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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주석의 서울택리지 테마기행] 한양도성(하)

    [노주석의 서울택리지 테마기행] 한양도성(하)

    ●한양도성은 어떻게 훼철(毁撤)됐나 한양도성은 일제 히로히토 황태자의 1907년 10월 서울 방문을 계기로 파괴되기 시작했다는 게 통설이다. 천황이 될 지엄한 몸이 보호국의 성문(숭례문) 아래를 지날 수 없다며 헐어냈다는 설이다.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는 당시 콜레라가 기승을 부리자 히로히토를 보호한다고 호들갑을 피웠는데 숭례문 밖 남지(南池)를 전염병의 온상으로 몰아 메워 버렸다. 고니가 유유히 노닐던 연못은 이때 사라졌다. 일제는 사대문 중 산중에 있는 숙정문을 빼고 숭례문, 흥인지문, 돈의문(서대문)을 다 헐고자 했다. 조선주둔군 사령관 하세가와 요시미치가 대포를 쏴서 파괴하겠다고 하자 조선거류민단 단장 나카이 기타로가 임진왜란 당시 한양을 점령한 가토 기요마사와 고니시 유키나가가 각각 입성한 숭례문과 흥인지문은 전승 기념물이므로 후세에 남겨야 한다고 주장해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식민 통치가 무르익었던 1925년에는 히로히토 결혼 기념 행사를 치를 장소를 만든다면서 흥인지문 양쪽 성곽과 청계천 수계 오간수문과 이간수문, 훈련도감과 하도감을 허물어 땅에 파묻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동대문디자인플라자)으로 옷을 갈아입고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 경성운동장(동대문운동장)이다. 이간수문과 성곽은 복원됐다. 고종실록과 승정원일기를 들춰 보면 진위가 의심스러운 대목이 등장한다. 1907년 3월 30일 참정대신 박제순, 내부대신 이지용, 군부대신 권중현이 “동대문과 남대문, 두 대문은…사람들이 붐비고 거마가 몰려듭니다. 게다가 전차가 문 가운데로 관통하는데 피하기가 어려워 매양 전차와 부딪히는 경우가 많으니…문루의 좌우 성첩(성가퀴·城堞)을 각각 8칸 허물어 전차가 출입하는 선로를 만들게 하고 원래 정해진 문은 백성이 왕래하는 곳으로만 쓴다면 매우 번잡한 폐단은 없을 듯합니다”라고 고종에게 아뢰었다는 내용이다. 한양도성 성곽의 훼철은 일제의 강압이 아니라 우리 정책인 것처럼 적혀 있다. 사실이라면 성곽 철거는 백성의 통행 불편과 사고 예방 차원에서 각부 대신이 연명으로 건의해 고종의 재가를 얻어 시행됐다고 볼 수 있지만 여느 조선왕조실록과는 달리 식민 시기에 집필, 편찬된 고종실록을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 히로히토의 방한과 도성 훼손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완용이 총리대신에 취임한 이후인 ‘1907년 6월 24일 내부대신과 탁지부대신에게 동대문과 남대문의 성가퀴와 성벽 일부를 철거토록 통보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며 이를 맡을 ‘성벽처리위원회’가 7월 30일 내려진 ‘내각령 제1호’에 의해 구성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지막 황태자’를 쓴 송우혜 작가는 언론에 기고한 칼럼에서 “성벽이 실제 철거된 것은 1908년 3월 중순으로 황태자가 서울을 다녀간 지 5개월이 지난 뒤였다”고 주장했다. 실제 성곽 철거 기사는 황성신문 1908년 3월 10일자와 대한매일신보 1908년 3월 12일자에 각각 실렸다. 일제에 대한 증오심 유발용으로 일본 황태자 원인설을 조작, 유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① 한양도성 낙산 구간 흥인지문~혜화문 가는 길의 서울디자인지원센터에 자리 잡은 한양도성박물관의 전경. ②~④는 내부 전시공간. 서울시는 2015년까지 한양도성 성곽을 복원해 끊어진 전 구간을 연결하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 등 한양도성 복원 종합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일제가 급조한 성벽처리위, 한양도성 훼철의 주범 비록 히로히토 방한 시기에 성곽이 손상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일제가 급조한 성벽처리위원회가 한양도성 훼철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부인 못 한다. 성벽처리위원회는 민간 전문가 조직이 아니라 정부의 차관급 인사로 구성됐는데 당시 각 부 차관 전원이 일본인 관리였다. 이들은 간선도로변의 성벽을 철거키로 하면서 교통 방해를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웠다. 저의는 딴 데 있었다. 그들이 자랑하는 도쿄나 교토와 비교할 수 없는 한양도성의 위용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성벽처리’라는 사무적인 기구 명칭에서도 그들의 불순한 의도가 느껴진다. 쭉정이가 머리 드는 법이고, 어사는 가어사(假御使)가 더 무섭다고 했다. 백성을 위한다면서 전찻길을 따로 내자고 건의한 박제순, 이지용, 권중현과 성벽처리위원회 설치를 명하는 내각령 1호를 발동한 이완용은 이근택과 함께 우리에게 ‘을사오적’으로 더 익숙한 매국노들이다. 을사늑약 체결 당시 이완용은 학부대신, 박제순은 외부대신, 이지용은 내부대신, 권중현은 농상공부 대신이었다. 백성을 팔아 일제의 환심을 사려는 사리사욕의 발로가 아닌가 한다. 이들이 제일 먼저 한 일이 성벽처리였다면 우연치곤 너무 고약하다. 1905년 을사늑약 체결로 외교권을 빼앗고 1907년 고종을 강제 퇴위시킨 일제는 거칠 것이 없었다. 1910년 병탄에 앞서 국가와 왕권을 상징하는 도성의 해체는 정해진 수순이었다. 그들은 태조가 행했던 나라 세우기의 역순으로 와해를 꾀했다. 도성 성곽 해체가 식민지 건설의 첫 단추라고 본 것이다. 일제가 성곽을 거느린 위풍당당한 숭례문과 흥인지문을 문루만 덩그러니 남은 도심의 외딴섬으로 만든 까닭이다. ●도성 성곽의 해체는 국권 상실의 다른 말 도성 성곽의 해체는 왕조의 멸망과 외세의 지배를 백성에게 피부로 느끼게 했다. 무장해제된 도성문의 초라한 행색이 우편엽서로 만들어져 전국에 뿌려졌고 전국 각 읍성의 성곽도 뒤이어 철거됐다. 오백년 동안 익숙했던 도성 출입 시스템이 바뀌면서 생활상도 급변했다. 매일 새벽 4시와 밤 10시를 기해 도성문을 여닫으면서 통행금지 해제(인정·人定)와 통행금지(파루·罷漏)를 알리던 보신각 종소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도성 출입과 하루의 시작 및 끝을 알리던 전통적인 통제 장치가 사라지면서 일상이 무너졌다. 성곽이 없는 문은 의미를 상실했고 지엄한 권위도 힘을 잃었다. 도성 해체는 국권 상실을 뜻했다. 한양도성 성곽의 전체 둘레는 모두 18.627㎞이지만 남아 있는 산악 지역 성벽을 제외한 도심 구간 5.471㎞는 멸실됐다. 12.4㎞만 사적 제10호 ‘서울 한양도성’으로 지정돼 있다. 훼손이 가장 심한 구간은 돈의문~숭례문~흥인지문 구간이다. 일제와 친일파는 처음 숭례문 양쪽 성곽 8칸을 허물어 전찻길을 낸다고 했다가 야금야금 다 허물었다. 남산~숭례문 구간도 조선신궁을 지으면서 지형을 변형시켰다. 최근 회현지구 정비가 마무리돼 남산 자락 성곽이 위용을 드러냈고 옛 조선신궁터 복원이 진행 중인 것을 위안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창의문(자하문)~백악(북악)~숙정문~혜화문 구간은 대부분 복원됐지만 서울과학고와 경신고 사이 일부 구간은 성벽이 담장이나 축대로 쓰이는 형편이다. 숭례문은 화재 소실을 계기로 성첩 일부를 복원했지만 흉내에 그쳤다. 소덕문(서소문)~돈의문 구간에는 잔존 유구가 지하에 묻혀 있다. 정동구간 중 주한 러시아 대사관과 창덕여중 등에 성곽이 포함돼 복원 가능성이 희박하다. 강북삼성병원에서 사직터널에 이르는 돈의문~창의문 구간에는 손길이 아직 미치지 않았다. 흥인지문~광희문 구간은 운동장을 헐고 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다행히 복원이 이뤄졌다. 광희문~남소문 구간 중 장충동과 신당동 경계 지역 성곽은 대부분이 주택가에 포함돼 복원까지 시간이 걸릴 듯하다. 이 구간은 박정희 정권 시절 타워호텔(반얀트리)과 자유센터를 짓도록 허가를 내 주면서 망가졌다.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로 알려진 김수근은 두 건물을 설계하면서 한양도성 성곽을 완전히 해체했으며 그 돌로 도로변 석축을 쌓는 만용을 부렸다. 일제에 못지않은 훼철을 저질렀다. 문루가 희생된 돈의문, 소덕문, 남소문은 큰 도로가 자리 잡아 원상회복이 어렵다. 청계천의 수문인 오간수문터는 청계천 복원 과정에서 소외돼 발굴 상태로 방치돼 있다. 혜화문과 광희문도 도로에 자리를 빼앗겨 한옆으로 밀려나 있다. 도시화에 밀려 엉거주춤한 상태인 한양도성을 어떻게 되살릴 것인가. 보수와 복원 그리고 재건의 세 가지 방법이 있다. 무너진 성곽을 원재료로 다시 쌓는다면 보수이며 발굴 등을 통해 드러난 기저부에 새 돌을 다시 쌓아 본래 모습으로 되돌린다면 복원이 될 것이다. 자연재해나 전쟁 등으로 말미암아 파괴되거나 없어진 부분이 기록과 고증에 의해 문화재적 가치를 되찾으면 재건이다. 홀랑 타 버려 다시 세운 숭례문을 재건했듯 돈의문, 소덕문, 남소문의 재건 방안을 찾아야 한다. 자리를 옮김으로써 역사 가치를 상실한 광희문과 혜화문은 원위치 이축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임기 내 청계천 복원 사업을 끝내고자 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게서 버림받은 수표교는 장충단공원에서 본디 자리로 돌아오고 오간수문도 제 모습을 찾아야 할 것이다. ●보스턴 프리덤 트레일처럼 순성길 이어져야 미국 보스턴의 역사문화적 정체성은 ‘프리덤 트레일’에 담겨 있다. 건국과 독립전쟁 유적지로 가는 4㎞의 길 위에 붉은색 선이 그어져 있다. 그 줄만 따라가면 사적지를 만날 수 있는데 트레일은 보스턴 국립역사공원의 일부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한양도성 순성(巡城)길은 이어지지 않는다. 토막 나 있고, 흔적도 없다. 도성 길라잡이의 안내가 없다면 미아가 되기 십상이다. 한양도성 복원과 재건은 서울의 정체성 회복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한 해 1000만명이 넘는 서울 방문 외국 관광객들은 빌딩숲과 아파트단지, 불야성을 이루는 유흥가에서 서울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한강이나 남산을 서울의 랜드마크로 지목하는 사람도 많다. 서글픈 일이다. 우리는 2000년 고도 서울의 정체성 확립에 실패한 것이 아닐까. 역사문화도시 서울의 정체성은 내사산(백악~낙산~남산~인왕산)에서 흘러내려 사대문을 울타리처럼 감싼 한양도성 성곽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가파른 고갯길과 좁은 골목길을 걷다가 문득 고개를 들면 한옥 처마와 담장 너머로 펼쳐지는 내사산과 그에 겹쳐진 고색창연한 성곽이 곧 서울이다. 내사산과 도성 성곽의 어울림이 서울을 상징하는 도시 경관의 결정체다. 한양도성 순성이 서울 관광의 알갱이라는 사실을 웬만한 외국인은 다 알고 있다. 선임기자 joo@seoul.co.kr
  • [인사]

    ■인천항만공사 △감사팀장 박무동△창의경영팀장 신용주△기획조정실장 홍경원△경영지원팀장 조종화△재무관리팀장 안극환△물류산업육성팀장 김종길△마케팅팀장 김순철△북항사업소장 남태희△안전보안팀장(TF) 한경우△갑문운영팀장 김영복 ■한국은행 ◇실장△지역통할 강성대△법규 정길영△공보 박성준△재산관리 이금배△금융검사분석 조희근△국고증권실장 전태영◇인재개발원△원장 이중식◇조사국△계량모형부장 김준한△국제경제부장 박진수◇거시건전성분석국△국장 조정환△거시건전성연구부장 박양수◇통화정책국△국장 윤면식△금융시장부장 허진호◇금융결제국△국장 박이락◇발권국△국장 나상욱◇국제국△국장 김민호△외환업무부장 하근철◇외자운용원△외자기획부장 서봉국◇사무소장△뉴욕 유상대△프랑크푸르트 강성윤◇베이징사무소△상하이 주재 한상섭◇본부장△부산 김남영△대구경북 성병희△광주전남 이명종△전북 신원섭△강원 오인석△제주 정상돈△경기 김태석△포항 은호성◇지역본부△부산 기획조사부장 안성봉△대전 기획조사부장 노영래 ■브릿지경제신문 ◇국장△논설위원 김영인△편집국 종합편집부장 한인섭◇국장대우△정치경제부장(전국부장 겸임) 양규현△산업IT부장 이상준◇부국장△경영지원국 관리팀장 박동우◇부장△편집부장 여상호△사회부장 안종일△국제부장(생활건강부장 겸임) 고현석△사진영상부장 윤여홍△교열부장 이병갑△뉴미디어부장 우창희△인포그래픽팀장 구본규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경제학자의 영광과 패배(히가시타니 사토시 지음, 신현호 옮김, 부키 펴냄) 20세기의 운명을 바꾼 현대 경제학자 14명의 삶과 이론을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존 M 케인스를 중심으로 전개했다. 케인스 경제학을 받아들인 미국의 케인스주의자들과 케인스에 반발한 경제학자들로 나누어 독창적 주장과 이론을 소개한다. 하버드대 재학 중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교수로부터 받은 차별을 멋지게 극복한 폴 새뮤얼슨, 학생 시절 겪은 대공황의 충격을 계기로 빈곤 문제를 파헤치고 새로운 사회주의론을 펼친 존 갤브레이스, 무명의 학자로 살다가 금융위기 예측으로 극적으로 부활한 하이먼 민스키, 케인스 경제학의 허점을 날카롭게 비판한 밀턴 프리드먼, 아버지의 실명과 아내의 자살 등 연이은 불행을 새로운 경제학 연구로 확장한 게리 베커 등을 소개한다. 경제 사상과 이론의 발전 과정, 천재적 경제학자들의 눈부신 활약과 실수 속에 전개된 20세기 경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416쪽. 1만 6000원. 미학사3(타타르키비츠 지음, 손효주 옮김, 미술문화 펴냄) 폴란드 출신 미학자이자 미술사학자인 브와디스와프 타타르키비츠(1886~1980)가 남긴 미학 분야의 명저 ‘미학사’ 중 마지막 권. 고대와 중세 미학을 각각 다룬 1권과 2권에 이어 15~17세기 근대 미학의 역사를 다뤘다. 총 9부로 구성돼 이 시기 유럽 미학에서 의미 있는 사건과 주요 인물, 특징을 정리했다. 책은 시, 시학, 음악, 건축, 회화 등 예술 장르 대부분을 아우르면서 근대 미학의 태동기로서의 15~17세기에 집중한다. 저자는 미학이 하나의 학문 분과로 자리잡는 데 이 시기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강조한다. 페트라르카와 보카치오를 시작으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로보르텔로, 스칼리체르, 뒤러, 몽테뉴, 카라바조, 루벤스, 코르네유 등 당대 예술을 대표하는 인물들의 역사적 의미와 이론 등을 풍부한 원문 자료를 바탕으로 서술한다. 근대 미학을 이끈 주요 인물들의 희귀한 초상화를 각 장에 삽입했고, 역사적으로 사료 가치가 증명된 희귀 도판들도 고증 자료로 제시했다. 904쪽. 3만 8000원. 한반도 나비도감(백문기·신유항 지음, 자연과생태 펴냄) 한반도에 기록된 나비 전종(280종)을 분류학적으로 정리했다. 우리나라 나비 연구의 시초가 된 석주명 박사의 ‘한반도 나비’(1939년) 이래의 한반도 나비 연구사를 집대성한 책이다. 오랜 세월 한반도 나비 연구에 대한 종합적 분류작업이 없었던 탓에 잘못된 정보를 반복 인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수정하기 위해 우리나라 곤충 연구사의 산증인인 80대의 신유항 박사와 열정 어린 40대의 중반의 곤충연구자 백문기 박사가 합심해 공동작업에 들어갔다. 6년에 걸쳐 참고 문헌 400여종을 꼼꼼히 살펴 한반도 나비의 분류학적 소속을 명확히 하고 옛 지명을 현재에 맞게 정리했으며 같은 종의 다른 이름도 추리고, 북한명도 밝혀내 기입했다. 수리팔랑나비, 모시나비, 호랑나비 등 무리별로 우리나라 이름의 유래와 분포, 출현 시기, 먹이식물 등을 정리한 그림 검색표를 수록해 찾기 쉽도록 했다. 생태 및 표본 사진 3200여 컷을 수록했으며 한반도 나비의 먹이식물도 정리했다. 600쪽. 5만 5000원.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조국 지음, 류재운 정리, 다산북스 펴냄) ‘강남 좌파’의 간판 스타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펼쳐 보인 자화상. 화려한 스펙, 잘생긴 외모로 소위 ‘엄친아’로 알려진 그가 어떻게 만 16세에 서울대 법대에 입학하고, 만 26세에 교수가 되고, 그리고 대표 진보 지식인으로 살게 됐는지 솔직하게 풀어 놓는다. 조 교수는 주말을 제외하고는 시간 대부분을 7평 연구실에서 공부하며 보낸다. 책 제목은 ‘어떤 인간이 될 것인가’라는 화두 아래 끊임없이 공부하는 그의 모습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그에 따르면 공부란 자신을 아는 길이며, 자신의 꿈과 갈등을 직시하는 주체적인 인간이 세상과 만나는 문이다. 좋은 대학, 직장에 전전긍긍하며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한국 청년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난다. 류재운 작가가 조 교수를 인터뷰한 내용을 조 교수가 다시 집필했다. 260쪽. 1만 5000원.
  • 경복궁 ‘광화문 현판’ 크기만 바꿔 걸린다

    경복궁 ‘광화문 현판’ 크기만 바꿔 걸린다

    4년여간 논란이 돼 온 경복궁 광화문 현판이 지금처럼 흰색 바탕에 검은색 한자 글씨로 복원된다. 문화재청은 광화문 현판을 다시 제작하기 위한 조사와 연구용역 검토 결과 광화문 현판의 색상을 이같이 결정했다고 11일 밝혔다. 현재의 현판은 2010년 광화문 복원 때 만들어진 것으로 석달 만에 균열이 생겨 임시 수리된 상태로 유지돼 왔다. 문화재청은 “고증 관련 학술조사와 현판 복원 연구용역, 현판 재제작위원회 및 현판 색상자문회의 의견 등을 다방면으로 신중히 검토한 결과 이처럼 결정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궁궐 현판은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 검은색 바탕에 금박 글씨, 검은색 바탕에 흰색 글씨 등 세 종류가 있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들이 광화문 현판이 원래 검은 바탕에 흰 글씨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이어져 왔다. 문화재청은 “지난 10일 전통 건축, 사진, 서예, 컴퓨터그래픽, 문화재 수리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회의를 한 결과 원래 현판이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임을 재차 확인했다”고 말했다. 현판 규격은 지금의 가로 3905mm, 세로 1350mm였던 것이 가로 4276mm, 세로 1138mm로 바뀐다. 새 현판은 올 연말까지 제작해 내년 1년간 변위 여부 등에 대한 점검을 거쳐 설치될 예정이다. 현판의 글씨체는 그대로 유지된다. 지금의 현판 글씨는 고종 때 광화문 중건 당시 썼던 훈련대장 임태영의 한자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한·일 고대 뱃길 통나무배로 고증 나섰다

    한·일 고대 뱃길 통나무배로 고증 나섰다

    한국과 일본 민간인들이 한·일 간 고대 뱃길 고증을 위해 통나무 배를 타고 6일 경남 거제에서 대마도를 향해 출항했다. 일본 시마네현 교사들이 주축이 된 민간역사연구 모임인 가라무시회(대표 모리 유타카)는 이날 오전 3시쯤 거제 지세포항에서 출발해 대한해협 쪽으로 항해를 시작했다. 뱃길 탐사에 나선 통나무배 ‘가라무시 4세호’는 길이 9.7m, 너비 60㎝, 무게 600㎏ 규모다. 고대인들이 탔을 것으로 추정하는 선박을 고증해 만들었다. 시마네현에서 수령이 250년 된 전나무를 어렵게 구해 도끼로 속을 파내는 등 전통 방식으로 제작했다. 탑승 인원은 7명이며 시속은 4.7㎞다. 가라무시회 모임은 35년 전에 설립됐으며 회원은 50여명이다. 이 모임은 ‘대한해협 횡단 프로젝트’를 통해 고대에 대한해협을 오갔던 통나무배의 이동경로와 소요 시간 등을 고증한다. 통나무배로 대한해협을 건널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신라시대(157년) 연오랑 세오녀 설화를 재현하는 의미도 있다. 이 설화는 연오랑이 일본으로 건너가 왕이 됐고 부인 세오녀도 바위에 실려 일본으로 건너가 철기문화와 베 짜는 기술 등을 전해줬다는 얘기다. 부산외대 명예교수인 김문길 한일문화연구소 소장은 “고대 문헌에 기록된 사실들을 일본인들이 직접 고증하려는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이번 탐사 프로젝트에는 모임 소속 일본인 6명 외에 한국인 지원인력 등 모두 21명이 참여했다. 요트 2척과 고무보트 1척이 지원 선박으로 동행한다. 통나무배 항해는 일본인 6명과 한국인 5명 등 11명이 맡는다. 15년 전부터 가라무시회 모임과 인연을 이어온 유현웅(52)씨는 “역사를 제대로 알리려는 일본인들을 도와주고 싶었다”면서 “탐사단이 무사히 도착해 한·일 우호 증진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정대로라면 가라무시 4세호는 7일 오후 7시쯤 대마도 인근 해상에 도착한다. 모리 대표는 “준비과정이 쉽지 않았던 만큼 꼭 성공해 고대인들의 뱃길 발자취를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거제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첨성대 기울기’ 5년 방치한 경주시

    ‘첨성대 기울기’ 5년 방치한 경주시

    국보 1호 숭례문이 단청과 지반의 재시공이 필요한 상태로 엉터리 복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해외반환 중요 문화재들은 미등록 상태로 방치된 채 국가문화재 보수 예산의 77%가 다른 용도로 전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12월부터 문화재청과 서울시 등 9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문화재 보수 및 관리실태’를 감사해 이 같은 내용의 결과를 15일 공개했다. 감사원은 문화재청이 2009년 민간업체 두 곳과 숭례문 복구공사 계약을 맺고 공사를 진행하면서 기간 내 완공에 급급한 나머지 부실시공을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단청을 시공한 단청장은 아교가 흘러내리고 색이 흐려지자 금지된 화학접착제와 화학안료를 몰래 사용해 단청에 균열이 생기게 했으며, 값싼 화학접착제 사용으로 3억원의 부당이익까지 챙겼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숭례문 지반도 문화재청이 제대로 된 고증 없이 공사를 진행해 숭례문과 주변 계단부분이 조선 중·후기 지반보다 145㎝까지 높아졌다. 감사원은 복구단장 등 5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하고 화학접착제 사용으로 부당이득을 얻은 단청장에 대해 지난 3월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첨성대는 지반 침하로 해마다 1㎜ 정도씩 기우는 것이 2009년 확인됐지만 경주시는 지난해 말 안전진단을 하면서 추가 침하 가능성과 침하 원인 등에 필요한 지반상태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첨성대 꼭대기 부분의 석재가 떨어져 나와 낙하 위험이 있는데도 문화재청은 사업비를 받지 못했다며 안전조치 없이 방치해 왔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큰 울림, 화제작 다시 본다

    큰 울림, 화제작 다시 본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서정주의 뭉클한 시어가 송창식의 내지르는 목소리와 만나면 가슴은 벅차오르다 못해 터져버린다. 아픈 기억을 이젠 이겨냈다는 듯 과장해 포장한 말과 몸으로 이야기하다가, 이 노래 ‘푸르른 날’이 공간을 휘감아 버리면 감정을 주체할 수 없게 된다. ‘5월이면 생각나는 연극’으로 꼽히는 ‘푸르른 날에’(연출 고선웅)는 그렇다. 2011년 초연한 뒤 해마다 5월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관객을 만났다. 올해도 오는 26일부터 6월 8일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났던 그 치열한 현장에 있었던 남녀가 헤어진 지 30년 만에 다시 만나면서 극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든다. 애써 광주의 아픔과 슬픔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날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이 오늘을 사는 방식을 따뜻하게 때론 코믹하게 그려내는데, 그게 묘하게 서글프다. 고 연출이 이 작품을 ‘명랑한 신파’라고 말하는 이유다. 2009년 차범석희곡상을 받은 정경진의 동명 희곡을 남산예술센터와 신시컴퍼니가 공동 제작해 내놨다. 초연한 해에 대한민국연극대상과 올해의 연극 베스트3 등 연극상을 휩쓸었다. 김학선, 정재은, 이영석, 이명행, 조영규 등 초연배우가 그대로 무대를 지킨다. 6월 중순에는 광주에서 공연이 예정돼 있다. 전석 2만 5000원. (02)758-2150. 관객들이 불러낸 연극 ‘봉선화’(연출 구태환)는 25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막을 올린다. 윤정모 작가가 1997년에 쓴 소설 ‘에미 이름은 조센삐였다’를 희곡으로 만들고, 서울시극단이 무대화해 지난해 11월 처음 선보였다. 일제강점기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은 “가슴 먹먹한 감동과 울림을 준 명작”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꼭 봐야 할 연극”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재공연 요청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봉선화가 필 무렵 위안부로 끌려간 여성의 인생역정에 아들·손녀세대의 이야기를 녹여낸다. 이번 공연은 역사적 고증을 더 충실히 하고, 영화감독 강영만의 다큐멘터리 영상을 첨가했다. 위안부 문제는 허구가 아닌 엄연히 존재한 역사적 사실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현재 우리가 짊어지고 풀어야 할 공동의 과제라는 점을 또렷하게 제시한다. 2만∼3만원. (02)399-1135. 오늘날 집의 기능과 의미를 독특한 시선으로 풀어내 주목을 받았던 연극 ‘여기가 집이다’(작·연출 장우재)는 다음 달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혜화동 연우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20년 전통을 가진 고시원에서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살던 세입자 앞에 스무살 ‘늙은’ 고등학생이 새로운 주인이라고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고등학생의 황당한 발상에 우왕좌왕하면서도 생기를 찾아가는 세입자들에게서 절망과 희망을 엿본다. 출연진이 끊임없이 웃음을 선사하면서도 진지한 주제의식을 희석시키지 않은 정교한 구성이 돋보인다. 첫선을 보인 지난해 대한민국연극대상에서 대상과 희곡상을 수상하며 화제가 됐다. 2만원. (02)3676-3676.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올해부터 시민들이 직접 충무공 제사상 차린다

    올해부터 시민들이 직접 충무공 제사상 차린다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 ‘죽고자 하면 반드시 살고, 살고자 하면 반드시 죽는다’는 뜻이다. 충무공 이순신(1545~1598) 장군은 임진왜란 때 명량해전을 하루 앞두고 장수들에게 이런 각오로 싸우도록 독려했다. 12척의 배로 133척의 왜군을 격파한 명량해전을 비롯해 옥포대첩, 사천포해전, 당포해전, 노량해전 등 23전 23승의 기록을 세웠다.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충무공이 오는 28일 탄신 469주년을 맞는다. 중구는 오는 17~28일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는 광화문광장과 청계천,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탄신 기념 축제를 연다고 14일 밝혔다. 올해부터는 주민들이 직접 준비한 음식을 제사상에 올려 충무공의 호국정신을 이어가자는 행사에 의미를 더한다. 이순신 장군은 지금의 중구 인현동1가(한성부 건천동)에서 태어났다. 본관은 덕수(德水), 자는 여해(汝諧), 시호는 충무(忠武)다. 아버지 이정과 어머니 초계 변씨의 셋째 아들로, 현재 중구 초동인 옛 명보극장 앞에 그의 생가터 표석이 설치돼 있다. 첫 행사인 친수식은 17일 낮 12시 광화문 충무공 동상 앞에서 갖는다. 충무공이 살았던 충남 아산 옛집 우물인 ‘충무정’과 전사한 장소인 경남 남해 바닷물을 떠와 동상을 목욕시킨다. 최창식 중구청장과 복기왕 아산시장, 정현태 남해군수, 중구 주민대표가 참석한다. 18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청계천 모전교~광통교 구간에서 지역 12개 초등학교 학생 360여명이 모형 거북선을 띄운다. 시민과 청소년들의 꿈을 담은 희망 오색종이배 1000여개도 띄워 분위기를 한껏 북돋운다. 임진왜란 당시 수군들이 먹었던 주먹밥과 전통차를 시식하는 체험 코너도 마련됐다. 28일 오전 10시부터 남산골 한옥마을에서는 기념 다례식이 손님을 맞이한다. 성균관의 고증과 협조로 전통방식 그대로 진행된다. 15개 동에서 준비한 15종의 제사 음식이 상에 오른다. 구 관계자는 “덕수이씨 13대손과 탄생지인 중구, 성장지 아산, 치열한 전투를 벌인 남해 주민 등이 자리를 함께한다”며 “왕궁 수문장 취타대 거리 공연, 국악연주단 연주 등에 시민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200년 전으로 떠나는 행궁 한 바퀴

    200년 전으로 떠나는 행궁 한 바퀴

    완연한 봄 날씨를 보인 11일 오후 3시 경기 수원시 팔달구 신풍동 화성행궁 신풍루 앞. 갑옷 등으로 무장한 조선의 무사 17명이 나타났다. 무사는 자신의 키보다 훨씬 큰 장창과 칼날이 달처럼 생긴 월도를 자유자재로 휘두른다. 큰 기압 소리와 함께 세워진 볏짚단과 대나무가 한번에 잘려 나갈 때면 관객들의 입에서 탄성이 절로 나온다. 궁수들은 전쟁터를 연상시키듯 활을 들고 뛰어가면서, 때론 옆으로 돌면서 민첩하게 움직이는 자세로 과녁을 향해 화살을 날린다. 신라시대 화랑들이 익힌 권법인 본국검과 창검무예를 익히기 전에 배웠던 권법도 보여준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이들의 기합 소리, 허공을 가르는 검과 창 동작 속에서 웅장한 조선 무사의 기백이 다시 살아나는 듯하다. ●행궁 초입서 본 ‘무예24기’와 장용영 수위의식 화성행궁에 가면 볼 수 있는 ‘무예 24기’ 공연이다.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 두 차례 공연을 한다. 무예 24기는 조선 정조시대 때 지상무예 18가지와 마상무예 6가지를 합해 만든 24가지 무예로, 무예 교과서인 ‘무예도보통지’에 실려 훈련도감, 장용영 등 중앙 군영을 비롯해 전국 군영에서 사용됐다. 조선 무예는 화려하고 현란한 액션의 중국 무술이나 날카로운 검으로 정제된 동작을 구사하는 일본 무예와는 전혀 다르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크고 활달한 동작으로 단호하고 강인한 힘을 발산하는 것이 무예 24기의 특징이다. 신풍루 앞에서는 매주 일요일 2시 장용영의 수위 의식이 열린다. 정조대왕의 친위 부대였던 장용영 군사들의 화성행궁 수위 및 훈련을 보여주는 의식이다. 토요일에는 궁중무용, 무등돌이, 전통 줄타기 등의 상설 공연도 펼쳐진다. 장용영 수위 의식과 연계해 진행되는 정조대왕 거둥은 정조의 능행차를 축소한 것으로 매월 둘째, 넷째 주 일요일에 시연된다. ●화성열차 등 행궁 안 체험 천국 화성행궁 안으로 들어가면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체험할 수 있다. 왕과 왕비의 의상 체험, 한지 탁본 뜨기, 구슬공예, 뒤주 체험, 한자스티커 붙이기, 전통 다도 체험, 도자기 만들기, 한자 부채 만들기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홍보관 지하 영상실에서는 ‘화성이와 함께하는 수원화성 여행’이란 3차원(3D) 애니메이션이 무료로 상영된다. 화성행궁과 화성 주요 지점을 오가는 화성열차도 타볼 만하다. 이곳에서 만난 일본인 관광객 가즈 다카는 “일본에서 화성행궁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보고 찾아왔는데 역사는 물론 무예 등 역동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무척 좋았다”고 말했다. 화성행궁은 정조가 융릉을 참배할 때 머물던 임시 처소로, 우리나라 행궁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아름다워 행궁 가운데 백미로 꼽힌다. 정조의 모친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이 열리기도 했다. 수원문화재단 라수홍 대표는 “일제에 의해 훼손된 것을 화성 축성 당시 행궁을 비롯한 건축물 모습과 특징까지 모두 기록해 놓은 화성성역의궤를 토대로 주요 건물 482칸을 복원했다. 전문가들의 철저한 고증도 거쳤다”고 설명했다. TV 드라마 ‘대장금’ ‘이산’과 영화 ‘왕의 남자’ 등이 이곳에서 촬영되는 등 영화 촬영 장소로도 인기다.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주요 관광지를 자전거로 탐방할 수 있도록 자전거 대여소도 운영하고 있다. 대여소는 화성행궁광장, 연무대 국궁체험장, 화서문 입구, 장안문 종합안내소 등 화성 주변 4곳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자전거는 화성행궁광장에 60대 등 모두 135대가 비치돼 있으며 하루 이용 요금은 1000원이다.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는 보호자가 있어야 빌릴 수 있다. ●행궁 뒤 성곽둘레길 5.4㎞ 나들이 코스로 딱! 화성행궁 뒤편 팔달산에 오르면 화성 성곽둘레길을 만날 수 있다. 제주에 ‘올레길’이 있다면 수원에는 ‘화성 성곽둘레길’이 있다. 성곽 둘레길은 걷는 재미와 함께 200년 전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성곽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점에서 자녀를 동반한 가족 봄나들이 코스로도 제격이다. 성곽둘레길은 서남암문(화양루)~서장대~화서문(서문)~장안문(북문)~화홍문~방화수류정~동장대(연무대)~창룡문(동문)~봉돈~동남각루를 잇는 5.4㎞ 코스다. 성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2~3시간 정도이며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길이 험하지 않아 노약자들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둘레길은 큰 원형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어느 곳에서 출발해도 좋다. 성곽 가운데 팔달산 정상에 있는 서장대는 군사 지휘소로, 동서남북 모든 방향에서 벌어지는 전투나 군사훈련을 지휘하던 곳이다. 서장대에서 성곽을 따라 내려가면 다산 정약용이 설계한 화서문을 만난다. 문 옆에는 공격하는 적들을 삼면에서 저격할 수 있도록 지은 서북공심돈이 자리한다. 성곽 옆에 조성된 장안공원을 지나면 화성의 북쪽 문인 장안문을 만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성문으로 문루의 높이가 13.5m, 너비가 9m에 달한다. 국보 1호인 서울 숭례문보다도 크다.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을 거치는 동안 크게 훼손됐으나 1975년부터 5년간 복원했다. 이어 7개의 아치형 수문을 거느린 화홍문과 방화수류정이 나타난다. 화홍문은 7칸의 홍예 위에 정면 3칸, 측면 2칸의 누마루 형식 문루를 세운 것이다. 연못을 끼고 있는 방화수류정 주변은 경치가 아름다워 수원 8경 중 하나로 꼽힌다. 화홍문을 지나면 연무대가 나타난다. 동장대로로 불리는 이곳은 당시 군사들이 활을 쏘며 무예를 연습하던 군사 훈련장이다.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국궁 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어 화성의 동문인 창룡문과 봉돈을 지나 계속 걷다 보면 동남각루에 이른다. 여기서 팔달문 사이는 성곽이 한국전쟁 때 파괴된 데다 시장과 상가 건물들이 밀집해 있어 복원되지 못했다. 보물 402호인 팔달문은 사통팔달로 통한다는 의미로 지었다. 서울의 남대문이나 동대문과 모양은 비슷하지만 문루의 네 귀에 높은 기둥이 없는 점이 다르다. 이렇듯 화성의 시설물들은 지형 조건을 최대한 활용해 효율적으로 방어할 수 있도록 배치됐다는 점에서 여타의 성과는 다르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종석(55·교수·수원시 망포동)씨는 “도심 속에 이렇게 아름다운 성곽이 보존돼 있다는 게 놀랍다. 구불구불한 성곽길을 따라 걸으면 조선시대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고 제주 올레길 못지않은 매력도 있어 건강 삼아 지인들과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외국 같은 생태교통마을 행궁동 지난 한 해 동안 외국인을 포함해 모두 144만 6000여명의 관광객이 화성행궁을 비롯한 화성을 찾았다. 화성행궁이 있는 행궁동은 생태교통마을로 유명하다. 지난해 9월 주민들이 차 없는 불편을 체험하는 ‘생태교통 수원 2013’ 행사가 치러졌기 때문이다. 2200가구 주민 4300명이 한달간 석유 연료가 고갈된 상황을 전제로 자동차를 포기하는 ‘불편 체험’ 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주목받았다. 거리 상가 간판과 벽면을 깔끔하게 단장하고 도로는 아스팔트 대신 대리석을 깔고 자동차보다 보행자가 우선되는 특화거리로 리모델링해 마치 외국에 온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공방거리로… 행궁길은 변신 중 화성행궁 앞을 통과하는 행궁길은 공방거리로 변신 중이다. 규방공예와 한지, 서각, 칠보, 가죽 등의 공예공방과 갤러리 30여개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나눔갤러리가 문을 열었다. 행궁길 초입에 설치된 솟대도 공방거리의 명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다양한 높이와 알록달록한 색채를 자랑하며 조화롭게 서 있는 솟대는 지역 주민과 공방작가들이 만들었다. 주말 행궁길에는 거리 판매대가 설치되고 공예 체험 행사와 벼룩시장, 다양한 먹거리 판매 행사 등이 마련돼 화성행궁을 찾는 관광객들이 반드시 거쳐 가는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김민서(49·여·용인시 서천동)씨는 “화성행궁의 역사와 공방, 갤러리, 카페 등이 오밀조밀하게 이어지는 풍경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는 것 같다. 서울 인사동 부럽지 않은 매력이 있어 행궁에 올 때면 반드시 들른다”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인터뷰] ‘민휘아트주얼리’ 정재인 디자이너, “한국 주얼리의 아름다움, 세계로 알리고파…

    [인터뷰] ‘민휘아트주얼리’ 정재인 디자이너, “한국 주얼리의 아름다움, 세계로 알리고파…

    민휘아트주얼리에서 디자인한 작품들마다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미스코리아’의 모던한 귀걸이와 목걸이 같은 파인 주얼리들에서부터 ‘감격시대’의 과감한 깃털 헤어피스, ‘장옥정’의 전통 비녀와 뒤꽂이, 그리고 ‘별에서 온 그대’의 예쁜 장식이 달린 USB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민휘아트주얼리의 작품들을 계속해서 선보이고 싶어요.” 20대의 젊은 디자이너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를 시작으로 MBC 백년의 유산, 마의, 미스코리아, 개과천선, KBS 루비반지,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 골든 크로스, 조선 총잡이, tvN 미친 사랑, 환상거탑, 빠스켓 볼, 갑동이, SBS 황금의 제국, 상속자들, 세 번 결혼하는 여자, 잘 키운 딸 하나, 별에서 온 그대, 나만의 당신, 신의 선물 - 14일, 닥터 이방인을 비롯하여 영화 화장, 협녀: 칼의 기억, 상의원까지 모두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기간 내에 민휘아트주얼리의 주얼리 작품이 조명된 드라마와 영화 리스트이다.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화제가 된 민휘아트주얼리의 작품들은 각종 하이패션 매거진의 화보와 MBC 우리 결혼했어요, SBS 스타킹 등 간판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앞 다퉈 소개되었다. “디자인을 할 때 항상 드라마 속의 상황과 스토리, 드라마 속의 캐릭터를 염두에 두면서도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 분이 평소에 착용하는 주얼리 스타일도 함께 알아보고 디자인을 해요.” 민휘아트주얼리의 작품들은 그저 예쁘기만 한 방송용 주얼리가 아니다. 해외 초청 전시나 국제적인 패션쇼 런웨이에 초대되기도 하고 국립중앙박물관, 고양시 신한류 박물관, 인천광역시립박물관, 인천국제공항 한국전통문화센터 등 한국의 대표 박물관에서도 민휘아트주얼리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을 만큼 민휘아트주얼리의 작품들은 수준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20대의 어린 디자이너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기간 내에 이뤄낸 성과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말에 정 디자이너는 손사래를 치며 모든 공로를 어머니와 직원들에 돌렸다. “어머니께서 중심을 잘 잡아주시는 덕분이지 저는 아직도 부족한 것이 많아요. 존경하는 어머니와 우리 민휘아트주얼리의 훌륭한 직원 분들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민휘아트주얼리는 없었을 것이에요. 우리 식구들 모두 부족한 저를 믿어줘서 정말 고맙고 이제 시작이니 서로 더 아껴주며 계속 같이 발전해나가면 좋겠어요.”라고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특히 민휘아트주얼리의 작품들은 현대극은 물론이고, 패션 매거진, 아이돌의 뮤직비디오를 비롯하여 아무 디자이너나 쉽게 손을 대지 못하는 사극이나 시대극에서도 그 빛을 발하고 있다. 민휘아트주얼리와 다수의 드라마 작업을 진행 했던 한 방송 관계자는 ‘방송화면으로 잡으면 민휘아트주얼리의 작품은 확실히 다르다. 특히 사극이나 시대극의 경우, 그 시대의 감성을 이해하고 표현해낼 수 있는 주얼리 디자이너가 거의 없는데 그 중에서도 민휘아트주얼리의 작품들은 그 만의 특별한 아름다움이 있어 좋은 작품이 있을 때마다 계속 함께하고 있다.’면서도 ‘작품적인 면에서의 강점도 있지만 재인씨의 순수한 마음과 일에 대한 열정이 많은 방송계의 사람들을 사로잡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 디자이너는 “디자이너 본인의 색깔은 있어야 하지만 디자이너라고 해서 본인이 주장하는 바만 고집하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해요. 디자이너는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는데 특히 주얼리는 착용하는 사람의 마음에 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에요.”라며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드라마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 KBS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 영화 ‘협녀: 칼의 기억’, ‘상의원’에 이어 민휘아트주얼리의 작품들이 단독으로 선보이게 될 다음 작품은 KBS ‘조선 총잡이’ “저는 한국 고전 주얼리가 좋아요. 하지만 고증에만 얽매이다보면 발전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물론 고증도 분명히 필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고증만 하면 그건 디자인이 아닌 재현에 불과한 것이잖아요. 고증은 고증대로, 퓨전은 퓨전대로 다른 영역으로 인정받고 사랑받으면 좋겠어요. 한국의 전통 주얼리를 박물관에서의 전시 작품에 그치는 것이 아닌, 현대에 맞게 재해석된 디자인으로 새롭게 구현하여 실생활에서도 사랑받을 수 있도록 생명력을 불어넣고 싶어요.” 이어 “사료를 공부하지 않고 어설프게 퓨전을 시도하면 조악한 디자인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공부는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실제 사료를 공부하다보면 일반적인 생각보다도 훨씬 파격적인 디자인이 많아요.”라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고증이라는 것이 곧 편견일 수 있다는 뼈 있는 말을 덧붙였다. “조선 총잡이는 퓨전 사극이에요. 전에 없던 특이한 소재의 드라마라 틀에 박히지 않은 신선한 캐릭터들은 물론이고 한복에서부터 양장까지 의상과 장신구에서도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디자인들을 많이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비주얼 적으로도 훌륭한 드라마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할 테니 시청자 분들께서 모든 요소를 고증이라는 엄격한 잣대로 평가하시기 보다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저렇게 새로운 방식으로 디자인해 풀어낼 수도 있구나하고 예쁘게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라며 애교 섞인 당부도 잊지 않았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주둥이가 연꽃같은 모기, 꼬리를 자른 고양이, 왕을 알아본 코끼리…조선 사람의 동물이야기

    주둥이가 연꽃같은 모기, 꼬리를 자른 고양이, 왕을 알아본 코끼리…조선 사람의 동물이야기

    조선동물기/김흥식 엮음/정종우 해설/서해문집/544쪽/1만 5000원 “모기의 생김새를 보면 날개와 다리는 가늘고 약하며 주둥이는 코끼리 코처럼 길어서 앉아 있을 때는 주둥이로 버티고 날개는 들고… (중략) 벽에 앉아 있는 것을 자세히 살펴보니 하나하나의 주둥이 끝이 더부룩한 것이 마치 연꽃 같았다.” 벽에 붙은 모기를 이리 세세하게 들여다보다니 관찰력이 뛰어나달까, 참 한가하달까. “중국에 갔을 때 사람들이 집에서 고양이 기르는 걸 보았는데, 모두 꼬리를 잘랐고, 성질이 매우 온순했다. … 그곳 사람들에게 들으니, 정월 첫 인일(寅日), 즉 호랑이날 꼬리를 자르면 이처럼 순해진다고 한다.” 이건 또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모기 얘기는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의 시문집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서 발췌한 것이다. 남송 시인 범성대가 모기를 소재로 지은 시에 ‘화훼’(花喙)라는 말이 있기에 벽에 붙은 모기를 보니 과연 주둥이가 연꽃 같더라는 것이다. 이덕무는 “옛사람들이 물건을 살필 때 사소한 것도 빠뜨리지 않아서 이처럼 정교하고도 미세한 부분까지 찾아냈다”고 감탄했다. 작은 모기를 뚫어져라 바라본 이덕무의 집중력도 범성대에 버금간다. 뒤에 나온 고양이에 관한 것은 조선 중기 학자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담긴 내용이다. 고양이는 다른 동물을 해치는 짐승인데 중국에서는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기에 궁금해 물어봤더니 ‘고양이를 순하게 하는 방법’을 알려줬다는 것이다. 이수광은 물론 “반드시 그렇다고 장담할 수는 없을 듯하다”면서 반신반의한 심정을 덧붙였다. ‘동물기’를 쓴 어니스트 시턴이나 ‘곤충기’로 유명한 장 앙리 파브르처럼, 조선 학자들도 자연에 눈을 돌리고 그들의 생태를 꼼꼼히 기록했다. ‘지봉유설’ 같은 최초의 백과전서나, 실학자 이익이 지은 ‘성호사설’, 풍속과 일화를 실은 어숙권의 ‘패관잡기’ 등에서 다양한 기록을 발견할 수 있다. ‘조선동물기’는 그 서적들 곳곳에 숨은 생물에 대한 이야기를 뽑아 엮었다. 놀랍도록 상세한 생물학적 이치부터 경험과 고증, 현상, 소문 등을 바탕으로 한 기술과 사색까지 다양하다. 저자인 김흥식은 “그것이 옳으냐, 틀리냐를 이야기하는 것은 호사가적 취미”라고 과학적 분석과는 선을 그었다. 고서에서 동물 이야기를 뽑아낸 것은 동물학적 지식을 얻고자 한 것이 아니라 “선조들의 삶을 바라보는 태도, 자연을 바라보는 태도, 동물을 바라보는 태도를 느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책에 등장한 동물 중에는 말이나 호랑이처럼 한반도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코끼리, 기린, 맥, 용 등 보기 어려웠을 것들도 끼어 있다. 효종의 즉위를 명나라 코끼리가 알아봤다는 얘기나 상서로운 동물 기린과 포악한 기린의 차이, 머리가 없는 용의 비밀 등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즐비하다. 도둑고양이의 습성을 보고 환경에 대해 성찰하고, 키우다가 풀어준 촉새가 계속 찾아오는 것을 보고 인간의 도리를 떠올리기도 한다. 간간이 조금 어려운 해석이 보이고 덧붙인 해설이 본문 내용과 다른 부분도 보인다. 저자가 쏟은 정성만큼 흥미롭고 독특하며 의미 있는 책인 것은 분명하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중국은 왜 김탄에 빠지고 도민준에 홀렸나

    중국은 왜 김탄에 빠지고 도민준에 홀렸나

    “‘싱싱’(星星·‘별에서 온 그대’)이 새로운 한국 드라마 열풍을 일으켰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불러일으킨 신드롬을 계기로 중국에서는 한국의 트렌디 드라마를 분석하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몇몇 현지 언론들은 ‘별그대’와 ‘상속자들’ 등 최근 자국에서 인기를 끈 한국 트렌디 드라마들을 ‘신파이한쥐’(新派韓劇·새로운 유형의 한국드라마)라고 이름 붙였다. 중국 네티즌들과 언론, 전문가들은 한국 드라마를 ‘선남선녀의 아름다운 로맨스’이며 철저히 소비자 중심으로 만들어진 판타지라고 평가한다. 지금 중국 네티즌들은 한국 드라마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유천오빠의 새 드라마 ‘위정3일’(危情三日·쓰리데이즈)이 시작됐습니다. 4회를 보면서 수다를 떨어보아요.” 지난 14일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에 개설된 한국 드라마 커뮤니티 ‘한쥐바’(韓劇?)의 첫머리에 게시된 글에 댓글이 쏟아졌다. ‘한쥐바’에는 66만명에 육박하는 회원들이 지금까지 1500만건이 넘는 게시물을 올렸다. 중국의 동영상 사이트에서 한국 드라마들을 방영 직후 볼 수 있기 때문에 SBS ‘신의 선물-14일’, KBS ‘감격시대’ 등 최신 드라마에 대한 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한국 드라마 팬, 일명 ‘한쥐미’(韓劇迷)들은 마치 자국의 드라마처럼 열심히 한국 드라마를 챙겨본다. 바이두에는 ‘별그대’와 ‘쓰리데이즈’ 등 지상파 드라마에서 tvN ‘응급남녀’와 ‘로맨스가 필요해 3’ 등 케이블 드라마까지 각각의 커뮤니티가 만들어졌다. 회원들은 지난 1월 만든 30페이지 분량의 회보지에 지난해 한국 드라마를 월화극과 수목극 등으로 분류해 시청률 순위를 매기고 한 해의 드라마 트렌드를 정리하는가 하면 ‘나인’, ‘너의 목소리가 들려’ 등 개별 드라마에 대한 리뷰도 실었다. 한쥐미들의 눈에 비친 한국 드라마는 ‘선남선녀들의 아름다운 로맨스’다. 잘생긴 남자 주인공과 예쁜 여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를 섬세한 감성으로 그려낸다는 것. 바이두의 네티즌 ‘모샹화카이’는 “한국 드라마의 남녀 주인공은 모두 잘생긴 남자와 미녀인 데다 작가는 대부분이 여성이라 내용이 세밀하고 감정이 풍부하다”고 평했다. 네티즌 ‘5018A’는 “줄거리는 다소 비현실적이지만, 모두가 동경하는 사랑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 같은 한국 드라마는 중국인들에게 ‘가까이에 있는 듯한 판타지’로 다가간다. 유교 문화권이라는 공통분모가 주는 친근함 위에 한국의 최신 소비문화가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베이징대 중문과 장이우 교수는 지난 4일 중국 경제매체 이차이왕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드라마는 문화와 산업의 공모”라면서 “드라마에 광고를 심어 넣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국의 패션과 엔터테인먼트, 제조업계까지 한류를 따라 자연스레 인기를 얻는다”고 말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트렌디 드라마를 못 만드나”라고 묻는다. 중국은 거대한 스케일과 철저한 고증이 강점인 사극과 공산당의 항일전쟁을 그린 시대극, 무협극, 가족극 등이 대다수인 반면 트렌디 드라마의 발전은 더뎠다. 중국 일간지 신문신보는 지난 2월 28일자에서 “중국 트렌디극이 시도했던 방향 중 하나는 한국과 일본, 타이완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것들로 이들은 작품 수도 많지 않았던 데다 ‘짝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분석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日 금융청, 한국계 은행 전방위 검사 착수하나

    日 금융청, 한국계 은행 전방위 검사 착수하나

    일본 금융청이 재일(在日) 한국계 은행에 대한 감시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외환은행 도쿄·오사카지점을 시작으로 다른 은행으로까지 검사를 확대할 것인지 주목된다. 지난해 9월 국민은행 도쿄지점에서 시작된 한국계 은행들의 불법 대출을 심각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도쿄에 있는 금융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금융청은 이번 검사를 통해 전반적인 경영 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환은행의 경우 한국계 은행을 통틀어 유일하게 두 번이나 금융청의 행정처분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이 제대로 개선됐는지를 집중적으로 감시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환은행은 2005년 12월 검사에서 2001년 5월~2005년 3월 불법 외환송금업자의 의뢰로 송금을 해 주고, 이 거래가 자금 세탁 등 불법 행위에 악용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일본 금융 당국에 신고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 드러나 3개월 신규 거래업무 중지 처분을 받았다. 2008년 9월 실시된 검사에서는 당시 오사카 지점장이 2007년 3월 한 고객이 야쿠자(반사회세력)로부터 일시적으로 빌린 4억엔(약 42억원)에 대해 예금잔고증명서를 발급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 이를 골프장 인수와 관련해 악용할 것임을 알면서도 발행해 준 것이 드러났다. 이 지점장은 2005년 12월부터 3년간 지점 경비를 횡령·유용한 혐의도 드러났다. 금융청은 이번 검사에서 ▲현행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야쿠자 같은 반사회세력과의 금융 거래가 있었는지 ▲불법 대출이 있었는지 ▲금융 당국에 대한 신고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등을 검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관계자는 “외환은행에 이어 다른 한국계 은행들도 순차적으로 검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검사에서 수상한 점이 드러나면 금융청은 집중적으로 파고들 것”이라고 전했다. 즉 외환은행을 시작으로 모든 한국계 은행에 대해 국민은행 도쿄지점 불법 대출과 같은 사안이 있는지 검사하고, 눈에 띄는 점이 있으면 곧바로 세부적인 검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외환은행의 경우 한국 은행 중 최초로 1967년 일본에 지점을 개설했기 때문에 다른 은행보다 현지 대출 브로커들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 관계자는 “이번 국민은행 불법 대출처럼 4000억원대에 달하는 큰 규모는 아니지만 지점장이 대출 전결권을 이용해 불법 대출을 해 주고 커미션을 받아 챙기는 수법은 예전부터 관행처럼 이뤄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2008년 오사카지점 사건 이후 부동산담보 대출 규모를 줄여 가면서 리스크 관리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건이 이번 금융청 검사로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환은행 일본 지점의 지점장은 대출자의 신용등급에 따라 1억~5억엔(약 10억 5000만~52억 6000만원)의 전결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12년 하나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지점장 전결권이 없는 하나은행의 예에 따라 전결권을 대폭 축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주민·운전면허증 등 6개 신분증 금융기관에서 위변조 확인 가능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 등 6개 신분증의 위조나 변조 여부를 금융기관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안전행정부 등 신분증 발급 기관과 금융감독원, 금융결제원, 우리은행을 비롯한 3개 은행은 25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기관용 신분증 진위확인 통합서비스 업무 협약식’을 가졌다. 신분증 진위확인 통합서비스를 통해 은행에서는 신분증의 위·변조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금융실명제를 위반하고 통장의 실사용자와 명의자가 다른 ‘대포통장’의 개설을 막을 수 있게 된다. 위·변조 확인이 가능한 6개 신분증은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장애인등록증·국가유공자증·외국인등록증·국내거소신고증이다. 신분증의 사진도 확인 가능하다. 통합서비스에는 안전행정부(주민등록증), 법무부(외국인등록증 등), 보건복지부(장애인등록증), 국가보훈처(국가유공자증), 경찰청(운전면허증) 등 6개 신분증 발급 기관과 14개 은행이 참여했다. 지금까지 은행에서는 통장을 만들 때 본인 여부를 신분증 발급 기관에서 따로따로 제공하는 개별 시스템을 통해 주민등록번호와 성명 등 단순 문자정보만을 확인해 왔다. 그러나 이번 통합서비스를 통해 6개 신분증의 진위를 통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될 뿐 아니라 사진 확인까지 가능해진다. 금융사고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분증을 위조해 대포통장을 개설하려는 이들은 다른 사람의 주민번호는 그대로 사용하고, 사진만 정교하게 위·변조하는 경우가 많아 은행에서는 본인 위조에 속수무책이었다. 앞으로는 신분증에 있는 사진에서 특징을 추출해 행정기관이 보유한 사진과 비교할 수 있어 사진 위·변조도 가려낼 수 있을 전망이다. 신분증 진위확인 통합서비스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주민등록증부터 먼저 시작되며 운전면허증 등 5개 신분증은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대로 서비스가 시행될 예정이다. 유정복 안행부 장관은 “통합서비스는 ‘민간과 정부의 협업’을 통해 금융범죄를 예방하는 좋은 사례로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내달 5일 정통오페라 ‘라보엠’의 전율 느껴보세요

    내달 5일 정통오페라 ‘라보엠’의 전율 느껴보세요

    노블아트오페라단이 다음달 5일 정통오페라 ‘라보엠’으로 올해 오페라 시즌을 연다. 오페라 라보엠은 1830년대 프랑스 시민혁명과 7월 혁명 이후 펼쳐지는 혼란의 시기에 젊은 예술가들의 고뇌와 우정, 사랑을 담은 푸치니의 사실주의 작품이다. 해마다 전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버전의 공연이 펼쳐지는 대표적인 오페라 작품이다. 노블아트오페라단은 이번 작품을 통해 정통을 충실히 따르고, 원작의 사실주의적 성향을 표현하기 위해 세심한 고증작업을 진행했다. 아울러 혁명기 프랑스 파리를 관객이 오롯이 경험할 수 있도록 완벽한 2층집과 입체적 회전 무대를 마련했고, 기존 오페라에서 볼 수 없는 빠른 전개와 흐름을 이끌어내 탁월한 무대 연출이 돋보인다. 이번 작품은 주인공들의 감정과 사건만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기존 오페라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 출연하는 각각의 인물들이 가진 감성과 에피소드를 이야기 중심에 담아내고 동선과 감정, 관계를 섬세하게 잡아내 원작의 재미와 감동을 모두 살려냈다. 또 다른 포인트는 해설. 그 동안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공연 막간에 진행했던 해설자의 설명 대신 작품의 전반적 흐름과 스토리를 표현하는 마임(mime) 예술가가 등장한다. 작품 이해를 돕는 동시에 예술적 감동을 배가시키기 위한 정교한 장치다. 또 기존 한글 자막을 재구성해 보다 원작에 충실하고 관객과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새로운 버전의 한글 자막을 제공, 푸치니 오페라의 웅장한 감동을 그대로 경험할 수 있다. 이번 작품에는 세계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성악가가 총출동한다. 소프라노 김인혜·오은경·박명숙(미미역)을 비롯해 이승묵·김동원·강훈(로돌포역), 정승기·박태환(마르첼로역), 김은경·강민성·김순영(무젯타역) 등이 그들이다. 오페라 라보엠 공연은 다음달 5일부터 7일까지 오후 7시 30분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진행한다. 티켓은 예술의전당 SAC티켓(www.sacticket.or.kr)에서 예매할 수 있다.(공연문의 노블아트오페라단 02-518-0154)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서울신문 선정 국내외 10대 뉴스] 댓글 파문·장성택 처형에 놀라고… 美 도청·日우경화에 화나고

    [서울신문 선정 국내외 10대 뉴스] 댓글 파문·장성택 처형에 놀라고… 美 도청·日우경화에 화나고

    2013년 국내외에서는 다양한 일들이 일어났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정치권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과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이 불거져 온 나라를 뜨겁게 달궜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대선에 개입했다는 이른바 ‘댓글 파문’과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과 RO(혁명조직)가 연루된 내란 음모 사건이 정국을 흔들었다. 갑을 논란과 숭례문 부실 복원은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북한에서는 권력 2인자였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사형 판결 나흘 만에 처형되는 등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전 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었다. 미국은 그간 전 세계를 상대로 무차별적인 전화 도청과 이메일 해킹을 해 온 사실이 들통 나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중국은 동중국해 상공에 우리나라 및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구역을 포함한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해 아시아 국가들의 불만을 촉발시켰다. 건강보험개혁안을 둘러싼 갈등으로 미국 연방정부가 셧다운(일시정지)되기도 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첫 흑인 대통령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타계했다. 편집국 종합 ■ 국내 뉴스 ①장성택 처형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핵심 후견인에서 ‘현대판 종파의 두목’으로 전락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의 비참한 말로는 북한 권력의 냉혹함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장성택을 처단한 김 제1위원장은 김정일 사망 2주기를 계기로 김정은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②사초 실종 논란 ‘사초(史草) 실종’으로 불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다. 논란은 검찰이 노 전 대통령 지시로 참여정부 인사가 고의로 폐기하고 이관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 내리면서 일단락됐다. 노 전 대통령의 직접적인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③이석기 의원 내란 음모 사건 지난 8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 진보 인사들이 ‘혁명조직’(RO·Revolution Organization)을 결성해 전시에 남한 체제 전복을 모의했다는 ‘내란 음모’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 국회가 지난 9월 본회의에서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를 통과시키고 국정원이 이 의원 등 7명을 기소하면서 내란 음모 혐의로는 33년 만에 재판이 시작됐다. ④국정원 댓글 파문 지난해 대선에서 국정원이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로 인터넷과 트위터 등을 통해 대선에 개입했다는 ‘국정원 댓글’ 파문이 정국을 강타했다. 여기에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이 사건 수사의 축소, 은폐를 지시했다는 의혹까지 끊이지 않았다. 수사 과정에서 공직선거법 적용을 둘러싼 법무부와 검찰총장의 내분, 수사팀에 대한 수사 외압 의혹과 항명 사태에 이르기까지 검찰 내부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⑤전두환 추징금 환수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전담팀을 구성해 16년간 끌어 온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1672억원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도 미납됐던 추징금 230억원을 납부함으로써 추징금 2628억원 전액을 완납했다. ⑥경제민주화와 갑을 논란 경제민주화는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대선 공약이었다. ‘재벌 빵집’으로 상징되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일감 몰아주기’ 등 부의 편법 승계, 대리점주에게 ‘물건 떠넘기기’ 등의 횡포를 부린 남양유업 사태 등으로 ‘갑의 횡포’가 사회적 이슈가 됐다. ⑦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밀양 송전탑 건설 공사를 둘러싼 갈등이 올 5월부터 주요 사회문제로 재부각됐다. 경남 밀양시 일원에 건설되는 765킬로볼트(kV)의 고압 송전선 및 송전탑 설치를 두고 벌어진 주민과 한전 간의 갈등은 2008년 7월 이후 계속되고 있다. 국회 차원의 논의 등을 거쳐 가까스로 지난 10월부터 공사는 재개됐으나 희망버스 방문 등으로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다. ⑧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 아들 의혹으로 낙마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 아들’ 의혹으로 낙마하면서 검찰의 수사권 독립 문제가 부각됐다. 국정원 정치·대선 개입 사건과 관련,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선거법 적용을 강행한 채 전 총장은 외형상으로는 혼외자 의혹 제기로 낙마했지만 사실상 정권의 ‘찍어내기’로 물러났다는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⑨숭례문 복원 및 부실 복구 국보 1호인 숭례문이 5년간의 복원 공사 끝에 지난 5월 완공됐으나 완공 5개월 만에 20여곳의 단청이 떨어져 나가면서 부실 복원 논란에 휩싸였다. 이런 논란은 단청뿐만 아니라 목재, 기와, 성벽 등으로 확산돼 급기야 변영섭 문화재청장 경질로 이어졌다. 숭례문 복구 때 철저한 고증과 전통 기법을 사용했다고 하지만 국내 전통 기법 대부분이 명맥이 끊긴 데다 이명박 전 대통령 당시 완공을 서두르다 졸속 복원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⑩박근혜 대통령 취임 지난해 12·19 대선에서 승리한 박근혜 대통령이 2월 25일 제18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자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부녀(父女)가 모두 국가 정상에 오르는 진기록도 세웠다. 경제 부흥과 국민 행복, 문화 융성, 평화통일 기반 구축 등 4대 국정 기조를 내세우고 있다. 취임 첫해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30개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외교 지평을 넓혔지만 소통 부재 등의 지적도 만만치 않다. ■ 국제 뉴스 ①적나라하게 드러난 미국의 치부 ‘세계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의 치부가 유난히 커 보인 한 해였다. 컴퓨터 기술자 에드워드 스노든은 6월 국가안보국(NSA)이 전 세계를 상대로 전화 도·감청과 해킹을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미 육군 브래들리 매닝도 8월 미군 헬리콥터가 민간인을 공격하는 동영상 등을 ‘위키리크스’에 제공한 혐의로 35년형을 선고받았다. ②세계에 불어닥친 ‘우경화’ 바람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우클릭’ 행보가 거셌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과거사에 대한 반성 없이 집단적 자위권 부활 등을 밀어붙여 주변국의 반발을 샀다. 호주와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등 주요 국가들에서도 잇따라 우파 정당이 정권 교체를 이뤄내고 독일도 우파 연합이 재집권하며 ‘보수 회귀’ 경향을 부채질했다. ③베네딕토 16세 퇴위와 새 교황 프란치스코 취임 교황 베네딕토 16세(85)가 건강상의 이유로 2월 퇴위한 뒤 그다음 달 열린 콘클라베(교황 선출 회의)에서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76) 추기경이 제266대 교황에 선출됐다. 1282년 만에 비(非)유럽권 출신 교황이 된 그는 청빈한 삶과 겸손하고 대중 친화적인 행보, 개혁적인 성향으로 주목받고 있다. ④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타계 세계 인권운동사에 큰 획을 그은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12월 5일(현지시간) 95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다. 백인 정권의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차별) 정책에 맞서 투쟁하다 27년 동안 옥살이를 했던 그는 남아공 민주화의 증인이자 건국의 아버지로 불렸다. 흑인운동 공로로 노벨평화상도 수상하는 등 세계의 존경을 받았다. ⑤온난화의 저주? 필리핀 슈퍼 태풍, 베트남 폭설 올해도 지구 온난화의 전조로 여겨지는 재해가 많았다. 11월에는 역대 최고 수준의 위력을 갖춘 슈퍼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 중부 지역을 강타해 최소 6000여명이 숨지고 1779명이 실종되는 등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반면 연평균 기온이 24도인 베트남에는 이달 들어 최대 20㎝에 달하는 폭설이 내리기도 했다. ⑥‘아랍의 봄’ 뒤에 찾아온 아랍의 겨울 민주화 바람이 거셌던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들은 올해 역풍을 맞았다. 이집트는 7월 이슬람주의자인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이 강제 축출되면서 무르시 지지 세력과의 충돌이 일어나 1000명 넘게 숨졌다.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튀니지, 리비아, 예멘에서도 유혈 사태가 계속되면서 ‘아랍의 봄’이 ‘아랍의 겨울’로 다시 바뀌었다. ⑦전 세계에 부는 여풍(女風) 올해는 여성 엘리트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9월 독일 총선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3선 연임에 성공했다. 칠레에서도 미첼 바첼레트가 당선되면서 남미 3대 강국(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의 수장이 모두 여성으로 채워졌다. ‘세계 경제 대통령’인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새 의장도 여성인 재닛 옐런 부의장이 맡게 됐다. ⑧동북아 방공식별구역 설정 갈등 중국이 11월 동중국해 상공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면서 아시아 지역의 위기가 커졌다.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은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지역뿐 아니라 한국의 이어도 상공까지 포함해 주변국들의 반발을 샀다. 세계 2대 강국(G2)인 미·중 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⑨미국 연방정부 셧다운·디폴트 논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핵심 정책인 건강보험개혁안(오바마케어)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으로 예산안이 제때 통과되지 못해 2014회계연도가 시작된 10월 1일부터 연방정부가 셧다운돼 16일간 업무와 기능이 부분적으로 정지됐다. 세계 경제를 볼모로 한 양측 간 대립으로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맞기도 했다. ⑩시리아 화학무기 참사와 폐기 시리아 내전이 3년째 이어지면서 200만명의 난민이 발생한 가운데 정부군 소행으로 추정되는 화학무기(사린가스) 공격이 발생해 어린이와 여성 등 민간인 1000여명이 사망했다. 국제사회의 제재 논의 끝에 시리아는 화학무기 폐기에 합의했고 유엔과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의 주도 아래 관련 절차가 진행됐다.
  • UFC 파이터 김동현의 예능감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IFC몰 엠펌에서 tvN 새 예능프로그램 ‘렛츠고 시간탐험대’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국인 최초 UFC 파이터 김동현은, 잠시 링을 떠나 예능 도전을 알렸다. 김동현은 극중 조선의 싸움꾼 역할로 출연해 재미와 웃음을 선사할 예정으로, “격투기 훈련을 힘들게 한 날보다 이게(예능) 더 힘들었다. 출연을 후회한 적도 있었다”며 예능 새내기로서의 부담감을 털어놨다. 그럼에도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TV에 출연하고 싶어서”라고 답해 제작발표회 현장을 웃음 짓게 했다. ‘렛츠고 시간탐험대’는 김동현을 비롯해 개그맨 남희석, 장동민, 유상무, 이상준, 조세호, 김주호 등이 출연한다. 이들은 선사시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직업별 다양한 이야기를 엮어갈 예정이다. 연출을 맡은 김형오 프로듀서는 “역사적 고증을 철저하게 했다”며 “우리 선조들이 ‘그 시대를 어떻게 살았을까’에 중점을 두고 만드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장동민은 “시청률이 5%가 넘으면 일일 노비가 되어 시민 분들께 봉사하겠다. 저희들을 노비처럼 부리고 싶으시다면 ‘렛츠고 시간탐험대’를 많이 사랑해 달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렛츠고 시간탐험대’는 오는 21일(토) 밤 10시 첫 방송된다. 문성호PD sunho@seoul.co.kr
  • 고종이 세운 최초의 극장 원각사 복원

    우리나라 최초의 상설 극장이었던 원각사가 복원된다. 서울 종로구는 원각사 터인 신문로1가 58 일대에 옛 모습을 그대로 되살릴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최근 문화·예술 분야 원로들이 참여하는 원각사 복원을 위한 발기인 간담회 갖고 사업 추진을 논의했다. 대한제국을 선포해 근대국가로 변혁을 꾀하던 고종황제가 1902년 세운 원각사는 1914년 화재로 소실되기까지 이인직의 장편소설 ‘혈의누’, ‘신세계’ 등 신극과 판소리, 무용, 영화 등을 공연한 근대식 공연문화의 요람이었다. 새로 짓는 원각사는 460㎡ 넓이에 300개 좌석을 갖춘 지상 1층, 지하 2층 규모다. 매표소, 관리실, 주차장을 합한 총 면적은 2510㎡다. 구는 원형 평면에 회색 양철로 된 원뿔형의 지붕, 붉은 벽돌벽 등 당시 모습대로 지을 방침이다. 구는 지난해 7월부터 관계 전문가의 고증과 다양한 문헌 등을 참조해 옛 원각사 위치와 건축형식을 확인했다. 복원에 들어가는 비용은 17억원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토지매입, 주차장 건립 비용 등을 합하면 17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구 관계자는 “원각사 복원을 위한 큰 그림을 완성한 셈”이라며 “서울시 및 중앙정부와 협의해 남은 문제를 하나씩 풀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악, 연극, 판소리 등 각계 인사들이 공연 등을 통해 복원사업 홍보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원각사 복원을 위한 발기인들이 복원에 따른 자문, 사업비 확보 등 역할을 맡는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원각사는 전통건축과 근대건축의 가교가 될 수 있는 근대건축사에 중요한 건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통일신라 最古교량 월정교 2015년까지 완전 복원

    통일신라 最古교량 월정교 2015년까지 완전 복원

    고증 문제로 ‘반쪽 복원’에 불과했던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통일신라시대 교량인 경주 월정교(조감도)가 2015년까지 완전 복원된다.<서울신문 2012년 10월 27일 11면> 경주시는 문화재청이 최근 월정교 문루 복원 설계(안)를 승인해 2015년까지 복원한다고 18일 밝혔다. 이에 따라 시는 내년 4월까지 실시설계를 마친 뒤 공사에 들어간다. 문루는 정면 5칸, 측면 3칸의 목조 건물로 지어진다. 완공되면 석재 교각 위에 목조 누각이 얹힌 독특한 구조로 균형적인 모습을 갖추게 된다. 시는 신라왕경 핵심 유적 복원·정비사업의 하나로 2005년부터 사업비 295억원을 들여 월정교 복원을 추진해 왔다. 1단계로 월정교는 2008년 복원공사를 시작해 지난해 말 완공됐다. 하지만 양쪽 교대 위의 문루에 대한 고증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완전 복원에 차질이 빚어졌다. 시는 2단계 사업인 문루 복원을 위해 지난해 3월부터 여러 차례 관계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문화재위원회에 설계 승인을 요청했으나 고증이 엉터리 논란에 휘말리면서 승인이 미뤄졌다. 월정교는 통일신라시대 경덕왕 19년(760년)에 건립돼 왕궁인 월성의 서남단과 동북쪽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경주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색목인 박연 조선과 사랑에 빠지다

    색목인 박연 조선과 사랑에 빠지다

    영화와 드라마에 사극이 넘쳐나더니 이제는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댄 ‘팩션’이 쏟아지고 있다. 역사의 큰 틀 속에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펼쳐내 호평을 받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상상력이 지나쳐 ‘역사 왜곡’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는 사례도 있다. 서울예술단의 가무극시리즈 세 번째 작품 ‘푸른 눈 박연’은 400년 전 조선에 뼈를 묻은 박연의 삶을 상상력으로 되살린다. 그런데 그 상상력이 환상적이면서도 따뜻하다. 얀 야스 벨테브레가 본명인 그는 항해 중 풍랑을 만나 조선에 표류했으나, 조선을 떠나지 않고 ‘박연’이라는 이름까지 얻어 조선인으로 살았다. 사료에 남은 기록은 얼마 없지만 그의 삶은 예술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푸른 눈 박연’은 박연보다 20년 늦게 조선에 표류했던 하멜의 기억에서 출발한다. 그는 네덜란드로 돌아가 자신의 경험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다른 조선인을 보았나. 그는 왜 조선을 탈출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머뭇거린다. 벨테브레는 네덜란드 선원 두 명과 함께 조선의 어느 바닷가 마을에 표착한다. 서울로 압송된 그는 한양의 한 객주에 머무른다. 그곳에는 밉지 않은 주모와 그의 예쁜 딸 연리, ‘동네 바보’ 덕구 등이 살고 있다. 그는 자신을 도깨비 보듯 하는 조선인들과 서서히 어울리고 연리와 사랑에 빠져 백년가약을 맺는다. 또 인조의 신뢰 속에 훈련도감에서 포를 만든다. 예측가능한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건 그 속에 담긴 따뜻한 메시지다. 극은 시종일관 조선의 언어와 풍습을 모르는 그가 겪는 코믹한 에피소드로 가득하다. 그 과정에서 덕구로 대표되는 순수한 조선인들은 그에게 말을 하나씩 가르쳐 주고 편견없이 품어준다. 여기에 조선을 버리고 청으로 떠나 관직을 얻은 덕구의 형 덕만이 등장해 박연과 대립각을 세운다. 박연을 조선인으로 만든 건 국가와 언어의 장벽을 넘은 인류애이며, 하나의 공동체를 만드는 건 국적이 아닌 ‘마음’이라는 것을 따뜻한 웃음과 진한 감동 속에 실어나른다. 고증에 매달리기보다 판타지 요소가 짙은 무대와 의상도 극의 정서를 부각시키는 데 한몫한다. 정교한 무대세트 대신 화면 뒤를 가득 채운 영상은 마을과 초가집, 산과 들을 한 폭의 수묵화처럼 구현한다. 조선인들이 입은 한복은 붓으로 그려넣은 듯 색감이 은은하다. 이방인 박연의 눈으로 본 조선의 풍경이 어땠을지 상상하게 만든다. 흥겨운 장면은 국악으로, 서정적이거나 웅장한 장면은 양악으로 구성된 음악은 내내 신비로운 느낌을 귓가에 맴돌게 한다. 서울예술단의 자랑인 군무는 풍랑의 급박함과 사랑의 아름다움 등 각 장면에 어울리는 멋스러운 광경을 만든다. 다만 훈련도감에서의 군무는 좀 더 많은 인원을 투입해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연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박연을 연기한 서울예술단의 배우 이시후는 큼직한 걸음걸이와 손짓, 시원한 목소리로 당시 조선인들의 눈에 비친 ‘도깨비’ 같은 서양인을 재미있게 표현했다. 17일까지 경기도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4만~8만원. (02)766-6007.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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