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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인 하이니, “아이유보다 내가 더 나은 건…”(인터뷰)

    신인 하이니, “아이유보다 내가 더 나은 건…”(인터뷰)

    텅 빈 연습실, 선 굵은 낯선 음색이 들려온다. 남자의 선율이 아닌 것은 확실한데, 여자 목소리가 맞는지 역시 확신이 들지 않을 만큼 낮은 음색이다. 재즈 앤 블루스를 기가 막히게 소화하길래 나이가 지긋한 뚱뚱한 재즈 여가수를 연상했는데, 돌아보니 앳된 얼굴의 소녀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인터뷰 차 방문한 연습실에서 신인가수 하이니(21)의 노래를 직접 들으니 만감이 교차했다. 이제 갓 스무살을 넘겼을 뿐인데 목소리는 세상 평지풍파 다 겪은 관록의 여가수를 떠올리게 하기 충분했다. 낮지만 익숙하고, 조금은 어둡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목소리였다. 하이니는 올 해 하반기 tvN 드라마 ‘제3병원’의 수영(소녀시대) 테마곡인 ‘보고 싶은데’로 대중에게 처음 자신을 알렸다. 박정현, 김범수 등 고음의 바이브레이션에 주로 열광해 온 청중들은 ‘여자 김동률’이라는 별명처럼 중저음을 내세운 하이니에 귀를 기울였다. 일반 청중 뿐 아니라 백지영, 양파, 허각 등 내로라하는 선배들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가수로서의 첫 발을 순조롭게 내딛었다. “데뷔라고 하기엔 뭣하지만 ‘보고 싶은데’ 이전에 가이드 보컬 녹음을 7~8번 정도 했었어요. 오래 다닌 음악학원 선생님이 주변 작곡가 분들에게 추천해주신 덕분에 경험을 쌓을 수 있었죠.” ‘보고 싶은데’ 역시 애초 가이드 보컬 녹음을 위해 불렀다가,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가 하이니의 녹음 현장에서 우연히 목소리를 듣고 현장에서 전격 발탁, 곧장 정규 음원으로 발매하게 했다. 그간의 노력과 실력, 그리고 기가 막힌 운이 만난 결과였다. “오랜 시간동안 가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무대 공포증과 자신감 부족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래서 ‘보고 싶은데’를 부르게 되기 전까지 그 흔한 TV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제대로 지원해보지 못했고요. JYP나 YG같은 유명 소속사 오디션은 몇 번 봤지만 모조리 떨어졌는데 ‘보고 싶은데’로 과분한 기회를 받았죠.” 여전히 “아직 전 노래를 잘 하지 못해요.”라고 수줍게 말하지만 하이니는 이미 한류스타들이 서는 대형무대에서 데뷔무대를 마쳤다. 지난 달 베트남에서 열린 한국-베트남 수교 20주년 기념 축하 콘서트에서 원더걸스, 허각, 제국의 아이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 하이니는 한류 열풍이 거센 베트남에서 먼저 열광적인 환호를 받으며 새로운 한류스타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 최근 가요계에서 아이유, 이하이, 주니엘 등 여자 솔로가 유독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신곡 ‘전설 같은 이야기’를 내놓은 하이니가 스스로 강조하는 차별성은 역시 중저음의 목소리다. “선배님들이 깜직하고 예쁘고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목소리로 청중에게 다가가는 반면, 저는 낮고 감성적인 목소리가 제 특기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롤모델도 이소라 선배님이나 윤미래 선배님처럼 중저음 목소리가 매력적인 분들이고요. 언젠가는 사람들이 제 노래를 들으면 ‘아, 하이니 노래다.’ 라고 단번에 알 수 있을 만큼 제 음악스타일을 찾고 싶어요. 그때까지 발라드 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접하면서 노력과 도전을 게을리 하지 않을테니 지켜봐 주세요.” 퇴근길 또는 늦은 밤에 듣는 블루스가 어울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나른한 봄 오후 햇살을 연상케 하는 카멜레온 같은 목소리의 신인가수 하이니. 2013년에는 대중의 귀를 더욱 행복하게 할 활발한 활동을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하이니의 ‘진짜 음색’이 궁금하다면 그녀가 부른 아델(Adele)의 ‘러브송’(Love song)을 들어보길 강력 추천한다. 하이니가 부른 ‘러브송’ 및 신곡 ‘전설같은 이야기’는 위의 동영상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CJ E&M 제공 글=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영상=손진호 기자 nasturu@seoul.co.kr
  • 서울시립대 총동창회장 정대제씨

    서울시립대 총동창회는 2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2012 서울시립대인의 밤’ 행사를 열고 정대제 스마트CT 회장을 총동창회장으로 선출했다. 한상경 아침고요수목원장과 이건기 서울시 주택조정실장에게 자랑스러운 서울시립대상을, 장종식 부원공업 회장에게 특별공로상을 각각 수여했다.
  • Time in Luther 루터도시 순례기

    Time in Luther 루터도시 순례기

    마틴 루터 Martin Luther 독일의 성직자, 교수. 르네상스와 모더니즘의 방아쇠를 당겼다. 학자들은 그를 두고 마지막 중세를 살았던 인물로 평가한다. 당시 그는 절대 권력을 가졌던 교황청의 면죄부 판매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스타 종교인이었다. 루터가 비텐베르크 성교회에 95개조 반박문을 붙인 지 500년이 되는 2017년까지 루터도시 곳곳에서는 그의 정신을 기리는 축제를 만날 수 있다. 신에서 인간으로 관점의 변화를 가져온 루터의 자취를 좇는 루터도시 순례에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루터도시 순례기 Time in Luther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의 시공간을 찾아갔다. 중세와 근대의 경계를 고스란히 간직한 독일 소도시 여행에서 구도자의 삶을 엿본다. 내가 찾아간 독일은 다시 마틴 루터Martin Luther(1483~1546)의 시대였다. 루터가 살았던, 죽었던, 설교했던, 공부했던, 결혼했던, 세례를 받았던 독일의 튀링겐주와 작센안할트주 일대는 아예 루터도시Lutherstadt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2017년이면 루터가 그 유명한 95개조 반박문을 성당에 못 박은 지 500년이 된다. 독일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축제가 한창이다. 500년이 흐른 지금도 루터가 부지런히 상기되는 이유가 궁금했다. 여정의 끝에서 그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루터로의 시간여행은 시작됐다. 비텐베르크 루터하우스. 각 나라 언어로 제작된 박물관 안내서가 구비돼 있다 ●아이슬레벤Eisleben 루터의 시작과 끝이 만나는 도시 본격적으로 루터의 자취를 좇는 여행은 그가 태어난 아이슬레벤에서 시작됐다. 인구 2만5,000명이 사는 아이슬레벤은 우리나라 폐광촌과 분위기가 흡사했다. 구리 채굴로 번성했던 도시의 과거 영화는 시민 계급의 주택으로만 남아 있을 뿐, 지금은 한적하기만한 시골마을이다. 하지만 이 도시는 매년 찾아오는 50만명의 관광객으로 그리 외롭진 않다. 루터가 태어난, 그리고 죽음을 맞이한 프로테스탄트의 성지라는 점이 그들의 발길을 이끈다. 걸어서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 작은 도시 곳곳에서 루터를 만날 수 있다. 루터는 티셔츠에 머그컵에 부지런히 등장하는 체 게바라처럼 인기 있는 혁명가 아이콘이다. 루터는 갤러리에 걸린 팝아트에도 등장하고 아이들이 갖고 노는 종이 인형의 캐릭터가 되기도 한다. 루터 시대 먹었던 음식을 재연한 이색적인 레스토랑도 인기다. 도시 광장 한복판에 성서를 들고 있는 루터 동상은 빼놓을 수 없는 관광객의 사진 포인트. 라틴어를 읽고 쓸 줄 알았던 소수의 전유물이던 성서를 독일어로 최초 번역한 그의 업적을 기렸다. ‘소수자’로 태어난 루터는 대중의 언어인 독일어를 일부러 배우고 익힌 후에야 번역을 할 수 있었다고 하니 그 시대 계층간의 단절이 새삼 놀랍다. 그가 번역한 성서는 당시 1,000만권 정도 복사된 최고의 밀리언셀러였다. 지식을 독점하면서 우위를 누렸던 성직자들이 루터를 고운 눈으로 봤을 리가 없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루터에 대한 대중의 사랑은 깊어 갔다. 화답이라도 하듯 루터는 현 루터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설교를 한다. 그가 마지막 설교를 했던 상트 안드레아스 키르헤 교회도 예전 그대로다. 부축을 받으며 절뚝절뚝 단상에 올랐을 노성직자가 아른거린다. 교회를 나와 세상에서 첫 번째 박물관으로 탄생한 루터의 생가로 향한다. 루터의 가족이 살았던 집이 복원돼 있다. 방명록에는 심심치 않게 한글이 눈에 띈다. 한국인 성지 순례자가 꼭 들르는 관광지다. 생가 이층에서 창문을 열면 루터가 세례를 받은 상트 페트리 바울리 교회가 눈에 들어온다. 가톨릭 세계관에서 세상에 태어난 생일은 중요치 않았다. 세례를 받은 후에야 그 삶에 비로소 의미가 있었다. 종교인으로서 시발점이자 종결점이 된 이 도시가 유네스코의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이유이기도 했다. 교회에는 아기 루터의 머리를 적신 성수가 담겼던 세례 그릇이 복원돼 있다. 새겨진 문구는 마태복음 28장 19절이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말씀을 실행한 루터는 그 당시 가장 유명한 독일인이 되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아이슬레벤 루터 생가에서 만난 루터 동상. 이곳은 세계 최초의 박물관으로 지정됐다 2 루터를 종이인형으로 형상화한 그림. 루터는 아이슬레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이콘이다 3 루터가 마지막으로 설교한 교회에서 결혼식을 치른 신랑, 신부 ●비텐베르크Wittenberg 근대의 프로메테우스가 되다 루터의 본류를 좇으려면 비텐베르크가 빠질 수 없다. 이곳은 500여 년 전 지구상에서 가장 사상적으로 치열했던 땅이다. 중세 학문의 중심지였던 비텐베르크로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모여들었고 수준 높은 학문이 교류됐다. 루터는 이곳에서 생애 가장 많은 시간, 가장 치열한 한때를 보냈다.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광장으로 향했다. 시청에 내걸린 거대한 루터 현수막 아래로 진짜 루터가 등장했다. 은발의 노신사가 루터와 같은 수도복을 입고 추종자들을 구름떼처럼 몰고 다닌다. 독일식 코스튬플레이인가 싶어 절로 웃음이 났는데 분위기가 사뭇 진지하다. 비텐베르크 시민들도 이제는 그냥 그를 루터라고 부른다는 말에 뒤집어졌다. 당시 루터는 중세의 아이돌이었다. 동경하고 추종하는 자도 많았으니 내가 루터라고 주장하는 가짜 루터들도 출몰할 법했다. 루터가 1511년부터 거주한 수도원은 지금까지 원형이 보존돼 ‘루터하우스’라는 이름의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데 그곳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다량의 루터 초상화다. 젊은 루터, 늙은 루터, 박사모를 쓴 루터, 수도복을 입은 루터 등등 화가들은 쉴 새 없이 화폭에 루터를 담았다. 그를 스타로 만든 결정적인 계기는 다름 아닌 교황청의 면죄부 판매를 조목조목 따지고 든 95개 조의 반박문을 1517년 성교회Castle Church에 못 박은 일이었다. 루터는 거침없었다. 교회의 처사에 부글부글 끓던 사람들에게는 통쾌한 대자보였던 것이다. 가장 강력한 권력 대한 반박문은 종교개혁에 소중한 첫걸음이 됐다. 루터하우스에서 성교회까지, 도시를 가로지르는 길은 도보로 20여 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이 작은 공간 안에서 중세의 매듭이 묶이고 근대라는 시간이 스멀스멀 탄생한 것이다. 그가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루터는 근대의 불을 인간에게 안긴 프로메테우스가 됐다. 그리고 그는 설교로 계속 그 불의 온기를 유지해 나갔다. 그가 최초로 또 2,000회 이상 독일어로 미사를 올렸던 성 마리아 교회의 첨탑이 광장 동쪽으로 삐죽이 솟아 있다. 거칠게 생각해 보면 루터는 역사책 안의 인물에 불과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종교와는 상관도 인연도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일요일엔 교회 대신 백화점으로 향하는 내게도 크리스마스는 가장 신나는 ‘빨간 날’일 뿐이다. 그럼에도 종교를 개혁한 마틴 루터에게 우리는 분명 빚을 지고 있다. 그가 우리의 관심사를 신에서부터 인간으로 되돌린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는 건 거창하다. 다만 구시대의 모순에 하나둘 반기를 들었던 행동들이 모여 역사가 흘러갔다는 것. 우연이든 필연이든 그의 용기 덕분에 근대의 수혜를 입었다는 것. 그게 제일 크겠다. 이제 세상은 신의 계시가 아니라 과학적인 합리성에 의해 돌아가는 듯 보이지만 절대적이라 생각했던 과학도 우리를 구원하지 못하고 있다. 다시 새 질서를 꿈꾸는 이때 독일인은 부지런히 루터를 소환하고 있었다. 다시 개혁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루터도시는 희망의 증거를 내준다. 4 비텐베르크 광장.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걸개가 걸려 있다 5 맥주는 빠질 수 없는 독일인의 문화. 맥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바보라고 말했을 정도로 루터 역시 맥주를 즐겼다 6 비텐베르크는 루터로 꽉 찬 도시 같다 ●밤베르크Bamberg 천년의 낙차를 여행하다 루터가 살았던 중세를 오감으로 느끼기 위해서는 밤베르크만한 곳이 없다. 이름도 생경한 이 도시에 들어서려면 다소 긴 관문을 통과한다. 뮌헨 공항에 내려 세 시간여 기차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일단 이 도시에 다다르면 여독보다 더 강렬한 풍광이 눈앞에 펼쳐지면서 이동의 피로감은 뒷전이 된다. 밤베르크는 수로를 따라 발달한 도시다. 볕에 대기가 달궈지기 전 찬 공기와 만난 수면에 물안개가 피어오르니 그 운치는 몇 곱절로 늘어난다. 시간이 흐르자 밤베르크에는 볕이 가득하다. 조도가 높았다. 워낙 일조량이 적은지라 아이가 태어나면 항우울성 예방주사부터 맞힌다는 독일에서 운 좋은 시작이었다. 골목골목 독일 특유의 목조건물이 즐비하고 알록달록한 색색의 담장을 넝쿨이 따라간다. 약속이나 한 듯 건물 위에 얹은 빨간 지붕 옆으로 너른 포도밭이 펼쳐져 있어 건물과 자연의 보색대비가 도드라진다. 느릿한 걸음으로도 두 시간 남짓이면 도시를 크게 한 바퀴 휘감을 수 있다. 세계대전의 폭격을 피해 간 덕분에 옛 모습을 간직한 도시는 1993년 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하인리히 2세 황제가 신성로마제국 중심지로 가꾼 밤베르크는 일곱 개의 언덕 위에 지어진 도시. 때문에 언덕을 오르내리는 수고쯤은 감내해야 한다. 황홀한 낙차를 즐기며 걸음걸음을 옮기다 보면 밤베르크가 살아있는 고도古都라는 데 공감이 간다. 레그니츠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업을 잇던 어부들의 집 주변으로 상가가 조성돼 있다. 지금도 그곳에는 카페가 들어서 있고 아기자기한 기념품점이 늘어섰다. 꽤나 낡아 보이는 집들도 아직 짱짱한 현역이다. 밤베르크 사람들은 고작 몇백년 된 건물이라고 받아친다. 우리 같았으면 당장 ‘진입금지’를 뜻하는 펜스부터 둘렀을 법한데 10세기에 조성된 이 도시는 현대적인 기능까지 돋보인다. 겹겹이 쌓인 지층처럼 천년의 시간 위에 현재의 삶이 덧입혀진 모습이 아름답다. 과거를 기억하는 건 비단 도시만이 아니다. 사람도 그렇다. 선조의 문화를 고집스럽게 이어가는 이들이 밤베르크 여행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가장 유명한 곳은 슈렝케를라Schlenkerla로 불리는 양조장. 밤베르크에 있는 8개의 맥주 양조장 중에 가장 오래된 곳이다. 얼큰하게 취해서 비틀비틀 걷는 모양이라는 뜻의 의태어가 가게 이름이 됐다. 지금도 아버지의 아버지가 마시던 맥주를 마시려는 애주가들로 슈렝케를라 앞은 북적거린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의 맥주 맛은 한번 맛보면 절대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다. 훈증을 거친 몰트로 맥주를 빚기 때문에 ‘훈제맥주’로 불리는 맥주는 구운 치즈와 같은 향을 가졌다. 짙은 훈제맥주로 목을 축일 수 있는 건 밤베르크 여행의 색다른 묘미다. 6대째 가업을 이어가는 현 주인은 자부심으로 똘똘 뭉쳤다. 훈제맥주는 ‘적어도 세 잔은 마셔야 진가를 알 수 있다’며 완벽한 궁합을 이루는 안주를 공수한다. 맥주는 인류가 천년을 이어온 고급문화의 정수라며 문명이 있는 곳에 술이 있다고 한다. 옛 맛을 기억한 손님이 다시 찾아와 줄 때 가장 행복한 것은 물론이다. 그의 말처럼 이곳의 맥주는 마시자마자 기억을 환기시키는 ‘리퀴드 타임머신’이라고 불러도 좋을 법했다. 덕분인지 밤베르크 성인의 맥주 섭취량은 독일 내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성인 한 명이 연중 288L의 맥주를 마신다고 하니까. 중세부터 지금까지 밤베르크 사람들은 “맥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바보다”라고 외쳤던 루터의 ‘명언’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밤베르크의 맥주로 미각을 깨웠다면 이제 영혼을 깨울 차례다. 밤베르크의 역사는 건축물로 상징된다. 구시가지 중심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는 노란빛 구시청사가 위태롭게 자리했다. 반면 도시 어디에서나 눈에 들어오는 언덕 위 황제의 대성당Imperial Cathedral과 성미카엘교회St.Michael’s Church는 위풍당당하다. 이 건축물들의 대비가 정치와 종교의 투쟁을 겪어 온 유럽의 역사를 드러낸다고 하면 오산일까. 지금도 밤베르크 시민의 90%는 가톨릭을 믿고 있을 만큼 구교의 위세는 예부터 대단했다. 언제나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시선이 맞닿는 곳에 대성당과 교회를 지었고 교회 내부 또한 화려하게 꾸몄다. 성경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곳이 천국임을 끊임없이 설득해야 했다. 가장 쉬운 방법은 금은보화로 교회를 치장하는 것이었다. 밤베르크 교회는 더 나아가 그 당시 가장 희귀했던 식물 578가지를 천장에 수놓았다. 중세 유럽에 처음 전파된 토마토도 보인다. 값지고 아름다운 모든 것은 교회에 있었다. 종교는 교회만큼 아름다운 사후세계를 사람들에게 보장했다. 하지만 교회의 절대적인 권력에 슬슬 금이 가는 현상이 벌어졌다. 시청사 부지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주교는 한뼘의 땅도 허락하지 않았던 탓에 시민들은 교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 한복판에 인공섬을 만들었다. 주교의 소유권이 강을 경계로 끝난다는 데 착안한 묘수였다. 조금씩 눈뜨기 시작한 시민의식이 한데 모아져 보란 듯이 인공섬 위에 시청을 세웠던 것이다. 그제야 강 위에 지어진 밤베르크의 구시청사를 아끼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함께 싸워서 얻어낸 성지와도 같았다. 그래서 지금껏 밤베르크의 랜드마크는 교회와 성당이 아니라 낡은 시청사다. 절대적이었던 명령에 반기를 들었던 사람들이라…. 중세와 근대의 경계에 있는 도시 어디에서든 루터의 흔적이 보였다. 껑충 시간을 뛰어넘은 여행자에게 밤베르크는 루터 여행을 매듭짓기에 완벽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모던 아트와 결합된 황제의 대성당 2 실제로 운행되는 증기기차. 밤베르크와 쌍둥이 도시인 퀘들린부르크에서 탑승할 수 있다 3 7개의 언덕 위에 지어진 밤베르크. 천천히 골목골목을 걷기 좋다 4 슈렝케클라에서 훈제 맥주와 맛보는 전통음식 글·사진 양보라 기자 취재협조 독일관광청 www.germany.travel/kr 02-773-6430 ▶travie info 밤베르크 비어 투어 맥주가 없는 밤베르크는 앙꼬 없는 찐빵과 같다. 비어 투어는 가이드와 함께 도시 내 양조장을 돌며 밤베르크의 맥주를 마음껏 맛볼 수 있는 프로그램. 2013년 12월까지 운영된다. 밤베르크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출발한다. 비용 1인당 20유로 문의 0951-2976-200 홈페이지 www.bamberg.info ●Travel to Lutherstadt 루터 도시 기행 루터를 더 깊숙이 체험할 수 있는 루터의 도시들 아이제나흐Eisenach 루터가 학생 시절 머물렀던 아이제나흐에는 1483년부터 1501년까지 루터가 살았던 집이 남아 있다. 루터의 집은 이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 중 하나. 멋진 담장이 인상적이다. 학창시절을 보여 주는 전시품을 통해 루터의 과거를 엿볼 수 있을 뿐더러 현대적인 전시관에는 멀티미디어 기술로 종교개혁을 재현해 놨다. 에어푸르트Erfurt 독일의 중부지방에 위치한 에어푸르트는 오늘날 튀링겐주의 주도다. 중세 도심 가운데 독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구시가가 인상적. 구불구불한 골목과 광장이 있어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마리아 성당과 세베루스 교회가 만들어내는 앙상블이 돋보인다. 중세시대 종 중에서 가장 크기가 큰 ‘글로리사’도 볼 수 있다. 매년 11월10일 수천명의 에어푸르트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대성당 광장에서 마틴 루터의 생일을 축하한다. 슈말칼덴Schmalkalden 섬세하게 복구된 중세 목조 건물들과 뾰족한 계단 모양 지붕이 있는 석조 건물들, 후기 고딕 양식의 성게오르그교회, 르네상스 시대의 빌헬름스부르크성이 도시의 역사를 전해 준다. 슈말칼덴의 군주였던 필립 폰 헤센은 최초의 개신교 선제후 중의 한 사람으로, 카를 5세에 맞서던 인물. 16세기 독일 및 유럽 역사에서 쟁점이 됐던 도시다. 토어가우Torgau 마틴 루터는 “토어가우의 건축물들은 그 아름다움에서 모든 고대 건축물들을 능가한다”고 평했다. 토어가우에는 르네상스와 후기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옛 건물들이 500여 곳 정도 남아 있는데, 이 수많은 문화유산 건축물들은 서로 잘 조화를 이루며 세계적인 수준의 건축술을 보여 주고 있다. 루터의 아내 카타리나 폰 보라의 무덤이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루터 도시로 Rail & Fly 밤베르크에서 가장 가까운 국제공항은 뮌헨공항, 아이슬레벤과 비텐베르크에서는 베를린공항이다. 루프트한자가 뮌헨과 프랑크푸르트에 각각 주 6일, 주 7일 운항하고 있다. 베를린까지는 루프트한자 국내선을 이용할 수 있다. 루프트한자 국제선과 독일철도를 연계해 사용할 수 있는 Rail & Fly 티켓 서비스도 편리하다. 독일 내 모든 기차역에서 독일 국제 공항까지 이동하는 티켓이 편도 25유로, 왕복 50유로부터 제공된다. 루프트한자 한국어 사이트에서 예약할 수 있다. www.lufthansa.com 1 밤베르크에 있는 어부들의 집. 중세 목조 건축의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2 성당에 현대적인 조각을 함께 설치한 독일인들의 부러운 감각 3 고요하고 평화로웠던 중세 독일 기행. 골목길마다 작은 탄성이 이어진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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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승진 <법원이사관>△대구고법 사무국장 권오복△특허법원 〃 김찬규<법원부이사관>△법원행정처 사법등기심의관 최충식 김영선△법원공무원교육원 사무국 모경필△부산가정법원 사무국장 노필호△제주지법 〃 나채찬△수원지법 사무국 권중탁△광주지법 사무국 박종희<법원서기관>△법원행정처 김용필△법원공무원교육원 최용택△양형위원회 도형기△대전고법 신철재△대구고법 정호길△서울중앙지법 오태훈 이현규 이의랑 추천엽 이소영 김선형△서울남부지법 권영민△의정부지법 김규문 정동찬 김상현 정종선 노학균△인천지법 당선증 김형남 김오균△수원지법 유영도 이상신△춘천지법 박만식 이병욱 서용일△대전지법 함낙원 김주호△청주지법 이경순 배창현 전재권△대구지법 이동기 이종락 이광희 안소율 박종식 김영록 윤성자 이자봉△부산지법 김형수 장문규 옥동건 박종일△부산가정법원 임경호△창원지법 정오석 김광석 한동환 김성훈 이영기△광주지법 양동길△제주지법 노기형△울산지법 박장배△창원지법 권병희 권삼천△전주지법 선주태△법원행정처 조효주 문귀환<기술서기관>△법원행정처 김남필◇전보△법원행정처 재판사무국장 최환열<사무국장>△법원공무원교육원 구연모△법원도서관 김금남△서울가정법원 황성호△서울남부지법 김용안△대전지법·가정법원 천안지원 박도철△청주지법 윤기환△울산지법 김은숙△광주지법 김종혁<법원서기관>△법원행정처 배은석 김병길 김흥규 정동린△법원공무원교육원 김주완 고요원 조정근 이종연 김가나△법원도서관 김경운 이래홍△서울고법 김진국 권문자 인치영△광주고법 노덕생△서울중앙지법 이상순 김병석 민국식 조순희 박문양 이석범△서울가정법원 정성희 홍승옥 김호욱△서울동부지법 민동원 조성묵 국정식 이헌기 곽남구△서울남부지법 오성남 최영철△서울북부지법 서영식 김기록 김용식△서울서부지법 이혜란 강승종 김성원△의정부지법 백종홍 손영철△인천지법 김필수 박희국 한재필 김강건△수원지법 유재균 김진수 조동철 윤영재 원진희△춘천지법 이규철 류시청△대전지법 이택우 정찬주△대구지법 황복인△창원지법 원경섭△광주지법 정희태 문충현△전주지법 김종진△서울중앙지법 김세경 안달용△서울남부지법 이종언 신민권△수원지법 안재후 이상영 최재광△대전지법 김영준△부산지법 박헌호 정병화△울산지법 이점욱△창원지법 이윤태 ■방송통신위원회 △정책관리담당관 권병욱△편성평가정책과장 곽진희△국립전파연구원 지원과장 위관식△중앙전파관리소 지원과장 김택주△〃 전파운용팀장 최승만△서울전파관리소 운영지원과장 강도성◇팀장△방송정책기획 손승현△네트워크정보보호 이승원△심결지원 장대호△시장분석 우영규△홍보기획 임정규 ■우정사업본부 △감사담당관 김윤기△우편정책과장 이동명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사업본부장 이철희△체육과학연구원장 정동식 ■대한불교 천태종 △종의회 사무처장 갈웅◇부장△총무 월도△교무 도웅△교육 갈수△재무 월중△사회 보광△규정 갈지 ■LS그룹 ◇승진 <부사장>△예스코 대표이사 CEO 노중석△LS-니꼬동제련 해외사업부문장 전승재<전무>△LS전선 중국전력사업담당 겸 LSHQ법인장 김선국△가온전선 영업본부장(CMO) 천성복△E1 재경본부장(CFO) 윤선노△E1 수급본부장 최영철△LS네트웍스 경영지원본부장 안경한<상무>△㈜LS 경영관리부문장 한상훈△LS전선 소재사업부장 진충제△LS전선 해양사업부장 이인호△LS전선 어플리케이션센터 연구위원 김동욱△LS산전 태양광솔루션사업부장 신동진△LS-니꼬동제련 CFO 김환우△LS-니꼬동제련 중국사업부장 구본혁△LS엠트론 중앙연구소 연구위원 신현철△E1 지원본부장 강정석△E1 영업본부장 박영문△LS네트웍스 프로스펙스사업본부 상품기획담당 홍진표◇신규 선임 <부사장 전입>△LS네트웍스 신규브랜드본부장 이경범<전무 전입>△LS산전 CSO부문장 최민구<이사 선임>△LS전선 구미/인동 주재임원 박원규△LS전선 글로벌비즈니스그룹장/CGMO 김종원△LS전선 CAE기술그룹장 연구위원 김원배△LS산전 HVDC연구실장 연구위원 정용호△LS산전 전력시험기술센터장 연구위원 김영근△LS-니꼬동제련 생산담당 유경△LS엠트론 중국지역부문장 겸 LSMW법인장 김인찬△LS엠트론 생산기술센터 연구위원 이현구△가온전선 경영지원/구매부문장 정현△가온전선 전략/재경지원부문장 주완섭△E1 운영부문장 송연복△LS네트웍스 브랜드전략담당 차연수△LS네트웍스 글로벌사업본부 자원원자재담당 이장호◇이동△LS-니꼬동제련 CSO 박희석△LS전선 중국사업개발담당 신용민 ■동방그룹 ◇승진 <동방>△상무 정운건△상무A 이광섭 하종열 김명학 이정헌△상무보 김순규 송종복 최수웅<광양선박>△상무A 류광식 이경희
  • 대선 패러디 열풍 왜?

    지난 10일 밤 생중계된 대선 후보자 2차 TV토론회가 끝난 뒤 ‘@sotkfkdahfos’란 아이디를 쓰는 트위터리안(트위터 이용자)은 아래와 같은 트위트를 올렸다. “이정희: 세금을 내셨습니까?/ 박근혜: 예전에도 답했지만…/ 이정희: 내셨습니까?/ 박근혜: 과거의 일이고…/ 이정희: 내셨냐고요./ 박근혜: 이건 현실성이 없는….” 이는 TV 토론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겨냥해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이후)기업 회장에게 무상으로 받은 성북동 집에 대한 세금을 냈느냐.”고 질문하며 박 후보의 세금 납부 문제와 고소득층의 증세를 연계시켰던 상황을 풍자한 것이다. 지상파 3사를 통해 생중계되는 대선 후보자 TV토론회가 열릴 때마다 네티즌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관전 평과 패러디물을 쏟아내며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 주로 TV 토론에서 이 후보가 박 후보를 향해 네거티브 공세를 펼치는 상황과 이에 대응하는 박 후보의 모습, 그리고 두 여성 후보 사이에서 어쩔 줄 모르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빗댄 것들이다. 영화 포스터를 이용한 패러디물을 비롯해 후보 간 웃지 못할 언쟁이 담긴 장면들만 편집한 ‘토론회 전설 영상’, 대화체로 정리된 ‘토론 관전평’ 등 종류도 다양하다. 두 여성 후보 간의 격렬한 논쟁이 1차에 이어 2차 토론회까지 이어지자 트위터리안 @NudeModel은 “문재인 좀 안 나오면 안 되나. 문재인만 끼면 싸움이 토론되잖아.”라는 글을 남기며 두 여성 후보 간의 격렬한 논쟁이 지루하게 이어지는 상황을 비꼬기도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가수 임재범의 노랫말을 빌려 “내 거친 생각과~(이정희), 불안한 눈빛과~(박근혜), 그걸 지켜보는~(문재인)…전쟁 같은 토론”이라고 평가했고, SBS 프로그램 짝을 패러디한 분석도 눈에 띄었다. 대선후보와 관련된 각종 패러디물이 속출하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정치적 허무주의 ▲새로운 세대 및 매체의 출현 ▲높아진 정치적 관심도 ▲정치의 엔터테인먼트화 등의 키워드를 내걸며 나름의 분석을 내놓았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대선 후보 간 TV 토론회 이후 속출하는 패러디물은 한국 사회의 정치적 허무주의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각 후보를 등장시킨 패러디물은 정치의 실패, 정치가 해결해주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조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패러디물을 통한 정치인의 신랄한 비판과 풍자는 국민의 정치적 관심도와 지식 수준이 비교적 높다는 것을 증명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서 “특히 새로운 세대와 SNS라는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면서 정치를 엔터테인먼트로 승화시키는 새로운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의 한 과정”이라면서 “과거 외면시됐던 대선 후보들의 TV 토론회가 토론회 그 자체에서 그치지 않고 패러디물을 양산하며 모든 세대에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이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한편 트위터가 11일 공개한 2차 대선 후보 TV토론회에 대한 실시간 트위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2차 토론이 이뤄진 10일 대선 관련 트위터 멘션 수는 91만 9400건을 기록했다. 이는 1차 토론보다 약 7만 5000건 증가한 것이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피플 인 스포츠] K리그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강원 입단 이준엽

    [피플 인 스포츠] K리그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강원 입단 이준엽

    “제 이름이 안 불리면 표정 관리하기가 어려울 것 같더라고요.” 2013년 프로축구 K리그 신인선수 선발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쥔 강원의 김학범 감독으로부터 지명된 이준엽(22)이 11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날의 얼떨떨함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죽했으면 그는 드래프트가 진행된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그랜드힐튼호텔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그만큼 기대하지 않았다는 얘기. 그런데 덜컥 전체 1순위로 뽑힌 것. ●대학시절 김학범 강원 감독과 인연 이준엽은 “뽑혀도 간신히 지명될줄 알았는데…. 저를 믿고 뽑아준 감독님 은혜에 꼭 보답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실 김 감독과의 인연은 만만찮다. 명지대 2학년이던 지난 2010년 김 감독의 눈에 들어 지난해 김 감독이 지휘하게 된 중국 허난 전예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김 감독이 취임 5개월 만에 성적 부진으로 물러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프로 초년병이라 더욱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감독님이 떠났다고 해서 대책없이 그만둘 순 없었다. 하지만 너무 힘들었다. 기억이 흐릿하지만 1년 동안 뛴 경기 수는 10경기 안팎에 불과하다.”고 털어놓았다. 중국어도 익히지 않은 상태에서 진출한 것이 화근이었다. 조 본프레레가 지휘봉을 잡은 뒤 출장 기회는 더욱 줄었고 결국 올해 초 실업축구 내셔널리그 인천코레일로 둥지를 옮겼다. 새 팀에서 18경기 1골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지만 경고 누적으로 빠진 플레이오프를 제외하고 포스트시즌 4경기에 모두 선발 출격, 팀의 리그 우승에 기여했다. 울산 출신인 그는 “학성초등학교 3학년 시절 그냥 축구가 좋아 시작했다. 학성중·고를 거치면서 나이키배 준우승, 마산MBC배 우승 등을 하며 축구의 맛을 느꼈지만 이렇다 할 수상 경력은 없었다.”고 겸연쩍어했다. 그는 말끝마다 “제가 말 주변이 너무 없죠. 정말 내세울 것이 없어서 그래요.”라고 말했다. ●“내세울 것 없는데… 몸싸움은 자신” 김 감독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쓸 생각인데 볼키핑이나 저돌적인 움직임이 좋다. 패스만 한 템포 빠르게 다듬으면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다. 프로 경험이 있어 다른 팀에서 자유계약이나 우선지명으로 데려갈 줄 알았는데 운 좋게 우리가 잡았다.”며 제자를 챙겼다. 184㎝, 84㎏의 다부진 체격을 가진 이준엽은 “몸싸움은 자신 있다. 들이미는 것이 장기라면 장기”라며 웃었다. 가까스로 1부 리그에 잔류한 팀에 몸담게 된 소감을 묻자 “제 밥그릇 챙기기도 힘들 것 같다. 출전 기회가 생기면 열심히 하는 수밖에 다른 길은 없다. 박지성 선배처럼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선발 기회도 많이 생길 것이고, 자연적으로 성적도 좋아져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되물었다. K리그의 강등 싸움은 내년에도 이어져 13위와 14위 팀은 2부 리그로 내려가고, 12위 팀은 2부 리그 우승팀과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의 플레이오프를 치러 1부 리그 잔류 여부를 결정한다. 이준엽이 그 힘겨운 싸움에 나설 강원에 보탬이 될지 주목된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이준엽은 누구] ●생년월일 1990년 5월 21일 출생 ●체격 184㎝, 84㎏ ●출신학교 학성초-학성중-학성고-명지대 ●가족 부모와 1남 2녀 ●경력 중국 허난 전예(2011년), 내셔널리그 인천코레일(2012년), 2013 K리그 신인드래프트 1순위 강원FC 지명
  • [대선 2차 TV토론] “朴 현실개념 필요해 李 토론개념 필요해 文 존재감이 필요해”

    대선 후보들 간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진 2차 TV토론에 대해 네티즌 역시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세 후보가 자기 말만 하고 상대방의 말은 듣지 않는 ‘불통의 토론’이었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한 네티즌은 “후보끼리 소통이 안 되는데 국민하고는 소통이 될까.”라고 총평했다. 트위터 사용자 Bab****는 “세 후보 모두 논지에서 벗어나 토론에 집중하기가 불편했다.”고 말했다. 문 후보의 존재감도 여전히 입방아에 올랐다. crea******는 “이정희 후보에게 필요한 건 토론 개념이고, 박근혜 후보에게 필요한 건 현실 개념이며, 문재인 후보에게 필요한 건 존재감 같다.”고 꼬집었다. 이 후보의 계속된 공격에 대한 평가도 이어졌다. twit****는 이 후보가 박 후보에게 최저임금을 아느냐고 꼬치꼬치 묻는 모습에 대해 “TV토론이 청문회도 아니고 기억력 테스트도 아니다.”며 “중요한 건 대선 후보의 국정 철학과 비전, 구체적인 계획과 준비가 아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반면 박 후보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지하경제 활성화’로 말한 것에 대해서는 appl********는 “마약하고 총기 합법화하고 싶다는 말을 근사하게 돌려서 하네.”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에 “오늘 토론, 박근혜 후보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죠. 일단 정책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고, 공약집 달달 외워서 발언하다가 추가 질문이 나오면 바로 버퍼링이 걸리면서 동문서답을 했죠. 박근혜 후보의 참패입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안철수 전 대선 후보 캠프에서 정책기획실장을 맡았던 이원재씨도 트위터에 “박근혜 후보님,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서 나라 곳간을 채웠다고요? 일단 무슨 말씀 논리 이해 불가. 이정희 후보가 제대로 답하네요. 재벌 규제 풀어서 재벌 곳간 채워 놓고 무슨 소리냐고.”라며 박 후보를 비판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도 “박근혜는 재벌 총수의 부담과 기업 자체의 부담을 혼동하고 있다. 문재인의 지적에 박근혜 당황! 경제 어려운 시기란 말만 반복”이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반면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액수의 차이야 있겠지만, 박정희 대통령, 전두환 대통령 시절 금일봉 받고 증여세 안 낸 수많은 과학자·기술자·스포츠스타·가수 등 애국 인사들 전체를 다 문제 삼고, 청문회 개최해 단죄하겠다면 말이 되죠. 그 시대 통치 문화였어요.”라며 박 후보를 옹호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위산의 정체

    위산은 매우 강한 체액입니다. pH 2 정도이니 강산이지요. pH 2가 어느 정도냐고요? 사람의 혈액은 일정하게 pH 7.4 정도의 산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 하다가 이 산도가 낮아져 pH가 7.5∼7.6이 됐다고 칩시다. 그러면 체내에서는 알칼로시스 반응이 일어나 사람이 곧 죽고 맙니다. 반대로 산도가 높아져 pH가 7.3∼7.2가 되어도 마찬가집니다. 이번에는 애시도시스 반응으로 목숨을 잃게 됩니다. 이 정도이니 위산의 산도 pH 2가 얼마나 위력적인지 짐작할 수 있겠지요. 이런 걸 보면 인간은 몸 안에서 독극물을 생산하며 사는, 아주 독한 동물임에 틀림없습니다. 이 정도의 위산에 닿으면 어지간한 세균은 금방 죽습니다. 음식이 이런 위산과 뒤섞이면 오랜 시간 장 속에 머물러도 상하지 않습니다. 강한 위산이 음식을 소독해 적어도 위장관에서는 부패가 진행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이런 위산 속에서도 살아남는 무서운 박테리아입니다. “세상에, 하찮은 박테리아가….”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박테리아는 나름의 방어체계를 갖고 있습니다. 요소 분해효소를 스스로 생산하는 이 박테리아는 덕분에 주변의 요소를 암모니아로 바꿔 위산의 공격을 막아내지요. 아시다시피 암모니아는 염기성 물질이어서 산성인 위산을 쉽게 중화시킵니다. 이런 위산이 가끔 역류해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위장은 위산에 잘 견디지만 식도는 그렇지 못해 마치 타는 것 같은 통증이 엄습합니다. 위산이 식도 내벽을 태워 상처를 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위산이 식도를 자꾸 건드리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작열감의 고통도 크지만 목소리 변성은 물론 식도암의 원인이 되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권합니다. 위산이 자꾸 식도로 넘어오거든 전문의를 찾아 어떻게 해야 좋을지 한번쯤 묻는 게 현명한 일입니다. 고통도 한두 번 겪다 보면 익숙해져 “원래 그러는데, 뭘.”이라며 가볍게 여기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세상만사가 불여튼튼’이라고 했습니다. 문제가 있는데도 자꾸 지나치면 고통은 당연히 커지니까요. jeshim@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오래된 지혜’ 펴낸 신화학자 김선자 교수

    [저자와 차 한 잔] ‘오래된 지혜’ 펴낸 신화학자 김선자 교수

    동양과 서양의 신화(神話)는 여러 면에서 차이점이 많다고 한다. 그리스·로마신화를 비롯한 서양의 신화들이 주로 인간의 근원적 탐욕을 비추고 있다면 동양의 신화는 대개 협력과 합심을 통한 공동체의 안녕과 질서를 담고 있다. 그 속성의 차이는 살아가는 환경과 사회적 배경의 다름이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신화는 ‘옛 사람들이 후대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란 점에서 공통의 맥이 통한다. 연세대 김선자(55) 교수는 그 신화의 묘미에 흠뻑 빠져 사는 독특한 인물이다. 지난 10여년간 동아시아 소수민족들이 간직해 온 신화를 발굴해 그 속의 메시지를 건져내는 작업을 벌여 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신화학자’다. 그 작업의 결실로 펴낸 ‘오래된 지혜’(어크로스 펴냄) 역시 요즘 사람들이 잊고 살지만, 되새김 직한 삶의 소중한 가치를 전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처음 신화에 흥미를 갖고 덤벼들기 시작했을 때는 문헌적 접근에 치우쳤던 것 같아요. 그런데 꼼꼼히 들여다보니 중국 소수민족의 신화들이 국가와 민족주의에 이용되는 경향이 짙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요.” 그래서 소수민족 사람들을 직접 만나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지난 10여년간 그 현장을 돌며 체험해 오고 있다. “놀랍게도 그 신화는 박제된 옛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생활 속에 이어지고 있는 산 교훈이었어요. 그네들의 제의며 풍습, 일상에 여전히 남아 있으니까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많은 서양 신화 속 주인공들은 정복과 통치의 영웅으로 드러난다. 김 교수가 만나고 파악한 동아시아 소수민족들의 신화 속엔 그 정복과 압제의 다스림 대신 소통과 희생이 짙게 깔렸단다. 그리고 김 교수가 알아낸 그 소통과 희생의 바탕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공존의 철학이다. “척박하고 거친 땅에서 살아가면서도 그들은 자연과 생태를 훼손하지 않으려 부단히 애를 씁니다. 마을 뒷산의 나무 한 그루를 베어 낼 때도 경건한 의식을 치르고, 땅을 파헤칠 때면 꼭 다시 흙으로 덮어줘야 한다고 믿지요.” 현대인들은 그 노력을 미신이나 오래된 종교의 흔적으로 볼 수 있을 터. 하지만 김 교수는 그들의 몸짓과 습관을 오랜 세월 축적돼 온 배려와 공존의 지혜로 본다고 강조한다. “고대 그들의 먼 조상들도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차원에서 자연과 환경을 무시한 채 훼손하는 시행착오를 숱하게 겪었을 테지요. 그래서 돌아오는 재앙도 적지 않았을 것이고요. 그들의 신화는 그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교훈과 다름없다고 봐요.” 그들 소수민족이 지금도 새와 쥐에게 먹을 것을 남겨주는 배려의 풍습은 우리에게도 스며 있다. 감나무에 까치 몫으로 남겨두는 감이 그 배려와 닮았다. 그래서 소수민족들의 신화에 담긴 순기능과 역기능의 교훈은 우리도 눈여겨볼 대목이 많단다. “흐르는 물을 억지로 제어하기 위해 무리하게 댐을 쌓았다가 대 재앙을 만난 신화 속 사례는 벌써 후유증이 일고 있는 우리의 4대강사업을 다시 보게 만들지 않나요.” 타고 다니는 차와 살고 있는 집의 크기에 따라 능력과 수준이 저울질되는 세태. 그 무한경쟁의 살벌한 현실에서 ‘나눔과 배려를 보라.’는 외침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강의를 할 때 많은 학생들이 그 나눔과 배려엔 공감하지만 과연 그렇게 살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는 김 교수. 그래서 그 소수민족들의 신화에 담긴 ‘오래된 지혜’가 더 빛이 나는 것 아니냐며 웃는다. “아직도 미처 만나지 못한 소수민족 사람들이 많아요. 동아시아 소수 민족들의 신화에 담긴 추악한 인간 본성을 끄집어내 거꾸로 소중한 가치를 되돌아보게 하는 작업을 생각 중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런 사례를 별로 찾지 못한 것 같아요.”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한혜진 “CF 끊겨도 겁나지 않아요… 젊은 세대도 그날을 알아야죠”

    한혜진 “CF 끊겨도 겁나지 않아요… 젊은 세대도 그날을 알아야죠”

    친구들은 일찌감치 TV 드라마 주역으로 데뷔했다. 은광여고 동기 송혜교, 서울예대 동기 손예진이 그랬다. 여고시절 ‘얼짱’으로 소문났던 그는 더뎠다. 10여편의 드라마·영화에서 단역과 조역을 거쳐 2005년 ‘굳세어라 금순아’, 이듬해 ‘주몽’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시청률 잘 나오는 작품을 하려고 1년 반을 고른 ‘떼루아’(2008)는 시련을 안겼다. 역대 SBS드라마 최저 시청률 톱5에 꼽힐 정도. “너무 부끄러웠다. 드라마가 부끄러운 게 아니라 잘못된 선택 기준이 부끄러웠다. 인기가 아니라 내공을 쌓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목표를 바꾸니 시청률, 인기, 다른 배우와의 비교가 다 보잘 것 없었다.”(지난 10월 원더우먼페스티벌 강연 중) 그래서 택한 작품이 범죄스릴러 ‘용서는 없다’였다. 심지어 강력반 여형사 역할. 드라마로 데뷔한 20대 여배우들이 멜로나 로맨틱코미디로 충무로 연착륙을 노린 것과는 다른 행보였다. 1980년 광주에서 어머니와 아버지, 누이를 잃은 유가족들이 뭉쳐 연희동 ‘그사람’을 단죄하는 영화 ‘26년’(작은 사진)에 한혜진(31)이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사람들은 또 놀랐다. 물론, 그는 ‘예쁜 척하는’ 역할을 맡은 적은 없었다. ‘굳세어라 금순아’에선 과부였고, ‘가시나무새’에선 고아에 미혼모였다. ‘제중원’에선 백정 출신과 사랑에 빠졌고, ‘주몽’의 소서노 역시 운명을 개척하는 능동적 캐릭터였다. “아픔이 있는 캐릭터에 묘하게 끌린다.”고 했다. 그래도 ‘26년’은 달랐다. 자칫 의식 있는(?) 배우로 낙인 찍히면 잃을 게 더 많다. 토크쇼 ‘힐링캠프’ 공동진행자로, 광고 모델로 잘나가고 있는 그가 민감한 소재 탓에 제작이 불투명한 영화에 왜 출연을 결심했을까. “2008년 (김)아중이랑 류승범 선배가 캐스팅됐다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무산됐더라고요. 올 초에도 투자가 잘 안됐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러다 진구씨가 캐스팅됐고, 여배우는 미정이란 기사를 봤죠. 나한테 왜 연락이 안 올까란 생각을 하다가 깜빡 잠들었어요. 낮잠에서 깨니 전화가 왔어요. ‘26년’ 시나리오가 들어왔다고. 소름이 쫙 끼치던걸요.” 처음 시나리오를 읽던 순간은 지금도 생생하다. “가슴이 뜨거웠어요. 평생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없을 것 같았죠. 조급했어요. 못 하게 될까 봐. 회사에서 시나리오를 건네주긴 했지만 정치적인 것에 연루되고 오해를 살까 봐 걱정된다고 만류했어요. ‘CF 안 해도 되냐’고도 했죠. 그래서 안 해도 된다고 했어요. 뭘 걱정하는지 알겠는데 안 무섭다고. 하하하.” 그는 1980년 광주를 겪지 못한 세대다. 캐스팅이 확정되고서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오월애’ 등 다큐멘터리와 ‘PD수첩’ 등 시사다큐를 찾아서 봤다. “솔직히 무지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뒤에야 자료를 찾아봤다. 너무 끔찍했다. 관련자료를 보는 내내 분노가 끓어올랐다.”고 했다. 한혜진이 맡은 심미진은 1980년 5월 계엄군 총에 어머니를 잃었다. 술독에 빠져 살던 아버지마저 연희동에서 분신자살을 했다. 국가대표 사격선수 경력을 살려 ‘그 사람’을 제거하는 거사에서 저격을 맡는다. 그는 “미진은 잃을 게 없어서 무서울 것도 없는 아이다. 얘가 왜 사격선수가 됐을까 생각해 봤다. 모든 여건이 미진이를 침묵하게 했다. 그래서 미진이가 한발, 한발 총을 쏘면서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을 토해내려 했던 건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4㎏이 넘는 개량 M16 소총을 분신처럼 다뤄야 하는 터라 크랭크인 전부터 사격훈련을 받았다. 조준과 격발 자세만큼은 제대로 하고 싶었다. 그는 “총에 모래주머니를 매달아 5분을 버티고, 또 10분을 버티는 훈련을 했다. 덕분에 승모근이랑 팔 근육은 지금도 남아 있다.”며 웃었다. 장면 대부분을 스턴트맨 도움 없이 직접 소화했다. 도로 한복판에서 ‘그 사람’이 탄 차량을 저격하려다가 총이 과열돼 폭발하는 장면을 찍을 땐 아찔했다. “스턴트맨이 할 줄 알았는데 감독님이 직접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용증명 보낼 거예요’라고 흘겨보고는 제가 찍었죠. 나중에 액션배우 할까요. 하하하.” ‘26년’은 그에게 평생 남을 작품임에 틀림없다. “80년 광주만 아니었다면 건강하고 밝게 자랐을 미진에게는 슬픔과 함께 당차고 밝은 기운이 공존해야 했다. 혜진씨에게 그 느낌이 있었다.”는 제작사 청어람의 최용배 대표 말처럼, 한혜진은 더도 덜도 말고 미진이었다. 그는 영화가 관객에게 어떻게 읽히기를 바랐을까. “잊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다시는 이런 일 있으면 안 되잖아요. 여태껏 살기 바빠서 관심 밖이었던 게 내내 죄송했어요. ‘살아도 살 수 없는 삶인 걸 아시잖아요’란 주안(배수빈)의 대사처럼 아직도 고통받고 괴로워하는 분들이 계세요. 세월이 흘러 잊히면 얼마나 아프고 고통스러울까요. 젊은 세대들도 그날을 알아야죠.” 한혜진은 지난달 2일 부친상을 당했다. 몸도 마음도 온전치 못할 텐데 ‘힐링캠프’ 녹화와 ‘26년’의 지방 인사, 인터뷰까지 강행군이다. “차라리 다행이에요. 짬이 나면 슬픔이 주체가 안 되는걸요. 아빠한테 꼭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아쉽죠. 막내딸이 하는 일이면 뭐든 기뻐하셨던 분이에요. 배우가 될 때도 그랬고, ‘26년’을 선택하고서도 가장 많이 응원을 해주셨어요. 담양에서 자랐고, 전남대를 나오셨어요. 보셨다면 자랑스러워하셨을 텐데….” 어느덧 데뷔 11년차다. 나이란 어떤 무게로 다가올까. 한혜진은 “여배우는 역시 서른부터”라며 웃었다. “20대에는 ‘주몽’처럼 대박이 나도 기쁜 줄을 몰랐다. ‘더 높이, 더 높이’ 위치에 대한 욕심만 냈다. 서른을 넘어서면서 여유도 생기고 기쁨도 누릴 수 있게 됐다. 예능이든 드라마나 영화, 강연이든 경험을 쌓고 싶다. 물론, 인기 욕심은 버렸지만 연기에 대한 갈증은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피플 인 스포츠] 스포츠클라이밍 김자인[동영상]

    [피플 인 스포츠] 스포츠클라이밍 김자인[동영상]

    ‘나비’로 느껴졌는데 암벽에 달라붙으니 ‘거미’로 변신한 듯했다. 올해 그 만큼 종목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스포츠 스타가 또 있었을까. 지난달 19일 슬로베니아 크란에서 열린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리드 월드컵 마지막 9차 대회에서 4위를 차지하면서 세계 랭킹 1위로 2012시즌을 마친 김자인(24·노스페이스)을 지난 4일 서울 강북구 수유역 근처에 있는 소속사의 아웃도어문화센터에서 만났다. 2주의 휴식을 마감하며 혼자 전남 순천을 다녀왔다고 했다. 송광사에서 선암사로 넘어가는 조계산 길을 걷고 법정 스님이 머물던 불일암에도 들렀다. 마음을 비우고 편안하게 만든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피겨 개척한 김연아 닮은 그녀 웃으니 ‘피겨 여왕’ 김연아와 닮아 보였다. 그러고 보니 김연아의 고려대 체육교육학과 선배. 그는 역시 크란에서의 아쉬움으로 말문을 열었다. “예선과 결선을 완등한 데다 컨디션도 좋아 완등을 자신했는데 주최 측이 절 응원하려고 했는지 ‘강남스타일’이 울려퍼지더라고요. 순간 관중석에서 큰 웃음이 터졌는데 그게 왜 그런지 불편했어요. 마음 다잡고 어려운 구간들을 통과했는데 36홀드에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완등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게 가장 아쉽지요.”라며 희미한 미소를 흘렸다. 리드 월드컵 9개, 볼더링 월드컵 4개, 파리 세계선수권과 국내 선수권·아시아선수권·하이안비치게임·오사카 초청대회 등 모두 18개 대회를 치렀으니 작은 체구에 예삿일은 아니었던 셈이다. 리드란 15m 이상의 암벽에 로프와 하네스(안전벨트)를 매고 가장 높이 올라간 선수가 이기는 경기, 볼더링은 5m 미만의 벽에 미리 세팅된 문제들을 가장 빨리 해결하는 이가 승리하는 경기다. ●153㎝ 키로 남들 2배 시즌 소화 김자인은 “리드와 볼더링을 함께 하니까 저는, 남들보다 시즌이 두 배인 셈이지요. 시즌 후반 체력이 떨어지긴 했어요. 볼더링에서 리드로 넘어오는 시기에 가장 힘들었어요.”라며 “지난 3일부터 내년 시즌 준비를 시작했어요. 내년엔 20대 중반에 접어드니까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치를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클라이밍을 한 지 12년이 됐는데 이 종목을 좋아하면서 자연 암벽 등반에 대한 욕심도 생기더라고요. 하지만 나이 들어서도 자연 암벽은 즐길 수 있으니 지금은 훈련과 대회에 집중해야겠지요.”라고 되물었다. 특별히 집중할 요소로는 “키(153㎝)가 작다 보니 몸의 탄력, 점프해서 붙잡는 순발력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해요. 얘기하고 조언을 구하는 것도 좋아하니까 심리적인 면도 많이 가다듬어야겠지요.”라고 덧붙였다. ●몰입 즐거움에 하루 한끼 버텨 숱한 대회에 참가하며 라몬 줄리앙(31·스페인)이란 남자선수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고 했다. “키가 159㎝여서 남자로선 저보다 훨씬 불리한 여건에서 운동하는데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노련미나 파워를 보면 반하지 않을 수 없어요. 자연암벽도 잘 타고, 무엇보다 클라이밍을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이 느껴져 좋아하고 있어요.” 스포츠클라이밍의 매력에 대해선 “몰입하는 느낌이지요. 잡념 없이 그 순간에만 집중하게 되는 점이 좋아요. 힘들게 최선을 다한 끝에 마지막 홀드를 잡고 정상에 섰을 때 느끼는 성취감도 대단하고요.”라고 말했다. ●산악인 가족… 오빠가 코치 시즌에는 적정 체중을 유지하느라 하루 한 끼만 먹었는데 요즘 ‘엄마표’ 갈비찜과 브라질에 살 때 맛을 들인 토마토 소스로 스테이크를 마음껏 즐긴다고 했다. 산악회에서 인연을 맺은 김학은(56), 이승형(54)씨 부부는 2남1녀의 이름을 색다르게 지었다. 큰오빠 자하(28)는 자일과 하켄, 올시즌 코치로 돌본 작은오빠 자비(25)는 자일과 (카라)비너의 첫 글자를 모았다. 막내 자인은 자일과 (북한산) 인수봉에서 따왔다. 마침 인수봉에는 상서로운 눈이 앉아 있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깔깔깔]

    ●좀 강아지? 강아지와 멸치가 사소한 일로 다퉜다. 그러나 크기에서부터 밀리는 멸치가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그러자 강아지가 우쭐하며 멸치에게 말했다. “내가 좀 강아지.” ●멀구의 효심 분명히 성적표가 나올 때가 된 것 같은데 멀구가 성적표를 내놓지 않자 어머니가 물었다. “멀구야, 왜 성적표를 보여주지 않니?” “선생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실천하느라고요.” “그게 무슨 소리니?” 그러자 멀구는 고개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선생님께서 오늘 그러셨거든요. 부모님께 걱정 끼쳐 드리는 일은 하면 안 된다고요.” ●난센스 퀴즈 ▶붙으면 죽고 떨어지면 사는 것은? 고압선. ▶세계에서 가장 큰 컵은? 월드컵.
  • “1% 메달리스트·99% 들러리… 은퇴후엔 모두 부적응자”

    “1% 메달리스트·99% 들러리… 은퇴후엔 모두 부적응자”

    “한국 스포츠가 잘나간다고요? 우리는 울분을 토합니다.” 지난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스포츠복지포럼이 주최한 국내 최초의 스포츠 정책 토크쇼가 열렸다. 스피드스케이팅 제갈성렬, 핸드볼 임오경, 테니스 박성희, 인라인스케이트 궉채이 등 세계를 주름잡았던 은퇴 엘리트 선수들이 ‘스포츠를 흥(興)하라’는 주제로 쓴소리를 토했다. 1%의 메달리스트 육성에 주력해 온 기형적인 구조, 엘리트 선수의 은퇴 쇼크, 권력에 휘둘리는 체육계 풍토 등 한국 스포츠의 곪은 속살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제갈성렬 전 춘천시청 감독은 “지자체 내부 문제로 지난해 11월 팀 해체를 통보받고 3월에 갑자기 백수가 됐다.”면서 “선수 생활 16년, 대표 감독 4년을 하고 세계 1등도 했는데 막상 사회에서 할 일은 하나도 없더라.”고 회상했다. 제갈 전 감독은 “친구가 하는 세차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 벌이를 했다.”면서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를 땄는데 선수들 처우나 엘리트·학교스포츠 환경은 나날이 열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오경 서울시청 감독도 “지자체·기업의 예산삭감 1순위는 운동부”라면서 “20년간 국가대표를 하고 다섯 번 올림픽에 나갔지만 메달을 못 따면 천대받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운동과 육아를 병행했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여성 선수들의 임신·육아 정책도 건드렸다. 임 감독은 “2000년에 태릉선수촌 입촌을 한 달 앞두고 임신한 걸 알았다. 올림픽을 포기하고 한 달 내내 울며 방황했다.”면서 “여자 선수들은 임신은 꿈도 못 꾸고 혹시 하면 바로 은퇴”라고 꼬집었다. 출산 후 2주일 만에 코트에 복귀했고, 운동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자살 시도를 두 번이나 했던 기억도 털어놨다. 한국테니스 최초로 투어 대회에 도전했던 박성희씨는 “한국은 어렸을 때 운동만 하니까 선수로서의 정체성만 너무 강하다.”면서 “대부분 20~30대에 은퇴해 새 길을 찾는데 운동기계로 살던 선수들이 그때 사춘기처럼 자아 고민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스코틀랜드에서 ‘은퇴 선수의 방황’에 관한 박사 논문을 쓰고 지난 7월 귀국했다. 그는 “올림픽 금메달만 좇지 말고 선수들 삶의 질을 높이고 전인적으로 발달한 선수를 배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스포츠복지포럼은 이날 나온 내용을 정리해 ▲국가스포츠 전담부서 설치 ▲한국형 스포츠 골든플랜 수립 ▲유아·노인·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스포츠복지 ▲초·중·고 매일 체육 실시 ▲체육인 복지증진 및 처우개선 등 ‘차기정부 체육정책 10대과제’를 발표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벌써 6년…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11’ 촬영장에 가다

    벌써 6년…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11’ 촬영장에 가다

    배우가 한 캐릭터로 6년 가까이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케이블채널 tvN의 리얼 다큐멘터리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막영애)의 주인공 김현숙(34) 얘기다. 그는 “이제 촬영장이나 길에서 ‘영애’가 아닌 현숙이라고 불리면 어색하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예전 개그콘서트에서 ‘출산드라’로 떴을 때는 가끔 그런 이름으로 불렸는데, 요즘은 열에 아홉은 영애라고 부른다고 했다. ‘막영애’ 출연을 결정했을 때는 한 지상파 방송의 CP가 불러 “왜 케이블에 나가느냐.”고 다그치기도 했다. 그는 “판타지 드라마만 판치던 시절, 시청자의 속을 시원하게 긁어줄 수 있을 것 같아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입 재수생 시절부터 고깃집과 분식집, 칼국수집 등 생업 전선에 뛰어든 그였기에 퇴근길 치킨과 맥주 한 잔에 위안을 찾는 직장인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2007년 4월 첫 방영된 드라마 ‘막영애’는 지난달 29일 열한 번째 시즌을 맞았다. 16회로 구성된 시즌마다 케이블채널로선 보기 드물게 시청률이 3%를 넘나들었다. 시즌을 마무리하고 2개월 정도 휴식을 취할 때면 우울증에 시달리는 건 시청자가 아닌 제작진과 출연배우라고 한다. 그만큼 ‘막영애’에 녹아들어 출연진이 가족이고, 이들의 일은 연기가 아니라 직장생활이다. 지난달 27일 찾아간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의 한 건물 5층. ○○제록스, ○○토건 등 실제 사업장 사이에 영애의 직장인 광고기획사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다. 마주 본 책상, 그 위 서류뭉치까지 여느 사무실과 비슷하다. 책상 앞에 몸을 움츠리고 앉아 잡담에 열중하고, 한쪽 탕비실에선 새 사장에 대한 신랄한 뒷담화가 오갔다. 촬영팀은 남자 화장실까지 카메라를 들이민다. ‘리얼 다큐’다. 대리사장 역으로 합류한 배우 성지루(44)는 “척 하면 탁, 할 만큼 호흡이 잘 맞고 분위기가 좋다.”고 전했다. 화기애애해도 녹화 신호가 떨어져 성지루가 ‘새 사장’으로 변하는 순간,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 온 극중 커플 김현숙과 김산호(31)의 삶은 쪼들리고 직장생활은 더 팍팍해진다. “매 시즌 시대상을 반영하며 삶의 애환을 치유하려 했는데 최근 극중 러브라인이 강조되며 긴장감이 다소 떨어졌다. 이번 시즌에는 회사에 치이고 불경기에 울상이 된 직장인과 그 가족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얘기를 담으려 한다.” 박준화 CJ E&M PD가 말하는 이번 시즌의 기획 의도다. 촬영장에서 만난 김현숙은 5년 전 접한 제작진의 첫인상에 대해 “진짜 막돼 먹었다.”고 떠올렸다. “라디오DJ로 활동할 때 (tvN 쪽에서) 전화가 왔는데, ‘당신을 위해 쓴 대본이 있으니 만나자’고 다짜고짜 통보하더라고요. 어떤 사람인지 얼굴이나 보자면서 갔는데 정한석 PD와 ‘막돼먹은’ 작가들이 ‘우리나라 여배우들은 왜 잘 때도 눈썹을 붙이는가, 우린 그런 것 다 타파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거예요.” 말인즉, 주인공이긴 한데, 절세미인이 아니다. 제목도 ‘막돼먹은 고소영, 심은하, 이영애’ 마구 늘어놓더니 이영애가 가장 예쁘다며 ‘막돼먹은 이영애씨’로 낙점했다가 방송 직전 영애씨로 바뀌었다고 했다. 장르는 또 어떤가. 다큐 드라마라는 생소한 장르였지만 촬영 전까지 마땅한 설명도 없었다. 담당 PD조차 “찍어 봐야 알겠다.”고 했고, 작가들은 “대본 좀 보여 달라.”는 김현숙에게 허구한 날 술만 먹였다. 배우의 특징을 세심하게 관찰한 뒤 그에 맞춰 대본을 쓰겠다는 뜻이다. 이런 제작진의 성향은 지금도 여전한지 이번 시즌에 투입된 강예빈(29)이 맞장구를 놓는다. 그도 “하루 종일 여성 작가들과 어울려 술잔을 기울인 뒤에야 캐릭터가 정해졌다.”고 말한다. 시즌11까지 오면서 직장인의 애환을 보여줄 만큼 보여준 김현숙은 “이제 커리어우먼이 아닌 결혼하고 애 낳아 키우는 ‘생활밀착형’ 영애가 돼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은근 기대하는 것이 있는 듯 되물었다. 극중 애인인 김산호는 “영애와 산호를 시즌11에선 기어코 결혼시킬 것이란 얘기가 촬영장에 돌고 있다.”면서 “영애 입장에선 가장 행복한 선택 아니겠느냐.”고 거들었다. 뮤지컬 스타로, 지상파 방송의 아침드라마 주인공으로 맹활약 중인 그에게 “젊고 늘씬한 미녀들과 연기하다가 ‘막영애’에 오면 분위기가 섬뜩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갑자기 조용해졌다. 유독 영애 앞에서는 풀이 죽는 그가 “이곳이 더 좋다.”며 피식 웃었다. ‘절대 영애에게 대들거나, 영애를 괴롭히면 안 된다.’는 ‘막영애’의 불문율이 있다던데, 온몸에 각인된 듯하다. “시즌 초반 한참 영애를 괴롭힐 때는 미니홈피에 ‘길 가다 나 만나면 다친다’, ‘게이처럼 생겼다’는 쪽지가 쇄도했어요. 영애를 괴롭히던 비호감 캐릭터에서 호감형으로 돌아섰더니 오래 가네요.” 시즌6부터 ‘막영애’에 출연한 김산호가 말하는 ‘장수 비결’이다. 그러자 김현숙이 으레 그 당당한 표정으로 농을 던졌다. “그동안 극중 남자친구가 수없이 갈렸는데, 이제 산호도 만날 만큼 만났으니 싫증날 때가 됐죠.” 우리 사회가 말하는 미의 기준과 다른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막영애’는 외모지상주의의 그림자를 얼마나 걷어내려고 노력했을까. 김현숙의 대답이 걸작이다. “나는 (살과) 더불어 사는 게 더 자연스럽다. 평범해 보이려고 코디네이터도 두지 않고 가방도 늘 같은 걸 든다. 다른 영화 촬영 때 몸무게를 6㎏ 줄이고 복귀했더니, 제작진에 비상이 걸렸다. ‘매일 고기를 먹여서라도 살을 찌워야 한다’고 입을 모으더니, 두 달 만에 몸무게를 돌려놨다.” 잠자코 있던 강예빈은 고민이 많은 듯 보였다. 이종격투기 UFC의 ‘옥타곤걸’로 섹시한 이미지가 굳어진 탓이다. 두 번째 드라마인 ‘막영애’에 출연하면서 “내 모습 그대로 연기만 하면 되겠구나.”라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섹시함에 가려진 다른 모습을 ‘막영애’에서 드러내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직장인들의 힐링 드라마로 자리 잡은 ‘막영애’가 얼마나 생생한 이야기와 색다른 모습을 풀어낼지 기대감이 커진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이슈&이슈] 제주 한라산 상징서 천덕꾸러기로… ‘포획 합법화’ 14일까지 마지막 절차만 남아

    [이슈&이슈] 제주 한라산 상징서 천덕꾸러기로… ‘포획 합법화’ 14일까지 마지막 절차만 남아

    ■ “年13억 피해… 안 당해보면 몰라” 농민의 눈물 제주시 해안동 해발 500m에서 농사를 짓는 홍모(54)씨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밤마다 노루들이 나타나 밭을 마구 헤집고 다니면서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홍씨는 “노루들이 나타나면서 밭이 쑥대밭으로 변하기 일쑤”라며 “동네에 노루로 인한 농작물 피해 농가가 한두 군데가 아니고 안 당해본 사람들은 심정을 모른다.”고 호소했다. ●1만 7756마리… 농작물 피해 급증 노루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수년 전부터 제기돼 온 지역 농민들의 단골 민원이다. 참다 못한 농민들은 이제 생존권마저 위협한다며 당장 노루 포획을 허가해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주도가 이를 놓고 계속 고민하자 제주도의회가 총대를 멨다. 구성지·김명만 의원은 노루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 포획할 수 있도록 하는 ‘제주특별자치도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 조례안’을 마련해 10월 25일 입법 예고했다. 조례안은 도의회 제2차 정례회(11월 12일~12월 14일)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구 의원은 “노루로 인한 농작물 피해로 농민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이제는 포획을 허가해 노루 개체 수를 적절하게 조절할 시점이 됐다.”고 주장했다. 한라산의 노루는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관찰하기 어려울 정도로 적었으나 1987년 이후 보호활동을 하면서 크게 늘어났다. 제주환경자원연구원이 지난해 5∼11월 해발 600m 이하 지역(면적 1127.4㎢)을 대상으로 조사한 노루 개체 수는 1만 7756마리다. 이는 2009년 3∼11월 도 전역을 조사한 1만 2881마리보다 37.9%(4875마리)나 늘어난 것이다. 노루 때문에 발생한 농작물 피해 신고액은 2010년 218농가 6억 600만원, 지난해 275농가 13억 6200만원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주요 피해 작물은 콩·더덕·고구마·조경수 등이다. 유해동물 지정 권한은 환경부에서 지난해 4월 제주특별법 개정으로 제주도로 이관됐다. 환경부는 현재 참새와 까치, 어치, 까마귀, 멧비둘기, 고라니, 멧돼지 등을 유해동물로 지정했으나 노루는 빠졌다. ●이번에 허가 안되면 15만 농민 일어날 것 전국총농민회연맹제주도연맹 등 10개 농민단체는 10월 26일 제주도의회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조례 제정을 압박하고 있다. 박태관 전농 제주도연맹 의장은 “노루를 쫓던 농민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하는 등 해마다 유사 사고가 잇따른다.”며 “노루를 마구잡이로 없애자는 게 아니라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개체 수를 탄력적으로 조정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장은 “이번에 조례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15만 제주농민이 들고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경단체 “더 큰 재앙 우려… 신중 접근을” 하지만 환경단체와 동물애호가들은 신중한 접근을 주문한다. 안민찬(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 운영위원) 제주도수의사회 회장은 “포획을 위해 유해동물로 지정하는 일시적인 방편이 옳은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면서 “장기적인 안목 없이 쉬운 방식으로만 해결한다면 나중엔 복원할 수 없는 등 더 큰 재앙이 돼서 돌아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 환경단체들은 노루 포획 허가에 반대한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이영웅 사무국장은 “노루 포획 허가는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며 “연간 10억여원에 이르는 농작물 피해 보상은 도 재정으로 감당할 수 있고 보상금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노루를 포획해 중산간 지역 마을목장 등에 공간을 만들어 이주시키면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제 탓만 아닌데… 제발 총질만은” 노루의 눈물 저는 한라산에 사는 노루입니다. 사람들은 저를 한라산의 상징이자 명물이라고 부르지요. 다들 등산하면서 제가 귀엽게 깡충깡충 뛰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신 적 있겠지요. 저는 조상 대대로 아름답고 평화로운 한라산에서 잘 살아왔습니다. 먹을 게 귀한 겨울철에는 사람들이 먹이를 갖다 주는 등 저를 끔찍이도 아끼고 사랑해 준 덕분이지요. 감사드려요. 여러분의 넘치는 사랑 덕분에 식구들도 많이 늘어났지요. 그러면서 농민들이 땀 흘려 가꾼 농작물을 탐내는 친구들도 생겨났어요. 너무 죄송해요. 저는 요즘 밤잠을 설칩니다. 먹잇감이 부족한 겨울이라서가 아닙니다. 농작물 파괴의 주범이라며 마구 총질을 해대려고 합니다. ●골프장에 밀려 산 아래로 아래로 제발 살려 주세요. 저의 하소연도 한번 들어봐 주세요. 저는 원래 한라산 중산간 지역에서 평화롭게 잘 살아왔어요. 겁이 많은 족속이라 사람 곁에는 가까이 가려 하지도 않아요. 하지만 언젠가부터 중장비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더니 이리저리 길이 뚫리고 제가 살던 중산간은 골프장이 됐어요. 골프장에 뿌려대는 농약에 신음해야 했고 수시로 날아오는 골프공을 피해 다니기 바빴어요. 저희는 졸지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지요. 살 곳을 찾아 산 아래로 내려오다 보니 더러는 농작물에도 손을 대기 시작하게 됐어요. 농민들이 분노하는 심정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희 입장도 조금만 헤아려 주세요. ●지금도 밀렵꾼 설치고 노루 고기 유통되는데 합법화되면… 저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앞이 캄캄합니다. 저희를 잡아 죽여서 개체 수를 적정하게 조절하겠다고요? 사람들을 좀 압니다. 지금도 밀렵꾼들이 설치는데 저희가 얼마나 살아남을까요? 지금도 노루 고기 먹었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아요. 공공연한 비밀인 거 잘 압니다. 일본 나라현 나라시에는 유명한 나라공원이 있어요. 일년 내내 관광객이 몰리는데 이유가 바로 사슴 때문입니다. 이곳에서는 사슴들이 사람 사이를 자유롭게 돌아다닙니다. 주민들은 사슴을 몰아내는 대신 1959년 9월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합니다. 부러워요. ●사슴 몰아낸 대신 유명 관광지 만든 日나라공원 같은 곳, 안될까요 제주에도 거친오름에 노루생태관찰원이 있어요. 친구 200여명이 관광객들을 맞으며 오순도순 살고 있어요. 갇혀 있지만 총 맞을 일이 없는 것만 해도 어딘가요. 제가 제안을 하나 드릴게요. 제주의 넓은 마을공동목장과 같은 일정한 장소에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안전 공간을 군데군데 만들어 주시면 어떨까요? 부디 저의 간곡한 바람을 헤아려 주세요. 저는 아름다운 한라산에서 오래오래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면서 살고 싶어요. 제발 저희에게 총질만은 하지 말아 주세요. 한라산 노루 올림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새·물고기 역동적 모습 ‘순간 포착’

    새·물고기 역동적 모습 ‘순간 포착’

    “편당 50분짜리 3차원(3D)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제작진 12명이 꼬박 1년 6개월간 매달렸습니다. 방방곡곡 돌아다니다 보니 지난달엔 제작진 밥값만 1000만원 넘게 나오더라고요. 편당 제작비도 5억 5000만원을 상회했습니다.”(박찬모 EBS PD) EBS가 한강, 낙동강, 영산강 등 우리나라의 주요 강에 서식하는 동식물의 생태를 다룬 3D 다큐멘터리 4부작 ‘한국의 강’을 방영한다. ‘한국의 강’은 국내 첫 3D 자연 다큐멘터리로 오는 10일부터 13일까지 오후 9시 50분에 연속 방송된다. 프로그램에는 물총새가 물속 물고기를 낚아채는 2초 남짓한 순간은 물론 개구리·두꺼비·물고기 등의 짝짓기, 잠자리 애벌레의 올챙이 포식, 남생이의 출산 등 희귀한 장면이 생생하게 담겼다. EBS 측은 세계 다큐멘터리 시장의 양대 축인 영국 BBC와 미국 내셔널지오그래픽이 3D 다큐물로 꽃의 개화 등을 주로 포착한 반면 이 프로그램은 더 역동적인 자연의 면면을 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고속·미속·접사 등의 특수 촬영기법을 모두 3D로 구현한 덕분이다. 초접사 촬영으로 개구리가 알을 낳고 이 알이 부화하는 장면을 담았고 고속 촬영에선 일반 방송 화면인 초당 30프레임보다 무려 300배 이상 빠른 초당 1000~2000프레임을 찍었다. 연출을 맡은 박찬모 PD는 “근접촬영은 3D로는 심도, 거리감 등을 맞추기 어려워 해외 3D 자연 다큐물에도 흔치 않은 장면”이라며 “열악한 제작 환경에서도 제작진이 소니 P1, 소니 NX3D 등 9종류의 카메라를 투입해 자체적으로 촬영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에는 해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 국내에선 아직 지상파 방송의 3D 송출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아 일반 가구에서는 대부분 2D로 시청하게 된다. EBS는 ‘한국의 강’을 동물과 식물 등 2편의 생태 다큐로 재편집해 내년 4월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다큐멘터리 박람회인 MIPDOC에 출품할 예정이다. ‘위대한 바빌론’ ‘위대한 로마’ ‘자본주의’ 등 올해 EBS가 방송한 주요 다큐멘터리도 함께 출품한다. 지난해 MIPDOC엔 ‘신들의 땅, 앙코르와트’ ‘한반도 공룡’ 등 3D 다큐멘터리를 출품해 일본 NHK를 따돌리고 아시아권에서 가장 많은 3편의 작품이 3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한편 EBS는 2008년 2월 첫 방영한 세계테마기행의 1000회를 앞두고 3일부터 8부작 ‘스페셜 로드, 경이로운 지구의 유혹’을 방영한다. 5년간 방문한 세계 120여개 지역 가운데 8곳을 엄선해 자연과 역사, 문화, 유적, 예술 등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불혹이 왜? 야구 불사조 되렵니다

    불혹이 왜? 야구 불사조 되렵니다

    ●사람들이 자꾸 이 좋은 야구 그만두래요 나이 마흔. 보통 불혹(不惑)으로 통하지만, 야구선수들은 고희(古稀)나 다를 바 없는 취급을 받는다. 프로 선수들에겐 더더욱 그렇다. 후배들의 성장과 떨어지는 체력으로 은퇴 압력을 받고, 동기들도 이미 지도자로 변신했거나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하지만 내년 시즌에도 그라운드를 누비는 불혹의 선수들을 적잖이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올 시즌에 마흔을 넘긴 선수는 최향남(41·KIA), 최동수와 류택현(41·이상 LG), 박경완(40·SK) 등 4명. 세월을 잊은 듯한 활약을 펼쳤다. ●후배들 치고 올라오고 힘도 달린다고요 지난 6월 KIA 유니폼을 입은 최향남은 9세이브를 거두며 팀의 뒷문을 지켰고, 최동수는 94경기에서 타율 .278을 때렸다. 류택현은 30경기에 나와 3승1패3홀드 평균자책점 3.33으로 든든한 허리 역할을 했다. 박경완은 부상으로 주춤했지만, 소속팀 SK가 풀어주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기대를 받고 있다. 모두 내년 시즌을 앞두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내년에 마흔 줄에 접어드는 선수 중에는 한국야구가 낳은 최고의 스타 박찬호(한화)가 있다. 아직 거취를 결정하지 못했지만, 현역 연장에 상당한 미련을 갖고 있다. 5승10패 평균자책점 5.06에 그쳤지만 부상만 없다면 그의 구위는 여전히 먹힌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하지만 아직 못 이룬 꿈이 있답니다 통산 300홈런-267도루를 기록 중인 박재홍도 아직 마침표를 찍지 않았다. 소속팀 SK의 내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되자 새 둥지를 물색하고 있다. 코치 연수를 보내주겠다는 구단의 제안도 뿌리친 채 300홈런-300도루 달성을 위해 의욕을 다지고 있다. 송지만(넥센) 역시 내년 연봉을 백지위임한 채 재기를 꿈꾸고 있다. 시즌 개막과 함께 발목 골절 부상으로 14경기 출장에 그친 그는 이대로 유니폼을 벗을 수 없다는 절박감을 갖고 있다. ●日처럼 40대 골든글러브 될 수도 있겠죠 이웃 일본에서는 올 시즌 3명의 40대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배출됐다. 미야모토 신야(42·야쿠르트·3루수)와 다니시게 모토노부(42·주니치·포수), 이나바 아쓰노리(40·니혼햄·1루수)가 주인공. 미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제이미 모이어(50)는 올 시즌 콜로라도에서 2승5패를 기록한 뒤 방출됐지만,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면서도 야구의 끈을 놓지 않았다. 세상사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된다는 불혹. 내년에도 이들이 과연 그라운드를 찾는 팬들을 제대로 유혹할 수 있을까.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26일 TV 하이라이트]

    ●진로교육에 길을 묻다 제1부(KBS1 오전 11시) 세계 최고의 교육열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그러나 그 이면에는 자살, 학업비관, 학교폭력 등의 청소년 사회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반면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고, 목표를 향해 열심히 준비하고 달릴 수 있는 아이들이 있다. 과연 꿈은 아이들의 현재와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꿈을 찾아 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딸기가 좋아(KBS2 오후 3시 35분)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던 딸기와 수박은 느닷없이 나타난 펭귄과 마주친다. 덩치미 아저씨는 펭귄이 지낼 수 있게 얼음이 가득한 시원한 풀장과 집을 만들어주고 수박은 동생처럼 펭귄을 돌봐주며 펭귄이 외롭지 않게 곁에서 친구가 되어준다. 하지만 펭귄은 남극에 있는 다른 펭귄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바닷가 앞을 서성거린다. ●엄마가 뭐길래(MBC 밤 8시 50분) 2층 원룸에 살던 세입자가 방을 빼자 서형과 승수는 내심 자신들이 원룸에 살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문희는 서형 부부를 무시한 채 새로운 세입자를 알아본다. 한편 병만이 큰 맘 먹고 산 비싼 옷을 아라가 싼티 난다고 무시한다. 병만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라에게 자신이 고급스러워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데…. ●굿모닝 510 - 백세건강 스페셜(SBS 오전 5시 10분) 디스크로 오인하게 되는 척추관 협착증은 증상이 일어나는 부위에 따라 몇 가지로 분류된다. 괜찮아졌나 싶은 마음에 발걸음을 떼면 또다시 고개를 드는 이 증상의 이름은 척추관 협착증. 예전에는 대부분 노인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이었는데, 요즘은 20~30대에서도 척추관 협착증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세계테마기행(EBS 밤 8시 50분) 퐁살리는 중국 국경과 맞닿아 있으며, 라오스 최북단에 위치한 구름을 밟고 사는 하늘 아래 첫 마을이다. 퐁살리의 주인 아카족이 살고 있는 곳은 험준한 산과 울창한 숲을 다섯 시간 올라서야 찾을 수 있는 곳이다. 평화롭고 고요하게 자신들의 문화를 영위해가는 아카족을 통해 다양한 얼굴을 가진 라오스를 들여다본다. ●경찰 25시(OBS 밤 11시 5분) 화장실에 가려고 자리를 비운 2~3분 사이. 점포에 들어온 절도범은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주인의 가방만 들고 사라졌다. 범인은 가방 속에 들어 있던 통장에서 잔액을 모두 인출한 상황. 형사들은 작은 단서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을 계속하며 수사망을 좁혀간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절도범의 정체와 이중 생활이 드러난다.
  • [저자와 차 한 잔] ‘주식9단 서울맛집 유랑’ 펴낸 이영승씨

    [저자와 차 한 잔] ‘주식9단 서울맛집 유랑’ 펴낸 이영승씨

    ‘개화의 짜장면이 조자룡이 휘두르는 군더더기 없이 모범적인 청홍검의 칼날이라면 신승관의 짜장면은 묵직하게 바람을 가르는 관운장의 청룡도와 같달까.’ 짜장면 맛이 이렇게 비유된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다. 이틀에 걸쳐 점심에 두 곳을 다녀왔다. 개화는 서울 중구 명동 중앙우체국 쪽에, 신승관은 북창동 깊은 골목에 있다. 직선 거리로 400m쯤 떨어진 두 집의 짜장 맛이란, 당대를 호령한 두 호걸의 범상치 않은 기상을 빼닮았다. 신승관이 조금 깔끔했고 개화가 여러 맛이 반짝이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신문과 방송을 타거나 대형 문고의 베스트셀러 추천 없이도 일주일 만에 재판에 들어간 ‘주식(酒食)9단 서울맛집 유랑’(출판사 올)을 쓴 이영승(38)씨를 21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로비에서 만났다. 책에 쓴 대로 약간 무서움이 느껴지는 첫 인상. 지면에 실릴 사진부터 급하게 찍은 뒤 한 식당으로 옮겨 보리굴비로 점심을 들었다. 한창 때 친구와 10시간 동안 소주 스무 병을 비웠다고 책에서 털어 놓았던 술꾼과 2시간 동안 꾸덕한 굴비를 뜯어 안주삼아 술잔을 털었다.   -(기자보다 열한 살 아래라 별로 그렇다고 느끼지 않으면서도) 실례지만 정말 나이들어 보이네요. 좋아하는 음식으로나 그걸 표현하는 문체로 보나 마흔쯤은 됐을 것이라 짐작했는데요. 네. (남들이) 애늙은이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어릴 적부터 서울에서 사신 분이 어떻게 꾸덕하다는 표현도 알고 그래요. 2006년 무렵 식도락동호회 다인포유와 인연을 맺게 됐는데요. 처음엔 낯도 가리고 해서 피하기도 했는데 술은 워낙 좋아했으니까 술자리 있다고 하면 어울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 분들이 하나둘 블로그를 시작하길래 구경하곤 했죠. 마침(? 6년동안 사랑했던 여인도 떠나고 해서) 나도 한번 해보자 시작하게 된 거죠. 연배가 한참 위인 사부들이나 형님, 누님들과 어울려 음식먹는 법을 배우게 됐지요. 그때야 술먹는 재미가 거진 다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재미있어지고 욕심도 생기더라고요. 해서 ‘사진 참 못 찍네’ 이렇게 구박맞기도 하면서 열심히 블로그 질 했어요. 이게 뭐가 맛있어요, 제가 그러면 그분들은 씩 웃으면서 너도 나중에 알게 돼, 이러시더라고요. 정말 그대로 됐고요. 그런 분들과 어울리면서 그런 말과 표현도 배우고, -주식9단이란 블로그 명(名)은 어떻게. 당시 모임의 한 누님이 제 이력을 보고 술 주에 음식 식, 주식 9단이라 하지 그러냐고 하세요. 음 괜찮네, 하고 쓰게 됐죠. -책 제목을 검색해보니 신문 등에선 전혀 소개되지 않았는데도 인터넷에선 상당히 많이 소개됐더군요. 상당히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맛이라고. 그런 건 아니고. 정반대로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입맛에 맞는 음식을 솔직하게 글로 풀어내려 하는 것뿐이지요. 이제 블로그는 그만 둘 생각인데 그동안 제가 7년 동안 발품팔아 돌아다니며 느꼈던 것들을 정리했다는 생각에 고맙고 그렇더라고요. -블로그는 왜 정리하는데요. 처음엔 많은 이들이 몰려와 글 읽고 댓글 달고 그러면 신나서 또 카메라 챙겨 떠나곤 했지요. 뭣도 모르고 그랬어요. 한없이 교만해지고. 입맛도 간사해지고. 다른 블로거들이 공짜로 밥 먹거나 터무니없는 대가를 원하는 경우도 봤어요. 저도 제안을 받기도 했는데 그런 게 싫어 손사래를 치곤 했어요. 그런데 하루 오천명씩 들어와 제 글 읽고 그러니 제가 뭐 대단한 존재라도 되는 것처럼 여기게 되는 것도 싫고. 제가 자꾸 그런 남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이유로 이제 그만 두려고 하지요. -책은 잘 나가나요. 전 관심없어요. 2년 전쯤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 책을 내보지 않겠느냐고 하더군요. 내 주제에, 하는 생각에 몇 차례 고사하다 지난해 초 시작해 올해 초 책을 낼 수 있는 준비를 마쳤어요. 그런데 출판사 쪽에서 다른 책 일정도 있고 맛집 얘기를 다뤘으니 봄과 여름보다는 가을에 내는 게 좋겠다고 해서 이번에 나오게 된 겁니다. -그런데 관심없다는 건 좀 그렇지 않나요. 제가 7년 가까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했고 그 성과를 한 데 모아 정리했으니 그걸로 된 겁니다. 출판사가 제 책 때문에 돈 많이 벌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얼마 전 재판 들어간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어요.   증권사 펀드매니저, 투자자문사 대표를 거친 그는 지금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일을 하고 있다. 승부근성이 있어 보였다. 주위에선 한번 빠져든 일에는 무섭게 빠져드는 그의 성격대로 책이 나왔다는 평을 한다고 했다. 서른다섯 가지 음식의 역사나 식재료의 유래로 글머리를 열고 서울의 맛집 다섯 곳을 꼽은 뒤 음식에 얽힌 개인사를 풀어냈다. 어릴 적부터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그가 중학교 2학년 가을, 청계천 들러 ‘빽판’ 사들고 간절히 구하던 Keith Jarret의 앨범이 폐점하는 음악카페 가면 있을 것이라는 말 듣고 난생 처음 찾아간 명동에서 난생 처음 명동칼국수를 먹고 행복했던 추억 등이 동시대를 산 이들에게 즐거운 삽화로 다가온다. 술친구와 해장술 푼 사연, ‘빠돌이’로 한창 놀 때 순대해장국 먹은 사연 등 쿡쿡 거리고 읽을 객담도 빠뜨릴 수 없다. 혼자 지내는 이들을 위한 레시피를 곁들인 것도 눈에 띈다.   -어느 정도로 열심이었나요. 블로그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서울 안의 화상(華商)이 하는 중국집 서른다섯 곳을 모두 돌아보겠다고 다닌 적이 있습니다. 석달을 중국 음식만 먹으니 입에서 느끼한 맛이 떠나질 않았던 적도 있지요. 동호회에서나 누군가 어디가 맛있더라, 하면 거리를 따지지 않고 다녔어요. 그러다보니 어느 달은 신용카드 청구서가 천만원을 넘은 적도 있었고요. -출간 시기가 늦춰지면서 가격이 올랐다든지, 재개발로 문을 닫거나 이전했다든지 해서 다시 점검했을 것 같은데요. 음식별로 다섯 집씩 골랐으니 모두 175곳이 소개됐는데 맨 앞의 TOP PICK은 한 번씩 다 돌았어요. 그리고 나머지 집들의 절반 정도도 다시 확인했어요. 값뿐만아니라 내가 표현한 내용이 진짜로 맞나 의심스러워 다시 찾기도 했고요. 사진을 다시 찍은 곳도 여러 곳인데 음식 사진이란 게 차라리 옛것이 좋은 경우도 적지 않았어요. -그렇게 다섯 곳씩 고르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어느 메뉴를 가장 고민했나요. 짜장이었습니다. 이품(서대문구 연희동)이냐 개화냐를 놓고 한참 고민했어요. 특별히 싫어하는 사람이 없는 메뉴이고 모두들 ‘거기에서 거기 아냐’ 생각하기 쉬워서요. 골라놓고 보니까 동전던지기 아니었나 싶기도 하더라고요.”   멏 갈피만 들춰보면 그의 몸피에 어울리지 않게 참 꼼꼼한 성품을 알 수 있다. 6000원 남짓으로 포만감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김치찌개집부터 정말 소중한 이에게 대접하고 싶은 값비싼 코스 요리까지 망라했다. 기자도 가끔 찾는 하동관 주인의 면면이 바뀐 사연, 을지면옥과 필동면옥 주인 가계도 등등 “아는 척 좀 할 수 있게” 두루 꾸며 놓았다.   -결국 책에서 하고 싶었던 얘기는 뭘까요. 사람이 음식 맛의 절반을 넘는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전라도 구례의 허름한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시켰더니 갓김치 등 여염집에서 먹는 반찬을 내주시더라고요. 죄송하기도 하고 해서 탕수육을 시켜 소줏잔을 부딪히고 있자니까 이번엔 홍어회를 내오시더라고요. 중국집에서 홍어회 먹어본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하세요. 푸하하. 그런데 몇 년 뒤 그 집을 찾았더니 없어졌더라고요. 요 뒤 배춧국을 잘 끓이던 ‘내강’도 주인 부부가 나이 들어 도저히 못하겠다고 두손 들어 버렸어요. 저도 책에 담지 못했는데 얼마 전 들렀더니 주인도 바뀌고 메뉴도 여러 가지로 늘었는데 너저분하기만 하더라고요. -그런 집 중에 인사동 ‘할머니 칼국수’와 ‘유진식당’도 있어요. 책에 써놓은 것을 보니 반갑더라고요. 유진식당 어르신은 저희들 가면 뭐 하나라도 더 주시려고 했어요. 가끔 큰아들이 말 안 듣는다고 푸념도 늘어놓으셨지요. -그래도 요즘은 마음잡고 가게를 보는 것 같던데요. 그런데 얼마나 드나들면 그렇게 주인과 대화가 통하게 돼요. 아, 저희가 워낙 시끄러워서요. 그냥 이런저런 얘기 나누다보면 그런 얘기도 주고받게 돼요. 그건 그렇고 하여간 그런 식당들이 개발 논리에 떠밀려 사라진다는 게 안타깝죠. 인사동 칼국수집만 해도 체인점을 낸다 하면서 예전같지 않은 것 같고요. -에필로그로 왕십리 해장국집 ‘대중옥’에서 느낀 소회를 풀어냈어요. 그런데 왜 날짜가 그렇게 한참 전인 거지요. 2010년 12월 31일이라고 돼 있죠. 블로그에 썼던 글인데 느낌이 좋아 그대로 책에 옮겼어요. 대중옥은 강남으로 옮겼는데 그 집도 한 번 가봤어요. 아무래도 그 때 맛이 살아나지 않더라고요. 깔끔하고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맛집을 좋아하는 세상의 흐름에 잘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제가, 어쩌다 한번, 이런저런 이유로 고급스럽게 접대할 일이 있을 때 찾아갈 만한 집을 소개하긴 했지만 그보다 사람 냄새 나는 맛집, 노포(老鋪·대를 이어 내려온 가게)를 좋아하는 거지요.   그는 에필로그에 이렇게 적었다. ‘긴 세월 국밥을 끓여내 묵은 때가 진하게 묻은 타일, 하루에 수십 수백 그릇의 국밥을 잉태하던 듬직한 무쇠솥, 요새 웰빙족들이 알면 난리가 날 귀여운 퍼런색 플라스틱 국장, 이젠 어떤 것 위에 올려져도 진이 다 빠져 초연할 것만 같은 나무 솥뚜껑, 오로지 국물맛과 토렴에만 집중하시는 아주머니까지 모든 게 사라져간다.’ 좋은 요리란 뭘까. 그런 맛을 부르는 서늘하고도 알싸한 가을바람이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Weekend inside] 우리 엄마·아빠는 스마트폰과 상담중

    [Weekend inside] 우리 엄마·아빠는 스마트폰과 상담중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사는 정윤서(28·여)씨는 생후 6개월 된 아들 지호를 돌보느라 한시도 아이 곁을 떠날 틈이 없다. 몸을 뒤집고 배밀이를 시작하면서 어디서 쿵 하고 쓰러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덕분에 육아 부담을 상당 부분 덜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아이를 따라다니면서도 한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육아수첩에 메모를 하거나 육아에 관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워킹맘들은 짬짬이 정보 수집해 효율적 정씨는 아이가 아플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증상을 검색해 그에 맞는 대처법을 찾는다. ‘예방접종 도우미’ 앱을 통해 아이에게 시기별로 필요한 예방접종도 빠짐없이 챙긴다. 정씨는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어떻게 아이를 키울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씨는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검색, 육아 관련 서적, 전문가 상담을 육아에 필요한 3박자로 꼽았다.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를 검색하면 아이의 월령에 맞는 건강, 이유식, 병원 등에 대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어요. 육아 관련 책도 많이 읽지만 아이에게 딱 맞는 정보를 얻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 아기 옷이나 분유, 기저귀 등은 가격비교 사이트나 구매대행 사이트를 통해 저렴하게 구매한다. 정씨처럼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용해 똑똑하게 아이를 키우는 ‘스마트맘(엄마)’, ‘스마트대디(아빠)’가 늘고 있다. 과거의 부모들이 전통적인 상식이나 사고 방식에 따라 아이를 키웠다면 신세대 부모들은 넘쳐 나는 정보 속에서 자신의 아이에게 꼭 맞는 정보를 찾아 저마다 개성 있는 육아방식을 택한다. 정보력으로 무장한 이들은 육아 관련 업계와 정부 정책에도 점차 힘을 발휘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에서 5개월 된 아들 재훈이를 키우는 김효정(30·여)씨도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육아에 십분 활용하는 ‘스마트맘’이다. 육아 관련 카페인 ‘맘스홀릭’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예전에는 필요한 정보가 있을 때 포털 사이트를 검색하는 정도였어요. 임신을 준비하면서 모르는 게 많아 카페에 가입했는데 이제는 글도 올리며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됐죠.” 김씨는 파주 지역에 사는 엄마들의 카페에도 가입해 지역 내에서 필요한 정보도 공유한다. 아이를 병원에 데려갈 때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좋은 병원을 알아보는 것이 먼저다. 처음엔 인터넷에서 후기를 찾아 참고했지만 객관적이지 않은 글들이 많아 혼란스러웠다. 항생제에 거부감이 있는 김씨는 ‘병원정보’라는 앱을 통해 항생제를 덜 쓰는 병원을 검색하고 있다. 김씨는 “의학적 지식을 어느 정도 갖고서 병원에 가면 의사와 대화하기 편하고 시간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맘’들이 육아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는 곳곳에 널려 있다. 엄마들 사이에 육아 정보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네이버 ‘맘스홀릭’ 카페는 회원 수가 117만명에 이른다. 임신·출산에 관한 지식과 육아비법 공유, 중고 육아용품 거래가 이뤄지며 지역별 커뮤니티도 갖춰져 있다. 회원 수 39만여명인 다음의 ‘임출카페’에서는 임신 기간과 아기 월령 단위로 정보를 공유하며 아이에게 좋은 먹거리를 공동구매할 수도 있다. 육아 관련 스마트폰 앱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아가맘’, 질병관리본부의 ‘예방접종 도우미’ 등 정부에서 보급하는 앱과 더불어 ‘육아 달인 아이케어룸(icareroom)’, ‘이지데이 육아수첩’ 등 기업이나 인터넷 포털, 개인 개발자들의 앱도 엄마들의 스마트폰을 가득 채우고 있다. ‘스마트 육아’는 비단 엄마들만의 몫이 아니다. 출퇴근 시간이나 업무 시간에 짬을 내 육아 정보를 찾아보고 실행에 옮기는 스마트대디도 늘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노경범(35)씨는 아빠들의 커뮤니티인 네이버 ‘아빠놀이학교’ 카페의 운영진이자 복지부가 만든 아빠 모임인 ‘100인의 아빠단’의 멤버다. 인터넷에서 아이들과 할 수 있는 놀이, 아이들과 갈 만한 여행지 등을 공유하고 퇴근 후 집에 오면 두 아들과 놀아 준다. “아이들을 위해 뭔가 해야 한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행동하기는 어려웠어요. 그런데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아이들이 저를 안 찾더라고요. 올 2월 카페에 가입하고 나서 다른 아빠들이 아이들과 함께 놀거나 여행을 가는 모습들을 접했어요. 정말 충격이었죠.” 노씨는 “인터넷에서 다른 아빠들의 육아 방법을 보고 따라 하면서 나만의 육아법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세 살 된 아들 한결이를 키우는 강석규(29)씨는 취미와 특기가 아들 돌보기인 ‘아들바보’다. 좋은 아빠가 돼 단란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 꿈이었던 강씨는 아내가 임신하기 전부터 인터넷과 책을 통해 임신과 출산에 대한 정보를 섭렵했다. “임신에는 엽산이 좋다는 걸 알고 아내에게 엽산을 사다 주기도 했어요. 태교에 관한 정보도 수집해 아내를 편안하게 돌봤고요.” 강씨 역시 100인의 아빠단에서 활동하는 한편 엄마들만 가입할 수 있는 육아정보 카페에 아내 아이디로 접속해 정보를 구한다. 아빠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따로 구분돼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는 맞벌이를 하는 아내와 함께 아이의 성장과정과 발달과정 등 모든 것을 공유하고 챙긴다. “육아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느냐고요? 모유 수유만 빼고 다 해요.”(웃음) 이들은 자신들의 어머니, 아버지 세대와의 다른 점을 실감하고 있다. 과거의 부모는 대대로 내려오는 노하우를 가지고 아이를 키웠다면 지금의 부모는 부지런히 정보를 찾아 아이에게 꼭 맞는 방법으로 키운다는 것이다. 정윤서씨는 “아이가 어느 날 녹색 변을 봤는데, 주변 어른들이 아이가 놀란 거라며 기응환이라는 약을 먹여야 한다고 하셨다.”면서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장 운동이 빨라 영양분이 뭉쳐 나오거나 하면 녹변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에게 좋은 것을 찾느라 바쁘다 보니 어른들로부터 ‘유별나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김효정씨는 “인터넷에서 다른 엄마들에게 물어보면서 이유식을 만들어 주니까 어른들은 ‘우리 때는 그냥 숭늉이나 사골 국물에 밥을 말아 줬다’고 말씀하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아빠 역시 변화하고 있다. 강석규씨는 “과거의 아버지는 엄격하고 권위적이었다면 지금의 아빠는 친구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육아 업체 모니터·파워 블로거 등으로 진화 스마트맘, 스마트대디들은 ‘육아의 달인’으로도 진화하고 있다. 조은아(33·여)씨는 누적 방문자 수가 800만명에 이르는 육아 블로그를 운영하는 파워블로거다. 세 살 된 딸 별희를 임신하면서 운영하기 시작한 블로그는 육아, 여행, 재테크, 패션 등 주부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정보들을 망라하고 있다. 육아 전문지에서 보육 정책 관련 인터뷰와 신제품 테스트 활동도 하고 있다. 조씨는 “육아에 도움이 되는 제도와 정책을 블로그에 올려 다른 엄마들에게 알려 주고 있다.”고 말했다. 똑똑한 부모들은 정보력을 바탕으로 육아 분야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육아 관련 업계다. 김효정씨는 “육아용품 업체들은 더 이상 소비자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면서 “소비자들이 그저 수동적으로 육아용품을 주문하지 않고 좋은 것을 따지게 되니까 소비자를 상대로 나쁜 것을 쉬쉬하거나 부당하게 이득을 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육아 정책에도 당당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동수당을 도입하라며 정부에 입법 청원을 한 ‘육아교육평등지원카페’가 대표적이다. 정부에 보육 정책을 제안하는 복지부의 ‘마더탐사단’ 활동도 겸하고 있는 조은아씨는 “정부의 보육 정책에는 좋은 것도 많지만 실효성 없는 것들도 많다.”면서 “블로그에서 정책의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고 다른 엄마들의 의견을 모으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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