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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드윅 10주년 콘서트 앞둔 존 카메론 미첼 & 오만석

    헤드윅 10주년 콘서트 앞둔 존 카메론 미첼 & 오만석

    “이건 뭐야. 폭탄? 대답 제대로 못하면 터지는 거예요?” 11일 서울 영등포 ‘헤드윅 콘서트’ 연습실. 마이크 뭉치를 넘겨받은 뮤지컬 ‘헤드윅’의 작가이자 오리지널 ‘헤드윅´인 존 카메론 미첼(45)은 내내 유쾌했다. 그가 1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14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배우 오만석(33)과 함께 ‘헤드윅 콘서트’를 열기 위해서다. 조승우와 10번째 헤드윅 이주광도 이날 함께 무대에 오른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헤드윅’은 1998년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막을 올려 세계 80여개 도시에서 공연됐다. 국내에도 ‘조드윅’‘오드윅’등 배우 이름을 딴 별칭이 붙을 만큼 사랑받는 작품이다. 미국 공연 외에 그가 ‘헤드윅’으로 무대에 선 것은 지난해 한국공연이 처음.“미국 공연을 하면서 너무 지쳤어요. 제게 ‘헤드윅’은 이혼한 전부인처럼 사랑하지만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이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이번에 다시 공연하게 되니 다시 그녀를 사랑할 것만 같은 기분이네요.”(웃음) 1년 만에 다시 만난 오만석과 미첼은 전날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미첼과 오만석은 이제 눈빛만으로도 통하는 사이. 처음 유투브로 오만석의 ‘헤드윅’ 공연을 접한 미첼이 “마치 아들이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된 느낌이었다.”고 털어놓자 오만석은 웃으며 미첼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보였다.“어제 미첼과 ‘헤드윅’에 대해 얘길 나누는데 서로 공통분모를 갖고 있더라고요. 공연장에는 300명의 관객이 늘 앞에 있는데 내 안에 많은 것을 쌓아놓지 않으면 그들에게 줄 것이 없죠. 배우는 관객의 힘 없이는 움직일 수 없어요.‘헤드윅’은 그렇게 내 얘기가 됐고 아프고 쓰렸지만 치유가 됐던 작품이에요.” 오만석이 ‘치유’라고 하자 미첼은 기다렸다는 듯 설명을 덧붙였다.“누구도 여러분들을 완전하게 만들어 줄 순 없어요. 내게 이 작품은 ‘테라피’예요. 이 역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파고들 수밖에 없고 삶을 되돌아봐야 하죠.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니 소년에서 어른으로 졸업한 느낌이네요.” 텍사스 엘파소에서 태어난 미첼은 미군 장교였던 아버지를 따라 세계 곳곳을 떠돌아다녔다. 그의 작품에서는 그래서 ‘이방인’의 외로움이 묻어난다.“나는 늘 아웃사이더였고 늘 새로운 사람이었어요. 그런 경험 때문에 ‘인간은 혼자인가, 아닌가.’란 질문이 언제나 제 작품 속에 맴돌죠.” 연습실 공개 전날도 혼자 신나서 연습했다는 오만석은 ‘헤드윅’에 3년 만에 출연한다. 오후에는 7월 개막하는 ‘내 마음의 풍금’, 밤에는 ‘헤드윅’을 연습하고, 남는 시간에는 자신의 첫 연출작 ‘즐거운 인생’을 구상한다는 그는 “올해는 공연만 할 생각”이라 싱글벙글이다. 존 카메론 미첼은 다음주 일본에서도 공연을 갖는다. 내년에는 뉴욕에서 ‘헤드윅’을 다시 올릴 예정이다. 사람들이 왜 헤드윅을 이렇게 사랑하는지 답을 찾아가는 다큐멘터리도 제작 중이다.“‘헤드윅’의 인기에 저도 놀라곤 해요. 이 작품은 자아와 타자의 분열, 소통의 부재를 중요한 주제로 다루고 있죠. 한국에서 이 작품이 이렇게 인기 있는 이유는 분단의 현실, 동양의 음양사상이 반영돼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깔깔깔]

    ●담배에 얽힌 애환 화남:거꾸로 물고 필터에다 불 붙였을 때. 짜증:담뱃불 침으로 끄려고 침뱉는 데 무진장 안 맞을 때. 황당:담뱃불 붙이다가 앞머리 타서 꼬순내(고소한 냄새)날 때. 습관:“내일부터 진짜 담배 좀 줄여야겠다.”는 말. 비통:한 개비 남은 것 피는데 옆구리 터져서 잘 안 빨릴 때. 허탈:재 떨다가 불똥이 다 떨어질 때. 비참:화장실에서 일을 보기 시작했는데 라이터가 없을 때.●영어가 잘 안들리세요? 철수는 웹서핑을 하다가 이런 배너광고를 보았다. “영어가 잘 안 들리신다고요? 그렇다면 이 것을.” 영어가 짧은 철수는 바로 배너를 클릭했다. 그때 다음과 같은 문구가 나왔다. “그렇다면 ○○보청기를 사용해 보세요.”
  • “클라라의 아빠는 교도소에 산대”

    클라라는 이제 일곱살. 일주일 중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 토요일 아침이다. 오늘은 바로 그날. 아끼는 원피스에 큼지막한 주머니가 달린 외투를 걸치고 한껏 멋을 부려본다. 꾸물대는 클라라를 지켜보다 못해 엄마가 소리친다.“서둘러라! 기차 놓치겠다.” 클라라가 탄 기차는 어디로 향하는 걸까. 그림책 ‘아주 특별한 토요일’(크리스티앙 로시 글, 에블린 페브르 그림, 함정임 옮김)의 도입부는 독자들까지 영문도 모른 채 덩달아 설레게 한다. 클라라의 아빠는 어디에 살고 계실까? 멀리 출장을 떠나신 걸까? 물음표를 찍어보는 것도 잠시. 이내 책은 클라라네 가족, 그러니까 엄마와 남동생이 함께 토요일 아침마다 어디를 가는지를 일러준다. 아빠가 갇혀 있는 교도소다. 소재와 배경이 낯선 감상으로 이어지는 그림책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미리 귀띔하자면, 교도소의 어두운 이면을 들여다보는 데 책의 의도가 놓이진 않았다. 세상에 나와 다른 사연을 품고 사는 친구들이 얼마나 많으며,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감정의 결이 또 얼마나 많은지를 깨우쳐 주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등장인물들을 모두 동물 캐릭터로 대신하고, 클라라 아빠가 무슨 잘못으로 수감됐는지를 밝히지 않는 건 그래서이다. 교도소 안에서 클라라의 가족은 모든 것이 조심스럽기만 하다. 아빠와 헤어져 살아가는 슬픔을 꾹꾹 눌러야 할 만큼. 검열대를 거치는 초조한 기다림 끝에 아빠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은 딱 20분. 새로 사귄 친구 얘기도 하고 싶고, 수업시간에 시짓기 점수를 제일 잘 받았다는 자랑도 하고 싶은데…. 꼬마 주인공이 희망을 놓지 않는 대목에서 그림책은 힘이 세진다. 아빠를 만나고 온 다음날 아침. 클라라는 그리움을 가득 담아 시를 쓴다.“기다리면 언제나 여름은 다시 오지요. 기다리면 밤이 오고, 아침이 오고요. 기다리면 감옥의 문들도 열리지요.” 6세 이상.9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진실TALK] 신동 “슈퍼주니어에서 빠지고 싶었어요” ②

    [진실TALK] 신동 “슈퍼주니어에서 빠지고 싶었어요” ②

    1편에서 계속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지만 아이돌이라 하긴 거리감 있는 외모에요. 아 사실인걸요. 데뷔할 때 “내가 과연 ‘아이돌’이라는 호칭을 달 수 있을까?”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도 멋있는 건 부담스러워요. 사실 슈퍼주니어에서 빠질까 하는 생각도 했거든요. 슈주를 빠진다? 언제 그런 생각을 했어요? 2집 ‘돈돈’ 활동 할 때였어요. 콘셉트가 멋있고 강렬해야 했거든요. 그래서 멤버들과 매니저형한테 얘기를 했어요 “저를 돈돈 무대에서 빼달라. 나하곤 안 어울린다.”고요. 하지만 멤버들이 “슈주는 13명이기에 슈주다. 네가 빠져서 우리가 인기를 얻어도 의미가 없다.”고 저를 질타하더라고요. 그래서 무대에 섰고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너무 행복했죠. 앞으로의 계획이 있나요? 음…첫 번째로 슈주가 초대박이 났으면 좋겠어요. 미국까지는 아니더라도 한ㆍ중ㆍ일에서 최고가 되고 싶고 전 국민이 좋아하고 따라 부르는 그런 노래를 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이홍렬 선배님, 주병진 선배님 같은 MC가 되고 싶어요. 연배가 꽤 차이 나는 분들인데? 어렸을 때 ‘이홍렬 쇼’를 많이 봤어요. 충격이었던게 중화권 스타인 여명이 나와서 한국말을 하는게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제 이름을 걸고 토크쇼를 해보고 싶어요. 지금처럼 많은 사람이 나와서 하는 버라이어티가 아닌 1:1 대담 같은 식으로요. 아직 MC나 가수나 걸음마 단계라 조심스런 포부일 뿐입니다. (웃음) 신동씨에게 슈주는 어떤 존재에요? 친구에요. 같이 활동할 땐 축구도 하고 농구도 하고 했어요. 제 가족 같은 존재에요. 지금은 개인활동이나 유닛 활동을 해서 다 같이 모이기 힘든데 빨리 전부 모여서 활동하고 싶어요. 데뷔 3년째 인데 행복한가요? 그럼요! 제가 슈주라는 사실이 행복해요. 제 인생에서 가장 잘 만난 친구들이죠. 첫 만남을 아직 기억하는데, 첨은 무척 어색했어요. 제가 나이도 좀 있었는데 늦게 합류했거든요. 멤버들은 지금도 새로운 게임기가 있으면 같이 사서 놀고, 식당에 가서 음식도 먹고 그래요. 광고 카피 있잖아요 “슈퍼주니어라 행복해요.” 하하. 10년 뒤엔 어떤 모습일 것 같아요? 일 적인 면에서는 슈주 멤버일 것 같아요. 다른 점이 있다면 음악을 만들고 프로듀싱 하고 있을 거고요. 후배들 교육도 시킬 것 같네요. 개인적으론 결혼 하지 않았을까요? 아! 결혼을 빨리 하고 싶거든요. 가족을 자주 못볼텐데? 사실 어려서는 가족의 중요함을 몰랐어요. 반항도 했었고 어머니, 아버지와 그렇게 가깝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밖에서 일하고 사람을 만나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됐어요. 학교 다니면서 용돈 타서 쓰고 했던 모든 것들이 행복이란 걸요. 그래서 빨리 가족을 만들어서 효도해 드리고 싶어요. 슈퍼주니어 멤버로 데뷔 3년째, 가수로 MC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신동과의 인터뷰는 여느 아이돌 그룹과는 다르게 솔직담백했다. 최근 슈퍼주니어-해피-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는 신동이 어떤 모습으로 팬들을 사로잡을지 기대해 보자. 서울신문NTN 김경민 기자 star@seoul.co.kr / 사진=조민우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깔깔깔]

    ●명의 정신과의사를 찾아간 한 남자가 의사에게 하소연했다. “밤마다 잠자리에 들기만 하면 누군가가 침대밑에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어나보면 아무도 없고요. 침대밑에 들어가서 자려들면 누군가가 침대위에 있는 것만 같아요. 도대체 잠을 잘 수가 없네요.” 의사는 매주 두차례씩 2년동안 다니면 고칠 수 있다면서 1회 진료비는 30달러라고 했다. 환자는 아내와 의논하고 나서 알리겠다고 했다. 다음날 남자는 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아내가 문제를 풀어줬다고 했다. “집사람이 침대다리를 잘라 버렸습니다.”●부부이심 재선을 위해 출마했다가 실패한 국회의원이 그 고장 신문에 다음과 같은 광고를 냈다. “저에게 찍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오며, 저에게 찍어주시지 않은 모든 분에게는 저의 처가 감사드립니다.”
  • 이다희 “‘태사기 각단’으로 난 달라졌다”

    이다희 “‘태사기 각단’으로 난 달라졌다”

    MBC 판타지 사극 ‘태왕사신기’는 한류스타 배용준과 영화배우 문소리까지 톱스타들을 안방에서 볼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매회 방송마다 시청자들은 환호했고 이내 수목 안방극장을 장악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담덕’(배용준 분)을 위해 온몸을 바치던 여성 호위 무사 ‘각단’역을 맡은 여배우에게 사람들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만큼 ‘태왕사신기’는 배우 이다희(23)에게 그냥 스쳐 지나가는 드라마가 아니었다. # “‘태왕사신기’를 통해 난 달라져 있었다” 2002년 ‘슈퍼모델선발대회’로 데뷔해 드라마 ‘천년지애’, ‘슬픈연가’, ‘폭풍 속으로’ 를 거쳐 5년 동안 배우의 길을 걸어 왔지만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얼마되지 않았다. “그 동안 여러 드라마를 했지만 사람들은 절 기억하지 못하더라고요. ‘태왕사신기’에서 ‘각단’역을 맡았다고 하면 지금도 주위에서는 놀래요. 어쩔땐 서운하지만 사람들이 왜 기억을 할 수 없었는지 이제는 알 것 같아요.” ‘태왕사신기’를 통해 배우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는 그는 철 없이 연기했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돌이켜보면 ‘태왕사신기’를 찍기전까지는 카메라에 비춰질 제 모습에 집착했어요. 촬영 중간 쉬는 시간에도 대사에 신경쓰기보다 어떻게 하면 예뻐 보일까 고민했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예쁘게 보이려고 노력한다고 예뻐 보이는 게 아니였던 것 같아요.” 이다희는 ‘태왕사신기’를 통해 확실히 성숙해져 있었다. # “카리스마 여전사에서 철부지 딸로 다시 태어났어요” 이다희는 영화 ‘흑심모녀’에서 아나운서를 꿈꾸는 철부지 딸 나래를 통해 스크린 신고식을 치른다. “지금까지 활동을 하면서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처음 해봤어요. 극 중 ‘나래’는 20대를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시나리오는 감독님이 썼지만 영화 속 나래는 저랑 가장 가까워진 모습으로 포장되어 진 것 같아요.” ‘나래’와 많이 닮아 있다는 그는 김수미, 심혜진 등 베테랑 선배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많이 배웠다고 했다. “사실 꼭 묻는 질문 중에 하나가 대 선배님들과 작업하면서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이었어요. 매번 똑같은 대답이지만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요. 존경했던 선배님들과 연기하는 게 부담은 됐어도 선배님들이 워낙 편하게 대해주셔서 즐겁게 촬영했어요.” 이다희는 나래 역을 통해 아줌마 파마라고 불리는 ‘뽀글 파마’에 흐트러진 모습으로 소주를 병째 들이마시는 모습까지 소화해냈다. “제 나이때는 예쁜 옷에 화장하고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죠. 하지만 외모만 치장했다고 해서 예쁘게 보이는 게 아니란 걸 알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망가지고 싶었어요. 예쁜 모습은 모델이나 화보 촬영을 하면서 보여줬기 때문에 역할을 통해서까지는 아닌 것 같더라고요.” # “꿈을 이룰 수 있어 누구보다 행복하다” 이다희는 배우의 길을 가고 있는 자신은 누구보다 행복하다고 말한다.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연기자의 특권이라면 사생활이 없다는 불편함 정도는 감수해야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어릴 적 꿈꿔온 배우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배우의 일 말고는 다른 일은 생각해 본적이 없다는 그는 현재 스스로를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아직 나만의 색깔이 뭔지 모르겠어요. 전도연 선배나 장진영 선배를 보면 연기력을 물론이고 자신만의 특별한 색깔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누구를 닮고 싶다는 것 보다는 나만의 색깔이 있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망가지는 게 두렵지 않다는 당찬 매력의 배우 이다희. 스크린의 첫 발을 내딛은 그의 연기 인생을 기대해본다. 서울신문 NTN 정유진 기자 / 사진 조민우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여성&남성] ‘드라마·영화 속 그들처럼’ …남녀들의 로망

    [여성&남성] ‘드라마·영화 속 그들처럼’ …남녀들의 로망

    누구나 가끔은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어한다. 특히 일상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에게 영화·드라마 주인공의 극적인 삶은 너무도 매력적이다. 자신을 괴롭혀왔던 직장 상사에게 시원하게 복수하고 사표를 던지는 ‘싱글즈’의 동미(사진 오른쪽·엄정화)는 모든 커리어 우먼이 꿈꾸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또 자신에게 닥쳐온 불행을 이겨내고 진정한 자유를 찾는 ‘글레디에이터’의 막시무스(러셀 크로)는 이 시대 고개숙인 남자들의 우상이다. 이 시대 젊은 남녀가 닮고 싶은 드라마·영화 속 주인공들은 누구이며, 왜 그들에게 열광하는가. 남녀들의 로망을 따라가 보자. ●美드라마 ‘프렌즈´ 레이첼 스타일 굿~ 직장인 김모(25·여)씨는 미국드라마 프렌즈에 나오는 레이첼(제니퍼 애니스톤)을 볼 때마다 그녀의 패션스타일이 너무 부러워 참을 수 없다. 깔끔한 세미정장 스타일에 세련된 머리스타일을 볼 때마다 김씨는 레이첼의 스타일을 따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보았던 프렌즈 속 인물 중에 레이첼이 가장 사랑스러웠어요. 저도 그녀처럼 하면 아름다운 여자가 될 거라 생각했죠.”라고 말했다. 그래서 김씨는 레이첼의 패션 스타일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공부했다. 레이첼만의 스타일인 ‘베이직하고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스타일’을 표현하기 위해 베이직한 스타일의 옷만 구입한다. 또 긴 생머리의 레이첼 헤어스타일을 표현하기 위해 그녀는 머리를 기르는 중이다. 회사원 이모(28·여)씨는 영화 ‘싸움’에 나온 배우 김태희를 보고 “어떻게 저럴 수 있지?”라며 부러움에 치를 떨었다.‘싸움’은 ‘외모의 지존’으로 불리는 김태희가 ‘망가진’ 이미지를 내세워 흥행을 도모한 영화였다.“원래 배우는 예뻐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죠. 예쁜 데다 연기력까지 갖춘다면 어떤 역할이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이씨는 영화를 보는 내내 스토리에 몰입할 수 없었다. 상대 배우인 설경구와의 자동차 추격전과 빗속 난투 등 곳곳에서 헝클어지고 처참한 모습을 보이는 데도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너무 완벽한 얼굴이 몰입을 방해하기도 하는구나라고 느끼는 순간 배우로서 김태희는 별로 맘에 안들게 됐지만, 부러움은 그대로 남았죠.” ●영화 ‘너는 내 운명´ 같은 사랑을 꿈꾸며… 회사원 정모(31)씨는 최근 본 ‘어웨이 프롬 허(Away from her)’라는 캐나다 영화를 보고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아름다운 사랑’을 나눈 두 주인공을 부러워했다. 영화는 45년을 함께 산 부부에 대한 얘기였다. 알츠하이머를 앓게 된 부인이 정신이 뚜렷한 상태에서 스스로 치료시설에 들어가 살겠다고 하고, 남편은 안타깝지만 보내고 만다. 하지만 격리 한 달 뒤 부인은 남편의 존재를 잊고 시설에서 만난 새로운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남편은 전혀 부인을 원망하지 않는다. 또 시설에서 돌아가게 된 부인의 새 남편 집으로 찾아가 다시 시설로 들어가달라고 부탁한다는 얘기다. “그렇게 사랑을 받고, 한 사람을 그토록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사람, 평생 만나기 힘들지 않나요.” 회사원 유모(34)씨는 얼마 전 회사에 새로 들어온 여사원에게 관심이 생겼다. 간혹 그녀가 일하는 자리 근처를 지나면 얼굴을 마주치게 되는데, 그녀의 눈웃음은 정말 매력적이다. 유씨는 그녀와 눈인사를 할 때마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하지만 그녀의 속마음을 알 수는 없었다.“그녀가 정말 나에게 관심이 있는 걸까, 아니면 의례적인 인사일까?” 유씨는 답답한 마음에 가슴만 졸이고 있다. 유씨는 ‘왓 위민 원트 (What women want)’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인 멜 깁슨이 여자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가진 것이 정말 부러웠다. 무엇보다 그녀의 속마음을 알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노총각 김모(36·직장인)씨는 3년 전부터 영화나 드라마에서 순정을 바쳐 사랑의 결실을 맺는 남자 주인공들이 부럽다. 아직도 2005년 개봉돼 화제를 모았던 영화 ‘너는 내 운명’의 김석중(사진 왼쪽·황정민)을 종종 떠올리곤 한다. 서른여섯 살 노총각 석중이 운명의 여인 전은하(전도연)를 알게 된 뒤부터 시종일관 지고지순한 사랑을 바치는 데 감동받았기 때문이다. 석중은 여자의 집안이나 재력은 물론 다방 종업원이라는 직업도 상관치 않았다. 심지어 은하가 에이즈에 걸렸다는 것마저도 개의치 않았다. 오직 사랑 하나에 ‘올인’한다. 김씨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걸 알고 놀랐다.”면서 “석중은 세속에 찌든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준 인물”이라고 말했다. “요즘 남녀는 소위 알아주는 학벌에 든든한 직업, 짱짱한 집안을 선호하죠. 저도 잠시 그랬어요. 하지만 영화 속 석중을 만난 뒤로는 오직 ‘사랑’ 하나에 모든 걸 헌신하는 순수한 삶을 살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드라마 ‘스포트라이트´ 주인공처럼… 공기업에 다니는 홍모(27·여)씨는 직장 생활에 만족하지 못해 늘 일탈을 꿈꾼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공기업에 취직했지만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고 상사에게 시달리는 것도 이젠 신물이 날 지경이다. 홍씨는 기회만 되면 회사를 탈출하겠다는 생각뿐이지만 뾰족한 수가 생각나는 것도 아니다. 회사 업무가 마음에 들지 않다보니, 열정을 가지고 일하기 힘들고 업무성과도 좋을 리 없다. 하루하루가 무미건조한 홍씨는 요즘 ‘스포트라이트’라는 드라마에 빠져 있다. 기자 생활을 그려낸 드라마이긴 하지만, 그 속에서 자기 역할을 충실히 소화하면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이는 ‘바이스’ 김보경이 그렇게 멋있게 보일 수가 없다. 물론 이런 홍씨에게 기자 친구는 “드라마라서 그렇게 나오는 거지 실제 기자는 인간답지 못한 생활의 연속”이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홍씨에겐 그런 힘든 일상마저 선망의 대상이다. “드라마에서 바이스가 후배기자들한테 지시하는 모습을 보면 여자가 봐도 정말 멋있어요. 물론 기자생활이 힘들다곤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한 번은 꼭 해보고 싶은 일이죠.” 방송기자가 희망인 대학생 윤모(22·여)씨는 요즘 ‘스포트라이트’의 서우진(손예진)을 볼 때마다 부러울 따름이다. 윤씨는 서우진의 모습이 몇 년 후 자신의 모습이길 고대한다. 윤씨는 서우진이 마이크를 들고 카메라 앞에서 리포팅을 하는 모습을 보면 한없이 부럽다는 생각만 든다. 오태석(지진희) 캡에게 엄청나게 ‘깨지는’ 서우진을 볼 때도 부럽다. 윤씨는 마구 혼나더라도 기자라는 이름만 갖게 되면 소원이 없을 것 같다. “어릴 때부터 기자가 되고 싶었어요. 드라마 속 서우진이 한없이 부러운 이유는 단 하나, 제가 꿈꾸는 방송기자가 그녀의 직업이니까요.” ●영화 ‘섹스 앤 더 시티´ 속 그녀들은 나의 로망 의류업계에 종사하는 이모(29·여)씨의 선망의 대상은 최근 개봉한 영화 ‘섹스 앤 더 시티’ 속의 주인공들이다. 이씨는 칼럼니스트이자 뉴욕 스타일의 대명사인 ‘캐리’, 화끈하고 열정적인 ‘사만다’, 이지적이고 시원시원한 ‘미란다’, 사랑스럽고 우아한 ‘샬롯’ 등 4명의 여성들이 발산하는 매력에 푹 빠졌다. 특히 그들의 패션은 직업을 떠나 같은 여자로서도 부럽지 않을 수 없다. 옷, 구두, 가방에 각종 액세서리까지 명품으로 한껏 멋을 부리는 등 외모를 가꾸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그녀들의 삶이 보세점을 전전하며 가장 싼 가격의 물건을 구입하는 자신과 너무나 대비됐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기죽지 않는다. 이씨도 언젠가는 영화 속 그녀들처럼 멋진 삶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돈이 너무 많이 들어 영화 속 그녀들처럼 사는 건 엄두를 못내요. 지금은 대리만족 수준이지만 저도 어엿한 커리어우먼인 만큼 실력을 쌓아간다면 머지않아 그녀들처럼 살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확신해요.” 회사원 임모(31·여)씨는 ‘금발이 너무해’라는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엘르 우즈’를 부러워한다. 그녀는 금발이고 예쁘지만 공부도 잘하고 능력도 출중한 인물로 그려진다. 임씨는 물론 팔방미인인 그녀가 부럽지만 실제로는 ‘금발은 멍청하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 회사에서는 얼굴이 반반(?)하면 ‘꽃’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임씨는 “능력으로 인정받고 싶지만 상관과 손님 접대를 통해 일을 맡았다고 할까봐 욕심나는 일을 하기 위해 상관에게 어필하는 것도 그만두곤 하죠.”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좋아하는 네일아트와 공주풍의 긴머리도 포기하고 무채색 정장에 심플한 귀걸이 정도만 하고 다닌다. “우즈처럼 멋지게 꾸며도 최고의 변호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요즘 대학에 가도 외모와 상관없이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아직도 구태의연한 사고를 갖고 있는 직원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답답해요.” 회사원 김모(33)씨는 평소 ‘포레스트 검프’를 가장 부러워한다. 직장과 가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디로든 도망치고 싶기 때문이다. 김씨는 그럴 때면, 소장하고 있는 ‘포레스트 검프’를 다시 보곤 한다. 아무 것도 몰라도 달리면서 세상의 모든 근심을 던져버리는 검프를 보며 김씨는 위안을 받는다. 검프는 남들이 애걸복걸하는 출세조차 신경쓰지 않고 멋대로 살아간다. 검프는 대리진급을 앞두고 동료와 서로 경쟁을 벌이는 김씨에게 잠시나마 유쾌한 상상을 가능케 해준다.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채 사랑뿐만 아니라 삶의 목표를 이루는 검프가 너무나 부럽습니다. 사실 세상은 늘 동료를 험담하고, 상사에게 아부하고, 후배에게 잘난 척하는 자에게 성공을 부여하지 않나요?” 사건팀 zangzak@seoul.co.kr
  • 6·10항쟁 세대 박철민씨·‘촛불소녀’ 김남미양 대담

    6·10항쟁 세대 박철민씨·‘촛불소녀’ 김남미양 대담

    21년. 6·10 민주화항쟁이 있었던 1987년과 촛불소녀들이 들고일어난 2008년의 세월차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서울신문은 6·10 항쟁 21주년을 맞아 21년 전 중앙대 안성캠퍼스 총학생회장 직무대행을 맡아 거리 시위를 주도했던 배우 박철민(41)씨와 촛불집회 첫날부터 촛불을 든 고등학교 3학년 촛불소녀 김남미(17)양의 대담을 통해 21년의 세월을 되돌아봤다. ●1987년 6월과 2008년 6월 박철민 전 학생운동 주변머리에 있던 ‘날라리 운동권’이었죠. 당시 전두환 정권이 음모적으로 체육관 선거를 통해 탄생했어요. 민주적이지 않았고 힘의 논리가 만연했었지요. 사회구조 극복을 위해 학생들이 거리로 나섰고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이한열 열사 장례식 때 서울시청 앞에 100만명이 모였어요. 결국 노태우씨가 항복했죠. 이명박 정부는 어쨌든 투표를 통한 정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은 정책에 대해 반대를 하고 있는 거죠. 지난 5월31일에 촛불집회에 갔는데, 자유발언을 하려다가 시민들이 행진을 원해 결국 발언을 못했어요. 시민들이 “이명박 물러가라.”고 하던데, 잠시 세대차이를 느꼈어요. 쇠고기 재협상과 대운하 반대는 가능하지만 정당성있는 정부에 대한 반대는 아니라고 봤거든요. 나이든건가 싶더군요. 김남미 수업 시간에 선생님들과 광우병 쇠고기 얘기를 하다가 먹는 것뿐만 아니라 생필품에도 성분이 들어갈 거라고 해서 친구들과 함께 겁을 먹게 됐어요. 여러가지 얘기를 나누다 지난달 2일 우리 반에서 18명이 함께 집회에 나가게 됐죠. 화가 났거든요. 물론 “안먹으면 되지 않나.”라고 하는 친구도 있었어요. 하지만 반대 의견은 반대 의견이고, 우리는 우리잖아요. 박 6·10땐 엄숙하고 비장하고 살떨렸죠. 잡히면 2∼3일씩 구류 살아야하고 구속도 되니까. 결국 단일한 지도부에 의해 단일한 대오를 형성할 수밖에 없었어요. 일사분란했고 조직적이었죠. 그런데 이번 집회는 정말 사람들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하더군요. 결국 세상이 21년 동안 자연스레 진보해온 거 같아요. 하루 아침에 그렇게 바뀌진 않거든요. 김 하지만 경찰은 안 바뀐 거 같아요. 저도 경찰이 물대포 쏜 날 현장에 있었는데, 사람을 향해 마구 물대포를 쏘고 스크럼 짠 시민들에게 소화기를 뿌려대고 하더군요. 주위에서 어른들이 “이게 2000년대 맞냐.”라고 하시더라구요. 박 위에서 내려오는 강경진압 지시 때문이겠죠. 상부에선 여전히 80∼90년대 생각을 갖고 진압만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압박을 가하니 결국 전·의경들은 그런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결국 안타까운 젊은이들 간의 비극이 되는 거죠. 그러니 시민들의 빛나는 생각을 퇴색시키지 않는 방법은 ‘비폭력 무저항’이라고 생각해요. 김 지금도 충분히 비폭력적이지 않나요. 시민들은 전·의경들에게 악감정을 내뱉기보다 비폭력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제 앞에 선 전·의경들에게 김밥을 건네는 사람도 있었어요. 박 그래요. 우리 때도 쇠파이프 들고 전·의경 헬멧을 때리다가 이성을 찾으면 동시대 살아가는 아픈 젊은이들이니까, 적이 아니니까 꽃도 달아주고 손도 잡고 했죠. ●소통의 도구는 어떻게 변했나 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인터넷 메신저로 친구들과 대화하고, 포털 커뮤니티나 카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만난 친구들과 교류하면서 생각을 나누죠. 박 우리는 경찰이나 안기부로부터 행동지침 등을 보호하면서 전달해야 했기 때문에 ‘택(거리시위 장소)’을 은밀하고 음모적으로 전달했죠. 결국 조직적이고 단일한 생각을 줄 지도부가 있을 수밖에 없었죠. 김 요즘은 지도부가 있으면 싫어해요. 내가 나오고 싶어서 나왔는데, 왜 나에게 뭐라고 시키느냐는 거죠. 학교 분위기에서 이어진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요즘 친구들은 선생님도 상당히 편하게 대해요. 담임 선생님 별명을 정해놓고 자기 맘대로 별명으로 선생님을 부르기도 해요. 선생님들도 거부감을 느끼지 않죠. 지난 7일 밤에도 집회에 민주노동당에서 방송차를 끌고 나와 노래 틀고 구호외치라고 ‘강요’하는데 꼴도 보기 싫었어요. 사람들이 “가라.”고 소리쳤어요. 박 권위가 사라져가고 있네요. 우리는 교련 수업 등을 통해서 군대 문화를 배워서 그런지 간부에 의해서 움직이는 게 몸에 뱄어요. 지도부가 있는 게 싫고 지도부에 따르고 싶지 않다는 게 아름답고 신선하네요. 어떻게 보면 배후세력이 없으니 이렇게 큰 힘이 만들어진 거 같아요. 사실 우리 배우들은 그런 조직문화에 대한 거부감을 바탕으로 ‘딴따라’를 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이번 촛불집회는 참 매력적인 거 같아요. ●10대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는 김 집회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색깔은 그들이 느끼는 절실함에 따라 다양한 것 같아요. 등록금, 학교 자율화,0교시 폐지, 고시철회, 이명박 퇴진 등등. 우리 10대들은 억눌려 있었잖아요.10대들의 정치참여를 사람들이 이색적이라고 보는데, 그게 아니라 실은 당연한 거잖아요. 자기 목소리내는 건 나이와 상관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박 그럼.4·19도 10대가 주축이었는데. 김 그때도 그랬어요? 박 나도 잘 몰라요. 보기보다 나이가 그렇게 안 들었어.(웃음)그때도 힘은 10대 중반이었죠. 들불 일어나듯 막을 수 없는 큰 힘이 일어난거고. 희생자도 많았죠. 기성 세대들은 4·19 출신이라는 걸 당당하게 얘기하면서, 지금은 10대들이 나서는 걸 비판하니…. 김 그러니까요. 팬클럽이라서 나왔다니…. 극히 일부예요. 반면 10대를 규정하려는 움직임도 그럴 필요가 있나 싶어요. 그냥 개인과 개인이에요.‘웹 2.0세대’라고도 하던데,10대만 인터넷하나요. 박 큰 딸이 중3인데, 최근에 촛불집회 나간다면서 “청소년은 10시30분까지 들어와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걸 보면서 ‘이 아이들도 나름대로 정수기의 여과기가 있구나.’ 싶었어요. 김 전 좀 생각이 달라요. 아이들이 너무 미성숙하다고 생각하고, 어른들이 일찍 들어가라고 보호해야 하는 존재라고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현장에 나오는 교감 선생님들이나 일부 카페 운영자들이 청소년은 일찍 들어가라고 말하는 건 자신들이 비난받을 소지를 없애려는 거죠. 박 선거 연령을 낮추는 데는 동의하는데, 내 딸이 막상 나가 있으니 걱정되는 것도 사실인 것 같아요. 딸이 밤새 시위하면서 집에 돌아오지도 못하고 여관가서 잘 수도 없고…. ●‘불법’으로 규정된 촛불집회는 김 집회할 수 있는 권리는 헌법에 보장돼 있다고 들었어요. 상위법이 하위법을 앞선다고도 배웠고요.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집회를 규정하는 하위법 자체가 집회를 못하게 만들어 놓은 데 있다고 생각해요. 주요 도로도 못 쓰고, 야간 집회도 막고, 아예 하지 말라는 거죠. 불법 운운하는 건 하지 말라는 말의 포장이라고 생각해요. 박 그 말을 들으니까 또 그렇네.(웃음)하지만 국회에서 절차를 거쳐 만들어진 법이고 그런 게 사회가 만들어지는 과정이기도 하고, 법 자체를 존중하는 것은 당연한 모습일 거 같아요.1000명이 모일 거라 생각하고 서울광장에 모였는데, 시민들 요구가 높아 100만명이 모이면 자연스레 도로 점거가 되는 거죠. 그럴 때 최소한으로 도로를 점거해서 교통 방해도 최소화하는 식의 유연성이 필요한 거 같아요. 현장 경찰도 변하고 있잖아요. 지도부에서 강경진압 강압적 지시 내린 분들이 아름다운 경찰의 진보를 거꾸로 돌리지 않게 해야 해요. ●6·10민주화항쟁이 주는 의미는 박 그때는 희생한다고 생각했죠. 희생이 헛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요. 너무나 옳은 거라 생각해서 가장자리라도 제가 섰죠. 지금은 축제더군요. 난장이기도 하고요. 딸에게 희생이나 의무가 아닌, 세상이 뭔가 잘못됐을 때 자연스레 저항하는 모습이 생긴 걸 보니 20년 동안 세상이 달라졌음을 느껴요. 김 저도 희생한다고 생각하면 집회 안나가요. 내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오는 거죠. 우리 힘으로 안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학교 자율화도 내 일이고, 수돗물 값 오르는 것도 내 일이죠. 박 이렇게 발랄하고 예쁘고 깜찍한 모습들이 조직되지 않은 예술을 창조하는 큰 힘이 되기도 하니까 자랑스럽네요. 김 몸이 좀 안 좋아서 오기 전에 긴장했는데, 너무 편하게 해주셔서 고마워요. 정리 이재훈 김정은기자 nomad@seoul.co.kr
  • 건국대 학생복지팀 유재호씨 영어공부 비결

    건국대 학생복지팀 유재호씨 영어공부 비결

    “‘노랑머리’만 없었지 저도 어학연수했어요, 서울에서….” 건국대 학생복지팀에서 일하는 교직원 유재호(33)씨. 그는 요즘 대학생들에게 ‘필수코스’로 여겨지는 해외어학연수를 가보지 못했다. 당시 가정형편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해외연수 안가고도 토익 만점 하지만 유씨는 국내에서만 공부하고도 출중한 영어실력을 쌓았다. 토익은 만점(990점)이다. 지난달 교직원 1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영어회화능력 평가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했다. “외국인 면접관이 ‘한국이 50년전과 지금 달라진 점은, 또 좋아진 점은 무엇인가?’,‘아웃도어 액티버티 중에 추천할 만한 것은?’ 정말 아무거나 생각나는 대로 물어보시더군요.(1등을 한 것은)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유씨는 ‘국내파’로서는 이미 학교 내에서 최고의 영어실력자로 통한다. 모교인 건국대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한 그는 나름의 방법으로 영어공부에 몰두했다. “영문과 전공 가운데 원어민 수업만 쫓아다니며 들었어요.‘프렌즈’같은 영어시트콤은 4학년때부터 주로 자막없이 봤구요. 졸업후에는 AP뉴스 받아쓰기를 하거나 abc뉴스 등을 꼬박꼬박 챙겨 들었죠.” 말하기 실력을 키우는 데는 영화가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비포 선 라이즈’라는 영화가 있어요.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두 남녀의 대화로만 이뤄져 있죠. 작업거는 얘기, 인생얘기 등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아마 영화만 10번 이상 봤을 걸요. 나중에 mp3파일로 대사만 따로 뽑아서 100번도 넘게 들었어요.” ●아침부터 밤까지 영어에 올인 EBS의 영어프로그램을 많이 듣고, 영어채팅을 하고, 영어와 관련된 것이라면 빠지지 않고 챙겼다. 가입한 영어회화 동호회만 10개가 넘는다. 하지만 어학연수를 한번도 간 적이 없다는 약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한국어 대신 영어를 쓰는 환경에만 노출시키려고 노력했다. “외국에 어학연수를 가면 학원에서 수업받는 시간은 4시간 정도된다고 하더군요. 적어도 그것보다는 훨씬 오래 영어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인위적으로 만들자고 다짐했죠.” 아침에는 학교에서 영어로 진행하는 원어민 수업만 듣고, 수업이 끝나면 오후에는 외국인이 하는 언어교육원 강의를 듣거나 영어회화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했다. 또 밤에는 영어채팅을 하는 식으로 영어에 ‘올인’했다. 이런 식으로 공부하다보니 나중에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어학연수는 어디로 갔다왔니?”라는 질문까지 받게 됐다. 유씨는 벤처기업을 잠깐 거쳐 이익훈 어학원에서 토익·토플 등 교재를 만드는 일을 하다가 지금의 직장으로 옮겼다. 그는 일반인들이 영어에 대해서 적잖은 오해를 갖고 있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말하기에서 문법은 중요하지 않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브로큰 잉글리시’로 의사소통은 될지 몰라도 초급때 얘기죠. 중급 이상 수준이 되면 문법을 무시해서는 영어가 늘지 않습니다.” ●중급이상 실력 되려면 문법도 중요 토익·토플에 대해서도 잘못 알고 있는 게 있다고 했다.“‘토익망국론’까지 나오지만 토익책에 나오는 표현만 외워서 완벽히 구사해도 말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을 겁니다. 토플도 마찬가지죠. 거기에 나오는 내용만 다 알면 미국에서 교수를 해도 될 겁니다. 다만 이런 시험들을 ‘점수따기’대상으로만 접근한다는 게 문제일 뿐이죠.” 유씨는 말문이 트이려면 문장을 많이 외워서 시간이 날 때마다 자꾸 써보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야 어떤 상황이 닥치면 머릿속에서 문장을 만드는 과정없이 입술과 혀가 기억해서 즉각적인 반응을 한다고 했다. ●기회되면 국제교류팀서 일하기 원해 “발음할 수 없는 건 들리지 않아요. 또 쓸 수 없는 건 말할 수도 없고요. 당연한 얘기지만 자꾸 말해보고 또 써봐야 해요.”그 역시 혼자 벽을 바라보며 영어로 얘기해보기도 하고, 길 가다가도 중얼중얼 소리내 보는 과정을 수없이 거쳤다고 했다. 유씨는 “기회가 된다면 영어를 주로 쓰는 국제교류팀에서 일해보고 싶다.”면서 “내년 초쯤 방송통신대 영문학과에 편입한 뒤 나중에는 영어교육과 석사과정에도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 김성수 사진 김명국기자 sskim@seoul.co.kr
  • [We랑 외국어랑 놀자-영어] I don’t have any room for dessert.

    A:Are you going to eat more?(더 드시려고요?) B:Why not? How many trips have you so far made?(그러면 안 되나요? 지금까지 몇 번 드셨어요?) A:Three.I don’t have any room for dessert.(세 번요. 디저트 들어갈 배가 없어요.) B:Come on,you should eat more because the buffet is very expensive one.(이봐요. 이 뷔페 얼마나 비싼 건데 더 드세요.) A:Not anymore.I’d like you not to eat any more either.(더는 못 먹겠어요. 당신도 그만 먹어요.) B:Well… just one more trip.(음…. 딱 한 번만 더 먹을게요.) ▶ trips:여행. 여+기서는 뷔페식당에서 자리와 음식이 있는 곳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을 trip이라고 지칭한 것이다. ▶ room for∼:∼을 위한 공간, 여지, 자리. 위에서는 디저트가 들어갈 뱃속의 공간이 없다는 말로 room을 사용했다. ▶ I’d like you to∼:(상대방에게)∼하기를 원하다.I’d like you to read this book before it is sold out.(판절되기 전에 이 책 읽어보세요.) 박명수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교수
  • 김선아 “삼순이 캐릭터 깨기보다 즐길래요”

    김선아 “삼순이 캐릭터 깨기보다 즐길래요”

    3년이 지났다. 김삼순이 떠난 지. 그러나 아직도 김선아(33)는 ‘삼순이’라는 레테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운명이라고 생각해야죠. 베토벤도 ‘운명’이 자꾸 쫓아 다니듯이 제게도 삼순이를 쓰러뜨릴 수 있는 작품이나 캐릭터를 만나지 않고서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깨기보다는 그것 그대로 보존하고 싶은 캐릭터라고 할까요.” ●3년의 굴곡 누군가에 도움 청했다면… 김선아에게 지난 3년은 소송과 소문으로 질척인 시간이기도 하다. 지난해 ‘세븐데이즈’로 개봉한 ‘목요일의 아이’에 캐스팅됐으나 엎어졌다.1년을 촬영장과 집만 오가며 틀어 박혔다. 하루에 30분도 채 잠을 못 잤다. 올초에는 추문으로 세간의 입에 오르내렸다.“작품하기가 겁이 나고 사람을 잘 못 믿게 됐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흥행보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더 의미를 뒀죠. 영화사 대표님이나 감독님께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지겹도록 물었어요.‘정말 믿고 가도 돼요?’그리고 현장에서 많은 것을 치유할 수 있었어요.” 공백 아닌 공백기를 겪어야 했던 그의 상황은 이번 영화 ‘걸스카우트’ 속 미경의 상황과 묘하게 겹친다. 손에 대는 재테크마다 말아 먹고 곗돈을 쫓다 딸까지 납치당하는 미경.‘절박’과 ‘절실’을 무심한 표정으로 감춘 그는 맨얼굴로 악다구니를 쓰며 사력을 다한다. 그는 최근의 굴곡에 대해 “미경처럼 무데뽀로 혼자 해결하려 하기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고 했다. 김선아는 ‘몸을 아끼지 않는 여배우’‘잘 망가지는 여배우’라는 수식을 제 옷처럼 걸쳐 왔다. 그러나 ‘걸스카우트’에서의 액션은 보는 사람이 단내가 날 정도다. 여기서 그는 그간 로맨스 영화의 전형을 비껴나 딸 뺏긴 어미,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살아 내야 하는’ 30대 여자의 얼굴을 보여 준다. 미경은 사기꾼 홍기(박원상)에게 흠씬 두드려 맞고도 ‘(여자라고)무시하지 말라.’고 내지른다.“‘무시하지 말라.’는 말은 사회를 향해 쏟아낼 수 있는 짧지만 강한 말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뜯긴 돈은 푼돈이어서 경찰에도 외면당하죠. 큰 건들만 인정하고 돌아가는 사회에 대한 울부짖음 같아서 그 장면 찍을 때는 정말 화도 많이 나고 제 속에서도 절실하게, 아프게 나왔어요.” ●악다구니 연기 망가지는게 아닌 리얼리티 그는 ‘망가진다.’는 말에도 반기를 들었다. 영화 ‘예스터데이’ 때는 의상이 단 두벌이었고 ‘몽정기’에서는 배경이 80년대라 촌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는 것.“그걸로 사람들은 망가진다고 하는데 저는 그게 리얼리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망가지는 연기를 잘한다.’는 말에 공감을 못하겠어요. 화장 못하거나 마스카라 번지는 건 망가지는 게 아니라 현실적인 거죠.” 사람들은 김선아에게 왜 비슷한 캐릭터만 이어가고 있냐고도 한다. 몇년간 그를 따라다니는 질문이다.“깨보고 싶다는 욕심, 벗어나야겠다는 욕심은 분명 있어요. 물론 제가 아니면 안 될 역할도 있을 것이고,‘자뻑’을 하자면 저였기 때문에 더 처절할 수도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저만이 느낄 수 있는 장르 안에서의 캐릭터 변화라고 얘기해요. 작품은 연이 닿아야 되더라고요. 연이 닿으면 다음 작품에서는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를 할 수도 있겠죠.” ‘섹스 앤 더 시티’‘쿵푸 팬더’등 할리우드 대작들과 맞붙는 그에게 흥행 예상을 떠봤다. 장난기 어린 표정에 투덜거리는 듯 오물거리는 입술. 딱 김선아답게 그가 답했다.“저희 여자 네 명이서 이꼴저꼴 다 겪었는데 곰 한마디 못 물리치겠어요?”(웃음)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한국판 캣츠. 세 고양이 주목!

    한국판 캣츠. 세 고양이 주목!

    이번에는 ‘한국 고양이’들의 공습이 시작된다.1981년 런던 초연 후 27년간 30개국 300여개 도시에서 14개 언어로 공연된 ‘캣츠’가 9월부터 한국어 공연을 선보인다. 현재 서울 잠실 샤롯데시어터에서 공연 중인 오리지널팀이 8월31일 물러간 뒤 한국 배우들이 바통을 이어받는 것. 한국판 ‘캣츠’의 캐스팅은 일반 관객에겐 ‘의외’일 수 있다. 명곡 ‘메모리’로 유명한 그리자벨라로 낙점된 옥주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낯선 이름이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잘 알려진 스타보다 철저히 ‘고양이’가 될 수 있는 배우들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 이색출연자들을 미리 만나봤다.10년간 조연으로 발품 팔다 그리자벨라로 떠오른 신영숙, 국내 정상급 발레리노 생활을 접고 뮤지컬에 입문한 정주영, 뮤지컬 출연 세 편 만에 ‘캣츠’의 최고인기남 ‘럼텀터거’를 꿰찬 샛별 김진우가 그 주인공이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철학책 쌓아놓고 내면 공부중” “그리자벨라 역을 맡아 무슨 스타가 될 거라 생각하진 않아요. 그리자벨라는 유명한 곡을 부를 뿐 ‘캣츠’는 모두가 주인공이거든요. 지금껏 거쳐왔던 모든 역할이 소중했던 것처럼 나 스스로 충실해야겠다 생각할 뿐이죠.” 뮤지컬 ‘캣츠’를 모르는 사람도 ‘메모리’는 안다. 늙고 쇠락한 암고양이 그리자벨라가 아름다웠던 과거를 회상하며 부르는 이 노래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조니 마티스 등 전세계 유명가수들에 의해 180여회 녹음되며 ‘캣츠’의 상징이 됐다. 이번 한국 공연에서는 두 명의 그리자벨라가 이 노래를 부른다. 옥주현, 그리고 데뷔 10년간 조연으로 더 많은 발품을 팔아온 신영숙(33)이다. 그는 이번 오디션에서 연출가 조앤 로빈슨에게 “세계적인 수준의 음색과 발성을 갖추고 있다.”는 찬사를 들었다. 1999년 뮤지컬 ‘명성황후’의 손탁 여사로 데뷔한 그는 지난해 서울예술단을 나온 이후 ‘헤어스프레이’의 모터마우스,‘나쁜 녀석들’의 뮤리엘로 열연했다. 그러나 일반 관객에게 신영숙이라는 이름은 낯설다.“다들 배역으로는 기억을 하시는데 제 이름은 기억을 못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좌절도 많았죠. 정말 하고 싶은 역할이 있어 오디션을 잘 봐도 인지도가 없어서 떨어지곤 했어요. 제 역할에 만족하지 않은 적은 한번도 없었지만 이름이 알려져야 하고 싶은 역도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는 요즘 연기나 노래 연습보다 내면 공부에 한창이다.“오디션을 볼 때 연출가가 그리자벨라에 대해 30분도 넘게 설명했어요. 그걸 듣고 있으니 요즘 배우들은 너무 기능적으로 흘러가는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연륜 있는 역할을 맡은 만큼 철학책이나 창의력에 관한 책을 쌓아놓고 보고 있습니다.” ■”완벽한 고양이되기에 몰두” ‘15년간 발레리노로 살아오신´ 정주영(30)이 뮤지컬 인생을 시작한다. 국내 정상급 솔리스트로 활동해온 그가 이제 발레단과 작별을 고하고 ‘캣츠’의 악당 고양이 매캐버티 역을 맡아 뮤지컬 배우로 전향하는 것. 정주영의 뮤지컬에 대한 동경은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계원예고 재학 시절부터 연극영화과 친구들을 건너다보며 꿈을 키워온 것. 조승우와 최재웅 등이 당시 그의 1년 후배였다.“그 친구들이 무대에 서는 걸 보고 맘에 뒀었죠. 하지만 발레를 사랑하는 마음과 감히 내가 도전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했어요.” 그러던 그가 3년 전 변신을 결심했다. 뮤지컬 배우 홍경수로부터 보컬 훈련을 받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무용계 내부의 반응은 어땠을까.“발레로 자리잡고 왜 나가냐, 다 키워놨더니 딴 길로 도망가는구나 하고 섭섭해하는 선생님들도 계셨어요. 죄송할 뿐이었죠.” 뮤지컬의 꿈을 키우게 했던 후배들은 응원과 우려를 동시에 보냈다. 마침 며칠 전 그는 극장에서 조승우와 최재웅을 만났다.“승우는 ‘힘들어. 생각 다시 해봐. 형은 발레하는 게 제일 멋있어’하더라고요. 재웅이는 ‘형, 뭐하는데요?’ 그래서 ‘캣츠’라고 했더니 ‘브라보∼’라고 외쳐줬어요.”‘캣츠’로 뮤지컬에 첫 도전장을 날리는 그의 목표는 오리지널 배우보다 더 완벽하게 캐릭터를 구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춤과 노래도 중요하지만 그는 요즘 ‘캣츠´의 관건인 ‘완벽한 고양이로 거듭나기’에 몰두하고 있다.“사람들이 ‘캣츠´를 보고 가장 감탄하는 건 ‘이건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다´라는 느낌 때문이에요. 그래서 요즘 유튜브에서 고양이 동영상을 검색해보는 게 일이에요. 한 마리 키워볼까도 고민 중이고요.” ■”오리지널 공연DVD 보고 또 보고” ‘캣츠’의 럼텀터거는 암고양이들을 녹이는 최고의 ‘섹시남’이자 여성관객들의 환호를 한몸에 받는 ‘인기남’이다. 남자배우라면 누구나 탐낼 이 배역을 이제 막 세 편의 뮤지컬을 맛본 신인이 꿰찼다. 지난해 ‘댄서의 순정’의 앙상블에서 단숨에 ‘풋루스’의 주인공 렌과 ‘그리스’의 주역 대니로 뛰어오른 김진우(24)다. 185㎝의 키에 매력적인 외모를 지닌 김진우는 연출가 조앤 로빈슨에게 오디션 30초만에 럼텀터거로 낙점됐다. 동료나 선배들의 질시는 없을까.“농담으로 선배들이 ‘야, 너는 이렇게 빨리 올라오냐, 너무 잘 나가는 거 아냐.’라고도 하세요. 그럼 ‘아이, 왜 그러세요∼저도 이제 잘 해야죠.’하며 술자리에서 풀곤 하죠.” 고생 한번 안 해봤을 것 같은 얼굴이지만 그는 중·고등학교 때부터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그 다양한 경험 덕분이다.“제가 재미있게 살아온 걸 연기로 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군밤장사에 신문판촉도 해봤고, 물티슈·커피자판기 지사를 운영하며 수십개의 거래처도 뚫어봤죠.” 그렇게 번 돈으로 군대 제대 후 재작년부터 하루 12시간씩 연기와 보컬, 현대무용 레슨을 받았다. 스스로 ‘느끼한’ 구석이 있다고 말하는 이 배우는 요즘 수십번씩 ‘캣츠’의 오리지널 공연 DVD를 돌려본다.“허리돌리기, 가슴떨기를 잘해야겠더라고요.”(웃음) 굳이 연기하지 않아도 섹시한 매력이 배어나와야 할 역할이라 부담이 적지 않다.“럼텀터거는 반항아적이고 섹시하고 느끼하죠. 표정에서부터 제스처 하나에까지 그런 느낌을 살리고 싶은 게 제 욕심이에요. 그래서 부담 반, 행복 반이지만 부담 되는 만큼 잘 해낼 자신도 있어요.”
  • [스포츠 라운지] 양궁 올림픽 국가대표 주현정

    [스포츠 라운지] 양궁 올림픽 국가대표 주현정

    “내 손끝에서 나간 화살로 10점을 맞히는 기분이 끝내줘요.” 양궁 올림픽 국가대표 주현정(26·현대모비스)은 기자를 만나자마자 대뜸 양궁 예찬론부터 펼쳤다. 실업 생활 8년 만에 처음 대표팀 8명에 뽑혀 3명에게만 주어지는 올림픽 출전의 영예를 안았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늦깎이의 기쁨은 물론 양궁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부탁도 섞여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재밌는데 왜 비인기 종목이죠?” 양궁은 대표적인 올림픽 효자종목으로 꼽힌다.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이후 한번도 개인전을 내주지 않고 금메달 행진을 이어왔다. 올림픽에서만 금 14개, 은 7개, 동메달 4개를 수확했다. 그런데 언론들은 올림픽이 다가올 때만 관심을 보이며 난리법석을 떤다. 평소에는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않는다. 대표적인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너무 오래 겪어본 셈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국민들의 반짝 관심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양궁의 재미를 설파했다.“기록 경기이지만 토너먼트로 방식이 바뀌어 긴장감이 넘쳐요. 양궁은 알면 알수록 재미가 있어요. 주변에 있는 클럽에 나가 활을 잡아보세요. 스트레스 해소에도 그만이에요.” 그가 뒤늦게 실력이 만개한 이유도 바로 양궁의 재미에 푹 빠진 덕이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즐기는 ‘달관’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그는 “꾸준하게 연습했고 욕심을 버렸기 때문”이라고 했다.“어릴 때는 실력이 안 되면서 괜한 욕심을 부려 속만 상했어요. 며칠씩 울곤 했지요. 나이가 들어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면서 마음을 비우고 시위를 당겼더니 되더라고요.” 그러나 뒤늦게 대표팀 선발 과정을 거치면서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나 보다. 먼저 8명을 뽑은 뒤 절반인 4명을 떨어뜨리고 지난 1일 최종 3명을 선발하는 등 3단계로 선수들이 걸러진 탓이다.“살아남을 때마다 색다른 긴장감이 생겼어요. 여기까지 왔으니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금메달 욕심을 숨기지는 않았다.“올림픽 단체전에서 확실하게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어요. 대표팀의 일원이 된 만큼 과감하고 활을 빨리 쏘는 장점을 살려 남 못지않게 잘하고 싶어요.” 개인전 금메달은 ‘하늘의 뜻’이지만, 단체전에서는 내가 잘못했을 경우 피해가 고스란히 동료들에게 가기 때문에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는 뜻이다. 속깊은 배려가 느껴졌다. 1992년 광주 두암초 4학년 때 호기심 때문에 활을 잡은 그는 일찌감치 양궁의 매력과 땀 흘린 결실의 가치를 알았다.6학년 때 광주 소년체전 단체전 2위를 차지했을 때의 기쁨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마음 비웠더니 실력늘어… 늦은만큼 메달 희망 95년 동명여중 진학 때 동료들은 부모의 반대로 모두 그만뒀지만 그만 특유의 고집으로 계속 시위를 당겼다. 중학교 때 일부 지도자의 구타에 회의가 들었고, 광주체고 3학년 때 운동선수로 성공할 가능성이 적어 진로 문제로 갈등을 겪었지만 ‘마약과도 같다.’는 한 양궁인의 말처럼 그 매력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운동선수들이 겪게 되는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했을까. 그는 긍정적인 사고 방식을 들었다.“못할 때는 속상하지만 좋을 때를 생각해 이겨냈어요.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을 인정받는 게 좋았거든요.‘이래서 내가 운동을 하는구나.’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스스로를 다독여요.” 장래에 대해 그는 처음 대표팀에 선발된 데다 베이징올림픽이 60여일 남은 만큼 올림픽만 생각하고 싶다면서도 “공부는 나이가 없지 않으냐.”며 향학열이 식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곰삭은 실력으로 생애 첫 태극 마크를 단 그가 올림픽 무대에서도 활짝 웃을지 주목된다. 글 사진 김영중기자 jeunesse@seoul.co.kr
  •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지대현씨 영어 공부 비결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지대현씨 영어 공부 비결

    “중·고등학교 때도 수업시간 말고는 영어공부를 따로 안 했어요. 잘 해서가 아니고 영 관심이 없었죠. 그런데 이제는 한·영 통역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으니 좀 이상하죠.” 지대현(31)씨는 올해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 입학했다. 누구나 짐작하듯 그는 최고 수준의 영어실력을 갖췄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지씨는 전형적인 ‘늦깎이’ 학생이다. 제대로 영어공부를 시작한 게 23살 때부터다. 학교 때 전공(연세대 사회·문헌정보학)도 영어와는 무관하다. “제대하고 프리 토킹을 들으려고 신촌의 한 영어학원에 갔어요. 전공, 가족관계 이런 거 몇 가지를 묻고 답하는 테스트였죠. 다 듣고 나더니 저는 프리토킹 수업을 들을 수 없다는 거예요. 문법도 다 틀리고, 문장도 엉터리고, 한마디로 실력이 안 된다는 거였어요. 창피하기도 하고 충격이 컸어요.” 왕초보 수준의 영어실력은 2001년부터 1년간 영국에 갔다 온 뒤 부쩍 늘었다. 맨체스터와 리버풀의 중간쯤에 있는 시골마을에서 자원봉사로 장애인들을 도와줬다. “처음엔 아무 것도 안 들리고 말도 안 나오고 정말 바보가 된 것 같았아요. 다행히 백인밖에 없는 곳이라 사람들이 신기했는지 자꾸 말을 붙이더라고요.‘브로큰 잉글리시’지만 한두마디씩이라도 말문이 트이면서 의사소통이 되더군요.” 일단 자신감이 붙자 한국에 돌아와서는 미국인이 만드는 부정기 영어잡지사에서도 일했다. 영어기고문을 한글로 옮기는 일을 주로 했다. 영어로 얘기할 기회가 많았던 게 특히 행운이었다. 프로축구 전북 현대구단에서도 잠시 영어통역을 맡았다. 장내 방송을 통해 영어로 ‘선수교체’ 등을 안내하는 일도 그의 몫이었다. “대학졸업 때까지는 이렇게 아르바이트식으로 영어공부한 게 다였죠. 가끔 영자신문도 사 보고…. 토익은 영국 갔다 와서 처음 봤는데 시험치기 며칠 전에 책 한 권 사서 속독으로 읽고 갔는데,965점이 나오더군요.” 졸업반이 되어서는 평소 관심이 있던 항공사 입사를 준비했다.“그때는 영어는 잘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자신이 있었죠. 하지만 몇번 면접을 보고 곧 뜻을 접었어요. 다른 지원자들은 말 그대로 ‘여기서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면접에 임하는데, 저 역시 그런지 확신이 안 섰기 때문이죠.” 취업을 포기하고는 1년 남짓 방황하다 2005년부터 통번역대학원 준비에 들어가 2년여만에 합격했다. “시험 준비를 하면서 고급영어는 따로 있다는 걸 절감했어요. 정치, 경제 등 시사문제를 잘 알고 전문용어를 많이 알아야 말하기도 쉬워지죠. 예를 들어 ‘신용경색’을 뜻하는 ‘credit crunch’라는 단어를 모른다면 이걸 설명하기 위해 또 장황하게 풀어줄 수 밖에 없어요.” 그는 평소 봐뒀던 유용한 표현은 꼭 노트에 스크랩해두라고 권한다. 영영사전을 봐도 예문을 꼭 따라서 읽어보고, 애매한 발음은 반드시 확인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번은 영화를 보는데 ‘Your reputation precedes you.(너 명성이 자자하더라.)´라는 표현이 귀에 그대로 꽂히는 거예요. 지킬 박사가 반 헬싱을 만났을 때 하는 대사죠. 전에 어디선가 보고 스크랩해뒀던 표현이라 그런지 단번에 알아듣겠더군요.”그는 이런 희열이 있기 때문에 끝이 없어보이는 언어공부에 빠지는 것 같다고 했다. “말하기는 특히 어렵고 빨리 늘지도 않아요. 어휘나 듣기와 관련한 내용 100이 머릿속에 있다면 스피킹으로 나오는 건 5정도나 될까요? 그래도 어느 정도 실력이 붙으면 테이프를 틀어놓고 한 단어 늦게 그림자처럼 따라가면서 말하는 ‘섀도잉’ 연습이 도움이 됩니다.” 그는 끝으로 “영어를 제대로 말하려면 토익, 토플 등의 점수에 신경쓰지 말아야 한다.”면서 “듣기를 많이 해보고, 동화책도 반복해서 읽으면서 영어로 말을 많이 해보는 ‘기본’에 충실하는 길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글 김성수 사진 정연호기자 sskim@seoul.co.kr
  • [20&30]사회 생활의 활력소 ‘거미줄 인맥’ 노하우

    [20&30]사회 생활의 활력소 ‘거미줄 인맥’ 노하우

    무인도에 홀로 남겨졌던 로빈슨크루소. 그는 낯선 그곳이 외롭고 무서웠지만 이내 의식주를 해결하며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매일 사람들과 함께 살던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는 꿈을 꾼다. 이유는 단 하나, 그와 함께 호흡하던 사람들 때문이다. 로빈슨크루소뿐만 아니다. 사람이란 서로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존재다.2030세대의 인맥관리법은 어떨까. 그들이 생각하는 인맥, 그리고 그 관리 비법을 알아보자. # 뜻 맞는 사람끼리 동호회나 계가 최고 교육관련 기업에 종사하는 박모(28)씨는 요즘 20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메신저나 싸이월드와 담을 쌓고 산다. 직접 대면하지 않고 글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게 미덥지 못해서다. 박씨는 오프라인 모임이 많은 동호회를 선호한다.3년 전부터 인터넷 카페의 산악동호회에 가입해 여러 사람을 만나고 있다. 지금의 동호회는 일주일에 한 차례씩 정기 모임을 갖고, 산행을 한다. 박씨가 수많은 동호회 가운데 산악동호회를 선택한 것은 사회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인맥을 쌓기 위해서다. 등산 애호가는 대개 40∼50대이고, 사회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른 사람이 많다.“요즘은 취직도 어렵지만 이직도 많잖아요. 제가 지금보다 더 좋은 곳에, 더 나은 조건으로 가기 위해서는 선배들의 인맥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어요. 동호회 활동을 하며 그분들과 맺은 인연이 사회 생활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더군요.” 대기업에 다니는 정모(31)씨는 대학 때 헌신했던 동아리가 인맥 관리의 핵심이다.27년의 역사를 가진 동아리에는 은행 지점장, 보험회사원, 변호사, 학원강사, 광고회사원 등 다양한 직업군이 모여 있다. 때문에 동아리 모꼬지나 졸업생을 위한 행사엔 빠지지 않고 참석해 우의를 다져놓는다. 회사에서 가끔 특판 주문이 떨어질 때 동아리 선후배는 곤란한 전화를 해도 꺼리지 않고 받아준다. 결국 상부상조를 통해 나중에 자신이 곤란한 일을 겪을 때가 올 것을 알기 때문이다. 가끔씩 월급을 털어 후배들에게 푸짐하게 한턱 내는 것도 중요하다. 동아리의 영속을 위해 자신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각인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대학 땐 그저 취미가 같은 사람들의 모임이 동아리라고 생각했지만, 졸업하고나니 이것만큼 중요한 인맥관리 풀이 없더군요. 물론 취미를 공유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지만,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해둔 게 너무나 다행이다 싶습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신모(32·여)씨는 직장 여성 선배들과 계를 하고 있다. 한달에 20만원씩 내고 6개월 뒤 100만원을 받는다. 하지만 계를 탄 사람이 10만원 상당의 밥을 사기 때문에 오히려 적자가 난다. 그럼에도 신씨가 계 모임을 유지하는 이유는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서다. 직장 여성은 집안일로 남성처럼 거의 매일 술을 마시면서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계를 선택한 것이다.40대부터 20대까지 참여한 계 모임에서는 여성을 위한 고급정보가 오간다. 각자의 부서에서 들은 이야기를 풀어 놓고 조합하면 인사이동의 유무, 사내 세력관계 등을 알 수 있다. 지난 번에는 늘 매너 있는 부장이 인사에서 여직원들을 ‘물’먹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부서로 전출을 원하던 신씨는 과감히 미련을 접었다. “돈으로 묶인 데다가 매월 만나서 정기적으로 식사까지 하게 되니 서로 끈끈할 수밖에 없죠. 다른 여직원들도 끼고 싶어하지만 사람이 많아지면 정보 가치가 낮아지잖아요.” # 인터넷 시대, 인맥관리도 인터넷으로 홍보대행사에 근무하는 최모(27·여)씨는 인맥 관리에 인터넷을 충분히 활용한다. 메신저를 비롯해 싸이월드, 카페 등 여러 수단을 이용해 다양한 사람과 사귀고 있다. 아침에 출근하면 우선 싸이월드를 방문한다. 친구와 이웃의 홈페이지를 두루 찾아다니며 안부 인사를 남긴다. 새로 올라온 사진이 있으면 일일이 댓글도 단다. 낮 시간에는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거나 정보를 공유하며 인맥을 두텁게 쌓아간다. 최씨는 살사댄스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카페에도 가입했다.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어서 한 번만 만나도 곧잘 친해진다. 이들과는 주중이나 주말에 번개모임이나 정기모임을 갖는다. “인터넷의 발달은 인간 교류에 혁명을 낳은 것 같아요. 수많은 사람과 빠른 시간 내에 소통할 수 있게 하니까요.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요즘 인터넷 공간을 통해 맺은 인맥은 제가 세상에 뒤처지지 않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수줍음이 많은 회사원 김모(29·여)씨는 인맥 관리의 방법으로 오프라인 보다 온라인 방식을 선호하는 편이다. 낯을 많이 가려 오프라인에서 만난 사람과 친해지는 데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이다. 김씨는 주로 포털사이트의 인라인 스케이트 카페에서 인맥을 관리한다. 평소 카페 게시판을 통해 이야기를 나눠온 회원들과 일주일에 한 번씩 한강시민공원을 찾아 인라인을 타다보면 어느새 회원들과 더 가까워지는 것을 느낀다. 김씨의 현재 남자친구도 인라인 카페를 통해 알게 됐다. 한 회원이 소개해줘 5개월 전부터 진지한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온라인으로 안부를 주고받고 편하게 지내던 사람들이라 처음 오프라인에서 만났을 때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어요. 땀을 흘리며 함께 인라인을 타다보면 정도 금방 들고요. 매일 만나는 직장동료들보다 더 마음을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 정도에요.” # 경조사 진심으로 챙겨야 제격 학원강사 김모(32·여)씨는 경조사 참석이 인맥관리의 중요한 수단이다. 학원 일을 하다보니 쉬는 날도 없고 저녁 강의가 대부분이라 친구 만나기도 쉽지 않다. 한동안 친구들은 웬만한 모임이 있어도 김씨에게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나중에 “어, 넌 바빴지?”라는 한마디 물음이 전부였다. 충격을 받은 김씨는 이후엔 주변 사람의 궂긴 일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어릴 때부터 부모에게 “좋은 일에는 든자리가 많이 보이지만 궂긴 일에는 난자리가 드러나보인다.”는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이제 그런 김씨에게 늘 ‘어려울 때 힘이 되어주는 친구’라는 수식어를 붙여준다. “사실 살아가는 데 사람만큼 힘들 때 힘이 되어주는 존재가 있을까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다보니 경조사 참석이 최선이더라고요.” 제과업체에서 근무하는 이모(31)씨의 인맥관리 노하우도 경조사 참여하기다. 이씨는 회사동료뿐 아니라 하청업체 직원의 경조사까지 챙긴다. 그의 방법은 무조건 ‘얼굴디밀기’다. 한번은 직장동료의 상가에 가면서 돈이 없어서 몸만 왔다고 말한 적도 있다. 그는 아무리 돈이 중요해도 직접 찾아준 사람의 정성보다 못하다는 입장이다. 결혼식장에는 꼭 20분 먼저 가서 악수하고, 사진 찍을 때도 참여한다. 평일, 주말,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상가든 결혼식장이든 피치 못할 사정으로 못갈 때는 돈과 함께 편지를 동봉한다. 남들은 식사를 안하기 때문에 적은 돈을 넣지만 이씨는 못가서 미안하다며 더 많은 돈을 넣는다. “언제 누구 결혼식에서 만났다고 하면 당연히 저를 기억합니다. 영업사원으로 최상의 인맥관리 노하우죠.” 사건팀kimje@seoul.co.kr
  • “인생 축소판인 산에서 야성 회복하길”

    “인생 축소판인 산에서 야성 회복하길”

    “산에는 인간의 보편적 가치가 모두 들어 있습니다. 사랑도 있고, 죽음도 있으며…. 즉,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죠. 젊은이들이 산을 통해 자신의 꿈과 희망을 이루려는 에너지인 참된 야성을 배워 도전 정신을 길렀으면 합니다.”(박범신) “등산은 삶의 어려운 과정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죠. 산에 오르려면 목표에 대한 신념과 열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삶의 분기점에서 이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엄홍길) 본격 산악소설 ‘촐라체’를 펴낸 소설가 박범신(61)씨와 세계 최초 히말라야 16좌를 완등한 산악인 엄홍길(47)씨가 1일 북한산 용암샘터에서 토론회를 가졌다. 독자 30여명과 함께했다. 두 사람은 2005년 아프리카 킬리만자로를 함께 오른 이후 말레이시아 키나발루산 등 수차례 동반 등반하는 등 두터운 인연을 맺어왔다. 사회는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단편 소설 ‘광어’가 당선돼 등단한 신예 작가 백가흠(34)씨가 맡았다. ●사회 산은 무척 어렵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데, 산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요. ●박범신 우리나라의 70%가 산인 만큼 산과 함께 살아간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죠. 산에 대한 두려움은 없습니다. 산을 외경하고 산에 의지하고 싶죠. 마치 어머니의 품속처럼 포근하게 느껴집니다. ●엄홍길 어린 시절부터 산과 함께했습니다. 산은 어느새 나의 한 부분이 됐죠. 물론 극한 상황에서는 괴롭고 고통을 주기도 하지만, 산에 오르면 행복해집니다. 더 큰 정신세계를 경험하는 등 삶의 모든 것을 깨닫게 해주는 덕분이죠. 산은 나의 위대한 스승입니다. ●사회 소설 ‘촐라체’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읽히는데요. ●박범신 1993년 절필 선언 이후 인간 본원의 문제에 대해 깊은 탐구를 하고 있죠. 히말라야로 가는 것은 단순히 산에 가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세계 속의 영혼의 숨구멍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히말라야 쪽에서 인간 본원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구했으나 아직까지 찾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나의 고민이기도 하죠. ●엄홍길 지난해 5월31일이 히말라야 16좌 완등에 성공한 날입니다. 특히 이 등반은 세번의 실패 끝에 성공한 것입니다. 두번째 등반에서는 두명의 동료를 잃기도 했고요. 지금 땅을 딛고 있는 게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신이 다른 임무를 맡기기 위해 살려보내 주신 것으로 생각하고 잃어버린 동료의 유족이나 히말라야의 영혼이 맑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마지막 힘을 다하려고 합니다. ●사회 ‘촐라체’를 낼 때 젊은 세대들에게 잃어버린 야성을 찾아주고 싶다고 했는데, 젊은이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박범신 요즘 젊은 세대의 일부는 꿈이 없는 거세된 삶을 사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꿈과 희망을 이루기 위해 희생이나 헌신을 감수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죠. 꿈과 희망을 이루고 모든 것을 쏟아붓는 참된 야성을 길러 무슨 일을 하든 에너지가 충만한 그런 삶을 살아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엄홍길 젊은 세대가 너무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인 것 같아요. 자신이 손해보는 일이나 양보는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산을 가까이 해 결단이 서면 죽음도 불사하는 그런 끈기와 오기를 길렀으면 합니다. 글 사진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사장된 ‘시마과장’ 실제 기자회견 열어

    사장된 ‘시마과장’ 실제 기자회견 열어

    만화 ‘시마과장’의 사장 취임 기자회견이 지난달 28일 시나가와의 한 호텔에서 열렸다. 만화 속의 주인공이 현실에서 기념행사를 갖는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로 ‘허리케인 죠’(あしたのジョー)의 리키이시 토오루(力石徹)가 죽었을 당시 장례식을 연 이후 2번째다. 이번 회견은 사회자인 나카이 미호(中井美穂)가 질문을 하면 스크린 상에 나타난 시마사장이 대답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지난 1983년 연재를 시작한 시마과장은 ‘일을 사랑한다’를 좌우명으로 수많은 난관을 헤쳐 나가며 부장, 이사, 상무, 전무로 승진해왔다. 시마사장은 “하쯔시바고요사(初芝五洋ホールディングス)를 액정패널 등 첨단 제품을 공급하는 회사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시마과장의 작가인 히로카네 켄시(弘兼憲史)는 “이 같은 역사적인 이벤트에 참가하게 돼 영광”이라며 “내가 시마를 움직인다기 보다는 그에게 지시를 받아 만화를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시마 시리즈의 해외 판매부수가 늘어나 출판사인 고단샤와 일본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덧붙였다. 한편 오는 25일에는 다카하시 카쯔노리(高橋克典) 주연의 드라마판 ‘시마과장’이 일본TV를 통해 방송된다. 사진=RBB TODAY(위부터 시마 고사쿠의 기자회견, 시마 사장의 명함) 서울신문 나우뉴스 김철 기자 kibou@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그녀는 예뻤다’ 최익환·최승원 감독

    ‘그녀는 예뻤다’ 최익환·최승원 감독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하고 싶어요. 실물보다 애니메이션이 더 나은 것 같은데요.”(강성진) “처음엔 의아했어요. 어차피 애니메이션을 할 거면 저희 얼굴을 쓰시고 목소리만 녹음해서 입히면 되지 왜 그런 힘든 작업을 하나 싶었죠. 그런데 사람 냄새만이 주는 감수성이 있더라고요.”(박예진) 영화 ‘그녀는 예뻤다’의 별난(?) 시도는 이런 수식어로 설명된다.‘국내 최초 애니그래픽스 영화’. 국내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늘 박스오피스에서 잔혹사를 써왔다. 하지만 이번 ‘그녀는 예뻤다’의 질감은 좀 다르다. 실제 배우-김수로, 강성진, 김진수, 박예진-들의 연기를 찍은 촬영본을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그리고, 색을 칠했기 때문이다. 목소리는 날것 그대로의 현장음을 덧씌웠다. 이름하여 로토스코핑(rotoscoping)기법. 분명 만화 주인공이 말하고 있는데 그 얼굴, 그 목소리만은 너무도 익숙하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아찔한 경험을 스크린에 올린 사람이 있다.‘여고괴담4’의 최익환(사진 왼쪽·38) 감독과 최승원(오른쪽·36)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짱구’‘이웃집의 야마다군’을 보면 애니메이션인데 더 현실적인 느낌이 들어 마음이 가빠지는 경험을 하곤 해요. 그게 신기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작업이 디지털이지만 더 아날로그적이고 만화지만 현실감을 배가시키는 데 더욱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했죠.” 최익환 감독이 시나리오 단계부터 애니메이션을 마음에 품은 이유다. 감독들은 2년간의 제작과정의 어려움을 ‘노가다’라는 말로 요약했다.“제작사 이름이 DNA프로덕션인데 ‘디지털 노가다 애니메이션’이라고 농담할 만큼 정말 힘들었죠. 다 손으로 일일이 그리는 작업이었으니까요.” ‘그녀는 예뻤다’는 2006년 1월에 시작해 지난해 12월 끝냈다. 촬영기간은 고작 한 달. 그러나 편집보다 더 무서운 ‘애니메이션 작업’이라는 험준한 산맥이 기다리고 있었다. 꼬박 20개월간 140명의 애니메이터가 매달렸다. 산학협동 방식으로 건국대, 홍익대 등 5개 대학의 학생들과 교수, 일반 전문가 20여명이 뭉쳤다. “사람마다 그림 그리는 게 다르게 나오니 2년간 하나의 스타일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게 힘들었어요. 그래서 하다하다 버린 장면도 있죠.”(최승원) 촬영도 일반 영화와 달랐다.‘그녀는 예뻤다’ 촬영분에는 카메라와 붐맨(마이크의 붐을 조정하는 음향기술자)이 마치 배우처럼 나온다. 실제 촬영분을 보니 영화의 주인공은 붐맨이라고 농담할 정도로 붐맨이 제일 많이 등장했다는 것. 원래 애드리브에 능한 배우들에, 현장 분위기까지 자연스러우니 애니메이션에선 부릴 수 없는 현장감과 즉흥성이 살아났다. 얼굴의 표정과 그 표정이 드러내는 감정도 실제보다 더 사실적으로 다가온다.“애니메이션이 모든 얼굴의 근육을 다 표현하지 못하고 핵심적인 윤곽선이나 표정을 그려주는데 이게 단순화되니 그 특징들이 더 잘 살아나는 거죠. 외려 배우들의 모습을 잘 포착해 주는 기능이 있어요. 어색한 모습을 지워주는 거죠.”(최익환) 제작진은 처음 로토스코핑 기법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웨이킹 라이프’‘스캐너 다클리’를 제작한 미국의 애니메이션 제작회사에 문의했다. 이미 로토스코핑 프로그램까지 개발해 놓은 상태였기 때문. 이 회사는 자신들에게 작업을 맡기라 했다. 그러나 감독은 고사했다. 우리끼리 해보겠다는 결심에서였다. 한장 한장 그리는 고단한 작업은 그렇게 시작됐다. “영화 ‘와니와 준하’의 도입부가 로토스코핑 기법을 썼는데 장편 애니메이션으로는 이 영화가 최초예요. 모든 게 처음 해보는 거라 나오는 걸 보면서 저희 스스로도 ‘아, 이렇게 나오는구나.’라며 놀라기도 했죠. 실사를 그림으로 고쳐 표현이 다양해지고 풍부해졌다는 평가를 들으면 좋겠어요.”(최승원) “미국의 동물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일본의 미야자키 하야오 스타일도 아닌 우리만의 독특한 애니메이션이 나온 것 같아요. 말 그대로 ‘노가다의 힘’이죠.”(최익환)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美쇠고기 고시 후폭풍] 소비자“원산지 믿겠나”

    [美쇠고기 고시 후폭풍] 소비자“원산지 믿겠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에 대한 장관 고시가 발표된 다음날인 30일 서울 시내 정육점은 썰렁했다. 소비자들의 정부 불신은 극에 달했다. ●“美쇠고기 이미 유통됐을 것” 서울 영등포구 P마트 정육코너는 쥐 죽은 듯 고요했다. 코너를 기웃거리던 주부 김모(43)씨는 “이거 오리지널 한우입니다.”라고 말하는 종업원에게 “진짜냐.”고 네 번이나 되묻다가 자리를 떴다. 김씨는 “미국 쇠고기가 아직은 냉동고에 있다고 하지만 어떻게 믿냐. 아마 이미 유통시키고 고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부 강모(38)씨도 “정육점마다 미국산 쇠고기는 안 판다고 써 붙였는데 절대 못 믿겠다. 정부가 들여온다는데 상점이 무슨 수로 거부하겠냐.”고 반문했다. P마트 관계자는 “수입 쇠고기는 아예 팔리지 않고, 한우도 예년에 비해 매출이 20%나 떨어졌다.”고 말했다. ●한우 매출도 20% 급감 재래시장의 사정은 더 힘들었다. 아예 문을 열지 않은 정육점들도 눈에 띄었다.K정육점 주인 배모(58·여)씨는 “그래도 어제 오전까지는 손님이 열 명은 됐는데, 장관 고시가 발표된 어제 오후부터 오늘까지 고작 다섯 명이 찾았다.”면서 “대형마트의 ‘손님 싹쓸이’에 미국산 쇠고기 ‘폭탄’까지 맞아 정육점들이 줄줄이 망해 가고 있다.”며 힘없이 말했다. 재래시장에서 만난 주부 윤모(35)씨는 “미국산 쇠고기인지 몰라 불안하기도 하지만 정부가 미워서라도 수입산은 안 먹기로 했다.”면서 “이렇게 쇠고기를 못 먹게 하는 것 차제만으로도 국민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음식점들은 ‘원산지 표시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몰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상인들은 “6월부터 원산지 단속을 한다는 이야기만 있고 구체적인 정부 지침이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단속 말만 있고 지침 없다” 마포의 갈비집 주인 박모(48)씨는 “장관 고시를 보면 단속은 할 모양인데 표시방법이나 위반시 처벌 정도 등 정확한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금천구 독산동 해장국집 주인 최모(45)씨는 “꾸준히 수입이 되다 보면 수지를 맞추기 위해 결국은 미국산을 써야 할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면서 “미국산 쇠고기 검역을 강화해도 식당주인이 미국산을 구분하지 못하는데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경주 김승훈기자 kdlrudwn@seoul.co.kr
  • “나보다 더 큰 나를 만드는 당신”

    “나보다 더 큰 나를 만드는 당신”

    온 세상에 퍼지는 사랑의 찬가‘유엔젤 중창단’ 취재, 글 이만근 기자턱시도 차림의 매끈한 다섯 신사가 잔뜩 긴장한 표정이다. 지긋이 눈을 감고 기도하듯 서로의 손을 잡고 숨을 고른다. 파이팅 소리와 함께 씩씩한 걸음으로 무대에 오르자 이들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you raise me up, so I can stand on mountains, you raise me up?” 아름다운 레퍼토리가 이어지자 관객들은 상기되고 공연장은 벅찬 감동이 가득하다. 남성 5인 중창단 유엔젤을 처음 봤을 때 그들은 이렇게 노래로 먼저 인사했다. “노래는 CD나 MP3로 듣는 것보다 직접 듣는 것이 가장 좋아요. 부르는 사람도 귀를 열어주는 이들 앞에 서야 제 실력을 발휘하고요. 우리 다섯 아이들과 직접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음악회를 여는 이유입니다.” 꽃미남 중창단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젊고 훤칠한 다섯 명의 장정을 이끄는 이는 홍일점 박지향 단장(53세). 몇 년 전만 해도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그에게 쉰이 넘어 아들 다섯이 한꺼번에 생겼다. 사람들에게 노래로 기쁨과 감동을 선물하고자 만든 유엔젤 중창단이 어느새 엄마와 아들 관계로까지 발전한 것이다. “정말 아이를 낳듯 힘겨운 오디션을 통해 아이들을 만났어요. 노래 실력은 기본이고 아이들의 선한 마음까지 살피느라 심사했던 저도 힘들었지요. 우리는 서로‘특별한 사랑’으로 만난 거예요.” 유엔젤 중창단은 시골 마을회관, 군부대, 박물관, 병원, 교회 할 것 없이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격조 높은 노래를 선물한다. 물론 출연료 없는 공짜 공연이다. 오늘은 한 여자대학의 목사님 초청으로 학생들을 만났다. 배우 뺨치는 외모에 비슷한 또래라 그 어느 때보다 반응이 뜨겁다. 공연이 끝나자 덩치 큰 막내 영우 씨(22세, 테너)가 제일 먼저 엄마를 찾는다. “엄마, 다음에는 좀 더 신나는 노래로 해보는 게 어때?” 상진 씨(30세, 베이스)와 영민(29세, 테너), 현식(25세, 바리톤), 유중 씨(24세, 테너)도 쉴 짬 없이 한데 모여 피아노 반주를 맡는 엄마와 진지한 대화를 나눈다. 모두 성악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들로 아름다운 목소리를 ‘달란트’로 여기며 세상 사람들과 나누는 것을 기쁨으로 여긴다. “교대로 운전하면서 몇 시간씩 걸려 시골에 내려가면 고작 어르신 몇 분 앞에서 노래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절대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아요. 그분들 눈높이가 얼마나 높은데요. 출연료가 없으니 최선을 다해야만 밥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어요.”친근한 외모에 털털한 성격인 맏아들 상진 씨는 특히 시골에서 인기가 좋다. 공연이 끝나면 아줌마들이 화장실까지 쫓아와 기웃거린다며 엄마가 괜한 시기를 하기도 한다. 형제들은 공연 도중 눈물을 흘리는 일이 다반사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들 앞에서 공연할 때면 조금이나마 힘과 용기가 되었으면 하는 사명감으로 감정 몰입이 더하기 때문이다. 절실함이 묻어난 아이들의 이런 선한 감정이 엄마는 너무나 사랑스럽다. 유엔젤은 꽃미남 중창단을 넘어 글로벌 중창단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실제로 창단 후 처음으로 만났던 관객이 중국의 나환자들이었다. 이제는 일본으로 진출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부르는 곳이 있으면 세상 어디로든 달려간다. 그들의 노래는 멀리멀리 퍼져 나가고 그들의 달란트는 더욱 높고 커져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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