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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태윤의 경제 인사이트] 제조업 혁신, 흔들리지 않는 경제의 뿌리

    [성태윤의 경제 인사이트] 제조업 혁신, 흔들리지 않는 경제의 뿌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미국을 강타한 후 금융과 서비스업에 초점을 둔 산업 구조만으로는 경제의 안정적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미국의 경제적 위상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추진했다. 트럼프 행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아 ‘아메리카 퍼스트’ 구호 아래 제조업에 대한 강조는 더욱 커지고 있었다. 심지어는 이미 제조업 기반이 탄탄한 독일도 ‘인더스트리 4.0’의 이름으로 2010년대 초반부터 제조업을 업그레이드하는 노력을 지속했다. 전통적으로 제조업 기반이 강하다고 간주되던 우리 경제는 그동안 오히려 금융과 서비스업을 발전시키지 못한 것이 문제로 지적되곤 했다. 그런데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한 어려움은 경쟁 우위의 핵심이던 제조업의 장점이 강화되지 못한 채 금융과 서비스업이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하지도 못한 딜레마 상황이라는 점이다. 오히려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강화되며 생산성 향상은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노동비용의 급격한 상승으로 기업 부담은 증가한 가운데 혁신 역량이 약화되면서 제조업의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번지고 있다. 그 결과 제조업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던 산업단지와 도시를 중심으로 현재 경기 침체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제조업 산업단지와 연관된 지역을 중심으로는 기업이 무너지면서 일자리가 사라지고 생계형 가계부채는 급증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러 산업 가운데 특별히 제조업이 경제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무엇인가.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과 이를 통한 국제 경쟁력 확보가 필수인데, 대부분의 생산성 향상이 실제로는 더 효율적인 생산기술을 직접 적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 제조업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금융과 서비스업이 생산성 향상의 원동력이 될 정도로 경제가 선진화되려면 합리적인 규제체계와 제도적 인프라가 구축돼야 하는데 이것이 현실에서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 국가에서 금융업이나 전문직을 제외하면 고임금을 받는 양질의 일자리는 제조업에서 주로 창출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기준 전 산업의 평균임금이 365만 7483원인 데 비해 제조업은 422만 2017원으로 15% 높다. 그뿐 아니라 300인 이상 사업체를 대상으로 보면 이러한 차이가 더욱 극명해서 제조업은 720만 5498원으로 해당 규모의 전 산업을 대상으로 한 579만 4265원에 비해 24% 높다. 경제 이론적으로도 자본 축적이 상당히 진행된 결과 수익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성장을 견인할 방법은 연구개발(R&D)과 이에 따른 생산성 향상인데, 실제로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연구개발의 상당 부분이 제조업과 관련되기 때문에 제조업이 경제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결국 획기적인 산업 구조와 사업 환경의 변화가 없다면 제조업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에 중요하다는 뜻이다. 과거 일반 제조업에서는 생산설비와 연구개발 기능이 분리된 경우가 많았고, 특히 ‘오프쇼어링’(offshoring)의 이름으로 핵심 연구개발 기능만 본국에 남고 제조업 생산 자체는 해외에서 이루어지는 조직 구조가 흔했다. 하지만 특히 최근 디지털 전환은 과거에는 비교적 연관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던 인접 생산의 각종 부가가치 사슬까지 효과적으로 연결할 뿐 아니라, 생산 이외에 소비자와의 접점을 이루던 부분까지 총체적으로 연계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제조업의 핵심 생산설비를 국내에 유지하지 않고는 연구개발에 기초하는 생산성 향상과 소비까지 연결되는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제조업 혁신이 어렵다. 따라서 제조업 기업들이 단순히 국내에 본사를 두고 관리 업무를 국내에서 하는 차원이 아니라 국내에 핵심 생산설비를 유지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기업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정책의 관심을 두어야 한다. 해외에 나갔던 기업을 일시적인 혜택이나 애국심에 근거해 국내로 회귀시키는 차원이 아니라, 제조업 기업이 국내에 장기적으로 투자하고 혁신하며 기업 활동을 지속하게 만드는 제도?인프라 환경 조성과 지원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1년… 직장인 37% “언제 했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이 1년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직장인 10명 중 4명은 “법 시행 자체를 모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2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엠브레인이 20~55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 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6.9%가 ‘개정 근로기준법이 2019년 7월 16일부터 시행된 것’을 “모르고 있다”고 답했다. 고용 형태 등에 따라 법 시행 사실을 아는 비율의 격차도 컸다. 비정규직(48.5%)보다 정규직(72.8%)이, 월급 150만원 미만 저임금 근로자(44.9%)에 비해 500만원 이상 고임금 노동자(79.3%)가 월등히 높았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75.7%이지만 5인 미만에선 40.0%에 그쳤다. 직장 갑질을 줄이는 데는 회사 내 예방교육이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이 줄었다”는 응답은 예방교육을 이수한 직장인(63.6%)이 이수하지 않은 직장인(48.0%)에 비해 15.6% 포인트 높았다. 직장갑질119는 “정부가 10인 이상 사업장의 취업규칙을 전수조사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담지 않은 경우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면서 “회사가 예방교육을 의무 실시하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민주노총 “내년 최저임금 1만 770원으로 올려달라”

    민주노총 “내년 최저임금 1만 770원으로 올려달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현재 8590원에서 1만 770원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노동자 가구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생계비를 보장하려면 올해보다 25.4%는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19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전날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최저임금 심의 요구안이 확정됐다. 민주노총은 월 노동시간 209시간을 적용해 월급으로 환산했을 때 최저임금이 225만원은 돼야 한다고 봤다. 민주노총은 내년도 노동자 가구의 실태생계비가 225만 7702원으로 추산된다며 이를 맞출 정도로 최저임금 기준을 올려야 한다고 설명했다.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요구안에 최고임금제 도입 방안도 포함하기로 했다. 기업 경영진과 임원들의 소득이 과도하니 이들의 연봉을 민간 부문은 최저임금의 30배, 공공부문은 7배로 제한하자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이 커지는 만큼 정부가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는 일자리안정자금 지원대상을 확대하고 지급 수준을 높이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의 요구안을 토대로 차이를 좁히는 방식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근로자위원은 9명으로 한국노총 추천 몫이 5명, 민주노총 추천 위원은 4명이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경기도의회 정승현·김강식·이혜원 의원 제8회 우수의정대상 수상

    경기도의회 정승현·김강식·이혜원 의원 제8회 우수의정대상 수상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위원장 정대운) 소속 정승현(민주, 안산4), 김강식(민주, 수원10), 이혜원(정의, 비례) 의원이 지난 17일 제8회 우수의정대상을 수상했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은 우수의정대상은 전국 시·도 의회의장협의회에서 주민들에게 지방의회와 지방의원의 역할을 홍보하고 시·도 의원에게는 보람과 자긍심을 부여하기 위해 의정활동 수행이 우수한 지방의원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이창균 의원은 지난 1년간의 노력을 인정받아 수상하게 되었다.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정승현, 김강식, 이혜원 의원이 선정되어 총 3명의 위원이 제8회 우수의정대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정승현 의원은 남북관계와 행정환경 변화를 반영해 경기도의 주체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평화통일 교육을 활성화하는 내용을 담아 ‘경기도 남북교류협력 증진에 관한 조례’를 전부 개정하는 등 활발한 입법 활동을 했다. 또 기획재정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위원회의 소통과 화합을 이끌어 내며 상생의정의 모범을 보였다. 김강식 의원은 ‘경기도 사무위탁 조례’ 개정안 및 ‘국고보조사업자의 정산보고서 검증 제도 개선을 위한 보조금법 개정 촉구 건의안’ 등을 대표발의 하며 사업 정산보고서의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검증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등 왕성한 의정활동을 하였다. 또 청년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청년문제를 해결하고 청년 정책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노력한 공적을 인정받아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이혜원 의원은 ‘경기도 공공기관 임원 최고임금에 관한 조례안’, 일명 ‘살찐 고양이 조례’를 대표 발의하여 경기도 공공기관 임원의 연봉을 최저임금의 7배 이내로 제한하는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균형성장, 적정한 소득분배 유지 등을 규정한 헌법 119조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노력한 공로가 인정되었다. 의원들은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어 기쁘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도민의 행복과 지역 발전을 위하여 더욱 열심히 하라는 뜻의 상이라고 받아들이고,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민생 중심의 더 좋은 의정활동으로 보답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흑인들이 아시아계처럼 했다면 인종차별 없어” 美교수 논란

    “흑인들이 아시아계처럼 했다면 인종차별 없어” 美교수 논란

    미국의 한 대학교수가 “흑인들이 아시아계 미국인들처럼만 행동했어도 인종차별은 없었다”고 주장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아시아계 미국인 관련 뉴스를 다루는 매체 넥스트샤크에 따르면 센트럴 플로리다 대학(UCF)의 찰스 니지 교수는 지난 4일 트위터에 “진지하게 묻습니다. 만약 흑인들이 아시아계 미국인들처럼 행동했다면 ‘구조적 인종차별’이 존재했을까요”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에 대해 ‘평균적으로 학업 성적이 뛰어나고, 고임금을 받으며, 범죄율이 가장 낮다’고 묘사했다. 이 같은 그의 트윗은 즉각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이민사는 역사적으로나 오늘날 흑인 사회가 겪는 문제들과 확연히 다르며 부와 자원에 대한 접근성은 행동양식이 아닌 제도화된 인종차별과 관련 있는 것이라는 반박이 나왔다. 아시아계로 보이는 트위터 이용자도 “UCF에 다니는 아시아계 학생으로서, 흑인 사회 차별을 부인하기 위한 ‘모범적 소수인종’ 신화를 공고히 하는 발언에 매우 화가 난다”고 지적했다. ‘모범적 소수인종’ 신화란 “아시아계 사람들은 흑인 사회보다 소수지만 성실한 노력으로 성공적으로 정착하지 않았느냐”는 인식으로, 1960년대 흑인민권운동을 공격하던 논리로 사용됐다. 흑인으로 추정되는 한 누리꾼 역시 “인종차별주의자들은 언제나 흑인 사회와 아시아계를 서로 맞붙게 한다. 두 집단은 매우 다른 환경에서 미국에 왔다. 게다가 흑인들은 노예로 끌려와 고문받았으며, 몇 세기 동안 교육과 부의 축적으로부터 밀려나 있었다”고 반박했다. 대학당국에 니지 교수의 징계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결국 알렉산더 카트라이트 UCF 총장은 니지 교수의 해당 트윗에 대해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비난한다”고 밝혔다. 대학 측은 현재 해당 트윗에 대해 조사 중이다. 다만 니지 교수는 해당 트윗을 삭제하거나 취소하지 않았고, 여전히 강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오히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15년 가까이 해온 말”이라며 굽히지 않았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유턴’ 대기업 1곳뿐… “연간 세수만 170억인데 지원은 0”

    ‘유턴’ 대기업 1곳뿐… “연간 세수만 170억인데 지원은 0”

    국내 복귀 기업 71곳 중 중소·중견 70곳 “모비스 유관 시설도 오는데 혜택 없어” 산업부 “일자리 창출 조건 충족 못해 감면혜택도 공장 가동 안 돼 미적용” 최근 규제 완화했지만 유치엔 역부족 “더 과감한 세제 감면·인센티브 등 절실” “고임금과 노동경직성 문제도 손질을”해외 진출 기업의 생산시설을 국내로 복귀시켜 일자리를 창출하는 리쇼어링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이달 초 해외 사업장 감축요건을 폐지하고 보조금을 최대 2배 확대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고 인센티브를 강화했다. 심사 조건이 까다롭고 인센티브가 적어 유턴 기업 성적이 초라하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다만 현대모비스가 보조금이나 세제혜택을 받지 못한 사례를 볼 때 해외 진출 기업의 생산시설을 국내로 끌어오기엔 정책이 여전히 부족한다는 지적이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3년 12월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기업유턴법) 시행 이후 올해 5월 현재까지 국내에 돌아온 기업은 71개에 불과하다. 대부분 중소기업(62개)과 중견기업(8개)이다. 대기업은 오는 7월 울산 북구에 전기차 부품공장을 준공하는 현대모비스가 유일하다. 현대모비스는 그나마 인센티브를 받지 못했다. 지난 2월 산업부의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지원’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설비보조금 등 국고보조금 100억원은 물론 해외 생산량 감축 비율만큼 깎아 주는 법인세 감면 등 세제 혜택도 받지 못했다. 산업부는 이와 관련, “일자리 창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지방투자촉진보조금을 주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지방투자촉진보조금을 받으려면 상시고용인원 20명을 신규 채용하는 조건을 달성해야 하는데 현대모비스는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생산시설을 유턴시키는 목적이 일자리 창출에 있는데 신규 일자리 창출이 안 됐으니 보조금을 줄 수 없다는 얘기다. 유턴 대기업이 있다고 홍보에만 이용해 놓고 그에 따른 인센티브는 주지 않은 것이다. 울산시는 대형 생산 시설을 지역에 유치해 놓고도 정부가 인센티브를 주지 않아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관계자는 “대기업 생산공장이 지역에 들어오면 관련 부품 업체 등 유관 시설이 대거 따라오고 간접 고용유발 효과도 엄청나다”면서 “모비스 생산공장의 국내 복귀에 따른 시 연 세수만 17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인센티브가 많지도 않은데 이마저도 주지 않은 것이라며 기업 유치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산업부는 또 “현대모비스 울산 공장의 법인세·소득세 감면 혜택은 공장이 아직 가동되지 않아 적용이 안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산업부가 심사하던 지난 2월까지만 하더라도 ‘해외 생산량 50% 이상 감축’ 조건이 있어 법인세 감면을 해 주고 싶어도 해 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같은 규정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는 이달 초 해외 생산량을 50% 이하로 감축한 경우에도 감축 규모에 비례해 세제감면 혜택을 주기로 감축 요건 규제를 아예 폐지시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정도로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 유턴을 촉진하려면 과감한 세제 혜택과 인센티브 제공, 노동유연성 확대 등 전향적인 유인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공개한 국내 비금융업 매출액 상위 1000개 기업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리쇼어링 확대를 위해 필요한 정부 정책으로 세제 혜택, 연구개발(R&D) 지원 확대가 32.5%로 가장 많았다. 노동 규제 완화가 24.8%로 뒤를 이었고, 판로개척 지원 20.1%, 리쇼어링 기업 인정 기준 확대 10.7% 등 순으로 나타났다. 리쇼어링이 활발한 미국은 370억 달러(약 45조원) 규모의 보조금을 반도체 기업에 지원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고, 일본은 유턴 기업에 20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유동우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리쇼어링의 성공 사례는 미국에서 찾을 수 있고, 그 핵심은 법인세 인하 등 친기업적 정책에 있다”면서 “해외 물량의 일부를 국내로 돌리기만 해도 유턴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적 유연성이 필요하고, 높은 임금과 노동경직성 문제도 함께 손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서울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2030 세대] 연공서열이 우리의 앞길을 망치는 게 아닐까/김영준 작가

    [2030 세대] 연공서열이 우리의 앞길을 망치는 게 아닐까/김영준 작가

    한국은 오랫동안 연공서열식 체계를 유지해 왔다. 물론 연봉제 적용과 직무평가 시스템의 발전 덕분에 연공서열 체계가 과거에 비하면 많이 약해지긴 했지만 우리의 고용 시스템 속에서 연공서열은 여전히 무너지지 않았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기업들조차 승진 대상자 중에서 나이와 연차가 많은 직원에게 우선권을 적용하는 게 여전한 현실이니 말이다. 연공서열 체계에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연차가 쌓일수록 증가하는 직원들의 숙련도와 오랜 기간 회사에 헌신한 직원들에 대한 보상으로 그 무엇보다 확실한 안정성을 안겨 준다. 특히 나이가 들어 자녀를 출산하고 키우면서 점점 증가하게 되는 일반적인 가계의 지출구조를 생각하면 나이와 연차에 따른 보상이 커지는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체계는 매우 적합하다. 하지만 이는 고성장 시대에 가장 최적화된 체계일 뿐이다. 저성장 시대에는 성장 자체가 매우 어려운 도전이기에 비용 절감과 효율성 증대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고임금 직원은 비용 절감이 필요한 시기에 줄여야 할 제1순위 목표물이 된다. 물론 임금만큼 직원의 생산성이 뒷받침된다면야 절감의 대상이 되지 않지만 연공서열과 그에 따른 임금체계는 필연적으로 임금과 생산성의 불일치를 만들어 낸다. 높은 생산성을 보이는 직원들은 그 생산성에 적합한 임금을 받지 못하고 반대의 경우는 과도한 임금을 누리게 해 나이가 많고 연차가 높다는 이유로 언제 정리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에 떨게 만든다. 고성장 시대에 가장 훌륭했던 체계가 이제는 더이상 직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안정성을 가져다주지도 않는다. 연공서열 체계의 문제는 임금뿐만이 아니다. 연공서열이 만든 위계는 동료 직원을 하나의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못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나이가 젊은 상사나 나이가 많은 직원은 딱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서로를 불편하게 만든다. 직급과 나이·연차라는 이중 위계가 발생해 서로 상충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회사와 조직은 나이 든 신입과 부하직원을 기피하게 된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갈 수있는 일자리가 사라진다. 나이와 연차에 대한 대접이 반대로 그들의 설 자리를 줄어들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나이 든 직원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남는다. 창업으로 스스로를 고용하는 자영업과 나이가 든 직원을 굴리는 데 부담이 없는 일자리다. 후자는 공공고용과 건물 경비 같은 2, 3차 하청 고용으로 또 갈린다. 공공고용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2, 3차 하청 고용은 종종 사회면에 관련 기사가 뜰 정도로 대접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생각해 보자. 이쯤 되면 우리는 스스로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자신을 상대방과 동일한 인격체로 내려놓지 못하는 행위가 장기적으로 스스로를 목 조르고 있다. 그럼에도 사회 전체적으로는 이를 요구하고 있다. 그럼 나이와 연차를 통한 위계와 그 위계에 따른 대접은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 [여기는 중국] 中 억대 연봉 직종은 ‘금융업’…고소득자 속출

    중국 금융업 가운데 ‘증권업계’ 종사자의 억대 연봉자 비중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윈드’(WIND)가 최근 조사,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억 원 이상의 연봉을 수령하는 금융기관 7곳 중 6곳이 증권업계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1곳은 은행업으로 집계됐다. 이 보고서는 같은 해 기준 중국 금융업 연봉 1위는 증권업계라고 집계, 해당 직종 근로자 1인당 평균 연봉 수준은 47만 위안(약 8100만 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어 은행업과 보험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1인 평균 연봉이 각각 38만 9600위안(약 6710만 원) 25만 3700위안(약 4370만 원)으로 2~3위를 차지했다. 반면 같은 시기 중국 금융업계에 종사하는 최고경영자(CEO), 부사장, 재무담당 최고책임자(CFO) 등 고위 임원 관리직의 연봉 수준은 업체별로 뚜렷한 격차를 보였다. 보고서는 이 시기 중신증권(中信证券)의 고위 관리직 연봉 총액이 약 1억 5500만 위안(약 267억 원)으로 금융업계 전체 1위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어 핑안보험(中国平安)의 고위관리직 연봉 총액이 3000만 위안(약 234억 원)으로 2위, 민셩은행(民生银行)이 6435만 9700위안(약 111억 원)으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고위직 연봉 증가 속도는 지난해 대비 중신증권은 약 22.05% 증가, 핑안보험 3.44%, 민셩은행은 21.32% 증가했다. 특히 이 같은 금융업계 고위 임원의 높은 연봉 수준은 지난 2013년 평균 232만 9500위안(약 4억 원)과 비교해 크게 높아진 수치다. 보고서는 금융업 고위 임원들의 높은 연봉은 대규모 순이익을 올리고 있는데 따른 보상이라고 분석했다. 더욱이 이 시기 핑안보험과 디이촹예증권(第一创业), 자오상증권(招商证券) 등의 회장 연봉이 500만 위안(약 8억 7000만 원)을 초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핑안보험과 디이촹예증권, 자오상증권 등 세 곳의 회장이 수령한 지난해 연봉은 각각 △885만 6500위안(약 15억 원) △594만 3100위안(약 10억 2000만 원) △515만 5500위안(약 8억 8000만 원) 등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중국 금융업은 지난 2008년 이후 줄곧 중국 최고 연봉 분야로 선정되는 등 이른바 ‘황금밥그릇’이라는 별칭을 얻은 바 있다. 특히 이 분야 임금 인상 속도는 증권업과 은행, 보험업 등의 이윤이 지속해서 증가하면서 근로자 1인당 임금 인상 속도도 빠르게 증가한 셈이다. 같은 시기 증권업 전문 경영인 중 100만 위안 이상의 연봉을 수령하는 기업체의 수는 총 41곳에 달했다. 이들 중 증권업계가 24곳, 은행업 16곳, 보험업이 1곳으로 확인됐다. 국가통계국 측은 이 같은 금융업의 연봉 수준에 대해 “은행원에 대한 해고조치와 은행업계에 종사 중인 고위 관리직 연봉 수준을 제한하는 중국 당국의 규제 탓에 은행업계의 임금 인상 속도가 가장 느리다”면서 “금융업계는 중국에서도 가장 고임금 직군에 속하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도 증권업과 은행업, 보험업 등 세분된 영역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중국 4대 국유은행에서 약 2만 명에 달하는 근로자를 해고하는 등 금융업 파행 사태를 겪은 후 가파른 연봉 상승세가 주춤했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 보고서는 이날 기준 상장 은행의 지난해 실적 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은행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1인당 연봉 수준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분석했다.
  • “한국 세금·복지 가장 낙후… ‘삶의 연대 도구’로 세금 활용 필요”

    “한국 세금·복지 가장 낙후… ‘삶의 연대 도구’로 세금 활용 필요”

    ‘어차피 각자도생 세상이다. 알아서들 살아남길 바라고 나도 그렇게 할 것이다….’ 많은 이들과 마찬가지로 학창 시절 ‘나만 아니면 된다’는, ‘나는 아닐 거야’라는 걱정 섞인 바람으로 살았다. 서울 한 귀퉁이의 일반고에서 반에서 10등 정도 하는 성적은 미래를 낙관하기도, 마냥 어둡게만 보기도 어려운 애매한 위치다. 평범한 일반고등학교에서도 ‘대학을 갈 사람’과 ‘대학 가지 않을 사람’이 암묵적으로 분리돼 있다. 겉으로 표현되지는 않아도 후자들은 순탄한 삶을 살기는 쉽지 않을 거라 판단하기 어렵지 않다. 성적이 대단치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들보다 처지가 나아서 다행이라 생각했고, 그들을 밟고 올라서는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학교 중퇴로 경쟁서 낙오→비정규직→루저 그러나 이른바 ‘루저’(loser)가 되었다. 대학교 1학년 중퇴자. 공부 경쟁에서 낙오했다. 낙오의 귀결을 알면서도 피하지 못했다. 1997년 외환위기(IMF)로 인한 집안의 풍비박산은 모자란 실패자들의 흔한 변명과 비슷하다. ‘능력자’들은 어떤 역경도 이겨 낸다. 결과적으로 ‘능력’이 모자랐나? ‘은둔형 외톨이’를 거쳐 공장 생활을 시작했다. 온갖 이름의 비정규직 신분으로 직장에 다니면서 어릴 때부터 가졌던 흐릿한 문제의식이 한층 또렷해졌다. 계급적 문제의식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성실히 일하는 것만으로는 ‘평범한’ 삶을 살 수 없다.” 이런 계급적 문제의식은 과거 ‘공부 경쟁’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졌다. 여가 없는 공장 생활을 하던 어느 날, ‘벌’을 받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는 불굴의 의지가 부족했던 것에 대한 벌이다. 둘째는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심에 대한 벌이다. 남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아니 남이 어렵게 살 확률이 높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개인의 성적과 등수만 중요시했던 ‘그 자세’가 문제의 근원이었다. 그런 삶의 태도 때문에 후과를 치른다는 생각이 시간이 갈수록 또렷해졌다. 비록 미성년의 학생이었지만, 낙오자들이 어떻게 될지 인지하면서도 홀로 살아남으려 아등바등했다면 대가를 치르기에 충분한 과오였다. 이를 ‘연대 실패의 대가’라 명명한다. 이 대가는 아래쪽에 있는 사람일수록, 펜대를 굴리는 공부형 머리가 부족한 사람일수록, 부모가 ‘흙수저’일수록 더 크고 잔인하게 휘몰아친다. 원초적으로 공정할 수 없는 경쟁의 장에서 ‘연대 실패의 대가’가 불거지지만, 어쨌든 누구나 힘겨운 입시와 취업전쟁 등을 거치기에, 또 사람의 시야는 자기 울타리 안에 갇히기 쉬운 것이기에, ‘연대 실패의 대가’로부터 빗겨난 이들은 자신을 둘러싼 풍경의 바깥을 헤아리기 어렵다. 한국식 ‘각자도생’ 구조가 타파되기 어려운 커다란 이유다. ‘연대 실패의 대가’는 제도적인 사회연대가 부실할 때 이에 비례해 증가하여 그 피해자가 불어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독일의 신학자 마르틴 니묄러의 시로 알려진 ‘그들이 내게 왔을 때’는 이를 축약적으로 묘사해 준다. 통계적으로도 한국 사회를 내리누르는 ‘연대 실패의 대가’를 확인할 수 있다. 흔히 저임금 불안정 노동자 또는 비정규직 문제가 2000년대 초반부터 대두된 것으로 인식하지만 실제는 그 이전이다. 1987년부터 IMF 사태 이전까지 10여년, 한국 자본주의의 황금기로 평가되는 바로 이 시절에 ‘연대 실패의 대가’가 본격 구조화되고 노동 약자와 노동 격차의 문제가 발발한다. 1987년을 기해 기업 규모별 임금격차가 급격히 벌어진다(그림 1). 기업복지도 1990년대 초를 기해 똑같이 확대된다(그림 2). 이와 동시에 나타나는 통계적 변화는 대기업의 사업 중 중소기업에 이양하는 품목이 증가하고, 중소기업 가운데 하청업체의 수가 늘어나며, 매출액의 80% 이상을 하청에 의존하는 업체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이다(그림 3, 그림 4, 그림 5). 요즘에는 이를 ‘저임금 중소하청업체의 비정규직이 늘어나 문제다’는 식으로 표현한다.●한국 자본주의 황금기에 노동약자 문제 발발 1980년대 후반부터 나타나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당시 언론은 ‘3D 저임금 일자리’를 사람들이 기피하고 있다며 사회문제의 하나로 제기했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과거의 내가 그러했듯 ‘나만 아니면 된다’고, ‘나만, 내 자식만 좋은 일자리에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올바른 대처는 열악한 ‘3D’ 일자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나아가 사회약자들의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와 국민, 기업이 머리를 맞대는 것이지만, 한국 사회는 정반대로 대응했다. 1987년 7000억원이었던 사교육 시장은 1997년 9조 2000억원으로 급성장하며, 10년 새 무려 1200% 수직 상승했다. 노동소득분배율이 사상 최고치를 찍고 상당수 블루칼라의 임금이 사무직의 임금에 도달하며 그 나름 준수한 일자리가 대거 늘었던 호시절임에도, 어쩐 일인지 사교육 경쟁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과열되고 만 것이다. 교육경쟁이 격화되자 성적 압박에 목숨을 끊는 청소년들의 소식도 틈틈이 언론에 오르내렸다. 1994년 중고생 2800명 대상의 한 조사에서는 70%가 “대학을 나와야 사람 행세를 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중산층 귀속감이 80%를 넘나들며 한국 자본주의의 황금기로 기억되는 그때, 오히려 어린 학생들은 우리 사회에 드리워진 짙은 암운을 감지했던 것이다. 당시 한국의 복지 및 세금 지표도 ‘나만 빼고’라는 한국 사회의 지배이념을 잘 보여 준다. 각국이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에 진입할 시기, 한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에서 걷어들인 세금의 양은 현저한 차이가 있다(표 1). 이 차이는 복지 규모로 고스란히 나타난다. 유럽은 차치하고 일본, 미국처럼 전통적으로 복지가 약한 나라들에 비해서도 한국의 세금과 복지는 예로부터 왜소했다. ●韓 2017년 세금 27%… 1965년 유럽보다 작아 그뿐만 아니라 주요국의 1965년 세금의 양은 1995년 국민소득 1만 달러에 진입했던 한국의 그것보다 한결 많다. 한국의 2017년 GDP 대비 세금의 규모는 26.9%로 1965년 일본과 미국보다는 크지만, 같은 시점 유럽의 주요국들보다는 작다. 1965년 OECD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서도 오늘날의 한국은 더 적은 세금을 걷고 있는 것이다. 1995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와 그보다 앞선 주요국의 1만 달러는 같지 않다. 과거 1만 달러가 가치가 높고 따라서 세금을 더 낼 여지도 컸다. 그렇다 해도 한국 사회의 세금은 예나 지금이나 매우 적다. 한국의 복지가 빈약한 이유는 세금 중에서 복지로 가는 비중이 작은 탓도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지난 시간 한결같이 왜소했던 세금이 부실한 복지의 근원이다.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한국과 주요국의 세금 규모는 단순히 부유층과 대기업에 대한 ‘부자 증세’만으로는 절대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다. 세금은 내 몫을 양보하는 공동의 자금이고, 복지는 ‘더불어 살자’는 연대의 제도적 구현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의 빈약하기 짝이 없는 세금과 복지는 한 사회의 연대적 시스템이 허술하기 그지없음을 의미한다. 노동자 간의 연대도, 세금과 복지를 통한 구성원 간의 연대도 한국에서는 모두 부실하다. 전자가 신통치 않더라도 후자를 잘한다면 한결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두 가지 과제 모두에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했다. 이런 ‘연대 실패의 대가’는 대를 이어 전승되고 축적되었다. OECD 최고의 대학 진학률과 사교육비를 기록하며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나라보다 가열차지만 성공하는 이들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어느 틈에 저임금 육체노동자는 비정규직이란 새 이름을 갖게 되었고, 이러한 전통의 기피 일자리가 더욱 팽창함은 물론, 직종을 불문한 질 나쁜 일자리가 비정규직의 명찰을 달고 널리 퍼져 갔다. 벌이가 좋은 직장이라고 꼭 무사한 것도 아니어서 명예퇴직 후 느닷없이 자영업에 뛰어들어 몰락하는 사람들도 수두룩했다. 알다시피 한국인들은 사회적 약자들과 충분한 연대적 관계를 맺지 못한 채 살아왔다. 중산층 중에서 상당수가 취약계층으로 내려앉았다. 한국은 연대 실패의 파급에 관한 살아 있는 교과서다. 사회연대의 원리를 통찰한 니묄러가 틀린 게 아니라면, 한국의 노동여건이 유달리 악화되고 내리막길을 걷는 이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은 지극히 정상이다. ●최고 스펙 청년도 ‘미생’… 비연대의 노력 결과 유사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갖춘 수많은 청년이 그토록 ‘노오력’ 했음에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한다. 하지만 이들 역시,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일 뿐이다. 다 같이 잘돼 보자는 ‘연대의 노력’이 메마르고, 나만 잘되고 보자는 ‘비연대의 노오력’이 대를 이어 충만한 ‘헬조선’에서, 수많은 청년이 ‘미생’으로 떠도는 것은 자연스럽고 온당한 귀결이다. 세금과 복지라는 제도적 사회연대가 가장 잘 구현되는 나라는 통계적으로 볼 때 북유럽 국가들이다. 부자는 물론 중산층과 서민으로부터도 사회연대의 수단으로서 세금을 충분히 걷고, 그렇게 걷은 세금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숫자 가운데 하나가 성별 고용률이 모두 높은 가운데 그 차이가 가장 작다는 것이다. 성별 임금 및 고임금과 저임금의 차이도 좁혀져 있고, 저소득층마저도 세 부담이 작지 않지만, 강력한 ‘보편복지+저소득층 복지’로 취약계층의 생활여건을 끌어올린다. 유럽통계청에서 실시하는 연례 조사 중 주거비 부담에 대한 실태 조사를 보면, 빈곤층에게 주거비가 무거운 부담인지 물었을 때 2018년 기준 노르웨이 12.5%, 스웨덴 20.5%, 덴마크 22.2%로 나타난다. 가장 가난한 소득층일지라도 5명 가운데 1명 정도만 주거비 부담을 무겁게 여긴다는 뜻이다. 완벽하지 않지만, 취약계층의 주거비 부담을 이처럼 완화한 것은 유럽 내에서 눈에 띄게 좋은 여건이다. ‘주거비 부담이 무겁다’고 답하는 전체 소득층의 비율에서는 노르웨이가 4.6%, 스웨덴이 7.2%, 덴마크가 8.5%로 유럽 내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고르게 잘 산다는 말이 어울리는 사회이다. 글로벌 기준에서 한국의 가장 취약한 분야가 세금과 복지 영역이다. 경제력에 비해 낙후돼 있다. 달리 생각하면 아직 기회가 있다. 선행 국가들의 성과와 시행착오를 참고하여 빠르게 세금과 복지를 발전시킬 수 있다. 이에 우리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나와 내 가족은 물론, 타인에게도 지금보다 한결 나은 삶을 가져다줄 연대의 도구가 바로 세금이다.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연대 실패의 저주’에 종지부를 찍으려면 세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장제우는 독립민간연구소 ‘균형사회연구센터’의 객원연구원을 지냈다. IMF 시기 대학을 중퇴했으며 여러 생산직 일자리를 경험했다. 현실 경제 한복판의 체험을 바탕으로 조세와 복지, 격차와 주거 분야를 연구하며 최근 ‘장제우의 세금수업’을 펴냈다.
  • 정의당 “국회의원 보수 최저임금 5배 이내로 제한”

    정의당 “국회의원 보수 최저임금 5배 이내로 제한”

    정의당이 4·15 총선 3호 공약으로 국회의원 및 공공기관, 민간기업의 최고임금을 최저임금과 연동하는 ‘최고임금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박원석 정책위의장은 29일 국회에서 “상식 밖의 임금 불평등이 고착화된 사회에서는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성장도, 사회통합도 보장할 수 없다”며 “최고임금제를 도입해 갈수록 심각해지는 소득불평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에 응답하겠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국회의원 보수를 최저임금의 5배 이내로 제한하고, 외부인사로 구성된 국회의원보수산정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최고임금은 최저임금의 7배 이내, 민간기업은 최저임금의 30배까지로 보수 상한을 제안했다. 정의당은 2018년 기업 공시자료를 활용해 매출 순위 50대 기업의 임금(연봉)을 최저임금(연봉·1890만원)과 비교한 결과를 제시했다. 이들 기업의 등기 임원 평균임금은 13억 2000만원으로 최저임금의 70배였다. 2018년 342개 공공기관의 평균연봉(1억 6800만원)은 최저임금의 8.9배, 국회의원 한 명에게 연간 지급되는 세비(1억 5176만원)는 최저임금의 7.3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기업이 노사문제로 해외 떠나는 상황 방치 안 돼”

    “기업이 노사문제로 해외 떠나는 상황 방치 안 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30여년 전 노동집약적 산업구조 속에 형성된 노동법의 틀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며 노동제도 전면 개혁을 촉구했다. 손 회장은 4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영발전자문위원회’ 인사말에서 “더는 기업이 노사문제 때문에 해외로 떠나고 투자를 기피하는 상황을 방치해선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고임금, 저생산성 구조 속에서 국제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하며 유연화된 노동제도로의 개혁과 선진형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체근로 전면 금지, 부당 노동행위 형사 처벌 등에 대한 제도 개선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보완 입법이 매우 시급하다”며 “우리나라가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우리 기업들이 국제 경쟁 속에서 세계 최고, 최신의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계속 강화해 나가야 할 연구개발(R&D) 분야에 대한 유연근로제는 더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광주시의회,‘살찐 고양이 조례’ 제정

    광주시 산하 공공기관 임원의 연봉 상한을 정한 이른바 ‘살찐 고양이 조례’가 시 의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광주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22일 장연주 의원 등 8명이 발의한 ‘광주시 공공기관 임원 최고임금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조례는 고시된 최저임금의 월 환산액에 12개월을 곱해 나온 금액의 6배 이내로 연봉의 상한선을 정하도록 했다. 연봉이란 기본급·고정수당·실적 수당·복리후생비를 합한 것으로 성과급은 제외한다. 임원의 보수에 해당 기관의 경영 성과를 적정하게 반영하고 과다한 책정으로 공공기관의 공익성에 반하지 않아야 한다. 광주시는 보수 기준의 이행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그 결과를 매년 상반기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조례는 27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공공기관 임원 급여를 제한하는 조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미국 월스트리트의 탐욕스럽고 배부른 자본가나 기업가를 빗대 ‘살찐 고양이 조례’로 불린다. 부산, 경남, 전북 등 전국에서 조례가 제정됐거나 추진 중이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월급쟁이 3명 중 1명 월 200만원 못 번다

    월급쟁이 3명 중 1명 월 200만원 못 번다

    월 200만원 미만은 작년比 4.3% 감소 관리자 75% 400만원 넘어 직업별 격차 커 상반기 취업자 음식점업이 6.4% ‘최다’ 임금근로자 3명 중 1명은 200만원의 월급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들의 전체 근로자 내 비중은 4.3% 포인트 낮아졌다. 직업별로는 단순노무나 서비스 종사자 중 70%가량이 월 200만원 미만을 받은 반면 관리자 75%는 400만원 이상을 벌어 직업별 임금 격차가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22일 통계청의 ‘2019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취업자의 산업 및 직업별 특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상반기(4월 기준) 임금근로자 취업자 2030만 1000명 중 월평균 임금 100만원 미만이 9.7%, 100만∼200만원 미만이 24.3%였다. 더하면 200만원 미만이 34.0%나 됐다. 이어 200만∼300만원 미만이 31.0%, 300만∼400만원 미만 16.9%, 400만원 이상이 18.0%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00만원 미만 임금근로자 비중은 0.1% 포인트, 100만∼200만원 미만은 4.2% 포인트 감소하는 등 200만원 미만 비중이 4.3% 줄었다. 반면 200만원 이상 비중은 소폭 증가했다. 월급 200만원 미만은 줄고, 200만원 이상이 늘어나는 추세는 2016년 상반기 이후 3년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200만원 미만 임금근로자 비중이 줄어드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 효과라기보다는 취업자가 고임금 일자리로 이동하는 추세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업별로는 단순노무 종사자의 71.9%, 서비스 종사자의 71.8%가 월평균 200만원 미만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 저임금 비중이 가장 컸다. 반면 월급이 400만원 이상인 근로자 비중은 관리자 직군이 75.3%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산업별로는 농림어업에서 월평균 200만원 미만을 받는 임금근로자 비중이 66.8%로 가장 많았다. 숙박 및 음식점업(66.4%)도 60%를 넘었다. 한편 올 상반기 전체 취업자는 2703만 8000명이었고, 이 가운데 비임금근로자는 673만 8000명이었다. 전체 취업자 중 비중은 음식점업이 6.4%(172만 7000명)로 가장 높았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대덕특구, 이젠 민관협업 거점… 세계적 혁신클러스터로 키운다

    대덕특구, 이젠 민관협업 거점… 세계적 혁신클러스터로 키운다

    국민에게 상처가 컸던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는 대전도 예외가 아니었다.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가 유성구 관평동 일대에 반도체 공장을 조성하려 했으나 IMF로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현대전자는 계약금까지 포기하고 중단했다. 2000년대 들어 대전시와 한화, 한국산업은행이 손잡고 이곳에 대덕테크노밸리를 조성했지만 다른 지역보다 초라해 보인다. 생산성도 테크노밸리를 품은 경기 판교보다 크게 뒤진다. 대전시가 정부와 함께 대덕특구 재창조 마스터플랜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시는 이를 통해 국가 연구개발(R&D) 중심에서 민간기업 협업이 이뤄지는 혁신도시로 변신시키겠다는 구상이다.‘갈라파고스의 섬’처럼 떨어진 듯한 연구원 등 특구 종사자들을 시민과 한데 어우러지도록 ‘대전 공동체’로 묶어 대덕특구와 대전시가 더불어 발전하는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의지도 사업에 담는다. ●2020년 말까지 국토연구원 용역 진행 재창조 마스터플랜은 2023년 대덕특구 출범 50년을 앞두고 이후의 50년 미래 청사진을 제시한다. 세계적인 혁신 클러스터를 만드는 것으로 내년 말까지 국토연구원이 용역을 진행한다. 대전시는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대덕특구 리노베이션’을 제안해 지원을 약속받았다. 재창조 사업에 탄력이 붙었다. 용역에서 제시한 사업은 2025년 마무리된다. 대전시는 이에 앞서 5개 선도사업을 추진한다. 정진제 특구협력팀장은 “이들 시설이 점에서 선으로, 그리고 면으로 확장성을 갖는 역할을 하면서 대덕특구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글로벌 혁신성장 거점으로 성장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특구 내 신성동에 융합연구혁신센터를 만든다. 연구집적단지이자 연구원 창업 거점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인근에 ‘오픈 플랫폼’도 짓는다. 국제 R&D 거점이면서 소통과 교류의 공간이다. 창의혁신 공간도 마련한다. 박물관 등을 건립해 대덕특구의 랜드마크로 삼는다는 것이다. 도룡동에 ‘실패혁신캠퍼스’도 조성한다. 창업 재도전을 지원하는 곳이다. 연구 결과를 제품화할 산업단지도 만든다. 이미 금탄, 안산, 장대 등의 산업단지가 착공됐다. 정 팀장은 “2023년까지 모두 완료되면 재창조 사업의 붐을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엑스포과학공원에 들어서는 기초과학연구원(IBS)과 유성구 신동·둔곡동 과학벨트 거점지구 조성도 대덕특구 재창조에 청신호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관계자는 “IBS는 기초과학에 중점을 두고, 대덕은 융복합이 핵심이지만 역량이 더 커질 게 분명하다”고 내다봤다. 중이온가속기가 들어서는 신동·둔곡지구는 올해 말 344만 5000㎡ 단지 조성이 끝나면 관련 기업과 연구소가 입주할 참이다. ●대덕특구 매출액, 판교보다 4.6배 적다 대덕특구 재창조는 대전시가 국가 연구 중심을 지방정부 및 민간 협업 체계로 바꿔 활성화하려는 데서 출발했다. 특구의 핵심 대덕연구단지가 올해 46년이 됐지만 판교 테크노밸리와 비교하면 생산성이 턱없이 떨어진다. 2016~2017년 대덕특구 매출액은 17조원이지만 판교는 79조원이나 된다. 4.6배다. 반면 대덕특구는 면적이 6744만 5000㎡로 판교 테크노밸리(66만 1000㎡)의 102배에 이른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교육, 연구, 녹지에 땅이 묶여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토지 활용도가 떨어져 개발계획 변경이 필요하다”고 밝혀 왔다. 입주 기관은 1760개, 기업도 1669개로 판교의 1270개와 1228개보다 많다. 종사자 수는 7만명으로 판교 7만 3000명과 엇비슷하다. 대덕은 정부 출연 연구소, 판교는 정보기술(IT) 등 민간기업이 주류라는 게 다르다. 문창용 과학산업국장은 “국가연구단지와 민간연구소·기업의 차이”라며 “판교는 수도권 지하철이 들어와 지리적 입지가 좋고 우수 젊은 인재 확보에도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대덕특구의 학력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특구 연구기술 석박사가 2만 6378명이다. 인구 비율로 따지면 국내 1위다. 연구원은 4만 8946명으로 경기와 서울에 이어 3위다. 특허출원 등록도 2016년 기준 26만 2605건으로 서울, 경기에 이어 세 번째다. 문제는 국가 연구여서 상업화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덕특구에는 정부 출연 연구소 26개와 LG, SK 등 민간연구소가 16개 있다. 문 국장은 “연구단지 초기에 외국에서 일하던 과학자를 고임금과 집을 주고 데려왔는데 그들이 은퇴할 때인 점도 아쉽다”고 했다.특구 면적이 대전의 20%에 이르지만 연구원들이 시민과 섬처럼 떨어져 생활한다는 지적도 적잖다. 이 부분에 대한 대전시와 진흥재단의 분석이 엇갈린다. 시 관계자는 “대덕특구 연구원들 상당수는 서울에 가서 문화를 즐기고 시민은 특구에 갈 이유가 별로 없어 어울리는 문화가 없다”면서 “정부 출연 연구원이어서 ‘전국구’라고 생각하고 우월의식도 있어 잘 어울리지 못하는 거 같다”고 진단했다. 반면 특구 진흥재단 관계자는 “연구원들이 외국에서 오래 살아 생활방식이 다르고 활동반경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며 “정부 출연 연구소가 ‘가급’ 보안시설이어서 이곳 연구원이 지역 시민들과 속을 터놓고 어울리지 못하는 부분도 작용하는 것 같다”고 봤다. ●대전시, 민간 협업 재창조 최대한 지원 최근 이 같은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진흥재단 관계자는 “허 시장이 대덕특구 복지센터 소장과 유성구청장을 지내 그 어느 때보다 협력을 끌어내는 데 최고의 호기”라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연구가 지역에도 수혜가 되도록 하자’며 국비 일부를 자치단체를 거쳐 지원하고 정부 출연연이 지역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전시는 이미 매년 50억원을 대덕특구에 지원한다. 시와 특구가 정책을 논의하는 일이 잦다. 정 팀장은 “요즘 특구에 가서 회의를 열면서 연구원 사이에 ‘대전시 공무원이 달라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귀띔했다. 엊그제 끝난 대전사이언스 페스티벌도 시 단독으로 개최하다가 대덕특구와 함께 열고 있다. 대전시는 또 한국 과학 발전의 보고 대덕특구의 은퇴 과학자들을 지역 발전에 활용해 상생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이미 초중고생들에게 과학자의 꿈을 심어 주는 ‘학교 멘토링 사업’ 등에 활용하지만 이들의 전문지식과 노하우를 지역 산업에서 꽃피우게 하는 게 핵심이다. 특히 시는 4차 산업혁명 특별시를 선언했다. 올해와 내년에만 특구 과학자 528명이 정년퇴임한다. 대전의 ‘과학도시’ 위상을 드높이려면 대덕특구 발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시는 특구가 ‘국가연구학원도시’에서 벗어나 산학연도시로 거듭나야 하고 기업 등 민간이 진출할 수 있도록 토지 이용 등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보고 이 부분에 집중한다. 문 국장은 “대덕특구 재창조 사업은 민간이 움직일 수 있는 틀을 잡아 주는 것이다. 논문만 생산하는 게 아니라 공공기술 사업화의 메카가 돼야 한다. 그러려면 반드시 민간이 참여해야 한다”면서 “재창조 사업이 끝나면 국가연구단지에서 기업 등 민간이 협업하는 혁신도시로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건 대전만 좋자고 하는 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변화”라고 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월급쟁이 3명 중 1명, 월 200만원 못 번다

    월급쟁이 3명 중 1명, 월 200만원 못 번다

    200만원 미만 임금 비중 줄고 200만원 이상은 증가단순노무종사자 71.9% 월평균 임금 200만원 미만임금근로자 3명 중 1명은 월급이 200만원이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취업자의 산업 및 직업별 특성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4월 기준) 임금근로자 취업자 2030만 1000명 중 월평균 임금이 100만원 미만인 경우가 9.7%, 100만∼200만원 미만이 24.3%였다. 200만∼300만원 미만은 31.0%, 300만∼400만원 미만은 16.9%, 400만원 이상은 18.0%였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100만원 미만 임금근로자 비중은 0.1%포인트, 100만∼200만원 미만은 4.2%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200만∼300만원 미만과 300만∼400만원 미만, 400만원 이상은 각각 1.9%포인트, 1.1%포인트, 1.2%포인트 늘었다. 이처럼 200만원 미만 임금근로자 비중이 줄고 200만원 이상 비중은 증가하는 추세는 2016년 상반기 이후 3년 6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200만원 미만 임금근로자 비중이 줄어든 것은 최저임금의 효과로 보기보다는 취업자가 상대적으로 고임금 일자리로 이동하는 추세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업별로는 단순노무종사자의 71.9%가 월평균 200만원 미만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 저임금 비중이 가장 컸다. 서비스종사자는 71.8%, 판매종사자 45.1% 역시 월 200만원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산업 대분류별로는 농림어업에서 월평균 200만원 미만을 받는 임금근로자 비중이 66.8%로 가장 많았다. 숙박 및 음식점업(66.4%), 예술, 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53.7%),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52.6%) 등이 뒤를 이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정년연장만이 유일한 해법? 초고령사회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정년연장만이 유일한 해법? 초고령사회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한국노동연구원 주최 고령시대 고용시스템 세미나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급속한 고령화 속도 보이지만앞으로 20년간 노동시장의 총량은 줄어들지 않아재취업 강화, 경력단절여성 고용 확대, 재취업 활성화 등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 오래 남을 수 있도록 하는 것 필요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우리나라 노동시장에 가장 적합한 고용시스템은 무엇일까. 정년을 연장해서 노동자들이 더 오래 일하도록 하는 방안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이는 한국 노동시장의 특수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해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연공성이 강한 임금 체계를 개편하고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 오래 남을 수 있도록 재취업과 이직을 활성화하는 한편, 경력단절여성 등의 고용을 확대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주장이 나온다. 26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KLI) 주최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령시대, 적합한 고용시스템의 모색’ 세미나에서는 인구구조의 벼화가 앞으로 국내 노동시장에 기칠 영향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정책 대안이 제시됐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일제히 “정년을 연장하는 것만이 초고령사회에 대비하는 능사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다. 지난해 ‘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는 7년 뒤인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세미나에서 기조발표를 맡은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젊은 노동력’이 감소하는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앞으로 20년간 경제활동인구 자체는 줄어들지 않는다. 다만, 35세 미만 청년취업자의 수는 빠르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5년 상대적으로 성장한 산업일수록, 고임금 산업일수록, 평균적인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청년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는 속도가 빠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앞으로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신산업 분야에서 탄력적인 노동인력 공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징후로도 풀이될 수 있다. 단순히 정년을 연장해서 노동시장의 규모를 유지하는 것만으로 초고령사회에 대비할 수 없는 이유다. 이 교수는 “고령노동이 청년노동을 대신할 수는 없다. 생산성이 낮은 고령노동인력이 생계를 위해 질 낮은 일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여건에서는 정년연장이나 고용연장을 위한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경력단절문제가 심한 30~40대 여성의 고용 확대, 이직이나 전직 등 노동시장에서의 이동성을 활성화하기 위한 직업 훈련,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직 등에 대비한 사회안전망 강화 등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년을 연장했더니 오히려 정리해고나 명예퇴직 등 조기퇴직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제시한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노동자의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2016년 35만 5000명까지 꾸준히 증가하던 정년퇴직자는 이후 오히려 감소했다. 올해 35만명으로 다소 증가했지만 정점이었던 2016년에는 미치지 못했다. 반면 권고사직, 명예퇴직, 정리해고 등 조기퇴직자는 최근 늘었다. 2106년 41만 4000명이었던 조기퇴직자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해 올해 60만 2000명을 기록했다. 2016년은 ‘정년 60세 연장법’이 시행된 해이기도 하다. 정년연장이 오히려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남 연구위원은 “정년연장은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심한 한국의 상황에서 수혜자가 일부 공공부문과 대기업유노조가 있는 곳에만 국한될 수 있고 취약 근로자들이 오히려 조기퇴직 등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면서 “중고령인력이 가급적 노동시장에 오랫동안 머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초고령사회에 ‘지속가능한’ 임금 체계를 구축하려면 강한 연공성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임금의 연공성이란 직무의 내용이나 역량 변화와 무관하게 근속연수에 따라서 임금이 오르는 것을 뜻한다. 근속에 따라 자동적으로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가 대표적으로 연공성을 가진 임금제도다. 연공성이 높은 임금 체계는 고성장 시대에 직원들의 장기근속을 촉진하고 조직을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는 효율적인 제도였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사라진 저성장 시대에는 유지하기 어려운 제도다. 박우성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고령시대에는 승진이나 승격의 엄격화, 고과승급의 강화 등 점진적으로 임금의 연공성을 완화하는 동시에 근본적으로는 ‘일 중심’의 임금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고령자 고용·우수인재 이민 대폭 늘려 생산연령인구 지킨다

    고령자 고용·우수인재 이민 대폭 늘려 생산연령인구 지킨다

    ‘日 벤치마킹’ 계속고용 통해 잠재력 제고 연금 수령 연령까지 기업 고용 유지 검토 외국인 장기체류 돕고 통합 관리법 구축“기업들에게 고용 유연화 권한 줘야” 지적 일각 “청년 일자리 문제 더 심화” 우려도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는 우리에게 이미 눈앞에 다가온 ‘재앙’이다. 그동안 저출산·고령화 극복에 120조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합계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인 1 미만(0.98)이다. 지난해부터 줄기 시작한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가 고령층에 접어드는 내년부터 감소세가 확대되면서 2020년대 후반부터 인력 부족이 나타날 전망이다.이는 노동투입 저하와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지며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 결과를 낳는다. 인구 감소의 여파는 학령인구와 군 복무 인원의 감소와 지역공동화 현상으로 이어진다. 고령인구 증가는 자연스레 복지지출 증가를 낳고 이는 재정 압박과 재정수지 악화 요인으로 작용한다. 18일 정부가 내놓은 ‘인구구조 변화 대응 방안’은 고령자 고용 연장과 일자리 창출에 초점이 맞춰졌다.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고령자 인구 증가라는 추세에 대응하려면 결국 고령자의 노동시장 참여를 늘리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내민 대안은 ‘계속 고용제’ 도입이다. 일본의 ‘고령자 고용확보조치’를 벤치마킹했다. 일본의 경우 올해 6월 기준으로 79.3%의 기업이 재고용 방식을 통해 고령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고용 연장과 관련해 정부가 검토 중인 또 다른 대안은 OECD 사례다. 근로자가 국민연금을 수급하기 시작하는 연령 때까지 기업이 고용을 유지하는 방안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민연금 수령 시기를 늦추는 대신 돈을 조금 더 받겠다는 이들이 늘고 있는 만큼, 국민연금 소진 부담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 확대 정책 역시 지금까지의 외국인 정책으로는 정상적인 국가 경제를 유지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고학력·고임금 외국 인재 유치를 위해 신설되는 우수인재 전용비자를 받는 외국인에게는 장기 체류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외국인 출입국부터 사회통합까지 총괄하는 통합적 이민 관리법도 구축한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2011년 140만명에서 지난해 237만명으로 늘었지만 전문인력은 되레 4만 8000명에서 4만 7000명으로 줄어든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고령자 고용 연장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년 연장 등이 기업의 의무조항이 되면 오히려 일자리 확충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면서 “기업들에 고용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 일자리 문제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청년 고용과 상충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대책을 수립하는 게 대전제”라고 강조했지만 정책 수립 과정에서 지켜질 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정년 연장이나 주 52시간 근무제 등에 대해 기업들은 신규 일자리 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테크노인력개발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제성장률 추이 등을 보고 청년 실업이 악화되지 않는 범위에서 고령자 고용 연장 정책을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상층부·하층부로 나뉜 ‘이중의 세계화’… 문화 풍경까지 바뀌고 있다

    상층부·하층부로 나뉜 ‘이중의 세계화’… 문화 풍경까지 바뀌고 있다

    2019년 세계의 화두 중 ‘세계화의 후퇴’가 있다. 세계화의 상징이던 동아시아와 미국의 분업체계는 미중 무역전쟁과 한일 무역전쟁으로 파열음을 내며 찢어지고 있다. 국적과 문화를 가리지 않고 모든 이들이 자유롭게 이동해 정착하고 공존할 것이라는 다문화주의의 이상 또한 난민 위기와 반이민 운동으로 큰 위기에 봉착했다. 20년 전인 1999년만 해도 ‘세계화의 후퇴’ 같은 이야기는 상상도 하기 힘든 것이었다. 1999년에 반세계화라 함은 세계무역기구(WTO)의 개최를 막고자 세계 각지의 비정부기구(NGO)들이 달려가 싸웠던 ‘시애틀 전투’ 정도를 의미하는 것이었지 주류 정치를 흔들고 강대국 관계를 뒤엎는 거대한 조류와는 정말 큰 거리가 있었다. 개인적인 경험을 얘기해 보자면, 2000년대에는 초등학생인 나조차도 우루과이라운드, 세계무역기구, 자유무역협정 같은 어려운 말들에 비교적 익숙했고 세계화는 한국이 나아가야 할 미래였다고 기억한다. 당연히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같은 반세계화의 구호를 접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다면 지난 20년간 무슨 일이 있었기에 세계화는 그 짧은 전성기를 끝내고 위기를 맞은 것일까.●세계화와 다보스맨의 진군 구 공산권이 무너지고 월드와이드웹(www.)이 새로운 차원의 정보혁명을 가져다주면서, 20세기의 마지막 10년간 세계화는 무서운 속도로 진행됐다. 물론 그 밖의 다른 변화들도 드넓은 이 행성을 ‘지구촌’으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20세기 후반 이루어진 항공 교통의 대대적 확장, 컨테이너 항구의 등장으로 물류비의 혁신적 절감 등 교통에서의 변화가 있었다.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체제를 뒤로하고 등장한 WTO, 유럽통합 산물인 유럽연합(EU),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이 변화의 주역이다. 세계화는 각각의 변화가 다른 변화를 자극하면서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진행됐다. 이 변화를 최전선에서 이끈 사람들은 대체로 비슷한 배경을 공유하던 사람들, 소위 ‘다보스맨’이라고도 불리는 글로벌 엘리트들이었다. 수준 높은 고등교육을 받고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유명 세계 도시들을 징검다리 건너듯 돌아다니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세계화라는 연극에서 이들이 맡은 배역이 같은 것은 아니었다. 어떤 이들은 실리콘밸리에서 세상을 바꿀 혁신을 만들었고, 다른 누구는 세계화를 촉진시키려는 규제 개혁안을 입안하고, 누군가는 중국에 새로 지을 공장 부지를 탐색했다. 하지만 국적, 성별, 나이 등이 달랐다 할지라도 세계화가 창출해 내는 거대한 기회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들은 커다란 공통점을 가졌다고 하겠다. 경제적 공통점은 곧 문화적 공통점으로 이어졌다. 성별과 인종에 상관없이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세계 도시를 누비고 음악, 미술, 스포츠에서 수준 높은 교양을 확보했다. ‘글로벌 이슈’를 논평할 지식도 갖춘 이들이 세계 각지에서 부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성별과 인종 따위에 연연하는 것은 ‘쿨(cool)하지 못한’, 하층민의 습성으로 간주됐다. 글로벌 엘리트 사회에 녹아들려면 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예법을 익혀야만 했다. 이런 세계화에서 움직인 것은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금융자본과 고급 인적자원을 만들어 내는 지식의 흐름이었다. 이를 각각 금융의 세계화와 지식의 세계화라고 하자.●생산력 위해 이주한 하층의 세계화 하지만 영어능력, 자산, 교육수준 등의 문제로 이런 기회를 잡아낼 수 없는 선진사회 하층에게 이런 이야기는 말 그대로 남의 나라 이야기에 불과했다. 물론 그렇다고 세계화가 그들을 아예 비켜간 것은 아니었다. 다만 상층의 세계화와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한 세계화의 역습이었다. 첫째는 생산의 세계화였다. 정보기술은 연구개발, 단순조립, 마케팅에 이르는 복잡한 생산 사슬을 세분해 세계 각지에 흩어놓을 수 있게 해 주었다. 복잡한 도면부터 방대한 회계자료까지 모든 종류의 정보가 디지털 자료로 변환돼 지구 각지를 돌았다. 그 결과 그 이전까지 볼 수 없던 거대한 규모의 산업 이전이 가능해졌다. 고도의 숙련이 필요하지 않았던 단순 제조의 경우 이미 가격이 오를 대로 올라 있던 선진사회의 노동력을 값싼 구 공산권, 제3세계 인력들이 대체해 나갔다. 선진사회의 하층민들이 겪은 생산의 세계화는 그들에게 좋은 소식은 아니었던 셈이다. 둘째는 이주의 세계화였다. 역내 경제통합이 가속화하면서, 더 높은 임금과 계층 상승의 기회를 찾아 개발도상국의 노동력이 선진사회로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동유럽인·아랍인·터키인은 서유럽으로, 멕시코를 비롯한 라틴아메리카인들은 미국과 캐나다로, 중국인과 베트남인은 한국과 일본으로 이주해 갔다. 물론 이 외에도 수많은 국가에서 수많은 나라로 이주의 흐름이 이어졌다. 이주민들은 자신들만의 디아스포라(타지에 정착한 이주민 공동체)를 만들어 나갔고, 본국에 있던 친척과 지인들을 계속해서 불러들였다. 이들은 선진사회의 원주민들이 더이상 종사하려 하지 않았던 저임금 일자리를 기꺼이 맡았다. 선진사회의 하층민들은 자신들의 전통적 생활공간의 풍경을 계속 바꿔나가는 이주민들의 흐름에서 문화적 불안감을 느꼈고 원주민의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경제적 불안감으로 이어졌다(실제 일어난 현상보다는 심리 상태에 주목한 것이다). 이주의 세계화도 그다지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세계화의 이중성 하지만 ‘금융과 지식의 세계화’에서 이득을 본 상층민이 ‘생산과 이주의 세계화’로 손해를 본 하층민을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사실 생산과 이주의 세계화로 개발도상국 시민들은 전에 경험하지 못한 급속한 생활수준의 향상을 느낄 수 있었고, 이는 세계화가 이룩한 가장 위대한 업적이라고 자부심을 느낄 만했다. 또 계속 임금이 올라가는 고임금 직종에 종사하며 이주민들로 다채로워진 문화 콘텐츠와 저렴한 서비스를 즐기게 됐는데 세계화에 반대할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 반대한다면 그들을 그저 역사의 흐름에 뒤처진 이들로 매도하면 그만이었다. 어차피 이제 글로벌 엘리트에게는 같은 나라의 하층민보다 다른 나라의 글로벌 엘리트가 더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상대가 된 지 오래였다. 계층에 따라 서로 다른 방향으로 진행된 세계화는 선진사회에서 이처럼 큰 골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로만 설명할 수 없고 심리적인 문제도 개입된다. 경제 위기, 산업 공동화, 이주 흐름이 이어지며 올라온 심리적 불안감은 안정적인 민족 공동체를 위협하는 외부인과 손을 잡은 타락한 엘리트에 대한 분노라는 형태로 구체화했다. 바로 이것이 2016년 영국의 EU 탈퇴를 결정한 ‘브렉시트’와 ‘트럼프 대통령’을 현실화시킨 가장 큰 공신이었다. 혹자는 이렇게 물을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영국과 미국에서 벌어진 정치 위기 이후 글로벌 엘리트에 속하는 지식인들이 수도 없이 논의한 이 같은 서사를 3년이나 지난 지금 또 꺼낼 필요가 있을까. 이제 계층에 따라 차등적이었던 세계화가 지금의 반세계화 돌풍으로 이어진 것은 알 만한 식자층 사이에서는 상식 아닌가. 굳이 이런 상식을 또 들어야 하나. ●한국에서 일어나는 세계화의 이면 충분히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서사가 다소 진부할지라도 계속해서 사회에 환기돼야 한다. 서유럽과 북미에서 일어난 일들이 다소 시간 차를 두고 동아시아에 찾아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확실히 국내에서 이 문제를 다룬 글들을 읽어 보면 하나같이 ‘외국에서 일어나는 일’ 정도로만 소개된다. 하지만 함께 진격하는 상층의 세계화와 하층의 세계화는 분명히 비교적 동질적인 편에 속하는 한국에서도 상당한 골을 만들어 내고 있다. 나는 인구 4만명의 시골에서 자랐고 지금은 세계적 수준의 엘리트를 길러내는 서울대에서 공부하고 있다. 이런 개인적 경험을 통해서 나는 한국에서도 이미 이중의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체감했다. 서울대의 많은 학생은 일찌감치 세계를 경험하고 유창한 영어실력을 자랑하며 세계 경제에서 한국이 점하는 위치를 활용해 고소득 직군에 합류한다. 미국과 유럽에 친구를 두고 있고 선진사회에서 상식으로 통용되는 문화적 규범과 글로벌 엘리트들이 즐기는 콘텐츠에 익숙하다. 사실 이것이 우리에게 익숙한 세계화의 풍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끔 고향에 내려가서 느끼는 세계화는 전혀 달랐다. 생산의 세계화로 말미암아 과거 4인 가족을 충분히 부양할 수 있게 해준 제조업 일자리는 사라져 가고 있고, 그 때문인지 지방의 소읍들은 어느 곳이나 고향의 정겨움보다는 쇠락해 가는 을씨년스러움을 풍기고 있다. 대신에 번창하는 것은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해외식품점이다. 작년 추석에 고향에 내려갔을 때는 정말 깜짝 놀랐다. 고향 재래시장 주변으로 골목마다 삼삼오오 이주 노동자들이 모여 장을 보고 외식을 하고 있었다. 아마 추석에는 공장도 쉬니 그동안 내 눈에 보이지 않았던 이주민들이 한꺼번에 시야에 들어온 것이리라. 예컨대 서울대의 청년들이 미국과 독일에서 친구들을 만든다면 이제 이곳의 청년들은 키르기스스탄과 파키스탄에서 온 노동자들과 밥을 먹고, 식당 아주머니들은 중국과 베트남 결혼이주민과 일을 같이 해야 한다. 이중의 세계화는 관계 맺는 국적에서부터 어느 정도 드러나기 마련이다. 따라서 나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선진사회의 일원으로서 한국 또한 서유럽과 북미에서 일어난 일을 비슷한 시간표로 같이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달라지는 시골의 풍경 지방에서 이 같은 풍경이 만들어 내는 드라마에는 물론 흥미로운 구석과 긍정적인 부분도 무척 많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 불안감을 만들어 내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봄, 고향의 한 골목에서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노동자 15명이 맥주를 마시면서 길을 점거하고 있는 광경을 보았다. 러시아어를 어느 정도 할 수 있어서 이들과 나름 재밌게 소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여러 물음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20년 뒤 우리 고향의 풍경은 대체 얼마나 어떻게 ‘세계화’할 것인가.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운영도 불가능해진 공단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내 고향의 다문화 청소년들은 어떤 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상층 세계화의 수혜를 보는 엘리트들은 이 같은 질문이 자신들과 상관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아마 어느 정도로 진행되고 있는지 감도 잘 안 잡힐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유럽과 북미가 겪었던 정치적 혼란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는 이 같은 질문들에 대해 진지하게 답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특히 공간과 계층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주는 세계화의 변검술에 대해서. 임명묵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4학년 ■임명묵은 현재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인 대학생이다. 서아시아 지역을 전공하며, 그 외에도 다양한 지역과 국가들이 20세기 현대 세계를 어떻게 형성해 나갔는지를 방대한 독서를 기반으로 설명하는 데 관심이 많다. ‘거대한 코끼리 중국의 진실’ 저자.
  • ‘서울시 살찐고양이 조례’ 소관상임위 격론끝에 ‘보류결정’

    ‘서울시 살찐고양이 조례’ 소관상임위 격론끝에 ‘보류결정’

    권수정 의원(정의당, 비례대표)이 발의한 ‘서울특별시 공공기관 임원 최고임금에 관한 조례안’ 일명 ‘살찐고양이 법’이 격론 끝에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경제위원회 심의결과 ‘보류’로 결정됐다. 권 의원은 지난 6월 27일 ‘살찐고양이 법’을 발의하며 대한민국의 심각해지는 소득격차를 지적했다. 노동자에게 고통분담 강요하며 최저임금 인상은 억제하지만 고소득자 임금은 고공행진 상승하는 소득격차문제 해소가 시급함을 강조했다. 제289회 임시회 기획조정실 소관 안건처리를 위해 29일 열린 기획경제위원회 상임위회의에서는 ‘살찐고양이 조례안’에 대한 취지와 필요성에 대한 공감은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권 의원은 “소득분위 상위층은 계속해서 소득상승이 기록되는 반면, 하위소득은 감소하고 있는 통탄할 현실“이라며 ”기업에 들어가는 국가세금은 ‘투자’라는 이름으로, 그러나 노동자에게는 ‘비용’으로 표현되는 사회구조 속에서 우리가 선행해야할 실천과제가 무엇인지 고심한 결과가 ‘살찐고양이 조례’다” 라고 말했다. 이어서 권 의원은 “경기도와 부산은 이미 살찐고양이 조례를 최종 통과시켜 공공기관장과 임원 보수 세부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서울시는 늦었다”며 조속한 조례안 통과가 중대 사안임을 강조했다. 서정협 서울시 기획조정실장은 “소득격차와 불평등해소를 위한 노력이 서울시에서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살찐고양이 조례안’ 취지 역시 공감하고 있지만, 당장 현실적인 문제와 법률적 고민으로 서울시 공공기관장 임금을 결정할 수 있는 시장의 권한침해가 우려되는 만큼 시간을 갖고 활발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 살찐고양이 조례안’은 다음회기인 제 290회 정례회에 다시 상정돼 논의될 예정이다. 부산광역시는 지난 4월 30일 시장의 재의요구에 따른 부산시의회의 재의결 결과 조례안이 최종 통과됐으며, 경기도의회는 지난 25일 조례안을 통과시키며 도입을 위한 세부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지자체 ‘살찐 고양이법’, 정부 공공기관으로 확산해야

    광역자치단체들이 산하 공공기관장의 연봉을 제한하는 일명 ‘살찐 고양이법’을 잇따라 제정해 주목된다. 경기도의회는 그제 본회의에서 산하 공공기관 임원의 연봉을 최저임금의 7배로 제한하는 ‘경기도 공공기관임원 최고임금에 관한 조례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킨텍스 등 경기도가 설립한 24개 공공기관 임원의 연봉 상한선은 최저임금(올해 시간당 8350원)의 7배인 1억 4659만원 이내로 제한된다. 앞서 부산시의회는 지난 5월 이 같은 내용의 조례를 공포한 후 현재 시행 계획안을 마련 중이다. 서울, 대구, 전북 등 광역지자체가 살찐 고양이법 관련 조례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방재정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살찐 고양이법은 법인이나 공공기관 임원의 급여를 제한하는 법령이나 조례를 말하는데, 탐욕스럽고 배부른 자본가나 기업가를 빗대어 만들어졌다. 국내에서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016년 “노사가 협력에서 벌어들인 성과를 적절하게 배분하고 이익을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최고임금법을 발의하면서 관심사가 됐으나 이후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공공기관장과 임원들의 과도한 보수는 소속 직원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과 위화감을 줄 수 있다. 공공기관과 공기업 경영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유럽 등에서는 경영 책임자의 연봉 책정 근거를 공개하고 제한하기도 한다. 프랑스의 경우 공기업 경영진 임금이 최저임금의 20배를 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했다. 우리 정부의 공공기관경영정보공개시스템(알리오)에 공개된 공공기관장의 평균 연봉은 1억 6888만원(2018년 12월 기준) 선이다. 이 가운데 시장형 공기업의 기관장들은 평균 2억 654만원,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의 장은 평균 2억 1833만원이다.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금융공기업들은 기관장 연봉을 낮추려 하고 있지만 여전히 3억원대를 훌쩍 넘는다. 정부 산하 공공기관에도 광역지자체의 산하기관처럼 살찐 고양이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국회 등에서 관련법 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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