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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꽂이]

    ●초등 고전읽기 혁명(송재환 지음, 글담 펴냄)동산초등학교 고전읽기 프로젝트에 바탕을 둔 책. 저자는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교사다. 200일 동안 시행된 고전읽기를 통해 아이들은 책을 좋아하게 됐고 행동도 변했다. 고전의 힘과 독서법을 알려준다. 1만 2800원. ●철부지 형제의 제사상 차리기(선자은 글, 김경희 그림, 임재해 감수, 푸른숲주니어 펴냄) 민족의 오랜 전통문화인 제사에 담긴 소중한 뜻과 절차를 천방지축 사 형제의 이야기 속에 담았다. 구수한 입말체가 입에 착 감긴다. 1만 1000원. ●얼쑤 우리 명절 별별 세계 명절(차태란 글, 홍수진 그림, 해와나무 펴냄) 우리나라의 명절과 세계 30여 나라의 명절 이야기를 재미있게 보여주는 세계 명절 백과사전. 1만 2000원. ●김정호 따라 한 첩 한 첩 펼쳐보는 대동여지도(이기범·고향숙 글, 한용욱 그림, 그린북 펴냄) 전체를 펼쳐 놓으면 건물 2층보다 큰 대동여지도를 통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1만 9800원.
  • [길섶에서] 브뤼셀 악기 박물관/이도운 논설위원

    벨기에 브뤼셀 출장길에 반나절 시간이 남았다. 현지 사람들은 왕립미술관을 가보라고 추천했다. 루벤스, 브뢰겔, 다비드의 그림이 걸려 있는 고전 미술관과 프랜시스 베이컨, 백남준의 작품이 전시된 근대 미술관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왕립미술관 대신 한 블록 떨어진 악기박물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미술보다 음악이 끌리는 날이었다. 박물관에 도착해 보니 왕립미술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규모였다. 그러나 전시물은 알찼다. 도대체 이런 악기들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가져왔을까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시대, 다양한 지역의 악기들이 전시돼 있었다. 2층 전시실에서 낯익은 악기들을 발견했다. 가야금과 거문고, 아쟁, 해금, 퉁소, 장구 등 우리나라 민속 악기들이 전시돼 있었다. 설명문을 보니 국립국악원에서 기증한 것이란다. K팝이 유럽에 상륙해 날로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우리의 민속 음악이 유럽인의 마음을 잡는 날을 그려보며 박물관을 나왔다.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 TV판 ‘방자전’ 짐승남 방자역에 이선호 낙점

    TV판 ‘방자전’ 짐승남 방자역에 이선호 낙점

    발칙한 스토리와 화려한 영상미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 ‘방자전’이 TV무비 버전으로 제작돼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주인공 ‘방자’역에 배우 이선호가 낙점됐다. 채널CGV 오리지널TV무비 ‘방자전’을 이끌 이선호는 남성미 넘치는 외모로 영화 ‘방자전’ 주인공인 김주혁과 전혀 다른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선호는 드라마 ‘눈의 여왕’ ‘탐나는도다’와 시트콤 ‘볼수록 매력만점’등에서 활약하며 정극과 시트콤을 넘나드는 다양한 연기로 실력을 쌓아왔으며,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에서는 황우슬혜와 가상부부로 출연하며 웃음을 주기도 했다. 이번 ‘TV 방자전’에서는 영화와 마찬가지로 고전 ‘춘향전’이나 원작 ‘방자전’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매력의 방자 캐릭터를 표현해 내 2011년 안방 극장에 또 한 번 돌풍을 일으킬 예정이다. 여기에 영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신데렐라’의 봉만대 감독이 연출하고, 영화 ‘주먹은 운다’의 전철홍 작가가 각본을 맡아 감상적인 영상미와 흡입력 있는 스토리까지 선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채널CGV의 ‘TV방자전’은 오는 10월 말 첫 방송된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한국피겨, 첫 외국인 국가대표 코치 영입

    한국피겨, 첫 외국인 국가대표 코치 영입

    척박한 토양에서 김연아(고려대) 같은 ‘천재’가 등장하길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이 한국 피겨스케이팅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코치를 선임하며 칼을 빼들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은 물론 안방에서 열리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대비한 포석이다. 빙상연맹은 러시아 출신의 세르게이 아스타셰프(47) 코치를 선임,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꿈나무 선수들을 육성하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계약 기간 1년에 연봉 6만 달러. 아스타셰프 코치는 주 6회 하루 3시간씩 국가대표 선수들을 지도할 예정이다. 피겨는 국가대표라도 개인 코치 체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선수들과 스케줄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스타셰프 코치는 1983년부터 러시아·핀란드·미국에서 코치를 하며 숱하게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을 길러낸 유명 피겨 지도자다. 아이스댄스 올림픽 2연패를 한 옥사나 그리추크(1994년, 98년)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로만 코스토마로프(2006년·이상 러시아)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아사다 마오를 가르쳐 친숙한 타티아나 타라소바(러시아) 코치와 함께 선수들을 지도하기도 했다. 아스타셰프 코치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다. 남녀 싱글 유망주에게 스케이팅 기술을 전수하는 게 첫 번째다. 선수 개인코치들과는 별도로 스케이팅 기술을 전문적으로 맡는 셈. 한국 선수들은 국제대회에서 점프와 스핀은 곧잘 했지만 스텝 시퀀스에서 고전하는 편이었다. 스텝을 전문적으로 가르칠 필요가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빙상연맹이 받아들였다. 다음 역할은 아이스댄스 종목 개척이다. 한국의 아이스댄스는 명맥이 끊겼다. 빙상연맹은 이달 말 선수를 공개 선발한 뒤 다음 달부터 아스타셰프 코치의 지도 아래 집중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빙상연맹은 “피겨스케이팅 전 종목에서 균형 있게 선수를 양성할 계획이다. 평창올림픽에서는 피겨팀 경기를 비롯해 전 종목에 출전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아스타셰프 코치는 “김연아를 통해 한국 피겨의 미래를 봤다. 선수 개인 코치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소치와 평창에서 본선에 진출하는 걸 우선 목표로 삼겠다.”고 말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MACAU-축제예감, 마카오 산책

    MACAU-축제예감, 마카오 산책

    축제예감, 마카오 산책 마카오가 좋았던 건 오랜 세월, 정치와 종교와 문화가 이리저리 흔들리고 뒤섞였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불뚝거리지 않고 조화롭게 자리잡은 그 흔적들이 유독 돋보였기 때문이다. 미묘한 세월의 색감으로 채색된 마카오의 길 위에서 고집스럽게 내 것만을 고집하던 강퍅한 마음이 여유로운 축제 예감에 절로 들썩거렸다. 글·사진 한윤경 기자 취재협조 마카오정부관광청 kr.macautourism.gov.mo 2, 3 마카오 콜로안섬은 바다와 어우러진 파스텔톤의 길과 건물들이 밤낮으로 아름다운 감흥을 자아낸다. 콜로안의 거리 풍경은 채색 그림동화, 그 자체다 4 마카오의 파란 하늘 위로 축제의 흥을 돋우는 색색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5 세나도 광장 맞은편에는 중국풍 느낌이 물씬한 ‘펠리시다데 거리’가 자리한다. 일명 ‘행복 거리’인 이곳은 과거 홍등가였던 것을 특별한 관광명소로 재구성하였다. 현재는 음식점과 숍 등이 들어와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street 걸어서 만나는 즐거움 마카오는 유독 즐길거리가 많기로 유명한 여행지다. 여러 나라의 음식문화가 유입되어 특유의 맛으로 더욱 맛깔나게 업그레이드되었다는 먹거리에, 하룻밤 대박을 꿈꾸게 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휘황한 카지노, 갖가지 테마로 치장한 화려한 호텔과 다채로운 쇼까지, 힘들이지 않고 여행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대표 관광지로 자리잡은 지 이미 오래다. 하지만 마카오의 진수를 맛보려면 먼저 편한 신발을 신고 거리로 나서 보아야 한다. 어수선한 듯 묵직하게 자리한 오래된 거리 속을 여유롭게 걸어서 돌아다녀 보자. 천천히 걸어 다니며 감흥을 얻기에 이만한 도시가 없다. 마카오 거리로 나서면 먼저 시간이 스며든 회색톤의 건물들과 물결치는 광장 위로 쏟아지는 뜨거운 태양을 만날 수 있다. 무채색 건물 위로 밝게 떠오르는 희고 노란 파스텔톤의 색감과 종종 강렬함을 드러내는 원색의 배치는 그림인 듯 어우러지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크고 작은 호텔들 주변의 길 한 켠에는 어김없이 전당포들이 즐비하고 복닥복닥 어둑한 어느 골목으로 스며들면 먹고 사는 풍경과 소리만으로도 신명나는 재래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그 거리에 현지인들이 바쁘게 오가고 호기심 어린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켜켜이 가볍게 섞여든다. 마카오가 포르투갈의 통치에서 벗어나 중화인민공화국 마카오특별행정구로 도시 형태를 바꾼 것이 1999년. 포르투갈이 동양 진출의 교두보로 마카오에 진출한 지 400여 년 만의 일이다. 홍콩을 통해 서양문물이 들어오기 전까지 서양문화가 들어오는 통로 역할을 한 마카오는 서양의 문물과 문화가 요동치듯 뒤섞이고 들썩거리는 현장이었을 것. 그 결과, 오늘의 마카오 거리는 유럽 속의 동양인 듯, 동양 속의 유럽인 듯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1 아름다운 색감과 동화 같은 구성이 매력적인 <자이아> 2, 6, 8 파티마 성모 축제의 행렬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카오 구석구석에 자리한 문화유산들을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이 함께 염원하는 지향에 귀기울이는 기회도 갖게 된다 3, 7 콜로안섬의 탐쿵 축제는 탐쿵신을 기리는 행사로 동네 단합과 화합의 장이 된다 4 빗속의 공중곡예뿐 아니라 고난이도 다이빙에 오토바이 묘기까지 <더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는 관람 내내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5 세나도 광장은 아침부터 술 취한 용의 축제 참가자들이 품어대는 술 세례에 취기가 가득하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festival 흥겹게 함께 어우러지는 순간 지역에 따라 모양새를 달리할지언정 축제를 준비하고 참여하는 마음의 바탕은 대동소이하다. 매일매일이 똑같아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고 싶을 때도, 힘든 노동의 결과로 즐거움을 맞았을 때도, 미약하고 어려운 시작에 도움을 청하고 마음을 다잡을 때도, 심지어 죽은 이를 보내는 순간이나 믿음을 고백하는 순간에도 우리는 또 ‘축제’를 준비한다. 이채로운 축제를 엿볼 때면 흥미롭고 신나는 한편, 그들 또한 내가 품고 있는 그 바람을 품고, 내가 사는 바로 그 일상을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어찌 보면 거리를 걷다가 반가운 사람을 만나는 그 순간도, 오래 벼르던 공연을 관람하며 색다른 기쁨을 맛보는 그 순간도 실은 축제의 씨앗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일상의 발걸음 속에 고비고비 축제의 순간들을 끼워 넣으며 잠시 잠깐씩 호흡을 고르는 것일 터이다. 따지고 보면 축제는 하루하루의 삶과 다름 아니다. 가을로 접어드는 마카오에는 봄 축제만큼이나 다채로운 계절 축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9월의 국제불꽃놀이대회와 10월의 마카오 음악축제부터, 11월의 마카오그랑프리, 12월의 국제마라톤대회까지 연중 다양한 축제로 들썩이는 마카오를 만날 수 있다. 술 취한 용의 축제 세나도 광장 분수대 주변은 아침 일찍부터 축제의 설렘이 그득하다. 골목 안 콴 타이 사원에서는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매캐하게 향을 태워 올리며 신 앞에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한편 벌써부터 얼굴이 불콰해진 축제 참가자들은 나무로 만든 용을 들고 한껏 흥을 돋운다. 입에 머금었다 뿜어대는 술 세례에 용도 취하고 넋 놓고 구경하던 빳빳했던 일상들도 함께 취해 돌아간다. 광장에서 시작된 행렬은 부두로 이어지며 늦게까지 마시고 취해 거나한 저녁으로 마무리된다. 애초에 용에게 술을 올리며 바라 마지않던 고기잡이 뱃사람들의 안녕과 수확, 그리고 역병 퇴치의 염원은 굽이굽이 흥겨운 몸짓으로 휘청휘청 완성되어 간다. 부처님 오신 날 열린다. 탐쿵 축제 콜로안섬 골목 안쪽에서는 잘 익은 통돼지 한 마리를 바닥에 놓고 사람들이 수런거린다. 알록달록 퍼레이드 옷을 맞춰 입은 동네 아주머니들은 깃발을 흔들며 흥을 내고 2층 높이의 건물 사이에 쳐놓은 줄에는 지나갈 용을 위해 간식으로 걸어놓은 배추쪼가리가 앞뒤로 흔들거린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사자 한 마리가 에그타르트로 유명한 로드 스토우 가게 안으로 꿈틀꿈틀 머리를 들이밀며 축복을 해주고 곱게 차려입은 어린아이 둘이 가마에 기웃하니 올라서서 행진을 준비한다. 콜로안섬에서는 병자를 치유해 주고 날씨를 관장한다는 아기 신 ‘탐쿵’의 탄생을 기념해 해마다 5월8일이면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축제를 벌인다. 이 기간 중 밤이면 탐쿵 사원에서는 경극도 올리고 각종 전통놀이와 폭죽놀이 등도 펼쳐 뱃사람들의 수호신 탐쿵신을 기리는 축제에 신명을 다한다. 파티마 성모 축제 성도미니크성당 주변은 미사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인파로 번잡하다. 저녁 6시 무렵 성당을 나와 거리로 나선 행렬의 맨 앞에는 깨끗하게 차려입은 화동 세 명이 붉은 꽃을 뿌리며 길을 열고 흰 옷에 미사포를 쓴 여인들이 옮기는 꽃가마 위에 성모님이 자리했다. 그리고 그 뒤를 사제와 신자들이 줄지어 따라간다. 촛불을 손에 든 행렬은 기도를 올리며 마카오대성당을 지나 약 2km에 이르는 거리를 1시간30분가량 행진하는데 펜하 성당에 이르러 다시 미사를 올리고 마무리하게 된다. 파티마 성모 축제는, 가톨릭이 동양에 들어올 때 그 출발지가 되었던 마카오에서 종교를 떠나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축제로 자리잡았다. 포르투갈의 파티마에서 세 명의 어린아이들에게 발현했다는 성모의 기적을 기념하는 축제로 해마다 5월13일에 열린다. 환호로 함께하는 축제, 서커스 서커스를 보는 마음은 롤러코스터를 타듯 들쭉날쭉이다. 급격하게 흥분되고 짜릿하다가도 애잔한 감성으로 뚝 떨어지는 것이, 짧은 시간에 다양한 빛깔의 감흥을 체험할 수 있기에 더욱 흥미롭다. 보고 있는 순간만큼은 100% ‘몰아의 순간’을 체험할 수 있다. 대형 서커스 공연으로 유명한 마카오에서 대표적인 공연을 꼽으라면 역시 <더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The House of Dancing Water>와 <자이아ZAIA>일 것. 그동안 베네치안 마카오의 세계적인 서커스 <자이아>가 몽환적이고 동화 같은 스토리와 구성으로 큰 평가를 받았다면 지난해 시티 오브 드림즈가 새롭게 선보인 <더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는 무대를 구성하는 놀라운 규모와 박진감으로 관람객을 사로잡는다. 특히 맨바닥 무대 위로 장대비가 쏟아지다가 한순간에 10여 미터 높이에서 다이빙을 선보이는 등, 다이내믹한 무대에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더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 | 관람요금 | VIP석 HKD1,380 A석 어른 HKD880, 어린이 HKD620 B석 어른 HKD680, 어린이 HKD480 C석 어른 HKD480, 어린이 HKD340 문의 | 시티 오브 드림즈 853-8868-6688 www.thehouseofdancingwater.com 자이아 | 관람요금 | VIP석 HKD1,288 일반석 어른 HKD388~788 어린이 HKD194~394 문의 | 베네치안 마카오 853-2882-8818 www.venetianmacao.com 나차 사원과 성 바오로 성당 유적은 오랜 세월 서로 사이좋게 이웃해 있다. 나차 사원 안에서 바라본 성 바오로 성당 유적 heritages 평화로운 공존의 가치 마카오에는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 30곳에 이른다. 하나하나의 장소를 떠나 동서양 문화교류의 흔적을 가장 넓은 지역에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시 자체가 그 가치를 그대로 인정받고 있다. 그에 더해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혼재되어 이루어진 사회임에도 오랜 시간 서로 대립하지 않고 평화롭게 공존해 온 그 조화로움이 큰 점수를 얻은 것. 내 것 아닌 것, 나와 다른 것에 유난히 배타적인 우리네와 비교해 보면 이상할 정도의 관대함이라 아니할 수 없다. 다양한 축제의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문화유산들은 축제의 감흥까지 얹어져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더구나 대부분의 문화유산들이 마카오 구시가지를 중심으로 자리해 있어 하루 정도면 걸어서 돌아볼 만하니 환상의 도보여행 코스라 할 만하다. 01 성 바오로 성당 유적 1580년 지어진 성 바오로 성당은 1835년 화재로 모두 불타고 정문과 정면계단, 건물 토대만 남았다. 전면부의 조각과 건축 양식 등에 동서양의 문화가 조화롭게 드러나 있어 마카오에서만 볼 수 있는 소중한 유적으로 손꼽히고 있다. 마카오의 대표 이미지. 02 기아 요새 마카오에서 가장 높은 송산松山에 자리한 기아 요새는 1622년에 건축되었다. 요새에는 기아 등대와 예배당이 자리하고 있으며 동서양의 양식이 혼재된 건축 양식과 은은한 색감의 예배당 프레스코 벽화가 유명하다. 개방시간 | 요새 오전 9시~오후 5시30분, 예배당 오전 10시~오후 5시(등대는 내부 관람 불가) 03 아마사원 마카오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로 유교, 도교, 불교뿐 아니라 토착 신앙의 흔적도 발견할 수 있는 사원. 마카오라는 이름도 이 사원 이름에서 나왔다고. 개방시간 | 오전 7시~오후 6시 04 나차 사원+구시가지 성벽 1888년 전염병을 막기 위해 나차신에게 바쳐진 사원으로 작지만 우아하고 섬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불어 나차 사원 옆에 자리한 구시가지 성벽은 1569년부터 포르투갈인들이 쌓은 성벽으로 현재는 성벽 잔해 일부만 남아 있다. 개방시간 | 오전 8시~오후 5시 05 마카오대성당 1622년 건축된 가톨릭 성당으로 제단 아래 16, 17세기 주교의 유품들이 매장되어 있다. 마카오 반환 전까지 새로 부임하는 마카오 총독은 이 대성당 성모 마리아 앞에서 의식을 치루는 것이 전통이었다. 개방시간 | 오전 7시30분~오후 6시30분 06 만다린하우스 1869년 건축물로 중국의 사상가 정관잉의 고택이었다. 창과 지붕 등 중국 전통방식으로 설계되었으며, 인도풍의 천장과 문틀 등, 이국적 건축양식이 혼합되어 눈길을 끈다. 개방시간 | 오전 10시~오후 6시(화, 수요일 휴관) 07 성도미니크성당 1587년 도미니크회 사제들이 지은 성당으로 중국에 지어진 첫 번째 성당. 성당 내부는 화려하고 바로크풍 제단이 아름답다. 성당 앞 광장은 볼거리 많은 세나도 광장으로 이어진다. 개방시간 | 오전 10시~오후 6시 08 릴 세나도 빌딩+세나도 광장 릴 세나도 빌딩은 1784년 마카오 정부청사로 건축된 신고전주의 건축양식의 건물로 고가구로 장식한 도서관이 들어서 있다. 포르투갈풍의 도기 타일 ‘아줄레조Ajulejo’로 꾸민 인테리어와 내부 정원이 눈에 띈다. 릴 세나도 빌딩에서 내려다보면 세나도 광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광장 주변으로 19~20세기에 지어진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특유의 물결무늬 광장은 1993년 조성한 것. 개방시간 | 전시관 오전 9시~오후 9시(월요일 휴관), 정원 오전 9시~오후 9시 09 무어리시배럭 1874년 건축된 건물로 무굴제국의 영향을 받은 디자인이 돋보인다. 마카오 치안을 맡았던 인도인 용병들을 수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지금은 마카오 해상행정국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다. 개방시간 | 오전 9시~오후 6시 T clip. 마카오 가는 길 인천과 마카오를 에어마카오가 매일, 진에어가 주 3회 운항하고 있다. 비행시간 3시간30분 정도. 홍콩을 거쳐 페리로 들어갈 수도 있다. 화폐 마카오 공식 화폐는 파타카MOP로 1파타카는 150원 정도. 파타카와 더불어 홍콩달러가 통용된다. 시차 한국보다 1시간 늦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오바마 스피치 라이터 러비츠, 할리우드 코믹 극작가로 변신

    오바마 스피치 라이터 러비츠, 할리우드 코믹 극작가로 변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스피치 라이터(연설문 작성자)인 존 러비츠(29)가 이달 중순 백악관을 떠나 할리우드 코믹 극작가로 직업을 바꾸기로 해 화제다. 러비츠는 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코미디 대본을 쓰는 것은 나의 오랜 꿈이었다.”면서 행복감을 드러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는 것과 전직(轉職)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러비츠는 오바마 대통령의 금융개혁 관련 연설문 등을 작성하는 등 ‘고전적’인 연설문 작성 능력도 갖췄지만, 그보다는 재치있고 재미있는 글을 쓰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4월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좌중의 배꼽을 잡게 만든 연설문도 러비츠가 썼다. 러비츠는 워싱턴 정가를 소재로 한 TV 정치 시트콤과 1970년대 인기를 끌었던 한국전쟁 관련 드라마 ‘매시’(MASH)와 같은 작품을 쓰고 싶다고 밝혔다. 러비츠는 윌리엄스대학(수학 전공)에 다닐 때부터 뉴욕의 아마추어 코미디 클럽에서 유명했었다. 2004년 존 케리 민주당 상원의원의 대선 캠프에 합류하면서 정치권과 인연을 맺었으며, 2005년 대선 출마를 준비하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게 ‘스카우트’됐다.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백악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US오픈] 상금 19억원 찜! 나달 가볍게 16강

    라파엘 나달(세계 2위·스페인)과 앤디 머리(4위·영국)가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US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2371만 8000달러·우승 상금 180만 달러)에서 순항하고 있다. 나달은 5일 미국 뉴욕 플러싱메도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끝난 대회 7일째 남자 단식 3회전(32강)에서 다비드 날반디안(76위·아르헨티나)을 3-0(7-6<5> 6-1 7-5)으로 완파하고 16강에 올랐다. 첫 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따낸 나달은 오른발에 생긴 물집으로 경기 도중 메디컬 타임을 요청하는 등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하지만 날반디안은 60개의 실책을 쏟아내며 자멸했다. 나달은 4회전 질 뮬러(68위·룩셈부르크)와 8강 진출 티켓을 다툰다. 머리는 펠리시아노 로페스(스페인)를 3-0(6-1 6-4 6-2)으로 가볍게 제치고 16강에 올라 와일드카드로 올라온 미국의 도널드 영(84위)과 맞붙는다. 질 시몽(12위·프랑스)은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18위·아르헨티나)를 3-1(4-6 7-6<5> 6-2 7-6)로 물리치고 16강에 합류했다. 앤디 로딕(21위·미국)은 줄리앙 베네토(81위·프랑스)를 3-0(6-1 6-4 7-6<5>)으로, 다비드 페레르(5위·스페인)는 플로리안 마이어(27위·독일)를 역시 3-0(6-1 6-2 7-6<2>)으로 누르고 16강에 올랐다. 여자 단식에서는 3회전에서 우승 후보 마리야 샤라포바(4위·러시아)를 꺾었던 플라비아 페네타(25·이탈리아)가 펑솨이(14·중국)를 2-0(6-4 7-6<6>)으로 제압하고 8강에 진출했다. 페네타는 앙겔리케 케르버(92위·독일)를 상대로 준결승 진출을 노린다. 여자 랭킹 2위 베라 즈보나레바(러시아)는 자비네 리지키(18위·독일)를 2-0(6-2 6-3)으로 완파하고 8강에 올랐다. 서맨사 스토서(10위·호주)는 마리야 키릴렌코(29위·러시아)를 상대로 메이저 대회 여자 단식 사상 가장 긴 타이브레이크 끝에 2세트를 내주는 등 고전했지만 2-1(6-2 6-7<15> 6-3)로 승리해 8강에 합류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한화금융클래식] 최나연, 올 시즌 처음으로 웃었다

    [한화금융클래식] 최나연, 올 시즌 처음으로 웃었다

    최나연(24·SK텔레콤)이 국내 무대에서 시즌 첫승을 신고했다. 지난해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상금왕 최나연은 4일 충남 태안군 골든베이골프장 오션·밸리코스(파72·6564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한화금융 클래식(총상금 10억원)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3개를 맞바꿔 이븐파 72타를 쳤다. 최종합계 1언더파 287타를 기록한 최나연은 우승상금 2억원을 움켜쥐었다. 대회 기간 바람이 심했고 러프가 길어 선수들이 고전한 가운데 최나연은 유일하게 언더파를 쳤다. 최나연이 국내에서 우승한 것은 지난해 10월 LPGA 투어 하나은행 챔피언십이지만, KLPGA 대회로는 2007년 9월 신세계배 KLPGA 선수권 이후 4년 만이다. 최나연은 지난달 LPGA 투어 세이프웨이 클래식에서 준우승한 것이 올 시즌 최고의 성적이다. 최나연은 “나흘 내내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많은 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승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최혜용(21·LIG)은 합계 3오버파로 2위에 올랐고 안시현은 5오버파 공동 3위, US여자오픈 우승자 유소연(21·한화)은 이날만 5타를 잃은 탓에 6오버파 5위로 대회를 마쳤다. 2위에 2타차 단독 선두로 4라운드에 나선 최나연은 중반까지 유소연과 치열한 우승 다툼을 벌였다. 승부는 12번 홀(파3)에서 갈렸다. 최나연에 2타 차로 벌어진 유소연은 12번 홀에서 티샷한 공이 워터 해저드 선상에 떨어졌다. 유소연은 해저드 안의 풀을 손으로 건드려 2벌타를 받으면서 순식간에 우승 경쟁에서 탈락했다. 오히려 앞선 조의 최혜용이 15번 홀(파4)에서 버디를 낚으며 단독 2위로 올라섰다. 3라운드까지 선두에 8타 뒤졌던 신지애(23·미래에셋)는 이날 3번 홀(파4)까지 세 홀 연속 버디를 낚으며 대역전극의 기대를 부풀렸으나 이후 8번 홀(파3)까지 보기 3개가 이어진 탓에 공동 6위(7오버파 295타)에 머물렀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23)‘법가’ 대표주자 한비자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23)‘법가’ 대표주자 한비자

    춘추전국시대(B.C. 772~221)는 전쟁의 시대였다. 하늘의 덕을 상징하던 왕자(王者)의 정치가 힘의 논리를 앞세우는 패자(覇者)의 정치로 바뀌었던 것. 하지만 혼란의 시대가 사상적으로는 커다란 발전의 계기가 되었다. 극심한 위기의 시대를 돌파하기 위한 다양한 방식의 정치철학이 논의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도가(道家), 유가(儒家), 음양가(陰陽家), 묵가(墨家), 종횡가(縱橫家), 법가(法家) 등 독특한 세계관에 바탕한 제자백가들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법가를 대표하는 한비자(韓非子, 280~233)는 이러한 시기에 가장 늦게 등장한 사상가였다. 한비자는 한(韓)나라 왕의 측실 소생 왕자로 태어났다. 그는 일찍이 큰 뜻을 품고 당대 최고의 대학자인 순자(荀子) 밑에서 배움을 구했다. 성악설(性惡說)에 기반한 순자의 사유는 한비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만, 한비자는 예치(禮治)를 주장하는 스승의 생각에는 끝내 동의할 수 없었다. 한비자가 보기에 세상은 인의나 도덕, 혹은 예 같은 이상적인 담론으로 구원될 무엇이 아니었다.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혼탁했으며, 인간이란 그렇게 믿을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었다. 사상은 무엇보다도 실제적이고 유용해야 했다. 제자백가 사상가들의 무기는 말이었다. 그들은 화려한 변설(辨說)을 통해 자신들의 말이 갖는 가치와 명분을 설파했다. 하지만 진리들이 넘쳐나도 왜 세상은 언제나 그대로인 것일까. 어째서 그토록 훌륭한 가치들이 실현되기는커녕 또 다른 말을 낳는 수단이 되고 마는가. 그 수많은 말들 속에서 진정으로 어떤 말이 천하를 제패하는 귀중한 말이 되고 어떤 말이 그저 자신의 입을 나오는 순간 사라지는 운명에 처해지는가. 말과 말이 충돌하며 말들의 진리 게임이 펼쳐지던 시대, 한비자는 우리에게 어떤 말을 들려주려고 했던 것일까. 놀랍게도 한비자는 심한 말더듬이였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한비자의 고백에 따르면, 그는 말을 못하는 사람이었다기보다는 스스로 말을 아꼈던 사람처럼 보인다. “저에게 말을 한다는 것, 그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제가 말하기를 꺼려 망설이는 까닭은 다음에 있습니다.” 한비자는 유세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의 글은 보는 이를 감탄케 하는 간명하고 통쾌한 논리로 충만해 있었다. 송(宋)에 부자가 있었다. 비가 내려 담장이 무너졌다. 그 아들이 말하기를 ‘고치지 않으면 앞으로 반드시 도둑이 들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그 이웃집 노인도 역시 같은 말을 하였다. 밤이 되어 과연 그 말대로 재물을 크게 잃어버렸다. 그 집에서 아들은 대단히 지혜롭다고 여겼지만 이웃집 노인은 의심하였다. (‘세난’) 말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흔히 말의 힘을 말에 담긴 진정성에서 찾는다. 진실된 말. 그런 말이라면 상대가 누구이건 어디에서건 말은 힘을 갖는다고. 하지만 한비자에게 말은 그 자체로는 아무 것도 아니다. 송나라의 부자에게 아들과 이웃집 노인이 건넨 말은 표면상 동일하다. 그런데 한 사람의 말은 그를 지혜로운 자로 여기게 만들었고, 다른 한 사람의 말은 그를 의심스러운 자로 여기게 만들었다. 하나의 말, 두 개의 가치. 그 자체로 훌륭한 말, 좋은 말은 없다. 정황상 옳은 말도 그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이 싫을 땐 폭력이 된다. 반대로 내가 스승이라 여기는 사람의 말은 뼈아픈 말들까지도 나를 키우는 배움의 말이 된다. 한비자는 이윤과 백리해 같이 지혜로운 자들이 군주에게 다가가기 전에 요리사와 노예로 살았던 사실을 지적한다. 이윤과 백리해는 비천한 신분으로라도 군주와의 관계를 먼저 만들고자 했다는 것. 그들이 지혜로운 이유는, 말에 앞서 관계를 만들어 냈다는 데 있다. 하여 이윤과 백리해의 말은 마침내 군주에게 가 닿을 수 있었다. 한비자는 말 그 자체의 힘을 믿지 않았다. 그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말로써 뜻을 이루겠다고 나서는 것을 어리석게 여겼다. 말의 힘은 믿음에서 생긴다. 믿음(信)은 말(言) 옆에 사람(人)이 서는 데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 말에서 사람, 즉 관계가 사라지면 말은 곧 죽고 만다. 우리들이 현실에서 경험하는 많은 말들도 마찬가지다. 관계의 장을 떠나면 말은 아무런 힘을 갖지 못한다. 매번 경험하면서도 우리는 쉽게, 그리고 자주 이 사실을 잊는다. 한비자는 종종 권모술수의 사상가로 소개된다. 아마도 이것은 한비자가 노골적으로 군주의 ‘통치술(術)’을 강조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면적인 평가는 한비자에게서 그의 시대를 분리시킨 결과다. 다시 말해 한비자가 법(法=형벌)·술(術)·세(勢) 등 실제적인 통치 수단을 강조했던 것은 그의 시대가 앞선 사상가들에 의해 숱한 이념으로 점철된 상태였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이념은 충분하다 못해 넘쳐났다. 그런데 이념을 말하는 어떤 사상가도 정치를 실제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한비자는 사람들이 침묵한 곳에서 묻는다. 그가 보기에 좋은 이념과 나쁜 이념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그보다 먼저 이념이 실현되도록 힘써야 한다. 아니 실현될 때에만 이념은 이념이 된다. 중요한 건 정치가 ‘무엇’인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죽기 전에 한비자를 만날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훗날 전국 시대를 종식시키고 중국 최초의 통일 왕조를 이룩한 진왕(진시황)의 말이다. 당시 진왕은 누구보다도 일찍 그리고 높이 한비자를 주목했던 야심만만한 군주였다. 진왕 밑에는 한비자와 함께 순자에게서 공부했던 이사(李斯)란 인물이 있었다. 이사는 진왕의 바람을 들어주기 위해 계책을 꾸민다. 진나라가 한나라를 공격할 것이라고 소문을 퍼뜨리면, 한왕이 급히 한비자를 사신으로 보내 화평을 요청할 것이라는 것. 이사의 예측은 적중했다. 당대 최고의 사상가 한비자와 전국시대 최고의 전쟁 군주 진왕은 그렇게 마주 섰다. 막상 한비자와 진왕의 만남이 이루어지자 당황한 쪽은 이사였다. 이사는 자신보다 능력이 뛰어난 한비자가 진왕의 총애를 받을까봐 두려웠다. 한비자와 진왕의 실제 만남이 어떠했다는 정확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진왕이 실망을 느꼈다고도 하고, 진심으로 기뻐했다고도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만남은 한비자의 비극적 죽음으로 끝이 났다.한비자의 죽음은 말의 힘이 관계에 기반한다는 그의 생각과도 관련이 깊다. 사람과 말이 맺는 관계의 차원에서 보자면, 당시 진왕의 곁에 있던 사람은 이사였지 한비자는 아니었다. 이사는 진왕에게 참언한다. 한비자는 왕족이라 결코 마음으로 한나라를 배반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살려 보낸다면 결국 진나라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진왕은 이사의 말을 좇아 한비자를 옥에 가두었다. 결국 한비자는 이사가 건넨 독약을 마시고 감옥에서 생을 마감한다. 억울했지만, 그에게는 진왕에게 변명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한비자의 죽음이 허망하게 느껴지는 건 그의 사상이 새롭고 진취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하여 그가 자신의 뜻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하고 죽었다는 것. 그가 죽은 뒤 천하를 통일하게 된 진시황이 한비자의 사상을 자신의 주요 통치 이념으로 현실화했다는 것. 하지만 한비자의 비극은 그가 일찍 죽었기 때문이 아니라, 사상가로서 그가 삶을 통해 아무런 관계의 현장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에 있다. 미처 그런 자신을 성찰하지는 못했다는 것. 현실화되지 못하는 말의 허망함이라면 일찍이 한비자가 통찰했던 지혜가 아니었던가. 그랬던 그도 정작 자신의 운명 앞에서는 현장 없는 곳에 자신의 말을 세우고 말았다. 한비자는 영원한 말더듬이로 남았다. 이념이 삶의 척도가 되는 시대에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한비자의 법은 새로운 관계에 대한 사유였다고도 말할 수 있다. 법 앞에서는 관계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법 앞에는 오직 법과의 관계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념이 사라지고 법만 횡행하게 되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그런 사회가 어떤 이상을 갈구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우리 사회가 집단적으로 ‘정의’에 열광하는 것은 그저 우연일까. 문성환 남산 강학원 연구원
  • [글로벌 시대] 종이교과서 가고 태블릿이 온다/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

    [글로벌 시대] 종이교과서 가고 태블릿이 온다/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

    글로벌시대 가장 먼저 글로벌화된 분야는 금융과 교역이다. 그 다음은 정치가 글로벌화된다. 이미 유럽연합(EU) 정부, 의회가 만들어지고 유로존 통합 재경부를 만들고 있듯이 아랍권, 남미권, 북미권, 아시아권 등의 정치가 글로벌화, 융합되는 해를 2015년쯤이라고 본다. 다국적기업이 많이 생기면서 기업과 일자리가 글로벌화되어, 한국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다국적기업이나 글로벌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해를 2020년이라고 본다. 이때 글로벌 일자리에 맞는 인재를 만들기 위해 글로벌교육, 세계시민교육 등이 부상하면서 교육 및 커리큘럼 통합이 이뤄진다고 본다. 각국의 교과서가 아닌 세계 교과서를 미디어북에서 가져와 읽고 엄청난 지식 속에서 어떤 제품, 서비스, 프로젝트, 이론을 만들까를 생각하게 된다. 2025년이 되면 마지막으로 글로벌 사회 문화 융합이 일어난다고 본다. 전자책(e북)이나 디지털북은 이미 고전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교과서를 아이패드로 가지고 오겠다고 발표하였고, 말레이시아는 미디어북을 만들고자 한다. 미디어북은 교과서를 실시간 업데이트해 주며, 새로운 과학발명과 새로운 지식을 즉각 매초 단위로 반영하고 개선해준다. 수많은 부교재, 참고서 등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패디도 만들었다. 다양한 콘텐츠는 이미 준비가 끝난 상황이다. 2020년에 다가올 글로벌교육을 위한 집단지성이 부상하고 있다. 교육에서 피해갈 수 없는 더 많은 정보, 더 정확한 정보, 더 빠른 정보를 원하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에 일어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집단지성의 대표적 사이트가 위키피디아(위키백과)이다. 위키피디아는 신뢰가능한가? 신뢰보다는 위키피디아를 통해 다양한 생각을 얻을 뿐이다. 하지만 10년 된 교과서나 30년 된 교수의 지식보다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어 요즘 학생들은 교사, 부모보다는 검색에 묻고 위키피디아에 묻는다. 신뢰할 수 없는 검색의 대안으로 대답엔진 콜리전스가 나왔다. 말레이시아 총리실에서 재정 지원을 했다. 세계 각국 최고의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이 모여 만들었다. 콜리전스는 모든 웹사이트, 페이스북, 블로그, 트위터 등 실시간 소셜네트워크도 검색하여 질문에 대답을 해준다. 각국이 개발에 혈안이 된 콜리전스는 구글의 검색엔진이 단어로 질문을 하면 수백만건의 관련 글들을 찾아주지만 수업 시간 내에 수백만개의 검색된 글을 읽을 수가 없어서 착안한 것이다. 세계가 패디, 콜리전스, 교육개혁을 꾀하는 이유는 바로 글로벌화 때문이다. 이제 한 나라에서만 일자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일을 하게 된다. 세상은 변했고 학생도 변했는데 교육은 200년 전 그대로이다. 하지만 교육도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일자리가 한정되고,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좋은 일자리,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아다니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또 인간은 자신의 두뇌 향상을 끊임없이 꾀한다고 한다. 그래서 뇌 향상과 집중도를 높여주는 나디(NADI)라는 기기도 학생들에게 나눠주기로 한 것이 말레이시아다. 나디는 뇌공학, 신경과학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는 기기다. 사용자의 뇌파 정보가 디지털화되어 태블릿과 서버와 상호작용하며 이러한 정보들이 축적되어 다양한 성과 지표들이 부모와 교사에게 전달되고 활용되도록 하는 기능이 있다. 교육훈련과 뇌파를 통한 피드백을 가능하게 하고 아날로그적 뇌파를 디지털화시켜 태블릿과 서버에 정보를 전달하고 소통하는 뇌 훈련으로 뇌 향상이 가능하다. 나디는 또 행동장애, 과잉행동 등의 지적장애를 가진 아동들을 뇌 훈련을 통해 향상시켜 주며 미국에서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글로벌화는 사실상 교육이 글로벌화됨으로써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다. 특히 뇌 훈련을 통해 더 창의적이고 더 논리적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학생들이야말로 글로벌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
  • 악순환에 한국경제 악! 소리

    악순환에 한국경제 악! 소리

    9월 이후 국내 농산물 가격이 안정되더라도 가공식품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먹을거리 구입 부담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일 농촌경제연구원은 국제 원료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9월 이후 하반기에도 식품 생산 원가가 1~13%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원이 발간한 ‘수입 원재료 가격 상승의 식품물가 파급 영향과 대응 방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제 원료 농산물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추가로 10~43% 올랐다. 국제 농산물 가격의 변화가 국내 가공식품에 영향을 미치는 데 6개월가량의 시차가 있음을 고려하면 9월 이후 하반기에 추가로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식품별로는 설탕류 10.8%, 밀가루 9.9%, 식용유 6.6%가 상승할 전망이다. 이들 식품들이 다른 가공식품의 원료로 쓰인다는 점에서 물가 상승의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여기에 수도권에 사는 주부 300명을 대상으로 품목별 물가 상승에 따른 심리적 고통 수준을 조사한 결과 식료품·비주류 음료 가격이 올랐을 때 심리적 고통을 느낀다는 응답자가 39.1%로 가장 많았다. 식품기업은 시설 설비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 대기업에 의해 주도되는 경향이 많다. 이 때문에 식품 제조업은 매출액 기준 상위 4개사가 점유율이 40% 이상인 과점시장으로 분류될 수 있는 업종이 많다. 특히 밀가루, 설탕, 대두유, 아이스크림, 라면 등의 시장 집중도가 높아 해당 시장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하다. 또 식품업체는 광고비가 상대적으로 싼 광고전단과 매장 광고의 비중을 높이는 등 판매관리비용을 절감하는 노력으로 가격 상승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연구원은 지적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실리콘밸리 핵심 혁신기술 한국 기업에 접목”

    “실리콘밸리 핵심 혁신기술 한국 기업에 접목”

    “세상을 바꾸는 실리콘밸리의 핵심적인 혁신기술에 한국과 아시아의 기업들이 접근할 수 있을까? 접근이 가능하다면, 한국의 기업과 아시아의 시장에 가져가 접목시킬 수 있을까?” 이런 문제 의식을 갖고 실리콘밸리와 테헤란밸리에 나란히 본부를 둔 ‘포메이션8’이라는 투자업체가 탄생했다. 창업자는 스탠포드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은 구본웅(32) 대표. 구 대표는 2002년 미국 스탠포드 입학 직후부터 실리콘밸리에 1인 사무실을 열고, 벤처기업들을 일일이 탐방하며 혁신적인 테크놀로지의 흐름을 파악하는 한편, 인맥을 다져왔다. 2009년 대학원 졸업 뒤에는 벤처캐피털 ‘하버 퍼시픽’을 설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미국과 중국 등에서 4000만 달러(약 400억원)의 펀드 자금을 유치해 실리콘밸리를 놀라게 했다. ●실리콘밸리 중요인물 8명이 경영진 구 대표는 현재 한국은 물론 다른 아시아 국가의 기업들도 실리콘밸리의 핵심적인 혁신기술에는 거의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실리콘밸리 이너서클(핵심집단)이 구축한 ‘진입장벽’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다. 구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예 실리콘밸리의 핵심적인 인물들을 영입해 경영진을 꾸렸다. 포메이션8에는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클린 테크놀로지 투자 전문 벤처캐피털인 CMEA의 창업자 톰 바루크, GE에너지금융서비스와 CMEA, 코슬라벤처스 등에서 클린 테크놀로지 및 정보기술(IT), 바이오 벤처 등에 투자했던 제임스 김, 미 국방부에 제공되는 보안 프로그램 등을 만드는 소프트웨어 업체 팰런티어의 창업자 조 론스데일, 코슬라벤처스를 거쳐 소프트뱅크 차이나의 파트너로 일하는 제임스 장, 야후의 재무담당 부사장을 거쳐 유튜브와 페이스북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낸 기든 유 샌프란시스코49ers(프로풋볼팀) 최고전략책임자 등이 참가하고 있다. 또 일본 정치경제 전문가인 대니얼 오키모토 스탠포드대 정치학과 교수, 실리콘밸리의 러시아 및 동유럽 투자 전문가인 데이비드 시미노프가 자문을 맡고 있다. 이들 8명이 만든 팀이라고 해서 회사 이름도 포메이션8이라고 붙였다. ●현재 핵심기술은 IT 중심으로 한 ‘융합’ 그렇다면 혁신적인 기술에 접근하더라도 한국과 아시아의 기업들에 쉽게 접목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구 대표는 실무진 간의 시간적, 언어적, 비즈니스 문화적 거리감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예를 들어 한국의 대기업과 실리콘밸리 벤처기업 사이에 경영진 차원의 회의나 워크숍이 열리면 대부분 좋은 분위기에서 협력에 합의하고 끝난다. 그러나 합의를 구체화하는 업무가 실무진으로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전화로, 이메일로 몇번 연락하다가 여의치 않으면 유야무야되는 경우가 많다고 구 대표는 말했다. 구 대표는 “한국의 기업문화도 알고, 실리콘밸리의 일처리 방식도 아는 누군가가 중간에서 자료 조사, 법률 검토 등 귀찮은 일을 떠맡아야 한다.”면서 “포메이션8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메이션8은 5억 달러(약 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실리콘밸리와 한국 등 아시아의 기업들에 투자할 계획이다. 한국, 중국 등 아시아와 미국의 대기업들이 펀드 조성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는 현재 실리콘밸리의 핵심적인 혁신기술은 IT를 중심으로 한 ‘융합’이라고 말했다. IT가 신재생에너지 등 클린 테크놀로지, 바이오 및 의료 산업, 국방, 금융 등과 결합하며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구 대표는 이같은 실리콘밸리의 혁신기술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한 한국 기업에 접목돼 아시아 시장으로 나간다면 큰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기대했다. 구 대표는 “미국은 처음(혁신기술 개발)과 끝(마케팅)을 잘하고, 한국은 중간(제조)을 잘한다.”면서 “둘의 조합은 생산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홍 LS그룹 회장의 외아들 구 대표가 글로벌 비즈니스를 만들어가는 데는 가족기업이라는 배경도 추진력으로 작용한다. 구 대표는 구자홍 LS그룹 회장의 외아들이다. 구 대표는 가족기업으로부터의 지원도 부인하지 않았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어렸을 때부터 “네가 쓰는 돈의 단 1원도 네가 번 것이 아니지?”라는 식의 엄격한 가정교육 때문에 한번도 편안하게 살지는 못했다고 구 대표는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싱가포르에서 서울로 전학와서 적응하는 것도 혼자의 몫이었다. “젓가락질을 못하면 밥을 주지 말라.”는 할아버지의 엄명 때문에 하루 만에 젓가락질을 배웠다. 구 대표는 상문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지 못하자, 곧바로 군대를 선택했다. 충북 옥천의 육군 통신연대에 배치돼 이 산에서 저 산을 오가며 통신장비를 설치했다. 구 대표는 “말하자면 통신 산업의 기초를 배운 것”이라며 웃었다. 글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日 전통 영상미학 ‘다다미 숏’ 진수

    日 전통 영상미학 ‘다다미 숏’ 진수

    카메라를 앉은키에 맞추고, 롱테이크(끊지 않고 길게 촬영)로 잡아내는 ‘다다미 숏’은 일본의 독특한 영상 미학을 대표하는 카메라 움직임이다. 대부분의 영화에서는 등장인물의 눈높이에 맞춰 촬영하는 것이 보통일 터. 하지만 그는 방바닥 생활을 하는 일본인의 눈높이에 카메라를 고정한 채 일상 속 인간의 미묘한 감정 흐름을 관조한다. 영화학자 잭 C 엘리스가 자신의 책 ‘세계영화사’에서 “일본 영화의 세 거장-구로사와 아키라(1910~1998), 미조구치 겐지(1898~1956), 오즈 야스지로(1903~1963)-중에서 의심할 바 없이 가장 일본적”이라고 했던 오즈의 얘기다. 일본 영화 황금기를 대표하는 거장의 작품 14편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오는 15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일본 국제교류기금과 공동으로 서울 종로구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오즈 야스지로 회고전’을 개최하는 것이다. 오즈의 위대함은 평범한 가족의 일상에서 영화적인 순간을 만들어내는 연출에 있다.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급격한 시대변화에서 비롯된 세대 갈등을 통해 일본 가족의 초상을 그린다. 결혼이나 취직 때문에 아버지와 딸은, 어머니와 딸은, 부모와 자식은 괴로워한다. 그렇다고 비극으로 치닫지는 않는다. 상처가 봉합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애쓴다. 오즈의 영화 속 부모들은 자식을 이기는 법이 없다. 오즈가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그들의 등을 비추는 카메라의 시선에서 드러난다. 노부부의 뒷모습에는 지난 세월과 삶의 애환, 인생의 무상함이 나이테처럼 앉아 있다. 특별전에서는 무성영화 초기 걸작인 ‘태어나긴 했지만’(1932)과 대표작 ‘만춘’(1949), ‘오차즈케의 맛’(1952), ‘동경이야기’(1953), ‘이른 봄’(1957), ‘맥추’(1951) 등 계절과 삶을 빗댄 흑백 영화들이 상영된다. 그가 만든 최초의 컬러 영화 ‘피안화’(1958)와 소시민의 삶을 유쾌하게 그린 ‘안녕하세요’(1959), 유작 ‘꽁치의 맛’(1962) 등도 만날 수 있다. 오즈의 일반적인 후기 작품보다 더 불행하고 척박한 세상을 그린 ‘무네카타 자매들’(1950)은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관람료 6000원. ‘무네카타 자매들’을 비롯해 ‘태어나기는 했지만’ ‘동경 이야기’ ‘이른 봄’ ‘부초’(1959) ‘고하야가와가의 가을’(1961) 6편은 무료다. 상영작 정보는 홈페이지(www.cinemathrque.seoul.kr)를 참조하면 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뉴스를 웹처럼… /임종섭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옴부즈맨 칼럼] 뉴스를 웹처럼… /임종섭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지금은 일상화된 ‘웹’을 1989년에 처음 제안한 팀 버너스 리는 웹의 속성을 사람들 간의 협력이라고 설명한다. 사람들이 웹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지식을 공유하며 잘못된 이해를 바로잡으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닌 셈이다. 이 협력과 공유의 정신은 구독률과 광고비 감소로 고전하는 종이신문에 중요한 시사점이 된다. 누구와 협력하고 무엇을 공유할 것인가를 고민해 보면 종이신문의 어려운 상황은 위기이기보다는 기회가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언론의 위기보다는 언론의 진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핵심은 독자이다. 필자는 이전 칼럼에서 독자를 뉴스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노력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신문은 이미 독자투고, 기고, 자유게시판, 가족신문 제작 등의 서비스를 홈페이지에서 운영하고 있다. 독자와의 거리를 좁히겠다는 긍정적인 시도이다. 그러나 독자와의 협력과 공유를 강화하려면 독자층에 대한 분석을 주기적으로 제공하는 게 어떨까 싶다. 국내 신문사들의 홈페이지를 보면 연혁과 조직, 관련 서비스 등 홍보자료는 쉽게 볼 수 있지만 정작 중요한 독자 정보는 찾기 어렵다. 어떤 사람들이 신문을 보는지, 핵심 독자층은 누구인지 등은 궁금증으로만 남을 뿐이다. 지난 7월 18일로 창간 107년을 맞이한 서울신문은 독자 자료를 활용해 잠재 구독자층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서울신문 독자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설문조사를 해 연령층, 거주지, 정치적 성향, 소득 등 항목별로 독자들의 특징을 제시하면 흥미로울 것이다. 독자와의 협력과 공유의 정신에는 뉴스시장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뉴욕타임스, USA투데이 등 미국 일간신문들은 지면의 폭과 길이를 대폭 줄여서 발행하는데, 이들 신문을 반으로 접으면 국내 무료신문보다 작다. 종전의 크고 두꺼운 신문은 휴대하기 번거롭다는 점과 온라인 뉴스를 즐기는 독자 성향을 고려한 것이다. 이와 함께 종이신문 외양을 간소화해 신문제작비용을 줄이고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에 제공되는 온라인 뉴스를 강화하려는 의도도 깔렸다. 미국 신문시장과 국내 신문시장의 구조가 다르지만, 이 같은 지면 크기의 축소를 서울신문도 고려해 볼 만하다. 지면에 실리는 광고가 작아지지만, 지하철 무료신문 독자층이 있는 만큼 시도해봄 직하다. 최종 결정에는 독자와 광고주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종이신문 구독에 고품격 전문뉴스 서비스를 연계해 제공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종이신문을 구독하는 독자에게 지면과 홈페이지에는 없는 고급 뉴스를 ‘애플리케이션’ 형식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올해 7월 11일 기준으로 국내 스마트폰 서비스 가입자 수는 1500만명을 넘어섰고(서울신문 7월 14일 자),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6개월 미만의 신규 이용자 수를 보면 40대가 20대와 30대를 앞섰으며 50대 이용자 비중도 상당하다(서울신문 7월 26일 자). 이를 참작하면 종이신문과 고급 뉴스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연계하는 것은 가능성이 있다. 뉴스의 속성이 기자가 쓰고 이를 전달하는 강의 방식에서 독자의 입맛을 좇는 개인화로 바뀌고 있어 신규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홈페이지 뉴스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홈페이지 뉴스와 태블릿 PC 애플리케이션을 연결한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언젠가는 종이신문 판매대는 사라지고 종이신문은 도서관이나 애독자의 집에서만 볼 수 있게 될지 모른다. 그것이 신문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웹 창시자인 팀 버너스 리는 콘텐츠와 이를 담는 형태는 분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독자가 원하는 뉴스를 종이신문이나 온라인신문, 모바일신문 등 다양한 형태에 담을 수 있다. 그렇다면, 굳이 신문을 손으로 넘기면서 봐야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독자와 협력하면서 뉴스를 만들고 결과물을 독자와 공유하는 방식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 갈 길 먼 한국 아동보호 시스템

    갈 길 먼 한국 아동보호 시스템

    우리 주변 어두운 곳에서는 신체적, 정서적, 성적 학대 등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아동 학대는 선진국, 후진국을 떠나 어디든 존재한다. 문제는 아동 학대가 일어나기 전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 실제로 학대가 일어났을 때 사회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느냐에 있다. 30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되는 ‘시사기획 KBS 10’에선 학대로 고통받는 우리 아이들의 실태를 살펴보고, 학대를 막기 위한 사회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해 본다. 지난 1월, 서울 화양동 공터의 쓰레기 더미에서 3살 남자 아이의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 수사 결과 아버지가 아이를 때려 숨지게 한 뒤 갖다 버린 것으로 밝혀졌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주변에 계속 들려왔지만, 누구 하나 경찰이나 아동보호기관에 신고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이의 마지막 가는 길도 쉽지 않았다. 화장되어 유골로 뿌려지기까지 상당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제작진은 아이의 장례가 치러진 장례식장 직원을 만나 장례 과정의 이야기에 대해 알아봤다. 2007년 영국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계부의 폭행으로 숨진 2살 피터는 ‘베이비 P’로 영국인들에게 더 잘 알려졌다. ‘베이비 P’ 사망 사건이 발생하자 영국 사회 전체와 언론이 들끓었다. 책임자들은 해임됐고, 방대한 분량의 보고서가 작성됐다. 아동보호 제도에 대한 즉각적인 점검이 이뤄졌고 관련 규정이 바뀌었다. 4년이 지난 지금도 ‘베이비 P’ 추모비 앞에는 꽃이 놓이고 있다. 제작진은 영국 현지에서 ‘베이비 P’ 사건과 영국의 아동보호 시스템을 직접 취재했다. 우리나라 사정은 어떨까. 한국에선 아동학대 신고전화 1577-1391이 운영되고 있다. 제작진은 한 달 동안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함께 아동 학대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그 결과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방치된 채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아동 보호 업무 대부분은 민간기관에 위탁돼 있다. 학대 현장 조사와 치료 프로그램 운영 등 주된 책임이 지방 정부에 있는 영국과는 크게 다르다. 학대받은 아동들에게는 그에 맞는 심리 치료, 발달 치료 등 전문적인 치료 서비스를 해야 하고 가족 모두를 포함하는 그룹 치료도 절실하다. 하지만 치료 서비스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전국 44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정규직 임상치료사가 배치된 곳은 32곳이며 나머지는 비정규직으로 전문 자원봉사자 등이 치료하고 있다. 그나마 치료 환경도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어서 치료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오자와의 남자’ 가이에다, 日 새 총리 될까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인해 기로에 선 일본이 29일 새로운 리더를 맞게 된다. 일본 민주당은 29일 오전 도쿄 시내 호텔에서 중의원과 참의원 의원 총회를 열고 소속 의원 398명이 참여한 가운데 후보 등록을 마친 5명을 상대로 차기 총리가 될 당 대표를 뽑는다. 당 대표 경선에는 마에하라 세이지 전 외무상,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 가이에다 반리 경제산업상, 가노 미치히코 농림수산상, 마부치 스미오 전 국토교통상 등 모두 5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현재 판세는 당내 최대 세력을 거느린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과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의 지지를 받고 있는 가이에다 경제산업상이 앞선 가운데 마에하라 전 외무상과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 등이 맹추격하는 양상이다. 1차 투표에서 가이에다 후보가 과반(200표) 이상을 획득하지 못할 경우 결선투표에서 나머지 후보들이 연대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접전이 예상된다. 가이에다 경제산업상은 ‘오자와 대리인’이라는 이미지와 자질론이 불거지면서 지지 의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중적 인기가 높은 마에하라 전 외무상은 재일한국인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문제로 고전하고 있다. 마에하라 전 외무상은 지난 27일 시내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05~2010년 재일외국인 개인 4명과 회사 1개사로부터 모두 59만엔(약 829만원)을 받았지만 모두 돌려줬다고 해명하며 파문 확산 저지에 나섰다. 민주당은 29일 당 대표 경선을 실시한 뒤 30일 중의원과 참의원 본회의를 열고 사퇴한 간 나오토 총리의 뒤를 이을 새 총리를 지명한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수상록’의 미셸 드 몽테뉴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수상록’의 미셸 드 몽테뉴

    1560년, 수년간 ‘진짜’ 마르탱 게르 행세를 한 ‘가짜’ 마르탱 게르에 대한 재판이 파리 고등법원에서 진행되었다. ‘마르탱 게르의 귀향’이라는 책과 영화로도 잘 알려진 이 희대의 사건은, 재판 말미에 진짜 마르탱 게르가 출현하는 대반전을 거쳐 가짜 마르탱 게르가 처형당하는 것으로 종결되었다. 당시 보르도 고등법원에서 근무하면서 이 사건을 전해들은 몽테뉴는, 이 사건의 진실을 법으로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가짜 마르탱 게르는 최선을 다해 진짜 마르탱 게르로 살았고, 진짜의 죽마고우도 아내도 모두 가짜 마르탱 게르를 진짜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진실은 대체 어디에 존재하는가. 법이 진실을 판단할 권리와 능력이 있는가. 몽테뉴가 보기에 마르탱 게르 사건은 법이나 지성으로 판단할 수 없는 인간의 모순성과 삶의 불가해함, 사실을 넘어선 진실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었다. 가톨릭이냐 프로테스탄트냐, 루터파냐 칼뱅파냐를 기준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시대에 ‘가짜 마르탱 게르’처럼 온전히 자신의 행위와 말과 정신으로 자립(自立)하기를 갈망했던 자. 삶의 진실을 신에게 묻지 않고 자신의 걸음 속에 담고자 했던 자. 스스로 미친 자가 되어 길을 떠난 돈키호테보다 조금 앞서, 여기, 자신을 탐색함으로써 광기의 시대를 온전히 살아낸 자, 몽테뉴가 있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다 “전도자가 말한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다. 모든 것이 헛되다.… 네가 어떤 일을 하든지, 네 힘을 다해서 하여라. 네가 장차 들어갈 무덤 속에는, 일도 없고 계획도 없고 지식도 없고 지혜도 없다.” 몽테뉴는 ‘전도서’의 구절을 12개나 발췌하여 서재 천장에 명문으로 새겨 놓았다고 한다. 몽테뉴가 인용한 유일한 성서 구절이다. 살벌한 ‘종교의 시대’에 몽테뉴는 대담하게도, 그리스도가 아니라 그리스 로마의 고전을 자신의 무기로 삼았다. 그는 고전 속에서 자기 시대와 인간을 읽었으며, 고전을 통해 전란의 늪에서 재생(Re-naissance)할 수 있었다. 흔히 르네상스를 찬란한 빛과 색의 시대로 상상하지만, 정작 16세기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전쟁과 죽음이다. 1598년에 낭트칙령이 공포됨으로써 기나긴 종교전쟁이 막을 내리기 전까지, 가톨릭과 이에 ‘항의’하는 프로테스탄트, 종교를 내세운 왕과 귀족들의 대규모 살육경쟁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거기에 기근과 페스트까지, 16세기는 흡사 태피스트리처럼, 화려한 문예부흥의 뒷면에 상상할 수도 없는 상처와 모순을 깔고 있었다. 휴머니즘? 그런 건 헛되고 헛된 이상에 불과했고, ‘그리스도의 이름’은 살육에 필요한 명분일 뿐이었다. “기독교의 적개심만큼 격렬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 우리의 신앙심은 우리의 증오심, 잔혹함, 야심, 탐혹, 중상모략, 반역의 성향을 조장할 때는 참으로 놀랄 만한 힘을 발휘한다. 우리의 종교는 악덕을 근절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오히려 악덕을 감추고 키우고 부추기고 있다.” 전란의 한복판에서 몽테뉴는 그리스, 로마인들의 절제된 태도를 견지한 채 광신의 결과를 묵묵히 응시했다. 에라스무스의 자유주의 교육을 신봉하고, 칼 대신 펜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간파한 부친은 몽테뉴에게 두 살 때부터 라틴어를 교육시킨다. 우리로 치면, 모두가 한글을 쓰는 시대에 한문으로만 말하고 쓰게 하는, 기이한 조기교육을 실행한 셈이다. 몽테뉴가 어떤 종교나 정파와도 거리를 두며 보신(保身)할 수 있었던 데는 부친의 이런 ‘반시대적’ 조기교육이 공헌한 바가 크다. 청년기에 파리 왕립교수단에서 그리스 철학을 공부한 몽테뉴는 유학을 마치고 고향 보르도로 돌아온 1557년부터 고등법원에서 조세심의관으로 근무하게 된다. 어떤 절차로 법관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법관이 그의 적성에 맞지 않았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법률이 신뢰를 얻는 것은 공정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법률이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법률이 가진 권위의 불가사의한 근거이고, 그 밖에는 아무 근거도 없다. 어쨌든 늘 공허하고 판단이 불안정한 인간이 법률을 만든다.” 몽테뉴의 ‘몽테뉴다움’이 여기 있다. 그는 한번도 자신이 서 있는 지반을 확신한 적이 없다. 법관으로 근무할 때는 법의 판단력을, 파리 궁정에서 왕의 시종무관으로 근무할 때는 국가와 군주권력의 토대를 의심했다. 가톨릭이었지만 프로테스탄트에 적대적이지 않았고, 또 한편으로는 ‘새것’을 만들려는 일체의 개혁주의에 진저리를 쳤다. 확신으로 움직이는 제도와 권력에 대한 주의 깊은 거리감 때문인지, 후대는 그를 비겁자로 평가하기도 한다. 몽테뉴는, 모든 종교의 자유가 허용되는 ‘유토피아’를 상상한 대가로 처형된 토머스 모어보다는, “우리 인간은 얻어맞거나 걷어차이면서도 왜 이처럼 참을성 있게 폭군의 굴레와 족쇄를 감수하고 있는가.”라고 질문했던 에티엔 드 라 보에시에 주목한다. 나는, 인간은 왜 이토록 무력한가. 인간이란 모순으로 가득 찬 존재고, “자신에 대해 절대적으로, 단순하게, 결정적으로, 혼란이나 혼동 없이, 단 한마디로 말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자신을 끔찍하게 미워했던 어머니와, 동생과 바람난 아내를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음경을 도려내는 듯한 통증을 동반한 신장결석증을 앓으면서도 병원 한번 찾지 않고 고통을 감내한 것도, 어떤 것도(그것이 심지어 병이나 죽음일지라도) 함부로 판단하거나 내쳐서는 안 된다는 자각 때문이었다. ‘나는 무엇을 아는가?’라는 일생의 화두는 이런 자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13년간의 법관 생활을 마치고 마흔 살이 된 몽테뉴는 고향으로 내려가 이 문제에 대한 탐색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에세’, 전장에서의 산책 “무언가를 찾는 사람은 누구나 ‘찾아냈다’, ‘찾을 수 없다’, ‘아직 찾고 있다’ 가운데 어느 하나로 귀착한다.” 몽테뉴가 주목한 것은 ‘아직 찾고 있는 중’이었던 회의론자들이다. “확실한 것은 하나도 입증될 수 없다. 판단의 주체도, 판단의 대상도 끊임없는 변화와 동요 속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성을 필요로 하는 건, 결정하고 선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전제를 의심하기 위해서다. “회의론자는 온갖 의견들을 부드러운 눈길로 바라본다.… 반대되는 판단은 나를 분개시키지도 흥분시키지도 않고, 오히려 나를 눈뜨게 하고 단련할 뿐이다.” 이것이 몽테뉴 식의 회의였고, 때문에 그의 회의는 가볍고 명랑하다. 1572년부터 거의 죽기 직전까지 수정과 첨삭을 거듭하며 집필한 ‘에세’는 그의 명랑하고도 예리한 질문들로 가득하다. 흔히 ‘수상록’으로 번역되는 ‘에세’(Les Essais)는 몽테뉴 자신의 말을 빌리면 “정신의 잡동사니”이자 사유 시험(essai)이라고 할 수 있다. 몽테뉴는 “평화가 그 온전한 모습을 보여준 일이 전혀 없던” 전쟁의 한복판에서 자신의 즉흥적 사유를 기록하는 일에 몰두한다. “여기에 쓰고 있는 것은 오로지 내 타고난 능력의 시험(essai)일 뿐, 후천적으로 얻은 능력의 시험은 결코 아니다. 따라서 남들이 내 무지를 공격해도 별로 곤란할 건 없다. 무지의 자각이야말로 판단력을 갖추고 있다는 가장 아름답고 확실한 증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무리 흐트러진 걸음걸이라도 평소의 자연스러운 내 걸음걸이를 보여주고 싶다.” 문체에서 느껴지는 극도의 침착함과 단순함, 종종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명랑한 어조 때문에 ‘에세’를 읽으며 화약냄새와 총포 소리를 연상하기란 쉽지 않다. 몽테뉴는 평가하고 판단하기보다는, 판단을 중지한 채 의심하고 회의한다. 그는 신 앞에서 맹세의 언어를 남발하는 권력자보다는 시장의 언어로 삶의 지혜를 기록하는 은자(隱者)가 되길 꿈꿨다. 무도한 세상이 종종 그의 판단과 능력을 필요로 하기도 했지만, 그때도 그는 중심을 잃지 않고 나아갔다가 침착한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펜으로 걸었다”. “인생은 그 자체로는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다. 그대가 인생에 마련해 주는 자리의 좋고 나쁨에 따른다.” 자신으로부터 출발해서 인간과 자연과 이성을 사유한 몽테뉴가 터득한 지혜다. ●니체·푸코가 회의주의 본받아 세상을 편히 사는 법을 알아내라는 과제가 주어진다면 몽테뉴와 함께 그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던 니체는, 손을 떨게 하거나 눈물을 글썽거리게 하지 않는, 겸허하면서도 용기 있는 그의 사상을 예찬했다. 우리는 인간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만 말할 수 있을 뿐, 인간의 본질이라든가 의무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푸코 역시 몽테뉴의 회의주의를 한편에 늘 품고 있었다. 우리 자신의 최고 걸작품은 “떳떳하게 살아가는 일”이라며, 과(過)도 부족도 없이 “분수에 맞는 평이하고 건강한 지혜”를 최고의 지혜로 삼았던 몽테뉴. 이 죽음과 불안의 시대에, 나 역시 그의 가르침을 본받고 싶다. “나는 그날그날을 살고 있다. 그리고 실례인 줄 알면서도, 단지 나만을 위해 살고 있다. 내 목적은 그것뿐이다.” 채운 남산강학원
  • 올리버 “금메달 넘겠다” vs 로블레스 “또 한번 세계新”

    올리버 “금메달 넘겠다” vs 로블레스 “또 한번 세계新”

    “스타트에 달렸다.”(올리버), “세계기록 세운다.”(로블레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10m 허들 제왕’의 자리를 놓고 뜨거운 3파전이 예고된 가운데 저마다 우승을 자신해 관심을 더하고 있다. 강력한 금메달 후보 데이비드 올리버(28·미국)는 26일 대구 선수촌 기자회견장에서 “스타트가 좋으면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면서 “금메달을 따기 위해 달리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올리버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류샹(28·중국), 세계기록 보유자 다이론 로블레스(25·쿠바)와 함께 3강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그의 올 시즌 기록은 12초 94로 류샹(13초 00), 로블레스(13초 04)에 앞서 미국 팀의 기대주로 꼽힌다. 올리버는 “로블레스나 류샹은 기록이 13초를 밑도는 강력한 경쟁자들”이라면서도 “이들이 강력하다고 해서 특별히 긴장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항상 함께 달리는 경쟁자들일 뿐”이라며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로블레스의 세계기록을 깰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아무도 알 수 없다.”면서도 “지난 일요일 연습을 하면서 최고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며 자신감을 거듭 내비쳤다. 또 다른 우승 후보 로블레스도 대구스타디움의 아디다스 홍보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불가능은 없다.’는 아디다스의 슬로건을 언급하며 “세계 신기록을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날마다 세계기록을 깨는 꿈을 꾼다.”는 말로 신기록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로블레스는 2008년 6월 체코 오스트라바에서 열린 대회에서 12초 87을 찍어 류샹이 2006년 세운 기록을 0.01초 앞당겼다. 지난해 허벅지 근육통으로 고전했던 로블레스는 지난 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다이아몬드리그 110m 허들 결승에서 13초 04로 우승, 건재를 뽐냈다. 이는 올해 3위 기록이다. 로블레스는 “올리버와 류샹 등 13초에 근접한 경쟁자가 많다. 간발의 차이로 메달 색깔이 결정될 것”이라면서 “80%까지 올라온 대회 직전까지 컨디션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남자 110m 허들 결승은 29일 오후 9시 25분 열린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일본통신] 이승엽 타격페이스 ‘들쑥날쑥’ 왜?

    [일본통신] 이승엽 타격페이스 ‘들쑥날쑥’ 왜?

    조금은 운이 없다. 하지만 이것도 실력이다. 현재 이승엽(35. 오릭스)은 시즌 타율 .201(249타수 50안타)에 불과하다. 올 시즌 일본프로야구가 아무리 ‘투고타저’ 현상을 보이고 있을지라도 부활이란 명제를 안고 출발한 이승엽의 기대치 성적치곤 초라하기 그지없다. 이승엽을 바라보는 시선은 극명하게 대립된다. ‘국민타자’ 라는 칭호에 걸맞는 활약을 보여준 시즌도 있었지만 이젠 한물 간 퇴물취급을 하는 곳도 많다. 타격의 상승세를 꾸준히 보여달란 말도 우습지만 슬럼프(내리막길) 기간이 너무나 길어져 이젠 홈런이 아닌 안타 하나하나에도 흥분을 해야 할 팬들의 처지를 감안하면 분명 이질감이 큰 타자가 됐다. 최근 이승엽은 5경기 연속 무안타, 그리고 25일 경기에서 21타석 만에 겨우 안타를 신고했다. 한때 2할 5푼대까지 내다볼수 있었던 타율이 그 기간동안 급전직하 하며 2할로 떨어졌다. 올해 일본야구 그중에서도 이승엽이 속한 퍼시픽리그에선 3할 타자 품귀현상이 돋보인다. 현재까지(25일 기준) 3할 타자는 .335의 이토이 요시오(니혼햄)를 비롯, 총 5명에 불과하다. 3할 타자가 단 한명(쵸노 히사요시 .309)뿐인 센트럴리그 보다 낫다라고 표현해야 하는지, 아니면 이러한 현상을 부채질한 일본야구기구를 원망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승엽 개인으로 봤을때는 분명 아쉬운 성적임은 분명하다. 이승엽에 대한 변명을 하자면 부활이 기대됐던 올 시즌의 투고타저 현상을 원망해야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제외하더라도 분명 아쉬움이 큰 성적이다. 그렇다면 이승엽은 왜 그렇게 타격페이스가 들쑥날쑥 하며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을까. 여기에는 언제부터인가 잃어버린 이승엽의 타격성향과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의 ‘플래툰 시스템’도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이승엽에게서 사라진 타격성향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게 밀어치기다. 한때 이승엽은 바깥쪽 공을 결대로 밀어쳐 장타를 생산해 내는 대표적인 타자중 한명이었다. 그래서 일본 투수들 사이에서 나온 말이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가는 바깥쪽을 쉽게 생각해 던지지 마라’였다. 제구력이 동반된 바깥쪽 공일지라도 자칫 실투(공 한두개가 가운데 몰리는)가 나올시엔 어김없이 홈런으로 연결했던 이승엽의 타격성향을 우려한 표현이었다. 하지만 올해 이승엽은 이것마저 실종된 상태다. 올해 이승엽이 쳐낸 홈런의 대부분은 센터를 중심으로 우측에 치우쳤다. 자신의 타이밍, 그리고 투수의 몸쪽 실투를 놓치지 않고 마음껏 잡아당긴 스윙은 예상대로 홈런으로 연결됐지만 한때 장점이었던 바깥쪽 공에 대한 대응 부족은 홈런만큼이나 타율을 갉아먹는 주요 원인중 하나다. 이러한 이승엽의 타격성향은 올 시즌에만 국한된게 아니다. 요미우리 시절 이승엽을 상대한 투수들의 투구패턴을 보면 몸쪽을 선택한 비율이 33%를 차지했다. 반면 바깥쪽은 55%다. 나머지 12%는 가운데로 몰린 공이었는데 알고 있다 시피 요미우리 시절 이승엽은 철저한 실패를 맛보며 오릭스로 이적한 상태다. 이 차이는 끌어서 잡아당겨 치는 이승엽의 문제가 어디에 있는가를 증명해준 지표중 하나다. 그렇다고 해서 올해 이승엽이 달라졌느냐 라고 물어보면 딱히 그렇다 라고 할수 없을만큼 그대로인게 더 큰 문제다. 요미우리 시절과 비교해 출장경기는 더 늘어났지만 타격성향에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아직 올 시즌 일본야구 통계가 다 나오진 않았지만 피부로 느끼는 올해 이승엽의 타격성향은 밀어쳐서 안타를 생산하는 비율이 현저하게 떨어져(요미우리 시절보다 더한) 있는게 지금 그가 고전하고 있는 이유중 하나라고 보면 된다. 올 시즌을 앞두고 타격폼 수정에 매달렸던 이승엽이 진정으로 돌이켜 봐야 했던 건 폼에 대한 성찰보다는 코스별 타격성향, 즉 바깥쪽 공에 대한 대처부족이 더 옳은 평가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이승엽 부진에 있어 또 한가지는 오릭스 팀이 안고 있는 선수층도 한몫을 했다. 일본프로야구 12개팀 중 오릭스처럼 선수층이 얇은 팀이 없다. 특히 야수는 극심할 정도인데, 이러한 선수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카다 감독은 기존 멤버에서 타순만 이동하는 소심함을 보이며 팀 성적 추락을 부채질했다. 감독이 팀 타순을 자주 바꾼다는 것은 감독 자신이 타순에 대한 믿음이 불안해서다. 한때 연전연승 가도를 달리던 시기에 오릭스는 특정 타순으로 연속해서 경기를 치뤄본적이 없었을 정도로 지나친 타순변경을 했던 팀이다. 지금 2군으로 내려가 있는 팀의 주포인 T-오카다는 물론 현재 4번타자자리를 맡고 있는 주장 고토 미츠타카 역시 4번타자 자리와는 거리가 먼 선수다. 오카다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4번타자에 대한 신임을 거둔바 있는데 몇경기 잘 맞으면 기용했다, 안타를 치지 못한 경기에선 팀 타순을 변경하는 등 고정 멤버 없이 경기를 치르는 무리수를 뒀다. 타격이 감각에 따라 좌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편차가 유독 돋보였던 감독이 오카다다. 최근 오릭스는 7연패를 이어가며 부진에 빠졌다가 겨우 연패를 끊었다. 연패 덕분에 한때 리그 3위를 내달리던 성적이 5위까지 곧두박질 치며 팀 분위기 역시 엉망진창이 돼 버렸다. 이것은 비단 이승엽의 부진도 한몫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오릭스 전력 자체가 ‘A 클래스(포스트 시즌 진출)’에 진출함에 있어 부족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매우 좋은 선발진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공격력 부족이 팀의 발목을 잡고 있는데 쥐어 짜는듯한 선수 기용은 한번쯤 되돌아 봐야 할 오카다 감독이다. 이승엽에 대한 평가는 올 시즌이 끝나봐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할듯 싶다. 하지만 가뭄에 콩나듯 터지는 안타(홈런이 아니다)로는 그에 대한 인내심이 한계에 다가선것 만큼은 틀림없다. 외국인 선수는 팀 성적이 돋보여야 자신의 가치가 더욱 빛나는 법이다. 이 기준으로만 놓고 보면 지금 이승엽은 개인성적 뿐만 아니라 팀에 있어서도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는 선수임에는 틀림이 없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일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글로벌기업 합종연횡 ‘대세’

    글로벌 기업들의 ‘적과의 동침’이 정보통신(IT) 기업을 넘어 자동차를 비롯해 철강, 항공 등 전통적인 산업분야로 확산될 추세이다. 각 분야를 선점한 글로벌 기업들이 각종 특허로 쳐놓은 진입장벽을 쉽게 넘기 위한 방법이다. 즉, 스마트폰 선두주자인 삼성과 애플이 곳곳에서 벌이고 있는 ‘특허 관련’ 전쟁과 같은 소모전을 피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4일 산업계에 따르면 IT 기업뿐 아니라 자동차 등 전통적인 산업분야에서도 새로운 기술에 따른 특허분쟁을 줄이고자 전략적 측면에서 다양한 형태의 협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일본의 도요타자동차와 미국 포드의 협력도 미국시장의 연비 규제 강화에 따른 하이브리드 기술 개발이 절실한 포드와 대지진의 여파로 고전하고 있는 도요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1970년대부터 하이브리드차를 연구개발해 온 도요타는 3세대 프리우스란 차종 하나에만도 560여개(일본 기준)의 특허를 출원했다. 따라서 후발 업체인 현대기아차 등은 수많은 특허를 피해 하이브리드차 개발을 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때문에 구글의 모토롤라 인수처럼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도 인수·합병(M&A) 루머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기상 현대차 환경차시스템 개발실장은 “하이브리드 기술 개발에서도 가장 어려웠던 것은 글로벌 기업들이 쳐놓은 특허였다.”면서 “그래서 우리는 독자적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선두 업체와의 협력이라는 달콤한 유혹을 버리고 현대차는 앞으로도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세계적인 첨단 자동차 브랜드로 우뚝 서겠다.”고 강조했다. 도요타와 포드뿐 아니라 이탈리아 피아트의 미국 크라이슬러 지분 52% 인수, 독일 폴크스바겐의 일본 스즈키 지분 19.9% 인수, 프랑스 PSA(푸조, 시트로앵)와 일본 미쓰비시의 전기차 업무 제휴 등도 다 같은 맥락이다. 이뿐만 아니라 포스코도 2006년 일본 신일본제철, 중국 바오스틸과 삼각동맹을 통해 아시아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했다. 당시 세계 2, 3, 5위 철강사의 대연합이 형성된다는 점에서 국내는 물론 글로벌 철강시장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복덕규 삼성경제연구소 전문위원은 “이런 기업 연합은 시장의 지배력을 단시간에 높일 수 있고 연구개발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원천기술 확보가 힘들다는 단점이 함께 있다.”면서 “단기간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협력보다는 시장의 표준화를 선도하는 전략 선상에서 협력을 모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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