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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시각] 아파트값, 코스피 그리고 월세 난민

    [데스크 시각] 아파트값, 코스피 그리고 월세 난민

    5월 9일. 약속의 날이 지나갔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가 끝나면서 앞으로 조정대상지역에서 집을 팔려면 기본 세율(6~45%)에 2주택자는 20% 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는 30% 포인트의 가산세를 내야 한다. 지방소득세까지 합칠 경우 3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집을 팔려면 최대 82.5%의 양도세를 물어야 하니 수요 억제 효과는 확실히 있을 것 같다. 이런 이유에서일까. 지난 1월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한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특히 대통령이 직접 나서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하게 놔 두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반복해 내자 강남 3구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게 안 잡히던 아파트값이 잡히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살짝 커졌다. 하지만 길지 않았다. 서울 외곽지를 중심으로 다시 가격이 올랐다. 약속의 날을 앞두고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5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25개 자치구 중 강남구만 빼고 모두 올랐다. 특히 서민 주거지를 중심으로 상승폭이 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본격적인 매물 잠김으로 서울 아파트값이 더 오르리라고 보는 쪽과 거래가 위축되면서 가격 조정을 받으리라는 쪽으로 의견이 엇갈린다. 서울 아파트값이 냉온탕을 오가는 사이 주식 시장은 펄펄 끓고 있다. ‘박스피’라는 오명을 버리고 이제 8000포인트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시총 11위 기업이 됐고, 직장인들은 주식 계좌의 앞자리가 달라졌다며 좋아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주가가 뛰면서 주머니가 넉넉해졌는데 골목상권에서는 아직 곡소리가 난다. 자산 가격이 오르면 소비가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인데, 경기는 아직 냉골이다. 주식으로 돈을 좀 벌었다는 후배에게 물어봤다. 그 돈을 다 어디다 썼는지 말이다. 답은 짧고, 슬펐다. 얼마 전 전세 계약을 갱신했다는 그는 “주식을 팔아 겨우 전셋값을 올려 줬다. 주식이라도 안 올랐으면 또 이삿짐을 쌀 뻔했다”고 전했다. KB국민은행 조사 기준 2024년 4월 서울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은 5억 2167만원이었는데, 2년이 지난 올해 4월 딱 6억원을 찍었다. 불과 2년 사이 7833만원이 뛴 것이다. 또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서울의 평균 월세는 151만 5000원이나 된다. 수억원의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미 전세자금 이자를 내는 사람 입장에선 허리가 휘는 게 당연하다. 코스피가 8000포인트가 아니라 1만 포인트를 넘겨도 상황이 이렇다면 다수의 살림은 나아지기 어렵다. 결국 주거 안정을 위해 해야 할 일은 공급이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착착개발’로 정비사업 기간을 15년에서 10년으로 단축하겠다고 하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2031년까지 31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나선 이유도 공급이 궁극적인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급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사이 뭔가를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월세 세액공제 대상·범위 확대 같은 제도 개선 말이다. 현재 월세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부부합산 소득이 연 8000만원을 넘기면 안 된다. 부부합산 연소득 8000만원이 적은 돈은 아니다. 하지만 이미 전세와 월세로 허덕이는 이들은 서민을 넘어 중산층까지 확대됐다. 그리고 이들이 전셋값을 올려 주고 월세를 낸다고 지갑을 닫으면 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 흑자도, 반복되는 코스피 최고치 경신도 시민 삶의 개선에 영향을 주기 어렵다. 월세 세액공제 대상을 확대하고 금액도 늘려야 하는 이유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 아직까지 고전으로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는 국가 경제의 측정 기준을 국가와 왕실이 보유한 금과 은의 보유량이 아닌, 시민들이 소비하는 재화와 서비스로 바꿨기 때문이다. 숫자에 열광하기보다 시민들의 삶을 위한 정책을 기대한다. 김동현 사회2부 부장급
  • “과거·현재의 끝없는 대화… 아카이브엔 미래가 있죠”[월요인터뷰]

    “과거·현재의 끝없는 대화… 아카이브엔 미래가 있죠”[월요인터뷰]

    영화계 최전선서 영상자료원장으로열악한 환경에 빛 못 본 독립영화 등韓영화의 역사 축적해 재해석 도와영상·K팝 등 ‘복합문화관’ 설립 목표위기의 한국 영화 진단과 해법코로나 이후 영화 감상 플랫폼 변화새로움 부족한 영화계에 위기 겹쳐시대에 맞는 새 ‘흥행 공식’ 세워야‘동시대성’ 담는 영상 아카이브과거에 박제되지 않게 현재화 지속뉴미디어 시대, 창작의 마중물로숏폼·스틸 컷 등 파생물들도 수집105만명 구독 채널 ‘한국고전영화’안성기 회고전 등 시의성 담은 기획‘K고전명작’ 찾는 해외 팬들도 급증오프라인 현장으로 열기 이어갈 것‘아카이빙’은 ‘기록을 저장하고 관리’한다는 원래 뜻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과거의 자료를 현재로 불러와 동시대에 ‘새로운’ 영감을 주는 일이다. “있던 것은 다시 있을 것이고 이루어진 것은 다시 이루어질 것이니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란 없다.”(전도서 제1장 제9절) 상투적 표현으로 굳어버린 구약성경의 이 문장은 사료(史料)의 파수꾼이 새겨들어야 할 진실이다. 과거에 미래가 있다. 모은영(57) 신임 한국영상자료원장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영상자료원은 1974년 한국필름보관소로 출발했다. 한국 영화와 영상자료를 수집·보존하는 국가 영상 아카이브 기관이다. 직전까지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영화계 최전선에서 활약했던 모 원장은 지난 3월부터 영상자료원의 책임자를 맡고 있다. 영상자료원은 모 원장의 ‘친정’이기도 하다. 2019년을 기점으로 한국 영화사가 100년을 지난 가운데 영화계는 극심한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어쩌면 이 역사 속에 돌파구의 계기가 숨어있진 않을까. 그 계기를 찾아내는 게 바로 영상자료원의 임무다. 최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영상자료원 한국영화박물관에서 모 원장을 만났다. -10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왔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돌고 돌아 다시 오게 됐다. 내 영화 인생의 근본적인 태도를 배운 곳이 바로 영상자료원이다. 이후 영화제 프로그래머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고 활동할 때도 영상자료원에서의 경험이 무척 큰 영향을 미쳤다. 사실 이 시점에 갑자기 원장으로 오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왜 지금, 나를 이곳으로 보냈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분명한 시대적 흐름과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각종 영화제에서 프로그래머로 활약하며 이름을 알렸다. 프로그래머의 일은 영상자료원장 직무를 수행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될까. “철 지난 유머인데, ‘프로그래머’라고 소개할 때 꼭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아닙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축제를 기획하는 사람이다. 창작자와 관객을 잇는 존재라고도 하겠다. 영상자료원도 마찬가지다. 관객 그리고 산업으로서 영화를 어떻게 이해관계자들과 연결할 것인지 고민하는 곳이다. 아울러 축적된 영화의 역사를 단순히 과거에 박제해 두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관객과 창작자들이 재해석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기도 하다. 다만 과거에는 실무자로 현장에서 뛰었다면 지금은 훌륭한 직원들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직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국내 독립영화 생태계의 현주소는 어떤가. 이를 위해 영상자료원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독립영화계는 매우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다른 한국 영화와 마찬가지로 활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 독립영화는 상업영화의 대안이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며 한국 영화의 외연을 넓혀 왔다. 지금도 훌륭한 작품들이 만들어지고는 있지만, 열악한 외부 환경 탓에 ‘발견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관객과 만나지 못하고 있는 거다. 의무납본제에 따라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들은 법적으로 영상자료원이 저장하고 관리하게 돼 있는데 독립영화는 원칙적으로 이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래도 주목할 만한 독립영화는 영상자료원에서 최대한 아카이빙하고자 한다. 물론 예산상 한계로 한 해 2000편 가까이 제작되는 모든 독립영화를 품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최소 영화제에 소개되는 것 정도는 지원하려고 한다. 산간벽지 등 극장이 없는 곳에 영사기를 들고 가는 ‘찾아가는 영화관’ 사업을 정동진독립영화제 등과 연계해 진행하기도 한다. ‘똥파리’, ‘워낭소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처럼 영화가 좋으면 결국 관객이 찾게 돼 있다. 영상자료원은 좋은 작품들이 관객과 만나도록 유통의 저변을 넓히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겠다.” -한국 영화가 위기라는데, 영화계 관계자로서 어떻게 체감하고 있는가. “영상자료원은 보존·복원 기관이지만 그래도 동시대 영화와 따로 갈 수는 없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이다. 한국 영화는 진짜 위기가 맞다. 코로나19가 결정적인 계기였다. 그런데 다른 분야는 일상이 회복하면서 자연스럽게 원상복구 됐는데 유독 영화계만 그렇지 못했다. 영화를 감상하는 플랫폼이 바뀌었다.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본다’는 행위 자체의 단절이 일어난 것이다. 관객이 어릴 때부터 일상적으로 경험해야 하는 것인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요즘 젊은 세대는 북페어나 록페스티벌과 같은 곳으로 몰려가고 있는데, 그런 수요를 끌어오지 못한 게 아쉽다. 영화계에서도 전성기 때 정점을 찍은 이후 새로움을 보여주지 못한 측면도 있다.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한국 영화의 위기와 관련이 있다. 최근 성공한 ‘살목지’와 같은 영화를 보면 관객에게 새로운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이런 성공 사례들을 모아 오늘날에 맞는 새로운 ‘흥행 공식’을 정립할 때다.” - 영상자료원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한국고전영화’ 구독자가 105만명이나 된다. 엄청난 숫자다.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또 이것을 발판 삼아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다. “전임 김홍준 원장의 식견에 더해 직원들의 노고 덕분이다. 단순히 고전영화를 틀어주고 와서 보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고도의 ‘큐레이션’이 숨어있다. 올해 초 세상을 떠난 안성기 배우 회고전과 같이 시의성에 맞춘 기획전이 결정적이었다. 온라인의 특성을 잘 살린 기획들이 돋보였다. ‘토속에로’ 장르에 속하는 영화들이 구독자를 끌어당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겠다.(웃음) 글로벌에서 K콘텐츠의 선전으로 외국인 구독자도 크게 늘었다. 실제로 현재 구독자의 절반은 해외 팬이라고 한다. 이 거대한 온라인의 열기를 오프라인 현장으로 끌어와야 하겠다. 언제 어디서나 고전 명작을 4K 화질로 즐길 수 있도록 자료를 구축하는 한편, 오프라인에서는 관객과의 대화 등을 통해 조금 더 깊이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100만이 넘는 구독자가 오프라인 영화관의 관객이 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아카이브라는 것은 과거의 시간을 박제된 채로 두는 게 아니다. 계속 재구성하고 현재화해 보여주는 것이다. 보존은 물론 그것을 동시대 관객이 경험하게 하는 게 우리의 임무다.” -숏폼 등 새로운 영상 콘텐츠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영상 콘텐츠도 쏟아지고 있다. 이것에 관해서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난관에 봉착한다. 별도의 기준이 없어서 새롭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뉴미디어의 등장은 당대의 새로운 시대상을 반영한다. 쇼트폼도 마찬가지다. 놓칠 순 없다. 영상자료원이 수집하는 대상이 단순한 ‘필름’을 넘어선 지 오래다. 영화의 스틸컷,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앨범 등 영상 문화를 둘러싼 모든 파생 기록물을 수집하고 있다. ‘동시대성’을 기준으로 삼아 현재 가장 유의미한 매체와 형태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AI와 관련해서는 활용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저작권 보호와 무분별한 악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반대로 좋은 의미에서 활용할 수도 있겠다. 영상자료원이 보유한 1950~1960년대 서울의 모습을 담고 있는 영상들을 AI에 학습시킨다고 가정해 보자. 이는 다른 영화를 제작하는 창작자들에게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영화유산’을 단순히 보존하는 것을 넘어 미래의 창작을 위한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아울러 염두에 두고 있다.” -임기 내 강하게 추진하고픈 역점 사업이 있다면. “영상자료원의 오랜 숙원사업은 국립영상박물관 설립이다. 이는 최근 K팝 등 대중문화 전반으로 확대된 ‘K콘텐츠 복합문화관’(가칭)으로 준비되고 있다. 이것을 어떤 방향으로 꾸려나갈지 방향을 잘 설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돌아보면 10년마다 변곡점이 있었다. 20년 전엔 예술의전당 안에 영상자료원의 자료를 저장할 독립된 공간을 확보했다. 10년 전엔 아카이브의 이원화를 목적으로 경기 파주시에 파주보존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향후 10년은 영상이라는 주제 아래, K콘텐츠로 묶을 수 있는 한국의 여러 문화유산을 하나로 합쳐서 관리하는 박물관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자 한다.” ■모은영 영상자료원장은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려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에서 영화영상이론학 석사를 받은 뒤 애니메이션 이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서울인디애니페스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 국내 유수의 영화제 프로그래머로 활동하며 영화계 최전선에서 영화와 관객을 잇는 일을 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그에게 친정이기도 하다. 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부 팀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다가 지난 3월 한국영상자료원장으로 취임했다.
  • 공연 중 女관광객에 돌연 ‘사탕 키스’ 경악…논란에 결국 [포착]

    공연 중 女관광객에 돌연 ‘사탕 키스’ 경악…논란에 결국 [포착]

    중국의 한 유명 관광지에서 남성 공연자가 여성 관광객들에게 사탕을 입으로 전달하는 이른바 ‘사탕 키스’ 퍼포먼스를 선보여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중국 장시성에 있는 한 리조트의 남성 공연자의 퍼포먼스가 소셜미디어(SNS)에서 큰 화제와 논란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작은 노란 물고기’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이 공연자는 고전 의상을 입고 창틀 너머로 관광객들과 소통하며 인기를 얻었다. 특히 입에 사탕을 문 채 관광객의 입으로 직접 전달하거나, 눈을 가린 채 여성 관람객의 볼을 만지고 손가락을 끼우는 등의 신체 접촉이 포함된 ‘사탕 키스’ 퍼포먼스가 주특기였다. 이 퍼포먼스를 보기 위해 뙤약볕 아래서 한 시간 넘게 줄을 섰다는 한 여성 관광객은 “마치 드라마 속 여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며 긍정적인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온라인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일부 여성에게는 감성적인 만족을 줄지 몰라도, 미성년자들에게는 낯선 사람이 얼굴을 만지거나 키스하는 것이 허용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공연자는 사과 영상을 올리고 “앞으로 더욱 적절하고 따뜻한 방식으로 관객과 소통하겠다”며 ‘사탕 키스’ 대신 꽃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퍼포먼스를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리조트 측 역시 “공연자들에 대한 문화 교육을 강화하고 감독 시스템을 도입해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규제하겠다”고 사과했다. 중국 관광업계에서 이른바 ‘외모 마케팅’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초 근육질 남성들이 상의를 탈의한 채 물에 젖은 상태로 춤을 추는 현대무용극이 고가의 입장권에도 불구하고 큰 화제를 모았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지지자들은 “여성들도 남성의 외모를 자유롭게 소비하고 즐길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전문가들은 “남성의 외모와 매력만을 강조해 소비자를 유혹하는 방식은 왜곡된 엔터테인먼트 생태계를 조성하며, 법적·도덕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70대까지 무대에…전성기는 아직”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70대까지 무대에…전성기는 아직”

    19일부터 11개 도시서 김선욱과 듀오 리사이틀 “솔리스트는 연주마다 평가를 받아요. 안주할 수가 없죠. 그래서 오랜 기간 연주하는 분들께 엄청난 존경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항상 배워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전 여전히 갈 길이 멀어요.”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39)은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비결을 묻자 여전히 무대에 서는 연주자들에게서 영감을 얻는다고 했다. 다섯 살 때 독일 함부르크 심포니와 협연하며 데뷔한 뒤 세계 무대를 누비고 있는 그이지만 현재에 머물지 않으려는 모습이었다. 7일 서울 종로구 크레디아클래식클럽 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는 오는 19일부터 시작되는 피아니스트 김선욱(38)과의 듀오 리사이틀을 앞두고 마련됐다. 두 사람이 국내에서 합동 무대를 갖는 것은 2021년 9월 이후 약 4년 8개월 만이다. 이번 리사이틀은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제1번 D장조 Op.12-1과 오토리노 레스피기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b단조로 1부를 채운다. 2부에서는 최근 재조명받는 미치슬라프 바인베르크의 소나타 제4번 Op.39와 화려한 기교가 돋보이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소나타 E♭장조를 배치했다. 고전부터 20세기까지 아우르는 구성이다. 특히 레스피기와 슈트라우스 소나타는 김선욱을 염두에 두고 골랐다. 클라라 주미 강은 “피아노가 관현악적인 역할을 하는 작품이어서 김선욱 피아니스트와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공연하며 에너지 상승…하루도 쉬고 싶지 않아” 두 사람은 2020년 코로나19 시기에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녹음하고 이듬해 함께 투어를 돌며 음악적 동반자로 성장해왔다. 그는 김선욱을 “다른 음악적인 동료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음악가로서 모든 비결을 타고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베토벤 소나타 전곡 투어 이후 지휘자로서 입지를 다진 김선욱에 대해 “관현악적인 느낌을 원래도 잘 살리는 분이었지만 지휘를 하면서부터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음을 표현한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실내악 축제에서 만나는 유명 연주자들도 우리 연주가 오케스트라를 듣는 것 같다고 한다”며 “전곡 녹음 때보다 음악이 더 웅장해지고 폭도 넓어졌을 거라 감히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강한 개성을 지닌 두 솔리스트의 만남이지만 음악적 충돌은 거의 없다고 했다. “선욱씨는 음악 색깔이 강한 연주자이고 화성과 관현악적인 부분을 피아노가 주도하기 때문에 바이올리니스트로서 피아니스트의 방향을 따라가는 편”이라며 “제가 다른 의견을 내더라도 선욱씨가 바로 수용해주기 때문에 다툴 일이 없다”고 전했다. 이번 투어는 19일 세종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제천, 부천, 평택, 서울, 동해, 강릉, 성남, 대구, 부산을 거쳐 30일 익산예술의전당까지 이어진다. 12일 동안 11개 도시를 도는 강행군이다. 빡빡한 일정에 대해 “체력은 타고났다”는 클라라 주미 강은 “투어를 하면서 늘어가는 것이 있기 때문에 매일 연주하고 싶었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연주가 계속 나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에너지가 올라간다”며 “이 프로그램을 8월에는 (스위스) 베르비에에서 선보이는데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지 궁금하다”고 보탰다. 8월 ‘거장’ 바렌보임 공연…“27년 꿈 이뤄” 그는 1708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쓰다 4년 전 1702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튜니스’로 바꿨다. 이 악기를 두고 “남성적이고 묵직한 악기여서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이번 프로그램과 잘 어울린다”며 “음악의 대역폭이 한층 넓어진 느낌”이라고 소개했다. 8월 10일 독일 라인가우 페스티벌에서 거장 다니엘 바렌보임(84)의 지휘로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열두 살 때 바렌보임이 지휘하는 시카고 심포니와의 협연이 손가락 부상으로 무산된 기억을 떠올리며 “27년 만에 그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라고 했다. 지난해 웨스트이스턴디반오케스트라와 한 중국·유럽 투어도 바렌보임이 지휘할 예정이었는데 건강 문제가 생겨 오랜 친구인 주빈 메타(90)가 대신했다. “이런 거장과 함께한다는 걸 생각하면 행복하다”고 덧댔다. 2025·26 시즌에는 로열 스톡홀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주 아티스트로서 상임 지휘자 라이언 밴크로프트와 랄로·쇼스타코비치·번스타인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지금이 전성기 아니냐’는 질문에 “체력적으로 지금이 가장 좋은 때이긴 하지만 제 전성기라고는 하지 말아달라”며 웃더니 “전성기는 50대에 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30년 이상 지속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바이올리니스트는 피아니스트나 지휘자보다 수명이 짧다는 통념을 깨고 싶어요. 그래서 70대에도 계속 연주하고 싶습니다.”
  • 신비롭고 우아한 ‘형태미’… 한자의 새로운 발견

    신비롭고 우아한 ‘형태미’… 한자의 새로운 발견

    한자 구성 요소 중 ‘모양’에 집중안진경·손과정 ‘서예’ 예술적 분석글자 하나 유래와 쓰임새 등 설명 봄 춘(春)자의 옛 글자를 보면 원래 초(艸) 아래에 어려울 준(屯)이 있고, 다시 그 아래에 해를 뜻하는 날 일(日)이 있다.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준’이다. 왜 봄에 어려움이라는 뜻이 포함돼 있을까. 준과 춘은 음도 비슷하지만, 의미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초목이 막 생겨날 때의 모습을 한 이 글자에는 어려움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한자(漢字)는 어떻게 예술이 되고 역사가 됐을까. 한문 번역가이자 서예사 연구자인 윤성훈 한국고전번역원 연구원은 한자의 모양에서 형태미를 발견하고 3000년을 이어온 ‘문명의 무늬’를 소개한다. 한자는 모양(形)과 소리(音), 뜻(義) 이 세 요소로 이뤄져 있다. 그동안 한자의 소리, 뜻과 관련된 책은 많이 볼 수 있었지만, 이 책은 상대적으로 연구가 적었던 한자의 모양에 집중했다. 알파벳이나 한글에 비해 한자는 많은 글자를 가지고 있다는 결함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여기서 한자가 가지고 있는 다채로운 형태미의 매력을 발견한다. 그는 “글씨들에는 크게는 한 시대의 정신이, 작게는 한 예술가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며 “처음엔 이국적이고 신비롭게, 나중엔 웅숭깊고 우아하게 보이는 한자”의 매력에 빠졌다고 고백한다. 한자 모양에 대한 학문으로는 고문자학과 서예론으로 나뉠 수 있다. 저자는 고문자학의 학문적 성과를 받아들여 한자 초창기의 역사적 배경을 밝히면서도 글자의 형태미를 집중적으로 연마했던 서예라는 미적 성취를 끌어와 함께 설명한다. 이 책은 2013년 저자가 출간한 ‘한자의 모험’의 내용을 두 배 가까이 늘려 출간한 것인데, 뒷부분에 서예사 책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안진경, 손과정 등 다양한 서예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덕분에 독자는 갑골문이나 금문이 쓰인 초창기부터 발전기, 원숙한 예술적 성취를 이룬 후기까지 한자의 역사를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다. 글자 한 자는 작지만, 그 유래와 어떻게 쓰이고 확장됐는지 파생되는 이야기는 깊고도 넓다. 가령 봄 춘에는 술의 뜻도 담겨 있는데, 시간을 견딘 술동이 속에서만 화학 작용으로 봄비 내리는 소리가 나듯 봄도 인고의 계절을 거쳐야만 만날 수 있다는 뜻이 담겼다. 저자는 또 참 진(眞) 자에 담긴 길고 긴 여정을 톺아보며 안진경의 글씨를 분석한다. 그는 “안진경이야말로 역사상 최초로 자기만의 얼굴을 가진 글자를 선보인 서자(書者)”라고 칭송하는데, 표준이 전제된 가운데 이 세계 밖, 즉 지금 여기가 아닌 곳에서 온 요소를 녹여야 강렬한 개성이 탄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자의 모양은 계속 변해왔다. 초서의 탄생은 글씨가 왕의 위업을 기리는 도구에서 벗어나 개인의 예술 작품으로 가능성을 확장한 혁명적 사건이다. 남북조시대를 끝내고 거대 통일제국을 이룬 당나라는 왕희지의 행초서로 대표되는 남조의 붓글씨와 북조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운 새김 글씨 전통을 종합해 해서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저자는 해서 이후 거대 서체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한자의 모양은 개인적, 예술적 창조의 결과물이 됐다고 설명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한자에 담긴 언어의 역사, 인간 사회의 문화, 문명의 역사를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한자의 다채로운 무늬를 만나게 된다.
  • 사상 첫 5·6위 맞붙은 ‘챔프전’…KCC, 71% 확률 먼저 잡았다

    사상 첫 5·6위 맞붙은 ‘챔프전’…KCC, 71% 확률 먼저 잡았다

    남자프로농구 사상 최초로 정규리그 5·6위가 맞붙는 챔피언결정전(7전4승제) 맞대결에서 ‘슈퍼팀’ 부산 KCC가 먼저 웃었다. KCC는 5일 경기 고양소노아레나에서 열린 2025~26 프로농구 챔프전 1차전에서 고양 소노를 75-67로 꺾었다. 소노가 앞서 플레이오프를 6전 6승으로 장식하며 무서운 기세를 보였지만 슈퍼팀의 능력이 더 도드라진 경기였다. 역대 챔프전 1차전 승리 팀의 우승은 28회 중 20회(71.4%)였다. 소노의 창단 첫 챔프전을 맞아 이날 구단 역대 최다인 6486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경기 초반 소노는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이정현과 강지훈의 연속 외곽포를 앞세워 기선제압에 나섰다. 이정현이 3점슛 5개를 던져 3개를, 강지훈이 2개를 던져 1개를 꽂아 넣으며 18-17로 1쿼터를 앞섰다. 그러나 소노의 우세는 거기까지였다. 2쿼터 들어 KCC는 숀 롱이 홀로 리바운드 10개를 따내는 등 골 밑을 장악하며 34-30으로 뒤집고 전반을 마무리했다. 이어 KCC는 3쿼터 초반 5분 동안 10점을 넣고 소노를 2점으로 틀어막으며 승기를 잡았다. 소노는 상대 압박에 득점 기회를 날리며 고전했고 KCC는 허웅이 3쿼터에만 3점슛 3개를 터뜨리며 56-44로 앞선 채 3쿼터를 마쳤다. 결국 이때 벌어진 격차가 그대로 4쿼터 막판까지 이어지며 희비가 엇갈렸다. KCC는 롱이 22점 19리바운드로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고 허웅이 3점슛 4개 포함 19점, 최준용이 13점 5어시스트, 송교창이 10점 5리바운드, 허훈이 8점 10어시스트로 활약했다. KCC는 이들 베스트5 중 허웅이 34분59초로 가장 적게 뛰었을 뿐 나머지 4명이 모두 37분 이상 나섰다. 소노는 이정현이 18점 6리바운드, 네이던 나이트가 14점 5리바운드로 분전했지만 패배를 막지 못했다. 이상민 KCC 감독은 “핵심 선수들이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하고 총력전으로 뛴 것 같다. 3쿼터 초반에 치고 나간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라고 짚었다. 손창환 소노 감독은 “슈퍼팀이 제대로 하니까 무섭다”면서도 “오늘 들어가지 않았던 슛들만 수정한다면 충분히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승리의 주역이 된 롱은 “커리어 첫 챔프전 무대에서 거둔 승리라 더욱 특별하다”고 웃었다. 허웅은“지금의 기세라면 4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낼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2차전은 7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 [열린세상] 잊혀진 전쟁과 없어져야 할 전쟁

    [열린세상] 잊혀진 전쟁과 없어져야 할 전쟁

    왜, 언제부터 이 전쟁이 시작되었는지 까마득하다. 지금도 전쟁 중인지 관심에서 벗어났다. 처음에는 두 달이면 끝난다더니 두 달이 2년이 되었고 2년이 수년으로 바뀌었다. 최근에는 하던 전쟁도 끝내겠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이란 지도부를 공습하더니 세 달이 지나도록 호르무즈 해협이 열릴 기미는 안 보인다. 그 통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지는데도 모르고 지나간다. 전쟁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인간 보병을 투입하는 대신 로봇과 드론으로만 작전을 수행해 러시아가 점령한 땅을 되찾았다고 주장했다. 4월 13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시작 이후 처음으로 로봇과 드론만으로 러시아 진지를 탈환했고 이 작전에서 우크라이나군 사상자는 없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장은 휴머노이드와 드론의 첨단 무인 대리전쟁과 미래 전쟁의 시험장으로 변해 버렸다. 우크라이나는 2024년부터 전투에 부분적으로 지상 로봇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 7월에는 제3독립공격여단이 로봇과 무인 드론 부대를 투입해 전투를 수행한 끝에 러시아군에게서 항복을 받아 냈다고 한다. 먼저 드론이 적의 진지를 정찰해 상황을 파악한다. 그 뒤 자폭 지상 로봇이 적의 방어선부터 무력화하면 공병 로봇은 장애물과 지뢰를 처리한다. 이어서 기관총 탑재 로봇이 화력으로 상대 병력을 제압하는 동시에 보급 로봇은 탄약 등을 지원한다. 드디어 전투가 끝나면 로봇이 적 부상병을 후송하는 식이다. 젤렌스키는 올해 들어 이런 로봇 작전을 2만 2000여건이나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3월에만도 9000여건으로 2월에 비해 50% 이상 증가했다는 것이다. 로봇과 드론에 돌파 단계의 전투를 맡기고 인간 군인에게는 후방에서 기계 조종을 맡겨 인명 손실을 줄이고 있다는 게 핵심이었다. 공상과학영화같이 상상의 영역에 머물던 일이 실제로 진행되는 중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로봇 부대가 대규모 작전을 수행하면서 인간과 전면전을 벌이는 날이 올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올 2월 말 이란을 기습 공격할 때 팔란티어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팔란티어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대규모 복잡한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작전사령부가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즉 이란 공습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공격 좌표를 매우 짧은 시간에 체계적으로 제공했다는 것이다. 전쟁 계획은 AI가 설계하고 전투는 로봇과 드론이 수행한다. 인간은 미사일 등 발사 버튼만 작동한다. 첨단 과학기술은 현실로 구현되는 중인데 고전적 윤리, 철학의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없다. 미국이 팔란티어 등의 도움을 받아 군사작전을 실시한 첫날 최소 175명의 사망자가 나온 이란 여자초등학교 폭격 사건이 대표적이다. 오래된 데이터가 업데이트되지 않으면서 공격하면 안 되는 민간인 시설이 폭격 좌표에 포함되며 벌어진 참극이었다. 우크라이나에서 로봇과 드론이 적군인 인간을 다수 살상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로봇과 AI가 인간을 공격할 가능성에 대비하자는 국제사회의 노력은 장기간 진행돼 왔지만 이렇게 실제 전쟁의 현실 앞에 무력화되는 중이다. AI의 군사적 활용을 둘러싸고 구글은 2018년 미 국방부와의 드론 영상 AI 분석 사업 계약 갱신을 포기했다. 하지만 지난주 구글은 과거와 같은 내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 국방부의 기밀 업무에 제미나이를 활용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주 한국도 최전방에 폐쇄회로(CC)TV와 로봇, 드론을 배치해 2040년부터는 주력을 바꿀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코 있을 수 없는 유형의 전쟁이 도래하는가. 인류의 종말을 앞당기는 비극의 전쟁 아닌가.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삼존석굴·팔공산 품은 군위… ‘대구 역사문화관광 1번지’ 뜬다

    삼존석굴·팔공산 품은 군위… ‘대구 역사문화관광 1번지’ 뜬다

    삼존석굴, 대구 유일 국보 자존심 인각사는 ‘삼국유사 체류형 관광’ 학소대와 더불어 ‘명승’ 지정 노력‘왕사남’ 엄흥도 진묘 확인도 추진팔공산엔 자연친화 숲속 야영장군위 시티투어 총 4개 코스 운영동대구~군위역 DRT 관광노선도 대구 유일의 ‘국보’와 국립공원 팔공산을 보유한 군위군이 ‘대구 역사문화관광의 1번지’ 도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군은 2028년까지 삼국유사면 일연공원(13만 7000㎡) 일대에 ‘삼국유사 체류형 관광거점 조성 사업’을 추진한다고 5일 밝혔다. 국토교통부의 지역 수요 맞춤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된 데 따른 것이다. 인구가 2만 2000여명인 군위는 대구 전체 인구(235만명)의 1%에 못 미치는 지역이지만 대구에서 제일가는 역사·문화·자연 자원을 자랑한다. 특히 부계면 남산리에는 대구의 자랑거리이자 자부심인 아미타여래삼존석굴(국보 제109호)이 있다. 통일신라 초기 석굴사원의 원형을 보존해 세계적 보물로 평가받는 삼존석굴은 세계 유산인 경주 석굴암보다 조성 연대가 100여년 앞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은 역사 문화 자원인 삼존석굴에 더해 일연공원 일대에 총사업비 35억원(국비 25억원 등)을 투입해 ▲캠핑장 ▲물놀이장 ▲숲속 놀이터 ▲삼국유사 테마로드 등 체험·휴식·캠핑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군은 이 사업을 통해 낡은 일연공원을 정비하고 군위댐·삼국유사테마파크·인각사·화본역·화산산성·김수환 추기경 생가 등 인근 관광자원과 연계해 삼국유사 체류형 관광거점을 구축할 방침이다. 군은 또 일연공원 인근 천년고찰 인각사(사적 제374호)의 체계적인 조사·보존 관리 및 관광자원화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1만 3302㎡인 사적지 범위를 6만 9992㎡로 확대하기 위해 국가유산청 신청 절차를 밟는 등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군은 11차례 걸친 인각사 발굴 조사를 통해 통일신라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건물지와 유구 등 606점의 유물을 확인한 바 있다. 특히 2023년과 2025년 인각사지 동쪽 100m 구릉 1823㎡ 등에 대한 발굴 조사 당시 국내에서도 매우 희귀한 통일신라 시대 구들식 기와가마가 발견되면서 사적지 확대 필요성이 강조됐다. 인각사는 고려 후기 대표적 고승인 일연(1206~1289)이 생애의 마지막 5년을 머물면서 민족의 고전인 ‘삼국유사’를 완성한 고찰이다. 신라 선덕여왕 11년(642)에 의상대사가 창건했다는 기록과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기록 등 두 가지가 전해진다. 군은 인각사와 인근 학소대 일원 8만 8616㎡를 국가지정 자연유산인 ‘명승’으로 지정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학소대는 1950년대까지만 해도 수많은 백학이 서식한 것으로 전해지는 곳으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이로 인해 예로부터 시인 묵객들이 ‘음풍영월’(자연 경치를 시로 노래하며 즐김)하던 곳으로 알려졌다. 이 일대가 명승으로 지정되면 사계절 내내 관광객이 즐겨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군은 조선 6대 임금 단종의 죽음을 그린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또 다른 주인공 엄흥도의 발자취를 관광 자원화하기로 했다. 군은 우선 유산청에 군위군 산성면 화본리 충의공 엄흥도 묘소에 대한 진묘 진위 조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진묘로 확정되면 국가 지정 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하고 진묘와 엄흥도가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인근 집터 등을 전국에 널리 알리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단종을 향한 충절을 지킨 역사적 인물이 머문 지역이라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며 “충신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 국민에게 교훈이 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부계면 동산리 팔공산 일대 2만 7271㎡에는 자연친화형 숲속 야영장 조성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군의 사업 유치로 국립공원공단이 내년까지 총사업비 50억 5900만원을 투입해 야영 데크 37곳을 비롯해 취사장, 샤워실, 화장실, 주차장 등을 조성한다. 또 전망대(2층), 숲속 놀이터(800㎡), 계곡 물놀이장 등 각종 편의시설도 마련된다. 야영장이 들어설 곳은 평균 해발 600m 정도로 일대는 아름드리 소나무 군락지와 팔공산에서 발원한 물이 흐르는 동산계곡 등 천혜의 자연경관과 뛰어난 자연생태를 자랑한다. 대구 도심과 가까운데다 대구공항과 중앙선, 중앙고속도로·상주영천고속도로, 국도 5호선 등 사통팔달의 교통망과 연접해 접근성도 뛰어나다. 군은 기존 관광자원 홍보에도 적극적이다. 그 중심에 ‘군위 시티투어’가 있다. 지난달부터 재개된 투어는 기본, 파크골프 A, 파크골프 B, 특별 등 총 4개 코스로 운영된다. 기본코스는 군위역에서 출발해 삼국유사테마파크, 화본마을, 충의공 엄흥도의 묘소, 삼존석굴, 혜원의 집(영화 ‘리틀 포레스트’ 촬영지)을 거쳐 다시 군위역으로 돌아온다. 파크골프 A코스는 군위역에서 삼국유사파크골프장과 화산마을 등을 거친다. 화산마을은 해발 700m 청정지역에 자리 잡은 오지마을로 산과 강이 어우러진 풍경으로 관광객의 발길을 붙든다.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군위호의 윤슬과 화산풍력단지, 구름보다 높이 서서 바라보는 절경은 촬영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파크골프 B코스는 군위역과 군위읍 파크골프장, 사라온이야기마을, 군위전통시장, 김수환 추기경 공원 등으로 구성된다. 사라온이야기마을은 군위의 역사를 재현한 테마공원이다. 적라촌, 적라청, 적라골 3개의 테마로 옛 관아 본청과 검안소, 치안대의 모습과 서당과 주막, 성황골 점집, 동제당 등을 재현해 조선시대로 시간여행을 간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다. 특별코스는 군위역에서 출발해 한밤마을과 사유원을 거쳐 군위역으로 돌아오는 경로로 운영된다. 사유원은 팔공산 지맥을 따라 조성된 약 33만 578㎡ 규모의 수목원이다. 올 하반기부터 군은 대구교통공사와 함께 도심 교통 거점인 동대구역과 군위를 연결하는 DRT(수요응답형 교통체계) 방식의 관광 노선도 운행할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2026년 관광 교통 촉진지역 공모’ 사업에 최종 선정돼 국비 4억원을 확보한 덕분이다. 동대구역에서 출발하는 노선은 ▲군위아미타삼존여래석굴-한밤마을-부계면 창평리-사유원 노선 ▲군위역-삼국유사테마파크-화본마을-사유원 노선 ▲화본마을-사유원 노선 등 3가지로 구성될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풍부한 문화·관광자원을 보유한 군위는 TK신공항 건설과 중앙선 복선전철 군위역 신설로 약 1400만명의 배후 시장을 2시간 거리에 거느리는 등 차세대 관광 거점도시로 도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제니, 540시간 제작한 드레스 착용…멧 갈라 빛낸 ‘인간 샤넬’

    제니, 540시간 제작한 드레스 착용…멧 갈라 빛낸 ‘인간 샤넬’

    그룹 ‘블랙핑크’의 제니가 다시 한번 글로벌 패션 아이콘다운 의상으로 주목을 받았다.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개최된 ‘2026 멧 갈라’(2026 Met Gala)에 참석한 제니는 올해의 전시 주제인 ‘코스튬 아트(Costume Art)’에 걸맞은 의상을 착용하고 레드카펫에 섰다. ‘멧 갈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패션 자선 모임으로, 세계 정상급 스타들과 패션계 거물들이 매년 파격적이고 예술적인 의상을 선보인다. 제니가 착용한 드레스의 압도적인 디테일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블루 계열의 시퀸 잎 장식이 촘촘하게 수놓인 컬럼 드레스는 샤넬 오뜨 꾸뛰르 아틀리에의 정수가 담긴 작품이다. 해당 드레스를 완성하기 위해 숙련된 장인들이 투입돼 540시간 동안 수작업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드레스는 제니가 움직일 때마다 빛을 반사하며 마치 살아있는 예술 작품과 같은 효과를 연출했다. 보디라인을 따라 흐르는 실루엣은 시퀸의 화려함과 조화를 이뤄 우아함의 정점을 보여줬다. 헤어는 업스타일에 앞머리 라인을 살린 ‘키스 컬’을 더해 고전적인 우아함을 살렸으며 정교하게 세공된 주얼리로 고급스러움을 배가시켰다. 제니는 4회 연속으로 멧 갈라에 참석해 그 의미가 더 깊다. 그는 지난 2023년 처음 멧 갈라 레드카펫에 입성한 이후 매년 독보적인 스타일을 경신해 왔다. 2023년에는 샤넬의 1990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선보였던 빈티지 룩을 재해석한 화이트 미니 드레스를 선택했다. 2024년에는 당시 드레스 코드였던 ‘시간의 정원’에 맞춰 물결치는 듯한 실루엣을 강조한 의상을 착용했다. 댄디즘과 흑인 남성 스타일의 역사를 다룬 주제로 진행된 2025년에는 테일러링 수트 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 하이테크로 질주 ‘K레이싱 시대’

    하이테크로 질주 ‘K레이싱 시대’

    현대차, WEC 하이퍼카 부문 완주내구성·열 관리 첨단기술 시험대6시간 가혹한 질주로 기술력 증명글로벌 고급차 시장 공략 ‘청신호’초고강도 신소재 산업 검증 기회 한국타이어 등 부품 업계도 사활“저 차(제네시스)가 왜 우리보다 코너에서 빠른지 이해할 수 없다.”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주 이몰라 서킷에서 열린 ‘2026 월드인듀어런스 챔피언십(WEC) 이몰라 6시간’ 레이스에서 페라리 팀 드라이버 니클라스 닐센은 이렇게 말했다. 현대차 내구레이스팀인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의 이날 코너링은 하이테크 엘리트 그룹으로 질주하려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의지를 보여줬다. 데뷔전은 성공적이었다. 제네시스 팀은 하이퍼카 부문에 ‘GMR-001’ 2대를 투입했고, 서킷(4.909㎞)을 차 한 대 당 3명의 드라이버가 교대하며 6시간 동안 각각 211랩, 189랩을 달렸다. 8개 브랜드의 17개 차량 중 15위와 17위였지만 가혹한 질주를 완주한 것만 해도 성공이라는 평가다. 1·3위는 도요타, 2·6위는 페라리, 4위는 알핀, 5·7위는 BMW 등이 차지했다. 현대차그룹의 WEC 진출에 의미를 두는 이유는 세계 3대 모터스포츠인 포뮬러1(F1),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 WEC 등이 속도 경기를 넘어 상용차의 기술을 시험·증명·개량하는 무대여서다. 현대차그룹은 1998년 스포츠 쿠페 ‘티뷰론’으로 WRC의 하위 클래스인 F2 클래스 랠리에 처음 나섰다. 서킷이 아닌 산길, 사막, 눈길 등 실제 도로를 달리는 WRC에서 2019년과 2020년에 제조사 부문 종합 우승을 하며 아반떼 등의 내구성을 입증했고, 이런 기본기와 28년간 경험을 토대로 ‘서킷 위의 귀족’으로 불리는 WEC에 진출했다. WEC의 핵심은 에너지 효율 기술이다. GMR-001도 제동 시 발생하는 엄청난 에너지를 배터리에 저장했다 가속할 때 즉각 사용하는 에너지 회수 시스템(ERS)을 갖췄다. 차체의 공기역학 설계도 양산차의 주행거리 향상에 기여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모터스포츠에 열광한다. 가속·감속과 충전·방전이 반복되는 내구 레이스에 필요한 극한의 열 관리 기술은 전기차 시대의 핵심 생존 기술이다. 고전압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열을 실시간으로 제어해 성능 저하를 막는 기술은 전기차 화재 예방, 배터리 수명 연장과 직결된다. 포르쉐 관계자는 “포르쉐는 포뮬러E와 WEC 무대 등에서 최대 600㎾급 회생 제동 기술을 검증했고, 이는 신형 카이엔 일렉트릭 등 양산차의 에너지 효율 지표로 활용됐다”고 전했다. WRC와 WEC에서 압도적 위상을 확보한 도요타도 서킷에서 다진 사륜구동 제어 하이브리드 기술을 GR 브랜드 양산차에 즉각 이식하고 있다. 페라리의 ‘하이퍼카 499P’도 680마력 이상의 출력을 내며 시속 190㎞ 이상에서 작동하는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꼽힌다. 페라리 관계자는 “페라리의 일반 도로용 차량은 결국 트랙 기술이 정교하게 이전된 결과물이고, 트랙은 이상적인 실험실”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부상도 두드러진다. 지리자동차그룹의 ‘링크앤코’는 양산차 기반 레이스의 정점인 WTCR(현 TCR 월드 투어)에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연속 팀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글로벌 타이어 업체들도 모터스포츠에 사활을 건다. 타이어는 유일하게 노면과 접촉한다. 뜨거운 아스팔트, 고속 코너링, 급제동 등 일상에서 재현하기 어려운 극한 환경이 실험장이다. 업계 세계 7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지난해부터 3년 동안 WRC의 전 클래스에 레이싱 타이어를 독점 공급 중이다.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타이어는 유일하게 브랜드 이름이 노출되는 자동차 부품이어서 연간 500억원 이상을 들이며 후원한다”고 설명했다. 레이싱카는 2만~3만여 개의 부품이 0.1초를 다투는 찰나에도 오차 없이 작동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고부가가치 소재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타이어의 뼈대 역할을 하는 ‘타이어코드’ 분야에서 세계 1위인 HS효성첨단소재 등도 모터스포츠를 통해 초고강도·고내열성 신소재의 실전 데이터를 확보한다. 비즈니스 리서치 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모터스포츠 시장 규모는 올해 약 95억 8000만 달러(약 14조 1000억원)에서 2035년 약 227억 3000만 달러(약 33조 5000억원)로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아직 F1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순수하게 속도를 다투는 F1에서 얻은 공기 역학 기술을 양산차에 적용하기에는 비용과 실용성에서 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 머무름과 침묵 속 만난 ‘빛의 세계’

    머무름과 침묵 속 만난 ‘빛의 세계’

    韓·佛 바탕 독자적 예술세계 구축전쟁 등 거치며 ‘빛의 존재론’ 사유1960~2000년대 대표작 총망라가로 300㎝ 타원형 ‘하늘의 토지’박경리 작가와의 ‘우정’ 엿보여 “방혜자의 그림은 우주적이며 유현(幽玄)하다. 조그맣고 가냘픈 모습을 떠올릴 때 크고 깊은 그의 그림 세계가 신기하기만 했다. 나도 소품 하나를 가지고 있는데 연두색과 연갈색이 주조인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수직(手織)의 무명 같은 것, 그런 해 뜨기 전의 아침을 느낀다.” 남을 위해 추천사나 서문을 쓴 적 없던 소설가 박경리(1926~2008) 선생은 방혜자(1937 ~2022) 작가가 2001년 11월 도불 40주년을 기념해 글과 그림을 묶어 출간한 ‘마음의 침묵’에 기꺼이 글을 썼다. 그는 그 글이 “방혜자에 대한 내 애정이며 참된 예술가에 대한 존경”이라 했다. 폐렴으로 두 달 넘게 병석에 누워 있었음에도 방 작가는 박경리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썼다. “이 세상에 와서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고 따뜻하신, 그리고 고고히 바르신 모습을 늘 마음속에 지니고 살아갈 수 있음을 감사하게 됩니다. 부디 건강하시어서 토지문화관의 밝은 빛을 온 세상에 밝혀 주시기를 (중략).”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충분히 조명되지 못했던 재불 작가 방혜자의 회고전 ‘방혜자-천지에 마음의 빛 뿌리며 간다’가 충북 청주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 열린다. 작가 타계 4년 만에 뒤늦게 열리는 국내 국공립미술관 첫 회고전이다. ‘빛의 화가’로 불리는 방혜자는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양국의 문화예술을 양분 삼아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그는 유년기 병고와 산사에서 보낸 시간,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거치며 빛의 존재론을 회화적으로 사유해 왔다. 이번 전시는 1960년대 초기작부터 2000년대 이후 후반기의 대표작에 이르기까지 시기별 주요 작품을 총망라한다. 전시 출품작 절반 이상이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파리 시립 세르누치박물관 등 프랑스에서 왔다. 이 중에는 국내에 한 번도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도 다수 포함됐다. 1961년 파리에 유학하며 과감한 붓 터치로 선보인 추상 작품 ‘지심’부터 원형의 캔버스에서 각기 다른 색채가 띠를 이루며 퍼져 나오는 2011년 작 ‘하늘의 땅’까지 만날 수 있다. 전시장 입구에는 프랑스 세계문화유산인 샤르트르 대성당에 설치된 방혜자의 스테인드글라스 재현작 ‘빛의 탄생’도 선보인다. 빛, 생명, 사랑, 평화를 주제로 한 연작 중 한 점으로, 작가가 평생에 걸쳐 사유해 온 빛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박경리와의 우정을 엿볼 수 있는 작품과 원고 등도 출품됐다. 가로 300㎝, 세로 178㎝에 달하는 옆으로 누운 타원형 그림에는 ‘하늘의 토지’란 제목이 붙었다. 박경리가 타계한 2008년에 그린 작품이다. 경계가 없던 검푸른 어둠을 뚫고 하늘과 땅을 구분 짓는 것은 여명과 같은 주황색 빛이다. 대지의 색과도 닮은 빛은 타원의 아래를 포근하게 감싸며 차오른다. 두 예술가가 내뿜던 빛은 거대한 그림 속에서 그렇게 조우한다. 전시 제목은 그의 시 구절에서 따왔다. 방초아 학예연구사는 “그의 회화에서 빛은 즉각적으로 소비되는 시각적 대상이 아니라, 머무름과 침묵 속에서 ‘마음의 눈’을 통해 서서히 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시는 오는 9월 27일까지.
  • ‘거꾸로 그린 그림’ 현대미술 거장 바젤리츠 별세

    ‘거꾸로 그린 그림’ 현대미술 거장 바젤리츠 별세

    독일 신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거꾸로 그린 그림으로 유명한 게오르그 바젤리츠가 30일(현지시간) 별세했다. 88세. 바젤리츠의 전속 갤러리인 타데우스 로팍은 이날 “20세기 후반 독일 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연 바젤리츠가 평온하게 눈을 감았다”고 밝혔다. 이 갤러리 창립자이자 대표인 타데우스 로팍은 “바젤리츠의 작품에는 예술적 선조들과 지속적으로 맺어온 교감과 그들과의 ‘대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바젤리츠는 올해 제61회 베니스비엔날레 기간인 6일 조르조 치니 재단에서 전시 ‘황금빛 영웅’을 선보일 예정이었다. 8월에는 서울 종로구 세화미술관에서도 회고전이 예정된 상태다. 두 전시 모두 계획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1938년 독일 도이치바젤리츠에서 태어난 바젤리츠는 어릴 때부터 미술에 소질을 보였으나, 미술대학에서 ‘사회정치적 미성숙’을 이유로 정학 처분을 받았다. 탄광으로 끌려가 교화교육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되자 동독에서 서독으로 망명했고, 1958년 서베를린에서 학업을 이어갔다. 본명은 게오르그 게른이다. 1961년부터 그는 고향을 기리는 의미로 바젤리츠라는 가명을 사용했다. 바젤리츠는 1969년 ‘거꾸로 된 숲’을 시작으로 초대형 캔버스에 위아래가 뒤집히고 추상도 구상도 아닌 그림을 그렸다. 그는 “모든 독일 화가는 독일의 과거에 노이로제를 갖고 있다. 전쟁과 전쟁 이후, 무엇보다 동독에 대해서다. 이 모든 게 나를 심한 우울과 커다란 압박에 몰아넣었다. 내 그림들은 말하자면 전투와 같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1980년대 게르하르트 리히터, 안젤름 키퍼와 함께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린 독일 화가였다. 2004년에는 예술계 노벨상으로도 불리는 프리미엄 임페리얼상을 받았다. 말년에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로 이주해 살았고 독일 화가 엘케 바젤리츠와 사이에 아들 둘을 뒀다.
  • 수묵화 맥 이어온 운산 조평휘 화백 별세

    수묵화 맥 이어온 운산 조평휘 화백 별세

    전통 수묵화의 맥을 이어 온 운산 조평휘 화백이 별세했다. 94세. 3일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2일 경기도의 한 요양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1932년 황해도 연안에서 태어난 고인은 전쟁을 피해 인천으로 내려왔고 홍익대 회화과에서 청전 이상범(1897∼1972)과 운보 김기창(1913∼2001)에게 동양화를 배웠다. 대학 졸업 후 추상화를 그리기도 했지만 1970년대부터는 산수화 작업에 전념했다. 1990년대 이후에는 ‘운산산수’로 불린 역동적인 화풍을 구축하며 독자적인 양식을 만들기도 했다. 평생 산수화의 현대화를 위해 힘쓴 공로로 1999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2010년 대한민국미술인상 등을 받았다. 2007년 대전시립미술관,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2022년 대전시립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었다. 그는 목원대 미대 교수와 운보미술관장을 지냈다. 유족은 아들 조유환 에이엘로봇 상무, 딸 조윤미 씨, 사위 김종관 비트로시스 사장, 며느리 윤경희 숙명여대 경력개발처 특임교수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5일이다.
  • 하이테크로 질주… ‘K 레이싱 시대’

    하이테크로 질주… ‘K 레이싱 시대’

    “저 차(제네시스)가 왜 우리보다 코너에서 빠른지 이해할 수 없다.”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주 이몰라 서킷에서 열린 ‘2026 월드인듀어런스 챔피언십(WEC) 이몰라 6시간’ 레이스에서 페라리 팀 드라이버 니클라스 닐센은 이렇게 말했다. 현대차 내구레이스팀인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의 이날 코너링은 하이테크 엘리트 그룹으로 질주하려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의지를 보여줬다. 데뷔전으로서는 성공적이었다. 제네시스 팀은 하이퍼카 부문에 ‘GMR-001’ 2대를 투입했고, 서킷(4.909㎞)을 3명의 드라이버가 교대하며 6시간 동안 각각 211랩, 189랩을 달렸다. 8개 브랜드의 17개 차량 중 15위와 17위였지만 첫 출전에 6시간의 가혹한 질주를 완주한 것만해도 성공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1·3위는 도요타가 차지했고 2·6위는 페라리, 4위는 알핀, 5위 BMW, 8위 캐딜락, 9위 애스턴마틴 등이었다. 현대차그룹의 WEC 진출 자체에 의미를 두는 이유는 세계 3대 모터스포츠인 포뮬러1(F1),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 WEC 등이 속도 경기를 넘어 상용차의 기술을 시험하고 증명하며 개량하는 무대여서다. 현대차그룹은 1998년 스포츠 쿠페 ‘티뷰론’으로 WRC의 하위 클래스인 F2 클래스 랠리에 처음 나섰다. 서킷이 아닌 산길, 사막, 눈길 등 실제 도로를 달리는 WRC에서 2019년과 2020년에 제조사 부문 종합 우승을 하며 아반떼 등의 내구성을 입증했고, 이런 기본기와 28년간 경험을 토대로 ‘서킷 위의 귀족’으로 불리는 WEC에 진출했다. WEC 하이퍼카 클래스를 완주하려면 에너지 효율 기술이 필요하며, 이는 고급차에 필수적이다. GMR-001도 제동 시 발생하는 엄청난 에너지를 배터리에 저장했다 가속할 때 즉각적으로 사용하는 에너지 회수 시스템(ERS)을 갖췄다. 레이싱카에 적용되는 공기역학 설계는 양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기여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모터스포츠에 열광한다. 수시간 동안 가속·감속과 충전·방전이 반복되는 내구 레이스에 필요한 극한의 열 관리 기술은 전기차 시대의 핵심 생존 기술이다. 고전압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열을 실시간으로 제어해 성능 저하를 막는 기술은 전기차 화재 예방, 배터리 수명 연장과 직결된다. 포르쉐 관계자는 “포르쉐는 포뮬러 E와 WEC 무대 등을 통해 최대 600㎾급 회생 제동 기술을 검증했고, 이는 신형 카이엔 일렉트릭 등 양산차의 에너지 효율 지표로 활용됐다”고 전했다. WRC와 WEC에서 압도적 위상을 확보한 도요타도 서킷에서 다진 사륜구동 제어 하이브리드 기술을 GR 브랜드 양산차에 즉각 이식하고 있다. 페라리는 아예 거장 엔초 페라리가 1929년 창단한 레이싱팀 ‘스쿠데리아 페라리’에 브랜드의 뿌리를 두고 있다. 페라리의 ‘하이퍼카 499P’는 680마력 이상의 출력을 내며 시속 190㎞ 이상에서 작동하는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꼽힌다. 페라리 관계자는 “페라리의 일반 도로용 차량은 결국 트랙 기술이 정교하게 이전된 결과물이고, 트랙은 이상적인 실험실”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부상도 두드러진다. 지리자동차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링크앤코’는 스웨덴 레이싱팀 사이언 레이싱과 협력해 양산차 기반 레이스의 정점인 WTCR(현 TCR 월드 투어)에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연속 팀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글로벌 타이어 업체들도 모터스포츠에 사활을 건다. 타이어는 자동차에서 유일하게 노면과 접촉한다. 뜨거운 아스팔트, 고속 코너링, 급제동 등 일상 주행 환경에서 재현하기 어려운 극한 환경에서 검증할 수 있다. 업계 세계 7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지난해부터 3년 동안 WRC의 전 클래스에 레이싱 타이어를 독점 공급 중이다. 또 세계 최고의 전기차 레이싱 대회인 ‘포뮬러 E’ 등도 후원한다.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타이어는 유일하게 브랜드 이름이 노출되는 자동차 부품이기 때문에 연간 500억원 이상 들이며 후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이싱카는 2만~3만여 개의 부품이 0.1초를 다투는 찰나에도 오차 없이 작동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고부가가치 소재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타이어의 뼈대 역할을 하는 ‘타이어코드’ 분야에서 세계 1위인 HS효성첨단소재 등도 모터스포츠를 통해 초고강도·고내열성 신소재의 실전 데이터를 확보한다. 비즈니스 리서치 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모터스포츠 시장 규모는 올해 약 95억 8000만 달러(약 14조 1000억원)를 기록한 뒤 2035년에는 약 227억 3000만 달러(약 33조 5000억원)로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아직 F1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순수 속도와 공기역학적 한계를 다투는 F1에서 얻은 공기 역학이나 특수소재 기술을 일반 양산차에 적용하기에는 비용과 실용성에서 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 무너진 LG 불펜에 솟아난 함덕주…‘경력직의 맛’ 1008일 만에 세이브

    무너진 LG 불펜에 솟아난 함덕주…‘경력직의 맛’ 1008일 만에 세이브

    불펜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었다. 함덕주가 위기의 LG 트윈스를 구해내며 1008일 만의 세이브를 올렸다. 함덕주는 30일 경기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26 KBO리그 LG와 KT 위즈의 1, 2위 맞대결에서 9회말 마운드에 올라 팀의 1점 차 리드를 지켜냈다. 연이틀 연장전 끝내기 패배를 당한 LG가 이날만큼은 함덕주의 호투로 승리를 따내면서 4월 17승 7패로 KT(16승 9패)를 제치고 월간 승률 1위를 지켰다. 가까스로 지킨 승리였다. 함덕주는 선두 타자 최원준을 볼넷으로 내보냈고 다음 타자인 김현수의 내야 땅볼이 유격수 실책으로 이어지면서 무사 1, 2루의 위기를 맞았다. 앞선 2경기에서 마지막에 뒤집으며 자신감이 넘치는 KT로서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함덕주는 장성우와 샘 힐리어드를 연달아 내야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심판은 두 타자의 타구가 내야에 높게 뜨자 인필드 플라이를 선언했다. 마지막 타자인 김상수가 안타를 때리면 역전도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좌익수 뜬공을 유도하며 한숨 돌렸다. 이날 세이브는 단순한 기록 이상의 가치가 있다. 함덕주가 세이브를 기록한 것은 2023년 7월 27일이 마지막이었다. 부상과 보직 변화 속에서 마무리 자리와 멀어졌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다시 팀의 마지막을 책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1세이브를 올린 유영찬의 부상 이탈로 LG 마운드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마무리 경력직인 그의 활용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경기였다. 무사 1, 2루에서 흔들리는 함덕주를 붙잡은 건 포수 박동원의 한마디였다. 박동원은 마운드로 올라와 함덕주에게 “넌 안 쫄잖아 자신 있게 던져”라고 짧은 응원을 건넸다. 공도 좋다고 슬쩍 말을 건넨 포수의 신뢰 속에 함덕주는 자신감 있게 승부했고 승리를 지켜냈다. 함덕주는 “잘 던졌다기보다는 운이 좋았다”고 몸을 낮추며 “내가 결과를 내기보다 타자가 치게 해서 결과를 내려고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LG 불펜이 최근 힘겨웠던 가운데 함덕주의 모자에는 ‘YC 54’가 적혀 있었다. 유영찬의 영문 약자와 등번호를 적은 것이다. 함덕주는 “누가 쓰자고 했다기보다는 한 명이 쓰니까 다들 따라 쓰더라”면서 “모두가 같은 마음이라서 그렇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빠진 동료까지 생각하는 원팀 정신이 LG 마운드를 더 단단하게 하는 분위기다. 함덕주는 연패 기간 고전했던 불펜 투수들을 향해 “다들 힘들어했고 더 잘하려 준비했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아 속상해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안 좋았던 선수들이 훈련 과정에서 더 노력하는 모습을 봤다. 그런 모습에서 우리 팀이 더 단단해질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고 강조하며 LG가 이대로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직 어떻게 활용될지는 불분명하지만 어떤 보직에서든 던지라는 대로 던지겠다는 각오가 남다르다. 올해 활약은 함덕주에게도 중요하다. 2023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고 ‘3+1년 옵트아웃’에 사인한 터라 올해 성적은 향후 거취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함덕주는 “어떤 자리에 욕심을 내기보단 최대한 압박을 받지 않고 내 공을 던지려 한다”며 팀에 헌신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염경엽 감독도 “터프하고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함덕주가 마무리를 잘해주며 승리할 수 있었다”며 칭찬을 잊지 않았다.
  • [훔치고 싶은 문장]

    [훔치고 싶은 문장]

    노릇노릇 딴생각을 구웠어(김경진 외 67인 지음, 문학동네) “마음 백화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우리 백화점 가장 인기 상품은/ 기쁨, 즐거움, 자신감입니다./ 늘 매진이죠.// …필요 없다면서도/ 꼭 사시는 걱정은/ 묶음 상품으로 준비했어요.// 질투나 미움은/ 지하 1층 유리 진열장 안에 있으니/ 보기만 하세요.”(‘마음 백화점’ 부분) 2008년 가라앉은 동시 문단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문학동네동시집 시리즈가 100번째 걸음을 내디디며 그동안 참여한 시인의 작품 68편을 모아 기념작을 냈다. 동시 토양을 일군 동시인뿐 아니라 신진을 발굴하고 중견 작가까지 동시 창작의 장으로 초대해 사유의 폭을 넓혔다. 144쪽, 1만 3500원. 흉담(전건우 지음, 래빗홀) “저주란 거창한 의식이 아니라 바로 그런 사소하고 자잘한 원망과 미움이 쌓인 상태를 말한다. 그 감정을 말로 내뱉었을 때, 이를테면 ‘저 인간 없어졌으면 좋겠다’라거나, ‘걷다가 콱 넘어져 버려라!’ 같은 흔한 표현으로라도 중얼거리게 된다면 그 역시 저주의 형태가 된다. 내가 만난 한 무속인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매일 누군가를 저주하거나 누군가에게 저주받고 있다….” 악귀가 찾아와 끔찍한 죽음에 이르는 저주, 일명 ‘흉담’을 들은 이들에게 연이어 기묘한 일이 벌어진다. 저주를 벗어나려고 다른 이들에게 흉담을 퍼뜨리며 죽음의 공포는 급속도로 퍼져 나간다. 금기와 미신이라는 고전적인 호러 요소와 저주의 작동 원리를 엮어 흥미진진한 공포 속으로 끌고 간다. 격렬한 두려움을 맞닥뜨렸을 때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304쪽, 1만 7000원. 손을 찬양하다(헤수스 카라스코 지음, 임도울 옮김, 민음사) “미래가 날이 갈수록 닫히기만 할 거라는 명백한 사실이 오히려 우리로 하여금 진심으로 하루하루를 충만하게 살도록 했다. 그때만큼 현재의 가치를 가슴 깊이 이해한 적이 있었을까. 바로 여기 바로 지금. 우리를 아프게도 하고 기쁘게도 하는 모든 것. 우리 육체, 그리고 움직일 수 있는 몸의 가치.” 2024년 스페인 최고 권위의 문학상 비블리오테카 브레베 상을 받은 헤수스 카라스코는 “손으로 하는 일은 현실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수상 소감을 남겼다. 책은 10년 동안 낡은 집 벽을 뜯고 부엌을 고치고 덩굴을 손보는, 어설픈 수선의 기록. 그저 집을 고치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이웃과 친해지고 아이가 성장하고 또는 죽음을 앞둔 가족을 보며 삶이 변해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388쪽, 1만 8000원.
  • 상처 입은 두 영혼의 로드무비…연극 ‘노란 달’, 1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상처 입은 두 영혼의 로드무비…연극 ‘노란 달’, 13년 만에 다시 무대에

    국립어린이청소년극단이 연극 ‘노란 달 YELLOW MOON: 레일라와 리의 발라드’(‘노란 달’)를 오는 28일부터 6월 14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린다. 스코틀랜드 극작가 데이비드 그레이그의 대표작인 이 작품은 청소년극의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2006년 영국 초연 당시 타임지가 ‘올해 최고의 새로운 연극 중 하나’로 선정했고, 이듬해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에서 TMA(영국 공공극장·공연기관 협회) 아동·청소년 부문 베스트 연극상을 수상했다. 미국, 아일랜드, 독일 등에서도 공연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올해 스코틀랜드 중·고등학교 교육 과정에 포함돼 교육적 가치까지 입증했다. ‘노란 달’은 어느 금요일 밤 벌어진 살인 사건을 계기로 북쪽으로 달아난 두 청소년의 이야기다. 리 매클린든은 알코올중독 엄마와 허름한 아파트에 산다. 동네 최고의 골칫거리로 통하는 리는 중산층 무슬림 가정의 모범생 소녀 레일라 술레이만과 사건으로 엮인다. 두 사람의 여정은 ‘문제적 청소년이 벌이는 단순한 도피’를 넘어 청소년기의 반항과 불안, 욕망과 환상이라는 복합적 감정이 섬세하게 드러난다. 모든 배우가 인물이자 해설자, 관찰자로 기능하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독특한 형식도 특징이다. 2013년 국내 초연 이후 13년 만의 재공연인 이번 무대에는 초연을 이끈 토니 그래함 연출과 이인수 번역가가 다시 합류했다. 영국 청소년극을 대표하는 그래함 연출은 국립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의 ‘타조 소년들’, ‘더 나은 숲’ 등을 통해 한국 청소년극 지형을 확장했다. 그는 “13년이 지나 작품을 다시 만나는 것은 선물과 같다”며 “한국 관객들이 이 작품을 마음 깊이 받아들여 준 점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여기에 무대디자이너 이태섭, 사운드디자이너 이민휘 등 새로운 프로덕션이 합류했다. 출연진으로는 550대1의 오디션 경쟁을 뚫은 김하람(리 역)과 홍지인(레일라 역)이 캐스팅됐으며, 동아연극상 수상자 황순미(홀리 말론 역)와 이동혁(프랭크 역)이 함께한다. 국립어린이청소년극단 측은 “이 작품은 시간이 지나도 곱씹게 되는 질문과 여전히 유효한 감각을 통해 세대를 가로지르는 공감의 지점을 만든다”면서 “극단의 본격적인 레퍼토리 확장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고 설명했다.
  • “우리끼리 결혼” ‘국평 72억’ 그 아파트, 이웃 단지와 ‘연고전’

    “우리끼리 결혼” ‘국평 72억’ 그 아파트, 이웃 단지와 ‘연고전’

    지난해 이른바 ‘국평’(전용 84㎡)이 72억원에 거래되며 서울 강남 초고가 아파트의 대표격이 된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가 이웃 아파트인 ‘메이플 자이’와 스포츠 교류전을 추진한다. 3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메이플자이는 전날 입주민들에게 “입주민 행사의 일환으로 래미안 원베일리와의 스포츠 교류전을 진행한다”고 안내했다. 메이플자이 측의 공지문에 따르면 스포츠 교류전은 다음주 16일 진행되며, 스크린골프 종목의 참가자를 선착순으로 접수받고 있다. 탁구와 농구도 진행되나 단지 내 탁구 동호회와 농구교실이 대표로 참여한다. 이번 스포츠 교류전은 메이플자이의 입주 1주년을 기념하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단지는 지하철 2정거장가량 떨어져 있다. 메이플자이 측의 공지문은 전날 소셜미디어(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확산하며 화제를 모았다. SNS에는 “반포 대장과 잠원 대장이 맞붙는 건가”, “대장 아파트들의 ‘연고전’ 아닌가”, “강남 아파트 주민들은 재미있게 산다” 등의 반응이 터져나왔다. 두 아파트의 이름 앞글자를 딴 ‘메원전’, ‘원메전’이라는 이름을 붙인 네티즌들도 있었다. 두 아파트의 스포츠 교류전은 강남의 고가 아파트들이 자신들만의 커뮤니티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다양한 반응을 낳았다. 신반포아파트 3차 등을 재건축해 2023년 2990세대로 탄생한 원베일리는 강남 고가 신축아파트의 시세를 이끄는 ‘대장주’로, 지난해 6월 ‘국평’이 72억원에 거래됐다. 최근 실거래가로는 국평 3층이 지난 10일 54억 5000만원에 거래됐으며, 매매 시세는 60억원대 중반에 형성돼 있다. 신반포4지구를 3307세대로 재건축해 지난해 6월 입주한 메이플자이는 현재 국평 매매 시세가 50억원대 중반에 형성돼 있다. 강남 고가 아파트들의 ‘그들만의 리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원베일리는 2023년 입주민들이 자신의 자녀들을 같은 단지 주민들과 결혼하도록 연결하는 ‘원베일리결혼정보회’(원결회)라는 중매 모임을 결성했다. 이 모임은 현재 법인으로 전환됐고, 가입 자격을 서초구와 강남구 거주자로 확대했다. 이러한 흐름은 송파구로도 이어져 송파구의 ‘대장아파트’ 중 하나인 ‘헬리오시티’에서도 결혼정보회사가 문을 열었다.
  • 허사비스·이세돌의 10년 만의 재회… “서울은 현대 AI 시대의 고향”

    허사비스·이세돌의 10년 만의 재회… “서울은 현대 AI 시대의 고향”

    “서울은 제 마음속에 언제나 특별한 장소입니다. 저에게 이곳은 ‘현대 AI 시대’가 시작된 고향과도 같습니다.” 29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구글 포 코리아 2026’ 현장은 10년 전 인류와 인공지능(AI)의 역사적 대결을 회고하는 열기로 가득했다. 당시 바둑판 위에서 승부를 겨뤘던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와 이세돌 9단은 10년 만에 다시 마주 앉아 손을 맞잡았다. 2016년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인간과 기계의 자존심을 걸고 싸웠던 두 주역이 10년 만에 경쟁자가 아닌 대담자로 재회한 순간이었다. 허사비스 CEO는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를 통해 전 세계에 AI의 잠재력을 각인시킨 설계자이자, 2024년 AI를 활용한 단백질 구조 예측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거머쥔 세계적 석학이다. 10년 전 이미 구글의 AI 핵심 브레인으로 활동 중이었던 그는 인류를 대표해 나선 이 9단과의 5번기를 통해 AI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반면 이 9단은 당시 알파고에 3연패를 당하며 고전하다가, 4국에서 ‘신의 한 수’로 불리는 78수로 알파고를 꺾으며 현재까지 알파고를 이긴 유일한 인간으로 기록되어 있다. 허사비스 CEO는 이날 대담에서 이 9단의 78수를 언급하며 “알파고의 37수가 AI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이 9단의 78수는 인간의 직관이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한 상징적인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이 9단은 “허사비스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기쁘게 지켜보고 있었다”고 화답하며 “알파고 대국은 내 인생의 의미를 재정립하는 시발점이자 원동력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AI는 인간과 대화하는 파트너가 되었지만, 중요한 것은 생각의 주도권을 잃지 않고 인간이 주체적으로 길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무대 위에 마련된 바둑판 뒷면에 나란히 서명하며 10년 만의 재회를 기념했다. 허사비스 CEO는 앞서 조승연 작가와의 대담에서 AI가 실험실을 넘어 질병 치료와 에너지 문제 등 실질적인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노벨상의 주역인 ‘알파폴드’를 사례로 들며 “과거 박사 한 명이 평생 걸려 하던 단백질 구조 예측을 이제는 AI로 2억개나 해내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의 반도체와 로보틱스 산업이 가진 강력한 제조 역량을 언급하며, 한국이 구글의 범용인공지능(AGI) 비전을 함께 실현할 주요 파트너임을 강조했다. 지난 27일 방한한 허사비스 CEO는 2박 3일간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을 잇달아 만나는 등 긴박한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와 차세대 AI 반도체인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망 협력을 논의하고, 현대차와 로보틱스 기술 결합 방안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코리아는 이날 한국 시장에 대한 구체적인 투자 및 협력 계획도 발표했다. 윤구 구글코리아 사장은 서울에 혁신 거점인 ‘구글 AI 캠퍼스’를 설립하고 통합 교육 브랜드 ‘AI 올림’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삼성전자와 협업 중인 차세대 XR 헤드셋 ‘갤럭시 XR’과 AI 글래스, 카카오의 ‘카나나’, LG유플러스의 ‘익시오’ 등 국내 기업들과 진행 중인 기술 최적화 현황을 공개하며 한국 생태계와의 밀착 행보를 보였다.
  • 삼성전자 가전 대수술… 식세기·전자레인지 외주 생산 추진

    삼성전자가 수익성이 낮은 일부 가전 생산라인을 외주로 전환하고, 한국총괄에 대한 경영진단에 착수하는 등 전방위 사업 재편에 나섰다.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가전 사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된다는 위기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DA사업부는 최근 임직원 대상 경영현황 설명회를 열고 수익성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식기세척기와 전자레인지 등 일부 생산라인을 폐쇄하고 외주 생산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1989년 이후 주요 해외 생산거점 역할을 해온 말레이시아 공장도 폐쇄하기로 했다.업계 관계자는 “수익성 개선을 위한 환골탈태 수준의 조치”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국내 TV·생활가전·스마트폰 판매를 총괄하는 한국총괄에 대한 고강도 경영진단에도 착수했다. 진단은 디바이스경험(DX)부문 경영진단팀장인 이상원 부사장이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삼성전자가 연내 중국에서 가전·TV 판매를 중단하고, 실적이 양호한 미국 시장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내 재고는 순차적으로 처분되며 판매는 올해 안으로 완전히 종료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치는 녹록지 않은 대외 환경 속에서 가전 사업 구조를 수익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가전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국내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 등 주요 부품 원가와 물류비 상승까지 겹치며 수익성 압박이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가전 부문의 연간 적자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실제로 생활가전(DA) 사업부와 TV를 담당하는 VD사업부는 지난해 약 2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올해를 구조 혁신의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보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업 혁신의 일환으로 최고 수준의 경험과 품질을 구현하는 제품에 역량을 집중하고, 글로벌 냉난방공조(HVAC)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아울러 기업 간 거래(B2B)와 구독 서비스 등 고성장 영역도 강화한다. 이에 따라 ‘비스포크’ 세탁기와 냉장고, 에어컨 등 전략 제품 중심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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