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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전 톡톡 다시 읽기] 그의 독설에 좌·우파 모두 비난… 자신의 답을 강요하지 않는 스승

    [고전 톡톡 다시 읽기] 그의 독설에 좌·우파 모두 비난… 자신의 답을 강요하지 않는 스승

    ‘학교 없는 사회’는 일리히를 일약 1970년대의 스타로 만들었다. 그의 강연은 늘 사람으로 북적거렸고 그가 쓰는 책마다 족족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책을 ‘팸플릿’이라고 불렀다. ‘팸플릿’! 멀리 1910년대 러시아의 레닌이 떠오르기도 하고, 1980년대 중반 한국의 운동권이 떠오르기도 하는 용어. 종교개혁, 프랑스혁명, 러시아 혁명 등 세계문명의 근본적 전환기에 기존의 제도출판 밖에서 소책자 형태로 간신히 제본만 하거나 때로는 표지도 없이 찍어서 배포되었던 팸플릿! 루터도 루소도 즐겨 썼던 ‘팸플릿’! 하지만 기성출판사에서 환영받았던 그의 저작들이 ‘팸플릿’이라니….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면 참으로 기막힌 용어 아닌가? 학문적 정합성이나 기존 학계의 비평 따위엔 관심도 없이, 때로는 신랄할 정도로 래디컬한 그의 근대비판을 ‘팸플릿’이라는 실천적 용어로 부르는 것만큼 적합한 게 또 있을까. 1980년대 일리히는 스타라기보다는 스캔들 메이커였다. 이미 자본주의 국가의 학교들뿐 아니라 사회주의 교육까지도 비판하여 좌, 우파 모두에게 비난받았던 일리히는 ‘젠더’(1982)라는 책의 출판을 계기로 이제는 페미니스트들의 격분을 산다. 그리고 12세기로 관심이 돌아간 그에게 낭만주의자, 이상주의자, 복고주의자, 심지어 반동주의라는 딱지가 붙는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가 스타에 머물지 않고, 스캔들을 마다 않고 나아갔다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는 걸 멈추지 않았다는 데 있는 건 아닐까. 평생 질문하고, 평생 자신의 답을 찾아 공부하고 실천했던 사람. 그러나 자신의 답이 다른 사람의 답이 되기를 원치 않았던 사람.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 각자의 답을 찾도록 촉구하는 사람. 일리히는 우리에게 그런 스승이다. 아래 그의 말에 모든 것이 함축돼 있다. “저는 어느 누구도 제가 말한 것을 답으로 생각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알립니다 지난주 ‘이기영-고향’ 편의 필자는 정우준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입니다
  • [고전 톡톡 다시 읽기] (56) 이반 일리히 ‘학교 없는 사회’

    [고전 톡톡 다시 읽기] (56) 이반 일리히 ‘학교 없는 사회’

    1971년 출판된 ‘학교 없는 사회’(Deschooling Society)로 이반 일리히는 일약 스타가 된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엄청난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등극한다. ‘의무교육 폐지’로 요약되는 그의 주장은 전통적인 학교 옹호자들뿐 아니라 급진적 교육개혁파들로부터도 격렬한 비판을 받았다. 좌·우파 모두에게 두들겨 맞으면서도 멈추지 않는 그의 행보. 학교 폐지를 넘어 병원 폐지, 급기야 복지의 폐지까지 주장한다. 보편적 복지를 거부하라! ‘요람에서 무덤까지’ 내 삶을 제도와 국가에 맡기지 마라! 정말 ‘핫’(hot)하지 않은가? ●학교라는 의례 게임의 장 이른바 ‘가치의 제도화’. 현대사회는 건강, 배움, 이동이라는 바람과 가치를 병원, 학교, 고속도로 같은 제도의 서비스 문제로 끊임없이 치환시키는 사회이다. 이 중에서도 학교는 ‘가치의 제도화’를 익히는 기본 코스다. 왜냐? 학교는 ‘인문적 교양’ 혹은 ‘인적 자원의 생산’ 같은 사회적 가치와 관련된 곳이 아니라 그 어떤 가치를 채택하든 그것이 ‘학교’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신화를 저장하고 유통시키는 게임의 구조로 작동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자, 학교라는 게임의 구조를 보자. 학교는 배움을 수업과 동일시하게 만들고 졸업장을 자격이나 능력과 같은 것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홀로 배우는 자, 자격증이 없는 비전문가는 점차 불신의 대상이 된다. 또한 수업은 다음 수업으로 단계적으로 연결되는데 각 단계마다 소위 전문가가 정교하게 고안하고 측정한 숫자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이제 모든 가치는 쪼개고 붙이고 잴 수 있다는 관념이 내면화된다. 더구나 그 문턱마다 상벌, 진급, 졸업이라는 ‘기대’가 부여되기 때문에 그 기대를 향해 전문가가 만든 교육과정을 소비하면서 무한히 앞으로 ‘진보’하는 것만이 선(善)이 된다. 학교는 결코 배우는 장이 아니다. 사실 가르치는 장도 아니다. 학교의 구조는 몇 개의 단계를 진급하는 의례게임의 장, 끝없는 소비 신화에 신참자를 끌어들이는 입문의례의 장이다. 학교가 사람들에게 교육하는 것은 다름 아닌 게임의 법칙, 그 자체이다. 그러나 무릇 모든 게임이 그렇듯이 게임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이다. 학교라는 게임도 마찬가지이다. 학교라는 게임에서 매 문턱마다 탈락자가 생기는 것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스타 오디션과 같은 서바이벌 게임은 노골적이어서 오히려 순진한 반면, 학교는 ‘기회의 평등’이라는 신화(하지만 학교가 평등했던 적은 단 한번도 없다!)를 확산하면서 작동한다는 점에서 더 음험하고 교묘하다. 학교는 우리가 의심 없이 참여하기 때문에 지속되는 견고한 게임이다. ●문제는 학교가 아니라 ‘제도’다 일리히는 결코 ‘학교’를 없애자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일리히가 폐지하자고 주장한 것은 학교 ‘제도’이다. 만약 소수는 돈을 따지만 대부분은 돈을 잃는 로또를 의무적으로 구입하자고 하면 당신은 찬성하겠는가? 그런데 소수의 승자를 위해 다수의 탈락자를 만드는 학교제도의 확산, 혹은 의무교육의 확산을 왜 받아들이는가? 만약 영혼의 구원을 위해 모든 사람이 교회 혹은 절에 가야 한다는 법을 만들고 교회나 절에 공공자금을 지원하자고 하면 모두 찬성하겠는가? 그런데 왜 배움을 위해 학교라는 제도를 만들고 그곳에 공공자금을 투여하는 일에는 반대하지 않는가? 모든 배움의 열망과 기회와 방법을 독점하면서 누구나 다녀야 하는 의무가 된 곳, 근대학교는 이제 교회에 가면 영혼을 구원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영혼의 구원을 위해서 사제의 권위에 전적으로 복종해야 했던 중세의 교회와 전혀 다르지 않다. 다만 중세의 교회가 내세의 구원을 약속하고 기대하게 만들었다면 근대의 학교는 현세의 물질적 풍요를 약속하고 기대하게 만든다는 차이가 있을 뿐! 이제 학교에서 배운 게임의 법칙은 전 사회로 확장된다. 가치를 양적으로 측정하고 비교하는 일, 소위 자격증이나 전문가를 받아들이는 일이 자연스럽게 된다. 내가 수도를 고치는 것보다 전문가를 부르는 게 더 마음이 놓이고,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음식도 제대로 하려면 전문 요리학원에 등록해서 배우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아프면 내가 고친다는 것은 감히 생각할 수조차 없다. 내가 꾸리는 삶의 영역은 점점 좁아지고, 나의 능력은 점점 쇠퇴한다. 제도로부터 삶이 철저히 소외되는 상황. 일리히가 근본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이런 ‘학교화한 사회’(schooled society)이다. ●상호의존적 공동체로 소박하고 근본적인 혁명 “우리는 신조차도 할 수 없는 것, 즉 누군가를 구원하기 위해 누군가를 조작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우리들의 ‘교육학적 오만’으로부터 우리를 어떻게 해방시킬 것인가?” ‘학교 없는 사회’는 어떻게 가능할까? 일리히의 답변은 ‘공생‘(conviviality)이다. 학교, 병원, 군대, 정부, 복지 시스템 같은 독점적이고 조작적인 제도를 거부하고 말 그대로 ‘함께-활력 넘치는’(convivial) 상호의존적 도구를 생산하는 것이다. 자동차가 아니라 내 다리로 걷거나 자전거를 탈 것. 친구들과 함께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네트워크를 만들 것. 고통을 사유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지혜와 노하우를 공동체 내에 생산할 것. 지나치게 소박하다고? 그러나 이러한 문제작 ‘학교 없는 사회’로부터 40여년이 지났어도 학교는 막강하다. 오히려 학교가 문제가 많기 때문에 학교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자하자는 주장, 신자유주의의 희생자를 위해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자는 주장은 점점 더 힘을 얻는다. 온정과 진보의 환상 속에서 작동하는 비정하고 반동적인 게임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일리히의 소박하나 근본적인 제안은 새삼 절실하다. 새로운 혁명을 원하는가? 그럼 자기 두 발로 걷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희경 문탁 네트워크 연구원
  • 국내 소형차 “작지만 강한 싸움”

    국내 소형차 “작지만 강한 싸움”

    경제성에선 경차에 밀리고, 성능에선 준중형차에 치여 ‘찬밥’ 신세였던 국내 소형차 시장이 고유가와 잇단 신차 출시로 재기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에서 판매된 소형차는 총 3419대로 지난해 같은 달(3197대)보다 소폭 늘었다. 최근 출시된 현대차 신형 엑센트가 2176대나 팔리면서 소형차 시장 판매 회복을 이끌었다. 국산 소형차가 월 판매 2000대를 넘어선 것은 기아차 프라이드가 2009년 6월 기록한 2043대 이후 19개월 만이다. 지난해 소형차 판매는 2만 8887대로 2009년 3만 7268대에 비해 29%나 감소했다. 경기 회복에 따른 영향도 있지만 소형차만의 이점과 매력을 지닌 신차가 나오지 않아 소비자의 관심을 끌지 못한 측면도 크다. 프라이드가 매월 1000대 이상 판매되며 전체 소형차 시장의 절반 이상(1만 4339대)을 차지한 반면 현대차 클릭·베르나, 한국GM 젠트라 등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성능 좋고, 가격 착한 신차들이 소형차 시장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해 11월 연간 판매 2만대를 목표로 엑센트를 선보인 데 이어 한국GM은 젠트라 이후 5년 만에 소형 신차 모델인 쉐보레 아베오를 지난 16일 출시했다. 기아차도 프라이드 후속 모델을 새달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하고 올 가을 국내에 판매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업체들이 앞다퉈 신차를 내놓는다는 건 소형차에 대한 수요를 감지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형 신차들은 ‘작지만 강한 차’를 컨셉트로 내세우고 있다. 마이크 아카몬 한국GM사장은 신차 발표회에서 아베오를 ‘작은 거인’(Small giant)으로 소개했다. 경차 못지않은 경제성에 준중형차와 견줄 만한 성능과 내부 공간을 갖췄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22일부터 시작되는 사전계약을 앞두고 소비자들의 반응이 기대이상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신차발표회 이후 영업소마다 가격을 문의하는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면서 “그동안 소형차 시장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는데 이번엔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유가 상승으로 미국 내 소형차 시장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달 열린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세계적 완성차업체들은 소형차 홍보에 주력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갖춘 소형차의 판매가 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다양한 성능과 편의 사양을 갖춘 소형차들이 많아지면 시장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 소형차에 대한 인식이 확고하지 않고, 입지가 애매한 상황에서 큰 폭의 판매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신차 출시로 소비자의 관심은 끌겠지만 장기적으로 시장 자체가 크게 확대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숨겨진 조선여성史 벗기다

    1998년 경북 안동시 정상동에서 미라 상태의 이응태(1556~1586)와 함께 미투리 한 켤레, 그리고 편지 한 통이 발견된다. 미투리는 이응태의 아내 ‘원이 엄마’가 병마에 시달리던 남편을 위해 머리카락을 한올 한올 꿰 만든 것이라 전해진다. 어서 훌훌 털고 일어나 미투리를 신고 돌아다니라는 뜻이었을 터다. 하지만 아내의 정성에도 불구하고 이응태는 미투리를 한번도 신어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뜨고 만다. ‘원이 엄마’는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절절하게 담긴 한글 편지를 미투리와 함께 남편의 품에 넣어 줬고, 412년이 흐른 뒤 한 양반가의 묘를 이장하던 중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만약 묘지 이장 중에 편지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필경 ‘원이 엄마’는 세상에 그 존재조차 알리지 못한 채 사라졌을 게다. ‘조선의 여성, 역사를 말하다’(정해은 지음, 너머북스 펴냄)는 이처럼 조선시대를 살았던 25명의 여성과 무명의 여성들에 대한 보고서다. 어우동과 장녹수, 혜경궁 홍씨, 허난설헌, 황진이 등 잘 알려진 여성도 있지만 신태영, 신천 강씨, 이숙희, 남평 조씨, 계월향, 한계 등 낯선 얼굴들도 많다. 조선시대 여성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방식으로 삶을 꾸려 나갔을까. 저자의 지향점은 두 가지로 모아진다. 하나는 여성을 통해 조선시대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조선의 여성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스펙트럼을 여는 것이다. 왜 조선은 정절을 요구하면서도 첩에 대해 관대했는지, 학문하는 여성들의 계보는 어떻게 이어졌는지, 왕실 여성들의 야망과 희망은 어떻게 굴절되었는지 등 각종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그동안 간과했던 조선의 다른 역사상과 조우하게 된다. ‘원이 엄마’ 편지에는 남편을 ‘자내’(자네)라고 부르는 표현이 모두 열네 번 나온다. 문장을 끝맺는 어투도 친구나 아랫사람에게 말하듯 ‘~소’, ‘~네’라고 했다. 익히 알려진 원이 엄마 편지의 고전적인 여성상과 적잖이 궤를 달리하고 있다. 신천 강씨의 편지에는 양반가 여성이 남편 때문에 얼마나 속을 끓였는지 구구절절 나오고, 미암 유희춘의 부인 송덕송(1521~1577)이 남편에게 쏟아내는 솔직한 언사와 당당함은 조선시대 부부 간에 내외를 했었는지 의아할 정도다. 이렇듯 여성들의 ‘숨겨진 역사’는 여느 연대기 자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사실(史實)이다. 생활 속 역사인 셈이다. 이렇게 찾아낸 또 다른 역사상은 생경한 만큼 소중하다. 1만 55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정조의 의문사 추적, 민중 미스터리 추격

    정조의 의문사 추적, 민중 미스터리 추격

    18세기 조선을 살았던 실학자 정약용(1762~1836)의 ‘목민심서’(牧民心書)가 행정의 달인으로서 그의 면모를 보여준다면 또 다른 저서 ‘흠흠신서’(欽欽新書)는 그가 영민한 검사이자 지혜로운 판사였음을 확인시켜준다. TV에서는 ‘조선추리활극 정약용’으로 극화되고, 영화에서는 최근 개봉한 김명민 주연의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이 됐다. 문학이 빠질 수 없다. 공교롭게도 똑같은 제목의 팩션 소설 두 권이 거의 동시에 나왔다. ●한문학자 강영수, 인터넷에 이미 연재 한문학자가 쓴 소설 ‘조선명탐정 정약용’(강영수 지음, 문이당 펴냄)과 역사전문 소설가가 쓴 ‘조선명탐정 정약용’(왼쪽·이수광 지음, 산호와진주 펴냄, 전 2권)이다. 굳이 시간 순서를 따지자면 이수광의 정약용이 먼저 출간됐다. 다만 강영수의 정약용은 인터넷에 이미 1년간 연재한 작품이기에 선후를 가리기 쉽지 않다. 강영수 역시 동양고전문학연구회 자문위원, 여해역사문제연구소 기획위원 등을 맡고 있는 학자지만 여러 권의 역사 소설을 펴낸 소설가이기도 하다. 두 작품은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정약용에 똑같이 접근하면서도, 다루는 사건 자체를 달리 한다. ●역사소설가 이수광, 시대상 ‘생생히’ 이수광은 조선 시대 여러 미스터리 사건들을 해결하는 정약용을 그린다. 그 과정에서 조선 후기 사회상 및 백성들의 생활상이 생생히 되살아난다. 반면 강영수는 끊임 없는 독살설과 병사 등이 따라다니는 정조의 죽음을 뒤쫓는다. 정조의 개혁 동지 정약용을 앞세워 18세기 후반 조선 사대부와 정조의 권력 쟁투가 실감나게 그려진다. 얼마 전 검찰이 사건 결과를 발표하며 ‘흠흠신서’를 인용했듯, 정약용이 남긴 가르침은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정약용은 말했다. “법이란 천하에 공평한 것이다. 법관이 올바르게 판결을 내리면 임금이라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라고.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철밥통 ‘국립’이 변했다! 도대체 무슨 일 있었기에

    철밥통 ‘국립’이 변했다! 도대체 무슨 일 있었기에

    공연계가 수군댄다. “철밥통 국립이 변했다.”고. 쑥덕공론 뒤에는 긴장감이 묻어난다. 도대체 국립 공연단체에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그도 그럴 것이 연초부터 국립현대무용단, 국립극단, 국립발레단의 정기공연이 잇따라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전례 없는 일이다. “간판(국립)만 그럴듯할 뿐 공연은 재미없다.”며 냉소하던 민간 단체들이 ‘국립’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변화를 이끌어낸 힘은 무엇일까. 1 캐스팅 개혁 국립현대무용단과 국립극단은 지난해 7월과 8월 각각 재단법인으로 전환했다. 일부 단원들의 반발 등 진통도 따랐지만 법인 전환 이후 두 단체는 맨 먼저 ‘철밥통 단원제’를 수술했다. 재창단한 국립현대무용단은 오디션을 거쳐 단원(비상근)을 새로 뽑았다. 국립극단도 백성희·장민호 두 원로배우만 빼고 기존 단원을 모두 내보냈다. 종전에는 전속 형태이다 보니 공연에 관계없이 꼬박꼬박 월급이 나왔고, 쫓겨날 염려도 없었다. 일부 배역도 ‘짬밥’에 따라 주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공연 때마다 오디션을 거쳐야 한다. 실력이 없으면 배역도, 수입도 기대할 수 없다. 2 재밌는 공연 그렇게 해서 뽑힌 짱짱한 출연진은 극의 재미로 이어졌다. 이변의 신호탄은 국립현대무용단이 쐈다. 지난달 29~3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린 창단공연 ‘블랙 박스’가 무용, 그것도 현대무용 공연으로는 이례적으로 추가 공연까지 완전 매진된 것. 현대무용은 난해하다는 편견을 깨고 이미 검증된 8개의 작품을 갈라쇼처럼 재미있게 엮은 것이 주효했다. 국립극단의 법인 전환 뒤 첫 작품 ‘오이디스푸스’(1월 20일~2월 13일) 역시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묵직한 주제에도 불구하고 표가 동났다. 국립극단 공연이 매진되기는 2001년 인기스타 김석훈 주연의 ‘햄릿’ 이후 10년 만이다. 3 착한 가격 법인 후발 주자인 ‘연극’과 ‘현대무용’의 선전에 위기의식을 느낀 것은 ‘발레’였다. 10년 전 일찌감치 재단법인으로 전환한 국립발레단은 발상의 전환으로 승부수를 걸었다. 고전발레의 정수 ‘지젤’을 준비하면서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버전을 선택한 것이다. 파리 버전이 국내 무대에 오르기는 처음이다. 그 결과 공연(2월 24~27일)도 전에 전회 전석 매진 기록을 세웠다. 1962년 창단 이래 약 5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가격도 거품을 뺐다. 추가 판매에 들어간 좌석은 시야 확보가 덜 되는 단점을 감안해 5000원으로 책정했다. 앞서 국립현대무용단은 좌석 구분 없이 모든 자리를 1만원에 판매하는 파격 시도를 감행했다. 국립극단도 전 좌석 1만원 균일가의 사전 공연(프리뷰)을 가졌다. 4 단체간 경쟁 국립극장 관계자는 “국립극장 산하에 있다가 법인 등으로 독립하다 보니 단체 간 경쟁 심리도 작용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실제 국립극단은 홍보 예산을 대폭 늘렸다. 국립극장 시절 편당 1000만원 쓰던 홍보비를 ‘오이디푸스’ 때는 3~4배 더 썼다는 후문이다. 공연 시작 전부터 서울 대학로·명동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빨간색 ‘오이디푸스’ 홍보 깃발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5 실력파 감독 국립 단체들은 단원뿐 아니라 ‘머리’도 바꿨다. 국립현대무용단과 국립극단은 초대 예술감독으로 홍승엽과 손진책을 각각 영입했다. 모두 공연판에서는 알아주는 실력파들이다. 30년 이끌어온 극단 ‘미추’를 아내(김성녀)에게 맡기고 국립극단에 합류한 손 감독은 신고작에 한태숙(연출가), 박정자·서이숙·이상직(주연배우) 등 이름값 하는 스타들을 끌어들였다. 연임에 성공한 최태지 국립발레단장은 파리오페라발레단 수석무용수를 ‘지젤’ 남녀 주역에 특별 출연시키는 저력을 발휘했다. 6 그러나… ‘매진 거품’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부 단체는 자체 예산으로 일정 분량 표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15일 “국립단체에 변화의 바람이 부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지나친 경쟁 구도 유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너무 상업적으로 흐를 경우 예술노동자들의 권익이 침해될 수 있고 (작품의) 예술적 품격도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日차세대 홈런왕 니혼햄 나카타 쇼

    日차세대 홈런왕 니혼햄 나카타 쇼

    2011년 니혼햄 파이터스 팀엔 두명의 괴물이 있다. 한명은 아줌마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으며 하나의 ‘아이콘’이 돼 가고 있는 신인 사이토 유키. 또 한명은 올 시즌 팀 성적의 핵심으로 거론되고 있는 4번타자 후보 나카타 쇼(23)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하지만 이 두선수의 차이점은 극명하다. 사이토가 야구 외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반면, 나카타는 경기장 안에서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타자의 포텐셜이 폭발하기까지는 최소 5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투수와 타자의 차이점, 그중에서도 타격이 지닌 어려움을 간접적으로나마 증명해주는 말이다. 지난해 실질적인 풀타임 1년차로 퍼시픽리그 홈런왕을 차지했던 T-오카다(오릭스)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주로 2군에 머물렀던 오카다는 정확히 5년만에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었다. 최근 몇년간 일본프로야구는 좋은 투수들에 비해 젊은 거포라 불릴만한 타자의 출현이 거의 없었다. 그 첫 테이프를 끊은게 작년의 오카다였다면 올 시즌엔 나카타 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때 일본에서는 나카타에 대한 광풍이 몰아친적이 있다. 그도 그럴게 역대 고교 통산 최다홈런(87개) 신기록 보유자, 그리고 차세대 일본야구를 이끌어갈 슬러거라는 수식어가 말해주듯 그 기대치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카타의 첫 프로생활은 2군이었다. 루키시즌(2008년)엔 단 한경기도 1군에서 뛰지 못했고 2009년에는 타율 .278(36타수 10안타 15삼진)을 기록하긴 했지만 홈런이 없었다. 무엇보다 아웃카운트의 대부분이 삼진이라 갈길이 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스턴리그(2군) 홈런왕(30개)과 타점왕(95)을 차지했음에도 1군 진입이 힘들었던 것은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는 나시다 마사타카 감독의 의지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나카타는 조용한 반란을 시작했다. 1군에 올라오자 말자 홈런포를 쏘아올리더니 한동안 폭풍과도 같은 홈런본능이 지속됐다. 7월 20일 대 지바 롯데전(삿포로돔)에서 강속구 투수 오미네 유타에게 프로 첫 홈런을 신고, 이후 퍼시픽리그 에이스 킬러로 자리잡으며 언론의 집중관심을 받는다. 지난해 나카타가 쏘아올린 홈런은 9개. 이중 타나카 마사히로(라쿠텐), 와다 츠요시(소프트뱅크), 와쿠이 히데아키(세이부) 등 일본을 대표하는 투수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후반기 1군 진입후 10경기에서 무려 7개의 홈런을 몰아쳐 ‘이젠 터졌다’라는 평가가 뒤따랐던 것은 당연한 수순. 하지만 나카타의 불방망이는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부터 이내 수그러들었다. 상대팀에서 그냥 보고만 있을리 없었고, 볼카운트 싸움에 약할수 밖에 없는 그의 경험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하지만 나카타는 비록 짧은 1군 생활이었지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던 2010년이었다. 걸리면 넘어간다는, 덧붙여 소중한 1군 경험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올 시즌 나카타에 대한 니혼햄의 기대치는 어느정도일까. 이미 나카타는 팀의 4번타자로 낙점을 받은 상태다. 포지션도 1루로 완전히 전향할 것으로 보인다. 나카타에 대한 나시다 감독의 기대치가 어느정도인지를 알수 있는 대목이다. 니혼햄 타선은 교타자 유형의 선수들은 많지만 장거리 타자가 없다. 지난해 터멀 슬랫지의 요코하마 이적으로 인해 찬스에서 한방을 터뜨려줄 거포가 부족했던게 4위로 추락했던 한 원인이었다. 베테랑 이나바 아츠노리, 이토이 요시오 그리고 찬스만 오면 더욱 무서워 지는 코야노 에이치는 중장거리형 선수들이다. 니혼햄이 오프시즌에서 거포형 선수영입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나카타를 팀의 주포로 활용하겠다는 나시다 감독의 의중 때문이다. 나카타의 어깨에 올 시즌 팀의 운명이 걸려 있는 셈이다. 최근 나카타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연일 홈런포를 쏘아올리고 있다. 비록 언론의 관심은 사이토에 집중 돼 있지만 기량만큼은 눈에 확연한 정도로 일취월장해 있다. SK 와이번스의 최정과 매우 흡사한 타격폼을 지닌 나카타의 분전에 니혼햄 구단관계자들의 입도 함께 벌어졌다. 어느팀을 막론하고 오프시즌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해당팀에 대한 전력이다. 특히 올 시즌 고전이 예상되는 니혼햄은 내실을 다져야 할때다. 어제(13일) 니혼햄은 삼성과의 연습경기에서 1-6으로 패했다. 하지만 니혼햄의 패배소식보다 1이닝을 던진 사이토의 호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분위기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언론의 과도한 집착때문이지만 선수단 내에서 느낄 야구 외적인 관심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사이토가 박한이를 삼진으로 잡은 장면이 일본언론을 통해 계속해서 조명받고 있다. 지금 니혼햄은 그럴 때가 아니다. 전략적인 선수 띄우기도 좋지만, 지금 팀 전력이 어디쯤에 와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할 때다. 차세대 홈런타자 나카타 쇼의 분전이 그래서 더욱 기대된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고전톡톡 다시읽기] 계몽을 둘러싼 사상적 대립

    1930년대 조선은 ‘브나로드(민중 속으로) 운동’의 열기에 휩싸인다. 19세기 말 러시아에서 시작된 계몽운동을 본뜬 이 운동은 동아일보를 중심으로 6000여명의 학생을 농촌으로 향하게 했고, 10만여 명의 농민이 교육을 받는 성과를 낸다. 이를 전후해 문학계에서는 농촌계몽 소설이 잇달아 발표된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기영의 ‘고향’과 이광수의 ‘흙’이다. 지식인의 농촌 귀향과 실제 인물을 배경으로 했다는 점에서 두 소설은 여러 모로 닮아 있다. 하지만 이 둘은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더 많다. 왜냐하면 두 소설 사이에는 계몽을 둘러싼 첨예한 사상적 대립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두 작가가 벌인 논쟁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광수는 당시 문단의 주축이었던 ‘공산주의’ 세력을 겨냥하여 주인공 ‘공산’의 무기력함과 혁명의 허망함을 묘사한 소설 ‘혁명가의 아내’를 발표한다. 이를 “문학예술의 사상성과 계급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이기영은 ‘민족’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 ‘변절자의 아내’를 발표하여, 이광수의 소설을 저열한 연애지상주의와 제국주의로 변질된 실력양성론이라 매도한다. 이러한 사상적 대립을 반영하듯 두 소설의 차이는 도입부부터 명백히 드러난다. ‘고향’이 ‘농촌 점경’이라는 소제목으로 농촌의 삶을 묘사하는 반면, ‘흙’은 주인공 ‘허숭’이 여인네를 두고 망상에 빠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는 소설 말미까지 이어져 농민들의 잠재력 및 지식인과 농민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고향’과 달리 ‘흙’은 농촌의 현실보다는 주인공 허숭과 그의 아내의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결국 농민과 어우러짐으로써 계몽의 구도에서 벗어나 변신을 거듭하는 ‘고향’의 희준과 달리 ‘흙’의 허숭은 농민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수하는 계몽주의자의 시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에는 농민들의 무지에 지쳐 또 다른 곳으로 떠나고 만다.
  • [홀몸노인 말벗서비스] “추억의 영화 보러 오세 요”

    [홀몸노인 말벗서비스] “추억의 영화 보러 오세 요”

    “한국 고전 영화를 보며 옛 추억에 잠겨 보세요.” 성동구는 말벗이 필요한 지역 노인들을 위해 15일부터 성동구립도서관 영화감상실에서 매주 두 차례(화·목요일) 추억의 한국 고전영화를 상영한다고 13일 밝혔다. 이 자리는 노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영화를 보며 그때를 추억하고, 관람 뒤 해당 영화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성동구도시관리공단 산하 성동구립도서관 지하 1층에 위치한 60석 규모의 영화감상실에서 60세 이상 노인이면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노인들은 영화를 기다리는 동안 도서관에 있는 책과 신문, 잡지를 읽거나 컴퓨터를 이용할 수도 있다. 첫 번째로 막을 올리는 영화는 김수용 감독, 신영균·고은아 주연의 ‘갯마을’로 자연풍광을 배경으로 어촌마을 사람들의 애환을 그린 리얼리즘 계열의 수작이다. 이어 1962년 베를린영화제 특별 은곰상 수상에 빛나는 강대진 감독의 ‘마부’와 오영진 작가의 희곡을 영화화한 이용민 감독의 ‘맹진사댁 경사’, 1950년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한형모 감독의 ‘자유부인’(포스터) 등이 상영된다. 나병준 도서관장은 “영화감상실은 사람들로 북적이지 않고 여유로워 말벗이 필요한 어르신들에게 제격”이라며 “1950~70년대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추억의 원로 스타들을 만나 볼 수 있어 지역 어르신들이 편안히 지난날의 추억을 되살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는 홈페이지(www.sdlib.or.kr) 또는 전화 (02)2204-6433.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고전톡톡 다시읽기] (54) 이기영 ‘고향’

    [고전톡톡 다시읽기] (54) 이기영 ‘고향’

    1930년대 조선의 농촌은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를 맞는다. 하지만 대공장, 철도, 전신은 ‘농민’을 ‘개명(開明)’하게 한 것이 아니라, 소작농과 임노동자로 전락시킨다. 이러한 계급분화와 함께 일본에서 건너온 ‘사회주의’는 3·1운동 이후 식어 버린 혁명의 열기를 다시금 점화시키고 있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정점’이라 불리는 이기영의 ‘고향’(1933)은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서 탄생했다. ●계몽의 꿈은 스러지고 ‘원터’는 조선의 여느 마을과 다름없이 가난하다. 그곳의 농민들은 수백년간 대대로 부지런히 농사를 지어 왔지만, 술지게미로 보릿고개를 연명하고, 한낮의 볕조차 피할 수 없는 움막에 살고 있다. 그곳으로 도쿄 유학을 마친 ‘김희준’이라는 청년이 귀향한다. 그는 ‘금융조합 서기나 면서기와 같이 돈냥 깨나 되는’ 직업을 얻을 수도 있었지만, “고토(苦土)에 진리의 경종을 울린다.”는 거창한 ‘계몽의 꿈’을 안고 돌아온 것이다 희준은 곧장 기미년 이후 놀이터로 전락해 버린 청년회를 재건하고, 노동야학을 세워 농민들에게 한글과 산수를 가르친다. 혹자는 별 소득도 없는 일에 힘을 쓰는 그를 “식자의 우환”이라며 비웃지만, 매사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희준은 곧 마을의 구심점이 된다. 심지어 인동과 같은 젊은 농군들은 ‘실천을 동반한 그의 이론’에 감화받기까지 한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나날이 몰락해 가는 집안과 조혼(早婚)으로 인한 아내와의 불화가 끊임없이 그를 괴롭혔고, 농민들은 여전히 ‘숙명적 인생관’이라는 묵은 사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그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임노동’의 확산으로 인해 굳건히 세워진 사람들 간의 ‘울타리’였다. 화폐 법칙이 지배함에 따라 두레, 쥐불놀이와 같은 공동체의 장은 사라져 갔고, 사람들은 자신의 잇속을 채우기에 급급했다. 콩 몇 포기에 생사를 오가는 싸움이 일어나고, 돈 몇 푼을 빌려 주지 않아 마을 사람이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관계적 결핍’ 속에서 희준은 ‘계몽의 선각자’가 아니라 단지 ‘주의’가 다른 별난 사람이 되었고, 그의 행동은 ‘동정의 산물’로 치부되었다. 심지어 희준에게 가장 우호적이었던 김선달까지 청년회 일을 부잣집 자제들의 심심풀이라며 폄하해 버린다.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농민과의 거리를 실감하게 된 희준은 자신의 인텔리 근성을 자책함과 동시에 농민들의 무기력과 청년 회원들의 이기심을 탓하기 시작한다. 모든 사람의 행복을 위해 선택한 ‘계몽의 길’이었건만 그 길은 마침내 자신에게도, 타인들에게도 상처와 깊은 골만을 남긴 채 파국으로 치닫고 있었다. ●두레, ‘되라’에서 ‘되기’로 그 와중에 희준은 ‘두레’라는 재래의 풍속과 마주친다. 그동안 언제나 ‘제안하던’ 희준이 농번기로 인하여 청년회가 중단된 순간 거꾸로 두레를 ‘제안받은’ 것이다. 그러자 희준은 곧장 청년회와 야학 활동을 통해 형성된 인맥을 활용하여 두레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고, 축제에 필요한 장구·징·꽹과리 등을 장만한다. 이 속에서 희준은 기존의 만남과는 전혀 다른 만남을 경험한다. 야학과 청년회에서 희준은 언제나 그 장을 주도하는 ‘선도자’였다. 하지만 두레에서 희준의 역할은 선도자가 아닌 만남을 조직하는 ‘매니저’가 되었다. 청춘남녀의 중신아비가 되어 주기도 하고, 숨은 재주꾼을 찾아내 두레라는 축제의 무대에 설 수 있게 해준 것이다. 그렇다고 대열을 이끄는 중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다쟁이에 불과했던 김선달은 상쇠잡이가 되어 신나게 풍물패를 이끌었고, 마을 최고의 얼뜨기 쇠득이는 신명 나는 춤으로 춤판을 주도한다. 악기를 든 이, 심지어 음식을 마련하는 이까지 앞을 다투어 두레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느닷없이 벌어진 흥겨운 축제는 삽시간에 서로의 울타리 속에 갇혀있던 이들을 화해하게 만든다. 희준 역시 그 속에서 ‘희생’과 ‘헌신’이라는 짐을 내려놓고, 사람들과 어울려 한바탕 춤을 춘다. “두레가 난 뒤로 마을 사람들의 기분은 한껏 통일된다.” 그 결과 마을 사람들과 ‘인텔리’ 희준의 관계는 삽시간에 좁혀지고, 희준은 비로소 그들에게 자신이 품었던 꿈과 이념을 자연스레 토로할 수 있었다. 그제야 원터 사람들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두레를 통하여 희준과 농민들 사이에 새로운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계몽의 ‘되라’에서, 변신의 ‘되기’로의 변화. 희준은 이제 농민을 이끄는 ‘지도자’가 아니라 농민들 속에서 그들과 어우러져 매순간 새롭게 변신하는 ‘살아 움직이는 인물’이 된다. ●일상, 축제, 그리고 혁명 두레를 통한 연대의 힘은 수해를 맞아 다시금 폭발한다. ‘소작료’를 두고 마름과 한판 ‘소작쟁의’가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굳건해 보였던 연대감은 먹을 것이 떨어지고, 변통할 돈이 사라지자 곧 깨어진다. 그러자 희준은 두레 때와 같이 인맥을 적극 활용하여 지주를 만나 소작료 협상에 나서는 한편 농민들과 마름을 설득하러 다닌다. 사심 없는 열정과 친화력에 촉발 받아서일까? 곧 소작쟁의를 포기할 듯 보였던 마을 사람들이 각자의 관계와 능력을 발휘하여 공동의 연합전선을 구축한다. 공장에 취업한 노동자들은 임금을 농민들에게 기꺼이 내놓고, 비교적 넉넉한 농민들은 분배받은 자신의 몫을 양보한다. 심지어 마름의 수족이었던 이까지 연락책이 되어 농민에게 힘을 보탠다. 결정적으로 지금은 어엿한 노동자가 된 마름 댁 딸 갑숙이가 철없는 시절 저지른 부적절한 ‘혼전 관계’를 희준에게 무기로 내놓는다. 이는 여전히 양반 행색을 하며 사는 자신의 아버지, 마름 안승학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다. 이로써 길고 긴 소작쟁의는 농민들의 승리로 끝이 난다. 원터 사람들이 소작쟁의를 통해 얻은 것은 단지 소작료 감면만이 아니었다. 두레의 신명에 힘입어 소작쟁의에서 모든 사람들은 중심이자 배경이 되었다. 그 속에서 공동체적 유대감은 되살아났고, 서로가 서로를 변화시키는 경이로움을 체험한다. 일상과 축제, 그리고 투쟁이 하나로 이어지는 순간 비로소 혁명은 이념도, 판타지도 아닌 ‘현실’이 된다. ‘고향’이 사회주의와 리얼리즘을 동시에 성취하는 혁명 소설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우준 수유+너머 연구원
  • [프로농구] 동부 ‘짠물수비’ 통했다

    [프로농구] 동부 ‘짠물수비’ 통했다

    동부의 ‘짠물수비’가 제대로 통했다. 강동희 동부 감독은 11일 전자랜드전을 앞두고 “3명 중 한 명은 죽여야 이길 수 있다.”고 했다. 전자랜드 주포 서장훈·문태종·허버트 힐에게 모두 뚫리면 승산이 없다는 얘기였다. 적어도 한 명은 한자리 득점으로 막겠다는 것이 전술의 핵심이었다. 말 그대로였다.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서장훈은 안 보였다. 김주성이 맨투맨으로 서장훈을 마크했다. 3쿼터 종료 1분41초를 남기고 김주성이 파울트러블에 걸렸을 때는, 철저한 로테이션 수비로 서장훈을 괴롭혔다. 마지막 쿼터에서는 4반칙 김주성 대신 김봉수가 서장훈을 틀어막았다. 힐에게 18점(12리바운드), 문태종에게 13점을 내줬지만 서장훈은 8점으로 묶었다. 양팀은 팽팽한 수비전을 들고 나왔고, 승부는 종료 직전에야 갈렸다. 경기종료 10초 전 안재욱이 파울로 얻어낸 자유투 두 개를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승리를 낚았다. 동부가 52-49로 이겼다. 양팀 점수의 합인 101점은 역대 KBL 한 경기 최소득점이다. 전자랜드가 기록한 49점 역시 올 시즌 한 경기 최소득점이다. 전자랜드는 3위 KCC에 1.5경기차로 쫓기게 돼 마음이 급해졌다. 울산에서는 KT가 모비스를 87-81로 꺾었다. 모비스의 근성에 고전하던 KT는 4쿼터에만 나란히 7점을 올린 조성민(20점 5리바운드)과 찰스 로드(30점 11리바운드)를 앞세워 힘겨운 승부를 매조지했다. 원정 11연승. KT는 30승(10패) 고지를 밟으며 단독 선두 굳히기에 나섰다. 2위 전자랜드에 3.5경기차로 달아났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프로배구] 박철우 기지개…삼성화재 ‘PS 희망가’

    박철우가 살아나자 삼성화재도 살았다. 상무신협을 상대로 간절한 1승을 얻어내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희망도 키워볼 수 있게 됐다. 10일 성남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0~11 NH농협 V리그 남자부 경기에서 삼성화재는 상무신협을 3-0(30-28 25-18 25-18)으로 제압하고 8승(11패)째를 챙겼다. 이날 승부는 사실상 1세트에서 갈렸다. 두 팀 다 의욕이 앞섰다. 4라운드 첫 경기였고, 양팀 다 승리가 필요했다. 1세트에서 누가 기선을 제압하느냐가 중요했다. 1세트 중반까지도 무게추는 상무신협으로 기우는 듯했다. 제대를 70여일 앞둔 ‘말년 병장’ 양성만이 11득점을 올리며 폭발했다. 홍정표(4득점)와 강동진(3득점)도 거들었다. 양팀은 28-28까지 팽팽하게 경기를 이끌어갔다. 이를 종결지은 것은 삼성화재의 ‘해결사’ 가빈. 시간 차와 퀵오픈 공격을 잇따라 성공시키면서 30-28로 세트를 품 안에 가져왔다. 이후 분위기는 고스란히 삼성화재의 몫이었다. 무엇보다 몸이 무거웠던 박철우가 산뜻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며 팀의 분위기를 살렸다. 박철우는 블로킹 득점 3점을 포함해 19득점을 하며 모처럼 ‘에이스’ 역할을 했다. 박철우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올스타전 휴식을 취하며 체력과 정신력을 기르는 데 집중했다.”면서 “4라운드부터는 중요한 순간에 책임감을 갖고 팀을 이끌어가겠다.”고 전의를 다졌다. 앞서 열린 여자부 경기에서는 도로공사가 인삼공사를 상대로 3-1(21-25 26-24 25-20 25-15)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5연승 가도를 달렸다. 현재 순위 2위로 선두인 현대건설을 추격하고 있는 도로공사는 여자부에서 두 번째로 10승(5패) 고지를 밟으며 선두 추격의 불씨를 살려냈다. 도로공사는 지난해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인 몬타뇨의 공격에 밀려 고전했지만 2세트 들어 레프트 임효숙과 외국인 라이트 세라 파반의 쌍포가 터지면서 결국 승리를 가져왔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한지붕 두가족’ 두 이통사의 아이폰4 광고 눈길

    ‘한지붕 두가족’ 두 이통사의 아이폰4 광고 눈길

    오늘(10일) 미국에서 버라이즌 와이어리스용 아이폰4가 출시된 가운데, 기존에 독점 판매되던 AT&T 통신사와 톡톡튀는 광고전쟁이 한창이다. 버라이즌이 지난 달 20일 처음 공개한 광고의 콘셉트는 ‘카운트다운’. 버라이즌의 아이폰4 서비스가 개시되는 2월 10일을 겨냥해 똑딱거리는 시계소리와 이미지가 인상적이다. 여기에 AT&T는 버라이즌이 가진 ‘치명적인’ 단점을 부각하는 광고로 응수한다. 지난 4일 오픈한 이 광고는 정신없이 밀린 일을 처리하던 한 남성이 “기념일 축하파티 준비는 잘 되어 가냐.”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 통화와 동시에 정보 검색과 예약까지 모두 끝내는 ‘멀티’ 기능을 강조했다. CDMA 방식을 사용하는 버라이즌 고객은 음성통화와 데이터통신을 동시에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을 부각시킨 것. 이에 버라이즌은 AT&T 통신사의 문제점으로 꼽히는 통화품질을 지적한다. 그간 버라이즌 광고에서 “내 목소리가 들려?“(Can you Hear me now?)라고 외치던 남성이 등장해 역시 같은 멘트로 버라이즌의 통화품질을 자랑한다. 그러자 애플은 ‘한지붕 두가족’의 광고 다툼을 재치있게 중재한다. 애플이 제작 공개한 이 광고에는 AT&T와 버라이즌의 아이폰4가 동시에 등장한다. 애플 광고에 등장하는 두 아이폰은 혼연일체로 동일한 동작과 기능을 보여주며, 결국 이동통신사의 선택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달라질 것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눈에 띄는 것은 광고 마지막에 등장하는 슬로건. “둘이 하나보다 낫다”(Two is Better than One)이라는 ‘뼈 있는’ 문구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편 버라이즌의 아이폰4 사전예약판매 물량은 16시간 만에 매진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버라이즌 측은 올해 아이폰4를 100만대 이상 판매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한예종 무용원 한성우군 로잔국제발레콩쿠르 2위

    한예종 무용원 한성우군 로잔국제발레콩쿠르 2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한성우(18·실기과 2년)군이 지난 1~6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제39회 로잔국제발레콩쿠르’에서 2위로 입상했다고 한예종 측이 7일 밝혔다. 이 대회에서 한국인 남자 무용수가 입상하기는 처음이다. 한예종은 한군이 고전발레 ‘지젤’ 중 알브레히트 솔로 장면과 현대무용 지정작품 중 하나인 ‘칼리반’(Caliban)을 선보여 심사위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고 전했다. 로잔발레콩쿠르는 바르나(불가리아), 파리(프랑스), 모스크바(러시아), USA(잭슨콩쿠르)와 더불어 세계 5대 발레 경연대회로 불리며, 이 가운데 유일하게 10대(15~18세) 발레 무용수만을 대상으로 열린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태블릿PC 2R는 ‘CEO 대전’

    태블릿PC 2R는 ‘CEO 대전’

    애플의 ‘아이패드’가 독식해온 태블릿PC 시장에 구글의 새 운영체제(OS) ‘허니콤’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두 회사의 경쟁이 ‘2라운드’로 접어들고 있다. 허니콤을 탑재한 다양한 신제품이 출시를 앞두고 있는 데다, 애플도 이에 맞서 아이패드2로 응수할 계획이어서 업체 최고경영자(CEO)들 또한 자존심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미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허니콤에 대한 동영상 시연 행사를 갖고 본격적인 OS 홍보에 나섰다. 허니콤은 스마트폰보다 커진 태블릿PC의 스크린 크기에 최적화된 플랫폼으로 입체영상(3D) 지도, 영상채팅, 구글북스(전자책 300만권 이상 소장) 등 다양한 기능을 갖췄다. 지난달 20일(이하 현지시간) 구글의 CEO가 된 래리 페이지(37)로서는 허니콤에 거는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지구상의 모든 정보기술(IT) 기기들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구글로서는 허니콤의 시장 안착 여부가 플랫폼 경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취임 당시 그는 기자회견에서도 “여전히 컴퓨팅이 많은 사람에게 중요한 일인 상황에서 회사를 맡게 돼 흥분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LG전자는 오는 1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앞서 허니콤을 탑재한 8.9인치 옵티머스패드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테그라2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후면에 듀얼 카메라를 장착해 3D 촬영을 지원한다. 특히 무안경 3D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것으로 알려지며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10월 LG전자를 맡게 된 구본준 부회장은 이 제품이 ‘명가 회복’의 발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LG전자는 MWC에 별도의 전시장을 설치하지 않았지만, 구 부회장은 올해부터 전용 부스를 마련하며 스마트폰과 태블릿PC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LG전자의 명성을 되찾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삼성전자 역시 MWC를 통해 지난해 200만대 이상 판매한 갤럭시탭의 후속모델을 공개할 예정이다. 듀얼코어 중앙처리장치(CPU)를 탑재하고, 허니콤에 적합한 10.1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아이패드 대항마로 갤럭시탭을 내놓아 안드로이드 반격의 선봉에 섰던 신종균 무선사업부 사장은 이 제품을 통해 최근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갤럭시탭 반품률 논란’ 등을 털고 애플과 진검 승부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반격이 거세지자 애플의 대응 또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애플은 일정을 앞당겨 오는 3∼4월쯤 아이패드2를 발표할 계획이다. 디스플레이는 9.7인치로 같지만 기존 제품에 비해 무게를 100g가량 줄이고 전후면에 카메라를 탑재해 영상회의 기능을 지원을 계획이다. 현재 병가를 내고 요양 중인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2를 또 한번 성공시켜 애플이 만들어 낸 스마트 시장에서 ‘스마트기기=애플’이라는 공식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안드로이드 기반 제품들이 고전한 것은 10인치대 태블릿PC에 딱 맞는 플랫폼이 없었기 때문”이라면서 “허니콤이 본격적으로 출시되면서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태블릿PC 시장 또한 1∼2년 안에 안드로이드 제품의 점유율이 아이패드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강남 인강 스타강사 3인의 교사들이 말하는 수능 대비법

    강남 인강 스타강사 3인의 교사들이 말하는 수능 대비법

    긴 설 연휴도 지나고 새해가 드디어 시작됐다. 올해 고3이 되는 학생들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비해 10개월 동안의 짧지 않은 수험 생활에 들어가야 한다. 겨우 학년이 하나 바뀐 것뿐인데도 모든 수험생들의 심정은 막막하기만 하다. 서울신문은 2월부터 수능시험을 치르는 11월까지 현직 교사와 입시전문 컨설턴트들로 구성된 전문가 칼럼단을 구성해 수능시험 준비부터 논술, 면접, 입학사정관제까지 수험 생활과 대학 입시의 모든 궁금증을 풀 수 있는 대입 가이드 기획을 게재할 예정이다. 먼저 강남구청 인터넷강의 스타 강사로 활약 중인 3인의 교사들이 말하는 ‘2012년 수능 영역별 학습 비법’을 준비했다. ■ 언어-기술문제 필수 ①수능 언어영역 문제는 새로운 유형이 없다고 할 정도로 이미 유형화·정형화되었다. 따라서 문제 유형별 접근이나 예상 가능한 지문 공략법보다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개념과 원리에 대한 철저한 학습과 어휘력 증강, 핵심어 파악 능력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문학 선택지에 자주 나오는 공감각적 심상, 주관적 변용, 심리적 거리 등은 용어에 대해 정확히 이해해야 하며, 이를 작품 속에서 발견해 낼 수 있는 능력도 같이 길러야 한다. ②언어 영역은 수학처럼 단계별로 공부하거나 단원이 나뉘어 있지 않다. 또 문제 특성상 수학이나 과학처럼 정확히 답을 찾기가 애매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다른 영역에 없는 ‘가장 적절한 것은?’ 형식으로 문제가 출제되는 경우가 많다. 시중 문제집에는 주관적인 기준으로 낸 문제를 싣는 경우가 많은데, 마음이 급하다고 이런 부류의 문제만 풀다 보면 실제 수능에서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기보다는 주관적 기준으로 판단하기 쉽다. 가장 완벽한 문제집은 바로 기출문제. 고3이 되면 지난 3년간의 수능 기출문제는 필수적으로 풀고, 오답을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③1등급의 경우 ‘현재 등급만 유지해야지.’라는 생각을 버리고 만점을 목표로 공부하자. 이를 위해서는 실수를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실전처럼 시간을 정해 놓고 문제를 푸는 연습과 고난도·신유형 문제의 집중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2등급은 논리적 추론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문학 문제 중 각 지문의 1번 문제(공통점이나 전반적 특징 묻기)의 선택지를 통해 이론과 개념을 정리하는 것이 좋다. 3등급은 비중이 큰 비문학에 집중해 고3 상반기까지 완성시켜야 한다. 자신의 생각을 일반화시키는 나쁜 습관을 없애야 한다. 문학은 작가의 창작 의도를 이해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4등급 이하는 양보다 질. 무작정 푸는 문제 풀이를 지양하고 한 문제를 풀더라도 깊게 고민하고 창작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또 틈틈이 모의고사를 한번에 풀 수 있을 정도의 지구력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 ④논술은 고교 2학년 여름까지는 따로 학원에 다니지 않고 독서와 요약 중심으로 해도 충분하다. 비문학 지문을 열심히 읽고 사회탐구 공부를 평상시에 충실히 해 놓는다면 논술 공부의 반은 이미 완성한 셈이다. 최근 내신 시험도 서술형 평가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긴 문장으로 쓰는 서술형 평가 준비를 충실히 하면 논술 준비에도 도움이 된다. 주의할 점은 스스로 논술 시험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 논술 전형은 내신이 좋거나 수능 2등급 두개를 최소한 확보한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 따라서 먼저 이 기준을 충족하는지 점검해 보자. ⑤고전 문학에서 학생들이 힘들어하는 점은 한자가 많이 나온다는 것. 물론 어려운 한자는 주석이 나오지만 대부분은 주석이 따로 없기 때문에 신문에 자주 나오는 한자어 정도는 바로 해석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것이 좋다. 고3 학생을 오랫동안 살펴본 결과, 독서를 좋아하는 학생이 어려운 수능시험이 나왔을 때 시험을 잘 봤다. 신문 칼럼이나 양서를 중심으로 꾸준히 독서를 하자. 독서 기록은 학교생활기록부에도 참고할 수 있고 입학사정관도 주의 깊게 보기 때문에 일거양득이다. ●언어영역(김유동 세종고 국어 교사) ■ 수리- EBS연계 핵심 ①수리 가형은 현재 고2 학생이 배워 온 교과과정에 따라 출제된다. 이전의 수능은 수학Ⅰ, 수학Ⅱ에서 각각 12, 13문항씩 출제됐고, 미분과 적분, 확률과 통계, 이산수학 중 한 과목만 선택하면 됐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수학Ⅰ, 수학Ⅱ, 적분과 통계, 기하와 벡터에서 각각 7~8문항씩 출제된다. 따라서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수학 과목을 빠뜨리지 말아야 하며, 한 부분이라도 놓칠 경우 수능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수리 나형은 수학Ⅰ, 미적분과 통계 기본에서 각각 15문항씩 출제된다. 인문계열 수험생들은 2005년 이후 처음으로 미분과 적분이 포함된 수능을 치르는 셈이다. ②수리 나형을 보게 되는 인문계열 학생은 미적분 단원을 꼼꼼히 볼 필요가 있다. 이전에 가형에 출제되었던 미적분 문제의 난도가 높았기 때문에 이번 수능에서도 변별력을 높이는 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크다. 처음 배우는 만큼 어렵다는 생각보다는 정의에 충실하면서 그래프를 문제의 조건에 맞게 적절히 해석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가형은 수학Ⅰ, 수학Ⅱ, 적분과 통계, 기하와 벡터라는 네개의 단원을 골고루 공부해야 하고 문제도 다양하게 풀어보는 전체적인 학습이 필요하다. 특히 기하와 벡터는 다른 과목에 비해 어려운 내용이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③2월에는 학습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한다. 목표 학과가 어디고, 10개월 동안 얼마만큼 학습량을 완성해 수능 때 최적의 상태를 만들 수 있을지 계획을 잡는 것이다. 또 올해 달라지는 수리영역 출제 범위와 선택과목 축소 등 새로운 변수도 꼭 검사하자. 3월부터는 본격적인 점검을 해야 한다. 모의고사를 통해 현재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어떤 과목에 취약한지 점검하자. 6~8월까지는 본격적으로 내가 가고 싶은 대학이 어디이며, 내 성적과는 얼마나 편차가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올해 수능에서도 수리영역의 변별력 강화가 예상되는 만큼 부족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학습할 필요가 있다. 9월에는 모의평가를 통해서 객관적인 점수 등급대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분화된 단원을 찾아 보완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11월에는 전체적인 학습 내용 점검과 더불어 돌다리도 두들겨 건너듯 기존에 알던 내용도 다시 한번 점검해 보자. ④수리영역만큼 내신과 수능 공부를 병행하기 쉬운 영역이 없다. 문제에 접근하고 해석하며, 정의와 원리를 적용하는 과정 속에서 논리적인 해석과 응용력이 길러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내신이든 수능이든 고3이 돼서 따로 분리해 공부하는 것은 시간 낭비다. 자연계 논술시험은 교과서의 심화문제와 보충 설명을 꼼꼼히 살펴보되, 수학 관련 도서 및 인터넷을 활용하여 실전 감각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⑤EBS와 수능의 연계는 올해 입시의 핵심이다. 특히 지난해 수학의 난이도 조절 실패의 원인이 ‘응용 문제가 많은 것’으로 분석되었기 때문에 올해는 직접적인 연계 문제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단, 수리영역의 특성상 숫자만 바뀌거나 그래프의 해석이 조금만 달라도 완전히 다른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무엇이 연계되었는지에 연연하지 말고 고르게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문계열은 새로 배우는 미적분에 대해 이전 기출문제를 활용하되, 자연계열에서 나온 문제도 적절하게 안배하면서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리영역(이창용 청심국제고 수학 교사) ■ 외국어-기본어법 점검 ①올해 수능 외국어 영역의 난이도는 지난해 시험의 난이도에 대한 영향 때문에 다소 평이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고사장에서 학생들의 시험 체감 난이도는 출제자들이 의도한 것보다 다소 높은 경우가 많아서 큰 점수 상승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②외국어는 기본적인 어법 학습이 가장 중요하다. 고교 과정에서는 교과서 단원별 어법에서 나오는 것을 점검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특히 가정법, 시제, 태에 관한 문제는 해마다 다른 형태로 출제되기 때문에 기출문제를 꼼꼼히 분석해 문제를 응용하는 방식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독해는 EBS 교재를 십분 활용하되, 평소 다양한 글을 읽으면서 간단히 요약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③1~3월 적응기에는 고교 과정의 기본 어법에 대해 전반적인 개념 확인을 하자. 독해는 2개년도 기출문제 100문항을 직접 시간을 안배해 풀어보고, 오답노트도 만들어 놓자. 4~6월은 본격 도전기로 3월 모의고사에 대한 오답 정리를 한 뒤, 장기적으로 EBS 교재를 꾸준히 학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6월 모의고사의 경향을 집중적으로 분석해 50문항 가운데 자신이 가장 부족한 유형에 대해 다시 점검하자. 7~8월 방학 기간은 가장 힘들고 지칠 때다.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 만큼 1학기 동안 정리한 오답 노트를 총정리하면서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틈틈이 가벼운 운동과 식단 조절로 건강 조절에도 신경 쓰자. 11월 마지막 수능까지는 지금까지 정리한 내용을 총점검하는 기간이다. 특히 지난 6·9월 모의고사의 문항 유형을 파악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두 시험이 다가올 수학시험의 청사진인 만큼 어려웠던 문항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고 최종 시험에 임하도록 하자. ④고3생이 따로 시간을 내어 다른 것을 공부한다는 건 큰 부담이다. 내신은 수업 시간을 100% 활용하지 못하면 자기 주도 학습이나 다른 시간을 더 빼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학교에서 내신을 출제하는 선생님들의 수업 및 수행평가를 주어진 시간 내에 최대한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수능에도 도움이 된다. ●외국어영역(허준석 부천고 영어 교사)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조앤 K 롤링도 반한 다시 읽는 고전동화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종종 기적을 낳고 때때로 걸작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영국 문학의 자존심이자 세계 아동문학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손꼽는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도 아들에 대한 아빠의 극진한 사랑에서 출발한 동화다. ‘주석 달린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케네스 그레이엄 원작, 애니 고거 주석, 안미란 옮김, 현대문학 펴냄)은 아동문학 연구가의 주석에 ‘아기곰 푸’의 삽화가 어니스트 셰퍼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삽화가 아서 래컴 등이 그린 100여개의 삽화가 실려 있다. 원작자 그레이엄(1859~1932)은 시력이 약한 아들을 위해 섬세하고 생생한 풍경 묘사, 소리와 동작에 대한 다양한 표현, 목가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가 넘치는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을 만들어 냈다. ‘버드나무’의 주인공은 모험가 두더지, 사교적인 물쥐, 거드름쟁이 두꺼비, 현명한 오소리 등이다. 이들의 흥미진진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모험 이야기는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도 매료시켰다. 그 중 한 사람이 ‘해리 포터’의 원작자 조앤 K 롤링이다. 롤링은 원작에 담긴 자연과의 친밀한 교감, 사회와 인간에 대한 세련된 묘사, 호소력 있는 지혜로운 성찰의 메시지에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빅토리아 시대 교육학자들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보다는 획일적인 교육을 주장했기 때문에 ‘버드나무’의 출간은 쉽지 않았고, 평론가들의 혹평을 받기도 했다.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버드나무’는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됐다. A A 밀른은 연극으로, 월트 디즈니는 영화로 만들어 시대를 초월한 고전 반열에 올려 놓았다. ‘버드나무’의 시작은 그레이엄이 ‘생쥐’란 별명으로 불렸던 아들 앨러스테어를 위해 잠자리에서 들려주던 이야기였다. 선천적으로 시각 장애가 있었지만 창조적이었던 앨러스테어는 아버지의 동화에 크게 기여했다. 주석을 붙인 애니 고거가 “첫 번째 편집자이자 공동 저자”라고 ‘생쥐’를 칭찬한 이유다. 안타깝게도 앨러스테어는 아버지의 끔찍한 사랑에도 스무 살 생일을 앞두고 돌연 자살하고 만다. ‘주석 달린 버드나무’는 ‘주석 달린 허클베리 핀’에 이은 ‘주석 달린 시리즈’ 두 번째 책이다. 앞으로 윌든, 빨강머리 앤, 안데르센 동화 등의 고전이 풍부한 주석과 함께 계속 출간될 예정이다. 3만 9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책꽂이]

    ●아파트 쇼크(이원재 지음, KD북스 펴냄) 책은 단호히 선언한다. 아무리 매매 활성화 및 분양정책을 내놓더라도 아파트에 투자해 부자가 되는 세상은 지났다고. 하지만 또한 호소한다. 개인과 기업, 국가 모두에 재앙이 되는 부동산의 대폭락은 막아야 한다고 말이다. 저자는 아파트를 둘러싼 개인들의 장밋빛 환상과 현실의 아픈 치부를 낱낱이 드러내며 아파트 가격의 연착륙을 위한 선택의 방향을 제시한다. 1만 3000원. ●눈송이와 부딪쳐도 그대 상처입으리(신달자 지음, 문학의문학 펴냄) 시인이자 수필가인 신달자가 쓴 ‘시 이야기’다. 박목월, 서정주에서부터 시작해 손택수, 여태천 등에 이르기까지 시인 76명의 시 76편마다 찰나적 감성과 성찰적 지혜를 담은 해설 성격의 글을 덧붙여 한데 버무렸다. 신달자 특유의 감성적 문체가 돋보인다. 4부로 나뉘어져 있지만 아무데나 펼쳐도 꼭꼭 씹어 읽기 좋은 시편, 해설들이다. 1만 2000원. ●호모 루덴스, 놀이하는 인간을 꿈꾸다(노명우 지음, 사계절 펴냄) 요한 하위징아의 고전 ‘호모 루덴스’의 해설서다. ‘놀이하는 인간’이란 책 제목은 널리 알려졌지만 정작 원서를 읽은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원서는 고대 그리스어, 히브리어에 대한 분석과 문화사, 예술사, 종교사 등을 다룬다. 제목과 달리 지나칠 정도로 학술적이기에 버겁다. 노명우 아주대 교수는 골치아픈 내용들을 쉽고 흥미로운 사례 중심으로 재구성, 21세기적 호모 루덴스의 출현을 적극적으로 열어 놓았다. 1만 2000원. ●도시 클리닉(테오도르 폴 김 지음, 시대의창 펴냄) 문화와 환경이 거세되며 부동산 상품시장으로 변질된 대한민국 도시에 대한 성찰적 모색이다. 프랑스 정부건축사이자 도시계획가인 저자는 사회공동체 활동을 기반으로 병든 도시를 치유하고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대체도시화의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한다. 1만 9800원.
  • 올 아파트 경기 ‘시금석’

    올 아파트 경기 ‘시금석’

    설연휴가 지나면서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아파트 분양이 본격화된다. 2월 분양 성적표는 올해 아파트 경기를 예측해 보는 ‘선행지수’나 마찬가지다. 때문에 분양에 나서는 건설사나 내집마련에 나서는 실수요자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달에는 전국 19곳에서 7462가구가 공급된다. 지난달 1333가구에 비해 5배 이상 늘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역, 평형, 브랜드별 편차가 있겠지만 2월 분양은 대체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첫째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전셋값 부담으로 내집마련에 나서는 실수요자들이 분양시장으로 뛰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둘째는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꿈틀거리는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이다. 강남 재건축 관련 급매물이 사라지고 호가도 오르는 등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 봄기운이 돌고 있다. 김주철 닥터아파트 팀장은 “입지나 분양가가 얼마냐에 따라 편차가 크겠지만, 중소형 평수는 무난한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금자리주택 때문에 일반 분양시장이 고전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연구소 소장은 “내집마련을 생각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은 보금자리 주택에 눈높이가 맞춰져 있다.”면서 “아무리 입지 조건이 좋더라도 분양가가 높으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가치 있는 아파트를 고르려면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는 지역, 매매가가 오르는 지역, 신규 공급이 없었던 지역 등에 주목해야 한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경기와 인천지역의 지난해 분양물량은 2009년 대비 절반 정도로 줄었다. 또 서울의 경우 지난해 전체적으로 분양물량이 늘었지만 종로, 도봉, 강북구는 2년 연속 분양물량이 제로였다. 미분양 물량의 소진 속도가 빠른 전북과 부산도 주목해야 한다. 국토해양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두 지역의 미분양 물량이 2009년 대비 각각 62.5%, 62.4%나 줄었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연구소장은 “보금자리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입지가 좋은 지역은 최소 15년 이상 청약통장 가입자만 당첨될 수 있다.”면서 “부동산 시장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는 현시점에서 입지가 좋거나 투자할 가치가 있는 지역에서 이뤄지는 신규 분양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옥수 12 재개발구역의 래미안 옥수와 옥수역 인근 옥수동 어울림,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푸르지오 하임, 광명시 광명 해모로, 남양주 별내지구 동익미라벨, 부산 화명 롯데캐슬 카이저2차 등이 인기를 끌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삼성물산이 시공하는 옥수 12구역은 공급면적 147~173㎡로 구성된다. 1821가구 가운데 90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금호건설도 옥수동에서 조합아파트 297가구 중 54가구를 일반 분양한다. 공급면적 기준 105~165㎡이다. 두 아파트 모두 지하철 3호선 옥수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고 동호대교와 강변북로 등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한진중공업은 광명시 광명동 광육재건축정비사업을 통해 1267가구 중 343가구를 일반 분양한다. 면적은 81~173㎡이다. 목감천이 단지 옆을 지나며 광일초, 광남중, 명문고 등 좋은 학교가 주변에 있다. 대우건설은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에 타운하우스를 분양한다. 면적은 108㎡로 모두 144가구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고전 톡톡 다시 읽기]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옭아매는 것은 교육”

    [고전 톡톡 다시 읽기]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옭아매는 것은 교육”

    루소의 대표작 ‘에밀’은 ‘에밀’이라는 주인공과 스승의 일화를 중심으로 인간의 성장과 배움에 대해 기술한 교육서다. 인간의 품성과 자연적인 성장 과정을 고려한 교육 방식 때문에 자연주의 교육의 복음서로 여겨진 이래 ‘에밀’은 지금까지도 교육학의 고전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판금과 분서, 체포명령과 망명에 이르기까지 루소는 이 책의 출판을 계기로 고난을 겪게 된다. 특히 문제가 된 부분은 4부에 등장하는 ‘사부아 신부의 신앙고백’이었다. 루소는 사부아 신부의 목소리를 빌려 신의 계시를 확언하는 교회와 이성적 앎으로 세계를 재단하는 철학자 모두를 비판한다. 교회와 철학은 각각 신앙과 이성의 이름으로 사유를 구속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루소가 생각하기에 무엇보다도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고 규율화하는 결정적 기제는 교육이다. 따라서 ‘에밀’을 단순한 교육서로 읽을 경우 우리는 당혹스러움에 부딪히게 된다. 루소는 에밀의 환경과 성격, 수업 장소와 내용, 교사와 대화가 가져올 효과 등을 굉장히 구체적으로 기술한다. 그러나 사실 에밀이라는 인물을 비롯한 모든 상황은 상상의 산물이다. 무균질한 인간을 대상으로 한, 완벽하게 이상적인 교육 상황. 때문에 루소는 ‘에밀’의 교수법을 따라 하는 자는 반드시 실패할 거라고 말한다. 학습자를 포함한 모든 상황을 교사의 의도대로 세팅할 수 없거나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개입한다면 ‘에밀’의 교육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루소가 제시한 ‘자연주의 교육’의 아이러니가 있다. 인간이란 나약한 존재고, ‘자연’이란 질서 속의 예기치 않음을 그 본질로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자연주의 교육이란 ‘의도하지 않은 인간’을 만들어 내는 실험으로 이해되어야 하지 않을까. 교육을 통해 알 수 없는 결과를 희망하기. 교회와 철학이 ‘에밀’을 불온하게 본 까닭은 거기에 있지 않을까? “어디를 가나 불가해한 신비가 우리 주위에 맴돌고 있어. 그것은 우리 감각의 영역을 벗어나지. 그것을 간파하기 위한 오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에게는 상상력밖에 없네. 우리 각자는 그 상상의 세계를 통해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하는 길을 터나가지. 하지만 자신의 길이 목적지를 향한 길인지는 아무도 모른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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