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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소형 오피스텔’ 선호도↑…신규 공급 오피스텔 눈길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소형 오피스텔’ 선호도↑…신규 공급 오피스텔 눈길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소형 오피스텔이 새로운 주거시설로 떠오르고 있다. 근래 신규로 공급되는 오피스텔의 경우 아파트에 버금가는 인테리어와 주거시스템을 갖춰 소비자들의 다양한 주거환경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오피스텔의 수익률은 5.75%다. 여기에 오피스텔은 청약통장 등 청약자격 제한이 없고 총부채상환비율(DTI) 같은 주택관련 규제를 받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그렇기에 투자자 입장에서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안정적인 임대 소득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역세권 오피스텔은 실제 생활하는데 있어 편리하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에게 선호된다. 역세권 오피스텔은 타 지역 접근성이 뛰어나고 쇼핑시설 등 생활편의시설도 밀집된 경우가 많다. 또한 고유가 시대에 버스와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역세권 오피스텔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선호도는 지속적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부동산 시장에서는 1인 가구 수요에 맞춘 오피스텔이 새로운 주거지로 재조명 받고 있다. 투자 측면에서 오피스텔은 다른 부동산 상품에 비해 전매제한, 대출규제에서 자유로워 일반 투자자들도 대거 동참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테크건설은 부천역 인근에 '이테크 에비뉴스타'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단지 인근에는 지하철 1호선 급행선인 부천역이 도보 2분 거리에 있으며, 온수역 환승을 통해 7호선 이용도 편리하다. 또한 서울외곽순환도로 및 경인로와 근접한 위치에 있어 자가 이용 시 인천방면 및 경부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서울 영등포지역 진입이 편리하며, 송내IC에서 서해안고속도로(평택) 진입과 수도권 및 전국을 잇는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갖췄다. 오피스텔 주거민들은 부천역 인근 이마트, 롯데백화점, 영화관 등을 포함한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내부는 에어컨, 전자레인지, 세탁기 등 풀옵션 빌트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단지 내 코인 세탁실과 다양한 상가들이 들어서 예정으로 편리한 생활이 가능하다. 분양 관계자는 15일 “부천역 인근은 유동인구가 몰려드는 중심 거점형 상권으로 구매력 높은 중장년층 및 직장인 수요층이 많아 안정적으로 주거수요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화물연대 파업 이틀째, 물류대란은 없고 파업 동력은 떨어지는 부산항과 경기도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

    화물연대 파업 이틀째, 물류대란은 없고 파업 동력은 떨어지는 부산항과 경기도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

    화물연대 파업 첫날인 지난 10일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ICD)의 물류망은 큰 차질 없이 운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적극적 대응과 화물연대 비조합원들의 참여가 부진한 탓이다. 11일 의왕ICD의 한 관계자는 지난 10일 의왕ICD 철도컨테이너화물 처리물량은 5856TEU(평시대비 102.5%)로 평시 수준의 물량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의왕ICD의 11일 컨테이너 장치물량도 3만 3707TEU(최대장치능력 4만 5000TEU)로 평시 수준을 유지했다. 이번 파업에 물류대란이 없던 이유는 2008년, 2012년 고유가 탓에 한 생계형 파업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2008년은 고유가로 운송비용이 높아 화물차량 운전자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전체 화물운전자의 70%가 참여했다. 당시 화물연대 비조합원들도 대부분 가담했다. 그러나 이번 파업에 참여한 비조합원은 많지 않다. 화물연대 소속 조합 화물차는 전체 사업용 화물차의 3%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90%이상되는 비조합원이 파업에 동참하지 않으면 동력은 크게 떨어진다. 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대표업체인 통합물류협회 컨테이너운송위원회(CTCA) 소속 15개사와 일반운송업체 77개사의 8377명을 대상으로 파악한 결과 운송지시 거부자는 총 16명(0.2%), 운송 미참여자는 1426명(17%)인 것으로 나타났다. 운송 미 참여자는 명시적인 거부의사 없이 개인적인 사유를 이유로 운송에 투입되지 않은 경우다. 파업 이틀째인 11일 국토교통부는 긴급한 수출컨테이너 화물의 철도수송을 위한 셔틀운송(생산공장~의왕ICD)에 군위탁 비상용 화물자동차(트랙터40대)와 병력 87명을 의왕ICD에 긴급 투입했다. 또 관용 화물자동차 12대도 투입했다. 한국철도공사는 10일 하행 열차를 10개에서 12개로 증편후 적체물량이 상당부부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철도 파업전 16개 열차를 운영하다 파업 초기 5~10개를 운영했다. 부산해양수산청은 이날 물류 차질을 최소화하려고 군 수송차량 42대를 부산항에 긴급 투입했다. 부산해양수산청은 이날 오전 8시부터 국방부에서 지원받은 컨테이너 차량 42대를 7개 운송사에 3~10대씩 지원했다. 또 국토부 지원차량 8대는 신항 한진터미널에 모두 투입돼 한진해운 선박에서 내린 빈 컨테이너를 배후단지로 옮기고 있다. 부산항의 컨테이너 장치율은 66.8% 수준을 유지해 아직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이번 파업과 관련해 부산지역 화물차 업계 관계자는 “올해 파업은 이전의 생계형 파업과는 달리 ‘정치형’ 파업으로 진행돼 참가자가 적은 것 같다”면서 “무리한 파업으로 동참자가 적어 일부 조합원들이 운행하는 화물차를 가로막고 생수병을 던지며 욕설을 하는 등 공격하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지방경찰청은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와 관련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차량 운행을 방해하거나 경찰을 폭행한 화물연대 조합원 30명을 연행해 조사하고 있다. 의왕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2008년엔 8조 손실… 해상·철도·육상물류 첫 동시 마비 우려

    2008년엔 8조 손실… 해상·철도·육상물류 첫 동시 마비 우려

    화물연대가 오는 10일 총파업을 선언하면서 해상과 철도에 이어 육상 물류까지 동시에 차질을 빚는 초유의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 ‘하늘길’만 빼고는 모두 경색이 되는 것으로 수출 부진으로 어려움이 큰 우리 경제에 또 하나의 악재가 될 전망이다.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화물연대 소속 컨테이너 운반 차량은 7000대로 우리나라 전체 컨테이너 차량(2만 1757대)의 32.2%를 차지하고 있다. 많게는 컨테이너 차량 10대 중 3대가 파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물연대 소속 차량들의 하루 평균 컨테이너 처리량은 지난해 기준 1만 2112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로 육상 물류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파업에 따른 예상 피해 규모는 당장 가늠할 수 없지만, 과거 세 차례의 파업 사례를 보면 최소 2억 2000만 달러(약 2400억원)에서 최대 73억 달러(약 8조 1000억원)로 추산되고 있다. 여기에 국가 신뢰도 하락을 포함한 무형의 피해는 포함돼 있지 않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에 더해 비조합원들까지 운송 거부에 참여하면 피해액은 한층 더 커진다. 2008년 화물연대는 고유가에 따른 운송료 현실화와 표준운임제 도입 등을 요구하며 7일간 파업을 벌였다. 당시 비조합원들도 운송 거부에 나서면서 파업 4일차가 되자 전체 참여율이 71.8%까지 치솟았다. 당시 정부는 수출입 화물의 수송 차질 등으로 73억 달러 정도의 피해가 난 것으로 추산했다. 2012년 파업 때에는 참여율이 26.4%에 그치면서 피해액도 2억 2000만 달러 수준에 그쳤다. 국토부 관계자는 “화물연대가 집단 운송 거부를 선언함에 따라 위기경보 단계를 ‘주의’로 격상해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구성했다”면서 “물류수송 차질로 인한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7일 시작된 철도 파업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파업 10일째인 이날 전체 열차 운행률은 평소의 83.9%로 떨어져 여객과 화물 운송의 차질이 계속됐다. 코레일에 따르면 KTX는 평소와 같이 100% 운행됐지만, 수도권 전철은 하루 2074대에서 1880대로 줄어 운행률이 90.6%에 그쳤다. 특히 화물열차는 247대에서 101대로 줄며 운행률이 40.9%로 떨어졌다. 경기 의왕 컨테이너 기지와 중부권 시멘트 공장을 중심으로 화물운송 차질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에서 비롯된 물류 차질도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나라 컨테이너 화물의 75%가량을 처리하는 부산항에서는 한진해운 선박들이 싣고 있던 컨테이너들이 대량으로 하역된 탓에 장치장(수출입 물품의 통관을 위해 임시로 두는 곳)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한진해운 선박들이 주로 이용하는 신항의 한진터미널 장치율(컨테이너를 쌓아놓은 비율)은 한계치인 80%를 넘나들고 있고, 북항의 감만터미널도 83%에 이른다. 또 하나의 돌출 악재는 항만에서 각종 선박에 기름을 공급하는 급유선 선주들의 단체인 한국급유선선주협회까지 오는 10일 오전 10시를 기해 부산과 울산, 여수항에서 동맹 휴업에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한진해운 사태가 아직 해결되지도 못했는데 화물연대 파업에다 급유 중단까지 겹치면 피해가 엄청나게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1호선 독산역 역세권 오피스텔, 인근 업무지역 편리한 출퇴근으로 수요↑

    1호선 독산역 역세권 오피스텔, 인근 업무지역 편리한 출퇴근으로 수요↑

    부동산 시장에서 역세권의 가치는 특히 오피스텔에서 두드러진다. 인근 지역으로 출퇴근한 직장인 수요가 많아 역과의 거리에 따라 월 임대료가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역세권 오피스텔은 타지역으로의 접근성이 좋고 쇼핑시설 등 생활편의시설도 밀집해 있어 생활인프라가 구축된 경우가 많다. 또한 고유가 시대에 지하철 이용도가 높아지면서 역세권 오피스텔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선호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관계자는 6일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임차인의 대부분이 직장인이다 보니 직장과의 접근성이 좋은 역세권 오피스텔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역세권에 위치한 소형 오피스텔이 좋은 투자처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지난 23일 서울 금천구 독산 2-1특별계획구역에서 공급한 ‘e편한세상 독산 더타워’ 오피스텔은 1호선 독산역세권으로, 청약 당시 최고경쟁률 24.1대 1를 기록했다. ‘e편한세상 독산 더타워’는 상가, 아파트, 오피스텔이 결합된 주거복합단지이다. 지하 6층~지상 39 층, 3개동, 859가구 규모이다. 아파트 432가구와 오피스텔 427실로 구성된다. 여기에 e편한세상 독산 더타워는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를 이용해 금천구에서 강남구까지 이동이 수월하며, 서해안 고속도로 및 제2 경인고속도로, 수원-광명간고속도로 등 간선 도로망도 주변에 분포해 있어 서울 및 경기도권으로 출퇴근이 편리하다. 분양관계자는 "역세권 소형 오피스텔이라는 점으로 방문률이 높았다"며 "오피스텔 임차인 비율이 직장인이 높은 만큼 오피스텔 임대를 알아볼 때 역과의 거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모델하우스는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마련돼 있다. 더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며 입주는 2019년 12월 예정이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화물연대도 “10일부터 무기 파업”…정부 “명분 없어… 강경 대처할 것”

    철도노조에 이어 화물연대가 “오는 10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다”고 4일 밝혔다. 최악의 물류대란이 우려된다. 정부는 국가경제를 볼모로 한 집단행동은 정당성을 상실한 것이라며 강경 대응할 방침이다. 공공운수노조 산하 화물연대는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에서 조합원 총회를 열고 국토교통부가 지난 8월에 내놓은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을 막기 위한 총파업을 결의했다. 화물연대는 1.5t 미만 소형화물차에 대한 ‘수급조절제’를 12년 만에 해제하는 등 화물차 진입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에 반대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이 실시되면 열악한 택배·소형화물차가 급증하고 운송료가 폭락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명분 없는 파업”이라며 “파업에 돌입하면 강경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화물연대가 이번 파업 명분으로 운임제 법제화 등 2008년 파업 때와 같은 주장을 내놓고 있으며,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철도파업과 병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는 2008년 고유가로 어려움을 겪던 때와 다르고 명분도 약해 차주들의 파업 참여도가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물류대란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화물연대와 대화를 계속하는 한편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강경 대응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우선 경찰과 공조해 화물연대 조합원의 비조합원 운송 방해를 엄단하기로 했다. 또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하면 자가 컨테이너 차주에게 운송 허가를 내주고, 군이 보유한 컨테이너 차량 100대도 투입할 방침이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눈물의 청문회’ 최은영 회장, 한진에 100억 지원하기로

    ‘눈물의 청문회’ 최은영 회장, 한진에 100억 지원하기로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전 한진해운 회장)이 한진해운 발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사재 1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유수홀딩스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최 회장이 보유 중인 유수홀딩스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차입하는 방식으로 100억원을 확보할 것이며 수일 내 지원할 예정”이라고 12일 밝혔다. 회사 측은 “조건 없이 신속히 지원한다는 원칙 하에 한진해운과 협의해 적절한 방법으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지난 9일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청문회에 참석해 “(한진해운에서)2584일간 임직원들과 함께 했던 나날들을 생각하고 있다”며 “경영자로 도의적인 책임을 무겁게 느낀다”고 눈물을 보였다. 하지만 사재출연에 대한 추궁에 대해 “앞으로 사회에 기여할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해 비판여론이 일었다. 최 회장은 2006년 남편인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이 별세한 후 2007년 회사 경영권을 승계했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물동량 감소, 선복량 증가, 고유가 등 대외적 요인과 무리한 고가 선박 용선 등 부실 경영으로 인해 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처하자 2014년 5월 인적 분할 형식으로 경영권을 한진그룹에 넘겼다. 최 회장은 당시 지주회사던 한진해운홀딩스(현 유수홀딩스)를 중심으로 분리 독립했으며 싸이버로지텍, 유수에스엠 등을 계열사로 편입해 운영하고 있다. 개인 재산은 자택과 유수홀딩스 지분을 포함해 350억∼400억원 가량으로 파악됐다. 업계 안팎과 정치권에서는 최 회장이 거액의 급여와 임대료를 받으면서도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를 초래한 전 경영자로서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In&Out] 누진제 개편, 지금이 적기다/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환경대학원장

    [In&Out] 누진제 개편, 지금이 적기다/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환경대학원장

    우리나라의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6단계로 구성되어 있는 데 6단계 요금이 1단계 요금의 11.7배에 달해 세계 최고 수준의 누진율을 보인다. 덕분에(?) 전기를 평소보다 2배 정도 썼는데 요금은 4~5배나 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40만원 정도의 전기요금이 나온 가구의 1㎾h당 전기요금은 약 450원이다. 산업 및 일반용 전기요금 107.4원 및 130.5원과 비교하면 3~4배 수준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주택용 전기요금과 비교해도 최고 수준이다. 검침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냉방기 사용이 집중됐던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요금폭탄 문제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누진제 개편 방향은 분명하다. 절약을 유도하면서 소득 형평성을 제고하는 기능을 가진 누진제 자체는 유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6단계를 3단계로 줄이고 11.7배의 누진율을 2~3배 수준으로 완화하는 게 필요하다. 이러한 수준은 누진제를 도입하고 있는 여러 국가의 사례와 유사하며 서울시 수도요금과도 유사하다. 서울시에서는 가뭄 때문에 1995년 6단계 누진제를 도입했지만 물 사용량이 안정화되면서 현재 3단계로 완화했고 누진율은 2.2배에 불과하다. 과거에도 누진제를 개편하려는 정부 차원의 시도가 몇 차례 있었다. 번번이 무산된 가장 큰 이유는 누진제 개편이 부자의 전기요금을 깎아준다는 이른바 ‘부자 감세’ 주장 때문이었다. 하지만 집에 신생아, 유아, 환자, 노인 등이 있거나 가족 구성원이 많다 보면 부자가 아니더라도 폭염으로 인해 얼마든지 6단계에 진입할 수 있으므로 이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한 전기요금은 세금이 아닌 전기라는 제품 사용에 대한 가격이므로, 부자 감세를 내세우며 누진제 개편에 반대하는 것은 엄지손가락에서 피가 나는데 새끼손가락에 약을 바르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 누진제를 완화하면 전력 사용량 급증으로 대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도 누진제 개편 반대의 근거였다. 하지만 전체 전력 수요에서 주택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14%에 불과해 그 영향은 제한적이다. 또한 여름 최대 전력수요가 발생하는 시간은 오후 2~5시인 반면, 주택용 최대 전력수요 발생 시간은 퇴근 후 저녁이므로 전력 피크와 주택용 전력 피크는 시간대가 서로 다르다. 국민이 누진제에 겁을 먹어 냉방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주택용 1인당 전력 사용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인 반면에, 청정연료인 가스(열병합)발전소는 급격한 가동률 저하로 적자에 허덕이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즉 대정전은 기우라고 할 수 있다. 누진제 완화가 1·2단계에 있는 저소득층의 전기요금 부담을 늘린다는 지적 또한 누진제 개편 반대의 중요한 논리였다. 하지만 누진제 완화로 1·2단계에 있는 넉넉한 1~2인 가구가 원가 이하로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저소득층의 부담 증가는 복지 차원에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누진제 완화와 함께 추진해야 할 중요한 과제는 전기요금 원가 공개와 원가연동제 도입이다. 현재 정부와 한전은 생산원가 공개 및 원가연동제 시행을 하지 않은 채 전기요금 변동을 억제하고 있어 소비자에게는 가격신호를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한전은 고유가 상황에서는 대규모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저유가 상황에서는 대규모 흑자로 욕을 먹는다. 지금은 저유가 시대라 원가연동제를 제도화시키기에 적기이다. 몇 가지 보완책을 마련하면서 누진제 완화와 원가 공개 및 원가연동제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 소비자는 부담이 줄어 좋고, 발전사업자는 발전을 늘려 좋고, 한전은 원가를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으니 모두에게 득이 될 수 있다.
  • [씨줄날줄] 중남미 좌파 정권의 성쇠/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중남미 좌파 정권의 성쇠/서동철 논설위원

    베네수엘라의 ‘엘시스테마’는 중남미에서 가장 성공적인 교육 운동으로 꼽힌다. 오르간 연주자이기도 했던 경제학자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가 1975년 주창한 음악 교육 운동이다. 어려운 환경의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각종 악기를 가르쳐 베네수엘라를 일약 클래식 음악 신흥강국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베네수엘라 어린이는 2~3세부터 누클레오라는 지역 엘시스테마센터에서 음악 교육을 받는다. 일주일에 6일, 하루 3~4시간 원하는 악기 연주를 배우니 음악 영재 교육이 따로 없다. 현악기든, 관악기든, 건반악기든 자유롭게 직접 고를 수 있다. 혜택을 받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한 해 50만명을 넘는다.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에 오른 구스타보 두다멜 같은 천재 음악가가 나오지 않았다면 오히려 비정상이다. ‘엘시스테마’의 본격적인 성공은 우고 차베스의 집권과 관련이 있다. 차베스는 좌파 정당 연합인 애국전선 후보로 1998년 대통령에 오르자 이 교육 운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세계 1위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다. 유가가 천장 높은 줄 모르고 뛰어올랐으니 친(親)서민 정책도 가능했다. ‘페트로 달러’의 힘이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경제는 추락했다. 세계 최악의 물가상승률로 생필품과 의약품 부족에 시달리고, 생계형 범죄와 시위가 끊이지 않는다. 2014년 4월 배럴당 106달러이던 유가가 2016년 1월 30달러 선으로 수직 낙하했기 때문이다. 차베스의 뒤를 이은 좌파 마두로 대통령은 과반수 야당으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고 있다. ‘엘시스테마’도 ‘실정(失政)을 호도하는 정치쇼’라는 비판이 불거진다. 2000년대 중남미는 좌파의 시대였다. 베네수엘라에 이어 칠레,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볼리비아, 파라과이, 에콰도르, 니카라과, 엘살바도르에 잇따라 중도·좌파 정권이 들어섰다. 콜롬비아와 파라과이가 예외였을 뿐이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한 변화가 시작되어 과테말라,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의 좌파 정권이 선거에서 졌다. 여기에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탄핵됐다는 어제 소식은 좌파 몰락의 분위기를 가속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됐다. 중남미 좌파 정권은 신자유주의에 반대하고, 소외계층 위주의 복지 정책을 편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산유국이고, 꼭 석유가 아니더라도 자원 부국이다. 고유가와 중국의 원자재 수요 증가에 따른 호황이 지나가고 수요 감소에 따라 원자재 값이 크게 하락하자 위기를 맞은 것이다.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은 유가 하락에 결정타를 날렸다. 연방정부의 재정 적자를 메우고자 국책은행 자금을 끌어 썼다는 호세프의 탄핵 이유도 정치적 성격이 짙어 보인다. 어떤 이념을 가진 정권의 흥망성쇠이건 국제 정치·경제의 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씨줄날줄] 전기요금 누진제/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전기요금 누진제/임창용 논설위원

    기록적인 폭염이다. 웬만해선 집에서 틀지 않던 에어컨을 요즘에는 거의 매일 가동한다. 밤 12시까지 집 안팎이 펄펄 끓으니 버텨낼 재간이 없다. 그러면서 은근히 걱정되는 게 ‘전기요금 폭탄’이다. 주변에 비슷한 불안감을 비치는 지인들이 적지않다. 인터넷과 SNS에선 평소 수만원 정도 내던 요금이 수십만원으로 폭등할 것이란 ‘괴담’까지 나돈다. 불안감이 커지자 정치권이 나섰다. 사실상 ‘징벌적’인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체제를 손보자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의 전기요금 누진제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누진율이 높다. 100kwH마다 요금이 가파르게 올라간다. 6단계인 현행 누진체제에서 1단계의 kwH당 요금 60.7원이 6단계에선 710원으로 뛴다. 무려 11.7배다. 우리처럼 누진제를 채택한 나라인 미국(2단계, 1.1배), 일본(3단계, 1.4배), 대만(5단계, 2.4배)보다 훨씬 높다. 영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은 누진세가 없는 단일요금 체제다. 반면 우리는 산업용, 일반 업소용 전기에 대해선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산업용은 kwH당 81원, 일반용은 105.7원으로 단일요금 체제다. 가정용 전기의 1단계와 2단계 사이 요금에 해당한다. 가정용 전기에만 누진제를 적용한 것은 1970년대의 오일쇼크 때문이다. 초고유가 시대에 전기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서였다. 저유가를 걱정하는 지금의 환경과 정반대였다. 정치권이 누진제를 손보겠다고 나선 데엔 이 요인도 작용한 듯하다. 국민의당은 6단계 누진체제를 4단계로 개편하는 안을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3단계로 누진체제를 줄이고, 최고 11.7배인 누진배율을 2배로 대폭 낮추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일부 개정법안’을 내놓았다. 조경태 새누리당 의원도 누진단계를 3단계로, 요금배율은 2배 이내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반대 입장이다. 한국의 전기요금이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여전히 낮다는 논리를 편다. 또 발전용량이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전력 낭비를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OECD 등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정용 전기요금 비율은 0.412%로, 미국(0.23), 캐나다(0.20) 등 상당수 선진국들에 비해 높다. 소득 수준을 고려하면 그다지 요금이 싸지 않은 것이다. 전력 낭비 예방 논리는 설득력이 약하고 공정성에도 어긋난다. 현재 우리나라 전력시장에서 가정용 비중은 전체의 15% 정도다. 전력의 대부분은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 산업현장과 업소 등에서 소비된다. 가정에서 쓰는 1인당 전기 소비량은 2012년 기준 1278kw로, OECD 꼴찌 수준이다. ‘누진제 협박’이 먹힌 탓이다. 지난해 한국전력은 10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올렸다고 한다. 올해는 폭염 덕분에 수익이 더 늘 것 같다. 전기요금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었으면 한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 ‘미세먼지 종합대책’ 환경·기재부 엇박자

    “오염 저감 위해 필요” “고유가 우려” 일부 쟁점 사안 정책 조율 난항 다음달 발표 예정인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놓고 부처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25일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국토교통부 등 4개 부처 차관회의를 열어 미세먼지 종합대책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돌연 회의가 취소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미세먼지와 관련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도록 지시한 이후 열리는 첫 회의로 관심을 모았지만 경유값 및 산업용 전기료 인상 등 일부 쟁점을 놓고 부처 간 정책 조율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 부처의 한 관계자는 “미세먼지 대책에 경유값 인상 등 에너지 세제 개편을 포함시킬지 여부 등도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부처별 의견을 수렴한 뒤 개최하는 것이 좋겠다는 국무조정실의 의견에 따라 회의가 연기됐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대책 가운데 논란이 되고 있는 분야는 국가 에너지 정책 및 세제 개편이 뒤따르는 화력발전 규제와 경유값·산업용 전기료 인상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경유차가 내뿜는 질소산화물(NOx)을 줄이기 위해서는 경유차에 대한 지원 폐지와 운행 감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경유값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경유차를 선호하는 이유가 연비와 휘발유보다 낮은 유류가격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더욱이 경유차가 산업용이나 대중교통은 물론 최근에는 일반 승용차나 레저용으로 많이 쓰여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리도 들었다. 유류가 인상에 따른 서민 부담은 추가 확보된 재원을 활용해 유류보조금이나 바우처 등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기재부 등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서민 부담이 가중될 뿐만 아니라 자칫 고유가 논란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환경부가 현재의 교통·에너지·환경세가 폐지되고 개소세가 부과되는 2018년(일몰기한)부터 경유에 세금을 더 물리는 방안을 내놨는데 이는 당장의 대책도 아니고 다음 정부로 떠미는 셈”이라며 “꼭 경유값을 올려야겠다면 환경부가 직접 경유에 환경개선부담금을 부과하면 된다”고 밝혔다. 산업부도 경유값 인상이 산업 전반에 초래할 부정적 여파와 화력발전소 규제 등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씨줄날줄] ‘루사리 외교’/구본영 논설고문

    [씨줄날줄] ‘루사리 외교’/구본영 논설고문

    박근혜 대통령과 이란 이슬람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하산 로하니 대통령 간 3자 대면 장면을 방송 화면으로 봤다. 신정(神政) 일치 국가 이란의 두 지도자가 쓴 터번과 박 대통령의 하얀 머릿수건이 연출한 묘한 앙상블 탓일까. 박 대통령의 쓴 루사리(이슬람권 여성이 쓰는 히잡의 일종)가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다. 이 장면에 이란 시민들이 보인 뜻밖의 반응을 신문에서 읽고 좀 놀랐다. 외국 정상이 이란의 문화를 존중해서 기쁘다는 식의 상투적 언급이 아니래서다. 바헤르 카리미라는 테헤란의 여대생이 “한국 드라마 대장금에서 옛 한국 여성들도 머리를 가리고 외출하는 장면을 봤다”고 했다니 말이다. 한류의 위력을 새삼 실감했다. 송일국이 주연한 ‘주몽’이 2008년 이란 TV에 방영돼 60% 대 시청률을 올렸고 이보다 앞서 이영애가 열연한 대장금은 무려 86%대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러니 이란의 젊은 여성들이 박 대통령의 루사리에서 정작 우리는 잊고 있었던 ‘장옷’을 연상했을 듯싶다. 조선시대에 부녀자들은 외출 때 머리부터 내려 쓴 이 두루마기 쓰개를 쓰고 다니지 않았나. 사실 장옷은 이란 여성들이 외출 때 많이 입는 차도르와도 유사해 보이긴 한다. 얼굴, 손발을 제외한 온몸을 가린다는 점에서. ‘로마에서는 로마인이 돼라’는 말이 있다. 그런 면에서 박 대통령이 시아파 이란인이 즐겨 쓰는 루사리를 착용한 것은 적절했다. 이런 작은 배려가 핵 문제로 오랜 국제 제재를 받다 경제 재건을 꾀하는 이란과의 대규모 경제 협력으로 이어진다면 큰 다행일 게다. 하긴 고려 때 교역하던 페르시아(이란의 옛 왕조) 상인들에 의해 코리아란 영어 국명이 생겼다니, 양국 간 경협의 역사는 유구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루사리 외교’ 효과를 지나치게 부풀려 과도한 기대를 하게 해선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이번에 이란에서 총 53조원 프로젝트를 수주했다지만, 대림산업의 계약 등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양해각서(MOU) 수준이 아닌가. 더욱이 이란과의 경협 합의로 제2의 중동 붐을 기정사실화하는 것도 성급해 보인다. 중동은 이란과 아랍권, 이스라엘 등 3개 문화권이 정족(鼎足)지세다. 이란과 아랍은 이슬람이란 공통분모는 있지만, 민족·언어가 다른 별개의 세계다. 다만 지금이 박정희 정권 시절 1970년대 오일쇼크때 고유가로 인해 울고 웃던 상황과 유사하다. 당시 유가 상승으로 우리나라는 외환이 바닥난 위기에서 현대건설이 세계 최대 규모였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베일 항만공사를 따내면서 일차 중동 붐의 불을 댕겼다. 이제 국제유가가 저유가 수렁에서 빠져나와 이란 경제가 숨통이 트이기를 바라는 역설적 상황이다. 53조원 수주가 하나하나 실제 계약으로 이어진다면? 조선·해운·철강·건설 등 주력산업이 침체된 한국경제는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를 만난 격일 게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90년간 12개 기업만 시총 1위… 알파벳, 12번째 왕좌 등극

    90년간 12개 기업만 시총 1위… 알파벳, 12번째 왕좌 등극

    지난주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이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애플을 끌어내리고 시가총액 1위 기업에 등극하자 전 세계는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새로운 ‘대장주’ 탄생을 반겼다. 1년 전만 해도 애플 시총의 절반에 불과했던 구글이 어떻게 대장주로 발돋움했는지에 대한 분석이 쏟아졌고 구글의 ‘열린 경영’은 찬사의 대상이 됐다. 반면 몇 달 전까지 21세기 최고 혁신기업으로 추앙받은 애플은 아이폰에 집착하다 몰락했다며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오로지 가치로만 평가받고 영원한 승자는 없는 ‘대장주의 세계’를 살펴봤다. 세계 자본시장의 중심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글로벌 벤처기업의 요람 나스닥에는 6000개 이상의 기업이 상장돼 있다. 이 중 대장주의 자리를 꿰찬 기업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미국 금융투자자문회사 ‘모틀리 풀’의 분석을 보면 1926년 이후 시총 1위를 차지한 기업은 12개에 불과하다.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IBM·시스코 등 정보통신(IT) 기업, 발명왕 에디슨이 세운 가전업체 제너럴 일렉트릭, 자동차 제조사 제너럴 모터스, 세계 최대 석유회사 엑손모빌, 유통업체 월마트, 통신회사 AT&T, 담배 필립 모리스의 모기업 알트리아, 화학회사 듀폰이 그 주인공이다.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통계사이트인 ETF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1980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대장주는 IBM과 제너럴 일렉트릭, 엑손모빌 등 전통 기업이 돌아가며 차지했다. IBM은 1982~88년 7년간 패권을 거머쥐었고 1993~97년은 제너럴 일렉트릭이 독주했다. 그러나 1998년 혁명이 일어났다.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총 3458억 달러로 6년 연속 대장주에 도전한 제너럴 일렉트릭(3342억 달러)을 꺾고 새로운 황제로 등극한 것이다. 하버드대 중퇴생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이 1975년 설립한 마이크로소프트는 1986년 나스닥에 상장됐고 1995년 시총 519억 달러로 톱 10에 진입했다. 이듬해에는 2배 가까이 늘어난 987억 달러로 5위, 1997년에는 1559억 달러로 3위까지 뛰어오르더니 마침내 왕좌에 앉았다. 자본금 1500달러로 시작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창립 20여년 만에 시총 1위에 오른 건 기회의 땅 미국에서도 충격적인 일이었다. 특히 컴퓨터 산업의 ‘공룡’ IBM이 이 시기 몰락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신화는 더욱 부각됐다. 1990년을 끝으로 대장주 자리에서 내려온 IBM은 1992~93년에는 시총 톱 10에도 들지 못했고 이후에도 간신히 턱걸이하는 등 어둠의 터널을 걷고 있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시대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IT 거품이 꺼진 2000년 시총의 3분의2 가까이가 허공에 사라지면서 제너럴 일렉트릭에 다시 대장주 자리를 내줬다. 2002년 되찾았으나 그때가 마지막으로 왕좌에 앉은 해였다. 2000년대 중반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의 수요 증가로 고유가 시대가 도래하자 엑손모빌이 다시 패권을 잡았다. 2006년 4469억 달러의 시총으로 제너럴 일렉트릭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선 엑손모빌의 시대는 2011년까지 이어졌다. 엑손모빌의 독주를 저지한 기업이 스마트폰의 시대를 열어젖힌 애플이다. 만성 적자에 허덕이다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복귀로 부활한 애플은 2007년 아이폰을 세상에 내놨고 2009년 1898억 달러의 시총으로 5위에 올랐다. 2011년 잡스가 전 세계인의 애도 속에 세상을 떠났지만, 이듬해 애플 시총은 4982억 달러를 기록해 엑손모빌(4038억 달러)을 왕좌에서 끌어내렸다. 이후 애플은 지난 2일 구글에 밀려나기 전까지 글로벌 대장주로 군림했다. 지난해 2월 애플의 시총은 미국 기업 사상 처음으로 7000억 달러를 돌파했고 조만간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꺼지기 직전 환하게 타오른 마지막 불꽃이었다. 꼭 1년 만에 애플의 시총은 무려 2400억 달러나 증발했다. 우리나라 1년 예산(약 400조원)의 4분의3에 이르는 돈이 사라진 것이다. 애플은 대장주에서 밀려난 지 하루 만인 지난 3일 자리를 되찾았으나 구글의 치솟는 기세를 감당하기 어려워 보인다. 역대 가장 압도적인 대장주의 위용을 과시한 기업으로는 1967년 IBM이 꼽힌다. 당시 IBM의 시총은 1930억 달러였는데, 모틀리 풀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가치로 1조 3500억 달러에 이른다. 전성기 애플 시총의 2배 규모다. 1985년 IBM도 지금까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대장주다. 당시 IBM 시총(956억 달러)은 S&P500 전체의 6.37%에 이르렀다는 게 하워드 실버블래트 S&P 수석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애플은 4.05%까지 시장을 장악한 적이 있다. 중국 석유기업 페트로차이나는 2007년 11월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되자마자 시총 1조 달러를 넘겨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미국 대장주 엑손모빌(4880억 달러)조차 페트로차이나와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월가는 폐쇄적인 중국 시장을 믿을 수 없다며 페트로차이나를 인정하지 않았다. 실제로 페트로차이나는 4개월 만에 시총이 반 토막 나 황제로 등극하는 데는 실패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시총 기준으로 세계 기업 순위를 매기는 ‘FT 글로벌 500’을 보면 지난해 페트로차이나는 3297억 달러로 애플, 엑손모빌, 버크셔헤서웨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6위에 머물렀다. 국내 증시의 대장주는 단연 삼성전자다. 1999년 7월 29조원으로 한국전력을 끌어내리고 처음으로 시총 1위에 등극한 삼성전자는 2000년부터 독주 체제에 돌입해 16년째 왕좌를 지키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시총은 170조원에 육박해 유가증권시장의 15%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2위 한전(34조원)의 5배에 이른다. 그러나 지금 삼성전자는 위기다. 2012년 시총 200조원을 돌파하며 축포를 쐈지만 4년이 채 지나지 않은 현재 온갖 비관론에 휩싸여 있다. 소니와 노키아 등 글로벌 기업이 불과 몇 년 만에 몰락한 것은 삼성전자의 위기의식을 더 키운다. 라이벌이자 동반자인 애플의 부진도 삼성전자에 기쁨보다 걱정을 안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대장주와 함께 시총 상위 10개 기업의 변천 과정을 자세히 분석하면 세계 경제 성장 구도가 어떻게 전개됐는지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이슈&논쟁] 유류세 내려야 하나

    [이슈&논쟁] 유류세 내려야 하나

    2013년 2월 배럴당 111.0달러였던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는 27일 26.59달러로 76%나 떨어졌다. 하지만 국내 휘발유 소비자 가격은 같은 기간 1952.49원에서 1369.31원으로 30% 떨어지는 데 그쳤다.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은 국제 유가가 급등할 때는 덩달아 오르지만 유가가 급락할 때는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유류세 때문이다. 국제 유가가 급등락할 때마다 나오는 유류세 인하 논란에 대해 양측 입장을 들어 봤다. [贊] 원가 하락에도 세수는 되레 늘어 이서혜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 연구실장 최근 언론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세금은 단연코 유류세다. 국제 유가가 올라갈 때는 유류세를 내려 소비자 부담을 줄여야 하고, 국제 유가가 내려갈 때는 유류세가 너무 높아 소비자가 유가 하락분을 체감할 수 없으니 유류세를 내려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유류세 인하론’에 대한 설명만 다를 뿐이지 결국 소비자의 부담을 줄여 이익을 높여 주자는 것이다. 주유소협회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것에 대한 시민 비판이 쇄도하자 유류세 때문이라는 것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유류세 바로 알리기 운동’인데 기름값의 65% 이상이 세금이라고 강조한다. 힘없는 주유소를 비판할 것이 아니라 정부에 제대로 따져 달라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시대’가 와도 세금 때문에 국내 휘발유 가격은 ℓ당 1100원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유류세가 너무 높다는 또 다른 비유인 셈이다. 이처럼 유류세를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유류세 인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각자의 의견이 평행선만 그릴 뿐 해결책뿐 아니라 대안도 제시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유류세는 원래 사치성 소비에 대한 중과세를 목적으로 한 특별소비세였다. 당시는 자동차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이를 사치성 소비로 간주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동차가 대중화됐음에도 유류세는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유류세는 명칭과 목적 변화에 따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교육세와 주행세 등이 추가됐을 뿐 사치 품목에서 생활필수품으로 변화된 상황이나 경유 차량 증가 등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우리가 휘발유와 경유를 사면서 내는 세금과 부과금은 관세를 포함해 모두 8가지다. 항목별로 보면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주행세 그리고 부가가치세 등이 합쳐져 유류세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관세와 기타 수수료 등도 더해진다. 이 중 교통·에너지·환경세가 법정세와 탄력세로 구성돼 있고, 교육세와 주행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에 연동돼 부과된다. 이 세금은 2009년 이후 ℓ당 745.89원으로 변하지 않고 정액제로 고정돼 있다. 이 때문에 국제 유가가 내려가면 기름값에서 유류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지게 된다. 지난해 국제 휘발유 제품 가격은 전년 대비 42%, 경유는 30%가량 떨어졌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내려가도 세금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지난해 휘발유 세금은 전년 대비 95억원 감소한 반면 경유는 2500억원가량 더 걷혔다. 경제학의 수요곡선처럼 가격이 인하되자 휘발유와 경유 사용량은 증가했고 특히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경유의 소비가 더욱 늘면서 세금은 더 많이 걷힌 셈이다. 국제 유가의 등락에도 정부 세수에 큰 변동이 없고 예측 가능하다면 유류세를 조정하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소비자들도 무작정 “유류세를 내려야 한다”고 요구할 것은 아니다. 일단 유류세 세목이 너무 많으므로 이를 단순화해야 한다. 석유제품에 꼭 필요한 부분만 부과하도록 조정하고 필요한 세목에 대해서는 목적에 맞게 잘 사용되고 있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에너지 효율이 높고 경제적인 이익이 높은 방향으로 소비 패턴을 바꾸고 있다. 정부도 우리와 상황이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들과 비교하며 유류세 개편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고집을 부려서는 안 된다. 유류세를 내리면 그만큼의 세금을 어디서도 메울 수 없다는 단순 논리에서 벗어나 국민의 눈높이와 시대 상황에 맞게 정부도 고민해 볼 때다. 이제는 “우리나라 시장과 소비자들의 변화된 생활 패턴에 따라 유류세의 적정성을 검토하겠다”는 정부 답변을 기다리고 싶다. [反] 에너지 낭비 막기 위한 주요수단 이동규 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 최근 국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수준까지 떨어지자 일부에서 유류세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더 낮은 가격에 재화를 소비하고픈 소비자들의 기대도 이해된다. 하지만 유류세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지금의 저유가 기조를 근거로 유류세를 인하하자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 근본적으로 유류세가 왜 존재하느냐를 생각해야 한다. 유류세는 대표적인 소비세이자 환경세다. 휘발유처럼 소비에 의해 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는 재화들은 환경 보호 관점에서 소비를 조정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소득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누구나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불편하지만 따라야 하는 목표다. 현재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7위다. 1인당 에너지 사용량이 높은 데다 증가율이 세계 자원 소비를 주도하는 중국과 비견될 정도로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감소 추세는 물론 에너지 다소비 국가인 미국조차 1인당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현실에서 에너지 절약을 위한 유류세를 일부러 낮춰서는 안 된다. 지금의 유류세도 OECD 국가들 중 낮은 편이다. 다른 선진국들은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 세율을 더 올리거나 탄소세 같은 별도 세금을 매겨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있다. 국가별 에너지 세율과 사용량이 반비례한다는 것이 실증된 상황에서 유류세를 지금보다 더 낮추는 것은 과세 목적상 적절하지 못하다. 서민들의 생활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유류세 세율을 낮추자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세율을 낮춰 가격을 내리는 정책은 결국 에너지 소비를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세율을 낮추는 이유가 서민 복지를 위해서라면 유류세를 낮춰 서민이 받을 수 있는 혜택만큼 직접 보조하는 게 효율적인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 유류세를 낮추면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가격이 낮아지므로 굳이 지원하지 않아도 될 고소득자들도 혜택을 받게 돼 정부 지원이 과도하게 낭비될 수 있다. 세율 인하 방식은 재정적인 지원 효과는 존재하지만 원래 환경세의 목적인 에너지 절약을 제대로 유도하기 힘들다. 반면 유류세는 그대로 걷고 그 재원으로 서민들에게만 선별적으로 보조금을 강화하면 지원 효과는 같게 유지하면서 에너지 절약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서민 입장에서는 사용량에 관계없이 보조금 지원을 확정적으로 받을 수 있고, 여기에 연료 소비를 줄일 경우 추가 비용 절감을 누릴 수 있어 에너지 절약의 동기 부여가 가능하다. 유류세 유지는 급격한 유가 변동에 대한 완충 효과도 있다.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있지만 불과 2년 전만 해도 배럴당 100달러가 넘는 고유가 국면이 있었다. 국제 유가는 국제 정세에 따라 얼마든지 요동칠 수 있는 불안정한 변수다. 지금의 저유가 국면도 산유국들과 주요 원유 수입국들의 정책에 따라 언제 바뀌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지금의 유류세 부과 방식은 국제 유가가 크게 오르거나 내려갔을 때 국내 유가의 변동폭을 줄여 유가를 일정 수준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당장 유가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에 비례해 세율을 부과하는 종가세 방식으로 바꾼다면 국제 유가가 오를 때 유류세도 올라 국내 유가가 국제 유가보다 변동성이 커진다. 더 낮은 가격으로 유류를 공급하는 것 못지않게 가격이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도 국민 경제에서 중요하다. 지난 2년간 유가가 계속 하락했지만 다른 변수들이 성장 효과를 상쇄했다고 하더라도 경험적으로 유가를 인위적으로 더 낮춰 국민 경제를 획기적으로 활성화시킨 사례를 찾지 못했다. 과거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가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저유가 국면에 놓인 유가를 인위적으로 더 낮춰야 한다는 주장은 유류세의 목적으로나 경제 여건, 서민 지원을 위한 정책 효과성 등을 종합해 볼 때 적절한 정책 수단이라고 판단되지 않는다.
  • [씨줄날줄] ‘악마의 배설물’의 경고/구본영 논설고문

    [씨줄날줄] ‘악마의 배설물’의 경고/구본영 논설고문

    ‘나비효과’가 이런 건가.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며칠 전 60일간의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세계 최대 원자재 소비국 중국의 경기 둔화로 가뜩이나 떨어진 국제 유가가 곤두박질칠 기미를 보이면서 지구 반대편 산유국 베네수엘라가 경제 파탄 위기에 내몰렸다. 석유 매장량 세계 1위인 베네수엘라는 재정 수입의 90% 이상을 원유 수출에 의존한다. 유가 하락세가 길게 이어지면서 국민들은 연 140%가 넘는 인플레이션으로 신음 중이다. ‘개도 안 물어 간다’는 말이 있지만, 베네수엘라 화폐가 그 짝이란다. 얼마 전 미국 뉴욕타임스는 베네수엘라의 한 시민을 납치한 무장 괴한들이 그의 은행 계좌의 막대한 볼리바르화(貨)엔 손도 안 대고 몇 푼 안 되는 달러만 노렸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의 살인적 인플레이션 강도를 말해 주는 삽화다. 이로 인해 요즘 베네수엘라 보통 시민들의 생활고가 말이 아닌 모양이다. 5인 가구 기준 식료품비가 최저임금의 6배를 넘어선 지 오래란다. 이쯤 되면 펑펑 쏟아지는 오일 달러를 주체하지 못하던 나라의 시민들이 이제 기본 생필품조차 제때에 구입하지 못하는 형편이 아닌가. 이는 전임 우고 차베스 정권이 극단적 국가사회주의 노선을 택했을 때부터 싹튼, 예고된 비극일 수도 있다. 1999년 권좌에 올라 2013년 사망할 때까지 그는 오일 달러를 공짜로 나눠 주는 인기 영합 정책으로 일관했다. 까닭에 재정에 의존하는 정부 부문은 비대해졌지만, 경쟁 원리가 작동하는 민간 부문은 시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혹독했다. 국민을 여름 한철 흥청망청 살다가 추운 겨울을 맞는, 우화 속 베짱이로 만든 결과가 경제 비상사태라면 말이다. 베네수엘라에서도 이런 위기를 내다본 선각자는 있었다. 1960년대 석유장관을 지낸 페레스 알폰소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1973년 1차 오일 쇼크로 베네수엘라의 재정 수입이 급등했을 때 “석유는 악마의 배설물”이라는 인상적 어록을 남겼다. “앞으로 석유 때문에 우리 국민이 파멸에 이르게 되는 걸 볼 수도 있다”는 경고와 함께. 고유가 시절 넘치는 달러를 대중의 비위를 맞추느라 낭비했던 생전의 차베스가 이를 귀담아들었어야 했다. 그 반만이라도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투자했더라면 작금의 ‘석유의 저주’는 없었을 게다. 성남시가 올해부터 만 24세 청년 거주자들에게 연간 50만원을 주는 청년배당과 무상 교복, 산후 조리 등 3대 무상복지 정책을 시행한다고 한다. 재정이 감당할 수 없는, 인기 영합적 지출은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 큰 후유증을 남기게 마련이라 적잖이 걱정이 앞선다. ‘자원 부국’인 베네수엘라 국민들조차도 오랜 ‘공짜 점심’을 즐긴 대가를 치르고 있지 않은가. 정치인들이 포퓰리즘 경쟁을 벌이는 동안 시장경제가 복수를 준비한다는 경구를 이번 총선 출마자들이 꼭 유념했으면 좋겠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공격용 헬기 타고 다니는 푸틴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공격용 헬기 타고 다니는 푸틴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1999년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실각과 함께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권좌에 오른 이후 16년째 장기 집권하며 21세기의 짜르(Czar·황제)라고 불리는 러시아의 최고 권력자다. 그는 악명 높은 구소련 정보기관 KGB 요원으로 냉전시기 최전선이던 동독에서 활약했고, 소련 붕괴 이후에는 KGB에서 분리되어 국내 보안 업무를 담당하던 조직인 연방보안국(FSB)의 장관으로 일하는 등 정치보다는 첩보와 정보전에 정통한 관료였다. 이러한 이력 때문인지 그는 대통령이 된 뒤에도 이색 행보를 이어갔다. 라이플 한 정만 들고 혈혈단신 사냥터로 나서는가 하면, 급류가 흐르는 계곡에 몸을 던져 수영을 즐기고, 수송기를 직접 조종하거나 심지어 정상회담 일정을 펑크내가면서까지 폭주족들과 함께 모터사이클을 타기도 했다. 이러한 괴짜 성향 때문인지 그는 대통령 전용헬기조차 평범함을 거부했다. 크렘린 상공의 공격헬기 지난 2015년 연말, 모스크바의 대통령궁인 크렘린 영내에서 육중한 체구의 공격용 헬기 2대가 이륙하는 장면이 행인의 카메라에 포착되었고, 이내 화제로 떠올랐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청와대 헬기장에서 코브라 공격용 헬기가 떠오른 셈이니 이슈가 될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궁 앞마당에서 공격용 헬기가 떠오른 것을 놓고 SNS에서는 푸틴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다느니 쿠데타가 발생했다느니 다양한 ‘카더라’ 통신이 난무했지만, 이 공격용 헬기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모든 오해가 풀렸다. 바로 푸틴의 새로운 전용헬기였던 것이다. 크렘린궁에서 이륙한 헬기는 러시아 공군의 주력 공격용 헬기인 Mi-24 하인드(Hind)의 최신 개량형인 Mi-35M 공격용 헬기를 개조한 VIP 전용헬기 Mi-35MS였다. 외관만 놓고 보면 공격용 헬기와 거의 차이가 없었으니 오해가 있을 법 했다. Mi-35MS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공격용 헬기 개조 VIP 전용헬기다. 일반적으로 공격용 헬기는 적진 상공을 휘저으며 공격을 퍼부어야 하기 때문에 적의 대공포에 피격되지 않기 위해 가능한 한 덩치를 줄여 설계된다. 일반적인 헬기에서 찾아볼 수 있는 병력 탑승용 공간은 없애고, 조종사(Pilot)와 무장사(Gunner)를 제외한 추가 병력 탑승 기능은 모두 삭제하여 오로지 무장 탑재와 운용에 최적화된 형상으로 개발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Mi-24는 태생부터 이러한 공격헬기와는 다른 설계 사상을 가지고 개발됐다. 소련군은 월남전에서 미 육군이 UH-1 휴이(Huey·병력수송헬기)와 UH-1 건십(Gunship·무장헬기)를 요긴하게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병력수송헬기와 무장 헬기의 기능을 하나로 합칠 것을 요구했고, 이러한 요구 조건에 따라 밀(Mil) 설계국은 Mi-24라는 물건을 만들어 냈다. 이러한 형상의 Mi-24는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했다. 1979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소련은 대규모 기갑부대와 공수부대로 순식간에 주요 도시를 점령했지만, 산악 지역을 거점으로 저항하는 이슬람 반군 무자헤딘(Mujahidin)의 치고 빠지기 식 전술 때문에 곤혹을 치르고 있었다. 9.11 테러의 주범 오사마 빈 라덴(Osama Bin Laden)도 이 무자헤딘의 일원이었는데, 이들은 전투 중 노획한 소련군의 장비에 의존하는 소규모 게릴라로 활동하다가 사우디 등 이슬람 국가들, 심지어 미국까지 나서서 자금과 무기를 지원함에 따라 지역을 통째로 점령한 군벌 형태로 발전해 각지에서 소련군을 집요하게 괴롭혔다. 이에 소련은 산악 지형에서는 전차나 장갑차보다는 공격용 헬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Mi-24 공격용 헬기를 대규모로 투입하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 무자헤딘의 사상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아프가니스탄의 산은 울창한 숲이 아닌 바위산인 경가 많아 숨을 곳이 없었고, 변변찮은 대공 무기가 없던 게릴라들에게 하늘에서 기관포와 로켓탄을 퍼붓는 공격용 헬기는 문자 그대로 사신(死神)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위력을 떨친 Mi-24는 공산권 주요 국가에 급속도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동유럽과 아프리카, 중동은 물론 남미 지역까지 50여 개 국가에 수출된 Mi-24는 냉전 시기 미국의 AH-1 코브라(Cobra)에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공산권의 표준 공격용 헬기로 자리 잡았다. 러시아는 냉전 붕괴 이후 Mi-28이나 Ka-50과 같은 신형 공격용 헬기를 개발해 배치했지만, 병력 수송 임무와 공격 임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Mi-24의 전술적 이점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고, 이 때문에 Mi-24의 엔진과 무장, 전자장비를 대폭 개량한 Mi-35를 내놓았는데, 푸틴은 이것을 가지고 자신의 전용 헬기를 만들 것을 지시했다. ‘21세기 짜르’가 탈 전용 헬기인 만큼 Mi-35에는 환골탈태에 가까운 수준의 대대적인 개조가 이루어졌다. 기체를 가볍고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값비싼 복합 소재를 대폭 사용했고, 속도 성능과 민첩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메인 로터를 유리섬유 소재 신형 로터로 바꾸고 엔진도 교체했다. 갑작스럽게 미사일이 날아올 경우에 대비한 방어 장비는 물론 전자전 장비까지 탑재했다. 또한 VIP 탑승 공간에 대한 방탄 처리와 더불어 추락하더라도 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랜딩기어도 완전히 새로 설계했다. 8명이 탑승할 수 있는 병력 탑승 공간 역시 푸틴을 위해 호화롭게 개조됐다. 실내 인테리어가 고급스럽게 바뀌고 널찍한 좌석과 회의용 테이블도 추가됐다. 헬기를 타고 공중에서 시찰하는 것을 좋아하는 푸틴의 성향을 반영해 창문도 커졌다. 지상 공격과 병력 수송 등 순전히 군사 작전을 위해 개발된 공격 헬기가 최고의 생존성과 안락함을 자랑하는 VIP 전용 헬기로 탈바꿈한 것이었다. 공격형 VIP 헬기, 푸틴의 취향? 일반적으로 대통령 등 국가수반이 타는 VIP 전용 헬기는 생존성과 안전성을 강화하고, 대통령뿐만 아니라 참모진도 동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큼직한 중대형 헬기를 기반으로 개조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S-92를 비롯해 미국의 마린 원(Marine One), 프랑스와 독일(EC-725) 모두 10톤급 이상의 중대형 헬기이다. 이러한 케이스는 러시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원래 러시아는 대통령 전용헬기로 자국의 베스트셀러 중형 헬기인 Mi-8을 개조한 중형 VIP 전용헬기인 Mi-8MTV를 운용하고 있었다. 공산권 국가의 표준 수송헬기로 대량 보급된 Mi-8은 우리 군의 UH-60 블랙호크에 비견되는 중형 헬기이지만, 훨씬 더 대형의 기체로 내부에 최대 24명이 탑승할 수 있는 공간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는 이 헬기를 VIP용으로 개조, 내부에 고급 좌석과 회의용 테이블, 위성통신시스템 등 다른 나라의 대형 VIP 헬기 못지않은 설비를 탑재해 대통령 전용 헬기로 운용하고 있었다. 푸틴은 이 헬기를 꽤나 마음에 들어 했고, 지방 시찰 시 종종 이 헬기를 이용했는데, 헬기 이용 횟수가 점차 많아지면서 지난 2013년에는 비좁은 크렘린궁 안에 아예 헬기장을 따로 만들기까지 했다. 대통령의 헬기 이용 횟수가 잦아지면서 경호 및 의전을 담당하는 부서는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애초부터 러시아는 체첸 등 소수 민족에 의한 독립운동으로 인해 치안이 불안한 상태였고, 최근 푸틴 대통령이 IS와의 전쟁을 선포함에 따라 국내의 체첸 반군과 IS의 연계 테러에 의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러시아는 소련 붕괴 이후 분실된 무기가 그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고, 퇴역 군인과 폭력조직에 의한 무기 암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으며, 전체 국경선 길이만 62,269km에 달해 국경을 통해 밀반입되는 불법 무기들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나라이다. 즉, 푸틴이 타고 있는 대통령 전용 헬기가 러시아 영공을 비행하는 중이라도 언제 어디서든 지대공 미사일이 날아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러시아에서 푸틴을 암살하기 위해 전용 헬기를 공격할 세력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푸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90%에 육박할 정도로 절대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방측의 러시아 경제 제재가 장기화되어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고, 러시아 경제를 지탱하던 고유가 상황도 무너지면서 푸틴의 리더십과 지지율은 오로지 선전전에만 의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상황까지 악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초 유력 야당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Boris Nemtsov) 피살 사건으로 인한 러시아 내 반 푸틴 세력의 결집, 크림반도 무력 침탈로 인한 우크라이나와의 긴장 고조, 시리아 내 IS 공격으로 인한 이슬람 세력과의 충돌과 러시아 내 무슬림 세력의 동요 등 불안 요소가 하나 둘씩 고개를 들고 있다. 푸틴의 ‘공격형 VIP 헬기’는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한 것으로 보인다. Mi-35MS VIP 전용 헬기는 그 태생이 강력한 방호력을 가진 공격용 헬기인 만큼 푸틴과 경호당국이 우려하던 대부분의 위협으로부터 푸틴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헬기이고, 이제 푸틴은 러시아 영내 어디라도 이 헬기를 타고 마음 놓고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반대파와 정적, 그리고 주변 국가들을 무력으로 찍어 누르는 장기 철권통치를 이어가면서 적을 만들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값비싼 전용 헬기는 애초부터 만들 필요가 없지 않았을까? 이일우 군사 전문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추락하는 유가] 러·브라질·바레인 등 산유국 부도위험 치솟아

    [추락하는 유가] 러·브라질·바레인 등 산유국 부도위험 치솟아

    국제 유가가 7년 만에 가장 낮은 배럴당 30달러대로 주저앉으면서 산유국의 부도 위험이 급등하고 있다. 유가 하락세가 장기화되면 신용 위기 ‘도미노’까지 우려된다. 그동안 고유가에 따른 ‘오일 머니’로 세계 각국에 투자됐던 산유국의 국부펀드가 회수되면서 금융시장마저 불안해지고 있다. 8일 경제 전문인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러시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이틀간 0.0914% 포인트 오른 2.9414%를 기록했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파생 상품으로 CDS 프리미엄이 높아진 것은 부도 위험이 커졌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브라질의 CDS프리미엄은 0.095% 포인트, 멕시코는 0.0755% 포인트씩 올랐다. 중동의 산유국 바레인(3.6246%)과 두바이(2.2905%), 아부다비(0.87%) 등은 CDS프리미엄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앞으로 저유가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부도 위험 1순위로 꼽히는 곳은 베네수엘라다. 수출의 90% 이상을 원유에 의존하는 베네수엘라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유가 하락으로 재정 적자가 급증했다. 올해 물가상승률은 200%를 바라보고 있다. 저유가가 장기화되면서 OPEC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재정도 악화되고 있다. 지난 7월 40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한 사우디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규모는 22.1%로 추정된다. 이런 까닭에 지난 10월 국제적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사우디의 신용등급을 A+로 한 단계 강등했다. 황병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사우디는 세계 3위의 외환 보유국으로 신용등급이 아직 양호해 국채 발행 확대 등으로 당분간 버틸 수 있다”면서 “유가가 40달러 아래에서 유지되면 러시아 루블화의 약세가 급속히 진행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경제난·서방과 갈등·지지율 하락… 3각파도 맞은 위기의 ‘차르’

    [글로벌 인사이트] 경제난·서방과 갈등·지지율 하락… 3각파도 맞은 위기의 ‘차르’

    “터키는 테러 공범… 등 뒤에서 칼을 꽂았다.” 지난 25일 시리아 공습에 나선 러시아 군용기를 터키 공군이 격추시킨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푸틴 측은 이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아들이 이슬람국가(IS)와 석유 사업에 대한 이해관계를 공유한다는 정보를 흘렸다. 격앙된 모습은 푸틴의 과거 어법과 다르다. 첫 대통령 임기 직후 발간된 푸틴의 어록집을 보면, 그는 러시아인의 두뇌 유출에 대해 “두뇌 유출이 있다는 것은 러시아에 두뇌가 있다는 좋은 출발”이라거나 미국의 미사일방어계획에 대해 “계란요리를 위해 집을 태우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 받아치는 여유를 보였었다. 격앙된 푸틴의 어조 이면엔 지나치게 확대된 러시아의 군사 전선, 회복 기미가 안 보이는 러시아 경제, 푸틴의 권위주의 통치에 대한 청년층의 피로감이 자리잡고 있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1. 러시아 전투기가 터키에 의해 격추되면서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척결에 앞장선다는 긍지에 큰 상처를 입은 러시아가 터키 제재 방안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푸틴은 사망한 조종사 시신을 넘겨받았지만 내년 1월 1일부터 터키 노동자의 계약 연장 금지, 비자 면제협정 잠정 중단, 터키 상품 일부 수입금지, 터키 체류일정 포함된 여행상품 판매금지 등 강도 높은 제재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전화를 두 차례 거부한 푸틴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서 다시 한 번 에르도안의 대화 요청을 거절하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2. 지난해 러시아에 합병된 흑해 연안 크림반도의 250만 주민의 집과 상가에 정전 1주일 만인 29일 전기가 들어왔다. 촛불로 연명하던 상점들이 정상 영업에 나섰고, 흘러내린 음식을 덜어내 텅 빈 냉장고가 다시 가동됐고, 땔감으로 겨울을 나야 할지 모르는 우려를 덜게 됐다. 우크라이나 정부 결정에 따라 몇 차례 정전이 일어난 적이 있었지만, 이번 정전은 지난 22일 우크라이나의 극우 민족주의자들이 송전선을 절단하면서 일으킨 사태였다. 러시아의 크림 병합,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분리주의 운동 등은 여전히 푸틴의 골머리를 앓게 하는 이슈이다. 일련의 우크라이나 사태로 푸틴과 러시아는 서방 제재를 받고 있다. 푸틴은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하던 주요 7개국(G7)에도 초청받지 못하는 ‘국제 왕따’ 신세다. #3.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터키 대사관 앞에서 분노한 러시아인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던 날 모스크바 주변을 대형 화물트럭이 에워쌌다. 지난 24일부터 간헐적인 시위에 나선 화물차 운전기사들이 대형트럭에 대한 도로세 부과 방침에 항의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푸틴. 1998년 국가부도(모라토리엄)를 선언했던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48세에 러시아 대통령이 됐다. 한때 70%가 넘는 지지율을 유지하며 1999년부터 2008년까지 대통령을 지냈다. 2012년에 ‘차르’에 복귀한 그가 세 번째 대통령 임기에서 사면초가에 처할 줄을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러시아 정보기관인 KGB 출신으로 자주 웃통을 벗고 근육질 상반신을 드러내며 ‘마초’ 성향을 거침없이 드러내던 그였지만, ‘63세의 푸틴’에게서 위태로움을 느끼는 시선도 많다. 외교와 내치, 두 측면 모두에서다. 예컨대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레오니드 베르시드스키는 “푸틴이 너무 많은 전선에 깊숙이 들어갔다”면서 “지금 푸틴의 러시아를 약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국제사회에서) 소외되어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서 ‘EU 대 러시아’, 시리아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대 러시아’ 등 2개의 전선이 형성되면서 우국이 될 수 있었던 우크라이나와 터키까지 적으로 돌리는 것은 푸틴의 무리한 전선 확대 행위로 봐야 한다는게 베르시드스키의 평가이다. 모든 상황에 푸틴이 선제적으로, 주도적으로 개입한 것은 아니다. 푸틴 입장에서 보면 러시아 코앞의 우크라이나가 EU에 편입되는 상황을 방치하지 않으려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을 하게 됐고, 시리아에 친서방 정권이 들어서기를 원하지 않았기에 바샤르 알아사드 현 정권을 지지한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양쪽 전선 모두에서 호전적인 러시아의 행보는 최악의 경우 ‘신냉전’과 같은 파국을 부를 것이란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금의 푸틴에게 따라주지 않는 것은 ‘경제’이고, 야속하게 변한 것은 ‘인기’이다. ‘경제’와 ‘인기’는 또 푸틴의 군사 전략을 바꿀 추동력으로 지목된다. 1999~2008년 푸틴의 러시아는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일원으로 고유가에 힘입어 장기호황 국면을 맞이했다. 2008년 초 러시아는 “에너지 자원개발 및 제조업 부문 수입대체 병행 전략을 발판으로 2020년까지 세계 5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다”고 선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후 저유가 국면은 러시아 경제를 할퀴었다. 2006년 7.4%, 2007년 8.1%이던 러시아의 경제성장률 추이는 2008년 5.6%로 주저앉은 뒤 2009년 -7.9%로 역성장했다. 이어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2010년 성장률은 4.3%에 그치다 2013년 1.3%로 떨어졌고 올해엔 마이너스 성장이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과 같은 대외 강경책은 서방의 금수조치와 같은 경제적 부메랑으로 돌아왔고, 러시아 경기는 악화일로를 걷는 모습이다. 군사적으로 서방과 대치하지만, 경제적 부흥을 위해 서방과의 협력이 필수란 점은 푸틴이 처한 역설이다. 지난달 푸틴은 현지 투자전문회사가 주최한 투자포럼 ‘러시아가 부른다’에 참석해 “전반적으로 경제 위기가 정점에 달했다는 전문가 주장에 동의한다”면서 “2010년 2분기 이후 이어졌던 자본 유출이 멈췄고, 올해 3분기 순유입으로 돌아섰다”고 주장했다. 이어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진 30억 달러의 차관을 갚도록 국제통화기금(IMF)이 우크라이나에 추가 차관을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하라”고 재무부에 지시했다. IMF 지원이라는 서방식 처방이 긴요한 것이다. 지난해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했을 때 “히틀러도 러시아를 무너뜨리지 못했다”며 강경 발언으로 응수했지만, 이후 우크라이나에 가스공급을 재개하는 등 적절히 유화 정책을 펴는 이면에도 러시아의 경제적인 필요가 숨어 있다. 여기에 지난 25일 전투기 격추 뒤 푸틴이 선언한 터키에 대한 제재 조치가 실현될 가능성을 낮게 보는 관측 역시 러시아와 터키의 교역량이 현재 250억 달러에서 2020년 1000억 달러 규모로 급증할 것이란 낙관에서부터 비롯되고 있다. 2012년 3선을 위한 대선 당시 불길처럼 일어났던 부정투표 반대 시위에서부터 최근 화물기사 시위까지 시위가 극성인 러시아에서 4선을 위한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 또한 푸틴의 당면 과제다. 1990년대 개방화 시기와 2000년대 경제 호황기에 성장해 이른바 ‘푸틴 세대’로 불리는 러시아 신세대에게 푸틴은 ‘과거로의 회귀’를 뜻했다고 박상남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설명했다. 박 교수는 “푸틴 세대는 민주주의를 장식으로 생각하고 자신들이 누릴 수 있는 자유를 더 중시하며, 국영 미디어 대신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고 안정을 희구하기보다 자신의 의사를 표명하려는 경향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0년대 푸틴은 옐친 집권기의 혼란을 극복하고 러시아를 재건한 지도자로 추앙받았지만, 세 번째 임기에 편법적으로 대통령이 되며 이제 권위주의 국가의 장기 집권자들 중 한 사람으로 전락했다”고 덧붙였다. 2012년 대선에서 푸틴은 자신의 반대 세력에 대해 “배후에 러시아를 약화시키려는 서방 세력이 있다”고 선거운동을 폈고, 실제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하며 내부 결속을 다져 반대 세력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계속 ‘서방 대 러시아’의 구도를 상정한다면 러시아 경제의 타격은 불가피해 민심 이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신냉전 체제를 유도하며 미국과 마주 서는 패권국으로서 러시아의 위상을 지키는 길과 러시아에 우호적이지 않은 글로벌 경제 흐름 속에서 경제적 실리를 찾는 길의 기로에 푸틴이 서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친환경, 관리비 절감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한화건설 ‘수원 권선 꿈에그린’ 인기

    친환경, 관리비 절감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한화건설 ‘수원 권선 꿈에그린’ 인기

    승강기회생전력, 태양광, 지역난방 도입친환경, 관리비 절감 시스템 도입한 스마트한 아파트‘수원 권선 꿈에그린’ 계약 줄이어 고유가 시대에 살면서 에너지 절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주거비용 부담이 갈수록 커지면서 특히 제2의 월세라 불리는 관리비가 적게 나오는 아파트들이 인기다. 난방비 절감 아파트 가운데는 잘 알려진 지역난방은 LNG중앙난방이나 LNG개별난방보다 난방비 절감 효가 20~30% 가량 더 크다고 알려져 지역난방이 적용된 단지는 수요가 두텁다. 2000년대 중반에는 일부 아파트들은 단지 내에 소형 열병합 발전을 도입해 관리비 부담을 줄여 가기도 했다. 최근에는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도입하는 단지도 꾸준하게 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최근 수년간 전셋값 급등 등 주거비용 증가는 인구이동에도 영향을 끼칠 만큼 심각하다”라면서 “비슷한 입지의 아파트라도 관리비 부담이 적은 대규모 단지나 관리비 절감 시스템이 특화된 단지를 찾는 소비자들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건설이 수원 권선구 오목천동에 공급중인 뉴스테이 ‘수원 권선 꿈에그린’ 아파트는 다양한 관리비 절감 시스템이 적용 돼 알뜰한 소비자들의 계약이 이어지고 있다. ‘수원 권선 꿈에그린’은 총 2,400가구의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로 지역난방이 도입 돼 난방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자가열병합발전기를 가동, 한전의 누진요금을 낮출 수 있고 발전 시에 발생하는 폐열을 난방 및 급탕에 이용한다. 공용 전기료 절감을 위해 승강기 회생전력 시스템을 도입해 엘리베이터 운행시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회생, 재활용한다. 이외에도 단지 내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설치 해 공용부 전기를 절감하도록 했다. 한화건설 ‘수원 권선 꿈에그린’은 관리비 절감뿐 만 아니라 임차인들의 목돈 마련 부담도 없다. 최초 계약 시 확정된 보증금에 10년간 인상 없이 거주할 수 있어 2년마다 재계약시 목돈마련을 해야 하는 부담이 없다. 월 임대료도 연 5% 이내로 제한 돼 임대료 상승에 대한 부담도 낮췄다. 단지는 수원 권선구 오목천동 824-1번지 일원에 지상 15~20층 32개 동 총 2400가구로 들어서며 전용면적 59~84㎡로 설계됐다. 단지 중앙에는 7,500㎡에 이르는 초대형 선큰광장과 광장주변으로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이 조성되며 지상엔 주차장이 없는 친환경 단지로 조성된다. 주민공동시설에 들어서는 어린이집은 숙명여대 아동연구소를 통해 위탁운영하며 문화센터와 연계한 다양한 교육, 육아, 취미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연차별 청소서비스, 펫케어 서비스 등 입주자를 위한 특별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차로 5분거리에 있는 과천~의왕간 고속도로 봉담IC를 통하면 서울 강남권으로 빠르게 이동 할 수 있다. 2017년 개통 예정인 수인선 고색역과 봉담역을 이용하면 수도권 전역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임대료는 5층 기준 △59㎡ 보증금 7,900만원 월 임대료 46만4000원 △74㎡ 보증금 8600만원 월 임대료 53만원 △84㎡ 보증금 9790만원 월 임대료 58만1000원 등으로 책정됐고 전환보증금 제도를 통해 보증금을 인상하면 월 임대료를 더욱 낮출 수 있다. 수원 권선 꿈에그린 견본주택은 수원시 권선구 오목천동 293-1번지에 위치해 있으며 계약 중에 있다. 입주는 2018년 2월 예정이다. 문의 : 1877-7008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국 수출 성장엔진이 꺼져간다] 조선·철강업계

    [한국 수출 성장엔진이 꺼져간다] 조선·철강업계

    우리나라 수출 경제를 떠받치던 국가 기간산업인 조선과 철강산업이 절규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 과잉 공급된 산업은 저유가와 중국 위안화 및 일본 엔화 절하로 인해 가격 경쟁력 약화, 보호주의 무역의 공세까지 겹쳐 수익성은 악화되고 수출은 곤두박질쳤다. 주요 철강·조선업체에 납품하는 중소 협력업체들은 이미 부도 처리됐거나 파산 위기다. 충남 당진에서 포스코, 현대제철과 거래하는 한 철강 중소업체는 16일 “철강 단가가 3년 전 ㎏당 1000원에서 지금 600원으로 깎이면서 업체들 간에 제 살 깎기식 경쟁을 하고 있다”면서 “실수요자인 2차 도매업체들이 부도로 많이 쓰러졌다”고 한숨지었다. 부산에서 선박 터빈 등을 제조하는 부품회사 직원 A씨는 “조선 3사가 구조조정으로 부품 단가 인하를 압박하면서 일감이 크게 줄어 가격을 놓고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힘든 조선·철강업계의 현주소는 수출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국무역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8월 선박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5%, 철강 수출은 17.4% 급감했다. 철강은 지난 5월 21.3%까지 수출이 급락했다가 3개월 만에 또다시 대폭 하락세로 돌아섰다. 올 들어 8월까지 철강 수출은 217억 87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6% 줄었다. 7월까지 철강 수출 상위 3개국인 미국, 중국, 일본으로의 수출은 각각 -19.1%, -14.7%, -28.7%를 기록했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빅3 철강사의 2분기 매출은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8~9% 하락했다. 위기를 절감한 철강업계는 17년 만에 한국철강협회를 중심으로 지난달 28일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민간협의회’를 열기도 했다. 철강업계는 저유가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조선·자동차·전자 등 전방산업의 부진으로 인해 수요가 급감한 데다 중국 철강의 과잉 공급에 따른 ‘밀어내기식’ 덤핑 수출, 미국·유럽연합 등의 우리 철강에 대한 반덤핑 과세까지 겹치면서 사상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 위안화 절하에 따른 가격 경쟁력에 품질력까지 보강한 중국이 자동차에 쓰이는 냉연강판 등 고급재 시장 진출에 이어 일본이 품질력에 엔화 절하로 가격까지 내리면서 국내 철강업체들은 그야말로 양국 사이에 낀 ‘넛크래커’가 된 형국이다. 철강업계에 타격을 입힌 조선업계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저유가 장기화 속에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는 올 상반기 총 4조 7000억원의 영업 손실을 봤다. 하반기 추가 손실까지 포함하면 적자가 1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한국신용평가는 2분기 대규모 적자를 낸 조선사들의 수익구조 개선이 지연될 것이라며 하반기 신용등급 추가 하락까지 경고했다. 조선업계는 금융위기 이후 고유가로 수요가 급증한 해양플랜트를 턴키 방식으로 대거 수주한 게 대규모 적자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고부가가치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와 전문인력 양성, 적극적인 무역규제 대응 등을 주문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조선·철강산업도 정보통신, 센서 등 첨단화를 통한 고급화와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야 하고 정부는 규제 완화와 노동 개혁을 통한 비용 구조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서울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사우디, 증시 ‘타다울’ 개방 등 경제구조 다변화 몸부림

    [글로벌 인사이트] 사우디, 증시 ‘타다울’ 개방 등 경제구조 다변화 몸부림

    저유가 시대를 맞아 사우디 경제가 체질 개선에 나섰다. 석유는 재정수입의 80%, 국내총생산(GDP)의 45%, 수출의 90%를 담당하며 사우디에 풍요를 가져다줬지만 선진 경제로 발전하는 데 걸림돌이기도 했다. 대내외 불가피한 상황으로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경제 구조 개혁은 민간 부문을 활성화하는 한편 다양한 일자리 창출로 실업률을 줄이는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 신호탄은 오는 15일 예정된 사우디 주식시장 ‘타다울’ 개방이다. 시가총액 5900억 달러로 중동 최대 규모의 시장이 열리면서 세계 금융권이 들썩이고 있다. 주식시장을 통한 신규 투자 유입은 저유가로 인한 경제 타격을 상쇄할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라티파 알와란은 미국 워싱턴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취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유학생들에게 미국 대학 학위는 일종의 명예훈장으로 여겨진다. 4년을 그럭저럭 보내고 귀국하면 정부 기관의 편안한 일자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2011년 8만여명에 달하는 사우디 유학생 가운데 한 명이었지만 가는 길은 동료와 달랐다. 워싱턴대가 있는 워싱턴주 시애틀은 미국 커피의 본고장. 그녀가 그곳에서 목격한 커피 문화는 그야말로 문화적 충격이었다. 진한 에스프레소부터 거품이 풍성한 라테까지 각종 커피가 하나의 기계에서 수분 만에 뽑혀 나오는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은 뒤 일생의 진로를 바꿨다. 사우디도 커피 사랑이 유별나지만, 전통 방식으로 커피를 끓이는 과정은 복잡했고 30분 넘게 걸렸다. 고국으로 돌아간 그녀는 안정이 보장된 일자리를 찾는 대신 사우디식 전통 커피를 수분 만에 끓여 낼 수 있는 전기 포트를 개발했다. ‘야툭’이라는 이 제품은 출시 이틀 만에 2000대가 팔려 나가는 기염을 토했다. 사우디 전역의 상점을 장악한 야툭은 쿠웨이트 등 이웃 중동 국가까지 진출했다. 7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알와란은 내쳐 인스턴트 커피 제품까지 출시하며 사우디를 넘어 중동 커피 시장을 흔들고 있다. 사우디 경제에서 알와란과 같은 존재는 이제 석유만큼 중요해졌다. 그동안 재정수입의 80%, 국내총생산(GDP)의 45%, 수출의 90%를 담당하며 사우디 경제를 견인해 온 석유지만 저유가 시대가 도래하면서 더이상 미래를 걸 수 없게 됐다. 오는 5일 열리는 회담에서도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기존의 산유량을 유지할 전망이다. 사우디는 하루 평균 100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한다. 국제유가 결정권이 미국 셰일가스 업체에 넘어간 터라 감산 결정은 아무런 약발도 없다는 인식이 크다. 석유를 더 퍼내 가격을 떨어뜨려 고비용의 경쟁자들을 고사시킬 요량이었지만 미국 셰일가스 업계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 1월 즉위한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은 사우디가 명실상부한 ‘중동의 맹주’가 되길 원한다. 미국과의 핵협상 타결로 이란이 꿈틀대면서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역내 균형에 균열이 생길까 우려하고 있다. 산유량을 늘리지 않는 이유도 이란을 의식해서다. 유가를 올리는 건 석유시장 재진입을 앞둔 이란을 돕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외교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걷어 내고 홀로 서기를 모색하는 한편 경제에선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체질 개선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석유는 풍요를 가져다줬지만 사우디가 선진 경제로 발전하는 데 걸림돌이기도 했다. 저유가로 석유 의존도 탈피는 대내외적으로 불가피한 상황이다. 석유 수입 감소로 당장 사우디 경제에 타격을 주지만 장기적으로 축복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씨티그룹은 저유가 시대에 맞춰 재정지출을 줄이지 않는다면 적자가 1300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동안 사우디는 경제구조 다변화를 위해 무던히 애써 왔으나 고유가가 지속되는 한 별무 소용이었다. 비석유 산업은 활성화되지 못했고, 국민 또한 일할 동기를 찾지 못하며 민간 경제는 성장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외국에서 좋은 스펙을 쌓은 젊은이들은 고용 안정과 고소득이 보장되는 정부 기관으로만 몰렸다. 공무원 월 최저 임금은 2000달러로 민간 부문의 2배다. 1월 현재 사우디인의 75%가 정부 기관에서 일한다. 민간 경제가 GDP(약 8000억 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11%다. 석유 수입 감소는 곧 국가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사우디 국민은 이제 보조금을 받을 게 아니라 세금을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둑한 정부 보조금 덕에 사우디인들은 일할 필요가 없었다. 공장, 호텔, 레스토랑, 병원 등을 채운 인력은 요르단, 이집트,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인도 등지에서 수입해 왔다. 외국인 노동 인구는 약 900만명에 달하는데 민간부문 근로자의 80%나 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2011년부터 각종 노동 현장에서 현지인을 고용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노동 인구의 ‘사우디화’를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 노동부에 따르면 2014년까지 3년간 민간 영역에서 사우디인 고용은 30% 증가하고, 노동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9%에서 15.2%까지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실업률은 10.5%로, 정부 목표치의 두 배다. 경제 다변화로 다양한 일자리를 늘려야 하는 이유다. 그 신호탄은 오는 15일 예정된 사우디 주식시장 개방이다. 서방에 주식거래를 허용한 것이다. ‘타다울’로 불리는 사우디 증시는 지금까지 걸프 지역 6개 산유국 모임인 걸프협력이사회(GCC) 회원국에서만 참여할 수 있었다. 시가총액 5900억 달러로 중동 최대 규모의 시장이 열리면서 세계 금융권은 들썩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중국 증시 ‘후강퉁’에 이어 사우디 증시는 마지막 남은 거대 국제 자본시장으로, 투자가들에게 마지막 남은 엘도라도와 같은 곳”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유가 급락으로 걸프 산유국 증시가 고전하고 있지만 올 들어 타다울의 성적표는 준수하다. 올 초 외국인 참여 확대가 발표된 이래 사우디 증시는 20%가량 올랐다. 주식시장을 통한 신규 투자 유입은 저유가로 인한 경제 타격을 상쇄할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증시 개방은 에너지를 제외한 다른 사업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는 데 가장 큰 목적이 있다. 원유 고갈에 대비해 다른 분야도 미리 개발하기로 하고 그 재원을 해외에서 조달하자는 취지다. 사우디 증시에 유입될 외국 자금은 500억 달러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회의적인 시각이 있지만 최근 사우디는 화석연료시대 종말에 대비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CNBC는 “경제 다변화와 이를 통한 일자리 다양화는 사우디 왕가의 장기 전략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증시를 떠받들고 내수산업 증진을 위해 살만 국왕은 이른바 ‘화이트 랜드’로 불리는 미개발 토지에 대한 세금 부과를 추진했다. 사우디에는 오일 달러에 길들어 개발 동기를 찾지 못하고 노는 땅이 수두룩하다. 수도 리야드에만 미개발 토지가 40%에 이를 정도다. 정부 계획이 발표되면서 세금을 두려워한 토지들이 대거 처분됐으며, 여기서 나온 자금이 증시로 유입돼 지수를 떠받들기도 했다. 체질 개선은 젊은 층을 위해서도 시급하다. 사우디 인구는 60% 이상이 30세 이하로 매우 젊다. 소비층과 노동 인력이 젊다는 것은 사우디 투자를 고려하는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호재다. 문제는 30세 이하의 실업률이 30%대를 선회한다는 점이다. 사우디 정부로선 이들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것만이 석유 없이도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여는 길이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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