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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대 샛별과의 협연, 관객과 나 모두 깜짝 놀랄 것”

    “20대 샛별과의 협연, 관객과 나 모두 깜짝 놀랄 것”

     ‘바이올린의 혁명가’ ‘파가니니의 환생’ 등 압도적인 수식어를 거느린 바이올린 명장 기돈 크레머(사진·69)가 오는 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연다. 그간 크레머의 내한 무대는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나 자신의 실내악단과의 공연 등에 집중돼 있었다. 오롯이 바이올린과 독대하는 독주회는 22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엔 피아노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함께였지만 이번엔 다른 이에게 곁을 내줬다. 지난해 러시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1위보다 주목받는 4위로 클래식계에 ‘신선한 파장’을 일으킨 피아니스트 뤼카 드바르그(25)다.  거장은 왜 샛별을 택했을까. 3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크레머는 “이 뛰어난 프랑스 피아니스트에게 강렬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드바르그와의 공연은 저도 이번이 처음이에요. 지난해 차이콥스키 콩쿠르를 온라인 생중계로 보다 그를 ‘발견’했죠. 우리 둘의 협연이 어떤 무대를 만들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지만 공통의 음악적 언어를 찾게 되길 바랍니다. 한국 관객분들이 그걸 ‘목격’하시길 진심으로 바라고요. 관객뿐 아니라 제 스스로를 깜짝 놀라게 하는 게 저의 목표이기도 하구요.” 크레머는 고전부터 현대까지 클래식의 계보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다른 영역의 음악, 클래식 아닌 타 예술 장르까지 넘나들며 ‘파격’을 거듭해 왔다. 1997년 직접 창단한 실내악단 크레메라타 발티카를 이끌며 젊은 연주자를 길러내는가 하면, 슬라바 폴루닌의 ‘스노우쇼’를 통해선 마임이란 묵음의 예술에 클래식을 입혔다. 블랙 코미디 쇼 ‘기돈 크레머 되기’에서는 음악가로서의 자신의 삶을 희화화하며 자본에 영혼을 잃어가는 예술을 고발했다. 경계 없는 에너지는 그의 이런 철학에서 나오는 건 아닐까.  “바이올린 연주자로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궁합이 맞는 연주자와 딱 맞는 음악을 연주할 때예요. 그것 외에는 인생이 짧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께 ‘그저 눈과 귀를 열라’고 조언하고 싶네요. ‘걱정하는 데만 시간을 들이지 말라. 우리 주변에는 너무도 많은 아름다움이 존재하고 있다’고요.”  이번 연주회에서 그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7번 D장조, 쇼스타코비치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G장조 등을 연주한다. “시간이 갈수록 가치를 더 알아가고 있다”며 각별한 애정을 보여온 현대 작곡가 바인베르그의 ‘독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3번’도 들려준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무료로 콘서트 즐기기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무료로 콘서트 즐기기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오는 7월 다양한 여름 음악축제가 열린다. 모든 콘서트가 무료로 진행되는 만큼 인스부르크를 방문할 여행객이라면 꼭 메모를 해두는 게 좋겠다.  먼저 인스브루크 프롬 콘서트가 오는 7월 4일~31일 호프부르크 왕궁 앞뜰에서 열린다. 유럽 9개국의 브라스 밴드와 오케스트라가 참가해 클래식 등 고전음악부터 재즈, 포크 등 현대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의 선율을 들려준다.  7월 21일~24일 열리는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도 주목할 만 하다. 인스부르크는 미국 뉴올리언스와 40년 넘게 자매도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해마다 인스브루크에서 열리는 재즈 축제에서 루이 암스트롱, 시드니 비쳇 등 미국 재즈 스타들의 향기를 만끽할 수 있는 건 그 때문이다. 올해 재즈 축제는 인스브루크 마켓 광장에서 열린다. 현재 뉴올리언스 음악계를 이끄는 스타들이 대거 참여할 예정이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조선시대도 싱크홀 있었다

    조선시대도 싱크홀 있었다

    조선 시대에는 지금과 같은 지반침하 현상인 ‘싱크홀’을 문자 그대로 땅이 꺼졌다는 뜻의 ‘지함’(地陷)으로 불렀다. 조선왕조실록에 하늘이 무너졌다는 기록은 없어도 땅이 꺼졌다는 기록은 종종 보인다. 세종 18년(1436년) 12월 황해도 황주에서 발생한 지함은 너비 1m, 깊이 21m였고, 세종 21년(1439년) 5월 해주에서 보고된 지함은 너비 1.5m, 깊이 9m에 달했다. 지함이 발생하면 해당 지역 수령은 조정에 보고하고, 국왕은 괴이한 천재지변이 발생했을 때 지내는 ‘해괴제’라는 제사를 통해 천지신명의 분노를 달래도록 했다. 사관의 눈에 조선 시대의 싱크홀은 어떻게 보였을까. 명종 11년(1556년) 11월 대동강 근처 큰길에서 너비 7자(2.1m), 깊이 8자(2.4m)의 지함이 국왕에게 보고되자 사관은 임금과 신하를 다음과 같이 직설 화법으로 비판했다. “천재지변이 닥치자 임금과 신하가 그럴 듯한 말을 하며 서로 경계하기는 했지만 형식적으로 옛일을 따라한 것일 뿐이다. … 임금과 신하 모두가 고민조차 하지 않고, 덕을 닦아 일을 바로잡아야 한다느니 두려워하고 반성하겠다느니 하는 공허한 말만 하면서 재변이 사라지기를 바랐으니, 참으로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겠는가?” 조선 시대 사관들의 주관적인 논평인 ‘사신왈’(史臣曰) 혹은 ‘사신논왈’(史臣曰) 등으로 시작하는 사론(史論)을 읽기 쉽게 풀어 쓴 ‘사필-사론으로 본 조선왕조실록’이 한국고전번역원에서 30일 출간됐다. 사론은 조선 전기 실록에만 3400여건이 실렸는데 절반 이상인 약 57%가 인물에 대한 논평이었다. 정종 1년(1399년) 1월 지경연사 조박은 “사관은 임금의 선악을 기록하여 영원히 남기니,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아뢸 정도로 국왕으로서는 여간 신경 쓰이는 의견이 아닐 수 없었다. 한국고전번역원의 한문학자 8명이 쓴 이 책은 실록 속에 다양한 사안을 논평한 사론들을 주제별로 나눠 38건을 싣고, 편마다 관련 배경과 사건, 삽화를 현대적으로 구성해 재미를 더했다. 한편 한국고전번역원은 다음달 1일부터 우리 고전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고구마’(고전에서 구하는 마법 같은 지혜)를 무료로 배포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킴콩’ 김현수, 결승 홈런포로 설움 날렸다

    ‘킴콩’ 김현수, 결승 홈런포로 설움 날렸다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가 30일 그동안 쌓였던 설움을 메이저리그(MLB) 데뷔 첫 홈런에 담아 담장 밖으로 날려보냈다. 볼티모어 지역 언론들은 “이제 그를 ‘킴콩’(Kim Kong)이라고 불러도 된다”며 김현수의 홈런을 크게 반겼다. 김현수는 이날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방문경기에 2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4-4로 맞선 7회초 비거리 115m의 우월 솔로포를 폭발했다. 김현수는 2사 주자 없는 상황,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불펜 제프 맨십의 5구째 시속 148㎞(92마일) 투심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담장을 넘겼다. 김현수의 메이저리그 1호 홈런이자 결승타로 기록됐다. 시즌 타율은 0.386에서 0.383(47타수 18안타)으로 소폭 떨어졌지만 강한 인상을 준 홈런이었다. 김현수는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승패와 관련 없는 상황에서 홈런이 나왔어도 기분이 좋았을 텐데, 팀 승리에 기여해서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홈런을 노리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좋은 콘택트를 유지하면서 가능한 한 세게 치려고 했다”고 돌아봤다. 김현수는 이날 1호 홈런을 쏘아올리기 까지 마음고생이 심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한국산 타격 기계’라는 기대를 품고 MLB에 진출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지난 겨울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2년 총액 700만달러에 계약할 때만 해도 김현수의 행보는 순탄해 보였다. 그러나 시범경기에서 김현수는 수준이 다른 MLB 투수들을 상대로 고전하면서 타율 0.178(45타수 8안타)으로 부진했다. 시원스러운 안타를 친 것이 없을 정도로 팬들을 실망시켰다. 구단과 팬들의 실망은 곧 그의 마이너리그행을 압박했다. 벅 쇼월터 감독은 “(마이너리그행) 결단을 내리기 전까지 기용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한국 복귀설도 나왔지만 김현수는 계약 조건에 포함된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행사하며 MLB에 남았다. 개막전에서 팬들의 야유를 받으며 벤치를 전전했고, 백업 외야수로 간혹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김현수를 기회를 놓치지 않고 ‘6할 타자’라는 명성을 쌓으며 출전의 끈을 놓지 않았다. 마침내 김현수는 쇼월터 감독의 작전 속으로 들어왔고, 최근에는 5경기 연속 선발 출전한 끝에 이날 대포를 쏘아 올려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김현수는 시즌 초반 출전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던 점에 대해 “내가 못했기 때문에 그랬다고 생각한다. 언제든 나가면 잘하려고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었던 것이 지금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또 현지 매체가 주전 경쟁에서 밀려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볼 때 심정을 묻자 김현수는 “벤치에 있을 때도 자신감 충만했고, 지금도 자신 있게 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솔로포를 터뜨린 김현수가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자 동료들은 모르는 척하는 장난을 치다가 한순간 함성을 지르고 하이파이브를 치며 크게 환영했다. 김현수는 “한국에서도 비슷한 장난을 친다”면서 “동료들이 (장난을 멈추고) 반응을 보여줄 때까지 일부러 조용히 있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보다 팀 동료들이 더 기뻐하는 것 같더라”며 “그(김현수)는 전에도 홈런을 쳐봤다”고 했다. 쇼월터 감독은 “구단이 김현수의 홈런 공을 입수했다”면서 “아마 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외야 관중한테서 공을 넘겨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는 홈런볼에 대해 “사실 수집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며 “항상 과거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다음 경기에 집중하겠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날 볼티모어 선은 “김현수가 1만8565명의 클리블랜드 팬 앞에서 팽팽한 균형을 무너뜨렸다”고 치켜세웠다. 이 매체는 또 쇼월터 감독이 이날 경기 전 “김현수의 시즌 타율이 0.350 아래로 떨어지기 전까지는 그를 선발 라인업에서 뺄 수 없다”고 농담을 했다고 전했다. 이날 홈런은 볼티모어의 ‘미운오리’에서 ‘백조’로 변신한 김현수의 앞으로의 경기들이 더 기대를 갖게 만들고 있다. 조현석 기자 hyun68@seoul.co.kr
  • 조선시대에 ‘싱크홀’이 발생하면 사관은 임금에게 어떻게 했을까

    조선시대에 ‘싱크홀’이 발생하면 사관은 임금에게 어떻게 했을까

     조선 시대에는 지금과 같은 지반침하 현상인 ‘싱크홀’을 문자 그대로 땅이 꺼졌다는 뜻의 ‘지함’(地陷)으로 불렀다. 조선왕조실록에 하늘이 무너졌다는 기록은 없어도 땅이 꺼졌다는 기록은 종종 보인다. 세종 18년(1436년) 12월 황해도 황주에서 발생한 지함은 너비 1m, 깊이 21m였고, 세종 21년(1439년) 5월 해주에서 보고된 지함은 너비 1.5m, 깊이 9m에 달했다. 지함이 발생하면 해당 지역 수령은 조정에 보고하고, 국왕은 괴이한 천재지변이 발생했을 때 지내는 ‘해괴제’라는 제사를 통해 천지신명의 분노를 달래도록 했다.  사관의 눈에 조선 시대의 싱크홀은 어떻게 보였을까. 명종 11년(1556년) 11월 대동강 근처 큰길에서 너비 7자(2.1m), 깊이 8자(2.4m)의 지함이 국왕에게 보고되자 사관은 임금과 신하를 다음과 같이 직설 화법으로 비판했다.  “천재지변이 닥치자 임금과 신하가 그럴 듯한 말을 하며 서로 경계하기는 했지만 형식적으로 옛일을 따라한 것일 뿐이다. ? 임금과 신하 모두가 고민조차 하지 않고, 덕을 닦아 일을 바로잡아야 한다느니 두려워하고 반성하겠다느니 하는 공허한 말만 하면서 재변이 사라지기를 바랐으니, 참으로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겠는가?” 조선 시대 사관들의 주관적인 논평인 ‘사신왈’(史臣曰) 혹은 ‘사신논왈’(史臣論曰) 등으로 시작하는 사론(史論)을 읽기 쉽게 풀어 쓴 ‘사필-사론으로 본 조선왕조실록(사진)’이 한국고전번역원에서 30일 출간됐다.  사론은 조선 전기 실록에만 3400여건이 실렸는데 절반 이상인 약 57%가 인물에 대한 논평이었다. 정종 1년(1399년) 1월 지경연사 조박은 “사관은 임금의 선악을 기록하여 영원히 남기니,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아뢸 정도로 국왕으로서는 여간 신경 쓰이는 의견이 아닐 수 없었다. 한국고전번역원의 한문학자 8명이 쓴 이 책은 실록 속에 다양한 사안을 논평한 사론들을 주제별로 나눠 38건을 싣고, 편마다 관련 배경과 사건, 삽화를 현대적으로 구성해 재미를 더했다.  한편 한국고전번역원은 다음달 1일부터 우리 고전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고구마’(고전에서 구하는 마법 같은 지혜)를 무료로 배포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짝퉁에 발목 잡힌 중국의 항공모함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짝퉁에 발목 잡힌 중국의 항공모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해 미국과 베트남의 관계가 41년 만에 정상화하기 바로 직전인 지난 21일 중국은 베트남과 가까운 남중국해에 함대를 투입해 실탄 사격 훈련을 하며 노골적인 무력시위를 벌였다. 10년 넘는 긴 시간 동안 전쟁을 했고, 그 후로 40년간 적대적 관계를 유지했던 미국과 베트남의 관계가 갑자기 우호적으로 변한 것은 중국이라는 공동의 적 때문이었다. 중국은 2000년대 들어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 군사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인접한 거의 모든 국가에 영토·영유권 시비를 걸고 있다. 이같이 군사력을 바탕으로 주변을 제압하려는 중국의 군사굴기(軍事崛起)의 정점에는 역시 항공모함이 있다. 중국은 2012년 최초의 항공모함 랴오닝함을 취역시키고 현재 2척의 항공모함을 더 건조하고 있는데, 이들 항공모함이 ‘짝퉁’ 때문에 당분간 빈껍데기로 전락할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짝퉁왕국’의 전투기 개발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자 ‘세계의 공장’이라 불릴 만큼 거대한 산업 규모를 가지고 있는 국가이지만, 주요 선진국들 입장에서는 자국의 고급 기술을 훔쳐다가 불법 복제품, 일명 ‘짝퉁’을 만들어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골칫거리로 악명이 높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나 미국의 애플이 연간 수 조원의 연구개발(R&D) 예산을 들여 첨단 제품을 개발하면 중국에서는 며칠 내로 그 제품의 불법 복제판이 시장에 풀리기 일쑤고, 심지어 기술이 유출되어 신제품의 출시 이전에 짝퉁 제품이 먼저 시장에 나오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지난해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미국의 주요 기업 16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의 기업이 산업스파이에 의한 기술유출 피해를 입었는데, 이들 산업스파이의 95%는 중국으로 밝혀졌으며, 당시 조사를 담당했던 랜달 콜맨(Randall C. Coleman) 방첩부분 부국장 역시 “중국 정부가 산업스파이 행위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발표할 정도로 중국은 민간은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 외국의 첨단기술을 빼돌리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무기 개발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중국군이 운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무기들은 기본적으로 외국의 무기체계를 모방해 개발한 것들이다. 지상군의 주력전차인 96식 전차는 밀수한 T-72 전차를 재설계해 디자인만 약간 바꿔 개발했고, 해군의 주요 전투함들은 껍데기만 자체 개발일 뿐 탑재된 함포와 미사일, 레이더, 헬기는 미국과 프랑스, 러시아제 장비를 카피한 장비들이 많다. 그러나 전차는 땅에서 굴러가면서 포탄만 잘 나가면 되는 것이고, 군함이야 물 위에 잘 떠다니면 별 문제가 없으니 짝퉁이라 하더라도 그럭저럭 쓸 수 있겠지만 하늘을 날아다니는 전투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작은 결함만 있어도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항공모함 보유를 결정한 중국은 이 항공모함에서 운용할 전투기를 판매해 줄 것을 러시아에 요청했었다. 러시아는 중국의 랴오닝과 자매함인 어드미럴 쿠즈네초프(Admiral Kuznetsov)에서 오랜 기간 Su-33 전투기를 운용해 왔기 때문에 중국의 첫 항공모함에서 운용할 전투기로 Su-33이 1순위 후보로 꼽혔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러시아는 중국의 Su-33 전투기 판매 및 라이센스 생산 요청을 거부했다. 같은 시기 중국은 러시아와 Su-27SK 전투기 200대 라이센스 생산 계약을 체결했었는데, 라이센스 생산 과정에서 중국이 계약을 어기고 불법으로 전투기 부품을 몰래 복제 생산하는 것이 적발됐다. 러시아는 중국에 엄중 항의했으나 중국은 러시아가 불량 부품을 납품했기 때문에 부품을 자체 제작한 것이라고 받아쳤고 이에 격분한 러시아는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부품 인도를 중단한 바 있었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Su-27SK 전투기를 완전히 뜯어보고 기술 유출을 마무리한 상태였으며, 이렇게 훔친 기술과 부품을 바탕으로 J-11B를 만들어냈다. 이런 중국에게 러시아가 또 첨단무기를 팔 리 없었다. 중국은 러시아가 Su-33 판매를 끝내 거부하자 다른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중국이 찾은 해답은 우크라이나에 있었다. 우크라이나에는 소련연방 시절 전투기 개발을 담당하던 수호이(SUKHOI) 설계국의 전투기 조립 및 시험평가 시설이 있었고, 여기에 Su-33 전투기의 프로토 타입 T-10K-3가 남아 있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접근, T-10K-3를 구입해 중국으로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중국은 Su-33의 원형인 T-10K-3 기체를 바탕으로 J-11B를 불법 복제하면서 만든 부품을 끼워 넣어 J-15라는 항공모함용 전투기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러시아와 미국 등 해외 전문가들은 이 불완전한 J-15가 항공모함에서 작전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혹평을 쏟아냈지만, 2012년 중국은 보란 듯이 항공모함 이착함 훈련을 성공시키며 자신들의 항공기술력을 과시하면서 본격적인 항공모함 보유국가 대열에 진입했음을 선포했다. ‘진품’에 한참 못 미치는 ‘짝퉁’의 한계 하지만 이러한 기쁨도 잠시였다. 예정대로라면 이미 대량 생산이 진행되어 수십여 대가 배치됐어야 할 J-15의 생산이 잠정 중단된 것이다. 생산 중단의 원인은 엔진 때문이었다. 당초 J-15의 프로토타입에는 러시아제 고성능 엔진인 AL-31F가 탑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중국이 AL-31F를 불법 복제하면서 러시아가 이 엔진의 추가 수출을 거부했고, 중국은 AL-31F를 베낀 WS-10 엔진을 만들어 J-15에 탑재했지만 이 엔진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었다. 사실 WS-10 엔진의 문제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중국공군에서 제기된 바 있었다. 중국정부는 이 엔진을 탑재한 J-11B나 J-16 등 신형 전투기들이 최강의 작전 성능을 가지고 있다고 선전했지만, 이 엔진의 실제 성능과 신뢰성은 재앙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우선 추력이 형편없었다. 러시아가 1981년 완성한 AL-31F 엔진은 123kN의 추력을, 2012년 개발한 개량형 AL-31F M2 엔진은 145kN의 추력을 가지고 있지만, WS-10 엔진의 추력은 89kN에 불과했다. 똑같이 베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오리지널보다 거의 30% 가까이 성능이 떨어진 것이다. 전투기의 크기와 무게는 러시아제 오리지널과 비슷한데 엔진 추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은 쉽게 비유하자면 ‘쏘나타’ 승용차에 ‘아반떼 엔진’을 얹은 격이다. 제대로 가속이 될 리가 없고 제원 상 나타난 최대 속도를 낼 수도 없다. 이 엔진은 추력만 부족한 것이 아니었다. 비행 중 엔진의 진동이 너무 심했고, 심지어 비행 중에 엔진이 정지되는 사고도 발생하는 등 신뢰성에 있어서도 심각한 문제를 노출했다. 이 때문에 중국공군은 지난 2014년 WS-10 엔진이 탑재된 J-11 전투기 인수를 거부한 바 있었다. 비록 불법 복제품이었고 성능과 신뢰성에서 심각한 문제를 드러낸 WS-10 엔진이었지만,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의 판단은 달랐다. 이 엔진을 중국공군과 해군항공대 전투기의 주력 엔진으로 결정하고 인수를 거부한 공군 장령을 질책하는 등 엔진 실전배치를 밀어 붙인 것이었다. 항공모함용 전투기로 개발된 J-15 역시 양산형 기체에는 WS-10 엔진을 탑재했다. 하지만 육상에서보다 운용 조건이 더 가혹한 해상에서 이 엔진은 더 심각한 문제점을 계속 노출했고, 비행 시험 과정에서 2대가 추락해 조종사 2명이 사망했다. 결국 중국은 J-15 전투기에 WS-10 엔진의 탑재를 포기하고 전투기 생산을 중단했다. 문제는 러시아가 AL-31F 엔진의 판매를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이상 엔진을 공급받을 수 없는 상태에서 J-15의 추가 생산은 무의미했고, 이 때문에 현재 중국해군 항공대의 J-15 전투기는 개발 초기 러시아로부터 공급 받았던 AL-31F 엔진을 탑재하고 간헐적으로 비행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은 오는 2020년까지 적어도 2척 이상의 항공모함을 추가로 배치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일대를 완전히 석권하겠다는 야욕을 품고 있지만, 항공모함에 탑재되는 전투기가 발목을 잡으면서 중국 항공모함은 당분간 항공모함으로써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항공모함으로 전락할 상황에 몰리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대안으로 현재 육상용으로 개발 중인 J-31 스텔스 전투기의 항공모함 탑재형을 개발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이 전투기도 기본적으로는 미국의 F-35 기술을 상당 부분 도용한 짝퉁이고, 특히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엔진 역시 J-15와 마찬가지로 초기 생산형에는 러시아에서 직수입한 RD-93 엔진을, 양산형에는 RD-93의 복제품인 WS-13을 탑재할 예정이기 때문에 양산 단계에서 J-15와 비슷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중국은 신형 전투기용 엔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적어도 1500억 위안(약 28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했고, 앞으로도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지만 아직까지 엔진 분야에서 이렇다 할 성과는 거두지 못한 채 러시아제 엔진에 대한 수입 의존도만 높아지고 있다. 중국이 J-20과 J-31 등 스텔스 전투기를 자체 개발했다고 자랑하는 와중에서도 러시아에서 Su-35 전투기를 수입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전투기의 핵심인 엔진과 레이더 부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중국은 Su-35에 탑재된 고성능 엔진과 레이더 기술을 빼돌리기 위해 러시아에 24대의 Su-35를 판매해 줄 것을 오래 전부터 요구해 왔으나, 기술 유출 의도가 뻔히 보이는 중국의 요구를 러시아가 묵살하면서 협상은 수년을 끌어왔다. 요지부동 러시아를 움직인 것은 역시 돈이었다. 중국은 Su-35와 S-400 등 첨단 무기체계 도입을 위해 러시아와 무려 4000억 달러, 우리 돈 410조원 규모에 달하는 천연가스 구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이 체결되고 얼마 후 Su-35 거래 계약이 성사됐다. 중국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이런 식으로라도 러시아 기술에 접근해 자국산 무기의 기술적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렇게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어도 항공모함용 전투기와 전투기용 엔진에서 나타난 기술적 문제점들은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는 한 중국 항공모함은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제대로 된 전투기 없이 항공모함 흉내만 내는 전시용 군함을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짝퉁’이 결국 중국군의 자존심인 항공모함의 발목을 잡게 된 것이다. 이일우 군사 전문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김 묻혀 튀긴 치즈가 ‘간장 아이스크림’과 만나면…

    김 묻혀 튀긴 치즈가 ‘간장 아이스크림’과 만나면…

    ‘밍글스’의 강민구, ‘이십사절기’의 유현수, ‘정식당’의 임정식, ‘앤드다이닝’의 장진모, ‘엘본더테이블’의 최현석….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파인 다이닝 셰프들이 뭉쳤다. 이들은 다음달 9~11일 미국 뉴욕에서 개최되는 ‘월드베스트50 레스토랑’의 사전 행사로 다음달 6~9일 열리는 ‘코리아NYC 디너스’에 참여한다. 한식의 여러 면모 중 ‘채식 발효 재료’에 집중, 세상에 없던 한식 다이닝코스를 선보인다. ‘코리아NYC 디너스’를 주관하는 요리전문 잡지 ‘라망’이 D데이를 11일 앞둔 지난 2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엘본더테이블에서 코스 메뉴 중 일부를 선보였다. 아뮤즈부쉬, 애피타이저, 메인, 디저트 코스 중 아뮤즈부쉬 3종, 애피타이저 2종, 메인 1종 등 공개된 메뉴는 다음과 같다. ① 임정식의 ‘김과 육회’ 김 부각을 콘처럼 말아 육회를 넣었다. 모양과 맛 모두에서 세련된 느낌을 살렸다. ② 유현수의 ‘송화유과’ 달콤하고 바삭한 유과에 솔가루·송화가루로 쌉싸름한 풍미를 더했다. ③ 강민구의 ‘오미자 과편’ 오미자맛을 묵처럼 굳혀 오미자주스, 치아시드와 함께 냈다. 상큼한 맛에 입에 침이 절로 고인다. ④ 장진모의 ‘성게두부’ 성게로 연두부 같은 질감의 푸딩을 만든 뒤 된장, 새우, 비스크 소스로 맛을 냈다. 한참 동안 입 안에 바다향 여운이 남는다. ⑤ 강민구의 ‘울릉만두’ 나물과 버섯으로 우린 육수에 산나물·버섯으로 빚은 만두를 담아냈다. ⑥ 최현석의 ‘튀김과 간장아이스크림’ 푸아그라와 리코타 치즈에 김을 묻혀 튀겨 질소로 얼린 간장 아이스크림 위에 얹었다. ⑦ 유현수의 ‘돼지 연잎찜’ 구은 돼지고기를 각종 버섯과 함께 연잎으로 감싸 죽통에 담아 부드럽게 쪄 냈다. 짜지 않은 된장, 쌈채소와 함께 냈다. 셰프들은 석 달 동안 답사와 메뉴 개발을 반복했다. 한식의 정수를 담되 우리 음식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외국인들을 매혹시킬 요소를 차려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다. 고전 중인 한식 세계화 작업의 돌파구로 ‘코리아NYC 디너스’를 주목하는 점도 부담이었다. 그럼에도 셰프들의 치밀한 ‘전략’, 비법을 아낌없이 풀어 낸 명인들의 ‘의지’, 예기치 않은 ‘우연’이 범벅되며 과업이 수행됐다. 예컨대 서양 조리법을 차용해도 한식의 독특함이 묻어나는 메뉴를 개발하기까지 셰프들은 대중의 주목을 끌기위해 활용하던 자신만의 전략을 총동원했다. 여기에 서일농원의 서분례 청국장 명인, 경기음식연구원의 박종숙 음식연구가, 정혜경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와 같은 전통 명인들이 한식의 특성과 장 활용법 등을 셰프들에게 설파하며 메뉴에 스토리와 정통성을 입혔다. 무작정 울릉도 답사에 나선 셰프들이 수십 년째 슬로푸드 운동 중인 이영희 자연음식연구가를 우연히 만나 생와사비, 땅두릅, 고비나물과 같은 다양한 식재료를 깨치게 되는 식의 행운도 메뉴를 완성시킨 일등공신으로 꼽혔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이·팔 평화 먹구름 몰고 온 이스라엘 국방장관

    러시아 출신 리에베르만 장관 UN서 “평화는 수십년 후에” 발언 前총리 “파시즘의 싹이 텄다” 비판 베냐민 네타냐후(67) 이스라엘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 연정에 극우 성향 정당이 새로 합류하기로 하면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가뜩이나 지지부진한 ‘두 국가 해법’(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상대방을 독립국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원칙)이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 등 현지 언론은 25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가 예루살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집권 리쿠드당 중심 연정에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이스라엘은 우리의 집)이 참여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어 “리쿠드당이 이번 연정 체결 대가로 자신들의 몫이던 국방장관 자리를 베이테누당 당수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57)에게 내줬다”고 덧붙였다. 의원내각제인 이스라엘은 4년 임기의 의회 의원 120명을 전원 비례대표 정당투표 방식으로 선출한다. 건국 이후 한 번도 과반(61석 이상) 정당이 없어 연정이 일상화돼 있다. 우익 성향의 리쿠드당은 1992년부터 중앙 정치를 장악하고 있다. 지금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30석)이 4개의 소수 정당과 연대해 61석으로 국정을 이끌고 있다. 러시아 이민자 출신인 리에베르만은 1999년 러시아계 유대인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베이테누당을 만들었다. 그는 리쿠드당과의 연정을 통해 2009~2012년, 2013~2015년에 외무장관을 맡았다. 장관 재임 시절 끊임없이 뇌물 수뢰 혐의와 설화로 논란이 돼 왔다. 그의 극우적 성향은 네타냐후 총리보다도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평가된다. 중동 전문가들은 그에겐 팔레스타인과 평화롭게 지낼 생각 자체가 없으며 무력을 써서라도 팔레스타인인들을 배제하고 싶어 한다고 본다. 2010년 유엔 총회에서도 “팔레스타인과의 평화는 수십 년이 지난 다음에야 가능하다”고 말해 중동 국가들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민생을 외면하고 팔레스타인 문제 등 이념적인 부분만 중시한다는 비난을 받으며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정 파트너 가운데 한 곳이라도 탈퇴할 경우 조기 총선을 치러야 하고 리쿠드당이 1당 자리를 내줄 경우 네타냐후 총리는 실각하게 된다. 따라서 이번 합의로 네타냐후 총리는 정치적 안정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리에베르만 역시 ‘포스트 네타냐후’ 시대를 이끌 유력 총리 후보 가운데 하나로 자신의 몸값을 높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연정 합의와 새 국방장관 임명에 대해 이스라엘 안팎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총리와 국방장관을 역임했던 에후드 바라크는 “이스라엘 정부에 파시즘의 싹이 텄다”고 비판했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극우적 정당과의 연정’이라고 표현한 보도를 봤다”면서 “베이테누당이 두 국가 해법에 반대한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고 우려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네 번이나 거절한 아르까지나 역, 김윤철 감독 아니었다면 안했을 것”

    “네 번이나 거절한 아르까지나 역, 김윤철 감독 아니었다면 안했을 것”

     배우 이혜영(사진)이 국립극단의 ‘갈매기’로 4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다. ‘갈매기’는 러시아 대문호 안톤 체호프(1860~1904)의 희곡 중 가장 체호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혜영은 26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아니었다면 안할 뻔한 작품”이라며 극 중 유명 여배우 아르까지나 역을 맡게 된 경위를 소개했다. “그동안 아르까지나 역을 네 번 제안 받았는데 니나 역이 아니라 모두 거절했다. 1994년 ‘갈매기’를 처음 읽었는데, 그때까지 읽은 책 중 최고였다. 작품 속 니나가 돼 펑펑 울면서 읽었다. 당시 아르까지나는 보이지도 않았다. 김 감독이 연극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싶다면 아르까지나 역을 하라고 해 꼭 해야만 하는 숙제처럼 하게 됐는데, 지금은 너무 행복하다.”  이혜영은 2012년 13년 만에 ‘헤다 가블러’로 연극 무대에 복귀, 그해 동아연극상, 대한민국연극대상 여자연기상을 휩쓸었다. 김 감독은 “‘갈매기’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 중 아르까지나 역이 가장 매력적이다. 자연인인 배우와 극 중 등장인물이 일치하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이혜영이 바로 그런 배우다. 아르까지나 역을 태생적으로 잘하는 배우”라고 평했다.  ‘갈매기’는 새로운 형식을 주장하는 열혈 작가 지망생과 그런 아들을 인정하지 않는 유명 여배우 등을 통해 꿈과 현실의 괴리, 공유하지 못하는 사랑의 감정들과 소통의 부재를 그린다. 연출을 맡은 루마니아 연출가 펠릭스 알렉사(49)는 “새롭고 현대적인 시각으로 고전 작품을 풀어내려고 했다. 인생의 마법과 잔인함, 연극의 마법과 잔인함에 대해 얘기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14년 국내 첫 공연인 셰익스피어의 ‘리처드 2세’를 역사극이 아닌 시적인 심리극으로 풀어내 호평을 받았다.  아르까지나의 연인이자 저명 소설가 뜨리고린 역은 이명행, 아르까지나의 아들 뜨레쁠레프 역과 오빠 소린 역, 연인 니나 역은 각각 김기수와 오영수, 강주희가 열연한다. 다음달 4~29일, 명동예술극장, 2만~5만원. 1644-2003.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인문학 듣는 ‘水’…구로, 매주 역사·철학 등 강의

    구로구에서는 다음달부터 수요일마다 인문학 강의가 열린다. 매월 둘째·넷째 주 수요일에는 구로동 꿈나무도서관에서, 셋째 주에는 구청 강당에서 흥미로운 강좌가 줄줄이 준비돼 있다. 구로구는 문학, 역사, 철학 등 인문학에 대한 구민들의 지적 호기심을 풀어주려고 다양한 인문학 강연을 진행한다고 25일 밝혔다. 강연은 오는 12월까지 28회에 걸쳐 구청, 구립도서관, 작은도서관 등 곳곳에서 펼쳐진다. 셋째 주 수요일 오전 10시에 구청에서 ‘희망의 구로 인문학’을 마련한다. 독서 컨설턴트로 잘 알려진 저술가이자 강연가 김병완 미래경영연구소 대표(6월 15일),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를 낸 고전평론가 고미숙(8월 17일) 등 명사들이 줄줄이 강단에 선다. 본격적인 프로그램에 앞서 26일 ‘시골의사’ 박경철 작가가 구청 강당에서 ‘인문정신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강연한다. 꿈나무도서관에서는 둘째·넷째 주 수요일 오전 10시 30분에 칼럼니스트 권경률이 역사 인물 이야기를 강의한다. 6월에는 조광조(8일), 이순신(22일)의 숨겨진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아울러 글마루한옥도서관, 작은도서관 등에서는 매월 넷째 주 수요일에 ‘삶이 즐거워지는 인문학 놀이터’를 운영한다. 6월에는 수궁동 작은도서관에서 ‘여름, 여행길에 만나는 책이야기’(이기범)를 듣고, 7월에는 오류2동 작은도서관에서 ‘내 마음대로 서양미술사’(이순)를 만난다. 8월에는 글마루한옥도서관에서 ‘그림책으로 보는 우리 아이 심리’(정유선)를 알아본다. 도서관별 프로그램에는 해당 도서관에서 신청하고, 구청 강당에서 진행하는 강연은 신청 절차 없이 선착순으로 참여하면 된다. 수강료는 무료.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서울 구로의 수요일은 인문학 강의가 있는 날

    서울 구로구에서는 다음 달부터 수요일마다 인문학 강의가 열린다. 매월 둘째·넷째 주 수요일에는 구로동 꿈나무도서관에서, 셋째 주에는 구청 강당에서 흥미로운 강좌가 줄줄이 준비돼 있다. 구로구는 문학, 역사, 철학 등 인문학에 대한 구민들의 지적 호기심을 풀어주려고 다양한 인문학 강연을 진행한다고 25일 밝혔다. 강연은 오는 12월까지 28회에 걸쳐 구청, 구립도서관, 작은도서관 등에 곳곳에서 펼쳐진다. 셋째 주 수요일 오전 10시에 구청에서 ‘희망의 구로 인문학’을 마련한다. 독서 컨설턴트로 잘 알려진 저술가이자 강연가 김병완 미래경영연구소 대표(6월 15일),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를 낸 고전평론가 고미숙(8월 17일), ‘라면을 끓이며’를 쓴 소설가 김훈(9월 21일) 등 명사들이 줄줄이 강단에 선다. 본격적인 프로그램에 앞서 26일 ‘시골의사’ 박경철 작가가 구청 강당에서 ‘인문정신이란 무엇인� ?� 주제로 강연한다. 꿈나무도서관에서는 둘째·넷째주 수요일 오전 10시 30분에는 칼럼니스트 권경률이 역사 인물 이야기를 강의한다. 6월에는 조광조(8일), 이순신(22일)의 숨겨진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아울러 글마루한옥도서관, 작은도서관 등에서는 매월 넷째 주 수요일에 ‘삶이 즐거워지는 인문학 놀이터’를 운영한다. 6월에는 수궁동 작은도서관에서 ‘여름, 여행길에 만나는 책이야기’(이기범)를 듣고, 7월에는 오류2동 작은도서관에서 ‘내 마음대로 서양미술사’(이순)를 만난다. 8월에는 글마루한옥도서관에서 ‘그림책으로 보는 우리 아이 심리’(정유선)를 알아본다. 도서관별 프로그램에는 해당 도서관에서 신청하고, 구청 강당에서 진행하는 강연은 신청 절차 없이 선착순으로 참여하면 된다. 수강료는 무료.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고전으로 여는 아침] 자유를 누리기에 과분한 사람

    재물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일까. 누구도 사람마다 필요로 하는 재물의 적정한 양을 객관적으로 가늠하기 어렵다. 대저 인간은 한정 없이 재물을 취득하고 오래 보유하고 싶어 하는 게 인지상정일 터. 문제는 재물을 취하고 쓰는 데 있어 어떤 마음으로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한 가이다. 아리스토텔레스(BC 384~322)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재물에 대한 사람들의 행태를 예시하면서 자유인에 어울리는 행동방식을 권면했다. 그는 재물의 낭비나 인색 모두 재물에 대한 지나침과 모자람의 양상으로 경계한다. 남에게 재물을 베푸는 일은 자유인다운 일이다. 그러나 주지 말아야 할 사람에게 주는 사람이나, 고통을 느끼면서 주는 사람은 자유인다운 사람이 아니다. 그는 자유인이라면 그에 걸맞은 재물에 대한 덕성을 갖출 것을 요구했다. 그가 인정하는 ‘자유인다움’(eleutheriotes)이란 재물의 양이 아니라, 그 사람의 품성상태에 달려 있다. 그는 “마땅히 취해서는 안 되는 곳에서 마땅히 취해서는 안 되는 것을 크게 취하는 사람들을, 나쁜 사람, 혹은 불경한 사람, 혹은 부정의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자유인다움을 유지하려면 우선 부끄러운 취득 탐욕을 버려야 한다는 강조다. 자유인은 재물을 잘 벌거나 잘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 제대로 쓰는 사람이다. 재물은 무엇인가에 쓰일 때 효용이 발휘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재물의 낭비 못지않게 인색함을 부덕으로 여겼다. 그는 받는 데 있어 지나친 반면,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데 있어 부족한 것을 경계한다. 나아가 받지도 않고 주지도 않는 소극적 태도 역시 달갑지 않은 건 마찬가지. 이런 사람들은 모두 ‘자유인답지 못한 사람’(aneleutheros)에 속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특히 이런저런 뚜쟁이들, 고리대금업자들을 자유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을 하는 사람들로 보았다. 자유인이라면 부정한 재물을 취하지 않고, 어려운 이웃에게 흔쾌한 마음으로 나눔을 행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테네의 공동체를 해치는 사람이 아니라,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사람들만이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본 것이다. 배금주의 풍조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 재물을 올바르게 취득하고 제대로 쓸 줄 아는 진정한 자유인은 얼마나 될까. 상상을 초월하는 억대 로비 자금을 수수하는 이런저런 거간꾼들, 전관에 대한 당연한 예우로 여기며 거액의 수임료를 거리낌 없이 탐하는 변호사들, 나눔에 지나치게 인색한 사람들 모두 자유를 누리기에 과분한 사람들이다.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kipeceo@gmail.com
  •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서 한국무용·창극·발레 ‘3色 심청’ 을 만난다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서 한국무용·창극·발레 ‘3色 심청’ 을 만난다

    국립무용단, 김매자 대표작 업그레이드… 국립국악원, 안숙선 다채로운 변신·자연 음향… 유니버설발레단, 역동적 군무·영상 명장면 초여름 무대에 ‘심청’이 넘쳐난다. 한국무용, 창극, 발레 등 다양한 장르와 색채, 움직임으로 변주된 작품들이 잇따라 공연된다. 국립무용단은 한국 창작춤의 선구자 김매자의 대표작 ‘심청’을 새롭게 부활시킨다. 2001년 초연 당시 김매자의 우아하면서도 깊이 있는 춤사위와 심청가를 완창한 안숙선 명창의 소리가 더없는 어울림을 만들어내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엄은진·장윤나 다르면서 같은 심청 열연 초기에는 김매자가 직접 심청으로 무대에 섰지만 이번에는 국립무용단 입단 동기(2003년)인 엄은진, 장윤나가 ‘다르면서 또 같은’ 심청으로 열연한다. 두 무용수가 바라보는 상대방의 심청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장윤나는 엄은진을 “겉으로는 단단해 보이지만 흔들리는 내면을 품은 심청”이라고, 엄은진은 장윤나를 “여리여리해 보이지만 강단 있는 심청”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20일 국립무용단 연습실에서 만난 안무가 김매자는 주목할 장면을 미리 귀띔했다. 이번 작품은 전작을 전체적으로 다시 다듬었다. 객석에서 무대까지 굽이치는 곡선의 길, 자연소리를 주류로 하는 효과음 등 무대, 음악, 의상, 조명 등에 극적인 효과가 더 가미됐다. 드라마투르그를 독일 연출가 루카스 헴레프에게 맡기면서 빚어진 변화다. “우리 춤과 소리를 외부인의 눈으로 작품성이 있으면서 설득력 있게 다듬어줄 사람이 필요했다”는 게 김매자의 설명이다. 6월 2~4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만~7만원. (02)2280-4114~6. ●여섯 명의 소리꾼 ‘일인 다역’ 분창 선보여 국립국악원이 작은 창극 시리즈의 세 번째 무대로 공연하는 ‘심청아’(心淸我)는 “인당수에 육신을 버리니 마음이 맑아지고 새로운 나를 발견한다”는 뜻을 제목에 담고 있다. 마이크와 스피커를 쓰지 않고 자연 음향 그대로를 느끼게 하는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을 무대로 하는 만큼 대형화, 현대화하는 요즘 창극의 추세를 과감히 떨쳤다. 대신 초기 창극의 원형을 살려 한 소리꾼이 여러 배역을 맡아 노래하는 분창(分唱)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에는 여섯 명의 소리꾼이 다양한 역할을 나눠 가지며 “세상 모두의 눈을 새롭게 뜨게 해 세상이 두루 행복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안숙선 명창은 작창과 함께 극을 이끄는 도창을 맡으면서 심청의 어머니 곽씨부인, 심봉사를 유혹하는 뺑덕이네 등 다양한 여인의 얼굴로 변신한다. 모시로 만든 백포장을 두르고 백열전구를 매단 천장은 옛 시골 장터 분위기를 자아내며 관객들을 아련한 시간 여행으로 초대한다. 오는 27~29일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 2만원. (02)580-3300. ●13개국 40여개 도시‘ 발레 한류’ 전파 유니버설발레단 ‘심청’은 우리 전통의 효 사상을 발레로 풀어낸 작품이다. 올해로 창작 30주년을 맞은 ‘심청’은 1986년 초연 이후 토슈즈를 신은 우리의 고전 명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3년간 일본, 미국, 캐나다, 러시아, 프랑스 등 13개국 40여개 도시에서 공연되며 독창적인 아름다움으로 ‘발레 한류’를 이끌어 왔다. 폭풍우 몰아치는 인당수를 배경으로 선상에서 선원들이 추는 역동적인 군무, 심청의 인당수 투신, 영상으로 투사되는 바닷속 심청이 명장면으로 꼽힌다. 심청과 왕이 달빛 아래 사랑을 약속하는 ‘문라이트 파드되’는 2인무 중 가장 아름답다는 평을 받고 있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은 “1984년 발레단 창단과 함께 기획된 작품으로, 지금까지 끊임없는 수정을 통해 완성도를 높여 왔다”며 “세계 곳곳에서 공연되며 발레 한류 붐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6월 6~1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만~10만원. (070)7124-1737.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이물질 나온 지퍼백 회수

    시중에 유통 중인 수입 지퍼백에서 지퍼 부분의 플라스틱 조각이 떨어지는 불량이 발견돼 해당 제품의 유통과 판매를 잠정 금지했다고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밝혔다.  이 제품은 생활용품 업체인 ‘에스씨존슨코리아’가 태국 ‘티이그립테크’에서 수입한 냉동용 ‘식품 포장 더블지퍼백’(ZIPLOC)이다. 식약처 조사 결과 이 제품을 반복해서 사용하면 지퍼 부분의 플라스틱 조각이 떨어져 나와 식품에 섞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조각이 너무 작아 식품에 섞여도 모르고 섭취할 수 있다. 1회 사용할 때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난 3일 지퍼백 불량 제보가 들어와 조사했고, 24일 에스씨존슨코리아가 시중에 유통 중인 해당 제품을 전량 회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에스씨존슨코리아는 25일 식약처에 회수 계획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회수 규모는 구체적인 회수 계획이 나와야 파악될 전망이다. 식약처는 소비자 제보를 받고 있으며, 식품과 관련한 불법행위를 목격하면 신고전화(1339)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해당 제품을 이미 구입한 소비자는 판매 업체나 구입처에 반품을 요청하면 된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가르시아, 45개월 고대한 우승

    가르시아, 45개월 고대한 우승

    세르히오 가르시아(36·스페인)가 45개월의 기다림 끝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상에 우뚝 섰다. 가르시아는 23일 미국 텍사스주 어빙의 포시즌스 리조트 TPC(파70·7116야드)에서 열린 AT&T 바이런 넬슨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브룩스 켑카(미국)와의 연장 접전 끝에 생애 9번째 PGA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가르시아가 PGA 투어에서 우승한 것은 2012년 8월 윈덤 챔피언십 이후 3년 9개월 만이다. 이 대회 우승으로 가르시아는 상금 131만 4000달러를 받는다. 가르시아는 선두를 달리던 켑카에게 3타 뒤진 채 4라운드에 들어갔다. 초반 가르시아는 워터 해저드에 두 차례나 공을 빠뜨리는 등 샷 난조로 고전했다. 그러나 5번홀(파3)부터 3연속 버디를 낚는 등 후반에 저력을 발휘해 마지막 날 버디 6개, 보기 4개를 묶어 선두권으로 뛰어올랐다. 반면 켑카는 후반 9개홀에서 버디 없이 보기만 2개를 범하면서 흔들렸고, 둘은 15언더파 265타로 동타를 이뤄 연장전에 들어갔다. 연장전 승부는 싱거웠다. 켑카는 먼저 한 티샷이 워터 해저드에 빠져 벌타를 받아 더블 보기를 범했다. 그러나 가르시아는 두 번째 샷으로 볼을 그린 위에 올려 침착하게 파를 잡아내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세계랭킹 2위 조던 스피스(미국)는 전날까지 선두에 2타 차로 단독 2위에 올라 역전 우승을 노렸지만 마지막 날 저조한 성적으로 지난 4월 마스터스에 이어 또다시 우승을 눈앞에서 놓쳤다. 스피스는 4라운드에서 버디 2개, 보기 6개로 4오버파를 쳐 최종합계 10언더파 170타로 공동 18위에 그쳤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러시아권 수십만 한류 팬 이끄는 ‘언니들’

    러시아권 수십만 한류 팬 이끄는 ‘언니들’

    팬 4명 의기투합해 2013년 창간 1회 1000부 판매·사이트 회원 10만 “감정 솔직 한국 문화, 러 인기 끌어” 방탄소년단과 블락비 등 인기 아이돌 그룹의 근황과 한국 영화·드라마에 대한 설명, 최신 유행 패션과 요리법 소개까지…. 내용만 보면 우리 10대들이 즐겨볼 만한 하이틴 잡지와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기사가 온통 낯선 키릴문자(러시아나 몽골 등에서 쓰이는 글자)로 쓰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발행되는 한류잡지 ‘언니’(ONNI) 얘기다. 이 잡지를 만드는 고를로바 베로니카 니콜라예브나(22·여·우크라이나)와 코토바 폴리나 이고레브나(18·여·러시아)는 “한 권에 200루블(약 3600원)인데 2개월에 한 번 나올 때마다 1000부 정도씩 팔린다”면서 “한류 콘텐츠가 그만큼 러시아권에서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잡지를 만든 건 3년 전 일이었다. 니콜라예브나는 “2011년 아이돌 그룹 ‘샤이니’가 커버댄스 페스티벌의 특별공연차 모스크바에 왔는데 역동적 군무가 너무 멋있어 케이팝(한국 가요) 팬이 됐다”면서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한류를 종합적으로 소개하는 러시아 사이트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니콜라예브나는 케이팝 마니아인 이고레브나 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젊은이 4명과 2013년 의기투합해 ‘언니’ 첫 권을 펴냈고 한류 정보를 소개하는 사이트인 ‘언니월드’(http://onniworld.com)도 만들었다. 이고레브나는 “케이팝 팬 중 13~25세 여성이 많은데 이들이 모두 자매 같은 관계라고 생각해 잡지 이름을 ‘언니’라고 붙였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나 기업 등으로부터 따로 지원받지는 않고 잡지 판매 수익으로 다시 잡지를 찍어내는 식으로 운영한다. 니콜라예브나는 “아이돌 그룹 블락비, 유키스와 배우 이종석 등은 러시아에 왔을 때 직접 인터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고전음악과 발레 등 클래식 문화의 성지인 러시아에서도 한류의 인기는 생각보다 높다. ‘언니’ 사이트에 가입한 회원 수는 모두 10만명이고 회원 가입 없이 사이트에서 글을 읽는 사람까지 합치면 50만명쯤 된다고 한다. 이고레브나는 “한국 사람들은 러시아인처럼 감정 표현에 솔직하고 흥이 넘치는데 음악이나 영화, 드라마에 이런 특징이 묻어난다”면서 “이 덕에 러시아에서 한국 문화가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케이팝에 반한 러시아 청년층은 우리나라를 더 잘 알기 위해 한글을 배우고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친한파가 된다는 게 두 사람의 설명이다. 모스크바관광대 선후배 사이인 니콜라예브나와 이고레브나는 “한국에서 케이팝이 24시간 흐르는 카페를 문 여는 것이 꿈”이라며 웃었다. 글 사진 모스크바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선물 안 받아줘 앙심”… 日아이돌 피습

    “선물 안 받아줘 앙심”… 日아이돌 피습

    여성 아이돌 가수가 행사장 앞에서 남성 팬의 무차별적인 흉기 공격을 받아 중태에 빠진 사건을 두고 일본 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대학생으로서 학업과 가수 및 연기자 활동을 병행해 온 도미타 마유(20)는 지난 21일 오후 5시쯤 도쿄 고가네이시의 한 라이브 공연장이 있는 건물 부지 안에서 27세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목과 가슴 등 20곳 이상을 찔렸다. 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는 경찰에서 “(도미타에게) 선물을 보냈으나 되돌아왔다. (사건) 현장에서 이에 대해 물었으나 애매한 답변을 해 화가 나서 몇 번이고 찔렀다”며 “죽일 생각이었다”고 진술했다고 교도통신이 22일 보도했다. 피해자 도미타는 유명 스타는 아니지만 ‘시크릿 걸스’라는 그룹에서 활동하며 라이브 콘서트, 뮤지컬 공연 등을 해 왔다. 최근에는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려는 꿈도 키워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 이전에 도미타는 “블로그나 트위터에 집요하게 글을 올리고 있다”며 경찰서에 용의자의 이름을 알리고 상담까지 했던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용의자는 도미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선물을 받아 주지 않은 데 대한 분노를 담은 글을 올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평창 만나러 가는 길 자연 곁에 멈춰 서다

    평창 만나러 가는 길 자연 곁에 멈춰 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글로컬 관광’이라는 색다른 개념을 내놨다. 글로컬이란 ‘세계화’(global)와 ‘지방’(local)의 합성어로, 지역적 특징을 살리면서 세계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표현이다. 예전부터 외래 관광객의 지역 분산과 다양한 방한 수요 충족을 위해 강조돼 왔던 개념이긴 하지만 이제부터 보다 적극적으로 지역 고유의 관광 자원 개발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에 걸맞은 관광 상품도 마련했다.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공모를 벌여 5개의 지역 관광 대표 콘텐츠를 선정했다. 그중 하나가 강원도의 ‘헬로! 2018 평창!’이다. 지난주 문체부의 김종 제2차관과 함께 대표 프로그램 코스를 따라 평창 등을 돌아봤다. 교육·체험 시설도 잘 갖춰져 아이들과 함께 돌아보기 맞춤하다. 봄은 늘 더딘 걸음으로 강원도를 찾는다. 아랫녘에선 벌써 여름의 기색이 역력하지만 강원에선 이제야 신록의 향연이 펼쳐진다. 햇빛 받은 자작나무에선 연둣빛 알갱이들이 부서지고, 들꽃들의 아우성도 한창이다. 봄을 만끽하지 못한 이들이라면 강원도를 찾을 일이다. 강원도가 내놓은 대표 콘텐츠의 주제는 ‘미리 가보는 동계올림픽 개최지’다.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대 등 동계올림픽 주요 시설과 강릉, 정선의 관광지를 연계했다. 사실 동계올림픽까지는 아직 2년 남짓 남았다. 한데 정부에선 축제 분위기 조성을 서두르는 눈치다. 국내가 먼저 달궈져야 바깥쪽의 관심도 쏠리기 때문일 터다. 김종 차관이 부지런히 현지를 돌아보는 등 속도를 내는 것도 그런 이유겠다. ●영화 ‘국가대표’ 촬영지 입장료 단돈 2000원 사실 장삼이사들이 올림픽 경기 시설에 접근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도 문을 열어 둔 곳이 있다. 영화 ‘국가대표’ 촬영지였던 평창의 알펜시아 스키점프대다. 일종의 타워형 전망대로,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 평창의 빼어난 산하를 두루 굽어보고 내려온다. 건설 공사 당시 경기장 주변의 바람 세기를 잘못 예측하는 바람에 최근까지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지만 관광객 입장에서야 그리 문제 될 건 없다. 스키점프대 프로그램은 입장료에 따라 달라진다. 입장료는 2000원(이하 어른 기준)과 6000원짜리 ‘스페셜’로 나뉜다. 둘 다 모노레일을 타고 4층 전망대까지 다녀오는 건 같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K98 점프대’를 다녀오느냐 여부다. ‘K98 점프대’는 실제 경기장이다. 선수 대기석까지 ‘하늘길’을 따라 다녀오는데, 이게 스릴 만점이다. 구멍 뚫린 철제 구조물을 딛고 오가기 때문이다. 숭숭 뚫린 구멍 사이로 아래를 내려다보면 정말 한 발짝도 내딛기 어려울 만큼 오금이 저린다. 물론 ‘스페셜’ 프로그램이라야 ‘하늘길’을 디뎌 볼 수 있다. 초여름의 평창 하면 역시 계곡이다. 평창은 발왕산(1458m), 선자령(1157m) 등의 명산에 둘러싸였다. 산이 높으니 당연히 계곡도 깊을 터. 맑은 물 흐르는 계곡들이 즐비하다. 장전계곡은 흔히 ‘이끼계곡’으로 알려진 곳이다. 하지만 계곡미도 그에 못지않게 빼어나다. 수량도 늘 풍부하다. 과장 좀 보태면, 물길을 따라 수m에 하나씩 푸른 빛의 소(沼)가 형성된 듯하다. 막동계곡은 장전계곡에서 300m 정도 떨어져 있다. 계곡 초입의 아름다운 삼단폭포가 인상적이다. 계곡은 3㎞ 남짓 이어질 만큼 깊다. 인적 드문 곳을 찾는다면 원당계곡이 제격이다. 전체 길이는 6㎞ 남짓. 그 가운데 덕말~용소골 사이 약 2㎞ 구간이 일품이다. 원당계곡 아래는 뇌운계곡이다. 계곡이라고는 하나 사실상 평지를 흐르는 강과 다름없어 피라미 낚시 등 레저 활동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경포해변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 전국 최고 강릉에선 ‘배다리집’ 선교장(船橋莊)을 먼저 찾는다. 세종대왕의 형 효령대군의 11대손이 1703년에 건립한 조선 후기의 전형적인 상류층 주택이다. 당호는 배(船)로 다리(橋)를 만들어 집 앞의 경포호까지 건너다녔다는 데서 비롯됐다. SBS 드라마 ‘사임당 허 스토리’의 사전 제작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관광객이 늘고 있다. 행랑채가 길게 늘어선 ‘줄’행랑과 열화당, 동·서별당, 활래정 등 여러 채의 건물로 이뤄져 있다. 열화당의 자태가 특히 빼어나다. 구한말 러시아 공사관 직원들이 선교장의 후한 대접에 대한 보답으로 남긴 철제 현관 지붕과 전통 양식의 건물이 이색적으로 어우러져 있다. 열화당 뒤 소나무의 기세도 장하다. 후손인 이강백 관장에 따르면 수령이 600년을 넘는다고 한다. 강릉에서 국내 해변의 ‘고전’ 경포해변을 빼놓을 수 없다. 워낙 이름값이 높아 낡은 관광지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시원한 풍경만큼은 국내 최고라 해도 좋을 만큼 빼어나다. 해변 앞 경포호는 달맞이하기 좋은 곳. 하늘의 달과 호수에 비친 달, 파도에 어른거리는 달, 술잔 속의 달, 그리고 연인의 눈동자에 비친 달 등 모두 다섯 개의 달이 뜬다는 호수다. 저물녘에 찾아도 서정적인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올림픽 홍보체험관 ‘온 가족 놀이터’로 제격 평창올림픽 홍보체험관은 아이들과 함께 둘러보기 좋다. 올림픽 유치 과정의 자료와 경기장 시설 건립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종목별 선수들의 활약상을 보여주는 입체조형물 전시, 스키점프를 실감 나게 관람할 수 있는 4D체험관 등이 마련됐다. 건물들의 건축미도 빼어나다. 정선에선 삼탄아트마인이 주요 코스다. 2001년 폐광된 삼척탄좌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이다. 최근 TV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내방객이 부쩍 늘었다. 지진이 일어났을 때 송중기가 송혜교의 신발 끈을 묶어주는 장면, 송혜교가 테러범에게 납치돼 고문을 당하는 장면 등이 촬영됐다. 송중기가 입었던 군복과 막사 침대 등이 그대로 전시돼 있다. 폐광 구조물과 예술 작품 전시 공간 등 볼거리도 많다. 입장료는 1만 3000원(어른)으로 다소 비싼 편이다. ●사북석탄유물보존관서 느껴 보는 ‘광부의 삶’ 옛 광부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사북석탄유물보존관을 권한다. 동양 최대의 민영 탄광이었던 동원탄좌 사북광업소의 흔적이다. 샤워실, 채탄 장비실, 세화실과 채광 장비 등 2004년 10월 31일 폐광 이후의 시간이 그대로 멈춰 있다. 사북탄광은 폐광될 때까지 재직 광원이 6300명에 달했을 만큼 규모가 큰 탄광이었다. 그 덕에 여러 드라마와 영화의 배경이 됐다.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실제 폐광으로 입갱할 수 있는 ‘광부 인차’ 탑승 체험이다. 인차는 광부들이 타고 갱도를 오가던 궤도차량으로, 옛 인차를 안전시설만 보강해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체험시설은 오후 5시에 문을 닫는다. 최소한 오후 4시 이전에 가야 두루 둘러볼 수 있다. 내비게이션은 사북 시내로 안내하지만 실제로는 강원랜드 안에 있다. 삼탄아트마인에서 멀지 않다. 입장료는 없다. 글 사진 평창·강릉·정선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맛집:평창 정강원(333-1011)은 전통음식을 맛보고 조리 체험까지 할 수 있는 곳이다. SBS 드라마 ‘식객’의 촬영지였던 곳으로, 정문 앞 장독대에 늘어선 300여개의 옹기가 눈길을 끈다. 평창군에서 동계올림픽을 겨냥해 올림픽 특선 메뉴 10개를 개발 중이다. 그 가운데 ‘눈대목’이라 불리는 황태칼국수(황태회관, 335-5795)와 ‘아라리’(한우불고기), ‘여심꽃밭’(비빔밥 샐러드) 등 세 가지는 현지에서 맛볼 수 있다. →가는 길:한국방문위원회는 외래 관광객들이 한류 관광지를 편하고 쾌적하게 둘러볼 수 있도록 ‘K트래블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노선은 대구, 강원, 전남, 경북, 동남권(부산, 울산, 경남), 한국관광공사 선정 올해의 관광도시(무주, 통영, 제천) 등 6개다. 지자체 운영 코스에 따라 1박 2일에 145~175달러(숙식 포함) 정도 받는다. 강원도의 경우 서울에서 출발해 평창 월정사와 알펜시아리조트(스키점프대 체험), 강릉 중앙시장, 안목카페거리, 오죽헌, 올림픽 홍보관(4D 체험), 정동진 등을 다녀온다. 원래 외국인 전용 상품이지만 여행주간 때 선보였던 내국인 친구 동행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아 오는 6월까지 한시적으로 연장 운용할 계획이다. 내국인도 외국인과 같은 요금을 내면 된다. 공식 누리집(www.k-travelbus.com) 참조. 스키점프대(339-0410)는 알펜시아리조트 안에 있다. 평창올림픽 홍보체험관(651-1722)은 경포호 인근에 있다.
  • [고전으로 여는 아침] 영혼의 사랑과 도착된 사랑

    에로스는 삶의 기쁨이자 그리스 문화의 원동력이었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육체미의 추구와 함께 성적 매력, 그리고 다양한 욕망의 분출은 그리스 특유의 에로스 문화를 만들어 냈다. 그리스 신화와 전설은 신들 사이, 신과 인간 사이의 다양한 사랑 이야기로 점철돼 있다. 플라톤(BC 427~347)의 작품 ‘향연’(symposion)은 에로스에 대한 아테네 최고 지식인들의 대담집이다. 사랑은 잃어버린 자기의 반쪽을 동경하게 되면서 생겨나는 애틋한 감성이라는 아리스토파네스(BC 445?~385)의 이야기도 여기에 실렸다. 에로스에 대한 최고의 담론은 소크라테스(BC 470~399)에게서 나왔다. 그는 에로스를 결여돼 있는 것들에 대한 사랑으로 정의한다. 무언가 결핍을 채우려는 것이 사랑의 본성이라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육체적 욕망의 탐닉보다 자기에게 결여돼 있는 것들을 인식하고 지혜를 사랑할 것을 권고한다. 정신적으로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사랑을 요구한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그리스 세계를 풍미했던 소년애(paiderastia) 관습의 건강한 양태도 모범적으로 보여 준다. ‘향연’의 말미에서 알키비아데스(BC 450~404)는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최고의 꽃미남인 자신의 육체적 구애를 단호히 뿌리쳤음을 폭로했다. 소크라테스는 아름다운 육체로 유혹하는 그를 꾸짖었다. “자네가 나와 흥정을 해서 아름다움을 아름다움과 바꾸려 한다면 자네가 나보다 더 큰 이득을 보겠다는 심산일세. 자네는 가짜 아름다움을 주고 진짜 아름다움을 얻고자 하는데, 이는 ‘청동을 황금과 맞바꾸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소크라테스는 알키비아데스를 육체적 사랑이 아닌 영혼의 사랑으로 이끌고자 했던 것이다. 그리스 소년애는 소년을 강인하고 탁월한 전사로 성장시키기 위한 공동체의 선임과 후임 사이의 교육적 결합의 성격이 더 컸다. 이를테면 멘토와 멘티의 관계였다. 성인 남성 간의 육체적 탐닉이 중심이 되는 현대의 동성애와는 본질적으로 차원이 다르다. 그리스인들은 소크라테스가 지향했듯 청소년들을 육체적 사랑으로 이끄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겼고, 이들을 아름다운 영혼으로 가꾸기 위해 진력했다. 나아가 이를 사회적 책무로까지 인식했다. 오늘날 청소년들을 돈으로 타락시키는 정책들이 남발되고, 청소년을 도착된 사랑으로 이끄는 현실과 뚜렷하게 대조된다.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kipeceo@gmail.com
  • “한국 영화 잔인하다는 편견, 다양한 영화로 없앴죠”

    “한국 영화 잔인하다는 편견, 다양한 영화로 없앴죠”

    “한국 영화는 폭력적이라는 선입견이 일부 있어요. 저희 축제가 이런 선입견을 없애는 데 한몫했다고 자부합니다.” 18일(현지시간) 칸 영화제에서 만난 안 르 에나프 트라블링 축제 예술감독은 “고유의 스타일에 글로벌한 감성인 휴머니티가 담겨 있어 한국 영화를 좋아하는 프랑스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브르타뉴의 중심 도시 렌에서 열리는 트라블링은 프랑스 북서부 지역 최대 영화 축제다. 해마다 주제 도시를 정해 열리는데 올해 2월 축제의 테마는 ‘서울의 초상’이었다. 고전에서부터 신작에 이르기까지 서울의 모습을 담은 크고 작은 영화 50여편을 소개했다. 에나프 예술감독은 “이전부터 서울을 다뤄 보고 싶었는데 마침 한·불 상호교류의 해 기념사업을 통해 소원을 풀게 됐다”고 설명했다. 축제에는 3만 7000여명이 다녀갔다. 한국 영화가 낯선 중장년층 관객이 다수였는데 축제 포스터를 장식한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비롯해 신수원 감독의 ‘마돈나’,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이 특히 인기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영화 상영 전 한국 영화의 폭력성 이면에 숨겨진 의미 등을 설명하는 시간을 마련했다”면서 “한국 영화는 잔혹하고 폭력적이라며 애써 외면하려는 관객들에게 이번 축제가 한국 영화의 코드를 이해하고 친근하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다. 에나프 예술감독은 한국 영화의 힘은 여러 장르를 융합해 내는 창의성, 또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그 안에 사회상을 자연스럽게 녹여 내는 고유성에서 나온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블록버스터나 장르 영화에서도 사회, 경제 상황이 자연스럽게 묻어난다는 것이다. 미장센 또한 유럽에선 볼 수 없는 방식이라고 치켜세웠다. 칸 경쟁 부문에 진출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는 조금 실망스러웠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일부 캐릭터가 깊게 묘사되지 못하고 엔딩 부분이 불필요하게 늘어졌다는 것이다. 한국 영화 중 ‘오아시스’를 최고로 꼽은 그는 이창동 감독이 작품을 많이 만들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이 감독님의 작품은 섬세하고 인간적이어서 굉장히 좋아해요. 감독님에게 문이 활짝 열려 있어요. 오겠다고 하면 두말없이 특별전을 할 거예요.” 칸(프랑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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