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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프랑켄위니’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프랑켄위니’

    조용한 소년 빅터의 단짝은 강아지 스파키다. 빅터의 부모는 아들이 집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게 걱정이다. 특히 아빠는 아들이 과학경진대회에 나가는 대신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야구를 했으면 하고 바란다. 아빠에게 떠밀려 야구 경기에 나간 날,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스파키가 죽는다. 시름에 잠겨 지내던 빅터는 근육의 전기 반응에 대한 수업을 듣다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기로 마음먹는다. 애완견 묘지에 묻힌 스파키를 꺼내 온 빅터는 다락방에서 비밀 실험에 매진하고 소년의 간절한 소망대로 스파키는 다시 생명을 얻는다. 문제는 빅터의 비밀을 눈치챈 악동 친구들. 아이들이 저마다 실험에 뛰어들면서 평온하던 마을은 혼란에 빠진다. ‘프랑켄위니’는 팀 버턴 감독이 1984년에 선보인 동명 단편영화를 장편으로 다시 만든 작품이다. 소년이 만든 홈무비로 꾸민 오프닝부터 행복에 겨운 결말까지 이야기의 큰 줄기는 원작을 그대로 따랐다. 1982년 단편 ‘빈센트’의 자취도 여기저기서 느껴진다. 공포영화의 아이콘인 빈센트 프라이스를 흠모하고 어둠의 세계에 매료된 ‘빈센트’의 주인공 소년은 버턴의 취향이 그대로 반영된 인물이며 좀비 강아지를 끌고 다니고 싶은 빈센트의 괴짜 성향은 빅터의 캐릭터로 옮겨 왔다(프라이스의 팬인 버턴은 그의 대표작 ‘드라큘라’를 이번 영화에 삽입하기도 했다). 영화의 배경인 ‘뉴홀랜드’는 ‘가위손’의 마을을 연상시키고 그간 버턴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 대거 목소리를 제공했다. ‘프랑켄위니’는 버턴이 자기 영화와 자기 영화에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바치는 헌사로 보인다. ‘프랑켄위니’의 원형은 제임스 웨일의 ‘프랑켄슈타인’과 ‘프랑켄슈타인의 신부’다. 빅터의 과학적 재능이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후손으로서 물려받은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고, 스파키를 되살리는 장면은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실험을 거의 비슷하게 재현하며, 풍차와 묘지 등의 풍경은 웨일의 영화에서 따다 놓은 듯하다. ‘프랑켄위니’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되살아난 스파키가 깨진 거울 속의 자기 모습을 바라보는 때다. 그런데 ‘프랑켄위니’는 괴물성이라는 심각한 주제에 매달리기보다 괴물을 대하는 사람들의 시선에 더 비중을 둔다. 원작이 괴물을 규정하는 편협한 시선을 소재로 삼았다면 리메이크 버전은 현실의 안락함만 추구하는 교외의 중산층을 풍자하는 데 적지 않은 부분을 할애한다. 원작과 리메이크의 변화와 기술적 차이는 빅터가 엄마, 아빠 앞에서 보여주는 홈무비에서부터 감지된다. 흑백인 건 여전하지만 3차원(3D) 안경을 쓰고 봐야 하고 촬영과 편집 등에서 엄청난 기술적 변화가 드러난다. 그러면서도 원작의 정서는 별로 훼손되지 않았다. 인간의 손길이 담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덕에 원작의 소박한 느낌이 유지되고 있으며 흑백의 부드러운 이미지는 영화에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부여했다. 리메이크 버전의 으뜸가는 볼거리는 마을 축제에서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이다. 축제에서 상영 중인 ‘밤비’를 비웃는 것처럼 버턴은 유쾌한 악취미를 맘껏 발휘한다. 괴수 영화를 비롯한 수많은 B급 영화에서 튀어나왔을 성싶은 괴물들이 거리를 활보하며 난동을 피운다. 기이한 유머를 즐기는 버턴의 친구라면 그 장면에서 손뼉 치고 싶어 손이 근질거릴 것 같다. 11일 개봉. 영화평론가
  • 책, 읽고 듣고 맞혀봐

    서대문구는 13~14일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서대문 북페스티벌’을 개최한다. 행사는 13일 오후 3시 공원 야외무대에서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저자인 윤성근 작가의 사회로 막이 오른다. 윤 작가와 책 읽기 행사를 비롯해 독서퀴즈, 독서골든벨, 책이야기, 노래 공연 등의 프로그램이 잇따라 열린다. 특히 종이책 대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휴먼북’으로 나서 도서대출이라는 방식으로 직접 대화를 나누는 ‘휴먼라이브러리’ 행사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공원 메인무대에서는 시민들이 각자 읽고 싶거나 좋아하는 책 한 권을 들고 나와 조용히 읽어주는 ‘책 읽는 소리, 독립문을 흔들다’ 행사가 진행된다. 페스티벌 둘째 날 오후 3시에는 고전평론가 고미숙씨를 초청해 공원 야외무대에서 북콘서트를 연다.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공부의 달인, 호모 콩푸스’ 등 작가의 저서를 테마로 인문학의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이외에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독서 수준을 점검해 주는 독서상담과 우수도서 할인판매, 유율국단 실대악단 및 코리아주니어 빅밴드 공연 등도 관람객에게 풍성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깊어가는 가을, 3色 ‘백조의 호수’에 빠져볼까

    깊어가는 가을, 3色 ‘백조의 호수’에 빠져볼까

    ‘발레음악’을 독자적인 지위에 올려놓은 차이콥스키의 유려한 음악과 다양한 버전의 뛰어난 발레 기술이 만나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사랑을 받는 작품, 바로 ‘백조의 호수’다. 올가을에는 특히 ‘백조의 호수’를 눈여겨볼 수밖에 없다. 원조와 재해석 버전을 비교하거나, 한국무용으로 태어날 가능성을 발견할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백조의 호수’가 처음 세상에 나온 것은 1877년이다. 1875년 러시아 볼쇼이극장의 블라디미르 베기체프가 차이콥스키에게 신작 발레 작곡을 의뢰했다. 이미 4년 전부터 차이콥스키에게는 구상이 있었다. ‘백조성’이라 불리는 노이슈반슈타인성에 살다가 호수에 투신한 독일 바이에른의 왕 루드비히 2세의 비극과 독일의 동화다. 두 이야기를 접목해 전곡을 만들고, 줄리우스 라이징어가 안무를 더해 발레 ‘백조의 호수’가 탄생했다. 공연은 러시아 볼쇼이 극장에서 왕립발레단이 선보였다. 음악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안무에는 혹평이 쏟아졌다. 수정을 거듭해도 관객 반응이 여전하자 작품은 극장 레퍼토리에서 사라졌다. 원조의 위용…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프티파 버전 생트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의 마리우스 프티파 예술감독이 작품을 부활시켰다. 프티파는 볼쇼이극장에서 총 악보를 발견한 뒤 조감독 레프 이바노프와 안무해 1895년 마린스키극장에서 차이콥스키 추도공연 프로그램으로 올렸다. 달빛이 비치는 호숫가에서 추는 백조들의 처연한 군무, 백조와 흑조로 분한 여성 무용수의 1인 2역, 흑조의 32회전 푸에테 등 많은 면에서 관객을 홀렸다. 이로써 ‘잠자는 숲 속의 미녀’(1890), ‘호두까기인형’(1892)과 함께 고전발레의 3대 걸작이 완성됐다. ‘백조의 호수’의 초연과 부활의 중심에 있던 그 발레단이 내한해 원조의 위용을 자랑한다. 러시아 왕립발레단의 후신인 마린스키발레단이 11월 12~13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예술감독 유리 파테예프 아래 무용수가 무려 200여 명에 이르는 ‘발레 명가’가 프티파 버전 그대로 선보인다. 여기에 마린스키극장 소속 오케스트라가 협연해 몸짓과 선율이 완벽한 조합을 이루는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 공연에는 지난해 11월 동양인 최초로 이 발레단에 입단한 김기민과 다닐 코르순체프와 블라디미르 쉬클리야로프가 지그프리트를 연기하고, ‘백조의 대명사’ 울라아나 로파트키나와 올레샤 노비코바, 옥사나 시코릭이 백조를 열연한다. 5만~27만원. 1577-5266. 철학적 해석… 국립발레단의 그리가로비치 버전 앞서 19~20일 국립발레단이 경기 성남아트센터에서 유리 그리가로비치(85) 버전의 ‘백조의 호수’를 올린다. 현존하는 최고의 안무가로 불리는 그리가로비치는 1963년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예술감독으로 취임하면서 차이콥스키 발레를 다듬었다. 프티파의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궁정 축배의 춤(1막)이나 각국 민속무용(2막)에서 군무의 짜임새와 기교에 변화를 주며 안무력을 과시한다. 도드라지는 차이는 악마 로트발트를 지그프리트 왕자의 무의식 속의 악(惡)으로 해석했다는 점이다. 1막에서 지그프리트가 로트발트의 꼭두각시인 양 움직이다가 어디론가 끌려가는 듯한 장면은 그래서 독특하다. 왕자와 백조로 드러나는 선(善)과 악마·흑조의 악은 결국 분리된 것이 아니라 인간 모두에게 있는 양면성이라고 봤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에 철학을 곁들인 것이다. 그리가로비치의 독창성, 기술과 감정을 조화한 무용수들의 연기와 기량이 돋보이는 공연이다. 김지영-이동훈, 이은원-김기완이 백조·흑조와 지그프리트로 무대에 선다. 국립발레단은 오는 12월에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이 공연을 올린다. 3만~10만원. 1544-8117. 한국식 창작… 서울시무용단의 한국무용 접목 버전 창작무용극도 눈에 띈다. 서울시무용단은 25~2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임이조 전 단장의 대표작 ‘백조의 호수’를 공연한다. 발레로 잘 알려진 작품을 한국무용으로 과감히 도전한 2010년 초연에는 호불호가 엇갈렸다. 새로운 창작 모티브를 발견하고 영역 확장이라는 가능성을 보인 반면, 강력한 발레 이미지에 한국무용을 접목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국내외에서 꾸준히 공연을 올리고 기술적으로 다듬어 한국무용과 발레의 접점을 찾았다. 이야기의 한국식 해석이 재미있다. 배경은 고대 한반도 북부 만주지역, 지그프리트는 강대국 부연국의 지규 왕자, 백조는 비륭국 공주 설고니로 만들었다. 공주를 백조로 만든 로트발트는 만강족 족장 노두발수라고 지었다. 서울시무용단의 작품에서는 백조와 흑조가 1인 2역이 아니라 여성 무용수 두 명으로 분리했다. 새로 태어난 흑조 거문조가 특히 매력적이다. 부연국의 친위대가 충성을 맹세하는 검무에서는 남성 군무의 강렬한 힘이 충만하고, 꽃을 들고 추는 꽃춤을 비롯해 한삼무, 부채춤, 향발무 등 여성 군무는 선이 곱고 아름답다. 무용수들의 손짓과 발디딤 하나하나가 차이콥스키 음악과 절묘하게 조화돼 있다. 2만~7만원. (02)399-1114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저비용항공사 고공비행] 저비용항공시장 확대속 ‘빈익빈 부익부’

    저비용 항공시장이 확대되고 있지만 경영 상황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기업들이 출자해 만든 제주항공(애경그룹)과 진에어(대한항공), 에어부산(아시아나항공) 등은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별다른 지원 사격이 없는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에어부산은 2010년부터 영업이익 흑자를 내면서 지난 8월을 기준으로 누적 결손 금액을 모두 털어냈다. 이는 이제까지 번 돈이 빚을 메우는 데 쓰였다면 앞으로 버는 돈은 금고에 쌓이게 됐다는 뜻이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설립 초기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노하우를 전수받아 초기 시행착오를 적게 겪었던 것이 빠른 안착의 이유”라면서 “부산을 기반으로 지역 상공인들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에어부산은 지난 3월 항공기 1편을 늘리며 규모를 키워 가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39억원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168억원을 올린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6억원의 영업이익과 2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제주항공은 “저비용항공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추가 항공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에만 1559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제주항공은 3년 연속 흑자가 나는 것을 전제로 2014년 주식시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진에어는 올 상반기에만 7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진에어는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딸인 조현민 전무가 직접 경영을 담당하면서 대한항공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반면 든든한 배경이 없는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2010년 84억원에 이어 지난해 26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부채가 자산을 초과한 상태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9월 실질적 대주주인 토마토저축은행의 영업이 정지되면서 현재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금액이 지난해 말 180억원에서 최근 260억원으로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 자본이 부족했던 저비용항공사들이 점차 시장에서 밀려나는 상황”이라면서 “결국 경쟁력을 갖춘 3~4개 회사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씨줄날줄] 꼴찌들의 반란/최광숙 논설위원

    소설가 박완서는 다들 일등에게 관심을 보일 때 꼴찌를 응원했다. 어느 날 우연히 마라톤을 보고서다. 그는 수필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에서 “모든 환호와 영광은 우승자에게 있었지만, 그는 환호 없이 달리는 사람이 위대해 보였다.”며 꼴찌 마라토너에게 환성을 질렀다. 요즘 꼴찌들의 유쾌한 반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를 받은 존 거던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와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iPS세포 연구소장의 인생 스토리는 꼴찌들의 쾌거사(史)다. 거던 교수는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은 15세 때 받은 생물과목 꼴찌 성적표”라고 했다. 당시 교사로부터 “과학자를 꿈꾸는 것은 완전히 시간낭비”라는 말을 듣고 그는 과학자의 꿈을 접고 대학에서 고전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내 생물학 연구에 몰두했다. 야마나카 교수는 의사였지만 수술을 못해 연구로 방향을 틀면서 인생 역전을 이뤄낸 인물이다. 첫 수술에서 10분이면 끝날 수술을 1시간이 넘도록 끝내지 못해 수술대 위에 오른 친구에게 사과를 했을 정도다. 유전자 연구로 진로를 바꾼 이후에도 좌절은 계속됐지만 “아홉번 실패하지 않는다면 한번의 성공도 얻을 수 없다.”며 연구에 매진했다. 영화 ‘피에타’로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 역시 한국 영화계에서는 ‘이단아’였다. 스스로 ‘열등감을 먹고 자란 괴물’이라고 할 만큼, 그는 초졸 학력으로 청계천에서 철공 등으로 일하며 밑바닥 생활을 했다. ‘강남 스타일’로 한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싸이 역시 “가수가 아니면 ‘루저’(실패자)로 살았을 것”이라고 할 만큼 우등생의 삶과는 거리가 먼 ‘날라리’였다. 이런 꼴찌들의 반란이 가능했던 건 무엇보다 그들이 어떤 경우든 결코 좌절하지 않고 꿈을 향해 달렸다는 것이다. 어느 사회에서나 꼴찌는 있을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꼴찌들에게 기회를 주는 사회인가, 아닌가일 뿐이다.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도약하고, 각 분야에서 창의로운 인재들을 키우려면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사회, 꼴찌를 배려하는 교육 시스템을 갖춘 사회가 돼야 한다. 한번 실패로 꼬인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기만 한다면 그 사회는 정의롭다고 할 수 없다. 지금은 밑바닥 꼴찌이지만 유쾌한 도전과 반전으로 새로운 역사를 쓸 미래의 인재들을 짓밟아서야 될 말인가. 우리나라가 노벨상을 받는 그날은 아무래도 꼴찌들에게도 수 많은 기회가 활짝 열려 있는 때일 것이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이춘규 선임기자의 대선 풍향계] ‘단일화 열쇠’ 호남민심은 정중동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지도력 공백 상태에 빠져 있는 광주·전남·전북의 호남. 호남 민심은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만들어 내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말을 탄생시키면서 수도권과 충청·강원 등 전국적인 민심 변화의 안내자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호남 민심이 올 대선 정국에선 어디로 귀착될까. 호남 민심은 현재 정중동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추석 연휴 뒤 지지율 상승세를 타던 호남에서 지지율 재하락 징후를 보인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를 턱밑까지 추격하던 문 후보 지지율이 다시 하락했다. 일시적일지, 추세로 굳어질지는 미지수이지만 지난 9일 송호창 의원의 안철수 캠프 합류가 겹치면서 예사롭지 않다. 실제 광주MBC의 6~7일 광주·전남 지역 야권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는 31.0%로 안 후보(55.3%)에게 24.3% 포인트 뒤졌다. 미디어리서치의 5~6일 호남 지역 야권 단일후보 지지도에서 는 문 후보(34.8%)가 안 후보(51.3%)에게 16.5% 포인트 뒤졌다. 지난 1일 이 기관의 조사 때는 문 후보(42.9%)가 4.4% 포인트 밀렸었다. 문 후보 측은 여론조사가 못 짚어 내는 밑바닥 민심에 더 촉각을 곤두세운다. 민주당 한 인사는 10일 “바닥 민심은 여론조사보다 훨씬 나쁘다는 보고도 있다.”고 전했다. 핵심 당직자도 “문 후보가 호남인의 감성에 호소하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고위급 호남 민심 수습단 파견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호남 민심을 얻어야 야권 후보 단일화가 본격화될 경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 후보가 주창하는 ‘호남 아들론’이 참여정부의 호남 홀대론이나, 부산정권론을 넘어설 수 있다는 기미는 안 보인다. 게다가 유권자들이 안 후보에 대한 각종 의혹 제기를 ‘구태정치’로 치부하는 프레임이 작동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한다. 호남 민심을 바라보는 민주당 내 사정은 복잡하다. 국회의원들은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공천을 의식해 문 후보를 돕고는 있지만 호남 민심이 뜨악하자 주춤거리기도 한다. 호남 민심이 안 후보에게 정권교체 가능성 점수를 후하게 주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호남인들은 후보 단일화 기준으로 정권교체 가능성을 꼽는다는 조사가 있다. 호남 민심 변화의 에너지가 임계점을 넘어 정계 개편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을지 예단하긴 이르다. 다른 변수들과 어울려 정치체제 재편의 촉매제가 될지도 모른다. 민주화 결과물로 탄생한 1987년 체제(헌법)는 어느덧 25년이 흘렀다. 그래서 여야를 막론하고 동시에 흘러나오는 각종 개헌론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teain@seoul.co.kr
  •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KDB생명 양강구도 속 외국선수 활약이 변수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KDB생명 양강구도 속 외국선수 활약이 변수

    올 시즌 여자프로농구는 신한은행과 KDB생명의 양강 체제가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시즌 초반 주전 멤버들이 부상에서 복귀하지 못하고 외국인 선수가 변수가 될 전망이어서 예단은 금물. 6개 구단 감독과 주장 선수들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12일 개막하는 2012~13시즌을 빛낼 핵심 선수와 유망주들을 손꼽았다. 먼저 신생팀 하나외환의 조동기 감독은 “김정은은 2년 연속 득점 1위를 했지만 평가가 좋지 못했다. 이번에는 달라진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김정은에게 힘을 실었다. 하나외환은 강지우가 무릎 수술을 해 시즌 초반 스타팅 멤버로 뛰는 건 무리인 데다 김지윤 역시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김정은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우리은행의 위성우 신임 감독은 신혼이지만 한번도 훈련에 빠지지 않은 주장 임영희를 꼽았고 박혜진을 팀의 기대주라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확실한 주축 멤버가 없다는 점을 고심하고 있다. KDB생명의 이옥자 감독은 “왜 곽주영이 폄하되는지 모르겠다.”며 “곽주영만 제자리를 잡아주면 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추천했다. 우승 0순위지만 외국인 선수들의 하은주 봉쇄령으로 인해 고전이 예상되는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은 “최윤아, 김단비가 시즌 운영의 관건을 쥐고 있지만 그 중심에 강영숙이 있다. 가장 고생 많은 강영숙이 잘 해주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이적생 활약도 올 시즌 판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키플레이어로 “홍아란을 주목해 달라.”고 주문한 KB국민은행의 정덕화 감독은 아킬레스건 파열로 시즌 아웃된 김수연의 자리를 메울 선수로 신한은행에서 옮겨온 정미란을 꼽고 있다. 특히 정선민 은퇴 후 변연하에게 공격이 편중될 우려가 있어 변연하를 받쳐줄 선수로 기대하는 눈치다. 이미선, 김계령, 김한별 등 부상 선수가 많아 속앓이를 하고 있는 삼성생명의 이호근 감독은 “이미선이 합류할 때까지 박태은이 해결사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기대한 반면 주장 김계령은 우리은행에서 이적한 고아라(24·178cm)를 유망주로 꼽아 눈길을 끌었다. 고아라는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어 팀을 옮겼지만 활약상에 비해 연봉(3년간 1억 9000만원)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일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길이 7829m! 세계 최장 축구클럽 구단기

    아르헨티나의 명문 프로축구단 리버 플레이트가 초대형 구단기를 만들었다. 리버 플레이트의 구단기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구단기로 기네스에 등재됐다. 리버 플레이트는 8일(현지시각) 퍼레이드를 벌이며 초대형 구단기를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했다. 길이는 장장 7,829m에 이른다. 아르헨티나 언론은 “퍼레이드에 구단관계자, 팬 등이 대거 참가했다.”면서 리버 플레이트의 진기록을 자축하는 축제처럼 행사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리버 플레이트는 기네스에 등재된 구단기를 조각 내 소형 깃발로 만들어 경기장과 연습장, 박물관 등의 시설에 분산해 꽂을 예정이다. 초대형 구단기를 만든 건 리버 플레이트의 팬들이다. 최근 성적 부진으로 고전하는 구단을 응원하자며 일단의 팬들이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에 초대형 구단기를 만들자는 제안을 올렸다. 충성심 강하기로 유명한 구단 팬들이 벌떼처럼 몰려 호응하면서 금세 제작비용이 걷히고 작업이 시작됐다. 한편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축구클럽 구단기는 역시 아르헨티나 프로구단인 로사리오 센트랄이 창단 120주년을 맞아 제작한 길이 4300m짜리였다.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열린세상] 어떤 출판인/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열린세상] 어떤 출판인/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어떤 출판인이 있다. 그는 젊은 시절 집에서 받은 약간의 자금으로 출판사를 구입했다. 1980년대 초 서울에서는 출판사를 새로 열기가 어렵고, 이미 있는 출판사의 경영권을 인계받는 것만 가능했다고 한다. 우연히 그는 을지로의 허름한 건물 5층에서 영인본을 파는 출판사를 경영하게 된 것이다. 당시의 영인본이란 개벽, 창조와 같은 일제강점기의 신문예 잡지, 한국고전소설전집 등 고전자료를 모아 복사하여 제본한 책들이었다. 당시 학생들은 고전문학을 공부하더라도 현대문학 자료를 구입했고, 현대문학을 공부하더라도 고전문학 자료를 구입했다. 심지어 문학하는 사람도 국어학 책을 샀고 국어학 하는 사람도 문학 자료를 샀다. 통섭이나 융합이란 말은 없었지만 한 전공 안에서 세부 전공을 나누어 하고 싶은 것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해방 후 학문 첫 세대들이 은퇴하고 학문의 관심사도 전문화한 데다가, 여러 경로로 자료를 참조할 수 있게 되면서 젊은 연구자들은 서적 형태의 자료집을 구입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그 출판인은 단행본을 만들기 시작했으나 잘 팔리지 않았다. 교재를 구입하는 학생들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때 몇몇 원로 교수들이 이 출판인을 찾아와 격려해 주었다. 하지만 이 출판인은 하도 고통스러워 출판사 문을 닫아야 하겠다고 말을 흘렸다. 그런데 한 원로 교수께서 지팡이를 휘둘러 탁자를 내리치시고는, “네가 얼마나 국가와 민족을 위해 중요한 일을 하는지 아느냐?”라고 야단을 치셨다. 하도 심한 야단을 들어 이 출판인은 어쩔 줄 모르다가, 한참만에야 기어드는 목소리로 “잘못했습니다.”라고 대답을 했다. 속으로는 작은 출판사가 하는 일이 국가와 민족을 위한 것이 무어냐, 대체 일마다 국가와 민족을 들먹이는 것은 우습지 않은가라고 생각하면서도, 폐업하려던 결심만은 바꾸었다는 것이다. 지금 출판계의 사정이 어떤지, 특히 전문서적 출판사의 현황이 어떤지, 그것은 잘 모른다. 하지만 책을 내기가 어렵게 된 것은 사실이다. 전문서적은 물론, 서적 구매층의 취향과 맞지 않는 책은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삼동(三冬) 내 글 좀 읽었다고 책을 내는 것은 물론 어리석은 일이다. 나무에 해를 입히는 재목(災木)의 행위에 불과할 수도 있다. 옛날 한나라 때 양웅이란 사람은 저술가로 유명했다. 그런데 유흠이란 학자는 그가 지은 ‘법언’(法言)이란 책을 보고서, “왜 세상에서 알지도 못하는 글을 이토록 애써서 지었을까. 나중에는 장독 뚜껑밖에 되지 않을 것 같다.”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장독 뚜껑을 덮는다는 말의 부부(覆?)라고 하면 자신의 저술을 겸칭하는 말로 되었다. 저 허균이 자신의 문집을 ‘성소부부고’(惺所覆?藁)라고 이름 붙인 것도 그 고사에서 따온 것이다. 학술원이나 문화관광부는 우수 도서의 출판비용을 일부 지원하고 한국과학재단은 연구자들의 저술을 지원하고 있다. 각 대학마다 출판 장려를 위해 여러 재원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부족하다. 게다가 인문학 분야에서 연구능력이 뛰어난 분들의 저서가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한다. 연구자들이 겸손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 업적 평가에서 저서를 대상으로 삼지 않기 때문에 전문 저술이 줄어들게 되었다고 했다. 연구의 꽃은 저술이다. 단형의 논문을 작성하는 일과 한 권의 책을 저술을 하는 것은 품이 다르다. 그런데도 저술에 대한 평가를 유보한다면 매우 불합리한 일이다. 원로 교수에게 야단을 맞은 그 출판인은 지금도 그 일갈을 가장 고마워한다고 했다. 양식 있는 출판인이 전공서적을 꾸준히 간행하여 그 분야의 학문을 진작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게 되기를 기대할 따름이다. 그리하여 전공자들의 저술이 당초에 겸손의 뜻으로 ‘부부’라고 하거나 ‘재목’이라 하지만, 그것이 끝내 ‘부부’와 ‘재목’으로 끝나지 않게 되기를 미래에 가탁한다.
  • 줄기세포 무한한 가능성 발견… 인류의 이해 획기적으로 변화

    한 사람은 50년을 기다린 끝에, 다른 한 사람은 불과 6년 만에 세계 최고의 학자라는 영예를 거머쥐었다. 이들이 노벨상을 받는다는 사실에는 전 세계 의학·생물학계의 이견이 없었다. 다만 시기가 문제였을 뿐이다. 세계 최고의 학술정보기관인 톰슨로이터는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와 존 거던 거던연구소장을 이미 2010년부터 노벨상의 유력한 후보로 꼽아 왔다. 노벨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줄기세포 학계가 주도권을 놓고 다툼을 벌여 온 ‘배아줄기세포’와 ‘유도만능줄기세포’(iPS) 진영 간의 경쟁이 iPS로 기울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의미도 있다. 존 거던 소장은 영국 이튼칼리지를 졸업한 뒤 옥스퍼드에서 고전문학을 전공하던 중 동물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개구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특히 거던 소장은 1962년 개구리의 장세포에서 추출한 핵을 성숙하지 않은 다른 개구리의 난자세포에 대신 주입하는 방식으로 복제 개구리를 만들었다. 인류가 만든 최초의 복제 동물이었다. 한동욱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거던은 복제 개구리를 만들면서 세포 속의 유전자(DNA)가 여전히 개구리의 모든 세포로 발전할 수 있다는 ‘역분화의 원리’를 처음으로 입증했다.”면서 “이는 모든 동물 복제의 핵심 원리가 됐고 이후 복제양 돌리나 복제개 스너피 등을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야마나카 교수는 일본 오사카시립대에서 정형외과 박사학위를 받은 의사이자 생물학자다. 당시로서는 보기 드물게 의학박사(MD)와 이학박사(Ph.D)를 모두 취득할 정도로 학구열이 뛰어났다. 평범한 학자로 학계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야마나카 교수는 2006년 쥐의 체세포에 ‘야마나카 바이러스’로 불리는 바이러스를 주입해 미성숙한 줄기세포로 의도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하면서 일약 스타가 됐다. 이 기술은 생물학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각광받으며 줄기세포 연구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노벨상위원회는 iPS에 대해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 업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오일환 가톨릭의대 교수는 “과거 2000년 동안 세포는 한 방향으로만 분화하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야마나카 교수는 거꾸로 분화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서 세포생물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연구는 줄기세포와 복제라는 윤리적으로 민감한 분야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관건은 난자를 이용해야 하는 배아줄기세포의 문제를 뛰어넘었다는 것이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연구에서 문제가 됐던 난자 공급이라는 핵심 문제가 사라진 셈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특수고전 번역 내년 8억 지원

    기획재정부는 7일 의궤와 법제, 생활사 등의 역사자료를 번역하는 ‘특수고전 번역사업’ 내년 예산으로 8억원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생활상을 보여주는 고전 번역에 예산이 투입되는 것은 처음이다. 지원 대상은 지난해 프랑스에서 145년 만에 돌려받은 외규장각 의궤 중 ‘의소세손예장의궤’ 등 총 6권이다. 여기에는 사도세자의 장남이자 정조의 형인 의소 세손(1750~1752)의 장례 과정이 담겨 있다. ‘조선의 브리태니커’로 불리는 실용백과사전 ‘임원경제지’와 조선시대 형법인 ‘대명률직해’도 번역된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연대·이대 등 수시 논술 대체로 평이

    6~7일 2013학년도 수시 논술시험을 실시한 연세대, 이화여대, 동국대, 홍익대가 지난해와 달리 대체적으로 쉬운 문제와 지문을 출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들이 최근 논술시험에서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지문과 문항을 출제해 사교육과 선행학습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논술시험을 치른 연세대는 여러 개의 제시문에서 공통된 주제를 찾고 제시문의 논지를 파악하는 비교적 평이한 유형을 출제했다. 사회계열 논술시험에서는 올해 EBS ‘언어영역 수능완성’ 교재에 실린 고전가사 작품이 제시문으로 나오기도 했다. 낙관성에 대한 주장과 돈키호테, 고전가사 ‘노처녀가’ 등의 제시문을 비교하는 문항이 출제돼 난도가 높지 않았다는 것이 수험생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7일 논술고사를 시행한 이화여대도 각각 3개 문항씩 출제한 자연계열과 인문계열Ⅰ·Ⅱ 논술 문항이 대체로 고교 교육과정 수준에서 답안을 작성할 수 있도록 출제됐다. 단 자연계열의 함수식을 구하는 문제와 전기요금 누진제 구간표를 보고 전력 사용량과 가구별 요금을 추론해야 하는 문항은 다소 까다로웠다는 수험생들의 평이 많았다. 6일 수시2차 논술 우수자 전형 시험을 친 동국대는 싸이의 성공 사례를 이용해 답안을 작성하라는 문제를 출제했다. 인문계열 1번 문항은 ‘가수 싸이의 성공 사례를 참조해 한국 대중문화의 발전 방안을 제시문 2개와 연결해 제시하시오.’였다. 이 밖에 센카쿠열도 분쟁, 묻지 마 살인 등 사회적 이목을 끈 이슈도 출제됐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갖고 싶죠 이런 나쁜 남자

    갖고 싶죠 이런 나쁜 남자

    쇼데를로 드 라클로(1741~1803)의 ‘위험한 관계’는 연애심리소설의 고전이다. 1959년 로제 바딤 감독을 시작으로 스티븐 프리어즈(1988년 ‘위험한 관계’), 밀로스 포먼(1989년 ‘발몽’), 이재용(2003년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 등 동서양의 많은 감독이 탐을 냈던 이야기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의 멜로 전문가 허진호 감독도 예외는 아니다. 허 감독은 신작 ‘위험한 관계’(11일 개봉)에서 돈과 권력이 전부이던, 사랑이란 말조차 비웃음거리던 1931년 상하이 상류사회로 배경을 옮겨 놓았다. 숱하게 변주됐던 원작인 만큼 전작과의 차별성에 성패가 달렸다. 정숙한 미망인 두펀위(장쯔이)를 유혹할 수 있는지를 놓고 팜므파탈 모제위(장바이즈)와 내기를 벌이는 상하이 최고의 바람둥이 셰이판 역을 맡은 장동건(40)의 어깨가 무거운 까닭이다. 그에게 ‘불혹의 귀요미’란 별명을 안긴 드라마 ‘신사의 품격’보다 ‘위험한 관계’를 먼저 찍었다. 직전까지 장동건의 출연작은 ‘친구’(2001), ‘해안선’(2002), ‘태극기 휘날리며’(2003), ‘무극’(2005), ‘워리어스 웨이’(2010), ‘마이웨이’(2011) 등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려고 온몸을 내던지는 어둡고 비극적인 캐릭터가 대부분. 갑자기 ‘나쁜 남자’로 돌아온 이유가 궁금했다. “이미지 변신보다는 이 작품을 처음 만났을 때쯤 나한테 싫증이 난 상황이었다. 매번 무겁고 피범벅이 돼 죽는 역할 말고, 연기하는 나도 보는 관객도 재밌는 영화를 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게다가 ‘마이웨이’를 9~10개월쯤 찍었는데 그런 작품을 하고 나면 미세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역할에 끌린다. 원작이 워낙 유명하고, 허 감독님이니까 섬세한 작업이 가능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존 말코비치, 콜린 퍼스, 라이언 필립, 배용준 등 연기 좀 한다는 배우들이 맡았던 역이다. 캐릭터를 설정하는 과정에선 일부러 다른 버전을 보지 않았다. 장동건은 “처음에는 어둡고 마성이 있는 인물로 생각했는데, 감독님은 유쾌함과 유머를 불어넣기를 원했다. 덕분에 차별성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국 제작보고회 때 알게 됐는데 장궈룽(張國榮)이 생전에 간절히 원했다고 하더라. 그때부터 묘한 부담이 생겼다.”고도 했다. 감독과 촬영·편집·음악 등 주요 스태프는 한국인이지만 중국 자본에 의해, 중국 배우들과 중국에서 찍었다. ‘무극’으로 중국영화를 경험했지만, 당시 대사가 거의 없었다. 이번에는 대사 부담이 컸을 터. 장동건은 “감독님이 크랭크인까지 시간이 촉박하니 한국어로 대사하고 나중에 더빙해도 된다. 부담 갖지 말라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중국에서는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언어로 연기하는 게 비일비재하다. 홍콩 출신들이 쓰는 광둥어는 어차피 외국어나 다름없어서 생겨난 현상이다. 량차오웨이(梁朝偉)가 대표적이다. 한국 관객에게 익숙한 그의 매력적인 중저음은 만다린어 성우의 목소리다. 장동건이 한국말로 얘기하면, 장쯔이는 만다린어로 대꾸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하루 이틀 중국어를 외워서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반면 한국어로 해봤더니 영 어색했다. 그래서 밤을 새워서라도 중국어 대사를 외웠다. 어떻게 다 외웠는지…. 잠깐 ‘그분’이 왔다 가신 거 같다(웃음).” ‘위험한 관계’에 이어 ‘신사의 품격’에서는 어깨의 힘을 쫙 뺀 채 오글거리는 로맨틱 코미디 연기까지 했다. “(두 작품) 이전까지 슬럼프였다. 하고 싶은 작품과 해야만 하는 작품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후자를 택하는 일이 많았다. 대중들이 원하는 게 반듯하고 착한 이미지라고 생각했다. 나 자신도 그 이미지를 깨는 게 두려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 짐이 되고 날 옭아매더라.” 그는 이어 “‘신사의 품격’이나 ‘위험한 관계’나 성공 여부를 떠나서 새로운 걸 받아들일 수 있는 설렘이 다시 생겼다. 뭐든 새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되찾았다.”며 웃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 그의 인터뷰를 보면 ‘미남 배우’에 대한 거부감이 짙게 묻어난다. 불혹이 된 지금은 어떨까. “젊었을 때 치기일 수도 있는데 대중이나 언론에서 외모만을 주목하는 게 힘들었다. 일부러 잘생기지 않아도 되는 역할을 찾아다녔다. 어쩌면 그런 고민이 날 성장하게 해 준 것도 같다. 지금은 외려 반대다. 좀 더 외모가 좋을 때, 싱싱할 때 (‘신사의 품격’, ‘위험한 관계’ 같은 작품을) 왜 안 했을까란 아쉬움도 있다. 물론 어릴 때 했다면 지금처럼 모든 걸 내려놓고 하진 못했을 것 같다. 하하하.”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최경주 CJ인비테이셔널] 일본파 이동환 ‘송곳’ 아이언샷 빛났다

    [최경주 CJ인비테이셔널] 일본파 이동환 ‘송곳’ 아이언샷 빛났다

    ‘일본파’ 이동환(25·CJ오쇼핑)이 한국프로골프투어(KGT)와 아시아투어가 공동 주관하는 최경주 CJ인비테이셔널 첫날 줄버디를 뽑아내며 우승권에 포진했다. 4일 경기 여주의 해슬리 나인브릿지골프장(파71·7152야드). 이동환은 대회 1라운드에서 보기는 1개로 막고 버디 6개를 쓸어담아 5언더파 66타를 쳤다. 7언더파 64타의 맹타를 휘두른 단독 선두 라이언 입(캐나다)에 2타 뒤진 4위에 올라 국내 대회 첫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2006년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 진출, 그해 신인왕을 받은 이동환은 지금까지 투어 2승을 올렸지만 정작 국내 우승컵은 아직 없다. 공동 2위에는 태국의 강호 타워른 위랏찬트와 릭 쿨락(호주)이 올랐다. 10번홀에서 출발한 이동환은 13번홀(파4)에서 6m 거리에서 버디 퍼트를 집어넣고, 14번홀(파5)에서는 세 번째 샷을 홀 2.5m에 떨어뜨려 버디로 연결했다. 이어 18번홀(파4)부터 3번홀(파4)까지 4개홀 연속 버디를 뽑아내 상승세를 탔다. 88.89%에 달한 아이언샷이 워낙 정확한 데다 홀당 1.63개에 그친 ‘짠물 퍼트’가 돋보였다. 이후 파를 지켜나가던 이동환은 8번홀(파3)에서 티샷을 그린 왼쪽 벙커에 빠뜨리는 바람에 두 번째 샷을 그린 위에 올린 뒤 4m짜리 파퍼트를 놓쳐 유일한 보기를 적어냈다. 이동환은 “짧은 아이언의 컨트롤과 퍼트가 잘돼 연속 버디를 잡았다.”면서 “일본대회 일정 때문에 국내대회에 자주 출전하지 못하는데 이번 대회에서 우승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디펜딩 챔피언 최경주(42·SK텔레콤)는 2언더파 69타를 쳐 2003년 브리티시오픈 챔피언 벤 커티스(미국) 등과 공동 18위에 올랐다. 커티스는 “티샷이 좋지 않아 고전했다.”면서 “선수의 컨디션이나 코스의 상태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10∼15언더파 정도에서 우승자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5개월여 만에 국내대회에 출전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루키’ 배상문(26·캘러웨이)도 2언더파 69타를 쳐 최경주 등과 동타를 이뤘다. 배상문은 “PGA 투어 시즌을 마무리하고 3주간 휴식을 취했다.”며 “시즌을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이번 대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재미교포 찰리 위(40·위창수·테일러메이드)와 강경남(29·우리투자증권), 이승만(32)은 4언더파 67타를 쳐 공동 5위로 첫날을 마쳤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포르투갈 선율의 풍만함

    포르투갈 선율의 풍만함

    가을에 어울리는 두 남자가 온다. 1980년 이후 포르투갈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꼽히는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호드리구 레앙은 자신의 밴드와 함께 6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포르투갈 전통음악 파두(Fado)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전 세계에 퍼뜨린 레앙은 서울 첫 공연을 위해 첼로·바이올린·비올라 등 풍부한 현악사운드와 아코디언·비브라폰을 편성한 것은 물론, 그의 오랜 파트너인 보컬리스트 안젤라 실바와 함께한다. 포르투갈의 슈퍼밴드 마드레듀시 출신의 레앙이 월드뮤직 장르의 스타로 우뚝 선 건 2000년 발표한 세 번째 솔로앨범 ‘어머니의 마음’(Alma Mater) 이후다. 브라질 여가수 아드리아나 칼카노투가 목소리를 보탠 ‘집’(A Casa)이 수록돼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이 앨범은 고전적이면서도 관습적이지 않은 사운드로 평단과 대중의 지지를 모두 낚아챘다. 2008년 울산 월드뮤직페스티벌을 통해 한국에서도 만만치 않은 인기를 뽐냈다. 4만~8만원. (02)2005-0114.
  • 항구 부산의 ‘가을이야기’

    항구 부산의 ‘가을이야기’

    5년 전이었습니다. 당시 ‘부산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습니다. 이젠 부산의 아이콘이 된 광안대교의 경관 조명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고, 야경 크루즈 등 부산의 밤 풍경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하던 때였지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부산의 외모는 줄곧 변화하고 있습니다. 해운대에 국내 가장 높은 건물이 들어섰고, 남항대교가 새 빛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걸음마 단계였던 부산 세계불꽃축제는 ‘폭풍성장’을 거듭해 이제 세계인의 축제로 발돋움했지요. 부산의 밤 풍경이 빼어난 건 여백과 반영 때문일 겁니다. 바다와 육지가 서로의 크기만큼 어우러져 있고, 바다는 뭍의 마천루들이 뿜어내는 빛을 고스란히 비춰 냅니다. 부산에서 건물들로만 빽빽한 여느 대도시와 사뭇 다른 느낌을 갖게 되는 것도 그런 까닭일 겁니다. 해운대 바닷가. 한여름의 열기도, 한가위의 번잡함도 가뭇없이 사라졌다. 이럴 땐 가수 송창식의 ‘철 지난 바닷가’가 제격이다. 파도는 소리 죽여 울고 달빛은 모래 위에 가득하다. 어깨 위로 쌓이는 당신의 손길이 없다 한들 어떠랴. 불어오는 바람은 싱그럽기만 하다. 부산 밤 풍경의 주역은 광안대교다. 부산의 야경을 감상한다는 건 사실상 이 다리를 어디서 볼 거냐는 말과 맥이 통한다. 부산 야경 감상의 ‘고전’은 황령산과 금련산이다. 특히 황령산은 부산의 야경을 즐기며 걷는 야간산행 코스로 유명하다. 이웃한 금련산 또한 야경의 보고여서 부산의 ‘필수 관광코스’로 꼽힌다. 차로 오를 수 있어 야간 데이트를 즐기려는 커플들이 많이 찾는다. 해운대 뒤편의 장산은 사진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광안대교와 마천루가 늘어선 해운대 일대 등 부산 시내가 ‘기막히게’ 펼쳐진다. 다만 높이가 해발 634m나 돼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 달맞이 언덕과 동백삼거리 일대는 야경의 주인공이자 유명한 야경 감상 포인트다. 달맞이 언덕은 정상부의 해월정이나 미포 선착장 뒤, 공용주차장 부근이 감상 포인트다. 1.5㎞ 길이의 ‘문탠로드’ 중간쯤에 있는 바다전망대도 좋다. 들머리에서 도보로 20분이면 닿는다. 밤 11시까지 조명을 밝힌다. 동백섬 누리마루 주차장은 ‘센텀시티’ ‘마린시티’ 등의 마천루들이 펼쳐 내는 화려한 야경이 압권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80층짜리 아파트도 이곳에 있다. 특히 바람 잔 날 물에 투영되는 마천루들의 모습은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바다에서 보는 야경도 색다르다. 해운대 동백섬 들머리에서 ‘티파니21호’가 매일 저녁 운항한다. 식사와 라이브 공연이 제공되는 3층짜리 크루즈선이다. 해운대와 광안대교, 광안리해변 등을 돌아본다. 야경 감상에 나서기 전 불꽃축제 일정을 확인해 두는 것도 좋겠다. 부산문화관광축제조직위가 주최하고 한국방문의해위원회가 후원하는 행사로, 오는 26일과 27일 이틀 동안 열린다. 26일 K팝 콘서트에 이어 27일 오후 8시부터 50분 동안 광안대교 1.2㎞ 구간에서 모두 8만발의 불꽃이 쏘아 올려진다. 500m까지 치솟은 후 직경 400m나 퍼지는 ‘대통령 불꽃’과 광안대교를 따라 바다로 떨어지는 ‘나이아가라 불꽃’이 장관이다. 홈페이지(www.bff.or.kr)에 자세한 일정과 이벤트들이 나와 있다.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오래된 풍경들을 찾으려는 사람들도 그만큼 많아진다. 감천동 태극도 마을, 보수동 책방 골목 등 빈티지풍의 부산 여행지들이 각광받는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송도 해수욕장도 그런 경우다. 송도 해수욕장은 근 100년 전인 1913년에 문을 연 국내 최초의 공설 해수욕장이다. 한때 최고의 피서지로 꼽힐 만큼 사람들이 즐겨 찾았다. 그러다 1990년대 대도시 부산의 오폐수들이 밀려들면서 해수욕장으로서의 의미를 잃기 시작했다. 2008년 남항대교가 들어서고, 바다 한가운데 거대한 고래 조형물을 세우는 등 힘겨운 노력이 이어진 끝에 점차 낡은 여행지란 관념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다. 최근 이곳에 ‘송도해안볼레길’이 조성됐다. 송도 해수욕장에서 암남공원 입구까지의 해안 절벽을 철제 난간으로 이었다. 길이는 불과 1.2㎞. 걷기를 즐기는 사람에겐 성에 차지 않을 거리다. 하지만 축약된 풍광만큼은 일품이다. 송도 해수욕장 중간, 그러니까 볼레길 들머리 어름에 덕성관이 있다. 1940년대에 세워진 숙박 업소다. 이희경 문화해설사에 따르면 “박정희 대통령이 즐겨 찾으며 군사정권을 꿈꿨던 곳”이다. 덕성관을 지나면 볼레길이 시작된다. 해안선을 따라 들려오는 해녀들의 숨비소리가 정겹다. 인구 360만명의 대도시에서 해녀를 만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볼레길 풍경은 평화롭다. 갯바위에선 낚시꾼들이 세월을 낚고, 맞은편에는 고층빌딩이 즐비하다. 갯바위 돌 틈 위에 세운 구조물이 아니었다면 엿보지 못했을 풍경들이다. 멀리 부산항 묘박지(배 정박지)에 뜬 거대한 배들과 동행하며 두 개의 흔들다리를 건너고 나면 암남공원이다. 해운대 해변 끝자락의 미포는 작은 어촌 마을이다. 영화 ‘해운대’(2009)를 통해 알려지기 전까지는 부산 사람들에게조차 적잖이 생경한 마을이었다. 미포의 매력은 철도 건널목에 있다. 미포 오거리에서 철길 너머의 바다를 향해 내달리는 짧은 내리막길은 퍽 인상적이다. 동해남부선 철도가 길을 가로지르고, 멀리로는 오륙도가 아스라하다. 영화 ‘해운대’의 포스터를 떠올리면 알기 쉽다. 거대한 쓰나미가 건물과 철길,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덮치는 장면 말이다. 하지만 영화 포스터와 달리 철길 너머 바다는 마치 장판을 깐 듯 잔잔하다. 기차가 지난 뒤 바리케이드가 올라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을 되찾는다. 해가 뜨고 질 무렵 찾으면 한층 서정적인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이런 넉넉한 풍경도 올겨울이면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다. 미포 건널목의 한 철도원은 “동해남부선 복선화 공사가 끝나면 기차는 더 이상 미포 건널목을 오가지 않는다.”고 했다. 올해 말 완공되는 해운대 위쪽의 장산터널을 통해 기차가 오가기 때문이다. 부산 지하철 2호선 중동역 7번 출구에서 미포오거리 방향으로 걸어서 10분이면 닿는다. 글 사진 부산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1) 맛집: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BIFF 광장 맞은편의 자갈치어시장에 생선구이집 10군데가 나란히 줄지어 있다. 볼락 등 6종 모둠구이는 1만 7000~3만 5000원. 제일횟집(246-6442)이 이름났다. BIFF 광장에선 해바라기씨 등이 들어간 ‘씨앗호떡’을 맛봐야 한다. KBS ‘1박2일’의 이승기 덕에 유명해졌지만, 현지인들은 그 탓에 가격이 700원에서 900원으로 ‘폭등’했다며 볼멘소리다. BIFF 광장 인근에 부평동 족발골목이 있다. 여러 업소 중에서도 이혼한 아내와 남편이 10m 거리에서 각각 운영하는 업소가 가장 유명하다니 손맛과 애정은 별개인 듯하다. 족발골목에서 한 블록 떨어진 부평시장은 ‘맛의 보고’다. 거인통닭, 미도어묵 등 부산에서 ‘원조’ 소리 듣는 집은 죄다 몰려 있다. 그중 세정한치모밀(241-5216)은 현지인이 ‘강추’하는 맛집이다. 한치를 살짝 얼려 메밀국수와 함께 낸다. 일종의 술안주여서 오후 5시 이후에나 맛볼 수 있다. 주변 관광지:해운대 센텀시티의 마담투소는 밀랍인형 전시관이다. 영화배우 조니 뎁, 니콜 키드먼, 한류스타 송승헌 등 ‘유명 인사’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인형 하나가 무려 2억원가량 된다고. 가발, 수염 등 소품을 이용해 함께 사진을 찍고 다양한 상황도 연출할 수 있다. 입장료 9000원. 745-1519. ‘뚜껑 없는 버스’로 불리는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알짜배기 시내 일주를 즐겨도 좋겠다. 해운대와 태종대를 기점으로 도는 순환형과 역사문화 탐방, 야경 등을 둘러보는 테마형 등 두 종류다. 테마형은 예약을 하는 게 좋다. 어른 1만원, 청소년 5000원. www.citytourbusan.com, 464-9898.
  • [프로야구] 완벽한 투타, 삼성

    85.7%. 프로야구 삼성이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에 이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확률치다. 전후기 리그(1982~88년)와 양대 리그(1999~2000년)로 운영되던 시기를 제외하고 단일 리그 체제에서 치른 21번의 한국시리즈에서 정규시즌 1위팀이 우승을 차지한 것이 무려 18번이다. 특히 지난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정규 1위 팀이 한국시리즈를 우승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14.3%의 이변 가능성은 남아 있다. 플레이오프(PO) 직행을 확정지은 SK와 준PO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큰 두산과 롯데도 만만찮은 상대다. 시즌 전 부동의 ‘1강’으로 꼽힌 것이 무색할 정도로 초반 삼성은 고전했다. 최형우, 차우찬 등 주축들이 부진했다. 하위권을 전전하다 5월 말이 돼서야 7위에서 6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코칭스태프 보직을 바꾸는 등 분위기 쇄신을 꾀하기도 하지만, 류중일 감독은 반대로 갔다. 코치들의 자리를 한 번도 바꾸지 않고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더워지자 삼성의 본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6월부터 약진을 시작해 연승 행진을 이어갔고, 7월 1일 마침내 1위로 치고 나섰다. 그 뒤 2위 그룹을 승차 5경기 이상 앞지르며 한 번도 역전을 허용치 않았다 삼성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정규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투·타의 조화를 꼽을 수 있다. 투수진에서는 류중일 식의 ‘선발 야구’가 돋보였다. 다승 공동 1위인 장원삼(16승)을 비롯해 외국인 탈보트(14승)와 고든(11승), 배영수(11승)가 고르게 활약했다. 선발진이 거둔 승수는 62승으로, 전체의 81%였다.타선에서는 이승엽을 중십으로 박한이, 박석민 등이 꾸준히 활약했다. 박한이는 지난해의 부진을 씻고 .306에 50타점, .395에 이르는 출루율로 공격에 물꼬를 텄다. 이승엽 역시 30홈런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홈런 21개, 타점 85개로 제 몫을 다했다. 타격에 눈을 뜬 박석민 역시 팀내 최다인 홈런 23개, 91타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세 타자가 팀 타점(572)의 44%인 251타점을 합작하며 삼성은 어렵지 않게 팀 타점과 팀 득점(615), 팀 장타율(.391). 팀 타율(.273) 1위를 달리며 ‘공격 야구’를 펼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가는 길이 쉽지는 않다. 가장 까다로운 상대는 SK다. 최근 선발진이 살아나며 분위기가 상승세를 타고 있고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우승 DNA’ 역시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두산과 롯데도 준PO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올라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정약용은 과연 주자학을 뒤엎고자 했을까

    ‘매천야록’의 저자 황현(1855~1910)은 구한말 개혁이 신통치 않아지자 정약용(1762~1836)을 떠올리며, 그가 있었더라면 고종 황제의 개혁에 큰 힘을 보탤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광무개혁을 진행하던 고종 황제의 주변에 소수의 군왕주의자들이 있었으나 이들은 정치적 기반도 사상적인 힘도 크지 않았던 탓이다. 함규진 서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가 쓴 ‘정약용-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꾸다’(한길사 펴냄)는 자주 인용되는 정약용을 좀 깊게 읽어보자고 주문하고 있다. 성균관대 정치학과를 나온 함 교수는 ‘정약용 정치사상의 재조명’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대중들이 읽기 쉽도록 역사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학자다. 이를테면 ‘고종, 죽기로 결심하다’(자음과모음 펴냄) 등과 같은 책이다. ‘한길사 인문고전 깊이읽기’ 시리즈 열한 번째인 ‘정약용’ 편에서 함 교수는 “당대의 천재이자 실학자로 신화화된 정약용을 객관적으로 다시 살펴봐야 한다.”면서 “다산이 실학의 대표선수라지만 그는 마르크스가 헤겔을 뒤집듯 주자학과 정면으로 충돌하여 깨끗이 뒤엎어버린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함 교수는 ‘목민심서’, ‘경세유표’, ‘중용자잠’, ‘맹자요의’ 등 다산 정약용의 방대한 저작을 꼼꼼하게 분석한 뒤 “정약용은 실학자라기보다 스스로를 유학자로 생각하고 행동한 인물”이었다며 “오늘날의 기준으로도 손색 없는 민주주의자나 자유주의자도 아니고, 시대를 앞서가는 천재 과학자도 아니었다.”고 한다. 상식을 기초로 경전을 해석하고 세상을 바꾸려한 유학자였는데, 실사구시·이용후생 등의 단어와 어우러지면서 대표적인 실학자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이지만 고종이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1901년에 간행토록 지시하면서 정약용의 이름값이 더 올라간 측면도 배제할 수 없겠다. 유학이 구닥다리 사상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되는 21세기에 다산 정약용을 읽을 필요가 뭐가 있을까 싶을 수도 있겠다. 함 교수는 “지금까지 쌓아온 성과를 내팽개치고 새로운 사상에만 열중한다면 문화적 주변부, 사상적 식민지성을 지속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사상적 주체로서 한국적 사상의 모델을 만들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한편의 환상동화 한국色 수놓은 발레 파리지앵을 홀리다

    한편의 환상동화 한국色 수놓은 발레 파리지앵을 홀리다

    처음에는 다소 멀뚱멀뚱했다. 머리에 수건을 싸맨 한복 차림의 아낙들이 발레를 하니 어색하기도 했을 터. 1막에서 파도 치는 바다를 배경으로, 선원 12명이 높이 뛰어오르는 그랑 주테(공중에서 두 다리를 일자로 벌리는 동작)와 힘찬 회전으로 장식한 강렬한 군무를 선사하자 박수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3막 조선 궁궐 장면에서 달빛 아래 궁중예복을 차려입은 남녀 무용수가 2인무를 춘 뒤에는 박수 소리가 더 크고 오래 이어졌다. 공연이 끝나자 객석에서는 박수갈채와 함께 “마니픽”, “뷰티풀”이라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객석 “뷰티풀” 탄성 이어져 지난달 29일과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팔레 데 콩그레 극장 무대에 오른 유니버설발레단의 ‘심청’은 한국 고전의 멋과 높은 발레 수준을 과시하면서 호평을 받았다. 팔레 데 콩그레(3723석)는 파리에서 가르니에(파리오페라발레) 극장, 살 플레옐과 함께 3대 공연장으로 꼽힌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뮤지컬 대작 ‘노트르담 드 파리’가 초연된 곳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무대장치와 무용수 동선을 고려해 무대를 3분의2 정도로 줄이고, 관객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객석은 절반인 1800석만 확보했다. 생소한 한국 창작발레에 대한 관심은, 객석점유율과 유료판매율이 각각 평균 94.3%, 80%라는 수치가 방증한다. 이번 파리 공연을 주도한 기획자 에티엔 통은 “한국 전통과 클래식 발레를 모두 품었다는 게 ‘심청’의 강점”이라면서 “프랑스 관객들은 이야기를 몰라 처음에는 어리둥절하겠지만 점점 감정이 흐름을 타면서 감동을 받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전통과 클래식 발레의 접목 이야기는 우리가 아는 그대로다. 심청이 태어나 자라고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300석에 목숨을 내놓고 인당수에 빠지는 부분까지 긴 이야기가 1막에 짜임새 있게 압축돼 있다. 부인과 함께 온 장밥티스트 몰레(31)는 “한국의 옛이야기가 안데르센의 동화와 같은 흐름을 갖고 있어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었다.”면서 “심청이 바다(인당수)에 빠지는 장면이 무척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2막 용궁 장면에서는 무용수들이 반짝이는 비늘, 뾰족한 장식 등으로 화려한 바다생물을 표현했다. “의상이 매우 화려하다.”, “보티첼리의 그림을 보는 듯하다.” 등의 의견이 주를 이뤘다. 연꽃을 타고 육지로 올라온 심청이 왕비가 되고 맹인잔치를 열어 아버지와 만나는 3막에서는 탈춤 군무와 섬세한 궁궐 무대 장식이 돋보인다. 친구들과 공연을 본 비누아 에르랭(29)은 “무대장치가 인상적이다. 특히 풍랑을 만나는 장면에서 배 뒤로 바다가 요동치고, 양쪽 돛이 흔들리는 등 역동적으로 표현한 것이 놀라웠다.”고 했다. 2막 도입부에서 심청이 물속으로 들어가는 영상을 거론하며 “무대에서 보여 주지 못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처리한 구성이 독특했다.”고 덧붙였다. 이혜민 주프랑스대사는 “공연이 진행될수록 객석 반응이 뜨거워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K팝뿐 아니라 클래식한 분야에도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종수 주프랑스한국문화원장도 “ 우리 문화의 다양성을 드러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치 보티첼리 그림 보는 듯” 뱅상 베르제 파리 7대학 총장은 “가족의 의미, 부모에 대한 사랑이 감명 깊은, 정말 아름다운 얘기”라면서 “의상이 마음에 든다. 심혈을 기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발레 ‘심청’은 1986년 초연됐다. 이후 수차례 다듬으면서 12개국 40여개 도시에서 200여회 공연을 이어왔다. 유니버설발레단 문훈숙 단장은 “이번 공연을 통해 한국 전통을 접목한 창작발레에 대한 유럽의 높은 관심을 확인하게 됐다.”면서 “내년에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심청’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리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1,600km 거리차…구글맵서 ‘동일 UFO’ 포착

    1,600km 거리차…구글맵서 ‘동일 UFO’ 포착

    약 1,600km나 떨어진 서로 다른 구글 지도상에 똑같은 형태의 미확인비행물체(UFO)가 포착돼 화제와 논란을 동시 낳고 있다. 28일(현지시각) 미국 ABC 방송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무려 1,000마일(약 1,600km)이나 떨어진 텍사스주(州) 잭슨빌과 뉴멕시코주 아코마 푸에블로의 상공을 촬영한 구글의 지도 서비스에 똑같은 형태로 보이는 붉은색 UFO가 포착됐다. ▶텍사스 UFO 구글맵 보러가기 ▶뉴멕시코 UFO 구글맵 보러가기 첫 번째 잭슨빌 UFO는 같은 주 휴스턴 인근에 사는 안드레아 도브가 고모 댁을 방문하기 위해 지도 서비스를 이용하던 중 우연히 발견하고 ABC 방송 제휴사인 텍사스 동부 KLTV에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그다음 UFO는 잭슨빌에서 차로 하루는 이동해야 하는 아코마 푸에블로의 스카이시티 카지노 호텔 인근에서 발견됐다. 이 사진이 어떻게 발견됐는지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이들 UFO는 1950년대 저예산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고전적인 형태이며 반투명으로 뚜렷한 이미지는 아니다. 따라서 일부 네티즌은 이 사진이 햇빛이나 근처에 있는 맥도날드의 아치형 간판에 반사된 빛의 잔상이 찍힌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이에 현지 방송은 현장에 기자를 파견해 지역 주민과 인터뷰를 시도했고, 두 마을 주민 대부분은 “와!”라는 감탄사만을 남발하며, 사진을 찍으면서 이런 현상을 목격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 방송은 논란이 되고 있는 UFO 사진을 제공하고 있는 구글 측에 직접 문의해 봤으나 아직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진=구글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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