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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여옥 “박근혜에 두 번 속지 말길…지도자는 동정의 대상 아냐”

    전여옥 “박근혜에 두 번 속지 말길…지도자는 동정의 대상 아냐”

    전여옥 전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향해 두 번 속으면 안 된다며 장문의 글을 올렸다.전여옥 전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 “박근혜를 지지하는 분들께 감히 말합니다”라며 “‘몰라서 그러신 겁니다. 저처럼 가까이 계셨다면 저보다 훨씬 더 빨리 등을 돌렸을 겁니다’라고요”라고 썼다. 이어 “그럼 다른 정치인들은 왜 박근혜를 지지했느냐고요? 그들도 다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저처럼 순진하지 않았지요. 오로지 국회의원 금배지와 누리는 권력에 중독되었던 거죠”라고 비판했다. 전여옥 전 의원은 “한번 속았으면 되었지 두 번씩 속지 마시길 바란다. 처음 당하면 속이는 사람이 나쁘지만 두 번 속으면 속는 사람이 바보”라면서 ‘지도자는 동정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발언을 “옳은 말”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쨌든 박근혜라는 정치인은 이 나라 전직 대통령이었고 말 그대로 지도자였다. 지도자란 국민을 대신해 재난상황에서 결단을 내리고 어려운 일에는 먼저 몸을 던지는 강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박근혜라는 정치인은 참 묘하게도 부모도 남편도 자식도 없는 ‘상실’과 ‘동정’의 대상이었다. 그를 지지한 많은 이들은 ‘불쌍한 것’이라며 가슴아파했다. 말 그대로 ‘동정’의 대상인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지도자는 다르다. 지도자는 보통 사람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강인함과 용기를 가져야 한다. 뛰어난 능력을 가져야 한다. 만일 약하고 겁 내고 무능하다면 그는 절대 지도자가 아니다”라며 일침했다. 그는 “저는 가까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켜보았다. ‘정권교체’라는 목적이 있었고 나름 최선을 다했다. 그녀는 ‘정권교체’=‘대통령 박근혜’였다. 그녀를 지켜보면서 서서히 ‘대통령으로서 자질’이 모자라는 것은 물론이고 평균적인 정치인으로서 능력도 매우 떨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진실’을 안다는 것은 참으로 잔인한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저는 ‘박근혜’라는 정치인이 대통령이 될 경우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은 물론이고 정윤회와 최순실 일가가 이 나라를 농단할 것을 확신했다. 그래서 그녀에게 등을 돌렸고 대통령이 돼서는 안된다고 모 정치인의 말대로 ‘제 무덤을 파는 심정’으로 밝혔다”고 말했다. 끝으로 전여옥 전 의원은 “늘 말하지만 정치인을 사랑하거나 동정해서는 안 된다. 정치인은 내 조그만 가게, 혹은 회사 직원을 뽑을 때처럼 무엇보다 ‘능력’을 가혹하게 따져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 나라 보수정치를 그야말로 절멸시켰다. 보수의 자긍심과 보수의 유산을 단 한방에 날렸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투깝스 혜리, “촬영 기다려질 만큼 설레는 작품” 성숙해진 미모

    투깝스 혜리, “촬영 기다려질 만큼 설레는 작품” 성숙해진 미모

    ‘투깝스’ 혜리 “촬영이 기다려질 만큼 설레는 작품” 성숙해진 미모[화보] 스타 & 패션 매거진 인스타일 코리아는 11월호에 혜리와 함께한 화보를 공개했다.완연한 가을 내음이 짙게 밴 바람이 불던 9월 마지막 날 저녁 느지막이 시작된 촬영. 스튜디오에 들어선 혜리는 블랙 슬랙스에 면 티셔츠를 입은 평범한 차림이었다. ‘응답하라 1988’의 사랑스럽고 귀여운 덕선이가 여전히 오버랩되는 그녀. 촬영에 몰입하느라 식은 떡볶이를 먹으면서도 기뻐하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밤늦게까지 이어진 촬영에도 분위기를 밝게 이끌어가며 집중하던 모습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후문. 1년 만에 MBC 드라마 ‘투깝스’를 준비 중인 혜리는 “얼마 전에 처음으로 리딩을 했는데 낯설더라고요. 촬영 현장이 기다려질 만큼 설레는 작품이라 저도 기대가 커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사회부 기자 ‘송지안’ 역인데, 용감하고 정의로운 성격의 소유자죠.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여성스러운 외모로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캐릭터에요”라고 맡은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화보 콘셉트인 블랙 앤 화이트를 바탕으로 한 시크한 매력의 프렌치 시크 룩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혜리. 살짝 흐트러진듯한 애티튜드와 한층 깊어진 눈빛의 화보를 놓치지 마시길. 혜리의 화보는 인스타일 11월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영화는 세상을 바꾼다… 北서 ‘공조’ 상영 어때요”

    “영화는 세상을 바꾼다… 北서 ‘공조’ 상영 어때요”

    “비행기에서 ‘공조’를 신나게 웃으며 봤어요. 남북 요원이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하는 코미디더라고요. 영화가 엄중한 상황을 부드럽게 만들고 사람들의 관계를 개선하고 나아가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공조’는 북한에서 상영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올리버 스톤(71)은 미국을 대표하는 진보 성향의 영화감독이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유일한 경쟁 부문으로, 아시아 신진 감독을 발굴하는 뉴커런츠 심사위원장을 맡아 방한했다. 1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국내외 기자들과 만난 스톤은 이번에 심사한 아시아 영화에 대해 “한두 작품은 놀라울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면서 “전반적인 주제는 좌절, 희망의 부재 등으로 세상의 종말로 흘러가는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아시아 영화에 견주면 미국 영화는 안타까울 정도라고 부연했다. 그는 “요즘 미국 영화는 판타지밖에 없다. 아시아에서는 노동자, 서민을 많이 다루는데 미국 스튜디오에서는 흥행성이 없다고 절대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가치관을 잃어 가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슬프다”고 토로했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인 스톤은 마약 밀매 혐의로 터키 감옥에 갇힌 미국 청년의 탈주극을 그린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국내에서는 베트남 전쟁을 입체적으로 조명한 ‘플래툰’(1986), ‘7월4일생’(1989), ‘하늘과 땅’(1993) 등 3부작으로 유명하다. 특히 ‘플래툰’은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아카데미 4관왕에 올랐고 ‘7월4일생’으로 감독상을 한 차례 더 거머쥐었다. 미국의 신자본주의를 폭로한 ‘월스트리트’(1987)도 대표작. ‘JFK’(1991)와 ‘닉슨’(1995), ‘W’(2008) 등 역대 미국 대통령을 소재로 굵직한 정치 영화를 만들기도 했으며 지난해에는 미국의 내부 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을 그린 ‘스노든’을 내놓기도 했다. “지금 가장 큰 관심은 미국과 러시아, 중국의 관계”라고 했지만 부인이 한국인인 스톤은 한반도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현실에도 직접 뛰어들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깝게는 2013년 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벌이는 제주 강정마을을 찾았다. 지난달 사라예보영화제에서는 한국인 프로듀서의 요청을 받고 ‘사드 반대’ 피켓을 들기도 했다. 한반도 긴장 고조와 관련해 그는 “북한을 극한으로 모는 것에 대해 복잡한 심정”이라며 “북한 행동이 모두 용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핵 보유를 인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 군사 옵션은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곧 사드 반대 시위를 다룬 다큐멘터리 ‘소성리’를 볼 예정이라며 “실제 미국이 사드를 배치한 이유는 중국 견제를 위해서라는 이야기가 있다. 미국이 본토를 보호해야 한다고 하지 한국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들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한국은 미국의 의도에 인질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중국 기자가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택시운전사’의 중국 개봉이 차단됐다고 하자 스톤은 “놀랍지 않은 일”이라며 “그러한 사고의 경직성은 궁극적으로 중국에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새로운 아이디어가 표출돼야 사회가 변화할 수 있다”며 “표현의 자유는 한 사회가 성장하는 데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역사를 직시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그런데 우선주의, 일방주의가 팽배한 미국도 그러는 것 같아 아쉽다”고 안타까워했다. 글 사진 부산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후원가정 결연·행복 타임머신 사업…‘서대문표 복지’ 활짝

    [자치단체장 25시] 후원가정 결연·행복 타임머신 사업…‘서대문표 복지’ 활짝

    ‘난 결코 대중을 구원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나는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만 껴안을 수 있습니다.’ 가톨릭 성인으로 추대된 테레사 수녀가 남긴 글이다. 수많은 빈민에게 인류애를 보여 준 그는 공언보다 실천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문석진(62) 서울 서대문구청장이 이끄는 복지사업도 이와 닮았다. 거창하지 않지만, 구체적이다. 서대문의 ‘100가정 보듬기’ 사업은 문 구청장의 복지 철학을 그대로 반영했다. 도움이 절실하지만, 제도의 테두리에서 지원 대상이 되지 않는 한부모, 다문화, 홀몸노인 가정 등에 자립기반을 마련해 주기 위한 사업이다. 종교단체나 기업, 개인 후원자가 한 가정과 결연하고 매월 기초생활유지와 자립, 진학 등을 위한 후원금(약 50만원)을 지원하는 형식이다.100가정 보듬기의 첫 번째 사례는 문 구청장이 직접 발로 뛰어 성공시켰다. “시각장애인 안마사 남성과 베트남 출신 여성 사이에 두 아이가 있었는데, 아이들 역시 시각장애가 있었어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네 식구가 살던 북아현동 단칸방마저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쫓겨나야 할 처지였죠. 낯설고 말도 안 통하는 곳으로 시집와 장애 있는 식구를 건사해야 하는 여성의 마음이 어땠을까요…. 때마침 연희 성당에서 장학 사업을 하려고 한다는 소식을 듣고 신부님을 만나기 위해 바로 달려갔습니다.”●주민센터·구청 업무조정… 부족한 복지인력 확보 문 구청장의 제안으로 연희 성당과 이 가정의 결연이 성사됐다. 이렇게 한 가정, 두 가정씩 이어 가던 사업은 현재 480가정까지 늘어났으며 여전히 진행형이다. 누적 지원금은 무려 24억여원에 달한다. 문 구청장은 서대문구의 동장을 ‘복지동장’, 통장을 ‘복지통장’이라고 부른다. “후원 가정을 찾는 일은 공무원뿐 아니라 통장들이 발로 뛰며 찾고 있습니다. 지역민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 통장인 만큼 (그분들께) 복지를 책임져 달라고 말했죠.” 수요자 중심의 복지 행정은 ‘동 주민센터’의 변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 서대문구는 다른 어떤 자치구보다 동 주민센터의 역할을 중시한다. 동 주민센터가 복지의 허브 기관이기 때문이다.“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게 사명인 공무원이야말로 고통받고 절망 속에 있는 주민 곁에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복지 담당 직원들은 주어진 행정 업무만으로도 헉헉거리는 상황이었고 현장 방문은 언감생심이었죠. ‘행정조직 개편’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습니다.” 문 구청장은 동 주민센터의 행정 업무의 상당 부분(주정차 위반 단속, 청소, 민방위 업무 등)을 구청으로 이관하고 증명서 발급 업무는 사무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렇게 확보된 인력을 복지 업무에 투입했다. 보건소 방문간호사 역시 동으로 전진 배치했다. 이런 아이디어는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의 모태가 됐다. 심지어 청와대까지 소문이 났다. 문 구청장은 2013년 2월 청와대의 초청을 받고 서대문구의 복지 체계를 설명하기도 했다. 문 구청장의 실험 정신은 지역 대학과의 관계에서도 반짝인다. 서대문구에는 경기대, 명지대, 연세대, 이화여대, 추계예술대 등 전국 최다인 9개 대학이 있는 만큼 대학과의 연계사업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행복 타임머신’ 사업입니다. 대학생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지역 노인들의 초상화 그리기, 장수사진 찍기 등을 진행하는데 어르신들이 참 좋아합니다. 어르신들께는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며 자긍심을 갖게 하고 학생들에게는 봉사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지요. 세대 간 소통의 계기도 될 수 있고요.” 이화 패션문화거리 사업과 이화여대 앞 스타트업 상점가 청년몰 조성 사업도 진행 중이다. 서대문구는 청년 신진디자이너들의 자생력과 사업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임대보증금, 임차료(1년), 인테리어, 간판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 지난해 하반기부터 청년 창업자에게 공실을 제공하고 관련 교수진의 심도 있는 창업 컨설팅을 지원한다. ‘이화 52번가’라는 공동 브랜드를 구축하고 개별 창업자가 하기 어려운 마케팅도 지원하고 있다.●상습 정체 연세로 차량 통제로 문화공간 창조 문 구청장의 발상 전환은 공간을 바꾸는 데도 유효했다. 상습 정체 구역이던 신촌 연세로는 대중교통 전용지구로 변모, 지역 주민과 상인, 대학생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문화를 만들려면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과거에는 신촌전철역에서 연세대까지 차를 타고 가는 데 30분이 걸릴 정도였습니다. 차 없는 거리를 만들려고 하니 상인들의 심한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하지만 정작 지나는 차량이 상권에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해 본 결과 85%가 통과 차량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2~3년에 걸친 토론 끝에 결국 주민을 설득했고 대중교통 전용지구라는 결과물을 끌어냈죠.” 차량이 사라진 연세로는 버스킹, 클래식 공연이 정기적으로 열리고 거의 매주 행사가 열린다. 해마다 여름이면 워터슬라이드를 설치하고 물총축제를 벌이고 크리스마스에는 거리축제를 벌인다. 보행환경이 개선되니 청년, 문화예술인도 자연스럽게 모이게 됐다. 연세로 대중교통 전용지구 조성으로 시민만족도는 70% 늘었고 교통사고율은 34.5% 감소했다. 점포방문객은 29%, 매출은 11%가량 늘었다. 서대문구는 이런 공로로 올해 매니페스토 지역문화활성화 분야에서 최우수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서대문구의 가장 혁신적인 공간 변화는 ‘안산 자락길’이라고 할 수 있다. 자락길이란 산자락에 놓인 길이란 뜻으로 안산 자락길은 전국 최초 ‘무장애 순환형 자락길’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휠체어, 유모차도 다닐 수 있도록 계단 없이 산을 한 바퀴 돌 수 있게 해 보자는 의지를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완공 후 장애인들과 숲을 찾았을 때 ‘산을 오른다는 것을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울음을 터트린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안산, 북한산 자락길에 이어 올해 말에는 안산과 인왕산을 잇는 탐방로도 조성됩니다. 이 연결로를 통해 사람뿐 아니라 야생동물도 안산과 인왕산을 오갈 수 있게 될 예정입니다.” 흉물스러운 고가를 없애 주민들에게 하늘을 돌려주기도 했다. 문 구청장은 2012년 2월 홍제고가를 철거한 데 이어 2014년 7월 아현고가, 2015년 7월 서대문고가를 없앴다.●“사회적경제·도시재생 합친 결과 만들고파” 문 구청장은 누구보다 지방 분권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현재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지방분권개헌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다. 문 구청장은 ‘자방자치단체’라는 말 대신 ‘지방정부’라고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금은 지방정부를 중앙정부의 종속 개념으로 보고 정해 준 범위의 일만 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역할과 범위가 다를 뿐, 명칭부터 대등한 위치로 보자는 겁니다. 또 지방자치가 국민 기본권을 실현하고 보장하는 것임을 분명히 드러내기 위해 주민자치권을 헌법에 신설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3선 도전에 관해 묻자 문 구청장은 분명하게 도전 의사를 밝혔다. “저는 2010년 처음 당선됐을 때부터 3선까지 하겠다고 선언했던 사람입니다. 구청장은 정책을 기획하고 실천한 결과를 바로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자리지요. 최소 10년이 지나야 사회적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회를 준다면 사회적경제와 도시재생이 합쳐진 결과물을 만들고 싶습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문석진 구청장은 누구 노무현 정부 출범 경제 자문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2010년 민선 5기에 당선된 이후 연임했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공인회계사로 노무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분과 자문위원, 국가청렴위원회 보상심의위원, 서울시 시정개발연구원 감사, 서울시 도시개발공사 이사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서울시 구청장협의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지방분권개헌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 ‘이영학 사건’ 경찰 거짓 해명 정황…실종신고 당시 지구대 ‘조용’

    ‘이영학 사건’ 경찰 거짓 해명 정황…실종신고 당시 지구대 ‘조용’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초기대응 부실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경찰의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정황이 17일 드러났다.경찰은 사건 피해 중학생 A양의 어머니가 딸의 실종신고를 할 당시 지구대 내부가 소란스러워 ‘A양이 이영학 딸을 만났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구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판독한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17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지방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서울 중랑경찰서 망우지구대 폐쇄회로(CC)TV 영상에 따르면 A양 어머니는 지난달 30일 오후 11시 45분쯤 지구대에 도착했다. A양 어머니는 그날 오후 11시 20분께 “딸의 휴대전화가 꺼져 있고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며 112신고를 한 뒤 직접 지구대로 찾아와 실종 신고했다. A양 어머니가 지구대를 떠난 6일 밤 0시 30분쯤까지 약 50분간 지구대 CCTV에는 몇몇 시민들이 보일 뿐 소란스러운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A양 어머니가 도착했을 당시 다른 민원인 4명은 좌석에 앉아 있었고, 경찰이 이들을 제지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이후에도 민원인이 일어나 경찰과 대화를 나누기는 했지만, 별다른 소란은 없었다. 특히 A양 어머니는 CCTV에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경찰과 대화를 나눠 담당 경찰관이 다른 민원인들과 가까이 있지 않았다는 점도 확인됐다. 앞서 경찰은 A양이 이영학의 딸과 만났다는 사실을 A양 어머니로부터 실종 신고 다음 날인 지난 1일에야 처음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A양 어머니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딸이) 마지막 만난 게 이영학 딸이다. 그래서 지구대에서 (이영학 딸에게) 전화를 했다”며 경찰에게 딸이 이영학 딸과 만났다는 사실을 알려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은 “지구대에 다른 사건이 있어 소란스러운 상황에 (A양 어머니가) 들어왔다”며 말을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로 지구대 안이 시끄러웠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경찰은 A양 어머니로부터 “딸이 혼날 때 휴대전화를 끈다”는 말을 들었다며 초기에 가출로 판단한 이유를 설명했지만, A양 어머니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는 등 초동대응 단계에서 양측 진술은 여러 차례 엇갈린다.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112신고 통화 녹취록을 보면, A양 어머니는 최초 112신고 당시 “(휴대전화가) 꺼져 있고, 집에 귀가하지 않았다고요?”라는 경찰관 질문에 “예. 이번이 처음이에요”라고 답했다. 경찰은 또 실종 수사 당시 A양 휴대전화 위치추적은 했지만, 실종 전 통화자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는 통화내역은 살펴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A양 가족은 실종 신고를 하고 이틀 뒤인 이달 2일 직접 통신사에서 통화내역을 조회했다. 가족이 조회한 통화내역에서는 이영학 딸과의 통화내역이 확인됐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긴급한 사유가 있을 때 통신사에 통화내역을 바로 요청할 수 있지만 경찰은 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휴대전화가 피해자의 아버지 명의로 돼 있어 가족이 직접 조회할 수 있다”며 경찰이 할 필요가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몸짓 소나타…“음악·의상 없이 몸이라는 악기로 관객과 의사소통”

    몸짓 소나타…“음악·의상 없이 몸이라는 악기로 관객과 의사소통”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한 여성이 자신의 두 다리를 상체에 바짝 붙인 채 두 손으로 꼭 감싸쥐었다. 발가락으로 자신의 까만 머리카락을 한껏 치켜세운 옆모습은 눈길을 단번에 붙든다. 부끄러움과 민망함을 감추기 위한 것 같기도 하고 숨길 수 없는 기쁨을 드러내는 것도 같은 오묘한 포즈다.서울세계무용축제 공식 포스터 이미지로 사용되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옆모습의 주인공은 스위스의 떠오르는 무용가 야스민 위고네(38)다. 오는 21일 오후 5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선보이는 ‘포즈 발표회’는 음악도 의상도 없이 위고네가 자신의 다채로운 움직임만으로 무대를 채우는 작품이다. 기묘한 ‘침묵의 몸짓 소나타’를 연주할 위고네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먼저 만났다.2014년 발표한 ‘포즈 발표회’는 위고네가 자세와 상상력 간의 관계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담은 작품으로 스위스 댄스 데이즈, 벨기에 브뤼셀 브리지티네스 국제 페스티벌, 본느 국제 솔로 페스티벌 등 세계 무용 축제 무대에 초청됐다. 위고네는 “포즈는 감정, 행동, 형태를 모두 연결한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단어”라면서 “감정이 신체에 전달되어 움직임에 반영되고, 반대로 신체적인 움직임은 감정을 변화시킨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작품은 몸이라는 하나의 악기를 위한 콘서트로서 무용수와 관객 사이의 공간에서 몸이 탄생하는 과정을 목격할 수 있는 의식이자 관객과 의사소통을 나누는 장”이라고 설명했다. 위고네의 작품은 고요한 움직임 속에서 특유의 내적 기운을 전하는 한국 전통무용 특유의 ‘정중동’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그는 엎드린 채 머리를 감쌌다가 다시 돌아누워 다리를 들어 올리기도 하고, 두 팔로 자신의 긴 머리를 양쪽으로 잡아당기기도 한다. 모든 동작은 아주 천천히 물 흐르듯 이어진다. 위고네는 “침묵은 춤이 스스로를 드러내는 데 효과적이며 침묵하는 동안에도 관객의 상상 속에서 움직임은 만들어지며, 움직임은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완전한 부동자세에서도 끊임없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위고네는 50분의 공연 동안 35분간 나체로 자신의 몸짓을 선보인다. 포즈를 맨몸으로 표현하는 이유에 대해 위고네는 “의상이나 배경 장치로부터 오는 그 어떠한 상상의 영역을 배제하고 몸 자체만으로 작업을 하고 싶었다”면서 “나체야말로 인간 본연의 모습이며, 우리로 하여금 원시 시대의 인간을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위고네는 예전부터 국악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가 한국 전통음악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건 1990년대 후반 프랑스 파리국립무용학교에서 함께 작업한 동료이자 지난해 5월 타계한 프랑스 안무가 셀린 바케 덕분이다. 바케는 서울, 부산, 제주 등 한국 곳곳에서 15년간 활동한 프랑스 무용가로 우리나라 전통춤을 직접 배워서 공연을 펼칠 만큼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판소리처럼 사람의 목소리를 사용한 음악에 관심이 많아요. 국악에 대한 호기심은 한국에서 많이 활동한 바케와 대화하는 동안 생겼죠. 이번 방한은 저의 가장 소중한 친구를 만나는 순례 여행이기도 합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영혼 깨우는 영화…존엄성 있게 관객과 만날 것”

    “영혼 깨우는 영화…존엄성 있게 관객과 만날 것”

    “영화는 시대의 산소탱크여야 합니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숨을 쉴 수 있어야 하죠. ‘황제’는 배우와 스태프는 물론 관객까지 힐링되기를 바라며 만든 작품입니다. 그만큼 존엄성 있게 관객들과 만났으면 합니다.”데뷔 이후 줄곧 영화의 미학을 탐닉해 온 민병훈(48) 감독이 자신의 작품을 극장에 걸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유명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함께 만든 ‘황제’로 초청받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다. ‘황제’는 저마다 이유로 삶의 의미를 잃고 나락에 빠진 사람들이 김선욱의 연주를 들으며 구원을 얻는 과정을 심미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김선욱은 영화 속에서 단순히 연주만 하는 것이 아니다. 대사는 없지만 주인공 중 한 사람으로 연기를 한다. “감독으로서 극장 상영을 안 한다는 게 말이 안 되죠. 너무 원해요. 그럼에도 극장의 노예가 되기는 싫었어요. 제 작품이 극장 개봉한다면 미래가 뻔해요. 조조나 심야에 배정되고, 좌석 점유율이 떨어진다며 2주도 안 돼 간판을 내리겠죠. 극장망을 벗어나면 자존감이 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관객과의 만남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단 몇 명이라도 요청이 들어오면 배우들과 영화를 들고 찾아가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겠다고 했다. 상영 환경이 열악하더라도 그런 곳이 진정한 영화관 아니겠냐며 민 감독은 웃었다. 그는 승자 독식 시대에 영화인들 사이에서 공감의식, 동료의식이 옅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2007년까지는 괜찮았던 것 같아요. 다양성이 존재했고 영화의 흐름이 있었죠. 하지만 1000만 영화가 나오면서부터는 영화의 자본화가 가속화되고 스크린 독과점이 빈번해지며 흐름이 깨졌어요. 사람 몸으로 치면 지금 우리 영화는 고도비만이에요. 거듭 말하고 싶은 것은 영화를 존엄성 있게 상영해 달라는 거예요. 아예 안 건다면 극장의 선택이니 뭐라 할 바는 아니에요. 하지만 걸기로 했다면 아침부터 밤까지 틀어 관객에게 선택권을 줘야 합니다.” 극 영화에 김선욱이라니, 정말 파격적인 조합이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아침을 음악과 함께 시작하면 숲속에서 산소탱크를 만나는 느낌이 들었어요. 영화로 이런 작품을 만들 수는 없을까 고민했죠. 선욱씨 연주회에 갔다가 영감이 떠올랐어요. 대부분 미쳤다고 했어요. 솔직히 저도 그랬어요. 대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개런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제가 유명 감독도 아니고요. 그런데 바로 오케이해 줬어요. 음악의 힘으로 아픈 관객들을 힐링하고 영혼을 깨우려 한다는 진심을 믿어준 것 같아요. 예술가로 예술가의 이야기로 들어주며 서로 통했다고 생각합니다.” 안드레이 타르콥스키를 좋아해 러시아에서 영화를 공부했던 민 감독은 이탈리아 토리노영화제 대상을 받은 ‘벌이 날다’(1998)를 시작으로 장편 다섯 편과 여러 단편 영화를 통해 예술에 천착해 왔다. “저는 영화가 물이라고 생각해요. 콜라는 순간적으로 ‘캬~’ 할 수 있겠지만 다시 목이 마르죠. 저는 물 같은 영화를 좋아하고, 생각할 수 있는 영화를 좋아해요. 지금도 타르콥스키, 페데리코 펠리니, 잉마르 베리만의 작품을 보면 눈물이 납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선 대사나 이야기보다 이미지로 전달하려는 것이 많다. ‘황제’ 또한 마찬가지다. 김선욱이 연주하는 베토벤과 슈베르트, 슈만, 브람스 등이 곳곳에 흐르지만 상업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요즘 영화에는 이야기가 넘쳐나는데 저는 그런 게 시시해요. 억지로 쥐어짜내는 이야기, 감동 주려고 작정한 이야기, 그런 가짜들에 속으면 안 되죠. 화가는 한 폭의 그림에 수많은 이야기를 담잖아요. 영화라고 안 될 건 없어요. 한 시간짜리면 5만 프레임인데 한 프레임 한 프레임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겠어요. 영상미만 추구한다기보다 영상미도 추구하려고 하고 있죠.” 최근 다른 영역의 예술가와 함께 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극사실주의의 대가 백영수 화백의 전시회에서 영감을 받아 단편 ‘가면과 거울’(2012)을 만든 게 출발이었다. 사진작가 김중만과 함께 한 다큐멘터리 영화 ‘아! 굴업도’(2012), 중국 현대미술의 거장 펑정지에와 호흡한 장편 ‘펑정지에는 펑정지에다’(2014)를 거쳐 ‘황제’까지 왔다. “예술가를 영화에서 만나는 것은 얼마나 재미있는 일이겠어요. 겉모습이 아니라 이면을 찍어 예술가를 조명하면 예술가도 좋고 영화의 폭도 넓어져 관객들이 더 다양하고 건강한 영화를 맛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국내외 예술가 세 명에 대한 프로젝트가 이어질 거예요. 모두 허락을 받아놨어요. 아직 프러포즈하지 않았지만 조용필 프로젝트도 해보고 싶어요. 우리 시대 가왕을 그냥 보낼 수는 없잖아요. 백건우 프로젝트도요.” 글 사진 부산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김소영, MBC 퇴사 후 근황 보니 ‘책방 개업에 열중’

    김소영, MBC 퇴사 후 근황 보니 ‘책방 개업에 열중’

    MBC 전 아나운서 김소영의 근황이 공개돼 화제다.최근 김소영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아침부터 책방 대청소 중. 오늘 제가 티비에 나온다고요...?”라는 글과 함께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사진에는 김소영이 가게를 청소하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지난 4월 30일 방송인 오상진과 결혼한 김소영은 지난달 MBC 퇴사 이후 서울 마포구에 책방을 개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가게 오픈을 위해 열심히 청소하는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편, 김소영은 남편 오상진과 tvN 예능프로그램 ‘신혼일기2’에 출연 중이다. 사진=인스타그램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우리 영화가 존엄성 있게 상영되는 날이 왔으면” 민병훈 감독

    “우리 영화가 존엄성 있게 상영되는 날이 왔으면” 민병훈 감독

    “영화는 시대의 산소탱크여야 합니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숨을 쉴 수 있어야 하죠. ‘황제’는 배우와 스태프는 물론 관객까지 힐링되기를 바라며 만든 작품입니다. 그만큼 존엄성 있게 관객들과 만났으면 합니다.”데뷔 이후 줄곧 영화 미학을 탐닉해온 민병훈(48) 감독이 자신의 작품을 극장에 걸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유명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함께 만든 ‘황제’로 초청 받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다. ‘황제’는 저마다 이유로 삶의 의미를 잃고 나락에 떨어진 사람들이 김선욱의 연주를 들으며 구원을 얻는 과정을 심미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김선욱은 영화 속에서 단순히 연주만 하는 것이 아니다. 대사는 없지만 주인공 중 한 사람으로 연기를 한다. “감독으로서 극장 상영을 안한다는 게 말이 안돼죠. 너무 원해요. 그럼에도 극장의 노예가 되기는 싫었어요. 제 작품이 극장 개봉하면 미래가 뻔해요. 조조나 심야에 배정되고, 좌석점유율이 떨어진다며 2주도 안돼 간판을 내리겠죠. 극장망을 벗어나면 자존감이 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관객과의 만남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단 몇 명이라도 요청이 들어오면 배우들과 영화를 들고 찾아가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겠다고 했다. 상영 환경이 열악하더라도 그런 곳이 진정한 영화관 아니겠냐며 민 감독은 웃었다. “관객들에게 안보여주려고 극장 상영을 포기하는 게 아니에요. 자유를 얻고 정말 보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보여주려는 거죠. 지금 상황만 질투하며 입을 삐죽 내민 채 있을 수는 없잖아요. 자존감 있게 제 길을 가야죠. 그게 관객들에 대한 예의죠. 환경을 좇는 게 아니라 환경을 개척하고 싶었어요.” 그는 승자 독식 시대에 영화인들 사이에서 공감의식, 동료의식이 옅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 “2007년까지는 괜찮았던 것 같아요. 다양성이 존재했고 영화의 흐름이 있었죠. 하지만 1000만 영화가 나오면서부터는 영화의 자본화가 가속되고 스크린 독과점이 빈번해지며 흐름이 깨졌어요. 사람 몸으로 치면 지금 우리 영화는 고도비만이에요. 거듭 말하고 싶은 것은 영화를 존엄성 있게 상영해달라는 거에요. 아예 안건다면 극장의 선택이니 뭐라할 바는 아니에요. 하지만 걸기로 했다면 아침부터 밤까지 틀어 관객에게 선택권을 줘야 합니다. 제 영화는 대작을 위한 패키지나 액세서리, 꼼수가 아닙니다.”극 영화에 김선욱이라니, 정말 파격적인 조합이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아침을 음악과 함께 시작하면 숲 속에서 산소탱크를 만나는 느낌이 들었어요. 감독으로는 괴롭기도 했죠. 영화로 이런 작품을 만들 수는 없을까 하고요. 선욱씨 연주회에 갔다가 영감이 떠올랐어요. 대부분 미쳤다고 했어요. 솔직히 저도 그랬어요. 대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개런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제가 유명 감독도 아니고요. 그런데 바로 오케이 해줬어요. 음악의 힘으로 아픈 관객들을 힐링하고 영혼을 깨우려 한다는 진심을 믿어준 것 같아요. 예술가로 예술가의 이야기로 들어주며 서로 통했다고 생각합니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를 좋아해 러시아에서 영화를 공부했던 민 감독은 이탈리아 토리노영화제 대상을 받은 ‘벌이 날다’(1998)를 시작으로 장편 다섯 편과 여러 단편 영화를 통해 예술에 천착해 왔다. “우리가 목 마르면 물을 마시잖아요. 저는 영화가 물이라고 생각해요. 콜라는 순간적으로 ‘캬~’할 수 있겠지만 다시 목이 마르죠. 몸에 안좋은 것은 분명하고요. 물은 맛은 없는 것 같아도 그렇진 않잖아요. 저는 물 같은 영화를 좋아하고, 생각할 수 있는 영화를 좋아해요. 지금도 타르코프스키, 페데리코 펠리니,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작품을 보면 눈물이 납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선 대사나 이야기 보다 이미지로 전달하려는 것이 많다. ‘황제’ 또한 마찬가지다. 김선욱이 연주하는 베토벤과 슈베르트, 슈만, 브람스 등이 곳곳에 흐르지만 상업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요즘 영화에는 이야기가 넘쳐나는 데 저는 그런 게 시시해요. 억지로 쥐어 짜내는 이야기, 감동 주려고 작정한 이야기, 그런 가짜들에 속으면 안되죠. 화가는 한 폭의 그림에 수많은 이야기를 담잖아요. 영화라고 안될 건 없어요. 한 시간짜리면 5만 프레임인데 한 프레임 한 프레임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겠어요. 영상미만 추구한다기 보다 영상미도 추구하려고 하고 있죠.” 최근 다른 영역의 예술가와 함께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극사실주의의 대가 백영수 화백의 전시회에서 영감을 받아 단편 ‘가면과 거울’(2012)을 만든 게 출발이었다. 사진작가 김중만과 함께한 다큐멘터리 영화 ‘아! 굴업도’(2012), 중국 현대미술의 거장 평정지에와 호흡한 장편 ‘평정지에는 평정지에다’(2014)를 거쳐 ‘황제’까지 왔다. “예술가를 영화에서 만나는 것은 얼마나 재미 있는 일이겠어요. 겉모습이 아니라 이면을 찍어 예술가를 조명하면 예술가도 좋고 영화의 폭도 넓어져 관객들이 더 다양하고 건강한 영화를 맛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국내외 예술가 세 명에 대한 프로젝트가 이어질거에요. 모두 허락을 받아놨어요. 아직 프로포즈 하지 않았지만 조용필 프로젝트도 해보고 싶어요. 우리 시대 가왕을 그냥 보낼 수는 없잖아요. 백건우 프로젝트도요.” 일상이 영화 작업이라는 민 감독이다. 인터뷰 내내 영화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저는 죽어도 영화는 남기 때문에 소홀하게 만들면 안되죠. 한땀 한땀 촉각을 세우고 세포를 깨워서 영혼이 있는 컷을 만들어 내는 게 제 소명입니다. ‘황제’는 제 작품 중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자부합니다. 물리적인 시간만 2년이 걸렸어요. 부끄럽지 않고 혁신이 있는 영화에요. 우리 삶은 고통과 역경이 함께하잖아요. 삶의 희망과 여운을 찾아주는 영화가 되기를 바랍니다.” 부산 글·사진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라이프 톡톡] 악재를 기적으로 바꾼 평창올림픽 억척 살림꾼

    [라이프 톡톡] 악재를 기적으로 바꾼 평창올림픽 억척 살림꾼

    “최순실에다 김영란법,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북핵위기까지 악재들이 끊임없이 펑펑 터지는 와중에 정말 기적이라고 했어요”. 엄찬왕(47) 2018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마케팅국장은 이렇게 말했다. 대회를 운영하는 데 드는 돈은 약 2조 8000억원이다. 그러나 15일 현재 3000억원이 여전히 모자란다. 그런데도 엄 국장은 최근 회식 자리에서 마케팅국 직원들에게 ‘기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목표를 채우지 못했는데도 이렇게 말한 이유는 뭘까.# 최순실·김영란법·사드·북핵위기 줄줄이 그는 마케팅국 내 5개 부서 15개팀 75명의 ‘마케터’들을 지휘하고 있다. 조직위로 파견 나온 것은 2014년 8월. 벌써 만 3년 하고 1개월이 훌쩍 지나갔다. 1991년 기술고시에 합격, 이듬해 당시 체신부 사무관으로 임용된 엄 국장은 2000년 서기관을 거쳐 2008년 3월부터 산업자원부에서 뼈대를 키운 기술 관료다. 잠시 ‘평창 사람’이 됐지만 이사관급의 고위공무원이다. 그가 조직위에서 하는 일은 마케팅을 통해 ‘올림픽 살림’에 필요한 돈을 벌어들이는 것이다. 가장 벅찼던 건 대기업의 예상 후원금 9400억원을 채우는 일이었다. 직원 22명을 거느리면서 처음 할당받았던 당초 후원금 목표액은 6440억원이었지만 세 번의 여름을 보내면서 45%나 늘어났다. 목표액은 늘었지만 악재는 꼬리를 물고 쉴 새 없이 터졌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직격탄을 맞았고 직전에 발효된 ‘김영란법’도 대기업들의 주머니를 꽁꽁 다물게 했죠. 아무리 좋은 ‘선물거리’를 만들어 봐야 단체구입처였던 대기업들이 쓰임새를 잃어 판로가 막히니, 정말 미칠 노릇이더라고요”. # 기업 후원금 ‘꿈의 9400억’ 100% 달성 해를 넘기니 이번엔 북핵이 요동쳤다. 덩달아 사드까지 아우성친 탓에 해외 마케팅거리들도 제 역할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악전고투 끝에 못 이룰 것 같았던 목표를 넘어섰다. 기업들을 설득하고 달랜 끝에 100.7%인 9470억원을 끌어모았다. 엄 국장은 또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행된 액면가 2000원짜리 230만장의 평창올림픽 기념지폐가 일찌감치 완판됐다”면서 “이대로라면 전체 운영비 2조 8000억원에 약간 못 미치더라도 대회 균형재정을 이루는 일은 가능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첫 파견생활을 시작할 당시엔 암담했다. 55개 분야에 걸친 대회 준비 작업이 하나의 틀 안에서 움직여야 하는데, 공직사회와는 달리 일관적인 의사 소통이 어려웠다. 무엇보다 2020년 올림픽을 준비 중인 일본과 비교되는 게 자존심을 건드렸다. 엄 국장은 ”벌써 2년 전 11월 일이네요. 한 행사에서 만났던 도쿄조직위 마케팅국장이 ‘당초 기업후원금 목표를 1조 5000억원으로 잡았는데, 벌써 4조원에 조금 못 미치는 돈으로 올림픽 마케팅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이제 내가 하는 일은 후원 참가를 원하는 기업들을 만류하는 일’이라고 하대요. 우리가 목표액의 50%에 그칠 때였습니다”. # 20년 넘게 공직 있다가 3년 전 파견 땐 암담 엄 국장은 “산업자원부 과장으로 600억원을 전결하던 제가 600만원짜리 결제를 받기 위해 위원장실을 7차례 이상 들락거려야 했지만 이제서야 비로소 평창 사람이 됐다는 걸 느낀다”면서 “고위공직자로서 국가 행사에 큰 축을 담당했다는 자부심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3년 남짓의 조직위 경험이 대단한 개인 자신으로 남을 게 틀림없다”고 말했다. 엄 국장은 지금껏 친분을 쌓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마케팅 어드바이저가 언젠가 건넸던 위로의 말을 전하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지금은 올림픽이 끝나지 않을 것 같지만, 다 그런 법이야. 하지만 올림픽이 시작되면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격할 거야. 아마 아드레날린이 확 솟아날 걸.” 글 사진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연극을 사랑한 발레리나

    연극을 사랑한 발레리나

    “작품 속 막스를 사로잡은 매혹적인 리자는 얼굴보다는 몸짓, 눈빛, 어깨선, 턱선, 돌아설 때의 모습 등 전체적으로 풍기는 분위기가 중요한 사람인데 김주원씨가 단번에 떠올랐다.”연극 ‘라빠르트망’의 고선웅 연출가는 이렇게 데뷔 20년차 발레리나를 낯선 무대로 이끌었다. 프랑스 영화 ‘라빠르망’를 무대로 옮긴 이 연극은 약혼반지를 사려던 남자 막스가 옛 연인 리자의 흔적을 쫓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뱅상 카셀과 모니카 벨루치가 출연한 영화는 1997년 국내 개봉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원작 영화에 마음을 뺏긴 고 연출가는 직접 프랑스로 날아가 원작자인 질 미무니 감독을 만나 라이선스를 따내고 각색까지 도맡았다.(연극 제목 ‘라빠르트망’은 아파트를 뜻하는 프랑스어로, 영화 제목(L’appartement)을 더 정확한 발음으로 표기한 것이다.)이렇게 공을 들였으니 그가 “내 작품 중 보기 드문 역작”이라고 자신할 만하다. 작품성에 대해 자평하는 데는 김주원이란 ‘비밀병기’도 한몫한다. 벨루치가 연기한 리자가 되어 첫 연극무대에 서는 김주원은 “긴장되지만 무대가 기다려진다”며 들뜬 표정을 지었다. ●“요즘 이런저런 지적 받지만… 무대 기다려져요” 최근 LG아트센터에서 만난 그는 “첫 걸음마를 뗀 아기나 다름없어 낯설고 불편하다”면서도 “연극이 이렇게 재미있는 거였는지 연습할 때마다 놀란다. 배우들이 동작 하나, 대사 하나를 놓고 논의하고 그 과정에서 ‘고선웅표 연극’의 틀이 갖춰지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고혹적인 자세를 취하는 데 자신이 있다지만 수십 년간 무대 위에 오른 그에게도 연극은 만만치 않다. “입으로 소통한다는 게 어색해요. 사실 춤출 때 거의 지적을 받지 않죠. 그런데 요즘 이런저런 지적을 계속 듣고 있어요(웃음). 발성과 발음에 도움이 된다고 하루에 책을 40분씩 (소리 내어) 읽고, 글을 거꾸로 읽는 연습도 30분씩 해요. 이제 상대 배우들의 말이 서서히 들리고 전체적인 그림도 머릿속에 그려지더라고요.” 평소 ‘연극은 지루하다’는 편견을 지니고 있었던 김주원은 고 연출가의 작품은 다 찾아봤을 만큼 열성적인 팬이었다. 오죽하면 지인을 통해 고 연출가의 번호를 ‘입수’한 뒤 새로운 작품을 제안했을 정도다. ●고선웅 연출 ‘한 방’ 있어… 무용수 최승희 작품 제안 “저는 공연에 음악이 없으면 지치는 편이거든요. 근데 고 연출가님 작품은 저를 미치게 하는 ‘한 방’이 있었어요. 그래서 올 초에 무작정 연출가님께 연락해서 한국의 전설적인 무용수인 최승희를 소재로 한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죠. 그 전에 이번 연극으로 먼저 연출가님을 뵙게 됐네요. 인연도 작품도 이렇게 운명처럼 다가오는 것 같아요.” 뮤지컬 ‘컨택트’ ‘팬텀’, 오페라 ‘오를란도 핀토 파쵸’, TV 출연 등 종횡무진 활동하는 그의 다음 목표는 뭘까. “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어떤 목표나 계획을 세우고 산 적은 없어요. 그냥 그 순간 제게 주어진 것에 미친 듯이 몰입하고 최선을 다해요. 이 작품으로 어떤 전환점에 섰다기보다는 그저 이런 인연을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합니다.” 18일~11월 5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 3만~7만원. (02)2005-0114.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도봉산만 아시나요? 도봉구는 문화·혁신교육 도시랍니다”

    [자치단체장 25시] “도봉산만 아시나요? 도봉구는 문화·혁신교육 도시랍니다”

    “도봉산 말고 내세울 게 없다는 인식을 180도 바꾸게 한 건 바로 ‘문화’였죠.” 서울의 끄트머리, 기껏해야 도봉산 정도의 이미지로 인식되던 도봉구는 2010년 이동진(57) 구청장 취임 이후 머물고 싶은 도시로 변했다. 볼 것과 즐길 게 많아졌기 때문이다. 2012년 유희경·이매창 시비가 건립됐고 2013년에는 김수영문학관이 문을 연 데 이어 2015년 둘리뮤지엄과 함석헌기념관이 생겼다.이 구청장은 “도봉구는 다른 지역보다 풍부한 역사, 문화 자원이 있지만, 이전까지는 그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자원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며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자원이 산재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인터뷰가 진행된 간송 전형필 고택도 이 구청장이 되살린 공간 중 하나였다. 이 구청장이 2011년 우연히 발견하기까지 이곳은 방치된 공간이었다. “도봉산 원통사로 직원들과 산행을 가는데, 사당 바로 옆에 있는 한 낡은 한옥에 눈이 가더라고요. 돌보는 사람이 없는지 빗물이 스며드는 것을 막기 위해 파란 천막을 일부 씌워둔 상태였죠. 그런데 잘 모르는 제가 봐도 집 자체 기품이 남다르더라고요.” 그 후 이 구청장은 한옥에 대해 알아봤고 전형필 선생의 고택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간송 선생은 일제강점기에 대부호의 아들로 태어나 훈민정음 해례본, 신윤복 미인도 등을 사들여 일본으로 우리 문화재가 반출되는 것을 막은 인물이다. 고택 뒤편에는 간송 선생과 그 부친의 묘가 있다. 이 구청장은 평소 간송 선생의 애국심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도봉구와 인연이 있을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어요. 간송 선생의 후손들을 만났는데,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문화재를 기증하라는 요청만 받았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지원해주겠다고 한 게 처음이었다고 하더라고요.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들이 그동안 무분별한 개발 과정에서 너무 많이 사라져버렸습니다.” 둘리뮤지엄 역시 이 구청장이 잊혀진 도시의 문화적 정체성을 발견해낸 사례 중 하나다. 그는 “아기공룡 둘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1세대 만화캐릭터로 일부 지자체와 둘리 고향이 어딘지를 두고 말이 있었지만, 만화에 둘리의 주거지가 도봉구 쌍문동이라고 명확히 나온다”며 “원작자 김수정 화백이 쌍문동에 거주하면서 작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7월 쌍문동에 둘리뮤지엄을 개관한 데 이어 만화도시로 면모를 갖추기 위해 뮤지엄을 중심으로 우이천 둘리벽화, 둘리 테마거리, 만화인 마을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만화인 마을 보급 사업은 경제적으로 힘든 만화인의 주거 안정과 성장을 돕기 위해 맞춤형 임대주택을 제공,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앞서 개관한 김수영문학관 역시 마찬가지. 김수영 시인이 도봉으로 이주한 것은 1954년이었다. 시인이 태어났던 관철동 집, 어린 시절 살았던 종로6가 집, 구수동 집 등은 모두 사라졌다. 도봉동에만 유일하게 남아 있는 상태다. 이 밖에도 시인이자 역사가인 함석헌 선생의 옛집을 리모델링해 만든 함석헌기념관, ‘창동의 세 마리 사자’로 불렸던 가인 김병로, 고하 송진우, 위당 정인보 선생을 기리는 역사문화공원 등이 있다. 문화에 이은 도봉구의 또 다른 자랑은 마을학교를 중심으로 하는 교육사업이다. 구는 2015년부터 서울형혁신교육지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혁신교육지구는 지역 특성에 맞게 지자체가 교육사업을 벌이도록 서울시교육청이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구청장은 이 돈으로 학교와 마을 간 유기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마을의 인적, 물적 인프라를 활용하는 마을학교를 운영하고 방과후교실 등에 투자했다. 올해도 마을학교 120개교를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500여명의 마을교사가 캘리그라피와 숲 체험, 연극, 바리스타, 진로탐색, 사물놀이, 토털공예, 자수, 발레, 보드게임, 전통악기, 라디오 방송 등을 교육한다. 학교 안에서는 ‘도봉형 마을방과후활동’ 사업을 펴고 있다. 도봉구는 북부교육지원청과 지역 내 5개 학교 등과 시범 운영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난 3월부터 비교과 방과후학교를 전담 운영하고 있다. 도봉형 마을방과후 활동 제도는 방과후학교를 운영하면서 생긴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구청이 나선 최초의 사례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도봉구는 지난해 11월 유엔 산하 기구인 유니세프로부터 아동친화도시로 인증을 받기도 했다. 전북 정읍에서 농부의 다섯째 아들로 태어난 이 구청장은 소를 팔아 대학 입학금을 내고 들어갈 정도로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다. 그가 교육개혁을 통해 교육이 계층 이동 사다리가 되도록 노력하고 사람 냄새가 풍기는 따뜻한 공동체를 꿈꾸는 이유도 서민의 눈물과 애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구청장은 마을공동체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공동체적 관계에서 개인화되는 게 일반화됐죠. 물론 장점도 있지만, 이 과정에서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인위적으로 쪼개진 행정구역이 아니라 실제 마을에 사는 사람들끼리 공동체에 관심을 가지게 하고 참여하게 만드는 데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방정부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이런 노력 덕분인지 지난 4월 중소벤처기업부는 도봉구를 문화예술혁신교육특구로 지정했다. 지역특화발전특구는 지자체 특성에 맞게 규제 특례를 적용해 해당 지역의 특화를 도울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 구청장은 “2021년까지 5년간 312억원을 투자해 문화예술 기반시설 확충사업, 공교육 지원강화 및 참인재 육성 교육사업, 역사문화교육 사업 등 3개 특화사업을 추진한다”며 “고품격 교육, 문화도시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도봉구의 실험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유해업소가 폐업한 방학천 일대는 곧 한글문화거리로 조성되며 분단과 대결의 상징이었던 대전차방호시설은 이달 중 예술창작공간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1970년에 도봉산역 옆에 만들어진 대전차방호시설은 북에서 내려오는 전차를 방어하기 위해 1층은 벙커, 4층까지 아파트로 구성된 곳이었다. 2004년 시설 노후화로 아파트만 철거됐지만, 1층은 군사시설이라는 이유로 철거되지 못하고 13년간 흉물스럽게 방치됐다. 이곳의 변화 역시 이 구청장이 이끌었다. 이 구청장의 집무실에는 나뭇조각으로 채워진 책상이 있다. 나뭇조각 하나하나에는 ‘처음처럼 주민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세요’, ‘서민들 얼굴에 웃음 지을 수 있는 도봉구’, ‘푸른 도봉이 좋아요’와 같은 학생들과 지역 주민의 소망이 담겨 있다. 처음에 시민단체가 패널 형식으로 선물한 것을 책상으로 만들어 매일같이 보고 있다. 그는 2010년 7월 1일 취임사에서 ‘더 낮게, 그리고 더 가까이’를 외쳤던 그대로, 가장 모범적인 민선 자치시대를 열기 위해 오늘도 뛰고 있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행정으로 바뀐 게 민선 5~6기의 과정이었습니다. 도로를 넓히고 건물을 짓고 이런 게 중심이 아니라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중심이 되고 행복지수를 높일 것인가의 관점으로 바뀐 거죠. 민선 5~6기가 획을 긋는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것들이 지속될 필요가 있고 이런 실험을 계속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누구 故 김근태 의원 보좌관 출신 1960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다.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김근태 의원의 보좌관을 하면서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제5대 서울시의원, 민주당 부대변인을 역임했다. 2010년 민선 5기에 당선됐으며 민선 6기 연임에 성공했다.
  • “트럼프 방한 때 한·일에 핵우산 약속… 북핵 압박 메시지 낼 것”

    “트럼프 방한 때 한·일에 핵우산 약속… 북핵 압박 메시지 낼 것”

    ‘폭풍 전 고요’ 경고한 트럼프 “협상을 해서 뭔가 일어난다면 난 언제나 그것에 열려 있다” 대화무용 강경입장서 선회 촉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초 한국을 방문하는 자리에서 한국과 일본에 ‘핵우산’ 약속을 강조하는 한편 북한의 핵개발 포기를 압박하는 모종의 대북 메시지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5일 미국 워싱턴발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대북 정책에 관한 주요연설을 할 계획이라며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정권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위치시켜 북한에 대한 압박 강화 방침을 최전선에서 강조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북한에 대해 핵·미사일 발사의 완전 포기를 압박하는 한편 한국과 일본에 대한 핵우산 제공을 약속하면서 군사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음을 강조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 기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베트남을 방문해서는 미국의 전체 아시아 전략 구상을 처음으로 밝힐 계획이다. 요미우리는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대신해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방문 중 어떤 메시지를 밝힐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또 미국이 지난 1월 이탈을 표명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대신 새로운 경제질서 틀을 제시할지 여부도 초점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해 “협상을 해서 뭔가 일어날 수 있다면 나는 언제나 그것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란의 핵협정 준수에 대한 ‘불인증’을 선언한 뒤 기자들과 만나 “‘폭풍 전 고요’ 발언을 했는데 북한에 대해 밟을 다음 수순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대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자.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의 전부”라며 “다양한 것들에 대해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자”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협상 이외의 상황이 되더라도 나를 믿어 달라. 우리는 전에 없이 잘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말 중국 방문 시 2~3개의 직접적 대북 대화채널을 열어 대화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고 하자 즉각 시간 낭비라고 공개 면박을 준 바 있다. 이처럼 북한과의 ‘대화 무용론’을 주장하며 연일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던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 열려 있다”는 언급을 한 배경이 주목된다. 특히 그의 발언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북핵 위협이 현재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외교가 통하기를 기대하자”고 밝힌 다음날 나온 것이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트럼프 “북한, 협상해서 뭔가 일어날 수 있다면 언제나 열려있어”

    트럼프 “북한, 협상해서 뭔가 일어날 수 있다면 언제나 열려있어”

    “협상 이외 상황돼도 나를 믿어달라” 연일 북한에 대한 강경 발언을 쏟아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해 “협상을 해서 뭔가 일어날 수 있다면 언제나 열려 있다”고 말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의 핵협정 준수에 대한 ‘불인증’을 선언한 뒤 기자들과 만나 ‘폭풍 전 고요’ 발언을 했는데 북한에 대한 다음 수순은 무엇인가란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자.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의 전부”라며 “다양한 것들에 대해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상 이외의 상황이 되더라도 나를 믿어달라”며 “우리는 전에 없이 잘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북핵 위협이 현재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외교가 통하기를 기대하자”고 밝힌 다음날 나와 발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지난달 말 중국을 방문해 직접적인 대북 대화채널을 열어 대화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고 하자 “시간 낭비”라고 공개 면박을 준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피해자 부모, 경찰 데리고 이영학 집 갔지만 ‘머뭇’…초동 수사에 분통

    피해자 부모, 경찰 데리고 이영학 집 갔지만 ‘머뭇’…초동 수사에 분통

    ‘어금니 아빠’ 이영학(35) 사건의 피해자 여중생의 부모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경찰의 초동 수사에 분통을 터뜨렸다.특히 피해자 부모는 이영학 집 앞에서도 수색을 주저하는 경찰에게 ‘이 집에서 발길이 안 떨어진다’며 사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SBS는 14일 이번 사건의 피해자 김 양의 부모와 인터뷰를 하고 이와 같이 보도했다. SBS에 따르면 김 양의 실종 신고가 이뤄진 지 골든 타임인 하루를 넘기고도 11시간이나 지나서야 경찰은 김 양의 부모와 함께 수색에 나섰다. 김 양의 부모는 김 양의 행적을 쫓아 집요하게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건 경찰이 아니라 자신들이었다고 주장했다. 김 양의 어머니는 “형사가 그런 거 아니에요. 제가 들어가서 교회에 애를 잃어버렸다. 구구절절이 말해서 CCTV를 보게끔 허락을 받았어요”라고 SBS를 통해 말했다. 이영학의 집을 찾아내는 것도 피해자 부모 몫이었다. 김 양의 아버지는 “친구를 불러서 ‘너 혹시 (이영학 딸) 집 아니?’ 하니 안다 그러더라고요. ‘데려다 줄래?’ 그러니까 그렇게 해서 경찰이랑 그 집에 갔어요”라고 말했다. 이영학 집 내부 수색을 위해 동원된 사다리차도 김 양 아버지가 불렀다. 김 양의 어머니는 “애 아빠 친구가 사다리차를 해요. 사다리차를 우리가 사설로 불렀어요”라고 말했다. 김 양의 부모는 집 내부 수색도 영장이 없다며 주저하는 경찰에 사정해 겨우 이뤄졌다고 말했다. 김 양의 아버지는 “‘(딸이) 없으니까 이 집 하고는 연관이 없는 것 같다’ 이렇게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제가 그랬죠. 형사님, 전 이 집이 발길이 안 떨어집니다”라고 말했다. 경찰의 초기 대처가 안이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경찰은 피해자 부모와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SBS에 따르면 경찰은 살해된 김 양이 이영학의 딸을 만나러 갔다는 부모의 말을 듣지 못했고 당시 지구대가 시끄러운 상황이었다고 반박했다. 김 양의 부모는 지난달 30일 밤 지구대에 실종신고를 하면서 김 양이 이영학의 딸을 만나러 나갔다고 말한 것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김 양의 어머니는 “마지막 만난 게 이○○(이영학 딸)이거든요. ‘얘한테 전화해서 물어볼게요’(라고 말하고) 제가 지구대에서 전화한 거예요”라고 말했다. 당시 김 양은 이영학 집에 감금돼 살아있는 상태였다. 반면 경찰은 이런 말을 듣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최민호 서울 중랑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은 “얘기를 들었으면 우리가 수사가 쉬워질 건데. 우리가 그 어머니한테 전화를 할 때까지 그런 얘기가 없으니까”라고 SBS를 통해 말했다. 경찰은 신고 당일 당직 직원들을 조사하고는 당시 지구대가 시끄러워 말을 듣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양재헌 서울 중랑경찰서 생활안전과장은 “지구대에는 다른 사건, 폭력 사건이 있어서 조사하고 있었어요. 소란스러운 도떼기시장 같은 그런 상황에서 들어오셨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경찰은 또 최초 신고 당시 가출 사건으로 판단한 이유를 어머니의 말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민호 서울 중랑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은 “(피해자) 엄마가 (딸이) 가끔 혼날 때는 휴대전화를 꺼 놓은 경우도 있다. 이런 얘기를 엄마가 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자 어머니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죠. 배터리가 다 되면 다했지”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고립무원의 北, 이제 대화의 빗장 풀라

    북한과의 외교 단절을 선언하는 나라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10일 유럽에서 가장 북한과 가까운 나라로 평가되던 포르투갈이 북한 대사 추방과 함께 북한과의 외교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그제는 아랍에미리트(UAE)와 말레이시아가 각각 북한에 대해 단교 방침을 밝혔다. 이로써 지난달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단행한 이후 외교관계 단절이나 축소, 교역 중단 등의 조치에 나선 나라는 중국과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멕시코, 페루, 쿠웨이트, 남아공 등 모두 22개국으로 늘었다. 유럽과 남미,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등 어느 한 곳 가릴 것 없이 지구촌 곳곳이 북한에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나라로 꼽히는 북한에 작금의 단교 행렬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중국을 빼고는 대부분 북한과의 교류가 미미한 나라들이라는 점에서 일정 부분 타당한 지적이다. 그러나 북한이 정작 유념해야 할 대목은 이런 국제 흐름 뒤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있다는 것이며, 그의 북핵 저지 의지가 지구촌 전체를 움직일 만큼 과거 미국의 그 어떤 대통령보다도 강력하다는 점이다. 트럼프 외교 행보의 특징으로 꼽히는 ‘미치광이 전략’은 어느 순간 정말 ‘미친 짓’을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상대에게 안겨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실제로 ‘미친 짓’을 불사할 의지를 지니고 있을 때 구사 가능한 전략이다.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언급한 국무장관을 향해 공개적으로 “내 생각과 다르다”며 면박을 주고, 한국에 대해 안보 동맹을 강조하면서도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언급할 정도로 좌충우돌하는 트럼프만이 할 수 있는 전략인 것이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폭풍 전 고요’를 언급하며 한밤에 B1B 전략폭격기를 한반도 상공에 거듭 띄운 사실을 북 지도부는 허투루 보지 말아야 한다. 단순한 무력 과시가 아니라 실제로 북이 추가로 미사일 도발을 강행할 경우 미국이 발사 원점 타격을 포함한 군사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으로 봐야 한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을 서슴없이 탈퇴하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 이룬 이란과의 핵 합의조차 파기하겠다고 천명하는 등 ‘미국 우선주의’에 방해가 된다 싶으면 그 어떤 비난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 뜻을 관철하는 인물이 트럼프다. 한반도의 핵 시계가 어렵게 또 한고비를 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점쳤던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넘겨 북이 별다른 도발 징후를 보이지 않는 것은 그나마 천만다행의 일이다. 단정할 수는 없으나 18일 개막하는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이후까지 북이 추가 도발을 삼간다면 어느 시점에서든 다시 대화의 물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과의 실질적 힘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 마지막 지점에 도달했다”는 이용호 북한 외무상의 발언이 미국과의 대화를 바라는 내심을 드러낸 역설이길 바란다.
  • ‘태도 불량’으로 법정에서 혼난 우병우…재판부 “엄중 경고”

    ‘태도 불량’으로 법정에서 혼난 우병우…재판부 “엄중 경고”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재판 중에 불량한 태도를 보여 재판부로부터 ‘엄중 경고’를 받았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영훈) 심리로 13일 열린 우 전 수석의 속행공판에서 재판부는 신영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이날 신 부위원장은 2014년 4월 시행된 영화 산업 분야 실태조사 이후 우 전 수석이 영화 ‘변호인’ 등을 제작한 CJ그룹에 대해 불이익 처분을 지시한 정황에 대해 증언했다. 현재 우 전 수석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직무유기, 특별감찰관법 위반,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신 부위원장은 “우 전 수석이 당시 왜 CJ는 고발하지 않느냐고 물어봐서 ‘위반 사항이 가벼워 과징금 부과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해 줬다”라고 말했다. 검찰이 “우 전 수석이 CJ는 공동정범으로 하면 되는데 왜 고발을 안 하느냐고 했는가”라고 묻자 신 부위원장은 “네”라고 답했다. 당시 공정위는 청와대의 기대와는 달리 CJ를 검찰에 고발하지 않고 시정명령 등의 의견을 내는 것으로 조사를 마무리했다. 이후 청와대는 공정위 담당 국장에 대한 표적 감찰을 벌인 사실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결과 드러났다. 우 전 수석은 신 부위원장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되는 동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허탈하게 미소를 짓곤 했다. 또 변호인에게 무언가 귓속말을 건네기도 했다. 우 전 수석의 변호인도 신 부위원장의 증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자 재판부는 오후 재판 진행 중 우 전 수석에게 “증인신문 할 때 액션을 나타내지 말아 달라”라면서 “피고인은 특히 (그렇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부분은 분명히 경고한다”라면서 “몇 번은 참았는데, 오전 재판에서도 그런 부분이 있었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라고까지 말했다. 급기야 재판부는 “한 번만 더 그런 일이 있을 때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일순간 법정은 고요해졌다. 우 전 수석의 얼굴도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후 우 전 수석은 자리를 고쳐 앉은 뒤 고개를 숙였다. 그는 책상에 놓인 서류에 눈길을 고정하고 굳게 입을 다물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사설] 내달 방한 트럼프, 한반도 현실 똑똑히 보고 가길

    북한 핵 위기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시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초 한국을 방문한다. 연일 북한과 강경 발언을 주고받고, 미국의 전략자산이 한반도로 집결하며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비록 짧은 체류 일정이지만 한반도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세 번째다. 한 달여 만에 다시 만나는 두 정상은 최우선적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공동대응 방안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이번 방한을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의 남북 대치 상황과 군사적 충돌 때 예상 가능한 엄청난 피해를 직접 보고,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낼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러려면 일본과 체류 일정 등을 놓고 비생산적인 신경전은 하지 않는 게 낫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하루라도 더 체류하면서 한국의 현실을 더 많이 보고 가면 좋겠지만 중국, 일본에 비해 뒤늦게 순방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으로서는 가능한 한 체류 일정을 늘리되 가장 효과적이고 생산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는 데 노력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군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다. 일부는 판문점 대신 연평도나 백령도를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한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첫 방한 길에 북한에 구두로든 행보로든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가장 극적인 장소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판문점을 방문한다면 2012년 3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이후 5년 만이다. 북한에 보내는 경고 효과는 그때보다 더 클 것이다. 앞서 2002년 국정 연설에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비판하며 긴장을 고조시켰던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도라산역을 방문했었다. 정상들의 전방 방문은 그 자체가 강력한 메시지다. 백악관은 그제 트럼프 대통령이 상황실에서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으로부터 (북한에 대한) 다양한 군사 옵션을 직접 보고 받았다고 밝혔다. 북한과의 대화를 “시간 낭비”라고 일축한 뒤 “폭풍 전 고요”, “단 한 가지 방법” 등 종잡기 어려운 발언을 쏟아냈던 트럼프가 어제 “북한에 대해 강경하지만 다른 사람들 의견을 경청한다”고 밝힌 것은 주목할 만하다. 트럼프의 방한 효과는 서울에서 그치지 않는다. APEC, ASEAN+3 정상회의로 이어질 수 있도록 외교력을 모아야 할 때다.
  • 에미넘, 랩으로 트럼프 저격 “백악관에 가미카제가 있어”

    미국의 유명 래퍼 에미넘(45·본명 마셜 브루스 매더스 3세)이 프리스타일 랩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했다고 CNN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이날 에미넘이 전날 BET 힙합 어워드에서 공개한 4분 30초짜리 랩 비디오 ‘스톰’(Storm)의 가사 전문을 실었다. 에미넘의 랩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 수뇌부와 북한·이란 문제를 논의한 뒤 내뱉은 수수께끼 같은 발언을 지칭하듯 “바로 여기가 폭풍 전 고요인가”로 시작한다. 에미넘은 또 트럼프 대통령을 ’가미카제‘에 비유했다. 그는 “오바마를 지지하는 게 낫겠어”라며 “우리 현직에는 가미카제가 있어. 핵 홀로코스트를 야기할지도 몰라”라고 노래했다. BBC는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잇달아 ‘로켓맨’으로 부르며 주고받은 말폭탄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인생 경기’ 노진혁을 키운 오답 노트

    ‘인생 경기’ 노진혁을 키운 오답 노트

    상무 복무시 코치 조언 받고 성장 상대 투수·타석 상황 기록 습관 “마음가짐·경기 복기에 도움 줘” 우천 취소된 4차전 오늘 치러 “(박)석민이 형이 ‘고생했다. 잘했다’고 진심으로 축하해 주더라고요.”12일 마산구장에서 만난 노진혁(28·NC)은 쑥스러운 듯한 목소리로 뜨거웠던 전날 밤 이야기를 꺼냈다. 대주자·대수비 요원으로 불리며 주목을 받지 못하던 그는 롯데와의 KBO리그 준플레이오프(준PO) 3차전에서 이른바 ‘인생 경기’를 펼쳤다. 경기 초반 결정적 실수를 범했던 3루수 박석민(32·NC)을 대신해 3회부터 투입돼 4타수 4안타(2홈런) 4득점 3타점으로 불을 뿜었다. 4년 최대 96억원을 받는 주전 박석민으로선 쓰라릴 수도 있지만 ‘쿨하게’ 노진혁(연봉 4300만원)에게 엄지척을 보낸 것이다.노진혁은 “처음엔 큰일이라고 생각했다. 보통 6~7회쯤에야 교체되곤 하는데 그렇게 일찍 나가라니 살짝 쫄았다. 유격수를 많이 맡았는데 3루로 가야 한다고 하니까 항상 했던 게 아니라 더욱 긴장됐다. 수비 실책을 범하면 대량 실점으로 연결되기도 한다”고 되짚었다. 또 “그러다 첫 타석에 들어가기 직전 방망이를 들자 뭔가 팔에 묵짐함이 느껴지기에 오늘 잘 칠 수 있겠다 싶었다”며 웃었다.노진혁을 준PO 스타로 만든 게 결코 우연은 아니다. 지난달까지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복무하며 18년 야구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찾기 위해 숱하게 노력했다고 한다. 코치들로부터 심리와 관련해 조언을 받으며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 올해부터는 ‘오답 노트’를 쓰며 상대 투수와 타석에서의 상황에 대한 연구를 거듭했다. 노진혁은 “입대 전에는 소심하기만 했다. ‘삼진을 먹는다면, 실책을 하면 어쩌지’라고 늘 걱정하니깐 오히려 나쁜 결과를 얻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상무에 가서 이영수 타격 코치를 만났는데 ‘기술 이전에 멘탈을 강화해야 한다. 국가대표에 뽑혔다면 상무에 안 왔을 것이다. 무언가 부족하기 때문에 (국가대표에서 병역면제 혜택을 못 받고) 상무에 왔는데 그런 선수들과 얘기해보면 멘탈이 준비되지 않았더라’는 조언을 들었다. 큰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올해부터는 마음가짐이 어땠는지 꾸준히 체크해 공책에 써 봤다. 타석에서의 심리를 복기하면서 단단해질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들뜰 만도 하지만 “준PO 3차전의 활약은 이제 지나간 일이기에 이젠 다시 앞을 보겠다”며 입을 앙다물었다. 3차전이 끝나고도 피곤하지만 집에 돌아가 노트를 정리한 뒤 잠들었다고 한다. “어제 잘했다고 오늘도 잘할 거란 보장이 없잖아요. 3차전 날 자정 이후 머릿속에서 (활약했던) 기억을 다 지웠습니다. 반짝 활약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 앞으로도 저만의 밸런스를 유지하며 힘내겠습니다.” 세찬 비 때문에 취소된 4차전을 13일 오후 6시 30분 창원 홈에서 펼치게 된 ‘새로운 스타’는 여전히 노트를 채우며 새삼 각오를 차곡차곡 다지느라 애썼다. 창원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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