분석 업체인 팩트셋 리서치시스템스는 맥도날드의 수익이 앞으로 몇년간 연 8%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버거킹은 16%, 웬디스는 25%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맥도날드는 군소 브랜드와도 경쟁해야 한다. 베이커리 카페 파네라, 버팔로 와일드 윙스, 파이브 가이스 버거, 캘리포니아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인앤아웃 버거 등도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설연휴 TV 한마당] ‘응사’ 몰아 보고 ‘해품달’ 다시 보고… 지상파·케이블 히트작 따라잡기

    [설연휴 TV 한마당] ‘응사’ 몰아 보고 ‘해품달’ 다시 보고… 지상파·케이블 히트작 따라잡기

    이번 설에는 인기 드라마들을 한 번에 ‘몰아 보기’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마련됐다. 바쁜 일상 속에 미처 챙겨 보지 못했던 화제작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새로 선보이는 단막극도 끼어 있다. SBS는 설날특집극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1일과 2일 밤 8시 45분에 방송한다. 죽음과 이별을 눈앞에 둔 부부가 인생을 함께 마무리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중견배우 이덕화와 김해숙이 부부로 호흡을 맞춘다. 시인 신재(이덕화)는 고집불통에 까칠한 성격에다 운전도, 컴퓨터도 할 줄 모른다. 그를 40년 동안 뒷바라지해 온 건 아내 윤금(김해숙)이었다. 그러나 윤금은 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자신의 죽음보다 홀로 남을 남편 걱정에 마음이 무거운 윤금은 남편을 위한 깜짝 프로젝트를 구상한다. 케이블채널에서는 이미 종영했거나 방영 중인 인기 드라마들을 대거 편성했다. 드라마 전문채널 KBS Drama는 시청률 40%를 돌파한 주말연속극 ‘왕가네 식구들’을 30일과 31일 오전 8시에 각각 4회씩 총 8편을 방송한다. 또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감격시대’와 로맨틱 코미디 ‘총리와 나’를 30일과 31일 오후 6시 30분 4회씩 연속 방영한다. 여성채널 KBS W에서는 지난해 방영된 메디컬드라마 ‘굿 닥터’ 20회 전편을 방송한다. 30일부터 2월 2일까지 매일 오전 8시부터 5회씩 총 20편을 볼 수 있다. 또 NG 모음과 촬영장 뒷이야기 등을 묶은 ‘굿 닥터 X파일’이 추가된다. 지난해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tvN ‘응답하라 1994’도 다시 볼 수 있다. tvN은 30일부터 2일까지 4일에 걸쳐 21회 전편을 방송한다. 또 31일 밤 9시 30분에는 ‘응사’ 출연진이 들려주는 뒷이야기와 수록곡들로 꾸며진 ‘노래로 응답하라 1994’가 방영돼 ‘응사’의 여운을 또 한 번 즐길 수 있다. 드라마전문채널 드라마큐브는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인기몰이 중인 김수현의 드라마를 특집 편성했다. 재작년 김수현과 한가인이 주연한 인기 사극 ‘해를 품은 달’을 31일 오전 8시부터 20편 전편을 연이어 방송하고 ‘별에서 온 그대’를 2월 1일 밤 8시 20분부터 14회를 연이어 방송한다. 외국 드라마들도 특집 편성됐다. 중화TV는 추자현 주연의 중국 드라마 ‘무악전기’를 30일부터 2월 2일까지 저녁 7시 30분 하루 4편씩 방송한다. 미드 전문채널 AXN은 미드팬들에게 스테디셀러인 ‘CSI’를 30일부터 2일까지 오후 5시부터 시즌 11~14의 베스트 에피소드를 선별해 5편을 연속 방영한다. 특히 시즌 14는 국내 공식 첫 방송에 앞서 일부 에피소드를 먼저 공개한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노량진, 공무원 준비생 ‘북적’ 신림동, 특강조차 폐지 ‘썰렁’

    노량진, 공무원 준비생 ‘북적’ 신림동, 특강조차 폐지 ‘썰렁’

    “명절에 어른들께 인사한다고 괜히 내려가 빈둥거리는 것보단 빨리 합격하는 게 효도하는 거죠.”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서울 동작구 노량진 고시촌에 있는 두 평 남짓한 고시원 방.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정우(28)씨의 보금자리다. 경남 합천이 고향인 그는 이곳에서 홀로 두 번째 설을 맞는다. 푸짐한 명절 음식 대신에 끼니도 길거리 ‘컵밥’(일회용 용기에 볶음밥 등을 담아 파는 간편식)으로 때우지만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는 생각에 쓸쓸함을 느낄 여유도 없단다. 그는 “부모님이 시골에서 보내주는 돈으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지난해 시험에 떨어져 뵐 면목이 없다”면서 “이번에는 반드시 합격해 당당하게 고향에 내려가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민족 최대 명절이라는 설. 그러나 이씨처럼 고향을 잠시 잊은 채 꿈을 위해 뛰는 청춘들이 있다. 각종 국가고시와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수험생들이다. 그들이 맞이하는 설은 어떤 모습일까.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서울의 대표 고시촌인 노량진 일대와 관악구 신림동 일대를 찾았다. 노량진 고시촌의 수험생들에게 긴 연휴는 오히려 위험한 적(敵)이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학원 정규수업에 매진하거나 독서실과 자습실을 드나드는 학생들로 고시촌 거리는 붐볐다. 새로 개설되는 강의와 명절 특강을 소개하는 전단지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유심히 내용을 살펴보는 학생들도 많았다. 공무원 시험 학원들은 대부분 설 당일을 제외하고는 연휴 기간에 정규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설 당일에도 ‘최신 판례 분석’, ‘기출 총정리’ 등 각종 특강이 마련돼 있다. H학원 관계자는 “수강생만 대상으로 특강을 하는데도 한 차례에 1000여명씩 몰린다”면서 “강의실에 못 들어오는 학생들은 옆 강의실이나 복도에 앉아 화상을 보며 강의 내용을 필기하는 등 수강 열의가 높다”고 전했다. 자습실과 독서실은 아예 설날에도 24시간 문을 열어 놓는다. 또 학생들이 많이 찾는 인근 카페와 서점도 설날을 빼고는 정상영업을 할 예정이다. C서점 관계자는 “학원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교재를 사러 오는 학생들이 많을 것 같아 우리도 문을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노량진은 최근 특히 법원직 및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로 북적이고 있다. 법원직은 기존 사법시험 준비생들의 ‘전향’이, 경찰 시험은 채용인원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법원직 시험을 준비 중인 정인선(26)씨는 “경쟁이 치열한 만큼 연휴에 집에 간다는 학생들을 거의 못 봤다”면서 “집이 서울이라 설날 하루 정도는 쉴까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불안해서 그냥 특강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E학원 관계자는 “최근 공무원 시험 열풍이 더 거세진 것 같다”며 “늦깎이 시험 준비생부터 부부 수험생, 수년간 고시 준비에 매달리다 노량진으로 넘어온 학생 등 다양한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주로 사법시험과 행정고시 준비생이 많은 신림동 고시촌은 노량진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명절에도 시험 준비에 매진하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학생 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예전 같으면 수험생들로 붐볐을 점심 시간에도 고시촌의 거리는 한산했다. 학생들에게 저렴한 식사를 제공하는 ‘고시식당’도 대부분 텅텅 비어 있다. 학원가 뒷골목 건물 지하 1층에서 5년째 고시식당을 운영하는 주인은 “최근 학생들이 많이 빠져나가다 보니 영업이 안 돼 문을 닫는 고시식당들이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특히 이 같은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는 곳은 고시 학원들이다. B학원 관계자는 “신림동은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수험생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사시 폐지가 다가오고 선발정원이 줄어들면서 학생 50% 이상 빠져나갔다”며 “특강을 개설해도 수강생이 없어 적자라 올해는 특강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H학원 관계자도 “사시 1차 시험이 오는 2월이라 예전 같으면 학생들로 붐볐을 시기지만 보다시피 학원가도 침체 분위기”라면서 “특강을 해도 100명이 안 모인다. 혼자 독서실이나 집에서 공부하겠다는 학생들이 많아 정규수업도 연휴 기간에는 대부분 쉬는 편”이라고 말했다. 밤 11시가 되자 고시촌 앞 버스정류장 주변에는 학생들이 긴 줄을 늘어섰다. 수업을 듣고 집으로 돌아가는 강남권 학생들 행렬이었다. 고시원에서 먹고 자며 공부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던 과거에는 볼 수 없던 새로운 풍경이다. 학생들이 빠져나간 신림동의 원룸 및 고시원에는 저렴한 방세를 찾는 직장인들이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추세다.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김모(30)씨는 “수험생들이 줄다 보니 고시촌의 면학 열기가 식어 집에서 통학하며 수업을 듣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남아 있는 사법시험 준비생들 사이에선 보이지 않는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학원가 근처 카페에서 만난 이지연(28)씨는 “변호사나 공무원 시험으로 전향한 사람들도 있지만 여전히 사시를 고집하는 ‘은둔형 고수’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시험도 얼마 안 남은 만큼 학원 강의만 좇아다니기보다 공부한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에 열중하는 편이다. 설이라고 들뜬 분위기는 없다”고 전했다. 올해로 세 번째 사법시험에 도전한다는 강모(33)씨는 “해가 지날수록 점점 합격문이 좁아지기 때문에 이번에도 떨어지면 낙향할 각오로 하고 있다”면서 “설 연휴에는 독서실에서 뒤처진 부분들을 집중적으로 복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사진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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