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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남성] “남자도 때론 울고 싶다”

    ●힘들 때 곁을 지켜주는 건 동성친구 험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남자들은 강한 척, 잘난 척을 해야 할 때가 많다. 여자 앞에서 눈물 흘리는 걸 부끄러운 행동으로 세뇌받고 자란 남자들은 힘이 들 때 차라리 동성친구에게 기대고 싶다. 회사원 하모(35)씨는 “울고 싶을 때는 동성이 더 좋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세상을 살다 보면 여성이건 남성이건 울고 싶을 때가 있다.”면서 “혼자서 소주 한 잔 하면서 울어도 되지만 그건 너무 처량하고, 마음 잘 통하는 친구와 만나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눈물 흘리면 개운하다.”고 역설한다.“물론 이성친구라도 좋겠지만 그건 쪽팔려서 안 된다고 어떤 여자 후배가 말하더라고요.” 송모(36)씨는 “남자도 때로는 다른 이들의 어깨에 기대고 싶고, 잘 못하는 걸 억지로 잘하는 척하지 않고 싶다.”고 털어놓는다.“성장과정이나 현재 하는 일에서 어렵고 힘든 점을 마음껏 털어놓을 수 없을 때, 여자에게는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내색을 잘 못하겠더라고요. 그래도 동성에게는 술 한잔 마시며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잖아요. 넋두리도 하고 어리광도 부리고요.” 여자 앞에서 남자가 ‘맥가이버’가 돼야 한다는 것도 남자들끼리만 통하는 고충이다. 송씨는 “자동차, 컴퓨터, 보일러 등 뭐든 망가지면 여자들은 남자 얼굴만 쳐다보면서 ‘(남자가) 그것도 못해?”라고 말한다.”면서 “해결할 줄 모르니 방법도 없고 사실대로 말하기도 난감하다.”고 밝혔다.“그럴 때 남자들끼리는 편하게 잘 못한다고 말하면 잘하는 사람이 하면 되잖아요.” ●평생 친구, 아내 안 부럽다 대기업 연구원으로 일하는 김모(34)씨는 대학부터 취업까지 14년간 희로애락을 함께한 친구를 ‘인생 최고의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군 복무시절을 제외하곤 언제나 친구들과 함께 있었으며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집은 잠만 자고 나오는 고시원 수준이었다. 김씨 인생의 중심엔 언제나 친구들이 있었다. 김씨가 이렇게 동성 친구들과 어울리게 된 이유는 당시 이공대 여학생 비율이 적었던 이유도 있다. 그는 동성친구가 좋은 이유로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취업 공부는 물론, 좋아하는 운동과 4륜구동차를 이용한 오프로드 여행도 모두 동성친구들과 함께 했다. 그렇다고 독신주의자는 아니다. 김씨는 “뼛속까지 열정으로 가득차 있던 대학시절을 함께한 친구들이 누구보다 저를 이해해주기 때문”이라면서 “지금이라도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고 좋아하는 것들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언제라도 결혼할 생각”이라며 웃었다. ●“여친은 대중탕에서 등을 밀어줄 수가 없잖아요” 회사원 허모(32)씨는 “친구 등에 물을 끼얹어주고 ‘이태리 타월’로 서로 등을 밀어주면서 느끼는 교감을 여자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그럴 땐 정말 이성친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든다.”고 강조한다. “등을 미는 건 목욕의 하이라이트라지만 혼자서는 할 수 없거든요. 그런 경우 이성친구 다 필요 없습니다. 내 등을 시원하게 밀어줄 든든한 동성친구가 백번 낫죠.” 이성보다 동성이 더 좋은 경우로 많은 남성들은 “술 취하고 싶을 때”를 꼽았다. 황모(30)씨는 “나같은 유부남은 이성친구랑 술 마시고 취하면 큰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면서 “특히 술을 과하게 마셔 비틀거릴 때 이성친구가 부축을 해줬다면 큰일”이라고 강조했다.“그런 모습을 ‘마누라님’의 친구나 이웃이 목격을 했다고 생각해 보세요. 아무리 도덕적 정당성을 주장해 봐야 오해는 쉽게 가시지 않을 수 있죠. 같이 취할 때도, 비틀거리는 걸 부축해 줄 때도 동성이 제격이죠.” ●남녀는 언어가 다르다? 장모(37)씨는 남성들과 여성들은 쓰는 언어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결혼 10년이 지나 아들, 딸 한명씩을 뒀지만 지금도 아내와 얘기할 때 낯선 느낌을 받는다는 것. “살다 보면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는 법이죠. 그런데 여자들과 어긋난 관계를 푸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 한번 토라지면 며칠씩 말 안하고, 뭘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관계를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해야 합니다. 남자라면 술 한잔, 농구 한 게임으로 풀 수도 있을 텐데 여자들의 언어는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장씨는 또한 아내가 자신을 길들이려 할 때는 “한마디로 피곤하다.”며 한숨 짓는다.“‘청소해라, 씻어라, 술·담배 하지 말아라’ 등 아침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잔소리의 연속입니다. 차이를 인정해주고 조금씩 이해해주면 안 될까요?”라고 하소연했다. 가족 이야기를 할 때 받는 스트레스도 ‘차라리 남자가 좋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는 “아내와 양가 얘기를 하다 보면 언제나 서먹해집니다. 시댁이나 친정으로 각자의 집을 구분하고 경제적 문제나 부정적인 이야기라도 나올라치면 언제나 언성이 높아집니다.”라며 얼굴을 찌푸렸다. 강국진 오이석기자 betulo@seoul.co.kr
  • [별난 일 별난 사람들] (2) 쿠쿠홈시스 김성민 과장

    [별난 일 별난 사람들] (2) 쿠쿠홈시스 김성민 과장

    “그동안 밥 지은 쌀이 200t(20㎏들이 1만부대)은 족히 되지 않을까 싶네요.”국내 전기밥솥 시장 1위 쿠쿠홈시스의 김성민(37) 과장은 ‘밥 짓는 남자’로 통한다. 팔거나 먹기 위한 밥짓기가 아니다. 새로 나올 밥솥제품에 대한 성능검증과 시판 중인 제품의 성능개선을 위한 치열한 연구개발 과정이다. 밥알 표면에 얼마나 윤기가 흐르는지, 상층-중층-하층이 고르게 익는지, 씹었을 때 얼마나 찰기가 느껴지고 구수한 맛이 나는지 등이 점검포인트다. ●하루 평균 350인분 밥 지어 경남 양산시 교동의 본사 연구실에서 혀와 눈과 코로 밥맛과 씨름해 온 지 햇수로 15년. 직원 4명과 주방에서 쌀을 씻는 것으로 그의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모델별로 30여개의 밥솥에서 하루 평균 350인분의 밥이 지어진다.20㎏들이 쌀 부대 2개 반이 들어간다. “6인용,10인용,35인용 등 여러 규격의 제품에서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 밥을 지어 봅니다. 이를테면 10인용 밥솥에서 최대량으로 지은 밥의 맛과 1인분 쌀만 넣어 지은 밥의 맛이 어떻게 차이가 나나 비교하는 거죠. 물이 많은 밥, 물이 적은 밥도 만들어 봅니다. 백미, 현미, 잡곡 등 다양한 곡류에 따라 누룽지, 숭늉까지 시험하지요. 전압을 정격보다 높이거나 낮춰보기도 하고요.” 이제는 쌀과 물을 맞추는 순간 어떤 밥맛이 나올지 혀끝과 코끝에 그려질 정도다. 수시로 밥을 먹다 보면 점심이나 저녁 식사가 제대로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하지만 실험용 밥을 많이 먹지는 않는다. 숟가락으로 밥의 상층부와 중간부, 하층부를 한두 숟갈씩 떠 먹어보고 눈으로 윤기와 색깔 등을 점검하는 걸로 끝이다. 실제로 김 과장은 호리호리한 체구를 갖고 있다. ●신제품 밥솥 한개당 평균 쌀 1.5t 소요 김 과장으로부터 ‘퇴짜’ 판정을 받아 개발실로 되돌아간 밥솥이 부지기수다. 신제품 밥솥 하나를 테스트하는 데 평균 1.5t의 쌀이 소요된다. 원래 밥에 조예가 있거나 했던 것은 아니다.“군대에서 취사병을 했느냐.”는 물음도 숱하게 받지만 이 또한 아니다.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뒤 1993년 입사해 처음 맡았던 일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어리석은 사람을 ‘밥통’이라고 하잖아요. 하지만 요즘 밥솥·밥통은 인공 퍼지 기능을 지닌 컴퓨터 제품이지요. 그래서 제 일은 밥을 짓는다기보다 취사 로봇을 가동시키고 그 로봇의 성능을 살펴본다고 하는 편이 적합하지요.” 돌솥 압력밥솥을 만들 때에는 전국의 유명 돌솥집을 두루 돌며 주방을 견학하기도 했다. 쌀은 농협에서 나온 중급품을 쓴다. 너무 좋거나 나쁜 걸 쓰면 보편성에서 문제가 생긴다. 맛을 보고 난 밥은 전량 인근 가축농가에 제공한다. 회사에서 밥 짓고 맛 보는 데 이골이 나서인지 집에서 청소는 해도 부엌일은 절대 사절이란다. 아내도 남편의 마음을 이해해 준다고 한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15년만에 앨범 낸 이은하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15년만에 앨범 낸 이은하

    많은 경우 큰 감동은 보이는 것보다 들리는 것에서 생성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운드’가 그것이다. 영화의 명장면에도 음악이 잔잔히 깔려야 가슴 찡하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 아련하게 기억에 남는다. 노래도 마찬가지다. 얼굴이 못생겨도 흉내낼 수 없을 만큼 고운 목소리로 심금을 울리면 사람들은 그냥 소리에 취해 ‘뿅’간다. 그래서 가수는 가도 그 소리는 영원히 남는다. 고 김정구 선생의 ‘눈물 젖은 두만강’이나 1965년에 작고한 이난영 선생의 ‘목포의 눈물’이 여전히 애창되는 이유의 한 가닥은 여기에 있지 않을까. ‘멀리 기적이 우네 나를 두고 멀리 간다네, 언젠가는 또 만나겠지 헤어졌다 또 만난다네∼’로 시작되는 ‘밤차’의 가수 이은하(46)씨.1970년대 동료 가수 혜은이씨와 함께 방송무대를 주름잡았던 스타 가수였다. 당시 ‘디스코의 여왕’으로 군림했던 이씨는 ‘아직도 그대는 내사랑’,‘봄비’,‘아리송해’,‘돌이키지마’ 등 연이어 히트곡을 내놓으면서 10대 가수상을 10년 가까이 휩쓸 정도였다. 목소리는 흐느끼듯 허스키했고, 특유의 율동은 답답했던 대중들의 가슴을 뻥 뚫어주는 청량제 역할을 했다. ●트로트 아닌 ‘트랜스´ 음악으로 승부 그랬던 그가 1992년 어느날, 그 추억의 목소리만 남긴 채 훌쩍 사라졌다.‘언젠가는 또 만나겠지∼’라는 그의 노랫말처럼. 그로부터 꼭 15년 세월이 지난 최근 ‘아직도 그대는 내사랑’이라며 올드팬들 앞에 반갑게 모습을 드러냈다.‘컴백’이라는 새 앨범을 내고 다시 가요무대에 컴백한 것. 그 중 신곡 ‘사랑도 추억만큼 기억될 수 있다면 우린 아마도’라는 긴 제목의 노래가 눈길을 끈다.‘등 뒤로 찬바람이 불면/지난 세월을 되새겨보죠∼/사랑하고 이별연습 하면서/내 인생의 많은 걸 생각해요∼’ 팬들은 ‘왕년의 이은하’와 함께했던 지난날들을 되새길 기회를 갖게 됐다며 벌써부터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다. 타이틀곡 ‘컴백’을 비롯해 ‘드라마’,‘기억상실’,‘돈 스탑(Don’t Stop)’ 등 12곡의 노래에 재즈 하우스, 트랜스(전자음악의 한 종류), 발라드, 댄스 등 다양한 장르를 버무렸다. 중견가수 이은하의 ‘컴백’은 나름대로 각별한 의미가 있다.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다는 점도 그렇고 이번 앨범에서 ‘재즈 하우스’를 시도했다는 점도 눈길을 끌 만큼 신선하다. 중견가수들이 ‘안전하게’ 선택하는 트로트 대신 새로운 음악을 꺼낸 것도 새삼 그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그는 “나이 들어도 새로운 가수, 뭔가 열심히 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컴백 일성을 내놓았다. 이번 앨범을 위해 3년 동안 비지땀을 흘렸다. 작사·작곡에도 직접 참여했다.3년 전 유럽여행을 갔는데, 그곳에서는 중견가수들이 트랜스·일렉트로닉 음악을 하는 것을 보고 충격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신나는 리듬에 희로애락이 녹아 있는 게 트랜스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이씨를 만났다. 자리에 앉자마자 코를 매만지며 “보형물 뺐더니 약간 내려앉은 것 같다.”며 소녀처럼 말갛게 웃는다. 잘나가던 시절 성형수술로 콧대를 높였는데 최근 가요계에 컴백하면서 그걸 쏙 빼냈더니 오히려 홀가분하다는 것. 또 세살 높여 살았던 자신의 과거를 커밍아웃한 것도 비슷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컴백한 소감에 대해 “개그우먼 이영자가 그러더군요.‘늦둥이 하나 낳은 기분이 어떠냐.’라고요.”라고 전했다. 그동안 가요계 뒷전에서 조용히 살다가 ‘컴백’이라는 앨범(늦둥이)으로 불쑥 나타난 그를 격려하는 말이다. 팬들이 그동안 뭐하면서 지냈는지 궁금해한다는 질문에 “사실 방송무대와는 멀리 있었지만 매년 연말 디너쇼 등으로 틈틈이 가요활동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또 ‘IMF’ 외환위기 때 일본 진출을 시도했으나 준비가 매끄럽지 못해 실패했으며,‘ZZ엔터테인먼트’회사를 차려 제작자의 길을 가려고도 했지만 몇억 빚만 짊어지고는 중도하차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다시 제작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버리지 않고 있으며, 열아홉살 남자를 소프트록 가수로 키우고 있다고도 귀띔했다. ●싱글 아닌 싱글… “노래와 결혼했어요” 이씨는 아직 싱글이다. 여의도의 한 아파트에서 혼자 산다. 아무리 싱글이라지만 그 흔한 사랑 얘기 한 토막 얻어들을 게 없을까 싶었다. 슬쩍 ‘러브스토리’도 좀 소개해 달라고 눙을 쳤다.“좋다고 생각한 남자 친구가 있어 자주 만났다.”는 그는 “그렇지만 같이 살기엔 성격이 서로 잘 맞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와 지금은 편한 친구 관계로 가끔 통화를 하면서 지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녀 관계라는 게 원래 감당할 수 없이 뜨겁다가도 식어지면 덤덤해지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굳이 결혼을 안 할 생각은 없지만 지금은 노래와 결혼했다고 생각하니 훨씬 마음이 편하다고 부연했다. 그가 문득 원래의 나이를 되찾기 위해 법원에 소를 제기한 얘기를 꺼냈다. “제가 1961년 3월29일 생입니다.1973년 데뷔하면서 17세 미만은 방송에 출연하지 못할 뿐 아니라 가수증도 내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음반회사나 주위 선배들이 그렇게(3살 나이 올리는 호적) 해야 된다고 나서 본의 아니게 나이를 속이게 된 셈이지요.” 고민하던 중 그는 3년 전부터 가족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자연스럽게 나이 정정에 대한 법원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어릴 때 다니던 서울 홍릉초등학교의 생활기록부, 그리고 77년 졸업했던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의 경남여상 학적부 등을 어렵게 찾아내 법원에 ‘내 나이 돌려주세요.’라고 요청했다. 그는 워낙 어린 나이에 음악을 시작했기에 시키는 대로 노래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혼나지 않기 위해 우울한 블루스를 불렀고,20대 중반쯤에야 록음악을 접하고는 무척 좋아하게 됐다고 했다. 평소부터 ‘밝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많았다. ●다섯살 데뷔 때부터 ‘허스키 보이스´ 눈길 그는 서울 왕십리 토박이. 아버지는 아코디언 등 악기연주에 탁월해 지방연주 때마다 자주 초청을 받았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어린 딸 은하를 항상 데리고 다녔다. 가수 하춘화처럼 다섯살 때 무대에 처음 서게 된 계기도 아버지 덕분이다. 그러던 중 주위에서 “딴따라 하면 배고프다.”며 딸 이은하를 공부시켜야 한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계속 딸의 음악적 재능에 관심을 가졌다.‘황포돛대’,‘섬마을 선생’ 등을 기타반주와 함께 부르게 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버지 손에 이끌려 작곡가 김준규씨를 찾아갔더니 “어쩌면 그렇게 허스키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느냐.”고 반색하면서 선뜻 곡을 만들어주면서 음반 취입을 주선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임마중’(1973년)이었다. “당시 아버지는 왕십리 출신으로 돌아가신 서영춘, 이기동 아저씨 등 코미디언분들과 무척 친했어요. 판이 나오면서 십시일반으로 그분들한테 도움도 받았지요. 방송에 노래가 나오면 그분들이 우리 집에 와서 훌륭한 가수라고 저한테 격려를 많이 해주시기도 했고요.” 그는 남동생을 밑으로 둔 맏이로 태어났다. 아버지(69)와 어머니(73)도 여전히 건강하다. 서울 약수동에 사는 아버지는 자전거로 온동네를 돌아다니며 소일하신다. 생활비는 딸 은하가 매달 거르지 않고 드려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효녀라는 칭송도 자자하단다. “저는 노래와 결혼했어요. 정말이지 늦둥이 ‘컴백’이라는 아이도 순산했고요. 보란 듯이 아름답고 새로운 인생을 살 겁니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tpgod@seoul.co.kr
  • [내가 바로 공무원] 양천구 교육지원과 조영숙씨

    [내가 바로 공무원] 양천구 교육지원과 조영숙씨

    “행여 자식들 체면이 깎일까봐 한글을 배우러 오시지않는 분들이 적지 않아요. 부모님 마음은 그런가 봐요.” 양천구 교육지원과에 근무하는 조영숙(41) 주임은 구청 근처 노인정 노인들에게 ‘악바리 여선생’으로 불린다. 이런 별명이 붙은 것은 지난해 6월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된 양천구가 평생학습센터 내에 ‘문해학교’를 개설하면서부터다. 문해학교란 가난이나 건강, 성차별 때문에 기초교육의 기회를 놓쳐 읽고 쓰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설립한 학교로 한글은 물론 영어, 산수 등도 가르치는 일종의 한글종합학교다. 서울에는 이런 학교가 16곳에 달한다. 당시 개설준비를 맡았던 조씨는 한달 동안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수강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단 한 명만 신청서를 냈다. 읽고 쓰지 못하는 설움을 안고 사는 노인들에게 희망을 주자는 뜻에서 시작한 사업이기에 아쉬움은 더했다. 조씨는 “문해학교를 만들기 전 수요조사에서는 글을 모르는 노인들이 많은 것으로 알았었는데…. 정말 당혹스러웠어요.” 조씨는 그 길로 한 달간 구청 인근 노인정을 돌며 어르신들을 만났다. 어르신들을 직접 만나 설득하기 위해서다.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때였다. “신분이 노출될까봐 걱정이 된다.”는 말에서부터 “머리가 굳어 이젠 자신이 없다.”는 말에 이르기까지 이유는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일부는 “신청서를 한글로 쓰는 것 아니냐.”며 지레 겁을 먹기도 했다. 조씨는 손사래를 치는 어르신들을 따라다니며 “버스노선과 번호는 기본이고 소설책이나 자막있는 외국영화도 맘껏 볼 수 있도록 해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반신반의하며 그렇게 조씨를 따라나선 노인 13명이 양천구 성인문해학교 1기생들이다. “제일 마음이 짠했던 것은 의사 아들을 둔 한 할머니였어요. 할머니는 ‘의사 부모가 글도 모른다고 소문나면 (자식)병원 하는데 안좋을 것 같다.’며 한사코 거절하셨어요. 그분은 동네 친구에게도 글을 못 읽는다는 걸 철저히 감추시더라고요. 부모님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어요.” 그 후 1년. 어렵사리 학교에 나오신 어르신들은 이제 한글을 읽고 쓰는데 어려움이 없을 정도가 됐다. 그동안 입소문이 나면서 현재 문해학교 학생 수는 45명. 학급도 3개 반으로 늘어났다. 주위에선 ‘조씨의 악착스러움이 일궈낸 결과’라고 이구동성이다. 조씨가 ‘선생님’으로 불리는 곳은 이 곳뿐이 아니다. 그는 공무원노조와 신월동 푸른공부방에서 아이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친다.10년 전 자기계발을 위해 조금씩 공부한 중국어가 이젠 남을 위한 일에 쓰이고 있다. 그는 “3년 전 구청에서 처음 신설한 평생교육업무를 준비하면서 도대체 업무가 그려지지 않아 동료들과 함께 고생도 많이 했다.”면서 “양천이 전국에서 평생학습의 모범구로 각인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양재열 전기안전공사 사장 “섬기는 리더십으로 조직화합 이끌 것”

    ‘보디 가드 사장’이 9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청와대 경호실 차장 출신의 양재열(53) 전기안전공사 사장의 얘기다. 양 사장은 “취임 뒤 가장 신경쓴 것은 직원들의 마음을 얻는 거였다.”고 털어놓았다. 다소 의외다.“대통령을 경호하듯 국민을 전기 재해로부터 경호하겠다.”던 그였다. 그렇다면 직원보다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 더 먼저 아닌가. “우리 공사는 전체 직원의 90% 이상이 기술 전문가입니다. 대(對) 국민 접점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장 직원이 90% 이상이라는 얘기죠.” 그제서야 말뜻이 헤아려졌다. 직원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곧 국민들의 서비스 만족도를 올리는 지름길인 것이다. 취임하자마자 그가 전국 66개 사업소를 직접 찾아다니며 술잔을 기울인 이유다. “지난 100일 동안 현장을 다니면서 느낀 점은 우리 조직이 굉장히 건강하고 순수하다는 겁니다. 다만, 최근 3년여 동안 너무 혁신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다보니 혁신 피로감이 많이 쌓였더라고요. 정부 경영평가 2년 연속 1위라는 좋은 토양이 있는 만큼 앞으로는 조직 화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유도할 생각입니다.” 본사 구내식당의 임원석과 직원석 칸막이를 없앤 것은 그 일환이다. 그는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구내식당을 애용한다. 직접 식판을 들고 줄을 선다. 더러 무심코 뒷줄에 섰다가 흠칫 놀라는 직원들도 적지 않다. “안 그래도 사장 하면 거리감을 느끼는데 경호실 출신이라고 하니까 직원들이 더 어려워하는 것 같아 일부러 스킨십을 많이 하려 노력합니다.” 그는 ‘섬기는 리더십’을 강조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사장이 섬기는 자세로 직원을 대하면 직원들도 자발적으로 고객에게 섬기는 자세를 갖게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업무의 디지털화’에도 관심이 많다.“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낮에 사람이 집에 없는 가구가 많은데 아직도 공사의 점검방식은 옛날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져 있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첨단 계측장비 등을 확충해 점검방식의 선진화를 꾀할 생각이다. 그는 ‘스피드콜’ 얘기도 꺼냈다. 스피드콜은 정전이나 누전 등 전기와 관련된 고충이 생겼을 때 전화(1588-7500) 한 통화만 걸면 언제 어느 때나 곧바로 달려가 응급 처치해주는 24시간 무료 서비스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거리 미술관 속으로] (39) 테크노마트 ‘빛-우주21’

    [거리 미술관 속으로] (39) 테크노마트 ‘빛-우주21’

    단 3초만에 상대방에게 호감이나 비호감을 갖게 하는 것은 첫인상이다. 건물의 첫인상 역할을 하는 것이 로비. 어떤 인상을 주느냐에 따라 건물에 대한 이미지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서울 광진구 테크노마트의 첫인상은 33m 높이의 보이드 공간(몇개 층을 관통해 뚫려있는 곳)에 달린 ‘빛-우주21’(27m·알루미늄)로 좌우됐다. 얼핏 크리스마스 장식줄을 꼬아 달아놓은 듯, 커다란 다슬기 모양의 용수철이 천장에 매달려 있는 듯, 육중한 몸이 바람을 타고 천천히 돌아가며 화려한 빛의 변화를 보여준다. 국내 최대 규모의 모빌인 이 조형물은 ‘빛의 화가’로 유명한 고 하동철(1942∼2006) 전 서울대 서양화과 교수의 작품이다. 천장에 철골을 박고 원판을 매달아 바람에 따라 움직이도록 했다. 그 움직임에 따라 색이 달라지고, 다채롭게 빛이 번지면서 신비로움 그 자체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30년 가까이 ‘빛’에 집중하며 작품활동을 해온 하 교수는 줄곧 “예술은 결국 우주의 질서를 닮으려는 몸짓이고, 빛은 우주 질서를 상징하는 불변의 요소이자 생명의 근원이다. 내 작품은 색의 변조를 통해 본질을 가리는 싸움의 연속”이라면서 그림이나 조형물에 빛을 담는 데 애써 왔다. 빛을 등지고 오는 어머니를 기다리던 고향의 모습, 어머니의 상여를 따라가며 본 태양의 눈부심, 비행기를 타고 북극을 지나며 본 오로라 등이 그에게 빛의 영감을 주었다. 그의 작품 세계를 단조로운 모노톤으로 고요한 명상의 빛을 담은 초기와 다양한 색으로 감성을 풍부하게 내보인 후기로 구분짓는다면, 이 작품은 단연 후반기 작업의 특성을 담고 있다. 그만큼 웅장하고 현란하다. 더불어 빛을 다루는 그의 내공이 작품의 면, 모서리, 꼭짓점 곳곳에 오롯이 녹아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내 맘속에 초대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내 맘속에 초대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글 홍승범(본지 편집장) | 사진 한영희 2005년 4월호 장영희 교수로부터 2007년 7월 가수 이은미까지, 그간 ‘초대’에는 총 스물여섯 분이 참여하여 진솔한 대화를 나눠주셨습니다. 바쁜 일정 속에 있는 분들을 한 자리에 초대하는 일은 매회 산고를 안겨주었지만, 돌아보면 그 시간들은 모두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제 릴레이 인터뷰 ‘초대’가 충전의 시간을 갖습니다. 잠시 숨을 고른 이후 더 풍성하고 실팍한 내용을 담아 돌아올 것을 약속드립니다.이번 호에는 그간 ‘초대’에 등장했던 대담자의 면면과 어록을 살펴봅니다. 장영희(영문학자, 서강대 교수) 희망을 버리는 것은 죄악이다 장영희-김점선(화가) 관능의 힘이 그대를 이끈다 김점선-신희섭(뇌 과학자) 단순함의 아름다움 신희섭-정말로(재즈 보컬) 꽃잎 날리네, 햇살 속으로 / 머물다 가네, 꽃그늘 아래 정말로-이외수(소설가) 고독한 산보자의 꿈 이외수-류승완(영화감독) 유쾌하고 정직한 분노의 방식 류승완-최일도(목사) 지상의 양식 최일도-인요한(의사) 1백 년 린튼 가의 ‘조선 살림, 한국 사랑’ 인요한-최불암(탤런트) 홀로 안으로 익어가면 / 그게 남자요, 아버지요 최불암-한준호(한국전력 CEO) 한 가지 마음으로 한길을 걸어가다 한준호-문국현(유한킴벌리 대표) 청년의 꿈을 청산에 심다 문국현-김후란(시인) 재능이 아니다, 열정이다 / 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김후란이병훈(유니베라 대표) 꿈은 현실보다 힘이 세다 이병훈-한젬마(화가) 그림 밖으로 걸어나와 세상 속으로 들어가기 한젬마-유인촌(서울문화재단 대표) 내 꿈은 그대를 꿈꾸게 하는 것 유인촌-장미희(배우) 여름, 보리울의 길목에서 장미희-홍세화(한겨레신문 시민편집인)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홍세화-정혜신(정신과 전문의) 다시, 인간에 대한 예의로부터 정혜신-한비야(국제 NGO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 내 어여쁜 사람아, 일어나 함께 가자 한비야-박경철(시골의사) 쓸모없음보다 두려운 것은 없다 박경철-공병호(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행복한 자유주의자와의 대화 공병호-심재명(엠케이픽처스 사장) 모든 평범한 삶은 특별하다 심재명-장윤주(모델) 날 한 번이라도 본 적 있나요? 장윤주-배한성(성우) “친구, 인생은 더빙이 안 된다구” 배한성-정관용(KBS 심야토론 진행자) 대한민국의 정중앙에 서다 정관용-이은미(가수) 화려하고 쓸쓸하게,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 장영희 행복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절대 행복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갖고 있습니다. 행복에 관한 한 우리는 참으로 변덕꾸러기라서 손에 넣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행복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행복은 영원이 아니라 순간적인 것이고, 그래서 진정한 가치와 행복은 위대한 성취의 이면이 아니라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작은 순간들 속에 숨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김점선 상대적으로 둔하고 끈질긴 예술가들만 남게 돼. 너무 예민하면 죽어. 무시도 이겨내야 하고, 운명 같아. 조물주가 작가 하나를 만들 때 일부러 굳센 의지를, 뚝심을 심어 놓지. 스무 살에 빛나지 않고 육십, 칠십에 빛나게 아주 조금씩 키워갈 수 있는 씨앗만을 집어넣지, 누구나 한눈에 알 수 있는 그런 조숙하고 완성된 재능을 넣지는 않아. 그렇게 되면 타락하기 쉬워. 시들어 버린다니까. 신희섭 어떤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않으면서 그 일을 쉽게―다른 사람이 보기에―잘 해내는 사람을 우리는 전문가라고 부른다. 그는 그 일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이다. 정확하게는 ‘뇌에 배어 있다’가 맞는 표현이다. 뇌에 배어 있는 기능이 몸을 통하여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하루하루 일상의 전문가이다. 자는 일, 먹는 일, 걷는 일 하나만 해도 우리가 얼마나 오랜 연습 끝에 이룩한 기능인가? 정말로 진실과 맞닥뜨리려면 얼마간의 불편을 감수해야 해요. 입맛에 맞는 달콤한 음악을 하기는 쉽지만 나 자신을 속일 수는 없잖아요. 재즈가 좋은 건, 음악과 나 사이의 공간에 거짓이 존재할 틈이 없다는 거예요. 거칠지만 그만큼 진솔하니까. 이외수 험, 험. 하던 얘기 마저 합시다. (담배 하나 물고) 옛날에 내가 심산유곡에 들어가 문장공부를 했거든. 겨울에 냉방에서 자고, 밥할 때만 불 떼고. 눈이 첩첩이 쌓여있으니 나무 구하기가 힘들어 아예 달밤 같은 때는 문 열어놓고 닫으나 여나 춥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밖을 내다보는데, 아! 그 달빛 속의 나무가 너무 거룩해 보이는 거요. 이렇게 추운데, 저자는 홀딱 벗고서 홀로 서서 겨울을 나는구나.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저렇게 초연하게 겨울을 날까. 딱 보면 내 신세 같은데… 그러다가 문득 그와 내가 하나가 되는 일체감을 얻은 겁니다. 그때부터 문장도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묘사하고 설명하는 문체가 아니라 그 사물의 마음으로 말을 하게 된 거지. 류승완 자칭 걸작 시나리오를 쓸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람들을 가끔 만납니다. 그러나 만나고 보면 그들은 시나리오 한 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써본 적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제가 직접 만든 단편 영화를 가지고 대한민국의 모든 영화제에 출품해서 모조리 떨어져 봤습니다. 영화학과 시험에도 빠짐없이 낙방을 경험했고요. 데뷔하기 전까지 열한 편의 장편 시나리오를 썼는데, 한 번도 공모에 당선되지 못했고 영화사에도 팔지 못했습니다. 재능은 극복할 수 있지만 열정은 극복할 수 없어요. 시쳇말로 중요한 것은 펀치가 아니라 맷집이 세야 한다는 겁니다. 최일도 어느 날, ‘밥퍼’ 현장에서 진지를 드시던 할아버지 한 분이 신문을 보시다가 저를 부르시더라고요. 어이, 최 목사! 또 책을 냈구먼. 아, 네. 졸작을 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부끄러운 건 아는구먼. 예? 무슨 말씀…. 이 사람아, 예수는 책 한 권 낸 적 없는데, 그 제자라는 사람이 뭔 책을 그리 많이 내? 아, 예. 그래서 늘 부끄럽습니다. 내고 싶어 낸 게 아니라…. 지난번에 저쪽에서 냈으니 이번엔 이쪽에서 내달라고 하도 졸라서…. 아, 시끄러워! 어쨌든 당신이 냈잖아. 이것 봐. 우리는 말 잘하고 글 잘 쓰는 목사 말고 예수님처럼 사는 목사를 기다리는 게야…. 인요한 가난과 역경에 맞닥뜨려도 웃으면서 헤쳐나가는 것이 조선 사람의 본래 얼굴입니다. 결핵에 걸려 죽음을 눈앞에 둔 한 주민이 해외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몹쓸 병에 걸렸지만 어쩌겠어요. 열심히 끝까지 싸워봐야죠.” 너무나 의연한 자세로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고 용기 있게 맞서는 모습에 경외감마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우린 지금 어떻습니까? 걸핏하면 한강에 풍덩, 목숨을 버리는 풍조가 생겨났어요. 병원에 와 보세요. 살고 싶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목숨은 선물인데, 그런 나약한 태도는 원래 우리의 모습이 아니에요. 비겁한 도피예요. 최불암 요즘 들어 내가 주례를 많이 보는데, 아버지가 울면 딸이 울고, 딸이 울면 반드시 아버지가 울어요. 그런데, 아버지는 손으로 눈물을 닦지 않아요. 마치 흘린 적 없다는 것처럼 눈만 껌벅거릴 뿐. 그래서 결혼식장에서는 아무도 아버지의 눈물을 볼 수 없고 다만 딸이 그것을 느끼게 되는 거지요. 내 사무실에 여직원이 하나 있었는데 아주 어렵게 자란 친구예요. 시집갈 때 내가 주례를 봤는데 그이 아버지도 역시 눈물을 떨구고 있더라구. 신부는 화장 지워가면서 같이 울고…. (아들? 그때는 어머니가 울지) 한준호 북한 현지 KEDO발전소 건설 당시 작업에 참여한 현지 인력 4백 명 가량을 강당에 모아 놓고 교육을 시켰어요. 그런데 하루는 그중 한 사람이 와서 강당 불이 밝아 글을 볼 수가 없다고 하는 겁니다. 전등의 삼분의 이를 끄고 나머지만 켰더니 그제야 눈이 편하다고 했답니다. 우리 눈에는 너무나 익숙한 불빛이 다른 어떤 사람들에게는 눈이 부실 만큼 밝다는 사실…. 이것은 우리가 지금 어떤 문명을 경험하고 있는지에 대한 방증이라 할 겁니다. 문국현 언젠가 피터 드러커 선생을 만나 뵈러 갔을 때의 일입니다. 비가 막 쏟아지는 날인데, 아흔다섯의 연세에 다리가 불편하셔서 워커에 의지하시면서도 식사를 굳이 나가서 하자시는 겁니다. 아! 선생님, 도대체 이 도전하는 정신의 정체는, 그 정열은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여쭈었더니 답이 명쾌했습니다. “인생은 긴 달리기이고, 사람은 모름지기 젊게 살아야 해! Life is long running, people must keep young!”. 김후란 미래는 현재다, 이 말을 가슴에 담아두고 살아요. 미래가 현재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현재가 미래로 달려가는 것이잖아요. 이병훈 일터는 우리가 하루 3분의 2 이상의 시간과 정력을 쏟는 곳입니다. 당연히 자아성취의 장이 되어야 합니다. 자아라는 건 개인과 기업의 꿈이 하나 될 때 성장하니까 가능하면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모여야 합니다. 그래서 제게는 10조짜리 회사를 만들겠다는 욕망이 없습니다. 다만 그들이 함께 일하는 ‘참 좋은 회사’ 하나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한젬마 잘 어울려서 내 몫만큼 살고 가는 것. 그게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일 거라고 생각해요. 나이 들면서 모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그건 제가 정말 싫어하는 거예요. 젊은 나이에는 잘 모르고 달려드는 패기도 좋고 날카로움도 좋지요. 하지만 나이 들어 그러는 것은 부담스러워요. 너무 공격적이거나 강한 것도 싫고요. 조용하고 침착하고 내면의 힘이 느껴지는 사람이 좋아요. 유인촌 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계층에 있는 사람들, 예술에 대해 별로 인식이 없어. 말로는 뭔 소리 못 해. 하지만 옷 벗고 속에 있는 얘기 다 끄집어내다 보면 예술을 하찮게 생각해. 문화를 해야 한다, 그래야 선진국이다 떠들지만 말 뿐이야. 결국 예술가들이 그이들의 머리를 깨우쳐줘야 하는데 부끄럽게도 대부분 역량이 부족해. 예술가? 딴따라? 그 역할 너머냐, 안쪽이냐로 구분하면 돼! 장미희 언제 어디서든 당당한 배우들이 있어요. 하지만 저는 못 그래요. 전날 밤 준비하고, 고민하고, 그러고도 막상 나가야 할 때가 닥쳐오면 “정말 싫어!” 혼자 떼를 써요. 요즘도 공적인 자리에 가면 “말 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어, 편안히 놔주었으면 좋겠어” 중얼거리면서 귀퉁이에 숨어요. 아직도 저는 왜 배짱이 요만할까, 혼자 고민하지요. 홍세화 한국으로 돌아가면 땅을 많이 밟아보리라, 파리에 있을 때 다짐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들어와 보니 자동차가 사람을 밀어내고 있었습니다. 위로 가라, 밑으로 가라 아니면 건물 속으로 들어가라…. 사람의 길이 없구나, 길이 없어서 사람들이 길을 찾지 않는구나, 나는 독백을 했습니다. 정혜신 ‘인간은 자기가 아닌 만큼만 인간일 수 있다.’ 2차 대전 당시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았던 한 유태인 정신과 의사가 이런 말을 남겼어요. 인간은 자기를 초월할 수 있는 만큼만 인간이라는 거고, 본능을 뛰어넘을 수 있는 인간의 자의식 속에서만 진정한 이성적 존재가 나타난다는 거죠. 한비야 생각하는 사람thinker도 있고, 행동하는 사람actor도 있어요. 저는 가슴이 시키는 대로 어떻게든 손발을 움직여야 하는 사람이니 후자이겠죠. 생각해보세요. 목욕탕 가서 생각보다 뜨거운 물에 들어갔어요. 견딜 수 없죠? 튀어나가야 하죠? 그게 절박감이에요. 난 그게 뭐가 됐든지 일단 ‘필’이 오면 100도까지 끓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어요. 성에 안 차! 박경철 죽어서 아버지를 만나서는 “그래, 잘했다” 칭찬을 받아야 하고, 아픔을 함께해준 친구에게는 언제든 힘이 되어주어야 해요. 그리고 나를 믿어주는 아내에게도 실망을 줄 수 없으니 결국 이들이 저를 하루 24시간 감시하고 격려하는 거죠. 당연히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다짐할 수밖에요. 공병호 안분지족, 나는 노! 입니다. 인간은 자신이 도달할 수 있는 것보다 좀 더 높은 목표에 에너지를 쏟고 그것에 몰입할 때 행복을 느낍니다. 일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절반의 행복에 지나지 않습니다. 일이 항상 좋을 수는 없겠지만, 마찬가지로 사람도 항상 행복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건 행복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일을 하면서 행복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심재명 재테크요? 문외한이에요. 성격이요? 직관적이고 감성적이랄까, 지레짐작해서 일을 그르친다고 남편에게 늘 주의를 받아요. 화나는 일이요? 영화 잘 만들 고민을 하지 않고 잘 살아남을까만 궁리하는 사람을 마주 보는 일. 화를 자주 내냐고요? 못내요. 좌우명이요? 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말자. 성공이요? 그런 걸 꼭 생각해야 하나요? 나이에 따라 현명하게 자신을 변화시켜가면서도 의미 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면 그게 성공 아닐까요? 장윤주 리허설 백 번 하고 관객 앞에 딱 한 번 서면 그만인 게 쇼예요. 하루 만에 끝날 거 할 짓 없어서 이렇게 준비하나, 회의가 들기도 하지만 한 번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되풀이하지 않는 비장한 올인이 멋있잖아요. 예전에는 쇼가 끝나고 나면 아쉬운 기분에 맥주도 한 잔씩 했는데, 이제는 박수를 뒤로하고 무대를 내려와 본래의 나 자신으로 돌아오는 모습도 너무 좋아요. 쿨하게 안녕히 계세요, 하면서 총총 발걸음을 돌리는 그런 내 몸짓들이 진짜 멋있다, 완전 카리스마다, 스스로 감탄하기도 해요. 배한성 방송 잘하는 법 궁금하시죠. 책 나와 있어요. 조금 두꺼운 게 흠이긴 한데, 읽다가 지치면 훌쩍 뛰어넘어 맨 뒤를 봐도 좋아요. 거기 아마 이런 이야기가 쓰여 있을 거예요. 여태껏 얘기한 건 이론이다, 방송은 타고나는 것이다. 그럼 도대체 뭘 타고나느냐, 재능? 아니, 끈기. 정관용 토론 문화가 성숙하지 못한 것은 교육에도 큰 문제가 있습니다. 사지선다 주입식 학습의 폐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거죠. 정운찬 총장 재직 시 서울대학교에 기초교육원이 만들어졌습니다. 거기서 뭘 가르칠까요. 말하기와 글쓰기랍니다. 공부 열심히 해서 서울대에 들어온 우수한 학생들이 정작 학문을 위한 기본 소양을 갖추지 못했다는 겁니다. 이은미 남 모르는 아픔과 고민 갖지 않은 사람 누가 있겠어요. 그런데도 제 주변에는 세상이 다 그런 거다, 너 혼자 고민하는 것 아니다, 코웃음 치는 사람이 없었어요. 늘 한 발짝 뒤에서 지켜주기만 하는 그런 진짜 사랑을 받고 있었는데, 정작 제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거예요.
  • 가수 유영석, 김형중의 뮤지컬 ‘Love in Cappuccino’

    가수 유영석, 김형중의 뮤지컬 ‘Love in Cappuccino’

    ‘푸른하늘’,‘화이트’의 싱어송라이터 유영석, 가수 김형중이 뮤지컬로 의기투합했다. 새달 8일부터 올라갈 ‘러브 인 카푸치노’(10월28일까지,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 유영석은 제작자 겸 음악감독으로, 김형중은 주연으로 나선다. 연습이 한창인 1일 오후 남산 드라마센터 야외 테라스에서 두 사람과 마주 앉았다. 하늘은 낮고 소나기가 간간이 뿌렸다. 뜬금없이 웬 뮤지컬이냐는 물음이 나올 법하지만 이들은 사실 준비된 신인(?). 데뷔 20년차인 유영석은 푸른하늘과 화이트 시절부터 뮤지컬 음악을 하고 싶다고 공공연히 얘기해 왔다. 그래서 이제야 발을 담근 건 늦은 감마저 있다.“1994년에 낸 화이트 앨범이 50만장 넘게 나갔어요. 이 정도면 뮤지컬 하는 양반한테 전화오겠구나, 했는데 별로 연락이 없더라고요.”(웃음) 김형중은 15명 모집에 380명이 몰린 오디션을 거쳐 주연을 따냈다. 대학교 1학년 때 성우를 준비했다는 그는 요즘도 혼자 집에서 사극을 보며 흉내낼 정도.“제가 뮤지컬에 출연한다니까 희열이 형(가수 유희열)이 그러더라고요.‘너 왜 그랬어∼’” 유영석은 이번 작품에 16곡을 선보인다.8곡은 신곡이고 8곡은 기존에 발표한 곡. 오렌지 나라의 앨리스와 꿈에서 본 거리, 눈부신 그녀 등이 오케스트라의 선율을 타고 클래식과 뮤지컬풍으로 거듭난다.“20년 창작 세월 중 요즘처럼 창작열을 낸 적이 없었어요. 아침에 눈떠 곡 만들고 점심 먹으면서 가사 써요. 제가 집중력이 깊은 반면 짧은데 2주동안 써서 다음 작품 ‘체리 파르페’곡까지 만들었다니까요.” 공연은 뚜껑장사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기 때문. 더욱이 창작뮤지컬이라는 모험을 하는데도, 유영석은 자신이 넘친다.“위험하지만 몸을 더 푹 담글 수 있어서 좋습니다. 왜 이제서야 시작했나 싶어요.” 10년지기인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깊다. 유영석은 김형중을 ‘완벽한 인격체’라고 치켜세웠다.“형중이는 제작자의 마인드를 갖고 있어요. 시나리오 간섭하지, 배우들 챙기지, 사비 들여서 떡볶이까지 사와요.”김형중에게 ‘형’은 ‘50점 먹고 들어가는 음악감독’. 네 남녀의 사랑이야기가 펼쳐질 ‘러브 인 카푸치노’에서 김형중이 맡은 역할은 카페 ‘화이트’의 주인인 제이. 그는 요즘 매일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연습실에 있다.‘좋은 사람’,‘그랬나봐’를 부르던 여리고 절제된 목소리 대신 에너지와 감정을 뱉어내는 뮤지컬 창법을 익히느라 강행군이다.“벌써 첫 공연 무대가 어떨까 기대돼요. 창피하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창피하면 극 전체가 창피해지는 거잖아요.” 그러면서도 그는 배우 능력을 검증받고 10년 후에는 뮤지컬 음악을 만드는 게 제 최종목표라고 또렷이 발음한다. 유영석은 벌써 차기작 시놉시스도 완성했다. 내년 5월 올릴 어린이뮤지컬 ‘네모의 꿈’이다. 올 연말에는 윤상, 장호일, 박승화, 김종서 등 노래도 되고 연주도 되는 8090음악인들끼리 프로젝트 그룹도 만들어 활동할 예정이다. 카푸치노처럼 달콤하고 깊은 맛, 짙은 음악의 향이 난다는 ‘러브 인 카푸치노’. 국내 창작뮤지컬에도 ‘오페라의 유령’,‘캐츠’의 뮤지컬넘버처럼 진폭이 넓은 히트곡이 나올 수 있을까. 음악이 아까워서라도 연달아 시즌2, 시즌3로 몰이를 하겠다는 유영석의 입담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영화 ‘리턴’서 외과의사로 돌아온 김명민

    영화 ‘리턴’서 외과의사로 돌아온 김명민

    제가 연기자의 길을 포기하려는 순간에 ‘이순신´을 만나 연기인생의 제 2막이 시작됐죠. 지금은 화려한 조명 아래 있지만 언제나 어두웠던 어제를 잊지 않도록 노력하며 살고 있어요. 이번 영화속에서 관객들이 ‘장준혁´을 찾으려 해 부담스럽긴 하지만 큰 산을 하나씩 정복하는 것처럼 새로운 인물과 하나가 되는 것에 큰 희열을 느낀답니다. 마주하고 보니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하얀거탑’의 장준혁의 긴 그림자를 밟고 9일 개봉을 앞둔 ‘리턴’의 류재우로 다시 하얀 가운을 입고 돌아온 배우 김명민(36). 영화 시사 이후 예정된 인터뷰만 30건이 넘었다.“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요.”라며 씩씩하게 말하지만 입에서 단내가 나겠다 싶다. 사실 ‘리턴’에서는 네 명의 배우가 비슷한 무게의 짐을 진다. 그럼에도 그가 이토록 주목을 받는 것은 온전히 ‘하얀거탑’의 덕이다. 게다가 똑같이 외과의사로 나오기에 화제의 중심에 놓일 수밖에. 원래 올 초 개봉 예정이었던 영화가 드라마 이후 나오게 된 것도 득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김명민은 이 점에 신중했다.“그렇다면 다행이죠. 하지만 영화에서는 캐릭터가 그냥 무난하죠.‘딱 반만 덜어내자, 힘주지 말자’하고 시작했고요. 그런데 장준혁은 류재우와 달리 센 캐릭터잖아요. 순서가 뒤 바뀌는 바람에 자꾸 영화에서 장준혁을 찾으려 해서 그게 좀 부담스럽기도 해요.” ‘리턴’은 2001년 ‘소름’ 이후 무려 3개의 영화가 ‘엎어진’ 뒤 만난 작품이다. 두 번째 받아든 시나리오에서 감성적인 스릴러에 대한 기대를 키웠고 다른 배우들의 캐스팅이 배역과 너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주저없이 합류를 결정했다. 그리고 ‘리턴’은 오랜만에 한국 스릴러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을 듣고 있다. 사실 영화계는 오랜 시간 그에게 ‘쓴 맛’을 안겨줬다.‘스터트맨’이라는 영화를 찍으며 당한 부상으로 3개월 넘게 누워 있어야 했다. 다친 것보다 영화가 세상에 나오지 못한 고통이 더 컸다.2004년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만나기 전까지 2년 반 동안은 소득없이 끝난 세월이었다. 인생이란 게 참 미묘한 구석이 있다. 죽을 만큼 힘들어 포기하려는 순간에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리기도 하니 말이다. 그에게도 그러한 순간이 왔다.2004년 4월 아이의 출생과 함께. 아들 제하가 태어나기 3일 전 받은 ‘불멸의 이순신’ PD의 전화는 처음엔 그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나한테 이순신이라니…, 지금 장난하시냐고 했죠.” 당시는 사업가의 꿈을 안고 이민을 가겠다고 마음을 정해 놓은 상태. 방송국에서 다시 생각해 보라며 시한을 정했다. 하지만 애가 태어나면서 정신없는 바람에 전화 거는 걸 깜빡했고 이는 자동적으로 허락의 표시가 돼버렸다.“사실 아들 때문에 (이순신을)한 게 커요. 나중에 커서 아빠가 그래도 배우를 했다 하면 남들한테 당당하게 말할 작품 하나 있어야 하지 않나 싶었죠. 게다가 이순신이잖아요. 제가 세종대왕만 같았어도 안했는데 이순신 장군은 아이들한테 ‘0순위’ 잖아요.(웃음)” 에게는 갑작스레 인기를 얻고 난 뒤 배우가 가질 수 있는 치기 어린 우쭐한 감정이 없다. 천성이 겸손하고 깔끔한 매너를 익혔다고 하더라도 온 국민의 사랑을 받던 ‘장준혁 전·후’로 조금이라도 흔들리는 구석이 없었을까. 그는 “연기에 민감, 인기엔 둔감”이라고 했다. 긴 슬럼프는 그에게 이러한 태도를 견지할 수 있는 의지를 길러주었다. 오늘의 빛남은 어제의 어두움에서 나온다. 화려한 조명 아래 있지만 언제나 늘 어두웠던 어제를 잊지 않는다. 그는 “장준혁으로 갑자기 떴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94년 연극에 이어 96년 방송으로 데뷔, 지금까지 보낸 12∼13년간의 인고의 세월이 있었기에 이순신을 거쳐 장준혁으로 결실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카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피카소는 25세 때 이미 천재 화가로 세상의 주목을 받았어요. 그가 40살 되던 해 한 귀부인이 찾아와 막대한 돈을 내놓으며 초상화를 부탁했죠. 그가 그림을 완성하는데 5분 걸렸어요. 귀부인이 화를 내는 건 당연하죠. 그 때 피카소가 한 말이 ‘내가 당신을 그리기까지 40년이 걸렸다’였죠. 저도 마찬가지예요.” 러가지 비유를 들어 설명하는 것을 보면 독서량이 간단치 않을 터. 하릴없던 시절 책을 1년에 100권씩 읽었고 운동도 열심히 했다. 그렇게 마음 속에서 독하게 칼을 갈았기에 불운의 덮개를 찢을 수 있었다. 형사, 장군, 외과의사 등 주로 근엄하고 우울한 역할만을 했기에 그의 실제성격이 궁금했다.“좀 웃기는 편이죠.”그럼 코미디에도 욕심 날만 할 텐데? “우리나라에서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 같은 영화가 만들어진다면 한번 해 볼 텐데 코미디에 등장하는 인물의 성격은 너무 단순하고 뻔하잖아요. 그래서 재미없어요.” 하나로 딱 꼬집어 규정할 수 없는 성격을 가진 인물이 구미에 당긴단다. 현재 한창 촬영 중인 차기작 ‘무방비도시’의 형사 조대영도 상처를 가진 복잡다단한 인물이다. 큰 산을 하나씩 정복하는 것처럼 새로운 인물을 연기하고 그와 일체가 된다는 것보다 더 큰 희열은 없다. 배우란 직업은 또한 ‘신세계’로 안내하는 통로다. “한동안 외과의사로 살 때 신문에 나오는 의료 기사는 죄다 읽었어요. 진짜 의사처럼.‘와∼, 이런 수술법이 새로 나왔구나!’하면서요. 그러고 나서 친한 의사 선생님들과 토론을 하죠. 그 분들과 이야기가 된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요즘은 광역수사대 형사님들과 경찰의 수사권 독립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어요. 하하하.” 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깔깔깔]

    ●처방전 약방에 온 여자는 약제사를 보고 비소를 달라고 했다. “비소를 무엇에 쓰실 건데요?” “남편을 죽이려고요.” “그런 목적이라면 팔 수 없습니다.” 여자는 핸드백에서 사진 한 장을 꺼냈는데, 그녀의 남편과 약제사의 아내가 간통하고 있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었다. 사진을 본 약제사는 “아니, 처방전을 가지고 온 줄은 미처 몰랐네요.”●산부인과 청구서 해산하기 직전 병원으로 향한 젊은 산모는 미처 분만실로 들어가기도 전에 병원 잔디밭에서 아기를 낳았다. 그런데 병원으로부터 분만실 사용료 30만원을 요구하는 청구서가 왔다. 그는 해산은 잔디밭에서 이뤄졌으니 그 돈을 낼 수 없다고 상세하게 설명한 내용의 서신을 병원으로 보냈다. 며칠 후 병원으로부터 다른 청구서가 왔다.‘그린피 20만원’을 내라는 것이었다.
  • “말로 작가와 대중 연결하는 것도 비평가 몫”

    “말로 작가와 대중 연결하는 것도 비평가 몫”

    평론가가 문학답사 가이드를? 요즘 작가들의 문학투어가 붐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작가들의 답사마다 따라다니며 진행을 돕는 평론가가 있어 관심을 모은다.2006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데뷔한 이선우(31)씨.26일 그를 만나 문학답사의 의미와 문학작품의 장소성, 작가들의 뒷얘기 등에 관해 들어봤다. ●문학이 먼저 독자에게 다가서야 이씨는 올해 서울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서울 속 문학투어’의 진행자로 선정됐다. 4월부터 10월까지 두달에 한번씩 이뤄지는 이 행사는 지난 4월 신경숙·방현석의 가리봉동 투어에 이어 지난 6월 조경란의 봉천동 투어를 치렀다. 이를 계기로 지난 10일 문화관광부에서 주최하는 신경숙의 ‘리진’ 문학투어를 담당하기도 했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이씨는 ‘이게 평론가가 해야 될 일인가.’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곧 바뀌었다.“저는 평론가로서 자의식이 크지 않아요. 작가가 어떻게 작품을 썼는지, 독자들의 시각은 어떤지 현장에서 듣고 싶었습니다.” 그가 첫발을 뗀 이유는 문학의 침체기, 문학판이 먼저 독자에게 다가가고 문턱을 낮춰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격적 질문에 곤란한 반응 문학투어를 진행하며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많았다.“‘봉천동에 산다’의 작가 조경란씨는 가족에서 벗어나려는 욕망이 강하지만 다시 돌아옵니다. 그래서 제가 6월 답사 때 공격적인 질문을 했죠. 그런데 가족들이 자리해 작가가 굉장히 곤란해하더라고요.” 지난 4월 방현석, 신경숙 작가의 가리봉동 문학투어도 인상적이었다.“노동운동을 해온 방현석씨는 1985년 구로투쟁 때 현장에 오간 작가입니다. 그에게 가리봉 시장은 전경에게 쫓겨 도망다니고 노동운동이 끝나면 술을 마시던 투쟁공간이었죠. 또 신경숙에겐 그곳은 공장일을 마치고 그날그날 먹거리를 사서 돌아가던 생활공간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업성 짙은 행사” 시각도 최근 늘고 있는 작가들의 문학외유(?)에 상업성이 짙다는 우려도 많다. 이씨도 그 점에 동의한다.“독자들은 이름 없는 작가들에게는 호응이 없으니 그런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래서 신인이나 지명도 낮은 작가들을 선정하기 어렵고 이름 있는 작가들만 택해야 하니 문학판 안에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생겨납니다.” 비용이 적잖이 드는 무료행사이다 보니 작은 출판사가 문학투어를 진행하기는 쉽지 않다. 독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지 못한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씨에 따르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문학답사는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보고 가족끼리 떠나는 여행이다. 주5일제에 맞게 문학과 여가생활을 아우르는 행사도 바람직하다. 그동안 답사 경험을 토대로 한 ‘공간으로 바라보는 문학 이야기’를 책으로 펴낼 예정이라는 이씨.“평론가가 골방에 앉아 글만 쓰고 뒷짐만 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글 아닌 말로 작가와 작품, 일반 대중을 연결하는 역할도 비평가의 몫이니까요.”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강유정의 영화in] 폭력의 역사

    [강유정의 영화in] 폭력의 역사

    지루한 오후 두 명의 남자가 낡은 차 주변을 얼씬거린다.“어, 물이 떨어졌네. 가게 뒤편에 가면 정수기 있더라, 물 떠오지?” 다른 한 남자가 빈 물통을 들고 가게 안을 향해 간다. 남자의 뒤편에 카메라의 여백이 따라온다. 난자된 남녀의 시체가 있다. 방문이 빼꼼 열리고, 아이는 겁에 질린 채 물을 뜨는 남자를 쳐다본다. 울듯 말듯 눈망울을 굴리는 아이를 달래는 남자, 하지만 다른 손에는 총이 들려 있다. 고요한 정오의 살해로 시작되는 이 영화,‘폭력의 역사’는 ‘폭력’에 관한 영화라기보다 인간의 다중성을 그려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다중성을 이해하는 핵심으로 ‘폭력’을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폭력은 인간의 변형된 한 형질이 아니라 깊숙이 잠재하는 인간적 본성인 셈이다. 너무나 평범한 한 가정을 공들여 제시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주인공 톰 스톨은 특별할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으리만치 평범한 보통 남자다. 아내와 두 아이가 있고 자신의 이름을 딴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한순간, 우연처럼 사고가 발생한다. 앞서 보았던 그 살해범들이 가게를 침범해 폭력을 휘두른 것이다. 톰 스톨은 뛰어난 반사능력으로 이들을 제압한다. 제압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들을 아예 없애 버린다. 강간당할 뻔한 여직원과 가게 안의 여러 명의 목숨을 구한 영웅으로, 탐 스톨은 갑자기 유명세를 타게 된다. 그런데 이 유명세는 이상한 방향으로 뻗어나간다. 그를 ‘조이’라고 부르며 접근하는 외눈박이 남자가 일상에 침투했기 때문이다. 시골 마을의 조용한 집, 톰 스톨의 가정을 떠도는 외눈박이 남자는 톰 스톨 안에 내재해 있는 폭력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그 본성이 자신의 안에 있음에도 외부에서부터 오는 것이라고 믿는다.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기에 누군가 자신을 침범할 때에야 비로소 발현되는 보호본능 같은 것이라고 말이다. 어떤 점에서 톰 스톨의 폭력성은 국수적으로 변해가는 세계 정세의 반영으로 보이기도 한다. 자신의 국가, 자신의 민족을 공격했다는 이유로 그것을 정당성 삼아 훨씬 더 큰 폭력을 행사한다. 가정이나 국가와 같은 대의 명분으로 끔찍한 폭력은 정당화된다. 자신을 괴롭히는 녀석들과의 마찰을 피하는 아들의 행보가 비겁함으로 회자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결국 아들은 상대방의 코뼈를 무너뜨림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과시한다. 그렇게 폭력을 통해 존재가 증명된다. 다중 인격자로 묘사되는 톰 스톨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는 집밖에서 총을 휘두르고 사람을 죽인 후 말끔한 모습으로 식탁에 돌아와 식사를 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톰 스톨은 다중인격자가 아니라 그저 평범한 사람이다. 아니,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내부에 9개쯤 되는 다중 인격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폭력 본능을 깨울 사건과 조우하지 못했을 뿐 그것은 뜨거운 마그마처럼 내면에 도사리고 있다. 이 불편한 제안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연출력 덕분에 설득력 있는 심리학으로 전개된다. 인간의 형편없는 본성에 관해, 데이비드 크로넨버그는 어느 새 경지에 올라선 듯하다. 영화평론가
  • “과태료 민원 설명 불충분해요”

    “과태료 민원 설명 불충분해요”

    “공무원들이 생각보다 많은 업무를 처리하고 있더라고요. 하지만 더 효율적인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요.” “장애인에 대한 혜택이라는 것이 그들의 실생활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27일 오전 10시30분 서울 마포구청 대회의실. 지난 6월25일부터 마포구청과 17개 동사무소에서 ‘여름방학 대학생 아르바이트’ 활동을 한 대학생들이 신영섭 마포구청장과 간담회를 갖고 한달간의 공직 경험을 거침없이 털어놨다. 신 구청장은 “대학생 아르바이트가 유익한 경험이었길 바란다. 그동안 보고 듣고 느낀 점을 기탄없이 말해달라.”며 ‘솔직토크’를 유도했다. ●효율적인 업무처리 아쉬워 공덕2동사무소에서 승용차요일제·문화 프로그램 접수, 장애인 실태 설문조사 등을 한 민솔(20·국민대 전자공학과2)씨는 “지역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했는데 다들 ‘실제로 돌아오는 혜택은 하나도 없는데 늘 똑같은 것을 물어 귀찮다.’라는 반응을 보였다.”면서 “설문이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주민자치센터에 이렇게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지 몰랐다.”고 한 이재훈(19·충주대 응급구조과1)씨는 “염리동사무소에서 문고를 정리하는 일을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빌려가서 돌려주지 않았다.”면서 혜택은 누리지만 책임을 다하지 않는 시민의식 결여를 지적했다. 교통행정과에서 자동차 등록 업무를 맡은 이종현(19·연세대 체육교육학과1)씨는 “과태료를 내러 온 민원인들이 통지서를 받지 못했다면서 불만을 터뜨리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관련법이나 민원 처리 과정에 대해 설명을 충분히 해주고, 통지서를 보낸 뒤에는 문자나 이메일로 수령 확인을 했다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암동사무소에서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을 접수하는 일을 한 성예지(21·한국외대 네덜란드어과 3)씨는 “주민자치센터에서 많은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주민들도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구청에서 근무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생 알바는 ‘여름방학 대학생 아르바이트’는 서울시와 자치구가 방학을 맞은 학생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공직 경험의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했다. 공공기관에서 근무한 경험이 취업에 도움이 될 거라는 인식이 강한 데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하루 2만 5000원의 보수를 받는 등 비교적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할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요 업무는 사무·민원처리 보조 역할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희귀 난치병 도전과 정복] (40) 마르팡 증후군

    [희귀 난치병 도전과 정복] (40) 마르팡 증후군

    2m가 넘는 큰 키로 농구 코트를 누비던 왕년의 농구스타 H(42)씨.1983년부터 10년간 국가대표로 뛰면서 구름팬들을 몰고 다녔던 그의 앞날에 어느 날 예기치 않은 암흑이 닥쳤다.‘골리앗’으로까지 통했던 그의 큰 키가 오히려 생명을 위협하는 병증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된 뒤였다. 뼈와 근육, 심혈관 등에서 합병증을 일으키는 이 병은 그의 아버지와 동생의 목숨까지 앗아갔다.‘거미손 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선천성 발육이상 질환인 ‘마르팡 증후군(Marfan Syndrome)’이다. “이 증후군 환자들은 일반인보다 키가 훨씬 크고, 사지가 길며, 척추가 굽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 대부분의 환자는 심장에서 나오는 가장 큰 혈관, 즉 대동맥이 약해 찢어지거나 터지기가 쉬운데 이때 즉각적인 조치를 받지 못하면 생명을 잃기도 하지요. 통증이 없더라도 늘어난 대동맥 때문에 혈액이 역류하면 호흡곤란이 올 수도 있고요. 하지만 초기에 진단을 받고 의사가 제시한 수칙대로 꾸준히 몸을 관리하면 정상인과 같은 생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삼성서울병원 심장혈관센터 김덕경 교수는 마르팡 증후군을 ‘사형선고’로 보는 잘못된 시각을 경계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완치는 어렵지만 약물 치료와 정기적인 건강검진, 적당한 운동을 통해 얼마든지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마르팡 증후군은 110년 전인 1896년 프랑스의 안토니오 베르나르 장 마르팡이라는 소아과 의사가 키가 크고, 팔·다리와 손가락이 길며 무릎의 관절 위축이 있는 한 소녀 환자를 학계에 보고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이 질환의 원인은 세포 간의 접착제 역할을 하는 ‘결체조직’(結締組織)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결체조직의 구성요소로, 인체 내에서 생성되는 단백질인 피브릴린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이 질환의 원인으로, 부모로부터 유전된다. 주요 진단 기준인 ‘겐트 기준’에 따르면 수술이 필요한 정도의 흉골 기형, 안구탈출증, 대동맥 확장증, 척추 측만증, 경막 확장증 등의 증상이 동시 다발적으로 나타날 경우 마르팡 증후군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 질환의 발병률은 0.02%, 즉 인구 1만명당 2명이지만 유전질환의 특성상 환자나 가족들이 숨기는 경우가 많아 실제 환자 수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이 증후군은 상염색체 우성 유전질환입니다. 이는 부모 중 한쪽 또는 양쪽에서 유전자를 받을 경우 자녀들은 50%의 확률로 이 질환을 갖고 태어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기술이 발전해 1개월이면 질환의 진단이 가능하고, 그 정확도도 70%에 이르므로 이 질환을 가졌다면 숨기기보다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지요.” 마르팡 증후군이 위험한 것은 환자의 대동맥이 지속적으로 확장돼 파열(대동맥 박리)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동맥이 풍선처럼 부풀어 심장이 박동할 때마다 지속적인 압력을 받으면 약해진 혈관이 터지는데, 이때 환자는 가슴과 등쪽에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고, 이 상황에서 신속하게 수술을 받지 못하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대동맥이 갑자기 늘어나거나 직경이 5㎝ 이상 확장되면 대동맥 대체 수술이 필요하며, 이때 대동맥 판막을 인공 판막으로 대체하는 시술을 병행하기도 한다. 또 환자 중 절반은 척추가 S자형으로 휘어지는 ‘척추측만증’이 동반되고 이 중 20%는 교정 수술을 받아야 한다. 일부는 눈의 수정체가 제자리를 이탈하는 탈구 증상으로 시력장애를 겪기도 한다. “심초음파검사나 MRI,CT로 비교적 정확하게 심장과 대동맥의 이상을 진단할 수 있고, 대동맥 및 판막 수술은 성공률이 99%에 이를 정도로 높습니다. 여기에는 주로 인조혈관과 인공판막을 이용하지요. 척추측만증 환자의 경우 척추 만곡이 20∼40도 사이이면 보조기를 사용해 교정하지만 그 이상이면 수술을 해야 합니다. 이게 모두 조직을 지탱하는 피브릴린이 제기능을 하지 못해 발생하는 증상이지만 조기에 진단하면 치료 성공률은 비교적 높은 편입니다.” 마르팡 증후군은 다른 난치성 질환처럼 완치가 불가능해 많은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래 환자는 희귀난치성 질환 산정특례로 총 진료비의 20%만 내면 되지만, 대동맥 수술비 등은 일반인과 같기 때문에 부담이 적지 않다. 하지만 조기에 진단을 받고 적절한 약제를 꾸준히 복용하는 등 건강관리에 힘쓰면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데 큰 불편이 없다는 점이 희망이다. 의료진이 이런 환자들에게 일반적으로 권하는 약제는 혈압강하제인 ‘베타차단제’이다. 혈관 확장을 막고 맥박 수를 감소시키기 때문에 이를 꾸준히 복용하도록 권유한다. 최근에는 고혈압약 중 ‘안지오텐신수용체 차단제’ 계열의 혈압강하제인 ‘로잘탄’이 동물실험에서 대동맥 확장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그러나 약물 못지않게 환자의 노력도 중요하다. 대동맥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심한 운동은 피해야 한다. 만약 운동을 하고 싶다면 에어로빅이나 가벼운 자전거 타기 및 조깅 등이 좋다. 이런 운동을 주 3∼4회, 매회 20∼30분 정도씩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운동은 피로감을 느낄 때 쉴 수 있는 종목이어야 하며, 만약 베타차단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맥박수를 분당 100회 이하로, 그렇지 않다면 110회 이하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새로운 약과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환자의 수명은 계속 느는 추세입니다. 최근에는 1970년대 초반에 발표된 것보다 마르팡 증후군 환자의 수명이 25% 정도 연장됐다고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조기에 진단해 초기부터 관리를 시작하면 60∼70세까지도 큰 불편 없이 살 수 있지요. 그런 만큼 꾸준히 전문의의 관리를 받는 게 중요합니다. 미국의 링컨, 프랑스의 드골도 마르팡 증후군 환자로 알려졌지만 병을 극복하고 역사에 위대한 대통령으로 남아있다는 점을 환자와 가족들이 항상 되새기기 바랍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누드 브리핑] 현동훈 구청장 ‘청바지 패션’ 기대

    서대문구청 직원들이 현동훈 구청장의 ‘청바지 패션’을 손꼽아 기대하고 있답니다. 정송학 광진구청장의 ‘장사꾼 강의’가 호평을 받았습니다. 휴가를 떠나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 간부들에게 책보따리를 안겼다고 하는데요.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서대문구청 직원들은 수요일마다 티셔츠에 청바지, 운동화를 신은 자유로운 복장으로 출근을 하고 있는데요.“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는 얽매이지 않는 복장에서 나온다.”는 현동훈 구청장의 발상이라는군요. 여름에 넥타이를 풀면 체온을 2도 정도 낮춘다니 에너지 절약 효과도 높고요…. 하지만 정작 현 구청장은 한번도 캐주얼 복장을 선보인 적이 없다는군요. 시행 첫날인 지난 11일에 갑작스런 행사 때문에 정장으로 갈아입고 나왔답니다. 그 다음 주인 18일은 구의회 임시회,25일은 외부 행사로 준비해놓은 캐주얼을 결국 입지 못했다는 겁니다. 직원들은 “구청장은 정장 차림인데 우리만 입으니 민망하다.”면서 언제쯤이나 구청장의 멋진 캐주얼 차림을 볼 수 있을지 기다리고 있답니다. ●장사꾼이 장사꾼 사정 안다 기업인 출신의 정송학 광진구청장이 지난 24일 자양1동 청사에서 열리는 ‘자양골목시장 상인대학’에서 특강을 했는데 수강생들로부터 “역시 장사꾼출신이라 귀에 쏙쏙 들어온다.”는 평을 받은 모양입니다. 정 구청장은 경제활성화 구정을 소개하면서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지에 대한 소신을 전했는데요. 제시한 비결은 ‘친절과 웃음’입니다. 손님을 끌어야 물건을 팔 수 있다는 것이지요. 강의를 끝낸 정 구청장이 “어떤 대목이 기억에 남느냐.”고 묻자 상인들은 일제히 “위스키요.”라고 대답했답니다.‘위스키’라고 말하면서 이빨이 드러나도록 웃으라는 내용의 친절교육에서 나온 말입니다. ●서울시에 ‘전략서´ 탐독 열기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장급 공무원들에게 책을 사서 선물하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간부의 업무 특성에 따라 주는 책이 달라 “당신은 무슨 책 받았냐.”면서 그 의미를 나름대로 새겨보는 분위기인데요. 오 시장은 바쁜 일정 중에도 틈틈이 책을 읽고 내용이 괜찮으면 선물을 하고 있는데요. 많이 돌린 책은 ‘드림소사이어티(롤프 엔센지음·리드리드 출판)’‘전쟁의 기술(로버트 그린·웅진지식하우스)’‘유혹의 기술(로버트 그린·이마고)’ 등이라고 합니다. 주로 현대사회를 사는 데 필요한 전략과 지혜, 경영·마케팅 기법 등에 관한 책이었다고 하는군요. 특히 대변인과 홍보기획관에게는 10권 가까이 무더기로 안겨주면서 “읽고 공부해서 업무에 잘 활용하라.”고 ‘특수주문’을 한다고 합니다. 양친과 부인, 두 딸과 함께 ‘인적이 드문 조용한 곳’으로 휴가를 떠나는 오시장은 출발에 앞서 읽을거리 15권을 가방에 넣었다고 합니다. 시청팀
  • [20&30] 비정규직의 애환과 희망

    [20&30] 비정규직의 애환과 희망

    외환위기를 거치며 확산된 ‘비정규직’은 20대와 30대에게는 미래의 슬픈 자화상이다. 이달 초 비정규직보호법안 시행과 이랜드 파업 사태 등을 거치면서 비정규직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장밋빛 꿈’을 안고 살아야 할 ‘2030’ 젊은 세대에게 비정규직이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삶의 최일선에서 현재 비정규직으로 살아가고 있는 20∼30대들의 애환과 희망을 함께 들어봤다. ●차별과 냉대라는 보이지 않는 벽 회사원 황모(28·여)씨는 비정규직이다. 취업난이 한창이던 2004년 겨우 지금 회사에 ‘업무 보조’라는 이름으로 입사해 일을 해오고 있다. 정규직 업무와 별반 차이가 없지만 그는 심한 ‘차별’을 실감하고 있다. 노조 가입도 하지 못하고, 정규직들이 다 받는 상여금 한 번 받은 적도 없다. 최근 회사가 큰 폭의 흑자를 내면서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그씨에게는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상여금은 회사 이익 창출에 기여한 사원들에게 이익의 일부를 배분하는 거잖아요. 비정규직은 회사를 위해 기여한 게 아무것도 없어서 성과급이나 상여금에서 배제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소속감을 못 느끼는 건 당연한 거죠.” 2005년부터 올해 1월까지 계약직으로 일하다 그만두고 직업전문학원에 다니는 권모(24·여)씨는 계약종료 한 달 전부터 ‘매년 재계약을 할 수 있을까.’라는 부담감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지는 경험을 되풀이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9월부터 회사 사정이 많이 안 좋아졌어요. 한 번은 밀린 월급 일부를 지급한다고 해서 좋아했는데 정규직한테만 급여를 주더라고요. 항의를 했더니 업무처리 과정에서 일어난 단순한 실수 때문이라고 해명하면서 바로 입금해 주기는 했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정말 불쾌해요. 차별받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죠. 솔직히 항의를 안 했으면 안 줬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나마 그 회사는 ‘양반’이었다. 이전 회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월급날도 달랐다고 한다.“정규직이야 노조가 있다 보니 회사 사정이 어려워도 월급날을 어긴 적이 없어요. 하지만 비정규직에게는 ‘회사에 돈이 없다.’는 이유로 1∼2주씩 지나서 월급을 주는 일이 다반사예요.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해져요.” ●정규직이 꺼리는 ‘3D 업무´ 떠맡아 수많은 차별은 물론 비정규직들은 오히려 정규직 업무에 ‘플러스 알파’의 업무도 떠맡는다. 정규직들이 하기 싫어하는 3D(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업무도 비정규직들의 몫이다. 한 대기업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해 사보 교열업무를 보던 박모(37)씨는 지난해 회사를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처음에 그가 맡기로 한 일은 교열업무뿐이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일이 하나둘씩 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통신사 뉴스의 재가공과 취재 기자의 초벌기사 정리는 물론 나중에는 사보의 한 섹션을 맡기며 직접 취재에 나설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나중에는 취재에 교열까지 하다 보니 사내 취재기자들보다 하는 일이 더 많아지더라고요. 나한테는 취재비도 안 주면서 취재하라는데 정말 참기 힘들었어요. 정규직 직원의 절반도 안 되는 급여를 받으며 내 돈 써가며 취재까지 해야 하는 현실이 많이 비참했어요.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더니 제 상관이 ‘조금만 더 성실한 모습을 보였으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줄 수도 있었는데 자네 복이 여기까진가 보다.’라며 오히려 저를 힐난하더군요. 전 속으로 ‘사람 마음속에 피멍 들게 한 당신은 얼마나 오래 회사에 남아있나 두고 보겠다.’고 생각했죠. 근데 진짜 그 상관도 저 그만두고 3개월 뒤에 실적부진을 이유로 ‘잘리고’말더라고요.” 비정규직 김모(32·여)씨는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한다. 그럼에도 회사 간부들은 김씨에게 바닥 청소를 시키기도 한다. 정규직에게는 커피 심부름을 시키지 않는다. 정모(30·여)씨는 1년 계약 후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겠다는 약속을 믿고 한 공연기획사에 들어갔다. 입사하고 11개월이 되자 회사는 자신의 본업인 디자인 업무 대신 티켓 관리 업무를 맡겼다.‘그만두라.’는 무언의 압력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정씨는 꾹 참고 두 달을 버텼지만 결국 제 발로 회사를 그만뒀다. 기초자치단체에서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는 신모(30)씨는 “사무실 앞에 붙여놓는 직원명단은 보통 이름과 직급을 쓰는데 유독 내 이름 옆에는 ‘계약직’이라고 써 놨다.”면서 “정규직 공무원들은 그런 식의 표현이 기분 나쁠 거라는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계약직은 연말에 연봉재협상을 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내부게시판에 연봉협상이라는 제목으로 이름과 액수가 올라왔어요. 개인정보 유출도 그렇지만 연봉협상을 한 적도 없는데 결정이 다 돼버린 거예요. 담당 계장은 고의가 아니라 실수였다며 사과를 했습니다만 기분은 정말 씁쓸했지요.” ●“직장이동 자유로워… 다양한 경험 쌓아 좋기도” 비록 소수이기는 해도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을 오히려 ‘인생의 기회’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현재 사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 황모(27)씨는 용산전자상가, 반도체 수입업체, 홍보대행사, 영업사원 등 다양한 ‘비정규직’을 해왔다. 황씨는 지금껏 일궈온 경험을 밑천삼아 대학 졸업 뒤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고 싶어 한다.“만약 정규직 직원이 10년 동안 직장을 10번 넘게 옮겼다면 다들 그를 ‘사회 부적응자’로 보겠지만 비정규직에게는 그런 통념에서 자유로운 면이 있거든요.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은 오히려 비정규직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비정규직이 각 기업의 노하우를 단기간에 배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편의점 운영노하우를 알고 싶어 편의점 ‘알바’도 3개월가량 해봤다고 한다. “예전에 일본의 한 맥주회사 사장이 맥주맛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유럽의 한 맥주회사에 청소부로 취직해 결국 맥주제조 기밀을 훔쳐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우리 사회는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많은 사회로 알고 있어요. 즉 대부분은 원치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에서 일해야 한다는 뜻이잖아요.‘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도 있듯 현 상황에서 비정규직을 할 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미래에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경험을 쌓는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적극적으로 회사의 노하우와 핵심역량을 배워 두면 결국 내 자산이 되잖아요.” 강국진 류지영기자 betulo@seoul.co.kr ■ 민노총 비정규직 활동가 박종민씨 “노동계의 양대 산맥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자신들의 기득권에 안주해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큰 죄를 짓고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들이 외면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곳이 사실상 노총밖에 없는데 이마저 두 개로 쪼개져 정규직 노동자들의 기득권 보호에 안주하는 단체로 전락해 버렸어요. 양대 노총이 진정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지금이라도 조직과 이념을 넘어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 적극 협력해야 합니다.”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뉴코아 강남점 앞에서 지난 20일 공권력에 의해 강제 연행된 뉴코아·홈에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지지하기 위한 ‘매출타격투쟁’을 마치고 돌아가는 박종민(32·민주노총 비정규실 활동가)씨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바람이 가득 차 있었다. 2001년 중앙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박씨가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해. 대졸자의 절반가량이 비정규직으로 평생 고용불안과 불평등 계약 속에 힘들게 살아가야 한다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후배들이 학교를 졸업 뒤 비정규직의 설움과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 현실을 눈감아야 한다는 사실을 제 양심이 허락하지 않더라고요.” 지난해 민주노총에서 전업 활동가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비정규직 문제에 매달려온 박씨. 그동안 뉴코아 강남점에서 점거농성 조합원들의 지지 시위를 벌여온 그는 최근 공권력 투입을 통한 정부의 사태 해결을 바라보며 착잡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고 토로한다. “전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고 제 예비 장인도 목사님이십니다. 기독교인의 관점에서 볼 때도 ‘기독교기업’을 자처하는 이랜드의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전 교회에서 늘 기독교인은 약하고 가난한 자의 편에 서라고 배워 왔는데 왜 이랜드는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의 희생을 통한 성장을 당연하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어떤 때는 ‘약자에 대한 위선적 태도를 취하는 게 기독교의 본질이 아닐까.’라는 회의론이 들기도 해요.” 끝으로 박씨는 현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양대노총의 대승적 협력과 정부의 적극적 참여를 촉구했다. “비정규직은 ‘밥줄’을 지키기 위해 자기의 ‘밥줄’을 걸고 싸워야 합니다. 이번 사태에서도 알 수 있지만 점거농성 등 극단적인 방법을 쓰기 전에는 들은 척도 않는 정부의 무성의한 태도가 비정규직을 더욱 극단으로 내몰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2002년 대선 당시 인간 노무현을 대통령 노무현으로 만든 시대적 사명은 ‘양극화를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라.´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대적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뿐 아니라 양대 노총도 손을 맞잡고 나서야 합니다. 지금도 눈물 흘리고 있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안 보이시나요.”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단식 18일째’ 한혜주 KTX승무원 “비정규직 하면 ‘서글프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올라요. 다른 사람들 보기에 별난 사람처럼 보일까봐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가끔 ‘나는 비정규직이 아니라 계약직이다.’라면서 자기 일이 아니니 귀찮게 하지 말라는 사람도 있어요. 어떤 사람은 ‘그래도 나는 월급 잘 받고 있다. 데모할 생각 말고 성실하게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말하죠. 그런 말을 들을 때는 정말 마음이 아파요.” 지난 20일 오전 서울역광장 농성장에서 만난 한혜주(26·여)씨는 인터뷰 내내 물병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단식 18일째라고 했다. 노조 홍보차량에서 나오는 안내 방송에 목소리가 묻힐 정도로 기운이 없어 보였지만 한씨는 자신의 생각을 또박또박 털어놨다. 그는 “신문에 얼굴사진이 최대한 예쁘게 나오게 ‘뽀샵질’을 해야 한다.”는 농담을 건넬 정도로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2004년 KTX가 개통하면서 승무원으로 입사할 때만 해도 한씨는 ‘준공무원’이 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었다.“채용 공고도 공무원 분야로 돼 있었고요. 회사에선 ‘자회사이긴 하지만 철도청이 공사로 바뀌면 직접 고용과 정규직화가 될 것’이라고 얘기해 우리도 그렇게 믿었죠.” 한씨에겐 대학을 졸업한 뒤 첫 직장이었다. 하지만 환상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2005년에 공사로 바뀌었지만 승무원들은 여전히 저임금에 시달리며 1년 단위로 계약서를 새로 써야 했다. 한씨는 “병가 때문에 일을 쉬거나 하면 사측에서는 ‘이런 식으로 나가면 내년 계약에서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협박하곤 했다.”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준공무원 대우라는 말이 말짱 거짓이었음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입사 초기에 가졌던 자부심은 속았다는 분노로 바뀌었다. 노조라고 다 같은 노조가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노조가 자신들을 보호해 주지 않자 승무원들은 철도노조 KTX승무지부로 노조를 옮겼다. “처음엔 노조가 뭔지도 잘 몰랐죠. 어려운 일이 생기니까 자연스레 노조에 가입하게 됐죠.” ‘투쟁’을 시작한 지 500일이 넘었다. 한씨는 부모님께 가장 미안하다.“부모님이 마음고생이 심했어요. 처음엔 반대도 많이 하셨죠. 지금은 기왕 하는 거 맘 편하게 하라고 하셔요. 부모님이 저보다 더 속상하시겠죠.” 남자친구 얘길 꺼내자 한씨 표정에 미소가 번진다.“처음에는 소신을 갖고 하는 거니까 잘될 거라고 했어요. 나중에는 몸과 마음이 힘드니까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하더라고요. 지금은 제발 단식만은 말아 달라고 하죠.” 한씨는 인터뷰 말미에 “이철 철도공사 사장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 했다.“칼자루는 사장이 쥐고 있습니다.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위해 그 칼자루를 사용하지 말아 주세요. 원칙을 그렇게 따지시는데, 철도를 이용하는 시민과 노동자를 위한 원칙도 세워 보시기 바랍니다.‘한때’ 민주화 투사라고 하던데 그런 열정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네요.”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베이징올림픽 1년 앞으로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베이징올림픽 1년 앞으로

    베이징올림픽이 약 1년 앞으로 다가왔다.1964년 일본 도쿄,1988년 대한민국 서울에 이어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열리는 이번 올림픽은 2008년 8월8일 개막,17일의 열전을 펼친다. 또 2회 연속 및 통산 6회 종합 10위권 진입을 노리는 한편 수영 등에서 새 역사 쓰기를 준비 중인 한국의 메달 전망을 짚어본다. 베이징올림픽 조직위원회 선전부 왕후이(王惠) 상무부부장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현지의 준비 상황과 달아오르는 열기 등도 살펴본다. ■ 베이징 여름올림픽 한국 메달 전망 2008년 베이징 여름올림픽에서는 한국스포츠 역사가 새로 쓰인다. 한국 수영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그것도 금메달을 캘 가능성이 짙다. 또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전병관 이후 16년 만에 역도 금메달이 유력하다. 유도와 탁구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2연패를 노린다. ●수영 불모지서 첫 금 캔다 한국이 올림픽 수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60년 로마올림픽. 당시 다이빙 종목에 나섰으나 참가에 만족해야 했다. 적어도 2004년 아테네올림픽까지는 상황이 그랬다. 아테네서 부정 출발로 실격, 눈물을 뿌렸던 ‘18세 괴물’ 박태환(18·경기고)이 한국 수영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역할을 맡았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박태환은 지난해 도하아시안게임 3관왕에 올랐고, 호주 멜버른 세계선수권에서 남자 자유형 400m 금메달,200m 동메달을 따내며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이제는 수영전문브랜드 스피도의 후원으로 전담팀을 꾸려 올림픽 정복을 위해 ‘열혈 자맥질’을 하고 있다. 중장거리 전문이지만 단거리에도 재능을 보인 박태환으로서는 여러 종목에 도전하기보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아테네 여자 역도 75㎏이상급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은메달에 그쳤던 ‘피오나 공주’ 장미란(25·고양시청)은 베이징에서 메달 색깔을 금빛으로 바꿀 채비를 갖췄다. 중국 여자 역도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있는 장미란은 딩메이위안(시드니 금)과 탕궁훙(이상 28·아테네올림픽 금)의 뒤를 잇는 무솽솽(23)과 맞붙게 된다. 장미란은 무솽솽과 지난해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에서 장군멍군했다. 안방 텃세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확실한 실력의 우위를 쌓아야 하는 게 과제다. 유도 그랜드슬램에 빛나는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26·KRA)는 치열한 내부 경쟁을 뚫어야 한국 유도 사상 첫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할 수 있다.73㎏급에서 김재범(22·KRA), 왕기춘(19·용인대) 등 후배들의 도전이 거세기 때문. 이원희는 고질적인 발목 부상 치료를 위해 독일에서 수술받고 재활 중이다. 베이징을 위해 오는 9월 세계선수권 출전을 포기한 것. 이원희는 완벽한 몸상태로 대기록에 도전한다는 각오다. ●경계선을 뛰어넘어라 탁구와 배드민턴은 그동안 올림픽에서 각각 금메달 5개와 3개를 땄다. 세계적인 경기력을 감안한다면 조금 더 많은 금메달을 추수했어야 했지만 ‘최강’ 중국이 늘 걸림돌이었다. 이 종목에선 세계 1∼3위가 대부분 중국 선수들이다. 아테네에서 왕하오를 격파하고 남자 단식 정상에 섰던 유승민(25·삼성생명)이 만리장성 2회 연속 격파에 앞장선다. 맏형 오상은(30·KT&G)도 단·복식에서 칼을 갈고 있다. 배드민턴에서는 단식보다 복식에서 기대가 크다. 남자 복식과 혼합 복식의 기대주인 ‘제2의 박주봉’ 이용대(19·삼성전기)가 최근 손가락 골절 부상에서 벗어나 다시 올림픽을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한때 남자 단식 세계 랭킹 1위였고 전영오픈 준우승을 일군 이현일(27·김천시청)이 국가대표로 복귀, 힘을 보탰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이에리사 태릉선수촌장 “한국은 TOP 10” “이번에도 종합 10위는 꼭 지켜내야죠. 하지만 베이징올림픽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한국스포츠의 위기가 될 겁니다. 또 기회이기도 하고요.” 베이징올림픽 개막을 1년여 앞둔 ‘선수들의 요람’ 태릉선수촌의 풍경은 ‘정중동’이었다. 최초로 여성 촌장에 발탁, 햇수로 3년째 선수촌 살림을 꾸려가고 있는 이에리사(53) 촌장은 내년 베이징에서의 메달 전망을 묻는 ‘우문’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낀 듯했다. 그는 “지금 금메달 따기보다 어렵다는 올림픽 종목별 쿼터(출전권) 확보 전쟁이 한창”이라면서 “그런 만큼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지만 도하아시안게임이 끝나자마자 선수촌은 베이징올림픽 체제로 바뀌었고, 이제 가장 큰 목표는 4년 전 어렵게 복귀한 한 자릿수(9위) 종합순위를 지켜내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베이징올림픽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입니까. -중국은 우리에게 가장 가깝고 익숙한 곳입니다. 그러나 스포츠 환경으로 따지면 꽤나 먼 곳이죠. 중국은 올림픽 최초로 종합 1위를 벼르고 있습니다. 우리의 메달 전망 종목과도 많이 겹칩니다. 악재인 건 분명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스포츠의 위기입니다. ▶종합 10위를 지키기 위한 메달수는 예측할 수 있습니까. -아테네올림픽에서 우리는 금 9개, 은 12개, 동 9개로 ‘톱10’안에 재진입했습니다. 종목수가 다소 늘어나고 중국의 약진을 감안하면 최소한 금 12개는 따야 수성이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현재 올림픽 출전권 현황은. -7월 현재 6개 종목에서 55명이 출전권을 획득했습니다. 농구는 아시아선수권 우승으로, 수영은 세계선수권을 통해 5명이 쿼터를 확보했습니다. 역도와 사격, 근대5종, 하키 등도 각급 선수권 상위 성적으로 출전이 확정됐습니다. 탈락한 건 지역 예선에서 4위에 그친 소프트볼이 유일합니다. ▶향후 선수촌 운영은 어떻게 합니까. -당연히 ‘베이징체제’입니다. 선수촌은 기존 110일에서 2단계에 거쳐 올해 연간 180일까지 훈련일수를 늘렸습니다.1인1실이던 지도자 방 배정도 2인1실로 바꿔 선수들에게 더 공간을 할애했고, 국가대표 1.5진까지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이 됐습니다. ▶베이징올림픽을 기대하는 국민들께 당부하고 싶은 말은. -올림픽은 항상 시작하는 시점입니다. 물론 메달도 중요하고 순위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결과를 통해 급변하는 세계 스포츠 환경 속에 한국스포츠가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는 꼭 짚어봐야 합니다. 시드니올림픽 때 경기인들 사이에서는 “한국 체육의 위기”라는 의식이 팽배했습니다. 이후 4년 만에 우리는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근근이 버틴 게 사실이고, 내년 또 다른 위기가 닥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에 대한 체육인들의 끊임없는 반성과 노력, 그리고 국민들의 애정과 관심이 지속된다면 그건 우리에게 위기가 아니라 기회입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100년의 꿈 이뤄…中 저력 세계에 알릴 것” 중국인의 ‘100년간의 염원’이라는 베이징 올림픽 개막일이 1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중국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강대국으로서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 나아가 내부의 정치·경제적 모순까지 해결하는 기회로도 활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같은 대내·외적인 민감성 속에 그동안 올림픽 준비는 극도의 ‘보안’ 속에 이뤄져 왔다. 올림픽조직위 관계자들의 언론 접촉이 통제되고 있는 가운데 어렵게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 선전부 왕후이(王惠) 부국장을 만나 준비상황을 들어봤다.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아녜요. 중국이 고른 날짜가 아녜요.” 2008년 8월8일 8시에 거행되는 2008년 올림픽 개막식 시간이 중국이 고른 것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친다. 베이징 시내 중국 외교부 청사 대각선 방향에 위치한 올림픽조직위원회 선전부 건물에서 만난 왕후이(王惠) 부국장.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를 골라 개막일을 잡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부인했다. 중국인은 ‘(돈을)벌다.’는 발(發·파)과 발음이 비슷해 아라비아 숫자 8(바)을 좋아한다. “우리는 당초 9월에 하길 원했지요. 가을 베이징의 날씨가 얼마나 좋은데요. 그런데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8월을 제안했던 거예요.” 그는 “8시 개막시간은 IOC 관례에 따른 것이고,8일은 양자간에 논의를 거쳐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준비 상황은. -100년만의 꿈이 이뤄질 날이 1년 남짓 남았다.28개 주요프로젝트와 38개 하위,302개 단위 항목으로 나누어 진행할 일정이 모두 확정됐다. 여름올림픽, 장애인올림픽 2개 대회 모두 최대 규모로 치러질 것이다. 10만명의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데 신청자가 벌써 53만명을 넘을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지난 6월로 1차 표 예약이 마감됐다.700만장 가운데 490만장이 예약됐다.4000여종의 관련 상품이 개발됐다. 성화봉송로도 지난 4월 발표됐다. 시간도, 길이도 가장 길고 방문도시도 가장 많은 봉송로다. ▶왜 100년만의 꿈이라고 부르나. -1908년 톈진(天津)의 한 청년 잡지에 이같은 글이 실렸다.‘중국은 언제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을까. 언제 첫 금메달을 딸 수 있을까. 언제 올림픽을 주최할 수 있을까.’그 뒤로 1932년 중국인으로는 류창춘(劉長春)이 처음으로 올림픽에 참가했고,1984년 처음으로 금메달을 땄다.(중화인민공화국의 이름으로 중국이 올림픽에 참여한 것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이 처음이다.) ▶어떤 올림픽이 되기를 원하나. 중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 -가장 특색있는, 중국적 특성을 남기고 싶다. 세계 역사에 하나의 문화적 유산으로 남기를 원한다. 중국과 중국 문화, 나아가 아시아, 동방의 문화를 보여주고 싶다. 아시아에서는 1964년 도쿄.1988년 서울 단 2곳만 올림픽을 개최했을 뿐이다. ▶과거와는 어떤 점이 다른가. -우리는 올림픽을 통해 돈을 벌 생각은 없다. 입장료는 대단히 싸다. 아테네의 3분의1∼5분의1 수준이다.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가장 싼 표는 10위안(1200원)짜리도 있다. ▶인류와 올림픽 역사에는 어떤 공헌을 할 수 있나. -중국의 4억명 청소년들이 지금 올림픽 정신을 일깨워가고 있다. 어떤 대회와도 비교할 수 없는 많은 숫자다.50만세트의 각종 교재가 전국으로 퍼져갔다.556개의 시범학교가 있다. 올림픽 경기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 이상이다. ▶성적에 대해 얘기해 보자. 홈그라운드에서 미국을 꺾고 금메달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렇게 얘기들을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생각이 아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실 가능성이 크지 않다. 아테네올림픽에서 미국은 35개, 중국은 32개, 러시아가 29개의 금메달을 땄다. 그러나 금·은·동 합계를 보면 상당한 실력차가 있다. 미국 103개, 러시아 92개에 비해 중국은 63개밖에 되지 않는다.(중국은 과거 공식적으로 ‘최선을 다해 금메달 1위를’이란 목표를 세운 적이 있다. 일부에선 미국을 제치고 종합 1위를 위해 관련 전력을 철저하게 비밀에 부치고 있다는 지적들도 있다.) ▶날씨 때문에 기록 경기에 큰 지장이 있을 거라는 우려도 있다. -베이징이 많이 더워졌다. 세계적인 온난화 현상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국이 가장 온도가 높은 올림픽 개최도시는 아니다. ▶문제는 습도 아닌가. 베이징의 여름이 습도가 예전보다 많이 높아졌다. -이미 인공적으로 조절이 가능한 수준에 와 있다. 이번 7,8,9월 최종적인 기온 테스트를 하게 돼 있다. 그 결과를 보고 어떤 방법을 쓸 것인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한국인들은 베이징 올림픽이 성공하길 바라고 있다. 그래서 남북화해와 동북아 평화에 기여하길 원한다. -지난해 9월 서울에 가서 많은 공부를 하고 왔다. 당시 한국민들이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느꼈다. 고맙다. jj@seoul.co.kr ■ “육상·수영 금맥 캐자” 中 119프로젝트 극비 진행 |베이징 이지운특파원|‘녹색·과학기술·문화올림픽’이란 베이징올림픽. 중국은 지난해까지 환경보호시설, 도시기반시설 등 대부분의 공사를 마쳤다. 점검 테스트와 조직 운영 등을 점검하고 있다. 총 37개 경기장 가운데 31개가 베이징에 위치해 있다. 칭다오, 홍콩에 각 1개씩이다. 이런 상황 속에 중국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종합 우승 여부다.‘최선을 다해 금메달 1위를(力爭金牌榜第一)’ 중국이 안방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미국을 꺾고 종합 1위를 따내기 위해 내건 표어다. 아테네올림픽에서 미국 35개에 이어 32개로 2위를 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는 데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린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금메달 16개로 4위를 했던 중국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선 28개로 3위를 기록했다. 그러기 위해 중국은 체조, 다이빙 등 기존의 금맥 외에도 육상과 수영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야만 한다. 중국이 2001년 8월 올림픽 개최 확정이후 ‘119 프로젝트’에 착수한 것도 이런 필요에 의해서다.119는 육상과 수영에 걸린 금메달의 합계. 육상, 수영에서의 열세를 반드시 극복해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중국 체육계는 곧바로 ‘5대 대책’을 수립하고 지도자 선발과 육성에 착수했다.‘밖으로 나가고 안으로 불러들인다.’(走出去,請進來)는 원칙 아래 선수들을 전지훈련 등으로 해외로 내보내고, 해외의 유능한 감독진을 유치했다. 많은 국제대회를 유치해 많은 선수들에게 경험을 축적시키는 데 애썼다. 중국 체육에 ‘과학’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도 이 무렵부터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상당히 체계적인 선수 배양 능력을 갖추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중국은 남부 고원지대인 윈난(雲南)성 쿤밍(昆明) 등 천혜의 훈련지도 갖고 있다. 국제 스포츠계는 오래전부터 고지대에서의 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경기력을 향상시켜왔다. 폐활량 증대와 지구력 향상에 탁월한 효과를 낸다. 서부 칭하이(靑海)성에 있는 또 다른 고원 훈련 캠프인 ‘국가 고원체육훈련기지’에서는 중국 선수들의 ‘특수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1992년 세계청소년육상대회의 800m,1500m,3000m,1만m를 석권하고 1993년 독일 세계육상경기에서도 1500m,1만m에서 금메달을 휩쓰는 등 저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중국 전역 1만 7000개에 이르는 스포츠 아카데미에서 배출된 스포츠 재목에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더해져 어떤 효과를 낼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2005∼2006 국제수영연맹 쇼트코스 월드컵에서 혜성같이 나타나 여자 평영 200m에서 은메달을 따낸 소녀 수영선수 왕췬처럼, 나이 어린 스포츠 스타의 탄생이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이다. 중국의 보배 110m 허들의 류시앙 등도 건재하다. jj@seoul.co.kr ■ 옥(玉) 넣은 메달 특색 중국 문화 알리기는 베이징올림픽의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다. 올림픽을 통해 세계 각국에 문화대국,‘문화 종주국’인 중국을 알리기 위해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림픽 상징물에서부터 각종 도안에 이르기까지 중국적이고 역사적인 것을 강조하고 있다. 메달부터 달라졌다. 옥을 넣었다. 금·은·동에 들어간 옥의 품질이 각각 다르다. 옥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고대로부터 존귀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선물이었다. 성화는 종이를 말아올린 모습이다. 중국의 4대 발명품 가운데 하나가 종이다. 성화를 장식하고 있는 상서로운 구름이나 자홍색도 중국적 특성이다. 로고는 고대 인장의 모습으로 한자의 모습과 달리는 사람의 모양을 나타낸다.
  •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문화키워드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문화키워드

    ■ 신문 연재소설로 본 시대상 신문 연재소설에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심과 열망과 한숨이 배어 있다. 이것은 대중과 호흡을 함께해 나가는 신문이 그들의 이목을 끌고 그들을 지면에 이끌어 들이고자 만들어 내는 현상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신문 연재소설을 써나가는 주체란 단순히 작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신문과 독자, 그리고 그들과 함께 당대를 만들어 나가는 사회 그 자체라 할 것이다. 우리는 저 멀리 ‘대한매일신보’가 숨쉬던 구한말에서 애달픈 식민지 시대, 해방공간, 한국전쟁, 긴 독재체제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아주 긴 목록의 신문 연재소설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한국인들이 무엇을 알고 싶어 했고 무엇에 아파했으며 무엇을 원했는지 보여준다. 신문 연재소설은 우리에게 당대의 문화적 코드가 무엇이었는지 알려준다. 신문 연재소설을 통해 당대의 문화키워드를 살펴본다. 구한말의 문화적 키워드는 단연 나라 지키기에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당시 애국계몽을 표방한 신문 ‘대한매일신보’에는 ‘소경과 안즘방이 문답’(1905.11.17∼12.3),‘거부오해’(1906.2.20∼3.7) 같은 작품들이 연재되었다. 이 과도기적 ‘소설’들에는 어떻게 기울어가는 나라를 개혁할 것인가, 외세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복합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1910년대의 지식인들은 국권을 침탈당한 비극적 분위기 속에서 현실을 헤쳐나갈 수 있는 길을 여전히 유학과 교육과 계몽에서 찾았다. 문단으로 보면 이때는 이광수와 최남선의 시대였다. 이광수의 ‘무정’(‘매일신보’,1917.1.1∼6.14)은 경성학교 영어교사인 이형식과 기생 영채의 사랑의 엇갈림을 그리면서 그들,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하나가 될 수 있는 길을 새로운 학문을 위한 유학에서 찾았다. 여기서 이광수는 과학이라는 새로운 구호를 제창했다. 1920년대는 3·1운동의 좌절이 가져다 준 절망적 분위기 속에서 고독한 자아의 구원을 열망하는 흐름과 절망을 대신할 새로운 사회적 희망을 추구하는 흐름으로 나뉘었다. 어머니를 잃고 오빠와 함께 살아가는 혜숙의 가련한 운명을 그린 나도향의 ‘환희’(‘동아일보’,1922.11.21∼1923.3.21)는 전자의 흐름을,3·1운동의 좌절을 배경으로 순영과 봉구의 사랑과 죽음, 기약을 그린 이광수의 ‘재생’은 후자의 흐름을 대변한다. 1930년대는 어두운 현실에 대한 인식과 식민지 근대의 성숙 과정에서 배태된 대중문화, 그리고 여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때였다. 한 예로 염상섭의 ‘삼대’(‘조선일보’,1931.1.1∼9.17)는 타락한 윗세대와 사회주의 운동이 풍미한 복잡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삶의 균형을 고민하는 새로운 세대의 주인공을 그리고 있다. 1940년 8월10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폐간되자 신문 연재소설의 현장은 다시 ‘매일신보’로 넘겨졌다. 이태준, 채만식, 박태원, 이효석 같은 대작가들은 가혹한 천황제 파시즘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체제의 강압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고민과 문제의식을 그들의 소설들에 각인시켰다. 예를 들어 이효석의 ‘창공’(‘매일신보’,1940.1.25∼7.28)은 천일마라는 주인공이 만주 하얼빈에서 만난 러시아 여성 나아자와 결혼하여 함께 조선의 문화를 공유해 나가는 이야기를 통해 천황제 파시즘의 대동아주의 이데올로기에 균열을 냈다. 해방공간과 한국전쟁 발발에 이르기까지 잠시 침체한 양상을 보였던 신문 연재소설이 새로운 활력을 얻게 된 것은 1950년대였다. 대중의 폭발적인 반향을 얻으면서 논쟁에까지 휩쓸려 이른바 낙양의 지가를 올린 정비석의 ‘자유부인’(‘서울신문’,1954.1.1∼8.9)은 대학의 국문학 교수 장태연과 그 부인 오선영의 뒤얽힌 생활상을 통해 당대의 문화 풍속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1960년대에 들어서자 한국사회는 군사독재 체제, 산업화, 타락과 부패라는 복합적인 문제들에 봉착하게 된다. 손창섭의 장편소설들, 예컨대 ‘이성연구’(‘서울신문’,1965.12.1∼1966.12.30)나 이호철의 ‘서울은 만원이다’(‘동아일보’,1966.2.8∼10.31) 같은 작품들은 대도시화한 서울을 배경으로 간척사업, 공공사업 등과 같은 당대적 사건들을 다루면서 물신주의가 팽배한 1960년대 사회의 기묘한 위선, 타락, 무질서, 음모를 그려나갔다. 1970년대에 들어서자 민중이 사회적 관심사로 부상하기 시작한다. 군사독재와 산업화 속에서 짓눌린 민중에 대한 관심은 수많은 문제작들을 낳았던바 신문 연재소설에서 이것은 대하소설이라는 문제적인 양식과 접맥된다.‘서울신문’에 1979년 6월부터 1983년 2월까지 약 4년에 가깝게 연재된 김주영의 ‘객주’는 보부상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조선 후기 역사적 상황과 생생한 민중생활 양상을 풍부하게 재현한 문제작이다.‘한국일보’에 1974년부터 1984년까지 10년씩이나 연재된 황석영의 대하소설 ‘장길산’도 단 몇 줄의 역사기록밖에 없는 인물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민중의 애환과 바람을 그린 작품이었다. 1980년대에서 1990년대로 이어지는 역사적 격변의 시대에 신문 연재소설의 주된 테마를 이룬 것은 한국현대사에 대한 관심이었다.1983년부터 잡지에 연재하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태백산맥’에 이어 1998년부터 ‘한겨레신문’에 연재한 조정래의 대하소설 ‘한강’은 파란으로 점철된 한국현대사에 연속성을 부여하려 한 작가적 신념의 소산이다. 여러 곳에 나뉘어 연재되면서 1994년에 완간된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되어야 할 거작이다. 2000년대에는 민주주의가 사회적 원리로 정착해 나가는 대신에 자본주의의 물질적 독점력이 새로운 문제로 부각된다. 고도로 국가화·독점화한 자본주의가 과거의 정치적 독재를 대신하여 새로운 권력적 힘을 발휘하는 시대가 바로 2000년대다. 경제적 갈등, 반목과 생존 경쟁, 물신주의가 이처럼 일상을 확고히 지배한 시대는 일찍이 없었다. 여기에 민주주의가 낳은 정신적 타락 및 비속화·비소화한 시민들의 삶은 새롭고 숭고한 정신적 가치를 찾아 헤맨다. ‘서울신문’에 2004년 1월5일부터 최근까지 장기간 연재됐던 최인호의 ‘유림’은 그러한 숭고에 대한 열망이 투영된 소설이라고 하겠다.‘상도’에서 ‘유림’에 이르는 최인호의 집필과정은 시대의 추이를 예민하게 감지할 줄 아는 능력의 존재를 시사한다. 이렇듯 신문 연재소설은 한국사회 및 대중의 관심사와 그 문화적 추이를 깊이 있게 받아들이고 촉진한 시대의 바로미터와 같은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방민호(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 ■ 서울신문 연재소설 소개 ▶ 소경과 안즘방이 문답 1905년 11월17일부터 12월3일까지 대한매일신보에 연재된 개화기 신소설로 신문에 실린 최초의 소설 형태의 글이다. 개화로 인해 생활이 어려워진 복술가 소경과 망건장수 앉은뱅이의 대화가 전개되는 문답체로 자주적 국권 의식을 강조하는 작품이다. ▶ 무정 1917년 1월부터 6월까지 이광수가 매일신보에 연재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장편소설이다. 한국 현대 문학의 출발점이 된 작품으로 근대문명에 대한 동경과 신교육 사상, 자유연애 찬양, 남녀 평등 사상 등을 주제로 내세우면서 대중계몽 역할을 꾀해 독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근현대문학 사상 가장 많이 읽혀지고 연구되어온 이광수의 대표작이다. ▶ 자유부인 1954년 1월부터 8월까지 서울신문에 연재된 작품으로 한국 신문 연재 소설 사상 최고의 화제를 낳았다. 성윤리에 대한 논란을 비롯, 갖가지 유행어를 탄생시키며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정비석의 화제작. 대학교수 부인 오선영의 ‘일탈’를 통해 6·25전쟁 직후 만연한 퇴폐적인 사회 풍조와 전쟁 미망인들의 취업상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 객주 1979년 6월6일부터 1983년 2월29일까지 서울신문에 1465회 연재돼 역사소설의 새 지평을 연 작가 김주영의 역작.3부작으로 구성됐으며 조선 후기 보부상과 노비, 관료, 농민들의 갈등과 유착을 다루며 당시 사회의 변동상을 그려냈다.19세기 말의 풍속을 구체적으로 재현했으며 평민층의 입말을 잘 살려내 사실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 유림 1977년 서울신문에 소설 ‘파란 꽃’을 첫 연재한 최인호가 2004년 1월5일부터 2006년 12월30일까지 연재한 장편소설. 유교가 흘러온 2500년의 역사를 조망한 작품으로 왕도국가를 세우려다 실패한 조광조와 이상국가를 꿈꿨던 공자, 성리학을 발전시킨 퇴계 이황 등 유학자들의 삶을 엮었다.‘유림’은 유교와 유학자들을 소설로 형상화해 독자들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프론티어 5인이 말하는 미래 문화키워드 서울신문은 창간 103주년을 맞아 문화계 인사들로부터 미래 사회의 문화를 이끌 화두가 무엇인지 들어봤다. 문학·영화·방송·음악·미술 방면의 전문가 5명은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렵다면서도 명징한 키워드로 향후 문화에 대한 전망을 제시했다. ‘예술가 사회’‘글로벌’‘탈경계’‘다양화’‘탈장르’ 등으로 요약되는 이 문화 핵심어들은 저마다 고유한 속성을 지니면서도 의미있는 공통분모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진지한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 “장르파괴 가속화” 최완규 ‘주몽’ 드라마 작가 “앞으로는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점점 줄어들 것입니다. 물론 지금까지도 드라마 연출자가 영화 감독을 맡거나 영화제작사가 드라마를 제작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이렇다할 성공 사례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제작인력의 양분화가 점차 미미해지고 두 장르간 벽을 허무는 사례들이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국민 드라마 ‘주몽’의 최완규(43) 작가는 미래 방송계의 키워드를 이처럼 ‘탈경계’란 말로 압축해 표현했다.‘종합병원’‘허준’‘올인’ 등 사극과 현대물을 오가며 인상깊은 작품들을 남겨온 그는 현재 그 자신도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 미드(미국 드라마) 열풍이 불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미국 사람들도 새삼스럽게 미드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할리우드의 우수한 영화 제작인력과 기획력이 드라마로 대거 투입된 결과로 볼 수 있어요. 우리도 이같은 탈경계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드라마 제작환경은 아직까지 그리 여의치 않다. 최 작가는 “현재 방송사·외주제작사들은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십중팔구는 제작비를 맞추지 못해 적자를 떠안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드라마는 한류 열풍을 등에 업고 규모를 급속도로 키워 왔지만, 그 수혜가 몇몇 연기자와 작가들에게 집중되는 등 문제점도 함께 키워 왔다.”고 덧붙였다. 최 작가는 “‘CSI’나 ‘프리즌 브레이크’는 작가 한명의 머리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작품”이라며 “무엇보다 사전제작을 염두에 둔 시리즈물이 일반화돼야 하며, 밀도 높은 작품을 위한 집단창작시스템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권고도 잊지 않았다. 시청률이나 해외 마케팅에 신경쓰기 앞서 ‘질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은 시청자들이 먼저 알아 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도 강조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프로·아마 벽 무너져” 김영하 소설가 “미래는 모두가 예술가가 되는 세상입니다.‘예술가 사회’라 하면 어떨까요?” 소설가 김영하(39)는 20세기 후반, 자본가가 된 우리 모두는 21세기가 끝나기 전에 예술가가 될 거라 장담했다. “요즘 삼청동에 가보면 사진기자들이 쓸 만한 장비를 들고 수백명이 순례를 하고 있어요. 모든 예술의 진입장벽이 낮아진 거죠.” 그는 프로가 좋은 작품을 만들고 아마추어가 ‘후진’ 작품을 만들 것이라는 경계는 무너질 것으로 내다봤다.“문학이야말로 아마추어가 하는 겁니다. 뭐든 쓸 수 있죠. 랭보와 카뮈도 아마추어였어요. 문학사는 아마추어가 쓴 엄청난 작품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김영하는 ‘개인’도 미래의 문화 키워드로 꼽았다. 사람들간에 공통적인 경험이 줄어들고 다른 처지에서 세상과 직면하기 때문이다. 그는 1950년대,60년대 문학과 같은 트렌드는 사라지고 작가 개인의 문체 특성이 한층 심화될 것으로 전망한다.“문학도 이제 개인의 내면과 경험을 제출하는 방식입니다. 김영하 다르고, 박민규 다르죠. 공통분모를 찾는 건 부질없는 노력입니다. 서구 비평가들이 하듯 한 작가에 천착하게 되고 작가는 우주의 별처럼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 그는 장편소설 대망론을 믿으면서도 최근 출판사와 일부 언론에서 일고 있는 ‘장사 논리’는 경계했다.“문학을 해외시장에 수출하기 위해, 일본 문학에 대응하기 위해 장편소설을 내라는 건 박정희 시대의 논리죠. 요즘 일부 언론에서 만든 문학상이나 출판사들은 새로운 네이밍을 통해 작가들에게 대중소설이라는 수요를 창출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필요로 하는 건 독자들이 원하는 거죠. 잘 된 장편은 독자를 일주일간 기쁘게 해줍니다.” 김영하는 ‘예술가 사회’에선 모두가 행복해질 거라고 내다봤다.“미래에 나쁜 일만 생길 거라 보는 문화적 비관주의는 언제나 실패해왔습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영어제작으로 월드마켓 공략” 이승재 LJ필름 대표 “향후 한국영화 산업을 지배할 키워드는 ‘글로벌’이다.” 이승재(43) LJ필름 대표는 “지난 15년 동안 꾸준히 성장해온 한국영화 산업은 현재 한계점에 다다랐다.”면서 “이제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인력, 유통 등 성장을 담보하는 제반 여건이 다 갖춰진 한국영화 내수시장은 더이상 ‘파이’를 늘릴 수 없는 상태라는 것. 그는 비용 대비 수익률이 마이너스 30∼40%에 달하는 현 시점에서 대안은 해외시장 개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영화를 잘 만들어 수출하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 우리의 문화를 영어로 제작해 알리는 방식이 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이나 아프리카 영화인들이 자신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세계 공용어인 영어로 제작해 알렸듯이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는 ‘괴물’을 예로 들면서 아무리 훌륭한 콘텐츠라도 자국 언어로 제작되면 ‘월드 마켓’에서 뛰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전망을 대변하듯 올들어 충무로에서는 해외 합작이 심심찮게 추진되고 있다. 나우필름이 미국 영화사 VOX3과 손잡고 만든 첫번째 합작영화 ‘두번째 사랑’이 얼마 전 한국 관객과 만났고, LJ필름 또한 ‘프린세스 줄리아’를 한·미합작으로 제작한다. 영화는 조선의 마지막 황태손이었던 이구와 그의 미국인 부인 줄리아 멀록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와호장룡’ 등을 제작한 미국 유니버셜 포커스와 손잡은 이 영화는 현재 시나리오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 대표는 “미국에서 2억달러를 벌어들인 그리스 영화 ‘나의 그리스식 웨딩’처럼 한국적인 소재이면서도 다같이 공감할 수 있는 ‘크로스컬처 아이템’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대가보다 다수 결집 창작 증가” 김현철 작곡가 겸 가수 가수 김현철(39)은 미래 대중음악의 키워드로 ‘다양화’를 제시했다. 그것은 또한 21세기와 이전의 대중음악을 구분짓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2000년 가까이 전해져 내려온 음악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0년쯤 전입니다. 대중에게 대량으로 접근할 수 있는 음반이란 형태의 ‘디바이스(도구)’가 등장한 덕분이죠. 현재도 CD를 거쳐 MP3 등으로 더욱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고요. 이런 다양한 형태의 도구들이 급격한 음악시장의 변화를 가져왔고,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튈지는 아무도 쉽게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21세기 대중음악의 트렌드는 소수의 대가가 아니라 다양한 뮤지션들이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 특징. 방송과 몇몇 가요제가 가수 등용문의 전부였던 예전과 달리 UCC 등을 통해 누구라도 쉽게 가수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대중이 음악을 접하는 도구 또한 공중파 방송 일변도에서 모바일, 케이블 음악방송, 인터넷 음악전문 사이트 등으로 다양하게 재편되고 있다. “음악을 전달하고 수용하는 도구의 확대는 음악가들에게 더욱 다양한 음악을 생산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장르의 융합단계는 이미 넘어섰습니다. 이제 모바일에 적합한 음원은 물론, 데커레이션 음악(장난감에 사용되는 음악)까지도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다양성이 양질의 음악 생산까지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공연문화가 활성화되면서 ‘공연 브랜드’가 많이 등장하게 될 겁니다. 또한 음악가와 다양한 ‘디바이스’를 연결해주는 기획·프로모션 부문에 현재보다 한층 진보된 ‘새로운 사람들’이 등장하게 될 겁니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표현도구 다양화” 정연두 최연소 ‘올해의 작가’ “한국 현대미술의 미래는 밝고 발전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동안 작품의 질에 비해 저평가돼 왔죠.” 회화, 조각 등으로 경계를 나누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한 현대미술. 사진,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독특한 접근방식을 보여주는 작가 정연두(38) 역시 한마디로 규정하기 힘들다.‘탈장르’로 규정되는 현대미술의 흐름을 그는 멀티 플레이어적인 작업으로 보여준다. 국립현대미술관이 95년부터 매년 뽑는 ‘올해의 작가’에 30대로는 처음 선정된 정연두는 현대미술의 변화와 흐름을 잘 보여주고 대처하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무형에 의해 지배되는 유형’처럼 현대 미술에서 장르의 경계를 만드는 것 자체가 우습다.”며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확실한 세계가 있다면 어떤 표현매체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 역시 대학에서는 조소를 전공했지만 요즘 주로 사용하는 표현방식은 사진과 비디오다. 정연두는 앞으로 그처럼 작품활동만 하는 한국의 전업작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전업작가 한 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한 작가를 공부하고, 응원하는 팬이자 컬렉터가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금은 대한민국 인구의 겨우 1%가 컬렉터지만, 그 수가 늘어나면 전업작가 시스템도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작가들은 일회성이 아닌 꾸준한 작업태도를 견지할 수 있고, 컬렉터층도 극소수의 부유층이 아닌 개미군단으로 넓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대재앙’ 지구온난화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대재앙’ 지구온난화

    ■ 슈퍼 태풍이 온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폐해는 한반도라고 예외가 아니다. 기온이 올라가 질병이 늘고 산업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겨울 짧아지고 진해 벚꽃 8일 일찍 개화 최근 들어 기상청은 벚꽃 피는 시기를 전망하느라 애를 먹는다. 올해 진주 벚꽃 개화 시기는 3월24일이었다. 평년보다 11일, 지난해보다는 8일 정도 일찍 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겨울(지난해 12월, 올 1∼2월)은 지구 온난화와 엘니뇨의 영향으로 1904년 근대기상관측 이래 가장 포근했다. 겨우내 전국 평균 기온은 2.46도로 평년(최근 30년)0.43도보다 2.03도 높았다. 특히 2월 전국 평균 기온은 4.09도로 평년(0.75도)보다 3.34도 상승했다. 서울 한강은 1991년 겨울 이후 15년 만에 얼지 않았다.1850년 이래 가장 따뜻했던 12번 중 11번이 최근 12년 동안에 발생했다. 갈수록 한강이 어는 것을 보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김태룡 기후자료팀장은 “지구 온난화와 도시화 등에 따라 기온이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겨울이 짧아지고 따뜻한 날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과 재배 지역 강원도 양구까지 북상 기온 상승은 한반도 식생 변화를 예고한다.‘대구 사과’는 이미 재배지가 강원도 양구까지 북상했다. 조치원에서 농사를 짓는 임진수씨는 “기온이 올라가면서 병해충이 크게 증가했다.”면서 “복숭아 출하 시기도 10년 전보다 1주일은 빨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라면 금세기 말에는 서울 남산 소나무도 모두 말라죽고 열대림이 그 자리를 메우지 않을까 걱정된다. 환경부는 “2080년쯤 한반도의 현존 산림생물이 멸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온 상승, 재해 빈도 증가 기상청은 올해는 세계적으로 가장 더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슈퍼 태풍의 경고도 나오고 있다. 피해액이 4조원을 넘은 루사, 매미와 같은 대형 태풍은 모두 최근 5년간 집중됐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채여라 연구원은 “모든 나라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실행하지 않으면 2100년 한반도 기온은 3도 올라가고 연간 58조원의 경제적 피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열받은’ 케냐 피해 확산 케냐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케냐타 국제공항에 내리자마자 한눈에 펼쳐지는 천혜의 자연 앞에서 연신 ‘원더풀’을 외친다. 적도 근처 아프리카 땅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초가을 같은 온화한 날씨와 손에 잡힐 듯한 푸른 하늘에 흠뻑 빠져든다. 그러나 감탄도 잠시, 아름답게만 보였던 케냐 자연이 지구온난화라는 덫에 걸려 돌이키기 어려운 길로 변해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마운트 케냐 만년설도 92% 녹아 내려 신이 선물한 아프리카의 자연 가운데 가장 신비하다고 하는 킬리만자로(해발 5896m). 킬리만자로를 덮었던 만년설(빙하)을 보는 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만년설로 뒤덮였던 곳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다. 눈이라곤 정상에만 조금 남아 있고 시커먼 돌덩어리들이 관광객을 맞이한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지질학자 로니 톰슨은 “킬리만자로 정상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녹는다면 2020년쯤에 정상의 눈이 사라져 암석만 남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운트 케냐(해발 5199m) 꼭대기 만년설도 같은 운명에 처했다.1800년대 말에 확인된 18개의 빙하 가운데 현재 12개만 남았다. 이들마저 빠르게 녹아내려 약 92%가 사라진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케냐를 구성하는 70여개 부족 가운데 가장 큰 부족인 키쿠유(Kikuyu)족 사이에서 마운트 케냐는 세계의 창조주인 나가이가 이 땅 위에서 머무는 곳으로 전해져 왔다. 경외감을 일으키는 정상의 빙하가 모두 사라지고 나면 이제 그러한 문화적인 자산도 함께 사라지는 운명에 처하고 말 것이다. 킬리만자로에서 시작하는 7개의 강가에는 수백만명이 살고 있는데 가뭄과 수량 고갈로 얼마 지나지 않아 삶의 터전을 버려야 할 위험에 처했다. ●사막화 확산으로 전통 생활양식 포기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북서쪽으로 한 시간 정도를 가면 기린과 누 떼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크고 작은 호수로 둘러싸인 대규모 초원지대(리프트 밸리·Rift Valley)가 나온다. 이 가운데 나이바샤 호수로 흘러드는 하천 유역은 과거 물에 잠겼던 곳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강우량이 감소하고 지속적으로 물을 공급하던 에버데어 산악지대 숲이 파괴되면서 호수 물이 말라가고 있다. 케냐 국토의 88%는 건조 또는 반건조 지역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과 산림 파괴, 강우량 감소로 건조 지역이 늘어나면서 사막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물 부족은 농민뿐만 아니라 가축을 키우며 살고 있는 부족들의 삶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집중 호우로 인한 홍수 피해도 위협적이다. 케냐는 이미 1998년에 엘니뇨 현상으로 피해액이 170억실링(약 2400억원)에 이르는 홍수 피해를 입었다. 그런가 하면 2005년에는 극심한 가뭄으로 많은 가축들이 폐사했다. 가축이 폐사함에 따라 목축에 종사하던 가족들은 생계를 잃고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다. 가축에게 풀을 뜯길 곳이 사라지면서 50만명이 전통적인 생활양식을 포기하고 생존을 위해 나이로비 등 대도시 주변 슬럼가로 모여들고 있다. 지구온난화 피해는 식물 생태계 파괴에 그치지 않는다. 인간과 동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야생 동·식물 갈수록 감소 건조한 초원과 사막지대, 고원지대, 인도양 및 빅토리아 호수 등 다양한 지형과 기후 특성으로 케냐는 지구상에 얼마 남지 않은 야생 동·식물의 천국이다. 자연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생태계의 보물 창고다. 특히 케냐의 국립공원 및 보호구역 비율은 아프리카 국가들 가운데 최고를 자랑한다. 암보셀리·마사이마라 국립공원 사파리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케냐를 관광대국으로 끌어올린 자원이다. 그만큼 케냐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최근 이곳을 찾는 우리나라 관광객도 부쩍 늘었다. 그러나 이처럼 소중한 자산인 케냐의 생태계와 자연환경이 최근 큰 위험에 직면했다. 올해 4월에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보고서는 지구 평균 온도가 1.5∼2.5도 상승할 경우 동·식물의 약 20∼30%가 멸종할 위험이 더 높아질 것으로 경고했다. 지구 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우리가 텔레비전을 통해 잘 알고 있는 야생동물의 천국이 케냐에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케냐 야생동물보호청 제임스 메턴지는 “기후 변화가 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을 훼손하고 있다. 특히 대형 포유류와 소형 포유류 및 식물 등에서 그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질병 급증…두 달 만에 122명 사망 지구 온난화로 인한 질병도 주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말라리아 등 열대성 질병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케냐의 고원지대도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금세기 후반부터는 위험 지역으로 빠져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의료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주민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징후는 벌써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케냐에서는 건조한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지난해 12월부터 ‘리프트밸리 열병(Rift Valley Fever)’이라고 불리는 전염병이 발생했다. 올해 1월 말까지 불과 두 달 만에 환자가 414명으로 늘었고, 이들 가운데 무려 122명이 사망했다. 영양 상태와 위생시설이 열악한 지역에서 기온 상승은 주민들의 건강에 큰 위협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케냐에 큰 영향을 미친다. 케냐는 전력 공급의 대부분(60∼80%)을 수력발전에 의존한다. 수력 발전소가 있는 타나강 주변 하천은 마운트 케냐의 빙하에서 지속적으로 수량을 공급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운트 케냐의 빙하가 녹으면 케냐의 전력 공급이 끊기고 산업 기반마저 무너뜨려 이 지역에 삶의 기반을 두고 있는 주민들 모두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황계영 주 케냐 한국대사관 환경관 ■ 케냐 정부 온난화 대책 케냐의 지구 온난화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길은 있을까, 아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케냐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국내 산업 기반이 취약하고 온실가스 배출량 자체도 미미해 할 수 있는 일은 사실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국민 다수가 절대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를 발전시키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케냐 정부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지구 온난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왕가리 마타이 박사가 이끄는 그린벨트운동 등 민간단체들이 산림의 무분별한 파괴를 막고 대대적으로 나무 심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우기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빗물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빗물 저장시설의 보급을 확대하는 한편 전력 공급원을 다변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케냐발전회사의 피우스 코리코는 “기후 변화로 인한 가뭄은 수력발전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지열·풍력 등을 이용, 발전 다원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이곳에서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가 열렸다. 세계의 환경장관, 민간 전문가 등이 모여 온실가스 감축 방안,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지원 방안 마련 등을 주제로 열띤 논의를 했다. 케냐 정부 관계자들은 산업화의 부산물로 야기된 기후변화가 산업화의 혜택을 전혀 보지 못하는 아프리카 저개발국가들에 가장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선도적인 노력과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지원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선진국들의 지원은 미지근한 상태다. 지구온난화를 경고하는 자연의 목소리에, 가장 빈곤한 지역에서 고통 받고 있는 지구촌 가족들의 목소리에 세계가 귀기울여야 할 때이다. 황계영 주 케냐 한국대사관 환경관 ■ 더위 먹은 지구 식혀주세요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달 환경의 날을 맞아 코앞에 닥친 지구 온난화의 위험을 직설적으로 경고했다.‘녹아내리는 빙하-위기 속의 지구’라는 주제를 통해 기후변화가 세계 전체에 끼치는 중요한 사실들을 사례를 들어 제시했다.UNEP 사무총장 아킴 슈타이너는 “기후변화는 현재 진행 중이고, 국제사회는 극심한 가뭄이나 홍수에 노출된 국가들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UNEP의 경고를 재구성했다. ●북극곰의 SOS!… 우린 어디로 가란 말인가 북극곰은 바다 얼음 덩어리와 떨어질 수 없는 관계입니다. 북극곰은 바다사자를 사냥하고 빙하에서 빙하로 이동할 때 얼음 회랑을 이용한답니다. 임신한 암곰은 눈이 두껍게 쌓인 곳을 골라 굴을 만들고 새끼를 낳지요. 어미곰은 새끼와 함께 봄이 올 때까지 5∼7개월동안 굶은 채 얼음굴에서 견뎌야 합니다. 어미곰과 새끼곰들의 생존이 얼음 덩어리에 달려 있습니다. 곰이 살 수 있는 환경은 자꾸만 나빠지고 있고요. 그래서 그런지 몸무게와 출산율이 점점 떨어진답니다. 금세기가 끝나기 전에 여름 얼음 덩어리가 사라진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데, 만약 이렇게 되면 우리는 하나의 생물 종으로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북극곰을 살려주세요,SOS! ●아프리카 농부·태평양 섬주민의 절규 기온이 올라가고 산악지대의 빙하가 녹아내리면 대지는 가뭄으로 메말라 갈 것이 뻔합니다. 농지와 가축을 기르던 초원은 황량한 사막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식량이 줄어들면서 함께 모여 살던 부족들도 하나둘 삶의 터전을 버리고 도시로 떠났답니다. 선진국이 앞장서 대책을 세워주세요. 섬에 사는 사람들도 걱정이 태산이네요.100년동안 세계 해수면은 1∼2㎜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1992년부터 해수면 상승 속도가 1년에 2㎜씩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린란드의 빙원은 새로 생겨나는 빙하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녹고 있습니다. 빙하 두께가 얇아지는가 하면 남극의 큰 빙하 3개가 지난 11년동안 붕괴됐습니다. 섬과 해안도시에 사는 주민들도 어떻게 되나요.2005년 12월 태평양 바누아두섬 주민들은 기후변화 때문에 범람의 위기를 맞아 주거지를 옮겼을 정도입니다. ●보험사도 망하기 일보직전 2005년 독일 뮌헨 파운데이션은 열대성 폭풍우와 산불 같은 날씨와 관련된 경제적 손실이 2000억달러에 이르렀다고 밝혔습니다. 보험 피해는 700억달러가 넘습니다.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면 열대기후 지역이 늘어나고 전염병 또한 증가할 것은 뻔합니다. 말라리아나 뎅기열 등 곤충 매개성 질환이나 여름철 유행하는 음식 매개성 살모넬라균들이 늘어나겠지요. 빨간불은 이미 켜졌습니다.2003년에 프랑스는 살인적인 폭염으로 1만 5000명이 추가 사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유럽 전체에서 3만 5000명이 죽었습니다. 기후 변화에 따른 지구 온난화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야 합니다. 이러다간 보험사 망하는 것 시간 문제이지요. ●당신과 정부에 묻습니다 기후변화의 재해를 막기 위해선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 탄소 발생량을 줄여야겠지요. 하지만 당신은 태양열·풍력·바이오·지열 등 대체 에너지 개발·이용을 위해 얼마나 실천하고 있나요. 일찍 눈을 뜬 유럽에서는 수백만의 가정이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난방을 해결하고 있지요. 아일랜드에서는 수력과 지열 에너지를 수소로 바꿔 화석연료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답니다. 브라질에서 설탕에서 추출한 에탄올로 원유 사용량의 40%를 대체했습니다. UNEP의 ‘백만그루 나무심기’운동에 동참, 나무심기에 매달리는 나라도 많습니다. 나무는 기후변화 속도를 늦춰주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온도를 낮추는가 하면 담수 저장과 토양 침식을 막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복거일이 본 ‘10년뒤 한국’

    [서울신문 창간103주년] 복거일이 본 ‘10년뒤 한국’

    요양원은 ‘현대적’이었다.‘로즈 가든’이라 쓰인 간판부터 산뜻했고, 널찍한 정원의 잔디는 잘 가꿔져 있었다. 담장을 덮은 덩굴장미도 이름 값을 했다. 휴대 전화가 울렸다. 구보 여사는 급히 가방에서 전화를 꺼내들었다. “여보세요?” “누나? 나 원영이야.” “응, 요양원에 방금 도착했다.” 그녀는 애써 쾌활한 목소리를 냈다. “그래? 엄마 어떠셔?” 목소리에 물기가 어려 있었다. “뭐, 내내… 요양원에 들어가신다는 것도 모르시니…” 그녀는 말끝을 흐렸다. 동생이 한숨을 쉬었다.“알았어. 누나, 그럼 수고해.” “그래, 알았다. 들어가라.” 로비로 들어서자,‘현대적’이라는 느낌이 한결 짙어졌다. 밖에서 보기보다는 널찍한 느낌이 들었고, 무엇보다도 밝고 환했다. 시설들과 장치들이 모두 새로 들여와서 손때가 묻을 새가 없었던 것처럼 보였는데도, 딱딱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코에 닿는 공기에 옅게 섞인 소독제 냄새를 빼놓으면, 노인 요양 시설임을 일깨워줄 것은 없었다. 구보 여사는 현관 옆에 놓인 큰 화분의 동백을 조심스럽게 만졌다. 살아있는 나무임을 확인하고서, 그녀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 한숨과 함께 그녀 가슴에 묵직하게 고였던 죄의식이 밖으로 나간 듯, 문득 가슴이 가벼워졌다. ‘십년 동안에 많이 변했구나.’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녀는 큰어머니가 요양원에 들어가던 때를 떠올렸다. 휴전선 가까운 작은 도시에 있던 그 요양원은 정말로 초라했었다. 좁고 어둑했고 더러웠다. 창문을 막은 쇠창살이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텁텁한 실내엔 오줌 냄새가 어렸다.‘실버 파라다이스’라는 이름이 초라함을 오히려 도드라지게 했다. 그 초라한 시설을 둘러보는 그녀 가슴에 죄의식이 고였다. 따지고 보면, 그녀가 미안해할 까닭은 없었다. 큰어머니는 자식들이 여럿이었고 효자, 효부 소리를 들을 처지는 아니었지만, 아들 셋과 며느리들이 사이 좋게 돌아가면서 어머니를 모셨다. 그러나 치매 증세가 심해지자, 번갈아 모시기가 어려워졌고, 가족회의 끝에 치매 환자들을 수용하는 요양 시설에 들어가시도록 한 터였다. 그래도 그 시설의 초라함이 마음에 아프게 닿아서, 그녀는 눈시울이 따가웠고 속으로 변명 아닌 변명을 찾았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으니… 이젠 이런 시설도 현대적이 되는 것이 당연하지.’ 동백 잎새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면서, 그녀는 고마운 마음으로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 저기 있네, 접수대.” 진이가 한쪽의 접수대를 가리켰다. “응, 그렇구나.” 휠체어를 앞세운 딸을 따라, 그녀는 접수대로 향했다. 어머니는 휠체어에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무슨 까닭인지, 어머니는 휠체어에 앉으면, 유난히 조용했다. 입원 수속은 이내 끝났다. 어저께 남동생 내외가 미리 수속을 밟은 것이었다. “여기 서명해주세요.” 환자와 보호자의 신원을 확인하자, 연분홍 가운을 입은 간호사가 서류를 앞으로 내밀었다. 서류 위에 놓인 검정 볼펜을 집어들면서, 그녀는 문득 목이 메었다.‘이제 내가 엄마를, 날 낳아 길러준 엄마를, 남에게 맡기는구나. 자신을 위해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하는 엄마를 남에게’ 그녀가 서명을 하자, 간호원이 능숙한 솜씨로 휠체어를 밀면서 앞장을 섰다. 그 사소한 동작이 그녀 가슴에 뜻밖에도 아프게 닿았다. 이미 어머니는 가족의 품을 떠나 남에게, 아무런 혈연이 없는 사람들에게, 넘겨진 것이었다. “여깁니다,” 열쇠를 꺼내 들고 병실 번호를 다시 확인하면서, 간호원이 직업적으로 밝은 목소리를 냈다. “네” 진이가 따라서 밝은 목소리를 내고서 휠체어에 조상(彫像)처럼 조용히 앉은 제 외할머니에게 말을 걸었다,“할머니, 여기가 할머니 방이래요.” 뜻밖에도 어머니가 진이 쪽으로 고개를 조금 돌렸다. 아직 병들지 않은 뇌의 부분이 외손녀 목소리에 담긴 무엇에 반응한 모양이었다. 그녀가 숨을 멈추고 기다렸으나, 어머니의 반응은 더 나오지 않았다. 병실은 꽤 넓었다. 그리고 건물의 다른 부분들처럼 ‘현대적’이었다. 어지간한 호텔처럼 잘 꾸며져서, 구보 여사는 다시 안도의 한숨을 조용히 쉬었다. 간호사는 방 한구석으로 다가가더니 무슨 기계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구보 여사는 그것이 ‘간호 로봇’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치매 환자들을 돌보는 일은 대부분 간호 로봇이 맡았다는 얘기는 이미 들어서 아는 터였다. 그녀는 목을 빼어 간호사가 조작하는 로봇을 살폈다. 언뜻 보면, 사람과 비슷했다. 사람처럼 두 발로 걷고 두 팔로 일을 하도록 되어 있었다. 얼굴도 사람처럼 보이도록 애쓴 듯했다. 그동안 로봇이 많이 발전되고 보급되어서, 로봇이 있는 병실은 그리 낯선 풍경은 아니었다. 준비가 되었는지, 로봇이 휠체어 앞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잠시 휠체어에 탄 사람을 살피더니, 뜻밖에도 보드라운 여자 목소리로 말했다,“환자 이명인, 각인 과정 시작.” “환자의 모습을 각인하는 겁니다. 환자의 모습을 마음에 새기는 거죠.” 웃음 띤 얼굴로 간호원이 친절하게 설명했다.“저렇게 각인을 해야, 로봇이 환자를 잘 돌보아 줄 수 있습니다.” “로봇이 정말로 환자를 잘 돌보아주나요?” 이런 일에 대해선 잘 모르는 보통 시민 구보 여사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요,” 간호사는 이내 대꾸했다. 그리고 밝은 웃음을 얼굴에 올렸다.“사람보다 나아요.” 간호사의 얘기가 믿어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무어라 할 수도 없어서, 구보 여사는 어정쩡한 웃음으로 대꾸했다. “네에” “사람은 치매에 걸리신 분들을 돌보기가 어려워요. 지치니까요. 치매 환자를 돌보는 일은 복잡한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잖아요? 하지만 하루 스물 네 시간 환자 뒷바라지하려면, 지치죠. 그래서 ‘치매 환자에겐 효자 없다.’는 얘기가 있잖아요?” 구보 여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그랬다. “로봇은 지치지 않거든요. 묵묵히 같은 동작을 되풀이하죠. 환자가 계속 방을 어지럽혀도, 불평하지 않고 계속 치우죠. 잠도 안 자고.” “월급을 달라고도 하지 않고요.” 진이가 날름 끼어들었다. 웃음이 터졌다. “그렇죠. 그래서 의료 비용이 얼마나 절감되었다고요. 전에는 치매 환자 한 사람에 들어가는 비용이 말도 못하게 많았어요. 요새는 로봇 유지비밖에 들지 않아요.” “저 로봇 가슴에 있는 건 이름인가요?” 로봇을 유심히 살피면서, 진이가 물었다. “네. 저 로봇은 ‘로빈’이라고 하죠.” 로봇이 주의를 끄는 소리를 내더니,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환자 이명인, 각인 과정 완료.” “이제부터 ‘로빈’이 환자분을 돌보아줄 겁니다. 보호자께선 안심하시고 돌아가셔도 됩니다.” 간호사의 얘기가 직업적으로 들려서, 구보 여사는 슬픔이 울컥 솟구쳤다. 그녀는 어머니에게 다가서서 뒤에서 조심스럽게 안았다. 그리고 귀에 대고 속삭였다.“엄마, 나 지금 가는데… 자주 찾아올게.” 절절한 마음이 담겼지만, 그녀 목소리는 그녀 귀에도 어쩐지 공허하게 들렸다. 어머니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할머니, 저 갈게요. 안녕히 계세요.” 진이는 쾌활하게 말하고 고개를 까딱했다. 이어 로봇에게로 말을 건넸다.“우리 할머니 잘 돌보아 주세요.” “알겠습니다. 정성껏 모시겠습니다.” 로봇이 머뭇거림 없이 매끄럽게 대꾸했다. 이번에는 진이도 좀 놀란 듯했다. 그녀를 바라보던 간호사가 득의의 웃음을 머금었다. “이제 제가 이명진 씨에게 ‘잠자는 미녀’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보호자들께서도 들어주시면, 저로선 기쁨이겠습니다.” ●복거일은 1946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났다. 기업은행과 한국과학연구원 선박연구소 등의 직장생활을 거쳐 87년 가상역사소설 ‘비명(碑銘)을 찾아서’로 등단했다. 시인이자 사회평론가이기도 한 그는 현재 뉴라이트재단 기관지 ‘시대정신’ 편집위원 등 보수논객으로 활동하며 활발한 논쟁적 글쓰기 작업을 벌여오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보수적 문화예술인들의 모임인 문화미래포럼 대표를 맡고 있다. 대표작으로 ‘비명을 찾아서’ ‘역사 속의 나그네’ ‘그라운드 제로’ 등의 소설과 ‘五丈原의 가을’ ‘나이 들어가는 아내를 위한 자장가’ 등의 시,‘현실과 지향’ ‘국제어 시대의 민족어’ 등의 평론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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