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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귀족에게 애국심은 없다/김정현 소설가

    [열린세상] 귀족에게 애국심은 없다/김정현 소설가

    대통령님, 여전히 관료와 군인을 믿으시나요? 예, 그 신뢰의 바탕은 알 수 있습니다. 사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관료는 믿을 수 있었습니다. 가난으로 점철된 그 시절, 아무리 우수한 인재라도 능력을 펼칠 무대는 한정됐습니다. 해외 진출은 불가능에 가까웠고 기업도 고만고만했으니, 개천의 용들이 승천을 꿈 꿀 무대로는 관료세계가 제격이었습니다. 또 그때는 해방과 전쟁을 겪은 뒤라서 저마다 애국심을 가슴에 품고 있기도 했습니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리라는 생각은 사실상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승천을 위해서는 대통령의 뜻을 읽고 최선을 다해야 했지요. 군인은 어떻습니까. 역시 해방과 전쟁에 따른 애국심이 깊었습니다. 더하여 유학의 특혜를 누린 군인들은 행정 등 국가운영에 관한 여러 선진제도를 가장 먼저 배워 왔습니다. 지금은 구태가 돼 버린 ‘브리핑 차트’조차 군에서 제일 먼저 실행하지 않았던가요. 그러니 선진제도를 정부와 사회에 전파하고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그들이 여러 곳에 중용돼야 했지요. 중용→충성→신뢰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이 형성된 겁니다. 그렇지만 오늘은 어떤가요? 관료도, 군인도, 이제는 선진은커녕 세상 흐름을 뒤좇기에도 벅찹니다. 더구나 창조라니, 엄두조차 낼 수 없을 겁니다. 공연히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만들어 온 조직의 한계 때문입니다. 60년 넘는 역사 속에 그들의 조직은 엄격한 위계체제로 고착됐습니다. 그 위계와 연공서열 속에서, 법의 이름으로 보호되는 인사체계에서, 그들의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능력이 아니라 윗사람입니다. 속된 말로 튀면 눈엣가시가 되는 것이지요. 더구나 이제 대통령은 5년 뒤면 물러나는 세상입니다. 개중에는 감옥에 가기도 하고 비난받는 것도 일상이 돼버렸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인사권을 행사하는 사람도 5년 뒤를 생각하면 감히 조직을 거스를 생각은 엄두조차 내지 못할 구조인 것이지요. 세월호 참사를 기점으로 그래도 연잇는 여러 사고가 증명을 더해 이른바 ‘관피아’를 비롯한 그들 구조의 실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관피아’는 바꾸어 말하면 ‘귀족’입니다. 젊은 한 시절 몇몇 시험과목에만 집중해 과거의 문을 통과하면, 그로써 귀족의 세상으로 편입돼 그들만의 리그를 누리며 살아가는 것이지요. 간혹 바른 정신의 사람이 있어 편입을 거부하면 ‘왕따’의 밑바닥을 걸어 타의 본보기가 되고요. 우리 역사에서 귀족의 행태가 어떠했는지는 모두가 잘 아는 바입니다. 신라와 고려의 귀족, 사대부라는 이름의 조선 귀족. 긍정의 부분도 있었지만 결국 그들은 나라를 버릴지언정 자신들의 기득권은 끝내 놓지 않았습니다. 그 악습의 고리를 끊지 않고는 창조도, 개혁도 공염불에 그칠 것입니다. 현대 귀족의 불씨는 ‘고시’(考試)제도입니다. 그것은 과거(科擧)의 연장선이기도 하지만 일제에 의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일제의 잔재라는 이유만이 아니라 일생에서 단 한 번의 시험으로 평생을 누리기에는 이미 다른 세상입니다. 쉼 없이 새로운 세상을 공부해도 기껏 한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기도 어려운 세상이 아닙니까. 또한 관료를 꿈꾸지 않아서 그렇지 더 뛰어난 인재들도 무수히 많습니다. 그런 열린 생각, 선진 여러 나라에서 공부하고 체험한 인재가 정부의 중추가 돼야 하지 않을까요. 정부의 기본은 7급 정도의 직에서 출발해도 충분합니다. 승진제도만 제대로 실행된다면 줄타기가 아니라 자신의 능력으로 인정받으려는 노력이 그야말로 ‘창조’의 결실을 낼 것입니다. 실제 우리 정부부처 중에는 7급을 기본으로 하는 조직이 있고, 최소한 그들의 애국심만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바 아닙니까. ‘고시’라는 제도로 형성되는 기수의 연줄에, 학연과 지연까지 더해지며 편이 갈라지는 폐해는 뿌리를 끊지 않고서는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연줄의 선후배가 끌어주고 밀어주는 사회가 아니라 능력의 검증으로 장관과 대통령이 발탁하는 구조여야 애국심의 충성이 가능합니다. 고위직의 경력은 귀족의 자격이 아니라 보람 있는 애국의 추억으로 영원한 훈장이 돼야 합니다. 여북했으면 관료보다 순수 정치인이 낫다는 생각까지 들까요. 스스로도 괴이쩍었습니다.
  • [커버스토리-치솟는 국회공무원 인기…빛과 그림자] 입법고시, 행시보다 갑!

    [커버스토리-치솟는 국회공무원 인기…빛과 그림자] 입법고시, 행시보다 갑!

    “입법부의 위상이 커진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입니다. 국정감사와 조사, 예산안·법률안 검토 등을 통해 행정부에 대한 견제 기능이 강화되고, 일하는 ‘상시 국회’를 지향하면서 입법부 영역과 역할이 커졌죠. 국회사무처의 위상과 입법고등고시의 인기도 따라서 올라가게 됐습니다.” 임병규 국회사무총장 직무대행(입법차장)은 9일 “상임위원회 활동 강화와 함께 국회예산정책처, 국회입법조사처가 전문성을 갖춘 입법 지원조직으로 자리 잡으면서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고, 전문성을 키워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입법고시의 선호도와 매력도 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행정부처의 세종시 이전으로 서울에서 일할 수 있다는 ‘반사이익’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으로 작용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국회가 행정공무원의 갑? 견제 기능 잘한단 방증” 임 사무총장 대행은 입법고시 출신으로 국회사무처에서 근무하고 있는 최고위직이다. 차관급이지만 공석인 장관급 사무총장 역할을 대행하고 있다. 1983년부터 국회사무처에서 일해 입법고시와 국회사무처 변화를 몸으로 겪어 왔다. “제5공화국 때까지 정부에서 만들어 온 법을 그대로 통과시키기만 했습니다. 그러니 행정부에 대한 견제·감시 기능도 미미했죠. 국회사무처는 행정부에서 낸 법안에 대한 비판적인 검토보고서조차 내놓기 어려웠습니다.” 임 사무총장 대행과 1983년 함께 국회에 들어왔던 입법고시 6기 합격생 14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1년여 만에 행정부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동연 국무조정실장, 조현재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등이 그의 동기생들이다. “지금은 입법고시와 행정고시에 둘 다 붙은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국회사무처를 선택하고 있어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올 입법고시 지원율은 256대 1, 입법직 8급 공채는 무려 813대 1이었습니다.” “국회가 행정부 공무원들에게 갑(甲)으로 군림한다”는 지적에 대해 임 사무총장 대행은 “국회와 국회공무원의 역할이 커지고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국회가 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답했다. 그는 “국회의 경우 독립된 기관이어서 감사원으로부터 직무감사는 받지 않지만 회계감사는 받는다”며 “지난해부터 올 3월까지 15개월 동안 4차례의 회계감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국회운영위원회의 국감도 받고, 다음 연도 예산안을 확보를 위해 예산 당국과 밀고 당기기도 한다고 했다. 행정부에서 힘들어하는 자료 제출 요구 등도 의안을 검토하고 행정부를 견제·감독하기 위한 입법부의 고유한 권한이자 의무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중립성·이해관계 조율하는 유연성 필요” 그는 “의원발의 법률안 건수가 크게 늘어나는 등 변화 수요에 맞춰 국회사무처 조직의 개편과 보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19대 국회의 현재 의원발의 건수는 8867건으로 정부 제출 건수인 555건을 크게 압도했다. 이어 “늘어나는 법률안을 검토하기 위해 위원회에 배치된 입법조사관의 보강이 우선 필요하고, 행정부가 혼자 짜고 있는 예산편성 과정에 국회가 참여해 함께 예산안을 편성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 사무총장 대행은 “정부에서 넘어오는 예산 자료들을 부분적으로는 검증 가능하지만 예산 규모 및 분야별 투입에 대한 적정성, 성장률 예측, 조세 수치의 적정성 등을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는 종합적인 수단과 제도가 부족하다”며 “법률안 개정 등을 통해 관련 문제를 보완하고 고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2월부터 국회사무처는 예산정책처 직제개정안을 통과시켜 의원들이 법안을 제출할 때 예산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비용추계서를 첨부하도록 했다. 임 사무총장 대행은 국회사무처 직원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정치적 중립성과 다양한 이해관계를 파악하고 이를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을 꼽았다. 또 “법률적인 전문성과 의사진행을 매끄럽게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유연성과 센스 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사설] 해경, 헤쳐 모여 수준 대수술 필요하다

    해양경찰청의 허술하고 안이한 민낯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초기 소극적인 대응으로 피해를 키운 해경이 되레 사고 상황은 축소하고 구조 활동은 과장한 보고서를 청와대와 총리실 등에 보냈다고 한다. 희생 학생들의 휴대전화 메모리카드 등을 유가족 동의 없이 먼저 들여다봤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현장 경험이 없는 간부들이 지휘부에 대거 포진해 초기 대응 능력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심하고 통탄할 노릇이다. 조직의 사활은 인사에서 비롯된다. 해경의 인사 면면을 보면 전문성 결여와 낙하산·땜질 인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해경이 새누리당 조현룡 의원에게 낸 경감 이상 간부 716명의 근무현황 자료를 보면 총경 이상 간부 67명 가운데 25.4%인 17명은 경비함정 근무 경험이 없거나 한 달 미만(3명)이었다. 지방청장급인 경무관 이상 간부의 절반은 주특기가 행정이며, 항해는 4명에 불과했다. 700명이 넘는 경감 이상 보직자 가운데 잠수 직별은 7명뿐이었다. 또 다른 해경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이후 동·서·남해와 제주 등 지방청 4곳이 생기면서 경감 이상 간부 자리가 80% 가까이 늘어난 반면 경위 이하는 3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일반 경찰 승진에서 밀려난 간부들이 해경 고위직을 꿰차고 전문성 없는 간부들이 승진 잔치를 벌이는 사이 해상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해경의 부적절한 행태도 이런 인사 관행과 무관찮아 보인다. 해경은 참사 당일 오전 청와대와 총리실, 안전행정부에 보낸 상황보고서에서 ‘해경·해군 함선 33척과 항공기 6대가 동원됐다’고 밝혔지만 실제 영상에는 구조정 한 척과 헬기 2대가 전부였다. 세월호가 승객 400여명을 태운 채 침몰할 때도 ‘162명에 대한 구조를 완료했다’고 강조하는 등 안일하고 무책임하기 짝이 없었다. 일부 유족은 해경이 학생 유품을 부모에게 돌려주기 전에 휴대전화 메모리카드 등을 임의로 빼내 저장 내용을 살펴봤다고 주장한다. 사고 현장과 구조 상황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심을 살 만하다. 사실이라면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이 와중에 제주해경 소속 모 경감은 참사 이후 두 차례 골프를 친 사실이 적발돼 직위해제됐다. 총체적 난맥상이다. 해경은 홈페이지에서 ‘안전한 바다 행복한 국민, 해양경찰이 함께합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조직이 계속 존재하기 위해 지켜야 할 핵심 가치로 ‘안전’, ‘헌신’, ‘신뢰’, ‘명예’, ‘창조’를 스스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해경이 자임한 존재 가치는 이번 참사에서 여지없이 수장됐다. 해경 조직을 헤쳐모여 수준으로 대수술해야 하는 이유다. 사고가 수습되는 대로 해경을 일대 혁신함이 마땅하다.
  • 中 ‘부패 상징’ 비서직 사라진다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비서 출신들의 잇단 비리로 비서직이 중국 부패의 상징으로 떠오르면서 지방에서 비서들이 전격 해임되는 등 관련 규정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화되고 있다고 신경보(新京報)가 28일 보도했다. 신문은 산둥(山東)성 취푸(曲阜)시 등 일부 지방 정부가 정부급(正部級, 성장·장관급) 이하 공직자들의 비서를 없애거나 이들의 고용을 전면 금지하라는 내용의 통지문을 하달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1980년부터 정부급 이상 고위 공직자들에 한해서만 전담 비서를 두도록 하는 규정을 제정했으나 지방 현(縣)급 공직자들도 규정을 무시하고 전담 비서를 고용하는 분위기가 널리 확산돼 있어 관료사회의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실제로 지원린(冀文林) 전 하이난(海南)성 부성장, 궈융샹(郭永祥) 전 쓰촨(四川)성 부성장, 리화린(李華林)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 총경리(대표이사) 등 최근 부정부패로 낙마한 ‘석유방’ 인사들은 모두 특정인의 비서 출신이며, 특정인을 따라 ‘낙하산’ 격으로 지방 정부나 국영 기업에 투입돼 결국 부정부패에 연루됐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 ‘특정 인사’는 저우융캉을 가리키는 것이어서 비서직 관리 강화 방침은 저우융캉에 대한 사법처리가 가까워졌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신문은 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푸젠(福建)성 푸저우(福州)시 당서기로 근무하던 1990년 간부들과의 담화에서 “특정인의 비서들이 지도자나 기관의 이름을 등에 업고 부패를 저지르는 등 ‘권력의 브로커’로 활동하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 일화를 소개하며 향후 비서들에 대한 관리·단속이 강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안행부·해수부·교육부 장관 퇴진 대상 면하기 어려울 듯

    안행부·해수부·교육부 장관 퇴진 대상 면하기 어려울 듯

    정홍원 국무총리가 27일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전면 개각 수준의 정부 고위직 줄사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개각의 폭과 관련해서는 일단 정 총리가 내각 일괄사표가 아닌 ‘나홀로 사퇴’를 선택함에 따라 다소 유동적인 양상을 띠게 됐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 위기관리 능력의 난맥상을 감안한다면 청와대는 사고를 어느 정도 수습한 뒤 정 총리의 퇴진과 동시에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1993년 문민정부의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 때도 쌀시장 개방 문제와 겹치면서 황인성 총리 사퇴를 포함한 14개 부처의 개각이 동시에 단행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 총리가 이끄는 1기 내각의 대규모 교체를 통해 국정 운영에 전면적인 쇄신을 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선 총리실의 경우 총리 사퇴가 받아들여지고 후임 총리가 결정되는 상황에서 총리실의 고위 정무직들도 거의 대부분 교체 대상이 될 전망이다. 김동연 국무조정실장, 홍윤식 국무1차장 등 장·차관급들의 사의 표명과 개편이 뒤따를 것으로 점쳐진다. 앞서 정 총리는 사고 현장인 전남 진도 등에 머물다 지난 26일 밤 귀경을 결정하면서 사임을 결심하고 이를 청와대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정 총리의 뜻을 수용했으나, 교체 시기는 사고 수습 후로 미루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고 대처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 교육부 장관 등은 퇴진 대상에서 빠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강병규 안행부 장관은 옛 내무부 출신의 ‘적통’이지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본부장으로서, 취임 때 ‘해양안전’을 약속했던 이주영 해수부 장관은 사고 관련 주무부처 수장으로서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역시 지난해 해병대 캠프 사고, 여수 기름유출 사고 등 잇따라 발생한 해양사고 탓에 뒤를 돌아보기 어렵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실종자 가족들을 위한 대피소에서 이른바 ‘황제 라면’ 논란을 일으켜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그동안 여러 차례 경질론이 나왔던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경제팀 역시 교체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 부총리는 경제정책 컨트롤타워로서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1월 카드사의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태 때는 이른바 ‘어리석은 국민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도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론이 일며 교체설이 나돌았다. 각 부처의 장·차관이 바뀌면 곧이어 1~2급 고위공무원의 무더기 퇴진도 예상된다. 올해 초부터 1기 내각 교체설이 관가에 나돌면서 인사 요인이 있던 고위직에 대한 교체가 계속 미뤄져 온 게 사실이다. 현 고위공무원은 총 1480여명에 이른다. 강국진 기자·부처 종합 betulo@seoul.co.kr
  • [지금&여기] 공직 신뢰가 사라진 시대/강국진 정책뉴스부 기자

    [지금&여기] 공직 신뢰가 사라진 시대/강국진 정책뉴스부 기자

    1997년 경기 화성군청 사회복지과에서 부녀복지계장으로 일하던 여성 공무원이 있었다. 그는 화재에 취약하다며 관내 청소년수련시설 설치·운영 허가를 반려했다. 그러자 요즘 말로 치면 “암덩어리 규제를 무기로 경제활성화를 가로막는 (종북) 무사안일 공무원”이라며 항의에 시달렸다. 군청 간부들은 “허가를 내주라”고 난리를 쳤다. 아예 깡패들까지 찾아와 협박하는데도 그 계장은 끝내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군청에선 결국 그 계장을 좌천시키고 곧바로 청소년수련시설에 허가를 내줬다. 그리고 1년도 안 돼 그곳에서 화재가 났다. 유치원생 19명을 포함해 23명의 목숨을 화마가 앗아갔다. 온 국민은 이 시설이 콘크리트 1층 건물 위에 컨테이너 수십 개를 얹어 화재에 취약한 가건물 형태였다는 걸 알고 충격에 빠졌다. 화성군청 관계자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그 계장은 동료들을 배신했다는 따가운 시선에 무척이나 힘들어했다고 한다. 결국 이듬해 명예퇴직했다. ‘씨랜드 화재사건’을 계기로 획기적인 제도정비가 이뤄졌다는 얘길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는 주기적으로 서해훼리호, 대구지하철, 씨랜드, 세월호 악몽에 시달린다. 그때마다 ‘시스템이 우리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자기파괴적인 신념을 학습한다. 물론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 계장을 ‘참 공무원’이라며 칭송했던 우리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이장덕’이란 이름 석 자를 금세 잊어버렸던 것도 한 원인이 아닐까. 현장을 잘 아는 공무원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주는 개혁을 했다면, 국민안전을 위한 더 엄격하고 촘촘한 규제를 만들고 정비했다면, 공공성을 내팽개친 공직자를 고발할 수 있는 ‘호루라기’를 쥐어줬다면 어땠을까. 하다 못해 이장덕 계장을 이장덕 과장으로, 국장으로 승진시켰다면, 책임감 있는 공무원은 출세한다는 학습효과라도 줬다면, 세월호 참사로 뼈저리게 깨닫게 된 ‘시스템 붕괴’에 국민이 절망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공무원을 조롱하고 비난하기는 쉬운 일이다. 대한민국 대표 공무원인 대통령이 앞장서서 공무원을 심판하겠다고 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우리는 더 많은 이장덕을 발굴하고 키워내지 못하는 것일까’ 하는 성찰이다. 우리 사회는 이장덕 같은 일선 공무원들이 더 많은 권한을 부여받고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고 격려해 줬는가. 현장 공무원은 실권이 없고 고위직들은 현장을 모르는 나라에서 ‘공무원’을 생각한다. betulo@seoul.co.kr
  • [세월호 침몰-공직사회를 깨라] 시신 확인하려면 9단계… 단골 답변은 “몰라요” “저기로 가 보세요”

    [세월호 침몰-공직사회를 깨라] 시신 확인하려면 9단계… 단골 답변은 “몰라요” “저기로 가 보세요”

    선장은 위기에 처한 승객들을 외면했고, 선내에 대기하라는 방송 내용을 따랐던 학생들은 떼죽음을 당했다. 세월호 참사를 수습해야 할 정부는 심각한 무능력과 무책임, 무신경마저 드러냈다. 사고 대응 매뉴얼이 없는 건 아니다. 정부는 이미 지진·산불 등 유형별로 200개에 가까운 실무 매뉴얼과 3000개가 넘는 행동 매뉴얼을 갖췄다. 하지만 피라미드 식으로 위계화돼 있다는 점에서 공무원 조직과 매뉴얼은 닮은꼴이다. 게다가 각종 매뉴얼은 양은 많고 복잡한 데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도 못했다. 매뉴얼을 준수하도록 단속해야 할 해양수산부는 오히려 규제를 완화해 줬다. 실제 상황에 대비한 교육 훈련은 지난해까지 관련 예산이 단 한 푼도 책정되지 않았다. 박천오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재난 대책 매뉴얼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건 현장이 아닌 담당 공무원들이 비슷한 것을 참고해 책상 앞에서 만들어진 페이퍼 행정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 근무자들은 구조 현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실시간 영상을 볼 수 없었다. 일반 국민과 똑같이 앉아서 TV 생방송만 들여다봤을 뿐이다. 중대본부장을 맡은 안전행정부는 기능 확대에 따라 역할이 커진 반면 결과적으로 ‘탁상행정’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가족들은 인양된 시신을 확인하기 위해 9단계나 되는 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것도 각 사고대책본부 캠프마다 얼굴을 내밀고 물어봐도 “어디로 가 보라”, “우리 소관이 아니다”, “잘 모르겠다”는 대답만 나왔다. 한 가족이 찾아오면 공무원 한 사람이 끝까지 안내하면서 일 처리를 도울 수는 없었을까. 공무원들이 그렇게 강조하던 원스톱 민원 서비스는 실종됐다. 최근 전남 진도군 팽목항과 진도 실내체육관을 둘러본 이동규 동아대 석당인재학부 교수는 “주도권을 쥐고 현장을 장악하고 지휘하는 주체가 없다”며 “현장에 지휘 체계가 없으니 자원봉사자들의 활동 조율조차 제대로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일을 안 하는 공무원’이란 관념은 사실 공무원을 비난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만들어 낸 상상에 불과하다. 사회복지직 공무원 사례에서 보듯 대다수 공무원은 일에 치여 산다. 그럼에도 공무원들은 비난을 받는다. 현장을 잘 아는 공무원에겐 실권이 없고 고위직들은 현장을 모른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1급 관료 버티기가 ‘일괄 사표’ 불렀다

    “명예퇴직할 수도 있지만, 사표는 다른 문제 아닌가.”, “아직 아이를 키우고 있다.” 공직사회에 1급 고위공무원들의 ‘일괄사표’ 현상이 번지면서 일부에서 “퇴로(후임 자리) 없이 무작정 나갈 수는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올해 초 국무총리실 1급직 10명의 사표 제출로 불었던 인사쇄신 바람이 기획재정부·해양수산부·보건복지부·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 등의 집단 사표설로 확산되는 배경에는 아직 50대 초·중반인 1급 공무원의 버티기도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나갈 사람이 끝내 버티자 파편이 전원 퇴진으로 튀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1급들이 버티는 것은 선배 1급들이 관행처럼 꿰찼던 공공기관장 자리가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에 가로막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인사 적체가 심한 기재부는 최근 국책은행장 자리에 1, 2차관이 동시에 후보에 올랐다가 결국 민간 금융전문가에게 밀렸다. 각 부처에서는 이번 1급 인사 태풍의 진원지로 슬쩍 청와대를 지목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부처 인사는 장관이 요인에 따라 알아서 할 일”이라며 발을 뺀다. 지난해 말 인사쇄신의 시그널을 주긴 했고 이를 총리실이 먼저 받아들이긴 했지만, 이후 사사건건 관여하지는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부처를 장악하지 못해 ‘1급 불퇴’도 꺾지 못하는 장관들이 ‘청와대 핑계’를 댄다는 말도 나온다. 청와대가 정부 출범 초기의 잇단 인사 실패를 잊지 못한 채 낙점을 미루고 있는 점이 장관들의 눈치로 이어진다는 말도 있다. 아울러 2006년 고위공직자 제도가 도입된 이후 고위직들의 연령대가 낮아진 점도 버티기의 한 요인이기도 하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저우융캉 가족·측근 자산 15조원 압수

    중국 당국이 사법처리설이 나오는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의 가족과 측근들로부터 최소 900억 위안(약 15조 5000억원) 상당의 자산을 압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30일 보도했다. 통신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지난 4개월 사이 저우 전 서기에 대한 조사를 확대해 왔다면서 저우융캉의 구금된 가족과 측근에 대해 총 370억 위안(약 6조 3725억원)의 예금이 보관된 은행계좌를 동결시켰고 510억 위안(약 8조 7837억원) 상당의 국내외 채권도 압류했다고 전했다. 당국은 이 밖에 17억 위안 상당의 아파트·빌라 300채와 시세로 10억 위안가량의 골동품·현대회화 작품, 60대 이상의 자동차도 몰수했다고 덧붙였다. 고가의 술과 금, 위안화·외화 현금 등도 압수됐다. 압수된 자산의 가치는 최소 900억 위안으로 추산되지만 당국이 당의 체면 등을 고려해 압수 자산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지난해 1월 “파리(하위직)부터 호랑이(고위직)까지 모두 때려 잡겠다”고 공언한 이후 저우융캉의 측근인 석유방과 당·정 인사들이 줄구속된 데 이어 그의 아들을 포함한 가족들에 대한 체포설까지 흘러나오면서 저우융캉의 사법처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행정관료 평균치 ‘들었다 놨다’ 전혜경 효과

    행정관료 평균치 ‘들었다 놨다’ 전혜경 효과

    “재산공개를 할 때마다 늘 나오는 얘기인데 대부분 남편 재산이에요.” 329억 1906만원의 재산을 신고해 28일 고위 공직자 최고 갑부로 발표된 전혜경(56·1급)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은 남편을 자수성가형이라고 간단하게 설명했다. 남편은 외환딜러 출신으로 현재 개인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원장의 재산 총액은 지난해보다 5억 6192만원 증가했다. 대부분 유가증권 수익이다. 전 원장은 특히 본인과 남편 명의로 회사채와 지방채에 나눠 모두 243억 2245만원 유가증권을 보유했고, 골프장·헬스·콘도미니엄 등 3개의 회원권을 가진 것으로 신고했다. 유가증권의 대부분은 재력가인 남편 명의로 신고됐다. 특히 지방채는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 채권을 소유하고 있다. 전 원장의 가족은 경기 파주시와 충북 제천시 일대에 15억 8000여만원어치의 땅이 있고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아파트 등 4채의 집을 갖고 있다. 전 원장은 국립식량과학원장으로 일하던 2012년 말 재산공개에서 300억원대로 공직자 중 최고 자산가에 올랐다가 지난해 퇴임하면서 재산공개 명단에서 빠졌다. 이에 따라 고위직 평균 재산 하락효과를 불러왔는데, 일명 ‘전혜경 효과’로 불린다. 전 원장은 지난 4월 18일 임명됐다. 이번에도 전 원장을 빼면 공직자 평균재산이 1100만원 줄어든다. 전 원장은 여성 최초로 농진청 주요 보직인 연구정책국장을 지냈고 2009년 여성 첫 국립식량과학원장(1급)에 기용됐었다. 아버지도 농촌진흥청 농촌영양개선연수원 초대 원장을 지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경제 블로그] 금감원 감사 9개월째 공석 ‘유감’

    금융감독원의 감사가 9개월째 공석입니다. 감사원 출신의 박수원 전 감사가 지난해 7월 11일 3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이후 여태 후임 발표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금융통화위원 인사가 2년간 나지 않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에 비하면 낫다고 위안을 삼아야 할까요. 금감원 감사는 직제상 조직의 ‘넘버2’입니다.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입니다. 금감원이 금융권을 검사하고 감독하는 이른바 감찰자의 역할을 한다면, 금감원의 감사는 그런 금감원 직원들을 감찰하고 감사하는 자리입니다. 금융권 감사의 최고위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자리를 9개월째 공석으로 둬도 잘 돌아간다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지난 9개월간 금융권에는 불미스러운 일들이 잇따라 터졌습니다. ‘동양 사태’를 비롯해 카드 3사의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KT ENS의 사기 대출 사건 등 하나같이 국민적 분노를 낳았고, 진행형입니다. 금감원으로서는 위기의 연속입니다. 동양 사태와 관련해 감사원 감사가 진행됐고, 고객 정보 유출 사건은 ‘국민 감사’가 청구됐습니다. 사기 대출 사건도 감사원 감사를 받을 수밖에 없는 사안입니다. 이를 모두 금감원 감사의 공석 탓으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시스템의 문제도 있고, 금융기관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탓도 있습니다. 다만 위기를 돌파함에 있어 분명 금감원 감사의 역할이 있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위와 청와대도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금감원에만 돌팔매를 던질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26일 “전에는 감사 후보와 관련해 언론에서 하마평도 나오는데, 최근엔 이마저도 쏙 들어간 것 같다”면서 “금감원 감사 자리가 언제부터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자리가 됐는지 모르겠다”고 씁쓸해했습니다. 금감원은 만신창이가 된 조직을 추스르기 위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인사에 나섭니다. 자본시장 담당 부원장에는 박영준 부원장보가 내정됐고, 김수일 총무국장과 김진수 기업금융개선국 선임국장은 부원장보에 발탁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7000명에 ‘여성인재 아카데미’ 교육

    정부가 여성들의 고위직 진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올해 7000명의 여성들에게 ‘여성인재 아카데미’ 교육을 한다고 24일 밝혔다.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여성인재 아카데미는 지난해 6월 개소해 중소기업 및 공공기관의 중간 관리자와 전문직 여성 2000여명을 대상으로 경력 개발을 지원했다. 올해는 지난해 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전국적 교육기반을 구축하고 교육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부산·광주 등 6개의 지방거점 교육기관을 선정, 지방 여성 관리자들이 가까운 곳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교육 대상도 확대해 기업과 공공기관의 여성 중간관리자뿐만 아니라 마을공동체 지도자 등 지역 여성 인재와 정부위원회 위원도 포함시켰다. 특히 올해는 프로그램 내용도 충실하다. 실제 조직에서 발생하는 갈등 사례와 관리자에게 요구되는 필수 역량별 사례를 개발, 일대일 역할극, 집단 토의 등을 통해 조직 관리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했다.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강화하는 한편, 수요자의 편의에 맞춰 찾아가는 교육과 주말 교육을 확대했다. 여성인재 아카데미는 25~26일 농협중앙회 여성 중간관리자 역량 교육을 시작으로 해양환경관리공단, 칠곡 경북대 병원 등에서 찾아가는 교육을 진행한다. 조윤선 장관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하지만 관리직 및 고위직 진출은 여전히 미약한 상황”이라며 “여성이 핵심 인력으로 성장해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국가와 기업이 협력해 여성인재를 양성, 활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경찰대 입학정원 20명 줄인다

    경찰대학의 내년 입학정원이 20명 줄어든다. 경찰대학은 21일 2015학년도 신입생 모집 요강을 발표하고 입학정원을 기존의 120명에서 100명으로 16.7% 감축한다고 밝혔다. 경찰대의 정원 감축은 “경찰대 출신이 경찰 고위직을 독점한다”는 비판에 따른 개선책이다. 여학생 인원은 기존의 12명을 유지해 전체 모집 정원 대비 여학생 비율을 10.0%에서 12.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또 2015년부터 일반전형(90명) 외에 기회균형 특별전형제를 도입해 10명을 선발하기로 했다. 특별전형은 ‘농어촌 학생 전형’과 저소득층·다문화 가정·국가보훈대상자 자녀를 대상으로 한 ‘한마음 무궁화 전형’으로 구분해 각각 5명씩 뽑는다. 여학생 12명은 일반전형 10명, 특별전형 2명으로 채워진다. 경찰대는 6월 23일부터 열흘간 원서를 접수하고 8월 2일 1차 필기시험을 진행한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2014 공직열전] 경찰청 (하)

    [2014 공직열전] 경찰청 (하)

    단 27명에게만 허락된 계급장. 10만명에 달하는 경찰 조직에서 ‘치안감’(중앙부처의 2급 공무원)의 영광을 누리는 간부는 매우 적다. 경찰의 ‘별’로 불리는 경무관(43명)이 된 뒤 치안감으로 승진하려면 또 한 번 ‘바늘구멍’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찰청 본청에서 치안 서비스를 이끄는 국장급 8명의 면면을 소개한다. 김종양(53) 경찰청 기획조정관은 경찰 재정 등 살림살이와 미래발전 계획, 기획 업무 등을 총괄한다. 1985년 행정고시 29회로 공직에 입문, 교통부에 근무하다 1992년 경정 특채로 제복을 입었다. 미국 주재관, 경찰청 외사국장 등을 거친 ‘정보·외사통’이다. 아시아에 3명뿐인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집행위원으로 선출돼 지난해 3년 임기를 시작했다. 2012년 핵안보 정상회의 때 경찰기획단장을 맡았고 지난해 ‘밀양 송전탑 사태’ 때 경남경찰청장으로 일했다. 홍익태(54) 경무인사기획관은 경무와 외사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온화한 편의 ‘덕장’ 스타일로 평가받는다. 태국 주재관 때인 2005년 초대형 지진·해일(쓰나미)이 덮치자 장화를 신고 폐허가 된 현장을 돌아다니며 한인 시신 등을 수습했다. 홍 기획관은 “2012년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으로 일하며 학교전담경찰관을 처음 만들어 학교폭력 대책의 한 줄기를 세운 것이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서범수(51) 생활안전국장은 경무와 교통분야를 주로 맡아왔다. 행정고시 33회인 그는 경정특채로 입직했다. 서 국장은 “경정(일선 경찰서 과장급)까지 지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경찰청 교통국장을 맡으며 모범운전자에게 벌점 감면 혜택 등을 주는 ‘착한 운전자 마일리지제’를 도입했다. 친박계 핵심인 서병수 새누리당 의원의 친동생인 그가 경무관 승진 2년 만인 지난해 치안감으로 승진하자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서 국장은 “치안감 승진자의 30~40%는 경무관 승진 2년 만에 승진하기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빠르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귀찬(54) 수사국장은 2012년에는 경찰청 정보국장으로 일하는 등 본청에서 경찰 업무의 양대 축인 정보와 수사 분야 담당 국장을 모두 경험했다. 직원에게 격의 없이 다가가는 스타일로 알려졌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응원 인파가 몰린 서울광장을 담당하는 남대문경찰서 정보과장으로 큰 사고 없이 대회를 치른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윤철규(56) 경비국장은 자타공인 ‘경비통’이다. 경비 업무에 대한 자부심도 강하다. 회식 자리에서 경찰의 경비 업무가 제대로 돼야 사회 질서가 잡힌다며 ‘경비는 국가다’라는 건배사를 즐겨 쓴다.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때 각각 서울경찰청 기동본부장과 차장으로 일하며 경비업무를 맡았다. 경찰 내 고위직이 드문 강원 출신이다. 경찰대 출신 치안감급 중 ‘막내’(경찰대 5기)인 이상식(48) 국장은 경찰에 입문한 뒤 서울대 행정대학원에 진학해 행정고시(34회)까지 합격한 ‘수재’다. 수사와 정보를 두루 거쳤다. 부하직원들로부터 “불필요한 의전 등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찰청 정보심의관 때인 지난해 말 치안감 승진 과정에서 “실패로 끝난 철도노조 강제진입 작전을 주도했는데 승진 대상자가 될 수 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경찰대 1기인 백승엽(52) 보안국장은 교통·경비업무를 주로 맡아왔다. 경기 시흥경찰서장 때인 2006년 거리로 도주하던 절도범을 맨손으로 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경찰청 교통기획관실 근무 때 ‘어린이보호구역’을 법제화하는 실무작업을 주도했다. 백 국장은 “경찰대 동창회장을 맡던 1988년 경찰이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취지의 ‘경찰중립화선언’을 이끌었던 것이 뿌듯한 기억”이라고 말했다. 홍성삼(51) 외사국장은 ‘선생님’ 역할을 주로 맡았다. 경찰대에서 교수부장을 지냈고 2012년에는 경찰중앙학교장을 맡기도 했다. 중앙학교장 근무 시절 교육목표인 ‘현장즉응 스마트(SMART) 경찰’을 세운 점을 기억에 남는 업무 처리라고 한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다음회는 소방방재청입니다
  • 해외파병 병사 선발 때 ‘장군의 아들’에 특혜

    육군본부가 해외 파병 병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능력 미달인 군 자녀들에게 특혜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10∼11월 육군본부와 소속 부대 등 6곳의 ‘지상전력 운용 및 관리 실태’를 감사한 결과 22건의 지적 사항을 발견하고 주의 요구 등의 조치를 했다고 18일 밝혔다. 육군본부는 2008년부터 레바논·이라크 등지에 파병할 병사를 뽑으면서 세부적인 선발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채 영어 특기자의 경우 토익 점수가 만점에 가까운 지원자를 탈락시키고 공인 성적을 내지도 않은 군 자녀를 선발했다. 주행거리가 핵심인 운전병 선발에서는 평가 성적이 지원자 66명 중 50위에 그친 군 자녀를 뽑았다. 감사원은 “해외 파병은 봉급 외에도 월평균 158만원 상당의 수당을 추가로 받고 복귀 후 위로휴가와 표창을 받는 등 혜택이 많아 최근 선발 경쟁률이 평균 9.4대1에 이르지만 육군 대령 이상 고위직 자녀의 경쟁률은 2.3대1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또 육군본부의 징계업무 지도·감독 소홀로 음주운전으로 120만원의 형사처분을 받은 모 사령부 소속 중사가 이듬해 또다시 음주운전으로 1000만원의 형사처분을 받고서야 징계를 받은 사례도 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또 삼성맨… KT, BC카드 사장 서준희씨 내정

    또 삼성맨… KT, BC카드 사장 서준희씨 내정

    “KT가 삼성 계열사인가.” KT가 17일 계열사 BC카드 사장에 ‘삼성맨’인 서준희(60) 전 삼성사회봉사단 사장을 기용하자 KT 안팎의 반응이 곱지 않다. 삼성 출신 황창규 KT 회장이 취임한 이후 그룹과 계열사의 요직이 하나둘씩 삼성맨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우려다. 지난달 3일 김인회 전 삼성전자 상무가 그룹 재무실장 자리에 앉은 데 이어 얼마 전 부동산 개발 계열사인 KT에스테이트 사장으로 최일성 전 삼성물산 상무가 임명됐다. 애초 공모직으로 알려졌던 자리였으나 내정에서 임명까지 속전속결로 진행돼 구설수를 낳았다. KT 렌탈에도 또 다른 삼성 출신이 최근 임원급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전해진다. KT 한 관계자는 “계열사 인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알려진 것보다 삼성맨 영입이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친정체제 구축을 위해 KT를 삼성화하고 있다”는 비난에도 삼성맨 영입 속도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황 회장이 인사팀장, 경영지원본부장 등 그룹 핵심보직 서너 자리에도 삼성 출신을 기용하려고 타이밍을 살피고 있다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하다. 이번에 기용된 서 사장은 경남고 출신으로 같은 해 부산고를 졸업한 황 회장과 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KT는 삼성맨 영입 사실에 대해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자칫 전임 이석채 회장이 2008년 취임 직후 대통령직인수위, 청와대, 정치권 출신들을 고위직으로 줄줄이 임명해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였던 전철을 밟을 수가 있어서다. 이를 의식해 KT는 김인회 재무실장 영입 당시 별도 보도자료나 프로필을 언론에 배포하지 않았다. 또 “실수였다”고 해명하긴 했지만 김 실장의 ‘임명’을 ‘전보’라고 잘못 알리기도 했다. 삼성맨 입성에 대해 KT 안팎에서 의견이 갈린다. “KT 혁신을 위해서 외부인사 영입이 불가피하다”는 의견과 “지나친 삼성맨 영입은 또 다른 낙하산”이라는 반응이 팽팽히 맞선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2014 공직열전] (60) 경찰청 (상) 현 정부서 위상 높아진 ‘10만 조직’

    [2014 공직열전] (60) 경찰청 (상) 현 정부서 위상 높아진 ‘10만 조직’

    ‘민중의 지팡이’와 ‘권력의 몽둥이’. 경찰은 극과 극의 별칭으로 불린다. ‘민생’을 위할 때와 ‘권력’을 위해 일할 때 엇갈린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그만큼 시민과 살을 맞댄 밀접한 기관이라는 얘기일 터. 경찰은 현 정부 들어 위상이 높아졌다. 박근혜 대통령의 치안 분야 핵심 공약인 ‘4대 악(성·학교·가정폭력, 불량식품) 척결’을 위해 선봉에 섰고 집권 2년 차인 올해에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국정 캐치프레이즈로 내걸리면서 경찰의 역할이 재차 강조됐다. 박 대통령이 임기 내 경찰을 2만명 더 늘리기로 해 조직에 힘이 실렸다. 경찰 인사 문제는 어느 행정 조직보다 폭발력이 강한 이슈다. 조직원이 10만명에 달하는 데다 경찰에 임용되는 경로가 다양하다 보니 인사에 예민하다. 특히 고위직 인사 결과는 조직 전체의 사기에 영향을 주는 만큼 입직 경로(경찰대·간부후보생·고시 특채·순경 공채 등)와 출신지를 고려해 신중히 한다. 지방경찰청장을 맡는 치안정감(중앙부처 1급과 동일)과 치안감급(2급) 간부 32명을 분석해 보니 입직 경로별 안배가 뚜렷했다. 경찰대 출신이 11명, 간부후보생으로 입직한 인원이 10명, 사법·행정고시 출신으로 경정 특채된 간부가 9명이었다. 순경 공채와 경위 특채 인원도 각각 1명씩 있었다. 역대 경찰청장 18명 가운데 고시 출신이 9명, 간부후보생 출신이 8명이었다. 지역별로 보면 부산·경남과 대구·경북 출신이 눈에 띈다. 영남 출신이 13명으로 전체의 40.6%였고 충청 7명, 호남 6명, 서울·경기 3명, 강원 3명 등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고위직 인사 후보군 중 50%가 영남 출신이어서 치안감 이상 간부 중 이 지역 출신이 많은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기계적으로 안배를 하면 오히려 영남권이 역차별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한(58) 경찰청장에 이어 경찰청 내 ‘넘버2’인 이인선(53) 차장은 경찰대 출신 중 ‘큰형님’(1기)이다. 현직에 남은 1기생 80여명 중 최고위직에 올라 있다.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하는 스타일로 본청과 서울경찰청에서 인사·기획 분야를 주로 맡았다. 이 차장은 “서울청 기획계장 때 2부제(2교대)였던 파출소 등의 근무 형태를 3부제로 바꾼 것이 가장 뿌듯했던 일”이라고 자평했다. 경찰대 2기인 강신명(50) 서울청장은 꼼꼼한 일 처리로 현 정부의 첫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으로 일했다. 외향적 성격으로 직원들과 소통하고, 대언론 관계도 무난하다. 강 청장은 “경찰청 정보국장 등을 지내 정보통으로 알려졌지만 생활안전 분야에서도 오래 근무했다”고 말했다. 경찰청 혁신기획단 팀장(2005~2006년)으로 근무할 때 제주특별자치도법에 특별자치경찰을 신설하는 내용을 입법화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경찰대 동기생 중 이만희(51) 전 경기청장과 줄곧 승진 선두를 다퉜다. 이금형(56) 부산청장은 순경으로 입직해 치안감·치안정감까지 승진하며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을 도맡았다. ‘불도저’, ‘대처’라는 별명에서 보듯 저돌적 스타일로 주로 과학수사와 여성청소년 업무를 맡았다. 임신 6개월 때 임신 사실을 숨긴 채 살인 사건 현장에서 피해자 지문을 채취한 일화로 유명하다. 서울 마포경찰서장 때인 2006년 서울 서부권 연쇄 성폭행 사건인 ‘발바리 사건’ 해결을 주요 경력으로 내세운다. 1981년 충북 경찰청 상황실에 근무할 때 전투경찰이던 이인균(58·전 신세계 부사장)씨와 결혼해 세 딸을 뒀다. 최동해(54) 경기청장은 대표적인 ‘법무통’이다. 사법·행정고시를 모두 합격한 뒤 법제처 사무관으로 일하다 2003년 경정 특채로 경찰에 들어섰다. 경찰청 법무과장과 경북 칠곡·경기 가평·서울 노원 경찰서장 등을 지냈다. 또 경찰청 특수수사과장과 서울청 수사부장 등을 지내 수사 분야에서도 이력을 쌓았다. 안재경(56) 경찰대학장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경정에 특채됐다. 고시 출신이지만 서울 노량진경찰서 형사과장과 종로경찰서 수사과장 등을 역임해 일선에서 잔뼈가 굵은 ‘수사통’이다. 컴퓨터에 관심이 있어 범죄 통계를 토대로 범죄를 예측하는 ‘컴스펫’ 프로그램을 만들어 1998년 신지식인에 선정된 이채로운 이력이 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다음회는 경찰청(하) 입니다
  • [포토] 조윤선 장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면담

    [포토] 조윤선 장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면담

    유엔여성지위위원회 참석 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이 12일(현지시간) 오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조 장관은 이 자리에서 “유엔 체재 내 여성고위직 진출을 늘리고, 유엔 내 양성평등과 여성권한 강화문제를 전담하는 유엔위민을 출범시킨 데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명박, 측근들 부르더니 “이번 서울시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12일 최근 새누리당의 6·4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과거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조직적으로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지원한다는 설에 대해 당 지도부에 항의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최근 측근들과 만나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본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중립을 지키고 당내 경선은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관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총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전 총리나 정몽준 의원 모두 친이(친이명박) 진영 뿐 아니라 여권 전체적으로도 소중한 정치적 자산”이라면서 “개인적 연고에 따라 돕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나는 대학에 몸을 담고 있어 누구를 지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당 지도부가 과거 친이, 친박(친박근혜)계가 모두 후보를 지원하는 모습을 원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뒤에서 사실이 아닌 내용을 의도적으로 흘리는 것은 공작적 행태로 불쾌하다”고 지적했다. 전임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또 다른 인사도 이날 당 지도부에 직접 전화를 걸어 이 같은 내용으로 항의 표시를 하며,자제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겉도는 개방형직위] “전문지식과 경험 공직사회에 활력… 칸막이 걷어야 혁신 가능”

    [겉도는 개방형직위] “전문지식과 경험 공직사회에 활력… 칸막이 걷어야 혁신 가능”

    전문성이나 효율적인 정책 수립이 필요한 직위에 공직 내외를 불문하고 직무수행 요건을 갖춘 인물을 공개모집해 선발하는 제도가 개방형직위제도다. 주로 민간 전문가를 영입하자는 취지이지만 도리어 전·현직 공무원 사이에서 지원자가 늘고 있다. 개방형직위에 종사하는 이들이 직접 전하는 체험담과 효과, 문제점, 대안 등을 ‘희로애락’(喜哀)으로 구분해 들어봤다. [희] “올해 나이 64세인데 여생을 남에게 봉사하면서 의미 있게 살고 싶었습니다. 마침 국립병원에서 민간인도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죠. 망설이지 않고 바로 지원 신청서를 냈습니다.” 김흥곤 국립소록도병원 안이비인후과 과장은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20년 동안 개인병원을 운영하던 원로 의사였다. 지금은 국립소록도병원에 입원해 있는 한센병 환자들의 손과 발이 돼주고 있다. 그가 오랜 진료 경험을 공공 의료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게끔 만든 건 개방형직위 임용제도다. 개방형직위제를 통해 공익에 이바지하는 민간 전문가들은 이제 공직사회에서 낯설지 않은 존재다. 김영일 국립장애인도서관장은 조선대 특수교육과 교수로 재직할 때부터 장애인 학생들이 제때 필요한 점자책이나 청각자료를 구하지 못해 어려워하는 걸 보고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그 자신이 1급 시각 장애인인 그는 2011년부터 장애인들이 활용할 수 있는 자료를 확충하고, 자료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환경·시설을 개선하는 일을 하고 있다. 전문 분야에서 쌓은 경험은 자칫 폐쇄적인 순혈주의에 빠질 수 있는 공직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를 돕는 소송을 많이 다뤘던 김재련 변호사는 지난해부터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으로서 폭력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업무를 총괄한다. 그는 “한 분야를 오래 천착한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경험을 나누는 것이 국민에게 더 잘 복무하는 정부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여운광 국립재난안전연구원장은 명지대에서 30년 넘게 토목 환경을 가르친 경험을 바탕으로 재해대책을 연구한다. 그는 “공무원이 되면서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방재 시스템을 구축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2년 전부터 서울시에서 일하는 김창보 보건정책관 역시 ‘건강세상네트워크’라는 의료 관련 시민단체에서 일한 경험과 보건학 박사로서 품어왔던 문제의식을 공공부문에 전파한다는 보람을 느낀다. [노] “스웨덴에서는 공공부문 관리자가 100% 개방형직위라고 보면 됩니다. 공무원이나 민간인 구분 없이 누구나 전문성과 지도력만 있으면 채용기회가 있습니다. 국적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황선준 경기도교육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스웨덴 감사원과 국립교육청에서 14년, 서울시 교육연구정보원장으로 2년을 근무했다. 그의 눈에 비친 한국 공직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먼저 “스웨덴 역시 1960년대까지는 호봉제와 위계질서로 움직였다고 들었다”면서 “지금은 9급이니 5급이니 하는 직급이 없고 행정고시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업무 분야는 있지만 상하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 고위직은 물론 학교 교장도 개방형이다. 역량만 인정받으면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시스템에 익숙해진 황 위원이 보기에 한국 공직사회는 관료주의가 너무 심하고 위계질서가 너무 엄격하다. 그는 “직접 일할 직원은 얼마 없는데 계장, 과장, 부장, 국장 등 지시하는 사람은 넘쳐난다”고 꼬집었다. 그는 “장(長)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직책이라면 공무원이건 민간이건 상관없이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 혁신적인 조직을 만드는 길”이라고 주문했다. 황 위원뿐만 아니라 개방형으로 공직에 들어간 이들은 너나없이 형식에 치우쳐 있고 칸막이 구조가 심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는 우수한 외부인사를 영입하는 데 장애 요인이 된다. 김창보 국장은 “서울시 노인정책을 예로 들면, 치매와 노인의료는 보건정책관이, 노인요양보험은 복지정책관이 담당한다”면서 “칸막이가 견고한데다 책임자끼리 직접 토론해서 조율하는 걸 어색해한다”고 말했다. 개방형직위 취지와 달리 일부 정부부처가 소속 공무원을 임명하는 ‘제 식구 감싸기’ 사례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중앙부처 개방형직위 관계자는 “가령 과장이 되기 쉽지 않다 싶으면 개방형직위로 우회하는 방식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결국 자기 역량만으로는 안 되는 사람을 구제해주는 건데, 이는 제도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애] “과장·팀장들 모아놓고 보고를 받는데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행정용어가 막 튀어나오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물어보면 혹시라도 얕잡아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알아듣는 척 넘어갔습니다. 나중에 다른 직원에게 넌지시 확인했습니다.” 견고한 위계질서와 촘촘한 인맥으로 이어진 집단에 비집고 들어가서 하나가 된다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다. 김창보 국장은 변변한 사전교육이나 오리엔테이션은 물론이고 전임자한테 인수인계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곧바로 업무에 투입됐던 출근 첫날을 떠올리며 “완전히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공무원 조직도 사람이 움직이는 곳입니다. 뭔가 일을 하려면 예산, 인사, 조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아는 사람 하나 없이 뚫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죠.” 김 관장은 장애인 학습권을 보장하는 활동을 한다는 데 보람을 느끼면서도 답답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는 “2012년에 국립장애인도서관지원센터에서 도서관으로 바뀌었지만 인력은 10명에서 18명으로 늘어난 게 전부고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가장 답답한 건 법령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적극성과 융통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엔 점자도서관 자체가 부족한데 기존에 있는 점자도서관 인프라 개선작업만 전념할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장애인 이용자들이 자료를 쉽게 검색하고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하는데 아직은 변화가 미비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서울시가 정보공개정책과를 신설한 뒤 개방형직위로 임용된 조영삼 서울시 정보공개정책과장은 2000년부터 2012년까지 국회와 청와대 등에서 기록연구사로 일했다. 정규직 공무원 출신인 그조차도 개방형으로 공직에 돌아온 뒤 어려움을 느낀다. 그는 “개방형은 부하들에게 인사에 도움을 주거나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걸 각인시키기가 쉽지 않다. 조직 장악력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굴러온 돌이라는 인식을 넘어서는 게 만만치 않다. 그건 전문성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하지만 조직을 장악하지 못하면 전문성 발휘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락] “2012년 사표를 내고 공무원을 그만뒀습니다. 참여정부 인사라는 낙인이 찍혀 2008년부터 사실상 귀양살이를 한 걸 생각하면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그런데 1년도 안 돼 다시 공무원이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조 과장은 시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서울기록원 건립과 행정정보공개서비스인 정보소통과장 구축을 진두지휘한다. 그는 “일반직이었다면 힘들었다고 본다. 개방형이니까 이만큼이라도 한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조 과장처럼 공직에 있는 사람에게도 개방형직위는 장점이 많은 제도다. 최은정 여성가족부 국제협력담당관도 외교부에서 일하다 민간 금융회사에서 10년 넘게 일했고, 다시 공무원으로 돌아온 사례다. 그는 “공익을 위해 일한다는 긍지를 느낀다. 정책을 만들고 한국을 대표해 국제무대에서 활동한다는 자부심도 크다”고 강조했다. 김창보 국장은 “임기 2년에 총 5년이란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면서 “예전에는 2년 동안 보건정책관이 세 번은 바뀌었다고 들었는데 내가 개방형직위인 덕분에 꾸준히 장기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자평했다. “고문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인권피해자치유사업이나 ‘보호자 없는 병원’ 등 그간 추진한 사업을 생각해보면 나로서는 시민단체나 학계에 있었다면 못했을 사업을 공공부문을 통해 이룬 것이고, 공공부문은 일반직 공무원만으론 벽에 부딪쳤을 사업을 민간전문가를 활용해 달성한 셈입니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은 셈이죠.”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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