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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연휴 심심타파 영화보따리 ‘풍성’

    설연휴 심심타파 영화보따리 ‘풍성’

    나흘동안에 걸친 설 연휴. 지상파 TV 3사의 안방극장에선 모두 31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우울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지 요즘들어 각광 받는 코미디 영화가 10편으로 가장 많지만, 스릴러와 멜로·드라마 등 최신작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하루종일 영화가 돌아가는 케이블TV 애호가라면 다소 식상한 메뉴일 수 있지만, 그래도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장르별로 볼만한 영화를 소개한다. ●부담 없이 즐겨 보는 코미디 영화 코미디물은 모두 한국영화로 짜여졌다. 지난해 설에 극장에서 볼 수 있었던 ‘원스 어폰 어 타임’(KBS2, 26일 오전 11시45분)은 1940년대 경성(서울)을 배경으로 한 액션 코미디물로 박용우와 이보영이 주연을 맡았다. ‘코미디계의 대부’ 김상진 감독의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KBS2, 27일 오전 10시25분)은 중견배우 나문희가 원톱으로 나서 자극적이지 않은 웃음을 선사한다. ‘잘살아보세’(KBS2, 25일 오후 11시15분)는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던 197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한 영화. 출산율 전국 1위를 자랑하는 한 마을에 국가공식 가족계획요원으로 투입된 박현주(김정은)가 투입되면서 동네 이장(이범수)등 마을 사람들과 겪는 해프닝을 담았다. 차승원·유해진 주연의 ‘이장과 군수’(SBS, 26일 오전 10시35분)는 어린 시절 반장과 부반장에서 현재 이장과 군수라는 뒤바뀐 위치로 재회한 두 남자의 ‘권력다툼’을 코믹하게 그렸다. 정재영 주연의 ‘바르게 살자’(SBS, 26일 오후 9시40분)는 ‘융통성 0%’의 경찰관 때문에 실제 상황처럼 변한 은행강도 모의 훈련을 담았다. 염정아와 탁재훈이 주연한 로맨틱 코미디 ‘내 생애 최악의 남자’(SBS, 27일 오후 11시55분)는 하룻밤 실수로 10년 우정이 깨진 두 남녀의 이야기다. 명절이면 어김없이 고개를 내미는 작품들도 메뉴에서 빠지지 않았다. 홍콩스타 수치(舒淇)와 이범수가 호흡을 맞춘 ‘조폭마누라3’(MBC, 24일 밤 12시25분)를 비롯해 ‘마파도 2’(SBS, 27일 오전 10시25분), ‘동갑내기 과외하기2’(KBS2, 24일 밤 12시10분), ‘복면달호’(SBS, 25일 낮 12시10분) 등이다. ●긴장감 넘치는 액션·스릴러 지난해 극장가에서 맹위를 떨쳤던 스릴러 영화도 여럿 선보인다. SBS는 24일 오후 11시 유괴를 소재로 한 영화 ‘그 놈 목소리’를 편성한다. 아들을 앗아간 유괴범으로부터 걸려온 44일의 피말리는 협박전화를 다룬 작품으로 설경구와 김남주가 호흡을 맞췄다. 맷 데이먼 주연의 긴장감 넘치는 ‘본 시리즈’도 두 편이 전파를 탄다. MBC는 ‘본 슈프리머시’(MBC, 26일 밤 12시30분)와 ‘본 얼티메이텀’(MBC, 27일 오후 11시)을 연속으로 방송한다. ‘럭키 넘버 슬레븐’(KBS1, 23일 밤 12시50분)은 할리우드 스타 조시 하트넷과 브루스 윌리스, 모건 프리먼 등 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범죄 스릴러. 새달 ‘핸드폰’으로 컴백하는 김한민 감독의 미스터리 추리극 ‘극락도 살인사건’(KBS2, 27일 밤 12시15분)도 볼 만하다. 한편 누아르에 관심 있는 영화팬이라면 EBS의 ‘석양의 무법자’(25일 오후 10시10분)를 놓칠 수 없다. 지난해 화제작이었던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오마주를 바쳤던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1966년작. 남북전쟁이 한창인 미국을 배경으로 3명의 총잡이가 20만 달러를 놓고 벌이는 추격전을 그린 ‘마카로니 웨스턴’의 결정판이다.국내 영화로는 지난해 1월 개봉한 뒤 뒷심을 발휘하며 선전한 범죄 액션 ‘무방비도시’(MBC, 25일 밤 12시10분)가 있다. 미모의 소매치기 손예진과 그녀를 쫓는 광역수사대 형사 김명민의 악연을 팽팽한 긴장감 속에 담았다. ‘야수’(MBC, 23일 밤 1시)는 형사 권상우와 검사 유지태의 범죄 소탕기를 그린 영화로 두 배우의 카리스마 대결이 볼 만하다. ●감동이 살아 있는 드라마·멜로 스토리가 강조된 드라마나 감수성을 충전할 수 있는 멜로 영화도 다수 안방극장을 찾는다. ‘밤의 열기 속으로’(EBS, 24일 오후 10시10분)는 미국의 흑인 스타 1세대인 시드니 포이티어가 주연한 1967년작. 흑인이라는 이유로 살인 용의자로 몰렸던 버질이 침착하게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미국에서 인종주의가 극성을 부렸던 1960년대 흑인과 백인의 은근한 우정을 그린 상당히 혁명적인 영화다.미국의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한 주드 로·니콜 키드먼 주연의 대서사시 ‘콜드 마운틴’(EBS, 26일 오후 11시10분)과 실존 복서 브래독의 실화를 그린 러셀 크로, 르네 젤위거 주연의 ‘신데렐라 맨’(EBS, 27일 오후 11시10분)도 눈여겨 볼 대작. 국내 영화로는 지난해 초 관객 409만명을 모은 핸드볼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SBS, 27일 오후 9시40분)과 송강호 주연의 독특한 조폭 이야기 ‘우아한 세계’(KBS2, 26일 밤 12시5분)가 방송된다. 지난해 드라마로도 방영됐던 허영만 원작의 영화 ‘식객’은 25일 오후 11시 SBS 전파를 탄다. 멜로는 상대적으로 가짓수는 많지 않지만, 각기 다른 특색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끌 예정이다. 영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KBS2, 23일 오후 11시5분)는 엄정화, 이동건, 한채영, 박용우가 서로의 삶에 운명처럼 찾아온 치명적인 사랑이야기를 밀도높게 그린다. ‘늑대의 유혹’(SBS, 26일 밤 1시)은 강동원과 조한선을 스타덤에 올린 하이틴 로맨스의 교과서 같은 영화. 한국 멜로 영화의 고전 ‘미워도 다시 한번’(KBS1, 27일 밤 12시25분)은 1968년작으로 문희, 전계현, 신영균이 열연하며 서울 개봉관에서 4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으로 시작해 전국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1980년대까지 4편이 제작되었고 수많은 아류작을 탄생시켰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포토갤러리]1년 전 떠난 히스 레저를 추모하며

    [포토갤러리]1년 전 떠난 히스 레저를 추모하며

     ●Photo by Chris Weeks, WireImage  그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22일(현지시간),미국 아카데미위원회는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보여준 놀라운 연기력을 인정해 히스 레저를 오스카상 남우주연상 후보로 지명했다.영화계에서 가장 빛났지만 너무나 빨리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미처 재능을 다 보여주지 못했던 이 스타의 요절은 1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한 추모 행렬을 잇게 만들고 있다.  23일 야후 닷컴은 19장의 사진을 모아 레저의 영화계 발자취를 돌아보면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삶의 편린을 살펴보았다.  ●Photo by Warner Bros. Pictures, Everett Collection  레저는 스타덤에 대한 갈망에 몸달았던 적이 없었다.’스파이더맨’에 출연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는 출연 제의를 거절했다.절친했던 친구에 따르면 그는 2005년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오스카를 거머쥐지 못했던 것을 무척 다행으로 여겼다.왜냐하면 그는 성공에 뒤따를 온갖 기대와 찬사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이 점은 그토록 짧은 시간에 속절없이 떠나버린 젊은 배우에게 찬사를 보낼 충분한 이유가 된다.  ●Photo by Avik Gilboa, WireImage  Heath Andrew Ledger는 1979년 4월4일에 호주 서부 퍼스에서 태어났다.어릴 적부터 배우로 활동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다른 직업을 찾은 끝에 17살때인 19997년,처음 호주의 한 방송국에서 봉급을 받고 연기를 시작했다.잠깐 방송됐던 Fox TV의 액션쇼 ‘Roar’에서 주연으로 출연했다.  ●Photo by Beyond Films/The Kobal Collection, WireImage  레저가 처음 주연한 영화 ‘TWO HANDS’(1999)는 호주의 범죄드라마였는데 그는 조직폭력배 보스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은행강도 행각을 벌인 젊은이 역할을 맡았다.이 작품으로 그는 호주영화산업상 최우수배우 후보로 지명됐다.이 작품은 2005년에야 미국에서 DVD 로 출시됐다.  ●Photo by Touchstone Pictures, Everett Collection  세익스피어의 희곡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현대 고등학교 버전으로 풀어낸 영화 ‘10 THINGS I HATE ABOUT YOU’(1999)를 통해 레저는 비로소 미국에서 비로소 스타덤에 올랐다.아주 폭발적인 흥행을 이끈 것은 아니지만 당대 어느 하이틴 코미디보다 낫다는 평판을 들었다.이후 비슷한 류의 로맨틱코미디 출연 제의가 쏟아졌지만 레저는 할리우드의 예쁘장한 소년 취급을 받지 않겠다는 이유로 물리쳤다.  ●Photo by Columbia Pictures  레저는 멜 깁슨이 감독하고 주연한 ‘패트리어트’(2000)에서 숱한 젊은 배우들을 제치고 깁슨의 아들 역으로 발탁됐다.영화는 공전의 히트를 했고 레저는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잡지 ‘롤링 스톤’의 피터 트레이버스는 ‘호주에서 온 신참은 재능을 갖고 있고 미래 대형스타로 성장할 여지가 많은 것처럼 보인다.하지만 대형스타가 되기 위해 반드시 그것을 의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썼다.  ●Photo by Columbia Pictures  중세 기사도와 현대 록음악을 절묘하게 뒤섞은 ‘A KNIGHT‘S TALE’(2001)은 그에게 할리우드에서의 첫 대형 프로덕션과 인연을 맺게 했다.이 영화 포스터부터 그의 얼굴을 클로즈업 시키는 할리우드의 상술이 드러났다.그리고 레저는 그렇게 휩쓸리고 싶어하지 않았던 성공에로의 탄탄대로에 들어서게 됐다.  ●Photo by Lionsgate/The Kobal Collection, WireImage  ’스파이더맨’ 출연 제의를 거절한 그는 대신 독립영화 ‘MONSTER‘S BALL’(2001) 의 단역을 택했다.3대가 모두 루이지애나주의 교도소를 지키는 교도관으로 나온 그는 충분한 만큼 얼굴을 비치지 못했지만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엔 충분했다.하지만 자신의 재능을 충분히 드러낼 역할을 맡기엔 아직 더 한참의 시간이 흘러야 했다.  ●Photo by Jaffilm/The Kobal Collection, WireImage  빅토리아 시대 전쟁에 관한 A.E.W. Mason의 고전을 스크린으로 옮긴 ’THE FOUR FEATHERS’(2002)는 의욕은 좋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뉴욕 타임스의 엘비스 미첼은 “이 시점에서 (레저는) 이런 종류의 배역에 어울리지 않았다.”고 적었다.  ●Photo by 20th Century Fox, Everett Collection  원제가 ‘The Sin Eater’였던 초자연현상을 다룬 스릴러 ‘THE ORDER’(2003)는 ‘ A Knight‘s Tale’의 감독 Brian Helgeland과 배우 Shannyn Sossamon과 다시 호흡을 맞춘 작품이었다.그러나 리메이크작이었던 이 영화는 당시의 관객을 만족시키기엔 역부족이어서 첫번째 작품이 거둔 성공에 한참 못 미쳤다.  ●Photo by Australian Film Commission/The Kobal Collection, WireImage  전설적인 호주의 무법자를 조명한 ‘NED KELLY’(2003)는 레저에게 딱 들어맞는 영화였던 것처럼 보였다.호주에서 히트해 호주영화산업상 후보로 다시한번 지명됐지만 미국에선 여전히 많은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했다.  ●Photo by Columbia Pictures  레저는 1970년대 로스앤젤레스에서 스케이트보드 열풍을 일으켰던 팀을 만든 Skip Engblom을 반영웅으로 묘사한 ‘LORDS OF DOGTOWN’(2005)에 출연했다. MTV의 Kurt Lode는 레저가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연기를 펼쳐 SoCal (캘리포니아 남부)의 게으름뱅이를 마약에 쩔은 유형자로 각인시켰다.”고 평했다.  ●Photo by Miramax Films  테리 길리엄 감독의 독창적인 시각 디자인이 인상적인 팬터지물 ‘THE BROTHERS GRIMM’(2005)에서 레저는 동화의 아버지 그림 형제로 매트 데이먼과 호흡을 맞췄다.레저는 원래 형제 중 훨씬 저돌적인 역할을 맡기로 돼있었는데 두 배우 모두 자신의 배역이 서로 바뀐 것 같다고 생각했다.해서 레저가 더 소심한 캐릭터를 맡았다.  ●Photo by Focus Features, Everett Collection  흥행 성공과 문화적 기념비를 동시에 거둔 보기드문 영화 중의 하나로 꼽히는 ‘브로크백 마운틴’(2005)에서 레저는 부드러운 말투에 감정적으로 예민한 목동 에니스 델 마르를 열연해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되는 성과를 이뤘다.관객이나 평단이나 모두 이 영화를 계기로 그를 비로소 배우로 인정했다.그는 또 이 영화에서 여배우 미첼 윌리엄스를 만나 달 마틸다 로즈를 낳았다.  ●Photo by Touchstone Pictures, Everett Collection  ’카사노바’(2005)는 엄숙함으로 성공을 거둔 ‘브로크백 마운틴’과 달리 경쾌함으로 성공한 로맨스 드라마였다.역사상 가장 사랑스러웠던 연인 역할은 레저로 하여금 연기 변신을 이루게 했다.Austin Chronicle의 Marrit Ingman은 “레저가 편안함과 의심할 여지없는 즐거움을 겸비했던 ‘밝힌남’(horn-dog)의 역할을 내면화했다.”고 극찬했다.  ●Photo by ThinkFilm  할리우드 주류에서 어느 정도 성공 가능성을 타진한 레저는 또다시 독립영화로 눈길을 돌렸다.호주에서 제작한 ‘CANDY’(2006)에서 그는 Abbie Cornish와 함께 낭만적으로 뒤엉킨 마약중독자를 열연했다.보스턴 글로브의 웨슬리 모리스는 그의 연기에 대해 “단숨에 사로잡는 매력,익살스러움,재미 그리고 생생한 슬픔을 그려냈다.”고 평가했다.  ●Photo by The Weinstein Company  전설적인 포크 가수 밥 딜런의 삶은 지금까지 여섯 편의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레저는 ‘IM NOT THERE’(2007)에서 유명세에 매달리며 어떻게든 개인의 인생을 꾸려가려고 안달하는 캐릭터를 연기했다.그리고 이 역할은 그에게 부분적으로 맞춤인 듯 보였다.공동 주연으로 나온 크리스천 베일과는 한번도 호흡을 맞춰본 적이 없었지만 찰떡 호흡으로 자신의 명성을 더욱 확고히할 수 있었다.  ●Photo by Warner Bros. Pictures, Everett Collection  레저가 ‘다크 나이트’에서 배트맨의 앙숙인 조커 역을 맡게 될 것이라고 알려지자 관습을 벗어난 선택인 것처럼 비쳤다.하지만 지금 그보다 더 적합한 캐스팅을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됐다.그의 모습은 덧칠한 화장발,헝클어진 머리칼,어지러운 흉터 뒤로 완벽하게 숨었지만 시대를 초월해 가장 기억에 남을 악역으로 각인되기에 충분했다.이 영화는 박스오피스 기록을 경신하며 이미 많은 상을 휩쓸었다.저 세상의 레저는 골든글로브 최우수조연상을 안았고 오스카 역시 가장 유력한 후보로 지목된다.  ●Photo by Newspix, Everett Collection  28세의 젊은 나이에 약물남용으로 눈을 감았을 때 레저는 테리 윌리엄 감독과 ‘The Imaginarium of Doctor Parnassus’를 촬영 중이었다.영화는 완성됐는데 자니 뎁,주드 로와 콜린 파렐이 고인이 된 레저 대신 배역을 맡을 배우로 경합했다.죽음에 맞닥뜨리기 전,그는 감독 데뷔를 결심하고 있었고 전설적인 싱어송라이터 닉 드레이크의 삶을 바탕으로 이미 주인공 캐릭터에 대한 구상을 마친 상태였다.  세계는 특별한 재능을 가졌던 그를 너무도 일찍 잃어버림으로써 궁핍해졌지만 세대를 내려가도 변치 않고 영원히 지켜볼 많은 작품들을 남겼다.함께 하고픈 히스 레저와의 추억이 있는 이들은 아래에 댓글을 남겨주시길.  19장의 사진에는 모두 각각 댓글들이 달려있다.한국시간으로 23일 오후 4시 현재,첫 번째 사진에는 530건이 넘는 댓글이,19번째 사진에는 410건이 넘는 댓글이 달려있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休~ 설 연휴 여기서 쉬고 놀자

    休~ 설 연휴 여기서 쉬고 놀자

    설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최대의 황금연휴다. 경기침체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요즘 연휴를 이용한 짧은 여행으로 고단함을 달래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가족, 연인 등과 다녀오기 좋은 설 연휴 여행지와 알뜰 여행법 등을 소개한다. ●강원도 동해안 ‘0순위’ 하얀 설원에서 눈꽃 트레킹과 눈썰매 등을 즐길 수 있는 태백산과 덕유산 일대, 겨울바다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동해안 일대 등이 연휴 나들이 코스 0순위로 꼽힌다. 특히 강원도 대관령 양떼목장과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길, 봉평 허브나라농원 등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겨울철 가족여행의 고전이다. 허브향에 둘러싸여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대관령 양떼목장의 목가적인 풍경 속에서 겨울을 만끽한다.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에 꼽힐 만큼 사계절 내내 멋진 풍경을 그려낸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겨울 풍경을 감상하며 정겨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차여행도 고려할 만하다. 태백산 눈꽃 트레킹과 동양 최대 석탄 박물관 관람, 눈썰매 등 알찬 코스로 꾸며진 여행사 상품이 다양하게 나와 있다. 설경이 유명한 전북 덕유산 눈꽃 트레킹과 충남 논산 딸기 체험을 묶은 코스도 권할 만하다. 무주리조트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덕유산 정상에 올라 환상적인 설산을 감상하고, 국내 최대 딸기 생산지인 논산의 딸기밭에서 무공해 딸기를 맛본다. 온라인 여행업체 넥스투어(www.nextour.co.kr)는 설 연휴 가족 여행 상품을 내놓았다. ‘태백산 겨울눈꽃&눈썰매 기차여행’은 당일 상품으로 어른 5만 9000원, 어린이 5만 7000원. 출발일은 23~27일이다. ‘대관령 양떼목장&봉평 허브나라농원 여행’ 역시 당일 상품으로 어른 4만 3000원, 어린이 3만 9000원이다. 출발일 23~27일. (02)2222-7889. 우리테마투어도 대관령, 경포대 등을 묶은 당일 여행상품을 내놨다. 24~27일 출발. (02)733-0882. ●명절 후유증엔 역시 온천 차례를 지낸 뒤 명절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주부를 위한 가족 스파여행도 좋겠다. 경기도 이천의 미란다호텔은 수도권에서 가볍게 다녀오기 좋은 곳. 온천수 워터파크에서 연휴 동안 쌓인 피로를 풀고 아이들과 물놀이도 즐길 수 있다. 객실 숙박과 스파, 조식을 묶은 패키지 상품이 18만 5000원이다. 경기도 광주 퇴촌의 스파그린랜드는 23~27일 방문객들에게 황금소와 각종 가전제품 등을 경품으로 제공한다. 또 소원 쪽지를 트리에 달고, 복주머니로 기축년의 상징인 소의 모양을 꾸미면 스파 초대권을 비롯해 영화예매권, 공연티켓 등을 받을 수 있다. (031)760-5700. 경기도 이천 테르메덴은 직경 30m규모의 거대한 바데풀로 유명한 곳. 인공 자외선 일광욕· 동굴탕 등 독특한 시설도 인기다.설 연휴 기간엔 영업시간을 오후 9시까지 연장한다. (031)645-2000. 충남 덕산의 스파캐슬은 25~27일 한복을 입은 고객에게 입장료를 30% 할인한다. 주부는 매일 선착순 30명에 한해 28~30일 1만원에 입장할 수 있다. (041)330-8000. 충남 안면도 오션캐슬도 같은 기간 한복고객은 50% 깎아주고 주부고객은 7000원(선착순 50명)만 받는다. (041)671-7060. 한화리조트도 단단히 쏜다. 한화리조트 경주의 온천테마파크 스프링돔은 25~27일 1997년생 소띠 어린이 무료 입장 이벤트를 벌인다. 이밖의 소띠 고객은 50% 할인. 한화 백암온천에서는 설 연휴 기간 한복을 입고 찾으면 온천 사우나를 절반 가격에 즐길 수 있다. 1588-2299. ●테마파크 설날 프로그램·할인 이벤트 에버랜드는 1월 한 달 동안 소띠 방문객 50% 할인 행사를 연다. 중·고생에겐 33% 할인된 가격의 자유이용권과 햄버거 세트가 제공되고, 대학생은 30% 할인 혜택을 받는다. 설연휴 기간 동안 만 55세 이상 어르신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031)320-5000. 롯데월드는 소띠 방문객에게 2월28일까지 자유이용권을 30% 할인하고, 동반한 1인도 할인한다. 또 19일~2월1일 3대(代)가 함께 방문할 경우 할아버지, 할머니는 무료다. 고객 2009명을 추첨해 금송아지, 호텔숙박권 등도 선물한다. 31일까지. (02)411-2000. 서울랜드는 소띠나 소씨 성을 가진 방문객에게 자유이용권을 절반 가격에 제공한다. LG텔레콤 멤버십 회원은 동반 1인까지 50% 할인. (02)509-6000. 한국민속촌은 24~27일 설 맞이 민속큰잔치 행사를 연다. 소원성취 12거리 큰 굿 한마당과 달집태우기, 한 해의 액운을 막는 세화(歲畵)체험 등 다양한 행사로 구성됐다. (031)288-0000. 한화63시티는 63아트홀 개관을 기념해 ‘63C드로잉:쇼’ 공연과 60층 스카이아트 미술관, 아쿠아리움 씨월드 관람을 묶은 ‘63판타지 나이트 패키지’를 6만 3000원(2인)에 판매한다.(02)789-6363. 코엑스 아쿠아리움은 23일~2월1일 국내 거주 외국인에게 30% 할인혜택을 준다. 한복입은 다이버들이 물속에서 제기차기를 하는 등 민속놀이도 선보인다. (02)6002-6200. ●여행경비 이렇게 줄이세요 불경기에 큰맘 먹고 떠나는 여행인 만큼 각종 정보를 총동원해 알뜰한 여행이 되도록 하자. 우선 여행 비용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교통편과 숙박편은 목적지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참고하는 게 좋다. 카드 할인 등 각종 할인 혜택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이 의외로 많다. 기차의 경우 코레일(www.korail.com) 홈페이지를 찾으면 예매시기별 할인(2주 전 예매하면 최대 7% 할인), 알뜰찬스, 특별할인 티켓 등 다양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지 교통수단으로 렌터카를 쓰려 한다면 철도, 항공 등 교통편과 연계된 할인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좋다. 카드회사에서 설 연휴 기간 동안 벌이는 프로모션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삼성카드는 1월 한 달 동안 ‘설 맞이 복(福) 이벤트’를 실시한다. 삼성카드로 하이패스 5만원 이상 충전하고 홈페이지에서 할인 신청을 하면 이용금액에 따라 최대 2%까지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이밖에 수시로 한국도로공사 인터넷교통방송(www.ex.co.kr, www.e-khc.co.kr)에 접속해 교통정체지역을 피해가는 것도 시간과 유류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글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프로배구] 대한항공 부활

    대한항공이 칼라의 부활로 다시 날아 올랐다. 대한항공은 21일 서울 올림픽제2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4라운드 중립경기에서 오랜만에 부활한 칼라(26점)와 김학민(18점)의 ‘좌우쌍포’를 앞세워 신협상무를 3-1로 제압했다. 대한항공은 10승6패로 3위 자리를 공고히 한 반면, 3라운드에서 삼성화재를 꺾으며 돌풍을 일으켰던 상무(5승11패·5위)는 3연승 도전에 실패했다. 3라운드까지 세터와의 호흡 문제로 고전했던 칼라(공격성공률 62.16%)는 이날 고비마다 시원한 백어택을 터뜨리며 팀 분위기를 살렸다. 허리 부상 때문에 3라운드 경기를 제대로 뛰지 못했던 김학민도 선발 출전해 오랜만에 칼라와 쌍포를 가동, 팀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조직력은 여전히 불안했다. 1·2세트에서 비교적 잘 맞던 공격수와 세터의 호흡은 3세트부터 다시 흔들렸다. 대한항공 진준택 감독은 “한선수(세터)가 여전히 위기탈출 능력이 부족하다. 토스의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1·2세트는 초반부터 기선을 제압한 대한항공이 칼라와 김학민의 활약으로 쉽게 따냈다. 1세트 8점을 올린 칼라의 공격성공률은 100%였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3세트부터 칼라와 한선수의 손발이 안 맞는 등 범실이 잦아지면서 결국 세트를 내줬다. 마지막 4세트에서는 대한항공이 상무와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팽팽한 접전을 벌이며 무려 17차례의 동점을 만든 끝에 칼라의 오픈으로 가까스로 진땀승을 거뒀다. 이어 열린 현대캐피탈과 KEPCO45의 경기에서는 현대가 미국 출신 앤더슨(14점)과 권영민(블로킹 6점)의 활약을 앞세워 KEPC O45를 3-0으로 따돌렸다. 7연승을 달린 현대는 14승2패로 1위를 굳히며 4라운드를 산뜻하게 출발했고, KEPCO45는 16전 전패에 빠졌다. 한편 KEPCO45는 독일배구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문성민(22·프리드리히샤펜)의 국내 영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KEPCO45 임대환 단장은 “문성민과 조만간 접촉해 올해 내에 국내로 데려오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프로배구]누가 먼저 웃을까

    정규리그 3라운드를 끝으로 10일간의 달콤한 올스타전 휴식기에 들어갔던 프로배구가 21일부터 올림픽 제2체육관에서 4라운드 중립경기에 돌입한다. 휴식기 동안 팀 정비를 어떻게 했느냐가 플레이오프 진출의 향방을 가르게 된다. 특히 현대캐피탈이 13승2패로 독주체제를 굳힌 가운데 삼성화재, 대한항공, LIG 등 나머지 프로팀들은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에 따라 4라운드에서 웃고 울 전망이다. 20일 현재 삼성 안젤코, LIG 카이, 대한항공 칼라는 차례로 득점 1~3위를 기록하며 팀 승패에 결정적인 몫을 하고 있다. 안젤코는 올스타전에서 스파이크 서브왕(111㎞)으로 ‘크로아티아 폭격기’임을 다시한번 각인시켰지만, 4라운드에서 상승세를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3라운드 막판 상무와 현대전에서 안젤코 중심의 공격이 번번이 막혔기 때문. ‘쿠바특급’ 칼라도 초반 반짝 활약하며 김학민과 함께 1라운드 전승의 주역이었지만, 이후 2·3라운드에서 고전했다. 하지만 큰 부담 없는 올스타전에서는 세터 한선수와 손발을 맞추며 4라운드에서 부활포를 예고했다. LIG의 최장신 외국인 선수 카이(215㎝)는 초반 “키값 못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갈수록 파괴력과 블로킹이 위력을 더해 판도의 변수로 부상했다. 3라운드 마지막 대한항공전에서는 최다득점(25점)으로 막판 역전승까지 이끌었다. 4라운드 빅매치는 22일 삼성-LIG전. 안젤코와 카이의 맞대결이 관심거리다. 삼성 신치용 감독은 “4라운드 초반 큰 경기가 잇달아 걱정이다. 4라운드 초반 승패가 플레이오프 진출에 결정적인 만큼 첫 경기인 LIG전에 사활을 걸겠다.”고 밝혔다. LIG 박기원 감독도 “프로 세 팀을 이겨야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하다. 22일 삼성전이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성악가도 다양한 분야로 도전해야 좋죠”

    “성악가도 다양한 분야로 도전해야 좋죠”

    국내 프리마돈나 ‘빅3’로 손꼽히는 소프라노가 데뷔 20년 만에 새로운 도전을 한다. 최고의 소프라노에게 어떤 노래가 어려울까마는 지금껏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대표적인 메조소프라노 곡으로 무대에 선다는 것은 역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빈 슈트라우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협연 21일 노원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빈 슈트라우스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에 서는 소프라노 박정원(52) 한양대 음악대 교수는 “이번 공연에서 ‘카르멘’의 ‘하바네라’와 ‘자니 스키키’의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협연하는 오케스트라는 슈트라우스 왈츠부터 빈 오페레타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가진 연주단체로 정평이 난 터라 왈츠곡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제안을 받았다.”면서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멜로디는 익숙하지만 무대에서 한번도 부르지 않았고, 하바네라는 메조소프라노 음역인 데다 프랑스어 가사라 외우는 데 고전하고 있다.”며 다소 ‘엄살’을 떨었다. 그는 줄리아드 음악대학원을 전액 장학금으로 졸업한 뒤 세계 최대 매니지먼트사인 컬럼비아 아티스트 매니지먼트(CAMI)에 소속돼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수십 편의 오페라로 무대에 올랐다. 미국 오페라 아메리카가 선정한 유망 신인상, 볼티모어 오페라 콩쿠르 푸치니상 등 수상 경력도 화려한 소프라노. 그가 느끼는 긴장감이 ‘겸손’으로 비춰질 만하다. 그러나 그런 박 교수라도 해외 활동을 접고 1995년 귀국한 후에는 외국 오케스트라와 협연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성악가와 같이 공연하는 것을 까다롭게 느끼는 지휘자가 많고, 협연을 하더라도 해외 유명 아티스트와 함께 내한해 국내 성악가들에게는 기회가 적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원인은 다양한 공연 기회를 연결해줄 전문 매니지먼트사가 적다는 것. 그래서 그는 자신이 제자들의 매니저 역할을 자처한다. ●제자들에게 클래식만 고집하지 않아 “제자들에게 정통 클래식을 가르치지만 그들이 모두 이 분야에서 활동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성악을 기반으로 크로스오버, 대중음악, 매니지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겁니다.” 성악가로서 의무도 잊지 않는다. “연주자는 상품이에요. 돈을 내고 객석에 앉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야죠.” 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순수예술과 기업정신의 만남

    순수예술과 기업정신의 만남

    패션, 뷰티 기업들이 순수 예술에 가까이 가려는 노력은 사실 마케팅 수단이다. 기업의 이미지를 끌어올릴 뿐만 아니라, 순수 예술과 조화를 이루는 상품을 생산해 명품의 수준을 넘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순수예술을 대하는 태도가 사뭇 진지하다. 화장품 브랜드 코리아나가 운영하는 코리아나미술관에서 박영선(1910~1994)의 회고전이 열린다. 격동기에 태어나 드물게 파리 유학까지 다녀온 작가는 서구의 이념과 형식을 수용했다. ‘여인’을 소재로 그린 정물, 누드화 등 총 44점의 화폭 속에는 작가가 강하게 영향을 받았다는 세잔, 반 고흐의 향이 진하게 배어 있다. 현재의 시각에서 보면 진부해 보이지만 여인들은 모두 쌍꺼풀 진 눈에 오똑한 콧날을 가진 서양인의 얼굴이라는 점을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1930~1940년대 한국 여인네들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상당히 파격적인 화면이다. 2월28일까지. (02)547-9177. 100호 이상의 대형 캔버스에 담긴 아찔한 하이힐의 행렬. 강렬한 원색에 팝아트적 기법으로 표현된 그림은 하이힐에 집착하는 여성들의 욕망과 환상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늘씬한 구두 뒤축은 섹시한 여성의 엉덩이부터 다리로 이어지는 곡선처럼 아찔하다. 구두 브랜드 금강제화가 하이힐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는 박영숙 작가와 손잡고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슈어홀릭-드림걸즈’ 전시를 진행 중이다. 벽면을 가득 채우는 작품 10점과 함께 작가의 그림이 들어간 핸드백, 손지갑이 관람객의 눈길을 끈다. 23일까지. (02)3489-5792. 서울 신사동 아틀리에 에르메스(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 3층)에 가면 독특하고 신비로운 인체여행을 경험할 수 있다. 벨기에 출신 로랑스 데르보의 탄생, 삶, 죽음을 상징한 조각 작품 44점이 전시돼 있다. 모유, 정액, 혈액 등을 형상화한 유리 조각, 피를 채운 기둥, 불투명한 도자기로 빚은 뼈대 등은 매혹과 두려움 등 상반된 감정이 교차하는 순간을 선사한다. (02)544-7722. 애경그룹이 운영하는 몽인아트센터에서는 사진작가 강홍구의 작품을 전시한다. 피폐해져 가는 도심 외곽에 카메라를 들이대 온 작가가 자신이 살았던 은평 뉴타운을 피사체로 삼은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3~4년에 걸쳐 재개발 바람 속에 변해가는 동네의 모습을 담은 20여점이 걸린다. (02)736-1446.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글로벌 시대] 몇 살부터 어른인가요/간노 도모코 일본 프리랜서 언론인

    [글로벌 시대] 몇 살부터 어른인가요/간노 도모코 일본 프리랜서 언론인

    “어른은 몇 살부터야?” 유치원생인 조카가 질문을 던졌지만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일본의 성인 연령은 민법상 20세이지만 과연 20세를 어른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일본에서는 지난해부터 성인 연령을 만 20세에서 18세로 낮추는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장래의 헌법 개정을 염두에 두고 국민투표의 절차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개헌 찬반 투표의 연령을 18세로 낮추기로 부칙에 넣었기 때문이다. 이 부칙이 생겨남에 따라 국회의원 선거 등의 투표권도 18세로 낮추자는 논의인 것이다. 옛날 일본의 성인은 13~15세였다. 성인이 되면 옷을 갖춰 입고 ‘겐푸쿠(元服)’라는 의식을 행했다. 이것이 일본 성인식의 유래다. 하지만 성인 13~15세는 당시의 수명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지만 어린 나이에 사회적 책임을 부여받은 것을 생각하면 놀랍다. 성인 연령이 20세가 된 것은 1896년이다. 당시 프랑스의 민법을 따랐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중국의 고전 예기(禮記)를 참고했다는 설이 있지만 어쨌든 100년 넘게 일본의 성인은 20세였다. 세계로 눈을 돌리면 성인 연령은 18세가 대세다. 미국은 주에 따라 다르지만 유럽 주요국들의 대부분이 18세를 채택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1960, 70년대에 걸쳐 18세로 낮췄다. 배경에는 당시 한창이던 학생운동을 잠재우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한다. 선거권도 189개국·지역 가운데 166개국·지역에서 18세부터 주어진다. 18세라는 아이와 어른의 경계선은 유엔의 ‘어린이 권리조약’에도 나와 있다. 지난 연말 일본의 법제심의회에서 1년간 검토된 성인연령 하향에 관한 보고서가 제출됐는데 의견은 팽팽하게 나뉘어졌다. “저출산이 진행되고 있는 추세에서 18세 이상 젊은 세대에 사회적 책임을 자각시킬 필요가 있다.”는 찬성 의견이 있는 반면 “부모의 보호가 없어지면 자립할 수 없는 젊은이들이 더 곤궁해질 수 있다.”는 반대의 소리도 있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여론은 반대가 압도적이다. 지난해 여름 실시된 정부 조사에서 약 80%가 성인연령 하향에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도 약 60%가 반대였다. 남자보다도 여자, 18세 전후의 자식을 둔 부모의 반대가 강했다. 당사자인 18세들조차 “아직 빠르다.”, “고등학생인데 어른 대접 받아도 불안하다.”라는 소리가 대부분이었다. 충분히 그럴 만하다. 지금의 사회구조를 보면 당연한 반응이다. 한 권의 책이 떠올랐다. 1978년에 출판된 ‘모라토리엄 인간의 시대’이다. 저자인 오코노기 게이고는 종래의 모라토리엄(사회에 나가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주어진 유예기간)이 아니라 고학력자가 늘어난 현대사회에서는 젊은이들에게 모라토리엄의 시간이 연장돼 사회적인 정체성을 확립하지 않는 것이 일반화하는 “새로운 모라토리엄 인간이 생겨났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러한 신모라토리엄 인간은 조직, 집단, 국가, 사회에 대해서 귀속의식이 희박하고 어떤 일이든 일시적이고 잠정적으로밖에 얽히려 들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일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신모라토리엄’은 세대를 초월해 보다 넓어지고 보다 깊게 사람들의 생활에 침투하고 일상화했다. 바꾸어 말하면 사회적 책임을 지는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거나 늦추게 된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성인 연령을 단순히 낮춘다고 조기에 사회적 책임에 눈을 돌리고 정체성을 확립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른이 된다는 것에 가치를 찾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사회에는 어른이 존재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언제부터, 왜 모두들 어른이 되고 싶어 하지 않게 된 것일까. 조카의 질문에 명쾌하게 답해 줄 수 있는 날이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간노 도모코 일본 프리랜서 언론인
  • 마니아들을 위한 영화제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마니아들을 위한 영화제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인들이 뭉쳤다. 벌써 네 번째다. 모인 곳은 서울 종로구 낙원동. 의기투합한 이유는 국내 대표 시네마테크에 힘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2009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오는 29일부터 3월1일까지 ‘공간의 발견, 행복의 시네마테크’를 기치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2006년 1월 시작한 영화제는 4회 만에 어느덧 서울아트시네마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상영될 영화는 모두 26편.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감독, 배우, 평론가 등 20여명의 영화인이 숙고해 고른 작품 목록에는 평소 접하기 힘든 귀한 영화들이 즐비하다. ●박찬욱·오승욱 감독이 직접 고른 영화 6편 특히 올해는 박찬욱, 오승욱 두 감독이 직접 게스트 프로그래머로 참여했다. 이들이 준비한 프로그램은 ‘최선의 악인들’. 악당 캐릭터가 돋보이는 영화 6편을 모았다. 런던의 야심 많은 사기꾼을 그린 ‘밤 그리고 도시’, 사드 소설 ‘살롬, 소돔의 120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천박한 소비주의를 보여주는 ‘그랜드 뷔페’, 안드레이 줄랍스키·이자벨 아자니 커플이 만들어낸 종말론적 광기의 세계 ‘퍼제션’이 박 감독의 선택작이다. 오 감독은 조제 조반니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탈옥담 ‘구멍’, 런던 암흑가의 피비린내 나는 복수극 ‘겟 카터’, 갱단의 범죄를 세련되게 연출한 드라마 ‘들판을 달리는 토끼’를 추천했다. 박 감독(‘시네마테크의 친구들’ 대표)은 “오 감독이 고른 작품들이 마초 취향이라면, 내가 택한 것들은 여성과 정신병자가 중심인 작품들”이라면서 “몇 년 전부터 생각해 왔던 악당 기획을 맛보기로나마 선보이게 돼 기쁘다. 다음에는 20편가량을 모아 좀 더 대규모로 열고 싶다.”고 말했다. 두 감독 외에도 김지운·류승완·배창호 등 감독 13명, 안성기·권해효 등 배우 3명, 김영진 명지대 교수 등 평론가가 추천자로 참여했다. 또 하정우, 이나영, 신하균 등 배우들의 후원모임인 ‘시네마엔젤’이 기금을 조성해 처음으로 프린트를 구매한 영화 ‘무셰트’가 기증, 상영된다. ‘무셰트’는 프랑스의 거장 감독 로베르 브레송의 작품으로 14세 소녀 가장의 수난을 담고 있다. 김성욱 영화제 프로그래머는 “환율 여파로 해외 게스트 초대와 작품 수급에 어려운 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시네마엔젤의 참여가 큰 힘이 됐고, 앞으로도 배우들의 참여와 후원을 통해 필름 아카이브 및 라이브러리를 구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선라이즈´ 등 할리우드 고전 영화 4편도 상영 더불어 지난해 시네마테크가 직접 구매한 할리우드 고전 컬렉션도 소개된다. ‘선라이즈’, ‘분노의 포도’,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실물보다 큰’ 등 4편을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놀라운 신인으로 주목받은 강이관 감독과 이경미 감독의 대표작도 한 자리를 차지한다. 강 감독의 장편 데뷔작 ‘사과’, 이 감독의 단편 ‘오디션’, ‘잘돼가? 무엇이든’, 장편 ‘미쓰 홍당무’가 상영된다. 태국 감독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의 ‘열대병’은 까다로운 관객들의 온라인 투표에서 간택, 상영되는 영광을 누린다. 부대행사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인 30여명을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는 ‘서울아트시네마 후원 사진전’과 시네마테크의 법적·제도적 지위 확보 문제를 고민하는 두 차례의 포럼이 열릴 예정이다. 자세한 일정은 서울아트시네마 홈페이지(http://www.cinematheque.seoul.kr) 참조.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사진 서울아트시네마 제공
  • [국세청장 그림 뇌물 의혹] “학동마을 외 4점 국세청에 더 갔다”

    한상률 국세청장이 차장 시절 당시 전군표 국세청장에게 선물한 것으로 알려진 ‘학동마을’ 외에 4점의 그림이 국세청에 더 전달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사정 당국이 확인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두 청장의 재산공개 내역에는 ‘그림’ 관련 신고는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복수의 사정당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 청장이 전 전 청장에게 선물한 것으로 알려진 그림은 한 점이지만 이는 모처에서 당시 국세청에 뿌린 5점 중 한 점이라는 설이 급속히 유포되고 있다. 2004년 8월 서울지방국세청의 모 갤러리에 대한 세무조사와 고(故) 최욱경 화백의 20주기 회고전이 열렸던 2005년 5∼7월 이후 ‘학동마을’을 포함한 그림 5점이 국세청에 흘러들어갔다는 소문이다. 대기업에서 건넸다는 설도 나돈다. 이에 따라 사정당국은 진위 확인 작업에 나섰다.사정당국 고위 관계자는 “한 청장이 전 전 청장에게 학동마을을 전했다고 알려진 당시 국세청에 총 5점의 그림이 전달됐다는 첩보가 있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세청 측은 “그런 얘기가 떠돌고 있지만 사실 파악이 안 된다.”면서 “누가 무슨 의도로 국세청의 누구에게 그림을 줬다는 것인지 실체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세무조사 대상자로 지목된 갤러리 측도 “일부 보도와 달리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지 않았고 한 청장(당시 서울청 조사4국장)에게 뇌물로 그림을 상납한 일도 결코 없다.”면서 “학동마을은 소장자에게 돌려줬다.”고 해명했다.사정 당국의 또 다른 관계자는 “그림 5점이 국세청에 전달된 것이 사실인지를 우선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 부분이 확인되면 다른 4점의 그림이 어디에 있는지 추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2007년 11월 말 퇴임한 전 전 청장은 그해 3월30일 재산 내역을 마지막으로 공개했다. 당시 공개 내역에는 그림 관련 신고는 일절 없었다. 한 청장이 같은 시점에 국세청 차장 신분으로 공개한 재산 내역과 청장 임용 뒤 지난해 3월30일 신고한 내역에도 그림 재산은 없었다.진경호 장세훈기자 jade@seoul.co.kr
  • 글로벌 금융불안에 또 트리플 약세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감이 재점화되면서 15일 국내 금융시장도 크게 휘청댔다. 주요 기업들의 실적 악화 우려까지 겹치면서 주가는 급락하고 환율은 급등했다. 채권금리도 올라 주가·원화값·채권값이 모두 고전하는 ‘트리플 약세’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갈 곳 잃은 시중 부동(浮動)자금들이 양도성예금증서(CD) 등에 몰리면서 CD 금리는 사상 처음 연 2%대에 진입했다. ●새해 첫 사이드카 발동 밤사이 미국·유럽 증시의 급락으로 불안하게 출발한 국내 주식시장은 외국인까지 2000억원 이상 매도세에 가세하면서 장중 한때 코스피지수 1110선이 무너졌다. 오전에는 새해 첫 ‘사이드카’(코스피200 선물 가격이 5% 이상 급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될 경우 5분간 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을 정지시키는 제도)가 발동되기도 했다. 막판에 낙폭을 다소 만회했지만 결국 전날보다 71.34포인트(6.03%)나 떨어진 1111.34로 마감됐다. 코스닥 지수도 21.28포인트(5.84%) 떨어지며 343.35로 내려앉았다. 주가 급락은 원화가치도 끌어내렸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44.50원이나 급등, 1392.00원으로 거래를 마쳐 1400원선에 바짝 다가섰다. 지난달 10일(1393.80원) 이후 한 달여 만에 최고치다. 원·엔 환율도 전날보다 100엔당 64.19원 폭등한 1564.75원을 기록했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21% 포인트 오른 연 4.15%로 마감했다. 그러나 단기물 금리는 품귀현상이 지속되면서 금리가 떨어졌다. 91일물 CD금리는 전날보다 0.04% 포인트 떨어진 연 2.98%를 기록했다. 91일물 기업어음 금리도 0.18% 포인트 하락한 5.06%를 기록, 4%대 진입 초읽기에 들어갔다. ●씨티·도이체방크 고전중 한동안 잠잠하던 금융기관 부실 문제도 다시 불거졌다. 메릴린치를 인수한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는 추가 자금지원을 받는 방안을 미국 정부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그룹도 주가 폭락으로 고전 중이다. 공적자금을 받는 것은 ‘수치’라고 밝혀 독일 정부와 마찰을 빚었던 독일 최대은행 도이체방크도 지난해 4·4분기 대규모 적자(8조여원)와 사실상 정부의 지분 참여로 체면을 구기게 됐다. 유럽 최대 은행인 HSBC홀딩스와 미국의 웰스파고 은행에 대한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처럼 시장이 극도로 요동치는 상황이 재현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있어 금융시장이 이달 말 또는 내달 중순까지 불안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본질 꿰뚫는 시어… 그림속엔 삶의 철학

    본질 꿰뚫는 시어… 그림속엔 삶의 철학

    고은(76) 읽기는 참 쉽다. 어린아이처럼 해맑고 순수한 언어로 일견 복잡다단해 보이는 현상의 본질을 꿰뚫어 낸다. 명쾌한 표현으로 이뤄낸 핵심의 접근은 차가운 겨울 새벽, 우물물 받아 놓은 세숫대야에 손 담근 듯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하지만 고은은 대단히 어렵다. 울근불근 치솟는 원시의 생명력으로 지금, 여기를 꺼이꺼이 부르짖다가도 또 한편에서는 마치 현학의 극치를 자랑하듯 동서의 고전과 역사, 철학 등 인류 지성의 축적물을 무시로 넘나들기 일쑤다. 반도의 삶에 바탕하여 대륙을 내달리고, 전 우주를 유영하고 있는 그를 평가하기는커녕 제대로 읽기조차 어려운 까닭이다. 150여권의 저서를 가진 다작의 시인이자, 10여개국 언어로 번역돼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고은은 지난해로 등단 50주년을 맞았다. 이에 맞춰 많은 이들이 고은 읽기와 고은 평가에 도전했다. 하지만 고은이 쉼없이 진화하듯 그에 대한 평가와 도전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고은의 대표적인 시를 정리한 시선집 ‘오십년의 사춘기’(김형수 엮음, 문학동네 펴냄)와 그가 직접 그린 그림 35점이 담긴 아포리즘 에세이 ‘개념의 숲’(신원문화사 펴냄)이 잇따라 나왔다. ‘개념의 숲’에는 ‘쉬운 고은’과 ‘난해한 고은’이 번갈아가며 등장한다. 고은은 우리 주변에서 우리를 괴롭히거나, 있는 듯 없는 듯 벗하고 있는 숱한 언어들의 개념을 차곡차곡 정리한다. 그는 ‘개념’을 두고 ‘개념은 발전한다. 개념은 본질을 포착한다. 개념은 비본질도 포착한다. 개념은 모든 현상 속에서 모호해진다, 확실한 낙조가 흐리멍덩한 어둠으로 변하는 것처럼’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거친 바다를 헤치는 배를 직접 타본 이와, 책으로만 바다를 알고 있는 이가 갖고 있는 ‘바다에 대한 개념’은 다를 수밖에 없다. 객관성을 지향하면서도 주관의 영역에 머물 수밖에 없는 ‘개념’의 한계를 고은은 말하고 싶은 것이다. ‘예술에 반드시 필요하다. 권력에 반드시 불필요하다.’고 개념 정리한 단어는 바로 ‘광기’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공산주의’는 ‘인류의 꿈이다. 그러나 지금은 인류의 한 재앙이다. 25세기 그 시대에는 단계적으로 실현되리라.’고 규정했다. 구현에 실패한 현실사회주의에 대한 절망과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인류사적 지향점임을 명확히 했다. 여기에 1950년 한국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하기 전까지 화가를 꿈꿨다는 그가 붓으로 풀어낸 세계도 시 못지않게 진한 사유가 배어 있다. 그림 또한 쉬우면서도 어렵다. 시인 김형수가 엮은 ‘오십년의 사춘기’는 고은의 시를 시기별로 3부로 나눠서 각각 15~16편씩 담았다. ‘고은 시험’이 있다면 수험서 역할을 할 만하다. 실제 고은의 삶과 사유의 진화 흐름을 독자들이 편안하게 따라갈 수 있도록 했다. 4부 ‘많은 사람들’에는 ‘만인보’ 에서 20편을 골랐다. 김형수는 서문에서 “고은의 시를 고르는 일은 흐르는 강에서 물 한 바가지를 퍼오는 격”이라면서도 “시집 한 권으로 고은 미학을 개괄하고자 하는 욕심, 그의 문학적 유골로 추정될 몇 토막을 지금 시점에서 추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1부 ‘집을 버리다’의 ‘폐결핵’, ‘사치’ 등 시편에서 고은이 보여 주는 인간적인 흔들림과 고뇌는 2부 ‘외치다’에서 좌충우돌 세상과 불화를 자청하는 모습으로 변화한다. 3부 ‘다시 길을 가다’에서는 비판은 원숙함 속에서 더욱 통렬해졌고, 사유의 깊이는 종횡무진이다. 지난해 쓰여진 ‘개밥을 주면서’는 풍자시의 전형을 보여 준다. 고은의 진화를 얼핏 맛보기라도 하는 데에는 대표시 모음이 제격일 게다. 하지만 그의 철학적 사유와 사상의 흐름을 접하기에는 직접 쓰고 그린 책이 딱 맞춤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국세청장 그림 뇌물 의혹] 檢, 국세청 전방위 수사 나서나

    전·현 국세청장 사이의 ‘그림 청탁’ 의혹이 일파만파로 파장을 일으키자 검찰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당사자인 한상률 국세청장의 사의표명설이 나돌고 있지만 거취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이런 가운데 ‘2005년 하반기쯤 문제의 ‘학동마을’ 말고도 고(故) 최욱경 화백의 ‘그림 4점이 추가로 국세청 쪽으로 흘러들어 갔다.´는 새 의혹이 터져 나와 검찰의 행보가 더 주목받고 있다.검찰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내사를 하고 있는 만큼 자료가 넘어오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자료를 넘기지 않더라도 국민적인 의혹 해소 차원에서 수사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검찰 관계자는 “의혹이 커지고 있는 만큼 신속하고 정확한 수사를 위한 준비는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이런 저런 판단으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게 되면 검찰은 의혹을 제기한 전군표 전 국세청장의 부인 이미정(50)씨에 대한 신병 및 진술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 전 청장과 한 청장이 한결 같이 의혹 자체를 부인하고 있어 당시의 정황을 이씨에게서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검찰은 또 2005년 5~7월까지 서울 소격동의 K갤러리에서 열렸던 최욱경 20주기 회고전 때 잠시 모습을 드러냈던 그림이 지난해 10월 이씨의 처분 부탁으로 G갤러리에 맡겨지기까지 경로를 추적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이씨의 주장대로 한 청장의 부인에게서 그림을 건네 받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혹시 일어날지도 모를 이씨의 진술 번복에 대비한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동시에 2005년 7월 이후 학동마을 등 그림 5점이 국세청 쪽으로 흘러갔다는 의혹도 함께 확인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회고전을 개최한 K갤러리 측이 2004년 8월부터 진행된 국세청 세무조사와 관련, 최 화백의 그림을 국세청의 영향력 있는 인사에게 선물(?)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한 청장이 지난해 12월25일 포항과 대구에서 각각 이상득 의원 지인들과 이명박 대통령의 동서를 만난 것으로 확인되면서 불거진 유임 청탁 의혹에 대한 수사도 함께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만나고 싶었습니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김수용

    [만나고 싶었습니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김수용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예술의 총본산인 대한민국예술원 김수용(80)회장을 15일 서울 서초구 반포로 예술원 회장실에서 만났다. 예술원은 국립중앙도서관과 서초경찰서 사이 양지바른 동산에 대한민국학술원과 함께 자리잡고 있었다. 1954년 개원한 예술원의 회원은 문학, 미술, 음악, 연극·영화·무용 등 4개 분과에서 활동 중인 83명의 기라성같은 예술계의 큰 어른들이다. 김 회장이 내민 명함에는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영화감독 김수용’이라고 적혀 있다. 2007년 영화감독 출신으론 첫 회장으로 선임된 김 회장의 영화인으로서의 자부심이 명함에서 오롯이 묻어났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이스트우드 노익장 부러워… 저도 자신있는데” →감독 데뷔하신 지 올해로 51년째를 맞습니다. 10년 전 109번째 작품 ‘침향’을 연출한 이후 예술원 활동에만 치중하고 계시는데요, 110번째 메가폰을 잡을 계획은 없으신지요. -미국의 배우출신 영화감독 크린트 이스트우드가 ‘체인질링’이라는 신작을 내놓았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우리는 동갑내기입니다. 할리우드의 제작환경과 그 분의 노익장이 부럽더군요. 나도 이렇게 뒷방에 물러나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구상을 끝낸 작품이 있습니다. 각본은 90% 이상 완성상태입니다. 투자가만 있으면 찍어서 상도 휩쓸고, 침체에 빠진 한국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을 자신이 있는데…. →어떤 작품이며, 누가 출연하는지 공개할 수 있으신가요. -친구처럼 지내는 신영균·최은희씨와 저 이렇게 셋이서 영화 한편 찍자고 의기투합했어요. 두 사람 다 젊고 예쁠 때 영화밖에 없으니 지금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자는 것이었죠. 80대 노인 두 사람을 한 작품에 공동 출연시킬 경우 흥행에 지장을 주니까 두 개의 작품에 각각 출연시키려고 합니다. 최은희는 ‘무지개는 언제 뜨나요’(윤흥길 원작)에서 아들을 유혹하는 비운의 여관 조바로, 신영균은 ‘만월’(고은 원작)에서 꽃뱀 딸에게 당하는 밀도살꾼으로요. 두 배우의 상대 남녀는 공개 선발할 생각입니다. 촬영장소도 정해졌어요. 그런데 흥행이 될까요?… ●“영상물등급위원장 시절 모든 가위 내다버렸죠” →두 원로의 컴백에 개인적으로 기대가 큽니다. 김 감독께서는 탐미적 사실주의의 문예영화와 실험적 성향의 모더니즘영화, 흥행영화, 시대상황을 풍자한 저항영화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영화를 남기셨는데, 대표작을 자천하신다면. -‘갯마을’(65년·오영수 동명소설 원작)과 ‘안개’(67년·김승옥의 무진기행 원작) 두 편을 꼽고 싶습니다. 문예영화를 50편가량 찍었는데 소설가협회에서 가장 문학적인 영화감독으로 뽑혀 상을 받은 적도 있어요. →걸레스님 중광을 다룬 영화 ‘허튼소리’에 대한 당시 공연물윤리위원회의 지나친 검열에 항의해 1986년 은퇴를 선언하신 뒤, 1998년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 자리에 앉으셨는데, 위원장으로 6년 동안 일하면서 어떻게 심의하셨나요. -등급위에 있던 모든 가위를 내다버렸습니다. 대신 12, 15, 18세(지금은 19세) 3등급제를 실시했습니다. ‘거짓말’(1999년·장선우 감독)과 ‘죽어도 좋아’(2002년·박진표 감독) 등 몇 작품 때문에 좀 시끄러웠지만 일단 등급판정을 보류시켜 시간을 끄는 방법으로 분위기를 가라앉혔죠. 절대 자르지는 않았어요. →예술원 안팎에서 대한민국예술원상의 회원 독식비판과 회원 외부추천 강화, 방송 등 대중예술분야의 별도 분과설치요구 등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예술원위상 재정립과 예술원의 변화를 위한 구상이 있으면 소개해 주시죠.-예술원이 올해로 개원 55주년을 맞습니다. ‘위대한 국가의 초석은 위대한 예술의 창조에 있다.’는 창립선언문에 나와 있는 설립취지를 지키면서 활동영역을 넓혀나갈 생각입니다. 대한민국예술원상의 경우 지난해부터 회원은 수상할 수 없도록 고쳤습니다. →예술원법상 회원의 임기는 4년으로 하되 연임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외국의 경우 종신제가 대부분인데 굳이 4년 연임제를 도입한 이유는 뭡니까. -정말 그렇습니다. 우리도 회원 83명 중 이해구(101·국악), 김성태(100·작곡), 이원경(93·연극)선생 등 3분이 종신회원입니다. 회원 평균 연령은 79세입니다. 부분 종신제죠. 지난 55년 동안 80년대에 회원 1명이 사회적 물의를 빚어 연임에 실패한 사례가 유일합니다. 제 임기 중에 종신제를 적극 추진할 생각입니다. ●“임기 내 회원종신제·예총회관으로 이전 추진”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인 예술원만의 독립청사가 없어 교육과학기술부 소속 학술원에 더부살이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창피하지만 사실입니다. 우리 회원 일동은 대학로에 있는 예총이 목동 예술인회관으로 이전하면 예총회관으로 옮겨가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하고 있고,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습니다. 회원들의 소망이 새해에 꼭 이뤄졌으면 합니다. →건강비결이 있으면 알려주십시오. -집안의 가훈이 ‘건강을 잃으면 세계를 잃는다’입니다. 중구 장충동 주택에 50년째 사는데 일주일에 4회는 남산걷기를 합니다. 하루 1만보는 기본이지요. 학창시절 이래 40년째 일기쓰기도 계속하고 있어요. ●걸어온 길 ▲1929년 경기도 안성 출생 ▲1947년 안성공립농업학교 수료 ▲1950년 서울사범 본과 졸업, 6·25전쟁 참전 ▲1954년 국방부 정훈국 영화과(육군대위) ▲1958년 영화감독 데뷔(공처가) ▲1978~1995년 중앙대, 단국대, 동국대, 경희대, 서울예대 강사 ▲1983년 마닐라 및 하와이영화제 한국대표 ▲1984~1985년 몬트리올영화제 및 도쿄국제영화제 심사위원 ▲1985년 청주대 예술대학 부교수 ▲1989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선임 ▲1994~1998년 청주대 교수 ▲1999~2005년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 ▲2005~2007 대한민국예술원 연극·영화·무용분과 회장 ▲2007~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주요 작품 ▲굴비(1963년)▲혈맥(65년)▲저하늘에도 슬픔이(65년)▲갯마을(65년)▲유정(66년)▲산불(67년)▲안개(67년)▲사격장의아이들(67년)▲만선(67년)▲봄봄(69년)▲춘향(70년)▲토지(74년)▲극락조(75년)▲화려한 외출(77년)▲웃음소리(77년)▲망명의 늪(78년)▲사랑의 조건(79년)▲만추(81년)▲허튼소리(86년)▲사랑의 묵시록(95년)▲침향(98년) 등 총 109편 연출 ■ ‘감독’ 김수용은 베레모에 선글라스를 낀 노(老)감독을 만나러 대한민국예술원에 갔다. 그런데 기자를 맞이한 그는 의외로 말끔히 빗어넘긴 맨머리에 세련된 정장 차림이었다. 엷은 색안경과 의전용인 듯한 무색안경을 두고 계속 만지작거렸다. “회장님에겐 색안경이 어울리시는 것 같아요.”라는 말 한마디에 “그렇죠.”라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색안경을 착용했다. 좋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베레모와 선글라스다. 한국 영화감독의 고전적 이미지를 만든 주인공이다. 그의 첫 저서 ‘예술가의 삶’(1993년·혜화당)을 보면 화려한 은막의 스타들이 총출연하는 흑백사진 118장이 실려 있다. 한번 따져봤다. 그가 베레모를 쓰기 시작한 1962년 이후 사진은 거의 빠짐없이 베레모와 선글라스 둘 중 하나는 착용하고 있었다. 한밤중이거나 시상식이거나 하는 불가피한 경우를 빼고는. “예술은 멀고 흥행은 가깝잖아요.” ‘한국영화의 선구자이자 산 증인’인 김 감독을 만나면 들을 수 있는 ‘18번 대사’이다. 성적을 떠난 야구·축구감독이 무의미하듯 영화감독과 흥행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실과 바늘이다. 여배우 트로이카의 선두주자 남정임을 발굴한 ‘유정’(1966년·이광수 원작)은 서울 국도극장에 걸린 지 50일만에 33만명이 운집했다. 당시 서울인구가 300만명 시절이니 ‘전회 매진사례’가 내걸린 초유의 대박이었다. ‘저하늘에도 슬픔이’의 29만명 기록을 1년만에 깨버린 것이다. 문화부장관을 지낸 이창동 감독이 이 영화에서 주인공의 친구역 엑스트라로 출연한 인연으로 감독의 길에 들어선 것은 보너스다. 성공신화만 이어진 것은 아니다. 공륜의 검열에 항의해 은퇴한 뒤 복귀해서 만든 ‘사랑의 묵시록’(1995년)은 일본자본의 영화라는 이유로 극장을 잡지 못했고, 109번째 연출작 ‘침향’(1998년)의 실패로 사재를 털어야 했다. 1960∼70년대를 겪은 세대라면 알게 모르게 그가 만든 영화의 영향권 아래 있었다. 이유는 109편의 영화 목록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평단의 평가는 어땠을까. 70년대 이후 작품에 대해 하길종 감독은 ‘어설픈 실험’이라고 비난했고, 동료 김기영 감독은 “갯마을 같은 서정적인 드라마를 계속했더라면…”이라는 우정어린 충고를 남겼다. 그와 동시대에 활약한 감독들을 비교한 어느 평론가의 글도 흥미롭다. “신상옥 감독은 전설로 남았고, 독특한 개성의 소유자 김기영 감독은 기인의 천재성을 인정받았다. 유현목 감독은 드문 예술적 지성의 소유자로, 이만희 감독은 재능을 술로 탕진하면서도 천재성을 지켰다. 하지만 김수용 감독에게는 변변한 수식이 없다. 다만 그는 기복 없는 샐러리맨처럼 고른 호흡으로 영화를 찍었다. 그것이 김수용식 전설이다.”라고. 김수용 감독의 전설은 끝나지 않았다.
  • 허정무호 부진한 출발

    월드컵 대표팀이 15일 제주에서 가진 광운대와의 올해 첫 연습경기에서 1-1로 비기며 부진한 출발을 보였다. 허정무 감독은 “오래 경기를 치르지 않아 볼 감각과 순간 민첩성이 떨어진 상태”라면서 “선수들 컨디션을 점검하는 차원이기 때문에 결과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전급들로 치른 전반전에서 투톱 이근호(대구FC)와 정성훈(부산)에 대해서도 “점수를 매긴다면 50점”이라고 덧붙였다. 세트피스는 정확성이 떨어졌다. 전반 염기훈(울산)과 기성용(FC서울)이 키커로 나서 6차례 이상 코너킥과 프리킥을 올렸지만 기대에 못미쳤다. 특히 지난해 11월 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 잇달아 선발출전, 1승1무의 성적을 거두면서 환상의 조합이란 평가를 받은 정성훈(190㎝)의 포스트 플레이와 이근호의 돌파력은 아직 회복 단계에 불과했다. 전반에 나선 주전급들은 수비라인부터 차근차근 미드필더를 거쳐 염기훈과 이청용(서울)의 좌우측면 돌파에 이어 골을 노리는 전술을 폈다. 중원에는 하대성(대구)과 기성용(서울), 포백라인엔 김치우(서울)-이정수(수원)-조용형(제주)-최효진(포항)이 포진했다. 무거운 몸과 부정확한 패스, 떨어진 슈팅 감각 탓에 고전한 대표팀은 후반 7분 광운대의 전성찬에게 골키퍼 정성룡과 독대하는 기회를 내주며 먼저 골을 잃었다. 대표팀은 후반 20분 오른쪽 측면에서 송정현이 올려준 볼을, 공격에 가담했던 강민수가 발리 슈팅으로 네트를 흔들어 영패를 면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진보에 길을 묻다] (2)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진보에 길을 묻다] (2)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케임브리지(영국) 이종수특파원│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 경제는 여전히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대공황 이후 지구촌 최대의 위기라는 이 카오스가 언제까지 이어질까. 해법은 무엇일까? 혼돈의 와중에서 지난 6일 장하준(46)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를 만났다. 그는 금융 위기가 신자유주의적 금융자본주의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이 위기를 계기로 한국 경제가 실물 경제를 튼실히 해서 역동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통적인 좌우파의 틀에 갇히지 말고 유연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터뷰는 글로벌 금융위기, 한국이 나아갈 방향과 좌파의 과제 등 주제를 중심으로 이어졌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현재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어떻게 봐야 합니까. -요약하자면 지난 4반세기 동안 세계를 지배한 신자유주의적 금융자본주의의 문제점이 결집돼서 일어난 거죠. 최소 1~2년은 갈 것 같습니다. 잘못 풀리면 장기 불황으로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각국이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구조적 문제가 엄청나거든요. 무엇보다 신자유주의가 조장해온 실물보다 돈 놓고 돈 먹기가 훨씬 낫다는 관행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한국이 취할 수 있는 해법이라면. -단기적으로는 재정 지출을 늘리고 금융기관의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등 다른 나라가 하는 것 이상으로 할 게 없어요. 장기적으로는 고민할 게 많죠. 계속 자본시장을 개방해야 하는지 여부와 그동안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해서 맹목적으로 따라간 신자유주의를 다시 고민해야 되겠죠. →패러다임 자체를 새로 짜자는 말인가요. -한마디로 경제를 하는 데 지름길이 없다는 것이죠. 계속 투자하고 열심히 연구하고 시장개척하고 그런 식으로 하는 것밖에 없어요. 그런데 그 동안 세계를 지배한 금융자본주의는 뭐 그런 걸 힘들게 하지 말고 파생상품 만들어서 잘 팔면 훨씬 돈 많이 번다는 거였잖아요. 대표적 인물이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잭 웰치 아닙니까. 그런 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거죠. 우리 나라도 실물을 등한시했기 때문에 계속 문제가 되는 겁니다. →현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이 앞으로 10년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까. -이 위기를 계기로 신자유주의 노선을 재고해서 한국 사회가 더 역동성 있는 사회가 되고 더 많은 사람이 잘사는 사회가 됐으면 합니다.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하는 방안은 여러가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금융제도의 개선입니다. 주식시장이 완전 자율화되면서 단기 성과에 대한 압력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선호하게 됐고 고용도 불안해졌거든요. 은행도 기업대출보다는 주택담보 대출을 선호한다는 거죠. 이런 걸 바꿔야 합니다. 또 국민생활 안정을 위해서 복지국가를 만들어야 합니다. 미래를 보장해줘야 사람들의 실직 공포가 줄어들고 직업 선택도 자유롭게 한다는 거죠. →그렇다면 좌파나 진보 진영은 무엇을 준비하고 당장 어떤 일을 해야 합니까. -시대에 따라, 사람에 따라 좌파가 뭐냐 규정하는 게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 상황에서의 좌파는 적절한 공공정책을 통해서 최대한 대다수가 평등하게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규정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진보 진영이 노력해야 할 것은 첫째 복지국가 건설, 둘째 생산적 투자와 일자리 증가, 세번째로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 등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더 큰 변혁을 바라는 분은 ‘그게 무슨 소리냐, 자본주의를 부정해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건 현실적이거나 바람직한 대안이 아닙니다. →이전에 한국에서 재벌과 사회의 대타협을 주장하셨는데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와 닮았다는 오해도 받으신 것 같은데. -그 얘기를 꺼낸 계기는 2003년 ‘SK-소버린 사태’였습니다. 당시 소버린이라는 사모펀드가 SK 주식을 사서 우리 재벌이 외국에 먹힌다고 걱정했죠. 제 주장은 재벌의 잘못을 용서하자는 게 아니라 그런 도덕적 얘기에 얽매여 있을 때냐라는 거였죠. 국제금융자본이 재벌을 접수하면 싸움도 못합니다. 그러니 재벌이 소유구조로 불안해할 때 빅딜을 해서 경영권이 위협받지 않게 제도적으로 만들어주고 그 대신에 삼성 같으면 노조도 인정하고 세금 더 많이 내서 복지국가 만드는 식으로 타협하자는 제안이었죠. 그런 말을 하니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와 다를 게 없다는 비판이 나왔는데, 사실 저는 다릅니다. 이명박 정부의 입장은 기업이 하고 싶은 대로 놔두라는 것이거든요. 지금 미국 보세요, 기업이 하고 싶은 대로 놔두다 보니 망한 거 아니에요? 정부가 나서서 할 역할이 있고 규제가 있거든요. →재벌 해체 반대로 보일 수도 있지 않나요. -이씨 집안이니 정씨 집안이니 하는 특정 집안이 재벌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데는 반대합니다. 저는 필요하면 국유화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또 재벌이 회사법상 다수 주주 것이라는 입장에도 반대합니다. 우리나라처럼 국민동원체제로 경제 발전한 나라에서는 기업이 국민 전체의 소유라는 거죠. 이번에 보세요. 미국이고 영국이고 일 터지니 다 구제금융 들어가잖아요. 결국 그런 일이 벌어지면 온 국민의 책임이 될 건데, 왜 이익은 자기들만 보느냐는 거죠. 이익도 국민들과 나누어야죠. →이와 관련,국내의 ‘금산법 논란’을 어떻게 보는지요. -부차적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97년 외환 위기 이후 한국이 신자유주의, 미국식 금융자본주의로 노선을 바꾼 게 기본적으로 잘못됐다고 보는데요. 그런 틀에서 재벌의 은행 사금고화 여부를 둘러싼 금산법 논쟁은 국민들이 볼 때 2차적 문제라는 거죠. 반대로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재벌이 자기 고유의 산업을 버리고 금융자본화하는 겁니다. 민주당이야 법안 때문에 어떤 식이든 자기 입장을 정해야겠지만 진보 진영 입장에서는 그런 기본적 틀에 대해 질문하는 게 중요한 거죠. →노무현·이명박 정부 모두 신자유주의라고 규정했는데 닮은 점과 다른 점이 있다면. -두 정부가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시장에 맡겨두자는 점에서 둘 다 신자유주의 노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점은 이명박 정부는 순수한 신자유주의 정부이고, 노무현 정권은 거친 데를 약간 부드럽게 한다고 노력한 게 다르죠. 재벌을 좀 견제했고 부동산에 대해서 규제를 많이 했지만 90% 이상은 신자유주의 정부라고 규정할 수도 있죠. vielee@seoul.co.kr ■ 그는 누구인가 │케임브리지 이종수특파원│장하준은 천상 경제학자였다. 인터뷰를 요청한 기자에게 이메일로 “6일 오후 2시30분쯤에 만나자.”며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실로 오는 방법을 자상하게 설명해 주었다. 파리~런던~케임브리지로 가는 교통수단을 분(分) 단위로 나눠서 ‘경제학적으로’ 안내했다. 연구실에 도착하니 10평 정도의 공간은 온통 전공 서적과 논문 등으로 가득했다. 근황을 물었더니 “6개월 동안 미국, 아프리카, 유럽 등 10개국에서 강연 계획이 잡혀 있다.”며 “남들이 안 하는 소리 하던 입장에서 한 군데라도 더 가서 열심히 설명하고 생각을 전파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자유주의적 금융자본주의의 해악을 주장했던 터라 국제무대에서 ‘장하준 수요’가 늘어난 것 같다. 2시간여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는 해박한 지식과 정확한 통계로 막힘이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문득,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앨프리드 마셜이 경제학도들에게 요구했다는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이 떠올랐다. 그는 한국의 좌·우파로부터 동시에 공격받고 있지만 뜨거운 가슴을 갖고 있었다. ‘모든 사람이 다 잘 사는 사회’라는, 더 정확히는 그에 가장 근접하는 사회를 이루고 싶다는…. 이를 위해 그는 차가운 머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석사·박사학위를 받고 1990년부터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사다리 걷어차기’(2004) ‘쾌도난마 한국경제’(공저,2005) ‘국가의 역할’(2006) ‘나쁜 사마리아인들’(2007) 등을 출간했다.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경제학자에게 주는 뮈르달 상(2003), 경제학 지평을 넓힌 레온티예프 상(2005)을 받았다. “전통적인 좌·우파라는 틀에 갇히기 싫다.”는 그는 늘 현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그가 언제, 어떤 화두를 던질지 궁금해진다. vielee@seoul.co.kr ●인터뷰 전문과 동영상은 인터넷 서울신문(www.seoul.co.kr)에서 볼 수 있다. 22일자에 게재되는 3회에선 윤종훈(시민경제사회연구소 기획위원) 회계사로부터 진보진영의 오랜 염원인 보편적 복지국가를 위한 조세와 재정 개혁 방안 등에 대해 들어본다.
  • [강주리 기자의 고시 Talk] 로스쿨 카페의 회원수 부풀리기

    ‘회원수는 1등인데 왜 이렇게 활동이 없지?’ 공무원시험, 로스쿨 등 시험 관련 정보에 목마른 수험생들을 겨냥해 각종 인터넷카페 사이트가 회원수를 조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파장이 예상된다. 복수의 아이디를 이용해 유령회원수를 크게 늘려 수험생들을 유인하는가 하면 아예 사이트 탄생시 1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곳도 있다. 카페 클릭수를 높이기 위한 자동클릭시스템 돌리기, 의도적인 댓글 달기 등 고전적 수법에 더해 신종 조작수법이 등장한 셈이다. 14일 복수의 고시업계 관계자들은 학원 등 수험업계에 사이트의 지명도를 높이고 배너광고 등 각종 수익사업을 위해 카페 회원수를 공공연히 조작하는 행위가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로스쿨학원 관계자 A씨는 “카페 회원수는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면서 “1인당 20개 이상의 복수 아이디를 이용해 한꺼번에 가입도 하지 않은 회원수를 늘린 뒤 수험생을 유인해 학원을 홍보하거나 다른 경쟁업체를 견제하는 데 사용한다.”고 말했다.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서 로스쿨카페 등을 검색하면 회원수 1만명 이상 카페 7~8개를 포함해 회원수가 많은 사이트 순서대로 수험생을 안내한다. 10만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공무원수험 카페도 10여개에 이른다. 문제는 조작된 회원수가 거래되는 데다, 수험생들의 판단력과 정보 습득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30만원에 1000명, 50만원에 3000명 정도의 조작된 회원명단이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세워진 회원수 3만명 이상의 S로스쿨카페의 경우는 탄생 때부터 1만명의 가상회원을 보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6만여명의 회원을 보유해 최다 회원 가입 카페로 알려진 L로스쿨카페는 로스쿨 이름조차 제대로 거론되지 않던 2003년에 만들어져 현재는 활동실적이 미미한 상태다. 한때 잘나가던 7급 공무원 수험카페는 회원수를 그대로 보유한 채 주식투자 카페로 모습을 바꿨다. 고시업계 관계자는 “수험생이 많은 공무원시험 카페의 경우 배너광고 하나당 월 50만~150만원까지 주기로 하고 연간 계약을 한다.”면서 “돈을 입금시키지 않으면 카페운영자로부터 독촉전화가 오기도 한다.”고 밝혔다. 일부 학원들은 매달 수십만원을 운영비로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모 로스쿨카페 운영자는 지난해 인터넷카페 운영으로 4000만~5000만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jurik@seoul.co.kr
  • [소니오픈]최경주 “교민과 우승컵 지킬 것”

    “골프장을 떠들썩하게 해주십시오. 반드시 우승컵을 지키겠습니다.” ‘탱크’ 최경주(39·나이키골프)가 15일 밤(이하 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와이알레이골프장(파70·706 0야드)에서 개막하는 미프로골프(PGA) 투어 소니오픈에 출전, 2연패에 도전한다. 최경주는 황태자 어니 엘스(남아공), 스티브 스트리커(미국)와 이틀간 같은 조에 편성됐다. 최경주는 지난해 나흘 동안 단독 선두를 지킨 끝에 1993년 하워드 트위티, 2000년 폴 에이징어에 이어 세 번째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던 터. 더욱이 그가 우승컵을 들어올린 날이 하와이 이민 100주년 기념일이어서 현지 한국 교민들에게 더없는 기쁨을 선사했다. 최경주는 이후 체중 감량에 따른 후유증으로 고전하다 지난해 말부터 컨디션을 되찾았다. 특히 쇼트게임 훈련에 집중한 최경주는 작년 12월 이벤트대회였던 LG스킨스게임에서 우승하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지난주 끝난 시즌 개막전 메르세데스-벤츠 챔피언십에서 공동 15위에 머물긴 했지만 바닷바람이 심한 하와이에 2주 동안 머무르면서 코스와 기후에 적응을 마친 상태다. 최경주는 14일 “한국팬들이 떠들썩하게 분위기를 띄워준 하와이에서 우승컵을 지키고 싶다. 꽹과리만 안 치면 되지 않겠느냐.”고 교민들의 응원을 기대하면서 “지난 메르세데스-벤츠챔피언십에서는 퍼트가 말을 듣지 않아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했지만 경기력이 향상됐음을 나 자신이 느낀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최경주가 이번 대회에서 시험할 부분은 ‘스피디한 게임’. “이전까지 내 게임은 내추럴했다.”고 평가한 그는 “더 이상 이같은 경기력으로는 PGA 투어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점점 늘어나는 코스 전장에 맞서기 위해 롱 아이언의 비거리를 더욱 늘리는 건 물론, 그린 위에 공을 세울 수 있는 경기력까지 마스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향후 6~7년에 걸친 목표를 설정했다.”고 밝힌 그는 “PGA 투어에서 이제까지 타이틀을 방어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 나서는 의미는 각별하다.”고 각오를 다졌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문화마당] 한자교육 주장을 반박한다/탁석산 철학자

    [문화마당] 한자교육 주장을 반박한다/탁석산 철학자

    초등학교 정규 과정에서 한자교육을 촉구하는 건의서가 제출되었다고 한다. 이런 건의는 전에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역대 국무총리 20명이 서명하였다고 한다. 전직 총리를 앞세운 이 건의서를 보면서 다시 한번 한글 표기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건의서에 의하면 한자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를 ‘전통문화의 계승과 국어의 정상화’에 두고 있다. 과연 타당한 이유인가? 우선 전통문화 계승을 보자. 무엇이 전통문화인가는 차치하고 범위를 고문서에만 국한해 보자. 고문서를 읽어야 전통을 계승할 수 있는데 고문서는 한자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한자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한자교육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 같다. 즉 ‘한자 없이 우리가 어떻게 전통을 계승하겠느냐.’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그럴듯하다. 하지만 한자를 3000자 알아도 조선왕조실록을 읽을 수는 없다. 한자와 한문은 전혀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한문은 한자로 기록되지만 한문은 하나의 체계이다. 낱낱의 글자를 읽을 수 있다고 해서 문장을 독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영어문법을 모른다면 영어단어를 아무리 많이 알아도 영어책을 읽을 수 없는 것과 같다. 한자를 몇만자 안다고 해도 문법, 의미론, 활용법과 시대 배경 등 인문학적 지식이 없으면 한 문장도 읽어낼 수가 없다. 따라서 전통을 계승하길 원한다면 한자를 가르칠 것이 아니라 대학에서 고전어로서의 한문을 활성화해야 한다. 즉 고서를 번역하는 전문 인력 양성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고전을 번역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다음으로 국어의 정상화라는 이해하기 힘든 말을 보자. 도대체 어떤 표기가 국어인가? 한글전용, 한자혼용, 한자병기, 영어혼용, 영어병기? 어느 유형이 국어인가?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한글전용을 인정한다면 한글과 한문 두 가지로 충분할 것이다. 그런데 한자교육을 주장한다면 한자혼용을 지지해야 할 것이다. 건의서를 주도한 교수는 “지난 반세기 동안 한자교육을 등한시한 결과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반문맹이 돼 있습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보아도 알 수 있다. 한자를 읽지 못하면 반문맹이라는 것은 한자혼용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한자를 읽지 못하면 반문맹인가? 한자를 읽지 못하면 반문맹이라는 사고가 어떻게 가능할까? 그것은 기준을 한자에 두기 때문이다. 즉 한글은 불완전한 문자이기 때문에 한자의 도움을 받아 정상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태도가 과연 21세기 한국에서 취할 태도인가 의심스럽다. 한국의 글자는 한글이다. 한자가 흔적을 남기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 사람은 한글로 성공적인 언어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지금 이 글에 한자는 전혀 없다. 문제는 내용인 것이다. 한자를 쓸 줄 알면 유식하다는 편견은 언제쯤 없어질까. 한자교육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흔히 국어 어휘의 50% 이상이 한자어이기 때문에 한자를 모르고서는 어휘력과 학습능력을 높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이 옳다면 미국인과 영국인은 모두 프랑스어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영어 어휘의 40% 이상은 프랑스어에서 왔기 때문이다. 프랑스어를 모르고서는 어휘력과 학습능력을 높일 수 없다는 주장이 영미에서 통하는가? 어디에서 유래되었든 영어로 표기되고 영어 속에서 쓰임새를 갖는다면 영어가 되는 것이다. 동음이의어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도 한자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단어는 문맥 속에서 의미가 결정된다는 언어학의 기초를 무시하는 거친 주장이다. 끝으로 조어력을 보자. ‘엄친아’가 무슨 말인지 알고 계신가? 한자를 몰라도 젊은 세대는 끊임없이 재미있고 시의적절한 신조어를 한글만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 언어는 살아 있는 유기체이다. 누구도 강제할 수 없다. 탁석산 철학자
  • [국세청장 ‘그림뇌물’의혹] 안갯속 ‘학동마을’

    3000만~5000만원짜리 고가의 뇌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추상화 ‘학동마을’이 전군표 전 국세청장의 손에 들어가기 전 어떤 유통 경로를 겪었을까. ●국제갤러리 “한상률 청장 만난적 없다” 45세에 요절한 여류화가 최욱경이 1984년 그린 것으로 알려진 학동마을이 일반에게 처음으로 공개된 것은 국제갤러리의 ‘2005년 최욱경 20년 회고전’이었다. 회고전을 연 국제갤러리 이모 대표는 13일 전화 인터뷰에서 “당시 학동마을은 화랑에서 보유한 작품이 아니라 소장자가 따로 있었다.”면서 “일부 언론에서 우리 화랑의 2004년 세무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한상률 당시 조사국장에게 뇌물로 증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 나는 한상률 국세청장을 만난 적도 없고, 맹세코 그림을 선물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한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한 C일보에 대해서는 소송을 제기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학동마을을 전시하게 된 경위에 대해 “최 화백의 20주년 회고전을 준비하면서 개인 소장자들을 찾기 위해 당시 인터넷으로 광고를 했다.”면서 “학동마을 소장자는 이 그림의 진위 여부를 파악한 뒤 도록에 실어주는 조건으로 그림을 빌려주기로 해 그렇게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소장자가 한상률 국세청장일 가능성도 이 대표는 부인했다. 당시 소장자에 대한 이름이나 연락처 등 기록이 남아 있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단골이 아니라 연락처 등이 남아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화랑들은 기획전시를 위해 주요 소장자들의 연락처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 관례다. 따라서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간다면 국제갤러리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회고전은 일반적으로 개인 소장자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전시하기 때문에 판매가 목적이 아니었고, 그래서 당시 전시작품에 판매가격을 설정하지도 않았다.”면서 “2005년에 학동마을의 가격은 80 0만~1000만원 정도밖에 안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동마을 당시 가격 800만~1000만원” 이 대표는 “한 청장이 이 그림을 어떤 경로로 소장해 전 전 청장에게 선물했는 지 전혀 알 수도 없고 우리 화랑이 관련돼 있지도 않다.”며 세간의 시선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다른 기사 보러가기] 일 찾는 청년들 “배달원이라도…” “환자가 돈?”…‘노인 빼가기’ 막가는 요양기관 “마지막 촛불 수배자를 잡아라” 경찰 필사적 혼자먹기도 아까운 매생이를 ‘미운 사위놈’에? 여자체조 박은경은 국내서 유일하게 □□를 한다 미네르바 박모씨 “학벌이 글 쓰는 데 무슨 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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