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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니 에르노·박완서… 여성 서사를 다시 펼치다

    아니 에르노·박완서… 여성 서사를 다시 펼치다

    문화계 전반이 여성 서사에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문학에서도 여성 서사 재발굴이 한창이다. 최근 민음사는 문고판 시리즈인 ‘쏜살 문고’를 통해 ‘여성 문학 컬렉션’을 출간했다. 쏜살 문고는 2016년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민음사가 내놓은 시리즈로, 손바닥만 한 크기의 가벼운 책에 작품 선정과 편집, 디자인에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컬렉션 1차분으로는 법이 금지한 임신 중절 경험을 정제된 문체로 서술한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의 ‘사건’, ‘무민 시리즈’를 만든 핀란드의 국민 작가 토베 얀손의 ‘여름의 책’과 ‘두 손 가벼운 여행’ 등 여섯 권이 출간됐다. 강경애의 ‘소금’, 박완서의 ‘이별의 김포공항’, 강신재의 ‘해방촌 가는 길’ 등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책도 함께 나왔다. 최정은, 최지은, 유진아, 김린, 박연미 등 여성 디자이너들의 활약으로 꾸민 표지 디자인도 이채롭다. 이어서 버지니아 울프, 마르그리트 뒤라스, 히구치 이치요, 캐서린 맨스필드와 거트루드 스타인,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등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여성 작가와 여성 문학을 컬렉션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민음사는 “오늘날 여성 작가와 여성 독자, 책을 둘러싼 문화와 산업 전반에 걸쳐 여성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음에도 여성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은 부족하다”며 “매서운 분투 속에서 생존한 여성 문학을 새로이 기념하기 위해 이 컬렉션을 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자연을 품은 천국… 강릉은 시네마 천국

    자연을 품은 천국… 강릉은 시네마 천국

    바다와 호수, 숲이 어우러진 ‘문향’(文鄕)의 도시 강원 강릉이 시네마천국으로 변신한다. 오는 8일부터 14일까지 7일간 ‘강릉국제영화제(GIFF 2019)’가 열려 영화 마니아들을 유혹한다. 2018 동계올림픽 이후 강릉을 다시 한번 글로벌도시로 끌어올리겠다는 취지에서 처음 마련됐다. 강릉이 간직한 수려한 자연 조건에 문학 등 예술이 더해진 도시에 걸맞게 영화제를 성공시키겠다는 각오다. 동계올림픽 때 건립된 국제 규모의 강릉아트센터와 경포해변 등에서 30개국 73편의 비경쟁부문 영화가 상영된다. 티에리 프레모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세계적인 영화 거장들이 줄지어 강릉국제영화제를 찾는다. 안성기, 전도연 등 국내 최고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밟는다. 영화제 기간 관람객만 4만여명, 관광객은 10만여명이 찾을 것으로 점쳐진다. 5일 강릉을 찾아 칸과 베를린을 꿈꾸며 처음 열리는 강릉국제영화제를 들여다봤다.“초겨울 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강릉국제영화제에 초대합니다.” 율곡 이이, 신사임당, 허균, 허난설헌 등 걸출한 문인들과 학자를 수많이 배출한 강릉이 국제영화제 스크린을 건다. 문화도시의 폭을 넓히기 위해 강릉시가 주최하고 강릉문화재단이 주관한다. 강릉아트센터를 중심으로 CGV강릉,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고래책방, 경포해변 등에서 열린다. 첫 영화제이지만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이 조직위원장, 국민 배우 안성기가 자문위원장, 충무로뮤지컬영화제 운영위원장을 지낸 김홍준 감독이 예술감독(집행위원장)을 맡았다. 국제영화제 위상에 걸맞게 세계적 거장들도 줄지어 강릉으로 모인다.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 윌프레드 윙 홍콩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조안 고 말레이시아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베로 베이어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피어스 핸들링 토론토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비롯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등 영화사에 빛나는 거장들을 강릉에서 만날 수 있다.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도 맡은 안성기는 “외가가 강릉이어서 어렸을 때부터 인연이 깊다”며 “낭만적인 면에서 부산에 뒤질 게 없는 강릉이 영화제를 통해 더욱 큰 즐거움과 행복을 선물하는 도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제는 ‘영화 & 문학’, ‘마스터즈 & 뉴커머스’, ‘강릉·강릉·강릉’ 등 세 가지 키워드로 진행된다. 1960~70년대 한국 문예영화들로 구성한 ‘문예영화 특별전’과 여성 작가들의 예술과 삶을 다룬 영화들로 구성한 ‘여성은 쓰고, 영화는 기억한다’가 관객을 만난다.신예 독립영화감독들의 작품전인 ‘아시드 칸’, 노벨문학상을 받은 음악가 밥 딜런의 삶과 예술을 주제로 한 영화, 실험적 독립영화로 유명한 ‘김응수 감독 특별전’, 칸영화제를 통해 한국영화를 세계에 알린 주역인 피에르 리시앙 감 추모행사 등이 강릉영화제의 감동을 더한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감독의 대표작을 모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전’도 마련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강릉을 직접 찾아 그의 삶과 영화 철학을 관객과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강릉의 대표 문화예술 공간인 고래책방에서는 강원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인들이 선정한 영화를 관람하고 영화와 문학에 대해 소통하는 행사가 진행된다. 정호승 시인이 강릉 문인들이 보고 싶은 영화 1위로 꼽은 ‘시인 할매’의 이종은 감독과 얘기를 나눈다.국내 문예영화에 대한 강연을 통해 관객들의 이해를 넓히는 시간도 마련된다. 9일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가 상영된 뒤 박유희 고려대 교수가 ‘문예영화라는 제도, 장르, 미학’을 주제로 강연한다. 10일에는 영화 ‘안개’를 상영한 뒤 김남석 부경대 교수의 ‘한국영화와 문예영화의 발전 도정’을 주제로 관객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마련된다.‘최인호 회고전’에서는 배창호, 이장호 감독과 배우 장미희씨의 스페셜토크가 있고,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박정자, 손숙, 윤석화가 출연하는 ‘연극배우 세 여자의 영화 이야기’, 피아니스트 노영심이 연주하는 ‘사랑은 영화음악처럼’ 등의 스페셜 콘서트 마당이 설렘을 더한다. 개막작은 나문희, 김수안 주연의 ‘감쪽같은 그녀’로 정했다. 폐막작으로는 밥 딜런의 내밀한 초상을 그린 음악 다큐멘터리 ‘돌아보지 마라’가 상영된다. 관광 명소인 경포해변에는 컨테이너를 동원한 간이 영화관 ‘100X100 씨어터’를 설치해 한국영화 감독 100인이 제작한 100초 영화를 100편 묶어서 상영한다. ‘100X100’은 영화진흥위원회와 한국영화100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우리나라 최초의 극영화인 김도산 감독의 ‘의리적 구토’가 만들어진 1919년부터 정확히 100주년이 되는 올해까지 이어지는 한국영화 100년 역사를 기념하는 프로젝트로 기획됐다. 극영화, 다큐멘터리, 실험영화,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영역의 영화를 균형감 있게 묶어냈다. ‘100X100’은 영화제 기간 중앙광장에 마련된 100X100 씨어터와 강릉아트센터 제3전시실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무료로 개방된다. 영화제 기간 강릉아트센터 잔디광장에서는 영화음악이 있는 씨네포차도 운영된다. 김동호 조직위원장은 “문향 강릉의 특성을 살려서 문학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를 집중 조명하고, 전 세계에서 제작되는 영화를 발굴해 소개하겠다”고 강조했다. 강릉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피해자 부모 위자료 지급 때 자녀 미혼·이혼 차등 폐지

    ‘간병인은 여성’ 편견 개선 피해자 부모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때 피해 당사자의 미혼·이혼 여부를 구분하던 국가배상법이 개정됐다. 법령에 남아 있던 ‘간병인은 여성이 맡는다’는 고전적인 편견도 손질됐다. 5일 법무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가배상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을 공포했다. 기존 국가배상법은 공무원의 직무 집행 과정에서 사망하거나 신체 장해를 입은 피해자의 부모가 위자료를 청구할 때 피해 당사자의 미혼 상태와 이혼·사별 상태를 구분해 지급했다. 예를 들어 미혼 피해자라면 당사자 위자료의 50%를, 이혼 혹은 사별한 피해자라면 당사자 위자료의 25%를 부모에게 별도 지급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번 개정을 통해 혼인 상태와 상관없이 부모에게 일괄적으로 당사자 위자료의 50%를 지급하도록 했다. 이혼율이 점차 증가하는 현실에서 이혼·사별 상태를 미혼 상태와 차별을 둬선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신체 장해로 인해 다른 사람의 보호 없이 활동이 어려운 경우에 지급되는 간병비 산정 기준도 ‘여자 보통 인부의 일용노동임금’에서 ‘보통 인부의 일용노동임금’으로 바꿨다. 기존엔 간병인은 일반적으로 여성이 한다는 편견 속에서 제정이 이뤄졌지만, 시대적 상황이 변하면서 장해 정도와 종류에 따라 남성이 간병인을 맡는 경우도 늘었기 때문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기존 법에 존재하던 차별, 불평등 요소를 없애고 우리 사회에 맞는 방향으로 개선했다”고 말했다. 일본식 표현도 개선됐다. ‘곁에서 돌보아 준다’를 의미하는 일본식 용어인 ‘개호’는 ‘간병’으로 일괄 변경됐다. 실생활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 용어인 데다 우리 법에 일본식 한자, 어려운 한자가 남아 있다는 비판에서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하태경 “방탄소년단 병역특례 어렵다?…성악가수도 빠져야”

    하태경 “방탄소년단 병역특례 어렵다?…성악가수도 빠져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4일 국방부와 병무청 등 관계부처 합동 병역특례 태스크포스(TF)가 대중예술인 등에 대한 조항은 신설하지 않을 예정이라는 보도와 관련해 “공정과 형평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면서 “병역특례에 대중가수가 배제된다면 성악가수도 똑같이 빠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전날 오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인 페이스북을 통해 “병역특례에도 공정의 원리에 따라 형평성이 보장돼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하 의원은 “국위선양 기준으로 볼 때 BTS(방탄소년단) 같은 아이돌 가수들의 기여도가 훨씬 높다”면서 “그런데 같은 노래 분야인데 대중가수는 빠지고 성악은 들어간다면 공정과 형평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하 의원은 “정부에서 대중가수를 병역특례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병력자원이 줄어들고 있어 특혜대상을 추가로 늘릴 수 없다는 것”이라면서 “이해한다.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전제하기도 했다. 하 의원은 지난해 7월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바이올린, 피아노 같은 고전음악 콩쿠르에서 1등을 하면 병역특례를 주는데 빌보드 1등을 하면 병역특례를 주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미국 최고 미술가 잭슨 폴록 그림 속 숨겨진 비밀 알고보니…

    미국 최고 미술가 잭슨 폴록 그림 속 숨겨진 비밀 알고보니…

    추상표현주의 대표 화가이자 미국을 서양 미술의 중심지로 올려놓은 것으로 평가받는 잭슨 폴록(1912~1956). 44세라는 짧은 삶을 살았던 폴록은 커다란 캔버스를 바닥에 놓고 그림 속에 들어가 물감을 붓거나 떨어뜨리는 등의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액션페인팅’ 기법을 만들어 그림을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물리학자들이 폴록의 액션페인팅 기법이 어떻게 놀라운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게 했는지에 대한 유체역학적 분석을 내놔 주목받고 있다. 멕시코 국립자치대학 재료분석연구소, 미학연구소, 미국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대(UC리버사이드) 기계공학과, 브라운대 공대 공동연구팀은 폴록이 붓을 사용하지 않고 캔버스에 페인트를 부어 그림을 만들어 낸 것은 유체역학의 고전적인 현상을 응용한 것이라고 1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 10월 31일자에 실렸다.폴록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모래 그림을 그리는 것을 응용해 한 손에 물감 통을 들고 한 손에는 막대기나 팔레트나이프를 이용해 재빨리 물감을 튀기며 캔버스를 오가며 작품을 만들었다. 그저 혼돈스러운 장난으로 취급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1956년 타임지에서는 19세기 말 영국을 충격에 빠뜨린 연쇄살인범 ‘살인마 잭’(Jack the Ripper)을 흉내내 ‘추락자 잭’(Jack the Dripper)이라고 부르며 현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화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폴록의 작업 과정을 녹화한 비디오를 이용해 폴록이 얼마나 빨리 움직였으며 캔버스와 물감통의 거리, 팔레트나이프를 움직이는 속도 등을 정밀분석했다. 이와 함께 다양한 높이에 물감 낙하 장치를 설치한 다음 캔버스가 움직이는 속도도 다르게 하면서 폴록처럼 캔버스에 물감을 떨어뜨리는 실험을 했다.그 결과 폴록의 작업 과정은 유체역학에서 코일링 불안전성(coiling instability)이라고 불리는 현상을 피하려는 동작으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코일링 불안정성은 물감이나 벌꿀처럼 점성이 있는 유체가 표면에 부어졌을 때 동그랗게 말리는 컬(curl)이나 돼지꼬리처럼 고리형태(coil)를 형성하는 현상이다. 꿀을 숟가락으로 뜬 뒤 접시에 떨어뜨려보면 길게 늘어나면서 돌돌 말려 쌓이는 것이 코일링 불안정성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유체역학 관점에서 유체가 낙하할 때는 물방울이 만들어지면서 표면에 떨어지는데 폴락은 캔버스에 물방울 형태가 형성되거나 물감이 뭉치는 것을 막고 물감이 길게 늘어나도록 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폴록은 물감을 캔버스에 부을 때 코일링 불안정성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당한 높이와 충분히 빠른 속도로 캔버스를 이동하면서 캔버스나이프를 움직였음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로베르토 제닛 멕시코 국립자치대학 교수(유체역학)는 “폴록은 다른 화가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작품과 창작기법을 완성하기 위해 오랜 실험 과정을 거쳤다고 알려져 있다”라고 말했다. 제닛 교수는 “이번 분석을 통해 폴록이 물리학을 알고 있었던 그렇지 않던 간에 오랜 실험 끝에 얻어낸 그림 그릴 때 움직임과 페인트를 붓는 과정은 유체역학에서 알려진 고전적 현상을 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씨줄날줄] 인재 영입/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인재 영입/박록삼 논설위원

    중국 고전 ‘삼국지연의’ 속 유비가 제갈공명을 책사로 스카우트하기 위해 세 번 찾아가 결국 마음을 되돌렸다는 삼고초려(三顧草廬) 고사는 익히 알려져 있다. 유비의 인재 영입은 대성공이었다. 제 땅 한 뼘도 없이 ‘한(漢) 왕실의 후손’이라는 껍데기뿐이던 유비는 제갈공명의 천하삼분지계로 조조, 손권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대륙을 정족지세(鼎足之勢) 형국으로 만들어 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야당 시절부터 정치적 위기 혹은 도전의 시기마다 인재 영입의 승부수로 정국을 헤쳐 갔다. 1987년 대선 패배 직후 13대 총선에서 평민당을 제1 야당으로 만들 때도, 1992년 정계 은퇴 약속을 번복한 뒤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할 때도 늘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면서 위기를 돌파해 나갔다. MBC 앵커로 인기를 누리던 정동영, 재야의 거목 김근태, 천정배 변호사, 추미애 변호사, 소설가 김한길, 학생운동의 스타였던 김민석ㆍ임종석ㆍ이인영 등 ‘젊은피’ 수혈은 정치인 김대중의 든든한 자산이 됐다. 중도층으로 지지를 넓혀 가면서 재야와 나누고 있던 민주세력의 대표성까지 얻을 수 있었다. 이렇듯 정치권의 인재 영입은 지지세력을 확장할 뿐 아니라 정당의 정체성을 더욱 뚜렷이 드러내는 데 톡톡한 몫을 한다. 자유한국당도 31일 인재 영입 명단을 발표했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6월 인재 영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필요하다면 오고초려, 십고초려를 해서라도 반드시 인재를 모셔 오겠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를 직접 실천했다. 그는 대전까지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을 찾아가서 입당 및 내년 총선 출마를 직접 설득했다. 사실상 ‘황교안 인재 영입 1호’다. 알려지자마자 뜨거운 논란이 일었다. 박 전 대장이 너무나 심각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인물인 탓이다. 박 전 대장은 2년 전 그의 부인과 함께 공관병에게 호출용 전자팔찌 착용 강제, 식칼로 도마 내려치기, 뜨거운 떡국 떡 손으로 떼기, 공관병 부모 욕설 등 비상식적인 폭언 및 가혹행위로 ‘갑질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4월 검찰은 ‘갑질’을 가혹행위나 직권남용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불기소 처분했다. 뇌물 수수 등의 혐의만 대법원 재판을 받고 있다. 누리꾼 등 여론이 쏟아내는 뭇매는 노골적이다. ‘자유갑질당으로 당명을 바꾸는 게 어떠냐’, ‘딱 자한당 수준의 인재 영입이다. 환영한다’ 등 냉소로 가득하다. 결국 인재 영입 명단에서 박 전 대장의 이름은 빠지게 됐다. 이번 영입 논란은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복은 타고난 것 같다”는 박지원 의원의 역설적인 칭찬을 떠오르게 한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반사이익에 기대 총선 승리 등 정치적 성과를 만들어 간다면 정치는 퇴보할 수밖에 없다. youngtan@seoul.co.kr
  • 이재영에 죽고 이재영에 산다

    이재영에 죽고 이재영에 산다

    기량과 노련미 더한 활약… 2승 견인 GS전 등 2경기선 집중 견제로 완패‘핑크 폭격기’ 이재영(23·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공략이 여자배구의 화두로 등장했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통합우승을 일구며 여자배구 공공의 적으로 꼽혔지만 시즌 초부터 이재영 공략법이 실전에서 먹히면서 개막 후 2승 2패로 고전하고 있다. 지난 1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의 V리그 여자부 개막전은 2018~19시즌 통합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이재영의 활약이 돋보인 원맨쇼였다. 기왕에 검증된 기량에 노련함까지 더한 이재영의 33점 맹폭에 힘입어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준우승팀 한국도로공사를 3-1로 손쉽게 꺾었다. 경기를 마무리 짓는 마지막 득점 또한 이재영의 손에서 나왔다. 22일 GS칼텍스 킥스전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GS칼텍스는 이재영의 체력을 빼기 위해 목적타 서브를 넣었다. 이재영(178㎝)보다 큰 메레타 러츠(25·206㎝)와 한수지(30·182㎝) 등 블로커들이 끈질기게 붙어 이재영의 공격을 막아냈다.들어가야 할 공격이 번번이 막히고 수비에서 집중 견제를 받은 이재영은 결국 14득점과 공격성공률 26.67%로 성적이 뚝 떨어졌고 팀도 0-3으로 완패했다. 이날 경기 전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이 “이재영의 공격성공률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공언했던 것이 그대로 주효했다. 이재영 공략법이 나왔지만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내가 말하기도 전에 본인이 원인을 잘 알고 있었다.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는 말로 신뢰를 드러냈다. 이재영은 26일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의 경기에서 공격 성공률을 42.50%까지 끌어올리며 믿음에 보답했다. 팀도 3-0으로 승리했다. 그러나 29일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이재영은 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이날 경기에서 이재영의 리시브만 66개였다. 리시브 효율은 56.06%로 높았지만 이전 3경기에서 이재영의 리시브가 49개(13-25-11)였던 것을 감안하면 애잔할 정도의 집중 공략이었다. 공격을 이끌어야 하는 에이스가 수비 부담이 늘어나다 보니 고전할 수밖에 없었고 이재영은 29.23%의 낮은 공격성공률을 보였다. 팀도 2-3으로 패배했다. 이재영은 4경기를 치른 현재 89득점으로 전체 2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이재영은 팀의 리베로 김해란(35·79개)보다 더 많은 리시브(115개)를 받아낼 만큼 집중견제도 당하고 있다. 이재영과 흥국생명으로서는 여자배구 2연패를 위해 ‘이재영 공략법’을 공략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게 됐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우버(Uber), 금융업 진출로 경영반전 노린다

    우버(Uber), 금융업 진출로 경영반전 노린다

    세계 최대 차량호출서비스 기업인 우버가 경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금융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증시 상장 이후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으로 고전하자 수익성 강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CNN 등은 29일(현지시간) 우버가 금융서비스 전담 조직인 ‘우버 머니’를 신설한다고 전했다. 우버 머니는 디지털 지갑과 데빗(직불)카드, 신용카드 서비스 등을 전담한다. 또 전 세계 400만명이 넘는 우버 기사에게 지급되는 급여도 우버 머니를 통해 처리된다. 우버 머니 책임자로 임명된 피터 헤즐허스트는 “우버가 금융 서비스에 집중해야 할 새로운 부문이 있다는 것을 모든 이들에게 알리고자 한다”면서 “그동안 금융 서비스에서 배제돼 있던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버 드라이버는 별도의 수수료 없이 수입을 챙길 수 있다”면서 “긱(임시직) 경제가 싸우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지불 방식의 혁신이 도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CNN은 우버가 금융 서비스로 수익성의 극적 반전을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버는 인도, 브라질 등 전 세계에서 여전히 40%가 우버 탑승 시 현금 결제를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들 현금 사용자를 우선적으로 우버 머니 서비스에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또 매달 1억명에 달하는 우버 이용자들도 기존 신용카드를 우버 결제에 연동하지 않고 자체적인 우버 금융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우버 측은 기대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피아트크라이슬러 푸조 PSA그룹 합병 가능성 논의

    피아트크라이슬러 푸조 PSA그룹 합병 가능성 논의

    이탈리아·미국계 자동차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푸조와 시트로엥을 합친 프랑스 PSA그룹이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29일(현지시간) 양사가 50대 50의 동등한 지분 보유를 조건으로 한 전면적인 합병 협상을 진행 중이다. 새로운 합병 법인은 푸조의 카를로스 타바레스 최고경영자(CEO)와 피아트 창립자인 잔니 아넬리의 손자인 존 엘칸 FCA 회장이 공동 대표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덧붙였다. 이번 합병이 성사되면 시가총액 460억 달러(약 53조 7000억원) 규모인 세계 4위의 거대 자동차 기업이 태어난다. 두 회사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모두 870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제너럴모터스(GM) 840만대를 앞서는 수준이다. 양사의 합병 논의는 각각 북미 지역과 유럽 시장 공략이라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북미 지역을 최대 단일 시장으로 삼아왔던 FCA는 합병을 통해 유럽 시장 강화를 노리고 있다. FCA는 지난해 유럽 시장 판매량이 100만대에 그치는 등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데다 유럽시장의 환경규제 강화와 신사업 투자 부진으로 고전해왔다. 푸조의 경우 1991년 철수한 북미 시장 재진출을 기대하고 있다. 푸조는 수년 전부터 북미 시장 재진출을 타진해왔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유럽산 수입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정책으로 북미 진출이 사실상 가로막히면서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여기에다 FCA의 합류로 현재 24% 수준인 유럽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려 폭스바겐과의 격차도 좁힐 수 있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이 같은 합종연횡은 구조적으로 예견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시장 수요 악화와 디젤차 스캔들에 따른 강력한 환경규제, 전기차·자율주행차로의 패러다임 변화 등이 겹치며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만성적인 수익 부진에 시달려왔다. 거대한 불황에 직면한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생존전략의 하나로 합병이나 제휴 형태의 짝짓기로 활로 모색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무디스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2018년 감소로 돌아선 이후 매년 축소를 거듭하고 있으며 이 같은 추세는 2020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번 합병 추진은 FCA와 프랑스 르노자동차의 합병이 무산된 가운데 나왔다. FCA는 앞서 5월 말 르노에 합병을 공식 제안했다. 일본의 닛산·미쓰비시와 제휴관계인 르노와 FCA가 합병하면 폭스바겐과 도요타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기업이 탄생하는 것이라고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FCA는 6월 합병 제안을 철회했다. 르노의 1대 주주인 프랑스 정부는 구매 비용 절감, 자율주행차와 전기자동차 개발비용 분담 등 두 그룹의 합병이 가져다줄 이익이 크다고 판단해 합병을 지지했지만 르노의 노조는 일자리 감소를 우려해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인지 소식통은 “현재 협상은 유동적이며 최종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보장할 수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양사가 전면적 합병 대신 자금 제휴나 주식 교환, 일부 사업부문에서의 투자나 협력 등의 방식으로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양사는 이번 합병설에 대해 아직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두산, 4년만에 면세점 철수…한화 이은 두번째 포기

    두산, 4년만에 면세점 철수…한화 이은 두번째 포기

    두산그룹이 4년만에 면세점 사업에서 손을 뗀다. 두산은 29일 이사회 의결을 통해 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하고 동대문 두타면세점 영업을 정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식 영업정지일자는 내년 4월 30일이다. 두산측은 “특허권 반납 후 세관과 협의해 영업 종료일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면서 “그 때까지는 정상 영업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에 자리잡은 두타면세점은 2016년 5월 국내 최초 심야 면세점 등을 표방하며 개장한 후 7000억원 수준의 연매출을 기록하며 성장했다.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에 따른 ‘한한령’ 여파로 면세점 ‘큰손’인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하고, 롯데와 신세계, 신라 등 이른바 ‘빅3’ 면세점들과의 경쟁에서 고전하며 어려움을 겪어왔다. 면세점 사업은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지만 사드 사태 이후 처지가 180도 바뀌었다. 중국 관광객이 떠난 자리를 중국인 보따리상들이 메우면서 면세점 업계는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판매액의 30%가량을 중국 여행업체에 수수료로 지급하는 등 제살깎아먹기 식의 경쟁을 하고 있다. 대형 업체들의 경우 구매력을 바탕으로 원가를 낮춰 과다한 마케팅 비용에도 수익을 내고 있지만, 중소면세점들의 경우 적자가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서울 시내 면세점 가운데 롯데와 신라, 신세계 등 이른바 ‘빅3’의 점유율이 80%를 넘는다. 두산은 “단일 점포 규모로는 사업을 지속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이를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면서 “그러나 올해 다시 적자가 예상되는 등 중장기적으로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돼 특허권을 반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면세점 특허권 반납은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앞서 지난달 한화그룹도 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하고 갤러리아면세점 영업을 종료했다. 출혈 경쟁에 따른 실적 악화로 한화와 두산 같은 대기업마저 사업을 포기하고 있지만 정부는 다음달 시내면세점 6개를 추가로 허가한다는 계획이다. 대기업 면세점으로 서울에 3개, 인천 1개, 광주 1개를,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으로 충남에 1개를 추가로 내주기로 했다. 중국인 개별 관광객이 증가하는 등의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시내면세점이 더 생긴다면 업체 간 경쟁만 심화할 것이라고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독일 헛간서 발견된 60년대 람보르기니, 19억원에 낙찰

    독일 헛간서 발견된 60년대 람보르기니, 19억원에 낙찰

    독일의 헛간에서 발견된 전설적인 슈퍼카 람보르기니 미우라가 18억 원이 넘는 가격에 팔려나갔다. 클래식카 전문 경매사 RM소더비는 2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켄싱턴에서 열린 ‘제13회 런던 옥션’에서 1969년식 람보르기니 미우라(섀시 번호 4245)가 124만8125파운드(약 18억 6843만 원)에 낙찰됐다고 밝혔다.낙찰된 람보르기니 미우라 P400S 버전은 1968년부터 1971년까지 단 338대만 생산된 모델로 희소가치가 높아 경매 전부터 수집가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특히 출시 후 반세기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주행거리가 1만8032마일(약 2만9000km)밖에 되지 않으며 모든 부품이 출시 당시 그대로라는 점이 매력적으로 작용했다. 첫 주인이 양도받은 후 단 한 번의 도색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RM소더비 측은 이 차량이 1969년 이탈리아 볼로냐의 산타가타볼로녜세 공장을 나섰을 때와 같이 순정 사양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경매에 출품된 람보르기니는 최근 독일 슈바르츠발트 지역의 숲속에서 발견됐다. 이 차량은 1971년 서독에서 광고전문가로 일했던 발터 베커라는 남성이 주문했다가 3년 뒤 아마추어 카레이서 한스 페터 베버에게 되팔았다. 베버는 2015년 사망 전까지 이 차를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베버 사망 이후 그가 남긴 미우라를 백방으로 수소문한 유가족은 올해 베버의 친구 소유의 농장에서 차량을 발견했다. 생산된 지 50년 가까이 됐지만 방치 기간이 비교적 짧아 상태는 매우 양호했다.이 때문에 경매사가 당초 책정한 감정가 93만3500파운드(약 13억 9860만 원)를 뛰어넘은 124만8125파운드(약 18억 6843만 원)에 최종 낙찰될 수 있었다. 경매 참가자들은 24일 경매에서 미우라를 손에 쥐려는 수집가들의 입찰 경쟁이 매우 치열했다고 입을 모았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각주가 말하는 것들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각주가 말하는 것들

    최근 만난 학자 J는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했다가 탈락했고, 나름 원인을 분석한 뒤 재심사를 준비하면서 초고에는 누락시켰던 한 저명한 학자의 논문을 출처 각주로 삽입했다. 학계에서 각주는 종종 권위 있는 자들이 모이는 장소로 여겨진다. 만약 어떤 학자의 선행 연구를 밝히지 않는다면 이는 의도적인 배격 행위로 읽힌다. 생략된 자에게 그 빈칸은 커다란 구멍처럼 보일 테니 ‘나를 역사에서 배제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각주의 연대기는 학문적 논쟁의 역사, 시기심의 물밑 다툼, ‘서사’(본문)와 ‘증거’(주석)의 맞섬, 세부 사실의 경중을 둘러싼 입장 차로 서술될 수 있다. ‘로마제국 쇠망사’의 저자 에드워드 기번은 고전에 대한 흥미로운 서술은 본문에 전면화하고, 예의를 벗어던진 사견이나 비판은 각주로 후면화했다. 의심은 각주에 은근한 희화화로 배치되기 마련이라 각주는 결코 투명한 유리창이 아니다. 저자가 동류로 인정받고 싶은 학파의 문헌을 인용하거나 조롱하고픈 이들을 향해 칼을 겨누는 장소가 바로 각주다. 독서할 때 각주도 챙겨서 읽는 독자는 주에서 밝혀 놓은 참고문헌이 보잘것없으면 그 책 역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가령 저자들은 미처 읽지 못한 원자료를 자기 논거 증명에 활용하고자 다른 책에서 재인용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 ‘다른 책’의 저자가 얕은 바닷물에 불과하다면 독자는 ‘왜 섣불리 이런 유를 인용했을까’ 하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가끔 서양 학문 전공자들은 한문에 접근하기 어렵다 보니 2차 텍스트를 통해 동양 고전을 전거로 끌어들인다. 하지만 이런 인용이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독자들은 그럴듯한 박학다식함의 이면을 꿰뚫어 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각주는 글쓴이의 실력을 검증하는 세밀한 장치다. 모름지기 학자는 선대의 문헌을 모두 검토한 뒤 그로부터 새로운 서사를 구축하고 자기만의 주장을 내놓아야 한다. 즉 매력적인 서사들은 저자가 매끈하게 창작한 도자기라기보다는 앞선 자들의 글을 모두 섭렵하는 성실성, 깎고 다듬는 도공 실력, 마침내 한발 내딛는 진보로 인해 빚어진 것이다. 독자가 각주를 보면서 안심하는 까닭은 글쓴이가 선대와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고 마침내 살아 남았음을 입증해 주기 때문이다. 각주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역사가 랑케다. 그는 독자의 수준을 높게 봤는데, 가능한 한 그들이 본문과 함께 각주에 밝혀진 ‘생생한’ 사료까지 공부할 것을 원했다. 또한 학생들에게는 “자네들이라면 분명히 역사가 도출된 사료를 알고 싶겠지”라며 서사의 제공자들을 파헤칠 것을 권유했다. 1차 사료의 중요성을 간파한 학자로서 랑케는 유서 깊은 기록보관소들을 제 집 안방처럼 드나들 방법을 강구했으며, 필경사들을 고용해 사료들을 옮겨 쓰게 했다. 필부필부들이 밤에 먹고 마실 때 그는 아침 일찍 도서관에 가려고 서둘러 잠자리에 들었으며, 올빼미형 인간들의 쾌락을 한 번도 부러워하지 않았다. 후대에 올수록 각주는 출처만 밝히는 무미건조한 공문서처럼 바뀌었다. 게다가 점점 길어지는 각주가 본문을 몽탕하게 만드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럴 경우 책 전체의 논리성이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책 읽기는 불쑥 튀어나오는 방해물로 내내 덜컥거리게 된다. 그런 이유로 각주의 존재를 달가워하지 않는 이가 많아졌다. 랑케조차 각주는 필요악이라 선언했고, 헤겔은 전염병을 피하듯 각주를 피했다. 기번은 “세부 사실에 집착하는 것은 사회적 열등감의 표시”라고 했다. 그리하여 현대에는 한쪽에서 학자들이 각주를 위한 공간을 요구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각주 없는 원고를 써 달라”는 출판인들의 요구가 상충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각주는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 각주의 역사와 심리학에 통달한 ‘섬세한’ 각주의 달인을 만나고 싶다.
  • 이빨 빠진 호랑이·사자… 새 감독으로 ‘임플란트’ 나섰다

    이빨 빠진 호랑이·사자… 새 감독으로 ‘임플란트’ 나섰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에서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는 우승 명가다. KIA는 우승 11회를, 삼성은 우승 8회의 이력을 자랑한다. 두 팀 모두 프로야구 원년 멤버인 전통의 강호이지만 2019시즌만큼은 호랑이와 사자 모두 야성을 잃고 정규리그 KIA 7위, 삼성 8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KIA는 2016·2018년 5위, 2017년 통합 우승의 위세를 떨쳤지만 올해는 초반부터 중심 타선의 침체와 선발·불펜 가릴 것 없는 마운드 부진이 겹치며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김기태(50) 감독은 13승1무31패(10위)의 성적을 남기고 시즌 도중 자진 사퇴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박흥식(57) 감독 대행이 팀을 추스르며 추격전에 나섰다. ‘대투수’ 양현종(31)도 5월부터 역대급 호투 행진으로 평균자책점 1위(2.29)를 차지할 정도로 맹활약했다. 그러나 초반 벌어진 승차 마진을 좁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KIA는 지난 15일 팀 역사상 첫 외국인 감독으로 맷 윌리엄스(54)를 임명했다. 광주와 전남 함평에서 마무리 캠프 훈련을 진행 중인 윌리엄스 감독은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친화력이 돋보인다. 워싱턴 내셔널스 감독 출신인 그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쌓은 선수와 지도자 경험으로 외국인 선수 영입 후보군을 추리는 등 팀의 리빌딩에 적극적이다. 올 시즌 중반까지 5강을 넘봤던 삼성은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3할 타자와 10승 투수의 동시 부재 상황이 증명하듯 투타 모두 고전했다. 박한이(40)의 음주운전, 주장 강민호(34)의 잡담사 등 베테랑 고참들의 사건 사고도 겹쳤다. 무엇보다 고질적인 외국인 투수 잔혹사는 올해도 반복돼 시즌 중 외국인 투수가 모두 방출되는 상황까지 직면했다. 삼성의 명가 재건 승부수는 지난달 전격 감독으로 발탁된 허삼영(47) 전 전력분석팀장이다. 데이터 야구에 능한 허 감독의 제갈량 같은 두뇌가 내년 시즌의 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진다. 경북 경산과 대구에서 마무리 캠프를 꾸리고 있는 허 감독은 특히 프로선수로서의 정신 무장과 체력 등 야구 본연의 기본기를 강조한다. “가장 멋있는 플레이는 투수 땅볼을 치고도 1루까지 최선을 다해 달리는 것”이라는 게 그의 소신이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거장의 발레… 흩날리는 머리카락은 詩가 됐다

    거장의 발레… 흩날리는 머리카락은 詩가 됐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유럽 전역이 재건에 한창이던 1957년. 정치적인 이유로 고국 알바니아를 떠나 프랑스 파리 외곽도시에 정착한 부부 사이에서 남자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는 ‘남자다움’을 강요받으며 어린 나이부터 유도를 배웠다. 하지만 9살 되던 해, 학교에서 한 소녀가 보여 준 발레리노 사진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가족과 친구 몰래 발레 수업에 나가기 시작했다. 부모의 반대와 친구들의 놀림이 두려웠기 때문이다.여기까지는 어딘가 익숙한 이야기다. 탄광촌에서 복싱을 배우다 발레에 매혹돼 엄한 아버지 몰래 발레를 배우고, 영국 최고의 무용수로 성장한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빌리와 꼭 닮았다. 두 이야기 사이에 다른 점이 있다면 영국이 아닌 프랑스라는 국적, 그리고 허구가 아닌 실존 인물이라는 점이다. 세계 무용계에서 “프랑스로 유입된 최고의 무용 에너지”라는 존경을 받는 안무가 앙줄랭 프렐조카주(62)의 영화 같은 유년기다. 최신작 ‘프레스코화’(La Fresque)로 다음달 1일 한국 무대를 찾는 프렐조카주를 이메일로 만났다. 1984년 몽펠리에 댄스 페스티벌로 데뷔한 프렐조카주는 ‘암시장’, ‘로미오와 줄리엣’, ‘공원’, ‘불새’ 등 50편이 넘는 작품을 발표하며 무용계 최고 영예인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하고 프랑스 정부 최고 훈장 레지옹 도뇌르까지 받은 현대무용 거장이다. 한국 관객과는 1996년 ‘퍼레이드’를 통해 처음 만났고, 2014년 내한 후 5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다. 프렐조카주가 새롭게 소개할 ‘프레스코화’는 중국 청나라 시대 작가 포송령의 단편소설 ‘요재지이’(聊齋志異)에 담긴 벽화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다. 한 서생이 불당 벽화를 감상하던 중 긴 머리의 여인을 묘사한 생생한 그림에 몰입하다 아름다운 환상 속에 빠져든다는 내용이다. 프렐조카주는 “젊은 관객들은 위한 새로운 발레 작품을 구상하기 위해 남미와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어 보던 중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정말 놀라웠다”면서 “이 얘기는 지금 우리에게 펼쳐지는 일과 매우 흡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소설에서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라는 개념에 집중했다. 그림 속 세상으로 들어간 서생의 이야기를 ‘포켓몬 고’ 게임에 열광하는 현실의 세계인에 비유했다. “우리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벽화는 수백년 전에 쓰여진 이야기지만, 우리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프렐조카주가 중국 고전을 발레로 재탄생시킨 이유다. 벽화 속 긴 머리 여성은 5명의 여성 무용수를 통해 다시 생명을 얻는다. 원작 주인공이 긴 머리 여인에게 매혹된 것처럼, 머리카락의 움직임은 이번 작품에서 중요한 소재로 활용된다. 고대 중국에서 머리를 길게 풀어낸 여성은 그녀가 자유롭다는 것을 뜻하고, 묶어 올린 여성은 기혼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프렐조카주는 “머리카락이 중요한 극적 흐름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면서 “흔들리는 머리카락은 그 자체로 시적이고, 다리나 팔 등 몸이 아닌 무용수들의 머리카락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무용수는 발레 동작과 함께 긴 머리카락의 다양한 움직임을 통해 감정을 전달한다. 그는 방한 기간 중 한국 무용수와의 만남도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 발레 수준이 매우 높고 뛰어난 무용수도 많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함께 일할 기회가 없었다”는 그는 “한국을 방문하면 한국인 무용수와 안무가를 만날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연은 11월 1일부터 3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3차례 무대에 오른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빌런 전성시대, 불평등에 따른 분노… ‘짠한 악당’ 조커에 빠지다

    빌런 전성시대, 불평등에 따른 분노… ‘짠한 악당’ 조커에 빠지다

    영화 ‘조커’의 흥행이 무섭다. 화제작 ‘82년생 김지영’의 개봉, 디즈니 애니메이션 ‘말레피센트2’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수일 내 500만명 돌파는 무난하리라는 전망이다. 핼러윈 시즌에 가장 인기 있는 코스튬 플레이는 역시 ‘조커’였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는 “내 죽음이 삶보다 ‘가취’ 있기를”, “내 인생이 비극인 줄 알았는데 코미디였어” 등의 대사가 끊임없이 회자된다. ‘조커’는 하나의 문화·사회 현상이 됐다. ‘조커’는 희대의 악당이자 배트맨의 숙적, 조커의 탄생을 그렸다. DC코믹스의 ‘배트맨’ 시리즈에서 캐릭터와 배경을 가져왔지만, 독립적 세계관 속에서 스토리를 재창조했다. ‘스타 이즈 본’(2018) 등을 제작한 토드 필립스 감독이 메가폰을 든 영화는 코믹스 기반 영화 최초로 올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데 이어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1980년대 초, 부자와 빈자의 불평등이 극에 달한 고담시. 코미디언을 꿈꾸는 광대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 분)에게 한 자루의 총이 주어지며 격변하는 이야기가 영화의 골자다.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는 반응에서부터 ‘불편하다’는 얘기까지, SNS상에서는 영화의 결말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사람들은 왜 이 어두운 영화를 보는가. 왜 ‘조커’에 열광하는가.●세계가 열광하는 빌런 영화 ‘조커’는 결국 ‘조커’라는 불세출의 캐릭터에 힘입은 바 크다는 게 중론이다.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웃는 남자’에서 원형을 가져온 조커는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우는, 아이러니가 집약된 캐릭터다. 조커는 최고의 악당인 동시에 그 악의 기원도 알 수 없었다. ‘라이벌’ 배트맨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배트맨 비긴스’(2005) 등을 통해 탄생 배경이 널리 알려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스터리해서 더욱 기괴한 인물 조커는 ‘다크 나이트’(2008)의 히스 레저(1979~2008)라는 걸출했던 조커의 부재 이후, 더욱 신화가 됐다. 베일에 싸인 인물 ‘조커’의 인기는 최근 ‘빌런’이 주목받는 현상과도 일맥상통한다. 악당을 의미하는 빌런이, 요즘은 무언가에 집착하거나 평범한 사람과 다른 행동을 보이는 ‘괴짜’를 일컫는 말로 확장돼 널리 사용된다. 이는 마블이나 DC코믹스 등의 히어로물에서 평범한 인물이 과도한 집착이나 이상한 계기 탓에 빌런이 되는 것을 빗댄 말이다. 마블의 ‘어벤저스 시리즈’에서도 전 우주적 악당인 ‘타노스’에 공감하는 것처럼 최근 ‘빌런’에 대한 공감은 전 세계적이다. 한때 ‘조커’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까지 올라섰던 ‘말레피센트2’도 동화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 등장하는 마녀의 전사를 그린 영화다.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선(善)은 평면적이고 악(惡)은 입체적”이라며 “세상도 선보다는 악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지다 보니 악에 대한 소구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허희 영화 칼럼니스트는 “요즘은 괴테의 고전 ‘파우스트’를 재해석할 때도 ‘메피스토’라는 악인에게 더욱 주목한다”며 “조커는 자신에게 우호적이었던 난쟁이 동료는 죽이지 않는 것에서 볼 수 있듯 무분별한 살인마가 아니라는 것, 나쁘긴 나쁜데 극한의 악한이 아닌 ‘짠한 악당’이라는 점에서 캐릭터가 주는 호소력이 있다”고 했다. 단순한 선인보다 내면의 복잡함을 가진 악인에게 주목하는 것이 요즘 트렌드다. 여기에 완벽히 새로운 조커로 분한 호아킨 피닉스(45)의 연기도 인기에 한몫한다. ‘글래디에이터’(2000)에서 폭군 ‘코모두스’를 연기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피닉스는 한 사람의 연기에 전적으로 기대는 영화 ‘조커’에서 절대적으로 빛나는 존재다. 극한의 다이어트를 통해 직조해 낸 앙상한 등, 신경질적으로 터져 나오는 웃음, 계단에서 아슬아슬 너울너울하며 추는 춤 등 피닉스는 조커 그 자체다. ‘제2의 제임스 딘’이라 불리웠던 형 리버 피닉스(1970~1993)의 그늘에서 드디어 빛을 본 셈이다.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조커’에서 볼 수 있는 공통점은 ‘사회적 불평등에 따른 상위 10%를 향한 분노’다. 대저택에서 지하에 이르기까지 계층 구조가 뚜렷한 ‘기생충’에서 기택(송강호 분)이 처단하는 박사장(이선균 분)은 상위 10%에 속하는 인물이다.불평등이 만연한 고담시에서 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웃음이 터져 나오는 병을 앓는 아서 플렉은 무료 정신과 상담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런 그가 가장 먼저 총을 겨눈 이들이 월스트리트의 증권맨들이다. 조커의 총격을 기화로 성난 군중은 광대 가면을 쓰고 거리로 몰려나온다. 허 칼럼니스트는 “2011년 금융 자본주의에 반대한 뉴욕의 월가 시위에서 ‘가이 포크스’ 가면이 등장한 것과 똑같은 격”이라고 분석했다. 강 평론가는 “‘기생충’의 박사장이나 ‘버닝’의 벤 등 우리 가시권에 들어와 있는 불평등의 표지에 대한 분노가 훨씬 더 강렬하고 심각한 사회문제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상위 10%는 아이언맨, 캡틴아메리카 같은 기존의 슈퍼 히어로처럼 지구 전체를 구원하는 인물들에게서는 보호를 받는 인물이다. 그러나 ‘조커’ 같은 빌런은 이들을 벌하며, 나름의 ‘정의’를 실현한다. 특히 조커는 젊은 싱글 남성들에게 소구한다는 분석이 많다. CGV 관객 분석에 따르면 실제 ‘조커’ 개봉일인 지난 2일부터 최근까지 극장을 찾은 관객들 중 남성 관객이 42.8%, 여성이 57.2%다. 반면 ‘조커’는 남성 관객 비중이 50.4%로 여성(49.6%)을 앞지른다. 남녀 합쳐 20대 관객이 42.6%, 30대 관객이 29.7%로 ‘2030’ 관객이 70%를 넘는다. 강 평론가는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대우받던 시절이 사라지며 박탈감을 느끼는 남성들이 많다”며 “세계와 접점을 찾으려고 할 때마다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조커처럼 나름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여기는 싱글 남성들에게도 굉장히 노력했지만 멸시만 받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30 사이에서 ‘조커’를 두고 “자기 연민이 너무 과한 것 아니냐. 한국에서였으면 국밥 한 그릇, 소주 한 잔에 훌훌 털어 버렸다”는 우스개가 회자되는 것도, 고담시보다 ‘헬조선’이라는 자기 연민 탓이다. 조커의 화제성과 함께 불거지는 것이 폭력성 미화, 모방범죄 논란 등이다. 2012년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극장 상영 도중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던 미국에서는 더욱 민감한 분위기다.●“카타르시스”vs “불편” … 결말 갑론을박도 그러나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영화의 몰입도나 연출적인 미학이 높기 때문에 우려가 더 높아지는 것 같다”며 “우리나라 풍토에는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도 “미국에서 극장 총기 난사 등의 사건이 일어난 것은 총기를 소지하는 나라의 문제점이지 영화의 문제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N차 관람’에 힘입어 조커의 인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가 가진 철학적 메시지나 미장센 등을 재해석하려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영화의 재관람률은 3.5%로 기생충(5.2%)보다는 낮지만, 같은 기간 상영된 인기 영화 10편 평균(1.4%)에 비해서는 높은 편이다. 누구나 아는 캐릭터라는 대중성에 베니스영화제 최고상 수상이라는 예술성을 동시에 확보한 데다, 직접 보고 자기 의견을 피력하고 싶은 영화라는 이유도 여기에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조국 정국 사퇴론 커지는 이해찬

    조국 정국 사퇴론 커지는 이해찬

    與내부 “李체제론 총선 난항 우려 있지만 대체할 인물 없어 두고 보자는 의견 대세” 새달 2일 李 자택 저녁식사 때 언급 관심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지지율이 하락하는 등 고전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이해찬 대표 책임론과 함께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최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이철희 의원은 지난 26일 언론 인터뷰에서 “조국 정국 이후 당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가고 있다”며 “이렇게 민주당이 무기력해진 책임의 상당 부분이 이해찬 당대표에게 있다”고 이 대표 책임론을 정면으로 제기했다. 이 의원은 “의원직을 던질 각오도 돼 있기 때문에 할 말은 하겠다”며 “지금 당대표를 비판하지 않으면 누구를 비판하겠느냐”고도 했다.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서는 조 장관 사퇴 이후 이 대표 사퇴론이 빗발치고 있다. 27일에도 한 당원은 “무능력한 이 대표로는 총선 필패”라면서 “당대표는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당원은 “당원들의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변화가 두렵기 때문인가”라며 “이 대표 사퇴하고 비대위 꾸려 총선 준비하자”고 했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출신 의원은 “이 대표 체제로 과연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고 걱정하는 의원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정식으로 선출된 대표한테 물러나라고 할 명분도 약하고 이 대표의 리더십을 당장 대체할 만한 인물을 찾기도 어렵기 때문에 좀 더 두고 보자는 의견이 대세인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수도권 출신 의원은 “이 대표가 일에 대한 의욕이 강하기 때문에 사퇴를 얘기할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현실적으로 공천까지만 이 대표가 주도하고 선거전에 돌입하면 2선으로 후퇴하거나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체제로 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2일 이 대표의 세종시 자택에서 열리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어떤 얘기가 오갈지 관심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이번 주 중 총선기획단을 출범시키는 등 본격적으로 총선 준비에 돌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출범식은 열지 않고 조용히 조직만 출범시킨다는 방침이다. 조국 사태로 따가워진 당원과 국민의 시선을 감안해 몸을 낮추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4일부터는 현역 의원에 대한 최종평가와 인재 영입에도 본격적으로 나선다. 다만 이 대표가 당장 ‘영입 인재’를 면접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의 한 측근은 “지금 이곳저곳에서 추천을 받고 있지만 이 대표가 직접 찾아가 만나진 않는다”며 “만나는 즉시 소문이 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고려대 교육문제연구소, 2020년 청소년 자유교양학교 겨울 캠프 개최

    고려대 교육문제연구소, 2020년 청소년 자유교양학교 겨울 캠프 개최

    고려대학교 교육문제연구소가 중학생 대상 독서 토론 및 논술 축제 ‘2020년 청소년 자유교양학교 겨울 캠프’를 개최한다. 행사는 2020년 1월 6일~1월 10일 5일간,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에서 열린다. 고려대학교 교육문제연구소는 교육의 이론 및 실제에 있어 한국 교육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바지한다는 목적으로 1972년 설립된 고려대 부설 연구 기관이다. ‘자생적 한국 교육 이론’이라는 거시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목표를 과업으로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를 연구하고 해결책을 모색해 왔다. 이 행사는 교육문제연구소가 ㈜독서문화연구원의 논술 교육 전문 ‘논술화랑’과 손잡고 기획했다. 입시를 주목적으로 하는 관행적인 학습 방법에서 벗어나, 진정한 인재로 성장시키는 교육, 탄탄한 배경지식을 기반으로 논리력, 사고력과 감성을 키우는 진정한 독서교육의 모델을 제시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고려대학교 교육문제연구소 관계자는 “이 캠프는 지적호기심과 토론의 장이 펼쳐진 독서토론과 논술의 축제.”라며, “이 행사를 통해 공교육으로 완전히 채우기 어려운 창의성과 다양성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1회 행사에서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에 쓰여진 ‘군주론’은 정치 현실과 인간의 본성을 직시한 정치철학 고전 필독서로 독자에게 진정한 리더십과 판단력, 처세술까지 새롭고 다양한 시각을 제공한다. 주최 측은 편안하고 친숙한 토론의 장을 마련했고, 아이들은 여기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다른 생각을 가진 친구들과 활발하게 소통했다. 역사, 정치, 사회 등 다방면의 시사 현안을 넘나든 토론을 통해 아이들은 풍부한 사고 능력과 문제해결능력을 발휘하고 또 함양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어갔다. 이번 ‘2020년 청소년 자유교양학교 캠프’ 행사에서는 올해 출판 160주년을 맞은 다윈의 ‘종의 기원’을 주제로 한다. 청소년의 입장에서 생각해 봄직한 생명윤리와 유전공학 그리고 인간 본질에 대한 심도 있는 사색의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고려대학교 교육문제연구소가 논술화랑과 함께 주최하는 ‘2020년 청소년자유교양학교 겨울캠프’는 앞으로 매년 겨울 및 여름방학에 진행된다. 겨울 캠프 참가 신청은 10월 21일부터 11월 15일까지이며 자세한 일정 및 신청 방법은 고려대학교 교육문제연구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새 시대 두려워한 제국주의가 낳은 모험소설

    새 시대 두려워한 제국주의가 낳은 모험소설

    브람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1897)를 모르는 이는 없을 듯하다. 책, 영화 등으로 한 번쯤 접해봤을 고전이다. 한데 이 소설에 19세기 말 영국에 횡행했던 백인과 남성 우월주의, 순혈주의, 제국주의 등의 가치관이 투영됐다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신간 ‘들려준 것과 숨긴 것’은 이처럼 세기말을 풍미했던 모험소설들을 해부해 책 속에 감춰진 온갖 이데올로기적 장치들을 낱낱이 끄집어내고 있다. ‘로빈슨 크루소’ 등 익히 알려진 책 외에도 헨리 라이더 해거드의 ‘쉬’(그녀) 등 다양한 책들이 도마에 오른다. 되짚어 보면 사실 드라큘라는 도입부부터 서양의 우월의식을 드러내고 있었다. 영국의 전도유망한 젊은 변호사 조나단 하커가 여행을 시작하며 “서양을 벗어나 동양으로 진입하는 것 같다”고 중얼거린 대목이 그 예다. 드라큘라 백작의 성이 있는 곳은 트란실바니아 동북쪽의 후미진 지역이다. 이 지역에 정착한 민족은 ‘세클레르족’이다. 아시아에 거주했던 기마민족 훈족의 후예다. 훈족은 한때 서양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던 ‘야만족’이다. 그러니까 소설의 배경부터 당대의 유럽인을 위협했던 ‘퇴행성’이 유래한 곳으로 설정된 셈이다. 흉물스런 세력의 우두머리였던 드라큘라 백작은 더 말할 게 없다. 동양의 전제주의, 비합리적 미신, 야만성 등이 죄다 그에게서 구현된다.●신여성에 대한 불안감 드라큘라에 반영 왜 이런 소설이 당대에 유행했을까. 저자는 영국 내부의 제국주의적 요소 외에도 남성의 권위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부상하던 ‘신여성’에 대한 강력한 경계 심리가 또 하나의 축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19세기 말 영국에는 가부장의 권위에 도전하는 여성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빅토리아 시대의 가부장들은 여성의 성에 대해 가졌던 온갖 의심과 불안을 경제 영역에서 남성의 경쟁자로 떠올랐고, 정치적 권리까지 요구하는 신여성에게 투사했다. 신여성은 “공격적”이고 “악의에 차” 있으며 “성적으로 무절제”한 데다 “도덕적으로도 타락”했다며 공격했다. 신여성의 문란한 성에 대한 불안은 ‘드라큘라’의 여성 흡혈귀들에 대한 묘사에도 반영된다. 조나단 하커가 드라큘라의 성에서 만나는 세 명의 여성 흡혈귀들은 각기 피부색은 다르지만 관능적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의 목소리는 감미로웠고 자태도 관능미가 넘쳤지만 “날카로운 흰 이빨”은 결코 야수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 ‘남성’ 하커가 ‘여성’의 유혹에 굴복하는 대가로 문명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야만적 수준으로 퇴행한다는 메시지가 이 대목에 담겼다.●19세기 ‘제국주의 로맨스’ 낱낱이 해부 저자는 이런 방식으로 이제껏 고전으로 여겨졌던 영국의 모험소설들을 낱낱이 해부한다. 예컨대 19세기 사실주의 문학의 효시로 꼽히는 ‘로빈슨 크루소’(1715)의 경우, 전체 얼개를 영국 제국의 식민지 경영이라는 맥락으로 해석하고 있다. 19세기 영국에서 유행했던 ‘제국주의 로맨스’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들, 그러니까 유럽 중심적 시각, 백인 남성성을 입증하는 일종의 통과의례였던 해외 모험, 여성을 배제하거나 주변화시키면서 드러내는 특권화된 남성성 등이 원형적 형태로 발견된다는 것이다. ‘보물섬’(1883)에 대한 분석도 흥미롭다. 소설에서 보물은 하층민이 상류층으로 이동할 수 있는 사다리 노릇을 한다. 하지만 보물들의 출처를 거슬러 오르면, 보물은 모두 이전 세대의 해적질로부터 온 것이란 걸 발견하게 된다. 결국 해적은 제국주의의 다른 얼굴이란 얘기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문학관 품고 한문화특구 넓히고… 은평 ‘문화·관광 체험도시’로

    문학관 품고 한문화특구 넓히고… 은평 ‘문화·관광 체험도시’로

    “국립한국문학관 건립은 우리 문화의 가치를 새롭게 꽃피울 전환점입니다. 문학관이 지어지면 예술인마을을 짓고 한문화체험특구는 진관동 중심부까지 넓히려 합니다. 진관동 일대를 문화, 체육, 관광 등을 아우르는 ‘문화·관광 벨트’, 은평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전진기지’로 일궈 통일시대 새 거점으로 뻗어나가겠습니다.”(김미경 은평구청장) 서울 은평구가 국내를 대표하는 ‘문화·관광 체험 도시’로 발돋움한다. 2025년 진관동에 국립한국문학관이 들어서는 것을 시작으로 문학관 아래에는 문화 예술인들이 창작 활동을 펼치고 시민들은 예술 체험을 할 수 있는 문화 아지트(예술인마을)를 조성한다. 연간 300만여명이 찾는 북한산의 수려한 산자락 아래 100여채의 한옥과 각종 문화시설이 자리해 최근 외국 관광객들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한문화체험특구는 특구 운영기간 연장(3년)을 계기로 영역을 확장한다. 현재 한옥마을, 진관사, 삼천사, 북한산성 입구까지의 특구 범위를 문학관, 예술인마을은 물론 앞으로 지어질 통일박물관, 이호철문학관에 이어 롯데몰, 은평성모병원 등 진관동 중심 지역까지 아우를 계획이다. 한문화체험특구는 템플스테이로 유명한 진관사와 한옥마을을 조망하는 전망대로 발길을 끄는 역사한옥박물관, 한복 체험을 할 수 있는 너나들이센터 등이 인기를 끌며 최근 방문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역사한옥박물관은 최근 평일 하루 700~800명, 주말에는 1500여명이 찾으며 올 초보다 방문객이 2~3배 급증했다. 김 구청장은 “한문화체험특구는 북한산의 아름다운 정경과 한옥, 한복 등 우리 전통문화의 멋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소문나며 올해 방문객이 1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여기에 문학관이 생기면 전국은 물론 세계에서 은평을 찾는 방문객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주변의 문화시설을 확충해 진관동 일대를 ‘문화 향유 특화 단지’로 조성하는 방식으로 특구를 넓히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학관 예정지 반경 1㎞ 안에는 한국고전번역원과 사비나미술관이 지난해 6월과 10월 각각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분단과 통일’이라는 주제를 공유하는 이호철문학관과 통일박물관도 인근(진관동 161-23)에 나란히 자리할 예정이다. 이호철문학관과 통일박물관은 내년 상반기 투자 심사, 부지 매입 등을 거쳐 2023년 시민들을 맞는다. 문학관 아래에 조성할 예정인 예술인마을은 부지가 경사진 데다, 문학관 건립 규모가 크고 시공 과정이 복잡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문학관 건립 이후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구는 문학관을 맞을 채비도 분주히 하고 있다. 국립한국문학관 부지(1만 5136㎡)는 빼어난 산세를 자랑하는 북한산 자락에 안겨 있어 문학관에서 10m도 안 되는 거리에서 북한산 둘레길을 거니는 혜택도 누릴 수 있다. 북한산 둘레길 8구간인 구름정원길이 문학관 부지 바로 위를 지나고 있기 때문이다. 구는 문학관이 지어지면 둘레길 일부를 문학관과 연계된 문화 공원, 그 아래 예술인마을 등으로 이어지도록 새로 코스를 만들 예정이다. 김 구청장은 “북한산 둘레길과 문학관을 잇는 산책길에 한글을 테마로 한 휴식·체험 공간을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 진관동 일대는 촘촘히 집중된 문화시설을 자랑하는 ‘문화의 메카’에 이어 ‘스포츠 메카’로도 거듭나게 된다. 한문화체험특구에서 불과 2㎞ 떨어진 진관동 75-29 일대(8039.3㎡)에는 2025년 1월 빙상장과 인라인롤러경기장을 품은 ‘서북권 복합체육시설’이 문을 열기 때문이다. 이는 서울시가 체육 기반 시설이 열악한 서북권(은평·마포·서대문)의 균형 발전을 위해 추진하는 것으로, 2024년까지 783억원이 투입된다. 시설은 지하 3층~지상 3층, 연면적 1만 4279㎡ 규모로 들어선다. 지하 2층, 지상 1층에는 빙상·스케이트장, 지상 3층에는 인라인롤러경기장, 2400석의 관람석 등이 자리한다. 구가 서북권 복합체육시설 인근에 건립을 추진하는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지상에도 축구장, 배드민턴장 등의 생활체육 시설이 조성될 예정이다. 진관동에는 또 오는 26일에는 인공 암벽장이, 12월에는 수영, 헬스 등을 할 수 있는 은평통일로스포츠센터가 개관을 앞두고 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형님들의 귀환 … 액션 살아 있네

    형님들의 귀환 … 액션 살아 있네

    1980년대를 주름잡았던 왕년의 액션 스타들이 돌아온다. ‘람보: 라스트 워’ 실베스터 스탤론(73)과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아널드 슈워제네거(72)가 자신들의 대표 시리즈 영화 신작으로 극장가를 찾는다. ‘형님’들의 액션은 옛 추억을 소환하기에 부족함 없다.●‘전매특허’ 게릴라 전술… ‘람보’ ‘람보’ 시리즈의 5편이자 최종편이다. 36년 동안 수많은 전쟁터에서 치열하게 싸운 ‘존 람보’는 고향인 미국 애리조나에 정착해 말을 키우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다. 친딸처럼 키운 옆집 소녀 가브리엘라(이벳 몬레알 분)가 멕시코로 아빠를 찾으러 갔다가 갱단에 납치되자 복수에 나선다. 1982년 시작한 ‘람보’ 시리즈는 데이비드 모렐의 소설 ‘퍼스트 블러드’를 원작으로 한다. 전쟁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경찰에 쫓기는 베트남전 참전 용사가 전쟁에서 익힌 게릴라 전술로 전투를 벌이는 이야기로 인기를 끌었다. 전작 ‘록키’ 시리즈로 세계적인 배우가 된 스탤론은 람보 시리즈로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3년 뒤 나온 ‘람보 2’는 포로수용소, 1988년 개봉한 3편은 아프가니스탄, 2008년 4편은 미얀마가 배경이다. 5편은 멕시코에서 갱단과 싸움을 벌인다. 여기서 백미는 역시 게릴라 전술. 지형을 활용하고, 자신이 직접 만든 무기를 사용해 전투를 벌인다. 앞서 전쟁 후유증으로 날뛰던 젊었을 적과 달리 소중한 존재를 지키려는 ‘성숙한’ 람보의 모습으로 보인다. 다만 적과의 싸움에서 잔혹한 장면이 다소 많아 통쾌하지만 불편함도 있다. 그래도 람보의 팬이라면 끝까지 앉아 있어야 한다. 과거 람보의 명장면이 화면을 장식하니까. 23일 개봉. 101분. 청소년 관람불가. ●28년 만에 ‘T-800’ 반가워… ‘터미네이터’ 이번 ‘터미네이터’는 심판의 날 이후 22년이 지난 시점을 배경으로 한다.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 분)가 인류 멸망을 막았고, 미래 역시 달라졌다. 새로운 인류의 희망은 대니(나탈리아 레이즈 분)로 설정됐고, 그를 지키기 위해 미래에서 온 자는 강화인간 군인인 그레이스(매켄지 데이비스 분)다. 최첨단 기술력으로 무장한 터미네이터 ‘Rev-9’(게이브리얼 루나 분)에게서 대니를 보호하는 싸움이 시작되고, 여기에 사라 코너와 T-800(슈워제네거 분)이 가세한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1984년 만든 영화 ‘터미네이터’ 이후 이 시리즈로 5편까지 제작됐다. 첫 편은 미래에서 온 적, 기계인간 T-800 연출 등이 가히 충격적이었다. 특히 2편에서는 액체 형태의 기계 인간을 특수 효과로 구현해 전 세계적으로도 흥행을 거뒀다. 그러나 판권이 팔리고 제작사와 감독이 바뀌면서 3~5편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심지어 ‘독이 든 성배’라는 오명도 붙었다. 이번에는 캐머런 감독이 제작자로 참여하는 데다가 1·2편의 해밀턴(63)까지 참여해 관심을 끈다. 특히 대니를 추격하는 ‘Rev-9’은 내골격은 1편, 외골격은 2편의 터미네이터를 조합하는 등 연계성을 강조했다. 여기에 ‘데드풀’을 연출한 팀 밀러 감독이 연출한 액션이 볼만하다. 그레이스와 rev-9이 벌이는 격투장면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슈워제너거와 해밀턴의 배역을 살리고자 무리한 설정을 한 점이 다소 거슬리지만 1·2편을 사랑한 관객이라면 그 조합만으로도 재미있을 듯. 128분. 15세 관람가.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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