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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점기준 파악 후 과목별 공략 효과봤죠”

    “채점기준 파악 후 과목별 공략 효과봤죠”

    2017년도 5급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 시험 일정이 확정됐다. 내년 1월 17일부터 20일까지 나흘간 원서접수를 시작으로 2월 25일 1차 공직적격성평가(PSAT)를 치른다. 3개월 후 시작될 내년도 공채 시험에 응시할 수험생을 위해 올해 최고득점 또는 최연소로 합격 문턱을 넘은 일반행정, 교육행정, 국제통상, 재경 직렬별 합격자 4명을 인터뷰했다. 과목별 공부 방법, 수험 기간 생활패턴 등 합격 비결을 들어봤다. ●일반행정-입법·사법고시 기출까지 정복 올해 일반행정 직렬 응시자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로 합격한 최일암(30·서울대 행정대학원)씨는 2010년 여름 수험생활을 시작했다. “1차 시험만 7차례, 2차는 4차례 응시했습니다. 마지막 단계인 3차 면접은 올해 첫 응시였는데, 다행히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최씨는 처음에는 재경직에 지원했다가 대학원 진학 후 정책학을 전공하면서 일반행정으로 응시 직렬을 변경했다. 최씨는 “일반행정직으로 응시할 경우 1차 PSAT합격이 재경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고, 거의 모든 부처에 지원할 수 있는 직렬이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다”고 말했다. 최씨는 반드시 필요한 1차 시험 대비법으로 기출문제 분석을 꼽았다. “기출문제를 철저히 분석해 출제자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훈련을 했습니다. 논리학, 법률, 어림산 요령 등 지식이 요구되는 부분은 공부를 했고요.” 2차 논술형 필기 과목인 행정학에 대해서는 “사례집 중심으로 서브노트를 만들고 헌책방에서 여러 교수의 사례집을 구입해 발췌했다”고 최씨는 전했다. 이와 함께 5급 공채 필기시험뿐만 아니라 입법고시, 사법고시 등 모든 기출문제를 풀면서 교수들의 채점평, 고시계 강평 등을 참고해 채점자인 교수가 원하는 답안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응시직렬을 재경에서 일반행정으로 바꾸면서 최씨가 가장 단시간 안에 공부했던 과목은 정치학이다. “수험기간이 짧을수록 공부범위의 한계선을 정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 합격생 강의를 선택해 강의내용을 컴퓨터로 필기하고, 그 자료에 추가할 내용을 덧붙여 풀어쓰는 방식으로 서브노트를 만들었습니다.” 그에게 가장 극복하기 어려웠던 과목은 행정학이다. 최씨는 “행정학은 경제학과 달리 많은 현상을 설명하기 때문에 논리적 엄밀성이 떨어져 명쾌하게 이해하기가 어려웠다”며 “신문 등을 읽으며 실사례를 찾아 이해도를 높였고, 아는 이론이나 사례를 동원해 답안을 완결하는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3차 면접 준비를 위한 스터디를 2차 합격자 발표 전부터 시작했다. 직접 인력을 배치한다면 어느 부서에 우선적으로 할 것인지 묻는 질문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최씨는 수험생에게 “방대한 내용을 먼저 공부한 후 채점기준을 맞춰 나가기보다 과목, 문제별 채점기준을 알아내고 그에 맞춰 공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국제통상- 교재 하나 정해 통째로 암기 올해 국제통상 직렬 최고득점자 최우진(27·고려대 영문학과 4학년)씨는 2013년 2월부터 수험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1차 PSAT 준비 방법과 관련, “학원에서 치르는 PSAT 문제가 깔끔하진 않지만, 긴장감이나 부담감 때문에 체감 난도는 실제 시험과 유사하다”며 “시험일 20일 전부터는 기출문제와 모의고사를 반복해 풀며, 틀린 문제를 검토했고 과목별로 유념해야 할 주의사항, 함정 피하기, 자주 하는 실수 등을 A4용지 1장에 정리해 시험 시작 직전까지 살폈다”고 말했다. 최씨는 2차 시험 때 행정법, 국제정치학, 국제경제학, 국제법, 영어를 치렀다. “기본적으로 모든 과목을 한 권으로 정리해 통째로 암기했고, 이를 기반으로 답안을 작성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행정학은 직접 손으로 정리하지 않았다고 했다. 최씨는 “학원강사들이 제작한 암기노트 중심으로 일부 내용을 추가해 통째로 외웠다”며 “국제법은 김대순 교수의 국제법론을 기반으로 직접 주요 내용을 정리했고, 국제경제학은 학원 강사가 만든 모의고사 문제집을 통째로 베껴 쓰고 외웠다”고 말했다. 수험 기간 동안에는 학교 고시반에서 생활하고 강의는 모두 인터넷 동영상을 활용했다고 한다. 면접 때는 공직사회의 소극행정 행태에 대한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등의 질문이 나왔다. 최씨는 수험생들에게 “자신만의 템포를 찾아 공부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제 경우 학원 강의는 2순환까지만 들었고, 2차 답안을 작성할 때는 최대한 출제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하나의 주제나 흐름으로 소문제 답안을 엮어 논리, 문맥을 유지하려고 했다”고 조언했다. ●교육행정-교육심리학 5년 기출 풀고 첨삭 최성용(30·서울대 물리교육과 졸업)씨는 교육행정 직렬 응시자 가운데 최고 득점을 올렸다. 최종 합격까지 5년 남짓 시간이 걸렸다. 최씨가 1차 PSAT 시험을 대비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시간관리다. 최씨는 “10문제마다 시간을 측정해 속도를 조절했다”며 “기출문제나 모의고사를 풀면서 중요한 팁은 인터넷 클라우드에 업로드시켜 놓고 식사 때나 이동 시간에 봤다”고 말했다. PSAT 언어논리 과목은 참·거짓 문제나 벤다이어그램 등을 정리해놓으면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게 출제된다는 게 최씨의 설명이다. “자료 해석은 숫자 계산 연습을 많이 했고, 상황판단 문제는 학원 강의를 2년 정도 들었습니다.” 2차 시험 과목에 대해 최씨는 “경제학은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 기본서를 읽으며, 내용·문제별 서브노트를 정리했다”며 “미시경제학은 문제를 많이 풀면서 답을 정확히 도출하는 연습을 했고, 거시경제학은 교과서를 여러 차례 읽은 뒤 가정과 모형에 대한 확실한 이해를 바탕으로 답안을 써내는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행정법에서는 판례를 암기하고 사례에서 쟁점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꼽았다. 최씨는 “판례 암기는 먼저 핵심 키워드를 암기한 뒤 판례문구를 스스로 만들어보며 조사와 서술어를 판례문구와 비슷하게 적는 연습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행정학 답안 작성 시에는 현실 행정사례 해결에 중점을 뒀다고 최씨는 설명했다. 교육행정직과 같은 소수직렬 과목은 학원 강의나 모의고사를 접하기가 어렵다. 대안으로 최씨는 기출문제를 철저히 분석하고, 학부시절 공부했던 교육학 교과서를 통독한 뒤 복사집에서 판매하는 합격생 서브노트를 구해 내용을 추가하며 공부했다고 말했다. 최씨가 가장 취약했던 과목은 교육심리학이다. “지난해 26점을 받다가 올해 시험에서는 40점 정도로 크게 올랐습니다. 지난해 겨울 교육심리학 교과서 2권을 꼼꼼히 1회독 한 후 최근 5년간 출제됐던 문제에 대한 답안을 작성해 첨삭을 받았습니다.” ●재경-모의고사 풀때 시간 더 촉박하게 올해 최연소 합격자는 재경 직렬에 응시한 유형석(20·서울대 경영학과 2학년)씨다. 유씨는 “대학 1학년 2학기 때부터 학업과 병행하며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며 “시험 준비기간은 총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처음 반년간은 학교 수업 때 5급 공채 2차 시험과 겹치는 경제학, 행정학 등 과목을 수강했다. “학교 수업 외 시간에는 인터넷 동영상으로 학원 강의를 들으면서 단기간에 시야를 넓히고 회독 수를 높일 수 있었지만, 시간·체력 관리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1차 PSAT시험 준비기간은 단 1개월이었다. 유씨는 “준비기간이 짧았던 탓에 기출문제에만 집중했다”며 “3월부터는 휴학을 하고 본격적으로 학원과 독서실을 오가며 2차 시험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1차 시험 관련 팁으로 유씨는 “실전에서는 항상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모의고사를 풀 때 실제 시험 시간보다 짧은 시간에 문제를 풀어내는 연습을 했다”며 “매일 기출문제를 풀면서 반복해 읽고 암기했다”고 말했다. 2차 시험일까지 4개월간은 모의고사와 강의, 자습의 반복이었다. 유씨가 치른 과목은 경제학, 행정법, 행정학, 재정학, 국제경제학이다. “경제학을 공부할 때는 항상 ‘그동안 공부한 내용을 답안지에 나타낼 수 있는가’를 염두에 뒀습니다. ‘정의, 가정-수식, 그래프-함의, 한계’ 틀을 계속 떠올리며 현재 공부하고 있는 내용이 이 중 어떤 단계에 포함되는지 생각해보려고 했습니다.” 경제학은 범위가 워낙 방대해 여러 책을 동시에 읽기보다는 한 책을 반복해 읽는 게 전체적인 틀을 파악하며 암기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유씨는 전했다. 행정법은 가장 난해했던 과목이다. 그는 “기본서 두께에 위축돼 요약집을 반복해 읽다가 나중에는 문제점-학설-판례-검토별 키워드를 만들어 암기하니 효율적이었다”고 말했다. 행정학에 대해서는 “공부했던 내용과 시험문제가 크게 달라 가장 당황했던 과목”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또 “재정학의 이론 부문은 경제학적 측면, 제도 부문은 행정학적 측면에 가깝다고 판단해 풀이방법도 다르게 쓰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이어 “국제경제학은 가정 및 설정에 따라 모형, 그래프, 함의 등이 달라진다”며 “A4용지 한 장에 무역론의 모든 모형을 가정에 따라 정리하면서 체계화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푸른 바다의 전설’ 전지현, 허겁지겁 컵라면 먹방 “엄카가 뭐야?”

    ‘푸른 바다의 전설’ 전지현, 허겁지겁 컵라면 먹방 “엄카가 뭐야?”

    ‘푸른 바다의 전설’ 전지현의 모습이 공개됐다. 23일 SBS 수목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 측은 “‘노답 인어’ 전지현, 엄카 찬스로 편의점 라면 먹방”이라는 제목의 동영상 한 개를 선공개했다. 영상에는 전지현이 한 아이와 함께 편의점에 있는 모습이 담겼다. 전지현은 젓가락도 제대로 잡지 않은 채 컵라면을 허겁지겁 먹고 있고, 아이는 그 옆에서 우유를 마시고 있다. 아이는 “오늘은 언니가 배고프다고 해서 엄카로 사주는 거에요”라고 말했고, 인어 심청(전지현 분)은 ‘엄카’의 뜻을 물었다. ‘엄카’란 ‘엄마 카드’의 줄임말로, 돈이 많이 있는 엄마 카드를 쓸 수 있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아이는 “돈은 힘들게 버는 거에요. 우리 엄마도 내 얼굴 볼 시간도 없이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돈만 번다고요”라며 아이답지 않은 말을 늘어놓았다. 이에 심청은 “그런데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돈만 벌면 언제 행복하게 살아?”라며 뼈 있는 질문을 했고, 아이는 “나중에요”라고 답하며 시선을 회피했다. 편의점 라면을 먹는 귀여운 인어의 모습이 공개되자 네티즌들은 “아이도 인어도 귀여워”, “머리가 산발인데도 왜 이렇게 청순해”, “너무 귀엽다 진짜ㅋㅋ” 등 반응을 보이며 본방송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SBS 수목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은 이날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사진=SBS ‘푸른 바다의 전설’ 공식 홈페이지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함혜리 기자의 미술관 기행] 자연 속에 ‘심플’하게 자리잡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함혜리 기자의 미술관 기행] 자연 속에 ‘심플’하게 자리잡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자그마한 화면 속에 아름다운 색채와 아기자기한 이미지들이 어우러진 장욱진(1917~1990)의 작품을 보고 가장 먼저 떠 오르는 단어는 단순함이다. 산, 집, 아이, 호랑이, 산, 까치, 나무 등 평면적이고 단순한 도상들은 어린 아이의 그림처럼 순수해서 들여다 보면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그저 맹숭맹숭하게 단순한 것은 아니다. 인생을 달관한 선승의 그림처럼 작은 화면 속에는 깊은 내면의 세계와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드넓은 이상의 세계가 공존해 있다.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계명산 자락에 자리잡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http://changucchin.yangju.go.kr/)은 박수근,이중섭과 함께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장욱진의 정신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양주시와 장욱진미술문화재단이 손을 잡고 설립한 미술관이다. 서울시내 중심에서 북쪽으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미술관은 온전히 자연 속에 자리잡고 있어 찾아가는 것 만으로도 저절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매표소 건물을 나오면 야외 조각공원을 지나고 구름다리를 건너야 미술관이다. 미술관 개관(2014년 4월) 당시에는 개천 건너편 미술관 오른쪽이 주 출입구였는데 지난 해부터 조각공원이 통합운영되면서 조각공원의 매표소를 이용하고 있다. 봄 여름에 나무가 우거졌을 때엔 잘 보이지 않을 테지만 나뭇잎이 다 지고 난 늦가을인지라 언덕 위의 흰색 건물이 파란 하늘 아래서 비현실적으로 도드라져 보인다. 외관은 현대와 전통이 적당히 버무려진 모습으로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고 심플하다. 알싸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미술관으로 들어서니 벽면에 커다란 장욱진의 흑백사진이 반겨준다. 평생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원없이 그림만 그리더니 죽어서도 이렇게 훌륭한 자연 속에 자신의 이름 석자를 단 미술관을 가졌으니 참 복이 많은 예술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1917년 충남 연기군에서 대지주의 아들로 태어난 장욱진은 시·서·화에 안목을 지닌 부친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그림을 가까이 했다. 가족과 함께 상경한 뒤 공부보다 그림에 열중했던 그는 1926년의 보통학교 3학년 시절에 전일본소학생미전에 까치그림을 출품해 1등상을 받았다. 이 때 상품으로 유화물감을 받아 유화를 처음 시작했다. 경성 제2고등보통학교(지금의 경복 중·고교)에선 미술반 활동을 하며 동경미술학교 출신 미술교사인 사토 구니오의 수업을 통해 입체파와 피카소의 미술세계를 접할 수 있었다. 일본인 역사교사에게 대들었다가 3학년에 중퇴한 그는 수덕사에서 3년간 수양의 시간을 보내고 양정고등보통학교에 편입학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의 가족은 미술을 본업으로 하는 것을 극구 반대했지만 제 2회 전국학생미전에서 특선을 하면서 집안의 반대도 수그러들었다.이듬해인 1939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제국미술학교(지금의 무사시노 미술대학) 서양화과에서 공부했다.  제국미술학교를 졸업하고 귀국한 후 얼마 안되어 해방을 맞은 그는 1945년 가을 국립박물관 진열과에 취직했다가 1947년 사직하고 김환기, 백영수, 유영국, 이중섭 등과 함께 신사실파를 결성해 미술운동을 하기도 했다. 그의 나이 34세에 6·25전쟁이 발발했다. 전쟁은 그의 작품에 이상세계에 대한 염원을 촉발시킨 계기가 된다. 전쟁과 함께 닥쳐온 불안과 공포, 육체적 고달픔 속에서의 그는 오히려 자신의 꿈꾸는 삶을 그렸다. 유학시절을 포함한 그의 초기 그림 색상, 형태 면에서 토속적인 특성이 강했지만 1·4후퇴 때 고향인 충남 연기에서 작업하는 동안 색감이 선명해지고 형태가 더욱 간결하게 정돈된다. 이 시기의 대표작이 누런 황금들판 사이를 연미복 차림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담을 ‘자화상’이다.  전쟁이 끝난 후 1954년 장욱진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로 취임하지만 재직 6년만에 교수직을 사임하고 1963년 덕소에 화실을 마련하고 장장 12년동안 혼자 자취생활을 하며 중년의 시대를 보냈다. 자연 속에서 밤 산책과 새벽의 신선미를 즐기며 고요와 고독 속에서 그는 그림과 씨름하다 건강을 해쳐 사경을 넘나들기도 했다. 덕소시절의 마지막 3년간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한결 절제된 작품을 많이 그렸다. 1975년 봄 그는 덕소생활을 청산하고 서울 명륜동으로 작업실을 옮겨 79년까지 머물렀다. 명륜동 시절 그의 작품에는 시골남자와 여자, 가족, 정자와 원두막, 산과 동산 등이 화면에 등장하고 색채는 동양화의 담채풍으로 묽어지고 단순해진다. 그는 서울의 번잡함을 벗어나 수안보로 다시 작업실을 옮겼다가 1986년 봄부터 마지막 5년을 경기도 용인군 구성면 마북리의 고택에서 보냈다. 자연과 더불어 창작에만 몰두하는 심플한 삶을 원했던 장욱진은 따뜻하고 정감어린 작품들을 남기고 1990년 12월 27일 7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80년대와 90년에 유난히 많은 작품을 제작했다. 특히 용인에서 지낸 마지막 5년간은 평생에 걸쳐 그린 720점의 작품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220여점을 그렸다. 마지막까지 얼마나 철저하게 화가로서의 삶을 살려고 노력했는지를 알 수 있다.  장욱진은 그림을 그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천생의 화가임을 글과 말을 통해 자주 고백하곤 했다. “나의 지나간 40년은 오직 그림과 술 밖에 모르고 살아온 인생이었다. 그림은 내가 살아가는 의미요, 술은 그 휴식이었던 것이다.” “산다는 것은 소모하는 것, 나는 내 몸과 마음과 모든 것을 죽는 날까지 그림을 위해 다 써버려야겠다. 남는 시간은 술로 휴식하면서. 내가 오로지 확실하게 알고 믿는 것은 이것 뿐이다.”(샘터 1974년 9월호)  장욱진의 작품들은 대부분 작다. 그가 끝까지 30호미만의 그림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장욱진 자신은 ‘세대’ 1974년 6월호에 이렇게 쓰고 있다. “회화에 있어서의 회화성은 30호 이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그러냐하면 규모가 커지면 그림이 싱거워지고 화면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한면을 지배하지 못하고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은 내게 어려운 일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그는 작은 화면에 세상에서 가장 보편적인 이미지들을 가장 단순하게 표현해 냈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은 장욱진의 작품처럼 작고 심플하지만 깊이가 있다. 장욱진의 그림 ‘호작도’와 그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집’의 개념을 모티브로 최-페레이라 건축에서 설계한 건물은 중정과 각각의 방들로 구성된 독특한 구조다. 대지면적 6204㎡에 연면적 1852㎡에 이르는 미술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각층에 위치한 두개의 전시실 외에 영상실, 강의실, 아카이브 라운지를 갖추고 있다. 매끈한 흰색 외관부터 내부의 마무리까지 현대적인 감각과 전통적인 디테일이 조화롭게 설계돼 있는 건물은 미술관이 개관한 2014년에 김수근 건축상을 수상했고 한국건축가협회 올해의 베스트7, 영국 BBC의 2014년 8대 신설 미술관에 선정되기도 했다.  외양은 단순한데 호랑이를 평면으로 그린 듯한 구조인지라 내부 공간은 단조롭지 않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처럼 공간이 이어져 나타나는 1층 전시실을 지나 가파른 각도로 꺾어진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영상실이 있다. 그 입구에 커다란 벽화가 그려져 있다. 소 돼지 개 닭 등 동물을 그린 ‘동물가족’이란 제목의 벽화는 덕소화실에 그려졌던 것을 그대로 옮겨와 미술관에 영구기증한 작품이다. 장욱진은 덕소시설 우시장 구경가기를 즐겼는데 소 그림에는 실물 쇠 코뚜레와 워낭을 걸어놓아 웃음을 자아낸다. 1층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층계참의 벽면에는 덕소 작업실의 부엌 벽에 그려져 있던 ‘식탁’이 설치돼 있다.  미술관은 벽화, 유화, 판화, 먹그림 등 장욱진의 다양한 작품 23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2014년 봄 개관 이후 소장작품을 중심으로 국내외 근·현대 미술에 대한 다양한 주제기획 전시를 열었다. 지난 9월부터 내년 1월까지 ‘행복’이라는 주제로 장욱진과 민화를 보여주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변종필 관장은 “개관이후 지금까지 장욱진 예술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한 기획전시를 다양하게 진행해 왔다”면서 “2017년 장욱진 탄생 100년이 되는 뜻깊은 해를 맞아 장욱진의 삶과 예술세계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줄 수 있는 상설관을 개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 북부의 유일한 공공미술관인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은 2년 6개월밖에 안된 신생 미술관이지만 탄탄한 기획전시 외에도 시민들을 위한 교육, 공공프로젝트, 미술창작스튜디오(777레지던스), 전국 대학생 대상 드로잉 공모전 등의 운영을 통해 지역 문화의 구심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씨줄날줄] 공직자의 수첩/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공직자의 수첩/최광숙 논설위원

    참여정부 시절 때다. 어느 날 국무회의 참석 멤버이던 한 고위공직자가 자신의 수첩을 꺼내 보이며 재미난 얘기를 해 줬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야당의 정치 공세로 불편한 심기였는데, A총리가 “대통령 힘내시라”며 국무위원들의 박수를 유도하는 ‘아부성’ 발언을 했단다. 그는 회의 석상에 있었던 일들을 수첩에 적어 놓았다며 훗날 보여 주겠다고 했지만 아직도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누가 정권의 실세인지도 국무회의 풍경을 전해 들으면 알 수 있다. 대통령의 발언 중 누군가가 “그게 아니고요”라며 말을 자른다면 그가 ‘실세’다. 대통령이 말하는 도중에 끼어들어 갈 정도면 대통령과 보통 막역한 사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B장관이 그런 경우였다. 그는 장관 이후에도 승승장구했다. 이런 얘기도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한 공직자의 수첩에서 나왔다. 어느 정권에서나 대통령이 주재하는 각종 회의에서 공직자들의 손은 대통령의 발언을 받아 적느라 바쁘다. 공직자 중 일부는 퇴임 후 낸 책을 통해 대통령과 국무위원의 언행 등 당시 정국 상황 등을 드러내 보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열심히 쓴 메모들을 개인의 ‘추억’으로 간직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회고록을 낸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전자다. 참여정부가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에 기권한 것과 관련해 북한과 사전 교감이 있었다는 내용의 그의 회고록은 정치권에서 논란이 됐다. 그가 책을 쓰면서 참고한 자신의 메모만도 수백 개에 이른다고 한다. ‘역사의 기록’이 될 수 있는 공직자의 수첩이 최근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의 비정상적인 정국 운영을 입증하는 증거물로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유족이 공개한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014년 ‘정윤회 문건’ 유출 파동 때 “불만, 토로, 누설은 쓰레기 같은 짓”, “조기 종결토록 지도”, 비판적인 보도에는 “제재는 민정” 등과 같은 지시를 내렸다고 적혀 있다. 다이어리 형태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에는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의 전 과정이 기록돼 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모금 액수, 재단의 임원진, 사무실 위치 등까지 세세하게 지시한 것을 그는 빠짐없이 적어 놓았다. 박 대통령이 공공기관뿐 아니라 포스코, KT 등 민간 기업 임원에 특정인을 보내라는 지시와 최씨의 개인 광고회사에 기업 광고를 몰아주라는 지시도 포함돼 있다. 대통령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고자 깨알같이 받아썼던 ‘충신’의 수첩이 이제 자신은 물론 박 대통령의 범죄 행위의 증거가 되는 아이러니를 빚었다. ‘수첩 인사’로 흥(?)한 이 정부가 결국은 수첩에 발목 잡힐 줄은 ‘수첩 공주’로 불린 박 대통령은 꿈에도 생각 못 했을 것이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新전원일기] 물려받은 ‘손맛’ 청정 계룡산 ‘물맛’ 3년 숙성 ‘장맛’

    [新전원일기] 물려받은 ‘손맛’ 청정 계룡산 ‘물맛’ 3년 숙성 ‘장맛’

    사회적 기업 ‘소망’ 연매출 5억 ‘희망’ 해외 진출 ‘야망’ 처음에는 귀농도 귀촌도 아니었다. 사 남매 중 셋을 잘 키워 시집 장가 보내고 한국과학기술원(KIST)에서 근무하던 남편도 은퇴했으니, 이제 남은 여생 우리 둘째딸 효진(42)이 곁에 가서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처음엔 뇌성마비 둘째딸 곁에 살려고 내려왔죠” “저 산 너머에 성모마을이라는 중증 장애인 시설이 있어요. 우리 효진이 집이죠. 뇌성마비 1급이거든요. 대전 살 때도 주말마다 왔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귀농 귀촌이라는 개념도 없이 이제 됐다. 가자, 우리 효진이랑 놀아 주고 봉사도 하며 살자. 그렇게 생각했던 거죠.” 충남 논산시 상월면에 위치한 ‘궁골식품영농조합’의 최명선(67) 대표가 오랜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계룡산 자락의 한 작은 마을로 이주해 오게 된 이유였다. 2005년 8월 마을의 농가 주택을 구입해 들어와서는 그저 매일 행복했다. 아침마다 성모 마을로 가서 효진이와 나란히 앉아 미사를 보고, 효진이 친구들과도 놀아 주고, 하루종일 자연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런데 밤에는 좀 무섭더라고요. 천지가 온통 다 캄캄해서 아예 밖을 내다볼 수도 없었죠. 한동안은 밤마다 미쳤어, 미쳤어, 여길 왜 왔어, 맨날 그랬어요. 새벽이면 이상한 새소리, 산짐승 소리까지 들려서 거의 잠을 잘 수도 없었고요.” 그러다가도 창밖이 부옇게 밝아오면 다시 다른 세상이 되더란다. 거실 창으로 황금 들판이 내다보였다. 초록이 우거진 산등성이에 드리운 구름 그림자, 지천으로 피어 있는 이름도 알 수 없는 갖가지 야생화, 온몸을 정화시키듯 폐부 깊숙이 들어왔다 나가는 맑디맑은 공기, 천지가 다 내 것인 듯 흐뭇해지더란다. “사람이 아무리 많이 가져도 손에 쥘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잖아요. 그런데 이런 것들을 다 쳐다보며 누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 부자가 된 듯 행복했어요.” 차츰 이 마을에 뜨는 달이 얼마나 예쁜지도 알게 되었다. 상월면, 대명리, 항월리, 사월리 인근의 마을 이름이 모두 달과 관련된 것들이다. 달이 얼마나 예쁜 동네이면 그런 이름들이 붙었을까. 다시 국문학 공부라도 시작해 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마당 한편에 장독대 놓고 이집 저집 ‘장’ 담가 줘 당시만 해도 10여 가구뿐이었다는 마을에서 외지인으로서 갈등은 없었는지, 어떻게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전통장 법인까지 설립하게 되었는지 물었다. “이사 와서 보니 집으로 들어오는 입구의 저 나무 밑이 마을 어르신들의 놀이터더라고요. 제가 원체 성격이 좋아서 친구들이 많이 드나들어 먹을거리가 풍족한 편이었죠. 그래서 늘 간식거리도 내다 드리고 시간 날 때는 부침개도 부쳐다 드렸죠. 농작물이 나오면 도시 친구들에게 가져다 팔아드리기도 하고.” 그러면서 콩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콩 한 말 팔아봐야 1만 8000원인데 메주로 띄워 팔면 6만원이었다. 어르신들에게 “이렇게 좋은 콩을 어찌 이리도 싸게 파느냐. 메주를 한 번 담가 보시라. 제가 팔아드릴게”라고 권했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긴 하지만 어차피 집집마다 1년 먹을 장을 담그기 위해 직접 메주를 띄웠다. 이왕 하는 김에 양만 조금 늘리면 되는 것이었다. #‘장맛 좋다’ 입소문에 지인의 지인까지 찾아와 그런데 이번엔 도시의 지인들이 아파트에서 장을 담그면 맛이 없다고 푸념들을 했다. “우리 집 마당 넓잖아. 우리 집에다 담가 놓으면 되지”라고 했다. 그래서 하루종일 짱짱하게 햇볕 드는 마당 한쪽이 지인들의 장독대가 되었다. “그래 놓고 보니 더 많은 사람이 수시로 저희 집을 드나들게 된 거죠. 제가 담가 놓은 장맛이 좋다고 소문이 나서 지인의 지인들까지 찾아와서 좀 팔면 안 되냐고 하기도 하고.” 그러기를 2년. 이걸로 아예 사업을 한 번 해 보면 어떨까 해서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소일거리 삼아 시작했다. 2008년 허가를 내고 지역 농산물에 대해 알아가며 좀더 전문화하기 위해 발효 식품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2009년 법인으로 등록하고 소상공인 대출로 5000만원을 받아 시설을 갖추고 유통과 마케팅, 비즈니스 등까지 시간만 맞으면 모두 배우러 다녔다. 장맛은 절반이 물맛이란다. 청정지역인 계룡산 자락이니 물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친정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손맛에 마을 어른들의 조언까지 더했다. 인근 지역에서 수매한 콩으로 띄운 메주와 고추로 담근 장맛에 대한 자신감은 그래서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시행착오도 참 많이 겪었어요. 사실 이렇게 많은 일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일 자체도 너무 힘들고. 도시에서 전업주부가 일을 해 봐야 얼마나 해 봤겠어요. 거기에 장은 또 숙성기간이 필요하잖아요. 보통 공장에서는 6개월 정도 숙성시키는데 전통 기법은 3년은 숙성을 시켜야 제대로 된 맛이 나거든요. 일단 시작은 해 놓았는데 돈은 끝도 없이 들어가고 눈만 뜨면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정말 내가 이걸 왜 벌였을까 후회도 많이 했죠.” 더욱이 문제가 되었던 것은 홍보와 유통이었다. 지인들을 통해 입소문만으로 판매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궁리 끝에 논산시청에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담당 직원이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축제에 대해 안내해주었다. “전국에 축제가 얼마나 많아요. 거길 장돌뱅이처럼 죄다 돌아다녔어요. 전단지 만들어서 일일이 돌려가며 맛보라고 장 끓여가며 고생도 엄청 했죠. 그런데 그렇게 돌아다니다 보니 아는 사람이 하나둘 생기면서 어떤 연결고리들이 나오더라고요. 그렇게 조금씩 매출이 올라가던 중에….” 한 신문사와의 인터뷰 기사를 계기로 TV 방송에도 나가게 되었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포털 검색어 1위에 오르며 순식간에 홈페이지가 마비되었다. 전화 두 대가 마비되고 작업장 일대 교통까지 모두 마비되었다. “15일 만에 1억원의 매출을 올렸어요. 그동안 담가 놓은 장을 다 팔고 인근의 맛있는 장이란 장은 다 가져다 팔아드렸죠. 시청으로도 문의가 엄청나게 갔던 모양이에요. 한창 바쁜데 시청에서도 나왔더라고요. 그런데 마을 어르신들이 모두 여기서 일을 하고 있으니 자기들도 놀란 거죠.” #사회적기업·농가 체험·농가 맛집으로 선정도 “우리는 그때만 해도 사회적기업이 뭔지도 몰랐어요. 시에서 먼저 인증을 내준다며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도와주더라고요.” 사회적기업이란 비영리조직과 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로 취약계층에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한다.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면서 생산과 판매 등의 영업 활동을 한다. 정부로부터 인증을 받으면 직원 임금이 보조되고 각종 지원 사업에서도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대신 1000원을 벌면 200원은 사회에 환원해야 해요. 우리 같은 경우는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 여러 형태의 후원을 많이 하고 있어요.” 6차 산업 인증도 수월하게 받았다. 전부터도 지인들이며 고객들이 항아리를 가져와 직접 장을 담가 두거나 가져가기도 했으니 6차 산업 인증 제도가 생기기 전부터 이미 제반 조건들이 갖춰져 있었던 셈이다. 사업이 커지며 3년 전부터는 대전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막내아들 이경환(37)씨가 들어와 마케팅을 돕고 있다. 남편 이종일(72)씨는 농사 담당이다. 그동안 마을 어르신 10명 중 5명이 돌아가셨다. 남은 어르신들도 연로해 함께 일하지는 못하지만 늘 곁에서 장맛을 봐 주신다. 그리고 10가구가 이 산자락 마을로 새로 집을 지어 들어왔다. 모두 최 대표의 지인이거나 지인의 지인들이다. 사회적기업으로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주변 농가의 소득을 올려 주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로 국무총리상을 비롯해 농림부(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 등을 수상했다. 그러는 가운데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험해 해마다 전국 단위의 발효식품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메주와 장을 비롯해 딸기 고추장, 천연 소스 등 여러 특허도 보유하게 되었다. 특히 논산의 특산물 중 하나인 단무지 무는 바로 밭에서 손질해 공장으로 보내지고 무청은 그대로 밭에 버려지는데, 이를 아깝게 여겨 활용할 방안을 모색한 끝에 ‘시래기 된장국’과 ‘시래기 된장무침’ 등의 즉석요리로 개발해 매출 상승의 큰 요인이 되었다. #“연매출 4억~5억… 해외 진출이 최종 목표” 현재 연매출 4억~5억원을 올리고 있는 궁골식품의 장에는 여전히 방부제나 색소 등 화학 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절반 정도는 수작업, 절반 정도는 기계화 작업을 거치고 있다. 하지만 토종 콩을 가마솥에 삶아 맥반석 황토방에서 띄우고 태안에서 채취해 3년 동안 간수를 뺀 천일염에 재워 500여개의 항아리에서 숙성시키는 전통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콩을 비롯해 고추, 소금, 시래기 등 철저하게 지역 농산물만으로 원재료만 1억 5000만원어치 이상을 수매하고 있다. 한 해 다녀가는 체험객만 해도 3000명이 넘는다. 지난해는 농촌진흥청에서 실시하는 ‘6차 산업 수익모델 사업’에 선정돼 지원금(국비 50%·지방비 50%)으로 가공 시설과 체험 시설을 확충했다. 또 방문객들에게 직접 생산한 농산물로 친환경 식단을 제공할 수 있는 농가 맛집도 개장하게 되었다. 단지 장을 생산하는 사업장을 넘어 마을 전체가 누구나 이용 가능한 테마 파크로까지 기능하게 된 것이다. 최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지역과 같이 걸어가는 기업으로서 해외 시장으로까지 진출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반평생을 전업 주부로 살다가 불과 11년 전 소박한 꿈을 안고 이 작은 마을로 들어온 최 대표의 소망은 이제 마을의 소망을 넘어 지역의 소망으로, 나아가 한국의 소망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사람을 좋아해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최 대표의 푸근한 마음이 담긴 우리의 구수한 전통장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그날을 생각하며 길 위로 나서자, 예쁜 초저녁달이 마주 보이는 산자락에 걸려 있다. 글쓴이 소설가 서진연 200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2013년 ‘괴산’으로 EBS 라디오 문학상 수상. 저서로는 소설집 ‘붉은 나무젓가락’, 장편소설 ‘수목원’ 등이 있다.
  •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12. “자니?”...연애, 그 찌질함에 대하여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12. “자니?”...연애, 그 찌질함에 대하여

    연말을 맞아, 달이 차오르는 것 마냥 술 약속이 차오른다. 온통 크리스마스 무드가 범벅이 된 거리에는 빨강X초록 물결이 넘실댄다. 급한 마음에 소개팅은 했지만, 썸녀(남)은 카톡이 오는 둥 마는 둥하다. 날도 춥고, 술도 먹었겠다 생각나는 전 남(여)친. 술 기운을 빌어 보내본다. “자니...?”   ◆ 구질구질해지기 쉬운 시즌, 우리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질구질해지나? 헤어진 연인에게 할 수 있는 ‘구질구질’의 표상은 술 먹고 보내는 카톡 ‘자니...?’ 혹은 ‘잘 지내니...?’가 대표적이다. 문자 그대로 말하자면 ‘Are you sleeping?’ 정도가 되겠지만, 그걸 액면 그대로 해석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풀이하자면 “나는 이 시간에 네 생각에 깨어 있는데, 너는 어떠니?” 정도가 될 것이다. 또 미끼를 덥석 문 단톡방 떼톡커들과 함께 짚어 본 ‘자니?’ 또는 ‘잘 지내니?’ 에 함축된 의미는 이런 식이었다. “(나 없이도) 잘 지내니”“(설마 벌써 애인이 생긴 건 아니지?) 잘 지내니”“(술 먹어서 하는 말이지만) 잘 지내니” “요새 나 이렇게 저렇게 지내고 있는데, 너는 어때?” 라며 자신의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타입도 있다. ‘나 너 생각만 한 거 아냐. 나는 나대로 잘 지내고 있어. 그때의 일은 그만 잊고, 이제 우리 쿨하게 한 번 볼래?’ 정도를 의도한 멘트라고 하겠다. 그러나 쿨한 게 쿨한 게 아님은 너도 알고 나도 알고 모두가 알고 있다. 근황 보고도 이쯤 되면 프로급인 ‘선수’도 있다. 전여친이잊지못하는매력의소유자(30·남·이하 전매남)에게는 4개월 만났다 헤어진 여친에게서 지속적으로 ‘장문의 카톡’이 왔다.“‘나 이렇게 지내고 있고, 다시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편지 같은 카톡을 보내. 그러다가 내가 하도 연락을 안받으니까, 나중엔 통보를 하는 거야. ‘○○역 몇 번 출구 사물함에 편지를 넣어놨으니 꼭 가서 봐라. 비번은 니 생일로 해놨다’ 이렇게. 그런 카톡이 한 두 세번 왔어. 나중에 가서 보니 자격증을 따서 거기 넣어놓은 거야. 조그마한 등록증 같은 걸. 자기 열심히 살고 있다구.” 우리는 어떨 때, 이토록 구질구질해지는 걸까. 전 남친에게 다시 연락하는 걸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돌아와니가있어야할곳은바로여긴데(29·여)는 “혼자 있는 걸 못 견디겠을 때”라고 한 마디로 정의했다. 구체적으로는 “(전 남친이) 소개팅을 할까봐, 다른 여자와 있을까봐 두려운 금요일 밤, 토요일 밤”이라고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 재회한 연인은 같은 이유로 다시 헤어진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헤어진 연인의 재회에 관한 일반론은 ‘같은 이유로 다시 헤어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다시 만나 얼마간의 민망하고 버름한 사이를 기적적으로 극복하더라도 지난 결별의 이유가 반복돼서, 또는 그 때 그 일이 계속 유효하게 작용해서 또 헤어진다는 것이다. ‘세상에 둘도 없을 차칸 남자’ 먹고놀자(35·남)가 바로 그랬다. 십여 년 전, 힘들던 재수 시절을 함께 견딘 여자친구가 그에게 느닷없이 이별을 통보해왔다. 이유조차 알 수 없었다. 붙잡아도 소용 없었다. 먹고놀자가 이별의 아픔으로부터 조금씩 치유되어 갈 무렵, 웬 여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녀는 흐느끼며, 당신 여자친구가 자기 남자친구와 바람을 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3년 뒤 “오빠, 잘 지내?”가 도착했다. (그 때는 문자 메시지였다.) ‘역시나 차칸 남자’ 먹고놀자는 옛 정이 있고, 또 어떻게 지내나 궁금해 “무슨 일 있니?” 하며 답했다고 한다. 그렇게 몇 달 사귀다 보니 그 여자 하는 얘기가 가관이었다. “그 때 왜 오빠가 나 안 붙잡았어?”라고 하는 거야. 홧김에 얘기해 버렸지. 전화 받은 거. 놀라서 아무 말도 못하더라고.” 천하의 차칸 남자도 감당 못 할 나쁜 여자였다. 앞서 나온 전매남은 그 ‘선수’와 다시 만났을까. 만났다. ‘자격증’이 도화선이 돼 결별 4개월 만에 재회한 그 날, 그들은 불꽃이 튀었다고 한다. (파바박) 그러나 4개월을 못 넘겨 또 다시 헤어졌다. (이들 커플에게는 4·4·4 법칙이 적용된다.) 전매남은 말했다. “그냥 만나서 좋은 게 좋은 거였는데, 여자들은 사귀었다 헤어지면 그 시간 버린 걸로 생각한대매. 나는 그 친구를 결혼 상대로는 생각 안 했고, 그 쪽은 급할 거 같아서…” 물론 다시 만나 잘 사귀는 사례도 무수히 많다. ‘눈 돌려봤자 별 놈 없다’는 평범한 진리에 이른 커플들이다. 주변 친구들이 우후죽순 결혼하고 있다는 잠실동수저(32·남)은 주변에 명멸하는 사례를 얘기했다. “결혼 적령기까지 오래 사귀었던 커플들이 순간의 권태기를 못 참고 헤어졌다가 다시 봉합하는 경우 왕왕 봤어요. 그러곤 바로 결혼하더라고요? 딴 사람들 봐 봤자 별 놈 없었나봐.” ‘충분히 좋은 사람’이었지만 이별을 상황탓으로 이해한 이들도 얼마든지 재회에 성공한다. 이러한 이들은 전술 복습을 거쳐 더욱 살뜰히 서로를 배려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간다. 2년 만난 연인과 헤어졌다 4년만에 재회한 삼고초려슬러시의뮤즈(29·여·이하 뮤즈)는 말했다. “처음 만났을 땐, 둘다 첫 사랑이고 너무 어리고 서툴러서 좋아하긴 해도 막 많이 부딪치고 싸우고 그랬다? 근데 헤어진 몇 년 동안 그 상처가 아물고 다른 사람도 만나고 이런저런 경험도 생기면서 다시 만났을 땐 전혀 그러지 않았어. 서로를 한 번 잃어봤으니까…” 마포청년(29·여)도 3년 반을 만난 전 남친에 대해 ‘충분히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그는 “X나 소울메이트였는데 연인으로 만나 X됐어”라는 필설로는 차마 옮기기 힘든 터프한 말로 전 남친에 대한 소회를 대신했다. ◆ 한밤중 ‘자니...?’를 보낼 수 있는 용감함 그러나 그렇게 애틋했던 뮤즈도 차마 밝힐 수 없는 이유로 다시 헤어졌다. “연인이 헤어지면 헤어지자고 한 사람이든, 헤어짐을 당한 사람이든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망설이게 되잖아? 한쪽은 ‘내가 헤어지자고 했는데 이제 와서 어떻게…’, 한쪽은 ‘내가 못 잊어도 쟤가 나 싫다는데…’ 이러고 말이야. 근데 그걸 뛰어넘고 어쨌든 둘이 다시 만나기로 결정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난 되게 엄청난 인연이라고 생각해.” 여전히 헤어진 연인의 행복을 빈다는 뮤즈는 전에 없이 자못 진지했다. 술 기운을 빌었든 어쨌든, 찌질할 수 있는 용기를 응원한다. 물론, 순간의 외로움을 못 참아 덤벼드는 상습적인 찌질함까지 응원할 생각은 없지만, 누구나 실수는 하는 거니까. 연말에는 실수도 용납되는 법이다. (내 맘대로.)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스무 살, 갓 상경한 꼬맹이는 십여 년 전 나온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로 연애를 배웠다. 드라마 속 ‘캐리’처럼 프라다 VIP가 된다거나, 마놀로 블라닉은 못 신고 살지만 뉴욕 맨하튼이나 서울이나 사람 사는 모양새가 별 반 다르지 않다는 것만은 알게 되었다. 서른 즈음에 쓰는 좌충우돌 여자 이야기, ‘러브 앤 더 시티’다. (매주 화요일 연재됩니다.)
  • ‘불야성’ 유이, 이요원에 “당신처럼 되고 싶다고 한것 실수였어” 독기 장전

    ‘불야성’ 유이, 이요원에 “당신처럼 되고 싶다고 한것 실수였어” 독기 장전

    첫 방송을 시작한 ‘불야성’이 더욱 쫄깃한 이야기를 예고하고 있다. 21일 방송된 MBC 월화특별기획 ‘불야성’(연출 이재동, 극본 한지훈, 제작 불야성문화산업전문회사) 1회는 동시간대 시청률 2위를 기록하며 순항을 시작했다. 이날 방송 말미에는 한층 더 기대감을 모으는 2회 예고 영상이 공개돼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불야성’은 1회 방송에서부터 믿고 보는 배우들의 하드캐리 열연과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이야기 전개,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한 연출이 어우러지며 시청자들을 쥐락펴락하는 꿀잼 드라마의 탄생을 예고했다. 특히 방송 말미에 공개된 40초 분량의 예고 영상은 본방송 못지않은 강렬함으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 1회 방송에서 극중 이경(이요원 분)은 세진(유이 분)에게 한 시간만 자신의 대역을 해달라며 부탁했고, 세진은 이를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엔딩을 맞았다. 이날 공개된 예고 영상에서는 창고에 갇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유이와 “함정인 걸 뻔히 알면서도 보냈다. 소모품 역할을 다했으니, 나머진 알아서하겠죠”라는 차가운 이요원의 대사가 맞물려 긴장감을 높였다. 특히 만신창이가 된 채 이요원 앞에서 “잠깐이라도 당신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내 실수였어”라고 말하며 분노에 찬 눈빛을 보내는 유이의 달라진 모습이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어 이요원은 자신 때문에 죽을 뻔 했던 유이에게 오히려 당당하게 “지금 기회를 주는거다. 다른 사람 흉내 따위는 집어 치우고 진짜 인생을 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하고, 유이 역시 이전과는 180도 달라진 날선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VIP 자선행사에서 악연으로 이어진 마리(이호정 분)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는 유이의 반전 모습과 이런 유이에게 어서 일어나라며 단호하게 말하는 이요원의 모습이 그려져 그들 사이에 일어난 일들에 기대를 모았다. 또한 “회장님 외아들이면 만만치 않은 상대죠. 어떻게 제거하시려고요?”라고 말하는 이요원의 대사와 동시에 극중 이경의 12년 전 첫사랑인 건우 역의 진구의 모습이 겹쳐져 12년 전 사랑을 뒤로하고 서로 대립각을 세우게 되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높였다. ‘불야성’의 제작관계자는 “2회에서는 더욱 촘촘하고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들이 펼쳐지게 되니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며 당부했다. 불야성’은 잠들지 않는 탐욕의 불빛, 그 빛의 주인이 되려는 이들의 치열한 전쟁을 담은 드라마로 보이지 않는 부(富)의 꼭대기에 올라서기 위해 권력과 금력의 용광로 속에 뛰어든 세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2회는 오늘(22일) 밤 10시에 방송.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 “헌재 재판관 1명만 사퇴해도 탄핵 불가능”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 “헌재 재판관 1명만 사퇴해도 탄핵 불가능”

    야당 3곳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당론으로 채택했고, 여당 안에서도 탄핵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탄핵 정국’으로 흐르고 있다. 헌법에 따라 국회에서 탄핵 소추안을 의결하면 그것을 심판하는 곳은 헌법재판소다. 헌재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탄핵이 이뤄진다. 결국 탄핵 소추안 의결을 위해 필요한 국회의원 정족수 최소 200명을 채워도 헌재의 관문을 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 이명박 정부에서 헌재 재판관(2007~2012년)을 지낸 김종대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이하 김 전 재판관)은 “(현재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유는 충분히 된다”면서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되면) 한두 달 안에 헌재가 (심판을) 해낼 수도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 전 재판관은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헌법에서 정한 탄핵 사유는 직무와 관련해서 헌법의 위반이 있거나 법률의 위반이 있으면 되지, 범죄를 지어서 범죄가 확정되거나 기소되거나 할 필요가 없다”면서 “검찰 발표를 보면 (박 대통령이) 180개의 범죄 또는 형법 및 각종 형사법의 위반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검찰은 99%의 증명이 가능하다고 하니까 그 정도면 법률 위반이 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탄핵은 일반범죄처럼 형사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려서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문제는 헌재 재판관 9명 중 2명의 임기가 곧 끝나 7명의 재판관이 탄핵 심판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김 전 재판관은 “(탄핵 소추안을) 심리를 해 나가는 데 (재판관이) 7명 이상이어야지 그 이하가 재판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한 명의 재판관이라도 사퇴하면 아예 심리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헌재가 탄핵 소추안을 표결도 하지 못하는 ‘식물 헌재’로 전락하는 것이다. 하지만 7명의 재판관이 유지된다는 전제 아래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민심은 재판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김 전 재판관은 법리적인 판단을 함에 있어 민심이나 여론은 얼마나 작용을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작용한다”고 답했다. “특히 촛불 집회에 대해서 청와대도 그러대요? ‘아주 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라고요. 헌법 재판관들도 똑같습니다. 이 일을 중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공직자들은 국민의 그 뜻을 받아들이는 것이 공직자의 본분입니다.” 이어 김 재판관은 “아마도 저는 한두 달 안에 헌재가 해낼 수도 있다고 본다”면서 “밤새워서 하면 된다. 밤새. 국민들이 이럴 상황인데 봉사자들이 밤 좀 새우면 안 돼요?”라고 반문했다. 김 전 재판관은 탄핵에 대한 찬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것은 후배 재판관들한테 부당한 힘을 가하는 것 같아서 언급하고 싶지가 않다”면서도 “그런데 그거는 있습니다. 저도 후배 재판관들 다들 아는데요. 다들 정의롭고 애국심이 강한 분들입니다. 우리 국민들 한번 믿어보십시오”라고 답했다. 헌재가 보수적 성향을 띠고 있어 탄핵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에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보수하고 애국하고 무엇이 달라요? 저는 이 사건을 보수, 진보로 가리는 것이 아니고 애국, 비애국으로 갈라야 한다고 봅니다.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있느냐, 개인 사랑하는 마음이 있느냐.’ 공과 사에서 갈려나가는 문제라고 봅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12. “자니?”...연애, 그 찌질함에 대하여

    [이슬기의 러브앤더시티] #12. “자니?”...연애, 그 찌질함에 대하여

    연말을 맞아, 달이 차오르는 것 마냥 술 약속이 차오른다. 온통 크리스마스 무드가 범벅이 된 거리에는 빨강X초록 물결이 넘실댄다. 급한 마음에 소개팅은 했지만, 썸녀(남)은 카톡이 오는 둥 마는 둥하다. 날도 춥고, 술도 먹었겠다 생각나는 전 남(여)친. 술 기운을 빌어 보내본다. “자니...?”   ◆ 구질구질해지기 쉬운 시즌, 우리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질구질해지나? 헤어진 연인에게 할 수 있는 ‘구질구질’의 표상은 술 먹고 보내는 카톡 ‘자니...?’ 혹은 ‘잘 지내니...?’가 대표적이다. 문자 그대로 말하자면 ‘Are you sleeping?’ 정도가 되겠지만, 그걸 액면 그대로 해석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풀이하자면 “나는 이 시간에 네 생각에 깨어 있는데, 너는 어떠니?” 정도가 될 것이다. 또 미끼를 덥석 문 단톡방 떼톡커들과 함께 짚어 본 ‘자니?’ 또는 ‘잘 지내니?’ 에 함축된 의미는 이런 식이었다. “(나 없이도) 잘 지내니”“(설마 벌써 애인이 생긴 건 아니지?) 잘 지내니”“(술 먹어서 하는 말이지만) 잘 지내니” “요새 나 이렇게 저렇게 지내고 있는데, 너는 어때?” 라며 자신의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타입도 있다. ‘나 너 생각만 한 거 아냐. 나는 나대로 잘 지내고 있어. 그때의 일은 그만 잊고, 이제 우리 쿨하게 한 번 볼래?’ 정도를 의도한 멘트라고 하겠다. 그러나 쿨한 게 쿨한 게 아님은 너도 알고 나도 알고 모두가 알고 있다. 근황 보고도 이쯤 되면 프로급인 ‘선수’도 있다. 전여친이잊지못하는매력의소유자(30·남·이하 전매남)에게는 4개월 만났다 헤어진 여친에게서 지속적으로 ‘장문의 카톡’이 왔다.“‘나 이렇게 지내고 있고, 다시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편지 같은 카톡을 보내. 그러다가 내가 하도 연락을 안받으니까, 나중엔 통보를 하는 거야. ‘○○역 몇 번 출구 사물함에 편지를 넣어놨으니 꼭 가서 봐라. 비번은 니 생일로 해놨다’ 이렇게. 그런 카톡이 한 두 세번 왔어. 나중에 가서 보니 자격증을 따서 거기 넣어놓은 거야. 조그마한 등록증 같은 걸. 자기 열심히 살고 있다구.” 우리는 어떨 때, 이토록 구질구질해지는 걸까. 전 남친에게 다시 연락하는 걸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돌아와니가있어야할곳은바로여긴데(29·여)는 “혼자 있는 걸 못 견디겠을 때”라고 한 마디로 정의했다. 구체적으로는 “(전 남친이) 소개팅을 할까봐, 다른 여자와 있을까봐 두려운 금요일 밤, 토요일 밤”이라고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 재회한 연인은 같은 이유로 다시 헤어진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헤어진 연인의 재회에 관한 일반론은 ‘같은 이유로 다시 헤어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다시 만나 얼마간의 민망하고 버름한 사이를 기적적으로 극복하더라도 지난 결별의 이유가 반복돼서, 또는 그 때 그 일이 계속 유효하게 작용해서 또 헤어진다는 것이다. ‘세상에 둘도 없을 차칸 남자’ 먹고놀자(35·남)가 바로 그랬다. 십여 년 전, 힘들던 재수 시절을 함께 견딘 여자친구가 그에게 느닷없이 이별을 통보해왔다. 이유조차 알 수 없었다. 붙잡아도 소용 없었다. 먹고놀자가 이별의 아픔으로부터 조금씩 치유되어 갈 무렵, 웬 여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녀는 흐느끼며, 당신 여자친구가 자기 남자친구와 바람을 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3년 뒤 “오빠, 잘 지내?”가 도착했다. (그 때는 문자 메시지였다.) ‘역시나 차칸 남자’ 먹고놀자는 옛 정이 있고, 또 어떻게 지내나 궁금해 “무슨 일 있니?” 하며 답했다고 한다. 그렇게 몇 달 사귀다 보니 그 여자 하는 얘기가 가관이었다. “그 때 왜 오빠가 나 안 붙잡았어?”라고 하는 거야. 홧김에 얘기해 버렸지. 전화 받은 거. 놀라서 아무 말도 못하더라고.” 천하의 차칸 남자도 감당 못 할 나쁜 여자였다. 앞서 나온 전매남은 그 ‘선수’와 다시 만났을까. 만났다. ‘자격증’이 도화선이 돼 결별 4개월 만에 재회한 그 날, 그들은 불꽃이 튀었다고 한다. (파바박) 그러나 4개월을 못 넘겨 또 다시 헤어졌다. (이들 커플에게는 4·4·4 법칙이 적용된다.) 전매남은 말했다. “그냥 만나서 좋은 게 좋은 거였는데, 여자들은 사귀었다 헤어지면 그 시간 버린 걸로 생각한대매. 나는 그 친구를 결혼 상대로는 생각 안 했고, 그 쪽은 급할 거 같아서…” 물론 다시 만나 잘 사귀는 사례도 무수히 많다. ‘눈 돌려봤자 별 놈 없다’는 평범한 진리에 이른 커플들이다. 주변 친구들이 우후죽순 결혼하고 있다는 잠실동수저(32·남)은 주변에 명멸하는 사례를 얘기했다. “결혼 적령기까지 오래 사귀었던 커플들이 순간의 권태기를 못 참고 헤어졌다가 다시 봉합하는 경우 왕왕 봤어요. 그러곤 바로 결혼하더라고요? 딴 사람들 봐 봤자 별 놈 없었나봐.” ‘충분히 좋은 사람’이었지만 이별을 상황탓으로 이해한 이들도 얼마든지 재회에 성공한다. 이러한 이들은 전술 복습을 거쳐 더욱 살뜰히 서로를 배려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간다. 2년 만난 연인과 헤어졌다 4년만에 재회한 삼고초려슬러시의뮤즈(29·여·이하 뮤즈)는 말했다. “처음 만났을 땐, 둘다 첫 사랑이고 너무 어리고 서툴러서 좋아하긴 해도 막 많이 부딪치고 싸우고 그랬다? 근데 헤어진 몇 년 동안 그 상처가 아물고 다른 사람도 만나고 이런저런 경험도 생기면서 다시 만났을 땐 전혀 그러지 않았어. 서로를 한 번 잃어봤으니까…” 마포청년(29·여)도 3년 반을 만난 전 남친에 대해 ‘충분히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그는 “X나 소울메이트였는데 연인으로 만나 X됐어”라는 필설로는 차마 옮기기 힘든 터프한 말로 전 남친에 대한 소회를 대신했다. ◆ 한밤중 ‘자니...?’를 보낼 수 있는 용감함 그러나 그렇게 애틋했던 뮤즈도 차마 밝힐 수 없는 이유로 다시 헤어졌다. “연인이 헤어지면 헤어지자고 한 사람이든, 헤어짐을 당한 사람이든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망설이게 되잖아? 한쪽은 ‘내가 헤어지자고 했는데 이제 와서 어떻게…’, 한쪽은 ‘내가 못 잊어도 쟤가 나 싫다는데…’ 이러고 말이야. 근데 그걸 뛰어넘고 어쨌든 둘이 다시 만나기로 결정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난 되게 엄청난 인연이라고 생각해.” 여전히 헤어진 연인의 행복을 빈다는 뮤즈는 전에 없이 자못 진지했다. 술 기운을 빌었든 어쨌든, 찌질할 수 있는 용기를 응원한다. 물론, 순간의 외로움을 못 참아 덤벼드는 상습적인 찌질함까지 응원할 생각은 없지만, 누구나 실수는 하는 거니까. 연말에는 실수도 용납되는 법이다. (내 맘대로.)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스무 살, 갓 상경한 꼬맹이는 십여 년 전 나온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로 연애를 배웠다. 드라마 속 ‘캐리’처럼 프라다 VIP가 된다거나, 마놀로 블라닉은 못 신고 살지만 뉴욕 맨하튼이나 서울이나 사람 사는 모양새가 별 반 다르지 않다는 것만은 알게 되었다. 서른 즈음에 쓰는 좌충우돌 여자 이야기, ‘러브 앤 더 시티’다. (매주 화요일 연재됩니다.)
  • 장시호 김종 구속…18세 장시호, 인터뷰서 “아씨~ 미치겠네”

    장시호 김종 구속…18세 장시호, 인터뷰서 “아씨~ 미치겠네”

    ‘최순실 게이트’로 장시호(37·장유진에서 개명)와 김종(55)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구속된 가운데 장시호가 승마선수로 활동하던 19년 전 방송사 인터뷰 모습이 공개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년 전 고등학교 재학 시절 승마선수로 활동하던 장시호는 SBS와의 인터뷰를 했다. 당시 영상에서 개명 전 이름인 ‘장유진’으로 등장하는 18세 장시호는 우승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제 우승에 별로 만족하고요. 다시 할게요”라고 말한다. 이후 “훌륭한 입상을 많이 하겠습니다. 나 미치겠다. 아씨” 등의 발언을 하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한편, 당시 장시호를 취재한 SBS 취재진은 “장시호는 10여 초의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고등학교 3학년답지 않은 수준이었으며 7~8번의 시도 끝에 겨우 인터뷰를 마칠 수가 있었다”고 기억했다. 한편 21일 ‘비선 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씨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이권을 챙기려한 최씨 조카 장시호씨와 이런 행보를 지원한 혐의를 받는 김 종 전 차관이 21일 밤 동시 구속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北에서의 만화란 풍자라고는 없는 전래동화 이야기”

    “北에서의 만화란 풍자라고는 없는 전래동화 이야기”

    탈북민 남한정착기 다룬 ‘로동심문’네이버 인기 힘입어 단행본 출간 “웹툰으로 북과 남을 가깝게 만들고 싶어요.” 탈북민의 남한 정착기를 다룬 웹툰 ‘로동심문’이 은근히 인기다. 지난 5월 아마추어 작가들의 무대인 네이버 도전 만화에 등장한 이 작품은 넉달 만에 베스트 도전으로 승격하며 정식 연재의 꿈을 부풀리고 있다. 최근 단행본(꼬레아우라 펴냄)이 출간되기 도 했다. ‘로동심문’은 실제 평양 출신 탈북자가 그리고 있어 더욱 화제다. 최근 서울신문과 만난 최성국(36) 작가는 ‘로동심문’이 북과 남의 벽을 허무는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그림에 재주가 있었다. 중학교 때 그렸던 반미, 충성 선전물이 눈에 띄어 전문 미술교육을 받게 됐고, 평양미술대학에 진학했다. 졸업 뒤에는 푸짐한 배급으로 북에서 꿈의 직장으로 여기는 4.26만화영화촬영소에 들어갔다. 외화벌이를 위해 1980년대에 만들어진 곳이다. “미국 디즈니나 일본 작품은 지겨울 정도로 보며 참고했지요. 프랑스, 이탈리아 쪽의 하청을 하거나, 디즈니와 유사한 작품을 만들어 수출하기도 했어요. 국내용으로는 TV 애니메이션, 북쪽 표현으로 아동영화를 만들기도 했어요. 한국처럼 재미난 작품은 안 만들어요. 주로 당에 대한 충성심과 미제에 대한 투쟁심을 고취시키는 그런 작품을 만들었죠.” 북에도 출판 만화가 있기는 있다고 했다. “김일성이 태어나기 이전의 전래동화 같은 옛 이야기, 남으로 치면 ‘선녀와 나뭇꾼’이나 ‘심청전’을 극사실주의 그림체로 그려요. 만화적인 그림체는 없어요. 사회주의는 모든 게 신성화되어 있어 풍자가 존재할 수가 없기 때문이죠. 김일성 등을 풍자하는 것은 신을 모독하는 것이 되니까요.” 8년간 일했던 촬영소를 떠난 뒤 중국에서 들여온 중고 컴퓨터에서 미처 삭제되지 않은 남쪽 영화, 드라마 등을 복제해 몰래 팔았다가 적발이 됐다. 남쪽 행을 결심하게 된 이유다. “2000년대 초반부터 한류가 북한 사회에 번지며 패러다임이 바뀌었어요. ‘한국스럽게’ 됐다고 할까요. 당시 영화로는 ‘어린 신부’, 드라마는 ‘줄리엣의 남자’, 노래는 룰라 등이 인기가 많았죠.” 남한 땅을 밟은 것은 2010년. 처음엔 만화 쪽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남쪽에서 유행하는 작품을 보니 당최 웃음 코드를 모르겠고, 황당하기까지 했다. 처음엔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다가 대북 관련 방송국에 들어가 PD로, 기자로, 아나운서로 다양한 경험을 한 게 다시 만화에 도전하는 계기가 됐다. “시사 코너도 만들어보고 콩트 코너도 만들어보며 조금씩 남쪽 사회를 알아가게 됐죠. 그러다가 한 번에 확 보이더라고요. 70년 이상 갈라진 남북을 보수와 진보, 좌와 우를 떠나 한데 아우를 수 있는 매개체가 있어야 겠다는 생각을 늘 해왔는데, 이 때 만화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탈북민들도 ‘로동심문’을 보고 즐거워 한다는 최 작가는 국가정보원 이야기가 나오자 얼굴이 흐려졌다. ‘로동심문’에서는 국정원 사람들이 인간적으로 묘사된다. 요즘 국정원이 여러 논란을 일으키며 지탄받고 있기 때문에 미묘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제가 경험한, 있는 그대로를 그리고 있지만 국정원에서 강요받았냐, 시켰냐는 댓글도 이따금 달려요. 대부분은 북에 대해 몰랐다, 오해했다, 통일을 잘 준비해야 겠다는 댓글이 많죠. 그런 댓글이 힘이 되죠.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직 먹고 사는 문제가 녹록지 않아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이따금 안보 강사로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언젠가 전업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다고 눈을 빛낸다. “머릿 속으로 구상하고 있는 작품이 있는데 비밀이에요. 일상적인 소재지만 누구나, 특히 남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글 사진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늘품체조 거절한 김연아, 화보 보니 ‘흔들림 없는 미모’

    늘품체조 거절한 김연아, 화보 보니 ‘흔들림 없는 미모’

    늘품체조 시연식 참석을 거절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화제가 되고 있는 김연아가 화보를 통해 압도적인 미모를 과시했다. 쥬얼리 브랜드 제이에스티나는 최근 김연아의 겨울 화보 3컷을 공개했다. 이번 화보에서 김연아는 고요한 계절의 낭만적인 순간을 즐기는 따뜻하고 온화한 아름다움을 전한다. 테이블에 기댄 채 온화한 미소를 띄운 화보 속 김연아는, 긴장감은 잠시 내려놓은 채 오롯이 그녀만의 포근한 겨울 낭만을 품은 듯 하다. 블랙 컬러에 화이트 페플럼 포인트룩과 김연아 특유의 길고 깊은 눈매가 돋보이는 화보에서는 모던한 의상에 핑크 자개 주얼리가 눈에 띈다. 피아노의 선율로 겨울 낭만의 절정을 들려주는 듯한 화보에서 김연아는 블루 그레이 컬러의 우아한 자수 드레스 룩으로 ‘겨울 여신’을 완성했다. 한편 19일 김연아가 차은택 씨 등이 주도한 늘품체조 시연회 참석을 거절한 뒤 대한체육회 ‘스포츠영웅’ 선정에서 배제 되는 등 정부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제이에스티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그것이 알고싶다’ 대통령의 시크릿은 줄기세포 시술···시청률 19% 역대 최고

    ‘그것이 알고싶다’ 대통령의 시크릿은 줄기세포 시술···시청률 19% 역대 최고

    세월호 참사 당일 의문에 둘러싸인 ‘대통령의 7시간’을 다뤘던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특별방송이 19%라는 역대급 시청률을 기록했다. 20일 시청률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9일 방송된 SBS 탐사보도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는 전국 시청률 19.0%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10년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중 최고 시청률이다. 지난 19일 제작진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발생 당일 오전 10시 10분~오후 5시 15분 박근혜 대통령의 잃어버린 7시간의 행적을 파헤친 ‘대통령의 시크릿’ 편을 방송했다. 방송 전부터 제작진이 홈페이지를 통해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박 대통령의 비밀을 밝히고, 비선실세 국정 농단 파문과 세월호 7시간 사이의 숨겨진 진실을 추적했다”고 소개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제작진은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신분이었던 2010년 줄기세포 시술을 진행하던 한 제대혈 회사를 다녔다는 회사 관계자의 제보 내용을 방송했다. 국내에서는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배양한 줄기세포로 시술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장은 “(배양된 줄기세포) 수여도 당연히 금지돼 있고요. 판매도 금지되어 있습니다”라면서 “완전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부터 제대혈 관리 문제에 관심을 가졌고, 지난 5월 18일 규제개혁 장관회의 때는 비동결난제 규제 완화를 보건복지부에 주문한 일이 박 대통령 본인의 시술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방송은 또 2013년 2월 25일 박 대통령 취임식 당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있던 거대한 복주머니 ‘오방낭’이 전통적인 오방색의 배열과 방위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고, 세월호 참사 당시 오전 10시 최초 보고를 받았음에도 오후 5시 15분에 돼서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행위 등을 납득할 수 없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불수능에 가채점 마친 고3 ‘멘붕’… “중상위권 변동 클 듯”

    불수능에 가채점 마친 고3 ‘멘붕’… “중상위권 변동 클 듯”

    “용암 수능… 재수해야” 학생들 토로 “작년 참고하기 어려워… 진학지도 고심” “국어 영역(짝수형)부터 제대로 뒤통수 맞았죠. 1번 문항부터 답이 줄줄이 ‘4-4-4-4-5-4-4’니 맞게 풀고도 괜히 불안하고 찝찝하고…. 신경쓰이니까 1교시부터 집중력도 흐트러지고요.”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날인 18일 가채점을 마친 고3 수험생 상당수는 당혹감을 호소했다. ‘불수능’이라고 불린 지난해보다 더 까다로웠던 올해 수능에 중상위권은 물론 상위권 학생들도 잔뜩 풀이 죽어 있었다. 학생들은 ‘국어’를 이번 수능의 최대 변수로 꼽았다. 이날 서울 서초구 양재고 진학지도실에서 만난 김상균(18)군은 “전반적으로 난도가 높았다”며 “특히 국어에서 실증주의 내용이 담긴 비문학 지문이 추상적으로 느껴져 어려웠다”며 “4번 답이 연달아 나온 짝수형 국어는 혼란을 줘 홀수형과 비교해 형평성에 어긋난 것 같다”고 말했다. 김군은 “이젠 다음주에 예정된 면접 준비에 힘쓸 계획”이라며 발길을 돌렸다. 같은 학교 문과생인 박솔우(18)양은 “지난 모의평가랑 비교해 보면 영어가 쉽다가 어려워졌고 사회탐구도 예상을 깨고 어려웠다”며 “특히 국어는 지문이 길어 읽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문제를 풀다 보니 다시 지문으로 되돌아가기를 반복하는 등 체감 난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이과생인 안진욱(18)군도 “풀 때는 감이 좋았는데 막상 채점해 보니 국어가 기대치보다 조금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서초구 서울고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아침 일찍 학교에 나온 학생들은 친구들과 만나 ‘불수능’을 토로했고, 몇몇 친구들은 “재수학원에서 보자”, “이러려고 수능을 봤나 자괴감이 든다”며 우스갯소리를 주고받았다. 진한솔(18)군은 “이번 수능은 불 수준을 넘어 ‘용암’이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교사들도 “EBS 연계율이 높아도 다수가 변형 출제돼 수험생들의 체감 난도가 높았다”며 “특히 중상위권의 대학 진학지도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입을 모았다. 김준연 양재고 3학년 진학부장은 “상위권은 가채점 결과 점수가 비슷하거나 조금 떨어졌지만 중상위권이 특히 점수 변동이 클 듯하다”며 “가채점에서 희망 대학의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전략을 돌려야 해 학생들에게 이에 대한 상담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정세인 서울 동대문구 휘봉고 진로진학상담교사는 “작년 데이터를 참고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번 수능에 변수가 많다”며 “가채점 데이터를 좀 더 모아 지원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김기춘 법망 피해 원정치료?···차병원 ‘진료비 특혜’ 의혹도 제기

    김기춘 법망 피해 원정치료?···차병원 ‘진료비 특혜’ 의혹도 제기

    박근혜 정부의 핵심 실세였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내에서 시술이 금지된 줄기세포 치료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치료를 받은 장소는 최순실(60·구속)씨 일가와의 인연으로 현 정부에서 각종 특혜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차병원 계열의 차움의원이다. 논란이 일자 차움병원 측은 “김 전 실장이 차움이 아닌 일본 차병원에서 줄기세포가 아닌 면역세포치료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줄기세포치료와 마찬가지로 면역세포치료 역시 국내에서는 시술이 금지돼 김 전 실장이 해외 원정치료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또 다른 의혹이 나왔다. 18일 JTBC ‘뉴스룸’ 보도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지난해 3월 30일 차병원 계열의 차움의원을 방문했다. 이후 이 병원에서 상담을 받고 차병원 계열의 일본 차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김 전 실장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도 함께 진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실장과 그의 가족은 면역성 강화를 위한 세포 치료를 모두 5차례 받았다. 일본 차병원 관계자는 “일본 거주하는 사람들이 (치료비) 35만엔이고요. 한국에 있는 분들은 45만엔이에요. 10만엔 차이가 있거든요”라고 말했다. 김 전 실장 측의 경우에는 치료 1회당 45만엔이 적용된다. 원화 400만원이 넘는 금액으로, 총 진료비는 2000만원을 초과한다. 그런데 김 전 실장 측이 실제로 병원에 낸 돈은 446만원. 4차례 진료는 사실상 무료로 받은 셈이다. JTBC는 “차병원이 정부의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김 전 실장에게 차병원이 금전적인 이득까지 준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푸른 바다의 전설’ 촬영지..대체 어디야? ‘동화 속 같아’

    ‘푸른 바다의 전설’ 촬영지..대체 어디야? ‘동화 속 같아’

    ‘푸른 바다의 전설’ 촬영지 지로나(헤로나)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16일 첫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극본 박지은/연출 진혁) 1회에서는 인어(전지현 분)와 허준재(이민호 분)의 첫 만남이 그려졌다. 드라마는 주로 스페인 지로나에서 촬영됐다. 우월한 비주얼의 주인공들을 더욱 더 빛나게 해주기 충분했다. ‘지로나’는 스페인 카탈루냐 북동부에 있는 도시로 바르셀로나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스페인 발음으로는 ‘헤로나’로 불린다. 영화 ‘향수’와 미국드라마 ‘왕자의 게임’의 촬영지로 익히 알려진 곳이다. ‘스페인의 피렌체’라 불릴 만큼 중세시대의 골목길과 건축물이 잘 보존되어 있는 이곳은 우리에게는 생소한 편이지만 아름다운 자연과 고요함을 즐기기 위한 관광객이 사철 모여드는 곳이다. 지로나는 오냐르 강(El río Oñar)을 중심으로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로 나뉘는데 여행의 시작점은 강북의 올드타운에서 잡는 게 일반적이다. 리베르타트 거리는 올드타운의 중심지로 주말이면 재래시장이 열려 꽃, 과일, 소시지, 의류, 기념품 등을 사기 위한 행인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역사적으로 유대인 거주구역이기 때문에 현지인은 ‘유대인의 거리’라고도 부르는 리베르타트 거리에는 중세 유적도 적지 않게 포진해 있는데 대표적으로 지로나 대성당을 들 수 있다. 세밀한 장식에 치중하기보다는 큼직큼직 시원하게 건축된 이 성당의 건축 시기는 15세기로 성당 오른쪽에 우뚝 솟은 종탑만 16세기에 완공한 것이다. 이 종탑은 이 지역의 정복자였던 샤를마뉴 대제의 이름을 빌려 샤를마뉴의 탑으로 불린다. 바르셀로나에서 지로나 역까지 완행열차로는 1시간 30분, 급행열차로는 40분이면 가닿을 수 있다. 한편 ‘푸른 바다의 전설’은 ‘별에서 온 그대’를 쓴 박지은 작가의 신작으로 전지현은 여주인공 심청 역을, 이민호는 사기꾼 허준재 역을 맡았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팀 seoulen@seoul.co.kr
  • “靑에 엘시티 수사 보고했나”라는 질문에 검찰국장 “기억이 없다”

    “靑에 엘시티 수사 보고했나”라는 질문에 검찰국장 “기억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부산 엘시티 비리 의혹 사건에 대해 내린 ‘엄단’ 지시의 이면에 청와대가 수사 보고를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법무부 검찰국장이 이러한 의혹에 대해 “기억이 없다”라고 답해 논란의 불길에 부채질을 더했다. 같은 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김현웅 법무부 장관에게 다음과 같이 질의했다. 노회찬 의원: (박근혜 대통령이) 민정수석을 통해 엘시티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았기 때문에 이런 지시한 거 아닙니까?김현웅 법무부장관: 그것까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언론에 수차례 보도됐기 때문에 뭐 그런 점도…노회찬: 법무부가 검찰에서 (수사하고 있는) 엘시티 사건에 대해서 청와대에 보고한 바는 없습니까?김현웅: 그건 제가 확인을 해봐야겠습니다.노회찬: 이렇게 나오실 정도면 다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김현웅: 제가 특정 사건에 대해 직접 보고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보고라인에 의해 보고가 됐는지는 확인을 해봐야 되겠습니다. 통상적으로 검찰이 수사보고를 법무부에 하면 법무부 검찰국 형사기획과는 이를 취합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한다. “장관이 직접 수사 상황을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는다”는 김현웅 장관의 말은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노회찬 의원은 김현웅 장관 뒤에 앉아있던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노회찬: 감찰국장 뒤에 계신데, 보고하고 있습니까? 엘시티 사건에 대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가 되고 있습니까? 보통 이런 경우 ‘보고한 바 없다’라든지 장관처럼 ‘확인을 해봐야겠다’라는 답변이 예상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안태근 검찰국장은 뜻밖의 답변을 내놨다. 안태근 검찰국장: 기억이 없습니다. 노회찬 의원은 잘 안 들려서인지 아니면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는지 다시 한번 물었다. 그러나 안태근 국장은 “기억이 없습니다”라는 답변을 반복했다. 노회찬: 기억이 없다고요? 보고한 사실이 없는 게 아니라 기억이 없다고요?안태근: 보고 안 했을 수도 있고요.노회찬: 보고 안 했을 수도 있고요? 누가요?안태근: 아니, 제가 보고한 기억이 없습니다.노회찬: 보고 안 했으면 안 했지, 보고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예요? 그 따위로 얘기하는 거예요? 답변을 그 따위로 하는 거예요?안태근: 그런 기억이 없습니다.노회찬: 아니면 아닌 것이고 모르면 모르는 것이지, 기억이 없다는 건 무슨 말이에요?안태근: 그럼 모르겠습니다. 노회찬 의원은 “막장입니다, 막장”이라며 질의를 마쳤다. 안태근 검찰국장은 대표적인 검찰 내 ‘우병우 사단’으로 알려져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이야기] ③ 겨울에 더 맛있는 맥주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이야기] ③ 겨울에 더 맛있는 맥주

     “날씨야, 아무리 추워봐라 내가 옷 사입나 술 사먹지”  바람이 부쩍 차가워졌습니다. 주당이라면 쌀쌀한 출근길, 외투 단추를 잠그며 위와 같은 생각을 한번쯤 해본 적 있을 겁니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맥주 한잔이 갈증 해소 역할을 한다면, 겨울에 마시는 술은 우리 몸을 따뜻하게 데워줘 추위를 이겨내도록 도와줍니다. 물론 겨울에 맥주보다는 따끈한 사케를 선호하는 이도 많을텐데요. 아무래도 한국전쟁 이후 60년 넘게 라거 맥주만 마셔온 우리나라에서는 맥주가 ‘여름에 먹는 술’이라는 인식이 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겨울에 어울리는 맥주는 따로 있습니다. 겨울맥주의 클래식 ‘스타우트(Stout)와 굴’  가장 널리 알려진 ‘겨울맥주’는 스타우트(혹은 포터Porter)입니다. 스타우트는 볶아서 어두운 색이 된 맥아를 에일 방식으로 만든 흑맥주인데요. 색깔은 석탄처럼 검고 커피, 다크초콜릿, 바닐라 등의 향이 나며 묵직한 바디감이 특징입니다. 탄산은 강하지 않은 편이고요. 서빙온도도 13도 일때 최상의 맛과 향을 즐길 수 있어 겨울에 제격이지요. <참고 : 맥덕기자의 맥주이야기 ①-´최순실맥주´ 올드라스푸틴>  스타우트는 특히 겨울이 제철인 ‘굴’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합니다. 석화 알맹이를 입으로 쏙 빨아들이고 나면 굴 특유의 바다내음이 밀려오면서 달큰한 짭잘함, 고소함이 입 안에 가득 퍼지는데요. 구운 보리에서 얻어지는 쌉쌀한 스타우트가 짭잘한 굴맛은 한층 살려주고, 비릿함은 잘 잡아줍니다.  ‘스타우트+굴’ 조합의 원조는 영국입니다. 과거 저소득층 영국 노동자들이 겨울철 일을 마친 뒤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굴을 스타우트와 함께 먹었다고 합니다. 아일랜드 서쪽 골웨이에서는 1954년부터 매년 성대한 ‘굴 축제’가 열리는데 이 이벤트의 메인 후원사가 세계적인 스타우트 맥주 회사인 ‘기네스(Guiness)’입니다. 이쪽 지역 사람들이 얼마나 스타우트와 굴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죠.  이후 스타우트와 굴을 함께 먹는 문화는 전 세계로 퍼져 오늘날 ‘겨울맥주’의 상징이 됐습니다. 미국에서는 ‘오이스터(Oyster·굴) 스타우트’라는 이름의 크래프트 맥주도 나올 정도 입니다. 한국에서도 알이 꽉 찬 석화 굴은 겨울철 최고의 술 안주인데요. 익히지 않은 해산물 요리가 비교적 덜 발달한 서양에서도 오래전부터 생굴만큼은 즐겨온 것을 보면, 굴이야말로 일찍이 ‘글로벌 주당’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최고의 안주’ 아닐까요. 우리가 굴에 초장을 찍어 소주를 곁들인다면, 스타우트를 먹을때는 굴 위에 레몬을 살짝 짜서 먹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발리와인(Barley Wine·스트롱에일 Strong Ale)  또 다른 겨울맥주는 발리와인입니다. 직역하면 보리와인이라는 뜻인데요. 이름에 ‘와인’이 들어가 정체성 의심을 받을 수 있겠습니다만 발리와인은 포도를 사용하지 않은 완벽한 에일맥주입니다. 그럼에도 와인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알콜 도수가 와인(12~14%)과 비슷하고, 발효 숙성 과정이 보통 맥주보다 길어 와인못지않게 복잡하고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발리와인은 ‘스트롱에일’이라고도 하는데, 이 역시 높은 알콜 도수를 뜻합니다.  발리와인은 1800년대 후반 영국의 브루어리들이 맥주의 부패를 막기 위해 많은 양의 맥아를 쓰는 방식으로 알콜 함량을 높여 만든데서 유래했습니다. 1903년 최초로 발리와인을 상업화한 영국의 배스(Bass) 브루어리는 당시 의학잡지에 “소화불량, 불면증, 빈혈로 고생한다면 발리와인을 마셔보라”는 광고를 냈는데 ‘겨울철 특효약’으로 인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브루어리들은 높은 알콜 도수를 내기 위한 맥아 원료값과 세금을 지속적으로 감당하지 못했고, 점차 발리와인을 만드는 양조장도 사라져갔습니다. 발리와인이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미국에서 크래프트맥주가 본격적으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1980년대 부텁니다. 1978년 지미 카터 대통령은 불법으로 묶여있던 자가양조(홈브루잉)를 전격 허용합니다. 이후 미국의 크래프트맥주는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합니다. 미국의 ‘맥주덕후’들은 개성 넘치는 레시피로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직접 빚기 시작했고, 자신이 만든 맥주를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 주면서 크고 작은 브루어리로 성장해갑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한 영국의 발리와인도 이때 되살아나 오늘날 최고의 ‘겨울맥주’가 된 것이죠.  발리와인은 한 두 모금만 마셔도 몸이 후끈 달아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겨울철 몸을 녹여주는 ‘윈터워머(Winter warmer)’ 용으로 가장 적합한 맥주입니다. 발리와인은 주로 호박색에서 검은색 가까운 어두운 색을 띄고, 수개월의 숙성 과정을 거치지만 미국과 영국 스타일은 약간 다릅니다. 영국 발리와인은 홉과 맥아 맛의 균형이 잘 잡혀있고 알콜 함량이 다소 낮은 편(8~10%) 입니다. 반면 미국식 발리와인은 알콜 도수가 더 높고, 영국 발리와인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홉이 들어간 것이 특징입니다. 양조장마다 개성 강한 레시피로 만들기 때문에 맛도 더 다양한 편이고요.  일반적으로 발리와인은 겨울에 출시됩니다. 한국에서는 서울, 부산 등 대도시 일부 바틀 샵이나 펍에 가면 마실 수 있습니다. 발리와인의 장점은 구입 후 길게는 몇년 까지 보관해도 무방하다는 점입니다. 바로 마셔도 좋지만, 병 안에서 숙성되면서 더 깊은 풍미와 의외의 맛을 보여줄 수도 있으니 발리와인을 구입할때는 ‘라거’처럼 제조일자에 크게 연연하지 않아도 됩니다.  평소 “맥주는 많이 먹어야 취한다”며 맥주를 멀리해왔다면 올 겨울, 발리와인에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소량의 맥주로도 충분히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을 겁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수능 D-1’ 강동원·신은수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발니다” 수험생 응원

    ‘수능 D-1’ 강동원·신은수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발니다” 수험생 응원

    배우 강동원과 신은수가 2017년 수능일을 하루 앞두고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16일 CGV 공식 페이스북에는 “참치 오빠가 전하는 수능 응원 영상.avi 강동원 목소리만 들어도 힘이 솟는 느낌임. 수능 끝나면 당장 이거 보러 가야 할 듯!”이라는 글과 함께 동영상 한 개가 올라왔다. 영상에는 영화 ‘가려진 시간’에 출연한 배우 강동원과 신은수의 모습이 담겼다. 강동원은 “수험생 여러분! 벌써 내일이 2017년 수능입니다. 그동안 열심히 준비한 만큼 꼭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라며 수험생들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이어 신은수는 “날씨가 많이 추워졌는데 따뜻하게 입고 가시고요. 수능 끝나고 극장에서 ‘가려진 시간’ 보는 것도 잊지 마세요”라며 응원과 함께 영화 홍보 메시지도 담았다. 두 사람은 “그럼 극장에서 만나요”라는 인사와 함께 손을 흔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수능 치고 오빠랑 결혼할래요”, “오빠가 화이팅해주니까 영화 보러 가야겠다”, “내년에도 수능 응원 해주세요” 등 댓글들을 달았다. 한편, 이날 개봉한 영화 ‘가려진 시간’은 의문의 실종 사건 이후 시공간이 멈춘 세계에 갇혀 홀로 어른이 돼 돌아온 성민과 그의 말을 믿어 준 단 한 소녀 수린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사진=CGV 공식 페이스북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쇼팽 콩쿠르 스타, 조성진이 말한다..스물 둘 나의 삶과 꿈

    쇼팽 콩쿠르 스타, 조성진이 말한다..스물 둘 나의 삶과 꿈

    지난해 10월 쇼팽 콩쿠르 한국인 첫 우승으로 단숨에 ‘클래식 스타’로 떠오른 피아니스트 조성진(22)이 첫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16일 서울 종로구 JCC아트센터에서 열린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발라드’(도이치그라모폰) 발매 간담회에서 나온 그의 말로 스물 둘 청년, 조성진의 음악과 삶, 꿈을 들여다봤다. ■쇼팽 협주곡 1번이라는 ‘인생곡’■  “콩쿠르 끝나고 쇼팽 협주곡 1번(지난해 10월 쇼팽 콩쿠르 결선곡)을 50차례 넘게 연주했어요. 그래서 매너리즘에 빠지는 위험을 조심했고 처음 연주하는 듯 신선한 느낌을 살리려 했죠. 스물 두 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어요. 지난해 10월 18일 쇼팽 콩쿠르 결선 무대에서 첫 번째로 이 곡을 연주했는데 호텔로 돌아오니 세계적인 연주자 크리스티안 짐머만에게 메일이 와 있었어요. 결과가 나오기 전인데 축하한다고, 네 연주가 좋았다고 칭찬해주셨어요. 지금 그때 생각해도 너무 좋네요.” ■조성진에게 쇼팽이란■ “쇼팽은 제가 우승하기 전부터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 가운데 한 명이고 제게 좋은 기회를 준 작곡가예요. 앞으로도 쇼팽의 곡을 연주하고 공부하면서 연주 활동을 이아가고 싶어요.” ■콩쿠르 우승, 전과 후는■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지) 벌써 1년이 지났는데 얼마 살진 않았지만 살아온 것 가운데 가장 빨리 지난 시간이에요. 사실 아직도 유명세는 잘 못 느끼겠어요. 알아보는 사람도 많지 않고 이메일이 많이 온다는 것만 달라졌달까. 크게 바뀐 건 없어요. 다만 원하는 연주를 더 많이 할 수 있다는 건 좋게 바뀐 것이니 긍정적이죠.” ■청년 조성진의 삶■  “남들은 ‘다 (그 나이에) 대학생활 하는데 그런 게 부럽지 않냐’, ‘힘들지 않냐’ 물어보세요. 하지만 제가 만나는 사람들이 다 음악하는 사람들이라 제가 볼 땐 대학생이 특별한 삶이고 음악가가 평범한 삶인 것 같아요. 제가 하는 일이 좋아요. 앞으로도 좋아할 것 같구요.” ■환호 이후의 꿈■  “카네기홀 연주가 꿈이었는데 메인홀에 초대받게 되서 깜짝 놀았어요. 저도 사람이고 목표를 이루니 또 욕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연주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베를린필, 빈필과 협연을 새로운 목표로 잡았어요.” ■쇼팽과 다른 작곡가 사이, 연주 계획■  “내년에는 쇼팽 연주 횟수가 줄어들 것 같아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할 계획이고요. 솔로곡으로는 콩쿠르 이후 모차르트, 슈베르트를 1부에, 2부에 쇼팽을 넣는 식으로 배치했어요. 앞으로도 모차르트, 드뷔시를 1부에 넣는 식으로 연주할 거예요. 내년에는 미국, 유럽, 아시아 등에서 80차례 연주 일정이 잡혀 있어요.” ■국내 관객과의 만남■  내년 1월 3~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열 예정이에요. 미국 카네기홀에서 연주했던 레포토리인 알반 베르크 소나타, 슈베르트 소나타, 쇼팽 프렐류드를 들려드릴 거예요. 5월 통영에서도 리사이틀이 예정돼 있습니다. 2018년 1월에는 전국을 돌 예정이에요.” ■묵묵히 지원해준 부모님■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저를 압박하신 적이 없어요. 저희 엄마는 제가 피아노를 끝까지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셨대요. 항상 즐기면서 하라고 하셨어요. 아버지는 콩쿠르 나가는 게 힘들면 그만 나가라고 하셨어요. 고등학교 때까지도요. 음악을 하는데 압박을 받고 억지로 시켜서 해야 한다면 힘들 것 같아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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