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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슴속 아버지·어머니와 마주한 듯… 먹먹한 가족 이야기

    가슴속 아버지·어머니와 마주한 듯… 먹먹한 가족 이야기

    “날 좀 살려 주라.” 아들 품에 안긴 아버지의 한마디에 애써 추슬러 온 감정이 결국 무너졌다. 어차피 어두운 객석, 체면 따윈 내려놓고 흘러내리는 눈물도 그대로 뒀다. 이미 객석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와 코 훌쩍이는 소리가 뒤섞여 나오던 터였다. 연극이 끝나고 배우들이 인사를 위해 다시 무대 앞으로 나오는 순간 극장은 강원도 강릉 시골마을에서 서울 광화문 한복판으로 돌아오고 극 중 인물들도 직업이 배우인 현실 인물로 보인다. 하지만 관객의 감정은 좀처럼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했다. 여전히 저마다의 가슴속 ‘고향집’에서 아버지와 어머니 혹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마주하고 있는 듯했다.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공연 현장은 늘 이런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는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극작가 김광탁이 간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은 사실주의 연극으로, 2013년 초연 당시 연극계 두 거장 신구(84)와 손숙(76)이 주연을 맡아 전회 매진을 기록했다. 두 배우는 네 번째 시즌 공연에서도 투박함 속에 애틋함이 살아 있는 노부부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객석 300석 규모 소극장에 들어오면 멀리 뻐꾸기 울음소리와 집 앞으로 흐르는 냇물 소리가 들리는 시골집 여름밤 풍경이 펼쳐진다. 작은 마당에 놓인 2개의 평상 뒤로 녹슨 푸른 철문이 열리고, 아버지 병간호를 위해 서울에서 온 막내아들(조달환 분)이 등장하면서 극은 시작된다. 무대 배경은 집 마당과 오래된 평상뿐. 무대에 오르는 인물도 아버지와 ‘홍매’라고 이름이 불리는 것을 남사스러워하는 어머니, 막내아들인 ‘나’ 그리고 며느리(서은경 분)와 이웃집 정씨 아저씨(최명경 분) 5명뿐이다. 노부부가 억척스럽게 키워 서울대를 나와 대기업에 다니는 자랑스러운 장남은 노부모와 동생의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 이야기는 잔잔하게 흐른다. 출세한 장남은 먹고사는 일이 먼저라 가족은 늘 ‘다음에’ 만날 사람으로 뒀고, 농고를 나와 늘 부모 곁을 지킨 막내가 아버지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한다. 보름달이 뜬 날, 아들은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를 업고 마당을 둘러본다. 마당에는 노부부의 40년 넘은 고단한 노동과 세상이, 그 무엇도 눈치 볼 필요 없는 안식과 자식을 키워 낸 보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달이 떴나? 니는 괜찮나? 당신에게 할 말이 많은데….” 고집 세고 무뚝뚝한 남편으로 50년 세월을 보낸 노인은 삶의 끝자락에 와서야 함께 늙은 아내의 안부를 묻는다.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않고, 그리움이 덕지덕지 붙은 곳이 있어도 가고 싶다고 하지 않는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을 위한 위로의 굿 한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탈고했습니다.” 극을 쓴 김 작가는 아버지와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이는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딸과 아들의 이야기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속도내는 수도권 통합당 공천…홍준표 수도권 출마할까

    속도내는 수도권 통합당 공천…홍준표 수도권 출마할까

    미래통합당 수도권 공천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통합당 공관위는21일 서울·경기·강원·충남·전남·제주 지역에 대한 예비후보자 면접 심사를 마친다.이번 공천심사 결과에 따라 총선의 최대 격전지이자 민심의 바로미터인 수도권 공천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관위가 전략공천 지역으로 지정한 서울 강서을을 비롯해 광진갑·구로을·은평을에 배치될 ‘선수’와 서대문을·마포갑·금천 등 경선 지역의 ‘대진표’가 어떻게 짜일지가 관심사다. 전략공천 지역의 경우 당내 중진의원이나 영입 인사들이 전진 배치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여권과의 구도 등을 고려해 통합당을 대표하고 상징성이 강한 인물들을 공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관위 일각에선 양천을을 떠나 험지 출마 의지를 밝힌 3선 김용태 의원을 구로을에, 영입 인재인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을 강서을에 각각 전략공천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강남 3구와 용산 등 당세가 강한 지역의 경우 아직 전략공천 또는 경선 지역으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나 영입 인사인 ‘검사내전’ 김웅 전 부장검사 등이 거론된다. 수도권 내 일부 지역은 옛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예비후보 간 피 튀기는 경쟁이 예상된다. 서울 중구·성동을, 서초갑 등은 각각 새보수당 출신의 지상욱·이혜훈 의원이 현역으로 버티고 있지만, 한국당에서 당협위원장으로 지역 민심을 닦은 예비후보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와 함께 전날 면접심사를 마친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공천 결과도 관심사다. 공관위는 홍 전 대표에겐 서울 강북 험지에 출마하거나 불출마 용퇴를 압박했고, 김 전 지사에겐 고향인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공천이 절대 불가하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홍 전 대표는 경남 양산을 출마를, 김 전 지사는 고향 출마를 고집하고 있어 공관위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핀란드 흑백 사진의 장인, 서울의 감성을 포착하다

    핀란드 흑백 사진의 장인, 서울의 감성을 포착하다

    소나무와 석양을 배경으로 까치가 유유히 날갯짓을 하고 있다. 소나무 가지에는 두 마리 까치가 마주 보고 앉았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사진작가 펜티 사말라티(70)가 2016년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청와대 담장 위로 펼쳐진 풍경을 촬영한 것이다. 작품의 제목은 ‘서울’(Seoul, KOREA)이다. ‘전통 흑백사진의 장인’으로 불리는 사말라티의 두 번째 한국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공근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사말라티의 대표작 20여점과 ‘서울’ 등 한국에서 처음 소개되는 근작 30여점이 전시장에 걸렸다. 그의 작품들은 인간보다 동물이 주인공이다. 여러 마리의 고양이가 배 위에 걸려 있는 생선을 하염없이 바라보거나 개와 새가 서로 신경전을 벌이듯 쳐다보는 사진은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사말라티의 작품은 대형 사이즈가 없다. A4 용지를 넘지 않는 작은 크기만 고집한다. 작품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거부하고, 에디션도 제한하지 않는다. “사진은 내게 직업이 아니라 취미”라며 스스로 아마추어 신분을 주장한다. 1971년 첫 개인전을 연 사말라티는 핀란드 국립사진상을 네 차례 수상했다. 프랑스 거장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생전에 사말라티를 가장 좋아하는 사진작가 100인 중 한 명으로 꼽기도 했다. 3월 22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보수 통합에 긴장감 커지는데 민주 지도부 ‘공공의 적’ 되나

    보수 통합에 긴장감 커지는데 민주 지도부 ‘공공의 적’ 되나

    금 의원 지역구인 강서갑은 금 의원 외에 여러 예비후보가 있었지만 경선 지역이 아닌 추가 후보 공모 지역으로 분류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에 기권표를 던지는 등 당론에 반대되는 목소리를 내온 금 의원을 찍어내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더욱이 조 전 장관을 절대적으로 옹호한 김 변호사가 강서갑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그를 영입한 당권파의 의중이 드러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해찬 침묵 속 일각선 사퇴 주장도 당 지도부는 일단 김 변호사의 출마는 개인 판단이라며 개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강서갑 사태에선 이번 총선에 임하는 당권파의 시각이 잘 드러난다. 일각에선 이해찬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공천권이 달려 있어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민주당의 헛발질이 계속되면서 보수 야당의 통합 등으로 긴장감이 커진 예비후보들 사이에 이대로 가다간 지도부 때문에 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임미리 교수 칼럼 고발 사태에 대해 지난 17일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자격으로 대리 사과했지만 정작 이 대표는 침묵하고 있다는 비판도 계속된다. 그러자 이인영 원내대표가 이날 본회의 원내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누구를 탓하기 전에 우리부터 반성하겠다”며 “검찰개혁, 집값 안정, 그리고 최근 임미리 교수를 둘러싼 논란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주당을 향했던 국민의 비판적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겠다”고 공식 사과했다. 민주당은 이 원내대표가 사과했기 때문에 대표급의 사과는 이것으로 정리됐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이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공천 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는 자평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20일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며 분위기 전환에 나설 계획이지만 선거를 뛰고 있는 의원들 사이에 위기감은 크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일련의 사태들이 선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때로는 이런 사건들이 각자의 고집과 각자 목적에 따라 움직이기도 하는데 이럴 때 당 지도부는 빨리 막을 수 있는 건 막고 키울 건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과거 노인 폄하 발언이나 김용민 사태 등을 보면 선거 직전까지 지도부 말 한마디에 표심이 크게 오갔다”며 지도부 발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추미애·윤석열 갈등도 총선 변수 추미애 법무장관이 무리하게 검찰을 공격하면서 ‘윤석열 총선’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지난달 초 윤 검찰총장 직계 정리부터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팀 물갈이, 공소장 비공개 방침 등 추 장관의 검찰개혁이 공감대를 얻기도 전에 논란부터 증폭시키자 자칫 총선에까지 불똥이 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재선 의원은 “매우 어려운 선거가 됐다. 당이 반전을 꾀해 이미지 변신을 한다면 법무장관 교체까지도 생각해 봐야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면서 “결국 이번 선거는 최대한 방어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제발 조국 프레임으로 엮지 말아 달라”면서 “추 장관은 추 장관의 스타일이 있는 것이다. 총선 국면이다 보니 다들 좀 소극적으로 된 면이 있는 것 같은데 검찰개혁은 별개의 문제로 생각해 달라”고 선을 그었다.
  • [강남순의 낮꿈꾸기] 트랜스 혐오는 ‘인류에 대한 범죄’의 시작

    [강남순의 낮꿈꾸기] 트랜스 혐오는 ‘인류에 대한 범죄’의 시작

    트랜스 여성을 범죄자 취급한 ‘페미니즘’ 혐오는 ‘정상-비정상’ 이분법에서 출발 성소수자들을 위험한 존재로 둔갑시켜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 늘 권력자가 규정 페미니즘 기본 ‘모든 사람이 인간’이란 것 고귀한 사상도 한 인간 존재 혐오 땐 범죄‘A’라는 한 트랜스젠더 여성이 S여대 법학전문대학원 입학 허가를 받았다가 결국 등록을 포기했다. 트랜스젠더 여성의 입학 허용 소식이 전해지자 입학을 환영하는 성명서 그리고 그의 입학을 여성들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면서 격렬하게 반대하는 성명서가 나왔다. 자신의 이름조차 밝히지 못한 채 ‘A’로 표기하는 그 트랜스젠더 여성은 결국 입학을 포기했다. 대학으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은 A를 ‘잠재적 위협자’,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며 ‘여성’의 이름으로 또는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격렬하게 반대하던 그룹은 A의 입학 포기를 전적으로 환영한다는 성명서까지 냈다.●‘정상은 우월’ ‘비정상은 위험’은 혐오의 논리 혐오는 이분법적인 사유 방식으로 출발한다. 이분법적 사유 방식은 사람을 남성-여성, 백인-흑인, 비장애인-장애인, 이성애자-동성애자, 시스젠더-트랜스젠더(‘시스젠더·cisgender’는 태어날 때의 지정 성별과 자신이 느끼는 성별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이며 ‘트랜스젠더·transgender’는 일치하지 않는 사람) 등 둘로 나눈다. 그리고 그 이분법적 분류는 둘 사이에 겹치는 ‘유사성’보다는 ‘차이성’을 부각시킨다. 그런데 ‘다르다’는 차이를 부각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분리된 두 축 중에서 한쪽은 ‘정상’인 우월한 존재로, 다른 한쪽은 ‘비정상’인 열등한 존재, 위험한 존재로 자연화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배의 논리’와 ‘혐오의 논리’는 자연스럽게 구성된다. 결국 나와의 차이가 극대화된 혐오 대상자는 배제해 제거해야 할 ‘병균’처럼 간주된다. 그런데 왜 특정한 사람이나 집단에 대한 혐오와 배제가, 그들에 대한 환대와 포용보다 더 강력하게 작동하는 것인가. 그것은 혐오 주장을 하는 이들이 강조하는 ‘긴급성’이 지닌 파괴성 때문이다. 그들을 ‘빨리’ 제거하지 않으면 나쁜 일이 곧 일어날 것이라는 그 ‘가상의 긴급성’은 다양한 성소수자를 위험하고 위협적인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그들을 가정과 사회를 오염시키는 ‘병균’이기에 빨리 제거하지 않으면 해악을 끼칠 ‘위험한 존재’들로 둔갑시키는 것이다. ‘혐오’는 그 혐오의 대상을 ‘다르다’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위험적 존재’로 본다. 따라서 빨리 제거하지 않으면 ‘나/우리’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는 상상은 어느새 ‘진실’로 변이된다. 서구에서 500여년 동안 지속됐던 ‘마녀 화형’은 혐오의 정치가 얼마나 파괴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가를 잘 보여 준다. 혐오의 정치는 사회적 통념에 맞지 않는 여성들을 ‘마녀’라고 규정하고 단지 죽이는 것이 아니라 불태워서 그 위험성을 완전히 뿌리 뽑아야만 안전하다고 생각하게 했다. 혐오의 정치가 환대의 정치보다 그 파괴력과 영향력이 강력한 이유다. 무수한 ‘만약’을 생산하면서 사람들은 특정한 표지가 붙은 사람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고 ‘만약의 현실’을 ‘실재 현실’로 탈바꿈시킨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정상과 비정상’ 또는 ‘우월과 열등’을 판가름하는 ‘기준’은 누가 그리고 어떤 관점으로 설정하는가. 한때 사람들이 ‘비정상’으로 간주하던 것들이 시간과 정황이 바뀌면서 당연하게 ‘정상’이 되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여성도 남성과 평등한 인간이라며 여성의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던 올랭프 드 구주는 프랑스 혁명 당시 지극히 ‘비정상’이고 ‘위험한’ 존재로 간주돼 기요틴에서 처형되기도 했다. 여전히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인간이라는 주장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며 가정과 사회의 평화를 깨는 비정상이고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회가 세계 곳곳에 있기는 하지만, 이제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평등한 ‘인간’이라는 주장 자체가 적어도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비정상’으로 간주되지는 않는다. ●억압자와 피억압자 단일하게 고정되지 않아 인류의 역사에서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은 언제나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 규정해 왔다. ‘정상-비정상’은 절대적인 범주로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역사적 구성물’이다. 젠더, 사회적 계층, 교육 정도, 장애 여부, 성적 지향, 나이 등에 따라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사람들이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을 생산하고 확산하고 고정시키곤 한다. 이처럼 ‘정상-비정상’이라는 이분법적인 흑백 기준에 좌우되는 사회일수록 인권지표에서 보면 비민주적이며 후진국이다. 왜냐하면 다양한 존재 방식을 허용하지 못하고 중심부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을 ‘위험한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정상-비정상’의 흑백 사회에서 주변부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온전한 인간’으로 간주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중심부’와 ‘주변부’ 또는 ‘억압자’와 ‘피억압자’의 위치는 단일하게 고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 누구도 단순히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젠더 면에서는 주변부에 속한 약자의 위치에 있을 수 있지만 사회적 계층, 성적 지향, 교육 배경 등에서는 중심부에 속한 강자의 위치에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누구도 하나의 ‘모자’만을 고집하며 쓸 수 없다. 예를 들어 노동권을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 남성이 집에서는 배우자와 아이들 위에 가부장으로 군림하는 정황, 성소수자인 백인이 흑인과의 관계에서는 특권적 위치에 있는 정황, 막대한 부를 소유한 재벌 여성이 다른 남성 직원 위에 군림하며 지배하는 정황 등과 같이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에서는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한 사람이나 집단을 단순한 ‘가해자-피해자’ 구도로 고정시켜 현실 문제를 보는 것이 지니는 한계와 위험성이다. 페미니즘은 ‘여성도 인간’이라는 주장에서 시작된 것이며, 페미니즘의 가장 기본적인 인식론적 원리는 ‘모든’ 사람이 인간’이라는 것이다.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진짜 여성’과 ‘가짜 여성’(트랜스젠더 여성)을 나누고, ‘가짜 여성’을 ‘진짜 여성’에 대한 ‘잠재적 위협자’로 간주하고 배제하는 것은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페미니즘을 배반’하는 것이다. 여성 혐오와 여성 억압에 사용되던 인식론적 전제들은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에서 벗어난 여성들을 비정상이며 ‘위험한 존재’로 규정하고 사회에서 배제하는 방식이었다. ‘트랜스젠더’라는 표지를 지닌 사람들은 사회 곳곳에서 다층적인 배제와 혐오, 편견과 멸시의 시선을 견디며 살아 내고 있다. 타고난 성별을 그대로 지키며 살아가는 ‘시스젠더’가 엄연한 인간인 것처럼, ‘트랜스젠더’도 ‘인간’이다. 인류의 역사란 이러한 ‘당연한 상식’을 확장하는 역사이기도 하다. 한 사회가 젠더, 성적 지향, 장애 등에 근거한 다양한 소수자의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얼마나 확장하고 보장하는가가 ‘선진국’과 ‘후진국’을 측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LGBT’에 대한 법적보장 평등하게 이뤄져야 인류 역사에서 마녀 화형, 십자군 전쟁, 나치의 동성애자, 장애인, 외국인 그리고 유대인 학살에서도 동일한 이분법적인 지배 논리가 작동됐고, 그 억압의 대상들에게 붙여진 ‘열등한 존재’, ‘위험한 존재’라는 표지에 의해 그들에 대한 폭력과 학살이 정당화됐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나치의 이러한 학살 행위가 단지 ‘유대인에 대한 범죄’만이 아니라 ‘인류에 대한 범죄’(crime against humanity)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된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어떤 특정 그룹에 대한 혐오, 배제, 폭력은 그 그룹에 대한 범죄만이 아니라 실제로는 ‘인류에 대한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양한 생물학적, 사회문화적 또는 정치적 표지들을 붙이고 살아간다. 나/우리와 다른 존재 방식을 지닌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거나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들의 존재 방식을 부정하고 혐오하고 배제하는 것은 결국 ‘인류에 대한 범죄’에 가담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종교의 이름으로,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또는 그 어떤 ‘고귀한 사상’의 이름으로 한 인간의 고유한 존재 방식을 부정하고 비정상으로 만들고 나아가 혐오하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인류에 대한 범죄’의 시작이다. 이제 세계 곳곳에서 가장 첨예한 사회·정치적 이슈가 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성소수자도 인간’이라는 것이다. ‘LGBT’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로 불리는 다양한 성소수자가 이성애자와 마찬가지로 ‘인간’이라는 인식과 선언은 그들에 대한 법적·제도적 보장이 평등하게 이뤄져야 함을 의미한다. 글 텍사스 크리스천대,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 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당진·평택시, 서해대교 밑 해상 매립지 두고 ‘2차 전쟁’

    당진·평택시, 서해대교 밑 해상 매립지 두고 ‘2차 전쟁’

    충남 당진시가 경기 평택시와 서해대교 밑 해상 매립지 891만㎡(약 270만평)를 놓고 벌이는 2차 전쟁이 한창이다. 헌법재판소 판결로 당진이 가져간 땅이 행정안전부 장관의 결정으로 평택에 넘어간 뒤 또다시 맞붙은 헌재와 대법원 소송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당진시는 17일 4월 총선 이후 헌재의 선고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지난해 9월 2차 변론에서 “다음에 최후 선고를 하겠다”고 했다. 헌재 선고 후 대법원 선고도 있을 전망이다. 대법원은 당진시와 평택시로부터 3개씩 현장검증 장소를 제안받은 상태다. 이상문 당진시 해상도계TF팀장은 “대법원이 헌재 선고를 보고 판결하려고 현장검증을 미룬 거 같다”고 말했다.당진시는 충남도와 함께 2015년 5월 대법원에 행안부 장관 결정 최소 소송을, 같은 해 6월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대법원에 소송을 낸 것은 개정된 지방자치법 규정에 ‘행안부 장관의 결정에 불복할 경우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해서다. 이 팀장은 “광역 및 시군 경계를 놓고 동시에 헌재와 대법원 소송이 붙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2004년 헌재의 선고로 끝난 듯했던 평택·당진항 내 이 매립지 관할권을 둘러싼 두 번째 전쟁은 2009년 4월 지방자치법이 개정되면서 촉발됐다. 개정법에 ‘공유수면 매립 등으로 발생한 신규 토지는 행안부 장관으로부터 관할 결정을 판정받을 수 있다’는 규정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헌재의 선고처럼) 해상의 도 경계선만을 기준으로 매립지 관할을 결정하면 매립지의 건물 소유권이 두 동강으로 분리되는 등 토지 이용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취지였다. 법이 개정되자 평택시는 이듬해 2월 행안부 산하 중앙분쟁위원회에 매립지 귀속 결정을 신청했고, 중분위는 5년 동안의 심의·의결 끝에 2015년 평택시의 손을 들어 줬다. 중분위는 “헌재가 관습법상 지형도의 해상경계선을 인정한 것은 공유수면 매립지 관할에 대한 절차법이 없을 때 이뤄진 것이지만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절차가 생긴 만큼 관습법의 효력이 사라졌다”며 “주민 편의성, 공사 시공의 경제성, 경찰 대응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평택·당진항 매립지의 제방선 위는 당진시, 아래는 평택시로 귀속하는 게 타당하다”고 결론지었다. 이를 장관이 결정 공고해 당시 매립지 제방 중 28만 2761㎡는 당진시, 67만 9590㎡는 평택시 게 됐다. 현재 당진은 90만㎡가 모두 매립됐고, 평택 쪽은 매립 진척이 늦지만 중분위 결정이 뒤바뀌지 않으면 앞으로 해상경계선 충남 해상에 조성될 총 891만㎡의 매립지를 가져간다. 기존 헌재 선고대로라면 모두 충남 관할 땅이다. 박민석 당진시 주무관은 “땅을 빼앗긴 것도 억울하지만 이 결정으로 우리가 유치한 매립지 내 기업인 태영크레인터미널과 카길애그퓨리나가 평택시로 넘어갔다. 인허가 등 행정지원을 모두 해줬는데 중분위 결정 직후 열린 카길 준공식에 평택시 사람들만 참여해 당혹스러웠다”면서 “충남과 경기 사이의 아산만 해상경계선 중에 그나마 서해대교 부근이 공정한 편인데 행안부 장관의 결정으로 이 구간 경계조차도 경기도에 유리해졌고 해상경계선은 유명무실해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아산만 해상경계선은 당진과 2㎞, 경기 화성과 13㎞ 떨어진 국화도가 경기도 관할일 정도로 충남에 불리하게 그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당진시는 “어민들이 매립지 경계에서 경기도 쪽으로 한참 들어간 해상경계선의 당진 바다에서 고기를 잡고 양식장도 운영한다”며 행안부 장관의 결정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중분위가 ‘매립지 진입을 평택에서 한다’고 지적한 부분에 대해 “해양수산부가 2025년 당진에서 매립지로 가는 진입로를 건설한다. 지금도 매립지로 가는 거리와 시간은 당진과 평택 간에 차이가 없다”며 “매립지 공장 등도 당진에서 보내는 전기와 가스를 쓴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이나 앞으로도 매립지에는 주민이 살지 않는데 무슨 주민 편의성을 따지는지 모르겠다”면서 “경찰 활동은 국가 사무인데 사고 대응 등에 무슨 관할이 필요하냐”고 따졌다. 또 “이미 헌법재판소 판결로 관할이 정해진 것을 하위법인 지방자치법으로 뒤집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반면 평택시 관계자는 “전국의 수십개 자치단체가 매립지 경계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데 해상경계선을 기준으로 하면 실정에 맞지 않아 이를 바로잡고자 지방자치법을 개정하고 그 법에 따라 결정한 게 중분위 결정이다. 해상경계선은 1910년대 만들어진 일제의 잔재로 옛것만 고집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고기잡이도 해상경계선 구분 없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중분위가 사고 대응 능력 등을 따져 합리적으로 결정한 만큼 존중해야 한다”며 “주민 편의성도 거주가 아니라 매립지 주민 이용 효율성 등을 따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택에서 해저터널로 전기 등을 공급할 계획도 있다”고도 했다. 두 지역의 1차 전쟁은 2004년 헌재가 “자치단체 관할구역에 바다도 포함되고, 아산만에는 개발 전에도 관습법상 해상경계가 있었다. 매립지의 도 경계도 국립지리원이 1978년 발행한 지형도상 해상경계선”이라고 선고해 끝이 났었다. 재판관 9명 중 5명이 당진의 손을 들어 줬다. 2000년 당진군(2012년 시 승격)이 심판을 청구한 지 4년 만이었고, 매립지 경계에 관한 첫 판결이었다. 이 전쟁은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 2000년 충남과 경기를 연결하는 서해안고속도로 서해대교 개통을 앞두고 당진시에 ‘도 경계 표지판을 어디에 설치할까’라는 공문을 발송하면서 시작됐다. 조상 대대로 해상의 도 경계선을 기준으로 어업 관련 등 행정행위를 해온 당진시는 이 즈음 매립지 제방이 ‘평택시 포승면 만호리’로 등록된 사실을 확인하고 그해 9월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도계 표지판은 헌재의 판결이 나오기까지 4년이 지나서야 서해대교 주탑 부근에 설치할 수 있었다. 당진시는 헌재에서 승리하자 매립지를 신평면 매산리에 편입시켜 관할지로 등록했지만 11년 후 중분위 심사와 행안부 장관의 결정으로 기존 주소는 말소됐다. 대신 평택시가 이곳을 포승면 신영리로 등록했고, 당진시는 또다시 반격에 나섰다. 당진시는 2015년 7월 전담 부서인 해상도계TF팀을 신설했다. 이때부터 민간단체 ‘충남도계 및 당진땅 수호 범시민대책위원회’도 매주 월요일 저녁 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기 시작했다. 김종식 상임위원장은 “매립지 입주 기업이 내는 지방세 등도 손실이지만 전통적으로 우리 것인 바다를 메워 만든 땅을 후손에게 물려주는 게 도리”라며 “두 지역 간 갈등을 헌재의 판결로 끝낸 문제를 중앙정부가 임의로 법을 바꿔 뒤집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수시로 1인 시위에 참여하는 김홍장 당진시장은 “이번 소송과 권한쟁의는 경기도나 평택과의 싸움이 아니라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본질인 관할구역을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결정해 자치권을 침해한 게 핵심”이라고 했다. 당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봉준호의 리더십을 배워라/최광숙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봉준호의 리더십을 배워라/최광숙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아카데미 4관왕’을 거머쥐는 가슴 벅찬 장면을 지켜보면서 골프선수 박세리가 떠올랐다. 20여년 전 IMF 외환위기로 국민이 시름에 잠겼을 때 날아온 박세리의 ‘맨발 투혼’ US 여자오픈 대회 우승 소식은 온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줬다. 봉 감독 역시 코로나19 등으로 힘겹게 겨울을 나고 있는 민초들의 꽁꽁 얼어붙은 마음을 한순간 녹여 주며 위축된 국민의 자부심도 일으켜 세웠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니까 세계적인 명작이 탄생하는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영화와 골프 분야에서 세계 정상에 오른 이들에게 정부가 지원을 해 줬다는 얘기를 들어 보지 못했다. 그러니 정부의 간섭과 개입이 있을 수 없었다. 오로지 최고를 향한 끊임없는 열정으로 스스로 갈고닦은 실력이 오늘의 그들을 만들었다. 사실 영화 같은 창착의 세계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도 어느 누구의 간섭 없이 일할 때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승합차 공유 서비스 ‘타다’ 논란에서 봤듯이 정부는 산업 전반에 규제의 그물을 쳐 놓아 신산업 출격의 발목을 잡는 게 현실이다. 이래서는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고 기업이 나올 수 없다. ‘기생충’에 들어간 제작비는 150억원, 촬영 기간은 74일에 불과하다. 미국 할리우드의 산업자본이 대거 투입된 경쟁작들과 비교해 적은 제작비와 촬영 기간에도 각본상, 작품상, 감독상 등 아카데미의 주요 부문을 휩쓴 비결은 무엇일까. 어려운 여건에서도 최고의 영화를 만들어 낸 봉 감독으로부터 정부는 배울 게 많다. 봉 감독이 배우를 비롯한 여러 스태프를 이끌어 영화를 만드는 리더십은 각종 정책을 추진해 성과를 내야 하는 정부의 리더십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소통과 협치를 통해 관객(국민)에게 감동을 줘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단순히 작은 것까지 세세하게 챙긴다고 해 봉 감독에게 ‘봉테일’이란 별명이 붙은 것은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하나도 놓치지 않겠는 집요함과 완벽주의의 또 다른 표현일 것이다. 그는 촬영장에서 원하는 샷을 찍기 위해 미리 스토리보드에 그림을 그리고 이에 따라 촬영을 한다. 현장에서 원하는 장면이 나오는지 확인하고 수정 작업을 거듭한다. 국정 운영도 마찬가지다. 새로 시행한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당초의 계획과 다른 부작용이 나오면 궤도 수정을 해야 한다. 최저임금제의 급속한 인상이 정책 취지는 좋더라도 실제 경제에 주는 충격이 크면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 원래 의도와 달리 역효과를 초래하는 정책은 과감히 폐기할 줄 알아야 한다.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서도 잘못된 정책을 고집하는 것은 ‘삼류 영화’인 줄 뻔히 알면서도 영화를 찍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삼류 영화’는 관객의 외면으로 막을 내릴 수밖에 없다. 봉 감독은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기택(송강호)과 아들 기우(최우식)가 저택 거실에서 감격적으로 포옹하는 장면을 찍을 때 자연광이 가장 잘 쏟아져 들어오는 각도에서 촬영할 수 있도록 세트장을 지었다고 한다. ‘다 계획이 있는’ 치밀함이 뒷받침돼 명작이 탄생한 것이다. 봉 감독의 진면목은 영화 촬영에 앞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가상 세트장’을 만들어 미리 촬영할 장면을 시뮬레이션했다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보통 촬영 장소에 미리 가서 카메라 앵글과 배우의 동선 등을 고민하는데 이번에는 촬영 직전에야 세트장이 지어지는 바람에 그러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대신 컴퓨터 그래픽으로 가상의 세트장을 만들고 그 공간에서 촬영 준비를 했다. 할리우드 거장도 혀를 내두를 대목이다. 한 편의 영화를 찍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봉 감독. 정부는 지금 봉 감독처럼 일하고 있는가. bori@seoul.co.kr
  • [배민아의 일상공감] 어쩌다 자가격리

    [배민아의 일상공감] 어쩌다 자가격리

    베트남을 방문하게 되면 도로를 주행하는 엄청난 수의 오토바이 행렬에 놀라고, 오토바이와 차량이 뒤섞인 사이로 여유 있게 길을 횡단하는 보행자의 모습에 또 한 번 놀란다. 보기에도 위태로운 현장이지만 운전자와 보행자 사이에는 나름의 규칙이 있어 주행과 횡단, 방향 전환이 리드미컬하게 이어진다. 여행자로서 베트남의 도로를 건너는 일은 몇 번의 훈련과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보행자 신호에 모든 오토바이가 멈출 것을 기대했다가는 한참이 지나도 발 하나 내디딜 짬을 찾을 수 없다. 길을 건널 때는 운전자와 눈을 마주치며 진행 방향이 예측 가능하도록 일정 속도로 건너고 갑자기 뛰거나 멈추는 행동은 절대 금물이라는 남자의 거듭된 주의를 흘려들은 여자가 어둑해진 저녁 굳이 쇼핑을 하겠노라 길을 나섰다가 사고를 당했다. 남자와 함께일 때와 달리 혼자 도로 중간까지 접어들었을 때 순간 밀려든 두려움에 잠시 주춤대며 멈춘 사이 달려오던 오토바이에 그대로 부딪혔다. 다행히 골절은 없었고 염좌와 인대 손상으로 석고 붕대만 처치받고 귀가했지만 전신 타박상의 통증은 시간이 지나며 더해져 침대에 누워 손 하나 까딱하기 힘든 지경이 됐다. 예약했던 차편을 취소하고 꼬박 일주일간 호텔방이 입원실이 됐다. 혼자 고집부리며 나갔다가 사고를 당한 여자를 향해 놀란 마음으로 잔소리 한 사발을 시원하게 퍼부은 남자는 그 시간 이후 포장 음식을 사러 나가는 일 외에는 룸에만 머물며 여행의 일정과 바깥세상으로부터 강제 격리된 채 여자의 손발이 됐다. 벌써 8년 전의 일이다. 예상치 못했던 사고였지만 지나고 보니 치료를 위해 호텔에 머물며 자가격리됐던 그 일주일은 남자와 여자가 진짜 부부가 된 시간이었다. 매일 24시간을 룸에서 머물며 달달한 시간을 보냈다는 꿀 떨어지는 얘기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결혼 5년 후부터 권태기의 시작이라는데 그때가 둘의 결혼이 6년차로 접어드는 시기였으니 룸 안의 공기는 더운 나라에서 에어컨 없이도 한기가 돌았다. 더구나 아무것도 못하고 입만 살아 있는 여자와 짜임새 있게 준비했던 여행 계획을 접고 언어도 다른 TV만 지켜보다가 수시로 수발드는 일에 호출되는 남자, 그 둘의 24시간 밀착 동거는 하루에도 몇 번씩 희비쌍곡선이 그려졌다. 그래도 결론은 여차저차하며 자가격리에서 해방됐을 때 몸도 회복됐을뿐더러 서로를 더 많이 들여다보고, 다양한 감정을 어떻게 표출하며, 그것을 어떻게 받아내야 할지를 이해하는 훈련의 시간이 됐더라는 긍정의 마무리였다. 그때는! 지금 또다시 부부만의 시간이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대 전파되며 행여나 있을 감염의 위험을 미리 차단하고자 모든 행사와 단체 모임이 줄줄이 취소되고 가급적 소모임도 갖지 않는 게 지금 시기의 매너가 되고 있다. 자연스레 귀가 시간이 빨라지고, 외출할 기회도 줄고,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 유증상자도 아니고 확진환자와 접촉한 적도 없지만 미리 조심하는 차원에서 대한민국 전체가 어쩌다 자가격리에 준하는 생활을 권고받고 있다. 인류의 목숨을 위협하는 신종 코로나가 속히 수습되고, 외부활동이 줄어들어 위축된 경기도 빨리 회복되기를 바라며 어차피 지나야 할 위기라면 잘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찾아야 할 때다. 주위를 보니 가족끼리의 시간이 늘며 호불호가 나뉜다. 그래도 어쩌랴. 내 가족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잠시 지지고 볶아야 하는 상황을 즐기는 수밖에. 그래도 특별 요리 중에 지지고 볶는 요리가 많은 것처럼 이 기회가 어쩌면 더 특별한 선물 같은 기간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8년 전 어쩌다 자가격리의 결론이 긍정이었듯 요즘 다시 부부의 시간이 늘며 또다시 겪을 여차저차한 일들도 긍정의 결론으로 잘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 한국당, 태영호 전격 영입 서울 지역구에 전략 공천

    한국당, 태영호 전격 영입 서울 지역구에 전략 공천

    김형오 “통일·북핵문제 알릴 수 있는 인물” 공관위, 홍준표·김태호 거취 ‘최후통첩’ ‘고향 출마’ 고수 땐 공천 배제 가능성도자유한국당이 4·15총선 외부 인재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를 영입해 지역구에 출마시키기로 했다. 탈북민 출신의 지역구 출마는 처음이다. 한국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10일 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태 전 공사는 1500만 북한 동포 입장에서 대한민국 평화통일의 길을 제시하고 북핵 문제를 당당하게 알릴 수 있는 인물”이라며 “그동안 탈북민은 주로 비례대표를 했는데 태 전 공사처럼 지역구에 출마해 당당히 심판을 받겠다고 자청한 사람은 처음”이라고 소개했다.한국당은 태 전 공사를 서울에 전략 공천할 계획이다. 김용태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서울 양천을, ‘딸 채용 청탁’ 재판을 받고 있는 김성태 의원 지역구인 강서을 또는 노원 지역 등이 공천 가능 지역으로 거론된다. 양천구, 강서구, 노원구는 서울에서 탈북민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으로는 19대 비례대표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이 있었으나 지역구 출신은 전무하다. 태 전 공사는 북한 외교관으로 영국 런던 소재 북한 대사관에서 근무하다 2016년 8월 가족들과 함께 귀순했다. 태 전 공사는 대표적인 ‘대북 제재론자’로, 이번 총선에서 문재인 정부의 남북 협력 기조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공관위는 또 이날 ‘험지 출마’ 요청을 거부하고 있는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에 대한 처분도 논의했으나 결론은 미루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당이 지금 어렵다. 소의를 버리고 대의를 위해서 모두가 동참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당을 위해서 책임 있는 자리에 있던 사람들인 만큼 합당한 결정을 하리라 믿는다. 늦어도 내일(11일)까지는 답변이 오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당의 요청을 계속 거부하고 있는 홍 전 대표 등에게 사실상 최후통첩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관위는 이 둘이 당의 요청을 계속 거부할 경우 컷오프(공천배제)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고도 했다. 한국당은 홍 전 대표와 김 전 지사에게 험지 출마를 요청했으나 둘은 ‘고향 출마’를 계속 고집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의사 출신 검사인 송한섭 전 서울서부지검 검사도 영입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등을 폭록한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과 ‘강남 버닝썬 경찰 유착 의혹’을 제기한 김상교씨는 중도·보수 통합신당을 지지한다고 밝혀 향후 통합신당에 입당할 것으로 보인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길섶에서] 통금/이동구 수석논설위원

    한밤중 조그만 도시 전체에 요란스럽게 울려 퍼지던 사이렌 소리. 이어서 조용하던 밤거리에서 황급히 뜀박질하는 발걸음과 호루라기 소리도 을씨년스럽게 들려온다. 통금(통행금지)을 알리고, 단속을 피해 보려는 이웃과 친지들의 모습이 아련히 떠오른다. 이런 풍경은 대도시에서 대학 다닐 때까지 이어졌다. 통금은 오래전 없어졌지만 빨리 귀가하는 습관이 생겼다. 술 약속이 있어도 버스나 지하철이 끊어지기 전에 귀가한다. 간혹 저녁 자리가 길어지면 혼자 슬그머니 빠져나온다. 처음엔 원성도 많았지만 먼 곳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인의 생존법 정도로 다들 이해해 준다. 직장인으로 대도시에 살면서 자발적 통금이 일상화했다고나 할까. 아니면 잔소리를 걱정이라 고집하는 아내를 무서워하기 때문인지, 귀가 시간은 비교적 빠른 편이다. 아들의 귀가 시간이 자꾸만 늦어져 걱정이다. 별별 안 좋은 장면들이 떠올라 괜스레 안절부절이다. “그 나이 때는 내버려 두는 게 상책”이라는 선배의 조언에 참고는 있다. 하지만 기억 속의 통금을 아들에게 강요해 볼까 고심도 한다. 자녀의 늦은 귀가는 모든 부모의 일상적인 걱정거리라는 것을 언제쯤 깨달을 수 있을까. 아들의 자발적 통금은 언제쯤 가능할까? yidonggu@seoul.co.kr
  • 가구디자이너 겸 제작자 정재원 개인전

    가구디자이너 겸 제작자 정재원 개인전

    Made by JEONG JAE WON 展 가구디자이너 겸 제작자 정재원이 개인전을 연다. 2007년 가락시장 한 쪽 작은 목공방에서 무임으로 시작한 정재원의 목공여정은 방배동 지하 4층, 5층 작업실을 거쳐, 2010년 경기도 광주시 능평리로 옮겨가게 된다. ‘내가 하고 싶은 가구’를 만들기 위한 공간이 절실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는 창뜰마을 입구에 창고 한 동을 빌렸고 가구가 팔릴 때마다 목공 기계를 하나씩 늘리기 시작했다. 그때를 추억하면 어렸고, 꿈을 꾸었고, 힘찼다고 그는 얘기한다. 이 때 첫 간판을 걸게 되는데 ‘JEONG JAE WON’이 정식 상표로 자리매김한 시기이자, 동시에 정재원만의 노하우로 만들어진 가구들이 동시대 트렌드와 제품들 사이에서 ‘가구를 조각 한다’는 개념 아래 독특한 위치를 형성해 나간 시간이기도 하다. 정재원은 조소과 출신답게 가구를 도구적인 것에 한정 짓는 것이 아니라 마치 흙을 빚어 조소하듯 나무를 빚어 가구를 만든다. 딱딱한 재료를 빚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만큼 나무를 다루는 그의 손은 야무지다. 그리고 치밀하다. 가구를 단순히 사물로 여기지 않은 목수의 마음가짐이 바로 손놀림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여기에서 정재원만의 가구 분위기가 형성되고, 이 분위기가 조형미를 만들어 내는데 이 때문에 가구를 조각한다는 특징을 갖게 된 것이다. JEONG JAE WON은 ‘이유’와 실용‘을 강조하면서 여전히 목재가구를 고집하는 곳이기도 하다. 목재가구를 고집하는 이유는 현대적이거나 주류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기본과 정통을 기반으로 가구는 장식에서 벗어난 것이라는 것을 주장함에 있다. 여기에 정재원의 디자인적인 목표가 기능적이고 내구성이 뛰어난 동시에 미학적으로 평온한 가구를 만드는데 있음을 기억해 둔다면, 그가 정통을 유지하며 현대를 이야기하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곡선과 직선의 조화에서 우러나온 현대적인 실루엣의 표현, 재료를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세부사항을 너무 많이 사용하지 않은 것, 단순한 기하학적 모양으로 축소한 디자인에서 정재원의 모토가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Made by JEONG JAE WON’ 가구 전시회는 돌산의 거친 조각이 그대로 살아있는 부암동의 석파랑 아트홀에서 열린다. 정재원의 가구 초창기 모델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가구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정재원은 주 재료인 목재에 스테인리스라는 다른 물성을 결합한 가구들을 선보인다. 이는 물질과 빛 사이의 긴장감 넘치는 교감과 유동하는 빛을 드러내 보여줌으로써 나무를 더 나무답게 보여주기 위한 정재원의 시도이다. 정재원은 현재 파주 대동리에서 목공방과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 전시제목: Made by JEONG JAE WON - 전시작가명: 정재원 / Jeong Jae Won - 전시기간: 2020. 2. 10 - 2020. 3. 15 - 주최: 석파랑 아트홀 - 기획: JEONG JAE WON - 입장료/관람료: 없음 - 관람가능시간 및 휴관일: 11:00am~07:00pm - 전시장정보 석파랑 아트홀 Seokparang Arthall 주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309(홍지동125) 전화번호 02-395-2500 - 작가정보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새오리로 211-19 010-8901-8662, http://jeongjae.com/ https://www.instagram.com/jeongjaewon_furniture/ 첨부사진 1. Big table, designed in 2017 2. Wedge console, designed in 2013 3. CC console, designed in 2019 4. Made by JEONG JAE WON 展, 석파랑 아트홀, 2020 5. 크래프트 클라이막스, 경기도미술관, 2017 6. J1 chair, designed in 2010 7. Line chair, designed in 2014
  • ‘코로나 사망’ 리원량 박사에게 중국 공안 반성문 요구

    ‘코로나 사망’ 리원량 박사에게 중국 공안 반성문 요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존재 처음 알린 중국 의사 사망공안이 내민 서류 “잘못된 발언 스스로 인정해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존재 처음 알린 중국 의사 리원량이 사망한 가운데 그가 공안에게 받은 서류 내용에 관심이 모아졌다. 리원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중국에 처음 알렸다는 이유로 중국 공안에 처벌받았던 의사다. AP·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우한 중심병원은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리원량(李文亮·34)이 7일 오전 2시58분쯤(현지시간) 사망했다고 전했다. 리원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초기 SNS에 “화난(華南) 수산물도매시장에서 사스 확진자들이 발생했다”는 글을 올렸다. 글은 인터넷에 급속히 전파됐고, 리원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세상에 알려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리원량은 그의 친구 7명과 함께 중국 공안으로부터 “유언비어를 퍼뜨려 사회질서를 해쳤다”는 이유로 위법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내용이 담긴 훈계서를 받았다. 공안 책임자들이 내민 서류에는 사회질서를 심각하게 어지럽히는 잘못된 발언을 한 것을 스스로 인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내용에 따르면 ‘우리는 엄중 경고한다. 그렇게 고집을 부리고 불법 행위를 계속하면 당신은 법정에 보내질 것이다. 이해하느냐’라고 돼 있었고, 그 아래 ‘네 이해했습니다’고 서명하도록 했다.하지만 이후 사태가 커지자 중국 법원은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고 했고, 중국 보건 당국 관계자는 입장을 180도 바꿔 그가 ‘제갈량’이었다고 칭송했다. 앞서 리원량은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달 10일 자신도 증세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자신뿐만 아니라 동료 의료인들이 감염됐는데도, 중국 관영 CCTV에서 사람 간 전염이 안된다고 발표해 의아했다고도 전했다. 리원량은 또 중국 보건 당국이 사용하는 진단 장비로 검사했지만 계속 음성 판정이 나오다가 증세가 매우 악화 된 지난 1일에서야 양성 확진 판정을 받았다. 많은 중국인들이 리원량을 ‘내부 고발자’로 칭송하고 있었던 만큼, 그의 사망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애도를 표하고 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술 이야기] 우리가 몰랐던 ‘가성비’ 와인들

    [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술 이야기] 우리가 몰랐던 ‘가성비’ 와인들

    랑그독, 가격은 보르도에 비해 30%까지 저렴 伊 에밀리아로마냐의 ‘숨겨진 보석’ “프랑스 보르도, 부르고뉴, 이탈리아 토스카나, 피에몬테, 미국 나파밸리….” 와인에 관심을 갖다 보면 각국을 대표하는 와인 산지 지역명이 어느새 친숙해집니다. 고급 와이너리들이 몰려 있는 이 지역들은 전통과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빼어난 와인을 생산하죠. 유명세만큼 대체로 고가이고요. 하지만 세상은 넓고 와인은 다양합니다. 좋은 와인이 꼭 유명 산지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저렴한 가격에 뛰어난 퀄리티의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숨겨진 보석’ 같은 산지들을 소개합니다. 먼저 ‘기회의 땅’으로 불리는 남프랑스의 랑그도크 지방입니다. 랑그도크는 보르도와 부르고뉴의 아성에 밀려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곳입니다.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이 지역의 포도 농가들은 협동조합을 통해 저가의 벌크 와인만을 주로 만들었습니다. 사실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랑그도크 지역은 포도 농사를 짓는 데 천혜의 자연 환경을 갖춘 곳입니다. 고온 건조하지만 바닷바람이 더운 공기를 완화해 자칫 포도가 과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죠. 적당히 익어 신선한 포도로 양조한 와인은 균형감이 뛰어나기 마련이고요.와인 산지로는 완벽한 환경이 이 지역 와이너리 발전에 오히려 발목을 잡았나 봅니다. 랑그도크 와인을 수입하는 국내 한 와인 관계자는 “머리 좋은 사람들이 게으르듯, 과거 랑그도크 지역에선 대충대충 포도 농사를 짓고 와인을 생산해도 자연 덕분에 일정 퀄리티 이상의 맛이 나오니 쉽게 벌크 와인을 만들었고 발전이 더뎠다”고 말하더군요. 1980년대부터 프랑스 와인 산업이 발달하면서 장인 정신으로 무장한 생산자들은 24개의 다양한 품종이 고루 잘 자라는 랑그도크 지역을 ‘블루오션’으로 인식하고 이 지역으로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가운데 올리비에 줄리앙이라는 생산자는 유기농법으로 와인을 만들어 전 세계에 랑그도크 와인의 명성을 처음 떨쳤죠. 이를 계기로 랑그도크 지역은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양조 방식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와인계의 ‘실리콘밸리’로 변화합니다. 이 지역 와이너리들의 농법과 양조 방식들이 개성이 강하고 다양해 정부가 공식적으로 품질을 인증하는 AOC(원산지 통제 명칭)의 규제를 받지 않는 와이너리들이 많다는 점도 랑그도크 와인이 가진 ‘뻔하지 않은 맛’의 매력을 더해 주죠. 한국에선 201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랑그도크 와인이 소개되기 시작했는데요. 비슷한 급이라면 가격이 보르도, 부르고뉴에 비해 최대 3분의1까지 저렴하니 최상급 브랜드 와인을 고집하지 않을 것이라면 랑그도크 와인으로도 눈을 돌려 보기를 권합니다.이탈리아에선 에밀리아로마냐주 지역의 와인들이 ‘숨겨진 보석’으로 통합니다. 이 지역의 주도는 라구 소스로 만드는 ‘볼로네제 스파게티’로 유명한 볼로냐인데요. 이 밖에 파르마의 파마산 치즈, 햄(프로슈토), 발사믹 식초 등 지역 내 훌륭한 식재료가 많아 대외적으로는 와인보다는 이탈리아의 식문화를 이끄는 음식의 고장으로 더 알려져 있죠. 이러한 영향으로 에밀리아로마냐주에선 오래전부터 음식과 함께 먹기 편한 스타일의 와인들을 생산해 왔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발포성 와인인 람브루스코입니다. 청량하고 달콤한 이 와인은 미국에서 한때 ‘이탈리아 콜라’라고 불렸을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답니다. 이 지역에서 재배되는 산지오베재, 트레비아노 등의 일반적인 이탈리아 와인도 서늘한 날씨의 영향으로 가볍고 음용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입니다. 토스카나 와인이 진하고 강렬한, 전형적인 이탈리아 와인의 남성성을 상징한다면, 에밀리아로마냐 와인은 좀더 섬세하고 여성적인 맛이라고 할까요. 에밀리아로마냐주는 와인 천국 이탈리아에서도 생산량이 가장 많은 지역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힙니다. 그럼에도 이 지역 와인이 잘 알려지지 않은 건 지역 주민들의 ‘로컬 와인’ 사랑 덕분이 큽니다. 최근 이 지역 와인을 국내에 수입하기 시작한 또 다른 관계자는 “현지 음식 문화의 자부심이 강해 로컬 소비량이 크고 수출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라고 하네요. 또 생산량이 워낙 많은 데다 토스카나나 피에몬테 등 고급 와이너리가 많은 지역에 비해 상업화가 더뎌 오랫동안 숙성을 하지 않는 와인이 많이 나옵니다. 시간과 비용이 덜 들어가니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좋답니다. 음식과 함께, 혹은 많이 마셔도 질리지 않는 가벼운 와인을 선호한다면 에밀리아로마냐주의 와인을 선택해 보세요. 이탈리아 와인의 새로운 매력을 깨닫게 될 겁니다. macduck@seoul.co.kr
  • ‘골목식당’ 팥칼국수집, 3개월 뒤에는 바뀌어 있을까 [종합]

    ‘골목식당’ 팥칼국수집, 3개월 뒤에는 바뀌어 있을까 [종합]

    ‘골목식당’ 팥칼국수집 사장이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려는 모습에 백종원이 결국 분노했다. 지난 5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는 홍제동 문화촌 편의 마지막 이야기가 공개됐다. 이날 팥칼국수집은 옹심이를 삶은 물에 팥 베이스를 넣는 등 기존 방식을 고수하는 모습으로 백종원을 답답하게 했다. 백종원은 중국산 팥에서 국산 팥으로 바꾼 팥 옹심이를 맡보며 “확실히 쓴 맛은 잡혀서 맛있어졌지만, 진한 팥 맛은 부족하다”며 아쉬워했다. 이에 사장님은 옹심이 이야기만 반복했다. 백종원은 기존 방식대로 조리하는 사장님에게 “이렇게 하시면 손님들이 아쉬운 평가를 할 수 밖에 없다. 3개월 안에 다시 돌아갈 확률이 80%”라고 말했다. 그러자 사장님은 오히려 “돌아가지 않으면 뭐 해줄 거냐”고 반문했다.백종원은 이 외에도 시제품 옹심이를 쓰는 것을 고집하는 사장님에게 쓴소리를 했다. 백종원은 “팥 전문점인데 직접 옹심이를 빚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냐”고 말했다. 이에 사장님은 “빚은 시간도 없고 공간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백종원은 “다른 식당들은 돈을 거저 버는 것 아니다. 그렇게 편하게 장사하는 사람이 어딨냐”고 분노했다. 팥옹심이를 시식해 본 김성주도 “시대가 변했다. 과거의 어머니께서 가르쳐준 맛은 그 시대에 맞는 맛이고, 별미 음식으로 먹게 된 지금 시대에선 팥 음식은 진해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고, 사장님 부부는 “앞으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골목식당’ 팥칼국수집에 분노한 백종원 “이건 망하자는 것”

    ‘골목식당’ 팥칼국수집에 분노한 백종원 “이건 망하자는 것”

    ‘백종원의 골목식당’ 백종원이 변화하지 않는 홍제동 팥칼국수집에 분노한다. 5일 방송되는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홍제동 ‘문화촌 골목’의 마지막 이야기가 공개된다. 지난주 방송에서 동남아식 갈비탕 ‘바쿠테’를 한국식으로 응용한 신메뉴 ‘돼지등뼈갈비탕’을 제안 받은 ‘감자탕집’ 아들 사장님은 백대표의 조언을 토대로 신메뉴 연습에 매진했다. 하지만 사장님은 “내놓기가 부끄럽다”며 연신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였고, 이를 지켜보던 백종원은 ‘감자탕집’에 방문해 ‘돼지등뼈갈비탕’을 맛보았다. 직접 시식한 백종원은 크게 놀랐다고. 아들표 ‘돼지등뼈갈비탕’의 맛은 방송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 ‘감자탕집’에는 레트로 듀오 가수 ‘육중완 밴드’가 미리투어단으로 방문했다. 평소 ‘해장국 마니아’로 소문난 육중완은 ‘돼지등뼈갈비탕’ 시식 후 “우리나라에 이런 맛이 있나?”라며 감탄하기도 했다. 백종원에게 불맛 입힌 ‘갈비치킨’ 메뉴를 전수받았던 ‘레트로 치킨집’ 부부 사장님은 일주일 동안 갈비 소스 대량 조리 연습에 몰두했지만, 맛을 잡지 못해 고민에 빠졌는데 그 와중에 ‘천재 프로듀서’ 그레이와 ‘괴물 래퍼’ 우원재가 미리투어단으로 등장했다. 신메뉴 ‘갈비치킨’을 주문한 두 사람은 “거짓말 안 해야겠다”며 솔직한 시식 평으로 모두를 긴장시켰다. 기존의 조리 스타일을 두고 백종원과 신경전을 벌였던 팥칼국수집은 마지막까지 고집을 굽히지 않고. 말을 번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백종원은 사장님 내외에게 “촬영이 끝난 뒤 원래대로 돌아갈 확률 98%”라고 덧붙였지만 아내 사장님은 “내기할까요?”라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백종원을 당황시켰다. 또한, 아내 사장님은 기존 중국산 팥에서 국내산 팥으로 ‘팥’을 변경해 원가가 달라졌다며 “가격을 변경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내 사장님의 말에 백종원은 결국 참지 못하고 “이건 망하자는 거다. 죄악”이라며 분노했다. 한편,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5일 오후 11시 10분에 방송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이태원 클라쓰’ 박서준이 만든 명불허전 ‘박새로이’

    ‘이태원 클라쓰’ 박서준이 만든 명불허전 ‘박새로이’

    ‘이태원 클라쓰’ 박서준이 클래스 다른 존재감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JTBC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향한 반응이 심상치 않다. 불합리한 세상 속 고집과 객기로 뭉친 청춘들의 ‘힙’한 반란, 그 서막을 본격적으로 열며 첫 방송부터 뜨거운 호평을 끌어냈다. 지난 2회 시청률은 전국 5.3%, 수도권 5.6%(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로 자체 최고를 기록, 분당 최고 7%까지 치솟으며 폭발적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중심에는 현실판 ‘박새로이’로 돌아온 박서준이 있다. 제 삶을 가로막는 냉혹한 현실 앞에 쉽사리 무릎 꿇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간 부당한 세상에서 ‘소신’만은 지켜내려는 열혈 청춘 박새로이를 완벽하게 그려내며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이에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방송 이후 각종 SNS와 포털사이트 등에는 “역시 박서준, 기대 그 이상이다!”, “내 ‘최애캐’가 박서준 만나서 너무 행복해”, “기다림의 이유, 박서준이 증명했다”, “박새로이의 소신과 패기에 가슴 뭉클했다”, “새로이처럼 살고 싶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사이다 매력이 철철” 등의 열띤 호응이 쏟아졌다. 특히 아버지의 죽음 이후 극적으로 반전되는 박새로이의 감정선을 섬세하고 디테일한 연기로 그려내며 흡인력을 높였다. 찰나의 눈빛, 호흡 한 번으로 몰입감을 더하는 박서준의 ‘하드캐리’ 열연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첫사랑 오수아(권나라 분) 앞에서는 솔직하고 순수한 소년의 얼굴로 풋풋한 설렘을 자아내다가도, ‘장가’ 장대희(유재명 분) 회장과 그의 장남 장근원(안보현 분)에 정의롭게 맞서는 눈빛은 뜨겁게 빛났다. 공개된 현장 비하인드 컷에서도 박서준의 명불허전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다. 첫 만남부터 질긴 악연의 시작을 알린 박새로이와 장근원, 두 인물의 아슬아슬한 대립으로 긴장감을 자아낸 박서준과 안보현이 함께 촬영 장면을 모니터링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한 치의 빈틈이라도 놓칠세라 자신의 연기를 꼼꼼하게 확인하는 두 사람의 초집중 모드가 눈길을 끈다. 대사와 동선에 완벽을 기하며 실전을 방불케 하는 열혈 리허설 현장도 공개됐다. 아버지 죽음의 진실을 알고 찾아간 장근원에게 울분을 터뜨리는 장면부터 구치소까지 찾아와 또다시 무릎을 꿇리려는 장회장과 팽팽한 기싸움을 펼치는 박새로이의 모습까지, 첫 회부터 시청자들의 뇌리에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명장면의 탄생 뒤에는 남다른 열정과 노력이 있었다. 박서준은 “박새로이는 소신이 뚜렷하고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단단한 인물이다.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는 그의 모습은 나뿐만 아니라 드라마를 보시는 분들에게도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박새로이의 ‘소신’은 뜨거운 공감과 울림을 선사하며 단 2회 만에 시청자들을 전율케 했다. 전학 첫날부터 모두가 묵인하는 재벌 2세 장근원의 만행에 날린 카운터펀치는 짜릿했고, 퇴학을 면해주는 대신 무릎 꿇고 사과하라는 장회장의 제안에도 소신을 굽히지 않는 그의 선택은 통쾌했다. 억울하게 살인미수 전과자가 되었지만 박새로이는 변함없었다. 접견실에서 다시 마주한 장회장이 내민 마지막 기회에도 흔들리기는커녕, 불끈 쥔 두 주먹은 앞으로 펼쳐질 그의 뜨거운 반란을 더욱 기대하게 했다. 누구나 그처럼 살기를 꿈꾸지만, 세상이 정해둔 틀과 현실이라는 장벽에 부딪혀 타협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또 하나의 ‘워너비 캐릭터’로 자리매김한 박새로이의 활약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JTBC ‘이태원 클라쓰’는 오는 7일 오후 10시 50분에 방송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1초만에 고화질 영화 82편 전송… 삼성 ‘초고속 D램’ 세계 첫 출시

    1초만에 고화질 영화 82편 전송… 삼성 ‘초고속 D램’ 세계 첫 출시

    AI 데이터 등 활용 “초고가 메모리 선점”삼성전자가 풀HD 화질(5GB)의 영화를 1초당 82편씩 전송할 수 있는 초고속 메모리 반도체를 세계 최초로 시장에 내놨다. 삼성전자는 4일 슈퍼컴퓨터와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분석에 활용할 수 있는 초고속 D램인 ‘플래시 볼트’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제품은 16기가바이트(GB) 용량의 3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2E) D램이다. 2세대 제품(초당 영화 61편 전송 가능 수준)보다 속도는 1.3배, 용량은 2.0배 향상됐다. 현존하는 D램 패키지 중에 데이터 처리 속도가 가장 빠르다. 2017년 12월에 2세대 제품을 양산한 지 2년여 만에 세계 최초로 3세대 제품 양산에 돌입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8월 3세대 제품을 개발했다고 밝혔지만 아직 양산에 돌입하지는 않았다. 이번에 출시한 HBM2E는 HBM D램의 최신 규격이다. HBM은 칩 상단과 하단에 미세한 전자이동 통로를 만든 뒤 D램 칩을 쌓아 수직으로 연결한 제품을 뜻한다. 칩을 관통해 전극으로 연결하는 방식이어서 금선(와이어)을 통해 외부에서 묶는 것보다 칩 간에 신호를 빠르게 주고받는다. 특히 삼성전자는 16기가비트(Gb) D램에 5600개 이상의 미세한 구멍을 뚫고 총 4만개가 넘는 ‘실리콘 관통 전극’(TSV) 접합볼로 8개 칩을 수직 연결한 ‘초고집적 TSV 기술’을 이 제품에 적용해 속도가 빨라지게 했다. ‘신호전송 최적화 회로 설계’ 덕에 총 1024개의 데이터 전달 통로에서 초당 3.2Gb의 속도로 410GB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제품을 통해 차세대 초고가 메모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을 지녔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최초 경고 리원량 박사 “공안이 절 찾아와 내민 서류에”

    최초 경고 리원량 박사 “공안이 절 찾아와 내민 서류에”

    지난달 31일 제가 병원 침상에 누워 찍은 셀피 사진입니다. 전 리원량 박사라고 합니다. 중국 우한 중앙병원의 안과의사로 일하며 지난해 12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창궐을 경고했던 의사입니다. 이달 1일 저 역시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제가 웨이보에 올린 글들을 중심으로 3일(현지시간) 영국 BBC가 소개한 기사를 통해 진실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우한 시 당국은 지난달 초부터 새 바이러스가 확산된다는 보도를 한사코 덮으려고만 했습니다. 제가 동료 의사들에게 새 감염병 확산이 우려된다고 계속 알리며 이를 공유하자 경찰이 찾아와 그만하라고 하더군요. 전 지난해 12월 저희 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던 7명의 환자들에게서 2003년 지구촌을 휩쓸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와 유사한 바이러스가 보인다고 생각했습니다. 해서 관심을 갖고 살펴보았습니다. 환자들 모두 우한 시의 화난 재래시장에서 병원균에 감염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같은 달 30일 채팅 방에 있던 동료 의사들에게 이 감염증이 확산될 위험이 있다고 알리며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방호복을 입으라고 조언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저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발견한 것인지 미처 깨닫지 못했습니다. 웨이보에도 편지를 보냈는데 왜 당국이 한 명의 의사도 감염되지 않았다고 말하는지 의아하다는 대목도 포함됐어요. 지난달 초만 해도 우한 관리들은 동물과 접촉한 사람만 감염된다고 주장하며 의료진을 보호할 어떤 지침도 내놓지 않았기 때문입니다.나흘 뒤 공안 책임자들이 절 찾아와 서류를 내밀며 서명하라고 강요하더군요. 사회질서를 심각하게 어지럽히는 잘못된 발언을 한 것을 스스로 인정한다는 내용이었어요.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해 드리면 ‘우리는 엄중 경고한다. 그렇게 고집을 부리고 불법 행위를 계속하면 당신은 법정에 보내질 것이다. 이해하느냐’라고 돼 있었고 그 아래 ‘네 이해했습니다’라고 서명하도록 돼 있더군요. 이렇게 나쁜 소문을 퍼뜨린다는 이유로 공안이 찾아온 의사가 7명이나 됐습니다. 하지만 공안이 찾아온 지 일주일 만에 제가 녹내장을 앓고 있는 여성을 치료했는데 그녀가 신종 코로나에 감염돼 있는 줄 몰랐습니다. 지난달 10일부터 기침이 나오기 시작했고, 다음날 미열이 시작됐으며 이틀 뒤 병상에 몸져 누웠어요. 부모님 역시 몸에 이상을 느껴 입원했습니다. 같은 달 20일에야 중국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제 스스로 여러 차례 바이러스 검사를 했지만 모두 음성으로 나왔어요. 지난달 31일 다시 웨이보에 올린 글을 통해 ‘전날 핵산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이 나와 최종 확진을 받았다’고 알렸습니다. 짧은 글에 눈이 뒤집히고 혀가 말려들어간 강아지 이모티콘을 달았어요.당연히 지지 글이 쏟아졌지요. 절 “영웅”이라고 치켜세우거나 나라를 걱정해 얘기했던 일 때문에 화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한다는 내용이었지요. 어떤 이는 그랬어요. ‘앞으로 감염병이 번질 징후가 나타날 때 초기 경고를 발령하는 일에 대해 의사들이 조금 더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제가 조금 낯부끄럽게 마지막으로 댓글 하나 옮기자면 ‘안전한 공중보건 환경을 만들려면 수백만의 리원량이 필요해요’란 내용입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이태원 클라쓰’ 박서준 통했다...첫방송 시청률 5% 기록

    ‘이태원 클라쓰’ 박서준 통했다...첫방송 시청률 5% 기록

    배우 박서준이 ‘이태원 클라쓰’를 통해 남다른 연기력을 보였다. JTBC 새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가 지난달 31일 호평 속에 첫 방송됐다. 시청자 반응 역시 뜨거웠다. 1회 전국 시청률은 역대 JTBC 드라마 첫 방송 최고 시청률과 동일한 5.0%를, 수도권은 5.3%(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불합리한 세상 속 고집과 객기로 뭉친 청춘들의 ‘힙’한 반란, 그 서막을 완벽하게 연 ‘이태원 클라쓰’는 원작의 매력을 한층 배가시킨 연출과 촘촘한 대본, 무엇보다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배우들의 열연까지 더해지며 시청자들을 단숨에 매료시켰다. 이날 첫 방송에서는 소신 하나만큼 남부럽지 않은 박새로이(박서준 분)의 15년 전 과거가 그려졌다. ‘장가’에서 근무하는 아버지 박성열(손현주 분)의 본사 발령으로 전학을 오게 된 박새로이. 하지만 ‘광진고’ 입성 첫날부터 열아홉 소년의 인생은 꼬일대로 꼬이기 시작했다. 교실에서 이호진(이다윗 분)이 괴롭힘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박새로이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가 ‘장가’의 후계자 장근원(안보현 분)이라는 오수아(권나라 분)의 만류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선생님조차 그의 만행을 눈감는 현실, 잘못을 저지르고도 의기양양한 장근원을 향해 박새로이가 주먹을 휘두르며 학교가 발칵 뒤집어졌다. 불의를 참지 않은 대가는 열아홉 박새로이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소식을 들은 장근원의 아버지, ‘장가’의 회장 장대희(유재명 분)까지 학교에 나섰다. 그 뒤로 박새로이의 아버지가 죄인이라도 된 듯한 얼굴로 들어섰다. 박새로이를 마주한 장회장은 모든 처벌을 면해주는 대신, 장근원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할 것을 제안했다. 긴 침묵 끝에 입을 연 박새로이는 “저희 아버지는 사람은 소신 있게 살아야 된다고 가르쳐주셨습니다”라며 잘못을 인정할 수 없음과 퇴학을 당하더라도 무릎은 꿇을 수 없다는 ‘소신’을 밝혔다. 결국 박새로이는 전학 첫날 퇴학을 당했고, 아버지 역시 퇴사의 뜻을 밝혔다. 비록 자신은 그렇게 살지 못했지만, 소신껏 살아가는 듬직한 박새로이와 술잔을 기울이며 “얼마나 자랑스러운 아들이냐.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라는 응원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박새로이 부자는 작은 가게를 차리며 새로운 인생 준비에 나섰다. 하지만 불행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오는 법이었다. 박새로이의 아버지는 한밤중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쓸쓸한 빈소를 지키며 슬픔에 잠겨있던 그에게 담당 형사 오병헌(윤경호 분)이 찾아왔다. 피의자의 자수 소식과 함께 그가 건네고 떠난 현장 사진에서 오수아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바로 사진 속 차량 번호판이 장근원이 어렵게 구했다며 자랑하던 번호와 동일한 것. 박새로이의 얼굴은 한순간 싸늘하게 변했다. 곧바로 장근원을 찾아간 박새로이는 그를 향해 울분을 터뜨렸다.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 참을 수 없는 분노로 주먹을 휘두르는 박새로이의 모습은 그와 ‘장가’의 질긴 악연의 시작을 알리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이태원 클라쓰’는 첫 방송부터 압도적인 흡인력으로 시간을 ‘순삭’했다. 박서준의 존재감은 단연 압도적이었다. 그의 다부진 눈빛과 돌직구 화법은 소신과 패기로 뭉친 박새로이의 매력을 극대화하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순수하지만 다부진 소년의 면모부터 분노와 슬픔을 오가며 감정을 폭발시키는 연기까지, 변화무쌍한 얼굴로 박새로이의 디테일한 감정선을 표현해냈다. 대본 집필 참여로 이목을 끌었던 원작자 조광진 작가의 선택은 옳았다. 웹툰에서 미처 그리지 못했던 캐릭터들의 서사와 관계성을 확장시키고 싶었다는 그의 말처럼, 보다 입체적이고 차별화된 이야기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박새로이의 첫사랑 ‘오수아’로 분한 권나라의 활약이 돋보였다. 박새로이 부자와 더욱 긴밀한 관계성으로 캐릭터의 설득력을 더했다. 김성윤 감독 역시 극적으로 변화하는 캐릭터의 감정선을 놓치지 않는 섬세하고 감각적인 연출로 완성도를 높였다. 여기에 드라마의 첫 장면을 장식하며 궁금증을 자극한 김다미, 등장부터 강렬한 포스로 순식간에 극의 분위기를 반전시킨 ‘믿보배’ 유재명까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시너지를 발산하며 앞으로의 이야기를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다. 박새로이의 아버지를 연기한 손현주는 특별출연 그 이상의 존재감으로 과거 서사의 중심을 탄탄하게 이끌었다. 한편, JTBC ‘이태원 클라쓰’ 2회는 1일 오후 10시 50분에 방송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박서준X김다미 ‘이태원 클라쓰’ 첫 방송 “열혈 청춘들 온다”

    박서준X김다미 ‘이태원 클라쓰’ 첫 방송 “열혈 청춘들 온다”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굴 열혈 청춘들이 드디어 출격한다. JTBC 새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연출 김성윤, 극본 조광진, 제작 쇼박스·지음, 원작 다음웹툰 ‘이태원 클라쓰’)가 오늘(31일) 첫 방송된다. ‘이태원 클라쓰’는 불합리한 세상 속, 고집과 객기로 뭉친 청춘들의 ‘힙’한 반란을 그린 작품이다. 세계를 압축해 놓은 듯한 이태원의 작은 거리에서 각자의 가치관으로 자유를 쫓는 그들의 창업 신화가 다이내믹하게 펼쳐진다. 레전드 ‘인생 웹툰’으로 손꼽히는 동명의 다음웹툰을 원작으로 박서준, 김다미, 유재명, 권나라 등 완성도를 담보하는 퍼펙트 라인업까지 완성하며 2020년 상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구르미 그린 달빛’, ‘연애의 발견’의 김성윤 감독과 직접 대본 집필에 나선 원작자 조광진 작가의 의기투합은 드라마 팬들을 더욱 설레게 한다. 이에 첫 방송을 앞두고 ‘이태원 클라쓰’ 제작진이 직접 전하는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 박서준X김다미X유재명X권나라, 연기도 싱크로율도 클래스 다른 배우들 뭉쳤다! 박서준, 김다미, 유재명, 권나라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 ‘이태원 클라쓰’를 기다리게 하는 이유다. 박서준은 소신 하나로 이태원 접수에 나선 열혈 청년 ‘박새로이’로 레전드 ‘인생캐(인생 캐릭터)’의 탄생을 기대케 한다. 악연으로 얽힌 라이벌 ‘장가’를 향한 거침없는 반격이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주목받는 신예 김다미는 IQ162의 고지능 소시오패스 ‘조이서’ 역으로 생애 첫 드라마 주연에 나선다. 탄탄한 연기와 유니크한 매력으로 ‘입덕 요정’ 등극을 예고한다. 믿고 보는 배우 유재명의 파격 변신도 눈길을 끈다. 자비 따위 없는 냉철한 권위주의자이자 대한민국 요식업계의 정점 ‘장가’를 이끄는 ‘장대희’ 회장으로 분해 묵직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권나라는 박새로이(박서준 분)의 첫사랑이자 ‘장가’의 유능한 전략기획팀장 ‘오수아’로 분해 변화무쌍한 얼굴을 선보인다. 이견 없는 연기력부터 ‘웹찢’ 싱크로율까지 풀장착한 클래스 다른 배우들이 뭉친 만큼, 개성 강한 캐릭터에 자신만의 색을 덧입혀 새로운 매력을 불어넣을 이들의 열연이 그 어느 때보다 기다려진다. # 레전드 오브 레전드 인생 웹툰 ‘이태원 클라쓰’ 드디어 드라마로 만난다! ‘구르미 그린 달빛’ 김성윤 감독과 원작자 조광진 작가의 믿고 보는 의기투합 동명의 다음웹툰 ‘이태원 클라쓰’는 연재 당시부터 호평과 인기를 동시에 누리며 현재까지도 수많은 독자들이 ‘인생 웹툰’으로 손꼽는 작품이다. 2017년 연재를 시작해 누적 조회 2억 2천 뷰를 돌파, 다음웹툰 역대 유료 매출 1위, 평점 9.9점이라는 놀라운 기록은 원작의 힘을 증명한다. 무엇보다 ‘구르미 그린 달빛’, ‘연애의 발견’ 등을 통해 세밀하고 감각적인 연출을 인정받은 김성윤 감독과 원작자 조광진 작가의 의기투합은 완성도를 담보한다. 조광진 작가는 “원작과 다른 서사도 분명히 있지만, 원작과의 ‘차별’보다는 ‘보완’에 더욱 집중했다. 원작에서 미처 풀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웹툰을 보신 분들께는 더욱더 깊고 풍성해진 인물들의 속사정, 인물간의 관계를 보는 재미 또한 있으리라 생각한다”는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 내공 만렙 연기 고수들과 떠오르는 대세 신예들의 뜨거운 시너지! ‘꿀잼력 UP’ 박새로이와 장대희(유재명 분) 회장의 악연은 이태원의 신생 포차 ‘단밤’과 요식업계의 몬스터 ‘장가’의 팽팽한 승부로 이어진다. 주목해야 할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청춘 에너지 충만한 ‘단밤’ 멤버들과 범접 불가한 ‘장가’ 패밀리로 가세한 배우 군단의 활약이다. 먼저 김동희는 조이서(김다미 분) 바라기이자 ‘장가’의 둘째 아들 ‘장근수’를 맡아 기대를 모은다. ‘장가’를 떠나 조이서와 함께 ‘단밤’에 입성하게 되는 그의 사연이 궁금증을 자극한다. 안보현은 ‘장가’의 사고뭉치 장남이자 망나니 후계자 ‘장근원’ 역으로 첫 악역에 도전한다. 박새로이와 ‘장가’ 사이 악연의 시작점이 되는 인물. 이름만으로도 신뢰를 더하는 김혜은도 ‘장가’ 패밀리에 합류한다. ‘장가’의 전무이사이자 능력 있는 야망가 ‘강민정’으로 걸크러시한 매력을 발산한다. 여기에 ‘단밤’ 멤버로 만나 의외의 케미스트리를 보여줄 류경수와 이주영의 등장도 눈길을 끈다. 류경수는 전직 조폭 출신의 ‘단밤’ 직원 ‘최승권’을, 이주영은 남다른 비밀을 가진 ‘단밤’ 주방장 ‘마현이’를 연기한다. 내공 만렙 연기 고수들과 떠오르는 대세 신예들의 뜨거운 시너지가 궁금증을 더한다. 오늘(31일) 밤 10시 50분 JTBC에서 첫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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