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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평도 피란민 돕는 ‘트위터 봉사단’ 떴다

    “우리 손길을 기다리는 피란민들을 위해 봉사하러 오세요.” 6일로 인천 찜질방에서 2주일째 피란생활을 하고 있는 연평도 주민들에게 ‘트위터 봉사단’이 수호천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들은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찜질방 구석구석을 누비며 지칠 대로 지친 연평도 주민들의 시름을 덜어 주고 있다. 트위터에 “봉사자가 필요하다.”는 글을 보고 하나둘 모여들게 됐다는 ‘트위터 봉사단’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20~30대가 주축이다. ☞[포토]긴장 속 고요에 싸인 연평도 인천에서 소규모 사업체를 운영하는 서정호(36)씨가 자청해서 단장으로 일하며 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생업도 팽개치고 밤낮없이 일하다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서씨는 “서울, 구리, 안산 등 수도권 지역 대학생들이 주로 온다.”면서 “인천에 사는 회사원들도 시간 날 때마다 와서 4~5시간씩 도와주고 간다. 주말마다 오는 중고생도 있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올라온 대학생 강신우(26)씨는 부모님이 걱정하실까 봐 ‘친구들과 놀러간다’는 선의의 거짓말을 하고 왔다. 그는 “쓰레기 정리, 구호물품 나르기 등 모든 ‘잡일’을 한다.”고 쑥스럽게 말했다. 처음엔 하루 1~2명에 불과하던 자원봉사자도 최대 20명까지 늘었지만 아직도 일손이 부족하다. 지금까지 100명이 넘는 봉사자가 다녀갔다. 댄스강사 문지현(25·여)씨는 “일 끝나고 저녁시간마다 봉사하러 온 지 1주일됐다.”면서 “젊은 사람도 찜질방에서 지내기 불편한데 어르신들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천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金국방 “北 도발시 자위권 지침 하달”

    金국방 “北 도발시 자위권 지침 하달”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6일 “북한의 선(先) 도발 시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며, (자위권은)적의 도발 의지가 꺾일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국방장관은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자위권은 적이 우리에게 선도발했을 경우 응징 개념으로 현재의 교전규칙인 필요성과 비례성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현재 교전규칙에 따르면 한미연합사령관의 승인 없이는 응징이 불가능하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이미 법적 검토가 다 되어 있다. (자위권 차원의 응징에 대한) 장관 지침이 이미 하달됐다.”고 일축했다. ☞[포토]긴장 속 고요에 싸인 연평도 그는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군 장성인사와 관련, “인사는 능력과 야전 중심의 군 전문성을 고려하는 ‘정상적인 인사’이며 외부의 청탁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가급적 빨리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상적인 인사는 부지불식간에 이뤄지는 분위기 쇄신용이 아니라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최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정치권에서 제기됐던 ‘대폭 물갈이’ 인사설을 정면으로 부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정기인사에서 대장급 고위 장성에 대한 인사나 기수 파괴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국방장관은 또 연평도 사격 훈련 재개 문제와 관련, “사격 훈련은 우리 지역에서, 우리의 필요에 따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사격훈련에 대한 북한의 경고 메시지에 대해선 “북한의 반응에 연연하지도 않고, 고려할 가치도 없다. 북한은 항상 그래 왔다.”고 선을 그었다. 또 사격 훈련 재개를 위한 미국과의 협의에 대해선 “미국 측과의 협의가 필요치 않다.”고 설명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연평도 300억원 즉시 지원… 주택 등 사유시설 원상 복구

    연평도 300억원 즉시 지원… 주택 등 사유시설 원상 복구

    정부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 복구를 위해 300억원을 즉시 지원하기로 했다. 앞으로 서해5도 주민에게 정주생활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종합발전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6일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평도 포격 도발 후속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정부는 공공·사유시설 복구에 1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사유시설은 원상복구, 공공시설은 신축 위주 복구를 추진한다. ●공공시설은 신축 위주 복구 주민 생활 안정과 임시거주 지원에는 80억원이 지원된다. 정부는 주민들의 의사 등을 고려해 인천시에서 준비하고 있는 임시주거시설로 이주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연평도에도 임시주거용 조립주택 15동을 설치해 7일부터 입주가 가능하며, 24동을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다. 현지 실태조사 뒤 어구 피해 등 어업 손실에 대해서도 지원을 추진할 방침이다. 내년 중 연평도에 사망자 추모비를 설치하고, 현지 잔류 및 연평도 복귀 주민에게 소정의 위로금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연평도 안에 대피소 7곳을 신축 추진하는 등 주민대피시설을 보강하는 데에도 100억원이 들어간다. 정부는 피폭지역 가운데 일부를 보전해 안보교육장으로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밖에 특별취로사업 등 생계안정을 위해 20억원이 지원된다. ☞[포토]긴장 속 고요에 싸인 연평도 ●서해5도 종합발전방안도 추진 정부는 또 김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서해5도 지원위원회’를 구성해 범정부적으로 종합발전대책을 마련, 내년 중에 추진할 계획이다. 서해 5도 주민에게 정주생활지원금을 지급하고 꽃게 총허용어획량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한편 꽃게 이외의 어종을 어획할 수 있는 한시적 어업허가를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고교생의 수업료를 전액 지원하고, TV수신료와 전기요금 등 각종 공공요금도 할인해줄 계획이다. 백령도와 대청도에 대규모 대피시설 3곳을 포함, 총 35곳의 대피시설을 신축하게 된다. 이와 관련, 연평 주민들은 정부의 지원대책에 대해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피란민 정모(48)씨는 “지원비 사용항목이 두루뭉술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나중에 예산을 집행하더라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주민은 “새로운 것이 없고 인천시가 그동안 거론한 내용들을 재탕한 것”이라고 비꼬았다. ●주민들 “실정에 맞는 보상을” 연평도에 남아 있는 주민들의 성토도 이어졌다. 가옥 피해를 입은 박모(72)씨는 “300억원이 가옥 복구비용이면 몰라도 대피소 신축 등 모든 비용이 포함된 것이라니 큰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민 김모(58)씨는 “가을철 꽃게농사를 망쳤는데 이에 대한 피해보상이 언급되지 않았다.”면서 “파손된 어구 등 실정에 맞는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부 주민들은 지원대책이 빨리 진행됐으면 좋겠다는 다소 긍정적인 입장도 보였다. 연평면사무소 최철영(46) 상황실장은 “정부와 인천시 합동조사단 현지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원책이 마련된 만큼 신뢰가 간다.”면서 “다만 대책이 빨리 진행돼 주민들이 섬으로 복귀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학준·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日 ‘北, 군사적 위협’ 공식규정

    일본 정부가 연내 확정할 신방위계획대강(신방위대강)에서 북한을 군사적 위협으로 공식 규정할 계획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6일 보도했다. 일본의 방위대강 수정은 지난 2004년 이후 6년 만으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는 신방위대강에서 북한을 위협으로 규정하는 한편 중국의 부상을 우려해 자체 방위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기로 했다.”고 전했다. 개정 방위대강에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과 호주 등 동맹국과의 안보 협력 강화를 요구하는 내용도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또 남부 도서지역 인근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테러와 게릴라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기동 방위 역량”을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 9월 발생한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 갈등의 여파로 해석된다. ☞[포토]긴장 속 고요에 싸인 연평도 한편 한국과 미국, 일본 3국 외무장관들은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회담을 갖고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에 따른 대북 공조 체제를 다진다. 이번 3국 외무장관 회담을 계기로 긴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정세가 중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김성환 외교장관은 이날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마에하라 세이지 일본 외무상과의 3국 외무장관 회담에서 북한의 연평도 공격과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강력히 규탄하고 이에 대한 공동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3국 외무장관들은 회담 뒤 단합된 대응 의지를 담은 공동성명도 발표할 예정이다. 3국 외무장관들은 중국의 6자 수석대표 긴급협의 제안에 대해 현 시점은 6자회담 재개를 논의할 시기가 아니며 회담 재개를 위한 여건조성에 주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공개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응방안과 연평도 공격의 유엔 안보리 회보 여부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3국 외무장관 회담에서는 특히 지난 3월 천안함 사태 이후 연평도 공격과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보여준 중국의 소극적인 태도에 대해서도 거론하며, 특히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김균미·도쿄 이종락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kmkim@seoul.co.kr
  • 오바마·후진타오 동상이몽 ‘한반도 해법’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처음으로 6일 미국과 중국 정상이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지만 사건규정부터 해법까지 서로간의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6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회담에서 “도발적인 행동을 용납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하는 데 협조해 달라.”며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을 강조했다. 반면 후 주석은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대처해 정세 악화를 막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며 6자회담 등 외교적 해법만을 역설했다. 대화 내용은 동상이몽에 가까웠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등을 포괄해 ‘도발’이라고 분명하게 규정한 오바마 대통령과는 달리 후 주석은 인적·물적피해에 대한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남북간의 교전사건’이라는 표현을 사용, 어느 한쪽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는 ‘모호’한 태도를 견지했다. ☞[포토]긴장 속 고요에 싸인 연평도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일 3국 외무장관이 모여 이번 사태 등을 논의하기 직전 이뤄진 후 주석과의 전화회담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는 국제사회의 대열에 중국의 합류를 유도했지만 후 주석은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실제 관영 신화통신이 밝힌 후 주석 발언 내용에서 중국의 입장이 달라졌다는 흔적은 한 군데도 보이지 않았다. 후 주석은 6자회담 재개 등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오히려 현재의 긴박한 한반도 정세를 강조했다. 이번 사태를 부당하게 처리하면 한반도 정세를 제어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압박 요구를 거절했다. 후 주석은 또 북한의 우라늄 농축 위협과 연평도 포격 사건 등으로 야기된 현 정세 자체가 북핵 6자회담 재개의 중요성과 긴박성을 입증하는 물증이라며 중국 측이 제안한 6자회담 수석대표 간 긴급협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양국 정상 간 전화회담이 이뤄진 배경과 관련, 미·중 양측 모두 서로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실적으로 중국의 대북 압박이 없다면 북한의 또 다른 도발을 막기 어렵다는 점을 오바마 대통령이 잘 알고 있고, 6자회담을 통해 동북아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해온 후 주석으로선 어떻게든 6자회담의 동력을 살려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협력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번 회담을 통해 중국 측이 처한 난처한 상황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에 대한 외교적 결례 비난을 무릅쓰면서까지 6자회담 수석대표 긴급협의를 제안했지만 러시아 외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북한까지도 시큰둥한 자세를 취함에 따라 중국 외교력의 한계를 노출시켰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그렇다고 한번 빼든 칼을 거둬들일 수도 없어 외교적 해법만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과 관련,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은 국제사회의 또 다른 대북 압박책이 나오기 전에 한·미·일 3국과 북한 간의 절충점을 찾는 노력을 해왔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중국의 중재노력을 거부하고 있다는 정황도 곳곳에서 드러난다. 한국을 찾았던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예상과는 달리 북한을 방문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북한의 거부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위중한 시기에 방중했던 최태복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이 후 주석이나 원자바오 총리 등을 면담하지 않고 돌아간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중 정상 간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의 도발에 대한 강력한 경고메시지가 필요하다는 미국 측 입장과 대화와 협상 등 외교적 노력을 통해 풀어야 한다는 중국 측 입장이 재확인됨에 따라 한·미·일 3국의 대북압박, 중국의 대화 강조 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軍 어제 해상사격 훈련 재개

    군은 6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잠정 중단했던 해상사격훈련을 재개했다. 다만 서해5도 권역에 포함된 대청도 남서쪽 인근에서 진행하려던 함정 사격훈련은 기상 악화를 이유로 연기했다. ☞[포토]긴장 속 고요에 싸인 연평도 합동참모본부는 오는 12일까지 대청도 등 전국 29곳의 해상에서 사격훈련을 실시한다고 통보한 바 있다. 합참 관계자는 “파고가 높은 서해 대청도 인근에서의 함정 사격훈련 등은 순연됐고, 기상 영향이 덜한 벌컨포 훈련 등은 예정대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합참은 또 13~17일 전국 27곳에서 실시할 해상사격훈련계획을 새로 공지했다. 이번에도 연평도와 백령도는 사격훈련 구역에서 제외됐다. 군 관계자는 “연평도에서의 훈련 재개는 기상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사격훈련 1주일 전 국립해양조사원에 항행경보 발령을 통보하던 관례를 감안하면 다음 주 초쯤에는 추가 공지를 통해 훈련이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형평성 논란·입법저항 우려… 靑·국방부 ‘24개월 환원’ 난색

    형평성 논란·입법저항 우려… 靑·국방부 ‘24개월 환원’ 난색

    6일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위원장 이상우)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71개의 개혁과제를 건의했다. 지난 11개월간의 연구결과로, 가장 민감한 사안인 ‘군 복무기간 24개월 환원’, ‘군가산점 부활’도 들어 있다. 천안함 사태에 이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으로 포함 여부가 관심을 끌었지만 국방백서에 북한을 ‘주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내용은 건의안에서 빠졌다고 청와대와 위원회의 복수 관계자가 확인했다. ☞[포토]긴장 속 고요에 싸인 연평도 김관진 국방장관은 “전문가들의 유용한 연구 산물로 생각한다.”면서 “국방개혁의 주체는 국방부인 만큼 이번 연구결과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도 “어디까지나 민간위원이 낸 아이디어”라면서 “(건의과제는)우선순위를 정하고, 일부는 현실화되고 아닌 것은 폐기되거나 계속 검토과제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인들의 건의인 만큼 정책에 참고는 하겠지만, 반드시 반영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추진위는 현재 2014년 7월까지를 목표로 현역병의 군 복무기간을 18개월(육군 기준)로 계속 줄여가고 있는 것과 관련, 과거 수준인 24개월로 환원하겠다고 건의했다. 하지만 2006년부터 시행된 복무기간 단축프로그램이 상당부분 진행된 상태에서 24개월 환원 방안이 확정될 경우 형평성 논란과 함께 입법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병무청에 따르면 6일을 기준으로 육군에 입대하는 현역병은 현행 복무기간 단축프로그램에 따라 21개월 4일을 복무하고 2012년 9월 10일 제대하게 된다. 하지만 24개월로 환원될 경우 2개월 26일(86일)을 더 복무해야 한다. 이상우 위원장은 “위원회에서 군병력 수요를 감안해 지금까지 검토했던 연장선상에서 24개월안을 대통령께 건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위원회의 이 같은 건의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군 관계자는 “군 복무기간 단축 문제가 대선 등 주요 선거 때마다 이슈가 돼 왔는데, 이미 주어졌던 혜택을 환원해 복무기간을 다시 늘리는 방안이 확정될 수 있겠느냐.”면서 “국무회의 의결로 처리한다고 하더라도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 가산점 부활 방안에 대한 논란도 다시 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군 가산점제는 1999년 위헌 결정을 받고 폐지됐던 전력이 있다. 부활론자들은 “당시 헌재 결정은 과잉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가산 범위를 줄이면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군 가산점제 부활이 여성 등 병역 미필자에 게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반론도 여전히 높다. 위원회가 건의한 서해5도사령부와 합동군사령부 창설 방안에 대한 신중론도 제기된다. 군령권과 군정권의 소재가 복잡해지고 일사불란한 지휘체계가 절실한 군에 혼돈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현재도 국방부와 합참, 육·해·공군에 각각 나뉘어진 군령권과 군정권 문제를 두고 분란의 소지가 많은 상황에서 또 다른 지휘체계로 세분화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면서 “더구나 합동군사령부 역할을 위해 만들어 놓은 합참을 자문기구화하고 합동군사령부를 만든다고 하지만 또 다른 합참을 만드는 것 외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김성수·홍성규기자 sskim@seoul.co.kr
  • “시설 더 좋지만 연평으로 가고 싶어”

    “시설 더 좋지만 연평으로 가고 싶어”

    6일 인천 영종도 운남초등학교. 연평도에서 피란 온 학생 104명은 북한의 포격 도발 14일 만에 임시 학교에서 수업을 시작했다. 임시학교는 빈 교실 14곳에 12개 학급, 교무실과 교장실을 임시로 꾸며 만들었다. 등교한 학생은 초등생 70명, 중학생 25명, 고등학생 9명. 연평도 전체 학생 128명 가운데 다른 지역 학교에 임시배치된 학생(16명)과 지체부자유학생(1명), 체험학습을 하는 고교 3년생(7명) 등 24명을 빼고 모두 나왔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임시 숙소인 인스파월드에서 교육청이 제공한 버스 3대에 나눠 타고 등교했다. 학생 대부분은 새로운 환경·시설에 잘 적응했다. 초등학교 3학년생 염지민(9)군은 “선생님도 그대로고 친구들까지 그대로 사귈 수 있어서 좋다.”며 해맑게 웃었다. 5학년 한 여학생도 “학교가 깨끗하고 커서 좋다.”면서 “시설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평도를 그리워하는 학생도 많았다. 중학교 2학년 이가영(14)양은 “연평도보다 공기가 좋지 않아서 목이 좀 아픈 것 같다.”면서 “시설이 좋긴 하지만 연평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중학교 3학년 원지희(14)양도 “시설도 좋고 선생님도 그대로라 좋지만 아무래도 연평에 돌아가면 맘이 더 편할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포토]긴장 속 고요에 싸인 연평도 연평 초·중·고교 김영세 교장은 “학생들이 밝아 보이고 안정을 찾은 것 같아 안심”이라면서 “상황이 완전히 복구될 때까지 아이들 교육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시교육청 유석형 장학관은 “연평도 피란민들에게 생계대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자녀 교육문제”라며 “임시로나마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겨울방학이 시작되는 오는 24일까지 임시학교에서 수업을 받는다. 연평도 유치원생 12명은 인천 신선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에서 지난달 29일부터 수업·놀이활동을 하고 있다. 영종도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연평도의 교훈] 정권따라 ‘左로 右로’… 현실적 대북정책 수립을

    [연평도의 교훈] 정권따라 ‘左로 右로’… 현실적 대북정책 수립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전 정부 10년간 ‘햇볕정책’으로 대표되는 대북 포용책과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책 등 정부의 대북 정책을 둘러싼 보수·진보 간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가 북한을 너무 모르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북 정책이 북한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이해를 바탕으로 수립,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수단으로 전락하다 보니 정권 교체에 따라 대북 정책이 악용돼 총체적인 부실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북 정책을 둘러싼 보수·진보 갈등은 북한이 최근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하고 연평도 포격을 감행하면서 심화되고 있다. 골자는 ‘햇볕정책에 따른 퍼주기가 빚은 예고된 결과’라는 주장과, ‘햇볕정책을 부정한 강경정책이 빚은 참상’이라는 비판이 엇갈리고 있는 것. 이 같은 논쟁은 정치권뿐 아니라 관계, 학계까지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 실제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포용정책을 앞세워 북한과 적극적인 협상에 나섰고 남북정상회담 등을 통해 대규모 지원을 마다하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초기 시작된 6자회담은 북핵 해결과 정치·경제적 지원을 연계, 상당한 진전을 이뤘으나 북한의 핵개발 야욕을 꺾지 못했다. 일각에서 북한에 퍼주기만 하고 소득은 없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당시 외교안보부처 고위 당국자 A씨는 “북한에 햇볕을 쏘이면 언젠가 변할 것이라는 믿음이 작용했는데 100% 맞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명박 정부 들어 포용정책은 지지세력의 구미에 맞게 강경책으로 바뀌었다. 겉으로는 ‘비핵·개방·3000’구상, ‘상생과 공영’, ‘그랜드바겐’(일괄타결) 등 ‘현실 도피적인’ 정책을 쏟아내면서 속으로는 북한을 상대하지 않고 거리를 뒀다. 될 수 있으면 북한과 상대하지 않으려다 보니 대북 정책은 존재감을 잃고 방치됐다. 한·미 간 되풀이해 온 ‘대화와 제재’라는 ‘투 트랙’ 접근도 북한이 최근 우라늄 농축시설을 전격 공개하고 연평도 도발을 감행하면서 빛 바랜 구호에 지나지 않게 됐다. 한 대북 전문가는 익명을 전제로 “이 대통령이 그동안 연설을 자주 했지만 일목요연한 대북 정책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갑작스러운 붕괴 등 급변사태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바탕으로 대북 정책을 현상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북한은 가만 놔둬도 곧 망할 것이니 적극적인 관리는 필요 없다.’는 인식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이 대통령이 지난 8·15 경축사에서 통일세 준비를 언급하면서 불거졌으며, 최근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미국 측에 밝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고 및 북한 붕괴 시기 임박 등에 대한 불확실한 전망이 드러나면서 더욱 불이 붙고 있다. 이어 정부가 북한의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알려지자 청와대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주시해야 될 것은 북한 지도자들보다 주민들의 변화다. 역사상 국민의 변화를 거스를 수 있는 어떤 권력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하면서 레짐 체인지에 대한 정부의 희망 섞인 생각까지 드러냈다. ☞[포토]긴장 속 고요에 싸인 연평도 북한에 대한 전망은 다양한 각도로 수집,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쪽으로 쏠린 대북 인식은 언제나 위험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북 전문가는 “1990년대 김일성 사망 등으로 불거졌던 ‘북한 붕괴론’이 다시 등장한 느낌”이라며 “북한을 무조건 지원하는 것도 옳지 않지만, 북한 체제가 어떻게 유지돼 왔는지 모르고 극단적인 전망에 맞춰 대북 정책을 짜는 것도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북 정책에도 참여했던 외교 전문가는 “북한은 소련과도, 동독과도 다르다.”며 “대북 정책은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복잡한 국제관계를 잘 파악하고 남북통일 추진에 대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초당적인 접근을 통해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정부가 대북 인식을 바로잡고 북한을 관리할 수 있는 정책을 주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광고음악 ‘요요요송’ 원곡자 밴드 ‘카피머신’

    광고음악 ‘요요요송’ 원곡자 밴드 ‘카피머신’

    “광고음악까지 베낀다고요? 글쎄 아니라니까요~.” 5인조 그룹 카피머신의 뿌리는 레이지본이다. 레이지본 하면 2002년 한·일월드컵이 떠오른다. 영국 펫숍보이스의 리메이크곡 ‘고 웨스트’를 응원가 ‘우리의 힘을’로 고쳐 불러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밴드가 레이지본 아니었던가. 그런데…. “2006년 중반 즈음 음악에 대한 견해 차이로 팀이 갈라지게 됐어요. 뜻이 맞는 멤버들끼리 카피머신이라는 이름으로 새출발을 하게 됐죠.”(준다이) 카피머신은 정규 1집을 발표했던 2007년 지상파 프로그램 ‘쇼바이벌’을 통해 인지도를 쌓을 기회를 잡았다. 카라, 스윗소로우 등이 이 프로를 통해 성공을 거뒀다. 카피머신도 당시 심사위원을 맡았던 독설가 신해철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며 4강까지 올랐다. 그러나…. “병역 문제가 걸림돌이었어요. 준다이의 경우 2008년 가을부터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했습니다. 밴드 활동을 활발히 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방주) 카피머신은 축구와 인연이 깊다. 국내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서포터스 그랑블루에 응원가를 제공했고, 올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앞두고는 붉은악마 공식 음반에도 참여했다. 월드컵 기간 동안 디지털 싱글도 냈다.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의 ‘미인’을 리메이크했고, 신곡 ‘로데오’를 보탰다. 로데오는 최근 한 이동통신사 TV 광고음악으로 깔렸다. 노랫말이 광고에 맞게 ‘요~요~요’로 바뀌면서 ‘요요요송’으로 더 유명하다. 직접 부르고 싶었지만 광고주가 유명 가수를 원한 까닭에 노래는 리쌍이 불렀다. 이 때문에 어떤 이는 ‘요요요송’을 리쌍의 신곡으로 안다. 그래도 멜로디를 널리 알릴 수 있어 만족했다. 그러나…. “얘네는 CM송도 카피한다는 소리를 이따금 들어요. 밴드 이름이 카피머신이어서 그런가 봐요. 하하하.”(준다이) 그러고 보니 이름이 왜 하필 카피머신일까. “우리들이 사는 세상을 음악으로 복사해 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세상의 희로애락을 음악으로 복사해 보고 싶어요. 그래서 어르신들도 저희 노래를 들으며 관광버스 안에서 어깨를 덩실덩실하게 만드는, 그런 음악이 하고 싶습니다.” 최근 서울 서교동에서 만난 카피머신은 의욕이 넘쳐났다. 얼마 전 준다이가 공익근무요원에서 소집해제돼 팀의 사기가 더 충천이다. 보컬 준다이(본명 이준원·30), 기타 임준규(31), 베이스 방주(본명 방주원·34), 드럼 김주연(28), 키보드 김단(21)이 지금의 진용. “당분간은 ‘로데오’를 앞세워 활동하려고요. ‘요요요송’이 원래 우리 노래라는 것을 알리고 억울한 (카피) 누명을 풀어야죠.”(방주) 모두 한바탕 시원하게 웃는다. 이들이 지향하는 음악은 스카 펑크. 자메이카 레게 음악의 원형으로 알려진 흥겨운 스카에, 질주하는 느낌의 신나는 펑크를 섞어놨다고 보면 된다. 카피머신은 여기에 한국적인 감성을 보탠다. “해외 록스타를 추종하며 한국적인 요소를 배제하는 밴드들도 많아요. 하지만 저희는 한국 사람의 한을 자연스럽게 담으려고 해요. 왜, 그런 것 있잖아요. 신나는 음악을 하다가도 가사나 멜로디 어느 한 구석에서 광대의 슬픈 웃음이 느껴지는….”(준다이) 글 사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건강노트] ‘물 여덟 잔’의 진실

    한 의사가 의료 전문 케이블 채널에 나와 ‘하루 여덟 잔 이상’의 물을 꾸준히 마시면 인체의 생리작용이 활발해져 노화가 억제된다고 역설합니다. 물론 그가 처음 한 말은 아닙니다. 다른 의사들도 줄곧 그렇게 말해 왔습니다. 그러나 어떤 의사도 그 과학적 근거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물론 물이 인체의 생리적 기능을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건 맞지만 무슨 근거로 하루 여덟 잔 이상이라고 못박는 것일까요. 활동량도 다르고, 체중도 다르고, 하는 일도 제각각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의사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직업적 경직성의 반영일 뿐입니다. 사람마다 신체 조건과 대사량이 다르고, 따라서 몸이 필요로 하는 물의 양도 제각각입니다. 정말 누군가에게 물이 필요하다면 몸은 갈증이라는 사인을 보냅니다. 또 소변 색으로 물의 필요성을 말하기도 합니다. 음주 후 소변 색이 진해지는 것은 알코올 대사 과정에서 많은 물을 소비해 몸에 물이 더 필요하다는 신호입니다. 운동 후에 느끼는 갈증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나 이런 징후가 없는 데도 ‘하루 여덟 잔’이라는 조금은 황당한 목표를 세워두고 줄창 물을 마셔대는 건 고역 외에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떤 이는 강박증에 사로잡혀 한 잔, 두 잔 세며 물을 마시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강박적으로 물을 마시지 않아도 사람은 매일 결코 적지 않은 수분을 섭취합니다. 직접 마시는 물도 있고, 밥과 국, 과일, 녹차와 커피, 아이스크림 등 먹고 마시는 모든 것이 물의 공급원입니다. 그래도 물이 부족하면 별로 참을성이 없는 몸은 곧 갈증이라는 사인일 보냅니다. 따라서 일상적으로 물, 물 하고 호들갑 떨 게 아니라 목이 마를 때 적당량을 마셔주면 그게 곧 물을 잘 마시는 건강한 습관입니다. 자, 의심하지 말고 자신의 몸이 보내는 사인을 믿으면 됩니다. jeshim@seoul.co.kr
  • 프로와 아마추어 그 사이

    프로와 아마추어 그 사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 감히 프로가 되겠단다. 생업이 있는 아마추어들이지만 악기가 좋다 못해 오케스트라 단원을 꿈꾸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말한다. 프로와 아마추어는 한끝 차이라고. 지난 26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세종나눔 앙상블’ 오디션 참가자들의 얘기다. 앙상블은 2008년 11월 조직됐다. 바쁜 일상에 묻혀 연주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일반인들에게 악단에 몸담을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다. 사회 봉사의 목적도 있다. 45명의 단원을 뽑는 이날 오디션에는 130명이 몰려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 “악기는 나누는 것” 공연기획 프리랜서로 일하는 차수정(31)씨. 대학시절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차씨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동아리에서 바이올린 주자로 활동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음악이 좋아서다. 하지만 세종나눔 앙상블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직접 문화 소외계층을 찾아가거나 공연 수익을 ‘사랑의 집짓기 운동’ 등에 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소외지역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음악교육 프로그램인 ‘세종 꿈나무 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자원 봉사자로 활동하기도 한다. “비록 전공자는 아니지만 음악을 통해 봉사를 할 수 있어 좋아요. 보잘 것 없는 재능이라지만 그게 어딘가요.” 오디션장은 추워진 날씨만큼이나 살벌한 분위기다. 모두들 초긴장 상태. 대기실에서 연습할 때는 말 붙이기도 어렵다. 인터뷰도 마다한다. 결국 오디션이 끝나서야 겨우 몇가지 얘기를 들을 수 있을 정도. 특히 오디션이 평일 오후에 있었던지라 “회사에서 알면 안 되거든요….”라며 퇴짜를 놓기도 했다. # “악기는 마음의 양식” 오디션이 끝나고 한숨을 쉬며 나오는 대학원생 김영경(22)씨.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너무 아쉬워요.”라고 웃는다. 김씨 역시 바이올린 주자로 지원했다. 그 또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열혈 악기 마니아. 심리학 석사과정을 공부하면서도 음악에 대한 사랑은 대단하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대학교 2학년까지 줄곧 바이올린 레슨을 받았을 정도. 심지어 고등학교 3학년 때에도 레슨을 거르지 않았다. “타박도 많이 들었어요. 전공을 하는 것도 아닌데 왜 계속 배우냐고요. 공부를 해야할 시기에 그래서 되겠냐고. 하지만 악기가 좋은 걸 어떻게 해요.” 김씨는 악기만큼 스트레스를 풀기 좋은 게 없다고 했다. 하지만 입시다 취업이다 바쁜 일상 탓에 소중한 기회를 잃는 현실이 안타깝다. “선진국에서는 입시에도 불구하고 악기를 하나씩 연주하잖아요. 그들처럼 악기를 통해 스트레스도 풀고 마음의 안정을 찾으면 참 좋을텐데 말이죠. 이렇게 음악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곳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오디션에 지원한 사람들도 가지 각색이다. 공무원부터 의사, 약사, 교사, 교수, 기자, 방송국 PD, 판사, 변호사, 초등학교 영양사, 바리스타, 전기실 기사까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연령대도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 # “악기는 딸과의 소통 도구” 첼로 부문에 지원한 치과의사 추정민(35)씨는 딸과 함께 악기를 배우다 오케스트라 단원까지 꿈꿨다. “딸이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저도 첼로에 끌리기 시작하더라고요. 요즘엔 딸도 첼로를 배우고 있답니다.” 선발된 단원들은 매주 금요일 전문 강사진의 파트별 레슨을 거쳐 국내·외 유명 지휘자, 협연자와 연주할 기회를 가진다. 특히 새해에는 통영 음악제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문정수 세종문화회관 홍보부장은 “세종나눔앙상블은 개인의 음악적 성취는 물론, 자신의 재능을 타인에게 기부할 수 있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라면서 “최근 악기 배우기 열풍과 함께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앞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급식 봉사자마저 철수…“이젠 끼니도 걱정해야 하나”

    급식 봉사자마저 철수…“이젠 끼니도 걱정해야 하나”

    서해의 차가운 바닷바람이 연평도에 겨울이 왔음을 실감케 했다. 30일 이른 아침, 보일러를 단열재로 감싸는 등 방한 준비를 하는 주민들이 눈에 띄었다. 포격으로 불타 무너져 내린 가옥의 종잇장처럼 구겨진 슬레이트 지붕은 연방 ‘끼익, 끼익’거리는 기괴한 마찰음을 만들어 냈다. 포격 8일째, 어디에서도 사람의 말소리를 듣기 어려운 아침. 얼핏 조용하고 차분하게 하루가 시작된 것 같아 보였지만 그것은 ‘공포의 고요’일 뿐, 말을 잃은 주민들의 속은 불 탄 서까래처럼 타들어 가고 있었다. 준전시 상태의 연평도는 그렇게 두려운 아침을 열고 있었다. 오전 8시, 인천적십자사가 배식을 시작하자 군인·경찰·공무원·취재진들이 모여들었다. 통합방위령 을종, 일종의 ‘전시 비상사태’가 선포된 지금의 연평도에서 주민을 찾아보기란 좀체 쉽지 않았다. 따뜻한 쇠고기 국밥 한 그릇에 몸을 데우며 간간이 웃음소리도 들렸다. 하지만 따뜻한 급식도 이날 아침이 끝이었다. 위생 장갑을 끼고 밥을 나눠주던 자원봉사자 조명자(44·여)씨는 일일이 인사를 건네며 “저희 오늘 떠나요. 점심 때부터는 식사 못 해드려서 어떡하죠.”라고 말했다. 일회용 국그릇을 들고 차례를 기다리던 한 주민은 “그럼 이제 끼니도 걱정해야 하나.”라고 말하며 헛헛하게 웃었다. 마지막 남은 상점이 지난 29일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이런 마당에 급식마저 끊겼으니…. 이날 삶의 터전인 연평도로 되돌아온 주민은 18명. 하지만 대부분 생활이 목적이 아니라 옷가지 등을 챙기기 위해 잠시 들른 사람들이었다. 인천에서 피란 중인 주민 박도근(70)씨는 “인천 찜질방에서 일주일째 생활하다 짐 좀 챙기러 잠시 들어왔다.”면서 “언제 폭탄 맞을지 모르는데 어떻게 사느냐.”고 말했다. 29일 인천 옹진군청이 통합방위법에 따라서 연평도 전역을 통제구역으로 설정하자 취재진들도 회사별로 철수를 서둘렀다. 방송사 취재진·외신기자 140여명이 가장 먼저 연평도를 떠났다. 한 방송사 기자는 “지금은 전시와 같다. 군 작전에 방해가 돼서는 안 된다.”고 떠나는 이유를 말했다. 하지만 서울신문 취재진은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는 역사의 현장 연평도를 떠날 수 없다.’고 뜻을 모으고 잔류를 결정했다. 이날 낮 12시에는 대한민국특수임무수행자회(HID) 회원 100여명이 여객선을 타고 연평도에 들어왔다. 정병호(47) 조직부장은 “순찰이나 재난구조 등의 자원봉사를 할 계획”이라면서 “어수선한 치안을 틈탄 간첩 침투를 막는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연평초등학교에 숙소를 꾸린 뒤 운동장에 모여 큰 소리로 애국가와 군가를 불렀다. 한 주민은 “주민들 불안해 할까 봐 포사격도 취소되는 마당에 군가를 불러 오히려 불안감만 키운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활빈단 관계자 2명도 같은 배편으로는 연평도에 들어왔다. 이들은 곧바로 연평면사무소로 가 주소지 이전신청을 했다. 그러나 면사무소 관계자는 “연평면이 통합방위법에 따라 통제구역으로 정해져 주소 이전을 해 줄 수 없다.”며 신청을 반려했다가 받아들이는 진통을 겪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주인이 떠난 집에 홀로 남겨진 동물들을 구호할 수의사 2명과 동물보호단체 회원 2명이 연평도를 찾았다. 허주형 인천수의사회 회장은 “주인이 떠나 굶주렸거나 다친 개들을 보살피러 왔다.”면서 “마을을 살펴 실태를 파악하고 사나운 큰 개들을 격리하는 등의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평도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김태우’ 스크린에 아로새긴 물오른 연기

    ‘김태우’ 스크린에 아로새긴 물오른 연기

    “연기를 시작했을 때 의사, 검사, 대학원생 같은 점잖은 역할이 100%였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다 보니 홍상수 감독님 작품에서는 지질한 캐릭터도 맡게 되더라고요. 이제는 감정을 폭발시키는 캐릭터도 하고 있죠. 이미지 때문에 연기를 하는 데 위축되거나 일부러 변화하려고 애쓰지는 않아요. 평생 해야 하는 연기인데, 일희일비하지도 않으려고요.” 그를 규정하는 이미지는 다음과 같다. 사람 좋은 미소, 부드럽다. 자상하다. 깔끔하다. 더 나아가면, 싱겁다. 소심하다. 유약하다…. 이러한 이미지들이 연기 활동에 걸림돌이 된 적은 없었을까. “연기를 시작했을 때 의사, 검사, 대학원생 같은 점잖은 역할이 100%였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다 보니 홍상수 감독님 작품에서는 지질한 캐릭터도 맡게 되더라고요. 이제는 감정을 폭발시키는 캐릭터도 하고 있죠. 이미지 때문에 연기를 하는 데 위축되거나 일부러 변화하려고 애쓰지는 않아요. 평생 해야 하는 연기인데, 일희일비하지도 않으려고요.” ‘연기파’라는 수식어가 이제 어색하지 않은 배우 김태우(39)를 지난 26일 서울 충무로의 한 영화 배급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새달 2일 신작 ‘여의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딸을 잃고 복수심에 불타는 아버지 캐릭터를 연기한 전작 ‘돌이킬 수 없는’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이전과는 다른 김태우’를 보여준다. 정계, 언론계, 증권계가 밀집한 회색 빌딩 숲, 서울 여의도에서 숨막힐 듯 살아가는 증권사 과장 역할이다. 상사와 후배에게 무시당하며 정리해고 1순위 대상에 오른 캐릭터. 아버지는 산소호흡기로 연명하는 상황이다. 설상가상 사채 빚은 커져 간다. 그 때문에 가정 생활은 위기를 맞는다. 슈퍼맨처럼 정의감에 불타는 어릴 적 친구를 만나며 상황이 달라진다. “원래 해외 영화제를 겨냥한 작품이었어요. 회사를 세습하고, 빚을 갚지 않으면 (사채업자가) 회사까지 찾아와 난리를 치고, 시아버지가 아프면 며느리가 돌보는 등 우리에겐 흔한 풍경들이 해외에선 재미있게 받아들여질 것 같았죠. 다중인격에 관한 잔혹극이어서 현실 속에서 억눌리면서도 참고 살아가야 하는 관객들이 대리만족하며 극장을 나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죠.” ‘여의도’는 스릴러로 홍보되고 있지만, 스릴러로서의 점수는 낮은 편이다. 눈썰미 있는 관객이라면 일찌감치 막판 반전을 눈치챌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스크린에 아로새겨진 김태우의 연기력을 맛보는 것이 더 큰 즐거움이다. 주인공의 심리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비주얼을 발견하는 색다른 재미도 있다. 1996년 KBS 탤런트로 데뷔를 한 그라 여의도에 대한 추억도 많을 것 같았다. “출퇴근을 했던 첫 직장이자 마지막 직장이기 때문에 남다르게 느껴지는 곳이죠. 신인 때 출연료는 따로 없고 월급으로 50만원 정도 받았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별관에서 모든 세트 촬영을 했는데, 내근 개념이라 수당이 없었죠. 그래서 2만원 정도 수당이 붙는 야외 촬영을 더 좋아했어요. 하하하.” ‘여의도’는 작품 외적으로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때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예진 아씨’ 황수정이 출연한다는 이유에서다. 황수정이 언론 노출을 꺼려 제작보고회나 기자간담회 등이 파행을 겪기도 했다. “수정씨 입장도 이해가 가요. (사건 이후) 3년 전 영화 ‘밤과 낮’에 나왔고, 드라마 ‘소금인형’도 찍었죠. 촬영을 완료했지만 개봉이 미뤄지고 있는 것도 있어요. 이번 작품이 복귀작처럼 대대적으로 비쳐지는 상황이 부담스러웠을 것 같아요.” 전작인 ‘돌이킬 수 없는’이나 ‘여의도’ 모두 김태우의 절절한 부성애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결혼 10년 차에 접어들어 여섯 살 딸과 다섯 살 아들을 둔 그의 실제 모습은 어떠할지 궁금해졌다. “음, 오늘 아침 6시에 일어나 아이들 도시락을 싸줬어요. 그런 정도? 이렇게 이야기하면 아내가 핀잔을 줄 것 같네요. 일주일에 한번 싸준 것으로 생색냈다고요(웃음).” 1997년 한석규·전도연 주연의 ‘접속’으로 인상적인 스크린 신고식을 치렀던 그는 2002년 ‘그 여자 사람잡네’ 이후 좀처럼 안방극장에서 만날 수 없었다. 때문에 작가주의적인 작품을 고집한다, TV 드라마에는 출연하지 않는다 등의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잘못된 선입견일 뿐이라고 김태우는 고개를 젓는다. 실제 그는 최근 SBS 드라마 ‘대물’에서 고현정의 남편 역으로 깜짝 출연하기도 했다. 금방 죽기는 했지만 말이다. 케이블 영화 채널 OCN이 만든 ‘신의 퀴즈’에도 특별 출연했다. “영화 작업을 할 때 드라마 제의가 오는 등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까닭이 커요. 그러다 보니 드라마는 안 하는 배우로 여겨지더라고요. 절대 아닌데…. ‘대물’에 대한 반응을 지켜보니 드라마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던데요? 하하하.” 영화 속 슈퍼맨 같은 친구처럼 세상에서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가족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삼형제인데 아버지가 질투할 정도로 우애가 유별나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김태우는 요즘 형제 배우로 주목받고 있다. 네살 아래 동생 태훈이 원빈 주연의 액션 영화 ‘아저씨’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는데 대박이 났다. 동생 이야기가 나오자 김태우의 얼굴에 어느새 미소가 번졌다. “제 영향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죠. 원래 광고 쪽 일을 하고 싶어 했는데 연기가 재미있다고 계속 하더라고요. 연극, 독립 장편 영화도 엄청 많이 한 친구예요. 4~5년쯤 뒤 나이를 더 먹고 나서 한 작품에서 함께 연기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물론 형제이기 때문에 캐스팅되는 게 아니라 배우 대 배우로서 캐스팅돼야죠.” 글 사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깔깔깔]

    ●어떤 에티켓 예절교육 시간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말했다. “숙녀를 만나 식사하는 동안 화장실에 갈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말해야 하지요?” 철수가 대답했다. “미안하지만 화장실에 다녀와야 해요. 곧 올게요.” “나쁘진 않지만 식사하면서 ‘화장실’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건 예절에 어긋나요.” 선생님이 답했다. 그러자 영수가 말했다. “잠시 무례를 용서해주오. 내 친한 친구를 만나러 가야겠소. 식사 뒤에 꼭 소개해주리다.” ●스마트폰을 사랑하는 남편 스마트폰을 구입한 후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는 남편을 보고 아내가 핀잔을 주었다. “그렇게 스마트폰이 좋아요? 당신 죽으면 무덤에 같이 넣어줄게요.” 그러자 남편이 말했다. “이왕이면 와이파이도 같이 넣어줘.” “뭐라고요? 스마트폰만 있으면 되지, 왜 와이프까지 넣어달라는 거예요?”
  • “재미 강조” “일하고 싶었어”…‘냉동인간’ 수다방

    “재미 강조” “일하고 싶었어”…‘냉동인간’ 수다방

    “사실 여성작가 분들은 소소한 신변잡기적 얘기들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그러니 닫혀 있다 할까, 금세 소진된다 할까 그런 부분이 있는데 이 작가님은 그러지 않아요. 신춘문예 당선소감을 봤는데, 사회적 관점 같은 게 있어서 창작력이 열려 있는 분으로 봤죠. 그래서 이번에 먼저 슬쩍 전화를 했어요. 같이 해보자고. 그땐 시놉시스조차 제대로 안 본 상태였어요. 대본 나오고 독회하면서 제 선택이 옳았다고 확신하게 됐죠.”(류주연) “2년 전엔가 (류 연출의) ‘경남 창녕군 길곡면’을 봤어요. 정말 같이 일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올해 ‘기묘여행’도 하셨잖아요. 제 작품에 출연한 배우 분이 그 작품에도 나왔는데, 연습 때마다 제 작품 얘기는 안 하고 ‘기묘여행’이 좋다는 얘기만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어둠의 경로’로 대본을 구해다 봤는데, 역시 좋더군요. 그래도 이번에 쓴 게 공상과학(SF)물이라 선택하지 않겠거니 했는데 먼저 전화주셔서 너무 좋았어요.”(이시원) 지난 24일 서울 광화문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류주연(39) 연출과 이시원(37) 작가. 먼발치에서 서로 탐만 내던 이들이 ‘봄 작가, 겨울 무대’를 통해 ‘냉동인간’이란 작품으로 만났다. 인터뷰 분위기는 아주 화기애애했다. 작가 7명과 연출 7명이 서로 원하는 사람을 찍는, ‘사랑의 작대기’ 과정에서 상대를 1순위로 찍은 팀답다. 그렇지만 심사가 살짝 뒤틀린다. 어째 “교과서만 보고 공부했어요.”라는 대학입학시험 수석 합격자들 얘기 같다. 그래서 계속 요구했다. 칭찬만 하면 재미없으니 불만을 얘기해 보자고. 낯 붉힐 것 같으면 번갈아 화장실에라도 가라고 했다. 이시원 연출께서 소통을 무척 강조했어요. 어떤 장면에서 작가, 연출, 배우 간 의견이 다르면 계속 얘기해서 풀기를 원했어요. 제 의도를 살려준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참 힘들었어요. 배우들이 이게 이해가 안 된다 그러면 ‘어 내가 잘못 썼나?’ 하면서 변명 아닌 변명을 해야 하고…. 어떤 때는 1주일 내내 아무것도 못하고 얘기만 한 적도 있어요(웃음). 류주연 그래서 우리팀 연습 진도가 제일 느려요. 공연날짜는 맞출 수 있으려나. 하하하. 번역극은 원작의 무게감 때문에 좀 이상해도 그냥 넘어가는데, 창작극은 왜 그러냐고 되묻게 됩니다. 그래서 ‘봄 작가, 겨울 무대’ 같은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이 프로그램이 대단한 명작을 낳아서가 아니라 작가, 연출, 배우가 서로 소통하는 법을 배우게 되거든요. 대판 싸우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이 전 좀 달라요. ‘봄 작가’는 신춘문예로 짠~ 하고 나타난 사람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는 거잖아요. 소통도 좋지만 준비과정이 페스티벌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제가 쓴 ‘냉동인간’은 SF물 같아서 정말 안 하실 줄 알았어요. 류 그렇지 않던데 뭘. 요즘 시대상황이 다 녹아 있던데. 이 처음엔 완전히 SF처럼 할 생각이었거든요. “(소통 과정에서) 대본이 바뀌면서 재미있는 부분이 많이 들어간 것 같다.”고 끼어들었다. 일종의 이간질이다. 류 제가 재미를 좀 강조하는 편입니다. 어떤 메시지라도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그래서 배우들이 스트레스 받습니다. 이 상황에서 왜 웃겨야 하느냐며. 이 아니에요. 대본 독회하면서 제 스스로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많이 역동적으로 바뀌었습니다. 물론, 바뀌지 않길 바라는 부분도 있어요. ‘냉동인간’은 ‘내가 죽은 뒤에도 세계는 여전히 잘 돌아갈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한 겁니다. 그런 세상에서 남편의 이름으로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그려내고 싶었어요. 류 맞아요. 그런 느낌이 잘 배어나와요. 예전에도 이 프로젝트에 참가했는데 그땐 사실 대본을 제 마음대로 고쳤어요. 절반 이상 고친 것도 있습니다. 얘기하다 보니 결국 저만 잘하면 되는 거네요(웃음). 이 어, 한때 그렇게 많이 고쳤다는 얘긴 처음 들어요. 전 욕심이 많아서 고치는 건 꼭 제가 해야 하는 성격인데, 연출께서 이미 제 스타일을 간파하신 것 같네요. 하하하. 또 화기애애한 분위기로의 복귀, 이간질 전략의 실패다.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설 순 없다. 예민한 얘기, 제작비를 꺼냈다. 더욱이 ‘냉동인간’은 돈 많이 드는 대극장용 아니던가. 이 연극에 시위대가 등장하니까 배우가 한 20명쯤은 돼야 하는데…. 류 배우가 10명 남짓인데…. 작품 규모에 비해 버거운 주문입니다. 제작비가 얼마인줄 아세요? 겨우 1100만원이에요. 대극장에 올리라면서. 이 얘기 좀 꼭 (기사에) 써주세요. 이 처음엔 중극장 정도 생각하고 쓴 거예요. 쓰다 보니 자꾸 커진 겁니다. 대극장에서 한다니까. 내가 또 언제 대극장에서 작품 해보겠나 싶어서…. 하하하. 류 저도 대극장은 처음이에요. 좀 치밀하게 준비해서 하고 싶었는데, 얼떨결에 하게 되어버렸네요. 어째 불안하다. 극장은 큰데 배우와 제작비는 적고, 더구나 SF물이란다. 장면 구성이 가능할까. 류 장면 하나하나는 정말 좋아요. 문제는 그 장면을 어떻게 연결하느냐는, 브리지 부분이에요. 연출적 표현의 문제인데 이게 참 쉽지 않아요. 이 그게 작가와 연출의 차이인 거 같아요. 전 그냥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면 되잖아요. 그리고 연출한테 불평하는 거죠. ‘아니, 이게 왜 안 돼요?’ 그러면 연출은 된다고 합니다. 그랬다가 배우들이 ‘그게 될까?’하면 또 안 된다고 했다가…. 오락가락하세요. 류 그게 연출의 몫이죠. 균형 잡아야 하는. 아니 눈치봐야 하는(모두가 크게 웃었다). 이 이제 연습실에 안 가려고요. 작가가 지켜보는 걸 슬슬 불편해하실 때가 된 것 같아서요. 류 기자가 자꾸 불만을 얘기하라는데 공연 끝나고 다시 한번 보시죠. 그때는 진짜 불만이 터져나올지도 몰라요. 하하. 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봄 작가 겨울 무대’는… 신춘문예 당선·연출자 연결, 희곡작가 발굴 프로젝트 일환 정부 지원을 받는 재단법인 한국공연예술센터(www.hanpac.or.kr)가 2008년 시작한 프로젝트다. 연출과 배우에 비해 부족한 ‘희곡 작가’ 육성을 위해 그해 신춘문예 당선자들에게 새 작품을 쓰게 해서 연말에 무대에 올린다. 원래는 통일된 주제 아래 30분 안팎의 단막극을 만들도록 했으나, 올해부터는 장편을 쓰고 거기에 맞춰 젊은 연출을 연결시켜주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시원-류주연을 비롯해 이난영-김한내, 김나정-오경택, 김란이-이영석, 이철-박해성, 임나진-김태형, 이서-이종성 등 이름만 들어도 기대되는 신예작가와 연출가 7쌍이 뭉쳤다. 다음달 6일부터 16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과 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일곱 작품이 차례로 오른다. 반응이 가장 좋은 한두 작품은 내년에 앙코르 공연한다. (02)3668-0007.
  • [심재억 기자의 건강노트] 금지옥엽

    잠에 취해 아침은 먹는 둥 마는 둥 책가방을 챙겨 집을 나섭니다. 엄마는 뭐라도 먹여보려고 안달이지만 애는 모든 게 시큰둥합니다. 점심은 학교 급식으로 해결합니다. 급식 어떻냐고 물으니 “그저 그렇다.”고 말합니다. 생각해보면 학교 급식은 또다른 면에서 편식조장식이기도 합니다. 간섭하는 이가 없으니 저 먹고 싶은 것만 대충 먹고마는 모양입니다. 오후에 잠깐 집에 들러 간식 좀 깨작거리다가 다시 학원으로 갑니다. 학원에서 대충 먹는 끼니, 부실할 게 뻔합니다. 뭘 먹느냐고 슬며시 물으니 기가 막힙니다. 떡볶이, 쫄면, 컵라면, 자장면… 뭐 이런 식입니다. 누구 얘기냐고요? 금지옥엽 바로 당신 자녀들의 얘깁니다. 운동이라고는 학교나 학원 오갈 때 걷는 게 전붑니다. 그러니 겉으로 뵈는 허우대는 멀쩡하고 피둥피둥한 게 ‘철없이 먹기만 해서 저러나보다.’ 싶지만 걔들 철부지 아닙니다. 떼 쓰고 어리광 부려도 속은 멀쩡한 ‘애늙은이’들입니다. 하도 답답해 쉬는 날, 데리고 나가 줄넘기라도 시켜보면 ‘이래서는 될 일이 아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작 줄넘기 몇번 폴짝거리다가 이내 헉헉거리며 주저앉습니다. 요즘 애들 이렇게 큽니다. 귀한 자녀들,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속은 물에 분 밥알처럼 허약합니다. 몸이 부실하니 강인한 정신은 기대도 못합니다. ‘시렁 눈에 부채 손’이라고 그렇게 자란 애들이 주제 모르고 욕심은 하늘을 찌릅니다. 저 좋은 일 아니면 모든 게 귀찮고, 짜증스럽습니다. 오로지 세상 쉽게만 살려고 듭니다. 자식 일에 좋은 게 좋은 건 없습니다. 당신의 금지옥엽, 그대로 괜찮겠습니까.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데…. jeshim@seoul.co.kr
  • 주말 영화

    ●오만과 편견(EBS 일요일 오후 2시 40분) 아름답고 매력적인 엘리자베스(키이라 나이틀리)는 운명처럼 사랑하게 될 사람과 결혼할 거라 믿는 자존심 강하고 영리한 소녀다. 조용한 시골의 부유하고 명망 있는 가문에서 자란 신사 빙리와 그의 친구 다아시(매튜 맥파든)는 여름 동안 대저택에 머물게 되고, 대저택에서 열리는 댄스 파티에서 디아시는 엘리자베스를 처음 만난다. 서로에게 눈을 떼지 못하지만 자존심 강한 엘리자베스와 무뚝뚝한 다아시는 만날 때마다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사랑의 줄다리기만 한다. 다아시는 아름답고 지적인 그녀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고, 폭우가 쏟아지는 날 비바람이 몰아치는 언덕에서 가슴속 깊은 곳에 담아둔 뜨거운 사랑을 그녀에게 고백한다. 결혼의 조건은 오직 진정한 사랑이라고 믿는 엘리자베스는 다아시가 그의 친구 빙리와 자신의 언니 제인의 결혼을, 제인이 명망 있는 가문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반대한 것을 알게 되자, 그를 오만하고 편견에 가득 찬 속물로 여기며 외면하기 시작한다. 서로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눈이 멀어 있는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는 과연 서로의 진심을 알고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SBS 토요일 밤 1시 10분) 최호 작가는 첫사랑을 만나러 한 시간 뒤면 폭파될 구파발의 동네로 달려간다. 그의 첫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자신의 어머니, 이영희 여사다. 어머니는 밀전병을 구울 때도 예쁜 꽃을 올려놓고, 집안에서도 항상 고운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남편도 없이 혼자 하숙을 치며 자식 셋을 키워낸 억척스러운 아줌마였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것을 빼면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냈던 최호는 신춘 문예에 등단해 작가로 데뷔한다. 아들이 작가가 된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기쁜 어머니. 맏딸과 큰아들이 집을 떠난 뒤에도 막내 아들 호는 항상 어머니의 곁에 있었다. 그러나 영원히 애틋할 것 같던 막내 아들 호가 어느 날 어머니 곁을 떠나서 혼자서 살겠다고 한다. ●달마야 놀자(OBS 토요일 오후 11시 20분) 업소의 주도권을 놓고 반대파와 일대 격전을 벌이던 재규 일당은 예상치 못한 기습을 받고, 보살펴 줄 조직과 끊긴 채 고립된다. 숨을 곳이 사라진 그들은 자비와 진리를 수행 중인 스님들이 살고 있는 절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그동안의 모든 일상을 뒤집는 느닷없는 이 인연은 고요했던 산사를 흔들기 시작한다. 막무가내로 들이닥친 재규 일당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스님들은 약속한 일주일의 시간이 야속하기만 하고, 보스의 연락을 기다리는 재규 일당의 심정도 편치만은 않다. 절 생활의 무료함과 초조함을 달래기 위한 재규 일당의 일과는 사사건건 스님들의 수행에 방해가 되고 이들을 내쫓고 평화를 찾기 위한 스님들의 눈물겨운 대책은 기상천외한 대결로 이어지는데….
  • [Seoul 요모조모-만원의 행복] 독산자락길

    [Seoul 요모조모-만원의 행복] 독산자락길

    “나는 며칠 근처에서 산책이나 하겠다고 하니 다들 놀라더라고요.” 보험회사에서 일하는 김미영(50·여·금천구 시흥동)씨는 25일 때늦은 휴가에 얽힌 얘기를 이렇게 시작했다. 독산자락길을 거닐었다고 덧붙였다. 11세기 때 독산(禿山)이 대머리 까치처럼 벌거숭이라는 뜻인데 1000여년 사이 천지개벽을 이뤘다는 점까지 되새기면 더욱 좋다. 2㎞ 남짓해 쉬엄쉬엄 걸어 2시간쯤 소요된다. 곳곳에 시비(詩碑)가 늘어선 길은 독산3동 독산고교 앞에서부터 이어져 있다. 입구 쪽엔 철제 아치를 만들고 갖가지 꽃 덩굴을 올려 만든 터널이 발길을 이끈다. 예닐곱살배기가 오르기에도 힘들지 않다. 알맞은 높낮이로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연결돼 지루하지 않다. 5분쯤 더 걸으니 풍부한 미네랄을 뽐낸다는 만수천 약수터가 나타났다. 바로 옆에 들어선 숲속 헬스장엔 주민들이 운동으로 땀을 흘리고 있었다. 약수터 위에는 아담한 습지생태공원이 숨쉬고 있다. 다람쥐 한 마리가 뜻밖의 손님을 맞고는 도망쳤다. 공원에는 어른 키보다 더 자란 물억새와 핫도그처럼 생긴 열매를 매단 부들, 물옥잠, 창포, 수련, 삿갓사초 등 식물이 발걸음을 붙잡았다. 특히 비가 내린 뒤 질퍽거린 곳에 작은 계단을 만들고 자투리 나무토막을 주워다 화장실 입구에 발판을 만들었다. 숲속 정심초교와 문화체육센터를 거쳐 감로천 생태공원을 만나게 된다. 연못에는 소금쟁이 떼가 헤엄쳐 다니며 시골 냄새를 물씬 풍긴다. 곧 ‘숲속동화마을’과 마주친다. 독서교실 등 주변 자연생태를 이용한 무료 프로그램을 운영해 자녀와 함께라면 교육의 마당으로 그만이다. 전망대에 오르니 시가지가 한눈에 펼쳐졌다. 전망대 옆 산울림다리를 건너 조금 올라가면 호압사에, 오른쪽 아래로 내려가면 들꽃향기원에 이른다. 향기원엔 꽃범의 꼬리, 무늬버들 등 낯선 꽃과 식물이 가득하다. 이곳을 지나 자락길 마지막 코스인 산기슭공원에서 숨을 고른 뒤 귀가하자면 지하철 1호선 독산역으로 연결되는 마을버스에 몸을 실으면 된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문화마당] 화쟁(和諍), 산신각, 예배당/신동호 시인

    [문화마당] 화쟁(和諍), 산신각, 예배당/신동호 시인

    바람이 부니 파도가 인다. 파도가 일렁이니 바람 탓인 듯하지만 파도는 말이 없다. 바람도, 파도도 한때 고요한 세계에 숨죽이고 있었으니 누가 누구에겐지 모르게 이끌리고 품어버린다. 신라 고승 원효는 그래서 “파도와 바다는 둘이 아니다.”라고 했던가. 사람들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세간(世間)이라고 다를 수 없다. 손을 뻗어오니 마음이 동한다. 흘리고 지나가니 줍는 이도 있다. 간혹은 뒤돌아서 가지만 따라오는 발걸음 소리에 안심한다. 너와 내가 둘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 ‘너’가 내 이름을 불러줄 때 ‘나’는 존재한다. 그러나 요즘 신을 외경하는 이들이 그 숭고한 태도를 잊고 ‘너’를 부정하고 있다. 바람은 바람대로 절집의 풍경을 마구 흔들어대고 파도는 파도대로 성난 표정으로 겁을 준다. 둘이 아니었던 것들이 마주 서니 마치 한판 싸움이라도 날 듯 어깨가 곤두서 보인다. 애당초 싸움은 종교의 본질이 아니건만 자주 불안하다. 자신이 믿는 신의 영토가 좁다고 여겨서일까. 이슬람의 정복 포교도 그런 생각으로 시작되었다. ‘땅 밟기’라는 행위는 자칫 그렇게 비쳐질 수 있다. 잃어버린 예루살렘을 되찾자고 벌인 십자군 전쟁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지루한 반목의 시작일 뿐이었다. 보스니아의 거리를 보라. 소녀의 찢어진 치마가 세르비아계 군인들의 웃음 속에서 속살을 드러내며 휘날렸다. 팔레스타인의 뒷골목에 굴러다니는 운동화의 주인은 누구인가. 민족적 갈등에 종교 대립이 결합되어 낳은 불행들이다. 조금만 세월을 거슬러 가면, 같은 하나님을 믿는 가톨릭과 개신교의 전쟁도 만난다. 위그노, 후스라 불리는 기득권 다툼이었다. 그들의 하나님이 서로에게 다른 마음을, 부정한 믿음을 주셨을 리 없다. 공존하지 못한 건 단지 믿음을 저버린 자들의 자기욕심 때문이다. 화쟁은 고집하지 않는다. 차가움이 있어 비로소 뜨거움을 안다고 겸손해한다. 대립하는 것들이 서로 어울리고 모순이라 여겼던 것들이 서로 기댄다. 여기서는 삶과 죽음, 아름다움과 추함, 깨끗함과 더러움, 그도 모자라 부처와 토속신까지 한마당에서 어우러진다. 풀어서 합치고(和解) 두루 모아(會通) 화쟁이다. 원효는 이 화쟁을 중심사상으로 신라 불교를 꽃피웠고 우리 불교의 전통으로 깊은 세계관을 형성했다. 우리 땅의 모든 절집에서 우리는 원효의 화쟁과 마주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산신각이다. 산신각이 없으면 절집이 아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통사찰에는 어디나 산신각이 있다. 그 안을 들여다보자. 낯익은 얼굴의 할아버지가 그려져 있는데, 하얀 수염의 산신령이다. 도교의 영향을 받은 산신 사상의 흔적으로, 우리 토속 신앙의 하나였다. 간혹 삼성각을 두기도 한다. 토속신인 칠성신과 독성을 함께 모시는 경우다. 이런 묘한 동거에 대해 여러 가지 논의가 있지만 화쟁기호학자 이도흠은 풍류도의 어울림과 아우름을 설파하고 있다. 최근 발간한 소설 ‘이사부’를 통해서다. 울릉도를 정벌한 장군으로 유명한 이사부, 그는 풍류도의 우두머리로 신라사회가 불교를 자연스럽게 흡수하도록 완충 역할을 했다. 이렇게 손을 잡은 두 종교는 긴 세월 융화되어 오늘 대립하는 우리들에게 말을 걸고 있다. “절집 한쪽에 예배당을 짓자.”라고. 보통 부처를 모신 곳에는 전(殿)을, 그 외에는 각(閣)을 붙이는 전통이 있으니 ‘예배각’이란 현판을 달고 십자가를 모시는 것은 어떨까. 이사부의 어울림과 아우름을 통해 세 종교가 한 마당에서 공존하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산속 깊이 경치 좋은 절집을 찾은 기독교인이 ‘땅 밟기’ 대신 기도를 올릴 수 있는 장소. 더불어 보살님들의 넉넉한 인심을 맛볼 수 있는 화쟁의 공간을 만든다면 무릇 종교의 갈등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대립과 반목도 치유되지 않을까 싶다. 바람이 부니 파도가 일고, 파도가 이니 포말이 부서진다. 본디 셋으로 나눌 수 없거늘…, 서로가 서로의 이름을 불러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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