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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방 호랑이였나… 체면 구긴 K리그 최강 현대家

    안방 호랑이였나… 체면 구긴 K리그 최강 현대家

    전북, 요코하마와의 ACL 첫 경기서 1-2 패자책골에 퇴장까지… 경기 내용에서도 밀려울산, 도쿄와의 경기서 가까스로 1-1 비겨2019 K리그 양대산맥 첫 경기부터 가시밭K리그 최강팀 자격으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 나선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가 형편없는 경기력으로 ‘안방 호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홈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서 향후 일정도 부담스럽게 됐다. 지난 시즌 K리그 챔피언 전북현대는 지난 12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요코하마 마리노스와의 ACL에서 1-2로 패배했다. 점수만 보면 아쉬운 패배로 보이지만 실제 경기 내용으로는 그 이상의 대패를 당하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2006·2016년에 이어 통산 세 번째 ACL 왕좌를 노리는 전북은 16강 진출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북이 속한 H조가 J리그 우승팀 요코하마, 중국 슈퍼리그 3위 상하이 상강, 호주 A리그 2위팀 시드니FC가 소속돼 죽음의 조로 꼽히는 만큼 앞날이 험난하다. 전북은 요코하마전 결과도 결과였지만 경기 내용면에서 공수 모두 밀리는 모습이었다. K리그 최고 연봉자 김진수가 자책골도 넣은 데다 손준호와 이용은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 퇴장당한 두 선수가 다음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점도 악재다. 하루 앞서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 FC도쿄와의 경기도 도마 위에 오른 건 마찬가지였다. 울산은 상대 빠른 역습에 고전했고 경기 주도권을 좀처럼 잡지 못했다. 후반 18분에는 상대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뒤 끌려다녔고 후반 36분 상대 자책골로 간신히 무승부를 만들었다. 전북과 울산은 지난해 최종라운드에서 순위가 갈렸을 만큼 K리그를 호령한 양대산맥이었다. 좋은 경기력으로 K리그 흥행의 주역이었던 만큼 두 팀에 대한 기대도 상당했다. 그러나 ACL 첫 경기부터 무너지며 ‘우물 안 개구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장시간 비행에도 덜 지루하겠네…대한항공, 기내 볼거리 확 늘린다

    장시간 비행에도 덜 지루하겠네…대한항공, 기내 볼거리 확 늘린다

    대한항공은 올해 기내에서 제공하는 영화 콘텐츠를 현재 60여편에서 400여편까지 대폭 확대한다고 13일 밝혔다. 유럽 등 장거리 여행객들의 지루함이 다소 덜어질 전망이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기내주문형오디오비디오(AVOD) 서비스를 이용한 대한항공 이용객 중 70%는 영화 콘텐츠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영화 선호도가 가장 높았으며 헐리우드, 어린이 영화가 뒤를 이었다. 대한항공은 새롭게 추가되는 영화 콘텐츠를 월평균 18편에서 40여편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영화 상영 기간도 기존보다 3개월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연말에는 대한항공 이용객들이 기내에서 볼 수 있는 영화가 약 400편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앞으로도 370여편 정도의 영화 편수를 유지할 계획이다. 영화의 다양성도 넓힌다. 지난달부터 헐리우드 고전 영화, 중국 영화 등 숫자를 늘리고 있으며 이달부터는 한국 고전 영화도 신규로 서비스하고 있다. 다음달부터는 인도 영화도 선보일 예정이다. 글로벌 항공사로서 다양한 국적의 고객들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다. 일부 기종에서는 시스템 사양 문제로 영화를 추가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고객들이 선호하는 영화 콘텐츠 위주로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자연을 배우다, 공간을 비우다

    자연을 배우다, 공간을 비우다

    건축가의 정신이 직관으로 느껴질 때 건축은 희열로 다가온다. 설명으로 느낄 수 있는 건축은 기쁨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언정 원천은 되지 못한다. 20세기 건축세계를 움직인 건축가들은 많이 있었지만 건축의 꿈을 한참 꾸고 있었던 20대 후반 내 마음에 남아 의문과 관심을 갖게 된 건축가는 루이스 칸(1901~1974)이었다. 그의 건축은 다분히 심미적이어서 눈으로 하는 건축, 머리로 하는 건축이라기보다 가슴으로 하는 건축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는 건축가적 정신이 직관으로 느껴지는 그런 건축가였다.●건축 생명력의 근원, 침묵·이데아·허 평생을 미국에서 활동하였던 칸이 태어난 곳은 북유럽 에스토니아(당시 러시아) 사아레마섬이었다. 1901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그는 1905년 부모와 함께 미국 필라델피아로 이민을 하면서 미국 생활을 시작했다. 미술과 음악적 자질이 뛰어난 칸은 고교시절 건축역사 수업을 듣고 건축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후 칸은 1920년부터 필라델피아의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보자르식 건축을 교육받았다. 유럽의 건축가들이 활발하게 근대 건축운동을 전개하던 시절이었다. 보자르식 건축은 프랑스에서 왕정시대의 바로크와 로코코가 프랑스혁명으로 막을 내리고 나폴레옹의 정치가 시작되는 19세기 초 시작된 에콜 데 보자르(국립예술학교)에서 시행한 신고전주의 건축이다. 1919년 독일에서는 바우하우스가 발족하면서 고전 건축의 원리를 부정하고 건축공간의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고 있었으니, 어찌 보면 칸은 유럽과 비교해 볼 때 시대적으로 뒤처진 건축교육을 받았던 셈이었다. 이것이 학교를 마친 이후에 유럽 건축가들과 대화의 벽으로 작용하면서 이목을 집중시키지 못한 원인이 되었다. 하지만 칸은 보자르식 건축에 머무르지 않고 건축공간과 형태구성의 고전 원리인 중심성과 대칭 그리고 반복성 등 균형적 질서 위에 좀더 건축의 심미적 부분을 깊숙이 파고드는 깊이 있는 건축에 심취하면서 창조적 투쟁과정을 통한 나름의 새로운 건축을 완성했다. 이러한 연고로 그는 50세가 넘은 늦은 나이에야 괄목할 만한 건축가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그가 남긴 건축적 업적은 거대한 성과 같은 것이었다.그는 잴 수 없는(unmeasurable) 것과 잴 수 있는(measurable) 것, 깨달음(realization), 직관(intuition), 침묵(silence)과 빛(light), 영감(inspiration), 질서(order)와 같은 건축가로서 다뤄야 할 어휘들의 의미를 스스로 정리하면서 건축에 부여할 심미적 가치를 상승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철학 위에 독자적인 건축세계를 만들어 나아갔다. 서비스 공간(servant space)과 서비스받는 공간(served space)으로 공간의 위계를 살린 알프레드 뉴튼 리처드 의학연구소(펜실베이니아대학·1961~1967)를 비롯해 만다라를 연상시키는 소크 생물학연구소(캘리포니아주 라졸라·1959~1965), 국회의사당의 초월적 의미를 담은 방글라데시 캐피털 콤플렉스(데카·1962~1982), 자연의 빛으로 살아 숨 쉬는 킴벨미술관(텍사스주 포트워스·1966~1972), 코페루니쿠스 혁명식 중심공간을 살린 필립스 엑스터 아카데미도서관(뉴햄프셔주 엑스터·1967~72) 등 많은 건축들이 걸작으로 남았다. 칸의 건축을 아우르는 단어를 꼽으라면 그것은 ‘침묵과 빛’일 것이다. 칸은 “침묵과 빛은 영감의 문턱에서 만난다”고 했고, “침묵은 단순한 조용함이 아니고 존재와 표현을 원하며 새로운 요구의 근원”이라 했다. 칸이 말하는 침묵이란 과연 무엇일까? 존재와 표현이라는 의미에서 ‘미메시스’, 곧 ‘예술은 모방이다’가 연결고리가 될 것이고, 플라톤이 모방의 원천으로 꼽은 이데아와 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플라톤은 이데아를 ‘초월적 실재’, ‘영원하고 불변하는 사물의 본질적인 원형(原形)’이라고 하였으니 침묵의 의미가 플라톤의 이데아와 맞닿아 있는 것은 아닐까. 나아가 노자의 허(虛)와는 어떨까. 노자는 도덕경에서 ‘완전히 비우고 고요하게 하면 모든 것들은 뿌리(根)로 돌아가고 …그 뿌리는 결국 도(道)로서 영원하다’(致虛極, 守靜篤. 萬物竝作, 吾以觀復. 夫物芸芸, 各復歸其根, 歸根曰靜. …天乃道, 道乃久)고 이야기한다. 허의 비움은 비움으로 다시 채울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의미의 비움이 아니라 비움 그 자체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비우고 또 비운 결과 뿌리로서 생명력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로 ‘새로운 요구의 근원’으로서 침묵은, ‘영원하고 불변하는 사물의 본질적인 원형’으로서의 이데아와, 그리고 ‘비우므로 사물의 근원으로서의 뿌리로 돌아가는 영원한 도(道)’라는 허와 맞닿아 있다고 본다.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은 ‘존재의 근원’으로 귀착되고 이것이 곧 ‘DNA’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침묵, 이데아, 허, 이 세 요소 속에는 생명의 근원이며 존재의 욕구가 있는 원초적 존재 의지로서 DNA가 중요한 가치로 존재한다고 본다. 칸이 경험 이전에 갖고 있었을 보편적·필연적 인식과 칸이 자연, 도시, 역사 등 그의 삶과 배경과 배움에서 얻은 경험적 인식, 이 두 가지 인식이 칸의 ‘침묵’ 속에 숨겨져 있던 근원적 요소로서의 DNA가 아니었나 생각한다.●인위를 없애고 노자의 ‘무위’를 담다 나는 건축작업을 할 때 건축이 지어질 환경 속에서의 ‘허’를 찾으려 노력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존재 의지로서 DNA를 찾는 데 집중한다. 환경은 땅(terra)의 가치와 시대(era)적 환경을 말한다. 땅의 가치란 그 땅이 가지고 있는 풍토적 성격, 지질, 토양, 역사와 유산, 건축재료 등 그 땅의 모든 물리적·정신적 성격과 가치를 말한다. 시대적 환경이란 현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감지되는 시대적 특수환경, 예를 들면 급변하는 콘텐츠 변화에 발 맞춰야 하는 IT환경, 스피드에 대응해야 하는 스마트환경, 무감정 AI(인공지능)와 24시간 대화해야 하는 무감성 문명환경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과정에서 노자의 ‘무위’(無爲) 개념을 중요시한다. 건축가 자신의 욕심에 의한 인위(人爲)적 건축이 아닌 허(虛) 속에서 찾아내는 건축의 가치가 생명력이 있고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제루의 부지는 강화도 민간인 통제선 내 마을의 산 초입에 있다. 숲속의 내음과 바람과 새들의 소리 등 노출된 자연에 맞추어 자연을 느끼는 오감에 아무런 거름이나 막힘이 없는 루(樓)를 디자인 요소로 선정했다. 주거라면 반드시 있어야 할 가족애의 근거로 마당을 배치했다. 마당은 허의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것으로서 집의 어느 곳에 있건 마당을 통해서 가족의 표정을 확인하고 소통하면서 생활하게 한다. 이러한 개념은 이후 ‘연하당’, ‘매송헌’ 등에서도 다른 형태로 적용된다. 당호는 주역의 마지막 괘인 미제(未濟)에서 땄다. 바로 앞괘인 기제(旣濟)와 반대로 ‘바뀜과 발전의 바람’의 의미를 담은 것이다. 파주 출판도시 내에 있는 탄탄스토리하우스는 마스터플랜의 조건에 따라 진입 시 측면이 보이는 긴 직육면체의 덩어리가 형성됐고 이에 소통을 위한 뚫림과 시각적 편안함을 위한 사선 조형이 계획됐다. 속도가 생활이 된 현대인들에게 공연과 전시 관람 프로그램은 빠른 동선보다 천천히 생각하며 관람하는 느림의 동선을 위한 기제가 작동되고, 이에 대지 진입부터 내부 관람동선 전체에 이르기까지 집 전체를 감아 도는 긴 동선체계가 구성되었다. 공간의 생명력 부여를 위하여 곳곳에 천창이 도입됐다. 천창은 이후 파주 덕윤웨이브 공장에서 아트리움으로 발전되어 지하공장의 마당역할을 수행한다. 제주스테이 비우다 부지는 서귀포의 구릉지 귤밭 사이에 있으며 멀리 바다 전망을 가지고 있다. 땅의 표현 의지는 돌담과 귤밭의 귤창고에 있었다. 바람 많은 제주도 돌담은 바람과 공존하는 제주도 특유의 DNA를 가지고 있다. 숭숭 뚫려 바람으로부터 보호되는 돌담에는 안팎이 서로 소통하는 지혜도 담겨 있다. 귤 창고 같은 집을 돌담 쌓듯 쌓아서 생긴 넉넉한 외부공간에서 많은 이들이 쉴 수 있게 하고 다양한 소통과 조망권도 확보했다. 이들 공간은 미셸 푸코가 이야기하는 헤테로토피아적 공간으로 쉼이 풍부한 장소, 기억에 남는 공간으로 작동될 것이다. 이런 헤테로토피아적 공간은 구례가족호텔에서 더욱 활성화된다.칸은 ‘아름다움’을 어떤 지식이나 단서나 비평이 배제된 상태에서의 ‘총체적 조화’라 했다. “당신은 자연이 도와주지 않는 한 어떤 것도 디자인할 수가 없다”고도 했다. 아름다움이란 겉으로 드러난 미의 문제가 아니고 늘 자연을 경외하고 자연에게서 배움으로써 공존하는 조화로움으로 태어날 수 있다는 ‘질서’의 의미로 받아들인다. 건축가 방철린
  • 클래식 음악가 중 가장 혁신적인 사람 누군가 봤더니...

    클래식 음악가 중 가장 혁신적인 사람 누군가 봤더니...

    올해는 ‘영웅’ ‘전원’ ‘합창’ 등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교향곡을 작곡한 악성 루트비히 반 베토벤의 탄생 2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 때문에 클래식 음악계는 연초부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베토벤이 단순히 유명한 작곡가가 아닌 다른 음악가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준 음악가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주목받고 있다.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박주용 교수팀은 이론물리학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문화 및 예술 창작물의 혁신성과 영향력을 수치로 계산해 낼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데이터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EPJ 데이터 사이언스’에 실렸다. 지금까지 많은 분야들이 수량화, 계량화됐지만 창의성의 산물인 문화예술 분야는 수치적 평가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렇지만 인공지능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인공창의성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분야에서도 개략적인 수치적 평가지표를 만드는 것은 불가피한 문제였다. 이 때문에 많은 학자들이 개별 창작품들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적 반응을 측정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대규모 객관적 실험에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작품을 빅데이터화했다. 우선 연구팀은 1700~1900년에 작곡된 서양 음악 악보로부터 동시에 연주되는 음정으로 만들어진 코드워드를 추출한 뒤 작품간 유사성을 파악할 수 있는 네트워크 과학기법을 적용했다. 유사도를 통해 작품들이 서로 얼마나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각 작품들이 얼마나 혁신적이며 후대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평가했다.이 방법으로 연구팀은 18세기 바로크와 고전주의 대표적 음악가인 헨델, 하이든, 모차르트를 거쳐 고전-낭만 전환기인 1800~1820년 이후 베토벤이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음악가로 부상하고 그 영향을 받아 리스트, 쇼팽 등 낭만주의 음악가들이 등장하는 과정을 규명했다. 특히 베토벤은 사후 100년 이상 최고의 영향력을 유지한 음악가로 판명됐으며 후기 낭만주의 시대 음악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가 과거의 관습은 물론 자신의 이전 작품과도 끊임없이 차별화를 시도한 최고의 혁신적 음악가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를 주도한 박주용 카이스트 교수는 “문화예술 창작품의 창의성 평가라는 난제를 네트워크 과학과 빅데이터를 이용해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라며 “코드워드를 활용한 네트워크 과학 알고리즘으로 음악은 물론 문학작품, 그림, 건축, 디자인 등 분야의 창의성 분석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고전과 창신이 농울치는 모국어의 연금술사

    고전과 창신이 농울치는 모국어의 연금술사

    내 기억에 이근배 선생은 신춘문예 다관왕으로 가장 선명하다. 신춘문예는 그때나 지금이나 모든 문청들의 최고 로망이다. 선생을 이야기할 때마다 늘 따라다니는 이 화려한 이력은, 한국문학사 전체에서 한 천재 시인의 탄생을 예고한 전무후무한 기록임에 틀림없다.●천재 시인의 탄생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벽’으로 당선된 1961년 경향신문 시조 ‘묘비명’으로 2관왕에 올랐다. 이듬해 동아일보(시조 ‘보신각종’)와 조선일보(동시 ‘달맞이꽃’), 1964년엔 한국일보(시 ‘북위선’) 신춘문예에 줄줄이 당선됐다. 다른 신인상까지 살피면 그 숫자는 훨씬 더 불어난다. 선생은 약관의 나이인 1960년 3월에 시집 ‘사랑을 연주하는 꽃나무’를 냈다. 표지는 빨간 빛깔이고 속표지에는 스무 살 ‘청년 이근배’의 사진이 수줍게 들어 있다. 1960년 3월 25일 출간이니까 4·19혁명 한 달 전쯤이다. 서문은 미당 서정주가 썼는데 은사로서 제자에게 따뜻한 격려를 보내고 있다. “경자년(庚子年) 3월 3일”에 썼으니 미당 서문도 곧 회갑을 맞는 셈이다. 이근배 선생은 백지를 꺼내더니 붓펜으로 멋있게 ‘回榜宴’이라고 썼다. 회방연이란 예전에 과거에 급제한 지 예순 돌을 기념하는 잔치를 이르던 말인데, 면앙정 송순이 회방연을 치렀다고 한다. 말하자면 올해는 첫 시집이, 내년은 신춘문예 등단이 회방연을 맞는 셈이다. 선생은 1940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났으니 올해 여든하나이다. 하지만 여전히 열정적인 활동으로, 누구보다도 정확한 기억으로, 내내 자신이 걸어온 한국문학의 숲길을 풍요롭게 열어 보여 주었다. ●이근배 시의 뿌리, 아버지 이근배 선생에게 아픈 가족사가 있었고 그것이 선생 시의 원형이 됐다는 것은 알 만한 분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선생은 일제강점기 사회주의 운동에 몸담았던 아버지에 대해 깊은 자랑과 연민과 원망을 동시에 가지고 살아왔던 것이다. 김종길 시인은 “일제강점기부터 ‘사상가’였던 부친에 대한 이 시인의 ‘아버지 콤플렉스’가 그로 하여금 조국 분단의 비극을 유난히 뼈저리게 겪게 했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선생은 최근에 그 ‘사상가’ 아버지를 독립운동가 유공자로 신청해 놓았다. “할아버지는 유학자셨고 아버지는 독립운동가셨어요. 당시 국내에서 활동하던 독립운동가는 사회주의 계열이 많았습니다. 아버지께는 독립운동 근거 자료가 워낙 많아 인정받으실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제 와서 신청을 겨우 했으니, 그동안 자식 노릇 제대로 못했던 거지요.” 소년 근배에게 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나라 찾는 일 하겠다고/감옥을 드나들더니 광복이 되어서도/집에는 못 들어오는”(‘자화상’) 분이셨다. 선생은 자신의 ‘자화상’을 전문 암송하면서 탄복할 만한 기억력을 다시 보였다. 당연히 어머니는 “사상가의 아내가 되어서/잠 못 드는 평생”(‘냉이꽃’)을 보내셨을 것이다. 그리고 기억나는 대로 이근배 선생과 가까웠던 세 분을 여쭈었다. 공초 오상순, 미당 서정주, 무산 조오현이다. 두 분 스승에 대한 애착과 오현 스님에 대한 애틋함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공초는 무장무애, 미당은 천의무봉, 오현은 능소능대였어요. 공초 선생은 제게 정말 많은 사랑을 주셨어요. 그분이 남기신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와 ‘자유가 나를 구속하는구나’ 하는 말씀은 지금도 ‘우주의 지휘자’로서 그분을 기억하게끔 해줍니다. 문학사에서 그동안 저평가됐는데, 유 교수 같은 분이 정확하게 평가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공초가 지어 준 이근배 선생의 아호 ‘사천’(沙泉)은 ‘오아시스’라는 뜻이다. 시인은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됐을 때도 이 이름을 썼다. ‘사천’은 이근배 시의 본령을 풀어 가는 데 상징적 열쇠가 돼 준다. 스스로도 “사막 같은 세상을 잘 건너가라고?/오아시스 같은 사람이 되라고?”(‘사막 타클라마칸’)라고 노래한 바 있듯이, 그의 시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불우한 역사에서 솟구쳐 오른 모국어의 샘이었기 때문이다. “미당 선생은 한국어가 어떻게 그리 아름답고 풍부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 살아 있는 현대시의 고전이지요. 제가 선생님 돌아가시고서 쓴 조시가 ‘미당경전’이에요. 한번 읽어보시겠어요?” 작년에 펴낸 시집 ‘대백두에 바친다’에 실린 ‘미당경전’에서 선생은 21세기 첫 성탄전야에 돌아간 미당을 그리워하는 음성을 처연하고도 감동적으로 들려주었다. 스승의 시를 ‘경전’으로까지 명명하는 선생의 마음이 애잔하게 다가온다. 그러고 보니 미당과 사천은 등단작 제목이 같다. 1936년에 미당도 신춘문예에 ‘벽’으로 당선했으니 말이다. 스승과 제자는 나이도, 신춘문예 등단도, 모두 스물다섯 터울이다.●이근배 시의 메타포, 벼루 이근배 선생은 시를 일러 “사람의 생각이 우주의 자장을 뚫고 만물의 언어를 캐내는 것”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그렇게 커다란 스케일과 촘촘한 밀도로 쓰인 그의 시는 사라져버린 것들의 아름다움을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되살리면서 펼쳐져 왔다. 그 은유적 육체를 시인은 ‘벼루’에서 찾아냈는데, 아닌 게 아니라 단단한 돌의 질감과 예술적 조형미를 아울러 갖춘 벼루는 이근배 시의 상징적 메타포로 충분할 것 같다. “할아버지 방에서 나오던 먹 냄새가 원체험이지요. 저는 불가사의한 신의 예술품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옛 벼루를 비롯한 선현들의 유묵 또는 청자, 백자 등 유물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에 지금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연벽’(硯癖)이라는 말도 있듯이 선생은 세계 제일의 벼루 컬렉터로 유명하다. ‘시행일여’(詩行一如)라고 했거니와 ‘연행일여’(硯行一如)라도 되는 듯이 선생은 벼루에서 삶과 우주, 시간과 예술을 바라본다. 귀하기 짝이 없는 수백 년 묵은 벼루들을 낱낱이 보여 주면서 스스로도 예술가로서의 존재 방식을 묻고 있는 듯했다. ●대한민국예술원 원로들에 대한 예우 지난해 말 선생은 제39대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으로서 임기를 시작했다. 시인으로는 조병화 선생에 이어 두 번째이고 문인으로 치면 일곱 번째다. “1964년 탄생한 대한민국예술원은 김동리 선생이 추진해 만든 국가기관입니다. 누가 변형시키거나 축소할 수 없지요. 회원 수는 100명으로 정해져 있어요. 이분들은 평생을 예술에 헌신해 온 원로이지만 여전히 쟁쟁한 현역들입니다. 이분들이 국가 위상을 높이는 실질적 역할을 하도록 예술원에 대한 예우 제고가 필요합니다.” 예술원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일에 대한 계획도 촘촘하게 세웠다. “제 임기 동안 ‘회원’이라는 명칭을 ‘종신회원’으로 바꾸고 국가적 차원의 예우를 통해 예술원의 위상을 높여 가려고 합니다. 또 예술원 단독 청사 입주를 꾀해 보려고 해요.” 예전에 “남들이 막장에 들어가 모국어의 보석을 캘 때 갱구 앞에서 부스러기 돌이나 줍고 있었다”(‘문학적 자전’)라고 겸손해한 그였지만, 이제는 그 선두에 서서 예술의 도약을 꿈꾸는 역할을 맡게 됐다. 그리고 선생은 개인적으로도 고향 당진에서 ‘이근배문학관’을 세우기로 했다고 귀띔해 주었다. 그곳이 우리 문학의 분열을 통합하는 큰 둥우리가 되리라 상상해 본다. 그러고 보니 선생의 시는 순수나 참여를 주장하지 않으면서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흘러가는 우리나라의 산수를 빼닮지 않았는가. 선생은 ‘추사를 훔치다’(2014)에서 성현과 예인들의 흔적을 통해 공동체적 기억을 통합적으로 구축했는데, 거기서도 지금은 사라져간 것들의 품격과 위의를 통해 한국문학의 모뉴멘트를 이루어 가려는 의지를 강렬하게 보여 주지 않았던가. 만물의 언어를 캐내는 일을 시라고 했던 이근배 선생은 스스로도 “스며 나오는 전시대의 전아한 향기, 한지에 진한 먹으로 쓰이고 몇 세대를 넘겨도 여전히 오히려 더욱 은근하게 풍겨오는 선비 시절의 문향”(김병익)을 선사해 왔다. 비록 “글자를 읽을 줄도 모르고/붓을 잡을 줄도 모르면서/지가 무슨 연벽묵치라고/벼루돌의 먹 때를 씻는 일 따위에나/시간을 헛되이 흘려버리기도 하면서”(‘자화상’) 살아왔다고 고백했지만, 우리는 선생이 서재인 ‘신연재’(神硯齋)에서 더 웅숭깊어진 이근배 문학을 완성해 갈 것이라고 믿는다. 고전(古典)과 창신(創新)이 힘차게 농울치는 모국어의 연금술을 보여 주면서 말이다.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 트럼프·블룸버그, 초당 2억원 슈퍼볼 대선 광고전

    2020년 미국 대선 레이스가 3일(현지시간) 아이오와 코커스로 본격화하면서 ‘쩐의 전쟁’도 격화하고 있다. 세계 부호(2019년 포브스 발표) 9위인 마이크 블룸버그(자산 555억 달러·약 66조원) 전 뉴욕시장과 715위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31억 달러·약 3조 7000억원)이 주도하고 있다. 블룸버그 전 시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열린 미국 최대 스포츠 행사이자 최고 시청률을 자랑하는 슈퍼볼 TV 광고에 각각 130여억원을 쏟아붓는 등 자존심 싸움을 벌였다. 초당 2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물량 공세를 펼친 것이다. 이에 반해 나머지 후보들은 지출액이 모금액을 넘어서면서 ‘보릿고개’에 시달리고 있다. 이날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주요 민주당 후보들이 신고한 지난해 4분기 지출액을 보면 블룸버그 전 시장은 단 한 푼의 소액 모금 없이 1억 8840만 달러(약 2254억원)를 써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백만장자 톰 스타이어(1억 5370만 달러),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5010만 달러),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3410만 달러),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3370만 달러) 순이었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2330만 달러로 6위에 그쳤다. 후보들은 경선 시기가 다가오면서 지출 규모가 부쩍 늘었고 이 때문에 샌더스 의원과 부티지지 전 시장, 워런 의원 등이 모두 지출액이 모금액을 넘어서는 ‘적자’에 빠졌다. 억만장자들을 빼면 후보 대부분이 곧 현금이 바닥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소액 모금 1위인 샌더스 의원 캠프는 현금 1820만 달러가 남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캠프는 샌더스 의원의 5배가 넘는 1억 달러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샌더스 의원은 지지자들에게 2.7달러 기부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대선을 위해선 270명의 선거인단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에 착안해 2.7달러를 내세운 것이다. 이날 열린 슈퍼볼 경기 중간광고에 현대차와 버드와이저 등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과 블룸버그 전 시장이 나란히 등장했다. 이들은 억만장자답게 60초짜리 광고에 각각 1100만 달러(약 132억원)를 쏟아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초짜리 광고 2개를 내보냈다. 2018년 형사법 개혁안으로 마약사범 처벌을 대폭 완화한 일을 치적으로 내세워 흑인 표심을 자극하는 감성적 광고였다. 또 다른 광고는 경제 성과를 부각시키는 내용이었다. 반면 오는 3월 3일 ‘슈퍼 화요일’부터 민주당 경선 레이스에 합류할 블룸버그 전 시장은 총기 사고로 사망한 20대 남성의 어머니를 등장시켜 총기 규제를 주장하는 광고를 선보이며 중도층 유권자를 공략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슈퍼볼 시작! 트럼프 vs 블룸버그 초당 2억원 광고전쟁

    슈퍼볼 시작! 트럼프 vs 블룸버그 초당 2억원 광고전쟁

    3일 오전 8시 30분(한국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주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의 슈퍼볼 광고전쟁이 시작된다. 두 사람 모두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즈와 캔자스시티 칩스가 맞붙는 북미프로풋볼(NFL) 결승전 슈퍼볼 TV 중계 중간에 나가는 60초 짜리 광고를 1100만달러(약 130억원)에 구매했다. 초당 우리 돈 2억원을 쏟아붓는다. 워낙 두 사람 모두 갑부이긴 하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0초짜리 광고시간 2개를 구입해 하나는 자신의 취임 이후 흑인과 히스패닉의 임금이 올랐고 실업률이 낮아졌음을 부각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다른 하나의 광고 내용은 끝까지 철저히 감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슈퍼볼 킥오프 3시간 전에 인터뷰를 하는 관례를 좇아 평소 자신을 지지하는 층이 맹목적으로 시청한다고 알려진 폭스 뉴스의 션 헤니티(본인의 비공식 고문이기도 하다)와 마주앉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대선에 미치 영향, 탄핵 심판 표결 얘기만 늘어놓았다. 헤니티는 슈퍼볼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야후! 스포츠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과정이 “아주아주 불공정하다. 모조리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60초 분량인 블룸버그 전 시장의 광고는 풋볼 선수가 되려 했지만 2013년 총기 사고로 목숨을 잃은 한 20대 남성의 어머니를 등장시켜 총기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총기규제에 소극적인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려는 의도다.한 광고 분석업체에 따르면 블룸버그 전 시장은 지난달 29일까지 벌써 2억 2600만달러를 써 모두 2억 8900만달러를 지출, 이번 대선에 나서는 주자 중 1위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지난해 경제 잡지 포브스가 발표한 ‘400대 미국 부자 순위’에 534억 달러(64조원)의 재산으로 8위에 올라 후원금을 모금하지 않고 자비로 선거운동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억 달러로 공동 275위에 올라 있다. 공격적 광고 덕분인지 블룸버그 전 시장은 로이터 통신이 지난달 29~30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와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성향의 등록 유권자들 사이에서 12%의 지지율로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며 민주당 주자 중 3위로 올라섰다. 특히 그의 광고에는 과거 업적을 소개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어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캠프는 2580만 달러를 광고에 지출했고, 그를 지지하는 공동모금위원회는 별도로 2470만 달러를 디지털 광고에 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들어 블룸버그 전 시장을 부쩍 공격하는 일이 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 블룸버그 전 시장이 ‘가짜 뉴스’와 협력해 자신을 공격하는 광고에만 돈을 쓰고 있다며 “그는 어디에도 가지 못하고 돈만 낭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블룸버그가 민주당 경선의 유력 주자로 부상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 대항해 흥행에 도움이 되라고 민주당 전국위원회(DNC)가 경선 과정을 조작하려 한다고 몰아붙였다. DNC가 대선 주자들의 TV토론 참여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는데, 샌더스 의원 측을 비롯해 민주당 일부 주자들이 블룸버그 전 시장의 참여를 허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하는 상황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블룸버그 전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것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서 “나처럼 여론조사에서 갑자기 (지지율이) 상승할 때 일어나는 일”이라고 맞받았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원로 희극인 임희춘 노환으로 별세

    원로 희극인 임희춘 노환으로 별세

    1970년대 국민들을 울고 웃긴 원로 희극인 임희춘이 2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87세. 1952년 극단 동협에서 데뷔한 고인은 배삼룡, 구봉서, 서영춘 등과 함께 활동하며 1970∼80년대 대한민국 코미디 프로그램을 주름잡았다. 6·25전쟁 때 부모를 잃은 고인은 ‘숙식제공’이라는 단어에 끌려 무작정 연극배우가 됐다. 이후 희극배우로 진로를 바꿔 ‘웃으면 복이 와요’, ‘고전유머극장’, ‘명랑극장’, ‘유머 1번지’ 등에서 활약했다. 당시 우스꽝스러운 바보연기로 인기를 끌었고, 기쁠 때나 슬플 때, 황당할 때 익살맞게 사용하던 ‘아이구야’ 등의 유행어를 남겼다. 고인은 은퇴 후 1995년 복지재단 노인복지후원회를 창립해 봉사에 힘썼다. 2010년엔 대중문화예술상 보관문화훈장을 수상했다. 빈소는 인천 연수성당 장례식장에 마련되며 발인은 4일 오전 7시 30분, 장지는 인천가족추모공원이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원로 코미디언 임희춘 별세, 희극계 전설 영면 들다

    원로 코미디언 임희춘 별세, 희극계 전설 영면 들다

    원로 코미디언 임희춘이 별세했다. 2일 연예계에 따르면 임희춘은 이날 오전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7세. 1952년 극단 동협에서 데뷔한 고인은 배삼룡, 구봉서, 서영춘 등과 함께 1970∼80년대 대한민국 코미디 프로그램을 주름잡던 희극인이다. 연극배우가 된 임희춘은 김희갑, 구봉서와의 인연으로 희극배우로 진로를 바꿔 ‘웃으면 복이 와요’, ‘고전유머극장’, ‘명랑극장’, ‘유머 1번지’ 등에서 활약했다. 1992년 연예계를 은퇴한 이후에는 노인복지사업에 관심을 갖고 활동했으며, 대한노인복지후원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또 2010년에는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보관 문화훈장을 받았다. 빈소는 인천 연수성당 장례식장에 마련되며 발인은 4일 오전 7시 30분, 장지는 인천가족추모공원이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히틀러 말고… 2차 대전에 불을 댕긴 선량한 사람들

    히틀러 말고… 2차 대전에 불을 댕긴 선량한 사람들

    ‘제2차 세계대전’이라 하면 대개 전쟁광 아돌프 히틀러를 떠올릴 것이다. 사악한 히틀러와 그 일당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독일 국민을 속여 전 세계를 격정의 포화 속으로 밀어 넣었다는 바로 그 생각. ‘준비되지 않은 전쟁, 제2차 세계대전의 기원’ 저자 A J P 테일러는 2차 세계대전의 이면을 치열하게 쫓았다. 당시 외교 기록과 히틀러의 공식 및 비공식 발언, 전후 전범재판 기록, 전쟁 이전과 전쟁 기간 내 주요국 통계 지표를 풍부하게 찾아내 전쟁의 원인을 재구성했다. 저자는 독일이 당시 전쟁을 할 여력이 별로 없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예컨대 2차 세계대전 직전 독일의 군비 지출은 영국보다 적었고, 히틀러도 경기 하락을 부를 군비 지출로 국민의 인기를 잃고 싶지 않았다. 히틀러는 독일이 전쟁을 시작할 능력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저 소규모 무력시위와 으름장만으로 승리를 얻으려 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러나 그의 상대인 오스트리아의 슈슈니크, 체코슬로바키아의 하하, 영국의 체임벌린, 프랑스의 달라디에는 정작 히틀러의 위협에 불을 댕기고야 만다. 저자는 이와 관련, “전쟁은 독재자 한 명의 사악함이 아니라 선량한 다수의 실수에서 일어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히틀러에게 죄를 뒤집어씌움으로써 나머지 독일인들은 무죄를 주장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히틀러뿐 아니라 다른 이들도 전쟁 발발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 책은 1961년 출간 직후 격렬한 논쟁을 불렀고, 저자는 ‘나치의 부역자’라고 손가락질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제2차 세계대전의 원인을 가장 잘 설명한 고전으로 꼽힌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데스크 시각] 정치인의 언어 공직자의 언어/이두걸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정치인의 언어 공직자의 언어/이두걸 사회부 차장

    지난 29일 오후 대검찰청이 출입기자들에게 공지를 보냈다. 송철호 울산시장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등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논란 관련자들을 기소한다는 내용이었다. 눈길은 법무부로 쏠렸다. 이날 기소는 전날 밤 법무부가 갑작스레 내놓은 ‘주요 사건 피의자 기소 때 외부위원회를 거쳐야 한다’는 지침에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휘부와 수사팀의 의견이 동일하다’는 이유로 별도 위원회를 거치지 않았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얼마든지 문제 삼을 소지가 있었다. 다만 법무부가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아 확전은 벌어지지 않았다. 추 장관의 ‘입’을 주목한 것은 최근의 ‘전례’ 때문이었다.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단행된 지난 23일 검찰이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하자 추 장관은 입장문을 통해 ‘날치기 기소’라며 사실상 감찰을 예고했다. 오후 7시 넘어 전격적으로 입장을 내놨다는 점도, 불구속 기소의 경우 차장 전결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한 것도 당황스러웠지만 정작 눈길이 간 건 입장문 제목의 ‘날치기’라는 날 선 표현 때문이었다. 행정 부처의 공식 발표는 정제되고 절제된 표현이 사용돼야 한다. 국민들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고 명료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정부의 고전적인 역할이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분별없는 표현은 되레 갈등을 증폭시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법무행정을 총괄하는 법무부는 보다 엄격한 잣대가 적용돼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더구나 추 장관을 포함한 대다수의 법무부 관료들은 현직 검사이거나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법조인들이다.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여야 한다’는 법조인 윤리선언이 적용된다. 정치권에서나 쓰는 날치기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 건 사법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정치의 언어로 법조의 언어를 ‘오염’시키는 행위나 다름없다. 비슷한 상황은 앞서 지난 20일에도 벌어졌다. 이틀 전 양석조 대검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이 조국 전 장관 기소를 반대한 심재철 반부패강력부장에게 ‘당신이 검사냐’며 큰 소리로 항의한 데 대해 법무부는 언론에 보낸 알림을 통해 ‘대검 간부 상갓집 추태’라고 규정했다. ‘장삼이사도 하지 않는’이라는 거친 표현도 등장했다. 양 연구관의 행위가 공직기강을 무너뜨린 ‘항명’으로 봐야 하는지 여부를 떠나 감정 섞인 말들로 행정의 언어를 ‘타락’시킨 셈이다. 공적 언어의 오염은 추 장관의 상사인 문재인 대통령이 부적절한 선례를 남겼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말했다.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라도 사석에서는 이런 발언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공적 자리에서 개인적인 친분을 언급한다고 무작정 비판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조 전 장관이 검찰 수사 결과 혐의가 드러나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신분이라는 점이다. 물론 조 전 장관에게는 무죄추정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피고인을 두둔하는 발언까지 용납되기 어렵다. 자칫 행정부의 일원인 검찰의 수사와 기소 행위를 부정하는 동시에 향후 법원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공화제가 아닌 군주제에서나 어울릴 만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괜히 나오겠는가.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마르틴 하이데거의 명언처럼 언어는 발화 주체의 사유를 오롯이 담는 그릇이다. 문 대통령과 추 장관은 속으로는 스스로를 정치적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는 정치인으로 여길지 모른다. 그러나 나라의 녹을 먹는 한 정치인의 언어 대신 공직자의 언어를 사용하는 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douzirl@seoul.co.kr
  • [우리 동네 이거 알아?] 미러시트부터 막다른 길 안내판까지/윤수경 기자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서문 일대 원룸주택 밀집지역에는 범죄예방을 위한 특별한 장치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그 주인공은 바로 ‘미러시트’(Mirror Sheet)입니다. 구가 ‘범죄예방 디자인사업’의 일환으로 이 지역 원룸 40곳의 1층 출입문에 부착했습니다.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뒤를 볼 수 있어 안정감을 주고 위기 상황에 보다 빠르게 대처할 수 있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하네요. 전자 잠금장치(도어록) 비밀번호 노출 방지 효과도 예상됩니다. 또 다른 곳에서는 잘 볼 수 없는 특이한 안내판이 이 지역에 설치돼 있는데요, 바로 ‘막다른 길’ 안내판입니다. 구는 ‘좁은 골목길이 많아 길안내 표시가 필요하다’는 주민 요구를 반영해 안내판 12개를 설치했습니다. 보행자가 큰길로 벗어나고자 할 때 혼동을 줄여 줌은 물론 길을 잘 모르는 행인이 무심코 막다른 길로 들어가 오해를 받을 소지도 줄이는 역할을 한다고 하네요. 구는 위기상황 때 비상벨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비상벨 안내판’도 붙여 놓았어요. ‘위급 시 비상벨을 누르세요, 서대문구청 관제센터와 대화가 가능하며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란 문구에 비상벨, 경찰차, 방범카메라 등의 도안을 더해 눈에 잘 띈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골목길 미관 개선을 위해 전봇대에 특수 도색을 해 접착용 테이프를 이용한 불법 광고전단 부착을 어렵게 해 놓았답니다. 주민과 지자체의 아이디어가 이뤄낸 멋진 성과 어떤가요? yoon@seoul.co.kr
  • [2030 세대] 다시 두 남자 이야기/김현집 미 스탠퍼드대 고전학 박사과정

    [2030 세대] 다시 두 남자 이야기/김현집 미 스탠퍼드대 고전학 박사과정

    벤저민 디즈레일리(1804~1881)와 윌리엄 글래드스턴(1809~1898). 익숙지 않은 이 두 남자는 영국의 수상을 지낸 인물들이다. 오랜 앙숙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글래드스턴은 옥스퍼드 출신의 진지하고 지적인 사내였다. 디즈레일리는 유대인, 곧 이방인이었고 화려한 옷을 즐겨 입고 소설가를 꿈꾸던 남자였다. 일화 하나. 윈스턴 처칠의 어머니 제니 제롬이 어느 날 이 두 남자와 저녁을 함께 했다. “글래드스턴씨 옆에 앉으니, 그가 영국에서 가장 지적인 남자라 생각되더군요. 잠시 후 디즈레일리씨 옆에 앉으니, 내가 영국에서 가장 지적인 여자가 된 느낌이었어요.” 두 남자의 차이를 이보다 더 명확히 꼬집긴 어려워 보인다. 1852년 천둥 번개가 치던 밤, 재무장관이었던 디즈레일리는 야심 찬 예산안을 하원에 제출하며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재치 있는 연설로 의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기립박수를 받으며 그가 제자리를 찾을 즈음 글래드스턴이 앞으로 나섰다. 그는 더 현란한 웅변가였다. 예산안은 산산조각 났다. 디즈레일리는 재무장관 자리에서 물러나고 후임자로 글래드스턴이 지명됐다. 두 남자의 싸움이 공개적으로 시작된 순간이었다. 다소 유치할 때도 있었다. 1859년 디즈레일리는 지인을 통해 글래드스턴이 코르푸섬의 고등판무관 직책을 맡도록 유혹했다. 글래드스턴의 지중해에 대한 로망을 노린 것이다. 고등판무관으로 임명되는 즉시 의석을 잃는다는 것을 글래드스턴은 뒤늦게 깨달아야 했다. 얼마나 약이 올랐을까. 이 둘의 다툼에 따라 영국의 정세가 들썩이고 바뀌었다. 1866년 글래드스턴은 선거권을 넓힐 선거법 개정안을 제안한다. 디즈레일리는 필사적으로 방어한다. 1867년 보수당이었던 디즈레일리는 자유당의 글래드스턴보다 더 진보적이고 영리한 선거 개정법안을 내고 이를 통과시킨다. 디즈레일리는 노동자와 서민의 영웅으로 올라섰다. 디즈레일리와 글래드스턴은 영국 의회 민주주의의 황금기를 주도한 인물들로 영국에서 최고의 총리들로 기억된다(디즈레일리는 두 번, 글래드스턴은 네 번 수상을 지냈다). 다툼이라 하기엔 수준이 높았다. 산업혁명 와중 빈곤에 시달리던 영국인들을 위한 개혁으로 대영제국의 국제적인 지위를 확고히 한 위인들이다. 서로에게 허점을 보이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민심에 귀 기울인 점이 같았고, 철저히 국익을 보호한다는 입장도 다르지 않았다. 독일 학자 야코프 부르크하르트는 고대 그리스 문명이 이룬 성공의 원인을 경쟁(희랍어로는 아곤·agon) 문화로 봤다. 몇몇 역사학자들도 유럽의 발전 이유를 바로 이웃한 나라와의 치열한 경쟁으로 꼽는다. 글래드스턴의 멋진 서재는 지금도 잘 보존돼 있다. 그가 많은 시간을 머물고 사색했을 그 은밀한 공간에 글래드스턴을 내려다보는 인물이 하나 있다. 바로 평생의 경쟁자이자 적이었던 디즈레일리의 흉상이다.
  • 성장 정체된 K뷰티 시장, ‘럭셔리 브랜드’로 재도약

    성장 정체된 K뷰티 시장, ‘럭셔리 브랜드’로 재도약

    정체된 K뷰티 시장에서 ‘럭셔리 브랜드’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쏟아지는 중국 중저가 제품들에 밀려 특히 세계 2위 규모인 중국에서 고전하던 K뷰티 업계는 이제 프리미엄 제품으로 중국 시장에서의 재도약을 꾀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주요 화장품 기업들은 글로벌 럭셔리 화장품 수요 증가 추세에 맞춘 경쟁력 있는 상품에 집중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화장품 사업이 연간 매출 4조 7458억원, 영업이익 897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1.5%, 14.7% 성장했다고 밝혔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 홍콩 사태 등 악재가 쏟아졌음에도 해외 매출이 전년 대비 54%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숨마’ ‘더 퍼스트’ 매출액도 50% 이상 증가 럭셔리 화장품 3인방(후·숨·오휘)의 중국 시장 내 활약이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특히 지난해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 행사인 광군제에서 에스티로더, 랑콤, SK-Ⅱ에 이어 매출 4위를 기록한 ‘후’는 2년 연속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숨, 오휘의 고가 라인인 ‘숨마’와 ‘더 퍼스트’의 매출도 전년 대비 50% 이상 늘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해외 럭셔리 제품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최근 일본 제품들이 중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이 럭셔리 시장을 타깃으로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모레는 초고가 ‘시예누’ 론칭… 中 시장 공략 국내 1위 업체 아모레퍼시픽이 최근 롯데면세점과 손잡고 초고가 브랜드 시예누를 론칭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30만원대부터 최고 100만원대까지 가격으로 구성된 시예누는 아모레퍼시픽의 고급 브랜드인 설화수보다 더 비싸다. 최근 2년간 중국 시장 실적이 좋지 않았던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럭셔리 라인을 보강해 가장 큰 시장을 제대로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대한항공 비예나, 서브 에이스 6개 맹폭

    대한항공 비예나, 서브 에이스 6개 맹폭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이 OK저축은행을 완파하고 선두 우리카드의 뒤를 쫓았다. 대한항공은 2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홈경기에서 OK저축은행을 3-0(25-23 25-21 25-12)으로 제쳤다. 올 시즌 16승8패, 승점 45를 기록한 대한항공은 이로써 우리카드(승점 50·18승6패)에 이어 승점 5 뒤진 2위로 5라운드를 맞이하게 됐다. OK저축은행은 3위 현대캐피탈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12승12패, 승점 37로 4위에 머물렀다. 석진욱 OK저축은행 감독은 선수들에게 “범실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강조했지만, 승부처에서 매번 서브 범실에 발목을 잡혔다. OK저축은행은 1세트에서만 서브 범실로 7점을 대한항공에 헌납했다. 대한항공은 상대 주포 레오 안드리치(등록명 레오)에게 12점을 내주고 고전하다가 OK저축은행의 서브 범실로 한숨을 돌린 뒤 안드레스 비예나(등록명 비예나)의 대각 강타와 진상헌의 가로막기 득점으로 23-21로 달아나 1세트를 따냈다. 대한항공의 간판 공격수이자 살림꾼인 정지석은 2세트 막판 완벽한 리시브와 블로킹으로 승리에 힘을 보탰다. 22-21로 겨우 앞선 상황에서 레오의 강서브를 정확하게 받아내 진상헌의 깔끔한 속공 득점에 발판을 놓은 뒤 곧바로 레오의 백어택을 블로킹으로 차단하고 포효했다. 대한항공은 세트포인트에서 곽승석의 코트 끝을 관통하는 시원한 서브 에이스로 2세트마저 가져갔다. 대한항공은 3세트 초반 ‘비예나 타임’으로 낙승을 예고했다. 3-1 리드를 잡은 상황에서 서브 볼을 천장을 향해 높게 토스를 올린 비예나는 세 차례 연속 대포알 서브 에이스를 상대 코트에 꽂았다. 대한항공은 비예나의 서브 때 무려 10점을 추가하며 13-1로 도망가 무기력에 빠진 OK저축은행의 백기를 받아 냈다. 비예나는 서브 에이스 2개를 더 추가하는 등 이날 서브 득점 6개를 포함해 21점을 터뜨리며 펄펄 날았다. 한편 전날 삼성화재와의 홈경기에서 3-0 완승으로 창단 첫 8연승 및 라운드 전승을 기록한 우리카드의 신영철 감독은 연승 비결을 골프의 ‘쇼트 게임’에 비유해 눈길을 끌었다. 신 감독은 “유명한 골프선수들은 세밀한 플레이로 점수를 낸다. 우리도 세밀함에서 조금씩 발전을 보이고 있다. 공 다루는 기술이 좋아진 모습”이라면서 “이번 시즌 우리를 보면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범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올해도 봄배구를 간다면 지난해와는 사정이 다를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임성재, 안병훈 PGA 투어 첫 승 노크 .. 파머스 인슈어런스 첫날 나란히 공동3위

    임성재, 안병훈 PGA 투어 첫 승 노크 .. 파머스 인슈어런스 첫날 나란히 공동3위

    임성재(22)와 안병훈(29)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첫 날 나란히 공동 3위에 올랐다.임성재는 24일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라호야의 토리 파인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쳤다. 안병훈은 보기 없이 버디만 5개 잡아내며 5타를 줄였다. 6언더파 공동선두에 오른 세바스티안 카펠렌(덴마크), 키건 브래들리(미국)에 1타 뒤진 타수다. 이 대회 1·2라운드는 남코스(7765야드)와 북코스(7258야드)로 나뉘어 열린다. 북코스 1번홀에서 출발한 임성재는 17번홀까지 버디 6개로 6타를 줄이며 카펠렌, 브래들리와 함께 공동 선두를 달렸다. 그러나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샷을 두 차례 러프에 빠트리며 고전하다가 보기를 적어내 공동선두에서 내려왔다. 임성재는 2018-2019시즌 PGA 투어 신인왕을 거머쥐었지만, 아직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는 못했다. 그는 “티샷에서 몇 홀 실수가 있어서 두 번째 샷을 하기가 좀 어려웠다”면서 “그래도 러프에 들어갔어도 충분히 그린을 공략할 수 있게끔 라이가 좋게 놓여 있어서 파 세이브를 해야 할 때는 세이브를 했고, 버디 기회가 생겼을 때 퍼트를 넣어 점수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2라운드 남코스로 코스를 옮기는 임성재는 “남코스가 조금 더 길지만, 러프 등 컨디션은 비슷할 것으로 예상한다. 내일은 티 샷에 조금 더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북코스 10번홀에서 시작한 안병훈은 후반 5번 홀(파5)과 6번 홀(파4) 연속 버디로 좋은 마무리를 하며 역시 PGA 투어 첫 승 기대를 키웠다. 안병훈은 2015년 유러피언투어 BMW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지만, PGA 투어 무대에서는 정상에 오른 적이 없다. 안병훈은 “초반에 조금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것 치고는 스코어가 잘 나왔다. 후반에는 샷이 잡혀서 버디 기회도 많이 생겼다”고 돌아봤다. 안병훈은 남코스에서 하는 2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남코스가 조금 더 어려운 것 같다. 지금 컨디션이 100%가 아니기 때문에 쇼트 게임에서 파 세이브를 잘하면서 경기를 하고, 기회가 오면 잘 살리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세계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 6명도 3위 그룹에 합류했다. 지난해 10월 일본에서 열린 조조챔피언십 이후 첫 정규대회에 나선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북코스 10번홀에서 출발해 버디 5개와 보기 2개를 묶어 3타를 줄이고 공동 21위에 이름을 올렸다. 우즈는 1승만 추가하면 샘 스니드(미국·82승)를 넘어 PGA 투어 역대 최다승을 기록하게 된다. 이번 대회 장소인 토리파인스는 우즈가 8차례 우승했던 코스여서 신기록 달성 기대가 크다. 우즈와 선두그룹의 격차는 3타 차다. 강성훈(33)은 남코스에서 이글 1개, 버디 3개, 보기 2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쳐 공동 21위, 최경주(50)는 이븐파 72타를 치고 공동 71위, 이경훈(29)은 1오버파 73타를 적어내고 공동 87위에 올랐다. 제대 후 두 번째 대회에 나선 노승열(29)은 6오버파 공동 147위로 부진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소설가 카뮈를 있게 만든 부조리, 반항 그리고 사랑

    소설가 카뮈를 있게 만든 부조리, 반항 그리고 사랑

    카뮈/최수철 지음/아르테/284쪽/1만 8800원20세기 최고의 문제작 ‘이방인’, ‘페스트’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카뮈’는 불세출의 소설가 알베르 카뮈(1913~1960)의 생애를 최수철 작가가 직접 답사한 흔적이다. 불문학 전공자인 최 작가는 ‘이방인’을 번역하고, ‘페스트’에 영감을 받아 동명의 소설을 썼다. 카뮈의 인생은 전반기 무대인 알제리와 후반기 무대인 프랑스로 나뉜다. 프랑스 이민자 3세대로 가난한 포도주 제조공의 아들로 태어난 카뮈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의 친정이 있는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서 성장기 대부분을 보냈다. 가족들 대부분은 문맹이었고, 어머니와 외삼촌은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데다 말을 못 했다. 질곡 같은 가난 속에서 카뮈가 탐닉한 것은 오로지 지중해의 태양과 바다였다. 다행히 그의 재능을 눈여겨본 스승 제르맹에 의해 그는 상급학교에 진학한다. 가난과 질병, 프랑스인이자 알제리인이라는 이중의 정체성에 시달렸던 카뮈는 어딜 가나 ‘이방인’이었다. 가난을 수치스러워하는 한편, 그런 감정을 가진 자신이 수치스러웠던 그는 스스로에게도 거리를 뒀다. 그에 대한 최 작가의 진단은 이렇다. ‘카뮈의 말대로, 우리가 자신을 삶을 연기하는 배우로 인식하면 세상은 달리 보인다. 세상과 우리 자신으로부터 거리를 두고서 좀더 객관적으로 관찰하게 되기 때문이다.’(31쪽) 카뮈의 작품을 만난 독자들의 오랜 미스터리, ‘이방인’이나 ‘페스트’는 왜 이렇게 불친절한가에 대한 해답도 그의 생애를 따라가다 보면 짐작이 간다. ‘작가수첩’에 카뮈는 이렇게 썼다. ‘예술가와 예술 작품. 진정한 예술 작품은 가장 말이 적은 작품이다.(중략) 예술 작품이 경험 속에서 다듬어낸 어떤 몫, 내적인 광채가 제한되지 않은 채 요약되는 다이아몬드의 면 같은 것일 때 (중략) 온갖 경험의 암시로 인하여 풍요로운 작품이 생겨나는 것이다.’(126~127쪽) 역설적으로 카뮈는 가장 적은 말로, 가장 많은 말을 하고자 했다. 최 작가가 결론 내린 카뮈의 여정은 ‘부조리에서 반항을 거쳐 사랑으로 가는 도정’이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객관적으로 세상을 응시하려는 태도, 삶의 유한성과 존재의 하찮음을 존중하는 감각을 거쳐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추구했다는 것이다. 카뮈를 다시 읽으며 최 작가의 글을 상기한다면, 더이상 ‘이방인’은 ‘의무감에 읽는 고전’이 아닐 것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경제블로그]아에로플로트가 정시운항률 1위라고?

    [경제블로그]아에로플로트가 정시운항률 1위라고?

    시간은 금이고 약속은 생명입니다. 지난해 세계에서 ‘시간을 가장 잘 지킨’ 항공사는 어디였을까요. 24일 국제 항공사 및 공항 평가 기관인 ‘시리움’에 따르면 항공사 정시운항률 1위는 러시아 항공사 ‘아에로플로트’가 차지했습니다. 전년도에 이어 무려 2년 연속 1위인데요. ‘악명’이 자자한 아에로플로트가 1위라니. 해외여행을 많이 다녀보신 분들이라면 고개를 갸웃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러시아의 ‘플래그 캐리어’(주력 항공사)인 아에로플로트의 명성(?)은 과거부터 자자합니다. 마치 ‘지각대장’으로 유명한 러시아 푸틴 대통령처럼요. 수하물 분실에 잦은 지연, 답답한 일처리까지. 포털사이트에 아에로플로트만 검색해도 온갖 피해사례가 속출합니다. 유럽으로 가는 저렴한 항공편을 찾거나 러시아로 가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추천드리고 싶은 항공사는 아닌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일단 시리움이 통계를 내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도착예정시간에서 15분 미만으로 지연된 국제선·국내선 항공편의 숫자를 셉니다. 그리고 이를 항공사의 전체 운항편수로 나눠서 백분율을 내지요. 운항 항공편의 숫자와 공급석 등을 기준으로 세계 항공사의 상위 10%를 조사 대상으로 삼습니다. 그렇게 순위를 낸 결과 1위 아에로플로트의 정시운항률은 86.68%였습니다. 일본의 전일본공수(86.26%), 미국의 델타항공(85.69%)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시리움이 내는 통계에는 항공사의 자체적인 이유보다는 외부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합니다. 먼저 도착시간을 기준으로 집계하기 때문에 공항의 트래픽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트래픽이 몰리는 허브공항에 거점을 뒀다면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인천국제공항에서 주로 오가는 우리나라 항공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중국공역을 지나는 항공기 트래픽이 증가하면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지연도 많습니다. 중국의 영공통과 허가가 늦어지면 이는 자연히 항공편 지연으로도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러시아 항공사는 여기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순위에 들 수 있었을 거란 분석입니다. 국내 항공사 관계자는 “현재 지연편의 많은 부분이 중국 영공통과 허가가 지연되기 때문”이라면서 “중국 통과가 자유로워지면 우리나라 항공사들의 정시운항률 순위도 많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순위가 많이 올랐습니다. 정시운항률 80.3%를 기록, 전년도(73.2%) 대비 7.1% 포인트나 상승하면서 세계 9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운항정시율이 크게 올랐다는 것은 정비와 안전 관리뿐만 아니라 항공 일정을 과학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국내 항공 교통량의 급격한 증가와 혼잡한 인접국 항로 등에서도 정시율이 개선되는 것은 철저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성과를 얻어낸 데 대해 박수를 보냅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먹 번진 듯 詩 읊조린 듯… 자연의 끝자락 한 컷

    먹 번진 듯 詩 읊조린 듯… 자연의 끝자락 한 컷

    먹이 번진 듯 흐릿한 외곽, 꿈인 듯 아스라한 자태. 분명 이 땅에 존재하는 풍광을 찍은 사진인데도 마치 상상 속 그림을 대하는 느낌이다. 흑백으로 인화된 사진들은 수묵화라고 해도 깜빡 믿을 정도다. 디지털 프린트의 선명함과 매끈함 대신 입체적인 질감이 도드라지다 보니 손을 뻗어 만져 보고 싶은 충동마저 인다. 한지에 사진을 인화하는 아날로그 프린트 작업으로 잘 알려진 재미 사진작가 이정진(59)의 개인전 ‘보이스’(VOICE)가 서울 삼청로 PKM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순회 회고전 ‘에코-바람으로부터’를 연 지 2년 만이다. 미국 중남부 사막과 캐나다의 광활한 대자연에서 촬영한 신작 ‘보이스’ 시리즈와 2016년 작업한 ‘오프닝’ 시리즈 가운데 25점이 나왔다.●경이로운 풍광보다 나의 존재감 느낄 수 있는 장소에 끌려 이번 전시에선 감광유제를 바른 한지에 인화하는 기존 아날로그 작업과 더불어 최근 변화를 시도한 디지털 작업을 동시에 선보인다. 한지에 인화한 뒤 이를 스캔해 디지털로 다시 출력하는 방식이다. ‘오프닝’은 아날로그 프린트, ‘보이스’는 디지털 프린트인데 질감 차이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작가는 “한지에 작업하는 작가로 불렸지만 필요에 따라 선택한 것일 뿐 그 방식을 고집한 것은 아니다. 아날로그 작업을 충분히 했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이정진의 작품은 고요하면서도, 격정적이다. 가만히 들여다볼수록 그 풍경 안의 공기와 바람, 햇빛이 몸으로 느껴지는 기이한 경험을 한다. 그의 사진 작업을 두고 ‘명상적’이라고 평하는 까닭도 그 때문이리라. 신작 제목 ‘보이스’는 “자연에 투영된 작가 내면의 목소리이자 자연이 작가에게 던져 주는 메아리”를 뜻한다. 대자연을 피사체로 삼지만 관광객이 많이 찾는 아름답고 경이로운 풍광에는 애초 관심이 없었다. 작가는 “자연과 대면했을 때 나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장소에 끌렸다”면서 “그러다 보니 자연의 끝자락 같은 사막에서 주로 촬영하게 됐다”고 말했다.●일부 통해 전체 통찰하게 하는 ‘열림’ 의미 담아 세로 프레임 ‘오프닝’ 시리즈는 일반적인 파노라마 풍경 사진과 달리 세로형 화면 구성이 특징이다. “자연의 일부분을 통해 전체를 통찰하게 하는 ‘열림’의 의미에서 위아래로 긴 프레임을 선택했다”고 한다. “내 작업을 문학에 비유하자면 시에 가깝다”는 작가는 찰나의 직감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긴다. 답사를 아무리 많이 다녀도 대상이 말을 걸어오는 느낌이 들기 전에는 결코 카메라를 들지 않는다. 대신 찍어야겠다는 직감이 들면 머뭇거리지 않고 신속하게 촬영을 끝낸다. “한 번에 열 컷 이상 찍지 않는다.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니 현장에서 어떻게 찍혔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별로 궁금하지 않다. 자연과 내가 교감을 이룬 상태에서 촬영했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 있고, 결과물이 어떨지는 그다음의 일이다.” ●서울 삼청로 PKM갤러리에서 3월 5일까지 전시 홍익대에서 공예를 전공한 이정진은 잡지 ‘뿌리깊은 나무’에서 사진기자를 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대 대학원에서 사진을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1990년대 초기 현대 사진 거장인 로버트 프랭크의 제자이자 조수로 활동했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과 휘트니미술관, 워싱턴 내셔널갤러리, 호주 국립미술관, 프랑스 파리 국립현대미술기금 등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전시는 3월 5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열린세상] Mr 산업 스파이,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양중진 수원지방검찰청 부부장 검사

    [열린세상] Mr 산업 스파이,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양중진 수원지방검찰청 부부장 검사

    스파이는 우리말로 간첩이라고 해석된다. 국가의 비밀을 몰래 알아내 경쟁이나 대립 관계에 있는 다른 나라에 제공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스파이라고 하면 우리는 통상 007이나 마타하리를 떠올린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목숨을 걸고 정보를 수집하거나 요인을 암살하는 이미지다. 실제로 냉전시대에는 군사기밀을 빼내려는 첩보전이 스파이들의 주된 활동무대였다. 물론 현재도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위한 정보전쟁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하다. 여기에 새로운 분야가 더해졌다. 바로 산업기술을 빼내기 위한 전쟁이다. 경제력이 국방력이고 국력인 시대다 보니 기술정보가 중요해진 것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1970년대 초반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0달러를 넘지 못했다. 그런데 당시 선생님들은 ‘1980년대가 되면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게 되고 마이카(My Car) 시대가 온다’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국민소득의 뜻은 잘 몰랐지만 마이카라는 말에는 귀가 번쩍 뜨였다. 세상에 마이카라니. 명절에 고향집에 가려면 끝도 없이 줄을 서야 하고 동네에 차는커녕 TV도 몇 대 없는데, 마이카라니. 당시에는 ‘그냥 희망사항이겠지’ 정도로만 생각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등록자동차는 2300만대를 넘어섰다. 20세 이상 인구가 4000만명가량이니, 성인 두 명당 한 대꼴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1975년 ‘포니’를 생산해 자체 모델을 가진 세계 열여섯 번째 나라가 됐다. 현재는 생산순위로 세계 일곱 번째이고, 수소차를 양산한 최초의 나라다. 자동차만이 아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조선, 스마트폰 등은 세계시장에서 선두권을 다투고 있다. 우리의 기술을 빼내려는 스파이전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111’이라는 전화번호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아마 112, 113, 119는 알아도 ‘111’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111’은 산업스파이 신고전화다. 신고전화조차 모른다는 것은 기술유출의 심각성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부족하다는 징표라고 볼 수 있다. 기술은 선진국이지만, 보안은 후진국인 것이다. 그렇다면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 현재도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나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등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기술유출을 국가안보의 차원에서 취급하고 있는 외국의 법제와 비교하면 매우 허술한 편이다. 중국은 1993년 ‘국가안전법’을 제정하면서 산업기술을 보호대상으로 넣었고 2015년에는 ‘신국가안전법’을 만들면서 경제, 금융까지 안보의 개념으로 포섭했다. 이에 따라 산업기술 유출 행위에 대해서는 사형이 선고되기도 한다. 실제로 산업스파이는 활동이 간첩과 매우 비슷하다. 대부분 해외에서 접촉하고 위치추적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또 기술자가 해외로 이주하더라도 가명을 사용하면서 교포사회와 전혀 교류하지 않는다. 그만큼 적발이 어려운 것이다. 최근 국가정보원에 기술유출에 대한 조사권을 주고, 징벌적으로 손해를 배상하는 제도가 도입됐다. 검찰에서도 기술유출 범죄를 전담하는 부서를 두고 전문검사들을 집중 배치해 수사하고 있다. 앞으로 국가핵심기술에 대해서는 보안시스템을 좀더 촘촘히 갖추고,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외국업체의 기업 인수는 신중하도록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 직무발명이나 연구개발 성과에 대해서는 개인의 애국심에 기대기보다 충분한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 중소기업이 애써 개발한 기술도 엄격한 보호와 강력한 처벌을 통해 빼앗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기술이 한 개인이나 집단의 힘만으로 습득된 게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마이카를 꿈꾸며 아들의 손을 잡고 고향집을 찾던 아버지 세대의 땀과 눈물 그리고 함께 밤을 지새운 동료들의 희생과 협력이 밑바탕이 된 것이다. 또 기술은 한번 유출되면 절대로 원상태로 회복될 수 없다. 손해도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에 이른다. 개인이 아닌 온 국민에게 혜택과 손해가 공유된다. 이쯤 되면 전우익 선생의 밀리언셀러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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