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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 국제우주정거장에서 포착된 ‘번쩍이는 번개’

    [영상] 국제우주정거장에서 포착된 ‘번쩍이는 번개’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미국 일대에 닥친 번개를 촬영한 영상이 공개됐다. 이 영상은 현재 ISS에 탑승해 있는 우주비행사 리드 와이즈만이 지난 27일 촬영한 것으로, 번쩍거리는 번개가 시커먼 구름 사이에서 수시로 빛을 뿜어낸다. 번개가 내리친 곳은 미국 휴스턴과 텍사스 일대. 마치 SF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고요하고 검은 하늘에 섬광이 끊이지 않는다. 그가 이번에 공개한 사진은 번개 뿐 아니라 캐나다 지역에서 몰아친 폭풍의 모습도 포함돼 있다. 29일 오후에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이 거대한 회오리는 위니펙 지역 인근에서 거대한 위력을 자랑했다. 한편 우주비행사 와이즈만은 지난 5월 28일 우주정거장에 도착한 뒤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풍경을 실시간으로 SNS에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뿐만 아니라 ISS 내에서 운동을 하거나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ISS 내부 모습 등을 공개해 더욱 화제를 모았다. 그는 오는 11월까지 우주에 머물며 임무를 수행한 뒤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종유석과 석순/김주대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종유석과 석순/김주대

    종유석과 석순/김주대 울음이 돌이 되는 느린 시간이 내려오고 있다 얼마나 많은 기도를 올려야 서로의 평온에 닿을 수 있을까 동굴은 인류가 묻어둔 눈물의 묘지 사랑도 그래서 한 방울 눈물에서 시작하여 서로에게 이르자고 혈관에 뼈가 서는 시간이다 어둠을 짚으며 고요히 우는 간격이다
  • “70일 만에 딸 왔는데… 우는 것밖에 해 줄 게 없다니…”

    25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의 고려대 안산병원 장례식장. 참사 70일째인 전날 세월호 4층 중앙통로에서 뒤늦게 발견된 단원고 2학년 윤민지(17)양의 빈소에는 무거운 침묵 속에 이따금 흐느낌이 들렸다. 검은 저고리에 치마를 입은 윤양의 어머니 박모씨가 힘없이 조문객들을 맞았다. 갸름한 얼굴에 긴 생머리, 얼굴을 다 덮는 사각 뿔테 안경을 쓴 영정 사진 속의 윤양은 어머니를 꼭 빼닮아 조문객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윤양의 부모는 사고 초기부터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줄곧 있었다. 하지만 딸의 시신이 수습된 뒤 DNA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몇 시간이 팽목항에 있었던 70일보다 길게 느껴졌다고 했다. “우리 애 말고 체크무늬 티셔츠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애가 한 명 더 있었어요. 혹시 몰라 DNA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데 시간이 멈춘 것처럼 길더라고요.” 윤양은 어머니가 “단순하다”고 할 만큼 마음 씀씀이가 착했다. “수학여행 가는데도 뭐 하나 사 달라고 안 했어요. 사치도 모르고. 애 아빠가 수학여행 가서 쓰라고 5만원을 줬는데 그걸 저한테 자랑을 하더라고요.” 큰딸을 떠올리는 박씨의 눈빛은 잠시 멍해졌다. 윤양은 춤추는 걸 좋아했다. 부모 앞에서도 음악에 맞춰 곧잘 몸을 흔들었다. “원래 소심한 성격이었는데 자라면서 활발하게 바뀌었어요.” ‘누나가 아이돌 그룹 비스트를 좋아했다’는 남동생의 말에 박씨는 팽목항에 비스트 사진을 갖다 놓기도 했다. 전날 장례식장에 도착한 시신은 이날 오전 입관을 마쳤다.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게 우는 것밖에 없었어요. 대신 죽어 줄 수도 없고…”라며 박씨는 또 눈물을 흘렸다. 하나뿐인 딸을 끔찍이 아끼던 아버지도 함께 흐느꼈다. 시신이 발견된 뒤 부부는 함께 팽목항을 지키던 딸의 같은 반 친구 허모(17)양 부모와 작별 인사를 했다. “예전엔 몰랐어요. 먼저 (안산으로) 올라가는 학부모들이 왜 그렇게 미안해하는지… 겪어 보니 알겠더라고요.” 윤양과 허양은 같은 반 친구인 데다 댄스 동아리를 함께했을 만큼 ‘절친’이었다. 박씨는 “같이 올라왔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7월의 야경 이곳에서 즐겨라

    7월의 야경 이곳에서 즐겨라

    경기 광주의 남한산성이 국내 11번째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로써 한국은 남북한을 통틀어 13개, 중국 동북 지역까지 포함할 경우 모두 14개의 세계유산을 갖게 됐다. 낮에 웅장했던 남한산성은 밤에 경관조명을 받아 한층 화려한 풍경을 선사한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야경 여행지로 남한산성을 꼽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관광공사가 선정한 7월의 야경 여행지들을 함께 소개한다. 남한산성은 백제에서 조선에 이르기까지 국방의 보루 역할을 한 요충지였다. 조선시대 인조는 청나라의 침략을 피해 47일 동안 남한산성에 머물며 항전하기도 했다. 남한산성은 경기 광주·하남·성남시 등에 접해 있다.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은 서문 지역이다. 서문 성곽 아래 전망대가 조성돼 있다. 서울 강남 일대와 경기 하남시 등이 아득하게 내려다보인다. 야경 감상은 성곽 위쪽이 한결 운치 있다. 서문까지 길이 잘 닦여 가족이 산책하듯 야경을 즐길 수 있다. ●경주역사유적지구·한양도성도 매력 만점 10여년 복원 과정을 거쳐 문을 연 행궁(사적 제 480호)은 남한산성의 새로운 상징이다. 행궁은 임금이 도성 밖에 행차할 때 임시로 머물던 곳이다. 조선 인조 때 만들어진 이후 숙종과 영조, 정조 등이 능행 길에 남한산성에서 머물렀다. 남한산성 행궁은 국내 여러 행궁 가운데 유일하게 종묘와 사직을 갖췄다. 이는 남한산성이 유사시에 임시 수도 역할을 했다는 뜻이다. 행궁 안에는 정문이자 ‘한강 남쪽 제일의 누각’이란 뜻의 한남루와 내·외행전, 이위정 등이 복원돼 있다. 행전에서는 무료 해설이 진행된다. 주말엔 아이들을 위한 책 만들기, 부채 만들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행전을 둘러봤으면 남한산성 낮 투어에 나설 차례다. 야간에는 일부 유적에만 조명이 들어오기 때문에, 야경 감상 전에 산성을 둘러보는 게 낫다. 남한산성은 해발 500m의 험한 자연 지형을 따라 조성됐다. 둘레 11.76㎞ 성곽 주변에 200여개 문화재가 산재돼 있다. 산성 탐방 코스 가운데 일반인은 물론 가족 나들이객도 접근하기 수월한 코스는 북문~서문~수어장대~남문 구간이다. 성곽 안팎을 넘나들며 성곽 둘레길을 걸어볼 수도 있다. 성문 밖으로 나서면 솔숲이다. 솔향 가득한 곳에서 쉬어가기 맞춤하다. 코스의 반환점은 저 유명한 수어장대(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호)다. 남한산성의 핵심 건물로, 현재 남은 건축물 가운데 가장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수어장대는 지휘와 관측을 위한 장소다. 이름 그대로 장수가 머물며 휘하 군사를 지휘하던 곳이다. 남한산성 내에 모두 5곳의 수어장대가 있었으나 현재는 겨우 한 곳만 남아 있다. 아울러 군사를 훈련하기 위해 건립한 연무관, 병자호란 때 항복을 끝까지 반대한 삼학사를 기리는 현절사 등의 유적과 시인이자 독립운동가 한용운 선생의 흔적이 담긴 만해기념관 등도 묶어 돌아보는 게 좋겠다. ●대구 앞산 야경·대전 문화의 거리도 강추 수어장대와 서문까지 빠르게 오르려면 숭렬전, 국청사를 거치는 숲길 코스가 낫다. 숭렬전(경기도 유형문화재 제 2호)은 백제의 시조 온조왕과 산성 축조 당시 책임자인 이서 장군을 모신 사당이다. 다만 이 단축 코스는 야간에 길을 잃을 우려가 있으니 해가 진 뒤에는 산행을 삼가야 한다. 남한산성은 밤에도 멋들어지다. 한낮에 성곽을 채우던 산행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나면 그제야 산성은 고요를 되찾는다. 북문에서 서문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탐방 코스 역시 주말 낮이면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해가 내려앉을 때쯤이면 한적한 공간으로 변신한다. 최고의 야경 감상 포인트는 서문 성곽 위다. 옛 도읍이던 서울의 건물과 한강 변에 불이 하나씩 켜지고 옅은 어둠에서 벗어난 도시가 은은한 조명으로 뒤덮인다. 청량산을 거슬러 오른 바람은 이마의 땀을 식혀준다. 남한산성도립공원 (031)743-6610. 산성 주변에 야경 투어의 여운을 즐길 만한 공간도 많다. 무기 제작을 관장하던 침괘정과 행궁 초입 종루 인근에는 허기를 달랠 식당과 차 마시며 쉴 수 있는 카페들이 늘어서 있다. 산성 남문 초입엔 닭죽마을이 조성돼 있다. 동문 방향으로는 시래기붕어찜을 맛볼 수 있는 집들이 있다. 관광공사는 남한산성과 함께 ▲도보로 즐기는 신라의 여름밤, 경주역사유적지구 야경 (경북 경주) ▲600년 전 한양도성을 따라 600년 후 서울 도심을 바라보다 (서울특별시) ▲마치 야간 비행에 나선 비행사가 된 기분, 대구 앞산 야경 (대구광역시)▲도시·섬·항구가 어우러진 바다의 야경,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경남 창원) ▲불빛으로 피어나는 삶의 근기, 목포의 야경 (전남 목포) ▲밤의 열기 가득한 도시의 야경, 대전 으능정이 문화의 거리 (대전광역시) ▲통합 청주시의 저녁 풍경 전망대, 수암골 전망대 (충북 청주) 등을 7월에 가볼 만한 야경 여행지로 선정, 추천했다.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고요 속 담금질…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고요 속 담금질… 아직 끝나지 않았다

    태극 전사들이 ‘기적’을 꿈꾸며 다시 담금질에 나섰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4일 브라질 포스두 이구아수에 차려진 훈련 캠프에서 전날 알제리전에서 쌓인 피로를 푸는 회복 훈련을 가졌다. 훈련은 선발 출전자와 교체 출전자 등 두 개 조로 나뉘어 진행됐다. 하지만 선발 출전자와 나머지 선수들의 표정은 대조를 이뤘다. 전날 패배를 직접 경험한 박주영(아스널), 이청용(볼턴), 손흥민(레버쿠젠), 구자철(마인츠) 등은 이케다 세이고 체력 코치의 지휘 아래 러닝과 스트레칭을 되풀이했다. 굳은 표정에 별다른 말 없이 훈련에 집중했다. 그러나 이근호(상주), 김신욱(울산), 지동원(도르트문트), 박주호(마인츠) 등이 포함된 백업요원 조는 패스와 슈팅으로 몸을 풀었다. 좋은 슈팅이 나오면 탄성이 쏟아지고 이따금씩 웃음소리도 들리는 등 알제리전 선발 출전자들에 비해 활력을 보였다. 주변에서는 “입은 웃지만 눈도 함께 웃지는 못한다”는 얘기도 돌았다. 최고참 센터 백 곽태휘(33·알 힐랄)는 “응원하는 팬들을 생각해 반드시 좋은 모습을 보이자고 선수들에게 얘기했다”면서 “생각을 바꾸면 정신력이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27일 오전 5시 벨기에와의 3차전이 열리는 상파울루의 기온은 섭씨 최저 17도에서 최고 27도의 초여름 날씨로 예보됐다. 앞서 치러진 러시아전에서 ‘열탕’, 알제리전에서 ‘냉탕’을 경험한 대표팀은 이번에 축구하기 좋은 ‘온탕’에서 결전을 치르는 셈이다. 대한축구협회는 브라질 교민의 98%인 5만여 명이 상파울루에 거주하고 있어 경기 당일 2만여 명이 응원에 가세할 것으로 내다봤다. 포스두 이구아수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버려진 개·고양이 마지막 쉼터 지켜 주세요”

    “버려진 개·고양이 마지막 쉼터 지켜 주세요”

    22일 경기 안성시 미양면의 ‘안성 평강공주(평화로운 강아지들의 공동주택) 보호소’. 420여 마리의 유기견·묘의 쉼터인 이곳은 여느 일요일과 달리 200여명의 외지인으로 북적거렸다. 보호소 측이 후원금 모금을 위해 기획한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소풍’ 행사가 열린 것이다. 유기 동물들의 복지를 최대한 배려한 쉼터인 이곳은 오는 30일이면 3년 임대계약이 종료된다. 승마장을 짓겠다는 주인의 계획에 보호소 측은 이곳을 매입하기로 결정했지만 이달 말까지 계약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자칫 동물 식구들이 뿔뿔이 흩어질 위기에 놓였다. 주인 측은 “계약금 1억원을 마련하면 내년 이맘때까지 보호소 토지 및 건물의 매매금액 잔금을 낼 시간을 기다려 주겠다”고 했다.  2005년부터 10년째 이곳을 운영해 온 김자영(53) 소장과 김미성(51) 부소장 자매는 20명의 스태프와 머리를 맞댔다. 김 소장은 “현실적인 방안은 늙거나 아픈 개들을 안락사시키는 거였죠. 그런데 ‘안락사하고서 눈이나 감고 잘 수 있겠나’ 싶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결국 이들은 1억원을 마련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소풍’ 행사를 기획했다. 수백 마리의 개·고양이가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의 애견·애묘인들로부터 도움의 손길이 쏟아졌다. 이곳에서 2011년 반려견 ‘순심이’를 입양한 가수 이효리씨가 행사 소개 글을 ‘리트위트’했다. 인근의 안성 창조고 학생들은 학교 곳곳에 안내 포스터를 붙이고 학교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자발적으로 3~4명씩 짝을 지어 ‘카풀’을 한 뒤 개들을 태우고 20분 거리의 애견 훈련소에 도착했다. 모처럼 탁 트인 공간에 나오자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강아지가 있는가 하면, 낯선 환경이 어색한지 웅크리고 앉은 채 꼼짝하지 않는 개들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각자 짝지어진 강아지들과 산책을 즐기는 한편 ‘고양이·강아지’로 삼행시 짓기, 강아지 얼굴 그리기 등의 프로그램을 즐겼다. 이예현(17·안성 창조고 2학년)양은 16명의 학교 친구·후배와 함께 ‘소풍’에 참여했다. “봉사 활동을 다니던 보호소가 없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강아지들이 걱정돼 견딜 수 없었다”면서 “앞으로 수의학을 전공해 아픈 개를 돌보고 싶다”며 웃었다.  이날 행사로 보호소 측은 5000만원의 후원금을 모금했다. 보호소 측은 “앞으로 유기 동물 입양 가족 모임, 재능기부 음악회 등을 통해 모금 캠페인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경제 블로그] 5만원권에 울고 상품권에 웃은 조폐공사

    5만원권이 처음 나온 것은 2009년 6월 23일이었습니다. 오는 23일이면 정확히 5살이 되는 거지요. 5만원권은 우리 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불룩했던 지갑이 얇아졌고, 경조사비 ‘단가’가 어느 틈엔가 올랐습니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도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바로 상품권 시장입니다. 롯데·신세계·현대 등 주요 백화점들이 발급하는 상품권은 5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수입품이었습니다. 현금과 똑같이 사용되는 데다 백화점이라는 이미지상 높은 수준의 위·변조 방지 기술과 품질이 요구되는 때문이었지요. 영국이 독점하던 이 시장에 5년 전 도전장을 내민 곳이 한국조폐공사입니다. 지금은 국내 상품권의 90%를 조폐공사가 찍어냅니다. 이것과 5만원권이 무슨 관계냐고요? 공기업 조폐공사로 하여금 ‘상품권 수주’라는 발상의 전환을 하도록 한 게 다름 아닌 ‘신사임당’입니다. 5만원권이 나오면서 조폐공사의 수익은 급감했습니다. 1만원짜리 5장 찍을 게 5만원짜리 1장으로 줄었으니 하루아침에 일감이 5분의1로 줄어든 때문이지요. 지폐 제조량은 2009년 9억 9000만장에서 지난해 5억 8000만장으로 41%나 감소했고, 영업이익마저 적자로 떨어졌습니다. ‘고정 일감’(한국은행 화폐 등) 외에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 절실했던 거지요.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완제품 지폐를 페루에 수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5만원권이 긍정적인 변화만 가져온 것은 아닙니다. 5만원권은 100장 발행하면 28장밖에 돌아오지 않습니다. 72장은 누군가의 금고나 장롱, 아니면 사과상자나 마늘밭에 들어가 있다는 얘기지요. 지하경제를 더 키웠다는 불명예는 5주년을 맞은 5만원권 앞에 놓인 큰 숙제입니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 [32회 교정대상 수상자] │대상│ 임양빈 천안교도소 교위

    “저보다 훌륭한 교도관이 많이 있는데 생각지도 못한 큰 상을 받으니 기쁨보다는 두려움이 앞섭니다. 앞으로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기까지 합니다.” 제32회 교정대상 대상을 받은 임양빈(57) 천안교도소 교위는 수상 소감을 묻는 질문에 “교도관으로서 본분에 충실하려 노력했을 뿐”이라며 자신을 낮췄다. 기쁨보다는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을 표했다. 또 한 여자의 남편이자 두 딸의 아버지로서는 ‘0점짜리 가장’이었다며 수상의 영광을 동료와 가족들에게 돌렸다. 범죄를 저질러 사회와 격리된 공간에 모인 수용자들과 함께 생활하는 그는 그저 수용자의 사회 복귀와 교정 환경 개선에만 집중할 뿐 정작 자신의 이야기는 주변에 털어놓지 않는 성격이다. 그는 38년 교정 생활의 결과로 ‘큰 상’을 받고서야 조심스럽게 속내를 털어놨다. “제가 4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그리 넉넉하지 못한 형편 속에 커서 그런지 어려운 이웃들,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작게나마 도움을 주고 싶더라고요. 돈이 없으니 마음을 담은 말 한마디 전하는 게 다였지만, 그게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세상 아닐까요.” 이런 마음을 담아 그가 택한 직업이 교정공무원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 입대를 앞둔 1976년 응시한 시험에 합격하고 이듬해 1월 임용돼 공주교도소에 부임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사회에서는 ‘범죄자’로 낙인 찍힌 이들이었지만 그에게는 저마다 아픈 사연을 간직한 동생이며 형들이었다. 그는 지금은 금지됐지만 당시 가능했던 1984년 서신 검열 담당 때를 떠올렸다. “그때는 수용자가 외부와 주고받는 편지를 뜯어 내용을 확인하던 때였는데 한 수용자가 누나에게 ‘벌금 30만원을 낼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했는데 형편이 어려운 누나가 ‘부탁을 들어줄 수 없어 미안하다’고 쓴 내용이 들어 있는 거예요. 서신 검열이 제 일이라 내용을 쭉 읽어 봤는데 제가 봐도 너무 딱하더라고요. 그래서 당시엔 큰돈이었지만 제가 대신 내준 적이 있어요.” 그는 특히 어린 나이의 실수로 들어온 소년수에게도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2004년 천안교도소에서 인연을 맺은 소년수와는 지금도 서로 안부를 묻고 가끔 만나 식사도 함께 한다. “남자들은 10대 후반에 혈기가 왕성하고 반항심도 커서 자칫 사회에서 정한 도를 넘기도 하잖아요. 교도소에서도 반항심 넘치던 아이가 지금은 건실한 사업가로, 또 한 가정의 가장으로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면 그게 그렇게 고맙고 이 직업이 주는 최고의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민선 6기 새인물] 조은희 서초구청장 당선인

    [민선 6기 새인물] 조은희 서초구청장 당선인

    “명함을 건네면서 ‘제 처입니다’ 인사하면 한번 더 돌아보더라는데요? 자기가 악수 한번 하면 10표씩 날아오는 게 팍팍 느껴졌답니다. 호호호.” 조은희 서초구청장 당선인은 1등 선거운동원으로 남편을 꼽았다. 부장판사에 SK텔레콤 사장을 지낸 남영찬 변호사를 가리킨다. 지난 3월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대표로 자리를 옮겨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딱 한 달만 돕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후보자 남편’이라 새겨진 띠를 두르고, 때론 ‘후보자 남편’이라 적힌 ‘개목걸이’ 같은 걸 목에다 걸고 해냈다. 사실 선거 자체는 어려웠다. 진익철 현 구청장의 출마 때문이다. 현직 구청장의 몫은 보통 20% 수준. 야권 고정표가 40% 정도이니 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럼에도 50%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했다. 진 구청장과는 마음 속 앙금을 풀었을까. “화해라뇨~. 이미 점심 식사하면서 좋은 말씀 많이 들었고요. 좀 지나선 부부 동반으로 한번 만날 참인데요?” 눈을 깜박이며 반문하는 모양새가 ‘우리가 언제 남이었던가요?’라는 듯하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구청장직을 잘 수행할 수 있느냐일 뿐 다른 건 개의치 않는다는 태도다. 이런 마음가짐은 취임 준비에서 잘 드러난다. 인수위원회를 물리쳤다. 인수인계를 위해 직원 2명만 파견받았다. 현판도 없다. 구청 직원들이 줄줄이 사무실을 드나드는 것도 금지시켰다. 사무실 더 크게 구해 주겠다는 얘기도 따돌렸다. 축하 화환도 다 돌려보냈다. 취임식도 직원 상견례 정도로 마칠 생각이다. 대신 발로 뛰었다. 조남호·박성중 전 구청장과 현 구청장까지 만나 의견을 들었다. 조 당선인은 메모가 빽빽한 업무수첩을 들어보였다. “너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하나하나 또 꼭꼭 되씹어보는 중이에요.” 취임 뒤에는 하루 정도씩 날을 빼서 각 동 주민센터에다 일일구청장실을 만들어 현장에서 업무를 볼 생각이다. 선거 기간에 현장을 누비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이라는 점을 절실히 느껴서다. 그 참에 주민센터에 나가 있는 직원들과도 교류할 생각이다. 농 삼아 너무 그러면 직원들이 불편해할 수 있다고 하자 “남성 행정관료가 일하던 자리에 여성 구청장을 찍은 것 자체가 새로운 미래를 그려보라는 메시지라고 본다”고 답했다. 그래서 각 부서 업무보고 때 요구한 것도 ‘2025 미래서초 비전’이다. “재개발만 47곳이고 우면산도 개발 중입니다. 이 작업에는 큰 밑그림이 있어야 합니다. 이 개발에다가 세심한 품격을 더하겠습니다.” 목소리가 단호했다. 그러고 보니 묘하다. 2025년이라면 3선 임기가 끝나는 시점이다. 긴 여행의 시작이다. 글 사진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씨줄날줄] 눈금 새김돌/문소영 논설위원

    1만 8000년 전 후기 구석기 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눈금 새김돌’이 발굴됐다. 국내에서 처음일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서도 처음이고 세계적으로도 발견된 적이 없는 희귀 유물이라고 한다. 충북 단양군 적성면 하진리에서 주먹도끼, 찍개, 찌르개, 긁개 등 유물 1만 5000여 점과 함께 출토됐다. 반질반질하게 잘 다듬은 약 20㎝ 길이의 장방형 돌에는 0.4㎝ 간격의 눈금 22개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구석기인들이 숫자의 개념을 기호화했다는 해석과 함께 치수를 잴 때 사용한 잣대로 추정해 ‘구석기인의 눈금자’라는 해석이 붙기도 했다. 사진으로 본 눈금 새김돌은 모양새도 단아하고 양끝에 적당한 여분을 남기고 일정한 간격으로 눈금을 새겨놓아 규칙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마치 현대미술가 이우환의 그림인 ‘점에서’를 감상할 때처럼 고요하고 안정적인 리듬감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어떻게 동굴 원시인이었던 구석기인들이 이렇게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었을까. 규질사암 자갈돌과 같이 단단한 돌에 눈금을 새긴 도구는 혹시 다이아몬드가 들어 있는 돌멩이가 아니었을까 하는 망상도 즐겁게 해봤다. 조용한 곳에 홀로 앉아 장방형의 둥근 돌에 0.4㎝ 간격으로 금을 파려면 고도의 집중력과 힘이 필요하지 않았겠는가. 이승원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실장은 “유럽에는 눈금을 새긴 동물의 뼈가 발견된 기록이 있지만, 구석기에 직접 눈금을 새긴 유물이 보고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이 눈금 새김돌이 후기 구석기 유물이 확실하다면 현생 인류 역사에서도 중요한 발견이 될 전망이다. 원래 구석기인들은 사냥한 동물 수를 뼈에 새겨놓는 방식으로 수의 개념을 사용했다. 하지만 구석기인들에게 넓이나 크기를 계산하기 위한 측정도구가 있었는지는 밝혀진 바가 없다. 이 눈금 새김돌이 발견되자 국내 고고학계가 깜짝 놀라고 환호하는 이유다. 한 연구원은 이 눈금 새김돌을 들고 망치로 쓸 만한 돌의 크기를 쟀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착 생활은 1만년 전쯤 ‘신석기 혁명’이라 불리는 농경을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고 종교적 의례를 하고 장례식을 치르는 등의 문화는 집단지성의 결과로 3만년 전부터 내려오고 있다. 눈금 새김돌이 의식·제례용일 수도 있지만 측정 도구라면 더 의미가 크다. 이언 모리스의 저서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와 같은 서양인의 우수성을 강조한 글을 읽은 뒤 찾아오는 불쾌한 감정을 구석기 조상이 당대 다른 지역의 조상보다 더 똑똑했을지도 모른다는 추정으로 우쭐해 하며 해소할 수 있을까.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끼 많고 톡톡 튀고~ 얼굴까지 닮은 두 남자

    끼 많고 톡톡 튀고~ 얼굴까지 닮은 두 남자

    2002년 당시 중학생이던 조권(25·2AM)의 기억. 같은 소속사에서 연습생으로 있던 친구가 득달같이 달려와 말했다. “내가 어떤 뮤지컬을 봤는데, 거기에 너랑 똑같은 사람이 나오더라.” 그해 대학생이던 김호영(31)의 기억. 얼떨결에 뮤지컬에 출연하게 됐다. 고교 시절 청소년 연극제에서 ‘여장’으로 전국을 제패한 그는 여장 드러머 엔젤 역할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했다. 12년 전 두 사람의 공통분모는 뮤지컬 ‘렌트’였다. ‘렌트’의 김호영을 보고 조권을 떠올린 것처럼 조권이 지난해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발칙한 헤롯’을 연기했을 때 많은 사람이 김호영을 연상했다. ‘끼 많고 발랄하며 잔망스럽게’ 자신의 역할을 각인시키는 두 사람을 두고 주변 사람들은 “서로 닮았다”고 했지만, 정작 둘은 몇 번 마주치면서도 데면데면했다. 물론 3주 전까지만. 이제는 연습실에서 “언니”, “미니미”(mini-me·작은 나)라고 부를 정도로 끈끈해졌다. 뮤지컬 ‘프리실라’의 개막(7월 8일)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인 지난 11일과 12일, 서울 신사동과 서초동에서 김호영과 조권을 나란히 만났다. 두 사람은 이 작품에 유승엽과 함께 ‘아담’ 역할로 캐스팅됐다. “호주의 중심 에어즈락에서 빵빵한 가슴과 깃털을 달고 마돈나의 히트곡 메들리를 완벽하게 부르고 싶은” 아담은 당당하고 인기 많은 사고뭉치 게이다. 각각 뮤지컬과 대중음악 분야에서 활동하던 두 사람이 ‘드디어’ 뭉쳤다. “뮤지컬 배우 중에 옥주현과 정선아가 정말 친하거든요. 아마 남자 배우 중에서는 우리가 그렇게 될 겁니다. 행동이 비슷한 데다 말과 생각도 잘 통하고.”(김호영, 이하 호) “같은 배역이라 한 무대에서 연기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뿐이죠. 우리 둘이 무대를 가지고 놀아야 하는데.”(조권, 이하 권) 연습을 시작한 뒤 3주 만에 두 사람은 이미 “뮤지컬 ‘위키드’의 남자 버전을 만들어 엘파바와 글린다로 한 무대에 서자”는 구상까지 했다. 유쾌한 두 사람의 에너지는 연습실에서도 그대로 분출된다. “연습실 분위기요? 정말 좋습니다. 밝은 노래가 많아서 신나는 콘서트를 하는 것 같아요. 물론 힘들죠. 드래그퀸, 트랜스젠더 등 평소와 다른 모습을 연기해야 하니까 호주 크리에이티브팀은 평소에도 손짓부터 걸음걸이까지 여성스러운 면을 유지하도록 요구하고 있죠.”(권) 위엄 넘치는 배역을 도맡았던 조성하도 작품에서 나이 많은 트렌스젠더인 버나뎃을 연기하면서 “어머”를 연발하는 ‘여사님’이 됐다고 귀띔했다. 김호영은 “제일 어려운 작품을 꼽으라면 예전엔 ‘바람의 나라’였는데, 이제는 무조건 ‘프리실라’”라고 했다. “연습할 때도 높이가 한 뼘 정도 되는 통굽을 신는데 정말 아찔하고요. 옷은 또 얼마나 많이 갈아입는지, 아담 옷만 21벌이에요. 예전에 정선아가 ‘드림걸즈’를 하면서 의상이 너무 많아 힘들다고 했는데, 아마 그 작품을 뺨 두 대는 후려칠 걸요.” 드래그퀸의 사막 여행을 그린 ‘프리실라’는 출연진 무대의상이 500여벌, 머리장식이 200여개에 이른다. 최소 14초 만에 갈아입으면서 극적으로 변신하는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조권은 “머리장식 중심 잡는 게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조금만 뒤로 넘어가면 목이 꺾이고, 앞으로 숙이면 장식이 얼굴 쪽으로 내려오죠. 제가 발이 작은 편(245㎜)인데 호주 공연 의상을 그대로 갖고 와서 맞추려니 신 안에 패드를 끼워 넣어야 하고, 대사와 노래는 왜 그렇게 많은지. 장면 하나 끝내면 입에 침이 하나도 안 남아요.”(권) 말은 분명 넋두리인데 표정에는 흥이 묻어 있다. “지난해 군을 제대한 뒤 이제는 감성을 조금 차분히 가져가야겠다는 고민도 있었죠. 아무래도 나이가 주는 느낌이 있잖아요. 그래서 아담은 내게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연기하면서 이야기와 상징이 있는 인물이라는 걸 깨닫고 있습니다. 철없는 사고뭉치가 아니라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당당하게 내보일 줄 아는 흥미로운 캐릭터라는 것을요.”(호) 조권은 김호영을 ‘연륜 있는 아담’이라고 치켜세우고, 김호영은 조권을 ‘섹시한 아담’으로 칭했다. “섹시하지만 쓸쓸한 인물”이라는 게 조권이 보는 아담이다. “아담은 참 외로운 사람이에요. 열정이 넘치고 패기를 갖고 있지만, 버나뎃처럼 사랑을 찾고 틱처럼 가족을 만난 건 아니잖아요.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수모를 견뎌야 하고, 그러면서도 힘들지 않은 척할까 생각하니 런스루(총연습)하면서 울컥하더라고요.” 둘은 “같은 인물을 보고도 다른 느낌을 갖게 되는 게 이 작품의 묘미”라고 입을 모았다. “‘다양성’이 이 작품이 품은 의미이기도 하니까요. 캐릭터별, 배우별 공연을 보면서 관객들은 제각각 다른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성소수자나 독특한 취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이해해 달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가족과 사랑을 볼 수 있을 겁니다.”(호) “제겐 이제 겨우 두 번째 뮤지컬이잖아요. 소박하게 ‘조권이 좀 하네’라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어요. 더 바란다면, ‘…슈퍼스타’에서 호평을 받으며 느꼈던 큰 희열을 이번에도 다시 경험하고 싶습니다.”(권)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동물박사가 들려주는 동물이야기] 서울동물원의 자원봉사자들

    [동물박사가 들려주는 동물이야기] 서울동물원의 자원봉사자들

    Q)다른 봉사활동과는 다를 것 같은데 특별한 점이 있나요. A)동물원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시작 전 교육을 통해 알려 드리고 있습니다. 동물원의 먹이숲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동물복지를 위한 동물행동풍부화란 무엇인지 등을 알고 나면 하는 일이 동물이나 시민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알게 돼 더 즐겁게 하시더라고요. 어떤 기업은 가족들과 함께 자연을 느끼다 보니 치유가 되고 오히려 많은 것을 얻어 간다며 고맙다고 하더군요. Q)정말 많은 사람이 대공원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데 어떻게 하면 자원봉사를 할 수 있나요. A)일반 자원봉사엔 워낙 많은 분야가 있기 때문에 각 부서에서 따로 모집합니다. 오래 한 분이 수두룩해 한꺼번에 많이 모집하는 경우는 드물죠. 동물행동풍부화, 동물교실, 식물원 등은 홈페이지에 공고를 내지만 기업이나 단체의 경우 서울대공원이 연초에 일감 목록을 서울시 자원봉사센터에 보내면 봉사팀과 연결됩니다. 저는 주로 기업, 단체들과 함께 다양한 일을 하는데 지난 4월에만 176명이 와서 삼림욕장에 나무도 심고 동물들의 먹이가 되는 채소도 가꾸는 등 여러 가지 도움을 주셨습니다. Q)오는 사람들이 정말 다양한데 어떤 단체에서 오나요. A)2013년에는 30여개의 기업과 단체가 57회의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일회성이 아니라 꾸준히 오는 단체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서울연구원, 중앙공무원교육원, 자연환경국민신탁, 삼성물산, 삼성SDS, 미래에셋증권, 포스코, 호반건설, 서울소방학교 신규 임용자들도 와서 나무 의자를 만들어 줬어요. 예전에 동물들을 위해 못 쓰는 소방호스와 담요도 기증해 줘서 좋은 인연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노숙인 시설과 안양보호관찰소에서도 왔는데 다른 존재를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데서 삶의 희망을 느끼고 자신감을 얻는다고 귀띔해 줬어요. 저로서도 정말 보람 있는 일입니다. 현재 서울대공원에 자원봉사자로 등록한 이들만 180명을 웃돈다. 크게 기업, 단체 봉사활동과 일반인 봉사활동으로 나뉜다. 기업, 단체의 자원봉사자들이 대공원을 잘 도와줄 수 있도록 발로 뛰며 돕는 총무과 김유정 주무관과 질의응답을 했다. 동물원에 대한 애정이 넘쳐 본업을 떠나 짬 날 때마다 오는 노인부터 다만 동물이 좋다며 찾아오는 꿈으로 가득한 어린이까지 동물원을 아끼고 돕는 사람들이 없이는 동물원이 잘 운영될 수 없다. 자원봉사자 얘기다. 그 고마운 세계로 들어가 본다. 동물원 성수기를 맞아 최근 봉사자들과 함께 시설 안전점검을 마쳤다. 수리가 필요한 곳을 파악하고 안전을 위해 대비책을 세웠다. 많은 사람이 방문했던 어린이날엔 미아 예방을 위해 이름표를 적어 주기도 하고 동물들에게 과자를 주지 않도록 안내했다. 덕분에 미아 발생도, 동물을 괴롭히는 관람객도 많이 줄었다고 한다. 자원봉사자들은 동물원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영어 안내를 도맡고 식물원에서 식물에 대해 설명해 주며 곤충교실과 동물교실에서 교육을 돕는다. 동물복지를 위해 동물행동풍부화 활동을 하고 사육사들을 도와 동물을 돌보기도 한다. 그중 ‘동물행동풍부화 자원봉사’는 성인이면 누구나 할 수 있어 교사, 회사원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하고 있지만 주로 수의학과, 동물자원학과 등 동물 관련 학과 대학생들이 지원한다. 지금 20여명이 활동 중이다. 사육사와 함께 매주 토요일에 모여 동물을 위해 다양한 풍부화 프로그램을 벌인다. 함께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적용하거나 동물이 살고 있는 환경을 개선한다. 5개월 정도의 봉사 기간이 끝나면 일지를 모아 책으로 엮고 서로 했던 일을 발표하는 워크숍을 한다. 2011년부터 동물행동풍부화 활동을 한 이영수 봉사자는 ‘동물이 좋으면 나도 좋다’는 마음으로 즐겁게 봉사에 임한다. 이렇게 멋진 자원봉사자들은 ‘전시관’에도 있다. 10년 넘게 서울대공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이젠 제2아프리카관을 지키는 장길선 봉사자는 여든을 넘긴 나이에도 영어, 러시아어까지 쓰며 관람객을 친절히 안내한다. 전시관에 있는 이들은 모두 1930~40년대에 대학을 나온 재목이다. 지금까지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존경스럽다. 반면 ‘서울 주 페트롤’(Seoul zoo petrol)은 봉사자들 중 가장 나이가 어린 학생들이다. 2010년 시작한 페트롤을 거친 어린이들은 벌써 중학생이 됐고 올해도 새로운 어린이 페트롤을 맞이했다. 서울 주 페트롤은 올바른 동물원 관람 문화와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실천 중심의 봉사활동이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50여명의 페트롤은 관람객에게 동물을 보호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동물에 대한 해설도 직접 한다. 먼저 시작한 선배와 후배가 함께 의견을 나누며 캠페인을 계획하는 주도적인 활동을 통해 미래 자연과 동물을 생각하는 리더로 커 나가길 기대하고 있다. ‘동물 전문 자원봉사자’는 미래 사육사를 꿈꾸는 대학생이나 대학 졸업생들로 구성돼 있다.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배우며 역량을 쌓는다. 서울대공원뿐 아니라 전국 동물원의 사육사 가운데엔 서울대공원 봉사자 출신이 많다. 이런 인연이 동물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더욱 전문적인 사육사가 될 수 있는 힘이 된다. ‘동물해설사’는 2012년 시작해 현재 30명이 활동 중이다. 원래 자원봉사자로 동물 해설을 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더욱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교육과 선발시험을 거쳤다. 해설사는 동물원을 찾은 관람객의 눈과 귀가 돼 주는 안내자다. 동물해설사가 함께하면 동물들도 다르게 보인다. 몰랐던 기린의 이름을 듣고 그만의 특징과 살아온 역사를 듣다 보면 ‘그냥 기린’이 아닌 멋진 친구가 된다. 유선진 해설사는 이제 훌쩍 커 버린 아이들이 어렸을 때 동물원을 찾으면 물어볼 사람이 없어 답답했단다. 그래서 동물해설사가 됐다. 사람들이 좀 더 동물에 대해 잘 알고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치원 아이들의 난감한 질문에 당황하기도 하지만 모르면 알아보고 전화로 알려주는 등 동물 해설을 위해 애쓴다. 다른 곳에서 역사 해설도 겸하는 박성인 해설사는 동물들은 살아 숨 쉬는 생명체이기에 현장에서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일의 장점으로 꼽았다. 40년의 교직 생활에서 은퇴해 동물해설사가 된 은정남 해설사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계속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어 다시 한번 젊음을 만끽한다. 거짓 없는 동물들의 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이다. 봉사는 누구나 할 수 있으나 아무나 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대공원 자원봉사의 특징은 무엇보다 애정을 가지고 오래 활동한다는 점이다. ‘누구나’에서 ‘아무나’를 빼면 서울대공원을 사랑하는 자원봉사자들이 남지 않을까. 이 밖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이들이 도움을 주고 있을 것이다. 마음 깊이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 enrichment@seoul.go.kr
  • 고려대 대자보 어떤 내용이길래… “종강수업 듣지 못할 것 같습니다”

    고려대 대자보 어떤 내용이길래… “종강수업 듣지 못할 것 같습니다”

    고려대 대자보 어떤 내용이길래… “종강수업 듣지 못할 것 같습니다” 지난해 말 ‘안녕들 하십니까’로 사회에 경종을 울렸던 고려대에 또 다른 대자보가 붙었다. 이번 고려대 대자보는 ‘교수님에게 부치는 편지’라는 제목이다. 지난 9일 고려대 안암동 캠퍼스에는 고려대생들이 교수님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대자보가 걸렸다. ”교수님들, 27년 전 87년 6월을 기억하십니까?”로 시작되는 이번 고려대 대자보는 “연세대학생 이한열이 최루탄을 맞았던, 전국에서 몇천명이 시위를 하다 경찰서로 연행되던, 그럼에도 계속해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몇백만이 거리에서 만났던 87년 6월을 기억하십니까?”며 교수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고려대 대자보에는 “우리들의 6월을 맞이하러, 87년 6월을 잊지 않기 위해서 거리로 나갑니다. 세월호 참사는 생명보다 이윤이 먼저인 이 사회와 그 전통이 만들어 낸 것이라 소리치러 나갑니다. 아쉽게도 종강 수업은 듣지 못할 것 같습니다”라고 적혔다. 이어 “청와대로 향합니다. 무참히 밟히고 깨지고 결국 경찰서로 잡혀갈 것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나갑니다. 세월호 참사의 모든 책임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는 것은 아닙니다”며 “세월호 참사가 생명보다 이윤이 먼저인 이 사회가 만들어 낸 것”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학생·시민단체는 지난 10일 오후 8시 청와대 앞길에서 열릴 예정인 청와대 만인대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청와대 만민공동회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묻기 위해 개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청와대 부근과 서울 시청 광장, 광화문 부근 일대에서 열겠다며 신청한 집회·시위를 모두 불허했다. 다음은 고려대 대자보 전문 교수님에게 부치는 편지 ― 6월 10일을 앞두고 교수님들, 27년 전 87년 6월을 기억하십니까? 연세대학생 이한열이 최루탄을 맞았던 87년 6월을, 전국에서 몇천명이 시위를 하다 경찰서로 연행되던 87년 6월을, 그럼에도 계속해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몇백만이 거리에서 만났던 87년 6월을 기억하십니까?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든 사람들이 불의에 항거해 거리로 뛰쳐나왔던 87년 6월을 기억하십니까? 내일, 당신들의 제자들이 다시 거리로 나갑니다. 우리들의 6월을 맞이하러 거리로 나갑니다. 87년 6월을 잊지 않기 위해서 거리로 나갑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냈던 변화를 믿기에 거리로 나갑니다. 세월호 참사는 생명보다 이윤이 먼저인 이 사회와 그 전통이 만들어 낸 것이라 소리치러 나갑니다. 청와대로 향합니다. 무참히 밟히고 깨지고 결국 경찰서로 잡혀갈 것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나갑니다. 세월호 참사의 모든 책임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많은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최고 책임자가 이윤보다 생명이 먼저인 사회를 만들 의지가 없어 보이기에 우리는 그것에 항의하러 갑니다. 무모하다고요. 87년 6월의 그들도 무모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겁니다. 아쉽게도 종강 수업은 듣지 못할 것 같습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사회에서 교수님들이 그만 가만히 있길 바라는 불손한 제자들 드림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깨진 가로등도 비 새는 곳도… 중랑 순찰반에 다 걸리네

    “TV에 안 좋은 뉴스가 많아 퇴근길이 무서울 때가 많아요. 골목길 보안등이 깨져서 더 그랬는데 야간순찰 뒤 바로 고쳐주셔서 너무 고마웠어요. 안심도 되고요.” 강미선(45·여·중랑구 상봉동)씨는 이제 안심할 수 있다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중랑구는 10일 활동시간이 길어지는 여름철을 맞아 주민들이 출퇴근 때 느끼는 불편를 덜기 위해 ‘현장민원 조기 및 야간 순찰’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역엔 아파트에 비해 단독주택 비중이 높다. 해서 골목길이 발달했다. 문제는 늦은 시간에 무섭다는 이들이 많다는 점. 늘 순찰은 돌면서 구민들의 불편을 현장에서 바로바로 고치겠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순찰팀과는 별도로 움직이는 것이다. 먼저 3인 1개조로 순찰반을 짰다.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에는 오전 7시부터 2시간 동안, 매주 목요일에는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지역을 돌게 된다. 순찰길에서는 구민 생활에 관련된 모든 것을 다 살펴본다. 출근길 대중교통 이용상황은 물론, 퇴근길 보안등, 가로등의 고장 여부 등이 다 포함된다. 계절이 여름임을 감안해 수방시설물 관리, 어린이들이 이용하는 각종 공원들의 관리 등도 함께 진행하게 된다. 구 관계자는 “구민들께서 불편을 느낄 만한 생활상의 작은 요소들까지 모두 다 세세하게 살펴 쾌적한 중랑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새 영화] ‘스틸 라이프’

    [새 영화] ‘스틸 라이프’

    삶의 마지막 순간에 내 곁에는 누가 있어 줄까. 누구나 한번쯤 해보게 되는 생각이다.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스틸 라이프’는 이런 질문에 대해 조용하면서도 날카롭게 답하는 영화다. 1인 가구의 비율이 점점 높아져 홀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가 세계적인 사회 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영화는 담담한 시선으로 사회의 이면을 이야기한다. 주인공 존 메이(에디 마산)는 런던의 22년차 구청 공무원으로 그에게 맡겨진 임무는 홀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의 장례를 치르고 지인을 찾아 초대하는 일이다. 그는 누가 죽었다는 제보가 들어오면 일단 의뢰인의 유품을 단서로 삼아 추도문을 작성한다. 홀로 떠난 사람들의 삶을 추적해 그 인생의 가치를 기록하는 일 또한 그의 임무인 것. 영화는 첫 장면에서부터 쓸쓸함이 가득 묻어난다. 교회나 성당 장례식장의 조문객으로는 매번 존이 유일하다. 그는 그런 장례식장에서 듣는 이 하나 없는 추도문을 낭독한다. 어떻게든 덜 외로운 장례식을 만들기 위해 번번이 고인의 가족이나 지인들을 수소문하지만, 이런저런 사연을 이유로 찾아오고 싶지 않다는 반응이 돌아오기 일쑤다. 존 역시 홀로 외롭게 사는 사람이기는 마찬가지다. 혼자 아침을 차려 먹고 하루종일 혼자 일을 한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정리해고를 통보받은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의뢰인을 만나게 된다. 자신의 아파트 바로 맞은편에 살던 알코올 중독자 빌리 스토크가 죽은 채 발견된 것. 존은 사무실을 벗어나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그의 삶을 되돌아보는 작업에 들어간다. 스토크의 가족과 지인들을 만나면서 그가 비록 알코올 중독자로 삶을 마감했지만 삶의 궤적만큼은 누구보다 풍성했다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는 사이 폐쇄적이었던 존의 성격도 조금씩 변한다. 이처럼 영화는 삶과 죽음의 문제를 정면으로 직시하면서 인간 관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제안한다. 후반부의 반전이 다소 급작스럽다는 느낌이 들지만 메시지를 가득 담은 마무리는 깔끔하다. 영화 ‘풀몬티’의 제작자로 이름을 알린 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은 평범하고 고요한 일상 속에 숨은 삶의 의미를 강렬한 주제의식으로 치환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감독은 “타인과의 관계와 공감, 외로운 인간의 삶을 이야기하면서도 그 속에 숨겨진 진심과 따뜻함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70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4개 부문을 수상했다. 주인공의 복잡한 심경을 담담하면서도 섬세하게 표현한 영국의 실력파 배우 에디 마산의 연기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지금&여기] 無스펙 채용 환영한다/명희진 산업부 기자

    [지금&여기] 無스펙 채용 환영한다/명희진 산업부 기자

    2010년 9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이른바 백수였다. 고시로 불리는 언론사 준비생치고는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을 보냈지만, 별일 없는 하루는 매분 매초가 숨이 턱턱 막혔다. 왜 자꾸 떨어질까. 텅빈 자격증란이 눈에 들어왔다. 남들 다 간다는 어학연수도 남들 다 한다는 인턴생활도 나는 무경험자였다. 심지어 운전면허증도 없었다. 뭐라도 채워 넣자 싶어 2011년 여름 부랴부랴 땄던 게 ‘심폐소생술 자격증’이다. 돈 몇 만원에 하루 몇 시간 이수교육을 받고 난 뒤 형식적인 시험을 치르고 나면 카드 모양의 수료증이 나온다. 이력서 한쪽을 줄기차게 채우긴 했지만 정말 그게 다였다. “휴학하면 토익 학원부터 다녀야죠. 한국어 능력시험도 보려고요.”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후배의 말이다. 후배는 자칫하단 백수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완전히 압도당한 표정이었다. 스펙을 걷어내자는 이 사회의 다짐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기업이 스펙을 안 보면 뭘 보고 사람을 뽑겠느냐는 불신도 컸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 설문조사를 들여다보면 스펙이 취업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 취업 준비생은 97.5%에 달했다. 반면 기업에서는 스펙보다 인성이 중요하다는 응답이 84.5%였다. 구직자와 기업 간의 간극은 이토록 넓고 깊었다. 최근 LG그룹이 하반기 신입사원 입사지원서부터 수상 경력, 어학연수 기간, 봉사활동 등 스펙란을 아예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도 스펙 초월 채용에 적극적이다. 자격증이나 어학 성적 기입란을 없애고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주최의 스펙 초월 채용설명회도 열었다. 그렇다면 그 후배 말대로 기업은 뭘 보고 사람을 뽑겠다는 걸까.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들의 대답은 비슷비슷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다듬어 낸 자기소개서(자소서),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역량,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경험, 열정을 녹인 자기소개서에서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얘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노사팀 관계자는 “취업 준비생의 예상과 달리 기업은 신규 채용 때 구직자의 스펙보다 도전정신과 열정 등을 중시한다”면서 “그중에서도 기본적으로 이 기업에 왜 입사하고 싶은지 명확히 하는 게 취업 성공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제 스펙은 기본만 하자. 대신 ‘왜 이 일이어야 하는지’, ‘왜 이 회사여야 하는지’ 좀 더 고민하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자. 명희진 산업부 기자 mhj46@seoul.co.kr
  • 철통보안 VS 추모시위… 톈안먼 25주년의 두 얼굴

    6·4 톈안먼(天安門) 사태 25주년을 하루 앞둔 3일 홍콩과 타이완 등 중화권과 미주 지역을 중심으로 톈안먼 사태 희생자를 추모하는 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정작 사건이 발생한 중국에서는 철통 단속과 보안이 최고조에 달하며 고요한 분위기가 연출돼 대조를 이뤘다. 중국 베이징시 공안국은 외지에서 베이징으로 들어오는 고속버스 탑승 승객들을 상대로 신분증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신경보(新京報)가 이날 보도했다. 베이징에는 테러 경계 최고 등급이 발령돼 중심가와 주요 도로 진입로에서 무장경찰이 24시간 순찰을 하고 있으며, 시위를 막기 위한 보안요원 10만명과 경찰견 600여 마리도 시내 곳곳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톈안먼 사태 유혈 진압 당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곳인 톈안먼 인근 무시디(木?地)의 지하철역 일부 출입구도 이유 없이 봉쇄됐다고 홍콩 명보(明報)가 보도했다. 이곳은 ‘톈안먼 어머니회’ 창설자 딩쯔린(丁子霖) 등 톈안먼 사태로 자식을 잃은 유가족들이 아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매년 이맘때 제사를 지내는 곳으로 톈안먼 광장만큼 중점 보안 대상으로 꼽힌다. 반면 이날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는 톈안먼 사태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집회가 열렸다고 중화권 언론들이 보도했다. 톈안먼 추모 집회는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지련회)의 주도하에 톈안먼 사태 발생 1년 뒤인 1990년부터 매해 어김없이 열리고 있다. 타이완에서도 추모 집회가 동시에 거행됐다. 지련회 리줘런(李卓人)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최소한 20만명이 모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톈안먼 사태 당시 문을 열었던 ‘톈안먼 민주대학’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사이버대학 형식으로 25년 만에 부활됐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민주대학은 1989년 6월 3일 톈안먼 광장에서 장보리(張伯笠) 등이 중심이 돼 설립한 학교로 강의 첫날 계엄군의 탱크가 밀고 들어오면서 개교 24시간 만에 폐교됐다. 톈안먼 사태 때 시위대에 동정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이유로 실각된 자오쯔양(趙紫陽) 당시 공산당 총서기의 비서인 바오퉁(鮑彤)을 비롯한 민주화 인사 40여명이 교수진으로 구성됐다. 톈안먼 사태 당시 학생들이 요구한 민주화, 인권 등을 주제로 하는 16개 강좌가 개설돼 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꿈의 무대 메트 30년 나만의 목소리로 인생을 노래하다

    꿈의 무대 메트 30년 나만의 목소리로 인생을 노래하다

    “너의 에이전트를 하려면 ‘노’(No)를 잘해야 한다.” 소프라노 홍혜경(57)의 에이전트가 그에게 한 볼멘소리다. 세계 성악가들의 꿈의 무대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이하 메트) 데뷔 30주년을 맞은 소프라노 홍혜경. 그의 에이전트는 세계 유수의 오페라단이나 감독, 지휘자에게서 작품 제의를 받을 때마다 ‘거절’부터 하는 게 일이었다. 그 자신은 ‘재미있는 얘기’라며 들려줬지만, 사실은 그가 흔들림 없이 음악 인생을 밀고 올 수 있었던 비결을 압축해 보여 주는 에피소드다. 홍혜경은 현재 메트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 가수 가운데 가장 데뷔가 빠르다. 그만큼 오래 건재했다는 얘기다. 그는 왜 늘 ‘노’라고 말했을까. 2일 기자들과 만난 그는 “처음 오페라를 시작할 때 마음 먹었던 것, 오래가기 위해서였다”고 이유를 밝혔다. “오페라 가수에겐 유혹이 많습니다. 노래를 잘하면 밀라노에서도, 빈에서도 초청이 물밀 듯 들어오죠. 동양인이니까 ‘나비부인’을 해 달라, ‘투란도트’를 해 달라 하면 “노, 노, 노, 노” 했어요. 처음에 뭘로 데뷔하느냐에 따라 이후의 이력이 결정되니까요. 젊은 성악가들은 유혹을 넘어서는 게 참 힘들어요. 하지만 그 유혹을 쫓다 목소리를 잃고 3~5년 만에 사라지는 이들을 많이 목격했고 실망도 컸습니다. 처음부터 저는 오래가는 게 목표였어요. 내가 지닌 목소리를 잃지 않고 정점까지 성장해 나아가는 것. 그래서 지금까지 제 목소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성취죠.” 그는 20대 때 이미 35~45세쯤엔 국제적인 이력을 쌓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성기인 45~55세까지는 자신의 목소리에 맞게 활동한다는 방향을 잡았다. 오는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갖는 메트 데뷔 30주년 독주회에서 그가 젊은 성악가들에게 건네고 싶은 메시지는 간명하다. “자기 목소리의 잠재력과 한계를 알고 그에 맞는 역으로 연주자로서 성장할 것”이다. 그는 지난 5월 중순부터 연세대 성악과 교수로 이미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 “대학에서 애들을 만나 보니 다 우리 딸, 아들 나이예요. 제가 선생님이라기보다 엄마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성악 테크닉부터 오페라까지 제가 아는 것은 다 가르치고 있어요. 무엇보다 삶과 음악을 어떻게 같이 꾸려 갈 수 있는지는 제 경험을 빌려 전해 주고 싶습니다.” 홍혜경은 오페라 가수 대신 ‘내 직군’이라는 단어를 자주 썼다. 예술가가 아닌 하나의 직업인으로서의 책임감을 누구보다 무겁게, 오래 짊어져 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로 들렸다. “한국에 오면 ‘디바, 홍혜경’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저는 그 말을 좋아하지 않아요. 미국에서 디바라고 하면 이기적이고 고집 세고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을 일컫죠. 저는 그냥 일하는 사람입니다. 메트 역시 하나의 회사입니다. 오랫동안 일할 수 있었던 데는 사회생활이 중요했죠. 명성에 기대 스스로 도취되는 성악가들이 많아요. 하지만 그렇게 환상에 젖으면 진짜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합니다.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이웃을 대접하라’는 말이 있듯 모든 사람은 다 동등합니다. 서로 존중하면서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해 나간다는 원칙을 지켜 왔죠.” 이번 리사이틀에서 그는 데뷔작인 모차르트의 ‘티토왕의 자비’에서부터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 베르디의 ‘리골레토’ 등 최근 출연작까지 아리아 11곡을 아우른다. 지난 30년간 메트 오페라에서 매 시즌 주역을 꿰차며 350여회나 무대에 서 왔지만 그의 도전은 아직도 멈추지 않았다. 성대의 한계를 넘어서는 작품이라 줄곧 거절해 왔던 ‘나비부인’을 메트에서 2년 전 제안해 고심 중이라는 그는 “아, 이 말을 꼭 하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동양을 배경으로 한 유명한 오페라가 ‘투란도트’(중국)와 ‘나비부인’(일본)이죠? 그런데 한국은 여기서 빠져 있어요. 국내 클래식 작곡가분들, 극적인 감정을 담은 아름다운 한국의 스토리로 오페라를 하나 만들어 주시면 제가 도전하고 싶습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후보자 인터뷰] “경부고속도 접도지역 활용 공연장·아케이드·주차장으로”

    [후보자 인터뷰] “경부고속도 접도지역 활용 공연장·아케이드·주차장으로”

    “아유, 그 덕택에 정치꾼 소린 안 듣습니다. 적어도 뭔가 해먹으려고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은 안 받잖아요.” 늘 듣던 질문이라는 듯, 늘 준비된 대답이라는 듯 말했다. 해도 안 되는 곳에서 왜 하냐. 이 질문은 곽세현 새정치민주연합 서초구청장 후보에게 오랜 상처였을지 모른다. 씩 웃던 표정과 눙치던 말투를 가다듬었다. “구민들에게 ‘정치’를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선거 때 바람이 살짝 이니까 새누리당도 바짝 긴장했죠. 선택의 가능성이 있어야 구민들 삶이 더 풍요로워집니다. 정치 소비자의 힘 아니겠습니까. 20여년에 걸친 일방통행을 끝낼 때가 된 겁니다.” 지난 선거 때 바람을 타긴 했으나 실제 표 차이는 제법 났다. “부정적으로 안 봅니다. 지난 선거 때 악수하러 다니면서 놀란 건 의외로 손에 굳은살 박인, 손마디 굵은 유권자들이 많다는 겁니다. 실제 밑바닥 목소리를 들으면 강남 3구라는 이름 아래 편가르기만 한다는 불만이 많습니다. 거기다 전략공천만 거듭하다 보니 새누리당의 하부조직이 상대적으로 많이 깨진 측면도 있고요. 법원, 검찰이 있는 데다 대학교수가 수두룩해서 그냥 돈만 가졌다기보다 교양을 갖춘 사람도 많습니다. 보수를 돌파할 수 있는 흥미로운 곳이 서초입니다.” 때문에 준비도 철저하다. 공약만 6년씩이나 다듬었다. 그 가운데 하나는 경부고속도로 활용이다. 고속도로 주변 접도지역에 주차장이나 공연장, 아케이드 등을 채워넣어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공유경제다. “8000만원 이상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 제일 많습니다. 이 고소득 전문직들이 은퇴 뒤 할 일이 없다는 경우를 봅니다. 이런 분들이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겠습니다.” 우면산 산사태 등에 대비한 안전대책도 나름대로 꼼꼼하게 세웠다. “학생운동을 했던 사람으로 무능한 진보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뼈아팠습니다. 그 청춘의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제가 꼭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후보자 인터뷰] “아기 맡기거나 택배물 받는 단독주택 반딧불센터 건립”

    [후보자 인터뷰] “아기 맡기거나 택배물 받는 단독주택 반딧불센터 건립”

    “단지 제가, 그냥 여성이기만 해서 선택받았을까요.” 허리를 슬며시 곧추세우더니 강렬한 눈빛을 내뿜으며 되물었다. 스스로의 인생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나는 포즈다. 조은희 새누리당 후보는 구청장 후보 가운데 아마 가장 오래된 후보일 것이다. 지난 3월 중순 새누리당이 여성 전략공천 지역으로 종로·용산과 함께 서초를 꼽았을 때부터 주변에선 “딱 조은희네”란 말이 흘러다녔다. 기자 출신으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과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냈다. 여성가족정책관 땐 ‘여행(女幸) 프로젝트’를 성사시켰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를 높이 평가해 조 후보를 정무부시장으로 발탁했다. 문제는 오 시장과 시의회 사이의 불화. ‘첫 여성’ 정무부시장이란 타이틀을 누리기도 전에 양측을 오가며 중재해야 하는 살벌한 시간을 보냈다. 민심을 볼 줄 알고, 정책을 만져본 경험도 있고, 정책 성사를 위해 밀고 당기는 정치적 싸움도 해봤으니 이만하면 충분치 않으냐는 것이다. 진익철 구청장의 무소속 출마에 대해서도 슬쩍 물었다. 속앓이 중이겠지만 싸움 좀 해본 사람다운 대답을 내놨다. “아쉽긴 하지만, 결국 함께하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조 후보의 공약은 섬세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성이어서만은 아니다. 이전까지는 굵직한 사업 위주였기 때문에 이젠 그 틈을 메워 줄 수 있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국공립어린이집 대폭 확대, 문화지구 운영, 찾아가는 구청장실, 각종 안전공약 등 문화, 보육, 교육, 안전에 주안점을 뒀다. ‘반딧불센터’ 같은 아이디어 사업도 눈길을 끈다. 서초라면 흔히들 아파트단지를 떠올리지만 단독, 다세대, 다가구주택도 제법 많다. 이런 지역에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같은 개념으로 반딧불센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아파트 지역에 견줘 상대적으로 방범 환경이 열악하니까 그 부분을 보충해 준다는 의미도 있고요. 아울러 공동경비 기능이나 택배물을 대신 받아 주거나 아이를 잠시 맡아 주는 역할도 할 수 있는 것이죠.”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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