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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경숙 “내 안의 모든걸 다 쏟아붓고 다시 태어난다면 소설 안써”

    신경숙 “내 안의 모든걸 다 쏟아붓고 다시 태어난다면 소설 안써”

    길가의 개 한 마리가 혀를 쭉 빼놓고 엎드려 있다. 바람이 간간이 불건만 텁텁하기만 하다. 일찌감치 찾아온 무더위에 서울 평창동 널찍한 고갯길에는 멀리 사람 그림자 한 둘만이 어른거릴 뿐이다. 지난 20일 오후 이곳 미술관 옆 한 찻집에서 소설가 신경숙(47)을 만났다. 아래 위로 검은 색 옷을 입고 있었다. 얼굴이 더욱 하얗게 보였다.그는 한껏 부푼 설렘을 애써 감추지 않았다. 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이자 문학평론가 겸 시인인 남편 남진우(50)와 29일 미국 뉴욕으로 떠날 예정이다. 귀국은 1년 뒤다. “등단하고 나서 처음으로 이렇게 오래 쉬는 거예요. 다시 처음처럼 문학을 생각해보고 싶어요. 미술관에서 우두커니 앉아 그림도 보고 싶고, 공연도 많이 보고, 많이 걸어다닐 거예요. 아, 1년 이용 티켓도 사야죠. 뉴욕에 자유롭게 나를 맡겨놓을 생각입니다.” 1985년 등단한 뒤 꼬박 26년 동안 쉼없이 일만 했다고 한다. 그는 “무엇이 나에게 머물며 흔들어줄지 기대된다.”고 했다. 이미 뉴욕에 흠뻑 빠져들었음이 분명하다. ●내년 3월 ‘엄마를 부탁해’ 美서 출간 게다가 이미 150만부 가까이 팔려 나간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내년 3월쯤 미국 서점에 깔릴 예정이다. 랜덤하우스의 문학계열 출판사인 크노프에서 6만 5000달러(약 7800만원)를 주고 판권을 사갔다. 크노프의 에디터와 메일로 계속 의견을 나눴는데, 그 역시 ‘엄마’라는 존재가 지닌 비의와 보편성에 마찬가지로 공감하는 것 같더라고요. ‘독자들이 작품을 읽고 나면 자신의 엄마를 다시 보게 될 것이다.’라는 평도 덧붙였더군요.” 무엇보다 그는 자신이 미국에 머무는 동안 책이 나오는 것에 들떠 있었다. “저는 미국에서 완전한 신인이잖아요. 미국 사람들이 어떻게 읽을지, 서점에 놓인 책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들지 궁금해요.” 2002년 하버드대학의 반년간지인 ‘하버드 리뷰’에 소설 ‘풍금이 있던 자리’가 번역되는 등 이미 여러 작품이 미국에 소개됐지만 단행본으로 출간되는 것은 처음이라 느낌이 남다른 듯했다. ●“하루키 소설 속 남자들 매력적” 그는 지난해의 절반 이상 동안 베스트셀러 목록 맨 윗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올 5월 내놓은 장편소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도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오히려 1위 자리를 ‘고작’ 5주 만에 내놓은 것이 뉴스가 됐을 정도였다. 한국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미국에서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는 법은 없다.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것의 느낌은 어떤 것일까. “서른 살에 두 번째 소설집(‘풍금이 있던 자리’)을 내면서부터 아, 내 책을 누군가 읽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때부터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쭉 따라 읽어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하는 마음이죠.” 지난해 ‘1Q84’(1, 2권)로 국내 출판시장을 양분했던 일본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하루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특히 남자들에 관심이 많아요. 뭔가 세상의 끝을 보고난 사람만이 풍길 수 있는 묘한 허무감과 다정함 같은 게 느껴지거든요.” ‘라이벌 아닌 라이벌’에 대한 평가가 후하다. ‘1Q84’ 3권은 오는 27일 나온다. ●“마음에 확 불 지르는 詩 느낌 좋아” 신경숙이 서울예대 문창과에 다니던 시절, 은사는 그에게 “자네는 사람이 잡스럽지 못하니 소설은 못 쓸 것 같아. 시를 쓰도록 해봐.”라고 말했다고 한다. 시인 신경숙? 신경숙은 실제 시를 썼다. 대학 1학년 때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응모해 최종심까지 올랐다. “꽤 오랫동안 시를 썼죠. 지금은 문장이 산문화돼서 시를 쓰지는 못해요. 예전에는 시상이 떠올라 시를 쓰기도 했는데 최근 5~6년 동안 장편에 집중하다 보니…. 그래도 시가 갖고 있는 그 응축된 힘, 마음에 확 불질러 놓는 느낌은 여전히 좋아해요.” “언젠가 시집이 나올 수도 있겠다.”고 했더니 박경리(1926~2008) 선생 얘기를 꺼냈다. 그는 “박 선생님이 남 몰래 시를 쓰고 계셨을 모습을 생각해 봤어요. 지금도 책상 앞에 꽂아놓고 선생님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를 읽곤 해요. 제 시집은 뭐…”하며 얼버무렸다. 시를 사랑하는 마음은 마찬가지니 언젠가 ‘시인 신경숙의 첫 시집’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슬며시 들었다. 하지만 그는 “제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소진한 뒤 떠나고 싶어요. 소설 속으로 완벽히 소멸할 거예요. 그리고 다시 태어나면 더 이상 소설을 쓰지 않을 것이고요.”라며 소설에 대한 자신의 집념과 열정을 환기시킨다. 천상 소설가다. 찻집을 나오니 여전히 한증막 속이다. 하지만 이미 마음속에서는 뉴욕 브루클린 젊은 무명의 예술가들 틈에 서 있거나 뮤지엄 마일즈를 하염없이 걷고 있는 신경숙에게 더위는 무색하기만 하다. 그가 돌아오는 1년 뒤면 또 여름이다. 어깨 남짓에서 너푼하는 신경숙의 생머리는 더 길어져 있겠다. 그의 다음 장편소설에 뉴욕이 등장할까.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현장 톡톡] 감독데뷔 日 배우 오구리 슌 내한

    [현장 톡톡] 감독데뷔 日 배우 오구리 슌 내한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일본에서 먼저 제작됐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일본판에서 루이(한국판 윤지후) 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오구리 슌(28)이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배우가 아닌 감독 자격으로다. 자신이 연출한 첫 장편영화 ‘슈얼리 섬데이’를 들고 왔다. 제1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비전 익스프레스’ 부문 초청작이다. 그를 지난 20일 경기 부천 광원아트홀에서 만났다.  “어제 막걸리를 마셨어요. 한국의 밤거리가 정말 아름답더군요.”라고 운을 떼는 오구리. ‘똥파리’의 양익준 감독과 한잔 진하게 걸쳤다고 했다. 오구리는 방한 전부터 양 감독과의 만남을 타진해 왔다. “올해 초 일본에서 ‘똥파리’가 ‘숨도 못 쉰다’는 제목으로 개봉했습니다. 영화 전체적으로 흐르는 긴장감에 정말 숨을 못 쉬겠더군요.”  본격적으로 영화 얘기를 꺼내는 오구리. ‘슈얼리 섬데이’는 고등학교 밴드부원 5명이 축제를 취소하려는 학교에 반발, 교실에 폭탄을 설치했다가 퇴학당한 뒤 3년 만에 뭉쳐 벌이는 이야기를 담은 청춘물이다.  왜 하필 청춘물이냐고 물었다. “개인적으로 고교 생활이 정말 좋았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시간이 너무나 소중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있었고요. 딱히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에게도 충분히 에너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죠. 어쩌면 내가 가장 보고 싶었던 영화였을 수도 있어요.”  촬영 철학도 확고해 보인다. 오구리는 배우들에게 현장에 오기 전 너무 많은 걸 준비하지 말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즉흥적으로 나오는 에너지를 배우들이 표현하길 원해서였기 때문이라고. “함께 연기한 배우들이 정말 열심히 해줬습니다. 이 사람들과 작업한 게 큰 재산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작 일본에서는 톱스타의 영화 제작을 달가워하는 분위기가 아니란다. 배우가 갑자기 감독을 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던 모양. 하지만 오구리는 어릴 적부터 감독을 꿈꿔왔다고 했다. “중학교 시절 저만큼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이 일본에는 없을 거라 생각했을 정도였어요. 영화를 공부한 형을 보면서 감독에 대한 꿈이 더욱 절실해졌습니다.”  그래서 한국 관객과의 만남이 아주 좋다고 했다. 한국 관객들은 오롯이 영화에만 집중해 줬기 때문이다. “시사회 때 관객과의 만남을 위해 영화 끝나기 30분 전 극장 안으로 살짝 들어갔는데 웃음이 자주 터지는 거예요. 제 영화가 많은 웃음을 가진 작품이란 걸 한국 관객을 보고 알았어요. 영화를 순수하게 봐줘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한국 영화에도 관심이 많다는 오구리. 최근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DVD로 봤다. 배우 송강호를 좋아한다고도 했다. 보통사람처럼 보이는 매력이 넘치는 배우라고 칭찬했다. “감독으로서 아직 차기작은 없습니다. 배우로서는 산악구조대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내년 5월 개봉될 예정입니다. 많이 사랑해 주세요.”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수몰된 청춘아, 집으로 돌아가…”

    “수몰된 청춘아, 집으로 돌아가…”

    16일부터 23일까지 딱 1주일간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오른 연극 ‘핼리혜성’은 여러 번 놀래킨다. 우선 무대 한가운데 물을 채운 호수를 만든 독특한 설정이 눈에 띈다. 코러스로 나오는 다섯 명의 배우들은 스스로가 호수의 잔잔한 물결이 된다. 등장인물이 과거를 회상할 때는 동네친구들로 나와 신나게 같이 놀며 극에 진입했다가, 현실로 돌아오면 바람소리, 새소리를 내며 배경효과 정도로 슬그머니 빠져나간다. 그런데 스토리는 신파에 가깝다. 큰돈 없이도 오순도순 지내는 혁준, 혁택 형제는 살던 마을이 댐 공사로 수몰되면서 서울로 나간다. 먼저 자리잡겠다며 사업을 일으켰다가 망한 혁준은 암으로 죽어가는 엄마에게 술에 취한 채 돈 내놓으라 호통치고, 이런 아버지 밑에서 자란 명주는 술집에 나간다. 혁준의 죽음 때문에 혁택과 명주가 뗏목을 타고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도입부도 왠지 가족사의 아픔을 치유하는 자궁으로의 회귀같다. 무대에 비해 스토리가 약한 게 아닌가 싶은데, 후반부로 갈수록 극은 물의 이미지를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신파 기운을 싹 걷어낸다. 궁금해서 대본을 받아보니 깔끔한 단편소설을 보는 듯 해서 다시 한번 놀랬다. 이름을 보니 연출자와 같다. 세련된 극본과 연출의 힘을 선보인 이양구(36)씨를 지난 20일 대학로에서 만났다. →작품 구상은. -제가 수몰마을 출신이에요. 충북 청풍면 단돈리. 지금 충주댐이 있죠. 수몰된 뒤 전기도 없는 집에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어릴 적 그 얘기들을 정리해보고 싶었어요. 원래는 2007년 대학(중앙대) 졸업작품으로 쓴 거에요. 무대에 물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프로무대에 서기 어렵다고 봤는데 이렇게 운이 닿네요. 솔직히 얘기 자체는 촌스러울 수도 있는데, 있는 그대로의 상처를 남겨보자고 생각한 겁니다. 2009년 중앙대와 자매결연을 맺은 중국의 대학에서 교환공연 제의가 오자 마땅한 작품이 없던 중앙대는 이미 졸업한 이양구씨의 작품을 추천했다. 덕분에 베이징 공연이 성사됐는데 눈물바다를 이뤘다. 수몰지구 얘기는 우리에겐 지나간 일이지만 중국엔 현재진행형이어서다. →안 그래도 연출에 비해 스토리가 진부한 게 아니냐고 묻고 싶었습니다. -그렇죠. 하지만 개발시대 사람들의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 사람들은 혁준처럼 청춘과 꿈마저 모두 수몰시킨 사람들이에요. 남은 건 이제 껍데기밖에 없는, 죽은 거나 다름 없는, 그래서 슬픈 사람들이에요. 자살은 내적인 죽음을 뜻하는 겁니다. 딸은, 왜 기형도 시 가운데 이런 대목이 있죠. 이 동네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서 공장으로 간다는. 요즘 시대엔 무럭무럭 자라 술집으로 간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진부해도 그렇게 밀고 나간거죠. →극 전체 넘치는 물의 이미지가 인상적이었는데. -얘기가 진부할 수 있어 물이라는 오브제로 돌파하려 했습니다. 물이 배우들 다리를 적셔 바짓가랑이를 척척하게 만드는 것으로 현실에 발 묶인 인물들을, 혁준이 물에 푹 젖어 무거운 점퍼를 억척스레 껴입는 것으로 짊어진 삶의 무게를, 혁준이 화내며 벗어던진 점퍼를 엄마 순녀가 받아안는데 그 점퍼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로 어미의 피눈물을, 인물들이 물길을 건너가면서 밟는 디딤돌의 배치를 통해 소통이나 단절 같은 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결국 무대 중앙에 고인 물은 수몰지구에 꿈과 희망을 함께 묻어야만 했던 사람들의 눈물인거죠. 원형이라 인물들이 자신을 되돌아보는 거울의 이미지도 되고요. →어린 시절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됐나요. -그건 모두가 느꼈으면 하는 부분입니다. 연습 때 배우들도 정말 많이 울었어요. 낡은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저마다 가족관계에서 오는 상처 하나씩을 지니고 있더군요. 모두가 앓고 있었던 얘기였던 겁니다. 때문에 극 마지막에 “엄마 걱정하시니까 너희들도 그만 놀고 어여 집에 가.”라고 하는 순녀의 대사는 사실 관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대학 졸업무대 때는 “그럼에도 인생은 눈부시다.”는 말로 마무리했는데 이번에 추가한 겁니다. 몇 해가 또 지나고 나니 그래도 돌아갈 곳은 가족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걸 추가하고 싶었습니다. 이양구씨는 2008년 ‘별방’으로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당선됐고, 2009년에는 영 아티스트 프런티어로 선정됐다.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으로는 삼청교육대나 지존파 사건 등 ‘사회성 짙은 작품’을 꼽았다. 언제쯤 볼 수 있겠느냐는 질문엔 “좀 천천히 하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신춘문예 당선자라 극본 의뢰가 많이 들어오는데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 일이 많이 밀려 있단다. 남들은 그의 이런 ‘촌놈 마인드’를 높이 사지만, 스스로는 좀 더 냉정해져 작품 다듬는데 시간을 더 쏟고 싶은 욕심이 있다. 참, 핼리혜성은 76년을 기다려야 한 번 관찰할 수 있다는 그 혜성이다. 깨어서 지켜보든 자느라 모르든, 누구에게나 한 번은 왔다 가는 ‘눈부신 인생’의 한 순간을 상징한다.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6억 연봉女’ FP유수진이 사는 법

    ‘6억 연봉女’ FP유수진이 사는 법

    “미혼 여성들 중에서 잘난 남편을 만나는 것이 삶의 목표인 사람들이 있어요. 남자로 내 인생이 어떻게 바뀔까를 기대하고 성형수술에 열을 올리는 건 골드미스(능력을 갖춰 굳이 결혼에 목매지 않는 미혼여성)가 아니죠. 자기 인생인데 왜 그렇게 사나요. 전 ‘다이아몬드 미스’죠.” 고급 외제 승용차 3대를 굴리고 퍼스널 쇼퍼(패션 담당 개인 코디네이터)를 두고 하루 숙박료가 600만원인 호텔 스위트룸에 묵는 화려한 일상. ‘연봉 6억녀’로 tvN ‘화성인 바이러스’에 소개된 유수진(35) 자산관리사는 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골드미스의 싱글 생활을 만끽한다. 그녀가 골드미스로 불리는 건 억대 연봉을 받고 경제력 상위 1%의 문화를 즐겨서가 아니다. 삼성생명 전략채널본부 SA사업부 여성 최연소 이사인 그녀는 결혼에 얽매지 않고 끊임없는 도전과 다양한 분야의 자기계발로 입사 3년 만에 연봉 6억의 신화를 창조해낸 팔방미인이다. ◆ “6년 전 연봉은 3200만원” 유수진 이사는 국내에 20명에 불과한 MDRT협회 TOT 회원으로, 손꼽이는 자산관리사다. 자산관리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 자체가 부족했던 2005년 삼성생명에 입사한 그녀는 첫해 연봉이 1억원을 넘어섰고 다음해 3억원이 됐다. 이듬해 6억을 갱신해 업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시계추를 10년 되돌리면 지금의 성공은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대학원에 다니며 미국 유학을 준비하던 중이었어요. 아버지가 보증을 잘못 서서 집 형편이 너무 안 좋아졌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언니가 전남편의 빚까지 떠안자 생계가 곤란할 정도였어요. 유학을 포기했고 낮에는 식약청 인턴 연구원으로 일하고 밤에는 살사 강습으로 악착같이 돈을 벌었어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지독한 가난은 6년 전 그녀가 외국계 식품회사에 취업하면서 조금씩 해결됐다. 당시 연봉은 3200만원. 마케터와 레귤레이터로 일하며 회사에서 인정을 받아갈 때쯤 삼성생명에서 자산관리사로 스카우트 됐다. ◆ “1년 중 10일은 과로로 병원에 입원” 자산관리사의 매력은 연봉이 커미션 베이스로 측정돼 성과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유수진 이사가 입사 첫해 초스피드로 억대 연봉을 기록한 것도 그러한 이유다. 다만 거저 얻어진 건 없었다. 자산관리사를 ‘보험 장사’ 정도로 받아들이는 사회에서 그녀는 자신의 직업을 ‘라이프 컨설턴트’라고 새롭게 개념 잡았다. “자산관리사의 포지셔닝을 다시 한 거죠. 제가 모든 걸 다 해주는 게 아니라 고객들이 직접 자산 포트폴리오를 짜도록 했고요 ‘찾아가는 서비스’도 거부했죠.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조언자와 상담자의 입장에서 자산관리의 실마리를 풀었어요.”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특히 직장인 미혼여성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고객들이 직접 찾아오게끔 만들기까지 그녀는 시중에 나온 모든 펀드에 가입해 실무 지식을 쌓고 다리가 퉁퉁 붓도록 열심히 뛰어다녔다. 입사 뒤 3년 동안 하루 4시간 이상 자본 적 없다는 유수진 이사는 “1년에 10일 이상은 과로로 입원했고요. 식도염과 편도선염에 걸려 고생하기도 했어요. 하이힐을 신고 얼마나 걸어 다녔는지 왼쪽 무릎에 디스크 증상까지 나타났어요.” ◆ “잘난 남자 만나 팔자 펼 생각?” 유수진 이사는 tvN ‘러브스위치’과 ‘화성인 바이러스’에 출연해 골프, 발레, 꽃꽂이, 보컬 트레이닝 등 다양한 취미생활을 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돈 자랑하러 나왔냐.”는 악성댓글도 적지 않았지만 그녀는 전혀 위축되지 않는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스스로에 재투자하는 것이 성공 노하우라고 당당히 말한다. “다른 분들에게도 취미를 꼭 만들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취미를 발전시키면 세컨잡이 될 수도 있고 일에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기도 하죠. 남자로 인해 내 인생이 어떻게 바뀔까를 고민하지 말고 자신의 인생의 플랜을 먼저 세워야 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어요.” 요즘 유수진 이사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나중에 무엇을 할 것이냐는 것. 그녀는 “제가 언제까지 높은 연봉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업계에서 오래 버티는 것이 목표”라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라이프 컨설턴트가 되고 후배들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유수진 이사의 도전의 마침표는 아직 찍히지 않았다.  글=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사진·영상=서울신문 나우뉴스 손진호기자 nasturu@seoul.co.kr
  • 재미·맛·감동있는 3색 꿈의 섬 싱가포르 ‘리조트 월드 센토사’

    재미·맛·감동있는 3색 꿈의 섬 싱가포르 ‘리조트 월드 센토사’

    말레이 반도 끝자락의 싱가포르. 서울에서 비행기로 5시간30분 걸려 창이국제공항에 도착하니 강렬한 열기가 온몸을 휘감는다. 온도계는 섭씨 32도를 가리킨다. 적도의 이글거리는 태양이 실감난다. 공항에서 차로 25분 거리, 본토에서는 약 800m 떨어진 센토사(Sentosa) 섬으로 이동했다. 말레이어로 ‘평화와 고요’란 뜻의 섬. 이곳이 한때 19세기 영국 식민 통치의 전략적 요충지였고, 질병과 전쟁이 난무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지난 1월 아시아 최대 규모의 통합 리조트 ‘리조트 월드 센토사’가 문을 열면서 이 섬은 관광대국을 꿈꾸는 싱가포르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대표 지역이 됐다. 싱가포르 하면 길거리에서 껌만 뱉어도 무거운 벌금을 부과하는 엄격한 도덕국가가 연상된다. 하지만 테마파크, 카지노, 호텔 등을 모아 놓은 센토사 섬은 격감하는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당국의 의지를 보여주듯 맛과 재미, 감동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도록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았다. ● 재미… 동남아 유일 유니버설 스튜디오 동행한 한국 사무소 최지민(33) 과장에 따르면 리조트 월드 센토사의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동남아에서 유일하며, 전체 리조트 면적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의 4배 크기인 49만㎡ 규모라고 한다. 시내에서 차로 불과 10분 거리에 할리우드나 고대 이집트, 쥐라기 공원 등 7개의 테마 존과 24개의 놀이 시설이 조성돼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긴 듀얼 롤러코스터, 마릴린 먼로 등 유명 배우들이 펼치는 라이브 쇼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애니메이션 ‘슈렉’을 테마로 한 파파 어웨이 캐슬에서는 동화 속 주인공들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4D영화를 상영한다. 좌석이 흔들리고 바람이 부는 등 생동감 있는 영상을 보며 관객의 취향에 따라 오감을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영상매체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실감한다. ● 맛의 향연… 지중해 풍미 그대로 독특한 컨셉트의 고급 호텔들도 눈에 띈다. 현재 크록퍼드 타워, 마이클, 페스티브, 하드록 등 4개의 호텔이 개장했다. 호텔 마이클은 레스토랑과 스카이 바의 최고급 식사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이탈리아풍의 레스토랑 ‘팔리오’는 파스타와 생선요리로 입소문이 나 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 정통 요리법으로 조리한다. 야채수프로 입맛을 돋운 뒤 농어를 한 입 베어 무니 입 안으로 지중해의 풍미가 밀려오는 듯하다. 페스티브 호텔의 레스토랑 피에스타는 그릴에 구운 최고급 스테이크와 해산물이 자랑이다. 특히 셰프가 즉석에서 요리한 후 바로 테이블로 서빙하는 브라질 요리 ‘추라스코(churrasco)’가 추천 메뉴. 안심스테이크와 치킨, 소시지가 메인요리로 어우러져 나온다. 페스티브 호텔은 또 가족 여행객을 위해 청소년용 이층 침대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 감동의 물결 - 쇼와 공연의 천국 호텔 밖에서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나 일본 도쿄의 롯폰기에서 느낄 수 있는 에너지와 활기가 더해진다. 센토사의 페스티브 워크에서는 빛과 레이저, 물과 불이 특수 효과와 어우러진 쇼를 만날 수 있다. 빠른 속도로 내뿜는 분수와 커다란 불기둥은 화려한 음악과 조화를 이뤄 드라마틱한 공연을 만든다. 무엇보다 큰 자랑은 뮤지컬 서커스다. 연극적 요소가 가미된 뮤지컬 서커스 ‘보야지 드 라 비(voyage de la vie)’는 ‘인생의 여정’이란 뜻으로, 현대 문명에 무기력감을 느낀 젊은이가 자아를 찾기 위해 상상력을 펼치는 내용의 상설공연이다. 현지 가이드는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으로 유명한 무대 디자이너 마크 피셔의 야심작”이라며 “싱가포르 유일의 뮤지컬 서커스”라고 극찬했다. 몸을 자유자재로 굽혔다 폈다 하는 기예, 아슬아슬한 공중곡예, 화려한 의상, 웅장한 무대 등은 두 시간 가까이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인상적이다. 지금까지의 센토사가 성이 차지 않는다면 섬을 한 바퀴 둘러보는 건 어떨까. 섬 서쪽 끝자락엔 2차대전 격전지였던 영국군의 군사요충지 ‘포트 실로소’가 원형 그대로 보전되어 있다. 아래쪽 실로소 비치 모래사장에서는 수평선 위의 배들과 어우러진 남국의 푸른 바다와 만날 수 있다. 휴양지로서의 역사는 짧고, 섬의 크기는 작지만 맛과 재미·감동의 3요소를 한 곳에서 만끽할 수 있는 곳. 첨단 테마파크와 공연이 주를 이루는 센토사는 자연 그대로의 휴양지라기보다, 인공적인 느낌이 강한 곳이다. 어찌보면 빈약한 천연자원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서비스 산업에서 찾고자 하는, 작지만 강한 싱가포르의 꿈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아닐까. 글 사진 싱가포르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글로벌 나눔 바이러스 2010] “한국식 원조모델 정립… 주민 생활환경 개선때 뿌듯”

    [글로벌 나눔 바이러스 2010] “한국식 원조모델 정립… 주민 생활환경 개선때 뿌듯”

    서울신문은 지난달 하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활약상을 취재하기 위해 아프리카 오지를 찾았다. 60년 전 한국전에 참전할 때만 해도 우리보다 잘 살았으나 지금은 최빈국 수준으로 전락한 에티오피아와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축에 드는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 등지에서 우리의 꽃다운 젊은이들이 ‘무보수의 땀’을 흘리고 있었다. KOICA DR콩고 사무소 소장 조혜승씨, 에티오피아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박정희씨 등과의 인터뷰 내용을 직접화법 형식으로 싣는다. ■DR콩고 KOICA사무소 조혜승 소장 제 이름은 조혜승, 30세, 미혼입니다. 올해 2월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에 왔습니다. 제가 검은색 바지와 자켓을 정장 차림으로 갖춰 입고 나서면, ‘미모의 보디가드’ 같다고 추어올려주시는데, 저의 ‘정체’는 DR콩고 KOICA 사무소 소장입니다. 말이 소장이지, 이 나라에 KOICA 직원은 수도 킨샤사에 있는 저 한 명뿐입니다. 1인 소장인 셈이지요. 직원뿐 아니라 자원봉사자도 없기 때문에 KOICA 이름으로 이 열대의 나라를 누비면서 DR콩고 정부와 원조 사업을 협의하는 한국인은 제가 유일합니다. 이곳은 치안이 불안하기 때문에 KOICA 자원봉사자를 두고 있지 않죠. 저는 국내의 한 라디오 방송사에서 아나운서로 일하다가 좀더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어 늦은 나이에 KOICA에 입사했습니다. 이곳이 첫 해외근무지입니다. 불어에 자신이 있어서 기왕이면 불어권 아프리카 국가인 DR콩고 근무를 지망했습니다. DR콩고는 아프리카에서 가나와 함께 가장 열악한 나라입니다. 그런 만큼 저의 재량권도 넓고 성취감도 크기 때문에 일이 재미있습니다. 다만, 원조는 당연히 해줘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이 나라 사람들을 접할 때면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아이들이 “당신은 왜 재산을 나눠 쓰지 않나요.”라고 노골적으로 묻기도 합니다. 그래도 좌절하지는 않습니다. KOICA가 추진한 사업으로 생활환경이 개선된 곳에 가서 주민들을 만날 때 느끼는 보람은 말로 형언할 수 없습니다. 어느덧 이곳 사람들과 정이 들어 제게는 수많은 이모, 삼촌, 조카들이 생겼답니다. 때로는 이 나라 남성들이 길가에서 저한테 몰려들어 짓궂게 놀리곤 합니다. 그래도 저는 그런 게 다 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국 사람, 그것도 동양인 여자를 워낙 보기 힘든 곳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제가 마치 연예인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여기서 근무하다 서울로 돌아간 어떤 분은 행인들이 아무도 자기한테 아는 체를 안 해서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라는 농담도 하더군요. 당혹스러운 경우는 저를 중국인으로 오해할 때예요. 여기서 중국인들은 질보다는 양을 앞세운 원조로 현지인들의 지탄을 받고 있죠. 또 서구 나라들은 원조를 하면서 까다로운 조건을 달아 현지인의 원성을 사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원조를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이들이 진정으로 고마워할 만한 ‘한국식 원조’ 모델을 잘 가꿔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그 사명을 짊어지고 있는 것 같아 어깨가 무겁습니다. 그래도 여기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의욕이 솟구쳐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답니다. 킨샤사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에티오피아 자원봉사단 박정희 씨 제 이름은 박정희입니다. 우리 국민한테는 익숙한 이름이겠지만, 저는 여성이랍니다. 34세, 미혼입니다. 2008년 11월 에티오피아에 왔습니다. 제가 일하는 곳은 곤다르(Gondar)입니다. 에티오피아에서 6번째로 큰 도시이지만, 선진국의 원조활동이 미치지 않는 아주 열악한 곳입니다. 여기 오기 전 저는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 수술실 마취과에서 간호사로 일했습니다. 고교 시절부터 봉사활동에 관심이 있었고, 특히 환경이 다른 곳에서 봉사해 보고 싶은 생각에 KOICA 자원봉사자로 지원했습니다. 원래는 중남미 근무를 희망했는데 아프리카로 배정됐습니다. 솔직히 처음 곤다르에 왔을 때는 약간 후회했습니다. 동양인 여자로 살기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길을 걸어갈 때면 짓궂은 청소년들이 달려들어 놀려댔습니다. 몸을 만지고 옷을 잡아당기는 애들도 있었죠. 가방을 뺏길 뻔 한 적도 있고 버스에서 소매치기 당한 적도 있습니다.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하지만 중도에 포기할 수는 없다는 마음으로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어느 날인가 나를 놀리는 고교생을 길에서 붙잡아 그 애 부모님한테 찾아가 항의했더니 그 후로 그런 장난이 수그러들었습니다. 저는 곤다르 보건소의 ‘가족계획(피임) 클리닉’에서 일합니다. 에이즈나 성병, 그리고 원치 않는 임신에 무방비로 노출된 여성들과 가부장적인 남성들에게 피임 방법을 교육하고 임산부들의 건강을 체크합니다. 처음엔 주민들이 외국인인 저에 대해 거부감을 보여 힘들었지만, 이제 한 달에 800명이 넘는 여성이 새로 피임 시술을 받고 산모와 아이들이 건강하게 보건소를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여기서는 제가 돈 쓸 일이 많지 않아 KOICA에서 주는 생활비로 부족함은 없습니다. 저녁이나 주말에는 집에서 책을 읽거나 집 주인(에티오피아인)과 수다를 떱니다. 올 11월이면 벌써 계약기간인 2년이 다 끝납니다. 막상 떠날 때가 가까워오니 서운함 반, 홀가분함 반의 심정이네요. 이곳에서 느린 삶을 살다가 정신없이 돌아가는 서울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겁나기도 하고요. KOICA 해외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싶은 분들은 기왕이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오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한국에서 잘 다니던 직장을 포기해야 했고, 이제 돌아가면 다시 일을 구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번 오기로 결심했으면,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합니다. 외국생활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금물입니다. 여행하는 것과 사는 것은 큰 차이가 있으니까요. 곤다르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21일 개봉 ‘마음이2’ 연기견 달이 가상 인터뷰

    21일 개봉 ‘마음이2’ 연기견 달이 가상 인터뷰

    마음이가 돌아왔다. 본격 동물 영화 ‘마음이2’가 21일 개봉하는 것. 1편이 부모에게 버림받은 한 소년과 마음이의 애틋한 정을 가슴 뭉클하게 그렸다면 2편은 세 마리 새끼의 엄마가 된 마음이가 보석털이 형제에게 납치당한 막내 장군이를 되찾기 위해 벌이는 고군분투를 유쾌하고 따뜻하게 담았다.4년 전보다 더 성숙한 연기를 보여줬다고 갈채받고 있는 ‘마음이 시리즈’의 주인공이자 국내 최초·최고 연기견인 달이를 최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달이 ‘아빠’ 김종권(48) 마음이애견훈련학교 소장을 통해 달이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들어봤다. ●400대 1 경쟁률 물리친 타고난 스타성 컹~! 안녕하세요. 달이입니다. 저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집안 출신이에요. 제 조상들은 캐나다 동쪽 끝 뉴펀들랜드 섬에 살았다는데, 영국에서 크게 성공해 일가를 이뤘죠. 사냥꾼이 사냥감을 맞히면 달려가서 물어오는 게 장기였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부견(父犬)은 호주에서 자랐어요. 제 원적은 영국, 본적은 호주, 현주소는 한국인 셈이지요. 원래 이름은 샐리입니다. 그런데 아빠가 생후 2개월된 저를 식구로 맞이하며 달덩이처럼 하얗다고 해서 지금의 이름을 지어줬어요. 만 8살인 저는 사람으로 치면 50대가 넘었답니다. 놀랐죠? 하지만 워낙 동안이라 다섯 살 정도로 봐주시더라고요. 집안 대대로 잘생겨서 그런지 한국에서도 대형견 가운데 인기가 높은 편입니다. 같이 태어난 형제는 모두 세 마리였는데, 그 중에서 제가 제일 스타가 됐어요. 멍멍멍. 생후 6개월째부터 각종 애견 훈련 대회를 휩쓸며 똑똑하다는 이야기를 제법 들었지만, 사실 제가 연기를 하게 될 줄 저도 몰랐어요. 아빠는 취미로 저를 훈련시켰거든요. 동물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에 아빠의 지인이 제작사에 강력하게 추천했죠. 감독님과 스태프들이 직접 찾아와 오디션을 보고는 바로 캐스팅 됐어요. 이전에 400마리나 만났다는데 제게 한눈에 반했다네요. 흠흠흠. 이번 작품은 모성애가 주제라 정말 좋았어요. 제가 ‘한 모성애’ 하거든요. 지난해 7월 셋째를 출산하는 등 그동안 스물한 마리의 아이들을 뒀지요. 지금은 두 마리만 남고 모두 독립한 상태랍니다. 영화 촬영 때 아이들이 얼마나 보고 싶던지, 일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면 곧장 아이들에게 뛰어가곤 했죠. 저는 식사할 때 누가 옆에 오는 것을 정말 싫어할 정도로 식탐이 엄청나요. (통닭을 제일 좋아해요.) 고기 세 덩어리가 생기면 한 덩어리는 꼭 아이들에게 주고, 아이들이 어릴 때는 사료를 위에서 소화시킨 뒤 다시 뱉어내 먹이곤 했는데, 아빠는 저처럼 새끼들을 신경쓰는 경우는 처음 봤대요. 참, 영화에 같이 나온 생후 45일 된 어린 친구들은 제 아이들은 아닙니다. 촬영을 시작했을 때 제 귀염둥이들은 훌쩍 커버려서 동반 출연할 수 없었던 게 조금은 아쉬웠죠. 기우였지만, 다른 집 아이들에게 낯을 가려 젖을 안 물릴까봐 감독님이 걱정 많이 하셨다네요. 왈왈왈. 촬영은 어땠냐고요? 음…. 산속에서 야생 멧돼지와 마주치는 장면은 처음에 참 어색했어요. 모형이었는데 실제인 줄 알고 많이 짖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조금 창피하네요. 하지만 곧 익숙해져서 편하게 연기했어요. 달리는 트럭 위로 뛰어오르는 장면은 스턴트 없이 직접 한 거예요. 트럭이 화면에서 보이는 것과는 달리 촬영 때는 정말 천천히 움직였지만요. ●견공계 최고 몸값… 배우보다 NG 적어 힘든 장면은 없었냐고요? 당연히 있었죠. 장군이를 찾다가 지쳐 비를 맞으며 한동안 쓰러져 있다가 일어나는 장면이에요. 저는 다른 견공들이 ‘응가’한 곳 근처에선 행여 밟을까봐 까치발을 할 정도로 깔끔을 떨거든요. 그런데 한겨울에 살수차가 뿌리는 따가운 물을 맞으며 물구덩이에 누우라는 거예요. 너무 당황해서 첫 촬영에 실패했어요. 그런데 현장 스태프들이 저를 위해 한 시간 넘게 기다려 주더라고요. 그런 상황에서 제 생각만 할 순 없었죠. 명장면은 정말 만들기 힘들다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달았어요. 멍~. 에~또, 은근히 자랑하고 싶은 장면도 있어요. 상자를 입에 물고 바닥에 깔린 수많은 표창을 밀어내며 지나가는 부분과 소시지를 미끼로 한 덫에 나뭇가지를 떨어뜨려 위험에서 벗어나는 부분은 원래 콘티에 없었던 장면이에요. 감독님이 즉석에서 생각해낸 장면이죠. 다른 견공들은 두세 달 훈련해야 할 수 있다는데 저는 현장에서 20~30분 정도 연습한 뒤 성공했죠. 제가 아빠 말을 70~80개 정도 알아듣는데 다른 친구들보다 네다섯배 많다는 거 아닙니까. 하하하. 제 연기가 정말 어떻냐고요? 감독님이 저보고 2편에 출연한 사람과 동물을 모두 합쳐 NG가 제일 적은 배우라고 했어요. 1편 때도 제가 NG를 많이 낼까봐 필름이 아닌,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을 했는데 오히려 사람 배우들의 NG가 많았죠. 산만하지 않고 집중하는 능력이 좋다고 그러더라고요. 긴장감을 유지하다 슛이 들어가면 바로 연기를 해낸다고 칭찬 많이 받았죠. 다른 친구들은 카메라와 조명, 수많은 사람 앞에서 적응을 힘들어 한대요. 저는 그냥 집처럼 편하던데…. 뭐니 뭐니 해도 저의 가장 큰 장점은 눈빛 연기와 표정 연기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영화제에 동물 배우 부문이 있다면 따 놓은 당상이라는데 이 정도면 제 연기 실력이 어떤지 감이 오겠죠? 출연료는 얼마냐고요? 군견의 몸값이 비싸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아빠 말로는 5000만원쯤 된다는데 제 출연료가 가장 비싸대요. 참 ‘마음이2’가 중국에서도 개봉하는 거 알죠? 저도 한류스타가 될지 몰라요. 흐흐흐. 3편에도 출연하겠냐고요? 멍…. 2편이 잘돼야 3편도 할 수 있으니 많이 응원해주세요. 다른 친구가 주인공을 맡더라도 3편이 나올 수 있다면 정말 좋겠어요. 우리나라에 동물 영화가 많아져서 동물, 특히 견공들에 대한 시선이 더 좋아졌으면 바랄 게 없어요. 그런 게 보람인 것 같아요. 컹!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건강노트] 무좀… ㅋㅋㅋ

    무좀은 마치 사춘기 머스마의 질정 없는 욕망 같습니다. 발가락 사이 은밀한 곳에서 시도 때도 없이 간지럽히기 때문입니다. 그게 그냥 간지러움이 아닙니다. 발가락 사이에 멀건 물집이 잡히고, 불편한 이물감에다 아프기까지 해 불편함이 여간 아닙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심하면 발톱까지 망가뜨리는 이 무좀, 사람 많은 지하철이건, 기차 여행길에서건, 아니면 중요한 회의 때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간질간질 사람을 희뜩 자빠지게 하지요. 그런 무좀을 보면 천방지축하는 사춘기 아이거나 날뛰는 게릴라 같지 않습니까. 제가 “어, 이게 뭐지?” 하며 무좀과 처음 조우했던 게 대학에 갓 들어갔을 때였습니다. 그 전에야 시골에서 자란 탓에 무좀 같은 건 알지도 못했는데, 어느 날 도서관에 앉아 있자니 발가락 사이에서 마치 작은 갑충이 깔끄런 발톱으로 살을 파는 듯 간지러워 미치겠더라고요. 견디다 못해 신발을 벗고 열나게 발가락을 꼼지락거려 봤지만 그럴수록 간지러움만 더할 뿐이었습니다. 혼자 그걸 느끼자니 실성한 듯 키득키득 웃음도 나오고, 그 바람에 공부도 안 돼 싸들고 집에 와서 보니 살껍질 속에 멀건 물집이 잡혀 있더군요. 그걸 본 사람들은 “빙초산이 좋다.”, “양잿물이 최고다.” 저마다 한마디씩 건넸는데, 제가 선택한 치료법은 바르면 껍질이 일어나는 물약이었습니다. 약이 부실한 건지, 대충 바른 건지 지금도 뿌리를 못 뽑고 있는 제 무좀의 나이를 세어 보니 30년이 넘습니다. 양말에, 구두에 온갖 격식 다 차리고 사는 요즘 사람들 무좀 피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치료라도 잘하세요. 저처럼 30년씩 한 집 살림 하지 말고 한번 손 댔을 때 말끔하게. jeshim@seoul.co.kr
  • “춘앵전에 홀딱 빠져… 하룻밤에 완성”

    “춘앵전에 홀딱 빠져… 하룻밤에 완성”

    잘해 보겠다고 어깨에 힘이 빡 들어가는 순간, 다른 사람들 눈에는 아집으로만 비춰질 뿐이다. 역시 채우는 게 아니라 비우는 게 답이다. 다음달 1일까지 서울 필동 남산국악당 무대에 오르는 음악극 ‘미롱(媚弄)’은 비우고 또 비운 작품이다. 스토리는 통속적이고 전형적이다.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오늘날의 예술감독쯤 되는 직책을 맡고 있는 김창하가 양아들 도일과 제자 초영에게 궁중무용 ‘춘앵전’을 전수하려 들고, 이를 견디지 못해 뛰쳐나간 도일과 남은 초영이 애잔하게 서로를 그리워하며 늙어간다는 얘기다. 늙어서 우연히 재회해 서로의 존재를 알아봤음에도, 도일은 담담하게 가던 길로 떠나가고 초영은 그 슬픔을 춘앵전의 마지막 춤사위로 승화시킨다. 이런 내용이라 궁중무용, 사물놀이, 마당놀이, 검무, 남사당패 놀음까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전통 공연 예술이 코스요리처럼 하나하나씩 무대 위로 배달된다. 그러나 대사를 확 줄이고 표정연기와 춤사위에만 집중한 덕분에 1시간40분 정도 되는 러닝타임에도 부족함이 없다. 특히 극 초반 도일과 초영의 사랑을 선이 고운 손동작 춤으로 처리한 것은 그 어떤 오페라나 뮤지컬보다도 화려하다. 큰 삼베천 3개를 무대에 설치한 뒤 조명으로 적절히 이용한 아이디어도 빛난다. 작품을 쓰고 연출을 맡은 극단 시선의 홍란주(38) 대표를 무대 뒤에서 만났다. →작품을 쓰게 된 동기는. -‘춘앵전’은 25분 정도 이어지는, 혼자 추는 춤이에요. 지켜보는 게 힘들 정도로 천천히 이뤄지는 춤인데 막판 5분쯤부터 빠른 춤사위로 바뀌지요. 1999년쯤 춘앵전을 봤는데 이 변화하는 대목에 홀딱 빠졌습니다. 그 느낌이 워낙 강렬해 하룻밤만에 완성했어요. 물론 각색은 그 이후 여러 차례 했지만. 제목 ‘미롱’도 그 춤에서 나온 말이에요. 춘앵전 막판에 춤이 빨라졌을 때, 춤의 극치를 느꼈을 때, 그때 짓는 미소를 미롱이라고 불러요. →궁중무용과 남사당패의 화합이랄까, 그런 내용이 있는데. -마침 그 즈음에 김홍도의 그림을 봤어요. 김홍도가 출근해서는 궁중 그림을, 퇴근해서는 민속화를 그릴 때였는데 그러다 보니 궁중무도 ‘춘앵전’과 풍속화 ‘무동’을 함께 남겼더라고요. 절제와 자유분방함, 이 두 춤 세계를 만나게 해주려다 작품이 만들어졌습니다. →처음으로 무용수 출신을 주연으로 캐스팅했는데. -이전까지는 배우 출신이 초영 역을 했는데 이번에는 무용전공자인 박수정에게 맡겼습니다. 배우의 기초훈련부터 익히도록 했지요. 너무 잘해줘 기쁩니다. 배우가 춤을 하는 게 나은지, 무용수가 연기를 하는 게 나은지 관객이나 평단의 평가가 궁금합니다. →초영이 제대로 하는 대사는 2개밖에 없는 등 대사가 극히 절제되어 있는데. -주변에서 시놉시스 같다는 말을 많이 하시더군요. 아무래도 춤동작 위주이다 보니 대사가 확 줄지요. 대신 전체적인 스토리라인, 간헐적인 대사들을 맞춰서 전체적인 흐름을 잡고, 무용과 표정연기로 뜻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전통 무용’임에도 발랄한 구석이 많습니다. -제 입으로 할 말은 아니지만 보신 분들이 영화 같다거나 모던한 느낌이 난다는 말씀을 많이 주세요. 치정극적인 요소나 러브스토리 같은 것들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대중성에도 무리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둘리 고향? 이순신 장군은 어느 손잡이? 하루 4만3000통 時時CallCall

    둘리 고향? 이순신 장군은 어느 손잡이? 하루 4만3000통 時時CallCall

    ‘궁금한 것은 무엇이든 안내해 준다.’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전화해 보았을 ‘120 다산콜센터’. 서울시와 25개 자치구 행정에 대한 궁금증은 물론 생활의 불편함에 대한 문의 등 모든 전화민원 사항에 대해 전문상담원들이 안내 및 상담해 주는 서비스센터다. 2007년부터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운영되고 있다. 14일 동대문구 신설동에 있는 다산콜센터를 찾아, 상담원들의 생활을 살짝 엿봤다. ●상담원 1명당 하루120여건 처리 “친구들과 내기를 했는데 혹시 아기공룡 둘리의 고향은 어딘가 궁금해서요.”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20대 후반의 고객이 친구들과 점심내기를 했다며 걸어온 황당한(?) 질문이다. 그러자 권수정(35) 상담원은 빠른 손놀림으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린다. “고객님,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검색한 결과 정확한 고향은 경기도 부천으로 확인됐습니다. 주민 번호는 830422-1185600, 주소는 부천시 소사구 송내동 경인전철 송내역 ‘둘리의 거리’고요. 나이는 27세입니다. 또 빙하를 타고 내려온 둘리는 북극을 고향으로 봐야 한다는 설도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북반구에 위치해 있어 남극 빙하는 흘러내려 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했다. 묻는 고객이나 답하는 상담원 모두 키득키득 웃음이 터져나왔다. 5층 건물인 다산콜센터는 1층에 외국어 상담실과 수화상담실이, 2~4층에는 각 층마다 평균 140여개의 일반 상담부스가 들어서 있다. 하루 평균 다산콜센터로 걸려오는 전화는 4만 3000여통. 상담원 500여명이 3교대로 근무하는데, 한 명당 하루에 평균 120여건을 처리하고 있다. 가장 많은 질문은 ‘교통’ 관련이었다. ‘정류장인데 몇 번 버스가 언제 오나요’ ‘OO를 가려는데 어떤 버스를 타야 하나요’ 등의 질문들이다. 답하기 어려운 황당한 질문도 많다. ‘돼지 앞발과 뒷발이 다른가요’, ‘요구르트를 한 번에 30개를 먹어도 되나요’, ‘이순신 장군은 오른손잡인가요 왼손잡인가요’. 최미현(30) 상담원은 “황당하지만 애교 있는 질문은 그나마 낫다.”면서 “어떤 고객은 지금 당장 공중전화기를 고쳐내라고 몇 십분 동안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심하면 욕설을 퍼붓기도 한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콜센터는 이번 달부터는 술을 마시고 전화하는 등 ‘불청객’ 같은 고객들은 상담매니저들이 담당하고 있다. 상담기술이 일반 상담원에 비해 뛰어나서다. 요즘처럼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마음이 외로운’ 시민들의 전화도 늘어난다고 한다. 한애진(24) 상담사는 “딸 같은 사람에게 미안하다며 딱 5분만 이야기하자고 전화한 50대 후반 고객은 ‘사는 게 힘들다’며 한동안 하소연을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면서 “이야기를 듣는 동안 아버지 생각이 떠올라 같이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교통 질문 최다… 황당질문엔 미소로 상담원 한 명이 하루에 120통의 전화를 받다 보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외국의 경우, 상담원 한 명이 하루에 100통 이내에서 안내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서강숙(38) 상담원은 “저희도 사람이다 보니 억측을 부리는 시민과 한바탕 시름을 하고 나면 에너지가 모두 빠져 나가 버린 느낌이 든다.”면서 “이럴 땐 사무실 한쪽에 있는 ‘충전방’에서 신나는 음악을 크게 듣고 시원한 커피를 마시면서 머릿속 생각들을 지우고 다시 상담에 임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고맙다며 책을 보내주거나 감사의 편지를 보내올 때면 한 평도 안 되는 상담부스에 앉아 있는 보람이 느껴진다고 한다. 정효성 시 행정국장은 “다산콜센터는 세금고지서, 쓰레기처리 문제뿐 아니라 복지, 교통 등 시민들의 모든 궁금증을 해결하는 ‘길라잡이’”라면서 “앞으로 더욱 전문적이고 신속한 답변을 할 수 있도록 계속 시스템을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50년 애지중지한 수집품 어린이들에 꿈 주고 싶어”

    “50년 애지중지한 수집품 어린이들에 꿈 주고 싶어”

    어떻게 수집했냐면요…, 참 별의별 일이 다 있었죠.” 손성목(65) 참소리축음기에디슨박물관장의 눈길이 잠시 허공을 더듬었다. 그러고 보니 14살 때 처음 축음기를 사들인 이래 ‘에디슨 발명품’ 수집에만 몰두한 세월이 50년이다. 그 50년의 손때가 묻은, 애지중지 모은 수집품을 최근 선뜻 ‘무료 전시용’으로 내놓았다. 서울 능동 나루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어린이과학뮤지컬 ‘에디슨과 유령탐지기’ 공연장 복도에다. 어린이들이 공연을 본 뒤 ‘에디슨 정신’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라는 뜻에서, 강릉 박물관에 ‘모셔둔’ 소장품을 대거 서울로 가져왔다. 워낙 독특한 삶인지라 그동안 많이 회자됐음에도 수집에 얽힌 일화는 들을 때마다 새롭고 흥미진진하다. 그가 직접 털어놓은 ‘가장 기억나는 수집 무용담’ 하나. 1900년에 제작된 에디슨 축음기 아메리칸 포노그래프. 10대만 주문생산됐고 지금은 전 세계에 딱 1대만 남아 있다. 손 관장은 1985년 이 제품이 아르헨티나 경매시장에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세계 유일 1900년산 축음기 낙찰 직항편이 없던 시절이었다. 미국을 경유해야 했는데 뉴욕에서 강도를 만나 어깨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몸져 누워도 모자랄 판에 기어코 아르헨티나에 도착, 53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낙찰받았다. 현지 언론은 ‘돈 많은 일본인을 누르고 에디슨 제품을 가져간 동양인이 있다.’며 난리법석을 떨었단다. “그래도 박물관에 전시해서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줄 거라니까, 목적이 좋다면서 운반비용에서 5000달러를 깎아주고 포터블 축음기 한 개도 공짜로 주더라고요.” ●5살 때 여읜 어머니 피아노연주 그리워 ‘소리’ 수집 시작 손 관장은 다섯 살 때 어머니를 잃었다.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던 어머니에 대한 진한 그리움 때문에 소리를 내는 축음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즈음 아버지가 선물로 준 축음기 ‘콜롬비아 G241’은 아직도 보물 1호다. 14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축음기를 수집하기 시작했고, 축음기 수집작업은 전구 등 에디슨의 다른 발명품 수집으로까지 이어졌다. 그 덕분에 1992년 강릉에 문을 연 박물관에는 에디슨 발명품만 5000점 이상 전시되어 있다. 이는 세계에 남아 있는 에디슨 발명품 가운데 90%가 한국에 있다는 뜻이다. 유복한 집안 덕에 수집에 들일 돈 걱정은 별로 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그는 정년퇴직하기 전까지 대기업체에서 평범한 직장생활을 했다. 어떤 이는 그의 ‘수집 인생’을 두고 “부모 잘 둔 덕”이라며 폄하하기도 하지만 부모 유산을 허투루 쓰는 2세들이 부지기수임을 상기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25일까지 계속되는 뮤지컬 ‘에디슨’은 손 관장에 대한 헌정 성격이 짙다. 등장인물 가운데 할아버지 춘배는 에디슨 발명품 수집광인 데다 어릴 적 어머니를 잃은 인물로 나온다. 손 관장의 삶과 상당부분 중첩된다. 제작을 맡은 강현철 조아뮤지컬컴퍼니 대표는 “에디슨도 어머니의 부재 때문에 고통을 겪었고, 손 관장도 그렇고, 춘배의 손자 주현이도 극중에서 엄마를 동생에게 빼앗긴 아픔을 갖고 있는 아이로 나온다.”면서 “어머니의 결핍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美 에디슨시 관계자들 방한… 해외전시 추진 중 손 관장은 요즘 수집품을 해외 전시하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얼마 전 미국 에디슨시에서 30~40명이 박물관을 찾아주셨어요. 이렇게 많은 걸 잘 보존해줘서 고맙다고 하더군요.” 에디슨시는 에디슨이 발명작업을 했던 곳을 기념해 이름 붙인 뉴저지주의 도시다. 그곳에도 에디슨박물관이 있지만 손 관장의 박물관에 비해 소장품은 빈약하다. 손 관장은 이들과 미국 출장전시를 논의 중이다. 중국 전시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애지중지하는 소장품을 전시용으로 내놓게 되면 불안하지 않을까. 뮤지컬 ‘에디슨’만 하더라도 공연시간을 1시간으로 줄이고, 박물관에서 가져온 수집품들을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어릴 적부터 제 손으로 분해하고 청소하고 조립했던 겁니다. 다들 자식 같은 놈들이라 언제나 조마조마하지요. 허허.” 겉으론 멋지게 척 내놓았지만 속으론 손 탈까봐 안절부절못한다는 농 섞인 고백이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대화·타협의 정신 존중 전시성사업 짚고 갈 것”

    “6·2 지방선거 직후 어느 경찰서를 방문했는데 정보과 직원들이 ‘예쁘게 생겼네.’라고 말하더라고요.” 13일 문을 연 제8대 서울시의회를 이끌 허광태(55·민주당·양천3) 의장은 의외로 차분했다. 민주연합청년동지회(연청)에서 활동하는 등 야당 중에서도 가장 개혁적인 모임에 몸을 담았던 인물이라는 정보를 갖고 있는 경찰이 실제 인물을 보고는 전혀 딴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1991년 처음 지방선거에 뛰어들었을 때의 경험도 들려줬다. 그는 “당시 상대 후보가 10억원 가까이 썼다는데, 나는 1억원 조금 넘게 썼을 뿐이다. 당연히 상대가 당선됐다.”며 웃었다. 이번엔 완전히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허 의장은 “오히려 주민들로부터 밥을 얻어먹으며 선거를 치렀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깨끗해졌다는 얘기였다. 허 의장은 시 집행부와 관계에 대해 “시와 의회는 두개의 수레바퀴와 같다. 시민에게 다가서는 공감대는 똑같다.”며 “시민의 소리를 듣고 그에 대한 답을 들려주기 위해 집행부와 소통할 것이며 발목을 잡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화와 타협을 중시한다. 한나라당 쪽에서 부의장 1명과 상임위원장 9석 가운데 세 자리를 달라고 해서 의석비율로 봐서 상임위원장 두 자리가 적당하다고 설득해 어렵게 합의를 봤다. 그런데 전체 114석 가운데 79석으로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실제 개원하면 약속을 뒤집을 것이라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걱정했는지 기자회견으로 공식화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시의원 가운데 3선인 그는 재선 7명을 빼고 70명이나 되는 초선들의 목소리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그래서 공부하는 시의회를 만들기 위해 양천지역 시의원 4명이 정기적으로 만나 협의하도록 사무실도 냈다. 수시로 들어오는 민원을 놓고 시의회가 할 것과 구의회가 할 것, 서울시나 자치구 집행부가 할 것들을 정리해 해결할 수 있게 체계적으로 도우려는 뜻이 담겼다. 그는 합리적 의회운영을 강조하면서도 “한강르네상스나 디자인서울 정책은 필요 이상으로 보여주기 위한 전시성 사업”이라며 “그냥 넘어가는 것은 지방선거 민심에 어긋난다.”고 말해 혹독한 견제를 예고했다. 의원들의 자기 몫 챙기기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7대 의회는 의장선거 때부터 비리로 얼룩졌지만 8대 시의회에서는 의원들을 직무와 관련된 상임위에 배속시키지 못하도록 규정을 못 박겠다.”고 약속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교회의 계층화·세습 등 주류 패러다임 바꿔야”

    “교회의 계층화·세습 등 주류 패러다임 바꿔야”

    “1980년대 이후 개신교는 강남을 기반으로 한 부의 형성, 축적의 과정과 맞물려서 성장했습니다. 현재 기독교계의 주류와 그 가치가 형성되던 즈음이죠. 그리고 열심히 공부하고, 부를 쌓아가고, 개인적 성취를 이루는 것이 ‘좋은 그리스도인’이라는 인식도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주류 교계 비판하는 전통적 복음주의자 양희송(42) 청어람아카데미 대표는 주류 개신교계를 비판하는 대표적 인물 중 하나다. ‘좌파’니 ‘자유주의자’니 하는 개신교의 비아냥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그가 제기하는 비판의 언설은 진중하면서도 거침이 없다. 1987년 대학(서울대 전자공학과)에 들어간 뒤 서울대기독인연합을 만들고 학원복음화협회, 기독교 저널 ‘복음과 상황’ 등 여러 단체를 거치는 동안 한 차례도 ‘전통적 복음주의 활동’ 바깥으로 벗어난 적이 없다는 자부가 당당한 비판의 배경에 배어 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명동 청어람아카데미에서 만난 양 대표는 “1960~70년대만 해도 한국 교회는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낮은 곳에 있는 이들과 함께하며 봉사하고, 사회에 참여하는 흐름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1980년대 들어서 그전까지 존재하던 정치권력과 긴장관계도 해소되고, 사회 참여의 부담도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여의도에 있는 대형 교회에서는 과거 가난한 이도 장로, 집사를 했습니다. 계층을 떠나 함께 어울리곤 했죠.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이제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그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포스트 2007 시대’의 준비다. 이는 ‘이명박 장로’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과정의 공헌, 그로 인한 친권력성의 노골화, 공격적 해외선교 등으로 상징되는 외형적 성장의 패러다임이 2007년을 정점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양 대표는 내처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교회의 계층화, 대형교회 세습, 목회자의 윤리 문제 등 많은 무리수를 보면 몰락과 붕괴는 불가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기독교 자체의 몰락이 아니라 현재 주류 패러다임의 몰락이 될 것입니다.” 그가 택한 것은 기독교 지성운동이다. 청어람아카데미(www.bluelog.kr)는 양 대표가 2005년 가을 설립했다. 기독교 사상과 인문학의 결합을 통해 기독교의 대중적 지성운동을 꾀하기 위한 거점이다. 궁극적 목적은 새로운 기독교적 담론의 형성이다. 그 방법으로는 기독교 사상에 대한 지성적 이해를 위한 활동과 함께 시민사회와 폭넓은 연대 활동을 첫손에 꼽고 있다. ●인문학으로 새로운 기독교 담론 형성 지난달 젊은 인문학자들의 연구모임인 ‘카이로스’, 인문학과 기독교 사상의 결합을 추구하는 ‘인문학과 성서를 사랑하는 모임’과 함께 ‘연구공간 공명’을 만든 것은 그 공식적 출발점이자 몇 년간 공들여온 노력의 결과물이다. ‘연구공간 공명’은 12일 제1회 지식수련회를 시작했다. 총론 격이라 할 수 있는 강영안 교수(서강대 철학과)의 ‘기독인문학’ 강연을 비롯해 알랭 바디유의 ‘사도 바울’, 손화철의 ‘토플러와 엘륄’ ‘마테오 리치 강독회’ 등 인문학과 기독교 사상을 통섭적으로 종횡무진 넘나드는 세미나, 강연 등이 16일까지 이어진다. 최소한의 학문적 호기심을 갖추고 있다면 기독교 믿음 여부를 떠나 일반 대중들도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다. 실제 세계사적 지성의 흐름으로 볼 때도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시작해 르네상스, 종교개혁 등 일련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신학과 인문학은 불가분의 상호보완 관계를 이뤄왔다. 그는 개신교 내에서 여전히 비주류지만 자신만만하다. “이제는 개신교의 변화를 준비할 때입니다. 아직은 소수에 불과해 보이지만 변화를 원하는 다음 세대의 요구는 분명하며 많은 이들이 있습니다. 다음 세대가 준비해야 할 발판은 지성운동이라는 사실도 명확하고요. 스스로 왜 믿고, 어떻게 믿고 있는지 납득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글 사진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깔깔깔]

    ●고민남 고민 많은 친구가 광고를 냈다. 자신의 고민을 대신 짊어지는 사람에게 한 달에 100만원을 주기로.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근심어린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아니, 돈 없다고 만날 고민하는 네가 어떻게 한 달에 100만원이나 준다는 거야?” 그러자 그는 씽긋 웃으며 말했다. “그 고민을 왜 내가 해야 하는데? 이젠 그가 해야지.” ●이상형 각 나라 여자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그들의 이상형을 물었다. ▲미국 여자=유머감각을 가장 많이 봐요. ▲프랑스 여자=분위기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일본 여자=잘 생긴 사람이면 좋겠어요. ▲영국 여자=당연히 매너가 가장 중요하죠 . ▲한국 여자=경제력이 최고로 중요하고요. 키도 커야 하고요. 얼굴도 잘 생겼으면 좋겠고요. 학벌은 물론 좋아야 되고요. 직업은 전문직이었으면 해요. 그리고 장남은 아니어야 해요. 몸매는 송승헌 정도면 되고요. 그리고 뭐가 빠진 거 같은데….
  • “3년간 19명을 꿀꺽?” 러시아 호수 괴물 충격

    배만 들어갔다 하면 전복·실종…‘엄청난 힘’의 정체는? 러시아의 한 어부가 마을 호수에 괴 생명체가 살고 있다며 경찰에 공식 수사를 요청했다. 문제가 된 호수는 서부의 차니 (Lake Chany)호. 이곳 주민들은 호수에 살고 있는 괴물을 ‘네스키’(Nesski)라고 부르며 스코틀랜드 네스 호 괴물과 비슷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네스 호 괴물은 공룡같은 생김새와 큰 몸집으로 여러 차례 사람들에 의해 목격된 바 있다. 차니 호 인근 주민들은 네스키가 뱀과 비슷한 외모를 가졌으며 엄청난 크기의 지느러미와 꼬리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가공할 만한 위력의 힘이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미스터리는 지난 주 괴 생명체의 정체를 밝히러 호수에 들어간 59세 남성이 목격자 앞에서 실종된 것이다.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60대 노인은 “무엇인가가 그가 뿌린 미끼를 덥석 물었던 것 같다. 그가 낚시대의 릴을 잡아당기려는 순간 결국 보트가 전복됐는데 상상해본 적도 없는 강한 힘이었다.”고 증언했다. 3년 전에는 건장한 군인이었던 32세 남성이 같은 ‘힘’에 의해 실종됐다. 이 호수에서 수 십 년간 낚시를 해 온 한 80대 노인은 “예전에 이 호수는 매우 고요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배가 나가기만 하면 부서지거나 전복됐다.”면서 “하지만 그 정체를 본 이는 아무도 없다.”고 의문을 표했다. 이 지역의 공식 실종·사망신고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이 호수에서 사망한 사람은 총 19명이다. 대부분은 실종돼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 현지인들은 실제로 이 호수에서 사망한 사람의 숫자가 19명을 훨씬 넘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신이 일부 발견되기도 했는데, 대부분 매우 큰 이빨 자국과 신체 일부가 뜯겨진 채 발견돼 ‘네스키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사진=동그라미 속 물체는 스코틀랜드 네스 호 괴물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농협사관학교 ‘농협대학’ 아시나요

    농협사관학교 ‘농협대학’ 아시나요

    “오늘 시금치는 다 떨어졌고요, 취나물도 좋아요.” 11일 경기 고양시 관산동 벽제농협. 매장을 누비며 손님을 맞는 직원 중에 앳된 얼굴이 있다. 농협대 2학년생인 정준기(20)씨다. 정씨는 여름방학을 맞아 다른 학생들과 함께 4주간의 조합 현장실습을 나왔다. “현장에 직접 나와 보니 농민들의 고충이 몸으로 다가온다.”고 말하는 정씨에게서 몇 년 후의 듬직한 농촌 일꾼의 모습이 보인다. ‘농협 사관학교’인 농협대학 얘기를 재학생들에게 직접 들어봤다. 농협이 산하에 대학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3년제 특수전문대인 농협대학은 1962년에 문을 열었다. 개교한 지 벌써 48년째다. 건국대가 설립한 농협초급대학을 농협중앙회가 1966년 인수했다. 농촌을 위해 지역에 배치돼 일할 젊은 일꾼을 양성하기 위해서였다. 현재 1학년 99명, 2학년 90명 등 총 189명이 재학 중이다. 농협대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거의 100% 지역 농협에 취직한다. 6급(전문대졸) 정규직 대우를 받는다. 웬만한 4년제 대학 졸업장을 갖고도 취업을 못하는 젊은이들이 부지기수인 요즘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2010년 전형에서 평균 14.5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최근 5년간 경쟁률은 매번 10대1이 넘었다. 합격생들은 수능 1~2등급을 받고 입학할 정도로 성적도 좋다. 취업이 보장된 덕에 다른 대학생보다 느슨한 대학 생활을 하지 않을까. 2학년 김원윤(27)씨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경북 구미에 있는 4년제 대학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농협대에 다시 들어왔어요. 예전 대학보다 경쟁이 치열해서 1학년 1학기 때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상대평가도 엄격하게 적용되다 보니 A학점을 맞기도 어렵더군요. C+학점이 찍힌 성적표를 보고 좌절했던 기억이 생생하네요.”라고 정씨는 말을 이었다. 농협대 학생들은 졸업을 위해 3년간 100학점 이수 외에도 외국어나 한자·컴퓨터·금융실무·유통실무 관련 자격증 네 가지를 반드시 따야 한다. 농협대생들의 졸업 후 목표는 무엇일까. “농부들의 시름을 덜어 주고 싶다.”는 당찬 대답이 나온다. 2학년 권혜림(20)씨다. “어릴 때부터 김포에서 벼농사를 짓는 아버지가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많이 지켜봤어요. 커서 우리 아버지처럼 농사짓는 분들을 도와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었죠. 졸업하고 김포 조합에 들어가면 어떻게 하면 쌀을 많이 팔지 마케팅 방법 등을 연구해 보고 싶어요.”라고 권씨는 덧붙였다. 농협에서 활약하는 농협대 출신도 많다. 농협중앙회 이덕수(58) 경제대표이사(1973년 졸업)와 농민신문사 박재근(61) 사장이 있다. 농협중앙회 임원 중에서도 유근원 교육지원 상무, 강홍구 농업경제 상무, 배판규 금융기획 상무, 김유태 투자금융 상무, 문경래 개인고객 상무 등 5명이 농협대 출신이다. 조합장 중에서도 경기 고양 벽제농협 이승엽 조합장, 경기 성남 낙생농협 길철수 조합장, 전남 함평 나비골농협 윤한수 조합장이 농협대를 졸업했다. 농협 밖에도 3선의 장재영(65) 전북 장수군수, 동창회 회장이기도 한 에이원감정평가법인 경응수(58) 대표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윤두준의 연인’ 지나, 연습실 사진으로 데뷔前 화제

    ‘윤두준의 연인’ 지나, 연습실 사진으로 데뷔前 화제

    데뷔를 앞둔 전(前) 오소녀 출신 지나(G.NA)의 연습실 사진이 공개됐다. 지나는 10일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통해 연습실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올렸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평소 엄청난 연습벌레로 알려진 지나가 연습실에서 섹시한 원숙미를 뽐내며 과감한 포즈를 취하고 있어 네티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나는 앞서 비와 함께 부른 듀엣곡 ‘애인이 생기면 하고 싶은 일’(with Rain)에 이어 타이틀곡 ‘꺼져줄게 잘살아’(feat. 비스트 용준형) 티저 영상 공개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로 인해 지나의 미니홈피 방문자 수가 급증하며 예전에 올린 사진들까지 주목을 받고 있다. ‘꺼져줄게 잘살아’ 티저 영상에서 지나는 남자 주인공인 비스트 윤두준과 연인 사이로 출연하며 닭살 애정행각을 벌였다. 이후 윤두준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대박신인 G.Na의 티저가 공개됐습니다. 저는 징그러워 못 보겠더라고요.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리고요. 지나누나 파이팅!”이라며 지나의 선전을 기원했다. 한편 지나는 14일 데뷔앨범 ‘드로우 지스 퍼스트 브레스’(Draw G ’s First Breath)를 발매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사진 = 큐브 엔터테인먼트 서울신문NTN 오영경 인턴기자 oh@seoulntn.com
  • [주말 데이트]한국 뮤지컬 배우 1세대 남경읍

    [주말 데이트]한국 뮤지컬 배우 1세대 남경읍

    →제자가 많으니 무대에 같이 서는 경우도 있겠습니다. 뮤지컬 ‘코러스 라인’에서는 제자가 몇 분이나 나오시나요. -이번에는 4명이더군요. 그런데 조금 특이해요. 예전엔 그냥 같은 무대에 서는 거였는데, 이번엔 제자 임철형이 오디션 감독 잭 역할에 더블캐스팅됐습니다. 제자와 같은 역에 캐스팅된 건 처음입니다. →그러면 내가 늙었구나 하는 생각은 안 드세요? -거꾸로죠. 철형이가 참 늙었구나 싶죠. 제자인데 저하고 같은 역할 하잖아요. 하하. 지난 5일 서울 남현동 예장연기연극학원 사무실에서 만난 뮤지컬 배우 남경읍(52)은 여전히 뜨거운 배우였다. 화려한 손동작이 주는 느낌이 그랬다. 인터뷰하다 보면 누구나 이런저런 손동작을 하게 마련. 그런데 오랜 배우생활과 혹독한 연습 때문이었을까. 말의 톤과 속도에 따라 마치 무대에서처럼 감정을 다채롭게 표현해 내는 손동작이 무척 눈길을 끌었다. 생각난 김에 물었다. →요즘도 연습실에 맨 먼저 출근해서 가장 늦게 퇴근합니까(남경읍은 지독한 연습벌레로 유명하다 못해 악명 높다). -그럼요. 정식 연습시간은 오전 10시인데, 전 8시 반에 출근합니다. 문 닫고 나오는 건 이번엔 못 했어요. 다른 작품 하느라고(최근까지 ‘레인맨’에 출연했다). →부지런한 상사는 부하들의 영원한 적인데요. -안 그래도 그 생각 했습니다. 혹시 나 때문에 후배들이 불편해하는 게 아닌가, 내가 유별난 게 아닌가. 그런데 저도 무대에 서는 배우입니다. 배우인 이상 최선을 다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남경읍은 뮤지컬 스타 남경주의 친형이자 한국 뮤지컬 1세대로 꼽히는 배우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딴따라라 불리던 연극배우들마저 ‘너희들이 진짜 딴따라’라며 취급해 주지도 않던 뮤지컬”에만 30년을 바쳤다. 최근 배우인생을 정리한 ‘쟁이’라는 책을 펴냈다. 책에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동네 아이들 모아다가 연극을 했던 이야기며, 성악과 춤과 피아노를 공부해 가며 배우의 기본기를 다져 가던 얘기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요즘 들어 배우 생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 “재미난 게요, 지금 하고 있는 ‘코러스 라인’이 뮤지컬 배우 얘기잖아요. 그래선지 감정 이입이 심하게 돼요. 잭이 다시는 무대에서 춤을 못 추면 어쩌나 걱정하는 대사를 해요. 그때마다 제작진도 훌쩍대고, 저도 코끝이 찡해지더라고요.” 남경읍은 앞으로 뮤지컬 배우를 더 할 수 있는 시간을 10년 정도로 보고 있다. 그때까지 꼭 도전해 보고 싶은 작품으로는 피아노 연주가 극을 이끌어 가는 뮤지컬 작품을 꼽았다. 직접 써볼까도 생각 중이다. 그런데 얘기를 하다 보니 이 리스트가 자꾸 늘어만 간다. “사실 ‘돈키호테’ 같은 거야말로 지금 제 나이에 소화하기 딱 적당한 작품이에요. 그리고 ‘지붕 위의 바이올린’이나 ‘레미제라블’의 장발장 역도 한번 도전해 보고 싶어요. ‘아가씨와 건달들’에서는 ‘스카이’ 역을 꼭 해보고 싶어요.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인데 운이 안 닿아서 해보질 못했어요.” 배우생활 가운데 쌓은 남경읍의 가장 든든한 재산은 제자들. 계원예고, 부산예전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조승우, 박건형, 오만석, 황정민, 강필석, 이하나 등 숱한 배우들을 길러 냈다. 학창 시절 그들에게 매질도 해가면서 ‘18정신’을 주입한 얘기를 풀어 놓으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안 그래도 승우에게 책을 줬더니 전화가 왔더군요. 잘 보고 있다고.” 그런데 그 이상의 자세한 얘기는 꺼렸다. 잘나가는 제자들을 ‘팔아먹는 것’처럼 보이기 싫어서다. 마지막으로 뮤지컬을 꿈꾸는 이들에게 한마디 부탁했다. “뮤지컬 배우는 노래, 춤, 연기를 잘해야 한다? 아닙니다. 그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기본입니다. 그것보다는 무대에 대해 뜨거운 뭔가가 있어야 합니다. 그게 분명해야 자신이 행복할 수 있고, 그래야 관객을 감동시킬 수 있습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슈프림팀 ‘형제의 뜨거운 맛보실래요?’(인터뷰)

    슈프림팀 ‘형제의 뜨거운 맛보실래요?’(인터뷰)

    “내 이름은 사이먼D. 본명은 정기석.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은 낯간지러워서 죽어도 못하는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지. 요즘 날 신인 개그맨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어. 유행어가 ‘다이어트’인 줄 알더라. 나의 랩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일거야. 힙합 듀오 슈프림팀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볼래?”(사이먼D) “난 이센스. 본명은 강민호. 대구에서 올라왔어. 토끼띤데 마음에 들진 않아. 호랑이처럼 강인해보이고 싶은데 말이지. 요즘 고민은 저축이야. 최근에 가장 많이 접한 질문은 ‘예능에서 뜬 사이먼D형 부럽지 않냐.’는 말. 형이 진짜 부럽냐고? 꼭 대답해야겠어? 알겠어, 속 시원하게 이야기 해줄게. 뜨거운 형제의 이야기 이제 시작한다.” (이센스) ◆“슈프림팀, 너희는 누구니?”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까.’ 중장년층에게는 대뜸 “니 누고?”라는 말이 튀어나올 만큼 생소하지만 힙합 계에서는 언더와 오버그라운드를 접수한 실력파 루키다. 세대 간 태평양보다 넓은 인지도 격차는 기자만 하는 고민이 아니다. 앨범 2장에 이어 리패키지 ‘스핀 오프’로 돌아온 슈프림팀 역시 “대중성과 마니아들의 기대를 충족하려고 고민에 빠진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슈프림팀을 잘 모르는 사람도 노래 몇 곡은 들어봤을 테다. 그중에서 ‘수퍼매직’을 들어봤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인생극장’에서 이휘재가 “그래, 결심했어!”란 결의에 찬 대사를 하기 직전 흘러나오는 보니 엠의 ‘펠리시다드’를 샘플링한 곡. CF에서 배경음악으로 나와 한번쯤 흥얼거렸을 만큼 유명해졌다. 요즘 각종 음악프로그램과 디지털 음원 순위에 상위 랭크된 노래는 ‘땡땡땡’. “몇날며칠을 스튜디오에 콕 처박혀서 꽂히는 대로 불렀다.”는 말처럼 전 앨범의 수록곡보다 훨씬 더 자유롭고 강렬하다. “사투리 숨기고 서울말 쓰다가 시원하게 경상도 말 한 느낌”(사이먼D), “쾌변한 느낌”(이센스)이 그들의 소감이다. ◆“슈프림팀, 너희 생각은 뭐니?” 말투에서 알겠지만 이들은 경상도 남자다. 토종이란 말에 방점을 찍는다. 처음만난 건 7년 전이지만 지금껏 서로에게 딱 한번 ‘사랑한다.’는 말을 했다. 그것도 술에 진탕 취한 채. 그 다음날은 어색해서 서로를 피해 다녔다. 눈빛만 봐도 생각을 꿰뚫지만 멍석 깔고 서로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는 건 영 서툴고 어색하다. 그래도 물어봤다. 그것도 꽤 진지하게. “서로를 어떻게 평가하나요?” “간단하게 말할게요. 이센스의 랩은 독보적이에요. 한국에 이렇게 할 사람은 없죠. 가사도 자기스타일이 확실해요. 라임이 없다는 지적을 가끔 받는데요. 그렇게 생각하는 분이 랩을 더 들으셔야 돼요. 이런 라임은 이센스만이 할 수 있죠.”(사이먼D) “사이먼 D형의 라이브를 예로 들게요. 파워가 엄청나죠. 형은 음악을 굉장히 폭넓게 들었어요. 그래서 작업할 때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집어내서 절 놀라게 해죠. ‘이건 좀 유치하지 않아?’라고 말한 적도 있는데 사이먼D형이 주장한 게 결과적으로 늘 맞아요.”(이센스) 성격적인 부분도 빼놓을 순 없다. “이센스는 솔직하고 숨김이 없어요. 나이에 비해 성숙하고 생각도 깊다는 게 장점이죠. 단점을 굳이 꼽자면 후배들에게 너무 밥을 잘 산다는 것. 그래서 돈을 잘 모으지 못해요. 빨리 여자 친구가 생겨야 할 텐데. 좋은 사람 소개시켜 주세요.”(사이먼D) “사실 사이먼D형은 솔직한 스타일은 아니에요. 생각을 다 털어놓는 성격도 아니고. 나중에 보면 다 이유가 있더라고요. 그리고 형의 장점은 적재적소에 돈을 쓴다는 점? 싸우진 않지만 한번 서먹해진 적은 있어요. 너무 사소한 건데 말해도 되나? 형이 녹음 시간을 안 지킨 적이 있어서 그걸로 조금 다퉜어요.”(이센스) ◆“슈프림팀에게 질투란?” 인터뷰를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 이센스 말이 허공에 울린다. “오늘 저 말 많이 했는데 사이먼D형의 여자친구 이야기만 인터뷰 나가는 거 아니죠?” ‘헉, 어떻게 알았지?’ 사실 요즘 사이먼D가 MBC ‘뜨거운 형제들’에 출연하고 ‘홍대 여신’ 레이디 제인이 여자친구란 사실이 공개돼 사이먼D에게 관심이 집중된 건 사실이다. 이센스의 투정 섞인 한마디였다. 그는 사이먼D의 예능 활약을 어떻게 생각할까. “형에게 질투심 정말 가득하고요. 이러다가 언제 큰 일 한번 터질 것 같아요.(웃음) 100% 농담이에요. 자꾸 인지도 격차가 나는 것 같아서 약간 불안하긴 하지만 사이먼D형이 방송에 나오니까 즐거워요. 워낙 솔직한 성격이고 꾸밈이 없어서 걱정이 되긴 해요.”(이센스) 최근 여자친구를 공개해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 사이먼D는 어떨까. “여자친구를 공개하니 좋은 면도 있고 불편한 면도 있어요. 솔직히 전 그다지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여자친구가 갑자기 관심을 받다보니 불편해 하는 것 같아요. 마음고생을 좀 한 것 같기도 하고요.”(사이먼D) ◆“슈프림팀, 그들은 뜨거운 형제” 슈프림팀은 스스로를 “힙합의 수혜자”라고 부른다. 사실이다. 힙합의 불모지에 가까웠던 대한민국 가요계에 드렁큰 타이거, DJ D.O,C, 다이나믹 듀오 등이 힙합의 위상을 높였다. 위상이란 거창한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더 이상 힙합을 ‘길거리 양아치 문화’로 폄하하진 않는 건 확실하다. 형식에서 자유롭지만 반항적이거나 폭력적이지만도 않으며 더이상 배고픈 음악장르만도 아니다. 슈프림팀은 점차 상업적으로 확대되고 질적으로 발전한 힙합 음악을 듣고 성장한 세대다. 그렇기에 그들은 힙합가수라는 거창함에 스스로를 숨기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들이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대중과 공유하는 것이 그들이 꿈꾸는 음악이다. “거짓 없이 솔직한 음악을 할 거예요. 그게 바로 저희가 추구하는 힙합 정신이죠.” 경상도에서 올라온 이 솔직한 형제가 힙합을 넘어 대한민국 가요계를 뜨겁게 달구길 기대한다. 글=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사진·영상=서울신문 나우뉴스 손진호기자 nasturu@seoul.co.kr
  • [당신들과 우리들의 대한민국] 결혼이주자 2세

    [당신들과 우리들의 대한민국] 결혼이주자 2세

    일곱 살 상원이(가명)는 4개국어를 한다. 한국어와 중국어는 유창하고, 영어와 필리핀어는 알아듣는 정도다. 한국 아빠와 필리핀 엄마 사이에서 태어나 화교 학교에 다니고 있어서다. “쉬는 시간에는 한국어로, 수업 시간에는 중국어를 써요. 엄마랑은 영어와 필리핀어를 섞어 쓰는데 많이 헷갈려요.” 화가 나면 엄마, 아빠가 못 알아 듣도록 중국어로 불평한다. 상원이가 외국인 학교인 한송 한성화교 소학교에 입학한 것은 아빠 A(40)씨의 결단이었다. 한국어에 서툰 엄마가 학습을 지도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학원비를 맘껏 지출할 가정형편도 안 되기 때문이다. 그는 “상원이가 우리나라 교육제도 속에서 상처받지 않고 자랄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고 말했다. ●배려 가장한 차별 피해 외국인학교 선택 다문화지원 정책이 쏟아지면서 ‘배려’를 가장한 ‘차별’이 발생한다고 A씨는 지적했다. 다문화 아동만 따로 모아 특별활동을 시켜서 따돌림을 부추기고, 학습수준도, 언어도 다른데 다문화 아동이라는 이유로 방과 후 학교를 강요해 부작용을 낳는다고 했다. A씨는 “아이의 인생이 걸린 문제라 정부의 실험 교육에 상원이를 맡길 수 없었다.”고 말했다. 비슷한 가정환경에서 태어난 아이들과 공부하는 게 외롭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100년 전통의 외국인 학교라 안심했다. 학기가 9월에 시작하는 데다 중국어를 할줄 알아야 입학할 수 있어 6개월 전에 부속 유치원에 보냈다. 2상원이는 첫날, 울면서 돌아와 “다시는 학교에 안 간다.”고 선언했다. 화교 부모를 둔 아이들처럼 중국어를 못하는 데다 어린이집과 다른 낯선 환경이 힘들어서다. “일반학교에 가겠다.”고 떼쓰는 아이를 붙잡고 A씨는 ‘글로벌 인재’라는 말을 꺼냈다. “네가 크면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거야. 아빠는 한국 사람, 엄마는 필리핀 사람, 친구는 중국 사람, 지금부터 그렇게 살면 나중에 상원이는 전 세계에서 1등이 되는 거지.” 상원이는 아빠의 얘기를 다 알아듣지 못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필리핀 초등학교와 학생교환 프로그램 계획 A씨는 둘째 상희(4·가명)와 셋째 상수(2·가명)를 ‘다문화 대안학교’에 보내고 싶다고 했다. 뜻이 맞는 다문화 가족들끼리 준비모임도 꾸렸다. “학부모가 학교활동에 적극 참여해 아이들을 ‘민간 외교자원’으로 키웠으면 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필리핀 초등학교와 자매결연해 학생 교환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A씨 아이들은 필리핀에서, 필리핀 학생은 한국에서 방학을 보내는 거다. 숙박은 두 나라의 부모가 맡는다. 프랑스와 독일,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운영되는 프로그램이다. A씨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인맥을 쌓고 그러다 보면 민간 외교가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엄마 글로리아(30·가명)는 자녀교육을 고민하는 남편과 중국어를 홀로 배우는 상원이를 보면 “마음이 짠하다.”고 했다. “먼 학교를 지하철로 통학하고 과제물도 혼자 하면서 상원이가 너무 빨리 어른이 됐다.”고 말했다. “다섯 살쯤 되니까 엄마보다 한국어를 잘하더군요. 그러더니 어느날 ‘엄마, 필리핀 사람이라서 좀 창피해’라고 말하는 거예요.” 상원이는 “엄마, 그만해. 다 지나간 일인데….”라고 엄마의 말을 가로막았다. “엄마는 그때 충격 많이 받았어.” “그때는 엄마, 한국어 발음이 이상하니까. 친구들이 놀리고….” 상원이는 말끝을 흐렸다. 글로리아의 한국 적응도 순탄하지 않았다. 친척의 소개로 만난 A씨와 편지를 주고받다가 결혼을 결심했다. 외국으로 떠난다는 딸을 부모가 만류했다. “한번 가면 오기도 쉽지 않은데….” 2000년 5월 A씨가 필리핀으로 입국, 설득에 나섰고 한 달 뒤 부부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남편의 말과 달리 시부모는 글로리아를 반기지 않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의 검은 피부를 두고 수군거렸다. ‘다르다.’는 게 한없이 그를 위축시켰다. 그때 남편이 주민센터의 영어강사를 권했다. 한국 아줌마와 어울려 한국어를 배우고, 영어를 가르치며 조금씩 자신감을 회복했다. 둘째 상희가 태어났을 때 또다시 위기가 닥쳤다. 상희가 한 달 일찍 나오는 바람에 돌봐줄 사람이 없었다. 친정어머니는 한국 비자가 나오지 않아서 입국할 수가 없었고, 시어머니는 그때까지 외국인 며느리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산후조리원에서 몇 달간 머물 가정형편도 못 됐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도 아니어서 복지관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우왕좌왕하는 사이 아이는 눈도 뜨지 못하고 쓰러졌다. ‘황달·영양실조’로 일주일간 입원해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그후 3년간 병원을 들락거렸다. 이처럼 아이를 홀로 키우기가 어려워 필리핀으로 아이를 보내는 다문화 가족도 있다고 글로리아는 설명했다. 대가족 전통이 남아 있어 어린 시절을 보내기는 그곳이 낫다는 거다. ●‘창피하다’는 상원이 말에 엄마 다시 공부 글로리아는 ‘엄마가 창피하다.’는 상원이의 말에 중단했던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2007년 전문대 복지학과에 입학해 사회복지사 2급, 보육교사 2급 자격증을 땄다. 산학협력 프로그램이라 남편도 함께 다녔다. 천안에서 보육교사로 일했고, 지난해에는 다문화 강사로도 등록했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필리핀 문화를 소개한다. 전통의상과 국기, 언어를 알려주면 아이들의 눈빛은 초롱초롱 빛난다. 그러나 엄마들의 반응은 실망스럽다. 아이가 만든 필리핀 국기나 다양한 언어의 이름을 자랑하면 엄마가 “그런 거 뭐 하려 했니? 버려.”라고 말한다. “다문화 사회에서 살려면 필요한 교육인데….” 글로리아는 안타까워했다. 상원이와도 자연스레 소통한다. 다문화 강의교재를 만들어 자녀들에게 시연하고 조언을 받았다. 아이들은 신기해하며 질문을 쏟아냈다. 한국어를 빨리 배우지 못할까 봐 필리핀어도 잘 쓰지 않았던 엄마는 늦었지만, 자녀들에게 필리핀 문화를 가르칠 수 있어 행복하다. 지하철에서 중국어 학교 과제물을 풀던 상원이에게 한 아줌마가 물었다. “넌 엄마가 중국 사람이니?” “아니요. 엄마는 필리핀 분이고요. 아빠는 한국 사람이에요. 그리고 저는 중국 학교에 다녀요.” “우와, 너희 가족, 참 멋지구나.” 상원이는 엄마 사무실로 달려와 자랑했다. ‘도전하길 잘했구나.’ 글로리아는 눈물이 핑 돌았다. “우리 아이가 한국에서 차별 없이 똑같이 자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녀가 꿈꾸는 다문화사회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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