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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전원일기] 年매출 14억, 직업 5개…블루베리 키워 보랏빛 슈퍼맨

    [新전원일기] 年매출 14억, 직업 5개…블루베리 키워 보랏빛 슈퍼맨

    방황이 힘이다. 괴테는 그의 명작 ‘파우스트’에서 “방황은 살아 있는 증거”라고 말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거의 서른에 이를 때까지 방황했던 시절이 가장 후회스러웠다는 ‘모닝팜’의 양재영(56) 대표. 사실 청춘의 시절, 방황하지 않은 젊은이들이 얼마나 될까. 눈앞의 길이 내가 꿈꾸었던 길인지, 주어진 미래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을 해야 후회하지 않을지,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하지만 괴테의 말 그대로 방황은 양 대표에게 분명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10년 가까운 방황의 강을 건너 블루베리를 만나면서 이제는 슈퍼맨이 되었으니까. # ‘슈퍼 푸드’ 블루베리를 사랑하는 남자 “이젠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 겁니다. 블루베리를 완숙기에 수확할 경우 안토시아닌이 풍부해진다는 걸요. 안토시아닌은 특히 미세먼지로 인해 몸속에 생성된 활성 산소를 제거하고, 혈액을 맑게 해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을 주는 과일로 알려져 있죠. 한 마디로 면역력을 높여주는 과일인 겁니다.” 블루베리와 살고 블루베리를 먹고 블루베리만 생각해서 그런 걸까. 양 대표의 얼굴은 나이를 믿기 힘들 정도로 동안이었다. 희끗한 머리카락을 검게 염색하면 40대 초반이나 30대 후반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얼굴에 윤기가 흘렀다. 블루베리가 우리나라에 정착하기 시작한 건 불과 10여년 전인 2004년이었다. 블루베리로 상거래가 시작된 것도 2005년의 일이다. 하지만 블루베리가 세상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기 시작한 건 2차 세계 대전 당시 영국군의 비행기 조종사들에 의해서였다. 그들은 특히 시력이 좋았다는데 그 이유를 조사하다 보니 다른 것보다 블루베리를 특히 많이 먹어서였다고 한다. # 비즈니스맨 시절 100만불 수출탑 받기도 양 대표는 충북 제천 출신으로 중학교를 졸업한 후 영월공업고등학교에 입학했다. 당시 많은 인재들이 공업고에 입학해 졸업과 동시에 산업 전선으로 뛰어드는 걸 운명처럼 여기던 시절이었다. 더군다나 장남이라면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올림픽이 끝났을 무렵이었죠. 좀 아이러니이지만 카운슬러가 하고 싶은 거예요. 주변의 만류를 다 뿌리치고 일본 고베대학교 사회심리학과에 입학했죠.” 6년간의 유학 생활을 끝내고 돌아온 후에도 마음의 방황을 끝내지 못하고 그는 영어 연수를 위해 곧바로 호주로 갔다. “돌아와 보니 그때 제 나이가 서른 가까웠어요. 그런데 주변 친구들은 대부분 장가를 갔고 직장에서 주요 직책을 맡아 생활하는 친구들도 상당히 많았어요. 저도 일을 하고 싶었죠.” 호주에서 돌아온 그는 1년 가까이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수입하는 일을 했다. 결국 공고 졸업이나 심리학과 졸업, 호주로의 영어 연수 등과는 별반 관계가 없는 일을 시작했다. 1997년 외환 위기 때문에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주머니에 든 200만원으로 조카 사무실 귀퉁이에 회사를 차렸다. 일본에서 유학할 때 알게 된 지인이 감귤을 수입하고 싶다고 했던 말을 기반 삼아 농산물을 수출하는 일이 어쩌면 평생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하는 심정으로 창업했다. 그게 1998년 3월의 일이었다. 매일 코트라(KOTRA) 잡지 등을 보면서 3개월 동안 준비했고 ‘이지토마토’라는 상호로 출발했다. 그런데 수출이 되어도 너무 잘됐다. 사무실을 개업한 첫해에만 20억원 매출을 올려 더럭 겁이 났다. 당시 샐러리맨의 평균 월 급여가 30만원이던 시절이었다. 그 후 앞뒤를 재거나 가리지 않고 일만 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100만불 수출탑’도 받았다. 주로 일본에 수출했고 일본에 선별장까지 빌려서 한국의 토마토를 일본에 팔았다. 감귤, 토마토, 오이 등 판매할 수 있는 건 다 팔았다. 그 과정을 통해 한국 농산물은 외국 농산물에 비해 경쟁력이 약하다는 점을 알게 됐다. 그 시절 그에겐 우리 농산물이 어떡하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그는 자신과 인연이 닿은 농부들과 함께 일본 견학을 자주 다녔다. 견학 다니고 일본 상인들과 교류하면서 농부들은 자신의 농산물에 대한 애착도 강해졌고 생산자와 판매자의 고충을 해결해야 하는 양 대표의 사정도 이해하게 됐다. “양 사장님, 내가 시골에서 중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했는데 양 사장 덕에 일본까지 오고 일본 시장에 내 토마토가 팔리는 걸 보니까 마음이 뿌듯하네요. 농사를 지어서 국제적으로 교류까지 하게 되리라곤 생각해 본 적 없네요. 고마워요.” 전북 남원의 뱀사골 부근에서 방울토마토를 생산했던 농부였다. 그의 말 그대로 그들의 세계도 넓어졌고, 제품의 생산에도 더 각별해지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그 무렵 양 대표는 신성한 노동에 대한, 진정한 삶에 대한 태도를 보여줄 수 있는 일로서 농산물 수출업은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것 같았다. 그러니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농산물중개사 일을 미련 없이 접을 수 있었던 것이리라. # 보라색 진주… 블루베리 첫 매출은 500만원 그는 2003년 블루베리 생산을 결심하고 전북 정읍 영원면에 정착했다. 2004년 블루베리를 심을 임야를 장만하고 그곳에 2년 된 블루베리 묘목을 심었다. 그렇게 시작해 2007년 처음으로 블루베리 생산을 통해 첫 매출 500만원을 올렸다.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리던 농산물 수출중개사로 일할 때에 비하면 몹시 적은 금액의 매출액이지만 그는 자신이 비로소 가치 있는 삶을 살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지금은 블루베리로만 3t 정도 생산해 5억원 정도의 매출이 나오고, 나머지는 잼과 식초 그리고 즙 등 가공품도 만들고 다른 모종들 수출 중계도 하고 있죠.” 그의 지난해 매출액은 14억원 수준이었다. “저는 투잡이 아니라 파이브잡입니다.” 그를 슈퍼맨이라 생각한 근본적인 연유였다. 마이스터대 주임교수, 한국 농수산대학 현장 교수, 블루베리 생산, 토마토 모종 중개업, 농장 한쪽에 마련한 교육장을 통해 이루어지는 강의와 교육, 체험학습 강의 등등. 매년 3000여명이 체험과 교육 등의 목적으로 다녀가고 유통업체나 연구기관 등 100여곳이 다녀가고 있다. 그는 지금 ‘모닝팜’을 블루베리 생산의 교과서로 만들자는 각오로 일을 하고 있다. 처음에 터 잡을 때는 7000평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3만평으로 블루베리 농장 단일 면적으로 국내 최대 크기라 한다. # 블루베리를 딸기처럼 성공한 귀농은 지역 사람들과의 소통과 융화도 중요하지만 배우자의 절대적 지지 또한 필요하다. 양 대표의 부인인 국중순(52)씨는 서울에서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가 서울 생활을 접고 양 대표를 따라 정읍에 내려와 같이 블루베리를 생산하고 있다. “블루베리는 가공품으로 생산할 수 있는 영역이 굉장히 넓어요. 아이스크림은 물론이고 과자며 빵 그리고 잼에서 와인은 물론 식초까지, 무궁무진하죠. 미국 블루베리 농장을 둘러본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생산하는 가공품 종류만 100종이 넘더라고요.” 최근 그는 블루베리 품종 중에 ‘래빗아이’ 품종에 주목하고 있다. 토끼눈을 닮아 ‘래빗아이’라고 불리는 이 블루베리는 수확량이나 수확 기간이 일반 블루베리보다 두 배 이상 길어 일손이 부족한 농가와 고소득을 원하는 농가에서 재배하기 적합하다고 말한다. “블루베리는 사람이 일일이 따주어야 상처가 나지 않고 생산할 수 있는 과일입니다. 그러다 보니 생산이 시작되는 계절에는 인건비가 굉장히 많이 들어가는 거죠.” 그가 래빗아이에 주목하고 한국의 블루베리 농장에 보급하려는 이유도 그런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해보려는 의도에서였다. “아직은 블루베리 가격이 비싼 편입니다. 그런데 딸기가 이 땅에 보급되던 시절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딸기가 처음 나올 때 너무 비싸서 쉽게 사 먹을 수 없었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에서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과일이 되었잖아요. 블루베리도 머잖아 딸기처럼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날이 올 겁니다.” 소비자를 확보하고 블루베리를 알리고 생산만의 농업에서 벗어나 체험과 관광까지 연계된 6차산업으로의 확장을 위해 ‘모닝팜’도 준비를 해두었다. “가까운 곳에 폐교가 된 초등학교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캠핑장을 운영하고, 전통장도 담고, 발효연구소를 운영하는 분이 계세요. 영원면 농특산물홍보위원회가 있는데 나도 거기 위원이고 그분이 회장이죠. 저희 농장과 연계해서 농장에 와서 블루베리 수확 체험도 하고 발효연구소에서 캠핑도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 사람이 일일이 따는 한국형 블루베리로 승부 머잖아 외국의 대형 농장에서 블루베리들이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 국산 블루베리가 경쟁력이 있겠느냐고 물었다. “미국의 블루베리 농장에 가 본 적이 있어요. 우리는 손으로 과일을 따는데 그들은 블루베리만 전문적으로 따는 기계로 나무를 털어서 따더라고요. 농장 규모가 워낙 크니까요. 그런 블루베리와 우리 블루베리가 경쟁이 될까요. 사실 경쟁 상대가 안 되죠. 만약 있다면 차별화입니다. 규모가 규모이다 보니 아무래도 농약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데 우리 블루베리는 사람이 상처 없이 직접 따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으로 생산되고 있죠.” 큰돈은 아니지만 블루베리로 귀농을 결심한다면 모종을 심어 과일이 생산되는 5년차까지 견딜 수 있는 자본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농장을 크게 지을 필요도 없고 1000평 정도면 부부 내외가 관리하면서 시골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가공시설은 필요 없어요. 노는 가공시설이 많거든요.” 신이 내린 보랏빛 선물인 블루베리. 그는 지금도 블루베리를 딸기처럼 흔한 과일로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농업은 삶에 대한 자기 철학의 실천이다. 블루베리를 딸기처럼 흔한 과일로 만들어 보겠다는 건 사람들에게 면역력 높은 삶을 선사해 보겠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데에도 좋다기에 손과 입 주변이 파랗게 물드는 줄도 모르고, 그가 내 손에 가득 쥐여 준 블루베리를 입에 털어 넣었다. 나도 슈퍼맨이 되어버린 듯했다. 글쓴이 소설가 전민식 제8회 세계문학상 수상. 주요 작품으로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불의 기억’, ‘13월’, ‘9일의 묘’ 등.
  • [현장 블로그] 우리들의 일그러진 ‘민원 전쟁’

    [현장 블로그] 우리들의 일그러진 ‘민원 전쟁’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여름이 되면 소소하지만 치열한 편익 싸움이 곳곳에서 벌어집니다. 지하철에선 냉방온도를 두고 “올려라”, “내려라” 아우성이 납니다. 버스정류장에선 인근 주민과 시각장애인들이 맞부딪칩니다. 주민들은 안내 음성이 커서 시끄럽다며 소리를 줄여 달라고 줄민원을 넣습니다. 행여 버스를 놓칠지도 모르는 시각장애인들에겐 가슴 철렁한 주장입니다. 당연히 안내 음성을 줄여선 안 된다고 민원을 넣습니다. 골목길이 어두워 밤에 지나기 무섭다는 여성들과 빛 공해 때문에 잠들기가 어렵다는 주민들의 줄다리기도 승부가 나질 않습니다. 한여름, 곳곳에서 벌어지는 ‘내 위주’의 편익 싸움에 대해 들여다봤습니다. 19일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지하철 냉난방과 관련해 5만 9724건의 민원이 접수됐답니다. 이 가운데 4만 7754건(80.0%)이 4~6월에 집중됐습니다. 4월부터 무슨 냉방이냐고요?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더위에 취약한 승객들이 제기하는 봄철 냉방 민원이 한여름 못지않게 많다고 합니다. 올해 상반기 중에도 5월(1만 9630건)의 민원 건수가 가장 많았다고 하네요. “여름에는 대개 정부의 권장 실내온도인 26~28도보다 2도가량 낮게 냉방을 운영합니다. 그러나 한 객실에서 춥다는 민원과 덥다는 민원이 동시에 들어올 때가 많아요. 양쪽 모두 짜증이나 화를 내시는 경우도 꽤 있고요. 춥고 덥고는 개인차인데, 난감하죠.” 한 기관사가 답답해하며 토로한 이야기입니다. 서울 강남구 세곡중학교 인근 버스정류장에서는 지난해 여름부터 1년 가까이 ‘민원전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인근 주민들은 버스 도착정보 단말기의 안내 음성이 시끄럽다며 민원을 자주 제기하는데 특히 창문을 열고 지내는 여름에 민원 건수가 부쩍 늘어난답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은 버스 안내 음성이 절실합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각장애인이 ‘안내 음성이 안 들린다’고 하면 음량을 높였다가 주민의 소음 민원이 들어오면 다시 낮추는 ‘핑퐁게임’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6단계로 음량 조절이 가능한데 해당 버스정류장의 경우 지난주에 시각장애인의 민원 때문에 5단계로 소리를 높였다가 다시 주민 민원에 4단계로 내렸다고도 했습니다. 사람에 따라 청력이 다르니 적정선을 찾기는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서울 동작구의 한 골목길 가로등도 갈등의 대상입니다. 주민 이모(33·여)씨는 “매일 다니는 골목길이 어두워서 위험하다고 경찰서에 신고했더니, 경찰은 구청과 논의 끝에 인근 주민들에게 빛 공해가 될 수 있어 조도를 높이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답했다”며 “나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간다고 하니 어쩔 수 없지만 가림막을 이용하면 어떨까 생각해 봤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편익 싸움은 법적으로 해결하기는 소소해 보이지만 생활에는 큰 불편을 발생시키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양측 민원인의 중간에 낀 지하철 기관사, 경찰, 구청 공무원 등은 이구동성으로 말했습니다. 양측 민원인들의 주장대로 핑퐁게임을 하다 보니 행정력이 낭비되고, 민원을 반복하는 양측도 오히려 더 큰 불편을 겪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결국 이웃에 대한 양보와 배려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한혜진, 결혼-임신-출산 후 3년만에 첫 방송 “운동선수 부인 힘들다”

    한혜진, 결혼-임신-출산 후 3년만에 첫 방송 “운동선수 부인 힘들다”

    배우 한혜진이 ‘시온엄마’로 카메라 앞에 섰다. SBS 새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다시쓰는 육아일기-미운우리새끼’ 측은 19일 “3년 만에 방송에 복귀하는 한혜진의 결혼 스토리가 공개된다”고 밝혔다. 평소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김건모-김제동-허지웅의 생생한 일상이 공개되는 ‘미운우리새끼’는 다 큰 아들을 둔 엄마들이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쓰는, 특별한 육아일기를 담아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MC로는 신동엽과 출산 후 복귀한 한혜진이 활약한다. 최근 진행된 녹화에서 한혜진은 결혼 후 3년 만에 방송에 복귀해 변함없는 미모를 과시했다. 그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는 신동엽의 말에 “결혼하고, 임신하고, 출산하고 육아하다 보니까 3년이 그냥 가더라고요”라며 “저도 이제 10개월 된 시온이 엄마 한혜진입니다”라는 인사말로 방송에 복귀하는 반가움을 나타냈다. 이어 한혜진은 “운동선수 부인 하기가 만만치 않죠? 굉장히 힘든 일을 선택하셨어요”라는 서장훈의 말에 “힘들죠”라며 긍정의 의사를 드러냈다. 또한 한혜진은 “힘들기 때문에 곧 나처럼 된다는 거예요?”라며 서장훈에게 짓궂은 장난을 치는 신동엽의 말에 황급히 손으로 X표를 그리기도 했다. 이날 한혜진은 명불허전 1등 며느리답게 제동맘(김제동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제동 맘은 한혜진을 가리키며 “(며느리는 한혜진처럼) 온화해야 되지”라고 사심을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한혜진은 한국에서는 기성용과 친정에서 지내고 있다며 엄마들과 자연스럽게 처가살이에 대한 대화를 이어가는 등 MC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미운우리새끼’ 측은 “한혜진이 엄마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가면서 MC로서의 역할을 잘해줬다”라면서 “결혼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점을 엄마들과의 대화에서 잘 풀어내는 한혜진의 모습이 방송에 재미를 더할 예정이니 꼭 본방사수 부탁드린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한혜진 신동엽의 MC 호흡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미운우리새끼’는 오는 20일 수요일 밤 11시 10분 첫 전파를 탄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자취 감춘 시극 다시 쓰는 남자

    자취 감춘 시극 다시 쓰는 남자

    “인문학 운동의 정점은 시극 부활” ‘나비잠’ 한글·영문판 동시 발간 “빠르게 전개되는 미드(미국 드라마)를 보세요. 이젠 예술이나 이야기를 감상하는 데도 속도를 대가로 돈을 지불하는 시대가 됐어요. 시(詩)만이 줄 수 있는 침묵의 질, 감동과 떨림, 모국어의 속살을 되살리는 시극은 인문학 운동의 정점이죠. 자본주의의 폭력과 속도에 잃어버린 우리의 본질을 시극으로 회복했으면 좋겠어요.” 세계적으로 자취를 감춘 시극, 셰익스피어나 엘리엇, 로르카 등 과거의 산물이라 여겨진 시극을 우리 문단과 무대에 되살려온 시인이 있다. 기존의 시 작법을 깨뜨린 개성 넘치는 시로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했지만 올해 일간지 신춘문예에 도전, 희곡 부문에 당선돼 화제를 모은 김경주(40) 시인이다. 그가 십수년간 이끌어온 ‘시극 운동’의 정수를 담은 ‘나비잠’(호미)을 한글판과 영문판으로 동시에 펴냈다. 2013년 서울시극단이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린 이 작품은 내년 가을 미국 뉴욕 오프브로드웨이 공연을 앞두고 있다. 미국 공연은 서울 공연 당시 연출을 맡았던 그리스계 미국인 연출가 데오도라 스키피타레스와의 인연으로 성사됐다. 그는 시인에게 작품이 “그리스 비극뿐 아니라 현대와도 닮은꼴”이라며 “(미국 공연을 위해) 빨리 번역을 해오라”고 재촉했다. ‘나비잠’은 사대문 축성 작업이 한창이던 14세기 조선 한양으로 독자들을 데려간다. 역병과 가뭄, 노역으로 신음하는 성 안이나 호시탐탐 마적 떼들이 엿보는 성 밖이나 지옥이긴 매한가지다. 대목수는 ‘성벽에 죽은 사람들의 머리통을 박아서라도 성을 완성해야 한다’며 광기 어린 횡포를 부린다. 전염병으로, 고된 노동으로 죽은 시체들은 죽은 쌀처럼 쌓여간다. 젖동냥으로 살아남은 소녀 달래는 밤마다 뜬눈으로 성 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소문이 퍼지자 대목수는 흉문을 없앨 희생양으로 달래를 지목한다. 그를 기우제의 제물로 바쳐 ‘거짓된 희망’이라도 심을 심산이다. 하지만 달래가 불러주는 자장가는 역설적으로 불면과 불안에 떠는 이들을 편안한 잠으로 이끈다. 신형철 평론가는 “상처 입은 인간의 욕망과 그 운명에 대한 이야기이자 왜 우리 모두에게 자장가가 필요한지 말해주는 이야기”라며 “인간은 약하고 위험하고 위대하다는 것을, 김경주의 이 작품은 거의 한 번도 풀어지지 않았다고 해야 할 팽팽한 시적 긴장 속에서 격렬한 고요함으로 말한다”고 평했다. 여백과 침묵이 감도는 시적 언어로 쓰인 시극은 촘촘한 서사에 익숙해진 요즘 독자들에겐 낯설 법도 하다. 하지만 더듬더듬 읽다 보면 어느새 파국으로 치닫는 서사에 빨려들게 된다. 소문이 만들어내는 음모, 폭력과 상실의 시스템으로 인한 불면과 희생, 고통 등 이야기를 이끄는 요소들은 14세기 조선과 우리의 현실이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도 소문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음모론 때문에 화제에만 집중하고 문제의식은 놓치곤 하죠. SNS에 수많은 고백들을 쏟아놓지만 정작 비밀은 감춰놓고 밤마다 불면을 앓고요. ‘나비잠’에서 흉흉한 소문으로 괴물 취급받는 달래의 자장가가 역설적으로 마을 사람들을 달래는 역할을 한다는 건 우리가 회복해야 할 모성을 뜻합니다. 모국어에 가장 가까운 시적 언어로 짜여진 자장가는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한 언어이기도 하지만 인간을 가장 편안하게 잠들게 하는 리듬이니까요. 결국 ‘나비잠’은 자장가라는 ‘달래는 노래’로 우리가 겪고 있는 폭력, 상실의 구조를 극복해 보자는 이야기죠.”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거대 주상복합의 효시 유진상가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거대 주상복합의 효시 유진상가

    # 인왕산~중랑천까지… 15㎞ 물의 여행 인왕산에 비가 내린다. 서울 구도심을 향해 병풍처럼 열려 있는 동쪽 사면을 타고 흐르는 물은 수성동(水聲洞) 계곡을 따라 옥류동천이 되거나, 효자아파트(1969) 앞을 흐르는 백운동천을 이룬다. 이 두 갈래 물은 지금의 우리은행 효자동 지점 인근에서 만나 청계천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중랑천을 거쳐 서울숲 어귀에서 한강과 만난다. 서쪽 사면을 따라 흐르는 물은 무악재 정상을 기점으로 방향이 갈린다. 시내를 향해 남쪽으로 완만하게 경사진 계곡으로 내려온 물은 맞은편 안산에서 내려온 물과 만나 구도심 서쪽을 따라 흐르는 욱천, 즉 만초천이 된다. 그 물이 서대문 근처를 지나면서 부드럽게 굽이치는 위에 서소문아파트(1971)가 서 있다. 만초천은 서울역 서쪽을 지난 후 용산기지에서 흘러오는 지류와 만나 삼각지를 돌아, 용산 전자상가 아래를 지나, 원효대교 북단에서 한강으로 흘러간다. 무악재 정상에서 북쪽으로 내려가는 물은 홍제천으로 흘러들어간다. 평창동, 구기동 일대의 북한산, 그리고 부암동 일대의 북악산에서 내려오는 물과 섞인다. 홍제천은 서울 서쪽 지역을 굽이굽이 흘러 월드컵 경기장 인근에서 불광천을 만나 난지도 어귀에서 한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중랑천과 한강이 만나는 서울숲으로부터는 무려 15㎞ 이상 하류다. 인왕산 정상에서의 작은 차이가 만들어낸 거리다. 실로 장엄한 물의 여행이다. 무악재에 걸쳐진 통일로와 유난히 모래가 많아 모래내라고 불리는 홍제천이 만나는 지점에 장대한 건물이 하나 서 있다. 유진상가, 혹은 유진맨숀 등으로 불리는 주상복합 건물이다. 1970년 7월 11일에 사용승인을 받았으니 2016년 기준 만 46세가 되었다. 같은 나이면 건물이 사람보다 더 늙어 보인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그렇다. 이 건물도 예외는 아니다. # 물길 위에 세운 장대한 건물 서소문아파트는 하천 위에, 낙원빌딩(1969)은 도로 위에 지어져 둘 다 대지 지분이 없다. 홍제천 위에 세워진 유진상가도 마찬가지다. 가장 믿을 만한 기록이라고 할 건축물 관리대장의 대지면적이 0이다. 게다가 위치상 홍제동이어야 할 건물의 주소가 홍은동 48-84다. 이 일대는 대체로 홍제천을 기준으로 홍은동과 홍제동으로 나뉜다. 유진상가는 엄연히 홍제동 쪽에 있으면서도 홍은동으로 분류되고 있다. 짐작에 이 일대의 홍제천이 홍은동으로 분류되어 있고, 유진상가는 그 위에 지어진 건물이므로 주소지가 홍은동이 된 것이 아닐까. 인터넷 검색을 해 보면 홍제동과 홍은동이 뒤섞인 여러 개의 주소가 나오기도 한다. 현장에서 보면 과연 유진상가 전체가 홍제천 위에 지어진 것인지도 의문스럽다. 상류 쪽에서 보나 하류 쪽에서 보나 적어도 남쪽의 A동 정도는 하천이 아니라 견고한 땅을 딛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당초 하천 부지의 일부를 다시 되메웠다고 하면 이해가 된다. 마치 세상 끝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그 깊고 어두운 터널 안 어딘가에 단서가 있겠지만, 그 앞에서 기웃거리기만 했을 뿐 차마 들어가 볼 용기를 내지는 못했다. 유진상가는 건축면적이 9667.57㎡에 달하는 대형 건축물이다. 길이가 220m, 폭은 44m 정도다. 건물이 너무 넓으니 주거가 들어가는 상부를 길게 둘로 나누고 그 사이에 중정을 두었다. 단일 건물로서 이보다 더 큰 경우는 지금도 손꼽을 정도다. 통일로변 정면을 보면 1, 2층이 상가고 3, 4, 5층이 주거인 것 같지만, 2층 상가는 통일로 변에만 일부 있다. 중정이 2층에 있고 그 양쪽으로 남쪽에 A동, 북쪽에 B동, 이렇게 각각 4개 층의 주거동 두 개가 있는 것이다. 즉 전체적으로 보면 1층에 상가가 있고 2층부터 5층까지가 주거다. 다만 1999년 내부순환로가 위로 지나가면서 B동의 4, 5층이 철거되었고 나머지 2, 3층에 서대문구 신지식산업센터가 들어가 주거 기능이 많이 축소되었다. 신지식산업센터라는 이름은 건축물 관리대장에 이 건물의 대표 명칭으로 등재되어 있기도 하다. 유진상가나 유진맨숀 입장에서는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 셈이다. 현재의 유진상가는 원형과 다른 점들이 많다. 무엇보다 상층부가 철거된 B동의 경우 용도 자체가 사무공간으로 변하면서 리모델링되었다. A, B동의 각 가구는 어떤 방향을 보고 있었을까. A동의 경우 각 가구는 당연히 남향이고 중정에 면한 북쪽에 편복도가 있다. 문제는 B동이다. 당초 주거로 사용되던 시절 복도의 방향이 궁금하다. 남향을 선호하는 한국에서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구반포 주공 1단지의 상가아파트(1974)에서는 남향을 우선하여 신반포로 양옆의 입면이 서로 달라진 것을 연재 초반에 쓴 적이 있다. 유진상가의 경우 현재 모습만으로는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몇 개의 오래된 사진들로 추정해 보면 계단실 등이 중정을 중심으로 대칭의 배치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 가정이 맞다면 남향 선호라는, 좀처럼 양보할 수 없는 강력한 개념을 포기한 매우 드문 사례일 것이다. 반대로 이 가정이 틀렸다면 중정에 바로 면한 2층 가구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하고 입면을 조율하는 등의 처리가 필요했을 것이다. 어느 쪽이건 설계자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한편 이 건물의 주거 가구 면적은 33평에서 68평 사이로 건립 당시 기준으로는 매우 대형의 고급 아파트였다. 그래서 정부와 법조계의 고위직들이 많이 살았다. 지금의 낡은 모습 뒤에는 한때의 화려했던 역사가 있었다. 이 시대 아파트 대부분이 그렇다. # 무지개떡 건축의 또 다른 실험장, 홍제동 일대 모든 건물이 그렇지만 유진상가 또한 특히 건물의 입지와 관련된 이야기가 중요하다. 이 지역은 서울 서북부 지역의 한 거점이다. 세검정로는 내부순환로가 생기기 전까지는 이 일대의 여러 권역을 굴비 꿰듯 엮어 주던 도로다. 통일로는 어떤가. 이전부터 서울에서 북한 지역을 지나 의주를 거쳐 대륙으로 이어지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도로다. 이 도로변에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의 상징인 영은문, 그리고 그것을 헐고 독립문이 세워진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이 두 개의 도로가 교차하는 지점에 유진상가가 있다. 지금도 통일로를 따라 지하철 3호선이 달리고 있으며 홍제역이 바로 인근이다. 이렇게 사람이 모이면 물건이 모이고 그러다 보면 시장이 서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유진상가는 바로 옆의 인왕시장과 더불어 이 일대의 대표적 상권을 구성하고 있다. 비록 이전에 비해 그 세력이 많이 약화되어 상가 내의 공실률이 상당하지만 지역 거점으로서의 역할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인근의 원일아파트(1970)는 아예 인왕시장과 한 몸을 이루고 있는 특이한 경우다. 통인시장과 효자아파트(1969)의 관계를 연상케 하지만 일단 시장의 규모 자체가 동네 시장인 통인시장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홍제동 일대는 유진상가를 기점으로 여러 개의 흥미로운 상가아파트들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앞에서 이야기한 원일아파트를 비롯해서 안산맨숀(1972), 고은아파트(1975) 등이 그것이다. 서대문의 충정로 일대에 못지않은, 한국 무지개떡 건축의 살아 있는 실험장이 여기에 있다. 유진상가와 관련된 또 다른 이야기는 안보에 관한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워낙 많은 자료들이 있어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지만, 간단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유진상가가 지어지던 당시 남북한의 긴장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었다. 김신조 일당이 청와대 인근 지역까지 내려온 사건인 1·21 사태가 1968년의 일이었으니 더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 결과적으로 ‘서울 요새화’라는 이름하에 홍제동 일대가 수도권 서북부 지역의 방어 거점이 되었다. 유진상가의 특징인 가로변 필로티는 시가전을 대비하여 탱크가 숨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함과 동시에, 청와대로 가는 길목인 세검정로를 차단하기 위해서 건물 전체를 쉽게 무너뜨리려는 목적으로 설치된 것이었다고 전한다. 자유로로 남하하는 북한군을 저지하기 위한 배후 거점으로 건설되었다는 일산 신도시, 그리고 또 다른 남침 예상 통로인 통일로변의 유진상가는 안보 논리가 지배하던 시절의 대표적 ‘도시 괴담’이었다. # 자연과 건축, 도시 인프라의 조화 홍제천 상류 방향에서 유진상가로 접근해 본다. 이 지점의 풍광은 참으로 드라마틱하다. 홍제천은 원래 건천이었으나 지하철역의 지하수를 퍼올려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수량이 넉넉한 하천이 되었다. 이 지점에서 흐름이 느려지면서 거울 같은 수면 위에 유진상가와 그 옆 허공을 가로지르는 내부순환로의 반영이 어린다. 자연과 건축, 그리고 도시 인프라가 함께 어울려 만들어내는 장엄한 풍경이다. 일상적인 의미에서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을지 모르지만 분명히 뚜렷한 미학을 담고 있다. 건물 동쪽에 있는 작은 계단을 타고 2층에 오르면 거대한 중정이다. 중정 자체의 길이가 158m, 폭이 16m에 달한다. 그네가 있고 독립 건물로 구성된 관리사무소가 있다. 그 밖에는 에어컨 실외기, 화분, 정체를 알 수 없는 금속 박스들이 이 중정에서 발견되는 것의 전부다. 현재의 풍경 자체는 황량하지만 한 층 올려 만들어 놓은 이 중정 덕분에 주변 시장의 혼잡함과 소음은 거의 느낄 수 없다. 내부순환로의 자동차 소리만 아니면 아주 고요한 공간이었을 것이다. 남쪽의 A동은 아파트, 북쪽의 B동은 서대문 신지식산업센터다. 서로 다른 성격의 사람들이 섞여 만들어내는 중정의 일상은 어떤 것일지 궁금하다. 중정의 서쪽에는 상가가 있다. 안에 들어가 보니 피트니스센터 사람들이 러닝머신 위에서 세검정로를 내려다보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계단을 타고 내려가니 바로 통일로로 나온다. 인근 인왕시장의 열기와 대로변의 차량들,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이질적인 것들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상황, 이것이 바로 도시다. 유진상가는 신성건설에서 지었다. 세운상가의 일부인 신성상가를 지은 바로 그 건설회사다. 신성상가는 1968년 5월에 완공되었고 유진상가는 1970년 7월 11일에 완공되었다. 거대 주상복합 건물이라는 점에서 종종 비교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사회적 대접은 완전히 다르다. 세운상가는 김수근과 그의 사단이 합작해서 설계한 나름 계보 있는 건물로서 지금 서울시가 공을 들여 재생을 시도하고 있다. 끊임없이 재건축 논의가 있어 온 유진상가의 미래는 아직 ‘준비 중’이다. 정면에 걸어 놓은 ‘홍제1구역 도시환경 정비사업’ 투시도의 색은 점점 바래가고 있다.
  • 묻지마 우회전… 사람 잡는 교통섬

    묻지마 우회전… 사람 잡는 교통섬

    운전자 81% 보행자 무시… 일반교차로 20%보다 많아사망사고 20건 중 3건 발생 복잡한 서울만 1000여곳 ‘과다’ “지난 일요일에 서울 을지로1가 사거리 오퍼스11 빌딩 앞에서 교통섬에 가려고 작은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투리스모 차량이 칠 것처럼 빠르게 다가오는 거예요. 보행자가 아니라 차가 먼저라는 듯 당당하게 스치며 지나는데 너무 놀랐죠. 운전자가 짜증난다는 듯이 눈을 흘기는 모습이 더 황당하더라고요.”-직장인 최모(41·여)씨 서울에만 1000여개나 되는 ‘교통섬’(보행섬)이 보행자 친화적인 교통체계 조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1988년부터 간선도로를 중심으로 우회전 차량의 원활한 통행을 위해 교통섬을 설치해 왔는데 그간 지속적으로 보행자의 사고 위험을 높인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부는 향후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점진적으로 교통섬을 줄인다는 입장이지만 막대한 예산이 걸림돌이다. 18일 오후 기자가 30분간 서울 지하철 1호선 종로1가역 5·6번 출구 사이의 교통섬을 점검한 결과 우회전하는 승용차들은 정지선과 횡단보도에 개의치 않았다. 보행자가 교통섬과 지하철 입구를 잇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경적을 울리기 일쑤였다. 길을 건너던 직장인 최모(29)씨는 “차들이 워낙 빠르게 달리는 데다 신호등도 없어 늘 위험한 곳”이라며 “분명히 횡단보도가 있는데도 사람이 차를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구원의 ‘보행 우선권 확보를 위한 교통운영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은 10㎞당 교통섬이 11.7개다. 도쿄(4.8개), 런던(3.7개), 로스앤젤레스(1.7개)에 비해 월등히 많다. 교통섬은 원래 우회전 차량이 직진·좌회전 차량의 흐름과 상관없이 주행하기 위한 것이다. 원칙적으로는 교통섬에 놓인 횡단보도 앞에는 대부분 정지선이 있다. 차량은 일단 멈춰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보고서에 따르면 교통섬이 있는 24개 교차로에서 차와 보행자의 ‘심각한 상충’(사고 위험)은 2시간당 평균 0.27회, ‘가벼운 상충’은 29회나 됐다. 심각한 상충은 아예 없고 가벼운 상충도 0.5회에 불과한 일반교차로와 비교하면 상당히 위험한 셈이다. 특히 종로1가 사거리의 교통섬에 진입하는 차량 중 서행을 한 경우는 단 15.6%뿐이었다. 김원호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장은 “우회전 교통량이 시간당 260대 이상, 보행량이 시간당 800명 이하인 경우에만 교통섬 운영이 효율적인데 서울은 복잡한 시내에 교통섬이 1000여개나 된다”며 “보행자 주의 표시, 횡단보도 앞 신호등 설치 등 감속시설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교통섬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이 지난해부터 발생한 우회전 교통 사망 사고 20건을 분석한 결과 3건이 교통섬에서 일어났다. 국민안전처는 2010년부터 교통섬을 회전교차로로 바꾸는 사업을 추진해 이달 현재 전국에 443개의 회전교차로가 생겼다. 하지만 회전교차로 한 곳당 2억 8000만원이 드는 예산 문제가 걸림돌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올해 중에 경복궁사거리, 연희IC교차로 남단사거리 등 19곳에 우회전 신호등을 추가 설치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내 교통섬에 대한 진단을 통해 사고가 빈번한 교통섬을 철거하거나 차량 속도를 줄이기 위해 연석을 추가로 설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새벽 퇴근해 아침에 또 출근… “한국인들 일 너무 많이 해요”

    새벽 퇴근해 아침에 또 출근… “한국인들 일 너무 많이 해요”

    “아침부터 새벽 2시까지 일하고, 또 아침 일찍 출근해서 일을 하더라고요. 그런 게 가능하다는 걸 한국에 와서야 알았어요.” 캄보디아에서 온 웅 석킴(26)의 눈에 비친 한국인은 쉴 새 없이 일하는 개미 아니면 꿀벌이었다. “캄보디아에서는 오후 5시면 일이 끝나거든요. 다들 저녁엔 가족이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죠.” 분홍색 스커트로 멋을 낸 아프리카 가나 출신 아푸아콰 라비아(26)도 질세라 말을 보탰다. “지난해 겨울 한국철도공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했었는데 하루 10시간씩 일하는 부장님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한국 사람처럼만 일하면 가나도 벌써 선진국이 됐을 거예요.” 라비아와 석킴은 한국의 경제 발전을 배우러 왔다. 각각 지난해 9월과 올 3월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설 국제정책대학원의 정책학 석사 과정에 입학했다. “1945년 광복 당시 1인당 국내총생산(GDP) 100달러도 안 되던 가난한 나라가 어떻게 부자 나라가 됐는지 궁금했어요. 사람들이 말하는 ‘한강의 기적’을 공부하고 싶었어요.” 라비아의 말이다. 한국은 불과 50년 만에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탈바꿈했다. 1995년 세계은행(WB)이 지정하는 원조 수혜국에서 제외됐고,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조국협의회(DAC)에 가입했다. KDI는 세계 최초로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변신한 한국이 개발도상국에 ‘고기’를 주는 것을 넘어 ‘고기 잡는 법’을 알려 주자는 취지에서 1998년 국제정책대학원을 설립했다. 지난해까지 대학원을 거쳐간 동문이 119개국 1515명에 이른다. 한국을 배우러 온 사람들에게 한국과 한국인은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 15일 세종시 반곡동 국제정책대학원에서 만난 석킴과 라비아는 근면과 성실을 공통으로 꼽았다. 석킴은 “한국 사람들 이제 좀 쉬어 가면서 일해도 될 것 같은데 너무 부지런하다. ‘하드워킹’의 표본”이라고 말했다. 라비아는 “1960년대에는 가나처럼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던 처지였는데 왜 한국만 발전했는지 굳이 공부를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1960년 한국의 1인당 GDP는 79달러였다. 당시 가나(179달러)의 절반 수준도 안 됐다. 하지만 현재 가나의 1인당 국민소득은 1450달러, 한국은 2만 7000달러다. 2014년 기준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2124시간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2228시간)에 이어 2위다. 석킴은 “일이 삶의 전부가 아니다. 가족, 친구, 지인과 함께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한국 사람들은 그럴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두 사람은 한국의 ‘정’(情)을 잘 ‘활용’하고 있었다. 라비아는 “말(영어)이 잘 안 통하지만, 길을 잃어도 걱정하지 않는다”면서 “버스나 기차, 어디에서든 한국인이 잘 도와준다”고 말했다. 석킴은 물건을 살 때 “깎아 주세요”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고 했다. 두 사람은 한국의 발달한 지식·정보기술(IT) 인프라와 기술에 감탄했다. 한국에 오기 전 가나 대통령 직속 자문팀 소속 정책분석가였던 라비아는 국제 원조가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주제로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데, ‘K디벨로피디아’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고 전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이 2012년 개설한 K디벨로피디아는 60여년 동안의 한국 발전 과정과 관련한 문서와 논문, 1982년 이후 진행한 개발도상국 연구 자료가 집적된 ‘발전경험 공유 플랫폼’이다. 라비아는 “K디벨로피디아에서 원조를 받아 성공한 한국의 사례를 깊이 있게 살펴보면서 같은 시기 원조를 받았지만 실패한 가나에 앞으로 정부개발협력(ODA)이 적합할지, 아니면 외국인직접투자(FDI)가 효과적일지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의 농축산물 무역정책을 주제로 논문을 쓸 생각인 석킴은 석사 과정을 마친 뒤 고국의 정부에서 산업 및 무역 정책을 만드는 일을 할 계획이다. 그는 “K디벨로피디아에서 농축산업, 무역 분야의 정보를 찾다가 관련 분야인 한국의 산림녹화 정책과 교통·물류 정책까지 관심을 넓히게 됐다”면서 “한국 경제 발전의 과정에서 산업뿐만 아니라 사회상의 변화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라비아와 석킴은 수십 년 뒤 자신들도 ‘G디벨로피디아’, ‘C디벨로피디아’를 구축해 저개발 국가들의 경제 발전을 돕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석킴은 한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의 기폭제로 19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을 꼽고, 이 부분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그는 “학자들은 일반적으로 경공업에서 중공업으로 한꺼번에 넘어가는 게 위험하다고 하지만, 70년대 정부 주도로 산업 구조를 바꾼 것이 한국의 경제 부흥을 이끈 시작점”이라면서 “농업과 의류, 섬유 등 경공업 중심의 캄보디아도 장기적으로 중화학공업을 육성해야 하는데, 그 계획을 짜는 데 한국 모델을 연구하는 것은 필수”라고 말했다. 라비아는 수출산업 집중 육성에서 한국의 발전 동력을 찾았다. 라비아는 “기본적인 삶의 조건도 열악한 상황에서 과감히 수출산업에 집중해 훌륭한 성과를 낸 것이 정말로 놀랍다”면서 “유망 산업의 육성을 위해 경쟁력 있는 분야에 인센티브를 주고 투자도 집중적으로 한 것은 전 세계 개도국이 모두 본받아야 할 정책”이라고 말했다. 자국의 경제 발전을 이끌어 가야 할 엘리트들답게 현재 한국이 처한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원인 분석도 날카로웠다. 라비아는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한 리스크의 원인은 근본적으로 특정 산업과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진 그동안의 발전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고, 석킴은 “수출국의 수요 감소, 글로벌 경쟁력 약화 등 복잡한 내외부적 원인”이라고 했다. 특히 석킴은 “일본의 조선업 위기 극복 사례 등 다른 나라의 경험을 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 브렉시트나 미국 대선 등 국제 요인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는 국내 전문가 못지않은 조언을 했다. 하지만 둘 다 한국이 이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 낼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다. 라비아는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대책 마련을 위해 한국 정부와 정치인들이 힘을 모으고 있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한국이 생산 과잉 문제를 해결하고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어느 나라나 피할 수 없는 문제와 위기에 직면하지만, 한국은 늘 그래 왔듯 슬기릅게 이 시기를 극복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석킴은 “한국은 전쟁의 폐허에서 놀라운 성장을 이뤄 내고,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모두 이겨 낸 기적의 나라”라면서 “지금의 위기 역시 국민들과 정부, 기업 등의 힘으로 타개하고 K디벨로피디아에 기록으로 남겨 다른 개도국들에 모범 사례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공유 “좀비보다 센 스토리 죽기 살기로 덤볐죠”

    공유 “좀비보다 센 스토리 죽기 살기로 덤볐죠”

    “‘부산행’이 철저하게 상업적으로 기획된 여름형 텐트폴 영화라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떠올린 건 서글픈 이미지였어요. 저 역시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쉽게 공감 가는 대목이 많았거든요. 관객들도 스크린을 통해 전달받았으면 좋겠어요.” 공유(37)가 올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굴 좀비·재난물 ‘부산행’(20일 개봉)에서 KTX를 가득 메운 좀비 무리와 사투를 벌인다. ‘돼지의 왕’, ‘사이비’ 등 사회성 짙은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온 연상호 감독의 실사 ‘입봉작’이다. 공유는 펀드매니저 석우를 연기했다. 성공을 위해서라면 양심은 외면할 캐릭터다. 가정보다는 일이 먼저다. 무한경쟁의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의 전형이다. 어린 딸에게도 남보다 자기 자신만 생각하라고 가르친다. 밑바닥까지 악다구니는 아니다. 좀비에 쫓기는 이의 눈앞에서 객실 문을 닫아버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딸을 비롯한 약자들을 지키기 위해 적수공권으로 좀비와 맞서기도 한다. 재난물의 특징 중 하나는 인간 군상을 극한 상황에 던져 놓고 발가벗긴다는 점. 연 감독은 이 대목에서 자신의 장기를 십분 살리며 우리 사회 여러 모습을 버무린다. 그래서 공유는 ‘부산행’이 아이덴티티가 있는 영화라고 진단한다. 좀비물은 국내에선 흔치 않지만 해외 작품으로는 자주 접하는 장르. 2013년 크게 흥행했던 ‘월드워Z’의 경우, 제작비만 해도 2165억원에 달한다. ‘부산행’보다 20배나 많은 규모다. 해외 대작에 한껏 높아진 관객 눈높이에 비교당할 게 자명하다. 공유는, 그럼에도 출연을 결심한 까닭을 호기심으로 요약했다. “겉보기에는 굉장히 보편적 다수를 위한 영화인 것 같은데, 감독님이 해왔던 작품들은 절대 그렇지 않아 도대체 어떻게 풀어낼지 호기심이 들었죠. 밑도 끝도 없는 감독님의 자신감 또한 그렇게 밉지 않았어요. 한국에서 좀비물을 한다는 생경함에 흥망을 떠나 도전으로 기록될 수 있겠다는 모험심도 있었죠.” 용기를 냈다고 해서 불안함이 완전히 가셨던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 감독의 명확함과 빼어난 직관을 체험하며 점점 옅어졌고, 지난 5월 칸영화제에서 완전히 없어졌다. 공유라는 배우에 대한 어떠한 선입견도, 기대감도 없는 낯선 이들에게 오로지 캐릭터만 보여주고 한몸에 받았던 환호는 감동 그 자체였다. “한국에선 블록버스터지만 할리우드에 견주면 턱없이 적은 예산이죠. 기술적으로 부족할 수 있다는 건 칸 뤼미에르 극장에 모인 2500명의 외국인들도 예상했을 거예요. 그래도 그런 이야기가 없었다는 건 영화의 본질에 있어서 기술적인 부분은 큰 게 아니었다는 거죠.” 사실 한주먹에 좀비를 쓸어버리는 순정 마초 상화(마동석)에 관객 시선이 더 쏠릴 법하다. 석우가 은은하다면 상화는 번뜩이는 캐릭터. 그러나 공유는 자신의 캐릭터보다 전체 그림이 중요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배우라면 자기 역할이 돋보이도록 욕심을 내는 게 맞지만 모든 작품을 그런 식으로 접근하지는 않아요. 석호 캐릭터가 너무 플랫(평이)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히어로 같은 인물이었다면 매력을 못 느꼈을 거예요. 물론 제게도 캐릭터 때문에 덤벼들게 되는 영화가 찾아오겠죠.” 그를 스타로 만든 것은 TV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2007)이였고, 연기자로 각인시킨 것은 영화 ‘도가니’(2011)였다. 이어 ‘용의자’(2013)까지 관객 400만명 돌파라는 연타석 장타를 때렸다. 올해는 ‘남과여’에 이어 ‘부산행’, 김지운 감독의 ‘밀정’까지 영화 개봉이 줄을 잇는다. “나이는 먹어가는데 돌아온 길을 봤더니 생각보다 작품 수가 많지 않더라고요. 필모그래피를 늘리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운 좋게도 마음이 끌리는 작품을 여럿 만나게 됐어요. 들어온 복을 차 버리면 안 될 것 같아 죽기 살기로 덤볐는데 정신 못 차릴 정도로 고생했어요. 그래도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었던 시기에 적절한 채찍이지 않았나 싶어요. 예산이 큰 작품을 연달아 해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저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이야기니까 기분은 좋은데요?”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무소유 스님에게도 ‘아끼는 보물’이 있다

    무소유 스님에게도 ‘아끼는 보물’이 있다

    출가자들과 청빈의 무소유는 같은 방향을 향한다. 모든 착심(着心)을 버려 번뇌망상의 소멸과 혜안에 이르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출가자들에게도 꼭 필요한 게 있기 마련이다. 바랑에 넣고 다니는 최소한의 용품들, 이른바 ‘비구 18물’이다. 그 ‘비구 18물’ 말고도 출가자들이 소중하게 여겨 수행 거울과 지표로 삼는 것들이 있다면 어떨까. 불교계의 이름난 인터뷰 전문가이자 선(禪) 전문잡지 ‘고경’의 편집장 유철주씨가 그 소중한 물건들을 소개한 책이 화제다. 14명의 스님과 두 명의 재가 수행자가 가장 아끼는 물건과 그것에 담긴 사연을 전한 ‘스님의 물건’(맑은소리맑은나라)이 그것이다. 광주 각화사 주지 혜담 스님 인터뷰 때 불쑥 꺼내어진 ‘보리수 잎’에서 착안해 건져 낸 소중한 물건들엔 애틋한 스토리와 추억이 담겨 있다. 승가 구성원, 재가불자로서 수행길에 경책, 혹은 귀감이 되기도 한다. 혜담 스님은 스승 광덕 스님에게 받은 보리수 잎을 내밀면서 이렇게 전했다. “큰스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나는 법이 없으니 보리수를 깨달음의 징표로 삼아서 수행 정진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저에게는 이 보리수 잎이 생명과도 같습니다.” 이 보리수 잎은 촌음을 허투루 보내지 않는 정진의 채찍이기도 했다. “게을러지거나 나태해질 때 이 보리수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아 왔습니다.” 불가의 인연은 여러 물건에서 소중하게 찾아진다. 인도에서 한국 불교를 찾아온 강화 연등국제선원 주지 혜달 스님은 스승인 원명 스님의 ‘여권’을, 조계종 포교원장을 지낸 지원 스님은 ‘외국인 제자들’을 보물로 삼는다고 한다. 조계종 원로의원이자 보은 법주사 조실인 월서 스님의 ‘붓’도 각별하다. 붓을 꼽은 스님의 전언은 이렇다. “선묵일여(禪墨一如)라 했습니다. 선 수행은 고요함이요, 지혜의 빛입니다. 묵에 임할 때는 번뇌망상을 쏟아 버립니다. 선과 서예는 고비가 많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요. 고비마다 넘고, 정진을 이어 가야 비로소 맑고 고요함에 이르게 됩니다.” 서울 열린선원장 법현 스님은 어느 작가가 만들어 준 도로교통 표지판 ‘U턴금지’ 모양을 닮은 ‘윤회금지’ 표지판을 가장 아낀다. 조계종립 특별선원 봉암사 수좌이자 현존 최고 수좌로 추앙받는 적명 스님은 정진하려는 수좌 스님들의 ‘열정’을 소중한 물건이라고 했다. 적명 스님은 그 소중한 물건을 ‘ 깨달음’과 연결한다. “깨달음은 깨달음입니다. 깨달음의 내용은 불이(不二)입니다. 연기(緣起)는 공(空)입니다. 공은 중도(中道)이고 불이입니다. 선사들은 이것을 세계일화(世界一花)라고 말씀하셨어요.” 비구니 원로인 부산 옥천사 주지 백졸 스님은 성철 스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제작한 책을 내놓았다. “성철 큰스님을 친견하면 꼭 여쭈었어요. 깨치면 어떠냐고요. 그러면 큰스님께서는 ‘눈 감고 자도 환하다’고 하십니다. 그러면서 저에게 보라고 한 책이 ‘신심명’과 ‘증도가’입니다.” 여기에 더해 ‘십현시’, ‘법성게’며 ‘예불대참회문’, ‘대불정능엄신주’ 등을 추가해 책을 만들었다는 백졸 스님은 이렇게 전하며 웃는다. “책은 나름대로 만들었지만 아직 환한 세상을 못 봐 성철 스님께 죄송할 따름입니다.” 저자는 이렇게 밝히고 있다. “스님의 물건에는 그 스님의 정신과 원력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지금 이 시대를 대표하는 수행자 열여섯 분의 물건을 보면서 많은 사람이 더 열심히 수행하고 정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약속은 약속이니까” 박신혜 샤샤샤 공약 때문에 좌절..결국 ‘성공적’

    “약속은 약속이니까” 박신혜 샤샤샤 공약 때문에 좌절..결국 ‘성공적’

    배우 박신혜가 ‘샤샤샤’ 공약을 성공적으로 이행했다. 박신혜는 13일 네이버 V라이브를 통해 걸그룹 트와이스의 ‘CHEER UP’에 등장하는 일명 ‘샤샤샤’ 안무를 선보였다. 박신혜가 수줍어 하며 선보인 ‘샤샤샤’ 안무는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온라인을 달궜다. 앞서 박신혜는 출연 중인 SBS 드라마 ‘닥터스’ 시청률이 15%를 돌파할 경우 ‘샤샤샤’ 안무를 선보이겠다는 약속을 했다. ‘닥터스’는 지난달 28일 방송된 4회에서 15.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15%를 넘겼고 박신혜는 2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누구예요. 이번주에 보여준다고 한 사람. 넘자마자 보여준다고는 안 했다고요”라며 ‘샤샤샤’ 공약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했다. 이와 함께 공개된 사진에서 박신혜는 어두운 방에서 고개를 숙인 채 좌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웃음을 자아냈다. 박신혜는 이어 “그래요, 알아요. 약속은 약속이니까. 하지만 조금만 기다려줘요. 지금 당장은 부끄러우니까”라며 조만간 공약을 실천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포켓몬 Go’ 잡으러 속초로 Go!

    ‘포켓몬 Go’ 잡으러 속초로 Go!

    “속초·양양서 게임 가능” 퍼지자 버스표 매진… “카풀하자” 쇄도 게임족 위한 여행상품까지 출시 구글맵 제공 안 되는 한국선 불가 일부 지역 北으로 인식해 작동 “강원도 속초에서만 ‘포켓몬 고’ 게임이 될 줄 알았는데 인제에 들어서니까 작동이 되더라고요. 오늘 반차, 내일 휴가를 낸 보람이 있는 거죠.” 13일 오후 강원 속초시 조양동 엑스포공원에서 게임을 하던 회사원 서모(34)씨는 “낮 3시에 도착했을 때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2시간 정도가 지나니까 학생들로 보이는 40여명이 동시에 몰려와 함께 게임을 했다”며 “오늘만 40마리의 포켓몬을 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연신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아래위로 드래그를 하면서 포켓볼을 던졌다. “2시간가량 게임을 하니 배터리가 없네요. 근처 카페에서 충전을 한 후 밤 사냥에 나가야죠.” 카페 아르바이트생 박성일(28)씨는 “어제까지만 해도 크게 체감하지 못했는데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카페에 와서 충전을 하고 다시 공원으로 향한다”며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모여서 게임 이야기만 나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출시되지 않아 즐길 수 없는 증강현실(AR) 게임 앱 ‘포켓몬 고’가 강원 속초시와 고성·양양군, 인제군 일부 지역에서는 작동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졸지에 이들 지역이 ‘포켓몬 고’ 열풍에 휩싸였다. 이날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등에서는 최소한 2시간을 기다려야 속초행 버스를 탈 수 있었고, 버스표가 한때 매진되면서 카풀을 하자는 게시글도 온라인상에 심심치 않게 올라왔다. 이날 오후 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집이 속초인데 ‘포켓몬 고’ 때문에 버스표를 구할 수 없다. 부모님에게 포켓몬 때문에 못 간다고 설명해야 할지…. 표를 취소할 사람을 찾는다”는 글이 게시됐다. 속초 상인 김효순(54)씨는 “다들 휴대전화 게임 때문에 오는 거라는데 대체 무슨 게임인지는 몰라도 놀러 오는 사람이 많아지니 일단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포켓몬 고’ 여행상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주말마다 하루 90명씩 관광버스로 고성 송지호해수욕장, 속초 중앙시장, 속초 엑스포공원 및 청초호 일대 등을 돌아다니며 하루 종일 포켓몬 사냥을 하는 당일치기 코스로 비용은 4만원 정도다. ‘포켓몬 고’ 게임이 가능하냐는 문의가 폭주하면서 속초시청 홈페이지는 한때 접속마저 안 됐고, 시청에 몰려오는 문의전화 때문에 공무원들의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속초시청 측은 졸지에 ‘포켓몬의 성지’로 부상한 이번 기회를 관광특수로 연결시키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강구하고 있다. ‘포켓몬 고’는 포켓몬 캐릭터와 AR을 접목한 게임이다. 스마트폰 앱을 실행하면 카메라가 풍경을 인식하고, 그 배경화면 안에 포켓몬스터가 등장한다. 사용자는 화면에 보이는 실제 공간을 뛰어다니며 포켓몬을 포획해 수집하면 된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작동하는 구글맵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다. 구글맵 서비스는 우리나라에서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포켓몬 고’는 작동되지 않는다. 국가 주요 기관의 위치가 해외 서버에 저장됐다가 노출될 경우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어서다. 따라서 속초, 인제 등 일부 지역에서 게임이 실행되는 현상에 대해 정보기술(IT) 업계는 구글맵이 이들 지역을 한국이 아닌 북한으로 인식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어린 시절 포켓몬 캐릭터에 심취해 놀았던 아름다운 추억이 현실에서 실현됐기 때문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이라며 “닌텐도는 최신 기술인 AR을 일반 사용자들이 부담없이 보편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후후후~ 살아 있길 잘했어”… 짧은 글, 긴 위로

    “후후후~ 살아 있길 잘했어”… 짧은 글, 긴 위로

    ‘이따금은 두 팔을 늘어뜨린 채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어보자. 두려울 때 슬플 때 겁이 날 때 긴장될 때 그리고 외롭다고 느낄 때. 몸에 힘을 빼고 후후후.’(103쪽) 후후후, 편히 들숨과 날숨을 쉴 곳이 당신에겐 있는가. 의외로 생활 반경 안에 그럴 곳이 없다는 각성이 든다면 ‘후후후의 숲’으로 향해 보자. 실직자와 퇴직자, 휴학생, 취업준비생, 참사로 자식을 잃은 아주머니 등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 이 작은 숲은 언제나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사람들’에게 열려 있다. 조경란(47) 작가가 위로의 공간, 안전한 땅이 필요한 이 시대의 독자들에게 ‘후후후의 숲’ 같은 이야기 숲을 펼쳐냈다. 새 소설집 ‘후후후의 숲’(스윙밴드) 얘기다. 지난 1월 말부터 지난 6월 초까지 작가는 매일 두 시간씩 책상 앞을 지켰다. 책에 묶인 엽편소설 31편은 그 성실한 시간에 빚진 결과물이다. 한 편당 원고지 10매 안팎에 불과한 손바닥 소설들은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장편의 작심이나 욕심과는 거리가 멀다. 현기증 날 정도로 현란한 서사나 허세 부린 문장 대신 섬세하면서도 담백한 작법과 문장으로 엮은 이야기들은 우리의 비루한 일상과 고독한 마음 안쪽을 향해 “살아 있기를 잘했다!”고 다독여 준다. 소설집 ‘일요일의 철학’ 이후 3년 만에 전작 작품집을 낸 작가는 이번 책에 대해 “작가이자 독자로서 이야기의 복원이라는 의미를 담은 책”이라고 했다. “일본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한 말이 있어요. ‘많은 작가들이 젊은 시절 시를 쓰지만 나는 손바닥 소설을 썼다’고요. 오래도록 그 말이 남아 있던 터에 요즘 독자들은 어떤 이야기를 좋아할까를 고민하다 짧은 이야기를 썼죠. 짧지만 재미든 감동이든 의미도 있고 여운도 길고 반전이 있는 이야기를 쓰려니 더 힘들더라구요. 제대로 ‘훈련’했죠.”(웃음) ‘후후후의 숲’ 속 이야기에는 열패의식, 결핍, 외로움 등에 휩싸인 ‘나’ 같은 주인공들이 있다. 주목받지도 못할 글을 쓰고 결혼도 못하고 친구도 없지만 스스로를 ‘맥주의 여왕’이라 일컬으며 짐짓 웃어보는 ‘내’가 있고, 방금 해고 통고를 받고 ‘고객와 마주치면 미소를 지어야 한다’는 스마일 라인에 서서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정화씨’가 있다. 회한과 좌절에 잠겨 있을 법도 하지만 툭툭, 털고 엷은 미소를 띠는 순간들이 대부분이다. 은퇴한 배트맨과 시강강사인 나, 어머니가 뭉쳐 혼자 지내는 어린이와 노인들을 돌보며 ‘긍정의 장소’를 만들어내는 ‘시작이다’, 카프카의 단편 ‘변신’을 변형해 토끼로 변한 아버지와 그를 보는 딸이 관계의 벽을 허무는 ‘변신’ 등의 이야기는 경계 없는 상상을 천연덕스럽게 펼치면서 웃음과 따스한 기운을 더한다.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 ‘백설 공주와 일곱 난장이’ 등 기존의 우화나 동화를 비튼 작품들은 이 시대의 우화라 이름 붙여도 좋겠다. “세월호 참사에, 세계 곳곳의 테러에 ‘안전한 땅’이 없는 요즘이죠. 하지만 한가지는 변함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는 것. 독자들이 이 책을 펼친 순간만큼은 ‘후후후의 숲’으로 들어온 순간처럼 ‘살아 있기를 다행이다’ 하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CCTV 달고 양심거울 붙여도… 앞집 사람 또 버렸네

    CCTV 달고 양심거울 붙여도… 앞집 사람 또 버렸네

    “쓰레기 무단 투기요? 폐쇄회로(CC)TV를 달아도 소용없어요. 양심거울도 붙이고 화단도 조성하고 안내 전단지에 스티커까지 안 해 본 게 없습니다. 그런데 한마디로 그때뿐입니다. 양심거울 아래에는 오히려 무단 투기한 쓰레기가 더 많다니까요. 그야말로 전쟁입니다.” 지난 8일 오전 5시 서울 동작구 대방동의 한 주택가로 쓰레기 무단 투기 단속을 나간 최재윤(58) 단속원은 뾰족한 쇠꼬챙이로 흰 비닐봉지를 찢으며 말했다. 봉지 안에는 돌돌 말린 기저귀, 국물이 흐르는 배추김치 두 포기, 한 움큼의 머리카락과 조각조각 찢긴 종이들이 뒤엉켜 있었다. 단속원들이 흰 비닐봉지를 바닥에 깔고 고지서나 명세서로 보이는 종이 조각을 건져 냈다. 영수증, 명세서, 고지서 등을 가려내 무단 투기한 주민을 찾기 위해서다. 단속원 4명이 2분간 퍼즐을 맞추듯 종이 조각을 맞춰 보니 통신사 요금 명세서가 만들어졌다. 최 단속원은 “앞집 아기 엄마가 또 쓰레기를 내다 버린 것 같다”며 “그래도 인적 사항이 나왔으니 과태료를 물릴 수 있겠다”고 말했다. 이후 단속원들은 음식물 쓰레기, 일반 쓰레기, 재활용 쓰레기를 분류해 미리 준비한 종량제 봉투에 빠르게 나눠 담았다. 이 무더기 옆에는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린 쓰레기도 많았다. 이것들 역시 배출 요일을 어겼기 때문에 단속 대상이었다. 김도균(59) 단속원은 “정해진 요일에 내 집 앞에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내놓으면 공짜로 수거해 가는데 (그것조차 지키지 않는다)… 시민 의식이 너무 떨어진다”고 말했다. 쓰레기 무단 투기가 늘면서 동작구청은 지난 3월 9명의 단속원을 선발했다. 생활 쓰레기 종량제가 시행된 1995년 이후 21년이 지났지만 무단 투기를 일삼는 ‘얌체족’은 줄어들 기미가 없다. 서울시 등 지자체들은 지난해 쓰레기봉투 가격을 올리면서 가정에서 배출되는 쓰레기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도리어 쓰레기 무단 투기만 더 늘어난 양상이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렸다가 단속된 건수는 지난해 1분기 1만 4711건에서 2분기에 2만 8370건으로 늘었고 4분기에는 3만 743건으로 급증했다. 4분기 단속 건수는 2014년 4분기(2만 4455건)보다 25.7%나 늘어난 것이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에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19곳이 쓰레기봉투 가격을 17~21% 올린 탓이 크다”고 밝혔다. 대방동 주택가의 다른 골목에 접어들자 담벼락을 타고 역한 냄새가 올라왔다. 바닥에 고인 음식물 쓰레기 국물 위로 날파리가 꼬였다. 단속원들을 돕던 구청 관계자는 “여름철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급증해 하루만 방치해도 구더기가 끓는다”며 “단속원만으로 관리가 안 돼 일주일에 사흘은 구청 청소행정팀 직원들도 총동원된다”고 말했다. 단속원들이 자리를 옮길 무렵 근처 다세대주택에 사는 주민 김모(46·여)씨가 하소연을 했다. “우리 동네에 CCTV 좀 달아 주세요. 진짜 미치겠어요. 전 음식물 쓰레기도 꼭 봉투에 담아 통에 넣어 내놓는데, 어떤 날은 누가 한가득 음식물 쓰레기를 부어 놓고 갔더라고요. 이거 못 잡나요?” 김씨는 “올해 초에는 대충 내버린 유리 조각에 행인이 찔려 경찰이 출동했으나 결국 ‘범인’을 못 잡았다”며 “단속을 좀 강화해 달라”고 호소했다. 답답해하는 김씨를 달래고 김 단속원이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배출 요일이 적힌 홍보물을 돌리면 읽지도 않고 아예 전단지를 무단 투기하는 경우도 많아요. 특히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다가 현행범으로 걸려 놓고는 ‘잠깐 일 보고 다시 가져가려 했다’면서 도리어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죠.” 최근에는 중국 동포의 밀집 거주지가 골칫거리라고 했다. 구청은 지난해 중국어로 쓰레기 배출 일시·방법을 표기한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하고 무료로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나눠 주기도 했다. 그러나 효과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거주지 등록을 안 한 중국 동포가 적지 않아 단속도 어렵다. 무엇보다 중국 동포들이 쓰레기 종량제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요인인 것 같다는 게 단속원들의 판단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자칫 중국 동포들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을 조성할 수 있는 만큼 (중국 동포들이 쓰레기 종량제 문화에 적극 호응하도록) 다각도의 대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글 사진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생명의 窓] 고요에 대하여/이재무 시인

    [생명의 窓] 고요에 대하여/이재무 시인

    도시의 소란 속에 시달리다 보면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오래전의 일상 풍경이 불쑥 망각의 수면 위로 떠올라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때가 있다. 그 풍경들은 절기마다 각기 다른 형상으로 다가와서 애틋한 향수에 젖게 하는 것이다. 요 며칠은 두서없이 떠오르는, 유년의 풍경들이 그때와는 전혀 다른 실감을 내게 안겨다 주었다. 항시적으로 배고픔에 시달리던 아이가 감나무 아래 서 있다. 지난밤 비바람에 시달리다 가지를 버린 풋감들이 패잔병처럼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정적만이 무섭게 고여 가득 출렁거리고 있을 뿐 집 안에는 아무런 기척이 없다. 먼 산에서 출산 후 부쩍 여윈, 소쩍새 울음소리가 우련하게 들려온다. 둥근 고요가 데굴데굴 굴러가다가 마당 구석에 머문다. 여기저기서 예의 까만 고요 새끼들이 몰려와 막 끓기 시작한 냄새를 물어 나르고 있다. 일 년 중 고요의 힘이 가장 세지는 때를, 나는 어릴 적 보냈던 시골에서의 여름 정오쯤으로 기억하고 있다. 빨랫줄 바지랑대 그림자의 키가 가장 작아지는 소서나 대서 때의 정오에는 한동안 각축하듯 울어 대던 매미들이 폭염에 지치는지 울음을 뚝 그치고 동네 고샅을 하릴없이 쏘다니다가 돌아온 누렁이도 마루 밑 그늘 속으로 기어들어가 오수를 즐긴다. 애호박들을 주렁주렁 매단 채 흙 담장을 기어오르던 호박 줄기도 축 늘어져 있고, 담 둘레에 핀 맨드라미는 병든 닭 볏처럼 색이 바래져 있다. 숫돌 다녀온 왜낫처럼 날 선 햇살이 따갑게 내려 축축한 생각의 습기를 말려 버린다. 심해처럼 깊은 정적 속에 세상이 무겁게 가라앉는다. 다 익은 살구 씨처럼 단단했던, 그 시절 성하의, 쥐 죽은 듯 고요한 세계가 문득 간절하게 그립다. 얼마 전의 시골에서 한 사나흘 묵을 때의 일이다. 바깥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밤늦게 돌아와 보니 빈집 가득 달빛이 가득 들어차 출렁이고 있었다. 마당에, 뜰 방에, 마루에, 헛간에, 빈방에 달빛은 고여 푸르게 출렁이고 있었던 것이다. 아, 달빛! 텃밭에는 때마침 장다리꽃들이 피었거나 피기 시작했는데 그 송이, 송이마다에도 달빛은 스미어 온 천지가 달빛 치마폭에 감싸인 은빛 세상이었다. 그 밤 나는 차마 불을 켜지 못했다. 행여 달빛이 놀라 달아날까 봐 달빛 모시느라 숨도 크게 쉬지 못했던 것이다. 달빛으로 가득 찬 고요의 세계가 내 영혼을 세상 바깥 먼 나라로 데려다주었다. 그즈음 나는 또 한밤중 시골길을 걷다가 자전거 바퀴만 한 커다란 달빛이 앞산 등성이를 타고 오르는 것을 보았다. 숨은 신이 밟아 대는 페달로 칠 부 능선을 느리게 굴러가는 달빛 은륜, 그 환한 달의 숨소리가 가루약처럼 마을의 지붕 위에 하얗게 흩날리고 있었다. 순간, 달의 살찐 궁둥이가 어찌나 탐스럽게 보이는지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더듬어 대고 있었다. 사방팔방에서 갑자기 수확철 도리깨질에 쏟아져 내리는 깨알 웃음소리가 까르르 까르르 들려왔다. 놀라서 둘러보고 올려다보니 창공에 총총총 떠 있는 별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나는 누가 볼세라 슬쩍 손모가지를 거두어들였다. 고요가 멀쩡한 나를 추행범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고요는 힘이 세다. 제 주장을 하지 않아서 늘 소음에 시달리고 주눅이 들고 내몰리는 것 같지만 고요가 패배한 적은 없다. 제풀에 지쳐 소음이 나뒹굴 때 공간을 차지하는 것은 고요다. 혼자 있어도 내면이 시끄러운 사람아, 고요가 그립지 않은가? 우리의 본향, 생의 맨 나중에 닿아야 할 고요의 나라.
  • 빅뱅 작년 510억원 수입… ‘셀러브리티 100’ 포함

    빅뱅 작년 510억원 수입… ‘셀러브리티 100’ 포함

    그룹 빅뱅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낸 유명인사 100인’에 들었다. 포브스는 지난 6일(현지시간) ‘빅뱅 이론 : 어떻게 케이팝 스타는 한 해 4400만 달러를 벌었나’란 제목의 기사를 홈페이지에 게재하며 빅뱅이 포브스가 매년 조사하는 ‘셀러브리티 100’ 명단에 케이팝 가수로는 처음 이름을 올렸다고 밝혔다. 포브스는 “빅뱅이 지난 한 해 세전 4400만 달러(약 510억원)의 수익을 거뒀다”며 “이 수치는 미국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남성그룹 마룬5의 연간 수입 3350만 달러를 뛰어넘은 것”이라고 보도했다. 멤버 지드래곤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마룬5보다 많이 벌었다고요?”라고 되물으며 “전혀 몰랐다. 제 수입은 어머니가 관리한다”고 말했다. 포브스는 빅뱅을 비롯한 ‘2016 셀러브리티 100’명단을 12일 공식 발표한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예전엔 몸에 철갑을 두른 고슴도치… 지금은 힘 쫙 뺀 낙지처럼 시를 쓴다”

    “예전엔 몸에 철갑을 두른 고슴도치… 지금은 힘 쫙 뺀 낙지처럼 시를 쓴다”

    ‘그녀의 정과 념은 모두 시/문학을 단단히 비끌어매는 일에 온전히 바쳐져 있다. 그녀는 정말이지 만신인지도 모르겠다.’(이현승 시인) ●‘만신’으로 불리는 베테랑 편집자 물고 빨며 책을 만드는 베테랑 편집자(출판사 난다 대표)로 문인들에게 ‘만신’이나 다름없는 김민정(40) 시인이 시의 자리로 돌아왔다. 7년 만에 낸 시집 ‘아름답고 쓸모없기를’(문학동네)을 통해서다. 시인은 “점쟁이에게 ‘문운이 다했다’는 사형선고를 받고 자궁을 들어내는 심정으로 쓴 시집”이라 했다. 하지만 깊이를 더하고 품을 늘린 33편의 시들은 시인의 성장을 증거한다. “김정환 시인이 그러셨어요. ‘남의 것만 골 빠지게 책 만들어 주고 니 시 안 쓰면 그건 니가 아냐.’ 시를 안 써서 내가 없으면 주변 사람들도 없는 거잖아요. 그간 다른 문인들 책 내느라 내 걸 욕심내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나를 잊어버리고 살았는데 내가 뭐라고 할지 들어봐야겠다 싶었어요.” 그의 첫 번째 시집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2005), 두 번째 시집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2009)를 읽어온 독자라면 확연한 시의 변화를 감지할 듯하다. 세계와 드잡이할 듯 거칠 것 없이 지르고 찔러대던 말투는 잦아들었다. 상대의 눈을 오래 들여다보고 말을 고르며 대화를 이어가는 화자가 새 시에 들어앉았다. 아름답고 쓸모없는 것마저 사랑으로 품어 안는 시선은 그렇게 자리했다. ‘물은 죽은 사람이 하고 있는 얼굴을 몰라서/해도 해도 영 개운해질 수가 없는 게 세수라며/돌 위에 세숫비누를 올려둔 건 너였다/김을 담은 플라스틱 밀폐용기 뚜껑 위에/김이 나갈까 돌을 얹어둔 건 나였다/돌의 쓰임을 두고 머리를 맞대던 순간이/그러고 보면 사랑이었다’(아름답고 쓸모없기를) 시인은 스스로의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20대 땐 떼를 썼고 30대 땐 옹알이와 걸음마를 했다면 이젠 인간과 인간 사이, 어른과 어른 사이의 대화를 하게 됐어요. 예전엔 고슴도치처럼 몸에 철갑을 둘렀다면 몸에 힘을 쫙 뺀 낙지처럼 됐달까. 그렇게 힘을 빼고 나를 돌아봤더니 시가 대화가 되더라고요.” 아버지와의 메일, 동료 편집자와의 채팅, 슈퍼 아저씨가 냉이를 팔며 건넨 말, 김춘수 시인의 댁을 찾았던 기억 등 생활을 시로 옮기면서 공감의 반경은 더 넓어졌다. “‘이게 시가 아니면 뭐 어때?’라고 말하듯이 쓰인 시가 ‘그런데 이게 인생이 아니면 뭐냐!’하고 말하듯 삶의 깊은 데를 툭툭 건드린다”(신형철 평론가)는 평이 나온 이유다. ●“시를 재미있어서 봤으면 좋겠다” 하지만 특유의 발랄함과 발칙함, 재기는 빼놓지 않는다. 우리 시에서 보기 드문 그의 유머 코드는 은근해지면서 더 강해진 인상이다. 유사음을 활용한 언어 유희가 도드라지는 그의 시편들을 읽다 보면 어느새 쿡, 하고 웃음이 비어져 나온다. ‘몹시 문란하지 않으면/가족은 탄생할 수 없다/창문 저 밖/남의 가정은 다 안락해 보이고/창문 저 안/나의 가정은 다 안락사로 보이듯/그 순간 미처 걷지 못한/불쌍한 빨래들이/백기처럼/펄럭펄럭/손을 흔든다’(밤에 뜨는 여인들) “우리 시단에는 웃기는 시를 쓰는 사람이 없었어요. 웃기면 가벼워지니 가벼워지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있었던 거죠. 두 번째 시집부터 ‘에라, 모르겠다’ 몸의 비계를 털고 났더니 편하더라고요. 시를 재미있어서 봤으면 좋겠고 그게 내 역할인 것 같아요. 가발을 쓴 사람이 있으면 그 가발을 뚜껑 열듯 들어 보이고 싶은 사람, 그게 나니까.”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비즈 in 비즈] 스스로 신뢰 깎아내린 정부 정책발표

    [비즈 in 비즈] 스스로 신뢰 깎아내린 정부 정책발표

    “발표에 즈음해 친환경 가전제품에 정부가 인센티브를 지원한다는 대략적인 내용 설명은 들었습니다. 업계가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거나 정부가 수요조사를 했느냐고요?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가전 제조기업) “1등급 제품은 판매가의 10%를 돌려받으실 수 있지만, 당장은 안 됩니다. 환급 신청 사이트가 29일 개설됩니다.”(가전 양판점) 정부가 지난달 28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TV와 냉장고 등을 구입하면 가격의 10%를 인센티브로 제공한다”고 했을 때, 이 정책이 요즘 정부가 쫓기듯 정책을 만드는 게 아닌지 의심할 계기가 되리라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환급제가 지난 1일부터 시행됐음에도 온라인몰·홈쇼핑 업계와의 정부 간담회가 4일에 열리거나, 소비자가 환급을 받을 수 있는 매장이 오는 15일에나 확정될 것이란 후속 발표가 잇따르며 생긴 의심입니다. 정부를 대표해 정책을 처음 발표했던 기획재정부는 전체 가전제품이 환급 대상인 양 공지했지만,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뒤늦게 ‘TV는 40인치 이하 모델만 환급 대상’이라고 수정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가장 신뢰를 주어야 할 취재원인 정부 발표가 이러하니 기사 역시 광고 전단지처럼 쓰게 돼 죄송합니다. 기재부가 발표한 첫날엔 ‘에어컨 사면 최대 20만원 돌려준다’고, 며칠 뒤에는 ‘40인치 넘는 TV는 환급 못 받으니 주의하세요’라는 기사를, 그다음에는 ‘15일까진 하이마트·전자랜드·삼성디지털플라자·LG베스트샵에서 에어컨을 사야 최대 20만원 돌려받는다’는 기사를 새로 써야 할 판입니다. 점잖은 척 쓰는 기사 뒤에 ‘환급 기간으로 정부가 정해 둔 7~9월에 친환경 가전제품을 사신다면 ‘호갱’이 안 되도록 조심하세요’라고 숨겨 둔 당부가 읽힐지 조바심도 납니다. 때늦었지만 관련 부처는 복잡한 가전 유통구조를 파악하고, 피크시간 전력소비량을 줄이는 데 최적화된 가전 보급 방안을 모색하느라 주말도 반납했다 합니다. 백번 양보해 정부가 내수 진작과 친환경 제품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급하게 정책을 발표하느라 생긴 사고로 이해해 보겠습니다. 그래야 어떤 가전을 사야 ‘호갱’이 되지 않을지 매일매일 따지는 경마식 취재에 매몰되는 대신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이 주로 쓰는 친환경 제품을 공공 재원을 활용한 환급 대상으로 삼은 이유나 ▲환급 재원인 ‘고효율 기기 지원사업 자금’을 이번 정책으로 소진시키는 게 적절한지 취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경제 블로그] 한국만 수수료 올리겠다니…어이없는 비자카드의 갑질

    [경제 블로그] 한국만 수수료 올리겠다니…어이없는 비자카드의 갑질

    韓·中·日중 유일… 항의에 “강행” “국제 카드 브랜드 없는 한국만 봉” 국제 브랜드사인 비자(VISA)카드의 ‘힘자랑’이 여전히 논란입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비자카드는 지난 5월 해외 결제 수수료를 올리겠다고 국내 카드사에 일방 통보했는데요. 카드업계가 항의 서한을 보내며 반발했지만 비자 측은 최근 “계획을 철회할 수 없다”며 강행 의사를 재통보했습니다. 수수료가 올라가면 ‘VISA’라고 찍힌 국내 카드사 발급 카드를 갖고 해외에 나가 물건을 살 경우 우리나라 고객은 돈을 더 내야 합니다. 100만원어치를 샀다면 지금은 1.0%인 1만원을 수수료로 내지만 내년부터는 1.1%에 해당하는 1만 1000원을 내야 합니다. 해외 분담금과 각종 데이터 처리 수수료 등 카드사가 비자카드에 내야 하는 수수료도 회사별로 오릅니다. 한·중·일 동북아시아 중 유독 우리나라에만 해당되는 일입니다. 비자카드와 같은 국제 브랜드사인 ‘유니온페이’, ‘JCB’를 각각 보유한 중국과 일본은 제외한 채 국제 브랜드사가 없는 한국만 수수료를 올리려고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소비자만 봉”이라는 불만이 나오는 까닭이지요.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에서 쓸 수 있는 브랜드 카드 가운데 연회비가 높고 발급 기준이 까다로워 ‘고급카드’로 분류되는 아멕스(1.4%)를 제외한 마스터나 JCB 등의 해외 이용 수수료는 통상 1%입니다. 비자카드 측은 “아시아태평양본부에 편입된 국가 중 호주 등 대부분 국가의 수수료가 다 인상됐다”며 차별이 아니라고 반박합니다. 비자카드의 힘자랑은 이뿐이 아닙니다. 최근 비자카드는 자사를 포함, 국제 브랜드 카드사들이 만든 보안인증시스템(PCI DSS)을 도입하지 않을 경우 밴(VAN)사와 결제대행(PG)사에도 벌금을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놨습니다. 한 국내 카드사 고위 임원은 “국내 카드사는 힘이 없다. 사실상 종속관계”라면서 “문제는 이번이 끝이 아니라 수수료는 계속 인상될 것이고 그때마다 (국내 카드사들은) 끌려다닐 것이란 점”이라고 자조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국제 브랜드 망이 없는 우리로선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왜 우린 마스터나 비자를 못 만드냐고 쉽게 말하지만 카드 관련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국가적 지원이나 국력이 약하면 국제 브랜드 카드사를 만들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언제까지 이런 푸념을 들어야 할지 답답합니다. 그사이 소비자들의 지갑만 털리고 있습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테러 위험’ 여행 취소 수수료 혼란

    “합리적 피해배상 지침 마련을” “8월에 터키 여행을 하려고 지난달 중순에 항공·숙박 등 예약을 마쳤는데 지난달 28일에 터키 이스탄불 국제공항에서 테러가 발생한 거예요. 여행을 취소하려고 하자 테러 발생 이후 2주일 내에 여행을 가는 사람만 전액 환불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할 수 없이 25만원을 내고 취소했죠.”-직장인 이경희(28·여)씨 터키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테러가 잇따르자 해당 국가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려던 시민들이 취소나 예약 변경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테러에 의한 여행 취소·변경 요건이 업체마다 제각각이고 기준도 자의적이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이스탄불 국제공항 자살 폭탄 테러 이후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이달 6일까지 떠나는 터키 여행상품에 한해 취소 수수료를 면제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29일 이전에 발권했고 오는 15일까지 이스탄불을 출발·도착·경유지로 하는 항공권의 경우 환불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고,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8일까지 이스탄불을 출발·도착·경유지로 하는 경우 수수료를 없애기로 했다. 업체마다 환불 기준일이 제각각인 셈이다. 직장인 김모(40)씨는 “외교부가 터키 이스탄불과 앙카라에 올해 3월부터 ‘여행자제’ 경보(2단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테러까지 발생했으니 최소한 올해 하반기 여행 예약은 수수료 없이 환불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외교부는 터키의 시리아 접경 지역에는 3단계인 ‘철수권고’ 경보를, 이외 지역엔 1단계인 ‘여행유의’ 경보를 내렸다. 그러나 외교부 경보는 강제성이 없다. 외교부 관계자는 “테러 등 갑작스러운 위협 상황이 발생하면 문화체육관광부나 국토교통부 등 해당 부처를 통해 여행업계에 취소 지원책을 권고하지만 법적으로 수수료 면제 등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국외여행 표준약관에 따르면 천재지변, 전란, 정부의 명령, 운송·숙박기관 등의 파업·휴업 등으로 여행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여행사나 여행자가 손해배상 없이 여행을 변경·취소할 수 있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여러 위험 상황에서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를 합리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피해배상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원더걸스, 자작곡 밴드로 ‘탈박’

    원더걸스, 자작곡 밴드로 ‘탈박’

    “분명 서툴 거예요. 전문 연주자가 아니니까요. 화려한 솔로 연주도 없죠. 다만 멋진 곡을 만들려고, 좋은 합(合)을 이루려고 애썼어요. 그런 게 조금 묻어나는 것 같아 기뻐요. 팬들의 공감을 바랄 뿐이죠.” 다시 밴드다. 원더걸스(선미, 예은, 유빈, 혜림)가 자작곡 세 곡으로 채운 싱글 앨범을 들고 1년 만에 돌아왔다. 아이돌을 넘어 아티스트로 길게 가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특히 JYP 수장 박진영의 작품이 아닌 자신들의 자작곡을 타이틀로 세운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리부트’ 앨범에서 멤버들의 창작력에 신뢰가 쌓인 결과다. 물론 오로지 원더걸스만의 힘은 아니다. 작곡가 홍지상과 프란츠가 도움을 줬다. 타이틀 ‘와이 소 론니’는 선미·혜림이 작곡하고, 이들 두 명에 유빈이 작사에 참여한 레게 팝. 70년대 그룹 사운드 느낌의 ‘아름다운 그대에게’, 팝과 록이 섞인 ‘스윗 앤 이지’의 창작에도 멤버들이 참여했다. 잦은 멤버 교체 끝에 4인조로 재정비하고 밴드 콘셉트로 3년 만에 발표한 지난 앨범은, 파격적이었던 것만큼 논란도 있었다. 악기 소리는 신스 사운드였고, 무대에선 악기를 들고 춤을 췄다. 때문에 ‘무늬만 밴드’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럼에도 다시 밴드를 밀고 나간다. “전자음악 기반이던 전작과는 달리 이번엔 리얼 악기 사운드로 직접 녹음하고 무대에서도 직접 연주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려고 했어요. 우리만의 느낌, 색깔을 담으려고 했죠.” 최근 3~4년 악기를 배우고 합주를 거듭하며 발전하는 느낌이 들었다는 원더걸스는 이번엔 밴드 버전과 안무 버전을 따로 준비했다. “아직 원더걸스 하면 댄스를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이 많아요. 저희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팬들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멤버 모두 춤을 좋아하는데 그동안 합주 연습에 골몰해서 몸이 근질근질했답니다. 물론 밴드로 설 때는 춤을 추지 않아요. 기회가 있다면 음악 페스티벌 무대에 밴드로 서고 싶네요.” 원더걸스는 아이돌계에선 어느새 원로 대접을 받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저희가 데뷔할 때는 선배들이 88올림픽은 봤냐고 물었는데 요즘엔 후배들에게 2002월드컵을 봤냐고 묻는데요. 아이돌 친구들이 너무 많아 이름 외우기가 정말 힘들죠. 음악 방송 리허설 때는 이름표를 달기도 하더라고요. 그래도 오래됐다고 카메라 감독님들이 가끔 편의를 봐줄 때도 있어요. 아직 체력은 힘든 줄 모르겠는데 요즘 친구들이 사용하는 줄임말은 영 못 알아 듣겠는 거 있죠.”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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